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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美 정상회담] 재외국민용 주민등록증 발급 등 현장 맞춤형 동포 정책 추진

    [韓·美 정상회담] 재외국민용 주민등록증 발급 등 현장 맞춤형 동포 정책 추진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방문 두 번째 기착지인 워싱턴에 도착 직후 알링턴 국립묘지와 한국전 참전 기념비 공원을 참배하고 동포 간담회를 갖는 등 ‘강행군’을 펼쳤다. 박 대통령은 오후 5시쯤 한국전 참전 기념비 공원을 찾아 ‘대한민국 대통령 박근혜’라고 적힌 태극기 모양의 화환을 헌화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의장대가 도열한 가운데 진행된 참배에는 에릭 신세키 미 보훈처장관과 역대 한미연합사령관 4명, 한·미 양국의 한국전 참전용사 10명이 함께했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한국전에 참전해 희생하신 분들과 역대 사령관들께 국민을 대표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며 “오늘날 대한민국의 번영은 그분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사의를 표했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5년 3월 이곳을 참배한 사실을 회고하면서 “올해가 정전 60주년이자 동맹 60주년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알링턴 국립묘지를 방문, 애국가와 미국 국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무명용사탑에 헌화했으며, 묘지 기념관을 찾아 ‘무명용사를 기리는 패’를 증정했다. 박 대통령이 묘지에 도착하자 예포 21발이 발사됐다. 박 대통령은 손을 흔드는 교민들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이날 저녁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열린 워싱턴 지역 동포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은 재외국민용 주민등록증 발급, 전문직 미국 비자 쿼터 1만 5000개 확대 추진, 동포 자녀 한글·역사 교육 등 구체적인 동포 지원 방안을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현장 맞춤형 동포 정책이나 영사 서비스 등 삶의 어려움을 먼저 찾아서 대응하는 ‘선제적 맞춤형 지원’으로 바꿔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운영 4대 원칙의 하나인 ‘현장 중심’ 행정 서비스를 동포사회에도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방미 수행단에 임종훈 청와대 민원비서관이 포함된 것도 해외동포들의 민원을 적극적으로 듣고 챙기라는 박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마리사 천 연방 법무부 부차관보와 박충기 특허법원 판사 등 미국 주류 사회에 진출한 한국계 차세대 리더들을 언급하면서 “새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창조경제로 세워놨는데 (창조경제가 잘되면) 이처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창조적 리더들이 될 수 있다”면서 “앞으로 동포 청년들에게 창조경제 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대해 “큰일 생기는 것이 아닌가 염려하시는데 안보와 경제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다”면서 “우리는 항상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가맹본부, 예상매출액 서면 제공 의무화

    가맹사업거래공정화 법안(프랜차이즈 법안) 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관련 3개 법안이 6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하면서 경제민주화 방안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7일에는 이들 법안을 통과시킬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일정이 잡혀 있지 않아 4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처리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정무위에서 통과 여부가 주목된 법안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이다. 지난 2일 민주당 간사인 김영주 의원이 가맹사업법에 허위·과장 광고는 3배 이내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행을 겪으면서 다른 법안도 줄줄이 처리가 무산됐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 가맹본부에 한해 예상매출액 정보의 서면 제공을 의무화하는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접점을 찾았다. 수정안의 골자는 예상매출액을 구두로 설명하면서 허위 정보로 ‘매출 부풀리기’를 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연매출 200억원 초과 또는 가맹점 수 100개 이상 대형 가맹본부는 가맹사업 희망자에게 예상매출액과 기대수익 등의 자료를 반드시 서면으로 제공하고, 관련 서류를 5년간 보관해야 한다. 가맹본부의 ‘매출 부풀리기’에 대해서는 벌금을 2배 강화한다. 허위·과장 광고시 매출액의 최대 2%에 해당하는 과징금 부과와 5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부과에 대해서도 벌금 상한선을 3억원 이하로 높이기로 했다. 이날 통과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은 감사원장과 조달청장, 중소기업청장에게 불공정 거래에 대한 고발 요청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공정위 전속고발권을 폐지토록 한 것이다. 그동안 공정위는 고발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아 시장의 불공정 위법행위 처벌과 방지에 미온적이거나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또한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안’(FIU법)도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다. 이 법안은 정부의 재원 마련 방안인 ‘지하경제 양성화’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국세청이 탈세나 소득 탈루 혐의를 조사할 때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FIU법 처리는 이종걸 민주당 의원의 이의 제기로 한때 지연되기도 했다. 이 의원은 “현금 거래가 경우에 따라 필요할 수도 있는데, 주관적 요건에 따라 모조리 통보된다면 거래의 안전성을 해칠 염려가 있다”며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된 나머지 법안들과의 패키지 처리를 주장했다. 하지만 “제기된 문제점을 심도 있게 반영하겠다”는 박민식 새누리당 간사의 설득으로 표결 없이 합의 처리됐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朴대통령 “美전문직 비자쿼터 1만5천개 확대 목표”

    朴대통령 “美전문직 비자쿼터 1만5천개 확대 목표”

    박근혜 대통령은 7일 “재외국민용 주민등록증 같은 것을 발급해 동포들이 조국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또 그런 쪽에서 어떤 행정적 지원을 강화하는게 좋지않겠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워싱턴D.C의 만다린 오리엔탈호텔에서 한 동포간담회에서 재외동포 정책에 대한 구체적 추진계획을 질문받고 이같이 밝혔다. 또 미국에서의 ‘전문직 비자쿼터 확대’에 대한 정부의 지원방안과 관련, “정부에서도 많이 노력하고 있다”며 “정상회담, 의회에 가서도 이 부분에 대해 제가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 구체적으로 1만5천개를 목표로 협의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한국에 있을 때 미국 국회의원이 방문하면 그 때마다 전문직 비자쿼터 확대에 대해 부탁을 많이 드렸다”며 “지금 한미 FTA가 발표돼 있는데 비자쿼터 등이 확대되면 그에 대해 실질적인 혜택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전문직 비자 제도는 IT(정보기술) 등 첨단 분야의 외국인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것으로, 최근 구글, IBM 등 미국 업체들이 발급 숫자 확대를 요구해 왔다. 이어 박 대통령은 “제가 의원시절 많은 나라를 다니며 동포 여러분들이 가장 많이 원하는게 자녀교육과 한글ㆍ역사교육 등에 대한 정부의 뒷받침 요청이었다”며 “정부가 더 노력을 기울여 이런 문제로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대해 “큰 일 생기는 것이 아닌가 염려하시는데 안보 경제가 조금의 흔들림도 없으니 걱정안해도 된다”며 “빈틈없는 안보태세를 유지하고 국제사회와의 굳건한 공조를 강화하면서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항상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며 “북한이 지금이라도 도발을 중단하고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올바른 길을 간다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길을 통해 남북공동 발전의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 ‘60세 정년’이 불편한 청년

    ‘60세 정년’이 불편한 청년

    정치권이 근로자 정년을 60세로 연장(현행 55세)하는 데 사실상 합의하자 젊은 층 사이에서 “청년 고용이 더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청년들도 기대 수명이 계속 증가하는 현실에서 부모 세대의 정년을 늘려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만 “중·장년층의 안락함을 위해 일자리, 연금 문제 등에서 젊은이들에게만 자꾸 희생을 강요하는 것 같다”고 불만스러워한다. 23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정년 연장이 청년층 구직에 미칠 영향에 대한 여러 의견이 올랐다. “청년 실업이 느는데 정년 연장까지 하면 결국 취업 준비기간이 3년쯤 더 늘지 않을까 걱정된다”(아이디 ‘ma*****’)거나 “정년 연장 때문에 (기업의) 모집 인원 중 최소 5분의1은 줄어들 것 같다”(‘pe*****’) 등 걱정 섞인 목소리가 많았다. 2년째 구직에 애를 먹는 취업준비생 강모(28)씨는 “정년이 연장되면 효율성에 목매는 기업은 분명히 청년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면서 “구직하면 나도 언젠가는 정년 연장의 혜택을 보겠지만 너무 먼 일이라 와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 이모(25·여)씨는 “부모님 정년이 연장돼 가정 경제가 안정되면 취업에만 매진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낙관적 반응을 보였다. 정년 연장으로 20~30대 직장인들에게 업무 과부하가 걸릴 것을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2년차 대기업 사원인 황모(27)씨는 “과장급 이상 상사들은 실적 쌓기를 위해 일만 벌이고 실제 업무는 현장의 5년차 이하 직원들에게 떠맡긴다”면서 “방향을 지시하는 사람만 많고 정작 노 젓는 사람은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3년차 직장인 장모(28)씨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거나 고령 직원의 보직을 고문 등으로 바꿔 업무량에 맞춰 임금을 일부 삭감하는 등 추가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년을 늘리면 50대 후반 인력의 기술력, 지식 등을 오래 활용할 수 있어 개인과 조직 모두에 이득이 돼 찬성한다”면서 “다만 정년 연장이 구직시장에 새로 진입하려는 이들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면 세대 간 긴장과 갈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與원내대표 선거 ‘非朴소멸’ 부르나

