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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싸움소의 눈빛, 온몸으로 버텨내는 노동자 닮은…

    싸움소의 눈빛, 온몸으로 버텨내는 노동자 닮은…

    칠성이/황선미 지음/김용철 그림/사계절/68쪽/1만 6000원소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함께 고요해진다. 어떤 허위도 가릴 수 없는 순정한 진심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황선미(54) 작가가 ‘마당을 나온 암탉’에 이어 또 다른 동물 서사의 주인공으로 소를 들여보낸 건 그 눈 때문이다. ‘빈집에 온 손님’ 이후 15년 만에 펴내는 그림책 ‘칠성이’에서다. “싸움소에 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다 소의 표정을 봤어요. 도망갈 여지도 없이 온몸으로 한순간을 버티는 노동자의 눈빛이 소에게서 읽혔죠. 그 진지한 얼굴이 어쩌면 온몸으로 살고 있는 어떤 사람인 것만 같아 이끌렸어요.”작가가 독자들을 데려가는 곳은 ‘전장’이다. 옥뿔과 노고지리뿔이 위태롭게 얽혀들고, 콧김 섞인 고래빼기가 울려 퍼지고, 한껏 벼려진 근육과 근육들이 맞부딪는 곳. 소싸움판이다. 취재를 위해 2011년 진주 소싸움장을 찾아간 작가는 그저 막연했다. 소싸움장에서 찍은 사진 수백 장, 유튜브에서 길어올린 동영상, 인터넷 자료 등 수많은 자료를 파고들어도 그 자리를 맴돌았다. 이야기의 실타래는 우연히 얻은 사례 한 조각에서 풀려나갔다.“조사를 하다 우연히 도축장 앞에서 구조돼 싸움소로 길러진 소가 있다는 에피소드를 들었어요. 싸움소는 태생부터 정해진 게 아니라 몸의 조건이 좋은 소를 찾아서 기르는 거라고요. 원래부터 뛰어나게 태어나는 존재가 아니라 누군가와의 만남을 통해 특별한 존재가 되어 간다는 이야기. 거기서 출발했죠.” 도축장의 좁은 통로 앞. 기계톱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소들은 저 길을 통과하면 다시 돌아 나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예감한다. 다른 소들과 함께 몸부림치고 땅을 헤집어대던 어린 칡소는 소들을 살피는 황 영감의 눈에 단박에 든다. 황 영감은 소에게 칠성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죽음 직전에 살길을 터준다. 싸움소로 운명을 정해주면서. 칠성이는 도축장 앞에서의 두려움과 분노, 성숙한 삶의 태도를 몸으로 가르치는 황 노인의 애정과 질타를 동력 삼아 우직하게 성장해 나간다. 작가는 감상에 빠지는 걸 경계하듯 곁눈질하지 않고 진중한 문장으로 직선의 서사를 완성한다. “어른도 아이도 읽을 수 있는 단편을 그림책이라는 그릇에 담았다”는 편집자의 말처럼 원고지 65매짜리 단편은 영화처럼 장면 장면마다 극적으로 연출한 그림과 어우러져 리드미컬하게 읽힌다. 여기에는 지인에게 ‘내가 알던 김용철 맞느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그림체를 완전히 바꾼 화가 김용철의 역할이 한몫했다. 그간 옛이야기를 주로 그리며 해학, 과장, 비유를 선묘 채색화로 주로 그려온 그는 원고를 받아들고 새로운 화풍을 시도했다. 2B에서 8B까지 연필을 거듭 바꿔가며 셈여림을 세심하게 조절한 연필 드로잉으로 이야기의 밀도를 생생하게 끌어올린 것. 칠성이의 눈에 깃든 맑은 슬픔, 황 노인의 고집스러운 주름에 심겨진 진심, 지면을 박차고 뛰어들 듯한 소의 활기 넘치는 움직임은 연필의 정직한 성정에서 만들어졌다. “시골 출신이고 어린 시절 집에서도 소를 길러 내가 소를 잘 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싸움소의 내면과 근육의 액션, 힘의 방향 등을 그리려니 내가 소를 모르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국내엔 없는 소 해부학 책을 아마존에서 사들여 소의 골격, 꺾여진 부분을 거듭 그려보며 소의 진정성 있는 성장, 선택할 수 없는 갈림길에서 맺어지는 관계를 왜곡 없이 그리려 노력했습니다.”(김용철 화가) 가혹한 운명을 밀어낼 수도, 일방적인 조건 앞에서 뒷걸음질칠 수도 없는 칠성이를 통해 작가가 결국 하고 싶었던 얘기는 단순하지만 간단치 않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밀고 나가는 사람의 이야기로 읽어줬으면 좋겠습니다.”(황선미 작가)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핵잼 라이프] “수북한 일자 눈썹·겨드랑이도 자연스러운 美죠”

    [핵잼 라이프] “수북한 일자 눈썹·겨드랑이도 자연스러운 美죠”

    자신의 ‘일자 눈썹’을 숨기지 않고 고스란히 드러내며 모델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한 여성의 사연이 인터넷에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 외신은 지난 9일(현지시간) 일자 눈썹이라는 독특한 외모로 많은 사람의 뇌리에 자리 잡은 19세 모델 스칼릿 코스텔로를 소개했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한 예술학교에 다니고 있는 코스텔로는 최근 여러 패션 매거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또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자신의 독특한 외모를 숨김 없이 자신 있게 드러내고 있어 많은 사람으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코스텔로는 최근 ‘틴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두꺼운 일자 눈썹과 털이 수북한 겨드랑이를 여성의 세속적 미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는 것으로 여겨 좋아한다”면서도 “하지만 때로는 부정적인 평가도 받는데 날 오거(판타지 영화 속 못생긴 거인 괴물)나 가식적인 페미니스트라고 부른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코스텔로는 자신의 일자 눈썹과 털이 수북한 겨드랑이를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난 모든 사람이 자기 유전자에 따라 자신이 지닌 것을 가장 잘 보여 준다고 믿는다”면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받아들이는 자신감이 자기 외모를 훌륭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텔로는 어렸을 때부터 독특했던 자기 눈썹에 대해 어머니로부터 자신감을 갖는 법을 배웠다. 그래서 15세 때부터 그녀는 눈썹을 밀지 않고 길렀던 것이다. 그녀는 “난 눈썹을 기른 내 모습이 더 나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스텔로는 모델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초기에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자기 눈썹을 밀었지만 3년 전 소속 에이전시를 설득한 뒤부터는 눈썹을 그대로 두고 있다. 이후 그녀는 그 눈썹 덕분에 모델 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이어갈 수 있었다. 그녀는 롤모델로 멕시코 여성 예술가 프리다 칼로를 꼽는다. 프리다 칼로는 일자 눈썹에 수염을 기른 자화상으로도 유명한데 코스텔로는 그녀로부터 아름다움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코스텔로의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절대적인 경외감을 느끼게 됐다”, “내 일자 눈썹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는 호평을 보이고 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에이리언’ 시리즈와 그로테스크한(?) 인간상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에이리언’ 시리즈와 그로테스크한(?) 인간상

