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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명, 한류 열풍의 뿌리

    세계 60여개국의 안방극장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다는 한국드라마 ‘대장금’, 미국과 유럽을 넘어 이슬람 권과 아프리카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한국 대중가요 ‘K팝’…. 세계인을 놀라게 하고 그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키는, 이른바 한류 열풍. 이 같은 바람을 거론할 때, 많은 전문가들은 그 바탕에 한국인의 잠재력과 열정, 부단한 노력이 있었음을 치켜세운다. 하지만 이화여대 최준식(한국학과) 교수는 한국 사람들이 갖고 있는 독특한 기운인 ‘신기’(神氣)에서 그 근본적인 해답을 찾는다. 그의 신간 ‘세계가 감탄한 한국의 신기’(소나무 펴냄)는 한류의 뿌리가 다름 아닌 ‘신기’라는 사실을 대중적으로 풀어낸 책이다. 최 교수는 어쩔 수 없이 한국의 도도한 문화를 형성하는 두 개의 큰 기운을 ‘문기’(文氣)와 ‘신기’(神氣)로 재단해 주목받은 전문가다. 새 책 ‘세계가 감탄한 한국의 신기’는 그 가운데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태생적으로 갖는 공통의 심성 DNA인 ‘신기’의 바탕과 운용에 천착해 눈길을 끈다. ‘신’ ‘신명’으로 통하는 신기. 최 교수는 그 신기가 다름 아닌 무교(巫敎)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노래하고 춤추기를 좋아하는 우리네의 신과 그 신기는 무교 의례인 굿판에서 이어지는 접신, 혹은 초혼과 무당의 망아, 그리고 뒷전풀이에서 드러나는 노래며 춤과 궤를 같이하는 원형질” “한류 돌풍은즉흥적이지만 순간적으로 전체를 파악해 감성적으로 발산하는 한국인의 ‘신기’ 특장이 물을 제대로 만나 폭발한 ‘한국문명의 승리’”라고 최 교수는 거듭 말한다. 외래의 거대 종교에 밀려났지만 여전히 한국인의 심성에선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무교를 지배하는 신기의 특장은 어질고 인간적인 역동성이다. 그래서 저자는 지금은 거세게 몰아치지만 언젠가는 시들 수 있는 한류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선 남들도 같이 살리는 상생의 신기를 제대로 보고,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1만 50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길거리 댄서, 연매출 350억 요식업 대부 되다(인터뷰①)

    길거리 댄서, 연매출 350억 요식업 대부 되다(인터뷰①)

    지하단칸방에서 프리미엄 분식 ‘스쿨푸드’ 대표가 되기까지… “먹고 살려고 시작했어요. 단골 분식집이 있었는데 어느 날 ‘에그마리’(계란말이 김밥)를 먹게 되면서 형과 함께 ‘이거다.’라고 생각했죠.” 연매출 350억원 프리미엄 분식의 신화 ‘스쿨푸드’ 이상윤 대표는 이렇게 ‘장사 한 번 해볼까?’란 생각을 실천에 옮겨 만 44세라는 젊은 나이에 요식업계 대부로 자리매김했고 분식의 고급화와 차별화를 통해 젊은 층 특히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스쿨푸드’ 이상윤 대표 영상 인터뷰 보러가기 ●불우했던 시절, 춤으로 위안 삼아… 그런 그에게도 불우했던 시절은 있었다. 부모의 이혼으로 중학교를 중퇴해야 했고 신문 배달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비를 벌어야만 했다. 이 때문에 검정고시마저도 중도에 포기했다. 이때 친형의 권유로 춤을 접하게 됐던 그는 남다른 운동신경으로 불과 1년여 만에 이태원 일대를 평정하게 된다. 이후 춤을 천직이라 생각해 밤무대, 백댄서 등 가리지 않고 활동하며 전업 댄서로 나서게 된다. “춤추는 게 좋았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었거든요. 같이 춤추던 친구들이 가수로 성공하는 걸 보면서 저도 가수로 성공하길 꿈꿨어요.” 하지만 그에게 장밋빛 인생은 그리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1997년 C4라는 남녀 혼성 댄스그룹으로 데뷔해 두 장의 앨범까지 냈지만, 매니저와의 불화 등으로 제대로 된 음반 활동을 하지 못한 채 실패하고 말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늑막염 결핵까지 걸려 수차례 수술을 받아야 했다. 결국 지금껏 번 모든 돈을 잃고 가수의 꿈마저 접게 된 것이다. “못 먹고 힘들게 살다 보니 몸이 상했었나 봐요. 예전에 결핵은 죽을 병이었잖아요. 그래서 독한 약을 먹으면서 몸이 더 안 좋아졌던 거 같아요.” ●‘장사 한 번 해볼까?’란 생각을 실천에 옮겨 투병생활 이후 그는 이태원을 전전하며 밤무대 디제이, 매니저 등으로 생계를 이어 나가야 했다. 밤일을 하다 보니 끼니를 값싼 분식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엔 먹고 살려고 시작했어요. 단골 분식집이 있었는데 어느 날 ‘에그마리’(계란말이 김밥)를 먹게 되면서 형과 함께 ‘이거다.’라고 생각했죠.” 그야말로 생계를 위해 그는 친형과 2002년 서울 논현동에 지하 셋방을 얻어 근처 유흥가와 미용실 등을 상대로 김밥 배달업을 시작했다. 평범한 김밥이 주류였던 당시 두 사람이 개발한 에그마리는 곧 입소문을 통해 유명세를 탔고 하루매출 최대 180만원을 찍으며 승승장구했다. 이에 이 대표는 형과 함께 지금까지 번 돈을 투자해 본격적으로 가게를 차리기로 했다. 때마침 다른 메뉴를 찾는 손님도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스쿨푸드’ 본점이 2005년 초 신사동 가로수길에 오픈했다. 이 대표는 ‘이왕 하는 거 멋지게 해보자.’는 생각에 분식의 프리미엄 화를 시도했다. 그렇게 가로수길 명물이 탄생한 것이다. “당시 총 2억 5000만원 정도 들어갔어요. 분식은 대충 때우는 싸구려 음식이란 이미지가 강한데 이를 나름대로 재해석하고 고급화시켰죠. 가게 분위기도 고급스럽게 꾸몄고 담는 그릇에도 신경을 썼어요. 물론 메뉴 개발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고 있죠.” ●다시 찾아온 위기, 그리고 극복 하지만 너무 일에만 매진해서일까. 이 대표에게는 또다시 악재가 찾아왔다. 건강이 악화됐고 급기야는 디스크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또 경영 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해 직원들이 하나둘 타 업체로 스카우트돼 떠나갔다. 이때 이 대표는 그동안 쉼 없이 달려온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한다. 이로써 그는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기보다는 평생 사업을 한다는 생각으로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그는 직원은 물론 말단 아르바이트생까지 하나하나 신경 써 나갔고, ‘스쿨푸드’는 예전의 맛을 되찾아 다시 성장해 나갔다. 그리고 2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일매출 740만원을 달성하기에 이르렀다. “(2011년) 연매출은 350억원 정도 되는 거 같아요. 인이 박인다는 말이 있듯 처음 음식을 맛있게 드신 고객이 다시 찾게 되고 또 그분들이 다른 사람을 데려오게 돼요. 초심을 잃지 않고 처음 그 맛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당시 친형이 반대했지만 결국 설득해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고 한류 열풍에 힘입어 ‘스쿨푸드’는 순풍을 타고 급성장했다. ●분식 이어 캐주얼 한식, 세계화 이 대표는 현재 직영점 13개를 포함해 가맹점 42개(미국 L.A 포함)의 매장을 운영 및 관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홍콩과 일본 진출도 준비 중이다. 이 밖에도 2개의 이탈리아 레스토랑 ‘에이프릴마켓’, 1개의 선술집 ‘모퉁이’도 운영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프리미엄 분식을 지향하고 있으며, 점차 캐주얼 한식을 시도하려고 해요. 앞으로 국내보다는 해외 쪽으로 더 많은 지점을 늘릴 계획이에요.” 이렇듯 이 대표는 자신 만의 한식 세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도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앞으로 ‘스쿨푸드’가 한국인은 물론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아 널리 한식 문화를 전파하길 기대해 본다. 사진=스쿨푸드 제공(유니타스 브랜드) 영상=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글=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벽안의 한옥 지킴이 로버트 파우저 서울대 교수

