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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에 매일 닭 200마리씩 죽어나가”

    “폭염에 매일 닭 200마리씩 죽어나가”

    “하루 3시간 자면서 닭을 돌봐도 하루 100~200마리씩 죽어 나갑니다. 이 더위에 정전이라도 되면 우린 완전히 망하는 거죠.” 경기도 안성에서 토종닭 4만여 마리를 키우는 윤세영(55)씨는 5일 새벽 2시가 지나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밤에도 폐사하는 닭이 즐비하다. 새벽 5시. 그는 일어나자마자 육계 축사로 달려가 스프링클러를 작동시키고 선풍기를 튼다. 후텁지근한 축사 안에는 아침부터 힘없이 퍼져 있는 닭이 수십 마리다. 윤씨는 닭장 안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닭들을 일으켜 세운다. “닭은 저대로 앉아 있으면 몸에 열이 올라서 죽어요. 이 더위에 선풍기나 스프링클러가 1시간만 멈춘다면 2000~3000마리가 죽는 건 일도 아닐 겁니다.” 오후 3시. 축사 안 온도가 35도를 넘자 닭들은 하나둘씩 픽픽 쓰러졌다. 이날 윤씨의 양계장에서 폐사한 닭은 200여 마리. 이 중 90%가 출하를 앞둔 것이었다. 불볕더위가 이어진 지난 열흘 동안 이 양계장에서 죽은 닭은 3000여 마리나 된다. 지난 두달 동안 죽은 마릿수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60일을 키워 출하하는 토종 닭의 폐사율은 5% 정도다. 윤씨는 “이런 속도로 죽어 나가면 키우는 녀석 중 45%가 죽어 버린다는 계산”이라면서 “더위에 강한 토종닭의 폐사가 이 정도라면 다른 종은 말할 것도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냉방기기를 계속 가동하면서 드는 비용도 만만찮다. 윤씨는 매월 30㎾의 전력을 쓰기로 한전과 계약했다. 계약한 전기사용량을 초과하면 누진세가 적용된다. 그는 “평소에 15만~30만원 정도 나오는 전기세가 이달에는 100만원을 넘길 것 같다.”면서 “폐사도 문제지만 폭염 때문에 발생하는 추가 비용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풍수해 보험이라도 들고 싶지만, 비용 탓에 이도저도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정은 양돈 농가도 마찬가지였다. 경기도 김포에서 돼지 5000여 마리를 키우는 윤명준(60)씨는 지난 일주일 동안 잃은 돼지가 100여 마리에 이른다. 평소 일주일에 돼지 7~8마리가 폐사하던 것에 비해 10배를 훨씬 넘는다. 40년간 돼지를 키워 웬만한 재해엔 이골이 난 윤씨지만 이번 폭염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이날 오후 2시 윤씨 부부와 일꾼 3명은 폭염에서 돼지를 구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돈사 안의 더위를 식히기 위해 물을 뿌리고 선풍기를 돌려 열기를 빼냈다. 하지만 온도계는 35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더위에 지친 돼지들은 윤씨가 뿌려주는 물줄기를 따라 이리저리 몰려다녔다. 윤씨는 “새벽 5시부터 일어나 돈사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청소를 하고 물을 뿌리고 있지만 워낙 한낮의 열기가 뜨거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면서 “하루 4~5시간밖에 못 자고 일하다 보니 사람이 먼저 쓰러질 판”이라고 털어놨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새끼 돼지는 더위와 스트레스에 유독 약하다. 이번 폭염으로 윤씨가 잃은 돼지의 95%도 새끼 돼지다. 윤씨는 “새끼 돼지가 많이 죽으면 결국 앞으로 출하할 수 있는 돼지의 수가 줄어든다는 뜻”라면서 “다 큰 돼지가 살이 안 쪄 출하를 못 하는 문제보다 더 큰 고민”이라고 전했다. 축산농민들은 정부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폭염도 자연 재해인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과 보상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씨는 “폭염도 태풍이나 홍수와 마찬가지로 피해가 큰 자연재해”라면서 “피해 농가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동현·신진호기자 moses@seoul.co.kr
  •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15) 만화 수출을 말하다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15) 만화 수출을 말하다

    우리나라는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글로벌 만화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너무 급하게 달궈진 탓일까. 지금은 한계 상황에 직면해 고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만화의 수출이 2005년을 기점으로 정체기에 접어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프랑스,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멕시코 등 해외에서 발행되던 우리 만화 잡지가 대부분 휴간 또는 폐간됐다는 사실도 현주소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가장 큰 원인은 바깥에 내다 팔 콘텐츠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만화 잡지의 활황기에 쏟아져 나왔던 작품들은 대부분 수출 계약이 성사됐지만, 이후 신규 판권 계약이 급격히 감소했다. 불황이 국내 만화 시장을 덮치며 잡지가 3~4종으로 줄었고, 신규 출판 만화의 숫자도 급감한 탓이 크다. 웹툰과 어린이 학습 만화 쪽으로는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어 우리 만화 전체 생산력에 변함이 없어 보이지만, 그동안 수출 최전선을 담당했던 출판 만화의 생산력은 확실히 둔화됐다. 실제로 국내 만화 단행본 출간 규모는 2002년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다. 2002년 2472종(학습 만화 제외)에서 2010년 1325종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그나마 2007년 이후 다소 호전되는 기미가 보이는데 이는 웹툰들이 단행본으로 출간된 데 따른 것이다. 만화 수출이 정체된 외부 요인으로는 일본 만화의 세계 시장 진출 본격화가 있다. 아시아는 물론 미국, 유럽 등지에서 일본 만화의 영향력이 더욱 막강해졌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휘청거리며 해외 출판 시장, 그중에서도 미국과 유럽의 만화 시장이 움츠러든 것도 우리 만화 수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작품 수출은 답보 상태지만 2000년대 이후 작가의 해외 진출은 두드러지고 있다. 선진 만화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한편으로 이는 국내 만화 시장 위축이 가져온 반작용이기도 하다. 일본 시장 진출이 가장 활발하다. 박성우, 임달영, 박무직, 양경일, 윤인완 등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프로 작가들이 앞장섰고 현지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이후에도 김동훈, 오세권, 김준형, 엄태복, 김진석, 이성규 등이 꾸준히 일본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김진태, 배준걸처럼 데뷔를 아예 일본에서 하는 작가도 나오고 있다. 작품성과 예술성을 높이 사는 유럽의 경우 변기현, 변병준, 최주연, 박경은, 이정현, 박윤선 등이 프랑스 시장에 진출했다. 미국에서는 이나래가 제임스 패터슨의 인기 소설 ‘맥시멈 라이드’를, 김영이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스테파니 마이어의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만화로 옮겨 주목받았다. 만화계에서는 우리 만화의 해외 진출과 관련한 새로운 흐름으로 리메이크를 꼽고 있다. 2009년 네스티 캣의 ‘트레이스’와 하일권의 ‘두근두근거려’ 등이 일본 월간지에서 리메이크로 연재된 바 있다. 주호민의 ‘신과 함께’도 지난해 말부터 일본 격주 만화 잡지에서 역시 리메이크 연재되고 있다. 웹툰은 아니지만 형민우의 ‘프리스트’는 지난해 미국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져 화제를 모았다. 앞서 하성현의 ‘퀸즈’는 2007년 타이완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세계 만화계가 정체기 또는 전환기로 불리는 요즘 새로운 해외 진출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할까. 무엇보다도 최우선 과제는 전 세계적으로 팽창하고 있는 디지털 만화 시장 공략이다. 태블릿PC와 스마트폰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이 보급되며 디지털 만화 소비 환경이 여물고 있다. 만화 관련 앱 개발과 디지털화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해외 독자도 우리 만화를 편리하게 볼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만화계에서는 디지털 만화와 관련한 기술 표준을 만들어 내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원하고 있다. 외국어 번역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언어 장벽이 낮아져야 해외 독자들이 우리 만화에 좀 더 손쉽게 접근할 수 있음은 당연한 일. 기존 영미권을 넘어선 다국어 번역 작업 지원, 수출 타진을 위한 샘플 번역 지원, 전문 번역가 양성 등이 절실하다고 만화계는 입을 모은다.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연관 산업과 함께 미디어믹스 형태의 해외 진출이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화 강대국인 미국과 일본은 각각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동반해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만화계에서는 온라인 게임을 필두로 영화, 드라마, K팝이 좋은 파트너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성공 사례도 있다. 이명진의 ‘라그나로크’는 온라인 게임과 만화 모두 해외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박소희의 ‘궁’은 일본에 드라마가 수출되며 현지 단행본 판매 200만부를 돌파하기도 했다. 한류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만화 ‘슬픈 연가’는 수출 사상 최고 계약 금액을 기록했다. 현재 소녀시대와 비스트 등 K팝 아이돌을 활용한 만화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 김낙호 만화 평론가는 “코믹스 만화의 경우 관련 아이템과 히트 코드를 접목해 적극적으로 대중을 공략하고, 동시에 한국 현실을 담은 작품과 지식 교양 만화를 중심으로 그래픽 노블 쪽에 도전해야 한다.”면서 “디지털 만화는 사용 편의성, 지속적인 콘텐츠 보급과 퀄리티 관리, 팬 커뮤니티를 파고드는 이른바 ‘소셜’ 관리가 중요하다. 부실한 번역 품질로 시험개발한 앱만 만든 뒤 손을 놓으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박석환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전략기획팀장은 한국 만화가와 해외 스토리 작가의 공동 창작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K팝이 외국 창작자의 작품으로 성공을 거둔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우리 만화가들의 그림 능력과 현지 정서에 적합한 스토리 텔링을 조화시켜야 한다는 것. 그는 “국내에서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을 해외에 내보내는 게 1단계였다면 이제는 우리 기술, 자본력과 외국 이야기, 외국 정서가 만나 현지에 적합한 새로운 작품을 진출시키는 2단계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에만 목을 매다 국내 시장을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만화 수출 역사의 산증인인 김남호 만화 에이전시 토파즈 대표는 “디지털 만화 유통 지원도 중요하지만 너무 앞서 가서는 안 된다. 콘텐츠가 있어야 수출도 있다.”면서 “창작 지원에 비중을 두는 한편 만화 전문 마케팅 인력 양성에 대한 지원도 곁들여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지 못한 채 해외 진출을 논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박 교수는 “우리 만화 시장이 다양하게 발전하고 존재한다면 우리 만화는 자연스럽게 해외에 나가게 될 것”이라면서 “해외 진출 지원도 좋지만, 우선 다양한 만화를 창작하고 향유하고 연구하는 흐름들을 체계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우면산 산사태 1주기…끝나지 않은 갈등

