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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 리뷰/ 전통 가족드라마 변해야 한다

    대학강사까지 지낸 오지연(이승연)도 예외는 아니었다.KBS2 주말드라마 ‘내사랑 누굴까’(극본 김수현·연출 정을영)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전원 집안에 붙박여 가사만 돌본다.이를 두고 시청자 김정은씨는 “요새 여자들이 저렇게 식모처럼 일만 하는 집은 없다.”면서 “‘내사랑…’은 성차별을 조장하는 드라마”라고 비난했다. 최근에는 미리 공개된 72회분 내용을 두고 인종차별 논란까지 일었다.시청자 민병희씨는 “(연애 상대가)‘코쟁이도 아니고 하필 흑인이라니.’라는 대사는 흑인비하적이다.”라면서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이처럼 ‘내사랑…’프로그램 게시판에는,성차별·인종차별 등을 문제삼으며 보수적인 내용을 성토하는 시청자들의 글이 쇄도한다. 그러나 ‘정통 홈드라마’를 표방하며 대가족을 소재로 한 ‘내사랑…’이보수적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문제는 예전에는 묵인되어 온 그 보수성이,이제는 시청자들의 거부감을 사고 있다는 것일 게다. 한국 가족 드라마에서 가정은 서로 다른 연령·역할·지위·입장을 가진 인물들이 충돌하는 갈등의 공간이다.그와 동시에,가정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신성불가침한 공간이기도 하다.이 양면성은 결국,갈등은 존재하되 변화는 존재하지 않는 지극히 보수적이고 전형적인 공간을 만들어냈다. 대가족 드라마일 경우 특히 더하다.가정은 외부사회로부터 도전받고 갈등을 겪긴 하지만,끝에서는 항상 기존 가치관의 승리로 보호받는다.‘내사랑…’의 경우,육아와 가사는 여성 몫,돈벌어오기는 남성 몫으로 전통적인 성 역할분담이 확실하다.또 시어머니가 며느리들에게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것,버릇없는 연소자에 대한 처벌,문제가 된 인종차별 발언 등도 대가족 드라마에서 흔히 드러나는 전형적인 보수성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전형적·보수적인 공간 밖에는 계속 변화하는 현실사회가 있다.그리고 그 변화는 결국 가족 드라마 속의 가정에도 영향을 미친다.요즘 드라마들에서는 이혼녀·미혼모·동성애·혼인 전 동거·연상연하 커플 등 다양한 형태의 대안 가정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즉 예전에는 잠깐 등장하기도 힘들던 대안 가정들이,이제는 주인공 위치에서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요구하는 것이다.이는 제작진의 변화보다는 시청자들의 수용태도 변화에 기인했다고 보인다.‘내사랑…’에 대한 일부 시청자들의 거부반응도 거기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가치관의 혼란 속에서,대가족 드라마를 통해 안정감과 향수를 느끼고 싶어하는 시청자도 많을 것이다.그러나 ‘가족 드라마의 거장’김수현 작가라면 새로운 형식의 대가족 드라마로 더 폭넓은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단순히 기존 가치관을 옹호하는 드라마가 아닌,변화한 사회에 기존 가치관이 어떻게 적용될지에 관한 진지하고 성실한 실험.그것이 ‘내사랑…’에 바라는 것이다. 채수범 기자 lokavid@
  • “詩客은 술꾼대신 삶꾼이 돼야”장세훈씨, 고은씨의 ‘시인애주론’공개반론 제기

    두어달 전 시인 고은씨가 “이제 시인들 가운데 술꾼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며 제기한 ‘시인 애주론’에 대해 한 중견 시인이 공개적으로 반론을 제기했다.고씨가 제기한 이른바 ‘시인 음주론’이 2라운드를 맞은 셈이다. 고씨는 지난 8월 말 발간한 계간 시전문지인 ‘시평’가을호에서 “시인에게는 그래도 세상의 악다구니로부터 좀 물러서서 유한적인 존재로서의 인간행로의 비애에 잠길 때 술이 근친”이라며 ‘술꾼 시인이 줄어들어 가슴 속에서 터져 나오는 시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요지의 ‘시인 애주 당위론’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시인 정세훈(47)씨가 이 잡지 겨울호에 ‘주벽(酒癖)의 시인들을 비판한다’는 글을 싣고 “시객들은 시를 짓겠다는 미명 하에 지나치게 술꾼들이 되어선 안된다.술꾼 대신 삶의 진정성을 끊임없이 찾아가는 삶꾼이 되어야 한다.”며 고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정씨는 “일견,한마디로 가슴을 찡하게 하는 편지다.술이 ‘소통’과 ‘상상의 공간을 넓힌다.’는 점에서는 고씨의 외로운 질책을 달갑게 받고 싶다.”면서도 “그러나 술이 주는 부정적인 면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정씨는 36세로 요절한 시인 김관석을 돌이키면서 “시객이 술에 지나치게 집착할 때 그 삶은 물론 시에 있어서도 얼마나 피폐해지는지를 그는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장이 어디 한군데 성한 데 없이’10년째 병상에 누워 지은 시라는 그의 ‘병상록’(病床錄)중에서 어린 자식들을 보며 한탄하는 대목인 ‘내가 막상 가는 날 너희는 누구에게 손을 벌리랴./가여운 내 아들 딸들아’와 ‘가난함에 행여 주눅들지 말라’를 인용한 정씨는 “이런 무책임하고 말도 안되는 당부를 자식들에게 남긴다.치열한 삶을 살지 못하고,술에 의탁한 나약한 삶의 말로”라고 혹평했다. 그는 “(이같은 일은)시객은 시만 잘 쓰면 된다는 비열하기 짝이 없는 작태의 결과”라면서 “시객에게 시를 잘 써야 한다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면 아울러 주위 사람,특히 가족을 성실하게 책임지는 의무도 있다. 이것은 시객 이전에 기본 인륜이다.가족을 이뤄놓고,그 가족 앞에서 해괴망측하게 ‘술꾼의 이름을 가진 기인’행세를 해도 된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정씨는 다시 고씨가 그의 시집 ‘만인보’에서도 다룬 시인 백석을 거론했다. 그가 죽을 때 곁에 가족이 단 한명도 없었음을 상기시키고 “원인은 그의 지나친 음주행각과 여성편력으로 인한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사생활 또는 여인·연애관 때문이었다.”면서 “오죽했으면 그의 아내가 지난 49년 외아들과 월남하면서,백석이 만약 월남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증오까지 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시는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터져 나와야 한다.”는 고씨의 지적에 동의하면서도 “시가 가슴에서 터져 나오려면 지나치게 술에 의존해서는 안된다.지나친 음주는 가슴을 피폐하게 만든다.피폐해진 가슴에서 어찌 제대로 된 시가 터져 나오겠는가.”라면서 “가슴에서 시가 터져 나오게 하는 진정한 길은 술이 아니라,맑은 가슴과 정신으로 오직 만상(萬象)의 삶을 흠모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끝으로 “음풍농월을 일삼는 시인의 시는 이미 시가 아니다.”라는다산 정약용의 말을 소개하고 “술에 흐물흐물 취해 가는 방랑자가 되지 말고,삶에 촉촉하게 배어가는 유랑자가 되어야 한다.”며 말을 맺었다. 심재억기자 jeshim@