    오싹한 영화나 소설을 읽는다고 더위가 가시랴마는 그래도 습기에 옷이 몸에 척척 감기는 여름엔 역시 납량물이 최고다. 올해 5월 개봉한 ‘에이리언-커버넌트’는 여름에 딱 맞는 SF 스릴러다. 흉악한 외계생물과 인간의 혈투를 다룬 ‘에이리언’은 1979년 리들리 스콧 감독이 처음 만들었다. 이후 1986년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에이리언2’를 만들고 이어 1992년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에이리언3’, 1997년 장피에르 죄네 감독이 4편을 만들었다.‘스콧 감독은 2012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프리퀄 ‘프로메테우스’로 다시 에이리언 시리즈에 복귀했다. 그러곤 5년 만에 내놓은 후속작이 ‘에이리언-커버넌트’였다. 이로써 시리즈는 지금까지 총 6편이 나왔다. 에이리언 시리즈는 SF영화의 흐름을 바꾼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속편들은 전편에 구애받지 않고 편마다 독특한 스타일과 영상미로 관객의 눈을 호사시켰다.스콧 감독은 각본을 읽고 매우 끌렸지만 영화 속 ‘우주괴물’을 어떻게 그릴지 고민이었다. 스위스의 초현실주의 화가 H R 기거의 화집 ‘네크로노미콘’(1977)을 보면서 ‘바로 이 괴물이야’라고 무릎을 쳤고 화집 속 이미지를 영상으로 고스란히 옮겼다. 미술가들의 상상력은 많은 이에게 영감을 준다. 현대미술 감상은 혁신과 변화가 필요한 세상에서 새로운 것, 낯선 것, 나와 다른 것을 대할 때 놀라지 않는 넉넉한 태도와 침착함을 길러 주기도 한다.기거의 작품이 한국에 알려진 것은 1970년대 초반이다. 그는 매우 익숙하게 붓이 아닌 에어브러시를 사용해 금속성의 인체를 매우 섹시하게 그렸다. 또 장기나 성기를 연상시키는 것들을 회색 조로 ‘그로테스크’하게 그려 당시 플레이보이나 펜트하우스 같은 잡지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그저 삽화로만 대하기에는 아쉬운 초현실적인 기이함과 편집광적인 정밀함이 있다. 시대를 풍미했던 하이퍼리얼리즘이나 포토리얼리즘과 맥을 같이했지만 너무나 독특한 나머지 주류 세력들로부터 외면당했다. 어려서부터 초현실주의자였던 장 콕토와 달리에 심취했던 그는 건축과 산업디자인을 공부했다. 1966년쯤부터 음험한 느낌의 초기작을 완성해 나가며 화가, 조각가, 일러스트레이터, 괴물(크리처)·세트 디자이너로 일했다. 이후 그는 초현실적이고 음울한 환상, 불안하고 왜곡된 형체, 그리고 인체와 기계가 묘하게 결합되어 있는 그림을 그렸다. 무명 시절 그의 재능을 알아본 화가 달리가 영화 ‘성스러운 피’의 조도롭스키 감독에게 소개해 영화계와 인연을 맺고 1979년 에이리언에 참여하면서 일약 유명 화가 반열에 들었다. 기거는 그 후 인간의 생체를 뜻하는 ‘바이오’와 사실적이고 정밀한 기계를 뜻하는 ‘메카노이드’가 결합된 엽기적인 ‘바이오 메카노이드’를 완성한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외눈박이 괴물 사투르누스나 르네상스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그림에 나오는 괴물, 19세기 말 미국 공상소설가 H P 러브크래프트의 단편 괴물 이야기들로 꾸며진 크툴루 신화는 그의 기괴스러운 작품 탄생에 영감을 줬다. 또 시각적으로는 영국의 윌리엄 블레이크나 스위스의 화가 아르놀트 뵈클린 그리고 폴란드의 즈지스와프 벡신스키와 맥이 통한다. 기거는 늘 악몽을 꾸었다. 이런 경험은 예술적으로 그로테스크한 형태로 나타났다. 그의 그림은 충격적이고 불합리한 이미지의 조합으로 사람들을 놀라움, 불편함, 매혹, 공포 등으로 이끈다. 빅토르 위고는 그로테스크를 새로운 예술의 방법론으로 채택해 세계가 이성적이고 질서정연한 것이 아닌 혼돈 즉 ‘모순의 결합’이라며, 이를 제대로 표현하려면 선과 악, 비천과 고귀를 하나로 묶어 양면을 드러내 보여야 한다고 했다. 그로테스크한 그림은 현실계 너머의 세계이다. 특히 초현실주의 화가들에게 좋은 소재가 되었는데 1970년대 후반 등장한 극사실주의 즉 하이퍼리얼리즘 화가들은 이를 즐겼다. 현실 같지만 현실이 아닌 허구의 세계, 즉 만들어진 상상의 세계를 보여 주는 데 적격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붓을 대신하는 에어브러시의 등장은 사진만큼이나 미술사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작가의 개성을 중시하던 모더니즘적 태도를 버리고 사진처럼 또는 사진보다 더 정교하며 객관적으로 세상을 표현하고자 하는 포토리얼리즘이 등장했다. 이를 슈퍼리얼리즘, 래디컬리얼리즘이라고도 하는데 팝아트처럼 흔하고 일상적인 소재를 다루지만 표현하는 방식은 좀더 극단적으로 객관적이며 즉물적이다. 돋보기나 현미경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얼굴의 피부 조직이나 땀구멍까지 극명하게 그려내 관객들을 질리게 하거나 충격을 준다. 또 사진은 렌즈의 왜곡현상 때문에 화면의 주변이 휘거나 흐릿해지는데 이를 인위적으로 수정해서 눈으로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보여 준다. 하이퍼리얼리즘의 정교한 현실 묘사는 역설적으로 현실을 해석하고 이를 표현할 적절한 방법을 상실한 현대미술의 무기력함을 보여 준다. 하지만 ‘손의 복권’을 통한 ‘그림’의 본질적 의미를 일깨웠으며 구상과 추상, 리얼리즘과 반리얼리즘의 구별은 언제나 상대적이며 역사적이라는 사실을 환기시켰다는 점은 중요하다. 여기에 그림의 예술적 목표는 대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제아무리 사실적인 그림도 결국은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진실을 드러내 그림의 허구성을 부각시킨 점은 역설적이다. 아무튼 상상을 초월하는 기거의 그림 한 장에서 비롯된 영화 ‘에이리언’은 문화가 됐다. 수많은 덕후(?)들이 오늘도 여기에 몰입해 그들 나름대로 스토리를 입혀 새로운 에이리언들을 만드는 등 이른바 ‘원소스 멀티유저’의 모범이라 할 수 있다. 징그러움의 궁극인 제노모프 즉 에이리언은 소름끼치게 기괴한 생명체이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에 가까운 것이다”라는 기거의 말처럼 그 바탕은 인간의 모습에 두고 있다.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진정 인간일까. 문득 으스스해진다.
  •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점철된 불안 영감 이끌어 100만 유혹 예술 만만세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점철된 불안 영감 이끌어 100만 유혹 예술 만만세

    ‘유럽 3대 미술제’로 꼽히는 이탈리아의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의 카셀 도쿠멘타와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기회는 10년에 한 번씩 온다. 베니스 비엔날레 2년, 카셀 도쿠멘타 5년,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는 10년을 주기로 열리기 때문인데 올해가 바로 그런 해다. 제57회 베니스 비엔날레(5월 13일~11월 26일), 제14회 카셀 도쿠멘타(6월 10일~9월 17일), 제5회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6월10일~10월 1일)를 보기 위해 전 세계 미술인들과 예술 애호가들이 흥분된 가슴을 안고 유럽으로 ‘그랜드투어’를 떠나고 있다. 기자도 현대미술의 가장 중요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는 베니스, 카셀, 뮌스터의 역동적인 현장을 찾았다. 10년을 기다렸고, 이번에 안 보면 10년 동안 후회할 것이 분명하니….물의 도시 베니스에는 계절에 관계없이 관광객이 넘쳐난다. 운하와 다리, 작은 골목들이 이어지는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풍광과 문화 유적지, 박물관과 미술관 등 볼거리가 많지만 올해엔 비엔날레까지 열리니 금상첨화다. 국가관이 있는 자르디니와 주제전이 열리는 아르세날레를 비롯해 시내 곳곳에 마련된 굵직한 연계 전시들은 무더위를 무릅쓰고 베니스를 찾게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85개국 참여… 크리스틴 마셀 총감독 지난 5월 13일 공식 개막한 57회 베니스 비엔날레는 50여일이 지났음에도 본격적인 휴가 시즌이 시작되면서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프랑스 퐁피두센터 수석큐레이터인 크리스틴 마셀이 총감독을 맡은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를 관통하는 주제는 ‘예술 만만세’(Viva Arte Viva)다. 85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자르디니에서 펼쳐지는 국가관 전시와 아르세날레에서 열리는 본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갈등과 충격적인 사건으로 점철된 오늘날 예술과 예술가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저마다 다양한 방식과 목소리로 보여 주고 있다. 예술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국가관 전시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역시 독일관. 안네 임호프의 ‘파우스트’로 이번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독일관에는 항상 긴 줄이 늘어서 높은 관심도를 입증하고 있었다. 작품은 신체의 움직임과 음향만으로 권력과 자본이 장악한 이 시대의 잔혹성과 불안, 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나치 시대에 지은 천장 높은 공간에서 매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5명의 연기자가 공허한 눈빛으로 바닥에 뒹굴고 유리 밑으로 들어가 절박한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다가 밖으로 나와 도베르만 개 두 마리에게 쫓기듯 울타리 위로 올라가기도 한다. 원래 4시간짜리인데 연기자들이 힘들어하기 때문에 2시간으로 줄여서 공연을 하고 있다. 아주 느린 속도로 말없이 움직이는 퍼포먼스를 하는 연기자들은 절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유리 위에 서서 그들의 절규와 같은 몸짓을 보다 보면 덩달아 불안하고 답답함이 밀려온다.●佛 나무 악기 제작 100명 연주 프로젝트 프랑스관의 그자비에 베이앙은 전시장 내부 벽을 나무로 둘러 녹음실을 만들었다. 작가가 직접 만든 나무 악기를 이용해 100명의 연주자가 돌아가며 연주를 하고 이를 녹음하는 프로젝트다. 덴마크관은 ‘인플루엔자’라는 제목으로 절대적인 암흑을 감상하도록 했고, 영국관의 필리다 발로는 건축 현장의 잔해물로 대형 설치물을, 호주관의 트레이시 모펏은 서정적인 영상과 사진으로 ‘나의 수평선’을 펼쳐 보였다. 구겐하임재단 소유의 미국관에선 추상회화 작가 마크 브래드퍼드가 ‘내일은 다른 날’이라는 제목으로 콜타르를 이용한 추상표현주의적 평면 및 설치 작업과 함께 끝없이 달리는 모습을 담은 영상물을 선보였다. 조각의 개념을 퍼포먼스로 확장해 주목받는 오스트리아의 에르빈 부름은 오스트리아관 앞에 덤프트럭을 거꾸로 세워 놓고 ‘조용히 서서 지중해를 바라보라’고 하는가 하면 관람자들이 조각의 일부가 되도록 하는 미니밴을 출품해 관람객들을 즐겁게 했다. 한국관에서는 이대형 예술감독이 코디최 작가와 이완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카운터밸런스:돌과 산’이라는 주제 아래 코디최 작가가 도박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와 마카오를 연상하게 하는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외벽을 장식하고, 내부는 이완 작가가 수집한 사진들로 꾸며 대한민국의 결코 가볍지 않은 근현대사를 보여 준다. 네온 설치 작업이 눈길을 끌어 개막 당시 호평을 받기는 했지만 정작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것을 담다 보니 주제가 잘 와닿지 않고 산만한 느낌마저 들었다.●‘초록색의 빛’ 본 전시 120명 참여 자르디니의 중앙관과 아르세날레에서 열리는 본전시에는 세계 각국에서 120명의 작가가 출품했다. ‘초록색의 빛’ 프로젝트라는 환경친화적인 작품으로 참여한 올라푸르 엘리아손, 회화와 설치 작품을 출품한 키키 스미스 같은 스타 작가도 포함됐지만 103명이 이번에 처음 비엔날레에 참여했다. 크리스틴 마셀 감독은 예술가와 책, 기쁨과 불안, 공동체, 지구, 전통 등 9개의 소주제 아래 다양한 방식으로 진정한 예술지상주의를 구현하려 했다. 오쿠위 엔위저가 총감독을 맡아 ‘모든 세계의 미래’라는 주제로 열린 지난 비엔날레(2015년)가 정치·사회적 발언으로 일관해 비장하고 칙칙했던 것과 달리 예술가와 예술 행위 자체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는 생각으로 접근한 마셀 감독의 전시는 잘 차려진 성찬을 보는 듯 밝고 발랄했다는 평가다. 전시를 참관한 동국대 미술학부 오원배 교수는 “‘비바 아르테 비바’라는 주제는 예술 행위를 통해 표현될 수 있는 무한함을 보여 주는 기획이었지만 일부 국가관은 참여 작가들의 작품이 의욕에 함몰돼 진부하고 산만한 느낌도 들었다”며 “이는 전시감독이 직접 챙긴 전복적이면서도 스케일 큰 작품들이 눈에 띄는 본전시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명품 기업 예술가와 손잡고 자존심 대결 베니스 비엔날레와 같은 시기에 베니스에서는 세계적인 명품 기업들도 자존심 대결을 벌인다. 구찌 등 명품 브랜드와 크리스티 경매사를 거느린 프랑수아 피노 PPR그룹 회장의 현대미술 컬렉션 미술관인 푼타델라도가나와 팔라초그라시에서 열리는 데이미언 허스트의 개인전은 비엔날레 못지않게 화제가 되고 있는 메가톤급 전시다. 예술가와 사업가의 경계를 넘나들어 ‘현대미술의 악동’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허스트는 ‘난파선에서 건진 보물’이라는 제목으로 두 전시장의 어마어마한 공간을 해저유물을 표방한 작품들로 가득 채웠다. 해저 난파선에서 건져 올린 듯한 조각상과 보물들을 그리스·로마 신화를 배경으로 한 스토리텔링과 함께 보여 주는 콘셉트다. 오랫동안 바닷속에 잠겨 있어 산호와 조개껍데기가 다닥다닥 붙은 해저유물을 전시하고 바로 옆에는 발굴 당시의 사진을 전시해 놓는 방식이다. 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데, 실은 모두가 허구다. 팔라초그라시의 중앙에 설치된 18m가 넘는 거대한 조각 작품 ‘그릇을 들고 있는 악마’가 압권이다. 피노 회장과 허스트는 3년간 비밀리에 진행된 전시 준비에 750억원을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라다재단미술관은 베니스의 또 다른 명소다. 프라다 창업자 마리오 프라다의 손녀로 프라다의 수석 디자이너이자 회장을 맡고 있는 미우치아 프라다가 세운 프라다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배는 물이 새어 들어오고, 선장은 거짓말을 한다’라는 제목의 전시를 마련했다. 줄리어스 시저의 ‘폭풍우는 몰아치고, 우리는 지금 위험에 처해 있다’는 절규를 떠올리게 하는 전시는 이율배반적이고 복잡한 세상을 비꼬고 있다. 작가 겸 영상작가인 알렉산더 클루게, 프라다재단의 예술고문을 맡은 세계적인 아티스트 토마스 데만트, 무대 및 의상 디자이너 안나 비에브록이 참여했고 우도 키텔만이 큐레이팅한 전시는 적절한 공간 구성과 기획에서 매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바스키아·뒤샹 등 예술의 성찬 풍성 팔라초포르투니에서는 ‘직감’이라는 주제로 장 미셸 바스키아의 회화 작품을 비롯해 마르셀 뒤샹, 빌럼 데 쿠닝, 막스 에른스트 등 거장들의 작품을 선보였다. 아카데미아미술관 건너편에 있는 팔라초프란체티에서 열리고 있는 ‘글라스스트레스’전은 예술적 매체로서 유리의 가능성을 한층 높인 전시다. 아이웨이웨이의 ‘블로섬 샹들리에’를 비롯해 토니 크래그의 유리로 된 추상 조각, 독일 작가 요제파 가쉬무크의 휴대전화 액정유리를 사용한 추상 조각, 폴 매카시의 작품 ‘유리나무’, 우고 론디노네의 푸른 바다 빛깔의 말 등이 출품됐다. 베니스에 차려진 예술의 성찬을 다 감상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발품도 많이 팔아야 한다. 그래도 세계 최대의 예술축제라는 명성에 걸맞은 감동이 있기에 미술 관계자들은 숙제하듯이 베니스를 찾는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2015년 처음으로 100만명 동원에 성공했다. 이번에는 그랜드투어의 해인 만큼 100만명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글 사진 lotus@seoul.co.kr
  • ‘워킹데드’의 목소리 랜디 쉘, 스카이다이빙 사고로 사망

