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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박육아·저출산의 대안 공동육아] 아이·노인 함께 어울려 지낸다… 돌봄 사각지대 없앤 ‘新가족’

    [독박육아·저출산의 대안 공동육아] 아이·노인 함께 어울려 지낸다… 돌봄 사각지대 없앤 ‘新가족’

    독일도 우리나라처럼 3세 이하의 아이는 가정에서 키워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영아를 위한 보육 시설은 미비했고 양육 부담은 오롯이 엄마에게 지워졌다. ‘독박육아’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엄마들이 힘을 모아 공동육아의 첫발을 내디뎠다. 1980년 ‘마더센터’가 탄생했고 전 세계로 확산됐다. 독일 내 400여개의 마더센터와 행정기관이 만든 500여개의 공동육아 시설 중 일부는 지역 사회에서 돌봄이 필요한 노인과 장애인, 이민자를 위한 공간으로 진화했다. 2006년 연방정부는 이런 마더센터를 토대로 540여개의 ‘다세대 하우스’를 세웠다. 크기와 형태가 다양하지만 아이들과 노인의 돌봄 사각지대를 없애고 세대 간 교류한다. 독일의 공동육아 모태인 마더센터를 둘러봤다.지난달 7일 독일 최초의 마더센터 3곳 가운데 하나인 니더작센주 잘츠기터 마더센터에선 아이들이 마을 노인들과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눈을 가린 채 엎드려 있던 에밀리아(4)가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누구야?, 누가 숨겼는지 모르겠네!” 에밀리아를 둥글게 감싸고 있는 아이들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안간힘을 쓴다. 아이들 뒤 의자에 앉아 있는 한 노인이 ‘여기’라는 입모양을 지으며 물건을 가져간 아이를 슬쩍 가리킨다. 에밀리아가 물건을 숨긴 아이를 찾아내고 아이들과 노인들은 한바탕 웃는다. 20여명의 아이들이 2~3명의 보육교사와 함께 놀이를 하면 이곳에서 돌봄을 받는 노인 10여명이 이를 지켜본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은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댄 채 아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생기로 가득 찬 아이들 모습에서 삶의 활력을 찾는다. 점심때면 아이들과 노인들은 테이블에 뒤섞여 앉아 식사를 한다. 보육교사와 보조교사가 앉아 아이들과 노인들의 소통을 돕는다.잘츠기터 마더센터는 3세 이상의 미취학 아동들을 대상으로 노인과의 시간을 갖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잘츠기터 마더센터 설립자이자 프로젝트를 기획한 힐데가르드 쇼스(74)는 “마더센터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30여년 전부터 다양한 세대가 이 곳에서 교류했지만, 한 발 더 나아가 적극적인 ‘소통의 장’을 만들어 지역 주민들에게 가족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제 막 세상을 알아가는 아이들이 노인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더 넓은 세상을 배울 수 있다고 여겼다. 에밀리아의 어머니이자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워킹맘’ 테사 겐터(37)는 “아이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이들과 교사만 있는 일반 어린이집과 달리 다양한 배경과 세대의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는 게 아이들 교육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겐터는 지난해 7월 바이에른주 뮌헨에서 잘츠기터로 이사 왔다. 인근 도시에 직장을 구하기도 했지만 이곳이 아이를 키우기에 더욱 좋은 환경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정해진 시간에 아이를 꼭 데려와야 했던 뮌헨과 달리 이곳에선 조금 늦더라도 아이를 돌봐 줄 사람들이 많아 서두르거나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다섯 아이를 홀로 키우는 훔머스 니콜(38)은 9년 전부터 잘츠기터 마더센터를 이용하다 올해부터 마더센터의 전일제 근로자로 나섰다. 최근엔 맏딸(17)도 주말이면 각종 행사에서 엄마를 돕는다. 니콜은 “막내딸인 리자(4)는 어린이집이 끝나면 마더센터로 달려온다. 내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곳엔 리자의 친구와 이모, 삼촌,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기 때문이다. 리자는 이곳을 ‘가족’이 있는 곳으로 생각한다”고 미소를 지었다.잘츠기터 마더센터는 지하 1층, 지상 3층에 2300㎡(약 700평) 규모다. 휠체어를 타거나 보행보조기를 이용하는 노인들을 위한 자동문을 지나면 왼쪽엔 카페가 있다. 아이들과 부모, 노인, 이민자, 마더센터 직원 모두가 이곳을 사랑한다. 실외 테라스까지 포함하면 100명 이상이 앉을 수 있다. 카페는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자 ‘광장’이다. 이용자들을 위한 새 프로그램에 대한 제안이나 논의는 물론 처음 방문한 사람들과의 만남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가장 바쁜 시간은 점심 시간이다. 아이를 돌보느라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없었던 엄마뿐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지역 주민들을 위해 저렴한 가격에 식사를 제공한다. 마더센터 내엔 0~3세 아이들을 위한 공간과 3~6세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집이 있다. 초등학교 수업을 마친 뒤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한 공간, 어린이집이 끝난 뒤 보호자가 올 때까지 아이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도 따로 조성돼 있다. 2층 어린이집 외에는 모두 바깥 정원이나 놀이터로 나갈 수 있도록 동선이 짜여졌다. 독일 정부는 마더센터의 공동육아와 세대 교류를 확대하고자 2006년부터 다세대 하우스 정책을 펼치고 있다. 같은 해 잘츠기터 마더센터를 방문한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 장관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현 국방부 장관)은 세대 통합과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는 방안으로 마더센터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하고자 했다. 독일 전역에 540여개의 다세대 하우스가 생겼고, 이 기관들은 연간 4만 유로(약 5100만원)를 연방정부와 시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글 사진 잘츠기터(독일)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아이가 살기에 가장 좋은 나라 1위는 싱가포르…한국은?

    아이가 살기에 가장 좋은 나라 1위는 싱가포르…한국은?

    지난 1일 세계 어린이날을 맞아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 구호 비정부기구(NGO)인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이 전 세계 어린이들이 처한 위험을 수치화 한 보고서 ‘소년기 종료 지수’(End of Childhood index)를 발표했다. 2회째 발표한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어린이들의 절반 이상이 빈곤과 분쟁, 차별 등의 위험에 처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위험에 처한 어린이는 전 세계적으로 12억 명에 달하며, 빈곤·분쟁·차별 모두에 직면한 어린이도 1억 5300만 명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봤을 때, 빈곤 국가에 사는 아이들은 10억 명, 분쟁의 영향을 받는 나라에 거주하는 아이들은 2억 4000명이다. 또 성별에 따른 차별이 일상화 된 국가들에 사는 소녀는 5억 7500만 명으로 조사됐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세계 175개국을 대상으로 교육과 사망, 강제 결혼 및 강제 출산, 강제 노동에 처한 아이들의 비율을 조사해 순위를 매긴 결과, 아이들에 대한 위의 위험이 가장 적은 국가로는 싱가포르와 슬로베니아(모두 987점)가 차지했다. 뒤를 이어 노르웨이와 스웨덴이 985점으로 공동 3위를 차지했으며, 5위는 핀란드(984점), 공동 6위는 아일랜드와 네덜란드(981)가 차지했다. 한국은 이탈리아 아이슬란드와 함께 980점으로 공동 8위에 랭크됐다. 유럽 국가 중에서는 독일(978점)이 12위, 프랑스와 스페인이 공동 14위(977점), 벨기에가 16위(976점) 등을 차지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36위와 37위에 머물렀다. 아시아 국가 중 일본은 이스라엘 등과 함께 19위에, 중국은 40위에 머물렀다. 최하위는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중남부에 있는 니제르였으며, 하위 10개국 중 8개국이 아프리카 서부와 중부에 위치한 국가들이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보고서를 통해 어린이 노동 증가 및 교육 소외, 사하라 이남 국가들에서의 영아 사망률 증가, 빈부격차 확대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의 공통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진=123rf.com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김성태 폭행범, “나의 행위는 히틀러와 다르지 않았다”... 무슨 뜻?

    김성태 폭행범, “나의 행위는 히틀러와 다르지 않았다”... 무슨 뜻?

