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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일 TV 하이라이트]

    ●리얼다큐 여자(EBS 오후 9시30분) 바늘 하나로 못 만드는 게 없다는 생활 옷 디자이너 김수정씨. 자신의 이름을 내 건 옷가게가 있는 것도, 번듯한 작업실이 있는 것도 아니다. 천연약재를 삶아 손수 염색을 하고,30년도 더 된 재봉틀로 옷을 깁고, 실밥 날아다니는 반 지하 작업실에서 토막 잠을 자도 김수정씨는 ‘앙드레 김’이 부럽지 않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SBS 오후 8시55분) 아침마다 벌어지는 최씨네 4남매의 긴 머리와의 전쟁. 도대체 얼마나 길기에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시선집중이다.4남매 머리 길이의 합은 3m85㎝.4남매의 개성만점 긴 머리로 사는 법을 공개한다.4000평 땅에 높이 5m의 돌담들. 돌담 쌓는 할아버지의 땅 사랑이야기를 들어본다.   ●글로벌 코리안(YTN 오전 10시25분) 칭다오에 진출해 있는 3000여 개의 한국 기업 중 절반가량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이 같은 경영난은 인건비 상승, 급여의 30%에 달하는 보험료 등 기업에 대한 부담이 늘어난 게 주요 원인이다. 칭다오에 진출한 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정부가 해야 할 대 중국시장 정책을 살핀다.   ●궁(MBC 오후 9시55분) 법도를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의 마음에 충실하려는 율, 법도는 황실을 지키는 힘이자 숙명이라며 이성을 촉구하는 신. 비록 그 방식이 다르고 잃어온 것도 다르다 하나, 두 사람이 지키고 싶은 사람만은 같다. 채경 역시 자신으로 인해 다치는 사람들이 안타깝고 서글프지만 이상과 현실은 더욱 더 멀어져만 갈 뿐이다.   ●특파원 현장보고 세계를 가다(KBS1 오후 11시40분) 10년 넘게 건설해 온 세계 최대의 댐, 중국의 싼샤댐이 오는 5월 완공될 예정이다. 양쯔강을 가로지르는 길이 2309m, 높이 185m 규모의 싼샤댐에 중국 정부는 많은 기대를 걸고 있지만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 또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싼샤댐을 둘러싼 문제점을 심층 취재했다.   ●해피투게더(KBS2 오후 11시5분) 어릴 때 누구보다도 활발했다는 김C. 어릴 적 모든 에너지를 다 소비해서 지금 이런 상태가 됐다고 말한다. 엉뚱 유쾌한 그가 활발하고 명랑했던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는 친구들을 다시 만난다. 언제나 기분 좋은 대한민국의 엄마 김창숙이 42년 만에 친구들을 보게 된다. 그녀의 중학교 시절 숨은 친구찾기가 펼쳐진다.
  • ‘진짜 MT’ 추억 만들기

    ‘진짜 MT’ 추억 만들기

    아버지는 말하셨지 엠티(M·T)를 떠나라∼. 시절은 바야흐로 봄. 소풍을 떠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솔솔 부는 봄바람과 함께 대학가나 직장인들 사이에도 엠티 바람이 불고 있다. 구성원들간의 공동체의식과 팀워크가 중요한 직장이나 대학 등에서 엠티는 결코 빠질 수 없는 통과의례. 신입사원들이나 새내기 대학생들에게는 새로운 사람과 좀더 친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기존의 엠티문화도 새롭게 변하고 있다. 체험형 테마엠티가 뜨고 있는 것. 폐교엠티나 도자기 굽기 체험엠티, 서바이벌 엠티 등 종류도 다양하다. 멤버십 트레이닝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면서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이번 엠티는 조금은 특별하게, 조금 더 색다르게 준비해 보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신나는 엠티를 원한다면 다양한 게임을 준비해 가자. 몸을 부딪쳐가며 게임을 하다 보면 서로간에 친밀감이 쌓여간다. ●인간철도 각 팀 전체가 2열종대로 서서 옆사람과 마주보고 양손을 굳게 잡는다. 대열의 가장 앞에 있던 주자 한 명이 출발소리와 함께 양손 위에 누우면 2열로 손을 잡고 있는 사람들은 옆으로 들어 던지듯 전달한다. 어느 팀이 먼저 결승점에 도착하는가를 겨루는 단합 경기. ●양파링게임 이 게임에는 인원수만큼의 성냥개비와 양파링 과자가 필요하다. 조별로 일렬로 앉은 다음 성냥개비를 입에 물고 그 위에 양파링을 건다. 그리고 손을 쓰지 않고 뒤에 앉은 사람에게 양파링을 건넨다. 남녀가 적당히 섞여야 더욱 재미있다. # 폐교엠티 학생이 없어 버려졌던 시골 분교가 다시 태어나고 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으로 변신한 폐교들이 속속 늘어나면서 지방문화의 새로운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는 것. 교실을 숙박이 가능한 펜션 등의 형태로 리모델링해 소규모 엠티나 단체연수 등의 장소로 활용하는 곳도 부쩍 늘어났다. 폐교의 가장 큰 장점은 외진 곳에 위치해 있어 공기가 맑고 조용하다는 것. 어릴 적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 속에서 하루를 보낼 수도 있다. 경북 구미의 안곡분교는 폐교를 잘 활용한 사례. 교실에 온돌 패널을 깔아놓는 등 시설면에서 웬만한 수련원보다 낫다. 매년 자연사랑 연합회 회원들과 이곳으로 엠티를 온다는 원정대(47·대구)씨는 “넓은 저수지를 품고 있는 운동장에서 야외행사를 하다 보면 마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며 “밤엔 운동장 풀밭에 큰 대자로 누워서 별을 헤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인천시 소야도의 상록수 휴양원(sanglokone.com)은 영화 ‘연애소설’의 촬영지로 잘 알려진 곳. 덕적도에서 200m정도 떨어져 있다. 해안선의 길이만 14.39㎞에 달한다. 충남 서산의 서해 천수만청소년수련원(seohaecamp.com)이나 전북 장수의 하늘내 들꽃마을(slowzone.co.kr), 강원도 영월의 자연학교(youngwol.net), 충북 음성의 설성인형마을(www.sulsung.net) 등도 많이 알려져 있다. 서울 근교에는 경기도 양평의 가나문화연수원(ganacc.com), 연천의 임진강 캠프(imjincp.co.kr) 등이 있다. # 휴양림 엠티 “계속해서 코끝으로 들어오는 향긋한 풀내음과 나무들의 상쾌함, 졸졸 흐르는 계곡의 물들이 우리들의 휴식을 맘껏 누릴 수 있게 해주었네요.” 상지대학교 주관으로 강원도 횡성의 청태산 휴양림(huyang.go.kr)으로 엠티를 다녀온 한 주부의 체험기 중 일부다. 맑은 공기와 수려한 풍경, 산새소리와 나뭇가지 바람에 부딪치는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조용함. 고즈넉하고 여유있는 엠티장소를 찾는다면 휴양림만큼 적당한 곳이 또 있을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숲길을 산책하다 보면 절로 도타운 정이 생길 듯하다. 가격이 저렴한 것도 장점. 서울 YMCA 좋은 비디오숍 경영자 모임인 으뜸과 버금의 최대숙(34)씨는 “세미나실 대여료 20만원이면 직원 35명의 숙박료가 해결된다.”며 휴양림을 적극 추천했다. 숙소 앞의 잔디밭에서는 통나무를 이용한 게임이나 족구 등 간단한 체육행사도 가능하다. 휴양림 관계자의 숲 해설을 들으며 산을 한바퀴 돌아본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최씨는 “아무리 오래 있어도 좋고, 자꾸만 보아도 좋고…. 이렇게 좋은 곳을 이제야 안 것이 아쉬워 내년에 또 오자는 직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 서바이벌 게임 엠티 서바이벌 게임은 어른들이 즐기는 스포츠화된 전쟁놀이. 이산 저산을 뛰어다니며 전투를 벌이다 보면 상당한 운동효과를 볼 수 있다. 상대팀과 접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판단력과 협동심을 기를 수 있어 멤버십 트레이닝에도 안성맞춤. 실전에서처럼 고통이나 부상이 없기 때문에 승자나 패자 모두가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1989년 한국에 도입된 이후 기업연수 때나 소수의 동호인들만이 즐기는 레포츠였지만 올해부터 66만명에 달하는 예비군들의 훈련과정으로 채택되면서 점차 대중적인 레포츠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충청남도 홍성의 청운대 방송음악과 학생들은 전학년 모두가 안면도의 CQB(paintball.com)서바이벌 게임장으로 엠티를 가기로 했다. 예년과 달리 학과교수들도 함께 참가하기로 해 사제간의 단합도 과시할 예정이다. 이번 엠티를 준비한 조설규(25)씨는 “예전엔 선·후배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없이 서로 고성만 지르고 왔다.”며 “교수님과 학생들이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서로간의 벽을 허물고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튿날에는 인근 바닷가에서 갯벌체험도 하고 올 예정. # 체험형 엠티 “동료들과 함께 도자기 굽기를 체험하면서 서로가 만든 엉성한 도자기를 보며 깔깔대고 웃었죠. 맑은 공기를 마셔가며 웃어본 것이 얼마만인지 몰라요.” 의학 신소재 개발업체인 펩트론의 이상미(29)씨는 동료직원과 함께 강원도 춘천의 예술촌(yesulchon.co.kr)으로 엠티를 다녀왔다. 예술촌은 도자기 굽기나 두부 만들기, 천연염료를 이용한 염색 등의 체험활동을 해볼 수 있는 곳. 행사진행을 담당한 이씨는 “예전의 야외체육행사성 엠티에 직원들 대부분이 식상해 있었다.”며, 이번엔 테마가 있는 곳으로 엠티를 가보자는 직원들의 의견을 고려해 이곳으로 엠티장소를 정했다고 말했다. 한양대 관광학과 학생들도 학과 담당교수들과 함께하는 체험형 엠티를 계획하고 있다. 관광학과 학생회장인 변형은(23)양은 “밤새 술만 마시다 보면 다음날 빈 술병 말고는 남는 게 없었다.”며 “예전처럼 한다면 M·T가 아니라 Empty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체험 엠티를 통해 교수와 학생 모두가 하나가 되는 계기를 만들어 오겠다는 것이 관광학과 학생들의 계획.
  • ‘15년후 대구’ 청사진 마련

    오는 2020년까지 대구 개발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청사진이 마련됐다. 21일 대구시가 발표한 ‘2020 대구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1도심·1신도심·4부도심·1신도시’를 중심으로 개발하도록 돼 있다. 우선 중부를 업무, 전문상업, 정보통신, 문화중심 기능을 가진 도심으로 만들고 동대구 신도심은 국제적 중추관리기능, 국제적 비즈니스 업무기능, 광역고속교통 중심기능을 확충하기로 했다. 또 칠곡, 안심, 달서, 성서 등 4개 지역을 지역 중심기능과 도심 지원기능을 가진 부도심으로 개발한다. 테크노폴리스가 들어서는 달성군 현풍면과 유가면 일대는 연구 개발 중심의 친환경적인 신도시로 개발된다. 기존 서대구 공단과 염색공단과 3공단은 도심형 첨단산업단지로 개발하기 위해 현재대로 공업용지로 유지된다. 동구 괴전동 일원 0.3㎢와 북구 매천동 일원 0.1㎢는 유통업무설비시설(화물터미널) 기능폐지에 따라 주변과 연계를 위해 상업용지에서 주거용지로 계획했다. 1997년 마련한 도시기본계획에서 주거용지로 계획됐으나 현재 관리계획 상 녹지용지로 남아있는 동구 불로동 지역 등 7개지역 5.44㎢를 주거 및 상업·공업용지로 개발키로 하고, 전단계인 시가화 예정용지로 지정했다. 지하철 4호선은 3차 순환선 외곽 서북부 지역의 교통수요를 감안해 노선을 일부 변경하고 당초보다 12.4㎞ 늘어난 37.6㎞로 계획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신상품]

