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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시각] 공무원 퇴출제 성공하려면/강동형 지방자치부장

    울산발 철밥통 깨기는 ‘나비의 날갯짓’에서 시작됐다. 서울신문을 비롯한 몇몇 언론사에서만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던 것이 서울시가 무능하고 나태한 직원 3%를 의무적으로 선정해 퇴출 작업을 밟으면서 ‘태풍’으로 돌변했다. 울산발 철밥통 깨기의 ‘나비효과’인 셈이다. ‘현장시정추진단’으로 불리는 ‘철밥통 깨기’는 나태하고 무능한 공무원을 선발해 주차단속 등 현장 업무를 시킨 뒤 적응하지 못하면 퇴출하는 제도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울산시를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북대도 이를 벤치마킹해 교수사회에도 무능교수 퇴출바람이 일고 있다. 중앙정부나 정부 투자기관도 예외가 아니다. 사실 이 제도의 원산지는 울산이라기보다는 경기도 부천이다. 부천시는 지난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올해 두번째로 무능 공직자를 선정했다. 그러나 부천시는 ‘특허’를 내지 않아 ‘철밥통 깨기’라는 명품을 울산시에 헌정했다. 국민들은 이 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0∼70%가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긍정적인 결과물도 나오고 있다. 울산에서 현장 업무에 투입된 공무원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과제를 성실히 수행하며 재기를 다짐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부천시는 모두 10명의 퇴출 대상 공무원 가운데 9명이 업무에 복귀하는 성과를 달성했다.1명은 해임됐다. 해임된 공무원은 현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철밥통 깨기는 ‘신분보장의 울타리’에 안주하며 무사 안일한 일처리로 원성을 사고 있는 일부 공직자에게 경종을 울리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부천시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때문에 공무원노조나 직장협의회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높지만 무작정 반대할 사안이 아니다. 공무원노조는 억울한 동료가 나오지 않도록 제도 보완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서울시의 퇴출자 3% 할당제를 비롯한 철밥통 깨기는 장점이 많다. 먼저 무사안일에 젖어있던 일부 공무원들에게는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보약이 될 수 있다. 또 자신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승진을 위해 연줄을 동원하는 공직 풍토를 바꾸는 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서울시의 퇴출 대상자에는 이런 공무원들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이 무리한 승진을 하지 않았다면 퇴출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억울한 사람이 생길 수 있는 단점도 있다. 서울시의 한 국장은 “3명을 선택해야 하는데 2명까지는 확실하게 고를 수 있었지만 ‘나머지 1명’을 고르기는 정말 어려웠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나머지 1명’은 억울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가정이지만 어떤 실·국에서는 5명도 선정할 수 있는데 할당 몫이 2명이어서 3명이 혜택을 볼 수도 있다.‘의무 퇴출제’의 약점이라 할 수 있다. 선정기준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등 제도 보완이 있어야 한다. 10년전 IMF때 우리사회에 구조조정 광풍이 몰아쳤다. 서울시를 비롯한 공직사회에서도 10% 구조조정 바람이 불었다. 당시를 경험했던 서울시의 한 간부는 “실·국장이 구조조정 대상 공무원들을 선발했는데 나가서는 안 될 사람은 나가고 나가야 할 사람은 나가지 않았다.”면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철밥통깨기를 10년전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서울시를 비롯한 많은 공무원들은 당시의 잘못을 기억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불안해하는 이유다. 단 1명의 억울한 공무원이 나오지 않고 이 제도가 성공할 수 있도록 ‘현장시정추진단’ 최종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리고 이 제도가 더욱 보완·발전돼 공직사회에 ‘공무원=철밥통’이라는 등식이 사라지길 기대한다. 강동형 지방자치부장 yunbin@seoul.co.kr
  • [사설] 공직예비시험 도입 취지는 좋지만

    이르면 2011년부터 5급 행정·외무 고등고시 및 7·9급 시험을 공직 후보군(群)을 선발하는 공직 예비시험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고 한다. 채용 예정인원보다 많은 합격자를 선발해 인재 풀(pool)을 만들어 놓으면 일선 부처들이 수시면접으로 기관별 특성에 맞는 적임자를 뽑는 방식이다. 공직 예비시험 제도는 임용권한을 각 부처에 부여해 기관의 특성에 적합한 전문인재를 적기에 확보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1회 대규모 일괄 공채를 통해 각급 공무원을 뽑아 근무 부처를 배정하는 현행 제도는 기관 특성과 행정환경 변화에 맞는 인적자원을 충원하지 못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 수험생 입장에서도 성적에 따라 획일적으로 부처 배정을 받는 현행 시스템에 비해 본인의 희망과 적성을 살려 부처를 지원할 수 있다. 우리는 큰 틀에서 그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인적자원의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새 제도가 지방까지 확대되면 매년 1만 8000명 정도의 예비시험 통과자들을 양산한다.2∼3년의 합격 유효기간 동안 이들은 항상 대기해야 하는 취업 불안정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 기간 중 민간기업 취업이 가능하지만 경력보다는 생계를 꾸리기 위해 귀중한 시간을 소비하는 셈이 된다. 주요 부처에 가기 위해 학연·지연 등 각종 연줄을 동원하는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새 제도가 이런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차후의 입법 과정에서 폭넓은 여론수렴과 세밀한 검토·보완이 있어야 할 것이다.
  • [사외이사 도입 10년(上)] “피감때 사외이사 인맥 총동원 로비”

    “사외이사의 역할에 대해 사회가 너무 큰 기대를 했던 것 같다.”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종우 이사가 나름대로 사외이사제 도입 10년에 대해 내린 평가이다.1998년 외환 위기 이후 정부는 지배주주의 경영 독주를 억제하고, 경영진의 전문성 등을 보완하기 위해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했다.1998년 2월 개정된 유가증권 상장규정에서 ‘모든 상장회사는 이사수의 4분의1 이상(최소한 1인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한 것이 법적인 근거다.●“수백만원 거마비… 얼굴 붉힐 수야” 이 이사는 “사외이사제 도입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우리 기업의 문화를 고려할 때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명백히 있다.”면서 “때문에 이 제도의 도입과 함께 대기업 경영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본 건 우리의 착각이었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대표적으로 인터넷 포털인 ‘다음’의 사례를 들었다. 당시 포털업계 1인자였던 다음은 사회 안팎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자금을 들여 미국의 인터넷검색회사인 ‘라이코스’를 인수했다. 그러나 이 투자는 잘못된 것이었고 결과적으로 포털 1인자 자리를 경쟁사인 ‘네이버’에 내주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이사는 “당시 사외이사들이 반대하지 않았다는 근거는 없지만, 어쨌든 통과됐으니까 인수가 추진된 것 아니냐.”고 분석한다. 금융감독기관의 한 관계자는 “기업에 감사를 나갈 일이 생기면 감사는 물론, 사외이사들까지 총동원돼 각종 연줄을 타고 로비가 들어온다.”면서 “지배주주를 옹호하거나, 기업경영의 잘못된 점을 은폐하기 위해 사외이사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사외이사로 활동했던 한 관료는 “사외이사로 임명되는 과정에서 최고 경영자와의 친분관계가 고려된다.”면서 “기업으로부터 월급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거마비’ 형식으로 한달에 평균 200만원 정도씩 받는 상황에서 ‘안된다.’고 다부지게 말하기 쉽지 않다.”고 고백했다.●`띄엄띄엄´ 이사회… 회사 정보도 부족 사회·문화적 한계도 지적된다. 상장기업의 사외이사로 임명되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적 명망가이거나, 법조계·관료 출신, 경영층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모인 이사회에서 얼굴을 붉혀가며 경영실적을 비판하거나 반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정보의 한계’도 사외이사제가 정착되기 어려운 이유다. 경영이사는 각종 회의에 참석해 의사결정이 이뤄진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두 달에 한 번, 또는 분기에 한 번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하는 사외이사는 정보가 불충분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꿀먹은 벙어리’가 되더라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꿩잡는 것이 매 최근 태광으로부터 우리홈쇼핑의 롯데매각 취소 소송을 당한 경방의 사례. 경방 이사회의 이사 수는 8명. 이중 사외이사는 2명으로 상법상 4분의1 요건을 충족했다.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2명 모두 경방의 대주주들로 제척사유가 있는 이해 당사자들이다. 경방의 한 관계자는 “대주주가 사외이사이기 때문에 경영문제를 보고할 때 더욱 신경쓰인다.”면서 “특히 우리홈쇼핑 매각을 결정할 때도 사외이사들이 대주주였기 때문에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하고, 적대적 M&A(기업인수합병)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기업의 손해를 막았다고 자부한다.”고 설명했다. 즉, 사외이사의 성격과 상관없이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했다는 것이다. 문소영 이두걸기자 symun@seoul.co.kr
  • [최태환 칼럼] 이명박 감상 포인트

