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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대 교수협 회장 “교수가 최순실 딸에 ‘하셨어요’ 너무 과한 것”

    이대 교수협 회장 “교수가 최순실 딸에 ‘하셨어요’ 너무 과한 것”

    김혜숙 이화여대 교수협의회 공동회장은 18일 지도교수가 최순실씨의 딸 정모씨(20)의 입학·학업 특혜 논란에 대해 “열심히 했던 교수들의 자긍심이 뭉개진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이메일 같은 경우 ‘습니다’라고 하는 경어를 사용하는 경우는 있지만 ‘하셨어요’, 이 정도는 너무 과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최경희 이대 총장 사퇴요구를 일축한 데 대해선 “한 사람이 문제를 제기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의미 있는 문제 제기이고 사회 통념상,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도덕적 여러 가지 잣대상에 있어서 사퇴해야 될, 혹은 책임을 져야 될 일이라고 하면 책임을 져야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재단 차원에서 특별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서 조사한다고 하니까 거기서 상당 부분 밝혀지게 되면 아마 교수님들이 어떤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에 따른 책임을 묻거나 이런 일들이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대 교수협의회는 최근 평생교육단과대학 사업으로 인한 학내 갈등과 정씨 관련 의혹으로 “학교의 명예가 실추됐다”고 규정하고 최경희 총장 사퇴 요구 시위를 주도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학교의 명예와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상황에 교수들이 의사표명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며 “교수들이 상당히 충격을 받았고 이 사태의 끝이 어딘지 가늠할 수 없다. 총장 개인의 도덕적 문제인지 학교의 구조적인 문제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씨가 계절학기 수업을 듣지 않거나 ‘엉터리’ 리포트를 제출하고도 학점을 취득했다는 의혹에 대해 “상식적인 도를 넘어선다”고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삼국지’ 대신 ‘금병매’/서동욱 서강대 철학과 교수

    [열린세상] ‘삼국지’ 대신 ‘금병매’/서동욱 서강대 철학과 교수

    사람들은 ‘삼국지’를 참 좋아한다. 나도 그렇다. ‘삼국지’를 세 번 읽은 사람과 상대하지 말라는 말도 있다. 세상을 이해하고 사람을 상대하는 법을 ‘삼국지’로부터 체득한 자에게 맞서 봤자 백전백패일 테니까. 그래서인지 수험생들도 시간을 쪼개 ‘삼국지’를 읽는다. 그런데 머리 좋은 사람들이 ‘삼국지’를 그토록 읽었는데, 왜 세상은 ‘삼국지’와 닮은 구석이 없을까? 충(忠)도, 의(義)도, 지혜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래서 요즘 세상에 비추어 보자면 ‘삼국지’는 너무도 공허해 보인다. 정치에서 관우 같은 바른 사람은 찾아볼 수 없고, 제갈량의 지혜를 적용하기엔 세상은 전혀 예측을 허용하지 않는 카오스의 덩어리다. ‘삼국지’를 길잡이 삼아 세상에 나섰다간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오히려 ‘삼국지’는 현재의 우리와 가장 거리가 먼 드높은 가치의 세계를 그려 보이고 있기에 모든 사람이 향수 어린 시선으로 매료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시궁창 같은 세상을 액면 그대로 비추어 주는 고전, 바로 우리 자신이 얼마나 흉하게 생겼는지 알려 주는 고전도 있다. 노골적인 묘사로 유명한 ‘금병매’가 그렇다. 어느 백과사전에는 ‘금병매’가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은 약하다고 나와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내가 보기에 ‘금병매’는 명나라 사대기서 가운데 가장 날카롭고 냉정한 시선으로 파멸해 가는 사회 구석구석을 살핀다. 주인공들은 모두 하늘의 도리를 지키려는 ‘삼국지’의 영웅들과 딴판이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하늘의 도리를 다 지키다가는 제대로 얻어먹지도 못한다.”(인용은 강태권 번역) 오늘날 우리는 관리의 부패, 부자의 부패, 성직자의 부패, 가정 내부의 숨겨진 폭력 등을 정말 질리도록 체험한다. 우리가 체험하는 세계는 곧 ‘금병매’의 세계인 것이다. 주인공인 서문경부터가 자신의 막대한 재화(財貨)를 믿고 악행이란 악행은 모조리 시험해 보는 자다. “놀고먹으면서 선량한 부녀자나 꼬여서 자기 여자로 만들었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람을 시켜 팔아버렸다.” 그의 뒤에는 매수된 관료가 있다. “계략만 조금 쓰면 너도 관가에 끌려가게 만들어 모든 것을 다 빼앗아 버릴 수도 있어!”라고 그는 협박하곤 한다. 이 부자는 우리의 부자들이 그러는 것처럼 탈세 역시 즐긴다. 그의 하수인이 보고하는 대목이다. “전 나리의 편지 덕분으로 세금을 아주 적게 냈어요. 비단 두 상자는 한 상자로, 세 뭉텅이는 두 뭉텅이로 보고하고, 나머지 짐들은 찻잎이나 값싼 약재로 쳐서 세금을 매겼지요. 전 나리께서 보고서를 받아 보시고는 검사도 제대로 하지 않으시고 그냥 짐수레를 통과시켜 주셨습니다.” 또 국법 바깥에서 첩이나 하인에 대한 사적인 형벌이 난무한다. “양중서는 동경 채태사의 사위로서 부인이 질투가 아주 심한 성격인지라 노비나 첩 등을 때려죽여서는 후원에 묻곤 했다.” 물론 여기에 아동에 대한 학대와 폭력이 덧붙여진다. 여자를 잔혹하게 때리는 장면은 비일비재한데, 소설은 얻어맞은 여자를 두고 이렇게 한탄한다. “사람으로 태어나되 부인의 몸은 되지를 마라. 백 년의 고통과 기쁨이 남에게서 오누나.” 이 세계에선 종교인 역시 제대로 썩었다. 종교인에 대한 강력한 비판은 금병매가 가장 주력하는 주제로, 그 가운데 가벼운 것 하나만 읽어 보면 이렇다. “이들은 천당과 지옥을 얘기하거나 경전을 풀이해 준다는 그럴듯한 핑계를 대고는 사람을 꾀어 자기들의 실속을 차리며 어떤 짓을 할지 모른다!” 이 모든 어두운 장면들은 자신의 죄를 지탱하지 못하고 이미 멸망해 버린 사회의 기록인가? 그런데 왜 이렇게 낯익고 생생할까? ‘삼국지’에 애정을 지닌 독자가 아무리 많더라도 우리 사회는 ‘삼국지’ 대신 ‘금병매’를 선택한 사회인 것 같다. 우리가 사회에 대해 느껴 온 환멸은 ‘금병매’를 통해 이해할 수 있지 ‘삼국지’의 저 높은 이상을 바라보는 인물들을 통해서가 아니다. 그러나 독자가 살아 있다면 ‘삼국지’의 인물들도 언젠가 살아 돌아오겠지? 제갈량, 관우, 조자룡이 보여 준 신뢰와 지혜도 함께.
  • [열린세상] 밥 딜런과 김민기, 그리고 그들의 노래/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열린세상] 밥 딜런과 김민기, 그리고 그들의 노래/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해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결정되면 습관처럼 그와 견줄 만한, 아니면 그를 연상시키는 우리 작가들을 거론한다. 수상자와 그를 배출한 국가에 대한 부러움이고, “우리는 언제?”라는 안타까움이다. 벌써 일본은 여러 차례 수상자를 낸 기초과학 분야도 그렇지만, 문학상에 대한 우리의 염원과 기대는 남다르다. 그래서 해마다 실낱같은 기적을 바라면서, 몇몇 우리 작가들을 자화자찬해 보기도 한다. 노벨상 중에서도 문학상이야말로 문학의 본질만큼이나 시대와 인물, 영역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울 수 있다. 올해 수상자로 밥 딜런을 선택한 것도 그런 것이다. 문학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수상 전례에 비추어 보면 분명히 이변이고 이질이다. 음유시인, 싱어송라이터란 수식어에 문학이 들어 있기는 하지만 그는 노래하는 대중 가수이기 때문이다. ‘대중’을 ‘순수’의 반대인 ‘불순’의 개념으로 보는 사람에게 그의 노래는 분명 시도, 문학도 아닐 것이다. 물론 그는 시인도 아니다. 그래서 노벨 문학상의 이번 ‘파격’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여기에는 물론 그의 노랫말이 상을 받을 만큼 문학적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비판만 들어 있지 않다. 그가 가난한 시인이 아닌,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인기 대중 가수란 사실도 들어 있다. 그러나 ‘시’란 무엇이며 ‘시인’은 누구인가. 동양 최고의 시집으로 꼽는 ‘시경’(詩經)은 공자가 고대부터 춘추시대에 유행한 대중가요 가사 305편을 모은 것이다. 그 가사는 인간의 진솔한 삶과 감정을 압축과 상징의 언어로 노래했으며, 현실을 풍자하고 비판하면서 인간이 바라는 세상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공자도 “그 300편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생각에 사악함이 없다는 것(詩三百 一言蔽之 曰思無邪)”이라고까지 했다. 좋은 노랫말도 그 자체로 훌륭한 시다. 시를 노랫말로 옮기기도 한다. 시가 꼭 글로만 읽히는 것도 아니고, 그럴 이유도 없다. 영국 소설가 살만 루슈디가 “오르페우스부터 파이즈까지 노래와 시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면서 “딜런은 음유시인계의 엄청난 후계자로 탁월한 선택”이라고, 노벨상위원회가 “호머나 사포 등 그리스 시인들의 시는 원래 공연으로 듣는 것”이라고 한 것이 견강부회는 아니다. 미국의 고전학자 마사 누스바움의 ‘시적 정의’에 따르면 시인은 “오랫동안 말이 없던 목소리들이 장막을 벗고 빛 속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매개자”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배제된 자들과 멸시당하는 자들 그리고 힘 있는 자들까지 그들의 삶의 상황과 방식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 공감을 통해 비천한 자들의 수모 속으로 스스로를 내던져 개입하기를 고집하는 것, 동등한 조건 속에서 오직 타인이 가질 수 있는 것들만 가지는 것, 배제된 자들의 고통과 핍박받는 자들의 위협에 목소리를 되찾아 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공감의 포용적 시선으로 보면 밥 딜런은 분명히 “훌륭한 미국 음악 전통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 낸” 이 시대의 시인임에 틀림이 없다. ‘노킹 온 헤븐스 도어’, ‘라이크 어 롤링 스톤’으로 그는 수많은 사람과 함께 아픔과 고통과 핍박의 장막을 걷고 빛 속으로 나오는 ‘문’을 두드렸다. 그의 시는 책 속에 누워 있지 않고, 노래가 되어 세상으로 퍼져 나가 ‘공감’이 되어 사람들의 가슴을 두드렸다. 노벨 문학상은 단순한 찬사나 오마주가 아니다. 인류의 ‘현재’와 ‘미래’에 늘 그 시선과 가치를 두고 있다. 밥 딜런에게 문학상을 안긴 것도 그가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이고 스타이어서가 아닐 것이다. 그가 평생을 바쳐 외치고 있는 자유와 평화, 반전(反戰), 인권이 ‘과거’가 아닌 아직도 인류가 걸어가야 할 길이란 얘기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지 않은가. 밥 딜런의 수상 소식에 김민기를 떠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밥 딜런의 마음과 숨결을 이어받아, 암울했던 70년대 한국의 현실과 사람들의 아픔을 소박한 정서와 리듬으로 녹여낸 우리의 음유시인이기 때문이다. 그와 그의 노래를 부른 가수들의 존재가 새삼 애잔하고 소중하다. 우리 역시 그의 ‘시’들이 여전히 유효한, 아니 더 절실한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열린세상]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 우리의 비대칭 전력이다/손기웅 통일연구원 부원장

