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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한국 오케스트라는 살아남을 수 있는가/이원철 코리안심포니 대표

    [열린세상] 한국 오케스트라는 살아남을 수 있는가/이원철 코리안심포니 대표

    연주회에서 초보 청중들에게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다. 지휘자가 바뀌면 음악은 달라지고 연주회 내내 단원들은 왜 지휘자에게 눈을 맞추려고 하느냐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지휘자를 요리사에 비유하곤 한다. 주방장 솜씨에 따라 음식점 맛이 제각각이듯 지휘자가 바라보는 눈높이와 곡을 해석하는 관점, 단원들과의 교감, 그들의 실력과 표현에 따라 음악과 느낌도 다르게 전달된다고 하면 고개를 끄덕인다. 지휘자는 작곡가가 만든 곡을 재고 다듬고 작곡가가 의도하는 음의 깊이, 높이, 빛깔, 여운, 울림 등 미지의 음의 세계에 대한 해석을 템포감을 동반해 자기만의 색깔을 입혀 이미지를 만들어 간다. 똑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요리사에 따라 맛이 다르듯 똑같은 작곡가의 곡이라도 지휘자에 따라 음악은 다르기 마련이고 오케스트라는 철저하게 지휘자에 의해 통제된다. 음악의 이미지를 만드는 사람이 지휘자다. 지휘자의 능력은 바로 이미지를 잘 만들어 내고 많은 단원들에게 정확하게 지시를 내리며 통일된 전달을 위해 손이나 지휘봉을 이용하는 데서 출발한다. 음악과 단원들의 갈 방향을 일치된 방향으로 이끄는 능력이 지휘자에겐 필요하다. 지금껏 명지휘자라는 사람의 특징은 대체로 강력한 카리스마 소유자다. 그러나 요즘 청중들의 지휘자를 바라보는 눈은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전술적인 면에 탁월한 권위적인 모습의 지휘자보다는 따스하면서 사려 깊은 차원 높은 해석을 요구하는 면이 크다. 20세기 초반 제국주의 시절의 지휘자들은 정치적인 자양분 속에서 살았고 포디엄에 올라가는 특권도 시대를 잘 이해하고 그 속에 잘 녹아들어 간 이들만이 차지했다. 그들을 계승한 대표적 지휘자가 토스카니니와 푸르트벵글러 그리고 카라얀과 같은 이들이었다. 1960년대 유럽의 자유화 물결이 지나고, 음악의 상업화를 통해 클래식도 큰돈을 버는 시대가 되고 지휘계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났다. 저명한 음악가는 이제는 배고픈 예술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비즈니스맨처럼 행동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 결과 새롭고 참신하며 깊고 넓은 음악적 해석을 이끌 지휘자는 점점 귀해졌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적인 현상이다. 세계 음악시장에서 지휘자의 유명세는 지휘료로 평가된다. 세계 최고의 지휘자로 평가받는 지휘자 중엔 연주회당 7만 달러를 넘게 받는 이들도 있다. 관중을 동원해 입장 수입으로 오케스트라를 꾸려 가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몇 년 전부터 국내엔 지휘자들의 연봉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돼 왔다. 그의 행동과 말,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정치인이나 연예인 못지않은 이슈가 된다. 민간 영역이거나 수익이 목표인 엔터테인먼트 회사라면 문제가 안 될 텐데 공공 영역의 기관이기에 수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 여파는 크다. 과연 지휘자들은 얼마를 받아야 하고 공인에 준하는 행동규범을 지켜야 하는지 궁금하다. 궁극적으론 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휘자의 바른 도덕관과 사회 인식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능력이 있고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그 기관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동시에 조직의 화합을 이루어 내고 있고 스스로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논란이 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모든 분야의 지도자들은 그 사회에 대한 부채를 안고 있다.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는 만큼 헌신하고 갚아야 하는 빚이 있는 것이다. 이것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지도자들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덕목일 것이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수많은 음악 예술 애호가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공인(公人)이다. 따라서 보통 사람들보다 뛰어난 인성과 도덕성을 가져야 한다. 음악은 사회를 변화시키고 사람들의 교류에 이바지한다. 훌륭한 지휘자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낸다. 말러는 나쁜 오케스트라는 없어도 나쁜 지휘자는 있다고 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든 예술단체는 한번 만들어지면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한국의 오케스트라 역사는 이제 60년을 갓 넘었다. 미래를 짊어질 젊고 유능하며 도덕적이고 세계에 필적할 만한 실력 있는 지휘자를 통해 한국 오케스트라가 세계 음악계를 쥐락펴락할 날을 꿈꿔 본다.
  • [열린세상] 함께 만들어 나가는 혁신/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열린세상] 함께 만들어 나가는 혁신/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혁신은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거쳐 나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전혀 생각지도 않은 작은 경험이 계기가 되어 탄생하기도 한다. 미국 코네티컷주에 사는 16살짜리 여학생 올리비아 할리제이의 이야기가 그렇다. 올리비아는 지난해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에볼라가 수천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면서 졸지에 부모를 잃은 고아가 생겨나는 것을 목격하고는 슬픔에 잠겼다. 그녀는 에볼라로 인한 고통을 줄이기 위해 조기 진단 기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존 시스템은 특수 시약을 사용해 1회 진단 비용이 약 1000달러에 달하고, 테스트부터 확진까지 최장 12시간 넘게 사용할 수 있는 저온 냉장 기능이 필수적이어서 여러모로 비효율적이었다. 그녀는 학교 선생님과 대학교수 등 주변의 도움을 받아 실험을 거듭한 끝에 ‘실크피브로인’이라는 단백질이 특정 성분에 색깔이 변하는 성질을 활용해 단 30분 만에 에볼라 확진이 가능한 카드를 만들어 냈다. 특히 상온에서도 유통 가능해 진단 비용도 기존의 40분의1까지 획기적으로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이 어린 학생의 아이디어가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인터넷 회사 구글 덕분이다. 구글은 2011년부터 매년 세계의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구글 사이언스 페어’(GSF)라는 행사를 개최한다. 올리비아의 아이디어는 지난 9월 열린 2015 GSF 최종 결선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구글은 청소년 참가자들의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를 직접 행사하지는 않는다. 넓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의 인재를 키워내고 있는 것이다. 젊은 인재들과 호흡하면서 작지만 세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있는 기업은 구글만이 아니다. 인텔은 20년 가까이 과학경진대회를 후원하며, 영국 가전회사 다이슨은 창업자의 이름을 딴 산업디자인 대회를 매년 연다.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여러 기업도 잠재력 있는 예비 공학 인재, 미래의 스타 엔지니어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배경 지식 없이 시작한 연구는 실패할 확률이 높지만 여기에 노하우를 갖고 있는 기업의 지원이 더 해진다면 아이디어가 실현될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전국 대학 70여 곳에 설치된 공학교육혁신센터와 함께 매년 공학도들의 축제인 ‘공학교육페스티벌’을 개최한다. 행사 기간 동안에는 우수 캡스톤디자인 작품 전시, 글로벌 공학교육 콘퍼런스, 청소년을 위한 주니어 공학 교실 등이 잇따라 열리는데, 우리나라 청년 공학 인재들의 신선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접하다 보면 매번 흐뭇한 감탄을 하게 된다. 특히 올해는 기업과 연구소 등 산업계 주체들이 직접 행사에 참여하는 기업연계형 프로그램들이 신설되면서 보다 현실적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 기업이 제시한 문제를 풀어내는 ‘모여라! 공학 어벤저스’, 개인적,기업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창업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심사하는 ‘무한도전 아이스타’(아이디어 스타트업) 등이 그것이다. 아이디어 스타트업의 경우 예선에 통과한 팀은 각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멘토링을 받았으며, 최종 결선을 통과하면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시제품 제작 및 창업까지 지원해준다. 공학 어벤저스를 통해 선정된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기업이 최대 6개월간 사업화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한다고 한다. 이 같은 프로그램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학도들의 현장 감각을 익히는 통로가 되고, 실제 청년 창업과 일자리 창출로도 연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는 이공계 대학의 연구가 현실과 일부 괴리돼 논문을 위한 학문적 연구만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그런 의미에서 주로 이공계 대학생을 위한 잔치였던 공학교육페스티벌이 올해는 한 단계 더 발전해 세상과 소통하고 산업계 수요를 반영한 ‘살아있는 공학교육, 산학협력 체험의 장(場)’으로 변모한 것은 의미가 깊다. 사회와 함께 발맞춰 걸으며 현장 중심 공학교육을 지향하겠다는 이공계 대학들의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행사는 오는 18일과 19일 이틀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다. 산학연 모두가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 [열린세상] 청년 위한 청년수당, 정치 위한 청년수당/허만형 중앙대 행정대학원장

