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의 힘과 지혜를 위하여(사설)
◎서울신문 창간48주년 아침에
21세기를 코앞에 두고 세계는 지금 저마다 살아남기 위한 대란을 겪고있다.모두들 「밖으로,앞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몸부림은 선·후진국 가릴것 없이 총력전의 양상이다.선진국은 따라잡히지 않으려 더욱 박차를 가하고 중·후진국은 무엇이건 제치고 나서야 한다는 생존의 몸짓으로 영일이 없다.
누가 더 잘살고 보다 질높은 생활을 영위할수 있느냐하는 경쟁의 승부는 국민의 실력과 그 국민이 만드는 국가적 생산력에 의해 판가름날 뿐이다.지금 세계 각국은 질높고 경쟁력있는 상품을 만들어내고 강인하고 창의적인 국민을 키워내는 안팎의 경쟁마당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국제화를 위한 힘과 지혜를 겨루는 「경쟁력의 경쟁」이다.
우리는 이 국제화의 당위와 필연성에 바탕하여 우리가 이제 앞장서 시작하고 무언가 이뤄내겠다는 소신과 결의를 서울신문 창간48주년을 맞는 아침에 세상에 밝히고자 한다.
○우물밖 개구리,「밖으로 앞으로」
확실히 세계는 지금 이미 경제뿐 아니라 인적·물적·정보의 영역에서 국제적무한경쟁의 시대에 들어섰다.「밖으로 앞으로」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지금 내가 어디에 서있는가』보다 『내가 밖의 세계와 어느만큼 연결되어 있는가』를 중시하고 세계를 향한 안테나를 높이 세운다.이것이 바로 국제화이다.
국제화란 서구지향의 동일문화로 나가는것이 아니다.각문화의 다양성과 다원성을 인정하여 그속에 「우리것」을 당당하게 정위시키자는 것이다.세계는 좁고 지구는 24시간 돌아간다.시간,거리,국적,언어는 이제 별 의미가 없다.우리는 국내의 정치 기업 문화에만 안주할것이 아니라 세계를 경쟁자로 하고 지구촌 사람들을 소비자로 삼아야 한다.
또하나,편견에서 벗어남도 국제화이다.세상은 좁아지고 하나가 되는데 우리것에만 집착하는 고정관념도 버려야 한다.편견을 벗고자 함은 우물안 개구리를 면하자는 것이다.요즘 국제화를 지향하는 기업들은 사원채용에서부터 「우물밖 개구리」를 뽑는다.어학능력·국제감각등이 가장 중요한 선발기준이 됐고 그들 먼저 해외연수를 보낸다.
○의식의 국제화,사람의 세계화
요컨대 우선 의식을 국제화하고 사람을 세계화하자는 것이다.그 두가지중 어느것이 먼저냐는 것은 논외의 일이다.사람·의식 모두 한꺼번에 국제화해야 하기 때문이다.김영삼대통령이 『이제 눈을 밖으로 돌려 세계와 경쟁해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개혁을 한다』고 강조한 뜻도 여기에 있다.
무엇을 기준으로,어디를 근거로한 「밖으로 앞으로」인가.우리가 지금 과거를 과감히 떨치고 미래를 설계할수 있는 내부의 의식과 기틀이 설정됐다는 판단아래 다음단계로 시각을 넓히자는 것이다.경제만해도 그러하다.
사실 우리 경제는 발전단계로 볼때 개발경제이후 그 다음 단계로 나가지 못하고 지체됐다.지구력과 창의력이 한계에 이르렀고 일찍이 국제화에 눈뜨지 못한 탓이다.생산력과 경쟁력에서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일본은 일찍부터 차세대교육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의 경쟁목표를 창의력과 국제화에 두고 있다.이제 눈을 밖으로 돌릴 즈음 그것부터 배워야한다.이웃에 가난한 나라보다 부자나라가 있는게 유리하다는 주장을 편 사람은 국부론의 애덤 스미스였다.
○문화 언론경쟁력 강화의 과제
변혁과 개방·국제화의 치열한 시대속에서 언론의 책무 또한 막중하다.우리의 관심과 과제 역시 명확하다.재래식 게임룰이나 우물안 개구리식 편향제작에서 탈피해 정치 경제 과학 기술 문화 환경 교통 교육 경영 통신 지역·도시생활 국제관계등 전반에 걸쳐 시야의 지평을 확대하고 질의 경쟁력을 축적해야 한다.이제부터 우리의 주제는 기존의 여야,제도권과 재야,보수와 진보,개혁과 반개혁의 이분법이 아니라 다양성,다원성의 종합 분석이어야 한다.
정치 경제 사회의 국제화뿐만이 아니다.세상은 오늘 국제화속의 개별성과 차별성이 부각되는 개성의 시대이기도 하다.그것을 우리는 문화의 국제화라고 정의하고자 한다.그 문화의 국제화를 우리는 영화 「서편제」에서 찾았다.
1백만 관객동원의 대기록을 세웠고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서편제를 통해 우리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아울러 문화의 정체성 확립은 국수주의적 뿌리찾기가 아니라 국제화시대의 국내적 기반이라는 점에서 더욱 필수적인 언론의 지향과제도 되는 것이다.
○서울신문이 새롭게 시작한다
변화와 개혁은 역사의 요청이다.그리고 변혁이 진행될때 자신을 적응시키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시대의 흐름에 자신을 적응시키는 일은 밖으로,앞으로 자신의 창문을 활짝 여는 일이다.
대원군 쇄국정책은 미구의 국망으로 이어졌다.오늘날 북한의 폐쇄와 고립은 국제경쟁력에서의 낙후는 물론 그들 국가의 생존문제로 연결되고 있다.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과 명제가 바로 이것이다.그것이 또한 국가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생존력이기도 한 소이이다.
서울신문은 오늘 창간48주년을 맞았다.조국광복의 해,그 역시 엄청난 변화와 전환의 소용돌이 속에서 태어난 서울신문이었다.이 풍진 세상을 오직 언론의 본령속에서 살아왔고 이제 그 연륜에 걸맞는 경윤으로써 모든 것을 책임질수 있는 장년을 넘어섰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어느날 문득 우리앞에 다가선 21세기 태평양시대,국제화시대의 진입로에 서서 밖으로,앞으로만이 아니라 불퇴전의 실천의지로써 마구 뛰어가고자 한다.소신에 찬 미래지향의 의지아래 새로 시작하고 달려가고자하는 것이다.눈여겨 지켜봐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