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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C·SBS 월·화극 대결 ‘2라운드’

    60·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왕초’와 ‘은실이’로 접전을 벌인 MBC와 SBS가 오는 12일부터 월화극 경쟁 2라운드에 돌입한다.호흡이 긴 전작들과 달리둘다 16부작 미니시리즈로 단기 승부를 펼칠 예정. MBC는 코믹 멜로를,SBS는납량물을 카드로 택했다. MBC ‘마지막 전쟁’(밤 9시55분)은 짜릿한 연애감정이나 가슴뛰는 사랑은결혼과 동시에 사라졌다고 느끼는 30대 부부의 갈등을 주제로 한다.흔히 드라마속에서 ‘사랑과 이해가 충만한 사이’로 포장되는 부부관계를 뒤집어,‘부부 역시 힘과 권력이 지배하는 사회적 관계가 아닐까’하는 물음을 던진다.소심하고 자신감없는 성격에 결혼정보업체를 근근이 끌어가는 남편 태경과 상냥하고 당당하며 재색을 겸비한 변호사 아내 지수가 주인공 커플.대학때부터 지수를 줄기차게 좇아다녔던 태경은 결혼해서도 여전히 도도한 아내가 불만이고,자기보다 좀 못한 남자와 사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결혼한 지수또한 능력없는 남편이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묵직한 주제의식과 달리 얘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밝고 경쾌하다.코믹 연기에 능한 강남길이 태경역을,개성파 배우 심혜진이 지수역으로 짝을 이룬다. 여기에 황혼에 접어든 50대 부부와 지수 동생 지은의 20대 사랑이 곁들여진다.94년 베스트극장에서 동명으로 방영됐던 단막극을 확대발전시켰다. 반면 SBS ‘고스트’(밤 9시55분)는 젊은 감각의 귀신 드라마.‘모래시계’‘백야 3.98’의 김종학 PD가 연출을 맡아 기획단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편당 1억원에 달하는 제작비에서 알 수 있듯 첨단 컴퓨터그래픽과 미니어처,특수촬영 등에 심혈을 기울였다.영화 ‘유령’을 만든 젊은 감독 민병천이 합세해 더욱 기대를 모은다. 강력계 형사 대협(장동건)에게 쫓기던 살인사건 용의자 지승돈(김상중)이악령으로 변해 대협의 약혼자 선영(명세빈)을 죽이면서 인간과 귀신의 보이지 않는 게임은 시작된다.자칫 구태의연해질 수 있는 귀신 드라마의 정형을깨기 위해 신세대 오렌지 도사 달식(김민종),로맨티시스트 노총각 귀신 등을등장시켜 코믹한 분위기를 가미했다.선영과 인터넷 신문기자 재영의 1인2역을 맡은 명세빈과 소름끼치는 악령으로 분한 김상중의 연기변신도 관심거리.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는 KBS2 ‘전설의 고향’과의 대결도 기대된다. 이순녀기자 coral@
  • [대한광장] 아버지의 눈물

    아버지 고향은 평안남도 강서다.1926년생 호랑이 띠,올해 우리 나이로 일흔넷이 되셨다.해방 직후,시절이 하수상하니 잠시 피하라고 등 떠다미신 당신어머니 모습을 뒤로 하고 혈혈단신 월남하신 지 올해로 반백년하고도 네해가더 지났다. 우리 아버진 평소에 말이 별로 없으신 분이다.당신 연애 시절 “우리 영화보러 가요”엄마가 청하면 “난 그 영화 봤으니 당신이나 보구려”했던 분이시다. 그런 우리 아버지께서 지금까지 꼭 세 번을 우셨다.첫 번째 울음은 장남이원인이었다.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역시 엄마와 딸만큼이나 애증이 복잡하게얽혀있는 것이 우리 가족의 맛 아니겠는가.아버지의 기대주 장남이 내리 세번째 서울대 입시에서 낙방하고 돌아온 날 저녁,아버지는 술이 거나하게 취하신 채 술병을 가슴에 한아름 안고 들어오셨다. 그리고는 아들에게 당신이 손수 사오신 술을 권하며 “그래,세상에는 안되는 일도 있지”하시며 눈물을 흘리셨다. 아버지의 두 번째 눈물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1972년 여름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되던 날,아버지는 한없이 눈물을 흘리셨다.누군들 고향 떠나와 고생하지 않은 이 있으랴만,내리 석달을 끼니마다 ‘뜯어국’(수제비의 이북 사투리다)만 해 드신 통에 지금은 수제비만 보셔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아버지시다. 정말 일가친척 하나 없이 홀로 서울 땅에 발붙이고 사는 동안 세상살이가참으로 서러웠다는데,이제 당신 살아 생전에 어쩌면 부모님을 뵈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만 눈물이 나오더라셨다.그 때만 하더라도 당시 실세였던 중앙정보부장이 평양을 다녀왔다는 사실만으로,우리는 금방이라도 통일이 되어 이산가족의 감격적 만남이 이어지리라 한껏 기대에 부풀지 않았던가. 그로부터 어언 27년이 훌쩍 흘렀다.이제 아버지는 이산가족 상봉 운운해도별 기대를 하지 않으신다.지난 해 겨울 ‘역사적인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었다고 떠들썩했을 때도 두 분 금강산 가시려느냐 여쭈었더니 “금강산이나설악산이나 그게 그거겠지,고향땅 못 밟아보면 무슨 소용이야”하시며 고개를 저으셨다. 최근 남북한간에 진행되는 일련의 사태들-서해교전이다,금강산 관광객 억류다,이산가족 문제를 위한 남북차관급 회담 전망이 불투명하다 등등을 지켜보며 이번에도,혹시나 했던 기대가 역시나 하는 실망으로 끝나는 이 악순환을우리는 언제까지 참아내야 할 것인지 막막하기만 하다. 한데 이번에는 북한에 대한 분노만큼이나 우리 자신에 대한 실망이 커지고있음을 숨길 수가 없다.분단된지 벌써 54년,이제 북한이 어떤 상대라는 것쯤은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을만큼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는가. 북한은 지금까지 ‘일관성있게 비일관성’을 유지해왔다.고도 정보화 시대에 자신들의 정보 자체를 철저히 차단함으로써 자신들의 정보를 파워로 전환하는 대신 우리의 정보력을 무력화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알면서도 당하는 우리가,모르면서 당한 것처럼 보이는 미국보다 훨씬 한심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이산가족 문제만 해도 그렇다.실제로 가족만큼 정치적 쟁점을 불러일으키는 집단은 없을 뿐더러 가족만큼 자신의 정치성을 교묘히 숨기고 있는 집단도흔치 않다. 남북이 모두 이산가족 문제를 앞세워 자신들의 실리를 챙기고자 하는 한 이문제는 인도적 차원의 뜨거운 가슴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은 분명하다. 우리 아버지는 당신의 막내 아들이 부모 몰래 해병대 시험을 보고 훈련소로 향하던 날,그날 아침에도 우셨다고 한다.당신 인생이 분단의 희생물이거늘,부모형제를 지척에 두고도 못 만나는 설움에 더하여 아들을 군대에 보내야만했던 마음,그 아픈 마음이 어찌 우리 아버지뿐이랴. [咸仁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 동성연애 하는 美 첫 외교관-호멜 駐룩셈부르크대사