    [김문이 만난사람] 벽안의 한옥 지킴이 로버트 파우저 서울대 교수

    심심함은 재미의 시작이다. 옛날이다. 임금이 밤중에 심심하면 경복궁 오른쪽(서쪽)에 사는 사람들을 몰래 불렀다. 엊그제 청나라에 다녀온 역관한테는 뒷얘기를 들었다. 청나라 옥좌는 어떻게 생겼고, 신하들의 태도는 어떠했는지, 그리고 어떤 맛있는 음식이 나왔는지, 술은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증이 한두 가지가 이니었다. 그 다음에는 중인, 아전, 화가, 서예가 등을 차례로 불러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들었다. 경복궁 왼쪽(동쪽)에 사는 양반들은 뻔한 얘기를 하기 때문에 서쪽 사람들의 얘기가 훨씬 진솔하고 재미있었다. 특히 양반들보다 글솜씨가 뛰어난 ‘송석원’ 같은 문집을 보며 세상의 진솔한 이치와 푸짐함을 느꼈다. 요즘 서촌(西村)이 주목을 받는다. 경복궁 서쪽 마을이다. 동네가 여럿이다. 효자동, 누하동, 누상동, 통인동, 옥인동, 필운동, 청운동, 체부동, 적선동 등 10여개 동네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서촌은 서인, 그중에서 소론이 살았다. 세종대왕 이도가 서촌에서 태어났고 필운 이항복, 겸재 정선, 추사 김정희, 시인 윤동주, 화가 이중섭이 서촌에 살면서 예술적 끼를 맘껏 발산했다. 근래 들어서는 한국화가 이상범, 박노수 가옥이 유명하고 소설가 박완서가 다닌 매동초등학교, 육영수 여사가 다닌 배화여고, 고(故) 정주영 현대회장의 부인 변중석 여사, 현정은 현대그룹회장 등이 단골로 드나들었던 유정미용실 등은 여전히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아 참, 또 있다. 영화 ‘효자동 이발사’로 알려진 형제이발관이 오롯이 추억을 말해 준다. 서촌에는 한옥 663가구가 있다. 서울 한복판에, 그것도 옛날 임금님이 살던 경복궁 바로 옆에 추억과 역사를 도도히 품고 세월속에 알뜰하게 존재해 있다. 이러한 가치를 위해, 이러한 보존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외국인이다. 2008년 국내 최초로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된 미국인 로버트 파우저(51)가 주인공이다. 1년 전부터 서촌주거공간연구회 회장을 맡아 서촌지역 한옥 보존에 앞장서고 있다. 파란 눈의 이방인이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어 시작했다고 하지만 서촌의 난개발이 안타까워 그 길을 택했다. 지난 23일 오후 경복궁 옆 서촌 길가에서 만났다. 점퍼 차림에 웃는 모습인 그는 “사진도 찍나요. 그럴 줄 알았으면 옷을 달리 입을걸.”이라고 말한다. 이럴 때 정감이라는 말을 쓰는 것일까. 수더분한 표정이 인상적이다. 약속 시간보다 다소 늦은 탓에 그는 “신문사도 마감을 중요하게 여기지요. 다문화 사회에 대해 원고를 쓰느라 좀 늦었습니다.”라고 양해를 구한다. 사는 집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북촌에서 살아요.”라고 답한다. 서촌을 사랑하는 사람이 왜 북촌이냐고 했더니 “그렇게 질문하는 사람 많아요. 원래는 서촌에 살았지요. 그런데 집 근처에 빌딩을 세우고 난개발을 하더군요. 그래서 북촌으로 집을 옮겼습니다.”라고 까닭을 말한다. 북촌 집은 방이 세칸 딸린 한옥이다. 미국과 일본에 있는 친구들이 한국에 올 때면 자신의 집에서 재우며 한옥 자랑을 한다. 그와 함께 서촌 골목을 다니며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누하동 일대를 갔다. 마침 10층 빌딩을 짓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청계천 발원지 복원·생태보존 건의 성사 “저거 보세요. 인왕산과 북악산을 가리잖아요. 한옥 보존지역이라고 해놓고서는 저런 건물을 지으면 어떡하지요. 경관이 막혀서…. 한옥의 가치가 뭔지, 햇빛을 가리고, 뉴욕 같으면 이런 일이 절대 있을 수 없어요. 아마 2~3층 정도면 몰라도 말입니다.” 시인 노천명의 가옥 앞으로 장소를 옮겼다. 파란 눈의 이방인이 한옥 사랑을 얘기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얼핏 생각난다. 개발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이라면 어떻게 바라볼까. 그는 2009년 누하동에 1년 동안 살다가 집 인근에 빌딩이 들어서는 바람에 “성질 나서” 북촌으로 이사했다. 그런 다음 2011년 서촌주거공간연구회를 설립했다. 서촌 한옥과 아름다운 골목들을 지키기 위해 매일 서촌 사람들과 만나 ‘서촌의 가치’를 설득하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미약했으나 지금은 회원이 500여명에 이른다. 이들 중 정회원 30명은 2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만나 서촌 발전을 위해 토론을 한다. 서촌을 어떻게 하면 잘 지킬까. 정보교환도 하고 소식지도 발간한다. “연구회 모임에는 3개 분과가 있습니다. 이야기 분과, 한옥 분과. 자연생태 분과 등으로 나눠져 있지요. 그동안 어떤 일을 했냐고요. 청계천 물줄기의 발원지인 수성동 계곡을 복원하면서 원래 그대로, 그러니까 자연생태를 보존하도록 서울시에 건의해 성사되도록 했습니다. 또 천재 시인 이상의 집 철거계획을 유보시켰지요. 서촌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세미나도 열고 동네 공동체 활동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참, 지난 주에는 벚꽃축제를 함께 열었고 시각 장애인 가족들, 환경연합 가족들과 씨앗 나눠 주기 행사도 했습니다.” 한국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을까. 미시간대학에서 일어일문학을 전공한 그는 일본에서 10년 정도 살았다. 그러면서 1983년 서울대에서 1년 동안 한국어 공부를 했고 1987~88년 카이스트(KAIST)와 고려대에서 영어 강사를 했다.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 살던 그는 2008년 서울대에서 연락을 받고 다시 한국으로 왔다. 우리나라 최초로 외국인에게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직을 맡게 했던 것이다. 그는 이후 서울대 학부와 대학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수법을 강의하고 있다. “일본에 있을 때에도 아파트에 살기 싫었습니다. 한국에 오면서 지도를 들고 북촌도 가보고, 삼선교도 가보고, 필동도 가보고 그러다가 보통 사람들이 사는 서촌의 한옥을 정했습니다. 마침 이웃에는 미술을 하시는 분, 글을 쓰시는 분, 건축을 하시는 분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서촌 한옥은 옛날 한옥과 비슷해서 추억하기 딱 좋습니다. 그런데 개발을 하는 바람에 북촌으로 떠나긴 했지만 올해 말에는 다시 서촌으로 집을 옮길 예정입니다.” ●한옥 손대고 고치면 역사성 못 느껴 괴물 그에게 한옥이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물었다. 웃으면서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오늘은 오래된 한옥이 역사성을 가진다는 것을 알았다. 오래되지 않은 것은, 중간에 손대고 고친 것은 역사성을 못 느낀다. 괴물 같은 느낌이다.”라고 말한다. 서촌은 한옥의 미래를 간직한 곳이란다. 그러더니 “서울시가 생각하는 한옥은 조선시대의 것을 축소시키려 한다. 있는 그대로 보존해야 하는데….”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어 한국 사회에 대한 소감을 잠시 피력한다. “한국 교수사회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젊었을 때 성공, 성공 하는 말을 자주합니다. 올라가는 것도 좋지만 어느 정도 이너프(enough, 충분) 단계에 이르면 나눠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삶의 질이란 그런 것이고 태어나 살면서 사회 공헌도 해야 하거든요. 서촌주거공간연구회 모임도 그런 차원입니다. 앞으로 다문화 사회, 열린 사회를 위해 기여하고 싶은 것이 저의 소망이자 바람이지요.” 그가 가르치는 제자(한국어 교사 지망생)들에게 항상 이런 내용을 강조한다고 했다. 전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장차 어떻게 가르치느냐 하는 부분에 중요성을 더 둔다는 것이다. 미시간에서 태어난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아버지가 일본으로 파병된 인연으로 일찍 동아시아 쪽에 관심을 두었다. 대학에서 일문학을 전공한 것도 그런 까닭이다. “일본 교토에선 1950년대 지은 비좁은 흙집에서 살았어요. 한국의 서촌도 교토와 느낌이 비슷해요. 좁은 골목이라든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모습들이 그렇습니다. 북촌은 요즘 영화 세트장처럼 변했어요. 빨리 서촌으로 이사해야지요(웃음).” ●서촌 개발 갈등 조정해 한옥 잘 지킬 것 경복궁과 청와대 서쪽인 서촌은 192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삶의 형태가 간직된 근현대 생활박물관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요즘 평화로운 마을에 한옥 열풍과 ‘제2의 삼청동’ 바람이 불어닥쳤다. 부동산 투기와 개발 바람을 타고 한옥의 가치가 상승하자 이를 비싸게 매입한 투자자들이 다시 대규모 투자를 통해 한옥을 바꾸려고 한다. 때문에 서울시와 원주민, 새로 이주해 온 사람들 간에 복잡 미묘한 갈등도 더러 생겨나고 있다. 파우저 교수는 이를 잘 알고 있다. 하여 서촌주거공간연구회를 통해 이러한 갈등을 조정하고 기존의 한옥을 잘 지키며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들자는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에게 꿈을 물었다. 그랬더니 빙그레 웃는다. 촌스럽게 그런 질문을 하느냐는 표정이었다. 다시 물었다. 하고 싶은 일이 어떤 것이냐고. “꿈은 없었요. 썰렁하죠(웃음). (잠시 생각하더니)꿈이 꼭 있다면 저와 함께하는 회원들이 열린 공간 속에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들을 했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옥과 관련된 연구를 하고 책도 내고 그런 일을 할 생각입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로버트 파우저 교수는 1961년 미국 미시간 주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2차대전 때 일본에 파병한 까닭으로 일찍 동아시아에 관심을 두었다. 1983년 미시간 대학에서 일어일문학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원에서 1986년 박사학위(언어학)를 받았다. 1983~84년 서울대에서 한국어를 공부했다. 이후 일본에서 10년 동안 살면서 1987~88년 카이스트 영어강사, 1988~89년 고려대 영어강사 등을 지냈다. 이때 서울 약수동과 혜화동, 안암동 등 한옥에서 살았다. 2008년 미국인 최초로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채용된 그는 현재 외국인과 내국인 교사 지망생들을 상대로 한국어 교수법을 가르치고 있다. 아울러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 개론서를 교육하고 있다. 주요 번역서로 ‘한국 문학의 이해’가 있으며 이는 해외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해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에 동생이 살고 있어 가끔 고향을 다녀온다. 파우저 교수는 아직 미혼으로 한옥을 사랑하는 여인을 좋아한다고 했다.
  • LG스마트폰 ‘L-스타일’ 아시아 모델로 ‘슈주’ 선정

