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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4층 외판 절단한다

    세월호 붕괴 현상이 가속화됨에 따라 실종자 수색을 위해 선체 외판 절개 방법이 추진된다. 엿새째 실종자 추가 수습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 가운데 27일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수색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역의 선체 외판 일부를 절단하는 방안을 실종자 가족과 최종 협의했다. 그동안 대책본부는 선체 내부 붕괴 현상이 가속화되고 부유물이 쌓여 잠수부가 깊숙이 들어가는 수색 방법은 한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유족들을 설득해 왔다. 현재 세월호는 4층 선미 다인실 3개 중 격실의 칸막이가 붕괴되고 통로가 없어지면서 많은 장애물이 쌓여 잠수사가 작업을 할 수 없는 상태다. 5층 출입구도 붕괴돼 진입을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선체 외판 일부를 절단해 부유물을 바깥으로 꺼내고 선체 내 바닥 3~4m 아래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수색 작업이 진행된다. 유실 방지를 위한 그물망을 설치하고 현재와 같은 수색 작업도 그대로 병행한다. 선체 절개 지점은 하늘을 보고 있는 세월호 우현의 4층 선미(船尾)의 다인실 외벽이다. 단원고 2학년 9·10반 여학생들이 머물렀던 곳이다. 가로 1.3m, 세로 1m 크기의 선실 창문 3개 사이의 폭 35cm·55cm 두께 7mm짜리 외벽을 잘라내게 된다. 이를 통해 가로 4.8m 세로 1.5m 크기의 출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대책본부의 판단이다. 절개에는 산소 아크 절단기나 고온 절단봉이 사용될 예정이다. 출구가 확보되면 잠수사들이 선실 안으로 들어가 쌓여 있는 장애물에 끈을 연결한다. 이를 바다 위 바지선에 설치된 전동 도르래에 연결해 선체 밖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2010년 천안함 선미 인양을 맡았던 ‘88수중개발’이 작업을 주도한다. 하지만 수심 30~40m에서 선체 외판을 수중 용접이나 산소절단 등으로 절개하고 장애물을 줄로 연결해 나오는 작업 등이 기술적으로 쉽지 않고 시간도 많이 소요돼 얼마만큼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책본부는 산소 아크 절단기나 고온 절단봉으로 4층 선미 우현 쪽 창문 2곳을 포함해 가로 4.8m, 높이 1.5m 크기를 절단하는 작업을 모색 중이다. 절단 작업은 3~4일 내에 가능하지만 장애물을 밖으로 끌어내는 작업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씨줄날줄] 중국군 유해 송환/박홍환 논설위원

    1950년 10월, 한 달 앞서 인천상륙작전으로 6·25전쟁의 승기를 잡은 국군과 유엔군은 파죽지세로 북진, 북한 인민군을 몰아쳤다. 이대로 동서(東西) 진영 야합의 산물인 분단을 끝내고 통일이 되는 듯싶었다. 하지만 희망은 희망일 뿐이었다. 김일성 주석의 긴박한 요청을 받아들인 중국 최고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이 참전을 결정하고, 공산 진영의 영수였던 옛 소련의 스탈린이 동의해 마침내 10월19일 중국인민지원군이 압록강을 건넜다. 엿새 뒤 첫 번째 교전이 시작된 뒤부터 전세는 완전히 역전됐다. 국군과 유엔군은 동료의 시체를 넘어 밀려드는 중국군의 인해전술로 인해 석 달도 안 돼 경기 화성 근방까지 퇴각했다. 이후 전열을 재정비해 반격했지만 양측은 휴전선 근방에서 2년 넘게 서로에게 엄청난 인적 피해를 입히면서 지리한 공방을 벌이다 허무하게 전쟁을 끝냈다. 중국 측 공식 통계에 따르면 당시 참전한 중국군은 모두 134만여명에 이른다. ‘항미원조, 보가위국’(抗美援朝, 保家衛國·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도움으로써 가정과 나라를 지킨다) 구호를 외치며 압록강을 넘었지만 이들 가운데 18만 3108명이 이국 땅에서 명분 없는 죽음을 맞았다. ‘태극기 휘날리며’를 비롯한 비극적 전쟁영화에는 당시의 비참했던 장면들이 잘 묘사돼 있다. 마오쩌둥의 장남 마오안잉(毛岸英)도 그중 한 명이다. 평안남도 회창군의 중국인민지원군 열사 능원에 안장된 그는 지난 60여년간 북·중 혈맹관계의 상징적 존재로 부각되곤 했다. 경기 파주 적군묘지에 안치돼 있던 중국군 유해 437구가 어제 중국으로 송환됐다.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장엄한 분위기 속에 우리 군 사병들의 손에서 중국군 인도병의 손으로 유해가 들어 있는 각각의 관이 넘겨졌다. 60여년 전 사생결단하듯 총칼을 들이댔던 양측이 화해와 협력의 손을 맞잡는 현장이었다. 과거 역사의 ‘트라우마’에서도 비로소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중국군 유해 송환은 국제관계에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국제 역학구도는 중국이 ‘항미원조’를 주장하며 참전했던 60여년 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고, 오히려 한국과 중국은 ‘핵놀이’로 말썽을 일으키는 북한의 행태를 제지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는 사이가 됐다. 경제적으로도 한국이나 중국 모두 서로를 떼어놓고서는 번영을 도모할 수 없는 형국이다. 아픈 역사를 진지하게 치유해야 하는 이유다. 중국군 유해 송환이 그 시발점이 된 듯해 기쁘다. 세심한 유해 송환을 중국 측이 상당히 높게 평가하는 것은 더욱 다행스러운 일이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 [데스크 시각] 우리 아들딸이 주인공인 ‘노예5.4’/황수정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우리 아들딸이 주인공인 ‘노예5.4’/황수정 문화부장

