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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꼰대문화’로 글로벌 경쟁 어렵다/김봉국 행복한 기업연구소 대표

    [열린세상] ‘꼰대문화’로 글로벌 경쟁 어렵다/김봉국 행복한 기업연구소 대표

    회의를 하자고 해 놓고 팀장은 계속 혼자서 말을 한다. 벌써 한 시간째 잔소리가 이어진다. 가끔 호통을 치기도 하고 자신의 영웅담을 늘어놓기도 한다. 돌아가면서 면박을 주면서 인신공격마저 서슴지 않는다. 회의를 주재하는 팀장 말고는 말을 하는 사람이 없다. 그가 “내 말이 맞지?” 하고 물으면 이구동성으로 “예!”라고 대답하는 것이 고작이다.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품의서를 들고 들어갔는데 생트집이다. 대충 건성으로 보고는 형식이 잘못됐다고 꼬투리를 잡는다. 내용은 제대로 보지 않고 파악도 하지 않는다. 결재는 하지 않고 딴 이야기를 잔뜩 한다. 빨리 결재를 받아야 하는데 어쩔 수 없다. 그의 비위를 맞추며 쓸데없는 시간을 보낸다. 온 종일 시달렸는데도 퇴근하지 못하고 있다. 팀장이 퇴근하지 않고 계속 미적거린다. 하릴없이 상사인 그가 퇴근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먼저 인사를 하고 퇴근을 할까 하는 생각이 꿀떡 같지만 계속 눈치만 살핀다. 짜증이 나도 참는다. 먼저 퇴근했다가 되돌아올 봉변을 무시할 수 없다. 금요일이라 제때 퇴근을 하리라 마음먹었다. 내일은 가족과 함께 나들이라도 할 작정이다. 오늘만큼은 저녁 약속 사절이다. 퇴근 무렵이 돼서 팀장이 갑자기 번개 회식을 선포한다. 정말로 싫지만 어쩔 수 없다. 회식을 뿌리치고 퇴근했다가는 회사 생활을 정상적으로 하기가 어렵다. 가족들과의 약속도 있고 해서 술을 가볍게 마시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팀장은 폭탄주를 돌리며 계속 ‘원샷’을 외친다. 폭탄주를 제조하는 팀장의 손놀림이 빨라지고 있다. 술기운이 올라오면서 그는 자신이 소통을 잘하는 팀장이라고 연방 떠벌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일할 맛이 나겠는가. 창의적으로 일하는 것은 고사하고 직장 생활 자체를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이 최종 학교 졸업 후 처음 취업하는 데 평균 11개월이 걸린다. 어렵사리 취직을 해 놓고 첫 일자리를 그만둔 청년층 임금근로자는 63.3%에 이른다. 이들의 평균 근속 기간은 1년 반 정도. 첫 직장을 퇴직하고 다시 직장을 찾는 비율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 취직해도 오래 다니지 않고 뛰쳐나오는 청년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힘들게 입사한 직장을 나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직의 가장 큰 이유는 ‘근로여건 불만족’(47.4%)이다. 그 밖에 ‘개인·가족적 이유’(16.8%), ‘임시적·계절적 일의 완료, 계약 기간 끝남’(11.2%) 등이 뒤를 이었다. 이직을 하는 청년층 중에는 상당수가 회사는 마음에 드는 데 상사와의 관계가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이런 현상을 두고 요즘 젊은이들은 인내심이 약하다고 치부하는 경영자들이 의외로 많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고 불필요하게 상사의 눈치만 살피는 ‘꼰대문화’가 경쟁력일 때가 있었다. 우리 기업들이 선진 기업을 따라가야 할 시절에는 일사불란하게 일하는 것이 효율성을 높이는 무기였다. 연공서열에 따라 승진을 시키고 조직의 단합만을 강조하는 문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지금 경영층에 속하는 세대들은 대개 이런 꼰대문화 속에서 성장했다. 이제 ‘추격경제’에서 ‘선도경제’로, ‘모방경제’에서 ‘창조경제’로 혁신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연공서열 구도로 획일적인 충성을 요구하고 예스맨이 능력맨이라는 논리로는 답을 찾을 수 없게 됐다. 창의적인 업적을 최우선 평가 기준으로 삼아야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다음카카오가 최고경영자(CEO)에 35세인 임지훈 대표를 발탁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비단 정보기술(IT) 회사만의 혁신에 그칠 일은 아니다. 창조적인 회사 경영을 위해서는 집단사고를 버리고 집단지성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 집단지성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경영진과 직원, 상사와 부하 간의 소통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직장 내에서 부하를 힘들게 하는 상사의 꼰대문화로는 창조적인 소통을 기대할 수 없다. 과거에 당연시했던 비합리적인 문화를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무능한 것은 아니다. 꼰대문화를 버려야 글로벌 경쟁력을 살릴 수 있다.
  • [열린세상] ‘농업 고개’ 마주친 거대 경제권을 보며/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농업 고개’ 마주친 거대 경제권을 보며/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자유무역협정(FTA), 관세동맹, 공동시장, 경제연합. 세계적으로 추진되는 경제 통합의 다양한 형태다. 유럽연합(EU)이 경제연합 사례인데 부분적 화폐 통합까지 이루었고 하나의 유럽을 지향한다. 그런 거대 경제권 EU가 주춤거린다. 영국의 탈퇴 저울질, 그리스 채무위기, 중동·아프리카 난민 유입 등 하나의 유럽을 방해하는 사태가 연속되는데 최근에는 농업도 가세한다. 지난달 말 프랑스 낙농, 축산 농민이 중심이 돼 수일간 유럽 연결 고속도로를 봉쇄했다. 우유와 육류 가격 하락에 항의하며 인근 스페인과 독일에서 들어오던 수입 농산물 수송 차량을 돌려보냈다. 사람과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이 EU 최고 이상인데 이를 짓밟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EU 집행위원회는 농민 행동보다도 프랑스 정부 대응에 더 큰 우려를 보인다. 프랑스 정부는 축산 농가에 6억 유로(약 8000억원) 긴급자금 지원, 부채조정, 세금인하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이런 프랑스 정부 대응은 EU 공동농업정책의 통합 정신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 농업계는 공동정책보다 개별정책 강화 의지를 더욱 다지고 있다. 지난주 파리에서 만난 프랑스 양돈산업단체연합회 델체스코 전무는 품질이 다른 농산물을 공동정책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은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프랑스 축산물에 대해서는 개별 로고를 준비 중이고 이를 해외 수출품을 포함해 모든 프랑스산 축산물에 부착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역내 공동 로고 부착을 추진하는 EU 정책과 대치된다. 거대 경제권 EU의 오래된 경제 통합 행진이 힘든 ‘농업 고개’를 만났다.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협상이 성공하면 세계 국내총생산(GDP) 절반을 차지할 EU와 미국이 시도하는 거대 경제권이다. 프랑스 농업계의 강경한 태도는 이 새로운 거대 경제권 태동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한다. 지금까지 협상 진행 과정에서도 농산물 지리적표시제도가 첨예한 쟁점으로 부각됐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성공하면 세계 GDP 40%를 아우르는 미국, 일본 등 태평양지역 12개국이 추진하는 거대 경제권인데 ‘농업 고개’를 넘지 못한 또 하나의 경우이다. 일본 농산물 문제가 오랫동안 협상 진행을 어렵게 했다. 지난달 하와이에서 시도한 막바지 협상에서도 낙농품을 비롯한 몇 가지 농산물 시장 개방 문제가 협상 좌초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알려졌다. 농업 문제는 이처럼 이미 높은 통합 단계에 있거나 새롭게 추진 중인 거대 경제권 모두에게 넘기 어려운 고개가 된다. 농업이 지닌 정치성과 자유무역의 한계성을 엿볼 수 있다. 한국도 동시다발적 FTA 추진을 통한 경제 통합에 적극적인데 농업이 늘 중심 쟁점이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FTA 개방 효과로 농산물 수입은 증가할 것이다. 거대 경제권의 경험을 피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물론 지금까지도 대책은 있었지만 주로 농가 피해 보상에 초점을 맞추었다. 수입이 불가피한 실정에서 국민을 위해 좋은 농식품이 수입되도록 하고 국내 농산물과 공정한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수입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농식품의 안전성 등 소비자에게 초점을 맞춘 정책을 고려하되 그것이 국내 농업 경쟁력 향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프랑스 육류 산업의 국내산 로고 도입 주장은 하나의 시사점이 된다. 사실 프랑스보다 호주가 한발 앞서 유사한 제도를 시행했고 올해 7월 더욱 강화된 제도를 마련했다. 식품 원료의 원산지별 함량, 즉 국내산과 수입산을 각각 얼마만큼 함유한 식품인지를 로고를 통해 쉽고 분명하게 알려줌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돕는 것이다. 이는 국내 농민과 식품 가공업자의 품질 차별 노력을 유도해 국내 농산물 경쟁력 제고로 연결시킨다고 본다. 농업 선진국 호주, 프랑스가 이렇게 수입품 관리에 초점을 맞추어 적극적인 대책을 내세우고 있는데 농산물 수입국인 한국도 어떤 형태로든 수입 관리 대책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FTA를 통한 경제영토 확장이라는 국가 목표가 농업 고개 앞에서 주춤거리는 거대 경제권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사전에 치밀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요구된다.
  • [열린세상] ‘위로공단’을 위하여/박홍규 영남대 법학과 교수

