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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려한 미녀는 無더위

    화려한 미녀는 無더위

    여름이 신나는 이유는 어디론가 떠날 수 있는, 또는 일을 잊고 쉴 수 있는 휴가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 여름에는 원색의 아이템들을 즐기는 재미까지 더해졌다. 빨강 파랑 노랑 초록…. 경쾌한 색상에 꽃 잎사귀 나무 등 화려한 무늬들이 그려진 제품이 눈길을 붙잡는다. 여름을 대표하는 아이템인 수영복은 다양하고 과감한 무늬와 색상으로 물에서나 뭍에서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여름에 더욱 끌리는 비치샌들은 개성을 한껏 살린다. 지난해 가방으로 인기를 끌었던 시원한 젤리 소재도 다양하게 변신해 유혹의 손길을 뻗고 있다. ●물에서도, 뭍에서도 당당한 수영복 올 여름 물에서는 알록달록 꽃무늬 물결이 넘실거린다. 수영복에 그려진 꽃무늬는 더욱 커졌고, 색상도 화려해졌다. 특히 올해는 열대지역의 바다가 생각나는 화려하고 정열적인 ‘트로피컬 플라워 프린팅’이나 기하학적인 무늬 등 새로운 패턴들이 선보여 선택의 폭이 넓다. 꾸준히 인기를 모으는 꽃무늬는 은은한 멋을 풍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물방울 무늬나 경쾌한 느낌의 줄무늬는 세련되면서 부담없는 멋을 연출한다. 시원한 파랑이나 초록, 레몬 옐로, 핫핑크, 오렌지까지 한껏 대담해진 색상은 수영복 패션에 생기를 더한다. 아직까지는 비키니가 부담스러운 여성을 위해 반바지나 스커트를 입는 스리피스, 민소매 끈의 셔츠까지 덧입는 포피스 스타일이 여전히 인기다. 수영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상스포츠를 할 수 있도록 상의를 길게 한 스타일도 있다. 배가 살짝 나온 체형을 위한 디자인이기도 하다. 끈을 목 뒤로 묶는 홀터넥은 어깨가 많이 드러나 여성스럽고 섹시하다. 하지만 어깨가 넓어보일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발이 화려해지는 비치샌들 키가 작아 늘 하이힐을 신었더라도, 키높이 구두에 의지했더라도 왠지 여름에는 납작한 조리가 끌린다. 엄지발가락을 끼워 신는 조리도 한층 화려해진 색상, 다양한 끈 디자인에 발바닥에 닿는 밑창까지 과감한 무늬로 여름의 거리를 활보한다. 비치샌들이나 남성 캐주얼샌들도 빨강 노랑 오렌지 초록 등 다양한 색상을 사용하고, 꽃 동물 기하학적인 무늬로 패션성을 살렸다. 랜드로바가 수입하는 브라질 브랜드 ‘하바이아나스’ 샌들이나 ABC마트의 자체 브랜드인 ‘호킨스’ 샌들은 화려하고 시원한 색상에 다양한 무늬를 넣어 개성이 넘친다. 기능성이 가미된 제품을 만나는 재미도 있다. 물 속에서도 자유로운 아쿠아슈즈는 가볍고 밀착감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나이키는 젖은 지면에서도 미끄러지지 않도록 고무 밑창을 사용하고, 물이 쉽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밑창에 배수구를 만들었다. 랜드로바는 벌집 모양의 밑창을 사용해 배수기능과 쿠션감이 좋다. ●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경쾌한 젤리 지난 여름에 인기를 끌었던 말랑말랑한 플라스틱으로 만든 ‘젤리 소재’가 올 여름에는 벨트, 시계, 지갑, 샌들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재탄생해 더욱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실제로 6월 들어 옥션(www.auction.co.kr)에서 판매된 젤리 슈즈는 하루 평균 4000여개, 시계는 500여개 등으로 총 5000여개에 이른다.1만원을 넘지 않는 데다 분홍 초록 파랑 등 화려하고 다양한 색상에 시원해 보이는 소재도 젤리 아이템이 인기몰이를 하는 이유다. 비에 젖거나 물이 스며들지 않아 다가올 장마철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청강문화산업대학 패션디자인과 조영아 교수는 “색상이 다양하고 섹시한 느낌을 주는 젤리 소재는 ‘컬러’와 ‘노출’이 주류를 이루는 여름 패션 아이템으로 적절하다. 선명한 컬러의 면 주름 치마와 맞춰 입으면 더욱 발랄한 여름 패션을 완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천연소재 인기몰이

    천연소재 인기몰이

    원재료를 가공하지 않고 천연성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천연소재 상품’들이 떠오르고 있다.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시원하면서도 건강과 피부 등에 좋은 웰빙 상품인 까닭이다. 이준규 롯데백화점 남성매입팀 바이어는 “천연소재 의류의 경우 흡수성이 좋고 통기성이 뛰어나 시원하면서도 부드러운 덕분에, 요즘 들어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천연소재 의류의 대부분이 자연 분해가 되는 친환경 소재여서 환경 보호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상품은 천연소재 의류와 보디케어용품, 패션잡화 등이다. 의류의 경우 콩·대나무·해초 엑기스·오가닉 코튼(유기농 면)·은사섬유 등의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콩 섬유는 대두에서 기름기를 없애고 단백질을 추출해 만들어 피부의 노화 및 알레르기 예방, 자외선 차단기능 등을 갖추고 있다. 남방·아동우주복 등에 활용되고 있는데, 가격은 4만 9000∼7만 6000원대. 대나무에서 섬유소를 추출해 만든 대나무 섬유는 신사복·속옷·티셔츠에 응용되고 있으며, 세균과 냄새를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다. 수분 흡수력과 통기성이 뛰어나 시원함을 느낄 수 있어 여름철에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가격은 5만 9000∼11만 7000원. 해초 엑기스는 체내에 축적된 지방 세포 속의 효소를 활성화해 살을 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해초 엑기스 란제리가 4만 8000원에 판매된다. 오가닉 코튼은 3년 동안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만든 면제품으로 민감한 피부를 가진 여성이나 연약한 피부를 지닌 아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어린이들의 내의나 유아의 배냇저고리에 이용되고 있다. 가격은 4만 2000∼6만 8000원대이다. 아토피 피부염의 원인인 집진드기·좀 등을 막아주는 은사섬유는 땀으로 생기는 악취를 발생시키는 황색 포도상구균을 없애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방취·방충 효과와 함께 대전(정전기)방지를 비롯해 열반사(겨울철 몸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을 몸쪽으로 복사시켜 따뜻하고 여름철 외기 태양열을 바깥으로 반사시켜 시원함) 효과도 지니고 있다. 원적외선을 내뿜어 예민한 피부 트러블도 줄여준다. 스타킹·내의·수유쿠션·이불커버에 응용되고 있다.3만∼17만 5000원대. 보디케어용품은 망고·살구·키위·알로에·토마토씨, 코코넛 등의 과일 성분을 함유한 제품이 대부분이다. 망고·살구씨는 피부 결을 고르게 하고 각질을 자극없이 녹여준다. 키위는 피부를 맑고 깨끗하게 하는 미백효과가 뛰어나고, 비타민C가 많이 들어 있어 주근깨에도 효과적이다. 알로에 성분은 피부를 촉촉하게 해주는 보습 효과뿐 아니라 피부를 검게 하는 멜라닌 색소의 형성을 억제해 준다. 토마토씨는 피부에 자극이 적은 데다 상처없이 피부의 모공 속을 깨끗하게 씻어내 주고, 코코넛은 피지의 생성을 줄여주는 데 효과적이다. 샤워젤을 비롯해 보디 로션·크림, 보디 워터, 보디 스크럽에 활용된다. 가격은 1만 6000∼6만 6000원이다. 패션 잡화도 다양하다. 마 소재는 말할 것도 없고 밀짚·식물줄기를 이용한 핸드백·모자·샌들 등이 대표적이다. 가죽제품보다 가볍고 보다 시원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핸드백의 경우 마·밀짚·갈대·은나노 함유 등이 주성분이다. 모자는 마·밀짚·면이나 천연섬유를 사용한 상품이 50∼70%를 차지하고 있다. 천연섬유의 일종인 라피아로 만든 모자(12만∼35만원), 열대나무 줄기인 파나마로 만든 모자(32만∼49만원) 등도 선보이고 있다. 천연염색 침구도 눈여겨볼 만하다. 황토·숯 등의 천연 염료를 이용한 이불·침구 제품이 주류인데, 인체의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촉진하고 여름철에는 시원한 느낌도 준다. 황토는 땀을 흡수, 분해하는 효과와 함께 유해파를 차단하고, 숯은 집먼지 진드기 등 유해물질의 차단과 습도 조절에 좋다.23만 8000∼29만 8000원대. 천연목재 제품도 선보였다. 굽 전체를 통나무로 만든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는 우드 샌들(3만∼12만원), 프랑스 체리목을 소재로 만든 샐러드 서버세트(4만 3000원), 프랑스산 너도밤나무를 이용한 빵박스(11만 9000원), 미얀마산 라탄을 소재로 만든 자연 건조공법 수제 빨래 바구니(39만원) 등도 나와 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멧돼지 털 빗…물새 깃털 베개 웰루킹족 유혹 ‘멧돼지 털로 만든 빗으로 머리를 빗고, 물새 깃털로 만든 베개를 베고 잠을 잔다.’ 천연소재 상품의 소비를 선도하는 주역은 웰루킹(Well Looking)족이다. 자기 자신을 가꾸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려는 20∼30대 중반의 전문직 여성들을 통칭한다. 건강·레저·음식·스포츠 등 다양한 방면에서 삶의 여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웰빙족과는 달리, 건강과 아름다움 쪽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머리빗 하나를 고를 때도 소재를 따지고, 화장품 하나를 사더라도 기능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이 때문에 일부 백화점과 서울 청담동 패션숍 등에는 웰루킹족을 전담하는 판매직원까지 등장했다. 이 가운데 이색적인 미용 제품을 판매하는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의 ‘무인양품(無印良品)’ 코너는 이들의 대표적인 쇼핑 명소이다. 박계성 롯데백화점 화장품 바이어는 “이 코너에는 자극과 향기가 없는 기초화장품을 비롯해 피부 자극이 덜한 숯비누와 마·실크 등을 소재로 한 스펀지와 타월 등이 선보이고 있다.”며 “물새 깃털로 만든 깃털 베개, 멧돼지 털을 이용한 건강 빗, 화장이 묻어나지 않는 마 소재의 거름종이 등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마광수의 섹스토리] ② 하렘의 왕이되어

