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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리시 인사이트] 남북 비밀접촉 설명할 건 설명해야

    최근 북한의 대남행위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공식 매체를 통해 남북관계 이슈에 대한 정보를 남한보다 더 많이 공개하는 것이다. 남한 정부의 대북 정책이 여전히 밀실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노리고 남한 국민들을 흔들려는 전략이다. 지난 2월 남북 군사실무회담 당시 “북한이 저자세로 매달리듯 회의에 임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회의 분위기를 상세하게 공개한 일이 그랬고, 이번 비밀 접촉 폭로 역시 비슷한 수법으로 읽히고 있다. 북한이 노리는 것은 남남갈등이다. 원칙적이고 꼿꼿하기만 한 줄 알았던 이명박 정부가 북한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었다니 보수진영에는 배신감을, 진보진영에는 아마추어라는 비판을 불렀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 과정에서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외부의 적이 필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면서도 폭로 내용 가운데 북측에서는 누가 나섰는지, 우리의 요구에 어떤 입장을 가지고 협상에 임했는지 등 조금이라도 불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배신감이 잦아든 지금 우리 국민들은 북한의 주장이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궁금하다. 북한은 어떤 협상 조건을 내걸었는지, 무엇을 요구했는지, 천안함·연평도에 대한 북측의 입장에는 변화가 있었는지 협상의 전모가 궁금하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 “북한의 주장은 진의를 왜곡한 것”이라는 통일부 대변인의 논평이 전부였다. 특히 비밀 접촉에 있어서 우리 외교안보라인의 아마추어적인 행동은 아쉬운 부분이다. 비난받을 부분은 받더라도 “돈봉투를 내놓고…정상회담을 구걸했다.”는 표현을 쓰고 실명을 거론했으면 최소한 책임 있는 사람의 진솔한 해명이 필요하다. 비밀 접촉은 말 그대로 양측이 ‘절대 함구’라는 기본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신뢰의 문제다. 우리에게 치명타를 입혔다면, 상대방에도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신뢰 훼손의 문제다. 책임 있는 사람의 책임 있는 의혹 해명이 필요하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여·야, 남북비밀접촉 일제히 질타

    여·야, 남북비밀접촉 일제히 질타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3일 남북 정상회담 비밀 접촉 논란과 관련,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원한다면 적대적 대북 강경책부터 버리고, 쌀 지원 등 인도적 지원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조건 없는 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6·15 선언과 10·4 선언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것이 남북 문제를 푸는 첫걸음”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원내대표의 연설 직후 이뤄진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도 비밀 접촉 논란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정부가 지난달 베이징 접촉에서 교통비 등의 실비로 1만 달러를 북측에 주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은 “돈 봉투와 정상회담 구걸 등 지난 정권의 행태를 따라하고 있다.”면서 “‘도루묵 정부’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정부 당국자들이 북한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이것이 회담이라면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라 대통령이나 장관의 임명장 발부가 있어야 했다. 이를 발부하지 않은 것은 정부 스스로 불법을 자행한 셈”이라면서 “통일부 장관과 국정원장 및 대통령실장이 사표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다만 미래희망연대 송영선 의원은 “남북이 기 싸움으로 시간을 끌지 말고 조속히 대화에 나서야 할 때”라면서 “남북 대화는 1인 독재인 북한의 특수성을 감안해 정상이 만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황식 국무총리는 “정부는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를 유도해 북한이 명분 있게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북한이 밝힌 내용은 왜곡됐다.”면서 “(남북 정상회담을) 애걸하거나 돈 봉투로 매수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북한의 폭로 의도는 남한 정부를 곤경에 빠뜨리고 남남 갈등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여야가 입장 차를 노출해 온 북한인권법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은 6월 국회에서 민주당이 요구한 북한민생인권법을 함께 논의키로 한 것과 관련, “‘희석 폭탄용 법안’을 급조해 북한인권법 속에 섞어 물타기로 없애 버리려는 전술”이라면서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북한인권법은 선언적 의미 외에 실질적 효과가 미미하다.”면서 “북한인권법보다 북한인권결의안이 현실적, 실질적 방법”이라고 반박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박선영 “남북간 2차례 더 비밀접촉”

    남과 북은 북한이 공개한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의 비밀접촉 외에 정상회담을 위해 두 차례 더 비공개로 만났다고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2일 전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인 박 의원은 “남북 실무자들이 지난해 12월 초와 올 3월에 동남아 지역에서 비공개로 만났다는 사실을 믿을 만한 소식통으로부터 들었다. 이번에 베이징에서 만난 것은 이 두 차례 접촉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남북은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사과 문제에 대해 일정 부분 이견을 좁혔다고 박 의원은 덧붙였다. 박 의원은 “북한은 접촉 당시 ‘천안함과 연평도 문제에 대해 북한이 사과했다고 남측이 해석하고 주장할 여지가 있는 그런 정도의 표현을 고려해 보겠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며 “북한이 이처럼 다소나마 진전된 태도를 보인 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베를린선언이라는 장밋빛 선언을 한 배경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정부 외교안보라인 문제 없나

