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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복절과 ‘혹성탈출: 종의 전쟁’

    15일은 72주년을 맞는 광복절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혹성탈출: 종의 전쟁’(맷 리브스 감독)이 이날 개봉되는 건 참으로 절묘하다. 프랭클린 J 샤프너가 연출한 오리지널 ‘혹성탈출’(1968?국내 개봉 이듬해)의 비기닝 트릴로지 중 완결편답게 2~3번은 곱씹게 만들 만큼 진중한 철학과 종교를 기반으로 해 인류보다 더 진화한 이데올로기를 정립한 유인원의 독립기념일을 다루고 있다. ‘장자’의 ‘제물론’의 호접몽에도 살짝 걸쳤다.머지않은 미래의 지구. 과학의 발전은 인류의 과욕에 의해 오히려 인류의 행복과 생존을 위협하고 아이로니컬하게도 유인원은 인류보다 더 현명한 지능과 지혜를 갖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창궐한 신종 바이러스 시미안 플루. 사람이 감염되면 고통 속에 서서히 죽는 반면 유인원은 지능이 강화된다.유인원과 다수의 인간은 평화를 원하지만 대령은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이탈해 유인원과 전쟁 중이다. 유인원의 리더 시저의 은신처를 찾아낸 대령은 시저의 가족을 죽인다. 유인원들은 곧 있을 대령의 후방 부대 대공세를 피해 더 멀리 달아나지만 복수심에 불타는 시저는 소수의 추종 세력과 함께 대령의 본진을 습격하러 떠난다. 그 과정에서 시미안 플루에 감염됐지만 생존한 소녀 노바와 서커스단에서 길들여진 배드 에이브를 일행에 합류시킨다.시저 일행은 대령의 군대가 유인원과의 최후일전을 위해 전쟁준비에 분주한 광기를 목도한다. 군대는 유인원들을 억류하고 ‘인권’을 유린한 채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었다. 유인원들에게 음식은 물론 물도 제대로 공급하지 않고 죽음을 무릅쓴 사역을 강요하고 있었다. 이는 바로 영화 ‘군함도’(류승완 감독)다. 일제는 조선인을 속여 사지에 억류한 뒤 각종 구실로 노임마저 갈취하며 노동을 강요했고, 짐승만도 못한 대우를 하는 가운데 파리 목숨보다 가볍게 생명을 쥐락펴락했다.영화는 겉으론 지적이고 평화를 추구하는 유인원(시저)과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인간(대령)의 대결이지만 사실 꽤 장대한 철학과 종교를 담았다. 시미안은 원원류(곡비원류와 안경원숭이)를 제외한 사람을 포함한 원숭이하목 영장류의 총칭이고, 시미안 바이러스는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에만 침입한다. 그런데 영화 속 시미안 플루는 반대로 더 강력한 독성(인간) 혹은 초능력(유인원)을 발휘한다.이는 신의 신화를 믿지 않고 과학에만 의존한 인간에 대한 경고이자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가는 순진무구한 동식물에 대한 보상이란 알레고리(풍유)다. 과학을 맹신한 인류는 인류의 행복 추구란 아전인수식 논리로 수많은 동식물의 종을 멸종시키고, 결국 자신들의 미래마저 황폐화한다는 ‘인터스텔라’의 철학을 잇는다.복수심에 불타 눈이 먼 시저는 로마의 정치가 카이사르다. 명망 높았던 그는 황제가 되려는 욕심 때문에 원로원에 의해 암살됐다. 유인원들의 대이동은 구약성서의 출애굽기이고, 그들을 위협하는 대형 눈사태는 모세가 펼친 홍해의 기적 혹은 노아의 홍수다. 그들이 찾은 신천지의 고목은 부처가 열반한 장소 사라쌍수의 메타포(은유)다.시저가 생포한 군인을 죽이지 않고 풀어 주지만 결국 그에 의해 목숨이 경각에 달리는 설정과 유인원에 의해 보호되는 마지막(?) 인류인 소녀의 이름이 신성(新星)인 것은 역사나 종의 재편성 혹은 영속성은 숭고한 희생에 의해 이뤄진다는 의미로, 인식론적 이데아를 빌렸다.
  • 광복절과 ‘혹성탈출: 종의 전쟁’

    15일은 72주년을 맞는 광복절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혹성탈출: 종의 전쟁’(맷 리브스 감독)이 이날 개봉되는 건 참으로 절묘하다. 프랭클린 J 샤프너가 연출한 오리지널 ‘혹성탈출’(1968?국내 개봉 이듬해)의 비기닝 트릴로지 중 완결편답게 2~3번은 곱씹게 만들 만큼 진중한 철학과 종교를 기반으로 해 인류보다 더 진화한 이데올로기를 정립한 유인원의 독립기념일을 다루고 있다. ‘장자’의 ‘제물론’의 호접몽에도 살짝 걸쳤다.머지않은 미래의 지구. 과학의 발전은 인류의 과욕에 의해 오히려 인류의 행복과 생존을 위협하고 아이로니컬하게도 유인원은 인류보다 더 현명한 지능과 지혜를 갖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창궐한 신종 바이러스 시미안 플루. 사람이 감염되면 고통 속에 서서히 죽는 반면 유인원은 지능이 강화된다.유인원과 다수의 인간은 평화를 원하지만 대령은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이탈해 유인원과 전쟁 중이다. 유인원의 리더 시저의 은신처를 찾아낸 대령은 시저의 가족을 죽인다. 유인원들은 곧 있을 대령의 후방 부대 대공세를 피해 더 멀리 달아나지만 복수심에 불타는 시저는 소수의 추종 세력과 함께 대령의 본진을 습격하러 떠난다. 그 과정에서 시미안 플루에 감염됐지만 생존한 소녀 노바와 서커스단에서 길들여진 배드 에이브를 일행에 합류시킨다.시저 일행은 대령의 군대가 유인원과의 최후일전을 위해 전쟁준비에 분주한 광기를 목도한다. 군대는 유인원들을 억류하고 ‘인권’을 유린한 채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었다. 유인원들에게 음식은 물론 물도 제대로 공급하지 않고 죽음을 무릅쓴 사역을 강요하고 있었다. 이는 바로 영화 ‘군함도’(류승완 감독)다. 일제는 조선인을 속여 사지에 억류한 뒤 각종 구실로 노임마저 갈취하며 노동을 강요했고, 짐승만도 못한 대우를 하는 가운데 파리 목숨보다 가볍게 생명을 쥐락펴락했다.영화는 겉으론 지적이고 평화를 추구하는 유인원(시저)과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인간(대령)의 대결이지만 사실 꽤 장대한 철학과 종교를 담았다. 시미안은 원원류(곡비원류와 안경원숭이)를 제외한 사람을 포함한 원숭이하목 영장류의 총칭이고, 시미안 바이러스는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에만 침입한다. 그런데 영화 속 시미안 플루는 반대로 더 강력한 독성(인간) 혹은 초능력(유인원)을 발휘한다.이는 신의 신화를 믿지 않고 과학에만 의존한 인간에 대한 경고이자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가는 순진무구한 동식물에 대한 보상이란 알레고리(풍유)다. 과학을 맹신한 인류는 인류의 행복 추구란 아전인수식 논리로 수많은 동식물의 종을 멸종시키고, 결국 자신들의 미래마저 황폐화한다는 ‘인터스텔라’의 철학을 잇는다.복수심에 불타 눈이 먼 시저는 로마의 정치가 카이사르다. 명망 높았던 그는 황제가 되려는 욕심 때문에 원로원에 의해 암살됐다. 유인원들의 대이동은 구약성서의 출애굽기이고, 그들을 위협하는 대형 눈사태는 모세가 펼친 홍해의 기적 혹은 노아의 홍수다. 그들이 찾은 신천지의 고목은 부처가 열반한 장소 사라쌍수의 메타포(은유)다.시저가 생포한 군인을 죽이지 않고 풀어 주지만 결국 그에 의해 목숨이 경각에 달리는 설정과 유인원에 의해 보호되는 마지막(?) 인류인 소녀의 이름이 신성(新星)인 것은 역사나 종의 재편성 혹은 영속성은 숭고한 희생에 의해 이뤄진다는 의미로, 인식론적 이데아를 빌렸다.
  • [유진모의 테마토크] 광복절과 ‘혹성탈출: 종의 전쟁’

