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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에 띄네 이 얼굴] ‘친절한 금자씨’의 최민식

    화제작 ‘친절한 금자씨’가 그렇게 화려하게 언론의 조명을 받았어도 신기하게 노출되지 않았던 인물이 있다. 금자(이영애 분)의 복수 대상인 백선생 역의 최민식(43)이다. 작품홍보 와중에도 그의 존재가 베일에 가려져온 건 ‘신비주의’ 마케팅 전략 때문. 스릴러극의 전복적 묘미를 살리기 위해 금자의 처절한 응징을 받는 캐릭터를 제작진은 최대한 감춰놓기로 한 것. 박찬욱 감독의 전작 ‘올드보이’에서 15년을 영문도 모른 채 갇혀 지냈던 그는 이번엔 악랄한 이중인격의 유괴범이다. 말쑥한 차림새의 영어학원 강사로 눈속임했을 뿐, 금자에게 유아 살인누명을 뒤집어씌운 잔인하고 비정한 인물. 출소한 금자의 손에 차마 말로 다 할 수 없게 처참히 복수를 당하는 막판 시퀀스는 영화의 ‘알과 핵’이다. 그의 연기부분을 더 자세히 설명하는 것 자체로 스포일러가 되기 십상일 만큼.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힐, 김정일을 체어맨으로 불러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제4차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체어맨(Chairman)’으로 호칭했다.27일 열린 수석대표 기조연설에서다. 힐 차관보는 국방위원장이라는 직책을 염두에 두고 ‘체어맨’이라는 호칭을 쓴 것이며 이는 북한이 김 위원장을 영문으로 지칭할 때 쓰는 공식 명칭이기도 하다. 지난 4월29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폭군(tyrant)’으로 비난한 지 4개월 만에 김 위원장의 공식 명칭을 사용했다. 거칠기만 했던 북·미 상호간 수사(修辭)가 갈수록 유화적이고 ‘상호존중’의 표현으로 바뀌었다. 폭군에 이어 등장한 ‘미스터(Mr.)’라는 표현보다 진전된 것으로 북·미간의 접근도를 대변하는 것이다. 체어맨은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식하고 있다는 미국의 방침과도 맥이 닿는다. 이날 기조연설 후에 이뤄진 남북 양자회동에서 미측의 ‘체어맨’ 호칭에 대해 북한 대표단이 만족을 표시했다는 것이 우리 대표단의 전언이다. 우여곡절 끝에 재개된 6자회담에서 미국 대표가 김 위원장을 ‘체어맨’이라고 깍듯하게 칭한 데 대해 북한이 어떻게 화답할지 주목된다. oilman@seoul.co.kr
  • 한국 공연4팀 ‘에든버러’ 간다

    한국 공연4팀 ‘에든버러’ 간다

    매년 8월이면 스코틀랜드의 작은 도시 에든버러의 기온은 수직상승한다.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과 더불어 세계 최대 종합예술축제로 꼽히는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열기로 도시 전체가 뜨겁게 달아오르기 때문이다. 새달 7일 개막하는 ‘2005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한국 공연팀 4곳이 가세해 이 열기에 동참한다. 극단 아리코리아의 ‘타토(Tatto)´, 극단 여행자의 ‘한여름밤의 꿈’,㈜에이넷코리아의 ‘무무(武舞·영문명 YingYang),㈜예감의 ‘점프(Jump)’가 주인공들. 지난 99년 ‘난타’ 진출 이후 매년 1∼2편의 작품이 페스티벌에 참가해 왔으나 이처럼 다수의 공연이 한꺼번에 소개되기는 처음이다. 이번 참가작중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한국적 연희양식으로 재해석한 연극 ‘한여름밤의 꿈’을 제외한 나머지 3편은 ‘난타’처럼 대사가 없는 넌버벌 퍼포먼스다. ‘타토’는 사물놀이와 탈춤에 서양 현대무용과 아크로바틱을 결합한 작품.2002년 초연 이후 40여개국에서 순회공연을 가졌다. 지난해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호평을 얻어 2년 연속 참가한다. ‘무무’와 ‘점프’는 여러 면에서 닮은 꼴이다. 무술퍼포먼스라는 장르적 공통점을 지닌 데다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하고 외국 관객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김주섭 에이넷코리아 대표는 “무무는 정통 동양무술을 보여주는 비장미가 특징이고, 점프는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코믹함이 장점”이라면서 “두 작품이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이스라엘 페스티벌에서 해외 진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점프’는 이번 축제 기간중 에든버러에서 규모가 가장 큰 어셈블리극장(780석)의 메인 시간대를 배정받은 데다 극장측으로부터 수익의 60%를 받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참여한다. 김경훈 ㈜예감 대표는 “현재 티켓 예매량이 프린지 페스티벌 참가작 1789개 가운데 상위 5위 안에 든다.”면서 “이번 페스티벌을 계기로 본격적인 해외시장 개척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무무’와 ‘점프’는 프린지 페스티벌의 성공 티켓으로 여겨지는 오프닝 파티에 나란히 초청받았다. 해외 페스티벌 참가 경험이 풍부한 극단 여행자의 양정웅 대표는 “연극의 본고장 영국에서 정극 형태의 공연으로는 처음 진출하는 만큼 어깨가 무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에든버러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자리매김한 ‘난타’의 선례를 이들 작품이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롯데가 (2)-농심 등 형제기업들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롯데가 (2)-농심 등 형제기업들

