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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

    ■법제처 ◇법제관△법제지원단 조용호△행정법제국 최종진 ■국세청 ◇부이사관 전보△서울국세청 감사관 임성빈△서울국세청 송무1과장 남판우◇서장급 전보 <본청>△기획재정담당관 천기성△전산기획담당관 윤영석△전산운영담당관 김대원△심사2담당관 정용대△부동산납세과장 안덕수△자본거래관리과장 최성일△이준오 김용완 한지웅 이봉근 김범구 박종희<서울국세청>△조사3국 조사1과장 고근수△조사3국 조사2과장 윤승출△조사3국 조사3과장 전을수△조사4국 조사2과장 오덕근△국제조사관리과장 강성팔△국제조사1과장 한덕기<중부국세청>△개인납세1과장 정병룡△체납자재산추적과장 김갑식△조사1국 조사2과장 박종현△조사1국 국제조사과장 전애진△조사2국 조사1과장 박찬욱△조사3국 조사1과장 김남영△조사3국 조사2과장 김영상△조사4국 조사1과장 오상훈△조사4국 조사3과장 이판식<광주국세청>△조사2국장 김성후<대구국세청>△조사1국장 현종현△조사2국장 김일현<부산국세청>△조사2국장 최판덕<세무서장>△종로 남해찬△중부 오광태△남대문 전영래△성북 강상식△서대문 정종식△영등포 서재익△동작 김춘배△반포 배상재△서초 류득현△성동 이순구△동대문 신광동△강동 이기태△송파 김기복△잠실 유재준△인천 이기철△북인천 박경윤△서인천 유세영△안양 권용수△동안양 류택희△용인 김종찬△시흥 황대철△수원 양신규△동수원 백운철△화성 김지암△평택 이숭건△파주 이제우△천안 임동현△공주 현석△북광주 이광영△남대구 이희백△북대구 최정수△서부산 최명식△북부산 이수진△금정 최정식◇초임세무서장△본청 정보개발2담당관 남우창△광주지방국세청 징세송무국장 박황보△대구지방국세청 징세송무국장 이영중<부산국세청>△감사관 박광수△운영지원과장 임호택△조사1국 조사관리과장 유병철<세무서장>△부천 김종오△홍천 최기섭△영월 김남오△삼척 홍성범△대전 오상준△서대전 김광천△북대전 고영일△제천 오태환△홍성 박헌옥△서광주 채병호△북전주 신재용△목포 김재철△정읍 김광근△남원 정영숙△경주 배철환△구미 조상욱△경산 이응봉△상주 김준우△영덕 고점권△중부산 윤순상△수영 김원용△울산 이훈구 (이상 6월 30일자) ■대한상공회의소 △인력개발사업단장 조정호 ■한국건강관리협회 ◇본부장급△전라북도지부 본부장 강선규<승진>△광주전남지부 본부장 김병길△경상남도지부 본부장 하동식 ■이데일리 ◇편집보도국△부국장(정경부장 겸임) 오성철△증권시장부장 이정훈△글로벌마켓부장(논설위원 겸임) 김민구◇이데일리TV△편성제작부장 채의석 ■삼정KPMG ◇승진 <부대표>△정보통신산업 감사본부장 양승렬△딜어드바이저리2본부장 윤학섭△일본사업본부장 이학률<전무>△강정구 공영칠 김광석 김진태 박성배 석명기 이관범 이찬기 이호준 장영내 전철희 조원덕 한상일 황재남◇신임△파트너(상무) 김민수 백승목 신동준 신문철 어경석 이동근 이상근 이정수 조기욱 현승임 홍명국
  • ‘메마른 대한민국’ 가뭄에 신음한다

    ‘메마른 대한민국’ 가뭄에 신음한다

    가뭄에 전국이 타들어가고 있다. 23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인천, 경기, 강원, 충북, 경북 등 5개 시·도가 가장 심각하다. 이 지역에 닥친 가뭄 피해면적을 합치면 73.58㎢나 된다. 서울 여의도 면적(2.9㎢)과 비교하면 무려 25.3배에 이른다. 논 28.22㎢, 밭 45.36㎢다. 이곳에선 가뭄으로 수확기를 맞기도 전에 농작물이 시들어가고 있다. ●강원도 밭작물 피해 14.8% 최대 인천 강화·옹진군, 경기 파주·양주시, 강원 강릉·속초시, 경북 안동·상주시 등 26개 시·군에선 논물 마름 현상이 두드러졌다. 강화 4.3㎢ 등 모두 7.3㎢에서 아직도 모내기조차 못할 정도다. 가뭄으로 시듦 피해를 입은 전체 밭작물 가운데 강원도가 36.3㎢로 14.8%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평창군 7.1㎢, 강릉시 5.6㎢, 횡성군 4.6㎢, 영월군 4.0㎢ 등 순으로 피해가 컸다. 지난 20일 내린 비는 인천, 경기 북동부, 강원 영서지역 일부인 7.9㎢에 겨우 입술만 축였을 따름이라고 할 수 있다. 기상청 발표 가뭄지수를 보면 5개 시·도 외에 나머지 지역도 애타기는 마찬가지다. 알맞은 강우량(100)을 기준으로 한 평균 가뭄지수를 분석한 결과 ‘정상’(80~110 미만)인 광주광역시와 전남을 빼면 온통 빨갛다. ‘매우 가뭄’(55 미만)이 대부분이고 서울과 경기 북동·북서부, 강원 남동부도 최악의 경우만 모면한 ‘가뭄’(55~80)으로 기록됐을 뿐이다. 파란색 표시인 ‘습함’(110 이상)으로 나타난 지역은 단 1곳도 없다. ●안전처, 81억 특별교부세 지원 전날 저수지 준설을 위한 특별교부세 81억원을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했던 안전처는 인천 강화군과 강원 고성군을 포함한 36개 시·군·구 5만 1020여가구에 이틀째 차량을 동원해 식수와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돼지, 닭과 같은 가축의 폐사를 비롯한 피해 통계를 취합하는 등 비상대책에 종일 바빴다. 우리나라가 사상 최악의 가뭄에 시달린 것은 남부지역을 강타한 1994년 6~7월이다. 당시 영호남을 통틀어 1400여㎢가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강우량이 평년의 27%를 밑돌았을 지경이었다. 국민에겐 아직도 북한 김일성(1912~1994) 주석이 사망한 때로 기억되고 있다. 안전처 관계자는 “강우량이 평년에 견줘 서울·경기 57%, 강원도 55%에 그치고 있다”며 “오는 25~27일 충청 이남과 강원 영동지역에 강우예보가 있어 다소 해갈될 듯하지만 완전 해소 때까지 관련 부처와 적극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이인제 김한길 소환 통보, ‘성완종’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이인제 김한길 소환 통보, ‘성완종’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이인제 김한길 소환 통보, ‘성완종’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이인제 김한길 소환 통보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 파문 관련,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과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이번 주 안으로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22일 두 현역 의원에게 소환을 통보하고 일정을 조율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동선과 행적, 자금흐름 등을 복원하고 주변인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들 의원이 성 전 회장과 여러 차례 접촉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성 전 회장이 지난 2012년 3월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뒤 이 의원이 대표로 있던 선진통일당으로 당적을 바꿔 같은해 4월 당선되는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 건네졌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경남기업 관계자들로부터 성 전 회장이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류승규(69) 전 자유선진당 의원에게 자금을 건넨 정황을 포착하고, 이와 관련해 류 전 의원을 소환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의원의 측근으로 알려진 류 전 의원이 성 전 회장으로부터 건네받은 자금의 사용처 등을 확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류 전 의원은 지난 19대 총선 당시 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 지역에 출마했다 낙선한 바 있다. 김 의원의 경우 성 전 회장과 오랜 기간 친분을 쌓으면서 사업 관련 청탁이나 정치 활동과 관련한 도움을 요청받고 그 대가로 금품을 받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 의원이 지난해 추석 무렵 베트남 여행 경비를 성 전 회장으로부터 지원 받았다는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실제 성 전 회장의 일정표에는 2012년 4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김 의원과 24차례 만난 것으로 기재돼 있으며, 성 전 회장 사망 하루 전에는 두 사람이 함께 식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품 공여자인 성 전 회장 사망으로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되살리기 어렵고 주변인들의 목격담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을 조사한 뒤 사법처리까지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 의원의 수행비서 역시 최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으면서 금품수수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모처럼 단비 더위도 주춤

    10일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를 보였다. 특히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4.9도까지 올라가 평년 수준을 8.1도나 웃돌며 6월 상순 기준으로 1908년 기상청 관측 이후 107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더위는 11일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면서 주춤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뿐만 아니라 영월 35.6도, 원주 35도, 천안 34.2도, 수원 33.6도, 전주 33.6도 등 전국 대부분이 평년보다 7~8도 높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동해상에 중심을 둔 고기압의 영향으로 맑은 날씨가 이어진 데다 낮 동안 푄 현상이 나타나면서 태백산맥 서쪽 지방의 기온이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11일에는 전국이 흐린 가운데 대부분 지방에서 비가 내릴 전망이다. 남부지방은 새벽에 비가 시작돼 제주도와 호남은 오전에 그치고 영남은 낮 동안 그칠 것으로 보인다. 중부지방은 늦은 오후부터 비가 시작돼 다음날인 12일 새벽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예상 강수량이 적어 중·북부 지방의 건조한 날씨를 해소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 강수량은 서울, 경기, 강원, 서해 5도는 5~10㎜, 충청을 포함한 남부지방과 제주도는 5㎜ 미만이다. 11일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14~20도, 낮 최고기온은 20~31도로 예보됐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野 “특사 로비 의혹”… 黃 “명예 훼손”

