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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 ‘올레드 에보’… TV 기선 잡는다

    LG, ‘올레드 에보’… TV 기선 잡는다

    “일상을 더 풍요롭게”…혁신 제품·신기술 대결 온라인 ‘CES 2021’ 오늘 개막지난해 코로나19 위기를 뚫고 ‘역대급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11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개막하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1’에서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혁신 제품과 기술로 맞대결을 펼친다. LG전자는 ‘CES의 꽃’으로 불리는 TV 부문에서 기선을 제압할 올해 신제품 라인업을 10일 공개했다. 우선 차세대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탑재한 ‘올레드 에보’를 처음 선보인다. 더욱 정교한 파장의 빛으로 기존보다 선명한 화질을 표현하고 밝은 화면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또 업계 처음으로 화면 크기가 83인치인 최상위 모델 올레드 TV를 출시하며 올레드 TV 수요 확대를 주도한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48인치 올레드 TV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는 70인치 이상 초대형 제품의 모델 개수를 지난해 4개에서 올 초 7개로 두 배 가까이 늘린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올레드 TV 판매 대수는 354만대다. LG전자는 올해 올레드 TV 시장이 지난해보다 2배가량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프리미엄 액정표시장치(LCD) TV 라인업에 지난달 말 공개한 첫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인 QNED TV도 추가한다고 밝혔다. 초대형 제품군 중심으로 10여 개 모델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나노셀 TV에서도 초대형 위주로 제품 구성을 강화한다. LG전자는 ‘CES 2021’ 개최에 맞춰 11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온라인 전시관도 운영한다. 가상전시관에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TV·AV 전시관’에서는 올레드 플렉서플 사이니지를 이어 붙인 웅장한 규모의 조형물 ‘경이로운 나무’가 시선을 압도한다. 증강현실(AR)을 접목한 확장현실(XR) 기법을 도입해 무한히 뻗어가는 조형물로 올레드의 가능성과 확장성을 나타냈다. 한편 지난해 매출 63조 2638억원, 영업이익 3조 1918억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창사 이래 최고를 기록한 LG전자는 올해도 생활가전·TV 사업의 호조와 전장사업의 3분기 흑자 전환 예상 등으로 최대 실적 경신이 전망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삼성, 車 안을 ‘제3의 생활공간’으로

    삼성, 車 안을 ‘제3의 생활공간’으로

    “일상을 더 풍요롭게”…혁신 제품·신기술 대결 온라인 ‘CES 2021’ 오늘 개막자동차 전장사업(전자장치)을 주요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삼성전자는 CES에서 선보일 ‘디지털 콕핏 2021’을 미리 공개하며 차 안을 ‘제3의 생활공간’으로 바꿔줄 미래차의 다채로운 기술들을 제시했다. 디지털 콕핏은 운전석과 조수석 앞의 차량 편의기능 제어 장치를 디지털 전자기기로 구성한 장치다. 삼성전자가 2018년 CES에서 처음 선보인 디지털 콕핏은 삼성전자의 정보통신기술(ICT)과 삼성전자가 2016년 인수한 하만의 전장 기술을 집약해 매년 탑승자들의 편의성, 안전성, 연결성 등을 높이는 데 주력해 왔다. 49인치 QLED 대형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디지털 콕핏 2021’은 이동 중에도 외부와 긴밀히 소통하며 라이브 콘서트, 고화질 영화 등 이용자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했다. 화상 회의뿐 아니라 1인 미디어 영상 제작을 할 수 있는 촬영과 편집 등도 가능해 이동 중에 회사 업무나 개인 작업도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TV에서 쓸 수 있는 ‘삼성 헬스’ 서비스를 통해서는 전날 밤 수면 패턴과 눈꺼풀의 움직임 등을 파악해 졸음 운전을 하지 않도록 실내를 환기하고 주의하라는 메시지를 건넨다. 스트레스 수치에 따라 조명이나 향기, 음악 등도 알아서 바꿔준다. 업계 최초로 차량에 적용한 ‘5G ㎜Wave(초고주파)’ 기술로 군집 주행, 리모트 컨트롤 주행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수요 증가로 역대 3번째 매출(236조 2000억원)과 역대 4번째 영업이익(35조 9000억원)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도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업황 개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성장 등에 힘입어 실적이 상승곡선을 그릴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집콕 인테리어’ 대박에 비자금 의혹…한샘, 성장가도 제동 걸리나

    ‘집콕 인테리어’ 대박에 비자금 의혹…한샘, 성장가도 제동 걸리나

    지난해 코로나19 ‘집콕’ 여파로 인테리어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혜를 본 한샘이 때아닌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으며 성장가도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증권가 전망을 종합하면 한샘은 지난해 매출 2조 491억원에 영업이익 90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전년보다 각각 21%, 62%씩 성장한 수치다. 코로나19 탓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을 새롭게 꾸미려는 수요가 많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0년 이상 노후화된 주택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고 각종 세금 절세, 재건축 조합원 자격 유지를 위한 집주인의 실거주 증가도 리모델링 인테리어 수요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한샘에게는 단기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시장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한샘은 최근 인사에서 회사를 최고경영자(CEO) 중심 경영 체계에서 사업본부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한샘의 실적 턴어라운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리하우스사업본부에 힘을 싣고자 ‘30년 한샘맨’ 안흥국 리하우스사업본부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올 상반기에는 인테리어 플랫폼도 론칭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장밋빛 계획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일이 발생했다. 한샘이 2018년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44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했으며, 언론사 임원과 경찰 등에게 수천만원 상당의 인테리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부정청탁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이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한샘 본사 예산담당부서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관련 문건들을 확보했으며 추후 한샘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한샘은 2017년 한 직원이 여자 신입사원을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를 회사가 덮으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은 바 있다. 2018년엔 대리점을 상대로 갑질을 한 사건이 터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11억원 규모 과징금을 받기도 했다. 이후 실적은 계속 좋지 않았다. 2017년 매출 2조 625억원, 영업이익 1405억원을 기록했던 한샘은 2018년 매출 1조 9285억원에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0%나 빠진 560억원에 그쳤다. 2019년에도 매출 1조 6984억원에 영업이익 55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나빠진 성적표를 받아들기도 했다. 지난해 코로나19와 리하우스 수요 증대는 한샘으로서는 모처럼 잡은 실적 반등의 기회인 것이다. 한샘 관계자는 “경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LG전자, 역대 최대 매출·영업이익 기염…‘역시 가전이 효자’

    LG전자, 역대 최대 매출·영업이익 기염…‘역시 가전이 효자’

    LG전자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연간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LG전자는 8일 지난해 연결기준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연간 매출 63조 2638억원, 영업이익 3조 1918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LG전자의 기존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이었던 2019년 62조 3000억원과 역대 최대 영업이익이었던 2018년도의 2조 7000억원을 모두 뛰어 넘었다. 영업이익률도 사상 처음으로 5%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봐도 매출이 18조 7826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기존 최대 매출은 2017년 4분기 17조 9600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6470억원으로 4분기 기준 역대 최대였던 3668억원을 훌쩍 뛰어 넘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6.9%, 영업이익은 535.6% 수직 상승했다. 하반기 기준으로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에는 2019년 하반기에 8832억원을 기록한 것이 가장 좋은 실적이었다.LG전자의 사상 최대 실적은 이끈 것은 역시 생활가전 부문이었다. 두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며 연간 영업이익이 사상 첫 2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을 것으로 보인다. 본래 4분기는 연말 대규모 할인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좋지 않은 편인데 이례적인 기록이다. 환율이라는 변수가 있긴 하지만 LG전자의 생활가전 부문은 미국의 경쟁사인 월플을 재치고 지난해 글로벌 1위 실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자 생활 가전을 교체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가 내놓은 의류관리기, 식기세척기, 의류건조기 등 LG전자가 내놓은 ‘신 가전’도 반응이 좋았다.TV 부문도 지난해 중반기 이후 침체됐던 수요가 살아나며 반등했다. 전장사업부도 6년 연속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부문은 지난해에도 적자를 면치 못했으나 적자폭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올해 전망을 더 밝게 보고 있다. ‘집콕 트렌드’가 계속 이어지면 연간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4조원을 돌파할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긴 적자를 이어왔던 전장 사업올 올해 하반기부터는 분기 기준 흑자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거침없는 삼성전자 주가…장중 9만전자 찍었다

    거침없는 삼성전자 주가…장중 9만전자 찍었다

    삼성전자 주가가 8일 사상 처음으로 장중 9만원을 찍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오후 2시 34분 9만원을 찍고 내려왔다. 삼성전자 주가가 9만원을 기록한 건 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12월 28일 장중 8만원을 처음 돌파한 이후 일주일여 만에 9만원대까지 돌파한 것이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개장 이후부터 상승세를 보이며 전 거래일 대비 6%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지난해 연결 기준 잠정실적 결과를 발표했다. 영업이익이 35조 9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9.46% 증가했다. 매출은 236조 2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2.54%) 증가했다. 이는 2017년과 2018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많은 규모다. 상반기 코로나19 영향으로 예년에 비해 시작은 부진했지만 3분기 들어 비대면 수요 등이 증가하면서 주력인 반도체와 스마트폰은 물론 가전부문까지 선전한 결과로 나타났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삼성전자, 지난해 ‘역대 세번째’ 높은 매출 기록…영업익은 ‘역대 네번째’

    삼성전자, 지난해 ‘역대 세번째’ 높은 매출 기록…영업익은 ‘역대 네번째’