    어제도 싸웠다, 오늘도 싸운다, 틀림없이 내일도 싸울 것이다. 싸움닭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엄마들 이야기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끼고 사는 아이들과 옥신각신 실랑이하는 게 일상사인, 대부분 가정의 익숙한 풍경이다. 지난주 바다 건너 날아온 뉴스 하나에 오래 눈길이 갔다. 일본 아이치현의 작은 도시 가리야시. 지역 초·중등학교들이 밤 9시 이후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시는 다음 달부터 자체적으로 만든 제도를 전면 시행하겠다고 선언했다. 물처럼 공기처럼 생활 깊숙이 침투한 스마트폰 사용을 강제규범으로 단속한다? 그것도 질풍노도의 한가운데 서 있는, 그 무섭다는 중학생들을 상대로?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하도 신기해 기사를 두 번 되짚어 읽었다. 학교들은 학부모 회의를 열어 밤 9시 이후 자녀의 휴대전화는 학부모가 보관하는 내용의 결의를 했다. 일본의 초·중등학교는 이미 휴대전화 학내 반입이 금지돼 있다. 그 규정을 어길 경우에도 교사는 문제의 휴대전화를 학생이 아닌 부모에게 반환하게 돼 있다 한다. 그런 상황인데도 대책의 강도를 높인 소도시의 배짱이 대단했다. 게임에 중독돼, 문자나 이메일에 제때 답하지 못해 따돌림을 당할까봐, 한밤중에도 휴대전화를 끼고 사는 아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정면돌파 카드는 신선했다.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이기는 어딜 가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스마트폰 강국인 우리는 말할 것도 없다. 며칠 전 미래창조과학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대 청소년 4명 중 1명(25.5%)은 스마트폰 중독위험군에 들어 있다. 더욱이 스마트폰 때문에 학업에 지장을 받거나 금단현상을 겪는 청소년 중독자는 1년 새 7.1% 포인트나 급증했다. 이들이 하루에 스마트폰에 코를 박는 시간은 평균 5.4시간. 가장 몰두하는 서비스는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모바일 메신저였다. 대부분 학교들이 등교 직후 휴대전화를 걷어 하굣길에 돌려주고 있는 사정을 감안해 보자. 방과 후 학원수업, 식사시간 정도를 빼고 잠들기까지 금쪽같은 시간을 휘발성 잡담을 주고받기로 엿 바꿔 먹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발 빠른 할리우드라면 ‘노예 5.4’쯤 되는 제목의 사회고발성 다큐멘터리를 찍게 생겼다. 이쯤 되니 신약 처방이 없던 시절의 호환마마보다 아이들에게 더 무서운 게 스마트폰이다. 지난주 대통령이 나선 규제개혁 끝장토론을 보면서 국가 백년지대계의 우선순위를 생각해봤다. 우리 10대들의 디지털 노예 처지를 언제까지 손 놓고 지켜봐야 할까. 만기친람(萬機親覽)의 쓴소리를 또 한번 감수하더라도 대통령이 ‘청소년 디지털 디톡스 끝장토론’판을 펼쳐줬으면 싶다. 사회병을 만들며 막대한 이득을 본 통신회사들도 염치를 보여줄 때가 아닌가 싶다. 통신 먹통사고를 내고 배상금 몇 천원 내놓는 게 대수가 아니다. 한 달에 한 번쯤 휴대전화를 안 쓰는 날이라도 정해 청소년 캠페인을 벌이는 기업의 품위는 달나라에서나 찾을 얘긴가. 그제 국내 한 대기업이 한 해 20억원씩 인문학 발전에 후원해 르네상스를 이끈 이탈리아 메디치가가 되겠다 자처했다. 하지만 죽어 가는 인문학보다 더 급한 불이 ‘노예 5.4’들이다. 인문학을 되살려놓은들 훗날 노예 5.4들에게는 그 토양을 지켜낼 역량이 없다. 통신업계의 ‘메디치 정신’이 더 아쉽고 더 급하다. sjh@seoul.co.kr
  • 여유로운 시골? 그 환상을 깨주마

    여유로운 시골? 그 환상을 깨주마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마루야마 겐지 지음/고재운 옮김/바다출판사/208쪽/1만 3000원 일본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의 충고는 늘 독하다. 2012년에 낸 산문집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2013년 국내 출간)에서는 힐링과 위로 따위에 안주하지 말고 자신을 구속하는 것과 과감하게 작별하라고 했다. 고통과 고독을 감내할 용기가 있어야 진짜 자유를 찾을 수 있다는 말이다.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에서는 “은퇴를 하고 여유롭게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사람들을 향해 ‘시골이라고 엄마 품처럼 포근하고, 맑은 공기 속에서 유유자적하면서 살 수 있을 줄 아느냐’면서 환상을 확 깬다. 작가는 1966년 일본 최고 권위의 아쿠타가와상을 역대 최연소로 수상한 뒤 1968년 문단과 선을 긋고 나가노 현 아즈미노로 이주했다. 책은 한마디로 “내가 40년 이상 살아봐서 아는데”라면서 내놓은 작가적 경험의 압축판이다. 여행자가 아닌 이상 시골의 삶은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 자연의 위협과 싸우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일 수밖에 없다. ‘고지대에 있는 전망 좋은 집’은 암벽 붕괴나 산사태의 위험에 놓여 있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웃 노인을 한두 번 도왔다가는 허드레꾼이나 머슴이 되기 십상이고, 시골 사람들은 공간의 경계가 없어 홀로 여유를 갖기도 어렵다. 시골이라고 소음이 없나. 고요한 가운데 나오는 경운기 소리는 충분히 귀에 거슬린다. ‘농부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라거나 ‘외로움을 피하려다가 골병든다’, ‘침실을 요새화해야 한다’는 등 재치 있는 말 속에 시골 생활의 혹독함을 고스란히 녹였다. 작가의 말은 “그러니 시골로 가지 마라”가 아니라 불편함을 버틸 만한 분명한 목적이 있다면 가라는 거다. 책은 단순히 은퇴자나 귀농을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 책 후반에 드러나는 “자기 자신을 강력한 조력자로 삼고 인생을 개척하라”는 마루야마의 인생론은 전 세대에 걸쳐 가치 있게 적용될 법하다. 2008년 일본에서 출간된 산문집 ‘전원생활에 죽지 않는 법’의 번역본이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메르켈 “유럽 내부통신망 구축”… 美에 견제구

    메르켈 “유럽 내부통신망 구축”… 美에 견제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미국을 견제하며 ‘유럽의 구심점’으로서 독일의 위상 강화에 나서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유럽 각국의 정보가 미국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유럽의 자체적인 통신망을 구축하는 방안을 프랑스와 논의하기로 했고 독일군의 해외 파병도 확대할 계획이다. 메르켈 총리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린 팟캐스트 영상을 통해 “우리는 프랑스와 어떻게 최고 수준의 데이터 보호를 유지할 수 있는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우리 시민의 이메일과 다른 정보들이 대서양을 건너가지 않도록 정보 보안을 제공할 유럽 내 통신망 구축 등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오는 19일 파리를 방문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이 같은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근 프랑스와의 정상회담으로 밀월 관계를 한껏 과시한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는 “히틀러의 지독한 감시를 겪은 독일 국민들은 도청, 감청 문제에 특히 민감하다”면서 “메르켈 자신도 미국 국가안보국(NSA)으로부터 휴대전화 도·감청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그만큼 이번 계획은 미국에 대해 유럽 국민의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메르켈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한편 메르켈은 말리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내전 국가에서의 군사 활동에 관해서도 프랑스와 협력을 증대할 것을 약속했다. 말리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으며 현재 최악의 내전을 겪고 있다. 독일이 프랑스를 도와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독일은 유럽연합(EU)의 수장국으로서 중동, 아프리카, 우크라이나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전과 반정부 시위 봉합에 적극 개입하고 있으며 때때로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일엔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차관보가 우크라이나에 새로운 정부가 세워지도록 후원하는 일에 대해 “유엔이 나서서 사태를 봉합하도록 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라며 “EU는 엿이나 먹으라고 하라(f××× the EU)”고 말한 녹음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다. 메르켈 총리는 이에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美 피겨 선수 제러미 애벗 , 안티팬에 격분해 “엿먹어라!”