    단식농성 중이던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때려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모(31)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해달라고 검찰이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김영아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제1야당의 원내대표를 때린 점이 무겁다”며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김씨는 지난 5일 오후 2시 30분 국회 본관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던 김 원내대표에게 악수를 청하는 척 다가가 턱을 한 차례 가격한 혐의(상해·건조물침입)를 받는다. 김씨에게는 범행을 목적으로 국회 안에 들어간 혐의와 체포 후 지구대에서 한국당 성일종 의원을 향해 신발을 던진 혐의(폭행)도 적용됐다. 김씨는 애초 한국당 홍준표 대표를 폭행하려고 계획했지만, 홍 대표가 있는 위치를 몰라 김 원내대표를 찾아가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최후 진술에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폭력을 쓴다는 것은 총칼만 들지 않았을 뿐 히틀러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매일 반성하고 있다”며 “선처(처벌불원서 제출)를 해주신 김성태 의원에게 감사하고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21일 열릴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임신출산육아코치’ 양성해 광명 경력단절 여성에 신규 일자리

    ‘임신출산육아코치’ 양성해 광명 경력단절 여성에 신규 일자리

    경기 광명시가 ‘임신출산육아코치’를 양성해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한다. 광명여성새로일하기센터가 지난달 31일 ‘임신출산육아코치 양성과정’ 교육생 22명 수료식을 가졌다고 3일 밝혔다. 경력단절여성들에게 출산육아 경험을 자원으로 활용해 임신출산육아 코치 일자리를 새롭게 창출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운영했다. 출산육아 경험이 있고 간호사나 보육교사 등 전문자격증을 소지하거나 교육·심리학 전공자를 수강생으로 뽑는다.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 총 200시간 진행됐다. 임신 전후 산모의 신체변화를 이해하고 태교와 모유 수유, 영아놀이법, 미술심리를 통한 정서 지원 등 이론과 실습을 병행한다. 이번 수료생 22명 모두가 베이비플래너 2급 자격을 취득했다. 이 중 19명은 이달부터 ‘광명시 임신출산육아 코치 방문서비스’ 코치로 활동한다. 임신출산육아 코치는 출산 전후 가정을 방문해 출산이나 양육에 대한 두려움과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날 수료식에 참석한 한 교육생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출산장려와 초보 엄마들의 정서적 지원을 위한 임신출산육아코치 역할이 꼭 필요하다”며 “경험과 전문자격을 활용해 코치활동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또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일하기 위해 임신출산육아코치 서비스가 바우처사업으로 연계되기를 희망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내멋대로’ 류수영 “박하선, 어떤 얘기도 잘 받아주는 착한 아내”

    ‘내멋대로’ 류수영 “박하선, 어떤 얘기도 잘 받아주는 착한 아내”

    배우 류수영이 “아내가 내 수다에 지루할 틈이 없다”고 털어놨다.오는 6월 1일 방송되는 MBN ‘폼나게 가자, 내멋대로(이하 내멋대로)’에서는 가수 이승철과 배우 류수영, 가수 앤디, 소통전문가 김창옥 등 이들 멤버들이 ‘2호 인생여행지’ 울릉도로 떠나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날 류수영은 멤버들과 울릉도 대표 특산물인 오징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오징어한테 물릴 수 있다더라. 곧잘 문다고 하더라”며 말을 꺼냈다. 이를 듣던 맏형 이승철은 류수영을 향해 “수영아, 오징어한테 물린다는 그런 이야기를 하면 제수씨가 너 보고 뭐래?”라고 뜬금포를 날려 주위의 폭소를 자아냈다. 김창옥 역시 “솔직히 세 번 정도 물어보고 싶었는데, 차마 꺼내지 못했다. 그런데 아무 말도 안 하는 남편보다 훨씬 더 좋은 것 같다”고 류수영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에 류수영은 “오징어한테 물린다는 이야기가 조금 그렇구나”라며 당황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좋을 땐 되게 좋아하고, 컨디션이 별로 안 좋을 때는 ‘여보, 말 좀 줄였으면 좋겠어’라고 지적한다. 아마도 육아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다”고 해맑게 웃어 보였다. 이어 류수영은 “때때로 타이밍을 잘 못 맞추면 째려보긴 하는데, 대부분 어떠한 얘기를 해도 잘 받아주는 착한 아내”라며 허당기 많은 모습으로 아내를 사로잡았음을 밝혔다. 이와 같은 모습에 이승철은 “둘이 잘 만났다”면서 “제수씨가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거다. 과묵한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또 말 많은 걸 싫어한다. 혼자 설정하면서 얘기하니까 귀엽다”고 말을 이었고 류수영은 “아내가 지루해하거나 심심해하진 않는다”며 뿌듯해 하는 모습을 보여 또 한 번 웃음을 안겼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울릉도에 도착한 네 남자의 네버엔딩 먹방부터 ‘내멋대로 공식 요섹남’ 앤셰프 요리 솜씨, 전문가가 인정한 ‘만능 엔터테이너’ 류수영의 다이빙 실력까지 깨알 공개된다. 네 남자의 내멋대로 여행 ‘내멋대로’ 3회 방송은 6월 1일 금요일 밤 11시.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추첨의 진화/손성진 논설고문

    [그때의 사회면] 추첨의 진화/손성진 논설고문

    현재 로또 복권은 특수한 추첨 기계로 추첨한다. 아파트 당첨자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한다. 학교 배정 추첨 등 대부분의 추첨도 컴퓨터로 한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추첨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을까.1969년 9월 15일 처음 발행된 주택복권은 화살을 번호판에 쏘아 당첨번호를 정했다. 화살은 물론 직접 쏘는 것은 아니었고 출연자가 버튼을 누르면 화살이 과녁으로 날아갔다. 1970년대까지 주택복권 추첨은 지금처럼 경찰관이 입회한 가운데 TV로 방영됐는데 송해의 “준비하시고 쏘세요”라는 신호가 기억에 남아 있다. 이 방식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이후 이 멘트가 총탄 발사를 연상시킨다는 이유 때문에 공 추첨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공 추첨은 재미가 덜 하고 단조롭다고 해서 1992년부터 다시 화살 발사 방식으로 바뀐 적도 있다. 흔히 1970년대 추첨으로 중고교에 입학한 세대를 ‘뺑뺑이 세대’라고 하는데 ‘은행알 추첨기’와 연관이 있다. 8각 물레방아처럼 생긴 은행알 추첨기는 손잡이를 오른쪽으로 두 번, 왼쪽으로 한 번 돌리면 배정되는 학교 번호가 적힌 은행알이 밖으로 굴러 나왔다. 이 은행알 추첨기를 일명 ‘뺑뺑이’라고 불렀다. 뺑뺑이는 엄연히 국어사전에 올라 있는 표준어다. 아파트 동·호수 추첨에도 은행알이 이용됐다. 1971년 입주한 여의도 시범아파트 1850가구의 동·호수를 은행알을 이용해 추첨했다고 한다. 그런데 은행알 추첨에서는 큰 은행알이 밖으로 나올 확률이 높으므로 부정 추첨 시비가 일곤 했다(동아일보 1966년 12월 10일자). 1950, 1960년대 아파트나 전화 청약 추첨은 제비뽑기였다. 1963년 8월 서울 용산고등학교 강당. 서울 상도동과 신림동 시영아파트 분양에 신청자가 쇄도해 최고 2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입주자를 선정하는 추첨 방식은 제비뽑기였다. 눈을 가린 사람이 함 속에 손을 넣어 세모꼴의 제비를 뽑아낸다. 제비를 열어 번호를 부르면 당첨된 사람이 환호성을 질렀다(경향신문 1963년 8월 27일자). 사립초등학교 신입생 선발에도 제비뽑기 방식이 이용됐는데 부정이 저질러졌다는 의혹이 간혹 제기되곤 했다(동아일보 1966년 12월 10일자). 아파트 추첨이 공개 추첨으로 바뀌고 컴퓨터가 사용된 것은 1973~1974년 무렵이다(매일경제 1974년 9월 5일자). 아파트 당첨 조작은 컴퓨터 추첨에서 처음 발생했다. 1973년 서울 서초구 반포동 AID아파트 추첨 때 프로그래머 3명이 입주 희망자 10명에게 돈을 받고 당첨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일이 있다. 사진은 1967년 12월 서울 한 사립초등학교 교정에서 은행알 추첨기로 신입생을 추첨하는 모습. 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특파원 리포트] 40% 넘게 오른 양육비 부담…美 출산 ‘뚝’ 30년 만에 최저