    LG전자는 스마트폰 새 디자인 ‘L-스타일’ 시리즈의 아시아 모델로 한류 열풍의 주역인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를 선정했다고 23일 밝혔다. LG전자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를 대상으로 6주간 슈퍼주니어와 함께하는 ‘LG 옵티머스 슈퍼콘서트’ 이벤트를 진행한다.
  • 마당 있어 숨통 트일, 내 집에 살어리랏다

    마당 있어 숨통 트일, 내 집에 살어리랏다

    ‘아파트는 답답하다. 미래는 지면과 가까운 단독 주택이다.’ 단독주택지에 대한 인기가 상한가다. 주거 트렌드가 아파트에서 단독주택 등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는 데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태에서 단독주택지가 새로운 투자상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남 양산 물금택지지구에서 단독주택지 128필지를 분양한 결과 모두 1만 8230명이 몰려 평균 12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미분양 LH 단독주택지용지도 속속 팔려나가고 있다. 화성동탄지구 점포 겸용은 지난해 공고 이후 28필지가 미분양됐으나 올 들어서는 1필지를 제외하고 모두 팔렸다. 김포한강 신도시도 한강변을 따라 도로가 개통된 이후 올 들어 25필지가 매각됐다. ●수도권 이어 평창 올림픽 특수… 원주권 다 팔려 수도권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동계올림픽 유치 이후 원주권 단독주택지는 모두 팔렸고, 동계올림픽으로 교통 개선 기대감이 커진 동해 해안지구와 양양 물치지구에서도 속속 분양 계약이 성사되고 있다. LH가 올해 충남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등 전국 22곳에 공급할 단독택지는 모두 2853필지에 달한다. 여기에다가 현재 미분양이나 수의계약으로 분양 중인 단독주택지를 포함하면 전체 공급 물량은 5000여 필지 가까이 된다. 이 가운데 지난해부터 투자열풍이 불고 있는 세종시에 오는 12월 18필지와 241필지를 각각 공급할 예정이어서 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이 예상된다. 수도권에서는 광명역세권에서 오는 6월 105필지, 경기 남양주 별내 146필지, 파주 84필지 등이 분양 예정이다. 단독택지는 점포 겸용과 주거전용으로 나뉜다. 주거전용 단독택지는 상가시설 설치가 불가능하고 주거목적으로만 사용이 가능하다. 통상 건폐율 50~60%, 용적률 80~100%, 2층 이하 규모로 전원형 또는 3대가 함께 모여 사는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는 토지로, 2가구가 공동으로 마당을 이용할 수 있는 땅콩주택 등이 대표적이다. 점포 겸용 단독주택지는 연면적의 40% 범위에서 근린생활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토지로 일반적으로 건폐율 60% 내외, 용적률 180% 내외, 3층 내외를 지을 수 있으며, 1층은 일반음식점 등 근린생활시설 설치가 가능하고, 2~3층은 다가구주택을 지을 수 있는 토지다. 단독택지의 인기몰이에는 지난해 ‘5·1부동산 대책’ 때 나온 규제 완화가 한몫했다. 남양주 별내지구의 경우 주거전용은 당초 2층 2가구에서 3층 5가구로, 점포 겸용은 3층 5가구에서 4층 7가구로 완화돼 퇴직자를 중심으로 한 수익형 부동산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건축비 3.3㎡당 500만원 잡아야… 자금 계획 철저히 보통 순수 단독주택지는 주변 시세의 70~80%쯤 돼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 아파트에 비해 단독주택은 집값 상승률이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독주택지 매입 전에 직접 시세를 알아봐야 한다. 또 단독주택은 팔 때는 새집이 아니면 대부분 건물값은 치지 않고, 땅값만 계산한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 매입 시에는 건축비를 고려해야 한다. 대략 3.3㎡당 건축비는 500만원 안팎이다. 수도권에서 싸게 지어도 450만원 이상 들어간다. 제대로 지으려면 3.3㎡당 500만~600만원은 줘야 한다. 택지비에다가 건축비를 합치면 5억원이 훌쩍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매입 전에 꼼꼼히 자금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또 점포 겸용이라해도 주변 상권 분석이 수반되지 않으면 장사가 잘되지 않아 세를 놓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여기에 상가에도 허용되는 점포와 그렇지 않은 점포가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제1종 근린생활시설에는 음식점 등이 들어설 수 없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저가형+ 고성능… 똘똘한 태블릿 PC의 반격

