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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고 눈덩이… 주력산업 ‘신음’

    재고 눈덩이… 주력산업 ‘신음’

    “(삼성전자와의 1등)경쟁 때문에 LG필립스LCD가 너무 일찍 7세대 라인을 돌렸던 것 같아요. 공급 과잉에 따른 재고 물량이 심상치 않습니다. 올 1·4분기는 겨우 적자를 면했지만 2·4분기에는 3000억원 수준의 영업적자가 예상됩니다.”(A증권사 애널리스트) 지난 19일 LG필립스LCD(LPL)의 파주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지난 4월 7세대 생산라인(P7)의 준공식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재고 증가에 따른 감산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날 기자가 찾은 모듈공장 입구에는 팹(Fab·생산라인)공장에서 옮겨 온 유리기판을 담은 스티로폼 박스가 길게 늘어서 대기하고 있었다. 또 P7 바로 옆에서는 P8(8세대 라인) 건물이 올해 말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중이었지만 재고 부담 탓에 전반적인 사업 및 투자계획이 재조정될 것으로 보인다.LPL의 재고 물량은 4주치. 금액으로는 8000억원 상당의 LCD(액정표시장치) 제품이 창고에 쌓여 있는 셈이다.LPL 관계자는 “24시간 가동 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유리기판 투입량을 줄여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고 했다. 강윤흠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LCD 재고 물량을 감안하면 공장가동률을 10%가량 떨어뜨려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여파는 LCD 부품업계로 확산되면서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고유가와 환율 하락이 잠깐 호흡을 가다듬는 사이에 눈덩이처럼 늘어난 재고가 또 하나의 악재로 떠올랐다. 재고를 조절하기 위해 공장가동률이 뚝뚝 떨어지고, 이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 등 굴뚝 업종뿐 아니라 LCD와 휴대전화 등 첨단 정보기술(IT) 제품의 재고가 무서운 속도로 급증하면서 투자 발목을 잡고 있다. 일부 업종에서는 재고발(發) ‘구조조정 한파’도 예견된다. ●미분양 아파트 5만여가구…2조원 이상 잠겨 ‘아파트 재고’도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주택은 모두 5만 5465가구로 전달보다 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준공이 끝났지만 여전히 미분양으로 남은 물량이 무려 1만 2228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 증가했다. 미분양·미계약 증가세는 광주(56.3%), 경북(33.1%), 부산(24.8%), 인천(11.5%) 등에서 두드러졌다. 부산에서 사업을 펼치는 한 업체는 “아파트 청약률이 20∼30%에 그친 경우가 수두룩하다.”면서 “어렵게 분양을 마쳤더라도 당첨자들이 정작 계약에 나서지 않아 자금줄이 막히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는 미분양 아파트를 현금으로 환산하면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지방 건설업체들은 “집값 버블 논쟁이 남의 나라 이야기”라며 “외환위기 이후 자금 사정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하소연했다. ●자동차 재고,‘어찌하오리까’ 현대차의 국내 재고는 적정 수준보다 1만대가량 많은 3만 5000여대로 파악됐다. 지난 3월부터 내수점유율이 50% 아래로 떨어지자 전사적 차원에서 물량을 늘리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3월 49.5%로 떨어진 뒤 4월 47.6%,5월 47.2%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기아차 역시 적정재고(3주)를 훌쩍 넘어 2개월치 물량이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탄력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해야 하지만 이미 라인에 배치된 인력이 있기 때문에 생산량을 줄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쌍용차 역시 재고를 털어내기 위한 ‘밀어내기’와 과도한 이자 때문에 대리점협의회가 지난달 본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등 진통을 겪기도 했다. 화섬업계는 공장을 세우고 있다. 태광그룹 계열사인 대한화섬은 최근 시황 악화로 PET병 소재로 쓰이는 ‘PET 바틀칩’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2004년 폴리에스테르 원사 생산라인 가동을 일부 중단한 데 이어 지난해는 스판덱스 생산 규모를 무려 50% 이상 줄였다. 주현진 류길상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한화, 대생 ‘콜옵션’ 행사 착수

    한화그룹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대한생명 지분 16%에 대해 ‘콜 옵션(사전에 정한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행사에 들어갔다. 한화그룹은 19일 7개 계열사가 이사회를 열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대한생명 지분 16%에 대한 계약상 권리인 콜 옵션을 즉시 행사키로 의결하고,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는 공문을 예보 측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대한생명 옵션지분 보유회사 및 지분율은 ㈜한화 10.3%, 한화건설 2.6%, 한화석유화학 1.4%, 한화종합화학 0.8%, 한화유통 0.6%, 한화국토개발 0.3%, 한화증권 0.01% 등 7개사이다. 한화그룹 7개 계열사는 예보와 체결한 대한생명 인수 계약상 예보 보유의 대한생명 지분 16%를 주당 2275원에 매입할 수 있는 콜 옵션을 2007년 12월까지 행사할 수 있다. 한화측은 “대법원이 대한생명 인수와 관련한 입찰·업무 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기 때문에 더 이상 예보가 대한생명 지분 16%에 대한 콜옵션 행사를 막을 명분이 없다.”면서 “예보는 즉시 한화그룹 7개사가 요청한 콜옵션 행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이어 “예보가 국제 중재를 계속 주장하고, 콜옵션 행사에 불응할 경우 중재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은 물론 한화측의 주식가치 급락, 대외 신인도 하락, 임직원의 사기저하 등 유무형의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과 계약 불이행에 따른 모든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보는 한화가 호주계 맥쿼리생명과 2002년 12월 대한생명 지분 51%를 인수한 것은 인수 자격 요건에 어긋나 무효라며 국제상사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하겠다고 밝혔으며 한화가 콜 옵션을 행사하더라도 국제 중재가 종결될 때까지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명창 정순임 국립극장서 판소리 ‘수궁가’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이수자인 명창 정순임(64). 그가 ‘수궁가’로 24일 오후 3시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선다. 정순임은 고종의 어전 명창인 학순(鶴舜) 장판개를 큰아버지로 둔 천재적인 명창 장월중선(본명 장순애)의 큰 딸. 이런 소리 명가의 혈통을 그대로 이어받은 정순임은 열네 살 때에 도창(導唱)을 할 정도로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1986년 박동실제 ‘심청가’로 첫 완창 무대를 가진 이래 지금까지 판소리 완창 공연만 20회를 넘겼다. 정순임은 특히 ‘열사가’ 영역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에 부를 ‘수궁가’는 송만갑­장판개­장월중선으로 이어지는 장판개 바디(판소리에서 명창이 한 마당 전부를 다듬어 놓은 소리의 본)다. 그 유일한 후계자라 할 정순임은 귀명창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외증조부 장판개의 소릿제를 그대로 복원해 들려준다.전석 2만원.(02)2280-4115.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1등 마인드와 자신감 가져라”