    [최태환 칼럼] 이명박 감상 포인트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주 신년 기자회견에서 “실물경제 좀 안다고 경제 잘하는 것 아니다.”라고 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겨냥한 발언이다. 지금 지지도는 별거 아니라는 폄하다. 뒤집으면 부담스럽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이 전 시장의 지지는 고공행진중이다. 현정권의 ‘경제실패’의 반사이익 측면이 크다지만, 엄연한 팩트다. 하지만 탄탄하다 하긴 이르다. 한나라당 지지도 역시 신기루일 수 있다. 며칠전 당의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됐다. 한나라당 지지자 40%가 당을 바꿀 수 있다고 답했다. 아무튼 이 전 시장은 지금 잘나간다. 그는 분명 CEO출신의 강점을 가졌다. 판단력이 빠르다. 추진력이 뛰어나고, 일 처리가 깔끔하다. 그는 해외현장의 경험을 많이 쌓았다. 그 연배로선 드물게 일찍 글로벌화됐다. 디지털을 수용할 수 있는 훈련도 받았다. 해외에 눈뜨지 못했던 산업화 시대였다. 그리고 그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현재 장로다. 금전 문제 등 도덕성 시비에 흠 잡힐 데가 별로 없다는 게 주위의 평이다. 이 모든 것이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 강북 뉴타운개발, 버스 중앙차로제 실시 등의 ‘업적’을 가능케 한 바탕이 됐다. 하지만 이런 그의 능력·이력 이면엔 약점도 담겼다.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들은 우선 사람 쓰는 데 있어 한계를 꼽는다. 그는 조직에 대한 로열티와 일에 대한 열정을 중시한다. 건설 회사는 짜여진 도면에 따라 공기에 맞춰, 최상의 제품을 만드는 게 가장 큰 미덕이다. 성실하게 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창의성보다는 재주를 부리지 않는 근면성과 충성심에 방점을 더 둔다. 정교한 개개인의 능력 차이나 개성을 상대적으로 덜 평가한다는 얘기다. 인재를 가벼이 여긴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어렵사리 자수성가한 이력도 그의 용인술 한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는 시골서 상고를 나와 고려대를 거쳐 대한민국 최대 건설사의 사장자리까지 올랐다. 현대가의 절대신임을 받았다. 오너 2세도 부럽지 않은 신임이었다. 스스로 우뚝섰던 이런 그의 자신감이 사람을 쓰는데, 삼고초려의 정성이 덜 담기게 한다는 분석이다. 상대에 대한 배려가 약할 수 있다. 실제 그의 주변엔 정치인, 교수, 전문가 등 수많은 인물이 몰려들고 있다. 하지만 그의 정치 철학을 가다듬고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성들여 모셔온’ 인물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그와 일했거나 연줄 연줄의 인물, 자발적 지지자가 중심이다. 짜임새 있는 대선주자 캠프로서 2% 부족한 인상을 주는 이유다. 그래선지 그의 행보나 인터뷰 등을 살펴보면 미래에 대한 비전이나 국가 운영의 그랜드 디자인 같은 게 잘 드러나지 않는다. 실제 얼마전 한 언론의 전문가 분석도 그랬다. 실용적인 관점에선 호감이 가지만, 상대적으로 미래 비전이나 철학은 약해 보인다는 견해가 많았다. 지금까지 제시된 경제 정책이나 어젠다도 개발시대의 논리에 치우쳤다는 평가였다. 미래 사회에 대한 고민과 진단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선주자로 나선 그다. 경제를 벗어난 정책이나 담론도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야 하고, 통합의 철학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본격 경선국면으로 가면, 진면목은 가감없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미래비전, 정치력, 인재풀 정비 등 여러 감상 포인트를 어떻게 정리할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 [열린세상] 잡탕정당,정책으로 개편하라/강지원 변호사·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대표

    요즘 정치판에 기다렸다는 듯이 고질적 병폐가 또다시 재발하고 있다. 대통령선거가 다가오자 정당마다 이합집산과 정체성 논란이 한창이다. 먼저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보자. 이 정당은 이미 폐기처분될 정당으로 기정사실화되는 듯하다. 당 사수파라는 사람들까지도 리모델링에는 찬성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운명을 다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왜 이런 사태가 발생할까. 직접적인 계기는 지지율이 폭삭한 데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처음부터 ‘잡탕’정당이었다는 데서 찾아야 한다. 최근 강봉균 정책위의장이 김근태 의장에게 ‘좌파적’이라고 공격했고, 김의장측은 ‘그러면 당신은 한나라당으로 가라.’고 공격했다. 정당활동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일은 그야말로 코미디같은 일이다. 도대체 김 의장이 좌파적이라는 지적에 발끈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또 강 의장이 우파를 자처한다면 한나라당과 다른 구석은 무엇인가. 최근에도 정권이 진보적 개혁에 실패했다며 탈당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좌파로는 안 된다며 대통합으로 가야 한다고 외치는 이가 있다. 그렇다면 맨처음 창당할 때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말인가. 다음으로 한나라당을 보자. 대체로 보수적인 노선을 가진 정당으로 알려져 있는데 당 밖에서 손학규 전 지사에게 한나라당에 있을 사람이 아니니 탈당하고 나오라고 요구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이명박·박근혜와는 노선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손학규의 노선은 도대체 무엇인가. 한나라당에도, 누가 보더라도 아닐 듯싶은 이들이 그 안에 있다. 그들 사이에 지금은 조용한데 언제 갈등이 불거질지 모를 일이다. 이나라 정치사에서 이런 일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있었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논의, 그 전 선거에서 있었던 DJP연합 등 그런 사례는 늘 있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그런 야합은 반드시 깨진다는 사실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잇속을 챙기기 위해 일시적 연대를 하지만 그 본색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동자들은 득표에 보탬이 된다면 우선 급한 대로 노선과 관계없이 명성이나 득표력, 지연·학연 등 연줄에 기대 사람들을 긁어모은다. 또 당사자들은 자신과 노선이 다르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자리 욕심에 혈안이 되어 뛰어든다. 이런 저질적 행동들은 결국 정당정치의 기본을 파괴하고 우리 정치를 패거리 작당 정치로 전락시켜 왔다. 본래 정당이란 정치적 견해를 함께하는 사람들의 결사체다. 그리고 국민은 그 정당의 정강정책을 보고 투표를 한다. 그런데 도무지 이 나라의 양대 정당이라는 정당은 죄다 ‘잡탕’이다. 그러니 국민은 혼미스럽고, 또 툭하면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싸움질을 하게 된다. 그동안 이 나라 민주주의는 독재로부터 해방되고 권위주의를 청산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도 국민이 참정권을 행사해 정책을 통해 정당을 선택하고 정당이 제대로 된 정당정치를 해나가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 생산적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못한 탓이다. 그래서 매니페스토 운동은 먼저 정당에 대해 정책정당이 될 것을 요구한다. 정당이 문서화된 정책을 내놓고 국민은 그것을 보고 투표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 정당도 늦었지만 정책정당으로 대변신을 해야 한다. 인물 따라, 지역 따라 몰려다니는 패거리 작당 정당이 아니라 보수면 보수, 진보면 진보, 우파면 우파, 좌파면 좌파, 정책에 따라 헤쳐모여가 시급히 전개되어야 한다. 국민은 요구한다. 정치인들은 제 정치적 신념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라. 그리고 그 번지수에 맞는 정당을 찾아가라. 더이상 ‘위장취업’은 안 된다. 또 ‘한지붕 여러가족’도 안 된다. 정당들은 이번 대통령선거에 나서기 전에 제 정체성부터 분명히 하라. 강지원 변호사·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대표
  • [KDI ‘사회적 자본’ 실태조사] 50%가 동창회 가입… 연줄 여전