    [유진모의 테마토크] 광복절과 ‘혹성탈출: 종의 전쟁’

    15일은 72주년을 맞는 광복절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혹성탈출: 종의 전쟁’(맷 리브스 감독)이 이날 개봉되는 건 참으로 절묘하다. 프랭클린 J 샤프너가 연출한 오리지널 ‘혹성탈출’(1968?국내 개봉 이듬해)의 비기닝 트릴로지 중 완결편답게 2~3번은 곱씹게 만들 만큼 진중한 철학과 종교를 기반으로 해 인류보다 더 진화한 이데올로기를 정립한 유인원의 독립기념일을 다루고 있다. ‘장자’의 ‘제물론’의 호접몽에도 살짝 걸쳤다.머지않은 미래의 지구. 과학의 발전은 인류의 과욕에 의해 오히려 인류의 행복과 생존을 위협하고 아이로니컬하게도 유인원은 인류보다 더 현명한 지능과 지혜를 갖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창궐한 신종 바이러스 시미안 플루. 사람이 감염되면 고통 속에 서서히 죽는 반면 유인원은 지능이 강화된다. 유인원과 다수의 인간은 평화를 원하지만 대령은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이탈해 유인원과 전쟁 중이다. 유인원의 리더 시저의 은신처를 찾아낸 대령은 시저의 가족을 죽인다. 유인원들은 곧 있을 대령의 후방 부대 대공세를 피해 더 멀리 달아나지만 복수심에 불타는 시저는 소수의 추종 세력과 함께 대령의 본진을 습격하러 떠난다. 그 과정에서 시미안 플루에 감염됐지만 생존한 소녀 노바와 서커스단에서 길들여진 배드 에이브를 일행에 합류시킨다. 시저 일행은 대령의 군대가 유인원과의 최후일전을 위해 전쟁준비에 분주한 광기를 목도한다. 군대는 유인원들을 억류하고 ‘인권’을 유린한 채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었다. 유인원들에게 음식은 물론 물도 제대로 공급하지 않고 죽음을 무릅쓴 사역을 강요하고 있었다. 이는 바로 영화 ‘군함도’(류승완 감독)다. 일제는 조선인을 속여 사지에 억류한 뒤 각종 구실로 노임마저 갈취하며 노동을 강요했고, 짐승만도 못한 대우를 하는 가운데 파리 목숨보다 가볍게 생명을 쥐락펴락했다. 영화는 겉으론 지적이고 평화를 추구하는 유인원(시저)과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인간(대령)의 대결이지만 사실 꽤 장대한 철학과 종교를 담았다. 시미안은 원원류(곡비원류와 안경원숭이)를 제외한 사람을 포함한 원숭이하목 영장류의 총칭이고, 시미안 바이러스는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에만 침입한다. 그런데 영화 속 시미안 플루는 반대로 더 강력한 독성(인간) 혹은 초능력(유인원)을 발휘한다. 이는 신의 신화를 믿지 않고 과학에만 의존한 인간에 대한 경고이자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가는 순진무구한 동식물에 대한 보상이란 알레고리(풍유)다. 과학을 맹신한 인류는 인류의 행복 추구란 아전인수식 논리로 수많은 동식물의 종을 멸종시키고, 결국 자신들의 미래마저 황폐화한다는 ‘인터스텔라’의 철학을 잇는다. 복수심에 불타 눈이 먼 시저는 로마의 정치가 카이사르다. 명망 높았던 그는 황제가 되려는 욕심 때문에 원로원에 의해 암살됐다. 유인원들의 대이동은 구약성서의 출애굽기이고, 그들을 위협하는 대형 눈사태는 모세가 펼친 홍해의 기적 혹은 노아의 홍수다. 그들이 찾은 신천지의 고목은 부처가 열반한 장소 사라쌍수의 메타포(은유)다. 시저가 생포한 군인을 죽이지 않고 풀어 주지만 결국 그에 의해 목숨이 경각에 달리는 설정과 유인원에 의해 보호되는 마지막(?) 인류인 소녀의 이름이 신성(新星)인 것은 역사나 종의 재편성 혹은 영속성은 숭고한 희생에 의해 이뤄진다는 의미로, 인식론적 이데아를 빌렸다.
  • 1300만년 전 아기 유인원 두개골 발견

    1300만년 전 아기 유인원 두개골 발견

    인류의 초기 조상 중에 한 사례가 될 아기 유인원 화석이 케냐에서 발굴됐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9일(현지시간) 최근 케냐 투르카나 호수 서쪽에 있는 나푸뎃 발굴 현장에서 케냐 화석 사냥꾼 존 에쿠시가 약 1300만 년 된 두개골 화석을 발굴했다고 보도했다. 고대 암석층에서 발견된 이 화석은 레몬만큼 작은 두개골로, 생후 16개월 정도까지 살았으며, 인간과 유인원이 분기 진화하기 전의 공통된 초기 조상으로 추정된다고 관련 학자들은 밝혔다. 특히 이번 화석은 당시 인근 화산이 폭발하면서 이 유인원이 살았던 숲을 덮어버려 완벽하게 보존될 수 있었다고 한다. 고생물학자들은 오늘날 모든 인간과 유인원이 공통된 혈통에서 유래했다고 보고 있지만, 지금까지 그 경계선은 1000만 년 전으로만 추정할 뿐 이들 조상이 아프리카나 다른 곳에서 유래했는지는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했다. 즉 이번 화석이 초기 조상에 관한 증거를 좀 더 명확하게 밝혀준 것이다. 이번 화석은 투르카나 지역언어로 조상을 뜻하는 알레스(ales)를 사용해 ‘니안자피테쿠스 알레시’(Nyanzapithecus alesi)라는 학명이 붙여졌다. 물론 니안자피테쿠스 속은 이전에도 소수의 뼈와 치아가 발견되기도 했지만, 과학자들은 그 생김새나 생존 시기를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 화석의 발견으로 니안자피테쿠스의 두개골은 기번(긴팔원숭잇과에 속하는 유인원)처럼 눈에 띄게 작은 주둥이를 갖고 있지만, 두개골 내부를 스캔한 결과 이들은 침팬지와 인간에 가까운 귀관(이관)을 갖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번 화석은 니안자피테쿠스 발굴 기록 중 가장 완벽한 유인원 두개골이라고 한다. 연구에 참여한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프레드 스푸어 진화해부학 교수는 “기번은 나무에서 빠르고 곡예하듯 움직일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알레시의 내부 귀는 이들이 훨씬 더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방법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인간은 약 700만 년 전 침팬지들과 마지막 공통된 조상을 공유하고 600만 년 전 유인원들과 완전히 갈려졌다. 이에 대해 연구를 이끈 미국 스토니브룩대학의 아이제이아 넨고 박사는 “니안자피테쿠스 알레시는 1000년 이상 동안 아프리카에 살았던 영장류 그룹의 일부였다”면서 “알레시의 발견은 이들 집단이 살아있는 유인원과 인간의 기원에 가깝고 이들이 아프리카에 살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한 연구에 참여한 미국 러트거스대학 뉴어크캠퍼스의 크레이그 파이벨 지질학 및 인류학 교수는 “나푸뎃 지역은 1300만 년 전의 아프리카 풍경을 볼 수 있는 귀한 곳”이라면서 “인근 화산이 이 아기 유인원이 살았던 숲을 묻어버려 이 화석과 함께 셀 수 없이 많은 나무가 보존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또한 우리에게 당시 시대를 알려줄 수 있는 중요한 화산 광물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 최신호(8월10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레밍의 집단 자살, 무개념 아닌 생존 위한 선택