    “1등 마인드와 자신감 가져라”

    “1등 마인드와 자신감을 가져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지난 15일 그룹 49주년 창립기념일 기념사에서 직원들에게 이같이 당부했다. 현 회장은 “특화된 시장을 재정립해 그 안에서 1등을 할 수 있는 기업이 21세기형 1등 기업”이라면서 “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갖고 최고를 향해 끊임없이 전진하자.”고 제안했다. 현 회장은 이날 지리산 노고단에서 실시된 백두대간 종주산행 발대식에도 참석해 이같은 ‘1등 마인드’와 ‘자신감’을 재차 강조했다. 현 회장의 이런 행보는 최근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동양메이저가 부실을 털어내고,2003년부터 계속돼온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게 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동양메이저는 지난 12일 자사가 보유한 동양시멘트 주식 499만주(49.9%)를 미국계 펀드 PK2에 2245억 5000만원(주당 4만 5000원)에 매각했다. 이 돈은 모두 차입금 상환에 쓸 예정이어서 올 1·4분기 현재 702%인 동양메이저의 부채비율은 조만간 260%대로 낮아지게 된다. 또 산업은행 등이 보유한 전환사채(CB)의 주식전환까지 이뤄지면 부채비율은 150% 미만까지 떨어질 수 있다. 동양 관계자는 “그동안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동양메이저의 부채비율이 높아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것은 물론 그룹의 위상마저 흔들렸던 게 사실”이라며 “동양메이저가 우량기업으로 거듭남으로써 그룹 전체의 평가도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동양메이저를 제외한 그룹내 나머지 계열사들은 대부분 일찌감치 우량 기업으로 거듭났다. 매달 1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는 동양종합금융증권은 지난 3월 자산관리영업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금융상품 예탁자산이 20조원을 돌파했고, 동양생명은 총 5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를 통한 유상증자를 추진함으로써 자기자본 증대와 기업가치 제고를 도모하고 있다. 만년 적자에 허덕였던 동양매직도 지난해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5대銀 ‘이헌재라인’ 긴장

    외환은행 헐값 매각 수사가 본궤도에 오르자 시중은행들이 숨을 죽이고 있다.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의 구속에 이어 ‘이헌재 사단’의 좌장인 이헌재 전 경제 부총리가 출국금지 조치되면서 국민, 신한, 우리, 하나, 외환 등 5대 시중은행 어디도 이번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이 전 부총리나 변 전 국장과 인연을 쌓아온 이들이 여전히 해당 은행의 최고 실세여서 긴장감이 더하다. 외환은행은 헐값에 론스타에 매각됐다는 ‘과거’와 국민은행으로의 재매각이라는 ‘현재’ 사이에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외환은행은 변 전 국장이 설립한 사모펀드(PEF)인 보고펀드에 400억원의 투자를 약속했고, 매각 작업이 한창이던 2003년 당시 수십억원의 재산을 보유했던 이 전 부총리에게 낮은 금리로 신용대출을 해준 것으로 드러나 의혹이 더욱 커졌다.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국민은행은 론스타의 명백한 불법 행위가 드러날 경우 인수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판이다. 더욱이 헐값 매각의 ‘몸통’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 전 부총리가 2002년 말부터 2004년 2월까지 국민은행의 고문을 맡은 바 있다. 이 전 부총리의 고교 후배인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은 론스타의 법률 자문을 맡았던 김&장에서 이 전 부총리와 함께 일했고, 현재 외환은행 인수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김기홍 수석부행장도 이 전 부총리의 사설 싱크탱크로 알려진 코레이(KorEI)를 거쳤다. 이 전 부총리가 2003년 외환은행 매각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살이 드러날 경우 올해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작업에도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신한, 하나은행은 헐값 매각 의혹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그러나 이 전 부총리 및 변 전 국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어 곤혹스럽다. 불법 대출 알선 혐의로 구속된 김재록씨와의 친분으로 곤욕을 치른 우리은행 황영기 행장은 ‘이헌재 사단’의 대표적인 멤버로 꼽힌다. 더욱이 우리은행은 보고펀드에 1000억원 투자를 약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역시 옛 조흥은행 약정분까지 합치면 1000억원을 보고펀드에 투자하기로 계약한 상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보고펀드 투자 약정액의 대부분은 은행에서 나왔다.”면서 “은행들이 변 전 국장의 얼굴을 보고 무리하게 투자를 약속하는 바람에 사모펀드 시장이 혼탁해졌다는 말도 있다.”고 소개했다.하나은행도 한빛은행(현 우리은행)과 함께 변 전 국장으로부터 현대차 계열사 부채를 탕감해 달라는 청탁 전화를 받았고, 보고펀드에도 500억원을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라면서 “검찰이 금융권 전·현직 고위층을 상대로 전방위 계좌추적을 하고 있어 어느 은행도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대우건설 ‘과열 인수전’ 우려

    대우건설 ‘과열 인수전’ 우려

    대우건설 입찰 가격이 6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충격적이란 평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우건설 순익을 볼 때 투자금에 대한 수익은커녕 차입금 이자를 감당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자칫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고 주가가 빠질 경우 인수 업체의 동반 부실은 물론 국내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인수가격 6조원…시장 충격 입찰 참여 후보들은 대부분 인수 자금으로 4조원 이상을 빌려온다. 해마다 갚아야 할 이자만 3200억(연 8%시)∼4000억원(연 10%시)에 이른다. 지난해 대우건설 당기순익이 4067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4조원을 빌려 72.1% 주식을 인수할 경우 자체 투자금에 대한 수익은 한푼도 건지기 어렵다는 계산이다. 금호아시아나가 제시한 대로 6조 6000억원을 주고 인수할 경우 주당 가격은 현 대우건설 주가(1만 3000원선)의 두 배도 넘는 2만 7000원 선이다. 전문가들은 당초 채권단 주식 전량(72.1%), 경영권 프리미엄, 후보들의 과열 경쟁 등을 감안해 인수금액을 5조원으로 예상한 바 있다. ●자산규모와 상관없이 입찰가 베팅 금호아시아나(12조 9820억원)나 두산(13조 6590억원)은 자산의 절반 규모를 입찰가로 써냈으며, 중견 기업인 프라임(1조 5000억원), 유진(1조), 삼환(1조 2000억원) 등은 자기 덩치보다 5∼6배나 큰 고래를 삼키는 ‘올인’ 승부를 벌이는 격이다. 국내 기업 매각 사상 최고가로 소개된 하이트의 진로 인수 당시 매입가는 3조 4000억원이었으며, 당시 하이트의 자산 규모는 2조 8000억원 수준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 후보의 자산 규모는 의미가 크지 않다.”면서 “그러나 대우건설 매각의 경우 입찰가가 지나치게 높게 제시된 만큼 향후 건설 경기 침체로 대우건설이 위험해질 경우 큰 기업은 타 계열사로의 동반 부실을, 작은 기업은 작은 대로 ‘모 아니면 도’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왜 이렇게 비싼가 대우건설 인수는 곧 재계 순위 뒤바꿈으로 연결된다. 현재 거느리고 있는 계열사만으로는 한 단계 상승도 어렵지만 대우건설만 인수하면 순위를 4~5단계 점프할 수 있다. 때문에 기업 덩치를 키우기 위해서는 무리해서라도 대우건설 인수가를 높게 제시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금호는 재계 12위에서 8위로 올라설 수 있으며, 프라임은 14위를 기록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계속된 건설 호황을 등에 업고 대우건설의 수익성이 좋아져 인수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인수가를 올린 원인이다. 지나치게 비싸다 보니 건설업계에서는 ‘강남 아파트’에 비교하곤 한다. 차입으로 서울 강남에서 30평 아파트를 10억원에 구입했다고 가정했을 때 이자(정기예금금리인 연 4.8%일 때)에 따른 주거비용만 400만원이 넘게 드는 만큼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평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 아파트값에 거품이 낀 것처럼 대우건설 인수가격도 인수전이 치열해지면서 상당 부분 거품이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서울의 문화재] (11) 장충단 비

