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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대들이 재해석한 셰익스피어

    10대들이 재해석한 셰익스피어

    청소년들이 재해석한 셰익스피어는 어떤 모습일까. 관악구는 175교육지원센터 프로그램인 ‘청소년 연극 아카데미’에 참여하는 중·고등학생들이 25일 관악청소년회관 공연장에서 창작 연극 ‘조선의 꿈’(포스터)을 공연한다고 밝혔다. 조선의 꿈은 영국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희극 ‘한여름밤의 꿈’을 재해석한 퓨전 사극이다. 조선 전기를 배경으로 왕세자인 양녕대군과 동생 충녕대군이 ‘여인세계’로 가게 되면서 겪는 소동을 표현한 작품으로 청소년들의 창의력과 발랄함을 엿볼 수 있다. 작품은 청소년 연극 아카데미에 참가한 학생 27명이 힘을 모은 결과물이다. 학생들은 지난 5개월간 전문 교수진으로부터 연극 이론과 실기를 배우고 함께 그리스로마신화, 셰익스피어 문학 등 서양 고전문학을 읽고 토론했다. 조선의 꿈은 그동안의 교육 성과를 바탕으로 청소년들이 직접 희곡을 쓰고 연출과 연기까지 맡은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한편 175교육지원센터는 1년 중 학교에 가지 않는 날 175일 동안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유종필 구청장은 “조선의 꿈은 열정을 가진 청소년들이 공부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창의성을 발휘해 만든 작품”이라며 “청소년들이 오랜 시간 노력한 만큼 많은 주민들의 관심과 격려를 바란다”고 전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열린세상] 창조경제는 범정부적 추진이 필수/백만기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 회장

    [열린세상] 창조경제는 범정부적 추진이 필수/백만기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 회장

    지난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새롭게 출범할 행정부의 조직을 개편하여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창조경제 핵심부서로서의 시대적 역할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 정보통신기술(ICT) 정책 기능을 포함시킨 점은 아직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향후 수십년간 기술융합의 큰 사이클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ICT를 기반으로 한 융합 기술의 개발과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적절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MB(이명박) 정부에서는 산업부처의 명칭을 지식경제부라고 명명하면서 향후 우리 산업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지식기반경제임을 시사하였으나 산업과 과학기술 그리고 정보통신이 아우러진 지식경제부의 조직에서 기존 패러다임을 벗어난 우리 경제의 새로운 모습을 그려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작년 대통령 선거의 와중에 어느 후보는 ‘혁신경제’라는 용어를 들고 나왔는데, 이것 역시 지식기반경제 및 창조경제와 개념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우리가 창조경제로 전환한다는 것은 과거의 ‘모방경제’로부터 탈피하겠다는 것인데, 요즘 유행어로 말하면 빠른 추종자에서 선도자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즉, 애플의 아이폰이나 소니의 워크맨 같이 새롭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위한 창업대국이 되겠다는 것이다. 물론 지난 YS(김영삼) 정부 말기부터 소위 ‘새싹경제론’에 입각해서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창업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이 전개되었지만 무늬만 벤처인 기업들이 옥석 구분 없이 정부의 수혜대상이 되면서 진정한 기술창업이 빛을 바랜 측면이 있었다. 하버드 대학 마이클 포터 교수의 국가발전 단계론에 따르면 한 국가의 성장은 낮은 임금에 의존하는 요소주도형에서 투자주도형, 기술혁신주도형, 지식주도형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장과정에서 축적된 부주도(Wealth?driven)형으로 진화한다. 이러한 국가발전 프레임으로 보면 우리는 기술혁신과 지식주도형의 단계로 진입한 것이 분명하며, 창조경제는 그중에서도 특히 신기술을 창출하는 새로운 지식주도의 경제체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흥미로운 것은 작년 5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에서 향후 OECD 국가의 성장과 투자는 지식기반자본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실제 주요 국가의 경우 이미 공장설비와 같은 유형의 자산보다 지식 창출을 위한 무형의 자산에 대한 투자가 더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정보기술(IT)업체인 애플의 경우 자체 공장이 하나도 없고, 검색분야의 최강자인 구글은 시장가치의 95%가 무형의 자산에서 나온다. 이러한 국제적 추세를 감안해 볼 때 창조경제는 결국 무형의 지식기반자본이 중심이 되는 체제이고 여기서는 특허 등의 지식재산이 핵심적 역할을 한다. 이는 지난 50년간 우리가 유지해 왔던 제조업 중심의 성장 패러다임의 획기적인 전환이 불가피함을 의미한다. 우리가 새마을운동과 수출주도형 성장이라는 1960년대 당시로서는 새로운 문화와 제도를 통해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하였다면, 지식기반의 창업대국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사고의 틀을 필요로 한다. 이는 미래창조과학부의 노력만으로는 달성이 불가능한 목표다. 지시와 통제 그리고 속도전이 필요한 종전 프레임과는 달리 자율과 열정이 문화적 배경이 되어야 하는 창조경제시대에는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뿐만 아니라 심지어 감사원까지도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여야 한다. 즉, 수출제조입국시대의 제도와 관행을 송두리째 바꾸어야 새로운 패러다임인 창조경제의 실현이 가능한데, 이는 최고지도자의 강력한 의지와 함께 범부처적인 사고 전환이 필수적이다. 향후 50년간 대한민국의 장래는 이번에 우리가 성공적으로 창조경제체제를 잘 정착시키느냐에 달려 있는 만큼 경제부처와 비경제부처 구분 없이 새로운 변화를 수용할 준비가 되어야 한다. 새롭게 출범하는 내각은 ‘창조경제내각’으로 명명하고 5년간 일관된 정책적 추진체계를 갖추는 것이 시대적인 요구인 것 같다.
  • 맞췄지, 구정소통 2030 손맛

    ‘트위터 반상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소통 구정을 선도하고 있는 송파구가 이번에는 구정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2030세대를 껴안기 위한 SNS 활용법을 마련했다. 구는 젊은 주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20~30대를 위한 SNS활성화 기본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구정에 적극 반영한다고 22일 밝혔다. 이 방안의 골자는 계층별 SNS서포터스 구성,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제작자 모집, SNS오픈채널 운영, 구정소식지 형태 다양화 등 SNS를 매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주민들의 구정 참여를 이끌어 내자는 것이다. SNS서포터스는 기존에 있던 서포터스를 확대한 것이다. 20대 대학생으로 구성된 SNS서포터스Y와 30대 엄마들로 구성된 SNS서포터스M으로 이를 세분화해 세대별 소통을 도모한다. UCC 제작자는 영상 제작에 관심 있는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다. 우리 동네에 숨은 다양한 이야기를 UCC 형태로 재조명하고 특히 지역이 가진 관광자원을 영상에 담아 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서포터스와 UCC 제작자는 송파 SNS오픈채널(sns.songpa.go.kr)을 통해 모집한다. 3월 위촉식을 거쳐 올 한 해 동안 활동하게 된다. 박 구청장은 “SNS는 젊은층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열정을 구정에 접목시킬 수 있는 훌륭한 매개체가 될 수 있는 만큼 많은 젊은이들이 여기 동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지적 장애인 5인의 첫 일터 ‘다울 카페’

    지적 장애인 5인의 첫 일터 ‘다울 카페’

