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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도 유일 기구 ‘독도정책과’ 없앤다…기능 축소, 통폐합

    경북도 유일 기구 ‘독도정책과’ 없앤다…기능 축소, 통폐합

    경북도가 존치 논란을 빚은 독도정책과를 다른 부서와 통폐합한다. 19일 경북도가 입법 예고한 행정기구 설치 조례 시행규칙 일부개정 규칙안에 따르면 기존 독도정책과와 항만물류과를 통폐합해 독도해양정책과로 개편했다. 전국 자치단체에서 유일한 독도정책과에는 3개 팀이 있으나 독도해양정책과에서 독도 관련 업무는 1개 팀이 담당한다. 일부 업무는 산하기관인 독도재단에 넘길 예정이다. 도는 독도정책과가 독도재단과 업무 중복이 많아 개편하기로 했다가 도의회 등에서 일본이 영토 도발을 노골화는 상황에서 조직 기능과 상징성이 약화한다는 우려가 나와 고심했으나 결국 축소했다. 도는 2005년 일본 시마네현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표현)의 날’ 조례를 만들자 같은 해 3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독도 전담 부서인 독도지킴이팀을 신설했다. 이어 2008년 일본 정부가 교과서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하자 독도수호대책본부로 확대했고 2014년에는 독도정책관실로 위상을 높였다가 지난해 1월 독도정책과로 바꿨다. 행정기구 개편에서는 일자리, 경제, 신성장산업 업무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4차 산업기반과 바이오생명산업과를 새로 만들고 저출생·지방소멸 극복을 위해 인구정책과, 아이세상지원과를 신설했다. 조직 운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대구경북상생본부를 폐지하는 등 유사기능을 통폐합하거나 사무를 이관했다. 도는 개정 규칙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확정해 내년 1월 1일 자로 시행할 계획이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日, 독도 관련 ‘영토·주권 전시관’ 새달 7배 확장 이전

    日, 독도 관련 ‘영토·주권 전시관’ 새달 7배 확장 이전

    센카쿠 등 자료도… 갈등 커질 듯일본 정부가 도쿄 히비야공원 안에 있는 ‘영토·주권 전시관’을 내년 1월에 확장 이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일본이 한국, 러시아, 중국 등과 영유권 분쟁을 빚는 지역에 대해 홍보를 하는 공간이어서 새로운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에토 세이이치 영토문제담당상은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영토·주권 전시관’을 다음달 21일 이전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1월 도쿄 지요다구 히비야공원 내의 시세이회관 지하 1층에 마련한 곳으로, 도쿄 도심에서 직접 운영하는 첫 영토 문제 관련 홍보시설이다. 약 100㎡ 넓이의 이 전시관은 일본이 ‘다케시마’로 부르며 영유권을 내세우는 독도 관련 자료를 게시하고 있다. 또 중국·러시아와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관련 자료도 전시한다. 대부분 전시 자료가 일본의 일방적인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하는 고문서와 고지도 등이다. 한국 정부는 이 전시관이 개관할 때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을 위해 일본 정부가 영토·주권 전시관을 설치한 데 강력히 항의하며, 즉각적인 폐쇄 조치를 엄중히 요구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본 측은 해당 시설의 국제적 논란을 감안해 눈길을 끌기 힘든 지하 1층의 후미진 곳에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방문객이 너무 적어지자 정부 청사가 밀집한 가스미가세키 지구의 도라노몬 미쓰이빌딩 지상 1층에 새 전시 공간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새 전시관은 기존 전시장의 7배인 700㎡ 규모로 확장될 예정이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中, 유엔에 “말레이시아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기각해야”

    中, 유엔에 “말레이시아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기각해야”

    말레이시아가 자국 수역을 넘어서는 대륙붕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하자 중국이 “자국 영토 주권을 침해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과 동남아국가 간 외교 마찰이 예상된다. 1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은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CLCS)에 말레이시아가 200해리 이상 해역의 대륙붕 영유권 주장을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곳은 엄연히 자신들의 해상이라는 것이 중국의 설명이다. 남중국해는 오래전부터 구단선(남해구단선)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이는 1947년 중국이 발표한 남중국해 해상 경계선이다. 사실상 남중국해 거의 대부분을 중국의 수역으로 설정하고 있다. 구단선 안에는 둥사군도와 파라셀 제도, 스프래틀리 군도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2016년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는 중국의 구단선 주장이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중국은 재판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남중국해 분쟁을 일상적인 일로 끌고 가 국제문제화하려는 모양새다. 최근 베트남뉴스통신(VNA)은 레 티 투 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이 “중국 해양탐사선 ‘하이양 디즈 8호’가 베트남의 배타적경제수역(EEZ)과 대륙붕에서 활동 범위를 계속 넓히고 있다”면서 “이는 베트남의 주권과 관할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인 만큼 즉각 철수하라”고 요구했다. 베트남 당국과 라이언 마르틴손 미국 해군참모대학 조교수가 트위터로 밝힌 자료에 따르면 하이양 디즈 8호는 지난 7월 3일 자국 해안경비대 경비함의 호위를 받으며 베트남 EEZ에 있는 뱅가드 뱅크 인근 해역에 진입한 뒤 8월 7일 철수했다. 베트남 정부는 자국 경비함을 파견해 대치상황을 만들며 다양한 경로를 통해 중국에 수차례 항의했지만 중국은 자국 영해라고 맞서고 있다. 중국은 필리핀과도 영유권 분쟁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달 노엘 클레멘트 필리핀군 참모총장은 “남중국해 세컨드 토머스(필리핀명 아융인) 암초로부터 4∼5해리 떨어진 지점에서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중국 해안경비대 선박 한 척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에 동행한 테오도로 록신 외교부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당장 외교적으로 항의하라”고 지시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산하 ‘아시아 해양 투명성 이니셔티브’(AMTI)는 지난 9월 보고서에서 “중국 해안경비대 선박들이 (중국이 점령한) 스카보러 암초뿐만 아니라 세컨드 토머스 암초, (중국과 말레이시아가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루코니아 암초 인근을 더 빈번하게 순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방위비 전쟁 불 댕긴 트럼프… ‘세계경찰’ 미군기지 시대 저무나

    방위비 전쟁 불 댕긴 트럼프… ‘세계경찰’ 미군기지 시대 저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돈(방위비 분담금)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세계 곳곳에 산재한 ‘미군기지의 운명’도 달라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에서 “미국이 계속해서 세계의 경찰일 수는 없다”고 선언했다. 전통적인 동맹 체제에 균열을 일으키는 발언이었다. 그는 1990년 플레이보이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미군 주둔에 대해 “대가 없이 부자나라들을 지켜주는 일”이라고 비난했고, 이후 일관되게 동맹국과 방위비의 ‘공정한 부담’을 강조해왔다. 최근에는 미국의 재정적인 이득이 되지 않는다면 철군도 고려할 수 있다는 언급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 3일 주한미군의 철수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난 주둔이든 철수든 어느 쪽으로든 갈 수 있다”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전 세계 해외 미군기지는 총 800여곳으로 추정된다. 지난 9월 기준으로 국제법상 국가의 약 70%인 162개국(미국 제외)에 미군 17만 4253명이 주둔하고 있다. 중동, 유럽, 동아시아 등 익히 알려진 곳뿐 아니라 아프리카 지부티·차드, 남미의 벨리즈 등에도 미군기지가 있다. 미군기지는 각국에 미국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다. 동시에 미군기지의 존재만으로 전쟁을 억제해 평화를 유지하는 기능을 해왔다. 그런데 안보를 상품처럼 취급하는 ‘트럼프 리스크’로 해가 지지 않는 미군기지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오찬에서 “미국의 보호를 받으면서 돈을 내놓지 않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며 동맹을 ‘보호비를 내고 보호받는 관계’로 표현했다. 세계경찰을 자임해 온 미국의 입장을 뒤집는 셈이다. 만일 미국이 실제 세계경찰 지위를 포기하고 해외 미군기지의 수를 줄여나간다면 전후 세계 질서의 틀이었던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에 대변혁이 일어난다. 미국은 자유무역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전 세계에 안보를 공공재로 제공했다. 75년간 강한 군사력으로 해상 무역의 길목을 지켜왔던 미국이 그 역할을 거부하면 세계 외교·안보·통상의 질서가 뒤바뀌는 ‘혼돈의 시대’에 진입할 수 있다.‘질서파괴자’(disruptor-in-chief)로 불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군 철수 언급을 단순 돌출 발언으로만 보기는 힘들다. 1990년대부터 미국 내에서 세계경찰의 역할에 대한 피로감이 쌓여온 탓이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식민지 지배를 확대하는 대신 ‘시장 개방’을 약속했다. 더 나아가 세계 최강의 해군력을 동원해 모든 국가의 해상무역을 보호하겠다고 했다. 기존의 식민지 경제보다 자유무역체제가 신흥 강대국인 미국에 유리했을 터다. 그 결과 해외에 미군기지가 차례로 건설되기 시작했고 1950년 한국전쟁부터 베트남 전쟁, 이라크 걸프전,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을 거치면서 세계 곳곳으로 확장됐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미국의 전략은 변하기 시작했다. 2개 지역의 전쟁에서 동시에 승리한다는 ‘윈윈 전략’은 한쪽에 군사력을 집중해 전쟁을 끝낸 뒤 다른 쪽으로 병력을 집중하는 ‘윈홀드윈(win hold win) 전략’으로 바뀌었다. 2000년대에 들어 해외 주둔군은 신속 기동군으로 전환됐다. 주일미군을 제외한 전 세계 미군을 붙박이로 두지 않고 필요에 따라 한국, 유럽, 중동 등지로 이동시키는 ‘전략적 유연성’을 택한 것이다. 그 결과 해외 주둔 미군은 2008년 9월 37만 449명에서 올해 9월 17만 4253명으로 11년 만에 53%가 줄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소련이 해체되자 미국 정부는 자국 국민에게 국방비 증가를 설득하기가 현저히 어려워졌다”며 “한국과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만든 것도 쌍둥이(경상수지·재정수지) 적자가 발생했던 시기인 1991년이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2019 회계연도 역시 9844억 달러(약 1176조원)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주둔 상위 3개국인 일본(5만 5245명), 독일(3만 7275명), 한국(2만 6525명)을 집중적으로 거론하는 것 역시 ‘국방비 인상 압박’이라는 배경이 깔려 있다. 한국에는 올해 방위비 분담금(1조 389억원)의 5배가 넘는 약 6조원을, 일본에는 기존의 약 4배에 달하는 9조원을 요구한 상태다. 독일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는 국내총생산(GDP)의 2%를 방위비로 지출토록 압박 중이다. 전임 미국 대통령들이 동맹국의 기여를 점잖게 요구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온갖 수단을 동원 중이다. 지난해 6월 12일 1차 북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 철수는 지금 논의 대상은 아니지만 언젠가 그렇게 되길 원한다. 나는 우리 병사들을 (한국에서) 빼고 싶다”고 말했고, 나토에는 방위비 인상이 없다면 무역 보복을 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에 동맹국들은 미국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세계경찰로서의 책무를 버리려 한다는 우려를 하게 됐다. 국제지정학 전략가 피터 자이한은 저서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에서 미군 기지의 종말을 전망했다. 그는 “미국은 모든 회원국을 위해 해로를 순찰하고 영토를 방어해주기로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역할을 하지 않게 된다”며 “외국에 기지를 두지는 않되 항구적으로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고 했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은 보유하되 책무는 지지 않으며 무력을 바탕으로 어디든지 간섭할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미국이 고립주의로 회귀하더라도 당장 해외 미군기지의 종말이 현실화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손익 계산법에 따르더라도 그렇다. 데이비드 바인 아메리칸대 교수는 저서 ‘기지국가’에서 미군기지가 상업적 이익에 꾸준히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팬아메리카(팬암)항공은 2차 대전 당시 남미에서 기지 설치권을 확보했고, 결과적으로 전후 항공산업에서 경쟁 우위를 누렸다는 것이다. 또 2001년부터 13년간 군사기지를 건설·공급·유지하는 미국 업체의 170만개 계약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독일에서 278억 달러(약 33조원)를 벌어들였다고 했다. 한국 수입액은 182억 달러(약 21조 5000억원), 일본 152억 달러(약 18조원), 영국은 147억 달러(약 17조 5000억원) 등이었다. 게다가 해외 주둔 기지를 미국 본토로 이동시키고 각종 유지비를 오롯이 부담하기보다 방위비를 분담하는 해외 주둔이 경제적인 편익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미군기지가 근본적으로 미국의 안전에 기여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평택 주한미군 기지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최전방 기지 역할을 한다. 해외 주둔 미군은 꾸준히 감소했지만, 미군기지가 주둔한 국가 수는 2008년 163개국에서 올해 162개국으로 변동이 거의 없다. 한국은 방위비 인상 압박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의 첫 상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일본과 협상을 하기 전에 한국과의 협상 결과를 선례로 삼으려 주한미군 철수카드까지 흔드는 상황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과거에 닉슨이나 카터 전 대통령이 전략을 세우고 해외 기지를 움직였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마디로 마음대로여서 대응이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호언에도 미국은 자신의 편익을 위해서라도 당장 미군기지들을 빼기 쉽지 않다. 방위비를 분담 이상으로 안보 및 경제적 측면에서 유무형의 이익을 충분히 거두고 있다. 미군 주둔 3대국 중 하나로 방위비 분담은 물론 미국의 안보 이익에도 충분한 기여를 하고 있는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무리한 요구에 맞설 수 있는 이유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핵 카드 꺼낸 北… ICBM 2단엔진 시험한 듯

