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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영장 빠진 척한 주인 구하러 물에 뛰어든 견공(영상)

    개는 정말로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임이 분명하다. 한 남성이 수영장에 들어가 물에 빠진 것처럼 행동하자, 그의 반려견으로 보이는 작은 개 한 마리가 안절부절못하다가 끝내 물에 뛰어드는 감동적인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州) 리틀 록에 사는 견공 벨라의 모습을 담은 영상 하나를 소개했다. 공개된 영상은 수영장에서 한 남성이 물 속에 들어가 있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수영장 바깥쪽에는 조그만 개 벨라가 수영장 가장자리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짖는다. 벨라는 자신이 계속해서 짖어도 누구도 도와주러 오지 않자 급기야 스스로 물에 뛰어든다. 아마도 자신이라도 주인을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 듯하다. 물속에 있던 남성이나 영상을 찍던 남성의 아내도 이같은 상황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는지 잠시 놀랐지만 이내 웃음을 터뜨리고만다. 이에 대해 영상 속 남성은 “벨라가 영웅처럼 행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면서 “벨라는 과거에도 물 속에서 다른 개를 목욕시킬 때도 내가 물에 빠졌다고 생각했는지 당황한 모습을 보이며 주변에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유채꽃 품은 무채색 도시

    유채꽃 품은 무채색 도시

    하노이는 고도다. 베트남의 고대 왕조들과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거쳐 통일 베트남의 수도가 된 하노이의 역사는 곧 베트남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 덕에 고풍스러운 건물과 낡은 건물이 어우러져 있다. 보다 정확히는 낡은 건물 주변에 옛 건물들이 묻혀 있는 형국이다. 겉은 무채색이지만 세월과 가난의 때를 벗겨 내면 화려한 속 빛깔을 드러낸다. 그게 하노이다. ‘하노이’는 ‘강 안의 땅’이라는 뜻이다. 홍강(Red River)을 비롯한 크고 작은 강과 지류들이 하노이를 감싸며 흐르고 있다. 하노이를 돌다 보면 탕롱(Thang Long)이란 이름과 곧잘 마주하게 된다. 탕롱은 18세기까지 하노이를 일컫는 명칭이었다. 1010년 리 왕조를 세운 리타이토가 홍강에서 뱃놀이를 즐길 때 금빛의 용이 하늘로 올랐고, 이후 용이 하늘로 오른다는 뜻에서 탕롱(昇龍)이라 이름 짓고 도읍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 옛 도시에서 마주하게 되는 건 추억의 환기다. 현지 가이드는 골목길 안쪽으로 들어가 볼 것을 권했다. 관광버스를 타고 지나는 너른 거리와 발품 팔아 돌아보는 골목은 전혀 다른 서정과 풍경을 담고 있다고 했다.롱비엔 시장으로 먼저 간다. 하노이의 본질적인 풍경과 마주하기 위해서다. 롱비엔 시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롱비엔 철교다. 가난과 세월 탓에 붉게 녹슬었지만, 거대한 규모와 우아한 자태만큼은 단연 압권이다. 일부에선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을 만든 귀스타브 에펠이 설계한 철교라고 주장하는데, 사실 정확한 근거는 없다. 다만 1899~1902년 프랑스의 건축가 손에 세워진 만큼 프랑스 식민 시대의 상징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다리 길이는 2.3㎞ 정도. 하노이 중심부를 흐르는 홍강 위에 세워져 있다. 애초 자동차도 통행하던 다리였는데 월남전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부서져 지금은 기차와 보행자, 오토바이 등만 오간다. 철교 아래는 롱비엔 시장이다. 베트남 최대 과일시장이다. 다른 품목도 팔지만 과일이 가장 많다. 시장은 새벽녘에 문을 연다. 출근 시간쯤이면 벌써 파장 분위기다. 악다구니와 거친 몸짓이 오가는 우리 시장과는 분위기가 다소 다르다. 저마다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며 바삐 오간다. 논(베트남 전통 모자)을 쓰고 어깨가 휘어지도록 누이 반 항 롱(물지게 비슷한 들것)을 진 이도 있다. 그 이미지가 더없이 강렬하다.롱비엔 시장에서 도로를 건너면 구시가 초입이다. 도로 위엔 육교가 세워져 있다. 육교 아래로 자동차와 오토바이, 자전거 등이 뒤엉켜 아침을 연다. 육교는 베트남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장소다. 이른바 꽃자전거가 지나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하노이 사람들은 꽃을 좋아한다. 과장 좀 보태 한 집 건너 꽃집이고, 시장에서 좌판을 편 과일장수와 꽃장수 숫자가 같을 정도다. 꽃장수들은 멀리 서호 옆의 꽝안 꽃시장에서 신선한 꽃을 산 뒤 저마다의 공간으로 가져와 판다. 이들이 꽝안시장에서 산 꽃을 자전거 뒤에 매달고 지나는 길목이 바로 이 육교 일대다. 새벽녘 육교에 서 있으면 꽃을 가득 실은 자전거와 오토바이 등이 지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삶의 무게를 싣고 지나는 이들의 모습이 애잔하면서도 강렬하다. 육교 너머는 꾸어오꽌쭈옹이다. 서울의 동대문처럼 하노이에도 성 안과 밖을 가르는 성문이 있다. 우리와 달리 크기가 작아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이다. 그중 하나가 하노이성 동쪽을 지키던 꾸어오꽌쭈옹이다. 오가는 사람들은 바뀌었지만 성문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옛 성문을 지나면 무채색의 비좁고 어두운 길이 이어진다. 낡고 때 묻은 건물들은 음울한 풍경이 담긴 회화를 보는 듯하다. 골목을 나서면 동쑤언 시장이다. 베트남 북부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시장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즐겨 먹는 건어물, 과일 등과 의류 등 온갖 생필품을 판다.동쑤언 시장 옆은 하노이 구시가다. 많은 여행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하노이 구시가는 서울 종로의 육의전처럼 베트남 조정에 바칠 공물을 제작하고 판매하기 위해 조성됐다고 한다. 거리마다 취급하는 품목이 달랐고, 지금도 명칭과 특성이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다. 예컨대 항박 거리는 귀금속 상점, 항가이 거리는 비단 가게, 항찌에우는 돗자리 점포가 몰려 있는 식이다. 이런 상가 거리가 36개가 이어져 있다고 해서 ‘36거리’라고도 불린다. 하노이는 호수의 도시로 불린다. 300여개에 이른다는 크고 작은 호수가 밀집돼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건 구시가를 둘러싼 호안끼엠호(還劒湖)다. 이른바 ‘되돌려 준 칼의 호수’라 불리는 곳. 15세기 레 왕조를 세운 레 로이가 호수의 거북에게 받은 검으로 명나라를 물리친 뒤 다시 되돌려 줬다는 전설에서 이 같은 이름을 얻게 됐다. 호수 위쪽에 놓인 붉은색 나무다리를 건너면 응옥썬 사원이 나온다. 베트남의 전쟁 영웅, 학자, 의술의 신 등을 함께 모신 사당이다. 호수 북쪽으로는 수상 인형극장과 구시가지, 박물관, 대성당 등의 주요 명소가, 남쪽으로는 숙소와 음식점, 기념품 가게가 즐비한 여행자 거리가 이어진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차량 통행이 금지돼 한결 많은 사람이 몰려든다. 밤엔 맥주거리를 찾는다. 최근 국내 한 TV에 소개되면서 한국인 방문객이 부쩍 늘고 있다는 곳이다. 수많은 외국인 여행자와 현지인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구시가 인근에 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하노이 외곽의 흥옌을 찾는 것도 좋겠다. 베트남 전통 어구인 대나무 통발로 이름난 도시다. 작은 골목길을 기웃대다 보면 쭈글쭈글한 손길로 통발을 만드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글·사진 하노이·흥옌(베트남)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노란 리본’ 황기철 전 제독, 목포신항서 미수습자 가족들 재회

