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연재
    2026-06-20
    검색기록 지우기
  • 숙박
    2026-06-20
    검색기록 지우기
  • 9000 돌파
    2026-06-20
    검색기록 지우기
  • 방재
    2026-06-20
    검색기록 지우기
  • 매진
    2026-06-2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0,005
  •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3부) 국민의 경찰로 가는 길 ② 주민이 원하는 치안 따로 있다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3부) 국민의 경찰로 가는 길 ② 주민이 원하는 치안 따로 있다

    지난 9월 27일 오후 2시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한 고급 주택가. 한 집의 대문이 열려 있었다. 택배 배달이 왔다간 뒤 가사도우미가 미처 잠그지 못해서다. 마침 이 집 주변을 배회하며 기회를 노리던 ‘부잣집 전문털이범’은 “이때다.” 싶었다. 집안으로 들어간 그는 가사도우미 몰래 다이아몬드, 금거북이, 시계, 반지 등 각종 귀금속을 훔쳐 호주머니에 넣고 집을 빠져나와 유유히 현장을 떠났다. 집 주변에 폐쇄회로(CC) TV들이 설치돼 있었지만, 범인이 집안으로 침입하는 모습은 찍히지 않았다. CCTV의 사각지대를 교묘히 노린 것이다. 부자 동네에는 다른 주택가보다 값비싼 귀금속 등을 가진 주민들이 많을 확률이 높다. 때문에 철저한 방범·보안장치에도 불구, 한탕을 노리는 절도범의 ”매력적인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실제 최근 3개월 사이 서울 성북동 부자동네서 10여건의 절도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곳들은 대낮에 집이 비어 있거나 문이 열려 있었던 공통점이 있다. 집이 넓다 보니 CCTV의 사각지대도 많다는 지적이다. 부유층이 사는 지역은 아니지만 집이 촘촘하게 붙은 일반 주택가도 절도범들에게는 비교적 손쉬운 범행대상이다. 물론 한몫 챙기기는 어렵지만 방범이 허술한 탓에 침입과 도주가 용이한 까닭이다. 범죄는 지역 환경에 따라 발생 종류와 빈도에 차이를 보인다. 예컨대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성범죄 사건은 주로 도심지로부터 떨어져 있거나 인적이 드문 지역에서 자주 발생한다. 외국인이 많이 사는 곳에서는 외국인 범죄가 많기 마련이다. ●절도·성범죄 지역 CCTV·야간조명 밝게 17일 서울신문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입수한 ‘서울지역 구별 5대범죄 발생현황’에 따르면 2007년부터 올해 9월까지 관악구에서 일어난 성폭행 사건은 1049건으로 나타났다. 이어 송파구(884건), 강남구(855건), 광진구 (761건), 서초구(726건), 구로구(715건) 순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야산이 인접한 지역이거나 유흥가 주변, 좁은 골목이 있는 주택가 등에서 성폭행이 많이 일어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아동성범죄 사건은 중랑구와 영등포구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지난해 각각 16건씩 일어났다. 경찰은 “좁은 골목이 많은 지역인 데다 저소득 가구가 많아 ‘방임 아동’이 적지 않은 탓에 아동들이 성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하루 평균 62건씩 일어나는 ‘외국인 범죄’는 구로구와 영등포구, 경기 안산 단원구가 압도적이다. 구로구 가리봉동, 안산 단원구 원곡동 국경없는마을 등은 조선족을 비롯한 동남아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특히 원곡동에는 거주민의 68%에 이르는 약 4만명(미등록 포함)이 외국인이다. 외국인 범죄가 많을 수밖에 없다. 경찰서별로 살펴봐도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외국인 범죄 발생 건수는 서울 구로서가 234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안산 단원서(2212건), 서울 영등포서(2195건) 순이다. 지역별 범죄 발생 빈도와 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지역 주민들의 치안 요구도 다르다. 절도나 성범죄가 잦은 지역에서는 “CCTV를 더 설치해 달라. 거리 조명을 밝게 해 달라. 방범활동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한다. 조사를 받거나 업무 목적으로 경찰서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야간이나 주말에 통역사가 즉각 오지 않아 불편함이 크다. 경찰서에 통역사가 항시 상주하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구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경찰의 치안 활동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잖다. 경찰도 ‘지역경찰 활동’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중요 범죄보다 실제 주민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범죄 행위에 초점을 맞추는 등 국민중심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범죄 지역 경찰서 통역사 배치 하지만 경찰의 지역별 맞춤식 치안활동은 아직 활성화돼 있지 않다. 주택가에는 아직 CCTV의 사각지대가 적지 않다. 성범죄 발생 우려가 높은 주택가 방범 활동은 형식적이라는 시민들의 불만도 높다. 특히 외국인 범죄를 수사하는 외사계 소속 경찰관의 숫자는 전체 경찰의 1.1%에 불과한 1000여명에 불과하다. 단원서, 구로서·영등포서 등에는 통역할 인력이 부족해 외국인 범죄 대응에 있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경찰이 5대 범죄 등 주요 발생 사건에 수사의 초점을 맞춰 검거 실적을 올리려는 관행을 버리지 못하다 보니 지역별 맞춤식 치안에 소홀한 것”이라면서 “국민들이 바라는 치안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 지역 경찰의 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자문기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자문단 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박행렬(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 유정현(한나라당 의원), 이동희(경찰대 법학과 교수),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이윤호(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표창원(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특별취재팀 백민경, 이영준, 윤샘이나, 김진아기자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서울신문은 ‘뉴 캅스(New Cops), 수사 버전을 올려라’ 기획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찰 수사로 피해를 입었거나 비리 등을 목격한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사회부 경찰팀(전화 02-2000-9172~6) 또는 white@seoul.co.kr로 연락 바랍니다.
  • [WHO&WHAT] 현대 고고학의 레이저 레이더·로봇에 존스 박사 ‘깜놀’

    [WHO&WHAT] 현대 고고학의 레이저 레이더·로봇에 존스 박사 ‘깜놀’

    “존스 박사. 우리 대학은 당신에게 테뉴어(종신 교수)를 부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니. 나만큼 명성을 떨친 고고학자가 어디 있습니까? 최소한 1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내 활약을 지켜봤어요. 고고학이라는 학문이 알려진 것도 순전히 내 공인 것 같은데요.” “물론 지금의 고고학이 당신에게 빚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테뉴어 심사가 강화되는 추세라 어쩔 수가 없어요. 논문도 없고, 강의 일수도 다 못 채워서 교수평가는 바닥이에요. 특히 젊은 교수들을 중심으로 당신에 대한 비판이 많아요. 더 이상 ‘채찍’의 시대가 아니라고들 하던데요.” “보물지도를 찾고 악당과 싸우는 게 뭐가 나쁩니까.” “그래서 당신은 학자가 아닌 탐험가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고고학자들은 더 이상 오지를 무작정 탐험하지도, 피라미드를 부수고 들어가지도 않아요. 훨씬 과학적인 수단들이 많이 있다고요.” “결국 내 시절은 갔다는 얘기인가요?” “아니죠. 당신 같은 유명인을 놓치는 것은 우리에게도 엄청난 손실인걸요. 당신의 모험심과 열정에 현대의 기술을 살짝 얹어보는건 어떨까요. 한 가지 더.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자만심은 버리셔야 할 겁니다. 당신 아들이 등장한 마당에 아버지가 죽고 그 아들이 복수를 하는 시나리오도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일단 고고학 연구실을 한번 둘러보면 생각이 달라지실 수도 있습니다.” “흠. 썩 내키지는 않지만, 저를 밀어낸 첨단 기술이라는 게 뭔지 궁금하기는 하군요. 이왕 이렇게 된 거, 한번 보기나 합시다.” 이번 주 가상 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은 인디애나 존스 박사의 현대 고고학 연구실 탐방을 따라가봤다. 열심히 뛰는 것만이 진실과 역사에 가까이 가는 것이라 믿고 있던 늙은 고고학자의 앞에 놓인 문화적 충격은 어떤 것일까. 큐레이터 어서오세요, 박사님. 학교 측에서 연락 받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 이 박물관에서 학생들을 안내하는 큐레이터입니다. 박사님께서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시니,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리죠. 먼저, 이쪽 방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여긴 미라를 연구하는 곳이죠. 존스 오. 이건 고대 이집트의 미라군요. 그런데 겉을 감싼 천이나 관 장식을 봤을 때 왕이나 왕비의 것은 아닌데, 뭘 이런 걸 쌓아놓고 연구를 하는 거죠. 큐레이터 이 이집트 미라의 주인공은 기원전 1580년에서 1550년 사이에 살았습니다. 10대에 죽은 걸로 추정되죠. 그리고 사인은 심장병인 것으로 보입니다. 존스 어떻게 그런 걸 알 수 있나요. 혹시 기록이라도 찾은 건가요? 큐레이터 이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를 이용하면 알 수 있습니다. 치아 구조나 뼈 크기 등을 통해 나이를 알 수 있고, 각종 질환의 유무도 알 수 있습니다. 굳이 미라를 훼손하지 않아도 되고요. 이 옆에 있는 시료는 중세 피렌체 귀부인의 묘에서 채취한 DNA입니다. DNA를 분석하면 이 여인이 누구의 조상인지, 어떤 가문인지도 알 수 있죠. 이탈리아에서는 같은 방법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주인공으로 추정되는 리자 게라르디니를 찾고 있습니다. 존스 그럼 혹시 미라가 아니라 뼈만 있어도 분석이 가능합니까. 큐레이터 박사님은 해골을 들고 뛰거나 무기로 쓰시겠지만, 요즘 고고학자들은 해골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뼈에서 질소나 탄소 함량을 분석하는 것만으로 그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당시의 영양상태는 어땠는지를 쉽게 알 수 있어요. 심지어 어떤 물을 마셨는지도요. 특히 이런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사람들의 식습관이나 국가 간의 교류 여부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페인에 묻혀 있는 유해의 출생지가 이탈리아였다는 점을 밝혀낼 정도까지 데이터베이스가 쌓였습니다. 존스 그럼 혹시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나 식물이 언제 죽었는지도 알 수 있나요? 큐레이터 물론이죠.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을 이용하면 됩니다. 식물이 광합성을 할 때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하고 동물은 그 식물을 섭취하기 때문에 모두 탄소가 쌓이게 됩니다. 그중 탄소14는 방사성물질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그 양이 반씩 줄어드는 반감기가 생깁니다. 과거의 동물이나 식물은 모두 현재의 것들과 조성이 비슷하기 때문에 탄소14가 얼마나 남아있는지를 측정하면 시간의 경과 정도를 알 수 있는 원리죠. 너무 많은 걸 들어서 얼떨떨하신 것 같은데, 다음 방으로 가시죠. 존스 앗, 여기 이렇게 뱀처럼 꿈틀거리는 것들은 뭐죠? 큐레이터 박사님. 만약 처음 보는 커다란 무덤이 있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존스 일단 들어가봐야죠. 큐레이터 채찍 하나 들고요? 영화에서처럼 박혀 있는 창칼이 날아올 수도 있고, 뱀이 가득할 수도 있잖아요. 거기에 발을 디뎠다가 물리면 누가 책임지죠? 그래서 만들어진 것들이 이 로봇들입니다. 존스 그럼 얘들이 대신 들어가나요? 고작 이런 조그만 것들이 뭘 할 수 있죠? 큐레이터 조그만 틈만 있으면 기어들어가서 내부가 어떤지를 생생하게 찍어 올 수 있죠. 위험은 없는지 미리 살필 수도 있어요. 그뿐이 아닙니다. 무덤이나 건물을 무너뜨리지 않고도 구멍을 넓혀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오랜 기간 갇혀 있던 내부 공기가 사람에게 유해하지는 않은지도 판단할 수 있습니다. 내부에 거대한 강이 흘러도 얘들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거든요. 아직까지는 사람이 조종을 해야 하는 단계지만, 앞으로는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로봇도 등장할 겁니다. 존스 위험을 다 제거하고 사람은 그 후에 움직인다는 거네요. 정말 재미없는 일이군요. 앞에 어떤 원시부족이 튀어나올지, 어떤 기관이 작동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목숨 걸고 들어갈 때의 짜릿함을 한번 맛보면 확실히 생각이 달라질 텐데 말이죠. 큐레이터 사실 저도 박사님의 활약상은 잘 알고 있지만, 그런 생각으로 고고학을 대하시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박사님이 성배도 찾고, 누르하치 유골도 찾았지만 그게 결국 남아 있나요? 좌충우돌하시다가 다 없어지거나 묻어 버렸잖아요. 그리고 자기 조상의 것을 지키려는 원시부족이 타도해야 할 대상인가요? 그럼 잉카문명을 멸망시킨 스페인의 피사로와 박사님이 다를 게 없는 것 아닐까요? 존스 (외면하며)그나저나 여기에 보물지도도 있나요? 큐레이터 안 그래도 그 방으로 모시려고 했어요. 이쪽 방은 보물지도를 그리는 곳입니다. 존스 누가 그려 놓은 보물지도를 찾는 게 아니라 지도를 그린다고요? 큐레이터 ‘지구의 끝’ ‘세 개의 바다가 만나는 곳’ 뭐 이런 식의 지도는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지구 어디든, 사람이 쉽게 범접할 수 없는 태초의 원시림이나 폭포 속까지도 이젠 들여다볼 수 있고 그려낼 수 있거든요. 대표적인 것이 최신 기술인 LIDAR입니다. 레이저 레이더라고도 하죠. 레이저를 대기중에서 발사해 반사돼서 돌아오거나 퍼지는 모습을 보고 지형을 3차원 입체영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지도를 그리기 위해 연필을 들고 측량을 하는 것은 옛날 얘기입니다. 하늘을 날면서 이 장치를 쓴다면 거대한 나라도 몇 년 내에 완벽하게 그려낼 수 있죠. 지난 5년간 잉카와 마야문명이 자리잡았던 중앙 아메리카 지역의 3차원 지도도 완벽하게 구현해 낸 상태입니다. 존스 그런데, 그런 지도가 실제로 길을 찾거나 유적을 찾는 데 효과가 있나요? 땅 위에서 벌어지는 구체적인 일은 알기 힘들 것 같은데 말이죠. 큐레이터 그래서 저희는 위성 이미지를 함께 사용합니다. 현재의 위성기술을 이용하면 지상 40㎝ 위에서 보는 것과 같은 선명도로 전세계 곳곳을 살필 수 있습니다. 극지를 탐험하거나 밀림을 헤치고 지나갈 때, 오늘 무슨 일이 앞서 일어났는지도 다 알 수 있죠. 말 그대로 지구를 ‘스캔’하는 겁니다. 전설속의 아틀란티스 대륙이 최소한 지상에 존재하지는 않고, 얕은 바다에는 없다는 것도 위성으로 확인할 수 있었죠. 이런 기술들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지구 속의 모습까지 알 수 있습니다. 표정을 보니 문화적 충격이 크신 것 같군요. 오랜 시간 고고학계에 몸 담으셨는데, 시대의 흐름에도 좀 민감하셔야죠. 존스 원래 인디애나 존스는 그렇게 생겨먹은 캐릭터라고 해 둡시다. 채찍이 아니라 금속탐지기를 들고 모래밭이나 헤매는 나한테 누가 열광하겠어요. 이미 과거처럼 모험을 떠나기에는 앉은 자리에서 알 수 있게 된 것들이 너무 많긴 하군요. 결국 난 과거 속에서 살아야 하는 존재인가 봅니다. 이곳을 둘러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드네요. 큐레이터 그럼 이 새로운 기술들을 배우지 않을 생각이신가요? 존스 그건 스필버그 감독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스필버그가 처음 날 탄생시킬 때 지나치게 강인한 고고학자의 이미지나 원시부족과의 싸움 같은 부분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는 얘기가 있긴 하죠. 혹시 또 압니까. 나이 들어서 은퇴 후에 첨단 과학기기로 무장한 인디애나 존스 박사의 모험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죠. 어차피 전 영화 속에서 사는걸요.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이노베이션뉴스데일리 2011년 6월 10일 ‘고고학의 10가지 현대식 기술’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WHO&WHAT] 소설 속 영국인 주인공 폴 웨스트 “파리서 1년 살아보니” [WHO&WHAT] 인류 첫 셀레브러티 ‘클레오파트라’… 베일 속의 그녀의 얘기 들어보니 [WHO&WHAT] 유전학의 창시자 수도사 멘델의 고백… “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WHO&WHAT] 인간은 이기적 동물? 이타적 동물?…러시아 식물학자 니콜라이 바빌로프가 밝힌 유전자의 비밀 [WHO&WHAT] 아쉽게 놓친 노벨상’가상 수기’ 공모해보니 [WHO&WHAT] 시간여행·생각읽기…인간들, ‘신의 영역’을 넘보다 [WHO&WHAT] 다음번엔 내가 주인공!…무궁무진한 미래 사극 주역들[WHO&WHAT] 현대 고고학 레이저 레이더·로봇에 ‘깜놀’…인디애나 존스, 완전 체면 구기다
  • ‘평창올림픽 특수’ 지역업체 참여 보장