    핵 카드 꺼낸 北… ICBM 2단엔진 시험한 듯

    엿새만에 또… “서해발사장 중대시험” 비건 방한 앞두고 도발… 연말시한 압박 北 “美, 언행 삼가야 편해”… 대화 여지도북한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두 차례나 ‘핵’을 언급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 최종 결렬 시 선택할 ‘새로운 길’이 핵 능력 고도화에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은 평북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13일 22시 41분부터 48분까지 중대한 시험이 또다시 진행됐다”고 발표하고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을 더 한층 강화하는 데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4일 밝혔다. 이어 박정천 조선인민군 총참모장도 같은 날 밤늦게 담화문을 통해 “새로운 기술들은 미국의 핵 위협을 확고하고도 믿음직하게 견제·제압하기 위한 또 다른 전략무기 개발에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과학원은 지난 7일 진행한 ‘중대한 시험’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사항은 밝히진 않았으나 두 번째 시험에선 ‘핵 억제력’을 강조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 엔진과 관련된 시험으로 관측된다. 15일 우리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의 두 차례 엔진 연소시험이 ‘신형 ICBM 2단엔진’을 개발하려는 목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북한이 연말 시한 이후 선택할 ‘새로운 길’은 핵 능력 고도화라는 점을 노골화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압박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미사일 실험이 미국의 ‘핵 위협’에 맞서 핵 억제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북한이 ICBM 등으로 미국 영토를 타격할 가능성이 있다면 미국이 쉽게 북한을 선제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논리다. 박 총참모장이 “힘의 균형이 철저히 보장되어야 진정한 평화를 지키고 우리의 발전과 앞날을 보장할 수 있다”고 한 것도 핵 억제력 논리의 연장선상이다. 핵·미사일 실험의 중단은 지난해 4월 북한이 노동당 중앙위 7기 제3차 전원회의를 열고 선제적으로 밝힌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성과로 자랑한 핵·미사일 실험 중단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핵 억제력 차원에서 미국을 위협할 ICBM의 성능 향상을 해왔으니 대화와 대결 모두 다 준비가 되어 있고 연말 시한 안에 미국이 선택하라는 경고”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ICBM 도발을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연말 시한까지 대화를 통해 ‘새로운 길’의 수위를 조정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총참모장이 미국을 향해 “그 어떤 언행도 삼가야 연말을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며 대화 여지를 남겼다는 해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핵 개발 재개 결정은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저버린 것으로 비난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에 북한이 ‘자위적 국방력 차원에서 무기 개발에 역점을 두겠다’는 정도의 모호한 표현을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인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를 접견한다. 문 대통령이 차관급 지명자인 비건 대표를 단독 접견하는 것은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하기 직전인 9월 11일 이후 두 번째다. 그만큼 한반도 정세가 중대 갈림길에 섰다는 의미다. 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비건 대표는 ‘판문점에서 북한과 접촉할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숙소로 떠났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유엔 “시리아서 패전한 IS… 새 근거지는 리비아”

    유엔 “시리아서 패전한 IS… 새 근거지는 리비아”

    리비아가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의 새로운 활동 근거지가 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AP통신은 유엔 전문가그룹이 내전으로 피폐한 리비아에 아프리카 차드·수단 출신 테러대원들이 개입하고 있다는 376쪽 분량의 보고서를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0월 IS는 수괴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미국의 공습으로 사망했지만, 활동을 재개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았다. 곧바로 공식 후계자 아부 이브라힘 알 하셰미 알쿠라이시가 발표됐고, 동남아 등이 새로운 근거지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해당 보고서는 IS 지도자 가운데 하나인 마흐무드 마수드 알바라시가 영상에서 밝힌 내용을 토대로 “IS가 최대 근거지 중 하나였던 시리아에서 패전한 후 리비아가 미래 테러작전의 주요 축 가운데 하나가 됐다”면서 “리비아가 IS의 시리아 내 영토를 상실한 것에 대한 보상 차원”이라고 전했다. 리비아는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붕괴한 이후 서부와 동부로 정부가 양분돼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보고서는 “이 지역의 밀수, 인신매매 등이 IS의 자금원이 되고 있다”면서 “통합정부나 군부를 지원하는 요르단, 터키, 아랍에미리트 등이 유엔의 무기금수 조치를 위반하는 사례도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서울광장] “주중 미대사관원을 초치해…”/이지운 논설위원