    미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자신을 비난한 팬들을 향해 위험한 수위의 발언을 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제러미 애벗(29)은 15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후 기자회견에서 “날 비난한 모든 사람에게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엿 먹어’라고 말하고 싶다”며 “그들은 한 번도 내 입장이 돼보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애벗은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8위를 차지했다. 전날 쇼트 프로그램에서 15위라는 초라한 성적을 조금이나마 만회했으나 전체 순위에서는 12위에 그쳤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도 9위라는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든 데 이어 이번에도 노메달에 그치자 일부 팬들이 “애벗이 큰 무대 공포증이 있다”고 비난했다. 사실 애벗은 자국 선수권대회에서 4차례나 정상을 휩쓸 정도로 미국 남자 피겨를 꽉 잡은 스타다. 애벗은 “비난한 팬 가운데 누구도 수백만 명 앞에서 빙판 위에 홀로 서보거나 8분이라는 시간에 자신이 20년간 쌓아온 커리어를 걸어본 적 없을 것”이라며 “그게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바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선수는 다른 사람들보다 긴장을 잘 이겨내지만 모든 선수는 정신력 싸움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며 “누군가에겐 올림픽이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무대가 될 수 있지만 또 다른 사람들에겐 국내선수권대회가 자신의 무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자신만 큰 무대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애벗은 “난 이 자리에 서 있는 게 자랑스럽다”면서 “국내선수권대회 4회 우승자, 올림픽 2회 출전자라는 타이틀은 누구도 내게서 빼앗아갈 수 없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나에게 뭐라고 하건 그건 그들의 문제”라면서 “난 나 자신이 미치도록 자랑스럽고 누구에게도 사과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입동과 소설이 있는 11월, 겨울 대비 추위에 좋은 음식

    입동과 소설이 있는 11월, 겨울 대비 추위에 좋은 음식

    2013년 대학 수능시험이 있던 지난 7일은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이기도 했다. 입동이 지남과 더불어 이제 곧 본격적인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소설이 다가오면서 갈수록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추위를 대비해 커튼이나 난로, 전기장판 같은 난방 기기들을 구비하는 등 월동준비로 한참 바쁜 이때, 우리 몸을 추위로부터 지켜줄 수 있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다. 생강은 따뜻한 성질을 가진 대표 음식으로 생강을 꿀에 재어 차로 마시는 ‘생강차’는 생강 특유의 싸하고 강한 맛을 잡아줘 거부감 없이 생강의 성분을 섭취할 수 있다. 여기에 대추를 같이 넣어 우려먹으면 혈액순환에 도움이 돼 손발이 차가운 수족냉증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효과적이다. 해독작용을 하는 미나리는 몸속의 독소를 제거하고 피를 맑게 하는데 뛰어난 효능이 있다. 미나리의 향에 들어있는 정유 성분은 몸을 따뜻하게 해 몸이 차가운 사람들에게 좋은 음식이다. 물에 살짝 데친 미나리를 고운 소금과 들기름, 다진 대파와 통깨를 넣고 간단하게 무쳐먹거나 마나리전을 부쳐 먹어도 특유의 향긋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인삼에 포함된 사포닌 성분은 원기를 회복시켜 주고, 폐가 약하고 천식이 있는 이들에게도 효과적이다. 겨울철 몸에 열을 만들어 주고 기침 예방에 좋기도 한 인삼은 꿀에 절여 ‘인삼차’로 마시거나, 깨끗이 씻은 인삼을 물과 엿을 넣고 졸여 인삼정과를 해서 먹어도 별미다. ’바다의 인삼’이라 불리는 해삼은 겨울철 대표보양식이다. 단백질을 비롯해 칼슘, 인, 철분 등이 많아 식욕을 북돋아주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준다. 해삼은 주로 내장을 제거한 채 싱싱한 회로 먹지만, 해삼 안쪽에 다진 쇠고기를 넣어 튀김 옷을 입힌 해삼 튀김으로 먹어도 식감이 좋다. 돼지고기가 찬 기운을 가진 것에 비해 닭고기는 뜨거운 기운을 가진 음식으로 여름철 복날에도 이열치열을 위해 먹는 음식 중 하나다.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치킨과 백숙 말고도 복고풍 포차 콘셉트로 눈길을 끄는 석쇠구이 전문점 구노(舊路)포차는 여러가지 사리를 넣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미치겠닭, 숯불에 구워 먹는 쑥딱숯닭, 골빈닭발 등 우리 몸에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닭고기 요리들을 추억에 젖어들기 좋은 분위기 속에서 이색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혈액 순환을 돕고 몸이 열을 내도록 돕는 따뜻한 기운을 가진 음식들을 섭취해 몸 건강을 준비하는 것이 올 겨울 강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길섶에서] 단어의 비밀/문소영 논설위원

    ‘달콤한 마(麻)’라는 뜻의 한자어 감저(甘藷)는 어떤 식품을 가리키는 것일까. 그것은 17~18세기에는 감자나 고구마를 뜻했다. 16세기 이전에는 마(麻)를 표현한 한자였다. 1925년 김동인이 발표한 단편소설 ‘감자’에 나오는 감자는 사실 고구마다. 당시 서울말 또는 표준어로는 고구마도 감자라고 불렀는데 평양 출신인 작가가 혼용한 것이라는 사실에 적잖이 놀란 적이 있다. 춘천 출신의 김유정의 단편 ‘동백꽃’에도 고개를 갸우뚱할 만한 대목이 나온다. ‘굵은 바윗돌 틈에 노란 동백꽃이 소보록하니 깔리었다’는 표현이다. 지구온난화로 난리인 지금도 ‘붉은’ 동백꽃의 서식 북방한계선은 충청남도를 넘지 못한다. 그렇다면 김유정의 동백꽃은 무엇인가. 봄이면 김유정 생가에 지천인 생강나무로, 강원도 사투리라고 한다. 울릉도 호박엿도 사실은 약리작용이 있는 후박나무 껍질을 삶아서 만든 후박엿에서 변이된 것이다. 우리가 관성적으로 쓰는 말에 이렇게 다양한 비밀이 감춰져 있다니…. 그동안 맥락도 모르고 고운 우리말들을 써온 것 아닌가 생각해 본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설국열차’ 보려면 양갱 싸가야 한다? 단백질 블록 뭐길래

