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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반인·공직자 동일 처벌 과잉 입법” 지적…일각선 “금품 수수 경계 효과 확실” 긍정론

    이른바 ‘김영란법’이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과잉 입법 등 위헌 소지 여부를 놓고 법조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공직자가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하거나 연간 누적액이 300만원을 초과한 경우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이 법은 부모와 아내, 아들, 딸 등 민법상 ‘가족’이 금품을 수수한 경우에도 해당 공직자가 처벌 대상이 되고 사립학교 교사·언론인 등으로 적용 대상이 확대되면서 국민 2000만명이 이 법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법조계에서는 법안의 적용 범위가 대폭 확대되면서 헌법상 과잉 금지 원칙과 비례의 원칙, 연좌제 금지 원칙 등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안 제안자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적용 대상이) 국가보조금을 받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는 만큼 기준이 필요하다”며 수정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김현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11일 “입법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원안은 정부과 국회 등에 표적을 두고 있었는데 엉뚱하게 사학과 언론 등을 포함하는 쪽으로 개정되면서 법의 실효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공무원이 돈을 받으면 뇌물죄가, 일반인이 돈을 받으면 배임수재죄가 적용되며 형량도 많이 다른데 이는 두 직업군의 공익성과 청렴성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김영란법은 일반인도 공직자와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해 과잉 입법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족이 금품을 수수해도 공직자를 처벌하는 등 저인망식으로 모든 공직자를 옥죄는 것은 연좌제 금지 원칙에 어긋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공공연하게 선물을 빙자한 부정한 금품 수수가 있었다면 충분히 규율 대상에 넣어 규제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금품 수수에 대한 심리적인 경계 효과는 확실히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이 이 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지난 9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6%가 찬성 의견을 냈고, 반대 의견은 8.3%에 불과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사면초가 러시아

    러시아의 수난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 원유가 및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맞은 러시아에 대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추가 경제제재를 잇달아 내놓으며 숨통을 죄고 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발표한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인이 크림 지역과의 무역뿐 아니라 이 지역에 대한 투자와 금융지원 금지를 선언했다고 로이터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그는 또 재무부에 크림 지역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의 크림 지역 병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하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캐나다도 석유 채굴 및 탐사 부문 장비 등 러시아 원유·천연가스 개발과 관련한 제품의 판매·수출을 금지하고 일부 러시아 정치인과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주의자의 캐나다 입국을 제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는 “이번 제재는 러시아의 실물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하루빨리 군대를 철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18일 유럽연합(EU)은 20일부터 EU 회원국 기업의 크림 지역 내 투자나 관광 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추가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크림 지역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일 크렘린에서 열린 ‘정보요원의 날’ 기념행사에서 “누구도 우리를 겁줄 수 없고 러시아를 억누르거나 고립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 등이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 국가들의 추가 제재 조치를 겨냥해 “수많은 위협과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국내 상황을 불안하게 만들고 한 나라를 장악하려는 시도가 이뤄지는 데다 국제 규범은 무시되고 협박, 도발, 경제 압박 등 온갖 수단이 동원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성명을 통해 크림 지역에 대한 서방의 신규 제재가 일종의 ‘연좌제’라며 민주주의 국가라고 자처하는 나라들이 21세기에 이런 방식을 이용한다는 사실이 슬프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셰비치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과 캐나다 정부는 제재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생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정윤회 검찰 출석…‘비선 실세 의혹’ 정윤회, 드디어 모습 드러내

    정윤회 검찰 출석…‘비선 실세 의혹’ 정윤회, 드디어 모습 드러내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로 거론됐지만 오랜 기간 베일 속에 가려졌던 정윤회씨가 1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윤회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것으로만 알려졌을 뿐 명확하게 나온 변변한 사진 한 장 언론에 공개된 적 없었을 정도로 비밀에 싸인 인물이었던 만큼 이날 청사 앞에는 오전 6시쯤부터 2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긴장감까지 감돌았다. 일본과 중국의 취재, 카메라기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는 등 해외 언론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예정된 시간보다 10여분 정도 이른 오전 9시 48분쯤 도착해 검은색 에쿠스 차량에서 내린 정윤회씨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검은색 코트에 하늘색 넥타이를 매고 안경을 쓴 정윤회씨는 쉴 새 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에도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유지했다. 그의 옆에는 법률대리인인 이경재 변호사와 법무법인 관계자가 서 있었다. 정윤회씨는 심경을 묻는 취재진에 “이런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는지, 또 그 불장난에 춤춘 사람들이 누구인지 다 밝혀지리라고 생각한다”며 짧게 답변한 뒤 서둘러 청사 안으로 들어갔고, 이내 청사 문은 굳게 닫혔다. 정윤회씨 측은 만약에 있을 수 있는 불상사에 대비해 검찰에 신변보호 요청을 했고, 검찰 측에서는 포토라인 속에 직원들을 배치했지만 별다른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검찰은 또 정윤회씨가 조사를 받는 4층과 11층 출입을 제한하는 등 평소보다 보안을 강화하고 정윤회씨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재 변호사는 정윤회씨의 조사가 시작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승마 대표선수인) 정윤회씨의 딸이 심리적으로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연좌제가 있는 나라도 아닌데 부모의 잘잘못을 차치하고라도 자녀에게까지 밀착 취재를 하는 것은 과하니 자제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정윤회씨를 고발한 사건의 고발장을 검토해 무고로 맞고소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변호사는 “검찰 수사 종료된 저희가 고소 고발을 해서 좋을 게 뭐가 있겠느냐”며 “다만 거대야당에서 불확실한 내용으로 고발을 해서 민간인에게 법적 공격을 가하고 있어 정윤회씨 입장에서는 매우 용기를 가지고 시작하는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여대생 청부살해 주치의 감형 “벌금 500만원” 도대체 왜?

    여대생 청부살해 주치의 감형 “벌금 500만원” 도대체 왜?

    여대생 청부살해 주치의 감형 “벌금 500만원” 도대체 왜? ’여대생 청부살해 사건’의 주범 윤길자(69·여)씨의 특혜성 형 집행정지를 위해 허위 진단서를 발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주치의 박모(55) 세브란스병원 교수가 항소심에서 벌금 500만원으로 감형받았다. 허위 진단서 발급을 공모하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윤씨의 남편 류원기(67) 영남제분 회장도 집행유예로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김용빈 부장판사)는 30일 박 교수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류 회장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은 이들에게 징역 8월과 징역 2년을 각각 선고했었다. 재판부는 원심처럼 피고인들이 허위 진단서 발급을 대가로 1만 달러를 주고받은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이들이 돈을 주고받았다는 충분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더해 재판부는 박 교수가 2건의 허위 진단서를 작성했다는 원심의 판단을 뒤집고, 1건에 대해서만 허위성을 인정했다. 진단한 병명 등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수감 생활이 불가능하다’ ‘장기간의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라고 쓴 부분이 허위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진단서에 추상적이고 과장된 표현을 사용한 것은 잘못”이라면서도 “이런 표현을 사용한 것은 (형 집행 정지가 필요한지를 가늠할)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탓도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형 집행정지 결정은 검찰의 판단 몫”이라며 “비정상적인 형 집행정지 결정이 이뤄진 것이 단순히 박 교수의 진단서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기에 그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류 회장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된 혐의는 약 78억원 규모의 횡령·배임죄로 이는 윤씨와 관련이 없다”며 “친족의 행위로 불이익을 받으면 안 된다는 연좌제 금지를 헌법에서 정하고 있는 바 윤씨의 남편이라고 해서 무조건 중형을 선고할 수는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공사비를 과다 계상하는 방식 등으로 회사에 피해를 끼친 잘못이 있다”며 “공탁금을 기탁하고 피해 변제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지난 2002년 당시 자신의 사위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고 의심되는 여대생 하모씨(당시 22세)를 청부살해한 혐의로 2004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2007∼2013년 형 집행정지 결정과 연장 결정을 수차례 받았다. 류 회장과 박 교수는 윤씨의 형 집행정지를 받아내려고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 주는 대가로 1만 달러를 주고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해 9월 재판에 넘겨졌다. 류 회장은 150억원 규모의 회삿돈을 빼돌리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았다. 피고인들은 구치소에 수감된 채 2심 재판을 받던 중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선고 공판에 출석했다. 네티즌들은 “여대생 청부살해 주치의 감형, 이게 무슨 일이지”, “여대생 청부살해 주치의 감형, 좀 이해가 안되는데?”, “여대생 청부살해 주치의 감형 , 황당하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여대생 청부살해 주치의 감형, 허위 진단서 여부 재판부 판단은?