    삼성전자가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역대 손꼽히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결기준 잠정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은 총 236조 2600억원, 영업이익은 35조 95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9년 대비해 매출은 2.54%, 영업이익은 29.46% 증가한 것이다. 2019년에는 매출 230조 4009억원, 영업이익 27조 7685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제가 전반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삼성전자는 오히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이전인 2019년보다도 좋은 실적을 거둔 것이다. 삼성전자의 역대 실적과 비교해보면 지난해 성과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매출은 역대 세 번째 기록이다. 2018년에 243조 7714억원이 역대 가장 높은 수치였고, 2017년은 239조 5754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2017~2018년 이어졌던 반도체 슈퍼 사이클(초호황기) 때에 일궈낸 수치에 거의 육박하는 판매고를 일궈낸 것이다.지난해 영업이익은 역대 네 번째로 높은 수치다. 2018년에 58조 8867억원, 2017년 53조 6450억원, 2013년 36조 7850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요가 늘어나면서 디지털기기나 서버에 들어가는 D램 판매가 호조를 보인 것이 주효했다. 상반기에 주춤했던 스마트폰 판매도 하반기 들어서는 점차 회복세를 보여줬다. 가전에서도 ’비스코프’ 모델을 앞세워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실적이 올해도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D램 초호황기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 예측한 것이다. 반도체는 3~4년마다 호황과 불황을 거듭하는 사이클이 있는 업종인데 올해부터 시작해 내년까지 호황기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고객사들이 보유한 재고가 떨어져 D램이 더 필요한 상황인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마이크론 같은 업체들은 올해 반도체 생산 설비가 크게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수요는 높아지는데 공급은 거의 그대로이다 보니깐 결국 D램 값이 오르면서 호황기를 맞을 것이란 예측이다.이에 맞춰 현대차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50조 8000억원으로 제시했고, KB증권은 48조 5000억원, 흥국증권은 48조 7000억원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월 2일 5만 5200원이었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최근 1년 만에 8만원대까지 치솟았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횡령·배임’ 강덕수 전 STX회장, 집행유예 확정

    계열사 부당지원과 분식회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덕수(71) 전 STX그룹 회장에게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강 전 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강 전 회장은 회삿돈 557억원을 횡령하고 계열사 자금 2840억여원을 개인회사에 부당지원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또 STX조선해양의 영업이익을 부풀리는 등 2조 3000억원대 분식회계를 통해 9000억원대 사기 대출을 받고 1조 75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분식회계 혐의 가운데 5841억원의 분식회계에 대한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에서 일부 혐의가 무죄로 뒤집히면서 강 전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으로 형이 줄었다. 재판부는 강 전 회장이 회계 담당자들과 공모한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분식회계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횡령·배임액은 1심이 인정한 679억 5000만원에 STX건설에 대한 부당지원 231억원이 추가되면서 910억 5000만원으로 늘었다. 강 전 회장 측과 검사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업무상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사, 업무상배임죄의 성립, 배임의 고의, 경영판단의 원칙, 공모관계, 분식회계, 항소이익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STX 중공업의 연대보증 제공과 관련한 배임 혐의로 강 전 회장과 함께 기소된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무죄가 확정됐다. 강 전 회장은 평사원에서 시작해 STX그룹을 창업한 인물로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렸지만 경기침체 여파로 부실계열사에 대한 무리한 지원과 회계분식 등이 누적되면서 그룹 전체의 부실로 이어졌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삼성전자, ‘코로나 뚫고’ 지난해 영업익 36조원…올해는 50조 전망

    삼성전자, ‘코로나 뚫고’ 지난해 영업익 36조원…올해는 50조 전망

    코로나19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지난해 36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8일 지난해 연결 기준 잠정실적을 집계한 결과 영업이익이 35조 9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9.46% 증가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총 236조 2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2.54%) 증가했다. 매출은 전반적으로 2019년과 비슷했으나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4분기만 보면 영업이익 9조원, 매출 61조원으로 2019년 동기 대비 각각 25.7%, 1.87% 늘었다.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던 직전 분기(2020년 3분기)에 비해선 실적이 둔화했다. 4분기 들어서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급락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반도체는 4조 3000억원대, 소비자가전(CE) 부문은 8000억∼9000억원대, 모바일(IM) 부문은 2조 3000억∼2조 40000억원대에 이른 것으로 추산했다. 반도체는 4분기 들어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과 원달러 환율 급락으로 3분기보다 영업이익이 1조원 이상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에 4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모바일(IM) 부문도 지난해 10월말 출시한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12의 흥행으로 4분기에는 영업이익이 1조 6000억원 넘게 감소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가전에서는 ‘비스포크’를 중심으로 선전을 했지만 대규모 연말 할인 행사인 블랙프라이 등의 영향으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해 지난해 3분기보다는 수익성이 떨어졌다.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5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 보고 있다. D램 가격 상승과 수요 증가로 인해 올해부터 반도체 장기 호황기가 시작될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2017∼2018년 반도체 장기 호황기(53조 7000억∼58조 9000억원)에 버금가는 실적이다. 또한 주문이 밀려들고 있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부문에서도 1위 업체인 대만 TSMC를 추격하면서 실적을 끌어올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속보] 삼성전자 2020년 영업이익 35조 9500억원…전년 대비 29.5%↑

    [속보] 삼성전자 2020년 영업이익 35조 9500억원…전년 대비 29.5%↑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2020년 한 해 영업이익이 35조 9500억원으로 전년보다 29.46%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매출은 236조 2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54% 증가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9조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7% 늘었다. 이 분기 매출은 61조원이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2030 세대] 자영업자의 위기가 K방역의 위기를 낳는다/김영준 작가

    [2030 세대] 자영업자의 위기가 K방역의 위기를 낳는다/김영준 작가

    현재 코로나 방역은 △정부의 통제와 관리하에 △의료계의 협력 △민간의 순응이라는 3가지 축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 민간이란 축에서 핵심을 담당하는 쪽이 바로 자영업자이다. 정부의 영업시간과 영업 방법의 통제를 자영업자들이 따르면서 갈 곳과 머물 곳이 극도로 제한되기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자영업자의 축이 현재 매우 심하게 흔들리고 있으며 무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업시간 단축과 제한은 자영업자에겐 고스란히 매출감소와 손실이다. 이는 현 한국의 거리두기가 자영업자의 손실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의 주요 피해업종인 음식·숙박·여가업의 평균적인 영업이익률은 약 25%다. 그러나 이 업종들의 매출은 2019년 동기 대비 20%대 감소했으며 가장 성수기라 할 12월 매출은 50% 이상 감소했다. 바로 이 손해가 방역협조의 비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정부와 정치권에선 이 비용을 같이 부담하겠다는 행동이나 시도가 보이지 않는다. 재난지원금은 일부 도움이 되긴 했으나 일회성으로 끝나고 말았으며 세금납부 유예나 대출기한 연장, 세무조사 완화 등은 지원이 아니라 말 그대로 유예에 불과하다. 이러한 것들이 직접적으로 손해를 감내하는 입장에선 통제는 하려 하지만 비용과 책임은 지기 싫다는 것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상황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백신이 개발됐으나 2번에 걸친 전 국민적 접종이 되려면 이 재난이 올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작년에 고통받고 손실을 입었던 것만큼 올해 역시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방역 협조의 비용을 자영업자에게 떠넘기고 있는 현실은 너무나도 가혹하다. 통제에는 책임이 따른다. 만약 가하는 쪽이 그 책임을 기피한다면 통제를 따르는 쪽은 통제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게 돼 있다. 이미 헬스장과 카페 업주들이 행정명령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헌법소원과 행정부에 소송하는 움직임도 발생하고 있다. 그간 정부를 믿고 따르던 자영업자들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단 뜻이다. 코로나가 국내에 확산된 지 11개월째,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지금의 상황은 일상적인 불경기 같은 것이 아니라 비일상적 위기다. 이러한 위기엔 비일상적인 정책과 법령과 보상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지난 11개월간 정부와 정치권에선 일상적인 불경기의 대책만을 반복했을 뿐이다. 방역의 비용을 개별 자영업자가 부담하게 만드는 현실은 한국 같은 부자나라에서 벌어져선 안 되는 일이다. 자영업자들의 인내심이 완전히 고갈돼 거부운동에 나서면 그땐 자랑스러웠던 K방역도 끝이 나고 만다. 위기를 인식하고 위기에 걸맞은 대응을 정치권이 보이길 바랄 뿐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 바로 그것이다.
  • 남양유업 실적·주가·이미지 ‘날개 없는 추락’

    남양유업 실적·주가·이미지 ‘날개 없는 추락’

    홍원식(71) 회장이 이끄는 남양유업이 요즘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경쟁사 비방 댓글 논란에 이어 최근 오너일가 황하나(33)씨의 마약 의혹이 다시 불거진 가운데 코로나19 직격탄과 구조적 어려움까지 겹쳐 주가도 급전직하했다. 7일 남양유업 주가는 28만 5000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1월 2일 43만 7500원에서 1년 만에 35%나 빠졌다.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돌파하는 등 이례적인 상승랠리를 이어 가는 가운데 맥을 못 추고 있다. 남양유업을 괴롭히는 악재는 창업주 외손녀이자 홍 회장 조카인 황씨의 마약 혐의다. 회사 측은 “홍 회장과 황씨는 20년간 교류하지 않았고 회사와 사건은 무관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부정적인 여론을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해 남양유업 임직원들이 인터넷상에 경쟁사 비방 댓글을 단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사건이 있었고, 앞서 남양유업 불매운동의 시발점이었던 2013년 ‘대리점 갑질’ 논란 등 부정적 이미지까지 일거에 다시 환기되며 거론될 정도다. 코로나19 직격탄을 유업계에선 가장 세게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양유업은 매출에서 연간 약 500억원 정도가 우유 급식에서 나오는데 지난해 코로나에 따른 비대면 수업 여파로 이 부분이 거의 사라졌고, 출산율 감소로 강점을 가진 분유 사업에서도 매출이 줄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과 영업손실은 각각 7216억원과 471억원이다. 직전인 2019년에는 매출 1조원을 넘겼고 영업이익도 4억원을 냈으나 지난해에는 매출 1조원 달성은커녕 적자전환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매일유업과 빙그레 등 경쟁사들이 지난해 각각 매출 1조 4562억원, 9340억원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 등 전년보다 성장하며 흑자를 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지난달 이유식 배달서비스 ‘케어비’ 론칭 등 올해 신선이유식을 비롯해 성장성이 큰 가정간편식(HMR), 단백질 시장 등 주력 품목 영역을 넓혀 집중적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적자 전환·오너리스크·주가 반토막…남양유업, 추락에는 날개가 없나