    일반 학교의 특수학급을 졸업한 지적·자폐 장애인 5명의 일터인 카페 ‘다울’. 고등학교 졸업 후 막상 갈 곳이 없는 지적 장애인 자녀를 위해 부모들이 1년 정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 카페를 열었다.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직업 교육을 시켜 본 결과 가장 적합한 커피, 제빵 분야로 진로를 결정한 후 부모들이 뜻을 모으고 힘을 보탰다. 아직 많이 서툴고 부족하지만 차근차근 배우고 연습하고 익히면서 자신들의 카페를 채워 나가는 아이들. 22일 밤 12시 5분에 방송되는 EBS ‘희망풍경’에서는 이들이 굽는 바삭바삭한 쿠키와 커피 향이 가득한 다울 카페를 찾아가 본다. 카페 다울은 조금은 느리고 세상과 소통하기 쉽지 않은 자폐성 아이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자립해 생활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곳에 어머니들의 마음이 모였다. 아이를 위해 카페가 있는 건물로 이사하고 인테리어 분야에서 일하는 아버지들이 카페 내부 공사를 맡았다. 카페가 문을 연 지 이제 한 달째다. 어머니들의 손길과 아버지들의 남모를 후원, 애정으로 점점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카페 다울. 고소하고 달달한 쿠키 냄새와 진한 커피 향이 지나는 이들의 발길을 잡는다. 요즘은 동네 주민들이나 지역 관공서, 회사 등에서 달콤하고 건강한 빵과 머핀 맛을 보기 위해 주문을 늘리고 있다. 건강한 식재료, 맛있는 빵, 그리고 따뜻한 마음이 카페 다울의 미래를 밝혀 준다.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으로 갖게 된 직장 카페 다울의 수줍은 신입사원 다섯 명은 누구보다 열심히 일을 익히고 배운다. 일주일에 두세 번 시간을 정해 커피 수업과 제빵 수업을 받으며 꾸준히 연습하고 실습하는 모습에서 그들의 즐거움과 열정을 엿볼 수 있다. 새로 배운 쿠키와 머핀을 진지하게 만들어 보는 눈빛과 그 옆에서 자녀의 빈틈을 메워 주는 어머니들의 따뜻한 마음이 고소한 쿠키 향에 배어 카페에 퍼진다.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있었지만 차근차근 배우고 익히면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최근 이들은 카페 개업 한 달간의 수익을 나누고 은행에 가서 생에 첫 통장도 만들었다. 자신의 이름이 찍힌 통장을 보고 좋아하는 아이들의 앞날에 의미 있는 씨앗이 될 것이다. 매일매일 고소한 빵과 쿠키를 굽는 아이들은 자신들의 미래와 꿈도 노릇노릇 굽고 있다. 그들의 열정과 희망이 담긴 아름답고 따뜻한 카페를 카메라에 담았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명사가 걸어온 길] 2. 의술로 인술 실천하는 김희수 건양대 총장 (상)

    [명사가 걸어온 길] 2. 의술로 인술 실천하는 김희수 건양대 총장 (상)

    1950년 세브란스 의대(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자그마한 안과 개원의로 시작해 예순셋에 건양대학교를 설립하고, 일흔셋에 800병상 규모의 건양대 병원을 일군 사람. 3년 대학 총장 임기를 두 번이나 채우고도 모자라 임기를 4년으로 늘려 12년째 총장직을 지키는 사람. 사람들은 그를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에 견줘 결코 포기하거나 쓰러지지 않는다는 뜻에서 ‘부도옹’(不倒翁)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는 한사코 손사래를 쳤다. “부도옹은 무슨…. 난 그처럼 대단하지 않아. 그는 천하의 경륜을 논했지만 난 고작 대학 하나잖아. 그렇지만 듣고보니 그럴 법도 하네” 김희수. 올해 여든다섯이지만 “꿈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는 그에게서 물리적인 나이를 읽기란 쉽지 않다. 주변에서는 이런 그를 두고 “너무 오래 거머쥐고 있는 게 아니냐”거나 “이제는 자리 내려놓을 때도 됐다”고들 말하기도 하지만 그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다 이유가 있어. 나는 지금도 더 일하고 싶어. 열정도, 건강도 문제가 없거든. 나도 알지. 내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세월 거꾸로 사는 사람 없잖우. 그래서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해. ‘그러니 내게 시간을 조금만 더 달라고….’” 김 총장에게 스스로의 삶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정색하고 말문을 열었다. “뭐 내세울 게 있어야지. 그렇지만 내가 헤쳐온 삶이 젊은이들에게 도전의 의미를 되새기거나 용기를 부추기는 자극은 될거야. 결코 쉬운 삶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한 번도 내가 이뤄야 할 것들을 잊어본 적이 없거든. 뭔가 성취하려는 젊은이들에게 그걸 말하고 싶어. 목표를 갖고 살라는 거지” 그가 삶의 지표로 삼아온 원칙 같은 게 궁금했다. “좌우명이라는 게 너무 평범해서 실망할거야.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보면 ‘기본에 충실하자’는 말처럼 함축적으로 내 삶을 표현한 말이 없어. ‘정직’은 사람의 기본이고, ‘노력’은 성공의 기본이며, ‘치료’는 병원, ‘교육’은 학교의 기본이잖우. 이런 기본만 지키면 뭐든 다 돼. 공자도 그랬잖아 ‘군자무본 본립이도생’(君子務本 本立而道生·군자의 본연은 근본을 닦는 것이며, 근본이 바로 서야 도가 생긴다)이라고.”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그의 성장기는 그 시절의 대부분이 그랬듯 가난과의 동거였다. “가난했지. 아버지가 농사를 지으셨는데, 30∼40마지기 정도였으니 중농쯤 되나 그랬어. 농사뿐이 아니야. 소, 돼지는 물론 양봉에 누에까지 쳤어. 한 방의 반은 누에 잠틀이었는데, 까만 누에 똥 속에서 먹고 자고 했지, 뭐. 내 형제가 3남 4녀였는데, 형들 꼼짝 못하는 엄한 아버지 밑에서도 막내라 사랑 좀 받고 자랐어요.” 그렇지만 성장기 그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그는 주저없이 형을 꼽았다. “아, 나완 나이가 열여덟살이나 차이가 나니 형이 아니라 아버지 같았어. 나만 그런 게 아니라 그땐 다 그랬지. 가난하지, 애들은 생기는 족족 많이 났지, 그래서 젖먹이 동생을 손 위 형이나 누나가 맡아서들 키우던 그런 시절이었잖우.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살아남았나 싶지만, 그때는 다들 그러니 그게 궁핍하다거나 이상하다고 여기지도 않고 살았지. 그러려니 하고.” 평생 애써 일군 부를 악다귀처럼 그러쥐지 않고 대학 설립에 쏟아부은 데서 보듯 그는 청년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1950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도미, 뉴욕 프랜시스 병원에서 인턴 과정을 마친 그는 일리노이주립대 안과대학원과 시카고 안과병원에서 수련을 마치고 1959년에 귀국했다. 전쟁으로 피폐하고 가난한 나라의 유학생이 미국에서 겪은 경험은 충격이었다. 전쟁과 분단으로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살던 때, 그의 눈에 비친 미국이라는 나라는 온갖 물산이 넘치고, 큰 집에 차량이 즐비한 도로, 자유분방한 사람들의 표정이 어우러진 유토피아였다. 그런 미국을 보면서 도미 후 처음 형님한테 쓴 편지에 이렇게 적었다. ‘하느님이 계신데, 세상이 왜 이렇게 불공평한가.’ 그런 미국을 보면서 그가 가슴에 새긴 것은 ‘잘사는 나라, 건강한 국민’이었다. 이미 결혼해 고국에 처자식을 두고 홀로 이국으로 떠나온 그에게 ‘남다른 노력’은 숙명이었다. 그런 노력을 인정받아 대학원을 학비 부담없이 다닐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육영 의지를 키우는 자극제가 됐다. “생각해 봐. 전쟁통에 피죽 먹기도 어려운 때잖어. 우리 마누라가 조그만 미장원을 해서 번 돈으로 유학와서 공부하는 내가 한눈을 팔 수가 없지. 그땐 공부밖에 할 게 없었어.” 이로부터 3년 뒤인 1962년 서울에서 그의 꿈의 모태인 김안과를 개원했다. 당시 미국의 선진 의료를 체험한 그는 국내에서 안과 분야의 독보적 의사로 인정받았고, 돈도 많이 벌었다. “돈 엄청 벌었지. 진료비를 전부 현금으로 받던 시절인데, 병원이 자리를 잡은 뒤에는 하루 3000명까지 환자를 봤어. 일과를 마치고 나면 자루에 가득한 돈을 셀 수가 없는거야. 그래서 은행원에게 정산을 맡기기도 했는데, 매일 500만원씩 그러모았지. 요샛돈으로 치면 그게 얼마야.” 그러나 그는 결코 돈의 미혹에 빠지지 않았다. 그렇게 벌었지만 많은 돈을 번다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성공과는 달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공의 기억을 묻자 뜻밖에 그는 ‘치료의 기쁨’을 말했다. “난 돈보다 내가 치료한 환자들이 감사하다고 인사할 때가 제일 기뻤고, 그걸 성공이라고 믿었어. 어떤 이는 두고 두고 내게 인사를 오기도 해. 의사로서 그 이상의 성공이란 게 있을 수 없잖아요.” 그는 돈을 삶의 목적으로 여기지 않았다. 일제 때 의학을 공부해 공의로 일한 큰형님의 영향을 받아 의사가 된 그가 말하는 바람직한 의사상은 ‘질병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의사’였다. “요새 어떤 병원은 전염력이 강한 바이러스성 안질환자가 오면 치료 못 한다며 다른 병원으로 보낸대. 그게 뭐야. 그건 의사가 할 일이 아니지. 내 큰형님이 공의로 일할 땐 치료비가 없어 돈 대신 달걀이나 참깨를 가져온 사람도 많았는데, 한번도 형님이 그걸 타박하지 않아. 그걸 보며 나도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 그렇게 일한 그가 많은 돈을 번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주변에서는 그런 그를 주시했다. ‘저 많은 돈을 어떻게 쓸까’하는 호사가적 관심이었다. 이 무렵, 그는 사람들이 놀랄만 한 결정을 한다. 그가 오랜 고민 끝에 찾은 부의 용처는 육영사업이었다. 1983년 그의 육영의지가 얻은 첫 결실은 고향인 충남 논산에 양촌고등학교를 설립한 것이었다. 작다면 작은 그 실천이 30여년 뒤 거대한 교육사업으로 결실을 맺으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육영이라는 게 이를테면 미래의 인재를 키우는 일인데, 그보다 보람 있는 일이 어딨겠어. 고향 유지들이 찾아와 면리에 하나뿐인 중학교가 운영난이 심각하니 인수해달라는 거야. 고민 끝에 부채를 떠안고 1억 2000만원에 인수했지. 어쩌겠어. 애들 공부는 시켜야잖어. 그게 지금의 건양중·고등학교야.” 그렇다고 그의 시선이 우뚝하고 걸출한 인재만 바라보는 건 아니다. 딱히 분별하자면 그는 열정이 있는 청년을 좋아한다. 자신이 그런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그가 펴낸 자서전 제목도 ‘여든의 청년이 스무살 청년에게’다. 여기에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 힘겨워하는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그의 고언이 담겨있다. “나도 하는데, 나보다 훨씬 젊고, 힘세고, 시간 많은 너희가 왜 못하겠는가. 해보지 않으면 잘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포기만 하지 않으면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너는 분명 할 수 있다.” 이런 그를 두고 이어령 교수도 “그 분이 평소 얼마나 젊은이들을 사랑하는지를 알면 그 분을 다시 보게 된다”고 말했다. 사실, 육영사업이라는 게 돈욕심으로는 되는 일이 아니다. 잠깐은 몰라도 오래 가지 못한다. 그런 육영사업에 그가 생애를 투자한 것은 기본적으로 교육에 대한 열정이 뜨거웠고, 젊은이들에게 꼭 주고 싶은 뭔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해가 1986년이었지.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던 신극범 박사가 하루는 고향에 전문대학 하나 세워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 처음엔 망설였지. 지금도 벅찬데 대학이라니….” 고민이 깊었다. 주변 의견도 찬반으로 갈렸다. 나이도 있고, 병원 경영에다 중고등학교도 만만찮은 일인데, 한 술 더 떠 당시 대학가는 온통 민주화 바람으로 학교마다 재단들이 곤욕을 치를 때였다. 당연히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발 들여놓으면 뼈도 못 추린다는 거였다. 그러나 찬성 쪽도 적지 않았다. 어차피 육영사업이라는 게 장기적인 안목으로 봐야 하고, 지역사회를 보더라도 중고등학교를 대학으로 확장하는 게 낫다는 것이었다. <계속>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여섯줄의 울림, 그것만으로 행복”

