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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獨·佛 정상들의 ‘더반 전쟁’

    2018년 동계올림픽 후보도시 유치전이 국가 간의 ‘파워 게임’이 될 전망이다. 정상들이 격전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 줄지어 입성하고 있다. 강원 평창과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가 막판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2일 밤(현지시간) 12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장소인 더반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이 대통령은 개최지가 발표되는 6일 최종 프레젠테이션(PT)에 연사로 나서 정부의 전폭적이고 확고한 지원 의지를 밝힐 예정이다. 평창 유치 열망을 담아 이례적으로 영어로 연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3일에는 강력한 경쟁도시인 뮌헨 유치단이 들어온다. 크리스티안 불프 대통령도 입성할 예정이다. 독일은 불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유치단장을 맡는 등 초강수를 두고 있다. 하지만 불프 대통령 대신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나설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평창과의 박빙 승부에서 승리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메르켈 총리를 승부수로 띄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안시를 후보도시로 내세운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번 총회에는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사르코지 대통령 대신 프랑수아 피용 총리가 참석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 유치경쟁이 사실상 평창과 뮌헨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서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참석할 가능성도 있다. 더반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더반 출격! 이번엔 태극기 휘날린다

    더반 출격! 이번엔 태극기 휘날린다

    “세 번은 울지 않겠다.”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대표단이 드디어 ‘결전의 땅’으로 떠난다. 대표단은 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전세기 편으로 개최지를 결정짓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장소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으로 향한다. 대표단은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진선 유치 특임대사 등 IOC가 정한 공식 대표 100명과 지원단 80명이다. 토고의 수도 로메에서 열린 아프리카올림픽위원회(ANOCA) 총회 참석차 먼저 출국한 조양호 유치위원장과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등은 2일 현지에서 합류한다. 유치전의 최전방에서 활약했던 이들은 “반드시 유치해 돌아오겠다.”며 결연하게 출사표를 던졌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조양호 유치위원장 2년 전 평창유치위원장을 맡을 당시 어깨가 무척 무거웠다. 평창은 이미 2010년과 2014년 두 차례 도전에서 모두 실패하고 마지막이 될 세 번째 도전에 나서기 때문이다. 이번 도전마저 실패로 끝난다면 강원도민을 포함한 국민이 받을 충격에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다. 때문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뛰었다. 지난 2년 세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다. 종착역에 다다른 지금까지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에 견줘 앞서면 앞섰지,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더욱 중요하다. 남은 기간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 마지막 2시간, 마지막 2분 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정병국 문화부 장관 지금까지 정부는 평창 유치를 위해 대한체육회, 강원도, 민간 등과 합심해 IOC 평창 실사, 국제 행사 프레젠테이션(PT) 등 모든 유치 과정을 실수 없이 치러왔다. 무엇보다 남은 기간 실수하지 않고 치밀하고 신중하게 유치 활동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대통령은 물론이며 우리 스포츠 외교력을 총동원한 최적의 대표단을 구성해 현지에서 총력전을 펼 것이다. 또한 투표 당일 최종 PT를 통해 아시아 및 세계 동계스포츠 확산이라는 평창의 유치 명분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IOC 위원들에게 감동을 선사해 ‘이제는 평창’이라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도록 하겠다. 정부는 현지에서 꼭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 ●박용성 체육회장 2018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평창 유치를 위해 그동안 대한체육회는 유치위원회는 물론 정부와 국회, 기업 등과 열심히 뛰어왔다. 뿐만 아니라 강원도민을 포함한 우리 모든 국민들도 뜨거운 유치 열망 속에 함께 뛰어왔다. 결전의 장소 남아공 더반으로 떠나면서 본인을 비롯한 모든 유치 관계자 일동은 동계올림픽을 기필코 평창으로 유치해 1988년 서울올림픽의 영광을 다시 한번 재현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이제는 평창이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은 7월 6일 더반에서 우리 대표단의 함성이 이곳 대한민국까지 울려 퍼질 수 있도록 한마음 한뜻으로 간절히 기원해 주었으면 좋겠다. ●김진선 특임대사 대학 입시를 치르고 합격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더반 총회에 참석한다. 특히 지난 두 번의 실패가 있었기에 더욱 초조하고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 어느 때보다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평창은 지난 수년간 IOC와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해 시설 등을 대폭 보강한 데다 전폭적인 국민적 지지, 강력한 정부 지원, 아시아의 동계스포츠 확산이라는 명분 등 나무랄 데 없는 훌륭한 유치 후보 도시다. 이번엔 IOC 위원들이 표를 줄 것이란 믿음이 있다. 동계올림픽 유치를 처음 제안했고, 세 번째 유치 활동에 나선 만큼 그간 꼬인 매듭을 시원스레 풀겠다는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임하겠다.
  • “阿!웃어주세요”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 D-7…평창 유치위 총력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결정짓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총회(7월 6일)가 꼭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동계올림픽 유치에 세 번째 도전하는 강원 평창은 전열을 재정비, 막판 총력 태세에 돌입했다. 유치위 관계자들과 취재진 등 250여명은 새달 1일 전세기로 ‘결전의 땅’ 더반에 입성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2일 더반에 도착, 힘을 보탤 예정이다.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와 함께 올림픽 개최권을 놓고 피 말리는 ‘일주일 전쟁’이 불붙은 것이다. 우선 조양호 유치위원장과 ‘피겨퀸’ 김연아 등 평창유치위 대표들은 28일 토고의 수도 로메에서 열리는 아프리카올림픽위원회(ANOCA) 총회에서 프레젠테이션(PT)을 펼쳤다. 프레젠터로 나선 김연아는 평창의 유치 당위성과 운영 능력을 알리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총회는 아프리카 IOC 위원들이 모이는 자리여서 후보 도시들로서는 정성을 쏟을 수밖에 없다. 이어 조 위원장 등은 모나코로 건너가 새달 1∼2일 열리는 알베르 왕자의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한다. IOC 위원인 알베르 왕자의 결혼식에 동료 위원들이 대거 참석하기 때문이다. 평창은 지난달 스위스 로잔에서의 ‘테크니컬 브리핑’이 끝난 뒤 해외 언론으로부터 ‘선두주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콤팩트한 경기장에 변방이나 다름없는 아시아지역의 동계스포츠 발전이라는 명분, 중앙정부의 강력한 지원 의지와 지역 주민들의 뜨거운 열망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개최지 결정권을 쥔 IOC 위원들의 표심이다. 속내를 도저히 알 수 없어 평창유치위도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한다. 개인적인 신념과 국제관계 등 다양한 배경 속에서 표를 행사하는 IOC 위원은 모두 110명. 자크 로게 위원장은 관례적으로 투표에 참가하지 않는다. 이건희·문대성, 토마스 바흐·클라우디아 보켈(독일), 기 드뤼·장클로드 킬리(프랑스) 위원 등 후보 도시의 국가 IOC 위원 6명은 투표할 수 없다. 지난해 ‘스폰서 논란’을 일으킨 국제조정연맹(FISA) 회장 데니스 오스왈드(스위스) 위원은 일찌감치 기권 의사를 밝혔다. 따라서 실제로 투표할 위원은 102명. 그러나 총회 때마다 건강문제나 개인 사정 등으로 3∼5명이 불참해 최종 투표인단은 97∼99명이 될 전망이다. IOC 위원들은 뮌헨, 안시, 평창 순으로 진행되는 후보도시의 최종 PT를 듣고 비밀 전자투표에 나선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투표인단 기준)한 곳이 나오면 바로 개최지로 결정된다. 하지만 1차에서 과반 득표한 도시가 없으면 최하위를 탈락시킨 뒤 2차 투표에 돌입한다. 2차 투표에서도 동수가 나오면 IOC 위원장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지만 그런 사례가 없어 3차 투표가 점쳐진다. 현재 판세는 평창과 뮌헨이 앞서고 안시가 뒤지는 ‘2강’ 구도로 평가된다. 평창은 가급적 1차 투표에서 승부를 내야 한다. 과거 두 차례의 도전에서 1차 투표 때 탈락한 도시의 지지표가 다른 경쟁 도시로 쏠리는 것을 지켜봤다. 유치위가 2차 투표 가능성에 대비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연임 반총장, 알아사드 정조준