    [KDI ‘사회적 자본’ 실태조사] 50%가 동창회 가입… 연줄 여전

    “불신의 벽은 높고, 공무원들은 부패하다고 인식하고, 연줄은 약해져도 중요하다.” 26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사회적 자본 실태 종합 조사결과’의 주된 골자다. 이같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극복해야만 선진 사회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힘있는 공공기관 불신 높아 불신은 0점, 신뢰는 10점으로 했을 때 공공기관과 민간기관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교육기관과 시민단체 등은 각각 5.44점,5.41점, 언론기관과 군대는 4.91점,4.85점 등으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국회(2.95점), 정당(3.31점), 정부(3.35점), 지방자치단체(3.89점), 법원(4.29점), 경찰(4.49점)은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처음 본 낯선 타인의 경우 4점이니까 이들보다도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대기업(4.69점)과 노조(4.61점)보다도 낮았다. ●공직자 절반은 부패 응답자의 70%가 공직자 2명 중 1명은 부패하다고 여겼다. 특히 ‘공무원들은 법을 잘 지킨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61%가 ‘별로 혹은 전혀 지키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사람에 대한 신뢰도는 평균 4.8점, 공식적인 조직인 직장·학교의 동료에 대한 신뢰도는 6.5점, 비공식 조직인 동호회·단체 신뢰도는 6.0점으로 나타났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것으로 저신뢰 국가의 현상이라고 KDI는 설명했다. ●충청지역 정부신뢰 가장 낮아 소득계층별로는 월소득 ‘250만∼350만원’ 계층이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높았다. 그러나 15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 저학력 집단은 공공기관에 대해 높은 신뢰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충청도 응답자들이 정부, 국회, 정당에 대해 가장 낮은 신뢰도를 보였다. 영남 응답자들은 경찰, 검찰, 법원에 대해 낮은 신뢰를 나타냈다. ●소득 상위집단이 연줄활용 가능성 높아 연줄 의존도가 과거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동창회, 향우회 등 전통적인 관계망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 사회적 관계망에 대한 가입비율은 동창회가 50.4%로 가장 높았고 종교단체 24.7%, 종친회 22.0%, 스포츠·야외 레저 동호회 22.0%, 향우회 16.8% 등으로 조사됐다. 소득과 학력이 높을수록, 여성보다는 남성이 사회적 관계망 참여율이 높았다. 소득 상위집단이 하위집단에 비해 연줄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고, 대학 이상 졸업자가 연줄을 활용한 부탁을 하거나 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충북은 연줄 부탁을 받거나 하는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아 연줄이 거의 작용하지 않았다. 광주는 그 반대였다. 이같은 우리 사회의 불신은 6·25전쟁, 급속한 도시화, 권위주의적 근대화 등을 거치면서 소득, 학력 등으로 상당한 사회적 단절이 발생한 데 따른 현상이라고 KDI는 진단했다. ■ 용어해설 ●사회적 자본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협력과 사회적 거래를 촉진시키는 사회적 자산을 포괄적으로 일컫는다. 제도, 규범, 관계망, 신뢰 등을 포함한다. ●사회적 관계망 사회적 자본, 특히 사회 신뢰를 확충하는 주요한 통로에 해당한다. 동호회, 노조, 직능단체, 소비자단체, 인권단체, 환경단체, 종교단체, 사이버공동체, 동창회, 향우회, 종친회 등이 포함된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낯선사람보다 못믿을 公기관”

    국민들이 국회·정당·정부·지방자치단체 등 공적기관을 낯선 사람보다도 믿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회 기강을 바로잡아야 할 검찰·법원·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 역시 바닥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 국민들은 동창회와 향우회 같은 친목단체 가입률이 높은 반면 공익단체 활동은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이버 공동체 가입자들은 비가입자보다 집회와 기부 등 정치 참여 경험이 풍부하고, 진보적인 성향이 짙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사실은 26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국 1500명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실시한 ‘사회적 자본 실태 종합조사’ 보고서에서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관 신뢰도를 0∼10점으로 측정한 결과, 국회가 2.95점으로 가장 낮았다. 이어 정부·정당 각 3.3점, 지방자치단체 3.9점, 검찰 4.2점, 법원 4.3점, 경찰 4.5점, 노동조합 4.6점, 대기업 4.7점, 언론·군대 각 4.9점 등으로 중간값인 5점에도 못 미쳤다. 특히 국회·정당·정부·지자체 신뢰도는 모르는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의 신뢰도인 4.0보다 낮은 수준이다. 응답자의 70%는 ‘공직자 2명 중 1명은 부패했다.’고 답했고,‘공직자들이 법을 거의 지킨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5%에 불과할 정도로 공적기관이나 사람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국민들은 동창회와 향우회 등 학연·혈연·지연 중심의 전통적 관계망을 여전히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관계망 가운데 동창회 가입률이 50.4%로 가장 높았다. 이어 종교단체 24.7%, 종친회 22.0%, 스포츠·레저동호회 21.5%, 향우회 16.8% 등의 순이다. 반면 환경·동물보호단체 2.1%, 국제구호·인권단체 2.3%, 소비자단체 2.5%, 빈민구호·사회봉사단체 3.9% 등으로 공익단체 가입률은 저조했다. 다만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연줄(줄대기) 문화’는 과거에 비해 희석된 것으로 드러났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열린세상] 기부하는 부자 존경 받아야 한다/정무성 숭실대 교수 사회복지대학원장