    “여섯줄의 울림, 그것만으로 행복”

    1980~90년대 KBS ‘토요명화’의 시그널 음악으로 쓰여 더 친숙한 ‘아란후에스 협주곡’. 스페인 작곡가 호아킨 로드리고의 작품이다. 스페인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로드리고의 서거 10주년 기념음악회가 2009년 마드리드 국립음악당에서 열렸다. 음악회의 대미인 아란후에스 협주곡을 산타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협연한 기타리스트는 한국인 장대건(39)이었다. 전설적인 가야금 명인의 10주기 추모 공연에서 미국인이 산조를 연주한 격이다. 그가 기타를 만난 건 우연이다. 세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딱히 흥미를 느끼진 못했다. 외려 격투기에 꽂혔다. 합기도를 배우다가 팔꿈치를 다쳤다. 그 무렵 친형이 클래식기타를 튕기기 시작했다. 샘 많은 꼬마는 형님의 어깨너머로 코드를 배웠다. 금방 앞질렀다. 주위에서 제대로 기타를 배워 보라고 권유했다. 그는 “기타리스트 내한 공연은 다 봤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던 시절이 아니라서 팸플릿을 유심히 봤다. 공통 키워드가 있더라. 스페인, 안드레스 세고비아와 호세 토마스가 겹쳤다”고 설명했다. 고1 무렵 스페인 유학을 결심했다. 겁도 없이 세고비아의 수제자 호세 토마스를 찾아가겠다고 결심했다. 막상 유학을 알아보니 토마스는 어린 학생들은 제자로 거두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가족끼리 알고 지내던 음악평론가 이상만 선생은 바르셀로나 리세오 왕립음악원을 권했다. “무모했다. 기타에 대한 열정이 엄청났으니까 가능했다. 스페인어를 몰라 손짓, 발짓으로 밥을 얻어먹는 수준이면서도 좋은 선생님을 만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꿈은 이뤄졌다. 3년 뒤 알리칸테 고등음악원에서 토마스의 가르침을 받게 됐다. 토마스는 1990년대 초반 협심증으로 쓰러졌다. 기적적으로 회복했던 1994~97년 장대건과 만났다. 그리고 1998년 협심증이 재발해 세상을 등졌다. 장대건으로선 운도 따랐던 셈이다. 토마스를 사사하면서 당대의 기타리스트 알바로 피에리와도 인연을 맺었다. 배타적일 만큼 ‘라인’을 중시하는 한국에서였다면 꿈도 못 꿀 일. 장대건은 “운 좋게 양다리를 걸쳤다. 토마스 선생이 기타 교수법의 최고봉이라면 피에리는 현역 연주자로는 최고였다. 토마스 선생은 연주자의 개성보다는 작곡가가 요구하는 대로 연주하길 원했다. 한 3년쯤 지나니 머리가 좀 커진 모양이다. 내 정체성을 고민하던 무렵이라 (토마스 선생보다) 피에리 선생에게 끌렸다”고 설명했다. 3년 뒤 알리칸테를 졸업하고서는 스위스 바젤 국립음대로 떠났다. 토마스와 더불어 세고비아의 수제자로 꼽히는 오스카 길리아를 모셨다. 강호 고수들의 필살기를 모두 익힌 무협소설 주인공처럼 장대건은 당대 대가들을 흡수했다. “먼저 길리아 선생을 만나고 나중에 토마스 선생을 만났으면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 됐을지도 모른다. 기본기와 작곡가의 의도를 중시하는 토마스 선생에게 배운 뒤 나만의 음악을 찾아 헤맬 무렵 길리아 선생을 만난 건 행운이다. 길리아 선생은 늘 ‘똑같은 도, 레, 미여서는 곤란하다. 너만의 소리, 분위기, 뉘앙스, 색깔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1997년 한국인으로는 처음 마리아 카날스 국제콩쿠르 기타부문 3위에 입상한 것을 비롯해 루이스 밀란(스페인), 칸(멕시코), 사라우츠(스페인) 콩쿠르 우승 등 20여개 대회에 입상했다. 하지만 그는 “콩쿠르에 목을 맨 건 아니다. 처음 몇 번 떨어지다가 입상을 하니 자신감은 생겼지만 자만하진 않았다. 순위나 명예는 신경 쓰지도 않았다. 입상으로 연주 기회가 생기고, 2등만 해도 두세 달 생활비가 나오니까 나갔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콩쿠르는 얼핏 근사해 보이지만 고약한 열매다. 심사위원 여럿을 만족시키려면 개성을 죽여야 한다. 그래서 콩쿠르에 목숨을 거는 어린 친구들을 보면 안타깝다. 자기만의 음악 세계를 고민할 나이에 콩쿠르에서 먹힐 스타일로 몇몇 곡들만 연습하다 보면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다. 일본 영향 같은데 세계 3대 콩쿠르란 식으로 줄 세우는 풍토도 이해가 안 간다”고 덧붙였다. 스페인의 고도(古都) 살라망카를 거점으로 유럽은 물론 일본과 멕시코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장대건이 모처럼 국내 팬들과 만난다. 2003년 귀국 독주회를 했으니 한국 무대 데뷔 10주년인 셈. 올 봄 발매 예정인 4집 앨범의 예고편이기도 하다. 오는 2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에스테반 다사와 이사크 알베니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곡을 들려준다. 장대건은 “개인적으로는 바흐의 샤콘이 가장 기대된다. 10여년 만에 연주하는 만큼 새롭게 편곡하고 있다. 바이올린곡인 원곡과는 달리 풍부한 베이스의 화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노련한 그에게도 리사이틀은 떨리는 모양이다. “사람들이 보기엔 (나 같은 연주자가) 팔자 좋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하하. 그런데 일년을 휴가처럼 보내도 실상 하루도 휴가가 없다. 연습을 하거나, 악보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불안하고 죄책감까지 느껴진다”고 털어놓았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WBC] 美 ‘원조’ 체면 세우려 최강 멤버 세운다