    [열린세상]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 우리의 비대칭 전력이다/손기웅 통일연구원 부원장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 우리는 가지고 있으나 북한에는 없는 가치이자 실상이다. 이들을 북한이 가지려면 핵무기 개발에 비견될 수 없는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여야 할 뿐만 아니라 김정은 독재 체제가 존속되는 한 불가능하다. 우리의 땀과 눈물, 의지와 노력으로 일구어 낸 이것들은 북한 정권이 핵무기나 생화학무기, 게릴라나 테러집단, 어떠한 무력으로도 대응할 수 없는 평화의 무기다. 우리만이 가진 힘, 우리의 진정한 ‘비대칭 전력’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군사도발에 대응해 다양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으나 효과는 불투명하다. 가장 강력하다는 유엔의 국제 제재도 자체에 한계가 있고 중국 변수,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성과가 미지수다. 사드 배치도 소재지를 둘러싼 논쟁은 불문하고 수도권을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우리의 독자적 핵무장까지 주장되고 있지만, 개발할 경우 직면해야 할 국가적 어려움을 고려하면 주장 이상 이하도 아닐 수 있다. 어떠한 군사적, 외교적 노력도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폐기하거나 군사적 도발을 멈추게 하기 어렵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방과 외교란 두 축으로 대북 정책을 펼쳤다면 이젠 그 두 축을 바탕으로 하되 통일을 선두에 세우는 통일·대북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국방과 외교는 기본적으로 남한과 북한이라는 두 개의 정체, 분단을 전제하고 이루어지는 다양한 국가적 행위다. 무력 통일이나 선제 침공을 상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추진되는 일체의 우리 국방 행위는 분단된 남쪽 땅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다. 물론 북한이 먼저 도발한다면 한반도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군사적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고, 통일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전면전을 벌이지 않는 한 우리의 국방 행위가 분단 상황의 극복으로 이어지기란 쉽지 않다. 북한이란 정치 체제가 작동하고 있고 유엔 회원국인 상황에서 우리가 외교적으로 한반도 전체의 국가 이익을 펼치기는 불가능하다. 북한과 경쟁하면서 우리의 입장을 높이고 지지 세력을 넓히려는 노력만이 가능하다. 어찌 됐건 북한을 지지하는 세력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우리의 외교가 우리가 원하는 내용과 방향으로 전개되기란 쉽지 않다. 국방과 외교만을 통해서는 남한의 안보를 지켜 낼 수는 있으나 북한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할 수는 없다. 현 북한 체제의 존속을 전제로 하는 한 북한은 갖은 획책을 도모하고, 우리의 국방과 외교는 그에 대응하는 데 급급한 상황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통일이 해답이다. 분단을 전제로 하는 전략과 정책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를 하나로 만들어 가는 통일의 길로 나서야 한다. 통일 한국을 만들어 가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공영, 그리고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를 실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방과 외교, 통일이 힘을 합쳐 시너지를 도출해야 한다. 헌법 제4조에 따라 우리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지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령 독재 체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더 많은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가 있음을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보고 듣고 느끼고 깨달을 뿐만 아니라 결단하여 우리와 함께하려고 움직이고 일어서야 한다.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평화의 무기를 마음껏 휘두르자.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가 무엇인지를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 주자. 국제 제재란 엄중한 현실에서도 전방위로 북한 주민들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현실화돼 있는지를 느낄 수 있도록 하자. 아울러 이것들을 사회적으로 구현하고자 우리가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려야 했던가도 알려 주자. 우리가 더 큰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가 실현되는 사회를 만들수록 북한 주민들이 우리와 함께하려는 열망, 우리의 통일 유인력은 커질 것이다. 북한과 비교할 수 없이 앞선 우리 사회이지만 곳곳에서 나타나는 안타깝고 가슴 아픈 현실을 줄여 갈수록 통일 동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우리의 힘,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를 더욱 키우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다가가자. 그리고 외치자. 자의에 의해 대한민국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얼마든지 대한민국은 환영한다!
  • [열린세상] 법치 수준이 높아야 경제도 성장한다/이공현 법무법인 지평 대표 변호사