    [열린세상] ‘위로공단’을 위하여/박홍규 영남대 법학과 교수

    마르크스의 ‘자본’을 미술관에서 낭독한다면 그것은 미술일까. 그 물음에 답도 하기 전에 누군가가 당장 구속하라고 외치고, 이어 경찰이 즉각 구속하지 않을까. 노동운동 탄압을 기록한 영화를 미술관에서 상영해도 마찬가지일까. 아무리 성실하게 열심히 노력해도 사람답게 살 수 없는 현실을 고발하는 기록 영화를 1000만명은커녕 서너 명이 아침 8시도 되기 전에 덩그런 영화관에 앉아서, 하루 한 번 상영이라도 해주니 너무나 고맙다는 저자세로, 무조건 봐 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보아야 하는 것도 한국이어서일까. 그렇게 본 임흥순의 ‘위로공단’은 지난 수십 년의 처절한 노동운동을 분노의 눈물을 철저히 배제하고 만든 탓에 더욱 처절하게 마음을 찢었지만, 노동자를 위해 노동자가 만든 노동자의 영화임에도 대부분의 노동자가 보지 않는 듯해 너무 안타깝다. 반면 벌써 1000만명이 보았다는 영화는 언제나 그렇고 그래서 이번에도 아무런 관심이 없다가 여성 독립군과 반민특위를 처음 묘사한 작품이라고 해서 본 다른 영화는 비록 할리우드를 모방한 활극이었지만, 노동운동과 마찬가지로 정의를 위해 싸우다 권력에 의해 탄압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반가웠다. 여성 독립군과 여성 노동운동가가 한 사람인데도 왜 노동영화를 보지는 않는가. 출연료가 수십억이라는 소위 스타들의 황당무계한 총칼 놀이가 없어서인가. 지난가을 부산영화제에서 내가 강연한 오리엔탈리즘이나 탈제국주의라는 주제와 가장 밀접한 것이 거기 처음 출품된 ‘위로공단’이었지만 ‘다이빙벨’의 영향이었을까, 아니면 아예 한국이어서였을까 수상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40년 전의 공순이부터 콜순이 등의 감정노동자, 동남아 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억압 상황에 이르는 보편적 노동사를 정확하고 냉정하게 기록한 영화였기에 인류 공통의 감동을 얻기에 충분했다. 인류가 대부분 노동자이고 노동자의 자녀이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의 ‘자본’이 낭독되는 세계 최고의 미술제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위로공단’이 은사자상을 받았다고 하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처럼 한때 화제였지만, 소위 미술 관계자는 물론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고 놀라운 일이었다. 지난 100년 이상 파리나 뉴욕 등의 화려한 유행을 따라 현대 미술이니 동시대 미술이니 하며 허위의 서양 가면을 떡칠하기에 모두 야단법석이지만, 베니스비엔날레도, 임흥순도, 밀레도, 반 고흐도 미술을 비롯한 모든 예술이 인간의 삶을 진지하게 다루는 것이라고 하는 지극히 단순한 진실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더욱이 그 삶을 파괴한 제국주의나 국가주의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도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이제 그 이상으로 베트남 전쟁에서의 학살이나 베트남인을 비롯한 이주민 결혼의 참상이나 이주민 2세에 대한 차별까지 우리의 아류 제국주의적인 침탈과 억압에 대한 영화 등의 예술이 나와야 한다. 그래서 혹시 지금 우리가 서양이나 일본의 제국주의를 모방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던져야 한다. 동남아 기업 진출이나 한류 진출도 그 일환이고, 그곳 사람들과 구별하기 위해 우리 자신을 열심히 백인처럼 성형을 하며 헬스장이나 골프장에 세월을 바치면서 영어로 영혼을 죽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물어야 한다. 그러려면 서양이라고 하는 것이 처음부터 제국주의적인 우월과 차별의 논리가 아니었는지,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최고라고 받들면서 그 모방에 미쳐 있는 것은 아닌지도 물어야 한다. 인문학이니 뭐니 하기 전에 플라톤, 카이사르, 니체, 하이데거 같은 사람들이 제국주의나 국가주의의 원흉이 아닌지도 물어야 한다. 세계의 미술관에서 ‘자본’이 낭독되고 ‘위로공단’의 아픈 노동이 인류를 위로하는데도 정작 우리 사회는 아직도 처벌의 위협과 냉담한 무관심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래서는 참된 세계 예술의 창조에 참여할 수 없다. 예술을 형식적으로 구분하고 그 가치의 척도를 서양에 두는 제국의 시대도 지났다. 중요한 것은 오로지 보통 사람, 노동자들이 어떤 억압이나 차별도 없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려고 하는 삶의 진실을 담는 예술의 창조, 아니 그 삶 자체다.
  • [열린세상] 사고를 막는 안전문화가 절실하다/이석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경영기획본부장

    [열린세상] 사고를 막는 안전문화가 절실하다/이석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경영기획본부장

    사회가 발전할수록 생명, 환경 그리고 안전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이를 위한 투자도 증가한다. 첨단기술은 우리가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혜택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우리가 신경 써야 할 현상과 위험 요소들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빠른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자동차는 그 속도에 맞는 제어장치와 에어백, 도로 조건이 필요하고, 거대 건축물은 그 규모에 맞는 안전기준과 감리가 필수적이며, 대형 선박은 수송 능력에 맞는 선체검사와 관제 시스템으로 관리돼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간이 실수를 하더라도 안전성이 확보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설계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고 발전시키는 탁월한 능력을 갖췄음을 인정하면서 한편 누구나 언제든지 실수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크고 복잡한 시스템에서는 예측하지 못한 오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의 실수나 기계적 고장이 발생하더라도 그것이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전에 여러 겹의 안전장치를 갖추어 놓아야 한다. 원자력 분야에서는 이를 ‘심층방어 철학’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런데 겹겹의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사고, 리조트 붕괴, 세월호 침몰과 같은 사고가 발생한다. 각각의 안전장치에 숨어 있는 오류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결합해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다중의 방어 체계가 일시에 뚫려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두고 ‘조직사고’라고 부른다. 조직사고 개념을 제시한 영국의 제임스 리즌 교수는 조직사고를 예방하려면 조직 전반에 내재한 다중 방어체계를 관리하는 수단이 필요한데, 유일한 방법은 안전문화를 정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강력한 안전문화로 무장된 조직은 다중의 방어체계를 스스로 허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숨어 있는 오류를 찾아내어 시정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발전하는 기술과 더불어 발생 가능한 사고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려면 기술적인 안전장치뿐 아니라 제도적·조직적으로도 다중의 심층 방어 개념을 보완하는 안전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안전문화의 개념은 1986년 구 소련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의 원인을 설명하면서 등장했다. 이후 30여년간 원자력 기술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안전문화가 강조되는 이유는 후쿠시마 사고에서와 같이 한 번의 사고로도 원자력 산업의 존폐가 갈릴 수 있고, 사고의 예방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안전문화의 정착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문화는 어느 개인보다는 그룹, 사회 혹은 국가와 관련되며 안전문화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본질에 맞게 바라보아야 한다. 개념과 가치가 조직이나 사회의 다수에 의해 인식되고 수용되며 실천될 때까지 문화가 형성됐다고 말할 수 없다. 안전문화는 최고 관리자가 정책을 발표하고 이를 여러 모임에서 반복한다고 해서 정착되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개개인이 일상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 ‘안전’을 최우선으로 인식해 이를 실천하고, 이러한 개념과 인식이 조직과 사회 전반으로 공통의 가치, 본질적인 행동양식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특히 조직의 취약성을 극복하려면 위험 요소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접할 기회가 많은 현장 종사자들이 안전문제를 찾아서 보고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행하도록 하는 것은 바로 조직,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역할이자 문화다. 안전문화의 기본은 문제를 인정하고 이를 교훈으로 삼는 데서 출발한다. 안전이 최우선인 조직 문화의 정착을 위해 개인은 눈에 보이는 위험이 없다고 해서 안전한 것이 아님을 인식하고 아무리 사소한 잠재적 위험 요인이라도 결코 이를 간과하거나 방치하지 않는 마음 가짐을 가져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안전한 원자력발전소는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가 없는 발전소가 아니라 문제를 많이 발견해 알리고 안전하게 조치하는 발전소다. 조직 스스로 개선해 나아가려는 과정에는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격려하되 은폐나 비리에는 단호히 대응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원전의 안전문화 형성에 긍정적 영향을 주어야 할 것이다.
  • [열린세상] 미국이냐 중국이냐/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미국이냐 중국이냐/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을 두고 ‘미국이냐, 중국이냐’라는 논쟁이 있었다. 지난 학기 말 수업을 듣는 대학생들에게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가, 중국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가”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3분의2가 “중국”이라고 손을 들었다. 왜 중국이냐고 되물었더니 학생들은 단순하게 “그저 지리적으로 너무 인접해 있고 경제적으로 이미 너무 크게 의존하고 있어 중국을 선택했다”고 한다. “왜 미국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한 학생들의 공통된 생각은 국가안보를 위해 주한미군이 있고 한국을 지켜 줄 국가는 미국뿐이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 세대를 짊어질 대학생들의 생각을 대략 정리하자면 국가안보는 미국이고 경제는 중국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해 보았다. 미국과 중국은 한국에 둘 다 가장 중요한 파트너 국가들인데 두 나라가 한국과 공유할 수 있는 가치가 크게 다른 것이 있다면 무엇이냐고. 어리둥절해하는 학생들에게 나는 “두 나라의 가장 뚜렷한 차이의 구분을 민주주의를 하고 있는 국가냐, 아니냐”라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답해 주었다. 다시 물었더니 이번에는 “미국”이라고 대답한 숫자가 역전되어 3분의2가 넘었다. 물론 필자의 강의를 들었던 학생들이 한국의 미래 세대 모두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주권국가인 한국이 패배적인 안보 콤플렉스에 빠져 주변국에 기대는 생각을 하는 것은 더더욱 안 된다. 다만 한국의 많은 사람이 하루가 다르게 사나워지고 있는 동북아 군사경제 안보를 지켜보면서 지나간 역사를 곱새기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로 느껴진다. 전쟁과 지독한 가난의 현장을 보지 않았던 한국의 미래 세대들은 주변국들과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지 대단히 헷갈리고 있다는 사실도 대학이라는 현장에서 목도하게 된다. 미국과 소련이 대립하던 냉전의 시대, 중국과 구소련과 국교가 열려 있지 않았던 시절에는 한국의 미래 파트너는 두말할 것도 없이 미국이었다. 한국의 해방을 앞당기고 북한의 침략과 중공군의 개입에서 자유와 경제적 번영의 기초를 놓게 해 준 국가는 분명히 미국이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의 상품이 중국과 러시아에 넘쳐나고 서울 명동에 중국인들이 활보하는 시대, 즉 한반도 주변국들과의 교류가 상전벽해라 할 만큼 확대되었다. 그만큼 주변국 관계도 복잡해진 것도 사실이다. 한국이 통일을 이룩하고 평화와 경제 번영을 이룩하자면 주변국 모두와 가까운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은 이미 정답으로 나와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안보와 경제 그리고 통일 그 모두가 한국이 이룩해 내어야 할 중요한 숙제이지만 절대 잊어서는 안 될 대명제는 동북아의 국가들이 궁극적으로는 민주주의를 공유하는 미래에 한국이 방점을 두어야 안보와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류가 시험해 본 여러 가지 통치이념 중에 인간의 생명과 인권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데올로기가 민주주의 이념이고 한국이 독재정치를 넘어 민주화를 성취하면서 그 귀중한 가치를 뼈저리게 체험했고 지금은 자유 민주주의를 향유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통치이념으로 하고 있는 미국, 과거사 직시를 제대로 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군국주의를 청산하고 70년 동안 민주주의를 실행하고 있는 일본 그리고 민주화된 한국, 더 나아가 중국마저 민주주의 열풍이 분다면 동북아의 미래는 훨씬 더 희망적일 것이다. 물론 러시아에 민주화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유럽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나 다름없는데 평화의 유럽연합을 이끌어 낸 배경에는 인권을 존중하는 자유 민주주의의 공헌이 컸다고 확신한다. 지정학적으로 반도인 한국이 지정학적 구속을 벗어나기 어렵다. 지리적 구속을 벗고 지정학적 중심에 서는 국제환경을 한국이 만들어 낼 때 국가안보와 번영이 보장될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새로운 생각 즉 한국이 지정학적 중심 즉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를 창출하는 선도적이고 적극적인 생각을 해야만 한다. 그 기저에는 민주주의를 공유하는 동북아시아의 창출을 꿈꿀 때 실현 가능한 동북아 평화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 [열린세상] 오락가락하는 에너지 정책/강태혁 한경대 교수·전 한국은행 감사