    7조원의 건설특수가 기대되는 2018평창동계올림픽에 강원 지역 업체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강원도는 16일 동계올림픽 개최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각종 건설공사에 지역 업체의 참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지역업체 보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대회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 때 외지업체 참여를 제한하는 내용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7월 6일 평창이 2018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되자 건설특수를 기대하고 서울 업체 3곳과 경북·충남 업체 2곳 등 10여개 이상의 외지 업체들이 강원도로 주소를 옮긴 데 따른 것이다.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방안은 동계올림픽 관련 시설과 특구개발 사업 발주 시 대회 개최가 확정된 지난 7월 6일 이전에 강원도에 등록된 용역 및 건설업체에 한해 최저가 낙찰제 대상공사와 지역업체 경쟁입찰 등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지역 국회의원 등의 반발로 이 내용이 특별법에 반영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행정안전부의 회계예규와 고시 내용을 수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태풍 루사와 매미 등 도내에서 발생한 자연재해 복구공사 때 지역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됐던 방법이다. 이와 함께 올해 안에 18개 시군이 지역건설산업활성화 지원조례 개정을 완료하도록 독려하기로 했다. 지원조례가 개정되면 공사 설계 단계부터 분할 발주가 적극 권장될 뿐만 아니라 지역업체 공동도급 비율도 49% 범위에서 입찰공고에 명시할 수 있게 된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전북, 한미 FTA 대책 고심

    전북도가 한국과 미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농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도는 한·미 FTA 이행 법안이 지난 13일 미국 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지역 농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산업연구원 등은 한·미 FTA가 발효되면 전북지역의 농축산물 피해는 축산 669억원, 과수 96억원, 채소 56억원, 곡물 20억원 등 총 842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도는 정부의 FTA 대책 사업비를 최대한 확보해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축산과 과수 등 일반 농업분야에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생산·가공·체험·판매를 연계하는 농업의 6차 산업화를 추진하고 자연재해 등에 대비한 농작물 재해보험, 농어가 안전공제 등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고부가 식품산업의 육성 등에도 나서기로 했다. 도 강승구 농수산식품국장은 “정부에 면세유 일몰제 폐지와 농가보험확대를 건의하고 신규사업 발굴 등 농업 분야 예산도 늘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3부) 국민의 경찰로 가는 길 ① ‘대민 서비스’ 질 높이자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3부) 국민의 경찰로 가는 길 ① ‘대민 서비스’ 질 높이자

    “양천경찰서 형사계 팀장 ○○○입니다. 살인사건 현장에 남아 있는 피 냄새가 지독하다고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어요. 청소 좀 해주세요.” 지난해 8월 중순 금요일 오후 4시쯤 서울남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전화가 걸려 왔다. 직원은 퇴근 무렵이라 일정을 미루고 싶었지만 마지못해 현장을 찾았다.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바로 지난해 여름 단지 ‘행복한 웃음소리가 났다’는 이유만으로 흉기를 휘두른 ‘신정동 옥탑방 살인사건’ 현장이었다. 센터는 지역 검찰청 산하의 민간 봉사단체다.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난 터라 피는 바싹 말라붙어 있었다. 숨 쉬기 힘들 만큼 냄새는 고약했다. 음식물까지 부패했다. 온통 악취가 진동했다. 센터 직원은 결국 청소대행 업체를 불러 청소를 마무리했다. 그는 “살인 현장의 피를 보니 피해자와 가족이 겪었을 고통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며 몸서리쳤다.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빠가 눈앞에서 죽는 것을 바라본 유가족들의 정신적 충격은 말할 수 없다. 사망한 임모씨의 부인은 사건 당시 범인에게 머리를 둔기로 맞아 2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퇴원한 그는 “친척들이 가까이 살고 있는 곳에서 떠나기가 무섭고 두렵다.”며 한때 스마일복지센터 입소와 심리치료를 거절했다. 센터의 설득 끝에 부인과 두 자녀는 센터에 들어가 10일간 심리치료를 받았지만 상처는 지워지지 않았다. 살인 현장을 흥건히 적신 피는 누가 닦아 낼까. 경찰일까, 유가족일까. 정답은 유가족이다. 또는 범죄피해자지원센터다. 경찰에게는 사건 현장을 뒤처리할 책임이 없다. 경찰은 사진을 찍고, 증거물을 채취하고 나면 곧장 현장을 떠난다. 때문에 현장 보존이 끝난 이후 사건 흔적을 닦고 지우고 복구하는 일은 가정이면 유가족에게, 공공건물이면 소유주가 맡을 수밖에 없다. 사건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장은 유가족이 감당해야 할 몫인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현장 뒤처리와 관련한 지원 예산이 따로 없기도 하지만 경찰 본연의 역할이 아닌 서비스는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범죄 현장 뒤처리를 담당하는 공식적인 정부 단체나 용역 업체는 따로 없다. 그나마 법무부로부터 국고 지원을 받는 지역 검찰청 산하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사건 현장 뒤처리 및 피해자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별 차이가 크다. 사건 당일 즉각 수습하는 센터가 있는가 하면 일주일이 되도록 처리를 하지 않는 곳도 있다. 지원센터가 활성화되지 않아서다. 또 사건 현장 뒤처리를 1차 수사기관인 경찰이 아닌 검찰이 맡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뒷수습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경찰 측은 “왜 경찰이 사건 뒤처리와 범죄 피해자를 지원하지 않느냐고 비판할 수 있지만 예산 문제 등 제도 개선이 되지 않으면 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물론 경찰 내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제도는 갖춰져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는 곳이 드물었다. 형식적이다. 경찰은 2004년 8월 ‘범죄 피해자 보호규칙’을 경찰청 훈령으로 제정해 공포했다. 법에 근거해 ‘피해자보호관’, ‘피해자서포터’ 등 범죄 피해자를 위한 장치들이 마련됐다. 일선서에서는 범죄피해자지원협회 등 자원 시민단체를 위촉, 도움을 받고 있다. 문제는 경찰이 이 제도를 제대로 숙지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피해자보호관은 형사·수사과장 등 일선서 과장급, 피해자서포터는 담당 형사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찰도 부지기수다. 경찰 조사를 받는 피해자들에 대한 인권상담 안내도 이뤄지지 않는 편이다. “법무부를 통해 피해자 구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안내하는 데 그친다.”고 털어놓은 경찰도 있다. 특히 피해자서포터의 경우 경찰 경력 10년 이상, 피해자 보호에 열의가 있는 자 등의 조건을 달고 있지만 지켜지는 곳은 드물다. 더욱이 경찰서마다 설치돼 있는 인권상담지원관인 부청문감사관도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제 역할을 못하는 곳이 많다. 피해자들이 먼저 이 제도를 알고 경찰에게 다가가지 않고서는 도움을 받기 힘든 구조다. 경찰청의 범죄 피해자 보호규칙 역시 ‘경찰 공무원은 피해자 보호를 위한 초기 대응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등 원론적인 내용만 담고 있는 탓에 실효성이 낮다. 표창원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노력해야 한다 수준의 총론식 규정을 보다 실질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면서 “범죄 피해자들이 경찰의 무관심으로 인해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충분한 배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자문기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자문단 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박행렬(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 유정현(한나라당 의원), 이동희(경찰대 법학과 교수),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이윤호(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표창원(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특별취재팀 백민경, 이영준, 윤샘이나, 김진아기자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서울신문은 ‘뉴 캅스(New Cops), 수사 버전을 올려라’ 기획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찰 수사로 피해를 입었거나 비리 등을 목격한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사회부 경찰팀(전화 02-2000-9172~6) 또는 white@seoul.co.kr로 연락 바랍니다.
  • “상황 어렵다고 꿈 포기하게 만들면 한국만화의 모차르트 나올 수 없어”