    野 “특사 로비 의혹”… 黃 “명예 훼손”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둘째 날인 9일, 후보자의 변호사 시절 수임사건 중 자문 사건으로 분류돼 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이른바 ‘19금 목록’의 열람 방식을 놓고 여야가 격론을 벌이면서 오후 내내 정회가 거듭됐다. 우여곡절 끝에 공개된 수임내역에 이명박 정부에서 단행된 특별사면에 황 후보자가 자문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야당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졌다. 여야 특위위원 2명씩 열람한 자료에는 2012년 1월 4일 ‘사면 관련 법률 자문’에 황 후보자가 응했다고 게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특별사면은 같은 달 12일 단행됐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면과 관련해 자문이 오면) 공직자로서 양심이 있다면 아무것도 답할 것이 없다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또 “기업 총수가 사면 대상에 포함되기 위해 사방팔방에 로비를 벌이고, 전관 출신 변호사들이 활용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도 주장했다. 이에 황 후보자는 “사면 절차에 관한 조언을 해준 것”이라며 “추측에 의해서 명예를 훼손하는 부분이 걱정된다”고 맞섰다. 또한 2012년 1월 특별사면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황 후보자는 “제가 사면에 대해 자문을 시작한 것은 훨씬 뒤였다”고 해명했다. 2013년 1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천신일 전 세중나모여행 회장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포함된 사면에 개입했느냐는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의 질문에는 “전혀 무관하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고검장 출신 황 후보자는 당시 사면을 진행한 법무부 실무라인과 인연이 있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것 아니냐”고 캐묻기도 했다. 앞서 오전에는 2012년 법무법인 태평양 시절 맡았던 청호나이스 정모 회장의 상고심 사건 주심 재판관이 경기고 동기인 것과 관련, 대표적 전관예우 의혹 사건으로 지목된 데 대해 “사려 깊지 못했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전날 “오해가 없도록 했다”던 태도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야당의 ‘재탕’ 질의가 이어지면서 더이상 후보자를 감쌀 필요가 없어지자 검증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이 지역구인 염동렬 의원은 “평창동계올림픽 문제에 대해 아느냐”고 물은 뒤 “세금을 쏟아붓는다는 것은 오해다. 북한과 분산 개최 논란도 종결돼야 한다”며 지역구 현안을 소개하는 데 시간을 모두 사용했다. 청문회 마지막 날인 10일에는 후보자가 배석하지 않은 채 증인·참고인 심문을 진행한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국내여행 | [Village in Seoul 창신동] 세상의 모든 동네 창신동 꿰매기

    국내여행 | [Village in Seoul 창신동] 세상의 모든 동네 창신동 꿰매기

    창신동의 어깨가 무겁다. 제1호 뉴타운 재개발 해제구역. 싹 밀어 버리는 방법 대신 느린 재생을 선택한 창신동에 쏠린 시선들은 기대 반, 의심 반이다. 그러니 눈치 없는 관광객으로 말고, ‘아니 오신 듯 가만히’ 다녀오시라. 우리가 잃어버린 것, 그래서 지켜 주어야 할 것들이 아직 창신동에는 남아 있다! 첫 마을을 주시하라 창신동은 성 밖 첫마을이다. 사대문과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던 한양에서 흥인지문(동대문)을 넘어서면 그곳이 창신동이다. 혹은, 혜화동 낙산공원에서 동대문 방향으로 이어지는 서울 성곽길을 걸어 본 적이 있는가? 그 너머가 바로 창신동이다. 아마도,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재개발을 포기한 창신동은 낙후된 산동네, 달동네다. 길이 오죽 휘고 가파르면 ‘회오리길’이 있을까? 그 비탈에 축대를 쌓고 올린 집들은 대부분 노후 주택이다. 아랫마을 신당동이 대형 패션타운과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로 눈부신 발전(?)을 해 오는 사이 창신동은 여전히 20년 전 풍경을 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타운 재개발 계획은 주민들의 투표를 거쳐 2013년 해제됐다(일부 구역은 다시 서울시에 정비사업 추진을 신청했다). 투기꾼들을 실망을 안고 물러갔고, 이어서 도시재생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커뮤니티 디자인을 고민하여 ‘000간(공공공간)’을 운영 중인 사회적기업 러닝투런, 공연예술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창신동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연극교육을 위해 ‘뭐든지 예술학교’를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아트브릿지가 있으며, 어반하이브리드는 디자이너와 생산자를 연결해서 브랜드를 만드는 ‘창신테이블’을 운영 중이다. 도심재생 선도지역 사업을 위해 신숭인도시재생지원센터가 설치되고 국비와 시비 200억원이 책정됐으니, 성패를 주시하는 눈들이 쏠리고 있다. 뜨거운 감자인 셈이다. 이들의 작업은 창신동 주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창신동은 한국 의류산업의 메카인 동대문의 배후기지다. 주문을 넣으면 하루 만에도 뚝딱 옷이 만들어지는 곳.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1~2인의 소규모 작업장까지 합하면 3,000여 개의 봉제공장이 창신동에 밀집해 있다고 한다. 실제로 마을에 들어서면 주택 1층마다 자리잡은 공장 작업실에서는 기계음에 섞인 라디오 소리가 흘러나오고 불투명 시트지를 붙인 샷시 문 틈새로 호스들이 꼬리를 빼고 쉭쉭 연기를 뿜어 올린다. 10대, 20대에 기술을 배우기 시작한 여직공이 이제 창신동의 아줌마, 할머니가 되었다. 70년대 당시 직공의 40%가 18세 미만의 여성들이었고, 그들이 견뎌야 했던 열악한 노동환경, 가난한 쪽방촌 생활을 떠올리면 창신동에 위치한 전태일추모재단 앞에서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봉제산업은 쇠락하고 있지만 이미 자리잡은 문화의 뿌리는 깊다. 쉼 없이 골목을 질주하는 원단 배달 오토바이만 해도 그렇다. 시끄럽고 위험하고 불편하지만 창신동에서는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 좁은 골목길을 질주하며 원단과 제품을 배달하는 오토바이의 소음은 ‘돈 버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공장마다 들려오는 라디오 소리도 소음이 아니긴 마찬가지다. 일자리를 찾아온 해외이주민들도 불청객이 아니다. 현재 창신동에는 2,000여 명의 조선족과 동남아 이주민들이 살고 있다. 그들을 끌어안기 위해 동네 교회는 외국어 현수막을 설치하고 창신시장에는 인도, 네팔, 중국 식당들이 유명하다. 그리하여 창신동은 ‘마을’과 ‘공동체’ 재생을 위한 중요한 시험무대다. 지켜 내고 싶은 것들은 오히려 소소하고 보잘 것 없는 것들이다. 이를테면 평상이다. 마을 공터마다, 골목 끝마다 할머니 두세 명이 모여 앉아서 남편 흉도 보고, 해진 양말도 꿰매고, 수박도 나눠 먹는 그 평상이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과 골목이 만나는 지점마다 기가 막히게 자리잡은 골목슈퍼는 또 어떤가? 런닝셔츠에 파자마 차림으로 ‘하드’를 사러 나온 꼬맹이는 몇십년 전의 나였다. 세상 모든 꼬마들을 키워 낸 오래된 동네를 지켜 주는 일. 이미 잃어버린 박수근과 백남준의 집터의 전철을 밟지 않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숙제이고, 우리가 창신동을 응원해야 하는 이유다. 