    ‘노란 리본’ 황기철 전 제독, 목포신항서 미수습자 가족들 재회

    세월호 참사 당시 노란 리본을 달고 해상 수색을 지원해 화제가 됐던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이 12일 세월호가 인양된 목포 신항을 찾아 미수습자 가족들과 재회했다. 황 전 총장은 이날 목포 신항 철재부두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을 만났다. 황 전 총장은 “힘내시길 바란다”며 가족들을 위로했고 가족들도 “감사하다”고 답했다. 황 전 총장은 3년 전 사고 해역에서 세월호 잠수 수색이 이뤄지던 시절 바지선을 수차례 찾아 감독하며 미수습자 가족들과 만난 인연이 있다. 이날 가족과의 만남은 사전 계획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총장과 동행한 더불어민주당 측 관계자에 의해 현장에서 짧게 인사를 나누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황 전 총장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사고 수습을 지원한 바 있다. 당시 황 전 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앞에서 군복 위에 노란리본을 단 모습이 언론에 의해 공개되면서 국민의 관심을 받았다. 해군 복제 규정상 군복에는 약장과 훈장 외 다른 민간 기념 휘장을 달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황 전 총장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군인으로서 국민의 희생에 애도를 표한 것”이라며 세월호 상징 리본을 부착했다. 황 전 총장은 2011년 1월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된 삼호주얼리호 선원 구출작전을 성공적으로 지휘해 ‘아덴만 작전의 영웅’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해군 참모총장 재직 중이던 2015년 4월 통영함 납품비리 혐의로 구속기소 돼 군복을 벗어야 했고 1년 반만인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타르보사우루스 바타르/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타르보사우루스 바타르/서동철 논설위원

    우리말 ‘배달’이 몽골어 ‘바타르’(bataar)와 깊은 연관 관계를 맺고 있다는 학설이 있다. 바타르라면 낯선 단어가 아니다. 몽골의 수도가 바로 울란바타르(울란바토르)다. 울란바타르는 ‘붉은 영웅’을 뜻한다고 한다. 바타르는 곧 영웅이다.타르보사우루스 바타르는 7000만 년 전 후기 백악기에 살았던 공룡이다. ‘놀라게 하는 도마뱀’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10~12m의 키에 몸무게는 5~6t이었다. 몽골과 옛 소련 탐사팀이 고비사막에서 화석을 처음으로 찾아냈다. 학명에 바타르를 넣은 것은 몽골 땅에서 몽골인이 참여해 찾았다는 자부심의 표현이다. 타르보사우루스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이라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고, 그림책으로도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타르보사우루스의 화석은 지금까지 몽골과 주변에서만 발견됐다. 한반도에서도 살았는지 아직은 확인되지 않았다. 타르보사우루스는 공룡의 대명사 티라노사우루스의 직전 시대를 살았던 공룡이라고 한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아시아에서 발견된 육식 공룡 중 가장 크다. 타르보사우루스는 티라노사우루스보다 조금 작다고 하지만, 종이 다른지는 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있다. ‘폭군 도마뱀’이라는 뜻을 가진 티라노사우루스는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에서도 타르보사우루스를 괴롭히는 공룡으로 나온다. 최근에는 한반도에서도 다양한 공룡 화석이 발견되고 있다. 1972년 경남 하동에서 공룡 알 화석, 1973년 경북 의성에서 초식 공룡의 앞다리 뼈, 1982년 경남 고성에서 공룡 발자국 화석이 보고됐다. 1996년 전남 해남에서는 익룡과 새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2000년대 이후에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화석들이 대량으로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타르보사우루스 화석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검찰이 고비사막에서 도굴해 국내에 들여온 타르보사우루스 화석을 몽골에 돌려주기로 했다. 당연한 결정이지만, 또한 쉽지 않은 결정인 만큼 박수를 보낸다. 타르보사우루스에 가렸지만 프로토케라톱스 화석도 포함되어 있다. 키 1.8m에 180㎏ 남짓한 프로토케라톱스는 타르보사우루스의 먹잇감이었다고도 한다. 검찰이 몽골에 화석을 돌려보내며 도굴 과정의 현장검증을 고비사막에서 하면 어떨까 싶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주도하는 연구팀이 훼손된 화석 산출지를 정밀 발굴하면 더욱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문화재청은 해외 문화유산 보호 사업을 적극 펼치고 있다. 국가 신뢰도를 크게 높일 것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아덴만 영웅’ 이국종, 명예 해군 소령 됐다

    ‘아덴만 영웅’ 이국종, 명예 해군 소령 됐다

    해군 환자 치료·이송 훈련 공로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선박 삼호주얼리호 인질들을 구출한 ‘아덴만의 여명’ 작전 당시 해적들의 총격에 중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수술했던 이국종(49) 아주대 의대 교수가 11일 명예 해군 소령이 됐다. 2015년 7월 해군 홍보대사 위촉과 함께 명예 해군 대위로 임명됐다가 2년여 만에 한 계급 진급한 것이다. 해군 엄현성 참모총장은 이날 계룡대 해군본부에서 이 교수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해군 및 해병대 장병들의 생명을 돌보고 군 의무체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높이 평가한다”고 치하했다. 이 교수는 임무수행 중 부상당한 해군·해병대 장병들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달려가 수술을 집도하며 생명을 구했다. 일선 지휘관들 사이에서는 ‘해군·해병대 주치의’로 통한다. 그는 해상·해저 등 다양한 상황에서 중증 환자를 응급치료 또는 후송하는 훈련을 해군에 제안했고, 정기적으로 직접 참가해 왔다. 구축함 경기함에서 갑판병으로 근무했던 이 교수는 해군 사랑이 각별해 학술 행사에 참가할 때는 항상 해군 정복을 입는다. 이 교수는 “우리 바다를 지키는 해군·해병대 장병의 생명은 내가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박홍환 전문기자 stinger@seoul.co.kr
  • 21세기에 깨어난 아서왕…‘킹 아서: 제왕의 검’ 예고편