    [서울광장] “주중 미대사관원을 초치해…”/이지운 논설위원

    “친강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전날 밤 주중 미대사관원을 초치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4년 1개월 만에 한국을 찾아 전·현직 국회의원과 고위 관료, 기업인, 언론인 등 ‘우호 인사’ 100여명을 불러놓고 미국을 공개 비판하던 그날, 이런 외신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미국 하원이 ‘2019 신장 위구르 인권정책 법안’(신장인권법안)을 통과시키며 홍콩에 이어 신장 문제가 갈등 이슈로 떠오르자, 중국 외교당국이 강력 항의했다는 내용이다. 불러들인 미 대사관원은 ‘공사참사관’. 우리의 과장급이다. 중국이 신장위구르, 티베트, 대만, 홍콩 등 이른바 영토와 민족의 문제에 대해 얼마나 민감한지 세상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됐다. 이젠 영국, 독일 등 유럽의 어지간한 나라도 티베트의 달라이라마를 초청해 만나려 하지 않는다. 엄청난 대가를 치렀기 때문이다. 미국조차도 이런 문제는 웬만하면 손대지 않는다. 그러나 때가 때인지라 미국이 오랜만에 중국의 코털에 손을 댔고 중국은 당연히 발끈했다. ‘초치’(招致)에 관해서는 일본이 독도 문제나 역사교과서로 도발했을 때 우리 외교부 차관이 주한 일본대사관 고위직을 불러다 준엄하게 꾸짖는 모습을 그려 보면 될 것 같다. 다만 이 초치라는 외교행위는 기본적으로 자국 여론용이어서 상대방에 대한 질책과 경고보다는 자국 내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더 중요하다. 외교부 청사에 불려 온 일본의 대사나 정무공사가 절반쯤 닫힌 엘리베이터에서 사진이 찍히곤 하는 건 이런 목적을 충족했다 할 수 있다. 사안의 경중으로 볼 때 중국은 최소한 주중 미 대사나 공사를 불러다 야단을 쳤어야 했고, 그래야 격도 맞는다. 마침 대사나 공사가 자리를 비웠을 때라면, 미 대사관 측은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초치가 아무리 병가지상사라 하더라도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베이징에 있었음에도 배짱을 튕긴 것이라면, 그 역시 미국이니까 가능한 일일 수 있다. 크게 중요한 일도 아니지만 외교는 기본적으로 샅바싸움이라고 하니, 뒷배경에 궁금증이 가시지 않는다. 중국 외교부는 당일 밤까지 반드시 초치 행위를 했어야 했을 것이다. 다음날 미국을 불러다 야단쳤음을 중국 인민들에게 알리려 했을 테니. 그럼 이 판단은 어디서 나왔을까. 왕이 외교부장은 아닐 것이다. 중국 외교가 절대 그렇게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그렇다면 ‘당 중앙’의 지시였을 텐데, 당 중앙에서 외교를 관장하는 중앙외사공작영도소조의 양제츠 비서장도 아닐 것이라고 한다. 그 역시 메신저에 불과할 뿐이라는 게 정설이다. 남은 건 단 하나, 국가주석이다. ‘하이브리드 전쟁’의 시대라고 한다. 기술력, 정치력, 경제력, 군사력 등을 모두 망라한 형태의 전쟁을 일컫는다. 비대칭전, 복합전쟁이라고도 한다. 정치공작, 경제침투, 정보탈취·교란 등을 모두 활용한 심리전, 사이버전 같은 비정규전까지 결합된 것이다. 수출 중단, 관광 제한, 경제보복 등이 포함된다고 듣고 나면 이 전쟁이 전방위적이고 상시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공격 목표는 사회적 가치와 규범, 문화에까지 이른다. 이것들이 공격당한 결과로 사회적 혼란이나 분열이 조성된다. 이 전쟁은 ‘전쟁’임을 깨닫지 못하게 할수록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예컨대 전쟁과 평화의 경계선을 모호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회색전’이다. 그러니 ‘전쟁이냐 평화냐’와 같은 구호는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너무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이 전쟁의 최고사령관은 국가 수반일 수밖에 없다. 어떤 군인이 관광 제한과 경제보복을 수행할 수 있으며, 이를 전쟁의 수단으로 제안·건의할 수 있단 말인가. 지금 안팎을 둘러보면 각국의 수반이 직접 나서 전쟁을 지휘하고 있는 모습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이 전쟁을 치르고 있고 미국과 중국이, 한국과 일본이 교전 중이다. 북한 역시 변함없이 이 전쟁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이 전쟁의 최고사령탑으로서 청와대를 바라보면서, 마침 이임하는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의 활동상을 떠올리게 된다. 국가안보실장을 외교관을 배석시키지 않은 채 자유롭게 만나고, 이 회동 내용을 알 리 없는 외교장관에게 따로 만나자고 직접 오퍼를 넣고 편하게 만나는, 전례 없이 유능하고 파워풀한 대사였다. 그의 우수함은 모국인 중국이 치하할 일이되, 그를 빛내준 우리 사령탑 청와대에는 따로 준엄한 평가가 내려질 일이다. jj@seoul.co.kr
  • 러·우크라 “연내 전면휴전 합의”… 5년 반 만에 내전 끝내나

    러·우크라 “연내 전면휴전 합의”… 5년 반 만에 내전 끝내나

    포로 교환·철군 합의… 4개월뒤 회담 재개 러 병력 완전철수 등 일부 쟁점 이견 여전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정상회담을 통해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무력 분쟁을 끝내기 위한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에 합의했다. BBC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중재한 가운데 처음 대면했다. 양국은 서면 공동성명을 통해 연말까지 모든 분쟁 관련 억류자 석방 및 교환에 합의했다. 또 우크라이나 내 6개 대치지역 중 양측이 기존에 철수한 3개 지역을 제외하고 남은 세 군데에서도 내년 3월 말까지 군을 철수시키고, 이행 점검을 위한 추가 회담을 4개월 뒤 열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러시아 지원과 지휘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분리주의 반군은 5년 반 동안 무력으로 충돌해 1만 3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내전은 2014년 3월 키예프에서 친러 성향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탄핵되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하면서 시작됐다. 친러 반군은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를 장악한 뒤 각각 분리·독립을 선언, 인민공화국 수립을 선포했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에 군사작전으로 대응했다. 같은 해 9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러시아 군대와 중화기가 우크라이나 동부에 진입하고 있는 걸 확인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크림반도 인근 해역에서 우크라이나 군함 세 척이 러시아에 나포되는 등 양국 긴장은 최근까지 계속됐다. 배우 출신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4월 동부지역에 평화를 다시 가져오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당선됐다. 그는 당선 뒤 러시아와 대화를 서둘러 재개하려 애썼고, 지난 6월 스타니차 루한스카, 졸로테, 페트리브스키 등 3개 지역에서 먼저 철군하는 등 다소 무리하다고 판단될 수 있는 러시아의 요구 조건을 받아들여 강경론자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그 결과 지난 9월 양측의 대규모 포로 교환이 성사됐으며, 지난달에는 러시아가 나포했던 우크라이나 군함 3척을 풀어 주는 등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날 협상도 돈바스 지역에 특별 자치권을 허용하기로 한 젤렌스키의 통 큰 양보 덕에 마련됐다. 이날 휴전 협정에도 양국은 아직 해당 지역에 남아 있는 러시아 병력의 완전 철수, 분리주의자들의 별도 선거 허용 등에 관해서는 아직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푸틴은 돈바스 지역 특별 자치권을 우크라이나 헌법 개정을 통해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젤렌스키는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평화를 대가로 영토를 양보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빈 라덴의 협박 편지 받은 라인하르트 본케 목사 타계, 순복음 교회와 인연

    빈 라덴의 협박 편지 받은 라인하르트 본케 목사 타계, 순복음 교회와 인연

    아프리카에서 강론을 했다 하면 구름같은 인파를 모았던 독일인 복음주의 목사 라인하르트 본케가 79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부인 안니는 성명을 발표해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했다”고 밝혔다고 영국 BBC가 8일 전했다. 고인과 가족은 미국에 살고 있지만 고인은 아프리카에서 뿌리를 단단히 내린 ‘열방을 위한 그리스도 선교회(Christ for all nations)’ 활동으로 이름 높다. 20세기 초 미국에서 시작된 기독교 근본주의의 한 종파였던 펜테코스트(Pentecost, 오순절) 목사인 그는 아프리카인 7900만명을 기독교도로 개종시켰다고 그의 교회는 주장한다. 성명은 “그의 활동 때문에 아프리카 대륙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2000년 나이지리아 수도 라고스 집회 때 160만명을 불러모았던 것이 대표적이다. 본케는 하나님의 힘을 빌어 사람들을 치유한다고 했고 직접 부활을 목격했다고 신도들에게 얘기하기도 했다. 무함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고인의 죽음이 “나이지리아와 아프리카, 나아가 전 세계에 커다란 손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1940년 발트해 연안의 독일 영토였다가 1945년 포츠담 회담에 따라 옛 소련에 넘어간 쾨니히스베르크(지금은 칼리닌그라드)에서 태어났다. 열 살이 되기 전 아프리카 선교사로 파견돼 1974년 열방을 위한 그리스도 선교회를 창설했다. 처음에는 남아공에 본부를 뒀다가 나중에 독일로 옮겼다. 수많은 무슬림을 개종시켰다는 이유로 오사마 빈 라덴으로부터 협박 편지를 받았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2017년 건강 문제로 후계자에게 교단을 물려주고 나이지리아에서 은퇴 부흥회를 열었다. 논란도 많았다. 1991년 카두나 경찰이 본케의 부활절 집회를 허가하자 수천명의 무슬림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폭동을 벌이는 바람에 8명이 숨졌다. 5년 뒤에는 베닌 시에서 그가 집전하는 집회 도중 압사 사고가 발생해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4년 AP통신이 그가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300만 달러(약 35억 6800만원)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폭로한 것도 빠지지 않는다. 조용기 목사가 설립한 순복음 교회가 오순절 교회의 한 분파다. 성결교와 감리교 계열에서 분리된 오순절교회의 특징은 성령세례와 방언, 신유(기도로써 병을 고치는 것) 등을 강조하는데, 순복음 교회도 영향을 받아 성령 체험을 중시하며 신비주의와 기복적인 신앙 활동을 권장한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앗차차 마이크가 켜져 있었어?” 정상들의 솔직한 뒷담화 다섯 건

