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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영희의 출동! 요리구조대] 감자와 쇠고기 조림

    [우영희의 출동! 요리구조대] 감자와 쇠고기 조림

    우영희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가정 보육시설을 운영하는 보육교사입니다. 아이들에게 음식을 해주면 아이들이 고맙게도 맛있게 먹는 편이랍니다. 저도 선생님처럼 되도록이면 조미료를 적게 사용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간식도 늘 반복되는 것 같아서 새로운 메뉴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늦게까지 있어야 하는 종일반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밥 대용 간식과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조리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세요. 꼭 도와 주세요. -경기도 용인시 솔내마을 배윤주 “유치원 아이들을 위해 신청하셨다고요? 엄마와 같은 예쁜 마음씨예요.”현관을 들어서던 우영희씨의 인사다. “만날 같은 음식만 내주니깐 재미가 없고, 색다른 요리를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어서요.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라 더 신경 쓰여요.”보육교사 배윤주씨의 고운 마음이 예쁘다. “감자요리를 할건데요. 감자는 ‘땅속의 사과’라고 할 만큼 비타민C가 풍부하고, 탄수화물뿐만 아니라 성장과 건강을 돕는 단백질과 질소화합물이 듬뿍 든 음식이랍니다. 그래서 감자를 많이 먹는 국가엔 영양결필증이 없다고 해요.”우씨의 감자 예찬론. “아하, 그렇군요.”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던 윤주씨가 감자를 썰었다. 우씨는 “비타민을 살리기 위해선 큼직하게 써는 것이 좋답니다.”고 충고했다. 이런 조언에 따라 감자를 썬 윤주씨,“다 썰었는데요, 썰고 보니 질서가 없어요.”라고 계면쩍은 듯 말했다. 우씨는 “정형화되지 않은 멋이 있잖아요.”라며 윤주씨를 위로하며 가다랑어 육수에 쇠고기를 살짝 데치도록 했다. “쇠고기는 나중에 익히면 안되나요?”윤주씨가 되묻자 “고기를 지금 넣으면 육수에 고깃국물이 퍼져 맛을 더하거든요. 그런 육수에 감자를 익히면 맛이 끝내주죠.” “우와∼ 조미료없이도 맛을 내는 노하우인가 봐요.”윤주씨가 감탄사를 연발했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맛을 내는 특별한 비결은 없어요. 꾸준히 요리를 연구해야 돼요.”우씨의 경험담이다. 이들은 쇠고기를 데쳐낸 가다랑어 육수에 간장·설탕·맛술·물엿을 넣은 다음 감자를 넣고 익을 때까지 조렸다. 육수가 자박자박하자 살짝 익힌 쇠고기를 넣어 완전히 조렸다. 감자와 쇠고기 조림이 완성됐다.“정말 간단하네요.”윤주씨가 다시 한번 감탄사를 터뜨렸다. 이젠 그라탱 차례. 우씨가 감자를 슬라이스해서 물에 담갔다가 건지도록 했다. 윤주씨가 물에 담그는 이유를 묻자 “전분도 빠지고 감자가 변색이 되지 않는다.”는 게 우씨의 답변. 그러면서 베샤멜 소스를 만들자고 했다.“베샤멜 소스요? 그게 뭐죠?”라며 윤주씨가 깜짝 놀란다. 우씨는 “보통 화이트소스라고 하잖아요. 채소용 화이트소스예요.”라며 안심시켰다. 화이트소스를 만들 때 밀가루를 박력분으로 쓰며 더 맛있다고 덧붙이던 우씨가 “밀가루와 버터가 녹아 뭉쳐지면 불을 줄이고 우유를 조금씩 넣어 풀어주세요.”라고 주문했다. “멍울지지 않게 다 풀어지면 소금간을 하고요, 소스를 약간 덜어내 식혀서 완성접시에 발라줘요.”라는 우씨의 말에 “소스를 왜 그릇에 발라요?”윤주씨의 질문이다.“감자가 그릇에서 잘 떨어지게 하기 위한 것인데요. 올리브 오일이나 버터를 사용해도 되지만 이왕 만든 것을 이용하는 것이 더 낫잖아요.”우씨의 답변이다. 이들은 소스를 바른 그릇에 감자를 얇게 얹고 소스를 바르는 순서로 켜켜이 담았다. 그 위에 치즈를 뿌리고, 빵가루와 파슬리를 살짝 뿌렸다. 그리고 180도의 오븐에 10분간 구워내니 노릇하게 익었다. 빵가루를 뿌리면 바삭해서 더욱 맛있어진다는 게 우씨의 설명이다. 감자 대신 당근, 고구마, 호박, 브로콜리, 혹은 김치볶음밥 등을 곁들이면 색다른 요리가 된단다. 감자그라탱과 감자쇠고기조림의 고소한 냄새를 이기지 못한 듯 아이들이 식탁으로 둘러앉았다. 아이들은 “정말 맛있어요!”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감자와 쇠고기 조림 재료 감자, 쇠고기, 가다랑어 육수, 간장, 설탕, 맛술, 물엿 ①감자 4개를 큼직하게 자른다. ②가다랑어 육수에 쇠고기 200g를 데쳐 건져낸다. ③간장 6큰술·설탕 2큰술·맛술 3큰술·물엿 2큰술을 넣고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④양념장 국물에 썰어놓은 감자를 넣고 국물을 반으로 졸인다. ⑤감자가 익어가면 데쳐낸 쇠고기를 넣고 국물이 없어질 때까지 졸인다. ●감자 그라탱 재료 감자, 우유, 버터, 밀가루, 치즈가루, 빵가루, 파슬리가루, 소금 ①감자 3개를 얇게 저며 뜨거운 물에 소금간해서 데쳐낸다. ②화이트소스를 만든다. 팬에 버터를 녹인 다음 같은 양의 밀가루를 넣고 볶은 다음 우유를 조금씩 넣어가며 잘 저어서 걸쭉하게 한 뒤 소금으로 간을 한다. ③그릇에 화이트소스를 고루 바른다. ④데친 감자를 소스에 발라가며 켜켜이 담는다. ⑤치즈를 뿌린 후 빵가루를 뿌리고 파슬리가루를 올린다. ⑥180도 오븐에서 약 10분간 익힌다. 이번주 당첨자는 ‘볶음밥을 먹어요’란 글을 올려주신 ‘고미경’씨입니다. 고미경씨에겐 오퀸이 제공하는 프랑스제 4인용 디너세트를 선물로 배달해 드립니다. 글은 ‘우영희의 출동!요리구조대’상담게시판에 올리면 됩니다. 글을 쓰시는 분은 이메일을 꼭 남겨주세요.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 [길섶에서] 모란장 음식/이목희 논설위원

    서울에서 자랐지만, 동네 장터에 대한 향수가 있다. 중학교 입학 전까지는 어머니의 장보기에 잘 따라다닌 편이다. 시장엔 먹을 게 많았다. 특히 어머니가 사주신 인절미, 카스테라, 엿 맛은 아직도 입안에 남아 있다. 백화점, 대형할인점 시식코너에서 옛 느낌을 가져보려 했으나 되질 않았다. 성남 모란장이 명소로 뜬다는 얘기에 솔깃했다. 전통 먹을거리도 풍성하다고 했다. 닷새마다 열리니 휴무일과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두달여를 별러서야 갈 수 있었다. 맛난 음식을 기대하며 늦은 오후까지 점심을 미루었다. 배가 고파 마음이 급했는데, 주차장에서 난데없이 “개나 염소를 보러 왔느냐.”는 질문이 날아왔다.‘엽기 음식’이 기다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다행히 보신탕, 돼지껍질구이, 참새구이를 빼고도 먹음직한 음식이 있었다. 우선 먹은 손칼국수가 별로여서 만둣국을 또 시켰다.“분위기에 만족해야지….” 간이음식점을 나와 인절미와 엿을 맛봤다. 조금 낫긴 했으나 2시간을 달려간 보람은 거기서도 찾을 수 없었다.30∼40년전과 시장 음식은 같은데 내가 변한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 한쪽이 서늘해졌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9)근대 문화유산의 보고 군산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9)근대 문화유산의 보고 군산