    적자 전환·오너리스크·주가 반토막…남양유업, 추락에는 날개가 없나

    홍원식(71) 회장이 이끄는 남양유업이 요즘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경쟁사 비방 댓글 논란에 이어 최근 오너일가 황하나(33)씨의 마약 의혹이 다시 불거진 가운데 코로나19 직격탄과 구조적 어려움까지 겹쳐 주가도 급전직하했다. 7일 남양유업 주가는 28만 5000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1월 2일 43만 7500원에서 1년 만에 35%나 빠졌다.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돌파하는 등 이례적인 상승랠리를 이어 가는 가운데 맥을 못 추고 있다. 남양유업을 괴롭히는 악재는 창업주 외손녀이자 홍 회장 조카인 황씨의 마약 혐의다. 회사 측은 “홍 회장과 황씨는 20년간 교류하지 않았고 회사와 사건은 무관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부정적인 여론을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해 남양유업 임직원들이 인터넷상에 경쟁사 비방 댓글을 단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사건이 있었고, 앞서 남양유업 불매운동의 시발점이었던 2013년 ‘대리점 갑질’ 논란 등 부정적 이미지까지 일거에 다시 환기되며 거론될 정도다. 코로나19 직격탄을 유업계에선 가장 세게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양유업은 매출에서 연간 약 500억원 정도가 우유 급식에서 나오는데 지난해 코로나에 따른 비대면 수업 여파로 이 부분이 거의 사라졌고, 출산율 감소로 강점을 가진 분유 사업에서도 매출이 줄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과 영업손실은 각각 7216억원과 471억원이다. 직전인 2019년에는 매출 1조원을 넘겼고 영업이익도 4억원을 냈으나 지난해에는 매출 1조원 달성은커녕 적자전환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매일유업과 빙그레 등 경쟁사들이 지난해 각각 매출 1조 4562억원, 9340억원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 등 전년보다 성장하며 흑자를 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지난달 이유식 배달서비스 ‘케어비’ 론칭 등 올해 신선이유식을 비롯해 성장성이 큰 가정간편식(HMR), 단백질 시장 등 주력 품목 영역을 넓혀 집중적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피할 수 없는 현실 된 ‘ESG경영’… 기업 생존과 직결

    피할 수 없는 현실 된 ‘ESG경영’… 기업 생존과 직결

    대기업이 돈 되는 물건을 팔아 이윤만 쫓는 시대는 지났다. 그동안 영업이익과 매출이 기업 실적을 평가하는 잣대였다면, 앞으로는 얼마나 환경을 보전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지가 새로운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이를 ‘ESG 경영’이라고 부른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3개의 영어 단어 첫 글자를 딴 용어다. 정부가 지난해 연말 ‘2050 탄소중립’ 선언을 한 가운데 10대 그룹도 ‘ESG 경영’을 새로운 지향점으로 삼고 뛰기 시작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ESG 경영’은 이제 기업 생존과 직결된 화두가 됐다. ‘착한 투자’를 표방하는 펀드들은 ESG 3가지 영역에 소홀한 기업의 주식을 외면하고 있다. 운용 자금이 7조 8000억 달러(약 8500조원)에 달하는 세계 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화석 연료 관련 매출이 전체의 25%를 넘는 기업들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공적연금은 지난해 2월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의 석탄 발전소 프로젝트에 연관됐다는 이유로 한국전력 지분 6000만 유로(약 790억원)를 매각하기도 했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이 추정한 글로벌 ESG 펀드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45조 달러(약 5경원)에 달한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업체 애플을 비롯한 여러 해외 기업은 ESG 경영 성과가 있는 협력사의 부품만 납품받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친환경 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조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면 글로벌 기업에 대한 ESG 실천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10대 그룹은 ESG 경영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기업 체질 개선에 나섰다. 현대자동차는 배출가스가 많은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 전기차 쪽으로 생산의 무게 중심을 옮기기 시작했다. 올해 전용 플랫폼(E-GMP) 기반의 전기차 아이오닉5를 출시하고 전기차 시대를 활짝 연다. 2040년에는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내연기관차를 아예 판매하지 않을 계획이다. 포스코는 2050년까지 수소 생산 500만t 체제를 구축해 수소 사업에서 연매출 3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포스코와 현대중공업 등은 한국석유공사가 동해안에서 추진하는 해상 풍력발전 사업에도 합류했다. 롯데정밀화학은 지난해 9월 전기차 배터리 소재 제조사인 두산솔루스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사모투자합자회사에 290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GS건설도 최근 주택 사업 외에 태양광 개발 사업·배터리 재활용 사업 등 친환경 사업에 뛰어들었다. 친환경적인 제조방식 도입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 5개 금융 관계사와 삼성물산은 석탄과 관련한 신규 투자나 사업 참여를 멈추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은 반도체 업체 최초로 영국 카본 트러스트로부터 ‘물 발자국’을 획득해 물 사용량 저감 사업장으로 인정받았다. ‘ESG 경영’ 대표주자인 SK는 지난해 12월 계열사 8곳이 국내 기업 최초로 ‘RE100’에 가입하고 2050년까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사용 전력 100%를 조달하겠다고 선언했다. 전자·정보기술(IT) 기업인 LG전자는 2030년까지, 철강 기업 포스코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탄소중립이란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량만큼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여 합산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아울러 삼성,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등은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대기업 총수를 계열사 이사회에 등재하지 않는 방식으로 투명성을 강화했다. SK는 지난해 말 조직 개편에서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했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는 “ESG 경영은 선진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모든 기업이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이고,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10대 그룹이 먼저 ESG 경영을 본격화한다면 다른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10만전자도 낮다”… ‘11만전자’ 가즈아~

    삼성전자가 ‘11만전자’까지 갈 수 있다는 주가 전망이 나왔다. 현재 8만원대에 자리 잡은 삼성전자 주가가 앞으로 30% 이상 오를 수 있다는 것으로 금융투자 업계에서 제시된 목표 주가 가운데 가장 높다. 하나금융투자 김경민·김록호·김현수 연구원은 5일 보고서에서 “주주 이익 환원 확대 기대감과 파운드리 공급 부족, 인플레이션(제품 가격 상승), D램 업황 턴어라운드 영향 때문”이라며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기존 8만 6000원에서 11만 1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키움증권이 지난 4일 D램 업황 개선 등을 반영해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10만원으로 올린 데 이어 가장 높은 전망치를 제시한 것이다. 김경민 연구원은 “목표 주가 11만 1000원은 보통주 목표 시가총액 660조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년 동안 연간 배당은 9조 6000억원이었는데 연간 20조원의 배당이 수년 동안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특별배당 지급 이후에도 영업이익 증가에 따른 배당 여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로 종전 대비 하향한 9조 5000억원으로 제시한다”면서도 “주가 결정 요인 중에 이익보다 밸류에이션(기업 가치평가)에 투자자 시선이 집중되고 있어 4분기 영업이익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08% 오른 8만 3900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 기록을 다시 썼다. 국내 기업 가운데 최초로 시가총액 ‘500조원 시대’를 열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이제는 기업 생존과 직결된 ESG…‘착한 기업’이 잘 나간다