    [마광수의 섹스토리] ② 하렘의 왕이되어

    나는 꿈 속에서 하렘(harem)의 왕이 되어 있었다. 왕비도 내가 하렘의 후궁들과 섞여서 노는 것을 기분 나빠하지 않았고, 자신도 즐거이 다른 궁녀들처럼 마조히스틱한 열락에 동참해주는 것이었다. 어마어마하게 큰 하렘의 한가운데에는 작은 호수만 한 크기의 욕탕이 마련돼 있었다. 투명한 천창(天窓)이 너무 높아 하렘은 마치 야외에 만들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주변에는 잘 손질된 원추형의 나무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었고, 나무들마다에는 탐스럽게 잘 읽은 열대 과일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바닥 여기저기에서는 아름다운 꽃들이 한껏 교태를 부리며 암술과 수술을 뻗쳐올리고 있었다. 욕탕의 바닥과 가장자리는 황금과 백금과 옥으로 만든 타일로 덮여 있었는데, 수십 명의 남녀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몸을 비비꼬면서 애무하는 모습이 모자이크되어 있었다. 욕탕 바깥의 바닥은 수천 개의 두꺼운 거울로 모자이크되어 있었고, 사이사이에는 자주색과 핑크색을 주조로 하는 화려한 빛깔의 페르시아 융단이 깔려 있었다. 욕탕의 지붕은 여섯 개의 육각형 기둥에 의해 떠받쳐지고 있었는데, 기둥들은 모두 투명한 크리스털로 만들어져 있었다. 기둥 옆에는 여러 남녀들이 애무하는 모습으로 조각된 수정 스탠드가 있어 은은한 오렌지색 불빛을 내뿜고 있었다. 황금으로 된 욕탕의 지붕은 여인의 풍만한 유방 모양을 하고 있었고, 젖꼭지 부분에는 엄청나게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어 열대 오후의 나른한 햇살을 갖가지 찬란한 빛깔로 반사시켜 주고 있었다. 지붕의 안쪽은 모자이크로 만들어진 거울로 되어 있어, 여러 개의 거울들이 서로를 끊임없이 반사시켜 무수히 신비로운 상(像)을 만들어냈다. 욕탕 위의 높디높은 천창에는 루비와 사파이어 등 갖가지 보석들로 만들어진 샹들리에들이 꽃 모양의 전구들을 머금고 뻗어내려와, 흡사 성긴 은하수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욕탕은 기분좋은 온도와 향기나는 물로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욕탕 한가운데서는 핑크빛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분수가 물을 방울방울 뿜어올리고 있었다. 분수는 위로 높이 쳐든 여인의 엉덩이 모양을 하고 있었고, 항문에서 서서히 흘러나오는 물방울들은 물이 아니라 꿀맛이 듬뿍 스민 향기로운 술이었다. 욕탕 주변에 있는 만개한 꽃들과 잘 익은 과일에서 풍겨나오는 감미로운 냄새, 그리고 분수에서 흘러나오는 술의 고혹적인 알코올 향이 뒤섞이면서, 욕탕 안은 더욱 신비롭고 몽롱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욕탕 밖에서는 수십 명의 벌거벗은 여인들이 나태한 자세로 누워 오후의 햇살을 즐기고 있다. 그네들 가운데는 서로 얽히고설켜 애무하면서, 바닥의 거울이 반사해 내는 자신들의 황홀한 나신을 도취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여자들도 있다. 여인들은 뒷굽의 높이가 15㎝는 됨직한 황금빛 뾰족샌들을 신고 있을 뿐인데, 가지가지 색깔의 탐스러운 머리카락들이 길게 웨이브지며 흘러내려와 하얀 유방과 곱슬거리는 음모와 탐스럽게 부풀어오른 엉덩이들을 가려주고 있다. 한 여인이 길디 긴 손톱을 부챗살처럼 길게 뻗어 머리카락을 뒤로 빗어넘기자, 보름달 같은 유방의 농염한 자태가 드러난다. 젖꼭지에는 둥근 황금고리가 꿰어져 있고, 고리 아래로 늘어진 체인 끝에 매달린 금방울들은 살랑살랑 흔들거리며 명량(明亮)한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탕 안에는 수십명의 여인들이 알몸뚱이로 물에 몸을 반쯤 담근 채 앉아 있다. 대리석으로 깎아 빚어 만든 듯한 늘씬한 다리들은 물 아래에서 뒤엉켜 서로를 마찰해주고 있고, 길고 가느다란 색색가지 음모들이 물풀처럼 살랑대며 춤을 추고 있다. 중앙의 분수에서 느릿느릿 뿜어져 나오는 작은 물방울들이 여인들의 몸을 간질인다. 그로테스크한 색조로 짙게 화장한 얼굴들과 껍질을 벗긴 핑크빛 수박덩어리 같은 유방들이 반쯤은 물에, 반쯤은 향기로운 술에 젖어 반짝거리고 있다. 여인들은 가끔씩 유방에 방울방물 맺혀 있는 술을 서로가 혀끝으로 천천히 핥아먹으면서 아리따운 추파를 흘리고 있다. 욕탕 바깥의 페르시아 융단 한 모퉁이에서는 십여명의 여인들이 서로 화장을 해주고 있다. 한 여인이 상대방 여인의 속눈썹을 은색의 펄(pearl) 마스카라로 한 올 한 올 정성껏 올려주고 있는 게 보인다. 은빛 콘택트 렌즈를 낀 여인의 눈동자는 은색의 펄 속눈썹과 함께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발산한다. 여인은 붉은 포도주 색깔의 립스틱이 자기의 입술에 진하게 발라지는 동안 입술을 백치처럼 멍하니 벌리고 있다. 얼굴화장이 끝나자 몸 화장이 시작된다. 흑장미색의 립스틱이 양쪽 유두에 칠해지고, 짙은 꽃분홍색의 액체 파운데이션이 하얀 유방 위에 부드러운 동심원을 그리며 칠해져 나간다. 배꼽 주변에도 물감을 칠한 후, 이번에는 두 다리 사이의 거웃이 손질된다. 손가락 길이만큼 길러 황금빛 매니큐어를 칠한 긴 손톱을 조심스럽게 움직이면서, 상대방 여인의 음모를 정성껏 손질해 주고 있는 궁녀의 손놀림이 곱다. 곱슬거리는 연한 갈색의 음모는 황금빛 손톱이 스쳐지나가면서 화려한 무지개색으로 염색되고, 곧이어 막 세팅한 머리처럼 봉곳이 부풀어 오른다. 음모 손질을 끝낸 궁녀는 상대방 여인의 불두덩에 살짝 입맞춤을 하고 나선, 음순에는 진주로 된 음순걸이를, 항문에는 묘안석(猫眼石)으로 된 항문걸이를 걸어준다. 그런 다음 두 몸이 한데 엉켜 우아하게 요동을 친다. 렘의 나무 사이를 거닐며 열매를 따거나 꽃을 꺾고 있는 여인들도 있다. 그들은 다른 여인들과는 달리 투명한 옷감으로 된 드레스를 입고 있는데, 걸음을 걸으면서 몸의 각도를 바꿀 때마다 젖가슴의 볼륨과 음모의 반짝임, 하늘거리는 허리선과 부드러운 둔부의 곡선이 잠자리 날개 같은 옷감을 통해 보일 듯 말 듯 내비친다. 그네들 역시 맨발에 굽 높은 샌들을 신고 있다. 타원형을 이루며 둥글게 아래로 말려들어간 긴 발톱들이 샌들 앞부분으로 나와 있고, 발톱들은 노란색·빨간색·보라색·분홍색·연두색·복숭아색·은색·금색 등 여러 가지 색깔의 매니큐어로 손질되어 있다. 샌들의 앞굽을 발톱 길이에 맞춰 높게 만들었지만, 휘어들어간 발톱들이 워낙 길기 때문에 걸을 때마다 바닥에 부딪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여인들의 발놀림은 무척이나 느리고 권태스러워 보인다. 과일이나 꽃를 따고 있는 손톱들도 둥글게 말려들어갈 정도로 길다. 갖가지 색깔로 손톱에 칠해진 펄 섞인 매니큐어들이, 일제히 햇빛에 반사되어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나와 왕비는 카펫 위에 있는 상아 침대에서 푹신한 금빛 보료에 묻혀 나란히 누워 있다. 나는 한 궁녀가 땀을 뻘뻘 흘리며 해주는 보디 마사지를 받고 있고, 왕비는 미풍에도 출렁거릴 정도로 얇고 긴 손톱들을 궁녀 두명에게 손질시키고 있다. 보디 마사지가 끝나자 방금 온 몸에 화장을 끝낸 여인이 내게로 천천히 기어온다. 그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귀고리·코걸이·팔찌·반지·젖꼭지걸이·음순걸이·항문걸이 등에 매달린 금방울들이 꿈결 같은 소리를 만들어낸다. 여인은 내 앞에 오자 무릎을 꿇고서 내 발에 입맞춘 후, 서서히 혓바닥을 옮겨 나의 온 몸을 혀끝으로 살살 핥아주기 시작한다. 왕비 역시 손톱 손질을 끝내고서 한 궁녀가 해주는 혓바닥 마사지를 받고 있다. 혓바닥 마사지가 끝나자 나는 궁녀 두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욕탕 안으로 들어간다. 물 속에 반쯤 몸을 담그자 한 여인이 분수로 가서 입 안 가득히 술을 받아 머금고 온다. 그녀의 긴 핑크빛 머리카락과 진주빛 시폰 드레스는 물에 젖어 몸에 찰싹 달라붙어 있다. 그녀가 내 쪽으로 몸을 움직일 때마다 몸에 달라붙은 드레스를 통해 어렴풋이 엿보이는 핑크빛 젖가슴과 연두색 불두덩이 물결치듯 움직이고 있다. 여인은 입 안에 머금고 있는 술을 내 입 안에 흘려 넣어준다. 나는 그녀의 입 안에서 적당히 따뜻해진 술의 향기를 음미하면서 여인의 젖꼭지를 장난치듯 꼬집어 본다. 여인은 적포도주색 매니큐어가 칠해진 긴 손톱으로 나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주면서 꿈꾸는 듯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 마광수는 1951년 경기 수원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현재 연세대 국문과 교수 ▲저서 ‘윤동주 연구’ ‘상징시학’ ‘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 ▲장편소설 ‘권태’ ‘즐거운 사라’ ‘불안’ ‘알라딘의 신기한 램프’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 [녹색공간] 아까시꽃 피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조연환 산림청장

    토머스 엘리엇은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잔인한 4월이 속히 가고 아까시꽃이 흐드러지게 피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산림 공직자들이다. 진달래꽃이 필 때면 봄철 가뭄은 계속되고, 이 산 저 골짜기에 산불이 발생한다. 불은 매캐한 냄새와 연기를 흩날리며 온 산을 헤집고 다니며 나무와 풀을 닥치는 대로 삼켜 버린다. 자연히 산림 공직자들은 며칠씩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주먹밥 하나 달랑 차고 산마루나 능선에서 밤을 지새며 산불과의 전쟁을 벌인다.‘말리는 시누이’와도 같은 바람이 저도 한몫하겠다고 거들 때면, 산림 공직자의 애간장은 아랑곳없이 산불은 능선을 날아다닌다. 간절히 바라는 비는 내리지 않고 바람만 보내 주는 하늘이 원망스럽고,4월을 잔인한 달이라 노래한 시인까지 미워진다. 진달래꽃이 지고 봄비가 내리고, 또 5월도 중순에 들어 하얀 아까시꽃이 눈처럼 나무를 뒤덮으면 다른 나무들도 저마다 초록잎으로 단장을 한다. 비로소 산림 공직자들은 지치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휴식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이렇듯 아까시꽃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어디 산림 공직자만이랴. 아까시꽃을 따라 꿀을 따는 양봉업자들도 꽃이 피기만을 기다리며 1년 농사를 준비하지 않는가. 그리고 아까시잎을 따는 놀이를 하고 아까시꽃을 따먹으며 뛰놀던, 어릴 적 고향의 그 정취를 떠올리며 향수에 젖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아까시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아까시꽃이 피는 5월이면 “왜 아까시나무를 모두 베어버리지 않느냐.”는 항의를 받곤 한다. 아까시나무가 우리 산림을 다 망치는데도 산림청에서는 이를 방치한다는 것이다. 아까시나무를 왜 베어버려야 하느냐고 물으면 아무 쓸모없는 나무라는 것이다. 정말 쓸모없는 나무일까? 쓸모없는 사람이 없듯 쓸모없는 나무는 없다. 사람에 따라 재능과 성격이 다르듯이 나무도 재질과 용도가 다를 뿐이다. 아까시나무는 중국을 거쳐 우리 땅에 들어와 척박한 우리 산림을 기름지게 한 나무다. 땔감이 없던 시절 우리는 아까시나무의 줄기와 가지는 물론 뿌리까지 캐어서 땔감으로 사용하였으며 잎은 가축 사료로 이용했다. 아까시나무의 목재는 질기고 단단하며 색상과 무늬가 곱고 향기가 있어 고급 목재로 쓰인다. 또 아까시꽃에서는 매년 배·감귤 등에 버금가는 주요 농산촌 소득원인 꿀을 채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까시나무는 이름이 제대로 불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자라는 나무는 ‘아카시아’(열대지방에 자라는 나무)가 아니라 ‘아까시’나무이다. 아까시나무는 심어 놓고 잘 돌보아 주면 올곧게 자라지만, 묏자리를 망친다고 베어내면 더 많은 움싹이 돋아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베어내도 자꾸 번성하니 몹쓸 나무라고들 하는데, 이것이 아까시나무 탓은 아니지 않은가. 아까시나무가 귀가 있어 들을 수 있고 입이 있어 말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할까? 아까시나무를 볼 때면 어머님 생각이 난다. 가난한 집안에 시집와 9남매를 길러 놓고도 한평생 제 이름 석자를 제대로 들어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어머니와 어쩌면 그리도 닮은 점이 많은지…. 그렇다고 아까시나무가 가장 좋은 나무라거나 아까시나무를 많이 심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유별나게 산불 때문에 고생한 잔인한 4월이 가고,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아까시꽃 향기 속에 아까시나무의 한이 묻어 나는 것 같아 오늘은 아까시나무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나무가 어찌 아까시나무뿐이겠는가. 그래도 나무는 누구를 원망하거나 변명하려 애쓰지 않는다. 맡은 자리에서 한평생 제 역할만을 묵묵히 감당하고 있을 뿐이다. 산불로 까맣게 타버린 산골짝에도 아까시꽃들이 만발하였다. 아까시꽃 향기가 코끝을 간질이는 이 5월에 다시 한번 아까시나무의 고마움을 아니, 그동안 홀대했던 나무들의 고마움을 생각해 보는 계절이 됐으면 한다. 조연환 산림청장
  • [논술이 술술] 국화와 칼/루스베네딕트

    올해는 유독 일본과 관련된 문제들이 많이 일어났다.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이 여전했고, 독도와 역사 교과서 문제가 일본과의 갈등을 더욱 깊게 했다. 돌아보면 우리에게 일본은 여전히 ‘가깝고도 먼 나라’임에 틀림없다. 이 때문인지 우리는 일본과 아주 오랫동안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왔지만, 실제 그들의 역사와 문화의 특징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주 적다. 근대 이전에는 해안을 약탈하던 ‘왜구’의 이미지로만 남아 있다. 근대 이후에는 우리 나라를 강점해 무자비하게 수탈했던 ‘침략자’로 인식되고 있을 뿐이다. 현대에는 ‘소니’와 ‘도시바’ 등 다양한 상품들의 이미지로서만 단편적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영화 ‘러브레터’나 ‘이웃집 토토로’ 등에서 나타났던 따뜻하고 평화스러운 일본의 이미지와 ‘야스쿠니 신사’와 ‘이종격투기’가 보여주는 뻔뻔스럽고 호전적인 모습을 조화시키기가 쉽지 않다. 일본과 일본인들에 대한 우리의 지극히 피상적이고 낮은 이해는 그들과 갈등이 생길 때마다 감정적인 거부감만을 키우며, 문제 해결의 방향을 찾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루스 베네딕트가 쓴 이 책은 일본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꼭 읽어보아야 할 책 가운데 하나다. 베네딕트는 태평양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던 1944년 6월, 미 국무부의 의뢰를 받아 일본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 미국은 일본이 전쟁 막바지에 어떤 식으로 행동할지 충분히 예측할 수 없었다. 그들이 맞은 적은 미국인의 사고와 문화로는 이해할 수 없는 무척 낯설고 이질적인 상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네딕트는 일본인의 행동과 사고의 패턴을 탐구하기 위해 문화인류학적 연구를 진행한다. 이 연구는 1945년 ‘일본인의 행동 패턴’이라는 보고서로 나타났고, 이를 바탕으로 1946년 ‘일본 문화의 패턴’이라는 부제를 달고 쓰여진 것이 ‘국화와 칼’이다. 이 책은 외적인 생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 민족의 문화 패턴은 변화하지 않는다는 전제에 기초한다. 베네딕트는 일본인의 문화 패턴을 찾아내기 위해 전쟁 중에 나타난 일본인의 행동은 물론 일본인의 계층구조 의식의 형성과 변화 과정 등을 분석하며, 일본인의 행동과 사고 방식의 특징을 살핀다. 이를 통해 일본인은 어떤 경우에 예의를 지키고, 어떤 경우에 수치심을 느끼는지 등 평균적인 일본인의 습관과 행동 양식을 설명하고 있다. 제목의 ‘국화’와 ‘칼’은 일본 문화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두 가지 상징이다. 그것은 서구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었던 일본인의 ‘이중성’을 나타낸다. 매우 절제되고 겸손한 행동 양식을 지니고 있는 국민이 동시에 칼을 숭배하며 무사에게 최고의 영예를 돌리는 호전성을 나타낸다는 사실은 결코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베네딕트는 그러한 이중성이 모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 이를 근거로 일본 문화의 패턴을 이해하려 한다. 한편 이 책은 당시까지 인디언 등 원시부족 생활을 주로 연구하던 문화인류학의 연구 대상을 산업사회로 넓히는 데 큰 기여를 하기도 했다. 베네딕트는 전쟁 때문에 일본을 직접 방문하지 못하고 여러 문서와 기록, 증언 등에만 의존해 연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러한 해석 작업은 이후의 연구들에 큰 영향을 끼쳤다. 물론 이 책은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여러 한계가 드러난다. 미국의 시각에서 바라본 동양의 모습으로 지나치게 단순화돼 서술한 경향도 없지 않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일본에 대한 실체적 이해보다 미국인의 사고 속에 자리잡은 일본관에 대한 서술로 읽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일본인들의 사고 및 행동양식, 문화와 사회의 특징을 이해하는 데 나름의 구실을 충분히 하고 있다. 게다가 서구, 특히 미국의 일본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동아시아 정세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미·일 동맹에 대한 미국의 접근 방식과 태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유니드림 대학입시연구소(www.unidream.co.kr) ●독서지도시 참고사항 -대상 학년:고1∼고3 -관련 교과:고등 사회, 사회문화, 윤리와 사상 -함께 읽어 볼 책과 고전:슬픈 열대(레비스트로스·한길사), 문화의 수수께끼(마빈 해리스·〃), 성과 속(미르치아 엘리아데·〃), 이미지와 상징(〃·까치글방) -기출논제:한국외국어대 2004학년도 정시 논술, 서울교대 2003학년도 정시 논술, 부산대 2002학년도 정시 논술 ●생각해보기 -이 책은 일본 문화의 특징을 어떻게 서술하고 있나. -일본과의 역사적·영토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자신의 생각을 써보자. -문화가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해보자.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72)제주·전라 잇는 42개섬 ‘추자군도’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72)제주·전라 잇는 42개섬 ‘추자군도’