    21세기에 깨어난 아서왕…‘킹 아서: 제왕의 검’ 예고편

    아서왕의 전설을 ‘21세기형 액션 어드벤처’로 완성한 ‘킹 아서: 제왕의 검’ 최종 예고편이 공개됐다. ‘킹 아서: 제왕의 검’은 마법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절대검을 둘러싼 왕좌의 게임을 그린 작품이다. 아서왕은 고대 브리튼을 다스렸다고 전해지는 전설의 왕이다. 중세 시대 유럽에서 예수 그리스도 다음으로 유명하다. 아서왕의 검 엑스칼리버나 원탁의 기사 등의 이야기는 중세 유럽 문학과 예술에서 중요한 주제다. 역사이면서 동시에 신화 속 인물인 아서왕은 실존 인물이냐 가상 인물이냐는 논쟁이 있을 만큼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킹 아서’, ‘원탁의 기사’ 등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진 바 있다. 공개된 예고편은 가이 리치 감독 특유의 감각적인 영상과 절대검 엑스칼리버를 비롯해 상상을 뛰어넘는 크리처들을 등장시켜 새로운 판타지 블록버스터를 예고한다. 특히 레드 제플린의 명곡인 ‘베이브 아임 고나 리브 유(Babe I’m Gonna Leave You)’를 배경 음악으로 사용해 강렬함을 더했다. ‘퍼시픽 림’의 찰리 허냄이 ‘아서’ 역을 맡아 90kg으로 체중을 증가시키는 한편, 강력한 액션 훈련을 통해 영웅으로서의 면모를 선보인다. 또 ‘스파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이는 배우 주드 로가 ‘보티건’이라는 치명적인 악역을 맡아 눈길을 끈다. 여기에 ‘트로이’, ‘론 서바이버’ 등 장르를 넘나드는 배우 에릭 바나와 ‘왕좌의 게임’ 시리즈로 유명한 에이단 길렌, 아프리카인 최초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디몬 하운수 등 연기파 배우들이 열연을 펼쳤다. 또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의 아름다운 인어로 유명한 배우이자 모델인 아스트리드 베흐제-프리스베, 2017년 ‘미이라’의 주연으로 발탁된 애나벨 월리스, ‘쥬라기 월드’의 케이티 멕그라스 등 할리우드 신진 배우들을 볼 수 있다. 가이 리치 감독과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조비 해롤드가 각본을 맡아 전설이 된 신화를 새롭게 그려냈다. ‘킹 아서: 제왕의 검’은 5월 2D와 3D, 4D, Atmos 등의 버전으로 개봉 예정이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평평한 나라’의 평평한 시선…입체와 볼륨을 불어넣다

    ‘평평한 나라’의 평평한 시선…입체와 볼륨을 불어넣다

    그림 속 세상은 늘 평평하다. 평면적으로 바라보고, 평면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마치 장르적 한계처럼 얘기하곤 한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주도양(41)은 서양화를 전공한 회화 작가지만 카메라를 통해 본 시선에 천착하고, 이를 비틀고 확장시켜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해낸다. 지난 7일 서울 신사동 한미갤러리에서 시작한 주도양 작가(동국대 미대 조교수) 개인전의 주제는 ‘플랫랜드’다. 강원도 태백 드넓은 해바라기밭을 촬영한 작품을 비롯해 직접 제작한 수제 카메라로 서울의 도심을 촬영한 작품 등이 선보여진다. 특히 서울 도심의 모습은 고전적인 인화기법인 검프린트로 직접 인화해 사람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제대로 해석되지 못하는 면모를 이끌어내며 새로운 개념을 불어넣는다. ‘플랫랜드’ 즉, 평평한 공간에 입체와 음양의 볼륨을 집어넣으면서 보여지는 평면적 일상의 개념을 확장시키고, 굴곡을 조성해내는 작업이다. 개인전의 제목이자 주제인 ‘플랫랜드’는 에드윈 애벗의 소설작품의 원제를 따왔다. 2차원적 존재가 다른 차원의 공간을 여행하면서 자신의 삶과 세계에 대한 깊이 성찰하고, 다른 차원의 존재와 소통하고 불화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과정을 다루고 있는 일종의 SF소설이다. 주도양이 진행하는 작업의 문제의식 또한 이것과 맞물린다. 그는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줄곧 사진 매체를 다뤄왔다. 인간의 눈을 벗어난 방식으로 보기 위해 다양한 렌즈를 사용하고, 끊임없이 ‘보는 것’에 대한 탐구를 통해 철학적 사고와 내면세계를 성찰해왔다. 실제로 그동안 그가 진척시켜온 작업을 보면 방향성은 더욱 명확해진다. 눈에 보이는 풍경을 왜곡시키거나 둥근 원의 형태 안에 가둬 관념에서 탈피한 새로운 이미지로 변주해왔다. 주도양 작가는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발견하고, 수많은 가능성의 문을 열고, 생생하게 깨어 있기 위한 신선한 방법을 찾기 위한 방편으로 작품 활동을 진행해왔다”면서 “중요한 목표는 어떤 특별한 영웅적 노력의 결과물이 아니다. 색다른 관점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는 보는 행위 그 자체에 대한 사유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개인전을 기획하고 준비한 한미갤러리 측 관계자는 “주도양 작가를 주목하는 이유는 이미 이뤄낸 성취 외에 다양한 과학 분야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 사진에 대한 탐구정신, 그리고 열린 사고를 가진 유연한 작가적 태도 덕”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는 다음달 21일까지 목, 토, 일요일(오후 1시~6시) 한미갤러리에서 열린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박하선, ‘유해발굴감식단’ 국내외로 알린다

    박하선, ‘유해발굴감식단’ 국내외로 알린다

    “제 소원은 하루속히 아직 발굴되지 못한 영령들을 발굴해서 영웅으로 대접해 드리는 겁니다” 배우 박하선과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가 의기투합해 제작한 홍보 영상 ‘노병의 마지막 소원’에 등장하는 서정열(92) 참전용사의 말이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홍보대사를 맡은 서경덕 교수는 6.25 전사자의 유해를 시급히 발굴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영상을 10일 배포했다. 내레이션은 배우 박하선이 재능 기부했다. 영상에는 유해발굴감식단과 동행한 서정열 참전용사의 모습이 담겨 있다. 영상을 기획한 서 교수는 “지금 이 순간에도 6.25전사자 유해는 차가운 땅속에서 우리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실조차 잊고 지내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영상 제작 이유를 설명했다. 또 배우 박하선은 ”국가적인 중요 사업에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전사자 유해가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특히 영어로 제작된 영상은 미국, 호주 등 6.25전쟁에 참전한 21개 국가를 포함한 전 세계 주요 50개국의 한인회 커뮤니티는 물론 주요 10개국 대표 동영상 사이트에 게시해 외국인 참전용사와 재외동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예정이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으나 아직도 이름 모를 산야에 묻혀 계신 12만여 호국용사를 찾아서 조국과 가족의 품으로 모시기 위해 향후 동영상을 시리즈로 계속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유해발굴감식단 단장인 이학기 대령은 ”유해발굴사업이 잘 진행되려면 무엇보다 살아계신 참전용사분들의 제보가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살아계신 분들이 많지 않아 제보를 위해 참전용사 가족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이 영상은 한국어 및 영어로 각각 제작됐으며 페이스북을 통해 한 달간 광고가 진행될 예정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는 11일부터 유해발굴감식단 10주년 기념 전시회가 6월까지 개최된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안희정 “기·승·전·민주주의”…지지자들에게 손편지

