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연합군사훈련
    2025-12-18
    검색기록 지우기
  • 정전협정
    2025-12-18
    검색기록 지우기
  • 조작극
    2025-12-18
    검색기록 지우기
  • 부패
    2025-12-18
    검색기록 지우기
  • 원정도박
    2025-12-1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46
  • [사설] 압승한 민주당, ‘6·13 민심’ 자만하지 말라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오후 11시 30분 개표 기준으로 17개 광역단체장 선거 중 부산·경남을 포함해 14곳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부산 해운대을 등을 포함해 11곳에서 앞섰다. 압승이다. 자유한국당은 대구·경북 2곳에서, 제주는 무소속 원희룡 후보가 당선됐다. 226곳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선 민주당이 150석을 석권했다. 한국당 56석, 무소속 16석, 민주평화당 4석에 그쳤다. 민주당 중심 또는 야권발(發) 정계 개편이 불가피하다. 민주, 부산·울산도 승리 지역주의 타파 성과 보수 세력의 영원한 텃밭으로 여겨졌던 부산과 울산에서 민주당의 승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만큼 민심이 과거의 지역주의에서 탈피했다는 점을 보여 주는 것이다. 투표율은 1995년 제1회 전국지방선거(68.4%) 이후 두 번째로 높은 60.2%(잠정 투표율)였다. 2014년 지방선거의 투표율 56.8%보다 3.4% 포인트 높았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60% 이상의 투표율을 보인 것은 첫 지방선거 이후 23년 만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적인 중재로 6·12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등 역사적인 세기의 담판이 성공적으로 열린 바로 다음날 치러졌다. 덕분에 한반도 평화와 마지막 냉전의 해체 등 외교안보 이슈가 선거 내내 지배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치러지는 선거이면서도 후보자 간 네거티브 선거전 등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면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정책과 공약 검증이 부진한 선거로 남게 됐다. 文정부, 경제 성과내야 안정적 국정 가능 그럼에도 투표율이 60%를 넘은 것은 유권자들이 ‘적폐청산’을 전면에 내건 정부·여당에 책임정치를 구현하도록 기회를 준 것으로 해석된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의 국회 의석은 현행 119석에서 130석으로 늘어난다. 이는 민주평화당(14석)과 정의당(6석), 친민주 성향의 바른미래당 비례대표(3석), 무소속(2석) 등 진보적 정당 ‘범여권’을 포함하면 과반 의석을 넘기는 155석을 차지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하반기 국회 운영은 물론 문재인 정부의 국정을 뒷받침하기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이번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뒀지만, 문 대통령과 민주당에 놓인 앞으로의 과제는 결코 만만치 않다. 여권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요인은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 국민의 마음을 얻은 데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세부적인 협상으로 이어질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 여부, 이에 따른 한ㆍ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대책 등 풀어야 할 난제들이 쌓여 있다. 무엇보다 경제 챙기기가 시급하다. 경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남북 관계나 외교·정치 분야의 화려한 성과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우선’과 ‘소득주도성장’의 ‘J노믹스’ 기치를 내걸었지만, 결실을 거두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다음달부터 시작될 주 52시간 근무제는 고용시장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야당도 포용하는 화합·통합정치 구현해야 여당은 “국민의 승리”라고 압승을 자축하지만, 자만하지 말길 바란다. 여당이 잘해서라기보다는 문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한반도 해빙에 편승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첫 1년이 적폐청산 시기였다면, 이제 당청은 야당과 반대 세력을 적극 포용하는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문 대통령과 여당은 개각과 청와대 개편 등 인적 쇄신으로 국정 운영에 새바람을 불어넣길 바란다. 또 ‘범여권’ 등에서 인재를 널리 구하는 탕평책도 필요하다. 한국당을 포함한 야당들은 이번 선거가 ‘범보수 야당에 대한 심판’이었다는 점을 자각하길 바란다. 특히 한국당은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이후 국민에게 반성하고 쇄신을 다짐했다. 하지만 국민의 시선은 만족하지 않았던 것이 표심으로 드러났다. 이는 한국당 홍준표 대표 등이 외교안보 문제에서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보다 냉전수구적 태도를 견지한 탓이다. 한국당은 뼈를 깎는 자성과 반성으로 거듭나야 한다. 아니면 지방선거에 이어 2020년 총선에서도 참패를 각오해야 한다.
  •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구체화 땐 日역할 커… 한·일 공조 중요”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구체화 땐 日역할 커… 한·일 공조 중요”

    “북·미 공동성명 발표만으로 의미 金에 日납치 피해자 거론 긍정적”“트럼프, 한·미 연합훈련 중단 한·미 동맹 과소평가한 결과” 일본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로드맵이 향후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한·일 공조가 한층 더 중요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1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비핵화나 미사일 문제 등에 대해 확실하고 구체적인 내용이 안 나온 것은 사실지만,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을 감안하면 북·미 정상이 만나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단계까지 온 것 자체만으로 엄청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처음에는 한 번에 모든 것을 다할 것처럼 말하다가 이후 차츰 목표치를 낮춰 왔는데, 결국 그에 부응하는 수준에서 성명이 나온 것”이라며 “포괄적이긴 하지만 향후 구체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을 공동의 문서로 작성했다는 것은 북·미 간 대화의 모멘텀이 한층 더 힘을 받게 됐음을 뜻한다”고 밝혔다. 오쿠조노 교수는 “일본이 이번 대화 국면에서 일정 부분 소외돼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일본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북·미 간 비핵화 협의가 어느 정도 진행돼 상당 수준 구체화되면 북·미 및 북·일 국교 정상화가 이슈로 부상할 텐데, 그 단계가 되면 일본이 해야 할 일이 반드시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40분밖에 안 되는 단독회담 중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북·일 간 문제일 수밖에 없는 납치 피해자 문제를 거론했다는 것은 김 위원장에게 자신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관계가 매우 특별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기에 충분했을 것”이라며 “이 자체로 일본은 향후 대북 협상에 있어 긍정적인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토 고타로 캐논글로벌전략연구소 연구원은 “북·미 정상회담 전날까지도 미국은 북한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압박했지만, 끝내 공동성명에 반영하지 못했다”며 “한국이나 일본의 입장에서 낙담할 수밖에 없지만, 군부 등 내부를 설득시켜야 하는 김 위원장의 입장 등이 종합적으로 감안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토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까지 가는 로드맵을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한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고 희망적인 분석을 내놨다. 이토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지한다고 밝힌 것은 동북아시아 전체의 안보 균형에서 한·미 동맹이 차지하는 비중을 과소평가한 결과”라면서 “이 때문에 한국은 일본과 협력할 필요가 한층 커졌다”고 강조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美는 소득 없고, 北 세계 외교 무대 유명 인사로”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美는 소득 없고, 北 세계 외교 무대 유명 인사로”

