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눔] 주요은행 문어발식 점포 확장 경쟁 藥될까? 毒될까?
은행들의 점포 확장 기세가 무섭다. 서울신문이 10일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 농협, 외환 등 7개 주요 은행의 올해 1∼3월의 신설 점포수를 확인한 결과 80개에 이르렀다. 이 은행들은 연말까지 270개의 점포를 더 낼 계획이다. 은행들은 “치밀한 시장조사를 통해 신설 계획을 세운 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의 점포 확장이 ‘친구따라 강남가기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무분별하게 점포수를 늘리고, 무리하게 대출을 추진하다 보면 은행권 전체가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
●신도시·강남 등 특정지역 편중 신설
우리은행 농협 신한은행이 특히 공격적이다. 올 한 해 100개의 점포를 낼 예정인 우리은행은 3월말까지 27개의 새 점포를 세웠다.4월에만 6∼8개의 영업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농협은 지금까지 6개의 점포를 냈지만 연말까지 서울과 수도권에만 100개의 점포를 확충할 계획이다. 조흥은행을 흡수한 신한은행도 올 들어 16개의 점포를 새로 냈다.
점포 확장의 특징은 신도시와 서울 강남에 지나치게 편중됐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파주 교하지구, 용인 동백지구, 연기군 행정복합도시 예정지구에 모두 새로운 영업점을 냈다. 우리은행의 경우 동백지구에만 올들어 3개의 영업점을 차렸고, 서울 강남구에만 5개를 추가했다. 신한은행도 강남구에 3개의 점포를 새로 냈다. 반면 노원, 성북, 강북, 도봉, 중랑구 등 서울 강북지역에는 7개 은행을 통틀어 겨우 3개의 영업점만이 새로 들어 섰다.
●“점포 신설은 면밀한 시장분석 근거해야”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된 신도시나 강남에 신설 점포가 집중되는 가장 큰 이유는 아파트 집단 대출에 있다. 한 건에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집단 대출을 성사시키면 일단 지점으로서의 규모를 갖추게 된다. 그러나 집단 대출은 이자가 낮아 은행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데다 대출이 부실해지면 은행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결국 집단 대출 고객을 수익성이 높은 신용카드나 투자상품 고객으로 전환시킬 수 있느냐에 신설지점의 운명이 달린 셈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지동현 박사는 “점포 신설은 면밀한 시장 분석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면서 “일단 ‘규모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점포를 내놓고, 무리하게 대출 자산을 증가시키다 보면 은행의 부실로 귀결된다.”고 강조했다. 시중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신생 지점장들은 빠른 시간 내에 많은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많다.”면서 “경기 회복 속도에 비해 지점수가 지나치게 많이 늘어나고 있으며, 은행별로 지점장의 전결 금리 한도가 확대되는 것도 우려스럽다.”고 실토했다.
●미국선 법으로 대출집중도 등 규제
우리나라는 1997년 이전까지는 옛 재무부가 총량(개수)규제, 영업소간 거리 규제 등의 방법으로 영업점의 설치와 이전을 규제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허가제가 폐지됐고, 금융감독원도 은행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지점 신설에 대해 특별한 지침을 마련하지 않았다.
반면 미국은 여전히 연방법과 주(州)법에 따라 ▲재무상황과 경영진 ▲위험 가중 자본의 적정성 ▲개설될 지역의 편익과 욕구 ▲대출의 집중도 ▲해당 지역의 경제상황 등을 승인 기준으로 내세워 지점 설치를 감독하고 있다.
●금감원 “점포 개설비 고객 전가땐 규제”
국내 은행들은 “외환위기와 카드 대란 등을 겪으며 부실 자산에 대한 리스크 관리 능력이 높아졌다.”면서 “감독 당국이 나서지 않더라도 자체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자산 규모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우리은행의 황영기 행장은 최근 “부실 징후가 드러날 경우 즉각 ‘전투 중지’ 명령을 내릴 것”이라면서도 “6개월 내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는 신설 지점들이 많고, 연체율도 낮아지고 있다.”며 지점 신설과 리스크 관리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허가제를 다시 부활시킬 수는 없다.”면서도 “점포 개설 비용이 고객에게 전가되거나 모든 은행이 무분별하게 확장에 나선다고 판단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