    ‘워킹데드’의 목소리 랜디 쉘, 스카이다이빙 사고로 사망

    미국 AMC 방송의 인기 드라마 ‘워킹데드’의 도입부와 티저에서 내레이션을 맡은 성우 랜디 쉘이 스카이다이빙 사고로 사망했다.미국 유에스 투데이는 “랜디 쉘이 지난 9일(현지시간) 텍사스 스카이다이브 센터 상공에서 다른 스카이다이버와 부딪치며 떨어져 사망했다”고 지난 10일 보도했다. 휴스턴 현지언론인 KHOU는 “자격증이 있고 숙련된 스카이다이버인 쉐럴과 두 번째 다이버 모두 휴스턴 스카이다이브 스페이스랜드에서 낙하산을 착용했지만, 상공에서 서로 부딪친 후 쉘의 낙하산이 제대로 펼쳐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쉘과 부딪친 두 번째 다이버는 다리 부상을 입어 치료를 받았다.랜디 쉘은 2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성우로 일했다. 시민들은 워킹데드를 포함한 텔레비젼 프로그램이나 가이코(미국의 보험 전문업체)같은 수많은 기업들의 광고에서 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쉘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도 그의 뚜렷한 목소리를 기억하는 이유다. 워킹데드 팬들에게 쉘은 도입부에 나오는 ‘Fear the Walking Dead’의 목소리로 유명하다. 쉘의 에이전트인 제니 봅스비는 쉘을 관대하고 영감있는 사람이었다고 지난 10일 묘사했다. 기민도 수습기자 key5088@seoul.co.kr
  • 영화 ‘레이디 맥베스’ 메인 예고편 공개

    영화 ‘레이디 맥베스’ 메인 예고편 공개

    늙은 지주에게 팔려간 열일곱 소녀 ‘캐서린’의 잔인한 운명을 그린 영화 ‘레이디 맥베스’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19세기 영국, 늙은 지주에게 팔려간 캐서린은 남편에게 종속돼 모든 자유를 박탈당한다. 고요한 저택에 갇혀 권태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 그녀는 하인 세바스찬에게서 묘한 쾌감을 느낀다. 이후 그녀는 모든 금기를 깨고 자신의 욕망에 집중한다. 공개된 예고편에는 남편의 억압과 폭력을 무시하기 시작하는 캐서린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녀는 자신을 감시하는 주변인들의 시선에 굴하지 않고 “더 이상 복종하지 않아도 돼”라며, 고전 문학 속 전형적인 캐릭터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다. ‘캐서린’의 폭풍 같은 일생을 그린 ‘레이디 맥베스’는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러시아 문학의 황금기를 이끌어온 작가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1865)을 원작으로 했다. 여기에 윌리엄 올드로이드 감독과 극작가 앨리스 버치, 촬영감독 아리 베그너 등 도전적인 여성 제작진이 대거 참여해 현대적 시각을 더했다. 또한 차세대 연기파 신예로 급부상한 배우 플로렌스 퓨의 놀라운 연기를 확인할 수 있다. 8월 3일 개봉. 89분. 청소년 관람불가.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美의 기준을 뒤집다…‘일자 눈썹’ 모델 화제

    美의 기준을 뒤집다…‘일자 눈썹’ 모델 화제

    자신의 ‘일자 눈썹’을 숨기지 않고 고스란히 드러내며 모델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 여성의 사연이 인터넷상에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 외신은 9일(현지시간) 일자 눈썹이라는 독특한 외모로 많은 사람의 뇌리에 자리 잡은 19세 모델 스칼릿 코스텔로를 소개했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한 예술학교에 다니고 있는 코스텔로는 최근 여러 패션 매거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또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인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자신의 독특한 외모를 자신있게 드러내고 있어 많은 사람으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코스텔로는 최근 ‘틴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두꺼운 일자 눈썹과 털이 수북한 겨드랑이를 여성의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좋아한다”면서도 “하지만 때로는 부정적인 평가도 받는데 날 오거(판타지 영화 속 못생긴 거인 괴물)나 가식적인 페미니스트라고 부른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코스텔로는 자신의 일자 눈썹과 털이 수북한 겨드랑이를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난 모든 사람이 자기 유전자에 따라 자신이 지닌 것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믿는다”면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받아들이는 자신감이 자기 외모를 훌륭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텔로는 어렸을 때부터 독특했던 자기 눈썹에 대해 어머니로부터 자신감을 갖는 법을 배웠다. 그래서 15세 때부터 그녀는 눈썹을 밀지 않고 길렀던 것이다. 그녀는 “난 눈썹을 기른 내 모습이 더 나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스텔로는 모델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초기에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자기 눈썹을 밀었지만 3년 전 소속 에이전시를 설득한 뒤부터는 눈썹을 그대로 두고 있다. 이후 그녀는 그 눈썹 덕분에 모델 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이어갈 수 있었다. 그녀는 롤모델로 멕시코 여성 예술가 프리다 칼로를 꼽는다. 프리다 칼로는 일자 눈썹에 수염을 기른 자화상으로도 유명한데 코스텔로는 그녀로부터 아름다움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코스텔로의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절대적인 경외감을 느끼게 됐다”, “내 일자 눈썹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등 호평을 보이고 있다. 사진=스칼릿 코스텔로/인스타그램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런웨이 조선] ‘샤넬의 심벌’ 속에 녹아든 한복…침선·상감공예 더하니 탄성 절로