    27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방배동 신동아럭스빌 맞은편 우면산 자락에서 우면산 산사태 희생자 1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추모식에는 유가족 11명과 박원순 서울시장, 진익철 서초구청장, 김용석 새누리당 시의원, 지역주민 대표 10명 등이 참석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유가족들은 서울시에 슬픔과 분노를 표출하며 오열해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는 아들의 이름이 적힌 위패를 부여잡고 오열한 뒤 한동안 몸을 가누지 못했다. 지난해 이 지역에서는 산사태로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시는 유가족들에게 소방방재청 지급 기준에 따라 사망자가 가구주인 경우 1000만원, 가구원인 경우 500만원을 지급했지만 산사태의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아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기록적인 폭우로 불가피하게 발생한 천재지변’이란 조사 결과를 내놓아 논란을 빚기도 했다. 시는 현재 원인 규명을 위한 2차 조사를 하고 있으며 일부 유가족은 시 등을 상대로 총 6건, 52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유가족 대표 임방춘(66)씨는 “보고서는 사건 당시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고 부각했고 자연재해로만 몰았다.”면서 “이 보고서가 공무원들에게 면죄부를 줬고 진정성이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임씨는 또 “재판부도 서울시 손을 들어 줄 가능성이 큰데 시가 변론 자료를 모두 회수하고 2차 조사는 산사태 지역 12곳에서 모두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도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굳은 얼굴로 추모사를 통해 “가족을 잃은 슬픔을 어떻게 위로할 수 없지만, 아픔을 기억하고 옆에 누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것 같아 왔다.”면서 “1년 전 오늘의 아픔과 충격은 우리 모두의 것이었다. 시는 이 아픔을 보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위로했다. 유가족들은 시 관계자를 붙들고 생활고를 호소하기도 했다. 함민정(41·여)씨는 김 시의원에게 “산사태로 집이 무너져 오갈 데가 없다.”면서 “전세금을 지원해 달라.”고 촉구했다. 유가족 대표 임씨는 “필요하다면 감사원, 국가권익위원회 등 국가기관, 국회의원과 접촉해 (산사태의) 원인 규명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시론] 지금은 해양력 키워야 할 때/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원장

    [시론] 지금은 해양력 키워야 할 때/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원장

    우리 주변 국가들이 바다에서 벌이는 힘겨루기가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독도 영유권, 동해 명칭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과는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를 놓고 말들이 많다. 중국과 일본은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에서, 일본과 러시아는 쿠릴 열도에서 마찬가지로 해양영토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난사 군도에서 필리핀·베트남과도 대립 중이다. 미국은 중국의 해양력 증강에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힘겨루기의 속내는 해양영토를 넓혀 자원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근해에서 긴장의 파도가 높이 일고 있다. 해양력 증강의 초석이 되는 것은 해양과학기술이다. 최근 중국은 마리아나 해구에서 심해유인잠수정 자오룽의 수심 7062m 시험 잠수에 성공했다. 이로써 중국은 세계 바다의 99.8%를 과학적으로 탐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아폴로 우주인이 달에 가서 성조기를 꽂았을 때 미국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중국인들은 바닷속 깊이 들어간 자오룽의 쾌거에 어깨를 으쓱했을 것이다. 일본 역시 해양과학기술에서는 둘째 가라면 서운할 나라이며, 수심 6500m까지 들어갈 수 있는 심해유인잠수정 ‘신카이6500’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는 6000m급 쌍둥이 심해유인잠수정 2정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이 잠수정을 이용해 북극해의 바닥에 러시아 국기를 꽂기도 했다. 중국, 일본, 러시아에 둘러싸인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1986년에 만든 ‘해양250’이라는 유인잠수정이 있다. 오래전 퇴역해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하 해양과기원) 남해연구소에 보관돼 오다가 지금은 부산 영도에 자리를 잡은 국립해양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심해 과학탐사에 활용되는 심해유인잠수정은 한 국가의 해양과학기술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우리나라도 6000m급 심해유인잠수정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다. 뒷짐 지고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 해양과학기술을 한 단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국내 유일의 종합해양연구기관이었던 한국해양연구원이 불혹의 나이 즈음에 해양과기원으로 확대·개편되어 지난 7월 1일 새롭게 출범한 것이다. 해양과기원은 해양 신산업 육성, 기후변화 연구, 남·북극 극지 인프라 확대, 해양연구 인프라 확충, 해양인재 양성, 국제협력 강화 등을 통해 해양과학기술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 1위를 지켜온 조선산업을 대신할 블루오션인 해양플랜트 연구개발, 에너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력·조류·파력 등 해양 신·재생에너지 개발, 미생물을 이용한 바이오수소, 미세조류를 이용한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에탄올 생산 기술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다. 육상자원 고갈에 대비한 해양광물자원 개발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양 관련 자연재해 대비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다. 국토부는 또 해양과기원의 출범을 계기로 국가 해양과학기술 역량을 체계적·집중적으로 키워나갈 방침이다. 또 하나의 기회는 ‘살아 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주제로 8월 12일까지 열리는 여수세계박람회(여수엑스포)이다. 어느덧 여수엑스포도 막바지에 와 있다. 개막 초기보다 점점 더 많은 관람객들이 찾고 있어서 박람회장의 열기가 고조됨을 느낄 수 있다. 이 국제행사는 해양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세계인 모두가 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조선·해운·항만물류·수산 등 해양 관련 산업은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 가는 효자산업이지만 많은 국민이 이를 간과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바다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커지기를 기대한다. 폐막 때 발표될 예정인 ‘여수선언’에는 소중한 바다를 깨끗하게 지키고, 현명하게 이용하자는 내용이 담긴다. 지금은 바야흐로 해양의 시대이다. 눈을 바다로 돌려 우리의 풍요로운 미래를 착실하게 준비해야 한다. 해양과학기술의 발전 없이 우리의 미래는 없다.
  • 전선 과다설치… ‘위험한 전봇대’

    서울 사당동 ××공원 주택가. 10m 남짓 높이의 전봇대에 전선이 촘촘히 둘러쳐져 엉켜 지나고 있다. 어떤 전선은 길이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했는지 여러 겹으로 돌돌 말려 있었다. 전선의 무게를 못 이겨서인지 전봇대는 왼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다. 맨눈으로 봐도 위험성이 느껴질 정도다. 최근 소방방재청 주도로 이뤄진 중앙안전점검단의 점검 결과 이 전봇대에는 통신선 두 회선이 초과 설치돼 있었고 3도 이상 기울어져 있어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안전점검단은 전국적으로 8개 지역의 송·배전 철탑, 전신주 안전관리실태에 나서 21건에 대해 안전조치 사항과 장기적 안전관리 차원의 제도개선 과제를 발굴, 개선을 요구했다. 소방방재청은 25일 “지난달 말 전기안전공사, 전기기술사회 등 관련 전문기관·단체로 구성된 중앙안전점검단을 가동해 과거 사고가 일어났던 사례나 재난이 염려되는 곳 등 8개 지역을 추려 표본점검을 실시했다.”면서 “문제점을 노출한 곳에 대해서는 한국전력공사와 관계부처에 개선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중앙안전점검단이 살펴본 곳은 서울 강서·동작구, 인천 서구, 대전 서구, 충남 천안·아산시, 경남 진주·거제시 등 8곳이다. 개선이 필요한 21건 중 서울이 9건으로 가장 많았고 대전이 7건으로 뒤를 이었다. 도심지역에 설치된 한 전봇대는 통신선이 과다하게 설치되었거나 통신선을 지탱하기 위한 철선이 기울어져 있는 등 현상과 지반이 변형된 사례도 있었고, 전봇대가 3도 이상 기울어져 있거나 세로로 금이 가고 내부 철근이 부식된 곳도 있었다. 주변 나무와 고압선이 엉켜 있어 정전사고가 우려되는 곳도 확인됐다. 행정안전부는 한전 등에 자연재해대책기간 중 전력설비 피해가 우려되는 곳의 가로수 가지치기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도록 요구했고 배전선로를 무단으로 설치한 통신사업자에 대한 벌칙규정을 마련하고 자진 철거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또한 근본적 대책으로 전선 지중화 방안을 제안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제목 바꿔 대박 난 소설들