    이제는 기업 생존과 직결된 ESG…‘착한 기업’이 잘 나간다

    대기업이 돈 되는 물건을 팔아 이윤만 쫓는 시대는 지났다. 그동안 영업이익과 매출이 기업 실적을 평가하는 잣대였다면, 앞으로는 얼마나 환경을 보전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지가 새로운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이를 ‘ESG 경영’이라고 부른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3개의 영어 단어 첫 글자를 딴 용어다. 정부가 지난해 연말 ‘2050 탄소중립’ 선언을 한 가운데 10대 그룹도 ‘ESG 경영’을 새로운 지향점으로 삼고 뛰기 시작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ESG 경영’은 이제 기업 생존과 직결된 화두가 됐다. ‘착한 투자’를 표방하는 펀드들은 ESG 3가지 영역에 소홀한 기업의 주식을 외면하고 있다. 운용 자금이 7조 8000억 달러(약 8500조원)에 달하는 세계 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화석 연료 관련 매출이 전체의 25%를 넘는 기업들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공적연금은 지난해 2월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의 석탄 발전소 프로젝트에 연관됐다는 이유로 한국전력 지분 6000만 유로(약 790억원)를 매각하기도 했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이 추정한 글로벌 ESG 펀드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45조 달러(약 5경원)에 달한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업체 애플을 비롯한 여러 해외 기업은 ESG 경영 성과가 있는 협력사의 부품만 납품받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친환경 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조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면 글로벌 기업에 대한 ESG 실천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국내 10대 그룹은 ESG 경영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기업 체질 개선에 나섰다. 현대자동차는 배출가스가 많은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 전기차 쪽으로 생산의 무게 중심을 옮기기 시작했다. 올해 전용 플랫폼(E-GMP) 기반의 전기차 아이오닉5를 출시하고 전기차 시대를 활짝 연다. 2040년에는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내연기관차를 아예 판매하지 않을 계획이다. 포스코는 2050년까지 수소 생산 500만t 체제를 구축해 수소 사업에서 연매출 3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포스코와 현대중공업 등은 한국석유공사가 동해안에서 추진하는 해상 풍력발전 사업에도 합류했다. 롯데정밀화학은 지난해 9월 전기차 배터리 소재 제조사인 두산솔루스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사모투자합자회사에 290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GS건설도 최근 주택 사업 외에 태양광 개발 사업·배터리 재활용 사업 등 친환경 사업에 뛰어들었다.친환경적인 제조방식 도입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 5개 금융 관계사와 삼성물산은 석탄과 관련한 신규 투자나 사업 참여를 멈추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은 반도체 업체 최초로 영국 카본 트러스트로부터 ‘물 발자국’을 획득해 물 사용량 저감 사업장으로 인정받았다. ‘ESG 경영’ 대표주자인 SK는 지난해 12월 계열사 8곳이 국내 기업 최초로 ‘RE100’에 가입하고 2050년까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사용 전력 100%를 조달하겠다고 선언했다. 전자·정보기술(IT) 기업인 LG전자는 2030년까지, 철강 기업 포스코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탄소중립이란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량만큼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여 합산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아울러 삼성,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등은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대기업 총수를 계열사 이사회에 등재하지 않는 방식으로 투명성을 강화했다. SK는 지난해 말 조직 개편에서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했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는 “ESG 경영은 선진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모든 기업이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이고,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10대 그룹이 먼저 ESG 경영을 본격화한다면 다른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권봉석 LG전자 사장 “파괴적 변화에 집중..LG 팬덤 만들자”

    권봉석 LG전자 사장 “파괴적 변화에 집중..LG 팬덤 만들자”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LG 팬덤을 만들 수 있는 미래 사업을 체계적으로 준비하자”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기존에 없던 혁신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점진적 성장’을 뛰어넘어 ‘파괴적 변화’에 집중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권 사장은 4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신년 메시지에서 “지난해 성과가 일회성이 아니라 우리의 본질적 경쟁력에 기반한 것임을 입증하는 경영 성과를 일관성 있게 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무식을 대신해 전한 이날 신년사에서 권 사장은 지난해 코로나19가 불러온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도 임직원들이 고객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준 데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임직원들의 열정과 우수한 역량 덕분에 LG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고객으로부터 신뢰받는 브랜드로 인정받으며 하반기에는 분기 최고 수준의 실적을 달성하며 성장성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었다”고 짚었다. LG전자는 지난해 3분기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가 되살아나는 ‘펜트업 효과’로 생활가전 판매가 늘어나며 감염병 위기에도 역대 분기 기준 최대치의 매출(16조 9196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9590억원)은 역대 3분기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권 사장은 이런 깜짝 실적이 일회성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강조했다. 그는 “고객가치를 기반으로 ‘성장을 통한 변화, 변화를 통한 성장’을 만들어가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며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가운데 고객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LG 팬덤’을 만들 수 있는 미래 사업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실행 역량을 높여 질적 성장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성장통’ 앓은 화학 3사, 체질 개선 통해 도약 성공할까

    ‘성장통’ 앓은 화학 3사, 체질 개선 통해 도약 성공할까

    지난해 각자의 ‘성장통’을 앓은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 등 국내 화학 3사가 체질 개선으로 새해 도약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롯데케미칼 김교현(64) 사장은 3일 대산 공장 재가동에 맞춰 향후 3년간 약 5000억원을 안전환경부문에 집중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가스폭발 사고 이후 9개월 내내 멈춰섰던 공장이 지난달 30일 고용노동부의 작업중지 해제 승인을 받자마자 재가동되면서 안전을 기치로 내걸고 설욕에 나선 것이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3625억원으로 전년(1조 1073억원)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김 사장은 “안전환경은 화학회사의 존재 이유이자 업(業)의 본질”이라면서 “앞으로 이 부분에선 사소한 타협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산공장이 생산을 재개하면 롯데케미칼은 올해 1조원대 영업이익을 다시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학철(64) 부회장이 이끄는 LG화학은 올해 배터리 사업 없이 ‘홀로서기’에 도전한다. 지난해 주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음에도 전지사업본부를 독립시킨 이유를 올해는 실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임무를 띠고 있는 것이다. 한때 분사 소식으로 시가총액 약 6조원이 증발할 만큼 휘청거렸지만 실적까지 흔들리진 않았다. LG화학은 지난해 영업이익 2조 5196억원(증권사 전망 평균)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어닝 쇼크’를 기록한 지난 2019년(8956억원)보다 181% 성장했다. 배터리 사업의 흑자전환도 있지만 NB라텍스 등 위생용 화학제품이 코로나19로 수요가 느는 등 석유화학 사업이 탄탄하게 받쳐줬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회사 관계자는 “LG화학은 국내 석화업계 1위 기업으로 ‘배터리를 위한 조연’에 불과한 곳이 아니다. 올해는 석유화학만으로도 성장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한화솔루션도 지난해 바쁜 나날을 보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38) 사장이 지난해 9월 부사장에서 대표이사로 승진한 가운데 수소를 중심으로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한화솔루션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869억원(증권사 전망 평균)으로 전년(3783억원)보다 82% 늘었다. 불확실한 업황에 지난해 상반기 신용등급 전망이 하락했고, 작심하고 투자한 미국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가 사기 논란에 휩싸이며 주가가 출렁이는 등 위험 요인이 불식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 1조 2000억원 유상증자 실시 이후 미국 수소탱크 업체 ‘시마론’을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너도나도 새로운 사업 도전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너도나도 새로운 사업 도전

    삼성, 인공지능·5G·바이오·車전장 확대올 매출 작년比 9.8% 증가한 260조 전망현대차, 전기차외 수소전지·UAM등 추진SK, 수소·바이오·모빌리티·배터리 강화LG, 전기차 배터리 세계 1위 탈환 시동롯데, 배터리 소재 업체 인수 가능성 커국내 산업계를 짊어진 주요 대기업들이 코로나19 속에서도 미래 먹거리 찾기에 여념이 없다. 너도나도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외치며 본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을 넘보고 있다. 재계 서열 10대 그룹이 추진하는 미래 신사업을 짚어본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인공지능’(AI), ‘5G’(5세대 이동통신), ‘바이오’, ‘자동차 전장’(전자장치) 등 4대 미래 성장 사업 확대에 나선다. 특히 올해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 예상됨에 따라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매출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지난해보다 9.8% 증가한 260조원, 영업이익은 27.1% 증가한 46조 60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안정되면 해외 출장 일정을 늘리고 인수합병(M&A) 모색을 통한 새로운 미래 먹거리 찾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유일한 걸림돌이다. 현대자동차그룹에는 여느 해보다 바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전용 플랫폼 전기차 출시로 자동차 업체로서의 본분을 다하는 한편, 수소연료전지 사업 확대,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로봇 기술 연구·개발 등도 동시에 추진한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무너졌던 해외 판매량을 회복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기아차는 사명과 엠블럼을 바꾸고 전기차 업체로 변신을 시도하며 현대차와의 차별화에 나선다. 현대차그룹이 풀어야 할 난제라면 전기차 화재 문제와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정의선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가 꼽힌다. SK그룹은 올해 최태원 회장이 강조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에 나선다. 정유·화학 등 ‘굴뚝 산업’에 발을 담그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 기술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SK㈜가 SK이노베이션, SK E&S 등 관계사 인력 20여명으로 구성된 ‘수소 사업 추진단’을 출범하며 미래 에너지 사업을 본격화한 것도 ESG 경영의 일환이다. 앞으로 화석연료 사업만으론 살아남기가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아울러 코로나 시대를 맞아 바이오 사업 투자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LG그룹에 신축년은 모빌리티 사업 진출을 위한 터를 닦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자동차 전장 업체 마그나인터내셔널과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법인은 3월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7월쯤 출범한다. 전기차 배터리 기업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의 CATL에 내 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자리 탈환에 시동을 건다. 전 세계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생산체제로 전환에 나선 만큼 배터리 수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을 주력으로 하는 롯데그룹도 최근 급속도로 팽창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블루칩’으로 보고 핵심 소재인 분리막 생산량 확대에 팔을 걷어붙였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연 4000t, 매출액 100억원인 분리막 판매량을 2025년까지 10만t, 매출액 2000억원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배터리 소재 관련 업체 인수전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철강기업 포스코그룹도 미래 먹거리를 위해 본업을 잠시 잊고 ‘외도’에 나선다. 포스코는 친환경 수소 생산 체제를 2030년까지 연 50t, 2040년까지 200만t, 2050년까지 500만t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방위산업으로 출발한 한화그룹 역시 수소·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시장 개척에 집중한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연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사내 벤처로 출발한 미국의 고압 수소탱크 업체 시마론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허태수 회장 취임 2년차를 맞은 GS그룹에는 더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는 미래형 주유소 브랜드 ‘에너지플러스’를 출범하고 주유소를 복합 모빌리티 편의시설로 바꿔나가고 있다. 사업이 부진한 GS리테일은 GS홈쇼핑을 합병해 유통 채널 디지털 전환을 시도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과 두산인프라코어의 성공적 인수가 올해 최대 과제다. 잘 마무리되면 ‘조선·정유·건설기계’ 균형 잡힌 삼각편대를 구성하게 된다. 재계 순위도 9위에서 7위로 오른다. 신세계그룹은 유통업 이외 ‘호텔·레저’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박차를 가한다. ‘그랜드 조선’, ‘그래비티’, ‘조선팰리스’ 등 신규 브랜드도 잇따라 론칭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숙박업 불경기 장기화로 사업 확장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제주, 애도/윤치규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제주, 애도/윤치규