    “상황 어렵다고 꿈 포기하게 만들면 한국만화의 모차르트 나올 수 없어”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꿈을 포기하게 만들면 한국 만화의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나올 수 없습니다.” ‘우리시대 최고의 만화가’로 통하는 허영만(64) 화백을 13일 경기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만났다. 그의 출세작 ‘각시탈’(1974)이 ‘한국만화걸작선’ 17번째 작품으로 복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그의 소회와 계획을 들어봤다. ●“좋아하는 것 하는 게 가장 중요” 허 화백은 지금 출판만화 시장이 어려운 게 ‘하루가 24시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농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만화를 볼 세대들이 공부에, 학원에 쫓겨 시간이 없다는 데서 만화의 비극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어린 친구들이 자기가 좋아서 만화가를 꿈꿔도 부모들이 말린다며 혀를 차기도 했다. 그는 “먹고살 수 있느냐는 나중 문제”라면서 “좋아하는 것을 하느냐, 하지 못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스티브 잡스의 꿈과 성공을 예로 들었다. ●“검열 때문에 뱀 머리에 리본 그린 적도” 그는 뱀을 그리면 흉칙하다고 사전검열당해 뱀 머리에 리본을 그려 넣던 때도 있었다고 소개하고 “만화 그릴 맛 안 나던 무지막지하던 시절을 살았다.”면서 “사전검열이 사라진 뒤에도 나도 모르게 뿌리 내린 자기검열에서 벗어날 때까지 4~5년이 더 걸렸다.”고 토로했다. 후배들에 대해서는 질책을 쏟아냈다. 과거와 같은 규제가 없는데도 대충 그리는 후배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연재하는 웹툰 쪽은 빨리 데뷔를 하다 보니 일찌감치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경우가 간혹 있다.”면서 “하지만 데뷔가 쉬운 만큼 도태되기도 쉽다는 사실을 많은 후배들이 모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1974년 ‘집을 찾아서’로 데뷔해 40년 가까이 만화가 길을 걸어온 허 화백은 1988년쯤을 큰 고비로 꼽았다. “당시 잡지, 대본소, 단행본을 동시에 그렸지요. 화실 식구가 무려 23명이나 됐습니다. 제가 직접 그리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더군요. 어느 날 나 자신이 만화가가 아닌 중소기업 사장처럼 느껴지더군요. 화실을 해체하고 문하생을 3명만 남기는 결단을 내렸지요.” 허 화백의 작품은 지금까지 ‘식객’과 ‘타짜’, ‘날아라 슈퍼보드’ 등 11개가 모두 14차례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으로 옮겨졌다. 지금은 1970~80년대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던 ‘각시탈’의 드라마화 작업이, 야구를 소재 삼아 고릴라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제7구단’의 3D 영화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영상에 담긴 내 작품이 모두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었어요. 도저히 계속 앉아 보고 있을 수준이 안 되는 작품들도 여럿 있었지요. 서너 개 작품은 아예 시사회 중간에 일어나 버렸어요. 내 작품 연출의 묘미는 처음부터 모든 걸 보여주는 게 아니라 최대한 감추고 아끼고 자제하는 것인데 그걸 몰랐던 경우들이지요.” ●全作 출간엔 “새것도 그릴 게 많은데…” 현재 허 화백의 작품들은 국내 만화가 중 처음으로 전작(全作) 출간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 부정적이다. “옛 추억은 그대로 간직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새것도 그릴 게 많은 데 냄새 풀풀 나는 것들을 다시 보여줄 필요가 있을까요.”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현역’의 자부심이 묻어났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허영만 “인터넷 웹툰 만화가들, 목에 잔뜩 힘 들어가서는...”

    허영만 “인터넷 웹툰 만화가들, 목에 잔뜩 힘 들어가서는...”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꿈을 포기하게 만들면 한국 만화의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나올 수 없습니다.”  ‘우리시대 최고의 만화가’로 통하는 허영만(64) 화백을 13일 경기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만났다. 그의 출세작 ‘각시탈’(1974)이 ‘한국만화걸작선’ 17번째 작품으로 복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그의 소회와 계획을 듣고 싶었다.  허 화백은 지금 출판만화 시장이 어려운 게 ‘하루가 24시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농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만화를 볼 세대들이 공부에, 학원에 쫓겨 시간이 없다는 데서 만화의 비극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어린 친구들이 자기가 좋아서 만화가를 꿈꿔도 부모들이 말린다며 혀를 차기도 했다.  그는 “먹고 살 수 있느냐는 나중 문제”라면서 “좋아하는 것을 하느냐, 하지 못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스티브 잡스의 꿈과 성공을 예로 들었다.  그는 뱀을 그리면 흉칙하다는 사전검열에 뱀 머리에 리본을 그려 넣던 때도 있었다고 소개하고 “만화 그릴 맛 안나던 무지막지하던 시절을 살았다.”면서 “사전검열이 사라진 뒤에도 나도 모르게 뿌리 내린 자기검열에서 벗어날 때까지 4~5년이 더 걸렸다.”고 토로했다.  후배들에 대해서는 질책을 쏟아냈다. 과거와 같은 규제가 없는 데도 대충 그리는 후배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연재하는 웹툰 쪽은 빨리 데뷔를 하다보니 일찌감치 목에 힘이 들어가는 경우가 간혹 있다.”면서 “하지만 데뷔가 쉬운 만큼 도태되기도 쉽다는 사실을 많은 후배들이 모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1974년 ‘집을 찾아서’로 데뷔해 40년 가까이 만화가 길을 걸어온 허 화백은 1988년쯤을 큰 고비로 꼽았다.  “당시 잡지, 대본소, 단행본을 동시에 그렸지요. 화실 식구가 무려 23명이나 됐지요. 제가 직접 그리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더군요. 어느 날 나 자신이 만화가가 아닌 중소기업 사장처럼 느껴지더군요. 화실을 해체하고 문하생을 3명만 남기는 결단을 내렸지요.”  허 화백의 작품은 지금까지 ‘식객’과 ‘타짜’, ‘날아라 슈퍼보드’ 등 11개가 모두 14차례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으로 옮겨졌다. 지금은 1970~80년대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던 ‘각시탈’의 드라마화 작업이, 야구를 소재 삼아 고릴라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제7구단’의 3D 영화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영상에 담긴 내 작품이 모두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었어요. 도저히 계속 앉아 보고있을 수준이 안되는 작품들도 여럿 있었지요. 서너개 작품은 아예 시사회 중간에 일어나 버렸어요. 내 작품 연출의 묘미는 처음부터 모든 걸 보여주는 게 아니라 최대한 감추고 아끼고 자제하는 것인데 그걸 몰랐던 경우들이지요.”  현재 허 화백의 작품들은 국내 만화가 중 처음으로 전작(全作) 출간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 부정적이다.  “옛 추억은 그대로 간직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새 것도 그릴 게 많은 데 냄새 풀풀 나는 것들을 다시 보여줄 필요가 있을까요.”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왕성한 필력을 자랑하고 있는 ‘현역’의 자부심이 묻어났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中 “올 성장률 9.4%”

    경착륙 우려 속에서도 중국이 올해 9%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사회과학원이 지난 10일 발표한 ‘중국 경제 형세분석과 예측-2011년 추계보고’를 통해 올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9.4% 안팎으로 예상했다고 중국 언론들이 11일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 10.4%에 비해 1% 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사회과학원은 세계경제 회복세가 미약한 가운데 국내 통화긴축과 소비부양정책의 약화 등으로 성장률이 다소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하락 폭이 합리적 구간 내이기 때문에 내년에도 거시경제정책은 안정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GDP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11.9%로 정점을 찍은 뒤 2분기 10.3%, 3분기 9.6%, 4분기 9.8%, 올해 1분기 9.7%, 2분기 9.5% 등으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사회과학원은 국제 정치·경제 환경에 커다란 변화가 없고, 국내에서 심각한 자연재해나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내년 중국 경제가 9.2% 정도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는 성장률 저하와 함께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대두된 것이 특징이다. 수입형 통화팽창과 국내 농산품 가격 상승, 인건비 상승 등으로 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5.5% 안팎으로 예상됐다. 내년에는 물가상승 압력을 줄여줄 요소가 많아 CPI 상승률이 4.6%를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사회과학원은 내년까지 거시경제조정 정책이 안정적으로 운용돼야 한다는 점과 함께 단기적으로 물가급등을 억제하고 중장기적으로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소 제조업체에 닥친 자금난과 고리대금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WHO&WHAT] 무궁무진한 미래 사극 주역들