    제목 바꿔 대박 난 소설들

    출판계의 불황 속에서 2010년 4월 출간된 장편소설 ‘은교’가 7월 현재 20만부 이상 팔렸다. 출간 후 2년 동안 5만권 정도 팔렸던 소설 은교는 지난 4월 말 영화 ‘은교’가 개봉되자 약 석 달 만에 15만부가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다. 순수한 10대 소녀 은교와 70대 시인 이적요의 사랑이란 설정은 독자들에게 묘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출판계에서는 은교의 성공 이면에는 제목이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10대인 소설 여주인공의 이름을 딴 은교는 신비하고, 발랄하며, 순수한 어떤 이미지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은교가 다른 제목이었다면 독자의 주목을 덜 받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를테면 박범신 개인 블로그 ‘박범신 촐라체’에 연재됐을 당시의 제목은 ‘살인 당나귀’였다. 박범신은 “단행본으로 묶을 당시 문학동네의 편집자였던 시인 김민정으로부터 소설 전체 이미지와 살인 당나귀라는 제목이 조화가 안 된다고 은교로 개명하자는 권유를 받았다.”면서 “일반적으로 소설의 반응이 좋으면 ‘제목이 좋았다’는 평가가 뒤늦게 나오지만, 제목이 강력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는 말에 동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제목보다는 오히려 영화의 덕을 봤다.”면서 “문화적 지형이 변해서 1970~80년대 최인호 등과 함께 소설가가 관객을 극장으로 인도하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어 씁쓸하다.”고 했다. 박범신은 제목의 힘을 과소평가하지만, 제목의 힘을 무시하긴 어렵다. 작가 자신도, 출판사도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굿바이 동물원’으로 데뷔한 강태식 작가는 “작가들이 집필할 동안 가제를 사용하는데, 실제 출판 단계에서 이를 변경하려면 엄청난 설득이 필요하다.”면서 “좋은 소설도 제목 때문에 묻히는 때가 있다.”고 말했다. 가제와 한번 비교해 보자. 2003년 등단해 우리시대 최고의 이야기꾼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 소설가 천명관의 ‘고래’. 고래가 2004년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았을 때의 제목은 ‘붉게 구은 슬픔’이었다. 거대한 꿈을 향해 돌진하는 존재를 상상하게 하는 고래 대신 원제목으로 출판됐다면 그래도 호평을 받았을까 싶다. 서른셋을 앞둔 크리스마스 이브에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구조조정 바람에 이어 인수설이 도는 회사마저 그만두는 연수를 주인공으로 앞세운 서유미 작가의 2008년 장편소설 ‘쿨하게 한 걸음’(창비 펴냄)의 가제는 ‘문제적 인간들’이었다. 가제는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곤란을 겪고 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같아서 읽기도 전에 김이 빠지는 기분이다. ‘2011년 최고의 소설’이라는 극찬을 받은 정유정의 ‘7년의 밤’(은행나무 펴냄)의 가제는 ‘해피 버스데이’였다. 2001년에 출간돼 100만명(2007년 12월 현재) 이상의 독자를 매혹시킨 충무공 이순신의 인간적 고뇌를 그린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의 가제는 ‘광화문 그 사내’였다고 문학평론가 이명원은 밝혔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만화는 내 사랑] (13) 만화 그리는 해부학 교수 정민석

    [만화는 내 사랑] (13) 만화 그리는 해부학 교수 정민석

    정민석(51) 아주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 주변에선 괴짜로 통한다. 달리 말하면 개성이 한껏 넘친다. 머리를 빡빡 밀고 다니는 것도, 가벼운 등산복 차림으로 외출하는 것도, 직접 종이에 인쇄해 만든 명함을 들고 다니는 것도 정형화된 교수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 그는 만화를 그리는 교수로 유명하다. 그림체는 엉성하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만큼은 전문적이다. 그가 그리는 만화는 해부학, 의대 생활 등을 소재로 한 과학만화이기 때문이다. 개인 홈페이지(www.anatomy.co.kr)에서 그가 그려온 ‘해랑 선생의 일기’, ‘꽉 선생의 일기’ 등 모든 작품을 무료로 볼 수 있다. “처음엔 학생들에게 해부학을 쉽게 전달하고 싶었어요. 사람은 웃으면 오래 기억하는데 만화는 웃음을 줄 수 있잖아요. 또 일반인에게 의대의 속살을 보여주며 거리를 좁히고 싶었죠. 자기 분야를 쉽게 풀어 전달하는 것도 전문가가 해야할 일들 중 하나라고 봐요. 그러려면 만화 만한 매체가 없죠.” 정 교수가 만화를 그리는 데 큰 영향을 준 인물은 ‘꺼벙이’로 유명한 길창덕 화백이다. 길 화백의 작품을 보고 깔깔거리던 어린 시절, 만화가의 꿈을 키웠다. 부모의 반대로 꿈을 접고 의대에 진학했지만, 임상 의학 대신 기초 의학 교수의 길을 걸으며 만화를 그리고 있다. 그가 명랑체로 만화를 그리는 것도 평생 잊지 못할 감동과 웃음을 준 길 화백의 영향이다. 그 다음으로 영향을 준 사람은 ‘먼나라 이웃나라’의 이원복 덕성여대 교수다. 정 교수는 “만화를 빌려 보는 데 익숙했던 한국 사람들이 처음으로 만화책을 사서 책꽂이에 꽂아놓게 한 작품”이었다고 ‘먼나라 이웃나라’를 평가했다. 그가 처음 그린 해부학 만화도 형식을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따왔다. 정 교수는 우스이 요시토의 ‘짱구는 못말려’(일본명 크레용 신짱)도 영향받은 작품으로 꼽으며 “어른들의 심리를 잔인할 정도로 낱낱이 해부하는 심리학 만화”라고 평가했다. 2000년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으니 10년이 훌쩍 넘었다. 처음에는 주변 반응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교수가 할 일이 없어 그러느냐’, ‘의사 체면 깎아 먹는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그림이 국립과천과학관에 전시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그의 만화 작업에 연구비를 지원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임상 쪽으로 훌륭한 국내 의학만화는 없느냐고 했더니 의사 신문 ‘청년 의사’에 연재되는 ‘쇼피알’을 추천했다. 현직 의사가 글을 쓰고 만화가 정훈이가 그리는 작품이다. “요즘 과학만화는 많아도 과학인이 그린 것은 거의 없어요. 기껏해야 감수 정도했을 뿐이죠. 과학인이 진짜 좋은 과학 만화를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뿐만 아니라 과학만화를 그리는 여러 과학인들이 나와 경쟁했으면 좋겠어요.” 그는 해외 진출을 꿈꾸고 있다. 미국 출판사와 접촉하는 중이다. 이미 해부학 만화 등을 영어로 옮기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에는 해부학 만화를 교육 관점에서 분석한 그의 논문이 국제 학술지인 ‘해부 과학 교육’(ASE)에 실리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여러 가지 문화 중에 만화만큼 빠져들게 만드는 것은 없죠. 전 세계적으로 미국과 일본 만화를 보며 그 나라 문화에 엄청나게 빠져들잖아요. 저도 만화를 그리다 보면 미국, 일본과는 다른 우리 것을 담게 돼요. 제 만화가 해외로 나간다는 것은 우리 문화를 수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전문 만화가들이 보다 많이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생각보다 쉬워요. 도전을 두려워하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글 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14) 만화 수출을 말하다(상)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14) 만화 수출을 말하다(상)