    저가형+ 고성능… 똘똘한 태블릿 PC의 반격

    하반기부터 국내 태블릿PC 시장에 본격적인 저가 열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갤럭시탭’과 애플 ‘아이패드’ 시리즈 등 높은 하드웨어 사양을 내세운 100만원 가까운 고가 제품들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지난해 말 아마존 ‘킨들 파이어’가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올해부터 국내에도 10만~20만원대 태블릿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어 시장의 한 축을 형성할 전망이다. ●뉴아이패드 국내 출시 ‘왕의 귀환’ 20일 애플의 새 태블릿PC 뉴아이패드(9.7인치)가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오전 7시부터 문을 연 프리스비 서울 중구 명동점과 에이숍 코엑스2호점 등에는 밤을 지새운 수십명의 구매자들이 긴 줄을 이뤘다. 온라인 애플스토어(store.apple.com/kr)에서도 주문 뒤 10일 정도 지나야 제품을 손에 쥘 수 있을 만큼 주문이 쇄도했다. 뉴아이패드는 기존 아이패드보다 4배의 화질을 보여주는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2048】1536픽셀 해상도를 갖춘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전자책이나 동영상을 보는 데 최적의 화질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아이패드의 판매가격은 와이파이(무선랜) 전용 모델의 경우 ▲16기가바이트(GB) 62만원 ▲32GB는 74만원 ▲64GB가 86만원이다. ‘4세대(4G·국내에서는 3G)+와이파이’ 모델은 ▲16GB 77만원 ▲32GB는 89만원 ▲64GB 101만원이다. ●‘노보7’ 등 저가형 제품 속속 출시 하지만 뉴아이패드의 비싼 가격이 부담이라면 저가형 제품들도 주목할 만하다. 세계적 태블릿 업체 아이놀(중국)은 지난달 한국 공식 론칭 행사를 갖고 ‘노보7’(7인치) 팔라딘·오로라 시리즈를 선보였다. 구글의 최신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4.0 아이스크림샌드위치 기반으로, 색상은 블랙과 화이트 2종이다. 팔라딘은 ▲1기가헤르츠(㎓)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8GB 저장공간 ▲512메가바이트(MB) 메모리 등을 지원하며, mkv나 mp4 등 다양한 고화질 동영상 파일도 재생할 수 있다. 17만 9000원. 오로라는 ▲1.2㎓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8GB 저장공간 ▲1GB 메모리를 지원한다. 두께도 9.9㎜로 보급형 제품으로는 얇은 편이고, 전면 카메라도 추가됐다. 29만 8000원. 아이놀은 지난해 세계에서 300만대 이상의 태블릿PC를 판매한 글로벌 업체다. 국내에서도 노보7 출시로 올해 20만~3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노보7이 성공할 경우 화웨이, ZTE 등 중국의 메이저 업체들뿐 아니라 브랜드 없이 스마트 기기를 공급하는 이른바 ‘화이트박스’ 업체들까지 한국 시장 진출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놀코리아 관계자는 “까다로운 한국 시장에 부응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면서 “꾸준한 펌웨어 업데이트와 만족스러운 사후서비스(AS)정책으로 글로벌 기업다운 면모를 보이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 기획 제품들도 눈여겨볼 만 국내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한정 판매되는 기획형 제품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인터파크는 이달 말 아이스크림샌드위치 OS를 탑재한 10.1인치 태블릿PC ‘아이뮤즈 P101’을 500대 한정 판매한다. 가격은 25만 9000원. 10.1인치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패널과 1024x600 해상도, 8GB 저장공간 등의 사양을 갖췄다. 특히 주기적으로 OS 업데이트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밖에도 G마켓 ‘G보드’(8~9.7인치), 11번가 ‘기찬패드’(5인치), 옥션 ‘올킬 태블릿노트’(7인치) 등 다양한 기획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사양에 따라 10만원 초반대에서 20만원 후반대의 저렴한 가격에 태블릿 PC를 500대 혹은 1000대씩 한정 수량으로 예약 판매해 연일 매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탭’과 애플 ‘아이패드’ 시리즈에 비하면 반의 반값도 안 되는 셈이다. 비싼 가격 때문에 태블릿PC 구입을 망설이던 소비자들의 저항을 낮추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강윤 인터파크 디지털사업부장은 “고객이 믿을 만한 반값 IT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에서 개발, 생산까지 모두 가능한 우수 중소제조사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애플도 저가제품으로 맞불 조금만 더 기다리면 삼성전자와 애플의 저가형 제품도 만나볼 수 있다. 아마존의 ‘킨들 파이어’가 199달러(약 22만원)라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지난해 4분기에만 400만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린 데 자극받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2일부터 전 세계 시장에 ‘갤럭시탭2’를 출시한다. 가격은 7인치 250달러(28만 5000원)과 10.1인치 400달러(44만원). 삼성전자가 최근 선보인 태블릿 제품 가운데 최저 사양 부품을 탑재해 가격을 낮췄다. 7인치 제품의 경우 ▲1㎓ 듀얼코어 프로세서 ▲1GB 메모리 ▲8GB 저장공간 ▲안드로이드 4.0(아이스크림샌드위치) OS 등이 적용됐다. 애플도 7인치 저가형 태블릿PC를 준비 중이다. 애플 하드웨어 생산업체들은 애플의 요청에 따라 6월부터 7인치 태블릿 PC 부품 생산에 들어간다. 가격과 사양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7인치 제품에 기존 아이패드 시리즈보다는 저가에 판매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낯설지만 아름다운 스웨덴 길 위에서 만난 사람·자연

    길은 원하지 않아도 저절로 걷게 된다. 길을 걷노라면 인간의 본능적인 야생적 DNA가 기억되면서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 따뜻한 햇살 아래 두 발로 걸을 때 몸속 깊은 곳에서 꿈틀대는 충만감에 매료된다. 요즘 걷기 열풍이 대단하다. 걷는 것이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의 길뿐만 아니라 해외의 길을 찾는 여행객들도 늘어나고 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과 일본의 ‘시코쿠 순례길’이 장거리 도보여행의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스웨덴의 ‘왕의 길’은 어떨까. 신간 ‘스웨덴의 쿵스레덴을 걷다’(김효선 지음, 한길사 펴냄)가 이에 대한 물음에 답을 던져준다. 스웨덴 북부의 아비스코에서 남쪽 헤마반까지 총 430㎞에 이르는 길로, 대자연에 펼쳐진 트레일 코스로 알려졌다. 쿵스레덴은 약 1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으며 지나는 길의 늪지나 덤불, 그리고 돌길 위에는 두꺼운 자작나무 널빤지를 철길처럼 깔아 놓았다. 중간중간 오두막을 지어 여행자를 위한 숙소를 마련하고 트레일 코스 사이사이에 있는 수많은 호수를 건널 수 있는 선착장과 배를 준비해 놓았다. 크고 작은 호수와 시냇물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이 책의 저자는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유럽을 만나다’ 외 4권의 책을 집필한 베테랑 도보여행가이다. 그가 2011년 ‘쿵스레덴의 길’에서 24박 25일간 체험한 야생일기를 이번에 책으로 펴냈다. 길에서 만났던 사람, 잊을 수 없는 친구, 스웨덴 북부에서 순록을 유목하며 살아온 사미족과의 우연한 만남 등에 대한 기록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아울러 이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숙소의 고도와 구간별 거리 등을 간략한 그래프를 통해 알기 쉽게 그려 넣었다. 구체적인 숙박정보와 걷는 일정표 등은 부록에 자세히 실었다. 1만 6000원.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책장 켜켜이 시대를 쌓은 도서관 23곳…입장료는 마음의 풍요로 충분합니다

    책장 켜켜이 시대를 쌓은 도서관 23곳…입장료는 마음의 풍요로 충분합니다

    보면 볼수록 그것 참 탐스럽다. 200여컷의 사진으로 각 도서관의 전경과 세부를 꼼꼼히 담아뒀으니 내 서재를 갖는 꿈을 지닌 이라면 꿀꺽꿀꺽 침 삼키기도 벅찰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자크 보세 글·기욤 드 로비에 사진, 이섬민 옮김, 다빈치 펴냄)은 구텐베르그 은하계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 23개 도서관의 풍경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담았다. ●건물 구석구석 담은 사진 200여장… ‘유럽 도서관 투어’하는 듯 처음 소개되는 도서관은 1575년 최초의 황실 사서라 할 블로티우스를 고용해 도서관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호프비블리오테크다. 바로크 걸작으로 꼽히는 이 건물은 1918년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계몽군주로서 자신의 명철함을 과시하기 위해 황제 카를 6세는 돔 천장에다 자신을 문예와 학술의 옹호자로 묘사한 상징으로 가득한 그림을 그리게 했다. 그러면서 “이용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지불해서는 안 되며, 풍요를 얻고 돌아가야 하며, 자주 들러야 한다.”는 말로 도서관에 대한 부푼 기대감을 드러냈다. 1601년 세워진 영국 더블린의 트리니티칼리지 도서관에 대한 설명에서 저자는 중세에 제작된 가장 아름다운 복음서로 꼽히는 ‘켈즈 복음서’를 둘러싼 이야기를 들려준다. 18세기에 지어진 포르투갈 마프라수도원 도서관은 영화화된 ‘눈먼 자들의 도시’로 유명한 소설가 조제 사라마구의 소설 ‘수도원 비망록’의 배경무대이기도 하다. 대서양 무역을 통해 여전히 부국이었던 포르투갈이 몰락 직전, 마치 마지막 부잣집 유산처럼 남긴 건물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미국의 보스턴 애서니엄, 국회도서관 얘기에서는 몸은 아메리카에 있으나 마음은 유럽에 둔 미국 동부 주류사회의 심성을 엿볼 수 있다. 그들에게 도서관이란 심장과도 같은 것이었다. 책을 덮을 때쯤이면 종이 책의 운명이 궁금해진다. 업체들마다 무슨무슨 클라우드를 내세우고, 교과서를 디지털화해 학교에서 책을 없애버리겠다는 나라까지 나오는 마당에 종이 책과 이들 도서관은 어떻게 될까. 미국 하버드대 교수 로버트 단턴은 ‘책의 미래’(교보문고 펴냄)를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이 책으로 가득 찬 공공도서관을 지지한다. 아무리 전자기술이 발달해도 종이묶음이 주는 간편함을 이길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소멸보다 진화를 내다보는 이유다. 단턴은 1960~70년대 마이크로필름 열풍을 예로 든다. 무겁고 많은 자리를 차지하는 책을 마이크로필름으로 찍어 대체하자는 바람이 불었다. 영구보존까지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그냥 책들은 지금까지도 무사한 데 반해 마이크로필름 책은 오히려 훼손, 도난, 분실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무엇보다 중대한 이유가 있다. 정보격차라는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 공공도서관이나 종이 책이 사라진다면, 그 피해는 정보접근에 취약한 사회적 약자 계층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일찍이 활자기술 터득한 우리나라엔 번듯한 공공도서관 하나 없었나 그러고 보니 금속활자 기술이 빨랐음에도, 이기론에 있어서는 중국을 넘어서는 탁월한 성취를 이뤘다는 조선성리학이 있었음에도 우리나라에는 왜 번듯한 공공도서관 하나 없었을까. 책에 소개된 도서관들은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보니 옛 왕족이나 귀족, 혹은 그들의 교양을 흉내내고자 했던 부르주아 엘리트 계층의 호사취미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책 읽는 내내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곱씹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럽에 들를 일이 있다면 숱한 미술관, 박물관 옆에다 이들 도서관 이름을 방문 예정지 목록에 올려두면 좋을 듯하다. 건축에 대한 글과 사진에 일가견이 있는 저자들이 2003년 발간해 호평받았던 책이다. 계약 문제 때문에 뒤늦게 한국에 소개됐다. 5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춘천 관광한류 열풍

