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열망
    2026-06-27
    검색기록 지우기
  • 성실
    2026-06-27
    검색기록 지우기
  • 정연
    2026-06-27
    검색기록 지우기
  • 비인
    2026-06-2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251
  • 러시아 미술사/민음인 펴냄

    한치 앞도 모른다는데,10년 후의 일을 내가 어찌 알았겠는가? 1996년 처음으로 러시아에 갔을 때, 문학 공부를 하던 내가 러시아 미술사에 관한 책을 쓰게 되리라고, 그리고 미술 현장에서 아트 디렉터로 일하게 될줄 어찌 알았겠느냐 말이다. 모스크바의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의 작품들은 말 그대로 ‘스탕달 신드롬’(뛰어난 예술작품을 보았을 때 순간적으로 느끼는 정신적·육체적 충격)을 일으켰다. 이렇게 시작된 러시아 미술 공부는 아마 알지 못했으면, 평생 후회했을 그런 아름다운 세계를 내게 보여주었다. 이 책은 러시아 본토에서 러시아 미술을 공부한 사람으로 러시아 미술을 제대로 소개하고 싶다는 사명감과 공부하면서 느꼈던 행복함을 다른 사람과 나누기 위해서 쓴 책이다. 러시아 미술은 격렬하고 열정적인 러시아인들의 삶 자체와 그것의 예술적인 승화를 보여준다. 19세기까지 존속했던 농노제와 억압적인 차르 통치, 공산주의 혁명과 개혁 등 남다른 역사는 이 나라의 예술 문화에 독특한 특성을 각인했다. 현실이 남루하고 비참할수록, 그것을 직시하면서 동시에 정신적으로 뛰어넘으려는 열망이 러시아 문화 전반의 특징이다. 나는 이러한 열망을 ‘위대한 유토피아의 꿈’이라고 요약했다.19세기의 이동파의 그림, 칸딘스키, 말레비치, 타틀린 같은 20세기 러시아 아방가르드 작품들은 이러한 유토피아적 열망과 좌절의 과정을 눈앞에서 그림으로 직접 보여준다. 역사적으로 러시아 미술을 소개하되, 딱딱한 연표 외우기가 되지 않기 위해서 이야기의 구조를 택했다. 한편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인들의 삶과 역사, 문화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가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 더불어 샤갈의 환상적인 푸른색의 비밀, 심수봉이 불러서 유명해진 노래 ‘백만송이 장미’와 관련된 에피소드들도 이야기의 구조를 빌렸기 때문에 책에 넣을 수 있었다. 또한 독자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푸슈킨,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의 생생한 초상화가 그려졌던 상황도 이 책에서는 전한다. 러시아 미술이라는 특정한 나라의 미술로 시작했으나, 종국에 가서는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면서 만들어낸 위대한 결과물로서의 예술이 창조되는 과정을 드러내고 싶은 욕심은 이 책을 끝까지 쓰게 만든 힘이었다.‘일상을 잘 영위하는 것(well-being)´이라는, 다소간 미적지근한 화두가 삶의 목표가 되어버린 듯한 요즘, 뜨거운 삶의 흔적이 그리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이었다.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의 현실은 불우했다. 그러나 그들의 영혼은 풍요로웠다.
  •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50) 대한제국 자주의식 상징 환구단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50) 대한제국 자주의식 상징 환구단

    하늘에 제사지내는 제천의례는 고조선 이래 이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접어들면 국가적 차원의 제천의례는 쉽지 않아 집니다. 천자(天子)만이 하늘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중국 중심의 세계관 때문이지요. 따라서 하늘에 제사 지내는 환구단(丘壇)을 건립한다는 것은 곧 중국과 동등한 나라임을 선포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서울 중구 소공동에 있는 환구단은 1897년(고종 34년) 10월11일 완공되었습니다. 이튿날 고종은 이곳에서 대한제국의 출범을 하늘에 고하고 황제에 오르게 되지요. 대한제국이 중국, 나아가 호시탐탐 한반도를 노리던 열강과 동등한 지위를 갖게 되었음을 안팎에 천명하는 자리였습니다. 환구단은 사적 제157호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러나 하늘에 제사 지내던 환구단은 사라지고 오늘날에는 황궁우(皇穹宇)만이 남아 있지요. 황궁우는 황천상제(皇天上帝)와 태조의 격을 황제로 높인 태조고황제 등 하늘신과 조상신을 모시고 있습니다. 환구단은 중국의 베이징을 찾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방문했을 천단(天壇)이 모델이 되었을 것입니다. 명나라 영락제가 처음 세운 뒤 오늘날에는 천단공원(天壇公園)으로 알려진 천단 역시 환구단과 황궁우가 중심이지요. 서울의 황궁우는 팔각형의 3층집 모양이지만, 내부는 바닥부터 지붕까지 하나로 뚫려 있는 통층(通層)입니다. 천장에는 두 마리의 용이 조각되어 있는데, 발톱이 7개인 7조룡(七爪龍)인 것은 역시 황제국을 상징합니다. 황궁우는 14칸이니 그다지 큰 규모라고는 할 수 없겠지요. 반면 원추형의 황금빛 지붕에 바닥이 3단으로 지어졌던 원구단은 아랫단이 144척(약 43.2m)이었다니 제법 볼 만한 규모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원구단의 윗단은 하늘과 땅, 가운데는 일월성신, 아랫단은 산천 및 자연신을 위계에 맞게 모시고 제사를 지냈다고 합니다. 대한제국의 칭제건원(稱帝建元)은 일본의 이해와 맞아떨어졌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일본은 청일전쟁으로 시모노세키조약(1895)이 맺어진 뒤 고종에게 황제국가를 선포하고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고 하지요. 그렇게 되면 중국이 조선에 대한 종주권을 포기했음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조선의 자주권을 되찾으려는 노력은 일본이 요구하던 상징적인 수준을 넘어섰던 것이 분명합니다. 황제국 격상을 넘어서 환구단을 세우는 것까지 일본이 지지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승지를 지낸 이숙영의 상소문에도 자주국가에 대한 열망이 담겨 있습니다. 그는 ‘황제 즉위는 다른 나라들 때문이 아니라 국민이 원하기 때문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으로 자주독립의 국가에 어울리는 칭호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요. 환구단이 아니었다면 칭제건원 역시 일본의 꼭두각시 놀음으로 폄하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날 환구단이 마치 조선호텔의 정원처럼 고립되어 있는 것도 당시 일본의 불쾌감과 관련이 없지 않을 것 같습니다. 대한제국을 병합한 일제가 1913년 황궁우만 남겨놓고 환구단 건물을 철거한 자리에 조선호텔의 전신인 철도호텔을 지은 이후 앞뒤로 온통 호텔촌(村)이 되고 말았으니까요. 환구단은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에 이르는 격변기에 불과 15년 남짓 존속했고, 실제로 제사터로 기능을 유지한 것은 그보다도 훨씬 짧았던 비운의 문화유산입니다. 하지만 민족자존을 강조하는 시대에도 민족자존의 상징인 환구단은 너무도 관심권에서 멀어져 있었던 듯 합니다. dcsuh@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신문의 시간 & 신문의 공간/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2007년은 무어라 해도 ‘다사다난’하였던 한 해였다.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버지니아 공과대학에서의 총기난사사건, 온 국민의 가슴을 졸이게 한 아프간 인질사건, 국민을 상대로 대담한 거짓말을 하였던 신정아 가짜 학위사건, 그리고 대통령 선거 막판에 온 나라를 뒤흔든 BBK 사건 등 대형 사건이 꼬리를 물고 터져 나왔다. 발생한 순서대로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을 살펴보자. 어려서 미국에 이주한 병적으로 내성적인 한국인 청년이 동료 대학생과 교수에게 총기를 난사한 참사는 인간의 착함과 악함에 대한 우리의 안이한 생각을 뒤흔들어 놓았다. 겉으로 보기에 조용한 청년의 표정 뒤에 숨어있는 섬뜩한 증오의 눈빛, 엄청난 비극 앞에서도 절제된 슬픔의 표현으로 상처를 치유하려는 희생자의 친구와 가족들, 그리고 다민족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 동포의 곤혹스러운 이미지가 겹겹이 쌓인 사건이었다. 버지니아 총기사건의 충격이 아물기도 전에 발생한 아프간 인질사건은 19세기식 종교적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한 탈레반 무장세력이 21세기의 제국과 충돌하는 현장에 또 다른 종교적 열망을 가진 우리 젊은이들이 끼어들어 두 명의 희생자를 내고 한 달 이상 온 국민을 인질로 삼았던 사건이다. 아프간 인질사건보다 시간상으로는 앞서 의혹이 제기된 신정아 가짜 학위사건 또한 우리 사회에서 참말과 거짓말이 얼마나 뒤섞여 통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기막힌 사건이다. 이 사건의 와중에 상당수의 사회 유명인사들이 가짜 학위나 학력위조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도 또한 우리를 씁쓸하게 하였다. 서로간에 속고 속이는 올해의 마지막 ‘진실게임’의 백미는 소위 BBK 사건이다. 복잡한 소유관계와 계약관계를 둘러싸고 당사자간에 서로 엇갈리는 주장들은 대선 판도에 결정적 영향을 주지는 못하였다. 유례없이 파장이 컸던 대형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의 사정도 복잡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아프간 인질사건은 해외에서 발생한 사건이므로 당연히 국제부의 영역이지만 정부의 대응과 국가간 문제이므로 정치부가 거들었고 피랍된 인질들이 다니는 교회와 가족들을 취재하는 역할은 사회부에 주어졌다. 마찬가지로 신정아 가짜학위사건의 경우 처음에는 미술계와 학계 내부에 국한된 문제처럼 보였지만 이내 불교계가 연관되었고 결국 권력핵심의 공직자가 깊숙하게 관여된 대형 정치스캔들이 되었다.BBK 사건도 법률적으로는 주가조작을 둘러싼 사기사건에 불과한 사건이었지만 대선과 맞물려 잠재적인 폭발력을 가진 대형 정치사건으로 비화하였다. 이 사건들은 사회적 파장 이외에 또 다른 공통점을 가진다. 사건의 범위와 전개가 현재의 주장과 과거의 사실 사이에 무엇이 진실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는 ‘시간파괴형’이었다. 아울러 사건의 주역들이 나라 안과 나라 밖의 경계, 본국과 이주사회의 경계, 이주사회와 주류사회의 경계를 넘나들며 서로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공간파괴형’의 면모를 보였다. 사건의 범위도 정치부, 사회부, 국제부, 문화부 등으로 구획된 전통적인 취재영역의 구분을 무색하게 할 만큼 복잡한 ‘영역파괴형’사건이었다. 한 해 동안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사건들을 돌이켜보면 신문이 ‘어제 일어난 사건의 기록’이었던 시대는 서서히 퇴조하는 느낌이다. 우선 ‘어제 일어나 사건’은 실시간 매체인 인터넷이 전달하고 무엇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점점 더 알기 어려운 복잡하고 복합적인 사건이 더 많아지는 추세이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취재영역간의 경계를 파괴하는 새로운 저널리즘의 시대에 ‘신문의 시간’은 지금 몇 시이며,‘신문의 공간’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 “남편 살아 있다면 보약 맘껏 달여줄텐데…”

