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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소설 독일인 가슴에 스며들다

    한국소설 독일인 가슴에 스며들다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겨울은 재빨리 찾아왔고, 겨울이 깊어갈수록 우울하고 어두운 소식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17일 오후 독일 동부 도시 라이프치히 도서전전시장. 한 구석에 설치된 한국관에서 열린 한국 문학작품 낭독회에서 ‘타고난 이야기꾼’ 황석영은 자신의 소설 ‘한씨연대기’의 한 대목을 약간은 떨리는 목소리로 읽어내려갔다. ‘2005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행사의 주제인 ‘스밈’처럼 한국 대표작가의 혼이 담긴 단어 하나하나는 관심 반, 호기심 반으로 발길을 멈춰선 독일인들의 가슴에 잔잔히 스며들었다. 이어 황석영의 독일어판 작품을 독일 작가 엥엘베르트 폴 노르트하우젠이 읽어나가면서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황석영·임철우등 독자들과 대화 낭독후 가진 참가자들과의 대화에서 황석영은 “오래 전 작품을 지금 읽으려니 매우 낯설다. 그런데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때의 현실이 여전히 남아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어 임철우의 ‘붉은 방’이 낭독됐다. 임철우는 작품 설명에서 “군부독재의 억압적 이데올로기에 사람들이 길들여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 속에서 감춰진 진실에 대해 동시대의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었다.”며 자신의 문학 입문 동기를 밝혔다. 그는 억업적 환경이 많이 개선됐지만, 문제는 여전히 다른 방식으로 존재한다며, 그것을 잡아내 발언하고 대화하는 것이 작가의 사명이 아니겠냐며 자신의 문학관의 일단을 소개했다. 낭독회를 지켜본 현지인들의 반응은 사뭇 뜨거웠다. 작가 수업을 하고 있다는 독일 여성 율리아 포라(26)씨는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읽고 한국사회의 일면을 이해하게 됐다.”며 낭독회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베트메 움라란 이름의 또다른 여성은 “아직 일본 출판물이 한국에 비해 훨씬 많이 소개되고 있지만 한국 책 출판도 점차 늘고 있다.”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강·은희경 작품 낭독회도 이어져 한편 이날 저녁 라이프치히에서 차로 1시간 남짓 거리인 드레스덴 쿤스트호프의 한 서점에선 소설가 한강과 은희경의 작품 낭독회가 이어졌다. 실내를 가득 메운 50여명의 참가자들은 숨을 죽인 채 상상력 넘치는 발랄한 문장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두 여성 작가의 치열한 언어가 파편처럼 그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글 사진 라이프치히·드레스덴(독일)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토요영화]

    [토요영화]

    ●트리플 엑스(KBS2 오후 11시15분) 007식 첩보 액션영화의 틀을 빌려 왔으면서도, 첩보영화의 영웅적 주인공상을 뒤집어 새로운 ‘안티 영웅’을 탄생시켰다.‘분노의 질주’로 흥행에 성공한 롭 코언 감독과 근육질 배우 빈 디젤이 손을 잡았다. 록음악을 깔고, 훔친 스포츠카에 번지점프를 즐기는 주인공 젠더 케이지(빈 디젤)는 스킨헤드에 화려한 문신, 피어싱으로 무장한 신세대. 상원의원의 차를 훔쳐 꼼짝없이 감방 신세를 지게 된 젠더에게 첩보국의 간부 기븐스(새뮤얼 잭슨)는 스파이로 뛰면 감옥행을 면하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젠더는 결국 동구의 비밀 조직인 ‘아나키99’에 침투하기 위해 프라하로 날아간다. 뒷골목 사정을 잘 알고 넉살이 좋았던 젠더는 금방 조직의 두목 요르기와 친해지고, 요르기의 연인 옐레나와도 가까워진다. 그 요르기가 비밀리에 초대형 생화학무기를 만들고 있다. 건물 지하실에서 무기 제조에 참가한 연구원들을 모두 살해한 요르기는 새 무기를 작동시키려 하고, 젠더는 이를 막기 위해 뛰어든다. 속도감 만점의 ‘롤러코스터 액션’을 첫 장면에서부터 질펀하게 풀어놓는 영화는, 스릴과 재미를 최고로 치는 액션 마니아를 만족시킬 만하다. 다리 위 스포츠카 번지점프 장면, 눈사태를 짊어지고 스키보드를 타고 내려오는 마지막 장면 등은 영화의 압권이다. 미국에서는 속편도 개봉 준비 중이다.2002년작.124분. ●스타워즈6-제다이의 귀환(MBC 오후 11시40분) 제국군에 잡혀 냉동된 솔로는 현상금 사냥꾼의 두목인 자바에게 넘겨진다. 레아 공주는 현상금을 받으러 온 외계인으로 변장을 하고 자바를 찾아가지만, 자바에게 들켜 노예로 끌려 다닌다. 결국 루크가 정면으로 도전해 솔로와 레아 공주, 로봇들을 구출해 낸다. 한편 반란군은 죽음의 별보다도 훨씬 강력한 우주기지가 재건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반란군은 우주기지의 약점을 찾아 새로운 작전을 세우고, 루크는 자신의 아버지인 다스 베이더를 찾아가 최후의 결투를 벌인다. 최첨단 촬영기술을 동원해 1·2편의 두 배가 넘는 900여 장면이 특수효과를 이용해 촬영됐고, 등장하는 우주생물의 캐릭터만 100종을 넘었다. 개봉한 83년에만 1억6000여만 달러를 벌었고, 지금까지 2억6000만 달러 이상을 벌어 역대 흥행 4위에 랭크돼 있는 작품이다. 리처드 마컨드 연출.133분.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래더 49’-꿈틀대는 불길속 혼자남은 소방관…

    ‘래더 49’-꿈틀대는 불길속 혼자남은 소방관…

    모든 사람들이 불길을 피해 빠져나올 때 그 안으로 뛰어들어가는 소방관들. 영화 ‘래더 49’(Ladder·25일 개봉)는 불길을 뚫고 사람들을 구해내는 소방관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영웅들의 무용담보단 소방관들의 삶의 내면에 보다 많은 자리를 내어줬다. 소방관 잭 모리슨(호아킨 피닉스)은 거대한 화재현장에서 한 시민을 구하다가 건물이 붕괴되는 바람에 혼자 불길 속에 남는다. 시작부터 불길 속 구출현장의 생생함으로 진땀을 빼게 한 영화는, 곧 잭의 과거 속으로 들어가며 긴박한 액션 블록버스터에서 휴먼 드라마로 매무새를 고친다. 잭이 바닥에 누워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순간, 섬광처럼 그의 뇌리를 스쳐가는 삶의 풍광이 하나 둘 화면에 펼쳐진다. 소방서에 첫 발을 디딘 후 서장 케네디(존 트래볼타)의 지도아래 동료애를 키워가고, 우연히 슈퍼마켓에서 린다(제이신더 배럿)를 만나 결혼에 이르고, 몇몇 화재현장에서 위기를 넘기며 사람들을 구해내다가 동료들의 죽음을 목격하고, 위험을 두려워하는 가족과 마찰을 빚지만 결국 가족에 대한 사랑의 힘으로 어려움을 극복해내는 잭. 이 평범하지만 특별한 일상들이 불길 속에 갇힌 현재진행형인 잭의 모습과 교차되며 전개된다. 소방관이란 직업을 가진 한 인간에 대한 밀착 탐구처럼 보이는 영화는 그래서 소박한 감동을 낳는다. 동료들간의 진한 우정과 모르는 사람을 위한 희생정신이라는 상투적인 감정들에 동화되는 건, 한 겹 한 겹 정성스럽게 쌓여진 만만찮은 삶의 무게 덕이다. 하지만 인간의 숭고한 본성만을 강조하는 ‘착한’ 영화다보니 새롭게 건져 올릴 만한 의미는 없다. 대부분 실제로 불을 내고 촬영했다는 화재 장면은 그 어떤 화재 영화보다 리얼리티가 살아 있다. 살아 있는 듯 너울대는 불길과 숨을 조여오는 듯한 검은 연기는 그 안에서 활약하고 스러져가는 소방관들의 캐릭터를 보다 생생하게 살려냈다.‘터크 에버래스팅’‘마이 독 스킵’의 제이 러셀 감독 연출.12세 관람가.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히딩크·차범근등 7명 헌액