    워싱턴 최철호특파원 자타가 공인하던 동성연애자 제임스 호멜(65)이 5일 마침내 대사로 임명됐다. 클린턴 대통령은 지난 97년 룩셈부르크대사로 선정됐었으나 동성연애자란이유로 상원인준이 거부됐던 그를 의회가 휴회기간일 때엔 인준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헌법상‘휴회임명’조항을 이용,기습적으로 임명했다.임기는 2000년말까지다. 육가공업으로 거부가 된 호멜사의 상속인으로 시카고대학 학장을 지내기도했으며,친민주당파로 애초부터 클린턴의 총애를 받아 유엔 인권위원회 미국대표를 역임하고 지난 96년에는 유엔총회 미국대표로 참석하기도 했다. 시카고에서 게이들의 천국인 샌프란시스코로 옮겨 정착한 그는 자신이 동성연애자임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다니며 에이즈방지 운동에도 앞장서 온 인물이다. 이런 인연으로 클린턴은 지난 97년 그를 룩셈부르크 대사로 선정했고 상원외교위원회는 논란끝에 그의 선정에 대해 이미 룩셈부르크가 반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준했다. 그러나 상원본회의에서 그의 인준은 발목이 잡혔다.96년 그가 수녀들을업신여기는 발언을 해 가톨릭쪽에서 거세게 반발하고 동성연애자를 미국을 대표하는 대사로 임명할 수 없다는 일부 보수의원들의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로 결국 인준을 얻지 못했다. 휴회임명조항은 정식임명이 아니란 이유로 잘 적용하지 않던 편법으로 임명은 됐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프리뷰-내일 방영 K2TV TV문학관 ‘새’

    KBS2TV ‘TV문학관’이 1년남짓만에 부활해 30일 밤 10시10분 오정희의 원작소설 ‘새’(극본 박남준 연출 장형일)를 내보낸다. 꿈은 찬란하지만 현실은 처절한 남매의 이야기이다.아빠의 매질에 못이겨달아난 엄마,돌봐주던 외할머니마저 쓰러지자 친척집을 전전하던 남매는 다시 아버지를 만나 바다가 내려보이는 달동네의 단칸 셋방으로 이사온다.그곳에서는 천박한 새엄마 등 인간군상이 남매를 기다리고 있다.살인자인 포장마차 주인 정씨,동성연애중인 여성 부부,새를 키우는 트럭운전수 이씨,밤무대에서 트럼펫을 부는 김씨와 휠체어의 아내…. 새엄마가 집을 나간 이후 아버지도 떠나지만 동심을 잃어버린 소녀는 아버지를 붙잡지 않는다.이 소녀는 동생의 엄마이자 선생님.또 동생을 의지하지만 결국 남동생마저 죽고 만다.소녀는 동생이 죽자 “새가 되어 날아다니고 싶다”던 동생의 꿈을 이뤄주려 바닷가로 나가고,누나는 진짜 새가 된 동생의 환영을 만난다. 꿈이란 무엇인가.소중하고 아름다운 삶의 에너지이지만 실제로 꿈을 이루기에는 현실의 벽은너무 높고 가파르다.가난과 고독,소외… 이 드라마는 원작처럼 어둡고 절망적이다.어린 소녀의 무표정한 얼굴이 세상살이의 무게를 새삼 깨닫게 한다.장수혜와 유종원의 아역연기는 화면을 생동감있게 살려낸다.또 인간군상을 연기한 할머니 김지영과 정종준,정동환,방은희도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있으며 TV드라마에서는 금기시된 남장여자로나와 동성부부의 남편역을 해낸 연운경의 몸을 던진 연기가 두드러진다. “새가 되고 싶다”는 구체화되지못한 꿈으로 버티지만 갈수록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어린 남매의 삶은 꿈을 잃어버린 오늘의 어른들을 울린다.부산에서 촬영한 어두운 도시와 바다의 영상,희끄무레하게 변해가는 하늘을 담은 화면은 남매의 불행한 삶을 그들의 것으로만 한정짓지 않는다.인생은 슬픔일까.주체할 수 없이 가벼운 여느 드라마와는 다르지만 너무 무겁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등신불’‘바닷가 소년’‘열녀문’‘불새’‘인간과 전장’ 등 옛 ‘TV문학관’을 연출한 장형일감독의 작품이다. 허남주기자
  • 日 제자 성희롱 교수에…거액 위자료 지급판결

    일본에서 직무를 이용해 제자를 성희롱한 교수에게 사상 최다액수인 750만엔(7,350만원)의 위자료 지급판결이 내려졌다. 24일 센다이(仙台)지법에서 승소판결을 받아낸 원고는 도호쿠(東北)대학원을 수료한 20대 여성. 판결에 따르면 95년 4월부터 원고의 박사과정 학위논문 지도와 심사를 맡았던 피고(46·조교수)는 이 여성에게 성적 농담을 일삼고 섹스를 요구했다.그는 제자를 지도하면서 가슴과 하반신을 만지고 “연애관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논문을 지도하지 않겠다”는 등 위협과 성희롱을 거듭했다. 이듬해 9월 성적 요구를 거절하는 제자에게 교수는 지도하던 논문을 처음부터 다시 쓰도록 하고 전화를 집요하게 거는 등 괴롭혔다. 97년 대학당국은 이 여성으로부터 성희롱 사실을 신고받았으나 해당교수에게 엄중주의를 내리는 경미한 처분에 그쳤다.대학원 수료후 조수가 됐던 피해여성은 결국 지난해 3월 퇴직하고 1,000만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교수의 행위는 피해여성이 논문지도의 포기를 두려워하고 있는 점을 이용한 불법행위”라면서 “교육자로서는 있어서는 안될악질적인 소행”이라고 밝혔다. 교수는 이에 대해 성적관계는 있었지만 합의를 한 남녀관계였다”고 반론했으나 재판부에서 인정되지 않았다. 한편 원고측은 “폭행이나 공갈같은 폭력적 행위가 동반되지 않은 성희롱 재판에서 승소함으로써 직무를 이용한 성희롱 방지에 경종을 울렸다”고 말했다. 황성기기자 marry01@
  • [대한광장] 문화대통령을 기대하며