    우리나라가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에 시동을 건 것은 1960년대 중반이다. 이후 수십년 동안 우리나라는 차를 만들고 배를 만들고 TV를 만들어 팔아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이뤄냈다. 하지만 문화 수출에 있어서만큼은 후진국을 면치 못했다.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한 편의 수익이 한국 자동차 수십만대와 맞먹는 울적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199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도 문화 수출국 대열에 합류했다. 이제 영화, 드라마, 대중음악이 ‘한류’라는 이름으로 글로벌 바람몰이를 하고 있다. 만화도 차세대 한류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우리 만화의 현주소와 미래, 지속가능한 한류로 도약하기 위한 제언을 2회에 걸쳐 다뤄본다. 지난해 말 발간된 ‘2011 만화산업 백서’에 따르면 세계 만화시장은 최근 5~6년 동안 소폭 성장과 소폭 하락을 반복하며 정체된 흐름을 보였다. 세계적으로 출판 만화 시장이 위축된 상황이지만 디지털 만화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서에 인용된 다국적 회계감사 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통계를 보면 2010년 세계 만화시장 규모는 60억 2800만 달러(약 6조 80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2.4%가량 하락한 수치지만, 2015년에는 63억 9200만 달러로 예측됐다. 디지털 만화시장은 2010년 1억 5400만 달러로 전체 시장의 3%에도 미치지 못했다. 아직까지 시장 규모는 작은 편. 그러나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듭해 2015년에는 6억 6200만 달러로 10%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 만화시장의 권역별 점유율을 살펴보면 ‘만화 왕국’ 일본이 버티고 있는 아시아 지역이 27억 8700만 달러(46.2%)를 기록하며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가 주축인 유럽·아프리카·중동 지역의 24억 3000만 달러(40.4%)를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미국·캐나다 중심의 북미지역이 6억 9000만 달러(11.6%), 브라질 등 남미 지역이 1억 달러(1.8%)로 뒤를 이었다. 그렇다면 세계 만화시장에서 우리의 위치는 어느 정도일까. 국내 만화계는 3~4위권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산출한 2010년 우리 만화 매출 규모는 6억 7400만 달러(약 7419억원)다. 반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출판 만화 를 중심으로 잡은 매출 규모는 3억 1900만 달러. 이 같은 수치를 PwC 자료와 단순 비교하면 콘텐츠진흥원 통계로는 압도적인 1위 일본(19억 6600만 달러)에 이어 2위다. 만화영상진흥원 통계를 대입하면 일본, 미국(6억 3500만 달러), 독일(5억 4800만 달러), 프랑스(5억 1000만 달러)에 이어 5위에 해당한다. 우리 만화의 수출 규모는 1999년 24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도약을 거듭해 2000년대 중반 300만~400만 달러대를 유지하다가 2010년 815만 달러로 대폭 증가했다. 어린이 학습 만화의 선전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지역에서 수출이 늘었는데, 특히 어린이 학습 만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동남아 지역 수출액이 2009년 52만 달러에서 2010년 200만 달러로 수직상승했다. 지역별로는 유럽지역 수출이 225만 달러(27.7%)로 가장 많았다. 반면 해외 만화 수입은 2008년 593만 달러, 2009년 549만 달러, 2010년 528만 달러로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 일본 만화 수입 비중이 90% 이상으로 절대적이다. 우리 만화는 언제부터 해외로 나갔을까. 넓은 범위에서 따져보면 근대 만화 초창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09년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교민들이 발행하는 신문인 ‘신한민보’에 당시 한·일 관계를 양쪽 시각으로 비교하는 만화가 게재됐다. 이보다 3개월 앞서 ‘대한민보’ 창간호에 실린 이도형의 삽화를 우리 근대 만화의 시작으로 보기 때문에 한국 만화는 출발과 동시에 해외로 나선 셈이다. 실질적인 해외 진출 사례는 1960년대에 나왔다. 한국형 히어로 만화 ‘정의의 사자 라이파이’로 유명한 김산호가 1966년 미국으로 건너가 만화 전문 출판사인 찰튼 코믹스의 전속 작가로 활동하며 700여편의 작품을 그렸다. 서부 활극 ‘샤이언 키드’가 많은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1980년대까지는 해외 진출이 드문드문 이뤄졌다. 1976년 김성환의 ‘고바우 영감’이 일본에서 ‘고바우 아저씨’라는 이름으로 출간됐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이 책을 만화가 아니라 이웃 한국을 이해하려는 취지의 사회교양 서적으로 분류됐다. 이후 1985년 방학기의 ‘임꺽정’과 ‘데카메론’, 1986년 이현세의 ‘활’, 1987년 박흥용의 ‘백지’ 등이 일본에서 차례차례 출간됐다. 1990년대 들어 한국 만화의 해외 진출은 보다 활기를 띤다. 먼저 일본의 영향이 있었다. 일본 만화는 1991년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축제에 참여하며 본격적으로 글로벌화를 꾀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 만화도 다양하게 흡수하기 시작했는데, 한국 만화도 그 대상이 됐다. 일본 출판사 고단샤의 경우 자사 잡지를 통해 황미나의 ‘윤희’, 오세호의 ‘낚시’ 등을 연재하기도 했다. 대원 등 국내 만화 전문 출판사들도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국내 만화시장이 커지고, 잡지 시스템이 정착되며 토종 콘텐츠를 다량으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1994년 지상완·소주월의 ‘협객 붉은매’가 타이완 잡지에 연재되는 것을 시작으로 한국 만화는 타이완, 홍콩, 태국 등 일본 이외 아시아 시장을 개척했다. 2001년에는 국내 대명종 출판사가 일본에 법인을 만들어 타이거코믹스라는 브랜드로 김혜린의 ‘비천무’, 허영만의 ‘세일즈 맨’ 등을 출간하며 현지 시장을 직접 공략하기도 했다. 미국 시장에 대한 도전도 이어졌다. 1980년대 후반 국내 무협 만화의 대가 이재학은 대표작 ‘검신검귀’를 ‘더 데몬 워리어’라는 제목으로 미국 시장에 내놨다. 1997년에는 ‘스폰’으로 유명한 미국 출판사 이미지코믹스는 장태산, 김재환, 김태형 등 국내 작가를 섭외해 작품을 내놓기도 했다. 2000년 국내 유명 스토리 작가 야설록의 회사 야컴이 미국 현지 법인을 설립해 이태행, 형민우 등의 미국 진출에 징검다리를 놓는다. 한국 만화는 1990년대 후반부터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이탈리아 볼로냐 도서전, 미국 샌디에이고 코믹콘 등에 꾸준히 참여하며 일본 만화의 아류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2003년 프랑스 앙굴렘 축제에 주빈국으로 참여한 뒤에는 이두호, 김동화, 이희재, 박흥용, 박건웅 등 작가주의 작가들의 유럽 진출이 도드라졌다. 같은 해 프랑스에서 ‘도깨비’라는 한국 만화 전문 잡지가 등장하기도 했다. 작품성도 인정을 받았다. 박건웅의 ‘꽃’과 ‘노근리 이야기’는 2007년 앙굴렘 축제에서 프랑스 만화비평가 기자협회가 선정하는 아시아만화상 후보에, 앙꼬의 ‘열아홉’은 2010년 축제 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현재 우리 만화는 아시아, 서유럽, 북미, 동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 순서로 해외시장을 꾸준히 개척해 21개 언어, 45개국으로 뻗어나가 있다. 해외에서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작품은 이명진의 ‘라그나로크’, 형민우의 ‘프리스트’, 박소희의 ‘궁’ 등이 꼽힌다. 그러나 우리 만화의 해외 진출은 2000년대 중후반 들어서는 어린이 학습 만화를 제외하곤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국내 작가가 일본 등 해외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는 편이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커버스토리] ‘피겨여왕’ 김연아 유·무형 경제효과 5조원

