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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티즌 칼럼] 왕건의 교훈

    ‘왕건 신드롬’이라고 할 정도로 드라마 ‘태조 왕건’이 뜨고 있다.그것은 벅찬 기대 속에 뉴 밀레니엄을 맞이하고도 갈피를 못잡고휘청거리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한 회의요 진정한 리더십을원하는 ‘타는 목마름’이다. 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우리의 정치,경제,지방자치의 현실에 비추어볼 때 그 시대적 배경과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요즘과 너무 흡사하다는 점도 이 드라마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높이고 있다. 두 주인공 궁예와 왕건은 흔히 리더십으로 대비된다.궁예는 카리스마형인 반면 왕건은 조장촉진형(promotional)이다.카리스마형은 권한과 권위로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며 ‘짐을 따르라’는 식으로 군림하고 통치한다.반면 조장형은 신뢰를 바탕으로 부하들을 믿고 맡기며미래에 대한 비전과 방향을 제시한다.두 사람의 차이는 아주 작은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가져온 결과는 엄청나게 크다.그것은 역사가말해주고 있다. 흔히 훌륭한 리더가 발휘해야 할 능력으로 인비전(envision),인에이블(enable),에너자이저(energizer),임파워먼트(empowerment) 등이 제시된다.이중 위대한 리더와 그렇지 못한 리더의 차이는 부하를 어느정도 신뢰하고 재량권을 주느냐 하는 임파워먼트에 의해 갈린다.훌륭한 리더는 부하들을 믿지 못하거나 결코 책임을 미루지 않고 그들이스스로 일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신뢰와 재량과 책임’을 준다. 부하에 대한 리더의 신뢰와 배려는 무엇으로도 무너뜨릴 수 없는 ‘튼튼한 다리’이다.‘인간 경영’이란 책의 저자 도몬 후유지(童門冬二)는 이 책에서 일본 세 영웅의 리더십을 두견새와 관련하여 잘 비교하고 있다.오다 노부나가는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바로 목을 쳤고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울 때까지 모든 수단방법을 동원했다. 반면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두견새가 울 때까지 기다렸다.결국 이중에서 최후의 승자는 끝까지 기다렸던 도쿠가와였다. 물론 대책 없이 무작정 기다린다는 뜻이 아니고 부하에게 신뢰와 비전을 보여주며 기다리는 리더만이 승리를 얻을 수 있음을 말해주는대목일 것이다. 드라마 ‘태조 왕건’이 주는 또 하나의 흥미와 교훈은 지도자의 절대적 신임을 얻고 있는 신하에 관한 것이다.궁예의 책사 아지태의 경우를 보면서 우리는 지도자의 잘못된 선택이 어떠한 엄청난 결과를초래하는지 알 수 있다.간신은 지도자의 절대적 신임을 무기로 전횡을 저지르며 자신의 야망을 위해 지도자의 약점과 야욕을 자극하고부추긴다.간신 하나가 백 명의 충신을 사라지게 만든다. 간신은 백성의 뜻을 전하고 이를 따르기보다는 오직 군주의 욕구를채우는 일에만 전념한다.간신은 국민의 신음을 보고 듣지 못하게 지도자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다.영웅 견훤과 미륵불 궁예를 무너뜨린 것은 적군이 아니라 간신의 감언이설과 그에 막혀버린 지도자의눈과 귀였다. 드라마 ‘태조 왕건’은 바로 이런 메시지들을 우리에게 전해 주고있다.그것이 사실(史實)에 근거를 두었건 픽션이건 바로 이러한 점들이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이다.우리는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거울을 통해 바로 오늘의 우리 사회와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보고있는 것이다.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트렌드를 읽음으로써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고 현명하게 미래를 준비하기 위함이다. 드라마의 제목은 ‘태조 왕건’이었지만 사실 지금까지의 주인공은궁예였다. 그러나 2001년에 우리는 진정한 지도자 ‘왕건’의 등장을 보고 싶다. 나락으로 치닫는 이 어두운 정치,경제,지방자치를 밝게 비춰줄 지도자 왕건을 기다린다.역사는 거울이고 교과서다.역사는 되풀이된다. ■김 광 남 안양 의왕 경실련 지방자치위korea58@netian.com
  • 리뷰/ KBS역사스페셜 ‘고선지’

    KBS1-TV의 다큐멘터리 ‘역사 스페셜’이 갖는 무게는 상당히 묵직하다.보통사람들에게는 따분하기 마련인 역사라는 소재를 그래픽과 영상 재현,자료 공개 및 학자 인터뷰 등으로 다양하게 꾸며 인기 품목으로 만든 것은 그 첫번째 공로이다.취재 과정에서 새로운 사료·사실을 발굴해 학계에 제시한 점도 작지 않은 미덕이라 할 만하다. 그 역사스페셜이 지난 6·7일 오후8시 신년특집으로 ‘고선지’편을2부로 나눠 방영했다. 고선지(高仙芝·?∼755)는 국사 교과서에도 등장하지 않는,우리에게낯선 인물이다.그 까닭은 그가 한국사 영역이 아닌 중국 당나라의 시공간에서 활약했기 때문이다.그러므로 엄밀한 의미에서 고선지는 중국사에 기록돼 마땅한 역사인물로 볼 수 있으며 그런 연유로 한국사연구대상에서 그동안 한발 비켜선 위치에 있었다. ‘역사스페셜’은 ‘고선지는 고구려인이다(高仙芝 高麗人也)’라는중국 각종 사서의 기록들에서 출발한다.비록 당(唐)에서 벼슬해 당을 위해 전쟁을 치른 장군이지만,중국인들조차 그를 고구려인으로 인식했음을 시청자들에게 확인시켜 준 것이다.또 668년 고구려가 멸망해그 유민들이 중국 각지로 강제 이주당한 시대상황을 보여줌으로써 고선지가 고구려인,곧 한민족의 일원임을 다시금 강조한다. 카메라는 이어 ‘고선지’이름 석자를 세계 전사(戰史)에 각인시킨소발률(小勃律)국 원정길을 좇아간다.49일동안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일대를 누비며 찍은 화면은 곳곳에 남은역사유적,현지인들의 생활상 등을 그대로 전달한다. 특히 해발 4,580m(백두산은 2,744m)인 힌두쿠시산맥의 탄구령(타르코트)정상을 넘어가는 장면은 압권이었다.말이 헛발을 디디며 나아가길거부하고 안내에 나선 현지인 교수가 고산병 때문에 쓰러지는 모습을화면에 담아, 1,200여년전 고선지가 1만여 병사를 이끌고 이 고개를넘어 기습작전을 완성시킨 일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역사스페셜 ‘고선지’편은 신년특집이라는 제목에 걸맞는 완성도를보여주었다.세계의 지붕이라는 파미르고원,힌두쿠시산맥의 웅장한 자연을 배경으로 천재적인 전략가이자,역경을 딛고 삶을 개척한 한 한국인의 위대함을 복원했다.영웅이 부족하다고 흔히 말하는 우리 역사에 ‘역사스페셜’은 또하나의 민족영웅을 추가시키는 공헌을 했다. 이용원기자 ywyi@
  • [씨줄날줄] 조세형과 권희로

    ‘대도(大盜)’ 조세형씨가 일본에서 절도행각 중 경찰에 체포되었다고 한다.자기가 조세형이란 사실이 부끄러웠을까,그는 ‘고모’라는 가명을 댔다고 한다.그런데 일본 경찰이 한국 경찰에 확인하는 과정에서 조세형으로 밝혀졌다.조세형씨는 잘 알려진 대로 1975년 검거됐을 때 고위 관리와 부유층의 집을 제집처럼 드나들면서 3캐럿짜리다이아먼드를 비롯해 ‘물방울 다이아’ 등 고가의 귀금속을 훔친 것으로 유명하다.그가 훔친 물건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 주기도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의적(義賊)으로 미화되기도 했다. 1998년 오랜 수감생활 끝에 출감한 조세형씨는 범죄자를 교화하는신앙인으로 새 출발,선교회를 만들고 경비 보안업체의 자문위원,신학대학원 목회자 과정을 다니며 모범적인 신앙인으로 다시 한번 세인의시선을 모았다. 그런 그가 다시 절도범으로 돌아간 것이다.그동안 그를 미화하기에 앞장선 언론은 주변 인물들의 ‘말’을 통해 그의 범행을 이해할 수 없는 일로 치부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2년 전 가석방으로 영구 귀국한권희로씨가 떠오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우리 언론은 야쿠자 두목을 살해한 권희로씨를 마치 일본 사회에서 핍박받는 한국인을 대표하는 ‘투사’처럼 소개하고 그가 귀국하자 영웅의 환국처럼 대서 특필했다.그러나귀국 후에 권희로씨가 치정에 얽혀 벌였던 살인 미수사건을 보고 사려깊은 사람들은 착잡함을 느꼈다. 우리 언론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름없는 이들에 의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들도 신문에 이름자라도 오르내린 사람이 벌인 일이라면 일개 도둑의 적선이라 할지라도 떠벌리고 ‘미화’하기에 급급했음을 이번 조씨사건은 일깨운다.일본 사회에서 한국인 깡패가 일본인 깡패 두목을 살해한 살인사건은 그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마치 핍박받는 한 한국인의 영웅적 ‘투쟁’처럼 보도하기도 했다.이같은 우리 언론의 태도는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또 감동마저 냄비 근성에 치우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일부에선 이번 사건이 일본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을 두고 ‘한국인이이 정도밖에 안되나’고 말한다. 사건이 어디에서 일어났는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아무리 미화해도 그는 도둑이었고 이제 이유야 어쨌건 다시 도둑이 된 것이다.그동안 우리 언론은 그를 지나치게 과대포장해 왔다.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박찬 논설위원 parkchan@
  • 대한매일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작-최하림론(1)

