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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혼모, 이젠 색안경을 벗자] (5·끝) 이젠 ‘두리모’로 불러주세요

    [미혼모, 이젠 색안경을 벗자] (5·끝) 이젠 ‘두리모’로 불러주세요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가 주최하고 서울신문이 후원한 ‘미혼모의 새 이름을 지어 주세요’ 공모전이 뜨거운 관심 속에 마무리됐다. 대상을 차지한 이다원(28·여·대학원생)씨는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미혼모는 혼자의 몸으로 아빠와 엄마 둘의 몫을 하고, 아이를 보호하는 둘레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이들이 세상의 편견에 맞설 수 있는 강하고 둥근 마음을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같은 이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대상으로 선정된 ‘두리모’ 외에 아름다운 엄마라는 뜻의 ‘아름모’(김인순·충남 아산시)가 우수상으로 뽑혔다. 가작은 엄마와 아기 모두 우리 사회의 소중한 새싹이 돼 주길 바란다는 의미의 ‘새싹모’(유태화·서울 도봉구)가 선정됐다. 혼자(單)지만 아름다운 어머니(母)라는 뜻과 혼자(單)서 아이(兒)를 키우지만 아름다운(端雅) 어머니(母)라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 ‘단아모’(이준엽·경북 포항시)도 가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대상 1명에게는 50만원, 우수상 1명에게는 30만원, 가작 2명에게는 각각 10만원 상당의 상품권이 제공된다. ●대학생 전체의 25%… 참여 1위 심사를 맡은 김세중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장은 “‘○○맘’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접수됐다. 그러나 노년층과 중장년층 등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부르기 쉬운 우리말 단어가 포함된 작품에 큰 점수를 줬다.”고 설명했다. 김 단장은 “미혼모가 주는 어두운 인식을 바꾸자는 취지에 공감해 의견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영호 센터장은 “심사위원들은 앞으로 이 이름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국어사전에 등재될 수 있도록 힘을 쓰자고 의견을 모았다.”면서 “한부모 관련 법령에 새 이름을 올리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손으로 직접 써 보낸 작품도 20여통 이번 공모전에는 유독 대학생의 참여율이 높았다. 박근혜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 팀장은 “대학생 공모가 25%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이 밖에 간호사, 목사, 교사, 방송작가, 번역가, 바리스타, 웨딩플래너, 사회복지사, 산부인과 의사 등 다양한 직업군이 참여해 열기를 더했다. 그 가운데 현직 산부인과 의사가 보낸 신청서가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공모작은 ‘생명지킴이’. 그는 “진료실에서 수많은 미혼모들이 죄의식 없이 임신중절 수술을 받는 것을 지켜보았는데, 사회적인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생명을 지키려는 엄마들을 칭찬하고 싶어서 응모했다.”고 말했다. 대부분 인터넷으로 제출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무려 41명이 우편으로 응모작을 보냈다. 손으로 직접 쓴 정성 가득한 작품도 20여건이나 됐다. 이름 짓기가 전문(?)인 작명소에서 보낸 응모작도 그중 하나다. 도장까지 찍어 보낸 단어는 바로 ‘지모’(知母). 홀로 부모 역할을 하려면 더 배우고 깨달아 자신과 자녀의 삶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필리핀·일본 등 해외서도 응모 최연소 참가자는 인천에 거주하는 길민지(11)양. 초등학생답게 ‘사랑맘’이라는 예쁜 이름을 지어 보냈다. 끝없는 사랑을 가진 엄마라는 뜻이라고 센터 측은 설명했다. 최고령 참여자는 충북에 사는 76세의 이명우씨. 최고령임에도 영문 이름인 ‘M.M.C’(Miss mom club)로 응모했다. 또 다른 70대도 큰 웃음을 줬다. 그는 공모전에 참여하고 싶다며 센터 측에 인터넷 사용법 등을 묻는 전화를 걸어 왔다. 자원봉사자에게 30분이 넘도록 홈페이지를 찾는 방법, 신청서를 내려받는 방법 등을 배운 그는 “학생, 내가 보낸 것 잘 갔어? 내가 만든 이름 어때? 평가 좀 해 봐.”라며 확인 전화까지 거는 열의를 보였다. 서울, 경기, 경남, 강원, 제주는 물론 바다 건너 필리핀과 일본 도쿄에서도 응모작이 날아왔다. 일본 유학생이 보낸 이름은 ‘한사랑모’로, 홀로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에게 사랑을 듬뿍 주는 어머니라는 뜻이다. 필리핀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주부가 보내온 이름은 ‘미모사’(美母思). 모든 엄마들은 아름답고 고마운 존재이므로 미혼모든 기혼모든 존중받아야 할 사람임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 밖에도 기자와 센터 측에 전화를 걸어 눈물을 흘리며 감사의 뜻을 표한 50대 두리모도 있었다. “힘든 길을 택한 이 땅의 엄마들에게 박수를 보낸다.”는 말에 모두가 숙연해졌다. 백민경·김진아기자 white@seoul.co.kr
  • [부고]

    ●서호석(전 조양상선 미주지점장)영규(인터파크INT 도서부문 대표)씨 모친상 심종진 채관병씨 장모상 8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0일 오전 8시 (02)3410-6912 ●공대식(곡부 공씨 영의정파 대종회장)규식(주원 대표이사)형식(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상무이사)씨 부친상 류희원(케이원건설 대표이사)손병조(홍익학원 원장)씨 장인상 8일 오산장례식장, 발인 10일 오전 8시 (031)372-2926 ●이정석(캐나다 거주)준석(메트로신문사 광고마케팅국 부장)씨 모친상 이동한(부산교육대 영문과 교수)윤상국(자영업)씨 장모상 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0일 오전 9시 (02)3010-2261 ●이우영(전 한국전력 강경지점장)씨 별세 장훈(호서대 공과대학장)영훈(미국 거주·사업)씨 부친상 문기석(미국 거주)씨 장인상 8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0일 오전 8시 (02)3410-6916 ●최병준(충남일보 정치부장)씨 부친상 8일 경찰병원, 발인 10일 오전 9시 (02)431-4400 ●유준상(동일기술공사 고문)씨 부인상 환용(두산중공업 차장)씨 모친상 김완식(변호사)유성천(KB자산운용 이사)씨 장모상 김혜연(대교 과장)씨 시모상 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9일 오전 8시 (02)3010-2238 ●노수원(사업)영진(LS네트웍스 과장)씨 부친상 최재규(신한생명 동부사업본부장)이상영(대구 달서구청 팀장)김상철(사업)씨 장인상 7일 경북대병원, 발인 9일 오전 7시 30분 (053)420-6144 ●황용관(전 불교방송 국장직무대리)씨 별세 용걸(회사원)성자(자영업)씨 형제상 7일 안양 메트로병원, 발인 9일 오전 10시 30분 (031)443-0100 ●장시옥(충북도교육청 초등교육과 장학사)씨 부친상 8일 부산 보훈병원, 발인 10일 오전 8시 (051)601-6793 ●송종헌(안양시장 비서실장)씨 부친상 8일 평촌 한림대 성심병원, 발인 10일 오전 8시 (031)386-2345
  • [씨줄날줄] 유엔사무총장/주병철 논설위원

    1919년 유엔의 전신인 국제연맹이 창설될 때 사무국 총괄자 호칭을 ‘총서기 혹은 서기장’ ‘의장’으로 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난상토론 끝에 유연하고 모호한 ‘사무총장’(Secretary-General of the United Nations)으로 했다. 1945년 유엔이 출범하면서 산파역을 한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세계의 중재자’란 표현을 원했지만 종교계에서 사용하고 있어 못 바꿨다. ‘사무총장’이 국제기구 수장의 직함으로는 너무 겸손한 호칭이라는 게 루스벨트의 생각이었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의 모든 기관과 협의하며 권고할 수 있고 국제분쟁 예방을 위한 조정·중재 업무를 맡는다. 예우는 세계 최고의 외교관으로 국제사회에서 국가원수 내지 행정수반에 준한다. 사무국 직원(1만 6000여명)과 산하기관까지 포함해 4만여명의 인사권을 갖는다. 연봉은 22만 7254달러로 우리나라 대통령(1억 7909만 4000원)보다 많고 미국 대통령(40만 달러)보다 적다. 유엔 사무총장의 리더십은 출신 지역과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다르다. 제2대 사무총장인 다그 함마르셸드는 ‘빈 공간이 있으면 채워라.’는 논리를 폈다. 유엔 사무총장은 평화와 안전의 ‘공백을 채울 수 있는’ 유일한 유엔의 법적 기구라는 것이다. 미얀마 출신의 제3대 사무총장인 우 탄트는 개발도상국의 발전과 지원 방안 등에 깊은 관심을 쏟았다. 평직원에서 사무총장에 오른 제7대 코피 아난은 국제사회가 방관하지 말고 ‘인도주의적 간섭’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유엔 사무총장이 갖는 별명도 다채롭다. ‘평형추’, ‘블랙박스’ 외에 유엔 사무총장의 영문 이니셜을 본뜬 희생양(Scape-Goat)도 있다. 올 10월로 임기 5년을 채우는 제8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그제 ‘더 신뢰받는 유엔으로 거듭나겠다.’며 연임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2007년 취임 초반에는 설득과 중재를 앞세운 그의 리더십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발로 뛰는 그의 리더십을 회원국들이 믿고 따르고 있다. 반 사무총장은 ‘기름장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어려운 질문을 요리조리 잘 피해 간다고 기자들이 붙여줬다고 한다. 유엔은 지금 다양성을 존중하고 융합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럴 때 반 사무총장의 조정자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본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 출신으로 북한 문제에 관해 그만큼 더 좋은 관점과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도 없다. 반 사무총장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메디컬 팁]