    정부 외교안보라인 문제 없나

    남북 간 비밀접촉을 폭로, 남북관계가 급격히 경색되도록 만든 1차적 책임이 북한에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집권 4년차를 맞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과 외교안보 부처 간의 팀워크가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대북정책의 원칙이 흔들리면서 과거 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고, 외교안보라인의 인적 구성이나 청와대, 국가정보원, 통일부, 외교부 등 관련 부처가 줄곧 엇박자를 낸 것도 남북관계가 사실상 파탄에 이르는 상황을 초래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임기 1년 8개월여를 남겨두고 이미 경제, 외교 분야에서는 성과를 냈지만, 상대적으로 남북문제에 있어서는 부진하다는 조바심이 ‘아마추어적인’ 대북 접근의 원인이 됐으며, 남북관계는 투명성을 바탕으로 접근한다는 기본 원칙마저 흔들었다는 분석이다. 대북 문제 전문가는 “남북관계, 특히 정상회담은 조심스럽고 차분하게 단계적으로 논의해야 하는데, 남북관계가 전혀 개선이 안 된 가운데 정상회담 목표에만 너무 조급성을 띤 것이 이번 사태의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한의 협상 행태나 협상 과정에 대해 알고 있었더라면 무리하게 (남북접촉을) 추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정부 내 외교안보라인에 북한 전문가가 없다는 점이 이번에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대북 정책의 부재와 유연성 부족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비핵개방 3000’으로 대표되는 대북정책이 있지만, 지난해 터진 천안함·연평도 사건과 관련한 대북 제재 조치에 얽매여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찾는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했고, 결국 이 같은 상황이 북한의 비밀접촉 폭로에 이어 남북 비핵화회담, 6자회담까지 발목을 잡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학자 출신(현인택 통일부 장관·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강경파가 주도하는 외교안보라인이 한계를 드러낸 만큼 중도성향의 대북 문제 전문가들을 투입하는 등 전반적인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북관계는 청와대와 국정원, 통일부 등 관련 부처의 상호 협조체계가 중요한데 이 같은 시스템이 톱니바퀴처럼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특히 청와대가 국방개혁, 한·미동맹, 비핵화 추진 문제 등에 치중하면서 남북문제의 컨트롤 타워 역할은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 내 주도 세력인 강경파의 눈치를 보느라 정작 관계 부처에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또 대북 문제의 주도권을 놓고 번번이 갈등을 빚어 온 국정원과 국방부, 천안함·연평도를 분리하더라도 비핵화를 먼저 추진하려는 외교부와 남북관계 우선 원칙에 따라 천안함·연평도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통일부 사이의 입장 충돌 등 외교안보 부처 간의 엇박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 전문가는 “현 정부에 사실 북한 전문가가 있느냐. 북한에 한번 가 본 사람이 있느냐.”면서 “(이번 사태는) 아마추어리즘과 고지식이 복합적으로 빚어낸 불상사”라고 말했다. 김성수·김미경·윤설영기자 sskim@seoul.co.kr
  • “남북 비밀접촉은 사과받기 위한 것”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2일 북한이 전날 주장한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과 관련, “비공개 접촉의 목적은 천안함·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한 북한의 분명한 시인·사과·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기 위한 접촉이었지, 정상회담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현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 “정상회담을 모색한 것은 잘한 일인데 왜 국민한테는 대화를 안 할 것처럼 하면서 북한에 애걸했느냐.”는 민주당 이석현 의원의 추궁에 “정상회담을 애걸한 적은 전혀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현 장관은 이 의원이 “‘정상회담을 올 6월 말 8월, 내년 3월에 하자’고 한 것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의도에서가 아니냐.”고 묻자 “정치적 고려나 목적으로 북한과 비공개 접촉을 하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북한이 이런 것(비공개 접촉)을 갖고 그야말로 폭로성 반응을 보이는 건 사실상 남북간 기본을 해치고,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공개 접촉에 대한) 녹취록은 없다.”고 덧붙였다. 김황식 총리도 “정상회담이든 남북대화든 접촉 절차를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거들었다. 현 장관은 “정부와 통일부가 전날 왜 세게 대응하지 못했느냐. 발목 잡힌 것 아니냐.”는 한나라당 조해진 의원의 지적에는 “발목 잡힌 일 없다. 북한이 전대미문의 무책임한 폭로 행태를 했는데, 우리가 국격 있는 국가로서 (북한과)똑같이 행동하는 건 한반도의 평화 안정을 위해 올바른 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 의원의 ‘북한의 진정성이 없으면 회담 자체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말에 “정부도 그런 기조에서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그런 바탕에서 해나갈 것”이라고 답변했다. 현 장관은 다만 민주당 김유정 의원이 “북한이 사과하면 정상회담을 제안하려던 것 아니냐.”고 묻자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부인한 적은 없었다. 북한이 책임 있는 조치를 하면 대화의 수순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성규·강주리기자 cool@seoul.co.kr
  • “北의 벼랑끝 전술… 美·中 남북관계 입김 커질듯”

    “北의 벼랑끝 전술… 美·中 남북관계 입김 커질듯”