    날이 추워지면서 주위 어려운 이웃들의 고통이 더욱 힘들게 느껴진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사회공동체적 연대감 약화, 절대빈곤층 증가, 빈부격차의 심화 등으로 취약 계층이 양산되고 있다. 연말이 되어 이들과 함께하려는 따뜻한 손길들이 이어지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국인의 기부문화 실태를 파악하고자 최근 전국조사를 해보니 지난 1년간 기부금을 낸 경험이 있는 국민은 45.6%, 경험이 없는 국민은 54.4%로 나타났다.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기부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많았으며, 낮을수록 기부금을 내지 않았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이같은 응답은 기부문화가 발달한 미국(전 가구의 86%가 기부)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지만, 과거보다 상당히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소득이 높을수록 기부금 경험이 높은 것은 과거와는 다른 결과이다. 우리나라 기부문화의 경향이 선진국화함을 보여주고 있으며, 부유층의 사회적 책임의식이 점차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문화의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은 여전히 사회지도층의 기부가 적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기부문화를 선도해야 할 계층으로는 정치인·의사·변호사·공직자 등 사회지도층과 부자들을 가장 많이 꼽았다. 사회지도층이 후원을 적게 하는 편이라는 응답이 84.7%였으며, 부유층과 대기업도 마찬가지라고 72.4%가 응답하였다. 기부문화에서도 사회지도층과 부유층에 대한 불신이 높음을 보여준다. 과거 부유층과 기업의 기부 행위가 반드시 긍정적인 측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부는 자발적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준조세적 기부가 많았다. 기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무마하거나 기업주 임의로 연줄 있는 곳에 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기부액은 많지만 진정성은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부유층의 기부행태가 달라지고 있다. 기업의 기부는 양적으로 확대되었을 뿐만 아니라,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전개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평생 모은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기보다는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부자도 늘어났다. 현금 기부만이 아니라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소장품을 자선경매에 내놓는 등 형태도 다양해졌다. 후원 대상도 소외계층뿐만 아니라 문화·예술·환경 등 사회 전반적인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이제 사회가 기부하는 부자를 존경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유증과 같은 거액 기부를 담을 그릇을 만들어 내야 한다. 기부에 따른 혜택과 사회적 인정을 강화하여 기부를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아직도 불우한 사람에 대한 동정심에서 나온 직접적인 일회성 현금이나 현물 지원이 많으나, 점차적으로 결과·성과를 고려한 합리적인 기부가 늘어날 것으로 여겨진다. 외국의 경우도 부자들의 기부는 합법적인 혜택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 기부를 통해 사회에 미칠 파급효과 등을 꼼꼼하게 따지는 경향을 보인다. 세계 최대 자선기금인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경우 직원이 250명에 이르지만, 빌 게이츠 스스로 효과적인 자선사업을 위해 전략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이러한 모습은 선진 기부문화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서양인들의 기부는 비교적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다. 또 습관적이며, 하나의 생활문화로 정착된 것이 특징이다. 우리 사회의 기부가 정에 이끌려 동정적이고 시혜적이면서, 연말과 같은 특정시기에만 집중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부자들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기부를 많이 하는 부자들도 함께 매도당하는 상황은 매우 안타깝다.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부자들을 존경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기부문화가 발전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모금단체들이 단순히 눈물짜기식의 모금이 아니라 기부의 가치를 개발하고 기부자의 철학을 대신 실현해 주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일회성 기부보다는 장기적 기부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철학이 담긴 기부를 하게끔 해야 한다. 정무성 숭실대 교수 사회복지대학원장
  • [씨줄날줄] 점집 특수/육철수 논설위원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개인의 팔자가 바뀌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고 심하게 표현하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는 수천개지만,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까지 포함하면 수만개는 족히 될 것이다. 그것도 하나같이 힘깨나 쓰는 자리들이다. 하지만 웬만한 기업의 부서장들도 가끔 영향권에 드는 걸 보면 대통령이 상당수 개인의 인생을 좌우한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대통령 선거에서 줄만 잘 서면 백수가 고위직 감투를 쓰는 건 시간문제다.‘급’이 안 되는 사람이 이리저리 요직을 옮겨다니며 출세가도를 달리고, 공기업 감사 자리라도 얻으면 연봉이 자그마치 몇억원이다. 일이 잘 풀리면 이렇게 남는 장사이다 보니 기를 쓰고 대선주자에게 안면 도장을 찍고, 줄을 서며, 연줄을 찾아 헤매는 것이다. 동서고금의 권력 주변은 대동소이할 것이어서 세태를 탓할 일도 아니다. 1987년 13대 대선 당시 ‘두미재전’(頭尾在田·이름 앞과 뒤에 밭전자가 들어간 이가 대권을 잡는다는 뜻)이란 말을 퍼뜨려 노태우(盧泰愚) 후보가 재미를 짭짤하게 봤다.1992년 대선 때는 정보기관이 유명 점술가들에게 ‘YS(김영삼 전 대통령) 대세론’을 부탁했는가 하면, 정주영 후보는 ‘정도령 시대’를 외치며 역술을 활용하기도 했다. 대선 후보들이 집터를 살피고 조상의 묘터를 옮기는 일도 다반사였다. 최근엔 예언서 ‘격암유록’을 들먹이며 ‘박(朴)씨 성에 무궁화 근(槿)자가 들어 있는 목인(木人=朴)이 근화조선(槿花朝鮮)을 건설한다.’는 말이 나돈다. 대선이 1년 넘게 남았지만, 이런 그럴싸한 풍문·풍설 때문에 흥미를 더하는지도 모른다. 용하다는 점집에는 요즘 ‘누구한테 줄을 설까’ 알아보려는 정치인과 정당인들로 문전성시라고 한다. 여나 야나 대선후보가 가려지려면 아직 멀었는데 참으로 성미 급한 사람들이다. 유명 역술인을 비밀장소로 초빙해서 복채를 백만원대를 주는 사람도 있다니, 권력을 좇아 우왕좌왕하는 꼴이란…. 하지만 꼭 명심할 것은 국가지도자는 결국 하늘(민심)이 내리는 법. 확실히 알고 싶으면 번지수부터 제대로 찾을 일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5급 승진하려면 자격 따 두세요”

    “승진하려면 자격시험부터 통과하세요.” 서울 성동구(구청장 이호조)는 25일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내년부터 5급 사무관 승진시 ‘자격 이수제’를 도입키로 했다. 자격이수제는 구청이 지정한 전문기관에서 시험을 치러 직급별로 일정수준 이상의 점수를 딴 경우에만 5급 승진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8급의 경우 시험을 치러 미리 자격을 갖춰 놓을 수 있지만 대신 점수는 80점을 따야 한다. 반면 6급의 경우 65점만 맞으면 된다. 구는 6∼8급 공무원(행정·세무직)을 대상으로 매년 6월과 12월 두차례 사무관 승진시험 과목인 행정법, 헌법, 민법총칙, 행정학 등 4과목에 대해 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 1년에 1∼2과목씩 몇년에 걸쳐서 시험을 볼 수도 있다. 구 관계자는 “자격이수제는 시험제도와 심사제도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5급 승진은 자치구 공무원들의 최대 관심사. 서울 25개 구청의 대부분 실적을 기준으로 하는 ‘심사방식’을 활용하고 있으며, 일부 구는 시험제도나 시험과 실적평가로 50%씩을 뽑는 절충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시험방식은 승진을 앞둔 6급 직원들이 몇달씩 공부에만 매달려 업무를 소홀히 하는 폐단이, 실적평가 방식은 실력이 안되는 직원이 연줄에 매달리는 문제점이 각각 있었다. 이호조 성동구청장은 “공부를 통해 전문소양을 갖추고 주민을 위해 노력하는 공무원상을 정립하기 위해 자격이수제를 도입하기로 했다.”면서 “오래전부터 고쳐보고 싶었는데 로스쿨 제도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말했다.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사설] 정책실패가 아니라 비리가 본질이다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가 ‘바다이야기’ 사태와 관련해 정부에 대국민 사과를 주문했다.“도박성 게임이 전국에 퍼지도록 한 정책실패에 대해 정부가 공식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땅히 그리해야 할 것이다.2년도 안돼 도박상품권이 30조원어치나 발행된 이 도박공화국의 현실 앞에서 정부는 국민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태의 본질은 정책실패가 아니다. 잘못된 정책을 만들고 지키고 심지어 보호한, 그리고 여기서 막대한 이권을 챙긴 비리구조가 본질이다. 사태가 터지고 제기되는 비리의혹들은 입을 못 다물 정도다.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 과정에서 정치권의 청탁이 쏟아졌고, 돈과 연줄을 동원한 로비가 난무했다는 증언이 빗발친다. 직접 로비를 벌였다는 상품권업체 직원의 증언도 나왔다. 사행성 게임장의 폐해에 대한 언론과 시민단체의 고발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와 사정당국, 정치권은 그동안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단속과 처벌도 시늉에 그쳤다. 그 사이 도박상품권은 하루에 700억원어치씩 찍혀 나왔고, 도박장만도 하루 30곳씩 늘어났다. 정부와 사정당국을 묶어놓고, 도박을 풀어놓은 그 무엇이 파문의 본질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지도부가 정부 사과부터 촉구한 것은 사태를 정책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으로 국한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게 아닌지 의심케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실무 차원의 정책실패’ 식으로 언급한 것이나 한명숙 총리가 어제 문화부를 질책한 것 등도 이런 의구심을 키우기에 충분하다. 검찰이 뒤늦게 수사에 나선 것이나 마약조직범죄수사부에 특수부 초임검사 4명을 투입하는 정도로 수사를 벌이는 것도 수사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사태의 방향을 유도하는 듯한 언급을 삼가야 한다. 비리의 흑막을 낱낱이 벗겨낸 뒤 그에 따라 처벌과 사과가 따라야 할 것이다.
  • [잘못된 관행 이젠 깨자] (3) 판·검사 전관예우