    수학여행단을 포함한 중화권 관광객들이 강원 춘천으로 대거 몰려 오고 있다. 전철과 고속도로가 속속 개통되면서 수도권과 가까워진 데다 숙박 여건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강원도와 춘천시는 17일 연초부터 대규모 관광객, 방문객이 잇따르는 가운데 지난 16일부터 26일까지 1000여명의 타이완 관광객들이 춘천을 찾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 차례에 버스 3~4대씩 모두 9차례에 걸쳐 4박5일 일정으로 춘천에 온다. 2박은 강촌리조트 등에서 숙박하고 춘천 도심 명동과 남이섬 등 주요 명소를 둘러본다. 이들은 타이완의 보험회사가 직원들에게 주는 ‘포상 관광’으로 해외 현지 여행사와 도(道) 중국 상하이사무소, 강원도 관광마케팅사업본부 등과 연계한 결과 성사됐다. 춘천의 해외 단체 관광은 3년 전부터 수학여행단을 중심으로 이뤄진 뒤 점차 계층과 유형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과 일본, 태국을 중심으로 한 수학여행, 기업연수, 노인단체 방문 등 다양하다. 인천항을 통한 대규모 카페리 관광객 유치가 성사돼 연간 3000여명의 중국 관광객이 방문한다. 이전엔 관광객 대부분이 서울과 경기도에 머물며 춘천의 경우 당일 또는 1박 일정이 주류를 이뤘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다. 무엇보다 고속도로와 전철 등 서울과 가까워진 1시간대 거리가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서울 시내 호텔 등은 이미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지역의 숙박 인프라에, 남이섬과 춘천 명동 등 관광 명소를 접목한 결과이기도 하다. 김만기 도 관광마케팅과장은 “해마다 늘어나는 중국과 타이완 등 중화권 관광객의 구매력은 지역 관광과 경기 활성화에 기폭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中내수 공략 ‘3각 작전’

    中내수 공략 ‘3각 작전’

    조만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내수시장으로 발돋움할 전망인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고급 의료서비스 특화상품을 개발해 중국 환자를 끌어들이고, 영화 공동제작 등을 통해 한류 열풍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 중국 관광객과 학생 유치는 물론 우리 로스쿨생을 인턴으로 파견해 중국의 법률시장의 문을 두드릴 예정이다. 정부는 16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중국과의 서비스 분야 경협기반 확충 방안’을 논의했다. 내수 확대 의지를 보이고 있는 중국의 ‘블루오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교육·문화·관광·의료·유통·법률 등 서비스 분야의 경제협력 기반을 확충하겠다는 것이 요지다. 중국 정부는 ‘12차 5개년 계획’(2011~2015년)을 통해 국내총생산(GDP)에서 서비스업의 비중을 지난해 43%에서 2015년까지 47%로 확대할 예정이다. 크레디트스위스 등 세계적인 은행들은 오는 2020년쯤 중국 내수시장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정부가 내놓은 청사진을 보면 먼저 학생이 3억 2000만명에 이르는 중국과 인터넷 등의 원격교육 교류를 강화하고, 공동·복수 학위 프로그램과 우수학생 유치 등 대학 간 교류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학교법인의 중국 내 분교 설립을 지원하고, 한국과 중국 교사의 교류도 확대한다. 문화·관광 분야 교류 증진을 위해 ‘영화 공동제작 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중국 국영 CCTV와 다큐멘터리 제작 등 콘텐츠 공동제작을 활성화한다. 한·중 수교 20주년을 계기로 방한 관광 특집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적극 나선다.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은 220만명으로 전년보다 18.3% 증가했지만, 지리적 인접성을 감안하면 미흡하다는 게 정부의 평가다. 보건·의료 서비스 분야에서는 맞춤형 환자 유치 활동이 강화된다. 미용·성형, 노인·여성, 만성질환자 등을 대상으로 한 고급 의료서비스 특화상품이 개발되고, 안정적 환자 유치를 위해 한국 의료 이용 보험상품 개발도 추진된다. 2010년 기준으로 중국의 의료기관 진료자 수는 58억 4000만명이며, 한국에서 진료받은 사람은 1만 2789명이다. 국내 기업의 중국 공략에 따른 법률 수요 증가에 대비해 국내 로펌의 중국 진출도 강화한다. 2009년 현재 중국에서 경쟁하는 20개국 198개 외국계 로펌 중 한국계는 7개로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정부는 상반기 중 로스쿨생 인턴을 국내 로펌의 베이징·상하이 사무소와 코트라 중국무역관 등에 파견하는 등 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 추진과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기술규제 완화 등을 통해 서비스 교류 장벽을 제거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주 704회 운항하는 항공 노선을 증설하고, 중국 진출 대형 유통기업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홈쇼핑 한류 붐을 조성할 계획이다. 박재완 장관은 “중국의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한·중 FTA 추진을 통해 각종 규제 등 진입 장벽을 걷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3040’ 新복고 열광하라

    ‘3040’ 新복고 열광하라

    요즘 대중문화계는 1990년대에 푹 빠져 있다. 지난해 ‘세시봉’ 열풍에서 비롯된 7080 문화가 주목받았던 것과 달리 올해는 1990년대의 문화를 추억하는 ‘신복고’ 열풍이 한창인 것. 대중문화의 생산자와 소비자들은 왜 1990년대에 주목하게 된 것일까.  신복고 열풍의 선두주자는 누가 뭐래도 영화 ‘건축학개론’(①)이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영화는 250만 관객을 넘어 입소문을 타고 장기 흥행에 돌입했다. 이 영화는 1990년대 대중문화 정서를 관통하고 있다. MP3 대신 CD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고, 휴대 전화 대신 무선 호출기(삐삐)로 연락을 주고받던 시대적 배경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무엇보다 영화 속에 삽입된 가요들은 당시의 추억을 더욱 생생하게 떠올리게 한다. 1990년대 한국형 발라드의 중흥기를 대표하는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X세대의 통통 튀는 가사로 인기를 끌었던 015B의 ‘신인류의 사랑’ 등은 단순한 OST를 뛰어넘어 당시의 시대적인 정서를 대변하는 하나의 영화적 장치다.  영화 ‘댄싱퀸’(②)의 엄정화도 극 중에서 ‘신촌 마돈나’로 이름을 떨쳤던 91학번으로 등장하고, 윤종빈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도 노태우 정권 때 범죄와의 전쟁을 펼쳤던 1990년대 사회상이 영화적 배경으로 등장한다. 영화계에서 ‘가까운 과거’인 1990년대의 문화를 영화적 소재로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한국 대중음악은 황금기였던 1990년대 가요에 대한 향수도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23일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③)은 1990년대 인기 스타들이 총출동한 특집 ‘청춘 나이트’를 방송해 큰 호응을 얻었다. 출연진은 김건모, 현진영, 박미경, 구준엽, 김조한, 윤종신 등 발라드와 댄스 음악으로 가요계를 풍미했던 가수들이었다. 당시 히트곡이 이어지자 현장의 방청객은 열광적으로 환호했을 뿐만 아니라, 3040 시청자들이 “모처럼 신나는 무대였다.”는 평을 인터넷에 줄줄이 달았다.  1998년에 데뷔한 1세대 아이돌 그룹 신화의 컴백도 복고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달 24~25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신화 14주년 기념 콘서트 ‘더 리턴’(④)에는 20~30대 여성 팬들이 대거 몰렸다. 신화와 학창시절을 보내다 지금은 직장인이 된 팬들은 ‘으쌰으쌰’, ‘퍼펙트 맨’ 등 신화의 히트곡을 따라부르며 추억을 곱씹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1990년대 LP음악 틀어주는 주점 ‘밤과 음악사이’에도 당시 향수를 느끼려는 3040들이 몰려들고 있다.  1990년대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때가 대학가에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기였고,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던 시기로서 두 문화가 공존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는 “정치적으로 안정된 1990년대는 386의 집단주의 대신 개인주의 문화가 들어오고, 대중문화가 캠퍼스로 본격적으로 유입된 시기”라면서 “15~20년 전 비교적 가까운 시대인 ‘신복고’는 아련한 느낌을 줄 수 있고, 아날로그 정서가 남아있기 때문에 3040은 물론 그 윗세대 관객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강유정씨는 “왕자웨이의 영화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유행하던 ‘90년대 학번’들은 문화적으로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한 첫 세대였다. 쿨하고 세련된 도시 감성과 아날로그적 감수성이 공존하던 1990년대는 현재의 감수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강 평론가는 “90년대, 2000년대 영화계가 20년 전인 70, 80년대 복고가 유행했는데, 올해 유행하는 90년대 신복고도 이런 ‘빼기 20년 법칙’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중문화의 중흥기였던 90년대 학번들이 이제는 문화 콘텐츠의 중추적인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로 등장했다는 점도 ‘신복고’ 열풍의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건축학개론’의 이용주 감독을 비롯한 90년대 학번 감독들이 영화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했고,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양현석과 1994년에 데뷔해 전성기를 맞았던 박진영은 YG와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으로 가요계를 이끌고 있다.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안정된 3040들도 대중문화를 소비하는데 적극성을 띠는 것이다. 대중문화 평론가 성시권씨는 “7080세대의 세시봉 열풍과 10대 아이돌 음악 사이에서 즐길 문화가 부재했던 세대들에게 90년대 문화의 부활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면서 “마케팅에서 경제력을 갖춘 3040을 안정적으로 공략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94학번 홍민수(36)씨는 “90년대가 바로 전인 것 같았는데, 벌써 추억으로 소비되니까 좀 씁쓸하기도 하지만 반갑기도 하다.”면서 “IMF 전 90년대는 문화적으로 상당히 풍족했고, 가요계에는 김건모, 신승훈, 듀스, 015B 등 좋은 음악, 가수들이 많아 행복했다.”고 추억했다.  김동률, 이적의 소속사인 뮤직팜의 강태규 이사는 “음반으로 음악을 소비하던 1990년대는 생산자와 수용자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대중음악의 호황기였다.”면서 “당시 수혜세대인 90년대 학번들은 능동적으로 문화를 소비하고 참여하는 습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문화 콘텐츠의 측면에서도 당분간 신복고 열풍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은주·김정은 기자 erin@seoul.co.kr
  • 연예사업법 3년째 ‘여의도 동면’