    미국이나 한국이나 자녀 양육비로 부모 등골 빠지는 건 매한가지다. 지난해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는 385만 3000여명으로 전년보다 2% 감소한 것은 물론 1987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처럼 미국도 양육비가 가계 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출산을 꺼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작년 2% 감소해 385만 3000여명 태어나 미국의 한 해 출산이 400만명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파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2011년부터다. 그 이후 줄곧 390만명대를 기록했던 것이 지난해인 2017년에는 380만명대로 떨어졌다. 신생아의 감소는 즉 미래 미국 사회의 일손 부족을 예고하는 것으로, 미 정부도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CNBC 보도에 따르면 자녀 1명을 17세까지 키우는 데 23만 3610달러(2015년 기준·약 2억 5270만원)가 들어간다. 의식주 비용과 병원비, 교육비 등을 더한 금액이다. 우리나라에서 자녀 1명을 대학까지 졸업시키는 데 들어가는 비용(2012년 기준·약 3억 896만원)보다는 적어 보인다. 하지만 미국 양육비에는 대학 학비 등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우리보다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의 양육비는 2000년부터 가파르게 높아져 40% 넘게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방보건복지부가 밝힌 자녀 양육비의 적정 비용은 가계 수입의 10% 안팎이다. 미국 가계 지출 구조는 우리나라와 좀 다르다. 일반 가정의 지출 비용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주택 임대 비용이다. 우리나라도 서서히 주택 월세의 개념이 자리잡고 있으나, 미국은 우리의 전세나 반전세 개념이 없고 모두 월세다. 따라서 수입의 평균 28%가 모기지(주택 구입비 상환비용)나 렌트비로 나간다. 이어 18%를 식비가 차지한다. ●저소득 부담 더 커… 연평균 소득 30% 이상 차지 세 번째가 바로 자녀 양육비다. 평균적으로 16% 정도인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저소득 계층일수록 자녀 양육비의 부담이 더 커진다. 앨라배마의 경우 풀타임 최저 임금 근로자의 연소득은 1만 5000달러(약 1600만원) 정도다. 영아의 한 해 평균 양육비는 5630달러 정도로, 연평균 소득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여기에 렌트비(평균 8155달러)가 69%에 이른다. 산술적으로 최저임금을 받는 외벌이 가정에서는 아이 한 명을 제대로 양육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버지니아는 더하다. 버지니아의 영아 양육비는 평균 1만 450달러로 더욱 높다. 따라서 여기에 렌트비가 더해진다면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는 이에 아이를 키울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미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자녀의 ‘수’가 ‘부의 상징’이 됐다. 이제 대부분의 가정이 과거 두 자녀에서 한 자녀, 아예 ‘무자식이 상팔자’라며 자녀가 없는 가정도 급격히 느는 추세다. 출산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자녀를 갖고, 특히 몇 명의 자녀를 낳는가는 ‘경제적 능력’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도 이제 노령화로 인한 일손 부족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갓난아기 방치해 숨지자 유기한 커플 기소

    갓난아기를 방치해 숨지자 시신을 버린 고교생과 여대생 커플이 불구속 기소됐다.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유현정 부장검사)는 고교생 A(18)군과 대학생 B(19·여)양을 영아 유기치사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2016년부터 교제를 해온 이들은 지난해 11월 자신들이 낳은 남자아기를 18시간 동안 방치했다가 숨지자 패딩점퍼와 수건 등으로 시신을 감싼 뒤 경북 경산시 인적이 드문 산길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기한 시신은 지난해 12월 9일 발견됐고, 경찰은 패딩점퍼에 적혀 있던 인적 사항 등을 토대로 수사해 숨진 아기의 부모 신원을 확인했다. 경찰은 시신을 버린 A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나이가 어린 점 등을 참작해 기각됐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박보검 측 “드라마 ‘남자친구’ 출연? 검토 중”

    박보검 측 “드라마 ‘남자친구’ 출연? 검토 중”

    배우 박보검이 드라마 ‘남자친구’ 출연을제안 받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16일 박보검 소속사 블러썸엔터테인먼트 측은 “박보검이 드라마 ‘남자친구’ 출연을 제안 받은 것은 맞다. 그러나 제안 받은 작품 중 하나이고, 출연을 검토하는 단계”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보검이 출연 제안을 받은 드라마 ‘남자친구’는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여자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평범한 남자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부와 명예를 버리는 게 어려운지, 평범한 일상을 내놓는 게 어려운지에 대한 스토리를 담을 예정이다. 박보검은 극 중 평범한 남자 김진혁 캐릭터를 제안 받은 상태다. 이번 드라마는 본팩토리에서 제작을 맡았으며, ‘예쁜 남자’, ‘딴따라’, 영화 ‘국가대표2’, ‘형’ 등을 쓴 유영아 작가가 대본을 집필할 예정이다. 한편 박보검은 지난 2016년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출연 이후 2년 동안 휴식기를 갖고 있다. 사진=뉴스1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내 아이 아토피, 장내 미생물 탓

    특정 미생물 부족하면 유발 수유 방식에 따라서도 영향 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한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인 아토피는 한국에선 영유아 5명 중 1명이 앓고 있다는 통계도 있지만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치료도 증상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내 연구진이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 중 특정 유전자가 부족할 경우 아토피가 생긴다는 사실을 밝혀내 주목받고 있다. 홍수종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김봉수 한림대 생명과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이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시키거나 악화시킨다는 것을 규명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알레르기와 임상 면역학’ 최신호에서 ‘에디터스 초이스 논문’으로 실렸다. 장내 미생물이 인체 면역현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었지만 아토피 피부염과의 관계는 처음으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생후 6개월 된 건강한 영아 66명과 아토피를 앓고 있는 영아 63명의 분변을 채집해 ‘전장 메타게놈 염기서열분석법’을 활용해 장내 미생물을 분석했다. 또 모유 수유와 혼합 수유 방법에 따른 장내 미생물의 차이도 함께 조사했다. 그 결과 수유 방식에 따라 장내 미생물의 종류가 달라지며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영아들의 장내 미생물 양은 정상 영아보다 적다는 사실을 연구팀은 확인했다. 영아들은 수유가 주요 영양분 섭취 방법인데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아이들은 당단백질의 일종인 ‘뮤신’을 분해하는 미생물이 장속에 훨씬 적게 존재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장내 미생물이 정상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영양분을 얻지 못해 불균형 상태를 이루게 되고 결국 아토피 피부염으로 연결된다는 설명이다. 홍 교수는 “장내 미생물과 아토피 피부염 발생의 상관관계가 밝혀진 만큼 장내 미생물을 활용한 아토피 피부염 치료와 예방법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강남권 헬리오시티發 입주·전세대란 조짐