    [잘못된 관행 이젠 깨자] (3) 판·검사 전관예우

    “옷벗고 한달도 안 되어서 찾아와 ‘기업 입장도 생각해보라.’며 회사돈 빼돌린 사장 변호하는 게…. 그렇다고 매일 보던 사람을 야박하게 쫓아낼 수는 없더라고요.” 전관예우에 대한 변명인 듯 들리는 서울중앙지검 검사의 하소연이다. “대법원장이 누가 되든지, 검찰총장이 누가 되든지 솔직히 관심 없어요. 그저 브로커 관행이나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전관들의 브로커 사무장 사용 실태나 취재하시죠.”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 직후 기자에게 젊은 변호사가 한 말은 몹시 차가웠다. “저쪽 변호사는 검사하다가 나와서 바로 대형 로펌에 들어간 사람이더라고요.6개월이 넘게 사장은 소환도 안 되고 사건처리도 늦는 게 그 탓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자기들도 다 변호사될 사람들이니 퇴직하고 3년간은 사정을 봐준다는 말이 사실인가요.” 체불임금을 달라며 다니던 직장 사장을 고소한 근로자가 제기한 의혹이다. 폐쇄적인 연줄망에서 비롯되는 전관예우는 잊을 만하면 한번씩 터지는 법조비리의 토양이며 가장 시급히 버려야 할 법조계의 그릇된 관행이다. ●퇴직후 3년은 보험들 듯 봐준다 최근에는 사건 청탁 성공률이 90%에 이른다는 법조브로커 김홍수씨의 행각과 법조 인사들의 비리가 드러나 세인들을 실망시켰다. 김씨의 입에서 사건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법조인 리스트가 나오기 시작하자 검찰과 법원이 서로의 치부를 들춰내고 있다. 같은 대학을 나오고 연수원과 직장에서 함께 생활해 서로 속속들이 아는 적수끼리의 공방이 벌어지며 그동안 차마 말할 수 없었던 ‘업계의 관행적 비리’들도 터져 나온다. “검사 출신 변호사들은 선임계도 안 내고 전화 한 통화로 사건을 무마시킨다.”는 판사들의 호통에 “판사가 다른 재판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선변호’가 법원의 일상이 되지 않았느냐.”고 검사들이 맞받아친다. 스스로 부인하던 악습과 관행을 인정하는 꼴이다. 많은 법조인들이 브로커들이 제공하는 금품과 향응에 무너지고 있다. 의정부 법조비리 당시 판사 출신 이모 변호사가 브로커 2명을 사무장으로 고용,1년간 벌어들인 수임료는 17억원대였다. 의정부 지원 판사 15명과 변호사 14명에게 명절 떡값, 휴가비 등 명목으로 수백만원씩 건넸다. ●검사출신 전화 한 통화로 사건 무마도 1999년 대전 법조비리 때는 부장검사 출신 이모 변호사가 1994년부터 1997년까지 법원과 검찰의 전·현직 간부와 직원, 경찰관 등 100여명을 관리했다. 이 변호사가 이들에게 준 소개비와 알선료가 1억 1000여만원에 이르렀다.2004년에는 춘천지법의 판사가 관할 사건 변호사에게 향응을 접대받아 문제가 됐다. 일련의 사건이 터진 뒤 법조인들은 “의정부 법조비리 이후 전별금은 사라졌다.”라든지 “춘천 사건 이후 관할 사건 변호사와 사적인 자리를 갖는 일이 없어졌다.”고 말해왔다. 잘못된 관행이 드러날 때마다 한 가지씩 고쳐질 뿐 그 이상의 노력은 찾기 어렵다. 이마저도 확실히 고쳐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믿을 수 있는 사람만 만나는 법조인들의 신중함이 김홍수씨 사건 같은 대형 법조비리로 이어지기도 한다. 김씨는 검찰과 법원의 간부급 여럿에게만 집중적으로 향응을 제공하며, 이들이 담당하지 않았던 사건에 대해서 청탁을 하는 방식을 택했다. 간부들이 소개해주는 브로커 김씨를 법조인들은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고, 의도야 어떻든 그와 교류한 간부들은 조직 내에서 브로커 활동을 하게 됐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사설] 법조계 자정 노력 이제 시작이다

    대법원이 최근 평판사 993명의 부동산과 유가증권 등 재산내역에 대해 실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본인의 재산등록 내역과 관련부처로부터 받은 자료를 비교한 결과 10%에 해당하는 99명이 등록내용에 하자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은 추가 소명을 받은 뒤 검증결과를 인사자료에 반영하는 것은 물론 사안에 따라서는 과태료를 물리거나 경고조치하는 등 징계도 검토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대한변협은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계류 중이거나 집행유예 이상의 선고를 받은 변호사 9명에 대해 법무부에 업무정지 요청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잇따른 법조비리로 법조계에 대한 신뢰가 크게 추락한 상황에서 자구를 위한 몸부림으로 이해된다. 사실 법조계는 우리 사회에서 마지막 남은 성역인 양 치부돼 왔다. 법조비리 사건이 불거지면 윤리규범을 강화한다는 등 요란을 떨었지만 구두선에 그치기 일쑤였다. 최근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사례에서 보듯 현직 판사가 브로커와 유착돼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재판부와 연줄이 닿는 변호사의 수임료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 ‘전관예우’가 공공연하게 통용돼 왔다. 고법 부장판사 부인의 계좌추적 영장 기각을 둘러싼 검찰과 법원간의 갈등도 무감각과 특권의식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 우리는 대법원과 변협의 자정노력을 높이 평가하지만 국민들은 이보다 훨씬 엄격한 도덕률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자 한다.‘법’과 ‘양심’만이 유일한 사법 잣대여야 한다. 그래야만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사법부에 대한 누적된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 법조 3륜인 법원과 검찰·변호사업계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각오로 도덕률 바로 세우기에 박차를 가하기 바란다.
  • [서울광장] 15년전 국세청, 그리고 1일/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15년전 국세청, 그리고 1일/육철수 논설위원