    유명 연예 기획사 대표의 연예인 지망생 성폭행 사건<서울신문 4월 11일 자 10면>은 독점적인 연예 매니지먼트(기획) 사업 구조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예인을 관리가 아닌 소유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09년 고 장자연 성상납 리스트 파문 이후 추진되다 흐지부지된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 관련 법률안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15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연예 기획 사업을 통제·규율하는 법률이 없다. 결과적으로 연예인들이 불합리한 대우나 횡포에 시달려도 소속사에 행정적 처분을 내릴 수 없다. 게다가 신고만 하면 영업이 가능한 까닭에 대표자가 전과자인지 전문성을 갖추었는지를 확인할 방법도 없다. 검증되지 않은 연예 기획사가 난립하고 ‘연예인을 시켜주겠다’는 명목으로 계약금을 가로챈 뒤 잠적하는 사기 사건이 빈발하는 이유다.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예인들은 이른바 ‘노예계약’을 비롯, 폭행·협박 등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도 기획사에 따질 수 없는 구조다. 물론 소속사를 상대로 공개적으로 권리를 주장하는 연예인들도 없지 않다. 하지만 대체로 스타 반열에 오른 연예인들의 경우다. 문제는 연습생이다. 대표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번에 불거진 O엔터테인먼트 대표 장모(51)씨의 소속 연습생 성폭행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대중문화예술인 지원센터에 지난 11개월간 접수된 연예인들의 인권침해 관련 상담이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사실도 피해 사례가 은폐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최문순(현 강원도지사) 민주당 의원 등 24명은 2009년 3월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법안’을 공동발의했다. 세계적인 한류 열풍과 더불어 학생들도 장래희망 조사에서 ‘연예인’이 수위를 차지한 가운데 체계적인 연예 기획 사업과 연예인 권리 보호를 위한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연예기획 사업 허가제 ▲불공정 계약서 시정권고 ▲미성년자와 계약 시 친권자 등 동의 필수 ▲준수사항 위반 시 영업정지·과징금 부과 등 행정처분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3년 동안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당시 일부 의원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장에 맡기자’고 하는 등 입법에 적극적이지 못해서”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의 매니지먼트 사업은 허가제다. 연예 기획사에는 매니저, 기획담당 등 분야가 철저하게 구분돼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리허설 전담 매니저가 따로 있을 만큼 역할이 세분화돼 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1700억원 당첨자 “로또 잃어버렸다” 동료들 “티켓비용 나눠서 냈다” 소송

    1700억원 당첨자 “로또 잃어버렸다” 동료들 “티켓비용 나눠서 냈다” 소송

    미국을 로또 열풍으로 몰아넣었던 ‘메가 밀리언달러’ 당첨자 3명 가운데 메릴랜드 당첨자가 누구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볼티모어 선 등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30일 추첨된 로또의 당첨금은 6억 5600만 달러(약 7250억 원)로 당첨자가 3명이 나왔다. 캔자스주 출신의 당첨자는 확인됐지만 익명을 요구했다. 일리노이주에서도 당첨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신문은 “아이티 이민자인 멀랜드 윌슨(37)이 ‘로또 추첨 직후 직장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당첨됐다’고 말한 다음 ‘당첨 티켓을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윌슨은 또 “속옷까지 뒤지며 집안을 이 잡듯 찾고 있다.”고 했다가 “티켓을 맥도널드에 숨겨두었는데 잃어버렸다. 그 티켓이 당첨됐는지 모르겠다.”고 말을 바꿨다. 윌슨은 또 지역방송 WBC-TV에는 “나와 아이(7)의 안전을 위해 티켓이 어디에 있는지 말해 줄 수 없다.”고 했다. 맥도널드에서 일하는 싱글 맘인 윌슨은 추첨 4시간 전인 지난달 30일 볼티모어 외곽의 한 편의점에서 로또를 구입했다. 윌슨의 당첨 확인과 관계없이 당첨금 분배 소송이 제기됐다. 맥도널드 동료들은 “티켓을 동료들의 공동 자금으로 샀기 때문에 당첨금을 나눠야 한다.”며 당첨금 분배 소송을 냈다. 반면 윌슨은 “당첨 티켓은 자신의 돈으로 샀다.”고 맞섰다. 하지만 로또 측은 “메릴랜드 당첨자를 9일 본부에서 확인했다.”며 “당첨금은 세금을 제하고 1억 500만 달러”라고 밝혔다. 로또 측 대변인인 캐럴 에버레트는 “당첨자가 익명으로 남기를 원해 알려줄 수 없다.”면서도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있다.”고 말했다. 로또 측은 이와 관련, 10일 기자회견을 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의 로또는 1~56 숫자 가운데 5개와 1~46 숫자 가운데 1개를 합한 6개 숫자를 선택, 매월 추첨하는 방식이다. 당첨확률은 1억 7800만분의1로, 벼락을 맞을 확률보다 더 낮다는 분석도 있다. 당첨자가 나오지 않으면 당첨금이 이월되면서 천문학적으로 액수가 높아진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11일 TV 하이라이트]