    여대생 청부살해 주치의 감형, 허위 진단서 여부 재판부 판단은?

    여대생 청부살해 주치의 감형, 허위 진단서 여부 재판부 판단은? ’여대생 청부살해 사건’의 주범 윤길자(69·여)씨의 특혜성 형 집행정지를 위해 허위 진단서를 발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주치의 박모(55) 세브란스병원 교수가 항소심에서 벌금 500만원으로 감형받았다. 허위 진단서 발급을 공모하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윤씨의 남편 류원기(67) 영남제분 회장도 집행유예로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김용빈 부장판사)는 30일 박 교수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류 회장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은 이들에게 징역 8월과 징역 2년을 각각 선고했었다. 재판부는 원심처럼 피고인들이 허위 진단서 발급을 대가로 1만 달러를 주고받은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이들이 돈을 주고받았다는 충분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더해 재판부는 박 교수가 2건의 허위 진단서를 작성했다는 원심의 판단을 뒤집고, 1건에 대해서만 허위성을 인정했다. 진단한 병명 등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수감 생활이 불가능하다’ ‘장기간의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라고 쓴 부분이 허위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진단서에 추상적이고 과장된 표현을 사용한 것은 잘못”이라면서도 “이런 표현을 사용한 것은 (형 집행 정지가 필요한지를 가늠할)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탓도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형 집행정지 결정은 검찰의 판단 몫”이라며 “비정상적인 형 집행정지 결정이 이뤄진 것이 단순히 박 교수의 진단서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기에 그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류 회장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된 혐의는 약 78억원 규모의 횡령·배임죄로 이는 윤씨와 관련이 없다”며 “친족의 행위로 불이익을 받으면 안 된다는 연좌제 금지를 헌법에서 정하고 있는 바 윤씨의 남편이라고 해서 무조건 중형을 선고할 수는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공사비를 과다 계상하는 방식 등으로 회사에 피해를 끼친 잘못이 있다”며 “공탁금을 기탁하고 피해 변제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지난 2002년 당시 자신의 사위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고 의심되는 여대생 하모씨(당시 22세)를 청부살해한 혐의로 2004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2007∼2013년 형 집행정지 결정과 연장 결정을 수차례 받았다. 류 회장과 박 교수는 윤씨의 형 집행정지를 받아내려고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 주는 대가로 1만 달러를 주고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해 9월 재판에 넘겨졌다. 류 회장은 150억원 규모의 회삿돈을 빼돌리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았다. 피고인들은 구치소에 수감된 채 2심 재판을 받던 중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선고 공판에 출석했다. 네티즌들은 “여대생 청부살해 주치의 감형,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지”, “여대생 청부살해 주치의 감형, 허위진단서 부분 재판부 판단이 감형이라니”, “여대생 청부살해 주치의 감형, 오늘 재판 결과는 전부 좀 우울하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여대생 청부살해 주치의 감형 “허위 진단서 1건만 허위성 인정” 도대체 왜?

    여대생 청부살해 주치의 감형 “허위 진단서 1건만 허위성 인정” 도대체 왜?

    여대생 청부살해 주치의 감형 “허위 진단서 1건만 허위성 인정” 도대체 왜? ’여대생 청부살해 사건’의 주범 윤길자(69·여)씨의 특혜성 형 집행정지를 위해 허위 진단서를 발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주치의 박모(55) 세브란스병원 교수가 항소심에서 벌금 500만원으로 감형받았다. 허위 진단서 발급을 공모하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윤씨의 남편 류원기(67) 영남제분 회장도 집행유예로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김용빈 부장판사)는 30일 박 교수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류 회장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은 이들에게 징역 8월과 징역 2년을 각각 선고했었다. 재판부는 원심처럼 피고인들이 허위 진단서 발급을 대가로 1만 달러를 주고받은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이들이 돈을 주고받았다는 충분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더해 재판부는 박 교수가 2건의 허위 진단서를 작성했다는 원심의 판단을 뒤집고, 1건에 대해서만 허위성을 인정했다. 진단한 병명 등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수감 생활이 불가능하다’ ‘장기간의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라고 쓴 부분이 허위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진단서에 추상적이고 과장된 표현을 사용한 것은 잘못”이라면서도 “이런 표현을 사용한 것은 (형 집행 정지가 필요한지를 가늠할)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탓도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형 집행정지 결정은 검찰의 판단 몫”이라며 “비정상적인 형 집행정지 결정이 이뤄진 것이 단순히 박 교수의 진단서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기에 그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류 회장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된 혐의는 약 78억원 규모의 횡령·배임죄로 이는 윤씨와 관련이 없다”며 “친족의 행위로 불이익을 받으면 안 된다는 연좌제 금지를 헌법에서 정하고 있는 바 윤씨의 남편이라고 해서 무조건 중형을 선고할 수는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공사비를 과다 계상하는 방식 등으로 회사에 피해를 끼친 잘못이 있다”며 “공탁금을 기탁하고 피해 변제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지난 2002년 당시 자신의 사위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고 의심되는 여대생 하모씨(당시 22세)를 청부살해한 혐의로 2004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2007∼2013년 형 집행정지 결정과 연장 결정을 수차례 받았다. 류 회장과 박 교수는 윤씨의 형 집행정지를 받아내려고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 주는 대가로 1만 달러를 주고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해 9월 재판에 넘겨졌다. 류 회장은 150억원 규모의 회삿돈을 빼돌리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았다. 피고인들은 구치소에 수감된 채 2심 재판을 받던 중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선고 공판에 출석했다. 네티즌들은 “여대생 청부살해 주치의 감형, 정말 황당하네”, “여대생 청부살해 주치의 감형, 법은 이렇게 판단이 되는 건가”, “여대생 청부살해 주치의 감형,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이버 검열 영장 발부한 법원도 문제… 세월호특별법 처리 후 개헌특위 구성”

    “사이버 검열 영장 발부한 법원도 문제… 세월호특별법 처리 후 개헌특위 구성”