    [서울의 문화재] (11) 장충단 비

    비운의 국모 명성황후 시해 사건인 을미사변. 그때 일본인과 맞서 마지막까지 명성황후를 지키다 순국한 군인들이 있다. 고종 황제는 그들을 위해 장충단이란 사당을 세우고 제사를 지냈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장충단 공원에 있는 ‘장충단비’를 찾았다. 이 비석은 서울시 유형문화재 1호로 이달 호국의 달을 맞아 이달의 문화재로 선정됐다. 사당인 장충단의 건물은 모두 한국전쟁 때 파손되고 유일하게 비석만 남았다. 비석은 공원 입구에 있지만 잘 눈에 띄지 않는다. 크기가 좀더 크면 잘 보일 것 같은 아쉬움이 남았다. 처음 비석을 찾은 이날도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있는 게이트볼장과 인근 동국대학교 연극학과 학생들이 연습하는 모습이 먼저 들어왔다. 공원을 한 바퀴 돈 뒤 비석을 만날 수 있었다. 비석 주변에 눈길을 끄는 안내문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제때는 폐사… 일본인들이 공원으로 만들어 회색인 비석은 높이와 폭이 각각 2m,50㎝ 정도 된다. 앞면에 ‘奬忠壇’(장충단), 뒷면엔 ‘을미사변 때 늠름했던 이들을 표창한다.’는 내용이 한문으로 적혀 있다. 글씨는 각각 앞면은 순종이, 뒷면은 을사조약 체결 뒤 자결한 명성황후의 조카 민영환이 썼다고 한다. 이날 어렸을 때 이 공원을 자주 왔다는 노현학(81)씨를 만났다. 타지로 이사가 70년 만에 들렀다는 그는 “당시엔 비석은 없었고 상하이사변에서 일본결사대로 전사한 육탄삼용사의 동상과 이토히로부미를 추모하는 박문사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도 공원에 많은 사람들이 오갔고 순사들은 이들에 대한 추모를 강요했다.”고 기억했다. 원래 장충단은 1900년에 세워졌다. 그뒤 봄과 가을에 한 차례씩 제사를 지냈고 제사 때 군악이 연주되고 조총을 쏘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1910년 경술국치 뒤 폐사됐고,1920년대 후반 일본은 이들의 의기를 누르기 위해 공원으로 만들고 일본의 국화인 벚꽃을 심었다. 이어 비석을 뽑고 육탄삼용사 동상과 박문사를 세웠다. 사실 사직공원과 삼청공원도 같은 이유로 공원이 됐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현재는 장충단의 비가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공원에 있어 그 뜻을 알리는 데 더 효과적인 면도 있다. 시사편찬위원회 나갑순 연구원은 “장충단 비는 공원에 있어 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볼 수 있고 파손 여부도 감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충단의 비 앞 작은 대리석엔 ‘장충단의 터’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나 연구원은 “장충단은 원래 현재 비석이 있는 곳에서 우측 사명대사 동상이 있는 방향으로 10m쯤 되는 언덕에 있었던 걸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또 일제 때 뽑힌 비석은 광복 후 찾은 뒤 현재 사명대사 동상이 있는 곳에 원래 있던 박문사를 철거하고 비석을 세웠는데 1969년 많은 사람들이 보도록 현 위치로 왔다고 전했다. 육탄삼용사 동상도 박문사와 같이 철거됐다. ●사명대사·이준열사 동상도 이웃에 장충단 공원엔 장충단의 비 외에도 역사를 생각할 수 있는 조형물들이 많아 좋은 역사 교육 현장이 될 수 있다. 먼저 비석 옆 계단을 올라가면 임진왜란 때 왜구를 물리친 사명대사 동상이 있고 공원 안쪽으로 유림들이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파리강화회의에 독립을 요청하는 글을 보낸 장서운동을 기리는 한국유림독립운동파리장서비, 헤이그 세계평화회의장에서 을사조약 무효를 주장한 뒤 자결한 이준 열사의 동상과 추모비 등이 있다. 휴일을 이용, 이곳에서 휴식을 하고 역사 공부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을미사변 때 순국한 군인들의 추모비의 비문과 이준 열사의 추모비에 적힌 유서를 읽어 봤다. ‘갑오·을미사변이 일어나 무신으로 난국에 뛰어들어 죽음으로 몸바친 사람이 많았다. 아!그 의열은 서리와 눈발보다 늠름하고 명절은 해와 별처럼 빛나니, 길이 제향을 누리고 기록으로 남겨야 마땅하다.’ ‘슬프다 나라는 주권이 없어지고 사람은 평등을 잃어 모든 외교에 치욕이 망극하니 진실로 핏기를 가진 이면 어찌 참을 수 있으리. 슬프다 종묘사직이 폐허가 될 것이오. 민족이 장차 노예가 될 것이라. 구차이 살자하면 욕됨만 더하리니 눈감아 몰라버리는 것이 나으리로다. 이렇게 결단하고 나니 더 할 말이 없노라.’ 글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오늘의 눈] 그럴 사람이 아니다?/이창구 경제부 기자