    [WHO&WHAT] 무궁무진한 미래 사극 주역들

     등장인물이 칼에 찔리거나 물에 빠진다. 거의 매회 생명의 위기를 맞고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장면이 되풀이되지만 보는 사람들은 이미 그가 역경을 극복하고, 죽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심지어 그가 품은 꿈이 어떤 형태로 이뤄지는지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 반면 때가 되면 누가 원해도 주인공의 죽음을 막을 수는 없다. 비극을 희극으로 바꿀 수도 없고, 삼각관계의 결말도 정해져 있다. 드라마라면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는 ‘시청자의 요청’이나 ‘여론’도 통하지 않는다. 바로 끝이 정해진 드라마 사극의 운명이다.  사실과 허구를 교묘하게 엮어야 한다는 점에서 사극은 줄타기에 가깝다. 김종서와 수양대군이 사실은 사돈이었다는 줄거리로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렸던 드라마 ‘공주의 남자’는 김종서의 손자와 수양대군의 딸이 연인이었다는 몇 줄의 야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조선왕조실록이나 그들 가문의 족보로 보면 엄연한 허구다.  이순신 장군을 한산대첩에서 미리 전사시키거나 명성황후가 사실은 살아있다는 식의 무리수만 두지 않는다면 사극은 무한한 상상력이 보장된다. 특히 주인공을 바꾸거나 조금만 틀어본다면 무궁무진한 시나리오를 얻을 수 있다. 역사는 승자의 시각에서 쓰이지만, 사극은 그렇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왕의 여자, 왕이 되지 못하고 스러져간 세자는 물론 아무런 공헌도 남기지 못하고 살다갔다는 기록만 남긴 사람도 얼마든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이 사극이다. 수백년간 ‘성춘향과 이몽룡’의 시각에서 쓰인 춘향전이 방자의 시각에서 쓰이기만 해도 얼마나 달라지는지 이미 영화 ‘방자전’을 통해 입증되지 않았는가.  이번주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에서는 미래에 영화나 드라마의 중심이 될 사극의 주인공들을 찾아봤다. 시놉시스를 통해 이미 만들어진 사극에서는 주인공의 주변인, 엑스트라에 가까운 모습으로 그려졌던 그들의 시각에서 역사를 한번 들여다보자.  드라마나 책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세종의 둘째딸 정의공주는 한글 창제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는 얘기가 그녀의 시가였던 죽산 안씨 문중 문헌에 기록돼 있다.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사들의 공으로만 알고 있는 한글 창제에 조선시대의 공주가 관여했다는 것은 누구나 흥미를 가질 만한 소재다. 정의공주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기지 않는가.  조선왕조 518년간 27명의 왕이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왕이 되지 못한 세자 11명이 있었다. 장자 계승을 토대로 한 유교적 사상이 지배했지만, 정작 맏아들이 왕위를 이은 것은 문종, 단종, 연산군, 인종, 현종, 숙종 등 6명에 불과하다. 순종은 요절한 형이 있는 차남이었다. 왕후 자리는 ‘국모’로 불리며 절대 비워서는 안 되는 자리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29년이나 세자의 자리에 있었던 문종은 세자 시절 두 명의 세자빈을 폐위시켰고, 홀로 왕위에 올라 세자빈을 왕후에 추증한 유일한 홀아비 왕이었다. ‘왜’라는 궁금증을 품으면 스토리가 될 소재는 얼마든지 있다. 여기 세 가지의 스토리를 꺼내봤다.    [심양의 왕자들] 청나라 볼모 8년… 소현·효종 형제와 그들 부부의 불운했던 삶  ●주요 등장인물  소현세자 이왕/세자빈 강씨/효종/효종비 인선왕후/인조/인조의 후궁 조소용  ●극적 요소  조선의 세자 27명 중 가장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우유부단한 형 소현세자와 강인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한 동생 효종 형제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 남편만큼 불행했던 소현세자빈 강씨와 남편보다 더욱 강건했던 인선왕후의 시각에서 풀어간다.  ●시놉시스  스물네 살이 되어서야 세자로 봉해진 소현세자는 결혼 8년 만에 후사를 보지만 불과 몇 달 뒤 병자호란이 터진다. 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의심 많은 아버지 인조는 전쟁 과정에서 신하들에게 책임을 미루는 무책임한 군주의 모습을 보이기 일쑤였고, 세자에게도 항상 짜증 섞인 태도로 일관한다. 삼전도의 굴욕과 함께 세자는 아버지와 대신들의 강권에 의해 “자진해서 적국에 볼모로 가겠다.”고 말해버린 후 울음을 터뜨리는 유약한 모습이었다. 세자 부부는 동생 봉림대군(훗날의 효종) 부부와 함께 볼모살이를 떠난다. 가는 길에 청나라 군대가 조선의 여러 고을을 약탈하고, 백성들을 노비로 끌고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세자는 무력감을, 봉림대군은 분노를 느낀다. 그러나 정작 청나라에 도착한 후 세자는 돌변한다. 이국에서의 고생으로 몸은 무너져 갔지만 조국의 운명을 어깨에 짊어진 세자로서의 책임감은 점차 커져간다. 반면 세자빈은 오랜 타국생활을 겪으면서 조선에서 건너온 물건을 팔아 재산을 모으기 시작한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인조는 아들과 며느리를 불신하고 점점 더 싸늘한 시선을 보내게 된다. 볼모살이 8년 만에 돌아온 세자를 인조는 ‘오랑캐 물이 들었다.’며 만나 보려고도 하지 않았고, 급기야 황제의 하사품이라며 세자가 내민 벼루를 세자의 머리를 향해 집어던졌다. 결국 귀국 두 달 만에 세자는 인조와 애첩인 조소용에 의해 독살당하고 만다. 인조는 예비 국모의 체통을 내팽개친 며느리도 가만두지 않았다. 인조의 수라상에 오른 전복구이에 독이 들었다는 누명을 씌워 세자빈 강씨를 폐위시켜 죽이고 만다.  청나라의 문물에 관심을 두고 배우려고 했던 형과 달리 봉림대군은 오로지 병자호란의 복수에만 관심이 있었다. 형의 죽음 이후 세자에 책봉되어, 효종이 된 봉림대군은 북벌을 위해 궁중 살림을 극도로 긴축했고, 인선왕후 역시 이에 앞장섰다. 인선왕후는 병자호란 당시 피신한 강화도에서 오랑캐에게 잡힐 처지가 되자 자결하려고 했고, 볼모살이 후 돌아와 왕후가 되자 청나라의 첩자 노릇을 하던 김자점과 조소용의 역모를 밝혀내 처단한 여걸이었다. 하지만 효종은 순치제의 등장으로 청나라가 더욱 강해지면서 북벌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죽었고, 인선왕후는 아들 현종이 그 뜻을 이루기를 바랐지만 현종은 그럴 뜻이 없었다. 결국 8년간이나 굴욕의 세월을 보낸 왕가의 형제와 그 부인들은 마지막까지 뜻하는 바를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비운의 주인공들이 되고 만다.    [7일의 행복, 영원한 이별] 7일만에 폐위 단경왕후… 50년 넘도록 중종만을 그리며  ●주요 등장인물  단경왕후 신씨/중종  ●극적 요소  조선왕조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왕후로 단종비 정순왕후와 중종의 첫 번째 부인 단경왕후 신씨를 꼽는 이들이 많다. 왕의 이복동생에서 한순간 왕이 된 남편과, 남편을 왕으로 만든 세력에 의해 아버지를 잃고 왕후 자리를 내놓아야 했던 비운의 여성. 그리고 그녀를 향한 임금의 순애보가 담긴 치마바위 이야기.  ●시놉시스  성종은 왕비였던 윤씨가 연산군을 낳고 폐위된 후 세 번째 왕후로 정현왕후 윤씨를 맞아 진성대군을 낳았다. 진성대군은 12살 때 13세인 신수근의 딸과 결혼했다. 왕이 되지 못하는 대군의 생활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아야 하는 것이었고, 이들 부부 역시 이를 충실하게 지켰다. 특히 연산군이 폭군으로 변하면서 사람들은 진성대군에게 관심을 쏟기 시작했고, 진성대군은 더욱 은인자중했다. 어느 날 밤, 여러 장수와 조정 대신들이 진성대군의 집에 들이닥쳤다. 횃불을 켜 든 이들은 “반정을 일으켰으니, 대군이 왕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인 것을 알게 된 대군 부부는 조용히 결과를 기다렸고, 그 결과 하루아침에 왕좌에 올라 중종이 됐다. 왕비가 됐다는 기쁨을 누리고 있던 다음 날 아침, 단경왕후에게 급작스러운 소식이 날아든다. 아버지 신수근이 전날 밤 반정군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신수근의 여동생은 연산군의 비였고, 폐주의 처남인 아버지가 죽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만 했다. 모든 가족들이 반정군에게 죽임을 당하고, 노비로 끌려가는 와중에도 단경왕후는 정신을 추스르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중종이 보위에 오르고 7일이 지나자 반정 공신들은 단경왕후의 폐위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중종과 단경왕후는 보기 드물게 의좋은 부부였지만 칼로 정권을 잡은 반정 공신들 앞에서 그는 무력했다. 결국 단경왕후는 폐위돼 사가로 나가야 했고, 이때 중종은 19세, 왕후는 20세였다. 중종은 새로운 왕비 간택을 1년 가까이 미뤘지만, 신하들의 압박에 장경왕후 윤씨를 새 왕비로 맞았다. 그러나 중종은 항상 인왕산 산자락을 바라보면서 단경왕후를 그렸다. 이를 전해들은 신씨는 인왕산 바위에 자신의 분홍치마를 펼쳐놓고 남편이 자신을 잊지 않기를 바랐다. 10년 후 장경왕후가 원자를 낳고 죽자 일부 대신들이 다시 단경왕후를 불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반정 공신들의 힘은 여전히 막강했고, 결국 신씨는 잊혀졌다. 고작 7일간의 왕후 생활을 하고 스무 살에 왕궁에서 쫓겨난 단경왕후는 무려 71세까지 50년 넘게 남편만을 그리며 살았다.    [왕궁의 스캔들] 조선 최초 세자 이방석은 여색에 빠지고 세자빈은 불륜을  ●주요 등장인물  이방석/이성계/태종/정도전/세자빈 유씨/이만  ●극적 요소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와, 국정의 기틀을 잡은 강인한 왕 태종과의 관계에서 희생양이 된 조선 최초의 세자 이방석. 어린 나이에 형에게 목숨을 잃기까지 자신의 의지는 아무것도 없었던 불운한 그와, 조선왕실 최초의 스캔들을 일으킨 세자빈 유씨를 통해 왕실의 비틀어진 모습을 들여다본다.  ●시놉시스  북방의 무인 이성계는 두 번째 부인 강씨(신덕왕후)와의 사이에서 48세에 막내아들을 본다. 방석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 아이는 조선이 개국했을 때 11세였고, 한 달 만에 조선 최초의 세자에 책봉된다. 어머니 신덕왕후와 개국공신들이 장성해 사병을 가진 이방원(태종)과 이방간 등을 경계한 덕분이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장군이 되겠다는 꿈을 꿨던 방석은 본인의 자리를 탐탁지 않아 했다. 총명하지 않은 방석은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고, 어느새 여색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궁궐을 나서 기생집에 가고, 사냥 대신 민간의 가축을 쏘아 죽이는 일도 허다했다. 한편 방석에게는 나이가 한참 많은 세자빈 유씨가 있었다. 어린아이와 결혼해 억지로 궁궐에 끌려온 유씨는 마음 줄 곳을 찾지 못하다가 궁궐의 내시 이만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철없는 망나니 방석보다는 정감 있고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 주는 이만에게 마음이 끌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개국 초기, 궁궐 안팎이 어지러운 상황에서 몰래 불륜을 이어가던 이들의 행동은 결국 태조에게 발각되고, 끝을 맞게 된다. 태조는 이만을 참수하고 세자빈은 폐서인해 사가로 내쫓았다. 조선왕조에 처음으로 기록된 불륜스토리의 결말이었다.  방석을 앞세운 정도전 등 일부 개국공신들은 태조의 장성한 왕자들이 거느린 사병이 거슬리기 시작한다. 결국 정도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요동 정벌을 기획했고, 왕자들이 사병 차출을 거부하자 관직을 빼앗고 사병까지 몰수했다. 그러나 불과 17일 만에 이방원은 1차 왕자의 난을 일으켰고, 태조에게 세자 폐위를 요구했다. 경각에 달린 방석의 목숨을 살려 주는 조건으로 태조는 영안군(정종)을 세자로 삼았다. 그러나 방석은 대궐 밖으로 나서는 순간 이방원 일가의 칼을 맞고 스러졌다. 임금의 적자였던 방석이 ‘대군’의 위치를 돌려받은 것은 그로부터 270여년이 흐른 숙종 6년이었다.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올라, 자유로움을 갈망하던 철부지 세자는 ‘조선왕조의 첫 세자’이자 ‘권력투쟁의 희생양’으로만 남았다. 폐서인된 세자빈 유씨가 그 후 어떻게 살았는지는 전해지지 않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조선을 뒤흔든 16인의 왕후들(이수광·다산북스)  왕을 낳은 후궁들(최선경·김영사)  왕이 못된 세자들(함규진·김영사)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박영규·들녘)  정의공주(한소진·해냄출판사)  소현세자(박안식·예담)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WHO&WHAT] 소설 속 영국인 주인공 폴 웨스트 “파리서 1년 살아보니” [WHO&WHAT] 인류 첫 셀레브러티 ‘클레오파트라’… 베일 속의 그녀의 얘기 들어보니 [WHO&WHAT] 유전학의 창시자 수도사 멘델의 고백… “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WHO&WHAT] 인간은 이기적 동물? 이타적 동물?…러시아 식물학자 니콜라이 바빌로프가 밝힌 유전자의 비밀 [WHO&WHAT] 아쉽게 놓친 노벨상’가상 수기’ 공모해보니 [WHO&WHAT] 시간여행·생각읽기…인간들, ‘신의 영역’을 넘보다[WHO&WHAT] 다음번엔 내가 주인공!…무궁무진한 미래 사극 주역들
  •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亡者의 진실 캘 과학수사 요원·교육 턱없이 부족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亡者의 진실 캘 과학수사 요원·교육 턱없이 부족