    “형님, 새로운 사업으로 라면을 해볼라카는데 형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1960년대 초 젊은 춘호씨는 조심스럽게 큰형(신격호)의 기색을 살폈다.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라면이라 캤나. 그거 누가 사서 묵을 끼라고 만들라카는데. 치아라마.” 형의 조언을 잔뜩 기대하고 일본땅을 찾았던 춘호씨는 머쓱해져 돌아나와야 했다. “그래. 형이 안된다고 하는 사업을 내가 반드시 성공시켜 보이겠다.” 라면으로 2조원대의 중견그룹을 일군 농심 신춘호(75) 회장은 ‘철학을 가진 장이는 행복하다.’라는 제목의 자서전(비매품)에서 라면사업의 시작을 이렇듯 생생하게 되짚었다.“신적인 존재나 마찬가지였던 큰형이 반대하자 일종의 오기가 생겼다.”는 회고도 덧붙였다. 그렇게 해서 신 회장은 당초 시계공장을 차리려고 마련해 두었던 서울 영등포구 신대방동 370번지 지금의 농심사옥 부지에 라면 뽑는 기계를 들여놓았다. 롯데공업사라는 간판도 내걸었다. 자본금은 단돈 500만원이었다. 그가 큰형과 둘째형(신철호)의 그늘을 벗어나 창업가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1965년 9월18일의 일이다. 그의 나이 서른다섯. “누가 밥 놔두고 사먹겠느냐.”고 했던 라면은 소고기라면, 너구리, 안성탕면, 신라면 등 숱한 히트상품을 탄생시키며 그룹 매출액을 지난해 2조 862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물론 새우깡 등 스낵시장 매출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달에는 미국에 라면공장을 세우기까지 했다. 올해로 창립 40년을 맞는 농심-78년 사명 변경-은 이제 롯데가(家)에서 맏형 사업체 다음으로 튼실한 기업군을 이루고 있다. 혼맥은 10형제 가운데 가장 화려하다. ●신 회장,“장이가 돼라” 신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장이’를 강조한다. 스스로도 자신을 “라면장이” “스낵장이”라고 부른다. 실속없는 겉치레를 매우 싫어한다. 그래서 언뜻 봐서는 대기업 총수라기 보다는 영낙없는 촌로(村老)다. 지방공장을 둘러볼 때도 “일하는 사람들에게 방해된다.”며 웬만해서는 공장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한번은 새벽녘에 경기도 안양공장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길래 살짝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어느새 직원이 뛰쳐나와 “아저씨, 함부로 들어오시면 안돼요.”하며 제지했다. 신 회장은 할 수 없이 “내가 회장입니다.”하고 신분을 밝혀야 했다. 임직원들 사이에 회자되는 유명한 일화다. 그를 오랫동안 보좌한 한 임원은 “역발상의 대가”라고 말한다.“남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것도 반드시 한번씩 뒤틀어 보신다. 젊은 사람들도 그분의 창의력을 따라가지 못한다.” 대표적인 예가 ‘새우깡’이다.1971년 당시 세 살짜리 어린 딸이 ‘아리랑’을 ‘아리깡’으로 잘못 발음하는 것을 듣고 신 회장은 “이거다.”며 무릎을 쳤다. 말문이 갓 트인 어린아이들조차 쉽게 발음하는 ‘깡’을 과자 이름으로 착안한 것. 새우깡, 고구마깡, 감자깡, 이른바 깡 시리즈의 시작이었다. 회의 도중에 갑자기 “교남동 도가니탕 맛이 좋으니 그런 맛이 나는 라면을 개발해 보라.”고 지시해 소고기라면을 탄생시킨 것이나,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롯데쥬스가 키스보다 좋아’라는 ‘야한’ 광고 문구를 선보인 것도 그의 기발함을 보여주는 예다. 언론에 나오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은 큰형과 매우 닮은 점이다. ●실질적 가장 역할-“신라면 개발때는 성씨 팔아먹는다.” 힐난도 10남매의 다섯째인 그는 일찍이 일본으로 건너간 큰형과 몸이 약한 둘째형을 대신해 집안의 실질적 가장 역할을 했다고 훗날 자서전에서 털어놓았다. 몇년전 아버지(신진수)의 유해가 증발했을 때, 도굴범에게서 되찾아온 유해를 모셔간 사람도 신 회장이었다. 그는 자서전에 이렇게 적고 있다. “어릴 때부터 무슨 벼슬같은 것을 해보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 못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책상머리에 앉아서 머리 싸매고 하는 일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것이 있으면 손으로 만져보고 입으로 맛을 봐서 좋으면 직접 한번 만들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였다.” 신라면을 처음 개발했을 때의 일이다. 실무자들은 ‘매울 辛’을 라면 이름으로 염두에 두고도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오너의 성씨를 함부로 상품화했다가 ‘불경죄’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신 회장은 “아주 좋다.”며 흔쾌히 수용했다. 막상 제품이 나오자 이번엔 문중에서 난리가 났다.“라면장사 하려고 성까지 팔아먹는다.”는 힐난이었다. 그러나 신 회장은 꿈쩍조차 하지 않았다. 한번 옳다고 믿으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이가 그였다. 당시 식품위생법상 라면봉지에 한글(신)보다 한자(辛)를 더 크게 쓸 수 없게 되자 부당한 규제라며 끝까지 싸워 법개정(88년)을 끌어냈을 정도다. ●경영에 참여하는 2세들 신 회장은 두 살 아래의-원래 신 회장은 1930년생이지만 호적에는 1932년생으로 2년 늦게 올라갔다-고향처녀(김낙양)와 결혼했다. 같은 경남 울주군 출신이지만 면(面)이 달라 서로 일면식은 없었다고 한다. 김 여사는 다소 깐깐하다는 평이다. 사이에 3남 2녀를 두었다. 막내딸을 제외하고는 4남매가 모두 그룹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큰딸 현주(50)씨는 광고회사인 농심기획의 부사장을 맡고 있다. 전업주부에서 10년전쯤 출근을 시작했다. 큰아들 동원(47)씨는 그룹의 중추인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쌍둥이 둘째아들 동윤(47)씨는 포장재를 납품하는 율촌화학의 사장이다. 율촌은 신 회장의 호다. 셋째아들 동익(45)씨는 할인점 메가마트(옛 농심가)와 골프장 일동레이크를 운영하는 농심개발의 부회장이다. 신 회장은 그룹의 큰 방향이나 핵심전략만 직접 챙긴다. 나머지는 자식들에게 맡기고, 사냥이나 골프 등 여가를 즐긴다. 골프는 핸디 7의 싱글 실력이다. 일주일에 네번 라운딩을 나가는 주사파(週四派)다. 그만큼 건강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밑바닥에서 기업을 일군 창업총수들이 으레 그렇듯 실질적으로는 일을 놓지 못한다. 한 아들이 웃으면서 전하는 얘기다.“말씀으로는 너네가 다 알아서 하라고 하시면서도 소소한 것까지 꼼꼼히 챙기신다. 골프를 치시다가도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물어보곤 하신다.” ●1·2세 매주 월요 점심회동 신 회장은 매주 월요일마다 그룹 구내식당에서 2세들과 점심을 함께 한다.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4남매가 정규 멤버다. 밥값은 물론 아버지가 낸다. 그룹 전략회의겸 가족 친목모임인 셈이다. 이화여대 서양미술학과를 나온 큰딸만 빼고는 4남매가 모두 고려대 동문이다. 동원씨는 화학공학과, 동윤씨는 산업공학과, 동익씨는 경영학과, 윤경씨는 심리학과다. 신 회장은 동아대 법학과를 나왔다. 아버지를 닮아 세 아들 모두 운동을 잘한다. 큰아들 동원씨는 어렸을 때 축구선수로도 활약했다. 5남매가 모두 서울 한남동의 신 회장 자택 주위에 모여 살아 ‘농심 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바로 옆은 잘 알려진 대로 ‘삼성 타운’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부녀가 새로 이사를 오면서 이웃사촌이 됐다. 한때 공사 소음 등을 둘러싸고 갈등도 있었지만 지금은 깨끗이 화해했다. ●쌍둥이 형제에 얽힌 일화 동원씨와 동윤씨는 일란성 쌍둥이다.10분 차이로 태어났다. 대학 1학년때, 동윤씨가 태권도 승단 시험을 봐야하는데 마침 대학시험과 날짜가 겹쳤다. 형인 동원씨가 대신 시험장에 들어갔다. 그런데 하필이면 동원씨의 학과 조교가 시험감독으로 들어왔다. 시험지의 이름이 틀린 것을 보고 조교는 “너, 화공과 신동원 아니야?” 하고 의심했다. 동원씨는 내심 당황했지만 “신동원은 내 쌍둥이 형이다. 나는 동생 동윤이다.”라고 뚝 잡아뗐다. 쌍둥이라는데 어쩔 것인가. 조교의 의심은 더이상 뻗어가지 못했다. 임원들은 쌍둥이 형제의 느낌이 달라 알아보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성격도 다소 다르다. 한 임원은 “동원 부회장은 큰 방향만 맞으면 아랫사람들에게 일을 맡기는 스타일이다. 반면 동윤 사장은 매우 꼼꼼하고 세심하다.”고 전했다. ●조양상선·동부·태평양…화려한 혼맥 신 회장의 5남매는 하나같이 내로라하는 집안에, 모두 중매로 결혼했다. 큰딸 현주씨는 79년 박남규(작고) 조양상선 회장의 넷째아들 재준(53)씨와 결혼했다. 재준씨는 한때 조양상선그룹 부회장을 지냈으나 그룹 부도 이후 지금은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조양상선은 김치열 전 내무·법무장관과도 사돈사이다. 김 전 장관은 다시 효성·동방유량 등과 사돈을 맺고 있어 혼맥 고리가 끝이 없다. 낯가림이 심한 현주씨와 달리 박 부회장은 “술 좋아하고 풍채 좋고 성격도 좋다.”는 게 공통된 평이다. 딸만 둘을 두었다. 큰딸 혜성(24)씨는 일본 성심여대를 나와 와세다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어머니가 설립한 그룹 계열사 ‘쓰리에스포유’(시설관리전문)의 등기이사이기도 하다. 역시 쓰리에스포유의 주주인 둘째딸 혜정(20)씨는 가을학기부터 미국 대학에 입학한다. ●송복 교수가 맏며느리 중매 큰아들 동원씨는 연세대 영어영문과를 나온 민선영(43)씨와 결혼했다. 선영씨는 민철호 전 동양창업투자 사장의 큰딸이다. 친구 사이인 율촌화학 한규상 부회장과 연세대 송복 교수가 각자 아끼는 총각처녀를 소개시킨 것이 인연이 됐다. 맞선은 86년 5월초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이뤄졌다. 동원씨가 훗날 사석에서 털어놓은 얘기다.“커피를 시켰는데 그 사람 앞쪽에 있던 설탕과 크림통을 내쪽으로 먼저 밀어주는 것을 보고 이정도면 됐다 싶었다.” 그주 주말 볼링장으로 맞선본 아가씨를 불러낸 그는 혜화동 집앞까지 바래다준다는 핑계 아래 붙잡고 있다가 새벽 3∼4시쯤에야 집으로 들여보냈다. 은근히 걱정이 돼 전화를 걸었다가 예비 장인어른에게 엄청나게 혼났다고 한다. 이때부터 당사자들보다 집안에서 더 서둘러 선본 지 3주만에 약혼하고 두달반만에 결혼(86년 5월26일)했다. 중·고등학생인 두 딸(수정·수현)은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초등학생인 외아들(상열)은 올 가을에 미국으로 유학간다. ●사돈통해 정계·언론계와도 연결 둘째아들 동윤씨는 국회 부의장을 지낸 김진만 민족중흥회장의 딸 희선(44)씨와 결혼했다. 희선씨의 큰오빠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둘째오빠는 김택기 전 국회의원이다. 김 회장은 삼양사의, 김 의원은 이철승 전 신민당 총재의 사위이기도 하다. 농심은 동부를 통해 삼양사는 물론 정계 인맥과도 맞닿아 있는 셈이다. 사조산업과도 다리 건너 사돈 사이다. 희선씨는 이화여대 음대를 나왔다. 성격이 매우 적극적이다. 셋째아들 동익씨는 노창희 전 영국 대사의 조카인 재경(41)씨와 결혼했다. 노홍희 전 신명전기 사장의 큰딸이다. 큰동서(민선영)의 연대 영문학과 후배다. 말수가 적고 조용한 편이다. ‘아리깡’ 일화의 주인공인 막내딸 윤경(37)씨는 서성환 태평양그룹 회장의 둘째아들 경배(42)씨와 결혼했다. 경배씨는 ㈜태평양 사장이다. 성격이 수더분해 처남들이 좋아한다. 경배씨의 형인 영배(태평양그룹 회장)씨는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의 사위여서 농심은 또다시 언론계와도 연결된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보란듯이 세도가를 골라 사돈을 맺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당사자들을 펄쩍 뛴다.“혼사가 화려하다보니 남들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집안을 따져 결혼한 줄 아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부모님이 옛날분들이다보니 연애결혼을 싫어하셔서 평범하게 선을 봤을 뿐이다. 정략적으로 집안을 따져 결혼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한진·KCC…형제들의 혼맥도 화려 신 회장의 둘째형인 철호(작고)씨는 유난히 법조인과 사돈을 많이 맺었다.8명의 사위 며느리 가운데 법조인이 4명이나 된다. 큰딸 혜경(58)씨는 서울고등법원장과 공적자금관리위원을 지낸 조용완(60) 변호사와 결혼했다. 법무법인 송백 소속이다. 셋째딸 미진(47)씨와 넷째딸 혜승(41)씨의 남편도 장대규(48)·정경언 변호사다. 정 변호사는 터키에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큰아들 동림(43)씨의 부인은 정승원(41) 서울가정법원 판사이다. 철호씨는 1960년대초 동생인 춘호씨와 함께 서울 갈월동에서 껌 공장을 함께 운영하기도 했으나 경영방식에서 이견을 보여 각자 사업체를 차렸다. 10남매의 일곱째인 신선호(72) 일본 산사스㈜ 사장은 큰형을 도와 롯데에 몸담던 시절, 롯데리아를 일군 주역이다. 지금은 일본에서 면발 제조업체인 산사스를 독자 경영하고 있다. 심정섭 전 민국일보 편집국장의 큰딸 정자씨와 결혼해 2남2녀를 두었다. 큰아들 동우(40)씨가 산사스 전무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큰딸 유나(41)씨는 이호진(43) 태광산업 회장과 결혼했다. 10남매의 아홉째인 신준호(64) 롯데햄·우유 부회장은 한순용 전 한대산업 회장의 딸 일랑(58)씨와 결혼했다.‘프라이드 사건’ 등으로 적잖이 속을 끓였던 큰아들 동학씨가 얼마전 서른여섯의 젊은 나이에 태국 방콕의 한 호텔에서 추락사하는 바람에 통한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둘째아들 동환씨는 대선주조 집안의 딸과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내여동생 동화면세점 경영 여자형제들 가운데는 경숙(72)·정숙(68)·정희(59)씨의 혼사가 눈에 띈다. 경숙씨는 박성황(작고) 한일향료 사장과 결혼해 1남1녀를 두었다. 다산(多産)인 롯데가에서는 단촐한 자식 농사다. 딸 기(51)씨는 개인사업을 하는 김영대(59)씨와, 국민대 교수인 아들 기택(47)씨는 정일영 전 국민대 총장의 딸 형은(45)씨와 결혼했다. 정숙씨는 NK(남경)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최두열 전 치안국장의 동생인 최현열 전 남경그룹 회장이 남편이다. 사이에 1남 3녀를 두었는데 사위들의 면면이 만만치 않다. 큰딸 은영(43)씨는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의 3남 수호(51·한진해운 부회장)씨와, 둘째딸 은정(42)씨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막내동생인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의 둘째아들 몽익(43·KCC 부사장)씨와, 셋째딸 은진(37)씨는 동갑내기인 김유진 재원테크 사장과 각각 결혼했다. 맏이인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과 스물네살이나 차이나는 막내 정희씨는 여자형제들 가운데 유일하게 경영 활동을 하고 있다. 동화면세점 사장이다. 남편은 경제관료 출신의 김기병(57) 롯데관광그룹 회장이다. 김 회장의 형은 김기형 전 과학기술처 장관으로, 정통 관료 집안이다. 롯데관광은 이름만 같을 뿐, 롯데그룹과는 무관하다. 동화면세점도 이곳 계열사다. 큰아들 한성(35)씨가 동화면세점 상무이다. 둘째아들 한준(33)씨는 롯데관광 이사로, 미혼이다. hyun@seoul.co.kr ■ ‘농심 맏형’ 신동원 부회장 롯데가는 형제간에 크고 작은 송사를 치렀다. 물론 지금이야 모두 ‘옛날 얘기’가 됐지만 생채기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이런 점을 의식, 젊은 2세들이 주축이 돼 모임을 만들었다. 집안의 화해를 도모하기 위해서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영산 신씨 초당공파 28대손 모임’이다. 몇년전 이 모임을 앞장서 만든 이가 신동원 농심 부회장이다.‘동(東)’자 돌림들이 주된 멤버다.27대손인 ‘호(浩)’자 돌림들이 아직 거리가 있는 것과 달리,28대손들은 수시로 뭉치며 허물없이 지낸다. 이들은 “영산 신씨는 경상도에서 남신북권(南辛北權)이라 불릴 만큼 명문가였다.”며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신 부회장은 모임을 결성하면서 초대 총무를 쌍둥이 동생(신동윤)에게 맡겼다. 그만큼 집안일에 적극적이다. 지금은 사촌동생인 우탁(신격호 회장의 셋째동생인 신경애 여사의 외아들) 휴네시스 사장이 총무를 맡고 있다. 얼마전 사촌형인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신격호 회장의 아들)도 모임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한다. 신 부회장은 전문경영인으로서도 입지를 확실하게 굳혔다. 대학 2학년 여름방학때인 77년,“놀면 뭐하느냐.”는 아버지(신춘호)의 한마디에 대신공장(대방동 옛 자동차학원 자리)에서 호되게 신입사원 교육을 미리 받았다.79년 12월에 농심 평사원으로 입사, 이듬해 3월부터 정식 출근을 시작했다. 경영을 맡고부터는 매년 봄 전국 5개 생산공장을 돌아본다.10년 가까이 계속해온 연례행사다. 순례가 끝나면 ‘올해의 공장’을 뽑아 상을 준다. 그러다보니 서로 경쟁이 붙어 자체 혁신 활동이 치열하다. 일본 도요타의 가이젠(개선)을 능가한다는 게 자체 평가다. 이어 가을에는 전국 영업지점을 돈다. 직원들과 폭탄주도 곧잘 한다. 그가 즐겨 제조하는 방식은 ‘회오리주’. 짧은 시간에 분위기를 빨리 띄울 수 있어서다.90년대 중반, 그룹내의 생산·영업·관리 등 전산정보 시스템을 한꺼번에 뜯어고쳐 칭찬에 인색한 아버지에게서 “고생했다.”는 얘기를 끌어내기도 했다. 부드러운 인상과 달리 추진력이 강하다. hyu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한국 개그계 대부 김웅래 인덕대 교수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한국 개그계 대부 김웅래 인덕대 교수