    유학생 검진프로그램 운영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이달부터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건강검진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국내에서 처음 도입된 ‘유학생 검진프로그램’은 수면내시경과 정밀 혈액검사 등 기본검사 외에 오랜 유학생활과 학업 부담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로 발생하기 쉬운 우울증 등을 조기에 판별할 수 있는 정신건강 검사와 치과검사 등을 선택적으로 제공한다. 또 각종 예방접종 확인서를 포함한 건강검진 결과를 영문증명서로 발급, 번역의 번거로움을 없앴한다. 검진 비용은 69만원. 문의 및 예약:(02)2019-2800·2900. 화이자의학상 후보 공모 대한민국의학한림원(회장 조승열)은 7월 29일까지 ‘제9회 화이자의학상’ 후보자를 공모한다. 의학학림원이 주관하고 한국화이자제약이 후원하는 ‘화이자의학상’은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분야에서 2명의 의학자를 선정, 각각 3000만원의 상금과 상패를 수여한다. 응모서류는 의학한림원이나 한국화이자제약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아 작성한 뒤 한림원에 우편 또는 이메일로 제출하면 된다. 시상식은 11월에 열릴 예정이다. 중증외상센터 문 열어 서울대병원(원장 정희원)은 교통사고·추락사고·총상 등으로 심한 외상을 입은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할 중증외상센터(센터장 서길준)를 최근 개소했다. 센터에는 센터장 외에 외과 2명과 흉부·신경·정형외과 각 1명 등 6명으로 꾸려졌다. 소아를 포함한 모든 다발성 중증 외상환자를 관리할 이 센터는 내원 2시간 이내에 응급수술이 필요하거나 해당과 전문의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경우 직접 수술을 할 방침이다.
  • 오연천 서울대총장 “대화로 풀자”

    오연천 서울대총장 “대화로 풀자”

    악화 일로를 걷던 ‘서울대 점거 농성’ 사태에 대화의 물꼬가 트였다. 오연천 총장이 학생들이 점거하고 있는 본관을 방문, 점거 농성 닷새 만에 학교와 학생들이 처음으로 마주 앉았다. 6일 다시 대화를 하기로 함에 따라 점거 농성 사태에 해결의 실마리가 잡힐지 주목된다. 오 총장은 3일 오후 5시쯤 일부 보직교수 및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민교협) 소속 교수들과 함께 본관을 찾았다. 4층 대회의실을 점거하고 있는 학생들을 만난 오 총장은 “서울대 가족들이 본의 아니게 오래 고생하는 상황에서 따뜻한 인사를 전하고 의미 있는 대화를 통해 전환점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이 같은 논쟁 상태에서 교육기관에 걸맞은 대화통로와 질을 유지하는 것도 과제라 생각해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이에 이지윤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법인 설립준비위원회를 해체하고 원점부터 법인화를 재논의해 달라.”고 촉구했다. 애초 대회의실에서 공개적으로 진행되던 오 총장과 학생들의 만남은 이후 서울대 민교협 소속 김명환 영어영문학과 교수의 제안으로 교수들과 학생회장단 및 학내언론만 남긴 채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날 대화에서 설립준비위원회 해체 등 학생들의 요구에 대한 답변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양측은 6일 오후 2시에 다시 만나 대화를 진행하기로 했다. 한편 진보신당 서울대 학생위원회 등 20여명이 지난 2일 오후 8시부터 3시간 동안 본관 3층의 방을 빌려 세미나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특정 정치세력이 개입해 농성이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김명자 前환경부장관에게 들어본 ‘원전 해법’

    [김문이 만난사람] 김명자 前환경부장관에게 들어본 ‘원전 해법’

    #장면1 영화 ‘그날이 오면’은 핵전쟁의 참상을 그린 작품이다. 그레고리 펙과 에바 가드너의 열연도 있었지만 핵이 인류에게 어떤 재앙을 가져다주는가 하는 문제를 심도있게 다뤄 1962년 개봉 당시 세계적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 영화는 2000년에 리메이크가 될 정도로 유명해졌다. 인상적인 것은 핵전쟁으로 전멸해 버린 도시 어디에선가 발신되는 모스 신호를 추적해 가는 미해군 잠수함 승무원의 모습이었다. 인류의 생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는 한가닥 기대를 갖고 떠나는 장면이 압권이다. #장면2 만약 히틀러가 원자폭탄을 개발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실제 그럴 뻔했다. 1938년 독일의 과학자 오토 한과 프리츠 슈트라스만은 우라늄235의 연쇄 핵반응 실험에 성공한다. 그러자 핵무기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기 시작했다. 이 무렵 레오 실라르드, 유진 위그너 등의 과학자들은 “히틀러가 원자폭탄을 개발하느니 서방 측이 먼저 만드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고 때마침 나치의 유태인 탄압으로 미국 망명길을 택했다. 실라르드는 미국으로 건너간 뒤 아인슈타인을 찾아가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앞으로 보내는 원자폭탄 제조와 관련된 편지에 서명해 달라고 설득한다. 결국 이 편지가 발단이 돼 미국은 1939년 ‘우라늄 위원회’를 결성했고 1941년 일본군의 진주만 공격을 계기로 원자폭탄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원자력이 인류에게 어떤 재앙을 가져올지, 그 비극적인 결과를 생생하게 보면서 일반인들도 높은 관심을 갖게 됐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비록 이웃나라 일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말이다. 세계 각국도 원전정책에 대한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김명자(67) 전 환경부장관은 헌정사상 최장수 여성장관, 국민의 정부 최장수 장관 등의 기록을 갖고 있다. 당시에도 그의 행보가 화제였지만 지금도 사단법인 그린코리아21포럼 이사장, 사회통합위원, 저탄소 녹색성장 국민포럼 공동대표, 극지포럼 공동대표, 헌정회 이사 등 왕성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런 그가 최근에 ‘원자력 딜레마’라는 책을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접하면서 집필을 시작해 두 달 만에 책을 완성할 정도의 놀라운 필력을 과시해 눈길을 끈다. 3년째 그린코리아21포럼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 전 장관을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시내 음식점에서 만났다. 자연스럽게 책과 원자력 얘기부터 나왔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 벌어진 후쿠시마 사태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원전 정책이 고비를 맞고 있습니다. 이것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요.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섬,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의 역사적 사건으로부터 무엇을 배우고 원자력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징검다리 에너지로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 또한 원전 수출국이 된 전환기에 어떻게 원자력 관리에서 선진적 역량을 발휘할 것인지 다시 생각해야 할 중대 기로에 섰습니다. 뿔뿔이 나뉜 (원자력의) ‘부분의 관점’을 통합해 국가 차원의 ‘전체의 관점’을 정립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책을 내게 된 배경에 대한 설명이다. 김 전 장관은 익히 잘 알려진 여성 과학자다. 그렇다면 원자력에 대해서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을까. 그는 이 물음에 과학사를 공부하면서 원자력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원자력 공학을 전공한 스페셜리스트는 아닙니다. 그러나 20여년간 제너럴리스트로서 원자력과 인연이 좀 있지요. 1992년 ‘현대사회와 과학’(동아출판사)을 펴낼 때 원자폭탄 역사를 중점적으로 다뤘고 대학강단에서 과학사 과목을 가르칠 때 이런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과학자들이 인류 재앙을 일으키는 원자력 연구를 해서는 안 될 일을 했지요. 원자력 과학자들은 연구에만 몰두하다 보니 가공할 파괴력, 즉 우리 인간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 인문사적인 부분을 놓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 전 장관은 책을 내면서 4주만에 원고를 탈고했다. 그는 이번 책이 ‘마지막’이라고 강조했다. 눈도 아픈 데다 평소 원자력에 대한 정열을 한꺼번에 다 쏟았기 때문에 미련이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는 1994년 석사과정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원자력의 문화사적 이해’와 ‘원자력의 사회적 이해’ 등의 논문을 내놓을 만큼 이 분야에 적지 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원자라는 비가시적 실체의 원자력에 지구를 몇번 날리고도 남을 파괴력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야기를 다시 후쿠시마로 돌렸다. 원전 르네상스라는 말이 앞으로도 통할지 궁금했다. “세계적으로 힘을 얻고 있던 원전 확대 정책에 일단 찬물을 끼얹은 격입니다. 더욱이 안전관리를 잘하는 기술강국으로 알려졌던 일본에서 체르노빌급의 심각한 사고가 났으니 충격이 클 수밖에 없지요. 어쨌거나 원전정책은 사회적 수용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정책 추진이 지연되거나 전환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후쿠시마 사고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우리나라 원전 발전비중은 에너지의 34%로 세계 5위의 원전국입니다. 재생 에너지 비율은 2%도 안 되지요. 나날이 전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안보는 매우 취약합니다.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하면서 세계 원전의 정책이 급격한 방향전환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선은 사회적 비용을 최대한 줄이면서 원자력 담론을 슬기롭게 정리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원자력계가 시급히 대응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그는 “원자력 안전규제 체제의 독립성과 투명성, 그리고 신뢰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아울러 “신규 원전건설과 기존 원전 수명 연장 기준을 재검토해서 기술적 보완의 여지를 살피고 안전과 기술개발 부문의 국제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에너지 리더십’을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정치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할 때가 아니냐고 물었다. “원전정책은 에너지 리더십뿐만 아니라 팔로어십까지 갖추어야 풀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답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국민, 그리고 지역 사회가 함께 그 답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투명한 토론 공간을 마련해야 하고 정치권은 그 장을 펼치는 촉매역할을 해야 합니다.” 원자력은 인류 미래의 정말 필요한 에너지로 있어야 할까. 아니면 재앙을 우려해 궁극적으로는 없애야 할까. “새로운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계가 구축될 때까지 징검다리 에너지로서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원자력의 기능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따라서 원전의 위험성만 부각시키기보다는 최대한 원전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부분에서 답을 찾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원전정책만 따로 떼어서 보는 것보다는 국가 에너지 정책의 틀을 놓고 따져 보는 ‘에너지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이 대목에서 김 전 장관은 정부와 사회의 협력으로 스웨덴의 사례를 설명했다. “스웨덴은 원전 국가 중 유일하게 고준위 방폐물의 최종 처분 부지 선정을 완료했습니다. 법 제정부터 시작해 33년이 걸렸고 11년 걸려 시설을 짓는 중이지요. 이처럼 긴 호흡으로 지역사회와 대화하면서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결과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김 전 장관은 “원자력에 관련되는 광범위한 전문가 그룹이 관리 방안에 대해 합의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도출하고 다음 단계로 그것에 근거하여 일반 공론화를 추진한다는 얼개가 중요하다.”면서 상충되는 모든 의견은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끝장 토론을 거쳐서라도 견해차를 좁혀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편집위원 km@seoul.co.kr ■김명자 전 장관은… 1944년 서울 명륜동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함남 단천 출신으로 성균관대 영문학자로 이름을 날렸다. 경기 여중과 여고를 나온 뒤 서울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했다.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대학원에서 이학박사 학위(1971)를 취득했다. 1972년부터 1999년까지 서울대와 숙명여대에서 화학과 과학사를 강의했다. 1999년 6월 환경부장관이 된 뒤 3년 8개월동안 재임하면서 ‘헌정 사상 최장수 여성장관’ ‘국민의 정부 최장수 장관’ 등의 기록을 남겼다. 장관 재임시절 에코-2 프로젝트, 4대강 수계 특별법, 천연가스 버스 보급 등을 추진했고 환경부가 2001년, 2002년 제1, 2회 정부부처 업무 평가에서 최우수 부처로 대통령 표창을 이끌었다. 17대 국회의원으로 일할 때는 국방위원회 간사로 군인복지기본법 제정과 국방 R&D활성화에 기여했고 국회 윤리특별위원장, 한·미의원협의회와 한일의원연맹 고문, 국회 FTA 포럼 대표의원 등으로 활동했다. 현재 사단법인 그린코리아21포럼 이사장, 사회통합위원, 차기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저탄소 녹색성장 국민포럼 공동대표, 극지포럼 공동대표, 서울대학교 총동창회 부회장, 헌정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또 카이스트(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초빙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다. 1994년 대한민국 과학기술상 진흥상 대통령상을 비롯, 제1회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상(2002), 청조근조훈장(2004) 등을 받았다. 저서와 번역서로는 ‘과학혁명의 구조’ ‘동서양의 과학전통과 환경운동’ ‘과학기술의 세계’ ‘에덴의 용’ ‘앞으로의 50년’ 등 10여권이 있다.
  • [프로축구] 연맹·구단 수수방관 ‘승부조작’ 키웠다