    [열린세상] 오락가락하는 에너지 정책/강태혁 한경대 교수·전 한국은행 감사

    지난 3일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청정 에너지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앞으로 15년간 탄소배출량을 2005년 기준으로 32% 줄이고, 풍력이나 태양광 등 청정 재생에너지 비중을 28% 증대시킨다는 것이다. 에너지 소비는 인류 생존과 발전의 절대적인 요소다. 복지 수준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이기도 하다. 그런데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면서 에너지 자원은 급속히 고갈돼 가고 있으며, 다른 한편 가장 중요한 에너지 자원인 석유·석탄의 소비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 반향으로 국제사회는 화석연료 사용 감축, 청정 재생에너지 생산 등 지구 살리기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것이다. 그러나 산업시설이 됐든 가정생활이 됐든 에너지 소비 패턴은 매우 관성적인 특성이 있기 때문에 한 번 길든 소비 패턴을 바꾸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러니 미국 정부는 탄소배출량 3분의1을 줄이는 데 15년이라는 장기간을 계획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우리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에너지 정책이 소비 패턴을 바꾸려는 근본적 구조개혁보다 겉으로 나타난 현상을 뒤쫓아 임시방편적 대책으로 고비를 넘기는 데 그치고 있다. 그러니 매년 반복되는 에너지 대책이 엄포성에 그치고 이렇다 할 성과 없이 겉도는 것 아닌가. 사례 하나. 지난 5일 서울시의 발표는 가히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의 진수였다. 서울시는 고급 택시제도를 시행하기로 하고 시범운영 차종을 발표했다. 놀라운 것은 시범운영 차종 2개가 모두 외국 고급 승용차라는 것이고, 그 이유는 국산차는 연비가 나빠서 탈락했다는 것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 자동차 생산 5대 강국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시의 교통정책이다. 지난 정부에서는 기름 값이 너무 오른다고 정부가 정유회사의 원가 분석을 하겠다고 한 일까지 있지 않았나. 에너지 정책이 소비구조 개혁이나 효율 증대를 위한 기술개발보다는 엄포만 놓기를 반복한 것 아니냐는 말이다. 사례 둘. 지난 7월 한여름 무더위를 앞두고 정부는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예년 같았으면 반소매 차림으로 땀을 뻘뻘 흘리는 에너지 절약대책 회의 모습이 TV 뉴스를 채우고 ‘엄포 반 사정 반’의 에너지 절약 시책 홍보활동에 열을 올렸을 법한데, 전기요금을 깎아 준다고 했다. “수요 증가와 여름철 기상 불확실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석연치 않은 배경을 설명했다. 그런데 그 시혜적 베풂은 끈적끈적한 장마철 바람만큼이나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사례 셋. 우리 경제의 에너지 원단위가 너무 높다. 소득 1단위를 벌어들이는 데 소비되는 에너지양을 에너지 원단위라고 한다. 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에너지 원단위는 한국을 100이라고 할 때 일본 70, 영국 50, 미국 9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80 수준으로 조사되고 있다. 한국이 국민소득 1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전기량 100을 소비한다면 일본은 70밖에 안 쓴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일본 회사와 경쟁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코미디다. 에너지 정책의 근원적 함정은 왜곡된 전기가격 구조에 있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이웃 일본의 3분의1 수준이다. 공장이나 사무실에서 쓰는 전기는 가정의 4분의3 수준으로 싼값에 공급한다. 값싼 전기를 수십 년 쓰다 보니 산업계는 에너지 절약의 유인이 없다. 그러니 우리나라는 전기생산량의 60%를 산업시설이 소비하게 됐고 에너지 고소비 산업구조가 고착화됐다. 이런 전기 수요에 맞추려다 보니 발전소 건립이 더 많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 왜곡된 에너지 가격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매번 반복되는 정부의 변명은 산업 경쟁력 걱정이다. 그러나 산업의 경쟁 체질을 구조적으로 키우는 길은 에너지를 절약하는 기술 개발에 있다. 기술 개발 대신 일자리를 볼모로 에너지 가격 특혜가 너무 길어졌다. 특혜에 안주한 산업은 경쟁력을 키우려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다. 국제 유가가 안정적인 요즈음 같은 절호의 기회는 두 번 세 번 오지 않는다.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그것이 만성적인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가는 길이기도 하다.
  • [열린세상] 청소년을 法파라치로부터 지키자/이호열 고려대 언론대학원 AMP 주임교수

    [열린세상] 청소년을 法파라치로부터 지키자/이호열 고려대 언론대학원 AMP 주임교수

    유니세프가 세계 29개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학업 스트레스가 최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학업 스트레스 지수는 50.5%로 청소년 두 명 중 한 명 정도는 공부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에는 새로운 유형의 스트레스가 등장한바 일부 로펌이 청소년들에게 저작권 침해에 따른 처벌을 고지하는 내용 증명이나 이메일을 보내 겁을 주고 합의금을 내도록 유도하고 있다. 2007년 11월 15일에는 실제로 학업에 몰두해야 할 전남 담양의 한 고등학생이 인터넷에서 소설을 내려받은 행위에 대한 합의금을 마련하려고 고민하다 목을 매 자살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1957년에 제정된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권리침해 구제 방법과 관련해서는 저작권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가 원칙이었으나 2006년 저작권법 개정에서 일부 저작권 침해행위가 비친고죄로 변경되면서 저작권자가 아닌 제3자, 즉 합의금을 노리는 자들의 형사고발이 남용되고 있는 것이다. 현행 저작권법 제140조는 영리를 목적으로 또는 상습적으로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 저작물 작성 등의 방법으로 저작재산권을 침해한 경우를 비친고죄로 규정하고 있다. 종래 저작권법이 친고죄를 원칙으로 했던 것은 저작권의 인격적 성격을 고려한 측면도 있지만 대부분의 침해행위는 개인적 또는 사적 이용을 위해 일회적으로 행해진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었다. 그러나 저작권이 산업화되고 침해행위도 반복적, 조직적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아짐에 따라 비친고죄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게 됐고, 2007년 4월에 타결된 ‘한·미 FTA 협정 제18.10조 제27항 바호’에서도 ‘고의에 의한 상업적 규모의 저작재산권 침해에 대하여는 형사 처벌과 관련하여 당사국은 권리자 기타 관계자의 고소 또는 고발 없이도 직권으로 형사절차를 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저작권법 제140조를 친고죄로 개정하지 않는 한 본 조항은 우리의 청소년들을 포함해 수많은 저작권 이용자들을 법파라치들의 먹잇감이 되게 하는 민생 악법임을 직시해야 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3년 저작권법 위반 사건 접수는 2만 6440건으로 그중 학생에 대한 고소 건수도 1257건에 이른다고 한다. 일부 로펌들은 아르바이트생을 대거 고용해 조금이라도 침해의 의심이 있는 이용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이메일을 발송한 뒤 정해진 가격에 합의를 요구하고 합의를 하지 않을 경우 전과자로 만들겠다며 협박을 가해 폭리를 취해 왔다. 당시 알려진 합의금 가격표는 청소년 50만~80만원, 대학생 80만원, 성인 100만원 정도였다. 저작권법 제140조 비친고죄 조항은 저작권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저작물 이용자들을 예비 범죄자로 규정할 소지가 있어 형벌권의 남용을 초래하고 있다. 법파라치들과 일부 로펌들이 저작권자로부터 제대로 위임도 받지 않고, 저작권 위반 사례를 마구 뒤져 저작권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은 청소년들을 무차별적으로 고소, 고발하겠다고 협박을 한 후 합의금을 받아 내는 장사를 해오고 있는 현실을 좌시해선 안 된다. 일반 범법 행위와 달리 저작권의 경우 권리를 침해당한 피해자는 손해배상만 받으면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바 저작권자의 의사에 반해 수사가 이루어지거나 제3자의 고발권을 인정하는 것은 저작권 제도의 의의나 저작권의 인격권적 성격에도 부합하지 아니한다. 문화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저작권자가 창작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게 하는 것이 우선이지 정부와 수사기관이 일부 로펌과 저작권자들의 합의금 장사에 이용되는 현실을 방치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아니하거나 피해가 매우 경미함에도 수많은 청소년을 예비 전과자로 낙인찍는 일은 없어야 한다. 중범죄는 저작권 침해 금액이 180일 이내 2500달러, 경범죄는 1000달러 이상인 경우에만 형사처벌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를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 [열린세상] 도발로 잃은 것밖에 없는 북한/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대외협력실장

    [열린세상] 도발로 잃은 것밖에 없는 북한/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대외협력실장