    ‘그분의 시대’가 왔다. 만병(萬病)을 통치한다. 설명할 수 없는 묘약, 웃음이다. 고종 황제 때였다. 유성기(留聲機)가 황실에 처음 나타났다. 이를 본 고종 황제는 매우 신기하게 여겼다. 시험해보려고 소리꾼 박춘재를 불렀다. 영문도 모르는 박춘재는 황제의 거듭된 독촉에 목소리를 가다듬고 판소리 춘향가의 한 대목을 기계 가까이에 입술을 대고 부른다.‘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옥방의 찬자리에∼’ 이어 고종은 유성기 기술자를 불러 기계 작동을 재촉했다. 그러자 기계에서 갑자기 귀신(?)이 나타난다. 박춘재의 목소리가 그대로 재현된 것. 자신의 목소리가 이상한 물체를 통해 흘러나오자 박춘재는 깜짝 놀라 거의 까무러쳤다. 이를 본 고종 황제가 “수명이 십년은 줄었겠구나. 자네의 정기를 기계에 빼앗겼으니.”라고 했다. 이때부터 ‘십년감수’란 말이 생겨났다. 박춘재는 당시 소문난 소리꾼이기도 했지만 임금의 심사(心思)를 즐겁게 해주는 공인된 재담가였다. 팔도의 온갖 장사꾼 흉내를 기가 막히게 잘도 냈다. 자료에 의하면 당시 가무별감(歌舞別監)의 직책까지 얻었다. 이런 까닭에 학계에서는 박춘재를 현대 코미디언의 효시로 해석한다. 구한말의 박춘재 재담에서 오늘날의 만담가-코미디언-개그맨 등으로 변천돼 왔다는 것이다. 김웅래(60) 인덕대 방송연예과 교수. 우리나라 개그계의 대부로 일컬어진다. 한국 코미디 역사를 한달음에 관통할 만큼 많은 연구와 발품을 통해 내로라하는 이 시대의 ‘웃음스타’들을 배출했다. 임성훈 최미나 고영수 정광태 곽규호 김학래 임하룡 심형래 전유성 김형곤 김미화 김한국 이봉원 김국진 이창훈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지금도 김 교수를 ‘형님’ ‘스승’ 으로 깍듯이 모신다. 김 교수를 더욱 주목케 하는 것은 그가 최근 국내 처음으로 ‘웃음문화학회’를 만든 일. 웃음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지금이라도 진지한 연구를 통해 더욱 많은 웃음을 창출해보자는 취지로 학회 창립을 선언했다. 학자와 개그맨들이 함께 뭉쳤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회장은 서대석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맡았고, 김 교수는 수석 부회장. 전유성 김성녀씨가 부회장단에 합류했다. 오는 27일 첫 임원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일정과 향후 계획을 논의한다. 이뿐만 아니다. 김 교수는 강원도 평창에 200여평 규모의 ‘코미디박물관’ 건립을 추진 중에 있다. 내년 4월 완공 예정으로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쯤되면 김 교수의 ‘웃음 열정’이 궁금해지지 않을까.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33년동안 방송에서 개그프로 연출만 전문적으로 맡아오다 지난해 3월 정년 퇴임한 뒤 인덕대를 비롯, 몇몇 대학에 출강하고 있다. 방학이었지만 방송국을 오가며 개그맨 오디션 심사위원을 맡으랴, 대학로 모 극장에서 개그맨 조련을 하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KBS개그프로인 ‘개그콘서트’와 ‘폭소클럽’에 최근 두 팀씩을 투입해 웃음작전을 지휘 중이다. 먼저 국내 코미디 역사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박춘재에 이어 ‘신불출’을 거론했다. 구한말의 박춘재를 거친 재담은 일제시대의 신불출을 만나 ‘만담’으로 자리잡았다는 것. 신불출은 월북한 문예인 중 무용가 최승희와 함께 유일무이하게 별도의 연구소가 생길 만큼 북한 내에서도 최고의 만담가로 명성을 날렸다. 자료에 따르면 신불출은 월북 후 1957년 조선문학예술총동맹(문예총) 중앙위원,1961년 국립만담연구소 소장,66년 중앙방송위원회 만담가로 활동했다. 서울의 전력난을 풍자한 ‘서울의 전기세’, 미국을 비난한 ‘승냥이’ 만담은 주민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전해진다. 남한에서는 장소팔 고춘자 부부, 김영운씨 부부, 김뻑국씨 등으로 대표되는 만담이 TV가 생기면서 코미디를 이어주는 웃음사(史)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게 됐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웃음문화학회 출범과 관련,“현장에 있는 연기자들과 여러 학자, 교수들이 만나 머리를 맞대고, 가슴을 맞대고, 무릎을 맞대고 얘기할 수 있어야 좋은 결과물이 생겨난다.”고 했다.“PD 활동을 하면서 가장 듣기 싫었던 소리가 ‘코미디가 저질이다.’ ‘소재가 한정돼 있다.’라는 말이었다.”면서 “앞으로 웃음 연구를 통해 이 두가지 문제를 극복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방송프로 ‘웃찾사’ ‘웃으면 복이 와요’ ‘개그콘서트’ 등도 사랑받아야 하지만, 잊혀져 가는 만담을 되살려야 한다.”면서 “조선시대의 ‘앙천대소’ ‘소천소지’ 등 과거의 유머를 알리고 미래의 웃음을 창조하기 위해 격월간지를 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기자와 학자들이 상호협력할 경우 극대화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웃음도 패션이듯, 복고풍도 있고 시대에 맞는 웃음도 있게 마련이 아니냐는 반문도 한다. 80년대 들어서면서 코미디는 쇠퇴하고 대신 개그가 살아났다는 그는 웃음 발전을 위해 매년 ‘올해의 웃음대상’을 제정하겠단다. 올 연말부터 사회 전반에 걸쳐 가장 웃긴 사람을 선정, 신선한 충격을 주겠다는 것. 국내 처음 개관될 코미디 박물관에는 대한민국 웃음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하겠단다. 고 서영춘씨의 유물도 처음 공개하며, 고구려 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30여년 동안 PD 활동을 하면서 수집한 각종 자료 1000여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왕년의 코미디언 구봉서 배삼룡, 개그맨 전유성 심형래 등이 박물관 추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학창시절 서울 YMCA에서 레크리에이션 진행방법과 포크댄스도 배웠지요. 학교 시험이 있던 전날에도 이기동 서영춘씨가 등장하는 ‘웃으면 복이와요’ 프로그램을 꼭 봐야 직성이 풀렸습니다. 학교 수업 빼먹고 서울 명동의 시공관 극장의 연극관람도 자주 했지요.” 김 교수는 민통선 지역인 경기도 파주 대성동 자유의 마을에서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6·25전쟁으로 서울로 피신해 수색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대성동이 낳은 인물이 아니냐고 하자 웃을 뿐이다. 이곳엔 아직도 친척들이 살고 있다고 귀띔했다. 어릴 때부터 유머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그는 대학을 졸업하면서 73년 동양TV에 입사했다. 면접 때 코미디프로를 맡고 싶다고 해 ‘코미디전망대’의 고 김경태 PD와 사수-조수로 만났다. 이어 양훈-양석천 콤비 프로그램인 ‘좋았군 좋았어’를 처음으로 맡았다.75년에는 ‘살짜기 웃어예’라는 최초의 개그프로를 연출했다. 외국잡지를 들여다보고 대학 축제 현장을 다니며 꾸준히 개그 아이디어를 모았다. 대학 다닐 때 다 외우다시피했던 ‘세계 해학전집’(정음사刊) 등의 자료도 많은 참고가 됐다. 밤이면 서울 무교동 일대를 뒤지며 DJ쇼에 출연했던 임하룡 김학래 주병진 등을 만나 방송에 출연시키는 등 웃음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동서고금 어디를 가나 웃음처럼 좋은 보약은 없습니다. 지나온 세월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웃음 연구를 위해 평생을 바칠 생각입니다.” 내친김에 서울 대학로에 개그 전용극장을 짓고 있다.160석 규모로 이달 말 간판을 내걸 예정이다. 그동안 거쳐간 수백명의 후배와 제자, 여러 개그맨들이 드나들 것으로 보여 ‘웃음의 메카’가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 그가 걸어온 길 ▲1946년 경기 파주 대성리 출생 ▲66년 배재고 졸업 ▲73년 고려대 영문학과 졸업 ▲73년 동양방송PD ▲80년 한국방송공사PD ▲93년 중앙대 신문방송학 석사 ▲94년 제34회 골든로즈상 심사위원(이후 4회) ▲98∼2000년 한국방송공사 코미디프로그램 담당 전문프로듀서 ▲2002년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 ▲2004년∼현재 인덕대 방송연예과 교수 ■ 주요 작품 최초 개그프로 ‘살짜기 웃어예’ 연출(75년),‘유머1번지’연출(82∼92년), 시트콤 ‘아무도 못말려’ 연출(97년)시카고 코미디페스티벌 참가(2000년) ■ 주요 저서 유머개그야사(91년), 입술터진 하마도 노래방 가냐(92년), 웃음은 국민의 기본권이다(93년), 훔쳐보는 공포(94년), 김웅래PD폭소카세트북(96년), 한국을 웃긴 250가지 이야기(96년), 잡담으로 성공하기(98년) km@seoul.co.kr
  • 벼룩시장 ‘일석이조’

    ‘낭만도 즐기고 알뜰쇼핑도 하고.’ 최근 서울시내 벼룩시장이 점차 늘고 있다. 불경기와 더불어 환경 보전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재활용품이 ‘상종가’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의류 등 중고용품뿐 아니라 액세서리, 모자 등 수공예품도 다양하게 구할 수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시내의 벼룩시장은 모두 54곳이다. 시내 거의 모든 자치구마다 운영되고 있다. 엄연히 따지면 대부분 도로 사용 허가를 받지 않은 노점에 해당돼 불법이지만 하나의 시민 문화로 정착됐다. 가장 대표적인 벼룩시장은 지난 2004년 3월에 개장, 매달 첫째 셋째주 토요일에 열리는 뚝섬 나눔장터다. 서울시 주관으로 아름다운 가게에서 운영하는 불우이웃돕기 행사다. 판매수익금의 10%를 기부하면 참여할 수 있다. 지금까지 18회 동안 모두 103만여명의 시민이 함께 했다. 중고의류, 장난감 등을 살 수 있고 천연비누만들기, 무료 가전제품 수리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판매 희망자는 홈페이지(flea1004.com)나 전화(732-9998)로 신청하면 된다.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홍대 앞 거리예술시장 프리마켓·희망시장은 민간 주도로 이뤄지는 ‘예술 축제’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1∼6시 홍대 정문 앞 공원에서 열린다. 아마추어 예술가들이 만든 모자, 목도리, 액세서리 등 개성 있는 수제품과 그림 등 예술 작품을 살 수 있다. 거리예술시장답게 록밴드 공연, 전위예술 포퍼먼스 공연 등 다양한 문화 행사도 함께 벌어진다. 판매 참가비는 1만원. 문의는 325-8553. ‘마포 희망시장’은 매주 토요일 오후 1시 마포문화체육센터 앞 광장에서 열린다. 수공예품과 책 등을 살 수 있다. 독후감 발표회, 시장놀이 등 어린이를 위한 행사도 펼쳐진다. 가전제품을 싸게 사려면 용산으로 가면 된다. 주말 오전 11시∼오후 6시 선인상가 옆과 전자터미널 상가에서는 용산중고전자제품 벼룩시장이 열린다. 중고 컴퓨터와 주변기기 등을 50%까지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매주 금요일 정오에 열리는 금요장터는 여성발전센터 수료자들이 만든 수공예품을 판매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벼룩시장 문화 정착을 위해 내년부터 행정·재정적 지원을 확대하고, 서울의 대표적인 장터의 위치와 특성 등을 담은 ‘가고싶은 서울의 벼룩시장’ 소책자를 국·영문으로 만들어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생모 만난후 美양부모는 떠났다

    생모 만난후 美양부모는 떠났다

    “한국 가족에게 제 생각과 느낌을 전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쁩니다.” 지난 19일 저녁 서울 인사동의 북카페 ‘북스’에서 미국 입양아 출신 작가 제인 정 트렌카(정경아·33)의 자전소설 ‘피의 언어’(송재평 옮김, 와이겔리 펴냄) 한국어 출간을 기념하는 조촐한 모임이 열렸다.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전하는 그의 표정에선 가족에 대한 사랑을 영어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그간의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작가 사인회를 겸한 이 자리에는 같은 경험을 공유한 수십명의 입양인들이 참여해 따뜻한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피의 언어’는 작가가 미국 사회에서 여성, 동양인, 입양인이라는 ‘3중의 소수자’로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쓴 자전적 성장소설이다.2003년 발표한 이 데뷔작으로 그는 미국 최대 서점체인인 ‘반즈 앤드 노블’이 선정한 신인작가에 올랐고,2004년 ‘미네소타 북어워드상’을 수상했다. 소설은 1972년 생후 6개월 만에 네살 된 친언니와 함께 미국 미네소타주의 한 가정에 입양된 주인공이 백인 사회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으며 성장하는 과정과 성인이 된 후 한국에 있는 생모와 가족을 만나면서 진정한 자아를 찾기까지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92년 친엄마가 보낸 편지를 계기로 한국 가족과 연락이 닿은 작가는 95년 처음 고국을 방문했다. 어린 두 딸을 어쩔 수 없이 입양 보내야 했던 엄마는 회한의 눈물을 흘리며 스무살 딸의 몸을 씻겨 주었다. 하지만 그가 완벽한 미국인으로 자라길 원했던 미국 양부모는 끝내 그를 버렸다.‘피의 언어’는 이처럼 양쪽 부모에게서 버림받은 자신의 개인적 체험을 통해 입양인의 실태를 널리 알리려는 의도로 태어난 책이다. “책을 쓰려고 관련 자료를 찾다가 분노했습니다. 입양의 역사가 50년에 달하는데도 입양인에 관한 책은 단 두 권밖에 없더군 요.” 대학에서 피아노와 영문학을 전공하고, 피아노 교사로 일하던 그는 이 책을 계기로 작가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 미국 로프트문학센터의 지원금으로 지난 5월부터 서울에 머물고 있는 그는 현재 두번째 책을 집필중이다. 이 책 역시 자신의 입양 경험을 담은 회고록이다. 입양 이외의 주제를 다룰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은 단호하다.“한국인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잊고 글을 쓸 수 없듯 입양인인 나로서는 입양을 다루지 않은 글을 쓰는 건 불가능합니다.” 지원 기간이 끝나면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기회가 닿는 대로 한국에서 작품활동을 할 계획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해외 어학연수 이렇게 준비를