    “CVID 문구·시간표 등 없어 미흡 中 없이 비핵화 과정 이행 어려워”“北에 경제원조 등 ‘당근’ 준비해야 다각적·세부적 체제 보장도 필요” “미국은 얻은 것이 거의 없고 북한은 세계 외교 무대의 유명 인사가 됐다.” 청샤오허(成曉河)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교수는 13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기대에 못 미쳤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핵심 주제인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라는 명확한 문구나 시간표가 공동성명에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북한의 체제 보장이나 인권 문제도 미흡했다고 덧붙였지만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이나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언급한 건 양국의 세부적 성과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청 교수는 “가장 중요한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가 없다는 점에서 회담 결과가 미흡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개인적 이미지와 국가에 대한 인상을 제고한 건 북한으로서 큰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중국의 존재감도 재확인됐다는 인식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회담 직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할 것이라고 밝힌 점, 김 위원장이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전용기를 이용한 건 밀접한 북·중 관계를 드러낸 사례로 꼽혔다. 청 교수는 “한 번의 회담만으로 북·미 간 모든 반목이 해결될 수 없으며 무엇보다 중국 없이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와 평화 체제 구축 과정을 이행하는 건 어렵다”고 분석했다.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북한에 줄 ‘당근’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자 교수는 “북한 비핵화는 불확실하고 복잡한 과정이 될 것이며 김 위원장으로서는 중대한 결정을 내린 만큼 거대한 위기를 감내해야 한다”며 “강화된 버전의 ‘채찍과 당근’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 교수는 ‘채찍’은 이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충분히 강화된 만큼 북한에 대한 경제 원조에 모든 관련국이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 교수는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이 꼭 거대한 규모일 필요는 없으며 실질적이고 실효성이 있는 방안이면 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북한의 체제에 대해서도 앞으로 미국 정부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다각적이고 세부적인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력 차이가 몇 배나 나는 한국과 재래식 무기로는 맞설 수 없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핵개발이 이성적인 결정일 것”이라며 “핵은 적은 비용으로도 한국과 주한미군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자 교수는 “중국은 북한 비핵화를 확고하게 원하며, 비핵화에 대한 보상책도 준비돼 있다”면서 “하지만 그 보상책이 얼마나 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한반도 평화 여정 첫 관문 넘은 남북미 정상] 트럼프, ‘평화주의자’ 의외 면모

    [한반도 평화 여정 첫 관문 넘은 남북미 정상] 트럼프, ‘평화주의자’ 의외 면모

    냉전 시기 쿠바 핵 위기 극복한 ‘케네디 외교’ 적용 막말과 호전적 정책으로 국내외에서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다고 비판받아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보여 준 태도는 완전히 딴판이었다.태도는 진중하고 절제돼 있었고 상대방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는 한껏 친절했다. 세계 초강대국 정상으로서 나이도 한참 많았지만 김 위원장을 예우했다. 성정이 불안해서 튀는 행동을 하거나 기행을 할 수도 있다는 일각의 예상을 보기 좋게 깨버렸다. 특히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보여 준 평화주의자로서의 면모는 가장 극적인 반전이라 할 만하다. 북·미 정상회담 직후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인터뷰에서 기자들은 ‘북한과 전쟁도 불사하겠다던 그가 왜 변했는가’를 가장 궁금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라는 호전적 수사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그때 당시에는 그것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면서 “미국의 관점에서 북한의 핵능력 발전을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런 수사가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우리가 제재를 가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참혹성을 강조하며 북한과 대화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북한이 약속을 깼을 때 어떤 보복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저는 위협적인 언사를 하고 싶지 않다”면서 “서울에 굉장히 많은 인구가 살고 있고 DMZ 바로 옆에 있다. 만약에 군사적인 충돌이 발생한다면 수백만, 수천만명이 희생될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언젠가는 그리고 꼭 전쟁이 끝날 것”이라면서 “과거가 미래를 정의할 필요는 없다. 어제의 갈등이 내일의 전쟁이 되리란 법은 없다”면서 한반도 종전이 목표임을 분명히 했다. 마치 민주당 출신 대통령의 발언처럼 들릴 정도였다. 북한 비핵화 실현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실용적이고 대범한 정책도 돋보였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유 세계의 지도자인 미국 대통령이 독재 정권의 세습 지도자인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오히려 그의 정통성만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회의가 국내외에서 높았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세계를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고 싶을 뿐”이라면서 “내가 이 연단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같이 서서 3000명 이상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기꺼이 하겠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가 이익이나 세계 평화를 위해서면 악마와도 대화를 해야 한다”며 북한과의 화해·협력 정책을 적극 추진했던 모습과 겹치는 대목이다. 아울러 북한이 절실히 바랐지만 감히 내주기 싫었던 것처럼 여겨졌던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접근했다.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할 뜻을 밝혔던 그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우리가 북한과 선의로 협상을 진행하는 한 한·미 연합훈련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말했다. 이 대목에서 그가 사실 더이상 ‘전쟁광’이 아니었음이 확실히 드러났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냉전 시기 소련과 대화에 나서 쿠바 핵미사일 위기를 극복했던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외교 노선을 따르는 것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미국 일간 LA타임스는 “케네디 대통령은 1961년 취임 연설에서 ‘우리는 두려움 때문에 협상하지 맙시다. 하지만 협상하기를 두려워하지도 맙시다’라고 말하며 얼어붙은 국가 관계를 녹이는 대담한 외교에 대해 말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케네디의 명구를 상황에 맞게 적용하려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일러스트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 “훈련 목적은 북핵 대응… 핵 포기 땐 안보관 바꿔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발언을 두고 일부에선 한국안보 위기론까지 제기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당장 한국 안보 지형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급진전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발맞춰 군사적 수단을 동원한 ‘전쟁 억지가 곧 평화’라는 기존 안보관을 바꿔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한·미 연합군사훈련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훈련은 키리졸브(KR)와 독수리연습(FE)과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다. 기본 목표는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이다. 그래서 한·미 군사 당국은 연합훈련을 할 때 핵무기 투발이 가능한 전략폭격기나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을 전개한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가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이뤄진다면 전략자산을 동원한 대규모 군사훈련은 그 목적을 잃게 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13일 “북한이 핵개발에 한창 열을 올릴 때는 대규모 연합 훈련이 불가피했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안보 개념이 달라져야 한다”며 “한·미 군사훈련을 계속한다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비핵화의 대가로 체제안전보장과 함께 군사적 위협 해소를 요구해 왔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북한이 꼽는 최대 위협이다. 비핵화 프로세스가 이행되는 와중에도 한·미가 전략자산을 전개한다면 북한은 이를 ‘합의 파기’로 간주하고 과거처럼 핵개발에 다시 손을 대려 할 수 있다. 오히려 북한의 핵무장에 대응하려고 실시한 군사훈련이 핵 위험을 다시 촉발하는 기제로 작용해 안보에 위협을 끼칠 수 있다. 김성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략자산은 원거리 공격이 가능해 괌에만 배치돼 있으면 굳이 한반도에 전개하지 않더라도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면서 “전략자산 전개는 군사적 운용 면에서 새로운 각도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상적 훈련만 해도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한·미 연합 방위 체제에 큰 구멍이 뚫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대외전략실장은 냉전의 한반도에서 평화의 한반도로 대전환이 이뤄지는 지금, 안보관에서도 발상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맹, 군비’를 통한 전쟁의 억지가 곧 평화라는 ‘안보에 의한 평화’가 우리의 사고와 인식을 지배해 왔지만, 이제라도 한반도에 지속가능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고자 평화 지향의 안보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평화를 통해 안보를 구축하겠다는 적극적인 평화론을 제시해 왔다. ‘평화’가 곧 ‘안보’인 평화안보체제다. 지난해 7월 문 대통령이 밝힌 ‘베를린 구상’을 실현하려면 남북 평화협력, 북·미 평화협력, 동북아 평화협력의 3개 기둥이 굳건히 세워져야 한다. 이 실장은 “3개의 기둥을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가 무사히 안착하려면 무엇보다 기존의 안보에 의한 평화 논리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안보 전략의 재구성을 제안했다. 그는 “이제 북한 위주로 안보를 보기보다 좀더 큰 틀에서 동북아 전체의 안보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北 매체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신속 보도

