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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대통령·고르비,크렘린대좌 2시간15분(모스크바 여로)

    ◎“모스크바여 영원하라” 노어인사에 박수/푸시킨 시구 인용… “지금은 기적의 순간이다”/“한국젊은이 고속전철 타고 시베리아 올 날 멀잖았다” ▷정상회담◁ ○…노태우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역사적인 모스크바정상회담은 14일 상오 11시1분(한국시간 하오 5시1분)부터 2시간15분 동안 크렘린궁내의 소련연방최고회의 건물 4층 대통령회의실인 올드 레드룸에서 진행. ○화기 넘친 분위기 노 대통령이 먼저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를 건네자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밤새 편히 지내셨느냐』고 물었고 이에 노 대통령은 『아주 편안하게 잘 지냈습니다』라고 대답. 양국 대통령은 사진기자들의 요청을 받고 잔뜩 웃음을 머금은 표정으로 손을 맞잡고 잠시 포즈. 노 대통령은 본격회담에 앞서 고르바초프의 얼굴사진이 큼지막하게 표지에 실린 「페레스트로이카」 한국어판 책 1권을 고르바초프 대통령에게 선물. 노 대통령은 샌프란시스코에서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우리의 만남이 한반도의 얼음을 깨는 일』이라고 언급했던 점을 상기시킨 뒤『나의 이번 모스크바방문이야말로 양국 관계에 봄을 열고 씨앗을 뿌려 양국민 모두가 풍성한 열매를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시대를 열 수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회담과정에서 17일부터 열리는 소련최고인민회의 준비와 관련한 자신의 연설문 마무리 문제와 소련 국내문제를 둘러싼 여러 첨예한 대립과 논쟁상황 등을 숨김없이 털어 놓았는데 노 대통령은 자신의 6·29민주화선언과정에서의 어려웠던 과정을 설명하며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위로. 노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냉전체제 와해 등 최근의 변화와 페만사태 등에 관해서도 의견을 교환. 노 대통령이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통일 방안에 대해 설명하자 전적인 지지와 동감을 표시했던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과거에는 강대국이 자신의 의지를 약소국에 강요하던 시대가 있었으나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다』고 단언.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구라파에 평화가 왔듯이 아시아에도 평화가 와야 하며 모든 문제를 군사력을 사용,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물론 아시아는 유럽과 여러 조건이 다르다. 그러나 유럽에서와 마찬가지로 아시아에서도 평화의 질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노벨평화상 수상자답게 「평화」를 강조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완화,평화정착이 아태지역 평화의 관건임을 거듭 확인. 한편 김종인 경제수석은 정상회담에 앞서 카운터 파트인 마슬류코프 제1부수상과 30분 동안 별도 협의를 가졌다. ○올 노벨상 수상 축하 ▷공식만찬◁ ○…노 대통령은 이날 하오 7시부터(한국시간 15일 새벽 1시) 약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고르바초프 대통령 주최의 공식만찬에 참석. 노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올 노벨평화상 수상을 축하하고 『이는 각하께서 용기와 신념,탁월한 지도력으로 온 인류의 한결같은 소망을 실현하고 있는 데 대한 세계의 평가를 반영한 것』이라고 피력. 노 대통령은 『고르바초프 대통령 각하 내외분의 건강과 행운을 위하여,소련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그리고 한소간의 영원한 우의를 위하여 축배를 들자』고 제의하고 「발쇼예 쓰빠시바」(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인사. ○…소련에서의 첫 밤을 보낸 노 대통령은 14일 상오 10시(한국시간 14일 하오 4시) 크렘린궁 외곽의 알렉산드로프스키 공원내 무명용사묘에 헌화하는 것으로 이틀째 일정을 시작. ○무명용사묘에 헌화 메드베데프 대통령위원회 위원과 소콜로프 주한 소련 대사의 안내로 알렉산드로프스키 공원에 도착한 노 대통령은 스미르노프 모스크바 주둔군 사령관의 영접을 받은 뒤 3군 의장대를 사열. 노 대통령이 의장대를 사열하는 동안 군악대는 차이코프스키의 진혼곡을 연주했는데 선두의 헌화병은 소련군의 독특한 걸음걸이로 엄숙한 분위기를 연출. 이어 노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 노태우」라고 쓰인 붉은 색 리본이 달린 화환을 무명용사묘에 헌화하고 양국 국가가 울려퍼지는 동안 중절모를 벗어 묵념. 이날 헌화에는 최호중 외무,박필수 상공,김진현 과기처 장관과 이홍구 대통령정치특보,김종인 경제수석비서관 등 수행원들이 참여. ○…노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는 14일 하오 고르바초프 대통령 부인 라이사 여사의 안내로 크렘린궁내 박물관을 둘러본 뒤 30여 분 간 환담. 김 여사는 박물관에 도착해 미리 대기하고 있던 라이사 여사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는데 13일 공식환영행사에서 이미 한차례 만난 탓인지 친근감있게 가벼운 포옹을 교환. 두 대통령 부인은 박물관장과 함께 러시아 황실의상과 칼 등 무기들이 진열된 전시장을 둘러보고는 궁전내 파인애플룸에서 자녀·의상·부군에 대한 내조 등을 화제로 환담 후 기념촬영. ○…노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는 13일 저녁 9시(현지시간)의 TV뉴스를 통해 소련국민들에게 처음 소개돼 관심이 집중. 이날 TV에 소개된 노 대통령 방소 관련화면은 공항도착 장면과 크렘린궁내의 공식환영행사 등으로 약 4분간에 걸쳐 방송. ○「크라시바야」 연발 소련 체신부에 근무하는 실라 니콜라에바씨(여·40)는 TV를 보면서 「크라시바야」 「오친 크라시바야」(대단히 아름답다)를 연발. 그녀는 한복의 맵시와 김 여사가 가진 조용하고 아름다운 분위기가 잘 조화돼 환상적이라고 감탄. 소련국민들의 미에 대한 정서는 유럽보다 동양인들의 그것에 더 가까운 것으로 설명되곤 한다. 소련인들의 이런 정서 때문에 김 여사가 보여주는 특유한 분위기는 그 동안 소련을 방문했던 어느 나라의 퍼스트레이디보다 더 강렬하게 소련인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는 것 같다. ◎「임양 구속」,대북정책 역행 아닌가/법질서 무시한 행동은 처벌 마땅 ▷모스크바대 연설◁ ○…노 대통령은 이어 하오 3시30분부터 모스크바대학을 방문,교수·학생들을 상대로 「냉전의 벽을 넘어,평화와 번영을 향하여」라는 제목으로 2시간 동안 연설. 노 대통령은 『모스크바대학이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많은 개혁의 지도자들을 배출했다』고 경의를 표하고 투르게네프·곤자로프·체호프·칸딘스키 등의 문호와 벨린스키·게르첸·웨르나드스키·켈디쉬 등 이 대학 출신 사상가와 학자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 노 대통령은 『이 대학이 낳은 문호 곤자로프는 러시아인으로는 첫 한국견문록을 남겼다』고 「인연」을 강조하고 『그는 길에 깊이 패인 수레바퀴 자국들을 보고 한국인이 근면하고 생활력이 강한 것을 알았으며 신기하게도 가난한 사람까지 시를 쓸 만큼 학식이 있었다고 썼다』고 설명. 노 대통령은 『우리 국민은 우리 두 나라의 새로운 만남을 시인 푸시킨이 노래한 「기적의 순간」처럼 경이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야 뽀옴뉴 추우드노예 므그노베니예/뻬레 더 므노이 야비일라시 뜨이」(나는 기적의 순간을 기억합니다. 그것은 당신이 내 앞에 나타났기 때문입니다)라고 러시아말로 푸시킨의 시구절을 인용. 노 대통령은 『나는 서울을 출발한 한국의 젊은이들이 고속전철을 타고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모스크바의 젊은이들과 어울려 스톨홀름으로,파리로,이스탄블로 여행을 떠나는 내일이 올 것을 확신한다』는 말로 연설을 끝내고 「마스끄바,베치나야 찌베 슬라바」(모스크바여,영광이 영원하여라) 「발쇼에 쓰빠시바」(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러시아어로 인사. 노 대통령은 연설을 마치고 3명의 학생으로부터 임수경양 처벌과 국가보안법 폐지,한소 경협과 개발도상국에서의 경제발전 문제,청소년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즉석 답변. 노 대통령은 첫번째 질문 학생이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는데 평양축전에 참석한 여학생을 엄벌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하겠느냐』고 물은 데 대해 『우리 정부는 학생이 북한을 방문할 수 있게끔 절차를 만들어 놓고 있다』면서 『그러나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몰래 다녀온 데 대해서는 우리뿐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도 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담담하게 답변. 노 대통령은 이어 『만약 북한에서 남한을 몰래 다녀갔다면 10배 20배의 벌을 받았을 것』이라고 부연설명했고 학생들은 이에 박수로써 호응.
  • 외언내언

    11일 저녁 쉐라톤 워커힐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3차 남북고위회담 환영만찬석상에서 주최자인 강영훈 총리는 「초부득삼」이라는 한자성어를 인용했다. 첫번에 이뤄지지 못하면 세번까지 간다는 뜻인 듯 하다. 우리가 보통 생활에서도 잘 쓰는 말이 있다. 한번이나 두번으로 끝내기 미흡하다는 뜻으로 『…삼세번이다. 3번째가 진짜다!』 ◆남북 고위회담은 이번이 3번째다. 독일말에는 「1번은 번이 아니다」라는 뜻의 말이 있다고 한다. 1번쯤 한 일을 번의 수에다 넣는 것은 심하다는 뜻일 수도 있고 「첫번」이 지닌 뜻의 크기를 매번의 것과 같게 칠 수 없다는 뜻도 된다고 한다. 수에 있어서도 1,2는 소수에 들지만 3부터는 다수에 속한다. ◆요컨대 우리의 고위회담은 이제 「어쩌다 한두 번」의 경지를 벗어나 어떤 궤도에 진입했음을 강 총리는 강조하고자 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아주 작은 결실이라도 좋으니 이루어야 할 시기에 이르고 만 것이다. 강 총리 또한 그걸 지적하고 있다. 이 만찬사에서 공감을 느끼는 또 한가지 대목이 있다. 『이후에우리가 기억했을 때…』에는 하찮고 사소한 일일지도 모를 일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는 대목이 그것이다. ◆미움과 분노로 활활달아 오르는 영혼의 지옥불을 경험하며 다투던 원수끼리도 화해를 하고 한 세월을 보내고 난 뒤에 돌아보면 그 속절없던 시절이 부끄러워진다. 황차 「민족의 삶」이라고 하는 크고 깊은 맥락에서 보면 이념이니 체제니 하는 것들은 쓰잘데 없는 객적은 것에 불과하다. ◆무슨 일이든 잘만 되고 나면 열가지 흉이 다 묻힌다. 미움도 사라지고 아등바등하던 자신이 우습기 조차 하게 된다. 통일이 된 뒤에 우리도 그럴 것이다. 『그때는 그 하찮은 일로 왜 그렇게 신경을 소모했을까』하고 미소띠며 회고하게 될 일로 우리는 지금 너무 소모전을 벌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마음으로 회담에 임하여 아주 작은 열매라도 맺었으면 좋겠다.
  • “「우리의 소원…」 흘러간 노래 됐으면”