    ●인간극장(KBS1 오전 7시 50분) 창원 마산합포구, 옛 정취 물씬 나는 정겨운 골목길 한가운데 자리한 3층짜리 건물. 이곳은 46년째 무료예식봉사를 하고 있는 백낙삼, 최필순 부부의 보금자리다. 무료라고 해서 허술할 거라는 편견은 버려라. 결혼식에 사용될 부케부터 폐백음식 하나하나까지 정성스레 준비하는 부부 덕분에 신랑·신부는 언제나 대만족인데…. ●적도의 남자(KBS2 밤 9시 55분) 선우와 지원은 서로의 마음을 느껴가고, 두 사람의 사이를 알게 된 장일은 괴로움에 빠진다. 경필의 죽음을 목격한 광춘은 용배에게 비밀유지비 3000만원을 준비하라는 협박편지를 보내고, 용배는 이 사실을 노식에게 알린다. 한편 노식은 용배의 일처리를 탓하며, 자신이 직접 안마봉사를 하는 선우에게 접근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MBC 오전 11시) 병원 일에만 신경 쓰는 가장, 치매로 어린애가 되어버린 할머니, 언제나 바쁜 큰딸, 여자친구밖에 모르는 삼수생 아들, 툭 하면 사고치는 백수 외삼촌, 여기에 꿈 많고 할 일도 많은 엄마까지. 평범한 일상은 영원히 반복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느 날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그들에게 이별의 순간이 다가온다. ●앙코르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차인표 편(SBS 오전 10시 30분) 대한민국에 나눔의 열풍을 불게 한 ‘차인표 편’이 다시 한 번 앙코르 방송된다. 다소 딱딱하고 지루할 수 있는 ‘나눔과 기부’라는 내용을 차인표의 인생 스토리와 엮어 전하면서 재미와 의미를 모두 담았다는 평을 받았다. 또한 방송 2주 만에 컴패션 1대1 결연신청자가 1만 명을 넘어섰다는데…. ●극한직업(EBS 밤 10시 40분) 늦은 밤, 한 대의 구급차가 병원으로 달려온다. 환자의 배는 눈에 띌 정도로 볼록하게 솟아오른 상황. 복부 대동맥파열 직전의 초응급환자다. 때문에 환자 도착과 동시에 흉부외과 전문의와 레지던트, 전문 간호사, 그리고 수술전담 간호사와 마취과 의료진으로 구성된 대동맥 응급수술 팀원들의 일사불란한 수술준비가 시작된다. ●선택 4·11 개표방송(OBS 오후 6시) 총선 당일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선택 4·11 개표방송’을 통해 수도권 112곳 선거구의 개표 현황을 신속히 전달한다. 아울러 당선자를 미리 짚어볼 수 있는 출구 조사와 선거 전문가 예측을 통해 당락을 신속하게 분석한다. 또 실시간 개표현황과 최첨단 개표집계 시스템, HD 고화질 영상으로 다채로운 선거정보를 시청자에게 전달한다.
  • 지구촌 하이일드채권 펀드 투자 열풍

    최근 들어 세계의 주요 주식시장이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면서 전세계 부자들은 하이일드채권 펀드(신용등급이 낮은 투기등급 채권에 투자하는 고수익·고위험 펀드)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BBB- 미만 등급의 일명 정크본드(쓰레기급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 거래가 활발하다는 것은 그만큼 세계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보는 시장참가자가 많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역시 1분기에만 1800억여원의 자금이 하이일드채권 펀드에 유입됐다. 9일 파이낸셜타임스와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하이일드채권 펀드의 순유입액은 307억 달러(약 35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318억 달러·약 36조 2000억원)과 2010년(315억 달러·약 35조 8000억원)의 1년간 순유입액에 육박하며, 지난해 83억 달러(약 9조 4000억원)의 3배를 넘는 액수다. 우리나라도 올해 1분기 프랭클린템플턴, 블랙록 등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해외 재간접 펀드 형태로 운용하는 하이일드 펀드에 총 1811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지난해부터 계산하면 거의 5000억원에 이른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주식형 펀드에서 거의 5조원이 빠져 나간 상황임을 감안하면 큰 유입세다. 하이일드채권 펀드는 대부분 PB(프라이빗 뱅커)를 통해 자산가에게 판매돼 부자들의 채권으로 불린다. 해당 회사가 문을 닫을 경우 주식보다 우선적으로 변제되지만, 위험상황에서 주식처럼 자유롭게 팔 수 없기 때문에 주식보다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된다. 이미선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세계적으로 투기등급 회사채 발행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하이일드 채권 펀드도 순유입액도 늘고 있다.”면서 “그만큼 시장참여자들이 지난해보다 세계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채권 시장에서도 국채보다 회사채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해 말 AA-(3년 만기) 등급 회사채와 국고채의 스프레드(금리 차이)는 76bp(1bp=0.01%)였지만 지난 6일 57bp로 줄었다. 심리적 저항선이 60bp를 뚫은 것이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선택 총선 2012 D-2] 선거전문가 20명 여야 판세 전망

    [선택 총선 2012 D-2] 선거전문가 20명 여야 판세 전망

    4·11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 전문가들도 정확한 판세를 점치지 못할 정도로 선거 환경은 매우 유동적이다. 선거전 중반에 터진 민간인 사찰 의혹, 종반에 불거진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의 ‘막말 논란’ 등이 선거의 유동성을 한껏 키워 놓은 탓이다. 서울신문이 8일 여론조사 전문가, 정치평론가, 대학교수 등 선거 전문가 20명에게 판세 분석을 요청한 결과 여야 의석수 차이에 대해서는 각각 전망이 엇갈렸지만 투표율이 제1당을 가를 주요 변수라는 점에는 의견이 일치했다. 정치권은 아직 투표할 정당을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 상당수를 야권 성향 유권자로 보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약세를 예상한 전문가들은 김용민 후보의 ‘막말 논란’이 투표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 공천에 대한 불만에 정치 혐오가 더해져 투표 의지를 반감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층의 상당수가 야권 성향이기 때문에 투표율 저하가 곧 야권의 성적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정치평론가인 박상훈 후마니타스출판 대표는 “김용민 파문이 투표율을 2~3% 포인트 떨어뜨렸다고 본다.”며 “특히 여성과 남성을 떠나 합리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관용 범위를 벗어났다. 투표율은 낮아지고 민주당 지지율도 수도권에서 떨어질 것”이라고 봤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김용민 파문으로 선거 막판 여당의 공세를 가능하게 했고, 동시에 야당은 정권 심판론을 적극 펼칠 기회를 놓쳤다.”며 “무엇보다 투표장에 나오게 해야 할 부동층의 정치 혐오감을 강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의 우세를 전망한 전문가들은 김용민 논란이 선거 흐름을 뒤바꿀 핵심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김용민 발언이 각각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열혈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는 있는데, 이것이 선거의 본질적 요인은 아니다.”며 “새누리당 문대성 후보의 논문 표절 논란이 부산의 판세를 바꿀 수 없듯이 김용민 논란도 서울 노원갑과 주변 일부 지역에 제한적 영향은 미치겠지만 전체 판세에 대한 영향은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투표율은 전문가 대부분이 50%대 초·중반으로 전망했다. 탄핵 열풍이 불었던 2004년 17대 총선 투표율은 60.6%, 2008년 18대 총선은 46.1%였다. 민주통합당은 투표율 60%를 총선 승부를 가를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민간인 사찰 논란이 표심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전문가마다 분석이 달랐다. 총선에 대한 사찰논란 파급력을 낮게 본 전문가들은 반사효과를 표로 흡수할 만큼 민주당이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고, 대중들에게 MB 심판론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쪽은 민간인 사찰 의혹이 민주당으로 하여금 더 강한 MB 심판론 메시지를 내게 했고, 결과적으로 MB 심판론의 선명성이 강화돼 야권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야권의 제1당 여부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통합진보당 의석수는 전문가 상당수가 10~15석을 예상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총선 예상의석 전망에 참여한 선거 전문가 가상준 명지대 교수 / 강원택 서울대 교수 / 고성국 정치평론가 / 김욱 배재대 교수(한국선거학회장) /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 김종배 시사평론가 / 김종욱 동국대 교수 / 김형준 명지대 교수 / 박상훈 후마니타스출판 대표 / 박왕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대표 / 박원호 서울대 교수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정치사회조사본부장/ 신율 명지대 교수 / 윤성이 경희대 교수/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 / 이남영 세종대 교수 / 이내영 고려대 교수/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 조용휴 폴앤폴 대표(이상 20명·가나다순)
  • “베트남에 제3의 CJ 건설”

    “베트남에 제3의 CJ 건설”

    CJ그룹이 베트남을 중국에 이은 전략적 요충지로 설정했다. CJ는 이재현 회장을 포함해 이관훈 CJ㈜ 대표, 손관수 CJ GLS 대표,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 등 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지난 3일부터 2박 3일간 베트남의 호찌민시에서 ‘2012 CJ글로벌 콘퍼런스’를 열었다고 8일 밝혔다. 이 회장은 “베트남에 제3의 CJ를 건설하겠다.”면서 “CJ의 미래는 글로벌에 있는 만큼 해외 공략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베트남이 연령대가 젊고 연평균 7%를 웃도는 높은 경제성장률 등 여러 장점을 갖고 있어 중국에 이어 가장 매력적인 국가라며 ‘제3의 CJ’ 건설에 대한 당위성을 CEO들에게 설명했다. CJ는 베트남 인구의 절반 이상이 30대 이하 젊은층이어서 그룹의 주력 사업인 방송, 엔터테인먼트, 외식, 홈쇼핑 등 문화산업과 현지 ‘토양’이 맞아떨어진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 아세안 국가 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는 계산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사업 성과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품격과 문화를 접목시켜 베트남의 산업,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해야 한다.”면서 ‘베트남 속에 녹아든 CJ’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CJ는 이미 베이커리, 홈쇼핑, 극장, 물류, 사료, 농수산물 소싱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다. 앞으로는 방송 콘텐츠 공급·제작, 음악 공연, 영화 제작·배급 등 문화 콘텐츠 사업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CJ는 1996년 베트남에 첫 사무소를 개설한 이후 2001년 사료공장을 준공했고 2007년 뚜레쥬르로 베이커리 시장에도 진출했다. 뚜레쥬르는 호찌민에서 14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에는 TV홈쇼핑 개국과 함께 베트남 최대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메가스타를 인수해 ‘한류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CJ GLS는 지난해 7월 국내 물류업계에선 처음으로 하노이, 호찌민 등 9개 도시에 배송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택배사업을 시작했다. 이 회장은 이번 베트남 방문 기간 쩐 빈 민 VTV 사장과 SCTV 쩐 반 우위 대표를 잇따라 만나 오찬을 함께하는 등 방송 관련 사업에 의욕을 보였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그리스 前총리 “긴축은 고통의 악순환”