    당내 계파 분열 종식과 대안을 제시하는 제1야당의 위상 정립. 지난 9일 선출된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의 최우선 당면 과제다. 우 원내대표는 1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내 혼란은 계파 간 겨루기의 부작용을 줄이도록 당의 소통 능력을 키워서, 당 지지율 회복은 가계소득 증대 방안 등 민생을 살릴 대안 제시를 통해 극복하겠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수사 당국의 사이버 검열 논란이 일파만파다.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크고 국민들에게 상당한 두려움을 갖게 하는 문제다. 당국이 내 것을 들여다보는지 의구심을 갖는 것 자체가 사람의 심리를 굉장히 위축시킨다. 본질적인 문제는 법원이 감청 영장을 집단적, 포괄적으로 발부해 버리는 데 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울 수 있는 상황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우상호 의원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축했다. →이미 정책위의장으로 세월호특별법 협상에 참여했다. 소회와 평가는. -특별검사 협상에서 유가족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지만 진상조사위원회에 조사 방해 제재 권한을 둬 조사권을 강화하는 데 많이 노력했다. 특검을 두 차례(최장 6개월) 연속 실시하는 것도 전무한 조치였다. 그럼에도 유가족의 의사를 100% 반영시키지 못했다. →특검 추천에 참여하겠다는 유가족의 주장에 새누리당은 불가 방침인데, 추가 협상 할 수 있나. -정치에서 불가능한 사안은 없다. 설사 유가족 의사가 그대로 되지 않더라도 10월 말까지 개선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세월호특별법과 함께 정부조직법, 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유병언법) 시한도 이달 말이다. -정부조직법 중 해양경찰청 해체에 대해 우리 당은 반대하고 있다. 국가안전처도 ‘부’로 격상시켜야 한다. 또 유병언씨가 사망했으니 유병언법은 불법 취득 재산을 환수한다는 취지를 살리되 연좌제가 되지 않도록 법리 검토를 거쳐 수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정부가 공무원 연금 구조, 방만 공기업을 질타하는 한편 증세, 확대 재정 등 양면작전을 펴기 때문인지 국감 이슈가 다양하다. -공무원 연금 개혁 등은 당위성은 있지만 한순간에 처리하려 하면 개혁은 잘 안 되고 반발만 거세진다. 시간을 갖고 소통하며 추진해야 할 일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뒤집어 버리는 것은 참기 어렵다. 예컨대 1040조원의 가계부채로 가계의 건전성이 위험 수준인데, 단기적으로 총선에 대비해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펴는 정부의 행태를 보며 국가를 책임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진짜 문제는 권력·자본·기회의 독점 구조와 이로 인한 승자·전관·연고의 독식 현상에 있다. 제왕적 독점 구조를 깨기 위한 ‘분권형 개헌’을 주장할 때 내가 강경파가 되는 이유다. 세월호특별법 처리 이후 최소한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하겠다. 대기업을 키워 낙수 효과를 기대하자는 현 정부의 주장은 독점·독식을 부추긴다. 이명박 정부부터 현 정부까지 실시 중인 법인세 감면을 멈추고, 가계소득을 높이고 가계비용을 낮추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독점·독식에 따른 불균형을 깨트릴 수 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에 대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체계를 만드는 등 정치적 해법을 찾겠다.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등 정치권의 자성을 우선 요구하는 여론도 많다. -김영란법은 국민들이 환영하는 법이다. 원안 그대로는 아니더라도 여야 간 합의 가능성이 높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사진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 ‘현대판 연좌제’ 고통 벗어나게 일반 금융 채무와 형평도 고려

    금융당국이 연대보증 폐지에 고삐를 죄고 있다. 올 상반기 기술 우수 창업자에 대한 연대보증 100% 폐지에 이어 신용보증기금(신보)과 기술보증기금(기보)의 단순 연대보증채무자 구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일반 금융채무자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민법상 채권 소멸시효는 10년으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신보·기보는 민사소송 및 법원 판례를 근거로 채권 소멸시효를 10년 단위로 연장해오고 있다. 채무자가 고의적으로 채무 상환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다. 문제는 실제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고, 경영 실패에 책임이 없는 단순 연대 보증채무자에게도 채무 연장 기준이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신보의 한 단순 연대보증채무자는 15일 “신보·기보의 연대보증채무자들은 사실상 죽을 때까지 연좌제의 고통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일반적으로 금융기관 채무자들은 은행연합회에 채무불이행자로 등재되면 채무를 상환하지 않아도 7년 후에 전산 기록이 삭제된다. 다만 신보·기보의 단순 연대보증채무자들은 전산 기록이 삭제돼도 ‘보증채무가 존재한다’는 신용 정보가 채권 소멸시효가 연장될 때마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현대판 ‘주홍글씨’인 셈이다. 금융당국도 최근 연대보증제도의 단계적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2012년 5월부터 시중은행과 신보·기보의 개인 사업자에 대한 연대보증제도를 폐지했고, 법인은 실질 경영자에게만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것으로 연대보증 적용 범위를 대폭 줄였다. 다만 신보·기보의 장기 단순 연대보증채무자들은 소급 적용 금지 원칙에 따라 구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신보·기보의 단순 연대보증 채무자들을 포함해 남은 연대보증제를 순차적으로 폐지하겠다”면서 “금융기관들이 손쉽게 채권 보전을 위해 연대보증을 세웠던 여신 관행을 중·장기적으로 폐지하고 이를 기술금융 담보로 대체하겠다”고 말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전문가들 “김영란법 위헌소지 적다”… 조속시행 건의

    전문가들 “김영란법 위헌소지 적다”… 조속시행 건의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원안이 위헌 소지가 적다는 쪽으로 전문가 의견이 모아졌다. 위헌 논란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면서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는 형국이라 향후 국회 통과 여부가 주목을 받고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0일 ‘김영란법 제정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이 법안에 과잉처벌 조항이 있는지, 헌법이 금지한 연좌제에 해당하는지 등을 검토했다. 김영란법은 공직사회에서 이른바 떡값이나 스폰서와 같은 부패를 없애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이 시도됐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제시한 원안은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불문하고 금품을 받은 공무원 및 가족에 대해 수수액이 100만원 이상이면 형벌을, 100만원 이하이면 과태료를 물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직무 관련성이 입증됐을 때에만 처벌한다’고 변형시킨 정부 수정안(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최근 청와대와 여야는 원안 쪽에 치중해 논의를 진행 중이다. 공청회에는 법제처, 법원행정처, 법무부, 대한변협, 참여연대, 학계 등에서 8명이 참석했다. 이 가운데 5명은 원안에 “위헌 소지가 없다”며 조속 시행을 당부했다.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본 3명 중 2명은 애당초 원안을 변형시켜 정부안을 만든 법제처, 법무부 소속이다. 이 법이 공직사회 부패 예방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는 “현행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직무관련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김영란법이 통과되면 부패행위의 사각지대가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 측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위헌 가능성을 제기한 이성기 성신여대 교수는 “직무와 연관성이 없는 공직자의 금품수수를 처벌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헌법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며 위헌 소지를 주장했다. 가족이 금품을 받아도 공직자를 처벌할 수 있게 한 데 대해 장유식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은 “현실적으로 당사자보다 가족을 규제하는 게 더 필요할 수 있다”면서 “가족 범위를 명확하게 하면 문제가 없다”고 제안했다. 반면 이 교수는 “헌법상 연좌제 금지 원칙에 반할 수 있다”며 신중한 검토를 주문했다. 법의 적용대상을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에게까지 확대하는 야당 주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 많았다. 공무원만 뇌물죄 적용 대상이 되는 형법과 형평성을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사립학교, 언론을 포함해 사회 전 영역에서 부패를 근절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데 공청회 참석자 대부분이 뜻을 모았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法 권위자에게 듣는 판례 재구성] 친일재산 국고 귀속 특별법 합헌 결정