    노동신문 사진 30여장 전면 화보 북한 매체가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간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할 수 있다는 의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북한 매체들은 이례적으로 북·미 정상 간 만남과 회담, 공동성명 전문까지 신속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3일 6·12 북·미 확대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면해서 상대방을 자극하고 적대시하는 군사행동들을 중지하는 용단부터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통신은 “미합중국 대통령은 이에 이해를 표시하면서 조·미(북·미) 사이에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조선(북한) 측이 도발로 간주하는 미국·남조선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안전 담보를 제공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관계 개선이 진척되는 데 따라 대조선(대북)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의향을 표명하였다”고 밝혔다. 이날 통신과 조선중앙방송은 오전 6시,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오전 6시 34분 김 위원장과 트럼프 미 대통령의 회담 소식과 공동성명 전문을 상세히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사진 30여장을 전면에 대대적으로 실으며 북·미 정상회담을 화보처럼 전달했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전날 오전 8시 10분 숙소를 떠나 회담장에 도착한 것부터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단독 및 확대회담, 오찬, 공동성명 서명식까지 꼼꼼히 보도했다. 과거 김 위원장 관련 보도는 신변 안전 등을 우려해 일정이 끝나고 나왔지만, 이번 싱가포르 방문 때부터는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북한 매체는 지난 11일 밤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의 대표적 명소인 가든바이더베이와 마리나베이샌즈 건물의 지붕에 있는 스카이 파크를 돌아본 사실도 12일 오전 바로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체제 선전을 담당하는 노동당 선전선동부 소속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싱가포르 현지에서 신속한 보도를 이끌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트럼프 “더는 北 핵위협 없어…협상 중엔 한·미 훈련 안 한다”

    트럼프 “더는 北 핵위협 없어…협상 중엔 한·미 훈련 안 한다”

    “워 게임 중단 땐 엄청난 돈 아껴” 백악관 관리 “대규모 훈련만 안 해” 8월 을지가디언부터 중단 가능성 오늘 남북군사회담 의제 오를 듯 靑 “진의 파악” NSC서 대응 논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 북·미 정상회담 후 언론 인터뷰 등에서 “북한과 선의로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당장 오는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이 중단될지 관심을 모은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더이상 북한으로부터 핵 위협은 없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북한이 우리의 가장 크고 가장 위험한 문제라고 말했다. 더이상은 아니다”라면서 “우리가 선의로 협상하는 한 ‘워게임’을 하지 않음으로 인해 엄청난 돈을 아낄 수 있다”며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 관리의 말을 인용해 한·미 간 통상적 훈련을 계속하되 대규모 연합훈련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흐름이 맞다면 올해 8월 UFG는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북·미 화해 무드가 계속 이어질 경우 내년 2~4월 실시되는 키리졸브, 독수리연습 등도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현시점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정확한 의미나 의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북·미 간 한반도 비핵화 및 관계 구축을 위한 진지한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에는 이러한 대화를 더욱 원활하게 진전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당장 14일 오전 10시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열리는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 나서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따른 북측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주장에 대한 대응 논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청와대는 14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 주재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평가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워게임으로 분류되는 UFG와 키리졸브 등에는 한반도에 주둔 중인 2만 5000여명의 미군과 함께 항공기들이 참가한다. 북한은 매년 UFG 훈련 시기마다 이를 ‘북침전쟁 소동’이라고 비난하며 중단을 요구해 왔다. 한편 2007년 12월 이래 10년 6개월여 만에 열리는 14일 장성급 회담에서 남과 북은 ‘4·27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한반도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국방부가 밝혔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강신 기자 xin@seoul.co.kr
  • [팩트 체크] 김정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 트럼프 ‘CVID’로 받아들였다