    안희정 “기·승·전·민주주의”…지지자들에게 손편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한 안희정 충남지사가 10일 자신의 SNS를 통해 경선기간 자신을 응원해준 지지자들에게 손편지를 보냈다.안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쌓인 편지들- 답장을 쓰다 아무래도 모든 분께 다 답글하기는 어려워 손편지로 여기에 올려 봅니다”라며 자신이 직접 편지를 쓰는 모습과 함께 손글씨로 쓴 3장 분량의 편지를 사진으로 찍어 올렸다. 편지에서 그는 “제도의 지배는 제도의 변화를 통해서 쓸 수 있고 그 제도는 결국 민주주의 정당·선거·의회·시민사회를 통해서만 쓸 수 있다”며 “역시 기승전 민주주의”라고 적었다. 안 지사는 “혁명을 꿈꾸던 젊은 시절 이 세상은 흑백사진이었다”며 “제국주의 침략자들, 쿠데타 독재자들, 탐욕스러운 착취자들과 타협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민주주의의 진전과 함께 현실은 교묘해졌고 현실 법과 제도의 알리바이가 모든 이에게 부여됐다”며 “결국 제도의 지배를 개선하고 변화시키는 일을 민주주의 정치가 감당해야 했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그러나 정당정치와 선거제도는 우리가 소망한 정의를 실현하지 못한 채 변화를 바라는 모든 이들을 무기력감에 빠트렸다”며 “결국 정당, 의회, 선거, 정부, 시민사회의 변화를 통해서만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보다 높은 수준의 대화와 타협을 끌어내고 이 동력을 항구적으로 보장해주는 정당의 제 역할과 시민사회의 성숙만이 현실을 바꿀 수 있다”며 “정당이 바로 서고 노조, 시민사회, 풀뿌리 민주주의가 튼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로빈 후드와 임꺽정 모델로도, 영웅의 위대한 지도력으로도 현실의 문제들은 풀리지 않는다”며 “이 길(민주주의)만이 현실의 문제를 푸는 유일한 길”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주의 문화 레시피]

    [이주의 문화 레시피]

    대중음악 ●봄에 내리는 젠틀레인-피크닉 재즈 인 스프링 서덕원(드럼), 송지훈(피아노), 김호철(콘트라베이스)로 구성된 재즈 트리오의 공연. 2004년 데뷔한 젠틀레인은 서정적이고 편안한 선율로 재즈는 지루하고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일본 재즈 디바 그레이스 마야와 함께 로맨틱 피크닉 무대를 꾸린다. 15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대흥동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 3만 3000~5만 5000원. (02)337-3103.●김완선 콘서트 ‘오늘밤’, ‘리듬 속의 그 춤을’,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의 원조 댄싱 퀸 김완선이 데뷔 30주년을 맞아 준비한 단독 공연이다. 김완선의 단독 공연은 1990년 이후 무려 27년 만이다. 콘서트에 맞춰 신곡 ‘잇츠 유’(It’s You)을 포함해 그간의 히트곡들로 꽉 채운 기념 앨범도 발표한다. 15일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9만 9000~11만 원. (070)7740-5344. 연극·뮤지컬●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극단 산울림의 대표 레퍼토리 작품으로 사뮈엘 베케트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했다. 시골길 나무 아래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고도’를 기다리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이야기를 담았다. 공연 기간에 2층 갤러리 ‘산울림 아트 앤 크래프트’에서 의상과 소품, 임영웅 연출의 연출 노트 등 관련 기록물을 무료로 전시한다. 5월 7일까지. 서울 마포구 소극장 산울림. 3만원. (02)334-5915. ●뮤지컬 ‘판’ 19세기 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양반가 자제인 ‘달수’가 염정소설과 정치 풍자에 능한 최고의 이야기꾼이 되는 과정을 그렸다. 신인 정은영 작가와 박윤솔 작곡가가 선보이는 작품으로, CJ문화재단 첫 제작지원 창작뮤지컬이다.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CJ아지트 대학로. 3만~5만원. (02)3454-1401. 전시●‘이야기 있는/없는 그림’ 서사구조를 만들어 연출하고, 그 감정 상태를 화면에 재현하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세 작가의 그룹전. 권순영은 상징이 부유하는 정물을, 우정수는 시공간을 박제하는 바로크 시대의 꽃을, 전현선(작품)은 격자무늬에 감정 없는 사물을 담은 개성 넘치는 작품을 선보인다.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옥인동 갤러리 룩스. ●오정미 초대전 ‘화훼본색-오해된 시선’이라는 주제로 화사한 꽃의 형상을 빌려 길게 과장되거나 혹은 지나치게 비틀어 놓음으로써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왜곡해 받아들이는 사회현상을 짚은 작품들을 소개한다. 24일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 갤러리 아띠. (02)3445-6182. 클래식·무용●세종 파이프오르간 시리즈 Ⅹ 세종문화회관이 해마다 열고 있는 ‘악기의 제왕’ 파이프오르간 공연이다. 올해 10번째 공연은 핀란드 오르가니스트 칼레비 키비니에미가 장식한다. 시벨리우스의 ‘축제풍 안단테’, 리스트의 ‘연습곡’, 차이콥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등을 연주한다. 15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3만~9만원. (02)399-1624. ●련, 다시 피는 꽃 삼국시대 설화 ‘도미부인’과 제주 서사무가 ‘이공본풀이’를 조합해 창작한 전통 무용극. 가상의 조선 왕실을 배경으로 무희 ‘서련’의 사랑과 시련, 역경 속에서 자신의 뜻을 지켜 나가는 절개를 표현한다. 제례 의식 때 공연된 의식 무용인 ‘일무’와 나라의 태평성대와 왕실의 번영을 기원한 춤 ‘태평무’ 등 한국 전통춤의 진수를 담았다. 10월 29일까지. 서울 중구 정동극장. 4만~6만원. (02)751-1500.
  • 결혼식장에서 목숨 던져 자살 폭탄 테러 막은 영웅견

    결혼식장에서 목숨 던져 자살 폭탄 테러 막은 영웅견

    행복으로 가득 찬 결혼식장이 비극의 현장으로 바뀔 뻔한 순간, 사람들은 구한 것은 다름 아닌 개 한 마리였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5일자 보도에 따르면 최근 나이지리아 동북부에 있는 마이두구리의 한 마을에서 현지시간으로 2일 아침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당시 이 마을에서는 결혼식이 열리는 중이었고, 마을 사람 대부분이 결혼식에 참석해 주변이 매우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이때 결혼식장에 들이닥친 건 바로 테러조직 보코하람이었다. 나이지리아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인 보코하람 조직원 3명은 몸에 폭탄이 장착된 폭탄 벨트를 매단 채, 하객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잠입을 시도하고 있었다. 수상한 낌새를 느낀 것은 마을 외곽에서 순찰 중이던 경비업체의 경비견이었다. 이 경비견은 폭탄을 가진 자살폭탄 테러범 3명을 향해 크게 짖으며 공격을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테러범들의 폭탄이 터지고 말았다. 폭탄이 터지면서 테러범 3명뿐만 아니라 이들과 맞서 싸운 경비견도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개와 테러범들의 싸움이 시작된 뒤 결혼식 주인공과 마을 사람들은 황급히 안전한 곳으로 이동한 덕분에 민간인 사망자나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보코하람 소속 테러범들은 모두 10대 소년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자신의 목숨을 바쳐 마을 주민들을 구한 경비견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했다. 한편 나이지리아를 근거지로 삼아 2002년 결성된 보코하람은 2015년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한 뒤, 각종 무장 폭력 행위로 2만 여 명을 살해하고 260만 명의 피란민을 발생시켰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영상] 드림캐쳐 멤버들의 게임 캐릭터 성대모사