    축구가 한반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882년 제물포에 상륙한 영국 군함 플라잉 피시(Flying Fish)호의 승무원들을 통해서다. 이후 123년이 흘렀다. 그리고 고 김용식(1910∼1985) 홍덕영(84) 이회택(59) 차범근(52) 김화집(96) 거스 히딩크(59) 정몽준(54) 등이 한국 축구를 빛낸 영웅들로 한국 축구 사상 첫 ‘명예의 전당’ 헌액 대상자로 결정됐다. 축구 명예의 전당 추천심의위원회(위원장 조중연)는 17일 대한축구협회에서 3차 회의를 열고 선수 부문에서 고 김용식 홍덕영 이회택 차범근을, 공헌자 부문에서는 김화집 히딩크 정몽준을 헌액 대상자로 선정했다. 다만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현직 회장이라는 점을 고려, 회장직을 그만 둔 뒤 헌액키로 했다. 고 김용식 옹은 48년 런던올림픽에 한국대표로 출전했고, 은퇴 뒤 대표팀 사령탑으로 54년 스위스월드컵에 참가했던 한국축구의 전설적인 인물이다.36년 베를린올림픽에 일본대표팀의 유일한 한국 선수로 나가기도 했다. 홍덕영 옹도 스위스월드컵에 골키퍼로 출전하는 등 한국 축구사의 산증인이다. 이회택 축구협회 기술위원장과 차범근 프로축구 수원 감독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 자격으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김화집 옹은 한국 최초 여자 축구팀을 창단하는 등 여자축구 발전에 공헌했고, 히딩크 감독과 정몽준 회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을 4강으로 이끈 공로가 인정됐다. 이날 헌액 대상자는 그동안 두 차례 심의를 통해 걸러진 선수와 공헌 부문 후보 26명(중복 2명) 가운데 축구협회 및 산하 연맹 관계자, 축구원로, 언론인 등 38명으로 이뤄진 심의위원 중 28명이 출석, 만장일치로 선정됐다. 협회는 내년부터 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해마다 헌액 대상자를 뽑을 방침이며, 이들의 흉상과 관련 자료들은 서울월드컵경기장내 월드컵기념관에 마련될 명예의 전당에 영구 전시된다. 한편 명예의 전당 제막식은 오는 5월31일 열린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조영증의 킥오프] 위상 높아진 한국축구

    필자는 최근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이사와 함께 세계축구연맹(FIFA) 기술·축구발전위원회에 참석했다. 두 위원회 모두 세계적인 명성과 경험이 풍부한 감독과 선수 출신으로 구성됐다. 기술위원회는 프랑스 영웅 미셀 플라티니가 위원장을 맡고 있고,70년대 구 소련 축구를 강호 반열에 올려 놓은 이오다네스코 감독,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끈 빌라도 감독 등 쟁쟁한 멤버로 구성됐다. 특히 스코틀랜드 엔디 록스버그는 15일부터 3일 동안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특별 세미나 주강사로 임명돼 아시아 축구 발전에 많은 도움을 줬다. 한편 홍명보 이사가 속해 있는 축구발전위원회도 60년대 잉글랜드 축구영웅 보비 찰튼을 비롯, 축구 황제 펠레,2006년 독일월드컵 조직위원장 베켄바우어, 미 여자축구대표 출신 미아 햄 등 화려한 진용을 꾸리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도 많은 논의가 이뤄졌다. 우선 그동안 불만이 많았던 세계 랭킹 계산 방법에 대해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또 U-17과 U-20 세계청소년대회를 U-18과 U-20으로 변경하자는 의견이 대두돼 18세에 발굴한 선수를 1년 동안 경기력을 향상시켜 U-20세 대회로 연결, 스타의 산실로 만들자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해 태국 U-19세 세계여자청소년대회의 결과 보고도 있었다. 여자 청소년대회도 성인과 비슷한 추세로 수준이 높아지면서 평준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기술과 체력, 전술 운영 능력 등 전반적으로 지난 대회보다 한층 더 향상됐다는 분석을 내렸다. 일부 의원들은 아시아에서 우승한 한국이 조 예선에서 탈락한 것에 대해 매경기 시스템 변화를 주는 것도 좋지만, 확실한 시스템 운영과 전술적인 이해가 다소 부족했다는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고의적인 시간 지연으로 팬들에게 흥미가 반감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법을 논의했지만,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다만 상황을 장내에서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심판의 재량이야말로 축구를 흥미있게 즐기게 하는 최고의 대안이라는 인식을 공유했다. 세계 축구사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축구인들과 어깨를 맞대고 앉아 세계 축구를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성공리에 치른 한국 축구의 위상과 끊임없는 축구외교를 통한 노력의 결실이 아닌가 싶다. 국제축구연맹(FIFA)기술위원 youngj-cho@hanmail.net
  • [눈에 띄네~ 이 얼굴] ‘호스티지’의 브루스 윌리스

    한동안 뜸했던 액션 영웅 브루스 윌리스(50)가 다시 극장가를 종횡무진하고 있다. 지난달 개봉한 ‘나인 야드2’에 이어 ‘호스티지’가 이번 주말 극장에 걸리고, 여름에는 로버트 로드리게스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공동 연출한 ‘씬시티’가 개봉 대기중이다. 가을에는 10년을 기다린 ‘다이 하드 4’가 촬영을 시작한다. 17년전 ‘다이 하드’속 브루스 윌리스의 등장은 인간적인 액션영웅의 탄생을 의미했다. 근육질의 멋진 남성이 무소불위의 힘으로 악당을 무찌르는 것이 아니라, 지저분한 ‘난닝구’차림의 아저씨가 실감나는 액션을 펼치면서 보통 사람들의 영웅으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호스티지’의 브루스 윌리스는 과거의 감흥을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늘어난 주름엔 감정의 굴곡을 한겹 더 채워넣었고, 이를 바탕으로 치밀한 계획과 액션을 버무리며 다시한번 멋지게 인질을 구해낸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라는 감정이 과장되지 않게 가슴을 파고드는 건, 브루스 윌리스란 배우가 갖는 존재감 때문이다.‘펄프 픽션’‘12몽키스’‘식스 센스’등 개성 강한 영화에서 보여준 연기도 좋지만, 그래도 한국 관객들에게는 ‘다이 하드’의 그가 가장 뇌리에 깊게 박혀있을 듯하다.‘호스티지’의 브루스 윌리스가 더없이 반가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그 영화 어때?] ‘호스티지’ 액션 인질 잡고…감동 사로 잡고

