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연장자
    2026-06-1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77
  • 평양축구단 “가자 北으로… 오라 南으로”

    평양축구단 “가자 北으로… 오라 南으로”

    지난 17일 오전 8시30분 서울 동대문구 장안3동 장평중 운동장. 머리가 희끗희끗한 60∼80대 ‘청년 선수들’이 젊은이들과 뒤섞여 볼을 뺏고 뺏기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저마다 가슴 왼쪽에 ‘평양’을 아로새긴 11명의 축구 동아리 선수들은 “연락이 잘 됐더라면 그럴듯하게 복장이라도 통일해서 나왔을 텐데….”라며 못내 아쉬워했다. 그러나 평양 얘기로 돌아가자 하나같이 들뜬 듯 보였다. 조기축구를 꽤나 잘 아는 이가 아니라면 우리나라 축구의 효시로 불리는 ‘평양 축구단’이 남쪽에 건재해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쉽다. 실향민과 그 2세 100여명으로 이뤄졌다. 1929년부터 경성(현재 서울)과 함께 경평(京平) 대회를 열면서 민족의 울분을 달랬던 자부심과 고향에 대한 추억이 고스란히 배어 나왔다. 이들에게 고향과 축구를 따로 떼놓고 생각하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두달에 한 차례씩 갖는 연습경기에서는 승부를 떠나 ‘평양’이라는 이름 아래 뭉칠 수 있다는 마음 하나로 ‘통일’을 이룬다. 보통 때에는 저마다 자신들이 소속돼 있는 동아리에서 뛰다가 평양 축구단이라는 깃발 아래 모여든다.4년 뒤면 어언 창립 80주년을 맞는 평양 축구단의 가장 큰 꿈은 실제 경평 축구가 되살아나는 그날을 보는 것이다. 이날도 장한평 조기축구회와 경기를 벌였다. 하필 여러가지 사정으로 운동장에 많이 못 나와 열외 한명도 없이 뛰어야만 했다. 마음과 달리 아무래도 젊은이들에게 체력이 밀려 0대6이라는 큰 점수차로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형님, 천천히 하세요.”“동생, 그만하면 잘 했어.”라고 격려해가며 전·후반 30분씩 뛰었다. 날마다 단련해서인지 움직임이 고령자로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가벼워 보였다. 최고 연장자인 이호순(81)옹은 “축구도 축구이지만 고향 선후배와 후세들이 한자리에 모여 얘기를 나누는 재미가 쏠쏠하다.”면서 “운동장에 나서서 호흡을 맞춰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흐뭇하게 웃었다. 평안남도 진남포 출신인 이낙원(66)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지금 대한민국 하면 서울을 떠올리듯, 북녘 출신들은 평양에 갖는 자부심이 대단하다.”면서 “꼭 평양에서 태어나거나 자라지는 않았더라도 인근 위성도시와 인연이 있으면 평양 축구단이라는 이름 아래 모여든다.”고 일러줬다. 또 노지일(56)씨는 “97년부터 해마다 10∼11월이면 북한을 원적(原籍)으로 하는 1∼2세대 30여명과 남쪽을 고향으로 한 원로들이 옛 추억을 더듬어가며 축구를 통해 화합도 다지는 서울·평양 OB친선대회가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다.”고도 했다. 전 국가대표 출신들로 짜여진 서울 팀과 평양 팀은 나이에 따라 50대와 60대 팀으로 나눠 맞붙는다.60대 평양 팀에는 박종환(67) 전 국가대표 감독도 들었다.50대 경기에는 유기흥, 박이천(이상 58) 등이 주전이다. 두 경기 모두 선수들의 나이를 고려해 60대 전·후반 30분씩,50대 경기는 35분씩 70분간으로 규정한 것도 놀랄 만하다. 축구단 100여명 가운데 원조 평양인(?)은 60여명이며, 그 중 30여명이 특히 활동에 열성적이다. 실향민 2세는 40명 안팎인 셈이다. 매년 식목일인 4월5일에는 서울 용산에서 함경남·북도, 평안남·북도, 황해도 출신으로 나누어 경기를 벌이는 ‘이북5도 대항전’도 마련된다. 실향민 2세로 평양 축구단 회원인 이상민(43)씨는 “북한 출신들은 자기주장이 강해 옹고집으로 보이지만 이는 특유의 성격 탓”이라며 운을 뗐다. 이어 “이따금 다투는 것처럼 비쳐지지만 이런 데서 비롯된 일종의 대화방식인 것 같다.”면서 “대부분 축구를 워낙 즐겨 다른 동호회에도 한두 곳씩 가입해 있다.”고 덧붙였다. 그들은 남북이 손에 손을 잡고 세계가 보란 듯 겨루는 진짜 경평 축구대회가 얼른 다시 열리기를, 모든 실향민들이 그러하듯 그 훈훈한 바람에 힘입어 조국통일의 날이 앞당겨지기를 빌며 하나둘씩 운동장을 벗어났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국내 100대 벤처부자 재산 4조원

    국내 100대 ‘벤처 부자’들의 재산 총액(지난 3월말 현재)이 모두 4조 170억여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1000억원 이상의 벤처 자산가는 총 5명으로, 이 가운데 김정주 넥슨 사장이 총 3505억원으로 벤처 부자 1위를 차지했다. 포브스코리아는 22일 내놓은 최신호(7월호)에서 지난 3월까지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벤처 인증을 받은 기업 8000여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벤처 부자 2위에는 황철주(1143억원) 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올랐으며, 김정율(1083억원) 그라비티 회장, 양용진(1014억원) 코미팜 사장, 박진수(1003억원) 비에스이 회장이 각각 뒤를 이었다.100대 벤처 부자의 평균연령은 49세였으며, 조기용(31) 웹젠 상무가 최연소자, 이종상(69) 한진피앤씨 회장이 최연장자였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가 48개로 가장 많았다. 소프트웨어 및 시스템통합(24개), 화학·에너지(8개), 기계·장비(6개), 건강·생명공학(5개) 순이었다. 특히 상위 5위권 내에 2명의 게임업체 경영진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반면 100대 벤처 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여성 기업인은 이은숙(72위) 아이콜스 사장과 최세연(90위) 네오위즈 대주주 등 2명에 그쳤다. 포브스코리아측은 “벤처 부자 100명의 재산총액이 지난해 말 3조 801억원보다 30.4% 증가했다.”면서 “지난해 정부가 벤처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후 올 들어 코스닥시장이 활기를 띠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SK家 (2)-2세경영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SK家 (2)-2세경영