    레밍의 집단 자살, 무개념 아닌 생존 위한 선택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프란스 드 발 지음/이충호 옮김/세종서적/488쪽/1만 9500원레밍(나그네쥐)은 흔히 ‘무개념의 동물’ 정도로 인식된다. 한국에서는 특히 그렇다. 리더의 행동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집단자살까지 감행하는 ‘동물계의 이단아’다. 심지어 후손을 위해 자신의 삶을 버리는 동물로 의인화되기도 한다. 최근의 학계 견해는 다르다. 주기적으로 개체수가 폭증하는 레밍에 대한 식물의 방어 기제, 좀더 풍성하고 싱싱한 먹이를 찾으려는 본능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해 벌어지는 현상이란 것이 정설로 인식되는 추세다. 죽음의 사신 악어가 강물 속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풀을 찾아 강물로 뛰어드는 누떼의 집단이동이 필연이듯, 레밍의 행태 역시 그와 다를 게 없다. 그런데 왜 레밍은 ‘개념 없는 설치류’ 정도로 인식될까. 새 책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은 이런 현상을 인간 중심의 인식 태도에서 비롯된 오류라 규정한다. 자연계의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인데도 의인화의 색안경을 끼고 보니 본질과 다른 결과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책은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오만을 꼬집고 협력과 유머, 정의, 이타심, 합리성, 감정 등 ‘인간적’이라고 여겼던 가치들을 동물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물 인지’란 말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성립되지 않는, 모순된 단어의 조합으로 여겨졌다. 동물은 인지할 수 없고, 인지할 수 있는 건 인간뿐이란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의 논리가 엄존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저자는 많은 동물이 공통적으로 인지 능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유인원이나 돌고래는 높은 지능 때문에 부각된 것일 뿐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이라면 조류나 파충류, 어류 등 어떤 동물에게서도 해당 인지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지 발현되는 형태가 다를 뿐이다. 예컨대 인간이 어둠 속을 걸을 때 방향 설정을 위해 안테나 같은 박쥐의 귀가 필요하지 않듯, 계산 능력이 필요 없는 다람쥐에게 열까지 숫자를 셀 수 있냐고 묻는 것은 불공정한 일이다. 저자는 이처럼 영장류뿐만 아니라 문어, 말벌, 까마귀, 돌고래 등 광범위한 종을 다루면서 동물들이 일상적으로 지능을 사용하고 있다는 근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책의 전체적인 맥락을 우리나라에 빗대 요약하면 이렇다. 레밍은 생존을 위한 선택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충북도 의원들의 유럽행 역시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을까. 동물이 인간과 다른 행동을 했다 해서 그 의도를 폄하할 근거는 없다. 그럴 권리도 없고.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홍희경 기자의 출근하는 영장류] 공포의 일자리

    [홍희경 기자의 출근하는 영장류] 공포의 일자리

    “정리해고자를 선별하며 도저히 못 할 일이 직장에선 늘 허허실실하던 이들의 숨겨진 가정사를 듣게 되는 일이죠. 아버지가 요양 중이세요, 아내가 암이래요, 최근에 전세 계약 사기를 당했어요?. 그 숱한 가정에 제가 무슨 짓을 한 걸까요.” 절반 가까이 직원을 해고하는 구조조정 업무에 예기치 못하게 투입됐던 한 관리자는 해고 결정을 통보받기 직전 무너진 직원들을 떠올렸다. 직장 대화에선 금기였던 집안사를 털어놓으며 ‘해고 번호표’만은 피해 보려는 읍소들. 품위 유지, 자존심 같은 알량한 단어는 해고될 수 있다는 공포를 이길 수 없다. 한국인의 92% 이상이 도시에 산다. 의식주와 각종 에너지 비용을 돈으로 환산해 교환할 뿐 자급자족이 불가능한 도시인이다. 이들에게 고용 계약이 해지되고, 오늘만큼 내일도 벌 수 있을지 불확실하고, 실은 내일부터 벌이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은 공포스럽다. 그래서 육아, 학업, 취향 등 다른 이유가 얽히지 않았다면 누구도 비정규직이란 지위를 반기지 않는다. 비정규직에 대한 상시 정리해고 위험성은 높아져 왔다. 지난 십여년 제조 현장 하청 계약 기간은 2년에서 1년, 6개월, 3개월로 다변화됐다. 석 달 일하고 한 주 쉬고 다시 석 달 일하기를 반복하다 쉬는 일주일 동안 더 계약하자는 말이 안 들리면 실업이다. 수도권 한 공단에선 기존 근로자들이 일한 지 사흘이 안 된 근로자에게 인사도 안 하고, 석 달이 넘어야 대화를 섞는단다. 영아 사망이 많던 1950년대 애가 첫 돌을 넘기도록 살아야 호적에 올리던 부모들처럼 석 달은 지나야 작업장 내 존재를 인정받는 꼴이다. 대기업 근로자(475만명)의 38.5%(183만명)가 비정규직이라고 고용노동부는 집계했다. 근로자 중 1년 미만 단기 근속자는 30.6%, 반면 10년 이상 장기 근속자는 21.2%라고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계산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한시 고용’ 때문에 공포를 느낀다. 공포를 수용하고 대응하는 방식은 제각각이었다. 분노한 이들은 저항한다. 수치심을 느낀 이들은 자기계발, 스펙 경쟁에 몰두한다. 무력감을 느낀 이들은 한시계약을 갱신해 가며 체제에 예속된다. 그리고 아주 많은 이들은 체념한다. 달라 보이지만 이 대응들은 한 가지 목적을 향했다. 내일도 계속 일하고 싶다는 것이다. 법대로 나 좀 계속 쓰라고, 스펙을 더 쌓을 테니 나 좀 봐달라고, 당신들의 규칙을 따를 테니 쉼 없이 계약하자고, 그리고 난 더이상 바람 없이 체념했으니 안심하라고?. 체념, 무력감 같은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은 왜 모두 일제히 분노하지 않는지 의구심을 표시한다. 무기계약직, 청년 인턴제, 초단기 근로자를 양산하는 기간제법에 왜 조직된 힘을 발휘하지 않는지 묻는다. 그런데 말이다. 조직화 여부에 관계없이 성실한 삶이 돌연 생존의 공포를 느끼지 않는 시스템이 진짜 민주주의가 아닌지 체념했고 무력했었던 우리를 변명해 본다. #고용부 고용형태 공시 #책 ‘비정규 사회’ #책 ‘감정은 사회를 어떻게 움직이는가’ #KLSI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
  • [생태 돋보기] 밀렵과 불법거래, 생명을 바라보자/정길상 국립생태원 생태기반연구실장