    ‘설국열차’ 보려면 양갱 싸가야 한다? 단백질 블록 뭐길래

    봉준호 감독의 신작 ‘설국열차’가 연일 최다관객 동원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영화 관람시 즐기는 주전부리로 양갱이 부상하고 있다. 이는 영화에 등장하는 식량 중 하나인 ‘단백질 블록’의 영향으로 연한 재질의 작은 고동색 벽돌 모양인 단백질 블록이 양갱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단백질 블록은 꼬리칸에 거주하는 하층민들에게 배급되는 식량으로 이들은 이 블록만 먹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설정됐다. 이 때문에 ‘설국열차’를 볼 때 양갱을 함께 먹으면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쉽게 이입될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양갱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단백질 블록의 재료가 무엇인지는 꼬리칸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다가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그 정체가 드러난다. 봉 감독과 제작진은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이를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양갱은 일본의 대표적인 과자로 그 기원은 중국으로 알려져 있다. 팥, 우무, 설탕이나 엿 등을 함께 쑤어서 굳힌 것으로 순화된 우리말은 ‘단팥묵’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강점기에 대중화됐을 것으로 보이며 요즘에는 노인들이 자주 찾는 시골의 작은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간식이 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부고] 쌍화탕·우황청심원 만든 ‘한방계의 대부 ’별세

    [부고] 쌍화탕·우황청심원 만든 ‘한방계의 대부 ’별세

    광동제약 창업주인 최수부 회장이 24일 강원 평창에서 휴가를 보내다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77세. 숨진 최 회장은 맨손으로 굴지의 제약업을 일군 입지전적 인물로 통한다. 1934년 일본 후쿠오카에서 태어나 11세 때 해방을 맞아 귀국하는 바람에 일본에서 다닌 ‘초등학교 3학년 중퇴’가 학력의 전부다. 해방 직후 담배·엿·찐빵 장사와 돼지 장사를 하며 재산을 모은 그는 1963년 군 제대와 함께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의 집에서 한방의약품인 ‘경옥고’를 만들어 팔았다. 이것이 오늘날 광동제약의 모태가 됐다. 제약업계에서 최 회장은 싼 한약재를 사용하지 않는 ‘최씨 고집’으로 유명했다. 직접 약재를 검수하고 확인하는 그의 모습이 광고 영상으로 텔레비전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후 ‘쌍화탕’과 ‘우황청심환’ 등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견고한 시장을 구축했으며, 최근에는 ‘옥수수 수염차’와 ‘비타500’으로 국내 음료 시장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차지했다. 경찰은 이날 낮 12시 30분쯤 평창군 대관령면의 한 골프장 사우나장에서 최 회장이 쓰러져 있는 것을 종업원이 발견해 신고했다고 밝혔다. 골프를 같이 친 일행은 경찰에서 “골프를 마치고 함께 사우나장에 있다가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었는데 최 회장이 나오지 않아 종업원에게 어찌 된 일인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오전 일행과 부부 동반으로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강한 체력을 타고나 최근까지도 틈나는 대로 등산을 즐겼으며, 골프 실력도 싱글에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으로는 부인 박일희(66)씨와 장남 최성원(44) 광동제약 사장 등 1남 4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다. 영결식은 28일 오전 8시 30분 경기 평택시에 있는 광동제약 식품공장에서 열린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평창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리한나,마틴 소년 살해 무죄 “엿먹어!”

    세계적 팝스타 리한나가 최근 미국에서 논란이 뜨거운 17세 흑인 소년 트래번 마틴 살해범 무죄 판결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리한나는 최근 사진 공유 SNS인 인스타그램에 마틴 살해범 조지 짐머만에 대한 무죄 판결을 반대하는 내용의 사진과 의견을 올렸다. 25살의 미녀 팝스타인 리한나는 짐머만에 대한 무죄 판결이 나온 다음날 아침 다음과 같은 원색적인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한 소년이 이유 없이 총에 맞아 쓰러졌어. 그런데 왜 어디에서도 살인이라고 하지 않는 거야? 내 어린 동생도 17세야. 이런 엉터리 시스템은 엿먹어야돼” 이번 사건에 대해 목소리를 낸 유명인사가 리한나 뿐만은 아니다. 팝스타 비욘세는 지난 토요일 저녁 미국 내쉬빌 공연에서 마틴을 위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이어 코러스로 “너를 한 가족으로서 항상 사랑한다”는 내용을 노래했다. 유명 래퍼 영 지지도 이번 사건과 판결에 대해 ‘정말 차디찬 세상이야’란 트랙을 녹음함으로써 이번 판결을 성토했다. 사진=게티이미지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어른들을 위한 퍼핏 뮤지컬 ‘애비뉴 Q’…19금 웃음, 찡한 힐링

