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열망
    2026-06-21
    검색기록 지우기
  • 동학
    2026-06-21
    검색기록 지우기
  • 여진
    2026-06-21
    검색기록 지우기
  • 만남
    2026-06-21
    검색기록 지우기
  • 제주
    2026-06-2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246
  • 절벽에 시신담은 관들이 대롱대롱…‘미스터리 무덤’

    아찔한 절벽에 시신을 안치한 수십개의 관이 매달린 진풍경이 네티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에 소개된 수 장의 사진들은 중국 남부 쓰촨성(省) 이빈시(宜宾市)의 한 절벽을 담고 있는데, 이곳에는 많은 시신이 안치된 나무관이 줄줄이 매달려 있다. 이 관들은 받침대 역할을 하는 2~3개의 막대 위에 얹혀 있으며, 이것들은 한데 모여 거대한 무덤을 형성한다. 현지 유물 전문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 관들은 쓰촨성의 오랜 민족 중 하나인 박인(僰人·현지어로 보런)의 시신을 담은 것으로, 가장 최근 것은 400년 전에, 오래된 것은 1000년 전에 만들어졌다. 한 전문가는 “짐승으로부터 시신을 보호함과 동시에, 사후에 신과 더 가까이 가고자 하는 열망이 이러한 독특한 문화를 만든 것 같다”면서 “하지만 박인들이 기술력이 부족했던 과거에 어떻게 관들을 절벽에 매달 수 있었는지는 미스터리”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이 거대하고도 독특한 집단 무덤은 일종의 보수 공사를 마쳤다. 비바람에 훼손되거나 낙하 할 위험이 있는 관들을 다시 견고하게 절벽에 고정시키는 작업이다. 이중 일부는 지상으로부터 높이 130m의 높은 곳에 있지만, 당국은 쓰촨성을 대표하는 독특한 유산이자 문화재인 만큼 보존에 힘쓰고 있다. 한 관리자는 “지난 10년간 적어도 20여 구의 시신을 안치한 관들이 절벽에서 떨어졌다. 이러한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꾸준히 보수 공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한편 절벽에 관을 매다는 독특한 문화는 쓰촨성 뿐 아니라 남부의 기타지방에서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된 ‘절벽 관’은 후베이성 싼샤지방에서 발견한 2500년 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열린세상] 한·일 양국 ‘서로 필요하다’는 발상의 전환을/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열린세상] 한·일 양국 ‘서로 필요하다’는 발상의 전환을/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지난주 제21차 한·일 포럼이 개최됐다. 한·일 포럼은 한·일의 대표적인 정치가, 언론인, 학자들이 참가해 한·일 관계의 현안과 과제를 논의하는 유서 깊은 포럼이다. 이번 한·일 포럼은 최근 한·일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개최돼 양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한·일 관계에 어떤 해결책을 내는지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이번 포럼은 한·일 관계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 주는 축소판과 같았다. 모두(冒頭)부터 상대에 대한 주문으로 시작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모두의 특별 연설에서 일본 측은 한·일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에너지, 고령화, 환경문제 대책을 강조하며 역사 문제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 이에 비해 한국 측은 아베 정권하에서 일본 식민통치에 대한 반성과 사죄가 부정된 마당에서는 한·일의 협력 관계가 수립되기 어렵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일 포럼이 개최된 이래 시작부터 역사 문제가 쟁점이 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참가자들이 말할 정도였다. 한국이 공격하고 일본이 방어하는 지금까지 한·일 회의 상황과 달리 일본이 적극적인 공세를 취해 변화된 한·일 관계를 실감하게 했다. ‘침묵하는 일본’에서 ‘주장하는 일본’으로 변화한 것이다. 모두 발언의 영향인지 안보 관련 주제에 대해 한국 측은 일본의 헌법 개정과 집단적 자위권의 추진에 우려를 표하면서 역사에 대해 반성과 사죄를 하지 않은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위험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 측은 집단적 자위권의 해석 변경 문제는 일본이 보통국가로 가기 위한 과정이며, 이제야말로 논의할 분위기가 됐다고 밝혔다. 심지어는 일본이 정상화되고 있다고까지 했다. 또한 한국 측이 아시아 패러독스(경제에서는 협력하지만, 안보와 역사 문제에서 동북아 국가들이 갈등하는 현상)를 설명하면서 일본 정치가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일본 측은 아시아 패러독스는 중국의 부상에 따라 생겨난 현상이라고 반박했다. 즉 최근 일어난 영토와 역사 분쟁은 중국이 부상하면서 형성된 문제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일본 측은 중국에 대한 대응을 논의해야지 한국이 ‘일본의 우경화’만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일본의 변화한 모습은 역사인식의 문제에서 더욱더 뚜렷해졌다. 처음에는 아베 신조 총리의 우파적 성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국 측에 일본 야당과 매스컴 관계자들이 동조해 한국의 주장이 우세를 점하는 듯했다. 그러나 자민당 의원은 한·일 매스컴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일본의 매스컴이 정부를 비판한 것을 그대로 한국이 받아들이는 것은 객관적이지 않다고 강변했다. 일본의 다른 참가자들도 한국이 전후 일본의 민주주의를 평가해 주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도 제기했다. 또한 역사에 대해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며, 역사 문제는 서로 일치되는 것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그 이후의 일왕 발언 탓에 일본이 한·일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마저 상실하게 했다고 한국의 잘못을 토로했다. 그러나 논의의 마지막에는 현재 한·일의 경색국면을 풀도록 한국과 일본이 서로 필요하다는 것을 국민에게 인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일본 측도 동의했다. 아베노믹스에 대해서도 한·일의 입장은 극명하게 달랐다. 한국 측은 아베노믹스가 한·일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비해 일본은 여야 모두 아베노믹스가 일본을 살릴 최후의 기회라는 점에 동의하는 것처럼 보였으며 꼭 성공했으면 하는 열망이 느껴졌다. 이번 한·일 포럼에서 보듯이 한·일 양국이 서로에 대한 인식이 다른 만큼 처방책도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은 일본의 올바른 역사인식을 강조한 데 비해 일본은 역사를 회피하면서 기능적인 협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일 양국의 경색국면을 탈피하려면 양국 공히 과거의 수렁에 빠져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오류에서 벗어나 ‘상대가 필요하다’는 전략적인 발상의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 한·일 양국이 국익을 생각하는 전략적인 냉철함이 우선될 때 양국이 공감하는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 “남들에게 졸업은 새 출발, 내겐 한평생의 꿈”

    “남들에게 졸업은 새 출발, 내겐 한평생의 꿈”