    손길승 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쌍두 체제’로 포스트 재벌을 향해 순항중이었던 SK그룹은 2003년 2월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소위 ‘SK사태’로 불리는 일련의 악재로 오너가(家)인 최 회장이 전격 구속됐기 때문이다.2세 체제의 성공적인 착근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비상벨’이 울린 것이다. 그러나 ‘카운터 펀치’는 이것이 다는 아니었다. 투기펀드인 소버린자산운용이 경영권 탈취를 목적으로 그룹의 지주회사인 SK㈜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결국 ‘보스’의 부재와 채권단의 압박, 소버린의 흔들기는 ‘SK호’의 최대 위기를 가져왔다. 한 임원은 긴박했던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시민단체의 공격과 채권단의 위협, 소버린의 가세는 그야말로 내부 구성원들을 갈팡질팡하게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시중에는 그룹 해체설까지 나돌았습니다. 또 소버린의 지분 매입 의도는 최 회장이 보석으로 나온 뒤에나 대책이 세워질 정도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할까. 산전수전 다겪은 최 회장은 ‘뉴SK’ 기치를 내걸고, 난제를 정공법으로 하나씩 헤쳐나가고 있다. 포스트 재벌을 지향한 지배구조 개선은 경영투명성과 윤리경영을 핵심으로 강도를 더 하고 있다. 최 회장이 지난해 10월 SK㈜ 창립 42돌에서 밝힌 내용이다.“나는 재벌이라는 말이 싫습니다. 그룹이라는 말도 재벌이라는 지배구조에서 나온 것인데 그런 지배구조가 과거엔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중요한 것은 기업을 이끄는 시스템입니다. 누가 주식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독립된 각 기업이 얼마나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일을 추진하는 시스템을 가졌느냐는 것입니다.” ●경영 ‘대표선수’ 패밀리 4인방 “내 아들은 5명이다. 경영능력이 있는 대주주는 경영인으로 키울 것이다. 적임자라고 판단되면 아들이든, 조카든 가리지 않고 경영을 맡기겠다. 나는 자식들 누구에게나 밥상(경영권 승계 후보)을 차려주겠지만 먹은 것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고 최종현 회장) 최씨가에서 현재 SK 경영에 참여하는 인물은 최신원(53) SKC 회장과 최태원(45) SK㈜ 회장, 최재원(42) SK엔론 부회장, 최창원(41) SK케미칼 부사장 등이다. 최씨가의 장남인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은 2000년 8월 지병으로 별세했다. 최태원 SK㈜ 회장이 그룹 승계자로 확정된 것은 1998년 8월 가족회의에서다. 최종현 회장이 별세하자 최씨가의 차세대 5인방인 사촌 형제들이 모여 당시 최태원 SK㈜ 부사장을 그룹의 경영권 승계자로 합의했다. ‘패밀리 5인방’이 별다른 갈등없이 신속하게 후계구도에 합의한 것은 고 최종현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지분이 많지 않아 ‘뭉쳐야 산다’는 묵계가 있었기 때문.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과 기원씨는 아예 상속포기 각서를 썼을 정도였다. 또 연장자인 최윤원·신원 형제가 경영권에 욕심을 내지 않았을 뿐 아니라 맏이인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은 최태원 회장이 가족대표로 경영권을 승계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적극 유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 회장은 가족회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그룹 회장에 오르지 않았다. 그는 훗날 “대주주라는 이유만으로 최고경영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전문경영인으로서 능력과 자질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SK그룹은 98년 9월 계열사 사장단회의격인 수펙스(SUPEX·슈퍼 엑셀런트의 준말)추구협의회에서 손길승 회장을 ‘그룹 회장’으로 선임하고, 최 회장은 SK㈜ 회장직을 맡았다. 국내 재벌가에서 보기 드문 대주주와 전문경영인이 이끄는 ‘파트너십 체제’가 구축된 것이다. 최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토론해서 분석하고, 협의해서 합의한다.’로 요약된다. 합리적이며, 틀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한다. 고려대 물리학과를 거쳐,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최재원 SK엔론 부회장은 ‘파이낸싱’의 귀재로 통한다. 뉴욕 월스트리트의 일본계 증권사에서 18개월가량 근무한 경력도 있지만 그의 진면목을 드러낸 것은 2000년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에서였다. 당시 신세기통신의 최대주주는 27.6%의 지분을 보유한 포항제철(현 포스코).SK가 이를 매입하려면 1조 7000억원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최 부회장은 이를 SK텔레콤 지분 6.5%와 포철의 신세기통신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의 스와핑(주식 맞교환)으로 해결했다. 최 부회장은 미국 브라운대 물리학과, 스탠퍼드대 재료공학과 석사, 하버드대 경제학 석사 출신이다. 최창원 SK케미칼 부사장은 94년 선경(현 SK)그룹 경영기획실로 첫 발을 내디뎠다.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에 뛰어나다는 평이다. 특히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계열사를 일부러 찾아다니며,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그가 96년 선경인더스트리(현 SK케미칼) 기획관리실장으로 있을 때는 국내 최초로 명예퇴직제를 도입했으며, 쉐라톤워커힐호텔과 SK상사에서도 잇따라 명퇴를 통한 감량 경영 바람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그는 ‘구조조정 리베로’라고 불렸다. 특히 최 부사장이 계열사로 내려온다는 소문이 들리면 해당 임직원들은 긴장했다고 한다. 서울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으며,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고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은 90년대부터 ‘나는 경영에 자질이 없다.’며 경영일선에서 한발짝 비켜섰었다.SK케미칼 회장 때는 아예 회장 결재란을 없애고, 전문경영인에게 권한을 일임했다. 사교와 대외활동에 관심이 많았으며, 특히 그룹의 원로 경영인들을 많이 챙겼다고 한다. 우석대와 미국 엘론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고 최종현 회장의 2세 교육 “선친은 자식들이 결코 풍족하게 살 수 있도록 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유학시절엔 용돈이 항상 부족해 가정교사로 뛰고, 학교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도 했습니다. 한번은 중고차를 샀는 데, 이것도 어떻게 구입했는지 일일이 현지 지사장으로부터 자금 출처(?)를 확인 받기까지 했죠. 그리고 집도 제일 싼 곳에서 살아 일주일에 쥐를 40마리까지 잡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쥐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잡을 수 있을지 연구까지 했답니다.” 차남인 최 부회장은 남들처럼 어렵게 공부했던 미국 유학 시절을 이렇게 회고했다. 고 최종현 회장의 자식 교육이 얼마나 엄격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고 최 회장은 자식들과 토론을 즐겼다. 주제는 사회·경제가 아닌 과학 분야. 가끔은 난센스 퀴즈와 같은 질문을 들이대, 자식들을 곤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최 부회장은 “부친이 살아계셨으면 최근의 토론 주제는 아마도 황우석 서울대 교수와 관련됐을 것”이라며 “그 만큼 과학을 중시했다.”고 설명했다. ‘화학도’인 고 최 회장은 아들들은 모두 이과 전공을 권했다. 최종현 회장은 장남이 진학 문제로 고민할 때 “자신의 진로는 자신이 선택해라. 하지만 어떤 직업을 갖든 합리적 논리를 펼 수 있는 객관적 지식을 갖춰야 한다. 경제의 기본원칙은 ‘합리(合理)’다. 경제를 잘 알려면 ‘리(理)’와 관련된 분야로 물리나 화학, 생물 가운데 하나를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장남인 최 회장은 문과 지망생이었지만 선친의 뜻에 따라 물리학을 전공하게 됐다. 최 부회장도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했다. 고 최 회장은 또 자식들에게 최종 학력만큼은 최고를 주문했다. 최 부회장은 “선친은 최고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학은 아무 곳에서 졸업해도 괜찮지만 최종 졸업장은 최고 수준의 ‘학벌’이 필요하다.”면서 “그래야 최고가 뭔지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가 3세들은 ‘공부 중’ 최씨가의 2세들은 대부분 연애 결혼했다. 최 회장은 미국 시카고대에서 노소영(44)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만났다. 최 회장의 설명이다. “대학 테니스 동호회에 선수가 많이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와이프를 적극 끌어들였죠.” 그러나 둘 사이의 관계가 진척될수록 SK가는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노 관장의 부친이 당시 여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인 노태우 체육부 장관으로 정경 유착에 대한 의혹의 시선이 쏟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모친인 고 박계희 여사가 미국에 건너가 맏며느리감인 노 관장을 직접 살펴봤으며, 고 최 회장도 미국 출장중에 노 관장을 면담했다. 고 최 회장은 사돈인 노 장관이 대통령이 되자 임직원을 모아놓고 “이제부터 SK는 해외에서 사업을 벌일 생각을 해야 한다.”면서 “조금이라도 정경유착이라는 오해를 사지 않도록 경영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주위의 이목속에 결혼한 탓일까. 부부간 ‘애정 전선’은 세간의 이목 이상으로 견고하다는 평이다. 한 지인의 얘기다.“최 회장이 2003년 ‘SK글로벌’ 사태로 구속 수감됐을 때입니다. 노 관장은 공판 때마다 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1주일에도 세 차례씩 면회를 꼭 갔었어요. 당시 수감중인 최 회장은 노 관장의 생일에 사람을 통해 장미꽃을 전달하기도 했고요.” 최 회장과 노소영씨는 장녀 윤정(16)양과 차녀 민정(14)양, 장남 인근(10)군 등 1남 2녀를 두고 있다. 차남인 최 부회장과 채서영(41) 서강대 영문과 교수의 인연은 누이동생인 최기원씨 소개로 맺어졌다. 채 교수와 기원씨는 친구 사이다. 자녀는 2남1녀. 장남 성근(14)군과 장녀 원정(8)양, 차남 동근(6)군이다. 고 최윤원 회장과 김채헌(51)씨는 슬하에 1남3녀를 두었다. 장녀 서희(28)씨는 미국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고 있으며, 지난해 7월 평범한 집안 출신인 최성훈씨와 결혼했다. 최씨는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에서 근무하고 있다. 차녀 은진(22)씨와 3녀 현진(20)씨, 장남 영근(18)씨는 모두 학생이다. 최신원 SKC 회장은 1남2녀를 두고 있다. 장녀 유진(27)씨는 미국에서 디자인 공부를 마치고, 현재 한국에 머물고 있다. 차녀 영진(25)씨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으며, 장남 성환(24)씨는 중국 복단대에서 학업을 하고 있다. 최창원 SK케미칼 부사장과 최유경(38)씨는 장녀 경진(8)양과 장남 민근(7)군을 두고 있다. 모두 초등학생이다. ●‘SK호’ 이끄는 전문경영인 조정남(64) SK텔레콤 부회장은 SK텔레콤의 기술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려놓은 ‘산파’로 통한다. 또 ‘CDMA 전도사’라 불린다. 조 부회장이 밝힌 1995년 CDMA(부호분할다중접속)의 개발 성공 일화다.“당시 손길승 부회장이 저에게 지속적으로 CDMA 성공 여부를 물어오셨지만 답답하기는 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던 차에 드디어 수천명이 동시에 통화를 시도할 수 있는 상업화 규모의 투자를 결심해야 하는 판국에 몰렸습니다. 그때 제가 손 부회장에게 ‘제게 400억원을 주십시오. 항상 물으시던 CDMA 성공 여부에 대해 확실한 답을 드리겠습니다.’고 했습니다. 손 부회장은 과감한 지원을 약속했고, 결국 세계 최초의 CDMA 상용화라는 신화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조 부회장은 외모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친근감이 넘친다. 자칭 ’리버럴리스트’로 말한다. 전북 전주 출신으로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나왔다. 김창근(55) SK케미칼 부회장의 별명은 ‘마징가’다. 매일 서너 시간만 잠자며, 일에 매달리는 엄청난 체력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쏟아지는 잠을 쫓기 위해 허벅지를 꼬집으며 업무를 했다고 한다. 일처리와 관련,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 후계자로 불릴 정도다. 그는 마지막 구조본부장으로서 1974년 ‘경영기획실’로 출범한 SK 구조조정본부를 30년 만에 직접 ‘간판’을 내리기도 했다. 그는 1974년 입사 이후 SK케미칼 외환과장·자금부장·재무담당 상무를 거쳤고,1997년에는 그룹 구조본 재무팀장을 맡는 등 SK를 대표하는 재무전문가다. 서울 출신으로 연세대 경영학과, 미국 USC(남가주대)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신헌철(60) SK㈜ 사장은 소탈한 외모와는 달리 일처리가 꼼꼼하다는 평과 함께 노력형 CEO(최고경영자)로 불린다. 상고 출신으로 주판알만 튀기던 그가 이효석의 단편 소설 ‘메밀꽃 필 무렵’ 때문에 대학 입시에 떨어지자, 아예 작품을 통째로 암기해 버릴 정도다. 그는 지금도 기분이 좋아지면 ‘메밀꽃 필 무렵’을 술술 읊어댄다. 신 사장은 본인을 ‘운 좋은’ CEO라고 평가한다.SK㈜ 사장도 운 때가 맞아 떨어진 것이지, 능력으로 뽑았다면 될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고 겸손해한다. 신 사장의 얘기다.“최 회장으로부터 SK㈜를 맡아달라고 했을 때 고민이 많았습니다. 능력도 부족한 내가 맡아서 잘 이끌어 갈 수 있을까. 그러나 최 회장이 지금의 SK㈜는 ‘아버지’ 같은 CEO보다 상처를 보듬아주고, 이것 저것 챙겨줄 수 있는 ‘어머니’ 같은 CEO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CEO를 맡을)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그러나 ‘능력없다.’는 말과 달리 SK㈜는 신 사장이 CEO로 취임한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매출과 수출, 순이익 면에서 역대 실적들을 갈아치우고 있다. 신 사장의 운과 관련된 에피소드 하나. 신 사장이 1998년 5월 SK텔레콤 수도권본부장으로 일할 때다. 당시 서정욱 사장은 국제전화 식별번호 추첨식에 참가할 SK텔레콤 제비뽑기 ‘대표선수’로 신 본부장을 선택했다. 가서 모든 경쟁사가 희망하는 ‘00700’ 번호를 뽑아오라는 특명과 함께. 그런데 이 업무는 신 본부장의 직무와 전혀 상관없는 무선사업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모든 임직원이 염원했던 대로 기어이 ‘00700’번호를 뽑아내는 기염을 연출해냈다. 신 사장은 경북 포항 출신으로 부산상고와 부산대 경영학과, 연세대 경영학과 대학원을 나왔다. 김신배(51) SK텔레콤 사장은 논리적이며 날카롭다는 인상을 주지만, 의외로 가사를 외운 팝송이 100여곡에 이를 정도로 감성적인 면도 적지 않다. 또 순탄하게 CEO까지 오른 듯 보이지만 이공계 출신의 기획통 CEO로서 만년 하위권이던 수도권영업을 SK텔레콤 지사 중 1위로 올려 놓을 정도로 ‘야전 경험’도 많다. 그는 당시 현장 직원과 친해지기 위해, 또 바닥권이던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매일 ‘술 전투’를 벌였다고 한다. 그는 사석에서 “평소에 즐겨하지 않던 술이었지만 그때 마셨던 술이 그 전 동안 마셨던 술보다 더 많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신세기통신과의 통합작업을 2년간 잡음없이 해 낼 정도로 사업 조정 및 대인 관계에도 능수능란하다는 평이다. 그는 애창곡으로 분위기를 띄울 때에는 ‘오늘같은 밤’(이광조)이나 ‘골목길’(신촌블루스)을, 분위기를 탈 땐 ‘사랑이 지나가면’(이문세)이나 ‘사랑일 뿐이야’(김민우)를 부른다고 했다. 학창시절엔 팝송 100곡 정도는 가사를 안보고 부를 정도였다고. 김 사장은 충남 부여 출신으로 경기고, 서울대 산업공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정만원(53) SK네트웍스 사장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 대표적인 CEO다.2003년 그룹이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사태로 위기를 맞았을 때 SK글로벌 정상화추진본부장으로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이같은 활약 덕분에 SK네트웍스 사장으로 취임, 채권단 조기 졸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정 사장은 21회 행시 수석 출신으로 1994년 통산산업부 과장에서 ‘SK맨’으로 변신했다. 그는 사령장을 받자마자 서점으로 달려가 관련 서적 40권을 구입했다고 전한다.95년부터 OK캐쉬백 사이트의 원형인 쇼핑몰을 구상했으며,OK캐쉬백과 그 사이트를 기획해 SK에서 입지를 다졌다. 그는 서울 출신으로 중앙고, 연세대 경영학과,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박장석(50) SKC 사장은 오너가(고 최종건 회장의 둘째 사위)의 일원이지만 전문경영인으로 불리기를 더 좋아한다. 솔직함과 친근감을 바탕으로 강한 추진력과 빈틈없는 일처리 능력을 보유한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의 CEO라는 평이다. 그는 1979년 ㈜선경 미주본부로 입사, 경영지원본부장, 관리총괄 부사장을 거치며, 방송·통신 장비업체인 SK텔레시스 인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서울고와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미국 스티븐스대 경영학 석사 출신이다. golders@seoul.co.kr ● ‘맏형’ 최신원 SKC회장 “분가요?시기상조입니다. 여건도 성숙치 않았는 데 무슨 분가입니까. 지금은 형제간에 서로 협력해서 SK를 더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훗날 때가 됐다고 판단되면 제가 먼저 이야기를 꺼낼 것입니다.” 최신원(53) SKC 회장은 최근 재계의 이슈로 떠오른 ‘SK분가설’을 이렇게 일축했다. 이어 “형님(고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이 돌아가신 이후 최씨가(家)의 맏이로서 형제간의 협력과 우애를 돈독히 하는 것이 저의 책무”라며 “이를 위해 형제간에 자주 얼굴을 볼 수 있도록 모임을 자주 갖는다.”고 말했다. 밖에서는 ‘패밀리 미팅’으로 알려진 형제간 모임은 실상 집안 제사 행사인 경우가 많다. 또 해외 출장을 빼곤 형제들 모두 참석하는 것이 최씨가의 오랜 전통이다. 최 회장은 ‘음지’에서 동생들을 지원하는 소리없는 ‘카리스마’로 유명하다. 지난해 ‘소버린사태’로 경영권을 위협받았을 때 SK㈜의 대주주인 SK케미칼 지분을 확대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형은 형답게, 동생은 동생답게 행동하면 불협화음이 나올 수 없어요. 사업이야 다들 알아서 잘 하니까. 또 어려운 일이 닥치면 서로 뭉치면 되고요. 선친과 숙부께서 상호신뢰 속에서 그룹을 키워오신 것처럼 우리 2세 형제들도 서로 협력해 SK그룹을 세계적인 그룹으로 키울 것입니다.” 최 회장은 또 “몸은 부실해도 부친을 닮아 통뼈”라며 선친인 고 최종건 회장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선친은 언제나 돈을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쳤습니다. 사실 죽으면 돈 갖고 갑니까. 살아있을 때 좋은 일을 많이 해야죠.” 그는 앞으로 무엇이 되기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은 듯했다.“제 소박한 꿈은 이렇습니다. 재단법인 ‘선경 최종건 재단’의 장학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해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공부할 기회를 더 많이 주는 것입니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한국에 영국의 ‘이튼스쿨’과 같은 명문 사립학교를 설립하고, 전문 기술학교를 세워 선친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최 회장은 “선친은 평소 교육에 열정이 대단했지만 일찍 돌아가신 탓에 실천에 옮기지 못하셨다.”면서 “선친의 이름으로 재산을 지속적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자식된 도리”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국내 재벌가에서 보기 드문 해병대 출신이다. 부친이 그의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 해병대 입대를 권유했기 때문. 그는 이런 경험을 살려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었던 회사의 임직원은 반드시 해병대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직원들 사이에서 ‘해병대 CEO’로 불린다.CEO(최고경영자)로 나선 지 8년째인 최 회장은 신속하면서도 과감한 업무 추진력, 강한 리더십을 가졌다는 평이다. 이는 위기관리 능력으로 이어져 SKC 회장에 취임한 이후 한계사업의 과감한 철수와 정보통신 관련 사업 진출 등 적극적인 ‘턴어라운드’ 작업을 통해 SKC를 우량기업으로 변신시키고 있다. golders@seoul ● 최씨가 며느리·딸 ‘경영불참 불문율’ 국내 재벌가에서 며느리들을 경영에 참여시키는 경우는 많지 않다. SK가(家)는 이보다 한 술 더 떠 딸들까지 아예 배제한다. 한 임원의 얘기다 “최종현 회장이 한번은 가족 회의를 열고 최씨가의 여성은 딸이든, 며느리든 경영 참여는 안된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남자만 경영에 참여시키기로 한 거죠. 그래서 큰 집(최종건가)과 작은 집(최종현가)의 5남 5녀 가운데 ‘대표선수’ 5명(윤원, 신원, 창원, 태원, 재원)만 경영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런 불문율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고요.” 큰 집 조카들까지 포함해 10남매의 가장 역할을 했던 고 최종현 회장(그는 생전에 형의 3남 4녀와 자신의 2남 1녀를 합한 ‘5남 5녀의 아버지’로 자처했음)이 기업 경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왜 며느리와 딸들을 경영진에 참여시키지 않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일화 한토막. 최 회장이 병마와 막바지 씨름할 때였다. 하루는 저녁 식탁에 앉았는 데 큰 아들(최태원 SK㈜ 회장)이 보이지 않자, 큰 며느리(노소영 관장)에게 “오늘도 못 온대.”라고 물었다. 노 관장은 시아버지에게 어리광 부리듯 “네∼”라고 답했다. 이어 “요새 그 사람 얼굴 보기도 어려워요.” 그러자 최 회장은 무뚝뚝하게 “사업을 한다는 게 그렇게 쉬운 줄 아니. 사업이란 장난이 아니다. 전력투구해야 한다. 사업을 위해서 희생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최씨가의 맏며느리인 김채헌(51·고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의 부인)씨는 최씨 2세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집안 안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항상 소리 안나게 일을 처리한다는 평이다. 시동생 얘기다.“집안을 화목하게 하는 데 형수님으로서 더 이상 좋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당장 하는 일은 없지만 애들도 어느 정도 커서 이제는 뭔가 해 보실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시동생의 평은 이렇다 “워낙 말이 없고, 착하기만 합니다. 마음도 대단히 여리고요.” 노소영(44)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최씨가의 며느리 가운데 가장 활동적인 편이며, 사람 만나는 것을 즐긴다. 국제적인 감각이 뛰어나고 예술쪽에 관심이 많다. 최태원 회장도 노 관장의 바깥 활동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한 지인은 “최 회장과 성격이 비슷한 데다 외국에서 오래 생활해서인지 대단히 합리적인 분”이라며 “서로 바쁘기는 해도 주말에는 같이 시간을 보내며, 테니스를 치거나 요리를 하는 등 부부 금슬이 대단히 좋다.”고 설명했다. 시아버지인 최종현 회장은 큰 며느리를 어떻게 봤을까. “저래도 아이들 교육은 잘 시킨단 말이야. 제 시어머니(고 박계희 여사)를 닮은 데도 많고….”고 최 회장과 50년 지기인 언론인 홍사중씨는 이를 이렇게 설명한다.“겉으로는 제법 쌀쌀하면서도 조금도 표리가 없고, 야무지게 집안 살림을 꾸려나간다는 뜻으로 최 회장이 며느리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라고. 최재원 SK엔론 부회장 부인인 채서영(41)씨는 야무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서강대 영문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집 사람이 좀 바쁘죠. 그래서 저는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보내기 위해 가능한 한 골프를 치지 않으려고 해요. 집안 일은 좀 거드는 편인데…. 와이프 눈에는 많이 부족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저만 쓰는 주방용 칼이 있으면 된 것 아닙니까.”라며 웃는다. 최창원 SK케미칼 부사장 부인 최유경(38)씨는 치과의사다. 개업을 않고 가끔씩 지인들 병원에서 일손을 거들고 있다. golders@seoul.co.kr .co.kr
  • SK텔레텍 인수 팬택 박병엽 부회장은