    새누리당의 차기 원내대표 선출 방식을 놓고 ‘추대론’과 ‘경선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등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지난 대선을 계기로 형성된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이라는 여권 내 권력 지형이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22일 현재 경쟁 구도만 놓고 보면 경선이 불가피해 보인다. 친박계인 이주영(4선·경남 창원·마산합포), 최경환(3선·경북 경산·청도) 의원의 출마 의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 있던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 후보도 윤곽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비박계 장윤석(3선·경북 영주) 의원과 연결되고 있다. 최 의원은 비박계 김기현(3선·울산 남구을) 의원과 동반 출마가 예상된다. 친박계와 비박계 간 대결 구도는 물론 ‘수도권-영남권’ 후보가 짝을 이루는 관행도 깨진 셈이다. 오히려 원내대표 선출 방식을 놓고 당내 세력이 양분되는 형국이다. 이는 당과 청와대의 관계 설정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한 영남권 의원은 “원내대표 주자들의 뜻과는 무관하게 당·청 조화에 초점을 맞춘 세력은 ‘추대’를, 청와대에 대한 견제를 강조하는 세력은 ‘경선’을 각각 주장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중진 의원은 “차기 원내대표가 누가 되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뽑느냐도 중요해진 상황”이라면서 “친박계가 분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당내 갈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친박계를 중심으로 조정자로서 황우여 대표의 역할론도 제기된다. 황 대표 입장에서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맞게 되는 정치적 시험대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정권 초기 당이 화합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원내대표를 선출하기 위해 경선까지 간다면 (탈락자가) 상처받을까 염려된다”면서 사전 조율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편 재선인 김성태, 신성범, 황영철, 박민식 의원 등은 이날 오전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들은 18대 국회 당시 쇄신파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에서도 함께 활동했던 만큼 세력화를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당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함께 움직이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다만 원내대표 경선 등 당내 현안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커버스토리] 클릭, 잠시 짜릿했으나…패닉, 영혼까지 털렸다

    [커버스토리] 클릭, 잠시 짜릿했으나…패닉, 영혼까지 털렸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8일 지난 3년간 6300억원 규모의 사설 스포츠토토를 운영해 온 고모(46)씨 등 8명을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2010년 6월부터 최근까지 사설 토토 사이트 14개를 통해 600여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으며 규모가 큰 사이트는 회원 2700명에 월평균 35억원이 입금된 것으로 드러났다.”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길래? 그래서 기자가 직접 사설 스포츠토토에 베팅해 봤다. 지난 18일 오후 11시 30분부터 이튿날로 넘어가는 밤을 하얗게 불태웠다. 클릭질 몇 번에 수십만원이 오갔다. 돈은 당장 손에 잡힐 듯 가까웠고, 방식은 쉽고 간편했다. 짜릿했다. 왜 사람들이 사설 토토에 중독되는지 알 것 같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태 파악을 위해 특별 취재비로 받은 30만원을 7시간 만에 전부 잃었다. 킥오프와 종료 휘슬이 몇 번 반복되는가 싶었는데 보유머니는 어느새 0원이었다. 베팅은 지난 3년간 밤낮으로 사설 토토를 한 김용진(28·가명·12면 참조)씨가 귀띔한 ‘메이저 놀이터’(안전한 사설 토토 사이트를 뜻하는 은어)에서 이뤄졌다. 지인의 추천을 통해서만 엄격하게 회원을 받아 경찰에 절대로 걸릴 염려가 없다고 했다. 서버는 모두 해외에 있고 대포통장으로 철저하게 관리한다는 것. 돈을 입금받고 결과를 맞히면 아이디(ID)를 없애버리는 ‘먹튀 사이트’들이 횡행하는 가운데 3년 넘게 무사고(?)로 운영 중이라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두근두근. 링크창에 사이트 주소를 쳤다. 메인 화면에는 음악을 듣는 외국 남자의 사진이 떴다. 음악 관련 블로그 같았다. 설마 없어진 건가. 혹시나 싶어 김씨에게 미리 받은 ID와 비밀번호를 쳤다. 신세계가 펼쳐졌다. 웨인 루니(축구), 로저 페더러(테니스), 아마레 스타더마이어(농구)의 사진이 떴다. 페이지 하단에는 ‘저희는 별도의 광고 없이 추천인만을 통해 가입하며, 보안을 가장 중요시하는 곳입니다’라는 설명이 쓰여 있었다. 보안유지를 위해 회원 모두가 노력하자는 공지 글에는 ‘보안이 생명’, ‘보안 또 보안’이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아, 제대로 찾아왔구나. 사설토토 사이트는 별천지였다. 전 세계에서 열리는 축구·야구·농구·미식축구·핸드볼 등 웬만한 종목은 다 있었고 베팅 종류도 승무패·언더-오버(양팀 득점의 합이 기준점수를 넘는 것)·핸디캡(강팀에 불리한 조건을 주는 방식)·스페셜(야구 첫 볼넷, 농구 첫 3점슛, 축구 전반 득점 등) 등 다양했다. 합법 스포츠토토(베트맨)는 최소 두 경기부터 승, 무, 패 등 경기결과를 베팅할 수 있는 반면 사설토토는 첫 경기부터 걸 수 있다. 베팅액도 베트맨이 100~10만원인데, 사설토토는 5000~300만원으로 크다. 배당률도 당연히 사설토토가 높다. 베트맨을 통해 베팅에 재미를 느낀 사람들이 불법토토로 유입되는 이유다. 마감임박 경기들이 깜빡였다. 노르웨이, 카타르, 러시아, 요르단 등 평소 따로 챙겨 본 적이 없는 축구경기가 베팅을 재촉했다. 거침없이 눌렀다. 첫 번째 선택은 18일 오후 11시 30분에 킥오프하는 러시아 축구 2부리그. 배당률이 낮은, 달리 말하면 이길 확률이 높은 팀의 승리에 5만원을 걸었다. 사이버머니는 현금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밤 12시 15분에 시작하는 카타르 리그 두 경기에도 베팅했다. 알사드와 레크위야SC, 알라이안과 알자이시의 대결. 알사드와 알라이안이 이긴다에 각각 5만원씩 걸었다. 축구 국가대표 출신 이정수·조용형 등이 뛰었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취재하며 자주 접해 익숙한 팀들이었다. 돈을 잃을까 봐 불안하기도 하고, 이변이 생겼을 때 대박을 칠 수 있을 거란 기대에 같은 경기의 무와 패에도 전부 1만~2만원씩을 걸었다. 합법토토에서는 불가능한 방식이다. 노르웨이 축구까지 베팅, 사이버머니 30만원을 전부 썼다. 이제 기다릴 시간. 지루할 거란 예상과 달리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다. 실시간 점수를 중계해 주는 라이브스코어 사이트에 들어가니 채팅방에 재잘대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실시간으로 뜨는 골 소식에 채팅창이 들썩였다. 노르웨이, 카타르 축구가 끝나자 0원이던 잔고는 다시 19만원으로 채워졌다. 분명 11만원을 잃은 건데 돈을 땄다는 황홀한 기분이 들었다. 새벽 2시인데 눈이 말똥거렸다. 왠지 계속 딸 것 같은 기분에 취했다. 간이 커진다. 이번엔 미국프로야구(MLB)를 택했다. 밀워키-샌프란시스코, 시카고C-텍사스전에서 첫 볼넷이 어느 팀에서 나올지를 고르는 게임이다. 투수의 제구력이 우선이지만, 축구보다는 경기상황과 운에 좌우될 가능성이 커 보였다. 아무 팀이나 겁없이 찍었다. MLB 몇 경기와 사우디아라비아·스위스·잉글랜드·콜롬비아 축구, 유럽농구까지 돈을 따는 족족 베팅했다. 깜깜한 새벽, ‘아드레날린’ 대분출이다. 파란색 낙첨과 빨간색 당첨을 정신없이 반복하는 사이 사이버머니는 어느덧 0원. 7시간 31개 베팅의 끝은 ‘올인’이었다. 영혼까지 탈탈 털렸다. 한국의 4대 프로스포츠가 전부 승부조작의 홍역을 앓았지만, 그 온상이 된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는 여전히 불야성이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고려대에 의뢰해 지난달 발표한 제2차 불법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설 스포츠토토의 규모는 연간 7조 6000억원으로 파악됐다. 우리나라 도박의 총규모(연간 75조원)의 10.1% 수준이다. 2008년 제1차 조사 때는 미미해 따로 사설토토를 집계조차 하지 않았다는 걸 감안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도박의 큰 부분을 차지하던 하우스(노름판) 도박(25.7%), 사행성 게임장(24.9%), 사설 경마·경륜·경정(13.2%)의 자리를 사설토토가 급격하게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사설 스포츠토토의 특징으로 ▲인터넷, 모바일로 24시간 이용 가능 ▲베팅대상 및 방식의 다양성 ▲환전의 신속성 ▲높은 베팅 상한선과 배당률 ▲다양한 VIP제도 등을 꼽았다. 사설토토 사이트를 운영하다 적발되면 7년 이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문다. 이용자도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사감위는 정부, 경찰과 함께 지난해 11월 불법사행산업감시 신고센터(1855-0112)를 발족했으나 사설토토가 워낙 은밀하게 이뤄지는 까닭에 단속이 쉽지 않다. 대부분 해외서버인 데다 주기적으로 주소를 바꾸며 회원을 관리하고 있어 적발이 어렵다. 강남서가 적발한 사설토토 조직도 검거까지 무려 8개월이 걸렸다. 운영자들은 수사망을 피하려고 서버는 일본에, 사무실은 태국·중국에 열고 현금으로 출금한 최종 수익금을 합법 법인계좌에 입금해 해외제조사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돈세탁까지 거쳤다. 치밀하고 교묘한 수법이다. 전문가들은 도박에 취약한 개인특성, 사회에 만연한 한탕주의만큼이나 국가의 책임방기가 사설 스포츠토토 중독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규호 중독예방시민연대 상임대표는 “합법 도박(베트맨)을 즐기던 사람들이 배당률이 높고 다양한 조합으로 즐길 수 있는 불법토토로 흡수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합법, 불법토토 모두에 대한 규제와 감시를 강화하고 철저한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명호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도박을 자유롭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 건 국가”라면서 “중독자의 자활, 치료를 위한 정부 차원의 네트워크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머쓱해서 말구멍이 막힐 줄 알았는데, 정한조는 웃지도 않고 되받았다. “어림없는 얘깁니다. 시생과 같이 한둔으로만 지새우며 연명하는 장물림에게 육허기에 시달리는 동자치인들 좋다 하겠습니까.” “갈매기 떼 있는 곳에 고기 떼 있더라고, 사람 많이 모이는 저잣거리에 출입이 잦다 보면 언젠가 육덕 푸짐한 아낙네가 눈에 띄지 않겠나. 마음먹기 달린 게지. 김 날 때 후루룩 들여 마시는 게 임자라지 않던가.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가합한 혼처를 찾아 가솔을 거느리게.” “잘못 덧들였다가 제가 도리어 뒤집어쓰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포주인께서나 저나 동병상련입니다….” “누가 아니라나… 하긴 그뿐만 아닐세. 어제도 질청의 호장이 찾아와서 나를 윽박지르고 돌아갔다네. 그래서 내가 시방 좌불안석이야.” “또 무슨 일입니까?” “어느 놈의 사주를 받았는지… 조만간 염전을 내놓으라고 으름장 놓고 갔네.” “척매(斥賣)를 하라는 것입니까?” “그것들의 속내야 뻔하지 않은가. 방매(放賣)하고 나면, 구전이나 톡톡히 뜯겠다는 수작이겠지. 그들이 노리는 것은 염전뿐만 아닐세. 듣자 하니 고포에서 곽전을 가진 물주들도 질청 것들의 농간으로 고충을 겪고 있다네.” 그로써 어장은 궁가(宮家)나 토호들의 소유가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곽전도 진상(進上)과 공상(供上)의 주요 물품인 미역과 김으로 사유화가 진작부터 진행되었다. 미역이 생산되는 터전인 지름 10여 무 정도의 바윗덩이가 200냥이나 400냥의 가격으로 거래되었는데, 거기에 질청의 구실살이들이 끼어들어 농간을 하였다. 특히 곽전인 바위는 매우 정확하게 위치 표기가 가능할 뿐더러 어떤 경우도 변형이 되거나 유실되는 염려가 없는 만큼 가장 확실한 매매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하늘만 쳐다보는 천둥지기 다랑논이나 비탈진 산기슭에 매달리듯 붙어 있는 따비밭 따위 들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토지 이상의 가치를 가진 재산으로 인정되었다. 어촌 사회는 중앙의 관부로부터 멀리 떨어진 소외 지역이었다. 그러므로 나라에서 내리는 혜택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가지기 어려웠다. 때문에 무능력한 백성들이 모여 살기에 가장 알맞은 지역이었다. 도망한 노비들이 해안가 염전이나 곽전으로 숨어들어 보잘것없는 삯전으로 가까스로 연명하였다. 그들 역시 거둬들이는 착취에 시달리고 있었다. 아전, 군교는 물론 심지어 관노(官奴), 관예(官隸)까지도 그들 위에 군림하여 가리틀거나 착복을 자행하였다. 수령의 가친(家親) 생신이나 혹은 그들의 빈객을 빙자하여 물품을 강징하고는 그것을 수령에게 상납하는 것이 아니라, 하속 예리들이 빼돌려 착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에 어민들은 저항할 결집력이 없었다. 신분 자체가 떳떳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부패 관리에게 그대로 노출되어 탐학에 시달리고 있었다. 정한조의 입에서도 긴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언젠가는 그들의 탐학과 농간을 저지시킬 날이 오겠지요.” “힘에 부치지만, 견딜 수 있는 데까지 견뎌야지. 반수와 도감의 훈수만 믿고 있다네.” “농이겠지요.” 겨끔내기로 농을 주고받는 두 사람의 속내로는 벌써 흥정이 무르익고 있었다. 포주인이 농을 부드럽게 주고받으면 흥정은 거의 담판이 난 셈이었다. 속셈으로 점치고 있었듯이 새재 눈밭 사이에 노란 복수초가 얼굴을 내밀더란 봄소식에 포주인 송석호도 한결 마음에 위로를 받아 가벼워졌으니 이번 행보에도 값은 눅게 해서 소금 바리를 넘겨주기로 하였다. 포주인도 등 두드리고 배 문질러 주는 수완이 출중한 행수에게 어느새 희미한 정리를 느꼈다. 정한조가 농담 끝에 불쑥 한마디 던졌다. “가난뱅이 구들장에 물난리가 겹친다더니, 이번 길에는 짐승 한 마리가 절음 나서 내왕길에 경난깨나 겪었습니다. 발새 익은 길이라지만, 십이령 고갯길 10리는 평지 길 20리 맞잡이가 아닙니까… 사정이 그러했으니 이번 파수에는 박하게 그러지 말고 좀 눅게 잡아 주시지요. 원님과 급창의 흥정에도 에누리가 있다 하지 않았습니까.” “피아말 엉덩이 둘러대듯 잘도 둘러대는구만. 하긴 절음 난 짐승 때문에 겪지 않아도 될 한고를 겪었다니 숙객*인 임자에게 박절하게 굴 수야 없지.” *숙객: 단골
  • 개성공단 잔류 직원들 “저는 염려 말고 거래처 챙기세요”