    [열린세상] 법치 수준이 높아야 경제도 성장한다/이공현 법무법인 지평 대표 변호사

    요즈음 우리 사회를 둘러보면 경제와 관련된 희소식을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해운업과 조선업을 생각하면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커다란 기둥들이 무너져 내린 느낌이 든다. 세계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조적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뉴노멀 시대에 각 나라는 저성장 극복과 성장잠재력 확충이라는 근본적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나 미국 대선 후보자들의 공약에서 보듯이 무역장벽을 높여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해 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는 어떠한가.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2018년이면 생산인구의 감소로 소비가 하강하는 인구절벽이 다가온다는 경고가 들려온다. 금리를 내리고 통화량을 늘려도 실제로 돈이 돌지 않아 물가와 소비가 제자리걸음이다. 과도한 가계 대출의 증가로 금융기관의 부실화를 초래해 또 다른 금융위기를 부르는 시한폭탄이 터지지 않을까 불안하기만 하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예상하면 걱정이 커진다. 정부도 창조경제를 내걸고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창업·중소기업 육성을 선도하고 있다. 기업의 투자 촉진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동력을 회복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올해 3% 미만의 경제성장률 예측을 보면 그 성과는 미약하기만 하다.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일찍이 국부론에서 법률제도가 한 나라의 경제성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서술했다. 사유재산권이 보장되지 않고 계약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국가에서는 상업과 제조업이 발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가 권력이 정당한 절차를 통해 법을 집행함으로써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는 것을 필자는 경제활동에서의 법치주의라고 생각한다. 먼저 국가 권력이 개인의 의사가 아니라 객관적 법에 의해 행사됨으로써 사회현상 및 국가 작용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민과 기업은 국가 기관이 정해진 법에 의해 행동하고 타인도 법을 따를 것이라고 신뢰하게 되고, 이는 사회적 신뢰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만약 타인의 잘못으로 개인과 기업의 권리가 침해되면 법적 절차에 따라 재판기관으로부터 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법치주의에 따른 경제활동은 이해관계가 다양한 현대사회에서 개인과 기업의 신뢰 관계를 증진하고 경제활동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다. 법치가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경제발전의 전제 조건이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세계은행이 2006년부터 2013년까지 발표한 세계거버넌스지수(WGI) 중 법치지수에 따르면 법치 수준이 높을수록 소득 수준 또한 높은 경향이 뚜렷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리고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공공부문의 부패 정도를 나타내는 부패인식지수(CPI)에 따르면 법치와 부패는 동전의 앞뒤와 같이 밀접한 관계를 나타낸다. 다른 여건이 같다면 법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이 투자율을 높이는 것보다 경제발전에 효과가 더 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법치 수준은 어떠한가. 2013년 세계은행이 평가한 한국의 법치 수준은 전체 211개국 중 45위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만 보면 34개국 중 최하위인 27위다. 특히 OECD 평균지수보다 약 26% 뒤떨어져 있어 앞으로 개선의 여지가 많다. 우리의 법치 수준이 OECD 평균 수준으로 선진화된다면 국민 1인당 실질소득이 최소 18.7% 이상 개선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2006년 2만 달러를 넘어선 이래 3만 달러의 문턱에서 10년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야말로 경제활동에 가장 큰 장애라고 한다. 이제 “법 따로, 경제 성장 따로”라는 문구가 통하지 않는 사회가 돼야 한다. 소위 김영란법의 시행이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다고 많은 국민이 걱정한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법치를 통한 경제성장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볼 때가 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 [열린세상] 한국 웹툰이 세계로 뻗어 나가려면/전범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열린세상] 한국 웹툰이 세계로 뻗어 나가려면/전범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은 기존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변신을 이끌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초반부터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웹툰은 시작에 비해 최근 그 발전이 비약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1700억원을 넘어섰다. 작가와 보조 작가들로 구성된 제작 시장이 대략 3분의2를 점유하고 플랫폼 및 에이전시 시장이 나머지 3분의1을 차지하는 구조다. 웹툰은 인터넷 포털을 비롯해 다수 플랫폼을 통해 수천편 이상의 작품들이 연재되는 등 인터넷 공간을 활용한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 산업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웹툰이 기존 만화와 달라져 보이는 이유는 스마트폰 등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구현되는 웹툰 이용의 자유로움과 트렌드에 걸맞은 콘텐츠 상상력, 그리고 다른 장르의 콘텐츠와 절묘하게 결합되는 확장성에 있다. 우선, 웹툰 이용의 편의성은 누구라도 이동 중에라도 잠깐 동안 웹툰 소비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다면 어느 장소 어느 시간대에도 다양한 웹툰 콘텐츠를 빠른 시간 안에 이용할 수 있다. 물론 노트북이나 PC, 스마트TV 등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서도 콘텐츠를 선택하고 이용할 수 있다. 다음으로 웹툰 스토리의 상상력은 웹툰의 성장을 견인하는 중요한 주춧돌이다. 웹툰이 다루는 다양한 소재와 아이디어들은 최신 대중문화를 상징하듯 톡톡 튀는 것이 많다. 웹툰은 단순히 인터넷을 통해 만화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의 힘으로 이용자들을 이끌어 내는 이야기 콘텐츠다. 이로 인해 웹툰 콘텐츠를 만드는 아마추어와 전문 창작자 집단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이야기 소재와 독창적인 그림을 통해 독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웹툰의 또 다른 매력 중 하나는 다른 콘텐츠로의 확장성이다. 웹툰 시장을 통해 화제를 불러 모은 작품들이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인접 콘텐츠 산업에서 2차적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웹툰 스토리가 원형 콘텐츠로서 다른 영상 콘텐츠 산업의 상상력을 채워 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웹툰 미생은 웹툰의 확장성을 극대화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미생을 기점으로 기존 TV나 영화 제작자들의 웹툰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 웹툰의 또 다른 강점은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이다. 웹툰은 재미있는 스토리에 독창적인 그림이 결합된 만큼 비교적 문화적 저항이 크지 않고 틈새 시간에 소비가 가능한 스낵 문화의 일종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문화적으로 이질적인 국가들일지라도 인터넷을 통해 쉽게 한국의 웹툰을 이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국내에서도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번역된 웹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웹툰이 글로벌 콘텐츠로 확장되려면 여러 과제가 남아 있다. 우선 국내 웹툰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도록 작품의 다양성과 품질 유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웹툰 작가들의 다양성을 확보하면서도 제작 부문 인력들에게 수익 배분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해 보인다. 소수 스타 중심의 작가 집중 현상을 극복하고 도전적인 웹툰 인력들이 골고루 양성될 수 있는 시스템과 기회 제공이 필요할 것이다. 웹툰 콘텐츠 유통 역시 포털뿐만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들을 활용해 가치를 더욱 높이는 작업들이 필요해 보인다. 다음으로 글로벌 광고 플랫폼으로서 웹툰의 미디어 기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웹툰 콘텐츠는 간접광고(PPL) 방식의 광고를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따라서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는 기업들과의 협업 체계를 통해 국내 웹툰 콘텐츠 산업이 성장할 기회를 모색하는 것도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 이 외에 국내 웹툰 콘텐츠의 해외 시장 진출 때 정확하고 맥락에 맞는 전문적인 번역을 하고, 해당 국가의 문화적 정서에 맞도록 콘텐츠를 재구성하는 접근 방식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시점이다.
  • [열린세상] 나이 차별이 없는 사회를 위하여/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나이 차별이 없는 사회를 위하여/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새파랗게 젊은 것들에게 수모를 당하고 못해 먹겠다.” 얼마 전 국정감사를 받던 70대 한 기관장의 말이다. 자신보다 나이 어린 사람에 대한 멸시와 비하의 속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질문한 사람들은 50대 중반의 국회의원이었음에도 오직 나이라는 잣대 하나로 그들의 지위와 역할, 지식이나 능력은 철저하게 무시됐다. 정작 나이를 이유로 수모당한 직접적인 피해자는 오히려 그 ‘젊은 것들’이 아니었던가. 이러한 태도와 언행은 노인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연령이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우리 사회의 공공연한 일상이다. 10여년 전 40대 초반에 취임한 행정자치부 장관이 국회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당시 60대 중반의 국회의원으로부터 “젊은 나이에 장관 됐는데 기분 좋지요?”, “아직 장관이 젊어서 잘 모를지 모르지만”, “내가 나이도 장관보다 많고” 등 무수한 조롱을 받았다. 그는 결국 6개월 만에 물러나고 만다. 나이를 들먹이며 행해지는 부당한 차별은 직장에서 더 심각하다. 20·30대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하게 되면 직장에는 모두 ‘어른들’뿐이다. 10년 이상 자신을 낮추고 온갖 잡일 다 해가며 나이 든 선배와 상사를 모시다가 40대가 돼야 겨우 한숨을 돌린다. 오죽하면 김용 세계은행 총재도 “입사 후 마흔이 되기 전까지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면서 “나이 차별이 있는 한 한국은 성공할 수 없다”고 했겠는가. 그래서인지 50대를 넘기면 이제부터 ‘내 맘대로 살아 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처럼 나이 차별은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퍼져 있는 사회적 편견이다. 이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치고 성인의 권리를 훼손하기도 한다. 또한 인간 관계를 수직적으로 서열화함으로써 정상적인 대화와 토론을 가로막는다. 나아가 젊은 세대에게는 부당함에 대한 침묵을 강요하고 약자로서의 비굴함을 키운다. 최근 5년간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행위 상담 건수를 보면 나이와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이 장애인과 성희롱 다음으로 많았다. 두 유형의 진정 접수 건수를 합하면 매년 200~300건으로 성희롱 진정 접수 건수를 능가한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 잘못된 편견은 바로잡아야 한다. 우선 ‘새파랗게 젊은’ 세대를 위한 ‘나이차별금지법’을 만들자. 고령자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노인차별주의뿐만 아니라 젊은 청년들을 부당하게 차별하는 청년차별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고용상의 연령차별금지’만이 아니라 업무와 생활상의 차별 행위도 금지해야 한다. 양성평등법의 성희롱 규정과 같이 젊은 세대들이 연령에 의한 차별, 편견, 비하 및 폭력 없이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받고 모든 영역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대우받도록 하자. 또한 나이 ‘차별’만이 아니라 나이 ‘괴롭힘’도 금지하자. 영국의 연령차별 규칙도 나이를 이유로 적절치 못한 언행, 모욕적인 농담, 사회적 모임으로부터의 배제 등의 괴롭힘을 모두 차별금지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연장자 중심의 제도와 관행도 바꾸어야 한다. 직장에서 보수 지급 기준은 여전히 직무나 직급보다 나이와 근속연수가 먼저다. 20대 후반에 입사해 30대, 40대까지 어렵고 힘들게 살다가 근속 호봉이 빵빵한 50대에 도달하면 악착같이 기득권을 지키는 세대 간의 차별적 악순환을 끊을 수는 없을까. 지난해 논란 끝에 확정된 공무원연금제도의 개혁 역시 젊은 재직 공무원이나 신입 공무원들의 희생과 부담만을 더욱 키웠다는 평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이 모두 인정하고 선관위까지 나서 제안한 선거 연령 18세 인하 법안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저자 한윤형은 “20대는 386 부모 세대의 훼방만 이겨 낸다면 놀라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비정상회담’ 프로그램 미국 대표였던 타일러는 나이가 어리고 지위가 낮다는 이유로 부당한 일도 참아 내는 우리들의 비정상을 “참지 말고 항의하라”고 일침을 놓는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하나같이 나이 중심의 위계질서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우리 사회에서 나이가 계급과 권위가 아니라 존경과 감사의 상징이 될 수는 없을까.
  • [열린세상] 김정은과 한반도 전운(?)/김숙 前 유엔대사