    지난 12일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현대차 계열사 부채탕감을 도와준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체포되자 그와 함께 일했던 재경부 공무원들의 반응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였다. 유난히 자존심과 사명감이 강했고,‘미래의 재경부 장관’으로 촉망받던 터여서 1억∼2억원의 뇌물에 넘어갈 사람이 결코 아니다는 항변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받아들였다. 영장에서 드러난 변씨의 혐의는 현대차의 로비스트였던 김동훈씨로부터 2억원을 받고, 산업은행 등 채권은행에 부채탕감에 협조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다. 검찰이 지난 4월 산업은행 부총재를 지낸 박상배씨에 대해 같은 혐의로 첫번째 영장을 청구했을 때에도 산업은행 직원들은 “검찰이 사람을 잘못 봤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사리사욕을 챙길 분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영장이 기각되자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그러나 박씨는 지난달 영장 재청구 끝에 구속됐다. 이들이 뇌물을 받았는지는 재판에서 가려질 것이다. 그러나 재경부와 산은의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는 식의 두둔하는 태도는 문제다. 관치금융 시대가 끝났다고는 하나 재경부는 여전히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상전’이다. 외환위기 이후 부실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해 왔던 산업은행도 ‘갑’의 위치에 있기는 마찬가지다. 외환은행,LG카드, 대우건설 등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인수·합병(M&A)에서 인수 후보자들이 가격만큼이나 정부의 ‘의중’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만 봐도 위세를 짐작할 수 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우리 편이 돼 줄 수 있는 관료가 있다는 것만큼 든든한 위안도 없다.”면서 “‘저녁 식사나 같이 하자.’는 관료의 전화가 가장 반갑다.”고 말했다. 존경하던 상관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는 것을 비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권한과 권력을 쥔 사람에게는 유혹이 있게 마련이다.“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두둔하기 전에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제공하는 대접을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일이다. 이창구 경제부 기자 ndow2@seoul.co.kr
  • ‘외환은 헐값매각’ 수사 가속도

    현대차그룹의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14일 현대차 계열사 위아와 아주금속공업의 편법 부채탕감과 관련, 현대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변양호 재정경제부 전 금융정책국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변씨의 구속과 함께 위아 등의 채권은행 관계자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2003년 8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당시 재경부 금정국장으로 재직 중이던 변씨의 신병이 확보됨에 따라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수사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검찰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변씨가 돈을 받은 뒤 산업은행 등 시중은행 고위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밝혀 조만간 이들에 대한 소환조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변씨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면서 “법정에서 진실을 다투겠다.”고 말했다.김효섭 박경호기자newworld@seoul.co.kr
  • 코스닥 기업들의 대변신

    코스닥 기업들의 대변신

    코스닥 기업들이 이른바 ‘현금이 오가는 사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첨단, 디지털 등 간판만 그럴 듯한 제조업을 걷어치우고 영업력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업에 몰두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경기 침체와 기존 업종의 시장 포화에 따른 고육책의 일환으로 업종을 바꾸고 있어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환경설비업체 ㈜세스넷은 지난 12일 생소해 보이는 레고(장난감)교육프로그램 업체로 업종을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등록 업종의 분류가 ‘기계제조업’에서 ‘교육서비스업’으로 바뀌었다. 이 회사는 관공서에서 발주한 설비공사에서 실력을 발휘해 한때 ‘잘 나가던’ 중소기업이었으나 건설업체를 끼고 있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공사를 ‘싹쓸이’하면서 존폐의 위기에 놓였다. 그러다 레고 학습 전문업체를 인수하면서 매출액이 본래 주업종과 역전되고 말았다. 임직원들은 학부모들의 높은 자녀 교육열이 놀이마저 과외공부를 시킨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던 셈이다. 이 회사의 한 직원은 “불과 몇개월 사이에 회사에 현금이 쏟아져 들어오고 고객 전화가 빗발치는 모습을 보고 직원들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면서 “회사 목표는 웅진씽크빅이나 교원나라와 어깨를 견주는 종합교육서비스업체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장차를 생산하던 한성에코넷㈜은 같은 날 전자상거래 업체로 주력 업종을 변경했다. 건설경기는 부침이 큰 만큼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현금 회전이 빠른 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한 직원은 “특장차도 10여년의 노하우가 있는 만큼 외주 등의 형태로 사업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들어 주력업종을 바꾼 18개 기업 가운데 16곳이 디지털 기기·부품 등 제조업과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은 서비스업·도소매업·정보제공업 등 영업관련 업종으로 변신했다. 이는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정보기술(IT) 등 관련 업종의 경쟁 과열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방송장비 제조업체 리젠·피델릭스·백금정보통신·케이앤컴퍼니는 한때 위성방송·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으로 각광을 받았으나 최근 각각 컴퓨터운영업·전자부품제조업·기계장비도매업 등으로 돌아섰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로 주가를 날리던 인크루트·엠피오·디자유투어개발·엔탁스소프트도 각각 온라인정보제공업·가정용품제조업·여행보조업·화학품제조업 등으로 제 갈길을 찾아 변신했다. 기업은 더 나은 발전을 위해 새 길을 선택했지만,IT·제조업 기반에 균열이 일고 있음을 보여준다. 굿모닝신한증권 김경섭 연구위원은 “블루코드테크놀로지의 경우 연예 관련 콘텐츠 생산과 유통에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 사업과 연계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해 신규사업 및 주가 전망이 밝다.”면서 “국내 가전·디지털기기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러 살아남기 위해선 차별화된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양증권 김연수 연구위원은 “유행을 타는 산업은 선발업체의 시장선점 효과가 워낙 크기 때문에 해당 분야의 노하우도 없이 만만하게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공자금 상환예산 3兆 ‘경기회복’ 투자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14일 내년도 공적자금 상환금으로 책정된 3조 2000억원의 예산을 경제 활성화와 복지예산에 충당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당정은 이날 국회에서 강봉균 정책위의장과 재정경제·과학기술·농림·산업자원·정보통신·건설교통·해양부 등 7개 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협의회를 열고 부처별 내년도 예산 편성안과 관련해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노웅래 공보담당 부대표는 국회 브리핑을 통해 “내년도 재경부 예산안에 따르면 공적자금 3조 2000억원을 상환할 예정이나 이에 대해 재검토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며 “재경부도 검토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당정의 공적자금 상환 재검토안은 빚갚을 돈을 경기회복과 복지예산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으로, 당정은 7월초 진행될 2차 협의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당정은 경제활성화 등에 우선 사용돼 줄어드는 공적자금상환 예산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계열사 등을 매각해 추후 충당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위 핵심관계자는 “공적자금상환법에 따라 매년 일정액의 공적자금을 상환해야 한다.”며 “부족한 공적자금 상환 예산은 대우 계열사를 매각해 채우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당정은 이와 함께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삭감안도 재검토하기로 했다.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실적호전 LG 3콤 ‘리딩 컴퍼니’로