성저10리, 창신동의 시작 조선시대 두 마을인 인창방仁昌坊과 숭신방崇信坊이 합쳐져 1914년부터 창신동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낙산 주변에 양반들의 별장이 있기는 했지만 성저10리城底十里, 묘도 쓸 수 없고 벌목도 금지된 도성 밖 약 4km 구역, 즉 한양의 그린벨트 같은 곳이어서 거주 인구가 적었다(지금 창신동은 종로구에서 인구가 가장 많다). 일제강점기에는 창신동 일대에서 채석한 돌로 조선총독부, 서울시청 등을 건축했으며 동대문 일대 광장시장에는 대규모 포목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해방 이후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이주민과 피난민들이 판잣집을 지으며 몰려들었고 1970년대부터 평화시장의 봉제공장이 이전해 오기 시작하면서 창신동은 의류산업의 배후기지로 발전하게 되었다. 낙후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뉴타운 재개발이 추진됐지만 2013년 주민투표를 통해 추진 지역 중 처음으로 재개발을 포기하고 도시재생 시범지역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mini interview 창신숭인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 신중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소통’하려면 ‘배려’하라 재개발 해제를 위해 앞장서 온 그가 센터장이 된 것은 지난해 6월이었다. 11개월이 흐르는 동안 그가 가장 주력한 일은 도로를 넓히고 주택을 개조하는 ‘가시적인 성과’가 아니라 동네를 속속들이 파악하는 일이었다. 50m마다 방문객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파악했다는 그와 함께한 창신동 투어는 드라마틱한 시선의 확장이었다. 소위 ‘정비되지 않았다’고만 표현되던 골목과 집들이 ‘그러한 연유’도 알게 되고 오토바이 소리, 라디오 소리도 정겨워졌다. 도시재생을 향한 이 실험의 장에서 애당초 정해진 ‘답’이 없으므로 같이 고민해 보자는 접근이다. 그러나 한 가지 원칙은 분명하다. “소통하려면 배려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말은 창신동을 소개하는 여행기자에게 작은 팁이 되어 주었다. 배려하는 여행. 창신동을 ‘구경’하지 말고 ‘살펴’달라는 당부를 덧붙인다. ●천소현 기자의 창신동 그곳? Exhibition DDP에서 만나는 박수근과 창신동 5월6일은 박수근(1914∼1965년) 작고 50주기다. 그의 대표작 50여 점이 DDP에 걸리고 창신동의 문화예술적 자원을 재조명하는 기획전도 함께 열린다. 가장 한국적인 화가로 꼽히는 박수근은 창신동에 10년을 살았다. 그림이 빼곡하던 마루 화실은 지금 사진으로만 남아 있지만 그의 DNA 속에 녹아 있는 창신동의 모습은 젊은 건축가와 아티스트들이 함께 고민한 동행 행사 <창신·길>에서 만날 수 있다. DDP 이간수문전시장 4월30일~6월28일 8,000원 www.ddp.or.kr 창신동 둘러보기 동대문역이나 종묘역에서 시작해 오르막길을 천천히 올라가는 방법도 있고, 종로03번 마을버스를 타고 낙산 종점에서 하차해 창신시장 방면으로 내려오는 방법도 있다. 물론 내려오는 코스가 쉽겠지만 가파른 비탈에 아무래도 속도가 빨라지면 시선에서 놓치는 것들도 많아진다. 천천히 걸어 올라가는 방법을 추천한다. 창신동의 현주소 봉제거리박물관 봉제‘산업’이 아니라 ‘문화’라고 부르자 시선은 ‘돈’에서 ‘사람’으로 옮겨졌다. 현재 창신동에는 1,100여 개의 봉제소가 있고, 30인 이상이 근무하는 곳이 150여 곳이다. 특히 647번지와 42번지 일대에 패턴부터 재봉까지 도맡는 종합공장들이 밀집해 있어서 거리박물관이 조성됐다. 벽에 붙어 있는 안내문을 읽는 것만으로도 창신동을 한층 깊이 이해하게 된다. 창신동 647 일대 이래저래 안타까운 비우당과 동망봉 비우당庇雨堂은 ‘비를 가리는 집’이라는 뜻으로 실학자 이수광1563~1628이 한국 최초의 백과사전 형식의 책인 <지봉유설芝峰類設>을 집필한 곳이다. 복원이 되긴 했지만 아파트에 갇힌 모습이 안타깝다. 보문역쪽으로 내려가면 정순왕후가 영월로 유배간 단종을 그리워하며 매일 동쪽을 바라보았다는 동망봉이 있다. 폐위된 정순왕후가 비우당의 샘에서 빨래를 하면 자주색으로 물들었다는 슬픈 이야기도 전해진다. 창신동 9-471 창신동의 활력소 아트브릿지+뭐든지도서관+창신동라디오 ‘덤’ 부모가 일하는 동안 방치되는 아이들을 모아 연극교육을 하는 것이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아트브릿지’의 역할이다. 알고 보면 우리나라 최초의 전문배우양성소인 ‘조선배우학교’가 1925년 창신동에 있었다. 지역아동센터와 학부모들이 함께 만든 ‘뭐든지 도서관’은 아이들의 사랑방이고, 창신동라디오방송국 ‘덤’은 창신동 지역 주민들이 직접 만들고 출연하는 마을미디어로 인터넷이나 팟캐스트에서 창신동라디오로 검색해 들을 수 있다. 아트브릿지 www.artbridge.or.kr 창신동을 고민하는 청년들 복합문화공간 OOO간 창신동을 기반으로 공공 커뮤니티 디자인을 고민하는 청년 사회적기업인 러닝투런Learning to Learn은 창신동의 변화를 주도한 곳이다. 이름 없던 봉제공장에 간판을 제작해서 달아 주는 사업을 시작으로 자투리 원단과 버리는 부재료를 얻어서 만든 셔츠, 가방 등 디자인 제품을 판매하는 등 주민들과 협업, 청년활동가 육성 프로그램 등의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주)러닝투런 000간(공공공간) www.000gan.com 여기가 거긴가 미스테리한 촬영 명소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길라임여자주인공, 하지원역의 집은 당고개 공원 주차장에서 내려다보이고,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남자주인공, 임시완역의 집은 달카페 뒤편 골목에 자리잡고 있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납득이조정석역가 열변을 토하던 골목도 멀지 않다. 영화 <숨바꼭질>의 촬영지였던 동대문아파트창신동 328-17는 1965년 건축되어 지금은 다 낡아 버렸지만 2013년에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귀여운 마을사랑방 달커피+달퀼트 달동네 커피집이어서 달커피다. 카페 건물 옥상에서 바라보는 서울성곽의 일몰풍경에 반해서(원래 낙산은 일몰이 좋은 산으로 유명하다) 두어 해 전에 창신동 주민이 된 이강혁 사장이 내려 주는 핸드드립 커피의 맛도 일품이지만 그와 나누는 커피 이야기, 창신동 이야기가 더 맛있다. 세트처럼 나란히 자리잡은 옆집 달퀼트의 이진영 선생과는 친구 사이. 달동네와 커피, 그리고 퀼트는 묘하게 잘 어울린다. 창신6가길 48 070-4119-9682 큰대문집 막내아들 백남준 옛집터 부유한 포목상 집안에서 태어나 세계적인 미디어아티스트가 된 백남준1932~2006은 6세부터 18세까지 어린시절을 창신동에서 보냈다. 실제 그가 거주했던 주택은 불타 없어졌지만 한국 최초의 재벌가답게 ‘3,000평’이나 되는 솟을대문의 ‘큰대문집’이었다고 한다. 부지에는 현재 교회, 가옥, 상가들이 들어서 있으며 백숙집 벽에 기념 표지판이 남아 있다. 창신동 197(종로53길 21) 한번 맛보면 중독되는 창신시장의 먹거리들 동네 탐방의 마무리는 창신시장에서의 한 끼다. 낙산에서 흘러내렸던 복자천의 흔적을 따라 형성되어 길이 좁고 구불구불하지만 그만큼 이색적이다. 창신동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창신동 매운족발’이 부담스럽다면 푸짐한 수원갈비집도 있고, 순대국밥집, 떡볶이 분식집 혹은 아예 이색적으로 네팔음식점인 ‘에베레스트’나 화교들이 운영하는 중국요리점들도 있다. 1호선 동대문역 2번 출구 문화재만 2,700여 점 보물 같은 안양암 안양암은 서울시 전통사찰 가운에 문화재를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이다. 전각, 불화뿐 아니라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인 1,500개의 불상이 모셔져 있기 때문. 하나하나를 수작업으로 제작했기에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1889년에 창건된 절은 왕실의 원당으로 기록에 의하면 시주자의 70%가 창건 당시의 왕실 관계자들이었다고. 창신5길 61 글·사진 천소현 기자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밀리터리 인사이드] 이순신만 아는 당신을 위한 전쟁영웅 이야기