    연임을 확정 지으며 ‘강한 유엔’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국민의 민주화 요구를 외면하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반 총장은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AP 등 전 세계 주요 뉴스통신사들과 인터뷰를 갖고 “알아사드 대통령은 평화적 시위를 보장하지 못했고 시리아 국민의 합법적 열망에도 부응하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들이 시위대를 무력 진압한 시리아 정부에 대한 규탄 결의안을 채택할지를 두고 견해차를 보이는 데 대해 “단합된 조치가 (시리아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안보리를 압박했다. 반 총장은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핵 없는 세상을 실현하는 데 노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북한 핵개발 문제는 6자회담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한국의 대통령 후보로 언급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외국 기자의 질문에 “연임이 확정됐기 때문에 (대선 후보로 거론하는) 그런 얘기들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정체성 혼란 겪다 한국서 핏줄의식 깨달았죠”

    “정체성 혼란 겪다 한국서 핏줄의식 깨달았죠”

    “한국인도 일본인도 영국인도 아닌 내 정체성은 뭘까. 한국인인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이런 물음에 대한 해답을 간절히 얻고 싶었습니다.” 도쿄 아오아먀 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미치코’에서 남자 주인공 리하르토 역을 맡고 있는 신원(24·일본명 신겐)씨는 혼혈 한국인 4세다. ●재일학자 故 신기수 선생의 외손자 한·일 관계사 분야에서 저명한 재일 학자로 알려진 고(故) 신기수 선생의 손자다. 신 선생은 ‘에도 시대의 조선통신사’ 등 한·일 관계 저서 22권과 ‘해방의 그날까지’ 등 기록영화 10여편을 남겼다. 하지만 신씨의 아버지는 영국인이어서 서양인의 외모를 지니고 있다. 런던에서 태어난 신씨는 10세 때까지 영국에서 지냈고, 이후 일본 고베에서 생활했지만 2002년 외할아버지의 죽음 이후 뿌리를 찾고 싶다는 열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열다섯 살 때부터 외모가 서양인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헬로’라고 말을 걸어 왔다. 나는 변한 게 없는데 남들이 그렇게 봐 주지 않아 정체성에 엄청난 혼란을 겪었다.”며 청소년기의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이런 와중에 한·일 관계 연구에 평생을 바친 외할아버지의 죽음을 맞아 재일 한국인에 대한 고민까지 더하게 됐다. 당시 고베 아시아 미나미 고교에서 호주로 유학을 준비하고 있던 그는 행선지를 한국으로 급히 바꿨다. 한국말을 전혀 못했지만 뿌리를 찾고 싶다는 생각에 지난 2003년 우여곡절 끝에 서울 중동고 3학년에 전학했다. “모든 게 낯설었지만 모두가 살갑게 대해줘 ‘아 이게 핏줄 의식이구나’라고 깨닫게 됐다.”는 그는 “선생님들이 체벌을 주면서도 저는 제외하려 했지만 오히려 자발적으로 친구들과 함께 받을 정도로 ‘한국식 동료의식’에 푹 빠져 지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1년간 지낸 신씨는 이때 깨달은 정체성을 지키고 싶어 일본에서도 한국식 이름을 자신있게 드러내 놓고 활동하고 있다. ●“한국 뮤지컬 세계진출 기여하고 싶어” 와세다대 1학년 때 뮤지컬 ‘렌트’(Rent) 오디션에 합격해 무대에 선 뒤 영국국립연극학교(RADA) 워크숍을 이수하는 등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다. 지난해 9월 입학한 뉴욕의 명문 연극학교 ‘슈라이버 스튜디오’에 다니다 뮤지컬 ‘미치코’에 캐스팅됐다. 오는 12월부터는 뮤지컬 ‘로키 호러 쇼’에서 주인공 로키 역을 맡게 된다. 배우 조승우와 정용석 뮤지컬 감독의 팬이라는 신씨는 “한국어는 물론 영어와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장점을 발휘해 한국 뮤지컬의 세계 진출에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선덜랜드행 지동원 성공하려면…

    선덜랜드행 지동원 성공하려면…

    ‘최신형 스트라이커’ 지동원(20)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 이적이 22일 확정됐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조급함이 앞서 일을 그르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의젓하게 기다렸고, 자신을 키워 준 전남에 충분한 선물(이적료 350만 달러)을 주고 떠나게 됐다. 계약기간은 3년, 연봉은 100만 달러(약 11억원) 선으로 알려졌다. 한국인으로는 8번째이자 최연소 프리미어리거가 된 지동원을 보는 시각에는 기대와 함께 불안도 교차한다. 지동원이 선덜랜드에서 살아 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리지만 지동원은 이미 국내 최고의 공격수다. 프로에 데뷔한 지난해 K리그 22경기에 나서 7골 3도움을 기록했다. 더 놀라운 것은 A매치 11경기에서 6골을 넣었다. 한국 축구사에서 데뷔시즌에 이처럼 폭발적인 능력을 보여준 선수가 있었던가. 프리미어리그도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 지동원과 같은 나이인 스무살에 선덜랜드에서 리버풀로 이적하며 주목받았던 미드필더 조던 헨더슨(잉글랜드)이 리그에서 남긴 기록은 3골 5도움에 불과하다. A매치에는 고작 한 경기에 출장했다. 또 지난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선덜랜드에 임대된 대니 웰벡(잉글랜드)도 리그에서 26경기 6골을 터트렸지만, 대표팀 출전은 한 경기에 그친다. 그래서 지동원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그가 “2014년에는 대형 스트라이커로 성장할 것”이라고 공언했던 대표팀 조광래 감독은 “수비력이 뛰어난 가나와의 A매치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확인시켰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스트라이커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여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지동원도 늘 지적받는 약점이 있다. 중학교 때 지동원을 눈여겨보고 전남의 유소년팀인 광양제철고로 데려왔던 당시 감독 이평재 전북 스카우트는 “무조건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에 쓸데없는 움직임이 많다.”면서 “소모적인 움직임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리미어리그 무대 진출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다. 얼마나 잘하고 싶을까. 지동원은 열광적인 선덜랜드 팬과 구단, 코칭스태프에 강한 첫인상을 주고 싶은 열망이 굴뚝같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뜨거운 열망은 옛 스승이 지적하는 문제를 다시 노출시킬 가능성이 크다. 지동원보다 먼저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밟았던 몇몇 선배들이 이 때문에 실패했다. 마음이 급해지면 자기 플레이가 안 된다. 부상의 위험도 커진다. 경쟁을 의식할 필요도 없다. 정상급 공격수 아사모아 기안(가나)이 있지만, 기안은 파트너일 뿐 경쟁자가 아니다. 기안 외에 주전급 스트라이커가 없다. 조 감독은 “동료들의 장단점을 파악해 그들과 어떻게 어울려 플레이할지를 고민하라. 어디든 경쟁은 피할 수 없다.”고 충고했다. 또 “K리그보다 경기의 속도가 빠르다. 플레이를 서두르는 것보다 생각의 속도가 빨라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길은 통한다. 한국에서도, 잉글랜드에서도 축구는 축구다. 지동원이 리그와 대표팀에서 해 온 대로만 한다면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다. 다만 꿈은 더 키워도 문제가 없겠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배달되지 않는 편지’ 강인섭 전 의원 통일시 낭송행사