    “앗차차 마이크가 켜져 있었어?” 정상들의 솔직한 뒷담화 다섯 건

    “앗차차, 마이크 켜진줄 몰랐네.” 정치인의 금과옥조 하나는 늘 마이크가 켜져 있다고 여기란 것이다. 하지만 세계 지도자들은 가끔 이 원칙을 깜박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번주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정상회담 도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조롱했다가 역공을 당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가 “두 얼굴”의 민낯을 드러냈다고 공박하며 기자회견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등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BBC는 4일(현지시간) 수모를 안기기도 했고 때로는 정치적 곤경을 부르기도 했던 마이크 사고 다섯 건을 추려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가장 먼저 1984년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공영 NPR 라디오와 주례 연설을 녹음하기 전 소리가 제대로 나오는지 체크하다 “미국인 여러분, 영원히 러시아를 무찌를 법안에 서명했음을 알리게 돼 기쁩니다. 우리는 5분 뒤 공습에 들어갑니다”라고 엔지니어와 농담을 주고 받았다. 물론 이 발언은 방송되지 않았지만, 나중에 새나가 모두가 알게 됐고, 옛 소련 군이 극동지역에 비상경계령을 발동하고 거센 비난을 집중시키는 파장을 낳았다.2005년 자크 시라크 프랑스 전 대통령은 러시아 여행 도중 했던 요리 관련 발언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일간 리베라시옹은 이 노회한 정치인이 북유럽의 고립된 러시아 영토인 칼리닌그라드 탄생 750주년 행사 도중 러시아와 독일 카운터파트에게 마이크가 꺼졌다고 생각하고 영국에 대해 “그 따위로 요리를 형편없이 하는 사람들을 믿을 수 없는 노릇이다. 핀란드 다음으로 이 나라는 음식이 나쁘다. 영국이 유럽 작물들을 위해 한 일이라곤 광우병 밖에 없다”고 이죽거렸다고 보도했다. 물론 이 역시 방송을 타지 않았으며 대통령의 공보팀은 그런 발언 없었다고 해명했다. 농업 보조금과 프랑스가 이라크 참전에서 발을 빼면서 영국과 프랑스 관계가 냉랭한 가운데 나온 이 발언 역시 파장이 만만찮았다.일년 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선진 8개국(G8) 정상회의 도중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를 향해 “이봐(Yo) 블레어, 어떻게 지냈어”라고 인사를 건넨 것이 마이크에 잡혔다. 이어 스웨터 선물에 대해 고맙다고 인사한 뒤 레바논을 장악한 헤즈볼라에 대한 경멸섞인 발언을 이어갔다. 이스라엘과 갈등을 빚는 시리아가 헤즈볼라를 공공연히 지원한다며 부시는 유엔이 시리아로 하여금 헤즈볼라가 이런 (욕설) 짓을 하지 못하게 했으면 좋겠다면서 코피아난(당시 유엔 사무총장)이 (바샤르) 아사드(시리아 대통령)와 전화 통화를 해 뭔가를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Yo 블레어”란 표현은 두 지도자 모두의 반대파에게 조롱 당했다. 영국 일부 언론인들은 마이크와 거리가 있어 희미하게 녹음돼 그렇지 사실은 “응(Yeah) 블레어”라고 말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하튼 두 지도자들이 때로는 언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아주 친한 사이란 점은 보여줬다는 평을 들었다. 2010년 고든 브라운(맨 위 사진) 전 영국 총리는 잉글랜드 북부 로치데일에서 대중연설을 하던 도중 이민 심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던 여성과 언쟁을 벌인 뒤 스카이뉴스의 마이크를 찬 채 차 안에 들어갔다. 참모에게 말하길 “재앙이었어. 경호원들은 날 그 여자와 한데 있게 하지 말았어야 했어”라고 했다. 참모가 그 여자가 뭐라고 하더냐고 묻자 그는 “윽, 모든 것이었어! 그녀는 예전에 노동당 당원이었던 것처럼 편협한 여자야. 내 말은 그냥 아둔한 여자였어”라고 말했다. 브라운은 나중에 길리안 더피로 알려진 여성을 초대해 사과했고, BBC 라디오2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번 머리를 조아렸다.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도 빠지지 않았다. 일년 뒤 프랑스 G20 회의 도중 기자회견에 앞서 통역 장치를 건넨 기자들은 정상들의 뒷담화가 끝날 때까지 이어폰을 귀에 꽂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당연히 일부 기자는 어기고 사르코지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가리켜 “더 이상 그를 지지할 수 없어요. 그는 거짓말쟁이예요”라고 말하자 오바마는 “당신은 그 때문에 앓아누울 수 있겠네요. 그런데 난 그를 매일 상대해야 해요”라고 답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하나금융, 더케이손보 인수 추진… 영토 넓히는 금융지주

    하나금융, 더케이손보 인수 추진… 영토 넓히는 금융지주

    인수가격 조율… 연내 마무리 가능성 우리금융도 보험·증권사 인수에 관심하나금융지주가 더케이손해보험 인수를 추진하는 등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다시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 이자 수익에 의존해 있는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보험과 증권업 등 비(非)은행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더케이손해보험에 대한 현장 실사를 마치고 한국교직원공제회와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교직원공제회는 더케이손해보험의 최대주주로 지분 100%를 갖고 있다. 교직원공제회는 지분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를 통해 매각을 진행해 왔다.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하나금융이 유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건은 가격이다. 더케이손해보험의 순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500억원이다. 교직원공제회는 인수 가격으로 1500억원 정도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하나금융지주는 2022년부터 시행되는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등의 영향으로 자본금 확충 부담이 있어 1000억원 안팎을 적정가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지면 연내에 인수할 수도 있다. 다른 금융지주들도 보험사, 증권사 등을 인수합병(M&A)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KB금융지주는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을 인수해 사업을 다각화했다. 신한금융지주도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보험)를 인수해 올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아직 보험사가 없는 우리금융지주는 보험사 M&A에 단골 인수 후보자로 거론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당장은 보험사보다 증권사 M&A가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앞서 금융지주 전환 이후 자산신탁사, 증권사 인수에 방점을 두되 중장기적으로는 보험사 인수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앞으로 은행 영업만으로 금융지주가 성장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보니 다른 분야에 힘을 주고 있는 것”이라며 “비은행 분야의 강화가 금융지주사의 경쟁력을 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통합환경허가, 조기 전환하면 ‘인센티브’

    환경부가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 배출 저감 효과가 큰 ‘통합환경허가(통합허가)’ 조기 전환 유도를 위해 유예기간 전 허가를 받은 사업장에 대해 최대 3년까지 재검토 주기를 연장해주기로 했다. 환경부는 통합허가 조기 전환 사업장에 행정 지원하는 내용의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통합환경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10일부터 4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통합허가제도는 2017년 통합환경법 시행에 따라 도입된 제도로 대기·수질·폐기물 등 환경매체별로 분산된 환경 인·허가를 통합해 사업장별 특성과 환경영향을 반영한 허가기준이다. 통합허가를 받은 사업장은 5년마다 허가사항을 재검토해 환경 변화 및 최신 오염저감기술 등을 반영토록 했다. 발전·증기·폐기물처리업 등 환경영향이 큰 19개 업종, 1411개 대규모 사업장이 대상이다. 업체수는 전체 1.7%에 불과하지만 배출량은 70%를 차지한다. 사업장의 준비 기간을 고려해 업종별로 적용시기가 도래해도 4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데 5년의 재검토 주기를 포함해 최대 8년까지 연장해준다. 환경부는 조기 전환 인센티브 제공에 따라 산업계가 통합허가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11월 현재 100건 이상을 허가 검토한 가운데 내년 유예기간이 만료되는 발전·증기·폐기물처리업과 철강·반도체 등 1차 적용업종이 대형 사업장들이 사전 협의 등에 나서고 있다. 한편 환경부가 올해 11월까지 통합허가한 62개 사업장에 대해 새롭게 설정된 허가기준을 적용한 결과 초미세먼지(PM2.5)가 연간 39.4%(3897t)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종편, 의무송출 채널에서 빠진다

    종편, 의무송출 채널에서 빠진다

    2011년 12월 개국 이래 8년만에 폐지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사업자의 의무 편성 채널에서 종합편성 방송채널사용사업자(종편PP)의 채널이 제외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2020년 3월 10일부터 시행된다. 현재 의무송출 대상 채널은 종편(4개), 보도(2개), 공공(3개), 종교(3개), 장애인(1개), 지역(1개), 공익(3개) 등 17개 이상이다. 지상파 의무재송신 채널(KBS1, EBS)을 포함하면 19개 이상으로 늘어난다. 과기정통부는 “의무송출 대상 채널의 수가 최소 19개나 되는 데다, 종편PP 채널이 공익적 채널을 대상으로 하는 의무송출 채널로 부적절한 측면이 있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고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개선안 마련을 위해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종편PP 의무송출 제도개선 협의체’를 구성했고, 이 협의체에서 종편PP 채널에 대한 의무송출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다수 안으로 제안했다. 또 시행령 개정령안은 공익광고 편성 비율을 산정할 때 편성 시간대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한다는 규정도 신설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익광고가 주로 시청률이 낮은 시간대에 편성돼 전달 효과가 낮다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공익광고를 다수 국민이 시청하는 시간대에 편성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개정 배경을 밝혔다. 공익광고 의무편성 면제 시 채널의 특성과 방송 매출 규모를 반영토록 변경했다. 또 공익광고의 법적 개념도 명확히 했다. 국가나 공공기관의 광고를 무료로 방송하거나 방송사가 공익적인 목적으로 광고를 직접 제작·편성하는 경우를 ‘공익광고’로 규정, 유료로 방송되는 정부 광고와 협찬을 받아 제작·편성하는 공익성 캠페인 등과 구분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美 정책, 돈으로 살 수 있다”… 트럼프 재선 바라는 푸틴·시진핑