    [열린세상] 청년 위한 청년수당, 정치 위한 청년수당/허만형 중앙대 행정대학원장

    청년 실업이 심각하니 정제되지 않은 각종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중 하나가 청년수당인 것 같다. 청년 실업의 심각함을 인식하고 내놓은 정책이기에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계층에서 서울시와 성남시의 청년수당 안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행하려는 것은 청년을 위한 청년수당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욕심을 위한 청년수당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서울시의 계획은 저소득 구직 청년 3000명에게 매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까지 지원한다는 안이다. 내년부터 시행을 목적으로 이미 2016년도 예산안에 90억원을 배정한 상태다. 일부 국회의원들도 청년수당 법제화를 시도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의원이 청년발전기본법, 일명 청년수당법을 대표 발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정책에 관한 한 원칙과 논리를 바탕으로 담론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에서는 청년수당에 대해 정신을 파괴하는 아편이라고 극언을 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세상의 모든 일이 다 원칙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법과 제도를 만드는 국회와 이를 집행하는 정책 담당자는 다른 원칙은 몰라도 정책이 추구하는 원칙은 지켜야 한다. 청년수당과 같은 공공부조 차원에서 제공되는 복지의 원칙 중 하나는 자격 있는 대상자에게 제공돼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자격이라 함은 근로 활동을 하기에는 신체적·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서울시가 정책 대상으로 삼고 있는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근로 능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구직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도 건강한 청년들이다. 이 청년들은 희망찬 미래를 꿈꾸며 현재의 난관을 스스로 극복하기에 충분한 잠재력과 역량을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 시혜 차원의 수당을 제공한다는 것은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일 수도 있다. 청년수당은 태산도 짊어질 용기가 있는 청년들을 나약하게 만드는 수단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청년수당이라는 극단적인 정책이 나오기까지 대한민국 정부의 책임도 크다. 두어 달 전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이라고 기획재정부 자료를 통해 내놓은 정책은 미미하기 짝이 없었다. 앞장세운 대책이라는 게 공공부문에서 교원 명퇴 확대, 포괄간호서비스 확대, 임금피크제 도입, 시간선택제 공무원 채용으로 5만 3000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안이었다. 민간부문의 신규 채용은 3만명으로 계획을 세웠는데 그것도 세대 간 상생고용 지원을 통한 일자리였다. 교원 명퇴 확대가 어떻게 청년 고용절벽 해소 방안이며, 임금피크제라는 고령사회 대책이 청년 일자리 창출 방안이 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민간부문 신규 채용 대책에 강소·중견 기업에 청년 인턴 7만 5000명을 고용하도록 하겠다는 안도 포함돼 있었는데 인턴제가 비정규직 양산의 창구 역할을 해 왔다는 점을 고려했을까. 대한민국이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겼던 1998년 당시 벨기에는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벨기에가 도입한 안은 청년의무고용제였다. 25명 이상의 사업장에 1년에 1명 이상 고용하도록 하는 정책이었다. 극단적인 처방이었지만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청년수당 예산이 있다면 서울시와 민간기업이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후 청년의무고용 협약을 맺고 일정 기간 동안 매월 50만원씩 임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더 실효성이 있을 수도 있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예산은 정책 결정자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다. 국민의 혈세로 마련된 돈이기 때문에 원칙 없이 쓸 수 없다.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협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것이 전제돼야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으로 하여금 일자리를 만들도록 지원하는 일을 해도 정책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다. 일자리가 없거나 줄어드는 상황에서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이라는 대전제하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의 가장 좋은 방안일 것이다.
  • [열린세상] 최고행복책임자 도입 필요하다/김봉국 행복한기업연구소 대표

    [열린세상] 최고행복책임자 도입 필요하다/김봉국 행복한기업연구소 대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병원을 찾지 않고 전전긍긍하는 사람도 많다. 아직은 정신과 진료와 치료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 너무나 따갑기 때문이다. 어떤 병이든지 조기에 전문의 처방에 따라 치료해서 더 큰 병을 예방하는 게 맞다. 그럼에도 정신적인 질환에 대해서는 쉬쉬하고 감추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업들은 직원들을 과도한 경쟁에 내몰고 있다. 직장인들은 하루도 마음 편하게 생활할 수가 없다. 요즘같이 불황과 연말이 겹치면 직장인들은 더욱 고달프다. 매출 목표 달성을 위해 진력해야 한다.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기도 만만찮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다. 동료 간에도 따뜻한 말 한마디 나누기가 어렵다. 일에 쫓겨 오히려 짜증을 낼 때가 더 많다. 구조조정의 악몽이 머리를 짓누른다. 다행히 이번에는 동료가 회사를 그만두지만 다음은 내 차례일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떨칠 수가 없다. 마음을 다잡고 일을 하려는데 상사는 툭하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화를 낸다. 상사의 입에서 나오는 독기가 몸으로 전달될 때는 숨마저 막힐 지경이다. 우리나라 직장인 열 명 중 아홉 명(94%)이 나쁜 상사가 근무의욕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모두 나쁜 상사 때문에 회사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열 명 중 여덟 명(84%)은 지금 다니는 회사에 나쁜 상사가 있다고 여긴다. 절반은 자신의 상사가 나쁜 상사라고 생각한다. 취업 컨설팅 업체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는 예상대로 가히 충격적이다. 경영자들은 흔히 성과와 보상을 말한다. 신상필벌을 전가의 보도처럼 꺼낸다. 회사를 위해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면 그에 걸맞은 보상을 하겠다는 얘기다.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은 반드시 처벌을 해야만 조직이 발전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우격다짐으로 생산성을 높이려는 관리경영으론 지속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직원을 행복하게 만드는 기업이 성공하고 오래갈 수 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의 조사에 따르면 직원이 행복한 기업의 성장률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두 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을 중시하는 경영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선진국 기업에선 직원들의 행복을 증진하기 위한 전담 부서를 창설 중이다. 학계에서도 행복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높아졌다. 미국 하버드대에서는 ‘행복학’이 최고의 인기 강의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아이스크림 회사 벤&제리스의 CEO 월트 프리스는 자신을 ‘최고행복책임자’(Chief Euphoria Officer)라고 부른다. 직원과 고객의 행복을 CEO가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생기는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 모처럼 친구를 불러 위로를 받기를 청해 본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반갑기도 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다소간 마음은 풀린다. 하지만 마음속에 응어리진 것들은 그대로다. 친구는 우리 회사 내부 사정을 잘 모른다.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면 벽에 부딪힌다. 친구는 간혹 맞장구치지만 완전히 공감하는 것 같지가 않다. 건성으로 듣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더 답답해진다. 집에 가서 가족들에게도 회사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 없다. 직장인은 고충을 들어 주고 공감할 사람이 필요하다. 회사의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시원하게 맞장구쳐 줄 수 있다. 대화하면서 힐링이 되고 행복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 기업에는 최고행복책임자(CHO·chief happiness officer)가 필요하다. CHO는 기업 내에서 직원들의 애로를 타개해 주고 고충을 상담해 주고 행복한 직장 생활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책임자다. 여건이 허락하면 CHO 밑에 전담 부서를 두어야 한다. 기존의 인사와 총무 부서의 관리 시스템과는 다른 복지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직원을 아끼고 존중하는 회사에 미래가 있다. 이젠 우리 기업들도 행복 바이러스를 만들어 전파하는 CHO 제도를 도입할 때가 됐다.
  • [열린세상] 창조경제와 융합학문/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창조경제와 융합학문/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융합 학문이 대세다. 정치학이 심리학과 통계학을 끌어와 선거 출구 조사의 정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은 학문이 융합하며 소통해 얻어진 성과다. 국제정치학도인 필자가 공학한림원의 회원으로 임명된 것은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융합의 길을 걸어온 것에 대한 자그마한 인정이었다고 감히 자평해 보면서 융합 학문에 대한 조심스러운 길 안내를 하고자 한다. 어떤 분이 자기 아들이 명문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요즘 대세인 정보기술(IT)을 모르면 안 되겠기에 컴퓨터공학을 부전공으로 신청하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융합, 융합 말하는데 대단히 혼란스럽다고 했다. 실제로 필자의 국제정치학 강의는 경제, 경영, 철학, 중문학, 심지어는 컴퓨터공학, 자동차공학 전공 학생들도 듣는다. 바람직한 변화다. 그러나 진정한 융합이란 본연의 학문 분야에 충실하다 보면 그 본연에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모아지고 다른 분야를 자연스레 찾게 되는 것이다. 핵무기 확산 방지정책 연구를 하던 필자는 핵폭탄의 공학적 구조에 대한 연구가 필요해 달려들게 됐다. 핵폭탄 기술의 자료를 찾아가며, 어려운 세부적 기술 분야는 원자력 공학도와의 질의 토론을 통해 검증과 확인을 받아 가며 비로소 나의 길을 만들어 갔었다. 모든 분야가 복잡하게 서로 얽혀 있어 융합 학문의 길을 반드시 걸어가야 하는 것이고 이해를 제대로 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그러면 융합 학문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는 본연의 분야에 충실해야 한다. 대학생이나 교수 그리고 연구자가 본인의 전공 분야에 충실하다 보면 생각이 진화하게 되고 인접 학문의 도움과 이해가 저절로 요구된다. 스펙 쌓기로 어정쩡하게 이쪽저쪽 건드리면 시간 낭비가 크고 성취도 적다. 예를 들어 과학전문기자가 과학전문기자의 본연에 충실하면서 인문사회적 소양을 쌓으면 글이 풍요로워지고 국가의 정책 전체를 조망하며 과학 정책을 바라보게 된다. 북한정치전문기자가 미사일 기술을 공부하면 기사가 더욱 정확해지고 북한의 미사일이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가졌는지에 대한 예측도도 높아진다.두 번째는 미국 중심의 학위 풍토에 지나치게 경도돼 있는 현실을 벗어나 한국의 자주적 연구의 지평을 넓혀 가야 한다. 국력이 약했던 시절은 모두가 미국, 프랑스 독일로 유학을 떠나 심지어는 한국의 동학혁명에 관한 논문도 미국에서 써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자연과학 분야는 오히려 활발한 정보의 소통이 권장되지만 인문사회 분야는 한국의 자주적 연구의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미국 논문의 주류가 통계학의 방법론이 대세여서 정치학의 논문조차도 거의가 통계를 써서 국제 학술지에 게재되다 보니 본연의 논문에 역사와 철학 등의 방대한 자료에 대한 시간 투자가 소홀히 되고 뇌의 창고에 든 것이 별로 없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거기에다 신문이 대학 평가를 하다 보니 읽을거리 없는 논문을 풀빵 찍어 내듯 경쟁을 부추기고 있고, 대학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교수와 연구자들은 논문 편수 부풀리는 길에 내몰리고 있다. 필자는 미국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일본 와세다대학 이공학부 객원교수를 역임했기에 지난 30여년의 경험으로 학문의 융합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조심스런 조언을 해 보는 것이다. 세 번째는 융합 학문을 하려면 영혼의 자유가 격려되는 풍토가 있어야 한다.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 스스로가 나는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가에 대한 물음과 호기심에 따라 강의를 선택하고 지식과 생각을 키우면서 본인의 전공과 거기에 맞는 공부를 쫓아가다 보면 튼실한 대학 생활을 하게 된다. 기업과 사회는 이런 사람들을 찾고 있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아쉬운 것은 독서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점이다. 창조경제의 인재들은 학문의 융합이 시너지 효과를 낼 때 시야가 넓은 인적 자산으로 육성될 것이다. 창조경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도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가꾸어 놓은 산업과 기술에 새로운 생각을 조금만 붙여 놓아도 성공할 수 있다. 한국이 추구하는 융합 학문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 아이디어가 풍부해지고 그 아이디어의 단초가 창조적 생각으로 모아져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지고 기존의 산업은 인접해 있는 산업과 융합돼 신산업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확신한다.
  • [열린세상] 쌀, 지키기 쉽지 않다/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쌀, 지키기 쉽지 않다/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비밀이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달 초 TPP 타결 소식이 전해진 이튿날 최경환 부총리는 국회에서 TPP 참여를 표명하면서 쌀은 양허 제외로 하고 계속 보호할 방침이라고 했다. 하지만 첨예한 이해관계를 가진 상대가 있는 통상협상임을 고려할 때 그 발언은 좀 앞선 느낌이다. 비슷한 시기 미국 대통령의 반응은 그 느낌에 더욱 무게를 보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역시 협상 타결 이튿날 첫 TPP 홍보 외부 활동을 가졌는데 다른 곳이 아닌 농무부를 찾았다. 거기서 농무부 장관을 배석시키고 농업계 인사들에게 TPP가 미국 농업의 세계시장 개척에 기여할 것임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미국 농산물 시장 확대가 TPP의 관심 사항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한국 뜻대로 될 수 없다는 신호처럼 보였다. 2013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농업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보호를 공언하며 일본의 TPP 참여를 선언했다. 여당인 자민당은 쌀을 포함한 5개 농산물을 ‘성역품목’으로 정하고 보호 의지를 피력했다. 그런데 협상 결과는 쌀의 의무수입 물량 확대였다. 일본은 1999년 쌀 관세화 협상에서 연간 의무수입 물량을 76만 7000t으로 정했다. 그런데 이번 TPP 협상에서 미국에 7만t, 호주에 8400t 등 총 7만 8400t에 이르는 10%가 넘는 의무수입 물량을 추가 제공했다. 특히 추가 물량의 실제 수입 보장을 위한 세밀한 장치까지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면 연 6회 수입 입찰을 하되 전반부 3회 입찰 후 의무수입 물량 수입 실적을 점검한다는 것이다. 그때까지 수입 실적이 목표 수준 이하일 경우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 방법을 협의하도록 규정했다. 추가 물량을 일본이 반드시 수입하도록 하겠다는 미국과 호주의 의지가 반영됐다. 일본의 정치권 공언과 최종 협상 결과를 보면 ‘쌀 지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41만t의 의무수입 물량을 가진 한국에 일본과 같은 기준을 앞으로 적용한다면 최소 4만t 이상의 추가 물량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과잉 공급이 초미의 과제인 한국 쌀 산업에 주는 영향이 적지 않다. 한국 쌀은 현재 관세화 이행 협상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쌀 관세화를 발표하고 관세 수준 513%를 세계무역기구에 통보했다. 지금 이 관세 수준을 두고 이해 관계국과 검증 절차에 있는데 미국과 호주가 강력한 상대다. 물론 진행 중인 관세 수준 협상과 앞으로 올 TPP 가입 협상은 별개다. 하지만 한국이 TPP 가입에는 적극적이되 쌀 추가 개방은 불가라는 입장을 밝힐수록 이해 관계국은 두 협상을 연계할 것이다. 두 협상 모두가 힘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TPP 가입을 검토한다면 쌀은 지키겠다는 일방적 선언보다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준비가 중요하다. 올해도 쌀은 ‘풍년의 역설’을 경험하면서 과잉 공급 문제가 가중된다. 쌀을 사료로 활용할 것까지 고려할 정도로 정부 고민이 깊다. 그런데 하나 반가운 일은 최근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과 쌀 검역 논의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거대 쌀 수입국이 되고 있다. 한국 쌀의 가격 경쟁력이 취약하지만 중국 길이 열려 고품질·친환경 생산 전략으로 나간다면 기회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물론 궁극적 대책은 못 되겠지만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반세기 이상 지속된 쌀 중심 기술개발 정책으로 쌀은 100% 기계영농이 가능한 유일한 품목이다. 농업 노동력이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쌀 생산 집중은 필연적이다. 직접 지불이라는 쌀 중심의 소득정책 역시 쌀 생산 집중을 유도한다. 이처럼 쌀 생산 집중을 유도하는 기술과 정책 구조를 가진 채 과잉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순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대체 작목 기계화 기술개발로 고령 노동의 작목 전환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영세 고령 농가에는 일반 복지정책 도입을 통해 쌀 중심 소득정책을 조정해야 한다. 참여국의 국내 비준 절차로 TPP가 실제 발효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TPP 참여를 검토한다면 이 동안에라도 기술과 정책 조정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 [열린세상] 국제 공조를 통한 원자력 안전성 강화/이석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경영협력본부장