    *역사와 개인이 만나는 시의 자리-최하림론. 1.거친 육성(肉聲)과 혼돈을 넘어서 고야의 한 그림에는 황폐하고 공포스러운 표정의 크로노스가 자식을잡아먹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그림 속의 주인공 크로노스는 ‘시간’을 상징하는 신으로서 자식을 낳는 족족 잡아 삼키는데,자식 중에하나인 제우스를 삼켰다가 제우스의 아내 메티스〔‘숙려(熟慮)’라는 뜻의 여신〕가 준 약을 마시게 되어 그를 토해놓는다.아버지의 뱃속에서 놓여난 제우스는 아버지 크로노스를 무한지옥인 타르타로스에가두어 버리고 은(銀)의 시대를 펼친다. 인간 상상력의 한 중요한 테마가 실현되어 있는 크로노스의 신화에서, 우리는 시간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인류의 뿌리 깊은 욕망을확인할 수 있다. 크로노스의 자식들인 우리 인간은 그의 뱃속에서 삶을 영위하지만,그로부터 해방되는 순간을 열망한다.종교를 비롯한 인간의 모든 활동은 이 신화적 상상력을 실현하려는 욕망의 발현이다. 그러나 인간은 시간 밖에 존재할 수 없으며,인간의 삶이란 결국 시간과 벌이는 고투의 흔적이다.시간은 모든 고통의 원천이자 자기동일성의 근원적 조건인 것이다.우리는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서 생의 좌표와 의미를 가늠하고 수정한다. 시간이 거쳐가고 남은 자리에 부려져있는 소모와 쇠약, 또 한켠에서 벌어지는 생성의 현장은 인간의 근원을 돌아보게 하는 냉엄한 지표이다. 인간의 경험과 욕망을 담아내는 문학은 궁극적으로 시간과 투쟁하는존재의 모습을 형상화한다.시의 경우,이 대결의 양상은 정서적 직접성과 대상의 중층성이라는 성격을 띠게 되는데,여기서 대상의 중층성이란,현실과의 역동적 상호 작용 속에서 구축되는 한 시인의 작품 세계에는 현실의 시간적 궤적과 생리적 연치가 더해가면서 변모하는 한자연인의 모습이 함께 담겨있음을 말한다. 시에는 시대와 개인을 통과한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다.시는 시대와 개인,역사와 인간이 삼투하며 길항하는 생생한 내면의 현장이다.한 시인의 시세계를 조감함으로써 우리 자신 속에도 깃들어 살고 있는 시간의 신이 한 인간의 몸을 빌어 건네는 전언을 들을 수 있으며,아울러 몸 속에 지핀 시간과의 길고도 험한 싸움을 수행하는 한 정신의 고언(苦言)도 듣게 되는것이다. 이미 다섯 권의 시집 ―『우리들을 위하여』(1976),『작은 마을에서』(1982),『겨울 깊은 물소리』(1987),『속이 깊은 심연으로』(1991),『굴참나무 숲에서 아이들이 온다』(1998) ― 을 상재한 바 있는 최하림은 역사와 현실에 대한 진지한 사색과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압축된 풍경과 서정적 형식을 통해 형상화해 왔다.그의 시에서 우리는 지나온 역사의 의미와 그 현실을 통과한 한 개인의 정신의 풍경을,더불어 몸을 받은 존재로서 시간을 경험하는 한 인간의 고단한 삶의역정을 보게 된다. 최하림의 시가 현실참여적 성격을 보이는 1970,80년대는 전사회적으로 정치적 열기가 강렬한 시기였다. 소위〈시의 시대〉로 불렸던 이 연대(年代)에 시가 발휘한 힘은 분화(噴火)를 꿈꾸던 당대인의 욕망과 상상력에서 발원한 것이었다.극렬한 용출을 욕망하게 만든 억압적 상황은 역설적으로 시에 힘을 실어주었던 배후(背後)였으며,현실의 후광 속에서 시는 단일하면서도강렬한 상징으로 떠오를 수 있었다.그러나 한편으로는 역사와 현실의거대한 깃발 아래,개인의 실존에 대한 시적 사유의 깊이나 언어적 성취가 상대적으로 소외되기도 하였다. 시 장르의 폭발력이 외부에 있었던 만큼,현실적 열기가 지나간 현장에는 작부들의 사이비 신세타령만이 웅성댈 뿐,역사와 현실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들은 이제 실종되고 없다.80년대가 부려놓고 간 피폐하고 앙상한 언어의 잔해들 위로,묵시록적 상상력과 정신분열증적 언어들이 쇄말리즘의 안개 속에 밀려와 있고,‘시의 죽음’이 풍문처럼떠도는 상황에서 한 세기가 막을 내렸다. 그리고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미만하던 세기말의 암울한 전망과 우려가 새로운 세기의 도래와함께 말끔하게 제거되면서,그 자리에는 기술자본주의의 지칠 줄 모르는 광란의 질주에 도취되어,그것에 저항하고 개입할 의지를 포기한상혼(商魂)들이 혼몽 속을 헤매고 있다. 최하림 시의 독자적 가능성은,‘역사적 연대’의 흔적들이 썰물처럼빠져나간 이 흉흉한 시점에서도 여전히 역사와 현실에 대한 진지한천착을 서정적긴장 속에서 일관되게 수행해 오고 있다는 점,아울러그러한 작업이 자기 존재,나아가 존재 일반에 대한 깊은 성찰에까지닿아있어 시적 사유의 폭과 깊이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 놓여 있다. 우리는 그의 시에서 7,80년대의 날선 육성(肉聲)과 90년대의 세기말적 언어들을 넘어서는 치열한 시적 사유를 만나게 된다.깊은 고통과오랜 침잠의 시간들이 동행하는 그 세계에서,우리는 ‘역사의 시대’에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개인의 실존적 고뇌들이 진지한 역사적 상상력과 조우하는 장면을 목도할 수 있다.역사와 개인을 집요하게 응시하는 최하림의 시적 태도는 우리 시대 문학의 자리를 새삼 되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강인한 정신 속에 길이 있다.길을 만들고,그 길을 가는 것은 문학의 태생적인 운명이다.그것은 포기하지 않는 꿈이,문학의 배태(胚胎)된 자리이기 때문이다. 2.역사의 공범의식,그 도덕적 순결성〈아우슈비쯔〉는 시간의 진행을 진보의 역사로 인식했던 인류에게근본적인 반성의 계기였다.근대의 쌍생아인 자본주의와 역사주의 모두에 가능태로 잠복해 있던 폭력적 욕망이 그 포악성을 드러낸 자리에서 역사는 시간의 근본적인 의미와 방향을 인간으로 하여금 되묻도록 요구하였다.20세기의 인류에게 〈아우슈비쯔〉가 있었던 것처럼우리 현대사의 한 극점에는 〈광주〉가 놓여있다.역사적 상상력의 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광주〉는 결과적으로 역사적 현실로부터 선회하는 최초의 기점이 되었다.그것은 고통의 진원지를 응시하는 힘의부족에서 연유한 것이었는데,〈광주〉를 문제삼던 많은 사람들은,아예 〈광주〉가 서있던 ‘역사의 자리’를 떠나버리고 말았다.바로 이지점이, 최하림을 여타의 시인들과 갈라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한국사의 비극적 상징인 [광주]를 통과하면서, 그리고 ‘현실사회주의권의 해체’라는 세계사적 변혁을 지나면서 최하림은 역사와 존재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사유 속으로 침잠한다.역사의 진보에 대한 믿음의 붕괴를 그는 외부적 현실을 통해서 해소하지 않고, 역사를 내면속에 소환하는 방식으로 끌어안는다.역사의 내면화는 필연적으로 역사를 윤리학의 차원으로 환원한다.역사는 익명의 타자의 것이 아닌,주체의 윤리적 실천의 장으로 치환되는 것이다. 따라서 외부에 대한공격적인 정서보다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반성적 사유가 시의 주를 이루게 된다.낭만적 격정과 들끓는 고뇌로부터 한걸음 비켜선 자리에서 최하림은 지나온 역사와 시간을,그리고 시와 인간을 응시한다. 어둠과 함께 온 기억들에 싸여 나는/나를 밝혀주지 못하는 불빛을본다/빛이 멀면 편안하다 죄가 많은/우리는 죄들이 두렵고 어둠이 내려서/아름다우니 어둠에 몸 섞는다/이런 밤 새들은 얼마나 조심스레/그들의 하늘을 날았던지/내 영혼은 어디를 방황했던지/검은 유리 같은 공기 속에서 길들은/보이지 않게 밤으로 이동하고/새로운 추억이짐짝처럼 마른 나무 밑에 쌓인다/시간이 별다를 것 없는 모습으로 흘러 간다/시간을 따라서 광목도로 어디쯤 걸음을 멈추고 쉴 곳이 있을것이다/잠시 유숙할 집이 있을 것이다/우리에게 범한 죄를 우리가 사할 때가 있을 것이다/한 사람에게만은 사랑이었고 배반이었던 여자도어디쯤 있을 것이다/그러나 세상은 결국너를 버리고 달려간다/세상은 고통스럽고 일어서는 자는 숨을 수 없어서 불행하다/내 가슴은 사직처럼 허물어져간다/예감을 노래해선 안 된다/나는 밤으로 간다 잘있거라/한번도 힘껏 꽃잎 피지 못하고/한번도 힘껏 울어보지 못한/정다운 말들아 내 딸들아 ―「光木道路」 전문 한바탕의 회오리 같은 역사가 훑고 지나간 내면 세계에,짙은 허무와체념이 배음을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쓸쓸한 어조 사이로 배어나오는고통과 절망 속에,내면으로 귀환한 역사의 흔적이 음각되어 있다. 이흔적이 구체화된 기억의 형상은 최하림의 역사 인식을 반영하는 중요한 단초로서,그의 시 곳곳에는 역사가 남기고 간 상처가 고통의 기억으로 잔존해 있다.그 기억의 공간은,‘절망의 부레 찢어지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악마구리같이 아우성치며’(「말하기 전에,나는」) ‘피투성이 된 붉고붉은 입술들’(「우리들은 오늘도」) ‘갈가리찢긴 육신의 목소리’(「무등산」)들이 ‘합창을 이루는’, 아비규환의 절규가 가득한 곳이다.이러한 고통스러운 공포의 기억을 조성한과거는‘몇 대의 트럭이 난폭하게 거리를 질러가고’(「부식 동판화」) ‘탐욕스러운 개들이 안개 속으로 달려가’ (「고통의 문지방」)며 ‘사나이가 시간을 죄스레 칼질하고 생채기에서 뚝,뚝, 피가 흐르는’(「상처」),폭력과 살육으로 얼룩진 광란의 시간이다.주목할 점은 이러한 과거의 기억이 역사 자체의 이미지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시적 화자를 끊임없이 고통스럽게 만드는 ‘죄와 벌’의 이미지로 출현한다는 사실이다.