    [생태 돋보기] 밀렵과 불법거래, 생명을 바라보자/정길상 국립생태원 생태기반연구실장

    국립생태원에 에코케어센터가 새로 들어섰다. 번역하면 ‘생태적으로 돌보는’ 공간쯤 되겠다. 그곳의 식구들은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으로 국가간 합법적 거래조차도 어려운 생물들이다. 그런 생물들이 서천의 생태원까지 어떻게 오게 된 것일까? 절대로 제 발로 걸어 들어오지 않았다. 어떤 것들은 밀수로 적발돼, 또 다른 것들은 주인이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워지거나 기를 흥미를 잃어서 버려진 것들이다. 그나마 생태원에서 수의사와 사육사들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가게 된 종들은 다행이다.동식물 거래는 전 세계적으로 마약과 무기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불법 거래 품목이 됐다. 세계자연기금(WWF)에 의하면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불법 포획과 밀거래는 생물의 멸종에 가장 큰 위협이 된다. 멕시코의 앵무새는 서식지 파괴와 밀렵으로 전체 22종이 모두 멸종위기종이다. 밀렵으로 잡힌 앵무새의 사망률은 소비자에게 팔리기 전에 최대 90%에 달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코뿔소의 뿔을 얻기 위한 포획은 지난 10년간 무려 7700% 증가했고, 2011년엔 약 2500마리의 코끼리를 죽여 얻은 상아가 적발되기도 했다. 천산갑은 2000년 이후 약 100만 마리가 살육당하면서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 되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슬로로리스와 긴팔원숭이를 보자. 우리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와 원숭이무리는 끈끈한 가족애를 가지고 살아간다. 정글의 나무 꼭대기 근처에 있는 새끼 원숭이를 얻으려면 총으로 어미를 쏴야 한다. 만약 어미와 함께 땅에 떨어진 새끼 원숭이가 죽지 않고 운좋게 살아 있다면 자루에 담아 가져온다. 새끼 원숭이는 심각한 공포와 정신적 충격 속에 인간의 손에 덜미를 잡혀 밀수 과정을 거치게 된다. 허가받지 못해 몰래 숨겨와야 하니 그 과정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많은 생명들이 열악함을 견디지 못한 채 죽고, 그나마 살아남은 것들은 생물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소비자에게 팔려간다. 소비자가 지불한 돈은 과정의 특성상 검은돈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 검은돈의 규모가 연간 약 230억 달러에 달한다. 이 돈은 또다시 생태계와 그 구성원을 죽이고 파괴하며, 인류를 위협하는 범죄에 쓰일 수도 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동물원의 동물들에게 돌을 던지는 어른들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갇혀 지내는 상대를 괴롭히는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명작 동화 ‘큐리어스 조지’처럼 원숭이 조지를 도시로 데려온 노란 모자 아저씨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야생동물들은 야생에서 그들의 친구와 가족과 살아야 한다. 그 생명을 바라보자. 더이상 그들을 향한 허황된 욕심을 허락하지 말자.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 말을 들었다/천양희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 말을 들었다/천양희

    그 말을 들었다/천양희 나룻배를 타고 가다 뒤집히는 꿈을 꾸었다갑상선에 이상이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기능이 결핍된 상태라 한다결핍에 더듬이를 댄 것이다나는 그 말이 가난하지만가련하지는 않다는 말로 들렸다 몇 해 전무릎에 갑자기 나타난 퇴행성보다는덜 적막했다 퇴행성이 어느 별자리인가갑상선이 뉘 집 나룻배인가 나는어안이 벙벙했다 노화가 시작되면 신체 기능이 퇴화하면서 여기저기 탈난다. 무릎에 퇴행성 관절염이 생기고, 갑상선 기능은 나빠진다. 오래 써서 그 내구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시인은 아픔을 안으로 삭이면서 고통을 익살의 소재로 삼는다. “퇴행성이 어느 별자리인가/갑상선이 뉘 집 나룻배인가.” 이 말장난은 낙천주의의 소산이다. 고통에 익사하는 자는 비명만을 남기지만, 고통을 관조하는 자는 삶의 진실과 만난다. 시인은 고통에 빠져 허우적이지 않고 그것을 갖고 논다. 그것은 고통 따위에 결코 무릎을 꿇지 않겠다는 영장류의 의연함을 드러내는 일이다. 장석주 시인
  • 공감형 ‘초사회성’이 만든 인간 사회

    공감형 ‘초사회성’이 만든 인간 사회

    울트라 소셜/장대익 지음/휴머니스트/272쪽/1만 5000원오직 인간만이 사회적 동물일까. 개미와 벌, 침팬지와 보노보 또한 사회성을 갖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그렇다면 인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과학철학자인 저자는 그것을 보다 강력한 사회성, 초사회성(ultra-sociality)이라 부르며 진화생물학, 동물행동학, 영장류학, 뇌과학, 심리학, 행동경제학, 인공지능학 등을 망라해 증거를 제시한다. 또 개체가 아닌 관계와 사회에 대한 이야기인 초사회성은 공감과 협력, 배려, 마음 읽기, 문화 전수 능력, 배타성 등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한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인공지능과의 공존을 피할 수 없는 미래에 인간의 공감 능력이 인공지능에까지 확장될 것인지 고민하는 대목에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실험용 생쥐 대체할 ‘차세대 실험용 동물’ 찾았다

    실험용 생쥐 대체할 ‘차세대 실험용 동물’ 찾았다

    인간의 신약이나 화장품 등을 개발하는데 주로 쓰이는 생쥐(mouse)나 쥐(rat) 또는 유전적 형질 및 인간 수명 연구에 흔히 활용되는 과실파리나 기생충 대신 새롭게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동물이 있다. 미국 스탠포드의과대학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쥐리머(mouse lemur)다. 영장목 난쟁이리머과의 이 동물은 마다가스카르에만 서식하며 몸집은 생쥐의 절반 정도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영장류로도 알려져 있다. 눈이 크고 꼬리가 긴 것이 특징이고, 종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나 털에 붉은빛이나 갈색, 회색 등이 돈다. 고양이와 다람쥐, 쥐 등을 합친 듯한 귀여운 외모 덕분에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활용되기도 했다. 쥐리머에도 여러 종(種)이 있는데, 비교적 몸집이 큰 리머는 현재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스탠포드대학 연구진은 향후 몇 년 안에 동물실험을 위한 실험용 생쥐나 쥐를 쥐리머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이 동물은 각종 암이나 알츠하이머(치매), 뇌졸중 등과 같은 질병을 연구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유는 기존의 실험용 동물에 비해 쥐리머의 생물학적 구조가 인간과 훨씬 유사하기 때문이다. 특히 나이가 든 쥐리머에게서는 치매가 나타나는데, 치매의 증상이나 치매가 발병하는 시기 등이 인간과 매우 닮은 것으로 밝혀졌다. 쥐리머와 관련한 연구를 이끈 마크 크랜스나우 박사는 “지난 30~40년 간 생쥐나 쥐, 과실파리나 기생충 등은 인체 해부 및 임상실험을 대신해 실험실에서 자주 쓰였다. 하지만 쥐리머는 이들을 대체해 영장류의 생물학적 특징과 행동 등을 훨씬 잘 이해할 수 있는 특징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간을 포함하는 영장류 연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질문의 답을 쥐리머가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랜스나우 박사는 2009년부터 폐 질환을 연구할 때 흔히 사용되는 실험용 동물을 대체할 만한 다른 동물을 물색해 왔다. 그는 “쥐리머가 영장류인데다 나이가 들면 치매 증상을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됐다. 치매 증상은 다른 동물 종에서는 비교적 드물게 관찰되기 때문에, 쥐리머는 실험용 동물로서 더욱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미 리머과의 다른 종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데다 윤리적 이유로 동물실험 반대를 주장하는 동물보호단체의 반발도 예상되는 만큼, 쥐리머를 실험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현실화될 지는 미지수다. 쥐리머와 관련한 연구 결과는 미국유전학협회가 발간하는 학술지인 ‘저널 제네틱스’(journal Genetics) 6월호에 실릴 예정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홍희경 기자의 출근하는 영장류] 흡혈귀와 늑대인간