    ‘배달되지 않는 편지’ 강인섭 전 의원 통일시 낭송행사

    언론인 출신의 시인 강인섭(75·관훈클럽 33대 총무) 전 의원이 24일 오후 3시 서울 반포동 심산 김창숙 기념관(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 5번 출구)에서 ‘배달되지 않는 편지’라는 제목의 시 낭송 행사를 갖는다. 6·25 전쟁 61주년을 맞아 한국시낭송문예협회 주최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서 강 전 의원을 비롯한 여러 시인들과 시낭송가들은 호국영령을 추모하면서 민족의 염원인 통일에 대한 열망을 담은 통일시 18편을 낭송한다. 이 밖에 트럼펫 연주와 판소리 등 다양한 공연도 선보인다. 강 전 의원은 195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산록’으로 등단했다.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14대, 16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시집 ‘녹슨 경의선’, ‘녹슨 경의선과 그 이후’, ‘강인섭 통일시집’ 등과 ‘4·19 그후’ 등의 정치평론집이 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36세 베컴은 아직 뛰고 싶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36)이 내년 런던올림픽에서 선수로 뛰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베컴은 14일 BBC와 인터뷰를 갖고 “아직 13개월이나 남아 기다려봐야겠지만 코치보다는 선수로 영국 대표팀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내년에 37세가 되는 베컴은 “철저히 몸 관리를 해 와 체력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축구 할 때는 아직도 21세처럼 느껴진다.”면서 의욕을 나타냈다. 베컴이 대표팀에 선발되기를 열망하는 이유는 이번 올림픽이 조국에서 열려 마지막으로 출전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베컴은 런던올림픽 홍보대사도 맡고 있다. 영국에서 올림픽이 열린 것은 1948년 런던 대회 이후 처음이다. 잉글랜드 대표팀으로 월드컵 3회 출전을 포함해 A매치 115경기를 소화한 베컴은 2009년 10월 이후 대표팀에서 사실상 떠난 상태다. 지난해 남아공월드컵 때는 아킬레스건 부상 때문에 출전 명단에서 제외됐고 파비오 카펠로 감독 지휘하에 코치로 참여한 바 있다. 23세 이하 선수들로 구성되는 올림픽팀에 합류하려면 와일드카드 3명 안에 들어야 한다. 잉글랜드 21세 이하 대표팀 감독인 스튜어트 피어스가 지난 1월 대표팀을 맡아 잉글랜드 축구협회와 함께 명단을 짜게 된다. 영국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로 나뉜 4개의 축구협회가 있어 월드컵과 달리 단일팀을 구성해야 하는 올림픽에는 1972년 이후 출전하지 않았다. 그러나 런던올림픽에는 개최국인 데다 축구가 국기라 참가한다. 잉글랜드 협회를 제외한 3개 협회는 모두 불참을 선언한 상태다. 베컴의 올림픽 출전만큼이나 불투명한 것은 그의 향후 거취다. 미국의 LA갤럭시에서 뛰는 그는 올해 말 5년 계약이 만료된다. 하지만 그는 아직 향후 계획에 대해 발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베컴은 “플레이를 즐기는 한 계속 축구를 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김기덕 “한국 영화계는 도박판”

    김기덕 “한국 영화계는 도박판”

    3년 만의 신작 ‘아리랑’으로 영화계에 직격탄을 날렸던 김기덕(51) 감독이 “한국 영화계는 도박판”이라며 다시 한번 비판의 화살을 겨눴다. ‘아리랑’으로 제64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받은 뒤 해외에 머물고 있는 김 감독은 자신이 제작한 영화 ‘풍산개’ 개봉을 앞두고 배급사를 통해 8일 배포한 서면 인터뷰 자료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감독은 “(한국 영화계에) 과연 더 이상 새로운 영화가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15년 동안 19편의 영화를 감독하고 각본과 제작을 맡아 왔다. 그동안 한국 영화계의 모순을 무수히 봤고 말도 안 되는 일을 겪었다. 영화판도 사람 사는 세상인데 나는 좀 더 순수하게 본 것 같다.”고 자조했다. 김 감독은 “‘풍산개’가 자본과 시스템을 대체할 첫 영화가 될 것”이라면서 “영화인의 열정과 영화의 주제, 그리고 진정한 영화의 가치를 통해 벽을 넘어서겠다.”고 장담했다. ‘풍산개’는 서울에서 평양까지 무엇이든 3시간 만에 배달하는 정체불명의 주인공(윤계상)이 북한에서 망명한 고위층 간부의 여자(김규리)를 데려오라는 임무를 받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오는 23일 개봉한다. 김 감독의 연출부 출신인 전재홍 감독의 장편데뷔작으로 윤계상, 김규리 등 배우와 스태프가 보수 없이 참여했다. 김 감독은 “남북을 오가는 캐릭터는 60년 분단의 한 맺힌 유령 같은 존재이자 상징”이라면서 “통일을 열망하는 많은 남북 사람들의 마음이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폭약을 충분히 터트릴 수 없었고 흥행 배우도 없지만, 영화의 강한 주제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재미를 담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열린세상] 불공정한 시장, 공정사회의 미래/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불공정한 시장, 공정사회의 미래/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매일 규모가 커져만 가는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한국 사회의 신뢰가 좌초 위기에 처해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금융기관을 감독해야 할 감독기관이 오히려 이들과 공모하여 수조원에 달하는 서민 예금을 날리고 퇴출되는 일련의 과정은 한 편의 반전 영화를 보는 것 같아 섬뜩하기까지 하다. 우리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는 이미 우리 상상력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믿을 수 없는 영화를 떠받치는 첫 번째 반전은 부산저축은행의 경영진과 직원들이 예견된 퇴출을 앞두고 자신들의 예금을 불법적으로 인출하는 장면이다. 자율적 규제를 부르짖으며 시장 만능주의의 커튼 뒤에서 온갖 비리를 저지르던 기업가들의 맨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첫 번째 반전을 뛰어넘는 두 번째 반전은 비리를 감독해야 할 국세청, 금융감독원, 감사원마저 이들의 로비에 매수됐으며, 정치권 역시 이미 부실이 드러난 부산저축은행의 퇴출을 방해한 사실이 발각되는 장면이다. 공정한 게임의 틀을 만들고 감독해야 할 주체들이 오히려 은행과 담합하고 있는 이 장면은 우리 시장경제의 슬픈 자화상이 되고 말았다. 사건 이후 한국의 시장경제에 대한 각종 진단이 쏟아지고 있다. 혹자는 게임의 규칙을 만들고 이를 집행하는 법과 제도의 부재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이 경우라면 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것이다. 그러나 보다 정확한 원인은 공정성을 상실한 우리 사회의 자화상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는 이미 금융기관을 감독할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 감사원과 같은 제도적 장치를 가지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에서 말도 안 되는 반전들이 버젓이 벌어질 수 있었던 진짜 이유는 한국 사회와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불공정한 관행들과 이를 가능케 하는 공동선에 대한 철학적 빈곤에 있다. 실제로 우리의 미간을 찌푸리게 하는 비리와 불공정한 게임은 비단 부산저축은행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관행은 그리 낯선 소식이 아니다. 하청업체의 납품 원가를 후려치는 것은 기본이요,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사업이 될 만한 것 같으면 동네 마트와도 경쟁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들 대기업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국내 소비자들의 희생 속에 비약적으로 성장해 왔으나 이들이 오늘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할 국민이 몇이나 될 것인가. 시장 원리와는 어긋나는 초과이익 공유제에 대해 정책적으로는 무리한 측면이 있더라도 심정적으로는 동의할 수 있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공동선에 대한 고려 없이 불공정한 수단을 써서라도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는 대기업과 사회 지도층에 대한 염증이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계속돼온 공정한 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은 점차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이 100만부 가까이 팔리면서 큰 화두가 됐다. 이것은 철학 서적이 큰 인기를 누리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한국 사회가 얼마나 정의와 공정성에 목말라 있었는지를 보여 준다. 또한 최근 들어 각 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들 중 하나는 자신이 가진 실력과 노력만으로 공정한 경쟁을 거치는 과정이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이 과정에서 단순히 심사위원단의 평가에 의존하지 않고 문자 투표를 통해 공정한 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한다. 기업과 사회 지도층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공정하지 못한 경쟁의 결과에는 아무도 승복하지 않는다. 그런 사회는 불만과 갈등으로 가득 찬 사회가 될 뿐이다.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주는 교훈은 공정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혁만으로 불공정 관행 및 도덕적 해이를 감독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공정사회는 대기업과 사회 지도층은 물론 우리 모두가 스스로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할 때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선물이다.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주는 교훈은 공정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혁만으로 불공정 관행 및 도덕적 해이를 감독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공정사회는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할 때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선물이다.
  • 전관예우 근절방안 Q&A