    행정구역명은 북제주군 추자면이다. 그런데 추자도에서 제주도 토박이말을 듣기가 쉽지 않다. 대개 호남 말씨다. 남도 사투리의 ‘징함’이 빠진 채 표준화되어 조금은 무미건조하다. 공무원들을 만나 보면 조금 달라 제주도 말투가 엿보인다. 자연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중간지대라고나 할까.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전라남도 영암·완도군 등에 딸린 섬이었다.1946년 북제주군에 편입됐으니 불과 60여년 전이다. 재미있는 것은 1831년에 잠시 제주목에 이속됐다가 1891년에 완도군이 창설되면서 이곳으로 되넘어간 기록이 나온다. 좀 왔다갔다 했지만 그러나 추자도는 틀림없는 호남문화권이다. 뱃길은 여전히 목포로 열려져 있어 농산물 공급은 물론이고 상급학교도 대부분 이곳에서 다녔다. 덕분에 추자도 1세대들은 ‘전라도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근래 20여년 전부터 젊은이들이 제주도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이 덕분에 그들은 비교적 ‘제주도적’이다. 이곳 공무원들이 대개 제주도에서 ‘내려오기’ 때문에 그런 영향도 없지 않을 것이다. 추자도 토박이로 제주도에서 교육받고, 집안에서는 전라도 말을 쓰는 사람의 경우, 그 문화적 정체성은 대단히 복잡하다. 제사나 장례, 세시풍속 등은 확실히 전라도적이다. 반면 제주도 출가 잠녀가 아니라 토박이 잠녀들이 물질하는 형태는 ‘제주도적’이며, 전복이나 소라맛 역시 ‘제주도적’이다. 그러나 묵리의 처녀당에서 해마다 올리는 당제의 명칭과 이때 걸궁이란 풍물굿을 동원하는 것은 ‘전라도적’이다. 풍물굿이 없던 제주도에 ‘걸궁’이 전파된 것이니, 추자도 걸궁은 본디 한반도 최남단의 풍물굿이 아니었던가 싶다. 흥미로운 연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추자도의 이런 중간자적 성격은 예로부터 육지와 제주도의 징검다리였다는 지정학적 요인에 의해 결정지어졌다. 제주행 비행기에서는 망망한 바다 위에 떠있는 추자군도를 어렵잖게 볼 수 있다. 고려시대에 최영 장군이 목호의 난을 진압하기 위해 제주도로 가다가 바람을 피해 머물렀다는 곳이 바로 추자도다. 지금도 상추자항의 봉줄리산 기슭에는 최영 장군 사당이 위엄있게 포구를 굽어보고 있다. 옛날에는 추자도를 징검다리 삼아 제주도로 향하였다. 예전에는 추자를 주자(舟子)로 불렀으니, 영암·무안·나주·진도 등 전라남도 남서해안으로 가는 뱃길이었다. 제주도는 애월이나 조천으로 드나들었다. 당연히 이름난 유배지였다. 유배객 중에는 해배 후 되돌아간 이도 있었으나 아예 섬사람이 된 이도 많았다. 정조 때 안조환은 유배 당시 천신만고의 생활상을 이렇게 노래했다.‘출몰사생 삼주야에 노 지우고 닻을 지니 수로천리 다 지내어 추저섬이 여기로다. 도중으로 들어가니 적막하기 태심하다. 사면으로 돌아보니 날 아는 이 뉘 있으리. 보이나니 바다이요 들리나니 물소리라….” 상추자, 하추자로 위·아래 섬이 갈리는데 추자교로 이어져서 이제는 상하 구분이 의미가 없다. 상추자항은 대서·영흥리, 하추자항은 신양리 소속이며, 그밖에 예초·묵리 같은 아름다운 포구들이 흩어져 있다. 단단한 바위밭에 해류가 거칠게 흘러 흐리멍텅한 고기들은 살 수가 없는 곳이다. 참돔이나 감성돔·우럭·농어 같은 고급 어종이 바위밭에서 물살과 씨름하면서 육질을 키우는 까닭에 그야말로 ‘바다낚시의 천국’이다. 도처에 보이느니 낚시꾼들이다. 추자도는 끊임없이 왜구에게 시달렸다. 왜구들은 제 집 드나들 듯 추자군도를 드나들었으며 심지어 20세기 초반까지도 수적(水賊)이란 이름의 바다도둑이 설쳐댔다. 일제시대, 이곳 수산자원에 눈독을 들인 일인들은 대서리에 진을 쳤다. 학교와 조합을 만들고 삼치어업에 매달렸다. 기선급 선박이 엄청난 양의 삼치를 잡아 그대로 상고선에 실어 일본으로 가져갔다. 이른바 추자도 삼치파시는 이들 일본배들 때문에 이뤄졌다.1000여명이 넘는 ‘뱃동서’들이 일시에 포구로 쏟아져 들어왔으니 술집과 여관이 번성할 수밖에 없었다. 덩달아 일본 기생도 들어오고, 술꾼들은 취하여 쌈박질을 일삼아 이래저래 ‘난장’이었다. 당시의 여관 흔적 등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일본인이 물러간 다음에도 삼치어업은 이어졌다. 삼치는 예전 방식대로 잡는 즉시 일본으로 수출했으며, 덕분에 파시도 70년대까지 명맥이 이어졌다. 이곳에는 ‘시와다 그물사건’이라는 전설 같은 일제하 어민항쟁이 전해진다.1926년 5월14일, 추자면민들이 대거 운집해 면장과 추자어업조합에 대한 불편과 불만을 토로했다. 형세가 대단히 격렬해 목포와 제주에서 경찰이 들이닥치고, 주동자 21명이 검거, 압송되기에 이르렀다. 어업조합과 면장 등이 공모, 은행 빚으로 어구를 사들인 뒤 2배나 비싸게 팔았는가 하면, 주민 의견을 무시하고 우뭇가사리를 강제 매입해 빚어진 사건이었다. 낌새를 알아 챈 조합장이 주재소와 결탁해 어민들을 억압하려 하자 예초리 남녀 700여명이 함께 시위를 일으킨 것이다. 본디 이곳 사람들은 외줄낚시로 필요한 만큼의 고기만 낚았으나 일본인들이 대형 그물로 싹쓸이하듯 고기를 잡아가자 이에 반발한 사건이었다는 증언도 있다. 이곳 노인들은 “물반 고기반이었는데 왜놈들이 싹쓸이해 가 그걸 못 보겠어서 다들 일어선 게지.”라고 말한다. 일제의 수탈적 약탈어업이 빚은 필연적 결과였다. 추자도에는 딸린 섬들이 42개나 된다. 돈대산에 올라서니 완도군 청산도가 한눈에 들어 온다. 청산도 삼치파시가 추자도 삼치파시와 다르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구로시오 해류가 흐르는 청산도와 나로도, 추자도 남쪽에 삼치떼가 몰려든 것이다. 추자도 최남단에는 관탈도가 있다. 옛적 귀양객들이 이곳에 이르러 다왔다는 생각에 갓을 벗었다 해서 ‘관탈’이라는 지명이 붙었단다. 관탈도에서는 불과 30분이면 제주항에 닿는다. 그러니 완도-청산도-추자도-관탈도 등이 징검다리처럼 일렬로 늘어서 육지와 제주도를 연결하고 있는 셈이다. 그 옛날 설문대 할망이 제주도와 남해 바다를 만들 때 징검다리는 박아놓은 섬들은 아닐는지. 이곳 토박이인 황필운(38) 선장과의 약속에 맞춰 선착장으로 나갔다. 매일 아침 9시면 정확하게 행정선 추자호가 바다로 떠난다. 횡견도와 추포도를 들러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길게 누워 있는 횡견도의 바람막이 돌담이 이곳의 모진 삶을 웅변해 준다.13가구가 사는 이곳에서 여자들은 물질로 전복·소라 등을 잡고, 남자들은 톳·가사리·미역 등 해초를 뜯어 생활한다. 한때 횡견분교까지 있었으나 잡초만 무성하고, 보리농사로 자족자급이 가능했던 섬이 지금은 인적이 끊겨 한적하다. 추포도는 2가구가 등록돼 있으나 실제로는 1가구만 산다. 낚시꾼들 뒷바라지로 생계를 잇는다. 고도에서 사는 1가구, 결코 쉽지 않은 삶일 것이다. 정 다산이 ‘남도경영’을 부르짖으며 경세유표에서 ‘남도의 섬을 잘 다스려야 재물이 숲처럼 일어서리라.’라고 했건만, 이들 낙도는 오로지 낙도라는 오명만 뒤집어쓰고 파도 아래 잠들어 있을 뿐이다. 요트처럼 빠른 배라면 뭍에서 불과 1시간도 채 안돼 당도할 수 있는 이 ‘보물섬들’이 오로지 ‘떠나가는 섬’으로만 인식되고 있으니 이곳에서도 우리 바다의 미래는 아득하다. 추자군도의 최대 문제는 역시 물이다. 횡견도 같은 섬에서는 아예 빗물을 받아 쓴다.‘물 쓰듯’이라는 말은 이곳에서는 도저히 내뱉을 수 없는 말이다. 추자 본도에는 담수화공장이 있어 바닷물로 만든 비싼 물을 먹고 산다. 그래서 집집마다 거대한 물탱크 한두 개쯤은 갖추고 있다. 추자도는 아름다운 풍광에 비해 너무나 덜 알려진 섬이다. 강태석 면장은 “청정해역일 뿐 아니라 천혜의 어족자원을 갖고 있어 21세기형 관광에 적합한 곳인데, 문제는 뱃길이지요.” 무인도를 이용한 청소년 자연생태체험학습장과 유료 유어장 등이 면에서 꿈꾸는 올 여름 사업들이다. 제주항에서 불과 1시간도 걸리지 않아 1일 관광도 가능하지만 배편이 하루에 편도 1회뿐이라 잠을 자고 나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하추자의 돈대산을 오르자 눈 아래 신양항이 굽어보이고, 멀리 전라도 바닷가가 한눈에 잡힌다. 날씨가 맑으면 한라산도 보인단다. 해양성 기후라 바람 심한 것을 빼면 아열대식물도 생존 가능한 곳이다. 그래선지 곳곳에 동백이 유난히 많다. 추자도에 딸린 사수도는 상록활엽수림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우거져 있고, 여기에 흑비둘기와 슴새들이 번식해 1982년 천연기념물(333호)로 지정되었다. 전복, 소라, 미역, 톳, 천초가 지천인 곳이 이곳 말고 또 어딨겠는가. 아, 그런데 사람들이 잘못알고 있는 상식이 하나 있다. 추자도 특산품하면 대개 멸치젓을 꼽곤 한다. 지금도 멸젓이 팔리고는 있지만 오늘날 추자도의 최고 특산은 ‘추자굴비’다. “어획량은 최고지만 문제는 덜 알려졌다는 점”이라는 김금충 수협 상무의 말이 아니더라도 실제로 조기들이 동중국해에서 추자도 근해로 몰려오기 때문에 해마다 엄청난 양이 잡힌다. 예전에는 그대로 영광 등지에 생조기로 출하했으나 이제는 아예 굴비로 말리고 있다. 어족이란 참으로 묘한 것, 칠산바다를 떠돌던 조기들 간 곳 몰라 했더니 추자도에 운집했었나 보다. 지금 추세라면 법성포 굴비 못지 않아 ‘추자굴비’ 없으면 차례도 지내지 못할 날이 다가오지나 않을까. 실제로 추자군도에서 최대의 주력품으로 굴비를 키우고 있으니 곳곳에 조기잡이 안강망 어선들이 눈에 뜨인다. 조기를 잡지 않는 비수기에는 돔이나 고등어 낚시로 살아간다. 떠나 오면서, 추자도가 ‘오지’란 생각을 싹 잊어버렸다. 제주항에 1시간 만에 도착했고, 곧장 공항으로 가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오는 데 고작 1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스티로폼 박스에 횟감과 함께 넣어 온 얼음이 서울에 도착해서도 그대로이니 ‘멀고도 가깝다.’거나 ‘가깝고도 멀다.’는 야누스적 표현이 모두 맞는 곳이다.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초대 기상 통보관 지낸 김동완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초대 기상 통보관 지낸 김동완씨