    15년 전, 그러니까 1991년 하반기에 벌어진 일이다. 국세청은 현대그룹 비자금을 밝히겠다며 전격적인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청와대 ‘하명조사’임이 분명했으나 국세청은 한사코 그런 일 없으며, 정기조사에서 특이사항이 발견돼 특별조사로 변경된 것이라고 우겼다. 몇달동안 조사가 진행되면서 추징세액 규모는 춤을 추었다.700억∼800억원대를 왔다갔다 하더니 어느날 청와대 쪽에서 흘러나온 액수는 900억원대. 오락가락하던 추징세액은 결국 그해 말 1361억원으로 발표됐다. 그런데 바로 이튿날, 국세청 조사국 관계자는 “과세기간을 잘못 적용한 게 일부 밝혀져 1309억원으로 정정 결정됐다.”고 말했다.“어떻게 한두푼도 아니고 52억원이나 되는 세금을 잘못 매길 수 있느냐.”고 따졌더니, 돌아온 대답이 걸작이었다.“기자들도 기사쓸 때 토씨 틀리고, 숫자에서 ‘억(億)’자를 가끔 빠뜨리더구먼, 뭘 그런 걸 갖고 열을 내슈?” 말문이 탁 막혔다. 그게 어디 기사의 오탈자에 비교할 사안인지 어안이 벙벙했다. 세금을 엉터리로 물린 데 대한 반성은커녕, 대수롭지 않다는 투였다. 어쨌든 불의를 보면 곧잘 열받고,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몰랐던 기자는 노력했지만 그 일을 기사화하지 못했다. 다만 기자의 주파수 권역 밖에서 언론사와 국세청간 모종의 얘기가 오갔을 것이라고 짐작만 할 뿐이다. 국세청은 이렇듯 꿀리는 데가 별로 없었고, 무시무시한 권력기관이었다. 국세청에는 지난달 중순 신임 전군표 청장이 취임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조자룡 헌 칼 쓰듯 하는 세무조사는 않겠다.”,“정치중립마저 의심받는 과거의 권력기관 이미지를 벗겠다.”,“납세자가 억울함이나 과중함을 느끼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기꺼이 세금을 내게 하겠다.”는 말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따뜻한 세정(稅政)’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참으로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시원시원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새 청장의 말대로 집권세력과는 별 연줄도 없는 ‘강원도 산골출신’이 과거에 나는 새도 떨어뜨렸다는 자리에 올랐으니 세월은 많이 변했다. 그가 청장으로 임명된 게 국세청의 변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해 만시지탄과 함께 기대도 크다. 지금 국세청의 인터넷 홈페이지 맨앞에는 ‘국민이 공감하는 따뜻한 세정을 펼치겠습니다’라고 떠있다. 어떻게든 과거의 어두운 이미지를 바꿔보겠다는 몸부림이 엿보인다. 하지만 탈루·탈세에 추상같아야 할, 또 다른 쪽의 업무 성격상 이것이 ‘따뜻한 세정’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국세청 O국장에게 ‘따뜻한 세정’의 개념이 대체 뭔가 물어봤다.O국장은 “세금을 매기더라도 조사 대상자가 승복하도록 친절하게 설명하고, 쓸데없이 집적거리지 않음으로써 편안함을 느끼게 하려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려줬다. 그러면서 어떤 기업은 조사받고 “감사하다.”는 말까지 하더라며 자랑삼아 얘기했다. 그러나 어느 납세자를 붙잡고 물어보라. 세무조사받고 감사하다거나 마음 편안할 사람이 있는지. 그만큼 세금문제는 국세청의 배려와는 달리 납세자에겐 두렵고 심적 부담이 크다. 물론 국세청의 ‘따뜻한 세정’ 노력과 의지는 고맙다. 하지만 조급하게 욕심부리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권력에 휘둘려 억울한 세금을 때리거나, 세수(稅收) 채우려고 엉터리 세금 부과하는 일만 없애도 큰 일을 하는 것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기로에 선 국책은행] (1) 길 잃은 3대은행

    [기로에 선 국책은행] (1) 길 잃은 3대은행

    ♥산업·기업·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3총사’가 기로에 섰다. 과거 개발시대, 경제 발전의 심장 역할을 했던 국책은행들이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반은행의 업무영역까지 파고 드는 ‘공룡’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감사원은 이달 중 방만한 경영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재편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도 역할 조정 방안을 내놓는다. 국책은행의 난맥상과 고민, 발전 방향을 3차례에 걸쳐 조명한다. # 장면1 “LG카드 매각과정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다. 공개매수 대상이 아닌 것으로 잘못 판단했다.” 지난달 29일 국회 재경위 업무보고에서 산업은행 김창록 총재는 공개매수 대상인 LG카드의 매각을 정반대인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해온 데 대해 사과했다. 인수 후보들과 인수·합병(M&A) 전문가들은 “국내 M&A 주선 실적 1위라는 산업은행이 M&A의 기초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 장면2 “산업은행이 ‘올코트프레싱(전면강압수비)’으로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신동규 수출입은행장은 지난달 9일 경영전략회의에서 산업은행의 업무 영역 확장을 경계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이에 대해 “갈 길을 몰라 헤매고 있는 국책은행의 난맥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직 비대화… 서로 업무 중복 산업·수출입·기업은행이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놓여 있다. 법으로 정해진 고유 업무가 사라지면서 민간영역에서 시중은행들과 사사건건 충돌한다. 비대해진 조직과 임직원들의 높은 연봉도 계속 도마에 오른다. 산업은행은 최근 김 총재의 ‘베이징 구상’을 통해 자원·에너지 확보를 위한 해외진출 기업을 지원하고, 아시아·동유럽 등 신흥시장을 개척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수출입은행의 고유 영역이어서 두 은행간 ‘샅바 싸움’이 치열하다. ●“산업銀 경영실패 책임진 적 없다” 산업은행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민간영역에서 국내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고, 부자들을 위한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까지 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은 경영 실패로 혹독한 구조조정을 당했지만 산업은행은 경영 실패에 대해 한번도 책임진 적이 없다.”면서 “자본이 바닥나면 세금으로 꼬박꼬박 메워 주니 당연히 방만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을 담당하면서 많은 자회사를 거느리게 됐고, 이들 회사의 상층부는 산은 출신으로 채워졌다.2000년 이후 퇴직한 부총재와 이사 16명 중 14명이 자회사, 출자회사, 거래회사의 임원이 됐다. 경쟁 은행은 물론 고객인 거래 기업들조차 산업은행의 우월적 지위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다. ●수출입, 기업은행도 고민 수출입은행이 당장 민영화될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선박금융, 플랜트사업, 해외자원개발 등 산업은행과 중첩되는 업무가 많다. 수출보험공사와의 구분도 애매해 통·폐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의 보호 아래 조직 자체가 베일에 가려진 것도 ‘아킬레스건’이다. 산업은행총재와 기업은행장은 때마다 국회에 불려가지만 수출입은행장은 국정감사에서조차 ‘열외’되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좀 달라졌지만, 시중에서는 산업은행을 ‘신이 내린 직장’, 수출입은행은 그보다 한 단계 높은 ‘신도 모르는 직장, 신이 다니고 싶어하는 직장’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기업은행은 범정부 지분이 66.7%이다. 정부는 이 가운데 15.7%를 올해 안에 매각할 계획이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국책은행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낙하산 인사’”라면서 “3년마다 경제관료 출신이 수장으로 내려오기 때문에 직원들은 고객보다는 당연히 정부의 ‘의중’과 연줄에 의한 승진에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씨줄날줄] 칼 로브/한종태 논설위원