  • 사전서 ‘동성애 비하’ 사라진다

    시판 중인 국어·영한·한영사전에서 동성애를 ‘변태성욕’ ‘색정도착증’으로 분류하거나 ‘호모’ ‘동성연애’ 등으로 표현한 내용들이 사라질 전망이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는 지난 3월 동성애자인권연대 등이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적 표현을 수정해달라.”며 국립국어연구원과 9개 출판사를 상대로 낸 진정과 관련,최근 피진정인측이 진정인의 의견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전해와 ‘심의중 해결’ 결정을 내렸다고 15일 밝혔다. 인권위는 “심의 과정에서 양측에 합의를 주선,출판사와 국어연구원측이 개정판 발간시 진정인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의견을 밝혀왔다.”면서 “이후 발간되는 각종 사전에서는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적 표현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영기자 sylee@
  • W세대/ 입사 새내기 4인의 방담-취업 이렇게 성공했다

    취업대란이다.대기업에 취직하려면 토익 점수는 900점 이상,학점은 3.5이상이 기본이라고들 말한다.그러나 토익이나 학점이 높아도 면접에서 떨어지는 사람이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합격의 열쇠가 되는 면접은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일까? 포스코의 성용(26)SK텔레콤의 홍예진(22)현대자동차의 변상우(27)LG카드의 류용준(27)씨 등 사회 초년생 4명이 대한매일 사옥에 모여 쟁쟁한 대기업에 입사하기까지의 뒷얘기를 들려줬다.이들 모두가 학점이나 토익점수가 높은 것은 아니다.이들이 털어놓는 면접 노하우와,사회생활을 위해 갖춰야할 소양을 알아보자. 口대기업 서류전형을 어떻게 통과했나. 홍예진-학점도 평균 B학점이 안되고 토익시험도 친 적이 없다.대학 다닐 때 SK텔레콤에서 주관한 ‘TTL 글로벌 인턴십’프로그램에 참가한 적이 있다.덕분에 서류전형 없이 바로 면접을 볼 수 있었다. 류성준-토익점수가 800점이 안된다.토익공부를 했지만 점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학점도 3.5를 약간 넘는 정도이다.이를 보완하려고 전자상거래 관리사 자격증을 따고 웹 마스터 과정을 마쳤다. 변상우-토익은 800점대고 학점도 3.5를 넘어 무리없이 서류전형에 통과했다. 성용-토익과 학점이 모두 높아 교수 추천을 받았다. 口면접에 성공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성-2주 동안의 인턴사원을 거쳐 신입사원으로 뽑혔다.이 기간에 적성검사를 비롯해,면접 등을 치렀다.튀려고 하기보다는 성실한 모습을 보인 것이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특이한 이름(성용)도 도움이 된 듯하다. 홍-면접에 들어가자마자 큰 소리로 인사를 했다.질문에는 면접관의 눈을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대답했다.나중에 들어 보니 면접장에 나밖에 없는 것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줬다고 한다. 류-면접을 본 날은 월드컵에서 한국이 폴란드를 이긴 다음날이었다. 유달리 면접관들의 기분이 좋아 보였다.그것을 이용해 ‘찌그러진 장동건’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변-면접에서 원하는 부서를 밝히고,그 부서에 내가 왜 필요한지 자세하게 설명했다.부서에 관한 구체적인 지식 덕분에 좋은점수를 받은 것같다. 口면접을 앞두고 특별히 준비한 것은? 홍- 면접에 나올 만한 질문을 예상해서 묻고 대답하는 스터디 그룹을 친구들과 만들었다.잘못된 버릇을 바로 잡고,면접관 앞에서 자신감 있게 대답하는 용기를 길렀다. 여러 명이 하는 스터디가 쑥스러우면 캠코더로 혼자서 면접 태도를 체크해보는 것도 좋다.면접 실전준비 워크숍에도 참가하는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했다. 류-LG에 입사하기 전에 6∼7차례 면접을 보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처음에는 다리에 얹은 손까지 덜덜 떨릴 정도로 긴장했지만 나중에는 의자에 등을 기댈 정도로 편안하게 면접을 봤다.면접관을 쳐다보는 것이 두려울 정도로 긴장되면 턱이나 입술을 보면 된다.면접관은 자신의 눈을 보고 있다고 느낀다. 성-한해 먼저 회사에 들어간 여자친구 이야기를 들으면서 면접 노하우를 익혔다.대학 3학년 때부터 선배들에게 면접에 관한 정보를 많이 들어야 한다.하찮아 보이는 정보도 큰 도움이 된다.면접관이 기를 죽이거나,부정적인 말을 하더라도 변명하거나 난처해 하면 안된다.그것을 장점으로 돌려서 대답하면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변-학점이나 토익은 서류전형을 통과할 정도면 충분하다.토익 900점,학점 4.0을 넘으려고 계속 시험을 치르거나 재수강하는 것은 어리석다.회사가 원하는 사람은 사회생활에 적합한 사람이지 공부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취미생활을 충분히 하고 나름대로 커리어를 쌓으면 면접에서는 빛을 발한다. 口대학 생활은 어떻게 했는지. 성-영어과를 나왔기 때문에 토익에 신경 쓰지 않았다.취업에만 관심을 쏟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했다.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중국의 모습에 매료되어 중국어를 배우고 중국여행을 다녔다.중국인 가정에 들어가 중국인들의 삶을 잠시 체험했는데 이런 경험은 사회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같다. 홍-이화TV와 한 신문사의 대학생 리포터로 활동하면서 사회경험을 쌓았다.활동한 동아리가 5군데 넘었는데 98학번중 이렇게 사회생활을 많이 하는 경우가 드물다. 변-세계 20개국을 다녀왔다.미국에서는 직접 돈을 벌면서 공부하기도 했다.