    해외 어학연수 이렇게 준비를

    해외어학연수가 필수처럼 인식되고 있다. 큰 돈을 들여서라도 누구나 한번쯤 어학연수를 가려고 한다. 그러나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고 가면 기대한 만큼 효과를 볼 수도 없고 자칫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미리 정보를 입수하고 따져서 자신에게 맞는 국가와 도시, 어학연수기관을 정해서 가야 투자하는 돈만큼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어학연수 장소와 기관, 묵을 곳을 선택할 때 유의해야 할 점들을 살펴본다. 어학연수를 떠나는 학생들은 외국인들 사이에 묻혀 영어를 배우고 그들의 문화를 체험하려고 간다. 하지만 연수 가는 대학이나 도시에 한국 사람들이 많으면 아무래도 영어를 배우려는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렵다. ●한국 학생 수가 적은 소도시로 가라 따라서 연수를 가려면 한국인이 적은 소도시의 어학연수기관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전반적으로 주요 대도시에는 한국 학생이 많다. 미국의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애틀랜타, 버지니아주, 메릴랜드주의 경우 대학부설 어학기관이나 사설 학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가운데 한국 학생의 비율이 40∼60%나 된다. 로스앤젤레스에는 최대 70∼80%에 이르는 곳도 있다. 다만 같은 도시, 같은 주라도 학교마다 조금씩 다를 수는 있다. 캐나다의 밴쿠버와 토론토, 캘거리의 어학연수기관도 한국 학생 비율이 25∼30%에 이른다. 시내에서는 한국 학생들과 쉽게 마주친다. 영국의 런던과 브라이튼, 본머스와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드니와 브리즈번, 퍼스에도 한국인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20∼30%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 플로리다주의 소도시와 마이애미, 펜실베이니아주의 록헤븐, 위스콘신주의 매디슨, 뉴욕주 로체스터의 학교 등에는 한 반에 한국인이 2명 미만이다. 작은 도시지만 교육 수준이 대도시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캐나다는 온타리오주의 오타와와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앨버타주의 소도시 어학연수기관의 경우 한국 학생의 비율이 10% 정도다. 영국 소도시와 아일랜드의 더블린은 5% 미만이다. ●대도시와 중소도시 장단점 주요 대도시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많은 어학연수기관이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그 분야에 특화된 사설학원을 찾으면 된다. 다양한 문화체험도 가능하다. 가령 미국 뉴욕이나 영국 런던에서는 ‘오페라의 유령’ 등 유명한 뮤지컬을 원어로 들으며 볼 수 있다. 물론 박물관 등 명소를 쉽게 찾아가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다. 대중교통수단이 편리하고 편의점 등 상권이 발달돼 필요한 물품을 쉽게 구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이 한국 학생들이 너무 많이 몰려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이에 비해 중소도시 어학연수기관의 경우 학생 수가 적어 강사가 세심하게 지도한다.‘인심 좋은’ 하숙집 주인을 만날 수 있다. 좋은 거주 환경은 영어를 배우는 데 많은 보탬이 된다. 그러나 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않다. 상점이나 편의 시설이 멀리 떨어져 있고 교통이 불편한 단점도 있다. 유학원 관계자들은 장기 어학연수는 4∼6개월 동안 중소도시에서 영어를 익힌 뒤 대도시로 가면 좋다고 말한다. 중소도시의 하숙집 가족은 시간적 여유가 있어 대화할 시간이 많고 작은 도시엔 한국인이 별로 없어서 영어를 많이 쓸 수밖에 없다. 그 뒤 영어실력이 쌓이면 대도시에 가 한국인을 가능한한 피하고 현지인이나 유럽인과 가깝게 지내면 영어실력이 계속 향상된다. ●홈스테이와 기숙사 어학연수를 가기 전에 하는 고민 중의 하나가 ‘묵을 곳’이다. 숙박은 기숙사와 하숙(홈스테이), 아파트 입주 등이 있다. 하숙을 하면 하숙집 가족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문화와 생활습관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주인 가족과 마음이 맞지 않으면 힘들 수밖에 없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밤 늦게 귀가하거나 친구를 데려오는 것을 싫어해서 마찰을 빚는 경우가 없지 않다. 하숙집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다. 자유롭게 행동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기숙사가 적합하다. 기숙사 친구에게서 공부에 관한 여러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체육시설과 비디오실 등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한국 학생이 많이 입주해 있는 기숙사는 역시 회화를 배운다는 면에서는 피해야 한다. ●대학부설기관과 사설학원 특성 비교 분석 어학연수기관은 대학이 운영하는 부설기관과 사설학원으로 나뉜다. 사설학원은 장기간 등록하면 할인 혜택이 있다. 뉴욕 ELS는 6개월을 등록하면 15% 할인 혜택을 준다. 대학부설기관에는 할인 혜택이 없다. 대학부설기관의 경우 어학연수생도 대부분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그래서 현지 대학생을 친구로 사귀기가 쉽다. 대학부설기관의 어학연수는 대입 예비과정이다. 작문 비중은 높고 회화는 적다. 사설학원은 회화수업이 많다. 또한 토익·토플강좌 개설 등 학생의 요구를 반영해 준다. 반면 경험이 부족한 강사들이 종종 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이런것은 반드시 알고 가야 어학연수를 가면 처음엔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 또한 어학연수 관련 피해사례도 적지 않으므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대화가 안 되고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한국인은 피해를 보기 쉽다. 따라서 친지나 유경험자를 통해 현지 정보를 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령 이민간 친척이나 유학간 형제의 도움을 받는다면 가장 안전하다. 만일 지인이 없다면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야 한다. 가령 해당 국가의 문화원이나 교육기관과 연계한 프로그램은 믿을 수 있다. 알선업체를 알아보려면 인터넷 홈페이지를 방문해 프로그램 운영 경험이 얼마나 되는지, 보험에는 가입했는지 등을 먼저 면밀히 살핀다. 정보가 상세한 곳일수록 믿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 계약을 할 때는 계약 불이행이나 진행일정 지연 등에 따른 책임과 배상문제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물론 계약서와 유학원 등에서 내놓은 관련 자료를 보관해 두어야 문제가 발생할 경우 피해를 배상받기가 훨씬 쉽다. 수업료 등을 결제할 때는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것이 더 낫다. 드물지만 업체가 파산하거나 혹은 약속한 것을 이행하지 않는 등 피해를 당할 경우 한번에 미리 돈을 지불했다면 한꺼번에 날리게 되지만 만일 신용카드 할부로 결제했다면 남은 기간에 해당하는 금액은 신용카드사로부터 되돌려 받는다. 비용은 국가보다는 도시를 중심으로 생각해야한다. 학비나 생활비는 국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도시냐 중소도시냐에 따라 더 큰 차를 보인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맞는 어학원과 교과과정을 고르는 것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강사진은 어떤지, 어떤 프로그램이 특성화돼 있는지, 선택수업이나 교과외 활동은 어떤지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학교에 가서는 다른 나라 사람들과 친해지겠다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어색할 수 있지만 어차피 서로 말이 안 통하므로 자연스럽게 영어를 쓰게 된다. 한국인과 같은 방을 쓰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그 방이 한국인의 모임 장소가 될 수 있다. 대학부설기관에서 연수를 할 경우 입학허가서를 받는 데 시간이 제법 걸린다. 적어도 1∼3개월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 사설학원은 2∼4주 만에도 입학허가서가 나온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발음·표현 정통영어와 다른게 흠 어학연수 비용이 부담된다면 돈이 비교적 적게 드는 영어 사용 국가인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필리핀으로 가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하지만 발음과 표현이 정통 영어와 다르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필리핀의 생활비를 포함한 어학연수 비용은 미국과 캐나다 평균 비용의 3분의1 수준이다. 학비만 살펴보면 미국 대학부설기관 한달 수업료는 한화로 150만∼200만원, 사설학원은 70만∼10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한달 30만∼55만원,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은 각각 한달에 20만∼35만원,40만원 정도 소요된다. 항공요금도 적게 든다. 한국 항공사 왕복 기준으로 미국 뉴욕과 캐나다 밴쿠버는 210만원, 로스앤젤레스는 170만원 수준이지만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78만∼90만원, 필리핀은 60만∼75만원 정도 든다. 비용 외에도 이들 나라엔 몇 가지 장점이 더 있다. 싱가포르는 환경이 깨끗하고 치안 수준은 세계적으로 높다. 또한 한국인 비율이 한 반에 5∼15% 정도밖에 안 된다. 강사는 모두 원어민이다. 말레이시아는 대중교통수단이 잘 돼 있다. 한국인도 적어 5∼20% 수준이다. 강사는 원어민과 현지인이 각각 60%,40% 정도 된다. 필리핀은 1대1 수업방식이다. 따라서 단기간에 회화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 만일 영어실력이 많이 부족하면 필리핀에서 일정 기간 익힌 뒤 미국 등지로 가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최근 이 나라엔 한류 열풍으로 한국인의 인기가 좋다. 서양 국가와는 달리 인종차별을 느낄 수 없다. 하지만 발음과 표현이 사뭇 다르다. 싱가포르는 중국어식 발음이 강하다. 심지어 빨리 말하면 초보자한테는 중국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말레이시아와 필리핀도 각각 말레이어, 타갈로그어식 발음이다. 필리핀은 어학연수를 받는 대다수가 한국인이란 점도 고려해야 한다. 서울대 영문학과 박용예 교수는 필리핀에서 어학연수를 받는 것에 대해 “영어를 사용할 기회가 많다는 점에서 초급자들이 회화 능력을 키우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정교한 학습프로그램이 덜 갖춰져 고급 영어를 배우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워킹홀리데이 경험 주윤미양 “땀 흘리면서 배우니까 실력이 배로 늘었습니다.” 1년 동안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지난 2월 돌아온 주윤미(25·중앙대 영문과 3학년)씨는 연수 비용을 마련하려고 워킹홀리데이를 택했다고 밝혔다.“1년 동안 학비와 생활비를 모두 합하면 2000만원 가량 소요되는데 부모님께 부담을 주는 것 같아서 직접 벌면서 배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주씨는 먼저 인터넷을 통해 현지 정보를 얻었다.“‘파랑새의 꿈 호주유학카페’(http://cafe.daum.net/tommyhan)에서 환전을 싸게 하는 방법과 현지에서 숙박할 곳을 알아냈습니다. 은행에서 환전하면 비싼데 국내에 오스트레일리아 달러를 갖고 있는 분과 카페를 통해 직접 만나 교환했고 게시판을 통해 룸메이트를 구하는 글을 보고 연락했습니다.” 주씨는 처음 3개월 동안 부모님한테 받은 돈으로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기 위해 브리즈번의 한 사설 어학학원을 다닌 뒤 퀸즐랜드주 타운스빌의 한 농장에서 한 시간에 1만원씩 받고 일을 했다.“두달 가량 하루에 7시간씩 호박과 서양고추, 바나나를 따는 일을 했어요. 오후 4시쯤 일을 마치면 허리가 아파서 걸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농장에서 영어가 짧아 고생한 만큼 더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감독자의 말을 못 알아들으면 외국 친구한테 물어보는 방법밖엔 없더군요. 이해를 못 하면 창피해도 여러 차례 물었습니다.” 그는 다시 브리즈번으로 돌아와 농장에서 번 돈으로 한 달 동안 어학학원에 다녔지만 영어가 별로 느는 것 같지 않아 다시 호텔에 취직했다. 몸으로 부딪치면서 배우기 위해서다. 방을 정리하는 일을 맡았다. 하지만 농장에서 영어실력이 많이 늘어 어려움은 덜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석달 동안 한 시간에 1만 5000원을 받으면서 일한 뒤 남은 두달 동안 여행을 했다. 이제 영어를 잘 한다고 자부하는 주씨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말한다. 워킹홀리데이를 가기 전 한 외국어 학원에서 레벨테스트를 받고 최하위권 회화반에 속해 공부를 했었는데 지금은 최상위반에서 배우고 있다. 주씨는 “얼마 전 영문과 작문대회에서 3등을 해 스스로 놀랐다.”고 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짜릿찌릿 7일간의 DVD여행