    SK텔레텍 인수 팬택 박병엽 부회장은

    국내 3위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업체인 팬택계열의 박병엽(44) 부회장이 또 하나의 ‘큰 일’을 벌였다. 팬택계열은 지난 3일 국내 최대 이동통신 서비스업체인 SK텔레콤의 단말기 제조 자회사인 SK텔레텍 인수를 전격 발표했다. 시장은 ‘충격’이었다.SK그룹이 글로벌사업 전략의 한 축으로 키워왔다는 회사였기에 더욱 그랬다. 팬택은 ‘벤처기업의 기린아’에서 매출 5조원대의 대기업으로, 박 부회장으로선 ‘IT업계의 거목’으로 우뚝 서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그에겐 ‘단돈 4000만원을 15년만에 매출 3조원대로 키운 통신업계의 젊은 사업가’란 수식어가 붙어 다녔다. 시장에서는 두 업체의 합병을 두고 서로가 밑지지 않은 ‘절묘한 컨버전스’로 평가했다. ●세계시장 ‘빅5’ 현실화 팬택계열은 올해의 매출 목표와 SK텔레텍 매출을 합치면 5조원대의 대기업 반열에 오른다. 세계적 기업인 삼성·LG전자와 함께 국내 3인자 자리를 확고히 구축하게 된다. 박 부회장은 “일단 국내시장 기반을 다진 뒤 해외시장에 진력할 것”이라고 밝혔다.SK텔레콤의 브랜드 영향력을 최대한 활용, 국내시장을 공고히 하고 목표지점인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겨루겠다는 것이다. 팬택계열의 올 1·4분기 국내시장 점유율은 삼성·LG전자에 이어 14%대였다. 중국, 브라질, 독일 등지에 현지공장 및 법인을 설립했고, 세계시장에서 70∼80%를 자사 브랜드로 공략할 계획도 세워놓았다. 그동안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을 탈피,‘애니콜’ ‘사이언’ 같이 독립 브랜드화하겠다는 뜻이다. 국내시장 점유율이 7%인 SK텔레텍은 여기에 대단한 원군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박 부회장은 소문대로 겸손한 성격의 소유자다.‘귀공자 스타일’이지만 좌중에서는 격식을 따지지 않고, 연장자에겐 깍듯이 ‘선배님’이란 호칭을 쓴다. 기자가 만난 그를 종합하면 말은 차분하지만 ‘경영 승부사’다운 내면이 배어 있었다. 그는 가끔 “편히 살아갈 수 있는데….”라며 새로움을 찾아가는 ‘운명론’을 말하곤 한다. 그에게 “왜 부회장 직함만 계속 쓰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매출이 최소한 10조는 돼야 호칭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아서….”라며 기업을 건실히 키우는 데만 신경쓰겠다고 했다. 세간에는 호탕하고 스케일이 크다는 것만 알려졌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스타일이란 게 주변의 말이다. 팬택의 회계장부는 하루에 한번씩 수치가 바뀐다. 가용자금을 점검해 적정수준 이상을 유지한다. 이래서 팬택계열은 3000억원 정도의 현금을 항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다 갖춰준다. 열심히 일하라.” “팬택의 가치는 ‘사람과 기술’입니다.” 그는 팬택의 오늘은 이 두가지를 중시했기 때문이라고 가끔 말한다.‘사람은 대접을 받아야 능력을 발휘하고 직장은 자아실현의 터전이 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경영관이다. 이런 이유로 수익의 3분의1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데 쏟아부어 왔다. 최근엔 남다른 후생복리제도가 공개돼 화제를 낳았다.‘가족 1명당 의료비 최대 3000만원 무료 지원, 주택자금 최대 1억원 저리 대출, 결혼자금 최대 1000만원, 의료·장례비 최대 500만원 2% 저금리 지원….’ 대기업에서조차 보기 힘든 제도로 직장인의 부러움을 무척 사고 있다. 지난해 말, 박 부회장은 팬택노조가 “회사가 어려우니 임금을 동결하겠다.”고 하자 “무슨 소리냐.”며 임금을 올릴 것을 지시, 평균 10.4% 더 주었다. 하지만 ‘당근’만 있지는 않다. 외부에 알려진 ‘자유스러운’ 분위기와는 달리 임직원의 사생활은 철저한 점검 대상이다.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제조업체이기 때문이란다. 박 부회장에겐 오래도록 전해지는 단말기와 관련한 일화가 있다. 저녁 자리에서 지인의 단말기를 느닷없이 던진 사건(?)이 벌어졌다.“왜 그렇게 했느냐.”는 질문에 “단말기는 던진 뒤 다시 켰을 때 통화가 돼야 정상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업을 한 지난 15년간 큰 실패를 겪지 않았다. 이를 주위에선 ‘불패 신화’라 하지만 그는 “운이 좋아 잘 넘겼다.”고 말한다. 팬택계열사의 올해 전체 매출액은 4조원대 가까이 이를 전망이다.SK텔레텍까지 합치면 올해 5조원대는 될 것으로 본다. 지난 2003년에는 매출 2조원을 올려 국내 제조업체로선 40여년만에 처음 이룬 성과로 평가됐다. 팬택계열은 최근 중국의 단말기 제조기술이 한층 좋아지면서 ‘고급 폰’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의 경영행보는 아직 ‘두발 자전거’를 탄 채 페달을 밟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있다.‘완전한 성공’보다는 ‘진행형 성공’이란 뜻이다.SK텔레텍 경영권 인수도 대기업 및 글로벌기업으로 옮아가는 큰 시험대다. 한 컨설턴트가 최근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국내에서 굴지의 글로벌 기업이 나오고 있는 이 시점에서도 창조적 최고 경영자(CEO)는 결코 없습니다.” 시장은 박 부회장이 창조적 대기업인으로 자리할지 주목하고 있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박병엽 부회장 1962년 서울 출생 1980년 서울 중동고 졸업 1985년 호서대 경영학과 졸업 1987년 10월 맥슨전자(주) 입사 1991∼2000년 팬택 대표이사 사장 1998년 11월 미 클린턴 대통령 초청,6인 원탁회의 참석 1998년 일본 NHK, 아시아 리더 500인 선정 2000년 2월 팬택 대표이사 부회장 2002년 8월∼현재 팬택계열 부회장 ■ 팬택의 도전 15년 박병엽 부회장의 발자취는 ‘거침없는 도전’이었다. 지난 1991년 첫 직장이던 맥슨전자에서의 평사원직을 박차고 나와 4000만원에 직원 6명으로 팬택을 설립, 사업가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90년대 초 무선호출기(일명 삐삐) 시장의 활황에 힘입어 돈을 꽤 벌었다. 영업현장 노하우와 이를 활용한 공격적인 경영이 주효했다. 이후 통신시장이 삐삐에서 휴대전화로 말을 갈아 타자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로 바꿨다. 2001년엔 또 한번의 ‘베팅’을 했다. 팬택보다 덩치가 몇배 큰 현대큐리텔을 인수, 팬택&큐리텔이란 법인을 설립한 뒤 단말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박 부회장은 적자에 시달리던 팬택&큐리텔을 1년여만에 흑자기업으로 바꿔 놓았다. 팬택&큐리텔 인수 당시에 구조조정이 아니라 거꾸로 격려금을 지급한 일화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박 부회장 개인적으론 지난 2003년 9월 팬택&큐리텔이 거래소에 상장돼 국내 기업인 중 15위 자산가로도 등록되기도 했다.
  • [儒林 속 한자이야기] (68)夫婦有別(부부유별)

    夫婦有別(부부유별) 儒林 (318)에는 ‘夫婦有別’(지아비 부/지어미 부/있을 유/나눌 별)이 나오는데,‘남편과 아내 사이에는 分別(분별)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分別은 調和(조화)를 前提(전제)한 區分(구분)이기 때문에 差別(차별)과는 의미가 다르다. 남편과 아내가 각기 역할에 충실한 가정은 和睦(화목)하다. 반면 남편과 아내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愛情(애정) 전선에도 이상이 온다. 따라서 夫婦有別을 男性(남성) 優位(우위)를 강조하는 前近代的(전근대적) 遺産(유산)으로 보는 것은 短見(단견)에 불과하다. ‘夫’자의 본 뜻은 ‘성인 남자’인데,‘지아비, 힘든 노동을 하는 사람, 다스리다, 돕다.’의 뜻으로도 쓰였다. ‘婦’자는 빗자루를 들고 청소하는 婦女子(부녀자)의 모습을 나타낸 會意字(회의자)에 속한다.用例(용례)에는 ‘婦德(부덕:부녀자의 아름다운 덕행),婦人(부인:결혼한 여자),婦人之仁(부인지인:여자가 지니는 좁은 소견의 인정)’ 등이 있다. ‘有’는 ‘고기 덩이를 손으로 잡고 있는 모양’을 뜻한다.‘有口無行(유구무행:입에 발린 말만 있고 실행하는 바가 없음),未曾有(미증유:지금까지 한 번도 있어 본 적이 없음)’ 등에 쓰인다. ‘別’자는 ‘月’(고기 육의 변형)이 없는 ‘骨’(뼈 골)과 ‘刀’(칼 도)를 합하여 ‘분해하다.’는 뜻을 나타내었고, 다시 ‘다르다, 나누다, 떠나다, 구별하다.’ 등의 뜻이 派生(파생)되었다.用例에는 ‘別故(별고:특별한 사고),別種(별종:다른 종류),判別(판별: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을 판단하여 구별함)’ 등이 있다. 栗谷(율곡) 李珥(이이)는 學問(학문)이란 일상생활의 實踐(실천)을 통해 ‘아버지는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은 孝道(효도)하며, 신하는 忠誠(충성)하고, 부부는 分別(분별)이 있고, 형제는 友愛(우애)하고, 젊은이는 어른을 恭敬(공경)하고, 붕우는 信義(신의)가 있도록 하는 것’, 즉 五倫(오륜)을 體得(체득)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五倫(오륜)의 첫째는 父子有親(부자유친)으로 ‘아버지와 자식사이에는 친함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부자간은 가장 가까우면서 사랑으로 맺어진 인륜의 출발점이다. 시작을 다지기 위해서는 慈愛(자애)와 孝誠(효성)을 돈독히 해야 한다. 둘째,君臣有義(군신유의)는 ‘임금과 신하 사이에는 의리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義’란 자기의 이익을 돌보지 않고 인간으로서 행해야 할 道理(도리)를 실천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민주주의 체제에는 君臣의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君을 國家(국가)로,臣을 國民(국민)으로 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셋째,夫婦有別(부부유별)은 冒頭(모두)의 설명과 같다. 넷째,長幼有序(장유유서)는 ‘어른과 아이 사이에는 차례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序란 순서와 질서를 말한다. 연장자는 나이에 걸맞은 행동을 해야 젊은이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젊은이는 연장자를 인생의 先輩(선배)로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다섯째,朋友有信(붕우유신)은 ‘벗과 벗 사이에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친구 사이에는 信用(신용)이 있어야 함을 강조한 말이다. 친구 사이에 신용을 잃으면 그 사람은 설자리가 없다. 신용은 값으로 換算(환산)할 수 없는 무형의 財産(재산)이다. 김석제 경기 군포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후임 교황 어떻게 뽑나