    “남편 살아 있다면 보약 맘껏 달여줄텐데…”

    “남편이 지금 살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 좋아하던 한약 맘껏 달여 줄 텐데.” 시종 밝은 표정이던 박춘(74)씨 얼굴에 잠시 그늘이 졌다. 최근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한의사 자격시험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최고령 합격이다.1964년 1차 인혁당 사건 당시 언론인(합동통신 조사부장)으론 유일하게 체포·구속됐던 남편 정도영(1999년 작고)씨가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지 8년 만이다. 유독 한약을 좋아했던 남편 생각에 박춘씨는 종종 말을 끊었다.21일 오후 그를 경기도 분당 자택에서 만났다. ●군홧발에 짓밟힌 인생 “저와 제 가족은 박정희 정권 군홧발에 짓밟힌 인생을 살았어요.” ‘군홧발에 짓밟힌 인생’은 남편에겐 억울한 옥살이와 잔인한 고문 흔적을, 아들 3명에겐 연좌제의 설움을, 박춘씨 자신에겐 모진 생활고를 안겼고 공부에의 열망마저 포기하게 만들었다. 그의 최고령 한의사 자격 획득은 가족의 삶에 들러붙어 지워지지 않던 군홧발 자국, 그 마지막 흔적까지 털어낸 ‘멋들어진 복수’인 셈이다. 남편은 현대사의 격랑에 온통 휘감겨 살았다. 남편의 두 형님은 6·25전쟁 당시 국민보도연맹 사건으로 사망했고, 아버지는 화병으로 피를 토하고 눈을 감았다. 남편은 출소해서도 자신과 무관한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집에 들어오지 못하고 여관을 전전해야 했다. 그의 집은 도예종(2차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 시인 김지하 등이 몸을 피하는 도피처였고, 리영희·안병직(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찾아와 시대를 논하는 사랑방이었다. 박춘씨는 “아버지대로 족한 시대의 멍에가 아들들에게까지 물려질까봐 북적이는 집안 분위기가 늘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박춘씨가 한의사 시험에 도전한 건 남편 사망 직후 미국으로 건너가면서부터다. 각각 한국전력과 해군사관학교에 합격하고도 아버지 ‘과거’ 때문에 불합격처리된 큰아들과 막내아들이 절망하고 떠나간 곳이 미국이었다. 최근 고 박현채 교수의 ‘민족경제론’을 현 시점에 맞게 재조명하는 작업에 고심하고 있는 둘째아들 정건화 한신대 교수가 ‘기분전환이 필요하다.’며 미국행을 권했다. ●마지막 소원은 ‘고전 의학서적 대중화´ 그는 원래부터 공부에 욕심이 많았다. 인혁당 사건이 일어나기 전 세 아이를 키우며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석사 과정을 마쳤고, 한학의 대가 임창순 선생에게 한문을 배웠으며, 서울대 규장각에서 고문서 번역일을 하기도 했다.2000년 사우스 베일로 대학 한의학과에 최고령 학생으로 입학한 그는 80년대생 학생들과 공부하며 생소한 약 이름과 혈자리를 익히느라 씨름했다. “한문만 잘 하면 한의학을 쉽게 할 줄 알았는데 오판이었어요. 들어 보지도 못한 23개 서양의학 과목을 공부하며 오기로 버텼어요. 그동안 폐렴만 세 번 걸렸습니다.” 고령의 나이지만 오전 8시부터 밤 11시까지 도서관을 지켰고,2003년 졸업 후 두 차례의 낙방 끝에 올 10월 최종 합격했다. 그는 “남편 영혼이 훨훨 날아와 시험을 도와 주는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얼마 남지 않은 삶, 박춘씨의 마지막 소망은 ‘고전 의학서적 대중화’다.“오랜 옛날부터 축적돼온 한의학 고전 문헌을 번역해 후배들이 좀더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그는 활짝 웃었다.70대 중반의 나이라곤 믿기지 않는 에너지를 뿜어내며, 그는 현재 박사 논문을 집필중이다. 글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올 北核전기 마련한 해”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20일 올 한해는 북한 핵문제 해결의 전기를 마련한 해였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2007년도 국제정세를 평가하는 기사를 통해 전세계의 핵확산 방지 추세 아래에서 북핵 문제가 미국의 태도변화와 각국의 공동 노력의 결과 새 전기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현실적이고 민첩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교착 국면을 타파하기 위한 여러 조건들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그러나 이란의 핵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이 이란과 여전히 대치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신문은 또 올해는 미국과 러시아간의 견제와 설전도 최근 10년 이래 최고조에 달한 해로서 대국을 향한 러시아의 열망을 억제하려는 미국과 이에 맞서는 러시아와의 갈등이 첨예했다고 신문은 평가했다.미국-유럽 관계는 과거 이라크 전쟁을 둘러싼 갈등이 회복되는 추세이지만, 남미 국가들의 반미 독자노선이 두드러진 한해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신문은 “올해는 예년처럼 전체적인 국제정세를 미국이 주도했지만, 세계를 통제하는 미국의 동력이 약화 추세로 바뀌었다는 것을 감안해 미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이명박 시대-국정 밑그림] “새정부는 매우 실용적·창조적”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20일 첫 내외신 기자회견 후 일문일답에서 경제·외교·안보 등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인수위원회의 구성에 대해서는 ‘실무형’으로 가겠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직선제 이후 최다 득표, 최대 표차로 당선됐는데 이번 대선의 의미는. -국민들께서는 지난 10년으로는 미래를 향해 더 나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새로운 시대는 낡은 사고를 떨쳐버리고 미래를 향해 국민이 희망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새 정부는 매우 실용적이고 창조적인 정부가 될 것이다. ●기업 투자하기 좋게 규제 풀 것 ▶압도적 지지를 받고 당선된 이유가 경제 살리기 열망 때문인 것 같다. 경제 살리기를 위한 첫번째 조치는. -국민 다수의 여러 복합적인 요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첫째로 경제를 살려달라는 것이 가장 큰 요구라는 것을 경선과 본선을 거치며 알고 있다. 경제가 산다는 것은 결국 기업이 투자하는 것이라고 본다. 기업이 어떻게 하면 투자를 할 것인가?저는 희망적으로 생각한다. 규제를 풀 것이다. 여러 가지 조건이 있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투자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다.10년 동안 규제가 더 많아진 것도 아니다. 분위기상 반시장적, 반기업적 분위기를 기업인들이 느끼고 그로 인해 투자를 꺼린 게 사실이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됨으로써 투자환경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수위가 발족하면 먼저 중소기업 단체와 직종별 경제인을 직접 만나 새 정부가 투자 분위기를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 설명하겠다. 새 정부 출발 이전부터 투자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외국인 투자를 위해 인수위 조직을 만들려고 한다. 외국인들에게 대한민국은 투자하기 좋은 나라라고 설명하며 구체적으로 접촉하도록 하겠다. ●인수위 정치인 배제… 실무형으로 ▶인수위 운영 방안은. 언제 어디서 인수위를 꾸릴 것이며, 인수위원장으로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은. -우선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실무적 인수위원을 선정하려고 한다. 형식적인 것보다는 실질적 인수인계가 되도록 할 것이다. 인수인계 과정을 통해 공직자들에게 과도기에 더 열심히 해달라고 부탁드리고 일할 수 있는 안정적 분위기를 만들겠다. 노무현 대통령도 전화 통화에서 인수인계가 상당히 준비됐고 완벽히 인계하도록 협조하겠다고 말씀하셨다.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실무자형으로 하겠다. 정치인들은 내년 4월 총선 때문에 가급적 배제하겠다. ▶대북정책 기조는. 북핵 폐기 이전이라도 지원하나. -실용주의적 외교를 해야 하고 남북 협력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북간의 가장 중요 현안이 북핵 폐기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남북 경제 교류가 시작될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이 체제 유지와 북한 주민들 생활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을 설득하려 한다. 쉬운 것은 아니지만 강력하고 신뢰있는 설득이 필요하다고 본다. 6자회담을 통한 국제 공조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북·미회담도 성공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 ●북핵 폐기해야 진정한 경협 시작 ▶북에 대한 발언의 성격이 바뀌나. 북한 문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는 낼 수 있나. -국민 소득이 100달러 전후였던 1960년대에도 한국과 경제협력했던 선진국들이 인권 문제를 많이 지적했다. 군사정권은 반대 입장을 가졌지만 선진국의 인권 언급이 한국 인권 진작에 도움이 됐다. 남북문제에 있어서도 애정어린 비판은 북한 사회를 오히려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핵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고 인도적 지원 과정에서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북한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지적하려고 생각한다. 인권도 피할 수 없는 문제 중 하나다. 북한도 그 점에 관해서는 바뀌어야 하고,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정리 한상우기자 cacao@seoul.co.kr
  • [오늘의 눈] 민심은 무섭다/김상연 정치부 기자