미국에서 1년 정도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영어점수는 높게 나오지 않았지만 연연하지 않았다.영화가 좋아 단편영화를 만들기도 하는 등 대학생활을 즐기려고 노력했다. 류-합창부 활동을 했다.취업에 대한 압박으로 3∼4학년 때는 충실하게 활동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口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변-입사하면 사생활의 많은 부분을 희생해야 한다.운동도 하고 싶고 취미 활동도 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특히 결혼을 해야 하는데 여자가 없으니 연애는 학교다닐 때 해야 한다.(웃음) 류-친구들은 취업하고 자신은 안 되면 굉장히 불안해져 위축되기 쉽다.무조건 붙고 보자는 생각에 적성에 맞지 않는 회사를 지원하면 결국 그만두거나 일에 대한 흥미를 잃기 쉽다.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오니 좌절하지 말고 열심히 면접을 보는 것이 좋다.이런 패기와 용기가 회사생활에도 도움이 된다. 홍-흔히 동아리 활동이 학점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입사한 뒤 동기들을 보니 동아리 활동에 충실한 사람이 많았다.이들은 모두 조직 융화력이 강하고 사교성이 좋았다. 성-면접관들은 면접자의 답변보다 그 사람의 눈빛이나 행동을 더욱 신경 써서 본다는 말이 있다.기본에 충실하되 자신감을 잃지 않으면 분명 자신이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서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정리 이송하기자 songha@
  • “작가의 정체성은 변할 수 있다”韓·日 문학심포지엄-‘만남과 소통’

    ‘한·일 양국의 문학은 어떻게 만나고 또 소통할 것인가.’ 이런 주제를 내건 제6차 한·일 문학심포지엄이 양국에서 많은 문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4∼6일 강원도 원주의 토지문화관에서 열려 진지한 토론과 대화가 이뤄졌다. 문학과 지성사가 주관한 이 행사에는 한국 측에서 소설가 박성원·신경숙·윤대녕·정영문·조경란·하성란과 평론가 김병익·최성실·김동식·김태환,시인 나희덕·함성호 등이 참가했다.일본 측에서도 소설가 쓰시마 유코(津島佑子), 지노 유키코(芽野裕城子), 나카가미 노리(中上紀), 나카자와 케이(中澤)호시노 도모유키(星野智幸), 마쓰우라 리에코(松浦理英子)와 시인인 후지이 사다카즈(藤井貞和)등이 참석해 모두 4섹션으로 나눠 진행했다. 양국 작가의 작품을 낭독,분석하고 질의응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심포지엄의 제1섹션에서는 신경숙의 소설 ‘지금 우리곁에 누가 있는 걸까요’와 쓰시마 유코의 ‘아이를 버리는 이야기’를 두고 ▲작품 중 인칭의 적정성과 상징성 ▲소설화한 세계의 진정성과 등가성 ▲설화·민담의 차용이 갖는 의미 등을 두고 진지한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쓰시마 유코는 “인칭이란 결국 작가의 의식이나 사관의 문제로,우리의 경우 구미 지역과 달리 인칭이 확연하게 구별되지 않는 언어상의 특성이 있다.”면서 3인칭으로 시작한 소설을 1인칭으로 끝낸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신경숙은 “지금도 나는 왜 작품에서 ‘나’로 쓰든 ‘그’로 쓰든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인지를 생각하고 있다.”며 인칭 문제에 관한 고민을 토로했다. 윤대녕의 ‘많은 별들이 한 곳으로 흘러갔다’와 치노 유키코의 ‘플러싱-북경편’을 대상으로 한 제2섹션에서 윤대녕은 “이국적 공간이나 외국을 배경으로 글을 쓸 경우 당연히 현실 거점이 존재해야 하는데,‘플러싱…’의 경우 거점이 공중에 떠있는 것 아닌가.”라며 “이런 경우 작가는 어떤 정체성과 관점으로 글을 써야 하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이에 대해 지노 유키코는 “이탈리아에서 이탈리아 선수로 뛴 안정환이 한국대표인 것은 모두 진실”이라며 “정체성은 복합적이며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답했다. 제3 섹션에서는 조경란의 ‘동시에’와 호시노 도모유키의 ‘독신 귀속’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조경란은 “나의 경우 작품을 통해 전통적 인간관계의 해체와 새로운 인간관계의 형성 사이에 놓인 인간의 절대고독을 말하려고 했다.”며 “호시노씨의 경우처럼 독신을 가족주의의 한 형태로 규정하는 문학적 가정이 생소하기는 하나 그의 ‘독신은 부부관계의 전 단계가 아니라 가족의 한 과정’이라는 주장은 새로웠다.”고 평했다. 이 섹션의 사회를 맡은 쓰시마 유코는 “결혼을 계기로 성립되는 가족이 하나의 이미지로 존재하지 않나 여겨진다.”며 “일본인들의 가족단위에 대한 집착은 한국에서 영향을 받은 유교적 전통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진 제4 섹션에서 ‘기쁘다 구주 오셨네’의 작가 하성란은 자신의 작품에 관해 “중요한 것은 아빠 없이 자라는 애의 혈연관계보다 애가 살아가야할 앞으로의 세상”이라며 “스스로가 처한 현실이 악몽인 상황에서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파우스트적 복수조차 무의미하다.”는 말로 절박한 소설의 배경을 설명했다. 심포지엄을 마친 참석자들은 강릉으로 이동해 문화행사를 가졌으며 일본측 참석자들은 7일 일본으로 떠났다. 원주 심재억기자 jeshim@ ■日 여류 소설가 쓰시마 유코 일본의 대표적인 여류 소설가 쓰시마 유코(津島佑子·55)는 “한국에는 정치·사회적으로 앞선 의식을 가진 젊은 작가들이 많다고 느꼈다.”며 “한국 문인들은 그들의 문학을 지켜나갈 힘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한·일 문학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한 쓰시마는 기자와 만나 “그동안 역사·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을 너무 멀게만 느껴왔다.”면서 양국 문학교류에 앞장서겠다는 뜻을 밝혔다.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행사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지금까지 일본 문인들은 구미쪽과의 교류에만 관심을 가져왔다.가까운 한국을 멀게만 인식했으며,한국문학에 대해서도 ‘정치·사상 편향’이라고만 여겼다.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이번에 확인했다.자주 만나면 문학은 물론 마음도 가까워진다. ◆한국문학을 직접 대한 첫 인상은. 