    ●해태음료는 아미노산을 함유한 음료 ‘아미노업’ 브랜드에서 칼로리가 없는 ‘아미노업 칼로리 제로’를 출시했다. 일본에서 다이어트 기능성 성분으로 활용되는 ‘L-카르니틴’을 추가하고 칼로리를 0으로 떨어뜨렸다고 업체측은 말했다.240㎖ 캔은 700원,350ℓ 페트병은 1000원.●웅진식품은 ‘제주 한라녹차’를 출시했다. 제주 한라산 해발 500㎙의 청정지역에서 자라 품질이 좋은 녹차 잎을 우려냈다. 씁쓸하지 않고 깔끔한 뒷맛이 강점.330㎖들이 페트병 가격은 1000원.●농심은 쌀로 면을 만들어 깔끔한 맛이 나고 소고기와 야채로 국물을 내서 담백하고 시원한 ‘쌀 국수 포들면’을 내놓았다. 숙주, 양파, 파, 청양고추 등 건더기도 푸짐하게 들어있다고 농심은 소개했다. 봉지면은 106g에 1500원이고 용기면은 85g에 1700원이다.●동원F&B에서 황다랑어를 사용한 ‘참치 살코기 장조림’과 돼지고기 안심으로 만든 ‘손으로 만든 장조림’을 내놓았다. 메추리알, 꽈리고추, 가평산 잣을 넣었다. 중량 115g, 가격은 2100원이다.●한국P&G에서 ‘녹차성분 함유 페브리즈’를 새롭게 선보였다. 섬유 속 냄새ㆍ세균 제거해주고 녹차 특유의 향으로 상쾌한 느낌을 준다. 업체측은 한국화학시험연구원으로부터 안전인증(항균분야)을 획득해 아이들 이불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370㎖ 5000원선.●빙그레는 칼로리를 낮춘 ‘바나나맛우유 라이트’를 출시했다. 지방의 함량을 1.5%로 낮췄다. 용기는 기존 바나나맛 우유와 같은 항아리 모양으로 만들었다.240㎖,900원.   ●LG생활건강은 모발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고급 샴푸와 린스 ‘엘라스틴 플래티넘’을 시장에 내놓았다. 제품은 모근-모발-모끝의 3중케어 시스템을 채택한 것이 특징. 비타민B 유도체 등이 모근을 튼튼하게 하고, 식물성 콜라겐 성분이 모발조직을 보호하며, 키토산 성분이 모끝의 갈라짐을 방지한다고 회사측이 설명했다. 모근 케어·염색 손상용·민감성 샴푸와 린스는 각 600g에 9500원.(080)023-7007●남양유업은 국내 최초로 초유 단백질 우유인 ‘뼈건강 연구소 206’을 내놓았다. 제품은 초유 단백질 성분인 GP-C를 사용, 조골 세포를 증가하게 하고 골밀도를 높인다. 뼈의 신진대사를 돕도록 칼슘 흡수를 촉진시키는 폴리감마글루탐산과 비타민D도 보강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가격은 600∼2250원.(02)2010-6575●한국리복은 신발 내 공기압을 단계별로 조절 가능한 최첨단 패션 러닝화 ‘펌프 로뮬러스(Pump Romulus)’를 내놓았다. 제품은 신발 뒤쪽의 스마트 밸브를 이용, 공기가 주입되지 않는 0단계부터 신발이 발에 가장 잘 맞는 7단계까지 착용자가 원하는 공기압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천천히 걷는 운동부터 빠른 속도로 달리거나 격렬한 댄스 등 착용자의 활동에 적합한 공기압을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은 14만 9000원.(080)3443-7321●뉴발란스는 혁신적인 충격 흡수 소재인 아부조 이엑스가 사용된 ‘W891WC’ 러닝화 시리즈를 내놓았다. 제품은 충격을 완화시켜 척추와 무릎 부상을 예방해 휘트니스 클럽이나 공원에서 달리기를 시작하려는 초보 러너에게 적합하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오렌지색과 노란색 러닝화는 러닝복과 외출복에 감각적으로 코디할 수도 있다. 남성용은 하늘색과 검정색 2개. 가격은 10만 9000원.●농심켈로그는 국내 최초로 장 건강에 좋은 ‘프리바이오틱이 들어간 콘 푸로스트 바이오 장’을 출시했다. 제품은 쌀·통밀·옥수수 등 몸에 좋은 통곡식에 하루에 필요한 9개 비타민과 미네랄, 유산균을 증식시켜 준다. 프리바이오틱은 유산균과 같이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돼 장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성분이다.380g(4500원),580g(5650원).
  • 그리움 피는 산수유마을 가다

    그리움 피는 산수유마을 가다

    ■ 이젠 노란 그림 구경 갈까 올봄은 매화와 산수유 꽃을 함께 볼 수 있다. 원래 산수유는 매화가 지고 나면 피는 꽃으로 알려져 있지만 올해는 일주일 정도 개화 시기가 앞당겨졌다. 그래서 섬진강 나들이를 더욱 즐겁게 한다. 매화마을과 산수유마을의 위치는 차량으로 30분 거리로 아주 가깝다. 매화마을에서 섬진강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전남 구례군이다.19번 국도를 따라가면 오른쪽에 산동면 지리산온천이 눈에 들어온다. 산수유마을로 유명한 산동면 상위마을은 이곳에서 4㎞정도 떨어져 있다. 생김새가 중국의 촉나라 대추와 비슷한데다 신맛이 두드러져 촉산초(蜀散草)라고도 불린다. 산수유는 다년생 나무로 3월초에 꽃망울을 맺어 3월 중순이 넘어서면 노란 꽃을 활짝 피워 지리산 자락에도 봄이 왔음을 알리는 전령사의 역할을 한다. 이맘때부터 마을전체는 노란 물감을 들인 풍경화를 그려낸다. 올해는 개화시기가 빨라 벌써 노란 꽃잎이 서서히 마을을 물들이고 있다. 오는 25일부터 4월2일까지 ‘제8회 산수유꽃 축제’가 열린다. 풍년 기원제를 시작으로 관광객이 참여할 수 있는 고로쇠 약수 마시기, 산수유 차·술 무료 시음, 산수유 염색 체험, 산수유 엿 만들기, 산수유 기념품 만들기 등 산수유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행사를 마련했다. 노랗던 산수유나무는 11월이면 붉은 보석 같은 열매를 맺는다. 빨간 껍질과 씨앗을 분리한 뒤 껍질로 차, 술, 한약재 등을 만든다. 여기서 나는 산수유 열매는 자연적 환경과 토질, 기후가 적합해 육질이 두껍고 시고 떫은 맛이 두드러지며 색이 곱다. 열매는 신장계통 및 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부인병 등 각종 성인병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구례군청 문화관광과 (061)780-2227. ■ 그래도 아쉽다면 동백 구경 어때요 어렵게 5시간이 넘게 차를 몰고 간 남도의 매화와 산수유 꽃잔치가 아직 성에 차지 않는다면 광양 백계산 자락에 있는 동백림에 들러보자. 통일신라 시절 풍수지리 학자로 유명한 도선국사가 35년간 머물며 입적했다는 ‘옥룡사’란 절터가 있던 자리. 들어가는 입구에 울창한 동백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 이곳의 6000여그루의 동백나무는 도선국사가 심었단다.1878년 화재로 소실된 옥룡사 절터는 진위논란에 휩싸여 있지만 동백림의 아름다움에는 그 누구도 이견이 없다. 전라남도 지방기념물 제12호로 지정된 동백림은 3월 중순에 만개를 해서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다. ■ 광양에 갔으면 불고기는 먹어봐야지 광양을 대표하는 음식이 불고기. 일단 맛을 보러 광양읍사무소 뒤쪽 한국식당(061-761-9292)으로 갔다. 인근에 나름대로 원조라는 간판을 걸고 불고기집들이 몰려 있어 주차장부터 달콤한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아담한 한옥인 한국식당은 4대째 불고기를 하는 집으로 광양에서도 이름이 자자하다. 광양 불고기는 좀 특이했다. 고기에 양념이 거의 없는 정말 선홍빛의 고기가 한접시 나온다. 한우의 등심을 얇게 썰어서인지 고기 군데군데 떡심이 붙어 있다. 백운산에서 나는 참숯을 피워놓은 놋화로에 고기를 굽는다. 맛은 담백하고 부드러웠다.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불고기의 맛은 고기를 손질하는 기술과 양념의 노하우가 맛을 좌우합니다. 갓 잡은 한우의 등심에 붙은 힘줄과 비계를 떼어내고 살코기는 결 반대로 얇게 썰어 손님이 주문하면 바로 양념을 하지요.”라고 주인 박영희(54)씨가 말한다. ■ 남도의 넉넉한 맛에 빠져봐요 누룽지 또한 별미. 남도의 넉넉한 인심을 말하듯 밑반찬도 각종 김치와 젓갈, 전, 나물 등 푸짐하다. 불고기는 1인분에 1만 3000원. 누룽지는 2000원으로 가격도 저렴하다. 전남 구례와 광양으로 가려면 대략 3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대전∼진주고속도로를 타고 진주분기점에서 남해고속도로 순천방면으로 가다가 옥곡나들목에서 빠진다.2번국도와 만나 하동 섬진강다리앞에서 861번도로를 타고 섬진강을 따라 올라가면 매화마을과 만난다. 매화마을에서 861번도로를 타고 강을 따라 올라간다. 강 건너로 길이 하나 더 있는데 19번 국도. 화개장터로 유명한 남도대교를 건너 19번국도와 합류, 계속 북상하면 지리산온천관광지가 있는 산동면이 나온다. 온천관광지에서 4㎞가량 떨어진 언덕에 산수유마을로 알려진 상위마을이 있다. 대전∼진주고속도로를 타고 함양나들목에서 88고속도로를 갈아탄 뒤 남원나들목에서 나와 19번국도를 따라 내려오면 산동면과 만난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활동적인 여성이 아들낳을 확률 커”

    활동적이고 자신감 있는 여성이 소극적인 여성보다 아들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론이 제기됐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의 행동과학 교수인 발레리 그란트 박사는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많은 여성이 남성 염색체 Y를 가진 정자를 더 쉽게 받아들인다.”는 학설을 내놨다고 일간 뉴질랜드 헤럴드가 8일 보도했다. 그란트 박사는 80마리 암소를 연구한 결과 “난자 표면이 X,Y 염색체 중 어느 정자와 만날 것인지 미리 프로그램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진화심리학자들도 공학과 회계 등 ‘남성적’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태아가 자궁 속 테스토스테론의 높은 수치로 남자가 될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었다. 지금까지 태아의 성별은 X,Y를 가진 정자가 ‘우연히’ 난자와 결합해 결정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실제로 태어나는 아기는 105대100으로 남자가 많다. 전쟁과 같은 시기에는 남자 아기가 더 많이 태어난다. 그란트 박사는 스트레스나 남성 부재 시기에 여성들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사회플러스] ‘염색체 이상 진단칩’ 상용화