    “거래처가 끊어지면 공장 식구들은 어떡합니까. 저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알아서 해결할 테니 걱정 마시고 사장님은 어떻게든 남쪽 거래처부터 챙기세요.” 개성공단에서 의류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A대표는 12일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 직원과 통화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메시지를 전달받았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나흘째인 이날 개성공단기업협회에는 입주기업 대표들 네다섯 명이 사무실을 찾았다. 입주기업마다 최소인원인 한두 명이 남아 있으며, 직원들이 아픈 곳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지만 남아 있는 직원들은 도리어 남쪽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A대표는 하루에도 몇 차례나 개성공단 직원에게 전화를 건다. 식량도 다 떨어졌는데 끼니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4월이지만 날씨도 쌀쌀한데 밤에 자면서 떨고 있는 건 아닌지 눈에 선하다고 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에 모인 입주기업 대표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북한에 대화를 제의했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정부에 서운함을 내비쳤다. 대표들은 “전재산을 쏟아부어 일군 공장인데, 2004년 개성공단에서 첫 조업을 시작한 이래 지금이 최대의 시련”이라고 전했다. 입주기업 대표들은 오는 17일 방북을 위해 이날 오전 통일부에 방북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개성공단 주재원에게 쌀 등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이날 식자재 등을 싣고 남북출입국사무소로 갈 예정이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몇 년 혹은 몇십 년을 두고 십이령을 넘나든 이력과 간담을 가진 부상들도 벼랑길에서 실족하여 열 길 계곡 아래로 나동그라져 졸지에 열명길에 들거나, 평생 고질을 얻어 신세를 망친 사례도 허다하였다. 길이 얼마나 험했으면 샛재의 성황사를 비롯해서 고개치마다 성황단을 두고 내왕길의 안녕을 빌기까지 했을까. 울진 포구의 염부들과 내성의 보행객주들이나 포주인들이 정한조 행수 일행을 “소금 장수 행수 상단”으로 부르게 된 것은 오래전부터의 일이었다. 이들의 우두머리인 반수 권재만과 도감 정한조를 제외한 행중의 수하 원상들 20여 명과 담꾼 40여 명은 모두 삼십대 나이를 크게 넘지 않았다. 심지어 황구의 소년도 둘이나 있었다. 이십대이거나 십대이거나 모두 혈기 방장하고 강단 있는 장한들이어서 흥부 장시나 현동 저자와 내성 장시의 협잡꾼들이 섣불리 덧들이지 못했다. 원상들이 돈독한 결속력을 가지게 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해안에서 내륙으로 이르는 십이령은 오래전 흥부와 내성의 부상들이 개척한 것이고, 그 쇳덩어리나 다름없는 소금섬을 지고 한 번도 쉬지 않고 한 고개를 넘을 수 있는 근력을 가진 부상들도 이들뿐이었다. 때문에 언제부턴가 울진 포구 염전에서 거둬들인 소금은 전매품처럼 이들이 독차지해서 내륙의 장시와 거래하게 되었다. 이들이 다른 소소한 병문친구나 횡행하는 무뢰배들과 다른 점은 보기 드물게 부상들이 지켜야 할 도리를 다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소금 상단 행중은 십이령에서 실족한 길손을 만나면 지체 없이 구완하고, 보부상이 아니라 하더라도 목숨을 걸고 행려병자를 구급하였다. 샛재를 떠나 숫막이 여럿인 말래의 도방 거리*에서 한숨을 돌린 정한조 일행은 곧장 염호들이 즐비한 수산천 어름의 염막을 찾았다. 그곳에는 육십 줄에 접어든 소금 도가 포주인 송석호가 삽살개 한 마리를 기르며 언제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소싯적부터 염전에 종사하여 반평생을 오직 토염 생산에만 종사한 사람이었다. 염막을 경영하며 적지 않게 화식하여 거관(巨款)을 거두어 부호의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오래전 상배를 당했는데도 재취를 하지 않고 홀아비로 늙어 가고 있었다. 수산천이나 흥부 염전에 종사하는 어느 누구도 그가 돈꿰미를 헤아리는 꼴을 엿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색하였다. 적잖이 식산한 것은 틀림없겠는데, 언제 보아도 입성은 하방 천인처럼 꾀죄죄하였고, 한겨울에도 풍창파벽에 군불조차 지피지 않은 냉골에 부들만 깔고 기숙하였다. 방에는 거처하는 사람을 따뜻하게 보듬어 줄 물건이 보이지 않았다. 털 빠진 개가죽과 구멍 뚫린 부들자리, 휘장도 없고, 이불도 없고, 모포도 없고, 평풍도 없고, 등잔조차 보이지 않았다. 깨진 화로에 불씨도 없었다. 그가 사시사철을 막론하고 뼛속까지 스며드는 된추위가 맴도는 냉골에서 떠나지 않고 기거하는 것은 숨겨 둔 엽전 꿰미에 혹여 녹이 슬까 염려하기 때문이란 소문들이 염전 일대에 파다하였다. 그러나 다른 소문 한 가지가 더 있었다. 수하에 거느린 염부들이 모두 잠든 사이에 놋쇠 대야를 갖다 놓고 숨겨 두었던 엽전 꿰미를 꺼내 엽전 하나하나를 대야에 떨어뜨려서 그 쨍그랑쨍그랑하는 소리를 혼자서 즐긴다는 것이다. *도방 거리:임소나 접소처럼 보부상을 통제하던 기관이 아니다. 각도에 왕래하던 보부상들의 숙박 처소였다. 부상은 부상 도방, 보상은 보상 도방이 있었는데 대개 장시나 포구 주변에 있었다.
  • 대학생 절반 “1년 전 비해 술자리 감소”…왜?