이는 “기억의 아이들이 붉은 얼굴로 지나가고/어디서인지 흰 이를 드러내며 킬킬킬킬/웃는 아이”(「섬진강」)와 같이 과거의 기억에 대응하는 심리적 이미지가 대체로 자조적이고 자학적인 형상으로 각인되어 시인의 내면에 환기된다는 점에서 보다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역사적 현장을 투과하면서 굴절,각인된 이러한이미지들은 시인이 과거의 역사를 자기반성의 방식으로 수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최하림에게서 과거는 부정적 실체라기보다,폭압적 상황을 결과적으로 방기했던 고통스런 부채의 시간인 것이다. 역사를 내면화하는 이러한 방식은 최하림의 많은 시편들을 의식의풍경으로 읽게 만든다.인용된 시의 배경인 ‘어둠’의 상황은 죄의식속에 고통스러워하는 화자의 내면을 상징한다.‘빛’과 대조되는 ‘어둠’은,공포와 방황의 시간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윤리적 자의식의내면 상태를 보여준다.이 어둠 속에는 한국 근대사의 비극적 경험과현실사회주의권의 몰락이 각인시켜놓은 고통스러운 상흔,시간을 역사의 진보로 인식한 20세기적 사유의 참담한 좌절이 가로놓여져 있다. ‘빛’으로 생각했던 역사와 시간의 배반을 절망적인 체념으로 추억하면서도,자신을 ‘어둠과 함께 온’ 역사의 주체로 사유하는 시인에게 과거의 기억은 ‘짐짝’ 같이 둔중한 고통의 추억이 될 수밖에 없다.광포한 역사의 기억이 형벌과 같은 공포의 대상이라면,그 기억의공간 속에서 시인은 자신을 유형수(流刑囚)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폭력적인 역사,패배의 역사를 주체가 되어 감내하려는 태도는 최하림시의 역사 의식과 도덕적 순결성의 원천이다. 역사의 폭력에 희생된영혼들이 ‘보이지 않는 내 맘속의맘까지도 감시한다’(「죽은 자들이여,너희는 어디 있는가」)는 토로나,‘말’에 대한 자학적인 공격,그리고 시의 언어를 형벌로 인식하는 태도 등은 최하림이 과거의 역사적 경험을 의식의 내면으로 소환하여 현재의 윤리적 검열의 내적장치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들이다. [베드로] 연작시들과 [소록도] 시편들은,자신을 불행한 역사의 공범자로 인식하는 시인의 이러한 의식을 반영한다.가롯유다뿐만 아니라베드로 역시,예수를 로마의 종교 지도자들에게 팔아넘긴 공범자라는죄의식이 죽음과 패배의 시대를 통과한 최하림의 내면 속에 자리잡고있는 것이다. 포악한 현실의 암묵적 공범이라는 이러한 윤리적 자의식은 “우리에게 범한 죄를 우리가 사할 때가 있을 것이”라는 대용서의 전제를 마련한다.이는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는 예수의 정신과 상통하는 것으로서,우리는 최하림의 시에서 개인의 윤리성의 문제로 화육(化肉)한 역사의 실체를 만나게 된다.그에게 있어서 역사는자신의 [시와 삶]을 향해 끊임없이 윤리적 질문을 투척하는 고통의실체인것이며,시는 역사에 바치는 고해성사인 셈이다.따라서 시 초반부의 ‘빛이 멀면 편안하다’는 진술은,회한과 고통이 배어있는 역설적 고백으로서,이러한 도덕적 순결성은 윤리적인 차원을 넘어 종교적인 성격에까지 닿아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최하림의 시는 시간을 보는 시각에서 지상으로 복귀한다. ‘사랑’이자 ‘배반’이었던 역사와, 역사의 연인들은 시간의 무심한흐름 속 ‘어디쯤 걸음을 멈추고 쉴’ 것이기 때문이다.시인은 영원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명멸하는 역사와 인간 존재의 의미를 되묻는다. ‘세상은 결국 너를 버리고 달려갈’ 것이고 역사의 전망을 모색하는 자는 ‘숨을 수 없어서 불행할’ 것이지만, 그래도 시인은 다시그 역사의 암담한 ‘밤으로 갈’ 것임을 밝히고 있다. ‘예감을 노래해선 안 된다’는 당위적 진술과 ‘나는 밤으로 간다’는 고백 사이에는, ‘역사의 진보’라는 믿음의 종말이 몰고온 뼈아픈 각성과 현재의 암담함을 감내하겠다는 고뇌의 의지가 가로놓여 있다.시간의 냉혹함을 응시하는 유한한 역사적 존재의 허무와 절망을 그대로 끌어안으면서도 결코, 역사적 삶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에서 우리는 어둠 속을 걸어가는 한 정신의 비장한 모습을 보게 된다. 역사를 자신에 대한 윤리적 성찰의 계기로 수용하면서도,다시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 최하림의 엄격한 현실주의에서 우리는 고결한 지상의 세계와 만난다.미래를 밝혀줄 어떠한 것도 남아있지 않은 현실을자기 성찰의 자리로 삼는 그 강인한 정신의 고도(孤島)는 우리에게시의 자리를 새삼 생각하게 한다. 3.인간의 실존,그 처연한 고요 현재는 과거의 기억 위에서 진행되며 모든 삶은 시간 속에 묻힌다는명제는,최하림 시의 기본 전제이다. 최근 시집『굴참나무 숲에서 아이들이 온다』에는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역사와 실존의 주제를 다룬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이 시집에 수록된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동일 제목의 두 편의 시는 최하림의 시적 작업이 그동안 집요하게 천착해온 두 테마를 압축해서 보여준다.두 편의 작품에서 추구하는 [집]이란,하나는 우리 모두가 다시 꿈꾸며 세워야 할 역사적 미래를 의미하고,나머지 하나는 실존적개인이 최종적으로 도달할 적막의 세계를 상징한다. 이 두 개의 테마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작품 속에 나타나는데, 인간실존의 주제가 보다 근원적이라는 점에서 후자의 것이 최하림 시의보다 깊은 심층을 이룬다고 하겠다.이는 역사의 문제를 개인의 윤리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개인적 실존의 문제를놓지 않고 역사적 현실을 응시하는 그의 자세는, 한 평론가의 지적대로 그를 ‘고전적 정신의 표상’으로 이해하게 하는 요인이다.개인의존재성에서 출발하여 현실의 문제에 육박해가는 이러한 특징은 최하림의 독자성을 보여주는 그의 시의 미덕이다.[집으로 가는 길] 두 번째 작품에서 우리는 그가 도달한 개인적 실존의 한 극점을 보게 된다. 많은 길을 걸어 고향집 마루에 오른다/귀에 익은 어머님 말씀은 들리지 않고/공기는 썰렁하고 뒤꼍에서는 치운 바람이 돈다/나는 마루에 벌렁 드러눕는다 이내 그런/내가 눈물겨워진다 종내는 이렇게 홀로/누울 수밖에 없다는 말 때문이/아니라 마룻바닥에 감도는 처연한고요/때문이다 마침내 나는 고요에 이르렀구나/한 달도 나무들도 오늘내 고요를/결코 풀어주지는 못하리라 ―「집으로 가는 길」(88쪽)전문 이 작품은 소리가 멎고 시간이 정지된 듯한 깊은 고적(孤寂)의 세계를 보여준다.원초적 고요에 휩싸인 흑백필름 같은 이 침묵의 세계에서 우리는 인간의 근원적인 실존의 풍경을 본다.모성의 자궁에서 나와 영원의 집으로 돌아가는 인간은,그가 출발한 고요의 세계와 도착할 침묵의 집 사이에 존재한다.그 집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길을 가야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그 ‘많은 길을 걸어’ 귀환하는 ‘고향집’은 실존의 근원지로서,길의 출발이었던 ‘어머니’조차 존재하지않는 무(無)의 세계이다.‘공기는 썰렁하고’ ‘치운 바람이 도’는그 적막의 세계에서 ‘벌렁 드러눕는’,이 시의 가장 처연한 대목은존재의 고단한 무게와 허무함을,행위를 통해 서늘하게 표현하고 있다.존재의 무게를 부려놓는 행위는 주검이 되어 땅에 몸을 누이는 행위를 환기시킨다.여기에서 시인이 도달한 ‘처연한 고요’가 감도는 ‘마룻바닥’은 내가 떠나온 어머니,그 어머니의 어머니가 도달했을 인간 보편의 공간이자 삶 속에 내재한 근원적인 침묵의 세계이다.죽음이란,결국 존재를 끌고 다니던 침묵이 보편적인 고요의 세계로 돌아가 합류하는 영역인 것이다.그 거대한 절대 침묵의 세계 속으로의 편입,그것이 바로 [집으로 가는 길]이다. 그런데 이 ‘처연한 고요’의 세계에 도달했다는 진술은, 시인이 이미 이 상태를 경험했음을 의미한다.그것은 사물로부터의 소외를 처절하게 체험했던 투병기간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시인이 도달한 이‘처연한 고요’의 세계는 그의 시에 등장하는 ‘무색계’(「구천동시론」)의 심연을 이루는 정서이다.색신(色身)과 물질의 속박을 벗어나 순정신적 세계를 의미하는 무색계는,최근 시집(『굴참나무 숲에서아이들이 온다』)에 다수를 차지하는 만물과 교감을 누리는 시들의정신적 바탕이라 할 수 있다.사물로 스며들고 사물에 개방되어 만물과 동화(同和)를 경험하는 투명하고 정결한 세계는,이미 무색계에 들어와 있는 상태로서,사물과의 자유로운 정신적교감을 보여주는 이시들 속에 처연한 정서가 내재되어 있는 것은 이 ‘무색계’가 육체적 실존의 끝을 기저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최하림의 시세계에 한 축을 이루는 개인적 실존의 문제는 그의 시에배어있는 허무와 쓸쓸함의 원천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존재의 막막함을 끈질기게 응시하는 그의 태도에서 우리는 실존의 처연함,그 서늘한 고요를 감지하게 된다.어떠한 과장이나 포오즈도 용납하지 않고 존재의 현실을 고스란히 감내하는 그의 준엄한 태도는,현학적 사변과 요설,감상적 자기 연민과 소영웅주의가 만연한 오늘의 문학적 현실을 반성케 하는 시정신의 본질을 보여 준다.언어의 사원에서 울려나오는 서늘한 사유는,삶이 부과한 시의 자리이자 시가 돌아가야 할 시원(始原)이다. 김문주
  • 체육공단팀 벳푸마라톤 출전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가 이끄는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팀이벳푸-오이타 마라톤대회에서 데뷔전을 치른다.지난달 22일 출범한 체육공단 마라톤팀은 오는 2월4일 열리는 제50회 벳푸-오이타 국제남자마라톤대회에 플레잉 코치 이의수를 출전시킨다고 7일 밝혔다.이 대회는 지난 92년 황영조가 2시간8분47초로 한국마라톤 사상 처음 2시간10분벽을 넘어서며 준우승한 대회다.
  • “”더이상 장군이라 부르지마””