소설의 변화와 실체가 가슴에 와닿았다.특히 윤대녕 작가를 통해 ‘분단의식’을 매우 절실하게 느꼈다.분단이 문학뿐 아니라 국민 일반의 정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았다. ◆휴전선에 한번 가 볼 것을 권한다.생각보다 평온하다. 행사 마치고 갈 생각이다. ◆오늘의 한국문학에서 무얼 느꼈는가. 일본 작가들은 현실이나 국제문제에 관심을 가진 소수와 그런 문제의식조차 못가진 다수로 나뉜다.이에 반해 한국 문인 중에는 정치·사회적 문제의식을 가진 작가가 많다.심지어는 연애소설에도 사회적 고뇌가 배어 있다. ◆이걸 한국문학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로 이해해도 되나. 그렇지는 않다.나는 아직 한국문학을 많이 접하지 못했다. ◆지금의 한·일문학은 어떻게 다른가. 일본의 젊은 작가들은 소재를 주로 다른 문화에서 구하는가 하면 설정도 이상한 경우가 많다.예컨대 미혼모 이야기도 그저 유쾌하고 재밌게만 다룬다.독자들의 요구이기도 하다.그걸 한국 작가들이 다룬다면 이면의 고통을 잘 그릴 것이다.또 일본에서는 추리·공상과학 소설을 순수문학과 따로 구분하지 않으나,한국은 구분이 매우 엄격하다.한국 문인들의 순수문학에 대한 열정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오늘도 느꼈지만 한국의 젊은 문인들은 ‘좋은문학’을 두고 항상 고민한다.훌륭한 자세라고 본다. ◆일본문학의 최근 흐름을 소개해 달라. 다른 문화나 해외에서 소재를 구한 작품이 많으나 결코 주류가 아니며,그런 부류가 주류가 돼서도 안된다.이런 경향은 문화적 식민지배를 자초하는 일이다.물론 성실하게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도 많으나 잘 드러나지 않는다.이들이 일본문학의 미래다.아마 초자본주의의 영향 탓일 것이다. 심재억기자
  • [386세대가 본 W세대] 진정한 ‘나’의 독립

    “나는 나,톰보이.”라는 한 의류제품의 광고 카피는 이미 고전이 되었지만,시대상을 살펴보는 특별한 상징을 보여준다.심리학에서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인식이 성장기에 나타나는 중대한 변화라고 말한다.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나’라는 존재는 ‘우리’라고 하는 거대 담론의 포로가 되기 쉬웠다.단순화하자면 일제시대에는 나보다 ‘민족’이,1960∼70년대 산업화시기에는 ‘가족’이,80년대 민주화시대에는 ‘민중’이 우선했던것 같다.대의를 위해 ‘나’의 인생이 희생되는 것이 흐름이었다. 2002년에 내가 만난 새로운 세대는 “나,세상을 다 가져라.”라는 광고카피 같다.그들에게는 강박관념을 가질 만큼 무거운 시대정신도 없고,부모 세대의 목표를 대신할 필요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20대의 ‘나’는 순전히 ‘나’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이는 세대다. 그렇다면 ‘나’를 둘러싼 변화는 어떻게 감지되는가.지금 홍익대 앞 카페들은 벽과 담을 허물고 탁자와 의자를 밖으로 내오며 손님들을 ‘전시’한다. 20대의 연애는 인터넷 커플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된다.‘나’는 자신감의 표현이고,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할 대상이다. 이런 예들은 최근 한 방송사의 여론조사 결과와도 일치한다.20∼49세의 한국과 일본 여성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냐?’고 물었다. 의외로 한국 여성은 최우선으로 ‘나 자신’을 꼽았고,그 뒤로 ‘남편 혹은 애인’,‘자녀’순이었다.일본 여성이 ‘남편 혹은 애인’‘부모’‘나 자신’순으로 꼽은 것과 대조적이다.대한민국은 신세대를 포함해 지금 ‘나’를 향해 급속한 중심이동을 하는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는,남자들은 돈과 권력을 가졌으며 그것을 지키기 위해 “전선을 형성하고 깃발을 만들고…자신의 목숨과 자녀들의 목숨을 내던집니다.”라고 했다.그리고 여성에게 ‘돈’을 통한 경제자립과 ‘자기만의 방’,즉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라고 호소했다.똑같은 얘기를 20대에게도 하고 싶다. 인생을 좌우할 자신만의 특별한 포트폴리오 구성에 힘써라.이제 혼수는 부모가 아니라 당사자가 마련해야 한다는 속깊은 광고도 나오는 시대지만,부모와 같이 살면서 도움을 받는 성인자녀,즉 ‘잠재적인 기생 독신자’가 500만명에 육박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스무 살의 화두가 독립이라면,타인의 사고로부터,경제적 의존으로부터 독립하라.그럴 때 ‘나’가 새로운 세상을 선택할 수 있다. ▶유민영 모아이 커뮤니케이션 기획실장
  • SBS 특별드라마 ‘대망’연출 김종학 PD

    “기존 사극의 분위기에서 벗어나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그런데 결국 ‘중간치기’가 된 것 같네요.” SBS 특별기획 24부작 드라마 ‘대망’의 연출자인 김종학 PD가 ‘대망’에 대한 중간평가를 스스로 내렸다.이 드라마는 김종학·송지나 작가의 ‘황금콤비’와 20억원이 넘는 세트제작비,박상원 장혁 손예진 이요원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연기진 등으로 방영 전부터 관심을 모은 작품.김종학 PD를 지난 5일 충북 제천시 ‘대망’세트장에서 만났다. “기존 사극에 뒤통수를 맞은 느낌입니다.철저히 고증할 부분,과감히 생략할 부분들이 적절히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좀 어긋난 것 같아요.” 김 PD는 와이어 액션,록 음악,화려한 색깔의 복색,현대식 말투 등 파격적인 요소들을 사극에 도입해 ‘퓨전 사극’이라는 새 장르를 만들어낸 공로를 이렇게 깎아내렸다.생각만큼 나오지 않는 시청률(지난주 TNS기준 17위)에 의기소침해진 탓일까. “시청자들이 복잡하게 생각하는 드라마를 싫어하게 된거나 아닌지 모르겠어요.특히 나이든 사람들은 기존 사극과는 많이달라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어요.젊은 친구들은 좋아하던데…” 시청자들에 대한 야속함을 잠시 내비친 김 PD는 이내 냉정하게 ‘자아비판’을 했다. “등장인물들의 얼개를 쓸데없이 복잡하게 만들었어요.이야기가 전개되는 호흡도 길고.작가 특유의 함축적이고 난해한 대사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보여주려 한 것도 시청자들에게 부담이 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런 ‘단점’을 어떻게 보완해 나갈까. “이런 식으로 계속 ‘어렵게’ 나갈 겁니다.시청률을 높이려고 쉽게 쉽게 만들자면 나도 쉬워요. 그러나 모든 드라마가 그런 식이면,결국 차별화 없는 똑같은 드라마들 때문에 시청자들이 피해를 보게 됩니다.‘대망’은 나름의 성과도 거뒀다고 생각합니다.사극으로는 드물게 젊은 층을 TV 앞에 끌어들였잖아요?” 그러나 김 PD도 무작정 어렵고 복잡하게 ‘대망’을 만들 생각은 아니다.어렵긴 하지만 꽉 짜인 빠른 이야기 전개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계획이다. “너무 벌여놓기만 했죠? 9회부터는이야기 전개가 빨라집니다.연애도 가속화해 본격적인 4각관계가 드러날 겁니다.‘퓨전 사극’이라는 낯선 상황 때문에 몰입하지 못한다면,좀더 주역들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극의 집중도를 올리겠습니다.” 세간에 떠돌던 ‘김종학 PD 방송계 은퇴설’을 묻자 김 PD는 진지하게 되물었다.“은퇴해야 되나요? 그렇지만 않다면 계속 드라마를 만들고 싶습니다.” 제천 채수범기자 lokavid@