    “남들에게는 졸업이 새 출발이겠지만 제게는 인생을 마무리한다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오늘 밤에는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꿈을 꿀 것 같아요. 무척 행복합니다.” 25일 숙명여대 개교 이래 최고령 졸업자가 된 변순영(72) 할머니의 목소리가 떨렸다. 변 할머니는 지난 23일 열린 학위 수여식에서 영어영문학과 졸업장을 받았다. 1961년 입학한 지 52년, 반세기 동안 꿈꿔 온 졸업장이었다. 변 할머니는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입학 이듬해인 1962년 학업을 포기하고 생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가정 형편은 점점 나아졌지만 이번엔 결혼과 육아가 그의 복학을 막았다. 변 할머니는 “다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가부장제 체제 속에서 말을 꺼내기조차 쉽지 않았다”면서 “가장 큰 장애물은 ‘여자가 무슨 공부냐’고 되묻는 편견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학업과 졸업에 대한 열망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변 할머니는 결국 자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난 2011년에 2학년으로 복학했다. 그러나 이번엔 공부가 쉽지 않았다. 깜박깜박하는 기억력 때문에 영어 문장 하나를 외우는 것도 힘들었다. 변 할머니는 학교 앞에서 홀로 하숙과 자취를 번갈아 하며 공부에 매진했다. 수업 시간에는 맨 앞자리에 앉아 질문을 쏟아냈다. 그는 “시력과 기억력이 많이 떨어져 공부하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특히 컴퓨터를 다루는 법은 돌아서면 잊어버려 고생을 많이 했다”고 쑥스러워했다. 졸업식이 진행된 23일에는 함께 공부했던 손주뻘 학생 10여명이 변 할머니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변 할머니도 공부를 도와준 학생들을 위해 소정의 장학금을 마련했다. 최서우(21) 영문학부 학생회장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열심히 공부하며 우리에게 감동을 주신 할머니의 졸업을 축하드린다”면서 “이번 졸업식은 할머니와 우리에게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 할머니도 “학교를 다니면서 어린 학생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격려와 칭찬을 받았다”면서 “나도 그들을 격려하고 싶어 장학금을 준비했다”며 수줍게 웃었다. 변 할머니의 8년 과후배인 조무석 영문학부 교수는 “포기하지 않는 게 바로 인생”이라면서 “선배님의 용기와 열정은 우리에게 큰 선물이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최동호 새벽을 열며] 화성행궁 여름 시인학교 사람들

    [최동호 새벽을 열며] 화성행궁 여름 시인학교 사람들

    무더위의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길고 지루한 여름이 꼬리를 놓지 않고 있다. 장마와 폭염이 끈질기게 반복되는 올해 여름은 100년 만에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지내기 어렵다. 이 여름 더위보다 더 뜨겁게 한국인의 열정이 타오른 곳이 있다. 화성행궁 여름 시인학교다. 올해 처음 시작된 이 행사에는 전국 각지에서 110여명이 모여들었으며, 각계각층이 포함돼 있어 주목할 만했다. 당당히 참가비를 내고 자발적으로 신청한 열의가 대단했는데, 그들은 대부분 무명의 신인이나 문학 지망생들이었다. 한국은 시인의 나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공식적으로 등단한 시인이 아주 많아 시인이 넘쳐난다고 말한다. 아직도 시를 통해 자기를 표현해 보고 싶은 열망을 지닌 잠재적 인구가 많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다. 어떤 수강생은 화성행궁에 놀러 왔다가 이런 행사가 있다는 플래카드를 보고 일정을 바꾸어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다른 수강생은 어린아이가 여름캠프에 참가하는 사이 겨를을 내어 오게 됐다고 했으며, 행궁동의 한 사주 카페 주인은 가게 문에 메모를 써 놓고 참여했다고 했다. 한 음식점 주인은 남들이 자기의 재능을 알아주지 않아 능력을 한 번 평가받고 싶다고 했다. 시장에서 장사를 하지만 일을 끝내고 나면 자기도 모르게 발길이 갤러리나 문학 강의실로 향하게 된다는 한 아주머니의 고백은 모든 이의 가슴을 울컥하게 했다. 이제 막 등단한 신진 시인은 물론 명퇴한 수학 교사, 전직 성우, 시낭송가도 있었다. 수강생들의 표정은 마치 초등학교에 막 들어가 설렘을 감추지 못하는 아이들처럼 긴장되고 흥분된 것이었다. 오세영·이기철 교수의 특강에 이어 삼삼오오 행궁동 거리를 걷는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한국인의 가슴속에 살아 있는 예술에 대한 강렬한 꿈과 자기 성취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저녁이 되어 백일장의 시제가 발표되고 조별 재능대회가 시작됐다. 사회자가 멈추라고 하지 않으면 끝낼 수 없는 별난 장기가 발표됐다. 소박하고 자연스럽고, 때로는 어색하고 촌스러운 장기 자랑이 더욱 인간적으로 느껴져 발표자와 관객이 한 덩어리가 됐다. 그런데 마무리를 하려고 하는 순간 긴급 제안이 들어왔다. 나이가 이제 여든이 되어 다시 이런 행사에 올 수 없을 것 같아 꼭 발표해 보고 싶다고 했다. 박수갈채를 받고 나온 할머니는 자신이 쓴 ‘팔달산’이란 시를 낭송했다. 필생의 작품이 주는 공감으로 모두 뜨거운 박수를 쳤다. 생각해 보면 모든 문화적 발전의 뿌리는 여기서 비롯된다. 개개인이 자신의 존재를 표현하고 그것을 통해 기쁨을 느낀다면 이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수원 화성행궁은 삼백년 전 정조대왕이 인문학에 대한 원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인문학에 토대를 두지 않은 과학 발전은 있을 수 없다. 설혹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다. 문화의 융성이라는 것도 위에서 아래로 하달되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상향식으로 파급되고 전파된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그 힘이 역사를 전환하는 역동성을 발휘한다. 지금 우리의 발밑에서는 분명히 역사적 전환의 기운이 태동하고 있다. 그 에너지를 끌어올려 어떻게 활용하고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국운이 좌우될 것이다. 탁상공론이 아니라 밑에서 솟아오르는 동력을 창조적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대통합의 지도자가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국인은 역동적이고 시적이며 창조적인 민족이다. 전자산업은 어느 나라, 민족보다 잘 개척해 세계의 선두가 된 분야이고 자동차·조선 산업은 물론 생명과학 분야도 한국인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분야다. 미시적인 것에서 시작해 거대 담론으로 구축되는 첨단 산업 분야의 미래를 생각하며 여름 시인학교 사람들의 인간적인 얼굴들을 돌이켜 본다. ‘이번 여름은 위대했노라’고 무더운 여름을 이겨 낸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
  • [주말 인사이드] 모래찜질·해수욕 뜨거운 낮… 늑대와 여우 탐색전 뜨거운 밤