    [커버스토리] ‘피겨여왕’ 김연아 유·무형 경제효과 5조원

    여성이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것은 1900년 열린 제2회 파리 대회부터다. 그러나 경제적 가치 측면에서는 여성 올림픽 스타들은 여전히 남성에 비해 ‘변방’에 머무르고 있다. 상품성을 인정받는 올림픽 스타들은 대부분 프로에서도 활동하는 이들이고, 프로스포츠 자체가 남성 편향적이기 때문이다. 20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올림픽 역시 남성 스포츠 스타들이 먼저 주목받고 있다. ‘번개’ 우사인 볼트(육상 남자 100m 등), 박태환(남자 수영 자유형 400m 등),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남자 농구) 등이 주인공이다. 특히 볼트의 경제적 가치는 2억 5000만 유로(약 3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역대 올림픽 최고의 여성 스타는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전설의 체조요정’으로 등극한 루마니아의 나디아 코마네치가 꼽힌다. 그녀는 은퇴 이후 미국에서 여러 광고모델로 출연, 막대한 부(富)를 거머쥐면서 여성 올림픽 스타의 상업적 가치를 처음으로 증명했다. 개인 브랜드 가치만 놓고 봤을 때 이번 올림픽에서 최고의 여성 스포츠 스타는 러시아의 미녀 테니스 선수 마리아 샤라포바다. 지난해 10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조사에 따르면 샤라포바의 브랜드 가치는 900만 달러(약 100억원)로 평가받았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5500만 달러),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2600만 달러), 르브론 제임스(2000만 달러) 등에는 못 미치지만 여자 선수로는 유일하게 10대 브랜드 가치 스포츠 스타(8위)에 이름을 올렸다. ‘피겨 여왕’ 김연아조차도 순위에 들지 못했다. 더구나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샤라포바의 상업적인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전망이다. 이미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우승을 한 데다 올림픽까지 평정한 선수에게 붙여지는 ‘골든 슬래머’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샤라포바가 골든 슬래머가 된다면 슈테피 그라프(독일·테니스) 이후 여자 선수로는 두번째다. 국내에서의 여성 스포츠 스타로는 김연아가 독보적이다. 이번 하계 올림픽에는 출전하지 않지만 그녀의 인기와 경제적 가치는 여전하다.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을 획득했던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김연아의 전체 경제 효과는 5조 2350억원에 달했다. 김연아 개인 수입과 관련 광고 제품의 매출 증대, 국가 이미지 홍보 효과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서구인들의 독무대로 여겨졌던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동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희소성’ 덕분이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국내 여성 스포츠 스타 중에서는 손연재(리듬체조)가 두드러진다. 이미 귀여운 외모로 LG전자 등의 광고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올림픽 결선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한다면 김연아 못지않은 ‘블루칩’이 될 전망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전직 언론인인 사비오는 규칙적이고 편안한 삶을 유지했다. 수십 년 동안 허드렛일을 챙겨 온 하녀 다미아나가 일주일에 몇 번 찾아올 뿐 그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집 안에서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지냈다. 매주 일요일마다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는 것으로 세상과 소통해 왔던 그는 어느덧 아흔 살에 이르렀다. 아흔이 되기 전날 그는 오랫동안 연락을 끊었던 늙은 포주에게 전화를 건다. 그리고 처녀와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고 말한다. 어이없는 주문에 포주 로사 카바르카스는 준비하겠노라고 선뜻 답했고 아흔의 노인은 십대 소녀와 한 침대에 눕게 된다. 그것을 자신에게 주는 하룻밤 선물로 여긴 사비오는 이후 예기치 않은 상황에 면한다. 불현듯 그는 불안과 고통을 느꼈으며 이따금 솟아나는 질투심과 의혹이 평정했던 삶을 뒤흔들어 놓는다.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의 개봉은 조금 뜬금없다. 이미 절판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이 그리 인기 있는 작품이던가? 그건 아닌 것 같다. 이 영화의 개봉은 아마도 ‘은교’와 대중의 만남과 상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노작가와 소녀의 사랑 이야기란 점에서 두 작품은 얼핏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두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은교’의 이적요와 반대로 사비오(원작에는 따로 이름이 없다)는 한량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사창가를 들락거렸으며 창녀들과 즐긴 쾌락의 시간은 그가 평생 독신으로 사는 데 영향을 끼쳤다. 게다가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은 (영화에서 소녀의 관점을 일부 더하기는 했으나) 기본적으로 일방적인 사랑 이야기다. 드러나지 않게 사랑을 가꾸는 노인의 복잡한 심리가 극을 이끄는 주 동인이다. 사연이 어찌 됐든 이 영화를 한국에서 볼 수 있어 행복하다. 십대 창녀라는 소재에 편협하게 반응한 외국에서 이 영화가 제대로 개봉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여든 중반의 나이에 발표한 원작은, 마찬가지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잠자는 미녀’에서 따온 문구를 글에 앞서 소개한다. 삽입과 관련한 어떤 성적 관계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잠자는 미녀’의 문구는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의 이후 방향을 암시한다. 이것은 노인이 새로운 삶의 시작점에서 발견한 ‘위대한 첫사랑’의 이야기다. 사랑에 미친 노인은 칼럼을 연애편지로 바꾸어 버리고 넋을 잃은 채 방황한다. 좀 건방지게 굴자면 내 눈에는 아흔 노인이 참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지금껏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을 영화로 옮긴 작품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프란체스코 로지의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아르투로 립스테인의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는다’ 같은 거장의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마술적 리얼리즘의 대가인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이야기를 이미지의 리듬 위에 얹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작가와 동갑인 헤닝 카를센의 선택은 탁월하다. 전작들보다 판이할 정도로 단순한 원작은 영화와 근사하게 어울리며 인물과 비슷한 연배에 도달한 카를센은 대사 대신 선명한 이미지를 앞세워 표현할 줄 안다. 일인칭 시점의 소설에 몇몇 장면을 과감하게 집어넣어 관객의 이해를 돕기도 했다. 원작에서 노인이 억누르던 외침을 스크린 위로 불러낸 마지막 장면은 그중 압권이다. 19일 개봉. 영화평론가
  • [기고] 화산재 대책 세워야/황상구 안동대 화산학 교수

    [기고] 화산재 대책 세워야/황상구 안동대 화산학 교수

    화산재는 화산 폭발 시에 뿜어져 나온 입자들 중에서 지름이 2㎜보다 작은 것을 말하지만, 인간생명과 건강에 여러 피해를 줄 수 있다. 또한, 지역주민과 산업인프라의 피해 원인이 될 수 있고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년 전 아이슬란드의 화산 폭발로 발생한 대량의 화산재 때문에 유럽 공항이 줄지어 폐쇄되었고, 전 세계의 항공편이 대혼란에 빠졌다. 사고를 염려한 각국 관계 당국이 공항을 폐쇄하기도 하였다. 경제적 이익보다 안전을 우선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구 반대편의 화산 폭발에서 나온 화산재인데도 항공 체계가 대혼란에 빠졌으니, 만약 백두산에서 대규모 화산 폭발이 일어났다면 화산재의 위험을 직접 경험했을 것이다. 공항 폐쇄는 말할 것도 없고 반도체와 같은 정밀공업에 일격을 가했을 것이고, 해외로 나가는 물류의 막대한 차질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사회 혼란을 가중시켰을 것이다. 폭발하는 화산 근처의 주민들은 생명에 큰 위협을 받는다. 그러나 화산재는 화산 주변뿐만 아니라 넓은 지역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건강 및 안전에 큰 충격을 가한다. 화산재는 낙하하여 지면에 쌓이면 도로와 철도 교통을 크게 마비시킬 것이다. 또한 농작물, 식수원과 토양 오염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 미세한 화산재는 고농도로 떠 있을 때 가시거리를 축소시킨다. 이 탓에 항공기와 정밀산업뿐만 아니라 화산재의 작은 입자(10㎛ 이하)는 호흡곤란, 눈과 피부 염증 같은 인간의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화산재에 장기간 노출되면 호흡성 건강문제에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욱이 대기 속에 계속 떠다니는 화산 에어로졸은 기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나라 주위의 동아시아에는 백두산을 비롯하여 많은 활화산이 있다. 지진대책에 대해서는 국제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수많은 항공기가 날아드는 동아시아에서 화산 폭발에 의해 화산재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대책 마련은 아직 미흡하다. 피해관리는 화산위기 동안에 중요한 비상계획으로부터 시작된다. 극복할 수 없는 자연재해라도 선제 대비하면 피해를 없앨 수도 있고 줄일 수 있다. 폐쇄된 공항을 어떻게 재개할 것인가. 철도와 해군 등 대체운송수단을 어떻게 확보할까. 교통을 마비시킨 도로의 쌓인 화산재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오염된 상수원의 정수처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화산재해는 하늘의 혼란으로부터 오지만 이웃 국가에서 발생한 화산재는 건강문제와 사회혼란을 몇 배로 가중시킬 것이다. 최근 후지산의 대규모 폭발 분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일본 당국은 폭발에 대비한 협의회를 구성하고 대규모 폭발에 대한 피난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고 있다. 또, 합동 방재훈련을 준비하는 등 폭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도 위기가 오기 전에 화산재해에 대한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원인을 찾아 예측하고 방지책을 내놓아야 국민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백두산 폭발 등 재난 발생 때 대응할 수 있는 재난 관련 매뉴얼이 필요하다. 우리 현실에 맞는 재난관리체계를 통해 이를 세분화하고 국제표준에 맞추는 작업이 시급하다.
  • [밥상 108년 5대 변천사] ①살기 위해 먹는 시대 ②먹기 위해 사는 시대 ③건강을 먹는 시대