    “이젠 서자(庶子)가 아니다.” 최근 LG그룹의 통신분야 관계사인 ‘3콤’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3콤’이란 데이콤·파워콤·LG텔레콤 등 통신분야 3개 기업을 말한다. 각자 벽돌 쌓듯 좋은 실적을 내고 있고, 통신시장의 경향인 유무선 결합 서비스도 시장에 자신있게 내놓고 있다. 최근 몇년간 그룹 안팎에서 나왔던 “통신사업은 접어야 한다.”는 속쓰린 말은 어느샌가 쏙 들어갔다. 각 사의 최고경영자(CEO)도 조직에 만연했던 ‘패배주의’를 털어내며 ‘자신감’ 불어넣기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통신사업, 미운오리→백조? 올 들어 ‘3콤’의 실적은 상당한 호조세다. 통신 모회사격인 데이콤의 지난 1·4분기 매출과 순이익은 큰 폭으로 늘었다. 순익은 배 이상 증가했다. 수년간 진행했던 ‘내실경영’ 덕분이다. 데이콤의 자회사이자 초고속인터넷업체인 파워콤도 지난 4월 말 가입자 50만명을 돌파한 뒤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연말까지 130만 가입자를 목표로 정했다. 특히 LG텔레콤의 올 1·4분기 영업이익은 무려 1000억원대다. 신규 가입자도 지속적으로 유입돼 660만 가입자를 넘겼다. 연말까지 690만명을 목표로 잡았다.●LG텔레콤,‘파상 공세’ LG텔레콤은 잇단 유무선 컨버전스 서비스로 시장에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지난 4월에 집·사무실에서 휴대전화를 쓰더라도 유선전화 요금을 내는 ‘기분존’ 서비스를 출시,3만 7000 가입자를 모았다. 올 하반기에는 무전기 개념의 이동전화로 그룹통화가 가능한 ‘PTT(Push to Talk)’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LG텔레콤의 이같은 자신있는 행보는 ‘가입자 660만명’에서 나왔다는 분석이다. 통신시장 거목인 KT와 SK텔레콤은 LG텔레콤의 이같은 행보에 긴장감을 보이고 있다. 남용 사장은 기분존 출시에 즈음해 “매년 ‘기분존’ 같은 결합 서비스를 2∼3개씩 내놓을 것”이라고 밝혀 LG텔레콤의 시장 흔들기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가도 3∼4개월전에 비해 두배 이상을 넘겨 1만 3000원대까지 진입했다. 남 사장의 ‘높은 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 듯하다. 한 발 더 나가려면 임직원 의식변화가 먼저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최근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5무, 즉 무전(無錢), 무불가(無不可), 무자만(無自慢), 무모방(無模倣), 무편법(無便法)정신’을 강조했다. 예컨대 돈이 없음을 탓하지 말고 정도로 시장을 가져오자는 뜻이며, 자신감이 묻어 있는 말이다.●데이콤-파워콤,“시너지 내자” 데이콤은 정홍식 전 사장이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파워콤 박종응 사장을 영입했다.LG그룹의 통신사업 시너지를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데이콤은 한때 2조원에 가까웠던 부채를 상당수 털어내 파워콤과의 사업 시너지를 내기에 맞다는 판단 때문이다. 파워콤 역시 초고속인터넷 망(網) 임대사업자에서 일반고객을 받을 수 있게 돼 KT, 하나로텔레콤에 대항해 ‘투 톱’으로 내세울 수 있다. 이정식 파워콤 사장은 “기업고객 중심의 데이콤과 함께 통신방송 융합 및 유무선 결합의 컨버전스 시대에 대비한 시너지 효과 창출에 나서겠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또 “(3콤의) 서비스 컨버전스로 LG그룹의 통신계열사가 재평가되는 시점이 곧 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통신사업 맏형인 데이콤의 박종응 사장도 “‘원가혁신’과 ‘품질혁신’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박 사장의 이같은 언급은 완만하게 성장하는 기업중심의 서비스에 비중을 두면서 파워콤과의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이다. 데이콤은 최근엔 100Mbps 속도의 광랜과 인터넷전화를 묶은 ‘엑스피드 오피스’ 상품도 출시,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시장을 함께 공략할 뜻을 내보였다. ‘3콤’의 이같은 선전은 통신사업을 바라보는 그룹의 시각을 확 바꾸고 있다. 주력 업종인 화학 및 가전분야가 환율과 고유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의 선전이기 때문이다.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변양호 체포’ 금융권 핫이슈 부상

    ‘변양호 체포’ 금융권 핫이슈 부상

    변양호(현 보고펀드 대표)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현대차 계열사의 부채 탕감을 도와준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체포되자 금융권이 크게 술렁거리고 있다. 변 대표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매입 의혹, 비씨카드 새주인찾기, 외국 투기자본에 대항하는 토종 사모펀드(PEF) 육성 등 은행과 카드·펀드 업계를 망라한 금융권 핫이슈의 중심에 서 왔다. 변 대표는 지난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재정경제부 주무부서의 장이었다. 그동안 수차례 감사원의 감사를 받기도 했다. 금융권은 검찰이 현대차 로비와 관련해 그를 체포했으나, 결국 검찰의 칼날이 외환은행 불법매각을 겨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다음주 중에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넘겨 받아 론스타 수사에 본격 착수한다. 특히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은 보고펀드에 400억원의 투자 한도를 설정해, 금융권에서는 “외환은행 매각에 따른 ‘대가성’이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만일 검찰 수사에서 론스타와 변 대표 사이의 ‘검은 거래’가 드러나기라도 하면 현재 진행중인 외환은행 재매각 작업도 중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론스타와 외환은행의 주식양수도 본계약을 체결한 국민은행은 검찰 수사에서 큰 하자(흠)가 발생하면 인수 대금을 건내지 않고, 계약을 파기키로 했다. 보고펀드는 또 지난 3월 비씨카드의 지분 50% 이상을 인수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우리, 신한, 하나은행 등 비씨카드 주주은행들과 맺었다. 비씨카드는 은행계열 신용카드를 아우르는 국내 최대 카드사로, 보고펀드는 비씨카드를 인수·합병(M&A) 대상 1호로 꼽고, 그동안 실사를 해 왔다. 보고펀드 측은 “이번 사안은 개인적인 일로 계약해지 조항과 무관하고,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은행권은 “변 대표는 보고펀드의 무한책임사원으로 경영에 무한책임을 지는 만큼 신상에 문제가 생기면 자본출자를 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변 대표 체포는 이제 막 싹을 틔운 토종 사모펀드의 앞날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보고펀드가 지난해 설립 직후 5000억원이 넘는 투자약정을 맺으며 단숨에 국내 최대 토종 사모펀드로 떠오른 데에는 변 대표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사모펀드는 비공개로 자금을 모아 운용하기 때문에 투자자들로부터 절대적인 신뢰를 받은 ‘키맨(핵심인물)’의 존재 유무가 성공의 결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변 대표는 보고펀드의 ‘키맨’으로 등록돼 있어 유죄가 확정될 경우 출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면 좌초할 수도 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바람 잘 날 없는 현정은號