    ◎「송년음악회」 참석하러 귀국/작곡자 안병원옹/“40년간 애창… 통일 안된 현실 안타까워/이산가족도 많은데 특혜같아 방북 초청 거절” 노래의 제목 「우리의 소원」의 작곡자 안병원씨(63)가 서울 무대에서 지휘봉을 잡기위해 지난 5일밤 일시 귀국했다. 오는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서울시립 소년소녀합창단 송년 공연무대에서 이날의 피날레가 될 「우리의 소원」합창을 지휘할 안씨는 공연에 앞서 세종문화회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잠시 기자들과 만났다. 그가 만든 이 한 곡의 노래 「우리의 소원」이 40년을 한결같이 애창돼 오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까운 한편,그래도 예술가로선 가슴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는 것이 안씨의 첫마디다. 『가사를 잘 써주신 선친 덕에 제가 이제와서 덕을 보고 귀한 열매를 맺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바람이 있다면 이 노래가 곧 「흘러간 노래」가 돼 버리도록 하루 빨리 통일이 됐으면 하는 겁니다』 지난해 7월 임수경양의 입북사건 이후 그의 노래가 북한에서 급격히 퍼져 나갔고 북쪽에서는 수차례에 걸쳐 안씨를 방북하도록 초청했으나 북한 방문을 단호히 거절했던 안씨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내 고향은 서울입니다. 그곳에 연고가 전혀 없는 내가 아직 수많은 이산가족도 상봉 못하는 현실에서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제가 서울음대 1학년에 재학중이던 지난 47년 아버님께서 당시 서울 중앙방송국의 3·1독립운동기념 어린이 노래극 노랫말을 쓰시고 제게 곡을 붙이라 하셨죠. 믿음이 깊었던 전 가사를 뇌며 많은 기도를 했는데 어느날 불현듯 악상이 떠올랐어요. 1시간만에 곡을 완성했습니다』 이 노래는 우리나라가 1948년 자주 국가로 독립이 되는 대신 남과 북이 갈라진 현실속에서 「독립」이 「통일」로 바뀌는 운명을 맞게 됐다. 지난 48년부터 이 노래는 국민학교 교과서에 실리게 됐는데 이 때 작사자인 고 안석주씨(안씨의 부친)와 작곡가 안씨의 동의를 얻어 노랫말이 「우리의 소원은 독립」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로 바뀌어 책에 실린 것이다. 캐나다 이민후 이번까지 세번째 고국을 찾은 안씨는 이번 일시귀국이 어느 때보다 감개무량하고 뜻깊다고 밝혔다.
  • 내한 소 대통령위 위원 메드베데프(인터뷰)

    ◎“생필품보다 「하이테크 합작」 희망”/“한ㆍ소 교역량 빠른 속도로 늘 것” 한소경제협회의 초청으로 메드베데프 소련 대통령평의회 자문위원(70)을 단장으로 한 소련의 경제ㆍ과학분야 고위인사 14명이 16일 내한했다. 메드베데프 자문위원은 이날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소간의 교류에 있어 장애물은 하나도 없다』고 거듭 밝혀 양국간 경제협력을 낙관했다. 메드베데프 자문위원은 지금까지의 방한인사 중 최고위인사로,소련 공산당의 당서열 3위이며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1급 브레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회색 정장을 한 그는 백발에도 나이에 비해 젊고 세련돼 보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이다. ­방한 목적 및 일정은. ▲한소간의 국제세미나에 참석,양국간의 과학기술 및 경제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오는 23일까지 7박8일 동안 머무르며 한국의 각료ㆍ국회의원을 비롯,재계의 중진들을 만나고 현대중공업과 대우자동차 등 산업현장도 둘러볼 계획이다. ­양국간의 유망한 경제협력분야는. ▲무엇보다 우리측의 뛰어난 과학및 기술분야에 대한 협력과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시베리아개발에 한국측의 참여를 기대한다. 이번 세미나를 위해 우리는 치밀하게 준비해왔으며 함께 논의될 과학기술분야는 실용성이 매우 크다. 이번 일행에는 노벨상 수상자인 프로호로프 소련 과학원 일반물리학부장과 원자력성 차관ㆍ우주비행사 등 전문가들이 포함돼 있다. ­양국간의 경제협력 전망은. ▲올해 교역량은 10억달러 규모로 기대에 못 미치나 수내내 몇 배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오늘의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앞날이 달려 있으나 빠른 속도로 발전될 것임을 확신한다. 한국측이 소비재 및 생필품의 수출에서 벗어나 하이테크부문 등 기술ㆍ자원개발에 있어 합작투자 등 적극적인 참여가 요청된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친서 휴대 및 내용은. ▲친서를 받는 사람이 발표할 때까지 참아달라. 내용 중에는 노태우 대통령의 12월중 방소문제와 관련이 있으며 방한목적 가운데는 친서 전달도 포함돼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공업화된 나라로 풍요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태국가에서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국제정치ㆍ경제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이 기대된다. 또한 문화면에서도 큰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알며 한국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방한 소감. ▲고위인사로서 무거운 책임과 함께 이번 방한 결과 좋은 열매가 맺어지길 기대한다.
  • 외언내언

    쉽사리 전쟁판을 벌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금의 교착상태를 마냥 질질끌 수도 없고. 요즘 신문이나 텔레비전에 나오는 부시 미국 대통령은 전쟁과 평화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를 놓고 깊은 시름에 빠진 표정이다. 그와 서방지도자들의 수위 높은 경고에도 아랑곳없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도리어 큰소리를 탕탕치며 조금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판 햄릿의 고뇌를 보는 것 같아 그에게 인간적인 동정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미국의 병력증파와 강성발언이 정치적인 계산에서 나온 것인지,진짜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배수의 진인지 단정키는 어려우나 후세인의 목을 베어오려면 수만명의 미국젊은이들의 목을 먼저 바쳐야할 것이라는 반전론이 그에게는 만만치 않은 압력이다. 엄청난 출혈을 국민이 과연 용인할 것인지가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면 그의 「강력한 리더십」은 스타일을 구기게 되는 것. ◆전쟁이 나면 이라크와 쿠웨이트에 갇혀 있는 인질은 어떻게 되나. 주요 시설물에 「인간방패」로 있는 인질들에게 빵과 쌀,그리고 물 외에는 먹을 것이 주어지지 않지만 미국인들은 그나마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고. 쿠웨이트에 잡혀 있는 인질들은 밤에만 움직이는 「부엉이 신세」. 이들은 하루빨리 풀려나기만 손꼽아 기다린다는 소식을 비밀통로를 통해 전해오고 있다. 쿠웨이트 주재 미국대사관 직원들은 구내의 나무열매로 끼니를 때우기도 한다며 한계점을 호소하는 형편. ◆한편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지대에 주둔하고 있는 병사들은 『우리를 가장 괴롭히는 일은 무엇이 언제 일어날지 알지 못하는 것』이라며 불확실성을 막연히 기다린다는 게 사기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는 소리다. 이러한 불안감 속에서 부시 대통령은 오는 22일 사우디를 방문,대이라크 전선에 배치된 미군부대를 돌면서 추수감사절을 병사들과 함께 보내고 사우디ㆍ이집트 등의 지도자들과 페르시아만사태를 논의키로 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곳에서 솔로몬의 지혜라도 배워오려는 것일까.
  • 외언내언

    『꿈이었느니/젊디 젊은 한때의/꿈이었느니…』. 박두진 시인의 「가을나무,낙엽」은 이렇게 읊기 시작한다. 시인이 아닌 사람의 가슴에도 가을의 조락을 보면서는 인생의 영고성쇠가 와닿는 것. 11월은 그 낙엽의 계절이다. ◆산과 들의 단풍. 노랗게 물들어 가는 은행잎이 하나 둘 떨어진다. 어린 날 그 은행잎을 책갈피 속에 끼워 넣어 보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어쩌다 바람 분 날 저녁을 지난 아침이면 뜨락에 깔린 노란 융단. 소슬바람에 뒹구는 은행잎을 보면서 감상에 젖는 가운데 가을은 깊어가는 것이 아니던가. 『이제는 떨어버리노라/머리에서 발끝/가지에서 가지의/일체의 꿈의 잎새 떨어버리노라』(앞시의 4련). ◆1속1과 1품종이라는 은행나무. 중국에서는 공손수라고도 부른다. 공자는 아버지를 뜻하며 손자는 손자를 뜻한다는 것. 아버지가 심은 것이 손자 대에 가서야 열매가 맺는다는 뜻에서의 이름이라 하나 실제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압각수란 이름은 그 잎의 생김새가 오리발 같다는 데서 온 것. 열매는 예로부터 해충 구제 등의 약용으로도 쓰였으나 한꺼번에 많이 먹는 것만은 금기해왔다. ◆근년 들어 우리의 은행잎은 색깔 그대로 진짜 「금행잎」이 되고 있다. 모든 성인병을 다스리는 요소가 들어 있는 위에 항암제로서도 성가가 높아지게 되면서이다. 무슨 이유인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그같은 약효가 외국산 것보다 10∼20배 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연전에는 은행잎 수출문제를 두고 국익 논쟁까지 벌어졌던 터. 어쨌거나 은행잎은 지금 돈으로 되고 있다. 그 때문일까. 색깔이 더욱더 노랗게 빛나는 것 같기만 하다. 「은행나무 구국론」(한국은행나무 연구원 이창우옹)이 나온 까닭도 여기에 있다. ◆서울의 시가지에서는 중앙청앞 일원이 은행나무거리. 지금은 여기저기에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 있다. 그런데 예컨대 무교동쪽 은행나무는 지금 노란빛 아닌 잿빛. 공해 때문일까,수분부족 때문일까. 가을 정취를 해쳐서 안타깝다.
  • 노대통령 「새질서ㆍ새생활 실천」 호소 전문