    [홍희경 기자의 출근하는 영장류] 흡혈귀와 늑대인간

    흡혈귀와 늑대인간은 꽤 비슷한 습성을 지녔다. 밤에 활동하고, 사람을 해치거나 물어서 같은 종족으로 만든다. 그러나 또한 차이가 있다. 늑대인간이 부랑자 같다면, 흡혈귀는 성 위에서 군림하는 인상이다. 따로 떠올렸을 때 ‘그저 괴물’인 둘을, 권력을 쥐면 흡혈귀, 권력에서 배척되면 늑대인간으로 구분하는 통찰은 상징과 비교 덕분에 가능해진다. 미국의 인류학자이자 사회운동가인 데이비드 그레이버가 저서 ‘관료제 유토피아’에서 흡혈귀와 늑대인간의 예를 든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복잡한 세상을 그 모습 그대로 다루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우니 상징을 통해 통찰을 얻으라고 그레이버는 조언했다. 현실을 상징을 통해 이해하는 일 못지않게 거대한 상징을 품은 개념을 해체하는 일도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실상 많은 제도와 개념이 이미 정립된 요즘엔 과거에 정해진 개념을 현 상황에 맞춰 재구성하는 일이 매우 자주 필요하다. 우리가 처한 상황을 잘못 재단한 뒤 잘못 이름 붙이는 단계를 지나 잘못 처방하기까지 한다면, 현안을 풀 길이 요원해지기 때문이다. 단어에 현혹되면 안 된다며 그레이버는 ‘규제 철폐’란 말을 예로 들었다. 1970년대 항공 부문에서 ‘규제 철폐’는 중소기업의 시장진입 장벽을 낮추는 쪽으로 작용했지만, 요즘 금융업 부문에서 ‘규제 철폐’란 보호 장치를 없애 중소 규모의 회사를 퇴출시킬 때 활용된다. 사람들은 ‘규제 철폐’란 말에서 완전에 가까운 시장 작동을 떠올리지만, 처한 시대와 적용되는 산업, 그리고 경기 상황에 따라 ‘규제 철폐’란 말 안엔 매번 판이한 내용들이 담긴다. 실상 ‘규제 철폐’라고 쓰고 ‘권력 마음대로 규제 구조 바꾸기’가 자행돼 왔다. 현안을 몇 가지 개념으로 특정 지은 뒤 반대말을 활용한 구호를 불쑥 들이미는 일은 통쾌하지만 공허하다. 검찰 대 비검찰, 군 대 민간, 대기업 대 중소기업, 재계 대 노동계. 입에 착 붙는 대구(對句)이지만, 이들을 대립시키는 방식으로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잘 잡히지 않는다. 새 정부가 검찰, 군, 대기업, 재계를 개혁하려면 비검찰, 민간, 중소기업, 노동계를 우대하는 반사적 리액션 그 이상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개혁 대상의 현재 속성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작은 정부’를 반대하기 위해 ‘큰 정부’란 구호를 내세운 뒤 그 내용을 공공 일자리를 늘리는 말 그대로의 ‘덩치 큰 정부’라는 개념으로 채우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실상 ‘작은 정부’의 문제를 해결할 복안은 복지 사각과 불공정 거래를 방치하지 않는 ‘역할이 큰 정부’에 있는데 말이다. 리액션이 전략의 전부일 때의 공허함을 설명하기 위해 그레이버는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도 끌어들였다. 만화 원작 출신인 이 슈퍼 히어로들은 악에 반응할 뿐 스스로 변화를 모색하지 않는다. 정작 악당들은 세상을 바꾸겠다고 온갖 창조적 계획을 감행하는데, 슈퍼맨은 악당이 파괴할 때에만 존재의 의미를 드러낸다. 악당에 기생하듯 말이다. 현실을 정말 고쳐 내고 싶다면, 리액션 그 이상이 필요하다.
  • ‘억울한 죽음’ 고릴라 하람비 1주기 맞아 추모열기

    ‘억울한 죽음’ 고릴라 하람비 1주기 맞아 추모열기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적인 추모 열기를 일으킨 고릴라 하람비가 세상을 떠난지 1주기를 맞았다. 최근 미국 ABC뉴스 등 해외언론은 하람비가 억울한 죽음을 맞은지 정확히 1년을 맞아 온라인 상의 추모열기가 다시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사고는 지난해 5월 28일(현지시간) 부모와 함께 미국 신시내티 동물원을 찾은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4살 소년이 고릴라 우리에 들어가면서 벌어졌다. 목격자에 따르면 이날 소년은 ‘물에 들어가고 싶다’고 칭얼대다 고릴라 우리의 안전 펜스 밑으로 기어들어가 그 안으로 떨어졌다. 이에 수컷 고릴라 하람비(17)는 10분 가량 물 속에서 아이를 끌고 다녔으며 놀란 관람객들은 이 광경을 그대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곧 연락을 받은 동물원 측 위험동물 대응팀이 충돌했으며 아이의 안전을 우려해 그 자리에서 고릴라 하람비를 사살했다.   하람비의 죽음이 큰 논란이 된 것은 당시 우리 안에서 질질 끌려다닌 소년이 실제로 위험한 상황이었느냐는 점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당시 장면을 촬영한 관람객들의 영상이 공개되면서 하람비가 사람들 탓에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는 추모가 일기 시작했다. 한 목격자는 “당시 관람객들은 비명을 지르며 충격에 빠져있었는데 오히려 고릴라는 아이를 보호해주려고 하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영상을 본 한 영장류 학자 역시 “고릴라는 작은 생명체를 보호하려 할 때 이같은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며 거들고 나섰다.   이에 온라인 상에는 ‘하람비에게 정의를’(Justice for Harambe)이라는 추모공간이 만들어졌으며 이후에도 다양한 추모 상품과 심지어 문신도 인기를 끌었다. 보도에 따르면 하람비 1주기를 맞아 정작 신시내티 동물원 측은 이와 관련된 공식 추모행사를 열지 않았다. 아마도 하람비 죽음 이후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의 쏟아진 비난에 대한 부담감이 여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언론의 해석. 그러나 트위터 등 SNS 상에는 각종 하람비 합성 사진을 공유하며 억울한 죽음을 잊지말자는 게시물이 쇄도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점프하는 부시베이비 슬로우모션 영상 화제

    점프하는 부시베이비 슬로우모션 영상 화제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처럼 점프하는 애완동물의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7일 영국 데일리메일은 최근 일본 오사카에 사는 모나카(Monaka)가 인터넷상에 올린 새끼 갈라고(galago)의 점프 영상을 기사와 함께 소개했다. 영상 속 동물은 아프리카 대륙에 사는 작은 야생성 영장류로 갈라고과에 속하는 원숭이로 가 ‘부시베이비’(bush baby)라고도 불린다. 큰 눈과 긴 꼬리를 가지고 있으며 주로 낮엔 잠을 자고 밤에 활동한다. 동그랗게 큰 눈을 가진 새끼 갈라고의 점프하는 모습이 너무도 귀엽다.(참고: 위키백과) 갈라고는 영국 왕립학회에 따르면 긴 뒷다리를 이용해 2m 이상을 점프할 수 있으며 이는 개구리보다 6~9배 더 멀리 점프할 수 있다. 사진·영상= Storyful Facebook / Exclusive video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전 세계 건조지대서 한반도 면적 21배 ‘희망의 숲’ 찾았다