    그러니까 빙의가 될 거라고 했다. 무당이 바다에 빠져 죽은 넋을 건져 올릴 거라고. 정확히는 무당이 아니라 심방이었다. 제주도에서는 무당을 심방이라고 불렀다. 처음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당연히 농담인 줄 알았다. 내가 아는 양 차장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굿을 한다니. 그것도 아는 사람도 아니고 억울하게 죽은 귀신을 위해 제사를 올린다니.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나로서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제주도의 밤이 푸른 이유는 어둠 속에 귀신이 섞여서 그런 거야.” 바다 위에는 아주 작은 불빛도 떠 있지 않았다. 양 차장의 말과 정반대로 하늘은 어두웠고 바다는 그것보다 더 어두웠다. 아득히 먼 곳에서 파도만 끊임없이 밀려왔다. 파도는 내 발밑에서 잠시 반짝이다가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그 지루한 반복을 지켜보면서 돌아갈 핑계를 찾았다. 억울하게 죽은 귀신보다 지금 내 처지가 더 분하고 답답했다. 도대체 난 무엇을 바라고 제주도까지 내려온 걸까? 양 차장이 이렇게 변해버린 줄 알았다면 아마 내려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따가 상주 역할 좀 맡아줄 수 있어?” “제가 그런 걸 어떻게 해요.” “왜 못해? 현충원에서 대표로 묵념하는 거랑 똑같은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런 일은 꺼림칙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위해 상주를 맡으라니. 부모님이 멀쩡히 살아계신데 그런 역할을 맡아도 되는 건가? 만약 그게 예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해도 그런 경험은 전혀 해보고 싶지 않았다. 상주는 심방이 칼을 들고 춤을 출 때 그 앞에서 미안하다고 흐느끼며 대신 매를 맞아야 했다. 양 차장은 별거 아닌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딱히 그런 일을 자처해서 겪어보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냥 한 번 해봐. 시늉만 해보는 거야.” “진짜 싫어요. 아무리 차장님 부탁이라고 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아요.” 남서쪽으로 내려오는 해안선을 따라 승합차 한 대가 전조등을 켜고 다가왔다. 승합차는 우리가 서 있는 곳을 지나 동쪽으로 향하다 문 닫은 어촌계 앞에서 차를 돌려 해변 뒤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시동이 켜진 상태로 문이 열렸고 차 안에서 네 사람이 내렸다. 셋은 남자였고 한 명은 여자였다. 그들은 모두 한복 위에 두툼한 패딩점퍼를 걸치고 있었다. 어깨에 저마다 북과 장구, 징 같은 악기를 하나씩 짊어지고 서로 짝을 이뤄 무거운 상자를 옮겼다. 그들은 해변에 짐을 내려놓고 눈짓으로 인사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크기가 가장 큰 현무암 바위 앞에 모였다. 서로 손을 붙잡고 기도하듯 눈을 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래사장 위에 멍석이 깔리고 천막이 세워졌다. 멍석은 전통방식으로 짚을 엮어서 만든 것이었지만 천막은 철제 캐노피였다. 천막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네 귀퉁이 위에 큼지막한 돌멩이를 올려놓고 고정끈을 단단하게 묶었다.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준비하는 모습이 다들 전문가처럼 보였다. 천막 안에는 여섯 칸짜리 병풍을 펼쳤다. 그 앞에 직사각형 밥상을 놓고 놋으로 된 제기 위에 청귤과 보리빵, 고기산적을 올렸다. 작은 반상 위로 소주도 한 병 보였다. 여자는 소주를 노란색 주전자에 붓고 빈 병은 멍석 바깥쪽에 두었다. 그사이 남자들은 바지 끝단을 걷어붙이고 바다로 향했다. 현무암 바위에 오색 줄을 두르는데 뒷부분이 물에 조금 잠겨 있었다. 그들은 발이 젖어도 신경 쓰지 않고 줄을 동여맸다. 오색 줄은 어느 한 곳도 느슨하거나 처진 곳 없이 단단하게 묶였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여자가 승합차로 돌아가 심방을 모셔왔다. 심방은 연세가 아주 많은 할머니였다. 흰색 고깔을 머리에 쓰고 붉은색 도복을 입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 겉옷 밑단으로 삐져나온 도복이 부산하게 펄럭였다. 머리에 쓴 고깔이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았다. 심방은 느리고 우아하게 한 걸음씩 바닷바람을 뚫고 걸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발을 내딛는 모습이 묘한 경외감을 주었다. * 휴가도 아닌데 주말에 일부러 제주도까지 내려온 이유는 양 차장을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정기 인사를 앞두고 본부장이 새로 설립된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의 총괄 책임자로 양 차장을 추천했다. 본부장은 나를 따로 불러 양 차장의 의중을 알아보라고 시켰다. 전화로도 충분히 물을 수 있었던 일을 주말에 직접 찾아오기까지 한 이유는 나 또한 누구보다 양 차장의 복귀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양 차장은 마땅히 돌아와야 하는 사람이었다. 과수원 한가운데 귤 창고를 개조해 놓은 카페에서 양 차장을 만났다. 볕이 좋은 테라스에 앉아 청귤 라떼를 마시며 그동안의 안부를 물었다. 남편과 아들의 장례식 이후로 일 년 반 만이었다. 그래도 표정이 전보다 한결 나아졌다고 생각했다. 대화 중에 농담도 자주 섞었고 먼저 웃음을 보일 때도 있었다. 이제 어느 정도는 괜찮아진 사람처럼 보였다. 정말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렇게 보일 수는 있게 된 것 같았다. “다시 돌아오셔야죠. 이렇게 한가로운 곳에서 경력 다 썩히기는 아깝잖아요.” “제주도는 안 바쁜 줄 아니? 여기도 정신없어. 오히려 그때보다 시간이 더 부족해.” “여기는 안 어울려요. 화려하게 복귀하셔야죠. 그 덕에 저도 승진 좀 하고요.” 일부러 추켜세워주려고 한 말이 아니라 양 차장의 경력은 은행 내에서도 독보적이었다. 영업점 경험은 기본이고 본부에서도 핵심 부서로 손꼽히는 자본시장부 출신이었다. 대리 때는 글로벌 인재로 선발되어 아이비리그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수료했고, 과장 때는 은행장의 비밀 장부라고 불리는 도쿄지점의 첫 여성 책임자로 발령받기도 했다. 이런 사람을 초임지 때 사수로 만난 건 내게 정말 큰 행운이었다. 실제로 아무 연줄도 없었던 내가 자본시장부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양 차장의 추천 덕분이었다. “차장님 안 계시니까 저 완전 찬밥 됐어요. 승진도 벌써 몇 번째 밀리는지 몰라요.” “나 없어도 잘하잖아. 승진은 때가 되면 하게 될 거야.” “부사수를 끝까지 책임지셔야죠. 자꾸 이러시면 제가 제주도 따라옵니다.” 가족을 잃은 직후 양 차장은 은행을 그만두려고 했다. 그때도 설득하기 위해 제주도까지 내려온 사람은 나였다. 인사부가 먼저 고향에서 근무할 수 있게 배려해주었다. 전례 없는 특혜지만 그만큼 사고가 비극적이었다. 교통사고로 남편과 이제 막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들을 모두 잃었다. 한라산을 가로지르는 1139번 국도의 좁은 커브 길과 군데군데 얼어붙은 빙판, 그리고 중앙선을 침범한 트럭은 두 사람의 생명뿐만 아니라 양 차장의 미래까지도 한순간에 앗아갔다. “나 지금은 여기에서 꼭 해야 할 일이 있어. 나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 “어머니 따라서 귤 농사라도 이어받아요?” “그런 건 아니고. 궁금하면 너도 같이 가볼래?” 양 차장이 가방에서 팸플릿을 꺼냈다. 만장굴에 대한 안내 책자였다. 유네스코 삼관왕이라느니, 세계 7대 자연경관이라는 수식어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접혀 있는 종이를 펼치니까 그 안에 동굴 속 사진이 여러 장 실려 있었다. 주석에는 이 동굴이 수십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서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화산 동굴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게 다 뭐냐고 묻자 수줍게 치아를 내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고향을 잃은 사람에게 고향을 다시 돌려주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는데 그게 정확히 어떤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런 일을 하면 마음이 좀 나아져요?” “그게 무슨 말이야?” “이런 게 좀 도움이 되시냐고요.” “너는 어떻게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니?” 양 차장이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노려봤다. 말해 놓고 보니 마음이 뜨끔했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려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양 차장은 잘못했다는 말을 싫어했다. 그때 당시 신입이었던 내가 어떤 실수를 저지르면 고개를 숙이거나 반성하지 말고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방안부터 제시하라고 다그쳤었다. 최선을 다했다고 변명하거나 죄송하다면서 울먹거리는 것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노력했어도 결과가 좋지 못하면 책임을 질 뿐이다. 책임에는 후회와 반성이 필요하지 않다. 죄송하다는 말은 자기 연민일 뿐 상황을 개선하지 않는다. 내 기억 속의 양 차장은 그런 말을 단호하게 내뱉는 사람이었다. “차장님 혹시 예전에 저한테 자주 했던 말 기억하세요?” “어떤 말? 너한테 맨날 그만두라고 했던 거밖에 기억 안 나는데.” “은행원답지 않게 너무 사연에 연연한다면서요. 특히 신용평가표 작성할 때마다 그랬잖아요. 은행원은 모든 것을 숫자로 말하고, 숫자에는 구구절절한 서사가 없다.” 지점에서 처음 업무를 배울 때 내가 가장 어려웠던 것은 취급자 의견을 작성하는 일이었다. 대출을 해줘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단계인데 이상하게 반려되거나 보류되는 경우가 많았다. 신입이 올린 평가여서 더 까다롭게 보기도 했겠지만, 그보다 핵심적인 이유는 내가 그 의견을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승인권자가 궁금해하는 건 차주가 어떤 곤란한 사정으로 어디에 쓰려고 돈을 빌리는지가 아니었다. 오직 담보와 소득, 매출액과 순수 자본 비율 등을 고려해 얼마나 보장받을 수 있는지, 어떻게 회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양 차장은 내게 서류를 검토할 때는 숫자만 정확히 산출하면 다른 것을 고민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고객마다 털어놓는 복잡하고 어려운 사정은 계산식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매출액과 영업이익처럼 계량화할 수 있는 수치뿐이라고. 