    ◎“민주ㆍ번영 이룰 국민정신 발현을”/범죄추방 성과 미흡땐 「특단의 대책」/범행신고ㆍ법정증언 시민 안전 보장 오늘 국민 여러분과 함께하는 이 모임은 우선 사회가 겪어온 전환기적 상황을 이제는 분명히 매듭짓고 나라와 민족의 희망찬 미래를 가꾸어 가는데 국민적 의지와 역량을 한 데 모으기 위한 것 입니다. 민주주의의 시대를 열어 온 지난 3년 동안 우리는 뼈저린 체험을 통해 이 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분명히 인식하였습니다. ○제자리 찾는 사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우리 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그동안 흐트러졌던 우리 사회가 올들어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을 여러분도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 입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시급한 일은 안정의 바탕을 굳건히 하는 것 입니다. 그리하여 지난 3년간 국민 모두가 인내로 치른 희생이 진정한 민주사회와 더 큰 번영으로 결실 맺도록 하는 것 입니다. 우리가 맞고 있는 시대적 상황 또한 지금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역사의 분기점인지…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세계의 격변 속에 번영과 통일의 길을 열기 위해 우리 사회 내부의 도전을 극복해야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밝히는 국민 여러분의 동참을 호소하고자 합니다. 국민 여러분이 직접 뽑아주신 대통령으로서 임기후반을 맞은 저는 국민 여러분의 여망에 부응하여 다음 세 가지 일에 정부의 역량을 집중적으로 투입할 것 입니다. 첫째,저는 우리의 공동체를 파괴하는 범죄와 폭력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고 헌법이 부여하는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동원해서 이를 소탕해 나갈 것 입니다. 둘째,민주사회의 기틀을 위협하는 불법과 무질서를 추방할 것 입니다. 셋째,과소비와 투기ㆍ퇴폐와 향락을 바로잡아 「일하는 사회」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갈 것 입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사회 각계의 지혜와 힘을 결집할 것이며 실천과 행동으로 이 사회의 모든 과도기적 현상을 매듭지을 것 입니다. 정부는 검찰과 경찰력을 총동원하여 범죄와 폭력에 단호히 대처할 것 입니다. 조직폭력배와 강력범ㆍ마약조직을 단기간 내에 소탕하고 인륜을 저버린 가정파괴범ㆍ인신매매범과 유괴범도 그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할 것입니다. 범죄에 대한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범죄의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겠습니다. 모든 외근 경찰관을 무장시켜 범죄와 폭력에 대해 정면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범죄와 폭력에 대한 전쟁은 일과성 조치로 끝나지 않을 것이며,국민 여러분이 그 불안에서 벗어날 때까지 지속될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데 미흡하다면 특단의 대책도 강구할 것입니다. 정부는 이와 병행하여 치안능력을 높이고 범죄의 근원을 제거하는 대책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민생치안을 강화하기 위해 경찰관을 계속 증원해 갈 것이며 기동력과 장비도 더욱 보강할 것입니다. 범죄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찰관이 범죄자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갱생이 어렵고 범죄를 되풀이 하는 자는 상당기간 이 사회에서 격리되어야 합니다. 이제 범죄 피해자의 인권과 이 사회의 안전을 위해 흉악범과 누범자에 대해서는 온정주의적인 형사정책을 전환해야 합니다. 저는 이와 관련한 입법과 법률집행에 있어 국회와 법원의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합니다. 정부는 교도소가 또 다른 범죄를 배우고 모의하는 곳이 되지 않도록 재소자에 대한 교정과 갱생대책을 강화할 것입니다. 우리는 또 청소년 범죄의 심각성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강ㆍ절도 사건의 절반이,그리고 폭력사건과 성범죄의 상당비율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습니다. 청소년 범죄가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막고 우리의 다음 세대가 비행의 어두운 길로 빠져들지 않도록 국민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범죄 제어력 절실 「범죄없는 사회」를 만드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동체가 범죄에 대한 제어력을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불의를 참지 않는 시민정신이 발휘되어야 합니다. 국민 모두가 범죄의 감시자가 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범죄를 신고하고 증언한 시민에 대해 안전을 보장하고 보복을 막는 조처를 취할 것입니다. 이 자리에는 이웃에 든 강도를 잡다가 부상을 당한 시민 두분이 와 계십니다. 저는 이분들의 용감하고 정의로운 행동에 경의를 표합니다. 정부는 이 분들처럼 의로운 일에 앞장선 분들에게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예우와 보상을 해주도록 법적조처를 강구할 것입니다. 질서있는 사회를 이루어야 할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고 그 혜택 또한 우리 모두에게 돌아오는 것입니다. 민주사회의 근본은 바로 법과 질서 입니다. 정부는 법이 그 권위를 바로 세우고 주어진 기능을 다하도록 정당한 공권력의 행사를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단속하는 교통경찰을 차에 매달고 질주하는 것과 같은 무법행위를 용납할 수 있겠습니까. 정부는 어떠한 불법행위도 엄정히 다스려 나갈 것입니다. 그동안 모든 국민이 불법과 무질서의 피해자였습니다. 날마다 교통질서의 문란으로 우리 모두가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면 차례나 다른 사람을 돌보지 않는 이기적 행동으로 우리 사회와 거리는 웃음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수많은 인파가 밀려나간 지난 여름 휴가철에 우리의 아름다운 자연은 짓밟히고 쓰레기 투성이가 되었습니다. 질서야말로 정부만이 아니라 사회 각계와 온 국민이 참여하여 함께 이루어야 할 일입니다. 서울올림픽을 통해 보여준 우리 국민의 높은 문화시민의식은 세계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지금이야말로 다시 한번 민주시민의 높은 의식을 발휘하여 이 사회에 새로운 질서를 세울 때 입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새로운 질서는 강요되는 획일적인 질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자율과 참여를 통해 다양성이 조화되는 민주질서입니다. 이제는 국민 모두가 민주시민으로서의 책임을 나누어 갖고 자발적인 실천을 통해 우리 사회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해야 합니다.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원동력은 우리 국민의 근면과 성실입니다. 우리가 열심히 일하지 않고 더 잘사는 나라를 만들 길은 없습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는 다소의 여유가 생겼다 하여 힘든 일을 꺼리고 국민소득 5천달러의 나라가 마치 2만달러의 부유한 나라가 된 것처럼 일하기보다 즐기려 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습니다. ○일 즐기는 풍토로 과소비ㆍ사치ㆍ퇴폐향락 풍조가 번지고 불로소득을 노리는 투기심리가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풍조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국제수지의 악화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또한 우리 사회의 갈등을 심화하고 범죄를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페르시아만 사태로 인하여 18달러 하던 국제원유가가 최근 40달러까지 치솟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 경제는 연간 약 70억달러의 석유값을 추가로 부담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 어디에서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밤늦도록 일하며 이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우리에게 지금 절실한 것은 새로운 각오로 더욱 열심히 일하고 절약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다시 한번 근검절약이 소중한 덕목이 되고 근로가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어려움을 이기고 발전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사회지도층과 공직자가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과소비와 사치를 추방하고 공동체의 화합을 이루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 정부는 퇴폐ㆍ향락을 조장하는 서비스 산업의 팽창을 억제하고 제조업이 건실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정책적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성실하게 사는 국민에게 좌절을 안겨주고 경제의 흐름을 왜곡하는 부동산투기를 근절하겠다는 저의 의지는 어떠한 상황에도 후퇴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정부는 경제발전의 열매가 주택ㆍ의료ㆍ교육ㆍ생활환경개선의 혜택으로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기의 일터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 그 보람을 찾는 「희망의 사회」를 다함께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기업인과 근로자,그리고 국민 모두가 번영의 숨결이 고동치는 「일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다시 한번 흔연히 일어서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국민 모두가 참여하고 실천하여 우리 사회의 잘못된 풍조를 바로 잡아가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연 민주주의 속에 우리 모두가 나서 새로운 질서를 세워야 합니다. 우리 사회 곳곳… 모든 부문에서,자발적인 힘이 뭉쳐 질서와 창조의 민주공동체를 이루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입니다. 저는 이같은 운동이 온 국민의 마음 속에 창조의 불을 지펴 이 땅에 민주ㆍ번영ㆍ통일을 이룰 원동력으로 승화되기를 기대합니다. ○각계 적극 참여를 위대한 시대에는 그 시대를 이룩한 높은 국민정신이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루려는 나라는 물질적인 풍요를 누릴 뿐만 아니라 도덕의 가치가 생활과 사회 속에서 실현되는 나라입니다. 저는 스스로 일어난 이 시대의 국민운동이 산업화ㆍ민주화된 우리 사회가 요청하는 참된 가치체계와 도덕성을 구현하는 차원으로 발전되기를 바랍니다. 「범죄의 두려움이 없는 사회」 「질서 있는 사회」 「일하는 사회」에서 만이 보통 사람들은 거리낄 것 없는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국민 모두의 자유와 행복을 보장하는 바탕입니다. 이 일을 이루는데 온 국민과 사회 각계각층의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합니다.
  • 베를린의 한국교민들이 본 통일 현지좌담