    기자의 눈은 국밥 집 벽에 걸린 TV에 붙들려 있다. 덕분에 뜨거운 국물에 혀가 경련을 일으킨다. 식당 안은 닭 모이 먹듯 TV와 밥그릇을 쉼 없이 왕복하는 손님들의 시선으로 팽팽하다. 두 사람만 딴 세상이다. 40대 국밥 집 주인 부부다.‘관객’들 사이를 누비며 서빙하랴, 카운터 보랴 개표방송을 쳐다볼 겨를이 없다. 아침부터 밤까지 국밥 냄새에 절어 사는 부부의 행복은 TV 안에 있을까, 손님들의 머릿수에 있을까. 19일 저녁 7시 국밥 집은 무서웠다. 기자는 한 발짝을 옮기기가 힘들다. 이명박 당선자를 보러 미리부터 몰려든 수백명의 인파가 길을 지워버렸다. 도로 한복판에서 개표상황을 중계하는 대형 멀티비전 앞에서 지지자들은 함성을 지르고 노래를 불러댔다. 가까스로 인의 장막을 뚫고 한나라당 당사 앞까지 ‘진출’했더니, 전경들이 신분증 제출을 요구한다. 그들은 딴 세상 사람들처럼 무표정했다. 젊은 전경들의 행복은 멀티비전 안에 있을까, 위험인물을 살피는 삼엄한 눈초리에 있을까. 저녁 8시 거리는 무서웠다. 기자의 코는 움찔한다. 퇴근 길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꽃 향기가 확 달려들었다. 축하화환이 그새 당사 로비에 들어차 있었다. 현관 앞에서 웅크리고 TV를 들여다보던 경비원이 벌떡 일어섰다.“안 주무세요?”라고 했더니 “일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어떻게….”라고 한다. 허름한 제복을 입은 노(老)경비원의 행복은 TV 안에 있을까, 노후의 새벽 일자리에 있을까. 20일 새벽 2시 로비는 무서웠다. 악다구니의 대선이 끝난 뒤 패자는 “국민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했다. 승자도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다. 이 기본적인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국밥을 나르는 거친 손이, 불의를 탐지하는 단호한 눈초리가, 일자리를 향한 노후의 열망이 언제든 무서운 심판을 내릴 것임을 17대 대선 표심은 웅변하고 있다. 김상연 정치부 기자 carlos@seoul.co.kr
  • [사설] 선진화, 온 국민이 신명나야 가능하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어제 대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이제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를 넘어 선진화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당선자는 국정운영의 목표로 선진화, 구체적으로 “성장의 혜택이 서민과 중산층에도 돌아가도록 하는” 신(新)발전체제 구축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우리는 이런 국정 비전이 말로만 그치지 않고 당선자 스스로 밝힌 것처럼 ‘화합 속의 변화’를 통해 구체화되기를 기대한다. 이 당선자의 대선 승리의 원동력은 뭐니뭐니 해도 경제회생에 대한 국민의 간절한 열망이었을 것이다. 그런 목마름 때문에 유권자들은 공인으로서 여러 흠결이 노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선자에게 표를 몰아줬다. 까닭에 그런 국민적 기대에 부응해 당선자가 선진화와 신발전체제 구축이란 청사진을 내건 것은 타당한 목표 설정일 것이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데 누가 마다하겠는가. 차제에 경제 살리기와 함께 국민통합 또한 시대정신임을 강조하려고 한다. 선거과정서 갈가리 찢긴 국민의 힘을 한데 모아야 경제 회생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온 국민이 신명이 나야 선진화도 앞당길 수 있다. 당선자는 기업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아랫목의 온기가 윗목으로 전해지도록, 사회 양극화 해소 로드맵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 경제와 삶의 질 선진화를 함께 이루려면 당선자나 한나라당의 힘만으론 어렵다. 부디 국민을 섬기겠다는 초심을 잊지 말고 독선과 패거리정치의 유혹을 떨쳐내기 바란다.
  • [이명박 시대-대선후 정계] 대선으로 본 내년총선 지형도