    2003년 10월 출범한 ‘현정은호’에 바람 잘 날이 없다. 경영권 분쟁에 대북사업도 곳곳이 ‘지뢰밭’이다. 현정은호는 출범 직후 불거진 KCC와의 경영권 분쟁을 무사히 마무리지은 뒤 때마침 불어준 ‘해운경기 호황’을 타고 순항했지만 경영 외적인 분야에서는 늘 ‘아슬아슬’하다는 평이다. 현정은 회장은 지난해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 해임을 계기로 대를 이어온 대북사업에서 심각한 차질을 빚었다. 개성·백두산관광 사업은 물론이고 순항하던 금강산관광마저 두 달 넘게 제한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치달았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현대그룹은 지난해 전 계열사 흑자경영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지난해 현대그룹의 매출액은 6조 9700억원으로 2003년에 비해 28%나 증가했다. 수익성도 2003년 2600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7800억원의 흑자를 냈다. 김 전 부회장 사태도 현 회장 특유의 ‘강단’으로 버티며 북측의 이해를 얻는 데 성공했다. 경영에 자신감을 가진 현 회장은 올초 현대건설 인수를 공식 선언하며 공격경영의 깃발을 높이 들었다. 하지만 ‘호시절’도 잠시, 이번에는 시동생인 정몽준 의원의 공격이 시작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그룹의 주력인 현대상선 지분 26.68%를 인수하며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것이다. 현 회장은 현대중공업의 지분인수를 ‘경영권 침탈 의도’로 규정, 이의 부당함을 여론에 호소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현대중공업측은 ‘투자목적’이라며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버티고 있다. 경영권 분쟁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터져나온 개성공단 입주업체의 ‘비리의혹’도 반갑지 않은 사건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개성공단 입주업체 선정은 한국토지공사가 하고 남북협력기금은 통일부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이번 사건과 우리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면서도 “개성공단 ‘1호업체’가 비리에 연루돼 자칫 개성공단 사업 전체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시범관광을 마치고도 1년 가까이 진전이 없는 개성관광이나 아스팔트피치 지원 문제로 시간을 지체한 백두산관광도 이른 시일내에 진전되지 않으면 또 해를 넘길 형편이다.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재계 인사이드] 현대百 복지재단 ‘숨은 수혜자’는?

    ‘형 좋고, 아우 좋고?’ 지난 7일 현대백화점은 정지선 부회장이 70% 지분을 소유한 계열사 HDSI를 처분해 복지재단을 설립한다고 깜짝 발표했다. 증여세 대납 의혹을 받았던 정 부회장은 비판적인 여론을 잠재우는 효과를 얻었다. 실질적으로 이 재단 설립의 가장 큰 수혜자는 장애아동들이 될 예정이지만,HDSI 처분 과정을 들여다보면 ‘뜻밖의 수혜자’를 발견할 수 있다. 형의 재산 청산 덕에 현대H&S의 지분을 확대한 동생 정교선 상무다. HDSI는 현대백화점그룹 전 계열사의 전산시스템 관리를 맡고 있는 정보통신 회사다. 청산가치가 약 110억원에 달하는데, 이중 상당 부분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H&S의 주식을 지난달 팔면서 생긴 차액에서 비롯됐다. 현대H&S가 지난달 19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HDSI는 이날 현대H&S 8만 910주를 시간외 매매를 통해 정교선 상무에게 주당 7만 3400원에 모두 팔았다. 정지선 부회장은 왜 정교선 상무에게 주식을 팔았을까. 새로 설립될 복지재단이 HDSI의 현재 재산을 넘겨받은 회사라면, 현대H&S는 HDSI의 ‘미래 가치’를 이어갈 회사다.HDSI의 직원과 영업권이 모두 현대H&S에 양도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HDSI의 직원들이 지난해 매출 245억원, 순이익 29억원의 경영 성적을 앞으로도 잇는다면 현대H&S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 혜택은 당연히 현대H&S의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정교선 상무는 HDSI와의 거래 이전에도 현대H&S의 주식 56만주(10%)를 소유한 2대 주주였지만,HDSI로부터 8만여주 1.43%를 더 사들여 보유량을 늘린 셈이다. 현대백화점측은 “HDSI가 정교선 상무에게 시간외 거래로 주식을 매매한 매우 정상적인 거래였다.”고 설명했다.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MK “비자금 조성 지시 안해”

    비자금 1000억여원을 조성하고 2000억여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공판에서 구체적인 비자금조성 지시·보고 여부, 용처나 규모에 대해 모른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정 회장은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김동오)의 심리로 열린 속행공판에서 “계열사에서 필요한 자금을 알아서 조성했을 뿐 비자금을 조성하라고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을 공모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김동진 현대차 총괄부회장, 구속기소된 이주은 글로비스 사장 등으로부터 비자금과 관련해 보고를 받았는지 등을 물었지만 정 회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만 반복했다. 검찰은 정 회장이 글로비스로부터 매월 10일 1000만원씩,13일마다 현금 3억원씩을 받아왔고 부인 운전기사를 통해 매월 25일마다 1800만원을, 짝수달 30일마다 800만원, 명절마다 4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며 정 회장을 추궁했지만 그는 “비서실을 통해 돈을 받았을 뿐 그 돈이 비자금인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다.검찰은 이렇게 받은 돈을 고 정주영 회장의 묘소, 청운동 자택 관리 등에 사용했고 손녀 영어개인교습비, 손자 생일파티, 친구들과의 술값 등으로 사용하지 않았느냐고 물었지만 정 회장은 모른다고 답했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정의선사장 기소유예

    현대차그룹 비리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부장 박영수)는 9일 ㈜본텍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정몽구(68·구속) 현대차그룹 회장과 공모한 것으로 드러난 정 회장의 아들 정의선(36) 기아차 사장을 기소유예 처분했다. 검찰은 김동진(55) 총괄부회장, 이정대 재경사업본부장, 김승년 구매총괄본부장 등 3명은 비자금 1000여억원을 조성·횡령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주책임자인 정 회장을 구속한 상황에서 부자를 법정에 세우는 것은 가혹하고 현대차의 경영공백이 가중된다는 우려를 고려해 정 사장을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 부자는 2001년 3월 기아차 부품회사인 서울차체공업㈜ 부실채권을 정 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지유㈜가 562억여원에 매수하는 과정에서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에서 485억원을 대출토록 한 뒤 가치가 떨어지는 담보물로 변제받는 등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보유한 172억원 상당의 본텍 채권을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와 현대차 관계사인 에스디 홀딩스, 지유㈜ 등을 거쳐 매입하는 과정에서 본텍에 72억 3000여만원의 손해를 끼쳤다.김효섭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벤처1호 메디슨 무슨 일이?