    판례의 재구성 11회에서는 2011년 3월 친일파 후손 64명이 “친일재산이라도 당시 재산법제에 의해 취득한 재산을 다시 국가에 귀속하도록 한 특별법은 소급입법에 해당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사건에 대한 헌재의 결정(2008헌바141)을 소개한다. 헌재 결정의 의미와 해설을 헌법 분야의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부터 듣는다. ‘친일재산 몰수 규정 합헌’ 결정은 헌재가 지난해 9월 창립 25주년을 맞아 ‘헌재 주요 결정 10선’을 뽑는 설문조사에서 1554표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친일재산 국고 귀속 논란은 친일재산 환수 작업에 반발한 친일파 후손들이 헌법소원과 민사소송을 잇따라 내면서 촉발됐다. 1992~1997년 을사오적 중 한 명인 이완용의 증손자 이윤형씨가 “국가에 몰수된 땅을 돌려달라”는 소송에서 승소한 이후 친일파 후손들의 반환 소송이 이어졌고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2005년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친일재산을 국가가 환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특별법 제정을 계기로 2006년 7월 출범한 친일재산조사위원회는 2010년 7월까지 활동하면서 친일행위자 168명의 재산 1000억여원에 대해 국가귀속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한일병합에 기여해 일본으로부터 자작 작위를 받은 친일파 민영휘의 후손 등 친일파 후손들이 2008~2010년 헌법소원을 내면서 헌재는 특별법에 대한 위헌성을 판단하기에 이르렀다. 헌재는 2011년 3월 친일파 후손 64명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5(합헌)대 2(일부한정위헌)대 2(일부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해당 조항은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고 일본제국주의에 저항한 3·1운동의 헌법 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며 “친일반민족행위자 후손의 재산 가운데 후손 스스로 경제적 활동을 통해 취득한 재산, 친일재산 이외의 상속재산 등을 단지 선조가 친일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몰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연좌제 금지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특별법이 소급입법의 형식을 취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 제헌헌법 부칙은 ‘국회는 1945년 8월 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등 역사상 과거사 청산에 관한 다수 입법들에서 소급입법의 형식을 취하는 것은 용인돼 왔다”고 판시했다. 이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지배를 받았던 프랑스에서도 전쟁이 끝나고 나치의 괴뢰정권 정부를 위해 복무한 자들을 소급적으로 처벌했다”며 “이는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반성의 산물이고, 그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경계하는 결의와 성찰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친일재산과 관련, ‘러일전쟁 개시 전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친일파가 취득한 재산을 친일재산으로 추정한다’는 조항에 대해서는 “어떤 재산이 친일재산인지 국가가 일일이 입증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재산 취득자나 그 후손들은 경위와 내역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개연성이 높아 이들에게 이를 입증하도록 한 것은 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부한정위헌 의견을 낸 이동흡·목영준 재판관은 “친일파 후손은 1904년 이전에 친일재산이 아니라 다른 경위로 토지를 취득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당시 사실관계를 입증할 서증이나 증인이 현재까지 남아 있을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며 “입증 책임을 다하지 못해 친일재산과 무관한 재산까지도 박탈당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밝혔다. 이강국 소장과 조대현 재판관은 “친일반민족행위자를 단죄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고 하더라도 헌법에 합치되는 방법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해당 조항은 소급입법에 해당해 헌법에 위반된다”며 일부위헌 의견을 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法 권위자에게 듣는 판례 재구성] 정의의 요청을 법적 안정성에 우선하는 것으로 평가, 친일반민족행위 불법성 심각… 시효인정 불가 판단

    [法 권위자에게 듣는 판례 재구성] 정의의 요청을 법적 안정성에 우선하는 것으로 평가, 친일반민족행위 불법성 심각… 시효인정 불가 판단

    법이론과 법실무의 핵심은 실정법 조항들의 해석과 적용이다. 헌법이론과 헌법실무 역시 실정헌법의 해석과 적용을 중심으로 하지만 헌법과 법률의 충돌이 문제될 경우의 헌법문제는 독특한 성격을 갖는다. 최고법인 헌법에 비추어 법률의 합헌성 여부를 따지는 과정은 헌법의 해석과 적용이라고 할 수 있다. 국회에서 제정된 법률의 유·무효를 결정하는 것이며 그 정치적·사회적 파장이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헌법재판소가 친일재산귀속법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린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결정이다. 헌법재판소는 ①‘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6호 내지 제9호의 행위를 한 자를 재산이 국가에 귀속되는 대상인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보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이하 친일재산귀속법) 제2조 제1호 가목, ②러일전쟁 개전 시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취득한 재산을 친일 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이하 친일재산)으로 추정하는 친일재산귀속법 제2조 제2호 후문, ③친일재산을 그 취득·증여 등 원인행위시에 국가의 소유로 하도록 규정한 친일재산귀속법 제3조 제1항 본문(이하 귀속조항)에 대하여 모두 합헌결정을 내렸다. 친일재산의 환수 문제는 오래전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다. 1990년대부터 이완용의 증손자, 송병준의 후손, 이근택의 조카손자 등 친일파 후손들의 재산과 관련한 소송이 이어졌고, 이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2005년 12월 친일재산의 국고귀속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특별법 제정 당시부터도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 금지(헌법 제13조 제2항)의 위반으로서 위헌이 아닌지 논란이 있었다. 그 밖에도 연좌제금지(헌법 제13조 제3항) 위배, 평등권(헌법 제11조) 침해 등이 쟁점으로 대두됐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헌법 조항들의 형식논리적 해석만으로 올바른 답을 내기는 어려우며, 정의와 법적 안정성이라는 법의 이념이 이 문제에서 어떻게 구현돼야 하는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즉 친일재산의 환수라는 정의의 요청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소급효 등으로 기존의 법질서를 흔들게 될 경우에 발생하는 법적 안정성의 문제와 충돌할 수밖에 없으며, 양자의 충돌을 합리적으로 조율하는 대안의 마련 내지 어느 쪽을 더 비중 있게 고려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친일재산의 국고귀속조항이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함을 인정하면서 해당 조항의 정당성까지 인정한 것은 결국 정의의 요청을 소급효 금지라는 법적 안정성에 우선하는 것으로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결론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있다. 법이 정의라는 이념을 망각하고 현재에 안주할 경우에는 더 이상 진정한 법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소수의견에서도 나타나듯이 진정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박탈이 정당화되는 것은 헌법해석의 문언적 한계를 벗어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을 것이다. 친일반민족행위에 대한 처벌이나 친일재산의 국고귀속이 정의의 요청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이를 추진하는 방식 내지 절차의 정당성 또한 매우 중요한 것은, 4·19혁명과 5·16군사쿠데타 이후의 소급입법들이 보여주듯이 경솔한 소급입법의 오·남용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친일재산의 국고귀속을 합헌으로 판단함에 있어서는 “친일재산의 소급적 박탈은 일반적으로 소급입법을 예상할 수 있었던 이례적인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보다는 친일반민족행위가 행위시법으로 규율하기 힘든 곤란한 예외적 상황이었다는 점, 그 불법성의 정도가 워낙 심각했기 때문에 시효를 인정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는 점, 친일재산의 문제도 이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보다 강조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헌법재판소도 연좌제 금지와 관련해 “친일반민족행위자 후손의 재산 중 그 후손 자신의 경제적 활동으로 취득하게 된 재산이라든가 친일재산 이외의 상속재산 등을 단지 그 선조가 친일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로 귀속시키는 것은 아니므로, 연좌제금지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로써 친일재산 환수의 과도한 확장을 경계하고 있으나, 진정소급입법의 예외는 더욱 한정적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해 과거 친일재산의 처리에 대해 혼선을 빚던 법원의 태도가 확실한 기준을 잡을 수 있었고, 정부의 입장 또한 확실해졌다는 점에서 이 판례의 의의는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해방 직후에 이러한 문제들이 법적·제도적으로 명확하게 정리되었다면 뒤늦게 이런 문제가 제기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미군정 시기뿐만 아니라 1948년 정부수립 이후에도 친일파 문제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과거청산이 행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최근까지 친일재산의 환수 등에 관한 문제가 계속됐다. 이를 법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인 친일재산귀속법 제정과 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에 의해 비로소 마무리됐다고 할 수 있다. ■장영수 교수는 ▲고려대 법학사 ▲고려대 법학 석사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 법학 박사 ▲헌법재판소 제도개선위원회 위원 ▲안전행정부 정보공개심사위원회 위원 ▲한국헌법학회 자문위원
  • 탈영병 가족·이웃에 피해주는 취재 ‘황당’…네티즌 “이웃에 탈영병 가족 신상 알린 셈” 비판