    “나를 장군이라 부르지 말라” 조지 W 부시 차기 미행정부의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63)이 국무부 관리들에게 자신을 ‘장군’으로 부르지말아달라고 지시한 것으로 2일 밝혀졌다. ‘걸프전의 영웅’‘화려한 군대경력의 소유자’로 각인된 파월은향후 복잡,미묘한 외교세계로 진출하게 됨에 따라 강한 군인 이미지를 지우려고 노력 중이다.그는 국무부 직원들에게 간략한 메세지를보내 상원의 공식 인준이 있을 때까지 자신을 ‘국무장관 지명자’란직함으로 불러달라고 요청했으며 “발송된 공식 서한의 수신인 난에도 장군이란 호칭이 삭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동미기자
  • 연말연시 16편 개봉

    연말연시 알토란같은 연휴가 기다린다.블록버스터급은 없지만 이번연휴에는 모두 16편(30일 개봉작 포함·서울 기준)이 개봉관에 걸린다.“시간없어서”내지는 “볼만한 게 없어서”란 말은 핑계가 안될것 같다.어떤 분위기에 어떤 영화가 어울릴지,포인트만 찍어 소개한다.“이거야,이거!”■온가족이 함께 양적,질적으로 가장 풍성한 쪽이 가족용 영화다.애니메이션 4편을 포함해 무려 7편이 선보인다.구구한 설명이 필요없는저패니메이션 간판작 두편, ‘바람계곡의 나우시카’(30일 개봉)와‘포켓몬스터’.일본 애니메이션의 대부 미야자키 하야오의 출세작‘바람계곡…’은 ‘합법적’으로 국내상영되는 그의 첫 작품이다.산업문명이 붕괴되고 천년 후 곰팡이숲의 위협에 유일하게 안전한 바람계곡.자연과 교감하는 능력으로 계곡을 지키려는 소녀 나우시카의 모험담을 그렸다.비디오로 봤더라도 대형스크린으로 보는 재미는 또 다를 법.지난 23일 개봉된 ‘포켓몬스터’도 방학을 맞은 꼬마관객들에게 이미 인기를 확인받고 있는 터다. ‘웰레스와 그로밋’같은점토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면,고민할 것도없이 ‘치킨런’이다.자유를 꿈꾸는 닭들의 유쾌한 반란에 배꼽을 쥔다.30일 국내 처음 개봉되는 프랑스 애니메이션 ‘키리쿠와 마녀’도놓치기 아깝다. 아프리카를 무대로 꼬마 키리쿠가 마녀에 맞서는 이야기는 환상에 푹 빠졌다 나오기 제격이다.디즈니의 ‘102달마시안’과,짐 캐리가 크리스마스에 마구 딴지를 거는 ‘그린치’는 실사영화지만 상상력은 애니메이션 빰친다. ■사랑이야기,코미디,혹은 감동의 드라마 우선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패밀리 맨’이 30일 개봉하자마자 박스오피스 수위에 오를 것같다.외형이 폭발력있는 건 아니다.하지만 나른한 눈빛에서 모처럼 벗어나 가족의 참의미와 인생의 소중함을 놓고 ‘현실적으로’ 저울질하는 니콜라스의 연기 변신이 볼만하다.그의 새 역할은 월스트리트최고의 투자가 잭.재력을 과시하며 플레이보이처럼 살던 그는 크리스마스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 거짓말처럼 다른 세상에 던져진 자신을발견한다.출세를 위해 버렸던 옛 애인(티아 레오니)의 남편이자 두아이의 아빠,별볼일 없는 타이어가게 영업사원.인생이 준 가장 큰 선물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자는 따뜻한 드라마다.부부나 오래된 연인에게 아주 근사한 선택이 아닐까.‘머니토크’의 브렛 래트너 감독. 로맨스에 점수를 더 준다면 박중훈·송윤아가 주연한 ‘불후의 명작’도 좋다.삼류 영화감독과 무명 시나리오 작가의 따뜻하지만 엇갈린사랑이야기. 크리스마스 연휴 개봉 이틀동안 전국 관객 10만명을 동원하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색다른 이국적 사랑이야기를 기대한다면 천커신(陳可辛)이 제작한 홍콩 멜로 ‘십이야’(12夜·30일 개봉)가 있다.한국영화 ‘파이란’에캐스팅돼 화제인 장바이쯔(張栢芝)가 나와 청춘남녀의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을 열두밤에 나눠 펼쳐놓는다.일본산 시츄에이션 코미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도 개운한 코미디로 소문이 짜하다.끝으로 ‘공동경비구역 JSA’.아직도 못봤다면 서두르자.신정 연휴가 끝나고‘쉬리’기록을 깨고나면 곧 막내린다. ■뭐니뭐니해도 SF·액션·스릴러가 최고? 이번 연말연시의 대표 SF물은 ‘레드 플래닛’(30일 개봉)과 ‘6번째날’이다.‘레드 플래닛’은 2025년 인류 이주계획을 세우고 개척중이던 화성에 산소 증산활동이 갑자기 멈추자 5명의 비행사가 원인 규명차 그곳을 찾고,뜻밖에맞닥뜨린 미지의 생물체와 사투하는 줄거리.진부한 설정이 흠이지만,발 킬머와 캐리앤모스의 정교한 연기가 좋다.지난주말 개봉한 아놀드 슈워제너거의 ‘6번째날’.한창 논란중인 인간 복제를 소재로 다뤘으니 멀잖은 미래에 있음직도 한 이야기다. 한달넘게 간판을 건 할리우드 코믹액션 ‘미녀삼총사’나 충무로의유쾌한 범죄액션 ‘자카르타’,브루스 윌리스가 여전히 불사조의 영웅인 스릴러 ‘언브레이커블’도 기다리고 있다. 황수정기자 sjh@
  • “黨 밖에서 비판은 小영웅주의”