    야구 ‘종주국’ 미국이 호화 멤버로 명예회복을 벼른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8일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해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주인공 R A 디키(토론토)를 비롯한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국대표팀 예비 명단(27명)을 발표했다. 우선 마운드가 돋보인다. 지난해 20승 6패, 평균 자책점 2.73으로 1980년 조 니크로 이후 32년 만에 ‘너클볼러’로 20승 고지를 밟은 디키가 에이스 몫을 톡톡히 해낼 전망이다. 여기에 라이언 보겔송(샌프란시스코), 크리스 메들렌(애틀랜타), 데릭 홀랜드(텍사스)가 선발로 명단에 올랐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명단에 오르지 못했지만 저스틴 벌랜더(디트로이트)까지 가세할 경우 최강 마운드로 손색이 없다. 2011년 NL 신인왕(42세이브) 크레이그 킴브렐(애틀랜타)과 히스 벨(애리조나) 등이 불펜을 지킨다. 안방은 조 마우어(미네소타)가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야수도 막강 타선으로 꾸렸다. 마크 테세이라(뉴욕 양키스)가 1루, 브랜든 필립스(신시내티)가 2루를 지키고, 3루수와 유격수는 각각 데이비드 라이트(뉴욕 메츠)와 지미 롤린스(필라델피아)가 지명됐다. 외야는 2011년 NL 최우수선수(MVP) 라이언 브라운(밀워키·좌익수)과 아담 존스(볼티모어·중견수), 지안카를로 스탠튼(마이애미·우익수)이 선봉에 설 것이 유력하다. 2회 연속 출전하는 선수는 라이트와 롤린스, 브라운과 셰인 빅토리노(보스턴)다. 양키스를 이끌었던 조 토레 대표팀 감독은 “팀 구성에 만족한다. 선수들도 미국을 대표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는 것 같아 기분 좋다. 결과가 좋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3월 8일부터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캐나다·멕시코·이탈리아와 함께 1라운드를 치른다. 2006년 2라운드, 2009년 4강에서 탈락하며 체면을 구긴 미국은 역대 최강 멤버로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우승해 종주국의 명예를 회복한다는 각오다. 최종 엔트리는 2월 20일 마감된다. 한편 한국과 같은 조에 묶인 호주 대표팀 명단(28명)에서 구대성(44·시드니 블루삭스)이 제외됐다. 구대성은 호주 영주권을 갖고 있어 올림픽 등과 달리 국적에 관한 규정이 관대한 WBC 출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14명의 투수 명단에서 빠졌다. 그의 구위를 확인하고 싶어하던 국내 팬들이 실망하게 됐다. 대신 2007년부터 이듬해까지 LG에서 뛰며 14승 15패 평균자책점 3.71을 기록한 크리스 옥스프링과 2008년 한화에서 31세이브를 거둔 브래디 토머스가 합류했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정치인이 더 많은 체육계 회장선거

    정치인이 더 많은 체육계 회장선거

    연초를 달구고 있는 체육계 선거에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나서 시선을 끌고 있다. 대한체육회 산하 55개 정가맹단체(협회·연맹) 회장 선거가 다음 달 초까지 줄을 잇는다.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여권 인사들이 주종을 이루는 게 특징이다. 최대 관심사인 축구협회장 선거에는 ‘친박(친박근혜)계’로 널리 알려진 윤상현(51) 새누리당 의원이 뛰어들었다. 쌍벽을 이루는 야구협회장 선거에는 강승규(50) 현 회장과 이병석(61) 새누리당 의원이 나란히 출마했다.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해 야인 신세가 된 강 회장에게 현역 의원이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고려대 선후배 관계인 두 후보는 모두 ‘친이(친이명박)계’로 알려져 있다. 배구협회장 선거에는 임태희(57) 현 회장이 연임에 도전했다. 대통령실장을 지낸 임 회장은 출마 여부를 고심하다가 배구인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다시 선거에 나선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원내부대표인 신장용(50·중고배구연맹 회장) 의원도 출마해 맞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컬링경기연맹 회장 선거에서도 김병래(60) 현 회장의 4선에 도전에 친박계 재선 김재원(49) 새누리당 의원이 맞불을 놓았다. 그동안 경기인 출신이 계속 수장을 맡았던 배드민턴에서는 이례적으로 신계륜(59) 민주당 의원이 홀로 등록했다. 경기단체장 선거에 정치권 인사들이 많이 나서는 것은 앞선 선거에서 밀렸거나 현 집행부에 불만을 품은 대의원들이 집권당의 실력자들을 옹립해 집행부를 장악하려는 의도와 맞물려 있다. 정치인들은 손쉽게 얻은 감투로 유명세를 더하게 되고 집행부 반대파는 그들을 등에 업고 반격을 노릴 수 있다. 떠밀리듯 맡던 과거와 달리 자진 출마가 늘어난 것은 활발한 마케팅으로 재정이 탄탄해져 직접 금전적으로 후원하는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정치인은 해당 종목과 별 인연이 없는 데다 열정도 없어 경기인들의 빈축을 사기 일쑤였다. 해서 체육계에선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 단체장 선거 판도는 이들이 대의원으로 참여하게 되는 대한체육회장 선거(2월 22일)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더욱 관심을 끈다. 박용성(73) 현 회장의 출마 여부가 최대 변수지만 자천타천으로 하마평에 오른 후보들은 단체장 선거 판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공연리뷰] 작곡가 실베스타 르베이가 음악으로 전하는 뮤지컬 ‘레베카’

    [공연리뷰] 작곡가 실베스타 르베이가 음악으로 전하는 뮤지컬 ‘레베카’

    1980년대에 TV 좀 본 사람들이라면 미국 TV시리즈 ‘에어울프’를 기억할 것이다. 에어울프가 프로펠러부터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며 주제곡이 흐를 때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추억의 외화 속 음악을 만든 실베스타 르베이(68)가 한국을 찾았다. 올해 첫 대작 뮤지컬 ‘레베카’를 들고. “영화음악이 상황을 설명하는 음악이라면 뮤지컬은 이야기를 하는 음악이다. 캐릭터를 품고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드는 작업으로, 완성을 했을 때 더 큰 성취감을 느낀다. 뮤지컬은 관객 반응을 현장에서 바로 느낄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영화음악 작곡가로 명성 높은 르베이가 돌연 오스트리아에 터를 잡고 뮤지컬 작곡가로 전향한 이유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레베카’는, 지난해 화제작 ‘엘리자벳’, 꾸준히 사랑받는 ‘모차르트!’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에 소개된 그의 작품이다. 뮤지컬 ‘레베카’는 모든 분위기를 음악으로 전달한다. ‘나’(임혜영·김보경)가 청아하게 부르는 ‘어젯밤 꿈속 맨덜리’로 차분하게 막을 연다. ‘나’와 막심(유준상·류정한·오만석)이 만나는 모나코 몬테카를로의 르 그랑 호텔 로비 장면부터 둘이 결혼해 맨덜리 저택에 가기까지, 분위기는 들떠 있다. 흥겨운 파티에서 ‘나’가 곤경에 빠지는 순간, 댄버스 부인(옥주현·신영숙)이 오만한 표정으로 ‘레베카’를 부르면서 분위기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레베카 방의 창문이 회전하면서 발코니가 되는 장면에서 ‘나’의 맑은 고음과 댄버스 부인의 묵직하고 힘이 넘치는 음색이 어우러지면 (‘저 바다로 뛰어’) 더 음산하고 강력한 긴장감이 흐른다. 르베이는 “보통 시놉시스와 캐릭터를 보고 작곡을 하지만 ‘레베카’의 작곡 방식은 이전과 다르게 상황이 중심이 됐다”고 설명했다. ‘엘리자벳’의 경우 엘리자벳과 루케니, 토드에게 각각 과거, 현재, 모든 시간이라는 의미를 주고 클래식, 록, 모던스타일 음악으로 표현했다. ‘모차르트!’도 비슷한 시스템이다. “반면 ‘레베카’는 ‘나’와 막심의 러브스토리, 지독하게 헌신적인 댄버스 부인, 계속되는 미스터리 등 독특한 상황에 맞게 전반적으로 어두운 가운데 감성과 열정, 가라앉는 분위기를 끌어올릴 경쾌함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르베이는 “한국 배우들은 이런 분위기를 더욱 잘 살린다”고 했다. 특히 댄버스 부인에 대해서는 “두 배우가 각자 표현이 다르지만, 연기와 노래 모두 굉장하고 드라마틱하다. 정말 좋은 댄버스 연기자들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그의 눈에 비친 막심도 모두 개성 있고 만족스럽다. 유준상이 “코믹하면서 관객에게서 반응을 끌어내는 연기가 좋은” 경우라면 오만석은 “키가 크지는 않지만, 자세가 상당히 훌륭한” 배우다. 류정한은 “최고(he’s the bomb)”라고 했다. 음악에 견줄 만한 백미는 무대다. 1930년대 유럽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호텔, 호화로운 맨덜리 저택, 자줏빛 커튼으로 가려진 미스터리한 레베카의 방 등 눈이 호강한다. 사람을 집어삼킬 듯한 파도 영상은 촌스럽지 않게 극의 분위기를 이끈다. 맨덜리의 화재 장면과 반전이 다소 아쉽지만, 배우들의 나무랄 데 없는 연기와 노래만으로도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3월 31일까지. (02)6391-6333.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씨줄날줄] 구로다 나쓰코/함혜리 논설위원