    우리 사회는 지난 108년 동안 일제 강점기, 광복과 분단, 6·25전쟁, 산업화 등 굴곡의 변화를 겪었다. 시대 흐름에 따라 밥상의 형태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인의 밥상은 ‘살기 위해 먹는 시대’에서 ‘먹기 위해 사는 시대’를 거쳐 ‘건강과 즐거움을 찾는 시대’를 향하고 있다. 1900년대 초반 개화기 조선의 밥상은 곤궁하기 짝이 없었다. 1800년대 후반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가 잇달아 농작물 생산이 부진했다. 그나마 수확한 쌀은 부패한 왕실과 관료들에게 빼앗기기 일쑤였다. 인구의 80%를 차지했던 농민들은 풀, 감자, 나무열매에 잡곡을 섞어 끓인 죽 등으로 입에 풀칠하기 바빴다. 하루 세 끼를 챙겨 먹기 어려웠다. 1895년 동경의학잡지에 실린 한인 상식(常食) 조사표는 조선 중류 서민층의 7일간 식사를 관찰한 결과 1일 2식을 했다고 적고 있다. 1910년 국권을 일제에 빼앗기면서 ‘밥상의 암흑기’가 시작됐다. 토지조사사업으로 농민 대부분이 논밭을 빼앗긴 채 소작인으로 전락했다. 1941년 태평양전쟁이 시작되면서 곡물 수탈은 한층 심해졌고, 서민들은 영양 불량에 시달렸다. 이화여전(현 이화여대) 가사과 교수였던 방신영(1890~1977)이 1952년 펴낸 ‘우리나라 음식 만드는 법’을 보면 당시의 중하위 계층을 위한 권장 식단표가 나온다. 하루 두 끼 정도만 밥을 먹고 나머지 한 끼는 국수, 수제비, 찐빵, 고구마 등으로 해결하도록 제시돼 있다. 동물성 단백질 반찬은 일주일에 한 번 먹는 생선 조림이 유일하다. 식량 부족은 미국의 원조로 어느 정도 해소됐다. 우리 정부는 1955년 미국과 협정을 맺고 1964년까지 밀, 보리, 쌀 50만~60만t을 들여왔다. 이는 당시 국내 총 곡물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양이었다. 1960년대 이후 산업화 시기는 본격적으로 먹기 위해 사는 시대였다. 정부의 혼분식 장려운동으로 1인당 연간 밀가루 소비량이 1965년 13.8㎏에서 1969년 28.7㎏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1963년에는 국내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인 삼양라면이 생산되면서 라면으로 한 끼를 대신하는 가정이 늘어났다. 영양 측면에서는 여전히 미흡했다. 1962년 영양권장량이 처음 제시됐다. 25살 남자의 표준 영양권장량은 하루 에너지 2900㎉, 단백질 70g이었지만, 당시 국민 평균 하루 공급 열량은 1923㎉, 단백질 53.2g으로 기준치에 크게 못 미쳤다. 1972년 개발된 통일벼 등 다수확 품종의 보급으로 쌀밥 소비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쌀이 풍족해지자 밥상은 양보다 질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곡류 위주의 식단에서 벗어나 동물성 식품, 우유, 과일의 소비가 급증했다. 이런 경향은 1인당 연간 식품 공급량의 변화에서 드러난다. 쌀의 1인당 연간 공급량은 1975년 119.8㎏에서 1979년 136㎏으로 정점을 찍은 뒤 급격히 감소했다. 2009년에는 81.3㎏으로 최고점 대비 54.7㎏이나 줄었다. 반면 육류 소비는 1975년 9.3㎏에서 2009년 43.3㎏으로 4.7배 늘었고, 같은 기간 우유류는 4.4㎏에서 53.3㎏으로 12배 이상 증가했다. 과일도 1975년에는 1인당 14㎏ 정도 먹었지만 2009년에는 47.7㎏으로 4.3배 증가했다. 1989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밥상의 서구화가 본격화됐다. 2010년 3840가구를 대상으로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한 결과 주 5~6회 외식을 하는 사람이 26.6%였고, 하루 1회 이상 외식하는 비율도 25.3%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재해취약지역 방재지구 지정 의무화

    정부가 서울시내 300여곳의 산사태 취약지역을 방재지구로 지정해 통합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재해예방시설을 설치할 때는 건물의 용적률을 완화하는 식으로 인센티브도 제공할 방침이다. 국토해양부는 재해취약지역의 방재지구 지정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국토계획법 개정안을 17일부터 입법예고한다고 16일 밝혔다. 개별적인 재해취약성 평가를 실시해 상습 침수나 산사태 또는 지반 붕괴가 우려되는 주거밀집지역 등을 방재지구로 지정하되 향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를 세분화하기로 했다. 주거밀집지역은 ‘시가지방재지구’, 연안침식이 우려되는 해안가는 ‘자연방재지구’ 등으로 나누는 식이다. 이 가운데 시가지방재지구 안에 주택을 건축할 때 재해예방시설을 설치하면 건물 용적률을 높여줘 그만큼 예방시설 설치비를 절약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서울시의 경우 333곳이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분류되며 이 중 110곳은 위험지역이다. 아울러 방재지구 안에서 결합개발 및 주거환경정비사업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해 정비사업을 기다리다가 재해가 재발되는 문제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도시지역에 집중되고 연안침식으로 재산과 인명피해가 늘고 있다.”면서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지역에 대해선 방재지구 지정을 의무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아울러 도시주변의 개발압력이 높은 지역에 공장·창고 등이 개별적으로 무질서하게 들어서지 못하도록 국토 난개발 방지를 위한 개발행위허가 기준을 추가했다. 또 기반시설 중 체육시설의 범위를 공공필요성이 인정되는 시설로 제한해 민간에서 설치·운영하는 골프장 등을 기반시설의 범위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담았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올림픽과 나] 금메달 많이 딴다고 스포츠 선진국인가

    [올림픽과 나] 금메달 많이 딴다고 스포츠 선진국인가

    런던올림픽 개막 열흘을 앞둔 17일부터 올림픽을 즐기는 나만의 방법과 시각을 담은 칼럼 ‘올림픽과 나’를 연재합니다. 정윤수·이병효 스포츠칼럼니스트와 런던 거주 30년째인 권석하 컨설턴트, 김학선 팝칼럼니스트가 돌아가며 집필합니다. 4년 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13개를 획득, 종합순위 7위를 기록했다. 중국과 미국이 저만큼 앞서간 것을 제외하면 영국, 독일, 호주, 이탈리아, 프랑스 등과 나란히 10위 안에 들었으니 가히 스포츠 선진국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네덜란드나 캐나다의 순위를 아시는지? 10위권이었다. 그 밖에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같은 나라는 중위권이었고 아일랜드는 62위였다. 우리는 스포츠 선진국이란 표현을 즐겨 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과 7위권에 안착했으니 틀림없이 우리도 스포츠 선진국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10위권의 네덜란드는 물론 60위권의 스웨덴을 스포츠 후진국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난 결코 그런 말을 쓸 자신이 없다. 이 두 나라에서는 거의 모든 학생이 스포츠를 일상적으로 즐기고 그 가운데 직업 선수를 꿈꾸는 학생도 교실에서 즐겁게 공부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두 나라가 올림픽에서 금메달 한두 개밖에 따지 못해 34위(스위스)나 62위(오스트리아)에 머물렀다고 해서 스포츠 후진국이라고 깎아내릴 수 있을까. ●10위 네덜란드, 7위인 우리보다 후진국? 지난 2007년 유럽연합(EU)은 ‘EU 스포츠백서’를 발간했다. 하나의 공동체가 되고 있는 유럽을 포괄하는, 다시 말해 EU에 포함된 나라라면 지켜야 할 스포츠 정책과 원칙을 제시한 백서인데 주요 골자는 스포츠의 공공성, 교육성, 환경성, 직업성, 소수자 보호 등이다. 그들은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가 특별한 재능과 각고의 노력으로 뛰어난 성취를 드러낸 유능한 선수에게만 주어지는 ‘가시 면류관’이 되어선 안 되고 사회 구성원 전체가 함께 누려야 할 공공의 권리라는 점을 말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원칙이 항상 따라다닌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라 해도 그 사회의 평균적인 교육과 문화와 직업 선택의 기회를 평등하게 누려야 하고 그것이 가능하도록 ‘정상적인 교육’을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장차 선수가 될 가능성이 없거나 그럴 마음이 없는 학생이더라도 스포츠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유·무형의 가치와 정서를 절대 박탈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때 우리의 스포츠 저널리즘은 그야말로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가혹한 메달 지상주의로 일관한 적이 있다. 저산업화 시절의 강력한 ‘국가주의 스포츠정책’이 드리운 짙은 그림자였다. ‘국위선양 대한건아’가 통치이념처럼 작동했다. 그래서 은메달을 딴 선수가 비탄의 눈물을 쏟는 일까지 있었다. 이제는 많이 변했다. 우선 선수들 자신이 변했다. 지난 베이징올림픽 때 보여 준 배드민턴의 이용대나 수영의 박태환 선수는 강박증 같은 것이 조금은 옅어졌음을 보여 줬다. 개회를 열흘 앞둔 이즈음, 방송사들도 많이 변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주요 방송사들이 내보내는 짤막한 예고 영상들은 그 옛날 ‘대한건아’를 되풀이하는 대신 선수 개인의 땀방울에 주목하고 있다. 어떤 점에서 이번 대회는 과거의 국가주의 강박에서 벗어나 선수 개인의 열정에 환호하고 그들의 성취나 아쉬움이 우리의 고된 일상에 던질 다양한 의미를 생각하는 첫 올림픽이 될 것이다. 아니,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학생선수 극소수… 공부보다 운동 치중 극소수만 운동을 하고 나머지 청소년들은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지쳐가는 나라, 그 극소수는 훈련장이나 경기장을 맴돌고 교실에는 단 한번도 들어가지 않는 나라. 그런 나라가 10위권에 들어가는 건 참 이상한 일이다. 문대성의 ‘복사 학위 파문’이나 김연아의 ‘대학 수업 정상 이수’ 논란은 다 이런 ‘이상한 나라’에서 빚어진 일이다. 물론 우리 선수 모두 빛나는 성취를 이뤄 저마다의 꿈을 실현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우리의 ‘근대적 삶’ 전체를 복기해 봐야 한다. 정윤수 스포츠칼럼니스트 prague@naver.com
  •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13) 만화 공정 소비를 말하다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13) 만화 공정 소비를 말하다