    [팩트 체크] 김정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 트럼프 ‘CVID’로 받아들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만남인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막을 내렸다. 북·미 정상 간 역사적 첫 회담에 대한 평가가 관련국들을 중심으로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서명한 공동성명과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공동성명 내용의 후퇴’, ‘미국의 양보’ 등 4가지 쟁점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특히 미국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그동안 주장했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에서 ‘완전한 비핵화’(CD)로 후퇴한 ‘반쪽짜리’ 합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밝힌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선언이 ‘북한에 너무 큰 선물을 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남긴 4대 논란을 팩트 위주로 분석했다.1. CVID 없다고 미진한 합의? CVID 사실상 불가능한 개념 美, 北 ‘CVIG’ 제공 불가 판단 지난 12일 타결된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용어 대신 ‘완전한 비핵화’란 표현이 들어갔다. 이를 두고 일부 강경 보수층에서는 CVID라는 단어가 빠졌다는 이유로 미진한 합의라고 비판한다. 이런 비판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등이 회담 전 언론에 “CVID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수차례 밝히면서 기대치를 높인 탓도 물론 있다. 하지만 북핵 협상 역사를 자세히 알고 보면, CVID라는 문구에 집착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라는 의문이 들게 된다. 사실 CVID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내건 조건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우리는 패전국이 아님에도 미국이 일방적으로 내건 조건에 굴복을 강요한다”며 반발해 왔다. 만약 미국이 CVID를 관철하려면 북한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CVIG)을 수용해야 공평하다는 게 북한의 입장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CVID와 북한이 요구하는 CVIG를 동시에 타결하는 게 주권국끼리의 대등한 협상이라는 논리다. 이번에 미국이 끝내 CVID를 관철하지 못한 것은 현 시점에서 북한에 CVIG를 주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단어의 의미상으로만 봐도 CVID는 중언부언의 측면이 있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에 이미 ‘검증가능’과 ‘불가역적’이라는 의미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3일 방송에 출연해 “사실 누군가에게 ‘당신을 완전히 사랑한다’고 하는 것과 ‘당신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사랑한다’고 하는 것이 의미상으로는 차이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기자회견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이었다면서 ‘완전한 비핵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 표현의 진의를 이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CVID가 아니라고 봤다면 협상 타결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흔들림 없는 이행의지를 CVID로 받아들인 것이 이번 회담의 핵심”이라고 했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는 “보수 근본주의자들 입장에서는 완전한 검증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CVID는 사실상 불가능한 개념”이라고 했다. 싱가포르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서울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2. 한미훈련 중단, 위험한 양보? 北 ‘비핵화 연기’ 빌미 안 주기 “한·미 통상적 군사훈련은 지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우리가 북한과 선의로 협상을 진행하는 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비용 등을 언급하며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선의로 협상을 진행하는 한’이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한·미 연합훈련 중단 카드’를 꺼내 든 것은 협상 파트너인 북한을 달래고, 방위비 분담을 협상 중인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달 맥스선더 훈련에 대해 “우리 공화국에 대한 선제공격과 전면전쟁 도발을 가상한 훈련으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근원”이라고 비판하는 등 그동안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핵과 미사일 개발 포기의 선물로 ‘합동훈련 중단’을 먼저 언급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도 북한 내 군부 등 강경파에게 핵·미사일 개발 중단에 대한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가시적인 조치와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 약속 등을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줄 ‘선물’은 마땅치 않다”면서 “대북 경제 제재를 당장 풀 수도 없으니 고민 끝에 꺼내 든 것이 바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 카드”라고 해석했다. 또 북·미가 비핵화 협상에 나선 상황에서는 한반도 안보 위협이 낮아질 뿐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 연기’ 핑계의 빌미를 줄 수 있는 연합훈련을 굳이 강행할 이유도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연합훈련 등 비용을 거론한 것은 방위비 분담 협상에 나서고 있는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수’까지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백악관은 논란의 파장이 커지자 한 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백악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한·미 간 통상적 훈련은 계속하되 대규모 연합훈련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연합훈련의 전면 중단이 아니라, 부분 중단 내지는 축소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이날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게는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훈련 중단 결정이 주무부처와 논의한 뒤 나온 것임을 시사했다”고 전해 ‘코리아 패싱’(한국 소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3. ‘9.19공동성명’보다 후퇴? 정상회담선 큰 틀 포괄적 합의 실무자 간 결과물과 비교 오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서명한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작업을 할 것을 약속한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포기를 명시한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보다 후퇴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 같은 비판은 실무자들 간 회담 결과물인 9·19 공동성명을 큰 틀에서의 포괄적 합의를 도출할 수밖에 없는 정상회담의 산물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한 오류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9·19 공동성명은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2005년 9월 19일 6자회담에서 합의한 것으로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하고 조속한 시일 내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복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대한 반대 급부로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지 않고 궁극적으로 관계정상화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일각에서는 4개 항으로 구성된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같은 문구가 없는 것을 이유로 합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9·19 공동성명의 서명 주체는 송민순 당시 외교부 차관보,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등과 같은 실무자들이었다. 실무자급 회담이면 성명 내용에 CVID와 같은 구체적 문제가 먼저 명시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밑에서 위로 접근하는 ‘보텀 업’ 방식이 아니라 70년간 적대 관계였던 국가의 정상 간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기 때문에 접근 방식이 다르다. 무엇보다 이번 공동성명은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김 위원장이 직접 서명한 비핵화 관련 문서로 무게감이 남다르다. 또 앞으로 이어질 후속 회담과 각종 실무회담에서 CVID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룰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이 같은 후속 회담을 시사했다. 오히려 이번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1항에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이 명시됐다는 점에서 그동안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북·미 간 신뢰 부족 문제를 정확히 짚은, 보다 진전된 성명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9·19 공동성명도 구체적인 이행 방법이나 날짜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북핵 문제의 근본 원인이 북·미 간 적대적 관계의 산물이었다는 점을 제대로 짚은 성공한 회담”이라고 평했다. 싱가포르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4. 트럼프가 양보한 게 많다? 새 북·미관계 수립 먼저 언급 北 실질적 비핵화 ‘액션’ 유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체제 보장을 약속하고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것에 대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손해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 큰 양보’가 두드러지지만 오히려 사업가의 관점에서 볼 때 북한과 신뢰를 쌓으며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일종의 ‘투자’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북·미 공동성명의 문구 배치 순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가장 핵심 현안으로 꼽혔던 비핵화보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평화체제 구축이 먼저 언급된 데는 숨은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그동안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 입장을 고수한 데 대해 북한은 ‘선 평화체제 구축, 후 비핵화’로 응수해 왔다. 그런 만큼 공동성명은 일종의 타협안이라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제의 적이 오늘의 우방이 될 수 있다”는 오래된 경구를 언급하며 북한과의 정상적 외교관계 가능성을 확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0년간 적대국으로 대치해 온 북한의 김 위원장이 가장 듣고 싶어 한 ‘표현’을 던지고, 북한의 실질적인 ‘액션’을 유도했다. 큰 돈이 들지 않는 덕담으로 김 위원장을 세계 외교 무대에 데뷔시키고 정상국가의 지도자로 인정한 대신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나 핵실험 등 관련 연구를 중단한다는 북측 약속을 받아 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 건 현실에 순응한 판단 변화로 읽혀진다. 그동안 일괄타결을 통한 단시간의 비핵화를 강조한 기존 입장에서 물러난 언급으로, ‘단계적 비핵화’를 고집해 온 북한 입장을 어느정도 수용한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특히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이라는 기대 이상의 선물까지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제안했고, 하길 원하는 체제 보장 조치”라고 발언했다. 미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체제 보장 조치를 제시한 건 그만큼 북한 최고지도자로부터 받아낼 반대 급부가 존재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단기적 이익의 관점에서는 더 많은 것을 얻어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가적인 측면에서 북핵 문제 해결에는 신뢰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이해해 더 멀리 내다본 것”이라고 평가했다. 싱가포르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폼페이오 “북 비핵화 협상 중단되면 한미연합훈련 재개”

    폼페이오 “북 비핵화 협상 중단되면 한미연합훈련 재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3일(현지시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중단되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2년 반 내에 북한 비핵화의 주요 성과가 달성되기를 희망한다”면서 “비핵화 심층 검증의 필요성은 북한도 이해한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수행한 폼페이오 장관은 13일 한국을 방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14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북 매체 “트럼프, 한미연합훈련 중단 의향” 비중 있게 보도

    북 매체 “트럼프, 한미연합훈련 중단 의향” 비중 있게 보도

    북한 매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간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13일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3일 북미정상회담 내용을 보도하며 확대회담 석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면해서 상대방을 자극하고 적대시하는 군사행동들을 중지하는 용단부터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통신은 “미합중국 대통령은 이에 이해를 표시하면서 조미(북미)사이에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조선(북한)측이 도발로 간주하는 미국·남조선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안전담보를 제공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관계개선이 진척되는 데 따라 대조선(대북)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의향을 표명하였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미국 측이 조미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한 신뢰구축 조치를 취해 나간다면 우리도 그에 상응하게 계속 다음 단계의 추가적인 선의의 조치들을 취해나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통신은 덧붙였다.아울러 통신은 “조미 수뇌분들께서는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이룩해나가는 과정에서 단계별, 동시행동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대하여 인식을 같이하시었다”고 보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트럼프의 ‘한미훈련 중단’ 메시지 의도는... 결국 돈 때문에?