    [런웨이 조선] ‘샤넬의 심벌’ 속에 녹아든 한복…침선·상감공예 더하니 탄성 절로

    명품 브랜드 샤넬은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크루즈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뉴욕을 시작으로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미, 베네치아, 산트로페, 싱가포르, 두바이에 이어 2015년 서울에도 상륙했다. 이 컬렉션을 통해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각 도시가 갖고 있는 아름다움을 ‘샤넬의 심벌’ 속에 녹여냈다. 서울 컬렉션의 영감은 단연 ‘한복’이었다. 하지만 라거펠트는 시선을 단순히 한복에만 두지 않고 한국의 전통 공예를 모두 망라한 재해석을 내놨다.베개는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할 때 머리를 괴는 물건이다.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이니 그만큼 친숙한 물품이다. 그러나 베개를 만드는 재료와 모양, 크기는 나라마다 다르다. 어쩌면 가장 보편적인 것에서 가장 독창적인 것을 찾을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베개는 직사각형의 상자 모양에 양옆에 베개 마구리를 붙이고 천으로 싸서 기본 틀을 만든다. 남성용 베개에는 작은 서랍을 짜 넣어 구급약이나 방향성 약재를 넣고, 여성의 것에는 빗이나 화장도구를 넣어 실용성을 높였다. 수납이 돋보이는 구성이다. 베개에서 독창성을 드러낼 수 있는 부분은 마구리이다. 여성용 베개의 마구리에는 직사각형을, 남성의 것에는 둥근 모양을 붙여 음양의 조화를 생각하는 한편 조개나 전복 껍질을 붙여 만드는 나전(螺鈿), 화각(華角), 목각(木刻), 상아(象牙), 자수(刺繡) 등으로 마구리를 꾸몄다. 이렇게 다양한 공예기술의 집합체를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라거펠트는 베개의 겉면을 누벼서 가방의 몸체를 만들고 마구리에는 샤넬의 상징인 카멜리아를 붙여 ‘필로백’을 만들었다. 또 동서남북과 중앙을 상징하는 청, 백, 홍, 흑, 황색을 이어 붙인 오방낭을 보고 스웨이드 소재로 복주머니인 ‘드로스트링백’을 만들었다. 베개의 마구리뿐 아니라 함(函)이나 궤(櫃)를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되었던 나전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예기술이다. 물론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사용되지만 한국 나전의 특징은 제품의 표면에 옻칠을 하고 그 위에 얇게 자른 자개를 치레 삼아 붙이는 방법이다. 옻칠의 질이 좋고 자개 솜씨가 뛰어나기로 정평이 나 있다. 만개한 꽃과 꽃봉오리를 자유롭게 오려 붙이고, 종횡으로 뻗어나가는 넝쿨을 완벽하게 표현해 화려함은 물론 율동감과 속도감도 느낄 수 있다. 또 하나 복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상감(象嵌)이다. 상감은 금속이나 도자기, 목재 등의 표면에 여러 가지 무늬를 새겨 그 속에 같은 모양의 금, 은, 진주, 산호 등의 보석을 박아 넣는 공예기법이다. 머리 장신구인 떨잠이나 비녀 등에 사용된 상감은 보석의 종류 및 크기에 따라 고급스러움과 화려함이 배가된다. 라거펠트도 이 점에 주목했다. 그는 옷과 가방에 화려한 상감공예를 적용해 화려한 디자인을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공예기술의 기본은 손끝에서 나온다. 한국인의 손재주는 이미 세계적으로 명성이 나 있다. 이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갈고닦은 결과다. 빠른 손놀림과 정확성은 바느질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가장 기본적인 바느질은 직물을 꿰매 옷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바느질을 이용한 장식은 튀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옷감 위를 가로 세로로 누비기만 해도 세련된 스트라이프 패턴이 만들어진다. 또 실의 색과 굵기를 살짝 바꾸어 두 땀 또는 세 땀 상침(上針)을 놓기만 해도 장식으로서 손색이 없다. 여기에 옷감 한 조각도 소홀히 버리지 않던 한국인의 검소함은 바느질함을 언제나 조각 천으로 넘쳐나게 했다. 이 조각들은 다시 여인들의 손끝에서 색동도 되고 조각보도 된다. 조각보는 어느 것 하나 자투리 천으로 볼품없거나 촌스러운 것이 없다. 더욱이 자연스럽게 이어놓은 조각들은 점점 짙어지거나 연해지는 그라데이션의 효과를 주기도 하고, 하얀 모시 위에 쪽빛 조각천을 포인트로 넣기도 하고, 색색의 조각을 삼각형, 사각형으로 이어붙이기도 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여러 가지 크기의 조각을 이어 붙이고 그 안에 수를 놓기도 하고 그림을 그려 넣기도 했다. 조각보는 하나의 캔버스가 되어 조선 여인들을 디자이너의 세계로 초대하는 영감의 근원이었다. 어려서부터 색색의 조각을 가지고 놀던 한국인에게 색채 감각은 자동으로 얻게 되는 보너스였다. 한국인의 공예와 침선 기술이 빚어낸 한복, 샤넬의 오마주가 되어 세계인의 탄성을 끌어냈다. 이민주 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
  • 이방인… 노숙자… 소외된 아픔을 들춰내다

    이방인… 노숙자… 소외된 아픔을 들춰내다

    “아이를 지켜주지 못해 너무 미안해요.…나는 무식한 아줌마여서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어요. …제발, 사람이 소중한 나라, 사람 목숨이 소중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아들이 입고 뛰었던 운동복을 든 여인은 북받치는 울음을 삼키며 가슴속에 맺힌 한을 털어놓는다. 백범 선생의 좌상을 본뜬 거대한 조형물에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를 비롯해 탈북 예술가, 해고 노동자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귀화한 영화배우, 동성애 인권운동가, 20대 청년 등이 각자의 소원을 말하는 모습이 투사된다. 한결같이 억압과 차별을 견뎌 온 사람들, 심리적 외상과 박탈감에 고통받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어두운 공간을 가득 메우며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인전을 갖는 폴란드 출신의 공공미술 거장 크지슈토프 보디츠코(74)의 신작 ‘나의 소원’이다. 자주적인 문화대국을 꿈꿨던 백범의 ‘나의 소원’에서 강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다. 지난해 5월부터 약 1년간의 조사를 거쳐 백범을 상징적인 인물로 선정한 데 대해 그는 “김구 선생은 ‘나의 소원’에서 통일된 한국에 대한 비전을 기쁨의 국가,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교환되는 민주적인 국가, 제국주의가 아니라 건강하고 아름다운, 문화에 초점을 맞춘 그런 국가를 꿈꿨다”면서 “이상적인 사회, 특히 민주주의를 향한 기대감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결코 타인의 고통의 깊이에 가 닿을 수는 없지만 타인의 고통에 대해 귀 기울일 수 있으며 또한 귀 기울여야 하는 의무가 있다”면서 “심리적 외상을 겪은 사람들이 사회의 모순을 극복하고 변화를 이끌어 내는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예술가도 사회의 고통과 문제를 극복하도록 예술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1943년 바르샤바에서 태어난 보디츠코는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1968년부터 현미경을 디자인하는 산업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업무 이외의 시간에는 실험적인 예술인과 지식인들이 운영하던 대안공간(갤러리 포크살)을 중심으로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1977년 캐나다의 레지던시에 참여하면서 캐나다로 이주한 그는 1980년대 들어 미국 뉴욕과 독일 슈투트가르트와 카셀 등 여러 도시에서 사회비판적,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야외 프로젝션 작품을 잇달아 발표했다. 특히 그는 세계 각지에서 난민, 외국인, 노숙자, 가정폭력 희생자 등 상처받고 억압된 사람들이 공적인 공간에서 발언할 기회를 만들어 주는 공공 프로젝션과 디자인 작품을 선보여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이번 전시는 ‘크지슈토프 보디츠코: 기구, 기념비, 프로젝션’이라는 제목으로 196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의 주요 작품 80여점이 총망라된다.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사회의 주요 담론을 선도해 온 보디츠코의 아시아 최초의 대규모 회고전이다. 회고전 형식의 5전시실은 모두 4개 파트로 구성됐다. 폴란드에서의 초기작으로 최초의 퍼포먼스 작품인 ‘개인적 도구’와 바삐 움직이는 공공장소에서 혼자 느린 속도로 걸을 수 있도록 디자인된 ‘수레’, 사방으로 감시당하고 막막한 상황을 표현한 ‘자화상’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억압 간의 긴장을 다룬 작품들이 소개된다.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을 논의할 때 자주 언급되는 대표작 ‘노숙자 수레’도 눈길을 끈다. 추운 겨울 길거리에서 폐타이어를 태운 열로 몸을 녹이는 노숙자, 쇼핑카트에 빈 캔을 모아 파는 노숙인들의 모습을 본 그가 쇼핑카트를 개조해 만든 복합기능의 수레는 사람들이 길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도록 내몰린 상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다. 90년대 초에 발표한 ‘외국인 지팡이’와 마우스피스 모양의 ‘대변인’은 거리에 들고 나가면 누구라도 쳐다볼 기이한 모양이다. 보는 사람들이 말을 걸게 만듦으로써 발언과 소통의 기회를 내포한 작품들을 작가는 ‘문화적 보철기구’라고 부른다. 공공장소에서 건물 외벽 등을 스크린 삼아 영상작업을 투사하는 공공 프로젝션에서는 세계 각국의 도시에서 현지 공동체와 함께 진행한 작품들이 소개된다. 치료에서 차별을 받은 재일조선인 등 원폭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담긴 ‘히로시마 프로젝션’(1999), 가정폭력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티후아나 프로젝션’(2001) 등 10점의 영상이 소개된다. 보디츠코는 “프로젝션 프로젝트의 목표 중 하나가 많은 사람의 목소리와 경험을 다른 곳으로 확장하는 것”이라면서 “대규모 집회나 시위를 통해 공공장소가 활기를 띠곤 하지만 이런 프로젝트를 공공장소에서 보여 준다면 시위나 집회가 일어날 이유와 조건이 조금은 줄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 ‘나의 소원’은 7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는 10월 4일까지.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150살 된 앨리스… 독특한 삽화만으로도 ‘상상의 나라’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150살 된 앨리스… 독특한 삽화만으로도 ‘상상의 나라’