    [열린세상] 김정은과 한반도 전운(?)/김숙 前 유엔대사

    북한이 최초 핵실험을 한 지 10년이 지났고 오늘은 노동당 창건일이다. 이런 가운데 동창리, 무수단 및 풍계리에서 각각 미사일과 핵실험 준비 징후가 포착돼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고, 한·미 군사 당국은 증강된 비상대기 태세하에 감시와 정찰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은 집권 5년차의 김정은 치하에서 말과 행동이 선대보다 더욱 호전적이고 위험해졌지만 노선과 방향에서는 직선적이 되면서 역설적으로 (비관적인 방향으로)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 21세기 들어와 김정일은 죽기 전 12년간 두 차례의 핵실험을 했으나 김정은은 통치 5년간 세 차례의 핵실험을 했고 무수한 미사일 발사 실험과 함께 유엔과 국제사회의 경고와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실전 배치에 혈안이 돼 있다. 김정은의 북한은 한반도 적화통일 달성을 위해 전쟁을 상수로 여기고 전쟁 발발 시 승리론을 맹신하며 전쟁 개시와 종료를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는 망상 속에 초기의 핵무기 사용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반도에서 외교, 안보, 군사적으로 새로운 차원의 접근과 대응을 요구한다. 논란 속에서도 핵무장론과 선제 타격 얘기가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회자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도 현실로서의 전쟁 가능성을 냉철히 직시해야 할 때가 됐다. 남북 간 무력충돌과 전쟁은 진력을 다해 회피토록 노력해야 하겠지만, 북한의 호전성에 비추어 볼때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전쟁은 막아야 한다는 호들갑은 나라가 존재하는 목적(생명의 안전)과 기본가치(자유민주주의)를 도외시하는 모순을 야기하게 된다. 1910년 전운이 감도는 유럽에서 영국의 평화주의자 노먼 에인절은 ‘대환상’이라는 저서에서 유럽의 경제적 통합 상태와 국가 간 상호의존도가 커져 전쟁은 쓸모없게 됐고 군사적 대비가 불필요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주장을 해 큰 호응과 주목을 받았다. 이에 반해 다음해 1911년 독일의 프리드리히 본 베른하르디 장군은 ‘독일과 차기 전쟁’이라는 책에서 독일의 국익 수호와 확장을 위해 전쟁은 불가피하며 오히려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다. 결과는 3년 후 제1차 대전으로 나타났다. 전쟁 방지와 평화 수호는 어느 일방의 의지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역사적 사례다. 그동안 전쟁이라는 말은 도발과 함께 거의 김정은의 전유물로 치부돼 왔고 우리에게는 터부시돼 왔다. 그 결과 우리는 월등한 전쟁 수행 능력과 평화 수호 의지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무자비하게 흔들어 대는 전쟁 공포 유발술책에 인질로 잡혀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제는 이러한 패배주의적 소심함을 털어버려야 한다. 안보에서 일방적 선의는 적으로부터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며 오히려 자주 나약함으로 오해받는다. 상대는 포악하고 위험한 32세의 젊은 모험주의자다. 고대 어느 그리스 시인은 인간을 여우와 고슴도치의 부류로 나누었다. 여우는 유용한 많은 것을 알고 있으나 고슴도치는 하나의 큰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분류에 따라 보면 김정은은 모든 것을 정권의 생존이라는 유일한 본능적 원칙에 의해 움직이는 악성의 고슴도치다. 그러기에 도탄 속 주민의 삶은 방치하고 탄압과 통제를 위한 국가기구를 강화하면서 핵과 미사일 개발에만 몰두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그에게 베풀어야 할 선의는 더이상 없어야 한다. 희망적 기대는 중국으로부터도 당분간 전략적으로 상당 부분 거둬들여야 한다. 상황을 직시하고 자강의 대비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사드 배치는 그 과정에서 제시된 지극히 당연한 조치들의 일부분이다.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갈 수 없다는 표현은 더이상 타당한 명제가 될 수 없다. 대신 북한이 품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전쟁은 어떤 양상일 것인가, 전쟁 지속 기간은 어떨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피해를 최소화하고 전쟁을 조속한 승리로 마감할 것인가, 중·북 간의 우호협력 상호원조 조약은 어떤 효력이 있고 작용을 할 것인가, 한·미 동맹은 법적·외교적·군사적으로 튼튼하며 맹점은 없는가와 같은,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 상황에 대해 냉정한 검토에 나설 때다. 우리에겐 근거 없는 낙관도 과도한 비관도 들어설 자리가 없다. 오직 냉철하고 확신에 찬 자강 의식만이 필요할 따름이다.
  • [열린세상] 대학 구조 개혁, 일관성이 답이다/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열린세상] 대학 구조 개혁, 일관성이 답이다/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구조 개혁은 누구에게나 불편한 주제다. 가급적 미루거나 재임 기간에는 피하고 싶은 것이 구조 개혁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개혁이 필요함에도 이를 제때에 못 하면 더 큰 상처가 남는다는 것이다. 대학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저출산 영향으로 2023년이면 입학 가능 인원이 40만명 수준으로 떨어진다. 전체 대학의 4분의1인 100여개 대학이 정원을 못 채우고 문 닫을 수 있는 규모다. 미리 정원을 감축하고 체질을 강화하지 못하면 고등교육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있다. 정부가 관 주도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대학 구조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는 것은 이런 이유일 것이다. 정부의 계획은 대학별로 교육 여건과 역량을 평가해 부실 대학을 추려 내고 재정 지원을 중단하면서 정원 감축을 압박하는 것이다. 정원 감축 실적을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하는 전략도 쓰고 있다. 2023년까지 3주기에 걸쳐 16만명을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2016년까지 1주기 구조 개혁을 추진한 결과 계획대로 약 4만명을 줄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부터 문제다. 인구 절벽이 다가오고, 10만명을 더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개혁에는 항상 불만과 저항이 따른다. 특히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집단이 반발한다. 이제 1주기 구조 개혁이 종료된 시점에서 그동안 제기됐던 쟁점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대학 구조 개혁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우선 대학의 ‘평가 피로증’ 문제다. 퇴임을 앞둔 어느 총장은 재임 기간에 평가 보고서를 작성했던 기억밖에 없다고 자조할 정도다. 재정지원 사업의 수가 ‘지분 쪼개기’처럼 늘어나고, 평가가 홍수를 이루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해결책은 사업들을 재구조화해 줄이고 평가 부담을 덜어 주는 것이다. 중복의 여지가 있는 대학구조개혁평가와 대학기관인증평가를 연계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평가 부담을 핑계로 구조 개혁 자체를 미루거나 중단하는 잘못을 범하지는 말아야 한다. 정부가 정원 감축에만 몰두한다는 우려도 있다. 이는 정원 감축을 구조 개혁의 목표로 강조한 탓이다. 최종 목표는 대학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제고이고, 정원 감축은 개혁 패키지의 하나임을 분명히 하자. 평가지표와 방법이 대학의 혁신을 유도하기에 적절한지도 중요하다. 대학의 교육 여건이나 역량과 무관한 지표를 포함하거나, 정량 지표만을 평가하고 대학의 혁신 노력에 대한 정성평가를 제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평가는 ‘선별’ 외에 ‘유도’의 기능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연구팀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몇 년 동안 대학교육 혁신의 바로미터인 교수와 학생의 다각적인 상호 작용은 꾸준히 증가했고, 최근 20여개 대학에 교육 혁신을 주관하는 부서가 신설됐다. 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대학의 노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구조 개혁을 시장(市場)에만 맡기자는 주장은 경계해야 한다. 시장 논리에 따라 요건만 갖추면 대학 설립을 허용했던 ‘대학설립준칙주의’ 덕분에 지금 우리가 겪는 혼란과 사회적 비용을 생각해 보라. 나아가 수도권 집중 현상이 만연하고 대학에 대한 정보가 불충분하게 제공되는 가운데 구조 개혁을 시장에만 맡기면 잘 가르치는 대학도 지방에 있다는 이유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는 지방의 공동화와 국토의 불균형 발전으로 이어지고 국가적 문제가 될 수 있다. 정권 교체기를 앞두고 2주기 구조 개혁이 미루어질 수 있다는 추측이 나돈다. 이럴수록 정책의 일관성이 필요하다.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된 정책은 중대한 결함이 없다면 지속하는 것이 정부와 정책을 믿고 개혁에 동참한 대학들을 보호하고 성과도 창출하는 길이다. 정부의 입김과 영향력에서 벗어난 대학평가 전담 기구를 설립하는 것도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물론 구조 개혁을 뒷받침하는 법률의 제정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교육부 폐지론이 솔솔 나온다. 이럴수록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기보다 꿋꿋하게 교육과 공익만 바라보고 정책을 펼치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얻고 조직도 보호하는 길이다. 대학의 경쟁력에 민족의 미래가 달려 있다. 교육부는 시대적 소명 의식을 가지고 대학 구조 개혁에 임하길 바란다.
  • [열린세상] 도요쿠니 신사 이야기/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열린세상] 도요쿠니 신사 이야기/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지금으로부터 420여년 전에 조선을 침략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정유재란 와중인 1598년 9월 18일 사망했다. 그러자 조선에 나가 있던 왜군들에게 철군령이 내려졌다.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는 명나라 수군 제독 진린(陳璘)에게 뇌물을 주면서 퇴로를 열어 달라고 부탁했다. 이분(李芬·1566~1619)이 쓴 ‘이충무공 행록’에 따르면 진린이 왜군을 보내 주자고 요청하자 이순신은 “이 원수는 결코 놓아 보낼 수 없습니다”라고 거절했다. 진린이 명 황제가 내린 장검을 가지고 위협했지만 이순신은 “한 번 죽는 것은 아까워할 것이 없다”라고 끝까지 거절했다는 것이다. 마지막 해전인 노량해전 전날 밤 자정 ‘이충무공 행록’은 이순신이 배 위에서 손을 씻고 무릎을 꿇고 “이 적을 제거할 수만 있다면 죽어도 유감이 없겠습니다”라고 빌었는데, 그때 큰 별이 문득 바닷속으로 떨어졌다고 전한다. 이순신은 노량해전에서 전사했지만 이 나라 바다를 지키는 해신(海神)이 됐다. 도요토미의 사인은 성병의 일종인 뇌매독, 대장암, 이질 등으로 다양한데 심지어 명나라 심유경(沈惟敬)에 의한 독살설도 있다. 도요토미의 부하들은 1599년 4월 13일 장례식을 거행한 후 그를 교토의 방광사(方廣寺) 뒷산에 안장했다. 그리고 도요쿠니(豊國) 신사를 세우고 도요토미를 도요쿠니대명신(豊國大命神)으로 떠받들었다. 임진왜란 때 조선을 침략한 왜군들은 도요토미를 중심으로 한 일본 서부 세력이었다. 반면 동부 세력인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는 군사를 보내지 않았다. 도요토미가 사망하자 도쿠가와는 1600년 세키가하라(關原) 전투에서 도요토미 세력을 꺾고 에도(江戶·도쿄) 막부(幕府)시대를 열었다. 그는 도요토미의 본거지였던 오사카에 두 차례 출진해 도요토미가(家)를 멸망시켰다. 그리고 도요토미를 신으로 섬기는 도요쿠니 신사를 철폐하고 도요쿠니대명신이란 호칭 사용도 금지했다. 도쿠가와 막부 시대에 몰락한 도요토미 잔존 세력은 하급 무사로 근근이 명맥을 이어 갔다. 일본이 자랑하는 메이지(明治)유신이란 이렇게 몰락한 도요토미의 후예들이 일왕 메이지를 추대한 쿠데타를 뜻한다. 일본 서부 사쓰마(薩摩)와 조슈(長州)번 출신의 무사들이 이른바 ‘삿조(薩長)동맹’(1866)을 맺고 막부의 권력을 일왕에게 넘기라는 ‘대정봉환’(大政奉還)을 명분으로 일으킨 쿠데타였다. 이렇게 이른바 대정(大政)을 넘겨받은 메이지는 1868년 오사카에 행차해 도요토미에 대해 “황위(皇威)를 해외에 떨쳤음에도 수백 년간 묻혀 있었으니 한심하도다”라면서 신사 재건을 선포했다. ‘황위를 해외에 떨쳤다’는 것은 물론 조선을 침략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방광사 대불전 터에 도요쿠니 신사가 재건됐는데, 때마침 도요토미의 유골이 담긴 항아리가 발견됐다면서 그 자리에 거대한 오륜탑도 축조했다. 그리고 1898년 도요토미 사망 300년을 기리는 거대한 제사를 거행했는데, 여기에 총리대신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와 군부 실세 야마가타 아리도모(山縣有朋)가 참석했고, 명성황후를 시해한 극우 낭인조직 현양사(玄洋社)의 도야마 미쓰루(頭山滿)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도요토미가 완성하지 못했던 조선 정벌 완수를 다짐했고, 불과 22년 만인 1910년 이 다짐은 현실이 돼 대한제국은 일제에 강점됐다. 1945년 8월 15일 이들은 다시 쫓겨 갔다. 그러나 이들이 한국 재점령 기도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다. 푼돈 10억엔으로 위안부 문제를 불가역적으로 해결했다면서 사과 편지는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아베 신조의 발언에 이들의 속성이 잘 담겨 있다. 여기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조속히 체결돼야 한다”는 해상자위대 다케이 도모히사 막료장의 발언은 ‘군사’라는 이름을 우선 걸어 놓으려는 기도다. 도요토미의 후예들이 300년 이상을 기다려 이 땅을 재점령한 것에 비교하면 지난 71년은 그리 긴 세월이 아니라고 이들은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일본 극우파는 변하지 않았는데, 이 문제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혼란에서 보듯이 우리만 변했다. 그래서 이순신의 혼령이 더욱 그리워지는지도 모른다.
  • [열린세상] 블랙스완 시대의 에너지 정책/안남성 한양대 에너지학과 초빙교수