    [밀리터리 인사이드] 이순신만 아는 당신을 위한 전쟁영웅 이야기

    6월은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의미를 담고 있죠. 그렇다면 여러분은 나라를 위해 헌신한 전쟁영웅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나요. 이런 질문을 하면 대다수 사람들은 ‘이순신 장군’부터 거론할 겁니다. 풍전등화의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지금도 성웅(聖雄)으로 불리는 존경받는 위인이죠. 하지만 교과서에 단 한 줄만 언급된, 아니 우리가 따분하다고 덮어버린 역사책 속에 숨겨진 전쟁영웅은 수없이 많습니다. 저는 이번에 우리가 몰랐거나 지나쳤던 6·25 전쟁의 영웅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독일의 영웅 서사시 ‘니벨룽겐의 노래’처럼 웅장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지치고 각박한 삶이지만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 준 그분들을 한번 쯤은 되새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국민 성금으로 산 중고 초계정, 첫 승전보를 올리다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은 19만명(한국군 10만명)의 병력과 소련이 제공한 T-34 전차 240여대를 앞세워 파죽지세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불과 사흘만인 28일 수도 서울을 빼앗게 됩니다. 전차는 커녕 변변한 대전차 무기조차 갖추지 못한 우리 군은 눈물을 머금고 후퇴를 거듭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전쟁발발 다음날 깜짝 놀랄 만한 승전보가 전해졌습니다. 전쟁 직전 손원일 초대 해군참모총장과 해군 지휘부는 장병들의 월급과 국민 성금 1만 5000달러와 정부지원금 4만 5000달러를 합한 6만 달러를 들여 미 해군의 450t급 중고 초계정을 구입했는데요. 초계정은 연안을 감시하는 작은 전투함입니다. 참고로 우리 최신 이지스함 세종대왕함 배수량이 7500t(만재 배수량 1만t)이니 정말 작은 함정이죠. 선박이 진해 해군기지에 들어온 시기가 전쟁 발발 불과 두 달 전인 4월 10일입니다. 무장조차 없었던 선박에 3인치 함포 1문과 포탄 100발을 어렵게 갖췄습니다. 드디어 27일에는 ‘PC-701’이라는 함명을 받고 ‘백두산함’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전쟁 당일 진해 해군본부는 백두산함에 동해로 출동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백두산함은 초계임무 중 울산 앞바다에서 덩치가 두 배인 1000t급 괴선박을 발견합니다. 깃발이나 표식이 없었지만 함정을 북한군 상륙함으로 판단한 백두산함 지휘부는 해군본부로 “600명의 북한군이 승선한 채 전속력으로 남하하고 있다”고 긴급보고했습니다. 부산항을 노려 남하한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위협사격을 가하자 적선이 중기관총과 주포로 대응했고, 곧 백두산함의 3인치 주포가 불을 뿜었습니다. 4시간의 교전 끝에 26일 오전 1시 30분쯤 적선은 포탄에 명중돼 물 속으로 가라앉았고, ‘대한해협 해전’이라는 이름으로 6·25 전쟁 첫 승전으로 기록됐습니다. 치열한 교전 끝에 장전수 전병익 중사, 조타수 김창학 하사가 전사했습니다. 김창학 하사는 침몰 위기에 놓인 적함이 집중적으로 조타실을 공격해 중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조타실 키를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시 백두산함 함장이었던 최용남 중령은 태극무공훈장을 받았고, 소장으로 진급해 해병대 1사단장에 오른 뒤 1998년 타계했습니다. ●수류탄과 화염병 뿐…적의 자주포를 육탄공격하다 6·25 전쟁 영웅으로 또 심일 소령이 있습니다. 심 소령은 함경남도 단천군 출신으로, 서울대 사범대 재학 중 육군사관학교 8기로 입학한 당시로서는 엘리트 군인이었는데요. 전쟁 발발 당일 6사단 7연대 대전차포대 2소대장(소위)으로, 춘천·홍천지구 전투에서 남하하는 10여대의 SU-76 자주포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적이 가까이 다가오길 기다렸다가 2문의 57mm 대전차포 발사를 명령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못했죠. SU-76은 이름만 자주포이지 전면에 35mm 장갑을 갖춰 당시 우리 군 입장엔 전차나 다름없었습니다. 초라한 무기에 좌절감을 느낀 것도 잠시, 그는 포탑을 돌리지 못하는 자주포의 특성상 좌우 측면이 취약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5명의 특공대를 편성합니다. 이어 수류탄과 화염병을 들고 적의 포탑 위로 돌진하는 육탄 공격을 감행해 자주포 3대를 격파하는 성과를 거뒀죠. 이런 방식은 전차에 대한 공포심을 사라지게 했을 뿐만 아니라 전선 곳곳에서 적 전차를 효과적으로 저지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이후 충북 음성군, 경북 영천군 등지에서 벌어진 전투에 잇따라 참전했고 1951년 1월 26일 7사단 수색중대장으로 강원 영월군에서 정찰 활동을 하던 중 북한군의 총에 맞아 안타깝게 전사했습니다. 심 소령에게는 사후 태극무공훈장이 수여됐습니다. 심 소령의 동생으로 셋째 동생 심익은 1952년 17세의 어린 나이로 학도병으로 참전했다가 실종됐고, 경찰관이었던 둘째 동생 심민은 1960년 32세의 나이로 과로사하는 아픈 가족사를 남겼습니다. 보훈처는 올해 6월의 6·25 전쟁영웅으로 세 형제의 어머니인 고(故) 조보배 여사를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훈장 하나 못 받았지만…북한군 간담을 서늘하게 한 ’구월산 여장군’ 여성 전쟁영웅으로는 ‘구월산 여장군’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이정숙 여성유격대원이 있습니다. 그의 활약상은 1965년 최무룡 감독의 영화 ‘피어린 구월산’과 고우영 화백의 만화 ‘구월산 유격대’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는데요. 6·25 전쟁 직전 북한군에 의해 부모와 남편을 잃은 그는 1950년 10월 황해도 안악군에서 처음 ‘서하무장대’를 결성, 적의 후방에서 게릴라 활동을 벌였습니다. 이후 그는 중공군에게 많은 부하를 잃고 고향 황해도로 돌아온 육군본부 김종벽 대위의 ‘구월산 유격대’에 합류했고, 김 대위의 보좌관으로 많은 전투에 참여했습니다. 1951년 1·4 후퇴 당시에도 후퇴하지 않고 구월산에 남았는데요. 제대로 된 보급을 받지도 못한 채 적의 후방을 기습공격해 탈취한 물자로 생존해야 했지만 늘 그들의 가슴은 뜨거웠습니다. 같은 달 18일 고립된 재령유격부대를 구출하기 위해 촌부로 가장한 채 밤새 100여 리를 걸어 적 포위망을 뚫고 89명을 구출하는 전공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올해 여군으로는 처음으로 보훈처가 선정한 2월의 6·25 전쟁영웅으로 선정됐습니다. 지금도 일부 대원이 생존해 있지만 유격대를 이끌던 이정숙씨조차 훈장하나 받지 못했고 올해 뒤늦게 아들이자 구월산유격대 청장년회장인 김광인(60)씨가 참전 유공자 증서를 받았습니다. 6·25 전쟁 훈·포장은 1953년 12월 31일부로 종결한다는 이승만 정부 당시 법 조항이 걸림돌이 됐다고 합니다. 북한이 2013년 42일간 억류했다가 추방한 미국인 메릴 뉴먼(당시 85세)씨는 6·25 전쟁 당시 이 구월산 유격대와 함께 활동했다고 밝히면서 유격대의 활약상에 관심이 집중됐는데요. 그는 추방 뒤 공식 성명을 통해 북한 가이드에게 구월산 유격대원 생존 여부를 묻고 “구월산도 가고 싶다”고 말했다가 오해를 받고 억류됐다고 밝혔습니다. 6·25 전쟁에서는 유엔군, 특히 압도적 다수였던 미군의 희생도 많았습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흥남철수’도 사실 미군이 목숨을 걸고 중공군의 진격을 저지해 이뤄졌습니다. 역사상 미군이 가장 고전한 전투 중 하나인 ‘장진호 전투’입니다. 당시엔 미국 언론의 조롱까지 받았지만 종전 후에는 전략적으로 승리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인천상륙작전 이후 한국군과 미군은 압록강을 목표로 북진을 거듭했죠. 동부전선을 맡았던 미 10군단은 1950년 11월 해병대 1사단을 주력으로 한국군과 함께 함경도 개마고원의 장진호에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이 때 이미 중공군이 장진호 북쪽까지 진출한 상태였고, 병력은 1만 5000명인 한미 연합군의 8배에 가까운 12만명에 달했습니다. 7개 사단으로 구성된 중공군 제9병단은 미군이 주력인 연합군을 장진호 계곡으로 몰아넣고 섬멸작전에 돌입했습니다. ●중공군에 패해 후퇴하면서도 피난민을 구한 그들 11~12월 이 지역에는 영하 20~32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해발 1000m 산악지대여서 살을 에는 추위가 전투만큼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습니다. 전체 미 해병대 1사단 사상자 7200명의 절반인 3600명이 동상으로 쓰러졌을 정도였습니다. 부상자에게 사용할 약품이 얼어터지고 총은 사용하지 않으면 얼어붙어 작동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니 당시 추위는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는 수준이었을 겁니다. 침낭 속에 들어가 잠을 청하고 싶었겠지만 중공군의 기습을 대비해야 해 강제로 지퍼를 올리지 못하게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군을 에워싸고 단숨에 전멸시킬 기세였던 중공군은 미 해병대의 악착같은 반격에 사망자만 2만 5000명, 부상자 1만 2500명의 극심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결국 중공군 제9병단은 이곳 동부전선에서 결정적인 타격을 입어 서부전선의 제13병단과 합류하지 못하고 부대 재편을 위해 휴식기를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중공군의 추격을 뿌리치고 성공적으로 후퇴해 흥남에 도착한 미군은 전세계가 깜짝 놀랄만한 결정을 했습니다. 김백일 1군단장과 의사 출신 민간인 고문관 현봉학씨의 설득으로 에드워드 알몬드 미 10군단장이 민간인 피난민까지 모두 철수시키기로 결정하게 된 것입니다. 당시 공로로 현씨는 ‘한국의 쉰들러’라는 별명을 얻었죠. 그는 종전 뒤 미국 버지니아대, 콜롬비아대, 펜실베니아대에서 의대 교수로 활약, 의학 발전에 공헌했고 2007년 미국 뉴저지주 뮐렌버그병원에서 눈을 감았습니다. 부두를 떠날 때 미군이 시설과 군수 물자를 폭파하면서 일부 민간인이 희생돼 논쟁이 있긴 합니다만, 흥남 철수 작전은 2차 세계대전의 ‘됭케르크 철수 작전’과 더불어 가장 성공한 철수 작전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흥남 철수 당시 피난민들을 도왔던 또 한 명의 영웅이 있는데요. 라루 선장은 배에 실었던 무기를 모두 버리고 1만 4000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인원의 피난민을 태우라고 지시합니다. 가장 많은 사람을 구한 배로 기네스 기록을 수립하기도 했죠. 배 안에서 5명의 새 생명이 태어날 정도였습니다. 그는 이후 아픔을 겪은 한국인들을 떠올리며 ‘마리너스’라는 이름을 얻어 가톨릭 수도회인 베네딕토회 수사가 됐습니다. 그는 당시 항해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그렇게 작은 배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태울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한사람도 잃지 않고 그 끝없는 위험들을 극복할 수 있었는지. 그해 크리스마스에 황량하고 차가운 한국의 바다 위에 하느님의 손길이 우리 배의 키를 잡고 계셨다는 명확하고 틀림없는 메시지가 내게 와 있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33억 상당 불량 납품 깜깜… 규정 어기고 복리후생비 펑펑

    33억 상당 불량 납품 깜깜… 규정 어기고 복리후생비 펑펑

    원전 비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돼 물의를 빚었던 한국전력의 일부 자회사들이 이번엔 부실한 경영관리 실태를 드러냈다. 직원 비리는 조직 관리의 허점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이 새삼 확인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한국전력기술과 한전KPS, 한전KDN, 한국원자력연료 등 4개 한전 자회사를 감사한 결과 관련자 문책 요구 등 31건의 감사 결과를 시행했다고 1일 밝혔다. 한전KPS는 발전소에 설치된 ‘방폭등’에 대한 안전 점검을 하면서 4개 업체로부터 유리 두께가 얇은 33억 9300만원 상당의 성능 미달 제품 2만 4870개를 납품받고도 이를 알지 못했다. 방폭등은 발전소 폭발 때 압력을 견디며 외부에 인화되지 않도록 하는 조명기구이기 때문에 불량 제품을 사용하면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전KDN은 인도에서 ‘전력 정보기술(IT) 현대화 사업’을 계약하며 비용을 낮게 계상해 41억∼6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우려를 초래했다. 한국전력기술도 가나 발전소 사업을 진행하면서 입찰액을 너무 낮게 제안해 1200만 달러(약 133억원)의 손실을 가져왔다. 그럼에도 이들 4개사는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을 과다 지급했을 뿐만 아니라 복리후생비를 부당 집행하면서도 정부에 보고되는 총인건비 산정에선 빼버렸다. 한국전력기술과 한전KDN, 한국원자력연료는 연봉제 도입 이전에 성과급을 기본급의 77~85% 지급하다가 2007년 도입 때 100%로 올렸다. 한국전력기술과 한전KPS, 한전KDN은 고용노동부 기준을 어기고 사내복지기금으로 자녀 학자금을 2013년에만 5억~44억원 무상 지급했다. 그해 한전KDN을 뺀 3개사의 임금인상률은 3.2~3.8%로 공무원의 인상률(2.8%)을 웃돌았다. 또 한국전력기술의 경우 규정에 따른 결원이 없는데도 144명(2011~2013년)의 책임자급 인원을 승진시켰다. 이런 4개사의 1인 평균 보수는 6486만~7910만원, 복리후생비는 245만~769만원에 이른다. 4개사에 대한 한전의 지분은 63~100%, 또 한전(6개 발전사 포함)으로부터 사업권을 수주하는 비중은 46~99%다. 그러나 영월 태양광발전 건설공사 등을 추진할 때 예산낭비, 부당계약, 규정 위반 등 부실 관리 사례가 무더기로 지적됐다. 사업권을 편하고 안정적으로 따낼 수 있는 기업 환경에서 임직원은 고액 임금을 나눠 갖고 승진 잔치를 벌인 셈이다. 4개사의 자산과 매출은 각 3546억~8411억원, 2336억~1조 1258억원이나 된다. 그럼에도 부채와 부채비율은 각 1156억~3785억원, 35.2~99.2%에 이른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이순신 장군만 아는 당신을 위한 전쟁영웅 이야기

