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L로 대비하면 걱정 끝! 아이들 영어능력 인증시험
요즘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모이면 꼭 나누는 얘기 가운데 하나가 JET, 토익 브리지 등 주니어 영어능력 인증시험이다.‘누가 몇 점(몇 등급)을 받았다더라.’‘당장 준비해야 한다더라.’는 식이다. 영어학원 업계에 따르면 주니어 영어능력 인증시험 응시자는 매년 줄잡아 60만여명에 이른다. 영어 유치원에서부터 학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영어인증 시험을 권하는 추세다.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한다고 협박 아닌 ‘협박’까지 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조건 시험에 응시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아예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할 수도 있다. 주니어 영어능력 인증시험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전문가의 도움으로 알아봤다.
주니어 영어능력 인증시험은 대부분 등급제로 아이들이 목표 의식을 갖고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단계를 올려가면서 자신감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장점을 갖고 있는 시험도 수단이 아닌 목표가 되면 영어 공부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된다.
●장기 계획을 세워 응시하자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남들을 따라 가는 것이다.‘누가 몇 등급 받았다더라.’는 얘기만 듣고 아이나 시험의 특징은 제쳐 두고 무조건 응시하는 태도다. 이렇게 해서는 역효과만 난다. 우선 장기 목표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중2때 유학을 보내겠다.’거나 ‘국제중 진학을 목표로 하겠다.’, 아니면 ‘일반계 고교에 진학할 생각이지만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식이라도 목표가 있어야 한다.‘점수를 잘 따 놓으면 나쁘진 않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예를 들어 국제중에 진학할 것도 아닌데 남이 하니까 무조건 거기에 맞춰 시험을 준비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아이 영어공부에 엄마들의 입소문만큼 해로운 것은 없다.
응시 횟수는 1년에 두 차례가 적당하다. 국제중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면 초등학교 고학년때 집중적으로 여러 차례 응시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다. 중간·기말고사 등 학교 시험과 겹치지 않게 시험 일정을 잡는 것도 필요하다. 아이들이 시험에 지쳐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아이의 수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아이의 수준부터 정확히 아는 것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영어학원이나 어학원 등에서는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때 수준 테스트를 받아 보면 어느 영역이 약한지, 전체 수준은 어떤지 알 수 있다. 최소한 서너 곳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사실이므로 받아들여야 한다. 학부모들의 가장 큰 잘못은 진단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점이다. 여러 곳에서 나온 테스트 결과를 아예 무시하고 부모의 생각만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또래 친구와 같은 등급의 반에서 공부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심지어 학원을 바꿔 가며 등급을 올려 아이를 혹사시킨다. 그러나 남들 수준에 맞춰 등급을 무작정 올리면 실패의 경험만 쌓이고 결국 아이 스스로 자신감을 잃어 영어 공부를 포기하게 된다.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시작하자
아무리 시험이 효과적이라고 해도 전제 조건이 있다. 아이가 성격·정서적으로 시험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자존심이 아주 강해 시험 성적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든지, 시험을 치르는 상황에 익숙하지 않으면 아예 더 시간이 흐른 뒤 응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칫 시험 성적에 따라 영어에 대한 흥미까지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이는 나이와는 무관하다. 일반적으로 영어 공부를 시작한 지 1년 반 정도는 지난 뒤에 시험에 응시하는 것이 좋다. 영어의 소리를 이해하는 파닉스(phonics)를 떼지 않으면 사실상 응시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쓰기에 익숙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처음에는 JET나 G-TELP 등 쓰기 영역이 없는 시험이 적당하다. 시험을 본 뒤 영어 공부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시험 응시를 한동안 미루는 것이 좋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도움말:YBM/ECC 임미리 수석연구원
■주니어 능력시험별 특징
●펠트 주니어(PELT Jr·Primary English Level Test Junior)
초등학생 이하 나이대 초보 수준의 영어 학습 경험을 갖고 있는 응시자가 대상이다.3등급 난이도별로 가정·학교·사회생활에서 체험하는 사물이나 상황 등을 나타내는 기본적인 영어를 듣고 그와 관련한 그림을 고르는 방식으로 실시된다. 쓰기에서는 시각 자료를 보고 빈칸 채우기, 질문에 응답 쓰기, 철자 정확하게 쓰기 등으로 구성돼 있어 문장력과 어휘력을 체크하는 데 도움이 된다. 등급별로 200점 만점에 120점 이상이면 합격이다.
●제트(JET·Junior English Test)
초급(5∼6등급)·중급(3∼4등급)·고급(1∼2등급)으로 세분화돼 있어 영어 시험을 처음 치르는 아이라도 차근차근 사다리 오르듯 응시할 수 있다. 듣기·독해·어휘·문법 등 4가지 영역에서 학교생활, 캠핑, 생일잔치 등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을 소재로 출제한다.
영어 학습기간이 1년 6개월 미만(초등 3∼4학년)이면 초급,2년 6개월 미만(초등 5∼6학년)이면 중급,2년 6개월 이상(중학교 1∼2학년)이면 고급을 권장한다. 등급별로 104점 이하면 불합격된다. 전국 75개 사립 초등·중학교에서 분반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토셀(TOSEL)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응시할 수 있는 시험이다. 초등학생이 응시할 수 있는 수준은 스타터(Starter)와 베이직(Basic), 주니어(Junior) 등이 있다. 베이직의 경우 듣기와 말하기 영역에서는 듣고 이해하기·응답하기·형태 고쳐 말하기·말하기, 읽기와 쓰기 영역에서는 그림을 보고 상황을 영어로 서술하는 상황 쓰기, 광고나 편지 등 실생활에 쓰이는 내용을 읽고 말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실용 독해·말하기 등 평가 영역이 세분화돼 있다.
영어의 4대 영역을 모두 평가하므로 간단하게 영어로 말하고 쓰기가 가능한 아이에게 적당하다.
●토익 브리지(TOEIC Bridge)
영어 능력 초·중급자 등 토익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이 쉽게 토익에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된 시험이다. 언어기능, 듣는 기술, 읽는 기술, 문법, 단어 등 5개 영역으로 문제가 구분돼 있어 취약한 부분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듣기(사진묘사, 질의·응답문, 회화·설명문)와 읽기(문법·어휘, 독해) 각 90점씩 180점 만점이다.
●주니어 지-텔프(Jr.G-TELP)
실생활에 유용한 의사소통 능력을 평가하는 실용 영어 시험. 청취와 문법, 독해 등 세 영역에서 어린이에게 알맞은 어휘와 문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어려운 단어 공부를 하지 않아도 응시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5수준(레벨·level)까지 응시할 수 있으며,1∼3수준은 모든 영역에서 75% 이상,4∼5수준은 전체 65% 이상 점수가 나와야 합격증을 받을 수 있다.
김재천기자 fipatrick@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