숫자가 나쁘면 대출은 진행될 수 없었다. 반대로 숫자가 좋으면 필요하지 않더라도 대출을 적극적으로 권유해야 했다. 반기별로 할당되는 이익 목표를 채우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 기업이 아니라 돈을 갚을 수 있는 기업에 더 강하게 대출을 밀어줘야 했다. 그렇게 사정이 어려운 업체는 조금씩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고 여건이 되는 업체는 기존의 대출을 유지하기 위해 쓸데없는 대출을 추가로 끌어안았다. 한번은 그런 방식에 의문을 품은 적이 있었다. 정말로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대출이 나갈 수 없고, 돈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억지로 대출을 밀어 넣는 일에 대해서. 당장 거래처에 문제가 생겨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소기업 사장에게 고금리의 제2금융권을 소개해 일정 비율 원금을 변제시킨다거나, 여유 자금이 생겨 대출을 갚겠다는 사람을 내부 평가 기간에 맞춰 억지로 미루게 하는 일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양 차장은 그런 걸 정상이라고 말했다. 정말 조금도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은행이 자선단체는 아니잖아? 그 답은 간단하면서도 명료했다. 영리법인의 선과 정의는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확신에 차 있던 사람이 이제는 제주도에서 이런 짓을 벌이고 있었다. 자카르타마저 포기한 채로. 아무리 사람이 쉽게 변한다고 해도 이건 너무 무책임할 정도로 변해 버린 것 같아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 굿당에 도착한 심방이 멍석 위에 고무신을 벗어 앞코를 뒤집어 놓았다. 옷매무새를 천천히 매만지며 비뚤어진 고깔부터 버선까지 다시 한번 점검했다. 덧신을 신고 멍석 위에서 채비를 갖추자 여자가 흰색 술을 가져왔다. 가닥이 풍성하고 끝이 구불구불한 술이었다. 심방은 술 안에 손가락을 넣어 위에서 아래로 몇 번 쓸어내렸다. 꼬여 있던 술이 한 올씩 풀리자 신기하게도 바람이 거짓말처럼 잦아들었다. 심방은 노란 주발에 쌀을 가득 담았다. 놋그릇 안에 흰 쌀을 붓고 무명으로 감쌌다. 쌀이 쏟아지지 않게 끈으로 단단하게 묶고 그 밑에 머리빗 하나와 소주병을 같이 얽어맸다. 무명천 밑에 매달린 머리빗과 소주병이 부딪치면서 달그락 소리가 났다. 주변이 적막한 탓인지 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남자 중 한 명이 그걸 들고 바다로 향했다. 물에 잠긴 바위를 지나 더는 들어갈 수 없는 깊은 곳까지 걸었다. 달그락 소리는 무명천에 감싼 주발을 물속에 던져버리고 나서야 사라졌다. 바람이 그치자 파도의 기세도 한결 약해졌다. 여자가 소반을 들고 굿당에서 나왔다. 심방이 정해준 장소에 소반을 내려놓는데 제기 위에 있던 청귤 몇 개가 백사장 위에 떨어졌다. 여자는 그걸 주워 소매로 닦아 내게 하나 건넸다. 양 차장이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두 손으로 받기는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쥐고만 있었다. 청귤은 전체적으로 녹색이었고 군데군데 노란 빛을 띠었다. 껍질은 무르지 않아 아직 단단했다. 양 차장이 내 손바닥에 놓인 것 중에 알이 작은 것 하나를 집어 향을 맡았다. “이촌역 지점에 있었을 때 모셨던 지점장님 기억나?” “저랑은 악연이에요. 그분이 고과를 긁어놔서 지금도 승진을 못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퇴직해서 그런지 얼굴이 좋아졌더라. 청귤청도 두 상자나 사 갔어.” 이촌역 지점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청귤 향이 떠올랐다. 양 차장의 어머니가 직접 담근 청귤청이 지점장실뿐만 아니라 창구에도 하나씩 놓였다. 청귤차라는 게 별것도 아닌데 고객에게 반응이 좋았다. 상담할 때면 새콤달콤한 향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덕분에 고객에게 청귤차 한 잔을 내오는 건 이촌역 지점만의 특별한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달콤한 차는 금리나 신용처럼 민감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씁쓸한 커피나 떫은 차를 대접할 때보다 더 대화가 잘 풀렸다. 설명 듣는 시간이 길어져도 불만이 적었다. 가끔은 어떤 상품에 가입해야 청귤청을 사은품으로 얻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인기가 좋았던 청귤차가 지점에서 사라진 건 지점장과 양 차장이 언쟁을 한 이후부터였다. 두 사람이 다투게 된 원인은 내가 거절한 어떤 대출 때문이었다. 지점장은 자신의 친구라며 손님 한 명을 내게 소개해주었다. 직접 만나기도 전에 서류부터 건네는 게 처음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다. 그 고객이 신청한 대출은 서민구제금융 대출이었다. 재직만 확인된다면 신용등급을 따지지 않는 상품이었다. 취급하기에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았다. 만약 돈을 갚지 못한다고 해도 국가기관에서 대신 갚는 담보 특약이 있어 부담이 적은 대출이었다. 다만 문제는 그 고객이 직장을 다니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내가 알아차려 버린 것이었다. 지점장이 준 서류는 위조된 것이었다. 자신이 아는 업체 사장에게 부탁해 용역회사에서 청소직으로 근무하는 것처럼 꾸몄다. 건강보험료까지 정식으로 내고 있어 서류만으로는 문제가 될 게 없었다. 내가 그게 위조라는 사실을 아예 몰랐다면 전혀 꺼릴 게 없었다. 하지만 이미 알아버린 이상 그대로 진행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그 고객이 폐암 4기이며, 이미 너무 많은 종류의 항암제를 써서 더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치료밖에 남지 않은 상태라고 해도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점장님은 곧 퇴직하니까 상관없었던 거예요.” 재직 문제로 대출이 어렵다고 보고하자 지점장이 나를 따로 불러냈다. 그러면서 유연하게 처리할 방법이 없냐고 은근히 압박을 넣었다. 외부에서 감사가 나오더라도 서민구제금융은 그렇게까지 엄격하게 따져보지 않는다면서 다시 한번 판단해보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서류에 도장을 찍고 처리하면 모든 것이 내 책임이 될 것 같았다. 이대로는 진행할 수 없어 사수였던 양 차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양 차장은 길길이 날뛰며 곧바로 지점장에게 따졌다. 지점장은 한 걸음 물러서며 내 자율에 맡긴 거라며 선을 그었다. 그 말은 결국 내게 양 차장을 따를지 자신을 따를지 결정하라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지점장이 나를 거칠게 몰아세웠다면 오히려 마음이 편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능숙한 사람이었다. 지점장은 그 동기가 외환위기 때 어쩔 수 없이 그만둔 사람이고, 그가 그만두지 않았다면 어쩌면 자신이 그렇게 됐을 수도 있었다며 속사정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내게 그런 걸 상상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제비뽑기처럼 누군가는 잘리고 누군가는 살아남았던 시대를. 아무 잘못도 없이 운이 조금 나쁘다고 해서 그 사람이 평생 어떤 수모와 고통을 감내해야 했는지. 그런 말을 듣는 내내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딱히 대답할 수 있는 말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사정은 분명히 안타까웠지만 아무리 따져봐도 나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일 같았다. * 멍석 위에 앉은 남자들이 악기를 집었다.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예행연습을 시작했다. 북채를 쥔 고수가 북을 두드리자 장고수가 장단을 더하며 합을 맞췄다. 징수는 징을 한 번 쳤다. 크고 웅장한 징소리가 먼바다까지 닿아 사라지면 다시 징을 쳤다. 심방은 징 소리에 맞춰 사방으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렸다. 장고수의 박자가 조금 빨라지자 심방이 천천히 춤사위를 시작했다. 버선발을 높게 세우고 두 팔을 하늘로 뻗었다가 무릎을 굽히면서 다시 땅 밑으로 늘어뜨렸다. 제자리에서 낮게 뛰기도 하고 절을 하듯 허리를 굽히기도 했다. 춤사위는 아주 느렸다가 갑자기 속도가 붙었다. 횟수가 반복될수록 동작이 조금씩 격해지고 빨라졌다. 북과 장구의 박자도 그에 맞춰 더 급해졌다. 어둠 속에서 흰색 술은 선명하게 빛났다. 밤바다 앞에서 흰색 궤적을 그리며 허공 위에 흔들렸다. 징수가 채를 한 번 휘두르면 하늘로 치솟았고, 고수가 매화점을 두드리면 땅으로 떨어졌다. 그 잔상은 구천을 떠도는 도깨비불 같다가도 업을 풀고 승천하는 혼령처럼 보이기도 했다. 누군가를 부르면서도 내쫓는 것 같았고, 원망하면서도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한참 동안 그 자국을 두 눈으로 좇다 보니 나도 모르게 넋이 나갈 것 같았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주변에 사람이 늘어나 있었다. 뭔가에 홀린 것 같아 서둘러 돌아보는데 어쩐지 낯이 익었다. 자세히 보니 낮에 양 차장을 따라 만장굴에 갔을 때 만났던 사람들이었다. 한낮이었지만 만장굴 내부는 굉장히 어두웠다. 입구에서 계단을 내려갈 때만 해도 땅속으로 들어간다는 걸 실감하지 못할 정도였다. 동굴이니까 어두운 게 당연하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어두운 줄은 몰랐다. 바닥에 설치된 조명은 박쥐 때문에 밝기를 제한하고 있었다. 굴의 내부는 좁고 어두워 천장에 매달린 종유석 같은 걸 조금만 구경하려고 해도 금방 뒷사람이 다가왔다. 바닥은 또 울퉁불퉁해서 자주 돌부리에 걸렸고 천장에서 떨어진 물이 군데군데 고여 신경 써서 걷지 않으면 미끄러질 수도 있었다. 양 차장이 인솔한 단체는 오사카 지역의 이쿠노구에서 온 재일 교포 상인회였다. 조센이치바라고 불리는 시장의 정식 명칭은 미유키모리 쇼오텡가였지만 일본에서는 코리아타운이나 조선 시장 같은 속칭으로 더 유명하다고 했다. 내가 처음 들어본다고 하자 일행 중 비교적 한국말이 유창한 어떤 노인이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킨테츠선의 츠루하시역과 이마자토역 사이에 작은 강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면 조센이치바가 나온다고. 과거에 제주에서 일본으로 떠난 사람 대부분이 그 일대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양 차장은 만장굴에서 가장 인기가 좋다는 거북바위 앞에서 일행을 모았다. 그곳에서 마이크를 켜고 거북바위와 해안동굴에 대한 설명을 잠깐 들려주었다. 노인과 함께 어깨를 맞대고 양 차장의 해설을 들었다. 바위는 위에서 내려다보면 그 모습이 제주도와 닮아 있었다. 