    [영상] 드림캐쳐 멤버들의 게임 캐릭터 성대모사

    걸그룹 드림캐쳐 유현과 시연이 5일 서울 마포구 신한카드 판스퀘어 라이브홀에서 열린 드림캐쳐 두 번째 싱글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독특한 개인기로 매력을 발산했다. 이날 유현과 시연은 드림캐쳐가 독특하고 어두운 판타지를 콘셉트를 표방하는 만큼, 게임 OST나 모델 활동에 참여하고 싶은 소망을 드러냈다.그러면서 블리자드의 액션 FPS게임 ‘오버워치’ 속 영웅 캐릭터 디바와 라이엇 게임즈의 실시간전략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롤, LOL) 속 캐릭터 미스포츈의 목소리를 각각 흉내 내며 폭소를 자아냈다. 한편 드림캐쳐의 신곡 ‘GOOD NIGHT’(굿나잇)은 무게감이 더해진 메탈록 사운드가 인상적인 영 메탈(Young Metal) 장르 곡으로, 드림캐쳐 특유의 판타지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김보은 작사가의 노랫말이 흥미롭다. 김형우 기자 hwkim@seoul.co.kr
  • [김선자의 신화로 문화읽기] 세상에서 가장 밝으면서 가장 어두운 것은

    [김선자의 신화로 문화읽기] 세상에서 가장 밝으면서 가장 어두운 것은

    “세상에서 가장 밝으면서 동시에 가장 어두운 것은 무엇일까요?” 여신이 묻는다. 자신과 혼인하고 싶다는 남자에게 여신이 이런 알쏭달쏭한 수수께끼를 낸 것이다. 어두우면서 동시에 밝은 것이라니, 도대체 그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어려운 문제였지만 여신과 혼인하겠다는 일념으로 오랜 세월 동안 답을 찾아다닌 남자가 마침내 대답했다. “그것은 사람의 마음이오.” 참으로 지혜로운 대답이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그렇게 빛과 어둠이 공존한다. 그래서 모든 종교의 경전에는 일찍부터 빛과 어둠의 대립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했다. 기독교나 이슬람, 불교보다 더 오래된 종교인 조로아스터교의 경전 ‘아베스타’와 ‘분다히슨’을 보면 그 바탕에는 빛과 어둠의 대립 구도가 깔려 있다. 빛의 신 아후라 마즈다와 어둠의 신 아흐리만은 끊임없이 대립한다. 생각해 보면 기독교나 이슬람, 불교도 빛의 종교다. 신은 언제나 밝은 빛과 함께 등장한다.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도, 인도 신화의 인드라도 빛의 신이다. 중국 윈난성 나시족의 신화에서도 빛의 신은 어둠의 신과 전쟁을 하며, 만주족 신화에서도 빛의 여신은 세상을 지키기 위해 어둠의 신과 길고 긴 싸움을 한다. 이처럼 유라시아 대륙의 거의 모든 곳에는 빛의 신과 어둠의 신이 대결하는 신화가 예외 없이 등장한다. 물론 마지막에 승리하는 것은 빛의 신이지만 쉽게 이기는 것은 아니다. 어둠의 신을 몰아내려고 지난한 투쟁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긴다. 영웅 코드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영화들을 보아도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선한 주인공이 이기는 경우는 없다. 빛의 세력은 영화가 계속 되는 내내 어둠의 세력에게 쫓기다 영화가 끝날 무렵이 돼서야 마침내 승리를 거둔다. 그런 공식은 영웅 코드가 들어 있는 대부분의 영화에 적용된다. 어둠의 세력은 그렇게 끈질기고 힘이 세다. 신화 속에서도 빛의 신은 어둠의 신에게 이기지만, 그렇다고 빛의 신이 완벽한 승리를 거두는 것은 아니다. 어둠의 신은 결코 소멸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소멸하기는커녕 언제든 기회만 있으면 돌아온다. 그래서 사람들은 치유의 힘이 있는 식물을 태워서 연기를 피워 올려 주변을 정화하고, 불을 피워서 환한 빛을 만들어 내어 어둠의 신이 돌아오는 것을 차단한다. 이란 야즈드에 있는 조로아스터교 사원의 영원한 불도 그래서 지금까지 타오르며, 티베트나 윈난 지역에도 빛을 상징하는 하얀 돌에 대한 신앙이 있다. 사실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 중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가 96%나 된다고 하는데, 악의 세력이 그토록 강한 것도 어찌 보면 우주의 법칙이 그러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아무리 강한 어둠이라고 해도 한 줄기 빛은 그 어둠을 무너뜨린다. 그래서 신화 속의 빛은 언제나 지혜를 상징한다. 어둠의 신은 사람들이 지혜를 갖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래야 자신의 뜻대로 세상을 다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세상을 어둠과 무지로 채우려고 한다. 그렇기에 어둠을 물리치고 세상을 빛으로 채우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고 긴 과정이 필요하다. 지나간 겨울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온 것은 세상을 지혜의 빛으로 채우고자 하는 소망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빛이 이제 조금씩 세상을 밝혀 가고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한다. 어둠은 의외로 강하며 엄청난 생명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빛이 조금만 힘을 잃으면 어둠은 즉시 돌아온다. 우주를 구성하는 원리가 빛과 어둠이듯 세상에는 언제나 빛과 어둠이 나란히 존재한다. 빛의 힘이 강할 때 어둠은 잠시 밀려나 있을 뿐이다. 앞의 신화에서 보았듯 우리의 마음속에도 빛과 어둠은 공존한다. 그 속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은 세상을 밝히는 위대하고 영원한 빛, 즉 지혜다. 정의로운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집단지성의 지혜로운 눈빛은 영원한 불이 돼 어둠 세력의 귀환을 막을 힘이 될 것이다.
  • 거친 그녀, 매력 돋네