    ◎“「중단없는 교류」가 통독 앞당겼다”/60년대부터 동독지원… 공감대 넓혀가/「반세기의 벽」실감… 국민성격까지 차이/“장벽 무너질 땐 남다른 감회… 통일은 개인업적 될 수 없어” 분단 45년만에 통일을 맞은 통독은 이제 단일국가로서의 힘찬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독일통일은 같은 냉전체제의 유물이었던 우리나라의 분단과는 달리 양쪽체제가 재결합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던 결과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주어진 통일이 아니라 얻어낸 통일이라는 것이 현지에서 통일과정을 지켜본 대부분 한국교민들의 소감이다. 현재 베를린에만 3천5백여명의 교민들이 살고 있으며 이들은 자신들의 생활을 통해 통일과정을 누구보다 생생하게 체험했으며 남다른 통일염원을 갖고 있다. 이들의 눈에 비친 독일통일의 원동력,통일을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할 일들을 좌담을 통해 알아본다. □참석자 △이일남 (베를린 한인학교 교장) △조종식 (베를린 한인학교 추진위원장) △박춘식 (재독한국과기자협 회장) △정동양 (한인회장) △이석순 (베를린 한국간호협 부회장) ▲박춘식=지난해 11월 동독 국민들의 대탈출로 독일통일이 급속히 진전됐지만 사실 독일은 분단과 동시에 통일작업이 추진되어 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양쪽 체제는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적으로 중단없는 교류를 추진해 왔으며 이러한 것이 서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10월3일 독일의 통일에 앞서 동독축구팀이 분데스리가에 편입되고 2개밖에 없는 동독 아이스하키팀이 서독협회에 들어와 대표팀으로 경기를 하는 것을 보고 이 사람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통일작업을 계획적으로 추진해 왔구나 하는 점을 느꼈습니다. ○자본주의 우월성 확인 ▲이일남=이번 독일통일은 그동안 반세기동안에 걸친 사회주의 운영체제와 자본주의 체제의 우월성 비교가 끝났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 것이라 하겠습니다. 시장경제를 중심으로 국력을 키워온 서독정부는 60년대부터 동독에 많은 도움을 주었으며 동독 국민들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또 서독측이 동독측에 너그럽게 대해 왔다는것이 우리와는 다르다 하겠습니다. 일례로 동서독이 분단되어 있는 상태에서 동독정부가 경제적인 이유로 서독에서 서베를린으로 가는 차량들의 검문을 강화하면 그 이유를 눈치채고 재정적인 지원을 해주었습니다. 그러면 동독정부는 모르는 척 하며 종전과 마찬가지로 서독지역과 서베를린을 오가는 차량통행에 대한 검문을 완화했습니다. ○서독 자신감이 원동력 ▲조종식=상대에게 관대하면서도 생색을 내지 않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도움을 주었으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지 그에 대해 왈가왈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래전에 남한이 큰 홍수가 나 북한이 쌀과 옷감을 보내왔을 때 쌀에서 냄새가 난다느니 옷감의 질이 어떻다느니 하는 기사가 신문에 나는 것을 보고 참 서글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부가 흘린 것인지 신문이 이야깃거리를 만들려고 그런 기사를 썼는지는 모르지만 각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성숙한 통일의식을 갖고 상대방에 너그러운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20년을 넘게 독일에 살아왔지만 이곳 매스컴들이 생색을 내거나 상대방을 비난하는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동독국민들은 그러나 어떤 체제가 살기 좋은 것인가를 잘 알고 있었으며 그것이 대탈출로,또 통일로 발전된 것입니다. 이와 함께 서독은 자신감을 갖고 동독의 투정을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정동양=이곳에서 볼 때 우리정부의 시책에 현실감각이 결여된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한 예로 동서독이 이미 통일을 하기로 합의를 하고 지난 7월1일 경제통합을 이루어 동서베를린의 왕래에 아무런 걸림돌이 없음에도 이곳을 찾는 우리나라 관광객과 여행자들은 동베를린에 가기 위해서는 현지공관에 사전신고를 하도록 해 많은 불편을 주었습니다. 분단국의 국민으로 통일이 되는 나라에 찾아와 여러곳을 보고 싶은 심정은 인지상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독일이 통일될 때까지는 동베를린이 동구권에 속하는 만큼 동구권 여행지침에 따라 동베를린을 여행할 경우 외교관ㆍ언론인들은 사후신고를,일반인은 사전신고를 의무화해 현지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간섭을 고수해왔습니다. ○통일 뒷처리 완벽 준비 ▲이일남=최근 베를린 시내에는 전 동독지역에서 관광을 하러 오거나 쇼핑을 하러 오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장경제에 익숙해져 있는 전 서독 사람들이 경쟁사회에서 살아온 때문에 좋게 말하면 세련되고 나쁘게 말하면 까졌다고 할 수 있는 데 비해 전 동독 주민들은 순박하고 어수룩한 면이 있을 정도로 행동과 표정만 보아도 식별할 수 있습니다. 동부지방 사람들은 가난에 익숙해 인내심이 강하고 관대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체험론입니다. 이에 비해 서부지방 사람은 풍족한 생활을 하다보니 까다롭고 외국인을 멸시하는 풍조가 있습니다. 한민족이 반세기 가까이 떨어져 생활을 하다보니 국민들의 성격까지 차이가 날 정도로 달라졌다고나 할까요. ▲이석순=서독정부는 통일에 대비해 말없이 꾸준히 노력해왔습니다. 통일과 더불어 도로ㆍ통신ㆍ주택확충을 위해 서독은 앞으로 천문학적인 액수의 투자를 해야 할 형편입니다. 이 때문에 서독국민들은 더많은 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통일과정에서 반대하는 의견도 상당수 있었습니다.그러나 정부는 장기간에 걸친 재정적인 축적으로 국민들의 납세를 최소화하고 동독의 재건에 신속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자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현재 상황에서 독일 국민들이 아무일도 하지 않고 지내도 3년을 먹고 지내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형편은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가기도 전에 흥청망청 지내는 바람에 막상 통일이 될 경우 통일 뒤처리를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군요. 최근 통일열기가 고조되는 것은 좋은 일이나 그에 대비한 준비가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정동양=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는 눈물이 날 정도로 부러움을 느꼈습니다. 베를린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중 분단국인 한국인만큼 독일통일에 대한 감정이 착찹했던 국민들은 없었을 것입니다. 원래 마르크시즘이 독일에서 발전돼 한세기에 걸쳐 소련을 비롯한 공산국가에서 시험의 시기를 거쳤는데 처음 시작한 국가들에서 자체내의 문제점들이 곪아터져 막을 내리는 마당에 북한과 중국에서만 아직까지 변화의 징조가 없다는 것이이상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서양에서 출발한 사회주의가 동양국가에서 열매를 맺을 것으로는 아무도 생각지 않습니다. ○우리완 크게 다른 여건 ▲조종식=우리나라에서도 통일이 이루어지는 분위기가 조성되려면 소수에 의한 정치체제가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은 논의의 대상도 되지 않지만 해방후 남한의 권력구조가 소수의 그룹으로 짜여져 있었기 때문에 통일문제도 그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독일의 경우 동방정책은 아데나워 총리시절부터 추진돼 브란트 콜총리에 이르기까지 같은 정책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콜총리시대에 꽃을 피운 독일통일이 특정개인이나 특정정당의 성과로 평가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국민과 더불어 이루어졌다는 것이 우리와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정동양=제가 독일에 올때는 그야말로 잘 살아보겠다는 한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런데 우리도 이제 잘사는 국가가 되었습니다. 사회주의도 자본주의도 다 장단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독일통일에서 보다시피 동독의 모든제도가 서독에 통합흡수됨으로써 그에 대한 대답은 스스로 결정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독일의 경제는 시장경제이나 사실은 사회시장경제체제 입니다. 물론 잘 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격차가 크지 않다는 것이 전체적으로 볼 때 우리와 다르다 하겠습니다. 국가가 세제를 통해 꾸준히 사회복지 정책을 써왔기 때문에 국민들 사이에 괴리감이 없어 통일문제에 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통일과제에 대해서는 자체내의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해 내부적으로 모든 준비를 해놓고 있다가 정부가 국제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자 그 찬스를 재빨리 나꿔챘다고나 할까요. ○한반도에도 기쁨 올 것 ▲이일남=그에 비해 우리의 정치상황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통일을 당쟁차원에서 다루다보니 그럴듯한 제안들만 풍성할 뿐 힘의 축적이나 발전이 없습니다. ▲이석순=최근 포츠담 경찰국장이 공산치하에서의 경찰국장을 했다는 데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고 사퇴를 했습니다. 그런데 포츠담시 당국은 한달여의 공백기간이 있음에도 통일정부가 경찰국장을 임명해야 한다며 새국장의 임명을 미룬 사례가 있습니다. 그러나 경찰국장이 사임한 뒤 누구도 그의 비리를 비난하거나 인신공격을 하지 않았습니다. ▲박춘식=독일통일이 우리에게는 부러움을 주지만 우리도 어느땐가 통일의 기쁨을 누릴 때가 있다고 굳게 믿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자신의 일에 충실해 내실을 다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통일이 우리에게 희망을 주었지만 우리의 현실과는 무척 다른 것만은 사실입니다.
  • 새 독일의 탄생(사설)

    1990년 10월3일. 동과 서로 갈라졌던 두 독일의 시대가 마침내 막을 내리고 새롭게 통일된 독일이 탄생한다. 전후 45년,분단 41년 만이다. 한 민족은 한 나라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는 역사의 증언이 독일에서 실현되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같은 분단운명의 민족으로서 우리는 그들의 통일을 진심으로 경하하며 우리의 통일노력을 기대해 보는 것이다. 독일통일은 분단상태에서도 동서독이 지난 40여년간 교류와 접촉을 꾸준히 계속해온 데서 얻어진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동서독이 분단현실을 인정하고 상호교류에 의한 기반을 단계적으로 조성한 뒤에 거둔 자랑스런 열매다. 양국은 69년 브란트의 동방정책으로 72년 기본조약,73년 유엔 가입,74년 양측 대표부 교환설치 등의 기반을 다져왔다. 이것은 두 나라 국민의 잠재된 통일열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또한 서독의 성숙한 민주주의와 경제력을 배경으로 서방은 물론 소련에 대해서도 신뢰를 주면서 통일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통독은 특히 유럽에 새로운 정치 경제질서를 뜻하고 있다. 냉전상태는 종식되고 새평화시대의 선언을 의미한다. 때문에 새 독일은 국제사회에서 좀더 중요한 역할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독일의 앞날이 순탄하리라고만 믿는 것은 아니다. 속도빠른 통일열차에 도취했던 독일국민들은 이제 사회적 심리적 통일이라는 한층 심각한 과제에 부닥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통제체제하에서 동독인들이 겪은 정서적 상처가 서독의 경제시혜만으로 치유될까 하는 문제다. 40%에 이른 동독의 생산성 감소와 내년이면 1백50만명으로 추산되는 동독실업도 또다른 숙제로 남는다. 동독이 서독과 같은 수준에 이르려면 5∼10년이 걸려야 할 것이라는 우려도 이러한 데 기인하고 있다. 주변국가들로부터 나오고 있는 통일독일의 경제적 팽창주의와 게르만 패권주의도 새 독일이 풀어야 하는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민족」답게 그들은 통일을 하는 것이다. 통독이 한반도 통일의 교과서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후 냉전체제로 인한 분단운명을 같이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독일의 통일을 가능케 한여러 요인이 각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다. 독일분단이 전쟁을 일으킨 데 대한 죄값이라면 한반도 분단은 「무고한 희생」으로서 독일보다 일찍 해결됐어야 한다는 독일에서의 평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적지 않다. 통독과 관련되는 이 평가를 귀담아 들으면서 최근 한반도 주변에서 일고 있는 여러가지 사태발전을 우리는 고무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한국과 소련의 예상보다 빠른 수교발표를 비롯해 한국과 중국간의 관게개선 노력,일본과 북한,미국과 북한간의 접촉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주변정세 속에서 남북한 당사자들이 벌이고 있는 통일노력도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북경아시안게임에서 합의발표된 남북한 스포츠교류는 분단감정을 무너뜨리는 데 바람직한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는 16일에는 평양에서 제2차 남북총리회담도 열린다. 동서독이 취해왔던 커뮤니케이션의 확대와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독일의 통일을 보면서 우리는 우리가 갖지 못한 것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인 것이다.
  • 「좋은 명절」을 위하여(사설)