    예나 지금이나 최고 권력자의 오른팔이니 왼팔이니 하는 핵심측근들은 한 시대를 풍미한다. 간혹 자신이 모시는 ‘윗분’보다 더 힘이 센 경우도 있었으니 그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온갖 연줄을 동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고려 공민왕 때의 신돈이 그랬고 조선 세조 때의 한명회가 그랬다. 김영삼 정부의 이원종씨와 김대중 정부의 박지원씨도 여기에 해당된다 하겠다. 두 사람은 청와대 수석 시절 ‘왕수석’으로 통했다. 이씨는 김현철씨 사건으로 중도하차했고 박씨는 끝까지 김대중 대통령을 모신 차이가 있을 뿐이다. 조지 부시 미 행정부에서 이런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 칼 로브 백악관 부비서실장이다. 적법성 시비에 휘말리며 간신히 백악관에 입성한 부시 대통령이 2002년 상·하원 중간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데 이어 2004년 재선에도 성공한 선거전략이 모두 로브의 두뇌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른바 이분법에 기초한 선택과 집중 기법이다. 낙태와 동성애자 결혼, 줄기세포 연구에 반대하는 강경 보수주의 정책이 로브의 아이디어다. 그 결과 공화당이 백악관과 의회, 대법원을 모두 장악했는데, 이는 미국 역사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한때 공화당에서는 루스벨트나 아이젠하워, 레이건 등 공화당이 자랑하는 역대 재선 대통령도 하지 못한 일을 부시가 해냈다며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바 있다. 공화당의 베테랑 선거 컨설턴트 스튜어트 스티븐스조차도 칼 로브가 부시 캠페인의 시작이며 끝이었다고 인정한 바 있다. 그만큼 로브의 비중을 방증하는 것이리라. 오죽하면 ‘칼 로브의 부시’라고 할 정도였겠는가. 그런 로브가 이번에 역할이 축소됐다.5년만에 이뤄진 대폭적인 백악관 진용 개편에 따라 정치고문 역할을 더이상 하지 않게 된 것이다.30%대로 떨어진 부시의 지지율, 의회와의 갈등, 제대로 굴러가는 게 없는 국내정책 등 얽혀 있는 난제가 로브의 역할 축소로 이어진 셈이다. 특히 오는 11월에는 상·하원 중간선거가 예정돼 있다. 지금 예상대로 공화당이 참패하면 부시의 레임덕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지나치게 강경한 이미지가 결국 부시에겐 짐이 된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민심과 더불어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자세를 갖는 것만이 측근의 정도(正道)일 것이다. 한종태 논설위원 jthan@seoul.co.kr
  • [열린세상] 매니페스토,‘뻥’정치 바꾼다/강지원 변호사

    매니페스토가 ‘뻥’ 정치를 바꿀 수 있을까. 그동안 우리 국민은 너무나 ‘뻥’치는, 빌 공(空)자 공약에 익숙해 온 탓으로 과연 효과가 있을까 갸우뚱하는 이들도 적지 아니하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하는 일이므로 첫 술에 배부를 것으로 생각하는 이는 없다. 그러나 이번 5·31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매니페스토 운동이 점차 정착되어 간다면 내년 대통령 선거나 그 이후의 선거에서는 혹시 위력을 발휘할지도 모른다. 솔직히 우리나라 선거역사 60년을 되돌아 보면 실로 낯이 뜨거울 정도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 막걸리 선거, 고무신 선거, 돈봉투 선거가 얼마나 횡행했던가. 학연, 혈연, 지연으로 똘똘 뭉친, 치기어린 연고주의 연줄선거는 어떠했던가. 그 중에서도 특히 지역감정선거는 결정판이었다. 이 나라 최근세사에서 가장 치졸하고 원시적인 지역감정 부추기기는 이 나라 국민들을 이 모양으로 갈라 놓는 주범이 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온갖 중상모략과 흑색선전, 선거만 지나면 금방 탄로날 허위폭로는 또 얼마나 극성을 부렸던가. 게다가 최근에는 겉멋까지 들어 별의별 인기몰이, 바람몰이 등등 해괴한 행태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도대체 이런 따위의 선거장난으로 당선된 사람들이 과연 낯을 들고 다닐 수 있는 인물들이었던가. 또 그렇게 온갖 불법과 비행을 저지르고 논공행상으로 한 자리씩 차지한 자들은 또 무슨 낯이 그리 두꺼운 자들인가. 우리가 이처럼 불행한 역사를 갖게 된 것은 다름 아니라 선거란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해 기본적 교양마저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선거란 모름지기 ‘심부름꾼’을 뽑는 절차다. 따라서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자들은 자신이 어떤 심부름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잘 하겠다는 분명한 약속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그 약속과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인물인지를 보고 한 표를 던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정책약속 같은 것은 내팽개치고 그저 지역감정이나 연줄이나 바람에 의존해 소중한 한 표들을 날려 버린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안된다. 정책공약 중심의 선거를 해야 한다. 그것이 올바른 ‘심부름꾼’을 뽑는 길이고 그들이 약속을 지켜 이 나라와 그 고장을 좀 더 좋은 세상으로 바꿀 수 있게 하는 길이라고 보는 것이다. 먼저 후보자는 스마트한 정책공약을 내놓아야 한다. 구체적이고(specific), 측정가능하며(measurable), 달성가능하고(achievable), 타당하고(relevant), 시간계획(timed)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유권자는 그 공약들을 꼼꼼히 비교해 보고 선택권을 행사해야 한다. 매니페스토는 영국에서 시작되어 2003년부터는 일본에서도 크게 성공했다. 지난해 일본에서 매니페스토를 연구해온 김영래 교수의 제안으로 지난 2월 우리나라에서도 ‘5·31 스마트 매니페스토정책선거추진본부’가 출범되었다. 그동안 정치문제라면 질색을 해온 사람이지만 정치가 아니라 정책의 문제라면 마냥 외면할 수는 없다고 생각되었다. 오히려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공동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5개 정당대표들이 참여를 선언했고 대전과 인천을 제외한 14개 광역시·도와 25개 지역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참여한 출마자들이 2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매니페스토를 우리말로 ‘참공약 선택하기’로 하자고 제안했다. 매니페스토는 선거국면에서 공약을 평가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임기종료시에도 낱낱이 평가하고 발표한다. 한마디로 ‘뻥’치는 선거는 안된다는 것이다. 만일 그렇게 해서 잠시는 속일 수 있을지언정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선거혁명을 하자는 것이다. 강지원 변호사
  • [씨줄날줄] 인맥과 학맥/우득정 논설위원