    북한 전문가들은 지난 1일 북한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북한 비밀접촉 내용을 공개한 것에 대해 전형적인 북한의 ‘벼랑끝 전술’이라고 진단했다.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남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으며, 남북관계 단절의 책임을 남측으로 돌리기 위한 극단의 조치라는 것이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실상 이명박 정부에서 남북관계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면서 “남은 임기 동안 관계개선이나 대화 재개의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단언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도 “남북관계에 있어서 무엇을 하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고 ‘선 남북대화’라는 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분간 냉각기는 불가피하겠지만 대화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물밑 대화를 공식대화로 전격 제안하면서 남북대화 동력을 살려 나가면 현 상황을 극복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남측을 압박하는 한편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통한 6자회담 재개 노력에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조원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후계구도 구축과정에서 권력누수를 우려해 내부적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이번 일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강성대국 건설을 앞두고 계속해서 남한을 때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북·중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중재안을 북한이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남북관계 진전보다는 미국에 메시지를 보내는 ‘통미봉남’ 패턴으로 관계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윤 교수는 이 과정에서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 북한이 강경수를 둘 가능성도 내다봤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역시 “남측이 지금과 같은 행동을 계속한다면 제한적이지만 상징적인 무력시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앞으로 남북관계에 있어서 미국·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지금보다 심화될 것으로 관측했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속도를 내려고 하고 미국은 핵문제 해결이 급한 상태다. 남북대화는 안 되고 북·미 대화가 치고 나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서해5도 낡은 집 1810동 신축

    천안함 폭침과 북한군 포격 도발이 발생한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5도의 주택 개선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2일 인천시에 따르면 정부가 이달 완료할 ‘서해5도 종합발전계획’ 연구용역 보고서에는 서해5도 노후 주택 신축 등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이 최우선 과제로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부터 2016년까지 295억원을 들여 20년 이상 된 노후 주택 1810동을 새로 지을 예정이다. 섬별로는 백령도 979동, 대청도 466동, 연평도 365동 등이다. 신축될 주택은 국토연구원의 안전 점검 결과 대부분 철거를 해야 하는 D·E등급 판정을 받은 낡은 건물들이다. 정부는 이 중 신축이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목조주택 492동을 우선 새로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백령도 395동, 대청도 65동, 연평도 32동인 것으로 파악됐다. 신축비는 정부가 70%를 지원하고 나머지 30%는 주민들이 부담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정부는 이와 함께 서해5도에 있는 불량 주택 840동에 대해서도 지붕 개량 등의 개선 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이 사업에는 42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정부가 수리 비용의 80%를 지원한다. 서해5도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은 지난달 30일 서해5도를 방문한 김황식 국무총리가 직접 약속한 것이기도 하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드러난 남북 비밀 접촉] 北, 비밀 접촉 폭로 왜

    북한이 1일 남측이 세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다며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렸던 남북 비밀 접촉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혀 폭로 배경이 주목된다. 북측이 이명박 정부의 ‘이중성’을 앞세워 남측 정부와 더 이상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만큼, 향후 남북관계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우선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관련 접촉을 상세히 밝힌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남북 간 진행 중인 사안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공개한 것은 전례가 없다.”며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한 사과 및 정상회담 관련 주제로는 더 이상 남측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 같은 의도는 지난달 30일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미 드러난 바 있다. 당시 성명은 “시간이 급한 것은 우리가 아니라 (이명박) 역적패당일 것”이라며 남측 정부와 상종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날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말 바꾸기’와 세 차례 정상회담 제안 등을 밝히며 쐐기를 박은 것이다. 북측은 특히 지난달 18일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초청하는 문제에 대한 남측 정부의 진의가 북측에 전달됐다고 밝힌 것에 대해 “남측이 비밀 접촉을 날조해 먼저 여론에 공개하고 허튼소리를 내돌리는 이상 우리도 있었던 사실을 그대로 까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책임을 남측에 돌렸다. 북측이 남측 정부의 이중성을 여러 차례 강조한 것은 남측 국민에게 메시지를 던져 여론 분열을 조장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중국 등 남북대화를 먼저 하라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대해 남북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남측으로 돌려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북측 국방위 대변인 대답이 ‘평양의 최후통첩’이라고 평가한 뒤, 북한이 ‘정세의 긍정적 발전’을 바라고 있다며 남측에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조선신보는 “조(북)중수뇌회담에서는 ‘전 조선반도의 비핵화목표 견지’ ‘6자회담 재개 등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추구’ 등 정책방향이 확인됐고 그 직후 평양에서 동족대결정권을 향한 최후통첩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측이 남북대화를 할 마음이 없다는 것을 드러낸 만큼 북·미 대화로 건너뛰거나 천안함·연평도 문제를 제쳐 두고 핵문제를 먼저 협의하겠다고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사설] 北의 ‘비밀접촉’ 공개 냉철히 대응해야 한다

    남북 당국자들이 지난달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비밀접촉을 가졌다고 북한이 폭로하고 나섰다.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을 통해 우리 측이 6월 하순과 8월, 내년 3월 세차례 정상회담을 갖자고 제의했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회담은 한반도 교착상태를 푸는 최선의 수순인 만큼 이를 성사시키기 위한 접촉은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측이 부끄러운 뒷거래를 한 것처럼 북측이 까발리고 나선 행태는 협상의 금도를 벗어난 또 다른 도발이다. 냉철한 대응이 필요하다. 조선중앙통신이 어제 공개한 원문을 보면 막가파식 폭로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 측이 정상회담을 애걸하고, 구걸했다고 주장하며 매도하는 표현이 하나 둘이 아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이 상황을 날조한 것이라고 한다. 그의 설명대로 우리 측이 “제발 좀 양보해 달라.” “제발 딱한 사정을 들어 달라.”는 등 자존심을 팽개치면서까지 매달렸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대단히 구체적이다. 북측이 행여 이명박 정부와는 대화를 포기할 생각까지 하는 단계에 이른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북측이 설령 벼랑 끝에는 설지라도 우리 측을 붙잡고 함께 뛰어내리지는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측이 원인 제공을 한 측면이 없는지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 측이 접촉과 관련한 내용을 비밀로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북측은 주장했다. 지난달 우리 측은 북측에 진정성 있는 제안을 했다면서 접촉 사실을 공개했다. 이 자체가 그들에게는 유쾌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들이 폭로한 내용도 해명해야 할 게 있다. 북측에서는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을 만들자고 우리 측에서 제안했다는 게 사실인지 밝혀야 한다. 만일 그렇다면 천안함·연평도 도발과 관련해 진정한 사과를 요구해온 일관성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아울러 북측에 건넸다는 돈 봉투는 뭔지도 명쾌하게 설명해야 한다. 이런 의혹들이 불신을 키우게 되면 남북관계는 더 어려워지게 된다. 한 당국자는 남측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안이한 분석이 될 수도 있다.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지만 분명 심각한 상황이다. 이를 직시해야 해법을 찾는다. 북측은 대남 압박을 본격화할 의도를 드러냈다.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이어질지 예의주시해야 한다.
  • “南, 지난달 돈봉투 주며 세 차례 정상회담 제의” 北, 남북 비밀접촉 전격 폭로