    프로축구 K리그 출범 뒤 최대의 위기를 초래한 승부 조작 사건은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수년 전부터 각 구단은 일부 선수들이 비밀리에 스포츠토토 및 불법 인터넷 베팅과 승부 조작에 가담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고, 프로축구연맹도 이런 사실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구단들은 눈앞의 이익을 위해, 연맹은 프로축구 흥행의 걸림돌이 될까 봐 수수방관해 일을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경고등이 켜졌던 것은 K3리그(현 챌린저스리그) 경기에 대한 승부 조작이 이뤄졌던 지난 2008년. 중국 조직 폭력배가 개입한 것으로 밝혀졌던 이 사건 뒤 “K리그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아니나 다를까 2009년 K리그 복수의 구단에서 불법 인터넷 베팅을 하는 선수들이 적발됐다. 해당 구단들은 전 선수의 계좌 및 인터넷 접속 내역을 검사해 실제 베팅을 한 선수들을 색출했다. 하지만 죄질이 심각한 몇몇 선수들을 방출하고 나머지 선수들에게는 벌금을 물리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했다. 사법 당국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연맹에 징계를 요청하는 등의 당연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 문제가 외부로 알려지면 선수들을 다른 팀으로 팔 때 이적료를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축구밖에 모르는 선수들의 인생이 막막해진다.’는 온정주의도 한몫했다.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한 구단은 골키퍼가 승부 조작에 가담한 사실을 적발했지만, 이를 알리지 않고 시즌 뒤 다른 구단에 이적시켰다. ‘암세포’를 영문도 모르는 다른 구단에 떠넘긴 셈이다. 또 다른 구단은 선수 3명이 브로커에게 돈을 받고 승부 조작을 시도했던 것을 자체 조사로 밝혀내 계약을 해지했다. 하지만 방출 직전 이 중 한 명을 경기에 교체 투입시켰다. 막판 순위 싸움이 급했다지만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이 구단은 방출된 선수가 국내의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것은 막았다. 하지만 이들이 국내 축구판 주변을 맴돌며 인맥을 동원해 승부 조작에 가담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연맹은 인력 부족과 흥행 저하를 이유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긁어 부스럼’이라는 생각이었다. 사건이 터진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면 “연맹도 소문을 들어 알고 있지만 수사권이 없다. 검찰 수사 결과를 보고 이야기하자.”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31일 연맹은 K리그 16개 구단 선수단 전원이 참가하는 워크숍을 열어 강의를 듣고, 승부 조작을 막기 위한 자체 교육 등을 실시했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전 선수를 대상으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받은 것이다. 연맹이 대한축구협회와 함께 곧 설치할 비리근절대책위원회(가칭)가 승부 조작의 심증이 가는 선수에 한해, 은행 계좌와 통화 내역 등의 개인정보를 선수로부터 직접 제출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로써 대포폰과 차명계좌를 이용하지 않는 이상 “물증이 없어서 손 쓸 수 없다.”는 변명은 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워크숍의 최대 성과로 평가받을 대목이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롯데百 프리미엄 온라인몰 연다

    오프라인 쇼핑의 강자, 롯데백화점이 온라인에 미래를 건다. 롯데백화점은 31일 신사업의 일환으로 오는 12월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급 온라인 쇼핑몰 ‘롯데프리미엄몰’(가칭)을 연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의 오프라인 매장을 통째로 온라인으로 옮겨 놓는다는 발상으로 롯데백화점이 직접 운영한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조직개편에서 EC(e-Commerce) 부문을 신설하고 마케팅, 상품기획 등 분야에서 30명을 발탁해 아마존이나 재포스, 니먼마커스 등 세계적으로 이름난 온라인몰의 콜센터, 고객 데이터 축적·관리, 개인화 서비스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왔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만 내세워 저가 제품을 범람시키고 반품·사후 서비스가 부실한 기존 온라인몰들과 차별화된 온라인몰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높다.”면서 사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계열사 온라인몰인 롯데닷컴이나 아이몰이 이월상품 등 주로 저가 제품을 취급하는 데 반해 롯데프리미엄몰에서는 현재 백화점 매장에서 팔고 있는 똑같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여기에 물리적 제약으로 매장에서 취급하기 불가능했던 고가·희귀 상품들도 다룰 예정이다. EC 부문의 조영제 부문장은 “국내에서 구할 수 없었던 주문 제작 자동차, 요트, 미술품 등도 상품 목록에 올라간다.”면서 “현재 백화점의 수준을 뛰어넘는 온라인 고급 백화점을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MD 구성이 90% 진행된 상태로 고가 수입 명품들도 입점이 계획돼 있다. 롯데백화점이 온라인사업에 집중하는 것은 오프라인 매장의 성장 한계 때문이다. 점포 확대 제약으로 오프라인 유통점은 매출 신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최근 시간·공간적 제약이 없는 온라인몰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또한 미래 주요 고객층으로 부상할 젊은 고객들이 온라인쇼핑에 친숙하다는 점도 고려했다. 롯데백화점은 롯데프리미엄몰을 글로벌 쇼핑몰로 키울 방침이다. 국외 소비자를 위한 영문판을 따로 만들고 해외 배송서비스도 구축한다. 백화점 관계자는 “미국 유명 백화점인 니먼마커스는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몰 매출이 오프라인 규모를 앞지른다.”면서 “롯데프리미엄몰도 국내뿐 아니라 해외 소비자도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김성덕 대학병원협회장 취임

    김성덕 중앙대의료원장이 최근 열린 대한대학병원협회 제10차 워크숍 및 정기총회에서 제2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임영진 경희대병원장은 총무이사로, 김창덕 고려대 안암병원장과 최중언 차의학과대 분당차병원장은 감사로 각각 선출됐다. 신임 사무국장은 원영문 중앙대병원 관리부장이 맡게 됐다.
  • ‘자본주의와 생명’ 짚어보자