    [밀리터리 인사이드] 이순신 장군만 아는 당신을 위한 전쟁영웅 이야기

    6월은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의미를 담고 있죠. 그렇다면 여러분은 나라를 위해 헌신한 전쟁영웅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나요. 이런 질문을 하면 대다수 사람들은 ‘이순신 장군’부터 거론할 겁니다. 풍전등화의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지금도 성웅(聖雄)으로 불리는 존경받는 위인이죠. 하지만 교과서에 단 한 줄만 언급된, 아니 우리가 따분하다고 덮어버린 역사책 속에 숨겨진 전쟁영웅은 수없이 많습니다. 저는 이번에 우리가 몰랐거나 지나쳤던 6·25 전쟁의 영웅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독일의 영웅 서사시 ‘니벨룽겐의 노래’처럼 웅장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지치고 각박한 삶이지만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 준 그분들을 한번 쯤은 되새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국민 성금으로 산 중고 초계정, 첫 승전보를 올리다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은 19만명(한국군 10만명)의 병력과 소련이 제공한 T-34 전차 240여대를 앞세워 파죽지세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불과 사흘만인 28일 수도 서울을 빼앗게 됩니다. 전차는 커녕 변변한 대전차 무기조차 갖추지 못한 우리 군은 눈물을 머금고 후퇴를 거듭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전쟁발발 다음날 깜짝 놀랄 만한 승전보가 전해졌습니다. 전쟁 직전 손원일 초대 해군참모총장과 해군 지휘부는 장병들의 월급과 국민 성금 1만 5000달러와 정부지원금 4만 5000달러를 합한 6만 달러를 들여 미 해군의 450t급 중고 초계정을 구입했는데요. 초계정은 연안을 감시하는 작은 전투함입니다. 참고로 우리 최신 이지스함 세종대왕함 배수량이 7500t(만재 배수량 1만t)이니 정말 작은 함정이죠. 선박이 진해 해군기지에 들어온 시기가 전쟁 발발 불과 두 달 전인 4월 10일입니다. 무장조차 없었던 선박에 3인치 함포 1문과 포탄 100발을 어렵게 갖췄습니다. 드디어 27일에는 ‘PC-701’이라는 함명을 받고 ‘백두산함’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전쟁 당일 진해 해군본부는 백두산함에 동해로 출동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백두산함은 초계임무 중 울산 앞바다에서 덩치가 두 배인 1000t급 괴선박을 발견합니다. 깃발이나 표식이 없었지만 함정을 북한군 상륙함으로 판단한 백두산함 지휘부는 해군본부로 “600명의 북한군이 승선한 채 전속력으로 남하하고 있다”고 긴급보고했습니다. 부산항을 노려 남하한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위협사격을 가하자 적선이 중기관총과 주포로 대응했고, 곧 백두산함의 3인치 주포가 불을 뿜었습니다. 4시간의 교전 끝에 26일 오전 1시 30분쯤 적선은 포탄에 명중돼 물 속으로 가라앉았고, ‘대한해협 해전’이라는 이름으로 6·25 전쟁 첫 승전으로 기록됐습니다. 치열한 교전 끝에 장전수 전병익 중사, 조타수 김창학 하사가 전사했습니다. 김창학 하사는 침몰 위기에 놓인 적함이 집중적으로 조타실을 공격해 중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조타실 키를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시 백두산함 함장이었던 최용남 중령은 태극무공훈장을 받았고, 소장으로 진급해 해병대 1사단장에 오른 뒤 1998년 타계했습니다. ●수류탄과 화염병 뿐…적의 자주포를 육탄공격하다 6·25 전쟁 영웅으로 또 심일 소령이 있습니다. 심 소령은 함경남도 단천군 출신으로, 서울대 사범대 재학 중 육군사관학교 8기로 입학한 당시로서는 엘리트 군인이었는데요. 전쟁 발발 당일 6사단 7연대 대전차포대 2소대장(소위)으로, 춘천·홍천지구 전투에서 남하하는 10여대의 SU-76 자주포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적이 가까이 다가오길 기다렸다가 2문의 57mm 대전차포 발사를 명령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못했죠. SU-76은 이름만 자주포이지 전면에 35mm 장갑을 갖춰 당시 우리 군 입장엔 전차나 다름없었습니다. 초라한 무기에 좌절감을 느낀 것도 잠시, 그는 포탑을 돌리지 못하는 자주포의 특성상 좌우 측면이 취약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5명의 특공대를 편성합니다. 이어 수류탄과 화염병을 들고 적의 포탑 위로 돌진하는 육탄 공격을 감행해 자주포 3대를 격파하는 성과를 거뒀죠. 이런 방식은 전차에 대한 공포심을 사라지게 했을 뿐만 아니라 전선 곳곳에서 적 전차를 효과적으로 저지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이후 충북 음성군, 경북 영천군 등지에서 벌어진 전투에 잇따라 참전했고 1951년 1월 26일 7사단 수색중대장으로 강원 영월군에서 정찰 활동을 하던 중 북한군의 총에 맞아 안타깝게 전사했습니다. 심 소령에게는 사후 태극무공훈장이 수여됐습니다. 심 소령의 동생으로 셋째 동생 심익은 1952년 17세의 어린 나이로 학도병으로 참전했다가 실종됐고, 경찰관이었던 둘째 동생 심민은 1960년 32세의 나이로 과로사하는 아픈 가족사를 남겼습니다. 보훈처는 올해 6월의 6·25 전쟁영웅으로 세 형제의 어머니인 고(故) 조보배 여사를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훈장 하나 못 받았지만…북한군 간담을 서늘하게 한 ’구월산 여장군’ 여성 전쟁영웅으로는 ‘구월산 여장군’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이정숙 여성유격대원이 있습니다. 그의 활약상은 1965년 최무룡 감독의 영화 ‘피어린 구월산’과 고우영 화백의 만화 ‘구월산 유격대’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는데요. 6·25 전쟁 직전 북한군에 의해 부모와 남편을 잃은 그는 1950년 10월 황해도 안악군에서 처음 ‘서하무장대’를 결성, 적의 후방에서 게릴라 활동을 벌였습니다. 이후 그는 중공군에게 많은 부하를 잃고 고향 황해도로 돌아온 육군본부 김종벽 대위의 ‘구월산 유격대’에 합류했고, 김 대위의 보좌관으로 많은 전투에 참여했습니다. 1951년 1·4 후퇴 당시에도 후퇴하지 않고 구월산에 남았는데요. 제대로 된 보급을 받지도 못한 채 적의 후방을 기습공격해 탈취한 물자로 생존해야 했지만 늘 그들의 가슴은 뜨거웠습니다. 같은 달 18일 고립된 재령유격부대를 구출하기 위해 촌부로 가장한 채 밤새 100여 리를 걸어 적 포위망을 뚫고 89명을 구출하는 전공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올해 여군으로는 처음으로 보훈처가 선정한 2월의 6·25 전쟁영웅으로 선정됐습니다. 지금도 일부 대원이 생존해 있지만 유격대를 이끌던 이정숙씨조차 훈장하나 받지 못했고 올해 뒤늦게 아들이자 구월산유격대 청장년회장인 김광인(60)씨가 참전 유공자 증서를 받았습니다. 6·25 전쟁 훈·포장은 1953년 12월 31일부로 종결한다는 이승만 정부 당시 법 조항이 걸림돌이 됐다고 합니다. 북한이 2013년 42일간 억류했다가 추방한 미국인 메릴 뉴먼(당시 85세)씨는 6·25 전쟁 당시 이 구월산 유격대와 함께 활동했다고 밝히면서 유격대의 활약상에 관심이 집중됐는데요. 그는 추방 뒤 공식 성명을 통해 북한 가이드에게 구월산 유격대원 생존 여부를 묻고 “구월산도 가고 싶다”고 말했다가 오해를 받고 억류됐다고 밝혔습니다. 6·25 전쟁에서는 유엔군, 특히 압도적 다수였던 미군의 희생도 많았습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흥남철수’도 사실 미군이 목숨을 걸고 중공군의 진격을 저지해 이뤄졌습니다. 역사상 미군이 가장 고전한 전투 중 하나인 ‘장진호 전투’입니다. 당시엔 미국 언론의 조롱까지 받았지만 종전 후에는 전략적으로 승리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인천상륙작전 이후 한국군과 미군은 압록강을 목표로 북진을 거듭했죠. 동부전선을 맡았던 미 10군단은 1950년 11월 해병대 1사단을 주력으로 한국군과 함께 함경도 개마고원의 장진호에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이 때 이미 중공군이 장진호 북쪽까지 진출한 상태였고, 병력은 1만 5000명인 한미 연합군의 8배에 가까운 12만명에 달했습니다. 7개 사단으로 구성된 중공군 제9병단은 미군이 주력인 연합군을 장진호 계곡으로 몰아넣고 섬멸작전에 돌입했습니다. ●중공군에 패해 후퇴하면서도 피난민을 구한 그들 11~12월 이 지역에는 영하 20~32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해발 1000m 산악지대여서 살을 에는 추위가 전투만큼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습니다. 전체 미 해병대 1사단 사상자 7200명의 절반인 3600명이 동상으로 쓰러졌을 정도였습니다. 부상자에게 사용할 약품이 얼어터지고 총은 사용하지 않으면 얼어붙어 작동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니 당시 추위는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는 수준이었을 겁니다. 침낭 속에 들어가 잠을 청하고 싶었겠지만 중공군의 기습을 대비해야 해 강제로 지퍼를 올리지 못하게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군을 에워싸고 단숨에 전멸시킬 기세였던 중공군은 미 해병대의 악착같은 반격에 사망자만 2만 5000명, 부상자 1만 2500명의 극심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결국 중공군 제9병단은 이곳 동부전선에서 결정적인 타격을 입어 서부전선의 제13병단과 합류하지 못하고 부대 재편을 위해 휴식기를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중공군의 추격을 뿌리치고 성공적으로 후퇴해 흥남에 도착한 미군은 전세계가 깜짝 놀랄만한 결정을 했습니다. 김백일 1군단장과 의사 출신 민간인 고문관 현봉학씨의 설득으로 에드워드 알몬드 미 10군단장이 민간인 피난민까지 모두 철수시키기로 결정하게 된 것입니다. 당시 공로로 현씨는 ‘한국의 쉰들러’라는 별명을 얻었죠. 그는 종전 뒤 미국 버지니아대, 콜롬비아대, 펜실베니아대에서 의대 교수로 활약, 의학 발전에 공헌했고 2007년 미국 뉴저지주 뮐렌버그병원에서 눈을 감았습니다. 부두를 떠날 때 미군이 시설과 군수 물자를 폭파하면서 일부 민간인이 희생돼 논쟁이 있긴 합니다만, 흥남 철수 작전은 2차 세계대전의 ‘됭케르크 철수 작전’과 더불어 가장 성공한 철수 작전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흥남 철수 당시 피난민들을 도왔던 또 한 명의 영웅이 있는데요. 라루 선장은 배에 실었던 무기를 모두 버리고 1만 4000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인원의 피난민을 태우라고 지시합니다. 가장 많은 사람을 구한 배로 기네스 기록을 수립하기도 했죠. 배 안에서 5명의 새 생명이 태어날 정도였습니다. 그는 이후 아픔을 겪은 한국인들을 떠올리며 ‘마리너스’라는 이름을 얻어 가톨릭 수도회인 베네딕토회 수사가 됐습니다. 그는 당시 항해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그렇게 작은 배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태울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한사람도 잃지 않고 그 끝없는 위험들을 극복할 수 있었는지. 그해 크리스마스에 황량하고 차가운 한국의 바다 위에 하느님의 손길이 우리 배의 키를 잡고 계셨다는 명확하고 틀림없는 메시지가 내게 와 있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서해상 고기압 + 따뜻한 남서풍 = 땀띠 나는 5월