    [그 영화 어때?] ‘호스티지’ 액션 인질 잡고…감동 사로 잡고

    인질극은 할리우드의 단골 소재다. 사람의 목숨을 건 확률게임이다 보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내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한 상황을 뚫고 누군가가 인질을 구출해낸다.’는 큰 줄기는 어느 영화나 비슷해 자칫 잘못하면 진부함의 덫에 빠질 수도 있다. 영화 ‘호스티지’(Hostage·18일 개봉)는 큰 틀에선 인질극 영화의 공식을 답습하지만, 그 안에 이중구조의 인질극을 만들어 새로운 맛을 첨가시켰다. 피해자와 범죄자와 형사를 같은 무게로 비추는 카메라를 통해 인간과 가족에 대해 성찰하게 하는 힘도 지녔다. LA경찰국 최고의 협상전문가인 제프(브루스 윌리스)는 모든 인질을 구하려다 단 한 명도 살리지 못한 사건 이후 죄책감에 빠진다. 그로부터 1년뒤 시골마을의 경찰서장으로 살아가는 제프에게 또다시 과거의 악몽과 비슷한 사건이 일어난다. 스미스(케빈 폴락)의 가족이 살고있는 대저택에 세 소년이 무단으로 침입한 것. 작은 범죄를 일삼던 이들이 우연히 맞닥뜨린 이 가족들을 따라 우발적인 범죄에 발을 디디는 순간, 모든 일들은 의도와 상관없이 점점 부풀어간다. 저택을 확인하러 온 경관이 밖에 세워둔 차량을 조회하자 겁에 질려 총을 쏘고, 우연히 건드린 보안장치로 대저택이 철옹성이 되면서 가족들과 함께 대저택에 갇혀버린 소년들. 영화는 전문 범죄집단이 아닌 멋모르는 소년들이 범죄에 빠져드는 과정을 생생하게 포착하면서, 범죄자와 희생자라는 단순 이분법을 넘어선다. 제프는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사건을 상부에 넘기지만, 정체를 알 수없는 괴한들이 저택 안 어딘가에 숨겨진 DVD를 찾아올 것을 요구하며 제프의 가족들을 인질로 삼자 다시금 실력발휘에 나선다. 하지만 점점 살인마로 변해가는 소년 마스 때문에 협상은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다. 가족의 힘으로 상황을 헤쳐가며 뭉클하게 감정선을 건드리는 솜씨는 능숙하다. 인질의 이중구조도 지루할 틈 없이 영화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무엇보다 범죄 앞에 대처하는 다양한 인간 유형들이 상투적이지 않게 묘사돼 현실감을 살려내고 있다. 우발적인 범죄에 희생되어 간 세 소년들, 한없이 약하지만 가족 앞에서 용기를 내는 제프, 범죄자이지만 제프를 돕는 스미스 등 입체적인 인물들이 영화의 결을 보다 풍성하게 만드는 동시에,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숙연히 생각하게 만든다. 모처럼 본격 액션 스릴러물로 돌아와 인간적인 영웅으로 활약하는 브루스 윌리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반가울 영화.‘네스트’의 플로언트 시리 감독이 연출했다.15세 관람가.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데스크시각] 박찬호를 응원하자/김민수 체육부 차장

    요즘 야구팬들은 설렌다. 해마다 이맘때면 겨우내 ‘스토브리그’와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등을 토대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타순을 짜보고, 마운드 운용 계획을 세우느라 나름대로 바쁘다. 올해는 달라진 모습으로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하며 시즌 개막을 손꼽아 기다린다. 기대를 저버리기 일쑤지만 마니아들은 해마다 이런 ‘감독 놀이’에 흠뻑 취한다. 올시즌 야구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때보다 뜨겁다. 국내에서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대어를 ‘싹쓸이’한 삼성의 우승 여부가 주목거리다. 해외에서는 일본프로야구의 이승엽(롯데 마린스)이 ‘아시아 홈런킹’의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할지, 또 미국프로야구의 한국인 선수들이 주전 자리를 꿰찰지 관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는 아마도 지난 시즌 해외파들이 동반 부진한 탓일 것이다. 이들의 부진이 올시즌까지 이어질 경우 자칫 야구 생명까지 위협받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다. 무엇보다도 야구 인생의 사활이 걸린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의 올시즌은 팬들의 으뜸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몇년간 박찬호의 투구는 우리에게 기쁨이나 용기를 주지 못했다. 마운드에 올라 배팅볼 투수처럼 흠씬 얻어맞고 고개를 떨군 채 강판되는 모습에서 안타까움을 넘어 오히려 짜증을 줬다. 그의 등판 경기를 애써 외면하려는 이들도 있었다. 일부 팬들은 “박찬호는 끝났다.”고 독설을 토해내지만 그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박찬호는 여전히 우리의 ‘야구 영웅’이기 때문이다. 1994년 대학 2학년의 어린 나이에 낯선 미국으로 건너간 박찬호는 짧은 기간에 ‘코리안 특급’의 명성을 쌓았다.96년 중간계투로 나서 한국인 메이저리거 1호로 이름을 올렸고, 이듬해부터 2002년 텍사스 유니폼으로 갈이입기 전까지 LA 다저스에서 5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챙겨 특급 선수 반열에 올라섰다. 그의 눈부신 활약은 한국야구의 위상을 단숨에 끌어올렸다. 일본프로야구의 2군 수준쯤으로 여기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제2의 박찬호’를 찾아 한국행 러시를 이뤘고, 현재 9명의 선수가 뛰고 있는 것도 ‘박찬호 효과’ 때문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박찬호의 진가는 냉엄한 ‘정글’에서 홀로 우뚝 선 데 그치지 않는다. 그가 국민들에게 던진 것이 바로 ‘희망과 용기’였기 때문이다. 1998년 ‘IMF 체제’로 국민들이 힘겨워했을 때 무려 15승을 쌓으며 잠시나마 시름을 덜어줬다. 국민들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좌절도 맛봤지만 생활의 청량제 삼아 용기를 얻기도 했다. 당시 박찬호는 “나는 외롭지 않다. 내가 등판하는 날이면 많은 교포들이 구장을 찾아주었고, 고국에서의 응원 소리는 내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며 오히려 국민들에게 감사를 표해 감동을 주었다. 그런데 요즘 박찬호는 야구 인생의 벼랑끝에 서 있다. 텍사스 입단 이후 지난 3년간 고작 14승에 그치며 방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팀에서 방출은 물론 미국 무대에서 퇴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텍사스 구단도 올해마저 제몫을 못한다면 잔여 연봉에 연연하지 않고 내쫓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박찬호는 결코 방출이 두려운 것이 아니다. 고국에서의 응원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게 두려울 따름이다. 그래서 그는 요즘 부쩍 외로움을 탄단다. 우리가 섣불리 부진한 박찬호를 타박할 수 없는 이유는 지난 12년동안 한눈 팔지 않고 오로지 야구에 매진했음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그에게 이제는 우리가 용기를 북돋워줘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위기에 몰리면 몰릴수록 더욱 강해지는 한국인 특유의 모습을 올시즌 그에게서 기대해 본다. 때마침 박찬호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너무 많은 시간을 기다렸던 그대들에게’라는 글을 최근 올렸다. 지난 98년 당시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팬들에게 용기를 잃지 말 것을 당부하고, 올해는 반드시 재기에 성공하겠다는 다짐의 글이다. 그의 강한 의지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김민수 체육부 차장 kimms@seoul.co.kr
  • 복싱영웅 무하마드 알리 獨 ‘오토 한 평화상’ 수상

    미국의 살아 있는 복싱 영웅 무하마드 알리(63)가 인권 증진 노력과 국제연합(UN)에서의 활동을 인정받아 독일의 ‘오토 한(Otto Hahn) 평화상’을 받게 됐다고 주최측이 14일 밝혔다.1944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오토 한(1879∼1968)을 기념해 만든 이 상은 2년마다 주어지는 권위와 명예의 상징.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과 나치 범죄를 고발한 시몬 비젠탈 등이 수상한 바 있다. 주최측은 “유엔 친선대사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미국의 인권 운동과 세계 흑인문화 해방에 평생을 바쳐온 점이 알리의 수상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연합
  • KBS ‘추적60분’ 22년의 발자취