    일본 최고권위의 신인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 올해 수상자로 ‘75세 문학소녀’ 구로다 나쓰코가 선정돼 화제다. 이 상의 최고령 수상자이다. 그런 나이의 작가에게 최고권위의 신인문학상을 안겨준 선정위원회의 결정도 놀랍지만, 그 나이에 신인상에 도전한 구로다의 열정은 더욱 놀랍다. 수상작 ‘ab산고’는 지난해 와세다문학 신인상을 받기도 한 구로다의 데뷔작. 전후 한 가족이 엄마의 죽음을 시작으로 서서히 소소한 일상을 잃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일본 문학에선 드물게 가로쓰기를 채택했는가 하면 인칭대명사가 없고, 히라가나만을 사용한 독특한 표현방식도 눈길을 끈다. 도쿄 출생인 구로다는 그림책과 소년소녀 동화를 보며 문학소녀의 꿈을 키웠다. 와세다대학 교육학부에 들어가 동인지 활동을 했고 20대에 신문사 주최 공모전에서 단편상을 수상했지만 고교 교사가 되면서 문학도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러다 프리랜서로 출판사의 교정 일을 하면서 다시 글쓰기에 도전했다. 33세에 1000장 분량의 소설을 완성해 출판될 뻔했지만 무산됐음에도 글쓰기를 계속했다. 자기만의 스타일로 10년에 작품 하나씩을 완성하는 게 목표였다. 좋아하는 글쓰기를 하는 것에 만족했던 그가 생각을 바꾼 것은 70세가 넘어서다. 살아 있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읽어주면 기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10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을 정성스레 가다듬고 곳곳의 응모요강을 읽은 뒤 가장 적합해 보이는 와세다 문학상에 도전했고 신인상을 수상했다. 장수대국 일본에서는 노년신예작가의 등장이 늘고 있는 추세다. 100세 할머니 시바타 도요의 시집 ‘약해지지 마’는 한때 일본 서점가를 뜨겁게 달궜다. ‘굿바이 귀뚜라미군’으로 지난해 군조 문학상 우수상을 받은 후지사키 가즈오(74)는 학습지 편집장을 하다 은퇴 후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도전한 케이스. ‘화산기슭에서’를 발표한 마쓰이에 마사시(53)는 잡지사 편집장을 하다 퇴직 후 전업작가로 데뷔했다. 지난해 쇼가쿠칸 문고 소설상을 받은 주부작가 기리에 아사코(61)는 52세에 대학원에 들어가 글쓰기를 시작했다. 구로다는 그제 수상자 발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런 나이가 되어서 젊은이들에게 방해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지만, 숨어 있는 장년층 작가들을 찾아내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이 나의 역할이라 생각하고 기꺼이 상을 받겠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10여년 전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에도 그런 열정의 울림이 널리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김문이 만난 사람] 한국 철도역사 첫 여성 서울역장 김양숙 씨