    거친 그녀, 매력 돋네

    안방극장에 걸크러시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외로워도 슬퍼도 눈물을 참으며 왕자를 기다리던 신데렐라형 여주인공은 옛말. 최근 드라마 여주인공들은 사회 부조리를 바로잡고 정의의 사도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여성 영웅’의 등장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나온다. 멜로기 쏙 뺀 장르물이 대부분으로 직업군도 형사, 검사 등 다양하다.①‘귓속말’ 이보영 액션연기 눈길 걸크러시 여주인공 열풍을 주도하는 이는 SBS 월화 드라마 ‘귓속말’의 이보영이다. 전직 강력계 형사 신영주로 출연 중인 이보영은 첫 회부터 악당을 제압하는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주로 선 굵은 남성 드라마를 썼던 박경수 작가의 작품인 만큼 여주인공 캐릭터도 상당히 거칠다. 영주는 신념을 저버린 판사 이동준(이상윤)에게 동침 영상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하고 그의 비서로 등장해 그를 조종한다. 앞으로 영주는 적이었던 이동준과 손잡고 아버지의 복수는 물론 법을 악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법비’들을 응징하는 등 거대한 악에 맞서 법조계 비리를 파헤친다. 이보영은 제작발표회에서 “온몸이 멍투성이긴 하지만 조금 더 멋있게 나왔으면 하는 마음에 액션 연기에 욕심을 과하게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②김정은, 추격 스릴러 ‘듀얼’ 복귀 데뷔 이후 로맨틱 코미디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김정은도 결혼 후 컴백작으로 장르물을 선택했다. 김정은은 ‘터널’ 후속으로 오는 6월 방송될 예정인 OCN 드라마 ‘듀얼’로 2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추격 스릴러물인 ‘듀얼’은 선악으로 나뉜 두 명의 복제인간과 딸을 납치당한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김정은이 맡은 최조혜는 서울지방검찰청 강력부 검사로 가난한 집안 출신이지만 차기 부장검사 자리를 노리는 등 성공에 대한 욕망을 숨기지 않는 인물이다. 최조혜는 어린 시절 함께 나고 자란 형사 장득천(정재영)과 복제인간의 관계에 의문을 품고 진실을 파헤친다. 김정은은 “긴장감 넘치는 추격 스릴러 장르 가운데서도 사람과 사랑에 대한 공감 가는 이야기들이 동시에 펼쳐질 예정이어서 기대감이 크다”고 복귀 소감을 밝혔다.③‘파수꾼’ 이시영 전직 강력계형사 밝고 건강한 이미지의 배우 이시영도 다음달 방송 예정인 MBC 새 월화 드라마 ‘파수꾼’(가제)에서 걸크러시 여주인공으로 나온다. 그가 맡은 조수지는 사격선수 출신의 전직 강력계 형사다. 시놉시스에 ‘나쁜 놈들에겐 저승사자요, 위험에 처한 이들에겐 수호천사인 액션 히로인’이라고 나와 있을 정도로 강한 캐릭터다. 딸을 지키기 위해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고 경찰이 됐지만 인질을 구하는 동안 딸이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숨졌다. 조수지는 딸의 억울함을 풀어 주기 위해 거대한 권력을 배경으로 법망을 피해 가는 범인을 스스로 처단하는 ‘파수꾼’이라는 조직에 합류한다.④‘도봉순’ 박보영 범인과 한판승부 장르물은 아니지만 인기 드라마 JTBC ‘힘쎈 여자 도봉순’의 여주인공 도봉순(박보영)은 귀여운 외모 뒤에 모계로부터 물려받은 괴력을 소유한 인물이다. 도봉순은 기존의 남녀 공식을 뒤집어 여주인공이 남자 주인공들을 보호하고 위기를 헤쳐 나간다. 동네 불량배나 비행 청소년을 혼내는 것은 물론 안민혁(박형식)을 노리는 백탁파 조직원을 제압하는가 하면 도봉동을 위협하고 있는 연쇄 납치 사건의 범인과 한판 승부를 벌인다. 강한 걸크러시 여주인공을 앞세운 드라마가 뜨는 것은 남성 배우 중심으로 돌아가는 영화계와 달리 여배우들의 운신의 폭이 넓기 때문.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시영의 소속사인 화이브라더스 관계자는 “걸크러시 드라마의 경우 여주인공이 원톱이거나 비중이 높은 경우가 많고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면서 “여배우들도 예쁘게 나오기보다 자신의 연기 폭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휴 잭맨, 불타는 세트장서 잭 에프론 구조… 현실에서도 ‘슈퍼영웅’

    휴 잭맨, 불타는 세트장서 잭 에프론 구조… 현실에서도 ‘슈퍼영웅’

    슈퍼영웅 ‘울버린’ 캐릭터로 잘 알려진 배우 휴 잭맨이 불길 속에 있던 동료 배우 잭 에프론을 구해냈다. 지난 3월 31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영화 ‘더 그레이티스트 쇼맨(The Greatest Showman)’ 세트장에서 불이 났을 때, 휴 잭맨이 잭 에프론을 구했다”고 보도했다. 잭 에프론은 최근 진행된 MTV NEWS와 인터뷰에서 “‘더 그레이티스트 쇼맨’ 세트장에 불이 났는데, 휴 잭맨이 나를 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있던 세트 건물이 타오르고 있었는데 우리는 정작 그 사실을 모르고 촬영 중이었다”며 “휴 잭맨이 우리를 구해줬다”고 설명했다. 휴 잭맨은 지난 3월 1일 정식 개봉한 영화 ‘로건’에 출연했다. ‘로건’은 휴 잭맨의 마지막 울버린 이야기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편 영화 ‘더 그레이티스트 쇼맨’은 서커스를 쇼로 발전시킨 P.T. 바넘의 일생을 그린 전기 영화이다. 휴 잭맨, 잭 에프론, 미셸 윌리엄스 등이 출연한다. 사진=TOPIC / SPLASH NEWS(www.topicimages.com) 연예팀 seoulen@seoul.co.kr
  • 故 장국영 14주기… 만우절 날 거짓말처럼 떠난 배우

    故 장국영 14주기… 만우절 날 거짓말처럼 떠난 배우

    홍콩 영화배우 故 장국영이 4월 1일, 사망 14주기를 맞았다. 故 장국영은 2003년 4월 1일, 홍콩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추락해 47년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사인은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만우절 날 일어난 비극에 홍콩과 중화권을 비롯한 세계의 팬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오우삼 감독의 영화 ‘영웅본색’(1986)에 출연하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故 장국영은 이후 ‘천녀유혼’, ‘아비정전’, ‘패왕별희’, ‘해피투게더’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패왕별희’가 제 46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그 또한 세계인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한편 장국영의 14주기를 맞아, 그를 추모하는 행사가 국내 곳곳에서 진행된다. 그가 출연했던 영화 ‘아비정전’이 지난달 30일 재개봉했으며,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는 4월 1일 ‘장국영 특별전-돌아온 그대, 장국영’을 개최한다. 상영작으로는 ‘영웅본색’, ‘영웅본색2’, ‘천녀유혼’, ‘야반가성’, ‘금옥만당’, ‘백발마녀전’ 여섯 편이 선정됐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씨줄날줄] 대통령 회고록/최용규 논설위원

