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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성일, 쉬지 않는 영화인의 로망 (인터뷰)

    신성일, 쉬지 않는 영화인의 로망 (인터뷰)

    하얀 바탕의 중앙에 검은색으로 박힌 이름 강신성일(姜申星一·72). 이름 자체가 브랜드인 한국의 이 전설적인 배우는 명함까지 그렇게 당당하고 멋스러웠다. ‘한국의 제임스 딘’ ‘한국의 알랭 들롱’이라 불린 문화 아이콘. 서울 상수동 강변의 한 오피스텔에서 영화인 신성일을 만났다. 이미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은빛 고수머리와 캐주얼한 차림. “잘 왔어요. 들어와요.” 손수 문을 열어준 신성일은 내년이면 데뷔 50주년을 맞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당당한 풍채로 기자를 안내했다. ◆ ‘성일가’의 노신사 VS 쉬지 않는 영화인 “건강의 비결은 승마예요. 옛날보다 체력이 더 좋아졌어요. 영천에 지은 한옥집에 내 애마가 3필입니다. 마장도 만들어놨어요. 그게 최고의 운동이에요.” 신성일이 대구 영천에 그의 이름을 딴 ‘성일가’(星一家)라는 한옥을 지은 지도 1년이 되었다. “감옥 다녀온 후에 정말 자유롭고 쾌적하게 살고 싶어 한옥을 지을 결심을 했어요. 2007년 9월에 영천에 내려가서 포도를 먹다가 ‘이쯤에 한옥 한 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신성일은 직접 와서 봐야 되는데 일단 아쉬운 대로 이걸 보라며 성일가의 사진을 건넸다. 아름답고 단아한 한옥은 그곳에 들인 신성일의 노력과 정성이 절로 보일 정도였다. “한옥 관리가 또 대단해요. 한옥은 손이 많이 가서 하루라도 청소를 안 하면 무당벌레들이 막 나오니까. 정원도 손봐야 하고 말 세 필에 풍산개로 다섯 마리나 키우니까 밥 주고 똥 치우면 시간이 얼마나 어떻게 가는지도 몰라요.” 신성일은 성일가가 대한민국 1등 한옥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화려한 은막의 스타였던 그에게 항상 익숙한 도시가 아닌 한적한 시골 생활에 적응할 만 한지 물었다. “난 도시가 싫어요. 차가 콱 막히고 공기도 답답하고 못 견뎌요. 감옥 다녀온 다음부터는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작업실도 일부러 강변이 보이는 곳에 마련하지 않았겠소. 그래도 영천이 제일입니다. 주변 계곡이 다 내 세상인데.” 신성일은 그래도 어디 한군데만 줄곧 머무르는 게 아니라 영천에 있다가 서울에 왔다가 하니까 양측의 장점을 다 누릴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이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6월 15일 개막을 앞두고 한층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을 준비하는 중이라 곧 서울에서 기자회견도 있고 너무너무 바빠요. 또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 기획 드라마 ‘동방의 빛’에서 이토 히로부미 역을 맡기로 했어요. 오는 9월쯤엔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합디다.” 영화와는 달리 드라마는 시간 싸움이라 대본에 묶인 시간이 계속될 것이라며 신성일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곧이어 “장편 드라마 출연은 처음인데 재미있을 것 같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 책·박물관·스포츠카, 영원한 영화인의 열정과 로망 “내년이 데뷔 50주년 되는 해입니다. 그동안 6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함께 했으니 그런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어요.” 신성일은 그의 인터뷰를 담은 책 ‘배우 신성일, 시대를 위로하다’(신성일 지승호 지음·알마)의 출간에 대해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사실 이 책은 시작이고 ‘맛보기’예요. 내년에 영화 데뷔 50주년을 맞아서 진짜 자서전을 기획하고 있어요. 이 책은 인터뷰 내용을 담은 것이라 한계가 있지만, 내 자서전에는 사진도 많이 넣을 생각입니다.” 현재 그는 ‘스포츠서울’에서 연재했던 ‘스타고백’과 같은 과거 자료들은 수집하며 자서전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했다. 신성일이 계획하고 있는 것은 자서전만이 아니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박물관 건립을 꿈꾸고 있다. “영천에 있는 집 근처에 영화박물관 짓는 것을 계획하고 있어요. 영천에 ‘별빛축제’라는 행사가 있는데 그 축제랑 내 이름에서 ‘별 성’(星) 자를 따서 ‘성일영화박물관’이라고 이름을 지을까 생각 중입니다.” 신성일은 “영화박물관의 취지는 문화 보존에 있다.”며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본, 필름 외에 그가 입었던 의상까지 다양한 자료를 수집해 마지막으로 한국 영화사에 기여하고 싶다는 것이 오랜 시간 스타 자리를 지켜온 그의 소망이다. “곳곳마다 문화에 대한 자각이 이제야 시작되고 있어요. 세계적인 추세로 볼 때 한국은 한참 늦은 셈이지만 이제라도 시작했으니 문화 콘텐츠를 활성화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그는 내년부터 기공에 들어가려고 계획 중인 영화박물관을 2012년 정도에는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건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해야 해요. 가장 중요한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건강의 비결에 대해 묻자 ‘애인’이라며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애인이 있으면 젊어지는 거에요. 한 일간지 유머란에서 봤는데 70대에 애인이 있으면 ‘신의 은총’을 받은 거라 합디다. 난 신의 은총을 받고 있는 사람이오.”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에서 영화감독, 정치인까지 모든 것을 누린 신성일의 꿈은 무엇일까. 이제 삶에서 더 원하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스포츠카를 갖고 싶다.”고 장난스레 대답했다. 국내 최초로 무스탕을 타고 도로를 누볐던 스타다운 대답이었다. “영화박물관이 세워지면 신성일이 탔던 스포츠카를 전시하고 싶어요. 재미있지 않겠습니까. (웃음)” 배우 안성기가 표현한 대로 ‘한 시대를 위로하며 거침없이 열정적으로 질주한 맨발의 청춘이자 한국영화계의 진정한 별’다운, 신성일 식 농담이었다.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 / 사진=유혜정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는 삶을”

    │워싱턴 김균미특파원│“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위험 부담을 감수하는 모험적인 삶을 추구하십시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시내에 있는 존스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SAIS) 졸업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유엔 사무총장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 대학 졸업식에서 연사로 나선 반 총장은 이날 ‘위기의 시대에 글로벌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약 30분간 축사를 했다. 반 총장은 국제관계를 전공한 졸업생들을 상대로 하는 축사답게 전 세계 분쟁지역과 기아,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곳을 돌아다니면서 보고 느낀 점들을 소개하면서 글로벌 리더로서 고통받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존재가 되어줄 것을 강조했다. 그는 “소년 병사들이 내전에 동원되고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의 숲에서, 기후변화와 싸우기 위해 나무를 심는 운동에서, 아이티에서 인도적 구호활동을 전개하는 요원의 일원으로, 내전과 기아로 고통받는 차드와 다르푸르에서 식량을 나눠주는 활동가 가운데 여러분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면서 “공공을 위해 봉사하는 삶보다 더 고귀하고 위대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특히 한국전쟁 직후 소년 시절 배고픔과 두려움을 직접 경험했던 자신의 얘기를 해주며 유엔은 자신과 한국에게 희망의 상징이요, 미래를 밝혀주는 횃불이었듯 유엔은 오늘날 고통받는 전세계 수억명의 세계인들에게 이 같은 존재라고 강조했다. 그가 “똑같아 보이는 빌딩 사무실의 일자리나, 주택대출금과 자동차할부금을 갚는 데 쫓기는 삶에 매몰되지 말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의미가 충만한 삶을 추구하라.”고 당부하는 대목에서는 졸업식장인 컨스티튜션 홀이 박수로 울려퍼졌다. 반 총장이 마지막으로 “나 자신보다 거대한 그 무엇의 일부가 돼라.”면서 “자신의 에너지와 열정을 어떻게 투자할지 생각하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키는 일에 일조하기 바란다.“는 말로 연설을 마무리짓자 식장을 메운 1000여명은 모두 일어서 한참 동안 박수를 보냈다. 반 총장은 축사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스리랑카로 떠나기 위해 식장을 떠났다. kmkim@seoul.co.kr
  • 日 최고건축가들의 그럴듯한 견적서