    [김문이 만난 사람] 한국 철도역사 첫 여성 서울역장 김양숙 씨

    새하얀 눈이 펄펄 내린다. 무작정 산골의 조용한 곳을 향해 기차를 타고 떠나 본다. 기다리는 이 없어도 그곳에 가면 누군가 꼭 반갑게 마중 나올 것만 같다. 시간이 갈수록 그렇게 기대와 설렘은 내리는 함박눈과 함께 더욱 쌓여만 간다. 그곳에는 예쁜 눈사람이 있을 것 같고, 앙증맞은 인형을 든 귀여운 소녀가 있을 것만 같다. 이런 날 영화 한 편을 떠올린다. ‘철도원’(후루하타 야스오 감독, 오토마쓰 주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2월 설연휴를 앞두고 개봉됐다. 철도원 오토마쓰는 아무리 눈이 내려도, 아무리 이용객이 없어도 오로지 성실 하나로 살아간다. 여느 때처럼 새해 아침이다. 역에 쌓인 눈을 치우던 오토마쓰, 그 앞에 인형을 든 낯선 여자아이가 찾아오면서 고독하고 외로운 철도원의 인생은 놀랍게 전환된다. 누구나 철도 여행에 대한 추억이 있을 터. 그렇다면 철도원을 얘기할 때 어떤 생각을 먼저 하게 될까. 여러 가지 이미지로 다가오겠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늘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주는 고마운 사람으로 여겨진다. 설날 연휴에는 더욱 그러하겠다. 우리는 그리운 고향으로 가지만 철도원들은 그러지 못하니 말이다. 철도인 인생 25년 김양숙(45) 서울역장. 그는 철도가 생긴 이후 113년 만에 첫 여성 서울역장으로 화제가 된 인물이다. 여성으로서 최초라는 수식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최대의 중앙역인 서울역을 이끌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역은 하루 이용객이 30만명이 넘는다. 외국인만 해도 하루 3000여명이다. 이쯤 되면 국제적인 기차역인 셈이다. 이곳에 근무하는 직원만 100여명인 데다 연간 코레일 수입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서울역장은 전국 역장 중 가장 중요한 자리로 여긴다. 9급 철도공무원에서 출발해 25년 만에 1급 서울역장이 되기까지 그의 철도인 인생은 어떠했을까. 또 그가 부임한 이후 서울역은 어떻게 변모해 가고 있을까. 지난 10일 오후 서울역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수더분한 모습에 인터뷰할 것까지 뭐 있겠느냐며 웃는다. 자리에 앉으면서 서울역장으로 부임한 지 두 달쯤 됐다고 인사를 건넸더니 “벌써 그렇게 됐네요”라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요즘 어떤 일로 바쁜지 먼저 물었다. “알다시피 서울역은 한국의 대표 역입니다. 외국인도 많아 국경의 역을 상징하는 곳이기도 하지요. 때문에 그 위상을 활기차게 업그레이드시켜야 합니다. 편안하면서도 따뜻한, 그리고 한국적인 역으로 재창조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지요” 물론 그동안 많은 서울역장들이 거쳐가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을 했겠지만 신임 김 역장은 여성으로서의 다부진 의욕이 간단치 않음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하여 서울역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물었다. “디자인이 한국적으로 달라집니다. 현대적 세련미와 한국적 전통의 모습이 함께 잘 조화된 모습을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서울역은 외국인들도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한국적인 느낌을 주려고 합니다. 자기네 나라로 돌아가서 서울역이 참 인상적이었다는 것을 생각나게 해 주는 것이지요. 그런 차원에서 문화와 예술이 함께 펼쳐지는 상설공연 무대, 고객들을 위한 편안한 휴식공간을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김 역장은 외부 디자인 전문가에게 의뢰해 구체적인 그림을 완성했으며 올 상반기에 달라진 서울역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서울역 재창조 작업에 역점을 두는 것은 공항철도와 연계되면서 서울역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관문이 됐고 이에 따라 서비스의 품격도 성숙해져야 한다는 철학 때문이다. 문화와 디자인이 있는 서울역을 표방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져서인지 벌써 재즈협회 등 몇몇 예술단체에서 공연을 하겠다는 문의가 온다고 귀띔했다. 그는 2011년 5월 문화홍보처장을 맡았을 때부터 춘천역 재건설 계획에 합류해 디자인 공모 등을 통해 새로운 춘천역 탄생에 진가를 발휘하기도 했다. 역 매장과 주변 광고물을 재정비하고 천편일률적인 역사 대합실에 색다른 변화를 주어 이용객들로부터 많은 호평을 이끌어 냈다. 또한 ‘제1회 철도문화체험전’을 성황리에 개최한 것도 김 역장의 작품이었다. 이어 서울역장 부임 두 달 동안의 소감을 물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외부 귀빈(VIP)들이 이곳을 많이 이용하더군요. 때마침 대선 기간이어서 대선 후보들도 여러 번 왔습니다. 직원들은 물론 서울역을 이용하는 고객들과 자주 만나 대화도 했고 많이 바빴습니다. 지난 1일에는 직원들과 함께 서울역 2층 대합실에서 고객들에게 무료로 커피, 녹차, 생강차 등을 대접했습니다. 평창 스페셜올림픽 홍보 전단지도 나눠 드렸지요. 감동 있는 서비스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누구나 서울역장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하는 그는 “오로지 열심히 할 뿐”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서울역장이 됐을까. 이 질문에 “누구나 자기 조직을 사랑하고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굳이 말한다면 성실과 열심으로 일해 온 것이 쌓여 인정을 받은 것 같다고 대답한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혜택받을 일도 없고 또한 어떤 거창한 능력이 있어서 서울역장이 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철도공무원으로 첫발을 내디딘 것은 1987년 10월이었다. 전남 고흥의 바닷가에서 태어난 그는 순천여고를 졸업하고 재수를 하던 중 아버지의 권유로 9급 공무원 시험을 보고 합격한다. 발령지는 철도청 소속 순천기관차 사무소였다. 당시 김 역장을 제외하곤 직원 300명이 전부 남자였다. 또한 기차를 움직이는 기관사나 철도를 관리하는 현장직 업무여서 노동강도 또한 셌다. 김 역장은 그들과 함께 성실하게 일을 해 나가면서 차츰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여자라서 근무여건이 달랐던 점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남자들보다 더 꼼꼼하게 일을 챙겼다. 좀 힘들긴 했지만 그렇게 부지런히 11년 동안 기관차 사무소에서 일했다. 1998년 9월 순천지방철도청 재산과 직원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평소 몸에 밴 ‘성실철학’으로 더욱 열심히 일을 했다. 여러번 위기를 맞은 적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좌절하지 않고 기회로 삼아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자신이 맡은 역할의 범위를 조금씩 넓혀 나갔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아나섰던 것. ‘여자라서’ 또는 ‘직급이 낮아서’라는 생각은 떠올리지 않고 그저 묵묵히 일을 해 나갔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나 자리에 대한 욕심 때문에 일해 본 적은 별로 없어요.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조건 불평 없이 일을 했습니다. 제가 인정받았다면 아마 그런 근무 열정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그는 2001년 지방청에서 본사로 자리를 옮겼다. 본사로 근무지를 이전한다는 게 그때나 지금이나 어렵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주변의 좋은 평가가 한몫했다. 2007년 서대전역장이 된 것도 그의 성실성 덕분이었다. 서대전역장 시절 전단지를 직접 들고 열차 관광지 홍보에 앞장선 일화는 지금도 코레일 내부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때 여행상품을 3개나 기획해 판매에 성공했다. 당시를 떠올린 그는 “힘들었지만 가장 보람 있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이후 인사노무실 노경지원처장, 홍보문화실 문화홍보처장 등 본사 발령 당시 6급에서 1급으로 승승장구했다. 서울역장에 발탁된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다시 물었다. 능력이 뛰어나서도 아니고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웃는다. 그러면서 서울역장은 책임이 막중한 자리인 만큼 수익 증대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어 여행상품 얘기를 꺼낸다. “시간이 소중하기 때문에 KTX처럼 빨리 가는 열차를 좋아하지만 요즘 주말에는 느림을 즐기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와인시네마 열차, 숙식이 가능한 관광열차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요. 얼마 후 선보일 중부내륙권, 남도해양권 순환 관광열차는 철도여행에 새로운 문화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많이 홍보해 주세요(웃음).” 그는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남편도 공무원이다. 그가 회사일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전폭적인 지원과 도움에서 비롯됐다. 아무런 불평 없이 성장해 준 아이들, 또 집안일을 거들어 준 고마운 남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바쁜 와중에도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영화 ‘철도원’을 봤느냐고 물었더니 “주인공이 무척 성실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대답한다. “자랑스럽고 성실한 철도인이 되는 것이 꿈”이라며 웃는 그를 보니 전국의 철도역 대부분을 다녀왔다는 기찻길 인생의 발자취가 잠시 그려진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김양숙 서울역장은 1968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났다. 순천여고를 졸업한 뒤 재수 준비 도중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철도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철도청 순천기관차사무소 사무원(1987년), 순천지방철도청 재산과 과원(1998), 순천지방철도청 재산과 매각계장(1999), 조달본부 물자관리과 과원(2001), 전략기획실 평가2팀장(2004), 철도공사 경영혁신실 경영혁신부장(2005), 대전충남본부 서대전역장(2007), 인사노무실 노경지원처장(2010), 홍보문화실 문화홍보처장(2012) 등을 거쳐 지난해 11월 서울본부 서울역장에 부임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다. 슬하에 1남1녀를 두었으며 남편도 공무원이다.
  • 무대서 만나는 영국의 명품 연극

    무대서 만나는 영국의 명품 연극

    서울 중구 명동 명동예술극장은 한국연극의 대중화, 국제 연극계와 소통을 주제로, 올해 작품 10편을 선보인다. 독자 제작공연 5편, 기획 초청공연 4편, 해외 초청공연 1편이다. 영국의 예술세계를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는 흐름이 눈에 띈다. 올해 한·영 수교 130주년을 맞아 영국 연극 5편을 준비했다. 새달 15일부터 3월 10일까지 데이비드 해어의 ‘에이미’(최용훈 연출)가 가장 먼저 관객을 만난다. 영국 연극계를 이끄는 극작가로 꼽히는 해어는 이 작품에 모녀의 갈등과 화해를 통해 경제·문화·사회적 변화, 신구세대의 충돌을 담아냈다. 1998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올린 초연에서는 주디 덴치가 출연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번 무대에는 2010년 초연 배우인 윤소정·백수련과 정승길이 출연한다. 3월 중순에는 셰익스피어의 고전 ‘멕베스’(15~17일)를 올린다. 일본의 연출가 겸 배우인 노무라 만사이가 원작에 일본 전통극을 접목해 신선하게 접근했다. 등장인물 5명으로 멕베스 부부의 비극을 세밀하게 표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어 27일부터 4월 21일까지 ‘러브, 러브, 러브’(마이크 바틀렛 작, 이상우 연출)를 공연한다. 1967년에 만나 결혼한 부부의 삶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열정과 꿈, 현실을 끄집어낸다. 2011년 영국연극상 최고작품상을 받고, 바틀렛은 영국에서 떠오르는 작가 대열에 들어섰다. 비틀스의 대표곡 ‘올 유 니드 이스 러브’ 등 영국 대표 팝송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다. 아널드 웨스커의 1인극 ‘딸에게 보내는 편지’(8월 9일~9월 1일)와 리 홀 원작의 ‘광부화가들’(이상우 연출, 9월 11일~10월 14일)은 하반기에 준비돼 있다. ‘딸에게’는 자신이 더 소중했던 멜라니가 갑작스럽게 임신한 딸에게 전하는 독백이다.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활동하는 연출가 등 한국과 영국 스태프가 합작할 예정이라 주목된다. 1992년 국내 초연 때 연기한 배우 윤석화의 출연이 유력하다. 올해 명동예술극장은 제작·기획 공연 비율을 높였다. 명작소설을 희곡화해 우수 희곡을 개발한다는 계획으로, ‘그리스인 조르바’를 한국적으로 번안한 ‘라오지앙후 최막심’(양정웅 연출, 5월 1~27일)을 선택했다. 10월 26일부터 한 달 동안 안톤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를 올리고, 7월과 12월에는 각각 여름과 겨울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여름 레퍼토리에는 신체극의 교과서로 통하는 게오르그 뷔히너의 ‘보이첵’과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휴먼코메디’가 준비돼 있다. 겨울 레퍼토리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중국통신] 소개팅 TV프로에 출연해 결혼한 女, 남편 살해