    북한이 1일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 간 비밀 접촉 사실과 접촉에 나섰던 우리 쪽 관련 인사의 실명까지 의도적으로 낱낱이 공개하면서 남북 관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지난달 남한이 베이징 비밀 접촉에서 6월 하순과 8월, 내년 3월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이를 위한 장관급회담을 5월 하순에 열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국방위 대변인은 특히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에서 이명박 정부를 ‘역적패당’, ‘불한당’ 등으로 표현하며 “더 이상 상대 안 하겠다.”고 밝혔다. 국방위 대변인은 또 지난 5월 9일부터 통일부 정책실장 김천식, 국가정보원 국장 홍창화, 청와대 비서실 대외전략비서관 김태효 등이 나와 북측과 비밀 접촉을 했다고 실명을 그대로 밝혔다. 북한이 지난해 발생했던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도발에 대해 사과를 포함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일 여지가 없음을 드러낸 데 이어 우리 쪽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돈 봉투를 줬다고 폭로한 것으로 미뤄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향후 접촉도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비관론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북한의 돌발적인 발표에 긴급 회의를 열고 의도 파악에 나섰다. 통일부 천해성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우리의 진의를 왜곡한 일방적 주장으로서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면서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남북관계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관계에서 이런 형식으로 공개한 것은 이례적인 것”이라면서 “(북한) 내부의 문제가 복잡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성수·윤설영기자 sskim@seoul.co.kr
  • [드러난 남북 비밀 접촉] 조선중앙통신이 주장한 ‘남북 비밀 접촉’ 안팎

    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A4 용지 3장 분량으로 남한이 북한에 정상회담 개최를 요청한 상황과 비밀 접촉 내용에 대해 상세하게 묘사했다. 통신은 “남한 정부가 약 두 달 전인 4월부터 북측에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 접촉을 요청해 왔다.”고 주장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일방적으로 진의나 사실관계를 왜곡한 주장으로 이에 대해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통신은 “비밀 접촉이 이명박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에 따른 것으로 현인택 통일부 장관,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임태희 대통령 비서실장 등 극소수만 알고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 첫 접촉에 대해서는 “5월 9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베를린 선언을 한 것이 9일로, 비슷한 시기에 베이징에서는 비밀 접촉이 이뤄지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 자리에는 통일부 김천식 정책실장, 국정원 홍창화 국장, 청와대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 등이 참석했다고 밝혔으나, 북측의 참석자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우리 측은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지혜롭게 넘어야 할 산’”이라면서 사과를 요구했다고 통신은 전하고 있다. 그러면서 총 세 차례의 정상회담 개최를 목표로 ▲5월 하순 장관급 회담 ▲6월 하순 판문점서 1차 정상회담 ▲8월 평양에서 2차 정상회담 ▲내년 3월 핵안보정상회의에서 3차 정상회담이라는 타임테이블을 내놓았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이어 말레이시아에서 2차 접촉을 하자고 요청했다고도 보도했다. 통신은 남측이 북측에 상당히 저자세로 정상회담을 열어줄 것을 요청했고,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유감만 표시해 달라.”고 굴욕적인 자세를 취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남측이) 제발 딱한 사정을 들어 달라고 구걸했다.”면서 “(천안함·연평도)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으니 제발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 접촉을 갖자.”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천안함·연평도 문제는 현재 남북관계에서 핵심적 문제다. 이게 풀려야 다른 남북관계도 발전할 수 있고 정상회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면서 “공식적으로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비밀 접촉 과정에서 돈 봉투까지 내놓았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참 황당한 얘기다. 말도 안 된다.”고 부인했다. 또 다른 당국자도 “북한과 접촉할 때 이런 식으로 (저자세로) 하지는 않는다.”면서 “비밀 접촉 상황에 대한 묘사는 날조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통신은 우리 측이 “비밀 접촉이 오고 간 이야기가 이남에 알려지면 좋지 않으니 꼭 비밀에 부쳐 달라.”고 했다고도 보도했다. 통신은 “진정으로 북남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있다면 애당초 ‘베를린 제안’과 같은 악담을 늘어놓지 말았어야 하며 비공개 접촉 사실을 왜곡해 신의 없이 공개하는 연극도 놀지 말았어야 했다.”고 비난했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의 요구에 대해 북한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었으며 이틀 전 국방위 대변인 성명 형식을 통해 ‘우리 당국과 상종하지 않겠다’고 해 접촉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어 “이렇게 공개한 것은 처음이고 분명히 이례적인 상황”이라면서 “북한의 의도를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복잡한 내부사정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ROTC 50돌] “ROTC는 국가의 ‘간성’… 軍발전 기여 높여야”