    군산은 식민 수탈의 가장 전형적인 공간이었다. 식민공간답게 전통과 근대가 공생하고, 강요된 근대의 기형적 뒤틀림이 강한 흔적으로 남아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일제시대 군산은 오쿠라, 이와사키 등 수많은 일본 토지재벌들이 지배했다. 그들은 고리대금업도 겸했으니,‘허리에 권총 차고, 손에 망원경 든’ 무장상인, 바로 약탈자였다. ‘에두르고 휘돌아 멀리 흘러온 물이 마침내 황해 바다에다가 깨어진 꿈이고 무엇이고 탁류째 얼러 좌르르 쏟아 버리면서 강은 다하고, 강이 다하는 남쪽 언덕으로 대처(시가지) 하나가 올라 앉았다. 이것이 군산이라는 항구요, 이야기는 예서부터 실마리가 풀린다.’ 한국문학사의 금자탑인 채만식의 탁류는 이렇게 시작된다. 채만식 문학관은 소설 대목처럼 금강이 끝나면서 황해와 만나는 그 곳에 서있다. 문학관에서 조금만 서쪽으로 내려가면 ‘째보선창’이 나온다. 소설 속의 정주사는 서천땅을 처분한 뒤 똑딱선을 타고 째보선창으로 건너온다. 하지만 쌀 현물을 가지고 투기하는 미두장에서 돈을 다 날리고는 선창에서 자살을 기도한다. ●‘탁류’ 속 정주사 자살시도했던 ‘째보선창’ ‘째보선창’은 지정학적으로 ‘옆으로 째졌다.’고 해서 붙은 이름. 실제로 백마강과 금강이 합수하면서 바다로 흘러드는 길목에 자리잡아 Y자로 째진 곳이다. 구한말까지도 삼남의 농수산물이 이곳에 집산했다가 서울로 보내지던 중요한 선창이었다. 채만식 시절까지만 해도 제 몫을 다하던 선창이 금강하구언이 축조되면서 쌓일 대로 쌓인 퇴적물 때문에 항구 기능을 거의 상실해 문화원이 세운 입간판만이 그 역사를 말해줄 뿐이다. “탁류는 당연히 픽션이지만 역사적 전형성을 고스란히 획득하고 있지요. 두벰이산 정상에 있는 정주사 집터, 한창봉 쌀집, 콩나물고개 같은 소설 속의 역사현장을 짚어가면 식민지시대 군산의 풍경이 오롯이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군산 지킴이’ 이복웅 군산문화원장의 증언이다. 세종실록지리지 만경현조에 ‘군산은 병선을 정박시킨 곳으로, 섬이 둘 있는데 군산도와 망입도가 있다.’고 했다. 군산진은 본디 군산도(현재의 선유도)에 있었다. 그 후 군산진을 오늘의 군산시 영화동 해변의 진포로 옮기면서 이름도 따라와 군산으로 확정됐으며, 과거의 군산진은 고군산이 되었다. 그러니 고군산열도는 본디 군산의 원적지인 셈이다. 1899년 개항과 더불어 전혀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기 시작한다. 당시의 군산은 산으로 둘러싸이고, 갈대밭이 무성한 비좁은 곳이었다. 일제는 이 갈대밭을 매립하고, 시가지를 일본식 마치(町)체계로 바꾸었다. 본정통, 명치정, 강호정 따위가 그것이다. 메이지(明治), 에도(江湖) 같은 이름에서 식민지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일제는 군산을 강제로 개항시킨 뒤 대규모 항만시설을 서둘러 건설한다. 당시의 항만 흔적은 ‘뜬다리’같은 유적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수탈의 신작로’ 전주~군산가도 일제는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만경평야의 곡식을 군산항에 모았다가 일본으로 실어냈다. 전주~군산을 잇는 ‘전군가도’가 벚꽃으로 유명한 이유는 이런 역사적 연원을 지닌다. 일직선으로 뻗은 신작로는 수탈을 위한 토목공사의 증거였다. 오죽하면 당대 민중들이 ‘아깨나 낳는 년 갈보짓하고, 힘깨나 쓰는 놈은 목도질한다.’며 식민의 애환을 읊조렸을까. 일본 영사관이 설치되고 일본 거류민단이 세력을 확장해 갔다. 수탈은 금강을 거슬러서 상류인 부여 위쪽의 부강까지 미쳤다. 추수철이면 충청도와 전라도의 이 황금 곡창지대에서 개땅쇠처럼 일만 했던 소작인들은 피땀흘려 거둔 알곡을 바리바리 싣고 지주집으로 향했다. 소작 떼일 것을 걱정한 작인들은 굶주리면서도 정성껏 엿을 고와 받쳐야 했으니, 참으로 ‘엿 같은 세상’ 아니었을 것인가. 조선인 지주는 일본인 지주에 비하면 수나 양 모두 ‘별것’ 아니었다. 전국에서 전북처럼 일본인 농장이 많은 곳은 없었다. 전북은 일본의 기업형 농장이 가장 많이 진출한 일본 식량조달의 거점이었다. 금강, 동진강, 만경강 3대 강 유역에 펼쳐진 30만 정보의 대평원, 그 곡창의 문호인 군산 일대를 오쿠라, 이와사키 등 수많은 토지재벌들이 지배했다. 그들은 땅만 소유한 것이 아니라 고리대금업도 겸했으니,‘허리에 권총 차고, 손에 망원경 든’ 무장상인, 바로 약탈자였다. 폭력적 토지겸병 과정을 보노라면 사무라이 낭인집단의 건들거리는 풍경이 되살아난다. 가령,1904년에 이곳에 들어온 가와사키는 옥구군 서수면 일대를 자신의 향리인 일본 니가타현 모형으로 일본화할 계획을 가지고 온 골수 국수주의자였다. 일본 고향의 지주들을 서수면에 불러들여 농장설치를 권유했는가 하면 서수에는 신사까지 세웠다. 그리하여 가와사키농장이 모체가 된 이엽사농장이 탄생하는데, 이엽사는 전주의 삼례, 익산의 황등, 옥구의 서수면 일대에 논 1000정보, 밭 200정보, 소작인 1700여명을 거느린 대농장주로 군림하게 된다. 이들이 농장을 순찰할 때는 말을 타고, 승마복에 권총까지 찬 채 말채찍을 휘두르며 다녔다고 한다. 봉건시대의 영주와 다를 바 없었다. 그리하여 군산과 옥구·김제 등의 농민들은 대부분 소작인으로 전락했으며, 일본인 농장에 가족들까지 예속되어 노예 같은 삶을 이어나갔다. 보릿고개 때는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했으며, 그 고통을 이겨내지 못해 북간도 허허벌판으로 야반도주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아니면 소작쟁의를 벌여 죽기살기로 저항하는 수밖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1934년 통계를 기준으로 무려 200만섬 이상의 쌀이 군산항에서 일본으로 반출됐다.1930년대 일본 농업공황을 계기로 조선은 완전한 일본의 식량 공급기지로 전락했다. 황금쌀은 일본으로 나가고 조선사람들은 만주에서 들여온 콩 같은 잡곡, 일제 말기에는 그것도 모자라 기름 짜고 버린 깻묵으로 연명했다. 일본인들이 끊임없이 수탈을 감행하는 동안 ‘멍청한’ 조선인 지주들은 미두장에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공인 도박장 격인 미두장에서 실의에 빠진 조선인 지주들과 자본가들이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유산과 토지를 탕진했다. 탁류의 정주사가 바로 그런 인물이다. 한 쪽에서는 거대한 기선에 수천 섬의 쌀이 실려나가는 동안 다른 한 쪽에서는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이 빈 밥그릇에 멍한 눈길을 주던 곳, 바로 군산이다. ●일본인은 평지 살고 조선인은 산동네 살고 일본인들이 평지에 살고 조선인은 산동네에 얹혀 살았다.‘언덕 비탈에 의지해 오막살이가 생선비늘 같이 들어박힌 개복동 그 중에서도 산꼭대기에 올라앉은 납작한 토담집, 방이라야 안방 하나 건넌방 하나 단 두 개뿐인 것을 명임이네가 도통 5원에 집주인한테서 세를 얻어가지고 건넌방은 먹곰보네한테 2원씩 받고 세를 내주었다.’고 채만식은 묘사했다. 군산은 식민 수탈의 가장 전형적인 공간이었다. 식민공간답게 전통과 근대가 공생하고, 강요된 근대의 기형적 뒤틀림이 강한 흔적으로 남아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개항장은 제국주의의 의도가 적나라하게 관철되는 시험장이었다. 네덜란드가 건설한 바타이유 같은 해양 식민도시처럼 일본이 건설한 목포·군산·마산·원산 등이 그랬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으니, 이 곳은 숫자조차 파악할 수 없을 만큼 숱하게 징용 나간 이들의 눈물이 넘치던 항구였다는 점이다. 쌀만 수탈당한 것이 아니라 목숨까지 수탈당한 곳이다. 해방 직후 군산항에서 노무자들의 퇴직금 요구와 귀화 노무자의 착취에 대한 격렬한 보상요구 투쟁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근자에 다시금 문제가 되고 있는 한·일협정 과정에서의 반민족적인 협상으로 그만 영구 미제사건으로 덮이고 말았다. 재미있는 점은 조선에서 살다가 8·15 후 일본으로 되돌아간 일본인들은 ‘인양자(引揚者)’라며 일본에서도 차별대우를 받았다는 점이다. 실로 아이로니컬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식민지를 체계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경찰, 군대, 식민 경영기관, 거류민단, 금융기관 등이 필요하다 보니 으레 항구에는 이런 흔적이 남아 있기 마련이다. 군산도 예외는 아니어서 당시로서는 거대했을 조선은행 건물, 번듯한 세관건물이 지금도 남아있으니 가히 근대 문화유산의 보고이다. 뒷골목에는 이른바 왜정시대의 적산가옥도 즐비하다. ●방치된 수탈의 흔적들… 박물관 재활용해야 그러나 어쩌랴. 극장식 카바레로 쓰이던 조선은행 건물은 방치돼 있다. 안될 일이다. 식민지 시대를 비판하는 것과 별개로 그 시절의 흔적을 이런 식으로 방치해서야 되겠는가. 식민지의 역사적 교훈을 위해서라도 말끔히 복원하여 박물관이나 자료관 등으로 재활용할 일이다. 군산항의 역할은 일제시대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군산 수용소에는 진남포에서 LST를 타고 내려온 무려 5만여명의 피란민이 수용되었다. 이곳 미군기지와 공군비행장은 전쟁의 흔적을 고스란히 증명해 준다. 항구는 이처럼 사회변동의 축소판이다. 군산은 더 이상 화려한 곳이 아니다. 서해안시대를 부르짖지만 침체한 경기는 살아날 기미가 없다. 영화롭던 영화동에는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감돈다. 항구는 먼 외곽의 신항으로 밀려났고 토사가 쌓이는 본래의 군산항은 그저 자그마한 배들만 오갈 뿐이다. 예로부터 백제의 도읍지인 부여 길목에 자리잡아 대중국 전진기지였던 천년 역사의 군산은 그렇게 정중동의 움직임만 보이고 있다. 건너편 장항에 오래된 제철소만 남아 옛날의 영화를 증명할 뿐. 개항 100년을 기념하는 백년광장에서 우리는 과연 개항 백년의 기념비적 의미를 제대로 챙기고 있는가 자문하게 된다. 또 좋든 싫든 근대 100년의 음지와 양지를 모두 지닌 군산항의 21세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말로만 서해안시대를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군산 같은 항구에서부터 그 해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 [공연리뷰] 이발사 박봉구

    [공연리뷰] 이발사 박봉구

    대단한 것이었든 아니든 당신이 그 언젠가 품었던 꿈은 언제, 왜, 어떻게 해서 깨졌는가. 지난 19일부터 대학로를 후끈 달구고 있는 연극 ‘이발사 박봉구’는 이런 상념에 젖게 만드는 작품이다. 전과자지만 누구보다 순수한 청년인 박봉구는 이발사로 일가를 이루겠다는 야무진 꿈을 품고 상경한다.“손가락 두개 성하고 눈맵시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사업수완이 있어야 된다.”는 세상의 진리(?)를 뒤늦게 알아채고 절망한다. 그 사업수완이라는 게 별건가. 세월의 주기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변하는 “엿같은 지구”에 대한 내성을 기르는 것이다. 비밀리에 ‘퇴폐’간판을 내걸고 이발관을 불순한 욕망의 배출구로 여기는 사람들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을 강한 비위를 갖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는 적응할 수가 없다. 박봉구의 하얀 가운은 타협 불가능한 그의 ‘순수성’을 상징한다. 너무 강하면 꺾이는 것도 세상의 이치. 직업에 대한 물정 모르는 자신감은 그가 겪게 될 좌절의 질량을 부풀린다. 그가 “내 길을 막으면 가새로 싹둑 잘라버리고, 내 길을 방해하면 바리캉으로 밀어버려.”라고 소리치는 대목에서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성이 울린다.‘박봉구’의 꿈이 확대, 재생산되는 순간. 하지만 그 꿈이 곧 장렬히 전사하리라는 불안감이 증폭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대기업 회장의 전속 이발사가 돼 퇴폐영업을 접을 수 있겠다는 기대가 수포로 돌아간 뒤,“실전이 하고픈데 훈련만 시킨다.”는 그의 울부짖음에 목이 따끔거려 오기 시작하고 깊은 슬픔으로 이성을 놓아버린 그가 술집주인과 애인 영은을 죽이는 마지막 장면에선 소리죽인 흐느낌이 차오른다. 높이는 다를지 모르지만 세상이란 벽 앞에서 무릎 꿇을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 혹은 지금의 자신들을 위한 눈물을 쏟아내는 것처럼 말이다. 뜻대로 꿈처럼 살 수 없는 세상.“꿈은 깨지라고 있는 거야.”라는 여주인공 영은의 상투적인 대사가 상처인 동시에 위로로 다가온다. 정은표의 흡입력 강한 연기는 어느 배우도 박봉구에 대해 엄두를 못내게 만들 만하다. 영은으로 분한 이승비의 쓸쓸하면서도 가슴 따뜻한 연기도 진한 여운을 남긴다. 새달 31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02)762-0010.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신상품]