    탈영병 가족·이웃에 피해주는 취재 ‘황당’…네티즌 “이웃에 탈영병 가족 신상 알린 셈” 비판

    ‘탈영병 가족’ 탈영병 가족과 이웃을 상대로 한 언론의 취재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제기되면서 해당 기사가 물의를 빚고 있다. 연합뉴스는 22일 ‘조용하고 평범한 가족이었는데…아들이 설마’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수원에 있는 임모(22) 병장의 집을 찾았다고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이웃들은 ‘장본인이 이웃이라는 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사실이냐”며 기자에게 되물었다고 했다. 다른 이웃은 “특별한 기억이 나지 않는 가족이고 그 아들은 더욱 그렇다”고 기자에게 답했다. 결국 임 병장의 신상을 알지 못했던 이웃들은 연합뉴스 기자를 통해 무장 탈영병인 임 병장과 그의 가족이 자신들의 이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네티즌들은 해당 기사의 취재와 보도 방식을 비판했다. 임 병장의 가족이 원하지 않는 사실을 이웃들에게 알려 결국 ‘낙인’을 찍었다는 것이다. 트위터 아이디 @so_picky는 “기사를 위해 주민에게 흉악범 집안임을 알려준 친절한 기자”라고 비판했다. 또 온라인 커뮤니티 루리웹 게시판에도 ‘취재하랬더니 부모님하고 옆집 사람들, 같은 아파트 주민들을 연좌제로 매장시키려고 기사를 썼네(bda***))’ ‘어떻게 찾아낸 건가 군 정보라도 유출됐나(imasric****)’ 등의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트위터 아이디 @kaeu******는 “요새 누가 아파트 앞집 위아랫집에 누가 사는지 안다고, 탈영병 가족 사는 아파트에 가서 윗집에 그 탈영병 산다는데 평소에 어땠냐 묻고 다니냐”면서 “소문내서 그냥 한국에서 가족들 못 살게 만들려는 거나 뭐가 달라. 기자가 취재윤리는 어디다 팔아먹은 거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해당 기사는 연합뉴스 홈페이지 및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내려간 상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탈영병 가족·이웃에 도 넘은 취재 물의…네티즌 “이웃에 탈영병 가족 신상 알린 셈” 비판

    탈영병 가족·이웃에 도 넘은 취재 물의…네티즌 “이웃에 탈영병 가족 신상 알린 셈” 비판

    ‘탈영병 가족’ 탈영병 가족과 이웃을 상대로 한 언론의 취재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제기되면서 해당 기사가 물의를 빚고 있다. 연합뉴스는 22일 ‘조용하고 평범한 가족이었는데…아들이 설마’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수원에 있는 임모(22) 병장의 집을 찾았다고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이웃들은 ‘장본인이 이웃이라는 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사실이냐”며 기자에게 되물었다고 했다. 다른 이웃은 “특별한 기억이 나지 않는 가족이고 그 아들은 더욱 그렇다”고 기자에게 답했다. 결국 임 병장의 신상을 알지 못했던 이웃들은 연합뉴스 기자를 통해 무장 탈영병인 임 병장과 그의 가족이 자신들의 이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네티즌들은 해당 기사의 취재와 보도 방식을 비판했다. 임 병장의 가족이 원하지 않는 사실을 이웃들에게 알려 결국 ‘낙인’을 찍었다는 것이다. 트위터 아이디 @so_picky는 “기사를 위해 주민에게 흉악범 집안임을 알려준 친절한 기자”라고 비판했다. 또 온라인 커뮤니티 루리웹 게시판에도 ‘취재하랬더니 부모님하고 옆집 사람들, 같은 아파트 주민들을 연좌제로 매장시키려고 기사를 썼네(bda***))’ ‘어떻게 찾아낸 건가 군 정보라도 유출됐나(imasric****)’ 등의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트위터 아이디 @kaeu******는 “요새 누가 아파트 앞집 위아랫집에 누가 사는지 안다고, 탈영병 가족 사는 아파트에 가서 윗집에 그 탈영병 산다는데 평소에 어땠냐 묻고 다니냐”면서 “소문내서 그냥 한국에서 가족들 못 살게 만들려는 거나 뭐가 달라. 기자가 취재윤리는 어디다 팔아먹은 거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해당 기사는 연합뉴스 홈페이지 및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내려간 상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탈영병 가족·이웃 취재 물의…네티즌 “잘 모르는 이웃에게 탈영병 가족 산다고 기자가 알려준 셈” 비판

    탈영병 가족·이웃 취재 물의…네티즌 “잘 모르는 이웃에게 탈영병 가족 산다고 기자가 알려준 셈” 비판

    ‘탈영병 가족’ 탈영병 가족과 이웃을 상대로 한 언론의 취재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는 22일 ‘조용하고 평범한 가족이었는데…아들이 설마’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수원에 있는 임모(22) 병장의 집을 찾았다고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이웃들은 ‘장본인이 이웃이라는 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사실이냐”며 기자에게 되물었다고 했다. 다른 이웃은 “특별한 기억이 나지 않는 가족이고 그 아들은 더욱 그렇다”고 기자에게 답했다. 결국 임 병장의 신상을 알지 못했던 이웃들은 연합뉴스 기자를 통해 무장 탈영병인 임 병장과 그의 가족이 자신들의 이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네티즌들은 해당 기사의 취재와 보도 방식을 비판했다. 임 병장의 가족이 원하지 않는 사실을 이웃들에게 알려 결국 ‘낙인’을 찍었다는 것이다. 트위터 아이디 @so_picky는 “기사를 위해 주민에게 흉악범 집안임을 알려준 친절한 기자”라고 비판했다. 또 온라인 커뮤니티 루리웹 게시판에도 ‘취재하랬더니 부모님하고 옆집 사람들, 같은 아파트 주민들을 연좌제로 매장시키려고 기사를 썼네(bda***))’ ‘어떻게 찾아낸 건가 군 정보라도 유출됐나(imasric****)’ 등의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트위터 아이디 @kaeu******는 “요새 누가 아파트 앞집 위아랫집에 누가 사는지 안다고, 탈영병 가족 사는 아파트에 가서 윗집에 그 탈영병 산다는데 평소에 어땠냐 묻고 다니냐”면서 “소문내서 그냥 한국에서 가족들 못 살게 만들려는 거나 뭐가 달라. 기자가 취재윤리는 어디다 팔아먹은 거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김영란法’ 세밀히 다듬어 위헌소지 없애야