    구원의 복음이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이른바 ‘삶의 질’이라는 복음이다. 이데올로기의 쟁투가 막을 내리면서부터 모든 합리론자들은 이 복음의 깃발아래 동맹을 맺고 있다.권력을 잡고있는 사람들이나 잡아보려는 사람들,그리고 권력과 공생관계를 맺고 있는 언론과 지식인들은 하나같이 목청 높여 소리치고 있으니.삶의 질을 높이자! 절대빈곤이 사라졌으므로 이제부터는 빵만이 아닌 그 무엇,곧 문화적인 삶을 누려야 된다는 말에 이의를 다는 사람이있다면 몰매라도 놓을 판이다. 절대명제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이 말은 그러나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모든 부문에서 다 그렇듯 서구쪽에서 이미 오래전에 나왔던 말이다.그리고 그것이 허구라는 것 또한 밝혀진지 오래 전이다.왜 허구인가.남은 시간이 많지않기 때문이다.이른바 ‘지속가능한 개발’과 그것의 구체적 방법론인 ‘녹색산업주의’라는 것이 전 지구를 휩쓸고 있는데,또한 불가능한 꿈에 지나지않는다. 환경위기에 대해서 입 가진 사람마다 한마디씩 하고 있지만 여기에도 근본적인 모순이 있다.여전히 절멸적 파괴를 늦추고 줄이면서 어떻게든 인간중심의 안락하고 풍요로운 삶을 이어 가보자는 생각이 들어있는 때문이다. 약육강식하고 우승열패(優승劣敗)해서 적자생존할 수밖에 없는 게 인간사회의 조건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발칸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극 또한인간이라는 이름의 중생이 지고가야 할 업(業)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면 마찬가지. 오늘 이 땅에는 부패타락하고 부화방탕한 ‘양키문화’와 ‘양키예술’이범람하고 있다.여기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이 ‘왜색문화’와 ‘왜색예술’이다.이 땅의 사람들은 온통 ‘양키’와 ‘왜색’에 둘러싸여 있는 꼴이다.이른바 ‘월드컵광풍’에 휩싸여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확대될전망이다. 문학 또한 마찬가지다.아니,어떤 면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부추기며 선도하고 있기까지 하다.이러한 문학예술에서는 깡패·절도·강도·살인자·배신자·배덕자·파괴분자·자살자·패덕주의자·동성연애자·변태성욕자·윤락적인 인간·패륜아 등을 영웅시하고 찬양하는 수준 이하의범죄적 쓰레기같은이야기들이 이른바 ‘작품’이란 미명아래 쏟아져 나옴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시키고 의식을 극도로 타락시키고 있다. 경제위기로 온 나라가 죽살이를 치고 있는 오늘의 사태가 과연 재앙일까.하루빨리 벗어나야만 할 재앙이 아니라 비로소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호기를 맞은 것은 아닐까.IMF 이전 시절이 어떤 세상이었던가. 사회적 약자와 민족적 약자에 대한 야수적 수탈과 자연생태계에 대한 무차별적 약탈과 파괴와 살육을 전제로 성립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까지 추구해온 ‘성장경제’이고,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이겨야 하므로 나와 내 식구를 뺀 모두를 쳐서 무찔러야 할 ‘적’으로 여기고 살아온 나날이었다면,그것은 이미 사람의 삶이 아니다.그렇게 살아온 것이 우리들의 삶이었다.그리고 그러한 사태의 방식은 지금도 이어지고있다.아니,더욱 더 심화되고 있다.어떻게 할 것인가. 문화를 생각해야 한다.물질의 뿌리가 정신이듯 경제의 뿌리는 문화이기 때문이니.‘경제대통령’이아니라 ‘문화대통령’이 보고 싶은 소이연이다.2만권의 장서를 청와대 서재로 싣고 들어간 후광(後廣) 김대중 대통령한테서그런 가능성을 기대해 본다. 일찍이 백범선생이 ‘나의 소원’에서 말한 바대로 ‘우리 민족의 사업은결코 세계를 무력으로 정복하거나 경제적으로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직사랑의 문화,평화의 문화로 우리 스스로 잘 살고 인류 전체가 의좋게 즐겁게살도록’ 하는데 신명을 바쳐야 할 것이다. [金聖東 작가]
  • [변혁으로서의 문학과 역사](21) 정공채 長詩 ‘미군의 차’:下

    문제의 장시 ‘미8군의 차’ 서두는 이렇게 시작된다. “주둔/버드나무에 말을 맨/주둔./18년(1945년부터 63년까지의 햇수)의 강하와 그/일월./옛날에는 힘센 장수가/무딘 손으로/말고삐를 매었다./버드나무가 줄줄이 늘어선/우리 조선땅에” 미군 주둔을 버드나무에 말을 맨 수사법으로 시작하면서 그 버드나무가 지닌 역사성을 상기시킨다.서론에 해당하는 4장까지 이 시는 쇄국의 대명사인대원군을 “오늘날은 한번쯤 생각해도…”라며 상기시켜 주면서 민족 주체성의 상징으로 버드나무와 그 버드나무를 닮은 여인을 등장시킨다.이어 6·25를 연상하는 전쟁의 잔혹상을 제시하고는 무대를 산촌으로 바꿔 방방곡곡으로 스며드는 ‘박래(舶來)’풍조(외세란 어휘를 차마 쓰기가 두려웠으리라)를 비꼰다. 5장에서 주인공이 비로소 등장한다.“나”로 상정된 주인공은 바로 시인 자신으로 진주농림학교에 다니며 존경하던 임학(林學)선생 한 분이 민족과 국토를 위해 나무를 심자는 가르침에 감동을 받아 일생을 임학에 바칠 각오를굳힌다.그러나 “이 순백의 고등학생들에게도/번져 온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려운/세계의 그 사상” 때문에 “진주에서도 지리산/아직 순백의 애들이,엉터리로 들떠서/교실에서는 조림과 삼림보호를 배우던/친구들이./ 산에서/흐르는 작은 별과같이/총을 맞아 죽어갔다” 바로 지리산의 비극적 상황을 연상토록 만드는 이 대목으로 말미암아 시의 주인공인 ‘나’는 “존경하던 우리 임학 선생님을 등지고/수원농과대학의/푸른 산,푸른 강,푸른 조국의/국가백년지대계의/산에 나무 심어 가꾸어 보호하고 자르는/임학을 버리고//찬물을 마시고 취하는 외교와/거짓 술잔을 높이 들고 미소 짓는/그런 정치외교학과에” 투신했다고 썼는데,이 대목은 바로 정시인이 연세대 정외과를 선택한 배경이 된다. 6장에서는 미군의 한반도 주둔 모습을 “바퀴는 굴러가다가 용산/바퀴는 굴러가다가 영등포”하는 후렴식으로 부평,오산 등등 미군기지가 있었던 지명을 열거한다.이렇게 미군이 주둔한 뒤의 한국 땅에서 전개되는 삶의 양식이바뀐 모습을 7장에서 “바퀴가 몇만,몇십만 번을 굴렀는데도/꽃같이 아름다운 자유는/빵과 의복과 따뜻한 주소의/열매를 달지는 않았다./다만 탱 빈 마른 나뭇가지”라고 묘사했다. “에르하르트가 있는/싱싱하여 철철 넘쳐 흐르는/라인강 라인강 기적강 기적강/일하는 사람으로 가득 담긴/독일이라는 강물,근로의 나라.//꼭같이 바퀴가 그 나라에도 뒹굴고/우리나라에도 뒹굴었는데/그리고 바다 건너 일본에도/바퀴가 궁굴었는데 패잔병은/잔명은/바로 우리다”(9장)는 대목에서는 여러 미군 주둔국 중에서 한국만이 지닌 특수상황이 빚은 비극을 상기시킨다. 분단으로 인한 남북 대결,이런 국제정세 속에서 어부지리를 얻는 일본이 언급되면서 한국 청년들의 방황과 고뇌가 서술된다.이런 와중에 ‘나’는 여행을 떠나는데 이것은 정신적 방황을 상징한다.돈 때문에 연인은 양공주가 되고,남자는 나락의 운명으로 전락한다(14장). 이승만 독재정권에 대한 풍자(“한때 암코양이가 울어”등으로 상징)와 4월혁명 예찬과 좌절(15장)을 겪으며 ‘나’는 도시 소시민적인 삶에 묻혀 연애와 방탕과 방황을 거듭한다(16∼17장).물론 가끔은임학기사가 되려했던 옛꿈을 회상하기도 하지만(19장),“썩은 과일”(20장)과 “아편을 맞고/기분좋게 늘어진 나는/패잔병”으로 현실 속에서 안주한다.그런 안주 속에서 ‘나’는 농촌에서의 이상적인 삶을 설계하곤 하지만 현실은 낙담 뿐이다.그런 삶을 시인은 양공주의 일상으로 상징하여 표현한다.“…소공동에서 소공동에서/꽃을 팔지 말아요./제발 이 거리에서 꽃을 팔지 말아요”(26장)란 대목은 양공주의 삶이 우리 모두의 참담함이며,여러 항구를 떠도는 그녀가 곧 ‘나’의 연인과 누이이기도 했음을 시사한다. “패잔병”은 마침내 귀향하여 다시 임학의 꿈을 실현하고자 이를 목관악기의 저음으로 연주한다.그래서 “노오란 자산/미8군의 차보다 큰/교목림으로/이 땅,우리 조국에 가득히/자유의 밭을 이루라./기쁜 밭을 이루라./삼림을이루라”로 이 시는 끝난다. 任軒永 문학평론가
  • [인터뷰]새달 인터넷방송국 개국 탤런트 변우민