    ●오뚜기가 ‘맛있는 밥’ 시리즈를 선보였다. 순수밥, 덮밥, 리조또 등 3종 12가지 제품을 내놓았고, 전자레인지에서 쉽게 꺼낼 수 있도록 종이 케이스로 다시 포장했다. 가격은 1350∼2500원. ●동원F&B는 수험생 음료 ‘동원 에이플러스(A+)’를 출시했다.DHA, 타우린, 아미노산, 대두레시틴 분말 등이 함유돼 있어 머리를 맑게 해 준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 한 팩(130㎖) 1000원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솔의 눈’ 성분이 강화된 온장고용 ‘솔의 눈 포르테(280㎖ 1000원)’를 선보였다. 면역강화 기능성 원료인 ‘솔싹 추출 농축액’이 ‘솔의 눈’보다 2배 가량 들어 있다. ●웅진식품이 간편한 영양간식용인 단팥음료 ‘마시는 통단팥’을 내놓았다. 삶은 통팥이 15%, 쌀가루가 1.5% 함유돼 있어 단팥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한 캔(175㎖ 캔)에 700원이다. ●해태제과는 ‘자이리톨 333 자몽민트맛’과 라임·애플·피치·자몽민트 4가지 맛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자일리톨 333 후르츠민트’를 출시했다. 가격은 5000원. ●애경은 ‘덴탈크리닉 2080치약’을 오리지널·그린후레쉬·비타케어 등 3종류로 확대 선보였다. 치아미백·구강청결·구취제거 등의 기능을 갖추고 향과 효능을 다양화했다.120g 1450원,160g 1850원,200g은 2300원이다. ●뚜레쥬르는 수능 종합선물세트를 내놓았다.‘장원세트(5000∼1만 2000원)’는 찹쌀떡·가락엿·호박엿·홍삼엿으로,‘아자아자 화이팅’세트(9000원∼1만원대)는 초콜릿·찹쌀떡·호박엿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쓰리엠은 외풍을 차단하는 에너지 절약 제품 5종을 내놓았다. 다용도 털실 테이프(4500원), 출입문 틈막이(투명형, 브러시형 각 5600원,6900원),V형 문풍지(4400원), 물먹는 항균 테이프(4500원)등이다.
  • [눈데 띄네~ 이 얼굴]‘모터싸이클‘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우리시대 최고의 영웅 체 게바라의 깊이와 감성을 담은 배우를 찾는 건 그리 쉽지는 않은 일. 하지만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의 제작진은 만장일치로 멕시코 출신의 배우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26)에게서 혁명가의 젊은 시절을 보았다. 사실 이 영화의 배우들은 주연급을 제외하고는 남미 전역에 걸쳐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고, 브라질 최대 나환자촌의 촬영에서는 실제 그 곳에서 생활하는 나병환자들이 90% 이상 출연해 영화의 리얼리티를 높였다. 하지만 주인공 체 게바라는 리얼리티뿐만 아니라, 높은 연기력을 필요로 하는 배역. 최근 스페인어권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며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던 베르날은 또다시 변신을 감행했고, 완벽한 체 게바라가 됐다. 언제나 천식을 달고 사는 체 게바라는 연약한 듯하면서도 솔직하고 강한 성격. 베르날은 실제의 체 게바라를 닮은 선굵은 외모에 수줍은 듯한 표정을 감추며 외유내강의 이중성을 잘 담아냈다.‘삶은 고통’이라는 한 환자에게 “그래요. 엿 같죠. 매순간 숨쉬기 위해 싸워야 하니까.”라며 나지막이 말하는 베르날은, 천식으로 헐떡대는 모습과 겹쳐지며 진정성을 낳는다. 베르날은 체 게바라가 젊은 시절 읽었던 책, 남미 관련 서적 등 인물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모든 서적들을 독파하며 스스로 체 게바라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마른 편이지만 근육질 몸매의 체 게바라를 연기하기 위해 촬영 14주 전부터는 본격적인 체력훈련을 받았다. ‘아모레스 페로스’(2000)로 시카고영화제 최우수 연기상을,‘이투마마’(2001)로 베니스영화제 신인 남우상을 수상한 그는, 얼마전 국내 개봉한 ‘나쁜 교육’에서 동성까지 매혹시키는 신비스러운 역할로 이미 몇몇 국내팬들에게는 깊게 각인된 배우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토종웰빙을 찾아서] 봉화 대추

    [토종웰빙을 찾아서] 봉화 대추

    대추 한 알이 하루아침 ‘해장’이라는 옛말이 있다.그만큼 대추가 몸에 좋다는 뜻이다. 실제로 한의원에서 쓰는 약재들 중 일반인에게 친숙한 약재를 꼽으라면 반드시 대추가 들어갈 정도다.다른 약재와 잘 어우러져 약재의 부작용을 막고 위가 상하지 않도록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봉화 대추는 토종 시중에서 파는 대추는 대부분 개량종이다.즉 외래 종자들과 혈통이 섞여 있는 것이다.하지만 경북 봉화 대추는 순수한 우리 혈통이다. 낙동강 상류인 소천·명호·재산면 일대의 대추 재배농민들은 36㏊의 대추밭에서 연간 125t의 토종 대추를 생산해 3억 5000여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인기 비결은 다른 지역 대추에 비해 씨가 절반 크기에 불과하고 살이 두껍다.물론 당도도 높다.일반 대추의 당도가 10도인데 비해 봉화 토종 대추는 15도나 된다.이러다 보니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시중에서 금방 동이 나기 때문에 ‘짝퉁’봉화 대추도 많이 나돌고 있다고 한다. 껍질이 붉고 주름이 많은 것을 고르면 봉화 대추일 확률이 높다.9월 하순에 봉화 대추가 첫 수확된다.건조를 거쳐 10월 중순이면 시중에서 햇대추를 구입할 수 있다. ●항암·노화 방지에 효과가 좋은 봉화 대추 봉화 대추의 효능은 다양하다.마음을 안정시키고 불면증에 큰 효능이 있다.갈락토스,수크로 오수,맥아당 등 당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단맛이 나는데 이 단맛은 긴장을 풀어주어 흥분을 가라앉히고,신경을 완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수능시험을 앞두고 신경이 예민해지기 쉬운 수험생에게 대추가 이러한 증상을 완화시켜 줄 수 있다.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하거나 꿈을 많이 꾸는 경우와 갱년기 여성들이 짜증,우울증,변덕 등의 히스테리 증상을 보일 때도 대추가 더 없이 좋은 식품이다. 또 부부화합의 묘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원기를 돋워 준다.대추를 달인 차에 꿀을 섞어 매일 마시면 강장·강정 작용이 생긴다. 대추는 혈액순환을 좋게 해 피부를 윤택하게 한다.오장육부와 12경맥을 골고루 원활하게 해주기 때문에 임산부에게도 좋다.이뇨작용과 함께 심장혈관의 기능을 강화시키는 효능이 있다. 대추에 있는 비타민류나 식이성 섬유,플라보노이드,미네랄 등은 노화를 방지하는 동시에 항암 효과도 지니고 있다. ●대추를 이용한 다양한 건강식품들 날대추를 먹으면 체지방을 지나치게 분해시켜 여위게 할 수 있으므로 평소 몸에 열이 많으면서 마른 체질의 사람들은 삼가는 게 좋다.또 장기간 복용하면 오히려 체내에 습기운을 축적시켜 비장의 기능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따라서 대추를 이용해 식품을 만들어 먹는 것이 건강에 더 도움이 된다.가장 쉽게 제조할 수 있는 것이 대추차다.대추차는 보통 달여서 마시지만 즙을 내어 뜨거운 물을 타서 마시면 더욱 맛이 좋다.대추에 물을 붓고 완전히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푹 고아 베보자기나 거즈에 싸서 꼭 짠다.여기에서 나온 즙을 물과 3대1 비율로 혼합해 매일 아침·저녁 식후에 마시면 좋다.신경쇠약,빈혈증,식욕부진,무기력 등에 효과가 있다. 대추와 엿을 이용해 대추엿 강정을 만들 수 있다.대추의 씨를 빼고 잘게 채 썰어 엿물에 섞어 버무린 다음 밤톨만큼씩 떼어내어 콩가루를 묻혀 가며 동글납작하게 빚으면 된다. 체력과 기력이 약하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밀가루에 대추를 섞어서 끓인 대추 밀가루죽이 효과적이다. 대추술은 피로회복과 불면증,이뇨,강장,갈증,식욕 증진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대추 양의 3배 정도 되는 소주를 붓고 밀봉한 후 서늘한 장소에 저장한다.4∼5개월 지나서 마시면 대추의 향내가 그득해진다. 봉화군 홍경표(54) 유통특작계장은 “봉화 토종 대추는 태양열로 건조시킨 건강식품”이라며 “값이 일반 대추보다 20%,수입 대추의 2배가량 높게 거래되고 있으나 공급이 늘 부족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글 봉화 한찬규기자cghan@seoul.co.kr
  • 닻 올린 시의회 싱크탱크

    닻 올린 시의회 싱크탱크

    지방의회의 싱크탱크 역할을 맡게 된 서울시의회 정책연구실이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서울시의회 정책연구실은 지난 1∼2일 이틀동안 강원도 속초시에 위치한 서울시공무원 수련원에서 워크숍을 가졌다.지난달 13일 32명의 정책연구위원을 위촉하고 공식출범한 이후 처음 마련된 행사이다. 이날 오후 5시부터 시작된 워크숍은 참가자들간에 열띤 토론으로 정책연구실의 의미있는 출발을 엿 볼 수 있게 했다. 이 자리에서 임동규 정책연구위원회 위원장(서울시의회의장)은 서울시의회의 정책과제 연구용역을 위한 소위원회 구성건을 상정,의결시키고 앞으로 펼치게 될 효과적인 연구분야에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또 서울시의회가 우리나라 지방의회의 맏형으로서 지방자치에서의 의회역할 등을 강조하며 위원들의 왕성한 활동을 당부했다. 특히 워크숍 첫날 정연희(서울시의원) 위원은 주제발표(?관련기사)를 통해 ‘서울시 자치구의 사회보장비 차등지원 개선방안’을 제시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둘째날 토론에서 부두완 (서울시의원) 위원은 “문화정책분야에 의회의 보다 큰 관심이 필요하다.”며 관련 제도개선 및 법령개폐에 적극 나설 것을 제안했다. 박병구(서울시의원) 위원은 “환경영향평가가 집행부의 의도대로 진행돼 마치 통과의례와 같은 요식행위로 비쳐진다.”며 보다 심도있는 심의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박 위원은 또 “서울시의회의 경우 의원발의 조례가 전무한 형편이다.”며 이의 활성화를 제기했다. 윤학권(서울시의원) 위원도 “조례안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며 정책연구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강준모(홍익대교수·도시 및 지역계획분야) 위원은 현역 시의원이 행정수도이전반대 등 현안문제에 대한 정보를 주면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방안을 피력했다. 이밖에도 이지철(서울시의원) 위원, 송태경(전 서울시의원·위원회 감사) 위원 등 참가 위원들은 서울시의회의 위상을 높이고 효과적인 의정활동에 필요한 제도적 보완방안 등 다양한 의견을 보였다. 서울시의회 정책연구실은 시의원의 연구 및 의정활동을 전문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17명의 시의원과 교수·시민단체 전문가 등 각 분야별 외부 전문가 14명 등으로 구성됐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마니아] 홈메이드 와인동호회 ‘와인만들기’

    [마니아] 홈메이드 와인동호회 ‘와인만들기’