    중국의 공개미팅 프로그램인 페이청우라오(非誠勿擾)에 출연했던 한 여성이 프로그램에서 만난 남편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 CCTV 등의 13일 보도에 따르면 가해자 왕(王)씨는 지난 2011년 5월 장수(江蘇)TV의 간판프로그램인 페이청우라오 126회부터 3회에 걸쳐 참가했다. 당시 31살의 왕씨는 “하루 빨리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등 삶에 대한 열정과 애정으로 관중과 남성 참가자를 사로잡았고, 129회에 남성 참가자로 출연한 장(張)씨의 손을 잡고 무대를 떠났다. 이후 지난 해 5월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왕씨가 남편 장씨를 살해했다는 소문이 인터넷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었다. 결혼을 한지 2달여 만에 왕씨가 잠자고 있던 장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장씨 사망 이후 왕씨는 타인의 침입으로 위장하려 했으나 경찰 조사에 의해 왕씨가 가해자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언론은 전했다. 한편 힘들게 만난 두 사람이 최악의 결말을 맞은 데 대해 누리꾼들은 “결혼하고 싶다고 울던 왕씨였는데 믿기 힘들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 “페이청우라오 프로그램 계속 방영될까?”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통신원 홍진형 agatha_hong@aol.com
  • 朴당선인 참석 않고 부드러워진 실무형 보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1일 정부 부처 업무보고에 돌입했다. 분위기는 5년 전 이명박, 10년 전 노무현 당선인 시절과 180도 달라졌다. 우선 업무보고 방식이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박 당선인이 자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정 현안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대선 공약을 구체화하겠다는 ‘실무형 인수위’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정부 측 보고단도 장관이 아닌 정책 실무진을 중심으로 꾸려졌다. 과거 경직됐던 업무보고 분위기도 달라졌다. 인수위 측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 이날 국방부 업무보고에 앞서 외교·국방·통일분과 김장수 간사와 윤병세 인수위원은 대화를 하며 웃음을 띠기도 했다. 김 간사는 5년 전 자신이 국방부 장관으로 업무보고를 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국방부 부담스럽겠다. 옛날에 장관하던 사람이 인수위원이라고 떡하니 앉아 있으니”라며 농담을 건넸고, 임관빈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조금 부담스럽다”며 웃음으로 답했다. 위압적인 모습도 상당 부분 사라졌다.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전체회의에서 “항상 낮은 자세로 조용하게 임무하면서도 열정적으로 수행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업무보고 미흡’ 등을 이유로 공무원들을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고, 노 전 대통령도 당선인 때 농림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내가 대통령이 된 다음 첫 업무보고를 할 때 모두 사표를 써 가지고 오라”고 강압적인 모습을 보여 줬던 상황과 대비된다. 5년 전에는 업무보고에 참석하는 인수위 관계자 수가 관련 부처 공무원 수에 비해 2~3배가량 많았지만, 이번에는 양측이 10명 안팎씩 비슷한 규모로 업무보고에 참여하고 있다. 과거 인수위에서 4~5시간 이상 또는 하루 종일 받기도 했던 업무보고 시간이 1∼3시간으로 줄어든 것도 특징이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김수현 앓이’ 낳은 ‘해품달’, 창작뮤지컬로 재탄생

    ‘김수현 앓이’ 낳은 ‘해품달’, 창작뮤지컬로 재탄생

    지난 해 전 국민을 ‘훤 앓이’로 들끓게 한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 뮤지컬로 다시 태어난다. 뮤지컬 ‘해을 품은 달’은 조선시대 태양의 운명을 타고난 훤과 달의 운명을 타고난 연우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로, 국내에서 1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정은궐 작가 소설이 원작이다. 2012년 상반기 드라마로 선보여진 ‘해를 품은 달’은 시청률 42%의 기록을 세우며 전국을 ‘해품달’ 열풍으로 이끌었고, 김수현, 한가인, 아역 여진구, 김유정 등이 시청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바 있다. 뮤지컬 ‘해를 품은 달’은 오는 7월 관객과 만나기에 앞서, 열정과 재능을 가진 주인공을 모집한다. 이번 오디션 접수는 1월 23일 오후 5시까지이며, 쇼플레이 공식 홈페이지(show-play.com)에서 지원서를 다운받아 작성해 온라인 showplay2012@naver.com으로 접수하면 된다. 1차 오디션은 서류 합격자에 한해 심사한다. 오디션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쇼플레이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창작뮤지컬로 다시 태어나는 ‘해를 품은 달’은 공연제작사 ㈜쇼플레이, ㈜이다엔터테인먼트가 공동제작하고 총연출은 뮤지컬 ‘페임’, ‘그리스’의 정태영 연출, 작곡은 ‘지킬앤하이드’, ‘드림걸즈’의 원미솔 음악감독, 각색과 가사는 ‘엘리자벳’, ‘몬테크리스토’의 박인선 연출이 참여한다. 이 공연은 오는 6월 용인 포은아트홀에서 3주간 프리뷰를 거쳐 7월 5일~31일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기고] 융합인재교육(STEAM), 미래를 살아가는 힘/강혜련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기고] 융합인재교육(STEAM), 미래를 살아가는 힘/강혜련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2013년 최대 화두는 과학기술과 교육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헌정사상 첫 이공계 출신 대통령으로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등을 예고하고 인수위원회에 교육·과학분과를 설치했다. 이에 따라 과학과 교육의 융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결국 시대가 원하는 융합적 마인드의 창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른 학문을 접목시키고 학생들의 자신감과 흥미를 증진시킬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얼마 전 발표된 TIMSS(수학·과학 성취도 국제비교 연구) 2011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듯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과학 성적은 최상위권인 반면 흥미도는 최하위 수준이다. 수학·과학교육의 혁신이 필요한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그동안 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높여주기 위해 융합인재교육(STEAM)을 추진해 왔다. STEAM 교육은 이론 중심의 과학과 수학에 기술·공학·예술을 접목한 교육으로, 학교에서 ‘즐겁고 재미있는 과학’을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융합적 사고를 키워준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베인앤드컴퍼니의 보고서는 세계 경제를 이끌 8대 메가트렌드의 첫 번째로 ‘기존 제품을 더 좋게’ 만드는 소프트 이노베이션을 꼽았다. 과거의 기술혁신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발명에 가까웠다면, 미래는 기존 기술을 새롭게 해석하고 융합할 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역시 융합적 사고에 따른 결과물이다. 과학기술 지식과 상상력, 예술적 감성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며, 이것이 바로 STEAM 교육이 강조되는 이유다. 2011년 처음 도입된 STEAM 교육의 성과는 교육 현장에서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창의재단이 실시한 ‘STEAM 효과성 분석’ 연구에 따르면 STEAM 교육을 받은 초·중학생의 과학에 대한 흥미도가 높아진 데다 이공계에 대한 진로 의향도 향상됐다. 학생들의 표현과 생각도 풍부해졌다. 자기주도 학습능력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교육의 내용과 방법의 변화가 과학을 배우는 학생들의 호기심과 열정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미래 우리의 경쟁력은 융합적 마인드의 창의적 인재를 얼마나 키우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와 창의재단은 STEAM 교육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근본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STEAM 교육 실천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을 내실 있게 이끌 교사들에 대한 지원이다. 교사들의 다양한 연수, 온라인 정보 제공, 체험형 워크숍 등의 실천적 노력이 강조된다. 비옥한 토양에서 건강한 새싹이 나오듯 미래형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학교 현장의 관심과 관련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최고의 자산이며, 과학기술이 곧 국가 경쟁력이 될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 아이들이 STEAM 교육으로 미래를 살아가는 힘을 키우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
  • “혁신적 부품이 새 모바일기기 시대 열 것”

    우남성 삼성전자 시스템대규모집적회로(LSI)사업부 사장은 9일(이하 현지시간)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제품이 출현해 새로운 모바일 기기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면서 “혁신적인 모바일 부품과 솔루션이 그 변화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 사장은 이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전시회(CES) 2013’ 기조연설에서 ‘가능성의 실현’을 주제로 새 모바일 기기의 출현을 이끌 원동력으로 반도체 부품과 솔루션의 역할을 설명했다. 우 사장은 “삼성의 첨단 기술이 사회적 경계를 넘어 여러 분야와 조화를 이룰 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면서 “삼성전자가 열정적으로 추구해 나갈 비전인 가능성의 실현이 인류 사회를 풍요롭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혁신이 시작될 수 있는 구체적인 분야로 데이터 프로세싱, 저전력 메모리, 디스플레이 기술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찬조 연사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참여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삼성전자 임원이 CES에서 기조연설을 한 것은 2002년 진대제 전 사장과 2011년 윤부근 소비자가전(CE)담당 사장에 이어 세 번째다. 한편 이날 윤 사장은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액정표시장치(LCD) TV 판매 목표를 5500만대로 잡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판매량인 5130만대보다 7%가량 늘어난 수치로, 시장 평균 성장 예상치(2%)보다 높은 수치다. 라스베이거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오직 활과 음으로… 여신이 될 여제는 누구인가