    대학생 절반 “1년 전 비해 술자리 감소”…왜?

    절반에 가까운 대학생(42.6%)이 “1년 전에 비해 술자리가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건강이 좋지 않거나 염려(14.2%)되기 때문이기 보다는 학업이나 취업 준비로 시간이 부족(50.8%)해서가 주된 이유였다. 금전적으로 여유롭지 못해서(13.3%) 등도 이유로 꼽혔다. 이것은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 2일 전국 남녀 대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대학생 음주문화 실태’를 주제로 한 설문 조사 결과로, 현재 취업난의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이와 함께 진행된 또 다른 설문 결과를 살펴보면, 대학생 4명 중 1명(29%)은 최근 6개월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술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이 한달간 술자리에서 쓰는 비용은 1인 평균 “6만 1000원”이었으며 남녀별로 살펴보면 남학생(7만 7000원)이 여학생(5만 1000원)보다 더 많은 술값을 쓰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량 면에서는 소주를 기준으로 평균 “9잔 반”으로 나타났는데 여학생 평균 주량이 8.51잔인 것에 비해 남학생은 1.9잔으로 다소 높게 나타났다. 참고로 소주 한 병이 7.5잔 정도 나온다고 계산하면 여학생은 소주 한 병을 조금 넘게 마시며 남학생은 소주 한 병 반이 조금 못되게 마시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학생이 가장 좋아하는 술은 맥주(33.0%), 소주(23.8%), 소맥(18.8%), 막걸리(10.6%) 등의 순으로 나타났지만, 남녀별로 보면 남학생은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21.7%)을, 여학생은 막걸리(11.4%)를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뿐만 아니라 전체 대학생 응답자의 60.6%는 한번 술자리에 참석하면 평균 2차까지 가는 편이라고 답했는데 남학생(66.0%)이나 고학년(68.6%)일수록 2차 술자리에 참석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전체 대학생의 71.3%가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는데 술자리가 필요하다고 응답해 대다수의 대학생들이 술자리를 사회생활의 필요조건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알코올 중독진단과 관련한 질문 중 대학생 4명 중 1명(26.2%)은 “술을 줄이는 게 좋겠다.”는 충고를 들어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대학생 5명 중 1명(17.4%)은 “술을 마신 후 필름이 끊긴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돼 일부 대학생들의 무절제한 음주문화도 함께 관측됐다. 사진=대학내일20대연구소 제공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미모의 모험, 연기를 얻었고…마초의 멜로, 절제를 깨쳤네

    미모의 모험, 연기를 얻었고…마초의 멜로, 절제를 깨쳤네

    시각장애인 역 완벽 소화 ‘그 겨울… ’ 송혜교 브라운관 데뷔작은 청소년드라마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1995). 드라마 ‘첫사랑’(1996), ‘웨딩드레스’(1997)에선 단역이나 비중 없는 조연에 그쳤다. 그때 누구도 그녀가 ‘한류 열풍’의 주역이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1998년은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백야 3.98’과 ‘육남매’에서 조금씩 얼굴을 알리더니,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주인공 오지명의 막내딸 ‘혜교’로 주연과 다름없는 역할을 따냈다. 예쁘장한 16세 소녀의 당돌함은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후 배우로서 탄탄대로를 달리는 듯했다. 드라마 ‘가을동화’의 순정녀 ‘은서’(2000), ‘올인’의 ‘수연’(2003), ‘풀하우스’의 ‘지은’(2004)이 그랬다. 하지만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얼굴만 예쁜 배우”였다. 어린 나이에 외모로 톱스타에 오른 만큼 담금질의 시간이 필요했다. 5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인 SBS 수목극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로 연기력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배우 송혜교(32)의 얘기다. 클로즈업된 카메라 앞에서 미세한 얼굴 떨림까지 표현하며 시각장애인 여회장 ‘오영’으로 시청자의 뇌리에 새롭게 각인됐다. 지난 3일 서울 이태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20대에는 예쁜 여배우들이 많다. 30대는 다른 것으로 승부를 봐야할 때”라고 말했다. 완숙한 여배우의 농익은 기품이 풍겼다. 그는 “연기는 모험”이라고 정의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역할로 인기를 얻으면 제작자들은 계속 비슷한 역할만 시키더라. (배우에게) 새로운 모습을 찾아내려고 모험하지 않는다. 이번 작품은 노희경 작가가 ‘영’이란 캐릭터를 두고 제게 모험을 하신 거라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발성에 힘이 실렸고, 눈이 반짝였다. 송혜교는 ‘그 겨울’로 전작인 ‘그들이 사는 세상’ 이후 노희경 작가와 5년 만에 해후했다. 당시 스물여섯 살의 송혜교는 노 작가가 요청한 깊고 진한 감정표현을 따라가기에 벅찼다. 연기에 대한 혹평이 이어졌다. 그래서 일부러 가시밭길을 걸었다. 미국 독립영화 ‘페티쉬’(2008년), 이정향 감독의 독립영화급 ‘오늘’(2011년) 등 규모가 작은 영화 출연을 마다하지 않았다.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일대종사’를 2009년부터 4년에 걸쳐 찍었지만, 편집된 영화에선 정작 6분가량만 나왔다. 송혜교는 “몇 주일간 단 두 장면만 찍고 귀국할 때도 있었다. 현장에선 하루에도 수십 번 그만둬야 하나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년간은 연기에 바짝 목말라 있었다”고 했다. 역설적이게도 타지에서의 외로움과 작품에 대한 열망은 고스란히 ‘그 겨울’에 투영됐다. 못다 푼 연기의 한을 쏟아부은 셈이다. 복지관을 찾아 시각장애인들로부터 연기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방송에서 시각장애인을 묘사할 때, 오버액션이 너무 심하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극중에서 눈이 먼 제가 직접 메이크업을 하는 연기도 했다”고 말했다. 촬영장에선 카메라가 멈추고 자리를 옮길 때도 쉬지 않고 울었다. 잠시라도 감정의 곡선이 끊어질까 염려해서다. 그렇게 시청자의 가슴을 뒤흔든 오열 장면이 만들어졌다. 노 작가도 “예전엔 마냥 애 같았는데 이번엔 여자 같았다”며 칭찬했다고 전했다. 상대역 조인성에 대해 물었다. 애정 장면이 “오글거렸다”는 답이 돌아왔다. “인성씨와 동갑인 데다 2004년 같은 기획사에서 편하게 지내던 사이다. 그런데 솜사탕을 함께 먹는 장면이 너무 낯간지러워 ‘요즘 누가 저렇게 먹냐’고 감독께 항의했다”며 웃었다. 그는 박찬욱, 봉준호 등 ‘색깔 있는’ 감독들과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미 중국의 우위썬(吳宇森) 감독과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송혜교는 “저는 노력형 배우”라며 “‘친절한 금자씨’처럼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들과 전혀 다른 배역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상처 입은 남자로 변신 성공 ‘그 겨울… ’ 조인성 “외모로 승부하려는 생각은 애초부터 버렸어요. 젊은 배우들과 경쟁하기보다는 나이에 맞는 연기를 해야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남 스타 조인성(32). 지난 5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이제 톱스타라는 수식어를 내려놓고 배우라는 옷으로 갈아입은 것처럼 보였다. 2011년 5월 제대한 조인성의 복귀는 연예가의 핫이슈였다. 하지만 제대 후 복귀작품으로 고른 영화 ‘권법’의 촬영이 지연되면서 그의 공백기는 점점 길어졌다.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로 8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한 그에게 이목이 쏠린 이유다. 다행히 ‘그 겨울’은 멜로물이라는 한계에도 같은 시간대 1위로 3일 종영했다. “‘살았다.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다음 작품을 할 수 있게 돼서요.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주변에서 위로해 주시는 분들도 많았죠. 제가 우물 안 개구리처럼 느껴지고 세상을 너무 모르는 채 살아가는 게 아닌가 걱정도 됐고요. 그런데 억지로 작품을 해서 장고 끝에 악수를 두기는 싫었어요.” 그러던 시기에 그는 ‘그 겨울’의 대본을 만났고 하지 않을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조인성은 작품을 하겠다고 결정을 내린 순간, 모든 것을 바쳐 작품에 임했다. 유난히 클로즈업 장면이 많아 부담됐을 법도 하지만 그는 “배우가 나이 들어 가는 과정을 두려워하거나 신경쓰게 되면 더 이상해 보인다. 나 자신이 까발려지는 것이 별로 두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인성은 군 제대 이후 “얼굴이 예전 같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 데 대해서도 넉살 좋게 받아쳤다. “군대 다녀온 배우들에게는 ‘어드밴티지’를 줘야 해요. 2년 동안 매일같이 행군하고 총 쏘고 유격 훈련을 했는데 멀쩡한 ‘꽃미남’ 외모라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겠어요(웃음)? 한편으로는 비교 대상의 작품이 너무 오래돼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예전의 풋풋한 얼굴로 돌아가려고 살을 빼거나 시술을 해 역효과를 내기는 싫었어요. 외모 대신 나이에 맞는 연기로 승부를 내야죠.” 그의 말처럼 대중은 아직도 영화 ‘비열한 거리’나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의 조인성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불안한 청춘의 표상이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가슴속에 상처와 죄책감을 안고 살지만 한 여자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오수 역으로 한층 성숙하게 연기했다. “이번 작품에서 절제하는 법을 많이 배웠어요. 노희경 작가님이 힘을 빼고 연기하는 것이 더 재밌다고 얘기해주셨어요. 예전에는 연기가 흔들려 연기 톤이 불안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그런 점이 캐릭터와 잘 결부돼서 생동감 있게 느껴진 것 같아요.“ 과거에는 연기에 집중하느라 상대 배우의 대사가 잘 안 들릴 때가 많았다는 그는 ‘그 겨울’에서는 상대의 대사나 연기에 집중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여유가 생겼다. 시청자들의 코를 시큰하게 했던 오열 장면이 더욱 리얼하게 느껴졌던 이유다. 남매와 연인을 오가는 섬세한 감정 연기도 무난하게 소화했다. “오수는 친오빠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부터 오영을 여자로 느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오수가 돈을 위해 자신과 공통점을 지닌 오영을 속이는 데서 느끼는 죄책감과 비참함을 중점적으로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시각장애인 역을 연기한 상대역 송혜교와 눈을 맞추고 연기할 수 없어서 어색하기는 했지만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는 조인성. 그는 “반사전제작제로 진행된 이번 드라마는 거의 주 5일제로 촬영했고 색 보정 등 완성도가 높아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아마 당분간은 멜로를 못하겠죠. 저도 보시는 분들도 잊는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요. 다음 작품에서는 마초에서 벗어나고 싶기는 한데 완전히 풀어지는 코미디 연기도 어려울 것 같고요…. 벌써 고민이네요.”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명사가 걸어온 길] (8) 한국 스포츠외교 산증인(하) 김운용 前 IOC 부위원장