    [열린세상] 블랙스완 시대의 에너지 정책/안남성 한양대 에너지학과 초빙교수

    뉴욕대의 나심 탈레브 교수는 그의 저서 ‘블랙스완’에서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사건들이 기후변화로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검은색의 백조는 매우 드물지만 항상 존재해 왔다. 그처럼 확률은 매우 낮아도 발생하면 그 영향은 매우 큰 사건들이 기후변화로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월가 사건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건을 예로 들었다. 지난봄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 미세먼지 문제, 여름에 발생한 폭염, 그리고 지난 9월 발생한 경주 지진은 이러한 사건들이 한번 발생하고 끝나는 사건들이 아니라 계속 일어날 사건으로 우리도 이미 블랙스완 시대에 살고 있음을 알려 주고 있다. 이러한 블랙스완 시대에는 기후변화와 관계가 깊은 국가의 에너지 정책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으며 블랙스완 시대 전과 후는 서로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국민은 미세먼지의 주범인 석탄 이용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고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를 목격하면서 지진으로 인한 원자력 안전에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또 폭염 당시 에어컨 사용이 늘면서 누진세로 인한 높은 전기 요금에도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에너지 시설로 인한 건강이나 안전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높은 요금에 대해서도 매우 민감한 반응들을 보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기후 관련 재난들이 계속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블랙스완 시대에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 방향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2012년 10월 사상 최대 규모인 태풍 샌디가 미국 뉴욕주를 강타하면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50여명이 사망했고 800만명이 정전을 겪었으며 약 55조원의 경제적 피해를 보았다. 태풍이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전력 공급이다. 태풍 샌디 이후 수백만 명이 정전으로 고통받고 있을 때 미국 한 대학의 조그만 태양광 발전소는 뉴욕주에서 유일하게 가동되면서 전력을 공급하고 있었다. 당시 뉴욕 주지사인 쿠오모는 이를 중요하게 여기며 뉴욕주의 에너지 정책을 블랙스완 시대에 맞는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중심으로 전환할 것을 지시했다. 현재 뉴욕주는 50/30 에너지 비전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즉 2030년까지 주거용 전력의 50%를 분산형에서 공급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주정부의 에너지 비전에 부응하는 전력회사에 대해서는 인센티브 차원의 요금 인상을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이러한 뉴욕 주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은 자연재해가 급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제2차 국가 에너지 기본 계획에서 2035년까지 전체 에너지의 15%를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공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도 경주 지진을 계기로 정부에서 제시한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비전을 달성하면서 에너지 시스템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메가 트렌드 변화 속에서 석탄이나 원자력은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확대에 가장 큰 장벽인 경제성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인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그의 저서 ‘문명의 붕괴’에서 번영을 누렸던 마야문명은 사회 유지 비용인 식량 가격이 폭등하면서 영양 섭취가 불충분해져 기후변화나 전염병에 적응하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붕괴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현대 사회의 복잡성 비용은 에너지 비용이다. 에너지 비용이 급증하면 그 국가는 동력을 상실하게 되고 순식간에 붕괴할 수 있다. 특히 상품이 수출돼야 경제가 유지되는 우리나라 경제에서 에너지 비용은 매우 중요하다. 석탄이나 원자력에 대한 국민의 걱정은 이해가 되지만 에너지 시스템 전환을 추진하면서 석탄이나 원자력이 에너지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해줄 수 있기 때문에 미래에도 원자력과 석탄은 에너지 정책에서 신중하고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원자력이나 석탄을 갑자기 줄이면 전기 요금은 폭등할 것이고 이로 인해 사회 유지를 위한 복잡성 비용이 증가하면서 전체 산업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국민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 [열린세상] 블랙스완 시대의 에너지 정책/안남성 한양대 에너지학과 초빙교수

    [열린세상] 블랙스완 시대의 에너지 정책/안남성 한양대 에너지학과 초빙교수

    뉴욕대의 나심 탈레브 교수는 그의 저서 ‘블랙스완’에서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사건들이 기후변화로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검은색의 백조는 매우 드물지만 항상 존재해 왔다. 그처럼 확률은 매우 낮아도 발생하면 그 영향은 매우 큰 사건들이 기후변화로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월가 사건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건을 예로 들었다. 지난봄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 미세먼지 문제, 여름에 발생한 폭염, 그리고 지난 9월 발생한 경주 지진은 이러한 사건들이 한번 발생하고 끝나는 사건들이 아니라 계속 일어날 사건으로 우리도 이미 블랙스완 시대에 살고 있음을 알려 주고 있다. 이러한 블랙스완 시대에는 기후변화와 관계가 깊은 국가의 에너지 정책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으며 블랙스완 시대 전과 후는 서로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국민은 미세먼지의 주범인 석탄 이용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고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를 목격하면서 지진으로 인한 원자력 안전에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또 폭염 당시 에어컨 사용이 늘면서 누진세로 인한 높은 전기 요금에도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에너지 시설로 인한 건강이나 안전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높은 요금에 대해서도 매우 민감한 반응들을 보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기후 관련 재난들이 계속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블랙스완 시대에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 방향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2012년 10월 사상 최대 규모인 태풍 샌디가 미국 뉴욕주를 강타하면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50여명이 사망했고 800만명이 정전을 겪었으며 약 55조원의 경제적 피해를 보았다. 태풍이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전력 공급이다. 태풍 샌디 이후 수백만 명이 정전으로 고통받고 있을 때 미국 한 대학의 조그만 태양광 발전소는 뉴욕주에서 유일하게 가동되면서 전력을 공급하고 있었다. 당시 뉴욕 주지사인 쿠오모는 이를 중요하게 여기며 뉴욕주의 에너지 정책을 블랙스완 시대에 맞는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중심으로 전환할 것을 지시했다. 현재 뉴욕주는 50/30 에너지 비전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즉 2030년까지 주거용 전력의 50%를 분산형에서 공급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주정부의 에너지 비전에 부응하는 전력회사에 대해서는 인센티브 차원의 요금 인상을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이러한 뉴욕 주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은 자연재해가 급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제2차 국가 에너지 기본 계획에서 2035년까지 전체 에너지의 15%를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공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도 경주 지진을 계기로 정부에서 제시한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비전을 달성하면서 에너지 시스템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메가 트렌드 변화 속에서 석탄이나 원자력은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확대에 가장 큰 장벽인 경제성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인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그의 저서 ‘문명의 붕괴’에서 번영을 누렸던 마야문명은 사회 유지 비용인 식량 가격이 폭등하면서 영양 섭취가 불충분해져 기후변화나 전염병에 적응하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붕괴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현대 사회의 복잡성 비용은 에너지 비용이다. 에너지 비용이 급증하면 그 국가는 동력을 상실하게 되고 순식간에 붕괴할 수 있다. 특히 상품이 수출돼야 경제가 유지되는 우리나라 경제에서 에너지 비용은 매우 중요하다. 석탄이나 원자력에 대한 국민의 걱정은 이해가 되지만 에너지 시스템 전환을 추진하면서 석탄이나 원자력이 에너지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해줄 수 있기 때문에 미래에도 원자력과 석탄은 에너지 정책에서 신중하고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원자력이나 석탄을 갑자기 줄이면 전기 요금은 폭등할 것이고 이로 인해 사회 유지를 위한 복잡성 비용이 증가하면서 전체 산업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국민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 [열린세상] 유자광과 어떤 출세/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열린세상] 유자광과 어떤 출세/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거의 모든 사람은 출세하기를 원한다. 입신양명 같은 표현도 출세를 그럴듯하게 포장한 미사여구나 다름없다. 사람들이 죄다 출세를 향해 경주하니 출세는 결코 만만하지 않다. 실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때도 잘 타고나야 할뿐더러 정세 판단에 탁월하고 인맥도 잘 타야 한다. 따라서 한 사회의 주류에 들지 못한 소수 출신으로서 주류의 벽을 넘고 출세하기란 훨씬 더 어렵다. 그래서 이들은 대개 최고 보스에게 절대 충성을 실천해 보임으로써 자신이 필요한 존재임을 각인시켜 출세를 도모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 역사의 예를 보자면 얼자(孼子)라는 태생적 한계를 뛰어넘어 권력의 한복판에 들어가 일세를 풍미하다가 끝내 몰락한 유자광(柳子光·1439~1512)의 삶이 한 전형적 예다. 조선에서는 서얼(庶孼)을 혹독하게 차별했다. 서자는 가족의 정식 일원이 아니었기에 족보에도 제대로 오를 수 없었다. 국가마저도 서자를 차별해 서자는 원칙적으로 과거(문과)에 응시할 수 없었고, 설사 요행히 벼슬길에 나가더라도 요직에는 오를 수 없었다. 이런 조선에서 태어났으니 유자광에게 출세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다. 그렇지만 문무를 겸비한 유자광은 타고난 감각과 대담한 실천을 통해 출세가도를 달렸다. 1467년에 발생한 이시애의 난은 그에게 절호의 기회였다. 그는 지방의 일개 군인 신분임에도 대담하게 상소를 올려 진압군 장수들의 무능을 질타하고 자신이라면 충정으로 선봉에 서서 이시애의 목을 당장 따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이에 세조는 그를 바로 전선으로 보냈고, 유자광은 실제로 선봉에 서서 용감히 싸움으로써 진압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때부터 유자광은 세조의 총애를 한몸에 받아 서얼에서 허통(許通)되어 벼슬길에 나섰으며, 급기야 병조정랑에 임명됐다. 인사권을 행사하는 정랑은 전통적으로 문과 급제 출신들에게만 가능한 요직인데,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지방의 천출(賤出) 군인이던 자가 그 자리에 떡하니 앉으니 조정이 조용할 리 없었다. 그러자 세조는 특별 과거시험을 통해 유자광을 1등으로 합격시킴으로써 양반 신료들의 반대를 일축했다. 이런 세조의 갑작스런 죽음은 유자광에게는 청천벽력이었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는 시간문제였다. 그렇지만 그는 새 국왕 예종의 관심을 얻기 위해 또 다른 폭탄 상소를 올려 남이(南怡)를 역모 혐의로 고변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예종의 신임을 받았고, 공신의 반열에까지 올랐다. 그런데 이 예종마저 바로 죽었으니 유자광에게는 운명의 장난이었다. 오히려 역모에 휘말려 옥에 갇히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그렇지만 이때도 그는 옥중에서 자기 옷을 찢어 절절한 상소를 올림으로써 살아나 재기했다. 상소의 내용은 국왕 성종이 이제 성인이 됐으므로 당장 친정(親政)에 임해야 하는데도, 한명회(韓明澮) 등 중신들이 대비를 조종해 수렴청정을 연장하려 한다는 폭탄 발언이었다. 이 상소를 계기로 한명회의 권세는 크게 꺾였고, 성종은 친정을 시작했으며, 유자광은 특사를 받아 살아났다. 연산군 때도 유자광의 출세 비결은 국왕의 의도대로 충실히 움직임으로써 국왕이 정국을 확실히 주도할 수 있도록 판을 짜는 일이었다. 실제로 무오사화와 갑자사화의 배후에서 긴밀하게 움직인 이가 바로 유자광이었다. 이 두 사화를 통해 국왕의 총애는 날로 깊어 갔으나 주류 양반사회는 그를 공공의 적으로 여겼다. 유자광의 감각은 연산군 말기에 두드러졌다. 역모를 눈치챈 그는 고변하기는커녕 오히려 역모(반정)에 가담함으로써 연산군과 함께 몰락해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반정공신으로 우뚝 섰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주류 양반 신료들의 거센 탄핵을 받아 몰락하여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그의 한계였던 것이다. 이렇듯 유자광의 출세 비결은 오로지 국왕의 특별한 총애였다. 여종의 몸에서 태어난 그가 국왕의 신임을 받기 위해서는 사실상 그 길밖에 없었다. 주류에 들지 못한 신분으로 정치 무대에 올라선 그는 시종일관 오직 한 사람 곧 국왕만 바라보며 내달렸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최근 여당 대표의 단식이라는 전대미문의 희한하고도 황당한 뉴스를 접하면서 불현듯 뇌리를 스친 ‘어떤 출세 이야기’다.
  • [열린세상] 인공지능의 발전과 우리의 미래 준비/이성엽 서강대 ICT 법경제연구소 부소장