    본격적인 한여름 무더위와 함께 기다리던 휴가철이 시작되었다.‘인도차이나’의 하룽 베이나 ‘리플리’의 배경이 되었던 나폴리 같은 곳으로 휴가를 떠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게 문제다. 그렇다고 가까운 해수욕장에 가려니 수많은 인파와 바가지요금과 씨름하기란 또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자칫 피서가 아니라 ‘피로’ 여행이 될 수도 있다. 7일간의 휴가 중 하루이틀쯤은 집에서 얼음물에 발 담그고 보고 싶었던 DVD를 실컷 보는 게 어떨까. 가벼운 발마사지와 더불어 적당한 수면을 취하고 여유롭게 DVD를 감상한다면 바캉스 이상의 충전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살얼음이 살짝 도는 시원한 오미자 화채 한 그릇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속을 파낸 통 수박에 꿀을 넣은 오미자 냉차와 배, 수박 속을 섞으면 여름철 더위는 물론 피로회복에도 그만이다.7일간의 휴가 동안 하루하루 꺼내 볼 수 있는 DVD 다이제스트를 소개한다. 오미자 화채만큼이나 다양한 맛을 내는 영화들을 만나다 보면 한여름 더위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을 것이다. 박은영 DVD칼럼니스트·mlue@naver.com ■ MON-주먹이 운다, 아라한 장풍대작전 칠선의 도움으로 도시의 무협 초인이 되었던 교통경찰 상환이 이번엔 열아홉 살의 소년원 복서 상환으로 돌아왔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형제인 류승완 감독과 배우 류승범은 벌써 4편의 영화에서 호흡을 맞췄다. 전작 ‘아라한 장풍대작전’이 코믹한 도시 무협극이었다면 ‘주먹이 운다’는 류승완 감독의 농익은 연출과 성숙한 류승범 연기가 어우러진 비장미 넘치는 복싱 드라마다. 류승완 감독은 DVD 마니아로 유명하다. 수집에도 남다른 열의가 있지만 자신의 영화를 DVD로 제작하는데 있어 국내 어떤 감독보다도 적극적이다.‘아라한 장풍대작전’은 지난해 우수 DVD로 선정될 만큼 깨끗한 화질과 사운드로 주목받았는데,‘주먹이 운다’ 역시 극적인 영화의 구성과 인물들의 우여곡절 많은 인생을 표현한 시각적인 효과와 섬세하고 예민한 사운드가 빼어나다.6대의 카메라를 이용해 찍은 신인왕전 장면의 메이킹 필름과 감독의 열정적인 코멘터리도 부가영상에 수록되었다. ■ TUE-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하나와 앨리스 최근 일본 멜로영화들이 조용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일본 열도를 열광시킨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결혼을 앞둔 한 남자가 백혈병 소녀와의 첫사랑을 추억하는 내용이다. 다소 신파조의 이야기임에도 첫사랑에 대한 가슴 아픈 기억을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으로 풀어내 국내 극장가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첫사랑 영화의 원조는 누가 뭐래도 이와이 지의 ‘러브레터’가 아닐까. 이와이 감독은 꾸준히 비슷한 심상을 지닌 영화들을 만들어왔는데 특히 최근작인 ‘하나와 앨리스’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귀여운 이야기다. 한 소년을 사이에 두고 예기치 않은 삼각관계에 빠진 두 소녀의 귀여운 거짓말과 성장과정이 동화처럼 전개된다. 순수한 사랑의 느낌을 살린 색감과 배우들과 감독의 교감을 확인할 수 있는 메이킹 필름이 인상적이다. 특히 5분간의 발레 장면은 다시 보고 다시 봐도 예쁘다. ■ WED-프렌즈, 24 만약 이 시리즈들을 보기 시작한다면 앞으로의 DVD 감상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될지도 모른다. 시리즈에는 묘한 중독성이 있어서 일단 보기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즌 9까지 출시된 ‘프렌즈’가 바로 그 대표적인 케이스다. 남자 셋, 여자 셋으로 구성된 여섯 명의 친구들이 보여주는 에피소드는 매우 일상적이면서도 생활 속에 배어나는 감칠맛이 있다. 뚜렷한 성격을 지닌 캐릭터들과 가족 이상으로 따뜻하게 서로를 감싸안는 우정, 오늘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를 즐거운 기대감이 있다. 잭 바우어의 테러 진압기 ‘24’를 보려면 한층 더 강한 결심을 해야 한다. 제목 그대로 24시간 동안 벌어지는 사건을 실시간으로 따라가므로 중독성이 한층 더 강하기 때문이다. 테러방지단의 활약과 대통령을 둘러싼 음모가 유기적으로 전개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된다. 웬만한 액션 스릴러보다 긴장감이 넘치며, 키퍼 서덜랜드의 안정감 있는 연기는 발군이다. ■ THU-나비효과, 리컨스트럭션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의 태풍을 만든다는 ‘나비효과’는 시간을 되돌려 과거를 재구성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과거의 작은 변화는 오히려 걷잡을 수 없는 현재의 비극으로 이어진다. 이 DVD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감독판과 극장판을 함께 수록하고 있다는 것인데 삭제된 7분과 더불어 극장판과 다른 결말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로 이동할 때의 프레임을 뒤흔드는 시각효과와 날카로운 굉음은 DTS 사운드를 통해 입체적으로 표현되었으며 색보정을 거친 영상에선 개성이 넘친다. ‘나비효과’가 자신의 의지대로 과거를 수정했다면,‘리컨스트럭션’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든 상황이 재구성되는 경우다. 애인을 두고 다른 여자에게 한눈을 판 순간 애인과 관련된 모든 이들이 자신을 잊어버린다. 칸 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감각적인 카메라는 다양한 질감의 화질을 보여 준다. 독특한 이야기와 연출이 어우러진 지적이며 아름다운 영화다. ■ FRI-맨추리안 캔디데이트, 쏘우 ‘맨추리안 캔디데이트’의 원작인 1962년 버전은 한국전이 배경이었다. 그러나 조나단 드미 감독은 9·11 테러를 겪고 우경화된 미국에서 걸프전에서 대량 기억 조작이 있었다는 가설을 내세운다. 고도의 정치적 함수관계와 심리전이 얽히고 신화적인 상상력까지 더해져 보는 이들에 따라 영화의 해석의 폭도 달라진다. 섬뜩할 정도의 차가운 인물로 분한 메릴 스트립과 덴젤 워싱턴, 리브 슈라이버 등의 연기도 뛰어나다. 영화촬영 전 6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미국의 현실에 대해 토론하는 영상 등 부가영상에도 무게가 실렸다. ‘쏘우’는 ‘올드보이’의 오대수처럼 영문도 모르는 채 끌려와 살인마의 지령을 따라야 하는 두 남자의 8시간을 긴박하게 쫓는다. 밀폐된 공간 안의 현재와 죄의 원류를 쫓는 과거가 교차되면서 고도의 심리전이 전개된다. 한순간도 예측하기 어려운 긴장감과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지는 공포가 입체적인 DVD 사운드로 한층 더 섬뜩하게 표현되었다. ■ SAT-에비에이터, 콘스탄틴 마틴 스코시즈의 역작 ‘에비에이터’는 미국 영화와 항공업계의 신화인 억만장자 하워드 휴즈의 일대기를 쫓는다. 미국 항공전문가들이 조언을 구했을 정도로 그는 비행기와 영화에 미쳐 있는 인물이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신경증과 결벽증을 두루 갖춘 인물을 완벽에 가깝게 표현해냈다. 비행기를 좋아하던 그는 추락하지는 않았지만 그보다 더 철저한 자기 소외를 경험하면서 쓸쓸히 죽었다. 부가영상을 통해 실제 하워드 휴즈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이 방대한 영화의 제작과정 다큐멘터리를 확인할 수 있다. 시온을 구하려 했던 레오가 ‘콘스탄틴’에서는 악마의 세력으로부터 세상을 구하려는 엑소시스트가 되었다. 절묘하게도 레오와 콘스탄틴은 닮은꼴이다. 어찌 보면 ‘매트릭스’의 외전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적들의 세력은 강하고 고군분투하는 폐병쟁이 영매의 싸움은 눈물겹다. 화려한 영상은 영웅의 활극만큼이나 파워가 넘치고 부가영상 패키지도 묵직하다. ■ SUN-그루지, 링 슬프고 무서운 살인의 기억이 원혼으로 남아 집에 들어온 사람들을 죽인다. 덮고 있는 이불 안에서 푸르고 창백한 얼굴의 소년이 기어 나오는 장면만 떠올려도 ‘주온’은 충분히 공포스럽다. 일본 TV 시리즈로 제작되었다가 영화로 제작되었고 할리우드까지 진출한 일본 대표 호러다.“끼익”대는 기분 나쁜 소리와 음침한 집의 구조는 공포를 배가시키며 DTS로 예리하게 날을 세운 사운드는 순간순간 소스라치게 만든다. 시미즈 다카시 감독은 TV판 1,2편과 일본 극장판 1,2편 그리고 이례적으로 할리우드판의 연출까지 맡았다. 그러나 일본 공포영화의 최고봉은 여전히 ‘링’이다. 나카다 히데오 감독은 소설을 원작으로 사다코라는 여인의 원한과 복수, 죽음 바이러스의 확장이라는 새로운 공포 코드를 만들었다. 개봉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이상의 공포영화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고어 버번스키 감독의 할리우드 버전과 비교감상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 [지역플러스] 부산시 영문판 홍보신문 창간

    부산시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업체(APEC)행사를 앞두고 영문판 시정 홍보신문인 ‘Dynamic Busan’을 창간했다. 부산시는 지난 15일 타블로이드판 컬러 8면인 ‘Dynamic Busan’ 1만 5000부를 찍어 부산지역 특급호텔과 관광안내소, 해외자매도시, 외국기업, 재외 공관 등에 배포했다고 18일 밝혔다.부산시의 영문 홍보신문 발행은 서울과 경기, 대구에 이어 네번째이며 시는 월 1회 영자지를 발간할 방침이다. 이번 창간호에는 ‘부산은 유비쿼터스 도시로 간다’ 등 시정소식과 APEC준비상황,Enjoy Busan(해운대 일원),Food(부산의 맛),Life(외국인이 본 부산·부산사람), 부산 여행필수정보 등을 다뤘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을 찾는 해외 언론, 기업인, 관광객 등 외국인에게 부산의 발전상을 알리기 위해 영자신문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신분 안밝히고 학생들과 고통나눠

    “정운찬 서울대 총장도 1980년 5월 공수부대원들에게 구타를 당했습니다.” 윤창현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사무총장이 지난 15일 대학생 인터넷 신문 ‘투유’가 주최한 대학생 캠프에 참가해 이같이 밝혔다. 당시 서울대 물리학과 2학년이었던 윤 사무총장은 “1980년 5월 17일 밤 계엄령 발표와 동시에 공수부대 1개 대대가 서울대 기숙사를 습격했다.”면서 “기숙사에 남아 있던 학생 500여명은 영문도 모른 채 끌려나가 방망이로 얻어맞았다.”고 전했다.윤 사무총장은 또 “그때 경제학과 교수였던 정운찬 총장이 마침 당직 사감이었는데 공수부대가 기숙사를 점거한 뒤 학생들을 불러내 구타할 때 정 총장도 함께 구타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운찬 교수님이 제자들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서 아마 내가 교수라는 말도 못하셨을 것”이라면서 “교수님께서 워낙 동안인 탓에 공수부대원들도 학생으로 오인하고 때렸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 총장은 옛 공관 터에 신축된 새 영빈관 겸 공관에 최근 입주했다. 공관 1층에는 집무실·접견실·연회장 등이 마련됐고 2층은 침실·거실·서재 등으로 쓰이며 3층에는 서울대를 방문하는 해외 대학 총장 등 손님들을 위한 침실이 있다.새 공관을 지은 것은 정 총장이 2002년 7월 취임하면서 한달에 1000만원이 넘는 관리비가 들어가는 옛 공관에 입주하지 않고 부지를 재개발해 무주택 교수들을 위한 임대아파트를 짓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1977년 지어진 옛 공관은 대지 200평 규모의 단층 건물이었다.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롯데그룹(1)-신격호 회장家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롯데그룹(1)-신격호 회장家