    [명사가 걸어온 길] (8) 한국 스포츠외교 산증인(하) 김운용 前 IOC 부위원장

    인생의 큰 변화는 예고 없이 들이닥쳤다. 외교관을 꿈꾸던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이 군인의 길로 들어선 것이 첫 터닝 포인트였다면, 청와대 경호실 차장으로 지내면서 태권도와 인연을 맺은 것이 두 번째 변화의 계기였다. 김 전 부위원장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체력은 국력이라고 했지만 체육회 1년 예산은 문교부에서 나온 1억원이 전부였다. 돈이 없는 경기단체의 장에 정치적 실력자를 배정하다피시 했다. 사격은 박종규(대통령 경호실장), 복싱은 김택수(국회의원), 축구는 장덕진(농수산부 장관) 하는 식이었다. 나는 정치적으로 들어간 건 아닌데 좌우간 (경호실 차장으로) 힘이 있을 때니까 호주머니 털어서 (선수들을) 여관에 합숙시키곤 했다”고 돌아봤다. 태권도와 어떤 접점도 없었던 그가 이런 행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비전 때문이었다. ‘체력은 국력’이란 강령 아래에선 국위 선양할 것이 태권도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미국에만 사범이 10명 있을 정도로 해외에 사범들이 많았지만 국내에는 중앙 도장도 없고 세계연맹도 없고 어디로 갈지 모르는 상태였다.” 1971년 1월 대한태권도협회장으로 취임할 때만 해도 협회에 체계라곤 없었다. 30개 파로 나뉘어 제각각 단증을 발급하는가 하면 사범 교육 제도도 전무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어수선하던 태권도계에 국기화, 세계화, 국위 선양의 기수, 호국의 기수란 네 가지 비전을 제시하고 기틀을 잡아 나갔다. ‘한강의 기적’으로 대표되는, 70년대를 관통한 불도저식 개발은 태권도계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협회장 취임 일성으로 중앙 도장인 국기원 건립을 내세운 그는 막강한 추진력으로 밀어붙인다. 청와대 경호실 차장이란 직함이 그 추진력에 연료를 제공했을 터. “호주머니 털고 친구에게 용돈 뜯어다가 지었다. 땅은 양택식 서울시장에게 빌렸는데 그것도 옥신각신했고. 돈이 없으니까 여기저기서 기부도 받았다. 이병철 삼성 회장 300만원, 정인영 현대건설 부사장 200만원 등등…. 청와대 경호관 월급이 2만원일 땐데, 그때 그 돈이면 굉장한 거다. 철근은 인천제철에서, 지붕은 벽산에서 슬레이트를 갖다 놨다. 동창들 찾아가서 (사정해서) 지었다. 시멘트 한 포가 270원, 철근 1t이 2만원 할 때다.” 72년 중동 오일쇼크가 덮쳤지만 국기원은 그해 11월 3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가 취임한 지 1년 10개월 만의 일이다. 다음 목표인 세계화를 위해 73년 5월 국기원에서 제1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열린다. 대회 직후 국기원에 20개국 대표가 모여 세계태권도연맹이 만들어진다. 이로써 태권도의 국내 보급을 맡은 대한태권도협회, 세계 각국에 태권도를 전파하고 외국 협회를 관리하는 세계태권도연맹, 태권도란 무도의 본산으로서 두 단체를 지휘하는 국기원이란 지금의 체계가 비로소 갖춰졌다. 태권도의 기반을 닦은 주인공이기에 지난 2월 태권도의 올림픽 핵심 종목 잔류 결정에 대한 감회가 남다를 법했다. 그는 “스위스 로잔 집행위원회 전에 (주변에) 전화로 물어보니 ‘레슬링은 총회에 가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태권도는 그런 염려가 하나도 없다’는 얘기를 듣고 안심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태권도가 (1994년 파리 IOC 총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들어갔을 때 찬성 85표, 반대 0표로 들어갔지 않았나. 최근에는 찬성표만큼 반대표가 나온다고 그러는데 그래도 (그때의 힘이) 아직은 남아 있다. 현재 IOC 부위원장인 세르 미앙 능(싱가포르), 토마스 바흐(독일), 크레이그 리디(영국)와 존 코츠(호주) 집행위원은 그때 모두 태권도를 도와준 사람들이다. 그런데 레슬링은 힘이 하나도 없다. 겉으로 내세우지는 않지만 (이런 일은) 힘을 갖고 하는 것”이라고 은근히 자신의 영향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태권도가 계속 살아남으려면 복싱에서 헤드기어를 따온 것, 펜싱을 보고 전자호구를 도입한 것처럼 앞으로도 끊임없는 개혁을 해야 한다. 마케팅과 국제적 감각이 아직은 부족하다. 국기원과 대한태권도협회가 세계태권도연맹을 도와줘야 한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태권도에서 외연을 넓힌 그는 74년 2월 대한체육회 부회장 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부위원장으로 취임, 스포츠 외교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그는 영화 제목을 본뜬 ‘동방불패’(東方不敗)란 말을 들을 정도로 굵직굵직한 국제대회를 유치하는 한편 국제 스포츠 무대의 요직을 차지한다. 83년 암으로 사망한 김택수 IOC 위원에 이어 2년 뒤 박종규씨마저 같은 병으로 세상을 뜨자 그는 86년 10월 17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제91차 IOC 총회에서 위원으로 선출된다. 일주일 뒤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 회장으로 선출된 이후 그는 88년 IOC 집행위원, 92년 IOC 부위원장으로 뽑혔고 97년 무주·전주 유니버시아드, 99년 용평 동계아시안게임,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를 유치하느라 숨 가쁘게 세계를 누볐다. 그는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 이어 2000년 시드니 대회를 통해 태권도를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진입시키는 데 성공한다. “(이것으로) 내가 할 일은 다 했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이것을 최고의 업적으로 손꼽는다. 시드니 대회에서는 남북 동시 입장이라는 정치적 이벤트까지 성사시키며 99년에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스캔들(개최지 선정을 둘러싸고 IOC 위원 매수와 금전 살포가 있었음이 밝혀져 위원들이 대거 제명되고 개혁안이 통과)로 인한 타격을 만회하는 노련미를 발휘한다. 그러나 자신의 지지기반이 상당히 떨어져 나간 이 스캔들 때문에 김 전 부위원장이 30년 동안 쌓아 온 명성과 입지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2001년 IOC 위원장에 도전했다가 자크 로게 현 위원장에게 밀려 쓴잔을 마시고, 이듬해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김동성 실격 사건’에도 불구하고 대회 조직위원회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구설에 올랐다. 여기에 더해 2003년 프라하 IOC 총회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일은 조금씩 그의 쇠락을 부채질한다. 결정타는 2003년 12월에 시작된 검찰 수사였다. 그는 세계태권도연맹 등의 공금 38억원을 2000년쯤부터 빼돌렸고 각종 청탁과 함께 8억여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2004년 6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추징금 7억 8800여만원이 선고된 뒤 이듬해 1월 대법원에서 원심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치소에서 그는 “정치적 누명을 쓴 것”이라며 IOC에 탄원서를 보내는 등 구명 노력을 했지만 IOC는 2005년 2월 그를 제명하는 권고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그해 7월 총회에서 제명될 움직임이 보이자 그는 두 달 전에 부위원장직을 자진 사퇴한다. 6월 30일 가석방으로 풀려난 그는 지금도 자신을 몰락시킨 검찰 수사를 “평창 유치 실패의 책임을 돌리기 위한 정치세력의 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IOC 위원들 얼굴만 보면 ‘태권도’, 또 보면 ‘평창’, 이러고 다녔다. 체육회장을 하면서 ‘한국이 스포츠 강국이 되려면 동계올림픽도 유치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한국의 성적은 형편없었다. 쇼트트랙밖에 없었다. 평창(을 위한) 테스트로 시작한 게 99년 용평 동계아시안게임이었다. 그렇게 시작했는데 밴쿠버와 평창의 시설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김진선 당시 강원도지사나 따라온 국회의원들은 나만 믿고 되는 줄 알았는데 (실패하니) 내용도 모르고 내가 부위원장 (재선)하려고 (유치에) 방해를 놓았다고 했다. 나는 평생 태권도, 올림픽 하면서 한국 체육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은 사람인데 방해를 놓았다고 하니 말이 안 된다고 했지만 정치세력 힘이라는 게 사람을 잡더라.” 세간의 시선과 그의 입장에는 이렇게나 큰 간극이 있다. 정치권에 대한 커다란 피해 의식을 감추지 못했다. “평창이 2007년 과테말라 총회에서 세 번째로 도전했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오지철씨와 변양균씨를 시켜 (현장에) 오지는 말고 팩스와 전화로 도와달라고, 그러면 사면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가 사면을) 안 해 주고 나갔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자마자 (특별사면) 했다. 정치하는 사람들, 나쁜 사람들이다.” 한국 스포츠와 함께 격동의 40여년을 보낸 뒤 그는 활동하던 단체들의 고문직을 맡으며 2선으로 물러난다. 최근에는 집필과 특강에 전념하고 있다. 1년에 절반은 집을 떠나 세계를 떠돌던 현역 시절에 비하면 요즘은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노 전 대통령에게 감사하다”고 농을 던졌다. “이제는 명예회복도 많이 되고 (사람들이) 업적도 많이 알게 되고…. 편하다. 일본과 한국의 여러 대학에 특강도 나가고 가만히 있어도 석좌교수 해 달라는 데(명지대·조선대)도 있다.” 소년 시절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그는 좋아하는 피아노 덮개도 다시 열었다. “고등학교 때나 대학 시절 독주도 많이 했는데…. 쇼팽을 가장 좋아한다. 집사람도 (이화여대) 피아노과를 나왔고 우리 딸(차녀 혜정씨)도 피아노를 전공했다.” 겉으로 보면 세계 무대를 향한 열정의 파랑(波浪)은 잦아든 듯했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IOC 무대와 한국 스포츠 외교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자신의 뒤를 이을 스포츠 외교 전문가가 없음을 걱정하고 있었다. “내가 나간 뒤 스포츠 외교를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해야 한다며 체육인재육성재단(2007년 설립)이라는 게 생겼던데 그게 잘 되겠나? 인재가 저절로 키워지나? 현장에서 커야지. 인품도 있어야 하고 교양도 있어야 한다. 상대방 문화도 알고 우리 문화와의 차이를 초월해 마음을 끌고 와야 하는 게 스포츠 외교다. 나는 누가 키웠나? 태권도 세계화를 위해 뛰고 IOC에서 올림픽 치르면서 사람 사귀면서 커진 거지 누가 돈 대줘서 키운 게 아니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사설] 여야 추경·부동산대책 처리 실기 말라