    [ROTC 50돌] “ROTC는 국가의 ‘간성’… 軍발전 기여 높여야”

    “ROTC는 영원한 스승이자 마음의 고향입니다.” 1961년 학생군사교육단(ROTC) 1기 출신인 박세환 재향군인회장은 ROTC 창설 50주년을 하루 앞둔 3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도발 위협이 가중되던 불안한 시기에 ROTC 1기생에 지원한 뒤 교관들로부터 통솔력과 리더십, 희생과 봉사 정신을 배운 덕분에 지금까지 군 안팎에서 사회적 기여를 하게 됐다.”면서 ROTC를 자신의 ‘영원한 스승’이라고 밝혔다. 평소 여성 ROTC 제도 도입을 강조한 박 회장은 지난해 처음으로 여성 ROTC 후보생이 탄생한 것과 관련, “안보에는 남자와 여자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면서 “1973년 이미 여성 ROTC 제도를 도입한 미국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많이 늦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안보 상황이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ROTC 제도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라면서 “ROTC의 역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군 발전을 위한 기여도를 최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ROTC 출신 장교로 임관하던 1963년과 비교해 안보환경이 달라진 점을 강조하며 우리 군의 자세에 대해 조언했다. 그는 “북한은 심각한 경제난에도 노동당 규약에 명시된 ‘한반도 공산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핵을 비롯해 각종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비대칭전력 개발 등 군사력 건설에 치중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위협을 비롯한 모든 형태의 위협에 즉각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전방위 국방태세 완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지형에 적합한 독자적인 전략전술 개발과 최신 전투장비 개발 도입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우방국과의 군사교류를 더욱 확대하고 실전 같은 교육훈련을 통해 최상의 전투력을 구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박 회장은 최근 국방개혁과 관련해 군 안팎에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는 점에 대해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서 즉각적이고 강력한 보복을 하지 못한 뼈아픈 경험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국방개혁은 피할 수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시대적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2015년까지 우리 군의 핵심 능력을 강화하고 2030년까지 전면전을 포함해 각종 유형의 안보위협에 대비할 수 있도록 군사력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국방개혁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방통행식 추진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박 회장은 “각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들을 면밀히 검토해 보완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1단계 개혁목표 기간이 불과 4년밖에 남지 않은 만큼 국회에서 입법처리한 후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최선의 해소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ROTC 후배들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 박 회장은 “장교는 국가의 간성”이라면서 “안보가 흔들리면 나라가 위태롭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부끄럽지 않도록 국토방위에 헌신해 달라.”고 당부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씨줄날줄] 상종(相從)/주병철 논설위원

    상종(相從)은 사전적 의미로 서로 따르며 친하게 지냄을 뜻한다. 듣기에 좋은 말이다. 요즘에는 ‘끼리끼리‘ ‘초록은 동색’이라는 다소 비꼬는 뜻으로 변질됐다. 사람의 인격이 고양되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는, 즉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상종의 매력이다. 귤나무도 조건과 환경이 다른 곳에서는 엉뚱하게도 탱자 열매를 맺는 잡목이 될 수 있다는 귤화위지(橘化爲枳)도 넓게 보면 상종의 어원과 맞닿아 있다는 학설도 있다. 상종이란 의미가 잘 와 닿는 사자성어 가운데 유유상종(類類相從)이 있다. 주역의 계사(繫辭) 상편에 방이유취 물이군분 길흉생의(方以類聚 物以群分 吉凶生矣)라는 구절이 있다. “삼라만상은 그 성질이 유사한 것끼리 모이고, 만물은 무리를 지어 나누어 산다. 거기서 길흉이 생긴다.”는 말이다. 춘추전국시대의 순우곤과 관련한 고사도 이와 비슷하다. 제(齊)나라 선왕(宣王)이 순우곤에게 각 지방에 흩어져 있는 인재를 찾아 등용하도록 지시했다. 며칠 뒤 순우곤이 일곱 명의 인재를 데리고 왕 앞에 나타나자 선왕이 이렇게 말했다. “귀한 인재를 한번에 일곱 명씩이나 데려 오다니, 너무 많지 않은가?”라고. 그러자 순우곤은 “같은 종의 새가 무리지어 살듯 인재도 끼리끼리 모입니다. 그러므로 신이 인재를 모으는 것은 강에서 물을 구하는 것과 같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상종엔 상극이란 뜻도 있다. 갈등의 골이 깊은 유대인과 사마리아인. 기원전 970년 무렵부터 기원전 926년까지 유다와 이스라엘 민족을 다스린 솔로몬왕이 죽은 뒤 이스라엘은 사마리아가 수도인 북쪽의 이스라엘왕국과 예루살렘이 수도인 남쪽의 유다왕국으로 분열됐다. 이스라엘왕 여로 보임이 유다왕국의 예루살렘 성전 순례를 막으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유다왕국이 고레스의 칙령으로 다시 예루살렘 성전을 건축하려는 데 이스라엘왕국이 훼방을 놓으면서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고 말았다. 이후 사마리아인들은 유대인들에게 멸시당하고 상종도 못하는 존재가 됐다. 북한 국방위원회가 그제 이명박 정부가 반북 대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더 이상 남측과 ‘상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남한의 대북정책 변화를 노린 압박시위의 성격이 짙은 것 같다. 하지만 천안함·연평도 포격사건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모르쇠로 일관하는 북측의 만행을 감안하면 ‘상종’ 선언은 우리가 해야 하지 않을까. 같은 민족이라는 동질감만으로 언제까지 참고 견뎌야 하나.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현대오일, 연평초·중·고 급식설비 지원