    “美 정책, 돈으로 살 수 있다”… 트럼프 재선 바라는 푸틴·시진핑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경제 5개국) 정상회의에서 특별한 ‘동료애’를 과시한 정상 두 명이 있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다. 이들은 앞선 10월 초 양국 수교 70주년 기념일에 따로 만남을 갖지 못했던 만큼 이 자리에서 별도 회동을 하고 밀월관계 강화에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회동은 미국이 중국에 무역·군사 압박 강도를 높인 가운데 이뤄졌다. 이들은 앞서 서로 상대 모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반미 연대 경고’를 보내기도 한 사이다. 그렇기에 둘의 만남은 늘 미국을 견제해 온 양국 의지를 재확인하는 의미도 있었다. 양국은 지난달 27~29일에도 동해상에 번갈아 전투기를 띄우며 미국 동맹인 한국과 일본을 도발했다.이런 가운데 내년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미 하원 탄핵조사에 직면해 있다. 민주당은 자당에 트럼프와 대적할 뚜렷한 강자가 없는 가운데, 탄핵조사를 대선의 큰 변수로 띄웠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트럼프의 위기 상황을 반길까? 수많은 외신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자국 중심주의를 외치는 트럼프 외교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시 주석은 트럼프와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생각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어, 그가 4년 더 미국 대통령으로 지내길 바란다. 시리아 미군 철수는 푸틴에게 이득을 준 가장 대표적인 트럼프 정책이다. 앞서 수년간 시리아에 공을 들여 온 푸틴은 미군이 빠지고 터키가 진군하는 시리아 동북부 국경지대에서 새로운 중재자로 자리매김했다. 내전 중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쿠르드 전사들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뺏고 빼앗겼던 전략적 요충지에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걸어 들어갔다. 시리아 독재정권, 터키, 쿠르드,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대립하고 있는 모든 세력과 두루 관계를 다져 놓았다. 이를 이용해 시리아 내전을 끝내기 위한 헌법위원회를 구성했다. 내전이 끝난 뒤 시리아 대규모 유전들이 제 주인을 찾으면 지분을 요구할 자격이 충분히 갖춰졌다. 트럼프는 실제로 푸틴을 도와주는 듯한 행동을 많이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2016년 미 대선을 방해한 해킹이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났다는 신빙성 없는 주장을 지지했다. 또 구소련 군축에 대응하기 위해 창설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지속적으로 폄하했으며, 탈퇴를 제안하기도 했다. CNN도 ‘트럼프는 25번 러시아를 감쌌다’는 취지의 기사를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러시아에 가했던 제재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약화되거나 해제된 점, 2017년 5월 러시아 고위 관리들과 IS 관련 기밀 정보를 공유한 일, 러시아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복귀를 제안한 사실 등이 예로 제시됐다. 트럼프는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로 병합 것을 두고도 “크림반도는 러시아와 함께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민주당 테드 리우 하원의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은 러시아에 이익이 됐다는 점만 빼고는 하나같이 혼란스럽고 일관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불공정 무역 국가로 지목하고 ‘세계의 위협’으로 규정해 온 지난 18개월 동안 미중 관계가 험난했지만 중국 권력층의 많은 사람은 트럼프가 내년에 재선에 성공하길 바란다고 보도했다. 그가 예측불허인 것처럼 보이지만 매사를 거래·사업적 마인드로 접근하는 그가 원칙과 소신만 읊는 다른 정치인보다 상대하기 낫다는 얘기다. 한 중국 정치관계자는 “트럼프를 다른 후보보다 선호하는 이유는 그가 ‘사업가’이기 때문”이라면서 “우리에게 돈이 있는 한, 언제든 그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관리들은 트럼프의 트윗을 통해 그의 ‘수’를 쉽게 알 수 있다고 전했다. 롱융투 전 대외무역부 부부장은 “트럼프의 여과 없는 트윗이 중국의 협상에 도움이 된다”면서 “우리는 트럼프가 재선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옌쉐퉁 칭화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도 “트럼프 덕에 중국은 냉전 이후 최고의 전략적 기회를 맞고 있다”고 썼다. 국제사회 비판을 받고 있는 중국의 민주주의, 인권 정책과 남중국해 등 영토 문제에 관해서 트럼프는 중국에 반대하지 않는다.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미 외교위원회 아시아 담당 선임연구원은 “대만, 홍콩, 신장, 인도·태평양의 자유와 개방 등은 트럼프가 통상적으로 다루지 않는 문제”라면서 “그는 이런 문제를 중국과의 협상에서 기꺼이 경제 이익과 교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역협상에서도 중국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 조급한 건 내년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쪽이다. 버락 오바마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아시아 담당 고문을 맡았던 폴 헤넬은 “중국 지도자들은 빨리 나아갈 필요가 없다”면서 “선거 전에 포괄적인 협정을 미국에 선물할 이유가 어디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 많이 주면 만일 내년 트럼프 2기가 돼도 줄 게 없다”고 말했다. WP는 “트럼프가 4년을 더 생각하는 동안 시 주석은 더 많은 걸 생각하고 있다”면서 “66세로 트럼프보다 젊은 시 주석은 임기 제한까지 폐지해 사실상 남은 생애 동안 중국을 계속 이끌 수 있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을 등에 업은 두 독재자가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세계는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자국 중심주의, 고립주의를 앞세운 트럼프는 미국이 더 이상 세계 민주주의와 안전을 보장하는 일을 하지 않도록 했다. 두 정상은 이를 기회로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정보기관을 활용해 스웨덴에서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를 조장하는 일을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선 TV 광고를 구매하고 후보들에게 뇌물을 줘 선거를 흔들었다. 현지 크롬 채굴 회사 지분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시리아에선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국 군대를 배치하기도 했다. 우간다 독재자가 야권 정치인의 도전에 직면하자, 러시아 연방보안국은 중국 화웨이를 통해 반체제 인사들의 메시지를 도청했다. 최근 호주에 망명을 신청한 전직 중국 정보부 스파이는 당국 지시에 따라 내년 1월 대선을 앞둔 대만에서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공작’을 벌였다고 폭로했다. 그는 언론과 시민단체를 매수하고 온라인 공작부대를 꾸려 여론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홍콩에 있는 중국계 투자회사로 위장한 첩보기관에서 홍콩 독립운동을 저지하기 위한 스파이활동도 벌였다고 말했다. 중국은 홍콩과 대만에서 민주주의 갈망이 움트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이들 자치구역 시민들이 본토의 공산당원에게 ‘거짓된 주장’을 심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 주석은 사우디아라비아 자말 카슈끄지 기자 살해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을 감쌌다. 사우디는 중국이 서부 신장에서 무슬림을 잔인하게 탄압한 데 대해 아무 비판도 하지 않는다. WP는 칼럼을 통해 프랭클린 루스벨트,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조지 부시 등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이런 독재적인 침략에 맞서고 모든 인간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옹호했지만, 오늘날 미국 대통령은 민주적인 동맹국보다 러시아, 사우디, 터키, 북한 등 독재국가를 선호한다고 꼬집었다. 푸틴 등이 트럼프의 당선을 도와주기 위해 2016년 미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헌법을 뜯어고쳐 앞으로 몇 년을 더 집권할지 모르는 두 정상은 관계를 나날이 다지고 있다. 지난 1일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동부 아무르주의 블라고베셴스크와 중국 헤이룽장성 헤이허를 연결하는 다리가 이날 준공됐다. 또 이날 양국 간 핵심 경제협력 프로젝트인 길이 약 3000㎞ 규모의 천연가스 파이프 ‘시베리아의 힘’이 개통됐다. 약 47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계약으로, 러시아는 앞으로 30년간 매년 천연가스 380억㎥를 중국에 공급한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인도 호랑이 다섯 달에 걸쳐 1300㎞ 이동, 그렇게 멀리 움직인 이유

    인도 호랑이 다섯 달에 걸쳐 1300㎞ 이동, 그렇게 멀리 움직인 이유

    인도의 한 호랑이가 짝짓기와 먹거리, 새 영역을 찾기 위해 다섯 달에 걸쳐 1300㎞를 걸어 이 나라의 탐지장치를 단 호랑이 가운데 가장 먼 거리를 이동했다고 영국 BBC가 2일 전했다. C1으로 불리는 두 살 반 된 이 수컷은 지난 6월 말 서부 마하라슈트라주 티페슈와르 야생동물 보호소를 떠났다. 이곳에는 열 마리의 호랑이가 살고 있었는데 C1은 암컷 T1에게서 태어난 세 마리 수컷 가운데 한 마리였다. 지난 2월 처음으로 무전 목줄을 찼고 낮에는 숨어 쉬고 밤에만 숲속을 따라 이동했다. 이웃 테랑가나주까지 넘어갔는데 그렇게 먼 거리를 이동하는 데도 단 한 차례 인간들과 마주쳤을 뿐이었다. 자신이 쉬고 있는 덤불 속에 갑자기 뛰어든 한 사람을 의도치 않게 다치게 한 것이 전부였다. 몬순 빗줄기 때문에 정착하기 좋은 땅이 발견될 때까지 꾸준히 움직였다. 결국 C1은 지난 주말 마하라슈트라주의 다른 야생동물 보호소에 새로운 영토를 마련했다. 야생공원 관리들은 고양잇과 동물이 결코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매시간 주어지는 GPS 위성정보들을 추적해보니 지난 9개월 동안 5000여 지점을 돌아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야생동물 연구소의 비랄 하비브 수석 연구원은 “호랑이는 자기 영역, 먹거리, 짝을 찾아 움직였을 수 있다. 인도의 잠재적인 서식 공간은 가득 차 어린 호랑이들은 더 많은 곳을 탐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랑이들은 낮에는 숨어 지내다 밤에 움직이며 멧돼지나 소들을 잡아 먹는다. 하비브 박사는 “사람들은 이 호랑이가 뒷마당에서 조용히 움직인다는 것을 결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인도는 현재 세계 호랑이 개체수의 70%가 서식하고 있다. 개체수는 늘어나는데 행동 반경은 갈수록 줄어들고 먹잇감은 늘 풍부한 것이 아니다. 호랑이 한 마리가 살아가려면 대략 영역 안에 500마리 정도의 동물이 살고 있어야 ‘푸드뱅크’ 역할을 하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따라서 이 호랑이는 나중에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포획해 근처의 숲으로 옮겨져야 할 수도 있다. 더욱이 무전 목줄의 배터리 수명이 80%로 줄어 가까운 장래 호랑이와의 교신이 안될까봐 공원 관리들은 걱정하고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트럼프 재선 바라는 두 독재자 : 푸틴, 시진핑