    [주말 인사이드] 모래찜질·해수욕 뜨거운 낮… 늑대와 여우 탐색전 뜨거운 밤

    찜통더위에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 인파도 끊이지 않는다. 태양이 내리쬐는 드넓은 백사장과 탁 트인 바다가 손짓한다. 역동적이다. 델 듯한 뙤약볕과 해 질 녘 낙조, 바다가 만들어 내는 시원한 해조음은 여름철 바닷가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특권이다. 해수욕장의 낮과 밤 풍경 역시 사뭇 다르다. 뜨겁게 달구어졌던 백사장은 밤이면 젊음의 열기로 꽉 찬다. 줄 잇는 축제와 공연은 피서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전국 최대 자연 물놀이장인 부산 해운대구 우1동 해운대해수욕장의 속살을 살짝 들춰 봤다. 광복절 휴일인 지난 15일 해운대해수욕장에선 환경미화원들이 힘차게 하루를 열었다. 어둠이 어스레히 묻어나오는 동트기 직전의 오전 4시. 이들은 밤새 백사장에 묻혀 있다가 반쯤 얼굴을 내민 컵라면 용기, 담배꽁초, 페트병, 맥주병, 비닐봉지 등을 치우느라 바쁘게 움직인다. 비치 클리너 차량도 백사장을 고르고 쓰레기를 치우는 데 힘을 보탰다. 청소에는 평일 100여명, 주말과 휴일 150여명이 투입된다. 하루 수거량은 3~5t에 이른다. 이수섭 해운대구 청소계장은 “늦어도 오전 7시까지 새벽 청소를 끝낸다”며 “좋아진 기초질서 의식 덕택으로 배출량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들은 4교대로 24시간 해수욕장을 지킨다. 작업이 끝날 무렵 ‘원반의 불기둥’이 저만치 바다밑을 박차고 솟구친다. 날이 훤해지자 아침 운동과 산책에 나선 간편복 차림의 사람들로 북적댄다. 인근 식당들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한 업주는 “피서철엔 아침 식사 손님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어 빨강·노랑·파랑 등 형형색색의 파라솔이 해변을 가득 덮으면서 본격적인 손님맞이 채비에 나선다. 3000여개가 일제히 들어선다. 진짜(?) 물놀이가 시작되는 정오부터 햇볕에 달궈진 백사장은 모래만큼이나 많은 인파로 빼곡해진다. 이날 해운대 백사장을 찾은 인파는 50만명을 웃돌았다. 임해행정봉사센터 관계자는 “이어진 무더위에 휴일이라 평소보다 많다”고 말했다. 물살을 가르며 신바람을 일으키는 제트스키는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저만치 날려 보낼 만했다. 모래찜질을 하는 아저씨·아줌마, 비키니 차림의 여성, 곁눈질하는 청년, 물놀이가 마냥 즐겁기만 한 아이들…. 일부 젊은이들은 열심히 가꾼 구릿빛 몸을 한껏 뽐내며 이리저리 백사장을 왔다 갔다 한다. 검게 탄 피서객들은 짠물을 뒤집어써도 마냥 즐겁기만 하다. 상인들도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연방 흐르는 이마의 땀을 훔쳐 내면서도 잔뜩 웃음을 머금고 있다. 한 파라솔 대여업자는 “최근 매출이 껑충 뛰었다”며 웃었다. 동네 사람도 눈에 띈다. 이도인(37·해운대구 우동)씨는 “가까이 살아 도시락과 과일, 음료수 등 먹을거리를 챙겨 왔다”고 말했다. 어스름 어둠이 찾아들면 해수욕장은 밤의 열기 속으로 빠져든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몸을 맡긴 피서객들은 한낮의 열기에 복수라도 하듯 밤을 한껏 즐긴다. 백사장 곳곳에 돗자리를 깔고 자리한다. 가족, 친구, 연인, 대학 동아리 등 다양하다. 젊은 남자들은 부나방처럼 짝을 찾아 나선다. 오가는 여성들을 보는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 ‘늑대와 여우’들의 탐색전이 치열하다. 동그랗게 모여 앉은 여성들 주변에는 항상 두세 무리의 ‘늑대’들이 어슬렁거린다. 한 늑대는 “적금도 넣고 보험도 들고 있습니다”라는 멘트를 날리며 건전한 직장인임을 강조하며 접근했다. 살포시 웃는 여우 또한 호감을 보이면서 즉석 만남이 이뤄졌다. 김모(25·회사원)씨는 “해운대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려고 한다”며 지나가는 여성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인근 호텔과 호프집, 노래주점과 클럽 등에서도 바깥 못잖은 질펀한 놀이가 이어진다. 더러는 추태로 눈살을 찌뿌리게 한다. 백사장에 돗자리를 깔고 술판을 벌인 이들은 술에 취해 고성방가를 일삼는가 하면 바닷물에 뛰어들기도 해 안전사고 우려도 키웠다. 술병, 안주, 포장지 같은 쓰레기도 이곳저곳에 나뒹굴었다. 노점상 등도 해수욕장의 무질서를 부추긴다. 술, 젊음이 어우러지다 보니 갖가지 충돌도 발생한다. 해운대 바다경찰서 관계자는 “술에 취해 싸움을 하다 연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해운대해수욕장에 무질서와 혼란만 난무하는 건 아니다. 백사장 곳곳에서는 음악 동아리들이 연주와 마술 공연 등으로 피서객들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한다. 입추를 한창 넘겼지만 아직 한여름인 해운대해수욕장은 낭만과 젊음, 열망과 환희뿐만 아니라 무질서와 추태도 따뜻하게 감싸며 어루만지고 있다. 인고의 세월을 겪어 온 넉넉한 어머니 같은 바다에게 못난 자식이나 잘난 자식이나 소중하기는 다 마찬가지다. 많은 것을 감춰 주고 새로운 것을 잉태한다. 글 사진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붉어지는 가을 길목… 눈시울 붉힐 무대 2곳

    부모의 죽음을 마주한 가족의 이야기는 연극과 영화, 소설 등에 꾸준히 등장하는 소재다. 그러나 몇 번을 접해도 번번이 눈시울이 붉어지는 건 마찬가지. 올가을에도 어머니와 아버지를 그린 연극 두 편이 무대에 오른다. 16일 막을 올리는 ‘선녀씨 이야기’의 ‘선녀’는 어머니의 이름이다. 누군가의 아내도, 어머니도 아닌 한 사람의 삶을 조명하고자 하는 열망이 깃든 작품이다. 집 나간 아들 종우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15년 만에 집을 찾는다. 아들은 어머니의 영정 앞에 앉아 말을 건넨다. 영정 속 어머니가 ‘괜찮다’고 웃음 짓는 순간, 아들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평생을 한 남자의 아내로, 3남매의 어머니로 고된 삶을 살았던 ‘선녀씨’를 마주하게 된다. 배우 이재은과 고수희가 젊은 시절과 노년의 선녀씨를 각각 연기한다. 아들 종우 역에는 배우 임호가 캐스팅돼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도전한다. 오는 9월 15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센터K 네모극장. 4만~5만원. 1599-0701.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아버지를 그린다. 간암 말기로 정신이 혼미해져 가는 아버지와 그를 돌보는 가족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풀어나가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깨닫는 가족애를 감동적으로 전달한다. 제6회 차범석 희곡상 수상작. 무대 인생 50년의 배우 신구와 손숙이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 ‘홍매’ 역을 맡아 관록의 연기를 보여준다. 9월 10일~10월 6일 서울 흰물결아트센터 화이트홀. 3만~5만원. (02)577-1987.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유럽파에 홍심 뺏길라, 14일밤 눈도장 찍어라