    [씨줄날줄] 대통령 회고록/최용규 논설위원

    회고록은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며 적은 기록이다. 평전이나 전기와 달리 기술 및 구술 주체가 본인이다. 찬사 못지않게 왜곡이나 미화 논란에 빠지는 이유가 된다. 특히 대통령의 회고록은 재임 시절의 일이 주가 되는지라 출간되기 무섭게 찬반양론이 일고, 세인의 입에 오르기 십상이다.살아 있는 현대사로 평가받는 JP(김종필)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이 묻는다. “임자(JP)는 회고록을 많이 읽었다는데 누구 게 맘에 들어?” 1979년 궁정동에서 10·26 총성이 없었다면 박 전 대통령도 회고록을 냈을 것이다. 뭔가 맘에 둔 게 있어 심복에게 의중을 묻지 않았을까. 어쨌든 JP 왈(曰) “처칠과 드골이지요”. 대통령의 회고록은 ‘1차 사료’다. 먼 훗날 후손들이 펼쳐 보고 그 시대를 반추하기에 개인에 대한 기록이라기보다 시대에 대한 진솔한 성찰이어야 한다. 거짓과 미화가 아닌 객관적 사실이 생명이다. 그렇지 않으면 ‘가짜 회고록’이다. 영국의 정치가이자 전쟁 영웅인 원스턴 처칠(1874~1965)의 회고록 ‘제2차 세계대전’(The Second World War)은 회고록의 바이블로 통한다. 처칠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 줘서가 아니라 1500만명의 사망자와 3450만명의 부상자를 기록한 제2차 세계대전의 참상과 인간적 고뇌를 사실적으로 기록했기 때문이다. 사실에 입각한 회고록은 감동과 흥분을 자아낸다. 대통령의 회고록이 출간되면 정가는 후끈 달아오르는 법이다. 죽은 권력이지만 살아 있는 권력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글이 포함되기 마련인 탓이다. 찻잔 속의 태풍이 되기도 하지만 일파만파의 파문을 일으키기도 한다. 반전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기도 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십중팔구 회고록을 집필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행위에 대해 어떤 해명을 할지 벌써 궁금해진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전두환 회고록’을 출간했다. 구속된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는 3권짜리 회고록이다.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10·26사태 이후 더이상 (박근혜) 주변을 맴돌며 비행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최순실씨의 아버지 최태민씨를 전방 군부대에 격리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사람들을 보내 대권 의지를 내비치며 힘을 보태줄 것을 요청하기에 완곡하게 뜻을 접으라 했다고도 썼다. 대통령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는 어렵다고 봤고 박 전 대통령이 지닌 여건과 능력으로는 무리한 욕심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내밀함을 건드린 이 회고록에 훗날 박 전 대통령이 뭐라 할지?. 최용규 논설위원 ykchoi@seoul.co.kr
  • 인류 구한 집요한 영웅들 ‘미생물 사냥꾼’

    인류 구한 집요한 영웅들 ‘미생물 사냥꾼’

    미생물 사냥꾼/폴 드 크루이프 지음/이미리나 옮김/반니/472쪽/2만원‘마법의 탄알’ 백신이 없었다면 인류는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인간이 백신을 맞게 된 건 불과 300여년 전이다. 동물과 인간을 전염병의 굴레에서 구원한 이들은 미생물이라는 미지의 신세계를 탐험했던 영웅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균 연구로 전염병 굴레 벗긴 13명 다뤄 손수 현미경을 만들어 처음 미생물을 목도한 안톤 반 레벤후크부터 자연발생설이 틀렸다는 걸 증명한 라자로 스팔란치니, 탄저병·결핵·콜레라를 일으키는 원인균을 캐낸 로베르트 코흐, 탄저병과 닭 콜레라·공수병의 전염을 막는 백신을 만들어내 의사들의 오랜 싸움을 백지로 만들어 버린 파스퇴르, 실험을 위해 기니피그 수천 마리를 대량 학살한 에밀 루, 에밀 베링까지…. 초기 미생물학자 13명의 집요하고 지독한 실험정신을 흥미진진하게 엮은 영웅담이자 미생물과학 발전의 연대기가 책으로 펴나왔다. 1926년 출간돼 전 세계 18개국 언어로 번역된 대중 과학도서의 스테디셀러 ‘미생물 사냥꾼’이다. ‘수많은 사이언스 키즈를 길러낸 책’이라는 홍보 문구가 무색하지 않은 것은 독자들이 이들의 실험실에 직접 들어가 현미경을 넘겨다보듯 생생하게 미생물과학사 절정의 순간들을 포착한 저자의 익살스럽고 열정적인 입담 때문이다. 미생물 사냥꾼들의 성취와 실패를 조명하며 과학과 과학자의 역할과 이상을 짚어내는 통찰도 의미 있지만 더욱 솔깃한 건 ‘뒷담화’다. 추앙받는 인물들의 추례한 면모도 발가벗기며 날카롭게 평가를 내리는 대목들은 소설을 읽는 듯 생동감 넘친다.●‘오만한 흥행사’ 파스퇴르·‘숭배 거부’ 코흐 대조 특히 프랑스 화학자 파스퇴르와 독일의 시골 의사 로베르트 코흐는 극적인 대조를 이룬다. 파스퇴르가 ‘현대의 기적을 행한 사람’으로 군중들에게 떠받들여진 대표적인 순간은 1881년 5월 31일 탄저균 백신 공개 실험으로 기록된다. 당시 파스퇴르는 이틀 뒤인 6월 2일 백신을 맞아 면역이 생긴 스물네 마리의 양들이 백신을 맞지 않아 탄저병에 집어삼켜진 다른 양들의 주검 사이를 뛰노는 불멸의 드라마를 지휘했다. 세계인들은 파스퇴르가 ‘인간이 진 모든 고통을 벗겨줄 메시아’라고 믿게 된다. 하지만 열정적인 만큼 그는 실수도 연발했다. 닭 콜레라 백신이 모든 종류의 질병을 막을 수 있는 만병통치약일지 모른다고 자신의 은사인 뒤마 교수에게 편지를 썼던 것. 뒤마 교수는 이 편지를 과학협회 소식지에 발표하기까지 한다. 이는 파스퇴르의 업적에 ‘슬픈 기념비’로 남았지만 그는 자신의 오류를 철회한 적이 없다. 다른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뻔뻔하고 오만한 태도로 적도 많이 만들었다. 그의 모든 저술과 연설에는 ‘나는 이걸 찾아낼 정도로 똑똑한데 너희들은 이걸 믿지 못하는 바보가 아니냐’는 말이 행간에 심겨져 있었다고. 이런 파스퇴르를 가리켜 저자는 ‘위대한 흥행사였고 가끔 작은 속임수를 쓸 때도 있었지만 엉터리 사기꾼은 아니었다’고 평한다. 반면 가난한 시골 의사로 진료 시간에 겨우 짬을 내어 실험을 하던 코흐는 파스퇴르와 정반대의 성격으로 인류를 구제한 인물이다. 그의 인생을 바꾼 건 아내에게 스물여덟 번째 생일 선물로 받은 현미경이었다. 그 현미경에서 발견한 막대균이 탄저병의 원인임을 알아챈 그는 특정 미생물이 특정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걸 확인한 첫 연구자다. 이는 파스퇴르보다 먼저 세운 공이기도 했다. 철저함과 완벽주의로 무장한 코흐는 인간과 동물을 죽이는 탄저병과 콜레라, 결핵의 원인 미생물을 밝혀내 세상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그는 파스퇴르와 달리 자신이 자연에 대항해 싸우는 짜릿한 전투의 지휘관이란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 연구 결과를 발표해 놓고서도 “내가 발견한 것은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라며 숭배자들을 쫓아내고 새로운 연구에 골몰했다. 이런 그에 대해 저자는 ‘아직까지도 우리는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해 줄 더 많은 실험실과 미생물 사냥꾼과 더 대우를 잘 받는 연구자들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다.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가. 발전을 위해서는 하느님께서 로베르트 코흐와 같은 놀라운 연구자 몇 명을 더 우리에게 보내 주셔야 한다’고 일갈한다. ●순수하고 남모를 열정, 회의론 대신 낙관 선사 성격과 가치관은 천차만별이지만 미생물 사냥꾼들의 순수하고 인간적인 모습은 특정 분야와 상관없이 오늘날 우리의 삶에도 ‘희망의 찬가’를 선사한다. 1892년 일흔 살 생일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메달을 받으며 한 파스퇴르의 연설은 이를 압축한다. “아무 쓸모도 없는 회의론에 빠져서 여러분 자신을 더럽히지 마십시오. 전 인류에게 닥친 슬픔 때문에 여러분 자신이 낙담하지 않도록 하십시오. 먼저 여러분 자신에게 물으십시오. ‘배움을 위해 나는 무엇을 했는가?’ 여러분이 어떤 방식으로든 인류의 발전과 복지에 기여했다고 생각하면서 무한한 행복을 느끼게 될 때까지….”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실종된 아빠 대신 남매 돌봐 준 ‘아빠 절친’, 알고보니…