    “와인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분은 서울 성동구 ‘옥수동 아지트’를 방문해 주세요.단,인터넷을 통해 먼저 회원가입을 하셔야 합니다.” 인터넷 동호회 ‘와인만들기’(http:///cafe.daum.net//winemania)운영자인 정재민(38·유학원운영)씨는 ‘와인전도사’다.하지만 보통 전도사와는 다르다.자기 손으로 직접 만든 ‘홈 메이드 와인’만 취급하기 때문이다. “10여년전 캐나다에 있을 때 초대 받은 집에서 처음으로 ‘홈 메이드 와인’을 봤어요.맛이 독특할 뿐더러 직접 제작한 앙증맞은 라벨이 붙어있어서 너무 예쁘더라고요.그때부터 와인만들기에 빠졌죠.” ●‘웰빙’바람타고 회원 크게 증가 ‘와인만들기’인터넷 카페는 지난 2002년 7월에 만들어졌다.하지만 당시 회원수는 40명에도 못미쳐 유명무실한 상태였다.그러던 것이 지난해 10월 정씨가 운영을 맡으면서 급속도로 성장하게 된 것.7개월만인 지난 5월에 1000명 회원을 돌파했으며 8월에는 2000명을 넘어섰다. “제 노력도 있었지만 사회적 분위기가 성장에 한몫한 것 같아요.요즘 키워드가 ‘웰빙’이잖아요.” 정씨는 ‘홈메이드 와인’이야말로 적은 비용을 들여 큰 ‘웰빙’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그도 그럴 것이 시중에서는 구하기도 어려운 ‘딸기 와인’30병을 만드는 데 병값을 포함해 4만원이 채 들지 않는다.비싸기로 소문난 아이스 와인도 병값 3000원을 포함해 1만원선이면 1병을 만들 수 있다. ●초보자용 교육 ‘탄탄’ “와인만들기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라면을 끓이는 것과 비슷해요.재료와 도구들이 패키지로 나와 있는 상품들을 이용하면 되거든요.” 정씨는 일단 초보자들은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 기본원리를 터득한 뒤,독창적인 와인만들기에 도전해 볼 것을 권한다.또 동호회에 마련된 초보자 교육 프로그램만 잘 따라도 와인을 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옥수동 아지트’라 불리는 서울 성동구 옥수 2동 201번지 지하 1층은 동호회의 근거지인 동시에 초보자를 위한 교육장이다. 매월 첫째,셋째 토요일은 이곳에서 어김없이 초보자를 위한 교육모임이 진행된다.“처음 한 두시간 정도는 와인만들기 기본 원리와 도구를 먼저 소개합니다.그 다음에 웰치 주스를 이용해 와인만들기에 도전하게 돼요.이 방법이 가장 쉽거든요.” 초보자들을 위한 교육외에도 매주 목요일 저녁 7시에는 정기 모임인 ‘와인데이’가 열린다.회원들은 이날도 역시 ‘옥수동 아지트’에 모여 와인을 만들게 된다. “아무래도 초보자들과는 좀 다르죠.마치 실험실의 과학자처럼 여기저기서 진지한 모습들이 보여요.” ‘와인만들기’동호회의 또 다른 운영자인 좌대훈(26·대학생)씨는 ‘세상에서 유일한’와인을 만드는 사람들의 모습은 엄숙하면서도 행복하다고 설명한다. 정기 모임외에도 동호회원들은 제철 과일 원산지를 찾아 ‘원정대’를 구성해 떠나기도 한다.지난 7월에는 강원도 횡성으로 ‘복분자 원정대’가 다녀왔으며,8월에는 포도로 유명한 충북 영동에 ‘포도원정대’100여명이 다녀오기도 했다.‘원정대’는 과일 수확부터 와인만들기까지 전 과정을 함께 체험하고 즐겼다. ●사과,딸기,키위,복분자 와인도 만들어 좌씨는 얼마전 포도가 아닌 딸기로 와인을 만들었다고 자랑한다. “딸기 와인 들어보셨나요?아마 자가양조가 아니라면 만나 보기 힘들겁니다.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저만의 와인이죠.” 동호회원들은 좌씨처럼 포도뿐만 아니라 사과,살구,배,매실,키위,복분자 등으로도 와인을 만든다.당도를 가진 과일이라면 모두 와인의 재료가 될 수 있는 것. “와인이 원래 포도주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우리 동호회에서는 그냥 와인은 없습니다.‘딸기와인,키위와인’등 ‘○○와인’이라고 불러야 구분이 돼요.”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홈메이드 와인 일문일답 와인공장에서 만든 것과 맛이 차이 나지 않나. -시중에서 5만원 정도에 판매되는 외국산 와인들은 프랑스에서 2000원 내지 3000원 정도에 팔리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직접 만들 경우 값은 저렴하면서도 맛이 훨씬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있다고 단언한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만들 수 있는지 -‘홈메이드 와인’만들기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면 쉽게 만들 수 있다.처음에 이런 것을 이용하면 실패할 확률은 없다. 설탕을 반드시 넣어야 하는가. -와인의 적정한 알코올 도수인 12% 정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당이 약한 재료일 경우 가당이 필요하다.설탕 대신에 포도당이나 꿀,엿을 넣을 수도 있다. 와인만들기에서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점은. -용기와 재료의 소독과 살균이다.그리고 발효와 숙성에 필요한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다.온도가 지나치게 낮으면 발효가 안되고 지나치게 높으면 변질될 우려가 있다.또 다른 어려운 점은 우리나라에 아직 홈메이드 와인 분야가 널리 퍼져 있지 않기 때문에 재료와 도구들을 쉽게 구입할 수 없다는 점이다.그나마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 일반인들이 쉽게 만들 수 있는 와인은. -처음으로 와인 만들기를 하는 사람들은 시중에서 파는 100% 포도 주스를 이용해서 시도하면 된다.이를 통해 기본원리를 터득한 다음 생과일로 담가야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다른 에피소드가 있다면. -와인만들기보다 라벨 만들기에 더 열중하는 회원도 있는것 같다(웃음). 도움말 인터넷 카페 와인만들기 운영자 정재민
  • 리모델링중 인천 신포시장

    “참 이상한 일이지요.시장이 새로 단장된 뒤 그 흔하던 상인들간의 다툼이 거의 없어졌어요.” 인천시 중구 신포동 신포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한 상인은 시장 환경개선사업 효과의 하나로 일일행사처럼 벌어졌던 ‘저잣거리’ 싸움이 사라진 것을 들었다.시장이 깔끔해지니까 상인들의 성정이 부드러워지고 뭔가 해보자는 의욕이 생겨 시장 전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2개 라인 천장에 아케이드 설치 중구는 2002년 말부터 지난해 7월까지 27억원을 들여 신포시장 1라인과 2라인 천장에 아케이드를,바닥에 고급자재를 설치하고 화장실을 신축하는 등 리모델링을 단행했다.점포 간판도 정비되고 내부는 새롭게 단장됐다.그 결과 칙칙하고 산만하던 재래시장 특유의 분위기 대신 정결함과 산뜻함이 솔솔 배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깨끗해져서 좋다.”고 입을 모은다.비록 장기적인 경기침체 때문에 고객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성과는 아직 없지만 할인매장 등에 빼앗겼던 소비자들이 서서히 돌아오는 등 회생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신포시장을 찾은 조모(59)씨 등 50대 여성 3명은 스스로 재래시장 ‘열성팬’이라고 밝혔다.친구 사이인 이들은 20년이 넘게 1주일에 3∼4번씩 함께 신포시장을 찾는다고 한다.“콩나물 한 움큼을 사더라도 시장에 가야 왠지 직성이 풀리기 때문에 집앞에 있는 할인점 대신 재래시장을 찾습니다.” 장을 본 뒤 시장통에 있는 간이음식점에서 떡과 국수 등을 사먹으며 수다 떠는 것은 이들이 시장을 찾는 또다른 이유이자 살아가는 방식이다.조씨는 “살아가는 재미가 이런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이들이 이날 2시간 동안 시장에 머물면서 구입한 것은 엿(1000원),콩나물(1000원),칼국수 재료(2500원)가 고작이었다.그렇지만 이들은 뭔가 할 일을 다한듯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시장을 빠져나갔다. ●상인들 중앙통로 판매시설 원해 젊은 주부들도 심심찮게 시장을 찾는다.이모(32)씨는 “직장이 근처에 있는데다 재래시장에서는 덤으로 물건을 주고 값을 깎는 ‘쏠쏠한’ 재미가 있어 1주일에 2번 정도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백화점이나 할인점 등에서 느낄 수 없는 생동감과 풍요로움이 묻어나는 것도 매력이라고 한다.이씨는 이날 시장 구석에서 과일을 파는 할머니에게서 2000원에 참외 4개를 사는 것으로 쇼핑을 마무리했다.이씨는 “1개를 더 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행상들은 요즘 매상이 거의 없다기에 참았다.”고 말했다. 시장이 재단장됐다는 소문을 듣고 구경차 찾는 이들도 있다.박모(35·여)씨는 “시장이 깔끔해졌다는 얘기를 듣고 고등학교 이후 처음으로 신포시장을 찾았다.”면서 “전반적으로 달라졌지만 아직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구는 현재 2단계 환경개선작업을 진행중이다.시장 1라인과 2라인 사이 중앙통에 있는 낡은 건물 18개 동을 헐어내고 판매시설 또는 휴식공간을 설치하는 방안을 구상중이다.구체적인 것은 용역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상인들은 판매시설을 원하는 반면 장기적인 비전을 위해서는 시민 휴식공간을 조성해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찮다.또 올 연말부터 25억원을 들여 내년 5월까지 시장 외부를 새롭게 꾸밀 예정이다.일단 할인매장 등에 대한 도전장을 확실하게 내민 셈이다. 글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리모델링중 인천 신포시장

    리모델링중 인천 신포시장

    “참 이상한 일이지요.시장이 새로 단장된 뒤 그 흔하던 상인들간의 다툼이 거의 없어졌어요.” 인천시 중구 신포동 신포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한 상인은 시장 환경개선사업 효과의 하나로 일일행사처럼 벌어졌던 ‘저잣거리’ 싸움이 사라진 것을 들었다.시장이 깔끔해지니까 상인들의 성정이 부드러워지고 뭔가 해보자는 의욕이 생겨 시장 전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2개 라인 천장에 아케이드 설치 중구는 2002년 말부터 지난해 7월까지 27억원을 들여 신포시장 1라인과 2라인 천장에 아케이드를,바닥에 고급자재를 설치하고 화장실을 신축하는 등 리모델링을 단행했다.점포 간판도 정비되고 내부는 새롭게 단장됐다.그 결과 칙칙하고 산만하던 재래시장 특유의 분위기 대신 정결함과 산뜻함이 솔솔 배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깨끗해져서 좋다.”고 입을 모은다.비록 장기적인 경기침체 때문에 고객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성과는 아직 없지만 할인매장 등에 빼앗겼던 소비자들이 서서히 돌아오는 등 회생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신포시장을 찾은 조모(59)씨 등 50대 여성 3명은 스스로 재래시장 ‘열성팬’이라고 밝혔다.친구 사이인 이들은 20년이 넘게 1주일에 3∼4번씩 함께 신포시장을 찾는다고 한다.“콩나물 한 움큼을 사더라도 시장에 가야 왠지 직성이 풀리기 때문에 집앞에 있는 할인점 대신 재래시장을 찾습니다.” 장을 본 뒤 시장통에 있는 간이음식점에서 떡과 국수 등을 사먹으며 수다 떠는 것은 이들이 시장을 찾는 또다른 이유이자 살아가는 방식이다.조씨는 “살아가는 재미가 이런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이들이 이날 2시간 동안 시장에 머물면서 구입한 것은 엿(1000원),콩나물(1000원),칼국수 재료(2500원)가 고작이었다.그렇지만 이들은 뭔가 할 일을 다한듯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시장을 빠져나갔다. ●상인들 중앙통로 판매시설 원해 젊은 주부들도 심심찮게 시장을 찾는다.이모(32)씨는 “직장이 근처에 있는데다 재래시장에서는 덤으로 물건을 주고 값을 깎는 ‘쏠쏠한’ 재미가 있어 1주일에 2번 정도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백화점이나 할인점 등에서 느낄 수 없는 생동감과 풍요로움이 묻어나는 것도 매력이라고 한다.이씨는 이날 시장 구석에서 과일을 파는 할머니에게서 2000원에 참외 4개를 사는 것으로 쇼핑을 마무리했다.이씨는 “1개를 더 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행상들은 요즘 매상이 거의 없다기에 참았다.”고 말했다. 시장이 재단장됐다는 소문을 듣고 구경차 찾는 이들도 있다.박모(35·여)씨는 “시장이 깔끔해졌다는 얘기를 듣고 고등학교 이후 처음으로 신포시장을 찾았다.”면서 “전반적으로 달라졌지만 아직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구는 현재 2단계 환경개선작업을 진행중이다.시장 1라인과 2라인 사이 중앙통에 있는 낡은 건물 18개 동을 헐어내고 판매시설 또는 휴식공간을 설치하는 방안을 구상중이다.구체적인 것은 용역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상인들은 판매시설을 원하는 반면 장기적인 비전을 위해서는 시민 휴식공간을 조성해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찮다.또 올 연말부터 25억원을 들여 내년 5월까지 시장 외부를 새롭게 꾸밀 예정이다.일단 할인매장 등에 대한 도전장을 확실하게 내민 셈이다. 글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금강산 당일치기관광 출발~