    [열린세상] 인공지능의 발전과 우리의 미래 준비/이성엽 서강대 ICT 법경제연구소 부소장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바둑에서 완승을 한 것도 놀라운 일이었는데, 이제는 실생활에도 인공지능 기술이 파고들고 있다. 얼마 전 구입한 로봇청소기는 자기 몸을 여기저기 부딪쳐 멍드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청소를 하다가 배터리가 떨어지면 원래 위치로 돌아와 스스로 충전을 한다. 골프장의 무인 자율 카트는 운전자의 핸들 조작 없이 정해진 속도로 티박스와 그린으로 사람을 태워 나른다. 위의 사례와 같이 마치 살아 있는 생명 같은 느낌을 주는 기계, 더 나아가 인간의 사고능력, 즉 인지, 추론, 학습 등을 모방하는 기술을 인공지능 기술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로봇기술, 빅데이터 기술,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결합하면서 소위 제4차 산업혁명 또는 지능정보사회로의 변화를 견인하고 있다. 지능정보사회는 모든 사물과 인간이 연결되는 초연결 기반과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인간과 사물의 사고능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돼 문제해결 능력이 제고되는 사회다. 컴퓨터와 인터넷 혁명으로 대표되는 정보사회와는 달리 판단의 주체가 점차 인간에서 기계(인공지능)로 바뀌어 기계가 자율적인 처리, 제어, 예측을 할 수 있는 사회다. 산업혁명에서 기계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체했다면 지능정보사회에서는 기계가 인간의 정신노동을 대체하게 된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 전망에 대해서는 비관론과 낙관론이 교차한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나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인공지능이 100년, 200년 내에 인류를 몰아낼 것이라고 한다. 반면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의 지성이 인공지능을 지배하기 때문에 인류 파멸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창의성, 예술성에서는 확실히 인간 지성이 여전히 인공지능보다 우위에 있다고 보는 견해가 많지만 종전의 기술혁명과는 다른 엄청난 생산성 향상, 일자리 변화 등의 경제, 사회적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어쨌든 우리는 인공지능이 가져올 엄청난 미래의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3월 지능정보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한 데 이어 10월에는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구개발(R&D)을 포함한 미래전략으로서 지능정보사회의 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하면서 다음의 몇 가지를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선 그동안 항상 우리 계획에서 보여 왔던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는 조급증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대개는 정부나 조직 수장의 임기와 관련해 단기간 내 가시적 실적을 중요시하는 경향이나 감사나 평가에 대비해 정량적 실적을 강조하는 경향이 원인이다. 수십년 앞서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해 온 선진국과 달리 우리에게는 충분한 전문 인력도 원천기술도 없다. 따라서 최소 10년 이상의 중장기를 고려해 실행 가능한 목표와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다음 백화점식, 나열식 정책이 아닌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의 기술수준 격차는 지능형 소프트웨어(3.5년), 인프라 컴퓨팅(3.7년), 하드웨어(4.6년), 뇌과학·뇌공학(7.8년) 순인데 음성인식 등 지능형 소프트웨어의 경우 비교적 기술수준 격차가 낮으며, 최근 딥러닝·기계학습 등의 분야에서 기술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내비게이션과 결합한 음성인식 기술 등 우리가 강점이 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되 다른 기초 분야의 경우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끝으로 지능정보사회화 촉진을 위한 제도적 여건의 정비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 의료, 교통, 금융 등 인공지능 응용 분야의 기존 규제를 과감히 혁신해야 한다. 특히 지능정보화의 기초인 대량의 데이터 공유와 처리를 원활히 하려면 지나치게 엄격한 정보보호법제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구호 아래 진행된 1990년대 이후 정보화 추진으로 우리는 네트워크와 하드웨어 중심의 정보기술(IT) 강국을 실현했다. 이제 정보화를 넘어 지능정보화에서도 앞서가려면 소프트웨어에 집중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장기간의 투자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열린세상] 노년층, 불평등에 시달려도 정책은 없다/허만형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열린세상] 노년층, 불평등에 시달려도 정책은 없다/허만형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인구고령화가 지속되면서 노인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그렇게 한다. 일본은 2016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27.3%에 이른다. 우리의 두 배다. 20년 후면 38%가 되고, 인구감소가 시작된다. 그래도 일본은 인구절벽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노인은 생산인구이자, 최대의 소비인구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노인정책 방향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화장품 회사 폴라는 80~90대 노인을 수천명이나 고용했고, 최근에는 100세가 넘는 여성을 채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노인인구 13.6%로 고령사회 문턱에 선 한국에는 그런 노인정책이 없다. 노인은 케어복지의 대상일 뿐 생산인구로 여기지 않는다. 심하게 말하면 노인을 애물단지쯤으로 보는 것 같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노인학대 건수가 2011년 8600건에 비해 2015년 1.4배 늘어난 1만 1905건으로 집계되었다. 가해자 중 아들이 40.4%, 딸이 12.3%라니 절반이 가정에서 자녀에 의한 학대다. 우리 노인들은 이처럼 가정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노인은 사회적으로도 불평등에 시달린다. 다른 인구계층에 비해 노인 불평등 지수가 높다. 한국 노년층의 지니계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칠레의 0.42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0.422이다. 지니계수는 0에서 1 사이에 위치한다. 0은 완전평등, 1은 완전불평등이다. 0.40이 넘으면 매우 심각하다. 높은 연금과 임대소득이 있는 노인과 연금도 없이 시간제 일자리를 전전하는 노인들의 격차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증거다. 한국 노인은 생활고로 고통받는 비율도 가장 높다. 노인 빈곤율은 49.6%로서 OECD 회원국 중에서 최고다. 60세 이상 1인 노인가구의 67.1%가 빈곤상태다. 2010년 71.0%, 2011년 71.1%로 증가하다가 2012년 70.1%, 2013년 68.3%, 2014년 69.4%로 약간 나아졌지만 아직 높다. 노인인구 증가와 함께 1인 노인가구도 늘고 있는데 이들 중 3명당 2명이 빈곤층이라니 노년층을 이렇게 방치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노인 빈곤율이 높아 퇴직을 해도 일하지 않으면 살기 어려운 나라가 한국이다. 남성을 기준으로 할 때 공식은퇴연령은 61세지만 일을 하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워 일자리를 붙들고 있는 유효은퇴연령은 72.9세다. 유효은퇴연령은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빠져 더이상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연령을 의미하는데 공식은퇴연령과의 격차가 11.9년으로 세계에서 가장 크다. 멕시코는 7년, 칠레는 5.9년이다. 일본은 4.3년에 불과하다. 공식은퇴연령 이전에 퇴직을 해도 생활고에 시달리지 않을 정도로 사회보장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야 선진국이다. OECD 회원국 34개 국가 중 20개국이 이런 나라들이다. 스칸디나비아 3개국뿐 아니라, 미국,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등에서도 두 은퇴연령이 유사하거나 유효은퇴연령이 오히려 낮다. 이런 나라에서는 정해진 퇴직연령보다 앞당겨 은퇴를 해도 생계유지에 문제가 없는 노년층의 비중이 그만큼 높다. 연금제도가 미비되어 있는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 노년층의 일자리는 대체로 비정규직과 시간제 중심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노년층의 경우 제조업, 농림어업, 부동산임대업 종사자는 줄고,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은 증가 추세다. 증가 추세에 있는 노년층 일자리는 양질이라기보다는 사회복지시설의 의료보조서비스 직종이고, 남성보다는 여성의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노년층의 자영업 비율도 2005년 51.6%에서 2015년 현재 39.4%로 줄었다. 노년층의 자산 고갈로 자영업 창업 여력이 줄어든 결과라고 해석된다. 노인의 삶이 불안하면 노인 구매력이 살아나지 않고 내수경기 회복이 어렵다. 우리도 노인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해야 한다. 55세부터 65세까지를 젊은 노인 혹은 신중년, 65세부터 75세까지를 중년 노인, 그리고 75세 이상을 노년 노인으로 분류한 후 55세부터 75세까지의 인구를 생산인구로 편입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일본처럼 노인에게 적합한 제조업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 지원과 연령에 의한 차별대우를 엄격히 통제하는 정책수단의 강화도 필요하다.
  • [열린세상] 흔들리는 대한민국, 누가 중심을 잡을 것인가/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열린세상] 흔들리는 대한민국, 누가 중심을 잡을 것인가/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1993년 세계은행 총재였던 폴 울포위츠는 한국의 존재 자체가 개도국의 희망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만큼 한국의 발전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기적과 같은 역사였다. 1960년대 이후 한국의 발전은 강력한 국가에 의한 장기간에 걸친 일관된 경제 및 산업정책, 높은 교육열, 안목 있는 정치지도자, 그리고 무엇보다 기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신을 희생해 온 국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이룬 모든 것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대다수 선진국이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 수준으로 올라서는 데 평균 8년이 걸렸지만, 한국은 13년째 2만 달러의 늪에 빠져 있다. 1970년대 중화학공업화 이후 성장을 거듭해 온 주력 산업들이 여기저기서 경고음을 울리고 있지만 정부는 선제적 구조조정은커녕 시장 원칙을 고수한다면서 손을 놓고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고도성장기와 비교해 보면 그 답은 명백하다. 5년 주기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다 보니 정책의 일관성을 잃은 지 오래다. 오히려 정권이 교체되면 앞 정권의 정책과 업적을 지우기에 바쁘다.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샌드위치 신세가 됐는데도 경제주체들은 각자의 이익만 추구한다. 재벌기업은 3세를 넘어 4세까지 물려주기에 바빠 미래를 대비한 투자에 관심이 없다. 노동생산성은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면서 임금은 훨씬 더 받고 있는데도 노조는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저임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 주머니만 채우려 든다. 정치권은 세월호 사건, 밀양 송전탑 사태, 제주 해군기지, 사드 배치 등 불의의 사고나 국가안보 관련 갈등을 해결하기는커녕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오히려 부추긴다. 