    KBS ‘추적60분’ 22년의 발자취

    KBS2TV 시사프로그램 ‘추적60분’(매주 수요일 오후 11시5분)이 16일로 방송 700회를 맞는다. 지난 83년 3월5일 첫 방송 이후 22년 만에 쌓아 올린 금자탑이다. 제작진은 방송 700회를 기념해 그간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2부작 특집을 마련했다. 16일 방송되는 제1부 ‘22년간의 기록-시대를 말한다’에서는 ‘추적60분’이 그동안 기록해 온 시대상을 대형 이슈별로 정리·분석한다. 또 프로그램을 거쳐갔던 사건 당사자들을 추적해 아직 진행형으로 남아 있는 사건의 의미를 재조명한다. 제작진은 월드컵 4강의 영웅 히딩크 감독, 병역비리에 연루됐던 김대엽씨, 고문 논란에 연루돼 있는 정형근 의원 등을 만나 본다. 현재 네덜란드 프로축구팀 ‘PSV에인트호벤’를 지휘하고 있는 히딩크 감독은 ‘추적 60분’ 제작진에게 월드컵 당시 당시 뒷이야기를 공개하면서,“월드컵에 한번 더 참가하고 싶으며, 한국을 다시 찾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노 대통령 탄핵 1주년을 맞아 지난 16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탄핵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도 발표한다. 고문 논란에 연루돼 그동안 일절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던 정형근 의원을 만나 그간의 심경도 들어봤다. 특히 지난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다가 수사관 사칭 혐의로 구속기소돼 1년 10개월의 형을 선고받고 지난 10월 석방된 김대업씨와도 인터뷰를 했다. 23일 방영될 제2부 ‘추적60분을 추적한다’를 통해서는 프로그램 제작의 이면에 숨겨진 못다한 얘기들을 정리해 보여준다. 또 탐사보도의 영향력을 알아보고 시사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를 되짚는 시간도 갖는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조르디 사발의 ‘에스페리옹 21’ 내한공연

    조르디 사발의 ‘에스페리옹 21’ 내한공연

    ‘고(古)음악의 영웅’으로 불리는 비올라 다 감바의 명연주자 조르디 사발이 한국에 온다. 지난 2003년에 이어 두번째 내한하는 그는 19일 오후 6시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공연을 시작으로 23일까지 경남 통영, 울산, 경기 안산 등을 돌며 공연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태생인 사발은 첼로로 연주활동을 시작했다가 1965년 이래 비올라 다 감바에 매료돼 고전음악 쪽으로 활동방향을 튼 인물. 고색창연한 악기의 명연주자라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중세에서 바로크 시대까지 고음악 해석에 관한 한 세계최고의 권위자로 꼽히는 사발의 이번 공연에는 그가 직접 창단한 고음악 전문 실내악단 ‘에스페리옹 21’이 함께 온다. 1974년 창단한 에스페리옹 21에는 사발의 일가족이 주요 연주자로 포진해 있다. 그의 아내이자 음악적 동반자인 소프라노 몽세라 피구에라스를 비롯해 ‘알파 도피아’(옛 하프) 연주자인 딸 아리안나 사발, 바로크 시대에 사용된 만돌린 비슷한 악기 ‘티오르바’ 연주자인 아들 페란 사발 등이 함께 호흡을 맞춘다. 사발이 연주하는 비올라 다 감바는 첼로의 원형. 첼로와 연주방식이 거의 비슷한 여섯 혹은 일곱 현의 옛 악기로, 천재화가이자 과학자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기막히게 연주한 악기로도 유명하다. 원래는 합주에서 낮은 음역을 소화하는 부수악기였으나 차츰 독주악기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사발의 음악적 성과는 단지 무대 연주에 그치지 않는다. 고음악에 관한 각종 조사와 연구·해석을 거듭한 끝에 복원해낸 그의 음악은 진정한 클래식 애호가라면 반드시 섭렵해야 할 레퍼토리로 평가받는다. 이를 입증하듯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고음악을 연주한 2003년 첫 국내 무대에서도 그는 클래식팬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사발과 에스페리옹 21은 17일 개막하는 통영국제음악제에서도 유일한 고음악 프로그램으로 각광받을 듯하다. 통영 공연은 20일 통영시민회관 오후 7시. 이어 22일 울산 현대예술관(오후 8시),23일 안산 문화예술의전당(오후 8시)에서 공연한다. 한편 한양대 음악연구소는 24일 오후 7시30분 서울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 비올(viol) 음악의 역사를 살펴보는 ‘비올 음악의 역사, 그 시원에서 후기 바로크까지’라는 이색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비올은 16∼18세기 유럽에서 실내악 연주에 쓰던 현악기를 총칭하는 말이다.(02)2005-0114.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옴부즈맨칼럼] 자살 부추기는(?)‘자살보도’/천원주 한국언론재단 언론인연수팀장

    서울신문은 영화배우 이은주씨의 자살사건과 관련,“외로운 죽음앞에 전태일 떠올라”라는 제목의 기사(2월25일자 8면)를 게재했다. 꽃같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고인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있는 내용으로 김근태 복지부장관의 홈페이지 글을 인용한 것이었다. 이 기사는 영결식을 스케치한 기사 ‘편히 가소서’의 바로 아래에 배치, 추모의 의미가 배가된 듯했다. 호스피스 대사로도 활동했던 고 이은주씨의 평소 이미지와 인기를 감안할 때 이 기사는 적절한 애도의 표시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처한 상황과 미칠 파장이 서로 다른 여배우와 노동운동가의 죽음에 동일한 의미를 부여하는 제목이 과연 바람직스러운 것이었는지는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자살을 영웅시한 나머지 전염효과를 빚어낼 우려가 있다는 말이다. ‘베르테르 효과’라는 말이 있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출판되자 유럽 각지에서 청소년들의 모방자살이 줄을 이었던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자살 행위가 언론이나 영화, 문학에서 영향을 받아 전염된다는 것은 학계의 정설이다. 특히 연예인이나 유명 정치인의 자살 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보도는 일반인 자살의 경우보다 후속자살을 일으킬 가능성이 14.3배나 된다고 한다. 우리는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비극적인 죽음, 안상영 전 부산시장의 옥중자살,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한강 투신 등 유명인사들의 자살 보도에서 많은 문제점을 보아왔다. 시간별로 상황을 재구성하는 등 자살 방식을 세세하게 묘사했을 뿐만 아니라, 동정적 시각이 지나치다 못해 대상인물을 미화함으로써 사안의 본질을 실종시켰다는 비난을 받았던 터였다. 고 이은주씨 경우에도 달라진 점은 없었다. 서울신문의 보도를 예로 들면 자살 방식과 유서 내용을 상세히 공개한다든지, 자살원인을 돈 또는 노출연기로 단순화시켜 단정하거나, 흥미에 영합해 ‘상품화’한 책임(2월23일자 9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 인터넷에 떠도는 자살 원인을 소개해 각종 억측을 확산시키는 구실을 하기도 했다(2월24일자 7면). 다만 경쟁지들이 이 사건을 단발적으로 접근했던 것과는 달리,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 필요성을 제기하고(3월2일) 정부 차원의 대책을 촉구한 것(3월5일자 7면)은 평가할 만하다. 우리나라의 자살증가 속도는 OECD 국가중 1위이며 20대와 30대의 사망원인 중 자살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자살 사망자는 매일 30명꼴로 대구 지하철 참사를 1주일에 한번 경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하니 대책이 시급하지 않을 수 없다. 자살예방협회는 지난해 7월 기자협회와 함께 ‘언론의 자살보도 기준’을 권고한 바 있다. 기준에는 자살을 영웅적 행위나 낭만적 해결책처럼 포장하기, 자살 방법의 구체적 설명, 자살 원인 단순화하기, 자살이란 용어를 제목에 넣기 등을 피해달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미디어의 신중한 보도가 자살의 파급효과를 줄였다는 연구 사례도 있다.1994년 호주에서 청소년들의 우상이었던 유명 록그룹의 리드싱어가 권총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연구결과 그의 죽음이 호주 청소년들에게 별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그의 부인이 죽음을 낭만적으로 덧칠하지 않고 약물문제와 수차례의 자살 실패 등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함으로써 죽음을 건조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유명인의 자살에 대해 언론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정보 욕구를 충족시켜 줄 의무가 있다. 그러나 과도하고 신중치 못한 보도가 자칫 자살 풍조를 부채질한다는 사실도 고려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 천원주 한국언론재단 언론인연수팀장
  • 역사소설 왜 뜨나?