    지난 1992년 9월 어느 날, 미국 버지니아주 헨리카운티 경찰에 전화가 걸려 왔다. 마을 외곽에 쌓여 있는 쓰레기더미에서 끔찍한 냄새가 난다는 것이었다. 현장에 출동한 로니 민터 형사는 버려진 소파 아래서 침대 시트로 온몸이 싸여 있는 버지니아 비치의 선원 출신 제리 맥랜던(당시 35)의 시신을 발견했다. 부검 결과 사인은 약에 취한 질식사였다. 경찰은 맥랜던이 사망한 뒤 계좌에서 돈을 빼낸 룸메이트 데이비드 데사조와 그의 약혼녀를 의심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렀다. 사건 발생 6년 뒤 법곤충학 전문가인 테네시대학 인류학 연구소(별칭 보디 팜·Body Farm)의 윌리엄 베스 박사가 나섰다. 박사는 부패하기 시작한 시신을 뒤덮고 있던 구더기와 파리 등 곤충에 주목했다. 베스 박사는 맥랜던이 실종됐던 9월의 날씨를 분석해 시신이 부패하는 속도와 곤충 번식속도를 계산했다. 그 결과, 맥랜던의 사망일자는 9월 21일 또는 22일로 추정됐다. 경찰은 22일 당일 맥랜던의 방에서 싸웠던 데사조와 약혼녀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법원은 데사조에게 1급 살인, 약혼녀에게 2급 살인형을 선고했다. 맥랜던 살인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결정적 실마리는 시신에 있던 구더기들이었다. 시신 주변에서 기생하는 곤충이 사망시간과 당시 상황을 유추하는 단서가 된 것이다. 미국과 독일 등 과학수사 선진국에서는 법곤충학 전문가가 현장 감식요원으로 출동하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생소한 분야다. 법곤충학을 현장 감식에 활용할 전문가는커녕 법곤충학을 과학수사기법으로 사용한 데이터베이스(DB)도 전무하다. 갈수록 지능화·다각화되는 범죄로 과학수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지만 국내 과학수사 수준은 법곤충학과 같은 생소한 분야는 물론 기본적인 현장보존과 발굴 등 증거분석에 있어서도 미흡한 경우가 많다.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법의학자가 직접 사건 현장에 나가지 못하거나 현장 보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눈앞에 있는 증거조차 놓친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 지난 1월 발생했던 만삭의 의사 부인 사망사건에서는 최초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 과학수사요원이 피해자의 혈흔 등 중요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피의자 백모(31)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기각되기도 했다. 심지어 경찰은 사건현장의 증거들을 훼손할 위험이 있는 백씨가 경찰관의 동행 없이 사건현장에 출입하는 것을 방치하기도 했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자가 직접 현장을 찾아 증거를 찾아낸 뒤에야 백씨에 대한 구속이 이뤄졌다. 과학수사는 전문인력과 첨단 장비의 결합물이다. 문제는 아직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국내의 과학수사는 1955년 세워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중심으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인력과 교육 시스템 등 미흡한 점이 적잖다. 경찰청과 지방경찰청, 일선 경찰서에 흩어져 있는 사건 자료의 관리부실, 전담 인력 부족, 체계적인 조사 시스템 미비 탓에 어려움이 많다. 특히 과학수사요원 인력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에 근무하는 32명을 비롯해 전국 16개 지방청과 250여개 일선경찰서에서 뛰는 과학수사요원들은 1100여명으로 한 경찰서에 평균 3~5명이 근무하고 있다. 과학수사요원은 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 등 5대 범죄뿐만 아니라 현장감식이 필요한 모든 사건에 출동하기 때문에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최용석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계장은 “현장 감식을 하다 보면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붓을 들고 지문을 찾는 등 각종 장비를 동원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그나마 낮에는 2~3인 1조로 움직이지만, 교대근무를 하는 야간에 발생한 사건 현장에는 과학수사요원 1명만 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 증거와 시신의 상태가 중요한 증거가 되는 변사사건의 경우에도 일반 의료기관 의사 등이 현장에서 시신을 살펴보고 2~3일이 지나서야 국과수에서 부검을 하는 게 일반화되어 있다. 경찰청은 올해 안으로 법의학자를 변사현장에 배치하는 ‘현장검안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역시 인력 부족 문제로 도입이 힘든 상황이다. 현재 국과수에는 법의학자가 23명밖에 없어 밀려드는 시신을 부검하기에도 역부족이다. 경찰 소속 검시관도 56명에 불과하다. 인력 못지않게 과학수사요원들의 전문성을 키워주는 교육시스템도 낙후돼 있다. 세계 최고의 과학수사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에서는 과학수사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수한 요원만이 증거물을 다룰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다. 과학수사 분야를 세부적으로 구분해 현장사진전문가, 지문분석전문가, 총기분석가, 문서분석가 등을 따로 양성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과학수사요원을 뽑는 별도의 전형이 없이 일선 경찰서의 수사관들을 대상으로 지원을 받아 선발하고 있다. 뽑힌 과학수사요원들은 4주간의 기본 과정과 현장감식, 화재감식, 현장촬영기법 등에 대한 1~2주간의 전문교육을 추가로 받을 뿐이다. 경찰청에서는 외부전문가와 내부 과학수사요원들이 참여하는 워킹그룹을 구성,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자체적인 전문교육 과정을 실시할 방침이지만 이마저도 예산문제로 쉽지 않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관계자는 “총 13개 분야의 워킹그룹을 만들 계획이며 현재까지 6개가 구성됐다.”면서 “예산의 한계 때문에 추가 구성문제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인력과 예산, 전문교육 등의 부족으로 국내 과학수사는 세계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매장 시신 발굴과 미세증거물 분석, 혈흔형태 분석, 일부 DB 분야가 많이 뒤떨어져 있다. 미국의 경우 시신이 묻혀 있는 현장이 발견되면 발굴 전문가가 출동해 시신과 증거물을 발굴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시간과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체계적인 발굴이 힘들다. 또 선진국에서 1900년대 초에 시작된 미세증거물과 혈흔형태 분석도 국내에서는 2000년대 후반에야 도입됐다. DB분야에서는 지문DB 이외에 많은 선진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용 페인트 자국이나 카펫 섬유 등에 대한 DB도 턱없이 적다. 서중석 국과수 법의학 부장은 “우리나라의 과학수사는 다른 나라보다 출발점이 늦지만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면서도 “부족한 인력과 예산을 확충하고 체계적인 교육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자문기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자문단 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박행렬(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 유정현(한나라당 의원), 이동희(경찰대 법학과 교수),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이윤호(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표창원(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특별취재팀 백민경, 이영준, 윤샘이나, 김진아기자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서울신문은 ‘뉴 캅스(New Cops), 수사버전을 올려라’ 기획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찰 수사로 피해를 입었거나 비리 등을 목격한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사회부 경찰팀(전화 02-2000-9172~6) 또는 white@seoul.co.kr로 연락 바랍니다.
  • 그 남자가 남긴 립스틱 자국…옷장 속의 시신

    그 남자가 남긴 립스틱 자국…옷장 속의 시신

    “301호라꼬예? 같은 신고만 벌써 5번째 아잉교? 근데 가봤더니 아무 것도 아이던데예.” “그기 아이라 사람이 죽었다니까요.” 2001년 7월 27일 경남 창원의 한 오피스텔. 결과적으로 경찰은 이틀간 같은 집에 5차례나 출동해서야 미모의 죽은 여주인을 만날 수 있었다. 사망자는 인근에서 소주방을 운영하는 A씨(당시 41세)였다. 장롱 속 시신을 발견한 것은 남동생이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열어 본 옷장에 그녀는 목이 졸린 채 숨져 있었다. 시신의 발견 시간을 늦추기 위해 누군가 그녀를 옷장 속에 넣어 놓은 것이었다. 이틀전 이웃들은 심하게 싸우는 소리를 들어 신고했다고 했지만, 누가 드나들었는지 본 사람은 없었다. 범인은 여성의 손과 발은 묶은 후 장롱 속에 우겨넣었다. 얼마간을 웅크려 있었는지 피가 몰린 자국인 시반이 등에 몰려 있었다. 피살자의 목에는 스타킹과 실타래가 칭칭 감겨 있었다. 손으로 목을 조른 후 스타킹 등으로 다시 한번 숨통을 조인 듯 보였다. 배꼽 위에는 6㎝ 정도 칼에 베인 상처가 나있었다. 싱크대 위 피묻은 과도가 범행 도구였다. 직장(直腸)온도 등을 통해 대략 계산한 여성의 사망추정 시간은 약 48시간 전. 하지만 경찰은 정확한 시간은 탐문수사를 통해 확인하기로 했다. 시신의 부패가 진행 중이면 과학수사반은 헨스게 도표 등 일반적인 사망시간 추정법을 쓰지 않는다. 무리한 계산으로 오차의 범위가 늘면 오히려 수사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망시간을 찾아내는 연구는 100년 역사를 자랑하지만, 여전히 미완의 단계다.   3명의 남자 DNA 범인은 그중 하나 A씨가 혼자 살았던 오피스텔은 살인현장 치고는 너무 깨끗했다. 출동한 경찰은 이 때문에 출동했다 돌아가기를 반복했다. 손님이 왔었는지 방바닥엔 과일 접시와 2개의 방석이 놓여 있었다. 싱크대 속 밥공기도 2개였다. 반면 어디에도 외부침입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경찰은 면식범에 의한 살인이라고 판단했다. 범인이 시가 200만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빼가지 않은 것도 이런 확신을 뒷받침했다. 4차례에 걸쳐 정밀 감식이 진행됐다. 감식반은 숨진 A씨를 덮었던 이불과 쓰레기 속 휴지, 립스틱이 묻은 담배꽁초, 지문이 묻은 생수통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청으로 보냈다. 검사 결과 현장에서 확인된 DNA는 모두 3개였다. 범인이 죽은 그녀 위에 덮어 놓았던 이불, 립스틱이 묻은 담배꽁초, 쓰고 난 휴지에서 각각 다른 세 남자의 DNA가 검출됐다. 이불에서 나온 것은 A씨의 애인 B씨 DNA였다.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 그는 “애인 집에서 내 DNA가 나오는 건 당연하지 않으냐.”며 펄쩍 뛰었다. 그는 사건 전날 A씨를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나마 밖에서 만났고 그 후에는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B씨는 알리바이가 확실했다. 경찰은 휴지와 담배꽁초에 흔적을 남긴 남성 2명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한달이 지나도록 DNA의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전 남편과 그녀가 운영하던 소주방의 단골, 이웃집 남자 등 경찰은 무려 100여명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지만 모두 DNA가 일치하는 사람은 없었다. 지문감식 결과도 실망스러웠다. 범인을 잡았을 때 대조는 가능하지만, 해당 지문만으로는 범인이 누군지 특정 할 수 없다는 결과였다. 결국 경찰은 수사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그 남자가 남긴 립스틱 자국 사건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을 때 수사팀이 통신회사에 의뢰한 오피스텔 전화통화 내역이 날아왔다. 경찰은 당일 오전 8시 13분 마산의 한 지하상가 공중전화에서 걸려온 전화에 주목했다. 죽은 여성 A씨의 마지막 통화였다. 2분 49초 동안 A씨와 통화한 그는 같은 장소에서 연달아 2통의 전화를 더 걸었다. 경찰은 해당 통화내역을 따라갔다. 그곳은 M주점과 B 단란주점이었다. 두 주점과 A씨 소주방 사이에 공통점이 발견됐다. 최근 생활정보지에 여종업원 구인광고를 냈던 것이었다. M주점 사장은 수화기 너머 공중전화와의 통화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여종업원을 구하느냐고 묻더라고요. 그런데 목소리가?, 어딘가 남자 같았어요.” 순간 수사관의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담배꽁초에 남은 립스틱 자국이었다. “왜 그걸 진작 생각하지 못했을까. 범인은 트랜스젠더일 수도 있어.” 경찰은 트랜스젠더인 남자가 피해자와 구직 문제로 통화를 하고 그의 오피스텔을 방문했다가 범행을 저질렀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그 일대 주점에는 트랜스젠더 한 명이 여종업원이 되고 싶다며 술집을 찾아왔다가 거부당하면 행패를 부리고 돈을 뜯어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추정연령도 인상착의도 같았다. 경찰은 이 사람을 찾는 데 총력을 다했다. 전국 경찰서를 상대로 트랜스젠더 관련 사건을 확인한 결과 제주에서 트랜스젠더 한 명이 술집 주인으로부터 돈만 챙겨 달아난 사건이 접수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이 확인한 그의 신원은 C씨(31)씨. 놀랍게도 범행 현장 생수병에 남긴 지문은 그의 오른손 지문과 일치했다. 결국 경찰은 고향으로 도주한 C씨를 검거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그는 최근 마산·창원·부산 일대를 돌며 술집 일자리를 구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8년 동안 여성으로 살아온 그였지만 성 전환자라는 것을 알아차린 주인들은 그를 내치기 일수였다. 사회가 자기를 차별한다고 생각한 C씨는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행패를 부리거나 난동을 피웠다. 그렇게라도 돈을 받아내야 분이 풀렸다. 시신이 발견되기 이틀 전인 7월 25일, 아침 일찍 A씨와 전화통화를 한 그는 밤 10시쯤이 돼서 A씨의 오피스텔에 도착했다. 일종의 면접이었는데 이야기가 잘 풀렸다. A씨는 마치 친언니처럼 C씨를 대했다. 저녁을 못 먹었다는 말에 선뜻 미역국에 밥까지 내줬다. 그렇게 고용 계약을 할때 쯤 C씨는 주민등록증을 내밀며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1번으로 시작하는 주민증을 본 A씨는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남자를 쓸 수는 없다고 했다.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 C씨가 한바탕 악담을 퍼붓고 오피스텔을 나가려는 순간 뒤에서 A씨의 최후의 한마디를 했다. “별 미친 놈 다보겠네. 세상이 참말로 말세다 말세?.” C씨는 순간의 분을 참지 못했고, 그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서울신문의 주간연재 기획물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에 보내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지난 4월 16일 시작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시리즈는 굵직한 사건현장을 누빈 베테랑 현장기자의 생생한 경험과 법의학 전문가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구성하는 서울신문의 특화기사입니다. 그동안 연재돼 온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크랩해 두시면 한편의 현장 과학수사의 사례집으로 활용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부인을 죽인 건 오열했던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죽거나 혹은 더 나빠지거나 4) 목졸려 죽은 시신의 ‘마지막 증언’ 운전석 아내 목졸라 살해하고 차는 낭떠러지로…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남성의 사연 6) 긴장한 범인이 현장에 남긴 대변이 결정적 증거를… 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7) 여성 유린 위해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8) 핏자국 속 엽기 살인범의 족보 혈흔 속 性염색체로 ‘악마의 姓’ 찾아내다 9) “왜 그날 조폭은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급성 수분중독으로인한 사망사건 사람의 능력 이상으로 물 많이 마시면 생명 잃는다 11) “너무나 깨끗한 자살현장이 타살을 증명했다” 생활반응은 진실을 알고 있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그녀가 아들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찾기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그녀가 성형수술만 안했더라도…” 광대뼈 축소술, 동거男에 목졸린 백골의 한 풀다 15) 연쇄살인범에 당한 20대女…6년만의 대반전 연쇄살인 택시기사, 274만개의 눈 CCTV가… 16) 죽은 여성이 남긴 데스노트…살인자를 지목하다 찢어진 장부가 범인을 증언하다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살인자를 가리키다 바다에서 건진 토막시신의 신원찾기 18) 치밀한 남편 ‘전류반’은 못 숨겼네 찌릿찌릿 전기충격기 자국이 완전범죄 밝혀내다 19) 두려움이 만든 ‘자기 폭력적 자살’ 참혹한 죽음…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여성 시신 2구의 잔인한 진실게임…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그 남자 노리는 ‘한밤 통증’… 동양인의 저주? 청장년 급사 증후군 22) 70% 부패한 시신… 말없이 증언하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의 240㎜ 운동화 용의자 중엔 없는데…60대 노인의 트릭이었다 별무늬 자국의 비밀 24)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24회]택시강도의 진실…흙탕물이 살인자를 지목하다
  •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2부) 과학적 수사가 해답이다 ① 장기미제사건 전담팀 만들자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2부) 과학적 수사가 해답이다 ① 장기미제사건 전담팀 만들자