    [이명박 시대-대선후 정계] 대선으로 본 내년총선 지형도

    ‘이명박식 탈(脫)여의도 정치’는 어떤 모습을 그릴 것인가.17대 대선이 끝남과 동시에 내년 4월 총선에 마음이 가 있는 여의도 정가의 최대 관심사다. 정당개혁과 함께 ‘물갈이 공천’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은데 이럴수록 정치신인에게 기회가 많아진다. 다만 어느 지역에 어떤 정당으로 출마할 것이냐가 고민이다. 공천심사권자와 그 대상자가 주판알을 튕겨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명박·정동영·이회창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각자 확보한 득표율을 바탕으로 내년 총선 지형도를 예측할 경우 현재로선 한나라당이 압승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당선자의 전국 득표율은 48.7%이지만 지역에 따라선 70%대 후반인 곳이 적지 않다.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지지 성향이 높은 대구·경북(TK) 대부분 지역에서 이 당선자 득표율이 6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까지 나왔다. 다만 경남에선 이 당선자의 득표율이 51.7∼61.7% 분포로 TK보다는 약간 낮았다. 따라서 한나라당에 관심 있는 신인이라면 이 지역에 구애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한나라 과반 예상 시기상조 더구나 지난 17대 총선에선 한나라당이 맥을 못춘 수도권에서 득표율이 높아 고무적이다. 서울의 경우 25개 자치구 대부분에서 이 당선자가 정 후보를 더블스코어 가깝게 이겼다. 이런 분위기가 총선 때까지 이어지면 한나라당이 의외로 쉽게 과반을 확보할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구도는 언제라도 깨질 수 있다. 가령 부산 사하구 유권자는 17대 총선 때 갑·을에 각각 다른 정당 후보자를 국회의원으로 뽑았다. 같은 구라고 꼭 비슷한 정치성향을 보이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대통합민주신당은 광주 7곳과 전·남북 24곳에서 압도적인 득표를 기록했다. 신당은 호남권 31곳을 기반으로 충청과 경남 일부에 기대를 걸 것이란 관측이 가능하다. 실제로 정 후보가 충북의 행정구역 13곳 가운데 단 한군데이긴 하지만 보은군에서 이 당선자를 0.5%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다만 보은군은 총선에선 옥천·영동군과 한 지역구로 묶이기 때문에 다 합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단키 어렵다. 그렇지만 이런 근소한 득표율 차이를 기반에 두고 한나라당이나 충청권 신당과 한 번 겨뤄볼 만하다. ●집권초기 역할따라 지각변동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득표율을 대입했을 때 당장 확보할 수 있는 지역구는 예상보다 많지 않다. 그가 충청권 신당을 만들어 공천을 준다면 현 시점에서는 공주·연기, 보령·서천, 부여·청양, 홍성·예산 등 4곳에서 비교적 수월한 게임이 예상된다. 이곳에선 다른 후보들보다 이회창 후보 득표율이 월등했다. 이렇게 각자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을 제외하면 결국 속된 말로 ‘박 터지는’ 접전은 대전 6곳과 충·남북 14곳, 제주 3곳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은 전체적으로 이 당선자와 정 후보, 이회창 후보 득표가 36.3:23.6:28.9%로 고른 분포를 보였지만 자치구에 따라선 1위 이 당선자와 2위 이회창 후보의 격차가 3%포인트 내외인 곳도 있었다. 이 정도는 향후 선거구도에 따라 얼마든지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혼전이 예상된다. 현재 이런 구도가 총선 때까지 그대로 가지 말란 법은 없다. 당선자와 집권여당이 정권인수위와 집권 초기에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에 부응한다면 ‘승자독식’으로 화끈하게 밀어줄 수 있다. 이 기간에 여당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지 못한다면 민심의 준엄한 견제심리가 작동해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될 수도 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이명박 시대-승인과 패인] ‘원조 보수’ 역풍 맞은 이회창

    뒤늦게 대선에 뛰어든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조직·자금·공약 등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세번째 대선 고배를 마셨다. 이 후보는 19일 밤 남대문 선거사무실에서 “이명박 당선자에게 축하 말씀을 전한다.”면서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받들어 지난 정권의 잘못을 확실히 바로잡아주기 바란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이 당선자에게 “하루속히 선거로 찢어진 민심을 수습하고 국민통합에 온 힘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후보는 지지자에게 고마움도 전했다. 그는 “여러분의 사랑에 아무런 보답도 못한 채 떠나 마음이 너무 아프다.”라고 지지자들에게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이 후보는 또 “저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면서 “꽃을 피우고 무성한 열매를 맺는 날이 언젠가 올 것”이라며 재기의 의지를 표명했다. 이 후보의 최대 패인은 ‘BBK 사건’이 예상보다 파괴력이 미미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이 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 이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보수 적자(嫡子)로서 도덕성이나 자질면에서 크게 부족하다는 ‘후보 부적합론’을 줄곧 주장해 왔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이명박 후보와 관련한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정이 내려지면서 한때 20%를 웃돌던 이 후보의 지지율은 10% 초반대로 곤두박질쳤다. ‘박근혜 끌어안기’에 실패한 것도 중요한 패인으로 꼽힌다. 이 후보는 공식선거 운동 마지막 날인 18일 박 전 대표에게 ‘공동정부’ 구성을 제안하며 ‘삼고초려’를 통해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끝내 화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박 전 대표가 유세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 지지를 표명함으로써 이 후보의 대선 승리 시나리오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무소속 후보라는 한계와 5년 전과 별로 달라지지 않은 빈약한 공약과 정책도 이 후보의 발목을 붙잡았다. 취약한 자금 사정과 선거 경험이 부족한 캠프, 열악한 조직력은 이 후보의 화려한 경력에 비해 초라했다. 지나치게 오른쪽으로 치우친 편향된 이념 설정도 유권자의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 내는 데 한계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 [씨줄날줄] 다수결 선거/함혜리 논설위원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사람이 당선자가 되는 다수결(多數決) 방식에는 함정이 있다. 다수의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겨룰 때 낮은 지지율이지만 최고 득표로 당선되는 경우도 있고, 다수가 싫어하는 사람이 어부지리로 당선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임기 내내 정통성 시비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리더십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활약했던 수학자이자 철학자, 정치가인 콩도르세는 ‘다수결 확률해석 시론’에서 이같은 다수결 방식의 함정을 지적하고, 역설적 결과가 나올 확률을 줄이는 방법으로 결선투표제를 제안했다. 결선투표제는 프랑스의 대통령선거에서처럼 1차 투표 결과 최고득표자가 과반수를 얻지 못할 경우 1,2위 득표자에 대해 재투표를 실시, 최다 득표자를 당선자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에 따르면 절반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최종 승자가 되기 때문에 대표성을 인정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2002년 프랑스 대선에서처럼 1차 투표에서 다수가 싫어하는 사람이 결선에 진출했더라도 결선투표에서 냉정한 심판을 내릴 수 있다. 당시 1차 투표에서 극우파인 장마리 르펜이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 후보를 누르고 결선에 오르는 이변이 발생했지만 프랑스 국민들은 결선투표에서 중도우파 후보인 자크 시라크 대통령을 지지, 극우파 대통령의 탄생을 막았다. 결선투표제에서는 인물도 중요하지만 정당간의 연대를 얼마나 성사시키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때문에 보다 많은 연대를 이끌어내기 위해 세밀한 정책 공약을 펼쳐야 한다. 지난봄 실시된 프랑스 대선은 83.97%의 높은 참여율을 기록했다. 변화에 대한 열망이 그만큼 강했고 우파인 니콜라 사르코지와 좌파의 세골렌 루아얄 간의 치열한 정책대결을 벌인 결과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17대 대통령선거가 막을 내렸다.12명이라는 사상 최다 후보가 난립했고, 선거 전날까지 후보단일화에 목을 매는 어처구니없는 행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진흙탕 싸움에 정책 대결은 뒷전이었다.5년 뒤에도 이같은 파행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선 다른 선거방식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이명박 시대-승인과 패인] CEO 출신이 연 ‘국민성공시대’