    日 최고건축가들의 그럴듯한 견적서

    고스톱 치는 방법과 마찬가지로 동네마다 버전이 조금 다르겠지만 한때 이런 농담이 있었다. 남산타워 꼭대기에서 발사된 레이저빔이 63빌딩에 반사돼 잠실 올림픽 수영장을 비추면 물이 갈라지며 마징가Z가 나타난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다. ●현재 기술로 공상세계 건조물 연구 황당무계 수준이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몇 년 전 오수처리장으로 위장한 마징가Z의 격납고를 현실에서 만든다면 어떤 기술과 공법이 필요한지, 견적은 어떻게 나오는지 연구한 결과물을 내놔 화제를 모은 사람들이 있다. 일본 굴지의 종합건설회사 마에다 건설의 판타지 영업부다. 4명으로 구성된 이 부서의 임무는 현재의 기술력으로 공상과학세계에 나오는 건조물을 지을 수 있는지 연구·검토하는 것. 최근 국내에 출간된 ‘은하철도999 우주레일을 건설하라!’(김영종 옮김, 스튜디오 본프리 펴냄)는 이들의 두 번째 프로젝트다. ‘은하철도999’는 영원한 생명을 찾아 우주를 여행하는 철이와 메텔의 모험담으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일본의 고전 애니메이션이다.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 정거장엔 햇빛이 쏟아지네…. 김국환이 불렀던 주제가는 지금도 심금을 울린다. 은하철도999를 우주로 띄우는 우주레일(발차대)을 현실화시키려는 판타지 영업부 직원들의 브레인스토밍 과정이 대화체로 생생하게 그려진다. 우주레일 높이를 999에서 따와 99.9m로 설정하는 것에서부터, 무게만 210t이나 되는 기관차가 전속력으로 발진해도 버틸 수 있는 철제 구조물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신칸센도 초속 30m가 되면 운행을 중단한다는데 99.9m 상공에서 불고 있는 엄청난 바람과 그에 따른 흔들림은 어떻게 막을 것인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놀라운 것은 판타지 영업부의 황당 프로젝트를 돕기 위해 일본 최고 철강 기술을 가진 미쓰비시 중공업 전문가들과 일본 최고의 철도 박사 이시바시 다다요시 동일본여객철도 구조기술센터 소장도 머리를 맞댔다는 것. ●비용37억엔 공사기간 3년3개월 이러한 과정을 거쳐 판타지 영업부는 메가로폴리스 중앙스테이션 은하초특급 발착용 발차대 한 세트를 건설하는 비용으로 토지구입비를 제외하고 37억엔(약 500억원)이 들고, 공사기간은 3년 3개월이 걸린다는 견적을 뽑아낸다. 판타지 영업부는 마징가Z와 은하철도999 이후에도 인기 자동차 게임 ‘그란투리스모’의 경주 트랙과 민간로봇구조대 프로젝트에 도전하기도 했다. 마에다 건설은 왜 이런 프로젝트를 꾸렸을까. 일본 건설사는 각종 비리나 야쿠자에 얽혀 대국민 이미지가 상당히 좋지 않았다고 한다. 마에다 건설은 건설사 이미지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마침 혼다에서 아시모라는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어낸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회사이미지 개선… 큰 반향 일으켜 아시모가 발전해 진짜 마징가Z 같은 로봇이 등장하게 되면 건설업계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단초였다. 건설업계가 할 일은 바로 기지 건설. 이러한 미래 프로젝트를 꾸려가는 과정에서 건설업계를 보다 친근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 결과물이 인터넷 연재에 이어 책으로 발간되자 의외의 호응을 얻었고, 일본 젊은 층들의 마에다 건설 입사 지원이 줄을 잇는 등 반향도 일으켰다. 이 프로젝트를 책임졌던 판타지 영업부 최고 책임자(책 속의 A부장)가 지난 4월 마에다 건설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출됐다고 하니 더욱 놀랄 일이다. 1만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다음 작품에 한국체험 녹여낼래요”

    장편소설 ‘연화(蓮花)’(이룸 펴냄)의 한국 출간을 맞아 중국의 인기 소설가 안니바오베이(安?寶貝·38)가 방한했다. 그는 18일 서울 서교동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문학에 평소 관심이 많았지만 접할 기회가 드물었다.”면서 “인간 내면을 잘 그려낸 이창동 감독의 ‘밀양’, ‘박하사탕’ 등을 보며 한국에 꼭 한 번 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안니바오베이는 ‘바링허후’(八零後·1980년대 이후 출생자) 세대 문학을 주도하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1997년 한 인터넷 사이트에 연재했던 자신의 첫 소설 ‘안녕 웨이안’은 책으로 나왔을 때 해적판을 제하고도 100만부가 팔렸을 정도였다. “플로베르, 카뮈 등 유럽 작가들과 공자, 노자 및 명·청 시대 산문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그는 인간 내면의 억압이나 감정의 정화를 주로 다뤄 왔다. ‘연화’도 마찬가지. “이 작품은 티베트를 배경으로 억압받는 현실과 내면에서 그 현실을 초월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20일 출국 때까지 창덕궁 등 서울 주변의 문화유적을 둘러볼 계획이라는 그는 “체류기간 한국에서 체험하는 감정이나 경험을 다음 작품 속에 녹여 내고 싶다.”면서 한국에 대한 호감을 거듭 내비쳤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기획보도 관행·일반화 오류 탈피를/김경모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옴부즈맨 칼럼] 기획보도 관행·일반화 오류 탈피를/김경모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이제는 일종의 요식 행위처럼 비치기도 하지만 대체로 5월은 자녀와의 놀이동산 소풍에 선물 안기기나 부모님께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는 풍경과 함께 시작된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며칠 사이로 5월 초에 자리하다 보니 자연스레 형성된 사회적 현상이다. 정부당국도 5월을 가정의 달로 삼아 사회적 의미 부여에 적극적인 편이다. 청와대부터 ‘어린이 모시기’에 발 벗고 나서고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하는 효자·효부 시상식이 여기저기서 꼬리를 문다. 이맘때면 언론 역시 우리 사회가 지향하고 전승하는 공동체적 가치를 인정주의 담론에 담아 기사화하기에 여념이 없다. 훈훈한 미담은 미담대로, 안타까운 사연은 사연대로. 언론이 아니면 결코 세간에 회자되지 않을 기막힌 이야기들도 가끔씩 소개된다. 물론 시대가 변하면서 언론이 그려 내는 ‘가정의 달’ 풍속도에도 어느 정도 변화가 있다. 최근 여러 해 동안은 부쩍 다문화가정의 5월 풍경이 빈번한 기사 소재였던 것 같다. 하지만 ‘소외받고 홀대받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라는 보도 틀(news frame)까지 크게 변한 것은 아니었다. 넓게 보면 서울신문도 우리 언론계의 이런 보도 관행에 동참하면서 5월 초순을 보내기는 마찬가지였다. 올해도 예년과 별 다름 없는 일상적 스케치를 훑어보며 가정의 달을 그냥 지나치는가 보다 싶었다. 그런데 지난주 수요일(13일)부터 연재를 시작한 ‘가족이 희망이다’ 기획물이 눈에 들어온다. 시의성 높은 사회적 주제를 심도 있고 발 빠르게 다루려는 민활한 기획 의도에 공감이 가기 때문이다. 모두 7차례에 걸쳐 실릴 기사의 주제와 순서에서도 고민한 흔적이 충분히 묻어난다. 아직 연재 중이므로 조금 이른 감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재된 관련 기사에 대한 나름의 평가는 긍정과 부정 반반이다. 뉴스 보도물이 사회적 반향을 이끌고 독자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사회성원의 가치체계나 규범 또는 관습에 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기자들은 새로운 이야기라도 쉽게 이해되게끔 항상 독자들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보도 틀을 잡기 마련이다. 그렇더라도 이번 기획연재가 시작부터 ‘인정주의 담론’의 보도 틀을 전제하고 관행적으로 차용한 것은 아닌가 되돌아보게 된다. 감성만을 자극하는 너무 진부한 접근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획물만 달랑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관련 주제를 담은 관련 부수 기사를 함께 다뤄 편집의 다양성을 보여줬다. 그렇지만 가족 해체상의 에피소드를 소개한 첫 두 번의 연작기사는 전하는 안타까움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뉴스의 이야기가 탄탄하게 구성됐고 믿을 만하다는 설득력을 제공하기 위해 언론인들이 숫자와 통계를 그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매우 일상적인 일이며 관행적인 글쓰기 습관 가운데 하나다. 자칫 인정이나 감성에 호소하는 기사 분위기를 교정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통계자료를 인용하고 해석하는 데는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경제적 문제와 이혼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통계자료를 통해 가족 해체의 심각성을 제기한 의도<13일자 4면 기사>가 너무 지나친 나머지 모든 자료를 이 연관성에 맞춰 해석하고 있는 것은 오류에 가까울 수 있다. 집합적 수준에서 제시된 요보호 아동·비혈연가족·다문화가정 관련 통계수치가 모두 경제적 문제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족 해체의 원인으로 꼽고 있는 가장 실직·청년 실업·노인 고령화 등도 그 개연성을 부인할 수는 없으나 다소 과도하게 일반화된 원인으로 꼽는 것 같다<14일자 3면>. 본래의 기획의도가 충실히 살아날 수 있도록 충분한 재검토와 방향 정리를 통해 가정의 달을 새롭게 조명하는 좋은 연재물이 나오길 희망해 본다. 김경모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 요시다 아키미 신작 만화 ‘바닷마을 다이어리1’ 발간