    한가로운 초여름 어느 날, 유독 얼굴이 하얗고 예민한 성격일 것 같은 깡마른 체구의 한 사나이가 여자 어린이 셋과 함께 보트 놀이를 즐기고 있다. 이 남자는 평소 인간관계가 넓은 편은 아니지만 어린아이들에게만큼은 늘 인기가 좋다. 이 사람의 이름은 찰스 럿위지 도지슨(1832~1898)이며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보트에 함께 탄 아이들은 옥스퍼드대의 학장인 헨리 조지 리델의 세 딸이다. 도지슨은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보트 위에서 노를 저으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지어내 들려주었다. 그 이야기는 호기심 많고 당찬 성격을 지닌 어린 여자아이가 신기한 나라를 방문해서 겪는 흥미진진하고 환상적인 모험담이다. 말하는 토끼와 웃는 입만 놔두고 모습을 감추는 고양이 등 신기한 동물이 등장하고 또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말장난이 가득한 그 이야기는 단박에 아이들의 관심을 끌 만했다. 도지슨은 특히 셋째인 앨리스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이것이 바로 저 유명한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탄생하던 첫 순간이다. 도지슨은 수학자였지만 언어유희를 사용한 재미난 이야기를 써서 가끔씩 잡지에 보내곤 했다. 몇 년 전부터는 도지슨 대신 ‘루이스 캐럴’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야 대학교수인 자신에게서 소설가인 또 다른 모습을 분리해낼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리델 학장의 막내딸인 앨리스는 그날 보트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무척 좋아했다. 같은 내용을 몇 번이나 들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였다. 도지슨은 그해 겨울 자신이 직접 손으로 글씨를 쓰고 안에 그림까지 넣은 최초의 책에 ‘앨리스가 신기한 나라에 가서 겪은 모험’이라는 제목을 달아서 앨리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줄 계획을 세웠다. 이 책을 본 사람들은 앨리스 이야기를 정식으로 출판하면 어떻겠냐는 조언을 했다. 도지슨은 고민 끝에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봄날 뱃놀이를 하며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 날로부터 몇 해가 지난 1865년 삽화가 존 테니얼의 그림을 넣은 최초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책은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어 삽시간에 팔려 나갔고 머지않아 바다 건너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책을 구할 수 있게 됐다. 첫 출판으로부터 150년 이상 지난 지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세계적인 문학작품이 됐고 유명한 화가들이 이 책에 자신의 그림을 넣었다. 앨리스 이야기는 연극, 뮤지컬, 오페라, 영화 등 거의 모든 예술 장르로 뻗어 나갔으며 수많은 후배 소설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존 테니얼·앤서니 브라운 등 삽화 참여 앨리스와 루이스 캐럴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중 한 명이고 그 때문에 운영하는 가게 이름을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라고 지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수집하기에 좋은 특성을 두루 갖춘 책이다. 150년 동안 전 세계에서 펴낸 판본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딱히 유명한 삽화가가 아니더라도 독특한 느낌의 그림이 들어간 책을 찾아내 소장하는 일은 수집의 재미를 더한다. 초판에 삽화를 넣었던 존 테니얼 말고도, 그 뒤를 이은 아서 래컴, 피터 뉴웰의 초판본을 입수하는 건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오늘날엔 헬렌 옥슨버리, 앤서니 브라운 등 뛰어난 그림책 작가들도 앨리스 이야기에 삽화를 그렸다. 우리나라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처음으로 번역된 것은 1959년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그때 펴냈다고 여겨지는 책은 당시의 신문광고로만 존재하며 그게 실제로 출판됐는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1962년에 계몽사에서 어린이동화전집을 구성할 때 펴낸 책이 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국내 초역본이다. 이 책은 일본에서 펴낸 책의 디자인을 그대로 따랐고 본문 그림도 존 테니얼의 삽화를 인쇄한 것이라 특별한 점은 없다. 다만 어린이용 과학소설을 쓴 한낙원 선생이 이 책을 번역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한낙원 선생은 영문학을 전공하신 분이기 때문에 일본어로 된 책을 중역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다시 읽어 보면 ‘쐐기벌레’라고 흔히 알고 있는 곤충 캐릭터가 나오는 장면에서 담배 피우는 벌레를 ‘팥망아지’라고 번역한 것 등이 재미있다. 그 뒤로 우리나라에서도 앨리스 번역본이 줄지어 나오게 됐다.●수집가들의 타깃 ‘맥밀런 팝업북 ’ 앨리스 이야기는 처음 맥밀런 출판사에서 펴낸 것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출판사에서 출판했는데 여전히 수집가들은 맥밀런에서 펴낸 책들을 귀중하게 여긴다. 맥밀런 출판사만 하더라도 여러 가지 판본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맥밀런에서 펴낸 것만 모으기도 한다. 나 역시 맥밀런에서 나온 판본을 여러 권 가지고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아끼는 것은 1980년대 초반에 나온 팝업북이다. 이 책은 존 테니얼의 초판 삽화에 채색을 입히고 그것을 팝업북 형태로 만든 것으로 최근에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로버트 사부다의 팝업북과 비교하면 테크닉에서는 뒤지지만 맥밀런 특유의 빈티지한 매력이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책이다. 맥밀런 팝업북은 많은 수집가에게 타깃이 되는 책이다. 그 이유는 책을 한번이라도 직접 봤던 사람이라면 안다. 팝업 기술이 그렇게 발달하지 않았던 때에 최대한 아름답고 멋지게 만들어 내려다 보니 당연히 내구성이 많이 떨어졌다. 게다가 팝업북이란 본디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만들었던 것이라 책장을 몇 번만 넘기다 보면 팝업 부속물이 떨어지거나 찢어지기 일쑤다. 이런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에 맥밀런 출판사에서도 이 팝업북을 많이 생산하지는 않았다. 이런 이유로 수십년이 흐른 지금까지 훼손되지 않고 깨끗한 상태로 남아 있는 초판본을 발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출판 150년 기념 도서 출간·우표 발행 출판된 지 150년이 지났지만 앨리스 이야기는 남녀노소를 따지지 않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삽화 또한 초창기 클래식한 분위기를 넘어서서 지금은 만화 스타일, 오컬트 스타일, 고딕 스타일 등 종류도 다양해졌다. 2015년 영국의 맥밀런 출판사는 앨리스 출판 150주년 기념행사를 성대하게 열었고 그에 맞춰 기념도서도 펴냈다. 지금 내 책상 앞에는 루이스 캐럴이 손으로 쓰고 직접 쓴 초판의 모양을 그대로 복각해 만든 앨리스 책이 한 권 놓여 있다. 책 한 권이 이처럼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 복잡한 원인이 엮여서 만든 결과일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앨리스 이야기 자체가 가지는 독보적인 콘텐츠의 힘이다. 아쉬운 것은 우리나라에 루이스 캐럴 학회가 없는 것은 물론 전문 연구자도 드물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이 놀라운 책이 그저 어린이용 동화로서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모습으로 사랑받게 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윤성근 이상한나라의헌책방 대표
  • [책꽂이]

    [책꽂이]

    월든(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김석희 옮김, 열림원 펴냄) 생태주의 문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에세이로 저자 탄생 200주년을 맞아 김석희 번역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특별판이다. 536쪽. 1만 8000원.끌리는 박물관(매기 퍼거슨 엮음, 김한영 옮김, 예경 펴냄) 맨부커상 등 세계 문학상을 수상한 24명의 작가가 각자 자신에게 영감을 준 박물관에서 느낀 성찰을 담았다. 320쪽. 1만 4000원. 광신자 치유(아모스 오즈 지음, 노만수 옮김, 세종서적 펴냄) 이스라엘의 소설가이자 평화운동가인 저자가 평생에 걸쳐 고민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원인과 해결책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144쪽. 1만 2000원. 오바마의 담대함(조너선 체이트 지음, 박세연 옮김, 성안당 펴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행적을 오랫동안 지켜본 미국 뉴욕 매거진의 정치 칼럼니스트인 저자가 오바마가 내놓은 주요 정책의 성과를 파헤친다. 316쪽. 1만 4000원.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시모어 번스타인·앤드루 하비 지음, 장호연 옮김, 마음산책 펴냄) 저명한 피아니스트 시모어 번스타인이 유년 시절 아버지와의 갈등, 한국전쟁 참전 당시의 사연 등을 들려주는 인터뷰집이다. 320쪽. 1만 6500원. 도대체 전공이 뭐길래!(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지음, 일조각 펴냄) 입학하고 1년 동안 여러 과목을 들어 보며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선택하는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이 각자 경험한 전공과의 분투기를 엮었다. 264쪽. 1만 8000원.
  • “문학·사회 도전한 여공들 삶 개척하는 서사 되살려”

    “문학·사회 도전한 여공들 삶 개척하는 서사 되살려”

    여공 문학/루스 배러클러프 지음/김원·노지승 옮김/후마니타스/367쪽/1만 7000원“버지니아 울프는 중간계급 여성이 문학작품을 쓰기 시작하던 그 역사적 순간, 근대 세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했죠. 한국의 여공들은 공장에서 겪었던 부당한 고통으로 문학에 영감을 주면서 기존의 문학과 사회질서에 도전했습니다. 현재는 잊혀졌지만 이들은 한국 근현대 문학과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문화적 표식이자 주인공인 셈이죠.”‘여공’은 ‘희생양’의 또 다른 말이었다. 공장에서는 가혹한 노동조건과 신체적, 언어적 폭력에 내몰렸고, 집에서는 ‘공부하는 오빠’ 대신 부양의 의무를 짊어져야 했다. 남성 중심주의적인 사회에서 이렇게 동정의 대상으로 소비돼 온 ‘여공의 서사’를 외국 학자가 다시 썼다. ‘여공 문학’의 저자 루스 배러클러프(46) 호주국립대 문화역사언어학부 부교수다.“여공 문학은 우리에게 급격한 변화의 시기의 삶을 새롭게 가르쳐 줄 수 있는 특별한 목소리들”이라고 말하는 그는 우리가 잃어버린 목소리를 재평가하며 촘촘히 되살려 냈다. 다채로운 꿈과 욕망을 지닌 인간, 주체성을 지닌 행위자로서 여공을 새롭게 위치시키면서. 지난 5일 서울대에서 만난 배러클러프 교수는 “문학과 여공이라는 두 단어를 조합한 여공 문학이라는 표현이 만들어 내는 부조화와 불편함이 나를 매혹시켰다”고 말했다. 사실 그가 먼저 매료된 것은 사람이었다. 열여덟이던 1989년 여름 그는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의 초청으로 3주간 한국을 찾았다. 당시 경기도 부천의 한 공장에서 만난 또래 여공들은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대학 신입생이던 저나 그 친구들 모두 그 나이대 특유의 활기와 호기심이 가득해 ‘서로를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혼자 익힌 러시아어로 러시아 대문호들의 작품을 읽고 있는 그들은 야심이 있었고 언젠간 작가가 되겠다는 열망을 키우고 있었죠. 문학과 작가에 대한 그 열정이 놀랍고 궁금했어요.” 이후 호주에서 박사 학위 과정을 밟던 그는 1998년 노동사를 공부하기 위해 다시 한국을 찾았다. 서울대 국사학과에서 공부하며 전국공공부문노동조합연맹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그가 ‘여성이 쓴 노동 문학을 읽고 싶다’고 하자 활동가들은 몇 권의 책을 쥐여 줬다. 여성 노동자의 자전적 수기인 장남수의 ‘빼앗긴 일터’, 석정남의 ‘공장의 불빛’ 등이었다. 그가 호주로 가져가 밤마다 사전을 옆에 끼고 읽어 나간 이 저작들은 그의 박사 연구 논문이 됐고, 20여년 만에 한국 독자들과 만나게 됐다. ‘여공 문학’은 식민지 시기인 1920~1930년대 여공들을 다룬 기사와 소설, 1970~1980년대 여공들의 자전적 수기, 1990년대 신경숙의 ‘외딴방’까지를 아우른다. 역자인 노지승 인천대 교수는 “한국 문학사에서 ‘여공’의 존재를 가시화시켜 주제로 만들고, ‘여공 문학’을 하나의 독립된 계보와 역사로 만든 것은 오롯이 이 책의 공”이라고 평한다. 배러클러프 교수는 “(한국에서) 출간된 여공의 글에는 그들이 사회에 던지는 다양한 통찰이 들어 있었다. 이 여성들은 ‘근대성’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를 최초로 간파해 낸 사람들이었다”고 지적한다. 여공의 삶을 깊숙이 통제한 성폭력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한국의 급속한 산업화 경험에 대한 이해 역시 불완전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고도 충언했다. “기존 여공 문학에서는 연약하고 아름다운 여공들이 다양한 폭력으로 죽거나 다른 여러 질서에 굴복하는 등 산업화에 온전히 지는 플롯을 따라가죠. 하지만 굳이 해피엔딩은 아니더라도 주도적인 위치에서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고 개척해 나가는 서사들에 저는 주목했습니다. 자기결정권이 폭력에 의해 가려졌던 당시 여성들의 목소리를 여공들의 목소리를 통해 끄집어내고 싶었던 거죠.” 지금 그들의 목소리에 다시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뭘까. “여공들이 문학에서 사라졌다고 그들의 존재가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한국 내 제조업 부문이 축소되고 사업체들이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에 재배치되면서 청년 세대는 세계화된 한국 경제에서 고통을 겪고 있죠. 이들의 이야기는 또 어떻게 이어질까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AI 등 4차산업 선제 투자가 관건… 중장기 경쟁력 낙관 못해