    강남권 헬리오시티發 입주·전세대란 조짐

    올 연말 입주를 앞둔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아파트 단지가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 시장을 흔들고 있다. 주변 같은 면적의 아파트보다 전셋값이 1억원 정도 저렴한 매물이 나오고 있다. 전세 물건 증가에 따른 역전세난은 물론 잔금 마련에 애를 먹는 입주 대란도 우려된다. 헬리오시티를 비롯해 올해 강남권에서 공급되는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1만 5542가구에 이르기 때문에 강남 아파트 전세 시장에는 벌써 역전세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로 전세 매물 많아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단지 주변 부동산중개업소에는 수십 건의 전세 물건이 접수됐고, 매도 물건도 수북이 쌓였다. 주변 아파트 전셋값이 떨어져 세입자는 반기고 있지만, 집주인들은 대출을 받아 전세 보증금을 빼줘야 할 상황이다. 헬리오시티발(發) 주택시장 충격이 다가오는 것이다. 12월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헬리오시티는 가락시영아파트 아파트를 재건축한 아파트로 최고 35층, 84개 동에 9510가구를 짓는 국내 최대 아파트 단지다. 단지 자체가 하나가 미니 도시다. 일시에 대규모 물량이 쏟아지면 서울 강남권 아파트 매매·전세시장은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세 물건이 쏟아지면서 역전세난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세입자 모시기 경쟁에 나서면서 주변 같은 면적 아파트 전셋값보다 1억원 정도 싸다. 1만 가구 가까운 가구가 움직이면 주변 아파트 시장에는 연쇄 파급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기존 집주인들은 대부분 주변 잠실이나 가락동 일대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데, 이들이 준공과 동시에 새 집으로 입주하면 주변 아파트 단지에도 전세 물건이 일시에 쏟아져 나온다. 또 다른 지역에서 아파트를 청약해 당첨된 다주택자는 양도세 중과에 따른 부담으로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못해 새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는 수요도 많다. 중개업소에서 만난 신효미 주부는 “준공과 동시에 입주할 생각이었는데 기존 주택 처분이 어려워 전세를 놓으려고 중개업소를 찾았다”며 “전셋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세입자를 구하려고 하는데 거래가 이뤄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입주 7개월을 남기고 있지만, 주변 아파트 시장에서는 벌써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잠실 리센츠·엘스·트리지움 아파트 단지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에 붙었고, 단지 안에 초·중·고교가 있어 매매·전세 수요가 많은 아파트다. 특히 주변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라서 전세 물건을 고르기 쉽고, 전셋값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전세 수요가 끊이지 않았다. 이들 단지 아파트 84㎡의 전셋값은 지난해 말 9억 5000만~9억 6000만원에 형성됐다. 하지만 최근 이들 아파트 전셋값은 7억 8000만~8억원으로 떨어졌다. 전철역에서 멀리 떨어진 저층 아파트는 7억 5000만원까지 빠졌다. 2년 전셋값과 비교해 1000만~2000만원 하락했다. 연초와 비교하면 1억원 이상 하락했다.●주담대 깐깐… 급매·급전세 쏟아질 듯 입주 대란도 예상된다. 전세 물건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전셋값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 전세를 놓아 잔금을 치르려던 입주 예정자들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거나 자금 부족으로 잔금을 제때 치르지 못하는 연쇄 부작용도 예상된다. 주택시장 침체로 애초 입주할 계획이었던 집주인들이 생각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인근 은행 창구는 대출 여부를 알아보려는 상담이 줄을 잇고 있다. 이런 사정에 놓인 김순영씨는 “입주를 하려면 대출을 받아 잔금을 내야 하는데 기존 주택담보대출 때문에 추가 대출이 어려워 입주를 포기하고 전세를 놓기로 했다”며 “그나마 전셋값 하락으로 잔금을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중개업자들은 헬리오시티 단지는 워낙 많은 물건이 일시에 공급되기 때문에 입주가 시작되면 급매 물건은 물론 급전세 물건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헬리오시티발 전세 시장 소용돌이는 주변 아파트 시장으로 번져 강남권 일대 전세시장이 출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 올 입주 58% 늘어 1만 5542가구 실수요자 위주로 아파트를 찾는 사람도 있지만 급매물만 찾고 있고, 아파트 담보 대출이 까다로워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세 역시 급전세 물건만 찾는 등 시장이 수요자 위주로 바뀌면서 얼어붙었다. 리센츠 단지에 있는 한 중개업자는 “매매·전세시장 모두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전세를 끼고 사들이는 갭투자가 사라지면서 조용하다”고 말했다. 강남권 아파트 전셋값 하락은 공급물량 증가가 큰 원인이다. 올해만 강남구 삼성동 센트럴아이파크 아파트(416가구)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1만 5542가구가 입주한다. 지난해와 비교해 58% 증가한 물량이다.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초구 래미안서초에스티지 아파트(593가구) 주변은 단지 규모가 크지 않은데도 전세 물건이 쌓였다. 전셋값도 연초보다 1억~2억원 떨어졌다. 이렇다 보니 입주를 앞둔 아파트 단지마다 주인들이 일찌감치 세입자 구하기에 나서면서 낮은 가격의 전세 물건이 쌓이고 있다. ●전세 하락 내년 상반기로 이어질 수도 이달에는 서초구 반포아크로리버뷰 아파트(595가구), 송파구 송파호반베르디움퍼스트 아파트(220가구) 입주가 시작된다. 하반기에는 송파구 송파레미니스2단지 아파트(818가구), 서초구 신반포자이 아파트(607가구), 반포 래미안아이파크 아파트(829가구), 반포 푸르지오써밋 아파트(751가구), 방배아트자이 아파트(353가구), 강남구 일원동 래미안루체하임 아파트(850가구)가 준공될 예정이다. 입주 물량이 쌓이는 하반기로 갈수록 전셋값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헬리오시티 가구수가 워낙 많아서 강남권 아파트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어린이가 1년 365일 행복하게”… 놀기 좋은 시흥으로!

    “어린이가 1년 365일 행복하게”… 놀기 좋은 시흥으로!