    어른들을 위한 퍼핏 뮤지컬 ‘애비뉴 Q’…19금 웃음, 찡한 힐링

    동그란 눈이 초롱초롱한 ‘세서미 스트리트’의 캐릭터들로 가득한 공연 포스터를 보면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뮤지컬인 것 같다. 하지만 어째 캐릭터들의 옷차림이 불량스럽다. “엿 같은 내 인생!” “인터넷은 진짜 진짜 좋아요.(야동용으로!)” 순진한 눈의 캐릭터들이 ‘SNL코리아’에서나 볼 법한 ‘19금’ 대사들을 마구 쏟아낸다. 뮤지컬 ‘애비뉴 Q’(Avenue Q) 이야기다. 배우들이 손에 인형을 끼워 연기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주목받으며 2003년 오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근 10년간 브로드웨이에서 유례없는 흥행 돌풍을 이어 왔다. 2004년 토니상에서는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경쟁작 ‘위키드’를 제치고 최고 작품상과 극본상, 음악상 등 3개 부문을 휩쓸기도 했다. 그런 ‘애비뉴 큐’가 8월 한국을 찾아온다. 작품의 아이디어는 ‘세서미 스트리트’의 주인공들이 어른이 돼 세상에 나오면 어떨까 하는 물음에서 착안됐다.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 백수 프린스턴이 뉴욕 외곽의 ‘애비뉴 Q’에 둥지를 틀면서 마주치는 천태만상 인물 군상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는 유치원 교사 케이트, 야동 마니아인 트레키 몬스터, 주체할 수 없는 성욕에 빠져 사는 클럽 가수 루시, 월스트리트 투자 전문가 로드와 그를 게이로 의심하는 빈대 룸메이트 니키 등이 저마다의 욕망과 고민을 발칙한 화법으로 쏟아낸다. 다소 낯 뜨거울 수 있는 이야기는 사람이 아닌 인형이 전달하기 때문에 귀여워 보인다. 프로듀서 폴 그리핀은 “퍼핏(인형)은 순수하다. 퍼핏이 연기하므로 사람이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을 좀 더 사실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배우와 인형은 시선과 입 모양, 손동작 등에서 혼연일체의 연기를 펼친다. 케이트와 루시를 연기하는 배우 칼리 앤더슨은 “1인 2역을 하면서 한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끈하게 목소리 변신을 하는 것도 볼거리”라고 소개했다. 청년 실업, 포르노 중독, 동성애, 인종차별 등에 관한 ‘돌직구’ 대사와 노래들이 한국의 관객에게 얼마나 통할지가 관건이다. 전 세계 보편적인 사회문제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미국식 유머 코드도 섞여 있기 때문이다. 또 영어로 된 코믹 대사 등을 한국어 자막으로 풀어내는 것도 과제다. 그리핀은 “한국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게 대본과 가사를 수정하고 있다”면서 “사랑, 실업, 직장 생활 등의 주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자신했다. 작품은 ‘19금 코드’로 아찔한 웃음을 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현대인들의 말 못할 고민을 인형을 통해 쏟아내 찡한 감동으로 가슴 한편을 정화시킨다는 점에서 ‘힐링 뮤지컬’이다. 8월 23일~10월 6일 서울 샤롯데시어터. 5만~13만원. (02)1577-3353.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미국은 우주에서 핵폭탄을 터뜨리려 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냉전’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전쟁을 의미한다. 이 용어 자체는 1947년 미국의 평론가 리프먼의 논문에서 탄생했고, 미국의 재정 전문가이자 대통령의 고문이었던 버나드 바루크가 1947년 의회토론에서 이를 처음 사용했다. 이후 세계정치는 냉전 체제로 급격히 재편됐다. 1947년 3월 윈스턴 처칠은 “오늘날 발트해로부터 아드리아해에 이르기까지 유럽을 둘러싼 철막이 드리워져 있다”고 연설했다. 이어 미국의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미국이 공산세력을 저지하는 데 지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트루먼독트린이 나왔다. 그러자 사회주의권에서는 그해 7월 이후 소련과 동구 제국 간 물자교환 및 통상차관 협정을 맺었고, 10월 소련공산당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공산당 정보기관인 코민포름을 결성했다. 그렇게 냉전 체제는 고착돼 갔다. 동·서 냉전의 벽이 두꺼워지던 그 무렵, 장막 뒤에서는 실제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많은 국가들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작전을 준비했다. 나토의 소련에 대한 핵 공격, 바르샤바 조약기구의 서유럽 공격, 고양이를 활용한 엿듣기, 우주에서 핵폭탄 터뜨리기 등 미국과 소련 모두가 이런 작전들을 진지하게 수립했다. ‘냉전 시대의 미실행 작전’(마이클 케리건 지음, 박수민 옮김, 시그마북스 펴냄)은 냉전시대에 실행에 옮겨질 뻔했고, 만약 그랬다면 역사의 물줄기를 크게 바꿔 놓았을 수도 있었던 비밀스럽고 충격적인 작전을 소개한 책이다. 예컨대 ‘언싱커블 작전’(Operation Unthinkable). 처칠 영국 수상이 투르먼 미 대통령에게 소련을 공격할 방안을 세우자는 전보를 보냈던 비밀작전이다. 핵 능력이 커진 미국은 일명 ‘드롭샷 작전’(Operation Dropshot)을 계획하기도 했다. 서유럽과 동아시아로 팽창하려는 소련과 중국에 대한 공포가 커지던 1949년의 계획으로, 최대 300개의 원자폭탄과 3만여개의 재래식 폭탄을 소련의 여러 도시와 공군기지에 투하해 소련의 전쟁 수행능력을 떨어뜨린다는 내용이었다. 이 책은 ‘터지지 않았을 뿐인 전쟁’인 냉전 와중에 수립됐던 ‘미실행 작전’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세계 정치판을 주무른 강대국 지도자들과 냉전 무대를 주도한 주요 인물들 사이에 오간 서신, 작전 문서들을 통해 현대사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1만 6000원.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남북, 개성공단 감정싸움 비화

    개성공단 문제를 둘러싼 남북 간 신경전이 감정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다. 북한은 이미 오래전부터 막말 공세를 펴 왔고 북한에 대해 “품격 있는 언어를 사용하라”던 류길재 통일부 장관마저 지난 29일 “우리를 핫바지로 보느냐” “‘통일부 엿 먹어라’라는 수준의 태도”라고 거칠게 북한을 비난했다. 개성공단 기계 소리와 함께 멈춘 남북 소통의 빈자리에 막말 공방이 자리를 편 모양새다. 통일부 당국자는 30일 류 장관의 발언과 관련, “감정을 모두 배제하는 것보다 감정이 섞인 표현을 할 때 진실성을 좀 더 부각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남북 관계가 악화되는 와중에는 보이지 않더니 불현듯 나타나 남북 관계와 자신의 부처인 통일부를 비하하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경박함’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얼마나 답답하면 온건파로 분류되는 류 장관이 그런 목소리를 냈겠느냐”(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는 동정론도 나온다. 북한은 류 장관의 발언을 즉각 반박하지 않는 대신 전날 보란 듯이 우리 측 민간단체에 6·15 남북 공동 행사를 위한 실무 접촉을 하자고 제안해 왔다. 류 장관이 거친 표현을 써 가면서까지 지적하고자 했던 통민봉관(通民封官)을 또다시 직접 실행에 옮긴 셈이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6·15북측위원회가 다음 달 3일 개성에서 공동 행사 개최를 위한 실무 접촉을 하자는 내용의 팩스를 보내 왔다고 밝혔다. 북측위는 “남측 대표단의 개성 방문에 필요한 통신, 통행, 신변 안전 등 모든 편의를 보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개성으로의 통행 절차와 관련해 남북 간 군사통신선 복구를 위한 당국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남측위의 요청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은 논평에서 6·15공동행사를 열면 개성공단 문제도 풀릴 것이란 주장을 펴기도 했다. 통일부는 당국 간 실무회담 개최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불허 방침을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변장 전경, 엘리베이터서 성폭행 시도…여장 군인, 여자탈의실서 알몸 훔쳐봐