    대중음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뮤지션은 물론이고 기획, 제작, 유통 관계자들이 어깨를 겯고 함께 거리로 나와 ‘공정 소비’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정부에 음원 정책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 및 저가 다운로드 패키지 상품 때문에 음악인들에게 정당한 대가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요즘 만화계도 공정 소비가 이슈다. 무료로 제공되던 웹툰에 유료화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것. 대부분 문화 콘텐츠는 독자가 비용을 지불하고 향유한다. 그러나 웹툰은 ‘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 포털업체들이 창작자에게 원고료 형태로 비용을 지불하는 식으로 연재된다. 독자는 이를 무료로 소비한다. 포털은 독자가 일으킨 트래픽을 통해 광고 수익을 얻는다. 만화계는 웹툰의 유료화가 궁극적으로 만화는 공짜라는 인식에 변화를 가져와 국내 시장을 활성화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순정만화’부터 ‘조명가게’까지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제공하는 강풀 작가의 9개 작품이 지난 10일 유료로 전환돼 파장이 일었다. 현재 영화화하고 있는 ‘26년’은 제외됐으나 포털에서 연재된 강풀 작품은 사실상 전작이 유료화된 셈이다. 2003년 ‘순정만화’가 공개되며 본격적인 웹툰 시대가 열린 지 10년 되는 시점이라 더욱 의미심장하다. 만화계에서는 모바일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며 포털의 영향력이 줄고 있는 상황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무료 웹툰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임없이 있었고, 웹 무료 공개만으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 접어든 가운데 ‘다음’이 대의명분을 선점하며 치고 나갔다는 게 만화계의 시각이다. ‘다음 만화 속 세상’의 박정서 웹툰 PD는 “좀 더 안정적인 창작 환경 즉, 웹툰 창작 생태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인식이 완결작 유료화의 기본 배경”이라면서 “지금 연재를 진행하는 작품을 위한 창작 비용이 아닌 미래 작품을 위한 창작 비용도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풀 작품이 유료화의 첫 사례는 아니다. ‘다음’ 웹툰은 지난해 이맘때 전극진·박진환 작가의 ‘브레이커’ 시리즈를 시작으로, 같은 해 11월 허영만 작가의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말무사), 올해 4월 정연식 작가의 ‘더 파이브’, 이달 초 홍성수·임강혁 작가의 ‘피크’를 차례로 유료화했다. 원수연 작가의 ‘매리는 외박중’은 지난해 10월 웹툰 서비스를 중지하고 아예 유료 만화 서비스로 자리를 옮겼다. 신작까지 아우르는 전면 유료화는 아니다. 연재가 종료됐거나, 연재 중이더라도 오프라인 단행본으로 출간된 분량이 대상이다. 부분 유료화인 셈. 브레이커는 오프라인 단행본 한 권에 해당하는 온라인 분량을 보는 가격이 300원, 강풀 작품은 500원, 피크는 600원, 더 파이브는 1000원, 말무사는 1600원으로 책정됐다. 유료화 여부나, 가격 책정은 전적으로 작가들의 선택이라는 게 ‘다음’ 쪽 설명이다. 또 수익 대부분이 작가들에게 배분된다고 했다. 독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반대 의견의 골자는 광고 효과를 유발하는 독자가 왜 이중으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유료화를 선택한 작가들에 대한 인신공격성 비난도 나온다. 반면 유료화는 당연한 흐름이라거나 진작에 했어야 했다는 이야기도 만만치 않다. 유료화 이전과 이후 히트 수에는 크게 차이가 없다는 점도 주목된다. ‘다음’ 박 PD는 “실제 수익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작가에게 돌아간 부분이 결코 적지 않다. 유료화가 실제 창작자들의 수익으로 유의미하게 연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료화는 꾸준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강도하·이충호 작가 등 스타급 작가들과도 이미 유료화 일정에 합의했거나 논의중이다. 포털업계 1위 네이버가 동참할지도 관심이다. 네이버는 현재로선 ‘다음’과 유사한 형태의 유료화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만화계는 영화·음악을 유료 서비스하며 성과를 내고 있는 네이버가 무료 전략을 고집할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네이버 웹툰 작가들 사이에서도 이미 유료화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후코리아가 웹툰 서비스를 중단한 상황과 맞물려 웹툰 시장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웹툰 작가 팟캐스트 방송 ‘부머라디오’의 진행자인 권혁주 작가는 “몇 년 전부터 차근차근 매우 조심스럽게 준비해 온 터라 시장 위축을 걱정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무료로 서비스하던 웹툰을 갑자기 유료화하겠다는 게 아니라 대체적으로 이미 완결된 작품, 그리고 책으로 출판된 작품을 위주로 유료 전환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도 어느 정도 납득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독자 반발을 키울 수도 있는 신작 유료화 여부도 관심이다. ‘다음’은 신작 유료화의 가능성을 일축했으나, 만화계는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 공짜로 보는 웹툰과 연재 초기부터 돈을 내야 볼 수 있는 프리미엄 웹툰이 공존하는 시기가 머지않아 올 것이라는 이야기다.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는 “무엇을 봐야 할지 모를 정도로 웹툰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와 피로를 느끼는 시점이라 프리미엄 웹툰은 충분히 통할 수 있다.”면서 “그동안 포털이 벌여 놓은 판에서 작가들이 알아서 활동해 왔지만, 앞으로는 포털이 웹툰을 제대로 팔기 위해 적극적·전략적으로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유료화에 대한 독자의 긍정적인 반응이 작화와 스토리텔링의 퀄리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B급 취향 웹툰 등이 유료화됐을 때 반응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이러한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웹툰 유료화의 성패는 결제의 간소화에 달려 있다는 게 대부분의 지적이다. 만화계는 웹툰의 유료화가 제대로 뿌리내린다면 그동안 유료 모델 확립에 어려움을 겪어 온 디지털 만화 콘텐츠 시장 전체에 긍정적인 연쇄 반응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 칼럼니스트는 “웹툰 시장이 진짜 시장다운 시장이 되면 기존 페이지 만화도 온라인에서 새 생명을 얻는 등 디지털 만화 시장이 다양하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웹툰 유료화라는 화두를 통해 보다 깊은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우선 웹툰 작가들이 받고 있는 원고료의 현실화 문제가 있다. 현재 일부 스타 작가를 제외하면 생계를 걱정하며 활동하는 작가들이 부지기수인 게 현실이다. 원고료 현실화를 위해서는 웹툰 작가들이 창출해 내는 트래픽이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지, 또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절실하다. 원고료 외에 작품 내 간접 광고나 중간 광고 등을 통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개별 작가들의 원고료를 현실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성 확보와 복지를 위한 기금 조성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공정 소비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영화계의 굿다운로더 같은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여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작가들의 노동과 생계를 아우르는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져야만 웹툰이라는 소중한 공간이 더욱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 아쉬운 톱9? 자신감은 넘버원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 아쉬운 톱9? 자신감은 넘버원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8·세종고)가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자신감을 듬뿍 충전했다. 14일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에서 개인종합 9위에 올랐다. 후프(28.050점)-볼(26.300점)-곤봉(27.250점)-리본(28.125점) 4개 종목 합계 109.725점을 받았다. ‘꿈의 28점대’를 찍은 후프와 리본은 상위 8명이 겨루는 종목별 결선에 올랐다. 15일 종목별 결선에선 후프 6위(27.875점), 리본 7위(27.975점)를 차지했다. 순위는 그대로였지만 점수는 다소 주춤한 것. 올림픽에서 ‘개인종합 톱 10’을 꿈꾸는 손연재로선 그래도 ‘절반의 성공’이다. 이번 대회엔 세계 랭킹 1위 예브게니아 카나예바(러시아)를 필두로 정상급 선수가 모두 나섰다. 올림픽 전에 열리는 마지막 대회인 만큼 작품의 완성도나 선수들의 컨디션도 정점이었다. 손연재는 예선 후프와 리본에서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펼쳤다. 지난 월드컵시리즈에서 동메달을 걸었던 두 종목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볼 종목에서 공을 튕긴 후 제대로 잡지 못해 점수가 깎였다. 매트 바깥으로 굴러간 공을 줍는 사이 음악이 끝나 버렸다. 곤봉에서도 마무리 동작에 잔실수가 있었다. 자신의 최고 점수(112.200점)에는 못 미쳤다. 하지만 손연재로선 꽤 괜찮은 성적표다. 무결점 연기를 펼쳐도 25~26점대였던 점수는 치명적인 실수에도 26~27점대를 찍었다. 기본 기술과 연기력이 성장했고 심판들의 시선도 따뜻해졌다는 얘기다. 손연재가 항상 강조하는 ‘자신과의 싸움’ ‘실수 없는 연기’를 한다면 대한민국 리듬체조 최고 성적은 따놓은 당상이다. 한 자릿수 랭킹의 가능성까지 보여줬다. IB스포츠의 문대훈 에이전트는 “올림픽에는 국가별 쿼터 때문에 러시아 선수가 둘만 나오니까 실질적인 순위는 8위다. 실수 없이 한다면 5~6위까지 가능하다.”고 기대했다. 올림픽 리듬체조에는 개인-단체전 딱 두 개의 메달이 걸렸다. 손연재는 남은 기간 4종목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동아시아 패권 지형 바꾼 ‘국제戰’