    날씨처럼 인생과 밀접한 것이 또 있을까. 흥미로운 속담도 많다.‘장마는 나이 많은 아내의 잔소리다.’‘봄비가 많이 오면 아낙네의 씀씀이가 헤프다.’‘더위 먹은 소는 달만 봐도 헐떡거린다.’ 올 여름에는 100년 만의 더위가 찾아온다는 얘기가 있어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온다면 어떤 더위일까.‘무더위’는 ‘물더위’에서 유래됐다. 습도와 온도가 매우 높아 후덥지근하다. 끓는 물과 같다는 ‘가마솥더위’나 ‘찜통더위’도 비슷하다. 또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따가운 ‘불볕더위’도 있다. 어쨌든 여름손님(더위)이 있어야 가을손님(열매)도 온다고 했다. ●날씨는 하루에 서른여섯번씩 변해 추억의 방송멘트가 있다.“여우가 시집가는 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한 과학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날씨는 하루에도 서른여섯번씩 변한다고 합니다. 봄날씨는 최소한 하루에 세 번 변합니다. 아침은 썰렁하고 점심은 덥고 저녁에는 바람이 붑니다. 돌아오는 길에 여벌의 옷차림에 신경을 써야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기상대에서 김동완 통보관이었습니다.” 맞다. 이른바 우리나라 초대 기상통보관을 지낸 김동완(71)씨. 특유의 비유법과 정감 있는 목소리로 많은 인기를 누렸다. 나이 30대 이상은 적어도 하루 한번씩 김씨의 목소리를 들었을 정도다. 지금도 ‘프리랜서 기상해설가’로 활동 중이어서 45년 동안 ‘날씨해설 인생’이라는 흔치 않은 길을 걷고 있다. 에피소드 #1. 어린이날이었다. 아침방송에서 김씨는 “오늘은 어린이 얼굴만큼이나 해맑은 날씨가 되겠습니다.”라고 마무리 멘트를 했다. 이어 방송국을 나오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김씨는 비를 피하기 위해 다시 방송국 안으로 들어갔다. 비는 계속됐다. 이때였다. 방송 자막을 통해 ‘오늘 효창공원에서 열리기로 한 어린이날 행사는 우천관계로 무산됐습니다.’라고 알렸다. 이를 보는 김씨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에피소드 #2. 봄날 일요일이었다. 부부동반으로 고향 친구들과 등산을 갔다. 그런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산밑 음식점 등으로 비를 피했다. 하지만 김씨는 혼자 떨어져 초라하게 비를 맞아야 했다. 사람들과 맞닥뜨릴 경우 얼굴이 알려진 그에게 무슨 얘기를 할지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날 아침 김씨는 “지역에 따라 한차례 소나기가 내리겠습니다.”라고 예보했다. ●올 100년만의 무더위, 그때 가봐야 지난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위치한 기상청에서 김씨를 만났다. 기상예보 역사의 산증인이나 다름없기에 인터뷰 장소를 기상청으로 정했다. 뒤뜰 의자에 앉자마자 다가올 여름 더위의 안부(?)부터 물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100년 만의 더위라는 말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한 박사가 얘기한 것에 불과하다. 큰 더위가 올지 안 올지 아직은 미지수”라면서 “다만 요즘 계절의 변화를 볼 때 예년보다 10여일 이른 이달 하순부터 여름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고 대답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본래부터 더운 나라”라고 전제한 뒤 “예부터 겨울을 ‘동장군’(冬將軍)이라 하고 여름을 ‘염제’(炎帝)라고 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면서 “그래서 겨울철에는 방한(防寒)이고 여름철에는 피서(避暑)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대륙성 기후지만 여름철에는 열대성 기후여서 매년 열대야 현상이 20∼30일, 낮기온이 섭씨 30도 이상인 열대일 현상은 57일가량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우리 조상들은 더위를 극복하려는 지혜가 많았습니다. 복(伏)날은 농업 위주의 전통적 생활환경에서 유래됐지요. 한여름철의 낮길이가 가장 길다 보니 노동시간이 자연히 많아지고 대신 휴식은 짧았습니다. 때문에 땀흘려 일했던 머슴들은 온·습도의 상승으로 왕성해진 병원체에 감염돼 죽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나라에서 복날을 정해 영양을 보충하고 하루를 푹 쉬게 했던 것이지요.” 하지(6월21일)에서 셋째 경일(庚日)을 초복, 넷째 경일을 중복, 입추 후 첫 경일을 말복날로 정해 하루를 쉬며 개장국 등으로 기력을 보충했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또한 머슴들은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먹는 일이 그림의 떡이었기에 집집마다 흔하게 키우는 개고기로 대신했다는 자료가 전해온다고 부연했다. 결국 복날은 노동자의 보건일로 경륜이 높은 정치가가 노동자를 위해 베푼 선정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속담에 ‘여름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할 만큼 옛조상들은 나돌아다니지 않았습니다. 마을정자에 앉아 부채질 하나로 무더위를 이겨냈지요. 반면 지금의 우리들은 냉장고와 에어컨 등 냉방기구들을 잔뜩 갖추어 놓고도 여름철에 휴가를 떠납니다. 하지만 교통지옥 등으로 진이 다 빠져버리지요.” 지금의 여름철 휴가풍습은 북유럽 바캉스에서 유래됐으며 우리나라 기후로 볼 때 5월이나 10월 중에 휴가를 떠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유했다. 또한 사람은 섭씨 20도부터 더위를,30도부터는 고통을 느끼며 더위는 빙과류로, 고통은 차가운 음료수로 해결하고자 하는 습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부부싸움 많은 여름엔 말조심을 무더운 여름을 지혜롭게 지내기 위해서는 날씨에 순응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불쾌지수가 높다고 하지 말고 상쾌지수가 약간 낮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 또한 여름철에는 부부싸움이 많기 때문에 각자 말조심하는 것도 가정에 도움을 준다고 귀띔한다. 여성의 의상과 온도관계에 대해 흥미롭게 풀이한다. 예를 들어 겨울철 실외온도가 섭씨 0도일 경우 무릎위 20㎝가량 올라간 미니스커트를 입었다면 체감온도는 영하 4도라는 것. 또 1㎝씩 올라갈 때마다 체감온도는 0.5도씩 더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반면 청바지를 입었을 경우 영상 6도의 체감온도를 느낀다고 한다. 따라서 겨울철에 미니스커트를 자주 입는 여성은 생리적 부담으로 임신했을 때 순산하기가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전두환 전 대통령과 같은 대구공고를 졸업했다. 전씨와의 인연에 대해 “(전씨가)백담사에 머물 때 처음 만나 ‘(24회)선배님 26회 김동완입니다.’고 했더니 어깨를 툭치며 ‘(청와대)재임기간에 한번 오지 그랬느냐.’고 하며 무척 반가워했다. 하지만 곧 ‘그랬으면 지금쯤 청문회에 불려다니겠지.’라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이후 서울 연희동의 전씨 자택에서 고교 선후배간으로 몇차례 만났다고 귀띔했다. 김씨는 원래 공군 조종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대구공고 3학년때 공군사관학교 입학시험에 응시, 합격했다. 그러나 최종 선발과정에서 탈락했다. 이어 조종간부후보생 시험에도 합격했으나 기초군사훈련 중 또 탈락했다. 어쩔 수 없이 공군하사관학교를 나와 조교로 공군복무를 마쳤다. 조종사의 꿈이 무너지자 그는 수학선생이 되려고 마음을 먹었다. 서울대 사대 원서를 접수하러 가던 중 우연히 국립중앙관상대 모집 공고를 보게 했다. 결국 발길을 돌려 관상대 시험에 응시,15대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이때가 58년 12월. “사무관 시절 날씨 해설을 할 때 ‘기상대의 김동완 사무관입니다.’라는 어감이 안 좋아 편의상 ‘통보관’을 사용하기 시작했지요.”이후 중앙기상대 예보분석관-통보관-예보과장 등을 거치면서 TV와 라디오 등에서 방송해설을 꾸준히 맡아 기상캐스터의 대명사가 됐다.1남4녀를 둔 그는 요즘 날씨와 관련된 원고를 써주기도 하고 각종 단체와 기업체 등에서 초청강의를 하느라 분주하다. 주말에는 주례를 보느라 더 바쁘다. 지금까지 어림잡아 1000여쌍의 주례를 봤다며 웃는다. 그는 평생동안 날씨에 대해 한번도 짜증을 낸 적이 없다. 이는 곧 자연에 대한 어리석음이기 때문이란다. ■ 그가 걸어온 길 ▲1935년 김천 출생 ▲55년 대구공고 기계과 졸업 ▲59년 중앙관상대 공채8기, 국립기상기술원 양성소 1기 수료 ▲59년∼82년 예보분석관, 통보관, 예보과장 ▲63년 국제대학 법학과 졸업 ▲82년∼92년 문화방송 보도국 보도위원 ▲92년∼현재 프리랜서 활동 ▲97년∼99년 한국일기예보회장 ▲2000년∼2001년 자민련 김천지구당 위원장 ▲2000년∼2002년 기상정보 케이블TV웨더뉴스채널의 김동완 기상뉴스 진행 ■ 저서 날씨 때문에 속상하시죠(좋은벗,1998년) km@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71)고군산군도의 경관적 가치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71)고군산군도의 경관적 가치

    선유도 무녀도 장자도 신지도 곶리도 말도 횡경도 방축도 야미도 등이 별처럼 모여 있다. 오밀조밀하게 모여 앉은 이 섬들 때문에 고군산군도는 ‘호수에 뜬 섬들’로 불렸다. 서긍의 ‘고려도경’에는 중국 사신들이 서해를 건너오면 고려군사들이 고군산까지 영접을 나왔다고 기록돼 있다. 중국과 한반도가 뱃길로 연결되는 길목이었음은 물론이고 서남해안 쪽에서는 개경이나 한양으로 가는 중간 허리였다. 조운선과 상선, 군선이 상존했으며, 이순신이 이곳에 잠시 머물렀다는 기록도 난중일기에 보인다. 사람과 배만 그러한가. 물고기에게도 필수 코스였으니, 유명한 칠산어장의 북단이 바로 고군산이다.1906년 군도 끝자락 말도에 등대를 세워 올해로 99년째 불을 밝히고 있다. 이렇듯 이곳은 일찍부터 서해 항로의 요충지였다. 때맞춰 북상하는 조기같은 회유어종의 통로라 함은 역으로 남하하는 홍어나 대구 같은 한류어종의 통로라는 말도 된다. 그래서 군산 수협조차도 애초에는 육지가 아니라 장자도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군산진을 설치하고 서해를 경영하다가 옥구로 옮기게 된다. 왜구의 노략질이 워낙 심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는 중국 황당선의 ‘황당한’ 일도 자주 벌어졌다. 군산진만 육지로 떠난 것이 아니다.20세기 후반에는 물고기들이 떠나가는 일도 벌어졌다. 황금어장 칠산이 고갈되면서 섬사람들은 서울이나 군산 등지의 저잣거리로 떠나갔다. 모진 세월은 이 천혜의 섬들을 가만 두질 않았다. 새만금 간척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공사용 차량들이 하루도 쉬지 않고 분진을 일으키더니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야미도와 신지도가 방조제로 이어졌고, 그 바람에 승용차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고군산 수천년 역사 속에서 ‘단군 이래 최대의 변화’가 밀어닥친 것. 약삭빠른 업자들은 관광유람선을 띄웠고 부동산업자들은 ‘새만금 새땅‘식으로 서부 개척시대를 방불케하는 거품경쟁에 나선다. 물고기가 사라진 바다에 땅장사들이 대신 몰려든 셈이다. 수산과학원 산하 갯벌연구소의 전용 조사선에 몸을 실었다. 분기별로 행하는 정기 탐사 일정이었다. 연구원들은 항해 내내 포자망으로 해파리 유체를 채취하고, 멸치 난어를 조사했다. 예전에 없던 아열대성 해파리떼가 한반도를 휩쓸어 그물 가득 해파리만 든다.20세기 초반 시인 김억이 ‘해파리의 노래’를 상재했으나 이런 ‘괴물’은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남방 해파리의 알이 고군산 근역에서 보임은 수온 상승의 반증 아니겠는가. 바다 물고기들의 동향도 수상쩍다. 조기 갈치는 물론이고 여타 고급 어종들이 대거 사라진 자리를 멸치떼가 채우고 있다. 고급 어종 비율이 1967∼69년도 39%에서 36년 만인 1999년 23%로 줄었으니 엄청난 감소다. 멸치는 1992년 군산수협 위탁량이 88t이던 것이 2002년에는 2359t으로 급증했다. 먹이사슬 상층부를 차지하는 큰물고기들이 사라지자 아래쪽 개체인 멸치떼가 극성을 부리는 것. 생태계의 적신호가 울리고 있다. 이러다가 고기가 아예 없어지는 것 아니냐며 진반농반의 걱정을 전하자 동행한 김수관 군산대 교수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동의한다.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 동해안의 엄청난 인구증가와 산업화로 서해에 쏟아부어지는 오염총량을 계산할 때 서해가 죽음의 바다로 바뀌는 것은 시간 문제란다. 일제시대에 고군산 근역에서 미역 김 해삼 상어 가오리 넙치 고등어 멸치 조기 삼치 대구 도미 청어 전광어 새우 숭어 참장어 가사리 병어 민어 홍어 오징어 뱅어 갈치 등이 잡혔다니, 종다원성이 해체된 비극이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바다의 젖줄인 동진강, 만경강을 끊어 놓으니 바깥 생태계에 엄청난 부담이 가해지고 있다.”는 갯벌연구소 조영조 소장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새만금간척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반대해 온 환경운동가를 비롯, 뜻있는 많은 이들이 잠시 반성할 지점이 있다면, 바로 고군산 같은 방조제 바깥 섬들의 안위를 도외시했다는 점일 것이다. 막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바깥 바다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환경운동조차 언제나 육지 중심이었던 것이다. 현재 군산쪽이 완전히 막힌 상태에서 남쪽 일부만 트여 좁은 수로로 조류가 엄청난 속도로 드나든다. 그래서 신시도 아래쪽 무녀도와 비안도 사이는 거대한 물골이 패였으며, 이곳에서는 어떤 어업도 불가능하다. 무녀도 어민 김용문(55)씨는 “조류가 빨라 그물 설치가 불가능한 것은 물론 양식이나 조개 채취도 다 지난 얘기”라며 “방조제 안쪽은 그래도 보상이나 넉넉히 받았지만 바깥쪽은 단돈 1000만원이 고작이었다.”고 말꼬리를 흐린다. 어류가 산란을 위해 새만금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목을 거대한 장애물이 가로막으니 애당초 어업은 결단난 것이다. 무녀도를 둘러보니 물고기 못지 않게 자연 경관의 훼손도 심하다. 왕왕 경제적 가치만으로 간척의 폐해를 계산하느라 대개 경관가치는 무시되기 일쑤다. 무녀산 중봉의 ‘삼각형’이란 곳까지 올랐다. 왼쪽으로 선유팔경이 펼쳐지고 무녀도 서두리 마을과 염전, 닭섬을 비롯한 자잘한 섬들, 그리고 비안도, 신시도 같은 섬까지 한 눈에 들어와 가히 관해의 요처답다. 선유도와 무녀도를 이어주는 현수교가 멋스럽다. 섬들은 아득한데 저 멀리 한 눈에 들어오는 방조제가 철책처럼 흉물스럽게 방벽을 두르고 있다. 무녀도가 한창 ‘잘 나갈 때’, 삼월 삼짇날이면 선남선녀들이 밥솥을 짊어지고 산정에 올라 진달래꽃 향기에 취해 놀다 갔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만 전해질 뿐이다. 고군산은 예로부터 ‘신들의 본향’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춤추는 무녀의 형상에서 따왔다는 무녀도란 섬 이름이 말해 주듯 섬마다 신들이 좌정하고 있었다. 선유도 모래사장이 끝나는 지점에 망주봉이 기암괴석으로 솟아있는데, 사람들은 대부분 그 절경만 보고 돌아올 뿐 거기에 오룡묘 신당이 있는 것은 모른다. 다섯 용을 모신 곳인 만큼 기와집이 화려한 폼새로 지어졌고, 산신각도 따로 세워져 신당의 위용을 자랑한다. 해마다 당제를 지극정성으로 모셨음은 물론 수년에 한번씩 별신제를 올릴 때면 내로라는 굿쟁이들이 몰려들어 삼현육각을 잡고 남사당패까지 몰려와 신명의 굿판으로 바다를 달구었던 서해안 최대 신당의 하나였다. 신당 형체는 여전하나 문짝은 떨어져 나가고 지붕에는 잡초가 무성할 정도로 쇠락했다. 군의관으로 고군산에 근무하면서 이 일대의 신당을 조사, 세상에 알린 서홍관씨가 80년대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섬마다 있던 신당이 주민들의 기독교 개종으로 멸시와 박해를 당해 심지어는 불태워지기도 했단다. 여기서도 종교적 극단주의의 한 정형을 본다. 고군산 신당의 파괴는 문화적 반달리즘의 명백한 증거가 아니겠는가. 장자도에도 어사대란 당집과 할머니바위가 있다. 비승비속의 당할머니가 모셨던 신당이다. 건너 횡경도에는 할아버지바위가 있어 양자간의 애틋한 전설이 전해진다. 고군산의 12섬에서 모두 신당 및 당숲이 확인되지만 당제가 남아 있는 곳은 없다. 당집이나마 문화유산으로 지정·보호하겠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즉, 오룡묘같이 역사문화적 전통이 분명한 문화유산을 방치하는 군산시의 안목이 불안하기만 하다. 고군산에는 그동안 말로만 들어온 초분도 전해진다. 분묘 대신 짚으로 엮은 초분에 시신을 안치하는 초분 전통은 진도를 비롯한 남해안의 전통으로 알려졌다. 그 초분이 고군산에도 남아 있어 남해안뿐 아니라 서해안까지도 초분문화권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무녀도 초입에는 아예 궁금해 하는 외지인을 위해 ‘관광용 초분’까지 만들어 두었다. 무녀도에는 고군산 유일의 초분이 남아 해마다 짚을 갈아주면서 정성스레 보존해 오고 있다. 이처럼 신들이 잠을 청한 안식처이자, 초분 같은 고풍스런 유산까지 전해지는 것, 난초와 모감주나무군락을 비롯한 자연유산의 보고인 고군산의 경관가치에 관해서는 아무런 고려나 계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광객들은 선유도에 잠시 들러 회를 먹고는 휘∼ 해수욕장을 한번 둘러보고 떠난다. 연육된 무녀도나 장자도는 그 관광객들이 떨구고 간 몇 푼의 푼돈 수혜도 받지 못하고 있다. 같은 고군산이지만 이곳에도 ‘남북의 문제’가 빚어지고 있다. 선유도는 관광형 어촌으로 변신하면서 인심이 살벌해졌다. 멀리 떠있는 말도처럼 불과 15호 밖에 안되는 섬에서도 어제까지 ‘형님, 아우’하던 공동체가 깡그리 해체되는 중이다. 이웃 섬 주민들이 조개를 캐가도 누구도 문제 삼지 않았으나 지금은 어림도 없다. 대책없는 개발이 떠안긴 ‘인간성 파괴’라는 피할 수 없는 운명에서 고군산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게 고군산의 예스러움이 완벽하게 소멸되는 중이니 새만금 간척지가 가져다준 반갑지 않은 ‘보너스’ 아니겠는가. 다행스러운 일은 이곳 청년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3년전부터 고군산청년연합회를 조직한 이들은 해마다 체육대회를 열어 공동체의 연대감을 지속시키고 있다. 번갈아 12섬을 돌아가면서 여는데 박영구(43) 부회장은 “단순한 운동경기가 아니다. 모처럼 12섬 젊은이들이 모여 단합도 꾀하고, 훗날을 생각하는 지혜도 모은다.”고 말한다. 대횟날이면 아침부터 각 섬에서 배를 끌고 집결하는 모습이 장관이다. 부녀회에서는 음식을 장만하여 술추렴도 하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여 ‘섬들의 바다축제’를 연출한다. 청년들은 김양식을 하며 어렵사리 버티고 있으나 김값이 폭락하면서 하나, 둘 이곳을 떠나고 있다. 무녀도에만 청년들이 20명을 넘었으나 지금은 고작 8명만이 남아 있다. 살기 힘들어 떠나는 청년들을 나무랄 일도 아니다. 다음 세대가 안락하게 살 수 있는 섬, 그런 섬을 만들지 않고서야 우리 바다의 미래가 어디에 있겠는가. 새만금의 거대 장벽은 안쪽의 갇힌 생물은 물론 이렇듯 바깥쪽 사람들의 삶까지 옥죄고 있다. 미래 세대와 해양의 종다원성을 위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 스리랑카에서 佛心을 배우다