    세월호 참사 관련 후속조치로 주목받아 온 ‘김영란법’, 즉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이 결국 5월 임시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어제 국회 정무위가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몇몇 쟁점들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으나 끝내 여야 간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 부패 구조를 끊기 위한 목적의 ‘김영란법’은 굳이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관피아’의 해악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 당위성에 있어서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2012년 8월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입법예고한 뒤로 2년 가까이 논의를 이어온 만큼 공론화의 과정도 충분했다고 본다. 여야가 5월 국회 처리에 실패하고 다음 달 새로 구성될 19대 후반기 국회에 처리를 넘긴 것은 그래서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다만 ‘김영란법’은 그 내용이 워낙 중차대할 뿐더러 국민 일상에 미칠 영향이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신속한 처리 못지않게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기왕 법 제정을 늦춘 만큼 세월호 정서나 시간에 쫓기기보다는 남은 쟁점들을 더욱 면밀하게 가다듬어 위헌 소지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어제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여야가 합의한 내용은 대체로 평가받을 만한 수준이다. 쟁점인 법 적용 대상에 있어서 국·공립학교 교사뿐 아니라 사립학교, 사립유치원 교사를 포함시키고 언론기관도 정부가 출자한 KBS·EBS뿐 아니라 모든 민간 언론사 종사자로 확대하기로 한 점은 교원 간 형평성과 언론 본연의 공익성을 감안할 때 마땅하다고 본다. 이 합의로 법 적용 대상자 수가 186만명에 이르고, 이들의 가족까지 포함하면 최소 550만명에서 최대 1786만명가량에 이른다니 사회 전반에 미칠 법안의 영향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공직자가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하도록 한 국민권익위 원안을 여야가 수용하기로 한 것도 환영할 대목이다. 그동안 법무부는 대가성 없는 금품수수까지 처벌하는 것은 헌법의 ‘죄형법정주의’나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며 반대했으나 관피아의 토양이 돼 온 비리 대부분이 직무대가성 입증이 어려운 맹점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이는 반드시 관철돼야 할 사안이다. 다만 어제 여야가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한 ‘이해충돌 방지’ 방안과 ‘부정청탁 금지’ 관련 조항은 ‘김영란법’ 원안이 위헌적 소지를 지니고 있는 만큼 향후 면밀한 보완이 요구된다. 공직자가 본인 및 가족, 친족 등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공직자 가족의 직업 선택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헌법상의 ‘연좌제 금지’와 명백히 충돌하는 것으로, 위헌 소지가 없도록 제한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부정청탁 금지 역시 관피아 척결에 있어서 필수적이나 국민의 청원권을 제약하고 정당한 민원 제기를 위축시키는 일이 없도록 세밀하게 다듬어야 한다. 공직후보자의 불법은 엄격히 법으로 규제하면서 정작 공직자의 불법을 규율할 법안은 변변찮은 모순된 현실, 공직자 비리에 국민 안전이 위협받는 현실은 이제 끝내야 한다. 여야는 다음 달 후반기 국회 구성직후 위헌 소지가 없는 ‘김영란법’을 제정할 수 있도록 내부 논의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 [광역단체장 유력후보 분석-제주도지사] 원희룡 vs 신구범

    [광역단체장 유력후보 분석-제주도지사] 원희룡 vs 신구범

    ■ 원희룡 후보, ‘島心’ 택한 중앙통 원희룡 새누리당 제주지사 후보는 16대 총선에서 서울 양천갑에 출마해 당선된 이후 내리 3선을 했다. 2007년 대선과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번번이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들었다. 그런 그가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수도권이 아닌 고향 제주에 출마하자 대권을 향한 우회로를 택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원 후보는 “중앙 정치에서 쌓은 정치적 자산을 제주를 먼저 변화시키는 데 활용한 뒤 나중에 국가 발전에 매진해 달라는 도민들의 염원에 따른 것”이라는 논리로 응수했다. 원 후보는 1964년 제주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쌀밥 구경을 하기 힘들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려웠다. 그의 부모는 고무신 장사, 잡화상, 농약방, 서점 등을 운영하다 망하기를 반복하며 빚 독촉에 시달리기 일쑤였다. 원 후보는 어릴 적 리어카 바퀴에 오른쪽 발가락이 끼어 거의 잘릴 뻔한 사고를 당하고도 돈이 없어 수술을 받지 못했다고 말한다. 이때 발가락 2개가 뒤틀리는 장애를 얻어 ‘군 면제’를 받았다는 것이다. 원 후보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길이 ‘공부’라고 믿었다. 변변찮은 책상 하나 없어 사과 상자를 책상 삼아 공부했다. 여건은 열악했지만 그의 학업 성적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학창 시절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었다. 1982년 제주제일고를 졸업한 원 후보는 학력고사 전국 수석으로 서울대 법대에 입학해 화제가 됐다. 그는 대학 시절 학생운동에 참가하면서 6개월간 유기정학을 당하는 등 잠시 학업에 소홀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스타일의 원 후보는 1992년 사법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금도 정치권에서는 원 후보의 학창 시절 공부 실력 얘기가 나올 때마다 “시험 성적으로 대통령을 뽑는다면 원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우스개가 따라붙을 정도다. 원 후보는 거대한 사회악과 싸워 보겠다는 각오로 법원이 아닌 검찰행을 택했다고 한다. 1995년부터 4년간 서울지검·수원지검·부산지검 검사로, 이후 2년간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 시점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 동시에 영입 제의가 들어왔다. 선택을 놓고 고민하던 그에게 운동권 출신으로 한나라당에 몸담고 있던 김부겸 전 의원(현 새정치민주연합 대구시장 후보)이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넘치는 민주당에 한 방울 더 보태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한나라당행을 권유했고 원 후보도 “보수 정당을 개혁하는 게 한국 사회에 던지는 파장이 더 크겠다”는 판단 아래 제의에 응했다고 한다. ‘우등생 중의 우등생’ 출신이었던 원 의원은 초선 때부터 정치권의 기대를 모으면서 ‘잘나가는’ 정치인 반열에 올랐다. 이회창 당시 총재로부터 “당의 개혁을 주도해 달라”는 주문을 받기도 했다. 재선 의원이었던 2004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시 3선 의원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40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최고위원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이어 당 사무총장 등의 주요 요직을 거쳤으며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당시 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2011년 6월 전당대회에서는 2012년 19대 총선 불출마라는 배수진을 쳤고 4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된다. 그러나 그해 10월 재·보선 때 일어난 디도스(DDoS)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유승민, 남경필 의원과 함께 최고위원 자리에서 물러났다. 원 후보가 고향인 제주로 ‘정치적 회귀’를 감행한 것은 ‘첫 제주도 출신 대통령’이라는 정치적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기 위한 결단이라는 게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해석이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신구범 후보, ‘安心’ 품은 제주통 “신구범은 제주의 자존심을 대표하는 선한 싸움꾼입니다.” 신구범 새정치민주연합 제주지사 후보는 늘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신 후보는 1942년 제주 북제주군(현 제주시) 조천읍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찢어지게 가난했던 그는 학비를 벌기 위해 무작정 상경해 서울 용산역에서 손님을 끄는 호객꾼(삐끼) 노릇을 하기도 했다. 제주 오현고를 나와 육사에 진학했으나 4학년 때 결혼하기 위해 중퇴했다. 육사 생도는 재학 중에 결혼을 할 수 없다. 신 후보는 낙향해 농사를 짓다가 1967년 독학으로 행정고시에 합격해 제주도청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제주도 기획관, 지역계획과장으로 재직하면서 중문관광단지 개발 계획, 한라산국립공원 지정 등의 지역 숙원 사업들을 해결했다. 1974년에는 6년간 제주도청 근무를 끝내고 중앙 부처인 농림부로 전근한다. 축산국장, 농업정책국장 등의 요직을 거쳐 기획관리실장에까지 올랐지만 공직 생활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친·인척 가운데 일본 조총련에서 활동했던 사람이 있던 탓에 공직 생활 초기에는 ‘신원 특이자’로 분류돼 승진에서 계속 누락되는 쓴맛을 봤다. 그는 이 같은 연좌제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로 유학을 떠났다. 미국 유학을 통해 역량을 강화한 그는 이후 주이탈리아 대사관 농무관으로 발령받았다. 이탈리아에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있어 농무관 겸 FAO 한국 측 교체수석대표로 활동하는 기회를 잡는다. 이는 농림부 축산국장에 오른 배경이 됐다. 축산국장 때인 1989년 말 한·미 소고기 협상 한국 측 수석대표를 맡은 그는 ‘전국구 스타’로 떠오른다. 당시 미국은 자국산 소고기 수입을 밀어붙였지만 그는 끈질긴 협상력을 발휘해 저지시켰고 축산농가와 축산업자들의 열렬한 환영과 지지를 받았다. 이 덕분에 그는 뒷날 축협중앙회장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1993년 그는 관선 제주도지사로 금의환향했다. 1995년 첫 지방선거 때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임기 3년이던 첫 민선 제주도지사에도 올랐다. 그는 관선과 민선 도지사 4년 3개월간 제주도지사로 재임하면서 제주삼다수, 관광 복권,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제주 교역, 제주세계섬문화축제 등의 업적을 남겼다. 199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이던 국민회의(새정치연합의 전신) 경선에서 패하자 탈당해 무소속으로 도지사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2002년에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역시 낙선했다. 축협중앙회장 때인 1999년 농·축협 강제 통합 입법에 반대하며 국회에서 할복하기도 했다. 친환경 농축산물 매장 ㈜삼무(三無)를 설립하기도 했으나 ‘30억원 뇌물 수수’ 혐의로 그가 2년여를 감옥에서 보내는 사이 도산했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 전 제주도 내에 퍼져 있는 ‘제주도지사 세대교체론’의 퇴진 대상 인물로 꼽혔다. 그러나 “도지사선거를 겨냥한 신종 공작 음모”라며 출마를 단행했다. 국민회의를 탈당했던 전력과 보수 정당인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한 이력들이 야권 후보로서의 대표성에 흠이 된다는 지적을 받는다. 신 후보는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 정치’를 표방하고 있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 측 인사로 분류되는 그는 “낡은 정치판에 뛰어들어 원칙과 정의의 싸움을 불사하고, 밟히고 상처받으며 패배의 길을 감내한 정치적 경험을 가질 때 비로소 새 정치는 가능하다”는 논리로 호소하고 있다. 신 후보는 외교, 국방, 사법을 제외한 국가의 모든 권한을 제주지사가 중앙정부로부터 이양받는 완전 분권과 읍·면·동장은 주민자치의회를 구성해 자치의회에서 선출하는 완전 자치 시대를 열어 특별자치도를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자녀 이중국적도 고위직 검증 잣대로