    한 구인구직업체가 직장인 1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인맥’을 ‘끈’이나 ‘파벌’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였다. 정정당당한 겨루기에서 벗어난 줄타기로 파악한 것이다. 그럼에도 96%가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위해 인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인맥이나 학맥, 지연 등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그래서 자수성가했다는 성공담에는 인맥과 학맥을 뛰어넘기 위한 피눈물나는 노력이 약방 감초처럼 등장한다. 인맥과 학맥이 출세나 비리의 변수가 아닌 상수(常數)가 되다 보니 고위직 인사나 대형 스캔들이 불거지면 어김없이 학벌과 출생지가 회자된다. 현재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현대차 사건과 외환은행 헐값 매각의혹사건에서도 특정 학맥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해당 고교 출신들로서는 범죄 조직표처럼 장식된 학맥지도가 짜증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사건의 이해를 돕는 가장 편리한 방법임에 틀림없다. 법조계 인맥 정보를 파는 인터넷업체가 생겨났는가 하면 자신의 마당발 인맥을 1대1(P2P) 방식으로 사고파는 업체가 성업중인 세상이다. 명함관리로 나름의 인맥을 구축했다는 한 브로커는 인맥을 ‘인생보험’으로 표현했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낸 히딩크 감독의 성공요인에 한국식 인맥·학맥 배제가 으뜸 항목으로 꼽히는 등 정반대 사례도 있다. 명문 학벌 소유자가 학벌의 짐을 벗어던지지 못해 대인 기피증에 빠져드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조기 유학자들이 인맥과 학맥을 구축하기 위해 국내 명문고, 명문대로 진학하는 ‘역유학’이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외환위기 이후 주류로 자리잡은 경력직 채용에서도 천거해줄 ‘연줄’이 있어야 된다고 하지 않는가. 학벌이니 지연·혈연 등 기존의 서열을 파괴하겠다던 참여정부조차도 ‘코드’란 명분으로 ‘끼리 끼리’ 참여하고 자화자찬한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직업이 장관’이라고 불렸던 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공직자로서 성공 철학을 ‘공범자론’으로 정의를 내렸다. 정책이 성공하려면 무수히 많은 공범자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진 전 부총리는 혼자 밤새워 모든 것을 처리하는 ‘독불형’ 관료를 가장 싫어했다. 인맥과 학맥은 부정적인 함의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움직이는 거역할 수 없는 힘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씨줄날줄] 王의 힘/한종태 논설위원

    태국을 여행하다 보면 중요한 장소에는 언제나 푸미폰 아둔야뎃(78) 국왕의 초상화가 걸려 있거나 관련 조형물이 설치돼 있는 것을 쉬이 알게 된다. 태국민들은 외국인들에게 통상 두 가지를 자랑한다. 하나는 1900년대 초반 서구열강의 아시아 침략때 태국은 한번도 식민통치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온 국민의 추앙을 받는 국왕의 존재다. 입헌군주제에 따라 군림은 하지만 통치하지 않는 국왕에 대한 태국민들의 존경심과 신뢰는 상상을 초월한다. 영향력 측면에선 왕정시대의 전제군주에 버금갈 정도로 푸미폰 국왕의 말 한마디는 법 이상의 효력을 발휘한다.2달여의 퇴진 시위와 정국 불안에도 굴하지 않고 버티던 탁신 치나왓 총리가 지난 4일 항복 선언을 한 것도 푸미폰 국왕을 알현한 직후였다. 그야말로 ‘왕(王)의 힘’이 발현된 것이다. 물론 푸미폰 국왕도 국민들의 무한한 신뢰를 받게끔 행동해왔다. 오는 6월 재위 60주년을 맞는 그이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부정부패나 스캔들과 연관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국왕뿐 아니라 왕실 가족 누구도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하니 푸미폰 국왕의 높은 도덕성과 철저한 자기관리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으리라. 무엇보다 자신의 일가가 19억달러어치의 주식을 팔면서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은 탁신과는 크게 대비된다 하겠다. 국민을 끔찍이 생각하는 푸미폰 국왕의 ‘위민부모(爲民父母)’ 사례는 숱하게 많다고 한다. 왕궁에서 각계각층 국민들을 두루 만나 어려움을 청취하는 것은 기본이고, 나라에 가뭄이 들면 백성과 고통을 함께한다며 아예 식음까지 전폐한다고 하니, 한 나라의 군주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의 사정은 어떤가. 엄청난 부정부패로 국민들의 손가락질을 받았던 지난날 절대권력자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힘깨나 쓴다는 인물치고 ‘내가 그런 도덕성을 가졌소.’라고 자신있게 말할 사람은 불행히도 없는 것 같다. 여전히 브로커와 ‘게이트’가 난무하고 학연·지연과 같은 연줄이면 안 통하는 게 없는 사회…. 더 안타까운 것은 우리 스스로 모든 국민의 좌표가 될 만한 ‘큰 어른’을 모시려는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게 아닐까 싶다. 한종태 논설위원 jthan@seoul.co.kr
  • [열린세상] 친목회 천국,이대로 좋은가/강지원 변호사

    이나라는 각종 친목회의 천국이다. 무슨 친목회가 그리 많은지 동창회·향우회 등 음식점의 예약 명단을 보면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나는 몇년 전부터 각종 동창회·동문회·동기회 등에 발걸음을 끊었다. 그런 동문회가 어디 한 둘인가. 초·중·고교 반창회·동기회에서 시작하여 대학 학과·석사·박사 과정에 각 동기회가 있고, 또 그 각각에 총동창회가 있다. 각종 고시 동기회를 비롯한 시험동기회, 각종 연수·최고위과정 등의 동기회와 또 그곳마다 총동창회가 있다. 도대체 나 자신도 미처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각종 동문회 등에 소속돼 있는 것이다. 향우회 같은 지역친목회도 대단하다. 나 같은 경우 부모가 태어난 곳, 원적지, 내가 태어난 곳, 성장한 곳, 본적지가 모두 달라 어디에 속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지내지만 향우회라면 꺼뻑 죽는 이들이 또한 적지 아니하다. 한 직장, 같은 지역에서 근무했다는 등의 인연으로 결성된 ○○회,○○모임도 수없이 많다. 출신학교와 지역을 위하는 일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잘못돼 학연·지연 등 연고주의로 나가면 문제는 심각하다. 그 고질적 병폐가 개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인 분야에까지 막심하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 그런데도 지금껏 그 고리를 끊으려는 특단의 사회적 노력은 크지 않았다. 나는 나 자신부터 이를 끊기로 했다. 각종 친목회로부터 꼭 참여하라는 성화를 뿌리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마지 못해 얼굴을 내미는 경우도 있고 지금껏 무슨 감투 같은 것을 쓰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욕을 먹었다면 엄청 먹었을 것이다.‘저 사람, 너무 유명해서 보기 힘들다.’라는 말들도 했다고 한다. 심지어 자식을 둘씩이나 결혼시켰는데도 두번 다 안 보여서 섭섭했다고 말씀하신 이도 있다. 참으로 미안한 일이다. 난들, 어찌 그 정든 이들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을까. 그리고 나 역시 젊었을 적에 각종 회장·총무 등을 도맡아 해본 경험이 적지 아니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각종 친목회라는 것이 무슨 세상을 위한 공통의 관심사나 봉사를 위한 일을 한다거나, 하다 못해 자기계발을 위해 무슨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면 의미 있는 활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모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그저 만났다 하면 농담따먹기나 신변잡사로 시간을 보내고, 앉았다 하면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치며 이기적인 연줄과 연고를 다짐한다. ‘우리는 하나다.’라는 말도 적합한 때 써야 한다. 학연·지연으로 뭉친 사람들이 그런 따위의 구호를 외친다면 이는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죄악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유의 친목 현상은 경조사를 알리는 청첩장이나 부고장으로도 나타난다. 세상에 이런 통지문들이 이렇게 난무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국가청렴위원회가 정부 각 부처를 포함한 공공기관 내 동문회와 향우회 등 연고성 모임을 억제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고 한다.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 부처 안에 근무하면서 무슨 고교 출신, 어느 지역 출신 모여라 하는 꼴들은 부패뿐 아니라 이 나라의 패거리 작당문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나는 각종 동문회 등에 나가지 않는 대신 각종 청소년문제·여성문제 등등을 위한, 일을 위한 모임에는 열심히 나간다. 각종 동창회비 등의 납부를 끊어버린 대신 보탬이 되어야 할 대상이나 단체에 기부금을 보낸다.2001년 7월 아름다운 혼상례를 위한 사회지도층 100인 선언에 참가한 뒤로는 각종 경조사에도 불참하고 내 가족의 경조사도 알리지 않는다. 개인적 연고에 따라 인맥을 만들기보다 공익적 모임이나 취미를 위한 동호회가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강지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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