    한국소설이 ‘역사’쪽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동안 소식이 뜸했던 작가들이 내놓는 신작 가운데는 역사 소재의 작품들이 부쩍 많아졌다. 물론 그 자체를 커다란 트렌드라고 흥분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침체된 문학시장의 활로를 뚫는 기제로 역할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심장한 흐름이라는 게 출판가의 중론이다. ●꾸준히 ‘발언’하는 역사소재 소설들 역사는 지금까지 변함없이 인기있는 소설 소재였다. 하지만 근년들어 이른바 ‘역사소설’들이 문학시장에서 차지하는 가치는 사뭇 달라졌다. 역사소설을 쓰는 작가군이 몇몇으로 한정됐던 예전과는 달리 젊은 인기작가들의 참여가 두드러지는 추세다. 이순신 장군의 내면세계를 새로운 각도로 그려낸 김훈의 베스트셀러 ‘칼의 노래’ 이후만 봐도 그 분위기는 감지된다. 예술을 위해 조국을 등지고 신라로 망명한 우륵의 예술혼을 다룬 김훈의 또 다른 역사소설 ‘현의 노래’에 명기 황진이를 주인공으로 불러낸 전경린의 ‘황진이’가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8권으로 완간된 김탁환의 ‘불멸의 이순신’, 여성화가 나혜석의 실제 삶에서 모티프를 따온 함정임의 ‘춘하추동’, 신라왕실을 주름잡은 요부 미실의 삶을 그린 김별아의 ‘미실’이 최근작들. 베스트셀러 ‘풍수’의 작가 김종록도 이번주 조선시대 천문학자 장영실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 ‘장영실은 하늘을 보았다’(전2권)를 내놓았다. 특정인물을 벗어나 역사 자체를 글감으로 잡은 작품들로 눈을 돌리면 사례는 더 많아진다. 장정일이 여성적 시각에서 썼다는 ‘소설 삼국지’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는 작품이다. ●한승원도 ‘정약전 주인공’ 곧 출간 출간 ‘예약’된 작품들도 눈에 띈다. 이달 말엔 중진작가 한승원이 정약전을 주인공으로 한 장편소설 ‘흑산도 하늘길’(문이당)을 내놓는다. 정약전은 조선 후기의 학자이자 천주교 선교사로 다산 정약용의 형이다.“주인공을 가상인터뷰 형식으로 정약전의 잘 알려지지 않은 삶을 복원해낼 것”이라는 게 출판사측의 설명이다. 또 조선후기의 실학자 이덕무가 주인공인 김탁환의 추리소설 ‘열녀문의 비밀’(황금가지)이 여름에 출간된다. 황금가지는 미 군정기에 암약했던 여간첩 김수임을 그린 김탁환의 또 다른 소설(제목 미정)도 겨울쯤 내놓을 계획이다. 김별아도 내친김에 조선시대가 배경인 역사소설을 잇따라 쓰고 있는 중이다. 역사소설 특히 인물을 소재로 한 역사소설 쓰기의 경향은 크게 두가지 배경에서 출발한다. 먼저 이전의 역사소설들과는 달리 최근엔 개인주의적인 서술방식으로 씌어지고 있는 추세다. 문학평론가 장은수씨는 “영웅담에 의존하는 국가주의적 서술태도나 성적 흥미를 추구하는 야사 중심에서 벗어나 요즘 작가들은 개인주의와 페미니즘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집단 속에서 개인을 발견하는 게 아니라 개별인물을 통해 거꾸로 집단을 발견하는 방식으로 시각이 변하고 있다는 얘기다.‘칼의 노래’,‘황진이’,‘미실’, 장정일의 ‘삼국지’ 등이 모두 그런 유형에 든다. ●일부 작가들 “아이디어 빈곤 극복 대안” 일부 작가들은 아이디어 빈곤을 극복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역사소설 장르를 택하기도 한다. 김별아는 “현실의 변화속도가 너무 빨라 그 속에서 문학적 가치를 짚어내기가 너무 어려워졌다.”고 고백한다. 상대적이긴 하지만 독자들의 관심 또한 역사소재 소설 쪽으로 쉽게 쏠리는 게 사실. 전경린의 ‘황진이’는 15만부나 팔렸고 ‘미실’도 출간 보름여 만에 4쇄(5만부)를 찍었다. 초쇄 3000부를 소화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국내 소설시장의 현실에서 놀라운 성적이다. 민음사 이수은 문학팀장은 “역사소재 소설은 픽션이면서 동시에 실재의 이미지를 가미할 수 있어 상업적으로 봐도 불리할 게 없다.”며 “그들의 선전은 하향 문학시장에 대한 경고이자 반동으로 읽혀야 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여성&남성] 여대생 취업난 ‘멘토링’으로 헤쳐나간다