    신격호 롯데 회장은 빚을 몸속의 열에 비유하곤 한다. “몸에 열이 오르면 병이 나고 심하면 목숨이 위태롭다. 과다한 차입금은 만병의 근원이다. 특히 잘하지도 못하는 업종에 빚을 내 사업을 벌이는 것은 사회적으로 죄를 짓는 일이다.”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과다한 차입경영이 논란이 되고 있는 요즘, 신 회장의 말은 울림이 크다. 일각에서는 “껌 팔아 부자됐다.”며 롯데의 국가경제 기여도를 얕잡아 보기도 하지만, 기여도가 높다는 삼성·현대·LG 등이 저마다 골칫덩이 자식 한두 개 때문에 국가경제에 고통을 줄 때도 롯데는 어느 계열사 하나 그런 곳이 없었다.“실패하더라도 빚을 돌려줄 수 있는 범위에서만 투자한다.”는 신 회장의 무차입 경영 덕분이다. 롯데그룹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70.3%. 삼성(50.0%) 다음으로 재무구조가 튼실하다. 단돈 83엔을 들고 일본땅에 건너가 ‘조센징 장사꾼’이라는 멸시를 받아가며 부(富)를 일군 신 회장. 그렇게해서 번 돈으로 고국에서 다시 기업을 일으킨 그는 한·일 양국에 사업체를 갖고 있지만 지금껏 과실송금을 한번도 한 적이 없다. 한국에서 번 돈은 고스란히 한국에 재투자하고 있다. 고(故) 정주영 현대 창업주가 중후장대 기간산업을,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경박단소 첨단산업을 일으켰다면, 신 회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서비스산업을 개척한 선구자다. 몇 안되는 생존 창업주인 그는 여든을 훌쩍 넘긴 지금에도 여전히 서울과 도쿄를 오가며 ‘셔틀경영’을 하고 있다. ●또다른 이름 시게미쓰상 그는 홀수달에는 신격호, 짝수달에는 시게미쓰 다케오(重光武雄)가 된다. 홀수달에는 한국에서, 짝수달에는 일본에서 일한다. 그의 셔틀경영이 언제쯤 시작됐는지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주위에서는 모국 투자가 시작된 1960년대 말부터라고 짐작한다. 벌써 30년째다. 월말이 되면 수행원도 없이 혼자 공항에 나가 훌쩍 비행기를 탄다. 생활철학인 거화취실(去華就實·화려함을 멀리하고 실속을 추구)이 엿보이는 단면이다. 한국에 머무를 때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을 쓴다. 집무실 겸 숙소다. 외출은 거의 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바로 옆의 롯데백화점 매장을 둘러보는 정도다. 올빼미족에게 반가운 얘기 한가지. 신 회장은 창업주 총수로는 드물게 ‘새벽형 인간’이 아니다. 오전 8시쯤 일어나 9시에 호텔방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임원들은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말수가 적다. 칭찬에도 인색하다.“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 지론”이라고 스스로 말할 만큼 완벽주의자다. 타고난 내성적 성격에 오랜 일본생활까지 겹쳐 웬만해서는 ‘혼네’(속내)를 내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때로 냉정하다는 얘기도 듣는다. 둘째아들인 신동빈 롯데 부회장이 “결단코 자상한 분은 아니다.”라고 했을 정도다. 언론에도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단돈 83엔 들고 일본으로 신 회장은 1922년-원래는 1921년생이지만 호적에 1년 늦게 올랐다-경남 울주군 삼남면 둔기리에서 5남5녀의 맏이로 태어났다. 울산농업보습학교를 나와 경남도립 종축장에 기수보로 취직했지만 “박봉의 삶이 싫어” 1941년 일본행 관부연락선을 탔다. 이 때가 열아홉살. 고향친구 자취방에 얹혀 살며 신문·우유 배달 등 닥치는 대로 잡일을 했다. 돈이 모이면 헌책방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작가 지망생의 꿈은 오래 가지 못했다. 문학으로는 먹고 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기술을 배워야 했다. 와세다고등공업학교(현 와세다대 이학부) 화학과에 입학했다. 일본 패전의 기색이 짙어가던 1944년 어느날, 조선인 청년의 성실성을 평소 눈여겨보던 한 일본인 노인이 “커팅오일(기계를 갈고 자르는 선반용 기름) 사업을 해보라.”며 선뜻 6만엔을 내놓았다. 그러나 첫 사업체는 공습을 맞아 완전히 불타버렸다.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친구들은 “귀국선을 타자.”고 종용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고는 살 수 없는 게 그였다. 빚을 갚으려면 돈을 벌어야 했다.1946년 5월 도쿄 스기나미구(區)의 낡은 창고에 가마솥을 내걸었다. 그럴 듯한 간판(히카리특수화학연구소)도 달았다. 커팅오일을 응용해 만든 비누와 크림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1년반만에 노인에게 진 빚을 모두 갚았다. 내친 김에 비누를 만들던 가마솥과 국수를 뽑아내던 기계로 껌을 만들었다. 또다시 대박. 신주쿠 허허벌판에 종업원 10명의 주식회사 롯데가 탄생했다. 껌회사에 소설 여주인공(‘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샬로테) 이름을 붙인 발상이 생뚱맞아 보이지만, 못다한 문학청년의 꿈은 그렇게 해서 다소 풀렸다.1948년 6월28일의 일이다. 신 회장은 훗날 “롯데라는 이름은 내 일생일대의 최대수확이자 최고의 선택”이라며 흡족해했다. 그가 1967년 한국에 롯데제과를 설립했을 때, 일각에서는 “고국에 대한 첫 투자가 겨우 소비재 사업이냐.”며 비판했다. 신 회장은 이렇게 항변한다.“한·일 수교로 모국 투자길이 열리자 당시 정부는 내게 종합제철소를 지어달라고 했다. 그래서 후지제철소(현 신일본제철)의 도움을 받아 설계도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정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직접 제철소(포항제철)를 짓겠다고 했다.” 어찌됐든 그렇게 ‘성공한 재일교포 사업가’로 고국에 진출한 그는 한국롯데를 국내 재계서열 5위의 ‘유통 명가’로 키워냈다. 지난해 말 현재 자산 29조 7000억원, 계열사수 41개, 종업원수 3만 5000명이다. 일본롯데에 비교도 안됐던 매출액(26조원)은 7대3 규모로 역전됐다. ●일본인 아내와 재혼 신 회장은 조혼 풍습에 따라 1940년 둔기리의 고향처녀(노순화)와 결혼했다. 신혼생활은 신 회장의 일본행 가출로 1년여만에 끝났다. 노 여사는 남편의 금의환향을 끝내 보지 못하고 1951년 29살에 요절했다. 신주쿠 허허벌판에서 일본 1위의 껌업체 하리스와 10년 상전(商戰)을 벌이는 동안, 신 회장에게 큰 힘이 돼준 이는 1952년 재혼한 일본인 아내 다케모리 하쓰코(竹森初子·78)씨였다. 결혼후 남편성을 따 시게미쓰로 바꿨다. 당시 일본 외무성 대신의 여동생이었다. 경영에 일절 참여하지 않는 시게미쓰 여사는 성품이 온화하다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우리말을 잘 하지는 못하지만 알아듣기는 한다. 신 회장은 노 여사와의 사이에 맏딸 영자씨를, 시게미쓰 여사와의 사이에 동주·동빈 두 아들을 두었다. 롯데가의 한 인사는 “동주와 동빈이는 일본에서 나고 자라 집안에서는 히로유키, 아키오라는 일본이름으로 더 친숙하게 불렸다.”고 전했다. ●백화점 주역 신영자 부사장 모녀 신 회장의 맏딸 영자(63)씨는 롯데쇼핑 총괄 부사장 겸 호텔롯데 면세점 총괄 부사장을 맡고 있다. 부산여고와 이화여대 가정학과를 나왔다. 유통업계의 라이벌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는 대학 동창이다. 지난해 말 롯데면세점 모델인 ‘욘사마’ 배용준씨의 사진전에 직접 참석했을 만큼 회사일에 적극적이다. 유통 사업가답게 의상과 화장이 화려하다. 다소 깐깐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새어머니인 시게미쓰 여사와는 팔짱을 끼고 다닐 정도로 사이가 좋다. 1967년 장오식 전 선학알미늄 회장과 결혼해 1남3녀를 두었으나 지금은 독신이다. 가장 눈에 띄는 자녀 혼사는 막내딸 정안(31)씨. 지난해 5월 영국계 로펌 클리포드&챈스의 이승환(37) 변호사와 결혼했다. 이 변호사는 한국케이블TV 대구방송 회장과 영남일보 주필을 지낸 이종명씨의 아들.‘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의 회원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외아들 지만씨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잡화 바이어(차장)로 일하던 정안씨는 결혼후 휴직, 남편과 함께 해외에 머무르고 있다. 친구 소개로 이 변호사를 만나 2년간 연애했다. 주례는 시아버지의 절친한 ‘지기’ 한완상 한성대 총장이 맡았다. 한 총장과 이 전 회장은 미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함께 하기도 했다. 신 부사장이 사업적으로 가장 의지하는 이는 둘째딸 선윤(34)씨다.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를 나와 97년 롯데쇼핑에 입사, 올해 초 이사로 승진했다. 명품관 ‘에비뉴엘’ 개관의 일등공신이다. 외할아버지를 닮아 키가 크고 호리호리하다. 성격도 소탈해 직원들 사이에 평이 좋다. 인테리어 회사 사장과 결혼했으나 지금은 독신이다. 외아들 재영(38)씨는 롯데에 포장지를 납품하는 인쇄업체 ‘재영상공’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맏딸 혜선(36)씨는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선윤씨처럼 독신이다. ●일본롯데 이끄는 큰아들 동주 동주(51)씨는 일본롯데 부사장이다. 결혼이 다소 늦었다. 서른여덟살이던 92년 3월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재미교포 사업가 조덕만씨의 둘째딸 은주(41)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동주씨가 일본롯데의 미국법인 지사장으로 발령나면서. 아버지를 닮아 내성적인 그는 의외로 열살 연하의 거래처 여직원에게는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남덕우 전 경제부총리가 주례를 본 두 사람의 결혼식은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아들(정훈·12)만 하나다. 현재 일본에 살고 있는 동주씨는 아오야마(靑山)학원과 같은 대학원에서 경영공학을 전공했다. 롯데와 무관한 미쓰비시 상사에서 10년간 샐러리맨 생활을 하다 87년 한국롯데에 입사했다.“순수하고 학자 같다.”는 게 주위의 공통된 평가다. ●한국롯데 이끄는 둘째아들 동빈 동빈(50)씨는 형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나고 자랐다. 역시 형이 다닌 아오야마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미국 컬럼비아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88년 일본 롯데상사의 이사로 롯데에 합류하기까지,8년을 다른 회사(노무라증권)에서 일한 것도 형과 같다. 한국무대에 데뷔한 것은 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를 맡으면서. 증권사에 오래 있어서인지 수치에 매우 밝다.97년 2월 한국롯데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중국적자이던 그는 한국생활을 시작하면서 일본 국적을 정리했다. 처음엔 우리말이 서툴렀으나 지금은 발음이 조금 어색할 뿐, 대화를 주고받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와인을 즐기지만 폭탄주는 좋아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문학 기질을 이어받아 사석에서 가끔 괴테의 시를 영어로 읊기도 한다. 이승엽 프로야구 선수가 뛰고 있는 일본 롯데 지바 마린스의 구단주 대행도 맡고 있다. 세간에는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알려져 있으나 집안 인사의 얘기는 다소 다르다.“형인 동주보다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 적극적인 성격은 아니다. 원래 신씨 집안 남자들이 활달한 편은 못된다.” ●한·일 넘나든 현해탄 혼맥 롯데가는 물론 재벌가를 통틀어 화려한 혼맥의 정수로 꼽히는 게 동빈씨의 결혼이다.85년 형보다 먼저 일본에서 다섯시간에 걸친 일본전통 혼례식을 치렀다. 신부는 일본의 대형 건설사 다이세이의 오고 요시마사 부회장의 둘째딸 마나미(眞奈美·46)씨. 일본 귀족학교인 가쿠슈잉(학습원)을 졸업한 재원이다. 일본황실의 며느리감 후보로도 거론됐다. 후쿠다 다케오 전 일본 총리가 중매를 서고 주례까지 맡았다. 결혼식에 나카소네 당시 총리를 비롯해 전·현직 일본 총리가 세 명이나 참석해 한·일 양국에서 떠들썩한 화제가 됐다. 마나미씨를 만나본 한 인사는 “평범하고 참한 인상”이라고 전했다. 아들 유열(19)군과 규미(17)·승은(13) 두 딸을 두고 있다. 부인과 자녀들은 일본에 살고 있다. 한달에 두세번 신 부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간다. 신 회장이 ‘셔틀 기업경영’을 하고 있다면, 신 부회장은 ‘셔틀 가족경영’인 셈. 수행원 없이 다니는 것은 부자(父子)가 똑같다. ●남다른 고향사랑과 초고층 건물에의 꿈 해마다 5월이면 신 회장은 울산시 울주군 둔기리 호숫가의 너른 잔디밭에서 사재를 들여 잔치를 벌인다.69년 대암댐 건설로 고향마을이 물에 잠기자 전국에 흩어진 고향사람들을 수소문,1971년 5월 돼지머리에 막걸리를 기울인 것이 시초가 됐다. 이후 지금껏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있다. 모임 이름도 고향에서 따 ‘둔기회’라고 지었다. 처음엔 수십명이던 회원수가 아들·며느리·손자의 가세로 지금은 수백명으로 불어났다. 고향 못지 않게 신 회장에게는 애틋한 대상이 있다. 파리 에펠탑 같은 세계 최고층 건물이다. 여든살이 되던 해인 2002년,112층 건물 청사진을 내보이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언제까지나 고궁만 보여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교통영향 평가 등에 걸려 지금껏 삽도 떠보지 못했다. 신 회장은 ‘건설통’ 서울시장에게 기대를 걸며 초고층 건물을 재추진하고 있다. ●유통명가 떠받치는 롯데맨들 롯데에는 사장단 회의가 따로 없다. 지난해 신설된 정책본부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계열사간 조정자 역할을 한다. 호텔롯데 소속의 김병일(62) 사장이 신동빈 부회장(본부장)을 도와 부본부장을 맡고 있다.73년 호텔롯데 경리부장으로 입사해 81년 그룹 기획조정실 이사를 시작으로 20년 이상 신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신 회장 부자의 심중을 가장 정확히 읽어낸다는 핵심참모다. 짧은 스포츠형 머리가 트레이드 마크. 그룹 내 손꼽히는 재무전무가로 말수가 적다.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는 경리분야에서 20년 잔뼈가 굵은 한수길(64) 사장이 맡고 있다. 자일리톨껌 등 ‘연타석 홈런’으로 경영성과를 끌어올렸다.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은 삼성 출신의 장경작(62) 사장과 ‘젊은’ 이인원(58) 사장이 각각 이끌고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조선호텔 사장을 지낸 장 사장은 올 2월 롯데맨으로 변신했다. 수익사업의 귀재라는 수식어를 달고다닌다. 평균 연령이 60대인 롯데 경영진 사이에 드물게 50대인 이 사장은 97년 CEO(최고경영자)로 파격 발탁돼 8년간 장수하고 있다. 관리·영업·매입 등 백화점 3대 요직을 모두 거쳤다. 의심나면 끝까지 파헤친다. 할인점 업계 최초로 중소기업 박람회를 연 롯데마트 이철우(62) 사장과 정통 엔지니어 출신으로 현대석유화학 인수 주역인 호남석유화학 이영일(64) 사장도 눈에 띈다. 신 회장의 가족 가운데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이는 친동생인 신준호(64) 롯데햄·우유 부회장과 5촌조카 신동인(59)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대행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지금의 롯데를 일구는데 일조했으나 지금은 한발 물러나 있다. 음료업계 최초로 순 매출액 1조원 돌파의 대기록을 세운 롯데칠성음료 이종원(61) 대표이사 부사장, 스피드 경영으로 유명한 롯데건설 이창배(58) 대표이사 부사장, 워커홀릭(일중독자)으로 불리는 롯데삼강 이광훈(57) 대표이사 전무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롯데맨이다. 황각규(51) 롯데쇼핑 상무와 강현구(45) 롯데닷컴 상무 등은 신 부회장의 관심사업을 보좌하고 있다. ●“평창면옥에 해답이 있다” 이철우 사장의 회고다. “잠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의 일이다. 백화점을 짓기는 했는데 신세계의 세 배인 드넓은 매장을 채울 일이 걱정이었다. 회장님은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며 타박하시더니 평창면옥에서 해답을 찾으라고 했다.” 당시 서울 평창동에 있던 평창면옥은 5000원짜리 밥맛이 워낙 좋아 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사람들이 왜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그곳까지 가겠는가.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상품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꼭 필요하고 훌륭한 상품을 만들면 문제는 절로 해결되기 마련이다.” 신 회장의 이 얘기는 지금도 롯데 임직원들 사이에 자주 회자된다. hyun@seoul.co.kr ■ 절친했던 신격호·정주영 회장 신격호 회장은 생전의 정주영(왕회장) 현대 창업주와 절친했다. 왕회장이 세상을 떠났을 때는 직접 추도사를 쓰기도 했다. 신 회장이 일곱살 아래다. 흥미롭게도 두 사람의 인생 역정은 매우 닮았다. 우선 대가족의 장남이다. 신 회장은 동생이 9명, 왕회장은 7명이다. 중농·빈농의 아들로 농사규모는 달랐지만 식솔이 워낙 많아 삶이 퍽퍽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성공 신화의 시작이 가출이라는 것도 같다. 두 사람 모두 열아홉살 때 “앞이 안보인다.”며 집을 뛰쳐나왔다. 사업 시작후 최대의 시련도 ‘불’이었다. 신 회장은 처음 차린 커팅오일 공장이 불에 몽땅 타버려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왕회장도 첫 사업인 자동차수리공장이 불에 타는 바람에 고초를 겪어야 했다. 신 회장은 이 때문에 지금도 임직원들에게 자나깨나 불조심을 외친다. 롯데호텔 준공 때 멀쩡한 새 건물의 복도 천장을 뜯게 한 뒤 손전등으로 직접 방화 장치를 확인한 일화는 유명하다. 공교롭게도 죽을 고비도 한차례씩 넘겼다. 여든이 다 될 때까지 직접 운전을 하고 다녔던 신 회장은 언젠가 밤길에 귀가하다가 트럭과 정면으로 부딪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왕회장도 새벽에 울산공장을 시찰하러 직접 운전하고 가다가 차가 바닷물에 빠져 죽을뻔 했다. 발상도 기발하다. 신 회장은 풍선껌에 대나무 대롱을 함께 포장해 장난감처럼 불 수 있게 했다. 왕회장은 겨울 골프에 빨간 골프공을 도입한 주인공이다. 이 유명한 빨간공 일화를 남긴 1970년 초봄 라운딩의 동반자가 바로 신 회장이었다. 신 회장은 훗날 “폭설이 내려 (하얀 골프공을 찾을 수 없는 만큼)의당 약속이 취소된 것으로 여겨 하마터면 큰 실수를 할 뻔했다.”고 회고했다. M&A(인수합병)보다는 직접 공장말뚝 박기를 즐겼던 것이나 귀향잔치(둔기회·소떼방북)를 벌인 점도 똑같다. 다만, 신 회장은 언제나 소리가 나지 않았고 왕회장은 늘 요란했다. 대선 출마 등 말년에 한눈을 판 왕회장과 달리 신 회장이 사업에만 전념하는 것도 결정적 차이다. hyun@seoul.co.kr ■ 신동빈 부회장 ‘큰어머니’ 제사 해마다 직접 지내 지난달 21일 저녁 서울 성북동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의 자택. 검정 옷차림의 신씨가문 후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 날은 종손인 신격호 회장의 첫 부인 노순화 여사의 기일이었다. 신동빈 부회장은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어머니’의 제사를 주관했다. 누나인 신 부사장은 말없이 ‘생모’의 제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여느 재벌가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신 회장이 재혼한 아내와의 사이에서 얻은 동빈씨는 한국에 정착한 이후 노 여사의 제사를 꼬박꼬박 지내고 있다. 집안에서나, 그룹에서나,‘후계자’로서의 입지를 빠르게 굳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후계구도와 관련해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언급을 회피하던 그룹측은 이제 공공연하게 “후계구도 작업은 끝났다.”고 단언한다. 신 부회장이 일본인 아내를 맞은 점 등을 들어 일본롯데를,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이 장남인 점 등을 들어 한국롯데를 맡을 것이라는 분석이 한때 유력했지만 현재로서는 뒤집힌 셈이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신설된 정책본부의 장(長)을 맡으면서 후계자 논란을 확실하게 잠재웠다. 재계는 “그룹 대권을 둘째아들에게 넘기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로 해석했다. 신 부회장은 온라인쇼핑몰·편의점 사업 등에서 이렇다할 실적을 내지 못했지만,KP케피칼·현대석유화학 등을 성공적으로 인수함으로써 아버지의 신임을 굳혔다. 현장을 중시하는 것은 아버지의 영향을 그대로 받았다. 지난 4월에는 롯데마트 금천점에 불쑥 나타나 한 시간 동안 매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현장에서 지시한 내용은 나중에 꼭 확인한다. 상장(6개사)에 인색한 기업 문화와 보수적인 토양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주목된다. hyu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해리포터 6권 지구촌 동시발매