    트럼프 재선 바라는 두 독재자 : 푸틴, 시진핑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경제 5개국) 정상회의에서 특별한 ‘동료애’를 과시한 정상 두 명이 있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다. 이들은 앞선 10월 초 양국 수교 70주년 기념일에 따로 만남을 갖지 못했던 만큼 이 자리에서 별도 회동을 하고 밀월관계 강화에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회동은 미국이 중국에 무역·군사 압박 강도를 높인 가운데 이뤄졌다. 이들은 앞서 서로 상대 모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반미 연대 경고’를 보내기도 한 사이다. 그렇기에 둘의 만남은 늘 미국을 견제해 온 양국 의지를 재확인하는 의미도 있었다. 양국은 지난달 27~29일에도 동해상에 번갈아 전투기를 띄우며 미국 동맹인 한국과 일본을 도발했다. 이런 가운데 내년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미 하원 탄핵조사에 직면해 있다. 민주당은 자당에 트럼프와 대적할 뚜렷한 강자가 없는 가운데, 탄핵조사를 대선의 큰 변수로 띄웠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트럼프의 위기 상황을 반길까? 수많은 외신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자국 중심주의를 외치는 트럼프 외교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시 주석은 트럼프와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생각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어, 그가 4년 더 미국 대통령으로 지내길 바란다.시리아 미군 철수는 푸틴에게 이득을 준 가장 대표적인 트럼프 정책이다. 앞서 수년간 시리아에 공을 들여 온 푸틴은 미군이 빠지고 터키가 진군하는 시리아 동북부 국경지대에서 새로운 중재자로 자리매김했다. 내전 중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쿠르드 전사들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뺏고 빼앗겼던 전략적 요충지에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걸어 들어갔다. 시리아 독재정권, 터키, 쿠르드,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대립하고 있는 모든 세력과 두루 관계를 다져 놓았다. 이를 이용해 시리아 내전을 끝내기 위한 헌법위원회를 구성했다. 내전이 끝난 뒤 시리아 대규모 유전들이 제 주인을 찾으면 지분을 요구할 자격이 충분히 갖춰졌다. 푸틴, 트럼프 외교정책 최대 수혜자美 빠진 시리아서 중동 중재자 등극美中 무역전쟁도 급한 쪽은 트럼프 中, 수 훤히 읽히는 트럼프 재선 바라중·러 영향 확대에 세계 민주주의 위협 트럼프는 실제로 푸틴을 도와주는 듯한 행동을 많이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2016년 미 대선을 방해한 해킹이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났다는 신빙성 없는 주장을 지지했다. 또 구소련 군축에 대응하기 위해 창설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지속적으로 폄하했으며, 탈퇴를 제안하기도 했다. CNN도 ‘트럼프는 25번 러시아를 감쌌다’는 취지의 기사를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러시아에 가했던 제재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약화되거나 해제된 점, 2017년 5월 러시아 고위 관리들과 IS 관련 기밀 정보를 공유한 일, 러시아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복귀를 제안한 사실 등이 예로 제시됐다. 트럼프는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로 병합 것을 두고도 “크림반도는 러시아와 함께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뉴욕과 메릴랜드에 있는 러시아 외교부 소유 건물을 스파이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의혹이 일어 오바마 행정부가 압수한 건물을 2017년 러시아에 되돌려주려 했었다는 보도도 있다. 민주당 테드 리우 하원의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은 러시아에 이익이 됐다는 점만 빼고는 하나같이 혼란스럽고 일관성이 없었다”고 말했다.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불공정 무역 국가로 지목하고 ‘세계의 위협’으로 규정해 온 지난 18개월 동안 미중 관계가 험난했지만 중국 권력층의 많은 사람은 트럼프가 내년에 재선에 성공하길 바란다고 보도했다. 그가 예측불허인 것처럼 보이지만 매사를 거래·사업적 마인드로 접근하는 그가 원칙과 소신만 읊는 다른 정치인보다 상대하기 낫다는 얘기다. 한 중국 정치관계자는 “트럼프를 다른 후보보다 선호하는 이유는 그가 ‘사업가’이기 때문”이라면서 “우리에게 돈이 있는 한, 언제든 그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관리들은 트럼프의 트윗을 통해 그의 ‘수’를 쉽게 알 수 있다고 전했다. 롱융투 전 대외무역부 부부장은 “트럼프의 여과 없는 트윗이 중국의 협상에 도움이 된다”면서 “우리는 트럼프가 재선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옌쉐퉁 칭화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도 “트럼프 덕에 중국은 냉전 이후 최고의 전략적 기회를 맞고 있다”고 썼다. 국제사회 비판을 받고 있는 중국의 민주주의, 인권 정책과 남중국해 등 영토 문제에 관해서 트럼프는 중국에 반대하지 않는다.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미국 외교위원회 아시아 담당 선임연구원은 “대만, 홍콩, 신장, 인도·태평양의 자유와 개방 등은 트럼프가 통상적으로 다루지 않는 문제”라면서 “그는 이런 문제를 중국과의 협상에서 기꺼이 경제 이익과 교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역협상에서도 중국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 조급한 건 내년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쪽이다. 버락 오바마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아시아 담당 고문을 맡았던 폴 헤넬은 “중국 지도자들은 빨리 나아갈 필요가 없다”면서 “선거 전에 포괄적인 협정을 미국에 선물할 이유가 어디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 많이 주면 만일 내년 트럼프 2기가 됐을 때 줄 게 없다”고 말했다. WP는 “트럼프가 4년을 더 생각하는 동안 시 주석이 더 많은 걸 생각하고 있다”면서 “66세로 트럼프보다 젊은 시 주석은 임기 제한까지 폐지해 사실상 남은 생애 동안 중국을 계속 이끌 수 있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을 등에 업은 두 독재자가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세계는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자국 중심주의, 고립주의를 앞세운 트럼프는 미국이 더 이상 세계 민주주의와 안전을 보장하는 일을 하지 않도록 했다. 두 정상은 이를 기회로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정보기관을 활용해 스웨덴에서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를 조장하는 일을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선 TV 광고를 구매하고 후보들에게 뇌물을 줘 선거를 흔들었다. 현지 크롬 채굴 회사 지분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시리아에선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국 군대를 배치하기도 했다. 우간다 독재자가 야권 정치인의 도전에 직면하자, 러시아 연방보안국은 중국 화웨이를 통해 반체제 인사들의 메시지를 도청했다. 최근 호주에 망명을 신청한 전직 중국 정보부 스파이는 당국 지시에 따라 내년 1월 대선을 앞둔 대만에서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공작’을 벌였다고 폭로했다. 그는 언론과 시민단체를 매수하고 온라인 공작부대를 꾸려 여론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홍콩에 있는 중국계 투자회사로 위장한 첩보기관에서 홍콩 독립운동을 저지하기 위한 스파이활동도 벌였다고 말했다. 중국은 홍콩과 대만에서 민주주의 갈망이 움트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이들 자치구역 시민들이 본토의 공산당원에게 ‘거짓된 주장’을 심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영향력을 거두지 않는 이유도 비슷하다. 국경 너머의 민주주의가 자국민에게 ‘위험한’ 생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사우디아라비아 자말 카슈끄지 기자 살해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을 감쌌다. 사우디는 중국이 서부 신장에서 무슬림을 잔인하게 탄압한 데 대해 아무 비판도 하지 않는다. WP는 칼럼을 통해 프랭클린 루즈벨트,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조지 부시 등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이런 독재적인 침략에 맞서고 모든 인간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옹호했지만, 오늘날 미국 대통령은 민주적인 동맹국보다 러시아, 사우디, 터키, 북한 등 독재국가를 선호한다고 꼬집었다. 푸틴 등이 트럼프의 당선을 도와주기 위해 2016년 미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헌법을 뜯어고쳐 앞으로 몇 년을 더 집권할지 모르는 두 정상은 관계를 나날이 다지고 있다. 지난 1일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동부 아무르주의 블라고베셴스크와 중국 헤이룽장성 헤이허를 연결하는 다리가 이날 준공됐다. 이날 두 지역 사이에 대규모 천연가스 파이프인 ‘러시아의 힘’도 개통됐다. 규모 약 460조원에 달하는 양국 계약으로 러시아는 앞으로 30년 간 매년 천연가스 380억㎥를 중국에 공급한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러시아 압력에 굴복한 애플…크림반도 러시아 영토로 표기

    러시아 압력에 굴복한 애플…크림반도 러시아 영토로 표기

    애플이 러시아의 압력에 끝내 무릎을 꿇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에 제공하는 자체 지도와 기상 정보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표기를 바꾼 것이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러시아 하원 국가 두마는 2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크림반도와 세바스토폴이 애플에서 러시아 영토로 표시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크림반도 내 항구 도시인 세바스토폴을 별도의 지역으로 취급한다. BBC가 애플 아이폰으로 실험한 결과 모스크바에서 전화기를 사용하면 러시아판 애플 ‘앱 스토어’를 사용하도록 설정이 변경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러시아를 제외한 국가에서 등록된 기기에서는 해당 지역이 어느 국가의 영토도 아니라고 나온다. 애플은 지난 수개월간 크림반도 지명 표기가 부정확하다는 국가 두마의 지적에 따라 러시아 정부와 협상을 벌여왔다. 애플은 당초 크림반도를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등 특정 국가에 속하지 않은 지역으로 표시하겠다고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바실리 피스카료프 국가 두마 안보·반부패 위원장은 애플 대표단과 만나 “애플은 러시아의 헌법을 준수해 왔다”며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 영토로 표시하는 것은 러시아법상 형사 범죄에 해당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피스카료프 위원장은 “이제 러시아가 원하는 것은 모두 달성했으며, 이를 되돌릴 일은 없을 것”이라며 “러시아는 언제나 외국 기업과 건설적인 협력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애플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이에 우크라이나는 발끈했다. 바딤 프리스타이코 우크라 외교장관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아이폰은 훌륭한 제품이다. 하지만 진지하게 애플은 부디 첨단기술과 엔터테인먼트만 하라. 세계 정치에는 젬병이니까 #크림반도는우크라이나땅”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미국 워싱턴DC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관도 “우크라이나인들은 올해 추수감사절에 애플 제품을 사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애플에 #크림반도는우크라이나땅 이며 현재 러시아에 점거당한 것이지 그들이 주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바를 상기시키자”고 썼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3월 무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했지만, 유럽연합(EU)과 미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경도해양관광단지, 남해안 관광허브 길 열린다

    경도해양관광단지, 남해안 관광허브 길 열린다

    여수시 경도 진입도로 개설사업이 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경도해양관광단지 조성사업에 탄력이 붙게 됐다. 27일 전남도에 따르면 경도 진입도로(연륙교) 개설사업에 대한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가 재정사업평가 위원회를 최종 통과했다. 이에 따라 경도해양관광단지의 남해안 관광허브 조성사업에 속도가 붙을것으로 보인다. 경도지구 진입도로는 총연장 1.325㎞(2차로)로 아치교, 사장교 등 경관이 수려한 교량으로 계획해 여수의 랜드마크로 건설될 예정이다. 예상 사업비는 1156억원(국비 40%,?지방비 40%?, 민자 20%)이다. 미래에셋에서 추진하는 경도 해양관광단지 개발사업은 총사업비 1조 3850억원을 들여 2024년까지 추진된다. 주요 사업 내용은 관광단지 내 6성·4성급 호텔과 콘도, 워터파크, 해수풀, 쇼핑몰, 돌산과 경도를 잇는 해상케이블카 등이다. 이번 경도 진입도로 예비타당성조사는 지난달 말까지 실시한 KDI 조사 결과 B/C 1.68(1.0 이상이면 경제성 있음)의 높은 경제성을 보였다. 지난 13일 기재부 SOC 분과위원회에서 실질적 통과를 이뤘다. 경도 진입도로는 지난 9월 2020년 정부예산 확정 시 예비타당성조사가 완료되지 않아 설계비가 반영되지 않은 상태로 국회에서 심의 중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을 통해 2020년 설계비 20억원을 증액 반영토록 할 계획이다. 2020년 사업비를 확보하면 설계를 완료해 착공하고 2023년 개통할 예정이다. 2024년 경도해양관광단지 본격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록 도지사는 “경도 진입도로 예비타당성조사 통과로 경도 해양관광단지 개발사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경도 개발을 통해 광양만권이 남해안권의 해양관광 중심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무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5층 석탑, 5칸 대광보전, 2층 대웅보전… 입체미 입은 산사