    박근혜 대통령이 재외공관장 임명에서 공직자 자녀의 복수국적(이중국적)과 병역이행 문제를 연계한 건 ‘비정상화의 정상화’ 정책 기조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직업 특성상 자녀가 복수국적을 갖게 된 외교관뿐만 아니라 타 부처 공직자, 국회 동의를 요구하는 정무직 인사에서 자녀의 복수국적과 이를 악용해 병역을 회피하는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대사와 총영사 등 재외공관장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이 처음으로 복수국적 및 병역이행 문제를 검증한 것 자체가 앞으로 자녀의 외국국적 취득 논란이 제기되거나 병역 회피 문제가 불거지는 인사는 원천 배제할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아울러 외국 국적의 자녀를 둔 경우 공관장 임무 수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될 때는 불이익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9일 “국회와 국민 여론으로도 지적된 외교관 자녀들의 국적 문제를 방치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기조가 재외공관장뿐 아니라 총리와 장관 등 정무직 인사와 타 부처 인선에도 확대될지 관심이다. 공관장 인사에만 불이익을 주는 건 타 부처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또 국회 동의 과정을 거치는 총리 및 장관 등 정무직 발탁에서 자녀의 복수국적과 병역이행 문제가 검증 요인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인사청문회에서 총리와 장관 직계비속의 복수국적 문제는 늘 도마에 오를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고위 공직자 아들들이 국적 이탈을 통해 병역을 회피하는 건 국민 정서상 용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핵심 검증 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 재외동포의 복수국적 문제와 복수국적을 가진 공직자 아들의 병역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인식이다. 하지만 정부는 자녀의 복수국적 문제를 제도화해 고위직 인사에 적용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적으로 복수국적 취득 상황이 다양하고, 자녀 문제로 부모에게 책임을 묻는 건 연좌제 논란에다 위헌적 요소도 있다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별도 규정으로 제도화하기보다는 대통령 재량으로 검증 과정에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11년 국적법 개정으로, 해외 우수 인재의 국내 유입을 위해 복수국적의 허용 범위를 확대한 것처럼 지속적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현재 만 65세 이상 재외동포에게는 복수국적이 허용되며, 연령을 더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자녀 복수국적 땐 대사·총영사 못 한다

    자녀 복수국적 땐 대사·총영사 못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춘계 재외공관장 인사에서 복수국적(이중국적)자인 자녀를 둔 고위 외교관 4명에 대해 자녀의 한국 국적 회복과 병역의무 이행을 조건으로 특명전권대사에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재외공관장(대사 및 총영사) 인선에 자녀의 복수국적 문제를 연계한 건 처음이어서 이 같은 방침이 정무직 등 정부 인사 전반으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청와대는 정기 공관장 인사에서 현재 미주·유럽 등의 공관에서 차석대사로 재직 중인 공관장 후보 4명으로부터 자녀들의 국적 정리와 병역의무 ‘이행 확약서’를 제출받고 대사에 내정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이 확약서는 인사 기록으로 남으며, 이들 내정자의 자녀들은 미국 국적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대 정부의 대사·총영사 인사 과정에서 자녀의 복수국적 정리와 병역이행을 확약받은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안보와 외교 기밀을 다루는 공관장의 경우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와 정부 등의 복수 관계자는 “자녀의 복수국적 취득 논란이나 병역 회피 가능성이 있는 경우 이를 정상화하지 않으면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거나 배제한다는 정책적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녀의 복수국적 문제가 공관장 인선의 검증 요인이지만 이를 명문화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헌법상 기본권 침해와 연좌제 논란 등을 감안해 제도화하기보다는 개별 인사의 판단 요인으로 선별 적용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 국가공무원법에는 인사 당사자가 복수국적자인 경우만 국가안보 및 보안·기밀 분야, 외교 등 국가 간 이해관계가 관련된 분야는 국가 기관장 임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공개한 병무청의 ‘고위공직자 직계비속 중 국적 상실 병적 제적자 명단’에서 현 정부의 고위공직자 15명의 복수국적자 아들 16명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병역을 면탈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우리나라는 복수국적을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현 국적법상 만 20세 전에 복수국적자가 된 경우에는 만 22세까지, 남성은 병역의무를 위해 만 18세 3개월까지 하나의 국적만 선택해야 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사설] 2금융권 대주주심사 채근하는 동양·효성사태