    현대오일뱅크가 학교 급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연평도에 식자재 저장설비 등을 지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31일 인천 옹진군 연평리 연평초·중·고등학교에 대형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등 최신 급식 설비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연평도는 도서지역이란 특성상 육지로부터 공급받는 식자재 조달이 불규칙하고, 70여명의 급식을 감당하는 터라 최소한 2~3일을 저장할 수 있는 대형 설비가 필수적이다. 이 사연을 전해 들은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7일 대형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등을 보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北 고암포 기지 완공 단계 공기부양정 등 이동 배치”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 5도를 북방한계선(NLL)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북한의 고암포에 공기부양정을 배치할 수 있는 해군기지가 완공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29일 “북한이 황해도 고암포에 건설 중인 대규모 해군기지의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면서 “공기부양정과 공기부양 전투함을 보관하는 육상계류장의 모습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견고한 콘크리트로 된 육상계류장은 60여개에 달해 일시에 공기부양정 60여척을 배치할 수 있을 것으로 군과 정보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고암포 기지에는 이미 일부 공기부양정이 이동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사설] 남북회담·사과 없는 6자추진 공허하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7박 8일간의 방중을 마무리하고 어제 귀국했다. 식량 원조를 포함한 중국의 지원 확보, 3남 김정은으로의 후계체제 인정 등을 받으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6자 회담 재개에 대한 의견 일치도 보였다. 하지만 6자 회담이 북한 측이 하겠다고 해서 열리는 것만은 아니다. 그에 앞서 당사자인 남북 회담이 우선돼야 한다. 김 위원장이 주장하는 6자 회담 주장은 남북 회담을 시작으로 북·미 회담, 그리고 6자 회담을 하는 3단계론과는 역방향이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시인과 사과, 재발 방지 약속이 있어야 한다. 북한이 정말 6자 회담을 원한다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김 위원장이 방중을 통해 빛의 속도로 변하는 세상의 변화상을 읽었다면 국제사회 상식에 입각해 내정·외치를 해야 한다. 지금 세상은 개인이나 국가나 독불장군 식으로는 존재하기 어려운 시대다. 비핵화를 통한 개혁·개방만이 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다. 북한은 강성대국 구호에 집착해 변화를 단행하지 않고 있다. 개혁·개방은 시늉에 그치면서 6자회담 장으로 나왔다가 실속만 챙기고 여의치 않으면 즉시 빗장을 닫아 거는 꼼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이래서는 식량난 해결도, 김정은으로의 후계자 3대 세습도 순조롭지 않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오죽했으면 김 위원장이 그토록 매달렸던 중국마저 이번엔 경제협력이나 후계 문제에 대해 미온적이었겠는가. 실제 김 위원장과 후진타오 주석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후계체제 인정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고 한다. 지난해 8월 방중 때보다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건강은 내외에 과시했지만 설 땅은 좁아진 것이다. 그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과 첨단업체, IT 기업, 할인매장 등을 방문하면서 다양한 중국의 변화상을 목격했다. 북한으로 돌아가서는 체험한 국제사회의 감각으로 남북대화, 6자 회담에 나와야 한다. 북한이 식량난이나 경제협력에서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심화되는 것은 후유증을 남길 우려가 있다. 북한이 빗장을 열고 남북 간 대화 및 경제협력에 나오도록 추동해낼 수 있는 우리의 외교역량 발휘도 요청되는 시점이다.
  • [함께 뛰는 대기업·중소기업] 현대차그룹, 임직원 4000명 매년 소외 이웃에게 생필품