    스리랑카에서 佛心을 배우다

    고요함과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나라, 스리랑카를 아십니까. 열대성기후의 홍차가 많이 나는 나라 스리랑카는 찬란한 고대 불교문화와 태곳적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 7곳이나 있는 보물 같은 나라가 바로 스리랑카이기도 합니다. 인도양에 외로이 한 점 떠있는 스리랑카, 홍차 향기가 그윽한 고요와 자비의 나라를 소개합니다. 스리랑카는 전국이 문화유적지라고 할만큼 고대 문화가 잘 보존돼 있다. 유적지는 아누라다푸라와 폴로나루와, 그리고 캔디를 잇는 이른바 문화삼각지대와 시기리야에 몰려 있다. 그중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문화유산은 모두 7곳.200m 높이의 커다란 바위산 위에 지어진 왕궁인 ‘시기리야락’은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는 곳. 우선 바위산으로 달려갔다. ●비명과 탄성을 지르는 4시간 수도인 콜롬보에서 시기리야까지는 169㎞. 자동차로 4시간이 넘게 걸린다. 콜롬보를 빠져나가자 도로가 장난이 아니다. 편도 1차선 국도는 울퉁불퉁해 자갈밭을 달리는 것 같다. 달려오는 자동차와 부딪칠까봐 아슬아슬하다. 그렇게 좁은 도로를 추월하며 질주하는 버스. 앞에 마주 달려 오는 툭툭(오토바이를 개조해서 만든 스리랑카의 근거리 교통수단)은 알아서 피해가라는 듯 마구 추월하며 경적을 울려댄다. 이방인의 눈에 도로는 무법천지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나름의 룰이 있다고 한다. 이 룰을 모르고 운전대를 잡았다가는 5분도 못가서 사고가 난다고 한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푸른 야자수와 이름 모를 나무들로 뒤덮여 있는 순수한 자연의 아름다움은 세계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스리랑카만의 자랑이다. 짐짝처럼 이리저리 휩쓸리며 어렵게 도착한 시기리야는 천둥과 벼락이 한창이었다. 서둘러 호텔로 들어갔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아침에 눈을 떴다. 붉은빛을 잔뜩 머금은 태양이 어둠을 몰아내고 있었다. 카메라를 챙겨 스리랑카의 아침을 담으려고 서둘러 7층으로 뛰어올라갔다. 눈을 뗄 수 없는 황홀경에 숨이 막혔다. 모든 것이 멈춰버린 듯한 칸달라마 호수가 붉은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시시각각 만들어내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지저귀던 새들도 잠깐 숨을 고르는 듯 조용했다. 아니 거대한 대자연 앞에서 서니 하나의 점으로밖에 표현되지 않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우리나라보다 크기는 작지만 태곳적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스리랑카, 그 아름다움을 둘러싸고 있는 고요함. 시간이 멈춘 듯한 나라, 스리랑카의 아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세계 제8대 불가사의 누가 높이 200m 바위 위에 궁전을 지었을까. 이야기를 듣고 보니 궁금증에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5세기, 아누라다푸라를 지배하던 다투세나왕의 장남 카샤파는 왕족 출신 어머니를 둔 이복동생 목갈라나와는 달리 평민 출신 어머니를 둔 탓에 동생에게 왕위가 돌아갈 것을 몹시 우려해 아버지를 시해하고 왕위를 찬탈하는 패륜을 저질렀다. 동생 목갈라나의 보복이 두려웠을까, 아버지를 살해한 후회와 고통 때문이었을까 카샤파는 신들린 사람처럼 시기리아의 깎아지른 듯한 바위산 위에 궁전을 세웠다. 그러나 11년 후 인도에서 군대를 이끌고 온 이복동생과 싸움에서 패한 카샤파는 자살하고 말았다. 젊은 왕자의 광기어린 행동이 후대에 세계 문화유산을 남겼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임에 분명하다. 밑에서 올려다보니 거대한 바위산만이 보였다. 올라가기 어려울 것 같았다. 저렇게 큰 바위산 위에 궁전이 있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고는 믿을 수 없을 것 같았다. ●1500년 만에 깨어난 미녀들 정상까지 계단은 1200개. 무더운 날씨에 20분 오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기리야 벽화가 기다리고 있다. 1875년에 우연히 이 바위산을 망원경으로 바라보고 있던 영국인에 의해 처음 발견된 ‘시기리야 레이디’는 스리랑카를 대표하는 벽화이다.1400년 긴 잠에서 깨어난 미녀들은 사람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 처음에는 500명이 넘는 여인들의 그림이 있었지만 지금은 훼손되어 18명밖에 남지 않았다. 2000년이 지났건만 빛나는 색채는 아득한 시간의 흐름조차 잊게 한다. 가슴을 훤히 드러낸 미녀들의 농염한 자태와 신비스러운 표정은 오히려 현대적이라 놀랍기까지 하다. 광기 어린 젊은 왕이 남겨놓은 최고의 걸작품은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니 참 재미있다. 벽화 밑쪽에 있는 ‘미러 월’은 달걀 흰자와 꿀, 석회를 섞어 칠한 다음 표면을 문질러 밝게 빛나는 벽을 만들었다. 신기하게 거울처럼 보이진 않지만 언뜻언뜻 비치는 자신의 형체가 보인다. 조금 더 걷자 드디어 평지가 나온다. ●사자 입속으로 올라가는 궁전 발톱이 날카로운 사자 두 발 사이에 궁전 입구가 있다. 예전에는 다리와 머리가 있어 사자가 크게 입을 벌리고 앉아 있는 형상었다. 바로 여기 때문에 이곳의 이름이 시기리야로 정해졌다. 사자를 의미하는 ‘싱하’와 산을 의미하는 ‘기리얀’이 합쳐진 단어다. 또한 스리랑카의 국기도 칼을 든 사자가 자리잡고 있듯이 스리랑카인의 70%가 넘는 싱할라족은 스스로를 사자의 후예라고 생각한다. 수직에 가까운 절벽을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철계단을 통해 올라간다.10여분만 올라가면 정상이다. 발아래를 내려다보니 오금이 저린다. 난간을 잡은 팔에 더욱 힘이 들어간다. 도대체 철계단으로 올라가도 이렇게 힘든데 2000년 전 그들은 어떻게 바위 정상까지 벽돌을 나르고 음식을 나르며 궁전을 만들었을까.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다. 정상에 오르니 4800평 평지에 궁전과 연회장, 수영장 등 나타내는 벽돌들이 가득 박혀 있어 당시의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200m 높이의 바위 꼭대기에 수영장이라니…. 어이가 없다. 물이 지상에서 공급된다고 하는데 그 방법은 현대 과학으로도 풀지 못해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천륜을 어기고 얻어 권력의 두려움에 암벽 꼭대기로 도망쳐 온 카샤파. 불안과 고독에 몸부림쳤을 그는 세찬 바람을 맞으며 스스로를 안쓰러워했을까. 카샤파가 앉아 무희들의 공연을 감상했다는 돌 평상이 그대로 남아있다. 권력욕 때문에 허망하게 생을 마친 왕의 평상에 앉아보니 욕심에 차서 살고 있는 세상사가 모두 허무해진다. ●이름처럼 예쁜 도시 캔디 몇 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싸우고 배신하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이 끊이지 않는 인류를 향해 시기리아락의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헛되도다. 헛되고 헛되도다.” 스리랑카가 동방의 아름다운 정원이라면 캔디는 그 중에서 가장 빼어난 멋을 가진 곳이다. 완만하게 경사진 지붕을 얹은 전통 건축물들과 아름다운 호수, 푸른 나무와 풀들 등으로 인해 가장 스리랑카다운 도시로 꼽힌다. 캔디는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에서 북쪽으로 129㎞ 떨어져 있고 해발 465m에 자리잡고 있다. 인도의 잦은 침략에 남쪽으로 도시를 계속 옮기던 싱할라 왕조는 14세기에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을 수도로 정했다. 무려 350여년 동안 이곳에서 고대 불교문화를 꽃피웠다. 특히 캔디는 스리랑카 사람들에겐 정신적인 고향이자 안식처다. 바로 부처의 치아 사리를 모셔놓은 불치사가 있기 때문이다. 공양을 올리는 의식이 볼 만하다. 흰옷을 입고 연꽃과 향을 두 손에 든 순례자들의 행렬이 인상적이다. ●자비가 흐르는 황금사원 담불라는 캔디와 아누라다푸라를 연결하는 간선도로변에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순례자와 관광객들로 붐빈다. 산중턱에 위치한 석굴사원까지 맨발로 오르는 사람들이 많다. 담불라의 석굴사원은 커다란 바위를 파내어 만든 5개의 석굴이 있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제1석굴 안의 황금빛 와불. 길이 15m의 와불이 열반에 들 자세로 누워 있다. 발바닥에 그려놓은 불꽃 같은 꽃무늬도 강렬하고 현란하다. 나머지 석굴에도 수십개의 불상들과 벽화 등이 있다. 담불라는 180m 높이의 흑갈색 바위산이지만, 석굴안의 불상과 벽화는 온통 황금빛으로 빛난다. 그래서 담불라를 ‘황금빛으로 빛난다.’는 뜻이 담긴 ‘란 기리’라고도 부른다. ■ 미리 알고가세요 스리랑카는 연 평균 30도에 가까운 고온다습한 열대성 기온으로 습도가 매우 높다. 햇빛이 강해 선글라스, 자외선차단제와 모자 등은 필수. 현지 시간은 우리나라보다 3시간 늦다. 화폐는 주로 루피가 쓰이며 미국 1달러가 96루피 정도다. 환전은 공항에서 하는 것이 좋다. 음식은 커리(인도식 카레)와 라이스(안남미)가 주를 이룬다. 밀크라이스라는 전통 음식은 우유와 안남미를 넣고 찐 것으로 우리나라 백설기와 맛이 비슷하다. 석가모니가 열반을 했을 때 제일 먼저 공양을 했던 음식이라 이곳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 직항은 없고 싱가포르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가야 한다. 혹시 배낭여행이나 개별여행을 하고자 한다면 콜롬보에 있는 한국인가이드 정은희(001-94-776-322-589,eunicejung@hotmail.com)씨에게 연락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가야여행사에서는 스리랑카 문화유적 탐방 5일 상품을 129만원에 판매한다. 모든 일정에 식사를 포함한 옵션이 포함되어 있다. 일정도 캔디, 시기리아락, 석굴사원과 네곰보 해변 등 스리랑카의 전반을 둘러볼 수 있게 알차게 꾸며졌다.(02)536-4200,www.kayatour.co.kr 글· 사진 스리랑카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송두율칼럼] 느림의 미학

    [송두율칼럼] 느림의 미학

    최근 눈에 띄게 부쩍 는 중국 관광객들을 위해서 어느 여행사가 특별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직도 속도제한이 없는 독일고속도로 위를 독일제 최고급 승용차를 몰고 질주해 보는 일정도 들어 있다.‘현대화’의 구호 밑에서 계속 고도성장을 구가하는 중국의 신흥 갑부들이 드디어 속도가 주는 짜릿한 쾌감을 독일 땅에서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에 1989년 이래 줄곧 서독의 속도에 자신의 속도를 맞추어야만 살아 남을 수 있게 된 옛 동독사람들은 가끔 ‘동독에 대한 향수(Ostalgie)’에 젖어, 그동안 서독의 소비제품에 밀려 상점 진열대에서 사라졌던 상품을 다시 찾기도 한다. 이처럼 어떤 사회가 안고 있는 속도의 변화는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일정한 정도의 만족감이나 성취감도 주지만 불안감이나 불만감도 심어준다. 현대사회에서 속도가 지니고 있는 특성에 대한 고찰을 하나의 학문적 영역으로까지 발전시킨 프랑스의 폴 비릴리오(P Virilio)는 무엇보다도 전쟁이 속도의 의미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활-총-대포-미사일-레이저로 발전해온 무기체제가 바로 속도가 지니는 공격성과 파괴력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는 또 전자통신 혁명은 우리로 하여금 언제든지 또 어떤 곳에서든지 일어나는 일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만들고 있으나 이로 인해 우리의 지각능력은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시간이 아니라 기계의 시간이 우리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기동성을 높이는 자동차가 자주 교통체증의 원인 제공자가 되고 있다. 어떤 때는 걸어가는 편이 더 빠를 수도 있다. 목적지에 한시라도 빨리 도달하기 위해서 개발된 기술수단이 이제는 오히려 우리의 삶을 정체시키는 역설적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역설을 문학적으로 다룬 독일작가 스텐 나돌니(S Nadolny)의 ‘느림의 발견’이라는 소설이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영국의 실제인물 존 프랭클린(1786∼1847)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말과 동작이 극도로 느려 주위로부터 항상 놀림을 받았다. 그러나 바로 이점이 그로 하여금 다른 사람보다 더 사물을 치밀하게 관찰하게 만들었으며, 그 때문에 그는 유명한 북극 탐험가가 될 수 있었다. 느림이 곧 삶의 리듬에 의미를 부여하는 예술이라는 점을 이 성장소설이며 해양모험 소설이 보여주고 있다.‘느림’이라는 소설 속에서 체코 출신의 작가 밀란 쿤델라(M Kundela)도 “어찌하여 느림의 즐거움은 사라져 버렸는가. 아, 어디에 있는가. 옛날의 그 한량들은? 민요들 속의 그 게으른 주인공들, 이 방앗간 저 방앗간을 어슬렁거리며 총총한 별 아래 잠자던 그 방랑객들은? 시골길, 초원, 숲 속의 빈터, 자연과 더불어 사라져 버렸는가.”라고 묻는다. 느림의 내면에 담겨 있는 인간성을 두 소설은 강조하고 있다. 사실 강박적인 속도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오늘 여러 가지로 나타나고 있다.‘패스트푸드’ 대신에 ‘슬로푸드’를 위한 운동,‘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하는 모임’ 등도 있다. 심지어는 ‘바쁘면 천천히 가라’라는 제목의 책은 게으름의 필요성까지도 역설한다.‘빨리 빨리’ 움직여도 먹고 살기 힘든 판국인데 그렇게 ‘천천히’ 움직인다면 어떻게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 당연히 생길 수 있다. 우리에게도 ‘바쁘면 돌아가라.’는 속담이 있다. 그러나 지난 40년간의 압축성장은 300년 넘은 오랜 산업화의 역사를 가진 서구 산업사회에서보다 시간이 곧 사회관계를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수단이며, 동시에 재원(財源)이라는 생각을 더 굳혀 왔다. 그러나 이제는 앞만 보고 ‘빨리 빨리’ 달려 왔던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도 ‘천천히’ 걸어야만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의 비밀은 우리 모두가 그 속에 살고 있지만 소수의 사람만이 그것의 의미에 관해서 나름대로 생각해 보는 데 있다고 미하엘 엔데(M Ende)의 소설 ‘모모’는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질주보다는 느림이 이제는 우리의 삶의 질을 위해서 절실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하는 질문과 함께 느림의 미학을 강조해 본다. 독일 뮌스터대 사회학 교수
  • [씨줄날줄] 시에스타/신연숙 수석논설위원