    3일 안양호 행정안전부 제2차관, 황희철 법무부 차관과의 일문일답으로 전관예우 근절 방안을 풀어봤다. Q 취업 제한 로펌에 김앤장 법률사무소도 포함되나. A 포함된다. 취업 심사 대상 업체 기준에 외형 거래액 300억원 이상 로펌과 회계법인을 추가했다. 김앤장을 포함한 12개 로펌과 5개 회계법인이 포함된다. Q 업무 관련성 판단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방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은. A 공정사회로 가자는 국민의 열망이나 최근 저축은행 사건에 대한 여론을 볼 때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본다. 국회에 발의된 개정안에도 5년 안이 많다. Q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취업 승인률이 96%로 매우 높다. 대책은. A 실질적인 심사가 이뤄지도록 윤리위 구성을 강화하겠다. 현재는 민간 위원 5명과 정부 측 4명으로 구성됐는데 민간 위원을 7명으로 늘릴 방침이다. Q 외국은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A 미국과 일본은 취업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유관 업무에 관여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퇴직 공무원이 자리를 옮긴 뒤 전 소속 기관에 전화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독일은 퇴직 전 5년간 수행한 업무와 관련된 곳에는 3년간 취업을 못하도록 하고 있다. Q 업무 연관성은 누가, 어떻게 판단하나. A 지금까지는 공직윤리위원회가 공무원이 퇴직 직전 3년간 근무했던 부서의 업무와 새롭게 취업하려는 곳의 업무 연관성을 따졌다. 공무원으로 근무할 때 거래 및 계약이 있었거나 관련 사건이 있었던 곳이면 2년간 취업이 제한됐다. 앞으로는 윤리위에서 퇴직 전 5년간의 업무 내용을 들여다보게 된다. Q 재직 기간 동안 거래나 사건이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업무 연관성을 따진다면 국무총리, 장·차관은 마음껏 옮길 수 있다는 것인가. A 윤리위 심사를 거쳐 적합하다는 판단을 받으면 취업은 가능하다. 하지만 1년간은 전 부처에서 다뤘던 업무를 취급할 수 없게 된다. Q 1+1 업무 제한 제도 적용 대상이 1급 이상인 것은 소극적이지 않나. A 현재 취업 제한 제도는 취업에 앞서 사전에 판단하는 제도다. 하지만 윤리위의 취업 승인을 받은 뒤 로비스트로 활동하더라도 이에 대한 통제 장치가 없었기 때문에 ‘1+1 업무 제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취업 전 업무 관련성을 봐서 한번 거르고, 취업 후에도 활동에 제약을 가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규제가 강화된 것이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영화 ‘마마’ 주연 류현경 “스타 꿈꾸지 않아요… 쓰임받는 배우, 그거면 돼요”

    영화 ‘마마’ 주연 류현경 “스타 꿈꾸지 않아요… 쓰임받는 배우, 그거면 돼요”

    배우 류현경(29). 그녀의 이름은 선뜻 떠오르지 않아도 얼굴은 마치 오랜 친구를 보는 것처럼 친숙하다. ‘방자전’, ‘시라노; 연애조작단’, ‘쩨쩨한 로맨스’ 등 히트작에는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린 그녀는 2일 개봉한 영화 ‘마마’에서 김해숙, 유해진 등 대선배들과 주연급으로 출연했다. 충무로의 ‘명품 조연’ 류현경을 지난달 3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경력 15년 아역배우 출신… 히트작마다 출연 →출연작마다 성공했는데, 작품을 보는 눈이 있나 보다. -영화가 꼭 저 때문에 잘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잘되는 작품은 현장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는 현장에서 무조건 모든 스태프, 배우, 감독이 가족처럼 지내야 한다는 철칙을 갖고 있다. 처음엔 나를 새침하게 보지만, 남자처럼 술도 잘 마시고 사람들과 잘 어울려 어느새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가 돼 있는 경우가 많다. →‘명품 조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연기 경력 15년차의 내공 덕인가.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영화를 워낙 좋아해서 별 생각 없이 연기하다가 ‘신기전’(2008) 이후에 비로소 평생 연기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연기자가 된 이유도 좀 엉뚱하다. 어릴 적에 가수 서태지의 팬이었는데, 그의 뮤직 비디오에서 이재은씨가 그와 대사를 주고받는 것을 보고 서태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연기자가 됐다. 그런데, 데뷔하니 서태지가 은퇴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가수가 더 빠른 길이었는데, 연기자가 된 것을 보니 운명이긴 한가 보다. →아역배우 출신이다. 유난히 여자 톱스타들의 아역을 많이 했는데 성인 배우로 정착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영화 ‘깊은 슬픔’의 강수연, 드라마 ‘곰탕’의 김혜수, 영화 ‘마요네즈’의 고(故) 최진실 선배의 아역으로 출연했다. 다들 지금의 나를 보면 ‘얼굴이 예전과 똑같다. 아직까지 연기할 줄 몰랐다.’며 놀란다. 아역 이후로 크게 주목을 받지 않아서 슬럼프도 없었던 것 같다. 영화의 일부로 쓰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가족 등 주변 사람들도 꼭 스타가 돼야 한다는 압박감을 주지 않았다. →‘마마’는 본인이 출연을 고집했다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잘난 연예인 엄마(전수경)에게 콤플렉스를 지닌 딸 은성 역을 맡았는데, 은성이 트라우마(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 사람은 누구나 트라우마가 있지 않은가. 나 역시 아버지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다. 아들을 원했던 아버지는 늘 내게 무뚝뚝했다. 그런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려고 어린 시절엔 짧은 커트 머리에 축구, 발야구 등 남자처럼 하고 다녔다. ●평생 연기하는 데 전념… 주·조연 안 가려 →영화 속 은성은 엄마에 대한 반발심으로 가수의 꿈을 버린 전업주부이지만, 실은 엄마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자신이 가진 꿈과 열망을 숨기고 살아가는 착한 딸이다. 실제로는 집에서 어떤 딸인가. -정반대다(웃음). 집에서 나는 ‘나쁜 남자’ 캐릭터이지만, 엄마는 희생과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극 중 엄마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데 익숙한 유명 소프라노다. 연예인으로서 공감 가는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솔직히 나는 스타의식이 없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도 선뜻 아는 척하는 사람도 없다. 화려하거나 예쁘게 생긴 것도 아니고 개성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스타가 되겠다는 욕심도 없는 편이다. 그것이 더 오래 연기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배우라면 주연에 대한 욕심이 없을 수는 없을 텐데. -난 모든 가치를 평생 연기를 하는 데 두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주·조연, 단역을 가리지 않고 모든 영화에 쓰일 수 있는 배우가 되자고 마음먹었다. 영화 ‘동해물과 백두산이’, ‘물 좀 주소’ 등에서 주연을 맡은 적이 있는데, 주연으로서의 압박감과 책임감이 얼마나 큰지 알았다. 내 자신의 부족한 점도 알게 됐다. 차근차근 하다 보면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배역 아닌 큰 배역 욕심 내봤자 무의미 →대학(한양대 연극영화과)에서 연출을 전공해서 그런지 작품을 크게 보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 -큰 배역에 욕심을 내고 뺏어 봤자 자기 역이 아니면 무의미하다. 예를 들어 ‘방자전’에서 내가 맡은 향단이는 춘향보다 더 예뻐 보일 필요가 없다. 영화에서 춘향이가 빛이 나면 자연스럽게 향단이도 빛이 난다. 튀어 보이려다 영화의 균형을 깨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배우는 너무 드러내거나 감춰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생활도 마찬가지다. →4차원이라는 별명이 있던데, ‘절친’인 최강희(배우)의 영향을 받은 것인가. -평소 성격이 상당히 감성적인 편이고, 뭐든지 거침없이 받아들이는 편이다. (최)강희 언니를 4차원이라며 특이한 사람 취급하는 경우가 있는데 기분이 나쁘다. 연기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이 뚜렷하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무한해서 그렇지, 평범한 면도 많다. 남에 대한 배려심도 많고, 생각도 어른스러워 나는 ‘두번째 엄마’라고 부른다. 2004년 드라마 ‘단팥빵’에 출연하면서 언니를 처음 만났는데, 낯을 엄청 가려 3년 동안 말을 놓지 못하다가 좋아하는 책 얘기를 하다가 친해졌다. 류현경은 ‘마마’와 같은 날 개봉한 독립 영화 ‘굿바이 보이’에도 출연했다. 그녀는 상업 영화와 독립 영화의 경계를 굳이 두지 않고 현장에서 사랑받고, 언제나 그 역할에 딱 들어맞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서른을 앞두고 그 나이대에만 표현할 수 있는 연기를 해 보고 싶다는 류현경. 장인처럼 한 단계씩 차곡차곡 쌓아 올린 그녀의 내공으로 펼쳐질 앞으로의 연기 세계가 기대를 모은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만학도 수백명 등친 평생교육원장