    1979년 미국 애틀랜타. 흑인 청소년 30명이 잇따라 실종되거나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유일한 증거는 변사자들의 몸에 붙어 있던 같은 섬유 조각뿐이었다. 범인은 더 이상 물증을 남기지 않으려는 듯 시신을 강물에 버리기까지 했다. 사건은 2년 동안 지속됐다. 목격자도, 새로운 증거도 확보되지 않았다. 사회적 관심이 낮아짐에 따라 사건이 잊혀질 정도였다. 그러나 수사는 계속됐다. 수사관들은 범인과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였다. 인근지역 모든 다리 밑에서 매일 잠복했다. 1981년 어느날 강에서 ‘첨벙’소리가 났다. 경찰은 다리를 건너는 모든 차량을 검문, 웨인 윌리엄을 용의자로 체포했다. 윌리엄은 범행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윌리엄 집의 카펫과 차량 시트 섬유가 피해자들의 몸에서 나온 것과 일치했다. 윌리엄은 30명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완전범죄를 꾀하던 윌리엄의 연쇄 살인행각을 끝낼 수 있었던 것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끈질기게 뒤를 쫓은 전담수사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99년 이후 중요 미제사건 20건 달해 미국·영국·캐나다 등에서는 주나 지방경찰청마다 ‘장기미제 전담팀’을 꾸려 수년, 수십년 된 미제사건에 매달릴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미제사건에 대한 장기적인 증거물 보관 시스템과 관리가 미비할 뿐만 아니라 미제전담반 자체도 유명무실하다. 잦은 인사 이동과 눈앞의 실적에 급급한 탓에 제대로 된 전담반 운용은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2009년 경북경찰청이 미국 등의 장기미제 전담팀을 벤치마킹해 전담팀을 설치했다가 8개월 만에 해체했다. 경찰 관계자는 “금방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어서 진급 누락 등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팽배했다.”면서 “온다는 이도 적었지만 순환 근무로 인해 전문적으로 꾸준히 수사에 전념하기도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부터 대전경찰청이 강력계 형사들로 미제전담팀을 꾸렸으나 소득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경찰이 전국 16개 지방청에 흩어져 있는 38명의 프로파일러(범죄분석요원)들을 수도권·중부권·영남권·호남권 등으로 묶어 지원받기로 했지만 이 역시 장기 미제사건 전담이 아니라 주요사건 발생 때 공조하는 형식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큰 기대를 걸 수 없다. 미제사건 관리시스템도 허술하다. 1999년 이후 중요 미제사건은 20건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자료가 일선 경찰서에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지 않은 데다 순환 인사로 사건 내용을 인지하고 있는 수사관조차 없다. 서울지역의 한 경찰은 “통상 6개월 이상 범인이 잡히지 않을 경우 미제사건으로 분류해 수사를 하는데 지속적으로 해결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기관장 등의 지시에 따라 특별수사를 하기 때문에 굳이 먼저 나설 필요도 없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경찰도 “유가족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토착비리, 날치기 등 당장 위에서 떨어지는 그때그때의 기획수사에 매달려야 특진 등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또 장기적으로 증거물을 보관할 수 있는 곳조차 없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한국은 외국과 달리 20년, 30년 된 물증과 관련 자료들을 별도로 보관할 수 있는 전문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베테랑 형사를 전담팀에 배치해야 이에 따라 장기미제 증거물보관실과 함께 경찰청 차원의 전담반 구성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발생 사건과 장기미제사건을 전담하는 인력을 나눠 수사의 연속성을 갖는 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강력 수사를 많이 해 본 베테랑 형사들을 지방청 소속의 미제전담팀에 배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면서 “다만 현재 경찰의 문제점인 단기 업적, 실적주의에서 벗어나야만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행렬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는 “제일 큰 문제는 인력”이라고 말했다. 업무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인사이동이 수사의 일관성 및 지속성을 깰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범죄 분석관들이 소속돼 있는 지방청 과학수사계에 장기미제전담팀을 만들고, 과학 수사 요원들이 새롭게 분석한 자료를 근거로 현장 형사들이 범인을 검거하는 식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실종은 신고접수때 정확한 분석을 아울러 장기미제 사건 중의 하나인 장기실종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실종전담팀을 두고는 있지만 2000~2009년 해결되지 않은 사건은 현재 91건이나 된다. 경찰청이 지난 6월 ‘실종자 가족 간담회’을 열었을 때 참석자들은 “사건을 소홀히 다루는 경찰을 믿을 수 없다.”며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잇달아 장기미제, 실종 사건을 해결한 인천 서부경찰서의 박찬수 경사는 “처음 실종신고가 접수됐을 때 정확하게 분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경찰이 보통 미귀가와 가출의 경우 범죄와의 관련성을 크게 두지 않고 수사를 시작하다 피해자가 발생하곤 하는데 항상 범죄와 연관성을 고려하고 적극적으로 수사를 하다 보면 큰 사고를 예방하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 ●자문기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자문단 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박행렬(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 유정현(한나라당 의원), 이동희(경찰대 법학과 교수),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이윤호(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표창원(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특별취재팀 백민경 이영준 윤샘이나 김진아기자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서울신문은 ‘뉴 캅스(New Cops), 수사버전을 올려라’ 기획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찰 수사로 피해를 입었거나 비리 등을 목격한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사회부 경찰팀(전화 02-2000-9172~6) 또는 white@seoul.co.kr로 연락 바랍니다.
  • 전국체전 6일 개막

    제92회 전국체육대회가 6일 오후 5시 30분 경기 고양시 일산호수공원에서 개막식을 갖고 1주일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경기도에서 전국체전이 열리는 것은 1989년 수원 대회 이후 무려 22년 만이다. 이번 대회에는 육상·수영 등 42개 정식종목과 산악 등 3개 시범종목에 걸쳐 역대 최대 규모인 2만 40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한다. 무엇보다 일산호수공원에서 열리는 개회식은 사상 처음으로 종합운동장이 아닌 일반 야외공원에서 펼쳐져 눈길을 끈다. 경기도가 10연패를 노리는 이번 대회는 내년 런던올림픽과 맞물려 선수들의 시험 무대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올림픽 출전 티켓이 걸린 국제 대회가 줄을 이어 대표선수들이 상당수 빠진 것이 아쉽다. 최근 올림픽 티켓을 쥔 손연재(세종대)는 최고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성화는 31개 시·군을 잇는 총 900여㎞의 여정을 거쳐 개막식 당일 호수공원으로 봉송된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禮學에 빠진 조선후기, 왕실 저출산 낳았다

    禮學에 빠진 조선후기, 왕실 저출산 낳았다

    조선시대 상소문을 보면 재밌는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자연재해로 농작물 수확이 시원찮을 경우, 해결책 가운데 하나로 노총각, 노처녀를 시집·장가 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노총각, 노처녀의 원성이 쌓이다 보니 하늘에 노기가 치밀고, 이 때문에 날이 가물어 농사가 잘 안 된다는 것이다. 자연재해는 하늘의 뜻이니 제왕된 자는 이를 잘 살펴야 한다는 점에서 유교적인 해석인데, 정작 이런 유교사상이 왕조의 목을 졸랐다는 흥미로운 분석이 나왔다. ●인조이후 왕실자녀 절반 급감 계간지 정신문화연구 가을호에 실린 김지영 서울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원의 논문 ‘조선시대 왕실여성의 출산력’에 담긴 내용이다. 왕조시대 왕의 가장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는 자식 생산이다. 그런데 김 연구원이 선원계보기략, 돈녕보첩 같은 왕실 족보를 분석한 결과 조선 후기 들어 왕실의 출산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앞서 태종~선조 때까지는 자녀 수가 보통 20~29명에 이르렀으나 인조 이후에는 4~14명에 그쳤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이는 유교 사상 강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게 김 연구원의 분석이다. 유교 사상 강화는 특히 예학(禮學)의 발달을 뜻한다. 강화되다 못해 교조화된 예학은 왕조의 정통성을 오직 ‘정실부인을 통한 맏아들’에게만 줬다. 널리 알려진 ‘예송논쟁’도 결국 적장자냐 아니냐를 따지다 벌어진 일이다. 논란이 어떤 결론으로 치달았는지는 수치상으로도 분명히 드러난다. 조선시대 왕실 자녀 수는 모두 273명이었는데 인조 이전은 183명, 인조 이후는 90명이었다. 왕비에게서 난 자식은 59명에서 34명으로, 후궁에게서 난 자식은 127명에서 53명으로 줄었다. ●적장자에만 정통성·후궁 홀대 왕실 자녀 수 자체가 크게 줄었을 뿐 아니라, 정실부인보다 후궁에게서 난 자식 수가 더 크게 줄어든 것이 드러난다. 정실부인을 통한 맏아들에게만 권위를 인정하다보니 벌어진 현상이다. 실제 조선 전기에는 으레 후궁 3명은 기본적으로 뒀으나, 후기에 들어서면서 후궁은 가급적 줄이고, 들이더라도 정비의 소생이 없을 경우로 한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정비가 일찍 죽더라도 후궁을 승진시키기보다 계비를 맞는 방식으로 대체했다. 이렇게 후궁을 홀대하니 후궁으로 들이려는 집안도 점점 줄어들었다. ●제사 때도 왕에게 엄격한 금욕 게다가 예학의 발달은 왕에게 엄격한 금욕을 요구했다. 대표적인 것이 3년상이다. 주자가례는 ‘2년이 지나면 침실로 돌아간다.’고 규정짓고 있다. 최소한 2년은 금욕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이다. 제사 때도 3일 재계를 해야 한다. 김 연구원은 제사기록을 추정치로 만들어본 결과, 조선 후기 제사 대상자가 6명으로 가장 많았던 6월과 8월에는 한달 30일 가운데 18일이 금욕일이었다고 전했다. 김 연구원은 “조선사회의 유교화 과정은 출산행위 같은 사적인 일상생활에까지 근본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정리했지만, 사실 왕조시대에서 왕과 출산은 그렇게 사적인 일상이 아니다. 그보다는 조선 후기의 과도한 예학이 어떻게 스스로를 해쳤는지 드러내는 또 하나의 사례로 보인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용어 클릭] ●예송논쟁(禮訟爭) 효종과 효종비가 1659년과 1674년 차례로 세상을 떠나자 효종 계모인 자의대비가 상복을 얼마 동안 입을 것인가를 두고 벌어진 두 차례의 의례 논쟁. 1차 논쟁 때는 효종이 둘째 아들이지만 국왕 자리에 올랐으니 장남 대우를 해야 한다는 주장(3년)과 태생대로 차남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1년)이 맞붙었다.
  • 日 도호쿠 지역 대지진 후유증 ‘이혼’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인 도호쿠 지방에 이혼율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지진으로 혹독한 생활환경에 놓인 피해 주민들이 배우자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4일 센다이시에 있는 미야기 이혼상담소에 따르면 대지진 직후인 지난 4월부터 9월 중순까지 “이혼하고 싶다.”는 상담이 100여건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약 40%가 증가했다. 이 상담소의 나카하타 도키코(65) 대표는 “대지진 전부터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지진 직후 각종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상대방에게 쉽게 상처를 주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담을 의뢰하는 아내들은 남편에게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자기 중심적이다.” “집안 일을 돕지 않는다.”라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의 경우는 “대지진으로 아내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졌다.”는 내용이 많았다. 미야기현 나토리시에 사는 40대 여성의 남편은 대지진 후 자신의 가정을 내팽개친 채 “어머니가 걱정된다.”며 혼자서 시댁으로 들어갔다. 이 여성은 자녀들을 생각해 시어머니를 우선시하는 50대 남편과 헤어질 계획이다. 센다이시 변호사회는 피해지 여성들을 대상으로 5월과 7월 법률상담회를 가졌다. 30여건의 상담 중 80%가 “남편이 자기중심적이다.” “성격이 맞지 않는다.” 등의 이유로 이혼 절차를 물었다. 반면 도쿄의 결혼정보센터 ‘노제’(NOZZE)에는 대지진 이후 결혼 상담이 대지진 전에 비해 15% 증가해 대조를 이뤘다. 대지진 등 자연재해로 인해 미래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적령기에 놓인 젊은이들이 가정을 가지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김선아 “삼순이는 평생 같이 가야 할 친구죠”