    “국민의 뜻에 따라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경제를 반드시 살리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당선 소감은 역시 ‘경제 살리기’에 대한 다짐으로 시작했다. 대선의 당락이 판가름 난 19일 밤 10시 여의도 한나라당사를 찾은 이 당선자는 기자회견을 갖고 겸손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분열된 우리 사회화합과 국민통합을 반드시 이루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무소속 이회창, 창조한국당 문국현, 민주당 이인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위로의 뜻도 전했다. 이날 승리까지 그에겐 호재보다는 악재가 더 많았다. 위장전입, 위장취업, 그리고 도곡동 땅,BBK 의혹 등으로 ‘지독한 경선’과 ‘더 지독한 경선’을 치러야 했다. 그러나 악재의 힘은 호재에 비해 극히 미미했다.‘반노(反盧)·비노(非盧) 정서’로 국민 저변에 폭넓게 퍼진 ‘노무현 학습효과’는 국민들의 정권교체 열망을 키워 나갔다.‘범여권 분열’,‘경제 회생’ 등의 요소와 함께 3박자로 맞물리면서 대세론으로 이어갔고, 그 대세론은 압승으로 귀결됐다. ●승리 예견한 ‘이명박=경제´ 메시지 “경제 하나는 확실히 살리겠다.”는 이 당선자의 구호는 민심을 빠른 속도로 파고들었다.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이명박이 아닌 다른 후보였다면 열 번이라도 무너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의혹의 파고를 헤친 무기는 ‘이명박=경제’라는 메시지였다. 경쟁자들이 이 당선자가 ‘안 되는 이유’를 강조할 때 그는 꾸준한 메시지로 승부한 것이다. 이 당선자의 ‘반사이익’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경선이 끝난 뒤 예상됐던 후보 단일화가 끝내 무산됐다. 통합신당 정동영 후보, 민주당 이인제 후보,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의 각개약진은 이 당선자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8월의 열기만큼이나 뜨거웠던 박근혜 전 대표와의 당내 경선은 이 당선자에게 최대 고비였다.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지금 와서 돌아보니 경선이 사실상의 ‘본선’이었던 것 같다.”며 대선판을 정리했다. 이 시기에 ‘BBK주가 조작의혹’과 ‘도곡동 땅’,‘다스 차명보유’ 등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졌다.“당심에서 지고 민심에서 이겼다.”는 경선 결과가 나온 이유다. ●‘BBK 무혐의´로 지지율 다시 급상승 ‘상처뿐인 영광’인 줄 알았던 경선 승리는 이 당선자에게 정통성이라는 명분과 ‘BBK예방주사’라는 두 가지 선물을 안겼다. 범여권의 ‘BBK공세’에 이미 국민은 식상하기 시작했고 이회창 후보에 대해서는 ‘명분 없는 출마’로 압박할 수 있었다. 이 당선자에게 결정적 힘을 실어준 것은 5일에 있었던 검찰의 ‘BBK의혹’수사 결과 발표다.BBK 실소유주 여부뿐만 아니라 다스에 관해서도 이 당선자의 무결함을 선언했다. 하락세의 지지율은 급반등했고, 통합신당이 ‘이명박 특검’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대세는 기운 뒤였다. 한상우기자 cacao@seoul.co.kr
  • [사설] ‘경제 대통령’ 국민여망 부응하라-이명박 당선자에 바란다

    어제 실시된 제17대 대통령선거에서 국민들은 ‘경제’를 선택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과반에 가까운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다자구도로 선거가 치러진 점을 감안할 때 압승이라고 볼 수 있다. 선거기간 내내 이 당선자를 괴롭혔던 도덕적인 의혹과 논란에도 불구, 유권자가 이런 지지를 보낸 것은 한국 경제를 살리라는 지상명령이 깔려 있다고 본다. 이 당선자는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경제회생에 총력을 다하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대기업 CEO와 서울시장을 역임한 이 당선자는 처음부터 ‘경제 대통령’의 이미지를 선점했다. 하지만 국가경제 전체를 이끄는 대통령으로서의 능력은 이제 시험대에 들어섰다. 다양하게 분출되는 각계의 요구를 조화롭게 정리해 최대 다수가 만족하는 성과물을 내놓아야 할 책무를 진 셈이다.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과제를 묻는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나지만, 투표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경제를 살려달라.”고 주문했다. 바닥경기가 IMF 경제위기 때보다 나쁘다는 이들이 많았다. 첫 대선 투표에 나선 대학생들은 취업 걱정을 했고, 부모들은 사교육비와 물가, 집값과 대출이자가 급등한 것을 한탄했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생계·직장 근심 역시 외면할 수 없는 당면과제다. 반면 재계 인사들은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최대한 보장함으로써 기업이익을 극대화하길 원하고 있다. 서민과 재벌의 이해 상충을 어떻게 극복할지, 이 당선자의 슬기로운 경제 해법을 기대한다. 경제살리기는 국내 문제만 해결한다고 풀리지 않는다.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중국발 인플레이션은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외통상 외교 역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대통령의 리더십 또한 절실하게 요구된다. 그에 더해 북핵 해결 등 남북한 관계와 외교·국방 분야가 뒷받침해줘야 한국 경제가 건실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 이 당선자는 ‘경제’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다 보니 외교·국방 분야의 지향점은 뚜렷이 부각되지 않고 있다. 실용주의도 좋지만, 북핵을 해결하고 한·미 관계를 중심으로 주변국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실천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 당선자는 득표율에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그는 경제회생을 열망하는 유권자들과 참여정부 정책과 행태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지지로 당선되었다. 반사이익을 본 측면이 크다. 대선사상 최저 투표율은 이 당선자를 포함해 정치권 전체를 향한 국민들의 혐오감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 당선자는 선거기간 중 상대진영의 네거티브 공세를 비판했다. 그러나 BBK 논란, 자녀 위장취업 등 이 당선자 스스로 공세의 빌미를 제공한 부분이 있음을 마음깊이 깨달아야 한다. 기업인으로서 도덕적 흠결이 있는 것과 국가최고지도자인 대통령으로서 윤리적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국민들이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다. 이 당선자 자신을 포함, 주변 인사들의 윤리의식을 한층 다잡아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당장 대통령직인수위 구성부터 새 면모를 보여야 한다. 논공행상에 치중, 자리다툼을 벌이는 모습은 피해야 한다. 널리 인재를 구해 경제를 필두로 국가를 잘 운영할 것이라는 첫 인상을 주는 게 중요하다. 정책도 “잃은 10년을 되찾겠다.”면서 과거를 전면 부정하기보다는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해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길 바란다.
  • [현장 행정] 송파구 ‘친환경 연말나기’

    [현장 행정] 송파구 ‘친환경 연말나기’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사고로 환경 보호와 에너지 절약에 대한 열망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연말연시 기분을 한껏 돋우는 화려한 불빛과 장식들을 볼 때마다 에너지 과소비 걱정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크리스마스를 위해 소비하는 에너지와 자원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로 지난해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기 위해 죽어간 나무가 24만 8000그루가 넘었다.20m 높이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의 제작비는 보통 1억원을 넘으며 이용되는 전구도 10만여개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이런 가운데 송파구가 환경을 생각하는 성탄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그린 크리스마스’를 선언하고 나섰다. ●잠실사거리에 친환경 트리 설치 17일 송파구에 따르면 잠실사거리에 너비 6m, 높이 12m에 이르는 환경 트리를 만들어 그린 크리스마스의 시작을 알린다. 그린 크리스마스는 호주·뉴질랜드같이 크리스마스가 여름기간인 남반구 국가에서 쓰이던 용어로, 최근에는 성탄을 전후해 급증하는 에너지를 줄이고 환경을 보존하자는 의미인 친환경 크리스마스로 발전했다. 환경 트리 ‘바람 나무’는 장지동 재활용선별장에서 수집한 폐비닐, 깡통, 페트병 등 폐품을 주재료로 활용한다. 파이프로 골격을 잡고 페트병 300개, 소주병 1000개, 집게와 가는 철사 200m, 전선줄 200m 등으로 꾸민다. 김영옥 건국대 건축대학원 겸임교수가 설계와 제작감독을 맡았다. 골조를 세우고 경관조명을 설치한 뒤 손질한 재료로 자원봉사자로 선정된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장식할 예정이다. 점등식은 오는 21일 열린다. ●‘송파구표´ 환경소품 구입하세요 그린 크리스마스 캠페인에 동참할 수 있는 참여의 공간도 마련했다. 구청 1층에는 폐품으로 만든 가방, 벨트, 장갑을 비롯해 폐현수막을 이용한 장바구니, 천연비누, 천연화장품 등 ‘송파구표 환경 소품’을 이날부터 24일까지 전시한다. 올해 서울시 환경작품 공모전에서 일러스트레이션과 포스터 부문 입상작 18점도 감상할 수 있다. 또 20∼21일 오후 2시에는 구청 3층 기획상황실에서 ‘재활용품을 이용한 핸드메이드 강좌’를 연다. 여성환경연대의 이혜원 강사가 강의를 맡았다. 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옷걸이, 헌옷, 단추 등을 이용해 정성이 담긴 트리 장식품과 선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코사지를 만들어본다. 이번 그린 크리스마스 캠페인은 여성환경연대, 강동송파환경운동연합, 송파구주부환경협의회 등 환경단체가 동참할 예정이다. 김영순 구청장은 “환경의 중요성이 늘 화두가 되지만 연말만 되면 화려한 분위기를 꾸미느라 환경은 뒷전”이라면서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재활용품으로 얼마든지 멋진 생활용품을 만들고 연말연시 느낌도 물씬 살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서울광장] 사표(死票)는 없다/진경호 정치부 차장