  • 남과여/ 남 앞에선 잉꼬… 실제론 남남 ‘디스플레이 부부’ 는다

    대기업 중역인 양모(54)씨와 전업주부 김모(50)씨는 1남1녀를 둔 평범한 부부.동창회 등 각종 모임에 부부동반으로 참석하고,시댁이나 친정 행사에도 같이 얼굴을 내민다.그러나 이 부부는 7년 전부터 각방을 쓰고 있다.자식이 모두 결혼하면 이혼하기로 각서까지 작성해 두었다.전형적인 ‘디스플레이(Display) 부부’의 모습이다. ‘디스플레이 부부’란 쇼윈도의 마네킹처럼 외관상으로만의 부부를 뜻한다.사회적 지위와 체면,자식의 미래,부모의 반대 때문에 이혼을 미루고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아갈 뿐이다.개인적인 대화를 하지 않고,부부관계는 물론 없다. 미국사회에서 2∼3년 전부터 거론되기 시작했고,일본의 도쿄 일대에서 나타났다는 ‘가면부부’와도 맥이 닿는다. 자녀의 조기유학,남편의 장기적인 유학·해외근무,사회적 성취를 이루려는 아내의 욕구 등 사회적인 변화가 디스플레이 부부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특히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하면서 ‘미혼 때 즐긴 사생활을 결혼해서도 누리겠다.’고 나서는 것도 이유의 하나.때문에 일부 젊은층에서는 남편(아내)의 여자친구(남자친구)의 존재를,이혼이라는 결정적인 순간을 선택하기전까지는 모르는 척하기도 한다. 디스플레이 부부는 결혼생활이 오래된 부부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20,30대 부부에게도 ‘이혼의 전주곡’처럼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신모(31)씨는 결혼 4개월만에 남편과 각방을 쓰기 시작했다.남편은 직장 일로 거의 매일 늦게 들어왔고,집안 일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어쩌다 집에 일찍 들어오는 날에는 인터넷 게임에만 몰두했다.맞벌이 부부였지만 집안 일에 대한 책임을 자신에게 몽땅 떠넘기는 남편의 태도를 신씨는 용납하기 어려웠다.신씨는 “3년이나 연애를 했지만 이렇게까지 가부장적인 행세를 하는 사람인 줄 몰랐다.”면서 “냉각기를 가지면 나아질 줄 알았지만 남편은 그저 그러려니 생각해 이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화평론 박사과정에 있는 최모(29)씨는 남편과 벌써 5년째 떨어져 각자의 인생을 산다.미국에서 박사를 딴 남편은 그곳에서 교수로 자리잡았다.신혼초 최씨는 미국의 남편 곁에서 6개월간 살았지만,자신도 박사 과정을 마쳐야 할 것 같아 한국으로 돌아왔다.꾸준히 남자친구들과 사귀는 그는 “방학에 잠깐 서울에 오는 남편을 믿고 독수공방을 해야 하느냐.”면서 “남편도 내생활을 눈치챈 듯하지만 헤어질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한다.시댁이며 친정에서는 남편을 기다리며 공부에 전념하는 줄 알고 있다. 최근 4∼5년간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하던 이모(39·의사)씨는 지난해 7월자녀 둘을 캐나다로 조기유학보내며 결국 ‘기러기 아빠’를 택했다.그는 “한때 국제학회에 참석해서 낯선 외국인 교수를 붙들고 이혼을 할까 말까를 의논할 정도로 심각했다.”며 “그러나 자식을 위해 희생하신 어머니를 생각해 내가 희생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아내와의 불화를 아이들이 눈치채지 못하게끔 가끔 캐나다로 가고,처가의 경조사에 일일이 참석해 금실을‘과시’하기도 한다.그는 “캐나다와 미국 LA·뉴욕의 교포사회에서 ‘기러기 엄마’들이 남편과의 갈등으로 고민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고 덧붙였다. 디스플레이 부부의 문제점은 남편(아내)이 디스플레이 부부라는 사실 자체를 깨닫지 못한다는 것.전통적인 남편(아내)의 역할에만 안주한 채 대화 없이 살아가는 부부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집을 나간 아내에게 이유를 묻던 김모(42)씨는 “당신이 언제 과일이라도 한번 깎아준 적 있어?”라는 반문에 충격을 받았다.무뚝뚝한 편이지만 성실한 남편이라고 자부하던 그로서는 아내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다.외도나 폭력도 없었고,경제적으로 무능하지도 않았다는 그가 받은 충격은 컸다. 강정일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상담위원은 “맞벌이 부부가 늘고 부부관계에서도 새 가치관이 형성되고 있지만,여성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남성은 이를 외면하면서 생기는 불협화음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문소영·이송하기자 symun@ ■전문가 조언 “부부간 대화하면 문제 절반은 해결” ‘디스플레이 부부’가 이혼의 전 단계이지만 결코 종착역은 아니다.이런 상태에 빠지는 부부는 보통 이혼하기를 두려워하므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 때문.그러면 디스플레이 부부’를 극복하는 해법은 무엇인가. 이옥 한국남성의전화 소장은 “부부간에 대화가 시작되면 문제의 절반이 해결된다.”고 강조했다.이 소장은 “남편과 아내가 찾아와 상담을 받으면 이혼으로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말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 소장은 부부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지만 사회의 변화에 반응하는 속도가 다르다면서, 아내가 원하는 것은 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임을 강조했다. 남편은 아내가 가장 가까운 가족이라는 사실과,아내의 행복에 가정의 행복이 달렸음을 깨우쳐야 한다는 게 이 소장의 지적이다. 시댁이나 자식과 관련해 아내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거나,애정표현과 돈문제에서 인색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김영우 정신과 의사는 “부부 사이의 문제라도 제3자가 개입해 엉킨 실타래를 풀어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김씨는 그러나 제3자로 가족·친구 등 어느 한쪽에게만 친한 사람을 선정하면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킬 수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송하기자 songha@