    도발을 단행하는 쪽은 항상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도발을 단행한다. 잃는 것이 많다고 판단되면 도발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합리적 행위자나 비합리적 행위자 모두 이러한 판단에서 예외를 보이지 않는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도발을 통해 얻은 결과가 실보다 득이 많았다면 합리적 선택으로, 실이 득보다 많다면 비합리적 선택으로 평가될 뿐이다. ‘방어’ 논리나 ‘선제공격’도 비슷한 맥락에서 작동된다고 볼 수 있다. 공격용 무기보다 몇 배로 더 비싼 방어용 무기를 구입한다거나 상대방의 공격이 명약관화하다면 내가 당하기 전에 먼저 그 의지와 능력을 분쇄하겠다는 전략 모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합리적 계산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지난 4일 경기도 파주 인근 비무장지대에서 목함지뢰 도발로 북한은 무엇을 얻고 잃었는가. 북한은 목함지뢰 도발로 실보다 이득을 많이 얻었는가. 불행히도 예상하지 못할 만큼 큰 손실을 자초했다. 첫째, 김정은 체제에 들어와서 북한은 비무장지대(DMZ) 내에 군사훈련을 강화하고 이 과정에서 비무장지대 안의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하면서 정전협정 위반을 반복해 왔다. 더욱이 남방 군사한계선에 지뢰를 매설한 것은 명백한 정전협정 제1조 1항 위반이다. 쌍방이 MDL에서 2㎞씩 후퇴해 비무장 지대를 설정하여 완충지대로 함으로써 적대행위를 방지한다는 내용 등 비무장지대 설정의 목적과 정신을 철저히 부정했다. 이는 비무장지대의 국제평화공원 조성에 더 큰 국내외 지지와 힘을 얻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셈이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최악의 비인도적인 무기로 분류되는 대인지뢰를 북한이 여전히 생산하고 매설해서 인명을 살상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국제사회에 알림으로써 북한의 인권 수준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 되어 버렸다. 둘째, 북한은 지난 14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담화를 통해 “군사적 목적을 필요로 했다면 막강한 화력수단을 이용하지, 3발의 지뢰 따위나 주물러댔겠는가”라고 주장했는데, 북한은 이를 통해 지뢰 매설의 목적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되었다. 즉, 지뢰는 군사적 목적 이외에 다른 목적이 있음을, 다시 말해서 남남 갈등을 조장하는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꼴이 된다. 지뢰 폭발 이후 열흘이 지나 북한은 자신의 소행이 아니라는 뒤늦은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북한의 주장과 반박은 사실보다는 억지 주장에 기초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남 갈등의 파급 효과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겨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괴담’만 부추겼을 뿐이다. 그러나 북한은 ‘최고 존엄과 북한체제’에 가장 위협이 된다고 인식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시키는 원하지 않는 결과를 얻게 되었다. 셋째, 북한이 확성기를 타격하겠다는 경고와 더불어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시작된 다음날, 개성공단에서는 약 6개월에 걸친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최저임금 5% 인상안이 타결됐다. 이틀 뒤인 8월 20일 UFG 정부연습이 끝나는 날이자,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기념식 참여가 발표되는 날에 2차례에 걸쳐 화력도발로 맞섰다. 우리의 대응사격이 있자, 북한군 총참모부는 48시간 내에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지하고 모든 수단을 전면 철거할 것을 요구했다. 김양건 노동당 비서는 대북 확성기 방송이 선전포고라면서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개선의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음을 밝혀 왔다. 이 같은 북한의 재빠른 화전양면술은 역설적으로 대북방송이 북한에 비물리적인 평화적 방법으로 북한의 태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우리 국민에게 심어 주는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 반대로 북한 스스로 북한사회가 얼마나 대북방송에 취약한가를 인정한 셈이 된다. 비록 북한이 분단 70년 8·15대화 제의를 하루 만에 거부했지만, 대화는 언제든지 열릴 수 있다. 위기를 고조시켜 누가 먼저 치킨(겁쟁이)이 되는가의 시대는 지났다. 하루하루가 빠르게 진행되는 21세기 스마트 시대에는 손실이 예상보다 크다고 계산된다면 재빨리 손절매를 하는 대담성과 용기를 보여야 한다.
  • [열린세상] 변호사의 성공보수/홍복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변호사의 성공보수/홍복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나라의 변호사 보수는 착수금(계약금)과 성공보수로 구성된다. 성공보수는 민사의 경우는 승소 판결, 형사의 경우는 구속영장 청구기각·보석석방·집행유예·무죄판결 등과 같이 의뢰인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왔을 때 변호사에게 지급하는 대가를 말한다.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할 때 의뢰인으로부터 착수금 외에 성공보수 특약을 해 민사는 소송물가액의 일정 비율, 형사의 경우에는 추가금을 받고 있다. 이러한 변호사 보수 체계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반세기 넘게 유지돼 왔다. 성공보수를 인정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으나 우리나라처럼 모든 종류의 소송 사건에 성공보수가 인정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더욱이 착수금과 성공보수의 산정 기준도 없으며 한도도 없다. 동일한 유형의 사건임에도 변호사마다, 로펌마다 달라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베일에 싸여 불투명하다. 불투명하기에 의뢰인의 변호사 보수와 업무 처리에 대한 불만과 불신은 물론 과세 당국도 변호사 소득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성공보수의 허용은 전관예우를 조장하고 전관예우는 사법 부패와 사법 불신으로 연결된다. 전관 변호사는 퇴임 후 많은 사건을 수임하고 성공보수로 초단기간에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 고위직 판검사들의 공직자 취임을 위한 청문회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 바 있어 사회적 지탄과 사법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5년 한눈에 보는 정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 수준이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라는 사실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은 수사·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무효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동안 사법개혁이 논의될 때마다 성공보수의 폐지가 논의됐고, 성공보수 약정을 금지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이 수차례 제출되기도 했으나 법조계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대법원도 종전까지 성공보수를 의뢰인과 변호사 간의 사적자치에 의한 계약으로 원칙적으로 유효한 것으로 보아 전관예우의 온상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만시지탄의 느낌이다. 이 판결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는 “보수의 결정은 사적자치의 영역이고 이를 없애면 착수금을 지급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자를 위한 불가피한 성공보수조차 체결할 수 없게 돼 직업 수행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강력히 반대하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률 지식이 부족하고 소송 절차에 대한 경험과 정보,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과의 성공보수 약정은 의뢰인의 궁박한 사정을 이용한 불공정한 계약의 전형이다. 또한 국가형벌권의 공적 실현이라 할 수 있는 수사와 재판의 결과를 놓고 단지 의뢰인에게 유리한 결과라고 하여 이를 임의로 ‘성공’이라고 정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상당한 금액을 수수하는 것은 사회적 타당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인권 옹호와 사회 정의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 및 윤리성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형사사건에서는 성공보수제도를 금지하는 게 마땅하다. 사법부의 신뢰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대부분 성공보수 계약을 무효로 보고 있다. 대법원은 형사사건의 성공보수 약정에 한해 무효로 보고 있으나, 이를 계기로 민사사건의 변호사 보수체계도 정비해야 한다. 사법권은 법조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변호사의 활동에 대한 보수 결정 방식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확립됨으로써 사법제도의 운용과 변호사의 역할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와 만족도가 한층 높아질 수 있어야 한다.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거액인 착수금과 성공보수로 구분한 변호사의 불투명한 보수체계를 시간제 보수제로 전환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 [열린세상] 물부족 시대-치수를 위한 사고의 변화 필요하다/이선우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물부족 시대-치수를 위한 사고의 변화 필요하다/이선우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

    올해 유례없는 가뭄에 시달리면서 아프리카에서나 봄직하게 논바닥이 쩍쩍 갈라 터진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장마와 태풍이 오면서 물걱정은 해소됐지만, 소양강댐이 바닥을 내보이고 전국의 댐 저수량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뭄이 한창이던 7월 21일자 기록을 보면 한강수계 다목적댐 저수량은 14억 9000m³로 예년의 57% 수준이었다. 우리나라는 매년 내리는 비의 70%가 유실돼 1년 총강우량의 30%를 댐이나 저수지 등에 담아 용수 공급에 사용하고 있는데, 강우량마저도 적다면 이야기는 매우 심각해지는 것이다. 지난 7월 21일 시점으로 한강수계의 올해 댐 강우량은 295㎜로 예년 대비 48%였으며, 소양강 댐은 283㎜로 49%, 횡성댐은 267㎜로 33%였으니, 가뭄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농업용수의 부족으로 전국 5개 시·도, 39개 시·군의 논밭 7358㏊에서 가뭄이 발생했고, 생활용수도 부족해 37개 시·군·구 167개 마을 5만 1245가구 11만 7430명을 대상으로 비상급수를 시행했다. 이런 가뭄이 계속됐더라면 수도권의 2000만 주민들에게도 제한급수가 실시됐을 것이며,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주를 이루는 수도권 주민들의 불편함은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를 막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가뭄 지역의 세부 현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면서 용수비축을 선제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비상 상황에 대비했다. 예로부터 치수 능력은 국운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국가 역량의 하나였다. 우리가 잘 아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도 치수와 이수를 위해 마련됐으며, 영국과 프랑스도 물 관리를 위해 지대한 노력을 경주했음을 그들의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지금까지 댐과 저수지 등을 지어 저수량을 늘림으로써 안정적인 용수 공급을 꾀해 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 전체의 총용수량 대비 저수량을 고려하면 성공적인 공급 관리를 해 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수요 대비 공급량을 100% 맞추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댐을 짓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환경단체나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을 유발해 국력을 소모시킬 필요는 없어 보인다. 충분한 치수 능력을 보유한 만큼 이제는 치수와 이수를 위하면서도 환경을 고려하고 유실되는 빗물을 보관해 둘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가 됐다. 물 부족 국가가 될 것이라는 경고를 국제기구로부터 받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비가 내려줄 것을 기다리며 하늘에 제를 지내는 모습을 반복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동안 정부 주도로 물 관리를 해온 만큼 이제는 소비자인 국민들이 나서 수요 관리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때다. 정부도 저수량을 늘리기 위해 새로운 댐을 짓느라 불필요한 갈등을 발생시킬 필요 없이 공급 중심에서 수요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또한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은 저수량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1차적으로 기초자치단체별로 책임지도록 유도한 다음 광역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협업해 지원하는 형태로 수자원 관리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저수량 확보를 위해서는 빗물을 저장하기 위한 시설물을 만드는 것이 첫 번째 작업이 될 것이다. 주택의 경우 집집마다 비를 담아 둘 수 있는 저장고를 만들도록 하고, 아파트는 가구수에 준하는 빗물저장고를 확보하는 것을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도로를 건설할 때 빗물 저장고를 함께 건설토록 하고, 최소단위 행정구역별로 공동 사용을 위한 빗물저장고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수분 증발이 심한 침엽수를 활엽수로 바꾸고, 수도요금의 인상도 일부 필요하지만 독일처럼 하수사용량에 비싼 요금을 부가하는 것도 물 부족을 막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저소득층 가정에서 생활에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정책 관리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기존의 다목적 댐은 리모델링을 통한 치수와 이수의 극대화를 꾀해야 한다. 물 관리는 용수 확보를 위해 댐을 짓는 등의 공급 관리 체제에서 수요 관리 방식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향후 물 부족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 [열린세상] 광복과 분단의 소중한 교훈/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부장