    국내 최대 마르크스주의 학술대회 ‘맑스코뮤날레’가 ‘생명’을 주제로 2~4일 서울대에서 열린다. ‘생명과 가치론’에서는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기초교육학부 교수와 류동민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가 마르크스의 노동가치론으로 현대의 생명 문제를 설명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쟁한다. ‘생명의 존재론’ 역시 생명 유토피아 뒤에 웅크린 자본의 힘을 최종덕 상지대 철학과 교수와 조정환 다중지성의정원 대표가 논의한다. ‘생명공학의 정치’에선 김환석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가 생명복제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인간과 자연의 이분법에 기초한 근대적 생명 윤리가 타당한 것인지 되묻고, ‘생태여성주의와 생명’에선 박진희 동국대 교양교육원 교수가 여성주의 과학이 대안 정치로 기능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한다. 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는 5부 종합토론에는 강내희 중앙대 영문학과 교수, 고정갑희 한신대 영문학과 교수, 손호철 서강대 정치학과 교수, 최무영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등이 참여한다. 집행위원장을 맡은 최갑수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생명을 둘러싼 논의는 인간중심적인 기술유토피아라는 근대의 패러다임과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이번 대회는 이런 논란의 경계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KDI, 김정렴 영문 회고록 발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개발협력센터는 30일 김정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회고록을 영문으로 번역한 ‘절망에서 희망으로’(From Despair to Hope)를 발간했다. 2006년에 출판된 저자의 국문 회고록 ‘최빈국에서 선진국 문턱까지’를 번역, 개발도상국 공무원과 경제학자 등 해외 독자를 겨냥해 재편성한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한국은행 근무를 시작으로 1960~70년대 재무부와 상공부의 장·차관, 청와대 비서실장을 역임하며 수립한 주요 경제개발 정책을 회고한 기록물이다. 제 1·2차 통화개혁, 수출지향 공업화 정책, 산림녹화, 고속도로 건설 등의 정책이 소개됐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입시전문가와 함께하는 수시 지원 전략] ③ 서강대·서울대·서울시립대

    [입시전문가와 함께하는 수시 지원 전략] ③ 서강대·서울대·서울시립대

    ■ 서강대학교 학교생활우수자 수능 기준 폐지 논술전형 줄고 반영비율도 축소 수시의 특징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전형 통폐합으로 전형 수가 축소되었다(10개→7개). 알바트로스 국제화와 글로벌 과학 인재 전형이 알바트로스인재 전형으로, 가톨릭지도자 추천과 가톨릭고교장 추천 전형이 가톨릭지도자 추천 전형으로, 수시 1, 2차로 나뉘었던 일반전형이 수시 2차로 통합되었다. 둘째, 논술 전형은 올해 577명 모집으로 지난해보다 206명이 줄었다. 셋째, 논술 전형 축소와 함께 논술 반영 비율이 줄었다. 지난해 논술을 시행하던 일반전형(수시 1차)이 폐지되고, 가톨릭지도자추천 전형(수시 2차)에서도 논술이 없어졌다. 넷째, 알바트로스인재 전형(인문사회계열)에서 영어 심층 면접 대신 영어 에세이를 도입했다. ●수시 1차 학교생활 우수자 전형은 재학생과 2011년 2월 이후 졸업생에 한해 279명을 모집한다. 학생부 석차 등급에 따른 기존 지원 자격이 폐지되고,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없어 지난해보다 지원율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1단계에서 교과성적 75%, 서류(학생부·자기소개서·추천서) 25%로 2~4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1단계 80%, 구술면접 20%로 최종 선발한다. 알바트로스인재 전형은 134명을 모집하며 인문, 자연계열로 구분해 선발한다. 인문계열은 모집단위별로 공인외국어 성적을 지원 자격으로 두고 있으나 이는 단순 지원 자격일 뿐 성적에 따라 차등적으로 점수화하지는 않아 고득점을 노릴 필요는 없다. 선발 방법은 1단계에서 영어 에세이 100%로 모집 인원의 2~4배수를 선발하는데, 국제문화계Ⅱ의 경우 독일어, 프랑스어, 중국어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2단계에서는 1단계 80%, 서류(학생부·자기소개서·제2외국어 공인외국어 성적) 20%로 최종 선발한다. 자연계열은 ‘수학, 과학 관련 교과 이수단위의 합이 25단위 이상으로 수학과 과학에 재능이 있는 자’로 지원 자격을 두고 있다. 1단계에서 서류(학생부·자기소개서·증빙서류) 100%로 모집인원의 2~4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1단계 60%, 심층면접 40%로 최종 선발한다. ●수시 2차 지난해 수시 1, 2차에서 모집했던 일반전형을 올해 수시 2차만 모집하면서 지난해보다 174명 줄어든 577명을 모집한다. 모집 인원의 50%를 수능으로 우선 선발하며, 학생부 30%(교과 10%+비교과 20%), 논술 70%를 반영한다. 이때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적용되는데 계열별로 차이가 있다. 인문사회계열은 언·수·외 백분위 합 288 이상, 경제와 경영은 언·수·외 백분위 합 292 이상이며, 자연계열은 수리 가·과탐 백분위 합 188 이상이다. 일반선발은 학생부 50%(교과 30%+비교과 20%), 논술 50%를 반영해 선발하며, 역시 계열별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적용된다.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언·수·외·탐 중 3개 영역 2등급 이내, 자연계열은 2개 영역 2등급 이내이다. ●지원 Tip 알바트로스인재 전형 인문계열은 심층 면접 대신 영어 에세이 도입으로 논리적인 글쓰기 연습이 필수다. 학교생활우수자와 알바트로스인재 전형(자연계열)은 모집단위별로 선발하기 때문에 교과 및 학업 외 활동이 해당 모집단위와 일치하는지를 고려해 학과를 선택해야 한다. 수시 2차 일반전형은 많은 수험생이 우선 선발을 노리고 인기학과 중심으로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본인의 성적이 수능 최저학력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무리한 상향 지원보다는 중하위권 학과에 안정 지원하는 것이 좋다. ■ 서울대학교 지역균형선발 서류·면접 일괄합산 특기자전형은 인원 늘고 논술 폐지 지역균형선발 전형은 모집 인원이 710명으로 지난해보다 소폭 감소했고 학교별 추천 인원도 줄었다(3명→2명). 단계별 전형을 폐지하고 서류와 면접 일괄합산으로 변경했다. 입학사정관 전형의 원서접수 일정이 앞당겨지면서 8월 17~18일에 원서를 접수한다. 특기자 전형은 논술이 폐지되었으며, 모집 인원은 1173명으로 소폭 늘었다. ●지역균형선발 전형 지역균형선발 전형은 입학사정관 전형이기 때문에 단순히 학생부 성적만 좋아서는 합격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원하는 모집단위와 관련된 성적, 학업 외 활동, 체험, 수상 경력 등을 집중적으로 평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계항공우주공학부는 수학과 물리, 영문학과의 경우 영어 등이 우수한 학생을 선호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서접수 일정이 지난해보다 보름 정도 앞당겨졌기 때문에 서류 준비 시간이 줄어들 수 있으므로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학기별 활동사항에 대해 준비 과정이나 느낌 등을 그때그때 메모해 두면 자기소개서 작성 시 도움이 된다. 학교별 추천 인원은 지난해 대부분 학교에서 인문계열 2명, 자연계열 1명을 추천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는 추천 인원이 감소해 인문, 자연계열에서 1명씩 추천할 가능성이 커졌다. 따라서 인문계열의 지원율은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기자 전형 올해 특기자 전형에서 논술이 폐지되었는데, 이는 최상위권 수험생의 논술 변별력이 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1단계 통과에 필요한 서류인 학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와 2단계에서 시행하는 면접 및 구술고사에 대한 부담이 늘었다. 인문계열 학생은 지역균형선발 전형의 추천 인원 감소로 특기자 전형으로 지원이 몰릴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지원율이 높아질 것을 우려해 학과를 낮춰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기자 전형은 지역균형선발 전형과 마찬가지로 학생부 성적만이 아닌 지원하는 학과와의 관련성을 집중적으로 고려해 선발하기 때문이다. 일부 수험생은 특기자 전형에서 공인외국어 점수가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판단해 점수 올리기에만 매달리고, 교과는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어학 점수는 학생의 우수함을 나타낸다기보다는 언어적 기능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교내 영어 성적은 우수하지 않은데 공인외국어 성적만 높다면 학교생활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지원 Tip 지난해 지역균형선발 전형 입시결과를 보면 서울대 기준에서 학생부 80점 만점인 수험생의 상당수가 탈락했고, 1단계를 간신히 통과한 수험생은 최종 합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입학사정관 전형 도입으로 단순히 학생부 성적만이 당락을 좌우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성적만 우수하고 지원할 모집단위에 대한 노력이 없었던 수험생이라면 지원을 심각하게 고민해 보는 것이 좋다. 특기자 전형은 자기소개서 작성에 주의를 기울이자. 실적을 나열하는 것보다 자신만의 일화를 통해 내가 누구인지를 부각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추천서 또한 학생의 칭찬만 늘어놓는 것보다는 판단 근거를 갖고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 학생부에 기재되지 않은 자신의 장단점을 서술하는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서울시립대학교 고교우수인재 전형 논술 최대변수 전형별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강화 수시 일부 전형이 특별전형에서 일반전형으로 전환되었고, 전형의 통합 및 전형 명칭, 전형 방법의 변경 등 몇 가지 변경 사항이 있다. 3차까지 시행하던 수시모집은 올해 2차로 줄어들었으며, 전체 모집인원 중 대부분을 수시 1차에서 모집한다. ●수시 1차 지난해 특별전형이었던 전국고교우수인재 전형은 올해 일반전형(논술형)으로 변경되었다. 모집 인원의 40%를 논술 80%, 학생부 20%로 우선 선발하고 나머지는 논술 50%, 학생부 50%로 선발한다. 논술형 일반전형인 만큼 논술 성적이 당락의 가장 큰 변수다. 다만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적용되는데, 일반선발은 2개 영역 2등급 이내인 데 비해 우선선발은 인문계열의 경우 언·수·외 등급 합 4 이내, 자연계열의 경우 언·수리가·외 등급 합 5등급 이내로 높은 성적을 요구한다. 논술과 학생부는 물론 수능까지도 준비해야 유리하다. 어학특기자 전형인 베세토니안 특별전형은 영어, 일본어, 중국어, 한문에서 일정 기준 이상의 공인외국어 성적을 지원자격으로 두고 있다. 1단계에서 학생부 40%, 특기적성 60%로 5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1단계 30%, 특기적성(재평가) 70%로 최종 선발한다. 단 외고와 검정고시 출신자는 특기적성 100%로 선발한다. 어학특기자 전형인 만큼 해당 언어에 대한 특기적성이 매우 중요하고, 정성평가가 아닌 정량평가를 시행하므로 단순히 지원자격을 충족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에 유의하자. 입학사정관 전형인 UOS포텐셜 특별전형은 3단계에 걸쳐 모집 인원을 선발한다. 1단계는 1차 서류평가로 모집 인원의 5배수를, 2단계는 2차 서류평가로 모집 인원의 3배수를 선발한다. 3단계에서는 심화다면평가를 실시해 최종 선발한다. 1, 2단계 모두 서류를 평가하기 때문에 서류 준비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코스모폴리탄리더, 사이언스파이오니아 전형이 통합된 글로벌리더 특별전형은 지원자격을 잘 살펴봐야 한다. ▲국제고, 외고, 과학고 졸업(예정)자 ▲일반고 인문계열 영어 또는 사회교과, 자연계열 수학 또는 과학교과의 전 학년 평균이 1.5등급인 경우에 한한다. 1단계에서 학생부 90%, 서류 10%로 선발하고 2단계에서 1단계 30%, 심층면접 70%로 최종 선발한다. 1단계에서 특목고와 일반고를 각각 3배수씩 선발하기 때문에 학생부보다는 2단계 심층면접에서 당락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소재 고교 졸업(예정)자만 지원할 수 있는 서울핵심인재 특별전형은 학생부 100%로 모집 인원을 선발한다. ●수시 2차 유니버시안 특별전형은 학생부 100%로 선발하지만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적용된다. 수리와 외국어 중 1개 영역 이상 1등급, 나머지 영역은 3등급 이내다. 학생부 중심전형이기는 하나 최저학력기준에서 1등급을 요구하는 영역이 있으므로 평소 수리, 외국어 성적을 살펴보고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지원 Tip 서울시립대는 전형별로 핵심이 되는 전형 요소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편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유리한 전형 요소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논술 성적이 우수하다면 전국고교우수인재 전형, 어학에 관한 특기가 있다면 베세토니안 특별전형, 면접에 강하다면 글로벌리더 특별전형 또는 UOS포텐셜전형, 학생부가 우수하다면 서울핵심인재 특별전형이나 유니버시안 특별전형에 지원하는 것이 유리하다. 다만 전형별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강화되어 수능 준비도 병행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도움말 진학사
  • 美, 한국의 매운맛에 빠지다