    ‘너무 잘 생겨서 매력없다’는 탤런트 변우민(36).데뷔한지 10여년이지만스스로 대표작이라 내세울 것도 없다는 이 오만한 ‘딴따라’가 새로운 일을 벌인다.오는 5월1일 인터넷방송국 ‘Playcat’(www.playcat.com)을 개국하는것.이를 위해 지난 1월 한국인터넷방송협회(KWN)에 방송국 등록을 했다. 인터넷 방송이란 21세기의 새로운 매체로 각광받고 있는 컴퓨터 방송.변우민은 ‘깜짝이벤트’가 아니라 진지한 ‘도전’을 하고 있다며 심각한 표정이다.8mm 카메라로 자체 제작한 10여개의 프로그램을 매주 바꿔 새로운 내용으로 24시간 동영상 서비스할 계획이다.방송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 한다. 프로그램은 연예계 소식을 비롯,시청자참여 여론조사를 통해 젊은이의 여론을 반영하는가 하면 사이버 스쿨에선 댄스 교실과 누드 크로키,연애학 교실등 강의도 준비되어 있다.또 변우민의 리얼한 스타인터뷰,개봉전 영화표 예매코너도 있다. 이런 엉뚱한 일을 벌이는 것은 ‘대본대로 움직여야 하는’연기자로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4년전 한 케이블TV의 프로그래머로 일할때 할리우드의 영화제작자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배우로서 이만큼 활동하고도 개인 사이트가 없다는 것에 무척 놀라더군요.창피해서 돌아오자마자 컴퓨터를 샀어요” 이렇게 컴퓨터에 입문,몇 해 전부터 시나리오를 쓰거나 이메일로 사진을 전송하는 등 컴퓨터와 친해졌다.그의 프로그램 중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것은 ‘사이버 대통령후보 퍼펙트 맨 선거운동본부’다.21세기를 이끌어 갈가상의 대통령상을 젊은이들이 만들어 가는 것으로 이를 통해 대화와 설득의 방법을 배우게 하겠다는 것이다.“우리는 흑백논리와 편가르기에 익숙하지않습니까? 젊은 세대들이 밝고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뜻을 밝혀나가고 즐기면서 배우는 매체가 되게 할 겁니다” ‘정치에 관심있느냐’는 질문이 나올 정도로 확신에 찬 목소리지만 그의목표는 오로지 영화제작.이미 영화사 ‘시네 아이’에도 출자,공동 주주가됐다.살던 집을 팔아 벌인 인터넷 방송 일은 국내외에 자신을 알린 후 외국시장에 영화를 제작·판매하겠다는 꿈의 실천을 위한 첫 걸음이다. 울산공대 화학공학과-일어과를 거쳐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그는 결혼에 ‘안주’하는 대신 전세계 60여개국을 마음껏 ‘방랑’했다.직접 체험하며 살고 싶다는 그의 꿈을 담은 인터넷 방송은 ‘일단’ 무료라면서 팬들의방문을 권했다. 그래도 영원한 본업은 연기자.MBC‘하나뿐인 당신’에 출연중인 그에게 KBS‘사람의 집’에 밀리고 있는데 어떠냐고 슬쩍 긁으니 “두고 봐야 한다”는 대답으로 전에 없는 성숙함과 느긋함을 보인다.세계를 향해 섰기 때문일까?그의 연기도 좀 달라졌다. 허남주기자 yukyung@
  • 매맞는 아내들 이혼못하는 51가지 이유

    매맞는 아내가 폭력남편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尹賢淑교수(41·여)는 2일 서울 가정법원 소회의실에서 판사와 조사관 등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가정폭력에 대한 이해와 치료’라는 제목의 강의에서 매맞는 아내가 폭력남편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조사한 외국사례 51가지를 우리 현실에 맞춰 설명했다. 尹교수는 폭력 남편과 이혼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자녀문제’를꼽았다.아이로부터 아버지를 빼앗는다는 죄의식 또는 아이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음으로는 ‘경제적 이유’를 들었다.이혼을 생각하더라도 이혼 뒤의 생계유지나 남편 외에 기댈 곳이 없다는 두려움이 앞선다는 것이다. 尹교수는 이같은 현실적 요인 외에 다양한 심리적 요인도 지적했다.매맞는아내들은 스스로를 합리화하거나 자기비하를 통해 이혼을 거부하는 습성이있다고 설명했다.즉 아내들은 남편의 폭력이 자신에게서 비롯됐다고 자기암시를 하기도 하고 남편의 폭력이 흔히 있는 정상적인 것으로 판단한다는것이다.특히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폭력을 보면서 자란 아내는 가정내 폭력을정당화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尹교수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환상도 이유로 들었다.지금은 폭력에 시달리고 있지만 조금만 참으면 신혼초나 연애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는것이다.또 폭력을 제외하면 현재의 남편이 좋은 면을 더 많이 갖고 있다고믿는다.尹교수는 이를 ‘꿈꾸기’로 표현했다. 그밖의 원인으로 ■이혼 뒤 남편으로부터 가해질 또다른 폭력에 대한 두려움 ■성생활 ■시댁 및 친정의 압력 ■종교적 이유 등을 꼽았다. 尹교수는 “가정폭력의 결과로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초래될 수 있다”면서 “가정내 폭력을 다룰 때는 외적인 요인 외에도 피해자의 심리적 요인도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보고 또 보고’ 화려한 피날레

    MBC 일일극 ‘보고 또 보고’(극본 임성한 연출 장두익)가 2일 종영한다.결말은 예상대로 은주가 꿈에 그리던 첫아들을 순산하고 시어머니와 화해한다는 해피엔딩.지난해 3월2일 첫방송이래 1년넘게 장수한 이 드라마는 평일 밤8시25분대 채널을 고정시키며 장안의 화제를 모았지만,중반들어 얽히고 설킨 비상식적인 내용전개로 공영성에 반하는 대표적인 드라마라는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공주풍 언니 금주와 악바리 동생 은주의 사랑과 결혼을 기둥으로 한 ‘보고 또 보고’는 방영 3주만에 시청률 30%를 넘어서며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데이어 7월들어서는 50%대를 돌파,일일극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가정의 보편적인 관심사인 결혼이라는 소재와 감칠맛나는 대사,출연진의 자연스런 연기가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인기의 비결로 꼽힌다. 하지만 이 드라마도 방송사의 고질적인 병폐인 ‘고무줄식 늘리기’의 함정을 피해가지는 못했다.높은 시청률에 고무된 제작진의 무리한 방송연장은 극의 흐름을 작위적이고 비정상적으로 몰고갔다.겹사돈은 어느 정도이해할 수 있다하더라도 남동생이 매형과 한때 혼담이 오갔던 여자와 연인관계로 발전하고,은주 아버지가 둘째 사위의 직장 여상사에게 연애감정을 느끼도록 설정한 것은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방송기자가 뽑은최악의 프로로 선정됐는가 하면 PC통신에서도 종영을 재촉하는 시청자들의항의가 빗발쳤다. 李順女
  • [인터뷰]MBC ‘하나뿐인 당신’ 탤런트 김희애