    [열린세상] 광복과 분단의 소중한 교훈/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부장

    내일은 조국이 광복되고 분단된 지 70년이 되는 날이다. 민족사에서 광복만큼 큰 기쁨은 없었고 분단만큼 큰 아픔도 없었다. 광복을 우리의 힘만으로 쟁취하지 못했기에 큰 아쉬움이 남으며, 분단 또한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정됐기에 회한이 밀려든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70년을 안타까워하고 뉘우치고 때로는 한탄하며 보냈다. 하지만 비록 조국은 분단됐지만 국가 정통성은 한국에 의해 보존됐다. 더욱이 지난 70년간 한국은 세계사에서 유례없는 고속 성장과 민주화의 발전을 이룩했다. 1648년 근대 국가체제 성립 이후 국가의 평균 수명이 채 20년이 넘지 못하고, 종전 이후 한국만큼 성장한 국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한국의 지난 70년은 경이와 축복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의 현실은 지난 70년의 기적에 자족하며 안주할 정도로 그리 녹록지 않다. 국가의 성장은 지체되고 있고, 사회적 갈등은 국가의 권능과 제도의 기대를 넘어서고 있다. 심지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북한의 안보 위협 속에서, 그리고 주변 강대국들과의 치열한 국익 다툼 속에서 때로는 국가의 생존에 대한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역사는 되풀이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들은 되풀이한다”라는 볼테르의 말처럼 이 땅의 우리가 무엇인가를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우리 한국은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가. 아마도 이에 대한 해답은 우리 조국이 걸어온 광복과 분단, 그리고 이후의 70년 역사 속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미래를 알고 싶거든 과거를 보라”라는 처칠의 잠언(箴言)처럼 말이다. 첫 번째 교훈은 국가의 최우선적 목표는 바로 생존이라는 점이다. 생존 없이는 번영도 없다. 냉엄한 국제정치 현실에서 국가의 생존은 국력에 달렸다. 구한 말 우리의 조상은 국제정세의 흐름과 우리의 능력을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오로지 실체 없는 도덕적 이상과 기약 없는 타국의 호의에만 의지했다. 그 결과 1904년 러일전쟁 직후 이토 히로부미가 고종 황제에게 주권 포기를 강요하는 진실의 순간이 찾아오고야 만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일본이 그랬듯이 근대화를 통한 국력 배양에 힘썼더라면, 국가의 생존은 부국강병을 통해 쟁취해 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우리는 패망이라는 역사적 전환점을 비켜 나갔을지 모른다. 또한 광복이라는 단어가 낯선 세상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국력 배양이 생존과 번영의 충분조건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소중한 교훈이다. 국가의 능력은 상대적이다. 따라서 국력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의 문제가 중요하다. 즉 국가가 선택한 정치체제하에서 지도자가 어떠한 국가 전략을 어떻게 추진해 나가느냐를 통해 국력 운용의 성패는 결정된다. 분단 이후 근 20년 동안 북한의 경제력과 군사력은 한국보다 상대적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이후 반세기 만에 북한은 지구촌의 대표적 실패 국가로 전락했다. 국가의 안위는 위태롭고 주민들은 굶주리고 있다. 북한이 후진적 정치체제를 고수하며 잘못된 국가 전략과 퇴행적 리더십을 견지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디로 그리고 어떻게 가야만 하는가. 해답은 통일에 있다. 통일은 한민족 공동체의 평화로운 생존과 번영에 소중한 기반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보다도 국력 강화를 위해 배전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통일을 위해서는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와 협력 그리고 국제사회의 지지와 공감대 확산이 중요하다. 국력의 신장만이 외교 역량을 키울 수 있다. 외교를 위한 나침반으로 정교한 국가 대전략도 필요하다. 이 속에 통일 청사진과 함께 민족의 지속 가능한 번영을 위한 혜안들이 담겨야 한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86%는 통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민의 기대를 실현해야만 하는 냉엄한 책임이 이 땅의 지도자들에게 있다. 통일이 되는 날, 분단은 종식되고 우리는 제2의 광복이라는 또 다른 역사의 진실의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광복 70년이 되는 이날 그러한 벅찬 환희를 고대한다.
  • [열린세상] ‘시장유동성 부족’에 대응할 때다/강태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미특임파견관

    [열린세상] ‘시장유동성 부족’에 대응할 때다/강태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미특임파견관

    금융안정위원회(FSB). 글로벌 금융 불안 리스크를 누구보다 먼저 감지해 내는 파수꾼이다. 주요국 중앙은행, 금융규제 당국자 모임이다. 요즘 걱정거리 일번은 ‘시장유동성 부족’ 문제다. 아이로니컬하다. 양적완화 정책 7년이 유동성 부족을 초래했다니. 대규모 유동성이 ‘발행시장’으로 유입된 것은 맞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매월 신규 발행 국채를 대량 매입했으니까. 문제는 막상 ‘유통시장’에서 거래하려는데 이를 뒷받침해야 할 돈(시장 유동성)이 크게 모자란다는 점이다. 은행의 ‘맏형 역할’ 위축이 가장 큰 이유다. 금융회사가 팔려고 내놓은 채권을 군말 없이 받아 주던 빅브러더가 은행이다. 유통시장의 불꽃을 꺼뜨리지 않고 계속 타오르게 하는 ‘시장 조성자’ 역할 말이다. 시장 조성을 하자면 위험채권 보유가 불가피하다. 그래서 위험에 해당하는 자본을 따로 쌓는다. 문제는 한층 강화된 바젤 III 규제가 더 많은 자본 적립을 요구하는 데 있다. 비용이 증가하고 수익성이 떨어진다. 은행은 보유채권 재고량을 줄여 대응한다. 올해부터 도입될 바젤 유동성 규제도 시장 조성 기능에 걸림돌이다. ‘소매예금’은 위기가 닥쳐도 10%만 인출되는 걸로 본다. 그런데 ‘금융회사 예금’은 100% 이탈률이 적용된다. 금융회사 간에 예금을 주고받을 인센티브가 반감된다. 미국 최대 은행 제이피 모건이 헤지펀드 예금 1000억 달러를 포기한 사연이다. 바젤 III 자본규제는 자산 측면(위험채권 재고 축소)에서, 유동성 규제는 부채 측면(예금유입 감소)에서 은행을 옥죄어 시장유동성 부족을 초래하는 거다. 리스크를 줄이려 도입된 글로벌 규제가 정작 시스템적 리스크를 더 키운 꼴이다. 시장유동성 부족이 시스템 리스크로 증폭되는 연결고리 한가운데 자산운용사가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 업계는 초유의 호황을 누리는 중이다. “자산운용 업계는 전 세계에서 수익률이 가장 높은 사업이다.” 보스턴컨설팅 보고서 평가다. 운용자산이 2014년 기준 74조 달러(약 8경 4000조원)다. 사상 최대 규모다.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 스트리트, 피델리티, 알리안츠 등 10대 회사 자산운용 규모가 글로벌 10대 은행과 맞먹는다. 블랙록 한 회사의 운용자산 크기가 4조 8000억 달러다. 미 연준이 2009년부터 7년간 양적완화 정책으로 퍼부은 4조 달러보다 크다. 덩치가 커진 만큼 글로벌 시스템 전체에 미칠 파괴력도 만만치 않다. 시스템적 리스크 단초는 자산운용사에 맡긴 돈을 투자자가 만기 전에 대량 인출하면서 시작된다. 환매 요청에 응하려면 자산운용사는 보유 자산을 급히 처분해야 한다. 희망하는 가격에 사 줄 상대방은 선뜻 나서지 않는다. 시장유동성이 고갈됐기 때문이다. 마음이 다급해진다. 손해를 보더라도 헐값에 투매한다. 대량투매 자산이 은행채권이면 시스템 위기로 가는 건 시간문제다. 멀쩡하게 잘나가던 은행이 발행한 채권인데 한순간 가격이 폭락한다. 영문도 모른 채. ‘거래 상대방을 찾지 못할 리스크’(=시장유동성 부족 문제)는 2008년 글로벌 위기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 금융안정위원회 평가다. 다음번 글로벌 위기 촉발 접점으로 자산운용사를 지목하고 긴장하는 이유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는 신흥시장국에서 ‘외국인 투자자’로 통한다. 국제금융시장에서 불길이 시작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 채널을 통해 신흥시장국으로 번질 위험성과 파괴력이 종전보다 더욱 커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몇 가지 아이디어가 대응 방안으로 논의된다. 우선 투자자의 중도 환매권리 행사를 위기 상황에서는 일시 정지시키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자산운용사가 평소 지니고 있어야 하는 ‘여유 유동성’ 규모를 늘리도록 의무화해 투자자 환매 요구에 대응할 능력을 키우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노후생활을 대비한 재원 마련 수요 증가가 폭발적이다. 국내 자산운용 업계 규모(685조원·2014년 말)는 블랙록의 12%에 불과하다. 시장 규모를 키워야 한다. 하지만 시장 확장은 위험 확산과 동의어다. 국내 자산운용업 발전과 시스템적 위험 제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 어려운 게임이다. 중앙은행과 금융규제 당국이 촉(觸)을 세워야 할 이유다.
  • [열린세상] 뉴허라이즌스호의 성공과 우주탐사 3.0 시대의 개막/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연구단장

    [열린세상] 뉴허라이즌스호의 성공과 우주탐사 3.0 시대의 개막/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연구단장