    동교동 1세대인 민주당 김옥두(金玉斗) 전 사무총장이 26일 정동영(鄭東泳) 최고위원과 노무현(盧武鉉) 해양수산부장관 등을 싸잡아 꾸짖는 듯한 발언을 해 ‘김심(金心)’을 대변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낳고있다. 김전총장은 이날 당사에서 열린 대표 및 당지도부 이·취임식에서“지금은 당 총재와 신임 김중권(金重權)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할 때”라면서도 “당내에서는 비판할 수 있지만 당 밖에서 언론을 통해 정치적 목적으로 발언하는 것은 소(小)영웅주의에 불과하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이 발언은 지난 2일 청와대 최고위원회의에서 동교동계 2선 퇴진을 주장했던 정최고위원과 그를 지지한 소장의원들,그리고 김대표를 ‘기회주의자’라고 비난하다 주춤한 노해양수산부장관을 함께 질타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한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지난 2일 청와대 최고위원회의 뒤 일부 동교동 인사들에게 최고회의 당시 정위원의 발언을 중간에 제지하지 않은 것에 대해 서운함을 표시하고 나무란 것으로 알려졌다.
  • 역사 기피증 환자의 ‘처방전’

    역사,하면 뭔가 중요한 얘기란 건 알겠는데 골머리 싸맬 끈부터 찾게되는 걸 어쩔 수 없다. 꾸벅꾸벅 고개 처박히는 세계사 수업시간, 혀도 안돌아가는 외국 인명·지명 외우느라 하얗게 지샌 악몽의 시험전야…. 악몽탈출을 꿈꾼다면 이 두 권을 주목하라.‘모든 것은 이브로부터시작되었다’와 ‘모든 것은 돌멩이와 몽둥이로부터 시작되었다’(이상 리처드 아머 지음,이윤기 옮김,시공사 펴냄).역사 기피증 ‘환자’의 처방전을 자처한다. 가히 ‘극약처방’에 가깝다.탄산음료처럼 톡 쏘는 글발,역사적 사실과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상상력을 어긋매끼는 탱탱한 유머감각.단락건너 하나씩 폭소탄을 터뜨리며,고대부터 20세기까지 역사 테마여행길을 단박에 답파시켜 준다. ‘이브’는 여성이란 프리즘에 비춰본 인류사.성서 속 이브·데릴라부터,마리 앙트와네트,마타하리까지 13인의 스토리를 코믹 감각으로재창조했다.여기서 지은이는 어째 시종 비아냥거리는 눈치다.희대의여성은 하나같이 남자 혼이나 호리는 색정의 화신이요,영웅호걸이라는 남자들도 힘만 믿고 날뛰다가 어처구니없이 고꾸라지는 어리보기들로 그려지고 있다. ‘돌멩이와 몽둥이’는 인류의 전쟁·무기사.전쟁 기원부터 수소폭탄에 이르는 치명적인 길을 걱실걱실한 입담으로 희화화한다.“모나코왕자 레니에와 그레이스 켈리 결혼식 이래 가장 볼만한 결혼식은 ‘물경 8,000∼9,000㎞를 커버하는 핵탄두 미사일과 이런 원거리를 극복하는 정확성의 결혼식’이었다.결혼식은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때까지’에서 절정을 이룬다.”하버드대 영문학 박사로 대학강단과 저널리즘을 오간 지은이 이력이쭉쭉 뻗어나가는 글발을 설명하고도 남는다.각권 6,500원손정숙기자 jssohn@
  • 신간 맛보기

    ■평화의 나무 김대중(오수 글·그림,도서출판 MK 펴냄)김대중대통령일대기를 두권으로 엮은 전기만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김대통령관련 책으로는 첫 주자가 될듯. 1권에선 가난한 섬마을 소년이 정치에 입문하기까지,2권은 수차례 생사의 고비를 넘긴 끝에 대통령이 되고 노벨평화상을 받기까지 역정을 소개했다. 김대통령 측근인사 및 고향인 전남 하의도 주민들 현장취재를 바탕으로 민주당 권노갑 전 최고위원,한화갑 최고위원,최재승·설훈 의원등이 감수했다.지은이는 현재 한 스포츠지에 스포츠만화를 연재중.각권 7,000원. ■명화로 읽는 성서(고종희 지음,한길아트 펴냄) 성서 내용을 다룬그림과 화가에 관한 이야기.‘낙원에서 쫓겨나는 아담과 이브’라는소재를 마사초(1401∼28)는 영감 넘치게 묘사한 반면 그의 선배 마솔리노는 무미건조하게 그려 대조된다.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가 에로틱한 여인으로 둔갑하는 등 르네상스시대의 베네치아에서는 성화에서조차 에로티시즘을 추구했으나 천박하지 않게 예술로 승화시켰다고 평가한다.6세기 이전까지 태양의 신아폴론의 모습으로 수염 없이 그려진 예수,천사 등의 주요부분을 가리도록 수정된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만찬’등 흥미진진한 일화들을쉽게 풀어썼다.2만5,000원■베트남의 신화와 전설(무경 엮음)/베트남의 기이한 옛이야기(완서지음,박희병 옮김,돌베개 펴냄)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고전들.민간 전승 신화와 전설을 15세기에 한문으로 기록한 ‘영남척괴열전’과 16세기 걸작 고전소설 ‘전기만록’(傳奇漫錄)을 번역했다. 앞의 책은 베트남 민중의 상상력과 세계관이 녹아 있는 건국신화와풍속,영웅 등에 관한 이야기 22편으로,우리의 ‘삼국유사’와 견줄만한 베트남의 역사·문화적 자료의 보고다.뒤의 책에는 중국의 침략주의와 현실사회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담은 단편소설 20편을 실었다.우리의 ‘금오신화’에 비견된다.8,500원 1만5,000원■거대기계지식(플로리안 뢰처 지음,박진희 옮김,생각의나무 펴냄)사이버 시대의 올바른 지식사회 구축을 위해 첨단지식정보의 형성과정에 도사린 도전과 위험을 점검한 책.사이버 공간으로 인한 우리 생활의 변화를 살피면서,모든 인류가 이용할 수 있는 거대지식보고의건설 가능성을 인터넷 기술에서 발견한다. 그러나 인터넷의 상업화와 검열 강화,선·후진국간 정보 격차 등을문제점으로 지적한다.로베르트 베르졸라는 제조비 3달러인 CD롬을 30달러에 파는 선진국 거대기업과,설탕을 제조원가에도 못미치는 파운드당 15센트에 파는 개발도상국을 비교하며 파행적인 시장구조속의새로운 식민주의를 염려한다.1만5,000원
  • 2000년 슈퍼스타 / 펜싱 김영호