    [함께 뛰는 대기업·중소기업] 현대차그룹, 임직원 4000명 매년 소외 이웃에게 생필품

    현대차그룹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의 어려운 이웃 돕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6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해피 글로벌 청년 봉사단은 2008년 7월 창설돼, 국내외 이웃에 대한 관심을 갖고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이용해, 매년 1000여명씩 세계 각지를 누비고 있다. 지난 1월 인도와 필리핀, 브라질 등 세계 오지마을로 봉사를 떠난 6기 글로벌 청년봉사단은 모두 500여명이다. 지원자 2만 4000여명 중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뽑았다. 저소득층 대학생에게 특별 가산점을 부여한 결과 78명의 교통사고 유자녀,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도 포함됐다. 국내에서도 지속적인 봉사활동을 펼친다. 다문화 가정 멘토링, 이주 노동자 시설 정기 봉사, 빈곤 퇴치 캠페인, 헌혈 캠페인 등에 나서고 있다. ‘함께 움직이는 세상’이라는 구호 아래 체계적으로 나눔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활동을 펼치는 것이 특징이다. 직원들 역시 적극적으로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매년 4000여명의 그룹 임직원이 직접 저소득층, 독거노인 등 전국의 소외 이웃을 방문해 생필품을 전달하고 청소, 집수리 등의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사회공헌재단인 해비치재단은 저소득층 장학 사업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사안이 있을 때마다 도움을 주고 있다. 연평도 포격 피해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통합 예술 치료가 대표적인 예다. 뜻하지 않은 포격으로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연평도 어린이 100여명을 대상으로 전문 치료사를 동원해 마음을 치유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시론] 김정일 방중과 우리의 대응/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시론] 김정일 방중과 우리의 대응/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중국 초청으로 방중한 김정일 위원장이 동북3성을 시찰하고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을 예방한 뒤 베이징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북·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결과는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이 크므로 다방면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치밀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 김정일의 입장에서 이번 방문의 3대 목적은 어처구니없는 3대 세습에 대한 중국의 반감을 달래고, 주민들에게 약속한 내년 강성대국 진입의 시늉이라도 내기 위해 중국의 경제 지원을 얻어내며, 북핵문제와 남북관계에 대한 양국의 전략을 조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먼저 후계문제는 ‘주체’국가인 북한으로서는 중국의 공인이 필요없다는 게 공식 입장일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 중국은 지구상 아직 잔존하는 몇 안 되는 공산주의 형제국이고 최근 경제뿐 아니라 정치·외교·군사 부문까지 대중 의존이 심화되고 있으므로, 김정일은 사회주의와 상반되는 세습 승계를 저질러놓고 염치는 없지만 중국의 최고지도자에게 이를 명백히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이를 위해 작년 8월에 이어 또다시 부친의 혁명 유적을 둘러보고 2000㎞를 내달려 차기 지도자 시진핑의 후원자이고 상하이방의 대부인 장쩌민의 정치적 지원을 요청했다. 후 주석이 이를 명백히 인정하지는 않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 지도부는 김정은으로의 후계를 인정할 것이다. 특히 한·미동맹과 한·일 군사협력이 전례 없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으로서도 북한을 섭섭하게 대우하기 어려울 것이다. 보다 확실한 것은 북·중 경협 강화이다. 먼저 북한은 나진항을 중국 동북3성의 동해 출구로 보장하면서 나선 경제무역지대와 압록강 유역 황금평 특구 개발에 대한 중국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북·중 국경지역은 개성공단을 능가하는 경제협력의 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에 식량 및 유류도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에게 양면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다. 먼저 전략적 기로에 선 북한이 핵 실험, 미사일 발사 또는 추가 대남 무력 도발 등 모험적인 노선을 선택할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다. 중국의 경제 지원은 북한이 한반도 정세 안정에 기여하는 정책을 취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댈 곳이 생긴 북한이 미국에는 화해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우리 정부에 대해서는 강경책을 펼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연초부터 남한에 나름대로 대화 ‘흉내’를 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제는 더 이상 체면 손상 없이 남북 대화를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강변할 것이므로 후 주석도 이를 강요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민족자산인 북한의 지하자원이 속속 중국에 넘어가고 우리 기업들의 남북 경협 기회도 축소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보아 북한 정권이 무너질 때 북한에 대한 이익과 영향력이 커진 중국이 우리의 통일 과정에 비우호적인 목소리를 낼 우려도 제기된다. 북중 정상회담 결과, 김정일은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고 경협을 지속적으로 보장받기 위해서라도 한반도 정세 안정을 모색하는 행보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때 우리가 또다시 북한의 굴복을 강요한다면, 북한이 우리가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미국이 대북 식량 지원 과정을 밟으면서 ‘전략적 인내’에서 ‘전략적 포용’ 쪽으로 정책을 선회하고 6자회담 재개를 모색하고 있으므로, 우리가 6자회담 재개 조건으로 남북문제를 계속 내세울 경우 우리의 외교가 궁지에 몰릴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남북문제와 북핵문제를 분리 접근하는 것이 현명하다. 천안함과 연평도는 남북 간에 따지고 우선 북핵문제를 협상을 통해 해결해 가는 것이 현명하다. 또한 북한의 사과를 전제조건화해 협상 자체를 어렵게 하는 것보다는 대화를 통해 추후 도발 방지 약속을 얻어내는 동시에 사실상의 사과도 받는 것이 현실적이다.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경우 단호히 응징할 수 있는 태세를 구비하는 한편 ‘궁한 적은 쫓지 않는다.’는 원칙에 의해 실용적 강온 양면책으로 북한을 관리해야 할 시점이다.
  • [김정일·후진타오 정상회담] 1년새 세번째 회담… 황금평 개발 등 경협 구체화 주목