정치인들은 오로지 재선에만 관심이 있지 정작 중요한 국가와 국민의 미래엔 관심이 없다. 오히려 현 정권이 실패해야 다음에 자신들이 정권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앞서 모든 이슈에 무조건 반대한다. 정치 지도자들도 오기싸움, 감정싸움에 빠져 누구도 양보하지 않는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선택은커녕 입에 담지 못할 저질 언어로 서로 비난하면서 자신만이 옳다고 강변한다. 국민도 마찬가지다. 북한 핵과 미사일이 현실화돼 방어할 무기체계를 도입해 배치하려 해도 내 고장에는 절대 안 된다고 우긴다. 미래세대를 위하기는커녕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지우더라도 나만 살겠다고 각종 무상복지 정책을 요구한다. 이쯤 되면 오히려 이만큼이나마 유지하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어떻게 한 세대 만에 세계가 부러워하던 이 나라, 이 국민이 이렇게까지 추락했는가.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단 두 가지만 지적한다면 하나는 교육의 실패요, 다른 하나는 신뢰받는 정치 지도자의 부재다. 경쟁에서 이겨 내고 남을 밀쳐 내는 것만 가르쳤으니 누구도 자신 외에 돌아보는 사람이 없다. 나보다 우리가 중요하다는 공동체 의식이 사라지니 자신의 이익이 침해당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 국가안보가 백척간두에 서 있어도 내가 사는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못 참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우리 교육의 총체적 실패를 웅변적으로 말해 준다. 계파나 당파의 이익을 넘어 국민의 눈높이에서 신뢰를 받는 정치 지도자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도 위기의 원인이다. 바른 지도자는 먼저 양보하고 희생함으로써 상대가 양보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번지르르한 공약으로 국민을 일시적으로 속여 당선된다 한들 신뢰를 받지 못하는 정치 지도자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교육은 일조일석에 되는 일이 아니니 제쳐 놓고라도 작금의 위기를 벗어나려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품격과 미래에 대한 혜안을 가진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대소와 경중, 선악과 미추를 따질 줄 알아 작은 것은 양보하고 나라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실천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내년이면 우리는 또다시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한다. 정치 경력에서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거나 행동을 바꾼 사람은 믿을 수 없다. 항심(恒心)을 가지고 늘 일관된 언행을 보여 온 사람을 선택하자. 그런 사람이야말로 흔들리는 대한민국의 중심을 잡아 줄 수 있을 것이다.
  • [열린세상] 오바마, 중국 농업을 딛고 TPP를 보다/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오바마, 중국 농업을 딛고 TPP를 보다/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임기 4개월 정도 남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직 배가 고프다.’ 협상을 끝내고도 국회 비준 동의를 못 받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한 원인이다. 자신의 대표적 업적으로 삼고 싶은 거대 국제통상협정이다. 자기 뒤를 잇겠다고 경쟁하는 두 명의 유력 대통령 후보는 TPP에 회의적이다. 그래서 더욱 스스로 마무리 짓고 싶다. 임기 말에 누리는 높은 인기도 힘이 된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임기 끝까지 의회를 설득할 뜻을 최근 보였다. 주요 2국(G2)이 돼 여러 분야에서 경쟁하는 중국의 농업정책을 국제통상 규범에 따라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그 의지를 나타냈다. 국제통상 규범 활용이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지키는 효과적 방법임을 보이고 여론을 모아 의회를 설득한다는 생각이다. 지난 9월 13일 미국은 중국의 쌀, 밀, 옥수수에 대한 수확기 수매 정책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중국은 2001년 WTO 가입 때 농산물 품목별 보조 금액을 해당 품목 생산액의 8.5% 이내로 제한할 것을 약속했다. 그런데 최근 수년간 이를 위배했고 지난해에는 보조 금액이 1000억 달러(약 110조원)에 이른다고 미국은 주장한다. 정부 수매는 생산자 가격을 높이고 생산 장려 효과를 가져오므로 국제시장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결국 수매 정책으로 중국 곡물 생산이 인위적으로 증가해 미국 곡물 수출 기회가 줄었다는 주장이다. 경제굴기(經濟?起)로 증가하는 중국의 국제경제 영향력에 대한 대응전략 제시는 미국 대선경쟁 주자들의 중요 과제다. 이런 분위기에서 오바마는 높은 수준의 공정한 교역규범 확립을 방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중국을 규범 후진국으로 규정하고 규범 후진국에는 규범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을 WTO에 제소하면서 미국 정부는 “공정한 경쟁만 보장하면 미국 노동자·농민·기업은 이긴다”, “국제 규범을 무시하고 미국 노동자·농민·기업에 해를 끼치면 누구든 책임을 묻는다”, “계속 최고 수준의 통상규범을 만들고 다른 나라가 따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역대 최고 개방 수준의 통상규범으로 알려진 TPP는 국제 경쟁에서 미국의 이익을 지키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해 육·해상 실크로드 전략을 펴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묶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추진하며 국제경제 질서의 한 축을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주도의 TPP는 더욱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한다. 이제 한 달 안에 나올 중국 반응이 중요하다. 미국의 요구를 일부 반영한 반응을 보인다면 오바마 대통령은 힘을 받을 수 있다. WTO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통상협정인 TPP가 미국 이익 보호의 유용한 수단이라는 주장이 산업·농업계와 결국 의회의 지지를 이끌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깡그리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WTO 가입 때 유보받은 ‘시장경제 지위’를 올해 말까지 인정받으려 하는데 미국이 중요한 상대다. 이런저런 이유로 미국의 제소가 긍정적 효과를 얻는다면 오바마는 막판 여론을 얻어 의회를 설득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11월 8일 대선 직후부터 국회 비준 동의를 받는 데 전력을 쏟을 전망이다. 이때부터 국회는 소위 레임덕 회기가 돼 새로운 의회를 구성하기까지 의원들이 당론에서 독립해 비교적 자율적 의사 결정을 내리는 관례도 있다. 이미 일부 의회 지도자, 농촌 배경 의원, 최강 로비 단체로 알려진 곡물업계는 정부에 힘을 싣는 움직임을 보인다. 한국도 눈여겨볼 동향이다. 한국은 TPP 가입 의사를 표명했고 가입 시기를 두고 산업별 득실을 저울질했다. 그러다 미국 비준 동의 지체로 논의를 잠시 주춤했다. 본 것처럼 상황은 변할 수 있고 늘 대비해야 한다. 한편 TPP는 출범 여부를 떠나 앞으로 있을 다른 통상협정에 형식과 개방 수준을 제시하는 기준 역할을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의 견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국제통상에 대한 산업적 대비는 이제 TPP 수준에 맞출 필요가 있다. 농업 부문, 특히 연속으로 풍년의 역설을 겪고 있는 쌀 부문도 그렇다.
  • [열린세상] 일본의 사드를 보라/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일본의 사드를 보라/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한국에 배치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국론이 여전히 갈라져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고자 사드를 2006년에 아오모리현 샤리키에, 2014년에는 고도(古都) 교토 부근 교가미사키에 설치하여 탄도미사일 시대를 대비해 오고 있다. 샤리키에 배치된 것은 알래스카 방향으로 날아가는 북한 탄도미사일을 추적하기 위함이고 교가미사키에 배치된 것은 괌과 오키나와를 향해 날아오는 북한 미사일을 탐지, 추적하기 위함이다. 교가미사키의 경우 근무 인원이 많을 때는 160명 정도인데 그 가운데 군인은 20명 정도이고 나머지는 레이더를 운용하는 기술자들이다. 일본은 샤리키에 미국의 사드 레이더 설치를 허가하면서 미국이 획득한 정보를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일본 내에 배치된 사드에는 사드 레이더는 있지만 고고도 요격 미사일은 없다. 그 대신에 일본의 이지스함 6척에 우주공간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격파할 수 있는 SM3 미사일 시리즈를 장착하고 있다. 1998년 8월 31일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하자 그에 대비해 온 일본은 최초의 공고급 이지스함 3척을 개조해 해상배치형 사드를 완비했다. 1척당 약 3500억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달에 새로 도입된 아타고형 이지스함 3척 모두 우주공간에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시스템을 갖춰 총 6척의 이지스함으로 북한 미사일에 대비하고 있다. 앞으로 2척을 더 건조해 총 8척으로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더욱 빈번해지자 육상에도 요격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자마자 첩보위성 4기의 구축을 선언한 뒤 완비하여 가동 중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일본을 자연스레 재무장시키는 빌미를 제공하고 동북아에 군비경쟁을 촉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일본은 이렇게 하는데 우리는 주한미군을 주둔시키면서 북한 미사일에 대비하겠다는 첨단 장비의 설치 문제를 놓고 국론이 분열돼 있으니 국가안보는 무엇으로 지키겠다는 것인가. 북한은 한국보다 훨씬 많은 미사일을 갖고 있다. 우리는 첨단 레이더 장비와 요격 미사일을 가진 미국과 협력하여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야 나중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역사의 과오를 면할 것이다. 북한은 5차 핵실험까지 하며 핵무기와 탄도미사일로 무장했다. 우리 국가안보는 이처럼 위중지경이다. 실질적인 한·미 동맹하에 국가를 지켜 낼 사드를 지금 당장 마련해도 시간이 촉박한데 사드를 구축하지 못하면 한·미 동맹도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두 가지 분야에서 크게 변한 첨단 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다. 첫째는 미사일이고 둘째는 레이더이다. 미사일은 공격뿐만 아니라 요격하는 미사일의 시대에 살고 있다. 레이더는 과거와 같이 빙빙 돌아가는 회전식이 아니고 수천㎞ 바깥의 야구공마저 포착할 수 있는 첨단 레이더의 시대에 살고 있다. 레이더의 출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말이다.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을 패망시킨 미드웨이 해전을 직접 지휘했던 킹 제독은 일본 방위대학이 발간한 ‘과학기술사’에서 “일본보다 한발 먼저 레이더를 개발했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전쟁 말기에 레이더로 일본의 항공기가 공격해 오는 것을 먼저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대비할 수 있었고 역공격을 해 일본을 패망에 이르게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은 첨단 군사기술을 먼저 보유하는 쪽이 승리하고 국가안보를 지켜 낸다는 점이다. 나라 전체가 황폐화된 임진왜란 당시도 한국은 창과 칼로 무장해 있었지만 일본은 6000정이 넘는 신식무기인 조총으로 한국의 강토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쓰라린 역사를 상기하면서 국가를 지켜 내기 위한 첨단기술 발전에 편승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깊은 생각으로 사드 도입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 [열린세상] 쿠오바디스, 중앙은행/장재철 씨티그룹 한국수석 이코노미스트