    조선을 거쳐 명을 치고 멀리 인도까지 정벌하겠다는 야망에 불탄 일본 실권자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수십만 군사를 파견해 조선을 침략했다. 1592년 일이다. 일본군은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한양을 점령하고 평양을 함락했다. 의주로 몸을 피한 선조가 명에 구원을 요청했다. 명과 일본은 조선을 배제하고 긴 기간 휴전 협상, 화의 교섭을 진행했다가 결렬했다. 재침략한 일본군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하면서 본국으로 철수했다. 이때가 1598년이다. 긴 전쟁이었지만 임진왜란에 대한 이미지는 다소 단편적이다. 이순신이 활약했고, 거북선이 제작됐으며 곽재우·사명대사와 같은 의병이 활약했다는 정도. 인구 3분의1이 죽어나갔고 건축물·서적·미술품 등 문화재가 소실됐다. 경제 파탄과 관료 부패가 횡행하면서 조선 역사를 100년 전으로 후퇴시켰다. 단순히 ‘임진년에 왜놈이 일으킨 난리’쯤으로 인식하기에는 영향이 상당하다. 고 김성한(1919~2010) 작가의 대하역사소설 ‘7년 전쟁’(전 5권·산천재 펴냄)은 임진왜란을 ‘동아시아의 패권 지형을 변화시킨 국제전’으로 이해한다. “이 사건을 한국의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동양 전체의 입장에서 조감하고 인간의 운명, 민족의 운명을 다시 생각하여 보고자 한다. 원래 이 전쟁은 무대가 한국·일본·중국으로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화전(和戰)의 내막도 복잡다기 이를 데 없었다.(중략) 가능한 범위에서 3국의 사료들을 상고하여 당시의 참모습을 그려 볼까 한다.” 작가가 1984년 동아일보에 이 소설을 연재하면서 쓴 말이다. 첫 연재 때 제목은 ‘7년 전쟁’이었지만, 일부 독자들이 ‘왜란’이라고 하지 않은 데 불편한 심기를 내보이면서 1년 뒤 ‘임진왜란’으로 바뀌었다. 1990년 단행본도 같은 제목으로 나왔다가, 최근 원제를 달고 복간됐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는 “이 소설의 서술은 마치 선조실록을 한 줄 한 줄 따라간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실증에 굉장히 충실해 소설의 수준을 넘어 2차 역사서 자료로도 손색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195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무명로‘가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제1회 동인문학상, 아세아자유문학상 등을 받았고 사상계 주간, 동아일보 논설위원 등을 지낸 언론인이기도 하다.
  • 연재야 실수만 하지 마

    연재야 실수만 하지 마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8·세종고)가 올림픽 최종 리허설을 치른다. 13일부터 사흘 동안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리는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이 무대다. 올림픽 전에 열리는 마지막 대회로 런던 성적표를 가늠하는 기회. 세계 최강 예브게니아 카나예바, 다리아 드미트리에바(이상 러시아), 율리아나 트로피모바(우즈베키스탄), 류보 차르카시나(벨라루스) 등 정상급 선수들이 모두 나선다. 손연재는 지난달 찜통 더위 속에 하루 8시간씩 땀을 흘렸다. 어렸을 때부터 꿈꿔 오던 올림픽에 설 수 있다는 설렘 하나로 혹독한 훈련을 버텨냈다. 이왕이면 좋은 성적을 얻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대회 이틀째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보완하려고 부쩍 체력훈련에 열을 올렸다. 이번 민스크월드컵을 통해 목표인 올림픽 톱 10 진입, 나아가 메달 가능성까지 엿본다. 전망은 밝다. 워낙에 상승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올림픽 티켓도 아슬아슬하던 손연재는 세계선수권대회 11위로 런던행을 확정지은 뒤 ‘폭풍성장’하고 있다. 후프·곤봉·볼·리본 4개 종목에서 26~27점대였던 점수를 1~2점 가까이 끌어올렸다. 리듬체조의 산실인 러시아 노보고르스크 훈련센터에서 톱랭커들과 부대끼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FIG 랭킹도 지난해 19위에서 5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손연재는 올해 나선 네 차례 월드컵시리즈에서 개인종합 11위(페사로), 4위(펜자), 7위(소피아), 5위(타슈켄트)를 꿰찼다. 펜자월드컵 후프와 소피아월드컵 리본에서 연속 동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마지막 타슈켄트월드컵에선 후프-볼-리본-곤봉 등 모든 종목에서 ‘꿈의 28점’을 기록했다. 옛 동구권 출신 강호들의 틈바구니에서 동양의 독특한 매력을 덧댄 손연재는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 손연재를 가르친 송희 SBS 해설위원은 “올 시즌 성적이나 컨디션을 봤을 때 수구를 떨어뜨리는 것 같은 큰 실수만 없다면 10위권 진입은 무난하다. 5위권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힘을 실어줬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에너지 아끼자, 신재생 에너지 키우자”

    강북구는 ‘원전 하나 줄이기’ 추진반을 2014년까지 운영해 녹색 강북 만들기에 나선다고 12일 밝혔다. ‘원전 하나 줄이기’는 에너지 절약과 신재생에너지 생산 확대를 통해 원자력발전소 1기분의 전력생산량을 대체하겠다는 상징적인 구호로, 구에서는 시민참여 활성화, 신재생에너지 보급, 에너지효율 개선, 재활용 활성화, 청결한 생활환경 조성 등 5개 분야로 나눠 추진한다. 녹색정책팀과 녹색에너지팀 8명으로 이뤄진 추진반은 ▲시민햇빛발전소 설치를 통한 신재생에너지 생산 확대 ▲건물에너지효율화사업(BRP) 및 발광다이오드(LED) 보급 확대를 통한 건물부문 에너지 효율화 ▲에너지 클리닉, 에너지 자립마을, 시범특구 조성, 구민위원회 구성 등을 통한 에너지 저소비 실천 시민문화 창출 등을 담당한다. 구는 공감대 형성을 위해 관련 사업에 대한 주민설명회 및 전문가 자문회의 등 홍보에 중점을 두고 다음 달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박겸수 구청장은 “전 지구적으로 에너지 자원 고갈 위기감과 이상기후 현상이 커지고 있는 만큼 자연재해의 위협을 극복하려면 에너지 절약과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필수적이다.”고 주민들에게 당부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교과부, 차등 교부금으로 교육청 길들이기?

    교육과학기술부가 1996년부터 해마다 실시하고 있는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평가를 특별교부금 차등 배분의 근거로 활용하면서 재정권을 쥔 교과부가 교부금을 무기 삼아 교육청을 길들이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교과부가 지난 9일 발표한 2012년 시도교육청 평가에서는 서울·광주·강원·경기교육청 등 이른바 ‘진보 성향의 교육감’을 둔 지역이 하나같이 가장 저조한 ‘매우 미흡’ 판정을 받았다. 이 중 서울시교육청은 시 지역에서, 경기도교육청은 도 지역에서 2010년 이후 3년 연속 최하위로 몰려 올해도 교부금 배정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게 됐다. 실제로 학생 수와 교육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과 경기교육청은 지난해 교과부의 재해대책 수요사업 특별교부금 배정에서 각각 16억원과 16억 135만원을 받는 데 그쳤다. 16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가장 적은 규모다. 가장 많은 교부금을 배정받은 충남·경북도교육청의 130억 1101만원과 비교하면 8배 이상 차이가 난다. 재해대책 수요사업 특별교부금은 자연재해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지원하는 금액으로, 교과부의 시도교육청 평가결과에 따라 인센티브 방식으로 지원된다. 교과부는 올 하반기로 예정된 특별교부금 배분에서도 교육청 평가를 기준으로 삼기로 해 이 같은 불합리한 배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단법인 좋은교사운동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불합리한 평가 결과 공개와 특별교부금 차등 지급이 교육자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면서 “교과부가 교육청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 주는 적나라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평가영역과 방식이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많다. 교과부는 학교 역량강화·교육복지 증진 등 5개 분야 18개 지표를 통해 교육청을 평가하는데 이 중 상당수는 교과부가 추진하는 역점시책의 순응 여부에 초점을 맞춰 평가하고 있다. 올해부터 새로 추가된 학교스포츠클럽 등록률이나 교과교실제 활성화 등의 지표는 정부정책을 얼마나 충실히 따랐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유기홍 민주통합당 의원은 “배점이 높은 기초학력미달 항목 등은 학생 수가 절대적으로 많은 서울, 경기 등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면서 “교과부의 자의적인 기준에 의한 평가를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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