    [김정일·후진타오 정상회담] 1년새 세번째 회담… 황금평 개발 등 경협 구체화 주목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정상회담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5월에는 후 주석과 원 총리를 모두 만났고, 지난해 8월에는 후 주석과 만나 핵심 관심사를 논의했다. 지난 22일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만난 원 총리가 “중국의 발전 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자신들의 발전에 활용하기 위한 기회를 주려는 목적으로 김 위원장을 초청했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일단 양국 간 경제협력 문제가 정상회담의 ‘헤드테이블’에 자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의 후계구도, 6자회담 조속 재개 등을 포함한 한반도 정세, 양국 간 관계 강화 등도 ‘정상회담 서류봉투’에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25일 “중국은 북한의 경제적 안정이 한반도 안정, 나아가 동북아 정세의 안정에 직결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후 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개혁·개방의 효용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일년 사이 세 차례나 정상회담이 열린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이전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경협 안건이 더욱 구체화된 모습을 드러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지난해 5월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신압록강대교 건설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상호 이익의 원칙에 의거해 중국 기업의 대북 투자를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원 총리는 “중국의 개혁·개방과 건설 경험을 북한에 소개하길 원한다.”면서 “매우 큰 잠재력을 갖고 있는 양국 경제협력을 위해 국경 지역 기초시설 건설에 박차를 가하자.”고 제안했다. 지난해 8월 후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선 김 위원장이 나선특별시와 청진항 등을 통한 ‘동해 출해권’ 제공에 원칙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 방중 직후인 이달 말 랴오닝성 단둥에서 열리는 압록강 황금평 공동개발, 북한 나선에서 열리는 지린 훈춘~나선 간 도로포장 착공식 등이 주목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예정된 ‘이벤트’를 시작으로 ‘중국의 창지투(長吉圖·창춘, 지린, 두만강 유역) 개발계획’을 포함한 동북3성 진흥계획과 북한을 연계시키는 다양한 경협 사례들이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민간 기업들의 투자는 북한의 법·제도 정비와도 맞물리는 만큼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이 어느 정도의 약속을 내놓았는지도 관심이다.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선 지난해 발생한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이 여전히 미해결된 상태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중재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은 이미 ‘남북대화-북미대화-6자회담 재개’ 수순에 동의한 상태이기 때문에 북한을 남북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중재 수를 내놓았는지가 최대의 관심이다. 후계 구도와 관련해선 이미 후 주석을 비롯한 중국 최고지도부가 “새 지도부가 북한을 잘 이끌어 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여러 차례 표명한 데다 저우융캉(周永康) 상무위원과 멍젠주(孟建柱) 공안부장 등이 방북했을 때 김 부위원장과 직접 만나 이름까지 거론하며 방중을 요청한 것으로 미뤄 그다지 큰 이견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중국 측으로서도 3대 세습에 맞장구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내놓기보다는 ‘로키’로 안정적인 후계를 당부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물론 공식 발표문에는 이런 부분이 일절 언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장·차관 ‘현장행정’ 빛과 그림자

    장·차관 ‘현장행정’ 빛과 그림자

    지난 23일 이명박 대통령이 신임 차관들에게 현장행정을 강조한 것과 관련, 각 부처 기관장들의 현장행정 실태를 파악한 결과, 대부분의 기관장들은 현장행정을 나름대로 충실히 하고 있었다. ●“현장에 답이 있다” 주간·월단위 방문 서울신문이 24일 파악한 바에 따르면 장·차관 등 기관장들은 주간 단위 또는 월단위로 현장을 찾고 있었다. 이돈구 산림청장은 25일 백두대간 산림훼손 복원지에 이어 27일에는 거제의 소나무 재선충 방제지, 다음달 1일에는 양양 낙산사 산불 조림지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24일 인천에서 학부모 특강을 하는 등 차관시절부터 해온 주 1회 현장방문을 지금도 이어오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전도사’로 나선 윤영선 관세청장은 다달이 지역 상공회의소와 대학 등을 찾아다니며 FTA이후 경제상황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오는 27일 부산지역을 방문해 중소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최근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서다. 기관장들의 이 같은 현장방문은 리더십의 변화로 비쳐지고 있다. 조직관리나 업무추진보다 행정 수요자인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가려운 곳을 헤아려주는 ‘소통의 행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정책 왜곡 전달 사전차단 효과 이승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부처의 정책이 지자체 등 일선 행정 현장까지 100% 전달되지 않고 왜곡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정책 결정권자인 장·차관들이 직접 정책 현장을 챙기면 이러한 현상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구제역이 창궐했던 올 초 유정복 농림식품부장관과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이만의 환경부 장관 등은 1주일에도 1~2번 이상씩 현장을 방문해 방역상태 등을 점검했다. 4대강 문제, 연평도 포격사건, 물가 급등, 저축은행 부실문제 등 현안이 있는 곳엔 장·차관들의 발길이 잦아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현장방문을 통해 현안이 반드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주무 장관으로서 국민들에게 주는 행정의 체감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장·차관의 현장방문에 대해 곱지않은 시각도 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각 부처 장관들이 앞다투 듯 현장을 찾는 것이 볼썽 사납다는 것. 일과성 전시행정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현장에서 행정수요자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복지나 교육 등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업무일수록 정책결정권자로서의 조정능력을 키우는 데 더 진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교수는 “현장 방문을 통해 현장의 공무원과 지역 주민 등의 의견을 정책에 담게 되면 실효성은 더욱 증가하지만 장·차관 의전 등의 문제로 업무가 지연되거나 마비되지 않도록 사전 계획을 철저히 세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장들 ‘결재 먼저 받기’ 쟁 탈전 기관장이 현장에 나가는 시간이 많을수록 정책 결정 과정이 늦춰진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일부 부처에서는 장관 결재를 받아야 하는 사항에 대해 누가 먼저 받는지를 놓고 국장들 간의 힘겨루기가 벌어지기도 한다. 행안부의 한 간부는 “구제역이 피크를 이뤘을 땐 장관실 비서진 모니터에 결재 순서가 적힌 메모지가 빼곡했다.”면서 “결재를 먼저 받기 위해 쟁탈전이 벌어져 비서들에게 귀띔하고 순서를 바꿔놓을 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를 의식이나 한듯 몇몇 장관들은 주로 주말을 이용해 현장방문을 한다. 맹형규 행안부 장관과 이만의 환경부 장관이 자주 이용했다. 결재 등 내부적인 업무처리에 지장을 주지 않을 뿐더러 일정관리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이동구기자·부처종합 yidongg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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