    [열린세상] 국제 공조를 통한 원자력 안전성 강화/이석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경영협력본부장

    지난 9월 빈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제59차 총회에서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전사고에 관한 IAEA 보고서’가 공식적으로 발간됐다. 보고서는 사고 전후 상황에 대한 설명, 지진과 쓰나미에 대한 후쿠시마 원전의 취약점, 비상대응 경과, 환경 방사선과 대중의 방사선 피폭 영향 등에 대한 평가와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교훈을 제시하고 있다. 국가별 안전규제 체계, 비상대응, 극한 외부 사건으로부터 원전 보호 강화 등 인적·기술적·조직적 측면에서 안전성 강화 방안도 들어 있다. 아마노 유키야 IAEA 사무총장은 보고서 발간을 기념하는 축사에서 높은 수준의 원자력 안전을 담보하려면 모든 국가가 후쿠시마 사고의 교훈을 반영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강화된 IAEA 안전 기준을 적용하도록 당부했다. 안전한 원자력을 위한 노력은 각 국가의 책무이기도 하지만, 원전 사고는 그 영향이 국경을 초월해 방대할 수 있음을 고려하여 활발한 국제 협력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즉 ‘제2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국가 차원의 노력뿐만 아니라, 좁게는 지역 차원에서 넓게는 국제사회 전체가 가능한 모든 기술적·인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원자력 안전 국제협력 활동은 자국의 원자력 안전을 국제 기준에 맞춰 강화하고 선진 기관과의 기술교류를 통해 안전성 강화의 기반을 다지면서 주변국과의 공조를 통해 글로벌 원자력 안전 수준을 확보하는 데 있다. 그동안 한국은 IAEA,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원자력기구(NE),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 등 국제회의에서 한국의 원자력 안전 활동을 자발적이고 투명하게 공개했다. IAEA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최신의 안전기준 및 기술 개발 과정에도 참여해 그 결과를 국내 원전에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선진기관과의 기술정보회의, 전문가 교환, 공동연구 등의 기술 협력을 통해 국내 안전성 강화에도 기여했다. 또한 원전 도입을 계획하거나 희망하는 아시아, 아랍 그리고 아프리카 지역의 원전 후발국을 대상으로 원전 건설에 앞서 갖춰야 할 원자력 안전 관련 법령체계와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훈련 등 안전 인프라 구축 지원에 역량을 발휘함으로써 글로벌 안전성 강화에 기여함은 물론 우리의 전문 역량을 향상시키는 데도 노력을 기울였다. 한국 원전 도입국인 아랍에미리트(UAE)에는 규제 기본 교육뿐 아니라 안전 심사 및 검사, 품질보증검사 등 전문기술을 지원했다. 연구로 도입국인 요르단에는 안전 심사 및 검사를 공동 수행하며 직장내 훈련(OJT)을 통한 기술 능력 향상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앞으로 지역 간의 원자력 안전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적임을 인식하고, 지역 간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10월에 열린 한·중·일 원자력안전고위급규제자회의(TRM)와 동북아 원자력안전협력회의(TRM+)의 결과로 동북아 지역에서의 원자력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3국이 리더십을 갖고,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협력을 추진해 나아갈 것이며, 궁극적으로 ‘동북아원자력안전협의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국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즉시 전 원전에 대한 특별안전점검을 수행하고 다양한 안전성 강화 대책 마련과 이행에 온 정성을 쏟았다. 국제 무대에서는 모든 안전 현안과 점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국제사회에 한국의 원자력 안전에 대한 책임감과 기술적 노력을 보여 줌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모범 국가로서의 위상을 높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지속적인 설비 강화와 제도 개선 등의 안전 대책 이행이 안전한 원자력을 위한 엔진을 보유하는 것이라면, 우리의 경험과 지식을 원자력 선진국과 공유하고 국제기구와 공조하는 것은 한국의 안전한 원자력을 알리기 위해 엔진에 날개를 다는 것과 같다. 안전성 강화라는 제도적·기술적 솔루션과 국제협력 강화라는 인적 솔루션의 통합으로, 원전 선진국으로서 한국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고, 동북아 지역과 국제기구에서 원자력 안전 리더십을 발휘할 때, 우리 국민이 안심하고 믿어 주는 ‘안전한 원자력’에 도달할 것이다.
  • [열린세상] 국가의 위상과 외교력의 간극/이호령 한국 국방연구원 대외협력실장