    김선아 “삼순이는 평생 같이 가야 할 친구죠”

    통통하고 괄괄하던 삼순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대신 가냘프고 성숙한 여배우가 앉아 있었다. 지난달 3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선아(36) 이야기다. SBS 주말드라마 ‘여인의 향기’를 통해 출세작 ‘내 이름은 김삼순’(이하 ‘김삼순’)의 그늘을 벗고 물오른 연기력을 선보인 그녀는 오는 6일 개봉하는 영화 ‘투혼’으로 연타석 홈런을 노리고 있다. →살도 많이 빠지고 피부도 좋아 보인다. 이제는 친근감보다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사람도 있던데. -그러면 계속 좀 거리감이 있어야겠다(웃음). 체중은 지난해에 비해 2~3㎏밖에 빠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삼순이’ 때만 기억해서 그렇지 2003년 영화 ‘위대한 유산’을 찍을 때도 살이 빠진 상태였다. 피부는 원래 좋은 편이다. 15년째 6~7일씩 밤을 새워도 아무 트러블이 없다. →살이 빠진 뒤 좋아진 점은. -‘김삼순’ 때는 힘들어해도 꾀병이라던 사람들이 이제는 조금만 힘들어해도 그렇게들 걱정해 준다. 안 좋은 점도 있다. 안티(팬)가 거의 없었는데 홈페이지에 남자 배우들이랑 찍은 사진을 올려 놓으면 “왜 계속 사진 올리느냐.”면서 경계하는 반응이 올라온다. →‘투혼’과 ‘여인의 향기’에서 연속으로 암 환자 역을 맡았다. 밥도 안 먹고 잠도 거의 자지 않았다던데. -먹지 않기 위해 사람도 안 만나고, TV에 먹는 장면이 나오면 채널을 돌려 버리는 등 도 닦는 기분으로 살을 뺐다. 가족들이 다클서클 만든다고 진짜 두 시간만 자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면서 제발 편한 작품 좀 하라고 타박하더라. →털털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는 것 같다. (옆에 앉아 있던 매니저가 “드라마 ‘시티홀’을 할 때는 자신이 나온 언론 기사 숫자까지 다 셌다.”며 거들었다.) -‘시티홀’ 때는 공교롭게도 같은 소속사 여배우가 방송 3사에서 경쟁을 벌였기 때문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기사는 거의 다 읽어 보고 틀린 부분이 있으면 소속사를 통해 정정을 요청하기도 한다. 겁이 많아 롤러코스터 같은 것도 못 타는데 연기에서는 좀 독한 면이 있다. →신작 ‘투혼’에서는 철없는 야구 선수 남편 윤도훈(김주혁)을 내조하는 아내 오유란 역할이다. 경상도 사투리가 무척 자연스럽던데. -스크린의 내 모습을 보고 너무 낯설어 딴 사람인 줄 알았다. 극 중 유란은 남자에 의해 환경이 달라진 여자이고, 드러내고 웃는 경우도 거의 없다. 기존에 내가 연기했던 것처럼 자기 주장이 강한 인물이 아니라 그림자 같은 역할이기 때문에 이번에 절제하는 것을 많이 배웠다. 사투리는 어릴 적 대구에서 살긴 했지만 솔직히 꼬마 때라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국민 노처녀’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노처녀 역할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두 아이의 엄마다. -엄마 역할에 안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처음엔 부담이 좀 컸다. 그나마 ‘여인의 향기’에서 정극 분위기를 전달한 뒤 ‘투혼’이 개봉돼 다행이다. 갑자기 내가 진지해지면 보는 분들도 어색하지 않겠는가. →잇달아 시한부 인생을 연기한다는 게 어찌 보면 모험인데. -비슷한 캐릭터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배우로서는 위험한 선택이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두 인물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여인의 향기’의 이연재는 스스로를 위해서 달려갔고 점점 강인해진다. 반면 유란은 죽는 순간까지 가족을 보살피는 강인한 여자다. ‘투혼’의 내면 연기가 ‘여인의 향기’에 몰입할 때 큰 도움을 줬다. →‘투혼’은 왕년의 슈퍼스타였다가 2군으로 추락한 윤도훈이 아내를 위해 마운드에 다시 서는 과정을 담고 있다. 배우 김선아도 윤도훈처럼 시련을 겪은 적이 있나. -2007년 준비하던 영화가 무산되면서 소송이 벌어졌을 때 무척 힘들었다.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묻는 것이 싫어서 대인기피증까지 걸렸었다. 진실이 왜곡된 것이 억울해 일도 안 하고 직접 증거 자료를 수집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어떤 문제가 닥쳐도 빨리 판단하고 대처할 수 있는 성숙함을 배웠다. →‘김삼순’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스타덤에 올려놓은 캐릭터이긴 하지만 족쇄로 느껴진 적은 없었나. -처음에는 너무 좋았는데 한동안 무슨 연기를 해도 사람들이 삼순이 스타일로 받아들여 스트레스를 받았다. 오버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는 성격도 아닌데, 그런 것을 자꾸 기대하는 주변 시선도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바꾸려고 한다고 (대중의 인식이) 바뀌는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그 다음부터는 삼순이는 평생 같이 갈 친구라고 마음먹었다. ‘김삼순’처럼 인생의 희로애락을 잘 그린 작품을 언제 또 만나겠나. →‘국민 노처녀’ 수식어를 뗄 계획은 없나. -하하. 이번 영화에서 사고뭉치 남편 때문에 너무 고생해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싹 없어졌다. (극 중 남편이었던) 김주혁씨는 그래도 결혼을 해 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고 하는데, 그렇게 마음고생하면서는 못 살 것 같다. 대화가 잘 통하고 평생 친구 같은 운명적인 상대가 나타난다면 또 모를까…. 연기도 사랑도 산수 과목이나 탐구생활처럼 치밀하게 연구하기보다는 마음 편하게 운명에 맡기고 기다리고 싶다는 김선아. 그녀는 “앞으로 장르에 상관없이 재미있는 역할이라면 좋은 리더(감독)를 만나 함께해 보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이제는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을 둘러 볼 여유가 생겼다는 그녀의 말에서 다음 연기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참혹하게 살해된 20대녀…택시기사를 잡은 것은 흙탕물

    참혹하게 살해된 20대녀…택시기사를 잡은 것은 흙탕물

    “택시강도를 당했습니다. 여자 승객이 납치됐어요….” 2003년 4월 14일 새벽 인천 부천중부경찰서 관내 한 파출소. 왼손을 감싼 택시기사 A씨(당시 35세)가 급히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손가락을 칼에 심하게 베인 상태였다. 경찰은 A씨를 일단 병원으로 후송했다.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방금 자기가 당한 납치사건을 신고했다. 그가 20대 초반의 여자 손님을 태운 것은 오전 5시 30분쯤이라고 했다. “손님을 조수석에 태우고 가다가 신호에 걸려 서 있는데 남자 2명이 갑자기 뒷문으로 들어오더라고요. 합승 손님인가 했는데 난데없이 그 손님을 찌르고 저도 공격했어요. 바로 칼을 겨누곤 고가도로 밑으로 가라 하더군요.” 그는 차를 세운 후 정신없이 도망쳤다고 말했다. 범인들은 칼에 찔린 여자 손님을 뒤따라 온 검은색 소나타에 태워 달아났다고 했다. 돈을 버리고 사람을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A씨의 말대로 여자손님은 조수석에서 칼에 찔린 듯했다. 흥건히 젖은 조수석은 상황의 심각성을 말해줬다. 무엇보다 앞좌석을 적신 출혈량이 만만치 않았다. 이대로 끌려다닌다면 납치된 여성은 한두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것이었다. 경찰은 관내에 비상을 걸었다. 감식반원들은 좀처럼 범인들의 흔적을 찾아내지 못했다. 괴한 2명이 칼을 휘둘렀다는 뒷좌석은 앞좌석보다 깨끗했다. 콘솔박스 앞에는 현금 3만원과 여성의 신용카드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범인들이 신용카드를 빼앗으려 했다면 카드에 지문 같은 범인의 흔적이 남아있을 터. 감식반은 가변광원기를 들이댔지만 뭉개진 몇 개의 지문만 발견됐다. 조수석 시트 밑엔 지갑이 떨어져 있었다. 납치된 여성의 것이었다. “이거 돈 훔치려던 강도들 맞아? 그냥 다 두고 갔어. 좀 이상한 놈들인데….” 택시강도는 큰돈을 노리는 사람들이 아니다. 벌이가 뻔한 택시를 노리는지라 100원짜리 동전까지 털어가기 마련이다. 무언가 아귀가 맞지 않았다. 운전석 바닥엔 흙이 묻어 있었다. 차량 바퀴와 휠에도 흙탕물이 튀겨 있었다. 택시를 꼼꼼히 살핀 한 베테랑 감식반원이 택시기사에게 툭 질문을 던졌다. “시 외곽에서 손님들을 받았나 보죠?” “아니요. 전 시내만 뛰는 걸요.” 몇 시간 뒤 전화가 울렸다.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현장 보고였다. 최초 택시강도 신고가 들어온 파출소에서 불과 2㎞ 남짓 떨어진 하천변. 수사반은 현장으로 차를 몰았다. 가는 길은 비포장이었다. 농로로 쓰이는 곳이라 곳곳이 심하게 팬 곳이 많았다. 숨진 여인은 B씨(21).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꿈 많은 초보 회사원에게 범인은 사정없이 칼을 휘둘렀다. 범인은 교각 옆 다리 위에 차를 세우고 그녀를 끌어내려 20m가량 데려간 듯 보였다. 혈흔은 다리 위에서 아래쪽으로 이어졌다. 경찰은 혈흔과 주변흙을 모아 담았다. 6시간가량 현장감식을 마치고 오는 길. 감식반원은 웅덩이 앞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린 고참 감식반원은 흙탕물을 용기에 담았다. “선배 뭐해요?” “범인 잡아야지.” 며칠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감식결과가 나오자 형사들은 기다렸다는 듯 차를 몰았다. 형사는 몰려간 곳은 신고자 A씨의 집이었다. “당신을 강도살인 혐의로 체포합니다.” 경찰은 처음부터 A씨가 미심쩍었다. 방금 겪은 일을 말하는 사람치곤 진술내용이 허술했다. 특히 강도를 당할 때 상황도 구체적이지 못했다. 그나마 일관성 있게 진술한 내용도 설득력이 떨어졌다. 굳이 손님까지 탄 택시를 범행대상으로 고른 점이라든가, 돈은 놔두고 손님을 납치해간 점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었다. 결정적으로 A씨가 범인임을 알려준 것은 흙이었다. 운전석 깔판 밑과 운전석 하부에 붙은 흙을 분석한 결과 피해여성이 발견된 하천변 토양과 일치했다. 택시 바퀴와 뒷문 문짝에 튄 흙탕물 역시 진입로에 웅덩이 성분과 정확히 일치했다. 택시 기사는 다리 밑에 그녀를 버린후 택시강도를 당한척 자작극을 벌인 것이다. 똑같아 보이는 흙…1100가지 색을 담다 흙의 성분은 어떻게 구분할까. 방법은 크게 2가지다. 첫번째는 광물학적인 분석으로 편광현미경 등을 이용해 조암광물의 형상과 입자 상태 등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지구에 존재하는 광물은 3000여종. 하지만 기본 구성물인 조암광물은 수십종뿐이다. 법과학은 이 조암광물을 분석하고 따라간다. 두번째는 흙 속에 함유된 유·무기물 성분 등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크로마토그래프법, 열분해 분석법, X선법 등이 있다. 흙 속에 함유된 유·무기물 성분은 그것이 어디서 생겨났는지, 또 그 지역에 어떤 동물과 식물이 살고 있는지 등에 따라 색상의 차이를 나타낸다. 외국 연구결과에 따르면 토양은 색상에 따라 1100여가지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토양 감정이라고 하면 흙만을 생각하기가 쉽다. 하지만 실제 감정은 흙 속에 섞여 있는 기름이나, 유리, 비료, 농약, 심지어 섬유까지 대상으로 한다. 현장에 방울져 떨어져 있던 적하(滴下) 혈흔도 A씨 검거에 큰 역할을 했다. B양이 이미 살해를 당한 뒤 하천변에 버려졌다면 현장에는 다수의 적하혈흔이 남아 있기 힘든 상황.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은 현장의 혈흔을 수거해 국과수에 감식을 의뢰했고, 피는 택시기사 A씨의 것으로 판명났다. 피해자를 칼로 찌르는 과정에서 생겨난 상처였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증거에 A씨는 입을 열었다. 7개월 전부터 개인택시 영업을 했지만 돈벌이가 신통치 않았다고 했다. 무리하게 택시를 구입한 데다 이전의 카드값까지 밀리면서 빚이 1억 5000만원까지 늘어나자 자기 택시를 이용해 강도짓에 나섰다고 했다. 국과원은 또 하나의 안타까운 검사 결과를 통보했다. 숨진 B씨의 폐에서 플랑크톤이 검출됐다. 그가 죽었다고 여긴 그녀가 이곳에서 마지막 숨을 쉬고 있었던 것이다. A씨는 뒤늦은 후회를 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서울신문의 주간연재 기획물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에 보내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지난 4월 16일 시작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시리즈는 굵직한 사건현장을 누빈 베테랑 현장기자의 생생한 경험과 법의학 전문가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구성하는 서울신문의 특화기사입니다. 그동안 연재돼 온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크랩해 두시면 한편의 현장 과학수사의 사례집으로 활용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부인을 죽인 건 오열했던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죽거나 혹은 더 나빠지거나 4) 목졸려 죽은 시신의 ‘마지막 증언’ 운전석 아내 목졸라 살해하고 차는 낭떠러지로…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남성의 사연 6) 긴장한 범인이 현장에 남긴 대변이 결정적 증거를… 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7) 여성 유린 위해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8) 핏자국 속 엽기 살인범의 족보 혈흔 속 性염색체로 ‘악마의 姓’ 찾아내다 9) “왜 그날 조폭은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급성 수분중독으로인한 사망사건 사람의 능력 이상으로 물 많이 마시면 생명 잃는다 11) “너무나 깨끗한 자살현장이 타살을 증명했다” 생활반응은 진실을 알고 있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그녀가 아들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찾기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그녀가 성형수술만 안했더라도…” 광대뼈 축소술, 동거男에 목졸린 백골의 한 풀다 15) 연쇄살인범에 당한 20대女…6년만의 대반전 연쇄살인 택시기사, 274만개의 눈 CCTV가… 16) 죽은 여성이 남긴 데스노트…살인자를 지목하다 찢어진 장부가 범인을 증언하다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살인자를 가리키다 바다에서 건진 토막시신의 신원찾기 18) 치밀한 남편 ‘전류반’은 못 숨겼네 찌릿찌릿 전기충격기 자국이 완전범죄 밝혀내다 19) 두려움이 만든 ‘자기 폭력적 자살’ 참혹한 죽음…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여성 시신 2구의 잔인한 진실게임…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그 남자 노리는 ‘한밤 통증’… 동양인의 저주? 청장년 급사 증후군 22) 70% 부패한 시신… 말없이 증언하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의 240㎜ 운동화 용의자 중엔 없는데…60대 노인의 트릭이었다 별무늬 자국의 비밀24)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24회]택시강도의 진실…흙탕물이 살인자를 지목하다
  •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금액 적고 사건 복잡하면 수사 기피… 사기 피해자 두 번 운다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금액 적고 사건 복잡하면 수사 기피… 사기 피해자 두 번 운다