    경기 일산경찰서는 30일 수영모와 비닐장갑으로 변장한 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2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강제추행)로 인천해양경찰서 소속 전투경찰 A(23)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A씨는 지난 28일 오후 8시 30분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엘리베이터에서 귀가 중인 B(27·여)씨를 발로 마구 차며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수영모와 비닐장갑을 착용한 채 스카프로 B씨의 입을 막았으나 B씨가 격렬히 저항하자 그대로 달아났다가 경찰의 추적으로 근무지에서 체포됐다. A씨는 수영모와 비닐장갑에 대해 범행을 미리 계획하고 마련한 것이 아니라 해경 생활에서 사용했던 일상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직 해경의 설명에 따르면 A씨의 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또 서울 마포경찰서는 여장을 하고 찜질방 여성탈의실에 몰래 들어가 여성들의 알몸을 훔쳐 본 육군 모 부대 소속 박모(22) 일병을 30일 수도방위사령부 육군 헌병대에 넘겼다. 박 일병은 지난 29일 오전 2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찜질방에서 가슴에 수건을 말아 넣어 여자처럼 보이게 한 뒤 탈의실에서 여자 손님들을 엿보다 이를 수상히 여긴 한 여대생이 종업원에게 신고해 붙잡혔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박근혜 정부 외교라인 핵심 2인의 튀는 발언] 류길재 “北, 우릴 핫바지로 보나”

    [박근혜 정부 외교라인 핵심 2인의 튀는 발언] 류길재 “北, 우릴 핫바지로 보나”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 남북 당국 간 회담을 거부하고 있는 북한을 향해 작심 발언을 했다. ‘우리를 핫바지로 보는 것 아니냐’ 는 등의 전례 없는 거친 표현까지 사용했다. 류 장관은 29일 현대경제연구원이 주최한 한반도경제포럼 조찬 강연에서 “북한의 전술에 끌려 들어갈 생각은 없다”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수를 써야지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수를) 쓰면 우리를 핫바지로 보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자신이 개성공단을 남북관계의 ‘마중물’이라고 언급한 다음 날 북한이 개성공단 통행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 사실을 지적한 뒤 “이것은 마치 속된 말로 ‘통일부 엿 먹어라’고, 꼭 그렇게 하진 않았겠지만 그런 식의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류 장관은 이날 통일부 출입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미수금은 받고 개성공단 완제품과 원부자재는 내주지 않은 북한이 이제 와서 우리 기업인들을 위하는 척 민간과의 대화 의지를 피력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북한이 늘 해왔던 행태는 박근혜 정부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면서 “우리 정부의 입장이 혹시라도 변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면 그건 신기루를 쫓아가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6월 말 한·중 정상회담 이후에도 정부의 이 같은 기조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남북관계 특수성을 인정하는 순간 남북관계는 늘 그 모양일 것”이라고 일축했다. 류 장관은 또 “북한이 착각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야당과 민간도 정부와 합심해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홍양호 개성공단관리위원장 등 7명이 마지막까지 개성공단에 남았던 것도 사실은 북한이 미수금 문제를 해결하라며 막아 나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류 장관은 이를 ‘억류’라고 표현했다. 이 같은 작심 발언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그는 “북한이 자꾸 다른 소리를 하고 있어 문제를 좀 정직하게 보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iul.co.kr
  • [23일 TV 하이라이트]

    ■인간극장(KBS1 오전 7시 50분) 전남 담양의 전통 쌀엿 마을. 이제는 거의 사라져가는 전통 엿을 이어가는 끈적끈적한 3대 모녀가 있다. 친정엄마를 스승으로 모시고, 전통 엿을 전수받는 최영례씨.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엿을 배운 지 어언 긴 세월이 흘렀지만 영례 씨는 아직 엄마를 따라가기엔 버겁기만 한데…. ■꼬마신랑 쿵도령(KBS2 오후 5시) 귀여운 동갑내기 향이 처제가 놀러 왔다. 금룡이는 색시보다 향이 처제랑 노는 게 더 재밌다. 매일 매일 처제랑 놀고만 싶은 금룡이. 한편, 편찮으신 장모님을 돌보느라 바쁜 처제를 위해 금룡이가 직접 처제랑 놀아주기 위해 찾아간다. 과연 처제 앞에서 금룡이는 형부의 늠름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까. ■다큐 공감(KBS1 밤 10시 55분) 대한민국의 봄이 처음으로 시작되는 제주에서부터 서울까지. 3월부터 약 2달간 전국의 봄을 기록했다. 바다 위 17만 평 청보리밭과 봄꽃의 향연 등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봄의 절경들이 펼쳐진다. 또한, 꾸밈없이 우직한 우리네 고향 부모들의 삶을 통해 푸석한 도시민들의 마음에 봄비 같은 치유를 선사한다. ■현장 21(SBS 밤 8시 55분) 만약 당신이 중증질환(암, 뇌질환, 희귀난치성 질환)에 걸린다면 어떤 진료를 받고 싶은가. 대부분 사람은 비용을 더 부담하더라도 선택 진료를 선택하면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선택 진료 탓에 의료 빈곤층이 된 이들의 현실과 대형병원의 선택진료 제도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공개한다. ■장수 가족 건강의 비밀(EBS 밤 10시 45분) 부산의 한 아파트에 흘러나오는 피아노 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89세 제갈삼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 고령의 나이에도 능숙하게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에선 흘러간 세월이 무색하다. 그뿐만 아니라 할아버지는 40년 넘게 함께 활동을 해온 음악 지기들과 최장수 피아노 트리오도 이끌어 오고 있다. ■가족(OBS 밤 11시 5분) 강원도 동해 송정동에서 동네 통장 일만 30여 년째인 김귀남씨는 동네 지킴이로 유명하다. 혼자 사는 할머니들의 딸이 되어주고, 힘들게 사는 청소년들의 엄마가 되어주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하지만, 누구보다 행복하다는 귀남씨. 자전거와 노래 한 자락만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것 없다는 씩씩한 그녀의 일상을 엿본다.
  • [깔깔깔]