    美, 한국의 매운맛에 빠지다

    우리나라 고추장이 타바스코 소스처럼 ‘세계인의 핫소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자사 장류 브랜드 해찬들의 글로벌 고추장 ‘애니천 고추장소스’가 출시 2년 만에 미국 주요 유통점 5000개 점포에 입점했다고 30일 밝혔다. 미국 최대 유기농·천연식품 전문 매장 ‘홀 푸드 마켓’, 중서부의 대형 유통업체 ‘마이어’ 등에 입점해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밴쿠버 등 서부 캐나다 지역 200여개 유통점에도 입점해 있다. 이 제품은 CJ제일제당의 미국 계열사인 ‘애니천’(Annie chun’s) 브랜드로 2009년 12월 출시됐다. 제품명은 국제식품규격(CODEX)으로도 채택된 고추장의 영문표기인 ‘GOCHUJANG’을 그대로 사용했다. 고추장을 기본으로 한 소스 형태로 만들어 서구식 요리에 맞춰 디핑(찍어 먹는 것), 토핑(뿌려 먹는 것)이 가능하도록 해 자연스럽게 한국 고추장의 매콤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11) 근대 일본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11) 근대 일본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

    근대 일본의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 불과 10년 전까지도 일본인들은 매일같이 1000엔권 속에 그려진 그의 얼굴과 만났다. 하지만 그가 소설을 발표한 기간은 1905년 그의 나이 38세부터 49세가 되던 1916년까지 불과 12년 동안이다. 그는 천부적 재능으로 글을 썼던 사람은 아니었다. 아래의 강연에서처럼 그는 자신의 가슴 깊은 곳에서 ‘자기’가 나아가야 할 길을 발견하기 위해 소설을 썼을 뿐이다. 작가에게는 소세키다움을, 독자들에게는 바로 그들 자신을 발견하기를 촉구하는 문학! 무엇이 소세키를 이런 자기 발견의 세계, 굴착(掘鑿)의 글쓰기로 이끌었을까. “여러분… 어떻게 해서든지 자기의 곡괭이로 광맥을 파낼 수 있는 곳까지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무엇인가에 맞닥뜨릴 때까지 나아가 본다고 하는 것은 학문을 하는 사람, 교육을 받은 사람의 평생의 임무로서 혹은 10~20년의 주요한 작업으로서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아아, 여기에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이 있다! 간신히 파낼 수 있는 광맥을 발견했다! 이와 같은 감탄사를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토해낼 때, …쉽게 무너뜨릴 수 없는 자신감이 그 외침 소리와 함께 문득문득 머리를 쳐들고 오는 것은 아니겠습니까?”(학습원 강연 ‘나의 개인주의’, 1914년 11월 25일) ●‘런던의 원숭이’ 두 개의 유령을 만나다 나쓰메 소세키는 1867년에 태어났다. 이 해는 일본이 천황제에 바탕을 둔 근대 국민국가 일본으로 거듭나던 해다. 소세키는 어려서부터 한문학을 좋아해서 두루 한서를 읽었다. 하지만 당시 일본은 제국주의 열강들에 뒤지지 않기 위해 서양의 과학 지식과 사상들을 중심으로 일본의 근대 고등교육을 시스템을 재편해 갔다. 이런 분위기 안에서 소세키는 평소 문학을 좋아했던 장기를 살려 영문학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33세의 나이에 영국 유학을 떠나게 된다. 소세키는 처음부터 자신의 유학이 탐탁지 않았고 불안했다. 그가 받게 될 국비 유학은 청일전쟁(1895) 승리에 따른 배상금을 바탕으로 기획되었고, 일본 문부성은 유학생들이 최신의 제국주의 이론과 내셔널리즘을 습득해 올 것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세키는 자신의 영국 런던 유학 역시 같은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의 불안은 적중했다. 소세키는 1900년 9월 런던에 도착해서 두 가지 유령과 마주치게 된다. 첫 번째는 영문학이란 유령이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대학의 영문학과 수업을 들으며 최신의 영문학을 연구하려 했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소세키는 영어로 쓰여진 문학작품을 진지하게 연구하려는 지식인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대학의 수업에서는 영문법과 문학가의 약력을 겨우 설명하고 있었다. 당시 영국인들에게 영문학이란 읽으면 알 수 있는 이야깃거리에 불과했던 것이다. 소세키가 오랫동안 생각했던 문학이란 한문학의 ‘좌국사한’, 즉 ‘춘추좌씨전’, ‘국어’, ‘사기’, ‘한서’처럼 국가의 성쇠와 역사, 그안에서 활약했던 인간을 둘러싼 담론이었다. 소세키는 런던에서 한문학과 영문학 사이에는 그 어떤 공통점도 없다는 것을, 어느 곳에도 영문학이 한문학보다 낫다고 주장할 만한 근거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동아시아 한자문화권과 유럽의 영국은 각자 다른 필요에 의해 다른 식의 문학을 발전시켜왔을 따름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영문학을 신봉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바로 영국의 변두리, 영국의 식민지, 영국을 동경하는 비서구 지역 출신들뿐이었다. 영문학은 실체도 없으면서 이들 불쌍한 열등 민족들에 횡포를 부리고 있었던 셈이다. 두 번째는 ‘퇴화론’이라는 유령이다. 당시 런던의 학계와 신문기사들은 우승열패와 적자생존의 논리로 무장한 사회진화론을 철저하게 신봉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특히 영국인들은 퇴화의 공포에 떨고 있었다. 그가 떠나 온 일본에서는 오직 서양을 닮기만 하면 진화한다는 믿음이 있었지만, 이미 제국주의의 정점에 서 있던 영국에서는 몰락에 대한 두려움이 팽배했다. 막스 노르다우가 쓴 ‘퇴화론’이 1894년 영역되어 1895년에 크게 유행했는데, 이 책은 라파엘 전파나 상징주의 등의 세기말 예술이나 반기독교적인 사상을 인간종의 퇴화가 진행되는 징조라고 경고했다. 소세키는 강의실과 런던 거리 곳곳에서 자신을 흘겨보는 무수한 멸시의 눈길과 마주쳤다. 그들의 차가운 시선은 자신의 키 작고 노란 얼굴, 얽은 곰보자국을 퇴화의 증거로 보고 있었다. 소세키는 자신을 원숭이 취급하는 백인들 앞에서 서양의 최신 학문이란 특별한 지위에 있는 특정한 인종만을 위해 작동한다는 점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연구와 글쓰기 - 유령들과 싸우는 방법 소세키는 사회진화론이 낳은 이 두 유령을 물리치지 않고서는 절대로 소외와 열등감을 떨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는 런던의 하숙방 안에서 최신의 철학서와 과학서를 읽으면서 고민을 거듭했다. 그리고 마침내 자기다움을 찾는 것에 출구가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설사 그것이 세상에서는 인간사에서 퇴화의 증거로 받아들여질지라도! 소세키는 곧바로 두 개의 유령에 대적할 두 개의 전략 마련에 들어갔다. 첫째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철저히 연구하는 것이다. 그는 당대 최첨단의 과학, 심리학, 사회학 등이 달성한 성과에 비추어 근대 문학이 어떤 필요에 의해 생겨났고 발달했고 그리고 퇴화할 것인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남은 1년 여의 유학 생활을 오로지 하숙방 안에서 각종 과학, 철학 등의 서적을 읽는 데에 몰두했다. 덕분에 런던에 유학하던 다른 일본인들 사이에는 ‘나쓰메가 미쳤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소세키는 일본인들에게마저 퇴화의 상징이 된 것이다. 소세키는 이처럼 퇴화의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자기다움을 찾기 위해 애쓰는 태도를 ‘자기본위’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자신의 작품에서 이 태도를 강조했다. 둘째 전략은 자기본위의 길을 모색하는 문학 작품을 쓰는 것이다. 한문학도 영문학도 아니고 소세키만이 쓸 수 있는 문학! 그것에 자신의 인생을 걸기로 했다. 귀국 직후 발표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1905.1~1906.8)는 그가 품고 있던 위의 두 전략이 고스란히 표출된 작품이었다. 이 작품에는 이름 없는 고양이 한 마리가, 고등 교육을 받았지만 별반 하는 일도 없이 집안에서 소일하는 주인 선생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1905년은 러·일전쟁의 승리로 일본 열도가 들끓었던 해다. 신문 저널리즘은 날마다 일본의 제국주의를 찬미했다. 그 한가운데에서 소세키는 한가하고 찌질한 선생들이 세파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세계를 그려보임으로써 사회진화론의 승전보에 맞서려 했다. 1907년 5월 소세키는 ‘대학이 지식을 사고파는 것이나 소설가가 글을 사고파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라고 하면서 동경제국대학 영문학 교수직을 박차고 나와, 도쿄 아사히 신문사에 입사했다. 그는 죽을 때까지 쉬지 않고 장편을 연재했다. 대단한 집중력과 성실함을 요구하는 작업이었다. ‘그후’(1909), ‘피안 지날 때까지’(1912), ‘행인’(1912~13), ‘마음’(1914), ‘유리문 속에서’(1915), ‘미찌쿠사’(1915), 그리고 미완작인 ‘명암’(1916) 등 작품 안에는 진화론적 고등교육 안에 갇혀서 자기 마음의 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지식인들이 나온다. ●근대인의 마음을 파헤치다 때때로 인물들의 얼굴에는 곰보자국이 있고, 또 많은 경우에 주인공들은 연애 후에도 아이를 낳지 못한다. 모두 퇴화의 증거다. 소세키는 이들이 자기 마음의 진실을 질문하기를 유도하면서 결국 거짓된 욕망과 비겁한 자아를 직시하게 만들었다. 소세키에게 자기다움을 찾는다는 것은 사회가 칭찬할 만한 대단한 개성이나 새시대에 맞는 모범적 인간성을 구축하는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각자 자기만의 인생을 살라! 그 무엇보다 자기답게 살라! 소세키는 우리 각자가 지금 갖고 있는 부와 명예, 우정과 사랑에 대해 갖고 있는 상식들을 철저히 점검하는 것, 자기본위를 위한 열정을 갖고 끊임없이 자신을 직시하는 일에 희망을 걸었다. 이후 그의 작품들은 제국주의와 같은 타인본위의 삶을 거부한 수많은 동아시아의 청년과 지사들에게 독립과 자유를 꿈꾸게 하는 원천이 되었다. 오선민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 “지금이 평화롭습니까 현실 못 본 척하는 거겠죠”