    서울 강남의 한 평생교육원 원장이 늦깎이 만학도 수백명으로부터 거액의 수강료를 가로챈 뒤 잠적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평생교육원을 관리·감독하는 현행 법 규정의 허점을 악용한 것으로 확인돼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남경찰서는 1일 수강생들로부터 수강료를 받아 챙긴 뒤 문을 닫고 연락을 끊은 역삼동 삼성원격평생교육원 원장 유모(여)씨에 대한 소재 파악에 나섰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씨가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할 방침이다. 유씨는 수강생 수백명으로부터 수강료를 입금 받은 뒤 사무실을 폐쇄하고 자취를 감춘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날 현재 강남서에 관련 피해 신고 5건이 접수됐고, 피해액은 420만원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경찰은 전국적으로 수강생이 수백명에 이르고 있어 피해 액수가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피해를 입은 수강생들은 포털사이트에 안티카페(cafe.naver.com/samsunganticafe)를 개설하고 각 지역 경찰서에 고소하는 등 집단적으로 대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천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정모(50)씨는 배움에 대한 열망을 뿌리치지 못하고 지난해 12월 이 교육원에 사회복지사 2급, 보육교사 2급 과정으로 299만 7000원을 내고 등록했다. 하지만 강의는 올 4월까지 미뤄지더니 결국 개설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잠적한 유씨는 동일한 수법의 사기 행각을 지난해에도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씨는 당시 세종사회교육원이라는 이름으로 회원들을 모집해 돈을 받은 뒤 문을 닫고 잠적했다. 이와 관련, 교육 당국은 “유씨가 이 같은 ‘먹튀’ 범행을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은 평생교육원이 학원법 적용을 받지 않다 보니 신고만 하면 설립할 수 있는 등 현행 규정이 허술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열린세상] 조약문의 반란/조광 고려대 한국사학 명예교수

    [열린세상] 조약문의 반란/조광 고려대 한국사학 명예교수

    오늘 우리 사회에서 국제화가 중요한 화두로 등장한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이 국제화에 대한 열망은 해가 갈수록 강화되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 단계 더 높아졌다. 우리나라가 살 길은 모든 국민이 영어를 얼마나 잘 구사하느냐에 달려 있는 듯 교육정책도 영어교육의 강화에 집중되었고, 영어 몰입교육이 논의되었다. 유치원 단계에서부터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어린아이들에게 특별 과외를 받게 하는 부모들마저 등장했다. 중·고등학교는 영어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배정하기 위해 여러 가지 편법을 구사하기도 했다. 대학입시에서 영어가 가장 중요한 과목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대학의 경우에도 수업에서 차지하는 영어강의 비율에 따라 그 수준을 평가했다. 물론 영어교육의 강화론은 비단 어제오늘 제시된 것만은 아니다. 사실 해방 직후 미 군정이 영어를 우리나라의 공용어로 선언한 이후부터 줄곧 영어교육이 강조되어 왔다. 해방공간에서 출세를 지향하던 사람들은 너도나도 영어를 배워야 했고, 미국 유학이 입신의 지름길로 작용했다. 미국 유학생 출신 교육관리들은 유학 초기에 겪었던 언어 불통의 한을 국내에 돌아와서 풀고자 한 듯했다. 그래서 그들은 영어 교육을 그렇게 강조했음이 틀림없지만, 국민의 대부분은 일상생활과 생업에서 영어와는 무관하게 살고 있었다. 그래도 영어는 학교교육에서 계속 강조되다가 국제화의 붐을 타고 더욱 치성하게 되었다. 영어 교육의 강조는 당연한 결과로서 다른 과목의 희생을 뒤따르게 했다. 바로 이 과정에서 국어 교육은 상대적으로 약화되었다. 한국사를 비롯한 역사 교육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더욱 축소되어 갔다. 그리하여 한국사가 이번 정권 초기에 급조된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는 급기야 선택과목으로 전락하는 길을 걸었다. 국어나 국사 과목은 영어 수업이라는 성역을 감히 침범하지 못했다. 대신에 수업 시수를 확보하기 위해 이웃 학과와 다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영어 교육의 강화 덕분에 영어를 기차게 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 분들이 앞장서서 외국과의 조약을 추진했고, 영어로 된 조약문을 한국어로 번역하여 국민에게 제시해 주었다. 그러나 여기에서 사단이 발생했다. 지난번 유럽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조약문의 번역과정에서 207건의 오류가 생겼다 하여 외교통상부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아마도 외교부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는 참으로 황당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 조약에 관여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를 능통하게 구사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들은 불행히도 자신의 모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 듯하다. 그리고 외국어의 번역이 언어만 알아서 되는 일이 아니라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까지 이해할 때 비로소 가능함을 잊은 듯하다. 그들은 제도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올바른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했거나, 아니면 아예 국내에서 교육을 받지 않은 ‘빼어난’ 사람들일는지도 모른다. 길지 않은 하나의 조약문에서 200여 군데나 틀린 곳이 있다 한다면, 그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해방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계속되어 온 잘못된 우리 교육정책의 필연적 결과이다. 제 나라의 말과 역사를 무시한 그 잘못된 정책에 대해 조약문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그 조약문은 자신의 몸을 던진 반란을 통해서 국어와 국사 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아직도 이 반란을 단순한 실수로만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국제화시대에 영어교육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이를 모든 국민에게 다같이 강조할 필요는 없다. 그들의 일상적 삶을 풍요롭게 이끌어갈 과목들에 더욱 많은 수업 시수가 배정되어야 한다. 인도나 필리핀이 가난한 까닭은 영어를 못해서가 아니지 않은가? 이번에 일어난 조약문의 반란은 자신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자신의 의사를 바르게 표현할 수 있는 교육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한국사 교육의 필수화는 당연한 일이었다.
  • [시론] 국책사업의 입지 결정과 남겨진 과제/장희순 강원대 부동산학 교수