    ‘아이들이 1년 가운데 단 하루가 아니라 365일 매일 행복할 수는 없을까.’ 어린이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날은 5월 5일 어린이날이다. 모든 아이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탄생한 날로 이날만큼은 실컷 놀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시흥시가 ‘플레이스타트 시흥’을 선포하고 아동의 놀 권리를 찾아 주기 위해 나섰다. 1년 내내 어린이날을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이다. 시흥시는 이를 위해 지난 3월 27일 ‘건강한 시흥 어린이! 놀이 시작으로!’라는 슬로건으로 플레이스타트 시흥을 선포했다.●부모들 “잘 노는 것 제대로 가르치자” 8일 시흥시에 따르면 플레이스타트 시흥은 놀 권리를 잃은 어린이부터 놀 여유를 갖지 못하는 어른, 놀거리가 필요한 노인까지 누구에게나 필요한 놀이문화를 시민사회에 보급하려는 놀이문화 전파 운동이다. 책 읽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책을 선물하는 북스타트 운동처럼 어린이에게 놀이를 선물하는 것이다. 어린이에게 놀 권리를 돌려주자는 취지다. 플레이스타트 시흥 추진단장 편해문 놀이터디자이너는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밥”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세상에 온 까닭은 마음껏 놀기 위해서’라는 시를 써서 부모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조기 교육과 사교육에 열을 올리는 대한민국 부모들에게는 불편하게 여겨질 수 있다. 편 추진단장은 “그래도 아이들은 놀아야 한다”며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친구를 만나고 세상을 배우며 훨씬 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타 지자체에서는 ‘놀이’ 문화 정책을 아동부서에서 단발적으로 진행하는데 시흥시에서는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건강’이라는 취지로 접근한다”며 “특히 보건소에서 놀이 분야를 맡고 있는 게 특징으로 아이들 놀이문화를 다양하고 총괄적으로 운영하는 건 시흥시가 전국에서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시흥시는 크게 놀이 분야 추진 과제로 5개 정책을 내세운다. 이 중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장난감 생애주기별 플레이스타트 박스’ 개발과 부모들로 구성된 놀이활동가 ‘플레이스타터’ 양성 등 3개는 실행하고 있다. 미세먼지 걱정 없는 안전한 놀이터인 ‘공공형 실내놀이공간’은 오는 7~8월 완성된다. 남은 과제는 ‘생애주기별 플레이스타트 박스’ 개발이다. 아이들의 놀이문화를 확산하려면 무엇보다 부모의 인식 개선이 급선무다. 여전히 부모에게 ‘논다’는 것은 ‘공부를 안 한다’, ‘실력이 떨어진다’ 등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한다. 그러나 내 아이를 건강하고 행복한 아이로 자라게 하려면 ‘잘 노는 것’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이에 따라 시에서는 부모들이 주체가 돼 플레이스타터를 출범했다. 이들은 아이들에게 놀이기회를 더 많이 주는 데 관심 있는 사람들이다. 학교와 마을, 지역 내에서 놀이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확산하는 일을 한다.●팝업놀이터 올해 권역별 6회 진행하기로 또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놀이터를 선물하는 ‘팝업놀이터’를 운영한다. 공원이나 학교, 숲이 아니라 의외의 공간에 놀이터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발상의 전환에서 나왔다. 주민참여 예산으로 시작된 정책이다. 임시로 운영하고 사라지는 팝업 스토어처럼 단기간에 반짝 놀이터로 구성된다. 지난해 갯골생태공원에서 열린 박스놀이터를 시작으로 지난 3월에는 소래산 놀자숲에서 팝업놀이터가 열렸다. 지난달에는 시청 뒷마당에서 팝업놀이터가 두 차례 열려 시민과 어린이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올해는 권역별로 골고루 분배해 모두 여섯 차례 팝업놀이터를 진행할 예정이다. 어느 곳에서 어떤 놀이를 주제로 할지는 주인공인 어린이들의 의견으로 정한다.놀이정책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구상하기로 했다. 시는 놀이정책의 실제 주인공인 초등학생 71명으로 구성된 ‘플레이스타트 어린이 추진단’을 모집했다. 이들은 지난 3월 오리엔테이션을 거쳤다. 지난달에는 자유로운 토의 방식으로 원탁회의를 가졌다. 어린이가 생각하는 놀이와 현재 놀이터 상황, 놀이문화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했고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어린이 추진단은 정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세계적 놀이터 디자이너가 기획 드로잉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노는 것에도 중점을 뒀다. 요즘 미세먼지가 농도가 높아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오전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미세먼지 지수를 측정하는 일이 될 정도다. 특히 야외활동이 많은 아이에게는 심각한 문제다. 야외놀이터를 아무리 알차게 만들어도 미세먼지 때문에 아이들이 찾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미세먼지나 외부 환경과 무관하게 어린이들의 놀 권리와 놀 공간을 보장하려고 시흥시는 공공형 실내 놀이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현재 ABC행복학습타운 예술놀이터에 조성될 1호 놀이공간이 실시설계 막바지 단계에 있다. 예산 7억원을 들여 302㎡의 넓은 공간에 들어선다. 이 실내놀이공간은 전남 순천시에 있는 기적의 놀이터를 총괄디자인한 편 단장이 기획을 맡았다. 세계적인 놀이터 디자이너 독일의 귄터 벨치히가 기획 드로잉작업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시흥시교육지원청과 육아종합지원센터,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 다양한 기관이 협업했다. 시민추진협의체와 어린이 디자인캠프를 통해 당사자인 시민과 어린이도 직접 놀이터기획에 참여한다. 2호 실내놀이공간은 시흥국민체육센터 앞 어린이체육관에 조성될 예정이다. 예산 6억원도 확보됐다. 3호 실내놀이터는 지역에 고루 배치하기 위해 정왕권역에 조성될 계획이다.●누구에게나 생애주기별 장난감 보급 장난감은 아이들의 발달단계에 매우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생애주기별로 놀이와 교육을 위해 필요한 장난감이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시기별로 적당한 장난감을 주는 일은 쉽지 않다. 특정 장난감은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가격이 비싸 아이들의 평등한 놀 권리를 빼앗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는 영아·유아·초등기 등 생애주기별 플레이스타트 박스를 개발하고 있다. 아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놀이와 접할 수 있도록 놀잇감 키트를 개발해 내년까지 시범 보급할 예정이다. 시는 이를 위해 비정부기구(NGO)와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고품질의 놀잇감을 제작할 계획이다. 나아가 시흥시뿐만 아니라 전국에 널리 전파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앞으로 시흥시는 어린이가 주변 놀이터를 방문해 문제점을 직접 진단하는 ‘동네 놀이터 탐방’과 집마다 방치된 장난감을 선순환하기 위한 ‘장난감 플리마켓’을 운영할 예정이다. 어린이들에게도 정책 참여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팝업놀이터와 여러 놀이정책 의사결정도 어린이 추진단원과 함께 진행한다. ●놀이터 문제점 진단·개선에 어린이 참여 벨치히는 “재미없는 놀이는 일이고 재미있는 일은 놀이로 놀이는 온갖 가능성을 시험해 보고 경계에 다가서고, 경험을 하고 배우는 일”이라며 “플레이스타트 시흥은 어린이가 모든 가능성에 도전할 수 있는 경험을 하게 하고 위험을 배우며 최고로 재미있는 놀이로 여겨질 수 있도록 어린이 눈높이에서 건강한 놀이 문화를 선도할 것”이라고 했다. 박명희 시흥시보건소장은 “마지막 과제로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장난감인 생애주기별 플레이스타트 박스 개발을 하반기쯤 마칠 계획”이라며 “시흥시의 5대 놀이정책이 전국 시범모델이 돼 타 지자체로 확산해 감성이 풍부하고 몸도 튼튼한 어린이로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두 살 아이에게 ‘찌끄레기’ 호칭은 정신적 학대 아니다

    “피해자가 어떤 의미인지 모르면 피해 여부도 몰라” 만 2세 영아들에게 ‘찌꺼기’ 사투리인 ‘찌끄레기’라고 부른 것은 아이가 의미를 알아들을 수 없으므로 정신적 학대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지난달 26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33)씨 등 어린이집 보육교사 3명과 원장 신모(42)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김씨 등 보육교사들은 2016년 8월 생후 29개월인 원생에게 “야 너는 찌끄레기! 선생님 얘기 안들리니?”, “빨리 먹어라 찌끄레기들아” 등으로 말해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원장 신씨는 보육교사들의 관리·감독에 소홀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에서는 만 2세인 피해자가 ‘찌끄레기’라는 모욕적 표현을 들은 경우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피해자가 모욕적 표현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경우 학대행위에 의한 정신적 피해 자체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1·2심은 “찌끄레기가 모욕적 표현인 점은 분명하지만 만 2세에 불과한 피해자가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잘 알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은 국가 책임”…50년을 기다린 진실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은 국가 책임”…50년을 기다린 진실