    [서울광장] 사표(死票)는 없다/진경호 정치부 차장

    하루 남았다. 내일이면 17대 대통령이 될 사람을 보게 된다. 참 요란했던 참여정부다. 취임 초 검사들에게 ‘지금 막 가자는 거냐’며 내뿜던 결기가 예사롭지 않다 싶더니 노무현 대통령은 끝내 정부청사 기자실에다 대못을 때려박는 것으로 임기 말을 채웠다. 남을 비판하는 데는 능했지만 남의 비판 앞에서는 너무도 서툴렀다. 싸우러 들어간 것은 아니었겠으나 그가 들어간 뒤로 청와대 안과 밖은 너무나 많이 싸웠다. 교수신문이 사자성어로 축약한 우왕좌왕(右往左往), 당동벌이(黨同伐異), 상화하택(上火下澤), 밀운불우(密雲不雨)의 피폐한 4년을 보내고 그 끝자락에 선 지금 민심은 많이 지쳤다. ‘이명박 대세론’의 1등 공신이 노 대통령이라는 주장은 그래서 유효하다.BBK의혹에 위장전입, 도곡동 땅 투기 의혹 등 숱한 논란이 그를 찌르고 때렸지만 그는 버텨냈다.‘삽질경제’든 ‘천민자본주의’든 노무현에게서 벗어날 출구라면 뭐든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바닥의 반노(反盧)·비노(非盧) 정서는 절박하고 완강했다. 탈(脫)노무현 열망은 이번 대선의 특질도 바꿔 버렸다. 이념, 지역, 세대에 따른 전통적 대립구도를 무너뜨렸다. 여론조사는 20∼30대 젊은 세대가 더이상 범여권의 지지기반이 아님을 말해준다. 참여정부 탄생의 주역이었던 40대조차 등을 돌렸다. 진보진영과 호남이 구심점을 찾지 못하면서 이념과 지역의 대결구도도 흐트러졌다. 적어도 우리 정치에서 대선은 미래에 대한 선택이었다. 현 정부에 대한 심판, 견제의 성격을 지니는 국회의원 선거와는 색깔을 달리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만은 현 정부를 심판하는 ‘회고적 투표’의 특성을 보여준다. 누가 좋아서라기보다 누가 싫어서, 차악(次惡)을 택하는 표심이 적지 않다. 여기에 차기 정부의 취약성이 들어있다. 이명박 후보가 과반득표를 목표로 한다지만, 그리고 설령 이를 이룬다 해도 그 표심은 언제든 떠날 채비가 돼 있다. 더욱이 BBK특검의 칼날은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해도 지지기반을 싹둑싹둑 잘라낼 수 있다. 내년 2월 취임 직전 나올 특검 수사결과에서 그의 연루 혐의가 인정되고, 기소대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면 취임을 해도 법적으론 대통령이지만 정치적으로는 기소대상자인, 해괴한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대통령의 정통성을 둘러싸고 정국이 거대한 혼란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수 있다. 취약하기로는 이회창, 정동영 후보도 말할 나위가 없다. 최근까지의 여론조사를 감안할 때 막판 대역전에 성공하더라도 이들은 40%를 밑도는 득표율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이번 대선의 투표율을 70%로 쳐도, 전체 유권자의 28%에도 못 미치는 지분만 확보하게 될 뿐이다. 그 어떤 패자도 승자를 인정하기 힘든 구도가 이미 짜여져 있는 셈이다. 허니문이 없는 대선이 될 것이다. 지독한 대선보다 더 지독할 총선이 내년 4월에 떡 하니 버티고 있다. 재기를 위해 패자들은 몸부림칠 것이다. 엄청난 위세로 당선자와 집권세력을 물어뜯으려 할 것이다. 그 혼돈의 정국에서 새 정부는 4월 총선을 넘기기도 전에 만신창이가 될 수도 있다. 한 표의 무게가 남다른 때다. 누구를 뽑느냐를 넘어 대선 이후의 혼란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승자에게 별 의미 없이 얹어질 표가 아니고, 패한 사람에게 쓸모없이 내던져질 표가 아니다. 대선 이후 정치지형을 결정할 표다. 사표(死票)는 없다. 진경호 정치부 차장 jade@seoul.co.kr
  • [선택 2007 D-2] 昌 “李 후보직 사퇴해야”

    [선택 2007 D-2] 昌 “李 후보직 사퇴해야”

    무소속 이회창 후보측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특검 전격 수용을 강력 비난하고 나섰다. 류근찬 대변인은 이 후보의 특검 수용 소식이 전해진 16일 밤 “파렴치한 거짓말로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다가 이제 와서 특검법을 수용하겠다고 하는 것은 위기국면을 돌파하려는 꼼수”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 후보는 지금이라도 진정한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국민 여망을 좌절시킨 책임을 지고 즉각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무소속 이회창 후보도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며 강도 높게 압박했다. 이명박 후보의 2000년 광운대 특강 동영상과 관련, 이 후보는 “본인 스스로의 입을 통해 BBK에 관련된 결정적 증거가 나왔으니 검찰 수사가 완전히 엉터리였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은 잘못을 시인하고 이명박 후보를 출국 금지,BBK 사건에 대한 전면적 재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촉구했다. 이 후보는 “그동안 BBK와 관련없다는 발언으로 국민을 기만한 것에 대해 이명박 후보가 사과하고 사퇴하지 않으면, 특검이 진실을 밝혀 대통령이 되자마자 물러나는 사상 초유의 불행한 사태가 생겨 나라가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고 일갈했다. 그의 호소는 한나라당과 국민에게도 향했다. 이 후보는 “거짓말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는 데도 끝까지 두둔하고 진실을 덮을 수 없음을 한나라당의 양심세력에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을 상대로 대담한 거짓말 행각을 벌인 사람에게 나라를 맡겨서 우리에게 무슨 미래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나라당이 자신의 캠프와 통합신당의 공조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이 후보는 “사전에 신당측과 상의하거나 협의한 일이 없다.”면서 “가지로 진실을 덮으려는 것은 전형적인 정치공작 수법”이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측도 이명박 후보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강삼재 전략기획팀장은 “만에 하나, 이렇게 눈 하나 깜짝않고 거짓말을 밥 먹듯 해대는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국정혼란과 기강해이·탈법·불법이 난무하는 국정의 마비 상태를 가져올 것임을 안 보고도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향한 구애도 이어졌다. 이혜연 대변인은 “이대로라면 ‘껍데기 정권교체 좌파세력’에 되치기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양심세력이 이회창 후보 지지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 지지모임인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과 ‘파랑새단’도 성명을 내고 “박 전 대표가 정의의 길을 선택해 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존 러스킨 지음