    “직원들이 피땀 흘려 살려 놓은 회사를 남의 손에 넘길 수는 없습니다.” 부도의 아픔을 딛고 4년여 만에 회생에 성공한 ‘벤처 1호’ 메디슨이 축배를 들기도 전에 간곡한 호소에 나섰다. 경영권을 거머쥐려는 칸서스 사모펀드의 야욕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메디슨 지분 22.1%를 가진 칸서스는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해도 상호 협력하는 동반자였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된 까닭은 무엇일까. 21년 전, 메디슨은 ‘초음파 진단기’ 생산을 목적으로 출발했다.43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벤처업계의 ‘신화’를 이룩했지만,2000넌 이후 적자를 거듭하다 2002년 부도 판정을 받기에 이른다. 역사는 여기서 시작됐다.2003년까지 대부분의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고, 공장 원가 절감, 생산성 향상에 ‘올인’했다. 연 1000억원대 적자를 내던 회사는 지난해 매출 1700억원대, 순익 500억원의 알짜로 탈바꿈했다.3800억원에 이른 채권도 모두 갚았다. 군인공제회, 사학연금, 하나은행 등으로 구성된 ‘토종사모펀드’ 칸서스는 지난해부터 투자자로 참여했다.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을 장외 매입했다. 메디슨측은 “외국계 펀드도 아니고 경영권도 보장해 준다고 해 믿고 넘겼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문제는 법정관리 종결 효력이 발생된 직후인 지난 3일. 첫 이사회에서 칸서스측이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추대하고, 상근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의 역할도 재경뿐 아니라 기획·전략·인사 등으로 확대시켰다. 지분 확대가 자연스레 경영권 확장으로 이어진 셈이다. 칸서스는 “법원 승인아래 선임된 이사들의 적법한 결정”이라고 반박했지만 메디슨은 “경영권을 확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실제로 메디슨측도 임원 선임 등이 ‘합법적’이었다는 점은 인정했다. 신용보증기금 등 나머지 주주들의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줄지 지켜볼 일이다.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공정위, 국민·씨티銀 69억 과징금

    국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대출금리와 수수료를 부당하게 운용, 고객 수십만명에게 590억원의 불이익을 준 혐의로 6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그러나 국민은행 등은 대출상품에 대한 당국의 이해가 부족했으며 금융감독원의 제재에 이은 ‘이중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계열사에 부동산을 싸게 빌려줘 시정명령을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6일 주택담보대출금리를 부당하게 운용하는 등 불공정거래를 한 혐의로 국민은행에는 과징금 63억 5300만원과 경고를, 씨티은행에는 과징금 5억 6300만원과 시정명령을 각각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국민·씨티은행 고객들은 피해금액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앞으로 금융권의 불공정거래 행위에는 강력히 대응하고 제도개선도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2002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변동금리상품인 ‘웰컴주택자금대출’과 ‘새론주택자금대출’을 운용하면서 시중금리가 5.24%에서 3.77%로 떨어졌는데도 금리를 7.7%∼7.9%로 고정시켰다. 그 결과 고객 36만 7000명이 매달 488억원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됐다. 또 2003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가계집단중도금대출금’을 상환받으면서 고객 1만 9489명으로부터 약정하지도 않은 중도상환 수수료 67억 9100만원을 받았다. 카드거래 정지 회원 77만여명에게는 적립포인트를 삭제했고 연체고객 25만명에게는 스타포인트를 적립하지 않아 경고를 받았다. 아울러 국민은행은 머니마켓펀드(MMF)를 위탁받아 판매하면서 계열사인 KB자산운영에 주는 운용보수 수수료를 다른 자산운용사들보다 높게 책정,27억 3000만원을 부당 지원했다. 씨티은행도 2002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상품을 운용하면서 금리를 8.3%로 고정시켜 매달 고객 1만 9434명에게 34억원의 불이익을 줬다. 씨티은행 서울지점은 계열사인 씨티파이낸셜코리아의 창업을 도운 직원 7명의 보수 4억 3000만원을 전액 부담,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시정명령을 받았다. 신한은행은 2001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서울 중구 대경빌딩의 16∼19층 사무실을 계열사인 신한캐피탈과 신한생명보험에 정상적인 평당 임대료 8만 4000원보다 낮은 7만 250원에 임대, 부당하게 지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은 문제의 대출상품들은 변동금리부와 고정금리부의 중간형태인 고시금리형으로 은행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금리를 고정시킬 수 있는 것으로 이의신청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KB자산운용에 대한 지원혐의도 상대적으로 복잡한 펀드였기에 높은 수수료를 책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주택담보대출을 운용하면서 금리를 고정시켰거나 계열사에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는 지난해에 금감원의 검사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을 돌려줬는데도 공정위가 다시 제재를 가한다면 명백한 이중규제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공정위는 은행권의 금리와 수수료 담합 여부와 관련해 지난 1일부터 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 등 국내 시중은행과 외국계인 씨티·SC제일 등 모두 11개 은행에 대해 직권조사를 벌이고 있어 은행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인디아 리포트] (6) 인도최대그룹 타타를 배워라