    트럼프의 ‘한미훈련 중단’ 메시지 의도는... 결국 돈 때문에?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 직후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이라는 예상치 못한 ‘카드’가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일각에서 우려했던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 논의까지 나아간 것은 아니지만, 우리 안보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수 있는 소식이어서 배경을 둘러싼 궁금증을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밝힌 훈련 중단의 이유는 진행 중인 북미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과 훈련에 드는 비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북한과) 협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며 매우 도발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한미연합훈련이 북한을 자극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북한은 오랫동안 한미연합훈련을 강도 높은 표현으로 비난하며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왔다. 북미정상회담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달 16일 한미 공군의 연례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를 문제 삼아 남북고위급 회담을 무기한 연기한 것이 최신 사례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연합군사훈련과 북한의 핵·미사일을 동시에 잠정 중단하는 ‘쌍중단(雙中斷)’ 해법을 요구해온 것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이날 원칙적으로 합의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위해 후속 정상회담은 물론 장기간의 실무 협상이 필요한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자극을 피하는 동시에 6자 회담 당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카드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안보관을 고려하면 비용 문제가 훈련 중단의 더 큰 이유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선 때부터 한국과 일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면서 방위비 분담 확대를 촉구한 것은 물론 주둔 미군의 철수 가능성까지 내비친 트럼프 대통령이 고려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바로 ‘돈’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있다. 모든 문제를 철저히 미국의 국익이라는 잣대로 접근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연합훈련의 효과가 지출보다 떨어진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접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도 “엄청난 돈을 군사훈련에 쓰고 있다. 한국도 부담하지만 일부분”이라면서 “괌에서 한국까지 와서 폭격 연습하고 가는 데 큰 비용이 드는데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노골적으로 비용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우리가 (훈련의) 비용 대부분을 지출하고 있다”며 “훈련을 중단할 경우 엄청난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거듭 주장, 이런 시각을 뒷받침했다. 일각에서는 한미연합훈련의 중단 결정이 향후 주한미군 철수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염려하기도 한다. 북한이 순조롭게 비핵화 절차를 밟고 양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면 주한미군의 존재이유가 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연합훈련의 중단이 그 신호탄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다. 미국의 유력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진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용 등의 이유로 주한미군의 대규모 감축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를 최근까지 내보낸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훈련 중단 선언이 영구적인 조치인지, 일각의 우려대로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의 전주곡이 될지는 불분명하다. 만약 후속 협상 과정에서 북한의 조치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최대 압박’ 작전의 고삐를 다시 조이는 차원에서 언제든 연합훈련을 재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회견에서 “한국과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여지를 열어놓은 점도 주목된다. 한미 정부가 방위비 분담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결국 연합훈련 중단 선포는 한국을 향해 ‘돈을 더 내라’는 압박 메시지를 담은 다목적 카드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남관표 “한미훈련, 과거와 달라진 것 하나도 없어”

    남관표 “한미훈련, 과거와 달라진 것 하나도 없어”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후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시사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한미연합훈련 중단 문제는 과거하고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남 차장은 이날 오후 싱가포르에 설치된 코리아 프레스센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독한 뒤 나가는 길에 기자들로부터 ‘한미연합훈련 중단 문제에 대해 미리 한국 정부에 이야기가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밝혔다. 남 차장은 “과거에도 대화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그런 걸(한미연합훈련 중단을) 고려해 보겠다는 입장이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연습(훈련)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남북한 간에, 한미간에 또 협의가 있어야 할 그런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결정된 바가 없다는 것인가’ 등의 추가 질문에는 “제가 그런 이야기를 지금 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군사연습(war games)을 중단할 것”이라며 한미 군사훈련 중단 의사를 밝혔다. 한편 남관표 차장은 이번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상당히 많은 이야기들이 오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으며 ‘판문점 선언과 거의 비슷하다는 말도 있다’는 지적에는 “그것보다 훨씬 더 나간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공동성명에 명시되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신뢰를 바탕으로 앞으로 어떤 문제라도 후속조치를 통해서 잘 풀어갈 수 있다는 믿음이 (북미 간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말씀에 앞으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데 대한 믿음이나 신뢰가 (북측에 대해) 있다는 것은 이번 회담의 제일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트럼프 “한미연합훈련 중단…주한미군 감축·철수 논의 안해”

    트럼프 “한미연합훈련 중단…주한미군 감축·철수 논의 안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자리에서 “우리가 (북한과) 협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 훈련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고 매우 도발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우리가 (훈련의) 비용 대부분을 지출하고 있다”면서 “훈련을 중단할 경우 엄청난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북한을 겨냥한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종국적으로는 한국에 있는 병사들을 미국으로 철수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장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을 감축하지는 않을 것이고, 이는 현재 논의에서는 빠져 있다”면서 이 문제는 미래의 협상을 봐야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북미정상회담에서 거론됐느냐는 물음에 그렇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그는 “논의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군사 훈련은 하지 않을 것인데, 내 생각으로 그것은 매우 도발적이고 매우 비용아 많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미·일·중 전문가 전망] “中 ‘역할론’은 한반도 영향력 의지… 미군·사드 철수 주장할 듯”

    [미·일·중 전문가 전망] “中 ‘역할론’은 한반도 영향력 의지… 미군·사드 철수 주장할 듯”

    “중국은 북한 비핵화가 이뤄지면 주한미군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철수를 주장할 것이다.”문일현(60) 중국 정법대 교수는 공산당이 절대 드러내지 않는 속내를 읽어 내는 중국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문 교수는 7일 중국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역할론’을 부각시키는 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봤다. →북·미 정상회담을 어떻게 전망하나.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이 큰 틀에서 합의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주장해 온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완전한 비핵화’(CVID)에 북한이 동의하고, 미국은 불가침조약이나 수교와 같은 구속력 있는 형태로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한다고 약속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어떤 경우든 검증과 사찰은 반드시 명기할 것이다. 핵탄두 등을 비핵화 초기에 반출하는 것과 같은 구체적 비핵화 방식은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추후 협의한다는 선에서 합의할 수도 있다. 문제는 비핵화 시한을 언제까지로 설정하느냐다.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해법 가능성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의 면담 후 비핵화 과정을 ‘프로세스’라고 규정한 건 단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역진이 불가능하도록 ‘신고→동결→사찰·검증→폐기’라는 절차를 단계별로 진행하지 않고 동시에 진행하거나 최후 단계인 폐기를 먼저 이행하는 방식을 취할 수도 있다. →중국은 북·미 회담을 통해 비핵화를 원한다고 보나. -중국이 추구하는 한반도 3대 원칙은 평화안정 유지, 비핵화,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이다. 이번 회담은 이 원칙과 잘 맞는다. 다만 북한이 정말로 핵을 포기할 것인지, 비핵화 이행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인지 등은 중국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중국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중국의 최대 우려는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상실이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주한미군의 지속적 주둔을 용인한다거나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및 평화체제 구축에서 중국의 참여를 거론하지 않는 경우 등이 해당한다. 미국 내 일각에서는 북·미 사이에 불가침조약과 수교가 이뤄지면 굳이 평화협정을 별도로 맺을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 제기도 있다. 이럴 경우 중국은 한반도 안전보장에서 제외돼 영향력을 상실하는 반면 미국은 남북한 모두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중국을 배제하려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비핵화 초기 단계에서부터 최종 목적지인 평화협정 체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중국의 참여가 보장되는 것이다. →중국이 원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조건은. -중국의 최대 관심사는 주한미군 문제다. 한반도에 무력 대치 상황이 종식되고 평화협정 체제가 들어선 마당에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하면 중국을 겨냥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또 사드는 북핵 방어를 이유로 한국에 반입됐기 때문에 비핵화 협상이 타결되면 당연히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이나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도 같은 이유로 조정을 요구할 것이다. →북한 비핵화에 따른 중국의 대북 지원은. -중국은 대북 제재가 해제되면 대규모 경제원조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북·미 회담이 성공하면 일차적으로 유엔 제재 결의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원조를 시작할 것이다. 북한을 중국 영향권 내에 묶어 두려면 안전 보장과 경제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문일현 교수는 누구 중국 정법대 객좌교수로, 베이징대 국제관계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해외전문위원과 정법대 평화발전연구중심 부주임직을 맡고 있다. 중국 광시자치구 동싱시 외사고문이기도 하다. 일간지 베이징특파원이던 1997년 덩샤오핑 전 중국 국가주석의 사망 소식을 특종 보도했다.
  • 남·북·미 3자 종전선언 급물살… “늦어도 이달 내 가능”