    우리 경제는 안보상황만큼이나 비상시국에 처해 있다. 진작부터 대대적인 양적 완화로 경기회복에 나선 미국과 일본을 따라잡으려면 우리의 경기 부양은 시급을 다툰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대통령선거와 정부 출범 과정을 겪느라 경기활성화 대책 마련에 상대적으로 뒤처진 측면이 컸다. 늦어진 만큼 부동산대책과 추경 편성에 그쳐서는 안 되고, 침체에서 벗어나 경제활력을 찾는 정책을 더욱 과감히 펼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경제정책 타이밍의 중요성은 빼놓을 수 없다. 한시라도 빨리 경기활성화 대책이 집행돼 온기가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야 하겠지만 정치권의 논의 과정을 지켜보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여당은 추경규모를 대략 18조~20조원으로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럼에도 추경의 용처를 놓고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는 12조원으로 추정되는 세수 부족분을 메우는 세입 추경에 무게를 두고 있고, 새누리당은 경기부양 쪽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지엽적인 논쟁으로 날 샐 일이 아니다. 재원 마련 방식을 둘러싼 여야 간 이견은 추경안이 순탄하게 처리되지 않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키운다. 정부와 여당은 증세에 따른 경기 위축 부작용이 염려된다며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 편성을 선호한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국채는 미래의 빚이기 때문에 국채 발행보다는 증세를 하자고 맞서고 있다. 재정건전성은 정부가 정책의 우선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라고 할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가 80%를 넘지만 우리는 34%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4·24 재·보선을 앞두고 있어 여야가 소모적인 정쟁에 몰입할 소지가 많은 것으로 여겨진다. 추경안 처리 시한을 놓칠지도 모를 일이다. 부동산대책 가운데 절반가량은 소득세법, 지방세특례법, 조세특례제한법 등이 국회에서 개정되지 않으면 시행될 수 없다. 이런 대책들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왜곡·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실거래가 9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한 양도세 면제대상은 서울 강남만 대상으로 하고 있어 다른 지역에 비해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점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여야 간 충분히 협의해 합리적으로 보완하면 될 것이라고 본다. 정치가 안정될 때 비로소 경제발전이 가능하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정치권이 이를 왜곡시키거나 처리를 지연시키면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여야는 추경안과 부동산대책을 제때에 처리해 주기 바란다. 여야 6인협의체에 거는 기대가 크다. 자칫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증폭되는 北 위협] “북한이 미국 본토에 자폭 테러할 가능성 많이 염려된다”

    [증폭되는 北 위협] “북한이 미국 본토에 자폭 테러할 가능성 많이 염려된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원하는 것은 경제발전이지만, 그렇다고 핵무기를 포기하면서까지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학 정치학 교수는 1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이 최근 도발 위협을 높이는 한편으로 ‘경제통’ 총리를 임명하는 등 복합적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 북한을 50여 차례 방문한 미국 내 대표적 북한 전문가로 현재 조지아대 국제문제연구소(GLOBIS) 소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다고 호언하는 등 위협 수위를 계속 높이는데, 실제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염려가 많이 되는 게 사실이다. →도발한다면 어떤 식으로 할까. -군사기밀인데 그걸 아는 사람이 어디 있나. 심지어 김정은 자신도 모를 수 있다. →북한이 미국과 전쟁할 수 있는가. -자살폭탄 테러 같은 게 상대가 돼서 저지르나. 9·11 테러가 미국의 무력에 상대가 돼서 일어났나. 현대 전쟁은 전투력이 비슷한 나라 사이에 일어나는 게 아니다. 냉전 종식 후에는 비정규전 양상으로 가고 있다. →김정은이 지난달 29일 작전회의를 주재하는 방에 미 텍사스주가 미사일 조준 대상에 포함된 작전도가 보였는데, 왜 텍사스가 포함된 것인가. -군사기지가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북한이 텍사스까지 미사일을 날릴 능력은 없다고 본다. →북한이 지난 1일 경제통인 박봉주 전 노동당 경공업부장을 내각 총리에 임명했는데. -북한이 원하는 것은 경제발전이다. 김정은 체제는 이전 체제와 다르다. 김일성 체제는 주체사상에 기반한 독립국가를 수립하려 했다. 또 김정일 체제는 정통성을 찾으려 했다. 선군정치도 거기서 나왔다. 김정은은 ‘경제의 강성대국’이라고 해서 경제성장을 도모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안보 위협을 감수하면서 경제성장만 추구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소련이 붕괴돼 의지할 곳이 없게 되면서 안보를 위해 로켓도 쏘고 핵무기도 개발하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경제적 도움을 받으려고 안보를 팔아먹을 나라가 전 세계에 어디 있나.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인가. -그렇다. 안보 위협을 느끼는 나라가 어떻게 무기를 포기하나. 안보에 대한 법적·제도적 조치를 만들어 주지 않는 한 포기 안 할 것이다. →북한이 핵 포기를 안 하면 미국이 제재를 풀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경제성장도 못하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북한이 감정적으로 나오는 것이다. 전쟁도 아니고 평화도 아닌 정전협정이 영원히 종식됐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전쟁을 하든가 평화협정을 체결하든가 하자는 것이다. 이 상태로 제재만 계속 받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핵 포기 없이는 대화할 수 없다는 입장인데. -그러니까 충돌이 걱정된다고 하는 것이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고 위협했는데. -그래도 실제로는 폐쇄를 안 하지 않았나. 그게 바로 북한이 경제에 중요성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총리를 바꾸는 등 인사를 그런 방향으로 하는 것은 경제에 중점을 두겠다는 기조를 실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북대화 재개의 희망이 있다고 보나. -대화 재개가 북한 태도에 달려 있다고 하는데, 문제는 한국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인도적 대북 지원 방침을 발표하는 등 대화 의사를 비치지 않았나. -거기에 조건을 달지 않았나. 북한이 태도를 바꾸면 돕겠다는 조건은 개혁·개방하고 핵무기를 포기하라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 후세인이나 카다피 같은 꼴을 당할지 모르는데 그렇게 하겠나. →중국이 최근 대북 제재에 적극성을 띠는 등 정책이 변했다고 미국에서 주장하는데. -아전인수 격이다. 중국에 북한 핵 포기가 더 중요한지, 북한이 공산주의 국가로서 건재한 게 더 중요한지 물어봐라. 중국에 북한이 공산주의 체제로 유지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미국은 모른다. 중국은 결코 북한을 망하는 길로 밀어붙이는 데 기여하지 않을 것이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열린세상] 경청의 리더십/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경청의 리더십/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박근혜 정부가 초반부터 불통과 신뢰 위기에 봉착한 것 같아 안타깝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초반 미국산 소고기 수입 결정 과정에서 생명과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한순간에 신뢰 위기에 빠졌다면 박근혜 정부는 새 정부 구성 과정에서부터 사람들의 마음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의 중요 직책 인선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사람도 적지 않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의 부드러운 카리스마 리더십을 기대했던 마음들, 모처럼의 탕평인사와 대통합, 경제 민주화 약속에 잠시 나마 설렜던 마음들은 황망한 가슴을 쓰다듬으며 아쉬운 발걸음을 되돌리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강원 지역만 해도 사람들의 실망과 좌절, 그리고 분노의 정서가 역력하다. 지난해 4·11 19대 총선에서 강원도 유권자들은 모두 9명의 새누리당 의원을 뽑았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강원도민의 따뜻한 교감이 분명히 작용한 결과로 이곳 사람들은 해석한다. 지난해 말 대통령 선거에서도 박근혜 후보의 강원도 득표율은 무려 62%를 기록했다. 이전 지자체 선거에서 민주당 최문순 도지사를 선출한 강원도민의 표심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지지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의 구성 과정에서 강원도 출신 인사는 단 1명도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 명단에 올리지 못했다. 17개 외청장 자리에도 강원 출신은 없었다. 자연스럽게 강원도의 주요 현안들은 새 정부의 관심 밖으로 밀리고 있다는 불만이 높아진다. 지역 언론들은 하루가 멀게 강원도 홀대론과 들끓는 지역 민심을 전하고 있다.  호남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도 소외와 푸대접을 하소연하고 있을 터이다. 탕평인사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실망과 좌절로 변했기 때문이다. 또 박 대통령의 경제 민주화 정책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역시나 하며 기대를 접고 돌아서고 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사람을 쓰는 과정에서 몇 가지 잘못된 사례를 목격하고 상식적인 차원에서 정부와 시민 간의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은밀한 로비가 난무하는 무기 거래에 간여했던 사람을 국방부 장관에 임명하려 하고, 대기업의 횡포를 변호했던 사람을 공정거래위원장에 앉히려 했던 사례는 국회의 인사검증 과정에서 가려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상식과 분별의 차원에서 막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지나치게 사생활을 파헤치는 인사검증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 구성된 박근혜 정부의 인식과 의식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박 대통령에 걸었던 기대와 희망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점을 지적하고 이제라도 문제 해결을 호소해 보지만, 이러한 문제 제기와 해결책을 과연 새 정부가 경청할 것인가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소통은 말을 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경청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법이다. 사람들이 대통령과, 또 정부와 소통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자신의 말이 경청 되고 마음이 전해진다고 느낄 때이다. 사람들의 말과 여론은 박근혜 정부의 영역까지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강원도 사람들은 새 정부의 강원도 푸대접을 말하지만, 그 얘기가 제대로 경청 되고 있다고 느끼지 못한다. 필자도 이전에는 이런 종류의 칼럼 내용이 어떤 경로를 통하든 권력자들에게 전달될 것이라는 느낌을 가졌다. 지금은 쇠귀에 경 읽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경청의 리더십은 저절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리더부터 경청하는 훈련을 해야 하고, 정부, 기업, 학교 등의 조직도 학습을 통해 경청 역량을 길러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새 정부의 구성 과정에서 사람들의 마음과 기대를 담아내지 못해 아쉽게도 실망스러운 출발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가계부채 탕감 등 선거 때 제시한 구체적인 공약들을 지키는 실천을 하고 있지만, 더 큰 약속, 즉 통합의 리더십을 실천하지 못함으로써 신뢰의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것을 경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경청의 리더십으로 불통과 불신의 위기를 극복했으면 한다.
  • “대선 때 朴대통령과 인연, 로펌경력 자격기준 안돼”