    오직 활과 음으로… 여신이 될 여제는 누구인가

    올해 클래식 내한 공연의 관전 포인트는 신·구 여제의 시간차 격돌이다. 강력한 타건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마르타 아르헤리치(72·아르헨티나)와 엘렌 그리모(44·프랑스), 독일 여성 바이올리니스트의 계보를 잇는 안네 소피 무터(50)와 율리아 피셔(30)의 연주를 들어볼 기회다. 그리모를 먼저 만날 수 있다. 오는 2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3년 만에 리사이틀을 연다. 아름다운 얼굴, 가냘픈 체구와 어울리지 않는 폭발적인 타건과 중후 담대한 연주로 유명하다. ‘사나울 정도로 크고 냉정하며 대담하고 지성적인 연주를 선호하는, 집중할 줄 아는 피아니스트’(더 타임스), ‘불과 얼음, 열정과 이성을 한데 갖춘 피아니스트’(르몽드) 같은 평가가 뒤따른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동시에 동물보호운동가로 유명하다. 1999년 미국의 한적한 도로에서 다쳐 쓰러져 있는 늑대를 만난 게 인연이 돼 뉴욕에 늑대보호센터를 설립했다. 프랑스 출신으로서는 드물게 드뷔시 등 프랑스 출신보다 슈만·브람스 등 독일 작곡가의 곡을 즐겨 연주한다. 덕분에 게르만과 라틴 문화권에 두루 팬을 확보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2010년 발표한 ‘레조낭스’(Resonances·공명) 수록곡-모차르트의 소나타 8번, 리스트의 소나타 b단조, 베르크의 소나타 작품 1번, 버르토크의 루마니아 민속무곡-을 모두 들려준다. 피아노 줄을 종종 끊어 버릴 정도의 타건과 날카로운 터치로 유명한 ‘피아노 여제’ 아르헤리치는 5월 6일 ‘벳푸 아르헤리치 페스티벌 인 서울 2013’으로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벳푸 페스티벌은 아르헤리치가 음악을 통한 화합과 아시아의 젊은 음악인 발굴을 위해 일본의 온천 도시 벳푸에서 15년째 이어온 음악 축제다. 2007년과 2009년에 이어 세 번째로 서울에서도 열린다. 이전 공연은 자신이 후원하는 젊은 연주자들과 했지만, 이번에는 오랜 벗 미샤 마이스키(첼리스트)와 함께할 계획이다. 그동안 해외 페스티벌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백발을 풀어 헤친 아르헤리치와 백발 곱슬머리를 휘날리는 마이스키의 앙상블을 한국 팬들이 직접 볼 기회다. 프로그램을 논의 중이다. 힐러리 한(34), 재닌 얀센(35)과 더불어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트로이카로 꼽히는 피셔는 첫 방문이다. 옛 동독의 고풍스러운 사운드를 뽐내는 드레스덴필하모닉(지휘 미하엘 잔데를링)과 함께 10월 27일 예술의전당에서 브람스의 바이올린협주곡을 들려준다. 피셔는 네 살 때부터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배웠다. 오빠도 피아노를 배웠기 때문에 어머니의 권유로 일단 바이올린에 집중했다. 열두 살 때 예후디 메뉴인 콩쿠르(1995) 우승을 시작으로 승승장구했다. 2006년 불과 스물셋의 나이로 프랑크푸르트 음대 교수로 사상 최연소 임용됐다.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한 피셔는 2008년 피아니스트로 데뷔했다. 같은 해 프랑크푸르트에선 하룻밤에 하나의 연주회에서 생상스의 바이올린협주곡 3번과 그리그의 피아노협주곡을 오가는 묘기를 선보였다. ‘바이올린 여제’ 무터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실내악단의 음악감독으로 돌아온다. 6월 14일 예술의전당에서 실내악단 ‘무터 비르투오지’ 14명과 함께 펜데레츠키의 바이올린과 더블베이스를 위한 2중주, 멘델스존의 현악 8중주,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한다. 무터 비르투오지란 1997년 젊은 음악가 발굴을 위해 설립된 안네 소피 무터 재단의 과거(10명)와 현재(6명) 장학생으로 구성됐다. 정상급 첼리스트 다니엘 뮐러쇼트, 서른의 젊은 나이로 뮌헨음대 교수를 거쳐 스위스 바젤 음대 교수와 취리히 오페라 극장 수석으로 재직 중인 더블베이시스트 로만 파트콜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 세르게이 하차투리안 등이 ‘여제’가 오디션으로 뽑은 ‘무터의 아이들’이다. 아시아투어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 비올리스트 이화윤, 첼리스트 김두민 등 한국인 제자들도 참가한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미끄럼틀 타고 돈도 버는 세계 최고 직업 화제

    세계에서 이보다 더 재미있는 직업이 있을 수 있을까? 영국의 한 여행사가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이색적인 직업의 주인공을 찾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직업의 이름은 ‘워터슬라이드 테스터’(waterslide tester). 국내에도 여러 수영장에 설치된 워터슬라이드는 물 미끄럼틀로 한 여름에 가장 인기있는 놀이기구다. 이 이색 직업의 업무는 바로 워터슬라이드를 타고 평가를 하며 사용자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다. 합격자는 특히 북미와 유럽에 있는 20곳의 워터슬라이드를 타고 점수를 매겨 해외여행도 하고 놀이기구도 타는 그야말로 꿩먹고 알도 먹는 셈이다. 이렇게 해서 받는 연봉은 2만 파운드(약 3400만원)로 웬만한 직장 안부럽다. 구인공고를 낸 여행사 퍼스트 초이스 측은 “기존 업무를 하던 직원이 그만둬 새로운 사람을 구하게 됐다.” 면서 “워터슬라이드 평가 외에 소셜미디어를 통한 홍보 업무가 추가된다.”고 밝혔다. 이어 “특별한 자격 조건은 없으며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사람이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회사 측은 현재 사이트를 통해 30초 짜리 동영상 구직 지원서를 받고 있으며 4월 안에 최종 면접을 거쳐 행운의 1인을 선발할 예정이다.    인터넷뉴스팀  
  • 참 고마웠다, 그녀의 15년 바벨 인생

    참 고마웠다, 그녀의 15년 바벨 인생

    세계 최고의 역사(力士) 장미란(30)이 끝내 바벨을 내려놓는다. 장미란재단은 8일 “10일 오후 2시 고양시청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은퇴 뒤에는 학업과 재단 일을 병행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런던올림픽 역도 여자 최중량급(+75㎏급)에서 부상 투혼 끝에 4위를 차지, 은퇴설이 나돌았으나 10월 전국체전에 모습을 드러내 10년 연속 3관왕(인상·용상·합계)을 차지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체육계 역시 내년 인천아시안게임까지 뛰길 바랐지만 결국 그는 15년 선수 생활의 모든 영광을 뒤로 하고 새로운 삶에의 도전을 택했다. 장미란은 2005년부터 세계선수권대회를 4연패하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제패하며 무려 5년 동안 세계 역도계를 들었다 놓았다 했다.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등 모든 국제대회를 제패한 그랜드슬래머이기도 하다. 여자 역도 최중량급(+75㎏)의 인상(140㎏·베이징올림픽)·용상(187㎏·2009 고양세계선수권)·합계(326㎏·베이징올림픽) 세계기록을 모두 갖고 있다. 런던올림픽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2011년 세계선수권에 나가지 않고 올림픽 준비에 매달렸지만 목과 어깨 부상 후유증으로 결국 메달 획득에 실패, 눈물을 삼켜야 했다. 당시 마지막을 예감한 듯 바벨에 입 맞추던 모습이 보는 이들의 코끝을 찡하게 했다. 사람을 품는 아량도 넉넉해 2010년 세계선수권 때 긴장감에 펑펑 우는 우크라이나 선수를 다독여 큰 박수를 받았다. 한때 라이벌이었던 멍수핀(중국)이 언니라고 부르며 쫓아다닐 정도였다. 은퇴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의 격려와 응원이 쏟아졌다. “정말 행복했습니다, 미란씨 때문에 코끝이 찡하고…밥 먹다…목이 메어와 먹먹할 때가 많았습니다. 이제 잘 준비하시고 노력하셔서 예쁘게 잘 사셨으면 합니다”(suts***). “바벨을 번쩍 들어올리고 나서 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순박한 얼굴로 기뻐하는 그녀의 모습을 국민들은 가슴 속에 기억할 것입니다”( little***). “당신은 영원한 금메달리스트입니다.그동안 수고하셨고 고맙습니다”(silv**). 용인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장미란은 우선 자신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재단 일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장미란과 재단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아버지 장호철씨는 2억원을 출연할 정도로 비인기 종목 선수를 후원하는 재단 일에 열정을 쏟고 있다. 강동삼 기자 kangto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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