  • 주식 대박꿈이 살인범으로, 빚 말다툼끝 아내 목졸라

    “대박의 허황된 꿈이 모든 것을 송두리째 앗아갔습니다.” 주식투자로 생긴 빚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홧김에 아내를 목졸라 살해한 혐의로 4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구속된 최모(27·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씨.대기업 전자연구소 연구원에서 살인범으로 전락한 그는 “무심코 손댄 주식투자가 파국을 가져올 줄이야….”라며 고개를 떨궜다. 최씨는 지난달 31일 밤 11시30분쯤 집에서 아내 이모(28·E여대 대학원생)씨가 “주식투자로 날린 1억원을 되찾아오라.”며 불평하자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자신도 수면제를 먹고 자동차 배기구에 호스를 연결,가스를 마시는 등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H대 공대 대학원을 졸업한 최씨는 2년 전 남들이 선망하는 직장에 입사한뒤 지난해 1월 교사를 꿈꾸던 이씨와 6년 연애 끝에 신접살림을 차렸다.금실도 좋은 데다 지난 2월엔 첫아들도 얻어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꾸려 나갔다.그러나 최씨가 대학원 시절부터 손을 댔던 주식투자로 생긴 빚이 점점 불어나 지난해 6월 1억원을 넘으면서 어두운 그림자가드리워졌다.처음 투자했던 200여만원으로 2∼3배의 ‘달콤한’ 이익을 챙긴 최씨가 점점 투자금을 늘리다 계속 손해를 보자 아파트 전세금 1억 500만원을 아내 몰래 빼내 선물시장에 모조리 투자한 게 화근이었다. 최씨는 “지난 9월 아내에게 사실을 털어놓고 용서를 구했지만 불화를 피할 순 없었다.”면서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이라며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이영표기자
  • 책꽂이/ 된장을 연주하는 여자 外

    ◆된장을 연주하는 여자(도완녀 지음,해냄 펴냄)-늦사랑에 빠져 꼬박 9년을 강원도 정선 된장마을에서 스님인 남편과 함께 사는 저자의 에세이.2700개가 넘는 된장 항아리에 담을 만큼 수많은 된장을 담그는 된장공장 일꾼,끊임없이 연주하지 않으면 음감을 잃고마는 첼리스트로서 살아가는 저자의 하루가 길고도 풍요롭다.8500원. ◆공산당선언(카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지음,이진우 옮김,책세상펴냄)-‘공산당선언’은 마르크스를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로 만든 문건이자 마르크스 사상의 결정체다.그것은 이데올로기와 철학적 성찰이라는 이중의 성격을 지닌다.마르크스주의가 현실 사회주의로 발전하면서 ‘공산당선언’은 이데올로기로 절대화했지만 사회주의 붕괴와 더불어 조소의 대상으로 전락했다.이 책은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공산주의자 동맹을 위한 강령으로 함께 집필한 ‘공산당선언’과,그것을 쓰기 전에 엥겔스가 강령 초안으로 집필한 ‘공산주의 원칙’을 번역한 것이다.5900원. ◆침묵하는 소수(시오노 나나미 지음,이현진 옮김,한길사 펴냄)-다수가 곧정의이자 대세인 시대,주류가 곧 만사 오케이로 통용되는 시대는 얼마나 숨막히는가.이제는 소수의 창의성과 비주류의 혁신적인 발언을 더 의미있게 받아들여야 한다.그것은 다양성의 공존,건강한 다층적 비주류가 많은 시대를 실현하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이기도 하다.이 에세이집은 저자의 당당한 자기선언이다. 그러나 무작정 소수를 지향하지 않는다.주제넘은 메이저 지향과 곰팡내 나는 마이너리티 지향은 결국 동근이화(同根異花)라는 것.상식을 파괴하는 이성의 도전,이것이 바로 침묵하는 소수를 관통하는 정신이다.1만 2000원. ◆살바도르 달리(살바도르 달리 지음,이은진 옮김,이마고 펴냄)-도발과 기행으로 점철된 삶을 산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자서전.달리는 많은 시간을 미국에 체류하면서 ‘잡다한’방면에서 독창성을 발휘했다.이 점은 유럽 미술사가들의 비판의 대상이 됐다.비판의 골자는 달리가 미국식 자본주의적 예술행태에 매몰돼 예술성을 달러와 바꿨다는 것이다.스페인 사람 특유의 과장을 섞어가며이야기를 풀어가는 글솜씨와 자신감을 넘어 오만하기까지한 문체가 단숨에 읽어나가게 만든다.1만 5000원. ◆방콕 이야기(전대완 지음,실천문학사 펴냄)-현직 외교관이 본 방콕·방콕사람들.태국이 겉으로는 구질구질한 거리,숨막히게 겹쳐 흐르는 교통,홍등가가 전부로 비쳐질지 모르지만 시간을 갖고 보면 사회 저변에 흐르는 역량을 깨닫고 놀라게 된다고 말한다.정신적 지주 구실을 해내는 왕가에 대한 충성심,외세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도 흔들림 없이 지켜온 정신과 문화,친절과 양보의 마음이 승화해 나오는 미소와 인내,내생을 기약하는 생활철학과 신앙등이 바로 태국의 힘이라고 강조한다.8000원. ◆연애처럼 달콤하게 전쟁처럼 치열하게(홍은옥 지음,선미디어 펴냄)-아동용 토털 캐릭터로 인테리어 시장을 이끄는 저자의 두번째 수필집.경쾌한 톤의 글을 실었다.8000원. ◆내 돈은 내가 번다(베른드 니쿠엣 지음,유혜자 옮김,휴머니스트 펴냄)-알기 쉽게 풀이한 청소년 경제교양서.요슈타인 가이더의 ‘소피의 세계’가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우주의 본질과 인생에 대한 철학적 의문을 풀어준 책이라면,이 책은 소설의 형식을 빌려 정글과 같은 증권시장을 탐험한다.1만 5000원. ◆조직의 성쇠(사카이야 다이치 지음,김순호 옮김,위즈덤하우스 펴냄)- 장기불황에 허덕이는 일본은 좀처럼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에 이어 ‘잃어버릴 10년’이 다가오고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일본 장기불황의 원인은 곧 조직이 문제다.‘지식가치혁명’등의 책을 발표한 저자는,21세기 지식창조 사회는 오케스트라형 조직이 아닌 재즈밴드형 조직을 원한다고 말한다.1만 3000원.