    프랑스와 함께 세계1위 관광국가 자리를 다투는 스페인을 여행할 때 주의사항 1호가 시에스타 체크라는 점은 흥미롭다. 스페인사람들은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낮잠을 자는 시에스타 시간엔 돈도, 손님(관광객)들에 대한 예의도 안중에 없다는 태도다. 시장이나 가게는 물론 유명한 박물관도 문닫는 곳이 많으니 허탕치지 않으려면 반드시 사전확인을 해야 한다. 한푼이라도 더 벌자고 눈이 벌건 시대에 이 무슨 태평인지, 한심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시에스타는 게으름이나 끈기부족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연구결과 낮잠은 생물학적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는 게 밝혀지고 있다. 처음 과학자들은 오후시간의 졸음 증세는 점심 식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오히려 졸음이 올 때는 주의력 상실과 체온저하 증세가 나타났는데 이는 저녁잠의 1단계 증세와 똑같았다. 후속 연구결과 사람 몸의 생체시계는 밤잠을 잔 지 정확히 12시간 시점에 낮잠을 요구한다는 게 밝혀졌다. 그러나 낮잠은 밤잠보다 요구 정도가 약했기 때문에 생략되는 수가 많았다는 것이다. 시에스타는 생체시계에 순응한 것이다.30분정도 짧게 눈을 붙이거나 친구,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원기를 회복하고 지적·정신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포르투갈 남부지방에서 시작돼 스페인과 그리스 등 유럽을 거쳐 멕시코·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들로 퍼졌다. 이들은 대부분 열대나 아열대기후 국가들이지만 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들도 모든 연령대가 평균 1주에 1∼2회 낮잠을 자고,33%는 4회 이상 잔다고 한다. 낮잠의 생래적·보편적 욕구설을 뒷받침하는 얘기다. 우리나라도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기후가 아열대 쪽으로 이동해 감에 따라 시에스타가 생길 모양이다. 소방방재청이 폭염종합대책을 수립하면서 일반직장 등에 낮잠시간의 한시적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고교시절 여름방학 보충수업 때나 한여름 군대의 낮잠 풍경을 생각해 보면 전혀 새로운 제도라고 할 수도 없다. 다만, 속도와 경쟁이 유별난 이 사회에 이런 여유가 제도화된다면 그건 또다른 얘기가 될 것 같다. 물론 ‘폭염재해’ 기간에 국한되겠지만, 모두가 일과를 멈추고 느림에 빠져본다는 것,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진다. 신연숙 수석논설위원 yshin@seoul.co.kr
  • [책꽂이]

    ●인도건축기행(안영배 지음, 다른세상 펴냄) 건축공학 교수를 지낸 지은이의 발과 시선을 따라 인도 전역의 중요 건축물 세계를 들여다본다. 인도건축은 중국, 한국, 일본을 잇는 동북아 건축과 서유럽 건축 사이에 있는 제3의 건축이라는 게 지은이의 시각이다.1만 8000원. ●아이코놀러지:이미지, 텍스트, 이데올로기(WJT 미첼 지음, 임산 옮김, 시지락 펴냄) 시카고대 영문학·미술사 교수인 지은이가 언어적 관점에서 이미지의 본질을 다룬 저작이다. 이미지와 말의 관계에 대한 논의를 정리하고, 그 이면에 담긴 이데올로기를 파헤친다.1만 8000원. ●고대사의 블랙박스(권삼윤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펴냄) 세계유산 리스트에 올라있는 왕릉 가운데 세계문화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것들을 직접 찾아보고 살펴본 테마기행서. 트로이전쟁의 영웅 아가멤논 등 고대 그리스 왕릉과 한·중 고대사의 뜨거운 감자인 고구려 고분 등이 포함되어 있다.1만 2000원. ●중앙유라시아의 역사(고마쓰 하사오 등 지음, 이평래 옮김, 소나무 펴냄) 초원과 산악, 사막으로 이루어진 유라시아대륙의 통사를 담은 책. 몽골,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신장위구르자치구, 우즈베키스탄, 티베트자치구, 중국 네이밍구자치구, 러시아 부랴트공화국, 투바공화국 등의 역사를 다룬다.3만원. ●미의 법문(야나기 무네요시 지음, 최재목·기정희 옮김, 이학사 펴냄) 일제 강점기때 일본의 조선 수탈정책과 조선인 동화정책을 강력히 비난했던 일본인인 지은이가 말년에 개척한 ‘불교미학’의 세계를 다룬다. 미에 관한 불교적 사색으로 세계를 반성하는 글을 담았다.1만 2000원. ●지식-생명·자연·과학의 모든 것(데틀레프 간텐등 지음, 인성기 옮김, 이끌리오 펴냄) 인류가 쌓아올린 자연과학이라는 지식의 탄생과 발전을 다룬다. 대륙과 대양, 동물과 인간, 뇌와 정신, 식물과 동물, 노화와 죽음을 폭넓게 기술하고, 각 지식간의 복잡한 연관관계와 진행상황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3만 8000원. ●에로스의 탄생(후베르투스 쿠들라 지음, 오순희 옮김, 이룸 펴냄) 고대 그리스 신화와 역사속에 등장했던 연인들 32쌍의 이야기를 묶었다.‘큐피드와 프시케’ 등 신화속 연인들이 어떻게 만나 사랑에 빠졌고, 주변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등 다채로운 사랑의 모습을 담았다.2만 3500원. ●젊은 날의 깨달음(조정래 등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조정래(소설가)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박노자(한국학교수) 고종석(언론인) 장회익(물리학자)김진애(건축가) 등 이 시대의 전문가이자 글쟁이 9인이 들려주는 삶과 젊음에 대한 에세이.1만원. ●열대우림에서 2년(윌리엄 로렌스 지음, 유인선 옮김 모티브북 펴냄) 스미스소니언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지은이의 열대우림 생태보고서. 호주 퀸즐랜드 열대우림지역에서 18개월간 현장연구를 수행하며 만난 동식물과 원주민,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펼쳐나간다.1만 2800원.
  • 태풍탓에 앞질러 온 여름

    태풍탓에 앞질러 온 여름

    “덥다, 더워. 봄 맞아?” 지난달 30일 서울의 낮 기온이 29.8도까지 치솟는 등 전국 22개 지역에서 1904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무더운 4월 날씨를 기록했다. 이틀 전인 28일에는 경북 영덕이 4월 기온으로 관측 이후 가장 높은 34.0도를 기록하는 등 최근 며칠간 때아닌 여름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봄이 영영 사라지는 것 아니냐.’ ‘미항공우주국(NASA)의 올해 100년 만의 무더위 전망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등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하순부터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계속됐던 이상고온 현상은 23일 필리핀 동쪽 해상에서 발달한 3호 태풍 ‘선카’가 북상하면서 열대지역의 고온다습한 공기를 우리나라 앞바다까지 몰고왔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구름 없는 맑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태양열이 대지와 공기를 지속적으로 가열, 온도를 더욱 높였다. 여기에다 30일에는 만주 지역에 저기압이 형성되면서 따뜻한 고기압이 우리나라로 집중 유입됐다. 바다에 머물던 따뜻하고 축축한 성질의 고기압이 저기압을 향해 이동을 시작했고, 그 길목에 자리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전면적인 영향권 아래 놓였다. 30일에 이어 1일에도 서울 낮 기온은 25.6도로 평년(20.1도)보다 5.5도나 높았다. 기상청은 “지금의 고온현상은 일시적인 측면이 강하긴 하지만 4일까지는 평년기온을 웃돌아, 지난달 말과 비슷하거나 다소 낮은 수준의 초여름 더위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5일 일부 지역에서 비가 내린 뒤 6일에는 전국적으로 확산돼 무더위가 한풀 꺾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더위를 올 여름 100년 만의 무더위가 찾아올 것이란 NASA 발표와 연관짓는 사람도 있지만 이달 중순이 지나봐야 올 여름 기온에 대한 전망이 가능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편 2일에는 전국이 맑은 가운데 아침 최저기온은 7∼15도, 낮 최고기온은 20∼26도의 분포를 보이겠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빼앗긴 봄… 옷가게 울상 날이 더워지자 회사원 이상미(34)씨는 여름 정장을 사러 서울 중구 명동거리를 나섰다. 그러나 반팔이나 민소매 옷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아 당황했다.“기온이 25도가 넘는데 매장에는 봄옷이 즐비하다.”면서 “날씨는 한여름인데 패션만 봄에 머물러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봄이 실종되면서 유통업체들이 혼란에 빠졌다. 갑작스러운 무더위로 봄 의류는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여름의류는 본격 출시되지 않아 애만 태우는 것이다. 명동 밀리오레 의류상 최모(35)씨는 “3월말까지 날씨가 쌀쌀하더니 어느날 갑자기 더워져 봄 옷이 전혀 팔리지 않고 있다.”고 한숨지었다.“예년보다 한달 남짓 이른 이달 중순쯤 여름상품을 본격 출시할 계획”이라면서 “그때까지 공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화점이나 할인점에서도 여름의류가 훨씬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봄 의류를 여름 의류로 완전히 바꾼 매장은 드물다. 대부분 이월상품을 할인해 내놓고 있는 수준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지난달 봄세일 때도 봄상품보다 세일하지 않는 여름상품 구매가 많았다.”면서 “고객의 요구를 업계가 쫓아가지 못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매장상품 교체가 상대적으로 쉬운 인터넷 쇼핑몰은 패션분야 전시상품을 모두 여름 의류로 바꿨다. 봄 신상품은 이미 9900원,1만 9800원 등 균일가전 코너로 밀려났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봄이 짧아진 데다 100년 만의 무더위가 찾아올 것이란 기상 예보 때문에 봄옷 판매가 부진하다.”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동양의 베니스 중국 항저우

    동양의 베니스 중국 항저우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항저우(杭州)가 있다.’중국의 7대 고도 중 하나이자 저장(浙江)성의 성도인 항저우. 북송시대 대문장가인 소동파는 일찍이 “물빛 반짝이는 청명한 날도 좋고 비오는 날의 안개 낀 산빛도 좋은 천하명승”이라고 칭송한 천예 절경이다. 특히 3∼5월은 항저우를 여행하기 가장 좋은 계절. 창밖으로 이어지는 노란 유채꽃과 길가에 즐비한 뽕밭에서는 싱싱함이 느껴진다. 습기로 가득 찬 공기마저 상쾌하다. 동방의 베니스 중국 항저우로 안내한다. 항저우 오명숙기자 oms30@seoul.co.kr ●빼어난 절경에 취해 항저우 서쪽에 자리잡고 있다 해서 이름 붙여진 서호는 면적 5.6㎢, 둘레 15.5㎞로 중국의 호수치고는 별로 크지 않다. 그럼에도 서호가 중국 제일의 명승지로 꼽히는 것은 많은 시인 묵객들이 찾아 시를 읊을 만큼 풍치가 아름답기 때문일 것이다. 서호는 월나라 임금 구천(九踐)이 오나라 임금 부차(夫差)에게 바친 미녀 서시(西施)를 기념하여 서자호(西子湖)라고도 불린다. 서호 주변에는 서호10경을 비롯해 100여곳의 명승고적과 영은사, 비래봉석굴, 육화탑 등이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뇌봉산 정상에 있는 뇌봉탑에 오르면 호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서호는 사계절의 경치가 다르고 낮과 밤, 맑은 날과 흐린 날, 안개 낀 날과 눈오는 날의 풍치가 제각각이다. 그 중에서도 봄은 지상의 천국으로 불릴 정도로 풍광이 아름답다. 호수에 비친 연둣빛 버드나무와 흰 매화는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꽃으로 뒤덮여 화사한 분위기와 달리 항저우에는 차고 음습한 기운이 감돈다. 이 때문에 항저우시 교외의 룽징(龍井)은 차의 나라 중국에서도 가장 빼어난 명차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차나무는 본디 사시사철 얇은 운무가 있는 곳에서 최고의 품질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룽징차와 더불어 중국 8대 요리 중 하나로 꼽히는 항저우요리는 주로 담수어와 새우, 양념에 절인 육류와 채소를 주재료로 하고 있다. 대표적인 전통요리로는 소동파가 즐겨 먹었다고 해서 유명한 ‘동파육’이 있다. 삼겹살을 토막내 간장, 소주, 설탕으로 양념한 뒤 쪄낸 요리로 기름기가 많은 여느 중국요리와 달리 느끼하지 않고 아주 맛있다. ●김구선생의 발자취를 따라 항저우에서 호항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60여㎞를 가면 윤봉길 의사 폭탄투척 사건 이후 일본 관원에 쫓기던 김구 선생이 2년간 피신해 있었다는 자싱(嘉興)의 민가와 하이옌(海鹽)의 남북호 재청별장이 나온다. 이곳에서 10여㎞ 떨어진 하이닝의 전당강가에는 김구 선생이 강물을 바라보며 울분을 토해내던 ‘김구관조처’가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이 모든 것을 유적지로 새롭게 정비했다. 자싱에서 북쪽으로 22㎞(상하이에서 2시간 거리)를 가면 중국인들의 옛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산(嘉善)시 ‘시탕(西塘)’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1만 3000명이 살고 있는 시탕은 운하가 발달한 중국 내에서도 첫손 꼽히는 물의 도시로 아침이면 옅은 안개가 비단처럼 내려앉고 저녁이면 운하를 따라 홍등이 불을 밝힌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운하는 춘추전국시대 오나라 때 초나라에서 온 오자서가 만든 것이다. 마을 안의 건물들은 명청 시기에 지어진 것으로 높은 가치와 예술성을 지니고 있다. 건물들은 랑자(길 위에까지 나 있는 지붕으로 우리의 처마와 비슷)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는 무역과 상업활동에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기도 했다. 랑자의 너비는 보통 2∼2.5m, 길이는 약 1000m에 달한다. 나룻배를 타고 물길을 따라가다 보면 전통악기 연주가 뱃길을 즐겁게 한다. 가마우지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어부들도 만날 수 있다. 뱃삯은 승선 인원에 관계없이 한척당 80위안이다. ■미리 알고 떠나세요 항저우는 저장성 성소재지로 상하이에서 남으로 150㎞ 떨어져 있다.기후는 아열대 계절풍 기후로 사계절이 뚜렷하다.1월은 영하 8도,7월은 39도까지 올라가 봄 가을이 여행하기에 적합하다.인구는 640만명 정도로 거주민 대부분이 한족이고, 조선족과 몽골족 등 23개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가는 길은 소산공항∼인천·부산공항간 직항로가 월∼토요일 6편 운항(2시간쯤 소요) 중이며 상하이 푸둥공항에서 항저우까지는 버스로 3시간30분 정도 걸린다.여행문의는 주한 중국대사관 여유국 (02) 773-0687.
  • 오래된 연인 뚱한 부부 칵테일로…