    남·북·미 3자 종전선언 급물살… “늦어도 이달 내 가능”

    법적 효력 없는 신사협정이지만 남북 간 평화체제 진입 의미 중요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 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난 직후 “오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이 나올 수도 있다”고 언급하면서 남·북·미 종전 선언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졌다. 설사 12일 종전 선언을 내지 못할 경우 늦어도 이달 안에는 종전 선언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종전 선언은 법적 효력이 없는 정치적 합의 또는 신사협정이다. 따라서 종전 선언만으로 군사분계선이 국경선으로 바뀌거나, 북한이 국제법상 국가로 승인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난 65년간 전쟁 가능성이 상존하던 남북 간 관계가 본격적으로 평화체제로 접어드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대화를 지속하며 평화정착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면, 종전 선언에 들어서는 순간 ‘이제 전쟁이 끝났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평화가 왔다는 분위기가 급격히 확산될 것”이라며 “현 상황이라면 이르면 오는 12~13일에, 늦어도 한 달 안에 종전 선언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특히 종전 선언은 북측에 중요한 ‘체제 보장’ 조치 중 하나다. 상대적으로 군사적 긴장이 줄고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강도와 기간 등이 다소 조율될 수도 있다. 특히 법적 효력이 없다 해도 정상 간 합의에 따른 선언인 만큼 진지하게 비핵화 및 체제 안전 보장의 맞교환을 추진해야 하는 정치적 구속력이 생긴다. 종전 선언을 한다면 남·북·미 3자가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4·27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은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의 종전 선언 가능성을 열어 놨었다. 그러나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북·미 협상을 방해하고 있다는 투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문재인 대통령이 5·26 남북 정상회담 직후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을 언급하면서 3자 종전 선언이 기정사실화된 모양새다.실제 종전 선언은 정치적 선언인 만큼 정전협정 체결 당사국 중 하나인 중국이 반드시 참여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는 견해도 많다. 또 한·중, 미·중 간에는 이미 국교가 수립돼 있기 때문에 종전 선언은 불필요하다는 견해도 설득력이 있다. 물론 향후 종전 선언을 ‘법적’으로 합의하는 평화협정 체결의 경우 4자(남·북·미·중)가 모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 평화협정은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법적 문서다. 평화협정은 통상 종전 선언을 1조로 포함하며 영토의 범위, 사면, 기존 조약들의 효력 재개, 배상금 문제 등을 담는다. 현재로서는 종전 선언이 북 비핵화 시작의 입구라면 평화협정은 북한 비핵화 완료의 출구로 인식된다. 또 평화체제가 유지·심화돼 남북 간 평화 공존이 공고화·제도화되면 문재인 정부가 목표로 삼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 상태가 된다. 종전 선언 후 평화체제 논의가 본격화한다면 참여국을 둘러싼 논란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상식적으로는 65년 전 정전협정에 서명했던 북·미·중과 당사국인 남한이 참여하는 4자 협정이 유력하지만, 동북아 평화를 위해 일본과 러시아까지 포함하는 6자 협정 방안, 나아가 유럽까지 포함하는 다자 평화협정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北 레짐체인지 없다’ 듣고 싶은 김정은… 트럼프가 확답 안 해