    금강산이 더 가까워졌다.지난 98년 동해항∼장전항 해로 코스로 시작된 금강산 관광이,속초∼고성항 해로 관광,2박3일 및 1박2일 육로관광에 이어 마침내 당일 코스로 이루어지게 된 것.7월 초 본격 시작에 앞서 15일 진행된 당일 시범관광을 다녀왔다. “아침에 들어갔다가 저녁에 나온단 말이야?세상 많이 좋아졌네.” 지난 15일 이른 아침 동해 남북출입사무소 앞.금강산 당일 시범관광에 나선 이들의 표정엔 설레임이 역력하다. 남측 출입사무소에서의 수속은 그야말로 속전속결.신분확인과 세관 검사,검색대 통과까지,200명 이상이 한꺼번에 몰렸음에도 채 15분도 안 걸린다. 다시 관광버스에 올라 북쪽으로 향했다.남방한계선까지 가는 길은 굴곡이 심하고 험하다.본격적인 당일 관광을 앞두고 도로공사가 한창이다. 물샐틈 없는 3중 철책으로 이루어진 남방한계선 앞에 서니 엄연한 남북 분단 현실이 새삼 무겁게 다가온다. 길 양편 비무장지대는 관목숲이 우거져 마치 초록 카펫을 깔아놓은 것 같다.버스 밖에 드문드문 서서 ‘혹시 사진이라도 찍지 않을까’하고 감시하는 인민군들의 눈초리가 날카롭다. 북방한계선을 지나자 북측 군인들이 차를 세우고 버스에 올라온다.인원이 맞는지,위험한 물품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내려간다.여기부터 입국 심사가 이루어지는 장전항까지 가는 길은 일사천리다.길 오른쪽으로 멀찌감치 금강산의 암봉들이 줄을 선 가운데,길 양편은 평탄한 벌판이다.남쪽에선 이미 20여년 전 자취를 감춘 일소가 여기저기서 밭을 간다. 논밭 군데군데서 일손을 멈춘 채 이야기를 나누는 여인네들,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물끄러미 남측의 관광버스를 구경하는 아이들까지,바쁜 기색은 없고 그저 느릿한 일상이 느껴진다. 고성항에서의 입국심사는 여전히 까다로워,40∼50분쯤 걸리는 것같다.시간이 오래 지체되다 보니 관광객들도 지루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심사를 모두 끝낸 시간은 오전 9시40분.남측의 출입사무소에 7시20분경 도착했으니 출입국 절차와 잠깐의 이동시간까지 모두 2시간20분쯤 걸린 셈이다. 산행코스는 온정각에서 갈린다.구룡연,만물상,세존봉,삼일포·해금강 등 4개의 개방코스중에서 구룡연 코스를 택했다.이곳부터 구룡연 산행이 시작되는 곳까지 셔틀버스로 갈아타고 간다. 옥류동을 거쳐 구룡연으로 이어지는 산행길은 금강산 계곡길의 백미다.외금강의 3대 절경이라는 구룡연과 옥류동,만물상 중 2개를 품고 있는 곳. 휴게소격인 목란관을 지나자 산행이 본격 시작된다.계곡 반대편으로 하관음봉,중관음봉,상관음봉이 차례로 이어지고,암벽에 인위적으로 분재를 꼽아놓은 듯한 소나무들이 탄성을 자아낸다. 옥류동 못미쳐 등산로 왼쪽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바위에 사람들이 몰려 물을 받고 있다.산삼과 녹용물이 흘러내린다는 ‘삼록수’다.물이 바위를 따라 얇게 펴진 채 내려오기 때문에 물을 받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넓적한 나뭇잎을 대고 끝을 오무려 물병 주둥이를 갖다대니 훨씬 수월하다.한모금 마셔보니 뭐랄까,산삼 녹용까지는 몰라도 약초 뿌리 냄새가 제법 나는 것같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철다리 앞에 젊은 북한 여성이 좌판을 깔아놓고 ‘호객행위’에 여념이 없다. “오이 하나 먹고 가시라요,조선엿도 맛이 아주 좋아요.” 예상치 못했던 생경한 풍경에 사람들이 신기한 듯 모여 있다.좌판위 물건은 오이와 과일,엿,음료수 등 7∼8가지가 전부. 물어보니 한 달 전쯤부터 이같은 좌판이 생겼다고 한다.재미있는 것은 인센티브제를 도입해 아가씨들이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적극적으로 호객을 한다는 것.사진을 한 장 찍자고 하니 “봉사중엔 절대 사진 찍을 수 없다.”며 완강히 거부한다. 옥류동은 그야말로 신선이 노닐 만한 선경이다.완만한 경사를 이룬 바위를 따라 흘러내리는 계류가 마치 비단폭이 흘러내리는 것 같다.흘러내린 물이 모인 에메랄드 빛의 옥류담은 너무 맑고 투명해 눈이 시릴 정도. 이곳저곳의 비경을 사진에 담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소비했나보다.시계를 보니 돌아갈 시간이 촉박해 구룡연은 포기하고 발길을 돌렸다. 바쁜 당일관광이라고 해도 온정리의 온천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입장료(12달러)는 다소 비싸지만,비싼 값을 하는 게 금강산온천이다.산행뒤 온천욕을 하며 맛보는 청량감은 표현이 어려울 만큼 시원하다. 이곳 온천수는 용출 지표수 온도가 70도에 이르는데,이는 남북한의 온천중 최고라고 한다.노천 온천에 몸을 담그고 눈 앞에 펼쳐진 금강의 비경을 감상하는 것은 금강산 여행자만의 특권이다. 글 금강산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세존봉................. 구룡연.... 옥류동.... 만물상........ 굽이.. 굽........ 이 해금강.... 삼일포.......... 온정리 노천온천에 풍.....덩.. 풍..덩 금강산 당일관광은 6월말이나 7월초에 일반 관광객들이 이용할 수 있게 된다.이에 따라 19일부터 시작된 1박2일 관광 및 이미 시행중인 2박3일 관광까지 3가지 일정별로 선택이 가능하게 됐다. 오전 7시 남측 CIQ를 출발해 금강산 코스(구룡연,만물상 중 선택)를 돌아본 뒤 온천욕 후 오후 5시에 북측 CIQ를 출발해 돌아오는 일정이다. 요금은 성인 12만원,초중고생 9만원.하지만 당분간 성인은 9만 9000원,초중고생은 7만 9000원의 특별요금을 받을 예정이다.상품을 판매하는 현대아산측은 대진항 인근의 금강산콘도를 출발해 DMZ를 넘어 금강산을 돌아본 뒤 다시 콘도까지 돌아오는 일정까지만 책임진다. 따라서 콘도까지의 교통편은 여행사의 연계상품을 이용하거나 본인이 직접 차를 몰고 가야 한다.온천욕(12달러)과 식사(온정각내 한식부페,10달러) 비용은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당일 관광은 하루에 금강산의 비경을 맛보고 돌아올 수 있다는 매력은 있지만 여전히 까다로운 출입국 절차가 풀어야 할 숙제다.시범관광에 나서보니 남과 북의 출입국 절차와 DMZ 통과에 왕복 4시간 정도가 소요됐다.일정이 빠듯한 당일 관광에선 시간 낭비가 지나치다.관광객들이 금강산 일원의 특정구역만 오갈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해 북한측이 출입국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야 관광객이 몰릴 것 같다. 1박2일 상품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19일 시작됐다.지난 3월과 4월 두차례 시범관광을 실시한 결과 관광객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는 것이 현대아산측의 설명이다.우선 토·일요일 주 2회 출발하며,방학이 시작되면 매일 출발하게 된다.요금은 호텔해금강이나 금강펜션타운에 묵을 경우 23만원(7∼8월 기준),초중고생이 학생 야영장을 이용하면 9만 5000원에서 12만원.현재 시행중인 2박3일 관광은 매일 출발할 수 있다.요금은 해금강호텔이나 펜션에 묵을 경우 35만원.휴가 성수기(7월24일부터 8월 초순까지)는 39만원,단풍철엔 44만원이다.콘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빌리지에 묵으면 26만∼38만원. 출발일 기준 10일 전에 현대아산 영업부나 금강산관광 대리점에 예약해야 한다. (02)3669-3000,www.mtkumgang.com.˝
  • 금강산 당일치기관광 출발~