    [열린세상] 국가의 위상과 외교력의 간극/이호령 한국 국방연구원 대외협력실장

    최근 남중국해 중국의 인공섬을 둘러싼 미·중 간의 대립과 아세안(ASEAN) 확대국방장관회의에서 보인 아세안 국가들의 분열과 미·중 간의 입장 차이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관을 가진 홉스의 현실주의 돋보기로 보는 21세기 같아 보인다. 일본 안보법제 통과 이후 일본 자위대의 작전범위 등을 둘러싼 한·일 간의 갈등과 47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종료 후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의 국제법에 근거한 동맹론 등도 마찬가지다. 특히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시기와 후진타오의 화평굴기(和平?起)에 이은 시진핑의 신형대국론에 기초한 중국몽은 지난 9월 대규모의 전승 70주년 열병식을 통해 가늠해 보면 경제굴기와 군사굴기를 통해 꿈의 실현을 더 적극적으로 추구해 나갈 것으로 예측되는 한편 아시아 지역에서의 미·중 간 이해 충돌의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 시진핑 체제는 5년 연속 국방비를 두 자릿수로 대폭 증강해 최첨단 무기 개발 및 군사력 건설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남중국해 인공섬 매립을 완료해 이에 대한 12해리 영해권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또 남중국해에서 가상 적국을 가정한 실탄훈련 실시는 중국과 영토 분쟁 상태에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 아시아 중시 정책을 내세우며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추진하는 해양 세력인 미국의 대립을 가시화하고 있다. 이러한 녹록지 않은 국제 정세는 한국 외교에 대한 국내외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압박의 기저에는 두 가지 개념이 무의식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절대 개념의 안경을 끼고 미·중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주권’의 과민 반응이 큰 그림을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우리 국방의 직접적 위협에 대해 군사적 대응을 같이해 온 60년 넘는 동맹 국가로 포괄적 전략 동맹관계를 심화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중국은 바로 이웃하고 있는 상호 의존도가 높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관계의 내실화를 발전시키고자 노력을 해 오고 있는 국가다. 그런데 이 중 어느 국가인가를 계산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외교정책과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지키는 데 급급한 약소국의 편승 외교에 불과하다. 우리는 2014년 국력이 주요20개국(G20) 중 9위를, 2015년 포브스의 글로벌 2000개 기업의 보유 숫자가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다음인 5위를 차지하는 중견 국가다. 그런데도 아직 우리 의식에는 어느 국가에 편승해야만 이익을 보다 높일 수 있다는 사고가 여전히 잔존해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생각은 결국 ‘중국 경사론’에 대한 우려와 ‘눈치 보기’ 외교 등의 비판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편 일본 안보법제 통과에 따라 유사시 한반도 불안정 사태에 따른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놓고 사전에 우리 동의를 얻어야 하는 주권 범위에 대해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 일본 방위상이 남한 지역으로 제한한다는 발언과 이어 47차 한·미 SCM에서 주권 범위는 국제법에 근거해야 한다는 미 국방장관의 발언은 북한의 가중되는 핵위협과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어떻게 한·미·일이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것인가보다는 ‘주권’의 해석 범위를 놓고 3자 간의 균열을 부각시키고 있다. 일련의 이러한 사건들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국력과 외교력 간의 간극이 여전히 크지 않나 싶다. 우리의 힘을 과대 평가해 우를 범하는 것도 문제다. 스스로 과소 평가해 실기를 범하지 않는지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국익을 보호하고 증대시키려면 외교적 수사보다는 정공법이 때로는 더 효과적이고 필요하다. 우리가 상대방으로부터 원하는 정답을 듣는 데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우리가 원하는 정답을 구하고자 힘과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갈등과 협력이 공존하는 21세기는 손실보다 이익의 파이를 키우고자 협력을 추구하는 논제로섬 게임의 장이다. 제로섬 게임의 사고에서 벗어나 우리 국가의 위상에 맞게 당당하면서도 섬세한 외교를 펼쳐 나가는 데 역량을 집중해 나가야 할 것이다.
  • [열린세상] 국제개발협력의 한국형 모델이 없다/강태혁 한경대 교수

    [열린세상] 국제개발협력의 한국형 모델이 없다/강태혁 한경대 교수

    지난 9월 말 유엔개발정상회의가 열렸다. 세계 193개국 대표들이 모여 2030년까지 향후 15년간 개발 협력의 지침이 될 ‘지속 가능 개발을 위한 2030 의제’를 채택하는 자리였다. 여기에는 빈곤 퇴치, 기아 추방, 보건의료 말고도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인프라 구축 및 산업화, 생태계 보호 등 모두 17개 목표에 169개 세부 과제가 포함돼 있다. 막대한 투자 소요가 예상된다. 향후 매년 3조 5000억∼5조 달러로 추정되는 재원 마련을 위해 국제사회는 개발협력자금(ODA)을 확충하고 개도국의 조세 개혁, 사업 유형에 따라서는 민간 부문의 재원과 기술까지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인도주의적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개발 협력을 보다 확대하고 효과를 낼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늪에 빠진 한국 경제엔 기력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숨겨 있음직도 하다. 세계 곳곳의 개도국들은 한국을 닮고 싶어 한다. 전후 식민지에서 독립한 가난한 동방의 은둔국 코리아, 그들 눈에 한국은 전후 폐허로 가난에 찌든 달동네 판잣집이 전부였다. 그랬던 한국이 반백년 만에 선진 민주국가 대열에 들어서 있고,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변모했다. 그런 한국이니 개도국에는 그야말로 ‘닮고 싶은 나라’인 것이다. 이들 중에는 한국전쟁에 참전해 자유 수호를 위해 피를 흘린 나라도 있다. 한국개발협력단 단원을 마주한 현지인이 더듬더듬 말을 고른다.“우리 부친이 젊은 날 한국을 도우려고 한국전쟁에 참전했었다.” 망중한을 즐기는 군인 몇몇이 찍힌 낡은 사진 하나를 자랑스럽게 내보이는 주름진 손에서 가벼운 전율이 느껴진다. 파병 군인에게 추잉 껌을 구걸하며 꺼먼 손 내밀던 꼬마 소년이었을 반백의 단원과 마주한 늙수그레한 현지인은 복잡한 회한에 잠긴 듯 고개를 떨군다.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보통 사람의 인정이다. 인도주의니 인류애니 하는 고품격 어휘를 동원하지 않아도 우리의 발전 경험을 함께 나누는 것은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한국인에게 맡겨진 역할이 아닐까. 미래세대가 꿈을 펼쳐 나갈 세상으로 디딤돌을 놓는 일이기도 하다. 한국의 국제 개발 협력이 본궤도에 오른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10년에서야 비로소 기본법을 만들었다. 개도국 원조 사업에 투입하는 재원은 연간 2조원 규모다. 국민총소득(GNI)의 0.14% 수준이다. 국제사회에서 권고하는 지원 규모(GNI의 0.7%)에 훨씬 못 미친다. 퍼낸 곳간은 금세 눈에 들지만 채운 곳간은 표가 안 나는 법이다. 재원을 여러 나라로 나누다 보면 개발 협력이란 말이 민망한 규모다. 한정된 재원이나마 그들의 삶에 보탬이 되려면 더 진심 어린 고민과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경제 개발 역사는 짧지만 우리는 세계적으로 귀감이 될 일들을 많이 했다. 새마을 운동, 식량증산, 산림녹화, 과학기술, 인력개발, 수출진흥 등…. 많은 개도국들은 이것이 ‘한강의 기적’을 가져온 마법이라고 믿고 또 물어 온다. 그런데 우리는 찬사에 도취돼 으스대기만 할 뿐 그들에게 가르쳐 줄 지혜가 별로 없다. 새마을운동하라고 빌딩 지어 주고, 농촌 개발한다고 지하수 관정 뚫어 주고, 국민 교육 하라고 시골 학교 지어 주고, 메마른 산에 나무 심는 것만으로 한국의 발전 경험을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한국은 남이 지어 준 빌딩에서 새마을운동을 한 것이 아니다. 선진국 원조를 받아 학교를 짓고 산림녹화를 하거나 농촌 개발을 하여 경제 개발을 이룬 것도 아니다. 즉흥적 아이디어나 특수 이해관계에 따라 단편적 유사 사업을 반복하는 것으로는 개발 협력이 잘 될 수 없다. 그들이 진정으로 한국에 원하는 것은 결코 그런 것들이 아니다. 한국형 국제 개발 협력의 모델이 필요하다. 우리 나름의 경쟁력 있는 개발 협력을 추진하려면 고유의 개발 경험을 재구성해 한국형 경제 발전 전략의 이론 모델로 재창출해야 한다. 이런 모델을 기초로 거시적 발전 전략을 개도국과 공유하고 그 틀 속에서 미시적 개발 협력 사업이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한다. 여러 참여 기관의 다양한 개발협력 사업을 유연하게 조율할 수 있는 성능 좋은 컨트롤타워도 필요하다. 지금 우리는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 [열린세상] 통일한국은 세계 5대 경제대국/이호열 고려대 언론대학원 AMP 주임교수