    ‘北 레짐체인지 없다’ 듣고 싶은 김정은… 트럼프가 확답 안 해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정세가 연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극적인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돼 65년 만에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가 한껏 높아졌다가 갑작스런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발표로 분위기가 급속 냉각되는가 싶더니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 전격적으로 열려 다시 훈풍이 부는 등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날아드는 충격적인 뉴스로 한반도의 앞날이 시계제로인 가운데 방한 중인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명예교수를 28일 서울에서 만났다. 북한과 미국을 동시에 잘 아는 대표적 전문가인 박 교수는 이날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속내, 북한의 핵 포기와 미국의 대북 체제보장이 가능할지 등에 대해 특유의 식견을 드러냈다.→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이 한 달 사이 두 차례나 열렸고, 북·미 정상회담 개최도 논의되는 등 연일 숨가쁜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현재의 한반도 정세가 과거와 다른 점이 있을까. -무엇보다 정상들이 누구인지가 과거와 다르다. 이런 방식의 정상회담은 과거엔 생각도 못 했다. 정상과 정상이 만난다는 건 사전에 상당한 준비를 해야 한다. 지난 26일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만 해도 준비를 전부 생략하고 정상들이 만났다. 북·미 정상 간 만남도 현재 준비 부족 상태다. 따라서 진통이 있을 수밖에 없다. 참모 중 누구한테 얘기를 듣느냐에 따라 극과 극의 의견 나오니까 트럼프도 지금 정신이 없는 상태다. 트럼프는 이거(북·미 정상회담) 하면 국제적 이목과 찬사를 받겠다 싶은 생각, 어느 대통령도 못한 걸 내가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덕으로 알고 고맙게 생각한다. 물론 결과가 어떻게 날지는 모른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라면 공이 어디로 튈지 누구나 안다. 하지만 트럼프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오히려 낙관적인 요인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했다가 다시 할 수도 있는 것처럼 말하는 등 오락가락하는데 이유가 뭘까. 협상 전술일까. -트럼프는 원래 결정을 못 하는 사람이다. 원래 그런 사람이다. 내가 교수로서 얘기한다면 사고 능력이 굉장히 떨어지는 사람이다. 그래서 진짜 이 회담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자기 혼자 진심으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이 진정으로 핵을 포기할 것으로 보나. -북한은 핵을 포기할 의사가 절대적으로 있다. 조선반도에 핵이 없어야 한다는 게 김일성의 유훈이다. 북한은 지금도 김일성이 지배하는 나라다. 북한에서 김일성의 유훈은 성경 말씀과도 같다. →핵을 포기했다가 나중에 미국이 변심하면 무장해제 상태가 될 것으로 걱정하지 않을까. -북이 핵을 포기한다는 것은 현재 갖고 있는 핵무기와 핵시설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그걸 포기하더라도 핵을 만들 수 있는 기술과 인력, 경험, 자원은 여전히 남는다.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인 것이다. 갖고 있는 핵은 없앨 수 있지만 핵을 다시 만들 능력은 영원히 자기 것이다. 핵보유국이란 핵탄두를 지금 몇 개 보유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핵을 언제라도 만들 수 있는 나라를 말한다. 따라서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는 현재의 핵무기를 없애고 더이상 핵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의 대가로 북한 체제를 보장해 줄까. -미국에게 북한은 악마 내지 불량국가이기 때문에 쉽게 체제보장을 해 줄 수 없을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도 적(敵) 중의 적인 미국한테서 제재받으면서 그 고생을 해 왔는데, 미국이 체제보장을 해 준다는 말을 쉽게 믿겠나.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은 안전할 것이고 계속 북한 지도자로 있을 것”이라며 체제보장성 발언을 하지 않았나. -지금 김정은이 원하는 건 개인적인 신변 보장이 아니다. 국가지도자인데 ‘너 혼자 잘살게 해 줄테니 핵 포기해’라고 하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김정은을 공격 안 하겠다’는 정도로는 북한을 설득하지 못한다. 북한이 미국에 원하는 답은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를 안 하겠다는 약속이다. 그런데 아직 그런 말을 트럼프가 안 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체제를 진정으로 보장해 줄 준비가 안 돼 있는 것이다. →지난 26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할 경우 미국에서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을 확실히 믿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을 문 대통령에게 표출했다는데. -나도 트럼프를 못 믿겠다. →그렇다면 북·미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나. -정상회담은 할 거다. 악수는 할 거다. 트럼프 앞에 노벨상이 아른아른하니까. 하지만 최종적인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회담에서는 앞으로 잘해 보자는 원론적 합의를 하고 이후 계속 협상을 통해 진전시키는 방법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북·미 정상회담을 하려는 걸까. -트럼프는 돈을 최우선시하는 사람이다. 북한을 봉쇄하고 공격하는 데서 오는 금전적 이득과 북한과 거래하고 수교하는 데서 오는 금전적 이득 사이에서 계산을 하는 사람이다. 북한이 갖는 지경(地經)학적 이득이 있다는 판단이 섰으니까 북한과 정상회담을 한다고 한 거다. 특히 나진·선봉 지역과 북한의 우수한 노동력, 지하자원은 상당한 이득이 될 수 있다. 강경론으로 무기를 파는 것보다 더 수익이 난다고 보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트럼프가 북한만 놓고 계산한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마음속엔 (경쟁국인) 중국에 대한 견제가 더 크게 자리하고 있다. 북한 경제를 미국 자본이 개발해 북한을 중국에서 떼어 놓으려는 의도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발표를 하자 북한이 이례적으로 우호적인 담화를 내며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는 모습을 보였는데, 북·미 관계 개선을 북한이 진심으로 하고 싶은 건가. -그렇다. 북한은 대화를 함으로써 경제제재를 완화시키고, 경제 사정을 좋게 하고 싶어 한다. 그건 북한 입장에서 꼭 필요한 것이다. →이런 국면에서 한국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중매 역할을 잘해야 한다. 미국 입장에서 북한을 설득하고, 북한 입장에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운전자론’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잘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한·미 군사훈련 규모를 줄이는 문제 등을 좀더 과감히 해야 한다. 80%대의 압도적인 여론 지지를 바탕으로 보수층의 눈치를 보지 말고 나아가야 한다. ‘촛불혁명’의 의미가 무엇이겠나. 한·미가 연합군사훈련을 할 때 평양에 여러 번 있어 봤다. 한·미가 훈련을 하면 평양은 사이렌이 울리고 등화관제를 하고 마비가 된다. 전쟁이나 다름없다. 자기들이 언제라도 공격당한다는 걱정을 하니까 한사코 군사훈련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갖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이 안 되고, 비핵화가 안 되면 북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고 암시하기도 하는데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보나.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그 가능성을 없애야 한다. 그게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다. →통일이 어느 날 갑자기 벼락처럼 올 것으로 보는가. -어떤 통일이냐에 따라 다르다. 동독이 서독한테 흡수되는 식의 통일이라면 안 된다. 북한 스스로 자본주의화해서 남쪽과 비슷한 국가가 되는 것은 북한이 원하지 않고, 남한이 사회주의 국가가 되는 것도 안 된다. 따라서 연방제 통일이 가장 합리적이다. 김상연 정치부장 carlos@seoul.co.kr ■세계적 北전문가 박한식 교수는 카터-김일성 만남·빌 클린턴 평양행 주선… 50여 차례 방북 1939년 만주에서 태어났다. 해방 시기 평양으로 건너가 피난민 수용소 생활을 하다 분단될 때 할아버지의 고향인 경북 청도로 왔다.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메리칸대에서 석사, 미네소타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1971년부터 조지아대에서 국제관계학을 가르쳤다. 조지아 주지사였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통해 덩샤오핑을 만났고, 그의 도움으로 평양 땅을 밟은 이후 50여 차례나 방북했다. 이후 카터와 김일성 주석의 만남을 중재했고, 미국 여기자 2명이 억류됐을 때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주선해 석방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처럼 북·미 사이에 깊숙이 관여한 그는 ‘북·미 관계의 설계자’란 별명을 얻었으며, 지금도 BBC, CNN 등 주요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는 세계적인 북한 전문가다. 최근 ‘선을 넘어 생각한다’는 제목의 한반도 문제 관련 책을 펴내는 등 왕성한 집필 활동도 계속하고 있다.
  • 공식 창구 한계에 남북 물밑 접촉, 뉴욕 채널도 가동… 재차 방북 요청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취재를 위한 한국 기자단이 23일 방북하기까지 정부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한국 취재진 8명은 전날 중국 베이징에서 대기하면서도 남북 당국 간 물밑 접촉 결과를 기다리며 북측에 대한 직접 접촉을 삼갔다. 북한은 지난 22일 오전 남측을 제외한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등 외신 취재진을 서우두공항에서 전용기 편으로 방북시키는 과정에서 한국 취재진의 방북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베이징 주재 北 기자 “좋은 소식” 암시 서우두공항 현장에 안내를 위해 나왔던 베이징 주재 북한 노동신문 원종혁 기자는 한국 취재진에게 전용기 편으로는 불가능하지만 남측 취재진의 방북이 가능할 것이라는 것을 암시했다. 원 기자는 “날짜도 23~25일이고 날씨를 보고 하기 때문에 지금 이 비행기에 못 탄다고 해도 내일이든 (한국 기자가 갈) 가능성은 있다”며 “지금 당장은 불가능한 것은 뻔한 것이고 우리야 파격적으로 하니까 제가 보기에는 희망을 품고 내일까지 기다려 보면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 기자가 개인적인 의견을 외신 기자들에게 말한다는 것은 금기사항인 만큼 이 같은 발언의 배경에 남북 당국 간 비공개 접촉의 진행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남북 간 물밑 접촉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 16일 북한이 ‘맥스선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문제 삼으며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기 연기되면서다. 북측은 이후 18일부터 한국 취재진의 방북 명단 접수를 거부하며 한국을 제외한 외신 취재진의 방북 절차만을 진행했다. 청와대는 남북 관계 경색 국면에서 남북 간 모든 채널을 동원해 북한의 의중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서훈 원장·김영철 통전부장 라인 접촉” 결국 남북 간 공식 창구인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한 소통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라인의 물밑 접촉이 이뤄졌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북 소식통은 “그런 국면을 풀어내는 것은 통일부가 절대 못하는 일”이라며 “서 원장과 김 통전부장 라인이 접촉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비핵화 국면인 현 상황에서는 남북 간 공식 창구보다 물밑 접촉이 더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2일 오전 외신 기자단만을 태운 북한 고려항공 전세기가 원산으로 향하면서 정부는 통일부 장관 명의의 유감 표명과 함께 북측의 긍정적 조치를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북측이 공약한 비핵화의 초기 조치인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돕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일각에서는 남북 간 물밑 접촉뿐 아니라 22일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뉴욕 채널’을 통한 접촉이 이뤄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한·미 간 사전 협의를 통해 정부 수송기를 통한 방북 절차를 마치기도 했다. 정부는 이후 22일 오후 9시 30분쯤 북측에 재차 방북 명단을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23일 새벽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북측도 긍정적인 응답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김정은, 경제지원·체제보장 원했다”