    유럽파에 홍심 뺏길라, 14일밤 눈도장 찍어라

    첫 승을 거둬 새 감독과 함께 자신감을 충전할 수도 있겠지만 거기에 목매달 이유는 없다. 14일 페루와의 평가전에서도 승리하지 못하면 역대 최다 무승이라고 대표팀을 옥죌 필요도 없다. 평가전은 내년 브라질월드컵으로 가는 한 여정일 뿐이기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도 1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기자회견 도중 “결과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면 말이 안 된다”고 손사래를 친 뒤 “팬들의 신뢰나 경기 결과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금은 선수들과 신뢰 관계를 쌓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6명까지 가능한 선수 교체 카드는 기본적으로 공격 조합을 시험하는 데 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평가전에 나서는 선수 가운데 가장 주목할 선수는 이근호(28·상주). 월드컵 본선 무대를 향한 오랜 열망을 마지막으로 풀 기회를 잡았다.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가장 많은 골을 뽑았지만 막바지 침묵으로 동아시안컵에서 홍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한 이근호는 남아공월드컵 때 붙여진 ‘예선용’ 꼬리표를 떼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왔다. 지난 12일 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그는 비장했다.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 잘 알고 있다. 챌린지(2부 리그)에 너무 익숙해졌다고 판단해 대표팀에 어울리는 몸을 만들기 위해 따로 훈련했다.” 홍 감독이 이근호에게 기대하는 바는 오른쪽 2선 공격수로서 원톱이 만들어낸 빈 공간으로 빠르게 치고 들어가 득점을 노리라는 것이다. 유럽파가 합류하는 다음 달 9일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에 앞서 ‘홍심’(洪心)을 사로잡을 마지막 기회다. 원톱은 1기 공격진에서 유일하게 남은 김동섭(성남)과 도전자 조동건(수원)이 치열하게 자리를 다툰다. 김동섭은 동아시안컵에서 득점하지 못했지만 움직임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페루전을 앞두고는 “조금 더 과감한 슛을 노리겠다”고 다짐했다. 부상에서 3개월 만에 복귀한 조동건은 폭넓은 행동반경을 자랑한다. 홍 감독이 선호하는 득점 루트인 2선 공격수들의 침투 공간을 만들어주는 능력이 탁월하다. 2009년 파라과이전 이후 4년 동안 대표팀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그는 “죽기 살기로 최대한 많은 움직임을 보여줄 것”이란 각오를 밝혔다. 왼쪽 2선 공격수로는 윤일록(서울)과 조찬호(포항)가 자존심을 겨룬다. 조찬호는 시즌 22경기에서 9골 1도움으로 팀 내 최다 득점 기록을 세워 2009년 프로 데뷔 후 가장 잘나가고 있다. 2011년 3월 온두라스전 이후 대표팀에 승선하는 그로선 같은 포지션의 이청용(볼턴)이 합류하기 전 자리를 확보해야 한다. 이승기(전북)와 함께 중앙 2선을 책임질 임상협(부산)은 최근 컨디션이 하향세인 점이 우려를 낳고 있다. 중앙미드필더 이명주(포항)와 하대성(서울)을 비롯해 김진수(니가타)-김민우(사간도스)-김창수(가시와)-이용(울산) 수비진은 홍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수문장 장갑은 일단 정성룡(수원)이 끼는데 김승규(울산)가 대신하면 성인대표팀 첫 경험이 된다. 대표팀 입지는 정성룡이 확고하지만 K리그 성적은 김승규가 앞선다. 김승규는 19경기 가운데 9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아 신화용(포항)과 함께 1위에 랭크돼 있다. 실점률도 경기당 0.84골에 불과하다. 정성룡은 20경기에서 23실점, 경기당 1.15골을 내줬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男농구 세계로 ‘점프’… 16년 만에 월드컵 간다

    男농구 세계로 ‘점프’… 16년 만에 월드컵 간다

    남자농구 대표팀이 난적 타이완을 꺾고 16년 만에 세계무대에 서게 됐다. 유재학(모비스) 대표팀 감독의 카리스마와 지략, 프로와 대학 선수들의 호흡이 멋지게 어우러지며 쾌거를 일궜다. 열악한 지원 속에서도 눈부신 투혼으로 ‘한국 농구는 안 돼’란 편견을 깼다. 대표팀은 11일 필리핀 마닐라의 몰오브아시아 아레나에서 열린 제27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 3, 4위전에서 김민구(경희대·21득점)와 김주성(동부·12득점 8리바운드)의 활약에 힘입어 타이완을 75-57로 일축했다. 3위까지 주어지는 월드컵 출전권을 쥐며 내년 8~9월 스페인 대회에서 세계 강호들과 기량을 겨룬다. 한국이 월드컵으로 이름을 바꾼 세계선수권에 나선 것은 1998년 그리스 대회 이후 16년 만이다. 전날 준결승에서 홈팀 필리핀에 아쉬운 패배를 당한 대표팀의 투지는 대단했다. 내내 강력한 압박수비로 타이완의 기를 눌렀다. 사흘 연속 경기를 치르느라 체력 부담이 컸지만, 이를 악물고 이겨냈다. 미국에서 귀화한 선수로 경계 0순위로 지목된 퀸시 데이비스(206㎝)가 골밑에 들어오면 더블팀으로 12득점에 묶은 것이 주효했다. 대표팀은 1쿼터 김주성의 골밑 슛과 조성민(KT)의 3점포로 29-13으로 크게 앞섰다. 2쿼터 들어 타이완에 외곽포를 내주며 추격을 허용했지만 대회 최고의 스타 김민구가 해결사 역할을 했다. 김민구는 2쿼터에서만 3점슛 세 방을 포함해 13점을 몰아넣었다. 3쿼터 초반 잠시 슛 난조를 겪은 대표팀은 양동근(모비스)의 득점으로 되살아나며 꾸준히 20점차 안팎의 우위를 지켰다. 17점이나 앞선 채 돌입한 4쿼터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며 상대를 계속 압박해 값진 승리를 따냈다. 대표팀이 꿈을 이루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프로농구 최고 지장인 유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프로와 대학 최정예 멤버로 팀을 꾸렸지만, 지난달 전초전 성격이었던 윌리엄존스컵에서 5승2패로 3위에 그쳐 우려를 낳았다. 중국이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최소 2위 이상을 기대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홈팀 타이완에 60-73으로 덜미를 잡혀 3위로 떨어졌다. 데이비스에게 무려 26득점 17리바운드를 헌납하며 골밑을 농락당했다. 유 감독과 대표팀은 두 번 당하지 않았다. 지난달 말 유 감독은 미국에서 2m 이상의 빅맨 4명을 불러 연습 경기를 갖는 등 장신에 대한 선수들의 적응력을 높였다. 또 가드진을 활용한 압박수비의 완성도를 높였다. 어쩔 수 없는 높이와 체격의 열세를 외곽포가 아닌 적극적인 수비에서 만회하는 유재학식 농구가 자리를 잡았다. 유 감독은 “결승에 오르지 못한 게 너무 아쉽고 마음이 아프지만 목표는 스페인으로 가는 것이었다. 우리나 타이완이나 정신적 압박감이 큰 경기였다. 우리가 정신력에서 앞섰고 스페인으로 가겠다는 열망이 더 컸다”고 기뻐했다. 대표팀은 12일 오후 5시 15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한편 결승에서 이란이 필리핀을 85-71로 물리치고 2009년 대회 이후 4년 만에 패권을 탈환했다. 하메드 하다디와 오신 사하키안(이상 이란), 김민구, 제이슨 윌리엄(필리핀), 린즈제(타이완) 등이 대회 베스트 5에 이름을 올렸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심상정 “안철수와 연대 필요해”