    전 세계 건조지대서 한반도 면적 21배 ‘희망의 숲’ 찾았다

    벌목·농경지 개간에 삼림 파괴 아마존 한 해 서울 8.6배 소멸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00~2010년 전 세계 삼림면적이 매년 521만㏊씩 줄었다. 특히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은 2015년 한 해 동안만 서울 면적의 8.6배인 약 5200㎢가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 숲은 전 세계 열대 우림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지구에서 필요로 하는 산소의 4분의1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존 숲 파괴는 전 지구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바이오연료가 숲 파괴 가속화 숲의 파괴는 불법 벌목과 농경지 확보가 주된 이유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농경지를 확보하면서 오히려 숲을 파괴한다는 역설도 존재한다. 석탄과 석유를 대체하기 위한 바이오 연료는 콩, 옥수수, 사탕수수는 물론 음식물 찌꺼기, 폐목재 등 다양한 원료에서 추출할 수 있다. 이 중 생산효율이 높고 쉽게 바이오 연료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곡물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바이오연료 사용이 늘어나면서 원료가 되는 작물들을 재배하기 위해서 브라질이나 인도네시아 등에 위치한 열대우림이 파괴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의 속도로 삼림 파괴가 진행된다면 2060년쯤에는 열대우림이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숲이 파괴되면 강하게 내리쬐는 태양열과 빛 때문에 토양이 건조해지고 그에 따라 증발하는 수분이 줄어 강수량이 감소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지구 전체의 평균온도가 올라가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 생태계의 먹이사슬과 경쟁적 상호작용을 무너뜨려 멸종하는 생물종들도 늘어난다. 실제로 올 초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인간과 생물학적으로 가장 가까운 친척이라고 할 수 있는 영장류의 60% 이상이 멸종하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대륙 안쪽에서 새로운 숲 발견 그런데 지난 12일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에는 아마존 열대우림이 줄어든 만큼 새로운 숲을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이번 연구는 FAO, 유엔개발계획(UNDP)과 미국, 벨기에, 영국, 호주, 아르헨티나, 튀니지, 터키,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브라질, 키르기스스탄, 니제르 등 13개국 20개 기관과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까지 참여한 대규모 국제공동연구진이 진행했다. 연구팀은 지구 육지표면의 40% 이상을 차지하지만 삼림이나 대지 구성 분포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건조지역을 집중 분석했다. 중위도 고압대가 발달하는 대륙의 서쪽이나 중앙아시아 같은 대륙의 안쪽, 바다의 습한 바람이 거의 미치지 않는 지역에서 발달된 건조지역은 강수량이 부족해 식물의 정상적인 성장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연구팀은 이를 위해서 구글에서 최근 개발한 초고해상도 ‘구글 어스’ 이미지를 이용해 이들 지역을 가로, 세로 각각 1m 크기로 구역화해 21만장의 인공위성 이미지를 확보해 수백명의 연구자가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식물이 살 수 없을 것이라 여겨졌던 건조지대에서 이전에 보고됐던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숲이 분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렇게 발견된 숲의 면적은 4억 6700만㏊(467만㎢)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한반도 면적(22만㎢)의 약 21배, 아마존 열대우림의 3분의2 정도 수준이다. 연구팀은 건조지역 숲의 발견으로 세계 삼림 면적의 추정치가 9%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장프랑수아 베스텡(벨기에 브뤼셀 자유대 교수) FAO 자문관은 “이번 연구 결과는 환경보호론자들이나 연구자들이 전 지구적으로 삼림지대를 보존하고 복원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전 세계의 삼림들이 처리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새로 만들어지는 산소량, 지구온난화 저지 정도를 좀더 정확하게 추정해 대응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핵잼 라이프] 춤추는 ‘발레릴라’ 英동물원 인기 스타

    [핵잼 라이프] 춤추는 ‘발레릴라’ 英동물원 인기 스타

    제 서식지를 떠나 동물원 우리에 갇힌 동물들을 바라보는 건 안쓰럽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흔히 볼 수 없는 세상의 다른 생명체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또한 TV 속 야생 동물의 거친 생존 본능과 달리 말똥말똥한 얼굴과 천진한 표정으로 기꺼이 사람들과 교감하는 모습에서 치유를 얻는 것도 사실이다. 엄마 아빠들이 모처럼 휴일, 지친 몸을 기꺼이 일으켜 아이들 손잡고 동물원을 찾는 이유다. 그렇게 찾은 동물원 속 동물들의 현실은 조금 다르기 일쑤다. 호랑이, 사자, 표범 등 맹수들은 널브러져서 잠만 자거나 삶의 낙이 하나도 없다는 듯 심드렁한 눈빛으로 멍하게 멈춰 있기만 한다. 물론 아이들은 그조차도 신기하고 재미있어 하지만, 어른들 입장에서는 빼앗긴 자유와 갇힌 존재에게서 자신을 투영하며 비애감에 젖곤 한다.‘이 동물원’은 좀 다르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기꺼이 함박웃음을 터뜨릴 수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데번주 페이턴동물원에서 인기 스타로 급부상하고 있는 위풍당당한 고릴라의 모습을 공개했다. 주인공 키안다(15)는 마치 발레 무용수처럼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는 것을 좋아한다. 키안다의 자신감 있는 모습은 방문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하는데, 지난해 9월에는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발레동작 ‘피루엣’을 우리 안에서 선보여 많은 사람들을 놀래켰다. 대기 속으로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키안다의 몸짓은 발레리나 못지않게 기품 있고 우아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를 본 사람들은 “누군가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한다”, “참 훌륭한 영장류다. 나도 함께 춤추고 싶다”며 그의 특별한 재주를 칭찬했다. 페이턴동물원 관계자는 “재주를 뽐내는 키안다는 종종 호수에서 물을 튕기거나 숲의 잔디를 뽑아서 던지는 연출을 하기도 한다. 이번 사진 역시 그가 풀을 던지면서 공중에 점프할 때 찍힌 것이다. 물론 몸무게 186㎏의 그가 발레 무용수가 되기엔 약간 무거운 편이긴 하다”고 말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서부 로랜드고릴라에 속하는 키안다는 2002년 태어나 독일 슈투트가르트 동물원에서 11년 전에 이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홍희경 기자의 출근하는 영장류] 변두리에 있지만 진격