가운데 볼록한 부분은 한라산이 솟은 것 같았고, 전체적인 윤곽도 해안선과 비슷했다. 바위의 아래쪽에는 유선이 아직 남아 있었다. 동굴 벽면에 그려진 것과 거의 같은 높이였다. 아마도 천장에 붙어 있던 암석이 떨어졌을 때 그만큼의 수위로 용암이 흐른 것 같았다. 용암에 잠긴 부분은 모두 쓸려갔지만, 윗부분만큼은 섬처럼 남은 것이다. “화산 동굴은 용암의 겉과 속이 식는 속도가 달라서 생깁니다. 겉은 식어서 단단하게 굳지만 속은 여전히 뜨거운 상태로 계속 흘러 이렇게 텅 비는 거예요.” 설명을 다 듣고 동굴 속을 걷는데 생각보다 길이 일찍 끝나버렸다. 조류에 휩쓸리듯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더듬거리며 앞으로 걷다 보니 어느 순간 공간이 넓어지고 조명이 환한 곳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곳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도 있고 비상 전화기 같은 것도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는 무너진 천장에서 용암이 쏟아져 내려 생긴 근사한 돌기둥 앞에서 줄지어 사진을 찍었다. 그제야 뒷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겨우 유선과 종유석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는데 우습게도 그곳이 반환점이었다. 반환점에서 노인은 눈을 감고 벽에 귀를 가져다 댄 채로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용암 벽 너머로 무언가가 들리는 것처럼 두 손으로 귀를 모았다. 그의 표정은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었다. 손주들이 포켓몬스터와 던전 같은 단어를 내뱉으며 신나게 뛰어노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그는 한참이나 벽 안쪽의 소리를 들었다. 점자를 읽듯 조금씩 색이 다르고 층이 나누어진 선명한 가로줄을 하나하나 손으로 짚었다. 그는 그 벽 너머에 어렸을 때 들었던 소리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고 했다. 그가 기억하는 것은 대낮의 호루라기 소리나 새벽녘의 군화 소리, 누군가가 끌려가며 질렀던 비명. 고막을 찢는 일방적인 사격 소리 같은 것들이었다. 기억이 청각으로만 남은 이유는 그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누군가가 눈을 가려주었기 때문이었다. 노인은 그때 자신의 두 눈을 덮어주었던 주름진 손바닥에 대해 회상했다. 노인을 지켜준 손은 여러 명의 것이었다. 해변에서는 아버지였고 방안에서는 어머니였다. 마을이 불탔을 때는 삼촌이 되었다가 밀항선에 숨을 때는 이웃집 아저씨가 되기도 했다. 그는 산지항에서 무역선 배 밑창에 몸을 싣고 일본으로 오기 전까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게 너무 후회된다면서 벽에서 귀를 떼지 못하고 오랫동안 흐느꼈다. 관람이 다 끝나고 양 차장은 그들에게 기념품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탁자 위에 장식용으로 두는 돌하르방이었다. 돌하르방은 겨울 모자를 눌러쓰고 양손을 가슴과 배 위에 올려놓았다. 돌하르방의 모습은 어쩐지 지점장의 친구였던 그 고객과 닮은 것처럼 보였다. 그 고객은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빠진 머리털을 가리려고 모자를 썼다. 스테로이드와 호르몬 약의 부작용으로 눈과 코가 부어올랐고 얼굴에는 검버섯이 가득했다. 그와 마주 앉은 것은 아주 잠깐뿐이었지만 그 인상은 오래도록 내 기억 속에 남았다. 눈을 감으면 지금도 얼마든지 떠올릴 수 있었다. * 본격적으로 굿판이 시작됐다. 구경하는 사람은 서로 대화도 나누지 않고 진지하게 제사를 지켜봤다. 낮에 본 노인은 맨발로 천막 안에 들어가 있었다. 나머지는 자리가 부족해 모래 위에 그대로 서 있었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하나같이 부모 뒤에 몸을 숨겼다. 처음 보는 낯선 풍경에 겁을 먹은 것 같았다. 붉은 도복에 흰 고깔을 쓴 심방이 무서운지 실눈을 뜨거나 아예 눈을 감아버린 아이도 있었다. 어떤 아이는 돌하르방을 손에 꽉 쥐고 있었다. 낮에 들은 설명 때문인 것 같았다. 양 차장은 마을마다 돌하르방을 세우는 목적이 복을 기원하는 게 아니라 화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심방의 옆에서 시중을 들던 여자가 직사각형의 종이를 조심스럽게 들고 왔다. 중간에 가짜 돈이 매달려 있고 위쪽이 삼각형으로 접혀 있는 종이였다. 여자는 그 종이를 심방의 등 뒤에 붙였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심방의 걸음걸이와 표정이 바뀌었다. 심방은 주위에 모인 모든 사람을 데리고 바다로 나가 짚으로 만든 인형을 내려놓았다. 파도는 작게 들이쳐 인형의 밑을 적셨다가 빠져나갔다. 인형에 수의를 입히고 염포로 단단하게 묶었다. 두꺼운 상자를 펼쳐 상여를 만들고 그 위에 인형을 시체처럼 올렸다. “인형에 염을 하고 나면 굿당 가운데 잠깐 앉아 있어 줘.” “저는 진짜 못하겠어요. 솔직히 이게 다 뭐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어요.” “나 대신한다고 생각해. 나도 그런 적 있었잖아.” 최후의 일격처럼 긴 파도가 뭍 안쪽으로 깊이 밀려들어 왔다. 파도는 양 차장의 운동화를 덮치고 용왕상까지 닿았다. 파도에 두 발이 다 젖었는데도 양 차장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운동화와 양말을 벗어 멍석 귀퉁이에 올려놓고 맨발로 모래를 밟고 섰다. 발이 시릴 텐데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심방이 염포의 끝을 넉넉하게 잡고 내게 건넸다. 그걸로 상여를 굿당까지 끌고 오라는 것 같았다. 당황해서 멀뚱히 있자 양 차장이 등을 떠밀었다. 왜 내가 이런 일까지 맡아야 하는지 혼란스럽고 이상했다. 시키는 대로 일단 상여를 억지로 끌고 와 굿당 앞에 놓았다. 신발을 벗어 멍석 중앙에 앉아 무릎을 꿇었다. 그 사이 무아지경에 빠진 심방의 무용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무악은 요란해졌고 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곡을 시작했다. 곡소리와 북소리가 절정에 닫자 심방은 도포 자락을 펄럭이며 제자리에서 뛰어올랐다. 한순간에 춤이 멈추고 심방이 내 앞에 우뚝 섰다. 흰색 술을 바닥에 내려놓고 댓가지를 꺾어 만든 기다란 회초리 묶음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걸로 내 등을 내리쳤다. 댓가지가 얇아서 아프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한 대 두 대 맞을 때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이유로 매를 맞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그곳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모두 조용히 흐느끼고 있었다. 지점장이 지시했던 대출은 결국 불가 판정을 내렸다. 내게는 지점장보다는 양 차장에게 잘 보이는 게 중요했다. 지점장은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였다. 다만 그를 한 번이라도 직접 만나보고 다시 결정하라고 부탁했다. 그 고객이 직접 찾아온다고 해서 위조된 서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건 내 입으로 직접 거절의 뜻을 전하라는 의도였다. 자신이 맡기 싫은 역할을 내게 떠넘기는 짓이었다. 지점으로 찾아온 그 고객은 행색이 지나치게 초라했다. 오랫동안 고생한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비굴함이 몸 전체에 배어 있었다. 그는 나를 계장님이라고 깍듯이 호칭했다. 의례적으로 묻는 말에도 변명하듯 눈치를 보며 둘러댔다. 차라리 선배라고 거들먹거리는 부류였다면 거절하기가 더 나았을 텐데. 이상하게도 대출이 어렵다는 말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양 차장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 자리에서 그를 칼같이 잘라내지 못했다. 그에게 대출이 거절되었다고 말한 사람은 양 차장이었다. 내가 우물쭈물하자 양 차장이 도와주려고 다가왔다. 양 차장은 그에게 친절하게 웃으며 자리를 옮겨 달라고 부탁했다. 그 고객은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겨우 단 한 칸 옆으로 옮기는 것뿐이었지만 그를 비추고 있던 어떤 불빛 같은 게 꺼지는 것 같았다. 그는 내게 곤란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고 한 번 더 사과했다. 창구에 앉아 그가 떠난 의자를 바라보면서 대화를 엿들었다. 대출이 안 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 듣는 동안 그는 계속 기침을 쏟았다. 입안이 바짝 말랐는지 마른 혀를 계속 다시는데도 양 차장은 능숙하게 키보드만 두드렸다. 그 일이 있고 난 뒤로 지점에서 청귤청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지점장이 자신의 집무실에 있던 것을 치우게 하자 창구에 놓였던 것도 자연스럽게 버려졌다. 그 외에는 딱히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지점장과의 신경전도 끝났고 우려했던 인사 보복 같은 것도 전혀 없었다. 다만 나는 며칠 동안 악몽에 시달렸다. 아무도 없는 지점에 나와 그 고객이 단둘이 마주 앉아 있는 꿈이었다. 그 꿈은 지금도 가끔 꿀 때가 있었다. 꿈속에서 그 고객은 날 원망하지 않았다. 그저 내 앞에 앉아 기침을 쏟을 뿐이었다. 나 역시도 딱히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몇 번을 곱씹어도 그날의 결정은 옳은 일이었다. 다만 후회하는 것은 그때 내가 따뜻한 차 한 잔을 내오지 못한 것이었다. 야윈 목에서 쏟아지는 메마른 기침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에게 청귤차 한 잔을 권하지 않았다. 아무리 잘못한 게 없더라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었을 텐데. “설운 어멍아 이런 변고가 어디 있수광. 구름 질로 바람 질로 고향산천 온 줄 모릅니까. 한 달을 그물고 두 달을 그물어도 경해도 원망하고 있수광. 이승에서 못한 것 저승에서 허쿠다. 잘들 삽서 하다하다 걱정말앙 잡들삽서. 살암시민 살암십서.” 심방이 백안을 뜨고 귀신에 씐 것처럼 여러 목소리를 냈다. 노인처럼 한탄하다가 아기처럼 울었고 남자처럼 화를 내다가 여자처럼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그 앞에서 나는 고개를 숙이고 죄인처럼 엎드려 있었다. 양 차장은 두 손을 맞잡고 기도하듯 무언가를 빌었다. 나는 시킨 대로 고맙수다 라고 말하며 심방에게 절을 해봤다. 고맙수다, 고맙수다. 기계적으로 말을 반복할 뿐인데도 내가 진짜 상주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심방은 매질을 멈추고 제풀에 꺾인 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멀리 바다를 바라봤다. 밤하늘은 여전히 별도 없이 캄캄했지만, 바다에 가까워질수록 그 밑이 아주 조금은 푸른 듯 보였다.
  • [고든 정의 TECH+] AMD처럼 팹리스가 미래?…흔들리는 인텔의 미래