    교황은 ‘가톨릭 교회의 황태자’로 불리는 추기경단의 비밀회의인 콘클라베(conclave)에서 선출된다. 콘클라베는 ‘열쇠를 잠근다.’는 뜻의 라틴어로 회의가 시작되면 모든 문과 창문을 봉인하던 관행에서 비롯됐다. 교황이 선종에 들면 바티칸의 기존 관리들은 모든 직위를 잃고 교황 궁무처장을 맡은 추기경이 로마 가톨릭의 임시 수장직을 맡는다. 추기경단은 바티칸 교회의 일상업무와 신임 교황 선출을 책임져 3명의 추기경이 3일씩 교대로 선거절차를 지원한다. 교황 피선거권은 이론상으로 로마 가톨릭 신자인 남성이면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그러나 교황은 수백년 동안 추기경들 가운데서 선출돼 왔다. 교황을 뽑을 수 있는 선거권은 80세 미만의 추기경들에게만 있으며 그 수는 최대 120명이다. 현재 선거권이 있는 추기경은 119명이다. 교황 선출은 교황이 타계한 뒤 15∼20일 후 시작된다. 과거 각지의 추기경들이 로마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2주로 설정한 데서 유래했다. 선거인 자격이 있는 추기경들은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나는 교황을 뽑는다.’라고 적힌 직사각형의 투표용지에 총 투표의 3분의2 이상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무기명으로 투표한다. 선거가 시작되는 첫째 날 오후에는 투표를 한 차례만 실시한다. 여기서 교황이 선출되지 않으면 그 다음날부터는 오전, 오후 각 두 차례씩 투표한다. 추기경들은 콘클라베가 열리는 동안 서신이나 전화, 그밖의 어떤 통신수단으로도 외부와 연락할 수 없다. 투표가 집계될 때마다 모든 투표용지는 화학약품으로 불태워진다. 투표 결과는 연기 색깔로 알린다. 검은 연기가 나면 교황이 선출되지 않았다는 표시다. 흰 연기를 피워 올리면 새 교황이 권좌에 올랐다는 뜻이다. 투표가 30회를 넘으면 단순 과반수로 선출한다. 이는 가장 많은 추기경들의 지지를 얻은 후보가 교황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콘클라베는 교황으로 선출된 추기경에게 이 결정을 받아들일지 묻는다. 당선자가 이를 수락하면 콘클라베 의장은 차기 교황이 어떤 이름을 쓸 것인지를 묻고 추기경들에게 알린 뒤 이를 경하한다. 이어 추기경들 중 가장 연장자는 성베드로 광장이 보이는 바티칸 대성전 발코니로 나가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이라고 공식 선언한다.“우리는 교황을 선출했다.”라는 뜻의 라틴어다. 추기경은 새로운 교황을 소개하고, 교황은 로마와 전세계에 축복을 내린다. 새 교황은 적절한 때에 즉위식을 올린 다음 라테라노 대성전의 총대주교좌에 앉게 된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재승박덕? 개혁 파괴력? 유시민 왜 싸우나

    재승박덕? 개혁 파괴력? 유시민 왜 싸우나

    “유시민은 어떤 사람이에요?” 기자는 개인적으로 20∼30대들한테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만큼 유시민이란 정치인에 대한 젊은층의 호감도는 높은 편이다. 특히 최근 열린우리당 의장 경선에 출마한 유 의원이 정동영계에 ‘선전포고’를 한 뒤에는 ‘유빠’(유시민 오빠부대)들의 숨이 한층 거칠어졌다. 질문은 “유시민이 1등할 수 있나요.”로 ‘업그레이드’됐다. ●‘유빠’ 들 “유시민이 1등 할 수 있나요” 그러나 유 의원에 대한 호감도는 정치권 내부로 진입하는 순간 급락한다. 기자가 전수(全數)조사를 해본 것은 아니지만, 사석에서 유 의원을 호평하는 의원을 만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얼마전 김현미 의원이 “유시민을 지지하는 의원은 5명도 안된다.”고 한 것도 과장은 아닌 인상이다. 의원들은 유 의원을 싫어하는 근거로 주로 인격적으로 모욕을 가한다든가 잘난 체를 한다든가 하는 ‘인간성’을 거론한다. 지난해 총선 때 비례대표 출마자 A씨는 흥분한 채 유 의원을 비난하는 모습을 기자에게 내보인 적이 있다. 비례대표 순위 결정 투표 전날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유권자인 유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대뜸 “나는 내일 투표 안 할 거니까 이런 전화 할 필요 없어요.”라는 매몰찬 대답이 돌아왔다는 것이다. 지난 22일 이강래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유 의원이 의총에서 다른 사람 발언 도중 소리를 지르고 연장자에게 면박을 주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이런 유 의원에 대해 “100m 미인”이라고 꼬집는다.“유 의원을 대중매체를 통해 접한 사람들은 그의 달변과 개혁성을 높이 평가하겠지만, 가까이서 직접 겪어본 사람들의 평판은 대체로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의원들 다수가 反유시민 하지만 유 의원은 지난 29일 이런 숱한 비난을 불식시킬 정도의 ‘눈물어린’ 글을 홈페이지에 올려 눈길을 끌었다. 유 의원은 “글로 옮기기 민망한 악성 루머를 퍼뜨린 분이 있다. 어떤 분이 어떤 말을 하고 다녔는지 알 만큼은 안다. 나는 그분들에 대해 한 마디 변명도, 반박도 하지 않았다. 경쟁후보의 인격적 특성을 공격하는 것은 한나라당 후보와 싸우는 선거에서도 잘 쓰지 않는 반칙이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정동영계 적대 발언 이후 유 의원은 당내 다수의 의원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유 의원의 파괴력이 그만큼 간단치 않다는 얘기도 된다. 우선 정동영·김근태 등 차기 대권주자들은 유 의원이 ‘호랑이’로 크지 않을까 잔뜩 경계하는 눈치다. 중진들은 비타협적 개혁성향을 보이는 유 의원이 약진할 경우 퇴진압력을 받는 상황을 그리고 있을 법하다. 특히 ‘차차기’를 노리는 전대협 출신 등 386운동권들이 나이와 학생운동 경력 등 ‘상품성’이 겹치는 유 의원 비난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정치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강신호·조석래·이용태 전경련 회장 ‘물망’

    전국경제인연합회 차기 수장은 누가 될까. 5개월간 공들인 이건희 삼성 회장 ‘카드’가 폐기되면서 지난 14일 2차 ‘승지원 회동’에 참석한 강신호 현 회장과 조석래 효성 회장, 이용태 삼보컴퓨터 회장 등이 추대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강 회장은 손길승 전 회장 이후 큰 무리없이 전경련을 이끌어 온 데다,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무게가 실린다. 다만 본인이 고령을 이유로 연임 불가를 줄곧 밝혔지만 회장단에서 만장일치로 추대한다면 받아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촉박한 시간과 회장단의 동의 등을 감안하면 무난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명관 부회장은 “2차 승지원 회동에서 시간이 촉박한 만큼 누가 추대되든 추천위원회의 결정에 따른다는 양해를 모두에게 받았다.”고 밝혀 강 회장이 거부 의사를 표시하더라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내비쳤다. 효성 조 회장도 차기 전경련 회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강 회장의 ‘대안 카드’가 아니냐고 해석한다. 강 회장이 강력하게 고사할 경우 조 회장을 대안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의미가 강하다. 조 회장은 전경련 내부 업무에도 밝아 차질없이 조직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적임자라는 분석이다. 삼보 이 회장은 강 회장 이후의 최연장자라는 점에서 회장단의 동의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회장단에서 전경련 회장직을 서로 맡지 않겠다고 할 경우 최연장자가 맡아온 관례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이 회장은 회사 내부 사정으로 복잡한 전경련을 떠안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제3의 인물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추대하기에는 본인 설득뿐 아니라 회장단 동의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총회가 일주일 남은 현 시점에서는 고려하기가 쉽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강 회장이 결국 차기 회장직도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60대 회장들도 많이 계신데 80세를 바라보는 분에게 또 책임을 씌우는 것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라고 꼬집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외환은 최연소 행장·최고령 임원 배출

    외환은행이 은행권의 최연소 행장과 최고령 및 최연소 임원을 동시에 배출했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환은행 리처드 웨커(43) 행장이 최근 취임하면서 한국씨티은행 하영구(52) 행장이 갖고 있던 종전 최연소 행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웨커 행장은 은행장 가운데 최연장자인 김승유(62) 하나은행장과 무려 19살이나 차이가 난다. 외환은행은 또 제네럴일렉트릭(GE) 임원 출신인 윌리엄 롤레이(63)씨를 정보기술(IT)·리스크·제도개선 담당 부행장으로 영입, 최고령 상근임원을 탄생시켰다. 이전까지 상근임원 가운데 최연장자였던 같은 은행 최홍명(62) 부행장은 고문으로 물러났다. 외환은행 내에서 은행권의 최고령 임원 교체가 이뤄진 셈이다. 지난 2003년 말 외환은행 커뮤니케이션본부 담당 임원으로 영입된 김형민(39) 상무는 은행권의 최연소 상근임원 기록 보유자다. 김 상무는 웨커 행장 부임 이후 인사업무까지 맡게 돼 ‘최연소’라는 꼬리표를 무색하게 했다. 김 상무는 비슷한 연배인 웨커 행장,24살이나 많은 롤레이 부행장과 함께 ‘외환은행호’를 이끌게 됐다. 웨커 행장은 “행장 개인의 나이보다는 조직을 이끌 수 있는 경험과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본다.”면서 “연장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김근호 세무사의 알기쉬운 稅테크]4남매가 25%씩 주택상속… 2주택 해당되나

    서울신문은 생활경제면에 ‘전문가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절세(節稅)나 금융(상품) 트렌드 등 시의적절한 재테크 방법을 다양한 형태로 알기 쉽게 제시할 것입니다. Q. 부친의 사망으로 4남매가 주택을 4분의1씩 공동 상속했습니다. 현재 주택 한 채를 보유해 살고 있고, 상속주택은 큰 형이 어머니와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상속주택까지 포함하면 2주택 보유자가 되는 것인가요? A. 상담자가 상속받은 주택(4분의 1 지분)은 본인의 보유주택 수에서 제외돼 거주하는 1주택만 소유한 것이 됩니다. 소득세법상 일반적인 매매로 갖게 되는 주택은 일부 지분만 취득해도 1주택 보유가 되지만, 상속의 경우 공동상속인 중 한사람만 1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주택 1채를 여러명의 자녀가 상속받는다면 (1)상속지분이 가장 큰 상속인 (2)당해주택에 거주 중인 상속인 (3)호주승계인 (4)최연장자 순에 따라 상속주택의 소유자가 됩니다. 상속주택 소유자 판정 기준일은 등기부등본 접수일이 아닌 상속개시일(사망일)입니다. 따라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큰 형은 상담자와 동일한 지분만큼 상속받았지만 상속받은 주택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1주택을 보유하는 것입니다. 만약 큰 형이 상속받은 주택 외에 별도 주택을 갖고 있다면 2주택 보유자가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주택의 처분 순서에 따라 보유주택 수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즉, 큰 형이 자신의 돈으로 구입한 1주택과 상속받은 1주택 중 스스로 구입한 주택을 먼저 처분한다면 처분일 현재 1주택만 보유한 것으로 인정됩니다. 다시 말하면 상속주택은 보유주택 수에서 제외됩니다. 그러나 상속주택을 먼저 처분할 경우 처분일 현재 2주택에 해당돼 처분하는 상속주택은 양도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위의 예는 1주택 상속때만 적용되며,2주택 이상 상속된다면 다음 순서로 세법상 상속주택이 인정되고 나머지 주택은 일반주택과 동일하게 취급됩니다.(1)피상속인(사망자)의 소유기간이 가장 긴 주택 (2)피상속인의 거주기간이 가장 긴 주택 (3)피상속인이 상속개시일(사망일) 현재 거주한 주택 (4)기준시가가 가장 높은 주택 순으로 상속주택이 판정됩니다. 상속은 누구에게나 낯설고 어렵지만 상속인들간 재산 협의분할이 가능해 무주택 상속인이 상속주택을 취득하는 것도 좋은 절세 방법입니다. 하나은행 PB사업본부 세테크팀장 taxatt@hanmail.net
  • 검·경 수사권조정자문위 발족 첫날 회의는 무슨… 위원장 뽑다 끝나

    경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를 다루기 위한 ‘검·경 수사권조정자문위원회’가 송광수 검찰총장과 최기문 경찰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20일 발족돼 첫회의를 가졌으나 첫날부터 신경전만 벌이다 끝났다.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회의는 양쪽이 추천한 각계 인사들이 위원장 선출문제를 둘러싸고 1시간30분이 넘도록 티격태격하다 정작 본건 논의는 시작도 하지 못했다. 검경은 지난 9월 이후 3개월간 수사권 조정 문제를 협의했지만, 핵심사항들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학계·법조계·시민단체 등 외부인사를 포함,14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구성했다. 송 총장은 이날 “3개월 동안 많은 노력을 했지만 일부 조항에 검경이 이견을 보여 계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국민을 위해 서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적극적인 성유보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와 검찰 쪽 의견을 지지하는 김일수 고려대 교수가 회장 후보로 공동 추천됐다. 그러나 위원 14명 가운데 검경 추천인사가 각각 7명씩이어서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다. 검찰 쪽 위원들은 “법학 지식이 많은 학계 출신이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경찰 쪽은 “연장자가 위원장을 맡거나 공동위원장 체제로 가야 한다.”고 맞섰다. 무기명 투표와 거수 등 선출방법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결국 성 대표의 양보로 김 교수가 위원장으로 선출됐지만 양쪽의 기싸움은 앞으로 논의 과정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자문위의 활동기간은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현 경찰청장과 검찰총장의 임기가 각각 내년 3월과 4월 끝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작정 결론을 미룰 수 없다는 것이 양쪽의 중론이다. 경찰청 홍영기 혁신기획단장은 “다양한 분야에서 위촉된 만큼 위원들이 경찰과 검찰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객관적인 시각에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재계 인사이드] 팬택 ‘회장님’ 직함없는 사연