    금강산 당일치기관광 출발~

    금강산이 더 가까워졌다.지난 98년 동해항∼장전항 해로 코스로 시작된 금강산 관광이,속초∼고성항 해로 관광,2박3일 및 1박2일 육로관광에 이어 마침내 당일 코스로 이루어지게 된 것.7월 초 본격 시작에 앞서 15일 진행된 당일 시범관광을 다녀왔다. “아침에 들어갔다가 저녁에 나온단 말이야?세상 많이 좋아졌네.” 지난 15일 이른 아침 동해 남북출입사무소 앞.금강산 당일 시범관광에 나선 이들의 표정엔 설레임이 역력하다. 남측 출입사무소에서의 수속은 그야말로 속전속결.신분확인과 세관 검사,검색대 통과까지,200명 이상이 한꺼번에 몰렸음에도 채 15분도 안 걸린다. 다시 관광버스에 올라 북쪽으로 향했다.남방한계선까지 가는 길은 굴곡이 심하고 험하다.본격적인 당일 관광을 앞두고 도로공사가 한창이다. 물샐틈 없는 3중 철책으로 이루어진 남방한계선 앞에 서니 엄연한 남북 분단 현실이 새삼 무겁게 다가온다. 길 양편 비무장지대는 관목숲이 우거져 마치 초록 카펫을 깔아놓은 것 같다.버스 밖에 드문드문 서서 ‘혹시 사진이라도 찍지 않을까’하고 감시하는 인민군들의 눈초리가 날카롭다. 북방한계선을 지나자 북측 군인들이 차를 세우고 버스에 올라온다.인원이 맞는지,위험한 물품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내려간다.여기부터 입국 심사가 이루어지는 장전항까지 가는 길은 일사천리다.길 오른쪽으로 멀찌감치 금강산의 암봉들이 줄을 선 가운데,길 양편은 평탄한 벌판이다.남쪽에선 이미 20여년 전 자취를 감춘 일소가 여기저기서 밭을 간다. 논밭 군데군데서 일손을 멈춘 채 이야기를 나누는 여인네들,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물끄러미 남측의 관광버스를 구경하는 아이들까지,바쁜 기색은 없고 그저 느릿한 일상이 느껴진다. 고성항에서의 입국심사는 여전히 까다로워,40∼50분쯤 걸리는 것같다.시간이 오래 지체되다 보니 관광객들도 지루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심사를 모두 끝낸 시간은 오전 9시40분.남측의 출입사무소에 7시20분경 도착했으니 출입국 절차와 잠깐의 이동시간까지 모두 2시간20분쯤 걸린 셈이다. 산행코스는 온정각에서 갈린다.구룡연,만물상,세존봉,삼일포·해금강 등 4개의 개방코스중에서 구룡연 코스를 택했다.이곳부터 구룡연 산행이 시작되는 곳까지 셔틀버스로 갈아타고 간다. 옥류동을 거쳐 구룡연으로 이어지는 산행길은 금강산 계곡길의 백미다.외금강의 3대 절경이라는 구룡연과 옥류동,만물상 중 2개를 품고 있는 곳. 휴게소격인 목란관을 지나자 산행이 본격 시작된다.계곡 반대편으로 하관음봉,중관음봉,상관음봉이 차례로 이어지고,암벽에 인위적으로 분재를 꼽아놓은 듯한 소나무들이 탄성을 자아낸다. 옥류동 못미쳐 등산로 왼쪽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바위에 사람들이 몰려 물을 받고 있다.산삼과 녹용물이 흘러내린다는 ‘삼록수’다.물이 바위를 따라 얇게 펴진 채 내려오기 때문에 물을 받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넓적한 나뭇잎을 대고 끝을 오무려 물병 주둥이를 갖다대니 훨씬 수월하다.한모금 마셔보니 뭐랄까,산삼 녹용까지는 몰라도 약초 뿌리 냄새가 제법 나는 것같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철다리 앞에 젊은 북한 여성이 좌판을 깔아놓고 ‘호객행위’에 여념이 없다. “오이 하나 먹고 가시라요,조선엿도 맛이 아주 좋아요.” 예상치 못했던 생경한 풍경에 사람들이 신기한 듯 모여 있다.좌판위 물건은 오이와 과일,엿,음료수 등 7∼8가지가 전부. 물어보니 한 달 전쯤부터 이같은 좌판이 생겼다고 한다.재미있는 것은 인센티브제를 도입해 아가씨들이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적극적으로 호객을 한다는 것.사진을 한 장 찍자고 하니 “봉사중엔 절대 사진 찍을 수 없다.”며 완강히 거부한다. 옥류동은 그야말로 신선이 노닐 만한 선경이다.완만한 경사를 이룬 바위를 따라 흘러내리는 계류가 마치 비단폭이 흘러내리는 것 같다.흘러내린 물이 모인 에메랄드 빛의 옥류담은 너무 맑고 투명해 눈이 시릴 정도. 이곳저곳의 비경을 사진에 담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소비했나보다.시계를 보니 돌아갈 시간이 촉박해 구룡연은 포기하고 발길을 돌렸다. 바쁜 당일관광이라고 해도 온정리의 온천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입장료(12달러)는 다소 비싸지만,비싼 값을 하는 게 금강산온천이다.산행뒤 온천욕을 하며 맛보는 청량감은 표현이 어려울 만큼 시원하다. 이곳 온천수는 용출 지표수 온도가 70도에 이르는데,이는 남북한의 온천중 최고라고 한다.노천 온천에 몸을 담그고 눈 앞에 펼쳐진 금강의 비경을 감상하는 것은 금강산 여행자만의 특권이다. 글 금강산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세존봉................. 구룡연.... 옥류동.... 만물상........ 굽이.. 굽........ 이 해금강.... 삼일포.......... 온정리 노천온천에 풍.....덩.. 풍..덩 금강산 당일관광은 6월말이나 7월초에 일반 관광객들이 이용할 수 있게 된다.이에 따라 19일부터 시작된 1박2일 관광 및 이미 시행중인 2박3일 관광까지 3가지 일정별로 선택이 가능하게 됐다. 오전 7시 남측 CIQ를 출발해 금강산 코스(구룡연,만물상 중 선택)를 돌아본 뒤 온천욕 후 오후 5시에 북측 CIQ를 출발해 돌아오는 일정이다. 요금은 성인 12만원,초중고생 9만원.하지만 당분간 성인은 9만 9000원,초중고생은 7만 9000원의 특별요금을 받을 예정이다.상품을 판매하는 현대아산측은 대진항 인근의 금강산콘도를 출발해 DMZ를 넘어 금강산을 돌아본 뒤 다시 콘도까지 돌아오는 일정까지만 책임진다. 따라서 콘도까지의 교통편은 여행사의 연계상품을 이용하거나 본인이 직접 차를 몰고 가야 한다.온천욕(12달러)과 식사(온정각내 한식부페,10달러) 비용은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당일 관광은 하루에 금강산의 비경을 맛보고 돌아올 수 있다는 매력은 있지만 여전히 까다로운 출입국 절차가 풀어야 할 숙제다.시범관광에 나서보니 남과 북의 출입국 절차와 DMZ 통과에 왕복 4시간 정도가 소요됐다.일정이 빠듯한 당일 관광에선 시간 낭비가 지나치다.관광객들이 금강산 일원의 특정구역만 오갈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해 북한측이 출입국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야 관광객이 몰릴 것 같다. 1박2일 상품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19일 시작됐다.지난 3월과 4월 두차례 시범관광을 실시한 결과 관광객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는 것이 현대아산측의 설명이다.우선 토·일요일 주 2회 출발하며,방학이 시작되면 매일 출발하게 된다.요금은 호텔해금강이나 금강펜션타운에 묵을 경우 23만원(7∼8월 기준),초중고생이 학생 야영장을 이용하면 9만 5000원에서 12만원.현재 시행중인 2박3일 관광은 매일 출발할 수 있다.요금은 해금강호텔이나 펜션에 묵을 경우 35만원.휴가 성수기(7월24일부터 8월 초순까지)는 39만원,단풍철엔 44만원이다.콘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빌리지에 묵으면 26만∼38만원. 출발일 기준 10일 전에 현대아산 영업부나 금강산관광 대리점에 예약해야 한다. (02)3669-3000,www.mtkumgang.com.
  • 한국영화계 대부 유현목 감독

    “유현목은 영화다.”“아니다,유현목은 인간이다.” 오발탄(1960년),임꺽정(61년),김약국의 딸들(63년),카인의 후예(68년),나도 인간이 되련다(69년),사람의 아들(80년)….건국 이래 한국영화 최고작으로 인정받은 ‘오발탄’을 비롯,43편의 작품을 통해 한국영화의 미학을 이끌어온 유현목(79) 영화감독.한국영화사의 산증인이자 영화계의 영원한 ‘대부’로 추앙받고 있다. 그의 삶은 흑백과 컬러필름으로 50년 동안 모질게도 온몸을 친친 감아왔다.까닭에 ‘유현목’하면 덜도 더도 없이 한편의 ‘영화’에 비유된다.평론가들은 현실을 바라보는 형형한 눈빛으로 한국 영화사를 관통했던 용감한 인간이라고 표현한다. 장 콕토는 ‘영화란 영상으로 쓰는 문장’이라고 했다.유 감독은 더 나아가 ‘영상으로 사고한다.’고 했다.일흔아홉의 성상은 그렇게 산전수전,공중전까지 겪으며 질그릇에 켜켜이 담아왔다.이같은 그의 ‘시네마인생’을 흐트러짐없이 끄집어낼 수 있을까. 서울 남대문 옆 명지빌딩 20층에 자리잡은 ‘태평관기영회(太平館耆英會)’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태평관기영회는 학교법인 명지학원(이사장 유영규)이 지난 2002년 12월 마련한 최고 원로들의 사랑방이다.명지빌딩 자리에 있던 조선시대 외교공관 ‘태평관’과 중국 송나라 때 은퇴한 현사들의 모임이었던 ‘낙양 기영회’에서 이름을 땄다.참여멤버는 유 감독을 비롯,고병익 전 서울대총장,이영덕 전 국무총리,정원식 전 국무총리,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등 내로라 하는 원로 32명이다.유 감독은 “매월 첫째주 수요일이면 빠지지 않고 이곳에 온다.같이 늙어가는 각계 원로들과 만나 서로의 경험담을 주고받는 일 또한 공부가 아니냐.”고 했다. 근황이 궁금해졌다.그는 파주시 교하읍 다율리 월드메르디앙 아파트에 부인과 단둘이 살고 있다.야트막한 동산을 뒤로 한 노독일처(老獨一處)인 셈이다.뒷산을 오르내리기도 하고 30평의 주말농장에서 땅을 일구는 일에도 새록새록 재미를 느낀다.시금치,쑥갓,마늘 등 28가지의 채소를 가꾸며 동네사람들에게도 나눠준다. 나들이할 때는 늘 부인 박근자 여사와 동행한다.부인은 서양화가로 현재 여류화가협회 고문이기도 하다.부인은 지금까지 ‘여보’ 대신 ‘감독님’이라고 부른다.그는 부인 얘기가 나오자 ‘무던한 순둥이’라며 웃는다. 그는 지독한 골초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하루도 술을 거른 적이 없다.저녁 식사후 TV 9시 뉴스를 보고나면 반드시 맥주 3∼4병은 마신다.부인이 술을 못하기 때문에 혼자 식탁에 앉아 맥주를 들이켜며 세월을 음미한다.영화 같은 자신의 생애를 돌아보는 즐거움에 푹 빠지는 시간이다. 그의 예술가적 역마살은 소학교 5학년 때부터 시작됐다.어느날 지방순회 공연차 온 유랑 신파극에 매료됐다.교회에서 성극대본도 쓰고 연출도 직접 했다.방학때면 동네 창고에 천막을 치고 성냥갑 몇개로 입장시키는 놀이도 했다.그렇게 모인 성냥갑으로 엿을 바꿔먹기도 했다. 1939년 그는 고향을 떠나 서울의 휘문중학에 입학했다.하숙생활이 시작됐다.중학때는 기계조립에 취미가 붙었다.남산의 과학관을 다니며 ‘어린이 과학’이니 ‘학생과학’이니 하는 잡지에 탐닉했다.하루는 ‘에디슨 위인전’을 읽었다.발명왕 에디슨의 학력이 겨우 소학교 4학년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그는 중학2년 때 휴학을 했다.담임 선생한테는 중이염이라고 둘러댔다. 때마침 담임선생 아들이 만성 중이염에 따른 뇌손상으로 사망했던 터여서 휴학계를 선뜻 받아주었다.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고독의 가을을 만나면서 도화지와 수채화 도구를 둘러멨다.이리저리 쏘다녔다.흙을 반죽해 조각품을 만들기도 했다.하루는 바이올린 곡 ‘트로이메라이’를 듣고 폐장을 쥐어짜는 듯한 슬픔의 아름다움에 도취했다.어머니한테 졸라서 ‘스즈키 7호’ 바이올린을 샀다.그걸 끼고 다시 복학의 길을 떠났다. 이 무렵 학교에서 단체로 ‘조택원 무용발표회’를 관람했다.그는 처음 대하는 육체의 선율에 반해 무용가가 되기로 다짐하고 무용연구소를 맴돌았다.그러나 피골이 상접한 모습 때문에 번번이 거절당하고 말았다. 태평양전쟁의 막바지인 1944년 겨울이었다.조선인징병 신체 검사에서 불합격되는 바람에 졸업장을 쥐고 고향에 내려가 세무서 임시고용원으로 취직했다.그러나 숫자놀음이 격에 맞지 않아 곧 그만두고 평양을 드나들면서 헌책방에서 건축잡지를 탐독하기 시작했다.건축미술가의 꿈을 꾸었다. “하마터면 목사가 될 뻔도 했지.어머니의 성화로 인해 서울의 감리교 신학교에 원서를 냈는데 영어시험에서 낙방했어.그런데 외가집 소개로 아펜젤러 박사를 만나 연희전문학교 백남준 교장에게 입학시켜달라는 메모까지 받게 됐지.목사가 다 된 기분이었어.그런데 그만 메모쪽지를 잃어버렸지 뭐야.하나님께서 나를 목사자격 없는 놈으로 계시하신 줄 알고 포기했지.” 1946년 소련군이 진주하자 그는 다시 서울로 왔다.거리 곳곳에는 연극포스터들이 쫙 붙어있었다.그는 빼놓지 않고 관람했다.연극 연습장 한구석에서 하루종일 지켜보는 것이 한없이 즐거웠다. 결국 그 이듬해,희곡공부를 위해 동국대 국문과에 입학했다.이 무렵 그는 프랑스의 피에르 슈날 감독의 영화 ‘죄와벌’을 관람했는데 너무 감동을 받아 열 네번이나 미친 듯이 봤다.강의가 끝나면 최인규 감독의 ‘자유만세’‘죄없는 전선’ 촬영현장을 찾아다녔다.덕분에 여러 사람들을 사귈 수 있었다.무성영화였던 임운학 감독의 ‘홍차기의 일생’에 조감독 겸 출연까지 했다.이때 영화감독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에 빠졌다.미술,음악,무용,문학,건축,연극이 합쳐진 종합예술이라는 답을 얻었다. 1948년 동국대학교 국문과 재학시절,한국대학에선 처음으로 ‘영화예술연구회’를 창설해 ‘해풍’이란 영화를 만들었다.가난한 어촌을 무대로 풍파에 아버지를 잃고 미치광이가 된 젊은 아들의 이야기이다.이는 배우로서 데뷔작이며 마지막인 셈이다. “납북된 시인 김기림 선생이 지도교수였지.당시 신문기사에는 영화과가 없는 대학에서 이같은 유성(토키)대작을 만든 것은 동양에서 처음이라고 하더군.양주동 선생은 ‘배짱 하나 컸군,내 막걸리 한 잔 사지.’라고 거들기도 했어.돌이켜 보면 선무당이 사람잡는 모험이었으나 오늘날의 길을 굳혀준 출발점이기도 하지.” 그는 50년 영화인생을 뒤돌아볼 때 가장 아끼는 작품은 ‘오발탄’이라고 했다.그도 그럴 것이 ‘오발탄’은 1984년 영화진흥공사의 ‘광복40년 베스트 10’에서 1위,98년 ‘건국50년 영화,영화인50선’에서 1위,99년 ‘21세기에 남을 한국의 명작’에 1위로 뽑힐 정도였다. “다시 영화를 만든다면 인간의 영혼과 마음을 섬세하게 담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 ‘백발홍안’의 노(老)감독.예나 지금이나 술이 얼큰하면 저절로 자리에서 일어나 ‘아베마리아’를 부른다.집앞 골목에 이르면 정지용의 시에 채동선이 작곡한 ‘고향’을 부른다.그러면 기다리던 ‘무던한 순둥이’가 마중나와 팔짱을 낀다.이렇게 영화같은 그의 삶은 계속되고 있다. ■그가 걸어온 길 ▲1925년 황해도 사리원 출생.45년 휘문고졸.49년 동국대 문과졸.64년 동국대 강사. ▲73년 한국영화인협회 감독분과위원장.76∼90년 동국대연극영화과 교수.80년 유네스코 문화위원. ▲81년 예술원회원(현).89년 한국영화학회장.90년 동국대예술대학장. ▲97년 부산국제영화제심사위원장,99년 춘사영화제 심사위원장.2000년 영화감독협회 고문(현). ▲주요 수상=서울시문화상,대한민국예술상,예술원상,대종상 등. ▲주요 작품=‘오발탄’‘인생차압’‘잃어버린 청춘’‘막차로 온 손님’‘카인의 후예’‘사람의 아들’‘불꽃’‘장마’ 등 43편. 김문기자 km@seoul.co.kr˝
  • ‘욕설半 반말半’ 인터넷 수능강의