    “설레임보다는 걱정이 앞섭니다.연기와 완전히 담을 쌓고 살다가 다시 그세계로 돌아간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지요” 다음달 5일 MBC일일극 ‘하나뿐인 당신’(극본 박정란,연출 정운현)으로 안방극장에 돌아오는 톱탤런트 김희애(32).연기 잘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그도 데뷔(82년)이후 처음 가진 긴 공백기가 적잖게 부담이 되는 듯 조심스럽게 컴백소감을 밝혔다. 지난 95년말 ‘연애의 기초’를 마지막으로 브라운관을 떠났으니 정확히 3년3개월만의 복귀다. “세월이 참 빠르네요.결혼해서 애 하나 낳고,방송 그만 둔지 벌써 3년이지났으니…”.살림 배우고,아기(기현·6개월)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뜻하지않게 휴식이 길어졌다고 한다. 그동안 드라마를 봐도 남의 얘기 같고,연기자를 보면서는 ‘어떻게 저렇게잘 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기와 동떨어진 생활을 했다고 말한다. 지난해 11월에는 ‘연기론’을 강의하던 수원전문대의 교수직도 그만뒀다. 연기에 도움이 될까 해서 시작했으나 막상 해보니 자신이나 학생들에게 별도움이 되지 않더라는 것.“연습장에서 오랜만에 선배님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니까 ‘아,이런게 진짜 연기구나’싶더군요” ‘하나뿐인 당신’은 서울 변두리에서 지물포를 운영하는 장대길 일가 4남매의 사랑과 일을 그린 드라마.첫째 딸 서영이 그가 맡은 인물이다.직장을다니며 방송통신대학을 나오고,같이 노조일을 하다 쫓겨난 남자동료와 결혼한,당차고 강인한 여자다. 이전에도 자기주장이 강하고,고집있는 역할을 많이 했기 때문에 서영 역이낯설지 않다.애를 낳느라 15㎏가량 불었던 몸무게도 드라마 출연을 결정한이후 모유 수유를 끊고 열심히 운동하면서 예전으로 되돌아갔다. “긴장한 탓인지 요즘은 몇 장면만 찍어도 금방 피곤해요.전에 ‘까레이스키’찍을 때는 영하 40도나 되는 시베리아벌판을 헤매도 끄덕 없었는데 말이에요” 연기리듬을 회복하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단다. 똑똑하고 야무진 인상은 처녀적 모습 그대로인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한결여유로워졌다.결혼이 가져다준 편안함과 안정감이 몸에 밴 때문일까.“결혼전에는 연기밖에 몰랐는데,막상 결혼하고 나니 세상이 달라지더군요.남편을만나고,아기를 낳고서야 하나의 인격체가 됐다는 느낌이에요” 남편 이찬진씨(35·한글과 컴퓨터 사장)는 그녀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지난해 회사가 어려울 때도 내색한번 하지 않던 남편은 그녀의 TV복귀를 누구보다 반기고,용기를 북돋워주었다고 한다.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온 그녀의 연기가 기대된다.
  • 美 백인우월주의 기승

    ┑워싱턴 崔哲昊 특파원┑흑인을 트럭에 매단채 끌고 다니다 숨지게한 백인우월주의자 존 윌리엄 킹(24)이 23일 유죄평결을 받자 미국내 인터넷망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백인 우월주의를 지지하는 측과 그렇지않은 쪽 간의 설전이 인터넷 토론장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인종차별로 인한 범죄가 증가추세이며 특히 인종차별 감정이 극단화되는 추세라고 인권단체들이 지적했다. 증오범죄에 대처하는 시민단체 ‘시민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인종차별이나 특정종교 등과 관련,차별주의를 부르짓는 집단의 숫자가 537개로 97년보다 13%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 건수로는 95년의 경우 7,947건,하루평균 약 22건이 전체 미국에서 발생했고 다시 늘고 있다는 것이 시민권위원회의 분석이다. 증오범죄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흑인에 대한 차별 범죄(37%)이며 그 다음이 유태인들에 대한 범죄로 13%를 기록하고 있어 인종차별이 여전히 미국사회 주요문제임을 반영했다. 증오집단 가운데 가장 큰 규모는 역시 유명한 KKK(Ku Klux Klan)로 돈을 대는 고정 인원만 15만명을 헤아린다. 또 최근들어서는 4년동안 37건의 살인사건을 일으킨 스킨헤드족이 극성을부리며 백인아리안우월과 함께 유색인종,동성연애자 차별에 나서고 있다. hay@
  • ‘99문화를 여는 사람-소설가 은희경

    90년대 한국문학의 가장 큰 수확으로 꼽히는 작가 은희경씨(40).두번째 장편소설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문학동네)가 7주째 소설부문 베스트셀러1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전북 고창출신인 은씨는 95년 등단 이후 3년여 동안 장편소설 ‘새의 선물’과 소설집 ‘타인에게 말 걸기’ 등 문제작을 잇따라 발표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아 왔다. 그의 소설은 흔히 사랑소설 혹은 연애소설로 읽힌다.‘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의 주제 역시 사랑이다. “혹자는 저를 연애소설 작가라고 합니다.하지만 제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의상투성’,그로 인해 초래되는 진정한 인간적 소통의 단절이에요.” 은희경은 흔하디 흔한 사랑의 주제를 기존의 방식과는 사뭇 다른 도전적인방식으로 다룬다.그에게 있어 사랑은 고상하고 감상적이며 가슴 아린 그런것이 아니다.한 사람을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는 순정은 더욱 아니다.‘타인에게 말 걸기’에서 이미 “사랑은 천상의 약속일 뿐”이라고 선언했듯,은희경식 사랑은 어디까지나 사랑의 낭만성을 뒤엎어 버리는 ‘순정의 아이러니’로서의 사랑이다.‘마지막 춤은…’에서 주인공 진희는 세 명의 남자에 동시에 끌리는 자유분방한 사랑을 선보인다. “제가 소설에서 그리는 사랑은배신과 반칙이 횡행하는 무규범의 사랑입니다.이를 통해 이 사회에 통용되는획일화된 가치와 허위의식을 비판해보자는 것이지요.우리 사회의 숱한 억압과 금기에 의해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는 사랑,그 억압으로부터 진정 자유로움을 얻는 사랑이 제가 추구하는 사랑의 본모습입니다” 은씨에 의하면 사랑의 가장 커다란 병균은 사랑에 대한 환상이다.그는 사랑에 관한 이 치명적인 환상을 없애기 위해 사랑을 상대로 위악적인 실험을 벌인다.올 안에 펴낼 단편소설집 ‘명백히 부도덕한 사랑’과 경(輕)장편소설‘꿈속의 나오미’는 모두 그 연장선상에 놓인다. 그는 한때 고등학교 국어교사를 지냈다.그래서인지 그의 소설에는 비문(非文)이 거의 없다.올해는 문장교본이 될만한 단편소설들을 집중적으로 써볼계획이다. [작가 은희경씨는] ●전주여고,숙명여대·연세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95년 중편‘이중주’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제1회 문학동네 소설상,제10회 동서문학상,제22회 이상문학상등 수상
  • 우리집 별미-연애시절 족발집서 당황하던 아내