    일본 순정만화 작가 요시다 아키미의 작품 ‘바나나 피시’가 1998년 일본 ‘코믹 링크’가 팬 투표로 선정한 역대 걸작만화 베스트 50에서 1위를 차지한 것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뉴욕 뒷골목 갱단의 다툼과 동성애 코드를 버무리며 순정만화의 지평을 넓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섬세하고 설득력 있는 인물과 감정 묘사로 유명한 아키미의 신작 ‘바닷마을 다이어리1-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조은하 옮김, 애니북스 펴냄)이 국내에 소개됐다. ‘바나나 피시’를 떠올리며 책을 펼치면 낯설 정도로 소박하고 따뜻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하지만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더욱 원숙해 졌다. 가마쿠라 바닷가 마을을 무대로 평범한 일상을 꾸려 가던 사치, 요시노, 지카 등 세 자매가 어릴 때 어머니와 이혼해 집을 떠난 아버지의 부고를 접하게 되고 이복 여동생 스즈와 함께 살게되며 벌어지는 ‘옥신각신’ 일상이 그려진다. 담백한 그림체에서 등장인물들이 차곡차곡 쌓아온 감정들이 진하게 베어나올 때 가슴 뭉클함을 느끼게 된다. 작가의 1996년작 ‘러버스 키스’와 무대가 같다. 아카미의 팬이라면 이 작품 속에서 ‘러버스 키스’에 나온 캐릭터와 장소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할 듯하다. 아키미는 이 작품으로 2007년 일본문화청 미디어예술제 만화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바닷마을 다이어리2-한낮의 달’도 곧 출간될 예정이다. 세 번째 이야기는 현재 일본에서 연재되고 있다. 8000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못난 놈들과 얼굴만 봐도 흥겹던 그 시절 그리워”

    15일 서울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시인 신경림은 참 순박한 모습이었다. 그는 “책 내고 기자들 만난 건 처음”이라며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에도 어쩔 줄 몰라했다. 새로 낸 자전적 에세이집 ‘못난 놈들이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문학의문학 펴냄)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가족도 못먹여 살리던 문인은 ‘못난 놈’ 그가 일제강점기를 지나온 유년시절부터 시인으로 문단을 누비던 때까지 이야기를 모두 담은 자전적 책을 쓴 건 처음이다. “재미없는 인생이라 에세이를 지금껏 안 냈는데, 지금 젊은이들이 그 시절 이야기를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책을 냈다.”는 시인. 식민 현실도 모른 채 자랐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1부, 천상병·이문구 등 문우들과 함께했던 1960~70년대 문단 이야기를 2부로 해서 썼다. 2002년 ‘우리교육’과 2003~04년 ‘세계일보’에 연재한 것을 수정·보완해서 묶은 것이다. 스스로 재미없고 평범한 인생이라 하지만 시인은 반주로 낸 와인을 한 잔 하고 나니 재미있는 얘기를 술술 한다. “그때는 전화도 없고 서로 주소도 몰랐는데 용케도 서로 만나지더라.”며 문단 얘기를 꺼낸다. “원고료 받으러 신문사·잡지사로 직접 가니까 거기서 친구들 만나고 했지. 또 명동 갈채다방 같은 데 앉아 있으면 사람들을 다 만나. 누가 원고료 받아 들고 오면 같이 술로 다 마셔 버리고 그랬지.” 그는 자신을 포함해 가난하고 권력도 없어 가족들도 못 먹여 살리던 문인들을 ‘못난 놈’이라 했다. 그는 대통령도 우리 손으로 못 뽑던 시절이지만, 그래도 못난 놈들과 웃던 그 시절이 그립다고 한다. “그래도 그때는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거든.”이라며. ●“황석영, 변절이라고 할 것까지야…”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방문 공식수행과 현지 발언 등으로 ‘변절 논란’이 일고 있는 문우 황석영 얘기를 꺼내니 별 얘기를 안 한다. “그럴 수도 있겠지 뭐.” 하며 “변절이라고 할 것까지 있나. 한번 운동권이었던 사람이 어디 가겠냐.”고 슬며시 덧붙인다. 한편 황석영씨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난을 예상했지만 이렇게 드셀 줄 몰랐다. 설명이 잘 안된 채로 대통령 순방에 동행한 것이 원인 같다.”고 해명했다. ●“조태일·이문구 제일 그리워” 술이 몇 잔 더 돌고 얼굴이 불콰해지니 그리운 사람 이야기를 꺼낸다. “조태일(시인·1941~1999)이하고 이문구(소설가·1941~2003) 이런 친구들이 제일 그립지. 조태일이 고향인 태안사도 같이 가고,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때는 감옥도 같이 갔었어.”라고 한다. 80년 민주화운동 때도 조태일은 그와 함께했었다고 한다. 그들이 세상에 없는 지금 시인이 재미를 두고 있는 건 술. 또 시인 구중서 등 친구들과 두는 내기바둑이다. 그리고 평생 손에서 놓지 않았던 것, 바로 시 쓰기다. 시인은 현재도 꾸준히 작품을 써내고 있다. 당분간 다른 책 쓸 계획은 없으며, 다음에는 시집으로 돌아올 예정이라고 한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특파원 칼럼] 中정부가 두려워하는 지진의 진실/박홍환 베이징특파원