    심상정 “안철수와 연대 필요해”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가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의 연대 필요성을 직접적으로 거론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심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출간된 저서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것’에서 “지금 안철수라는 정치인에게 모아지는 기대는 과거 진보 정당에 모아졌던 기대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면서 “안 의원과는 새 정치를 위한 연대, 정치 개혁을 위한 연대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앞서 심 원내대표는 두 차례 별도로 만난 적이 있다. 여기에 심 원내대표의 언급이 더해지자 정의당과 안 의원의 연대 가능성을 점치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회 의원회관 516호실을 쓰고 있는 심 원내대표와 518호를 쓰고 있는 안 의원은 의원회관 이웃사촌이기도 하다. 심 원내대표는 책에서 “안 의원에게 ‘이미 정치적 기득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게 중요하다. 그 기득권은 국민이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과 기대로 준 것이니 정치 개혁을 위해 사용하기를 바란다’라는 말을 했다”는 소개했다. 그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가진 가장 핵심 과제는 노동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인식을 공유할 때 진정한 연대가 가능하다”면서 안 의원과의 연대 성패를 좌우할 요건으로 ‘노동 문제’를 꼽았다. 하지만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인) 최장집 교수의 지론인 ‘진보적 자유주의’가 안 의원의 노선이 될 것이라고 하지만 안 의원은 정치인이기 때문에 어떤 정치로 보여줄 것인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며 즉각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영탁 미래와 세상] 돈이란 무엇인가?

    [이영탁 미래와 세상] 돈이란 무엇인가?

    돈은 차가울까? 따뜻할까? 아니면, 돈은 추할까? 아름다울까? 참 대답이 쉽지 않은 문제이다. 이것은 결국 돈 자체가 아니라 돈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는 문제다. 마치 같은 칼이라도 의사가 사용할 때는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도구가 되지만, 강도가 사용하면 흉기가 되는 것과 같다고 할까. 몇 해 전 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가 부모 없이 외롭게 공부하는 아이들을 위해 써 달라며 평생 어렵게 모은 재산을 한 자선단체에 기부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세상은 할머니에게서 빼앗아가기만 했는데도 할머니는 자신이 가진 전부를 세상에 베풀었다. 그래서 그 단체에서는 할머니가 기부한 돈으로 할머니의 이름을 딴 별도 기금을 만들어서 소년소녀가장이나 불우한 학생들의 학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런 경우라면 누가 보아도 돈은 따뜻하고 아름다운 존재이다. 이번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소개한다. 서울의 한 재래시장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새벽 무렵 야채장사를 하던 아주머니가 길을 건너다 그만 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그 바람에 아주머니의 가방에서 한 뭉치의 지폐가 쏟아졌고, 돈은 바람에 날려 여기저기 흩어졌다. 사고 자동차는 그 길로 뺑소니를 쳐버렸고,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그 광경을 목격하고 뛰어나왔다. 그런데 사람들은 피투성이가 된 채 신음하는 아주머니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직 흩날리는 돈을 줍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사람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누군가 그렇게 외쳤지만 돈을 줍기 바쁜 사람들은 그 말이 들리지 않았다. 결국 경찰이 뒤늦게 도착했을 때는 사람들은 이미 사라져 버렸고, 아주머니의 몸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이렇게 보면 돈은 정말 비정하고 추한 모습이 된다. 그렇다고 돈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만일 돈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이렇게 얘기할지 모른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변하는가는 오로지 나를 가진 사람에게 달려 있다.” 따라서 돈은 그저 모으고 과시하는 도구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사는 수단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돈의 모습을 만들고, 돈에게 따뜻한 체온을 불어넣는 것은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런 말도 있다. “부귀영화는 구할 때에 괴로움을 겪어야 하고, 얻고 나서는 지키느라 괴로움을 겪어야 하며, 후에 그것을 잃으면 다시 괴로움을 겪어야 하니 알고 보면 전혀 즐거움이 없다.” 그런데도 왜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귀를 그토록 열망하면서 살아갈까? 아마도 돈이 지닌 양면성보다는 우선의 편리함에 비중을 두고 판단하기 때문일 게다. 돈은 잘만 사용하면 우리들에게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한다. 그러나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다주는 경우가 더 많다. 물질 위주의 사고방식은 갖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돈이면 무엇이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야말로 옳지 않고 위험하다. 물질만능주의는 결국 정신적 측면을 소홀히 함으로써 인간사회를 황폐하게 한다. 역사적으로 개인이든 나라든 애써 일궈낸 부를 오랫동안 지탱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이와 같이 물질적인 것이 정신적인 것을 압도한 데 있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교수는 최근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돈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 나가고 있다. 돈은 원래 시장 안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데 유용한 도구다. 그런데 지난 30여년간 모든 것의 상품화로 인해 돈으로 거래되는 영역이 크게 넓어졌다. 예를 들어 건강, 교육, 공공안전, 국가보안, 환경보호 등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시장경제가 시장사회화함으로써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줄어들었다. 여기서 문제가 제기된다. 이 세상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과 돈으로 사서는 안 되는 것들의 경계는 어디인가?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시장경제인가, 시장사회인가? 돈으로 거래할 수 있는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선을 긋기는 쉽지 않겠지만 토론의 광장이 마련될 필요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세계미래포럼 이사장
  • 박영선 “국정원 국조 여름휴가? 국민정서 무시한 오만한 태도”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국정조사 특위가 국정원 기관보고를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정조사 특위의 양당 간사는 지난 28일 협의를 통해 다음달 5일 국정원 기관보고를 받기로 했다. 특히 모두발언을 제외한 나머지 보고를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새누리당의 요구가 대부분 반영된 셈이다. 이로써 국정원 기관보고는 국정원장 인사말과 간부 소개, 여야 간사가 지명한 각 1명씩의 기조발언만 공개하고 기관보고와 질의응답 전체를 비공개로 한다. 무엇보다 여야 간사는 NLL 대화록 유출·실종·폐기와 관련해 공방을 자제하기로 합의해 그 동안 야당이 집중 제기했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전 유출 의혹 해소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이에 국회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2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들이 바라는 국정조사를 계속해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과 새누리당의 몽니 속에서 정청래 간사가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합의문을 보면 울분과 비판을 충분히 가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무엇보다 국정조사 특위는 NLL 논란과 관련해 NLL 대화록 유출·실종·폐기 등과 관련해 공방을 자제한다는 문구가 문제”라면서 “새누리당이 국정원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몰고 왔던 속내가 여기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의원은 “아마 간사 입장에서는 한 시간이라도 공개를 하게 되면 그 속에 우리들이 국민들과 함께 느끼는 분노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겠냐는 희망 속에서 이렇게 합의하지 않았나”고 해명했다. 박 의원은 국조 특위 임기가 불과 18여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일주일 간의 휴지기를 둬 비판 여론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서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의원은 “휴가 이야기는 새누리당에서 나온 것이고 저희들이 이번 주에 현장 조사를 가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새누리당 쪽에서 본인들이 못하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말을 강가까지는 끌고 갈 수 있지만 물을 강제로 먹일 수는 없었다”면서 “상대방 쪽에서 ‘휴가는 당연히 가야 되는 것 아이냐, 그리고 그런 것에 관해 욕 먹는 것에 대해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반응이 있었다고 전해들었다”고 전해 논란이 예상된다. 박 의원은 “그런 반응을 할 정도면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것이고 너무 국민들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오만한 태도가 아닌가 생각했다”면서 “국정조사가 일주일 휴가를 뒀기 때문에 기간을 일주일 연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지구촌 책세상] 피와 아름다움-보르자 가문