    뱃속에 있는 아이가 유전질환에 걸렸는지를 칩 하나로 손쉽게 알아볼 수 있는 ‘염색체 이상 진단칩’ 기술이 국내에서 상용화됐다. 생명공학 벤처기업인 마크로젠은 ‘염색체 이상에 의한 유전병 진단용 BAC칩’과 전용 분석 소프트웨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시판 승인을 받았다고 9일 밝혔다.
  • [마니아] 고덕2동 주민자치센터 동호회

    [마니아] 고덕2동 주민자치센터 동호회

    일상속에서 발견하는 자연 ‘민화’ “어머니, 어머니, 이것 좀 보세요.” 아들 율곡이 숨가쁘게 달려옵니다. 풀밭에서 산 채로 잡아온 방아깨비를 어머니에게 보여줍니다. 신사임당은 방아깨비의 뒷다리까지 꼼꼼하게 살펴본 뒤 놓아줍니다. 신사임당이 그린 ‘초충도(草蟲圖)’는 소박하면서도 생동감이 넘치는 맛이 있습니다. 자연에 대한 사랑스러운 눈길이 묻어나오기 때문이지요. 신사임당은 자녀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그림은 단순히 손재주만으로 그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마음을 가다듬은 뒤 그릴 대상을 꼼꼼이 관찰해야 한다. 실체를 파악하지 않으면 생명력이 없는 그림이 나올 뿐이다.” 그래서인지 신사임당이 그린 초충도를 보고 닭이 와서 쪼아댔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현대판 신사임당’들이 민화를 그리고 있는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지난 7일 강동구 고덕2동 주민자치센터 2층의 ‘민화방(民房)’.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민화에 푹 빠진 20여명이 몰려든다. 민화방은 고덕2동 동사무소에서 운영하지만 절반 정도는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온다. 민화방을 이끄는 한국민화작가회 회장 안종혁씨의 개인전 등을 접하고 찾아오는 이들이다. ●취미로 시작… 국내외서 전시회 열어 이날은 민화 경력 19년차인 ‘왕 언니’ 이정순(60)씨가 분위기를 한껏 띄우면서 시작됐다. 전날 저녁 제사 상에 올렸던 인절미를 가져온 것. 대개 이른 시간 집을 나서며 아침을 먹고 오지 않은 터라 인절미에 손이 갔다. 커피를 곁들이면서 이씨는 민화의 매력에 대해 말했다. “민화는 서민들의 생활이 녹아든 과거의 민중 예술이었습니다. 궁중 화원이든, 떠돌이 작가든, 여인네든 민화를 그렸지요. 근대화 과정에서 민화는 무명작가들의 그림이라는 이유로 훼손당했지만 최근 회복되고 있지요.” 중학교 과학교사였던 이씨는 취미삼아 민화를 배웠다가 은퇴한 지금까지도 민화에 빠져 있다. 실력 또한 전문가 수준이다. 지난해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십장생도’ 등의 전시회를 열었으며, 강원 영월의 ‘난고 김삿갓 축제’의 민화 공모전에도 입상하기도 했다. ●일산서 왕복 4시간 걸려 오가기도 민화방의 ‘최고참’ 민춘례(73) 할머니도 거든다. “노인들이 시간을 보낼 게 마땅치 않잖아요. 집에서 잠이 안 오면 민화를 그리면서 잡념을 떨치고 집중할 수 있지요. 수다만 떠는 것은 싫어요. 틈만 나면 이렇게 붙잡고 있답니다.” 이런 열정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민 할머니는 민화방이 열리는 매주 화요일이면 꼬박 2시간 동안 서울을 가로지르는 ‘대각선 행진’을 한다. 집이 일산에 있는 탓이다.“민화방까지 오는 게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민 할머니는 “예전에는 관절이 좋지 않아 오래 걷는 게 힘들 정도였지만 이렇게 움직이니까 힘이 난다.”라고 대답했다. 원래 서예와 사군자를 시작한 민 할머니는 서예전에 갔다가 우연히 안종혁 회장의 작품을 접하고 민화방에 오게 됐다. 회원들은 어느새 자리로 가서 제각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각자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어서 꽃들을 그린 화훼도(花卉圖), 풀과 곤충이 담긴 초충도(草蟲圖), 꽃과 새를 화조도(花鳥圖), 문방사우(文房四友)가 있는 책걸이(冊架) 등 각양각색이었다. 이런 가운데 민화방의 ‘청일점’ 박민수(52·남)씨가 단연 눈에 띄었다. 평일 오전 민화방에 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어떻게 올 수 있는지 궁금했다. 알고 보니 현직 경찰인 박씨는 3교대로 근무하기 때문에 근무 시간이 아닐 때 짬을 내서 참석한다고 했다. 박씨는 지난주 밑그림을 그린 산수화를 채색하다가 “근무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에 일찌감치 나서야 한다.”면서 서둘러 민화를 그렸다. ●세월 흐를수록 자연스러운 색감 민화방의 신혜영(50)씨는 지난달 뉴질랜드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현지 예술협회와 한국총영사관 등의 후원을 받아 오클랜드 대학 초청으로 신씨의 작품이 이역만리까지 가게 됐다.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한 신씨는 미술학도답게 민화의 성격을 분석했다. “민화는 실용예술로 분류되지요. 옛 조상들의 일상 생활의 일부였지요. 방안의 족자, 소반, 병풍 등에 모두 민화가 담겨 있었고, 여인네들이 애장하던 물품이었지요. 민화를 두고 회화인지 아닌지 논쟁을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민화가 우리 삶을 다루는 친근한 그림이라는 것입니다.” 우영숙(42)씨는 민화의 색감에 대한 예찬론을 폈다. “한지에서 물감이 피어나듯 우러나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러운 맛이 더해지지요. 민화는 돌가루·흙을 염색한 분말을 아교에 개어서 쓰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색감이 아름답게 배어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우씨는 민화의 이런 매력에 빠져 올해 명지대 전통공예학과 대학원으로 입학하기까지 했다. 그런가 하면 김숙(49)씨는 신사임당이 즐겨 그린 ‘초화도’만 고집한다. 강아지풀에 오이 줄기가 얽혀 오이가 열려 있는 모습, 달개비꽃과 양귀비꽃 앞에 여치가 뛰어노는 모습, 개구리와 무당벌레가 연못가에서 노는 모습 등 온통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자연의 모습이다. 10개월 된 늦둥이를 포대기에 업고 그림을 그린 ‘신입생’ 김정현(40)씨는 오늘 처음 왔다. 신씨는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그리는 ‘까치 호랑이’ 민화에 정성스레 붓질하면서 “다음 민화방 마실이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안종혁 회장이 말하는 민화 고덕2동 ‘민화방’을 이끌고 있는 안종혁 회장에게 민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마치 대중가요처럼 남을 의식하면 망설여지지만 여흥을 내는 분위기에서는 저명 인사도 대중 가요 한두곡을 불러야 속이 풀리고 일체감을 느끼는 것과도 같지요. 민화야말로 제대로 살아있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화는 궁중민화와 민중민화로 나누어지지만, 이런 점에서는 민화의 본질은 민중민화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민화가 민중에 가까워서인지 때로는 민화의 격을 낮춰 보는 사람들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훈훈한 인정이 넘치며 재주와 기교를 자랑하지 않았고, 그림의 구도·기법에서 자유로웠기 때문에 상식과 상상을 뛰어 넘는 파격적이고 해학적인 멋스러움이 배어나온다는 점은 민화만이 갖는 매력입니다.” 민화가 서민들의 소망이 녹아나는 매체라는 점도 독특한 매력 중의 하나이다. “민화에는 가슴 속에 품고 있는 감성이 얽혀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순수하고 소박한 소망을 담아 장수, 부귀, 다남, 화합을 상징하는 그림을 그렸고, 이를 곁에 두고 신앙처럼 기원하면서 살았지요. 기복 신앙에서 출발했다고 해야겠지요.” 민화의 소재는 화조(花鳥), 산수(山水), 동물, 인물, 책거리(冊架), 문자 등 다양한데, 각 소재마다 저마다 상징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물고기-다산(多産) ▲호랑이-잡귀를 막아주는 수호신 ▲모란꽃-부귀 ▲연꽃-군자(君子) ▲짝을 이룬 새·동물-부부간의 금실 등이다. 우리 조상들은 딸을 결혼시킬 때 물고기·새·동물 등이 들어간 민화를 혼수품으로 딸려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민화는 고구려 벽화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다 조선 후기에 활발하게 그려졌다. 일제 강점기에는 주춤하다 1970년대 전후로 다시 조명받기 시작해 1990년대 들어 미국·일본을 중심으로 가장 한국적인 작품 중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시대에 걸맞은 창작품을 만드는 동시에 전승을 위한 재현 작업도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후대들이 자랑할 수 있는 21세기 문화재를 창출해 나가야 하지요. 세계로 펼쳐가는 한류 열풍에 민화가 단단히 한몫을 할 것으로 믿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덕2동의 민화방은 그 밑거름이 될 것이고요.”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새영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새영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기자 시사회장에서 여주인공 문소리는 “이민 갈 각오하고 찍었다.”며 운을 뗐다.“개성있는 영화, 개성있는 캐릭터란 생각에 덤벼들었다.”고 ‘해명’도 했다. 16일 개봉하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제작 엔젤언더그라운드·MK픽처스)은 그런 영화이다. 낯뜨겁게 솔직하면서도, 민망할 정도의 내밀한 기억을 오지랖 넓게 풀어놓는 장르불명의 드라마. 코미디와 섹스드라마, 멜로를 오가며 욕심많게 장르를 아우르고 변주하는 독특한 형질의 ‘성인 코미디’쯤으로 말해 놓자. 단편 ‘용산탕’‘1호선’으로 두각을 드러낸 이하 감독(한국영화아카데미 18기)이 시나리오를 직접 쓴 장편 데뷔작.2003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의 대상 수상작이다. 지방대학 염색과 교수 은숙(문소리)은 첫눈에도 ‘문제적’ 여자로 보인다. 과감한 노출과 상식을 밑도는 엉터리 교수의 언행에 스크린 밖 관객들은 실소를 터뜨리지만 영화 속의 남자들 사정은 다르다. 은숙이 가담하고 있는 지역 환경운동 모임의 남자들은 하나같이 그녀의 성적 매력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여주인공의 캐릭터가 맨먼저 흥미 포인트로 도드라지는 영화이다. 어떻게 대학교수가 됐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지적 수준에도 남자들을 무차별 매혹시키는 은숙 역의 문소리는 동선과 대사를 하나하나 쫓아보게 만드는 별난 즐거움을 안긴다. 지역 방송국 김PD(박원상) 등 그녀를 둘러싼 남자들의 애정공세를 무료하게 늘어놓던 영화는, 잘 생긴 젊은 남자 석규(지진희)를 만화과 새 강사로 합류시킴으로써 탄력을 찾는다. 영화는 욕망에 휘둘리는 얕은 인간들의 속물근성을 시종 한담(閑談) 내지 잡담처럼 대책없이 쏟아놓기만 한다. 은숙과 김PD의 열렬하되 대책없이 엉성한 애정행각, 그 한편으로 잘 생긴 석규에게 질투를 느낀 사내들이 빚는 한심한 코믹 해프닝 등에서 관객이 스스로 긴장을 얻을 동기란 거의 전무하다. 영화의 평가는 어쩌면 이 지점에서 엇갈릴 듯하다. 말할 수 없이 일상적이며, 대중성을 확보하기엔 지나치게 사유화한 소재에서 흥미를 발견하지 못하는 관객에겐 무료하고 건조한 작품으로 주저앉을 만하다. 하지만 일상의 에너지를 발견하고 그 의미를 곱씹게 하는 홍상수 감독류의 스크린에 관심있어 왔다면 꼼짝없이 매료당하고 말, 대단히 독특한 화술의 영화임에 틀림없다. 젠체하지 않는 단선적인 대사와 동선의 캐릭터들이, 실재하는 장면을 문틈 사이로 넘어다보는 듯 현실적이어서 공감을 더한다. 사소한 질투에서 발아한 욕망이 생활의 에너지로 형질변경하기도 하는 유기적 삶의 질서가 짓궂은 농담을 통해 성찰되는 영화가 됐다. 감독은 “(인간의)지긋지긋한 이중성에 대한 농담”이라고 영화를 정의했다. 은밀하면서도 유쾌하고, 뜨거우면서도 질척거리지 않는 이 영화를 과연 관객들도 감독의 표현처럼 ‘아트 코미디’라 불러줄 수 있을까.18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98년전 ‘남한 호랑이’