    [특파원 칼럼] 中정부가 두려워하는 지진의 진실/박홍환 베이징특파원

    그녀는 결국 오열했다. 인터뷰를 시작한 지 5분 만이다. 손에는 15년간 애지중지 키워온 딸의 사진과 딸애가 아꼈던 토끼귀 모양의 장신구가 들려 있었다. 꼭 일 주일 전의 일이다. 대지진으로 희생된 아이들이 5335명이라고 중국 정부가 처음으로 학생 피해자 숫자를 공개한 지 하루 뒤였다. 학부모 우쿤췬(吳坤群)을 매우 힘겹게 만났다. 공안(경찰)의 눈은 곳곳에서 번득였다. 한 달 전 그녀는 머리에서 피가 흐를 정도로 두들겨 맞았다. 청명절(한식)을 맞아 아이가 숨진 학교를 찾아갔을 때였다. 함께 간 다른 두 명의 피해학생 학부모는 연행됐다. 그녀는 울면서 반문했다. “도대체 (정부는) 무엇을 두려워하는 겁니까?” 그녀의 딸이 죽은 학교를 찾았다. 중국 정부가 지정해준 공식 취재장소가 아니다. 철조망이 둘러쳐진 학교는 폐허였다. 운동장에는 잡초만 무성하고 무너진 건물 잔해가 곳곳에 방치돼 있었다. 한데 주변의 주택들은 멀쩡했다. 갑자기 빨간 완장을 두른 남녀가 나타나 ‘취재불가’를 외치며 막아섰다. 곧바로 공안차가 달려오고 현장취재는 무산됐다. 동료 외신기자는 이 학교에서 취재를 하다 끌려가 폭행까지 당했다고 했다. 중국 정부는 진짜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그렇게 쓰촨(四川) 대지진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었다. 쓰촨 대지진 1주년 공식 추모행사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희생된 사람들보다는 살아남은 사람들을 더 챙겼다. 추모사는 이렇게 끝을 맺었다. “일치단결해 곤경을 뚫고 신중국 건국 60주년을 맞이하자.” 하지만 하루 전 그가 1400여명의 학생과 교사들이 희생당한 옛 베이촨(北川)중학을 방문했을 때 그를 맞이한 건 분노한 피해 학부모들의 목소리였다. “학교 부실공사 책임자를 처벌하라.” 때마침 관영방송인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지진피해 지역에서 유명 연예인들을 동원해 ‘재건 축하’ 버라이어티쇼를 열었다. 카메라는 피해지역 주민들이 환하게 웃는 표정을 잡기에 여념이 없다. 멀리 새 아파트를 짓는 크레인이 우뚝 솟아 있다. 출연자들은 공산당과 국가의 ‘은혜’를 노래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들이 거주하는 한 칸짜리 임시주택 문을 나설 때 우쿤췬과 그녀의 팔순된 친정아버지는 울면서 소맷자락을 붙들고 하소연했다. “제발 진실을 세상에 알려주세요.” 중국 언론들도 수십 차례 그들을 취재해 갔지만 사연은 한 군데서도 나오지 않았다. 중국에서 학교 부실공사에 대한 의혹은 ‘재건’과 ‘단결’이라는 명분 아래 그렇게 묻혀져 가고 있다. 하지만 감춰진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나게 마련이다. 광주항쟁의 진실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온 천하가 다 알게 됐다. 중국 정부가 그토록 금기시해온 톈안먼(天安門) 사태의 진실도 ‘첩보전’을 방불하는 과정을 거쳐 출간된 자오쯔양(趙紫陽) 전 총서기의 회고록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진실은 그 자체가 생명력이 있어서 아무리 감추려 해도 때가 되면 태양처럼 솟아오른다. 치유되지 않은 상처는 곪아터지게 돼 있다. 당장의 소란이 꺼림칙해 학교 부실공사에 대한 조사 결과 공개를 미루는 것이라면 큰 오산이다.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지진피해 지역 신축 아파트 뒤편에는 폭삭 무너진 주택 잔해들이 방치돼 있었다. 대지진 1년, 중국은 잔해를 치우고 상처를 치유하기보다는 재건을 과시하고, 잡음을 틀어막는 데 열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 정부의 표현처럼 진도8의 ‘특대지진’이 몰고온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라 해도 희생자 가족들의 목소리까지 묻어서는 안 된다. 현장에서 만난 희생자 가족들의 울음소리가 일주일째 귓가를 울리고 있다. 박홍환 베이징특파원 stinger@seoul.co.kr
  • 50억병 판 ‘바나나맛우유’ 이름 바뀌게 될까

    30여년간 사랑을 받고 있는 ‘바나나맛우유’의 이름이 바뀌게 될지 주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15일 ‘식품 등의 표시기준’을 오는 18일 개정 고시한다고 밝혔다.이에 따르면 천연 재료가 들어있지 않은 합성 향료로 맛을 낸 제품에는 ‘~맛’이라는 표현 대신 ‘~향’이라는 문구를 사용해야 한다.‘바나나맛’ ‘딸기맛’ 등의 표현은 해당 천연재료가 들어있는 것처럼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앞으로 천연재료가 하나도 들어있지 않는 유통 제품들은 제품의 이름을 바꾸어야만 한다.  하지만 식약청의 이같은 발표 이후 빙그레의 바나나맛우유 제품 등 일부 식품 제품이 논란에 휩싸였다.식품 중 우유에 대한 표기 관할 기관은 식약청이 아니라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어서 바나나맛우유 제품에는 식약청의 개정 고시가 적용되지 않는다.식약청은 구체적인 제품명은 적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수의과학검역원은 3월 5일 ‘축산물의 표시기준 개정(안) 입안예고’에서 합성 착향료를 사용한 경우 ‘~맛’자 대신 ‘~향’자의 사용만 가능토록 한다.’는 내용을 검토,여론 수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용이 확정될 경우 바나나맛우유의 이름은 바뀌어야 한다.시장 여론은 “바나나우유라면 바나나 성분이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소비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쪽이다.  이에 대해 빙그레 홍보팀 조용국 팀장은 “제품 이름이 바뀌는 것을 단정하긴 이르다.”며 “만일 당국에서 결정을 내리면 업체입장에선 천연 바나나 성분을 추가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업체로서는 합성향료를 쓰면서도 많이 팔리면 그만이어서 이 결정에 고민도 따를 전망이다.바나나를 원료로 쓰면 당연히 합성향료보다 재료비가 많이 들어가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국내 우유제품 판매시장에서는 2000년대의 웰빙 바람으로 우유에 천연과즙을 함유한 음료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바나나맛우유에 바나나가 들어가지 않은 연유는 이 제품이 처음 나왔던 70년대(1974년)엔 아열대 과일인 바나나가 지극히 귀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정부에서 당시 국민의 영양 결핍과 먹거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우유 소비를 권장했지만 한국인들은 우유를 소화시키는 효소가 부족해 우유 소비량이 많지 않았고,빙그레에서는 시장성 등을 고려해 최고급 수입 과일이던 바나나 대신에 인공색소와 향료를 이용한 가공유를 만들었다.  이후 이 제품은 대히트를 기록하며 35년간 50억병이 팔렸다.지금은 합성 착향료로 바나나향과 바닐라향이 첨가되며 치자황색소도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들 향료는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  한편 식약청은 이날 천연원료 등 특정 원료의 명칭을 제품명으로 쓰려면 소비자가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제품 앞면에 원료 함량을 적어둬야 한다고 고시했다.이와 함께 소비자 불만·피해를 신속하게 신고할 수 있도록 포장지에 ‘부정·불량 식품 신고는 국번 없이 1399’라는 문구도 표시토록 했다.  식약청은 18일 새 고시를 공표하지만,내년 4월 30일까지 제조되는 제품에 대해서는 기존 규정대로 제작된 포장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둔다.업체가 포장을 변경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발로 뛰어 뒤져낸 동이족 문명