    정치와 사회가 무기력하고 기진맥진할 때 대중은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를 열망한다. 현실에서 그런 지도자를 찾을 수 없을 때는 타임머신을 타고 수백년을 기꺼이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 오래 전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독자들에게 소개한 체사르 보르자는 그런 인물의 전형이다. 15세기 이탈리아에서 교황의 사생아로 태어난 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권력욕으로 잔인한 피를 뿌리지만 이탈리아를 통일 직전까지 이끈 결단력과 추진력의 소유자였다. 그의 카리스마에 매료된 마키아벨리는 체사르를 모델로 명저 군주론을 썼을 정도다. 기존 작가들이 체사르에게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 출간된 소설 ‘피와 아름다움-보르자 가문’(Blood & Beauty: The Borgias, 랜덤 하우스)은 체사르는 물론 그의 아버지와 누이 등 역사상 가장 악명 높으면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보르자 가문 전체를 파헤친 책이다. 체사르의 냉혹한 권력욕은 알고 보면 돌연변이가 아니라 아버지의 DNA에서 비롯된 것임을 책은 상세히 설명한다. 저자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로 역사에 숨을 불어넣는 데 비범한 재능을 지닌 새라 더난트(63)다. 그녀는 이미 ‘비너스의 탄생’ 등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를 소재로 한 소설로 독자들을 사로잡은 바 있다. 이 책에서 그녀는 보르자 가문의 권력욕을 한 올의 실오라기도 남기지 않고 낱낱이 발가벗긴다. 스페인 출신인 체사르의 아버지 로드리고 보르자는 이탈리아인이 판치는 로마에서 교황이 되기 위해 자신의 부(富)를 이용한 것은 물론 때로는 피를 보는 것을 마다하지 않은 지극히 세속적 인물로 묘사됐다. 그는 교황(알렉산드르 6세)이 된 뒤 체사르와 루크레치아 등 사생아를 뒀을 만큼 성직자답지 않게 ‘테스토스테론’이 왕성한 남자였다. 특히 중부 이탈리아에 강력한 종교 국가를 건설하고 싶어한 카리스마 넘치는 권력 갈구자였다. 체사르의 누이 루크레치아는 재색을 겸비했으며 세 번 결혼한 여걸이었다. 세번째 남편인 에스테가(家)의 알폰소 1세 궁정을 르네상스 말기의 문화중심지로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체사르다. 책은 체사르를 위압적이고 무자비하면서도 차가운 지성과 그보다 훨씬 더 차가운 영혼을 지닌 인물로 묘사했다. 시오노 나나미가 그에게 내렸던 ‘우아한 냉혹’이라는 평가를 연상시킨다. 인터넷에는 “더난트는 15세기 이탈리아의 도시를 생생하게 묘사했다.”, “체사르의 팬들을 만족시킬 만큼 지적이고 열정적인 책이다”, “전통적인 소설 구조를 토대로 롤러코스트를 타듯 흥미진진하게 얘기를 전개했다” 등의 독후감이 쏟아지고 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美 레이더 추가배치 안돼”… 日 작은 마을이 분노하는 이유는

    “美 레이더 추가배치 안돼”… 日 작은 마을이 분노하는 이유는

    지난 21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대승하면서 아베 정권은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했다. 앞으로 평화헌법 개정,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을 강행하며 한층 강화된 보수 기조를 내세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3일 오후 10시 방영되는 KBS 1TV ‘시사기획 창’은 아베 정권의 ‘강한 일본’에 대한 열망과 함정을 집중 취재한다. 지난해 말 출범한 아베와 자민당 정권은 ‘강한 일본’을 내세우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평화헌법 아래의 현 상황, 즉 ‘전후 체계’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군복을 입은 아베의 탱크 탑승, 여야 의원 168명의 신사 참배 등 연이은 우경화 행보는 집단적 자위권 확대 시도, 평화헌법 개헌 논의로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강한 일본’에 대한 열망은 일본 안팎에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동해를 사이에 두고 한반도와 마주하고 있는 교토 단고반도의 최북단 ‘소데지 마을’은 7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최근 이 지역에 미군의 고성능 레이더인 ‘X-밴드 레이더’의 추가 배치가 예정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왜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X-밴드 레이더 추가 배치를 반대하는지, 그럼에도 방위성은 왜 소데지 마을에 미군 기지를 설치하려고 하는지, 제작진은 지난달 미국에서 실시된 미·일 합동 군사 훈련에서 그 이유를 찾아봤다. 1987년 열린 일본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서는 한 시민이 국기 게양대에 올라 일장기를 끌어내려 불태우는 사건이 벌어졌다. 주인공은 식료품점을 운영하며 평범하게 살던 오키나와인 지바나 쇼이치였다. 오키나와에서는 일본에서 독립하자고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오키나와인들은 일본 본토인을 ‘야마톤추’(일본인)로, 오키나와인 자신들은 ‘우치난추’(오키나와인)라고 구별해 부른다. 오키나와에 있는 미군 기지를 둘러싸고 이들은 일본, 특히 아베의 일본에 분노하며 일장기를 혐오한다. 제작진은 오키나와 현지에서 지바나 쇼이치를 직접 만나고, 미군 기지를 둘러싼 갈등을 심층 취재해 오키나와인들의 일본에 대한 분노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살펴본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獨, 美 NSA 정보수집 프로그램 사용”

    독일 정보기관들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디지털 정보수집 프로그램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왔다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온라인이 22일 보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NSA의 전자감시 프로그램 ‘프리즘’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밝힌 것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슈피겔은 독일 연방정보국(BND) 고위 관계자 12명으로 구성된 팀이 지난 4월 말 NSA를 방문했다고 에드워드 스노든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이 공개한 문서를 근거로 보도했다. 당시 게르하르트 쉰들러 BND 국장이 NSA와의 더욱 긴밀한 협력에 대한 ‘열망’을 피력했고, BND 관계자들은 NSA로부터 조언을 구했다. NSA는 BND 파트너들의 교육에 속도를 높이려고 ‘전략적 기획 회의’를 마련했고, 오후에는 특별 정보 소스 운용(SSO) 부서의 고위 관계자들이 정보 수집 방법에 대한 설명회도 열었다. 이 매체는 스노든이 공개한 문서를 보면 독일의 국내 담당 정보기관인 헌법수호청(BfV)과 연방정보보안청(BSI)도 NSA와 정보교환을 위해 긴밀한 협력을 해 왔다며 NSA는 이들 독일 정보기관을 ‘핵심 파트너들’로 부른다고 전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내년 지방선거 누가 뛰나] 호남권 ‘안철수 바람’ 최대 관심