    [시론] 국책사업의 입지 결정과 남겨진 과제/장희순 강원대 부동산학 교수

    지역균형 발전정책의 하나로 추진되는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둘러싼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를 경남 진주로 일괄이전하고 과학벨트 입지를 대전 신동·둔곡지구로 결정한 정부 발표가 있자마자 이해관계를 갖고 있던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 조짐이 확산되고 있다. 설마했는데 역시나다. 과학벨트나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과 관련해 지자체들이 왜 그렇게 유치를 열망하고 있는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지자체장들의 정치적 욕심을 떠나서 지방도시는 현재 인구·경제·교육·문화·산업시설 등 모든 인프라가 수도권으로 집중된 결과 자생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대립과 갈등구조는 심화됐고, 지방도시 간 불균형도 커졌다. 지방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 및 산업 쇠퇴로 인해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에너지원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다수 지방도시는 정주생활권의 중심지로 공간적·기능적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국책사업의 유치나 규모가 큰 공공기관의 이전은 지역 재생을 위한 종잣돈을 만드는 일인 셈이다. 과학벨트의 입지 선정이나 LH의 본사 이전 결정을 지방도시 부활을 위한 관점에서 본다면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놓인 지자체로선 간절한 일이다. LH로 통합되기 전 토지공사는 전북 전주혁신도시로, 주택공사는 경남 진주혁신도시로 이전하기로 돼 있었다. 또 과학벨트사업은 정부가 2017년까지 총 5조 2000억원을 지원하는 계획으로 기초연구진흥과 우수 이공계 인력 육성을 위해 마련됐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균형발전의 도모라는 대명제 하에 이뤄진 것이며, 과학벨트와 같은 국책사업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결정이다. 정부는 이런 대명제를 실현하기 위해 국책사업의 ‘경제성 제고’와 ‘정책의 효율성 증대’라는 두 가지 관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즉, 이번 결정이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경제성과 효율성의 관점에 입각해서 이뤄졌음을 충분히 설명하고, 국가적·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하도록 각 지자체에 이해를 구해야 한다. LH 본사 이전의 경우, 지역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현재 LH가 처해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장밋빛만은 아닐 것이다. LH의 총부채는 지난해 말 125조원에 달한다. 하루 이자만 무려 100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금액이다. LH 스스로도 사업 구조조정, 인력 감축, 임금 반납, 경비 절감 및 기술 선진화 등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제성과 효율성을 고려한다면 분산배치보다는 어느 한 곳으로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된다. 두 집 살림을 할 여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같이 현재 LH가 놓여 있는 상황과 경제성·효율성의 관점에서 봤을 때 답은 명확하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 정부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일 것이다. 국책사업의 입지 결정을 둘러싸고 앞으로 남겨진 과제는 정부의 정책결정이 경제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원칙에 입각해서 나온 것인 만큼 지자체와 지역주민, 정치인 등 모든 이해관계인들을 어떻게 설득해 갈등을 최소화할 것인가에 대한 지혜를 모으는 일이다. 국책사업의 유치 경쟁이나 LH 이전지 선정에서 승자와 패자가 있을 수 없다. 지역 재생을 위한 주민의 눈물겨운 노력과 뜨거운 열정이 확인됐다는 점과 아름다운 승복만이 남아 있다. 그러나 최근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지역 균형발전과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국책사업이 그 의미가 퇴색된 채 지자체장의 공적 쌓기나 정치적인 도구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지방도시 살리기가 시급한 때에 지역 간 분열을 조장하거나 불필요한 과열경쟁을 부추기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경쟁에서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자.” 스포츠 경기가 끝나면 으레 나오는 싱거운(?) 말이지만 새삼 새겨야 할 필요가 있다.
  • [포토 다큐 줌인] 서울 노량진 고시촌을 가다

    [포토 다큐 줌인] 서울 노량진 고시촌을 가다

    ●청춘들이 묵묵히 책장을 넘기는 곳 새로운 인생의 도약을 위해 젊음을 걸고 그 솟구치는 젊음의 열정을 한편에 묻은 채 묵묵히 책장을 넘기는 곳. 터질 듯한 5월의 신록을 즐기는 것조차 사치로 여기는 젊음들이 모인 곳, 서울 노량진 고시촌이다. 그 고시촌 사람들의 하루가 시작되는 오전 7시, 지하철 노량진역을 20일 다시 찾았다. 몇 차례의 취재 때와 다름없이 이 시간에 역을 나서는 사람 가운데 2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까지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공시족’이 대부분이다. 봄비가 촉촉이 내리건만 손에 잡힐 듯한 광경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저마다 책 하나씩 손에 쥔 배낭 차림의 무표정한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쫓기듯 잰걸음을 옮긴다. ‘속세´는 여기까지다. 육교를 건너면 ‘노량진 고시촌’이라는 별천지가 펼쳐진다. 콩나물시루 같은 각종 공무원 시험 학원, 밥값이 3000원으로 서울에서 가장 싸다는 식당, 고시촌에서 숙식하는 공시족들을 위해 고시원이 빽빽히 들어선 이곳은 ‘속세’와는 다른 세상처럼 느껴진다. 어린이날인 지난 5일 찾아간 한 고시학원에서는 지방직 9급 공무원 필기시험(5월 14일 시행)을 앞두고 극도의 긴장감으로 가득한 수험생들이 책장 넘기는 소리, 필기하는 소리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수업에 쫓겨 끼니를 놓치고 고시원 식당에서 김밥을 먹고 있는 정세현(26)씨. “컴퓨터 게임을 좋아해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게임 그래픽디자인을 배웠지만, 소질이 없고 미래가 불투명해 진로를 바꿨다.”라면서 “7급도 생각해 봤지만 준비 과목이 많고 전공도 이공계라서 9급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으려고 고시학원에서 강의실 정리 등을 담당하는 지도원으로 활동하며 무료로 수강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도전’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새긴 채 향하는 현재 그의 목표는 단 하나, ‘합격’이다. ●체류 시간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노량진 고시촌에서 공무원이 되기 위해 체류하는 시간은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이다. 사법고시, 행정고시 등 5급 국가고시직에 도전하는 고시족들이 모여 있는 서울대 부근 ‘신림동 고시촌’에 10년 넘게 공부를 하는 수험생이 즐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영규(28)씨는 교원 임용시험 재수생이다. 이씨는 “1차에서 떨어지면 또다시 일 년의 시간을 투자해야 하지만 뽑는 인원은 해마다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고 걱정했다. 하루에 네 시간 정도 잔다는 그는 죽을 각오로 이번 임용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조영진(25)씨는 경찰공무원 시험 삼수생이다. 그는 학원에서 빤히 내려다보이는 동작경찰서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경찰차를 몰아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그가 두 차례의 좌절을 경험하고 주저앉았다가도 다시 일어서게 된 것은 가슴 속에 있는 경찰관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 실업자는 34만 6000명이다. 7·9급 공채 공무원 임용시험의 평균 경쟁률은 2008년 47.9대1, 2009년 61.3대1, 2010년 82.8대1로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전쟁터이고, 또 누군가에겐 감옥으로 불리는 ‘노량진’. 결코 놓을 수 없는 앞날에 대한 꿈이 있는 이곳에서 오늘도 고단한 밤을 지새우며 내일을 향해 땀을 흘리고 있는 고시생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글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돈 풀어 ‘親美’ 심는다… 오바마 중동구상 주목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국무부 연설을 통해 민주주의로 전환하는 중동·북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대대적인 경제적 지원 약속을 골자로 한 ‘신(新)중동구상’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구상은 이 지역 친미 독재정권들의 잇단 몰락에 따른 영향력 상실을 타개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종전에는 독재자와의 결탁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앞으로는 경제적 지원으로 미국식 시스템을 주입시킴으로써 국가의 체제와 민심을 친미적으로 변형시키려 하는 대담한 구상이라 할 수 있다. 18일 블룸버그와 유에스에이투데이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최근 민주혁명이 성공한 튀니지와 이집트에 경제적 지원을 제안함으로써 다른 중동국가에 모델을 제시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이집트가 미국에 빚진 돈의 3분의1에 해당하는 10억 달러의 빚을 탕감해 주고 새로 10억 달러를 대출해 준다는 것이다. 또 이집트의 민간 투자 활성화를 위해 해외민간투자공사(OPIC)를 통해 20억 달러를 지원하고 6000만 달러 규모의 ‘미국-이집트 기업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다양한 개발은행들을 통해 이집트와 튀니지에 수십억 달러를 추가 지원해 주기로 했다. 또 이들 국가의 비정부기구(NGO)와 대학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이들 기관이 글로벌화된 경제 정책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국민들의 민주주의 열망을 억압하며 유혈 사태를 부른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등에게는 ‘채찍’을 들 것임을 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예멘과 바레인 등의 독재자들에게는 주의를 환기시키는 발언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백악관은 18일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그의 측근 6명에 대해 자산 동결 등의 경제 제재를 단행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내용과 관련, “지난 10년간 미국의 초점은 주로 이라크에 대한 군사적 노력과 오사마 빈라덴 추적, 알카에다와의 싸움 등에 맞춰졌다.”면서 “앞으로도 알카에다와의 싸움은 계속되겠지만, 한편으로 우리는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가치를 진전시키는 데 주력한다는 취지의 연설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중동 문제 중 하나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구체적 해결 방안은 포함될 가능성이 낮아 절름발이 중동 구상이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나는 국가대표다-조은지 기자의 훈련기] (1) 잊지못할 첫 훈련 ‘5월 17일’