    무더위가 한창이던 지난달 14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심우주 탐사선 뉴허라이즌스호는 9년 동안 45억㎞를 비행한 끝에 명왕성의 1만 3000㎞ 앞까지 근접해 선명한 사진을 보내왔다. 뉴허라이즌스호의 성공은 우주탐사의 3.0 시대를 여는 뜻깊은 이정표라고 볼 수 있다. 1960~70년대 아폴로 우주선의 달 탐사가 우주탐사 1.0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면, 1980년대 우주왕복선의 개발과 1990년대 국제우주정거장 건설은 2.0 시대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2015년 뉴허라이즌스의 성공은 우주탐사 3.0 시대의 개막이라고 볼 수 있다. 우주탐사 3.0 시대의 특징은 소형화된 고성능 첨단 장비로 무장해 태양계와 심우주의 생성 기원과 생명체를 탐사한다는 데 있다. 우주탐사 3.0 시대는 이미 우리에게 성큼 다가오고 있다. 1.0과 2.0 시대에 닦은 기술과 경험으로 다양한 분야의 과학적 탐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3.0 시대의 선두 주자인 뉴허라이즌스 탐사선은 무게가 478㎏으로 미국 NASA 기준에서는 소형급이지만 각종 최첨단 장비를 탑재해 심우주에서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주 탑재체인 망원관측카메라(LORRI)는 무게가 8.6㎏에 불과하지만 1만 3000㎞ 거리에서 허블망원경보다 뛰어난 50m 해상도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또한 탑재한 방사선동위원소전지(RTG)는 10.9㎏의 산화플루토늄-238을 이용해 약 200W의 전력을 20년 이상 생산하여 심우주 탐사를 가능하게 한다. 뉴허라이즌스의 쾌거 10일 후 전 세계는 또 다른 우주과학의 경이로운 발견에 흥분했는데 2009년에 발사된 케플러망원경이 지구로부터 1400광년 떨어진 항성 주위를 도는 지구형 행성을 발견한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발견된 5000여개의 심우주 행성 가운데 지구와 가장 유사한 행성이어서 의미가 크다. 이러한 발견에는 100만분의1의 항성 빛의 세기를 구별할 수 있는 고성능의 센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태양계에서 생명체 탐사에 가장 앞선 선두 주자는 2012년에 화성에 착륙해 활약하고 있는 큐리어시티 로버다. 로버의 임무는 화성에 착륙해 기후와 지질조사를 수행하여 물의 존재와 역할을 파악하고 생명체의 존재 여부에 대해 탐사하는 것이다. 운이 좋다면 큐리어시티 로버가 수년 내 발견할 수 있고, 아니면 그다음 화성 탐사 로버인 마즈 2020 로버가 분명히 화성의 생명체 존재 여부에 대한 확실한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화석 형태의 미생물 화석을 발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우주탐사 3.0 시대의 과학기술과 발견은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래에 미칠 것이다. 그 방향과 구체적인 내용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것이 창조되는 것이며 경제적으로도 이익이 될 수 있다. 예측이 가능하다면 새롭지 않은 것이요, 또한 경제적으로도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주탐사 3.0 시대의 새로운 환경이다. 예를 들어 이러한 우주탐사 3.0 시대에는 고성능 탑재체의 활약이 중요한데, 최첨단 탑재 장비는 다른 우주탐사는 물론 산업, 환경, 의료, 안보와 국민안전 분야에 응용돼 널리 쓰일 수 있다. 특히 정보기술(IT)이 발전한 한국에는 최적의 신산업 분야가 될 수 있고 상대적으로 투자비용이 적으므로 젊은 과학기술자들이 바로 창업으로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화성에서 살아 있는 미생물이나 고대 생물체의 화석이 발견된다거나, 먼 지구형 행성에서 우리에게 보내는 전파가 포착된다면 지구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이 발견은 50만년 전 우리의 원시인 조상이 불을 발견한 이래로 가장 큰 발견이 될 것이다. 아마도 지구상의 모든 종교, 철학, 과학은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고 이에 따라 문학과 예술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현재의 우주탐사는 우주 자체와 우주 생명체의 기원을 연구하는 깊은 철학적 의미를 가지고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달 탐사도 우주탐사 3.0 시대에 걸맞은 첨단 고성능 탑재 장비를 싣도록 노력하고, 우주의 기원과 우주 생명체 존재 여부를 알기 위한 인류의 노력에 동참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 [열린세상] 복지제도, 허리를 두텁게 해야 한다/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열린세상] 복지제도, 허리를 두텁게 해야 한다/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지난 총선과 대선은 복지논쟁이 다른 이슈를 집어삼킨 선거였다. 대선 직후 기초연금 도입 방식을 둘러싸고 큰 홍역을 앓았다. 기초연금 문제가 일단락된 후에는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로 1년 가까이 나라가 시끄러웠다. 그러는 사이 다음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복지논쟁 시즌2’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연금제도 도입 역사는 최소 60년이 넘는다. 제도가 오래되다 보니 노인이 가장 부유한 세대다. 고성장 시대의 관대한 연금혜택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OECD 대한민국 정책센터 사회정책본부’가 개최한 국제회의에서 발표된 OECD 최신 보고서는 빈곤 문제가 노인에서 청년으로 옮겨 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청년 빈곤 문제를 푸는 데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전 국민 대상으로 국민연금이 확대된 시점이 1999년 4월이다. 16년에 불과하다 보니 노인 빈곤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모든 노인들이 가난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빈곤한 노인이 많으나 우리 역사상 가장 부유한 노인도 적지 않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우리나라 노인들이 모두 가난한 것처럼 사실이 왜곡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날로 심화되는 소득 양극화, 가장 어려운 집단에 집중된 무상복지 혜택 탓에 중간에 낀 어정쩡한 중하위 소득계층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가 조금만 도와주면 숨통이 트일 집단에 대한 복지 혜택이 많지 않다. 복지 지출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국민의 복지 체감도가 낮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복지 혜택이 돌아가도록 우리 사회의 인프라를 재구축할 때가 된 것 같다. 진짜 생활이 곤궁한 노인이 얼마나 되는지, 소득양극화는 어느 정도 심화됐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생산해 낼 때다. 소득불평등을 보여 주는 지니계수만 해도 정부 공식 통계와 일부 전문가가 주장하는 통계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조사 대상에 포함되는 부유층과 재산의 범위 때문이다. 현실을 제대로 보여 줄 수 있는 통계 작성을 서둘러야 한다. 지난해 발간된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기준으로는 우리나라 소득불평등이 일본보다 낮으나, 재산을 포함하면 일본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높은 노인빈곤율도 부동산 자산을 고려하지 않아서 나타나는 문제다. 연금 등 금융자산이 대부분인 여타 OECD 회원국들과 달리 부동산 자산이 대부분인 우리 현실을 고려하지 않다 보니 실제보다 노인빈곤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쉽게 수긍할 수 있는 통계 자료가 생산돼야 정부 정책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청년 문제를 다룬 드라마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취직이 어렵고 취직해도 계약직이 대부분이다 보니 미래 설계를 할 수 없다. 정부가 많은 대책을 내놓아도 출산율이 올라가지 않는 이유다. 앞날이 불확실한데 어떻게 결혼해 애를 낳고 살 생각을 하겠는가. 노인 빈곤 문제를 소홀히 하자는 말이 아니다. 전체 연령층에서 누가 진짜 빈곤한 집단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노후 소득 보장이 중요하다고 아무리 두터운 사회보장제도를 만들어 봤자 제도를 지탱할 젊은 세대, 즉 허리가 부실해지면 그 사회보장제도의 앞날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다가올 ‘복지논쟁 시즌2’에서는 생산적인 논쟁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복지, 특히 사회보장제도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 주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실패해도 국가가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해 준다는 기대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젊은 세대가 하고 싶은 일에 두려움이 없이 도전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창의성이 발휘되고 덩달아 국가의 생산성도 높아질 것이다. 그동안 주변 여건이 많이 변했다.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베이비붐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북유럽 소규모 복지국가의 전체 인구보다도 많은 숫자가 복지 수혜자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좋았던 봄날이 빨리 지나가고 있다. 더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은 국가적인 재앙일 뿐이다.
  • [열린세상] 선거제도 개편과 대한민국의 미래/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열린세상] 선거제도 개편과 대한민국의 미래/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선거구 획정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위원회가 국회의원 정수 문제를 들고나오더니, 이제는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빅딜설이 난무하고 있다. 임시국회가 개회되고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 개혁을 호소하고 나섰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지금 정치권의 가장 큰 관심은 오로지 자신들의 의석 확보에 유리한 선거 규칙을 만드는 데 멈춰 있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의원 정수가 늘어나 국민을 대표할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는 없다. 정부 예산의 0.2%에 불과한 예산만 쓰고 있는 국회가 더 커지고 강해져야 대통령과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다는 것도 말이 된다. 소선거구제의 치명적 맹점인 사표를 줄여야 대표성을 높일 수 있고, 비례대표의 수를 확대해 대의민주주의의 비례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것에도 동의할 수 있다.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후보자를 선출해야 당 지도부의 전횡을 막아 진정으로 국민이 원하는 후보를 선택할 수 있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특정 정치세력의 특정 지역 싹쓸이를 방지해 고질적인 지역주의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것도 맞다. 그런데 현실은 이론과 많이 다른 것 같다. 당리당략에 눈이 멀어 민생을 도외시한 정치권을 보아 온 국민에게 300명도 너무 많은 숫자다. 국회의원 숫자가 모자라서, 그리고 국회 운영의 예산이 모자라서 그동안 국회와 정치권이 일을 잘못한 것인가. 과도한 특권과 막말, 각종 낭비성 외유, 툭하면 의사 일정을 거부하고 거리로 나가는 국회의원들을 보면서 국민이 국회무용론이나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자는 것이 잘못된 일인가. 국회선진화법은 합의를 통해 국회를 운영하라고 만들어진 것이지만 이를 다수당의 발목을 잡는 데 악용하고 있는 현실을 국민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어 과도한 계파 갈등이나 지도부의 공천권 전횡을 막자는 오픈프라이머리는 제도 자체의 장단점은 있으나 공천권 오남용의 역사를 가진 우리 상황에서 시도해볼 만한 제도인 것은 맞다. 그러나 정당의 책임 정치를 약화시키는 한계도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비례성을 높이고 지역주의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맞지만 현실적으로는 정당이 비례대표 명부를 만드는 방법상의 문제와 당선자를 직접 국민이 선출하지는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이 모든 논의 과정의 결정적 문제는 마땅히 그 중심에 있어야 할 ‘국민’이 실종되고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게임의 규칙을 만들려는 정당과 정파들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행하게도 오늘날 한국 정치에서 정당들이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려면 설득력 있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치권의 진정성은 정말 국민의 입장에서 작금의 경제적 어려움을 헤쳐 나가고 서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을 시급히 마련하고 이를 법제화해 실천에 옮겨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 그래서 그 결과에 따라 국민에게 정정당당하게 심판받아야 한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담화를 통해 국민에게 각종 개혁에 동참해 양보와 희생을 진솔하게 요청하는 것은 첫 단계에 불과하다. 2년 반 전 대통령은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국민과 약속했다. 그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구체적 결과를 만들어 국민의 삶을 편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필요하다면 여야 정치권이나 경제인을 막론하고 어떤 협조라도 받아 내야 한다. 그것이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길이다. 국민도 지연과 학연, 혈연 등 연고주의와 지역주의에 얽매여 잘못된 선택을 하면서 정치권이 잘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잘못한 정치인과 정당에 대해서는 반드시 지지를 철회해 정치권이 스스로 최선을 다해 국민의 지지를 받도록 노력하게 해야 한다. 선거제도는 개선돼야 하지만 제도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제도의 장단점을 현실화시키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대통령, 국회의원, 모든 국민이 오늘날 우리 정치권을 이렇게 만든 공동 책임자들이다. 세계경제의 침체와 국내 산업의 경쟁력 약화, 무엇보다 정년 연장에 따른 청년 고용 절벽이 예상되는 이 시점에 각자 서로 탓하면서 헛된 공론에만 빠져 어느 것도 실천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 [열린세상] 응급실, 운영체계의 개혁이 필요하다/허대석 서울대 의대 교수