    “다양한 시대를 통해 수많은 인류의 마음을 지배해온 갖가지 망상들 가운데 아마도 가장 기묘한-어쩌면 가장 명예롭지 못한-망상은, 사회적 행동의 규범은 사회적 애정의 작용에는 아무런 관계도 없이 결정되는 것이 유리하다는 관념에 바탕을 두고 있는, 소위 경제학이라는 근대의 학문일 것이다.”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존 러스킨 지음, 김석희 옮김, 느린걸음 펴냄)에 실린 존 러스킨의 첫 번째 논문 ‘명예의 근원’ 첫 문장이다. 러스킨에게 과거부터 지금까지 주류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경제학은 늘 ‘먼저 온 사람들’을 위한 경제학이었다. 러스킨은 ‘나중에 온 사람(포도밭 주인이 저녁에 나와 일한 사람에게도 아침에 나와 일한 사람과 동일한 보수를 줬다는 성경 비유에서 따온 말)’을 배제하지 않는 ‘인간적 경제학’을 주창한다. 그에게 먼저 온 사람에게 모든 기회가 집중되는 경제학은 ‘파멸의 경제학’일 뿐이었다. 러스킨은 마르크스의 ‘자본론’ 출간 7년 전인 1862년에 이미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를 펴내 사회·경제적 약자를 옹호했던 선구적 사상가였다. 명망 있는 시인과 예술평론가로 이름을 떨치기도 했던 러스킨은 공황, 실업, 빈부격차, 고용불안 등 19세기 당대의 폭발하는 자본주의 이면에 주목했다. ‘인간은 언제나 이기적이고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이른바 ‘정통 경제학’의 대전제는 그에게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국가적 파멸이 있을 따름”인 ‘가짜 경제학’이었다. 그가 창출한 ‘진짜 경제학’의 근간은 정통 경제학이 외면한 애정, 정직, 정의, 생명 등 인간적 가치들이다. “진짜 경제학은 생명을 향해 나아가는 물건을 열망하고 그 때문에 일하도록, 그리고 파멸로 이끄는 물건을 경멸하고 파괴하도록 국민을 가르치는 학문이다.” 러스킨의 ‘비과학적’ 경제학이 과학적 논리로 포장된 오늘의 한국사회에 주는 울림은 적지 않다.“금전적 보수는 그가 오늘 우리를 위해서 쓰는 시간과 노동에 대해 나중에 그가 요구할 때는 언제든지 그를 위해서 그것과 동등한 시간과 노동을 제공하거나 알선해주겠다는 약속.”이란 러스킨 주장에 비춰볼 때 만연하는 비정규노동 체제는 부도덕할 뿐이다. 출간 당시 엄청난 비난을 받았던 그의 책은 이후 간디, 버나드 쇼, 톨스토이 등의 삶을 통째로 바꿀 만큼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1만 2000원.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昌 지금이라도 사퇴해야”

    “昌 지금이라도 사퇴해야”

    이명박(얼굴)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13일 무소속 이회창 후보를 향해 “그 분이 마지막 할 수 있는 길은 보수의 정권교체 명분에 협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KTX(서울~부산) 동승 인터뷰에서 이회창 후보가 투표일 전에 사퇴할 것을 촉구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대선 투표율이 저조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정권교체 열망이 높기 때문에 예상보다 낮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한나라당의 ‘BBK 특검’ 수용설과 관련, 그는 “처음 듣는다.”면서도 “특검을 받아가지고 불리할 게 뭐 있나. 우리는 이걸 (여권이) 총선전략으로 이용할까봐 반대하는 것이다. 그 내용이 겁나서 그런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동관 공보상황실장은 “실무자들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한 모양인데 당 차원에서 전혀 공론화된 게 아니다.”고 못박았다. 그는 2012년 전시작전권 환수 재협상 문제에 대해 “국가간 협상을 무조건 재협상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라면서도 “여건이 재협상을 해야 될 필요성이 있으면 당연히 하는 것이고, 또 한·미 간에 대화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가능성을 열어 뒀다. 이 후보는 “내년 경제 성장률이 4%라고 이야기하는데 정권이 바뀌면 6% 가까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 (49)우여곡절 속 후금과의 관계

    [병자호란 다시 읽기] (49)우여곡절 속 후금과의 관계

    정묘호란 직후 조선은 후금에 유연한 태도를 취했다. 모문룡을 비롯한 한인(漢人)들의 비방과 방해에도 불구하고 후금 사자에 대한 접대나 그들과의 무역에 성의를 보였다. 하지만 조선의 입장에서 후금과의 우호 관계는 그다지 내키지 않는 것이었다. 조선이 후금을 ‘오랑캐’로 인식하고 있는 한 ‘내키지 않는 관계’가 오래 지속되기는 어려웠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필연적으로 파열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후금, 병력 철수하고 조선과 사신교환 정묘호란이 끝난 뒤에도 의주 등지에 병력을 주둔시켰던 후금은 1627년 9월경부터 병력을 철수시켰다. 두 나라의 관계가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당시 조선과 후금은 정기적으로 사신을 교환했다. 인조는 신료들에게 호차(胡差·후금 사신에 대한 멸칭)들을 우대하여 환심을 잃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후금 또한 호란 직후에는 조선에 매우 우호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 때문에 심양을 왕래하는 조선 사신들의 후금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이었다.1627년 5월 심양에서 돌아온 원창군(原昌君) 일행은 인조를 만난 자리에서 ‘후금 사람들이 매우 친절했다.’고 보고했다. 인조가 홍타이지와 후금 신료들의 인물됨을 묻자, 호행관(護行官) 이홍망(李弘望) 등은 모두 뛰어난 인물들이라고 칭찬했다. 인조의 우호적인 태도는 후금 사신들을 접견할 때 잘 나타났다.1627년 5월 서울에 왔던 후금 사신 용골대는 인조를 만났을 때 ‘전하께서는 극진하게 대우하시는데 관리들이 삼가지 않는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조선 관리들이 그를 인조에게 인도하면서, 대궐 문 앞에서 말에서 내리게 하고 인도자도 없이 한참 걷도록 만든 것이 불만이었다. 인조는 즉각 사과하고 용골대 등이 나갈 때 어로(御路)에서 말을 타고 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당시 봉산(鳳山)에 살던 백성 박응립(朴應立)과 황하수(黃河水)가 서울로 올라가던 용골대 일행을 가리키며 ‘죽여야 한다.’고 소리친 사건이 있었다. 용골대 일행이 불만을 터뜨리자 조정은 봉산에 이문(移文)하여 곧바로 그들을 붙잡아 하옥시키고 후금 사신 일행의 경호를 강화하는 조처를 취했다. 비변사 신료들은 ‘호인들과 기미(羈)하기로 작정한 이상 원하는 물품을 많이 주어 그들을 기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조와 신료들을 막론하고 정묘호란 직후 후금을 대하는 조선의 자세는 유연했다. 그런데 병자호란 무렵이 되면 이 같은 유연함을 도무지 찾을 수 없다. 그 까닭이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開市에 대한 후금의 열망 정묘호란 직후 후금이 조선에 가장 강하게 바라던 것은 무역이었다. 그들은 시장을 열어 쌀을 공급해 달라고 간청했다. 쌀뿐만이 아니었다. 생필품과 사치품을 막론하고 후금이 요구하는 물품은 참으로 다양했다.1628년 1월 서울에 왔던 후금 사신들은 홍시와 대추, 알밤 등 과일과 약재 등을 요구했다. 중국산 비단과 청포(靑布), 일본에서 들여오는 후추를 비롯하여 단목(丹木), 칼과 창 등도 그들의 관심 품목이었다. 명과 적대 관계가 지속되면서 과거와 달리 만주 지역으로 몰려오던 중국 상인들이 끊겨 버린 상황에서 후금이 원하는 물품을 공급해 줄 나라는 조선밖에 없었다. 하지만 조선은 후금과의 교역에 소극적이었다. 일단 교역의 문을 열어줄 경우, 후금 측의 요구가 끝없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김상헌을 비롯한 일부 신료들은 특히 중국산 물화를 후금 상인들에게 파는 것을 결사적으로 반대했다.‘하찮은 오랑캐에게 천조(天朝)의 물품을 넘겨주는 것은 예가 아니다.’라는 것이 명분이었다. 1627년 12월 심양에 갔던 회답사(回答使) 박난영(朴蘭英) 일행은, 중강(中江)에서 속히 시장을 열어 교역하자는 후금 측의 재촉에 시달려야 했다. 박난영은 ‘전쟁 때문에 평안도와 황해도가 극히 피폐해졌다.’는 것,‘명나라 산 물자는 조선이 구하기 어렵다.’는 것 등의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했지만 후금 측은 집요했다. 후금 측은 ‘조선과 후금이 이미 한집안이 되었으니 어려움을 서로 구제해야 한다.’며 ‘모문룡은 값도 치르지 않고 조선으로부터 쌀을 공짜로 빼앗았지만 우리들은 정당하게 값을 치르고 사겠다는데 뭐가 문제냐.’라며 회답사 일행을 압박했다. 조선 측은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었다. 조선은 이후 쌀과 과일, 약재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산 물품 등도 후금 측에 공급했다. 중국산 물품은 가도를 통해, 일본산 물품은 왜관을 통해 입수되었다. 당시 가도에는 명의 강남 등지로부터 수많은 상선들이 모여들었다. 조선 상인들은 은이나 인삼을 갖고 가도로 가서 비단과 청포 등을 구입하여 그것을 다시 후금 상인들에게 판매했다. 사실상 후금에 중국과 일본산 물자를 공급하는 중개자 역할을 했던 셈이다. 조선은 또한 후금과의 개시를 통해 피로인(被擄人)들을 속환(贖還)하려고 시도했다. 피로인이란 정묘호란 당시 후금군에 사로잡혀 끌려갔던 포로들을 말한다. 호란 당시 무방비 상태였던 서북 지방에서는 엄청난 수의 포로가 생겨났다.1627년 5월 평안도 평양, 강동(江東), 삼등(三登), 순안(順安), 숙천(肅川), 함종(咸從) 등 여섯 고을에서 파악된 포로 숫자만 4986명이었다. 같은 해 6월의 기록에 따르면 심양에서 도망쳐 오는 포로의 숫자가 매일 40명에서 50명에 이른다고 할 정도였다. 이것을 토대로 계산하면 당시 후금군에 끌려간 피로인의 수는 최소 수만 명을 넘는 수준이었다. 조선은 개시에서 후금 측에 쌀을 공급하는 대가로 피로인들을 넘겨받고자 했던 것이다. ●피로인 송환 등 둘러싸고 분열양상 1628년 2월 후금 측은 개시가 열린 중강에 200여명의 피로인을 데리고 왔다. 그들 가운데 조선에서 우선적으로 속환하려 했던 사람들은 귀의할 수 있는 부모나 형제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포로들의 몸값을 정하는 것도 문제였다. 결국 개시 장소에 왔던 200여명 가운데 70명 정도만 가족 품으로 돌아오는 행운을 얻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다시 발길을 돌려야 했다. 후금 상인들은 자신들이 어렵게 데려온 피로인들을 모두 구입해 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고국 귀환을 애타게 고대하고 왔다가 후금 병사들에게 이끌려 도로 심양으로 돌아가는 피로인들은 조선 국경 쪽을 쳐다보며 통곡했다. 처참한 광경이었다. 후금과의 개시는 유지되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파열음을 냈다. 우선 개시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사뭇 달랐다. 조선은 봄가을 두 차례 개시할 것을 원했다. 후금 측은 봄, 여름, 가을 세 번을 정기적으로 하되 필요하면 제한을 두지 말자고 맞섰다. 그들은 중강 이외에 함경도의 회령에서도 개시하자고 요구했다. 개시할 때 후금 측이 데리고 오는 인원의 숫자도 문제였다. 1628년 2월 중강에서 개시할 때 용골대 일행은 자그마치 1300명의 인원을 데리고 왔다. 그들에게 필요한 식량과 마초는 전부 조선 측의 몫이었다. 조선은 부담스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조선 측이 문제를 제기하자 후금 측은 조선과 명의 전례를 들고 나왔다.‘과거 조선이 명과 개시할 때는 소와 돼지까지 증여했는데 우리에게는 식량과 마초만 주는데 무엇이 부담스러우냐?’는 식이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조선이 계속 식량 공급을 거부하면 서울로 올라가서 소 몇 백 마리와 군사들이 한 달 먹을 식량을 얻어 내고야 말겠다고 협박했다. 조선은 결국 용골대 일행에게 쌀 2000섬을 그냥 주기로 약속했다. 후금에서 도망쳐 온 피로인들을 송환하는 문제도 갈등의 불씨가 되었다. 후금은 수시로 조선에 국서를 보내 조선이 고의로 피로인들을 숨겨 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피로인들을 ‘피 흘려 얻은 대가’로 여겨 송환을 요구하는 후금과 ‘살겠다고 도망 온 혈육’을 송환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던 조선의 갈등은 필연적이었다. 양국 관계는 수많은 우여곡절 속에 위태롭게 이어지고 있었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전문직 드라마… 새 트렌드로 뜰까