    아내와 처음 만난 날 나는 그녀를 장충동 할머니 족발집으로 데리고 갔다.당황하는 그녀의 모습에 미안하기까지 했다.그러나 그녀는 곧 소탈한 내 모습이 마음에 든다며 결혼하면 나를 위해 맛있는 족발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신혼초에는 마장동까지 가서 재료를 사와 직접 만드는 정성때문에 먹었다.그런 나의 생각을 눈치챈 탓인지 집사람은 어머니에게 몰래 배워 맛이 갈수록 좋아졌다.이제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이다. 족발을 먹고난 다음 그녀가 내놓는 시원한 김치말이 국수를 먹고나면 개운하면서 든든해 한끼 식사로도 충분하다.김치말이 국수는 칼로리도 낮아 겨울철 야참으로도 적당하다.재료비도 저렴해 족발과 국수를 합해 5,000원이면 2사람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족발재료:돼지족,생강,양파,된장,파,커피약간,새우젓,청양고추만드는 법:물에 된장을 풀고 양파와 생강,커피,파를 넣고 돼지족과 함께 1시간 정도 삶는다.잘 삶은 돼지족을 건져내어 통풍이 잘되는 곳에 두어 식힌다.돼지족을 식히는 사이에 새우젓에 매운 청양고추와파를 잘게 썰어 썩는다.돼지족을 알맞은 크기로 적당하게 썰어담는다.돼지족을 삶은 물에 사태고기를 삶아도 맛있는 보쌈을 맛볼수 있다.●김치말이 국수재료:소면,김치 참기름 깨소금 설탕만드는 법:김치국물과 물을 1:3의 비율로 국물을 만들어 놓는다.소면을 끓는 물에 삶아 찬물에 헹궈놓는다.삶은 소면에 준비해 놓은 국물을 넣고 참기름과 설탕 깨소금 식초로 간을 맞춘다.김치는 잘게 썰어 국수위에 얹어 낸다.이때 얼음을 띄우면 더욱 시원하게 먹을 수 있다.●김용남(만 29세,고덴시 인터내셔날 국제영업부 근무) 우소영(만27세,신원그룹 경영지원실 근무)
  • 클린턴 정치적 앞날 순탄치 않을듯

    ◎증언·연설 직후 CNN 등 공동 여론조사/사임 반대 72%… 탄핵 안된다도 69%/고비 일단 넘겼으나 경제 불안 그림자/지지율 1주일새 20% 낮아져 40%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추문 고비를 일단 넘겼다.하지만 클린턴의 정치적 앞날은 그리 평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 미국 국민들은 성추문에 휘말렸음에도 불구하고 클린턴 대통령이 사임하거나 탄핵되어서는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대통령직 역시 그대로 고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클린턴에 대한 지지율은 크게 떨어져 형편에 따라 어려움을 겪을 것임을 예고했다.또 미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유도하고 있는 경제적 형편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 것도 클린턴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CNN방송과 USA투데이,여론조사기관 갤럽은 클린턴의 증언과 TV연설 직후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우선 응답자의 63%가 클린턴이 이번 증언과 연설을 통해 신뢰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르윈스키와의 ‘관계’는 순전히 개인적인 문제라고 대답,공인으로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때문에 대통령직과 관련해서는 클린턴이 높은 지지를 얻었다.사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무려 72%가 ‘아니다’라고 밝혔고 62%는 클린턴이 대통령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의회의 클린턴에 대한 탄핵논의에도 대다수가 반대했다.69%나 됐다.또 이제 그만 르윈스키 관련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데도 65%가 찬성했다.상황이 이렇고 보면 클린턴은 소추나 탄핵없이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적으로 앞날이 순탄하다는 얘기는 아니다.클린턴은 이번 대배심 증언 등으로 앞으로 국정수행 등에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지지율 하락이 곧 반증이다.TV연설 직후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 클린턴의 지지율(favorable opinion)은 40%에 그쳤다.이는 CNN이 지난 12일 조사했을 때의 60%보다 무려 20%나 낮아진 것이다.게다가 미국민의 46%는 이날 대배심 증언에서 진실되지 않았다는 의혹을 떨치지 않고 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미국 경제의 조짐들도 불리하다.실제 내년초부터는 아시아 경제위기의 여파로 미국 경제가 하강기에 접어들 것이란 예측이 줄을 잇고 있다.클린턴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경제호황에서 비롯된 것이고 보면 계속해 높은 지지도를 유지하리란 보장이 없어 보인다.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된 클린턴은 이제 TV연설에서도 스스로 털어놨듯 ‘중대한 착오’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전망이다. ◎클린턴 연설 요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국민연설은 미국은 물론 CNN을 통해 전세계에 중계됐다.클린턴 대통령은 4분에 걸쳐 심경 등을 토로하며 국민적 지지를 당부했다.연설 내용을 요약했다. ▷심경◁ 연방 대배심에서 사생활을 비롯,어떤 미국인도 대답하기를 원치 않는 질문에 성실히 답변했다.공·사적인 모든 행동의 책임을 지겠다. ▷르윈스키와의 관계및 위증◁ 르윈스키와 적절치 못한 관계를 가졌다.잘못된 일이었다.혼자서,그리고 전적으로 책임져야하는 판단 실수이자 개인적인 실수였다.그러나 한번도 남에게 거짓말을 시키거나 증거의 파괴·은닉을 요청하지 않았다.다른 불법 행동을 취하도록 요청한 적도 없다. ▷사과◁ 나의 공적인 발언과 침묵이 잘못된 인상을 주고 있음을 알고 있다. 내 아내를 비롯,국민들을 오도했다. 깊이 후회한다. ▷증언 번복 배경◁ 내가 한 행동으로 내 자신이 당황하는 것을 막기 위해,또 내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이 문제는 나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내와 딸,그리고 하느님간의 문제이다.가족을 위해 가족생활을 되찾을 작정이다. 대통령에게도 사생활은 있다. ▷수사중단 호소◁ 개인에 대한 파괴와 사생활을 캐는 행위를 중단,국민의 생활로 돌아가야할 때다.미국은 이 문제로 너무 혼란스러웠으며 해야 할 중요하고도 진정한 일들이 있다. ◎美 역대 대통령 성추문 수난사/제퍼슨­“흑인노예와 아이까지 낳았다”/아이젠하워­전쟁때 운전기사 여성과 정사설/케네디­먼로 등 수많은 여인과 염문 뿌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성추문의 덫에 걸려 끝내 대배심 증언에 이어 국민사과를 했다.그러나 처음이 아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에는 지독한 성추문으로 시달림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 42명의 대통령 가운데 클린턴을 포함해 모두 15명이 염문을 피웠다해서 세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하지만 아무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지는 않았다. 제35대 존 F.케네디도 클린턴 못지않는 염문의 주인공.63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암살되면서 문란한 사생활은 꼬리를 물었다.영부인 재클린이 자리만 비우면 요절한 명배우 마릴린 먼로,주디스 엑스너 등 수많은 여인들을 백악관으로 불러들였다.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도 한때 이웃집 여인과 연애편지를 주고 받다가 스캔들에 휘말렸다.제3대 대통령으로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토머스 제퍼슨은 흑인노예 샐리 헤밍스와 사이에 자식까지 낳았다는 정적들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부인 엘리너의 개인비서 루시 어서와의 밀회설로 곤욕을 치렀다. 학자출신으로 독신생활을 한 24대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은 사생아 시비로,제1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28대 우드로 윌슨 통통령은 한 여인과의 밀회 사실이 들통나 한바탕 미국을 시끄럽게 했다.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총사령관을 지냈던 34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도 전쟁당시 운전기사였던 케이 소머빌이란 여인과의 정사설로 궁지에 몰렸었다. ◎증언·연설 이모저모/상기된 표정 연설… 목소리 떨리기도/연설문중 ‘섹스’ 표현은 한마디도 없어/공화당의원·스타 검사 등 정적 겨냥한듯 빌 클린턴 대통령은 17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백악관내 맵룸에서 역사적인 연방대배심 증언을 한데 이어 밤 10시(현지시간) 전국 TV생중계로 대(對)국민 연설을 했다. ○…약간은 상기된 표정으로 담담하게 4분간의 짧은 대 국민 연설을 진행한 클린턴 대통령은 르윈스키와의 성관계를 인정한 뒤 “깊이 후회하고 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감정을 이기지 못한 듯 목소리가 잠시 떨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연설문 전체에서 ‘섹스’라는 표현은 한마디도 쓰지 않아 수사의 명수임을 입증. ○…워싱턴의 정치평론가들은 클린턴의 연설이 대 국민 여론무마의 목적 뿐아니라 공화당 의원들과 케네스스타 특별검사 등 정적들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 부인 힐러리와 딸 첼시아 등 가족을 부각,국민들의 동정심을 불러 일으키고 스타 검사의 수사가 국고 낭비는 물론,무고한 사람들을 다치게 한다고 지적함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해석했다. ○…일요일 밤 작성된 연설문 초안에는 발표된 것보다 ‘사과’의 내용이 좀 더 담겨 있었으며 클린턴 개인 변호사인 데이빗 캔덜과 힐러리 여사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대통령 측근이 전했다. 한편 클린턴의 성스캔들이 발생했을때 마다 남편을 적극 옹호해온 힐러리 여사는 클린턴 대통령이 르윈스키와의 관계를 시인하는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눈길. ○…한국 사람들은 힐러리에 대한 동정론을 언급.지방도시에 거주하는 가정주부 김지인씨(37)는 “그가 부인과 모든 사람에게 거짓말을 했으므로 어떻게든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서울의 회사원 박정일씨(28)는 “대통령으로서 클린턴은 고용 확대 등 좋은 일도 많이 했으므로 미국인들은 이제 그를 놓아 주어야 한다고 본다”면서 클린턴 대통령은 평범한 가정주부가 아닌 힐러리 여사를 어려운 지경에 빠뜨렸다고 지적.
  • 외로움에 시달리는 귀순자(탈북 그 이후:3)