    공직 후보자의 적격 논란이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옮겨 왔다. 지난 22일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재벌 변호사에게 공정위를 맡길 수 없다”며 총공세를 예고했다. 한 후보자 관련 논란은 투기·병역 등이 문제가 됐던 다른 후보자들과 다른 양상이다. 청문회 준비팀 관계자는 24일 “로펌 출신이 공정위원장에 어울리냐는 프레임에 관한 문제가 걸림돌”이라면서 “잘못했다고 시인할 수도 없고 (준비가)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한 후보 역시 이날 “청문회 절차가 정말 발가벗고 마라톤하는 것 같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로펌에서 대기업을 변호해 부적격이라는 지적이 있다. -변호사와 공인의 임무는 다르다. 변호사는 일을 맡긴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공인이 충실 의무를 바쳐야 할 대상은 국민이다. 그걸 그르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로펌에서 얻은 지식·경험이 공정위원장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23년간 변호사로 있으면서 기업들 속성을 속속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방지할 만한 법률적 제도가 뭔지도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요즘은 판사를 하려면 10년간 변호사를 해야 한다. 김&장 출신 변호사가 법원에 가면 김&장 사건이 올 텐데 그럼 그 변호사는 판사를 하지 말라는 얘기가 된다. 그건 안 된다. (판사를 할지 말지는) 본인에게 맡겨야 한다. 로펌 근무 경력만으로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를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장남도 김&장에 근무한다. -충분히 염려는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염려 때문에 자격이 안 된다는 건 타당치 않다. 문제는 나의 의지와 결단이다. 오히려 ‘우리를 역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정도로 엄정하게 할 것이다. →재산이 100억원이 넘는다. -다른 수단 없이 그냥 월급으로 번 돈이다. 변호사로서의 성과는 상당히 있었다. 돈을 그때 벌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돈에 이자가 붙었다. 만약 부동산 투기를 했으면 몇백억원이 됐을 거다. 부동산은 우리 집, 아내 이름의 상가, 부모가 살던 시골 집 정도다. →정치 입문 경력도 있다. -1998~2000년 한나라당 지구당위원장이었다. 구미갑이 고(故) 박세직 의원이 탈당을 해 지구당이 비었다. 그때 내가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구미을은 고(故) 김윤환 의원 지역구다. 구미 갑과 을이 합쳐지면서 김 의원이 있어서 2000년에 보따리 싸서 왔다. 그런데 김 의원이 아니라 당시 도 의원인 김성조 의원이 공천을 받았다. 여러 가지 정치적 고려가 있었겠지만 나는 서운했다. 다시는 정치를 안 하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더한 정무직을 하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은. -지구당위원장을 할 때 박 대통령이 초선이었다. 경북 지구당 위원 연석 모임이 있으면 먼 발치에서 몇 번 봤다. 그러다 대선 경선과 대선에서 정책 자문을 하면서 봤다. →아직 청문회 날짜도 안 잡혔다. -정치에 휘말리는 건 개인적으로 참 힘들다. 다른 사람들은 “배운 것도 많고 돈도 많고 높은 자리에 올라 좋겠다”고 할 텐데, 나는 사실 빈농과 노동자의 아들이다. 경남 진주에서 초등학교를 두 군데 다니다가 구미공업단지가 서면서 구미로 갔다. 옛날 삶의 족적을 정책 실현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골고루 기여한 만큼 수혜를 받으면서 살자는 거다. 그래야 건전하게 체제가 유지된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남을 쥐어짜고 못 살게 하면 결국은 전체가 파괴된다. 경주 최씨의 철학, 그게 요새도 맞다고 본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열린세상] 너무도 안이하고 징징대는…/김정현 소설가

    [열린세상] 너무도 안이하고 징징대는…/김정현 소설가

    지난 9일 아침,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한 도시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탔다. 승무원이 나눠주는 8일자 ‘환구시보’(環球時報)를 무심히 받아들었다가 아연실색했다. “평양, ‘제2차 조선전쟁’ 위협”이란 타이틀로 1면 전체를 할애한 기사는 금방이라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질 것 같았다. 비행기에서 내려 텔레비전을 켜니 중국관영 CCTV 뉴스채널은 물론, CNN 등 세계 여러 방송이 주요 뉴스로 관련 화면을 내보내고 있었다. 쪽배를 타고 다가오는 김정은을 향해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어 두 손을 치켜들고 미친 듯 환호하는 일단의 장병과 주민들. 광신 집단의 행태를 뛰어넘는 그 모습에 우리는 그저 익숙한 비웃음이나 지을지 모르지만 중국의 시청자들은 심각한 표정이었다. 남의 나라 일인데도 말이다. 다시 인터넷에 접속해 종편 뉴스채널을 연결하고 국내 여러 신문을 검색했다. 역시 헤드 뉴스는 모두 북의 협박과 그에 대한 상보였다. 하지만 남이 아닌 우리의 일인데도 남들의 보도보다 훨씬 가벼웠고 긴박감도 떨어졌다. 저절로 한숨이 새어나왔지만 한편 생각하니 너무도 익숙한 일이었다. 내 기억으로도, 들은 바로도, 우리는 종전 이후 단 한 차례도 북의 침략에 진정으로 분노하고, 결집된 국민의 의사로 보복을 거론한 적조차 없었다. 청와대 습격을 위한 침투에도, 아웅산 묘역의 그 참혹한 테러에도, 심지어는 무고한 민간인을 향한 연평도 포격에도. 과연 이건 담대함인가, 둔감함인가? 답은 이틀 후인 월요일 아침에 나왔다. ‘안보 위기에도 주말 골프장 메운 군 장성들’, 이게 무슨 소린가. 북의 위협보다 더 두렵고 기막힌 이 담대함이라니! 결코 둔감함으로 볼 수 없기에 담대함이라 말했지만 실상은 그도 아닌 듯싶다. 천안함 피폭사건 이후 어쩌다 마주친 북쪽 사람에게 들었던 얘기가 있다. 듣는 순간 분노보다 낯이 뜨거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고, 그래서 망각하려 애썼지만 이젠 전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당신들 군대는 어찌 기래, 얻어 맞았으면 제대로 복수를 하든지. 밖에서 두드려맞고 집에 돌아가 형에게 징징거리는 못난이처럼….” 대한민국 군대, 특히 어깨 위에 별을 단 수뇌부는 이 조롱에 뭐라 답할 것인가. 아주 가깝게는 이른바 ‘노크 귀순사건’ 때도 우리는 지휘관으로서 스스로 책임을 지기보다 눈물이나 글썽대는, 그야말로 ‘징징거리는’ 모습을 보고 말았다. 명색 군인이, 그것도 장군이 말이다. 북한의 1, 2차 핵실험도 그랬지만 이번 3차 핵실험은 그 의미가 사뭇 다르지 않은가. ‘머리 위에 인 핵’이란 수사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돼버렸다. 북은 공공연히 핵 전쟁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눈앞에 직면한 고조되는 위협에도 군인이라는 이들이 한가하게 골프라니! 한두 번 겪은 공갈도 아닌데, 심리전 압박 운운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근거 없는 분석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군인이 할 말은 아니다. 진정한 군의 자세는 적의 사소한 공갈에도 단호한 태도를 보여 적을 뜨끔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아서 만만하게 보인 결과가 종전 후 지난 60여년 동안 끊이지 않은 적의 도발이었다. ‘군의 강경한 대응이 국민의 불안을 가져올 것을 우려해’ 따위는 이제 핑계조차 되지 못한다. 오히려 군이 너무 안일해 국민들까지 ‘머리 위에 인 핵’에도 무심한 지경이 됐다. 경제적 불안 운운도 군이 거론할 일은 아니다. 군은 오직 전쟁에 대비하는 집단으로서 본연의 자세를 지켜야 할 뿐이다. 강력한 군과 거기서 비롯되는 굳건한 안보, 건드리면 반드시 보복당한다는 본때는 오히려 경제 안정과 대외적 신뢰의 발판이 될 터이다. 더구나 작금의 첨예한 동북아 정세에서 ‘징징거리는’ 군의 자세로는 외교적 협상에서도 불리한 전제 여건이 될 뿐이다.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 국군을 사랑하고 믿는다. 그러나 일부 개념 없는 지휘부의 일탈이 그 사랑을 외면과 분노로 돌아서게 한다. 적의 위협 앞에서도 골프장 아니면 체력단련이 안 되는 군이라면 이참에 뿌리째 바꿔야 한다. 차라리 군 전용 골프장부터 폭격하라고 말하고 싶다. ‘골프장 출입금지 지시는 없었다’ 따위의 변명으로 조직을 보호하려는 자세는 더 염려스럽다. 창피함을 모르는 것을 넘어 뻔뻔하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 강동희 현역 감독 첫 승부조작 혐의 구속