    “주문.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들에게 국가배상법 제3조에서 정한 배상기준에 따른 배상금을 지급하고, 원고들의 존엄과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피고 대한민국의 책임 등에 관하여 공식 인정하라. (중략) 피고 대한민국은···.”재판장이 판결 주문을 낭독했습니다. 원고의 소송 청구 취지가 모두 반영된 원고 승소 판결이었습니다. 재판이 끝나자 원고석에 앉아 있던 두 베트남 사람이 일어났습니다. 통역을 통해 승소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러자 오랫동안 굳어있던 두 사람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고 턱 아래로 두 손을 모았습니다. 마치 누군가에게 기도하는 것 같았습니다.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시민평화법정’(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 공개재판이 열렸습니다. 이 모의재판은 과거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원고는 ‘퐁니·퐁넛 사건’의 피해 생존자 응우옌티탄(58)과 ‘하미 사건’의 피해 생존자 응우옌티탄(61)이었습니다. 동명이인입니다. 한국군 해병 제2여단(일명 ‘청룡부대’) 예하 1대대 1중대 소속 군인들이 1968년 2월 12일 오전 퐁니·퐁넛 마을로 진입해 저지른 학살(74명 사망)로 응우옌티탄(58)은 어머니, 언니, 남동생, 이모, 사촌 동생을 잃었습니다. 당시 자신도 배에 총을 맞았습니다. 또 청룡부대 예하 5대대 26중대 소속 군인들이 1968년 2월 22일 오전 하미 마을로 진입해 일으킨 학살(135명 사망)로 응우옌티탄(61)은 어머니, 남동생, 작은 어머니, 사촌 동생 2명을 잃었습니다. 자신도 한국군의 수류탄 공격을 받고 왼쪽 귀와 왼쪽 다리, 허리를 심하게 다쳤습니다. 그 때 입은 상해로 현재까지 왼쪽 귀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재판에 대법관과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낸 김영란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가 재판장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장을 지낸 이석태 변호사, 과거 ‘2000년 일본군 성노예 국제여성전범법정’ 남북한 공동 기소단의 검사 역할을 맡았던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재판관으로 참여했습니다. 재판부는 재판 첫날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시민평화법정은 (중략) 베트남 전쟁 시기에 민간인 학살이 과연 존재했는지, 만약 존재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심리할 것입니다.” 형사법정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민간인들을 학살한 가해자들의 유무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판단하겠다는 뜻입니다. 이어 재판부는 “참전군인을 비난하고 그들의 명예를 실추하는 자리가 결코 아닙니다”라면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과거의 불행을 이제부터라도 정직하게 드러내 직시하고, 거기에서 찾게 될 진실을 공유하면서 따뜻한 위로와 함께 온당한 치유책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참전군인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그들의 참된 명예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피고는 ‘대한민국’입니다. 앞서 재판부는 소송 서류들을 법무부에 송달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법률상 대표자가 법무부 장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무부에서는 첫 변론기일이 열리기까지 아무런 답변도 없었습니다. 결국 정부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변호사들이 정부를 대리하는 ‘역할’을 위해 피고 측 대리인단으로 나서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정부는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 진상규명, 공식 사과 등의 책임은 베트남 전쟁(1964년 8월~1975년 4월)이 끝난지 43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피고 측 대리인단은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결정적인 증거라면서 베트남 전쟁 당시 채명신 주월한국군사령관이 1968년 6월 4일 주월미군사령관에게 보낸 공문을 제시했습니다. 이 공문은 퐁니·퐁넛 사건이 당시 한국군의 적이었던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일명 ‘베트콩’) 세력이 저지른 사건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피고 측 대리인단은 하미 사건도 26중대가 학살 가해자라는 객관적 증거가 없고, 당시 하미 마을에 거주하던 주민들이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과 많은 관련성이 있었다며 하미 마을 주민들은 보호 의무가 있는 민간인이었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 등을 내놨습니다.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국방부가 1972년 발간한 공식자료인) ‘파월한국군전사’의 1968년 2월 12일자 퐁니·퐁넛 마을에서의 작전 기록에는, 한국군으로 위장한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 세력이 퐁니 마을 수십명을 집단적으로 살해한 사실이나 이에 대해 당시 퐁넛 마을에 주둔하고 있던 이 사건 1중대가 즉각 대응 조치를 취했다는 사실은 전혀 기록되어 있지 않다”면서 “특히 (중략) 베트남 주민 수십명이 집단적으로 살해되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식기록인 파월한국군전사에 단 한 줄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퐁니·퐁넛 사건으로 살해된 마을 주민들이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 세력이거나 그 동조세력이었다는 피고 대한민국의 주장과, 이 사건으로 살해된 마을 주민들은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 세력에 의해 살해된 사람들이라는 주월한국군의 입장을 종합해보면, 결국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 세력이 그 동조세력을 죽였다는 심히 모순된 결론에 이르게 된다”면서 “이는 논리칙과 경험칙상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하미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재판부는 “(원고가 증거로 제출한 하미 사건 생존 피해자들의 인터뷰 영상 속) 피해자들은 (중략) 이 사건 26중대 소속 한국군인들이 마을에 찾아와 마을 주민들을 여러 곳에 모아놓은 뒤 총격을 가하여 살해하였다는 점을 상당히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바, 진술의 신빙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면서 “또한 베트남 정부에서도 (희생자 명단이 적혀 있는) 위령비를 유적지로 인정함으로서 하미 마을에서 피고에 대한 민간인 학살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바, 신빙성 있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전시에도 전투 행위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은 인도적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국제인권규범을 위반한 점도 문제가 됐습니다. 지난 21일 있었던 당사자 신문 중 일부입니다. “한국군이 총을 쏠 때, 베트남 사람이나 가족 중에 한국군에 대항해서 총을 갖고 있었다든지 칼을 갖고 반격한 사람이 있었나요?” (양현아 재판관) “저희 가족은 (집에서) 나오는 대로 총을 맞았습니다. 저희가 다 이렇게 쓰러져서 누워 있었는데, 이렇게 보니까 이모가 아직도 아이를 안고 있었고 한 한국군인이 집에 불을 지르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모가 말리려고 했는데, 손 들어서 말리려고 했었는데 옆에서 한국군인이 이모 배를 칼로 찔렀어요.” (퐁니 사건의 응우옌티탄) “저항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격당했다는 진술로 보입니다.” (양현아 재판관)적과 아군을 구별하기 어렵고, 게릴라전을 펼치는 ‘보이지 않는 적’의 저격 등과 싸워야 했던 베트남 전쟁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피고 측 대리인단의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퐁니·퐁넛 사건에서는 70여명의 민간인이 살해되었는데 (중략) 수십명의 민간인 살해된 사건을 두고 과연 의도치 않은 어쩔 수 없는 희생이다라고 볼 수 있는지 자체가 심히 의심스럽다. 나아가 피해자의 거의 대부분이 노인, 여성, 어린이들이었고, 심지어 한 살 미만의 영아까지 살해되었으며 이들은 비무장 상태였다는 점까지 감안해 본다면, 퐁니·퐁넛 사건이 의도치 않은 어쩔 수 없는 희생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된다. (중략) 오히려 의도된 집단 학살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미 사건 역시 “1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살해되었는데 (중략) 상당수는 아동과 유아였다. 또 이른 아침 하미 마을 주민들을 여러 곳으로 모아놓은 뒤 학살했고,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그 다음 날 불도저로 시신을 훼손했다. 의도치 않는 어쩔 수 없는 희생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이유들을 종합해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선고했습니다.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들에게 국가배상법 제3조에서 정한 배상기준에 따른 배상금을 지급하고, 원고들의 존엄과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피고 대한민국의 책임 등에 관하여 공식 인정하라. 피고 대한민국에게 1964년~1973년 사이에 베트남 지역에서 피고 대한민국 군대에 의해 베트남 민간인에 대한 살인, 상해, 폭행, 성폭력 등 일체의 불법행위가 일어났는지 여부에 관한 진상조사 실시를 권고한다. 피고 대한민국은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을 포함한 피고 대한민국 군대의 베트남 전쟁 참전을 홍보하고 있는 모든 공공시설과 공공구역에 대한민국 군대가 원고들에게 불법행위를 하였다는 사실 및 (중략) 진상조사 결과를 함께 전시하고, 향후 대한민국 군대의 베트남 전쟁 참전을 홍보하는 공공시설과 공공구역을 설치할 경우에도 같은 조치를 취하라.” 선고 내용을 들은 응우옌티탄(58)의 말입니다.“제가 너무 기뻐서 지금 온몸이 떨리고 있습니다. 저는 진짜 머나먼 베트남에서 아주 힘들게 이 법정에 왔습니다. 그런데 아까 판결 내용 들었을 때 너무 기뻤습니다. 이렇게 기쁜 소식 가지고 이제 베트남에 당당하게 갈 수 있고요. 74명의 희생자들과 살아남은 많은 생존자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응우옌티탄(61)은 “이번 법정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살아남은 모든 생존자들에게 알리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말로 소감을 전했습니다. 물론 이번 재판은 정식 재판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 법정에서의 선고가 구속력을 갖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를 기억해야 합니다.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은 국가 공권력에 의해 일어난 국가범죄이자, 전쟁 중에도 민간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제규범을 위반한 전쟁범죄입니다. 원고 측 대리인단의 임재성 변호사는 “비록 학살을 행한 주체는 한국군이지만, 학살 사건을 50년 동안 은폐시킨 것에 대한 책임은 우리 공동체 모두에게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학살의 진실이 망각되는 것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제가 그 증거입니다”…생존자들의 호소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물을 달라”… 가뭄 식수난

    [그때의 사회면] “물을 달라”… 가뭄 식수난

    1960년대 서울의 상수도 보급률은 50~60%였다. 10가구 중 네댓 가구는 우물물이나 공동수도에 의존했다는 말이다. 가뭄이 심할 때면 우물도 말라붙고 수돗물도 제한적으로 공급해 시민들은 고통을 겪었다. 특히 마실 물조차 구하기 어려운 고지대 주민들의 고통은 극심했다. 1965년 봄 서울에 6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닥쳤다. 기우제도 지냈지만 소용없어 동네 우물은 바닥을 드러냈고 공동수도도 물이 나오지 않았다. 독립문 근처에 살던 주민들은 물을 구하러 15리(약 6㎞)나 떨어진 봉원사나 세검정까지 다녔다(경향신문, 1965년 6월 2일자). 자기 땅인지는 모르지만 봉이 김선달처럼 약수를 돈을 받고 팔았다. 홍제동 논골약수터에서는 한 여인이 물 한지게를 2원씩에 팔아 한 달에 400~500원을 번다고 기사는 전하고 있다. 쌀 한 가마 값이 3500원일 때이니 수입이 적지 않았다. 보광동 공동수도는 시간을 정해서 제한급수를 했는데 물을 확보하려고 24시간 주민들이 장사진을 쳤다. 시에서는 급수차를 운영했는데 몇 대에 불과해 급수차 운전기사는 주민들이 모아준 돈을 받는 비리에 엮일 만큼 갑의 위치에 있었다. 도심지도 예외는 아니어서 고급주택은 수세식 화장실에 물이 나오지 않아 악취가 진동했고 목욕탕은 휴업할 수밖에 없었으며 음식점도 물이 없어 문을 닫았다. 서울시는 군의 도움을 받아 공동우물을 새로 팠지만 물 부족을 해결하지 못했다. 1970년에도 가뭄이 극심했다. 물을 구하려는 경쟁은 범죄를 불렀다. 서울 성북구의 어느 동에서 물을 얻으러 간 아낙네와 물을 못 주겠다는 집주인 사이에 싸움이 붙어 살인사건으로 번졌다(경향신문, 1970년 6월 1일자). 서울 용두동에서는 수도관에 구멍을 뚫어 수돗물을 중간에서 빼낸 사람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영등포에서는 급수차 물을 받으려고 서 있다 새치기 시비가 붙어 폭행사건으로 이어진 일도 있었다(동아일보, 1970년 5월 23일자). 시위와 농성도 잦았다. 서울 봉천동 주민들은 상도동 배수펌프장으로 몰려가 물을 달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1966년 8월 서울 염리동 주민 200여명은 서울시청 2층으로 몰려들어가 “물을 달라”며 집단농성을 벌였다. 1967년 7월 서울 구로동 주민들이 선거 전에 그나마 나오던 물이 선거가 끝난 뒤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다며 서울시청 안에서 농성하는 바람에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서울 응암동 시영아파트 주민들도 넉 달째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다며 시청에서 물을 달라며 농성했다. 수도 사정은 점차 나아졌지만 마실 물이 부족한 상황은 1990년대 초까지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사진은 1968년 5월 서울의 어느 동네에서 급수차의 물을 받으려고 물지게를 지고 줄지어 선 시민들. 손성진 논설주간 sonsj@seoul.co.kr
  • 이런 배려, 우리 국회서 보고 싶습니다