    [열린세상] 통일한국은 세계 5대 경제대국/이호열 고려대 언론대학원 AMP 주임교수

    1983년 6월 30일부터 11월 14일까지 138일에 걸쳐 453시간 45분 동안 생방송으로 이산가족 찾기 특별 프로그램이 진행된 적이 있다. 이 방송을 통해 1만 189명의 이산가족이 상봉했고 무려 78%라는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 후 32년이 지난 2015년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1년 8개월 만에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렸다. 이번 상봉을 통해 결혼 7개월 만에 헤어진 남쪽의 이순규 할머니는 유복자인 65살의 아들을 대동하고 북한의 남편이자 아들의 아버지인 오인세 할아버지를 65년 만에 처음 대면했다. 6·25전쟁에 나가면서 울며 매달리는 딸들에게 “꽃신 사 주마”라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팔순이 다 돼 가는 딸들의 꽃신을 가슴에 품고 찾아간 98세의 구상연 할아버지 사연도 있었다. 이산가족이 생긴 배경은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이다.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전쟁’(Korean War)이라고 부른다. 필자의 부친도 6·25에 참전해 큰 부상을 당한 1급 상이용사다. 필자는 상이용사인 아버지가 경제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탓에 경제적인 어려움과 생활고에 시달리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부상의 후유증 등으로 고생하시다가 일찍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슬픔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객지에서 고학하며 대학 생활을 보냈다. 6·25에 참전해 부상을 당한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들의 슬픔과 함께 전몰 유가족의 슬픔이나 65년 만에 상봉해 며칠간 얼굴만 본 채 기약 없이 헤어져야 하는 이산가족의 슬픔은 모두 우리 민족만이 가지고 있는 아픔이다. 이산가족의 아픔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바로 남북 통일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단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천문학적인 분단 비용을 치러야 하는 통일 문제에 관해 관심을 잃은 젊은이들이 많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통일 이후 독일 정부는 동서 간 경제 격차를 줄이려고 25년간 2조 유로(약 2680조원)를 투입했다고 하니 걱정이 되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통일 비용이 통일 후 10년 동안 남한 국내총생산(GDP)의 7% 내외인 반면 통일 이득은 같은 10년 동안 남한 측만 별도로 놓고 볼 때 매년 11% 내외로, 획기적인 경제성장을 얻어 낼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통일한국의 GDP가 2050년까지 독일, 프랑스, 일본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하는 2009년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월 6일 기자회견장에서 ‘통일 대박’을 언급하고, 3월 독일 방문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드레스덴 구상)에 따라 비(非)정치적 분야에서부터 남북 간 교류·협력 확대를 추진해 나가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점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통일한국에 대한 긍정적 경제전망과 통일대박론은 북한의 지하자원 활용과 평화정착에 따른 국제 경쟁력 및 국가 신인도 상승에 따른 거시경제적 승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된다. 게다가 인적자원이 우수한 우리나라는 고부가가치 미래성장 동력의 가장 큰 엔진인 콘텐츠 산업을 비롯해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등 첨단산업에 대한 잠재력이 있다. 콘텐츠 산업이 성장하려면 1억명 이상의 시장 인구가 뒷받침돼야 한다. 단순 계산하면 남북한이 통일되더라도 통일한국의 인구는 7500만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남북한이 통일돼 중국과의 국경이 군사적으로 대치돼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북한 지역과 인접한 중국 동북 3성의 인구도 우리나라의 경제권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3억명의 시장이 형성된다. 우리나라의 강점인 콘텐츠와 IT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이 생기는 것이다. 동족상잔의 비극과 이산가족의 아픔을 경험하지 못한 우리의 아이들이 성장해 세계 5대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선 통일한국에서 살게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정치가 무엇인가. 국민의 마음을 읽고 국민의 아픈 곳을 어루만지며 치유하는 것 아닌가. 국민이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세계 무대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도록 국민적 자존심을 세워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열심히 연구하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 [열린세상] 대학평가의 어두운 그늘/홍복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대학평가의 어두운 그늘/홍복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학의 구성원인 학생, 교수, 교직원은 모두 평가를 받고 있다. 학생은 성적으로, 교수는 강의와 연구 업적으로, 교직원은 업무 역량으로 평가를 받는다. 이들이 움직이는 대학 자체도 ‘대학평가’를 받는다. 평가 기준이 명확·타당하고, 평가 방법이 공정하고, 평가의 효과가 낙오자를 끌어올릴 수 있을 정도로 미래지향적이라면 평가에 의해 사람, 조직, 사회, 국가는 크게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평가를 하는 국내외 기관이 너무 많고 평가 기준도 제각각이다. 또한 같은 기관이 평가한 결과마저도 해마다 다르고, 다른 기관의 평가 결과와도 큰 차이가 있어 평가의 신뢰성을 찾기 어렵다. 원래 대학평가는 미국과 유럽에서 지역적으로 광범위하게 산재해 있는 수많은 대학을 일일이 방문할 수 없는 학생과 학부모가 대학을 선택할 때 필요한 정보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우리처럼 국토 면적이 넓지 않은 나라에서 순위 경쟁을 위해 대학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다. 순위 경쟁을 위해서는 평가 기준(평가지표)이 있어야 하며, 이를 계량화해야 한다. 계량화가 이루어지는 곳에서는 그레셤의 법칙(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이 적용된다는 것이 경험칙이다. 가령 대학의 국제화 기준으로 외국인 유학생 수를 기준으로 했더니 대거 중국인 유학생 유치 경쟁을 벌였던 꼴이다. 또한 교육부의 특성화 지원 사업, 교육역량 강화 지원 사업 선정 기준의 하나로 영어 강좌의 개설 수로 했더니 강좌 수만 늘리고 이해하기 어려운 콩글리시 또는 한국어로 진행하는 일도 벌어진 것이다. 이래서는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것이다. 대학의 연구력 평가에서도 SCI 등 연구논문 수나 연구비 수주액, 특허 출원 수 등 순위 경쟁을 위한 연구 결과물의 양산을 위해 연구실과 실험실조차 “빨리빨리”를 외쳤고, ‘따라 하기’를 반복했던 것이다. 대학평가가 이루어진 과거 21년 동안 한국의 대학은 양적으로 성장해 왔지만 학문적으로는 남는 것이 없는 허공의 나날이었다. 세계 대학의 랭킹이 상승했지만 교육을 통해 미래를 선도하는 창의적인 인재의 양성과 연구를 통해 사회 발전과 공공의 이익에 봉사하자는 대학의 역할은 공염불이 된 것이다. 매년 수시로 발표되는 언론사의 대학평가 순위가 대학 총장의 ‘성적표’로 작용함에 따라 총장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평가지표 관리’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투자해야 할 자원과 인력이 엉뚱하게도 ‘보이기 위한 지표관리’를 위해 낭비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주요 대학들이 US뉴스 & 월드리포트의 대학순위 평가에 반대하고 있는 이유는 대학 교육에서 그레셤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과학부문 21명의 노벨상을 배출한 일본에서는 아사히신문이 대학평가를 하고 있지만, 우리처럼 대학 랭킹을 1면 톱으로 다루지 않는다. 도쿄·게이오·와세다대 등의 세계 대학 랭킹이 떨어져도 원인이 국제화 수준의 문제라고 알고 있지만, 이를 주의 깊게 지켜볼 뿐이다.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문부성이나 대학 당국은 이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정책을 수행하지 않는다. 우리처럼 교수 채용에서 외국 대학의 학위를 선호하지 않는 일본 대학들의 자부심과 자생력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사립대학은 입시철에 한정해 대학 소개를 공동으로 할 뿐 우리처럼 수시로 특정 대학이 전면광고를 하는 일은 없다. 대학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고 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우리의 언론기관들이 대학평가가 대학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교육여건의 개선과 국가 경쟁력의 근간인 대학 연구력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대학의 특성을 무시한 순위 경쟁을 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대학평가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어떤 요소와도 결별하는 용단을 보여야 할 것이다. 특히 언론사의 대학평가와 대학의 광고비 지출의 관련성이 있다고 비판을 받는다면 대학평가를 하는 언론사들은 대학으로부터 광고를 수주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평가의 공정성은 평가기관에 더욱 엄격하게 적용돼야 하며, 공정성의 시비가 발생한다면 대학평가는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 [열린세상] 한·중·일 협력강화 한국이 주도해야/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열린세상] 한·중·일 협력강화 한국이 주도해야/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3년 반 만에 개최된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끝났다. 늦었지만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큰 책임이 있는 세 나라가 한 곳에서 머리를 맞댄 것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지난 사흘 동안 세 나라 정상은 경제, 사회, 지속 가능한 개발, 인적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동북아 지역의 안보협력과 국제문제에 관해서도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 너무 힘들게 그리고 오랜만에 성사된 회담인지라 만남 자체에 큰 의미를 둘 수도 있다. 하지만 차분히 성과와 한계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우리가 어떠한 자세를 견지해야만 하는지도 고민해야만 한다.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3국 간 협력이 복원됐다는 점이다. 3국은 협력의 가치와 실질적 협력 방안들에 대해 소중한 합의를 도출했다. 즉 ‘역사 직시와 미래 지향’이라는 원칙하에 ‘동북아 평화협력을 위한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그리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장관급 협의체를 포함한 정부 간 신규 협의체를 설립하고 3국협력사무국(TCS)의 역량 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3국이 정상회의의 정례화에 합의함으로써 앞으로 3국 정상회의가 지속 가능한 협력 메커니즘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었다. 한반도 문제에 관해 3국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는 점도 큰 성과다. 3국 정상은 북한의 비핵화 목표를 확고히 견지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그리고 의미 있는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 함께 노력해 가기로 합의했다. 무엇보다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거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어떠한 행동도 반대한다”고 천명함으로써 북한의 국지적 도발과 핵·미사일 실험에 대해 직접적이고도 엄중한 경고를 했다. 이는 3국이 북한에 대해 외교적 강압을 한 것이며, 앞으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공동 대응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3국 정상회의가 남긴 한계와 과제 또한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그간 협력의 장애물이었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충분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일본은 한국과 중국이 기대했던 과거사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비록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양국이 조기 타결하기로 중지를 모았으나, 이는 지켜봐야만 확인할 수 있고 평가할 수 있다. 앞으로 일본이 진전된 안을 제시하지 않고, 한국이 기존 입장을 고수한다면 양국 간 관계 진전 및 한·중·일 3국 협력은 또다시 좌초될 수 있다. 영토분쟁 또한 향후 3국 협력 증진에 구조적 도전 요인이 될 수 있다. 동중국해에서의 중·일 간 영토 분쟁과 남중국해의 난사군도 갈등, 그리고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의 이면에는 각국의 지역 전략과 이에 따른 첨예한 국익이 내재돼 있다. 따라서 이는 단기간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만약 3국이 영토 분쟁을 3국 협력의 전제조건으로 설정하거나 3국 협력의 장(場)에서 이를 무리하게 해결하고자 한다면, 3국 간 협력 증진은 요원할 뿐 아니라 오히려 갈등이 더욱 구조화될 수 있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3국 정상 간 만남을 통해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기회와 희망, 도전 요소를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수백 년간 지역 평화를 위해 세 국가 간 지속적인 협력이 없었다는 사실을 돌이켜 보고 강대국 간 협력이 창출되고 제도화되기 쉽지 않다는 국제정치학자들의 냉엄한 주장을 고려한다면 우리는 한·중·일 3국 협력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제국을 경영했고 제국을 꿈꿨던 중·일 양국 사이에서 중견국 한국의 역할에 대해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의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3국 협력을 통해 한국이 추구할 국익들은 너무나 다양하다. 환경, 문화, 교육, 원자력 협력 등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협력 의제들도 많다. 물론 북한 문제와 같이 우리의 사활적 이익을 위해 협력을 반드시 견인해야만 하는 사안도 있다. 한국이 3국 협력을 주도해야만 하는 이유다. 한국이 3국 간 불신을 용해하는 용광로가 되고, 3국 간 이해를 증진시키는 소통의 광장이 돼야 한다. 이 속에서 우리의 귀중한 국익이 창출되길 기대한다.
  • [열린세상] 공공기관 임원 임명에도 역량평가제도 도입하자/이선우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공공기관 임원 임명에도 역량평가제도 도입하자/이선우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