    “4차 산업혁명 먹거리 발굴을 위한 선제적 투자, 이를 위한 의사결정, 전략적 인수합병(M&A)이 지연되면 중장기 경쟁력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연말까지 분기별 최대 실적 이어질 듯 7일 삼성전자의 ‘어닝 서프라이즈’는 반도체 시장의 이른바 ‘슈퍼 사이클’에 더해 회사가 3~5년 전부터 준비해 온 선제적인 기술 확보의 양대 요인이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 애플 ‘아이폰8’ 출시 등 노트북 시장의 7배에 해당하는 낸드 메모리 시장이 열린 데다 삼성전자의 과점 구조인 시장 상황,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확대 등을 감안할 때 적어도 2018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장밋빛”이라면서 “디스플레이 분야도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이 워낙 막강해 올해 말까지 분기별 최대 실적이 줄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loT) 등과 같은 분야의 글로벌 투자 흐름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삼성전자의 향후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이 전면에 부상할 2019년 전후를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이 분야의 핵심인 비메모리, 인력 투자 등을 삼성전자가 선도해야 현재 4차 산업의 ‘패스트 팔로어’라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민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구글, 애플, 아마존 등 이 분야 경쟁기업을 따라잡기 위해 영감을 갖춘 기업 리더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보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연루돼 수감돼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는 미래투자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총수 부재로 의사결정 늦어져 차질 우려도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자동차 전자장비 업체 ‘하만’을 비롯해 AI 기술업체 ‘비브랩스’, loT 기술업체 ‘스마트싱스’ 등 신성장 동력이 될 기업 인수합병에 열심히 뛰어들었지만, 올해는 전무한 실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의 슈퍼 사이클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 투자를 한발 앞서 결정하고 기술 확보의 드라이브를 걸 의사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김정숙 여사가 윤이상 선생의 묘소에 동백나무를 심은 뜻은...

    김정숙 여사가 윤이상 선생의 묘소에 동백나무를 심은 뜻은...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5일(현지시간) 독일을 방문하는 동안 작곡가 윤이상(1917~1995) 선생의 묘소를 참배하고 동백(冬栢) 나무를 심으면서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정숙 여사가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안장돼 있는 윤이상 선생의 묘소 참배에 앞서 한 그룹의 동백나무가 심어졌다. 길이 130㎝가량의 동백나무는 이날 베를린에 도착한 문 대통령 부부와 함께 공군1호기를 타고 한국 통영에서 공수됐다.경희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김정숙 여사는 윤이상 선생에 대해 각별하게 생각했던 것으로 전한다. 김 여사는 “윤이상 선생이 생전 일본에서 배를 타고 통영 앞바다까지 오셨는데 정작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울었다”며 “그 분의 마음이 어땠을까, 무엇을 생각했을까 하면서 저도 통영에 가면 동백나무 꽃이 참 좋았는데, 그래서 조국 독립과 민주화를 염원하던 선생을 위해 고향의 동백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가져오게 됐다”고 말했다. 동백나무는 통영을 대표하는 나무로, 시목(市木)으로도 지정돼 있다. 사철 푸른 기상을 품고 있다. 김정숙 여사는 “다행히 검역도 통과된다고 해서 이렇게 큰 나무를 심어도 되나 물어봤는데 된다고 해서 ‘아 선생님하고 저하고 뭔가 마음이 맞나’ 하면서 심었다”며 “선생의 마음도 풀리시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어른 어깨높이의 나무 앞에는 붉은 화강암으로 된 석판에 ‘대한민국 통영시의 동백나무 2017.7.5. 대통령 문재인 김정숙’이란 금색 글자가 새겨졌다. 올해 탄생 100주년이 된 윤이상 선생은 한국 출신 작곡가 가운데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그의 음악을 제대로 들어본 사람이 거의 없다. 50년 전인 1967년 동백림(東伯林·동베를린의 한자식 표기)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이후 이념 논쟁에 계속 시달려왔기 때문이다. 이 사건과 관련,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것을 권고받았다. 윤이상 선생의 향수를 달래줄 동백나무는 공교롭게도 동백림 사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실제 ‘윤이상평화재단’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김 여사는 “저도 음악을 전공해서 윤이상 선생의 음악을 잘 알고 있다”며 “음 파괴가 낯설긴 하지만 작곡했던 선배들은 물론이고 저도 관심이 많았다. 학창 시절 음악 공부할 때 영감을 많이 주신 분”이라고 회고했다. 이와 관련해 경남 통영에서 가져갔던 동백나무는 세그루였다. 통영시 관계자는 6일 “지난 3일 급하게 연락이 와서 튼튼하게 잘 자린 10년생 동백나무 세그루를 통영시에 있는 조경업자에게서 사서 보냈다”고 말했다. 윤이상 선생 묘소에 한그루를 심었고, 나머지 두그루의 동백나무 행방은 확인되지 않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뤽 베송 감독 연출작 ‘발레리안’ 메인 예고편 공개

    뤽 베송 감독 연출작 ‘발레리안’ 메인 예고편 공개

    SF 액션 블록버스터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이하 발레리안)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영화 ‘발레리안’은 28세기 미래를 배경으로 천 개 행성으로 이루어진 알파를 지키기 위해 시공간을 이동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 에이전트들의 이야기로 1967년 출간된 프랑스 Sci-Fi 코믹북 ‘발레리안과 로렐라인’이 원작이다. 그래픽 노블의 신기원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 이 작품은 할리우드 대표 SF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 영감을 준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공개된 예고편은 발레리안과 로렐린이 우주선 인트루더를 타고 시공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3236종의 외계종족이 평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파라다이스 알파의 모습은 비주얼 혁명에 가깝다. 또 위기에 처한 우주 평화를 지키기 위해 스페이스 최강 에이전트 커플로 불리는 발레리안과 로렐린이 미션을 해결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여기에 힙합 뮤지션 쿨리오의 명곡 ‘Gangsta’s Paradise‘가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된 음악은 웅장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뤽 베송 감독 일생일대의 프로젝트 ‘발레리안’에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라이프’의 데인 드한이 주인공 ‘발레리안’ 역을 맡았으며, 발레리안이 흠모하는 ‘로렐라인’ 역은 틴에이저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는 모델 출신 배우 카라 델레바인이 연기했다. 여기에 세계적인 팝가수 리한나와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 에단 호크, 클라이브 오웬 등 쟁쟁한 배우가 가세해 기대를 높인다. 영화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는 8월 개봉 예정이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김정숙 여사가 묘소 참배한 윤이상은 누구? “세계적 현대 음악가”

    김정숙 여사가 묘소 참배한 윤이상은 누구? “세계적 현대 음악가”

    독일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5일(현지시간) 작곡가 윤이상(1917~1995) 선생의 묘소를 참배해 윤이상의 생애가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윤이상은 한국 출신 작곡가 중 국제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이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그의 음악을 제대로 들어본 사람이 거의 없다.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이후 이념 논쟁에 계속 시달려왔기 때문. 재독 동포 오길남에 대한 탈북권유 논란, 북한 정권의 윤이상 추대 등까지 겹쳐지며 그의 음악은 한국 땅에서 연주되기조차 쉽지 않았다. 최근 논란이 된 블랙리스트에 실제 ‘윤이상평화재단’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전 세계적으로 동양과 서양의 음악기법 및 사상을 융합시킨 현대 음악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유럽 현대음악의 첨단 어법으로 한국적 음향을 표현하는 데 도전했으며 작품 속에 동양의 정중동(靜中動·조용한 가운데 어떠한 움직임이 있음)의 원리를 녹여내기도 했다. 그는 늘 고향 통영의 바다와 흙이 음악 세계의 기초가 됐다고 말했지만, 동백림사건 이후 끝내 고국 땅을 다시 밟지 못한 채 이국에서 눈을 감았다. 김 여사도 이 때문에 참배에 앞서 통영에서 공수한 동백나무를 묘비 바로 앞에 심었다. 김 여사는 “윤이상 선생이 생전 일본에서 배를 타고 통영 앞바다까지 오셨는데 정작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울었다”며 “조국 독립과 민주화를 염원하던 선생을 위해 고향의 동백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가져오게 됐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경희대 성악과를 졸업한 성악도 출신이다. 그는 “저도 음악을 전공해서 윤이상 선생의 음악을 잘 알고 있다”며 “음 파괴가 낯설긴 하지만 작곡했던 선배들은 물론이고 저도 관심이 많았다. 학창 시절 음악 공부할 때 영감을 많이 주신 분”이라고 회고했다. 한편,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음악계 이곳저곳에서도 그의 음악을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코리안심포니는 오는 1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죽음에 관한 두 개의 교향시’라는 주제 아래 윤이상의 ‘화염 속의 천사’ 등을 연주한다. 서울시향은 다음 달 15일 광복절 기념음악회 프로그램 중 하나로 윤이상의 ‘예악’을 선보이고, 첼리스트 고봉인은 오는 9월 14일 금호아트홀에서 윤이상 특별 무대를 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정숙 여사, 故윤이상 묘소 참배…통영→베를린 ‘동백나무’ 수송