    [내년 지방선거 누가 뛰나] 호남권 ‘안철수 바람’ 최대 관심

    호남권은 ‘안철수 신당’ 변수와 맞물려 선거 구도를 예단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반민주당 정서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탓이다. 안철수 신당이 정당 진용을 갖춘 뒤 지방선거에 나설 경우 파괴력은 엄청날 것으로 점쳐진다. ■광주시장 호남 정치의 상징인 광주시장 선거가 최대 관심사다.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이 어느 도시보다 높다. 기존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안철수 신당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로 나타날 수도 있다. 민주당 후보로는 현직인 강운태 시장이 가장 유력하다. 강 시장은 “시민의 뜻에 따를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재선 출마 의사를 밝히진 않고 있지만 무등산의 국립공원 지정, 2015년 유니버시아드 선수촌 건설 등 굵직한 현안 해결로 같은 당내 후보군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실제로 자천타천 거론돼 온 이용섭(광산 을), 강기정(북구 갑), 장병완(남구) 의원 등은 이렇다 할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안철수 신당’ 변수와 현역 신분으로 당내 경선에 나올 경우 ‘국회의원 배지’를 버려야 하는 모험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안철수 측에서는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소장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거론됐으나 본인이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효석 전 의원과 광주시민사회단체 출신 인사들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전남도지사 3선인 박준영 도지사의 불출마로 무주공산이다. 4선의 민주당 이낙연(영광·함평·장성·담양군) 의원과 3선의 주승용(여수시 을) 의원 간의 당내 공천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들 의원의 출신지가 각각 ‘전남 서부권과 동부권’으로 나뉘면서 소지역주의 구도가 형성됐다. 주 의원은 당내 인지도와 여수·순천·광양 등 동부권의 인구가 100만명에 육박한 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의원은 광주·전남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국회 기획재정위원으로 전남 일선 시·군 예산 담당공무원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국회활동을 겸한 ‘예비 도지사 후보’로서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안철수 신당’ 쪽으로는 천정배 전 법무장관과 김효석 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전북도지사 김완주 지사의 3선 출마 여부에 따라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유치 실패,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무산, 전주·완주 통합 무산 등 굵직한 지역 현안들이 물거품이 된 데 대한 ‘책임론’이 비등하다. 송하진 전주시장, 민주당 국회 유성엽(정읍), 김춘진(고창·부안) 의원 등의 출마도 예상된다. 송 시장은 최근 전주·완주 통합이 무산됐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방향, 다른 길을 가며 계속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유 의원은 민주당 텃밭에서 무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할 정도로 경쟁력이 높은 후보다. 대선에 출마했던 정동영 전 의원의 지사 출마설도 회자되고 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광기·비뚤어진 열망… 日 군국주의의 최후

    일본은 ‘갖지 못한 나라’다. 국토는 좁고 자원은 빈약하다. 그렇다고 늘 궁색하게 살 수는 없지 않은가. ‘가진 나라’가 되고 싶다. 당연한 열망이다. 그런데 ‘가진 나라’를 지향하는 과정이 파괴적이고 착취적이라면 결말은 달라진다. 책은 바로 이 지점, 그러니까 ‘갖지 못한 나라’가 ‘가진 나라’를 꿈꾸고,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다 최후를 맞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저자가 원했건 그러지 않건, 책을 통해 일본 극우파의 사상적 원류를 개략적이나마 가늠하는 부수입도 올린다. 저자가 판단컨대, 일본이 ‘가진 나라’에 대한 열망을 불사르게 된 발단은 1차 세계대전이었다. 제국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20세기 초 유럽의 ‘가진 나라’들이 화염에 휩싸인 동안 바다 건너 일본엔 황금비가 내렸다. 불구경도 재밌는데 전쟁 덕에 벼락부자까지 된 것이다. 졸부가 된다는 게 어떤 이들에겐 종종 ‘잔혹사’로 가는 지름길로 작동하기도 한다. 불행히도 러·일 전쟁 승리에 도취된 일본인에게 1차 대전은 마약이었다. 일본은 1차 대전을 지켜보며 미국, 유럽 등 ‘가진 나라’들을 상대로 승리할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당시 나온 결론이 ‘총력전’이었다. 현실은 달랐다. 저자의 진단처럼 일본만큼 근대의 총력전에 적합하지 않은 나라는 없었다. 총력전에 필수적인 공업 자원이나 인적 자원이 불충분했고, 총력전을 이끌 정치 기구도 없었다. 일본 군부가 무모한 줄 알면서도 극단적인 정신주의에 기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 와중에 승부의 합리적 예측과는 관계없이 설령 1대1000이 되더라도 죽을 때까지 싸운다는 ‘진예’(眞銳), 일본과 조선, 타이완 등의 전 인구가 함께 죽자는 ‘일억옥쇄’,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며 돌격하는 병사는 스스로 살아있는 신이 된다는 ‘마코토’와 ‘마고로코’ 등의 사상들이 각광받기 시작한다. 1차 대전 중 13만명의 독일군이 50만명의 러시아군을 괴멸시킨 ‘타넨베르크 전투’는 이 같은 무모함에 밑거름이 됐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군국주의의 광기에 사로잡힌 일본은 결국 미국을 상대로 승산 없는 게임을 벌이다 참패했다. 저자는 이를 두고 “마음으로 속임수를 쓰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6·25전쟁을 통해 수혈받은 피로 또 다시 군국주의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 극우세력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책은 지난해 제16회 시바 료타로상을 받았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CJ 리턴십 열기 ‘후끈’

    CJ 리턴십 열기 ‘후끈’

    “아이들에게 매달려 사느라 내 이름을 잊은 건 아닌지 반성합니다. 다시 한번 일에 매진해서 사회에서 인정도 받고 성취감도 느끼고 싶어요.” “경력이 단절된 주부가 재취업하기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어렵게 일자리를 얻는다 해도 가정과 일,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거의 불가능한 게 한국사회예요.” 결혼과 육아 등으로 일을 그만둔 여성들에게 재취업 기회를 주는 CJ그룹의 리턴십 프로그램에 2500명 이상이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 150명을 뽑으니 평균 경쟁률이 17대1이다. 일자리에 대한 경력 단절 여성들의 뜨거운 열망이 확인된 것이다. CJ는 “지난 8일 지원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32개 직무에 2530명이 지원했다”면서 “특히 마지막 3일간 10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고 11일 밝혔다. 지원자의 평균 나이는 39세였다. 30대가 51%, 40대가 36.6%로 30~40대 여성이 90%에 가까웠다. 50대 지원자도 다수였고 최고령 지원자는 60세였다고 CJ 측은 설명했다. 학력으로 보면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가 전체의 77%였다. 이 가운데 석사 이상의 고학력자가 240명(9.5%)에 달했다. CJ 관계자는 “영어, 중국어는 물론 베트남어, 스페인어, 인도네시아어 등 어학실력이 우수한 지원자가 많았다”면서 “약사, 수의사처럼 전문 자격증 보유자도 있었다”고 전했다. 리턴십은 경력 단절 여성들에게 과거 경력과 관련 있는 직무를 경험할 기회를 줌으로써 직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가장 많은 지원자가 몰린 직무는 드러그스토어 올리브영의 사무지원(총무)과 CJ오쇼핑의 패션제품 체험 컨설턴트로 200대1 이상의 치열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제일제당의 디자인과 홍보 분야도 경쟁률이 높았다. 지원자 대부분이 가정주부인 만큼 육아 및 가사와 병행할 수 있는 시간제 근로(파트타임)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시간 근무 희망자가 67.7%로, 8시간 풀타임제 지원자(32.3%)의 2배 이상이었다. CJ는 이달 중순 인성검사와 면접을 거쳐 다음 달 초 합격자 150명을 추린다. 이들은 9월부터 6주간 CJ계열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된다. 리턴십이 끝날 무렵 임원 면접을 통해 11월 초 최종 입사 여부가 결정된다. CJ는 합격하지 못한 인턴들도 경력상담을 통해 외부 취업이 가능하도록 후원할 계획이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北 동시다발 대화 제의] 개성공단·금강산 ‘패키지’ 전략… 고립 탈피·경제 실리 복합 작용