    [홍희경 기자의 출근하는 영장류] 변두리에 있지만 진격

    혼네(본심)와 다테마에(체면). 2차 세계대전 중 미국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는 ‘국화와 칼’에서 일본인의 이중적 태도를 지적했다. 발간된 지 71년이 지났지만, 책은 여전히 일본인과 사회를 이해할 입문서로 읽힌다. ‘국화와 칼’이 포착한 일본인의 태도를 더 탐색하는 사례도 많다. 우치다 다쓰루 교수의 ‘일본변경론’이 대표적이다. 변경이란 세상의 중심이 아닌 변방, 변두리를 뜻한다. 가미카제를 불사하던 일본군이 포로가 되자 기꺼이 미군에게 협력하고 애써 서양 문화를 배우려는 광경에 베네딕트는 생경함을 느꼈지만, 다쓰루는 이것이야말로 변경인의 특성이라고 단언했다. 스스로 소신을 세워 판단 기준으로 삼기보다 외부 권위를 기준 삼아 자신이 그 권위에 가까울수록 잘하고 있다고 안도하는 이가 변경인이다. 미국이 기회의 나라로, 프랑스가 박애의 나라로, 캐나다가 관용의 나라로 정체성을 세우려 부심할 때 세계 2~3위 경제대국식의 국제 순위를 정체성으로 삼는 게 변경인들의 국가다. 한국인은 일본인과 참 많이 다르지만, 국제 순위를 정체성인 양 믿는 모습은 닮았다. 경제력, 올림픽 메달수, 국가 연구개발(R&D) 투자율에서 정체성을 확인한다. 입시 위주 교육을 비판하다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를 잘 받으면 안도한다. 경제력 순위에 목맨 그간의 성장위주 정책을 반대하는 편에서 대안으로 성장지수 대신 행복지수 국제 순위를 높이자고 주장하는 지경이다. 기왕 등수로 정체성을 확인하는 게 목표라면 순위가 높은 어떤 나라를 모방하는 것도 전략이란 생각이 들었나 보다. 영국의 금융허브 모델, 스웨덴 복지 모델, 독일의 연정, 핀란드식 교육까지 우리 사회에 모방 열기를 불러일으켰었다. 물론 이 모델이 우리에게 맞을 리 없다. 각 나라 사람들이 순위가 높아지는 동안 감내했던 사회적 양보를 간과해서다. 우리는 소득불평등이 적다고 스웨덴 모델을 예찬했지만, 이들이 자산불평등 극복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도 합의했다는 점에 신경 쓰지 않았다. 진짜 정체성은 뒤처졌을 때 진면목을 드러낸다. 우리보다 며칠 앞서 대선을 치른 프랑스는 이를 방증해 냈다. 60년간 번갈아 집권한 공화·사회 양당 대선 후보가 결선투표에 오르지 못하고 패했을 때, 공화당 소속 중진 정치인인 피에르 를르슈는 “실패와 반혁신을 거듭한 우리 세대의 집단적 실패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불출마 계획을 밝혔다. 39세 새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의 새 비전 제시는 아직이지만, 패배한 정치세력이 먼저 ‘변화하는 프랑스’의 정체성 정립에 힘을 보탰다. 한국은 2002년 월드컵 4강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듯 국제 순위는 바뀐다. 세계 모든 순위를 골고루 정복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순위를 좇는 삶, 그것도 내가 아닌 바깥에서 정한 기준을 맞추는 삶에는 불안이 숙명이다. 처음엔 순위가 낮을까봐, 그다음엔 기껏 따라잡은 순위가 더이상 세계의 이목을 끄는 순위가 아닐까봐 불안하다. 변두리에 있든, 지금껏 국제 순위를 좇느라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었든 변명은 소용없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으려 노력하지 않는 한 불안은 계속된다.
  • 동물원 인기스타로 떠오른 발레하는 고릴라

    동물원 인기스타로 떠오른 발레하는 고릴라

    가끔은 동물원에서의 하루가 전혀 신나지 않을 수 있다. 좋은 자리를 선점해 좀 더 가까운 곳에서 동물을 보려고 사람들과 실랑이를 벌였는데, 꼼짝없이 무표정으로 누워 있기만 하는 우리 안 동물들을 볼 때면 내가 이걸 보려고 여기까지 왔나 싶다. 하지만 영국 데번주에 있는 동물원은 좀 다르다. 이 곳을 방문하는 관람객들은 지불한 입장권 가격보다 훨씬 가치있는 동물의 역동적인 면모를 목격할 수 있다. 8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페이턴(Paignton) 동물원에서 인기스타로 급부상하고 있는 위풍당당한 고릴라의 모습을 공개했다. 주인공 키안다(15)는 마치 발레 무용수처럼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는 것을 좋아한다. 키안다의 자신감 있는 모습은 방문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하는데, 지난해 9월에는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발레동작 ‘피루엣’(pirouette)을 우리 안에서 선보여 많은 사람들을 놀래켰다. 대기 속으로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키안다의 몸짓이 발레리나 못지않게 기품있고 우아해 보여서, 이에 감명 받은 동물원 직원들은 키안다의 모습을 촬영해 온라인에 공유했다. 이를 본 사람들은 “이 고릴라는 누군가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한다”, “참으로 훌륭한 영장류다. 나도 함께 춤추고 싶다”며 키인다의 특별한 재주를 칭찬했고, 일부는 “영상으로 보고 싶다”며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페이턴 동물원 관계자는 “재주를 뽐내는 키안다는 종종 호수에서 물을 튕기거나 숲의 잔디를 뽑아서 던지는 등의 연출을 하기도 한다. 이번 사진 역시 그가 풀을 던지면서 공중에 점프할 때 찍힌 것이다. 확실히 키안다의 몸놀림이 가볍긴 하지만 몸무게가 186kg이 되는 그가 발레 무용수가 되기엔 약간 무거운 편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서부 로랜드고릴라(Western lowland gorillas)에 속하는 키안다는 2002년 10월에 태어나 독일 슈투트가르트 동물원에서 11년 전에 이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사진=더썬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개는 주인의 슬픔에 쉽게 물든다”(연구)

    “개는 주인의 슬픔에 쉽게 물든다”(연구)

    개는 사람 혹은, 같은 개가 내는 감정적인 소리에 자신의 감정 상태를 맞추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스트리아 빈 수의대 연구진이 서로 다른 견종으로 성견 53마리와 이들의 주인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위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은 두 실험실에 각각 나무 상자 세 개를 일정한 간격으로 놔두고 그중 하나에 스피커를 숨겼다. 그리고 맞은편에 담요와 의자를 각각 놔두고 개와 그 주인이 앉도록 한 뒤 실험 내용에 따라 녹음된 소리를 각각 재생했다. 이때 개가 스피커 위치에 익숙해질 잠재적인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스피커를 임의로 옮겼다. 사람에 대한 반응을 살피는 실험에서는 긍정적인 정서를 나타내는 소리로 웃음소리를, 부정적인 정서를 드러낸 소리로는 울음소리를 재생했다. 다른 개에 관한 반응을 살필 때는 긍정의 소리로 놀이 중 짖는 소리를, 부정의 소리로는 격리돼 있을 때 흐느끼는 소리를 들려줬다. 통제 실험에서는 비(非)정서적인 소리를 재생했다. 이 중에는 여성의 중립적인 목소리나 비 내리는 소리, 또는 바람에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같은 것이 포함됐다. 각 실험 동안 개 옆에 앉은 주인은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오는 동안 개의 반응을 무시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연구진은 각 개의 행동을 관찰·기록하는 여러 실험을 진행한 뒤 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개는 사람은 물론, 다른 개가 내는 감정적인 소리와 비슷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소리 중에서는 부정적인 소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으며 심지어 부정적인 정서 상태를 보였다. 그리고 사람이 아닌 다른 개의 소리가 나올 때는 반응이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개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정서를 나타내는 소리를 구별할 수 있으며 사람의 감정에 민감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로 개가 사람과 개의 부정적인 소리에 정서 전이 패턴을 보인다는 것을 확인했다. 정서 전이는 공감의 기본 요소로, 두 개체 사이에 자동적인 동시에 무의식적으로 정서 상태가 일치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특히 이는 사람을 포함한 영장류부터 설치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에서 입증돼왔다. 이미 여러 연구에서도 개는 사람과 같이 다른 종에 대해서도 정서 전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개가 정서적인 소리에 서로 다른 유의성(valence, 개인이 특정 결과에 대해 갖는 선호 정도)을 인식하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이는 앞으로 개가 긍정적인 정서 상대에 공감하는 것에 관한 추가 연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동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동물 인지’(Animal Cognition) 최신호(4월 21일자)에 실렸다. 사진=ⓒ Soloviova Liudmyla / Fotoli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홍희경 기자의 출근하는 영장류] 희생타 포퓰리즘