    ●차표의 중요함 차 안에서 할아버지가 무엇인가를 찾자 옆사람이 물었다. “뭘 잊으셨어요?” “응. 차표! 이거 큰일났네.” “할아버지, 이 차는 내릴 때 표 검사를 안하니까 차표 없어도 되요!” 그러자 할아버지가 대답하셨다. “어허! 차표를 찾아야 내가 어디 가는지 알지!” ●난센스 퀴즈 ▶술은 술인데, 어린이가 배워도 되는 술은? 무술. ▶병든 자여 다 내게로 오라고 말한 사람은? 엿장수. ▶성경인물 중에서 산수를 못하는 사람은? 모세.
  • [DB를 열다] 중학교 입시 폐지로 이어진 1960년대 무즙 ·창칼 파동

    [DB를 열다] 중학교 입시 폐지로 이어진 1960년대 무즙 ·창칼 파동

    다음은 1964년 12월 7일 치른 서울 전기 중학교 입시 자연 과목 18번 문제다. 18) 다음은 엿을 만드는 순서를 차례대로 적어놓은 것이다. ① 찹쌀 1㎏가량을 물에 담갔다가 ② 이것을 쪄서 밥을 만든다. ③ 이 밥에 물 3ℓ와 엿기름 160g을 넣고 잘 섞은 다음에 60도의 온도로 5~6시간 둔다. 위 3과 같은 일에서 엿기름 대신 넣어도 좋은 것은 무엇인가? 당국은 보기 1번 ‘디아스타아제’를 정답으로 발표했지만 2번 ‘무즙’을 선택한 학생들은 무즙도 답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학부모들은 교과서에 침과 무즙에도 디아스타아제가 들어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고 항의하면서 복수 정답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른바 ‘무즙 파동’이다. 합격자 발표 결과, 경기중학교의 커트라인은 154.6점이었다. 한 문제 때문에 떨어진 학생의 학부모들이 흥분한 것도 이해할 만했다. 정답을 무즙으로 적어 낙방한 학생은 39명이었다. 학부모들은 무즙으로 실제로 엿을 고아서 들고 가 항의하기도 했다.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이던 당국은 무즙은 오답이라고 결론 내렸고 결국 사건은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1965년 3월 30일 서울고법은 무즙도 정답으로 봐야 한다며 39명을 구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학생들은 5월 12일 전학 형식으로 원하는 학교에 입학했다. 사진은 이듬해인 1966년 12월 2일 중학교 입시를 치르는 초등학생들의 모습이다. ‘창칼 파동’은 1968학년도 경기중학교 입학시험에서 벌어졌다. 미술 13번 문제 ‘목판화를 새길 때 창칼을 바르게 쓴 그림은?’이라는 문항에서 복수 정답 시비가 생겼다. 학부모들은 교장과 교감을 연금하는 소란을 피우고 소송도 제기했지만 이번에는 패소했다. 지나친 교육열과 입시 경쟁에서 비롯된 무즙 파동과 창칼 파동으로 중학교 입시는 폐지됐다. 1969학년도부터 서울에서 처음으로 중학교 추첨제가 시행됐다. 이듬해에는 부산, 대구, 광주, 인천 등의 대도시도 중학교 입시제도를 폐지했다. 더불어 서울에서는 1970학년도를 끝으로 이른바 명문으로 불렸던 7개 중학교가 폐교됐다. 경기중, 서울중, 경복중, 경동중, 경기여중, 수도여중, 이화여중이다. 손성진 국장 sonsj@seoul.co.kr
  •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1)제주 꿩·메밀 요리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1)제주 꿩·메밀 요리