    [여성&남성] 여대생 취업난 ‘멘토링’으로 헤쳐나간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무슨소리! 이젠 멘토링으로 뭉친다.” 각 분야에서 ‘여풍’이 거세게 불고 있지만 여전히 남성 위주인 사회에서 여성이 성공하려면 인맥, 학연, 편견 등 숱한 장벽을 넘어야 한다. 이 가운데 여성에게 가장 요원했던 것이 인맥. 그동안 주류 남성들의 네트워크에서 소외된 채 고군분투하던 여성들이 ‘멘토링’으로 뭉치고 있다. 멘토(mentor)란 ‘지혜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주는 스승, 인생의 안내자, 비밀까지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 그리스 신화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아들 텔레마쿠스를 가장 믿을 만한 친구인 멘토에게 맡기고 가르침을 받게 했던 이야기에서 기원했다. 멘토링은 ‘멘토’가 가진 경험과 지식을 후배인 ‘멘티(mentee)’에게 나눠주고 사회적 유대를 넓혀가는 일종의 교육방식. 각 대학이 취업을 앞둔 여대생들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멘토링 효과 취업도 척척 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 이은복(22)씨는 4개월 전부터 친구 5명과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다.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는 오랜 꿈을 실현하기 위해 행동에 나선 것. 지난가을 여학생처에서 실시한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김효은(38)씨를 멘토로 만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외교통상부 지역협력과에 근무하는 김씨는 “막연한 두려움을 떨치고 외국어 실력과 경력을 쌓으라.”면서 “국제기구초급전문가(JPO) 선발에 도전해 보라.”고 조언했다. 국제기구와 우리 외교부의 구체적 업무내용에서부터 내부 서열까지 세심한 설명도 곁들였다. 외국생활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에도 뜻이 통하는 남편과 상의해 나간다면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며 용기를 주었다.“시험이 어렵다는 등의 핑계로 자기합리화를 하지 말라.”는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이씨는 “막막하기만 했는데 선배와 직접 상담하니 후견인이 생긴 것 같아 든든하다.”면서 “틈틈이 이메일로 상담하면서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고 좋아했다. 같은 학교 3학년 구보배(22)씨도 멘토링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외국계 회사에 취업을 원하는 구씨에게 외국계 은행 HSBC에 다니는 반영미(28) 멘토는 “영어 단편소설을 소리내서 읽으면서 외우고, 종합자산관리사 자격증부터 따라.”고 구체적으로 할 일을 짚어줬다. 구씨는 “선배를 물고 늘어져 정보를 얻으라.”는 반씨의 말에 용기를 얻어 요즘은 자주 메일로 ‘귀찮게’한다. 이화여대 컴퓨터학과를 졸업한 백지영(24)씨는 멘토링의 도움을 받아 취업에 성공한 케이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는 하윤정(32) 멘토는 지난해 여름부터 이메일과 전화로 회사 선택과 면접 요령까지 꼼꼼하게 일러주었다. 백씨는 당시 “전공을 살려 연구원이 되고싶지만 안정성 측면에서 학교 선생님이 나을 것 같다.”고 고민했다. 그러나 하씨는 “교원 시험은 응시 제한 연령까지 여유가 있으니 먼저 기업체에서 일해 보고 다시 생각해도 늦지 않는다.”고 충고했다. 용기를 얻은 백씨는 최근 하씨와 같은 회사 무선사업부에 입사했다. ●각 학교 다양한 멘토링 프로그램 멘토링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면서 각 대학이 프로그램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멘토링을 선도한 여대는 물론 남녀공학 대학에서도 여학생을 위한 멘토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서울대 진로취업센터는 지난해 5월 여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변리사, 기자, 금융전문가 등 다양한 직종의 선배 27명이 참여해 일주일에 한번꼴로 ‘노하우’를 전수했다. 연세대는 1994년부터 ‘선배와의 간담회’방식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단순히 특강에 그치지 않고 이메일로 네트워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여학생처에서 운영하던 것을 올해부터 여성인력개발연구원이 맡아 1대 1 멘토링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숙명여대는 2003년부터 국내 대학에서 처음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정식 과목으로 개설했다.10명 안팎의 멘티와 1명의 멘토로 이루어진 팀이 한 학기에 70∼80개씩 구성된다.60명의 교수들도 직접 멘토로 나서 현장 실습을 지도하고 있다. 이화여대는 3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외협력처가 주관하는 ‘이화인닷넷(ewhain.net) 선후배 자매맺기 프로그램’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두 가지로 구성됐다. 광고·정보통신·법조·언론·결혼·육아 등 16개 분야에 멘토 162명과 멘티 611명이 등록되어 있다. 경력개발센터는 새학기부터 ‘취업멘토링’을 1학점짜리 정식 과목으로 개설했다. 수강생 150명을 소그룹으로 나눠 실무경험이 풍부한 멘토 20명이 지도하고 있다. 이화여대에 본부를 둔 한국과학재단의 WISE거점센터는 이공계 진출을 꿈꾸는 여학생을 위한 프로그램. 여성 과학자들이 멘토로 나서 대학은 물론 초·중·고 여학생에게 전문 지식을 전하고 과학 분야 진출을 돕는다. ●“멘토링 여성에게 더 필요” 여성 멘토링이 활발한 것은 남성중심적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성중심적인 사회의 규범과 문화 속에서 상대적으로 고립 돼있던 여성들이 남성들의 네트워크방식을 발전적으로 벤치마킹한 것”이라면서 “친구·가족 등 사적인 관계에 머물렀던 여성들의 네트워크가 공적인 영역으로 활발하게 표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함 교수는 “그동안 소수자로서의 여성이 고군분투해 왔지만 지위가 높아질수록 지지세력의 필요를 느끼는 것도 한 요인”이라면서 “남성 네트워크의 폐쇄적·차별적 요소를 개방적·통합적으로 바꿔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인경 연세대 심리학과 강사는 “남성은 군대와 동문회 등에서 멘토링의 기회가 많지만 여성은 상대적으로 적다.”면서 “하지만 여성 사이에는 감성이 중시되기 때문에 한번 멘토링을 하게 되면 더 깊은 유대관계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강혜련 이화여대 경력개발센터 원장은 “그동안 여성이 사회에서 얻는 ‘파이’가 워낙 작았기 때문에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편견도 있었다.”면서 “멘토링으로 유대를 강화하면서 파이 자체도 키워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효용 박지윤기자 utility@seoul.co.kr
  • [논술이 술술]역사란 무엇인가 /E.H.카아

    자연의 변화처럼 규칙적이지는 않지만 인간의 삶과 사회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이기에 앞서 역사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의 삶은 앞선 시대에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노력을 바탕으로 해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또한 어떤 특정한 역사 상황의 정치, 경제, 문화의 조건 아래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삶과 사회는 역사의 산물로서 그저 떠밀려가기만 하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는 않다. 인간은 지금까지 주어진 조건 속에서 늘 자신의 현실을 스스로 바꾸려는 노력을 기울였고, 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왔다. 따라서 인간이 역사적 존재라는 말은 인간이 역사 상황의 수동적인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은 어떤 특정한 역사의 조건을 벗어날 수는 없지만, 그러한 역사의 조건을 기반으로 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역사적 존재’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나’ 자신과 ‘우리 사회’에 대해 좀 더 잘 알기 위해서도 역사를 바로 알아야만 한다. 역사 조건과 관계 없이 일어나는 사회 현상은 없으며, 또한 역사 밖에서 살아가는 인간도 없기 때문이다. 역사를 바로 보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사회를 좀더 근원적으로 알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도 찾아낼 수 있다. 그렇다면 역사책을 많이 본다고 해서, 과거의 사실들을 많이 배운다고 해서 역사를 바르게 이해한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과거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하고 풍부한 지식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러한 지식 이전에 올바른 관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역사 이해의 어려움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역사’가 지니고 있는 특성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역사’는 과거의 인간 활동에 대한 기록이다. 하지만 ‘과거’는 이미 지나가버려 우리 앞에 객관적인 대상으로 실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어느 누구도 인간의 모든 활동을 총체적으로 인식하고 기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우리가 접하는 역사적 사실과 정보들은 누군가에 의해서 선별되고 재구성된 것들일 수밖에 없으며, 그 안에는 인간에 대한, 나아가 인간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특정한 사람의 특정한 가치 판단이 개입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언제나 ‘역사’는 ‘단수’가 아니라 ‘복수’로 존재하며, 그 ‘역사들’ 가운데에서 올바른 교훈을 이끌어내려면 역사를 이해하는 올바른 관점이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역사관이란 결국 인간과 사회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역사는 단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과 사회의 현실을 바라보는 현재의 문제 인식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서 꼭 읽어 보아야 할 책이 바로 카아의 ‘역사란 무엇인가’이다. 이 책은 모두 6개의 주제로 역사 이해와 관련된 중요한 쟁점들을 다루고 있다. 이들 주제들은 역사학뿐 아니라, 인간과 사회와 관련된 여러 철학적 쟁점과 주제들을 접근하는 데에도 중요한 길잡이 역할을 해 준다. 유니드림 대학입시연구소(www.unidream.co.kr) ● 생각해보기 -역사책에 나온 이야기들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이유를 역사가와 역사의 관계를 중심으로 설명해보자. -역사를 바라보는 데 ‘실증주의’가 지니는 한계는 무엇인가. -‘역사는 위인들의 전기’라는 영웅사관이 지닌 문제는 무엇일까. -“인간에게 과거 사회를 이해시키고 현재 사회에 대한 그의 지배를 증진시킨다는 것이 역사의 이중적 기능인 것”이라는 카아의 관점에 근거해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뤄지고 있는 역사교육의 문제점을 생각해보자. ● 독서 지도시 참고사항 -대상 학년:중3∼고3 -관련 교과:국사, 한국근현대사, 고등 사회, 윤리와 사상 -함께 읽어 볼 책과 고전:20세기의 사람들(한겨레신문사), 세계사 편력 1∼3(네루·일빛), 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이야기(유시민·한샘출판사). 역사의 교훈(윌 듀란트 외·범우사), 역사에세이(장수환·동녘), 역사 이야기(정옥자·문이당) -기출논제:2004학년도 경희대 정시 논술,1996학년도 이화여대 정시 인문계 논술,1998학년도 서강대 정시 인문계 논술
  • [일요영화]