    새 천년이 저물어 간다.새 천년에도 시드니올림픽을 비롯한 수많은스포츠 이벤트가 열려 팬들을 열광시켰다.올 한해 국내외 무대에서감동과 환희를 안겨준 슈퍼스타들의 궤적을 되짚어 본다. 지난 9월 20일 호주 시드니의 컨벤션센터.김영호(29·대전도시개발공사)가 세계랭킹 1위 랄프 비스도르프(독일)와 시드니올림픽 펜싱남자 플뢰레 금메달을 놓고 맞붙었다. 전문가들조차 열세를 인정하는 분위기였지만 김영호는 불꽃같은 투혼을 보이며 종료 2분전까지 14-14의 접전을 벌이다 결국 15­14의극적인 승리를 엮어냈다.승리를 확인한 김영호가 피스트에 무릎을 꿇은채 두팔을 번쩍 치켜들고 포효하는 순간 세계는 경악했다.유럽 선수들의 독무대인 펜싱에서 동양인으로는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50여년동안 올림픽 금메달을 애타게 갈구해 온 펜싱인들은 “기적이일어 났다”고 흥분했고 유럽 언론들은 “한국처럼 척박한 환경에서어떻게 김영호와 같은 선수가 나올 수 있느냐”며 비아냥 섞인 감탄을 쏟아냈다. 올림픽이 끝난 뒤 김영호는 단숨에 영웅으로 떠올랐다. 훈련상대를찾아 유럽을 떠돌며 흘린 땀과 눈물이 감동의 드라마처럼 회자되기도했다.하지만 “나의 금메달이 펜싱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기폭제가됐으면 좋겠다”는 김영호의 애절한 호소는 여전히 공허하기만 하다. 플뢰레 등록선수 17명,실질적인 실업팀 3개뿐인 참담한 현실은 아직한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으며 김영호의 쾌거조차 서서히 희미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오병남기자 obnbkt@
  • 아듀 2000! 뉴스메이커/ 쿠바 난민소년 엘리안

    지난 한해 지구촌 어린이 가운데 언론의 스폿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은 7살짜리 쿠바 소년. 99년 11월 어머니와 함께 미국행 밀항선을 탔다 배가 전복되면서 어머니를 잃고 표류 중 극적으로 구조됐으나 미국·쿠바간 엄청난 양육권 공방끝에 지난 6월 쿠바로 송환됐다. 미 플로리다 거주 친척들의 미국 체류 요구 소송이 진행되고 있던 4월22일 미 연방당국 요원들이 엘리안이 머물던 플로리다주 리틀 아바나의 친척집을 급습,강제구인하는 과정에서 AP통신이 포착한 엘리안의 겁에 질린 표정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결국 쿠바정부와의 관계개선을 모색중이던 미국정부는 쿠바출신 이민자들의 필사적인 반대를 무릅쓰고 아버지 미구엘 곤잘레스의 손에 엘리안을 넘겨줬다. 엘리안은 7개월여만에 전국민의 환영속에 국가 영웅이 돼 귀환했다.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장은 지난 6일 친히 엘리안의 생일 파티에 참석하는등 ‘대미 외교전 승리’로 선전하는 데 한창이다.엘리안이 머물던 리틀 아바나의 친척집은 기념관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
  • 파월 국무 내정자는/ 걸프전 승리 이끈 영웅

    [워싱턴 연합] 콜린 파월(63) 전 미국 합참의장이 16일 미국의 65번째 국무장관으로 지명됐다.자메이카 이민 2세로 뉴욕 빈민가에서 백악관 입성을 이룩한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 된 것. 그는 베트남전 패배와 걸프전 승리라는 미 현대사의 명암을 모두 겪은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로 다양한 계층의 존경을 받고 있다.조지 W부시 미 대통령 당선자는 그를 지명하는 연설에서 “파월 장군은 미국의 영웅이며 모범이고 위대한 미국의 역사”라며 “미국을 대표할수 있는 위대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임명으로 미국 최초의 흑인 국무장관이란 수식어를 보탠 파월은 63년 월남전에 참전했으며 69년 워싱턴 군사령부로 이동한 뒤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거쳤다.70년대에는 한국에서 포병대 대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다.89∼93년 흑인 최초의 합참의장으로 레이건,부시,클린턴 대통령 등 3명의 대통령을 보좌했다. 걸프전 승리로 유명세를 탔고 합참의장 시절인 91년 쿠웨이트를 침공한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군을 축출해 큰 인기를 얻었다.96년에는미국최초의 흑인 대통령감으로 지목됐으나 그는 언론으로부터의 가족보호를 이유로 공직 출마를 고사,퇴역 이래 청소년 운동에만 전념해 왔다. 그의 군사정책인 ‘파월 독트린’은 미국이 불가피하게 해외분쟁에개입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명료한 정치적 목표를 세운 뒤 압도적 군사력을 동원,최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그러나 파월은 보수적 군사정책과는 달리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낙태 찬성 ▲총기규제 지지 ▲소수민족 보호조치 지지 등 진보적 성향을 보여왔다.
  • ‘부활한 과거‘ 찬란한 유물 한눈에…동양문명 기획전