    요동지역 랴오허 문명(遼河·BC 6000년경)은 황허문명(BC 5000년경)보다 훨씬 먼저 동북아시아 지역에 화려한 문명의 꽃을 피웠다. 중국은 이 문명을 중국 역사 속으로 끌고 갔지만, 사실 그 중심에는 한족이 아니라 동이(東夷)족이 서 있었다. 지은이들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이를 ‘발해연안문명’이라 이름 붙였다. 발해연안에 터를 잡고 은(殷), 고죽국, 고조선, 부여 등의 국가를 세운 동이족의 문명을 고고학적 방법론과 유물 및 사료를 통해 되살려 냈다. 고문서와 박물관 유물만 뒤진 것이 아니라 직접 옛 동이족 활동지역에 있는 유적들을 찾아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고자 했다. 동이와 한족의 격전지였던 청쯔산·싼줘뎬 유적, 동이족 마을인 차하이·싱룽와 지역, 웅녀의 원형이 나타난 둥산쭈이 지역 등 동북아 일대를 답사했다. 지은이 이형구 교수는 평생 동북아 지역의 고고학을 연구한 인물. 공동 저자인 이기환 기자는 문화재 전문기자로 수년간 각종 현장을 발로 누볐다. 1년간 신문에 연재한 글을 대폭 수정·보완해 책으로 묶은 것. 학자 글쓰기의 치밀함과 기자 글쓰기의 대중성을 두루 갖췄다. 유적지, 출토 유물, 발굴현장 등 다양한 모습을 담은 사진과 지도도 삽입해 보는 재미와 더불어 이해를 돕는다. 1만 7500원.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공동집필은 서로 영감 얻어 좋아요”

    베스트셀러 ‘냉정과 열정 사이’의 공동 작가로서 국내에 일본 문학 열풍을 일으켰던 에쿠니 가오리와 쓰지 히토나리가 다시 한 번 뭉쳐서 소설을 펴냈고, 한국 출간에 맞춰 나란히 한국을 찾았다. ‘좌안(左岸)-마리 이야기’ ‘우안(右岸)-큐 이야기’(소담출판사 펴냄)를 함께 쓴 이들은 1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자신들의 문학세계와 새 소설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에쿠니의 ‘좌안’과 쓰지의 ‘우안’은 옆집에 살면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마리와 큐의 50년에 걸친 인생 이야기다. 무려 6년 동안 일본의 한 문예지에 연재했다. 쓰지는 “에쿠니와 만나 러브 스토리가 아닌 더 긴 인생 이야기를 함께 만들 수 없을까 이야기했었다.”면서 “그 결과물로 만들어진 이 소설에서 한 사람의 삶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만남과 헤어짐, 교류를 소설로 풀어내려 했다.”고 말했다. 에쿠니는 “두 주인공이 유년기를 공유하며 평생을 살아왔다는 것이 이 소설의 큰 테마”라면서 “마리와 큐는 각각 강 왼쪽과 오른쪽에 있지만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강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걸어가는 존재들이며, 그런 면에서 한 시대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공동작업의 어려움과 뿌듯함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에쿠니는 “공동집필은 자신이 쓰고 싶은 대로 쓸 수 없다는 점에서 작가에게 단점이 많은 작업”이라면서도 “소설을 쓸 때는 파괴하고 무너뜨리는 작업이 중요한데 쓰지가 그 역할을 해줬다.”고 말했다. 쓰지 또한 “공동집필은 한쪽 손을 묶어놓고 야구를 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상대에게 영감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에쿠니는 신뢰할 수 있는 문학적 파트너”라고 돈독한 우정을 과시했다. 이번 방한 중 에쿠니는 소설가 정이현과, 쓰지는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함께 썼던 공지영과 대담을 가지며 14일에는 문학 콘서트를 통해 한국 독자들과 만난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교정대상 수상자-교정 공무원] 성실상-정형일 안양교도소 교사

    1995년 교도관에 임용됐다. 2004년 초까지 재소자들이 400만원 상당의 무료 치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2003~2006년 보건의료과에 근무하면서 외부 병원 이송 진료 업무를 행정전산화해 의료서비스 향상을 꾀했다. 2007~2008년에는 수용자들에게 글쓰기를 격려해 수용자 여러명이 수필, 신앙수기, 갱생수기 공모에 당선되는 데 기여했다. 2006년 1월에는 정책포털 국정브리핑의 기획연재 코너에 ‘교도소에서 온 편지’ 시리즈를 기고해 교정 현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부터는 의왕시에 있는 저소득층 자녀들의 공부방 ‘모락산 아이들’을 수시로 방문해 동시짓기 등을 가르쳐 주고 기부금도 내고 있다.
  • [옴부즈맨 칼럼] 비판에 귀기울이는 신문을 보며/김성애 경희대학교 대학원보 편집장

    [옴부즈맨 칼럼] 비판에 귀기울이는 신문을 보며/김성애 경희대학교 대학원보 편집장

    서울신문은 귀가 순하다. 60세가 되면 귀가 순해져 남의 말을 경청하게 된다는 이순(耳順). 옴부즈맨을 통해 자사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모습에서 겸손하고 지혜로운 현자의 면모가 보인다. 옴부즈맨은 고대에 호민관 역할을 수행했던 관리였다. 이것은 20세기 이후 일종의 정치제도로 자리잡았고 공중파 방송에선 옴부즈맨 프로그램이 필수적으로 편성됐다. 그런데 유독 종이저널에서는 이 제도가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했다. 2007년 한국언론재단 자료를 보면 옴부즈맨 칼럼을 정기적으로 연재하는 신문은 서울, 경향, 국민, 한겨레를 포함해 총 4개사였다. 칼럼 논조는 자사옹호(74.6%)가 자사비판(59.7%)보다 높았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국내 신문사들의 옴부즈맨 제도를 근본적으로 재고해 봐야 한다. 첫째, 한국의 옴부즈맨은 시민의 대변자인가, 아니면 그냥 시민의 한 사람일 뿐인가. 둘째, 옴부즈맨은 어떠한 옹호나 비판을 해도 될 만큼 객관적 존재인가. 영국에서 처음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한 가디언은 사내 편집인이 옴부즈맨이다. 하루 평균 30∼60건의 독자의견이 접수되고, 이를 바탕으로 매주 1회씩 칼럼을 쓴다. 이러한 방식은 법제팀의 업무량을 3분의1가량 줄이는 데 공헌했다. 이들은 스스로를 ‘독자들의 편집장’, 혹은 ‘독자와 언론인의 중재자’라 부른다. 반면 국내 옴부즈맨은 대부분 외부 필진이며, 중재자보단 주로 비판적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활동한다. 언론재단의 보고에 따르면 옴부즈맨이 외부인사일수록 자사옹호 비율이 더 높았는데, 그나마 서울신문은 그 수치가 가장 낮았다. 이는 필진 대부분이 권력의 압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학자계층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객관성 문제는 생각보다 더 복잡하다. 올해 서울신문 옴부즈맨들은 ‘다문화사회의 다양성 더 반영을’, ‘문화의 다양성·창의성 북돋워야’, ‘의제설정·대안제시에 심혈 쏟길’, ‘갈등진단·대안제시 더 많았으면’, ‘갈등을 넘어서는 저널리즘’, ‘나눔바이러스 온 국민에 전하길’, ‘쏘아올린 희망, 사회 더 따뜻하길’ 등의 칼럼을 썼다. 객관성 논란을 피해야 하다 보니 보편적 가치를 주로 다루게 되는 것이다. 국내 옴부즈맨들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비판을 기피하려는 콤플렉스가 있다. 어떠한 발언을 해도 될 만큼 객관적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고 침묵이 해결책이 될 순 없다. 이는 일정 부분 온라인이 보완할 수 있다고 본다. 한편 비판을 듣고 언론사가 취하는 태도도 중요하다. 가디언은 온라인에서 ‘정정과 해명’ 코너를 운영하고 독자들의 요구를 즉각 반영하고 있다. 르몽드는 기자가 독자들의 비판에 대해 논거 빈약이나 모순점 등을 지적하기도 한다. 혹시 국내 옴부즈맨들은 허공에 메아리치고 있진 않은가. 며칠 전 가디언 옴부즈맨 담당자 버터워스에게 이메일을 보냈는데 1분 뒤 자동응답메일이 왔다. “모든 분들께 답변을 드릴 순 없겠지만 우리는 당신의 의견을 모두 읽고 있습니다. 이 메일박스는 저희 가디언 신문사 전 직원들이 공유합니다.” 독자들의 비판과 의견을 존중하고 그것을 전 직원이 공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서울신문은 귀가 있는 신문이다. 대학원생을 옴부즈맨으로 세운 것만 봐도 그렇다. 칭찬할 것이 있는데 굳이 비판일색으로 지면을 채우는 것도 도리가 아니겠다 싶어 언제부터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다. 무엇보다 저널리스트 안에 스스로를 비판하는 옴부즈맨이 살아있어야 함을 알고, 앞으로도 수준 높은 옴부즈맨 문화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 김성애 경희대학교 대학원보 편집장
  • ‘스페이스 판타지아’ 국내 상륙