    [나는 국가대표다-조은지 기자의 훈련기] (1) 잊지못할 첫 훈련 ‘5월 17일’

    2011년 5월 17일. ‘태극마크 앓이’에 시달리던 내가 처음 ‘국가대표’라는 이름으로 훈련을 시작한 날이다. 체육교육과를 졸업하고 체육기자를 하면서도 풀리지 않던 스포츠에 대한 갈증이 이제는 풀릴지도 모르겠다. 여자럭비 국가대표로서 말이다. 오후 3시 서울 공릉동 태릉선수촌 오륜장. 1일 대표선발전(연세대 종합운동장) 이후 두 번째로 럭비공을 잡았다. 역시 내 맘 같지 않았다. 체력 훈련은 일단 뒤로 미루고 개성 강한 럭비공과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패스와 캐칭. 손이 크고 손가락 힘이 좋아서인지 공이 쭉쭉 뻗었다. 덩달아 기분도 들떴다. 기자 생활 4년 차에 운동과 담쌓은 나지만, 이 정도라면 동료들에게 미안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생긴다. 코끝에 촉촉하게 땀이 맺힐수록 정신은 오히려 맑아진다. 자신감과 열망도 커진다. 어색했던 동료들과도 공을 주고받다 보니 부쩍 가까워진 느낌이다. 한동호 감독은 “오늘보다 내일 잘하고, 내일보다 모레 잘하면 됩니다. 가슴에 무궁화를 달았으니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을 가지세요.”라고 말했다. 오는 22일까지 이렇게 태릉선수촌에서 출퇴근 훈련을 한 뒤, 다음 주부터 인천 송도에서 합숙 훈련을 시작한다. 최선을 다해서 모든 걸 쏟아붓는다면 도전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제 시작이다. zone4@seoul.co.kr
  • “5월정신 못 지켜 반성합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31주기를 맞아 ‘5월 정신’을 기리는 정치권의 추도사가 쏟아지고 있다. 이른바 ‘486’ 정치인들에겐 5·18의 그늘이 한 뼘 더 깊다. 광주민주화운동을 거치며 한국 사회에서 집단적으로 정치의식화된 첫 세대이자 민주주의의 승리를 경험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2000년 16대 총선 이후 대거 입성한 이들에게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를 걸었다. ‘젊은피’, ‘40대 기수론’, ‘세대교체론’은 486 정치인의 동의어였다. 그러나 운동권 엘리트주의와 주류 편승이라는 낙인도 동시에 찍혔다. 31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여야의 486 정치인들은 광주행 열차에 오르기 전 가슴 깊이 묻어 둔 반성과 다짐의 글을 꺼내 놓았다. 김영춘 민주당 최고위원은 “의회민주주의와 헌법적 가치를 지키면서 서민들이 정치적·사회적 주권자로서 존엄을 지키게 하는 것”이 5월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총선에서 부산 진구에 출마하기로 한 것도 5월 광주의 상흔인 ‘지역주의’를 치유하고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의 우상호 전 대변인은 “국민들의 희생으로 얻어진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것을 보며 민주주의가 정치의 본령임을 다시 느낀다.”고 말했다. 당내 ‘진보행동’ 모임의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은 “5·18은 국민들의 민주주의 열망을 처음 확인한 사건”이라면서 “대한민국의 보수 정치는 이제 공동체의 가치에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3년 내내 5·18 기념식에 불참한 것에 대해 “그 정도로 포용력이 없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성헌 의원은 “5·18 정신의 대중성을 위해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엔 역사를 몸으로 부딪친 사람이 많지 않아 치열함이 부족하다.”면서 “5월 정신을 계승하려면 서민 정책이 중요한데 당이 거수기 노릇을 하다 보니 정부의 대기업 정책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구혜영·홍성규기자 koohy@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9)‘위대한 영혼’ 마하트마 간디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9)‘위대한 영혼’ 마하트마 간디