    세월호 사고 이후 불거지기 시작한 공공기관 인사에서의 ‘관피아’ 이슈는 전직 공무원들의 공공기관 취업을 금지했고, 퇴직 관료들이 가던 자리는 정치인들이나 교수 출신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언론의 분석이다. 지난 4월 기준으로 관련 부처 출신 공공기관장이 줄어드는 만큼 정피아 기관장이 상대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도됐고, 모 부처 산하 특정 분야 주요 공공기관장의 경우도 올해 기준으로 6명 중 4명이 교수 출신으로 신규 임명됐다고 한다. 전직 관료들의 공공기관 취업을 막는 가장 큰 원인은 전관예우에 따른 주무 부처와 산하기관 간의 유착을 우려하기 때문이며, 전문성 없는 공무원들이 기관장이나 이사로 취업해 공공기관의 경쟁력이 하락한 주요한 원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피아 이슈는 전문성과 유착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 유착의 문제는 감독 업무를 맡은 주무 부처 공무원들이 자신의 상급자가 기관장으로 가 있는 산하기관의 업무 편의성을 봐 주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연히 퇴직 관료의 산하기관 취업을 막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취업을 막고 교수 출신이나 정치인 출신들이 공공기관의 기관장을 맡는다고 하여 유착관계를 방지할 수 있을까. 한 단계만 거치면 서로 연결된 우리 사회의 구조를 생각한다면 공직 및 사회문화의 변화가 없는 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유착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사회적 감시와 제도적 장치를 통해 상당히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국가 공무원들의 공직부패와 비리가 현격히 줄어들게 된 이유도 사실은 국민권익위원회와 같은 기관이나 정부공직자윤리법 등 공직부패 방지 제도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공기관장이나 이사 또는 감사의 전문성은 제도적 보완으로는 확보하기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공공기관 임원에 대한 정치적 영향을 줄이고자 도입한 임원추천위원회제도가 그 목적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학자들은 낙하산 인사를 막고 공공기관 임원들의 전문성을 확보하려면 자격 요건을 구체화하고 절차를 투명하게 하면서 주무 부처로부터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함을 강조한다. 정권을 창출한 측에서는 당연히 선거 공신들에게 보은 인사를 하고 싶어 하고 또 당연히 해야 한다. 정권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논공행상은 있었으며, 이에 대한 시비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치적 임명의 경우 해당 인물들이 추천되는 기관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인사혁신처는 역량평가제도를 통해 정치적으로 추천된 이들 중 고위 공직자로서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있지 못한 후보자들을 거르고 있다. 이 제도를 공공기관 임원 추천 과정에 적용하면 전문성을 갖춘 좋은 인물을 선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후보자가 지원한 기관이 겪을 수 있는 가상적인 사례를 과제로 제시하고 임원으로서 해결하는 역량을 평가하거나, 임원 후보자들 간 특정 주제를 대상으로 토론을 벌이도록 해 후보자들의 능력을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기관장으로서 수행할 계획을 단순히 발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실현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기관의 경영 효율을 높이는 방법, 인력 및 조직관리 방안, 핵심 사업이 무엇이며, 어떻게 실현해 수익성을 증대시킬 것인지 전문성을 가진 외부 전문가들에게 정밀진단과 평가를 받는다면 후보자의 역량을 치밀하게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역량평가제도는 인사 추천이나 청탁으로부터 인사권자들을 자유롭게 한다는 것이 정평이다. 모 부처 산하 공공기관은 역량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정치권이나 장차관 누구의 청탁이 있어도 상임이사가 될 길이 없다. 공공기관 임원 후보자들이 반드시 이런 평가를 통과해 임원으로서의 역량을 확인받는다면, 대통령을 비롯한 임명권자의 부담을 덜어 주면서 전문성으로 인한 시비는 더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검증받은 후보자군이 확보되기 때문에 임명권자의 인사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
  • [열린세상] ‘자본 수출’이 답이다/강태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미 특임파견관

    [열린세상] ‘자본 수출’이 답이다/강태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미 특임파견관

    “한국도 수혜자다.” 지난달 워싱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세미나에서 제시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실증분석 결과다. 양적완화 정책 덕분에 한국 장기금리가 낮아져 성장에 도움을 받았다는 거다. 미국 금리 인상도 큰 부담은 아니라는 주장이 뒤따랐다. 27년간 유입 일변도이던 신흥국으로의 자금흐름이 순유출로 방향을 틀었다. 10월 8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를 뜨겁게 달군 주제다. ‘지도에 없는 길’을 헤쳐나갈 걱정에 신흥국이 긴장하는 게 당연하다. 우리 정책 당국도 급격한 자본유출에 대비해 왔다. 2010년부터 거시건전성 수단을 가동, 유입자본의 양과 속도를 조절해 오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힘이 부쳐 보인다. 2009년 이후 증권 자금이 1800억 달러(약 200조원) 들어온 데다 경상수지 흑자 지속에 따른 외자 유입규모도 막대하기 때문이다. 필요 이상의 자본유입은 경제운용에 큰 짐이다. 원화 값을 올려 수출상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외화가 나가 주면 환율이 안정을 되찾지만 유출보다 유입이 많다 보니 한국은행이라도 나서 외화를 사들여야 한다. “원화 값 상승을 막으려는 인위적 시장개입 아니냐”며 미국이 시비 거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게 다가 아니다. 외화를 거두어들일 때 풀린 원화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인다. 유동성 환수비용이 한은 몫으로 추가된다. 누적된 유입규모가 과도하다면 ‘일부’는 내보내는 게 바람직하다. 미국 금리 인상이 계기가 될 수 있다. 퇴각 통로 역할을 하니까. 유입자금은 결국 빚이다. 그렇다면 자본유출은 빚을 상환하는 디레버리징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본이 해외로 나간다고 무작정 길목을 틀어막을 건 아니다. 급격한 유출은 억제하면서도 안정적으로 디레버리징을 관리함이 관건이다. 첫째, 정책 당국은 디레버리징 관리에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미국 금리 인상은 예견된 충격이다. 제어 가능한 수준이 될 것이다. 둘째, 국내 금융시장을 확실하게 차별화시키는 것도 디레버리징 관리에 도움이 된다.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경상수지 흑자, 상당 규모의 외환 보유고 등이 차별화 포인트다. 셋째, 설령 위기가 닥쳐도 정책대응은 시장이 예측 가능한 방식이라야 한다. 과도한 외환시장 개입으로 보유고를 낭비하거나 시장과 괴리된 환율 수준을 고집하면 치명적일 수 있다. 최근 금융 불안사태 발생 시 시장과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한 중국 당국의 무리수가 반면교사다. 외환시장 이중구조도 과도한 유입의 부작용이 증폭되는 채널이다. 국내 개설된 외환시장은 두 종류다. 환율 변동성 리스크가 중화된 ‘헤지(hedge) 시장’과 헤지 없이 사고파는 ‘비(非)헤지 시장’이다. 시장 고시 환율은 비헤지 시장에서 결정된다. 문제는 외환 수요자(보험사, 연기금, 증권사 등 해외증권 투자기관)의 헤지 선호도가 유난히 큰 데 있다. 외환 매입수요가 헤지 시장으로 집중되니 비헤지 시장에서의 원화 값이 상승압력을 받는다. 부작용은 또 있다. 멀쩡하게 달러가 남아도는데 헤지 시장 거래용 외화는 해외에서 단기로 빌려온다. 외채구조만 악화되는 모순이 계속되는 거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구조를 두고 보기만 할 건가. 헤지-비헤지 시장의 괴리 상황을 시급히 해소해야 한다. 환 헤지에 대한 지나친 맹신에도 경종을 울려야 한다. 헤지를 하고도 손해 볼 수 있다. 해외 주가가 급락하지만 달러는 강세인 경우가 좋은 예다. 국내 투자자가 환 헤지를 안 했다면 주가하락 손실은 달러자산 가치 상승으로 만회된다. 하지만 헤지를 하면 주가급락 손실만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충실한 환 헤지가 도리어 리스크를 증폭시킨 꼴이다. 과거 성행하던 해외 주식투자의 대다수가 실패로 마감된 주요 이유다. 어려움의 상당부분은 자본 유출이 치유한다. 원화 고평가에 수반되는 짐을 덜고 외환시장의 작동 여지도 확장된다. 민간 보유 해외 자산이 외국인의 국내 투자분을 압도하면 글로벌 위기가 발생해도 꿋꿋하게 버틸 수 있다. 이스라엘 사례다. 경상수지 흑자로 들어온 외화가 국내에 머물기보다 해외로 나가 국부 창출로 이어지면 최상이다. 언제까지 자본유출 공포에 시달려야 하나. ‘자본 수출’이 답이다.
  • [열린세상] 대통령 NASA 방문과 한·미 우주협력/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연구단장

    [열린세상] 대통령 NASA 방문과 한·미 우주협력/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연구단장