    “김정은, 경제지원·체제보장 원했다”

    트럼프, 文대통령과 정상회담서 “北체제 보장…김정은 안전할 것” 6·12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4월 초 두 차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김 위원장에게서 비핵화 반대급부로 체제 보장과 평화협정 체결, 경제 지원을 바란다는 말을 들었다고 23일(이하 현지시간) 밝혔다. 양측 정상회담 의제 조율이 한창인 와중에 북측의 구체적인 요구조건을 처음으로 열거해 눈길을 끈다.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지난 9일 방북해 김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북·미 정상회담의 상호 목표에 대해 대화했다면서 이같이 덧붙였다. 그는 김 위원장과 당시 면담에서 검증작업을 포함해 ‘진짜 비핵화’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북한이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미국의 견해를 김 위원장에게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그러한 목표 달성 때 민간 부문 사업의 지식과 노하우 형태로 미국으로부터 경제적인 도움을 받는 게 그에게 중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또 “김 위원장은 세계로부터 체제를 보장 받고, 궁극 목표인 평화조약(체결)으로써 남북한 사이의 현재 상태(정전협정) 종식을 원했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 “세계에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낙관한다”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 13일 폭스뉴스, CBS방송과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과의 대화는 전문적이었고 그는 (북·미 정상회담 협상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22일 미국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간 단독회담에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비핵화 로드맵이 논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안전할 것”이라며 직접 ‘체제 보장’을 약속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함께 북한의 인권문제까지 거론하며 압박하던 미국이 한발 물러서 북한에 더 전향적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원 코리아’로 돌아가길 두 나라가 원하기만 한다면 나는 좋다”며 남북 통일을 처음 언급하고 긍정적 견해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 대화 국면을 경색시킨 빌미가 된 한·미 연합군사훈련 ‘맥스선더’의 종료일인 25일 이후 남북 고위급회담을 비롯한 대화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단순한 기대가 아닌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교착 상태가 풀려 나갈 것으로 전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가 원하는 ‘특정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북·미 정상)회담을 안 할 것”이라며 “6월 12일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압박했다. ‘특정 조건’은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할 실질적 조치로 읽힌다.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즉각 폐기, 북한의 일부 핵무기 반출 방안이 포함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체제 보장 등 북한에 확실한 ‘당근’을 제시하기까지 문 대통령의 설득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도 반드시 성공시켜 한국전쟁을 종식시키고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북·미 수교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서울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미국 정가 “북한의 낡은 수법에 미끼 물지 마라”

    미국 정가 “북한의 낡은 수법에 미끼 물지 마라”

    미국 정치권에서는 16일(현지시간) 북한이 리비아식 해법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며 북미정상회담을 ‘재고려’하겠다는 담화를 내놓은 데 대해 “오래된 낡은 수법”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상·하원 의원들은 공화·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북한의 이번 담화가 오래전부터 미국과의 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낼 목적으로 반복해 활용해온 ‘미끼 전략’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미끼를 물지 말라”고 촉구했다. 특히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주장해온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오히려 강한 톤으로 북한의 전략에 말리지 않고 대북압박을 지속하라고 요구해 주목된다. 상·하원 의원들은 또 북한이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문제 삼는 점도 비난하면서 연합훈련이 변함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민주당의 상원 원내사령탑인 척 슈머 원내대표는 이날 의회 발언에서 “이것은 북한 정권이 갑자기 온건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상기시킨다”면서 “지금까지 일어난 일은 북한이 수명을 다한 핵실험장을 폐쇄하고 구금돼서는 안 되는 미국인들을 돌려보낸 것임을 기억하라”고 주장했다. 특히 슈머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국무위원장)과의 회담에 동의하면서 중대한 양보를 했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썽을 피우는 위험한 정권과 하는 도박을 응원 중”이라며 “김정은은 원래 그들에게 한 양보였던 회담을 보장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이 더 많은 양보를 하라고 미끼를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력히 촉구한다. 김정은에게 공짜로 아무것도 주지 말라”고 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또 “북한이 우리와 한국의 연합군사훈련을 이유로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할 수 있다고 위협한다”면서 “대통령이 이 훈련을 취소하고 김정은이 단 하나의 핵무기를 폐기하거나 한 번의 사찰이라도 동의하기 전에 더 양보하기 시작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북한이 이전에도 이런 게임을 하는 것을 봐왔다”면서 “우리가 군사훈련을 계속함으로써 힘과 의연함을 보여줘야 한다. 대통령이 눈 하나 깜짝하지 하고 이 훈련들을 계속 진행하겠다고 말하길 요구한다”고 했다. 아울러 “김정은은 분명히 우리 편에 어떤 약점 또는 자포자기, 또는 분열이 있는지 알려고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을 시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도 성명을 내고 “김정은은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뽑아내려는 가문의 전술을 사용하면서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하고 있다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끼를 물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마키 의원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화염과 분노’ 같은 겉만 번드르르한 수사보다 더 좋고 더 책임 있는 대북 억제력”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존 케네디 상원의원은 이날 폭스비즈니스 방송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깡패(goon)이고 잔인한 살인자이다. 그는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삼류 국가의 수반”이라며 “그가 협상하려는 것은 우리가 그들을 반죽음이 되도록 굶주리게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한 일을 잘 안다. 군사옵션이 있다, (여러) 옵션들이 협상 테이블에 여전히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 “북한의 발표에 대해 특별히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케네디 의원은 “우리는 김정은이 쥔 것보다 더 좋은 카드를 쥐고 있다”면서 “대북 제재는 실제로 먹히고 있다. 우리는 그 제재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원 외교위 소속 공화당 애덤 킨징어 의원은 CNN 방송에 출연해 “북한은 지금 약간의 공갈을 치고 있고, 그(김 위원장)가 여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국내 주민들에게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그저 북한이 낡고 오래된 패턴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 공화당 마사 맥셀리 하원의원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최대의 압박 작전 덕분에 역사적인 외교적 돌파구를 잡았지만, 우리는 북한이 완전히 한반도를 비핵화하도록 실제로 행동을 변화할 때까지 김정은을 계속 강하게 움켜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 공군 여성 조종사 출신인 맥셀리 의원은 “대통령이 우리에게 역사적인 기회를 줬고, 우리는 최대의 압박 작전을 유지하고 한반도의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트럼프, 북미회담 질문에 “우리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강조

    트럼프, 북미회담 질문에 “우리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강조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샤프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한 자리에서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을 취소할지 우려되느냐?’, ‘북미정상회담이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라고 거듭 말했다. 이어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았고, 전혀 통보받은 바도 없다. 우리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취소 여부에 대한 질문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으며,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 그게 무엇이든 간에”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엄포를 놓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 우리는 지켜볼 것이다.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 주장을 고수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될지에 대해 확실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