    해리포터 시리즈 제6권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의 영문판이 15일 오후 11시1분(GMT·한국시간 16일 오전 8시1분) 전 세계에서 동시 발매됐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번 6권은 사상 최대의 베스트셀러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저자 J K 롤링이 ‘해리포터의 친구 론과 헤르미온느가 사랑에 빠질 것인가, 주요 등장인물 중 누가 죽을 것인가, 혼혈왕자는 누구인가?’ 등의 질문을 팬들에게 던지면서 기존 시리즈를 훨씬 뛰어넘는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지금까지 62개국 언어로 번역됐으며 2억 7000만부 이상이 팔려나갔다.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발매 직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성에선 저자 J K 롤링이 세계 각국에서 초청된 어린이 70명을 앞에 두고 새 책의 6장을 읽어주는 행사가 열렸다. 성 밖에선 어린이 2000여명이 부모와 함께 대형 스크린을 통해 행사를 지켜봤다. 행사장에 도착한 저자 롤링은 “책이 나와 몹시 흥분된다.”면서 “독자들은 책에서 (궁금증에 대한) 답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세계 각국의 주요 서점은 조금이라도 먼저 책을 사기 위해 몰려든 열성팬들로 붐볐다. 영국에서는 런던 등 곳곳에서 수백개의 서점들이 한밤중에 문을 열었고 미국에서도 뉴욕 등 대도시의 서점들에 책을 사려는 팬들이 몰렸다. 아시아에선 발매 시간인 16일 오전 시드니와 베이징, 도쿄, 방콕, 싱가포르 등 주요 도시에서 같은 풍경이 연출됐다.영국의 서점체인인 워터스톤은 이번에 나온 6권이 발매 하루 동안 영국에서만 200만부가 팔리고 전 세계적으로 1000만부 이상이 팔려나갈 것으로 전망했다.미국 내 판권을 가진 스콜라스틱은 이미 1000만부 이상을 찍었고 인터넷 서점 아마존은 140만여부의 사전 주문을 받았다.2003년 해리포터 시리즈 5권의 발매에 앞서 아마존이 받은 사전 주문량은 130만부였다.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학교소식]

    [학교소식]

    ●허운나 정보통신대 총장 초청강연 서울과학고는 15일 오후 2시 30분 학교 강당에서 외부명사 초청강연 행사를 갖는다. 이날 연사로 허운나 한국정보통신대학교 총장이 나와 ‘유비쿼터스 시대의 도래와 우리의 대응’이란 주제로 강연한다. 본교는 연간 모두 네 차례 외부명사 초청강연을 갖는데 이번 행사는 올해 두 번째이고 다음 행사는 10월 중순과 12월 중순에 가질 예정이다. ●자매결연부대서 120명 병영체험 서울고등학교는 15일 자매결연부대인 경기도 이천시 선봉부대에서 병영체험을 갖는다.1∼2학년 학생들 가운데 지원한 120여명이 모두 참가한다.1박 2일 동안 제식훈련과 총검술 등 기초훈련을 받는다. 체력을 증진시키고 공동체 의식을 기르기 위해 치러진다. ●1~2년생 양성평등·성폭력방지 교육 대일외고는 지난 14일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강당 수인관에서 양성평등·성폭력방지 교육을 실시했다. 이날 학생들은 성폭력특별법과 남녀고용평등법, 남녀차별금지법과 관련된 내용을 배웠다. ●214명 참가 35회 수영대회 서울 리라초등학교는 지난 9일 제35회 수영대회를 열었다. 학생 214명이 참가해 자유형과 배영, 평영, 접영 가운데 학생이 스스로 영법을 택하고 남녀를 구분해 시합을 가졌다. ●봉인사서 21일부터 연화하계수련회 불교계 사립학교인 서울 은석초등학교 청소년단체 ‘연화어린이’ 100여명은 21일 경기도 남양주시 봉인사에서 2박 3일 동안 ‘연화하계수련회’를 갖는다. 연화어린이는 불교 청소년단체이다. 이 수련회에서 학생들은 찬불가와 불경을 배운다. ●난치병 친구돕기 1453만원 모금 서울 녹번초등학교는 지난달 23,24일 윤다솜(3학년)양 돕기 교내 모금 행사를 가졌다. 윤양은 1학년 때 뼈에 생기는 악성 종양 중 하나인 ‘유잉육종’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 올해 초 완치돼 학교로 나왔다. 하지만 최근 정기 검진에서 다시 악화됐다는 진단을 받고 치료받고 있다. 이같은 사실을 전해 들은 학생들은 모금 활동에 나섰다. 학생들은 1453만 3000원을 모아 윤양의 어머니에게 전달했다. ●3~6학년 대상 한자 경시대회 서울 자양초등학교는 지난달 14일 3∼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자 경시 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는 한자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우리말을 올바르게 쓰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상업디자인과 졸업작품전 개최 안양 근명여자정보고등학교는 12∼15일 안양문예회관 전시실에서 제6회 상업디자인과 졸업작품전을 개최했다. 올해는 전통을 모티브로 하여 컴퓨터그래픽, 일러스트레이션, 패키지디자인, 의상디자인, 캘린더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들의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들은 청소년디자인전람회와 국가상징디자인공모전, 경기산업디자인전 등 전국 규모 대회에도 출품하게 된다. ●유아·초·중등생 방학특별프로그램 운영 인천북구도서관(www.ipl.or.kr)은 유아 및 초·중등생을 대상으로 방학 특별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유아용으로 ‘엄마와 함께 감성개발 창작놀이’, 초등생용으로 ‘나만의 책 만들기’‘신이 나는 과학놀이’‘사고력 향상 논술교실’, 중학생에게는 ‘논술과 토론이 있는 영화읽기’ 등이 각각 마련돼 있다. 신청기간은 오는 19일까지며 1인 1강좌에 한해 선착순(직접 방문)으로 접수하며, 수강료는 없다.(032)519-9028∼9 ●중3년생 80명 대상 영어캠프 인천북부교육청은 오는 25∼31일 중학교 3년생 80명을 대상으로 영어캠프를 운영한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 가운데 선행 또는 봉사상 수상자를 우선적으로 참가시킨다. 영어로만 의사소통을 하게 될 여름캠프에서는 영문일기 쓰기, 미연합봉사자(USO)와 함께 하는 강화유적 탐방, 갯벌 야외학습, 미니올림픽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 가짜 항공권…5월부터 1억원어치 판 2명 붙잡아