    “지금이 평화롭습니까 현실 못 본 척하는 거겠죠”

    경기 평택시 대추리 황새울 들녘과 지구 반 바퀴 가까이 떨어진 이라크 서부 마을 함다니아는 무엇으로, 어떻게 만나 소설의 한 공간에 자리하고 숨가쁘게 오갔을까. 전쟁, 그리고 미국에 의해서다. 이를 문학적으로 명확히 인식한 소설가 강영(51)에 의해서다. ‘나비, 사바나로 날다’(이야기마을 펴냄)는 2006년 미군기지 건설에 맞섰던 대추리 사람들과 같은 해 미군에게 강간, 납치, 학살된 이라크 함다니아 마을의 순박한 이들을 불러냈다. 그리고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이들은 지구상에 어떤 전쟁도 정의로울 수 없음을 각각 삶으로 웅변한다. ‘나비’는 장편소설이다. 그러나 ‘지리산’ 또는 ‘붉은 산 검은 피’나 ‘단테’와 같은 유구한 서사를 품고 있는 장편 서사시라고 해도 그만이다. 작가는 시조의 형식을 빌렸다고 말한다. 모두 2만여행을 갖고 인류의 근원적 문제인 전쟁의 다툼 가운데 개인의 문제를 성찰하고자 했으며 실제 형식적 불변의 원칙인 종장 첫 3음절을 꼬박 지켜냈다. 강영은 “잘 읽히는 소설을 넘어 노래처럼 불리는 소설을 쓰고자 했다.”면서 독특한 형식을 차용한 이유를 설명했다. 덕분에 읽는 맛이 산다. 대추리에 터 박고 살아온 이들의 걸쭉한 입말을 담아 내는 대목에서는 한판 구성진 판소리 사설 같기도 하고, 이라크 함다니아의 잔혹한 실상을 담은 편지는 아리아를 옮겨 놓은 듯 아련하게 읽힌다. 또한 리얼리즘에 대한 원칙을 틀어쥐면서도 전통적인-혹자는 낡은, 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방식이 아닌 ‘몽환적 리얼리즘’의 실험이 엿보인다. 완성도를 한껏 높였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겠지만 현실의 치열한 지점을 직시하되 꿈과 현실의 경계를 무화(無化)시키는 방식은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해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인식을 도출해 내기에 충분하다. 문장은 몽환적인 원시의 속삭임처럼 들린다. 대추리의 평화로움도, 그저 땅을 부치며 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도 열세 살 소녀의 눈에 비친 그대로, 소녀 ‘여정’의 언어로 그려진다. 여정은 일부러 숨을 꾹 참으면 나비로 변해 황새울 들녘과 이라크 함다니아, 일본의 오키나와 등 평화가 간절한 곳을 자유로이 훨훨 날아다니거나 그리운 엄마 아빠를 만날 수 있음을 안다. 오히려 일부러 기절하며 꿈의 경지로 가지 않으면 도달하기 어려운 것이 ‘평화’임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명한 21세기에 반미 소설이라니. ‘시대착오적’이라는 혐의를 쉬 벗어나기 어려울 성싶다. “이라크를 들여다보고, 팔레스타인을 들여다보고, 멀리 갈 것 없이 한국 사회만 봐도 평화의 가치로, 반전의 시선으로 집중하면 늘 미국이라는 존재가 나오더라고요. 기가 막히죠. 이런 상황에서 ‘반미 문학’이라는 평가에 부담감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사명감만 커져요. 평생을 써도 모자랄 주제예요.” 유별난 운동권 작가는 아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평범하게 공장에서 일하다가 뒤늦게 창원대 영문과에 들어가 문학수업을 받은 강영은 2002년 중편소설 ‘원더풀 패밀리’로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9년의 시간이 흘러서야 첫 장편소설을 상재했으니 많이 늦은 셈이다. 과작(寡作)이었느냐는 질문에 “이 작품 외에도 장편소설만 네 편을 더 썼다.”고 답했다. 당연히 반전과 평화, 자본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단다. 그는 “지금 우리의 상태를 평화롭다고 여기는 것은 착각이다.”라면서 “그저 못 본 척하거나 보지 않으려고 할 뿐”이라고 말했다. “정말로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전체 인류중 0.1%도 되지 않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따져 봐도 전쟁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몇십명밖에 되지 않을 거예요. 그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연대해서 평화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보여줘야 합니다. 저에게는 소설이 그 연대의 중요한 방법입니다.” 세련되게 잘 만들어진, 그러나 형식도, 글감도 뭔가 틀에 박힌 듯한 소설이 주를 이루는 시대다. 애써 꾸미지 않고 찬물에 세수한 말간 얼굴을 만난 듯 반가운 작품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지금&여기] 미혼모와 여러분/백민경 사회부 기자

    [지금&여기] 미혼모와 여러분/백민경 사회부 기자

    “애가 연락이 안 돼요.” 다급한 목소리. 지난해 9월 말,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열일곱살 미혼모 성은이의 이야기를 보도한 며칠 뒤였다. 앞서 인터넷 게시판에는 입에 담지 못할 악성 댓글이 올라왔던 터였다. 담당교사의 전화에도, 내 문자메시지에도 성은이는 답이 없었다. 모두가 그렇게 ‘죄인’이 됐다. 몇 달 뒤 성은이가 학교에 돌아왔다. 다행히 개인적인 사정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센터 측과 나는 그 일을 계기로 미혼모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한 새 이름 공모 기획 기사를 싣고 있다. 첫날 하루에만 300건이 넘는 이메일이 쏟아졌다. 문의전화도 쉴 틈 없이 잇따랐다. 얼마 전 한 대학생이 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이 신청서에 딱 하나만 써서 보내야 하나요?” 동아리 이름으로 접수하려고 했는데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중복 신청이 된다고 하자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란다. 이메일과 팩스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신청자도 있었다. 강원도 인제에서 복무 중인 군인이 보낸 우편 신청서였다. 하얀 편지지에 손으로 꾹꾹 눌러 써서 보낸 그 정성이 갸륵해서, 아날로그의 향수를 자극해서, 직원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단체로 지원한 경우도 있었다. 부산의 모 대학교 학생 24명이 한꺼번에 접수를 했다. 영문과 학생들인지 23명이 모두 영어로 이름을 지어 보냈다. 친절하게 약자로 만들어 설명을 달아놓은 것부터 영문을 소리나는 대로 한글로 적은 것까지…. 밀려드는 신청서에 직원들은 웃음이 가실 줄을 모른다. 성원과 관심이 고맙고 기뻐서다. 공모전 담당자인 신혜민씨가 이메일을 보내왔다. “대학생에, 군인까지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져준다면 앞으로 미혼모들 보는 눈들도 점차 나아지겠죠?” 대답은 내가 아니라 ‘여러분’만이 할 수 있다. 새로 짓는 예쁜 이름을 불러주고, 홀로 선 그들에게 편견 없는 세상을 선물하는 것은 여러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white@seoul.co.kr
  • 韓·中작가 정지아·한사오궁의 ‘유쾌한 문학 대담’