    실종된 아빠 대신 남매 돌봐 준 ‘아빠 절친’, 알고보니…

    영화 스토리를 연상케 하는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영국에 살던 케인 매닝(19)은 16살이었던 2014년 4월, 아버지가 실종되는 끔찍한 일을 겪었다. 매닝과 그의 여동생은 어디에서도 아버지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고, 2년이 지났을 때에는 어떤 사회 기관 서비스센터도 두 아이가 안전하게 머물 만한 보호기관을 찾아주지 못했다. 그러던 중 잉글랜드 남동부 브라이터에 살던 콜린 게일(40)이라는 남성이 다가왔다. 그는 자신을 사라진 아버지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소개했으며, 보호자가 없는 남매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몇 주간 지내게 했다. 그러던 2016년 5월, 게일은 경찰에 갑작스럽게 체포됐고 매닝 남매는 경찰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됐다. 아버지의 가장 친한 친구라던 게일이 사실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라는 것. 경찰 조사에 따르면, 평소 친분이 있었던 게일과 매닝의 아버지 마크는 사건이 있었던 2014년 4월 당시 술집에서 크게 몸싸움을 벌였다. 원인은 돈이었다. 매닝의 아버지가 게일에게 1만 7000파운드(한화 약 2400만원)의 빚이 있었는데, 이를 제때 갚지 못해 싸움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게일은 매닝의 아버지를 살해했고, 공범을 불러 그의 시신을 우거진 덤불사이에 유기했다. 당시 실종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에게는 인근에 있던 기차역에서 그를 목격했다고 거짓 진술했다. 하지만 게일의 범행 사실을 알고 있던 게일의 아내가 이를 경찰에 알렸고, 그를 체포한 뒤 매닝의 아버지 시신이 발견되면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매닝은 “그(게일)는 쓰레기나 다름없다. 그는 친구였던 아버지뿐만 아니라 아들인 나까지 배신했다”면서 “나와 동생은 그것도 모르고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과 함께 살길 바라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기관이 나와 동생을 어디로 보내야 할지 모르고 있을 때 그가 먼저 우리에게 접근했다. 그리고는 끊임없이 내게 ‘아버지는 살아 있을 것’이라고 확신시켰다”면서 “아버지와 나는 매우 친밀한 관계였으며, 아버지는 내 인생의 전부이자 영웅이었따. 게일에게서 확실히 배운 것은 앞으로 아무도 믿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이 죽인 친구의 자녀를 돌본 것이 죄책감 때문인지, 확실한 알리바이를 위한 것이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게일은 최근 재판에서 살인 및 시신 유기죄로 징역 15년 8개월형을 선고받았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씨줄날줄] 김영옥 대령과 혼다 의원/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김영옥 대령과 혼다 의원/최광숙 논설위원

    일본계 미국인 마이크 혼다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처음으로 미국 의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와 관련해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들고나온 것은 1999년 캘리포니아 주의원 시절이다. 그러자 혼다에게 영향력 있는 재미 일본계 지도자들로부터 결의안 철회 압박이 가해졌다. 결국 결의안 표결이 연기됐다. 그가 이때 도움을 청했던 이가 다름 아닌 ‘전쟁 영웅’ 고(故)김영옥 대령이다.김영옥은 독립운동가의 아들로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인 2세다. 2차대전과 6·25 전쟁에 참여해 프랑스, 이탈리아, 한국 등 가는 곳마다 기상천외한 작전으로 적을 격퇴했다. 그 공로로 이들 3개국으로부터 최고무공훈장을 받았다. 워싱턴 대통령, 아이젠하워 대통령, 맥아더 장군 등과 함께 미국 전쟁 영웅 16명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아시아인으로는 그가 유일하다. 혼다가 김영옥에게 손을 내민 것은 김영옥이 2차대전에 참전한 일본계 군인회의 정신적 지주이자 리더였기 때문이다.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자 미국은 일본계 이민자 12만명을 격리 수용했다. 혼다도 어린 시절 일본계 강제수용소에서 지낸 아픔이 있다고 한다. 일본계 2세들이 미국에 충성심을 보여 주기 위해 만든 것이 100대대이고, 김영옥이 이 부대의 장교였다. 그는 군화 끈도 못 매던 오합지졸의 이 부대를 이끌어 격전지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일본인들은 처음에는 한국인 김영옥을 우습게 알았지만 그의 뛰어난 리더십과 헌신하는 군인 정신에 감동을 받았고, 그는 지금까지도 재미 일본 사회에서 전설로 남게 됐다. 혼다로부터 위안부 결의안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는 것을 들은 김영옥은 즉각 자신의 일본계 부하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무엇 때문에 자신들이 전쟁터에서 같이 피를 흘렸는지를 상기시키면서 결의안 지지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결의안 지지서 초안을 만들어 자신이 먼저 서명하고 이들로부터 서명을 받아 혼다에게 보냈다. 일본계 참전용사회 멤버들이 지지서에 서명하면서 재미 일본 사회의 반발도 수그러들었다고 한다. 김영옥 덕분에 결의안은 만장일치로 캘리포니아주 상하원을 통과하게 됐다. 혼다가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2007년 연방 하원에서도 결의안이 채택됐다. 외교부가 혼다 전 의원에게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를 공론화한 공로를 인정해 수교훈장을 수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8선 의원을 지낸 그는 지난해 선거에서 낙선했지만 지금은 미국 내 위안부 소녀상 건립에 적극적이다. 그의 가슴에 단 훈장을 보고 싶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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