    98년전 ‘남한 호랑이’

    1908년 2월 전남 영광군 불갑산에서 서식하던 호랑이가 최근 그 모습을 드러냈다. 비록 박제의 모습이긴 하지만 그 위용은 여전하다는 게 호랑이를 본 사람들의 얘기다. 공식적으로 남한에서 잡힌 호랑이 박제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이다. 당시 이 호랑이는 농사꾼이 파놓은 구덩이에 빠져 사흘 밤낮을 발톱으로 벽을 긁으며 발버둥을 치다가 최후를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한에서는 1922년 경북 경주시 대덕산에서 호랑이가 사살된 게 마지막 공식기록이지만 박제로 따진다면 불갑산 호랑이의 역사가 더 길다. 불갑산에서 호랑이를 잡은 농부는 당시 논 50마지기 값인 200원에 일본인 하라구치(原口庄次郞)에게 팔았다. 그 일본인은 가죽을 일본에 가져가 도쿄 최고 전문가에게 박제를 의뢰, 한국에 되가져와 목포시 유달초등학교에 기증, 지금까지 전해져오고 있다. 1898년에 문을 연 유달초등학교는 당시 일본인 학교. 이에 따라 그때 이 학교를 다니며 호랑이를 본 일본인 졸업생 30여명이 매년 이 호랑이를 보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이 호랑이는 뒷머리의 황갈색 바탕에 검정색 줄무늬가 있어 왕(王)자가 뚜렷한 한국산. 가슴쪽에서 엉덩이까지 160㎝, 앞발 뒤꿈치에서 머리까지 95㎝ 남짓에 180㎏쯤 돼 보인다. 곰 발바닥처럼 뭉툭한 네발 사이사이에 나온 갈고리 발톱, 송곳처럼 날카로운 위아래 어금니 4개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눈과 혀는 박제시 재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2000년 3월과 2004년 8월 2차례에 걸쳐 손질을 했다. 허진(56) 박제사는 “이빨로 봐서 박제된 호랑이는 생후 13년쯤 된 암컷으로, 머리의 왕자와 줄무늬 등 한국산 호랑이의 특징을 모두 갖췄다.”며 “카메라 플래시 불빛으로 털이 오그라들고 색이 바래 복원 염색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목포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가볼만한 어린이 도서관

    가볼만한 어린이 도서관

    ‘우리 동네 도서관으로 나들이 가볼까.’ 작은 어린이 도서관이 인기다. 대형 도서관처럼 장서가 많지도 않고, 대규모 시설도 없지만 집에서 가깝고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작은 교육기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30여평 안팎의 자그마한 공간에 다양한 프로그램까지 갖췄다. 학부모들이 유아, 초등학생 자녀들과 함께 이용할만한 어린이 도서관을 소개한다. 서울지역 ●구로구 꿈나무 도서관 2004년 5월 문을 열었다. 작은 도서관답지 않게 2만 7000여권의 장서와 유아열람실, 종이접기와 구연동화를 할 수 있는 이야기실, 디지털 자료실을 갖췄다. 매주 월요일 오전에는 유아를 대상으로 동화구연 수업, 금요일 오전에는 어머니 독서지도 수업이 열린다. 조만간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매주 한 차례 독서논술클럽도 운영할 예정이다. 모두 무료다.3층에 있는 ‘꿈나무 장난감나라’에서는 연회비 1만원만 내면 1주일 동안 장난감을 빌릴 수 있다. 모두 3000여점의 각종 장난감이 구비돼 있다. ●파랑새 신내 1동 동성아파트 단지 안에 있다.‘찾아가는 어린이도서관 프로그램’이 특징이다. 직접 와서 책을 읽고 빌릴 수 있는 것은 물론 매주 한 차례 주변 지역을 찾아다니며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림책을 영상으로 꾸민 영상그림책 프로그램인 ‘그림책이랑 놀자’를 비롯해 중학생 대상 토론반 등 다양한 독후 활동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어머니 지도교사가 참여하며 무료 회원제다. ●책읽는 엄마, 책읽는 아이 다양한 프로그램이 강점이다. 유아들을 위한 ‘토요 이야기방’은 매주 토요일 낮 12시 도서관 어머니 회원들이 자율적으로 모여 그림책을 읽어주고 그 내용을 인형으로 만들어보거나 그림으로 그리는 독후활동을 한다. 회원이 아니라도 참여할 수 있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뚱딴지 현장체험교실’은 주5일제 수업에 맞춰 쉬는 토요일 현장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1·3주는 다음 주에 체험할 곳에 대해 예습 차원에서 워크북을 만든다. 매주 한 차례 초등학교 학년별 독후활동을 한다.1학년은 화요일,2∼3학년과 4∼6학년은 수요일 모임이 열린다. 저학년은 나이대에 맞는 책을 읽고, 고학년은 책을 읽고 아이들 스스로 토론하고 발표하는 동아리 형태로 운영한다. 후원계좌를 열면 책도 빌릴 수 있다. ●꿈틀 도서관 어머니들의 그림책 모임이 활성화돼 있다. 그림책 이론서와 그림책을 함께 모여 읽고 자녀들에게 읽힐 책에 대해 토론하는 모임으로 현재 4개가 운영 중이다. 책 대여 외에 매달 한차례 둘째주 토요일 박물관이나 고궁, 공연 등을 단체 관람하는 체험학습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매달 셋째주 토요일에는 그림책 가운데 좋은 것을 선정, 움직이는 그림책으로 만들어 슬라이드로 상연한다. 회비는 한 달에 가족회원 1만원. 일반 회원 5000원. ●함께 크는 우리 1996년 강동·송파시민회 회원들이 뜻을 모아 시작한 도서관으로 풍납 2동 풍납빌딩 1층에 있다. 매달 1만원 이상 후원회원으로 가입하면 좋은 아이들 책 3000여권과 각종 교육정보를 제공한다. 오전에는 주로 어머니들을 위한 모임과 교육프로그램을, 오후에는 아이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매달 2·4주 토요일에는 문화·역사나들이, 유아 대상 동요교실, 금요일에는 영화동화책 모임, 목요일에는 책읽는 모임, 수요일에는 수요독서클럽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대조동 꿈나무도서관 미취학 어린이와 초등학생만을 위한 도서관으로 지난해 6월 옛 대광파출소를 리모델링해 재개관했다. 유아열람실과 독서지도실에 편안히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도록 온돌마루를 갖췄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책장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부드러운 곡선 위주로 시설을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인천·경기지역 ●아이다에듀 나이대에 따라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동화교실은 6∼7세 미취학 어린이, 독서교실은 초등학교 저학년, 동화학교는 4∼5세가 대상이다. 동화구연 교사들이 90분 동안 그림책을 읽어주고 종이공작과 그림일기 등 독후활동을 지도해준다. 매년 한 차례 열리는 환경동화축제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환경을 주제로 다양한 체험행사 위주로 진행된다. 폐품 재활용 코너와 염색 체험, 환경 관련 애니메이션, 영상물 등을 체험할 수 있다. 회비는 동화학교는 매달 8만 8000원, 동화교실, 독서교실은 매달 3만 5000∼4만원이다. ●책이랑 어머니들의 동아리 모임이 활성화돼 있다.4개의 모임이 매주 한 차례 열리며, 어머니들이 자녀들에게 권할 동화책을 읽고 공부하는 모임이다. 역사나 영어, 취미 등 어머니들이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 자율적인 공부 모임도 운영하고 있다. 어머니들이 원하는 주제에 대해 두세달에 한 차례 정도 특강도 열린다. 유치원생 이하 유아들을 위한 종이접기 교실은 매주 수요일 오후, 초등학교 저학년은 글쓰기 교실, 고학년은 독서논술, 화요일엔 미취학 아동들을 위한 동화구연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운영하며, 정회원은 가입비 1만원을 내면 매달 7000원씩 내고 이용할 수 있다. 직장인을 위한 도서회원은 연 3만원이면 이용할 수 있다. ●늘푸른 1998년 인천 연수구 신도시 학부모들의 후원으로 문을 연 도서관이다. 주로 어머니들이 모여 자녀들에 대한 책을 공부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함께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매일 오전 열리는 ‘엄마 동화모임’은 자녀 독서지도법을 공부하는 모임이다. 매년 한 차례 열리는 ‘책소개 풍덩’은 좋은 책을 전시하고 작가를 초청,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책과 관련된 현장체험활동인 ‘얘들아, 도서관 가자’를 비롯해 절기마다 민속놀이와 송편만들기, 동지팥죽 나누기 등 이웃과 함께 하는 활동도 한다. 방학 때는 계절학교인 ‘야, 야, 이리 나와라’가 열린다. 어머니들이 강사로 나서서 요리교실, 바느질교실, 색종이 접기, 전래놀이 등을 강연한다. 연 3만원 회원제로 운영되며, 월 1만원을 내면 동화모임에도 참여할 수 있다. ●동화나라 독서 강좌는 물론 글쓰기, 사고력 수업 등 프로그램을 특화했다. 수업별로 전문 강사가 매주 한 차례 90분씩 진행한다. 유아에서 초등학교 1학년까지는 독서수업을 한다. 어릴 때부터 책을 즐겁게 접할 수 있도록 흥미를 붙여주는 단계다.2학년부터는 심화 독서수업,3학년부터는 사고력 수업,4학년부터는 역사수업,5학년부터는 논술 수업 프로그램이 단계적으로 마련돼 있다. 회비는 책만 빌리면 6개월에 3만원. 수업을 받으려면 입회비 1만원에 매달 5000원의 회비를 내야 한다. ●숲속 작은도서관 책을 읽어주는 자원봉사자들이 있는 점이 특징이다. 매주 수요일 오후 4∼5시 자원봉사자들이 그림책을 읽어주고 그림을 그리거나 간단한 작품을 만드는 등 읽은 책과 관련된 독후활동을 지도한다.‘미디어 교육’과 초등학생들이 직접 책을 만들어보는 ‘북 아트’ 수업도 비정기적으로 열린다. 지난 겨울방학 때는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편집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회원제로 운영되며 참여비는 6개월에 2만원이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올해 ‘공공’ 20곳 개관 예정 학교도서관 13곳 새로 개방 작은 어린이 도서관은 주로 민간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올해에는 공공 도서관도 많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작은 규모의 도서관 확충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최근 올해 공공도서관 개관 현황을 공개했다. 꼭 어린이도서관으로 한정한 것은 아니지만 집 가까운 곳에 문을 여는 작은 도서관들이다. 열람실 200석 이하의 작은 도서관은 올해 모두 7곳이 문을 열 예정이다. 지난달 문을 연 상계동 온수근린공원 내 노원 작은도서관과 관악구 봉천3동 작은도서관을 시작으로 5월에는 성동 금호동1가, 동대문 청량리2동 홍릉근린공원 안, 강서구 방화동에 도서관이 들어선다.10월에는 성동 용답동,12월에는 영등포 대림3동에 작은 도서관이 문을 열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공공복합형 도서관 4곳과 학교복합형 도서관 7곳을 올해 개관하고,2곳은 리모델링을 거쳐 재개관한다. 학교도서관 13곳도 올해부터 주민에게 새로 개방된다. 신당1동 성동여실고, 한강로2가 용산초, 장안3동 장평중, 창1동 창북중, 은평구 신사동 숭실고, 북아현동 중앙여고, 신월7동 강월초, 궁동 우신고, 영등포동 영원중, 대방동 신길초, 봉천4동 영락여상, 반포2동 신반포중, 송파2동 가락중 등이다. 경기도는 올해 520억원을 투입, 고양시에 3개, 안산에 2개, 광명, 군포, 시흥, 안양, 양주, 의정부, 포천, 평택에 각 한 곳씩 모두 13곳에 어린이도서관을 세울 계획이다. 이 곳에는 첨단과학 체험실을 비롯해 소극장, 이야기방, 디지털 자료실, 문화교실, 구연동화실, 취침실, 수유방 등도 마련될 예정이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도서관 교육 노하우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도서관 교육 노하우를 소개한다. ●책 읽어줄 때는 책과 아이와 엄마가 일직선이 되게 아이와 따로 앉아 책을 읽어주면 아이가 딴 짓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책을 함께 잡고 읽는다. 아이에게 무겁더라도 독서습관이 자리잡을 때까지는 감수해야 한다. ●독서노트를 기록한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어줄 때마다 독서노트를 쓴다. 날짜, 책 제목, 출판사 등을 적고, 책을 읽을 때 아이가 어떤 반응을 나타냈는지 적어둔다. 나중에 독서노트를 분석해보면 아이가 어떤 책을 좋아하고, 어떤 질문을 많이 했는지 알 수 있다. ●책 한 권을 세 차례 반복해서 읽는다. 처음에는 엄마가 읽어준다. 그 다음에는 아이에게 책을 보면서 한 번 이야기해 보라고 한다. 서툴더라도 끝까지 들어준다. 마지막으로 처음부터 다시 읽어주면 아이가 책 내용을 잘 기억한다. ●하루에 한두 권씩 난이도 높은 것을 읽어준다. 아이들 책은 분량이 짧기 때문에 하루 2시간을 보더라도 20권 정도는 읽어줄 수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 위주로 읽어주는데 중간중간 조금 어려운 책을 끼워놓는다. 처음에는 어려워해도 몇 차례 반복하다 보면 곧 익숙해진다. ●아이가 원하는 책은 사준다. 매일 도서관에 가다 보면 아이가 특히 좋아하는 책이 생긴다. 매일 도서관에 와서 책을 보더라도 소장하고 있는 것과 도서관에 있는 것은 다르다. 아이가 너무 좋아하는 책은 사주도록 한다. ■ 출처:도서관 옆 신호등(www.kidstd.com)
  • 먹기엔 너무 아까운 꽃밥