    김정숙 여사, 故윤이상 묘소 참배…통영→베를린 ‘동백나무’ 수송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세계적인 작곡가 고(故) 윤이상(1917-1995) 선생의 묘소를 참배했다.윤이상 선생은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안장돼 있다. 이날 참배에 앞서 동백나무 한 그루가 윤이상 선생의 묘비 앞에 심어졌다. 윤이상 선생은 1967년 ‘동백림(東伯林·동베를린의 한문식 표기) 사건’으로 고초를 겪었다. 당시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사건으로 문화예술계의 윤이상 선생 등이 간첩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이후 ‘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위원회’는 이 사건에 대해 정부가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김정숙 여사가 동백(冬柏)나무를 가져간 것은 당시 동백림 사건을 연상시킨다. 이 나무는 이날 베를린에 도착한 문 대통령 부부와 함께 공군1호기를 타고 한국 통영에서 공수됐다. 통영은 윤이상 선생의 고향이다. 김 여사는 “윤이상 선생이 생전 일본에서 배를 타고 통영 앞바다까지 오셨는데 정작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울었다”며 “그 분의 마음이 어땠을까, 무엇을 생각했을까 하면서 저도 통영에 가면 동백나무 꽃이 참 좋았는데, 그래서 조국 독립과 민주화를 염원하던 선생을 위해 고향의 동백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가져오게 됐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다행히 검역도 통과된다고 해서 이렇게 큰 나무를 심어도 되나 물어봤는데 된다고 해서 ‘아 선생님하고 저하고 뭔가 마음이 맞나’ 하면서 심었다”며 “선생의 마음도 풀리시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어른 어깨높이의 나무 앞에는 붉은 화강암으로 된 석판에 ‘대한민국 통영시의 동백나무 2017.7.5. 대통령 문재인 김정숙’이란 금색 글자가 새겨졌다. 김 여사가 헌화한 원형 모양의 꽃다발 리본에는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김정숙, 조국과 통영의 마음을 이곳에 남깁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김 여사는 “통영의 나무가 잘 자랐으면 좋겠다. 꼭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도 음악을 전공해서 윤이상 선생의 음악을 잘 알고 있다”며 “음 파괴가 낯설긴 하지만 작곡했던 선배들은 물론이고 저도 관심이 많았다. 학창 시절 음악 공부할 때 영감을 많이 주신 분”이라고 회고했다. 김 여사는 경희대 성악과를 졸업했다. 그래서인지 김 여사는 이날 참배에서 사회자의 ‘묵념’ 구호에 따라 묵념을 하다가 ‘바로’라는 신호에도 혼자서 20여초간 더 묵념을 이어갔다. 이날 참배에는 발터 볼프강 슈파러 국제윤이상협회장과 박영희 전 브레멘 음대 교수, 피아니스트인 홀가 그로숍 등 윤이상 선생의 제자들이 함께했다. 그로숍은 “윤이상 선생님은 저희에게 음악뿐 아니라 한국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해주셨다. 매우 훌륭한 (한국을 알린) 대사이셨다”고 말했다. 박씨는 “윤희상 재단이 2008년 고인의 생가를 매입했지만, 예산 문제로 기념관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 제자들이 김 여사께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청했고 김 여사는 노력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우정은 사랑보다 어렵다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우정은 사랑보다 어렵다

    남프랑스 시골 마을에서 20세기 예술사를 바꾼 두 천재가 만나면서 역사는 시작됐다. 은행가의 아들로 화가를 꿈꾸는 폴 세잔(1839~1906)과 가난한 토목기사 아버지마저 일찍 여의고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에밀 졸라(1840~1902). 어린 시절부터 꿈과 사랑, 좌절까지 모든 것을 함께한 두 사람은 친구지만 예술에서는 둘도 없는 경쟁자였다. 둘은 서로를 동경하고 아끼는 친구이면서, 서로의 작업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날카로운 평가를 서슴지 않는 비판적 동지이기도 했다. 그런 두 사람은 파리로 올라와 당시 시대를 풍미했던 다른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화가와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영화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은 20세기 예술계를 풍미한 두 사람의 애증을 그리고 있다.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던 에밀(기욤 카네 분)과 부유한 아버지의 경제적 지원을 받던 세잔(기욤 갈리엔 분)은 완연히 다른 처지만큼 꿈도 달랐다. 세잔은 고향을 떠나 파리에서 화가로 자리잡는 것이 꿈이고 에밀은 궁핍한 파리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에밀은 파리에서 소설가로 성공한 반면 세잔은 천재적 재능에도 불구하고 늘 변방을 떠돌았다.영화는 화가, 소설가로서 창작의 고통보다는 두 사람의 인간적인 관계에 주목한다. 세잔은 과거 에밀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무명 화가인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 친구의 성공을 마냥 축하할 수 없었다. 고향 엑상프로방스에서 파리로 전학 온 에밀은 세잔의 도움과 보호가 없었다면 ‘왕따’가 되고도 남았다. 물론 세잔이 화가가 되기 위해 아버지의 반대를 물리치고 다시 파리로 돌아온 것은 에밀의 권유가 큰 힘이 되었다. 엇갈린 운명은 둘 사이를 갈라 놓는다.세상이 몰라 주는 화가의 삶은 고달프기만 하다. 영화 속에서 그의 재주를 알아보고 물감을 대 주고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준 탕기(1825∼1894) 영감이 세잔의 그림 중 사과가 있는 부분만 잘라 팔았다면서 동전 몇 닢을 건네주는 장면은 당시 세잔의 비참함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혁명론자를 자처했지만 그림을 통해 상류사회에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던 세잔은 살롱전에 번번이 낙선하고 인상파 화가들 사이에서도 배척당한다. 그를 알아본 또 다른 인물이 ‘인상파의 장로’라고 불리는 피사로(1830~1903)였다. 그는 세잔에게 그림의 본질은 물론 인상파의 원리와 기법을 이야기해 주었다. 세잔은 어렵게 생활했지만 그의 자화상에서 드러나듯 자기 확신을 가지고 플랑드르화풍에 집중하면서 무미건조한 소재의 그림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그는 ‘단단하고 오래가는 그림’을 추구했다. 변하지 않는 그림의 본질, 자연의 본질을 끌어내고자 했다. 이를 통해 모든 자연은 “구와 원통, 원뿔로 환원된다”는 새로운 발견으로 미술의 지평을 넓혔다. 그림을 눈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식의 행위로, 생각의 영역으로 확장한 세잔은 후대에 영향을 끼쳐 피카소(1881~1973), 브라크(1882~1963) 등 입체파(Cubism)로 이어졌다. 세잔을 계승하고 뛰어넘은 후대 화가들에 의해 본격 현대미술의 막이 올랐다. 세잔이 화가로서 확신을 하지 못하고 방황할 때 에밀은 이미 26세에 전업작가로 데뷔했다. 자연주의적인 작품 ‘테레즈 라캥’(1867), ‘마들렌 페라’(1868)를 발표했다. 1868년 ‘루공 마카르’ 총서를 구상해 집필에 들어가 1869년 ‘루공가의 운명’을 시작으로 1893년 ‘파스칼 박사’까지 총 20권을 완성한다. 총서에 포함된 대표작 ‘목로주점’(1877), ‘나나’(1880), ‘제르미날’(1885) 등으로 문단에서 자리를 굳혔다. 에밀을 보며 세잔은 말한다. “나도 자네 글처럼 그리고 싶어.” 1886년 세잔과 에밀의 우정에 금이 가는 사건이 발생한다. 에밀이 출간한 소설 ‘작품’은 실패한 젊은 화가의 이야기다. 주인공 클로드는 밤낮으로 매달렸던 작품 앞에서 목을 매 죽고 만다. 그의 아들은 병에 걸려 죽고, 아내 또한 아들과 남편을 잃고 정신병을 얻고 만다. 자신을 비극적 주인공의 모델로 이용했다고 생각한 세잔은 에밀에게 “이렇게 훌륭히 추억을 담아줘 감사하다”는 편지를 보내 결별을 선언한다. 당시 세상이 홀대했던 인상주의 화가를 옹호하는 비평을 쓰기도 했던 에밀은 당대 화가들의 경제적, 예술적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전적으로 세잔을 소재로 한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세잔의 상대적 열등감이 자격지심을 불러일으켰을 수도 있다. 물론 에밀도 세잔을 의식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영화 도입부 두 사람의 어린 시절을 보면 세잔은 에밀을 업신여기고 젠체하는 부잣집 아들 특유의 거들먹거림을 보인다. 또 세잔은 에밀이 성공한 후 그의 집을 방문해 세간을 보며 케케묵은 중세스타일이라고 흉보거나 자신의 애인이자 모델이었던 가브리엘 미레이와 결혼한 사실을 가지고 빈정거려 에밀을 자극하기도 한다. 이 사건은 세잔에게 작품에 몰두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파리를 떠나 고향에 돌아와 아틀리에를 마련하고 오랫동안 동거해 온 11세 연하의 오르탕스와 결혼한다. 두 사람 사이엔 이미 16세의 아들까지 있었다. 자산가인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며 많은 유산을 남겨준 덕택에 그는 가족들을 파리에 둔 채 고향에서 그림에 빠져들 수 있었다. 세상과 담을 쌓고 그림만 그렸던 그는 1895년 앙브루아즈 볼라르 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대중들은 냉담했지만, 전문가들은 열광했다. 그는 감정이 배제된 절대적인 그림을 그리고자 했다. 쉰이 넘어 단순히 대상의 모사가 아니라 ‘아는 사물’과 ‘보이는 사물’을 절충해 질감이 살아 있는 견고한 화면을 완성했다. 그는 실패한 천재가 아니라 늦깎이 천재였던 것이다. 영화는 아쉽게 세잔의 성공 이전에 막을 내린다. 금의환향한 에밀은 엄청난 환대를 받으며 인터뷰를 한다. 기자가 묻는다. 당신의 친구 세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 그 친구는 천재입니다. 실패한 천재.” 친구의 귀향 소식에 한달음에 뛰어갔던 세잔은 문밖에서 그 말을 듣고 만다. 제아무리 성공한 위대한 예술가라도 평범한 속 좁은 인간에 불과하다는 점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 청주, 세계 공예축제 활짝… 제천 ‘한방산업의 미래’ 열린다