    전문직 드라마… 새 트렌드로 뜰까

    올 한 해 대한민국을 설레게 한 ‘사극 열풍’이 지나간 자리에 안착할 드라마는 어떤 것일까. 아마도 ‘전문직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각 방송사에서 새롭게 승부수를 띄우고 있는 전문직 드라마는 현재까지만 해도 세 편.MBC는 12일부터 흉부외과를 배경으로 한 20부작 수목드라마 ‘뉴 하트’를,1월6일부터는 성형외과를 배경으로 한 시즌드라마 ‘비포&애프터 성형외과’를 방영할 예정이다.‘태왕사신기’와 ‘옥션 하우스’의 인기를 이어갈 후속작으로 의학 드라마를 연이어 편성한 것.SBS는 방송국을 배경으로 한 20부작 수목드라마 ‘온 에어’를 내년 2월 27일부터 방영한다. 작가와 프로듀서, 배우와 매니지먼트사 등 TV드라마 제작현장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그려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뉴하트´·‘온에어´ 등 전문직 드라마 줄줄이 대기 이처럼 전문직 드라마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내년에는 전문직 드라마 열풍이 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실 전문직 드라마는 2007년 한 해에도 적잖이 선을 보였다.‘하얀거탑’‘히트’‘에어시티’‘개와 늑대의 시간’‘외과의사 봉달희’‘옥션하우스’‘로비스트’ 등은 그동안 한국 드라마 속에서 잘 다뤄지지 않던 로비스트, 비밀 요원, 경매사 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들이 전문직을 소재로 했다는 시도는 인정되지만, 아직은 대부분 실험 단계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드라마평론가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우리나라 전문직 드라마는 전문직의 실상을 드러내기보다 무조건 선망받는 직종 위주로 설정해 외형상 화려함을 부각하는 데 비중을 두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는 오히려 전문직에 대한 허상을 키우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뿐”이라고 꼬집었다. ●“전문직에 대한 허상만 키운다” 전문직 드라마에 의학드라마나 법정드라마, 수사드라마가 많은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의사, 법조인, 경찰은 인간의 정신적·육체적 생명을 다룬다는 점에서 극적인 요소가 풍부하고 현실에서도 선망받는 직업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드라마의 작품성은 소재가 아니라 대본의 완성도에 있으며, 얼마나 디테일을 잘 갖췄느냐에 달려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전문직 드라마라는 용어는 사실 개념이 불분명한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 “직업에 대한 디테일을 잘 살린다면 주부나 그밖의 직업군을 다룬 드라마도 전문직 드라마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윤석진 교수도 “전문직에 대한 판타지도 중요하지만, 우선 개연성에 바탕을 둔 리얼리티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올해 ‘전문직 드라마’를 표방한 드라마들의 성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다양한 소재를 시도하긴 했지만 충분한 사전 취재와 준비로 디테일을 잘 살리지는 못했다는 것이다.‘개와 늑대의 시간’은 스릴러적인 성격으로 장르 드라마에 가까웠고,‘에어시티’는 과도한 애정구도로 유사 멜로로 흘렀으며,‘로비스트’도 개연성없는 억지스러운 전개로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하얀 거탑’은 완성도는 인정되지만 일본 원작을 리메이크했다는 점에서 온전히 우리 드라마의 성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치밀한 디테일, 리얼리티가 성공의 핵심 어쨌든 전문직 드라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는 우수한 미드(미국 드라마)와 일드(일본 드라마)를 많이 접한 영향이기도 하고, 영화적인 재미를 TV드라마에서 충족하고 싶어하는 열망이 커진 탓이기도 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다양한 소재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SBS 드라마국 고흥식 책임프로듀서는 “전문직 드라마의 제작 활성화는 그동안 접하기 어려웠던 소재를 다뤄 한국 드라마의 지형을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제 드라마의 성패가 유명 배우 캐스팅에 달려 있던 시대는 지났다.”고 강조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