    서해상 고기압 + 따뜻한 남서풍 = 땀띠 나는 5월

    석가탄신일 연휴의 마지막 날인 25일 대구의 낮 기온이 32.5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적으로 7~8월 수준의 불볕더위가 나타났다. 26일에는 대구와 경남 밀양, 강원 영월 등 모두 29곳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고온현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25일 대구를 비롯해 경남 창녕·밀양, 경북 경주·경산·영천 등 6곳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지역별 최고기온은 창녕 33.4도, 경산 32.9도, 밀양 32.4도, 경주 32.0도, 영천 31.9도다.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주의보가 내려지고,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계속될 것으로 보일 때 폭염경보가 발령된다. 이번 폭염주의보는 기상청이 6~9월에만 발표하던 폭염특보를 올해부터 연중 상시 운용하겠다고 밝힌 뒤 이뤄진 올해 첫 특보다.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역의 일최고열지수(체감더위)는 32∼48도에 달했다. 지수가 32도를 넘으면 일사병이나 열로 인한 발작, 탈수 등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불쾌지수도 서울 등 주요 도시에서 70을 넘나들었다. 이날 주요 도시의 최고기온은 서울 28.7도를 비롯해 대전 29.8도, 울산 29.7도, 광주 29.5도, 부산 24.3도 등이었다. 26일에는 이보다 더 올라 대구 34도, 광주 32도, 대전 31도, 서울 30도, 부산 27도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기상청은 26일 오전 11시를 기해 대구와 경남 사천, 경북 청도, 전남 광양 등 모두 29곳에 폭염주의보를 내렸다. 기상청은 “서해상에 위치한 고기압의 영향으로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햇볕이 내리쬐는 시간과 양이 늘어나고 따뜻한 남서풍까지 유입되면서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30도 가까이 오르는 5월 고온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7월 말~8월 초 수준에 해당하는 더위는 전국적으로 다음달 초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주와 남해안 일부 지역은 오는 31일 비가 내리면서 한풀 꺾일 가능성이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람사르습지 생태관광 본격화

    국내 람사르습지를 둘러싼 생태관광 활성화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생태적 가치와 중요성을 인정받은 제주시 ‘숨은물뱅듸’와 한반도 모양을 빼닮은 강원 영월군 ‘한반도습지’가 람사르습지로 신규 등록됐다. 이로써 국내 람사르습지는 1997년 처음 등록된 대암산용늪을 포함해 21곳으로 늘었다. 25일 환경부에 따르면 한강하구습지 버드나무군락에서 1년에 정화되는 질소가 탄천하수종말처리장의 60배(232t)에 달하고, 지상에 존재하는 탄소의 40%를 저장하고 있다. 또 습지는 동식물의 서식지이자 오염물질 정화, 홍수 조절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환경부는 습지와 국립공원 명품마을 등 자연 생태와 경관이 우수한 지역을 활용, 보전과 현명한 이용이 공존하는 생태관광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민호 환경부 자연보존국장은 “5곳의 람사르습지를 품은 제주는 생물다양성 보존이 경제적으로 이익이라는 모델로 거듭나고 있다”며 “생물자원 발굴 및 이용 기반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21번째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숨은물뱅듸는 ‘오름 사이에 숨은 물 들판’이라는 뜻의 제주 방언으로, 지표수가 흔하지 않은 한라산에 형성된 보기 드문 고산습지(980m)다. 삼형제오름과 노르오름, 살핀오름 사이에 위치해 오름 생태계의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국제자연보호연합(IUCN)이 멸종 직전으로 볼 수 있는 적색목록에 올린 팔색조와 우리나라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인 자주땅귀개, 천연기념물 두견을 비롯해 습지식물인 골풀과 바늘골 등 490여종의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오흥식 제주대 교수는 “제주도 최대 습지로 제주지역의 물순환과 복잡한 지하수 유동기구를 살필 수 있는 수문학적 가치가 높은 소중한 자연유산으로 보전 가치가 높다”면서도 “제비꽃 등 식물이 자라는 ‘육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선상 카지노 내국인 출입 싸고 갈등 격화

    내국인들의 크루즈 선상 카지노 출입을 둘러싸고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부처 간 불협화음 속에 정책 방향이 공개되면서 카지노 사업을 둘러싼 업계와 지역주민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은 21일 “국적 크루즈선이 외국 크루즈선과 대등하게 경쟁하려면 내국인의 선상 카지노 출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거듭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어 “선상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은 사행성을 조장할 우려가 있지만 중독성이 강하지 않은 걸로 분석됐다”고 강조했다. 공해상에서만 출입이 가능한 데다 일평균 카지노 출입시간은 5~6시간, 닷새 일정 기준 1인당 베팅금액이 8만~9만원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카지노 허용 주무부처인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8일 사행성 조장을 우려하며 “국적 크루즈에 오픈 카지노를 허용하는 방안은 고려한 적이 없다”고 정면 반박한 데 대한 재반박으로 보인다. 문체부는 선상 카지노에 대한 내국인 출입이 사실상 육상업계로까지 연쇄적으로 번져 사행성을 조장할 것을 우려했다. 유 장관은 지난 7일 국내 크루즈 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연내 선상 카지노에 내국입 출입 허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지난 10일 강원 폐광지역 4개 시·군(태백·삼척·영월·정선)은 카지노 내국인 출입에 관한 지역 특수성과 강원랜드 독점권 상실을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20일에는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이 도박의 폐해를 거론하며 “땅에서 안 되는 것은 바다에서도 안 된다”며 절대 불가 방침을 천명했다. 현재 카지노 내국인 출입은 폐광지역개발특별법 아래 강원랜드가 유일하다. 유 장관은 “같은 항로에서 외국 선사와 동시에 크루즈선을 운항한다면 카지노가 있는 쪽을 선호할 수 있어 이는 국적 선사에 대한 역차별이자 국부유출”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조만간 김 장관을 만나기로 했고 충분히 협의해 추진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평창올림픽, 대관령의 또 다른 도전

    평창올림픽, 대관령의 또 다른 도전

    “2018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청정 고원지대인 강원도 평창 대관령 일대를 세계적인 관광목장지대로 만들겠습니다.” 4700여명, 전국 최대 규모의 축산인들과 함께 명품 축산업을 일구고 있는 김영교(57) 평창영월정선축협조합장은 한우와 양들의 대부로 통한다. 평창 대관령에서 태어나 평생을 축산업과 고랭지 채소 재배에 열정을 쏟아 온 만큼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국내 목축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김 조합장은 지난달 30일 조합원을 도와 정선 고원지역에 국내 최대 규모의 관광 목적의 양떼목장인 ‘아라리 양떼목장’을 여는 산파역을 했다. 양떼목장은 해발 860여m인 정선 민둥산과 병방산, 가리왕산 일대에 200여마리의 면양 목장으로 오픈했다. 양의 해를 맞아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대관령 양떼목장 19만 8400여㎡보다 큰 22만 4000여㎡의 광활한 초지를 확보해 양 방목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성사됐다. 아라리 양떼목장은 관광객들이 찾아 먹이도 주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관광목장이다. 강원도에서는 대관령과 강릉 지역의 양떼목장에 이어 세 번째다. 김 조합장이 직접 오픈 행사로 정선읍~양떼목장에 이르는 4㎞ 산길에서 양떼 몰이 행사까지 펼쳐 관심을 끌었다. 김 조합장은 “정선 지역에 볼거리와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많지만 동물들과 함께 체험하는 장이 없어 아라리 양떼목장을 개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관령한우를 명품 한우로 키우는 데도 열정을 쏟고 있다. 동계올림픽 때 대관령한우를 공식 납품 음식으로 인정받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육, 도축, 가공, 판매에 이르는 한우 생산 전 과정을 정부로부터 인정받는 안전관리통합인증을 받아 내는 데 성공했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명품 한우들도 받지 못한 통합인증을 대관령한우만이 받아 의미가 남달랐다. 고원 청정지역이라는 이점을 살리고 철저한 품질관리까지 한 결과였다. 더구나 대관령에 있는 한우연구소와 4년째 기술제휴를 해 온 것도 주효했다. 김 조합장은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관령한우 품질을 미국과 중국 등 세계로 수출하는 고급 품질육으로 육성하고 양떼목장을 통해 관광목장을 더 늘리는 등 평창 대관령 일대가 세계적인 청정 목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평창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길섶에서] 일회삼매이상불가/서동철 논설위원