    청주, 세계 공예축제 활짝… 제천 ‘한방산업의 미래’ 열린다

    충북에서 오는 9월 국제행사가 잇따라 펼쳐진다. 문화도시로 주목받고 있는 청주에서는 2017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열리고, 약초의 고장 제천에서는 국제한방바이오산업엑스포가 개막한다. 올해 10회를 맞는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전 세계 공예인들의 수준 높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지구촌 공예 축제다. 한방바이오산업엑스포는 한방바이오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한방축제다.■10회 맞는 ‘청주공예비엔날레’ 청주공예비엔날레는 ‘HANDS+ 품다’를 주제로 오는 9월 13일부터 10월 22일까지 40일간 청주 옛 연초제조창에서 열린다. 주제에는 그동안 열렸던 비엔날레의 성과, 한계, 공예의 소재 등을 모두 품자는 의미가 담겼다. 시는 10회를 맞아 공예비엔날레에 변화를 줬다. ‘비엔날레’의 사전적 의미가 2년마다 열리는 국제미술행사인데다 그동안 행사를 거치면서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았다고 판단해 이번부터 행사 이름에서 ‘국제’가 빠진다. 또한 청주공예비엔날레 사상 처음으로 세계관을 꾸민다. 9회까지는 하나의 국가만을 집중 조명하는 초대국가관이 운영됐지만 이번에는 한국, 이탈리아, 영국, 스위스, 핀란드, 몽골, 독일, 대만, 일본 등 9개국이 공동 참여하는 전시관이 운영되는 것이다. 많은 나라가 세계관에 참여하는 것은 공예비엔날레의 국제적 인지도가 매우 높아졌다는 것을 입증한다. 영국은 청주의 러브콜도 없었지만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전해 왔다.스위스는 ‘이것이 내일이다’를 주제로 유리, 도자, 철, 종이 등 다양한 재료의 공예품을 전시한다. 스위스 공예인 50여명과 학생들이 협업으로 만든 작품들이다. 몽골은 전통주거 천막인 ‘게르’에서 영감을 받아 그들의 생활방식을 담은 공예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관에는 우란문화재단이 참여한다. 우란문화재단은 워커힐미술관 설립자인 고 우란 박계희 여사의 뜻을 이어받아 2014년 설립됐다. 2015년부터 매년 우란 기획전을 열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밀라노 트리엔날레 국제전람회 한국공예 전시를 후원했다. 미디어를 활용한 기획전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포르투갈, 네덜란드, 일본, 중국 등 8개 나라 49명이 참여해 ‘미디어아트’라는 새로운 창을 통해 공예의 가치와 의미를 재조명한다. 건물 외벽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비춰 영상을 표현하는 기법인 미디어 파사드, 대상물의 표면에 빛으로 이뤄진 영상을 투사해 변화를 줌으로써 현실에 존재하는 대상이 다른 성격을 가진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프로젝션 매핑 기술 등이 활용된다. 기획전에서는 지난 비엔날레 참여작가와 청주국제공예공모전 대상 수상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1회 공모전 대상 수상 후 일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히로시 스즈크와 4회 공모전에서 독특한 첨장기법으로 대상을 받은 윤주철 작가 등이 참여한다. 8회 비엔날레 기획전의 메인 작가이자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의 화려한 전시경력을 소유한 포르투갈 출신의 조아나 바스콘셀로스 작품은 미디어로 재조명된다.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실험적이고 독보적인 설치미술가로 잘 알려진 미국의 재닛 에컬먼의 작품도 선보인다. 교육 콘텐츠도 한층 강화됐다. 과학, 테크놀로지, 디자인과 공예가 융합된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전자 부품을 활용한 웨어러블 액세서리 만들기, 재활용품을 이용한 드로잉 머신 제작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작품의 창작 과정과 전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예정이다. 문희창 청주공예비엔날레 조직위원회 기획홍보부장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1300여명의 작가가 참여할 예정”이라며 “청주비엔날레가 지구촌 최대의 공예이벤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입장료는 성인 1만원, 청소년 5000원, 어린이 4000원이다. 공예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도 청주공예비엔날레는 한 번쯤 경험해 볼 만하다. 비엔날레 행사장으로 활용되는 연초제조창 때문이다. 연초제조창이 비엔날레 전시장으로 활용되는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2011년 처음으로 거칠고 야성적인 옛 담배공장에 세계 작가들의 혼이 깃든 공예작품이 전시되자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환상적인 전시공간이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국내 최대 ‘제천한방엑스포’ 충북도와 제천시가 손을 잡고 개최하는 2017 제천국제한방바이오산업엑스포는 9월 22일부터 10월 10일까지 19일간 제천 한방엑스포 공원 일원에서 진행된다. 행사장은 천연자원의 우수성과 생활 속 한방바이오기술을 보여 주는 테마전시, 한방의 지혜를 활용해 3대 알레르기 정복 솔루션을 제공하는 특별전시, 한방바이오산업의 비전을 제시하고 제천의 약초를 구입할 수 있는 비즈니스전시로 꾸며진다.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찾을 것으로 기대되는 곳은 한방알레르기관이다. 국내 알레르기 환자는 900만명에 육박하지만 많은 사람이 원인 파악 등을 소홀히 하는 등 자신의 알레르기를 방치해 삶의 질을 떨어트리고 있다. 한방알레르기관에서는 알레르기 질환의 역사와 심각성을 소개하고 3대 알레르기인 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 비염, 천식의 원인과 치유법이 소개된다. 또한 한의사 1명과 아토피협회 회원들이 상주해 상담하며 알짜배기 정보를 제공한다. 방문객들은 3대 알레르기의 공동 원인인 집먼지, 진드기 퇴치의 중요성을 놀이를 통해 경험할 수 있다. 전시관 한쪽에는 편백나무에서 발산되는 피톤치드가 가득한 공간에서 한방차를 시음할 수 있는 피톤치드 정원이 꾸며진다. 피톤치드는 항균·항염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방바이오생활건강관도 가 볼 만하다. 이곳에서는 한의학연구원 관계자들이 나와 사상체질 진단기를 통해 방문객들의 체질을 진단해 줄 예정이다. 첨단화된 한방의료기기인 맥진기와 설진기로 건강 체크도 이뤄진다. 또한 자가문진 시스템으로 개인 맞춤형 한약이 제조되는 기술을 체험하는 코너가 운영되고, 이 문진 결과를 토대로 부족한 영양분을 제공하는 개인 맞춤형 비타민이 제공된다. 산업엑스포답게 기업들과 바이어, 소비자들을 위한 기업관과 마켓관도 마련된다. 조직위는 한곳에서 제품전시·투자·상담·홍보가 원스톱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기업관과 마켓관을 하나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한방이 접목된 건강기능보조식품, 화장품, 의료기기 등을 생산하는 국내외 250여개 업체와 바이어 3500여명이 행사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방바이오 업체들의 수익 창출과 판로 개척을 돕기 위한 직거래장터인 한방약초장터도 마련된다. 엑스포 기간 동안 한국바이오협회와 세명대산학협력단, 한국약용작물협회 등이 주관하는 학술대회도 진행된다. 입장권 요금은 현장판매 기준 일반 1만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4000원이다. 입장권 소지자는 제천지역 관광지인 청풍문화재단지, 청풍랜드, 청풍호유람선, 청풍리조트 이용 시 할인혜택을 받는다. 정사환 엑스포 조직위 사무총장은 “이번 엑스포 개최로 전국적으로 964억원의 생산효과와 452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 1740여명의 고용유발효과가 기대된다”며 “엑스포 현장에서는 230억원의 수출계약과 20억원 규모의 현장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제천은 조선시대 3대 약령시장 가운데 하나로 2005년 약초웰빙특구로 지정됐다. 국내 최대 규모의 한방바이오산업단지, 천연물원료 제조거점시설, 약용작물연구소 등을 갖추고 있다. 화산동에 있는 약초시장에서는 전국 황기의 80%가 유통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990농가에서 2764t의 약초를 재배했다. 시가 한방을 테마로 국제엑스포를 개최하는 것은 2010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제천한방바이오박람회를 개최해 왔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시체 모습으로 사진 찍는 여성…‘셀카 반대’ 위해

    시체 모습으로 사진 찍는 여성…‘셀카 반대’ 위해

    한 예술가가 독특한 자세의 사진 작품을 통해 기존의 ‘셀카’ 추세를 거스르고 있어 화제다. 3일(현지시간) 영국 더썬은 자신을 피사체 삼아 바닥쪽으로 얼굴을 엎드리고 누워 마치 죽은 자세를 취한 채 다양한 사진을 찍는 멀티미디어 예술가 스테파니 리 로즈를 소개했다. 스테파니는 이상적인 사진을 위해 일부러 꾸미거나 특별한 포즈를 취하지 않는다. 유럽, 남미, 북미, 아시아 등 전 세계 곳곳을 누비는 그녀는 종종 사람들로 붐비는 관광 명소 또는 아름다운 상징물 앞에서 상식 바깥의 포즈로 행인들을 멍하게 만든다. 가끔 사람들의 반응이 더해져 더 재미있는 사진이 나오기도 한다. 그녀는 동료들과 농담을 나누다가 자신의 이름 앞글자(STEF)와 죽다(DIES)라는 단어를 합쳐 ‘스테프다이’(STEFDIES)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파도에 떠밀려 와 죽어 있는 듯한 모습, 거리 화장실에서 피격된 채 죽어 있는 듯한 모습, 에펠탑 앞 넓은 잔디밭 위에서 최후를 맞은 듯한 모습 등 죽은 사람처럼 여러 사진 속에 등장하는 그녀의 모습은 곧 책으로도 출시될 예정이다. 스테파니는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일상생활의 모순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자신의 사진들은 매스 미디어에 대한 반발이자 셀카 반대를 향한 움직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셀카봉 문화는 우리가 사진을 찍을 때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것들을 비롯해 사진 촬영의 진정한 의미를 잊게 만든다”면서 “우리는 가상 현실에 집착하는 문화 속에 살고 있다. 특히 사진 속에서 모든 것이 임의로 수정되고 삭제되고 꾸며지면서 진실인 것이 없다”고 셀카 문화를 꼬집었다. 스테파니의 목표는 원래의 전통적인 사진 촬영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렌즈 앞에 대상이 되는 대신 카메라에 종속되지 말아야 한다고 그녀는 강조한다. 한때 스테파니는 강아지 배설물에 누운 적도 있고,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성당에서 사진을 찍다 쫓겨나기도 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경찰들에게 저지도 당했다. 하지만 그녀는 앞으로도 이러한 장애에 아랑곳하지 않고 목표를 위해 계속해서 자신의 작품 활동을 이어나갈 생각이다. 사진=더썬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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