    오래된 연인 뚱한 부부 칵테일로…

    분위기를 살리는데는 칵테일만한 음료가 없다. 더욱이 화려한 색상은 보기만해도 나른한 일상에 즐거움을 보태준다. 최근 칵테일이 인기다.‘토킹바’는 물론 불쇼를 비롯해 바텐더의 쇼를 즐길 수 있는 칵테일체인점 ‘더 플레어’가 성업중이다. 달콤한 봄밤, 부부가 클래식한 롭 로이와 달콤한 베일리스 밀크 등 칵테일 한잔을 마신다면 분위기는 더욱 달콤해질 것이다. 칵테일 강사 김철수씨가 시범을 보인 봄에 가장 어울리는 칵테일 10가지를 소개한다. 핑크레이디, 싱가포르슬링은 이제 그만 잊어라. 요즘 인기 있는 칵테일은 골든 메달리스트, 바하마 브리즈 등 무알코올 과일 음료다. 드라마 ‘섹스&시티’에서 여주인공 캐리가 애호했던 코스모폴리탄은 독한 보드카와 크랜베리 주스의 달콤함이 어울려 여성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칵테일 강사 김철수씨는 “칵테일의 기본으로 쓰는 보드카나 진 대신 ‘액체의 보석’이라 불리는 리큐어를 이용하면 누구나 쉽게 맛있는 칵테일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류수에 시럽, 향 등을 첨가한 리큐어의 알코올 도수는 15도 정도. 커피, 우유, 아이스크림 등을 섞어 쉽게 향긋한 맛을 낼 수 있다. 리큐어 칵테일은 가볍고 산뜻한 맛이 나 여성들의 모임에서도 인기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리큐어는 아일랜드산 베일리스, 독일산 예거 마이스터, 프랑스산 그랑 마르니에 등이 있으며 가격대는 700㎖대의 한 병당 3만 5000∼6만원 정도다. 저녁시간대에는 강장제 역할을 하는 히스꽃의 꿀과 스카치가 섞인 드람브이가 든 러스티 네일과 조니워커 프로징 골드가 좋다. 김씨는 “조니워커 프로징 골드는 병 자체를 얼려 살얼음이 낀 슬러시 느낌으로 마시는 건데 걸쭉한 상태가 입안에 퍼질 때 청량감과 풍미가 뛰어나다.”고 권했다. 칵테일은 가족들이 함께 즐기기도 좋다. 홍보대행사 프레인의 서현주(29)씨는 “저녁먹고 디저트로 과일 대신 베일리스 리큐어에 커피나 아이스크림을 섞어 마시면 술을 싫어하시는 어머니도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유명한 칵테일은 국제 바텐더 대회에서 상을 받으며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총기 사고로 죽은 여자친구의 이름을 딴 것이라 알려진 마가리타처럼 바텐더의 사연 등이 담겨 있기도 한다. 친구나 연인과 함께 칵테일에 얽힌 이야기를 나누면 마시는 즐거움도 커진다. 리큐어 칵테일 외에 보드카나 진 등으로 정통 칵테일을 제대로 만들어 보고 싶다면 칵테일 배우는 법을 배울 수도 있다. 조니워커스쿨(www.whisky.co.kr 501-5441)은 3일 취미과정,6주 전문 바텐더 과정을 모두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국제 칵테일 학원(701-3933)은 국내 최초의 칵테일 전문학원으로 등록하면 병돌리기 기술을 무료로 가르쳐준다. 바텐더 아카데미 레서피(546-3072) 역시 취미교실 및 직업인을 위한 특강반을 운영중이다. ■칵테일 시 브리즈 재료 스미노프 보드카 1온즈(약 30㎖),크랜베리 주스,자몽주스 약간. 만드는 법 ①파르페 잔에 스미노프 보드카 1온즈를 넣는다.②잔의 나머지 윗부분을 크랜베리 주스와 자몽주스로 반반씩 채워준다.장식은 오렌지와 체리로 한다. 특징 영화 ‘프렌치 키스’에서 멕 라이언이 남자친구와 함께 프랑스 해변에서 바다 바람을 맞으며 즐겼던 칵테일이다. 베일리스 콜라다 재료 베일리스 1온즈,바나나 반개,파인주스 1과⅔온즈,파인애플 링 1개(통조림도 무방),콜라다믹스 1온즈,얼음 간것. 만드는 법 ①파인주스와 파인애플링을 1:1로 갈아놓는다.②믹서에 파인애플 링과 바나나,콜라다믹스,베일리스,갈아놓은 얼음을 넣고 적당히 갈아준다. 특징 파인애플,바나나 등 생과일과 콜라다믹스,베일리스가 어울려 열대과일의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블루 마가리타 재료 데킬라 1온즈,블루 퀴라소 ½온즈,라임 주스 ½온즈. 만드는 법 ①잔 테두리에 소금을 바른다.②셰이커에 얼음 5∼7개와 재료를 넣고 15회 정도 흔들어 준 뒤 소금 묻힌 글라스에 따른다. 특징 블루 퀴라소 대신 색이 없는 퀴라소를 사용한 것이 원래의 마가리타다.데킬라를 마실 때 소금을 발라먹는 것은 강한 술맛을 중화하기 위해서다. 베일리스 밀크 재료 베일리스 1온즈,우유 1온즈,얼음. 만드는 법 잔에 얼음을 채우고 베일리스를 넣은 뒤 우유를 넣고 젓는다. 특징 초콜릿·위스키·아이리시 크림을 혼합한 베일리스의 부드러움을 가장 손쉽고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 러스티 네일 재료 스카치 위스키 1온즈,드람브이 ½온즈. 만드는 법 언더락 잔에 얼음 4∼5개를 넣고,재료를 넣어 잘 저어준다. 특징 드람브이는 영국 왕실에서 약주로 즐겨마시던 고급 술이다.알코올도수가 높지만 꿀이 들어가 단 맛이 난다.남성들이 퇴근 뒤 한잔하기에 좋은,만들기 편하고 색깔과 맛 모두 중후한 칵테일이다. 보드카 선라이즈 재료 스미노프 보드카 1온즈,오렌즈 주스 잔 크기 만큼,석류 시럽 ½온즈. 만드는 법 ①얼음을 채운 파르페 잔에 스미노프 보드카를 넣고 오렌지 주스를 잔에 가득 붓는다.②석류 시럽을 천천히 따라 잔 바닥에 깔리게 한다.③오렌지와 체리로 장식한다. 특징 에스트로겐이 풍부한 석류 시럽이 들어가 특히 여성에게 좋은 칵테일.남성적 술인 데킬라 선라이즈가 원조로,여성들을 위해 보드카 선라이즈로 변형됐다. 롭 로이 재료 스카치 위스키 1과½온즈,스위트 버마우스 ⅔온즈,앙고스트라 비터 소량. 만드는 법 믹싱글라스에 얼음 5∼7개와 재료를 넣고 5∼6회 저어준 뒤 얼음을 걸러 글라스에 따른다.체리로 장식한다. 특징 롭 로이는 스코틀랜드 영웅의 이름을 딴 칵테일답게 남성적인 맛을 낸다.버마우스는 포도주에 브랜디나 당분을 섞고,향쑥·용담·키니네·창포뿌리 등을 넣은 리큐어로 남성들이 좋아하는 술이다. 미도리 사우어 재료 미도리 1온즈,라임 주스 ½온즈,설탕시럽 ⅓온즈,소다수는 잔 채울 만큼. 만드는 법 ①미도리와 라임주스,설탕시럽과 얼음 5∼7개를 셰이커에 넣고 15회 정도 흔든다.②얼음을 걸러 잔에 따르고 나머지는 소다수로 채워준다.레몬과 체리로 장식한다. 특징 미도리는 선명한 초록색에 상쾌한 멜론향이 나는 일본산 리큐어다.미도리 마티니,미도리 마가리타,멜론볼,미도리 레모네이드 등을 응용해 만들수 있다. 프로즌 스트로베리 다이커리 재료 럼 1온즈,생딸기 3개,라임 주스 ½온즈,설탕시럽 ½온즈. 만드는 법 ①믹서에 언더락 글라스 한잔 분량의 부순 얼음과 재료를 넣고 10초 정도 돌린 뒤 잔에 따른다.②장식은 생딸기를 반으로 잘라 잔에 끼워서 한다. 특징 파인애플 다이커리,바나나 다이커리 등으로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다이커리는 쿠바의 광산 이름으로 허밍웨이가 좋아했던 술이다. 바나나 예거 재료 예거 마이스터·디카이퍼 바나나 크림·레몬주스 1온즈,복숭아 주스 1과⅓온즈,토닉워터 잔 채울 만큼. 만드는 법 ①모든 재료를 부순 얼음과 함께 믹서에 넣고 섞은 뒤 글라스에 따른다.②토닉 워터를 그 위에 부어 잔을 채운다. 특징 예거 마이스터는 56가지 허브를 원료로 만든 허브 리큐어다.1935년 독일에서 출시됐으며 ‘사냥의 명수’란 뜻을 가진 만큼 활동적인 젊인이들에게 어울리는 술이다. 글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책꽂이]

    ●미국시대의 종말(찰스 A. 쿱찬 지음, 황지현 옮김, 김영사 펴냄) 역사상 모든 강대국들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몰락의 운명을 맞을 것이라는 주장을 담았다.‘서구세계’란 한 덩어리로 불리던 유럽과 북미대륙이 유럽연합 부상으로 분열하고, 이는 곧 팍스아메리카나의 종말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2만 2900원.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서중석 지음, 웅진 지식하우스 펴냄)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는 등 질곡의 현대사 한가운데 있었던 지은이가 해방 후 60년 역사를 진보적 시각으로 풀어썼다. 생생한 시각자료를 풍부하게 곁들여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역사 개설서다.1만 8000원. ●과학자들이 싫어할 오류와 우연의 과학사(페터 크뢰닝 지음, 이동준 옮김, 이마고 펴냄) 천문학에서 의학, 물리학, 생물학 등 과학의 전 분야에서 벌어지는 우연과 행운, 판단 착오에 관한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풀어냈다.1만 8000원. ●세계의 절대권력 바티칸 제국(루트비히 링 아이펠 지음, 김수은 옮김, 열대림 펴냄) 종교를 뛰어넘어 세계 정치와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바티칸과 교황의 실체를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1만 4800원. ●나비에 사로잡히다(샤먼 앱트 러셀 지음, 이창신 옮김, 북폴리오 펴냄) 부활과 탈바꿈의 상징인 나비의 생태를 서정적으로 묘사한 책. 나비가 구사하는 다양한 생존전략과 그 치밀한 과학성, 현란한 율동을 드라마틱하게 펼쳐나간다.1만 2000원. ●미디어빅뱅(김택환·이상복 지음, 박영률출판사 펴냄) 격동하고 있는 한국 미디어 시장의 현실을 진단하고, 그 생존전략을 모색한다. 최신 미디어 조류와 현상, 전통적 미디어와의 각축전, 미디어 영역별 성공 및 실패 사례 등도 담았다.1만원. ●고령사회 2018(프랑크 슈르마허 지음, 장혜경 옮김, 나무생각 펴냄) 독일과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의 고령화 문제에 대해 분석한 책. 세대 갈등을 넘어 세대 전쟁이 벌어질 고령사회의 모습을 살펴보고, 위기 극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제시한다.1만 2800원. ●백년소평(중국중앙문헌연구실·중앙TV방송국 제작, 김형호 옮김, 싸이더스 펴냄) 덩샤오핑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중국 중앙TV방송국이 6부작으로 제작 방송했던 것을 책으로 엮었다. 덩샤오핑 주변 인물 100여명이 참여해 그의 일면일면을 증언한다.1만 8500원.
  • 흡연=실명? 노인 황반변성 위험 2배 높여

    흡연=실명? 노인 황반변성 위험 2배 높여

    노인들의 실명을 부르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황반변성(黃斑變性)에 걸릴 위험이 흡연자의 경우 비흡연자에 견줘 2배가량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황반변성이란 망막의 가운데 작은 부분인 황반부의 이상 탓에 이미지의 초점이 안 잡히는 현상으로 영국에서만 현재 75세 이상 노인 20만여명이 이 질병으로 시력 손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환자는 1000만∼1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1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런던 위생·열대약학 학교의 아스트리드 플레처 교수는 75세 이상 영국 노인 4000여명을 샘플로 추출, 상세한 눈 검사와 이들의 흡연 습관을 면담 조사했다. 그 결과 음주 습관이나 심장혈관계 질환과의 상관성을 고려하더라도 현재 흡연자가 황반변성에 걸릴 확률이 비흡연자에 비해 2.15배에 이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20년 전부터 지금까지 담배를 피웠다가 끊은 이들도 평균 1.13배에 이르렀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신상품]

    ●농심은 물을 붓지 않고 그냥 먹을 수 있는 컵라면 ‘車(차)비라면’을 선보였다. 라면에 찐 쌀과 땅콩, 고구마 등의 곡류와 쇠고기·야채가 혼합된 수프를 넣고 조청을 가미했다. 파파야, 파인애플, 건포도 등 열대과육을 넣어 부드럽고 산뜻한 맛으로 가격은 1500원(100g). ●롯데제과가 블루베리와 요구르트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 ‘블루베리바’(500원·70㎖)를 선보였다. 블루베리를 13%이상 함유하고 있어 블루베리의 고유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고, 요구르트가 들어 있어 새콤한 맛이 난다. ●해태제과는 무설탕 풍선껌 ‘베리베리통통’을 출시했다. 어린이 치아보호를 위해 설탕을 넣지 않고 블루베리 과즙으로 풍부한 과일 맛을 냈다고 회사측은 설명. 블루베리 껌 속에 요구르트 맛의 껌을 숨겨 놓아 찾아 먹는 재미를 더했다. 가격은 500원(27g). ●동원F&B가 청국장과 녹차성분을 첨가한 다이어트 보조식품 ‘리듀팻 다이어트’를 다이어트 전문사이트 ‘엔젤다이어트’(www.AngelDiet.co.kr)를 통해 판매한다. 청국장과 다시마, 녹차성분을 넣어 만들었으며, 휴대하기 간편한 1회용 스틱형 포장이다.1개월분(6g 60포)은 9만 9000원 ●CJ는 ‘마시는 과일하나 골드키위 맛’를 선보였다. 과일하나는 부드러운 젤리에 과즙을 넣은 ‘쁘띠첼’ 브랜드의 과일디저트 제품으로, 골드키위에 들어 있는 식이섬유와 비타민E가 함유되어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파우치팩 포장이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가격은 1000원. ●던킨도너츠는 아이스커피 5종을 새로 내놓았다. 달콤한 화이트초콜릿맛 ‘아이스 카페 마카다미아’, 커피와 진한 초콜릿이 어우러진 ‘아이스 카페모카’, 캐러멜 맛이 일품인 ‘아이스 카페 캐러멜’, 헤이즐넛 향이 은은한 ‘아이스 프렌치 헤이즐넛’, 바닐라의 달콤한 맛이 나는 ‘아이스 프렌치 바닐라’로 가격은 모두 2900원. ●자바 커피는 딸기 음료 3종을 선보였다. 딸기 시럽과 초콜릿이 조화를 이룬 ‘커피 스트로베리 모카’(3800원), 화이트 초콜릿과 딸기시럽이 조화를 이룬 ‘화이트밀키 스트로베리’(3300원), 직접 딸기를 갈아 만든 ‘스트로베리 주스’(4500원) 등으로 딸기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시즌 동안에만 판매될 계획이다.
  • 뚱~한 부부 쿨하게 작업 떠나봐요 이시가키