    [홍희경 기자의 출근하는 영장류] 희생타 포퓰리즘

    3대에 걸쳐 가뭄과 기근을 겪은 우간다 이크족은 적대적이고 이기적이며 비열했다. 그들은 다른 사람을 속이며 쾌감을 느꼈다. 노인에게 음식을 주는 것은 낭비, 아이의 죽음은 행운으로 여겼다. 집에 홀로 둔 아이를 표범이 잡아먹자 엄마가 눈물 흘리긴커녕 배부른 표범은 멀리 가지 못했겠다며 기뻐하고, 즉각 표범 사냥에 나선 일도 있었다. 1970년대 2년여 동안 이크족과 생활한 인류학자 콜린 턴불은 사랑이 인간의 기본적인 자질이 아니라, 풍족할 때 누리는 사치에 불과하다고 결론 내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도 이크족과 같을까. “아니다”란 답을 찾기 위해 대학 다닐 때 마주치던 마을버스 푸시맨을 떠올렸다. 첫 수업에 맞춰 전철역에서 쏟아져 만원 마을버스를 타는 일은 학생과 운전기사 모두에게 고역이었다. 고육지책으로 학생이 몰리는 30분 동안 푸시맨이 투입됐다. “같이 갑시다”란 외침에 발 디딜 여유가 조금 생긴다. 더이상은 무리라고 생각할 때쯤 “이 학생 못 타면 3학기 연속 학사경고로 제적된대요”란 외침이 들리면 매달려 갈 틈이 또 생긴다. 그 하얀 거짓말에 몇 년을 속았다. 우린 어쩌면 생각보다 더 많이 다른 사람이 곤경을 피하길 바라고 있는지 모른다. 여론조사를 봐도 우린 이크족과 다르다. 흔히 기초노령연금을 이른바 부모 세대를 겨냥한 정책으로, 청년 일자리 마련을 자식 세대 정책으로 가른다. 그런데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가 2015년 10월 1500명에게 물어 ‘표심의 역습’이란 책에 게재한 조사 결과는 통념과 달랐다. ‘젊은층에 부담이 돼도 노후 연금을 줄여선 안 된다’는 의견에 자식 세대 동의가 더 많았다. 반대로 ‘젊은층 일자리를 위해 나이 든 사람이 양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부모 세대 지지가 더 높았다. 다른 집단에 일방적 양보를 요구하는 데 영 불편해하고, 서로 적절하게 배려하고 연대하고 싶은 마음이 드러난 조사다. 야구 경기 중 자신의 출루 기회를 포기하고 주자를 살리기 위해 희생타를 칠 때가 있다. 가정, 직장, 조직에서도 희생타가 종종 나온다. 그 희생타는 실상 결정타가 될 때가 많다고 우린 이미 알고 있다. 성적장학금을 폐지하고 형편에 맞춰 장학금을 지급해 저소득층 학생들이 성적을 올릴 계기가 된 고려대의 새 장학금 제도에 보내는 찬사도, 전업맘 자녀의 어린이집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정책에 “편 가르지 말라”던 워킹맘들의 반발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이 중 워킹맘들이 반발한 배경엔 ‘전업맘이라고 애 키우는 게 쉽나’라는 이타적인 마음에 더해 ‘전업맘 자녀가 먼저 귀가하면 워킹맘 자녀들만 쓸쓸하게 어린이집에 남나’란 이기적 동기도 작동했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옛 사람들은 미덕과 영광, 오늘날엔 공정성과 권리가 중시된다”고 했다. 꼭 공정성이 남에 대해서만, 권리가 나를 향해서만 작동하진 않을 터다. 내가 받는 혜택이 공동체 전체의 득과 일치할 때, 어떤 혜택을 내가 아닌 나와 조우하던 다른 누군가 받아 사회가 더 건강해진다고 확신할 때 많은 이들이 한 타석쯤의 희생타를 기꺼이 감내할 것이라고 믿는다.
  • 원숭이도 동료의 ‘잘못된 믿음’ 알아챈다(연구)

    원숭이도 동료의 ‘잘못된 믿음’ 알아챈다(연구)

    영장류 중 우리 인간과 가장 가까운 종류로 알려진 오랑우탄과 침팬지, 그리고 보노보와 같은 대형 유인원은 인간처럼 다른 개체가 잘못된 믿음을 가진 것을 알아보는 능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5일자에 실린 연구논문에 따르면, 대형 유인원은 사물이 있는 곳에 대해 착각하고 있는 다른 개체를 스스로 돕는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다비드 부텔만 박사는 “유인원들이 틀린 믿음(false belief)에 대해 이해하고 다른 개체를 적절하게 도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는 이번 연구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이 이번 연구에서 생후 1년 6개월 전후의 유아를 위해 개발된 검사 방법으로, 유인원들이 다른 개체가 틀린 믿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려 했다. 이른바 ‘틀린 믿음 과제’로 불리는 이 실험은 먼저 첫 번째 사람이 유인원이 보는 앞에서 두 상자 중 한쪽에 물건을 넣고 자리를 떠나면 두 번째 사람이 해당 물건을 상자에서 꺼내 다른 상자 속에 집어넣었다. 이후 다시 돌아온 첫 번째 사람이 물건의 위치가 바뀐 것을 몰라 처음에 자신이 물건을 집어넣었던 상자를 열었다. 반면 대조 실험에서는 첫 번째 사람이 실내에 머문 상태에서 두 번째 사람이 물건의 위치를 바꾸는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독일 라이프치히동물원에서 열린 이번 연구에는 침팬지와 보노보, 그리고 오랑우탄 등 총 34마리의 대형 유인원이 참여했다. 물건의 위치가 바뀌어 첫 번째 사람이 보지 못한 틀린 믿음 실험에서는 유인원들이 우연이라기보다는 유의미하게 높은 빈도로 실제로 물건이 들어있는 상자를 정확하게 선택했다. 연구팀은 연구논문에서 “유인원들이 유아처럼 두 상자에 물건이 들어 있는지에 대해 틀린 믿음을 가진 다른 개체가 물건을 찾는 것을 도와주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연구처럼 다른 개체의 의도를 이해하는 이른바 ‘마음 읽기’(read minds) 능력은 유인원들이 갖추지 못한 것으로 여겨왔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유인원은 사회적 교류 속에서 이런 이해를 사용할 능력이 있다”고 결론 지으면서도 “앞으로 추가 연구가 진행되면 사회적 인식에 관한 대형 유인원과 인간 사이의 뚜렷한 차이는 다른 개체의 마음을 ‘읽는다’는 기본적인 능력이 아니라 어딘가 다른 부분에 있는 것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오랑우탄 한 마리가 ‘틀린 믿음 과제’ 실험에서 첫 번째 사람이 자신이 물건을 집어넣었지만 두 번째 사람이 옮겨서 물건이 없는 처음 상자를 확인하려는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다비드 부텔만 박사 /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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