    [열린세상] 쿠오바디스, 중앙은행/장재철 씨티그룹 한국수석 이코노미스트

    지난주 일본과 미국의 중앙은행이 향후의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했다. 일본은행은 기존의 양적완화 방식에 장단기 금리의 차이를 조정하는 새로운 정책 조합을 제시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정책금리 인상을 위한 경제 여건이 이전보다 강화됐다고 평가함으로써 올해 안에 금리 인상에 대한 시그널을 주었으나, 내년 이후 정책금리의 인상 속도는 다소 완만할 것을 예고했다. 일본은행의 결정은 기존의 양적완화만으로는 목표한 2%의 물가상승률과 경기회복이 어렵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이고, 미 연준의 결정은 정책금리의 정상화 과정이 그리 수월하지 않음을 시사한 것이다. 일본은행이 장단기 금리 차이를 조정하는 새로운 정책을 제시한 것은 그간 지적돼 온 양적완화의 부작용인 금융기관의 수익성 악화와 자산시장 왜곡 등 금융불안 요인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양적완화는 정책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하락한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국채와 같은 자산의 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해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과 경기 회복을 도모하는 것이다. 제로 수준의 정책금리로 단기금리가 낮아진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자산 매입이 장기 국채에 치중되면서 장기 금리가 하락해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됐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은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을 위해 정책금리를 마이너스로 인하했다. 금리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면서 은행과 보험 등 금융기관의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게다가 중앙은행의 입장에서는 그간의 자산 매입으로 늘어난 자산 규모에 대한 부담과 더불어 자산 매입이 지속되면서 시장에서 새로 매입할 자산이 부족해지는 상황에 빠지게 됐다. 일본은행의 경우 국채 보유 규모가 이미 국채 발행 잔고의 40% 이상을 상회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서 일본은행이 제시한 장단기 금리 조절 정책은 궁극적으로 장기 금리를 일정한 수준에서 유지하려는 조치다. 이는 단기 금리가 현재 제로 혹은 마이너스인 정책금리로 낮게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장기 금리를 또 하나의 정책금리로 삼아 통제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아쉽게도 이러한 정책이 목적으로 정한 결과를 가져올 것 같지는 않다. 특히 장기 금리가 하락(장기 국채가격 상승)할 경우 금리 인상(장기 국채가격 하락)을 위해 중앙은행은 보유한 장기 국채를 매각해야 하는데 이는 유동성의 회수인 테이퍼링, 즉 통화정책 기조가 긴축적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는 당면한 통화정책의 목표인 유동성 공급에 의한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과는 상충되는 것이다. 따라서 장기 금리 목표정책은 조만간 마이너스인 정책금리를 더 인하하거나 매입하는 자산의 종류를 더욱 다양하게 확대하는 조치를 불러올 전망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단지 일본은행만의 문제가 아닌 낮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양적완화를 추진 중인 ECB와 영국중앙은행(BoE)도 궁극적으로는 유사한 문제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금리 정상화를 추진 중인 미 연준은 올해 말에 한 번, 내년에는 많아야 두 번 정도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의 금리인상 폭은 애초 예상했던 수준의 반으로 축소된 것이다. 그만큼 향후 경기에 대한 하방 위험을 인정한 것이다. 또한 과도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달러 강세가 심화될 경우 수입 물가의 하락으로 인플레이션이 약화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일본은행이나 연준의 향후 통화정책 방향이 애초 예상했다는 것보다 더 완화 기조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도 이러한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경기 전망이 급속히 악화되지 않는 한 현재 수준의 완화 기조와 정책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회복과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추가적인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면 금융중개지원대출과 같은 대출 프로그램의 확대를 고려할 수 있다. 추가적인 금리 인하는 자칫 가계부채의 증가세를 가속화시켜 금융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계부채 문제는 앞으로 지속적인 경기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하루빨리 더욱 강화된 억제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 [열린세상] 부패 근절, 김영란법만으로 가능할까/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부패 근절, 김영란법만으로 가능할까/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내일이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에 들어간다. 부장판사가 억대의 뇌물을 받고 경제사범이 원하는 판결을 내려 주었다는 정운호 게이트, 진경준 검사와 김정주 넥슨 대표가 친구 관계를 빌미로 수십 년간 부정한 거래를 주고받은 넥슨 게이트를 통해 국민은 정치권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엘리트들 사이에 만연한 부정부패와 도덕성 마비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영란법의 시행을 지지하는 여론이 높게 나타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하겠다. 권력형 부패가 한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은 단지 지위와 힘을 가진 사람들이 부당하고 불법적인 이익을 챙기는 정도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부패는 공공기관과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흔들고, 공동체 구성원 간의 불신과 혐오를 팽배하게 만들어 한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한 근간을 파괴한다. 따라서 권력형 부패의 방지는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과제이며, 김영란법의 입법 취지는 분명히 우리 모두 납득할 만한 것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김영란법이 권력형 부패의 척결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달성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정작 부패의 핵심 근원은 적용 대상에서 빠지고 전문직 공무원,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인 등에게 화살이 돌려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됐던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는 늘 정치권, 고위공직자, 신흥재벌, 법조 엘리트 등과 같은 기득권 계층의 결탁에서 비롯됐다. 권력형 부패의 진원지인 권력 상층부의 사적 카르텔은 대우조선 사태처럼 한 나라의 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정도로 천문학적인 규모로 벌어진다.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직종의 종사자들도 우리 사회에 뿌리박힌 일상적 부패를 제거하는 데 물론 앞장서야 할 것이지만, 일상적인 규제의 테두리 밖에서 이루어지는 특권층의 은밀한 부정부패를 타파하지 못하는 한 정의로운 사회의 달성은 요원하다. 김영란법은 공직사회의 부패 근절을 목적으로 발의됐으나 적용 대상을 논리적 근거 없이 정의함으로써 목적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 이후에도 모호하고 포괄적인 규정,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예외 규정 등을 이유로 여전히 논란이 많다. 권력형 부패의 척결이라는 목적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내용으로 다시 구성돼야 한다. 김영란법은 단순한 감시와 처벌의 강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규제만능주의의 면모를 보인다는 점에서도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 오래전부터 공직자윤리법이 있었음에도 정권마다 권력형 부패와 비리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했는데, 이는 결코 처벌 규정이 약해서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모든 문제를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해결하고자 하는 태도는 감시를 위한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감시하는 체제를 사회의 전면에 등장시킨다. 이미 김영란법의 시행을 앞두고 세종시 지역에서는 이를 이용해 한몫을 챙기려는 소위 ‘란파라치’들로 인해 월세까지 들썩거린다는 소식이다. 처벌과 감시가 성행하는 사회는 상호 불신을 조장한다. 그리고 상호 불신이 팽배한 사회에서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처벌하는 제도만으로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은 뿌리 없는 나무에서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 규제에 앞서 도덕이, 감시에 앞서 신뢰와 같은 비제도적이고 자율적인 기제가 개인과 조직의 행동을 규율할 때 보다 성숙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논어에서 공자는 어떻게 해야 백성이 따르겠는가라는 노나라 애공의 질문에 ‘거직조제왕’(擧直錯諸枉)이라는 한마디로 답한다. 위에 바른 사람을 쓰면 저절로 백성이 따른다는 뜻이다. 김영란법의 원래 취지를 살리고 선진사회로의 이행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달성하기 위해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김영란법의 시행을 앞두고 곳곳에서 김영란법 위반을 피하기 위한 요령을 가르치는 교육이 한창이라고 하는데, 이런 시간에 사회 지도층 자신의 자아성찰과 도덕성 함양을 위한 교육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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