    먹기엔 너무 아까운 꽃밥

    우리의 꽃밥은 일본 등 다른 나라처럼 음식에 꽃을 한두 송이 올려 장식하는 것이 아니다. 빛깔 고운 여러 가지 식용꽃, 새순, 야채를 고추장과 비벼 꽃잎을 얹어 먹는 형태의 비빔밥이 주를 이룬다. 시각, 미각, 후각은 기본이고 아삭아삭 꽃잎이 씹히는 소리, 꽃잎을 손으로 잡을 때 느끼는 부드러운 감촉 등 촉각, 청각까지 오감을 만족시킨다. 영양가도 풍부하다. 꽃가루는 단백질,22종류의 필수아미노산,12종류의 비타민,16종류의 미네랄이 함유된 영양의 보고다. 꽃잎에도 카로틴과 칼륨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다. 씨를 발아시킨 새싹채소 또한 완전히 자란 식물에 비해 비타민과 미네랄 등이 훨씬 많다. 한낮에는 따사로운 햇살이 봄이 왔음을 실감케 한다 .간간이 남쪽에서 꽃소식도 전해온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라 그런지 (입맛이 없다)는 사람도 자주 보게 된다. 뭐 색다른 거 없을까 하고 미리 꽃놀이를 떠나면 어떨까.싱그러운 꽃밥 한 그릇과 함께 하는 그런 여행이면 더좋겠지. 빨강노랑분홍 등 오색 빛깔 꽃을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봄의 상큼함이 우리의 가슴 속으로 들어온다. 또한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온갖 새순과 야채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꽃밥은 이른 봄에 먹을 수 있는 별미 중의 별미이다. 일년 365일 언제나 꽃밥을 먹을 수 있다는 우리나라 최고의 허브 농원인 충북 청원 상수허브랜드를 다녀왔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눈으로만 먹어도 배불러요 상수허브랜드 3층 식당 ‘허브의 성’으로 먼저 들어갔다. 여느 식당과는 다른 냄새가 난다.‘흠흠’ 하고 심호흡을 깊게 했더니 이름 모를 꽃의 향기들이 느껴진다. “자기야 아∼” 하며 닭살 돋는 멘트와 함께 숟가락 가득히 분홍의 꽃잎을 가득 담아 여자친구의 입으로 넣으주는 박정필(26·대전광역시)씨.“너무 예뻐서 먹기에 아깝다.”라며 입을 크게 벌리는 김혜미(20)씨.“어때 맛있어?”,“응, 봄의 향기가 입안으로 확 퍼지는 것 같아.” 잠시후 기다리던 꽃밥이 나왔다. 지금 막 세상을 향해 움튼 무순, 알팔파 등 10여 종류의 새순 위에 보랏빛 헬리오트러프, 주황빛 나스터튬, 연보라 스위트 바이올렛 등 화려한 꽃잎이 살짝 앉아 있다. 그야말로 예술이다. 보고만 있어도 봄의 생명력이 그대로 느껴진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수저를 대야 할지 망설여진다. 아름다운 꽃밭을 헤집고 다녀야 한다는 곤혹감까지 들 정도. 물김치 그릇에도 물컵에도 술잔에도 꽃잎이 띄워져 밥상이라기보다는 마치 꽃으로 수놓은 ‘예술작품’이었다. 이때 저쪽에서 식당 직원이 오더니 먹는 방법을 설명해 준다. 일단 꽃밥 위에 있는 꽃잎들을 물김치 위에 띄운 다음 고기와 고추장, 밥을 넣고 젓가락으로 버무린다. 그 다음 숟가락으로 비빈 밥을 뜨고 그 위에 꽃을 올려서 먹으면 더욱 맛있다고 했다. 숟가락으로 비비면 새싹들이 너무 뭉개져 맛이 덜하기 때문에 젓가락을 이용해서 비비는 것이 요령. ■ 맛과 향이 끝내줘요 숟가락에 새싹과 밥을 가득 담고 그 위에 보라색 꽃을 하나 얹었다. 정말 입으로 가져 가기에 미안할 정도로 예쁘다. 설레는 마음으로 한 숟갈 입에 쑥 넣었다. 입안에 꽃향기가 가득 퍼진다. 아싹아싹 씹히는 새순들. 싱그러움이 입안 전체를 감싼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맛이 나올까.‘하늘나라에서는 이런 밥을 매일 먹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된장국을 마셨다. 진한 라벤더 향기가 가득한 국물이 입안을 개운하게 만든다. 참으로 특이한 느낌이었다. 한술 한술 입에 넣어 오물오물 씹으며 꽃잎과 새싹의 향기와 감촉을 음미하는 사이 벌써 그릇 바닥이 보인다. 난생 처음 먹어 보는 꽃밥에 푹 빠져 버렸다. 주요 식용꽃으로는 보라·흰색을 자랑하는 제비꽃(비올라), 강렬한 주황색 꽃이 아름다운 한련화(나스터튬), 분홍·주황꽃을 피우는 봉선화(임파첸스), 그리고 흰 베고니아, 꽃받침이 특이한 브라질아브틸론 등 8가지 정도. 계절에 따라 약간씩 달라진다. 각기 다른 빛깔과 향기를 지닌 꽃은 먼저 눈과 코를 즐겁게 한 뒤, 입에 들어가 달콤하고 새콤하고 싱그러운 맛으로 우리의 입을 만족시킨다. 1998년 식용꽃과 비빔밥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꽃밥을 처음으로 선보인 이상수(54) 청원 상수허브랜드 대표.“꽃에는 대체로 24가지의 아미노산과 12가지의 비타민,16가지의 미네랄이 들어 있어 인간의 면역력을 길러주고, 노화를 막아주는 기능을 하는 천연 건강식품”이라고 자부심이 대단하다. ■ 꽃에 취하고 맛에 취하고 # 꽃밥의 일번지 청원 상수허브랜드 2만여평의 농원에 1000여종의 허브를 재배하고 있다.3000여평의 유리온실에는 일년 내내 각종 허브와 새순들이 자란다. 꽃밥에는 18가지의 새싹과 꽃들이 들어간다. 기본적인 꽃밥은 6000원, 스트로베리꽃밥은 1만 2000원. 허브와 스파이스를 24시간 이상 재워서 구워낸 안심스테이크는 2만 5000원. 경부고속도로 청원나들목에서 나가 좌회전 뒤 우회전 하면 팻말이 나타난다. 나들목에서 3분 거리.(043)277-6633.www.herbland.co.kr # 꽃을 직접 따 먹는 아산 세계꽃식물원 아산 도고면 봉농리에 있는 아산 세계꽃식물원은 형형색색의 꽃더미 속에서 꽃과 꽃밥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또한 먹는 꽃 전시장에서 자라는 각종 꽃을 직접 따 먹어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전시공간 안에 마련한 식당에서 꽃비빔밥과 꽃주먹밥이 5000원씩. 동네 주부들이 만들어서인지 상수허브랜드의 식당처럼 세련되고 깔끔하지 못하지만 꽃의 향과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꽃비빔밥은 치커리와 겨자채, 양상치 위에 비올라, 베고니아, 나스터튬, 임파첸스 등의 꽃잎을 가득 얹어 낸다. 따로 나오는 공기밥을 쏟아 파프리카 가루를 섞어 만든 고추장에 비벼 먹으며 그 맛과 향에 반하게 된다. 어린이들을 위한 꽃주먹밥은 갖은 야채와 쇠고기 등을 섞어 만든 밥에 꽃잎을 잘게 썰어 색색으로 묻혀 먹기 좋게 만들었다. 어린이 단체에 한한다. 꽃잎을 띄운 냉미역국과 물김치 등이 따라 나온다. 입장료는 6000원. 압화액자 만들기, 손수건 염색하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041)544-0746.www.asangarden.com # 꽃으로 만든 음식백화점, 포천 허브아일랜드 꽃으로 가장 많은 음식을 만드는 곳이 경기도 포천에 있는 허브아일랜드다. 꽃밥은 기본이고 갈비, 냉면, 스파게티뿐 아니라 파전에 동동주까지 허브를 이용한 음식이 가득하다. 또한 마늘빵, 식빵 롤케이크 등 각종 빵과 다양한 꽃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이다. 꽃밥은 각종 새싹과 꽃잎 10종류를 넣고 만들어 향과 맛이 그만이다.5000원. 허브 갈비는 고기를 배제하고 순수한 콩으로 고기맛을 느끼게 만든 웰빙음식으로 채식 위주의 건강식이다.1인분에 1만 8000원.(031)535-6497,www.herbisland.co.kr # 온몸으로 봄을 느껴요, 홍천 아로마허브동산 3만 여평에 만든 허브 체험농원인 강원도 홍천 아로마허브동산은 짙은 허브향 속에서 110여 종의 허브를 감상하고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허브비빔밥, 허브냉면, 허브바비큐(6000원∼1만원) 등을 맛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허브를 온몸으로 즐길 수 있는 허브찜질과 허브목욕이 특징. 라벤더, 로즈메리, 타임, 히솝, 전나무 등 모두 5개의 허브방을 갖춘 허브저온 찜질방과 허브에서 추출한 에센셜 오일을 물에 풀어 목욕을 하는 허브목욕도 인기다. 찜질방은 8000원.(033)433-9733.www.aromaherb.co.kr 이밖에도 이효석의 고장 평창 봉평 흥정계곡에 자리잡은 평창 허브나라에 가면 허브비빔밥(8000원), 허브전(5000원)을 맛볼 수 있고, 허브차를 내는 야외카페도 마련돼 있다.(033)335-2902.
  • 日 “3차 오일쇼크 이미 시작”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에 이미 3차 오일쇼크가 시작됐고, 더 확산될 전망이라는 분석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일본경제의 저변으로부터 ‘3차 오일쇼크’가 보이지 않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27일 발행된 주간 닛케이비즈니스의 경고다.1,2차 오일쇼크를 겪은 뒤 일본경제의 석유 의존도를 대폭 낮췄지만, 이번 3차 오일쇼크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산업 전반에 걸쳐 심각한 타격을 입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선 영세 염색업체나 어선 등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으며 도산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비닐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도 휘청거리고 있다. 석유판매회사나 트럭·버스 등 운수업체도 마찬가지다. 데이고쿠 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소재나 원유가격 상승과 관련돼 도산한 기업 수가 2005년 1월부터 11개월간 68건이다. 이중 고유가 관련이 40%나 됐다. 일본석유연맹에 따르면 2003년 9월 이후 이달까지 원유가가 급상승, 일본 전체의 부담이 무려 4조엔(약 33조원) 늘었다. 이중 60%는 기업들이 감내하고 40%만 소비자 부담으로 떠넘겼다. 하지만 앞으로는 소비자전가를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현재까지는 원유가 상승분이 소재가격에만 전가됐고, 중간재를 거쳐 막 소비재 가격으로 전가되는 단계다. 일본의 1월 도매물가지수가 9년 만에 최고치(1.5%)를 기록한 것이 이를 방증해 주는 경고 신호라는 것이다. 소비재 가격이 본격 상승할 경우 소비자 물가가 오르고, 개인소비까지 줄어든다. 상황이 지속되면 전체 소비자물가와 개인소비에 파급되고, 최종적으로는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게 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비상이다.taein@seoul.co.kr
  • ‘음란서생’ 등 의상 디자이너 정경희씨