    韓·中작가 정지아·한사오궁의 ‘유쾌한 문학 대담’

    첫 만남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상대방의 작품을 전혀 읽지 않았다. 장편소설 ‘빨치산의 딸’로 잘 알려진 소설가 정지아(46)의 몇몇 작품은 영문으로 번역됐지만 중국 소설가 한사오궁(韓少功·58)에게는 낯설었고, 국내에 번역 출간된 한사오궁의 수필집 ‘산남수북’(山南水北), 장편소설 ‘마교사전’(馬橋詞典) 등 몇 작품 역시 정지아의 독서 편력에 해당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마치 맞춘 듯 서로 꼭 들어맞았다. 세상을 바라보는 낮고 겸손한 시선이 하나였고, 생명을 경외하는 열정도 마찬가지였다. 상업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작가의 물질적 곤궁함 또한 다르지 않았다. 한국과 중국에서 눅진한 흙냄새 풍기는 농사꾼이자 치열하게 원고지 붙잡고 씨름하는 작가라는 사실이 언어의 다름, 경계의 차이를 넘어 둘을 스스럼없이 만나게 했다. 정지아, 한사오궁이 26일 서울 종로1가 대산문화재단 회의실에서 만났다. ‘세계화 속의 삶과 글쓰기’를 주제로 지난 24일 개막한 서울국제문학포럼이 계기가 됐다. 1시간 30분에 걸친 둘의 대화는 유쾌했고, 진지했다. 과학기술로 상징되는 현대 문명과 자본주의에 대한 선험적, 지성적, 비판적 통찰이 질문으로, 대답으로 오갔다. 둘은 통역을 제쳐 두고 만나자마자 영어로 자신을 소개했다. 정지아는 “부모님이 모두 남한 사회가 반대하는 이념을 가진 사회주의자였고, 그런 이야기들은 남한에서는 금기시된다.”면서 “사회주의 사상을 가졌던 이들이 변화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들의 신념은 지금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등을 작품에서 주로 다뤘다.”고 말을 건넸다. 한사오궁은 “오오, 그런가. 그러면 당신은 어떤가.”라고 슬쩍 되물었다. 정지아는 “사실대로 말하면 우리 사회에서는 아마 내가 감옥에 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눙치더니 이내 “사회주의자는 아니다.”라고 말을 고쳤다. 이쯤에서부터 통역이 끼어들었다. 대화의 속도는 조금 더뎌졌지만, 더욱 깊어지고 묵직해졌다. 한사오궁은 “중국에서도 1980년대 이전 이데올로기 분쟁이 있었지만 이제는 돈을 버는 좌파와 우파, 돈을 벌지 못하는 좌파와 우파로 나뉠 뿐”이라면서 “돈을 벌 수 있으면 다 된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이데올로기”라고 말했다. 정지아는 “기존의 이념을 뛰어넘어 세상이 시장과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붙잡혀 있다는 말씀이지요?”라고 말을 받은 뒤 “한 선생님은 돈을 버는 좌파인가요?”라고 한 걸음 더 내쳤다. 그는 “100만~200만권씩 팔리는 베스트셀러 작가야 돈을 벌겠지만 나는 그저 10만~20만권 팔리는 정도”라면서 “그나마 중국 출판 시장이 크니까 겨우 살아가게는 한다.”고 받았다. 엄살에 가깝다. 그는 2002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예기사 작위를 받고, 2007년 루쉰문학상을 받은 저명한 작가다. 현재 하이난성작가협회 주석이며 모옌(莫言), 위화(余華) 등과 함께 중국 문단에서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힌다. 그는 이 대목이 대화에 언급되자 손가락으로 ‘×자’를 만들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 믿지 말라. 노벨문학상은 올림픽처럼 계량해서 점수나 순위를 매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쨌든 이 또한 엄살에 가깝다. ●시골생활 예찬론자끼리 만나다 정지아는 “한 선생님의 포럼 발제문 ‘수요와 욕구’를 읽고 탐욕에 대한 경계 등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면서 “10여 년 전에 시골에 내려가서 사신다고 하는데 저도 최근 시골로 내려갔다.”고 말했다. “어떤 연유로 시골로 내려가셨나. 고향인가.”라는 한사오궁의 질문에 정지아는 “시골에서 태어났고, 시골의 풍경이 핏줄기 속에 남아 있는 것 같다. 도시에서는 여러 욕망들을 버리기 쉽지 않았는데, 시골에서 흙 만지며 야채 키우다 보면 그런 것들이 절로 사라진다. 쾌적하고 평화롭다.”고 답했다. 한사오궁은 “맑은 날 열심히 농사짓고, 비오는 날 책 읽는 것이 가장 좋은 생활이라고 했다(청경우독·晴耕雨讀). 손과 발, 머리를 모두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자본주의, 특히 도시 사회에서 나타나는 인간과 사회의 관계는 건강하지 않다.”고 맞장구쳤다. 한사오궁의 수필집 ‘산남수북’은 루쉰문학상 수상 작품이며 ‘중국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라는 평까지 얻을 정도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배경이 된 후난(湖南)성 바시동(八溪洞)은 문화대혁명 시절 그가 청년 지식인으로 하방을 간 곳으로 11년 전부터 그곳에서 매년 4월부터 11월까지 지내며 농사짓는 곳이다. 한사오궁은 바시동을 ‘제2의 고향’이라고 불렀다. ●작가로서 실존적 고민을 나누다 정지아는 “근대문학의 위기, 시장의 변화 등으로 작가들이 괴로운 시절이다. 이런 시대에 작가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말 고민스럽다.”고 내밀한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한사오궁은 계면쩍은 표정으로 “나도 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 어떡하겠나. 계속 밀고 나가고, 그리고 기다리는 수밖에. 그리스 신화를 보면 끊임없이 돌을 굴렸다가 떨어진 돌을 다시 굴리기를 반복해야 하는 시시포스가 있지 않나. 사람의 인생도 똑같다. 작가의 인생은 더더욱 그러하다.”고 말했다. ‘교과서 중심으로 복습 철저’와 같은 식의 모범답안이지만 정지아는 진지하게 고개를 주억거린다. “끝없이 써야만 하는 것이 작가의 숙명이라는 말씀이네요. 그러고 보니 그동안 고향 인구가 계속 줄어들다가 2년 전부터 미미하지만 조금씩 늘어가기 시작해요.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부유한 삶이 행복의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는 것 같아요. 희망은 살아있는 것이지요. 문학도 마찬가지일 것이고요.” 한사오궁은 “맞다. 나빠도 그 범위 안에서 나빠지고, 좋아도 그 범위 안에서 좋아진다. 욕망도 절망도 경계해야 한다.”면서 “목표에 도달하는 것은 어떻게 할 수 없더라도 그 과정은 우리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위로하며 서로 희망을 나눴다. 정지아는 우직하게 사실주의 기법을 틀어쥐며 작품 활동을 하는, 문단에 몇 남지 않은 작가다. ‘빨치산의 딸’뿐 아니라 ‘행복’, ‘봄빛’, ‘숙자 언니’ 등 자본주의사회에 남은 사회주의자들의 모습과 내면을 핍진하게 풀어가는 작품을 주로 썼다. 리얼리스트 정지아 역시 사회주의자들 못지않게 외로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사오궁은 “정 선생의 작품이 중국어로 번역된 것이 없다니 아쉽긴 하지만 영어로 된 책을 찾아 읽어 보겠다.”면서 “다음에 중국 오시면 꼭 연락해 달라. 내가 직접 마중나가고 또 직접 기른 토마토와 야채도 맛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지아가 활짝 웃으며 “혹시 노벨문학상 받은 뒤에도 여전히 유효한 약속인가.”라고 묻자 한사오궁은 “노벨문학상보다 직접 가꾼 토마토가 더 중요하다.”고 맞받으며 환하게 웃었다. 한사오궁은 정말 토마토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정지아는 각자 직접 가꾼 고추와 토마토를 나누자고 했다. 땅 일구는 이들은 보통의 도시 사람보다 조금은 더 욕망을 무화하는 능력이 탁월함을 두 작가가 보여 준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한사오궁은… 한사오궁은 중국 후난사범대학 중문과를 졸업하고 중국의 대표적 문예지 ‘줘자’(作家)로 등단했다. ‘뿌리 찾기’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심근문학(尋根文學)의 대표 주자로서 현대 중국문학의 거장이다. 작품 속에서 전통문화에 대한 반성과 재인식을 바탕으로 소재와 형식 등 중국의 전통을 재현하려 한다. ‘아빠, 아빠, 아빠’(爸爸爸), ‘유혹’(誘惑), ‘빈 성’(空城), ‘열렬한 책읽기’ 등의 작품이 있다. 하이난(海南)성 작가협회 주석이지만 후난성 바시동에서 살며 가을걷이가 마무리돼야 하이난다오로 돌아갈 정도로 시골 생활에 흠뻑 빠져 있다. 첫 중국인 노벨문학상 수상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200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오싱젠(高興建)은 중국 출신 프랑스인이다. ■ 정지아는… 정지아는 전남 구례가 고향이다.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나왔다. 빨치산이었던 부모님의 실제 삶을 그려낸 장편소설 ‘빨치산의 딸’을 1990년 실천문학에서 펴내며 등단했다. 소설은 출간 직후 판매금지됐다. 작가 자신도 3년 가까이 수배 생활을 하는 등 혹독한 필화사건을 겪었다. 199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고욤나무’가 당선돼 안정적으로 ‘제도권’에 진입했다. 가족사적인 배경이 그러하듯 비극적인 현대사의 중심과 주변에서 역사를 직조했던 개인들의 상처와 희망, 불안 등을 주되게 다루고 있다. 이효석문학상, 한무숙문학상, 오늘의소설상 등을 받았다. 올 초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가 ‘연세(年貰) 200만원’에 집을 얻고 낮에는 밭 가꾸고 저녁에는 글쓰는 단출하고 정갈한 삶을 시작했다.
  • 이장호 부산은행장 “자산규모 1조원 저축銀 인수 추진”