    [인디아 리포트] (6) 인도최대그룹 타타를 배워라

    |뉴델리·방갈로르 전경하특파원|지난 2000년 5월, 타타스틸 임원 40명이 인도의 한 휴양지에 모였다. 앞으로 5년간 타타스틸이 지향해야 할 목표를 난상토론했다.40명이 한 이야기는 가감없이 기록돼 당시 5만 8000명에 달하는 타타스틸 직원들에게 공개됐다. 직원들은 임원 40명이 쏟아낸 목표 중 합당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골랐다.1위는 ‘국가 건설(nation building)’이었다. 인도 최대 그룹 타타. 잠셋지 타타(1839∼1904)가 1887년에 타타선즈로 시작한 그룹이다. 계열사로는 내년이면 창립 100주년이 되는 타타스틸, 지난 2004년 대우상용차를 인수한 타타모터스, 뭄바이의 타지마할 등 인도내 56개 호텔을 갖고 있는 인도호텔 등 93개가 있다. 이들은 43개 국가에서 영업중이다. 총자산가치 450억달러(45조원)에 인도 국내총생산(GDP)의 3% 안팎을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재벌과는 달리 타타그룹은 인도인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다. ●잡동사니 기부는 NO 타타 그룹이 인도 사회에 내는 기부는 굵직하다. 그룹 홍보를 맡고 있는 타타서비스의 산제이 싱 부사장은 “창업자가 잡동사니(patchwork)식 기부를 싫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돈이나 생필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성장할 기초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봉사활동의 기본 개념이다. 인도 북동부 자르칸트주에 있는 잠셋푸르는 ‘타타 나가르(마을)’로도 불린다. 타타스틸이 자리잡은 이곳은 창업자의 이름을 따서 만든 도시이다. 인구 70만명의 도시에 두개의 골프코스, 공항과 수영장, 병상 750개인 병원 등이 있다. 그동안 타타스틸 내 도시과에서 운영을 담당하다 지금은 2004년 타타스틸 자회사로 출범한 ‘잠셋푸르유틸리티&서비스사(JUSCO)’가 도시의 운영을 맡고 있다.24시간 운영되는 콜센터에 정전없는 전기공급, 마실 수 있는 수돗물 등 인도에서는 분명 ‘꿈의 도시’이다. 인도 IT의 트라이앵글 중 한곳인 방갈로르.‘가든 시티’라 불릴 정도의 푸르름을 자랑하는 이곳에는 인도의 간판 싱크탱크인 인도과학대학원(IISc·Indian Institute of Science)이 있다. 타타가 인도의 미래는 과학과 공학연구가 결정짓는다며 설립을 주도, 그가 죽은 뒤인 1909년에 설립됐다. 타타 유산의 3분의1이 이곳에 쓰였다.IISc에 타타의 흔적을 남기자는 측근들 조언에 “IISc는 내가 인도에 준 것”이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매년 3월3일이면 IISc에서 2000명의 연구자들이 모여 그를 기리는 행사를 연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부도 있다. 불가촉 천민으로서는 처음 대통령 자리에 올랐던 코체릴 라만 나르야난(1920∼2005) 전 대통령. 그는 ‘타타 장학생’의 한 명이다. 동시대 인도인들보다 서양문물의 우수성을 접했던 타타는 학비문제로 고민하던 유학생들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지금도 매년 자선단체인 라탄타타트러스트는 100여명의 유학생 모집 공고를 낸다. ●외유내강의 회사강령 밖으로는 많은 자선활동을 펴지만 내부 윤리강령은 매우 엄격하다.2000년 성문화됐고 타타 직원이 되면 반드시 서명하도록 돼 있다. 한 부는 회사가, 한 부는 본인이 보관한다.24개 항목으로 나눠진 윤리강령의 첫번째 주제는 국가이익이다.‘타타 회사의 모든 행동은 활동중인 국가의 경제적 발전에 도움이 돼야 한다.’가 첫 문장이다. 싱 부사장은 “타타 기업이 어떤 나라에 진출하면 그 기업은 인도의 타타가 아니라 그 나라의 타타”라고 설명했다. 회사를 운영함에 있어 해당 국가의 사회·문화·경제적 행동양식을 따르도록 규정한 것도 그런 까닭이다. 뇌물 제공·습득 금지, 정치참여 금지 외에도 친척이 있는 회사가 타타 계열사들과 거래관계를 맺게 되면 신고하고 회사의 결정을 기다릴 것 등 직원의 이해와 회사의 이해가 상충하는 부분에 대해 세밀하게 적고 있다. 각 사별로 윤리담당 임원이 있어 매달 보고서를 그룹기업센터에 제출해야 한다. 엄격한 윤리강령 대신 직원 복지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타타는 직원이 순직했을 경우 가족들의 100% 고용승계를 보장한다. 순직이 아닌 경우에도 유가족 고용이 장려된다. 대상은 배우자 또는 자녀다. 고용을 승계받을 사람이 교육을 받아 기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집중교육도 실시된다. 자녀들에 대한 장학금 중에서는 딸만을 위한 장학금도 있다. 역차별이라는 지적에 싱 부사장은 “여성이 수천년 동안 받아온 차별을 없애려면 그것으로도 모자란다.”고 응수했다. 타타그룹은 성희롱으로 적발되면 직책에 상관없이 해고될 만큼 양성평등이 이뤄져 있다. lark3@seoul.co.kr ■ 타타그룹 조직 어떻게 타타그룹의 지주회사는 타타선즈다. 타타인더스트리도 모(母)회사 성격을 갖지만 새로운 사업에 벤처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주로 맡는다. 즉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자금 회수에는 오랜 기간이 걸리는, 첨단산업에 기반한 특정 산업의 자금 담당을 위해 만들어진 회사다. 물론 타타선즈에서 분리됐다. 타타선즈의 주식 66%는 자선단체인 라탄타타트러스트와 도랍타타트러스트가 갖고 있다. 도랍 타타는 잠셋지 타타의 큰아들, 라탄은 둘째 아들이다. 이래서 인도인들은 타타가 돈을 많이 벌면 벌수록 인도에 좋은 일이라고 믿는다. 정치권도 타타에는 손을 벌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타의 윤리강령에도 정치인에게 돈이나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타타서비스는 타타선즈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다. 그룹 전체의 법률 서비스, 홍보, 계열사 사이의 의사소통 등을 담당한다. 타타 계열사에 대한 감시, 지난 성과에 대한 검토, 앞으로의 정책에 대한 설계, 앞으로 나아갈 방향 제시 등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지난 2004년 그룹기업센터(GCC·Group Corporate Center)가 만들어졌다. 타타선즈와 타타인더스트리에서 직접 임명하는 사람들로 구성되며 타타선즈에 보고할 의무를 갖는다.GCC의 집행조직으로는 그룹집행실이 있다. ■ 인도 주요그룹 특징 살펴보니 인도에도 우리의 ‘왕자의 난’에 버금가는 일이 있었다. 재계 2위였던 릴라이언스 그룹이 창업주인 디라즈랄 암바니(1932∼2002년) 사망 이후 지난 2004년 형제간에 경영권 다툼이 일어났다. 미망인의 중재로 형인 무케시 암바니(48)가 석유·가스·석유화학 부문을, 동생인 아닐 암바니(46)가 전력·통신·금융 등의 계열사를 갖고 있다. 현재 무케시 암바니의 릴라이언스가 재계 2위, 동생이 재계 3위이다. 재계 1위는 타타이다. 인도 그룹들은 특히 가족경영(family business)을 중시한다. 카스트를 더욱 세분화, 직업별로 나눠지는 ‘자티’가 같다면 가족으로 여긴다. 자신이 속한 자티의 번영이 기업경영의 목표다. 이익이 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문어발식’ 사업확장도 마다하지 않는다. 상위 500대 기업의 90%가 가족경영 기업이라는 발표도 있다. 대표적인 가족경영 그룹으로는 비를라·고엔카·루이아 등이 있다. 비를라는 타이어 원료인 카본블랙을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이 생산하는 업체를 포함해 고무·식용유·섬유 등의 업종에 진출해 있다. 최근 들어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고 재벌 총수가 30대의 쿠마르 만가람 비를라(38)라는 점에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엔카 그룹은 무차입경영으로 유명하며 루이아 그룹은 철광석 수출, 운송업 등에 관여하고 있다. 그룹은 아니지만 세계적 철강왕 락시미 미탈의 미탈스틸도 인도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기업이다. 미탈 회장은 인도에서 최고의 부자다. 최근에는 자동차 제조업체인 마힌드라&마힌드라 그룹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경하특파원 lark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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