    시·도 문화재 자료로 지정된 절의 화장실로는 순천 선암사 측간(厠間)과 영월 보덕사 해우소(解憂所)가 있다. 모두 산지 사찰의 지형적 특성을 이용해 누각식으로 지었다. 용변을 보는 곳과 배설물이 쌓이는 곳의 고저 차이가 매우 크다는 뜻이다. 선암사에는 ‘정월 초하루에 힘을 주면 섣달그믐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다. 게다가 산바람이 사시사철 부니 코를 막는 수고로움은 필요하지 않았다. 해우소 배설물은 퇴비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간다. 언젠가 찾은 남원 실상사의 해우소는 새로 지었음에도 이런 원리를 살려 놓아 기억에 남아 있다. 월정사 원행 스님의 산문집에도 그런 얘기가 있다. 겨울을 나는 김장 채소는 해우소 거름으로 큰다는 것이다. 그의 은사는 구겨진 포장지를 일일이 다리미로 다린 뒤 손바닥만 하게 오려 해우소에 매달아 놓았다고 한다. 옆에는 ‘일회삼매이상불가’(一回三昧以上不可)라고 적었다. 한 번에 석 장 이상 쓰지 말라는 검약의 가르침인데, 삼매(三枚)가 아니라 깨달음의 경지인 삼매(三昧)라고 쓴 것이 묘미다. 해우소에서도 수행 정진을 게을리 하지 말라는 농중진담(中眞談)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곤충의 명소’ 쑥쑥 자라는 영월

    산골마을 강원 영월군에 장수하늘소·쇠똥구리 등 희귀 곤충을 전시, 판매하는 곤충산업지원센터가 문을 연다. 30일 영월군에 따르면 곤충 자원이 잘 보존된 영월읍 삼옥리 동강변 일대 생태공원에 곤충을 전문으로 복원, 증식하는 곤충산업지원센터가 다음달 20일 오픈한다. 이곳에는 같은 날 곤충박물관도 이전 개관한다. 군은 2010년 8월 117억원을 들여 삼옥리 동강생태공원 내 2928㎡에 2층 규모의 센터 건립에 들어가 최근 마무리했다. 센터에는 최근 복원에 성공한 장수하늘소를 비롯해 쇠똥구리 등 동강변에 서식하는 다양한 곤충 표본 전시와 보존 및 복원·증식 등의 연구 기능을 담당하게 되는 전시실, 수장고, 연구사육실, 시청각실, 체험교육실 등을 갖췄다. 특히 센터 1층 전시실에는 2002년 5월부터 폐교를 리모델링해 운영 중인 영월곤충박물관이 이전된다. 이를 위해 곤충박물관은 지난 23일부터 임시 휴관에 들어갔으며 다음달 20일쯤 센터 준공식과 함께 이전 개관식을 갖는다. 군은 조만간 곤충박물관과 업무협약을 갖고 전시실 무상 사용과 수익금 배분 방식 등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미 운영 중인 동강생태정보센터를 포함해 곤충산업육성지원센터와 곤충박물관 등 3개 시설 통합입장료에 대해 어른 1인당 7000원을 받아 영월군 4000원, 곤충박물관 3000원으로 배분할 예정이다. 조삼식 군 박물관 담당 계장은 “동강유역 서식 곤충을 활용해 특화된 곤충산업육성지원센터가 준공되고 곤충박물관도 함께 운영에 들어가면서 곤충산업 활성화와 동강생태 가치 증대 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영월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하늘과 닿은 우물…지친 삶, 갈증을 달래다