    동양문명의 찬란한 역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대규모 기획전이열린다. ‘고대 메소포타미아문명전’(19일∼내년 2월13일,서울 예술의전당 미술관)과 ‘중국황제유물전’(22일∼내년 3월4일,63빌딩 특별전시관)이 화제의 전시다.교과서 도면이나 외국 유명 박물관에서나접하던 유물들을 직접 대할 수 있는 자리다. ‘고대 메소포타미아문명전’은 인류 문명의 발상지 가운데 가장 오래된 메소포타미아(현재 이라크의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사이)의 고대 유물 720여점을 보여준다.메소포타미아는 수메르,바빌로니아,앗시리아,신바빌로니아 등 4개 왕조에 걸쳐 4,500년간 지속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수메르 시대에 초점을 맞췄다.수메르문명은 기원전 31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전시품 중에는 의자에 앉아 있는 뱀신이 새겨진 원통형 인장,함무라비 대왕의 업적을 기록한 흙벽돌,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전설적인 영웅 길가메쉬의 상징으로 사용된 황소부적,경제활동 문서로 쓰인 수메르어 점토판,눈 신상,점토못 등이 포함돼 있다.또 도시 한가운데 높이쌓아 만든 ‘지구라트’는 모형으로 보여준다.지구라트는 성서에 나오는 바벨탑을 일컫는 것으로,탑꼭대기에는 신방이 있어 통치자와 여사제가 해마다 성혼례를 치뤘다. 이번 전시는 수메르시대 조각의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수메르조각은 원통형의 환조가 주를 이루지만 봉납석판은 당시 조각으로는드문 부조양식이다.인장조각술이 발달한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수메르인들은 단단한 부싯돌이나 구리도구를 사용해 최초로 원통형 인장을 만들었다.그들은 점토판에 상거래를 명시하고 원통형 인장을 굴려경제활동을 기록으로 남겼다. 미술자문을 맡은 중앙대 예술대 신현중교수는 “조그만 원통형 돌에 현대 기술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미세한음각을 해 넣은 것을 보면 수메르시대 조각술이 얼마나 발달했는가를알 수 있다”며 “원통형 인장은 사유재산권의 존재를 말해주는 중요한 사료”라고 말했다. 예술의전당과 한국미술협회가 주최한 이번 전시는 스위스 제네바 HM컬렉션측과의 계약에 의해 이뤄졌다.98년 ‘다윗의 도시와 성서의 세계’전을 진행한 안성림씨(고대근동박물관 건립위원회 상임위원)가큐레이터로 나섰고,근동학을 전공한 조철수교수(서강대 신학대학원)가 학술자문을 맡았다.관람료는 어른 5,00원,초중고생 3,000원.(02)587-0311. ‘중국황제유물전’에서는 5,000년 중국 황실의 역사와 문화를 그대로 호흡할 수 있다.이번 전시는 중국 황실유물 해외전으로는 최대의규모.선양(瀋陽)고궁박물관,톈진(天津)예술박물관 등 중국의 5대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역대 황실의 대표적 유물 151점이 출품된다.전시장은 ‘정사관’‘전쟁관’‘생활관’‘서화관’‘이벤트관’등 5개의 주제관으로 구성된다.정사관에서는 명(明)13릉에서 출토된 황제금관과 황후의 보석장식 봉관(鳳冠) 등이 전시되며, 서화관에서는 길이가 20m나 되는 건륭제 황제행렬도 ‘만호조천도’,명 선종의 ‘소행낙권도’,서태후와 마지막 황제 부의의 글 등을 볼 수 있다.전쟁관에서는 황제의 금갑옷과 장마안(仗馬鞍·말안장),보검,팔기군 갑옷등이 전시된다.생활관에서는 황실 의상,상아부채 등이 소개된다. ‘중국황실유물전’은 전시에곁들여 중국 전통 예인들이 직접 참여하는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했다.경극 특유의 화려한 분장술과 무대의상을 가까이서 감상할 있는 선양경극원의 ‘패왕별희’공연,밀가루 반죽으로 삼라만상을 빚어내는 ’면소공예’,풀잎과 짚으로 각종 동물과 곤충을 만들어내는 ‘초편공예’등 전통공예품 제작시연 등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손으로 문지르면 분수처럼 물이 튀어 오르는 황실용세수대야 분수동분(噴水銅盆)’도 눈길을 끌 만하다. 입장료는 어른 8,000원,중고생 6,000원,유치원·초등생 5,000원.인터넷(www.63city.co.kr)에서도 볼 수 있다.(02)789-5663-5김종면기자 jmkim@
  • [네티즌 칼럼] 서태지를 내버려 둬라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대한민국 황색저널리즘의 집중 타깃이 된사람,가수 서태지 씨.빨간색 레게퍼머 머리와 비주류 느낌을 담은 원색 의상,그 옷에 찍힌 주류 의류업계의 브랜드. 그런 서태지의 외형만 봐도 지식인들은 비난의 칼날을 세우며,무국적의 ‘신비주의’라고 서슴치 않고 공박한다. 서태지가 앨범을 내자 대한민국 모든 문화비평가가 한번쯤 입에 올렸다.젊은 서태지 팬들은 서태지를 ‘신화’로 평가한다.하지만 일부에서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통렬히 비난한다.과연 날카롭게 대치한 이 서태지신드롬의 실체는 무엇일까. 지금 대중음악에 영향력을 미치는 10·20대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강하다.서태지의 등장은,개인주의적인 신세대가 본격적으로 문화의주체세력이 됐음을 의미한다. 즉 서태지 모습 하나하나에 새로운 세대의 성장점이 자리잡은 것이다.그 당시 주류 대중음악 시장은 의미적인 측면에서는 사랑·이별 등의 신파 정서가 범람하는 상태였고,형식 면에서는 댄스곡이 대부분이었다. 서태지는 이런 것들과 분명한 선을 긋고 새로운 정서를 보여주었다. 서태지가 신화를 이룩한 데는 ‘현실참여적’인 운동가 이미지가 크게 작용했다.서태지는 공연윤리위원회와 교육제도로 대표되는 기성세대나 제도에 대한 훈계와 저항을 담았다.우리사회에서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던 이러한 비주류적인 내용을 가지고 그는 주류의 한가운데에 당당히 선 것이다. 그는 가장 비주류적인 이미지로 주류문화의 흐름을 역류시켰다.하지만 그의 인기도 상업적 시스템에 기반한 아이돌 스타의 이미지를 차용했다. 실제로 취입곡의 절반은 스타 이미지를 강하게 자극하는 소녀적 취향의 곡으로 구성됐고,다른 어떤 매체보다 TV를 홍보의 주대상으로 삼았다. 현재 문제가 된 것은,대중가요계가 서태지의 놀라운 전위적 곡들과형식은 외면하고 그 마케팅 방식만을 확대재생산해 결국 천박한 상업주의가 득세했다는 점이다. 어떻게든 서태지가 연루됐음을 밝히려 하지만 서태지가 그 본령에 있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된 데에는 황색저널리즘의 공격적이고도 선정적인기사들에 책임이 있다. 단순히 돈만을노려 마구잡이로 선정적인 이슈를 생산하고,무조건 ‘신비주의’라고 뭉뚱그려 비판하는 등 졸속한 언어를 남발한다.이런작태는 서태지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이끌어내야 할 수많은 논의를 파괴하고,대중음악의 천박함을 오히려 부채질한다. 일부 권위주의적인 평단이 걸고 넘어지는 대표적인 문제는 “음악적으로 새로울 것이 없다”라는 점이다.맞는 말이다. 서태지가 들고나온 핌프록은 대중에게 생소할 따름이지 새롭지는 않다.그런데 그게 왜 문제되는가.이러한 평단의 권위주의적 의식은 문화제국주의라는 말까지 들먹거리는 데로 끝없이 나아가고 있다. 서태지가 일종의 문화권력인 것은 사실이다.그렇다고 그 문화권력이 서태지가 감당해야 할 비판 자체는 아니다.최근 불붙은 ‘안티 서태지’운동 역시 진정한 방향성을 상실했다고 보인다.비주류든 주류든궁극적으로 봐야할 문제는 무엇인가.바로 기형적인 대중음악 시장의구조이다. 하지만 황색저널리즘은 서태지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봐야할 문제들은 넘어가고 한 개인을 헐뜯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정말 안타까울뿐이다. 영웅은 “영웅이란 존재는 더는 없어”라고 노래하고,노래를 듣는 이들은 영웅을 원하니 말이다.우리가 눈을 부릅뜨고 봐야 하는 것은 대중 음악시장의 기형적 구조와 황색 언론이다.제발 영웅을 그냥 내버려 두라. [윤 상 필 웹메거진 모돌넷 기자]freeyouth@korea.com
  • [부시시대 美國](1)’법원이 만든 대통령’의 과제