    이런 배려, 우리 국회서 보고 싶습니다

    미국 여군 출신으로 의족을 가진 민주당 태미 덕워스(50) 상원의원이 생후 10일 된 딸과 함께 의사당에 등원했다. 엄마와 의원 역할을 모두 할 수 있도록 상원 의사당 내 영아 출입을 허용해 달라는 덕워스 의원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생후 10일 딸 안고 인준 표결 동참 덕워스 의원은 19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 제임스 브라이든스타인 국장 지명자에 대한 인준 표결에 참여하기 위해 의사당에 들어섰다. 이날 등원이 주목을 받은 것은 덕워스 의원이 현직 상원 중 최초로 임기 중 출산해 휴가 중이었던 데다 둘째딸 마일리 펄 볼스비와 함께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 연방 상원은 하원과 달리 의사당 내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해 왔다. 덕워스 의원은 출산 전 아이와 동반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며 동료 의원들을 설득했다. 상원은 전날 의사당 내 영아 출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표결에 부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덕워스 의원이 잠이 든 딸을 무릎 위에 앉혀 의사당에 등장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동료 의원들도 아기를 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만장일치로 동의해 준 동료 의원들에 감사” 태국에서 출생한 중국계 혼혈인 덕워스 의원은 아시아계 첫 미 육군 헬기 편대장으로, 2004년 이라크전쟁에 참전했다가 두 다리를 잃었다. 오른팔에도 중증 장애가 있어 평소 휠체어를 탄다. 표결을 마친 뒤 귀가하던 덕워스 의원은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동료 의원들이 매우 다정하고 따뜻하게 맞아 줬다”며 “만장일치로 동의해 준 동료 의원들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이윤실 한국어문기자협회장 선출

    이윤실 한국어문기자협회장 선출

    한국어문기자협회는 18일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클럽에서 2018년도 정기총회를 열고 서울경제신문 이윤실(사진) 교열팀장을 제40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또 김광섭 한국경제 기사심사부 팀장, 오명숙 서울신문 어문팀 차장, 최영아 SBS 아나운서팀 차장을 부회장으로, 양해원 글지기 대표, 백종인 매일경제 교열부장을 감사로 선출했다.
  • ‘아파트 하자땐 피해액 최대 3배 배상’ 개정안 발의

    ‘아파트 하자땐 피해액 최대 3배 배상’ 개정안 발의

    아파트에 하자가 발생할 경우 시공사가 주민에게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추진된다.경기도는 “16일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 대표발의로 ‘공동주택관리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됐다”고 17일 밝혔다. 도는 이 개정법률안이 남경필 지사의 제안에 따라 발의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은 아파트 사업주체가 건축법 등 관련 법령을 위반해 하자가 발생할 경우 손해를 입은 사람에게 손해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손해배상액은 사업주체의 고의성과 위반행위로 취득한 경제적 이익, 피해 규모 등을 고려해 법원이 ‘피해액의 3배 이내’에서 정하도록 했다. 남 지사는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입주민과 건설사 간 힘의 불균형이 커 사실상 정당한 보상을 받기 힘든 상황”이라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이 아파트 부실시공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라고 법률개정안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도는 이 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법정 담보책임 기간이 남아 있는 전국 모든 공동주택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남 지사는 지난해 2월 화성 동탄2신도시 부영아파트 현장 점검 시 부실시공 문제를 확인한 뒤 그동안 십여 차례 현장방문과 주민간담회, 도 차원의 특별점검 등을 했다. 이어 부실시공 해결과 부영 최고 책임자의 공개사과 등을 촉구하는 한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정부 차원의 현장 조사, 부실시공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등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부영주택의 12개 아파트단지를 특별점검해 164건의 시정을 지시하고, 각 지자체에서 30점의 벌점과 3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부여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아빠, 가난한 나도 꿈꿀 수 있을까요