    [北 동시다발 대화 제의] 개성공단·금강산 ‘패키지’ 전략… 고립 탈피·경제 실리 복합 작용

    북한이 10일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회담’을 ‘패키지’로 제안한 것은 현재의 남북 대화 국면을 발판 삼아 북·미 고위급 대화까지 밀어붙일 동력을 얻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남북관계 개선 없이는 중국과 러시아, 미국 등 유관국과의 관계 개선과 대화도 원만히 이뤄질 수 없고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벗어나기도 쉽지 않은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동시다발적 대화 제의로 남북 관계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착시 효과’를 노렸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이 우리 국민의 감성을 자극해 남북 대화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패키지 제의에 끼워 넣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금강산 관광 재개 실무회담은 보류됐지만 북한이 오는 15일 개성공단, 17일 금강산, 19일 이산가족 상봉 실무회담 식으로 날짜를 바투 잡아 제안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18일에는 북한 여자축구팀이 동아시아연맹(EAFF) 축구선수권 대회 참가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금강산 관광 실무회담이 성사됐다면 남북 간 화해·평화 무드를 대외에 과시할 수 있는 ‘황금주간’이 완성되는 셈이다. 7·27 정전협정 60주년 이전에 국면의 대대적인 전환을 꾀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15일 개성공단 3차 실무회담에서 전향적 자세를 취한 뒤 여세를 몰아 징검다리식으로 전기를 마련하려 했을 것”이라며 “이달 안에 3개 사안에서 진전을 이룩하려는 나름의 전략적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또 이날 오후 7시께 보낸 전통문에서 집중호우로 예성강 지역의 수위가 높아 자정에 예성강 발전소의 수문을 열어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내용을 우리 측에 통보했다. 황강댐 방류 사전 통보는 박근혜 대통령이 2002년 유럽-코리아 재단 이사 자격으로 방북했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제안한 것을 계기로 시작한 사업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이 선(先) 남북 대화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립 국면을 벗어나려면 대화밖에 답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위해 대화 가능한 모든 채널을 가동해 보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측과의 관계를 풀지 않으면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이 어려운 데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경제적 실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일단 이산가족들의 정서를 고려해 북한의 정치적 의도에도 불구하고 상봉 관련 실무회담만은 받아들이기로 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의 제의에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입장을 밝히지는 않겠다”면서 “북한이 대한민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신뢰받는 대화 상대방이자 책임 있는 성원으로 변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당신의 책]

    엄마 에필로그(심재명 지음, 마음산책 펴냄) 온몸이 굳어가는 루게릭병을 앓던 엄마를 떠나보낸 딸이 7년이 지나서야 마음속에 담아뒀던 엄마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그래야 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자신의 슬픔이 옅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영화 ‘접속’부터 ‘건축학 개론’에 이르기까지 한국 흥행영화의 계보를 쓴 제작자 심재명이 엄마 얘기로 첫 책을 냈다. 나이 오십에 문득 지금 내 나이의 엄마를 생각하는 첫 대목부터 60년 넘은 엄마의 숟가락을 유품으로 간직하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떠나보낸 뒤에야 깨닫게 되는 엄마의 한없는 사랑과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상실감이 가슴절절하게 다가온다. 176쪽. 1만 1500원. 티베트 비밀역사(박근형 지음, 지식산업사 펴냄) 우리나라 학자가 쓴 첫 티베트 통사다. 티베트와 우리는 역사적으로 별 연관이 없다고 여기기 쉽지만 고려시대 몽골을 통해 건너온 티베트 불교,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묘사된 티베트와 청나라의 모습 등을 통해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중국 쓰촨(四川)대학에서 티베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개국 신화부터 반중 독립운동까지 우리가 미처 몰랐던 티베트 역사를 폭넓게 서술한다. 망명정부를 이끌고 있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중국 통치에 저항하는 승려들의 잇단 분신 등 외신으로 전해지는 단편적 정보 이면에 놓인 티베트의 유구한 역사를 통해 그들의 강렬한 독립 열망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살펴본다. 564쪽. 2만 9000원. 중국화하는 일본(요나하 준 지음, 최종길 옮김, 페이퍼로드 펴냄) 눈길을 끄는 제목만큼 독창적인, 또는 도발적인 주장을 담고 있다. 일본의 소장파 학자이자 아이치현립대 역사문화학과 교수인 저자는 “(동일본)지진이 일어나기 전부터 일본 사회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고 진단하면서 그 원인으로 당나라 때까지는 중국을 의식적으로 모방하려 한 일본이 송나라 때부터는 중국의 것을 별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중국은 송나라 때 이미 기술적으로나 사상적 측면에서 서양의 근세 수준에 도달했으며 현재 중국의 부상 역시 이른바 “세계가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고 있을 뿐”이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그러면서 일본이 1000년 전에 글로벌 스탠더드인 중국화의 기회를 놓쳐버렸다면서 이제라도 중국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일본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310쪽. 1만 4800원. 사물의 역습(에드워드 테너 지음, 장희재 옮김, 오늘의 책 펴냄) 인공 젖꼭지는 턱을 사용하지 않고 입으로만 빨아도 우유가 나오기 때문에 효율적이라고 여겨져왔다. 하지만 이렇게 인공 젖꼭지 수유 습관에 젖은 유아는 본능적으로 입을 크게 벌리지 않으려 해서 정작 모유 수유에는 어려움을 겪는다. 전장에서 부상을 막는 군사 도구로 사용됐던 헬멧은 광부, 건설 노동자, 소방관 등의 안전을 지키는 도구일 뿐 아니라 영유아의 질식 위험을 낮추는 동시에 뒤통수가 눌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유아 헬멧의 특이한 형태로 발전했다. 국립미국사박물관의 수석연구원인 저자는 이 외에 운동화, 안락의자, 건반, 안경 등 인류가 고안하고 발전시킨 9가지 물건에 얽힌 숨겨진 기발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408쪽. 1만 6500원.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깔깔깔]

    ●커플부대 등급 1등급 : 커플부대에 편입할 능력이 되나, 애초에 솔로가 좋아 솔로인 대원. ▶진정한 솔로부대원이라 할 수 있다. 그들만의 여유가 느껴지기도 한다. 2등급 : 커플부대에 편입하려는 열망이 간절하나 능력이 없는 대원. ▶가장 많은 케이스로 사실상 솔로부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3등급 : 커플부대에서 추방당해 솔로부대에 편입한 대원. ▶출신 성분이 불순하고, 사상도 의심스럽다. 언제 다시 부대를 배신할지 모르므로 감시가 필요하다. 4등급 : 커플부대에서 스스로 나와, 단지 잠시 쉬려고 입대한 대원. ▶나중에 다시 커플부대에 편입하려는 꿍꿍이속이 있고, 그럴 능력도 된다. 이들은 솔로부대에서 암적인 존재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