    금융감독원이 어제 동양증권의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부실판매 의혹에 대한 국민검사 청구를 받아들였다. 검찰의 효성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동양·효성 사태는 금융 계열사가 모기업의 사(私)금고로 전락하면 국민경제가 어떤 고통을 겪게 되는지 여실히 일깨워줬다. 따라서 이제라도 증권·카드 등 2금융권 대주주의 자격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 금융사를 거느릴 자격이 있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하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현재 은행과 저축은행에만 적용되고 있다. 이를 2금융권까지 확대하자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금융위원회가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실현되는 듯했으나 재계의 거센 반발 등에 부딪혀 표류 중이다. 동양그룹은 망하기 직전까지 동양증권, 동양캐피탈, 동양파이낸셜대부 등을 동원해 수조원대 자금을 끌어모으고 돌려막았다. 효성그룹의 조석래 회장 일가는 효성캐피탈에서 200억원대 부당대출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수만명의 개인투자자들이 피눈물을 쏟고 있다. 자금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유동성 위기가 거론되는 다른 대기업들도 저마다 금융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제2의 동양이 나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믿을 구석은 사전에 위험을 차단하는 것이다. 근본 해법은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간 칸막이를 치는 금산분리다. 금융지주사 설립이든 의결권 제한이든 금산분리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일단 대주주 적격성 심사라도 먼저 도입해야 한다. 그룹 오너가 친인척이나 제3자를 앞세워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한 사례를 숱하게 봐 온 만큼 특수관계인 배제 등이 포함된 원안에서 대폭 후퇴한 수정법안은 다시 손봐야 한다. 연좌제나 재산권 침해 등 재계의 우려도 충분히 감안해 결격사유와 처분내용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것이다. 어떤 핑계를 대건 안이한 감독과 뒷북 규제로 동양사태 피해를 키웠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금융당국이 조금이라도 잘못을 벌충할 기회다. 재계도 지분 매각 명령 등 극단적인 경우를 앞세워 마치 적격성 심사가 도입되면 당장 삼성이 삼성생명을 팔아야 하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는 데만 급급하지 말고 자체 투명성 확보 노력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재계가 그토록 강조하는 글로벌 잣대로 견줘봐도 영국, 일본, 독일 등은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 [정전협정 60년] 현재진행형 비극 (상)민간인 학살 경산코발트광산 르포

    [정전협정 60년] 현재진행형 비극 (상)민간인 학살 경산코발트광산 르포

    장맛비가 퍼붓던 지난 4일, 경북 경산시 평산동의 폐(廢)코발트광산. 일제가 군사용 코발트를 확보하려고 1930년대 채광을 시작해 1942년 폐광된 동굴 입구는 냉동 창고 문이라도 열어 놓은 듯 한기를 쏟아냈다. 안전모를 쓴 채 몸을 잔뜩 웅크리고 들어선 갱도 바닥에는 광산 내부에서 흘러나온 물이 고여 있었다. 조심스럽게 발자국을 옮길 때마다 물이 첨벙거리는 소리가 귀에 거슬렸고 침침한 전구 불빛에 언뜻언뜻 드러나는 붉은색의 갱도 옆 벽면이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꼭 온도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 100여m를 더 들어가자 수직으로 뚫린 또 하나의 굴과 연결됐다. 동행한 경산코발트광산유족회 박의원 대표가 말문을 열었다. “수직 동굴 저 위쪽에서 6·25전쟁 당시 군인과 경찰들이 사람들을 줄줄이 묶은 채 총으로 쏴 떨어뜨렸다고 합니다. 수직 동굴 높이가 50m 정도인데 시체로 가득 차 더는 못 떨어뜨리게 되니까 나중에는 골짜기 이곳저곳에 시체들을 묻었다고 해요. 동굴에서 기관총 탄피나 수류탄 흔적도 발견됐어요. 산 채로 떨어진 사람들을 확실하게 처리했던 모양이에요.” 1950년 7~8월, 이곳에서 민간인 3500명이 군경에 의해 집단 사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희생자들은 경산, 청도 등지의 국민보도연맹원 1000여명, 대구형무소 수감자 2500여명 등이다. 앞서 1949년 이승만 정부는 좌익에 전향 기회를 주겠다는 명분으로 보도연맹을 만들었다. 1년 만에 보도연맹원 숫자는 30만명을 웃돌았다. 지역 할당제가 떨어지자 빨치산의 짐을 날라 주고 밥을 해 주고 심부름을 해 줬던 이들까지 보도연맹원으로 엮어 넣은 탓이다. 하지만 전쟁이 터지자 이승만 정부는 보도연맹원이 인민군과 동조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동시다발적으로 집단 학살에 나섰다. 1950년 여름, 남한 전역 수십여 곳에서 벌어진 학살 중 대전 산내 골령골과 더불어 가장 희생자가 많은 곳이 바로 경산이다. 1990년대부터 경산코발트광산 사건 규명에 천착해 온 최승호 경산신문 대표는 “정말 논매고 밭매다 붙들려 간 억울한 분들도 있겠지만 희생자 대부분이 보도연맹원인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살아남으려고 어쩔 수 없이 단순 부역을 했던 분들이다. 전쟁 중이라고 해도 법적 근거 없이 죽임을 당할 죄는 결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1960년 4·19혁명 이후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국회는 진상 규명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듬해 5·16쿠데타가 일어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유족들은 군사정권의 서슬에 ‘빨갱이’로 몰릴까 봐 숨을 죽였다. 2000년대 들어 유족회와 시민단체 등이 유해 발굴에 나섰지만 정부와 경산시는 뒷짐만 졌다. 2005년 비로소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이 제정되면서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발굴에 나서 420여구를 수습했다. 이전까지 유족회가 발굴한 유골이 80여구다. 그동안 이곳에는 골프장과 노인요양병원이 들어섰다. 하지만 수십~수백m 떨어진 폐광과 골짜기에는 여전히 3000여구의 유골이 방치된 상황이다. 2010년 특별법 종료와 함께 발굴은 중단됐고, 그나마 유족들이 발굴한 80여구마저 임시 컨테이너에서 조금씩 부식되고 있다. 2010년 진실화해위 보고서는 ‘5·16 이후 유족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정신적, 경제적 고통을 받으며 현재까지 사회적 약자로 살아오고 있으며, 특히 연좌제로 인한 사회적 차별로 정상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유가족 300여명은 지난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121억여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국가의 항소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남편을 잃은 10여명의 부인들을 비롯한 유족들은 정전 60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의 비극을 겪고 있다. 나정태 유족회 부회장은 “3000여구의 유골도 수습해야겠지만 시급한 건 컨테이너에 보관된 탓에 빠르게 훼손되고 있는 80여구를 처리하는 문제”라면서 “충북대에 보관 중인 420여구도 내년까진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군 유해 발굴 사업처럼 하기를 기대하지는 않지만 우리도 똑같은 국민”이라면서 “유골을 모아 합동 화장을 하고 제사를 지낼 수 있는 장소와 작은 기념관 정도는 세울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경산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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