    “사기를 당해 고소장을 접수시켰는데 적은 금액이라고 수사를 제대로 안 해 주시네요. 열심히 좀 해 주세요.” “사이버 피싱 신고를 했는데, 며칠이 지난 뒤에야 접수됐다고 메일이 오더군요. 오늘 그 업체 도메인 바꾸고 또 그 짓 하는데 뭘 하고 계신 건지….” 지난 7월 7일부터 20일까지 사이버경찰청에 들어온 국민의 ‘쓴소리’ 가운데 일부다. 경찰청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독자적 수사 주체로 발돋움하기 위해 국민 의견을 수렴한 결과, 2주간 332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민원 내용은 ▲‘공정·청렴’과 관련된 내용이 70건(21%) ▲‘언행·태도’ 69건(20.8%) ▲‘전문·신속’ 61건(18.4%) 등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민들은 경찰이 작은 사건이라도 엄정하고 친절하면서도 빨리 처리해 주길 바라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고소 사건은 112신고와 마찬가지로 국민이 경찰에게 치안 서비스를 요청하는 첫 단계다. 국민들은 처리 과정과 결과를 보고 경찰 수사의 신뢰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는 경찰이 사기 등으로 고소장을 접수한 뒤 피해액이 적거나 조사 과정이 까다롭다는 이유로 수사를 기피하거나 소홀히 취급하는 일이 잦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서울 동대문경찰서 A경사는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지난해 8월 ‘경고’ 조치를 받았다. 40대 여성 사업가가 제출한 고소장에 대해 “양식이 잘못됐다.”며 수차례 돌려보냈다. 게다가 접수 20여일이 지나서야 조사에 나섰다. 여성은 울며 겨자 먹기로 경찰관 출신의 행정사를 3차례나 찾아 50여만원을 주고 관련 서류를 작성해야 했다. 그럼에도 담당 경찰관은 이런저런 이유로 번번이 퇴짜를 놓았다. 특히 이 경찰관은 피고소인에게 보내야 할 우편 출석 요구서를 고소인에게 보내는 실수까지 저질렀다. 상관과 고소인에게 조사가 연기됐다는 통보도 하지 않았다. 결국 해당 사건은 사건 처리 기한인 두 달을 넘겼다. 뿐만 아니라 이 경찰관은 사건을 다른 경찰서로 떠넘기려고도 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나중에 피고소인 조사를 할 때 고소장에 누락된 내용을 추가로 채워 넣는 융통성을 발휘하면 되는데, 고소장 양식이 틀렸다고 수차례 돌려보낸 일은 치안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경찰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면서 “업무태만, 행정과실, 내부규율 위반 등이 인정돼 직권으로 경고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소액 사기 등 고소 사건은 다른 범죄 사건에 비해 수사의 속도가 더디다. 무엇보다 경찰관이 사건 자체를 사소하다고 여겨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한 경찰관은 “소액 사기 사건의 경우 다른 사건보다 수사 순위를 뒤로 놓는 관행이 있다.”고 털어놨다. 경찰의 현행 인사 시스템도 고소 사건 수사력을 떨어뜨리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고소·고발 사건를 담당하는 일선경찰서 경제팀은 지능팀 등 다른 부서보다 승진하기 힘든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기피 부서로 낙인찍힌 이유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 사건을 맡는 경제팀은 국민과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부서인데도 강력팀·지능팀보다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다는 고정관념이 짙다.”면서 “고소 사건 담당 경찰관들은 상대적으로 상실감이 크며 수사 의욕도 낮은 만큼 순환 보직이나 우수 인력 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인력 부족도 문제다. 고소·고발 사건 등을 담당하는 전국 경찰서의 경제팀 인원은 현재 2719명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 인원이 고소·고발 사건을 처리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볼멘소리가 강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고소·고발·진정은 2007년 57만 2613건, 2008년 54만 3120건, 2009년 52만 6871건, 지난해 44만 2924건이 접수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담당 경찰관 1명이 한 해 평균 160건 안팎의 사건을 처리하는 셈이다. 일본의 경우 경찰에 접수된 고소·고발 진정은 2007년 기준 1만 6985건이다. 우리나라의 33분의1에 불과하다. 갈수록 급증하는 사이버 범죄를 다룰 전문 요원도 적다. 경찰에 하루 평균 500건의 사이버 범죄 신고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인터넷 사기는 2008년 3만 6591건에서 지난해 4만 7105건으로 28.7% 증가했다. 수사기관 홈페이지를 가장한 인터넷 피싱 사이트 사기도 올 들어 6월까지 125건이나 된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피싱 사이트 사기의 경우 소액 피해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경찰 수사가 상대적으로 소홀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서울신문은 ‘뉴 캅스, 수사 버전을 올려라’ 기획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경찰 수사로 피해를 입었거나 비리 등을 목격한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사회부 경찰팀(전화 02-2000-9172~6) 또는 white@seoul.co.kr로 연락 바랍니다.
  •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신변안전·인센티브 확신줘야”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신변안전·인센티브 확신줘야”

    신상노출과 보복범죄 등 신고자에게 돌아오는 2차 피해가 ‘신고정신’을 좀먹고 있다. ‘신고했다가 오히려 나에게 더 큰 피해가 돌아온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범죄 피해로 인해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고도 신고를 쉬쉬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신고가 두려운 사회’가 될 경우, 범죄현장을 목격하고 외면하게 되는 등 우리사회의 질서가 급격히 불안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신고자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경찰 조사에서 이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행렬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신고를 꺼리게 만드는 주된 이유”라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신고를 꺼리는 이유는 경찰에 범죄사실을 신고해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특히 피해가 미미한 절도사건이나 경미한 범죄의 경우에는 신고해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여긴다.”고 분석했다. 또 “경찰에 신고하면 사소한 범죄라도 의지를 갖고 해결해 준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 인력을 증원하는 등 현실적인 대안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인력충원 뒷받침 돼야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현재와 같이 신고자 보호 장치가 매우 부족한 실정에서는 신고자 보호와 2차 피해 예방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수사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센티브를 강화, 신고에 대한 유인 동기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수사매뉴얼·보상체계 강화를”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 신고정신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고에 따르는 불편함을 없애고 보상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학파라치·카파라치 같은 제도들도 포상금으로 신고에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라면서 “금전적인 보상이 아니더라도 경찰이 직접 현장으로 찾아가 목격자와 신고자를 만나는 등 신고에 대한 배려와 보호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서울신문은 ‘뉴 캅스(New Cops), 수사버전을 올려라’ 기획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경찰 수사로 피해를 입었거나 비리 등을 목격한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사회부 경찰팀(전화 02-2000-9172~6) 또는 white@seoul.co.kr로 연락 바랍니다.
  • ‘공익침해’ 신고 최대 10억 보상

    앞으로 불량식품 제조나 폐수 무단방류 같은 공익침해 행위를 신고하면 최대 10억원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공공 분야는 물론이고 식품, 환경 등 민간 분야 공익신고자도 법률로 신분을 보장받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익신고자보호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30일부터 본격 시행된다고 밝혔다. 시행령에 따르면 공공 및 민간 분야에서의 공익침해를 신고한 사람이 해고·징계 등 불이익을 받았거나 받을 것으로 예상될 경우 권익위에 보호신청을 해 복직과 징계 철회 등 보호결정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불복하는 피신고자는 형사고발 조치 등을 통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상의 벌금이 부과된다. 지금까지 공공분야의 부패 신고자는 비밀·신변 보호, 신분보장 등의 보호를 받아 왔으나 민간 분야 공익신고자에 대한 제도적 보호장치는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상도 제도화됐다. 신고대상자에 대한 벌칙, 과태료, 과징금 등의 부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수입이 증대됐을 때는 최대 10억원까지 보상금이 주어진다. 신고 때문에 치료, 이사, 쟁송, 임금손실 등 경제적인 피해를 입었을 때도 구조금이 지급된다. 육체적·정신적 치료 비용 등을 고려해 신청 90일 내에 구조금 지급 여부와 금액이 결정된다. 공익침해 행위 발생과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공익신고 접수 기관도 확대됐다. 권익위 외에 국회의원과 한국소비자원, 한국가스공사 등 관련 공공단체가 신고접수 기관에 추가됐다. 권익위는 “교통안전법, 원자력법, 자연재해대책법 등 안전·환경·건강 분야 법률을 신고 대상에 포함시켜 국민의 안전예방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