    추석은 참 좋은 명절이다. 그 좋은 명절이 지금 마치 시한폭탄처럼 다가오고 있다. 공식적으로 5일 연휴라는 장기휴일의 한복판에 추석이 자리잡고 있고 전후에 걸친 하루 이틀을 연결하면 열흘은 「노는 날」이 될 수 있다. 아름다운 명절이 황금같은 연휴를 보너스로 지니고 찾아온다는 것은 기쁘고 반가운 일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부정적 측면이 적지 않다. 이 절기는 「놀기에」보다는 「일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춥지도 덥지도 않아 근로에 능률이 날 수 있고 머리가 맑아 사고를 깊이 할 수 있으며 효율높은 연구작업도 기대할 수 있고 창작예술의 열매도 많이 거둘 수 있는 계절이다. 그런 절기의 도막을 뚝 잘라서 연휴로 써버린다면 모처럼 돌기 시작하던 생산의 맥이 멈추게 된다. 게다가 휴가철에 빚어졌던 혼란과 추태가 며칠 사이에 한꺼번에 벌어지는 결과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자가용이란 자가용은 몽땅 길로 나와서 기름을 태워가며 대기를 오염시킬 것이다. 우리는 지금 속으로 깊이 멍들어가는 경제난국의 상당한깊이까지 빠져들고 있다. 국제유가가 이미 심각할 만큼 올라 있고 그에 따른 석유산업 위기 등 속이 곪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도 흥청거리며 과소비를 하고 길에서 에너지를 태워 없애는 일을 명절을 핑계로 해댄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런 어리석은 일이 「황금연휴」 때문에 벌어질 게 뻔하다. 추석 명절이 아름답다는 것은 거기에 담긴 미풍양속의 철학성 때문이다. 조상에게 결실의 기쁨을 보고 드리고,자손이 모여 친목과 우애를 다지고,그리고 어렵고 힘든 이웃을 찾아 위로하고,송편 한 접시씩이라도 나눠 먹는 풍습이 이 고유한 명절과 더불어 이어져왔다. 뇌물성 선물로 사회질서를 흔들어놓고 사치스런 구매충동으로 정서적 격랑을 일으켜 불신과 증오의 골을 파고 갈등과 불화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은 추석이 지닌 미덕의 기능을 살리는 길이 아니다. 객지살이에 분망했던 자녀가 고향 어른들을 찾아뵙고 산소에 올라가 조상께 절하며 허겁지겁 살아온 일상을 반성해 보는 일,먼데 흐트러져 몇해가 지나도 만나보기 어려운 혈연들이 모처럼만나 정을 나누는 일,그런 일들이 명절에 할 일이다. 무엇보다도 올해는 그 무서운 수해로 너무 큰 피해를 입은 이웃이 많다. 추석연휴를 즐기기는커녕 명절을 한데서 보내거나 물 잠겼던 집에서 참담하게 당해야 하는 이웃들이 당장 이웃에 있다. 그들이 당했기 때문에 무사할 수 있었던 우리라고 생각해보며 따뜻한 정을 보내지 않으면 안된다. 그 복잡한 길에 차를 끌고나서는 어리석은 짓을 보태지 말고 되도록이면 객적은 돈쓰임새를 고치고,꼭 가야 할 사람들을 위해 집 떠나는 일 자체를 삼가는 것이 현명하고 유익한 일이다. 조상께 정갈하게 차례지내고 어려운 이웃에게 마음 나누고 북경서 전해오는 게임소식이나 즐기며 가족과 함께 온당하고 건강한 추석을 보내는 편이 훨씬 성숙한 선택이다. 자녀교육으로도 그편이 훨씬 좋을 것이다. 미리미리 가족과 더불어 계획도 세우고 합의도 하여 지내놓고 후회되지 않는 명절을 준비하는 현명함을 택하자.
  • 「평양손님」을 맞는 「서울시민들」(사설)

    초가을의 통일로는 쾌적하고 아름답다. 그 길을 따라 「평양손님」들은 달려왔다. 우리가 만든 승용차에 우리가 만든 버스를 타고 정중하게 예를 갖춘 영접을 받으면서 기다랗게 행렬을 이룬 일행을 보며 길가던 「서울시민」들은 발길을 멈추고 박수를 보냈다. 비슷한 행렬은 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의 평양손님들은 기왕의 내객들과는 다르다. 그들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정무원총리」 일행이다. 직함에 맞는 격식과 예를 완벽하게 갖추어 맞아들인 손님인 것이다. 그것은 자리가 「고위」라는 뜻만이 아니다. 정식으로 「양측 정부」가 만나는 의미를 지닌다. 판문점에서 연형묵총리가 도착성명으로 한 말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지난날의 「외통길」 대신 사방으로 트인 자유로운 길을 놓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쓴 이 「외통길」이란 말이 매우 신선했다. 우리측은 잘 쓰지 않지만 명료하게 뜻을 전달받을 수 있는 우리말이다. 군사분계선이 있고 「돌아오지 않는 다리」가 놓여있는 길,그 길은 분명 멍텅구리처럼 막혀있는 「외통길」이다. 말에 배어있는 정서를 설명없이 서로 알아들을 수 있는 우리는 한 조상의 후예끼리다. 그런 서로가 손님으로 만나는 일이 아직은 어색하지만 자꾸 만나느라면 녹슬었던 말들을 꺼내놓고 닦아서 윤기가 돌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악재에 나가 평양손님 오는 것을 기다리던 서울시민은 기꺼운 목소리로 『진심으로 환영』을 했고,공덕동에 서있던 시민도 『… 아주 반갑다』는 말을 커다랗게 외쳤다. 『내가 모는 관광버스에 하나 가득 손님을 태우고 금강산까지 시원스럽게 달려서 관광을 시켜드리고 싶은 것이 소원인 운전기사와,사이클을 타고 통일로를 달려 평양까지 거침없이 다녀왔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젊은 사이클클럽 회원도 길목에 나왔다. 아무도 그렇게 하라고 시키지 않건만 멈춰서서 손을 흔들고 반가워서 손뼉을 치는 서울시민들. 그 시민들을 북에서 온 손님들도 많이 보아주었으면 좋겠다. 서울 사람들이 평양사람 반기는 마음이 얼마나 따뜻하고 친화로운 것인지 북쪽사람들이 알아주기를 우리는 진심으로 바란다. 왜냐하면 우리 사이에 가로막혔던 가장 큰 고통은 서로 헐뜯고 미워하고 경계해야 했던 「세월」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장 걱정스럽게 생각하는 앞날 또한 서로의 사이에 미움과 갈등이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증폭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것을 그냥두고 우리는 통일로 가는 길을 진행시킬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불신에 가득차서 편안한 마음으로 상대방을 바라볼 수 없었던 체질이 아직도 그대로 있는 우리들이 여기까지라도 올 수 있었던 일은 대견하다. 이 대견함의 작은 씨앗을 땅에 묻어 싹도 틔게 해야 하고 꽃피워 열매 맺게도 해야 한다. 그러려면 이 씨앗을 소중하게 갈무리하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흙속에서 싹을 틔우고 작은 순을 밖으로 솟아나게 하기까지만도 어느 한 과정도 생략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유난히 마음이 넓고 정이 많은 서울 시민들은 충분히 그럴줄을 안다. 훈훈한 가슴을 열고 평양손님을 반기는 것도 그런 성정의 발로이다. 북에서 온 대표단도 그 마음을 받기 위해 넓은 도량을 보이리라고 믿는다. 그렇게 한다면 이번 기회에 우리는 「신뢰」의 단서를 서로 나눠 갖게 될 것이다. 이보다 더 큰 수확이 또 있겠는가.
  • 외언내언

    분단 45년만에 서울서 열리는 남북 총리회담. 어제 북쪽손님들이 왔고 오늘 회담이 열린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뜨거워진다. 한 시민은 『북쪽 손님들의 말쑥한 옷차림이 옛날과 달라 보이더라』고. 그들이 옛날과 같지 않은 자세로 이번 회담에 임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서 나온 인상이리라. 이번 회담을 맞으면서 동서분단을 꿰맨 독일인들의 협상지혜가 떠오르는 건 웬일일까. ◆며칠 전에 조인된 통독조약 가운데 가장 말썽이 많았던 대목가운데 하나는 낙태법. 서독은 반대,동독은 찬성. 그래서 몇개월간의 토의끝에 『이 문제를 당장 합의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둔 것이다. 이는 2년안에 어떤 합의든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 그러나 우리로서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조문에는 쉽게 합의를 했다. 서독으로의 탈출자들이 잃어버렸거나 공산주의자들이 이들의 가족들로부터 빼앗은 동독내 부동산들에 대한 서독인들의 소유권주장을 허용한 것. 이 조항을 유심히 들여다 본 한 월남인사는 『우리도 통일이 되면 고향에 두고온 땅에 가서 농사를지을 수 있을까』하면서 긴 한숨을 뿌린다. ◆동서독의 통일조약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동독의 한 지식인은 『동독에 있는 모든 것이 다 무용하거나 바보스런 것은 아니다』라면서 동독의 법률이나 생활규범 가운데 살만한 것은 통일된 독일에서도 통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은 동독이 양보할 것은 하더라도 서독으로부터 양보받을 것은 받아내야 한다는 뜻. 협상이나 토의를 성공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양보의 미덕을 강조한 말이다. 통독조약에서 유예기간을 두고 조정키로 한 것의 대부분은 두 독일이 한발짝씩 물러선 것들. ◆서울회담에 올려놓을 예상의제들은 기본적으로 쌍방의 시각차가 큰 것들이라고. 그러면서도 양측은 태도여하에 따라서는 부분적인 합의가능성도 있는 것들이라는 얘기다. 단 한차례의 만남에서 큰덩어리의 열매가 나오리라고 기대하는 건 욕심치고도 지나친 것. 다시 만나지 않기로 합의하는 것만 빼고 무엇이든 합의했으면 하는 것도 지나친 바람일까.
  • 한반도 긴장완화의 “작은 첫 걸음”/남북 총리회담 세계의 반응

    ◎“남ㆍ북한 정통성 상호 수용 계기로” 미국/“정상회담ㆍ인적교류 디딤돌 돼야” 홍콩/“분단공백 메워줄 가능성” 성과기대 일본 ▷미국◁ 미국의 주요 신문들은 4일 남북한 총리회담에 참석하기 위한 북한 정무원총리 연형묵의 서울 도착을 1면 또는 외신면의 주요기사로 보도했다. 미국언론들은 이번 남북한 총리회담의 의의를 「역사적」이라고 평가하고 그러나 회담결과에 대한 예상에 있어서는 대체로 「낮은 기대감」을 표시했다. 뉴욕 타임스지는 「남북한회담 개막,기대는 낮다」라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서울의 외교관들과 한국관리들은 마지막 순간의 문제들이 이번 회담을 무의미하게 만들거나 분위기를 망쳐 남북한 관계개선을 위한 오랜 노력을 후퇴시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임스지는 『서울은 이번 회담을 북한이 한국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하는 중요한 진전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노태우 대통령은 연의 청와대 예방을 김일성과의 회담을 요청하는 기회로 이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 포스트지는『이번 회담이 구체적인 결실을 얻는데 실패하더라도 한반도 긴장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대화채널을 연 것이기 때문에 상징적으로 중요하다』고 평가하고 『이번 회담은 또 북한이 역사적으로 워싱턴의 괴뢰라고 보아온 한국정부를 사실상 인정하는 처사』라고 보도했다. ▷일본◁ 사상 최초의 남북한 총리회담 실현에 대해 일본의 한반도문제 전문가 및 언론들은 『냉전으로부터의 결별을 지향하는 세계사의 흐름을 상징하는 것』 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분단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제1보가 될 것인가의 여부는 앞으로 회담에서의 쌍방의 자세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인다. 마이니치(매일)신문은 4일자 사설을 통해 『처음 열리는 총리회담에서 열매있는 성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이니치는 특히 『일본은 역사적으로 한반도와 중대한 관계가 있으며 한반도 분단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남북 총리회담의 향방은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시기적으로 볼때도 5월 노태우 대통령의 방일로 한일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고,북한과도 대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과의 관계는 깊다고 지적했다. 도쿄(동경)신문은 『서독 브란트정권의 「동방외교」가 동ㆍ서독 총리회담의 계기가 됐던 것처럼 대 사회주의 국가와의 관계개선을 목표로한 노정권의 「북방외교」의 성과가 북한을 총리회담 테이블에 끌어들인 결과가 됐다』고 평가했다. ▷홍콩◁ 대부분의 홍콩지들은 4일 남북한 총리회담에 관한 내용을 1면 또는 외신면 머리기사로 다루고 사설을 통해 나름대로의 견해를 밝히는 등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다. 홍콩지들은 한반도 분단 이후 처음 열리는 이번의 역사적 회담이 간접적으로는 소련ㆍ동구 민주화등 국제정세 변화의 뒷받침에 의한 것이며 지난 6월에 있은 노태우ㆍ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한소 정상회담과 현재 진행중인 양국간 경제교류 및 수교작업이 회담성사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했다. 홍콩 스탠더드지는 이날 사설을 통해 북한측은 지난번의 한소 정상회담에 크게당황했으며 지난 1904년 노일전쟁 이후 끊겼던 서울∼모스크바의 교류가 86년만에 활발히 재개된 이후 소측은 북한에 대해 한반도 긴장완화와 통일에 관한 남북한간 대화에 긍정적인 자세로 응하도록 압력을 가한 것이 확실시 된다고 논평했다. 이 신문은 이밖에 홍콩주재 한국의 정민길 총영사와의 인터뷰기사를 싣고 그가 『이번 회담은 남북한 정상간의 대화를 위한 디딤돌이며 통일을 위해선 상호 신뢰구축과 활발한 인적교류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음을 강조했다. 한편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지는 사설에서 북한은 과거 판문점회담 때와는 달리 이번 회담을 통해 한국의 주권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하고 강영훈 총리는 서울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평양방문 계획과 노태우ㆍ김일성 회담을 성사시켜야 할 역사적 책임을 지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프랑스의 일간 리베라시옹지는 4일 남북한 총리회담을 한반도 통일을 위한 첫 걸음이라 평하면서 총리급회담으로는 한국전 종전 이후 처음이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그동안 발표된 남북한 양측의 주장과 요구조건들을 상세히 전하면서 지금까지 여러차례 남북한간의 접촉이 있었으나 상호불신과 의견차이로 항상 성과없이 끝났으며 이번 총리회담의 목표는 바로 이러한 불신의 벽을 깨뜨리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외언내언