    아빠, 가난한 나도 꿈꿀 수 있을까요

    자녀 양육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한국 아빠 4총사(강상규·심재원·허민·우명훈씨)가 컴패션과 함께 5박 6일 일정으로 필리핀을 찾았다. 경제적 궁핍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자녀 양육에 힘쓰는 현지 엄마, 아빠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이들은 마닐라와 팜팡가의 여러 가정과 어린이센터 등을 돌며 컴패션의 양육 철학과 가치를 직접 체험했다. 컴패션은 6·25전쟁 때 한국에 온 미국 출신 에버렛 스완슨 목사가 굶주림과 추위로 죽어가는 한국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설립한 국제어린이양육기구다. 지난 66년간 태아영아생존, 1대1 어린이양육, 양육 보완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빈곤에 놓인 전 세계 어린이를 어엿한 성인으로 키워내는 데 앞장섰다.양팔을 뻗으면 양쪽 벽에 손이 닿을 정도로 좁은 공간. 발을 움직일 때마다 얇은 바닥이 무너질 듯 삐걱대는 방 두 칸짜리 집이 셀레스트 카초(31·여) 부부와 네 아이의 보금자리다. 건물과 건물 사이 좁은 골목 위로 나무판자를 덧대 엉성하게 지은 이곳에서 그는 태어나고 자랐다. 작은 가게에서 일할 때 남편을 만났다. 함께 산 지 9년이 지났지만 돈이 없어 결혼식은 못 올렸다. 생후 3개월 된 막내 마리아는 엄마 품에 꼭 붙어 떨어질 줄 몰랐다. 타지에서 일하느라 주말에만 집에 오는 남편 대신 홀로 아이들을 키워 오던 그에게 얼마 전 웃을 일이 생겼다. 임신 중이던 그에게 이웃 주민이 컴패션의 양육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해 준 것이다. 덕분에 마리아는 태어난 뒤 예방접종을 받았고 매주 식재료도 지원받고 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늘 밝게 웃는 셀레스트는 “비록 가난하지만 네 아이를 모두 공부시키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힘을 내겠다”고 말했다.셀레스트 가족은 마닐라 외곽에 위치한 크리스천가스펠교회 어린이센터의 지원을 받고 있다. 아빠 4총사의 여행 둘째 날, 센터는 현지 엄마 20여명과 아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엄마들은 센터 직원을 따라 바느질로 베갯잇을 만들었다. 센터는 일주일에 한 번씩 엄마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베갯잇, 목걸이 등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재료도 무상으로 준다. 필리핀컴패션은 전국 355개 어린이센터를 통해 8만 1366명의 어린이를 지원하고 있다.4총사는 전날 저녁 이곳에서 현지 아이들의 아빠들을 만났다. 한때 술과 마약, 도박 등에 빠져 있던 이들은 아이를 통해 컴패션을 알게 됐다. 부인과 함께 세 자녀를 키우는 잭슨 하레스(37)는 한 달 전부터 매주 아버지 모임에 나오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 학대 당했고 마약에 빠져 지금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아이를 잘 키워 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이웃의 말에 오게 됐는데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여행 나흘째 4총사는 팜팡가주 앙헬레스에 위치한 주디 두케사(19·여)의 집을 방문했다. 주디는 세 살 때부터 캐나다 후원자로부터 1대1 양육지원을 받고 있다. 후원자를 만나 본 적은 없다는 주디는 “대신 편지를 보여 주겠다”며 방으로 안내했다. 주디는 후원자가 보내온 가족 사진과 편지 수십통을 보여 주며 “아이들을 30명이나 후원하면서도 중간에 끊지 않고 17년간 후원해 준 너무 고마운 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매년 크리스마스에 선물도 보내주는데 아홉 살 때 받은 첫 번째 드레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수줍게 웃었다.4총사는 이날 주디와 가족들을 위해 한국식 짜장라면 파티를 열었다. 라면 20개를 뜯어 면과 짜장수프, 건더기수프를 따로 모았다. 냄비에는 6ℓ 물 한 통을 붓고 면을 모두 넣었다. 잘 익은 라면을 조금씩 덜어 모여든 사람들에게 나눠 주자 60그릇이 나왔다. 짜장라면 파티는 금세 마을 잔치가 됐다. 오는 길에 코리아마트에서 사 온 버너와 큰 냄비는 주디 가족의 세간살이가 됐다. 4총사는 주디의 아버지 레이난테(45)에게 버너 사용법을 알려 줬다. 레이난테는 “얼마 전 버너가 고장 났는데 돈이 없어 못 사고 있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주디 가족은 기찻길 옆에서 살다 7년 전 이곳으로 이사했다. 원래 살던 집을 정부가 철거해 새 터전을 구해야 했다. 친척집 마당 한구석에 나무판자로 지은 집이지만 여덟 식구에게는 소중한 터전이 됐다. 주디는 두 오빠, 부모와 큰방을 함께 썼다. 하지만 2년 전 엄마가 병을 앓다가 세상을 떠나면서 지금은 네 명이 쓰고 있다. 주디는 방이 좁아 다섯 식구가 몸을 꼭 붙이고 자야 했던 예전이 그립다. 레이난테는 “마약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은 동네에서 살고 있지만 컴패션의 후원 덕에 주디와 아들들이 바르게 자랄 수 있었다”며 “대가 없이 후원해 줘 너무도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렸다.같은 날 저녁 4총사는 컴패션 졸업생 일곱 명과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컴패션의 1대1 양육 프로그램을 마친 학생 중 성적이 우수하고 진로계획이 뚜렷한 소수에게 주어지는 1대1 리더십 결연 프로그램까지 수료하고 사회인으로 첫발을 내디딘 이들이다. 이 중 아이리 리싱(22·여)은 한국 후원자로부터 3년간 지원을 받았다. 후원자의 이름만 알 뿐 얼굴도 성별도 몰랐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을 얻어 동생들의 학비를 댈 수 있게 된 것 모두 후원자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취업 전 한국에 가 보려고 돈을 모았지만 재산이 일정 규모 이상 되어야 비자를 받을 수 있어 갈 수 없었다”며 “한국에 가면 후원자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이날 한국컴패션에서 준비한 깜짝 영상편지에 후원자가 등장하자마자 아이리는 눈물을 왈칵 쏟았다. 친구들도 각자 자신의 후원자를 떠올리며 눈물을 글썽였다. 여행 마지막 날 만난 에드가르도 하비에르(50)는 트라이시클(자전거 삼륜 택시) 운전사다. 태풍으로 집을 잃은 뒤 가족과 함께 교회에 얹혀 산다. 하루 종일 일해도 200페소(약 4000원)씩 트라이시클 판매상에게 내야 하는 할부 원금과 이자를 빼면 남는 게 별로 없다. 그러나 컴패션 후원 덕에 셋째와 넷째를 공부시킬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한다. 에드가르도는 꿈을 묻는 질문에 “자식들이 졸업 후 원하는 직장을 갖고 받은 것 이상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 삶을 살길 바란다”고 답했다. 마닐라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제주 열기구 돌풍에 추락… 조종사 사망… 예견된 사고였나

    제주 열기구 돌풍에 추락… 조종사 사망… 예견된 사고였나

    비상착륙 후 150m가량 끌려가 바스켓 밖 튕기면서 탑승객 부상 승인 때 안전문제로 수차례 불허돌풍이 잦은 제주도에는 부적합하다는 지적을 받아 온 관광용 열기구가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나 안전불감증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12일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11분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물영아리 오름 북쪽 들판에서 조종사 김모(54)씨와 탑승객 12명이 탄 관광용 열기구가 추락했다. 이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친 조종사 김씨는 119구급대원들의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나머지 탑승객 12명은 골절, 찰과상 등 부상을 입어 제주시내 병원 등으로 분산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은 바람이 강해 이륙 장소를 변경하는 등 비행 전부터 안전사고가 우려됐다. 탑승객들은 오전 5시 원래의 이륙 장소인 구좌읍 송당마을에 모였으나 바람이 심해 오전 7시쯤 조천읍 와산리로 이륙 장소를 바꿔 비행을 시작했다. 상업 열기구는 조종사가 바람의 강도 등을 주관적으로 판단해 비행 여부를 판단한다. 와산리 초지에서 이륙한 열기구는 50여분의 비행 끝에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더클래식 골프장 맞은편에 있는 초지 착륙 지점 상공에 이르렀지만 강풍을 만나 높이 10m의 삼나무 군락지 나무 꼭대기에 걸렸다. 조종사 김씨는 열기구를 다시 작동시켜 삼나무 숲에서 빠져나온 후 인근 들판에 비상착륙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열기구 바스켓이 초지 지표면과 수차례 충돌, 탑승객들은 바스켓 밖으로 모두 튕겨 나와 부상을 입었다. 반면 조종간을 잡고 있던 김씨는 비상착륙한 열기구가 강풍에 150m가량 끌려가면서 머리를 크게 다쳤다. 탑승객 이모(42)씨는 “비상착륙하던 열기구가 갑자기 2m 정도 아래로 급강하하더니 ‘쿵’하고 땅에 부딪힌 뒤 바람에 질질 끌려가면서 지상과 여러 번 충돌했고 사람들이 모두 바스켓 밖으로 튕겨 나갔다”고 했다. 사고가 난 열기구는 높이 35m, 폭 30m 크기로 영국의 열기구 전문업체에서 제작했다. 숨진 김씨는 2200시간 무사고 운전을 기록한 한·중·일 유일의 상업 열기구 조종사로 알려졌다. 30여년간 케냐와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에서 열기구 조종사로 일했던 김씨는 2015년 9월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 열기구 관광회사를 차린 뒤 제주지방항공청에 항공레포츠사업 등록을 신청했다. 지표와 밧줄로 연결하는 계류식이 아닌 자유 비행 열기구 사업은 국내 최초였다. 송당마을 주민들은 김씨와 수익을 나눠 갖는 조건으로 마을 부지 5만여㎡를 이착륙 부지로 제공했다. 그러나 제주항공청이 제주는 돌발적으로 바람이 거세 경로를 벗어날 수 있고 비행 구역 인근에 풍력발전기와 고압송전탑, 오름 등의 장애물이 있어 안전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사업 등록을 불허했다. 하지만 김씨는 “사고를 예단한 과도한 행정 규제”라고 민원을 제기하며 이후로도 세 차례에 걸쳐 사업 등록을 거듭 요청했다. 제주도 측도 “열기구 투어는 제주 저가 관광의 체질 개선을 위한 고부가가치 상품”이라며 제주항공청에 긍정적인 검토를 요청했다. 열기구 투어 1인당 요금은 39만 6000원이다. 결국 제주항공청은 2017년 4월 ‘이륙 장소를 4곳으로 제한하고 바람이 초속 3m 이하일 경우에만 운항하며 열기구의 높이를 150m 이하로 운항하는 조건’으로 사업 등록을 최종 승인했다. 제주에서 열기구 사고는 두 번째다. 1999년 4월 열린 열기구 대회에서 열기구들이 강풍에 밀리면서 고압선에 걸려 추락하는 사고로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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