    “긴축은 고통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전 총리가 5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매체 허핑턴포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유럽의 긴축 열풍이 경제적 고통의 악순환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정위기에 책임을 지고 지난해 11월 총리직에서 물러난 그는 “그리스가 여전히 유로존에 남기를 바란다.”고 전제하면서도 “유럽연합(EU)이 허리띠 졸라매기의 도그마에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판드레우의 언급은 전날 그리스의 70대 연금 생활자가 정부의 긴축재정을 비난하며 공개적으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맞물려 시선을 끌고 있다. 파판드레우는 긴축 열풍의 한 원인으로 EU의 이념적 정체성을 거론했다. “EU에 속한 대다수의 국가가 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 긴축 도그마에 집착하는 보수 정권”이라는 것이다. 그는 “처신을 잘해 부채와 적자에서 벗어나면 시장이 살아나는 등 모든 게 좋아진다.”는 것이 그들의 도그마라며 “하지만 이는 지나치게 기계적인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허리띠 졸라매기는) 더 심한 경기후퇴 등 일종의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당신은 저성장 속에 직장을 잃거나 수입이 줄고 더 많은 것을 삭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판드레우는 “EU가 좀 더 나은 경제위기 대책을 갖고 태동했어야 했다.”며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같은 구제기금이나 유로본드 도입 등이 경제위기의 파고를 헤쳐나갈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총선 격전지를 가다] 대전 정치1번지 중구

    [총선 격전지를 가다] 대전 정치1번지 중구

    대전의 정치 1번지인 중구는 전·현직 의원 간 세 번째 리턴매치가 펼쳐지면서 지역 최대 격전지로 부상했다. 6선을 겨냥, 세번째 도전에 나선 새누리당 강창희 후보와 3선 고지를 향한 자유선진당 권선택 후보가 2강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민주통합당 이서령 후보가 새 인물론을 내세워 판갈이를 주장하고 있다. 중구는 ‘바람’과 ‘인물론’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지역이다. 15~16대 총선에서는 자민련 바람이 불면서 강 후보가 당선됐고, 17대는 탄핵 열풍에 열린우리당의 정치 신인 권 후보가 배지를 달았다. 18대에는 선진당으로 말을 갈아탄 권 후보가 한나라당 강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4·11 총선과 관련, 지역 정가에서는 상대적으로 선진당의 위력이 약화된 가운데 ‘박풍’(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이 예사롭지 않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강창희 후보는 “대전이 로봇랜드와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굵직굵직한 대형 국책사업 유치에 실패한 것은 ‘정치력 부재’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8년의 공백에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로고송을 틀고 지지자들이 인사하는 선거운동 대신 골목골목을 누비며 직접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강 후보 측 관계자는 “공천이 확정된 후 분위기가 달라졌다.”면서 “지난 8년간 지역에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중량감 있는 정치인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서령 후보는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첫 선거 출마인 데다 경선을 거치면서 후보 확정이 늦어졌다. 이 후보는 19대 총선을 ‘낡은 정치와 새 정치의 대결’로 정의하고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인물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지역을 누비며 유권자와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30년간 강·권 두 후보가 의원으로 있으면서 지역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 묻고 싶다.”면서 “중구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새 인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선택 후보는 유권자들에게 대전·충남을 이끌 ‘인물’을 강조한다. 상대적으로 선진당 지지도가 낮은 민심을 고려한 전략이다. 성실함과 서민적 이미지로 고른 지지층을 확보했다는 평가에 인물론을 더해 민심을 공략 중이다. 권 후보는 유권자가 있는 곳이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방문하는 등 강행군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당의 수뇌부가 흔들리면서 지지도나 신뢰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다.”면서도 “아직 바닥 민심이 견고하고 후보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가 두텁다.”고 자신했다. 40대 회사원 윤모씨는 “지역이 워낙 침체돼 있다 보니 총선에 대한 관심이 낮은 편”이라며 “지지 후보는 물론 투표 여부도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잘 고른 ELS, 열 펀드 안부럽다

    잘 고른 ELS, 열 펀드 안부럽다

    주식 거래가 금지된 증권사 투자정보팀 직원과 리서치센터 연구원들에게 최근 가장 인기 있는 금융 상품은 주가연계증권(ELS)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3일 “ELS에 한번 맛을 들이면 은행의 정기예금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ELS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증권사들은 매일 6~8종의 ELS 신상품을 묶음으로 쏟아내고 있다. 종류가 워낙 많고 상품 구조도 다양해서 일반 투자자들은 혼란을 느끼기 십상이다. 금융상품계의 ‘마약’으로 불리는 ELS의 홍수 속에서 자신의 성향에 맞는 상품을 고르는 법을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을 돌파하면서 주식형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외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연초 이후 6조 4844억원이 줄었다. ●ELS상품 3년전보다 10배 급증 증권업계에서는 펀드에서 이탈한 자금의 대부분이 ELS로 흡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ELS는 지난달 1~30일 기준 5조 2155억원어치가 발행됐다. 월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전달의 발행규모(4조 7803억원)를 넘어선 것이다. ELS 발행량 집계가 시작된 2009년 1월(3675억원)과 비교하면 시장 규모가 3년 동안 14배 증가했다. 발행된 상품 종류도 2009년 1월 161종에서 지난달 1640종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ELS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한 증권사 지점 직원은 “창구에 신문에 소개된 ELS 기사를 오려 들고 찾아와 가입을 문의하는 주부, 장년 고객들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박진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ELS 열풍에 대해 “코스피가 2000선을 넘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위험중립적 성향의 금융상품인 ELS에 일단 자금을 이전시켜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투자자들의 틈새를 파고든 상품이 바로 ELS다. 최근에 나온 ELS 중에는 3년 후 주가가 가입 시점 주가의 40~55% 미만으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10% 이상의 짭짤한 수익을 보장해 주는 상품이 인기다. 김종석 우리투자증권 압구정WMC PB팀장은 “유럽 위기와 글로벌 경기 등이 불안요소이지만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처럼 예상치 못한 악재는 아니다.”면서 “이 때문에 3년 후에 주가가 반 토막 날 확률은 거의 없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주로 ELS에 가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3년만기 10%이상 수익보장 상품 인기 ELS는 종류가 천차만별이고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상품을 고를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 원금이 보장되는 형태도 있지만 안전한 만큼 은행 예금금리를 웃도는 수익을 내긴 어렵다. 만기 때 주가가 현재보다 35% 이상 높아야 수익률을 보장하는 등 필요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금이 보장되진 않아도 손실 가능성이 적은 상품을 골라야 한다. ELS는 크게 개별 종목의 주가에 연동되는 종목형과 주가지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지수연동형으로 나뉜다. 종목형은 고수익을 내건다. 하지만 그만큼 주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원금 손실의 가능성도 커진다. 최근에는 에쓰오일, 호남석유, SK이노베이션, 대우증권 등의 주가와 연동한 종목형 ELS가 많이 출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종목형보다 주가변동성이 작은 지수형 ELS를 추천한다. 지수형 가운데에서도 홍콩H지수보다는 코스피200과 S&P500에 연동한 상품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김종석 팀장은 “우리 금융시장은 미국 증시와 상관관계가 높고 향후 전망이 낙관적이지만, 중국은 우리보다 이머징(신흥국) 특성이 강하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이 부정적이기 때문에 주가 변동성이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우신 기업은행 강남PB센터장도 “ELS의 가장 큰 장점은 지수가 빠져도 수익률이 보장되고 손실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지만, 만에 하나 주가가 반 토막 나는 돌발상황이 온다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면서 “리스크를 줄이려면 종목형보다는 지수형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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