    “(학생들에게)출제위원이 또라이야? 병신아 왜는 왜야.○도 아닌 문제네.○○ 놈아 2차 함수 그냥 계속 그려.”(지난 17일 방영된 M수능업체의 ‘EBS 분석하기 수학1’ 강의 내용)“(세도정치를 설명하며)아저씨(임금) 죽었어.애새○가 계승해야 되는데 애가 어려.그럼 죽여버려.졸라 죽여.…고종은 꼴통이야.고종이 뒈졌어.”(현재 맛보기 강좌로 방영 중인 E수능업체의 ‘한국 근현대사’ 강의 내용) 사설 수능업체들이 고교생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인터넷 동영상 강의’가 욕설과 비속어로 얼룩지고 있다.전문가들은 현행 학원법이 오프라인에만 적용될 뿐 수만명에서 수십만명이 보고 듣는 인터넷 강의 내용에 대한 규정·기준은 없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설 인터넷 수능강의,욕의 천국 회원수가 67만여명인 M수능업체의 물리 강사 K씨는 강의에서 ‘엿먹어라 f○ck you’ ‘졸라 지랄박해’ ‘골 때려’ 등 비속어를 남발한다.회원수가 4만여명인 M업체의 ‘화학1 개념다지기’ 강좌에는 1시간7분 분량의 강의 내내 욕설이 난무한다.‘얘기해 줘 이 씨방새야.귓속말로 뭐라 하지 말고.f○ck you나 먹어.’ ‘(학생들의 대답이 없자)물어보면 대답 좀 해라 씨방새들아.왜 니네가 긴장해 쌍놈아.’ 등등이다. 사설 M업체 강사인 A씨가 대통령을 비방했다는 인터넷 강의도 급속히 퍼지고 있다.A강사는 지난 12일 방영된 윤리 강의에서 ‘왕도의 원리’를 설명하며 “군주 성이 노가라고 하자.근데 이 새○가 맨날 패도만 해.그래서 ○가로 바꿔라.이러면 역성혁명이지.노의 목을 잘라야지.군주가 자기 자리 버리고 스스로 물러나는 놈이 어디 있냐.죽여야 돼.”라고 말했다. 정부가 주관하는 EBS 수능강의에도 가끔 비속어가 등장하지만 사설업체만큼 심하진 않다.한 강사가 ‘한국 근현대사’ 강의에서 한반도·일본·청나라 등 동아시아의 상황을 ‘엿먹인다.’는 표현을 써가며 설명하는 정도다. ●업체는 “강의 기법”…전문가 “인성 파괴 우려” 해당 업체들은 학생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강의 기법’이라고 설명한다.M업체 손모 부장은 “모든 강의가 해당 강사에게 위임돼 업체에서 마음대로 편집할 수 없다.”면서 “강사 개개인의 독특한 강의 기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욕설이나 비속어를 쓰지 않으면 학생들이 지루하다고 항의한다.”고 해명했다. 반면 고3생 아들을 둔 김모(47·서울 은평구 역촌동)씨는 “방에서 심한 욕설이 들려 가 보니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보고 있었다.”면서 “욕설과 비속어를 거침없이 내뱉는 수업을 매일 봐야 하는 아들이 걱정스럽다.”고 곤혹스러워했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대학원장은 “학생이 강의를 통해 욕설과 비속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이를 학습하고 각인,체화하게 돼 언어문화 자체가 퇴행한다.”고 우려하고 “이같은 강의법은 학생 정서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YMCA 시청자 시민운동본부 안수경(37) 간사는 “인터넷 강의는 수만에서 수십만명의 학생을 상대로 한 공개강의인 만큼 엄격한 관리와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모니터링 시스템 절실 현재 인터넷 강의를 규제하거나 관리하는 제도적 장치는 없다.교육부 정보기획실 관계자는 “EBS 수능강의는 교육부 전담반이 모니터링을 하지만 사설업체는 전적으로 자체 관리한다.”면서 “학생이 사설업체 강의가 부적절하다고 항의해도 개인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어 딱히 규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산업자원부 산하 한국사이버교육학회의 소인환 연구원은 “학회의 모니터링 결과도 상당히 심각해 학부모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콘텐츠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동환 유지혜기자 sunstory@seoul.co.kr˝
  • [세상속으로] 서울역앞 ‘파출소’ 통해본 세태

    “늙은이가 엿이라도 팔아서 목구멍에 풀칠 좀 하겄다고 서울 올라왔어.평생 농사짓다 망한 것도 서러운디 야박하게 딱지를 끊고 그려.” 토요일인 27일 밤 11시10분쯤 서울 남대문경찰서 동부지구대(옛 서울역전 파출소)에서는 전북 정읍에서 상경한 이모(70·농업)씨가 자식뻘되는 경찰관을 붙잡고 선처를 호소하고 있었다. 지하철 4호선 서울역 승강장에서 망치질을 하며 엿을 팔다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잡혀온 것.이씨는 “농사도 못짓고 몸도 아파 이제는 이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라고 하소연했지만 3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했다.이씨는 농촌 생활이 갈수록 힘들어 얼마전부터 서울과 정읍을 며칠씩 오가며 엿을 팔았다고 했다. 지난해 8월 ‘파출소’에서 ‘지구대’로 이름은 바뀌었지만,이곳은 여전히 서민의 힘겨운 삶과 세태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농촌서 온 노숙자 1주일에 2∼3명 최근 이씨처럼 농촌에서 푼돈이나 벌겠다고 상경한 뒤 이곳 신세를 지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지구대 직원들은 환란위기 때 ‘IMF노숙자’가 쏟아져 나온 것처럼 요즘 농촌의 어려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했다.지구대장 이용성(52)경위는 “농촌경제 파탄으로 무작정 상경했다가 일을 구하지 못해 귀향도 못하고 노숙하며 발만 동동 구르는 딱한 사람들이 많아졌다.”면서 “지난 겨울부터 예전에는 없던 이같은 신종 노숙자가 1주일에 2~3명씩 꾸준히 생겨난다.”고 말했다. ●“더 큰 도둑은 여의도 있는데 왜 우리만…” 서울역 인근의 노숙자들이 걸핏하면 문을 두드리는 곳도 동부지구대.지난 26일 오후 8시32분쯤 만취한 노숙자 서모(43)씨가 지구대에 들러 무작정 “죄가 있으니 나를 잡아가 달라.”고 소리지르며 20분 남짓 소란을 피웠다.배 고프고 갈 곳 없으니 유치장이나 감옥에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김동식(50)경사는 “힘들게 살아가는 노숙자들에게 벌금을 물려 뭐하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불편을 겪는 시민들이 있으니 단속은 해야 한다.”라면서 “요즘엔 노상방뇨나 소란 등 경범죄로 단속하려고 하면 노숙자들이 ‘더 큰 도둑은 국회에 모여 있는데 왜 이런 것 가지고 그러냐.’고 항의해 난감할 때가 많다.”고 씁쓸해했다. ●무임승차권 발급 올들어 176명 무임승차권을 얻으려는 ‘딱한 사람’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여비와 연고가 없는 노약자나 장애인,지갑을 분실한 사람 등이 무료로 열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서울역에 의뢰해 무임승차권을 내주는 것은 ‘서울역전 파출소’만의 오랜 전통.하지만 지구대측은 경기불황이 계속되면서 무조건 무임승차를 요구하며 떼 쓰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실제 무임승차권이 발급된 건수는 올들어 지금까지 176장으로, 300만원 어치에 이른다.이 가운데 ‘귀향 노숙자’가 41명으로 4분의1정도를 차지한다. 지난 26일 낮 1시쯤에는 군산에서 일용직 노동을 했다는 한모(51)씨가 지구대 문을 열고 들어섰다.한씨는 “지방에 하도 일이 없어 며칠전 상경했는데 일도 못 구하고 이제 1000원짜리 몇장만 달랑 남았다.”면서 “군산으로 내려가게 좀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27일 오후 10시43분쯤에는 술에 취한 김모(50·여)씨가 세살배기 외손자와 함께 와서 “사흘 전 친척집에 놀러왔는데 내려갈 차비가 없다.”면서 “가정주부가 돈이 없어 집에 못 내려갈 판인데 왜 무임승차권 하나 못 끊어주냐.”고 20분 남짓 떠들었다.경찰은 대구에 있는 김씨의 남편에게 연락해 후불제로 귀향토록 조치했다. 무임승차 비용은 결국 국민의 혈세에서 충당되기 때문에 발급 여부를 결정하는 지구대 직원들의 눈은 거의 ‘인간 거짓말탐지기’ 수준.박순기(48)경사는 “일부 노숙자들은 무임승차권을 건네주면,그것을 다른 승객에게 팔아 소주를 사 마시곤 한다.”면서 “얘기를 나눠보고 정말 딱한 사정이 있는 사람에게만 무임승차권을 발급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 이재훈기자 wisepen@seoul.co.kr˝
  • 초콜릿, 합격기원 선물로 떡·엿 제치고 인기