    ‘음란서생’ 등 의상 디자이너 정경희씨

    23일 개봉한 영화 ‘음란서생’(제작 비단길)은 특이하다. 무엇보다 의상이 그렇다. 저 시절 저런 옷을 입었을까 싶다가도, 그랬건 말았건 아찔하게 눈은 즐겁다. 화면을 현란하게 흔드는 신묘한 의상은, 누가 뭐래도 이 영화의 소리없는 주인공이다. ‘혈의 누’ ‘형사’에 이어 ‘음란서생’에서 의상을 담당한 디자이너 정경희씨를 구로동 작업실에서 만났다. 그는 “옷으로 캐릭터를 표현한다.”고 했다. 그리고는 뜬금없이 성악가 얘기를 꺼냈다. 손·발은 있는데 팔·다리는 없는 ‘포코멜리아 기형’임에도 오페라 연기까지 하는 성악가 토마스 콰스토프.“작업하는 내내 그 사람을 떠올렸어요. 억눌렸지만 내면적으로는 폭발력있는 사람들이 이번 영화 캐릭터거든요.”당대의 문장가 윤서(한석규), 의금부 수사관 광헌(이범수)은 물론, 정빈(김민정), 왕(안내상), 조내시(김뢰하) 등 모두가 뭔가를 껴안고 갈등한다. 무대의상에서 금기로 꼽히는 ‘검은색’을 과감히 쓴 까닭이다. 대신 변화를 줬다.“자세히 보면 왕의 옷은 짙은 감색톤, 조내시의 옷은 짙은 브라운톤 등 접근방식이 다 달라요.” 똑같은 검은색으로 비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컸다.‘혈의 누’때 민중을 황토색 의상으로 표현했는데, 단역들마다 조금씩 다른 톤의 옷을 입히려 신경쓰다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정작 안타까웠던 건 그렇게 노력했건만 화면에서 그런 질감이 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의상은 촬영이나 조명이 뒷받침돼야 살아나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동작도 미리 고려해야 했다. 겉옷의 안감과 속옷까지 일일이 신경썼는데, 동선을 통해 은근히 스며날 때 전통의 아름다움이 배가된다는 계산 때문.“‘스캔들’에서 가채를 올리고 내리는 장면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전통이 영화적인 동작과 섞이니까 한결 멋드러지더라고요.” 그래서 준비한 게 정빈의 7가지 속옷 2세트. 정빈이 왕에게 마사지를 받으면서 윤서를 고자질하는 장면은 원래 정빈이 옷갈아입는 장면이었다 한다. 상궁들이 하나씩 벗기고, 다시 하나씩 입히는 장면을 상상했다. 그런데 너무 많은 속옷 때문에 마사지 장면으로 바뀌었고, 윤서와의 정사 장면에서처럼 정빈의 속옷은 간략하게 정리됐다. 작품의 이미지와 배우들의 동선을 고려해 보는 재미까지 줘야 하는 무대의상 작업은 어떤 매력이 있을까. 제일 큰 장점으로 전체 의상을 모두 컨트롤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현대물과 달리 시대물은 의상이 중요하다 보니 디자이너의 재량권이 늘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현대물에 대한 아쉬움도 진하게 배어났다.“저 개인적으로는 팬터지같은, 현대물을 해보고 싶거든요. 그런데 현대물에선 제작비 문제가 걸리면 의상비부터 줄여요.” 무대의상을 꿈꾸는 이들에게 충고를 부탁하자 “역사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의외의 답이 되돌아왔다. 고증을 묻자 ‘지금 것으로 가되, 옛 것에서는 뉘앙스만 빌린다.’고 답하지 않았던가? “기본을 알고 넘어서는 것과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임의대로 하는 건 다르죠.” 그도 역사 공부를 꽤 했다. 대학(홍익대 섬유미술과)시절 안휘준 교수 강의를 듣고 한국의 전통에 눈떴고, 이후 미술사학과 미학을 닥치는 대로 섭렵했다. “학교 다닐 적에 가정·가사 과목에서 50점을 넘어본 적이 없는데, 무대의상 일을 하느라 그렇게 싫어했던 바느질을 질리도록 하게 됐다.”며 웃어 보인다. 바느질이 싫어 염색을 공부하고 무대의상의 길을 택했는데, 시대극을 줄줄이 맡다 보니 이젠 하루도 바늘없인 못사는 신세가 돼버렸단다. 정경희와 바느질. 그 인연도 영화만큼이나 ‘신묘막측’한 셈이다. 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쌀 색소가 영양성분 열쇠”

    성인병이나 피부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건강지킴이 쌀’이 개발될 수 있을까. 농촌진흥청 산하 작물과학원의 김홍열(54) 박사는 “충분히 가능하며 현재 이같은 기능을 갖춘 신품종 쌀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같은 추세라면 5년 뒤에는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는 기능성 쌀이 시장에서 팔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의약품 쌀’이 나온다는 얘기인가. 김 박사는 ‘의약대체 신소재 기능성 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한 효능을 지녔지만 치료 목적의 의약품은 아니라는 것. 쌀의 색깔을 내는 색소 등에서 특수성분의 기능성 쌀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는 “쌀에는 여러가지 색소가 있으며 각 색소마다 특이한 성분이 있다.”면서 “최소한 그 성분만 밝혀도 건강에 도움되는 다양한 쌀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소화가 잘 되지 않아 포만감을 오래 느낄 수 있는 성분을 활용해 비만과 당뇨 환자에 적합한 쌀(고아미2호)을 개발한 게 대표적이라고 했다. 김 박사는 기능성 쌀의 개발은 쌀 소비 확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색미 등의 쌀은 일반 흰쌀과 섞어 먹기 때문에 기능성 쌀에 대한 수요가 늘면 일반 쌀의 소비도 증가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쌀시장 개방을 맞아 농가에는 대체소득을 올려주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논 면적이 현재의 100만㏊에서 점차 75만㏊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습지인 논에 심을 수 있는 대체작물로는 쌀뿐이라는 생각이다. 그는 색깔뿐 아니라 벼알의 크기와 모양을 조합한 쌀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벼알의 크기는 0.5㎝에서 2㎝까지 다양하다. 따라서 까만 색깔에 참깨만 한 쌀을 조합하면 좁쌀형 까만 쌀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 김 박사는 특히 “종자에 감마선을 쪼이거나 화학물질을 처리, 염색체에 변화를 주지만 새로운 종의 동·식물을 만드는 유전자 변형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국내 작물분야의 유전육종에서 최고의 권위자로 평가받는 김 박사는 서울 농대에서 조교와 연구원 활동을 하다가 20년전인 1986년부터 농진청에서 신품종 개발을 주도해 왔다.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제2의 ‘쉬리’ 만들고 싶어요”

    “제2의 ‘쉬리’ 만들고 싶어요”