    하늘과 닿은 우물…지친 삶, 갈증을 달래다

    쉰움산(683m)이라 했다. 강원 삼척의 미로면에 솟은 산이다. 이름이 독특하다. 발음하기도 쉽지 않다. 혹시 오르기 ‘쉬움’의 오기일까? 아니면 신음 소리 내는 산이라는 뜻일까? 쉰 개의 움막이 있다는 뜻일 거라고 추측했다면 꽤 정답에 가까워졌다. 쉰움산은 ‘쉰 우물’에서 나왔다. 산정에 제법 너른 바위가 있는데, 바위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구멍이 50개 정도 뚫려 있다. 여기에 빗물이 고이면 꼭 ‘쉰 개의 우물’과 같다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쉰움산은 삼척의 명산 두타산(1353m)과 청옥산(1404m) 사이에 끼어 있다. 그 탓에 그냥 지나쳐도 좋을 봉우리 정도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한데 산정에 펼쳐진 암릉과 예서 굽어보는 풍경만큼은 명산 뺨칠 정도로 빼어나다. 삼척시에서 발행한 관광 안내 책자에는 등반 시간이 1시간 30분(편도)으로 적혀 있다. 그리 어렵지 않게 오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질 법한 산행 시간이다. 한데 실제 쉰움산 등반은 쉽지 않다. 최소 왕복 3시간 30분 이상 잡아야 한다. 안내 책자에 적힌 대로 정상까지 1시간 30분에 가려면 ‘엄홍길 대장’ 수준의 전문가가 작심하고 등반해야 가능할 듯하다. 설령 그렇게 ‘빛의 속도’로 오른다 한들 가슴에 남는 것도 없지 싶다. 들머리는 천은사다. 쉰움산 초입에 터를 잡은 절집이다. 천은사로 가려면 오십천을 거슬러 올라야 한다. 오십천은 도계읍 백병산에서 발원해 동해에 이르기까지 50여 번을 돌아 흐른다는 하천이다. 개울 옆 시골길엔 푸른 보리가 얼추 무릎 가웃이나 될 만큼 자랐다. 불끈 솟은 두타산을 겨냥해 부지런히 길을 줄이니 곧 천은사 일주문이다. 문턱 너머로는 조붓한 오솔길이 펼쳐져 있다. 천은사 옆 용계(龍溪)를 굽돌아 가던 오솔길은 이방인을 고려의 역사 속으로 이끈다. 천은사 일대는 ‘이승휴 유허지’다. 고려 때의 문신 이승휴가 삼척의 외가로 낙향해 용안당이란 건물을 짓고 ‘제왕운기’를 집필했던 곳이 현재의 천은사다. 당시 건물들은 모두 사라졌고, 이승휴의 위패를 모신 사당 동안사(動安祠)만 남아 있다. 동안사에서 왼쪽 산길로 올라붙으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계류를 끼고 가는 등반로 초입은 완만하다. 조근조근 소리 내며 흐르는 계류도 정겹다. 하지만 이도 잠시. 곧 물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한다. 덩달아 등산로도 급한 오르막으로 변한다. 오르막 끝자락에 서면 땀에 젖은 등 뒤로 고래가 뛰노는 동해 바다가 펼쳐진다던데, 시계가 불량해 그런 행운은 없었다. 입에서 단내가 폴폴 날 때쯤 거대한 금강송이 발길을 잡는다. 100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검붉은 수피의 금강송이다. 소나무 옆 샛길로 접어들면 이번엔 거대한 암벽이 가로막는다. 은사암이다. 빛을 빨아들일 것 같은 검은 암벽과 반석, 굽은 노송이 매력적인 풍경을 펼쳐내고 있다. 암벽 아래는 가슴 높이로 뚫린 빈 공간이다. 여기에 돌기둥 하나가 모로 서 있다.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듯하다. 수도처로 삼기 딱 좋은 모양새다. 여기저기 촛농 등 치성을 드린 흔적도 역력하다. 태백산에 버금간다는 기도처라지만 무속신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겐 그저 흉물스러운 풍경일 뿐이다. 샛길을 되짚어 나와 다시 산길을 오르면 은사암 꼭대기다. 거무튀튀한 너럭바위 너머로 강원의 산들이 마루금을 좁히고 서 있다. 그 너머는 동해다. 맑은 날엔 울릉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정상은 너른 바위다. 돌구멍이 여기저기 널렸다. 암반에 뿌리내린 노송 10여 그루는 넓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었다. 쉰움산, 이른바 오십정산(五十井山) 표지석 아래는 깎아지른 절벽이다. 목 빼고 아래를 굽어보니 모골이 송연할 지경이다. 벼랑 건너편은 거대한 암벽이다. 제아무리 기교 넘치는 화가가 붓질을 한다 해도 저렇게 빼어난 진경산수화는 그리지 못할 듯하다. 국내 내로라하는 동굴인 대금굴과 환선굴이 미로면에 있다. 쉰움산과 묶어 돌아보는 게 좋겠다. 대금굴은 모노레일을 타고 동굴 내부 140m까지 들어간다. 동굴 내부가 온통 황금색인 것이 이채롭다. 하루 관람 인원을 제한하고 있어 홈페이지(samcheok.mainticket.co.kr)에서 예약해야 한다. 환선굴은 남한에서 가장 큰 규모다. 총 6.2㎞ 중 1.5㎞ 구간이 개방돼 있다. 금강송 숲이 아름다운 준경묘와 영경묘도 쉰움산과 멀지 않다. 삼척에는 은근히 로맨틱한 관광지가 많다. 신라시대 수로부인 설화를 모티브로 조성한 임해정, 헌화공원 등이 대표적이다. 설화의 내용은 이렇다. 경국지색의 용모로 뭇 남성들의 애간장을 시꺼멓게 태웠던 수로 부인이 강릉태수를 제수받은 남편 순정공과 함께 부임지로 향하던 길이었다. 삼척 해안가 어디에선가 수로 부인이 천길단애에 핀 철쭉꽃을 보며 누군가 저 꽃을 꺾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혼잣말을 했다. 마침 암소를 몰고 지나던 한 노인이 선뜻 나섰고 그가 꽃을 꺾어 바치며 부른 노래가 바로 저 유명한 헌화가(獻花歌)다. 임원항 뒤편의 ‘수로부인 헌화공원’은 이 헌화가를 모티브로 조성됐다. 가장 큰 볼거리는 세계 최대 돌조각상이라는 수로부인상이다. 아파트 4층 높이인 10.6m에 무게가 500t에 달한다. 여의주를 입에 물고 있는 길이 25m, 높이 5.5m의 거대한 용의 등에 탄 수로 부인의 모습을 조각했다. 12지신상, 산책로, 전망대, 쉼터 등도 갖췄다. 삼척 북부의 증산 해변에 조성된 ‘수로부인공원’은 삼국유사의 해가(海歌) 설화가 모티브다. 수로 부인 일행이 현재의 임해정(臨海亭) 인근에 이르렀을 때 용이 나타나 부인을 바다로 끌고 갔고, 백성들이 노래를 불러 수로 부인을 구해 냈다는 게 이야기의 얼개다. 공원 초입엔 여의주 조형물(드래건볼)이 설치됐다. 오석(烏石)으로 만들어 무게가 4t에 이른다고 한다. 손으로 볼을 돌리면 사랑과 소원이 이뤄진다고 해 연인들에게 특히 인기다. 해신당 공원은 다소 노골적이다. 다양한 남근(男根)을 모아 성민속공원으로 꾸몄다. 삼척에서도 풍경 곱기로 소문난 신남마을 언덕에 조성됐다. 글 사진 삼척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강원 033) →가는 길:영동고속도로와 동해고속도로를 이용해 삼척까지 간다. 삼척 시내로 들어가기 전에 태백으로 가는 38번 국도를 타고 가다 미로역 인근에서 우회전해 곧장 가면 된다. 천은사까지는 외길이다. 구불구불 강원도 길의 진수를 맛보려면 중부내륙고속도로→감곡 나들목→38번 국도→제천 방향→영월→정선→태백→삼척 순으로 가도 좋겠다. 느릿느릿 달리며 풍경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코스다. 쉰움산에서 두타산까지는 2시간 정도 더 올라야 한다. 수로 부인 헌화공원을 가려면 임원항을 찾아가야 한다. 값싸고 싱싱한 활어회로 이름난 항구다. 수로 부인 헌화공원은 임원항 뒤편 산자락에 조성됐다. 목재 데크를 따라 걸어가야 한다. 적어도 20분 이상 올라야 해 다소 버거울 수 있다. 차로 가는 것도 녹록하지는 않다. 길이 좁은 데다 굴곡도 심해 초보 운전자는 위험할 수 있다. 임원항에서 임원1교를 지나 삼척로를 따라가다 작은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해 곧장 간다. →맛집:천은사 입구의 두타순두부집(572-9484)은 토속적인 맛을 물씬 풍기는 집이다. 순두부와 두부, 토종닭 등을 맛볼 수 있다. 삼척 시내에선 정라항 쪽에 맛집들이 많다. 삼정식당(573-3233)은 생태맑은탕과 해물탕으로 소문난 집이다. 바다횟집(574-3543)은 곰치국, 미진횟집(572-6679)은 싱싱한 해산물, 대복숯불구이(572-3736)는 한우가 맛있다. 삼척의료원 옆의 울릉도 호박집(574-3920)은 장치찜을 잘한다. 장치찜에 곁들여 내는 호박술도 달달하다. 삼척해수욕장 쪽에선 부림해물(576-0789)이 다양한 해산물 요리로 소문났다. →잘 곳:정라항에서 삼척해수욕장까지, 이른바 ‘새천년도로’로 불리는 4㎞ 남짓한 구간에 숙박 업소들이 밀집돼 있다. 이 도로에서 가장 높은 곳을 ‘달 뜨는 언덕’이라 하는데, 팰리스호텔(575-7000), 퍼시픽모텔(576-0162) 등이 이 언덕 위에 있다. 삼척온천관광호텔(573-9696), 동양레저게스트하우스(573-0874), 삼척온천(573-9696) 등도 깔끔하다. 점점 사라져 가는 너와집과 만나려면 신리 너와마을(552-1659)을 찾으면 된다. 너와집은 강원 산간마을 특유의 주택 형태로, 소나무나 참나무를 널빤지 형태로 잘라 만든 너와를 지붕에 얹은 집이다. 너와마을에서 펜션 단지를 운영하고 있다.
  • [길섶에서] 영월 단상/서동철 논설위원

    강원도 영월에 가면 서부시장에서 메밀전병을 맛봐야 한다. 수십 곳 가게에서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특산물인 메밀전병을 경쟁적으로 부쳐내는 모습은 그 자체로 뛰어난 관광자원이다. 물론 영월을 찾는 여행자는 단종을 외면할 수 없다. 이 고장은 사실 숙부에게 목숨을 잃은 어린 단종을 기리는 거대한 기념물이라고 해도 좋다. 단종이 살아서 영월에 머문 기간은 넉 달 남짓이지만 단종 이전과 이후의 영월은 완전히 다르다. 그런데 영월 곳곳을 둘러보고 있노라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수많은 단종 유적이 대부분 20세기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단종의 체취가 직접적으로 담긴 유적은 장릉과 절해고도와 다름없는 유배지 청령포, 목숨이 끊어진 현장으로 알려진 관풍헌 정도다. 굳이 열거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 밖의 기념물은 사실 단종이 아니라 단종에 충절을 바쳤다는 사람들을 기리는 성격이 짙다. 결국 충절을 기리는 듯 자기 조상을 기리고, 자기 조상을 기리는 듯 그 영예를 나누어 갖겠다는 후손들의 욕심이 상당 부분 개입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메밀전병을 먹으며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도 영월여행의 재미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오늘의 경기]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2차전 ●모비스-LG(오후 7시 울산 동천체) ■프로배구 여자부 플레이오프 1차전 ●현대건설-IBK기업은행(오후 7시 화성체) ■프로야구 시범경기 ●KIA-두산(잠실) ●LG-넥센(목동) ●롯데-한화(대전) ●삼성-NC(마산) ●SK-kt(수원 이상 오후 1시) ■테니스 제1차 한국실업연맹전 및 전국종별대회(영월스포츠파크) ■핸드볼 △협회장배 전국중고선수권(오전 10시 김천배드민턴경기장, 김천체 등) △핸드볼 코리아 전국대학선수권(오후 3시 30분 김천체) ■배드민턴 전국봄철종별리그전(오전 10시 화천체)
  • 시간선택제 보육기관 2배 이상 확대… 새달부터 서비스

    부모가 원하는 시간에 필요한 만큼만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간선택제 보육 기관이 다음달부터 현재 100곳에서 243곳으로 두 배 이상 확대된다. 보건복지부는 가정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들이 집 근처에서 편리하게 시간제 보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간제 보육 서비스 제공 기관을 늘리기로 하고 대상 기관 선정을 마쳤다고 18일 밝혔다. 시간제 보육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시간당 4000원의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월 40시간까지는 정부가 이 중 2000원을 보조해 주지만 이용 시간이 40시간을 넘으면 4000원 전액을 부모가 부담해야 한다. 종일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이용하지 않고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는 부모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부모들의 만족도는 괜찮은 편이다.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가 시범 사업 기간(2014년 7월 28일~12월 12일)에 이 서비스를 이용한 부모 665명을 상대로 면접 조사를 한 결과 66.9%가 만족감을 표시했다. 시간제 보육 서비스를 받는 동안 45.8%가 근로 및 취업 훈련, 교육 등에 시간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복지부의 설명대로 ‘집 근처에서 편리하게’ 시간제 보육 서비스를 이용하기에는 아직 인프라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이전보다 늘기는 했지만 광주·세종(각각 3곳), 울산(4곳), 충북(5곳), 인천·대전·충남(각각 7곳), 강원·제주(각각 8곳)는 10곳이 채 안 된다. 대부분이 서울(65곳), 경기(37곳), 부산(23곳) 등 대도시 지역에 몰렸다. 행정구역이 넓은 강원의 경우 시간제 보육 기관이 영월·춘천·홍천(각각 1곳), 강릉(2곳), 원주(3곳)에만 있다. 충북은 옥천에 1곳, 청주에 4곳뿐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간제 보육 기관을 더 확대하고 시간제 보육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 더 많은 부모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시간제 보육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아이사랑보육포털(www.childcare.go.kr)이나 전화(1661-9361)로 신청해야 한다. 시간제 보육 서비스 제공 기관은 아이사랑보육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오늘의 경기]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 ●동부-전자랜드(오후 7시 원주종합체) ■프로야구 시범경기 ●KIA-두산(잠실) ●LG-넥센(목동) ●롯데-한화(대전) ●삼성-NC(마산) ●SK-kt(수원 이상 오후 1시) ■테니스 제1차 한국실업연맹전 및 전국종별대회(영월스포츠파크) ■핸드볼 협회장배 전국중고선수권(오전 10시 김천배드민턴경기장, 김천체 등) ■태권도 전국종별선수권대회(오전 9시 30분 해남 우슬체) ■배드민턴 전국봄철종별리그전(오전 10시 화천체)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오전 9시 동해 공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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