    5층 석탑, 5칸 대광보전, 2층 대웅보전… 입체미 입은 산사

    2018년, 7개 사찰을 묶은 ‘한국의 산지승원’이 또 하나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수천개의 불교 사찰 가운데 이들은 건축적 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역사적 의미도 뚜렷하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충남 공주의 마곡사는 누가 언제 설립했는지, 또 어떻게 변해 왔는지 역사가 명확하지 않다. 반면 다른 6개 사찰의 중흥조는 자장율사(통도사), 의상대사(부석사와 봉정사), 진표율사(법주사), 대각국사(선암사), 서산대사(대흥사) 등 한국 불교 사상 뚜렷한 족적을 남긴 위인들이다. 불명확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마곡사의 가람배치는 매우 창의적이다. 또한 원초적 모습의 영산전, 측면이 정면인 독특한 대광보전, 희귀한 2층 전각인 대웅보전 등 독특한 건물로 가득하다.●수평으로 늘리고 수직으로 중첩되고 절 이름의 유래도 석연치 않다. 고려 중기에 이 절을 중창할 때 신도들이 밭의 삼(마)과 같이 많아서 마곡사라 했다는 설, 이 절 이전에 마씨들의 마을이 있었다는 설 등 종교시설의 유래치고는 유치할 정도다. 비교적 믿고 싶은 설은 중국 당나라의 유명한 선승이었던 마곡보철의 이름을 땄다는 것이다. 중국 선불교를 일으킨 이는 육조혜능이고, 그의 법맥은 남악회양을 거쳐 마조도일 그리고 마곡보철에 이른다. 신라 말 낭혜화상 무염은 당나라로 유학해 마곡보철의 제자가 됐다. 보철이 혜능의 증손 제자이니 무염은 고손인 셈이다. 무염은 귀국해 보령에 성주사를 세우고 성주산문을 열었다. 인근인 공주 일대는 성주산문의 권역이 됐기에, 이 산문 정통성의 뿌리인 마곡의 이름을 따 절을 세웠을 법하다. 현재 마곡사 가람은 태극 모양으로 휘돌아 흐르는 마곡천을 사이에 두고 남쪽과 북쪽 두 곳에 조성됐다. 남쪽은 영산전이, 북쪽은 대광보전이 중심 전각이 된다. 신라 말 주산인 태화산에서 내려온 산줄기가 마무리되는 곳에 처음의 가람을 세웠다. 지금의 영산전이 있는 남쪽 가람이고, 그저 지역의 작고 소박한 사찰이었다. 한때 폐사가 됐던 마곡사는 고려 중기에 대대적으로 부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밭의 삼과 같이 신도가 많이 모였다니, 절을 크게 확장해야 했다. 개울 남쪽은 땅이 좁아 개울 건너 북쪽 너른 터에 큰 가람을 세우게 된다. 현재 대광보전과 대웅보전이 있는 곳이다.확장에는 성공했지만 큰 문제가 발생했다. 개울로 나뉜 두 개의 가람을 어떻게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가. 다리만 놓는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기존의 남가람과 새로운 북가람은 산에 가려 서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유일한 방법은 강력한 진입로를 만들어 두 가람을 연결하는 수였다. 영산전 영역 바로 앞에 해탈문을 세우고 그 뒤로 천왕문을 세웠다. 두 개의 문이 겹쳐지면 길이 만들어진다. 그 연장선 위에 극락교를 세워 개울을 건넌다. 남가람에서 북가람으로 향하는 길은 휘어져 있다. 그만큼 연결하기 어려운 지형이다. 극락교를 지나도 북가람의 모퉁이에 다다를 뿐이다. 북가람의 중심에는 5층탑과 대광보전이 놓이고, 그 뒤로 대웅보전이 솟아 있다. 가장 뒤의 대웅보전은 산등성이 높은 곳에 위치하고, 2층으로 만들었다. 그래야만 대광보전 너머 수직적으로 중첩돼 보이기 때문이다. 마곡사는 가람 확장에 매우 불리한 지형을 가졌다. 개울이 가로막고, 남가람과 북가람의 산은 거의 직각으로 놓여 규칙적인 가람배치를 불가능하게 했다. 그럼에도 문들과 다리를 잇는 강력한 길이 개울을 건너고, 5층탑의 상승감이 수평적인 5칸 대광보전으로 하강하다가 다시 뒤의 대웅보전으로 솟아오른다. 건축적 창의성으로 지형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두 개의 가람을 하나로 통합해 입체적인 건축 경관을 얻었다. 더 나아가 산과 개울이라는 자연과 건축을 일체화했다.●5층 석탑, 불교적 불개토풍 북가람의 중심에 서 있는 5층석탑에 주목하자. 이 석탑은 폭이 좁고 높이가 높은 전형적 비례의 고려시대 탑이다. 2층 몸돌 4면에 부처상을 새겨 마치 사방불탑 같은 성격도 갖는다. 더욱 특이한 것은 가장 위에 놓인 또 하나의 이국적인 탑이다. 보통 한국 탑은 원판과 구슬 모양 석재들을 겹쳐 꽂아 가장 위의 상륜부를 이룬다. 그러나 이 탑의 상륜부엔 이른바 ‘풍마동’이라는 특수한 청동 구조물을 얹었다. 티베트 불교의 불탑 모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유일한 사례다. 티베트 불교는 티베트고원과 히말라야 산속에서 발달한 밀교의 일종으로, 몽골이 세운 원나라가 국교로 삼았던 종교다. 일명 라마교라 하고 현재도 중요한 중국 불교의 종파다. 베이징 중심부에 있는 묘응사 백탑은 원나라 때 세운 전형적인 라마교의 탑이다. 마치 하나의 봉우리가 솟은 것 같은 높이 50.9m의 이 거대한 탑은 여전히 중요한 베이징의 랜드마크다. 이 백탑을 그대로 축소하면 1.8m 크기의 마곡사 풍마동이 된다. 재료만 청동으로 바뀌었을 뿐 놀랍게도 닮은꼴이다. 섬세하고 정교한 청동의 세공기술 또한 고려와는 다른 이국적인 솜씨다. 원의 간섭기인 13세기에 유입된 수입 완제품으로 볼 수밖에 없다. 세계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강력했던 몽골제국이 고려를 침략했다. 결국 항복하고 말았지만 고려는 귀중한 강화조건을 관철했다. “불개토풍(不改土風)-의관은 고려의 풍습을 따른다.” 의관에 그치지 않는다. 비록 몽골의 사위 나라가 됐지만 고려의 언어와 영토와 왕실은 바꾸지 않는다는 뜻이다. 호복과 변발을 강요당하고, 나라 자체가 없어진 유라시아의 대부분 정복국에 비해 파격적인 대우였다. 6차례의 대대적 침략에도 39년간 끈질기게 항쟁한 대가였다. 그러나 한 세기에 가까운 원간섭기에 온전한 토풍을 지키기는 힘들었다. 제국의 문물이 쏟아져 들어와 고려의 유행을 바꿨고, 자발적 친원 행위도 무수하게 벌어졌다. 종교라고 예외는 아니어서 개성의 대형 사찰들은 원황실을 축원하는 노골적 부역을 자원했다. 개성 근처에 세워졌던 경천사 석탑은 그 명확한 증거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1층 홀에 전시된 이 탑은 강융이라는 친원 귀족이 원나라의 승상 탈탈을 위해 원나라 장인들을 데려와 만든 원나라풍의 기념물이다. 그러나 고려 불교의 수백년 전통은 밀교적 영향을 받았을지언정 라마교가 종파로서 자리잡을 여지를 주지 않았다. 마곡사 5층탑은 고려의 몸통에 몽골의 머리를 얹고 있다. 이 이상한 형상이 바로 당시의 불교적 ‘불개토풍’이었다. 모자를 바꿨지만 몸통은 바꾸지 않았다.●다시 개울을 따르고 건너 대웅보전에서 일단 멈췄던 마곡사는 현대에 들어 다시 확장의 역사를 시작했다. 마곡천을 건너 성보박물관과 템플스테이 건물을 지었다. 상류로 향하다 다시 개울을 건너면 현대적인 일군의 건물들이 나타난다. 한국문화연수원, 2009년에 전통불교문화원으로 지은 수련원 건물이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한 야심작이다. 전통적 내용을 현대적 그릇에 담겠다는 포부가 여기저기서 나타난다.원래 이 땅은 17세기 마곡사 중창을 위해 기와를 굽던 가마터였다. 조사 결과 여러 곳의 가마터가 발굴됐다. 그 유적을 보존하기 위해 가운데에 운동장을 만들었고 남쪽에 숙박동을, 북쪽에 교육동을 지었다. 개울을 경계로 두 가람이 들어선 마곡사의 배치와 유사한 환경이고 유사한 해법이다. 선방, 다도실, 지대방, 강당 등을 수용한 교육동은 하나의 건물이면서도 여러 지붕이 중첩된 모습이다. 마치 여러 동의 기와집이 모여 하나의 가람을 이루는 모습이다. 마당을 중심으로 배열된 숙박동은 현대판 요사채라 해도 무방하다. 여기에는 배흘림 나무 기둥도, 날렵한 처마 선도 없다. 콘크리트 벽과 금속제 경사 지붕만 있는 지극히 현대적인 조형이다. 그럼에도 기와지붕 없는 한옥이고, 중첩된 전통 가람의 배치법이다. 마곡보철이 스승 마조를 따라가다가 물었다. “어떤 것이 큰 열반입니까?” 마조가 답했다. “급하구나.” 보철이 다시 물었다. “급한 것은 무엇입니까?” “물을 살펴보아라.” 문헌기록이 없는 마곡사에서 가람배치의 비밀을 풀고, 5층탑 풍마동의 역사를 밝히려 추정과 상상에 빠져 있었네. 아, 조급했구나! 그저 마곡천의 휘어짐을 살피고 그 흐름에 발길을 따르면 되는 것을. 물길은 장애물이 아니라 건축의 무한한 생명선이었다. 건축학자·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 5층 석탑, 5칸 대적광전, 2층 대웅보전… 입체미 입은 산사