    “‘쉬리’와 같이 분단의 아픔을 그린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탈북자들의 삶도 영화로 보여 주고 싶고요.” 북한 이탈주민으로서 최초로 영화감독을 꿈꾸는 탈북청년 김경철(22·서울 송파구 ‘하늘꿈학교’ 졸업)씨가 오는 28일 서울예술대학 영화학과 새내기로 꿈을 향해 첫발을 내디딘다. 노란 염색머리와 삐딱하게 쓴 챙모자, 강력한 눈빛 등 그의 모습에서 숨겨진 끼와 재능이 느껴진다. ●14살에 북한 탈출… 영화같은 삶 “그동안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다.”는 그의 말처럼 그의 삶은 마치 한편의 영화와도 같다. 영화감독을 하겠다고 결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14살의 나이로 아버지와 함께 북한을 탈출, 중국에서 생활하다 우여곡절 끝에 3년전 겨우 남한에 들어올 수 있었다. 남한에 들어와서도 열심히 살아 성공하는 길만이 북에 남은 엄마와 형제를 하루속히 만날 수 있다는 희망때문에 입을 굳게 다물고 학업에 전념했다. 그는 곧바로 북한 이탈청소년이 함께 기숙하며 공부하는 도시형 대안학교인 하늘꿈학교에 들어갔다. 학교에 들어온 지 2년 만에 초스피드로 초·중·고 검정고시를 끝내고, 마침내 난공불락과도 같던 대학의 문까지 넘었다. 자원봉사 선생님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공부과정이 녹록지만은 않았다. 그는 영어와 국사 등 생소한 과목이 많은데다 알아듣지 못하는 용어 때문에 고생했다. 영화 ‘쉬리’의 영화배우 한석규를 가장 좋아하는 그의 교재는 영화. 지난 3년동안 무려 300∼400편의 영화를 봤다. 뮤지컬에 엑스트라로 출연하기도 하고, 틈틈이 거울을 보며 하루 17∼18시간씩 연기연습에 매달렸다. 그는 “내가 원하던 그곳의 문을 열었으니 이제는 내가 스스로 노력하는 일만 남았다.”며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 ●‘하늘꿈학교´ 7명 모두 대학 진학 지난 2003년 설립된 하늘꿈학교는 지난해 7명에 이어 올해도 7명이 모두 서울예대와 연세대, 성균관대, 중앙대, 숙명여대, 신흥대 등에 합격했다. 하늘꿈학교는 올해에도 만 15세 이상 25세 미만의 북한 이탈청소년을 대상으로 대학진학반 10명과 검정고시반 10명 등 총 20명의 신입생을 모집한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왕위계승’ 말많은 日왕실

    ‘왕위계승’ 말많은 日왕실

    일본 사회가 왕실 문제로 법석이다. 왕위 계승 문제에다 왕세자비에 대한 왕실내 따돌림 분위기와 잇단 ‘돌출행동’. 거기에 옛 왕족의 복권문제와 ‘천황제 존폐’주장까지 겹쳐 시끄럽기 그지없다. 아키히토 일왕의 둘째아들인 아키시노노미야 이후 40년간 일본 왕실에 남아 출산이 없는 것이 ‘소동’의 근본 원인이다. 왕위계승방안을 규정한 왕실 전범의 개정을 둘러싼 공방이 국민적으로 확산되고 ‘왕세자의 힘겨운 결혼생활’이 입방아에 오르는 등 ‘왕실 소동’은 세간의 관심 속에 갈수록 복잡하게 엉켜들고 있다.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인은 남성 왕을 원한다. 그렇지만 핵가족 시대에 안정적으로 왕위를 계승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여계왕(여왕의 자녀 출신 왕) 인정 문제로 왕실 전범 개정 공방이 일고 있다.” 54년째 일본 왕실을 취재하고 있는 ‘왕실 저널리스트’ 가와하라 도시아키(85)는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왕실 소동’ 배경을 설명했다.(가와하라는 인터뷰에서 줄곧 왕은 천황 폐하, 왕세자는 황태자, 왕실은 황실이라고 불렀다.) ▶‘왕실 소동’의 해결 방안은. -둘째 아들 아키시노노미야의 부인인 기코 빈이 아들을 낳으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기코 빈이 임신한 태아가 아들인지 딸인지는 몇달 안에 판명된다. 옛 왕족을 부활시킨 뒤 나루히토 왕세자의 외동딸 아이코 공주가 그들 중 한 명과 결혼, 아들을 낳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노리노미야 전 공주가 아들을 낳아도 전범 개정이 쉬워진다. 개정을 늦추는 게 자연스럽다. ▶왕세자와 세자비 이혼설은. -그런 정도는 아니다. 이혼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제약이 있다. 마사코 비가 아이코 공주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도 변수다. 전례가 없는데도 외국 순방때 아이코 공주를 데려가려고 했을 정도였다. 왕족의 이혼 사례는 19세기말 단 한 번 있었는데 와병이 이유였다. 나루히토 왕세자가 이혼하고 새 장가를 들어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주장도 물론 있다. ▶왕세자의 마사코 비에 대한 사랑은. -오랫동안 애정이 각별했지만 최근 마사코 비가 왕실 신년 노래회에 몸이 아프다고 참석하지 않은 뒤 왕궁에서 승마를 하는 등 도리에 어긋난 행동이 이어지면서…. 세자는 이 결혼이 힘들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루히토 왕세자의 처지가 어려울 것 같은데…. -술을 잘 마신다. 위스키, 포도주, 맥주, 청주도 마신다. 미치코 왕비도 술을 좋아한다. 왕비가 “세자는 나의 술 선생”이라고 말했다고도 한다. 왕은 술이나 담배를 전혀 안한다. 아키시노노미야는 술은 하지만 담배는 안한다. 한 왕족은 술을 많이 마셔 3차례 입원했었다. ▶마사코 비는 진짜 와병 중인가. -마음의 병이다. 그래서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는 주기가 있다. 의도적으로 아픈 척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우울증은 정말이다. ▶마사코 비가 왕실에서 ‘이지메’를 당하나. -이지메는 아니지만 이지메보다는 약간 기피를 당하는 분위기다. ▶왕세자 일가는 고전하고, 둘째 아들인 아키시노노미야 일가는 부상하고 있다는데. -그대로다. 마사코 세자비의 행동 등으로 왕이나 미치코 비와의 사이가 서먹하다. 그러나 기코빈은 매우 온화하고, 붙임성도 좋아 평판이 아주 좋다. 일본인들의 마사코 비에 대한 시각도 지난해보다 나빠지고 있다. ▶‘천황제’의 위기란 지적은. -지금 그 정도는 아니다. 왕은 국민의 상징이다.80% 이상의 국민이 천황제가 좋다고 한다. 왕족의 생활이 매우 건전하다. 적어도 수십년은 위기가 없을 것이다. ▶왕실에서 여성의 지위는. -차별은 남아 있지만 거의 사라지고 있다. ▶아이코 공주가 왕세자에게 파파라고 하던데, 왕실 용어는 안 써도 되나. -아버지를 지칭하는 오모사마라는 왕실 용어가 있지만 파파라 부른다. 예전에는 안 그랬다. 그래서 우익들이 비판한다. ▶소동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올 한해동안은 소동이 계속될 것이다. 왕위 계승을 규정한 전범 개정은 서두를 일이 아니다. 왕과 세자가 건강하기 때문에 최소 20∼30년은 큰 문제가 없다. ▶궁내청의 전범 개정에 대한 입장은. -개입하지 않는다. 총리가 왕의 의도를 이심전심으로 파악,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반대가 많은데도 고이즈미 총리가 3월 개정을 추진했던 것에 대해 ‘일왕의 뜻’이란 설이 있다. -왕의 뜻에 따라 밀어붙이는 것처럼 하면 국민들이 “왕을 정치에 이용한다.”며 비판한다. 정치권에는 “여계왕은 왕의 뜻”이란 풍문이 돌고 있다. 아이를 많이 낳지 않는 상황에서 남성 왕에 매달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를 반영하듯 여왕에는 반대가 거의 없다. 그러나 여계왕에는 반대가 적지 않다. ▶여왕은 되는데, 여계왕은 안 되는가. -지금까지 125대 일왕 중 여왕은 8명 있었다. 이들은 모두 이혼, 미혼, 미망인 등으로 자식이 없어 후계 문제가 없었다. 다음 왕이 성인이 될 때까지만 여왕을 했다. 남계론자들은 여계를 인정하면 만세일계(萬世一系) 이어져온 일본 왕실의 남성 염색체가 전달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남성 염색체 XY와 여성 염색체 XX 중, 여계가 될 경우 이어져온 왕실의 남성 염색체 Y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1947년 11개 옛 왕족의 지위 박탈이 있었다. 그들에게 왕족의 지위를 부여하거나 양자로 입적, 남계를 잇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렇지만 옛 왕족은 60년간 민간인 생활을 해, 그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일본 방송과 신문들은 왕실 보도에 신중하다. 금기가 남아 있나. -금기는 아니다. 일간지는 영향력이 커 신중한 것이다. 주간지들은 영향력도 적어 민감한 문제도 거리낌 없이 보도한다. ▶50년간 왕실 취재중 변한 것은. -과거에는 불경죄가 있었다. 패전 후 사라졌다.‘천황’은 신적인 지위였다. 그러나 1946년 인간 선언과 함께 바뀌었다. 국가의 원수도 아니고, 상징적 지위만을 갖게 됐다. 취재 관행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왕실 취재단은 어떻게 구성됐나. -궁내청 안에 전국지와 지역지, 방송, 통신사 등으로 기자 클럽이 있다. 프리랜서·외신기자 등은 기자단에 못낀다. 예전엔 20∼30년씩 출입한 기자가 있었지만 요즘은 순환이 빨라졌다. ▶궁내청 출입기자에게도 제한되는 것이 많은가. -왕궁에 자유롭게 들어갈 수 없고 단체로 움직인다. 취재기자가 직접 왕을 보거나 개인적으로 인터뷰할 수도 없다. 연간 1∼3회 단체로 인터뷰하는 것도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전범 개정안의 국회 처리는. -기코 빈의 임신으로 가을이나 내년 정도로 미뤄지지 않겠는가. ▶왕실 저널리스트는 어떻게 취재하나. -옛 왕족, 현 왕족의 주변, 남작·백작 등 옛 귀족의 주변을 취재한다. taein@seoul.co.kr ■ 왕실 저널리스트 가와하라 1921년 홋카이도 출신으로 메이지대학 중퇴 뒤 1952년부터 프리랜서로 전인미답의 일본 왕실을 취재한 ‘왕실저널리스트’ 1호. 다쿠쇼쿠대학 객원교수를 지냈다.1984년 당시 영국유학중이던 현 나루히토 왕세자와 2시간 단독 인터뷰를 하는 등 많은 특종을 건져낸 왕실 취재의 산증인이다.‘마사코비’‘마사코황후’‘마사코사마와 황족들’ 등 3권의 저서가 140만부 이상 팔리는 등 20권 이상의 저서가 있다. ■ 왕위계승 쟁점은 무엇 |도쿄 이춘규특파원|현행 왕실 전범은 ‘왕위 계승 자격은 왕통에 속하는 남자계 남자의 왕족으로 한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개정안의 골자는 ‘여왕·여계왕을 인정해 남녀를 불문하고 장자의 왕위 승계를 우선한다.’는 것이다. 임신 6주째인 것으로 7일 알려진 일왕의 둘째 며느리 기코 빈이 가을에 아들을 출산한다고 해도 남자 왕손은 한명뿐이고 공주 셋을 포함해도 왕손은 4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남자 왕손이 보태지더라도 승계를 둘러싼 불안감은 완전히 씻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여계왕을 인정하는 방향으로의 전범 개정은 필연적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다만 어떤 내용으로 어떤 시기에 개정하느냐가 관건이 될 뿐이라는 견해다. 일본 국민의 63%도 여계왕 허용에 찬성한다고 6일 니혼게이자이 여론조사 결과 밝혀졌다. 기코 빈이 아들을 낳으면 각각 1,2순위의 왕세자와 아키시노노미야는 변함 없지만, 그의 아들이 3위가 된다. 하지만 여계왕, 장자 우선으로 전범을 개정하면 승계 순위가 크게 달라져 왕세자를 이어 아이코 공주가 2위, 아키시노노미야가 3위, 마코 4위, 가코 5위, 기코 빈의 세번째 자녀가 성별에 관계없이 6위가 된다. 왕실 소동이 빚어지게 되는 원인이다. 아울러 마사코 비가 왕실 생활의 스트레스로 생긴 우울증을 이유로 생일 잔치나 신년 노래회 등에 자주 빠지면서 왕실을 둘러싼 입방아 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반면 여왕·여계왕을 인정하면 궁극적으로 ‘천황제’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보는 보수파는 좌불안석이다. 왕실의 성역과 금기가 하나씩 무너지면 근본적인 변화가 일 수밖에 없고, 결국 ‘천황제 무용론’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서다. 그래서 명확한 대안도 없는 상태에서 남계왕에만 집착하는 것이다. taein@seoul.co.kr
  • 미세먼지 ‘유전자 손상’ 유발