    이장호 부산은행장 “자산규모 1조원 저축銀 인수 추진”

    부산을 기반으로 한 부산은행이 최근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면서 또 한 번 야심 찬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방은행으로 국내에서 처음 탄생한 1967년 이후 44년 만이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만 해도 존립이 위태로웠던 부산은행을 이처럼 반석에 올려 놓은 주인공은 이장호(64) BS금융지주 회장 겸 부산은행장이다. 부산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이 회장은 25일 “앞으로 부산 지역을 벗어나 서울 및 수도권은 물론 국외 등으로 영업망을 확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근 지방은행들이 수도권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이유는. -외환위기 이후 10여년간 지방은행들의 수도권 진출은 사실상 정체 상태다. 하지만 작년부터 서울 지역에 상대적으로 점포가 부족한 일부 지방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진출을 강화하면서 본격화되고 있다. 이는 지역 인구의 감소와 노령화 등으로 지역경제가 답보 상태를 보임에 따라 성장에 한계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고 수도권 진출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산은행의 수도권 진출 현황은 어떤가.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서울 지역에 9개, 인천 1개 등 총 10개의 점포가 있었으나, 현재는 서울영업부, 여의도, 강남지점 등 3곳이 영업 중이다. 지난 3월 금융지주 출범을 계기로 수도권 지역을 포함해 동남경제권 전반으로 점포망을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 안으로 서울 구로디지털공단 지역에 제4지점을 개점할 방침이다. →수도권 은행들의 견제가 심할 것으로 보인다. 대응 방안은. -물론 지방은행이 수도권에서 점포 인프라 등에서 뒤처진 탓에 시중은행과 동등한 경쟁을 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정면승부 대신 선택과 집중을 통해 틈새시장 공략을 통한 차별화 전략으로 영업을 강화한다면 단점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 수도권 영업망 확충 전략은. -올해 예정된 수도권 제4지점인 구로 디지털지점 개점을 필두로 내년 이후에는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수도권 진출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금융지주회사 출범을 계기로 수도권 지역에 대한 네트워크 강화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 부산은행의 강점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탄탄한 지역 기반을 들 수 있다. 타 지방은행의 경우 도시와 농촌 지역 등으로 경제력이 분산돼 있으나, 부산은행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인 부산을 지역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것은 부산은행이 가진 중요한 강점이자 자산이다. 특히 부산에서 성장한 기업이 서울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 수도권 부산은행의 역할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 인수를 계획하는 것으로 안다. -금융그룹에 미치는 영향 및 시너지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수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인수 대상 저축은행은 정하지 않았다. 인수를 한다면 자산 규모 1조원 수준의 중소규모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할 계획이다. →BS 금융지주회사 출범의 목적은. -지난 3월 2일 정부로부터 금융지주회사 설립 본인가를 취득한 후 15일자로 지방은행 최초로 금융지주회사로 공식 출범했다. BS금융지주는 부산은행, BS 투자증권, BS캐피탈, BS신용정보 등 4개다. 총자산은 38조원이며 자기자본은 2조 6000억원이다. 2009년 자본시장법이 도입되면서 금융의 벽이 엷어지고, 고객들의 종합금융 서비스에 대한 요구, 이에 대한 은행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한 것도 있다. →중국 등 외국 진출도 추진 중인데. -현재 중국 칭다오 지점 설립과 베트남 호찌민 국외사무소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은행과 금융거래를 하고 있는 많은 기업이 베트남이나 중국에서 활발한 사업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해외 유명 금융사와의 제휴 등을 통해 영업망도 확대할 계획이다. →부산은행의 경영 이념은. -고객감동 경영, 현장중심 경영, 상생 경영, 직원만족 경영이라는 경영 방침이 있다. 여기에 ‘지역과 함께 더 높은 가치창조’를 경영 이념으로 하고 있다. 올해에는 특히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메세나 활동’을 중점 사업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이장호 부산은행장은 ▲1947년 부산출생 ▲부산상고·동아대 영문학과 ▲부산은행 부행장 ▲부산은행장(현) ▲부산 산업대상 수상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선정 ▲ 한국경영자상 수상 ▲부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 [고시&취업 플러스]

    ●국립해양원 기능 10급 특채 기능 10급 통신원 1명. 해양조사선박 통신 업무. 국립해양조사원 남해·서해 해양조사 사무소 근무. 학력 및 경력 제한 없고, 18세 이상으로 3급 통신사 이상 해기사 면허 소지자. 응시원서는 조사원 홈페이지(www.khoa.go.kr) 및 나라일터(gojobs.mopas.go.kr)에서 내려받아 6월 1일까지 방문(부산 동구 범일5동 1116-1 부산지방해양항만청 5층) 제출. 대리인 접수 가능. 문의 조사원 총무과 (032)880-0418.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조달청 계약직 채용 전기직 1명. 총사업비, 물가 변동 검토 등 업무. 국가기술자격법령에 따른 전기분야 산업기사 이상의 자격증 소지자로 관련 분야 2년 이상 경력자. 대전 지역 근무 가능자. 응시원서는 조달청 홈페이지(www.pps.go.kr) 및 나라일터에서 내려받아 오는 31일까지 이메일(jsjs153@korea.kr) 제출. 확인 메일 발송 예정. 자격증 사본 등은 우편(대전 서구 선사로 139 정부대전청사 조달청 시설총괄과 신승후) 제출. 문의 시설총괄과 (070)4056-7340. ●통계청 영문에디터 모집 국제협력담당관실 영문에디터 1명. 국외 발송 서신 및 문서 영문 작성 업무 등. 한국어와 영어에 모두 능통한 자로 고급영어 감수능력 및 고급회화능력 보유자. 통계·경제·사회학·국제협력 등에 대한 기본 소양 있는 자 우대. 응시원서는 통계청 홈페이지(http://kostat.go.kr) 및 나라일터에서 내려받아 6월 2일까지 이메일(ksb74@korea.kr) 제출. 문의 국제협력담당관실 (042)481-2120. ●한·아세안센터 계약직채용 계약직 1명. 개발기획 총무 분야. 인사, 규정관리, 교육, 후생 등에 관한 기획 및 총무 업무 등. 학사학위 이상 소유자는 관련 분야 2년 이상 경력자,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는 1년 이상 경력자. 영어회화 및 영어서류작성 능통자 우대. 응시원서는 센터 홈페이지(www.aseankorea.org) 및 나라일터에서 내려받아 오는 30일까지 이메일(recruit@aseankorea.org) 제출. 선발 관련 문의도 이메일로 접수. ●김해우체국 비정규직 채용 일용직 근로자 1명. 우편 집배·발착업무 보조. 18세 이상으로 주민등록상 경남 거주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한부모가족 세대주 등 저소득층 우대. 정보처리기능사, 워드프로세서 3급, 컴퓨터활용능력 3급, 인터넷정보관리사 3급 이상 우대. 응시원서는 우체국 홈페이지(www.koreapost.go.kr/bs) 및 나라일터에서 내려받아 6월 1일까지 우편(경남 김해시 전하동 44 김해우체국 지원과) 또는 방문 제출. 문의 지원과 (055)320-9062.
  • “비행기 안에서 부채질 해?”...고려항공 지급 부채 화제

    “비행기 안에서 부채질 해?”...고려항공 지급 부채 화제

    북한 고려항공이 비행기 탑승객들에게 나눠주는 부채가 인터넷에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한 직장인이 고려항공을 이용했을 때 주었다며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속의 부채에는 구름 위로 이륙하는 비행기 그림에 <고려항공>이라는 이름이 영문명 <AIR KORYO> 및 두루미 마크와 함께 새겨져 있고 테두리는 빨간색으로 처리돼 있다. 고려항공은 이 부채를 모든 탑승객에게 생수 주듯이 기본물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채가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비행기 내부는 강력한 공조시스템 가동으로 건조하고 서늘해 부채질을 할 일이 없기 때문. 실제로 대부분 항공사들은 탑승객들에게 부채와 정반대로 담요를 지급한다. 이에 따라 고려항공 부채의 용도에 대해 네티즌들의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설마 비행기 내부가 덥기야 하겠느냐. 단순히 비행기에 탄 고객들에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 주는 기념품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다른 네티즌은 “북한의 비행기들이 대개 러시아제 구형으로 낡고 에어컨이 잘 나오지 않기 때문에 더위를 식히는 데 부채가 필요해 탑승객들에게 부채를 지급하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려항공은 북한에서 유일한 민간항공사다. 1992년 조선항공에서 이름을 바꿨다. 한반도를 상징하는 날아가는 두루미 모습을 마크로 사용한다. 국제선은 모스크바, 베를린, 블라디보스토크, 베이징, 방콕 등을 운항한다. 2000년 8월 북한 국적기로는 처음으로 남북 이산가족 상봉단을 싣고 평양~서울을 왕복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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