    지난 14일 박근혜 대통령은 1965년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미국 항공우주국(NASA) 케네디 우주센터 방문 이래 50년 만에 NASA를 방문했다. 이는 본격적인 한·미 우주 협력의 시작을 알리는 중대한 의미가 있다. 국가 전략 과학기술의 대표적인 분야인 원자력과 우주 분야에서 협력이 이루어져 올해 봄 한·미 원자력 협정이 개정 후 타결됐으며, 이번 대통령의 방미에서 양국 정상은 우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한·미 간 전략적인 과학기술 협력의 큰 퍼즐이 맞추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인 우주 개발을 시작해 지구 관측용인 아리랑 다목적 위성과 천리안 정지궤도 위성을 올 3월 아리랑 3A호까지 한 번의 실패도 없이 개발에 성공했다. 또한 발사체는 러시아와 협력해 한국 최초의 발사체인 나로호를 2013년 1월 말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이렇듯 한국의 우주 개발이 성과를 내자 미국은 한국을 중요한 전략적 협력 대상국으로 고려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속히 한·미 우주협정을 체결하기로 했는데, 이 협정이 이루어지면 우주 협력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과의 우주 협력에는 유의해야 할 점들이 있다. 미국은 우주기술을 국가 전략기술로 정의해 외국과의 협력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통제하고 있다. NASA의 경우 기술과 자금을 교환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과의 우주 협력을 위해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기술 개발을 우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돈을 주고 도면과 소프트웨어를 사오는 것과 같은 협력은 불가능하다. 다만 양측의 필요에 의해 각자 기술과 돈으로 시스템을 개발한 후 합쳐서 전체 시스템을 만들거나 물물교환 방식으로 서비스를 교환하는 것만이 가능하다. 이러한 시스템의 결합과 서비스의 교환에서 우리는 간접적으로 미국의 우주기술과 경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우주 협력은 상호 호혜적이어야 하므로 한국의 시설과 서비스도 미국에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은 국가 우주기술의 진일보를 위해 2016년부터 달 탐사를 시작하려고 한다. 한국은 20여년 동안 성공적으로 저궤도 지구 관측 위성을 개발해 선진국에 육박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달 궤도선 개발에 필요한 기술의 70~80% 정도를 이미 확보하고 있다. 심우주항법과 대용량 추력기 같은 일부 기술은 아직 개발해 보지 않은 기술이지만 한국이 주도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다만 개발 과정에서 NASA 심우주 지상국 시설의 사용과 항법 분야에서 일부 지원을 받으면 달 탐사를 더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어 NASA와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달 탐사선에 NASA의 탑재체를 실어 주고 대신 NASA는 한국에 심우주항법을 지원하게 될 것이다. NASA가 한국과 달 탐사를 협력한다는 것은 미국이 한국의 우주개발 능력을 인정하는 것이며, 미국과의 우주 개발 협력은 앞으로 한국의 우주 개발에 큰 자극과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은 2030년대 중반 유인 화성 탐사를 국가적 우주개발 목표로 설정해 추진하고 있다. 이미 오리온 유인 우주선의 개발을 마무리 중이고, 화성까지 우주선과 화물을 실어 나를 강력한 우주발사체 SLS 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2000년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이어 2030년대의 유인 화성 탐사는 인류의 우주 개발 자원이 총집결되는 범지구적인 우주 탐사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국제우주정거장이 준비되던 1980~90년대에 한국은 우주 개발을 처음 시작한 단계여서 초대받지 못했지만 이번 유인 화성 탐사에는 미국으로부터 참여를 초대받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우리도 국가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 2040에 따라 2020년대에는 무인 달 탐사 능력을 보유하게 되고 2030년대에는 무인 화성 탐사 능력을 보유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세계 7~8위권의 우주 탐사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유인 화성 탐사에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한·미 관계는 인류의 숙원인 유인 화성 탐사를 공동으로 수행하는 보다 전략적이고 차원 높은 관계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 [열린세상] ‘분노의 포도’와 공적연금 강화의 길/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열린세상] ‘분노의 포도’와 공적연금 강화의 길/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는 캘리포니아 지역을 배경으로 대공황 시절 미국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음에도 가격 폭락을 막기 위해 버려지는 농작물과 매장되는 돼지를 바라보는 굶주린 사람들의 분노에 찬 시선을 효과적으로 그려 내고 있어서다. 개인 책임 강조와 함께 시장경제를 중시하던 미국에서 1930년대 중반 국가 주도의 사회보장제도(공적연금과 노후 의료보장제도를 의미)가 도입된 배경은 사회적 위험에 공동 대처하려면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보장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 사회는 공적연금 발전 방향과 관련한 격렬한 사회적 논쟁을 경험하고 있다. 기초연금과 공무원연금 논쟁을 거쳐 현재 국민연금에 초점을 맞춘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 빈곤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와 사회적 기구’가 국회에서 가동하고 있어서다. 주된 논점은 2028년까지 점진적으로 40%로 낮추어질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근로 기간에 받던 월급 대비 연금으로 받는 액수의 비율)이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영위하기에 너무 낮다는 것이다. 40% 소득대체율은 40년을 가입해야 가능한데, 2015년 현재 국민연금 평균 가입 기간은 16년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의 가입 실태를 근거로 추정해 보면 30∼40년 뒤에도 평균 가입 기간은 25년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다 보니 실제 국민에게 지급될 소득대체율은 40%가 아닌 25% 정도로 낮아진다. 이 수준으로는 안정적인 노후 생활이 어려우니 50%로 다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견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이 같은 주장이 우리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문제는 없는지 꼼꼼하게 따져 봐야 할 때인 것 같다. 국민연금 평균 가입 기간을 제대로 전망하려면 미래 지향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우리와 평균수명이 유사한 유럽연합 27개국의 국민연금 평균 가입 기간이 이미 36년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연금의 짧은 역사를 고려할 때 현재의 짧은 가입 기간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30∼40년 후에도 이러한 양상이 지속될 것인지에 있다. ‘국민연금 평균 가입 기간 25년’은 우리 사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경제활동 기간이 25년이라는 뜻이다. 평균수명이 90세 정도로 늘어날 2050년쯤에도 국민의 평균적인 경제활동 기간이 25년에 불과하다면, 나머지 65년은 누군가에게 부양돼야 함을 의미한다. 만약 이런 상황이 된다면 연금이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호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될 것이다. 막대한 사회적인 부양비용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급히 할 일은 수명이 늘어난 만큼 일하는 기간도 늘려 연금 가입 기간이 늘어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손보는 것이다. 우리 국민연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비교적 강한 소득재분배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저소득층에 혜택이 많도록 제도를 설계했음에도 실제로는 고소득층에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간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상당수 취약 계층이 연금제도 안으로 들어오지 못해 벌어지는 현상이다. 저소득층·취약계층에 유리하게 연금제도를 설계했더라도 이들 집단이 가입하지 못한다면 연금제도는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사람, 즉 먹고살 만한 사람들의 전유물로 전락할 것이다. 이 부분을 제일 먼저 손봐야 공적연금이 강화될 것 같다. 미국 사회보장제도가 인기 있는 이유는 국민 대다수에게 혜택이 돌아가면서 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기 때문이다. 우리의 공적연금을 강화하는 길은 다름 아닌 제도에 대한 정치적·재정적 신뢰성 확보와 함께 제도 적용에서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데 있을 것 같다. 연금제도가 특정 소득계층과 특정 세대만을 위한 파티로 끝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세대 간, 세대 내 연대를 기본으로 하는 공적연금의 작동 원칙에 부합되도록 연금제도를 손봐야 한다. 무작정 후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부담해야 할 만큼 부담해 재정을 튼실하게 하면서 소외된 계층도 연금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가입 유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공적연금 강화의 지름길이 될 것 같다.
  • [열린세상] 역사교육의 정상화에 부쳐/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열린세상] 역사교육의 정상화에 부쳐/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중고등학교 역사교육이 비정상적 상황에 부닥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특히 근현대사 부분의 교육이 종북성향을 보이거나 우리의 정치 경제적 성과를 비하하는 모습을 고발하곤 했다. 이제라도 역사를 바르게 가르쳐 미래 세대가 우리가 살아온 과거를 정확히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세대의 책무다.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교육 정상화의 첫 번째 방법으로 교과서의 국정화를 선택했다. 국정교과서로의 회귀에 대한 찬반양론은 누구라도 가능하고 건설적인 반대라면 얼마든지 서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작금의 반대론자들의 근거는 이성적이고 논리적 토론과 타협의 범위를 크게 벗어났다. 반대의 가장 두드러진 근거는 친일 및 독재의 미화 가능성이다. 박 대통령의 부친인 고 박정희 대통령이 일제강점기에 만주군관학교와 일본 육사를 나온 것이 친일파라는 것이고 유신독재를 했으니 그 시기를 미화할 것이라 지레짐작하여 반대하는 것이다. 그런 우려를 하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려는 우려로서 그쳐야 한다. 국정교과서를 편찬하면서 특정 인물이나 시기를 미화한다면 그것을 그냥 두고 보겠는가? 일어나지도 않은 범죄를 가능성만 가지고 형사 처벌하자면 동의하겠는가? 두 번째 근거는 국가가 역사 해석을 독점한다는 주장이다. 중고등학교에서 하나의 교과서를 쓴다고 해서 역사 해석을 국가가 독점한다는 것은 비논리적이다. 역사에 대한 해석은 교과서 집필자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역사학자들만의 전유물도 아니고 우리 세대만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역사는 세월과 함께 끊임없이 재해석되어 특정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의해 천착(穿鑿)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화한다고 하여 이 정부가 교과서를 직접 쓰는 것도 아님은 물론, 앞으로 역대 정부의 국사편찬위원회가 다양한 이념과 가치관을 가진 많은 학자를 모아 합리적으로 편찬해 간다면, 그래도 국가가 역사해석을 독점했다고 하겠는가? 세 번째와 네 번째 근거는 선진국 중에서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과 과거 우리의 국정교과서가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탄생했다는 점이다. 선진국들의 역사교육은 다양한 문제를 토론식으로 진행하여 학생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대부분 교사에 의한 일방적 지식 전수와 암기식 수업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게다가 현재 실제 채택되고 있는 7종의 역사 교과서들은 다양성보다 특정 이념이나 가치에 경도되어 있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만들어진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려는 학교에는 테러에 준하는 위협이 가해져 결국 채택을 취소했다. 이것이 반대론자들이 말하는 다양성인가? 지금 교육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런 특정 이념이나 가치에 입각한 역사 해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주입식 교육의 부작용이다. 과거 박정희 정부 시절 국정교과서를 정권 홍보와 정당화에 이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당시와 지금은 민주주의의 발달 수준에서 근본적 차이가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야권과 역사학 교수들의 반대만 보더라도 현재 우리 사회는 국정화의 부작용으로 지적되고 있는 정권 홍보나 미화를 충분히 걸러낼 수 있는 자정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본다면 국정화 반대는 논리적 합리성을 결여했다. 야권은 대통령이 우리 사회를 갈등으로 몰아간다고 비난한다. 필자가 보기엔 국정화 자체가 사회를 양분한 것이 아니라 국정화를 반대하기 위해 야권이 동원한 친일 독재 미화 프레임이 사회를 양분하고 있다. 필자는 국정화가 역사교육의 비정상을 정상화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도 교과서와 상관없이, 역사교육 시간이 아니어도 일부 교사들이 역대 대통령을 폄하하고 천안함 용사들을 비난하고 있으며,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의 성취를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교사들이 특정 이념에 사로잡혀 자신의 이념과 가치관을 어린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역사교육의 정상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그것은 곧 미래 세대에 죄를 짓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열린세상] 노벨상 만드는 건 스펙 아닌 인내와 노력/장영철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열린세상] 노벨상 만드는 건 스펙 아닌 인내와 노력/장영철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최근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있었다. 필자의 눈길을 가장 끈 수상자는 생리의학 부문에서 수상한 중국의 86세 투유유(屠??) 여사다. 중국 본토 출신의 첫 생리의학 노벨상 수상자가 된 투유유는 전 세계에 100여개 국가에서 연평균 3억명이 감염되는 말라리아 치료제를 찾기 위해 무려 40년 이상 끈질기게 노력했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투유유가 박사 학위가 없고, 해외유학 경험도 없으며 학술원 회원도 아니라는 점이다. 소위 스펙이 없는 과학자다. 우리처럼 연구자의 스펙을 중요시하고 단기적 성과를 지향하는 분위기와는 사뭇 대비된다. 세계가 인정하는 노벨상 중 과학 분야의 수상자가 한 명도 없는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사실 기초과학 연구에서 노벨상을 수상할 정도의 큰 성과를 낸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거대한 자연의 운행 원리를 인간이 소상히 파악해 낸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연구자들은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마라톤 경기에 참여한 기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출발은 했지만 끝은 보이지 않고, 몸은 점점 지쳐 가니 중도에서 탈락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불안감이 엄습해 올 것이다. 이를 극복하면서 자기의 연구가 인류 발전에 공헌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장기간의 힘든 연구 과정을 참아내는 것은 아무나 하기 어려울 것 같다. 따라서 기초과학 연구에서는 다른 분야보다도 더 연구자 선정이 중요하다. 자연현상을 꿰뚫어 보는 능력뿐만 아니라 어려운 과정을 강한 정신력으로 이겨 나가는 인재가 중요하다. 이러한 것들은 스펙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투유유의 예를 볼 때 연구 성과를 내는 데 스펙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실제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상당수가 스펙이 좋거나 연구 이외의 외부 인사들과의 교류에 신경을 쓴 사람이 아니고 자기 연구만 꾸준히 한 사람들이다. 심지어 어떤 노벨상 수상자는 상을 타러 갈 때 처음 비행기를 탔다고도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적합한 연구자를 선정했으면 믿고 오랫동안 기다려 주는 자세다. 설혹 성과를 못 내더라도 감싸 주고 다음 연구의 발판으로 삼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단기 성과를 재촉하는 순간 연구자는 연구에 집중하기보다는 단기에 성과를 못 내는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어려움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요건을 갖춘 연구자를 찾아내기가 참 어렵다는 점이다. 타고난 인재도 물론 있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궁금한 일이 생기면 매사를 지나치지 않고 관찰하며 해답을 찾아 나가는 교육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에서는 대학 입시라는 큰 장벽에 가로막혀 이러한 교육훈련을 지속하기가 어렵다. 더구나 단기간에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사교육이 공교육을 밀어낸 현실에서 학생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는 학부모로서는 단기 성과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 저소득층 학생들은 잠재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교육의 장벽을 넘어서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인재의 풀이 작아지고 있다. 특히 단기에 투자 비용을 보상받기 어렵고 공부하기도 어려운 기초과학의 인재풀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어려운 결정을 내려 이공계에 입학한 학생들은 기초학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등 기초과학 연구에 맞는 인재를 확보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국가의 경쟁력이 결국은 과학기술의 역량에서 비롯되므로 학벌 등과 관계없이 능력 있는 연구자들을 연구에 전념하도록 국가가 장기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공계 진출이 사회적으로 크게 보상받는 제도를 정착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 중국의 투유유가 연구한 개똥쑥은 중국의 고대 의학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통 의학서인 동의보감, 향약집성방에도 학질(말라리아)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고 한다. 우리도 우리의 전통 의학서를 계속 연구하면 어느 순간에는 노벨상에 도전할 수 있는 연구 성과도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비록 허울뿐인 스펙은 없지만 인내와 끈기로 인류 구원의 사명감을 가진 연구원이 장시간 노력하면 상은 알아서 찾아올 것이다.
  • [열린세상] 출연 연구기관을 성장 전진기지로/이용걸 세명대 총장