    [열린세상] 응급실, 운영체계의 개혁이 필요하다/허대석 서울대 의대 교수

    메르스 사태와 세월호 사고는 서로 다른 사건이지만 국민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충격과 경제적 타격까지 안겨주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건이 국민들에게 큰 불안감과 실망감을 안겨준 이유는 사회안전망으로 믿었던 정부 기관을 포함한 사회조직의 여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고에서 선박 안전관리, 선원들의 승객 대피수칙 준수, 재난대책본부, 해경의 구조 활동, 잘못된 언론보도 중 단 하나만이라도 정상적인 기능을 하였다면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슬픈 일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메르스 사태 또한 우수한 의료기술을 자랑하는 대형 대학병원의 응급실이 치명적 전염병 전파의 온상이 되어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만들기까지 국가방역, 병원감염관리, 응급의료체계, 언론의 재난 보도 수칙 준수 등 어떠한 것도 위기 상황에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급격한 경제 성장과 함께 정부와 대형병원들은 외형을 계속 키워왔으나 운영 시스템은 수십 년 전 틀을 대부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컴퓨터에 비유하자면 하드웨어만 확장하고 그에 상응해서 운영체계 소프트웨어를 개선하지 않아 일어난 혼란의 대표적인 예가 세월호 사고와 메르스 사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메르스 후속조치 관리계획’을 보면 응급 의료기관 감염 대응 시설과 장비확충을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응급병상 사이 칸막이 및 음압병상 설치 등 하드웨어에 치중되어 있고 운영체계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인구 1인당 응급 의료기관의 병상 수는 미국과 유사하고, 응급 의료기관 수는 일본보다 2배 많다. 급성기 입원 병상 수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에 비하여 1.8배가 넘는데도 불구하고 응급실을 방문한 중증 응급환자가 입원하기 위해서 응급실에서 3일간이나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은 응급 의료병상이나 입원 병상이 부족한 국가가 아니다. 중소 병원 응급실은 진료과별로 응급상황에 대응해야 할 전문의가 모자라 야간 및 주말 등 비상진료가 필요한 시점에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고, 수도권 대형병원은 환자들이 지나치게 몰려와 마비상태에 빠져 있다.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다양한 응급 의료기관이 유기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응급실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5년 사이에만 1조원 이상의 응급 의료기금을 국가가 지원하고 보건복지부가 ‘응급의료기본계획’을 확정해 시행하고 있으나, 상위 20개 응급실의 과밀화지수 (병실 수에 비해 환자가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는 지표)는 2013년보다 2014년에 더 악화되어 중증 응급환자가 입원하기까지 평균 10~37시간이 걸린다. 이 사실은 의료제도 운영체계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병상을 아무리 늘려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재차 확인시켜주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응급실에는 우리나라처럼 대기하는 환자가 거의 없다. 미국은 중증 환자 중심으로 의료보험이 지원되고 감기와 같은 경증 질환으로 응급실을 방문하면 고액의 의료비를 부담하게 해 응급 진료가 꼭 필요한 환자만 응급실을 방문하게 유도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대학병원 응급실은 중증 응급환자를 항상 수용할 수 있게 응급 병상뿐만 아니라 입원 병상의 10~15%도 빈 상태를 유지한다. 응급실을 이용해도 본인 부담이 없는 ‘무상의료’ 국가임에도 이런 운영이 가능한 것은 중증도에 따라 경증 환자는 중소 병원으로 이송시키는 권한을 의료진에게 부여하고 있고 국민들도 이런 정책을 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응급실을 이용하는 환자가 1000만명이 넘고, 이 중 70~80%는 비응급 경증 환자이다. 의료서비스는 표준화되어 있지 않은 반면 의료비는 큰 차이가 없어 대형병원 응급실로 환자들이 몰리고 있다. 그러나 응급실을 찾는 경증 환자를 통제하거나 중증 응급환자의 입원을 위해 이미 입원 중인 경증 환자를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시킬 수 있는 운영체계는 작동하고 있지 않다. 정부, 병원도 이제 시설 장비와 예산 부족 탓은 그만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의료제도, 의료운영체계 개선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다가올 위기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 [열린세상] 청년 창업자는 우리의 미래 자산/장영철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우리 경제는 2007년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겨 어느덧 3만 달러를 바라보고 있다. 자원이 부족하고 산업 기반도 거의 없어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안 되던 가난했던 나라가 수출 우선 정책을 통해 산업화와 경제성장에 성공했고, 1997년의 경제위기도 비교적 잘 극복한 결과다. 그러나 최근 우리 경제는 5분기 연속 1% 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저성장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고비용 구조를 극복하는 사회 시스템 정비는 아직 미진하고, 신기술 기반의 신성장동력 산업은 육성되지 못하고 있는 게 원인이다. 시장 규모는 작은데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는 많고, 저출산 고령화와 국민총생산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등으로 소비 여력까지 줄어들다 보니 기업들의 의욕은 위축되고 있다. 최근에는 구글 등이 개발하고 있는 무인자동차와 경쟁해야 하는 자동차 업계처럼 기업들은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다른 업종과 벅찬 경쟁을 해야 하는 어려움에 부딪히면서 경영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우리 경제를 이끌어 왔던 제조업 등의 산업과 수출의 경쟁력은 날로 약화되고 있다. 수출 대기업들은 국내보다는 해외에 투자하려 하고 국내에는 생력화(省力化) 투자, 비정규직 확대 등 노동력 절감에 신경을 쓰다 보니 고용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른바 좋은 일자리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최근 로봇 등의 기술 발전 속도를 볼 때 단순 일자리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전문직종마저도 사라질 위험에 놓여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성장잠재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더라도 이러한 구조적인 고용 불안을 해결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최고의 복지’인 일자리 불안으로 빈부격차는 확대되고 있고 미래를 불안하게 보고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우리 사회는 점차 ‘분노사회’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청년들의 취업난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유럽보다는 다소 낫기는 하지만, 우리의 청년실업률도 10%를 넘어서고 있다. 고용안정성이 사라진 결과 가계는 소득이 불안정해지고, 기업은 그동안 쌓아 온 귀중한 기술이나 경험자산들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 엊그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청년 일자리 문제가 미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지 않도록 우리가 받은 부모세대의 자식 사랑을 미래세대에게 베풀어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을 호소했다. 우리 모두 합심해 현 상황을 극복해 나가자는 절박한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른바 ‘좋은 일자리’가 진짜 좋은 일자리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시점에 왔다. 전 세계적인 정보기술(IT) 붐은 네이버, 카카오톡, 구글, 알리바바 등의 신생 대기업을 만들어 냈다. 최근의 한류 열풍은 드라마, 가요 시장은 물론 식품, 화장품 등에서 우리 기업에 새로운 시장 기회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는 우리 민족의 DNA 속에 있는 문화적 잠재력이 기업가 정신 및 신기술 역량과 결합하면 경쟁력 있는 새로운 산업이 창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도전 정신을 가진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오래 근무하기 어려운 대기업, 국민의 부담으로 운영돼 성과에 상응한 대접을 받기 어려운 공공부문 등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남보다 나은 능력을 바탕으로 창업에 성공하고 주변에도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여건이 된 것이다. 미국은 경영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 대부분이 창업을 목표로 하며 1980년부터 2005년까지 창출된 일자리 4000만개의 3분의2를 설립 5년 미만의 기업이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도 청년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전국에 설치된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같은 창업보육은 물론이고 창업 후 외부 위협에도 생존할 수 있는 구조, 실패하더라도 그 경험을 재기의 발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가 요구된다. 또 아이디어와 신기술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보고 성공시키려는 진정한 모험자본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혁신 능력이 있는 중소기업을 창업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제2의 한강의 기적’을 기대한다. 이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귀중한 미래 자산이 될 것이다.
  • [열린세상] 경제도 아픈 만큼 성장한다/이용걸 세명대 총장·전 기획재정부 차관