    [재계 인사이드] 팬택 ‘회장님’ 직함없는 사연

    “매출 3조원대 기업에 왜 부회장이 최고 직함이죠. 회장님이 따로 계시지 않으세요?” 팬택계열을 이끌고 있는 박병엽(42)부회장 직함을 놓고 많은 이들이 궁금증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그가 부회장 직함을 첫 사용한 것은 단돈 4000만원으로 팬택을 설립한 지 10년 만인 2000년이다. 이듬 해 팬택보다 덩치가 몇배 큰 현대큐리텔(현 팬택&큐리텔)을 인수한 이후 매출액 3조원대를 기록한 지금도 이를 고수하고 있다. 이런 레벨의 ‘기업 총수’인 그는 왜 ‘부회장’을 고집할까. 지인들이 말하는 부회장 직함 고수 이유는 대략 3가지로 분류된다. 박 부회장은 ‘50세까지, 창업 30년까지,10조원 매출 달성때까지’ 부회장직을 갖고 가겠다고 늘상 말한다. 그도 “왜 부회장 직함을 계속 쓰느냐.”고 물으면 “매출이 최소한 10조는 돼야 바꿀 수 있을 것 같아서….”라며 싱겁게 운을 뗀다. 부회장직 고수 이유는 그의 ‘몸에 밴 겸손함’과 창업 10년 만에 대기업군에 입성한 ‘승부사 기질’ 두가지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천성적으로 몸을 낮출 줄 아는 스타일이다. 좌중에서 연장자에게 깎듯이 ‘선배님’ ‘형님’이란 호칭을 쓰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50세 회장님’의 고집 이유가 여기에 숨어 있다. ‘창업 30년 회장님’은 그의 ‘대망’을 대변한다. 아직도 무려 17년이나 남았다. 지난 91년 맥슨전자에서 첫 직장을 시작한 초심으로 매진하겠다는 의지다. ‘10조원 회장님’의 의미는 지난 13일 언론매체를 통해 잔잔한 화제를 불렀던 ‘아름다운 노사’에서 찾을 수 있다. 팬택 경영진은 노조의 회사 사정을 감안한 임금 동결 결의에 되레 임금 인상과 격려금 지급 방침을 밝혔다. 박 부회장의 ‘큰 그물’ 경영철학이 배어있는 대목이다. 박 부회장이 팬택&큐리텔 인수 당시에 흔한 구조조정을 버리고 격려금을 지급한 일화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박 부회장의 3가지 목표가 한꺼번에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팬택의 ‘부회장 꼬리표’가 궁금해지는 것은 그의 공격적 경영 행보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잘먹고 잘살자] 우~아하게 잔~잔하게 찬찬찬

    [잘먹고 잘살자] 우~아하게 잔~잔하게 찬찬찬

    특정 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와인이 시나브로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국산 햇 포도주가 나왔는가 하면 프랑스의 보졸레 누보는 더이상 새삼스럽지도 않다. 국내 한 대학은 ‘포도주 개론’이란 강의도 개설했고, 한정식집에서도 와인을 갖추고 있다. 명절이나 결혼 집들이 선물로 와인을 안길 정도로 친숙해졌다. 와인을 서비스하고 추천·관리하는 소믈리에는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직업으로 떠올랐다.많이 친숙해졌다고는 하지만 와인 테이블 매너는 여전히 어렵게 여겨진다. 국제적인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와인 테이블 매너가 필수조건이 됐다. 국내 최초의 와인경매사 조정용씨는 “마을 이름이 곧 포도주 이름”이라며 “전통적인 유럽 와인은 서양의 일상문화가 녹아 있어 우리에게 낯설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아는 만큼 즐길 수 있고 알수록 재밌고 매력적인 게 와인”이라고 덧붙였다. ■ 분위기 좋은 와인바 ●라포도-서울 갤러리아백화점 맞은편 (544-7636)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와인바 중에서도 라포도는 다양한 와인을 적당한 가격에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곳이다. 정장 차림보다는 캐주얼이라도 불편하지 않은 밝고 깨끗한 분위기다. 홀 중간에 벽처럼 칸을 지은 와인셀러(와인보관창고)가 세련됐다. 야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테라스도 있다.250여종의 와인을 3만원부터 마실 수 있다. 주종은 비교적 저렴한 편인 5만∼6만원선. ●라비뒤뱅-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맞은편 (3446-3375) 최고급 케이크로 유명한 ‘카페 라리’의 최순길 사장이 지난해 국내 최대 규모로 오픈한 고품격 와인바다. 프랑스말로 ‘포도주 인생’이란 뜻이다.180평 규모의 와인바에는 동호회 모임 등을 할 수 있는 6개의 룸과 60여명이 앉을 수 있는 홀이 마련돼 있다. 구비하고 있는 와인은 300여종.4만원대부터 2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프랑스에서 공부한 소믈리에와 뉴욕과 도쿄에서 오랫동안 요리 경력을 쌓은 주방장이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을 낸다. 식사로는 양갈비 스테이크와 안심스테이크 등이 있다.2만원부터. 포도주를 처음 접하는 아마추어부터 까다로운 입맛을 갖춘 마니아까지 즐길 수 있다. ●살롱뒤뱅-서울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뒤쪽 (546-1970) 서울 청담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뒤쪽 ‘포도주 골목’의 살롱뒤뱅(546-1970)은 한국 와인의 대명사인 마주앙을 개발하고 공장장을 지낸 김준철 부녀가 운영하는 와인바다. 그의 딸 역시 프랑스 보르도의 와인 스쿨 카파(CAFA)에서 정규 소믈리에 과정을 마친 제대로 된 소믈리에다. 와인을 향한 부녀의 애착만으로도 내놓는 와인에 대한 신뢰가 가는 곳이다.600여종의 와인을 3만∼250만원에 팔고 있다. 포도주 소매도 한다. 와인과 잘 어울리는 치즈 안주가 풍성하다. 아담한 실내에서 흐르는 샹송이 아늑하다. ●카페 티롤-삼청동 총리공관 맞은편 (732-7005) 삼청동 총리공관 맞은편의 카페 티롤(732-7005)은 한옥을 개조한 카페 분위기다. 색다르게 와인을 음미할 수 있는 곳이다.50여종의 와인을 구비하고 있다. 예약하면 리스트에 없어도 찾아 준비해 준다. 와인에 어울리는 치즈도 5가지가 푸짐하게 나온다. 저녁 시간에는 포도주 애호가들을 위해 저녁 메뉴가 따로 준비된다. ●이곳도 가보세요 이밖에 한때 입구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다는 까사델비노(542-8003), 개인셀러를 갖춘 샤토21(517-3338)은 인터넷(www.wine21.com)을 통해 예약하면 1400여종의 와인을 즐길 수 있다. 강북쪽 와인바의 터줏대감격인 삼청동 까브(739-1788)는 와인창고 카브를 본떠 만들었다. 세종문화회관 뒤쪽의 매드포갈릭(722-4580)도 50여종의 와인을 갖춘 레스토랑이다. 홍대앞에 있는 비나모르(02-324-5152)는 국가별로 450여종의 와인을 부담없는 가격대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호텔도 잘 이용하면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손님이 포도주를 들고가서 마실 수 있는 BYOB(Bring Your Own Bottle)를 실시한다. 양식당에서 인터컨티넨탈호텔은 매주 목요일, 롯데호텔은 월요일에 BYOB를 시행하고 있다. 이날은 음식값만으로 호텔의 세련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들 와인이 음식과 궁합이 잘맞으면 시너지효과를 일으켜 음식의 풍미를 복돋워준다. 프랑스 음식에는 프랑스 포도주가, 이탈리아 음식에는 그 나라산 포도주가 잘 어울린다. 서양 요리에서 거위간 요리에는 소테른 화이트와인이, 달팽이 요리엔 부르고뉴 화이트와인, 철갑상어알 요리는 샴페인이 잘 맞다. 와인에 가장 무난한 안주는 치즈. 둘 다 발효식품인 까닭이다. 신세대들은 삼겹살이나 순대와도 같이 먹을 정도로 와인을 즐긴다. 하지만 식초가 많이 든 샐러드를 먹을 땐 와인을 피한다. 식초의 신 맛은 와인의 천적이다. 조정용씨는 “진한 맛이 나는 젓갈이나 김치를 제외한 한식은 대부분 재료의 맛을 살린 가벼운 소스로 요리되는 것이 특징이므로 백포도주가 무난하다.”고 말했다. 좀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우리의 나물은 리즐링, 소비뇽 블랑, 샤르도네 같은 화이트와인이 잘 어울린다. 하지만 명절에 먹는 쇠갈비 등 묵직한 고기 요리에는 프랑스 보르도산이나 호주 쉬라즈와인 등 적포도주가 잘 맞다. 그러나 맵고 짠 양념과 국물류에는 맞는 와인을 찾기 힘들다. 붉은색 살코기와 양고기는 드라이한 레드와인 즉 카베르네 소비농, 바롤로,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가 어울리고, 닭고기·돼지고기 등 흰살 육류에는 샤르도네와 피노 블랑이 어울린다. 해물류와 생선에는 상쾌한 맛의 화이트와인 즉 피노 그리지오 등을 권할만하다. ■ 와인경매사 조정용씨와 우아하게 와인 즐기기 ●조정용씨는 국내에선 생소하면서도 유일한 와인 경매사다.2000년까진 ‘잘나가던’ 은행 대리였던 그가 미국에 국제금융 연수차 갔다가 와인 경매로 방향을 바꿨다. 와인이라곤 ‘마주앙’밖에 몰랐던 그는 원서를 사서 매일 공부하고, 혀로 끊임없이 익혔다. 와인 관련 지식이나 품평이 웬만한 소믈리에를 뺨칠 정도의 전문가로 거듭났다. 이후 전문 와인경매회사인 아트옥션(02-2163-3126) 대표를 맡고 있다. 국내 최초의 와인 경매사 조정용씨가 들려주는 와인 테이블 매너다. 와인 주문이 까다롭다던데요? -음식점에서 와인을 잘 모를 경우 와인 전문가 소믈리에게 물어보면 된다. 단맛인지 텁텁한 맛인지의 기호와 음식, 가격 등을 말하면 된다. 주문한 와인은 호스트가 제일 먼저 맛보고 ‘좋아요.’라고 말하면 된다. 좋은 포도주를 고르는 비결은. -전문 숍에선 점원에게 물어보거나 안내 가이드를 찬찬히 훑어보면 된다. 포도주 병에 붙은 라벨이 바랬거나 깨끗하지 않은 것은 피한다. 누워있는 와인을 고르면 좋다. 오래 서있어 코르크 마개가 말랐거나 코르크가 튀어나온 것은 피한다. 코르크가 마르면 틈 사이로 공기가 드나들어 와인이 산화되기 쉽고, 코르크가 튀어나온 것은 보관할 때 심한 온도 변화로 압력이 높아진 탓이다. 레드와인은 붉은 빛이 연하면서 갈색 기운이 도는 것, 화이트와인은 색깔이 진해져 갈색 느낌이 나는 것은 변질된 것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와인을 따를 때의 에티켓이 있습니까? -포도주 병이 잔이 닿지 않게 따른다. 와인을 막 쏟아붓지 말고 시냇물이 졸졸졸 흐르듯 경쾌하게 따른다. 대개 잔의 변곡점이 있는 부분 대략 3분의 1 정도 따른다. 마무리 할때 병을 살짝 돌려주면서 따르면 와인 방울이 테이블에 떨어지지 않게 된다. 와인은 첨잔을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병을 흔들지 않는다. 흔들면 와인 침전물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면 잔을 받을 때의 매너는. -서양에선 호스트가 따를 때 와인잔을 잡고 들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연장자나 상사가 따를 땐 무언가 잡지 않으면 2%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럴 때 잔의 다리를 잡는 시늉도 무난하다. 그러나 편하고 안전하게 따르게 하기 위해 잠자코 지켜보는 것이 좋다. 대체로 레드와인 잔은 둥글고 넓은데 반해 화이트와인 잔은 좁고 깊다. 그러면 건배를 해야지요. -잔의 다리 부분을 잡고 중앙 부분을 가볍게 부딪치며 건배한다. 잔을 돌리듯이 부딪치면 울림이 좋고, 깨질 염려도 없이 안전하다. 건배는 대개 호스트가 먼저 제안한다. 그냥 마시면 되나요? -받자마자 원샷하거나 벌컥벌컥 마시지 않는다. 먼저 색깔을 보고, 향을 맡아 와인의 풍미를 감상한 다음 한 모금 정도 입에 머금고 여운을 감상하는 게 순서다. 와인은 주량을 자랑하지 않으며, 식사할 땐 1∼3잔 정도가 적절하다. 폭탄주로 원샷하며 취해야 마셨다고 생각하는 중년들에겐 감질나는 주법이다. 와인을 보관하는 방법은. -직사광선을 피하면서도 보관 온도가 일정해야 한다. 또한 흔들림이나 진동이 있어서는 안된다. 김치 등 냄새가 강한 것 주위에 보관하는 것은 삼가야 된다. 마개를 땄을 경우 이삼일 가량은 괜찮다. 이후엔 남은 와인은 음식을 조리할 때 쓰면 된다. 오래 숙성된 와인이 좋은가요, 단맛이 나는 와인은 싸구려라고 하던데? -모든 와인이 오래 숙성되지 않는다. 보르도 등급 와인처럼 몇 십년 보관하는 것이 있고, 보졸레 누보는 금방 마셔야지 오래 보관하면 상해서 낭패를 본다. 와인은 타이밍이다. 그리고 단맛이 나는 와인은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은 편견이다. 단맛이 풍부한 디저트 와인 중에는 최고급이 많다. 식후 와인으론 단맛이 잘 어울린다. 글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seoul.co.kr
  • 초선같은 3선·노련한 초선