    ‘스페이스 판타지아’ 국내 상륙

    ‘우주는 인간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곳….’ 일본 만화 작가 호시노 유키노부의 걸작 SF ‘2001 스페이스 판타지아’(애니북스 펴냄, 전 3권)가 25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국내에 정식으로 출간됐다. 1975년 ‘강철의 퀸’으로 데뷔한 호시노는 우주와 인류에 대한 진지한 성찰, 탄탄한 이야기 구성 등 연출 능력, 탁월한 과학 이론, 메카닉에 대한 세밀한 묘사, 장대한 스케일을 버무린 SF 작품을 그리는 것으로 정평이 난 작가다. 1990년대 ‘2001 스페이스 판타지아’, ‘메가크로스’, ‘블루월드’ 등이 해적판으로 출간되다가 2001년에야 단편들을 모은 ‘스타더스트 메모리’, ‘멸망한 짐승들의 바다’가 소개된 바 있다. 이번에 한국 독자들과 만나는 ‘2001스페이스 판타지아’는 1984년부터 1986년까지 일본 월간 후타바샤의 월간 ‘슈퍼액션’에 연재됐던 작품이다. 일본어 제목은 ‘2001 야화’. 제목은 스탠리 큐브릭에 의해 영화로도 만들어진 SF소설의 거장 아서 클라크 작품과 ‘천일야화’(아라비안나이트)에서 따왔다. 각 에피소드 제목도 고전 SF 소설에서 빌려왔다. 우주는 인간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곳이라는 문구가 등장하는데 이 책 자체가 독자들로 하여금 사색에 잠기게 하고, 두 번 세 번 읽게 만들 정도로 다양하고 진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스무 개의 에피소드에 걸쳐 20세기부터 400년 이상의 시간과 지구를 중심으로 반경 150광년을 넘는 공간에서 인류가 펼치는 우주 개척사를 다룬다. 이야기는 먼 옛날 원시 시대 지구에서 인류의 조상인 유인원이 하늘로 던져 올린 뼈를 우주선과 오버랩시키는 등 아서 클라크에 대한 오마주로 시작한다. 120페이지 가까이 펼쳐지는 ‘여덟 번째 밤-악마의 별’이 하이라이트. 태양계 10번째 행성을 모티프로 추리적인 요소, 존 밀턴의 ‘실락원’에 나오는 문구들로 버무려진 과학과 종교와의 갈등이 오롯이 담겨 있다. 각권 9500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도시와 산] 춘천 삼악산

    [도시와 산] 춘천 삼악산

    푸른 북한강을 휘감아 돌리며 강원 춘천~서울을 잇는 길목에 삼악산(654m)이 우뚝하다. 해자를 두른 성처럼 춘천 도심의 지킴이 역할을 하는 주산이다. 삼악산은 그래서 춘천의 대문으로 통한다. 수천년 춘천을 요새처럼 지켜오며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현장이기도 하다. 삼악과 더불어 살아온 춘천 사람들에 얽힌 이야기 보따리도 푸짐하다. 규모는 작지만 설악과 금강산을 연상시키는 아기자기 아름다운 자태도 일품이다. 빙하기 때 얼음이 녹으며 형성된 등선폭포 일대 기암괴석의 오묘함은 신기로움 그 자체다. 바위 틈을 헤집고 수백년은 족히 넘게 자랐을 소나무들은 생명의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바위 절벽, 흙 능선 두 얼굴의 산 삼악산은 두 얼굴을 간직한 산이다. 산세가 험한 바위로 형성된 경사면이 있는가 하면 두루뭉술한 육산으로 이뤄진 능선도 있다. 헉헉거리며 바위를 기다시피 오르다 보면 어느덧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는 산책로 수준의 내리막이 나타난다. 해발 600m를 넘나드는 용화봉(645m), 청운봉(546m), 등선봉(632m)의 세 봉우리가 줄곧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이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등산길은 많다. 이 가운데 의암댐~등선폭포 코스를 많이 찾는다. 의암댐에서 바위를 타고 정상까지 1시간30분쯤이면 족하다. 초입의 상원사를 지나 깔딱고개쯤 오르면 한겨울에도 땀으로 온몸이 젖는다. 깔딱고개에서 8부능선까지 줄곧 암벽을 올라야 하기에 쇠밧줄과 발 디딤쇠, 철 계단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초행길이면 아찔한 등산길이다. 정상으로 오르며 의암호수와 춘천시내를 조망하는 풍광은 장관이다. 호수 위에 붕어섬과 중도, 위도 등 섬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아담한 도시와 어울러진 산과 강이 기막히다. 춘천이 호수의 도시라는 것이 실감난다. 주말마다 오는 차진석(47·자영업)씨는 “안개가 자주 끼어 구름 속으로 언뜻언뜻 내려다보이는 도시와 호수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다.”며 “마치 기구를 타고 하늘을 여행하는 듯하다.”고 삼악 예찬론을 편다. 정상에서 등선폭포쪽 길은 대부분 완만한 흙길이다. 산책하듯 내려오는 ‘아침 못’에 이르면 솔향기 가득 코끝을 자극한다. 아늑한 곳이다 보니 사람이 살았던 흔적도 있다. 중간에 333 돌계단을 지나 흥국사에 이르면 다시 울퉁불퉁한 바윗길이 나오고 등산길 끝자락에 등선폭포가 그림 같이 펼쳐진다. 등선폭포는 빙하시대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만들어진 계곡이다. 연이어 만들어진 폭포와 연담은 층층마다 모양을 달리한다. 깎아지른 듯 양쪽이 패어 만들어진 절벽은 하늘벽을 이룬다. 절벽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손바닥보다 작다. 하산길은 1시간 남짓 걸린다. 의암댐에서 등선폭포로 내려오는 2~3시간의 산행은 하늘을 날아오르는 듯하다, 마치 선녀와 함께 폭포를 여행하는 듯한 환상적인 코스다. 연인, 직장인, 동호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장기형 삼악산관리사무소 직원은 “봄부터 가을까지 성수기 주말이면 2000~3000명, 겨울이면 1000명이 찾는다.”며 “정상에서 강촌쪽으로 이어지는 산성코스와 진달래코스,덕두원길 등 다양한 등산길이 있어 취향대로 산행을 즐길 수 있다.”고 자랑한다. ●산성 등 수천년 역사의 흔적도 즐비 삼악에는 수천년의 역사와 전설이 살아 숨쉰다. 오랜 세월 곳곳에 흔적으로만 남은 삼악산성과 기와조각들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2000여년 전 춘천 우두벌을 근거지로 번성했던 고대 맥국이 외세에 밀려 삼악산에 처음 산성을 쌓았다는 전설이 사실처럼 다가온다. 1100여년 전 후삼국시대 태봉국을 세웠던 궁예가 다시 삼악산성을 쌓아 한때 춘천지역의 헤게모니를 장악했다는 얘기도 전해 온다. 이후 구한 말(1896년) 춘천을 중심으로 5000~6000명의 의병들이 옛 산성을 보수하며 구국의 의지를 불사르기도 했다. 1000년 세월을 징검다리처럼 삼악산은 역사의 발자취를 하나씩 새겨 온 셈이다. 지금도 춘천지역 사람들은 ‘삼악산에 구름이 끼면 반드시 비가 온다.’고 믿는 것처럼 삼악산은 그렇게 춘천사람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해 오고 있다. 조선시대 춘천~한양을 잇는 옛길이 있는 곳이다. 1920년대 지금의 북한강 줄기를 따라 만들어진 신작로가 생겨나기 전까지 한양으로 가던 길이 삼악산으로 통했다. 지금도 옛길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다. 덕두원이란 지명도 옛 주막이 있었다는 흔적이다. 한양에서 춘천으로 부임하던 전·현직 부사가 상견례를 하던 석파령도 있다. 우리나라 대표 신소설로 알려진 이인직의 ‘귀의 성’(1907년 만세보에 연재)의 주요 무대도 삼악산이다. 서울로 시집간 춘천댁이 본처의 질투로 죽음을 당한 뒤 삼악산에 묻혀 봄만 되면 새가 되어 구슬프게 운다는 내용이다. 지금도 삼악 산행길에 새소리만 들려도 소설속의 춘천댁이 그려진다. 문학평론가 김영기(72) 씨는 “삼악산은 뛰어난 풍광과 역사를 간직한 유서 깊은 산으로 조만간 고속도로와 복선전철이 개통되면 곤돌라 등을 설치해 새로운 춘천의 관광자원으로 크게 기대되는 산이다.”라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정묘·병자호란 전개 과정 한·중·일 관계서 새로 조명