  • KBS 프로그램 가을개편 “공영성·시청률 둘다 잡겠다”

    KBS가 오늘부터 가을 개편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김승종 KBS 편성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2TV의 공영성과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2TV의 ‘정체성 찾기’와 ‘시청률 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선언했다. KBS는 이를 위해 “2TV에 정보·오락을 동시에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프로들을 대거 편성했다.”면서 “사실상 교양 프로 비율이 크게 오른 셈”이라고 주장했다.그러나 시청자 사연을 재연하거나,화제성 사건·사고를 다루는 수준에 그쳐 타 방송사와 큰 차별성은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기적체험 구사일생’(일 오전10시50분)은 위기를 넘기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연하는 프로.남희석·장나라가 진행하는 ‘러브스토리’(월 오후11시5분)도 일반인·연예인들의 연애 에피소드를 재연하는 프로다. 관심을 끈 ‘서세원쇼’의 후속인 ‘김용만·박수홍의 특별한 선물’(화 오후11시5분)도 ‘할머니가 맨손으로 멧돼지를 잡은 사연’처럼 시청자가 제보한 기이한 이야기를 재연하는 것이 중심이 되는등 재연 프로그램이 많은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KBS2는 이외에도 부드러운 시사·토론 프로들을 대거 포진시켰다.‘100인토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일 오후11시10분)는 전문가 외에도 사례제공자,일반인 대표 등 다양한 패널들이 난상토론으로 쟁점을 다루는 토론 프로그램.종합 시사정보를 다루는 ‘KBS저널’(일 오전7시)은 신문이 나오지 않는 일요일 오전에 시청자들에게 시의성·화제성 있는 주제를 간단간단하게 짚어주고자 만들었다. 또 오후8시에 방영하다 폐지한 ‘KBS 뉴스8’을 부활해 신문 박스기사처럼 주요뉴스를 심층보도한다.또 그간 폐지설이 나돌던 ‘추적 60분’(토 오후9시50분)은 오히려 방송시간을 10분 늘리고 스타급 PD를 영입하는 등 대폭 강화했다. 이밖에 KBS2에 신설된 프로 중 눈길을 끄는 것은 ‘두뇌쇼 진실감정단’(화 오후7시).‘편지 배달부 노릇을 하는 호주 캥거루의 이야기는 진짜일까,거짓말일까.’‘남아프리카에서 야광 공으로 야간골프를 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과연 사실일까.’등 국내외 기이한 풍물을 ‘진짜같은가짜 다큐멘터리’와 섞어서 보여주고 패널들과 함께 진위 여부를 가린다. 상대적으로 신설프로가 적은 1TV는 최신 의학 및 건강정보를 다루는 의학다큐멘터리 ‘생로병사의 비밀’(화 오후10시),최고 5000만원의 장학금을 제공하는 퀴즈프로 ‘퀴즈! 대한민국’(일 오후10시10분),황산성 변호사가 진행할 생활법률 프로 ‘TV생활법정’(토 오전10시)등을 새로 편성했다. 채수범기자 lokavid@
  • 책/ 아인슈타인, 피카소 - ‘상대성 이론’ ‘아비뇽의‘ 닮은 꼴·다른 점 무엇일까

    현대과학은 곧 아인슈타인이고,현대미술은 곧 피카소이다.후대의 화가와 과학자들에게 영원한 영감의 원천이 된 아인슈타인과 피카소.프랑스 시인 앙드레 살몽의 말대로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무엇이든 가능하고,무엇이든 실현할 수 있을 것”같았던 환희의 20세기 초,그 보헤미안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들은 과학과 미술사를 완전히 뒤바꿔놓은 작품을 탄생시켰다.‘상대성이론’과 ‘아비뇽의 처녀들’이다.고전적인 사고와 비고전적인 사고 사이의 긴장에 대한 대응이라는 공통된 의미를 떠나 이 전무후무한 창조물들은 서로 어떤 관련을 맺고 있을까.‘아인슈타인,피카소’(아서 밀러 지음,정영목 옮김,작가정신 펴냄)는 ‘비교전기(parallel biography)’의 방법을 통해 그답을 찾는다. 아인슈타인과 피카소는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결코 만나거나 교유하지 않았다.그러나 이들은 일과 창조성,사생활이라는 측면에서 놀라울 만큼 유사한 면모를 보인다.창조적 충동은 이들의 삶을 인도하는 힘이었으며,탐구에 임하는 감정적인 초연함과 엄격함은 평생에 걸친작업을 이끄는 원동력이었다.그러나 이들의 인생과 업적이 완성되는 데에는 사랑이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두 사람이 경험한 사랑과 연애,결혼은 그들의 창조성을 살찌우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과학철학자인 저자에 따르면 창조적 순간에는 학문간의 경계가 해체되고,대신 미학이 최고의 자리를 차지한다.아인슈타인은 누구보다 공간적 사고에 크게 의존한 과학자로 미학의 개념에 매우 민감했다.그의 미학원리는 미니멀리즘이었다.논리적·수학적 사고에 지배됐던 피카소 또한 기하학적 형태로의 환원을 모색하는 새로운 미학을 고안해냈다.피카소는 이러한 미학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동시성의 개념과 맞섰고,오르타 데 에브로에서 사진실험을 계속 하면서 공간과 시간의 동시성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나갔다.과학과 예술에서의 시각적 이미지와 창조성의 상관관계를 밝힌 이 책은 무엇보다 누구도생각하지 못한,두 사람의 인생을 지렛대의 양 끝에 올려놓고 비교·분석하는 신선한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2만2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남과여/ ‘행복한 부부 비결’ 기혼 3인의 정담 “첫 만남처럼 행동하면 행복해지죠”