    “떡이나 엿은 사절입니다.대신 초콜릿을 주세요,” 합격을 기원하는 선물로 떡이나 엿을 주는 것은 이제 아날로그 시대 방식이다.서울 신림동 고시촌에서는 떡이나 엿 대신에 초콜릿이 합격기원 선물로 자리잡고 있다. 수험생 박신영(27·여)씨는 “어른들께서는 시험을 잘 보라고 떡을 챙겨주시지만 친구들은 주로 초콜릿을 선물한다.”며 “떡은 많이 먹기에 부담되지만 초콜릿은 가볍게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시험을 보는 후배에게 초콜릿을 선물한 최선용(32)씨도 “시험이 닥치면 긴장감 때문에 소화가 잘 안 돼서 먹던 것도 잘 안 먹게 된다.”면서 “위에 부담을 주지 않는 초콜릿이 간식거리로는 그만”이라고 초콜릿 예찬론을 폈다. 밸런타인 데이(14일)와 맞물려 지난 주말 고시촌에는 초콜릿을 주고받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났다.수험생 김모(27)씨는 “독서실에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누군가가 막대 초콜릿과 시험을 잘 보라는 메모를 책상 위에 남겨 뒀더라.”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안면이 있는 여성 수험생으로부터 받았다는 것이다.수험생을 연인으로 둔 이들이 고시원 문 밖에서 초콜릿 선물만을 전해주고 황급히 돌아가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이 때문에 신림동 거리에는 초콜릿을 파는 좌판을 차린 상인들도 나왔다. 강혜승기자˝
  • 수능 공신력 ‘날개없는 추락’

    2004학년도 수능 언어영역 17번 문제에 대해 복수정답을 인정키로 하자 학부모와 학생들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수능시험의 신뢰도는 여지없이 실추했고,일부 수험생은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다른 문제들에도 오답·복수정답 시비가 잇따를 것으로 보여 후유증이 심각할 전망이다. ●수험생 70% 2점씩 올라 2점이 배점된 언어영역 17번 문제에 당초 정답으로 발표된 3번을 답으로 적은 15%의 수험생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된 데 대해 더욱 분개했다.5번으로 적은 70%의 수험생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언어영역의 평균 점수는 최소 1.3점 정도 올라가 전체 등급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언어영역 17번 문제에 3번 정답을 적은 서울 고척고 유현우(18)군은 “국가에서 주관하는 시험인데 정답을 두 번씩 발표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허탈해했다.5번을 답으로 적은 광명여고 3학년 임미례(18)양은 “늦게나마 정답으로 인정돼 다행이지만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경기 광명 소하고 3학년 안진형(18)군은 “친구들 사이에 ‘다른 문제도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며 문제지를 다시 꺼내놓고 토론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번 수능은 코미디라고들 한다.”고 지적했다. 유영근(50·회사원·광진구 구의동)씨는 “1점에 당락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연달아 터지는 수능의 문제점들은 실수라고 넘기기엔 너무 큰 문제”라면서 “누가 교육부를 믿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터넷 공간에도 성토 줄이어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도 비난의 글이 쏟아졌다.3번을 택했다는 부산의 한 고등학생은 인터넷 신문고게시판에 “주어진 문제지에 근거해 답을 찾는 수능시험의 취지와 달리 문제지 외부의 지식을 활용해 5번까지 답으로 인정한다면 애초 정답을 택한 수험생의 피해가 커진다.”면서 “민사·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주장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공신력 잃은 이번 수능시험은 사상 최악”,“평가원장은 당장 사임하라.”는 비판이 올랐다.네티즌 ‘nixie’는 “출제위원도 정답을 모르는 형국이니 한국은 교육열등국이 확실하다.”고 꼬집었다.‘수능엿먹기’는 “유명 교수가 떠들면 정답이 3번에서 5번으로 바뀌냐.”면서 “애초에 출제를 똑바로 해야 했다.”고 공신력을 도마에 올렸다. ●교사·학원,“수능시스템 바꿔라” 진학담당 교사들과 대입 학원 관계자들은 엉성한 수능 출제 시스템이 빚어낸 필연적 결과라고 지적했다.단대부고 유수열(54) 진학부장은 “출제를 대부분 대학교수들이 맡고 있는데 이들은 현실감이 떨어지고 이번 사태도 이러한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현장을 잘 아는 일선 교사들이 출제에 많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상문고 3학년 담임 선희영(43) 교사도 “매년 ‘땜빵식’ 출제 시스템이 초래한 결과”라면서 “상시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출제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종로학원 이용근(47) 상담실장은 “출제위원과 검토위원들이 문제를 출제하는 과정에서 성숙하지 못한 면을 드러냈다.”면서 “입시 데이터를 수정하고,진학 지도의 혼란을 막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영표 유영규 박지연기자 tomcat@
  • [씨줄날줄] 수능 소화제

    올해 수능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어김없이 수은주도 뚝 떨어졌다.수능을 치르는 67만 4000여명의 재학생과 재수생을 둔 가정에서는 숨소리마저 죽인 채 시계침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다.한 집안의 행·불행이 1주일 후에는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수능성적이 평생을 좌우하는 나라.학벌이 능력보다 더 소중하게 통용되는 나라….맹모해외연수지교가 이 시대 부모가 갖춰야 할 덕목인 탓에 ‘기러기 아빠’가 오히려 자랑스럽게 회자된다.평당 2300만원대를 웃도는 서울 강남의 집값에는 수능 성적을 높이기 위해 쏟아부은 사교육비도 포함됐다고 했던가.밑바닥에는 특기나 적성교육보다 성적 우수자가 비용도 적게 들고 성공 확률도 높다는 맹목적인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입시생은 말할 것도 없고 학부모 사이에서는 수능과 관련된 각종 미신과 검증되지 않은 학설이 그럴듯하게 포장돼 나돌고 있다.영험하다고 소문난 사찰이나 성지,괴석 등에는 수능 1년 전부터 수험생의 사진이나 발원문으로 도배되고,수험생 전용 보약도 불티가 난다.부모세대 때부터 약효가 인정된 엿과 사탕 외에 비타민,단백질 함유식품이 ‘총명탕’ 등의 이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한결같이 두뇌에 활력을 불어넣고 스트레스를 완화시킨다고 선전한다. 한때 명문대 진학을 기원하는 의미로 차량에 부착된 ‘S’자가 수난을 당하더니,태풍을 견디어낸 사과가 ‘합격 사과’라는 이름으로 높은 값에 팔린 적도 있었다.요즘에는 포크나 도끼,두루마리 휴지에 이어 ‘시험문제를 잘 소화하라.’는 뜻으로 소화제도 수능 인기선물 반열에 올랐다고 한다.제약사측의 기민한 상혼인지,어느 학부모의 착안인지 알 수 없으나 일견 수긍이 간다.수능을 앞둔 입시생들은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소화불량에 걸릴 가능성이 높고,수능성적에도 평균 9점가량 영향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지 않았던가. 지금이라도 수능제도는 바뀌어야 한다.수능성적에 따른 학벌이 현대판 노비문서가 되어선 안 된다.소화제에서라도 구원의 손길을 찾으려는 입시생과 학부모들을 고문의 형극에서 해방시켜 주어야 하는 것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 “수능 잘 치르면 만나줄게”

    다음달 5일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인터넷이 수험생들의 ‘특급 소방수’로 나섰다. 모바일 부적은 물론 졸음예방용 각성음,집중력을 높이는 ‘α파’까지 등장했다.각종 입시 전문사이트는 수능 마무리 특강에 들어갔다. ●엿과 떡 대신 모바일 부적으로 SK텔레콤 등 이동전화 사업자들은 최근 수능합격기원 모바일 부적 서비스를 일제히 선보였다.‘잘 찍어라.’는 뜻의 포크,‘잘 풀어라.’는 뜻의 휴지 등 전통적인 모바일 부적뿐만 아니라 ‘정답이 번쩍번쩍 보인다.’는 뜻의 거울 부적,‘감 잡았다.’는 의미의 감자 부적도 선보였다. 가수 장나라·주얼리·신지 등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높은 연예인도 부적에 나온다.이들은 ‘시험 잘 치면 만나줄게.’라는 멘트로 수험생의 사기를 올려준다.수험생의 얇은 주머니 사정을 감안,부적 한 개의 가격은 500원선이다. ●‘α파’ 보내주는 ‘모바일 총명탕'도 수험생의 최대 ‘적’인 졸음을 쫓아버리는 모바일 서비스도 수험생들에게 인기다.SK텔레콤은 졸음예방용 각성음을 내놓았다.무선 인터넷을 통해 휴대전화에 각성음 발생 프로그램을 내려받은 뒤,다양한 박자와 주파수로 나오는 음향을 들으면 두뇌가 상쾌해지며 자연스럽게 ‘졸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원리다.졸음의 정도에 따라 박자와 주파수의 조절이 가능하다. 또 기억력과 창조력을 높여주는 ‘α파’를 내보내는 ‘모바일 총명탕’,피로·긴장·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정신 집중에 도움이 되는 α·β파를 방출하는 ‘모바일 스퀘어’도 수험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수능 마무리를 온라인 입시 사이트들은 일제히 수능 마무리 강의를 실시,수험생들의 ‘막판 정리’를 도와주고 있다.가격도 한 강의당 대부분 10만원을 넘지 않는다.오프라인에 비해 싼값이다. 온라인 교육전문업체 메가스터디(www.megastudy.net)는 핵심 내용을 정리하고 실전 문제풀이를 제공하는 ‘수능파이널 특강’을 서비스하고 있다.5개 영역에 걸쳐 30개 강좌로 구성됐다.‘최종예언 공개강좌 시리즈’는 수능 전문강사들이 요점과 예상 문제를 제시해준다. 코리아에듀(www.koreaedu.com)는 수험생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사이버 미니 간담회식으로 알려주는 ‘동고동락(同苦同樂)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또 제이앤제이교육미디어(www.jnjedu.net)는 올해 실시된 모의 수능을 분석,최신 유형의 문제들을 실제 시험처럼 시간을 정해놓고 푸는 ‘최종 적중 모의고사’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메가스터디 마케팅팀 손은진(31) 기획부장은 “수강생 숫자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10만명 정도”라면서 “불경기의 여파로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명문학원에 못지않은 명강의를 들을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온라인 교육 사이트에 수험생이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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