    [열린세상] 출연 연구기관을 성장 전진기지로/이용걸 세명대 총장

    내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증가율이 지난 10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성장의 디딤돌 역할을 한 연구개발 예산이 재정 증가율보다 크게 낮아진 것은 어떤 측면에서는 충격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R&D 예산 증가율은 분야별 예산 증가율 측면에서 항상 선두권이었다. 복지, 일자리 등 새로운 재정 수요가 늘어나고 경제 성장률이 둔화함에 따라 세입 증가에 한계가 있어 R&D 예산을 늘리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 경제 성장에서 R&D 중요성은 예전보다 더 커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산업이 가지고 있었던 제조업, 특히 생산 공정에서의 비교우위는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에서 거의 다 따라왔다. 이제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산업만이 생존하고 국가 경제가 성장한다. 우리 경제는 잠재성장률을 기준으로 할 경우 연 3%대 수준에 머무를 것이고 재정 증가율은 특별한 정책 수요가 없는 한 5% 수준을 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럴 경우 R&D 예산은 많이 늘어나기 어렵다. 이제 제한된 R&D 예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우리의 연구개발 사업은 1960년대 중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설립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R&D 기반이 거의 없던 시절 해외 우수 과학자를 초빙해 국가 과학기술 연구기관을 최초로 설립했다. 그 이후 기계, 전자, 생명, 항공우주 등 분야별 독립된 연구기관이 설립됐다. 대학의 연구인력 및 연구시설이 부족한 시절에 정부 출연 연구기관 설립과 집중 투자를 통해 우리나라의 R&D 능력을 단기간에 크게 향상시키고 관련 산업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필자가 해외를 방문할 때 외국의 정책 당국자와 한국의 성장 원인에 대해 논의할 때가 종종 있었다. 수많은 요인이 결합해 우리 경제 성장을 이끌어 왔지만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가 KIST 설립 등 과학기술 투자 확대라고 생각했다. 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KIST의 경제사회적 파급 효과가 지난 47년간 595조원에 이른다고 하니 전체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성과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다. 그러나 급격하게 증가한 R&D 예산의 효율성에 대해 많은 지적이 있었다. 중복투자, 정부 출연 연구기관, 대학, 기업 간 역할 구분 모호성들이다. 이제 대학의 연구인력 및 시설이 크게 확충됐고 기업의 첨단기술 연구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제한된 국가 연구개발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려면 먼저 정부 R&D 예산의 상당 부분을 쓰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역할 재검토가 필요하다. 그동안 출연 연구기관의 연구원들은 대학교수와 비슷하게 연구를 통한 논문 발표에 주력한 측면이 있다. 이를 활용한 첨단부품, 신제품 기획, 생산 등은 기업의 몫이었다. 사실 기술개발과 제품생산 사이에는 또다시 많은 시간, 노력 그리고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기술개발과 최첨단 제품 생산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면 어떨까. 예를 들면 최고 강도의 ‘베어링 기술개발’이라는 과제가 있다고 하면 지금까지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은 베어링 제품 및 제조과정 등에 관한 논문 작성이 주임무였다. 그러나 주임무를 최고 강도의 베어링 생산으로 바꾸면 연구자는 같이 연구하며 만들 기업을 먼저 찾게 되고 기업과 함께 연구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도 커지고 출연 연구기관의 기여도도 증가할 것이다. 정부가 연구기관, 학계, 산업계와의 협의를 거쳐 국가적으로 개발이 필요한 첨단 신제품을 선정하고 출연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생산 가능한 기업을 물색해 공동연구, 제품생산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제조할 수 있는 기업을 발굴하는 것이다. 출연 연구기관의 예산 구성도 이에 맞게 변경돼야 한다. 그동안 정부 출연 연구기관은 기초·원천 기술연구 등을 통해 국가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지만, 이제 그 역할을 바꿀 필요가 있다. 특히 대학 및 기업의 과학기술 인력과 시설 확충 등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앞으로 복지, 교육 등 재정 수요가 늘어나고 세입 증가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국가재정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 R&D 예산의 효율적 사용은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역할 전환에 대해 보다 과감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 [열린세상] 이산 상봉 정례화와 금강산 관광 맞바꿔야/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열린세상] 이산 상봉 정례화와 금강산 관광 맞바꿔야/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금강산에서 20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 중이다. 2014년 2월 이후 20개월 만이다. 우여곡절 끝에 진행되고 있는 상봉이다. 10월 10일 노동당 창당 70돌을 맞아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 무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상봉 직전까지도 많았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 강경 입장이 나오면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많은 우려 속에서도 이산 상봉은 이뤄지고 있고 오늘은 상봉 마지막 날이다. 다행스럽다. 어떤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극소수로 줄고 있는 이산 1세대들을 위해 굳이 많은 대가를 지불하고 상봉 행사에 매달려야 하느냐? 이에 대한 답은 이산 문제를 제대로 못 푼 남북한 당국이 남북 관계 개선, 나아가 통일 문제를 제대로 풀어 낼 수 없다는 것이다. 단순히 인도적인 문제를 넘어 이산 상봉은 남북 관계를 풀어 내는 출발점이다. 이산가족 상봉이 민족의 화합과 통일의 출발점이라는 국민적 합의가 또다시 필요한 시점이다. 왜 이산가족 상봉이 빨리 이뤄져야 하는지는 숫자가 증명하고 있다. 정례화 필요성도 마찬가지다. 이번 상봉까지 포함해도 상봉 행사는 20차례뿐이었다. 하지만 상봉 행사에 포함되지 못한 이산가족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다. 상봉이 자주 이뤄지는 게 아닌 데다 어렵게 성사되더라도 규모가 워낙 작아 상봉단에 포함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더더욱 문제는 이산가족 상봉 대기자 6만 6000여명 가운데 80세 이상 고령자가 절반이 넘고, 70대 이상 고령자까지 포함하면 거의 90%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이산 1세대들의 남은 수명을 고려한다면 가족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분초를 다투는 셈이다. 북측이 행정·경제적 비용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것도 사실이다. 북측이 다른 반대급부와 주고받기 위한 대상으로 이산 상봉을 활용한 경우도 있었다. 남측 당국은 북측이 상봉에 소극적이라고 도덕적으로 비판하거나 일방적 촉구만 해 온 것도 사실이다. 이 시점에서 북측이 호응하고 나올 만한 선물 보따리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오늘 상봉이 잘 마무리돼야 한다. 그 기반으로 상봉 정례화와 다양한 방식의 상봉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 출발점은 8·25합의 1항인 당국 간 회담의 빠른 개최다. 북측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하지 않고 있고,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반발이 거의 없는 지금 시점이 당국 간 회담의 적기다. 11월 안에 남북 당국이 당국 간 회담을 개최하길 바란다. 회담은 남북 간 현안, 이산 상봉 정례화, 금강산 관광 재개, 5·24 조치 해제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다뤄야 할 것이다. 최대 목표인 일괄 타결은 당장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자세가 요구된다. 쉬운 것부터, 빨리 할 수 있는 것부터, 어렵고 힘든 것은 그다음으로 미루면서 남북 당국이 합의점을 찾아 실천에 나서야 할 것이다. 우선 이산 상봉 정례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한 묶음으로 하는 협의가 가능할 것이다. 북측은 금강산 관광이 빨리 열리길 무척 기대하는 것 같다. 지난 10월 15일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에서 금강산 4대 사찰 중 하나인 신계사 복원 8주년 기념식을 다녀왔다. 금강산에서 만난 북한 조선불교도연맹 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빠른 관광 재개를 호소했다. 그들만의 생각은 아니리라. 관광 재개를 위해 남측이 내건 선결조건을 적절하게 수용하고 이산 상봉 정례화를 받아 내는 정치력을 남북 당국이 발휘하길 기대한다. 남북한이 올해 안에 남북 관계의 가닥을 잡고, 내년에 실절적인 관계 개선을 시작하길 바란다. 이산 상봉 정례화는 더이상 미룰 수 없다. 생사확인, 서신교환, 화상상봉 등 다양한 방식이 실천돼야 한다. 남북 최고 당국자들이 남북 관계 개선의 첫 순위를 모든 이산가족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것으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가장 우선 과제다. 이 깊어 가는 가을 금강의 붉은 단풍 속에 이산가족들이 만남이 진행되는 것을 보고 있다. 남북 당국이 상봉이 지속되는 틀을 만들기를 촉구한다. 남북은 당국 간 회담을 빨리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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