    17대 국회에서,선수(選數)가 헷갈리는 의원들은 한둘이 아니다. 당내 영향력과 활동 영역,계보 등을 감안하면 3선 이상의 중진이 아닌가 싶은 초선이 적지 않다.첫 등원한 ‘초보’답지 않게 중량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주로 비례대표들이다. 반면 젊은 나이에 중진 반열에 들거나 신입생같은 열정과 패기로,또는 무모하다 싶을 만큼 튀는 언행 등으로 초선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 정도의 3선 의원들도 없지 않다. 때로는 신입생의 ‘신선함’을 유지하기도 하고,때로는 초보처럼 미숙함을 드러내기도 한다.이들은 모두 지역구 의원이다. ●침신함·미숙함 다보여 3선 이상의 중진이 많은 한나라당에 몰려 있다.수도권의 ‘탄핵풍’을 넘어섰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나라당 남경필(경기 수원 팔달·39) 원내 수석부대표는 내리 3선이지만 아직 30대다. 원내 부대표를 맡은 뒤 “나도 늙었다.”고 농담하지만 당내 개혁 소장파 그룹의 주요 멤버다. 정형화된 감색 정장보다는 브라운 계열의 캐주얼한 의상을 즐긴다. 미혼으로 44세인 같은당 김영선 최고위원은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3위에 오른 이변을 낳았다. 김 의원은 “앵벌이로 표를 모았다.”고 전당대회 전날 의원과 대의원들에게 열정적으로 ‘구애’한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전당대회장에서 각본도 없이 대형 태극기를 휘둘러댔던 일은 두고두고 얘깃거리다.17대 경기 고양 일산을에서 당선됐으나,15·16대를 비례대표로 활동해 아직도 정치 신인같다. 한나라당이 과반 야당이던 16대 때 사무총장을 지낸 이재오 의원은 최근 박근혜 대표에게 “유신독재를 사과하라.”며 각을 세우고 있다. 최근 홍준표 의원 등 비주류 인사들이 박 대표와 관계 개선에 들어갔지만,그는 변함이 없다.국가보안법·사형제 폐지 등 일부 정책현안을 놓고는 오히려 열린우리당측과 ‘코드’가 비슷하다. 열린우리당 김원웅 의원은 ‘초선같은 3선’의 최연장자.지난 17대 대선때 유시민 의원과 함께 개혁당을 이끌었다. 17대 여·야 386세대 의원들을 규합해 ‘이라크 파병반대’‘사형제 폐지’ 등을 전개하고 있다. 같은당 이석현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라는 중책까지 맡았지만,미혼에 앳되어보이는 얼굴로 ‘초선’같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일부 정치모임 주도 열린우리당 김혁규(65) 의원.경남도지사 출신으로 참여정부 2대 총리후보 물망에 올랐다. 당내 ‘김혁규 사단’을 꾸려 이시종 의원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출신의 국회의원 20여명과 함께한다. 한나라당 박세일(56) 의원은 여의도 연구소 소장 내정자로 박근혜 대표의 자문을 맡고 있다. 부소장에 내정된 박형준·박재완 의원과,원희룡 의원 등이 포함된 ‘박세일 사단’을 이끌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단병호(55)의원도 간과할 수 없는 존재.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으로 대기업 노조에 대한 영향력이 지대하다. 단 의원이 개원국회에서 대정부질의하는 모습을 주의깊게 지켜본 의원들은 “역시 내공이 만만치 않다.”고 한마디씩 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63)의원은 15·16대 대통령선거에 후보로 출마,민노당의 첫 원내 진입을 주도했다. 열린우리당 염동연(58) 의원은 참여정부 창업공신으로,당내 호남 맹주다.지난 7월 호남 출신 의원들이 ‘역호남소외론’과 관련해 대정부 성명을 채택하려고 했을 때 광주출신 의원들의 참석을 막아 무산시켰다. 총선이후 염 의원이 386의원들과 만찬했을 때 50여명 가까이 참석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메트로 의회] 의회통신

    ●신내동 택지지구 시설유치 총력 최근 후반기 원구성을 마친 서울 중랑구의회(의장 김동승)는 법조단지 유치가 무산된 신내동택지지구에 중랑발전의 기폭제가 될 수 있는 시설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법조단지에 견줘 모자람없는 시설을 유치해 주민들의 상실감을 해소해 주겠다는 것.또한 면목동 균형발전촉진지구와 중화뉴타운 조기 정착 및 마무리에도 신경을 쓰기로 했다.2개 기관 이상에서 감정을 받는 등 총체적 지가조사 등을 통해 소수의견도 수렴,중랑의 총체적 발전의 기회로 삼을 계획이다.9월 초 임시회에서는 추경예산안을 처리하고 집행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다. ●인천학교운영위원협 출범 인천시내 각급 학교의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인천학교운영위원협의회’가 최근 발족됐다. 인천학교운영위협의회는 학교 예산편성의 합리성 제고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활동,학교급식의 질 개선,학생들의 복지수준 향상 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게된다. 협의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학교운영위원회가 본래 설립취지에 맞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몇몇 학교의 활동 성과를 단위학교 수준을 넘어 인천교육 개혁의 원동력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천시의회 의장 황원희의원 제4대 경기도 부천시의회 후반기 의장에 황원희(57) 의원이 선출됐다. 부천시의회는 지난 9일 임시회를 열어 전체 의원 34명이 참가한 가운데 후반기 의장을 뽑는 투표를 실시,1,2차 투표에서 제적의원 과반수 이상을 얻은 후보자가 없어 3차까지 결선 투표를 벌여 황 의원을 의장으로 선출했다. 황 의원은 서영석(41) 의원과 같은 17표를 얻었으나,동수일 경우 연장자로 한다는 규정에 따라 의장으로 뽑혔다. 2선의 황 의원은 토박이로 서울 휘문고와 한양대를 졸업했으며,부천문화재단이사 등 다양한 사회 활동을 펴오고 있다. 부의장엔 3선인 김삼중(58)의원이 뽑혔다. ●포천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출 경기도 포천시의회는 10일 후반기 의장에 최대종(56·화현면) 의원을,부의장에 박경희(45·영북면) 의원을 각각 선출했다. 최 의장은 3·4대 포천군의회 의원과 1대 포천시의회 전반기 부의장을 지냈고 박부의장은 3·4대 포천군의회,1대 포천시의회 의원으로 활동했다. ˝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3) 멧돼지를 기다리며

    민간인들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 155마일 철책선 주변은 멧돼지들의 천국이다.어디를 가나 멧돼지 떼가 무리지어 다니고 최전방 초소는 먹이를 찾아 드나드는 단골집이다.십수년 전만 해도 초소 주변의 멧돼지는 부대 회식용으로 심심찮게 이용됐다.지휘관들에게는 쓸개가 인기였다. 하지만 환경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요즘엔 장병들과 잔반을 나누며 공생하는 사이가 됐다.멧돼지는 먹이를 얻고 군장병들은 처치 곤란한 잔반을 해결할 수 있어 좋다.잔반을 먹기 위해 몰려드는 멧돼지들과 장병들은 한가족이나 마찬가지다.잔반을 놓을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고 조금 늦어지면 쓰레기통을 뒤집어 놓으며 투정까지 부린다.어쩌다 외지인이 찾아 얼쩡거릴 때면 낯가림을 하느라 서너시간씩 숲속에 숨어 나타나지도 않는다.그 좋은 먹성에 배고픔까지 참아가면서… 시력은 좋지 않지만 냄새와 청각으로 정확하게 외지 손님을 가려내 경계하는 폼새는 영락없이 우리 장병들에게서 눈치껏 배운 노하우일게다.덩치가 워낙 큰 데다 짙은 회색의 짧은 털을 빗자루처럼 세우고 다녀 장병들 사이에서는 ‘황소 멧돼지’ ‘시커먼스’로 더 잘 통한다. 이같은 공생관계가 이어지면서 번식력 좋은 멧돼지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그동안 정확한 서식밀도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DMZ 주변 대형 포유류 가운데 고라니·너구리와 함께 가장 많은 개체수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중동부전선 최전방 초소 두 곳을 찾아 멧돼지 가족과 장병들 사이의 어우러진 삶의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까치와 친구하는 백암산 멧돼지 “……” 6월의 뙤약볕을 이고 침묵 속에 얼마를 기다렸을까.섭씨 32∼34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와 시큼한 잔반 냄새,파리·모기떼,각종 벌레들이 몰려와 괴롭힌다.일어서고 앉기를 수십번.3시간은 족히 기다렸지만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하루 세끼 거르지 않고 나타나 배를 채우던 녀석들이 별일이다.외지인의 냄새를 맡은 것이 분명했다. 잔반 놓은 곳에서 10여m 떨어진 시설물 뒤에 몸을 숨겼지만 영리한 멧돼지들은 넘어가지 않았다.1차 신경전은 취재팀의 완패다.결국 후퇴를 결정하고 10여m 더 물러나 또다시 기다림에 들어갔다.20∼30분쯤 지났을까.숲속에서 ‘쉭∼ 쉭∼’대며 나타난 녀석은 멧돼지라기보다 차라리 아프리카 코뿔소쯤으로 보인다.초병들이 들려준 ‘황소 멧돼지’가 나타난 것이다.치켜든 엄니와 머리 꼭대기부터 등짝 중간쯤까지 빗자루처럼 솟아 있는 짙은 회갈색 억센 털이 멧돼지의 위용을 대변해 주고 있다.서너살 이상으로 추정된다. 경계를 풀지 못해서인지 가족은 남겨두고 수컷만 나타나 ‘쩝쩝’대며 정신없이 먹어 치운다.배고픔이 대단했던 모양이다.멧돼지와 함께 토실토실 살이 오른 들고양이,까치,까마귀,꿩들까지 떼지어 들락거리며 잔반을 쪼아댄다.아무도 방해하지 않고 묵묵히 서로 먹는 일에만 열중이다. 까치들이 등을 타고 놀아도 멧돼지는 개의치 않는다.전방 초소에서나 볼 수 있는 야생동물들간의 또다른 교감현장이다. 초소 조리병인 조용석(23) 상병은 “어쩌다 잔반을 주지 않으면 부대주변 쓰레기통을 몽땅 뒤집어 놓고 땅을 파헤치는 등 저지레를 쳐 귀찮아도 꼬박꼬박 줘야 한다.”며 설명이 신난다. ●멧돼지 가족의 장유유서(長幼有序) 7월 첫날,오락가락하는 빗줄기 속에 또다시 멧돼지 기다림이 이어졌다.금강산을 오가는 차량들이 빤히 내려다 보이는 155마일 동해안 마지막 율곡부대 초소에서도 멧돼지는 장병들과 한가족이다.웅웅거리는 동해선 공사소음이 들리고 차량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어서 멧돼지들의 낯가림은 더욱 심한 것 같다. 먹이를 놓는 장병들과 함께 있으면 스스럼 없이 찾아오는 녀석들이 외지인들만 있으면 나타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군복으로 갈아 입어도 마찬가지다. 점심때부터 저녁무렵까지 족히 너댓시간 잠복하면서 또 얼마나 기다렸을까.빗줄기가 굵어지면서 카메라 장비를 챙기며 포기하고 돌아서려는 순간.‘두두두두‘ 한떼의 멧돼지 가족이 숲속을 질주하며 나타난다.모두 7마리,대식구다.수컷 한마리가 나타나 주변 상황을 돌아보고 사라진 지 족히 2시간도 넘은 뒤였다.먹이를 찾아 나타난 가족들 대부분은 숲속에 남아 있고 가장 연장자인 듯한 녀석이 먹이를 독차지하고 먹기 시작한다.새끼들이 먹이 주변에 나타나 얼씬거리면 씩씩거리며 혼쭐을 낸다.그렇게 배를 채운 덩치 큰 수컷이 거드름을 피우며 물러나자 암컷이 찾고 이어 새끼들이 나타나 얼마남지 않은 잔반을 게걸스레 먹어 치운다.먼저 먹겠다고 서로 주둥이를 밀어대며 쟁탈전도 대단하다. 원시적인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멧돼지 가족들 사이에도 가족사랑과 질서가 고스란히 살아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최전방의 멧돼지들은 이렇듯 장병들과 어울려 독특한 생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철원·고성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3) 멧돼지를 기다리며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3) 멧돼지를 기다리며