    ◎평범한 시민으로 살고 싶어요/초등학생 자녀 따돌림 심해 기죽어/냉대·소외감 못견뎌 술로 허송세월/“결혼은 귀순보다 큰 모험” 하소연도 96년 중풍에 걸린 남편 金慶鎬씨(63)와 만삭인 막내딸 명순씨(28)등 일가족 16명을 이끌고 북한을 탈출,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崔현실씨(59·여). 일요일인 지난 9일 서울의 한 교회에 간증차 나온 崔씨에게서는 ‘북한 출신’의 티가 거의 나지 않았다. 약간 남아 있는 북쪽 특유의 억양만이 崔씨가 1년9개월전 사선을 넘어왔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가족이 다 와서 그런지 탈북자들이 흔히 느끼는 외로움이나 죄책감은 덜한 편입니다. 이웃 주민들과도 허물 없이 지내지요. 시장에 가면 아주머니들이 야채를 더 얹어주거나 옷을 그냥 가져가라고 해 오히려 난처할 때가 많아요” 누구보다 빠르게 남한생활에 적응한 崔씨이지만 한동안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손자들 때문에 속이 많이 상했다. 평소에는 잘 어울려 놀던 같은 반 아이들이 싸움이 벌어지면 ‘북한에서 온 주제에…’라면서 따돌리는 바람에 손자들이기가 죽어 학교에 가기 싫어했다는 것. 崔씨는 “딸과 함께 선생님을 찾아뵙고,몇차례 학교에서 강연을 하고 난 이후에는 그런 일이 많이 줄었다”면서 “철모르는 아이들끼리의 일이지만 섭섭한 감정은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700여명이 넘는 탈북자 가운데 崔씨처럼 일가족이 함께 내려와 의지하며 사는 사람은 드물다. 대다수 탈북자들은 부모 형제를 등지고 혈혈단신 귀순한 탓에 극심한 죄책감과 외로움에 시달리며 지낸다. 탈북자 후원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의 尹玄 대표는 “가족을 버렸다는 자책감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결혼을 적극 권유하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 출신이라는데 대한 거부감과 선입견이 심한데다 일부는 정착금을 노려 계획적으로 접근하기도 해 자칫 돈 잃고 마음만 상하기 쉽다는 것이다. 성공한 탈북자로 알려진 金勇씨(38·연예인)도 “열렬한 연애가 아닌 바에야 귀순자에게 결혼은 귀순보다 더 큰 모험”이라고 토로했다. 주변의 냉대와 소외감을 견디다 못해 술로 허송세월하거나 잘못된 길로 빠지는 탈북자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지난해 5월 6개월된 딸과 함께 자살한 탈북자 아내 崔율리아씨(당시 26세)가 그런 예. 러시아교포 3세인 그녀는 러시아 벌목공으로 일하다 94년 5월 귀순한 남편 崔모씨(40)를 따라 이듬해 한국에 왔으나 주위와 어울리지 못한데 따른 우울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러시아 벌목공 출신인 K씨는 “남한 사람들은 북한 사람들에 대해 판에 박힌 시각을 갖고 있다”면서 “그들은 귀순자들을 저개발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뿐 동족으로서의 애정은 없다”고 비판했다. 남한사회에 대한 좌절과 열등감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죽을 고비를 몇번이나 넘기면서 찾아온 남한 땅에서 자신이 할 일이 막노동밖에 없다는 현실이 자포자기상태로 몰아가는 것이다. 탈북동기나 경로는 서로 다르지만 탈북자들의 목표는 똑같다. 자유의 땅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 기업 자율빅딜 정부서 측면지원/정부­재계 합의내용과 전망

    ◎“빅딜 미온적” 정부 불만에 재계 “조속 추진”/정유 등 과잉투자분야가 주요 대상으로/자산­부채처리·종업원 승계 등 문제 산적 빅딜(사업 맞교환)에 한층 속도가 붙게 됐다.정부의 금융·세제지원에 힘입어 5대 그룹의 빅딜이 연내 구체화될 것 같다. 휴일인 26일 李揆成 재정경제부 장관을 비롯한 주요 경제장관과 金宇中 대우회장 등 5대 그룹총수,학계인사 등 19명이 자정가까이 7시간30분동안이나 머리를 맞댄 ‘사연’도 사실은 빅딜에 있었다. 한 참석자는 “수출증대나 정리해고 문제도 현안이었지만 간담회 주메뉴는 빅딜이었다”고 전했다.전경련 회장단이 아닌,5대 그룹총수가 참석한 점에서도 이 대목을 엿볼 수 있다. 형식은 지난 4일 金大中 대통령과 전경련 회장단의 회동때 합의했던 ‘정·재계 대화채널’의 첫 모임이었지만 중립적인 학계 인사까지 대거 참석시킨 ‘비밀회동’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회의의 비중이 그만큼 막중했음을 뜻한다.정부나 재계가 기업구조개혁 없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지만 빅딜 등개별 정책에 이견이 적지 않아 서울대 趙東成 교수 등 중립적 인사를 참석시켜 정책방향을 유도했던 것이다. 정부는 재계가 빅딜에 미온적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물론 재계는 빅딜이 여의치 않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하고 부채탕감과 빅딜시 부채비율 적용유예,양도세 등 세제감면을 요청했다.참석교수들도 빅딜의 필요성을 거들었다.결론은 ▲재계가 삼성 현대 대우 LG SK 등 5대 그룹을 중심으로 상생(相生·WIN WIN)전략에 따라 빅딜을 자율적으로 추진하고 ▲정부가 이를 적극 돕는 것으로 지어졌다. 속도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지만 ‘조속히’로 정리됐다.따라서 전경련이 용역을 주어 마련중인 빅딜 초안이 나오는 대로 金宇中 회장대행이 정부쪽과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빅딜 대상은 과잉·중복투자부문.康奉均 경제수석은 “경쟁력이 떨어지고 과잉투자와 적자누적에 시달리는 분야가 대상”이라고 했고,孫炳斗 부회장은 “추진과정에서 대상사업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표현은 달랐지만 대상은 자동차 전자 유화 반도체 정유 정보통신 등이 될전망이다. 형식은 당사자간 협상이 중시되며,전경련 중재를 통한 길도 열려 있다.孫부회장은 빅딜을 결혼에 비유,“서로 좋아해야 이뤄지며 형식은 연애결혼이 될 수도,중매결혼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주목되는 것은 그동안 언급됐던 은행중재 형식의 빅딜이 후퇴했다는 점이다.재계 자율이 존중됨을 뜻한다. 한편으론 정부가 재계로부터 빅딜추진 약속을 끌어낸 만큼 금융감독위의 퇴출기업 선정이나 공정거래위의 부당내부거래 조사라는 양면전략을 통해 5대 그룹을 빅딜의 테이블로 유도할 것으로 관측된다.그러나 자산이나 부채처리와 종업원 승계문제 등 걸림돌이 해소되지 않고 금융·세제혜택 등의 정책지원이 따르지 않는다면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중단편 소설집/‘연애하는 남자’ 국내 첫선