    항공여행객이 늘어나는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정밀하게 위조된 가짜항공권이 저가로 국내에 유통되고 있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인천공항경찰대는 8일 해외에서 위·변조된 가짜 항공권을 여행객에게 판매해 유통시킨 무역업자 조모(27)씨와 여행사 대표 정모(37)씨를 위조유가증권 행사 등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3일 정오 해외연수 등을 위해 델타항공을 통해 시카고로 출국하려던 서울 모대학 재학생 40명에게 가짜 항공권을 파는 등 5월부터 위조항공권 51장(1억 1000만원 상당)을 국내에서 판매한 혐의를 받고있다. 영문을 모르고 시카고행 비행기를 타려던 대학생 40명은 인천공항에서 수속을 밟던 중 항공사 직원들에 의해 적발됐다. 수속을 대행한 대한항공 측은 “항공권에 기재된 발권용어가 틀려 조사한 결과 위조항공권인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결과 조씨는 멕시코에서 무역업을 하다 알게 된 현지인 H씨가 “항공권을 싸게 공급할 수 있으니 약간의 수수료만 달라.”고 접근,H씨로부터 항공권을 택배로 넘겨받았다. 이후 조씨는 정씨의 중소 여행사에 항공권을 판매했고 정씨는 다시 이 항공권을 중소 여행사 3곳에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생들은 평소 399만원인 시카고행 비즈니스석 항공권이 118만원에 판매되자 싼 값에 구입했지만 결국 다시 항공권을 구입해 출국해야 했다. 하지만 경찰에서 조씨 등은 “위조 항공권인지는 전혀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큰 폭의 할인율을 보이는 항공권은 일단 의심할 필요가 있다.”면서 “항공권 구매 이후 해당항공사에 일련번호와 예약번호 등을 꼭 확인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미스터 에버릿의 비밀/앨런 코헨 지음

    거듭된 좌절로 세상과 자신에 대한 냉소에 빠진 한 젊은이. 그는 어느날 작은 손수레 공장의 사장님 미스터 에버릿을 만나 인생의 전기를 맞는다. 미스터 에버릿은 이 젊은이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비슷한 구석이 많다. 카드 빚에 쪼들리는 주인공인 이 젊은이는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랐고, 사업과 직장 생활에서 계속 실패를 맛보았다. 미스터 에버릿 역시 전쟁 포로가 되어 혹독한 고문을 당했고, 젊은 나이에 아내와 아들을 떠나 보내야 했다. 미스터 에버릿은 어떻게 지금처럼 낙관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을까?그는 자신의 삶을 자랑하듯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화나 이야기를 통해 주인공에게 깨달음을 준다. ‘미스터 에버릿의 비밀’(앨런 코헨 지음, 정영문 옮김, 세종서적 펴냄)은 인생의 진짜 부자가 되는 비결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물질적인 부를 좇아 허망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부를 좇으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너무나 소박하지만 진실된 얘기다. ●당신은 고귀한 손님 에버릿은 말한다.“당신은 불쌍한 걸인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파티에 초대된 고귀한 손님”이라고. 행복은 이미 내 안에 있다. 내가 나 자신의 삶을 존중하는 순간 세상은 내게 행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에버릿은 빈곤한 마음이란 다름아닌 자신을 냉소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지금 당장 유능하지 못하고, 수중에 돈이 많지 않다고, 날씬하고 예쁘지 않다고 자신을 냉소한다. 이런 마음의 빈곤은 결국 불행과 탐욕으로 이어지는 법. “당신이 당신을 존중하면 세상은 당신을 존중합니다. 당신이 당신을 포기하면 세상은 당신을 포기합니다. 당신은 존중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는 스스로 존중받기 위해 “당신 자신에게 행복을 선물하라.”고 충고한다. 다소 비싼 물건이라도 나에게 기쁘고 행복한 순간을 가져다 준다면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자신에게 “자네는 이 모든 것을 가질 자격이 있어.”라고 속삭이라고 말이다. ●행복과 풍요의 비밀은 에버릿이 사는 동네에 애써 잡은 물고기가 자기가 가진 프라이팬보다 크다고 버리는 희한한 낚시꾼이 있다. 그는 늘 허기져 있으면서도 자신의 작은 프라이팬을 큰 것으로 바꿀 생각은 추호도 하지 못한다. 반면 에버릿은 ‘서비스에 만족하지 않으면 전액 무료’를 내걸었던 호텔을 소개한다. 그 호텔의 매출은 무려 6배나 뛰었다. 진짜 빈곤한 사람은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라는 얘기다. 에버릿은 또 행복은 행복하려는 사람에게만 주는 ‘선물’이라고 강조한다. 행복은 삶을 누리는 자세의 문제이고, 행복한 사람은 더 넓은 세상을 본다고 말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인생의 부자가 되는 비밀을 이렇게 설파한다.“작은 수레에 많은 금을 담을 수 없듯, 가난한 마음에는 부가 깃들지 않는다. 큰 마음으로 살아라.”9500원.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씨줄날줄] 군대 학점/김경홍 논설위원

    요즈음 군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훈련소 인분사건이 말썽을 빚더니, 철책선이 뚫리고, 급기야 최전방 GP에서 상상하기조차도 끔찍한 총기참사가 발생했다. 왜 이런가. 단순히 지휘관 한 사람의 잘못이나, 비뚤어진 병사 한 사람의 잘못 때문이라고 보기는 석연치 않다. 총체적으로 군대기강이 무너져가고 있다는 분석이 맞을 것이다. 군대는 특수집단이다. 그래서 몸을 담고 있는 직업군인들은 스스로를 특별하게 관리해야 하고, 사병들도 특별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제복이 자랑스러울 때 기강도 서고, 책임감도 늘어난다. 이처럼 군대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비난을 듣는 것은 역설적으로 군대가 일반사회처럼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또 일반인들이 군대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젊은이들에게 군대는 허송세월하는 곳이 아니다. 군 생활에서는 무엇보다 나라에 대한 사랑을 배운다. 부모에 대한 감사함을 배운다. 건강의 고마움도 알게 된다. 조직에 대한 헌신과 희생, 인내를 배운다. 과잉보호와 자기위주의 삶에 길들여진 젊은이들에게 자립십과 애국심을 기르는 데 군대가 한몫을 해야 한다. 문제는 제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있다. 총기참사 이후 병역제도 개선이니, 병영문화 개선이니 하면서 온갖 토론과 대책이 난무하고 있다. 상당부분 말의 잔치거나, 탁상공론에 가깝다는 지적도 많다. 군의 특수성이나 현실을 무시한 인기위주의 정책도 눈에 띈다. 최근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당정협의회에서 합의한 ‘군 인적자원 개발 종합계획안’은 군을 어떻게 끌고 가려는지 답답한 마음마저 들게 한다. 정부여당이 내세운 것은 각 대학별 온라인 강좌를 군과 연계해 재학중 입대한 사병들에게 9학점까지 이수할 수 있도록 하고, 대학에 다니지 않은 사병들에게는 공무원 시험이나 국가자격기술시험에 대비토록 한다는 것이다. 어학프로그램도 만든다고 한다. 군을 학교나 학원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런 대책이 나올 수가 없다. 군은 전시에 대비한 조직이고, 군인은 항상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신세대 장병을 세태에 맞게 잘 관리하는 것과, 무조건 기분을 맞춰주고 보자는 것은 별개다. 최근의 군대 문제 해결은 병영문화를 개선하고, 기강을 바로잡는 데 달려있다. 이런 어설픈 대책으로는 오히려 군을 더욱 흩트려 놓을 우려가 크다. 김경홍 논설위원 honk@seoul.co.kr
  • ‘말일성도 예수그리스도 교회’ 명칭 ‘예수그리스도 후기성도 교회’로 바꿔

    흔히 ‘모르몬교’로 알려진 ‘말일성도예수그리스도 교회’가 교회 명칭을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교회’로 바꾸었다. 이 교회의 고원용(61·북아시아지역 회장단 제2보좌역) 장로는 5일 오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고 장로는 이 교회가 1955년 한국에서 선교활동을 시작한 이후 50년 동안 ‘말일성도예수그리스도교회’라는 한국어 명칭을 사용해 왔으나,‘말일 성도’라는 이름이 ‘마지막 날’이나 ‘말세’,‘종말론’ 등 잘못된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아 영문명의 의미를 제대로 살린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교회로 공식명칭을 지난 1일부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 교회의 영어 공식명칭은 ‘The Church of Jesus Christ of Latter-day Saints’로,‘후기 성도’라는 명칭은 ‘Latter-day Saints’를 새롭게 번역한 것이다. 고 장로는 또 교회를 간략하게 표기할 때도 ‘모르몬교회’ ‘LDS교회’ ‘후기 성도 교회’로 하지 말고 ‘교회’ 또는 ‘예수 그리스도 교회’라고 사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교회’는 한국 선교 50주년을 맞아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1955년 이후 한국에서 선교활동을 했던 외국인 선교사 1000여명과 그 가족들 초청행사도 갖는다. 한국의 선교 지역을 돌아보게 하는 한편,30일 오전에는 약 2700명 이상의 참가자들이 올림픽 공원에 모여 선교사 대회를 가지며 오후엔 문화의 밤 행사가 열린다. 다음날인 31일에는 교회의 한국 지역 대회가 개최된다.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교회’는 본부가 있는 미국에서는 가톨릭, 남침례교, 유대교, 감리교와 함께 5대 종단으로 꼽히고 있으며 한국인 신도는 8만여명으로 추산된다.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정통부 우정사업본부 첫 여성 부이사관 탄생

    우정사업부문에 첫 여성 부이사관(3급)이 탄생했다. 5일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 우편사업단 김혜영(45) 국제사업과장은 최근 정통부 인사에서 부이사관으로 승진, 지난 1994년 정통부 출범 이후 최고위급 간부에 오른 여성 공무원이 됐다.1884년 우정사업본부 효시인 우정총국이 개국한 지 121년 만에 등장한 우정부문의 최고위직 여성 간부이기도 하다. 부산대 영문학과(78학번)를 졸업,1983년 한 해에만 특별 시행된 외국어 특채 고시에 합격해 체신부 국제우체국 업무과장으로 우정부문에 발을 들여놓았다.정보통신협력국, 국제협력관실 등 국제기구와 대외협력 관련 업무를 맡아왔다.1990년에는 국비로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에서 신문방송학 석사도 받았다.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병영서 年 9학점 취득 가능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4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갖고 군대 내에서도 대학 학점을 연간 최대 9학점까지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군 인적자원 개발 종합계획안’에 합의했다고 김명자 당 병영문화개선위원회 위원장이 밝혔다. 당정은 이를 위해 1600억원의 예산을 들여 부대에 유·무선 인터넷 PC 16대를 중대단위로 설치하기로 했다.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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