    5층 석탑, 5칸 대적광전, 2층 대웅보전… 입체미 입은 산사

    2018년, 7개 사찰을 묶은 ‘한국의 산지승원’이 또 하나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수천개의 불교 사찰 가운데 이들은 건축적 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역사적 의미도 뚜렷하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충남 공주의 마곡사는 누가 언제 설립했는지, 또 어떻게 변해 왔는지 역사가 명확하지 않다. 반면 다른 6개 사찰의 개산조는 자장율사(통도사), 의상대사(부석사와 봉정사), 진표율사(법주사), 대각국사(선암사), 서산대사(대흥사) 등 한국 불교 사상 뚜렷한 족적을 남긴 위인들이다. 불명확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마곡사의 가람배치는 매우 창의적이다. 또한 원초적 모습의 영산전, 측면이 정면인 독특한 대적광전, 희귀한 2층 전각인 대웅보전 등 독특한 건물로 가득하다.●수평으로 늘리고 수직으로 중첩되고 절 이름의 유래도 석연치 않다. 고려 중기에 이 절을 중창할 때 신도들이 밭의 삼(마)과 같이 많아서 마곡사라 했다는 설, 이 절 이전에 마씨들의 마을이 있었다는 설 등 종교시설의 유래치고는 유치할 정도다. 비교적 믿고 싶은 설은 중국 당나라의 유명한 선승이었던 마곡보철의 이름을 땄다는 것이다. 중국 선불교를 일으킨 이는 육조혜능이고, 그의 법맥은 남악회양을 거쳐 마조도일 그리고 마곡보철에 이른다. 신라 말 낭혜화상 무염은 당나라로 유학해 마곡보철의 제자가 됐다. 보철이 혜능의 증손 제자이니 무염은 고손인 셈이다. 무염은 귀국해 보령에 성주사를 세우고 성주산문을 열었다. 인근인 공주 일대는 성주산문의 권역이 됐기에, 이 산문 정통성의 뿌리인 마곡의 이름을 따 절을 세웠을 법하다. 현재 마곡사 가람은 태극 모양으로 휘돌아 흐르는 마곡천을 사이에 두고 남쪽과 북쪽 두 곳에 조성됐다. 남쪽은 영산전이, 북쪽은 대광보전이 중심 전각이 된다. 신라 말 주산인 태화산에서 내려온 산줄기가 마무리되는 곳에 처음의 가람을 세웠다. 지금의 영산전이 있는 남쪽 가람이고, 그저 지역의 작고 소박한 사찰이었다. 한때 폐사가 됐던 마곡사는 고려 중기에 대대적으로 부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밭의 삼과 같이 신도가 많이 모였다니, 절을 크게 확장해야 했다. 개울 남쪽은 땅이 좁아 개울 건너 북쪽 너른 터에 큰 가람을 세우게 된다. 현재 대광보전과 대웅보전이 있는 곳이다. 확장에는 성공했지만 큰 문제가 발생했다. 개울로 나뉜 두 개의 가람을 어떻게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가. 다리만 놓는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기존의 남가람과 새로운 북가람은 산에 가려 서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유일한 방법은 강력한 진입로를 만들어 두 가람을 연결하는 수였다. 영산전 영역 바로 앞에 해탈문을 세우고 그 뒤로 천왕문을 세웠다. 두 개의 문이 겹쳐지면 길이 만들어진다. 그 연장선 위에 극락교를 세워 개울을 건넌다.남가람에서 북가람으로 향하는 길은 휘어져 있다. 그만큼 연결하기 어려운 지형이다. 극락교를 지나도 북가람의 모퉁이에 다다를 뿐이다. 북가람의 중심에는 5층탑과 대적광전이 놓이고, 그 뒤로 대웅보전이 솟아 있다. 가장 뒤의 대웅보전은 산등성이 높은 곳에 위치하고, 2층으로 만들었다. 그래야만 대적광전 너머 수직적으로 중첩돼 보이기 때문이다. 마곡사는 가람 확장에 매우 불리한 지형을 가졌다. 개울이 가로막고, 남가람과 북가람의 산은 거의 직각으로 놓여 규칙적인 가람배치를 불가능하게 했다. 그럼에도 문들과 다리를 잇는 강력한 길이 개울을 건너고, 5층탑의 상승감이 수평적인 5칸 대적광전으로 하강하다가 다시 뒤의 대웅보전으로 솟아오른다. 건축적 창의성으로 지형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두 개의 가람을 하나로 통합해 입체적인 건축 경관을 얻었다. 더 나아가 산과 개울이라는 자연과 건축을 일체화했다. ●5층 석탑, 불교적 불개토풍 북가람의 중심에 서 있는 5층석탑에 주목하자. 이 석탑은 폭이 좁고 높이가 높은 전형적 비례의 고려시대 탑이다. 2층 몸돌 4면에 부처상을 새겨 마치 사방불탑 같은 성격도 갖는다. 더욱 특이한 것은 가장 위에 놓인 또 하나의 이국적인 탑이다. 보통 한국 탑은 원판과 구슬 모양 석재들을 겹쳐 꽂아 가장 위의 상륜부를 이룬다. 그러나 이 탑의 상륜부엔 이른바 ‘풍마동’이라는 특수한 청동 구조물을 얹었다. 티베트 불교의 불탑 모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유일한 사례다. 티베트 불교는 티베트고원과 히말라야 산속에서 발달한 밀교의 일종으로, 몽골이 세운 원나라가 국교로 삼았던 종교다. 일명 라마교라 하고 현재도 중요한 중국 불교의 종파다. 베이징 중심부에 있는 묘응사 백탑은 원나라 때 세운 전형적인 라마교의 탑이다. 마치 하나의 봉우리가 솟은 것 같은 높이 50.9m의 이 거대한 탑은 여전히 중요한 베이징의 랜드마크다. 이 백탑을 그대로 축소하면 1.8m 크기의 마곡사 풍마동이 된다. 재료만 청동으로 바뀌었을 뿐 놀랍게도 닮은꼴이다. 섬세하고 정교한 청동의 세공기술 또한 고려와는 다른 이국적인 솜씨다. 원의 간섭기인 13세기에 유입된 수입 완제품으로 볼 수밖에 없다. 세계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강력했던 몽골제국이 고려를 침략했다. 결국 항복하고 말았지만 고려는 귀중한 강화조건을 관철했다. “불개토풍(不改土風)-의관은 고려의 풍습을 따른다.” 의관에 그치지 않는다. 비록 몽골의 사위 나라가 됐지만 고려의 언어와 영토와 왕실은 바꾸지 않는다는 뜻이다. 호복과 변발을 강요당하고, 나라 자체가 없어진 유라시아의 대부분 정복국에 비해 파격적인 대우였다. 6차례의 대대적 침략에도 39년간 끈질기게 항쟁한 대가였다. 그러나 한 세기에 가까운 원간섭기에 온전한 토풍을 지키기는 힘들었다. 제국의 문물이 쏟아져 들어와 고려의 유행을 바꿨고, 자발적 친원 행위도 무수하게 벌어졌다. 종교라고 예외는 아니어서 개성의 대형 사찰들은 원황실을 축원하는 노골적 부역을 자원했다. 개성 근처에 세워졌던 경천사 석탑은 그 명확한 증거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1층 홀에 전시된 이 탑은 강융이라는 친원 귀족이 원나라의 승상 탈탈을 위해 원나라 장인들을 데려와 만든 원나라풍의 기념물이다. 그러나 고려 불교의 수백년 전통은 밀교적 영향을 받았을지언정 라마교가 종파로서 자리잡을 여지를 주지 않았다. 마곡사 5층탑은 고려의 몸통에 몽골의 머리를 얹고 있다. 이 이상한 형상이 바로 당시의 불교적 ‘불개토풍’이었다. 모자를 바꿨지만 몸통은 바꾸지 않았다.●다시 개울을 따르고 건너 대웅보전에서 일단 멈췄던 마곡사는 현대에 들어 다시 확장의 역사를 시작했다. 마곡천을 건너 성보박물관과 템플스테이 건물을 지었다. 상류로 향하다 다시 개울을 건너면 현대적인 일군의 건물들이 나타난다. 한국문화연수원, 2009년에 전통불교문화원으로 지은 수련원 건물이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한 야심작이다. 전통적 내용을 현대적 그릇에 담겠다는 포부가 여기저기서 나타난다.원래 이 땅은 17세기 마곡사 중창을 위해 기와를 굽던 가마터였다. 조사 결과 여러 곳의 가마터가 발굴됐다. 그 유적을 보존하기 위해 가운데에 운동장을 만들었고 남쪽에 숙박동을, 북쪽에 교육동을 지었다. 개울을 경계로 두 가람이 들어선 마곡사의 배치와 유사한 환경이고 유사한 해법이다. 선방, 다도실, 지대방, 강당 등을 수용한 교육동은 하나의 건물이면서도 여러 지붕이 중첩된 모습이다. 마치 여러 동의 기와집이 모여 하나의 가람을 이루는 모습이다. 마당을 중심으로 배열된 숙박동은 현대판 요사채라 해도 무방하다. 여기에는 배흘림 나무 기둥도, 날렵한 처마 선도 없다. 콘크리트 벽과 금속제 경사 지붕만 있는 지극히 현대적인 조형이다. 그럼에도 기와지붕 없는 한옥이고, 중첩된 전통 가람의 배치법이다. 마곡보철이 스승 마조를 따라가다가 물었다. “어떤 것이 큰 열반입니까?” 마조가 답했다. “급하구나.” 보철이 다시 물었다. “급한 것은 무엇입니까?” “물을 살펴보아라.” 문헌기록이 없는 마곡사에서 가람배치의 비밀을 풀고, 5층탑 풍마동의 역사를 밝히려 추정과 상상에 빠져 있었네. 아, 조급했구나! 그저 마곡천의 휘어짐을 살피고 그 흐름에 발길을 따르면 되는 것을. 물길은 장애물이 아니라 무한 건축의 생명선이었다. 건축학자·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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