    민간인들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 155마일 철책선 주변은 멧돼지들의 천국이다.어디를 가나 멧돼지 떼가 무리지어 다니고 최전방 초소는 먹이를 찾아 드나드는 단골집이다.십수년 전만 해도 초소 주변의 멧돼지는 부대 회식용으로 심심찮게 이용됐다.지휘관들에게는 쓸개가 인기였다. 하지만 환경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요즘엔 장병들과 잔반을 나누며 공생하는 사이가 됐다.멧돼지는 먹이를 얻고 군장병들은 처치 곤란한 잔반을 해결할 수 있어 좋다.잔반을 먹기 위해 몰려드는 멧돼지들과 장병들은 한가족이나 마찬가지다.잔반을 놓을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고 조금 늦어지면 쓰레기통을 뒤집어 놓으며 투정까지 부린다.어쩌다 외지인이 찾아 얼쩡거릴 때면 낯가림을 하느라 서너시간씩 숲속에 숨어 나타나지도 않는다.그 좋은 먹성에 배고픔까지 참아가면서… 시력은 좋지 않지만 냄새와 청각으로 정확하게 외지 손님을 가려내 경계하는 폼새는 영락없이 우리 장병들에게서 눈치껏 배운 노하우일게다.덩치가 워낙 큰 데다 짙은 회색의 짧은 털을 빗자루처럼 세우고 다녀 장병들 사이에서는 ‘황소 멧돼지’ ‘시커먼스’로 더 잘 통한다. 이같은 공생관계가 이어지면서 번식력 좋은 멧돼지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그동안 정확한 서식밀도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DMZ 주변 대형 포유류 가운데 고라니·너구리와 함께 가장 많은 개체수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중동부전선 최전방 초소 두 곳을 찾아 멧돼지 가족과 장병들 사이의 어우러진 삶의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까치와 친구하는 백암산 멧돼지 “……” 6월의 뙤약볕을 이고 침묵 속에 얼마를 기다렸을까.섭씨 32∼34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와 시큼한 잔반 냄새,파리·모기떼,각종 벌레들이 몰려와 괴롭힌다.일어서고 앉기를 수십번.3시간은 족히 기다렸지만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하루 세끼 거르지 않고 나타나 배를 채우던 녀석들이 별일이다.외지인의 냄새를 맡은 것이 분명했다. 잔반 놓은 곳에서 10여m 떨어진 시설물 뒤에 몸을 숨겼지만 영리한 멧돼지들은 넘어가지 않았다.1차 신경전은 취재팀의 완패다.결국 후퇴를 결정하고 10여m 더 물러나 또다시 기다림에 들어갔다.20∼30분쯤 지났을까.숲속에서 ‘쉭∼ 쉭∼’대며 나타난 녀석은 멧돼지라기보다 차라리 아프리카 코뿔소쯤으로 보인다.초병들이 들려준 ‘황소 멧돼지’가 나타난 것이다.치켜든 엄니와 머리 꼭대기부터 등짝 중간쯤까지 빗자루처럼 솟아 있는 짙은 회갈색 억센 털이 멧돼지의 위용을 대변해 주고 있다.서너살 이상으로 추정된다. 경계를 풀지 못해서인지 가족은 남겨두고 수컷만 나타나 ‘쩝쩝’대며 정신없이 먹어 치운다.배고픔이 대단했던 모양이다.멧돼지와 함께 토실토실 살이 오른 들고양이,까치,까마귀,꿩들까지 떼지어 들락거리며 잔반을 쪼아댄다.아무도 방해하지 않고 묵묵히 서로 먹는 일에만 열중이다. 까치들이 등을 타고 놀아도 멧돼지는 개의치 않는다.전방 초소에서나 볼 수 있는 야생동물들간의 또다른 교감현장이다. 초소 조리병인 조용석(23) 상병은 “어쩌다 잔반을 주지 않으면 부대주변 쓰레기통을 몽땅 뒤집어 놓고 땅을 파헤치는 등 저지레를 쳐 귀찮아도 꼬박꼬박 줘야 한다.”며 설명이 신난다. ●멧돼지 가족의 장유유서(長幼有序) 7월 첫날,오락가락하는 빗줄기 속에 또다시 멧돼지 기다림이 이어졌다.금강산을 오가는 차량들이 빤히 내려다 보이는 155마일 동해안 마지막 율곡부대 초소에서도 멧돼지는 장병들과 한가족이다.웅웅거리는 동해선 공사소음이 들리고 차량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어서 멧돼지들의 낯가림은 더욱 심한 것 같다. 먹이를 놓는 장병들과 함께 있으면 스스럼 없이 찾아오는 녀석들이 외지인들만 있으면 나타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군복으로 갈아 입어도 마찬가지다. 점심때부터 저녁무렵까지 족히 너댓시간 잠복하면서 또 얼마나 기다렸을까.빗줄기가 굵어지면서 카메라 장비를 챙기며 포기하고 돌아서려는 순간.‘두두두두‘ 한떼의 멧돼지 가족이 숲속을 질주하며 나타난다.모두 7마리,대식구다.수컷 한마리가 나타나 주변 상황을 돌아보고 사라진 지 족히 2시간도 넘은 뒤였다.먹이를 찾아 나타난 가족들 대부분은 숲속에 남아 있고 가장 연장자인 듯한 녀석이 먹이를 독차지하고 먹기 시작한다.새끼들이 먹이 주변에 나타나 얼씬거리면 씩씩거리며 혼쭐을 낸다.그렇게 배를 채운 덩치 큰 수컷이 거드름을 피우며 물러나자 암컷이 찾고 이어 새끼들이 나타나 얼마남지 않은 잔반을 게걸스레 먹어 치운다.먼저 먹겠다고 서로 주둥이를 밀어대며 쟁탈전도 대단하다. 원시적인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멧돼지 가족들 사이에도 가족사랑과 질서가 고스란히 살아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최전방의 멧돼지들은 이렇듯 장병들과 어울려 독특한 생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철원·고성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전문가 칼럼 비무장지대(DMZ)는 여러 가지 야생생물을 지탱해 주는 서식처다.멧돼지,산양,고라니와 같은 야생동물의 생존과 번식에 필요한 자원을 제공할 뿐 아니라 그들의 진화과정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DMZ는 소멸되어 가는 야생생물의 보호처 혹은 유전자 보관소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이같은 역할이 가능한 이유는 서식처의 상호 관련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서식처란 어떤 생물이 사는 장소나 공간을 말한다.우선 1년 중 일부기간을 살아가기에 충분한 자원이 있는 곳이어야 한다.먹이와 물,은신과 휴식,그리고 번식을 위한 짝짓기 공간과 비번식 기간 동안의 활동공간도 갖춰져야 한다. DMZ 남방한계선 철책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화천 오작교와 안동포 철교사이의 북한강 상류 습지를 탐사하던 중 멧돼지와 마주쳤다.물 마시러 내려온 멧돼지였다.우리 탐사단을 본 멧돼지는 강변습지와 개망초 초지를 지나 숲 속으로 홀연히 도망쳤다.사진기자와 나는 멧돼지를 사진에 담고자 한참을 쫓아갔으나 허사였다. 그러나 귀중한 소득이 있었다.평소 궁금해했던 멧돼지의 이동통로와 서식처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개망초군락이 여기저기 파헤쳐져 있어 멧돼지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맞아떨어진 것이다.먹을 물을 제공하는 강과 유사시에 숨을 수 있는 갈대·버드나무 군락과 덤불숲,그리고 먹이가 되는 개망초군락 뿌리를 비롯해 번식·휴식의 활동무대인 산림 등 멧돼지의 서식을 위한 모든 조건이 갖추어져 있었다. 멧돼지의 행동권은 지형에 따라 다르지만 처음에는 4∼8㎞,때로는 30㎞ 이상도 걸어서 돌아다닌다.DMZ 철책선이 멧돼지의 행동권 확보에 장애가 됨은 물론이다.멧돼지는 최소 생존개체군 이상이 살도록 해주어야 그 서식장소에서 멸종이 안 된다.반대로 적정 개체수를 넘을 때는 서식처의 네트워킹을 통해서 인접지역으로 유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이것은 근친교배를 막는 중요한 길이기도 하다.멧돼지도 철책선을 넘어 오가는 남북통일의 그날을 고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서식처는 다양할수록 좋다.산림과 초지·습지 그리고 호수와 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DMZ 통합 서식처 보전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비단 멧돼지뿐만 아니라 DMZ에서 생명의 고리를 이어가는 모든 생물종들의 안정적인 서식을 보장하기 위해서다.이같은 계획의 수립은 서식처 다양성에 바탕을 둔 종(種)구성의 변화에 관한 연구·조사자료에 바탕을 두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서울대학교 환경생태계획학 김귀곤 교수
  • [메트로 의회] 의회통신

    ●신내동 택지지구 시설유치 총력 최근 후반기 원구성을 마친 서울 중랑구의회(의장 김동승)는 법조단지 유치가 무산된 신내동택지지구에 중랑발전의 기폭제가 될 수 있는 시설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법조단지에 견줘 모자람없는 시설을 유치해 주민들의 상실감을 해소해 주겠다는 것.또한 면목동 균형발전촉진지구와 중화뉴타운 조기 정착 및 마무리에도 신경을 쓰기로 했다.2개 기관 이상에서 감정을 받는 등 총체적 지가조사 등을 통해 소수의견도 수렴,중랑의 총체적 발전의 기회로 삼을 계획이다.9월 초 임시회에서는 추경예산안을 처리하고 집행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다. ●인천학교운영위원협 출범 인천시내 각급 학교의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인천학교운영위원협의회’가 최근 발족됐다. 인천학교운영위협의회는 학교 예산편성의 합리성 제고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활동,학교급식의 질 개선,학생들의 복지수준 향상 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게된다. 협의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학교운영위원회가 본래 설립취지에 맞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몇몇 학교의 활동 성과를 단위학교 수준을 넘어 인천교육 개혁의 원동력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천시의회 의장 황원희의원 제4대 경기도 부천시의회 후반기 의장에 황원희(57) 의원이 선출됐다. 부천시의회는 지난 9일 임시회를 열어 전체 의원 34명이 참가한 가운데 후반기 의장을 뽑는 투표를 실시,1,2차 투표에서 제적의원 과반수 이상을 얻은 후보자가 없어 3차까지 결선 투표를 벌여 황 의원을 의장으로 선출했다. 황 의원은 서영석(41) 의원과 같은 17표를 얻었으나,동수일 경우 연장자로 한다는 규정에 따라 의장으로 뽑혔다. 2선의 황 의원은 토박이로 서울 휘문고와 한양대를 졸업했으며,부천문화재단이사 등 다양한 사회 활동을 펴오고 있다. 부의장엔 3선인 김삼중(58)의원이 뽑혔다. ●포천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출 경기도 포천시의회는 10일 후반기 의장에 최대종(56·화현면) 의원을,부의장에 박경희(45·영북면) 의원을 각각 선출했다. 최 의장은 3·4대 포천군의회 의원과 1대 포천시의회 전반기 부의장을 지냈고 박부의장은 3·4대 포천군의회,1대 포천시의회 의원으로 활동했다.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2) ‘진객’과의 황홀한 만남

    이 무슨 조화일까….두 눈을 의심해야 했다.눈앞의 실존(實存)이 상식을 거부한다.그만 턱하니 숨도,말문도 막힌다.녹색 잎사귀에 얹힌 선명한 하늘색 몸통이 카메라 줌을 당기듯 눈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보호색으로 가리기는커녕 녀석은 너무나 또렷한 대비로 자기를 돋을새김했다.‘하늘색 청개구리’는 반항아적 기질의 그다운 방식으로 제 모습을 세상에 드러냈다. ●하늘색 청개구리와의 만남 6월8일,탐사 나흘째.전날 강화도 해안을 누빈 두 대의 취재차량은 강화대교를 넘어 김포 월곶면 일대로 향했다.강화도와 김포 북부를 가로질러 서해로 빠지는 한강은 강이되 강이 아니다.서해의 밀물과 썰물의 흐름을 타며 매일같이 바닷물과 몸을 섞는,이른바 기수역(汽水域)이다.남북이 이념으로 자기 정체성을 내세우며 반세기 넘도록 갈라서 있지만 이곳 한강의 민물은 바다의 짠물을 한껏 포용하며 넉넉한 통일을 이루었다. 이런저런 사념에 빠진 사이 어느덧 보구곶리를 지난 차량은 용연동으로 접어들었다.차량이 끼∼익하고 선다.탐사대장인 김귀곤(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가 또 뭔가를 발견했나보다.가장 연장자지만 호기심은 누구보다 큰 그다.비포장 군사도로 길가에 20평이나 됨직한,김 교수가 애호하는 습지가 펼쳐져 있다.허벅지까지 웃자란 풀숲을 헤치며 조심스레 발길을 내딛는다.발바닥에 딱딱한 감촉이 전해진다.여느 곳에서 봐 온 습지와 달리 물기가 많지 않다.‘이곳엔 별 게 없겠는걸….’ 그러나 단견이었다. 무성한 녹색의 물질경이 잎사귀 사이로 뭔가가 눈에 박혔다.개구리다.그런데 몸도,다리도 온통 진한 하늘색이다.착각한 게 아닐까.그러나 눈 질끈 감고 머리 한번 흔들고 나서 봐도 역시 개구리다.하늘색도 변함없다.잡아야 하나,사진부터 찍어야 하나….놀라움에 겨워 판단하지 못하는 사이 옆에 선 사진기자는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다.녀석은 5분여를 그렇게 미동도 않고 포즈를 취했다.흥분을 감추지 못한 탐사대원들은 쉼없이 경탄했지만 녀석은 오불관언에,태연자약 그 자체다.한치 흐트러짐없이,하늘을 닮으려는 듯 고요히 우러르며 하늘빛 제 모습을 연출할 뿐이다.작동을 멈추었던 사고작용이 비로소 돌아간다.몸통은 2㎝ 남짓,손가락 두 개 마디에도 못미친다.청(靑)개구리다.그것도 하늘색 청개구리. ●“확률 추정이 불가능한 희귀종” 청개구리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10여종의 개구리 가운데 몸집이 가장 작다.다리를 길게 뻗어봐야 기껏 5㎝ 안팎이다.그러나 정력에 넘치는 울음소리는 여느 개구리보다 크다.보호색도 가장 잘 활용한다.본래 색깔의 명암을 조절하는 정도에 그치는 다른 개구리에 비해 녀석은 주위 환경에 따라 제 빛깔인 녹색을 갈색이나 회색으로까지 변모시킨다. 녀석을 사로잡아 인근 해병대 용연동 소대의 화단으로 옮겼다.울음보가 없는 암컷이다.밤새 경계근무를 하고 잠자리에서 막 일어난 초병들도 하나둘씩 모여든다.그래도 녀석은 발바닥의 빨판을 잎사귀에 힘껏 고정시킨 채 신기한 시선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뿐이다.“청개구리가 왜 하늘색입니까?” “청개구리가 아닐 지도 모르죠?” 그러나 답변이 궁했다. 탐사대는 전문가에 맡겨 녀석의 정체를 좀 더 파악하기로 했다.가능성은 희박했지만 청개구리와는 다른 새로운 종,혹은 청개구리의 변종일 수도 있지 않을까….전화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현장으로 달려온 국립환경연구원 생물자원과 서재화 박사도 “이런 색깔은 처음 본다.”고 말문을 열었다.청개구리는 현재 서울대 수의학과로 옮겨져 유전자 분석 중에 있다.최종 결론은 아니지만 ‘유전자 염기서열 변이로 인한 돌연변이 청개구리’로 잠정 분석됐다. 종(種)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돌연변이가 나타날 확률은 100만분의1의 정도이다.서 박사에게 “(녹색의)청개구리가 하늘색으로 발현될 확률계산이 가능합니까.”라고 물었다.“여러 가지 변수가 있어 그건 추정이 아예 불가능합니다.다만 검은색을 내는 멜라닌 색소의 결핍으로 인한 백화(白化)현상이 여러 종에서 발견되곤 했는데 이보다는 하늘색 청개구리가 발현될 확률이 더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어떻든 확률을 떠나 희귀종인 것만은 틀림없죠.” ●‘환경변화의 카나리아’ 다음 탐사지로 발길을 돌렸다.그러나 녀석에 대한 생각은 하염없이 꼬리를 문다.‘잡혀도,잡히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듯 꼼짝않고 자리를 지키던 두둑한 배짱은 특히 인상적이다.다른 개구리처럼 달아날 능력이 없는 건 아닐텐데,왜 굳이 저를 드러내려 했을까. 물과 뭍에서 사는 개구리는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환경지표종이다.깨끗한 물에서만 알을 낳는데다,폐와 피부로 함께 호흡하면서 물과 공기의 오염물질을 흡수한다.변온동물이라 기온변화에도 민감한데,겨울잠뿐 아니라 기온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여름잠을 잔다고도 한다.“그래서 개구리를 일러 ‘지구환경변화의 카나리아’라고 부릅니다.카나리아가 일산화탄소에 민감하게 반응하듯 수질과 지구온난화 등 환경변화를 가늠할 수 있게 합니다.청개구리는 날씨가 조금만 습해도 울어대는데,다른 개구리보다 환경변화에 더 민감한 편이죠.”(서재화 박사) 하늘색 청개구리는 누군가에게,혹은 우리 모두에게 어떤 의미를 던지며 출현한 건 아닐까.끝없는 개발로 치닫는 인간의 탐욕을 경계하는 것일 수도,환경과 더불어 살아가라는 소중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녀석은 오는 2006년 환경부가 개관하는 국립생물자원관에 표본으로 전시될 예정이다. ■ 금단의 땅…역동하는 생명 자연생태계 최상위의 포식자,인간의 발길이 끊어진 곳에서 DMZ 생물들은 비로소 자유롭다.자연이 부여한 천명(天命)을 끝까지 사는 녀석들도 있을 테고,천적의 습격으로 비명(非命)에 갈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어떠한들 어떠랴….사람이 빠진 먹이사슬 구조는 이미 그네들에겐 최상의 안락한 환경이 아닌가.강화도 북성리 야산 계곡에서 만난 가재(왼쪽 위)는 1급수 깨끗한 물에서 더없이 평화롭다. 몸통에서 뻗어나온 집게는,녀석에겐 자랑스러운 무기이겠지만 보기에 앙증스럽기만하다.참게(왼쪽 아래)는 강화도 북부 해안의 군사도로 길섶도 훌륭한 서식처로 삼고 있었다.몸통 군데군데 말라붙은 진흙이 매끈한 물속의 모습보다 더 살갑게 다가온다.취재팀의 눈앞에서 마지막 숨을 토하던 능구렁이(오른쪽)는 뭔가에 찢긴 듯한 상처가 나 있었다.120㎝ 가량의 녀석은 강화도 북성리 야산의 숲 언저리에서 발견됐다. 김포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2) ‘진객’과의 황홀한 만남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2) ‘진객’과의 황홀한 만남