    강동희 현역 감독 첫 승부조작 혐의 구속

    의정부지법 형사5부(부장 유혁)는 11일 돈을 받고 경기 승부를 조작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원주 동부 강동희(47) 감독을 구속했다. 국내 4대 프로스포츠 사상 현역 감독이 승부조작 혐의로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특히 강 감독이 시즌 중 구속되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날 의정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이광영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사안의 성격이나 수사 진행상황을 고려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강 감독은 의정부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계속 받게 된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북한군 해상 훈련 망원경에 보이니 불안해 짐 싸놨어요

    북한군 해상 훈련 망원경에 보이니 불안해 짐 싸놨어요

    연평도는 지금 “좀 불안해도 어쩌겠어요. 먹고살려면 또 연평도로 들어가야죠.” 북한의 정전협정 및 불가침협약 백지화 선언으로 한반도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11일 오후, 인천과 연평도를 잇는 서해 뱃길은 오히려 폭풍전야처럼 잔잔했다. 연평도행 여객선 코리아나호에는 평소보다 2배가량 많은 270여명이 올라탔다. 전날 높은 파도 탓에 하루 한 차례 다니는 여객선이 운항을 하지 않아 섬으로 돌아오지 못했던 주민, 해병대원, 공무원, 취재진이 대부분이었다. 여객선이 출항 3시간여 만인 오후 2시 50분쯤 대연평도 당섬부두로 들어섰다. 섬에는 적막감과 긴장감이 휘감고 있었다. 인천행 여객선은 143명을 태운 채 섬을 빠져나갔다. 연평면사무소 관계자는 “아직 섬을 빠져나가려는 사람은 눈에 띄게 늘어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다음 달 1일 시작되는 꽃게 출어기를 앞두고 선박, 어구 등을 분주히 손질하거나 농어를 잡으러 어선 10척 가량이 출항하는 등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연평도 통합학교인 연평초·중·고교의 학생 136명과 교직원 45명도 이날 모두 등교해 정상 수업을 진행했다. 주민들은 “북한의 도발 엄포가 한두 번이냐”며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대연평도와 소연평도를 오가는 행정선 선장으로 20여년간 일한 주민 변모(66)씨는 “도발 때마다 매번 놀라면 어떻게 살겠느냐”면서 “2010년 연평도가 포격당한 뒤 연평부대가 인력, 무기를 확충했기 때문에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년 전 북한의 포격 도발을 기억하며 불안해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어민 이모(45)씨는 “어르신 중에는 옷가지를 싸놓고 대피할 준비를 하고 계신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방춘자(60·여)씨도 “북한이 또 남한의 섬을 공격할 수 있다는데 가까운 연평도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면서 “젊은이 중에는 이미 섬을 빠져나간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키 리졸브 훈련 뒤를 걱정하는 주민도 있었다. 주민 장모(66)씨는 “한·미 합동군사훈련 동안은 오히려 안전하겠지만 오는 21일 훈련이 끝난 뒤 도발 가능성이 더 클 것 같다”면서 “여기서 망원경으로 보면 북한군이 해상 상륙훈련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불안해했다. 연평도에는 2년여 전 북한의 포격 상흔 일부가 여전히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연평종합운동장의 담벼락에는 포탄이 꽂혀 파인 자국이 그대로였고 포격 이후 폐허가 된 주변 산에는 여전히 나무가 자라지 않고 있다. 연평초·중·고교 주변 피폭 현장에는 지난해 11월 안보교육장이 건설됐다. 연평도에 주둔하는 해병대 연평부대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잔뜩 긴장하며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군 관계자는 “연평부대의 휴가 병력 등에 귀대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대북 경계태세를 격상시킨 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도대체 언제쯤이면 북한에 공격당할까 걱정하지 않고 평온한 일상생활에만 집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연평도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백령도는 지금 ->“오늘 아침에 등산을 다녀왔습니다. 북한의 도발이 두려우면 한가로이 산이나 다니겠습니까.” 11일 오후 우리나라 최북단 백령도에서 만난 문정희(48·여)씨는 “북한의 협박에 워낙 면역이 돼 동요하는 주민들은 많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김복남(54) 진촌어촌계장은 한 술 더 떠 “북한의 위협을 연례행사로 생각하고 평소처럼 생활하고 있다”며 “문제는 4월 말부터 까나리 조업에 들어가는데 어업이 통제돼 조업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북한과의 위기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백령도를 찾지만 이런 유형의 대답이 오히려 익숙하다. 거리를 가 봐도 예전과 다름없다. 면사무소·수협 등이 자리 잡아 번화가에 해당되는 진촌4리에는 많지 않은 사람이지만 평상시와 같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식당이나 잡화점 등은 모두 문을 열어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슈퍼에 가봐도 사재기하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 이곳에서 숙박업을 하는 전영자(56·여)씨는 “이곳은 중심가라고 해도 평소 사람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면서 “그런데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방송에서 ‘주민들이 불안해서 돌아다니지 않는다’고 보도하니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사람들”이라며 짜증을 냈다. 하지만 불안한 속내를 넌지시 드러내는 사람들도 있다. 강대석(64)씨는 “조금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다 진짜 전쟁으로 치달을까 우려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불안의 만성화가 오히려 주민들의 일상적 평온을 가져왔다는 역설을 제기하기도 한다. 수십년 동안 서해 5도를 둘러싸고 각종 사건·사고가 되풀이되자 주민들이 위기에 무감각해져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어업과 농업, 관광 등에 의지해 살아가는 주민들의 사정이 예전만 못하자 주민 스스로 의식적으로 정치와 남북문제를 멀리한다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면사무소 관계자는 “이곳에서 수년간 살아봤지만 주민의 심리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분명한 것은 백령도가 최북단 지역이라고 해서 ‘안보’를 접목시키려는 일반적인 시각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정작 분주한 곳은 행정기관이다. 백령면사무소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3일 전부터 대피소 26곳을 개방하고 점검에 들어갔다. 민·관·군 별로 담당자를 정해 비상연락망을 갖추고 대피 유도 매뉴얼을 마련했다. 지난해 상반기 준공된 첨단 대피소에는 3일치 비상식량과 생필품 등이 갖춰져 있다. 주민들에게는 주말부터 3회에 걸쳐 “유사시 신속히 대피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라”는 방송을 내보냈다. 백령면 직원 김영구(40)씨는 “북한이 핵실험에다 전면전이니 하면서 떠들어대니 사실 주민보다 우리가 더 신경이 쓰인다”면서 “방송을 하면 불안감만 조성한다며 항의하는 주민들도 있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백령도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남편과 애완고양이 중 고양이 선택한 女, 결국…

    남편과 애완고양이 중 고양이 선택한 女, 결국…

    러시아의 한 여성이 자신의 고양이를 보호하려 남편을 살해해 충격을 주고 있다. 국영 통신사인 RIA노보스티(RIA Novosti)의 보도에 따르면, 자카멘스키에 사는 56세의 이 여성은 지난 2월 함께 술을 마시던 남편이 불붙은 막대기를 휘두르며 애완 고양이 주위를 서성이는 모습을 목격했다. 남편이 고양이에게 해를 가할까 염려한 여성은 이를 저지하다 결국 남편의 가슴을 칼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남편은 평소에도 아내가 데려온 고양이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자주 고양이에게 폭력을 행사해 아내와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두 사람 모두 과음한 상태였으며, 이 여성은 정신감정 뒤 살인죄가 인정될 경우 징역 15년 형에 처해질 것이라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한편 아내가 애완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남편을 공격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월 미국 텍사스에서는 가족처럼 키우는 애완고양이를 괴롭히는 남편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이 여성은 “남편이 고양이에게 무슨 짓을 할 것 같았고, 나는 고양이를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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