    [일요영화]

    ●패스트 & 퓨리어스(MBC 오후 11시25분) 롭 코헨 감독의 2001년작. 빈 디젤, 폴 워커, 미셸 로드리게스, 조다나 브류스터, 릭 윤 출연. 밤마다 길거리에서 불법 자동차 경주가 벌어진다는 조그만 기사에서 영화는 출발한다. 카레이싱을 하는 젊은이들과 폭주족의 특수절도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카레이싱 팀에 잠입한 경찰의 이야기가 스토리 전개의 중심축. 전설의 수프라를 비롯하여 폴크스바겐 제타, 닛산 스카이라인 등 명차들이 화면을 꽉 채운다. 오디오,DVD 등 값비싼 고급 외제 전자제품을 운송하는 컨테이너 트럭의 절취·도난범죄가 폭주족들에 의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경찰과 FBI는 경찰 브라이언을 자동차 폭주족으로 위장, 잠입시킨다. 브라이언은 폭주족의 대부격인 도미니크 토레토에게 접근하기 위해 그의 여동생 미아가 운영하는 카페에 자주 출입하게 되고, 인근에서 가장 잘 알려진 튜닝 숍에 위장 취업하게 된다. 스트리트 드래그 레이싱에서 브라이언은 대부격인 도미니크와 자신의 차를 걸고 내기 레이싱을 하게 되고, 이어 출동한 경찰에 쫓겨 도주하던 도미니크는 브라이언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이 사건으로 도미니크의 신임을 얻은 브라이언은 그의 일당과 어울리게 되고, 도미니크의 여동생 미아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115분. ●세인트(SBS 오후 11시45분) 필립 노이스 감독의 1997년작. 발 킬머, 엘리자베스 슈 주연. 홍콩의 가톨릭계 고아원, 자물쇠를 잘 따서 친구들에게 영웅 대접을 받는 고아소년 사이먼이 있다. 말썽을 부려 벌을 받던 사이먼은 좋아하는 여자 아이가 사고로 목숨을 잃자 스스로 고아원을 떠난다. 세월이 흘러 그는 사이먼 템플러, 변장의 명수로 일명 세인트라 불리는 신출귀몰한 도둑이 된다. 그의 고객은 세계 각지의 권력가들. 세인트는 그들이 원하는 물건을 훔쳐다 주고 대신 거액의 의뢰비를 받는다. 세인트의 새로운 고객은 러시아의 야심가 이반 트레티악. 그는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여성과학자 에마 러셀 박사가 개발한 혁신적인 핵융합 공식을 손에 넣기를 원한다. 세인트는 에마를 유혹하고, 에마는 세인트에게 빠져든다. 세인트는 공식을 빼돌리는 데 성공하지만 에마는 세인트의 행방을 알아낸다. 그런 가운데 트레티악은 거추장스러운 두 사람을 살해하려 하는데….120분.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씨줄날줄] 민주주의 증진법안/이목희 논설위원

    프랑스혁명 직후 나폴레옹이 등장하자 유럽의 석학들은 흥분했다. 자유민주주의 전파자로 기대를 걸었던 것이다. 베토벤은 영웅교향곡을 지었고, 괴테도 나폴레옹을 칭송했다. 철학자 헤겔은 자신이 살던 예나에 나폴레옹군이 진입하자 “말을 탄 절대정신(세계정신)을 보았다.”고 말했다. 베토벤은 그러나 나폴레옹이 황제에 오르자 그에게 헌정한다는 뜻을 담은 영웅교향곡 속표지를 뜯어버렸다. 헤겔은 나폴레옹군에 의해 집이 약탈당하고, 대학이 폐쇄되어 직장까지 잃었다.‘공허한 자유이념의 한계’를 느낀 헤겔은 시대를 구원할 대안을 ‘국가’에서 찾게 된다. 선진 이념과 체제, 종교를 가진 집단이 그렇지 못한 집단을 반드시 교화시켜야만 하는가. 그 방법은 어찌해야 좋은가. 이런 논란은 인류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그리스 문화를 동방에 심겠다는 알렉산더의 꿈, 로마제국의 영화, 중세 십자군전쟁과 이슬람세력의 유럽 공격에서 근세의 제국주의론까지…. 동양의 중화(中華)사상도 마찬가지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2기 행정부의 주제어로 ‘전 세계적 민주주의 확산과 폭정 종식’을 내걸었다. 이를 구체화한 ‘민주주의 증진법’이 미국 상·하원에 상정됐다. 알렉산더와 나폴레옹을 잇는 어마어마한 구상이다. 20세기 공산주의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헤겔의 변증법론에 따르면 언젠가 바뀌겠지만, 영미식 민주주의는 인류가 지금까지 만들어낸 가장 나은 체제라고 인정받는다. 여기에 대적할 자 없는 ‘미국의 힘’이 실린다면 “2025년까지 45개 독재국가를 민주화하겠다.”는 주장이 실현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이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 있다. 역사가들에 따르면 가장 잔혹한 것은 종교전쟁이고, 다음이 이념전쟁이라고 한다.“나만이 옳다.”는 신념이 지나치면 독선이 된다. 폭력이 정당화되고, 목적을 위해 스스로 민주절차를 무시하기도 한다. 미국의 이라크점령을 하나의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집트·레바논을 필두로 독재국가에 민주화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의 영향이 클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변화시키려는 주 대상이다. 나폴레옹전쟁에서 보았듯, 집과 직장을 잃고서는 자유민주주의도 의미가 없다.‘민주주의 증진법’은 고립·무력보다는 개입·포용으로 북한을 자유화시키는데 활용되어야 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두 거장감독 ‘스릴러 대결’