    [열린세상] 경제도 아픈 만큼 성장한다/이용걸 세명대 총장·전 기획재정부 차관

    최근 세계 경제 전망이 하향 조정되는 등 세계 각국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든 국가들이 단기적으로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장기적으로는 선진국 진입을 추구하지만 대부분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주식시장이 급락하는 등 경제성장이 예상보다 저조할 것으로 추정되고, 미국은 과감하게 추진해 온 양적완화 정책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고민이다. 유럽은 그리스 위기의 급한 불은 잡았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고 성장동력도 미약하다. 장기적인 측면을 보더라도 20세기 이후 선진국에 새로 진입한 나라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지난 몇 세기를 되돌아보면 한때 세계 최고의 부를 자랑하던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등도 시간이 흘러가면서 점점 경쟁력이 낮아진 경험이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비슷하다. 남아메리카의 국가들은 풍부한 지하자원에도 지속적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신생 국가들은 제각각 나라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지만 그다지 성공적이라 보기 어렵다. 당시만 해도 어떤 정책이 더 효율적인지 잘 알 수 없었다. 경제정책만 보더라도 수출 중심 또는 수입대체산업 중심, 경공업 또는 중화학공업 중심, 국가 주도의 경제정책 또는 시장중심의 경제정책 등을 놓고 다양한 조합으로 추진됐다. 각국이 활용 가능한 정책, 효율성에 대한 정보는 어떤 의미에서 제한적이었다. 요즘은 상황이 상당히 바뀌었다. 어떤 국가가 국가 발전을 위한 정책 컨설팅을 세계 굴지의 컨설팅 회사에 의뢰하면 아마 수천, 수만 쪽의 보고서가 제출될 것이다. 그 속에는 교육, 산업, 통화, 재정정책 등 그 나라 여건에 맞는 수많은 정책이 제시될 것이다. 컨설팅 결과에 따라 정책을 추진하면 국가 발전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여러 국가가 이러한 컨설팅 결과에 따른 정책을 추진하지 못한다. 왜 그럴까. 먼저 정책의 우선순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기 쉽지 않다. 둘째, 국민이 장기적인 성과보다는 단기적인 고충을 참기 어렵고 이를 설득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얼마 전 이런 일화를 들었다. 어느 대학에서 4개 학과의 기본 실험장비 구입비로 각각 연 500만원씩, 4년간 지원하기로 했다. 각 학과장은 연 500만원으로는 제대로 된 장비 구입이 어려우므로 1개 학과에 순차적으로 집중 지원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그러나 오랜 논의 끝에 애초대로 학과당 연 500만원을 집행하기로 했다. 전체를 모으면 어느 학과부터 먼저 할 것인가에 대해 합의하기 어려웠고 학과장들은 자신의 양보를 학과 교수 및 학생에게 설득할 자신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결정됐다. 누구도 비판받지 않고 그냥 지나간다. 잘된 결정과 그렇지 않은 결정의 성과는 상당 기간이 지나야 나타나고 실제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짜 점심이 없다는 경제학의 기본 원칙과 같이 연금, 교육, 의료정책 등 많은 개혁은 불가피하게 모든 또는 일부 국민에게 양보나 희생을 요구하게 된다. 이를 설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래서 현실 정치에서는 어려움을 돌파하기보다는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함으로써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1980년대 후반 우드로 윌슨 연구소가 주최한 국가 흥망 관련 세미나에서 한 발표자는 미국의 국가경쟁력 약화 원인은 “미국 정부가 국가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필요한 규율과 희생을 국민에게 요구할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위대함은 쉽게 사라지고 신은 항상 미국인의 편이 아니며, 번영이 자연의 법칙이 아니다”라는 말을 미국민이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해 왔고 많은 국가, 학자들이 이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혹시 우리는 무엇을 하든, 또 잠시 멈춰 서더라도 이러한 성공 신화가 지속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성공은 쉽게 사라지고 번영은 자연법칙이 아니다’라는 말이 지금 우리가 다시 새겨야 할 교훈이다. 국민의 희생, 아픔이 불가피한 개혁만이 미래 세대에게 우리가 물려받은 번영을 넘겨줄 수 있을 것이다. 아픈 만큼 우리 경제도 성장할 것이다.
  • [열린세상] 김정은 제1위원장, 이희호 여사 만나야/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열린세상] 김정은 제1위원장, 이희호 여사 만나야/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5일 이희호 여사가 평양행 비행기를 탔다. 광복 70돌을 딱 열흘 앞둔 날이다. 방북 시점이 그래서 더 의미 있다. 이 여사의 방북에 대한 기대도 크다. 남북 관계가 오랫동안 대결 구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 그렇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만날 수 있는가에 대한 관심도 있다. 방북이 꽉 막힌 남북 관계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 여사는 세 번째 방북 길에 올랐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0년 6·15 공동선언을 이끌어 낼 때가 첫 번째 북한 방문이었다. 두 번째는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때 조문을 위한 평양 방문이었다. 이 여사는 당시 상주이자 후계자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직접 만나 위로했다. 남측에서 김 제1위원장을 최초로 만난 인물이 이 여사였다. 이 여사가 이번에 김 제1위원장을 만나면 재회다. 남쪽 인사 어느 누구도 김 제1위원장을 두 번 만난 사람은 없다. 재회한다면 김 제1위원장에 대한 온갖 억측이 난무한 남한 사회에서 그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평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여사의 방북 자체가 의미를 갖는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여사의 방북 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남북 관계가 오랫동안 강대강(强對强)의 대결 구도를 풀지 못하고 있어서 그렇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여사 방북길이 대결 구도를 푸는 밀알이 될 수 있기에 기대치가 있다 이 여사 방북의 포인트는 김 제1위원장과의 만남 여부다. 개인적인 일정보다 김 제1위원장과의 만남이 가장 중요하다. 본인이 직접 초청했기에 이 여사 방북은 김 제1위원장과의 만남을 전제로 한다.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 때의 인연이기에 이 여사 일행을 예우해야 할 것이다. 북한 주민들을 향해서도 아버지 때의 남측 인사를 잘 대접하는 모양새가 보기에 좋다. 대외적으로 이 여사와의 만남이 자신의 안정적인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기회도 될 것이다. 최고지도자의 동선을 미리 공개하지 않는 북측의 특성상 깜짝 만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 제1위원장이 특정 시간에 이 여사가 머무르는 백화원초대소를 예방할 가능성이 높다. 두 사람의 만남에서 이 여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전달하길 바란다. 마침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사흘 전 동교동을 비공식 방문한 것을 주목한다. 김 제1위원장의 남북 관계 전환을 위한 메시지도 받아 오길 기대한다. 이 여사를 통해 당장 시급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에 대한 남북 최고지도자의 의중이 교환될 필요가 있다. 비공식 대북 접촉은 하지 않겠다는 박근혜 정부에서 이 여사의 메신저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박 대통령이 임기 동안 남북 관계의 실질적 성과를 거둬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북 제안을 담아야 할 것이다. 이 여사 방북을 징검다리로 해 박 대통령과 김 제1위원장의 광복절 경축사에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고위급 회담 제안 등이 담기길 기대한다. 내년부터 총선과 대선이 줄줄이 있는 정치 일정상 남북 관계 개선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시간, 이른바 ‘골든타임’이 올 하반기밖에 없다는 것을 누누이 말해 왔다. 김 제1위원장 입장에서도 대내외적으로 안정감 있는 지도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남북 관계를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여사의 방북을 계기로 남북 관계의 일대 전환이 이뤄지길 바란다. 94세 이 여사가 고령의 몸을 이끌고 평양을 다녀온다. 현실적으로 다음을 기약하기 어려울 수 있는 방북이다. 그렇기에 이번 방북이 의미 있는 성과 속에 이뤄지길 기대하는 마음이 크다. 박 대통령과 김 제1위원장은 고령의 이 여사가 평양 어린이들에게 목도리만 걸어 주고 오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비행기로 오가는 아쉬움, 육로를 통해 휴전선을 넘는 기회가 무산된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선물 보따리를 들고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는 이 여사의 발걸음이 가볍길 바란다. 건강히 잘 다녀오시라.
  • [열린세상] 금연구역 추가 정비 필요하다/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기획실장

    [열린세상] 금연구역 추가 정비 필요하다/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기획실장

    여름의 절정이라 그런지 날씨가 후덥지근하다. 불쾌지수가 높아질 수 있는 이즈음이다. 엊그제 아이와 함께 마을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낯선 두 사람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곁에 있던 아이와 함께 엉겁결에 담배 연기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생’담배 연기를 맡기가 싫어서 아이와 함께 자리를 슬쩍 피하고 말았다. 물론 이런 현상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고 있기는 하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버스 정류소 등에서의 흡연을 자제하고 있고, 흡연에 대해 사회적으로 관대했던 분위기가 바뀌어 간접흡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제도가 속속 정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연시설이나 금연구역도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이 제정되면서 금연구역을 설치할 수 있게 된 이유가 크다. 2004년 금연구역 지정을 두고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위헌 소송까지 있었다. 헌재는 흡연권은 개인의 행복추구와 사생활의 자유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고 혐연권은 여기에 더해 개인의 생명권에까지 연결되는 가치이므로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이라고 보았다. 상위 기본권 우선의 원칙에 따라 하위 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으므로 흡연권은 혐연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 인정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민의 건강인 공익이 제한되는 사익의 흡연권보다 크기 때문에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아서 합헌이라는 것이었다. 2012년 12월 면적 150㎡ 이상의 음식점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다시 올 초부터 면적에 관계없이 모든 업소로 금연구역이 확대됐다. 또 국민건강증진법은 금연구역 지정의 권한이 지방자치단체에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자체에서는 간접흡연을 금지하는 조례 설치를 통해 대로변, 광장, 특화거리 등 길거리 금연구역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결과 전국의 금연구역(2014년 6월 말 기준)이 61만 5381곳에 지정돼 있으며 그 가운데 음식점이 16만 3992곳으로 가장 많다. 서울에는 1만 2141곳의 금연구역이 있다. 문제는 대중이 많이 이용하는 장소가 아직도 금연구역으로 지정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마을버스 정류소가 대표적이다. 상당수 지자체는 아직까지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있지 않다. 이런 곳의 금연구역 확대는 지자체의 재량이라서 이를 시행하는 지자체에 대해서는 적정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평가를 통해 우수 지자체를 시상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해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금연구역이 확대되더라도 흡연자들이 이면도로나 흡연 규제가 없는 곳으로 몰리면 비흡연자의 간접흡연 가능성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연구역이 늘어나는데 간접흡연이 늘어나는 역설이다. 서울 사당사거리를 두고 관악구 정류소 도로변은 금연구역으로 지정됐지만 동작구 지역 정류소는 그렇지 못해 흡연자들이 동작구로 몰려들었던 사례도 있다. 반대로 흡연자들의 불만도 높다. 금연구역만 늘리고 흡연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고, 설령 그것이 있다 하더라도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삿포로처럼 도시 전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역사 내의 특정한 공간에만 흡연공간을 설치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처방은 너무 극단적이다. 대신 적정한 흡연구역을 지역 여러 곳에 설치하는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분리형 금연정책이 훨씬 실효성이 클 것이다. 흡연구역 확보가 흡연자들에게는 맘 편하게 흡연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뿐 아니라 비흡연자들에게는 간접흡연을 피할 수 있는 상생 전략이 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이 점에 착안하고 있다. 싱가포르도 흡연구역을 따로 정해 두고 그 외 지역에서의 흡연을 엄격히 처벌하고 있다. 흡연구역을 금연 홍보 장소로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흡연구역을 죽어서 들어가는 관 모양으로 표기해 흡연의 위험을 알려 주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프랑스도 이와 비슷하다. 이제 보다 많은 수를 차지하는 비흡연자의 생명 보호 권리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마을버스 정류소, 택시 승강장 등까지 금연구역을 확대하되 흡연이라는 개인의 기호도 존중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흡연 공간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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