    이 무슨 조화일까….두 눈을 의심해야 했다.눈앞의 실존(實存)이 상식을 거부한다.그만 턱하니 숨도,말문도 막힌다.녹색 잎사귀에 얹힌 선명한 하늘색 몸통이 카메라 줌을 당기듯 눈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보호색으로 가리기는커녕 녀석은 너무나 또렷한 대비로 자기를 돋을새김했다.‘하늘색 청개구리’는 반항아적 기질의 그다운 방식으로 제 모습을 세상에 드러냈다. ●하늘색 청개구리와의 만남 6월8일,탐사 나흘째.전날 강화도 해안을 누빈 두 대의 취재차량은 강화대교를 넘어 김포 월곶면 일대로 향했다.강화도와 김포 북부를 가로질러 서해로 빠지는 한강은 강이되 강이 아니다.서해의 밀물과 썰물의 흐름을 타며 매일같이 바닷물과 몸을 섞는,이른바 기수역(汽水域)이다.남북이 이념으로 자기 정체성을 내세우며 반세기 넘도록 갈라서 있지만 이곳 한강의 민물은 바다의 짠물을 한껏 포용하며 넉넉한 통일을 이루었다. 이런저런 사념에 빠진 사이 어느덧 보구곶리를 지난 차량은 용연동으로 접어들었다.차량이 끼∼익하고 선다.탐사대장인 김귀곤(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가 또 뭔가를 발견했나보다.가장 연장자지만 호기심은 누구보다 큰 그다.비포장 군사도로 길가에 20평이나 됨직한,김 교수가 애호하는 습지가 펼쳐져 있다.허벅지까지 웃자란 풀숲을 헤치며 조심스레 발길을 내딛는다.발바닥에 딱딱한 감촉이 전해진다.여느 곳에서 봐 온 습지와 달리 물기가 많지 않다.‘이곳엔 별 게 없겠는걸….’ 그러나 단견이었다. 무성한 녹색의 물질경이 잎사귀 사이로 뭔가가 눈에 박혔다.개구리다.그런데 몸도,다리도 온통 진한 하늘색이다.착각한 게 아닐까.그러나 눈 질끈 감고 머리 한번 흔들고 나서 봐도 역시 개구리다.하늘색도 변함없다.잡아야 하나,사진부터 찍어야 하나….놀라움에 겨워 판단하지 못하는 사이 옆에 선 사진기자는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다.녀석은 5분여를 그렇게 미동도 않고 포즈를 취했다.흥분을 감추지 못한 탐사대원들은 쉼없이 경탄했지만 녀석은 오불관언에,태연자약 그 자체다.한치 흐트러짐없이,하늘을 닮으려는 듯 고요히 우러르며 하늘빛 제 모습을 연출할 뿐이다.작동을 멈추었던 사고작용이 비로소 돌아간다.몸통은 2㎝ 남짓,손가락 두 개 마디에도 못미친다.청(靑)개구리다.그것도 하늘색 청개구리. ●“확률 추정이 불가능한 희귀종” 청개구리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10여종의 개구리 가운데 몸집이 가장 작다.다리를 길게 뻗어봐야 기껏 5㎝ 안팎이다.그러나 정력에 넘치는 울음소리는 여느 개구리보다 크다.보호색도 가장 잘 활용한다.본래 색깔의 명암을 조절하는 정도에 그치는 다른 개구리에 비해 녀석은 주위 환경에 따라 제 빛깔인 녹색을 갈색이나 회색으로까지 변모시킨다. 녀석을 사로잡아 인근 해병대 용연동 소대의 화단으로 옮겼다.울음보가 없는 암컷이다.밤새 경계근무를 하고 잠자리에서 막 일어난 초병들도 하나둘씩 모여든다.그래도 녀석은 발바닥의 빨판을 잎사귀에 힘껏 고정시킨 채 신기한 시선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뿐이다.“청개구리가 왜 하늘색입니까?” “청개구리가 아닐 지도 모르죠?” 그러나 답변이 궁했다. 탐사대는 전문가에 맡겨 녀석의 정체를 좀 더 파악하기로 했다.가능성은 희박했지만 청개구리와는 다른 새로운 종,혹은 청개구리의 변종일 수도 있지 않을까….전화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현장으로 달려온 국립환경연구원 생물자원과 서재화 박사도 “이런 색깔은 처음 본다.”고 말문을 열었다.청개구리는 현재 서울대 수의학과로 옮겨져 유전자 분석 중에 있다.최종 결론은 아니지만 ‘유전자 염기서열 변이로 인한 돌연변이 청개구리’로 잠정 분석됐다. 종(種)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돌연변이가 나타날 확률은 100만분의1의 정도이다.서 박사에게 “(녹색의)청개구리가 하늘색으로 발현될 확률계산이 가능합니까.”라고 물었다.“여러 가지 변수가 있어 그건 추정이 아예 불가능합니다.다만 검은색을 내는 멜라닌 색소의 결핍으로 인한 백화(白化)현상이 여러 종에서 발견되곤 했는데 이보다는 하늘색 청개구리가 발현될 확률이 더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어떻든 확률을 떠나 희귀종인 것만은 틀림없죠.” ●‘환경변화의 카나리아’ 다음 탐사지로 발길을 돌렸다.그러나 녀석에 대한 생각은 하염없이 꼬리를 문다.‘잡혀도,잡히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듯 꼼짝않고 자리를 지키던 두둑한 배짱은 특히 인상적이다.다른 개구리처럼 달아날 능력이 없는 건 아닐텐데,왜 굳이 저를 드러내려 했을까. 물과 뭍에서 사는 개구리는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환경지표종이다.깨끗한 물에서만 알을 낳는데다,폐와 피부로 함께 호흡하면서 물과 공기의 오염물질을 흡수한다.변온동물이라 기온변화에도 민감한데,겨울잠뿐 아니라 기온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여름잠을 잔다고도 한다.“그래서 개구리를 일러 ‘지구환경변화의 카나리아’라고 부릅니다.카나리아가 일산화탄소에 민감하게 반응하듯 수질과 지구온난화 등 환경변화를 가늠할 수 있게 합니다.청개구리는 날씨가 조금만 습해도 울어대는데,다른 개구리보다 환경변화에 더 민감한 편이죠.”(서재화 박사) 하늘색 청개구리는 누군가에게,혹은 우리 모두에게 어떤 의미를 던지며 출현한 건 아닐까.끝없는 개발로 치닫는 인간의 탐욕을 경계하는 것일 수도,환경과 더불어 살아가라는 소중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녀석은 오는 2006년 환경부가 개관하는 국립생물자원관에 표본으로 전시될 예정이다. ■ 금단의 땅…역동하는 생명 자연생태계 최상위의 포식자,인간의 발길이 끊어진 곳에서 DMZ 생물들은 비로소 자유롭다.자연이 부여한 천명(天命)을 끝까지 사는 녀석들도 있을 테고,천적의 습격으로 비명(非命)에 갈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어떠한들 어떠랴….사람이 빠진 먹이사슬 구조는 이미 그네들에겐 최상의 안락한 환경이 아닌가.강화도 북성리 야산 계곡에서 만난 가재(왼쪽 위)는 1급수 깨끗한 물에서 더없이 평화롭다. 몸통에서 뻗어나온 집게는,녀석에겐 자랑스러운 무기이겠지만 보기에 앙증스럽기만하다.참게(왼쪽 아래)는 강화도 북부 해안의 군사도로 길섶도 훌륭한 서식처로 삼고 있었다.몸통 군데군데 말라붙은 진흙이 매끈한 물속의 모습보다 더 살갑게 다가온다.취재팀의 눈앞에서 마지막 숨을 토하던 능구렁이(오른쪽)는 뭔가에 찢긴 듯한 상처가 나 있었다.120㎝ 가량의 녀석은 강화도 북성리 야산의 숲 언저리에서 발견됐다. 김포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전문가 칼럼 비무장지대는 신비롭다.신화의 저편에 있는 동굴처럼….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군인 외에는 아무도 가볼 수 없는 곳.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50년 넘게 숨겨진 비경이라는 생각에 일단 처녀림·원시림이라고 치부한다.이번에 나타난 하늘색 청개구리도 여태껏 아무도 보지 못했던 생물이니 ‘신화의 메신저’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비무장지대를 인공위성으로 조사해 보면 산림이 뜻밖에 빈약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우리 주변에 있는 산림도 그렇게 울창하다고 느껴지지 않지만,비무장지대의 숲의 양은 대략 그것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그동안 북한이 불을 놓으면 남한은 맞불을 놓고,서로 감시하기 위해 시계(視界)청소를 한 결과다. 그렇다고 비무장지대가 생태적으로 가치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비무장지대는 한국동란의 휴전과 동시에 철조망으로 겹겹이 싸여 사람은 물론 짐승도 맘대로 오갈 수 없었다.남방계 생물과 북방계 생물이 함께 서식하는 한반도의 허리부분이 완전히 가로막힌 채 50년 이상 격리돼 있다는 것은 생물·지리학적인 특성이나 생물의 이동성향을 감안할 때 세계적으로 극히 드문 현상이다.과거에 군사활동의 결과로 산불이나 시계청소가 이루어졌지만,이는 오히려 다양한 생태경관을 형성하여 진귀한 식물과 곤충,새와 짐승이 어울려 살 수 있는 기회인자로 작용하기도 한다. 비무장지대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정말 특이한 생태계다.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비무장지대는 처녀림이거나,원시림이 아니라 ‘특이한’ 생태계다.가볼 수 없는 비경이라는 그리움이 만든 막연한 신비감보다는 제대로 알아도 정말 신비로운 것이 바로 비무장지대의 진면목이다.피비린내 나는 역사의 아픔이 생물 다양성의 보고(寶庫)가 되었다는 아이러니는,어미 말을 거꾸로 따르다가 무덤마저 잃을까봐 목놓아 울어야 하는 청개구리의 처지와 닮았다. 하늘색 청개구리가 나타난 것은 상서로운 일이다.우리의 손발이 묶임으로써 이런 귀한 생물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자연보전과 자유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또한 자연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에 대한 가치를 느끼게 한다.남북은 역사 이전에 신화를 공유하고 있었다.이제 우리는 이런 신화의 메신저를 맞이하여 비무장지대에 대한 남북공동조사를 이끌어내고,환경공동체로서 통일의 기초를 다지는데 나서야 한다. 신준환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과장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