    월복까지 낀 삼복의 터널을 다 지나고 오늘이 말복. 7월14일의 초복으로부터 한달 만이다. 지금쯤 귀뚜라미는 앞날개쪽 발음기를 갈고 닦고 점검하면서 맑은 소리로 울어옐 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리라. ◆중복무렵까지는 그런대로 견딜 만한 더위였다. 흐리고 비오는 날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중복을 넘기고 장마가 걷히면서 시작된 전국적인 불볕더위. 온 국토가 30도를 넘나들었다. 특히 한달 남짓을 두고 30도 넘는 찜통속이 됐던 대구의 경우 마침내 38.5도를 기록하기까지. 거기에 산으로 바다로 가는 열기의 인열이 가세하여 국토는 달아올랐다. 중복∼말복은 참으로 무덥고 긴 여름이었다. ◆『8월의 강이 손뼉친다 8월의 강이 몸부림친다/8월의 강이 고민한다/8월의 강이 침잠한다…』고 노래하는 박두진시인(8월의 강). 우리의 피서풍습과 연관시켜 해석해 보게도 하는 시의 시작이다. 손뼉치고 몸부림치고 고민하고 침잠하는 것이 어찌 「8월의 강」뿐인가. 8월의 산,8월의 바다도 같은 처지가 아닐는지. 이제 산과 바다와 강으로 밀렸던 인파도 썰물. 두어차례 소나기가 지난 다음 아침 저녁의 바람기가 달라졌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여름은 뜨겁고 더운 것이 제 본디의 모습. 섭리의 뜻이다. 여름에는 그래서 땀을 흘려야 한다. 그러는 가운데 땀의 교훈도 터득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중세어에서 「여□」이 여름(하)이면서 열매(실)를 뜻하는 동의어였음에도 유의할 필요는 있다. 여름의 강렬한 태양아래서 열매는 영글고 단물을 채워가는 것. 여름은 위대하다. 여름은 장엄하다. 뙤약볕의 산과 들에서 생명의 찬가가 들려오지 아니한가. ◆잔서가 하순께까지 뻗치긴 할 것이다. 그러나 『늦더위 있다 한들 절서야 속일소냐』(농가월령가 칠월령). 매미소리도 차츰 처량함을 더해갈 것이다. 계절은 지금 수확의 가을로 다가가고 있다.
  • 북한,방북명단 또 접수거부/통일원

    ◎“남북 인적 교류 방해 속셈” 비난 북한은 10일 우리측 방북신청자 명단접수를 또 다시 거부함으로써 민족대교류는 사실상 무산됐다. 북한의 조평통서기국장 안병수는 이날 홍성철통일원장관 앞으로 보내온 전통문에서 방문자명단 교환의 전제조건으로 임수경위문단의 재소자면회ㆍ전민련의 판문점범민족대회 참가ㆍ국가보안법 철폐 등을 되풀이 주장하면서 방북신청자 명단접수를 거부했다. 이에따라 우리측은 이날 하오 판문점에서 방북신청자 명단을 북측에 전달할 예정이었으나 9일에 이어 또 다시 명단을 전달하지 못했다. ○민족교류 지속 추진 통일원의 최병보대변인은 10일 북한이 우리측의 방북 희망자명단 접수를 거부한데 대해 논평을 내고 『북한이 우리의 정당한 주장을 외면하고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전제조건을 새로이 덧붙이고 있는 것은 어떻게든 남북간의 인적 왕래와 교류를 막고 우리의 7ㆍ20민족대교류 제의를 무산시키려는 불순한 저의에서 나온 것으로서 온겨레의 규탄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북한측이 온 겨레의 염원에 부응하여 이번 민족대교류 기간에 상호교환방문이 실현될 수 있도록 성실한 태도로 호응해 나올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최대변인은 이어 『민족대교류 제의는 이번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추석ㆍ설날 등 민족명절을 전후로 지속적으로 실현시켜 나갈 것이며 우리의 노력이 반드시 열매를 맺음으로써 머지않아 남북한동포 누구나 자유로이 오갈 수 있게 될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 에너지절약 생활화로 「고유가」 넘자/중동사태와 유가불안을 보고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려 꽃좋고 열매 많으니,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아니 말라 내가 되어 바다에 이르니」 용비어천가에 나오는 말이다. 나라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기초가 튼튼해야 역경을 이겨내고 번창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요즘 중동사태로 온 세상이 떠들썩하다. 언론들은 정부와 기업이 고유가시대에 대비해서 그동안 해놓은 것이 무엇이냐고 다그치고 있고,국민은 또 한차례 오일 쇼크가 오는 것이 아닌가 하고 불안해 하고 있다. 사실 이번의 이라크­쿠웨이트사태는 그동안 동서 긴장완화무드에 젖어 다가올 21세기는 인류역사에 모처럼 전쟁이 없는 평화의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던 전세계인에게 대단히 쇼킹한 일이었다. 호랑이와 사자가 잠들고 나니 쥐새끼가 시끄럽게 구는 격이라고나 할까. 실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기는 하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영웅심리에 빠져 기어코 일을 저질러 놓고야 말았다. 세계가 자유시장 경제 체제와 민주주의의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는 동안에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서는 전쟁준비가 속속 진행되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후 세계유가는 반사적으로 급등했다. 지난 7월말 OPEC총회에서 결정한 공시유가는 배럴당 21달러였지만 이번 사태이후 주요 원유시장에서의 현물가격은 한때 28달러선으로까지 치솟았다. 이라크가 주장했던 공시가 25달러를 크게 상회한 것이다. 이러한 급작스러운 유가의 상승은 석유수급사정의 변화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심리적인 요인에 더 크게 기인한 것 같다. 실제 이라크와 쿠웨이트에서 공급하고 있는 석유의 물량은 하루 4백50만배럴 정도이기 때문에 이러한 물량공급이 장기간 중단되는 경우에는 세계의 석유수급균형이 깨질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OPEC 산유국들이 유가의 유지를 위해 카르텔을 형성하여 최대생산능력보다 낮은 수준에서 생산하고 있고 미국ㆍ영국ㆍ일본 등의 선진국들이 충분한 비축물량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단시일내에 급격한 수급차질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이라크가 중동 최대의 산유국인 사우디마저 건드리게 된다면 사태가 급속히 악화되어세계는 제3차 오일쇼크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한 사태의 발생을 막기 위해 미국은 지금 급히 군사력을 중동지역으로 집결시키고 있으며 유엔안보리로 하여금 이라크의 쿠웨이트 합병을 무효화시키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외교노력을 통해 이집트등 친서방 중동국가들을 대이라크 군사행동에 동참시키고 있다. 과연 후세인이 그가 선언하는대로 기필코 쿠웨이트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인지 아니면 적절한 핑계를 찾아 군대를 철수시킬 것인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대이라크 징계에 있어서 처음부터 미국을 지지하고 나선 영국등 서방선진국들은 물론 이제는 소련마저도 대이라크 경제제재에 뿐만 아니라 군사행동에까지도 동참할 것임을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후세인이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결과는 이라크의 참패와 후세인의 종말로 끝장이 날 것임이 거의 확실하다. 아무리 이라크가 1백만대군을 가졌다 해도 전세계를 상대로 싸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이번 사태는 지역패권을 노리는 무모한 한 지도자의 모험주의가 일으킨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 것이며 유가도 이번 사태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군사행동을 자제함으로써 사태가 장기화되는 경우 세계는 다시 고유가시대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으며 따라서 세계경제와 우리경제가 받는 타격도 대단히 클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제유가는 적어도 20달러 이상의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보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25달러 이상으로까지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사우디등 온건 산유국들이 생산능력을 최대한 가동하여 산유량을 증대시키는 경우 유가는 이번 사태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미국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후세인을 완전히 제거하여 후환을 없애지 않는 한 여타 아랍산유국들은 계속 후세인의 눈치을 살피지 않을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사태를 낙관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새로운 고유가시대가 전개되는 경우 세계경제는 급속히 저성장국면으로 접어들게 될 것이며 지금 한창 진행되고 있는 신국제경제질서의 형성에도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우르과이라운드의 연내 타결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며 국제금융시장도 한차례 파동을 겪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석유를 1백%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는데도 그동안 에너지절약 노력을 등한시해옴으로써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GNP 1달러를 생산하는데 일본의 두배이상,미국보다는 30%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에너지 효율이 낮은 경제구조를 가지고 고유가시대를 쉽게 극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경우,이번 사태의 당사국인 이라크와 쿠웨이트 두 나라에서 많은 건설공사를 벌이고 있고 이들 지역에 대한 수출물량도 최근 급속히 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또 우리나라는 한해에 석유수입에 50억달러 정도를 쓰고 있기 때문에 유가가 20% 상승한다면 10억달러의 추가부담을 안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우리경제는 기업의 국제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수출은 부진한데 과소비 여파로 수입은 대폭 늘어나 국제수지가 적자기조로 반전되고 있는 판국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유가부담까지 늘어나게 되면 국제수지적자는 더 큰 폭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우리 산업중에서는 유화업계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동남아지역으로의 수출을 겨냥하는 명분하에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든 유화업계는 고유가와 공급과잉에 따른 제품가격 하락이라는 이중 애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업계는 고유가에 대비해 에너지절약을 위한 여러가지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항상 일이 터지고 난 뒤에 허둥대는 것보다는 사전에 면밀한 대비책을 강구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물론 기업과 가계도 에너지절약을 체질화 한다면,앞으로 설혹 고유가시대가 온다고 하더라도 크게 두려워 할 것이 없을 것이다. 우리의 뿌리와 샘을 더욱 깊게하여 어떠한 바람과 가뭄도 능히 이겨낼 수 있는 튼튼한 나라 경제를 만들어야 되겠다.
  • 외언내언