    독일의 대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중단편 소설집이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다. 도서출판 문학수첩이 출간한 중단편 소설집 ‘연애하는 남자’(안인희 외 옮김)는 릴케가 프라하에 체류하던 문학청년 시절에 쓴 작품들을 모은 것이다. 대시인의 정신적 우물에는 표제작 ‘연애하는 남자’를 비롯 ‘보후쉬 임금님’등의 중단편 13개가 들어 있다. 집시청년과 처녀의 찰라적 이별을 다룬 ‘숙명’에서 보이는 피부에 와닿는 묘사나,고교생 프리츠와 안나가 미지의 세계로 사랑을 찾아 집을 나서는 장면을 묘사한 ‘도주’가 보여주는 섬세한 감수성은 시인 릴케의 탄생을 예감케 하는 수작이다. 그리고 ‘무덤파는 사람’에 이르면 릴케와 떼놓을 수없는 이미지인 죽음,고독에 대한 씨앗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릴케의 청년기의 우물을 긷는 다른 두레박도 필요하다.“릴케의 초기 소설들에서 그의 성장 과정을 알 수 있다는 의미에서 뿐만 아니라,선입관을 버리고 읽으면 실제 뛰어난 재미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라는 옮긴이 안인희씨의 말처럼 그저 읽고 즐기면서 건지는 재미도 제법이다.
  • ‘사랑아 길을 묻는다’/‘분단의 작가’김원일씨 연애소설로 외도?

    ◎혼돈·질곡의 구한말 몰락양반·참봉 후실 운명적 사랑이야기/유창한 우리말 구사 토속미 가득한 묘사 중진작가 김원일이 처음으로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 ‘사랑아 길을 묻는다’(문이당 간)를 내놓았다. 민족 분단의 아픔과 줄곧 씨름해온 작가가 사랑으로 잠깐 곁눈질 한 이유가 궁금하다. “작년 ‘불의 제전’을 끝내고 통일될 때까지 분단문제는 소설로 다루지 않기로 생각했습니다. 다른 종류의 작품을 찾던 중 지금까지 한번도 쓰지 않은 연애소설로 변신을 시도하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역사의 정도라는 큰 줄기에서 불륜이라는 지류로의 외도에 대한 변 치고는 밋밋하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몇가지 실타래가 얽혀 있다. 먼저 몰락한 양반 서한중과 김참봉의 후실 사리댁이 엮어가는 금지된 사랑 혹은 (주인공에게는)거역할 수 없는 사랑이 있다. 또 혼돈과 질곡의 구한말(舊韓末)이라는 현실과 그 옆에 작가가 “통속소설로의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장치로 천주교라는 초현실의 영역이 있다. 두 사람은 운명적인 사랑을 완성하려고현실의 굴레인 집에서 야반도주,화전생활을 한다. 꿈같은 행복은 잠시,김참봉이 풀어놓은 추적의 손길이 미치자 가시밭길 떠돌이 삶에 접어든다. 이리저리 떠돌던 ‘운명적 사랑’의 주인공의 마지막 운명은 사리댁의 실명과 서한중의 죽음이다. 그 모습은 불륜의 덧없음을 담고 있지 않고 현실의 냉소를 이겨낸 당당함으로 그려진다. 작가는 신이 내린 구원의 길을 외면한 인간의 편을 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눈에는 엄연히 용서받지 못하는 사련(邪戀)이다. 더구나 공소(公所·신부가 상주하지 않는 작은 카톨릭교회)라는 만남의 첫 다리를 놓아준 천주교의 눈으로 볼 때는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 서한중과 사리댁을 불륜의 덫에서 구해주는 작가의 시선은 영원한 사랑을 그리는데 머무르고 있다. “삶에는 세속의 부나 성공에 비중을 두는 시민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예술성의 영역이 있지요. 세속의 잣대를 넘어서는 곳에 있는 예술성은 운명처럼 다가오지요”. 작가는 시민성과 예술성의 비유로 의중을 에두른다. 예컨대 두 사람의 도피행위를 이해못하는 서한중의 식구들 등이 시민성을 구현하고 있다면 서한중과 사리댁은 방황과 고난 속에서도 예술성의 삶에 속해 있는 인물들이다. 어쩌면 ‘밑바닥까지 내려가도 후회하지 않겠다’는 예술의 운명을 시대를 초월한 사랑에 담아 그린 것인 지도 모른다. 유창한 우리 말(모으면 어휘책 1권 분량이라고 작가가 자랑한)구사,동양화를 떠오르게 하는 토속미가 물씬 배인 장면묘사 등에 힘입어 소설은 막힘이 없다. 발빠른 감성보다는 꾸준한 노력으로 일관해온 이제까지의 자세가 여실히 드러난다. 마치 국적없는 감각을 자랑하는 신세대에 대해 한 중진이 뚝심어린 도전장을 던진 품이다. 그런데 감각적인 작품들에 입맛이 익은 요즘의 독서풍토에 같은 주제를 점잖게 요리한 이번 작품이 어떻게 읽힐까. 이 호기심은 우리 소설의 앞길을 되새겨 보는 하나의 풍향계처럼 보인다. 해서 ‘사랑아 길을 묻는다’는 우리 소설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묻는다.
  • 존 던의 연가/김선향 지음(화제의 책)

    ◎낡은 전통 거부한 존 던의 시세계 17세기 영국의 형이상학파 시인인 존 던(1572∼1631)의 시세계를 그의 연시(戀詩)를 중심으로 살핀 연구서.학구적이던 던은 예리하고 논리적인 지성을 지녔으나 매우 감성적이기도 했다.던은 당시의 시류였던 궁정 연가나 페트라르카식 시와는 다른 자신만의 독특한 감성을 표현했다. 던은 종교적 갈등이 곧 정치적 논쟁이었던 시대에 살면서 구교도와 신교도의 잔인하고 무모한 희생을 지켜 보아야 했다.그런 만큼 그의 연가에 나타난 배반과 부정의 테마는 사랑에 관한 던의 사적인 생각이라기보다는 시대적이고 종교적인 변화와 함께 생각하고 의문하고 변화하는 인간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연애시에서 여자는 항상 이상형의 미인으로,남자는 시종처럼 끊임없이 연시를 지어 바치는 인물로 등장한다.연시 속에서 여인의 눈은 별,이마는 상아,머리는 금발 등으로 흔히 표현된다. 그러나 던의 연가는 이러한 낡은 전통을 거부하고 형식과 내용면에서 새로운 것을 추구했다.던이 쓴 연가의 혁신성은 무엇보다언어사용에 있다.던은 대화체로 된 극적 독백의 형식을 통해 서정시의 언어에 신선함을 안겨 줬다.또한 그의 연가는 명령이나 의문으로 시작되는 게 많다. 던은 청년기에서 40세경에 이르기까지 20여년의 세월을 두고 연가를 썼다.이 책에는 ‘시성(諡聖)’‘삼중 바보’‘튀크넘 정원’‘장기’등 55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한신문화사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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