    미세먼지 ‘유전자 손상’ 유발

    서울지역의 공기중 미세먼지가 세포내 유전체의 변이·손상 등 유전독성을 일으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전체의 변이·손상은 발암 과정의 중간단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의 폐세포에 대한 실험 결과, 디옥시리보핵산(DNA) 유전자의 절단현상과 소핵(小核) 과다형성 등 염색체 손상이 동시에 관찰됐다. 이런 사실이 국내 학계에 보고된 것은 처음이다. 5일 환경부의 차세대핵심환경기술개발 연구용역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성균관대 약대 정규혁 교수(위생약학)팀에 따르면 서울지역에서 포집한 PM2.5 시료로 시험관 세포실험을 한 결과 미세먼지에서 유전독성이 확인됐다. PM2.5란 굵기가 100만분의2.5m 이하의 미세먼지를 뜻한다. 미세먼지는 ▲서울 도심의 교통혼잡지역 ▲이웃한 주거지역의 실외 ▲이 지역 아파트의 실내에서 모았다. 정 교수팀은 최근 한국환경독성학회지에 발표한 ‘서울시내 주거지역 미세먼지의 유전독성 영향’ 논문에서 “PM2.5가 DNA 및 염색체 손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관찰됐다.”고 밝혔다. 유전독성 실험은 이들 세 장소의 미세먼지에 함유된 여러 화학물질을 추출해 암세포 배양액에 주입한 뒤 24시간 후 DNA 및 염색체 변이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DNA가 잘려지는 절단현상이 대조군보다 두드러지게 많았으며, 염색체 손상을 나타내는 소핵 형성은 대조군보다 최고 5.9배가량 더 높게 나타났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미세먼지 人體위험도 추가조사 필요

    미세먼지 人體위험도 추가조사 필요

    공기 중 미세먼지에 함유된 유해물질의 파괴력이 거듭 확인돼 경종을 울리고 있다. 미세먼지의 인체 위해성에 대한 연구는 국제적으로 1990년대부터 본격화했다. 천식이나 호흡기·심폐질환 증가 등 부작용을 일으키며 사망률을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보고돼 왔다. 성균관대 정규혁 교수는 “이번 연구의 의미는 (사람들이 날마다 들이마시는)실내·외 공기에 유전독성물질이 들어있으며, 세포실험으로 이 물질이 유전체의 변이나 손상을 부른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공기 중 미세먼지에 함유된 유해물질의 파괴력이 거듭 확인돼 경종을 울리고 있다. 미세먼지의 인체 위해성에 대한 연구는 국제적으로 1990년대부터 본격화했다. 천식이나 호흡기·심폐질환 증가 등 부작용을 일으키며 사망률을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보고돼 왔다. 성균관대 정규혁 교수는 “이번 연구의 의미는 (사람들이 날마다 들이마시는)실내·외 공기에 유전독성물질이 들어있으며, 세포실험으로 이 물질이 유전체의 변이나 손상을 부른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정부가 수도권대기질 개선에 소매를 걷어붙이고는 있지만 실효성 있는 개선대책이 보다 더 시급하게 추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세먼지 농도, 미국 환경기준의 13배 연구팀은 우선 서울의 한 대규모 주거단지를 연구대상지로 선정하고 이를 세분화시켜 ▲교통혼잡지역의 실외공기 ▲인근 주거지역의 실외공기 ▲아파트 실내공기 등 세 장소의 미세먼지(PM2.5) 시료를 채취했다.PM2.5는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1m) 이하의 먼지로, 머리카락 굵기의 수십분의1에 불과해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오염물질이다. 조사대상지의 미세먼지 농도는 수도권 대기오염의 실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점별로 2∼8일 동안 하루 9∼10시간씩 PM2.5 농도를 잰 결과, 교통혼잡지역이 주거지역 실외공기의 미세먼지 농도보다 세 배가량 높은 ㎥당 194㎍(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1g), 아파트 실내공기는 103㎍으로 측정됐다.(그래프 참조) 그동안 알려져왔던 수도권 여타 지역의 농도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02∼2004년 서울 정동·전농동·방이동과 인천 용현동, 경기 양평·강화 등 수도권 6개 지역에서 측정한 PM2.5 농도도 77∼160㎍으로 나온 바 있다. 연구대상지를 포함한 이런 수도권의 미세먼지 농도는 가히 ‘사람잡는 수준’임을 역설하는 대목이다. 미국 대기환경기준(연간 15㎍/㎥)보다 4∼13배나 높다. 정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수행하면서 최근 외국의 실태조사 결과도 수집했는데, 홍콩의 PM2.5 농도는 40∼74㎍, 미국 캘리포니아·뉴저지·텍사스 주는 20㎍ 수준에 불과했다. ●“소핵 과다형성 등 유전독성 확인” 실내·외 미세먼지 농도는 교통혼잡지역이 가장 높았지만, 세 장소의 미세먼지가 유전독성을 일으키는 정도는 서로 엇비슷했다. 연구팀은 세포실험을 위해 세 장소의 미세먼지 시료를 같은 수준의 농도로 맞춰 폐세포 배양액에 주입, 유전체 변이를 관찰했다. 그 결과,‘DNA 절단’ 현상은 주거지역의 실외공기 시료가 다른 두 시료보다 조금 더 많게 관찰됐는데, 미세먼지의 화학적 성분이 조사장소별로 서로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세먼지의 유전독성은 ‘염색체 손상’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염색체 변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세포가 분열할 때 형성되는 소핵(Micro-nucleus)의 개수를 관찰한 결과 시험농도별로 세포 1000개당 25∼59개의 소핵이 과다 형성됐다. 정 교수는 논문에서 “이런 소핵형성은 정상적인 경우보다 최고 5.9배 높았고, 시험농도가 높을수록 소핵 형성도 많아져 염색체 이상에 대한 양성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미세먼지의 이같은 유전독성은 결국 발암 가능성을 설명해 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수밖에 없다. 국립독성연구원 관계자는 “소핵형성은 유전독성 지표의 하나인데, 염색체의 구조 이상 등을 유발하는 물질들이 소핵의 수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면서 “DNA나 염색체의 손상은 발암과정의 중간단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강력한 대책수립·추진력 요구된다” 그렇다면 세포 수준이 아니라 인체에 대한 영향은 어떻게 나타날까. 연구팀의 오승민 박사는 “다양한 복구시스템이 가동되는 인체에 세포실험 결과를 곧바로 적용하긴 어렵기 때문에 이를 위해선 추가적인 역학조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세포실험에 사용된 미세먼지 추출물의 농도가 실제 대기 중의 미세먼지 농도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대등한 비교가 어렵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결과는, 당장은 그 위험을 계량해서 평가할 순 없지만 평생 공기를 호흡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최소한 ‘유전독성물질에 항상 노출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런 유전독성물질로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류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자동차 배기가스나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의 불완전 연소과정 등에서 발생하는데,“대기에서 검출되는 PAH 가운데 90∼95%는 3㎛ 이하 크기의 입자에 흡착돼 있다.”(영남대 건설환경공학부 백성옥 교수)고 한다. 사람들이 호흡을 하면, 미세먼지와 함께 PAH가 몸속으로 곧장 침투하기 때문에 인체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그동안 미세먼지의 심각성은 학계와 시민단체들이 누누이 강조해 왔다. 정부도 지난해 수도권대기환경개선 기본계획을 내놓는 등 대기질 개선에 고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대책의 내용과 추진속도를 보면 구호만 요란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한 학계 인사는 “사람에게 치명적 악영향을 끼치는 미세먼지의 실태와 위험성에 비춰보면 훨씬 더 강력한 대책수립과 추진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미온적 태도는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PM2.5에 대해선 대기환경기준조차 설정하지 못하고 있어 국내 실내·외 공기에 떠도는 PM2.5의 위험성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 목적으로 일부 지역에 대해 간혹 조사하더라도 결과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PM2.5보다 입자가 훨씬 큰 PM10은 환경기준(연평균 70㎍)이 있지만 국민건강을 지키는 가이드라인으로는 턱없이 느슨하다는 지적도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특히 지난 2003년 경유승용차 허용문제를 논의하던 민관공동의 ‘경유차 환경위원회’가 당시 “경유차 허용에 따른 미세먼지 대책이 시급하므로 환경기준을 50㎍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합의했음에도 불구, 개정안은 여태 나오지 않고 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성체줄기세포 활용 폐질환치료 나선다

    성체줄기세포로 폐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기초 연구 성과가 제시됐다.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장윤실 교수팀과 바이오기업인 메디포스트는 성체줄기세포의 한 종류로 제대혈에서 분리, 배양한 ‘간엽줄기세포 조성물’을 기관지를 통해 폐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폐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지금까지 성체줄기세포는 혈액과 연골, 뼈, 심장, 신경 등과 관련된 질환에만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동물실험을 통해 폐질환 치료 가능성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연구팀은 동물실험에서 면역 형광염색법을 통해 폐에 이식한 줄기세포가 폐조직의 폐포를 형성하는 세포에서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식한 줄기세포가 폐조직 내에서 제자리를 잡았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줄기세포가 정상 폐조직 세포들로 분화했거나 폐이형성증을 치료하는 작용을 했을 가능성을 제시하는 근거라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장 교수는 “동물 실험에서 줄기세포 주입 후 손상된 일부 폐 조직이 복원되는 것을 확인했다.‘미숙아 폐이형성증’ 등 지금까지 치료 방법이 없었던 폐질환에 대한 효과적 치료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아직 동물실험 단계여서 임상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고 평가했다.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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