    1637년 1월30일, 인조는 피란처인 남한산성에서 나와 삼전도에서 청 태종 홍타이지에게 세번 큰절을 올리고 항복했다. 척화파와 주화파가 성안에서 대책없는 소모전을 벌이는 동안 청군의 칼날에 목숨을 잃고, 심양으로 끌려간 포로는 수십만을 헤아렸다. 특히 여성 포로의 고통은 처절했다. 만주족 본처에게 끓는 물을 뒤집어쓰는 등 고문을 당했고, 갖은 고생끝에 조선에 돌아와선 가족에게 버림받았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는 최근 펴낸 ‘정묘·병자호란과 동아시아’(푸른역사)에서 “척화파나 주화파 모두 총론에서는 그럴 듯한 사자후를 토해냈지만 전쟁을 피하거나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각론을 갖고 있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후금이 1633년 6월에 이미 조선을 언젠가는 정복하되 명나라와 몽골을 복속시키기 전까지는 회유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치밀하게 준비한 반면 조선은 1627년 정묘호란을 겪고나서도 속수무책이었다. 2007년 1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서울신문에 총 104회에 걸쳐 연재한 ‘아픈 역사에서 배운다, 병자호란 다시 읽기’를 통해 병자호란의 참상을 세밀하게 짚어냈던 한 교수는 이 책에서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동아시아 국제질서라는 대외관계사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정묘호란과 조선·후금 관계, 병자호란과 조청관계는 물론 정묘호란과 조·일관계의 추이, 병자호란 무렵 조선의 대일 정책과 인식 등 일본으로까지 관계의 그물망을 넓혔다. 조선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여있는 지정학적 조건을 고려할 때 어느 한 나라와의 관계 변화는 필연적으로 또 다른 나라와의 관계추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임진왜란으로 철천지 원수가 됐던 일본은 두차례 호란으로 위기에 처한 조선에 무기 원조를 제안하면서 자신들의 정치· 경제적 이익을 최대한 끌어내려는 약삭빠른 태도를 보였다. 저자는 강국 사이에 끼여있는 상대적인 약소국 조선이 생존하기 위해선 외교적 지혜가 필수적이며, 이와 더불어 약체성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한반도의 정권들에 요구되는 절실한 과제라는 점을 환기시킨다. 3만 5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격동의 50년대… 댄스에 빠진 ‘자유부인’은 쾌락 때문?

    격동의 50년대… 댄스에 빠진 ‘자유부인’은 쾌락 때문?

    6·25전쟁에서 4·19혁명에 이르는 1950년대는 격동의 혼란기였다. 전쟁의 폐허 복구 과정에서 경제원조 등을 통해 자본주의의 토대가 형성되는 한편으로 반공주의가 지배이데올로기로 사회 전반을 통제했다. 무엇보다 ‘자유’와 ‘민주’, ‘실존주의’ 같은 근대 서구화 사상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유교적 전통과 관습에 기반한 사회문화적 가치관도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아프레걸= 전후(戰後)+girl ‘아프레걸 사상계를 읽다’(동국대 출판부 펴냄)는 무정형의 욕구가 사방으로 분출되던 1950년대 문화 현상의 실체와 내면을 본격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1950년대는 전근대사회로부터의 탈피를 강력히 추동하는 가운데 새로운 문화가 형성될 수 있는 자양분으로 작용했고, 격렬한 지각변동을 거치게 된다. 권보드래 동국대 교수를 비롯한 10명의 필진은 전통적 가치관과 근대적 가치관, 지성적 열망과 퇴폐적 향락이 뒤엉킨 채 공존했던 당대의 문화를 읽는, 나름의 독법을 제시한다. 그 중심에는 미국 문화에 대한 강렬한 열망과 복제의 욕구가 놓여 있다. 저자들이 주목한 키워드는 ‘아프레걸(Apres girl)’이다. 전후(戰後)를 뜻하는 프랑스어 ‘아프레 게르(apres guerre)’에 영어 단어 소녀(girl)를 합성한 이 조어는 향락, 사치, 퇴폐를 상징하는 이름이었다. “분방하고 일체의 도덕적인 관념에 구애되지 않고 구속받기를 잊어 버린 여성들”로 ‘성적 방종’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신상옥 감독의 영화 ‘지옥화’, 이강천 감독의 ‘아름다운 악녀’ 등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육체적 쾌락과 돈에 대한 욕망을 직설적으로 내뿜는다. 1950년대 서울신문에 연재돼 숱한 화제를 뿌렸던 정비석의 ‘자유부인’은 남편의 제자와 춤을 추러 다니는 중산층 ‘아프레 걸’의 모습을 보여 준다. 영화와 소설에 등장하는 이 아프레 걸들은 비난과 경멸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저자들은 아프레 걸을 ‘자유를 갈망하던 사회적 약자’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테면 ‘자유부인’의 주인공 선영이 댄스나 계, 자모회 같은 영역에 진출하게 된 것은 사회적 요구가 작용한 것인데 그 책임은 오로지 여성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지적한다.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아프레걸들의 일탈은 쾌락과 욕망을 위한 값싼 방종이 아니라 잃어 버린 자아를 되찾는 과감한 모험이라는 주장이다. ●현모양처 여성상 계몽했던 잡지 ‘여원’도 흥미 아프레걸이 미국의 문물을 소비하고, 댄스와 같은 미국식 문화를 향유함으로써 자유와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당대의 새로운 여성상을 대변한다면, 1950년대 지적 운동의 한복판에 있었던 잡지 ‘사상계’는 미국식 합리주의와 실용주의에 기반한 지식 엘리트의 문화를 상징한다. 1950년대 중반 창간된 여성지 ‘여원’을 통해 여성담론의 변화를 읽어 내는 대목도 흥미롭다. 현모양처 여성상의 계몽을 표방했던 ‘여원’은 짧은 기간이지만 독신여성 같은 다양한 여성 담론을 형성해 냈다. 하지만 곧 농촌여성을 중심으로 한 비도시 하층민 여성이 주 독자층으로 형성되면서 ‘여원’의 편집방향은 대중적 통속화의 길을 걷는다. 2만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연필로 쓴 인터넷 소설… 김훈 ‘공무도하’ 1일 첫 회