    뚱~한 부부 쿨하게 작업 떠나봐요 이시가키

    클럽 메드엔 시계가 없다. 쫓기듯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완전한 휴가를 보장하기 위한 배려다. 카비라 빌리지는 일본 오키나와 남단 이시가키 섬 북부, 주민이 500명밖에 되지 않는 한적한 곳에 자리잡았다. 또한 우리에겐 낯설지만 일본사람들은 ‘죽기 전에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이라고 말할 만큼 주위엔 아름다운 곳이 많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산호초 바다는 졸음이 밀려올 만큼 평화롭다. 그 바다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앉아있을 수도 있고, 맑고 투명한 바다와 어우러진 각종 해양 레포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몇 시까지 모이라는 가이드의 채근도 없고, 여행객들의 흥을 깨지 않기 위해 싫어도 따라나설 필요가 없는 곳,‘무엇이든 할 자유, 아무것도 안 할 자유’를 느껴보자. ●남국에서의 완전한 자유 이시가키 공항에 도착해 카비라 빌리지로 가는 길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투명한 코발트빛의 바다 위에 점점이 박혀 있는 산호섬, 꾸불꾸불한 해안선을 따라 펼쳐져 있는 아열대 나무들의 녹음은 ‘천국’이란 단어가 절로 입에서 나오게 한다. 버스로 50분 남짓 걸려 빌리지에 도착하면 과일주스를 받쳐든 사람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체크 인 수속을 마치면 휴가는 시작된다. 오렌지 빛 기와를 얹은 빌리지 발코니에 나서면 은빛 백사장과 층층이 다른 색깔을 틔워내는 바다의 풍경을 품어 볼 수 있다. 수영장에는 가족단위 휴양객들의 즐거움이 넘친다. 빌리지 곳곳에서는 윈드서핑, 세일링, 카약, 보트여행, 테니스, 에어로빅, 아쿠아짐, 헬스, 탁구 등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먼저 도전한 것은 마운틴 바이크. 산악 자전거를 타고 이시가키 섬의 전경을 돌아보는 코스. 가장 인기있는 레포츠다. 카비라만의 능선을 따라 산 정상에 오르면 멋진 바다의 풍광에 흠뻑 빠질 수 있다. 기어가 부착돼 있어 오르막길도 수월하게 오를 수 있으며, 비탈길이나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묘미 또한 색다르다. 별다른 강습없이 아름다운 바다 속의 비경을 즐길 수 있는 스노클링도 베스트 레포츠 중 하나. 하루에 두 번 카비라만의 다이빙 포인트로 이동해서 진행되는데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한 GO가 안내한다. “난 머째이!”‘황태자의 첫사랑’에도 출연한 적이 있다고 으스대는 인도네시아인 GO 레이는 윈드서핑을 즐기는 한국인들만 만나면 말한다.‘멋쟁이답게 잘 해보라!’는 뜻이란다. 특히 한국인 GO, 만능 스포츠맨 준으로부터 편안하게 도움받을 수 있다. 특히 이곳에만 서식하는 대형 가오리 만타레이를 비롯해 원색의 열대어들과 아름다운 산호초가 군락을 이루며 서식하는 수중세계는 보지않으면 후회할 만큼 진기하다. 또 양궁장에 가면 “김수녕?”이라고 농담을 거는 GO도 만날 수 있다. 마치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된 양 활 시위를 당겨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서커스 학교도 개설되어 있다. 공중그네 타기와 저글링 등 짜릿한 묘기를 직접 배우며 스릴을 맛볼 수 있다. ●전세계 친구들과 흥겨운 파티 이 곳의 장점은 빌리지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벤트. 밤마다 강당에서 펼쳐지는 쇼는 즐겁고 활기차다.GO와 관광객들이 한데 어울려 웃고 뛰고 춤춘다. 낮은 물론 밤에도 공연하는 GO들의 열정과 젊음이 아름답다. 특히 하루 세 번 뷔페식 식사가 무제한 제공되는 레스토랑은 인상깊다.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맘껏 맛볼 수 있고 바다가재 요리는 물론 오키나와식 일본 요리 등이 제공된다.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와인이 무제한 제공된다는 점이다. 클럽 메드에서 재배한 포도로 빚은 와인이라며 자랑이 대단하다. 특히 한국인 요리사 김태희씨가 있어 김치, 오이소박이와 불고기, 해물파전 등 정통 한식을 일본에서도 즐길 수 있다. 친구나 가족없이 혼자 떠나도 즐겁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장점.GO들이 모두 친구가 되어주고, 빌리지 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하루에도 몇 차례씩 만나게 되어 친근해진다. 떠나올 때, 셔틀버스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며 배웅하는 GO들을 보면서 “꼭 다시 만나자!”는 인사가 절로 나올 정도다. ●이시가키 구경하기 세계 최초로 흑진주를 양식한 곳이란 말에 걸맞게 다양한 흑진주 장식품을 구경할 수 있고, 이곳 아름다운 바다빛을 담은 도자기 공장을 구경하거나, 인근의 섬 온천을 즐기는 1일 관광도 나설 수 있다. 단 투어별 별도의 비용이 든다. 물빛이 고운 다도해 오키나와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경비행기를 타는 것. 에어돌핀은 나하공항 1층 류큐은행 옆에 있다.15분 코스에 어른 1인당 6000엔선. 글라스 바텀보트(유리바닥보트)로 카비라만을 여행하고 흑진주 농장과 500년 전통의 명주 아오모리로 공장을 방문하는 것도 좋다. 비용은 4900엔. 다케토미 섬투어는 물소가 끄는 수레를 타고 마을을 돌아보는 데 이시가키의 민사(MINSA)공예품점에서 이시가키 전통 직물법도 경험할 수 있다. 비용은 7800엔. 카비라 어부와 함께 떠나는 이쿠미마루 낚시와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비롯해 코하마 섬 골프도 즐겨볼 만하다. 주중 1만 5000엔, 주말 1만 8800엔이다. ■ 미리 알고 가세요 카비라는 오키나와에 남쪽에 위치한 이시가키 섬, 인구 500명의 자그마한 마을이다. 오끼나와에서 남쪽으로 430㎞ 떨어져 있으며, 이시가키 공항에서도 5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가야할만큼 문명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이다.기후는 하와이와 같은 위도상에 위치해 연평균 24도,3∼10월까지 해변에서 수영이 가능하다. 시차는 없으며,전압은 100볼트.환율은 4월 현재 100엔이 940정도이며, 일본엔과 미국 달러만을 사용할 수 있다.가는 길은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인천∼오키나와 간 항공편을 주 4회 운항하고 있다. 오키나와 나하 공항까지는 2시간 10여분 소요되며, 다시 국내선 항공을 이용해 이시가키 공항까지 가야 한다. 소요시간 55분. 공항에서는 차량을 이용, 빌리지로 들어간다. ●상품정보 클럽메드(www.clubmed.co.kr)에서는 카비라 빌리지를 알리기 위해 5월 한달간 타이완을 거쳐 이시가키 공항까지 직접 갈 수 있는 특별 패키지 상품을 선보인다.4박5일 상품으로 5월18일과 26일 출발상품은 108만 5000원,21일 출발은 138만 5000원이다. 또 타이완에서 1박과 반나절 관광이 포함된 30일 출발 5박6일 상품은 138만 5000원이다.(02)3452-0123. ●팁:유일한 한국인 GO 준에게 연락하면 더욱 자세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81-90-8522-3228, u4joon@yahoo.com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美 ‘오디오북’ 열풍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美 ‘오디오북’ 열풍

    “아직도 책을 읽으시나요?” 책을 ‘읽는’ 대신 ‘듣는’ 미국인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멀티미디어 시대로 접어들면서 책에 담긴 내용을 저자나 성우 등이 낭독,CD나 카세트 테이프,mp3 파일로 만들어 판매하는 ‘오디오북’이 늘어나는 세태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 텍사스주에 사는 셀리 니컬러스는 대표적인 오디오북 마니아다. 그녀는 하루 종일 오디오북을 끼고 살다시피 한다. 니컬러스는 운전할 때 자동차에 내장된 CD 플레이어를 통해 꼭 오디오북을 듣는다. 모르는 길을 가거나 차량 흐름이 복잡해 정신을 집중해야 할 때만 잠시 오디오북을 끈다. 니컬러스는 혼자서 밥을 먹을 때도 mp3 플레이어를 통해 오디오북을 듣는다. 밥을 먹으면서 책을 듣는 즐거움이 커서 요즘은 혼자 밥을 먹는 빈도가 더 늘어났다고 한다. 드레스를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니컬러스는 일하면서도 오디오북을 듣는다. 복잡한 수치 계산이 필요한 도안 작업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오디오북이 들어간 CD를 켜놓는다. 집에서 청소나 세차를 할 때, 슈퍼마켓에서 쇼핑할 때도 물론 오디오북을 듣는다. 니컬러스는 또 일을 마치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면 가끔씩 TV를 켜는 대신 mp3 플레이어를 오디오 기기에 연결시켜 듣는다. 편안한 의자에 앉아 좋아하는 책을 들으면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니컬러스는 “요약본으로 나오는 오디오북은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작가가 글을 쓰면서 심혈을 기울여 표현한 문구들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만 오디오북을 듣다가 정말 필요가 없는 부분이 나오면 ‘빨리 돌리기’ 기능을 이용해 건너뛴다. 니컬러스가 처음 오디오북을 듣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다. 당시 직장 상사가 오더블이라는 인터넷 서점에서 150달러만큼의 책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상품권을 선물했던 것이다. 이 상품권으로 오디오북을 사기 시작해 벌써 128권의 오디오북을 모았다. 니컬러스는 “이제는 더이상 책을 읽지 않는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 직장 동료로부터 책을 선물받았지만, 그 책을 읽는 대신 오디오북 사이트에서 그 책을 mp3 파일로 구입해 들었다. 버지니아주의 조지 메이슨 대학 로스쿨에 다니는 지나 문(한국 이름 황지나)은 등교 시간에 늘 mp3 플레이어를 먼저 챙긴다. 그녀가 듣는 것은 음악이나 단순한 책이 아니라 법률서적의 오디오북이다. 지나는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갈 때 20분, 돌아올 때 20분이 걸린다.”면서 “그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걷기만 한다면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나가 듣는 법률 오디오북은 대부분 학교에서 빌린 것이다. 로스쿨에서 법률 관련 자료가 담긴 CD와 카세트 테이프를 학생들에게 대여한다. 지나는 CD와 테이프를 mp3 파일로 바꿔서 듣고 다니는 것이다. 물론 법률 서적만 듣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딱딱한 법률과는 관계없는 ‘재미 있는’ 책들도 듣는다. 그러나 시험이 가까워지면 어쩔 수 없이 학과 관련 오디오북에 손이 간다고 한다.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사는 페기 베서니에게는 오디오북이 가장 가까운 친구라고 할 수 있다. 은퇴한 그녀는 정기적으로 집 근처의 알링턴 공공도서관에서 CD와 카세트 테이프로 된 오디오북을 빌려와 역시 mp3 파일로 전환해 듣는다. 베서니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면 CD와 테이프를 mp3 파일로 바꿔 듣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베서니는 쉽고 편한 소설류를 즐겨 듣지만, 이따금씩 좀더 조용하고 진지한 느낌을 갖기 위해 달라이 라마의 저술도 듣는다고 말했다. 베서니는 자동차와 지하철, 비행기를 탈 때 오디오북을 듣고, 운동할 때도 꼭 mp3 플레이어를 챙긴다. 또 남편이 잠든 후에도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면 오디오북을 듣는다. 오디오북의 장점 가운데 하나가 책을 읽기 위해 불을 켜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옆에서 자는 사람에게 방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몸이 불편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베서니에게는 누워서도 들을 수 있는 오디오북이 매우 실용적인 셈이다. 베서니는 요즘 일기를 쓰는 대신 블로그에서 하루 일과를 정리한다. 오디오북에서 들은 좋은 글귀도 이따금씩 블로그에 올리곤 한다. 베서니는 “미국인들은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오디오북이 발달한 것 같다.”면서 “한국 등 다른 나라도 교통문제가 더 심각해지면 오디오북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알링턴도서관 관리자 리자 골드버그 |알링턴(미 버지니아주) 이도운특파원|미국 버지니아주의 알링턴 공공도서관을 방문하면 1층 출입구 왼쪽에 자리잡은 오디오북 열람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오디오북 열람실에는 소설과 역사,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콤팩트 디스크(CD)나 카세트 테이프 형태로 진열돼 있다. 순수한 오디오북만 5000점이 넘고 영화 DVD, 비디오 등을 합치면 6000점이 넘는 시청각 자료가 이용객을 기다리고 있다. 알링턴 공공도서관의 관리자인 리자 골드버그는 “가장 인기 있는 오디오북은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킬링 타임’ 스타일의 책들”이라고 말했다. 오디오북을 자주 대여해 가는 이용객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주로 시간을 아끼는 사람들이다. 출·퇴근 때 운전을 하는 사람이 많고, 걷거나 조깅 등 운동을 즐겨하는 사람들도 많이 듣는다. 또 미술가 등 예술인들은 작업을 하면서 듣는다고 한다. 오디오북은 종이로 만든 책의 대체재인가. -대부분은 책을 읽는 대신 오디오북을 듣는다. 그러나 읽었던 책을 오디오북으로 다시 듣는 경우도 있다. 느낌이 좀 다르다고 하더라. 오디오북의 주 독자층은. -연령층이 따로 없다. 우리 도서관에도 어린이를 위한 오디오북 코너가 별도로 설치돼 있다. 어린이용이나 성인용 모두 인기가 좋다. 10년 전과 비교할 때 달라진 점은. -원래 오디오북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개발됐다. 그러다 편리함이 알려지면서 사용층이 확대된 것이다.10년 전만 해도 오디오북은 대부분 카세트 테이프였다. 지금은 거의가 CD 형태로 나온다. 몇몇 도서관에서는 mp3 파일로 다운로드 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들었다. 또 10년 전에는 오디오북이 대부분 책의 내용을 요약해서 낭독한 요약본이었다. 요즘은 책 전체를 다 읽는 비요약 오디오북이 대세다. 요즘 인기 있는 오디오북은 어떤 것들인가.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가 가장 인기 있다. 또 존 그리샴의 작품은 늘 애호가가 많다. 이밖에 스티븐 킹, 패트리샤 콘웰, 폭스 스팍스 등 인기 작가의 오디오북을 도서관 이용자들이 많이 찾는다. ■ 오디오북 사업 현황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의 각종 도서관과 반스 앤드 노블, 보더스 같은 대형 서점을 가보면 오디오북 진열대가 따로 있다. 오디오북 진열대에는 주로 베스트셀러 명단에 올랐던 서적의 CD와 카세트 테이프가 꽂혀 있다. 워싱턴 시내에 자리잡은 ‘보더스’ 매장 관리자는 “CD나 카세트 테이프로 된 오디오북의 구입자는 주로 자가용을 운전하거나 지하철·버스·기차로 통근하는 직장인”이라면서 “이 때문에 시내보다는 이들이 거주하는 교외지역에서 오디오북이 더 많이 팔린다.”고 설명했다. 또 오디오북은 단순히 책의 내용을 낭독하는 것 말고도 필요에 따라 음향효과도 삽입할 수 있기 때문에 책을 듣는 사람들에게 색다른 흥미를 유발하는 기능도 있다고 한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와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도 오디오북은 거래가 많은 상품이다. 최근에는 mp3 플레이어가 대중에게 보급되면서 인터넷에서 오디오북을 mp3 파일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유료 사이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곳이 지난 97년 설립된 오더블(www.audible.com)이다. 오더블은 135개 출판사와 계약을 맺어 오디오북을 인터넷에서 판매한다. 요즘 가장 인기있는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 한 권을 다운로드 받는 가격은 비요약본이 28.91달러(약 2만 9000원), 요약본이 18.17달러(약 1만 9000원)이다. 비요약본의 경우 오디오북의 총 낭독 시간이 15시간53분. 따라서 마음만 먹으면 하루 안에 다빈치 코드를 독파할 수 있는 것이다. 다빈치 코드 이외에 오더블에서 가장 많이 팔린 오디오북 가운데에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자서전 ‘마이 라이프’, 빌 브리슨의 과학서적 ‘거의 모든 것의 간단한 역사’,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됐던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가 포함돼 있다. 오디오북이 인기를 끌면서 특정 분야를 파고드는 오디오북 사이트도 생겼다.1990년부터 미국 명문대학의 강의를 CD 등에 담아 판매하던 ‘티칭 컴퍼니’는 최근 일부 강의를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추가했다. 스탠퍼드대학 티모시 테일러 교수의 경제학 강의는 20개의 CD가 69.95달러(약 7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da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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