    간디! 흔히 ‘인도 독립의 아버지’, ‘힌두의 성자’라고 불리는 ‘위인’. 그러나 청년 시절의 간디는 조혼이나 카스트 제도를 부끄럽게 여겼고, 육식을 금지하는 힌두교 전통을 낙후된 것이라 생각했던 식민지의 젊은 문명론자였다. 그가 영국 런던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인도의 대개혁을 위해 성심을 다해 일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당연한 일. 이 촌뜨기 식민지 유학생은 식민 본국에 도착하자마자 ‘영국 신사’의 꿈을 꾸면서 새 옷을 맞추고, 실크 모자와 야외복과 고급 넥타이를 사고, 그것도 모자라 댄스와 프랑스어와 웅변술과 바이올린을 배우고자 하는 열망에 빠진다. 물론 이런 부박한 충동은 금세 극복되었다. 그렇다고 ‘문명=개혁’에 대한 간디의 이상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간디는 귀국 후 집안에서 자녀에게 체조 교육을 시키고, 음식을 개량하고 의복을 서구화했다. 그에게 영국은 문명과 이성의 대명사였고, 인도는 교화시키고 개혁시켜야 할 대상이었다. 식민지 엘리트 청년은 스스로를 위대한 대영제국의 신민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바이샤 계급 출신으로 인도 사회에서는 흔하디 흔한 ‘식료품상’이란 뜻의 ‘간디’란 이름을 가진 이 청년은 변호사 자격을 따고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개업하기가 어려웠다. 집안의 꿈이었던 정치 관료로 출세하기란 더 난감해 보였다. 간디는 스물넷에 ‘잘나가는 변호사’를 꿈꾸며 남아프리카로 떠난다. 안타깝게도 날선 바지에 영국식 양복을 입은 변호사도 그곳에선 ‘갈색 피부’에 불과했다. 1등석 차표를 지녔지만 “같이 못 타고 가겠다.”는 백인의 말 한마디에 강제로 끌려나와 낯선 기차역에 버려진다. 최초의 충격! 그랬다. 간디는 당시 남아프리카에 5만명가량 존재했던 이주노동자, ‘쿨리’에 불과했던 것이다. 자연스럽게 쿨리들의 구심점이 되어 버린 간디. 이제 스물여섯 살 청년 간디는 ‘쿨리’들의 노동조건을 개선시키는 ‘인권 변호사’가 되었다. 결국 남아프리카의 나탈에서 인도국민의회를 결성하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정치가, 혁명가의 삶을 살게 된다. 이후 간디는 23년간 남아프리카에서 그리고 귀국 후 조국 인도에서 죽을 때까지 정치 지도자의 삶을 살게 된다. 간디는 자신의 자서전에 “나의 진리 실험 이야기”라는 부제를 붙였다. 이미 수차례에 걸쳐 대영투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전국적인 정치 지도자가 자신이 해 왔던 것은 정치적 실험이 아니라 “정신적 실험”이며 ‘모크샤’(자기 구원)를 향한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물론 징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다. 학창시절에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한 기억이 없다.”거나 도둑질을 했을 때 깊은 양심의 가책을 받고 속죄를 했다는 식의 자기 성찰은 진지하다. 그러나 이런 특징을 모든 위인이나 성인의 특징이라고 말해버리면 간디는 그냥 ‘본투비(Born to be) 성인’에 불과하게 된다. 그러나 간디의 삶은 그런 게 아니었다. 매번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낯선 상황, 낯선 사건에 놓였고, 매번 그 현장에서 ‘진리’가 무엇인지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영국에 협력할 것인가 말 것인가 같은 정치적 문제에서부터 육식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같은 일상적인 문제에까지 간디에게 쉬운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처음에 그는 책을 통해서 진리의 길을 발견했다. 그가 자발적 채식주의자가 된 것은 유학 시절에 읽었던 책들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남아프리카 시절 이후 그가 생산해야 하는 진리의 길은 매번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었던 투쟁의 한복판에서였다. 그리고 그는 놀라울 정도의 윤리적 감수성으로 매번 창조적인 ‘진리 실험’을 한다. 소위 ‘비폭력 불복종’이라고 불리는 ‘사티아그라하’ 역시 그 과정에서 탄생했다. 따라서 ‘사티아그라하’는 단순한 정치적 불복종, 지문찍기를 강요하는 영국 지배에 대한 정치적 저항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정신적 고결함을 파괴하며, 인간 관계의 평화를 깨뜨리는 모든 폭력에 대한 불복종이었다. 그것은 영국을 향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스스로에게 하는 ‘맹세’이기도 했다. 나부터 한없이 고귀해지겠다는, 나부터 한없이 낮아지겠다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맹세. 간디의 진리 실험이 더해질수록 그는 유명해졌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삶은 점점 더 간결해졌다. 그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입는 만큼만 입었으며(윈스턴 처칠은 그가 “반쯤 벌거벗은 몸으로 총독 궁전 계단을 올라가는 것”을 보자 기절초풍하며 “경악스럽고 역겹다.”고 했다), 가장 비천한 불가촉천민이 하는 일, 청소나 똥 푸는 일을 했다. 그러나 그런 일들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간디의 아내는 때때로 절망하고 울부짖었으며, 아들은 아버지 곁을 떠났다. 맏아들은 마치 아버지 보란 듯이 공개적으로 말썽을 피우고 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투명하고 단호했다. 비록 때때로 좌절하고 비틀거렸지만 그는 단 한번도 ‘사티아그라하’, 모든 폭력과 지배에 대한 그 위대한 불복종을 멈춘 적이 없다. 간디의 물레! 그건 간디의 상징이고, 인도 독립의 상징이고, 나아가 모든 식민지 반제국주의 투쟁의 표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 익숙해서 진부하기조차 한 물레! 그러나 간디의 물레, 그것은 단순한 ‘국산품 애용’ 운동이 아니다. 흔히 자치로 번역되는 ‘스와라지’ 역시, 단순한 정치 체제를 일컫는 말은 아니다. 그건 사람들이 ‘절망을 이겨낼 수 있는 능력’, 인도에 사는 모든 사람이 서로를 ‘형제, 자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 나아가 그것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는’ 정신적 힘을 의미했다. 도대체 인도가 왜 식민지가 되었는가. 물론 동인도회사의 지배 때문이다. 그런데 단순히 그것 때문인가. 그 이면에는 돈을 벌기 위해 인도로 들어온 영국 상인만큼 단숨에 돈을 벌고자 했던 인도인의 욕망과 협력이 있었다. 수백 년 동안 인도인의 마음에 뿌리박힌 영국 문명에 대한 동경, 물질과 화폐에 대한 욕망. 독립과 해방은 영국 통치가 끝나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건 영국적 삶의 방식 전체, 근대 문명 전체가 종식되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물레’는 도구가 아니라 비전이었다. 모든 사람이 자기 힘으로 노동하고, 그 노동의 힘으로 정신적으로 자립하고, 그 자립하는 정신들이 상호호혜의 관계를 맺는 가장 단순하고 가장 이상적인 꿈. 그걸 위해서는 중앙집권적인 정치체제나 대량생산 체제를 극복해야 한다. 오히려 다양한 수공업들이 리바이벌되는 작은 마을들의 연합. 간디가 꿈꾼 인도의 미래였다. 마을 스와라지에 모든 사람이 환호와 갈채를 보냈을까. 아니다. 타고르는 ‘실을 잣고 천을 짜는 것’이 과연 한 민족의 구루가 전하는 메시지로 적절한가에 대해 간디에게 물었고, 간디의 정치적 후원자였던 고칼레조차 간디의 ‘스와라지’ 이상을 어리석은 짓이라 비웃었다. 간디는 대답했다. “나는 원시적 방법 자체를 위해 원시적 방법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특별히 좋아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원시적 방법으로 돌아갈 것을 제안하는 것은 이 방법 말고는 할 일 없이 살아가고 있는 수백만 마을 사람에게 일자리를 줄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덧붙인다. “한 걸음으로도 나는 충분하다네.” 절대적 빈곤 속에서 술과 아편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존심과 고결함을 돌려주는 일. 상호 의존과 형제애를 일상에서 실감하는 일. 노동과 명상과 섬김이 함께하는 마을에서의 삶! 그건 어떤 비웃음에도 불구하고 간디가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인도의 비전, 아니 인류의 비전이었다. 1947년 의회를 통과한 인도독립법령에 따라 8월 15일 영국의 인도 지배가 종식되었다. 어찌 보면 간디의 이상이 실현된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독립의 날, 그는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 독립은 온갖 적대와 폭력 속에서 힌두와 이슬람이 결국 결별을 하는 분단 인도가 탄생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평생 간디를 추종했고 간디에 의해 후계자로 지명되었던 네루는 간디의 스와라지 이상을 버렸다. 그는 중공업을 기반으로 한 ‘발전된 인도’를 열망했다. 간디의 머리에는 타고르의 시가 떠나지 않았다. “혼자 걸어가라!” 간디는 결국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기회는 오지 않았다. 얼마 못가 암살을 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투비 성인’으로 출발하지 않았지만 위대한 영혼’으로 잠들었던 간디를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간디의 출발점에 다시 서고 있는 게 아닐까. 혁명의 길과 구원의 길이 다른 게 아니라는 믿음을 갖고. 나 역시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이다. 이희경 문탁네트워크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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