    『세상 살 맛 안난다』 『세상살이 재미없다』는 말이 자주 들리는 요즘 세태다. 세상 돌아가는 꼴을 들여다볼라치면 그럴 만도 하다. 정국은 파행국회다,개헌설이다,야권통합이다,남북교류다,해서 온통 심란하고 어수선하다. 경제도 신나는 일이 별반 없다. 사회는 어떤가. 비리·부정,가축잔혹도살사건,쓰레기환경오염 등으로 어둡고 답답한 얘기들 뿐이다. 아름다운 뉴스는 어디에 숨어 있는 걸까. 거기에다 찜통더위는 왜 이다지도 극성인지. ◆그런데 소슬바람처럼 밖에서 들려오는 두가지 밝은 뉴스가 그나마 감아버린 눈을 번쩍 뜨게하고 닫힌 귀를 휑하니 뚫는다. 북경축구대회에 참가한 남북한선수들이 국제대회 출전사상 처음으로 경기와 관계없이 한데 어울려 식사를 하며 「동포애」를 격의없이 나누었다는 소식이 그 하나다. 비록 중국측의 주선이긴 했지만 이들은 축구외에도 고향얘기며 사람사는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고 한다. 옛날 같았으면 「어림없는 일」이다. ◆도쿄에서는 40여년간 반목과 질시로 얼룩져온 재일거류민단과 조총련이 만나 조국통일을 위해 무엇이든 힘닿는 데까지 해보자고 뜻을 모았다고 한다. 휴전선 못지않게 두터웠던 두 단체간의 「단절의 벽」을 허물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비교적 하기 쉬운 일로서 북경아시안게임에 응원단을 보내 편가르지 않고 남북선수단을 합동응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들 낭보는 「민족대교류」와 「범민족대회」를 부르짖는,어쩌면 거창한 남북한의 화해제스처가 벽에 부닥쳐 있는 안타까움 속에서 전해져 우리의 가슴에 신선하고 짜릿하게 와 닿는다. 큰 것은 작은 것부터 시작되는 법. 이들의 만남들을 가리켜 「미니민족교류」 「미니민족대회」라 불러 모자람이 있을까. 폭염속에서 귀밑을 때리는 시원한 가을바람 같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 8·15 광복을 맞아 남북관계도 이처럼 조그마하나마 뜻있는 열매부터 맺었으면 싶다. 그래야만 세상은 그래도 살아볼 만한 게 아닐까.
  • 외언내언

    삼복 더위의 계절을 이르는 영어가 도그데이즈(dogdays). 「개의 날들」이다. 까닭은 잘 모르겠지만 사람(인)과 개(견)가 합쳐진 「복」자와 인연이 닿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이 대서고 내일이 중복. 개들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양하다. ◆하지후 세번째의 경일이 초복. 중복은 네번째이다. 그리고 말복은 입추후의 첫째 경일. 간격은 각 10일씩이지만 중복으로부터 10일이 지나서 입추가 들면 중복과 말복 사이는 20일이 된다. 그것이 월복. 올해의 입추는 8월8일이므로 중복에서 10일을 넘는다. 그래서 월복으로 말복은 8월13일. 무더위는 여느 여름보다 더 오래가게 되어 있다. ◆유난히도 비가 많은 해이다. 지겹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비. 전국적으로 예년보다 평균 4백㎜쯤 더 많이 내린 것으로 집계된다. 도시 사람들이야 짜증스러운 채 불편만 느끼면 되지만 농촌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농사를 망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비가 안온다 해도 하늘이 찡그리고 있는 날이 많으니 일조량이 턱없이 모자라다. 지금쯤 한낮의 무논 물은 발을 들여놓기가어려울 정도로 뜨거워야 한다. 밤에는 그것이 다시 식고. 벼는 그 냉온의 교차 속에서 영글어 가는 법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날씨가 습하니 병충해까지 극성을 떨고 있다. ◆벼 뿐이 아니다. 밭 작물도 햇볕 못보아 서러운 것은 마찬가지. 열매를 못맺고 썩어간다. 설사 열매까진 맺었다 해도 제대로 자라나지 못한 형편. 그것은 각종 나무 열매의 경우라 해서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어쩌랴. 인위가 대자연의 영위를 제어할 수는 없는 것을. 실의에 빠진 농민들의 한숨 소리가 비에 섞여 땅속으로 스며든다. ◆앞으로나마 고른 날씨를 보인다면 좀 좋으랴. 하건만 엘니뇨현상하며 태양 흑점폭발설 등이 낙관을 못하게 한다. 제발 태풍이나 비켜 지나갔으면. 문득 불쾌한 듯 찌푸린 하늘을 바라본다.
  • 병해충 극성 일조량 부족/두달넘는 장마 농작물 큰 피해(지역경제)