    연필로 쓴 인터넷 소설… 김훈 ‘공무도하’ 1일 첫 회

    지난달 28일 찾은 경기도 일산 소설가 김훈의 집필실. 좌우가 뒤집어진 ‘ㄱ’자로 이어진 책상 위 한쪽에는 예의 원고지 더미가 쌓여 있었고, 그 위에 지우개와 샤프펜슬이 뒹굴고 있었다. 연결된 또다른 책상 위에는 두꺼운 국어사전 두 권이 펼쳐져 있었다. 또다른 벽면에는 예닐곱 권의 법전과 한문대자전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컴퓨터? 없다. 또 하나, 당연히 있을 법한 것 중 없는 것은 소설책이다. 한쪽 벽을 빼곡히 채운 서가에는 소설책은 단 한 권도 없고, 사기(史記) 등 역사책·고전 등이 차지하고 있다. 집에서 10분 남짓 걸리는 거리에 있는 김훈의 오피스텔이다. 이곳으로 매일 ‘출근’해서 원고를 쓰고 책을 본다. 인터넷과 철저히 담을 쌓은 그가 1일부터 인터넷 커뮤니티 문학동네(http://cafe.naver.com/mhdn.cafe)에 매일 연재소설을 쓴다. 제목은 ‘공무도하(公無渡河)’. 김훈과 인터넷이라니…어울리지 않는 파격, 그 자체다. 그는 “글쓰기가 힘들어서 자꾸 미뤄오다가 내가 먼저 문학동네 쪽에 인터넷 연재를 해보자고 제안했다.”면서 “하루에 원고지 8~12장 정도 써서 오는 8, 9월 정도까지는 써야 할 것 같다.”고 입을 뗐다. 인터넷에 연재하지만 형식은 지금처럼 원고지에 연필로 글을 써서 넘겨줄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나는 인터넷으로 글을 읽는 사람들이 특별한 독서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특별히 그들을 배려할 이유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이 내 고유의 문장과 사고를 이끌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훈 특유의 까칠함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엄청난 형식의 파격을 택했건만 역시 형식의 변화만으로는 내용을 견인하지 못한다. 많은 현상적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은 ‘소통과 참여’의 질적인 발전을 이루도록 만들었다. 이미 박범신, 황석영을 비롯해 공지영, 이기호 등이 인터넷 연재를 통해 ‘혼자 쓰지만 함께 쓰는 소설’을 쓰고 있다. 인터넷 연재소설의 쌍방 작용은 댓글을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김훈은 “댓글을 보지도 않을 것이고 볼 생각도 없다.”면서 “독자들이 따라오면 함께 가는 것이고, 아니면 그냥 나 혼자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무도하’는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남한산성’ 등 역사소설을 주로 써온 김훈의 본격적인 당대(當代) 소설이다. 신문기자로서 활약하던 시기인, 대략 1970~80년대를 다루지만 현재라고 불러도 관계없는 요즘의 이야기라고 한다. 김훈은 “지금까지 300장 정도 원고를 써놓았고 서사의 줄거리도 잡아놓았다.”면서 “인간 삶의 먹이와 슬픔, 더러움, 비열함, 희망을 쓸 것”이라고 소개했다. 글 사진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근로자의 날’이 더 쓸쓸한 그들은… 황우석 사기 핵심이 차병원에 끝까지 ‘막장’ 고수하고 퇴장한 ‘아내의 유혹’ ’최불암 시리즈’는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기막힌 ‘보이스 피싱’ 수법들 해군 간부 계좌에 뭉칫돈이
  • “음식 자체가 수행의 과정이죠”

    “음식 자체가 수행의 과정이죠”

    “음식 자체가 수행의 과정입니다.” 28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정산 스님은 시작부터 열변을 토하며 ‘사찰음식 철학’을 논했다. 1961년 부산 범어사에서 머리를 깎은 이후 사찰음식에 반해 수십년간 그것만을 연구해 왔다. 잡지 등에 사찰음식 에세이를 여러 번 연재했고, 요리책도 많이 내며 연구했으니 사찰음식으로 수행정진해온 셈이다. 이런 그가 이번에는 북한 사찰 음식까지 섭렵해 사찰음식으로 남북을 관통한다. 최근 그는 ‘북한 사찰음식’(다할미디어 펴냄)이란 책을 엮어 냈다. 책 쓰는 과정에 고난이 많았다는 스님은 “애초 스승 명허 스님이 남겨준 자료의 내용을 확인할 길이 없어 40년간 원고만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2007년 북한 보현사에 갔다가 기연으로 청운 스님을 만나 내용을 확인받아 글로 쓸 수 있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북한 사찰음식에 대해서는 “소박하고 자연에 가까운 맛”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고춧가루는 물론 소금도 조금만 사용해 검소하고 순박한 사찰음식 본래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양념이 더 단순하기에 남한 사찰음식보다 더 씁쓸한 맛이 난다.”고도 했다. 하지만 사소한 맛의 차이를 떠나서 사찰음식이 수행의 한 과정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다고 강조한다. 그는 “스님들은 수행을 위해 최소한으로 거친 음식만을 먹는 것이다. 그래서 절제된 조리법과 양념에, 산에서 나는 무공해 채식을 한다.”면서 “그걸 두고 건강식이라고 스님들 스스로가 떠드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음식 얘기를 이토록 설파하는 스님도 드물다 싶다. 정산 스님 스스로도 “선승들은 먹는 걸 탐욕의 하나(식탐)로 여겼기에, 원효가 ‘발심(發心)’에서 식탐을 경계하라고 쓴 것 외에 다른 기록이 없을 정도”라고 했다. 그런데도 사찰음식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건 그 전통이 한국에만 남아 있기 때문. “남방 불교는 본래 거리 공양을 계속 다녔고, 동아시아 불교 중에서 중국과 일본은 일반 대중과 같은 음식을 먹고 지내 사찰음식이 남은 건 한국뿐”이라고 강조했다. 책은 ‘현대 불교’에 60회 걸쳐 연재한 것을 추려 모았다. 평양, 개성, 황해도, 평안도, 함경도 등 지역별로 북한 사찰 음식을 소개했으며 음식 사진과 재료, 조리법이 함께 실려 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SK텔레콤, 28일 만화포털 ‘툰도시’ 론칭

    SK텔레콤, 28일 만화포털 ‘툰도시’ 론칭

    SK텔레콤은 유무선에서 고선명 컬러만화를 즐길 수 있는 만화포털 ‘툰도시’를 28일 론칭하고, 5월 27일까지 총 1만2278명에게 노트북·아이팟 터치 등 푸짐한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펼친다고 밝혔다. 우선 웹사이트를 통해 툰도시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으며, 하반기에 휴대전화·PMP·IPTV 등에서도 만화를 이용할 수 있도록 확대해 본격적 유무선 만화포털로 추진할 계획이다.  ’툰도시’는 단순히 스캔을 한 만화를 제공하는 기존의 만화포털과 달리 흑백으로 출판된 만화를 컬러화 및 정밀보정 작업을 통해 새로운 버전의 고품질 만화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툰도시는 ‘꽃보다 남자’, 이현세 작가의 ‘공포의 외인구단 remake’ 등 인기 작품을 독점 제공하고, 국내 모든 온·오프라인 만화잡지를 제공해 다른 만화포털과 차별점을 두었다.  이밖에 SK텔레콤은 한국 만화산업 활성화를 위해 신인 작가들이 툰도시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지속적으로 연재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온라인 연재 시스템’을 구축하고 능력 있는 신인작가들을 발굴하는 데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입은 무료이며, 론칭기념으로 신규 가입고객 중 선착순 1만명에게 만화 3권 무료이용권을 준다. 또 5월 27일까지 미션으로 주어진 만화컷을 자유롭게 채색하는 ‘컬러만화 100% 즐기기’ 이벤트에 참여하는 고객 중 총 2278명에게 삼성 노트북·햅틱팝·아이팟터치 등 푸짐한 경품을 제공한다. 당첨 여부는 6월 3일 툰도시 홈페이지(www.toondosi.com)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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