    영화사에 결코 지워지지 않을 큰 발자국을 남긴 거장 감독의 스릴러물이 오는 11일 나란히 개봉한다.‘양들의 침묵’조너선 드미 감독은 ‘맨츄리안 켄디데이트’에서 정치 스릴러의 진수를 선사한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은 ‘스파이더’에서 정신분열자의 1인칭 시점을 좇는 심리 스릴러를 펼쳐 보인다. 독특한 문법의 이 스릴러들은 지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관객들에겐 최고의 선물이 될 듯하다. ●정치음모 좇는 스릴러 걸프전증후군, 기억조작, 정치음모 등 영화 ‘맨츄리안 켄디데이트’(The Manchurian Candidate)가 아우르는 소재는 광범위하다. 하지만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는 한 개인의 추적이라는 스릴러 형식을 기둥줄기 삼아, 다양한 소재로 가지를 쳐 나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만만찮은 소재를 산만하지 않게 요리해 내는 영화는 애국주의로 포장된 정치적 야욕에 대한 비판이자, 과학으로 모든 것을 조작할 수 있다고 믿는 인간의 오만에 대한 경종이기도 하다. 학생들을 강당에 모아 놓고 애국심에 대해 연설하는 걸프전 참전용사 벤 마르코 소령(덴젤 워싱턴). 겉모습과 달리 그는 전쟁이 끝난 지 12년이 지나도록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치 전쟁의 추악한 이면을 들추는 반전영화처럼 운을 떼는 영화는, 이내 권모술수가 판을 치는 정치판으로 무대를 옮긴다. 벤은 걸프전 당시 공을 세운 부하 레이먼드 쇼(리브 슈라이버)를 추천해 훈장을 받게 했고, 레이먼드는 이를 발판삼아 정치계에 입문한다. 레이먼드의 어머니이자 상원의원인 엘리노어(메릴 스트리프)는 “국민은 전쟁영웅을 원한다.”는 논리로 아들을 부통령 후보에 올린다. 권력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판의 모습은 ‘왝 더 독’‘프라이머리 컬러스’류의 정치풍자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영화는 기억조작이라는 소재를 불러들이며 과학과 주체의 문제로까지 나아간다. 음모를 파헤치려는 자와 음모의 제공자가 모두 기억이 조작된 것이라면 누가 어떻게 이 사건을 파헤칠 수 있을까. 이성의 힘을 지닌 주인공이 난관을 헤쳐 나가는 보통의 스릴러와 달리, 지금까지 영화를 지탱해온 주체를 지우는 영화는 대신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전쟁, 정치, 과학이라는 다양한 문제를 돌아 인간으로 회귀하는 영화의 시선에는 비판의 칼날과 동시에 결코 세뇌될 수 없는 인간의 그 무엇에 대한 희망이 담겼다. 원작은 리처드 콘돈의 베스트셀러 소설.15세 관람가. ●머릿속 미로찾는 스릴러 허름한 차림의 한 남자가 기차에서 내린다. 무언가를 찾으며 중얼중얼 걸어가는 품새가 보통 사람과는 다르다. 도대체 이 남자는 누구고 그가 찾아간 곳은 어딜까. 영화 ‘스파이더’(Spider)는 정신분열증에 걸린 남자의 시선을 따라가기에, 초반부에는 무수한 의문부호만 남긴다. 남자의 정신세계는 안개처럼 뿌옇게 가리워져 있고, 관객은 그 안개를 하나 둘 걷으며 미로 속을 헤매게 된다. 하지만 그 여정에 동참하는 순간, 여러 갈래의 미로는 나름의 찬란한 빛으로 관객을 유혹한다. 주인공 남자인 스파이더(랄프 파인즈)가 오랜 세월을 정신병원에서 보내다가 지역사회로 돌아가기 위한 절차로 윌킨슨 부인이 운영하는 사회복귀시설에 들어온 것이라는 윤곽을 알게 될 즈음, 결코 한가지로 해석될 수 없는 흥미진진한 사건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거리를 거닐다가 30년전 자신이 살던 집 앞에서 과거와 맞닥뜨리는 스파이더. 스파이더의 머릿속 여행이기에 과거의 일들은 현실이 되어 그와 공존한다. 배관공인 아버지(가브리엘 번)와 조용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어린 스파이더는, 아버지가 자주 가는 술집에서 매춘부 윌킨슨과 마주친다. 가정적인 어머니에게 싫증을 느끼던 아버지는 매춘부와 바람이 나고 어머니를 죽인다. 하지만 모든 것은 상상의 산물이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스파이더의 눈에는 복지시설의 윌킨슨 부인조차 매춘부의 얼굴로 보인다. 어쩌면 매춘부와 어머니도 동일 인물일지 모른다. 영화에서 무심코 흘려보낸 단서들이 하나둘 뇌리를 스치면서 다양한 해석의 갈래를 뻗게 한다. 어린 시절 각인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심리 보고서이자, 부모의 섹슈얼리티 앞에서 양가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는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한 탐색이기도 하다.‘잉글리시 페이션트’의 매력적인 배우 랄프 파인즈의 변신과, 정숙한 부인과 천박한 매춘부의 1인 2역을 연기한 미란다 리처드슨의 연기가 눈에 띈다.18세 관람가.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한국전 영웅’ 故 심일소령 모친

    한국전쟁의 영웅 고 심일 소령의 모친인 조보배(101·원주시 일산동)씨가 2일 오후 1시쯤 노환으로 별세했다. 심 소령은 한국전 당시 육군 소위로 남하하는 적군의 자주포를 육탄공격으로 격파해 춘천지구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위관장교 최초로 태극무공훈장을 추서 받았다. 특히 조씨는 장남인 심 소령에 이어 차남(경찰근무 중 순직)과 삼남(한국전쟁에 학도병으로 참전후 실종) 등 자식 3명을 모두 나라를 위해 바친 채 50여년의 기구한 삶을 살아 왔다.
  • 졸업·입학 선물 광고도 폼나지!

    졸업·입학 시즌을 겨냥한 선물 광고가 새로워지고 있다. 광고 하단에 경품 내역 등 행사 내용만 한줄 추가하던 예년 스타일과는 다르다. 이야기를 담은 그림을 통해 신제품을 권하거나 행사 내용까지 알리는 식이다. 삼성전자 애니콜 ‘선물 본능편’의 컨셉트는 ‘휴대전화=선물’이다. 주인공 권상우가 애인으로 보이는 여자 모델과 마주 보며 사랑을 표시하기 위한 선물인 목걸이를 한 손에 들고 자신있게 웃는다. 반면 여자의 속마음은 반대 방향 쇼윈도에 있는 애니콜을 원하는 듯 뒤돌아 제품을 주시한다.‘받고 싶은 최고의 선물은 애니콜’이란 메시지와 함께 각종 애니콜 휴대전화 제품들이 그림 하단에 나열돼 있다. 레인콤의 MP3플레이어 아이리버는 김태희를 기용해 최근 나온 전자사전 겸용 MP3플레이어 ‘딕플’을 광고 중이다. 사진에는 도서관 책꽂이 앞에 이어폰을 끼고 앉아 한가롭게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는 모습을 담았다. 대학에 가면 딕플 하나쯤은 있어야 폼이 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졸업·입학 선물로 제품과 경품 두 개를 다 가져라고 권하는 광고도 많다. 삼성전자 노트북 센스는 임수정이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트로피 대신 삼성 센스 노트북을 상으로 거머쥐며 환하게 웃는 사진을 썼다. 삼성전자는 3월 말까지 판촉전 ‘센스 아카데미 페스티벌’을 펼친다. LG전자는 난세의 영웅 이야기를 담은 광고를 통해 컴퓨터 제품 판촉전 ‘골드 엑스 아카데미 세일’을 홍보 중이다. 정우성의 얼굴을 확대한 사진과 황야를 배경으로 무사의 옷을 입고 서 있는 그의 모습 하단에는 3월 말까지 이뤄지는 경품 제공 행사 및 제품 할인 내역이 게재돼 있다. 올림푸스는 재미있는 상상에 빠진 듯한 표정의 전지현이 교복을 입고 있는 사진 위로 ‘졸업·입학 선물로 이런 소원을 빌면 너무한 건가? 디카도 사고 경품도 받는 꿈….”이란 카피를 적고 있다. 한편에 경품 내역을 소개하고 있다. 관계자는 “컴퓨터, 디지털카메라,MP3플레이어 등 전자제품 광고는 졸업·입학을 겨냥해 요즘 가장 집행이 활발하다.”면서 “시즌 광고이지만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나름대로 스토리를 담은 새 광고로 독자들에게 어필하려는 점이 예년과는 차별된다.”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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