    ◎시름속의 농촌… 요즘 작황 긴급 점검/강우량 25% 늘고 일조량은 28% 줄어/작목따라 수확량 20∼30% 감소할듯/이달들어 도열병 7배ㆍ멸구 3배 번져 벼/결구율 저조… 그나마 침수로 썩어 채소/수확 40%까지 줄고 당도도 떨어져 과실 긴 장마로 인한 일조량 부족ㆍ습해 등으로 농산물 피해가 늘어나면서 올해 농사가 적지않게 걱정된다. 잦은 비로 잿빛곰팡이병ㆍ노균병ㆍ무름병 등 각종 질병이 번져 배추ㆍ고추ㆍ오이ㆍ호박 등 채소류가 큰 피해를 입는 바람에 산지출하량이 격감,가격폭등 현상을 보이고 있고 벼도 잎도열병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특히 수박ㆍ참외 등 열매채소는 속이 곯거나 변질되고 복숭아ㆍ포도 등도 당도가 낮아지는 등 상품성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같은 농작물 피해는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생산량이 품종에 따라 20∼30%정도 감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들어 계속된 집중호우ㆍ긴장마등 변덕날씨로 적기방제를 못한데다 일조량 부족으로 병충해 발생에 적합한 환경조건이 지속된 탓이다. 금년들어 지난 10일까지 강수량은 7백98.9㎜로 지난해 보다 1백83.4㎜,평년보다 1백83.9㎜가 많다. 지역별로는 강원이 평년보다 3백48.8㎜가 많은 것을 비롯,경기가 2백67㎜,경남이 2백36㎜가 더 내렸다. 이처럼 비가 잦은데다 흐린날도 많아 농작물의 생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조시간이 매우 부족했다. 올들어 지난 10일까지 일조시간은 전국평균 9백87.9시간으로 지난해보다 92.9시간,평년에 비해 2백18.7시간이 짧다. 서울의 경우 평년이 1천1백75.7시간인데 비해 올해는 9백11.7시간에 불과,무려 2백64시간이 부족했고 대전은 2백23.7시간,광주는 1백74.5시간이 모자랐다. 이같은 불안한 날씨는 연초부터 시작돼 봄에는 여름 날씨처럼 더워졌는가하면 주말마다 폭우를 동반한 큰비가 내렸고 6월부터 두달가까이 장마가 계속돼 하반기에도 기상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각종 오염등으로 인한 온실효과가 지구기온을 상승시키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올해가 태양활동과 해수변화에 특징적인 기간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예년비 2백시간 짧아▷벼농사◁ 잦은 비 때문에 물사정이 좋아 모내기 면적이 당초 계획보다 늘어났으나 일조량의 부족으로 벼가 웃자라고 있고 적기에 방제를 못해 병충해가 크게 번지고 있다. 올해 모내기 면적은 1백21만4천5백㏊로 당초 계획면적 1천2백만㏊보다 1만4천5백㏊(1.2%)가 많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그러나 잦은 강우와 일조량 부족으로 키는 예년보다 큰편이나 줄기수와 잎수가 적어 수확량이 크게 감소되고 이삭 패는 시기도 예년보다 2∼3일 늦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벼의 생육현황을 보면 길이가 전국평균 63.3㎝로 평년의 61.8㎝보다 1.5㎝정도 웃자란것으로 조사됐다. 일반계 벼는 63.4㎝로 평년보다 1.5㎝,통일계벼가 61.3㎝로 1.2㎝가 각각 크다. 반면에 줄기수는 전국평균이 포기당 17.7개로 평년보다 2.8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계벼는 17.8개로 평년의 20.7개보다 2.9개나,통일계벼는 17.1개로 1.7개나 각각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벼잎수도 18일 현재 전국평균 13.4개로 평년의 13.9개보다 0.5개가 적다. 품목별로는 일반계벼가 13.3개로평년(13.8개)보다 0.5개,통일계벼가 14개로 평년보다 0.4개가 각각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다 도열병과 멸구류등 병해충 발생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 11일 현재 전국의 벼병해충 발생면적이 52만4천3백20㏊로 지난해 같은 때의 49만1천7백85㏊보다 6%인 3만2천5백35㏊가 늘어났다. 특히 잎도열병은 6월말 8천5백㏊에서 지난 11일 6만㏊로 10여일만에 7배가 늘어나는등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또 중국으로부터 날아오는 흰등멸구등 멸구류 해충의 발생면적도 지난 11일 현재 8만3천㏊에 달해 지난해의 2만7천㏊에 비해 3배나 많이 발생했다. 잎집무늬마름병은 15만7천㏊로 지난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화명나방은 잦은 비로 지난해 12만㏊에서 8만7천㏊로 줄었다. ○보리 1등급 크게 줄어 농촌진흥청은 이처럼 잎도열병이 급속히 번지고 있음에 따라 벼잎도열병 및 산간지방 조생종 벼에 대한 목도열병 주의보를 발표하고 서둘러 방제에 힘써줄 것을 농가에 당부하고 있다. 특히 산간지방의 조생종 벼 재배지역의 경우 잎도열병방제를 소홀히 하면 목도열병으로 이어져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이삭패기직전에 침투이행성 수화제를 충분히 뿌려줄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 올해 멸구 발생지인 중국남부지방에서 발생빈도가 높고 잦은 기압골의 통과로 우리나라에 대량으로 날아오고 있다고 밝히고 면밀한 관찰을 통해 적기방제에 힘쓸것을 강조했다. 농진청은 이밖에 이삭거름은 질소질 비료를 줄이고 인산ㆍ칼리를 더주며 논물관리에 철저를 기해 벼를 튼튼히 가꾸어 웃자란 벼가 쓰러지는 것을 막도록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벼가 침수될 경우에는 산소부족으로 1차적으로 당ㆍ전분이,2차적으로는 단백질등 질소화합물이 소비되는 이상 생리현상이 나타나기 쉽다고 지적,배수로 정비를 잘해주고 비가 그치면 살균제를 뿌려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농진청은 이밖에 일조량이 부족하고 벼가 침수되면 광합성작용이 부진하게돼 씨가 여무는데 장애가 오고 등숙률이 떨어져서 쌀의 질이 저하될 우려가 높다고 보고 병충해방제와 수해대책에 철저를 기해줄 것을 강조했다. ▷채소류◁ 무ㆍ배추ㆍ고추ㆍ오이ㆍ시금치ㆍ참깨 등에는 잦은 비와 일조량 부족으로 세균성반점ㆍ잎마름병ㆍ돌림병 등이 크게 번져 감수가 우려되고 있다. 무는 길이가 38.3㎝로 평년의 37.5㎝보다 0.8㎝ 웃자랐으나 잎수는 16.3개로 0.2개가 많아 작황이 좋은 편이지만 결구기에 병충해와 침수로 20% 정도가 감수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배추도 길이가 34.1㎝로 지난해보다 0.3㎝가 크나 잎수가 38.4개로 평년보다 0.2개 적은 것으로 조사됐는데다 잎이 잦은 비에 녹아 상당량의 감수가 예상되고 있다. 마늘은 지난 5ㆍ6월중 집중호우 등으로 2∼5%가,양파는 주산단지인 전남 고흥과 경남 창령의 작황이 좋지않아 10∼15%가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이도 착과율이 저조,당초 예상보다 20% 내외가 감수되고 양파도 생산량이 10∼15%가 줄어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5일 현재 농촌진흥청이 조사한 고추현황에 따르면 고추ㆍ참깨에는 돌림병이 10%와 6.2%,세균성반점병이 7.8% 각각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정부의 보리수매에서도 1등급 비율이 지난해보다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보리1등급 비율은 쌀보리의 경우 73.7%로 지난해의 82.3%보다 8.6%포인트 낮아 그동안의 긴 장마ㆍ병충해 등으로 작황이 좋지 않았던 것으을로 나타났다. 참깨는 돌림병이 전체 재배면적 1백68㏊중 5.2%,잎마름병이 24.8%나 발생,이에 대한 방제가 시급하다. ▷과실류◁ 복숭아ㆍ배ㆍ포도ㆍ수박ㆍ참외 등에도 잦은 비와 일조량 부족으로 각종 병충해와 함께 착과율이 저조하고 당도가 떨어지는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수박은 생산량이 예년보다 10∼20%가 감소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고 참외도 주산지인 경기도 안성ㆍ화성 등지의 경우 40% 내외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배는 잦은 비로 착과율이 낮은데다 이상반점 및 조기낙엽현상이 나타나 성환은 10%,안성ㆍ평택은 5∼10%,나주는 20∼30%가 각각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포도는 개화기에 내린 서리와 성숙기의 잦은 비때문에 넝쿨만 무성하고 열매가 적어 생산량이 20∼30%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예년보다 출하도 10여일 늦어지고있다. 농진청은 이같은 현상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위해 비가 그치는대로 살균제를 7∼10일 간격으로 뿌려주고 배수로를 정비,물이 신속히 빠지도록 해줄 것을 강조하고 있다. ◎지역별 피해실태 진단/수박 수확 예년의 20% 수준/부여/고추ㆍ참깨 곯고 속빈 것 많아… “파동” 우려/벼도 키만 컸지 잎ㆍ줄기 숫자는 크게 감소 장마로 인한 농작물의 피해가 크다. 지역별 실태를 점검해 본다. ▷전남◁ 오랜 장마로 인해 도내 벼 생육상태는 초장(키)이 작년보다 4.8㎝가 더 큰 53.9㎝까지 웃자란 반면 엽수나 경수(줄기수)는 오히려 작년보다 0.4개에서 2.6개가 적은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밭작물의 경우 콩과 고구마ㆍ참깨ㆍ고추ㆍ땅콩 등이 여름철 대표적 작물인데 장마로 인해 참깨와 고추 등의 작황이 좋지 않은데다 병충해까지 발생하고 있어 이같은 기상상태가 계속될 경우 이들작물의 생산에 큰 차질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북◁ 전북도내 농작물작황도 크게 부진,20∼30% 감산이 우려되고 있다. 일조시간부족과 계속되는 장마로 벼가 웃자라 잎도열병ㆍ문고병 등이 만연,10년연속 풍년농사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으며 출수기에 냉해가 예상돼 20∼30% 감수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랭지채소 주산단지인 무주ㆍ진안ㆍ장수지역과 얼가리배추ㆍ알타리무 주산지인 완주ㆍ고창ㆍ정읍ㆍ익산지역에 진딧물ㆍ청벌레ㆍ잎과 줄기가 썩어들어가는 연부병이 번져 생산량과 출하량이 40%가량 격감,채소값 파동이 에상되고 있다. ▷경남◁ 도내의 논ㆍ밭작물은 장마철 많은 비와 일조량부족으로 웃자란 상태이다. 벼의 경우 20일 현재 잎길이는 55.7㎝로 평년에 비해 1.2㎝가 길고 포기당 가지수는 19.2개로 0.1개가 적다. 밭작물도 전체적으로 웃자라 바람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고추와 참깨는 줄기가 약하며 무 배추는 잎이 연약해 속이 꽉차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북◁ 경북지방의 벼는 물론 고추ㆍ참깨등 밭작물 모두가 예년에 비해 웃자라고 있는데다 병충해 피해가 심해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추도 현재 키가 67.3㎝로 지난해 65.6㎝보다 1.7㎝가 웃자랐으며 포기당 결실고추수는 15.2개로 지난해 16.3개에 비해 1.1개가 적고 평당주수도 12.9주로 지난해 13.2주에 비해 0.4주가 적다. ▷충남◁ 국내 최대 규모의 수박산지인 충남 부여지방의 수박재배농가들이 장마피해로 울상을 짓고 있다. 부여군에 따르면 올해 1천4백93개 농가에서 7백62㏊에 수박을 재배,2만2천1백t을 생산해 76억여원의 소득을 올릴 계획이었으나 개화기인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의 강수량이 8백80㎜를 기록하는등 예년보다 비오는 날이 많아 수확량이 평년의 20%이하로 줄어들면서,조소득이 15억원을 밑돌게돼 자재비는 물론 영농비를 건지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다. 농민 이정룡씨(48ㆍ부여군 장암면 정암리)는 『논 5천9백50㎡(1천8백평)에 비닐하우스 9채를 설치,수박을 재배해 1채당 1백만원씩의 소득을 올릴 계획이었으나 올해 일찍 시작된 장마로 습해를 당해 자재비와 인건비 4백만원을 빚지게 됐다』며 『일부 영세농민들은 강변 하천부지를 1평당 5백∼6백원씩에 빌려 수박농사를 지었다가 큰 빚더미에 앉게 됐다』고 말했다. ▷충북◁충북도내 벼의 평균초장은 일반계의 경우 60.1㎝로 지난해에 비해 1.3㎝가 웃자랐으나 줄기수는 23.3개로 지난해 25.6개에 비해 2.3개가 적다. 이같은 잦은 강우와 저온지속으로 인해 밭작물인 고추와 땅콩ㆍ참깨등도 생육지연과 착과부진 현상을 보여 상당량의 감수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추의 경우 초장은 73.9㎝로 지난해 72.3㎝에 비해 1.6㎝가 크나 열매착과수는 1주당 14.8개로 지난해 17.5개에 비해 2.7개나 적다. 충북도의 경우 올 고추재배면적은 지난해에 비해 88.4%에 불과해 이같은 생육부진으로 감수가 될 경우 고추파동까지 우려되고 있다. ▷강원◁ 강원도내에서도 냉해와 장마 등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크게 예상된다. 벼의 경우 지난 5월중순쯤부터 모내기를 한 이후 7월중순까지 최소한 5백∼5백50시간의 일조시수(일조량)를 받아야 정상생육이 이뤄지는데 현재 4백시간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앙당시부터 왕성한 생육기간동안에 뿌려준 질소비료 성분이 탄소동화작용 부진으로 벼가 연약하게 자라 생육에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 초장은 지난해보다 0.5㎝가 더 큰 61㎝이나 경수는 0.8개 적은 20.1개로 조사됐다. ▷제주◁ 계속된 비날씨로 참깨와 콩 등 여름작물이 쏠리거나 폐작되고 있는 가운데 귤응애등 각종 병충해가 감귤원과 참깨밭 등지에 발생,농가에 시름을 더해주고 있다.
  • 외언내언

    『간밤에 불던 바람 눈서리 치단 말가/낙락장송이 다 기울어 가노매라…』 계유정란의 첫 태풍이 불어 김종서등 중신이 죽자 유응부가 읊은 시조. 이 시조에 빗댄다면 간밤의 비바람에 6백년 백송이 뿌리채 기울어 버렸다. ◆천연기념물 4호가 이번에 쓰러진 서울 통의동의 것. 그 밖에도 원효로 백송이 6호이며 제동 것이 8호,수송등 조계사 경내의 것이 9호이다. 10호인 충북 보은의 백송을 비롯하여 경기도의 고양ㆍ이천과 충남 예산등 백송은 지방에도 있다. 그 모두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귀하신 몸」들. 제동의 것도 수령 6백년으로 보지만 통의동 것을 보통 맏형으로 친다. 아우 백송들의 우는 소리가 들리는 양하다. ◆소나무과의 상록 침엽수. 나무 몸통이나 가지가 흰 빛을 띰으로 해서 백송 또는 백골송이라 한다. 중국의 호북성ㆍ하북성이 원산지. 보통 솔잎은 두개씩 단지위에 붙는데 비해 백송은 세개씩 붙는 삼엽송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청백색이 조화를 이루어 신비감을 주는 나무. 꽃은 5월에 피며 열매는 다음해 10월에 익는다. 이 백송은 대체로 중국에 유학 가거나 사신으로 간 사람들이 씨앗을 소중히 간직하여 돌아와서 심은 것. 번식이 어려웠으나 그 방법도 개발해냈다. ◆「간밤에 분 비바람」이 쓰러뜨리기는 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관리 소홀이 이렇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케도 한다. 4∼5년전부터 뿌리가 썩기 시작했기에 이번 비바람을 견디어 내지 못한 것. 그 사이 무슨 수를 쓸 수는 없었던 것일까. 『현재로서는 소생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는 당로자의 말에 가슴이 저려온다. 거수의 백골 같아 뵈는 거수의 와상사진. 어떻게든 살려내는 지혜들을 짰으면 한다. ◆「간밤의 비바람」은 백송만 쓰러뜨린 게 아니다. 사람의 목숨도 앗아가고 적잖은 재산피해까지 냈다. 이 자연의 재앙에 필리핀의 지진 피해도 함께 생각해 보게 된다. 대자연은 병든 것일까. 아니면 화가 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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