    낯선 곳을 여행하면서 꼭 챙기는 것이 바로 그 지방의 대표 음식과 맛집입니다. 그만큼 맛집 순례는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요즘, 음식평론가이자 여행작가인 손현주씨가 1월 제주도의 꿩과 메밀을 시작으로 매달 셋째 주 목요일에 계절 따라 지역별로 맛볼 만한 제철 음식을 엄선해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한라산에 눈이 고봉밥처럼 쌓였다. ‘직, 지익’ 빌린 소형 승용차의 라디오는 어떤 주파수도 잡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차는 어느새 중산간을 지나 서귀포로 접어들었다. 노란 귤 밭이 더러 남아 있다. 빨간 열매를 매달고 크리스마스 병정처럼 서 있는 가로수를 보니 더럭 반갑다. 문득 그녀와 주고받던 말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온다. “나무 이름이 뭐예요?” “먼나무.” “뭔 나무냐고요?” “먼나무라니까.” 허허, 서귀포를 촘촘히 수놓은 그 가로수 이름이 먼나무란다. 근래 ‘식탐’이라는 책을 쓴 ‘올레 개척자’ 그녀와 난 미식의 경계에서 죽이 잘 맞았다. 그러니 제주에 가면 포식자처럼 바닷가에서 산허리로 별난 식재료를 찾아 기웃거리거나 밤늦게까지 맛 유람기를 읊어댔다. 어떤 날은 오후에야 문을 여는 게으른 ‘봉수네 식당’ 구석방에 앉아 국물이 뽀얗게 우러난 전통 돼지족탕에 감읍했고, 문섬 위로 달이 차올라 싱숭생숭한 날은 제주의 푸른 밤 유화가 걸린 그녀의 낡은 아파트에서 애술 언니가 담가준 기막힌 파김치에 막걸리 통을 비웠다. 이번 제주여행 또한 그 변주를 넘어서지 않았는데, 촉수에 잡힌 것은 마라도의 끝물 방어다. 물 좋아 젓가락으로 집으면 조릿대처럼 낭창거리는 붉고 기름진 선어의 향연을 맛보지 않고 어찌 모슬포의 겨울을 이야기할까. 하필 이름도 기이한 제주 여인 묘생씨가 옆자리에 앉았고, 토박이 식도락 기담은 밤새 냄비뚜껑처럼 벌름거렸다. “말도 마시라, 애 낳았는데 시어머니가 메밀자베기(수제비) 달랑 두 번 끓여 주더라고. 성에 안 찼지. 메밀가루 한 말을 구했어. 이레를 끼니마다 한 낭푼씩 먹고 나니 기운이 돌더라. 요리랄 것도 없어. 메밀가루를 묽게 반죽해서 끓는 물에 수저로 뚝뚝 떼어 넣으면 돼. 지금도 제주 산모들은 땀 뻘뻘 흘리며 메밀자베기를 퍼먹어야 젖이 돌고 기운을 차린다고 생각하지.” 허니, 제주의 겨울 맛은 메밀이야기로 풀렸다. 메밀의 걸쭉한 점성이 산모의 젖을 풍부하게 해 주고 피를 맑게 해 주기 때문에 제주 여인들은 미역국과 더불어 산후 조리식으로 메밀수제비를 먹는다는 것이다. 중산간 지역에서 많이 재배하는 메밀은 제주 음식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의 구황작물이다. 심한 흉년이 들면 메밀대를 삶아 먹으면서 허기를 달랬고, 뜨거운 물에 타면 바로 식사대용 비상식량이었다. 꿩메밀칼국수, 꿩만두, 빙떡, 메밀수제비, 메밀고구마범벅, 메밀칼국 등 이 일상의 음식들은 모두 메밀이 섞이고 어우러지며 긴 시간 배고픈 제주를 먹여살렸다. 잔칫집에서 빠지지 않는 몸국(돼지고기 삶은 국물에 모자반을 넣고 끓인 국)이나 고사리육개장, 순댓국에도 어김없이 메밀가루가 들어간다. 국은 걸쭉하여 따로 밥을 먹지 않아도 한 끼 식사가 될 만큼 포만감이 있다. 이튿날 오전. 비자림 입구에서 제주시 쪽으로 식당을 옮겨 왔다는, 제법 알려진 꿩과 메밀요리 전문점을 찾아갔다. 빙떡과 꿩만두, 꿩메밀칼국수까지 오달지게 주문했다. 빙떡은 본래 명절 때 나눠 먹는 전통음식이다. 역사가 700년이나 되었다면 믿어질까. 철판에 잽싸게 지져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먹는 일만큼이나 노독을 풀어주는 흥밋거리다. 할망은 묽게 갠 메밀을 한 국자 얹어 손바닥만 한 피를 만들고, 데친 무채를 얹어 빙빙 굴렸다. 양 끝을 꾹 눌러 완성시킨 빙떡은 마치 멍석을 말아 놓은 듯 가지런하기까지 하다. 모양이 길쭉하다. 좀 식혀 귀퉁이를 베어 물었다. 부드럽다. 메밀의 담백한 맛과 무채의 시원함이 어우러져 풍미가 독특하다. 삼삼하다. 이것이야말로 고향을 떠나온 도회인들이 영혼을 부릴 수 있는, 만화영화 ‘라따뚜이’에서 평론가 안톤 이고를 감복시킨 어머니의 손끝 맛이 아닐까. 설설 국물이 끓고 할머니의 꿩 이야기는 과거로 흘러 들어갔다. “지금이야 사육이지만 예전에는 늦가을부터 사냥을 했어요. 어떤 마을은 개를 앞세워 수십 명이 패를 만들었죠. 그런 날은 무 나박나박 썰어 넣은 꿩국을 맛봤고, 메밀반죽 넓게 썰어 넣은 꿩칼국은 겨울 별미였어요. 잡은 꿩을 눈밭에 툭 던져 놨다가 꽁꽁 얼려 가슴살로 육회를 해먹어요. 꾸들꾸들 말린 육포는 술안주로 최고였죠.” 메밀 피에 꿩고기와 야채를 얹어 꿩만두를 빚고, 샤부샤부처럼 데쳐 먹는 꿩 토렴은 그야말로 제주의 오랜 풍습이 깃든 세시음식이다. 제주만의 꿩엿은 어떤가. 꿩 살코기 쭉쭉 찢어 넣고 국물까지 포함시켜 엿을 고았다.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물질하는 해녀나 노인들의 보양식으로 최고였다. 여행 마지막 날, 동문재래시장에 들렀다. 꿩과 메밀요리로 입소문난 골목식당 안일수(58)씨를 만나기 위해서다. 테이블 6개의 좁은 공간에서 안씨는 구이용 꿩을 다듬고 있었다. 가게는 40년 됐지만 15년 전 물려받았다고 한다. 부엌이 두어 평이나 될까. 손잡이가 떨어져 나간 들통에서는 꿩 육수가 끓고 있었다. 꿩메밀칼국수를 주문했다. 투박한 메밀덩어리는 도마 위에서 순식간에 재단되었고, 육수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메밀가루가 상으로 올라오기까지 그 시간은 짧고 일정했으며 단단했다. 국수 한 그릇의 미망은 컸다. 어떻게 먹어야 할지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수저부터 들었다. 여전히 낯설다. 국물을 한 술 떴다. 맛이 깊다. 베지근하다는 제주 사투리는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국수를 젓가락으로 어설프게 건져 본다. 뚝뚝 끊어진다. 그러니 순수 메밀칼국수는 수저로 퍼 먹어야 옳다. 담백하지만 텁텁하다. 고기 살점이 씹히면서 특유의 꿩 향이 난다. 우리의 미각은 보수적이어서 추억과 경험에 의존해 판단하려는 경향 때문에 꿩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식재료가 살갑지는 않은가 보다. 비리고 날것투성이인 시장통을 빠져 나오니 눈발이 성기게 흩날린다. 그런데 모를 일이다. 비행기를 타고 본토로 돌아오는 동안 왜 그 국물이 자꾸만 떠오르던지. 단순하고 정갈한 과거의 맛. 몸을 순화시키는 편한 맛. 이 영혼을 벼리는 국물이야말로 생명의 음식이고 팍팍한 일상의 기갈을 풀 힐링 푸드 아닐까. 정초부터 꿩메밀국수에 단단히 홀렸다. 글 사진 손현주 음식평론가·여행작가 [여행수첩] 바람 많은 제주의 겨울은 만만치 않다. 바람막이 등 옷을 든든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 눈 소식이 있으면 한라산 어리목 입구만 가도 기막힌 설경을 만끽할 수 있다. 공항까지 차로 25분. 동문재래시장 입구에 빙떡 파는 포장마차가 있다. →계절맛집 동문재래시장 ‘골목식당’(757-4890, 꿩메밀칼국수, 꿩샤부샤부, 꿩구이), 제주시 이도2동 ‘비자림꿩요리전문점’(783-3888, 꿩메밀칼국수, 꿩만두, 빙떡, 꿩샤부샤부), 제주시 구좌읍 ‘제주민속식품’(782-1500, 꿩엿, 전복엿, 감귤해초잼) →추천맛집 ‘봉수네식당’(763-5164, 돼지족찜, 고기국수), 표선면 ‘가스름식당’(787-1163, 토종흑돼지 삼겹살, 돼지고기 두루치기, 전통 순댓국과 몸국), 대정읍 ‘산방식당’(794-2165, 수육과 밀면, 이상 서귀포시) 제주시 삼도동 ‘미풍해장국’(724-8867, 중독성 강한 선지해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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