    [고든 정의 TECH+] AMD처럼 팹리스가 미래?…흔들리는 인텔의 미래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분들이 큰 고통을 겪었던 한 해였습니다. 유래 없는 거리 두기와 봉쇄 조치로 인해 기업 역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언택트 시대 덕분에 호황을 누린 분야도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폭락했던 삼성, AMD, 엔비디아, TSMC, SK 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관련 기업의 가치는 최근 크게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예외도 있습니다. 반도체 업계 1위 기업이었던 인텔의 주가는 2020년 초 60~70달러 선에서 연말에는 40~50달러 선으로 주저앉았습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긴 했지만, 2020년 인텔에겐 최악의 한 해 중 하나였을 것입니다. 가장 직접적인 경쟁자인 AMD는 7nm 공정을 사용한 최신 제품으로 인텔을 압박했지만, 인텔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대부분 오래된 14nm 공정 제품으로 대응했습니다. 그 결과 시장 점유율을 크게 내주면서 2020년 3분기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6%와 22% 감소했습니다. 반면 같은 시기 AMD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56%와 141%나 증가했습니다. 덕분에 2020년 초 40달러 선이던 AMD 주가는 이제 두 배인 9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인텔의 속을 쓰리게 만든 사건은 따로 있었습니다. 주요 고객사 중 하나인 애플이 x86 플랫폼을 떠난 것입니다. 그런데 이별보다 더 아픈 사실은 애플이 공개한 M1 프로세서의 성능이 인텔 프로세서보다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물론 애플의 주장처럼 몇 배나 빠르진 않아도 ARM 기반의 M1의 CPU 성능은 인텔 프로세서를 분명히 앞섰습니다. 그리고 GPU 성능은 인텔 내장 그래픽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뛰어났습니다. 여기에다가 애플은 최신 5nm 공정과 아이폰, 아이패드에서 가다듬은 저전력 기술을 적용해 발열과 전력 소모까지 줄였습니다. 헤어진 것도 가슴 아픈데, 결과를 보니 헤어진 게 맞다는 사실이 확인됐으니 인텔 입장에서는 속이 쓰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힘든 한 해를 보낸 인텔에게 더 충격적인 연말 소식은 오랜 동반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체 ARM 서버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있다는 뉴스일 것입니다. 이미 아마존은 자체 ARM 서버 칩인 그래비톤 시리즈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으며 다른 대형 IT 기업들 역시 ARM 서버 칩 개발이나 채택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직은 인텔의 시장 점유율이 절대적이긴 하지만, 시장 조사기관인 IDC는 2020년 3분기 서버 시장에서 ARM 기반 서버가 전년 대비 430.5%나 증가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AMD에 점유율을 빼앗기는 것도 모자라 ARM 서버 칩에도 점유율을 내주게 되면 서버 시장에서 인텔의 입지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가자 인텔은 비핵심 사업부인 낸드 부분을 SK 하이닉스에 매각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뒤처진 미세 공정을 바로 따라잡긴 어렵기 때문에 더 급진적인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쟁사인 AMD처럼 반도체 제조 부분을 포기하고 팹리스(fabless, 자체 반도체 제조 시설 없어서 다른 파운드리 회사를 통해 반도체를 제조하는 회사) 회사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입니다. 반도체는 미세 공정으로 갈수록 팹 건설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특징이 있습니다. 인텔의 경쟁자인 AMD는 본래 회사 규모가 작아서 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2008년 반도체 생산 부분을 분리하고 아부 다비 정부 투자 회사의 자금을 끌어들여 별도의 파운드리 회사인 글로벌 파운드리를 설립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글로벌 파운드리조차도 치솟는 미세 공정 건설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7nm 이하 미세 공정 개발은 포기했습니다. 인텔은 본래 반도체 업계 1위 기업이었기 때문에 12년 전에 팹리스로 전환한 AMD와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AMD가 팹리스로 전환하던 시점만 해도 인텔의 미세 공정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다른 경쟁자들은 이를 따라잡기에 급급했습니다. 그러나 1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후 이제 인텔은 삼성이나 TSMC 같은 파운드리 반도체 제조사에 뒤처졌습니다. 몇 년 전까지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이제 인텔은 AMD와 같은 길을 가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입니다.본래 인텔은 2021년 말에 7nm 공정을 내놓고 2022년에는 EUV 기술을 적용한 7+ 공정을 내놓을 계획이었습니다. (로드맵 참조) 하지만 밥 스완 인텔 CEO는 이 로드맵을 내놓은 지 1년도 안 되 컨퍼런스 콜에서 7nm 공정이 6개월 정도 연기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사실 2022년이면 경쟁자들은 이미 3nm 공정에 진입할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7nm 공정에 진입해도 별로 경쟁력이 없는 데다 10nm 공정 역시 여러 차례 연기한 전례가 있어 결국 7nm 공정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인텔이 망하지 않으려면 AMD처럼 아예 팹리스 회사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름 설득력 있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인텔의 팹리스 전환 역시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인텔의 생산 물량 자체가 워낙 많다 보니 이미 공장을 거의 풀가동하고 있는 TSMC나 삼성의 미세 공정에서 물량을 충분히 공급받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당장에는 AMD 같은 완전 팹리스 전환보다는 7nm 이하 공정이 꼭 필요한 일부 제품만 위탁생산하고 나머지 물량은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10nm 공정으로 돌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10nm 이하 제품의 비중을 결국 늘려야 하는데 계속 위탁생산으로 갈 것이냐입니다. 앞으로 1~2년은 인텔의 미래를 좌우할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미세 공정 레이스에서 TSMC나 삼성에 계속 밀리게 되면 인텔도 특단의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2021년 스완 CEO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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