    오랜 산고 끝에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출범을 눈앞에 두게 됐다.공화당으로서는 8년 만에 백악관 주인 자리를 되찾는 쾌거이지만 지루한 법정 공방은 대통령 선출 방법 등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노출시켰다.심화된 국론 분열 해소 등 국내문제와 보수화로점쳐지는 대외정책 등 부시호의 앞날을 시리즈로 짚어본다. 12일 연방대법원의 플로리다주 수작업 검표불법 판결로 부시 후보는선거를 승리로 마감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부시 후보는 플로리다주에 할당된 선거인단 25석을 보태 총선거인단 271석을 차지,백악관 주인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지난 11월7일 선거일 이후 무려 35일 만에 다가온 승리의 날이다.부시의 당선은 개인적으로 부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패배시킨 팀을아들이 설욕했다는 정치 드라마적인 요소를 안고 있다.또한 그의 당선으로 1825년 제6대 존 퀸시 아담스 대통령 이후 175년 만에 ‘부자(父子) 대통령’의 탄생이 재연됐다. 당선이 확정됨으로써 앞으로 부시팀은 한달 이상 미적거려 오던 정권 인수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딕 체니 부통령 당선자를 중심으로 콜린 파월 국무,콘돌리자 라이사 안보보좌관 등 차기 행정부의 진용이 곧 공식화될 것이다. 그러나 혼돈 끝에 그가 차지한 승자의 위치는 영광스럽고 화려해 보이기보다는 도처에 남겨진 상처로 인해 빛이 다소 바랜 모습이다.우선 승자 지위가 투표가 아닌 소송을 통한 법원에서 완성됐다는 점이그렇다.그만큼 그는 국민들의 전적인 지지와 축복 속에서 대통령에당선되지 못했다는 태생적 한계를 안게 됐다. 국민과의 이러한 거리감은 반분된 여론에서 잘 나타난다.엎치락뒤치락한 법정 싸움에서 나뉜 여론으로 그는 ‘반쪽 대통령’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여론 조사는 그의 대통령 취임을 원치 않는 미국인이 절반에 달함을 보여준다.원치 않는다는 말보다 반대한다는 말이 어울릴정도로 반쪽의 반감이 큰 실정이다. 이처럼 찢어진 여론은 실망과 좌절감으로 인해 당분간 정치 혐오 증세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부시가 대통령이 됐을 때 흑인 9명 중 1명은 그를 반대할 것이란 언론의 지적이 등장했다.인권운동가 제시잭슨 목사는 반대를 위한 거리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고 공공연히 경고하고 있다. 아울러 위정자들을 비웃는 젊은 층의 정치 냉소현상이 높아질 것이나 이에 대응할 이념 논리는 약해 보인다.부시로서는 당장 의회가 민주·공화로 양분된 것이 문제다.양분된 의회가 힘을 실어주지 못할경우 정치적 입지 축소는 뻔한 일이다.119년 만에 50 대 50으로 나뉜상원과 하원의 절대 우위 확보 실패는 부시에게 자칫 시작부터 ‘레임덕 대통령’이란 꼬리를 붙여줄지 모른다. 아울러 대외적으로 미국을 보는 외국의 시각도 집권 초기 대외정책추진에 큰 걸림돌이 될 여지가 많다.연약한 대통령직에서 오는 대외정책은 그만큼 걸림돌이 많을 것이고,결국은 최 선진 민주주의 국가의 ‘수장’이란 과거 면모가 퇴색될 수도 있다. 사법부에 대한 권위도 이번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으며 사법부의 특정 정당 편향성도 앞으로 내내 국민들로부터 혐오의 대상이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갖가지 선거 후유증을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부시 행정부가 풀어야할 첫번째 과제이다. 워싱턴 최철호특파원 hay@. *부시 인생역정·집안. 조지 W 부시는 알코올 없는 맥주 ‘오둘스’를 마신다.40세 생일 이후부터는 ‘진짜 술’을 한 모금도 안 마셨다고 한다.청년 시절 술에찌들고 독설을 퍼붓던 ‘술 취한 싸움닭’의 이미지를 완전히 지웠다. 스스로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고 말한다. 자기 변신에 철저했지만 소탈한 성격은 그대로다.청바지에 면셔츠차림으로 대중 앞에 서기를 즐긴다.플로리다주에서 재검표 전쟁이 진행될 때도 태연히 옆구리에 운동화를 끼고 텍사스주지사 관저를 들락거렸다.그런 그가 43번째 백악관행 티켓을 거머쥐며 부자(父子) 대통령의 신화를 일궜다. 그는 부시가(家)의 후광을 업고 예일대와 하버드대에 진학했으나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다.그를 장래 대통령감으로 여긴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나 특유의 친화력으로 21세기 미국의 첫 대통령을 확정지었다. 부시는 78년 32세의 젊은 혈기로 연방 하원의원에 도전했으나 ‘부시 주니어’라는 이미지 때문에 고배를 마셨다.이후석유사업에 손을댔지만 빚더미에 올랐다. 다시 술에 젖자 집안에서 내놓은 자식 취급을 했다.인생의 전환점은 40세.술을 딱 끊은 뒤 그는 정치 명문가 자손답게 정계에 눈을 돌렸다.아버지 부시의 선거운동원으로 뛰면서 정치 감각을 익혔다.주지사 출마도 이때 결심했다. 94년 텍사스주지사에 취임한 뒤 교육·사법·복지·청소년 범죄 개혁을 단행했다. 부시 집안은 3대에 걸친 명문가다.할아버지 프레스콧 셀던 부시는은행업으로 돈을 번 뒤 코네티컷주 공화당 상원의원을 지냈다.폭격기조종사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 영웅으로 귀환한 아버지 부시는 공화당 하원의원과 부통령을 거쳐 제40대 대통령이 됐다.동생인 젭 부시는 플로리다 주지사다.대통령과 상원의원을 배출한 케네디가를 능가한다고 한다. 부시 주변에는 늘 사람들이 꼬인다.대학때부터 그랬다.세세한 결정은 부하에게 맡기고 자신은 최종 결정만 내리는 보스 기질 때문이다.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실무형 리더’인 것과는 다르다.플로리다법정 공방에서 고어는 변호팀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작전 지시를 직접 내렸다.그러나 부시는 모든 권한을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 등에게 일임했다.대신 텍사스 목장에서 겉으로 보기에는 ‘한가로운’생활을 즐겼다.부시의 옆집 아저씨 같은 편안한 이미지가 고어의 지적인 이미지를 이겼다. 백문일기자 mip@
  • 배우 최민식 아태영화제 ‘해피엔드’로 남우주연상

    영화 ‘해피엔드’(감독 정지우)의 남자주인공 최민식이 11일 베트남하노이에서 막내린 제14회 아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가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특징있는 연기로 인기를 얻었던 최민식은 지난해 ‘쉬리’로 스타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한국은 또 이번 영화제에서 ‘춘향뎐’의 임권택 감독이 심사위원들이 추천한 특별상을,‘오 수정’의 홍상수 감독이 각본상을 각각 받았다.아시아태평양지역 17개 회원국이 참가한 이 영화제에 한국은 모두 4편의 영화를 출품했었다.
  • 스페인 데이비스컵 첫 패권

    [바로셀로나(스페인) AP 연합] ‘테니스 강국’ 스페인이 79년만에처음으로 데이비스컵 테니스대회 정상을 밟았다. 스페인은 11일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호주와의 결승전 세번째 단식에서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가 레이튼 휴이트를 3-1로 꺾어 종합 전적 3승1패로 정상을 차지했다.스페인이 남자테니스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에서 우승한 것은 대회 참가 79년만에 처음이다.28번째 정상을노린 지난해 챔피언 호주는 마크 필리포시스의 불참과 패트릭 라프터의 부상으로 정상 문턱에서 무릎을 꿇었다. 스페인은 9일 열린 첫 단식에서 알베르트 코스타가 휴이트에 2-3으로 졌지만 두번째 단식에서 페레로가 라프터에 기권승을 거둬 1승1패로 균형을 이룬 뒤 10일의 복식에서 알렉스 코레차-호안 발세이스조가 예상을 깨고 샌던 스톨-마크 우드포드조에 3-1로 이겨 2승1패로앞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약관의 페레로는 스페인 국왕과 여왕이 지켜보는 가운데 단식 2경기를 모두 따내 영웅으로 떠올랐고 경기장을 가득 메운 1만4,000여명의 관중들은 스페인국기를 흔들며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 새 영화/ ‘언브레이커블’

    ‘언브레이커블’(Unbreakable·9일 개봉)은 ‘식스 센스’에서 콤비를 이뤘던 나이트 샤말란 감독과 브루스 윌리스가 다시 의기투합한서스펜스 스릴러다. 제목이 귀띔하듯 ‘부서지지 않는’ 영웅은 이번 역시 브루스 윌리스의 몫.그의 역할은 왕년에 스타 풋볼선수였다가 사고로 경비원으로전락한 중년의 데이비드다.열차 탈선사고에서 혼자 살아남은 데이비드에게 ‘살아오면서 아파본 적이 있었냐’는 수수께끼같은 쪽지가전해진다.쪽지를 보낸 엘리야(사무엘 잭슨)를 만나면서 지난날 대형사고들에서 자신만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유에 대해 새삼 의문을 갖는다.만화광인 엘리야는 자신의 만화이론을 내세우며 데이비드가 세상을 구할 슈퍼맨같은 존재라고 일깨운다. ‘식스 센스’로 6억6,000만달러를 벌어들인 샤말란 감독은 초현실과영적 세계를 또한번 스릴러의 장치로 써먹을 요량이었다. 하지만 사전정보를 흘리지 않으려 극비리에 제작했던 호들갑을 생각하면 기대치에 한참 못미친다.매사에 시들하고 무기력한 중년 가장이 운명론을신봉하는 만화연구가 엘리야를 통해 존재가치를 깨달아가는 이야기전개는,한마디로 용두사미다.직감 운명 초능력 등의 신비주의 코드가넘실대지만 반전은 빤히 들여다보이고 결말은 지극히 상투적이다. 존재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얻어내는 데 만화가 주요소재가 됐다.그점에서는 30대 초반 젊은 감독의 상상력이 빛난다. 황수정기자
  • ‘축구의 나라’에 부는 우즈 ‘열풍’

    ‘축구의 나라’에 간 ‘골프 황제’가 환영 일색 분위기에 몸둘 바를 모르고 있다. 8일 부에노스아이레스GC(파72·6,896야드)에서 개막되는 국가대항전 골프대회 EMC월드컵에 출전키 위해 아르헨티나로 간 타이거 우즈가열광적인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환영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우즈를 자신들의 영웅인 ‘축구 신동’ 디에고 마라도나에 비견하는가 하면 축구 스타가 아닌 다른 어떤 스포츠 선수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은 아르헨티나 신문들은 연일 우즈의 일거수 일투족을 중요 기사로 소개하는 등 ‘우즈 붐’이라고 표현할 정도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즈 붐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특히 유난스럽다.지금까지 축구가 전부인 것으로 알던 아르헨티나의 청소년들은 그의 방문을 계기로 골프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이 나타내고 있을 정도.특히 마라도나가 ‘월드컵축구대회’를 통해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면 우즈는 이미 세계적인 스타로서 ‘월드컵골프대회’를 위해 아르헨티나에 온 사실을대비시키며 영웅시하고 있다. 곽영완기자 kw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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