    결혼한 세쌍 중 한쌍이 이혼하는 시대.가정은 위기에 빠졌다.결혼이 정녕코 ‘사랑의 무덤’이란 말인가.옛날처럼 대부분이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살아가는 사회가 되려면,이 시대의 남녀가 갖춰야 할 결혼생활의 기초 자세는 무엇일까.‘사랑&파라독스’의 저자 임경선(30·여)씨,‘한국 남성과 여성을 위한 사랑매니지먼트’의 저자 이정숙(48·여)씨,월간 ‘페이퍼’에‘연애의 기초’를 연재하는 박정선(29·남)씨 등 세명이 모여 난상토론을 벌였다. ▲이정숙-저를 제외하고는 다들 신혼 같은데,자기 소개를 먼저 하면 어떨까요.저는 결혼을 1970년대에 했고,두 아들이 미국에서 대학에 다닙니다. ▲박정선-재작년 9월에 결혼했고 15개월 된 딸이 있습니다.아내는 70년 생으로 4살 연상이고,MBC프로덕션 해외사업팀에서 일하는 맞벌이 부부입니다. ▲임경선-지난해 3월에 결혼했어요.남편은 66년생으로 6년 연상이고,저희도 맞벌이 부부예요.아이는 내년에 낳을 예정이에요. ▲이-결혼해 보니 장점과 단점이 뭐던가요. ▲박-장점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점이죠.그거 하나예요.그런데 단점은 너무 많아요.5위까지 손꼽아 볼까요.우선 용돈이 팍 줄었어요.총각 때는 부모가 해주시던 일을 결혼하니까 이제는 내가 다 해야 해요.셋째는 혼자서 뭔가 해야 할 때 방해가 돼요. 예전에는 방문을 잠그고 일하면 됐는데 지금은 모든 방문이 열려 있거든요.넷째는 잔소리를 많이 들어요.연애할 때는 안 그러더니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잔소리가 시작되더군요.다섯째 친구들하고 술자리를 갖지 못한다는 거예요. ▲이-마치 결혼한 남자들의 불만을 대변하는 것 같군요. ▲임-주변에서 ‘결혼하라.’는 압력이 사라진 것하고,완전한 내 편이 있다는점이 좋아요.내 편이라는 의미는,이를 테면 고부갈등이 있을 때 남편은 잘잘못을 떠나 우선 내 감정을 고려해 준다는 것이죠.감정적으로 챙겨주는 거예요.제가 “남편이 아내의 의견과 감정을 존중해 줘야 아내가 시댁을 존중하게 된다.”고 남편을 설득했어요.단점은 둘 사이에 긴장감이 사라졌다는 것외에 별로 없어요. ▲이-임경선씨는 책에서 자신을 남자에게순종적인 여자(도그 워먼)로 비유하더니,사실은 남자를 노예처럼 부리는 여자(캣 워먼)처럼 사시는군요. ▲박-순종적인 여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여자들이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 아닐까요.재벌가에 시집간 어느 여자 탤런트는 순종적인 아내·며느리 상을 보여주지만,만약 평범한 남자와 결혼했더라면 캣 워먼처럼 살았겠지요. ▲이-어른들은 ‘기 싸움’이라고 하죠.비슷한 맥락으로 부부관계에서 첫 포지셔닝이 중요해요.여자(남자)가 직장일과 집안일 중 어디에 비중을 더 둘 것인가,이를 테면 휼렛패커드의 피오리나 회장의 경우 남편이 서포터 노릇을 자임해서 비서가 됐잖아요. 남편이나 아내와 갈등하게 되면 어떻게 해결하죠? ▲임-저녁에 이런저런 얘기를 해서 그런지 갈등은 주로 밤 10시 이후에 많이 생기대요.그 때는 부엌 식탁에서 새벽 3∼4시까지 꼬박 날을 새면서 얘기를 해요.왜 속이 상했는지 다 털어 놓죠.부부싸움의 발단이 사실 모호해서 결론없이 끝날 때가 많아요. 그래도 대화를 해야 갈등의 불씨가 되지 않잖아요.5∼6시간씩 마라톤 대화를 하고 나면 심신이 피곤해져서 새벽에는 꼭 껴앉고 토막 잠을 자요. ▲박- 우린 한번도 싸워 본 적이 없어요.말과 논리로 여자를 설득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아요.그래서 할 수 없는 일도 해준다고 해 놓고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갈 때가 많아요. ▲이-싸움을 키우는 전략 같은데요.여자들은 남편의 사소한 약속도 모두 기억해요.약속이 지켜지길 기다리다가,어느날 화풀이를 하죠.물컵을 식탁에 내던지듯이 내려놓는다든지,이유없는 짜증을 낸다든지.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약속을 지켜라.’라는 메시지가 들어 있어요. ▲박-생활습관도 바꿔야 해요. 양말을 뒤집어 벗는 버릇은 결혼 5개월만에 바꿨어요.하지만 아내가 출장을 떠나면 결혼 2년이 지난 지금도 뒤집어서 벗게 돼요.남자들이 아내한테 사랑 받으려면 좋은 습관이 필요해요.저는 아들 낳으면 양말 똑바로 벗으라고 훈련시킬 겁니다. ▲이-가사 분담은 어떻게 하세요? 우리는 ‘돈으로 노동력을 사자.’고 합의했어요.대신 남편 친구나 동료들이 한밤중에 처들어와도 언제나술상을 봐줍니다.전 일상적인 노동 대신 ‘고맙다.’고 할수 있는 노동만 하기로 했어요. ▲박-청소기 돌리기,힘이 많이 드는 목욕탕·베란다 청소는 제가 해요. ▲이- 요즘 30∼40대는 이혼이나 불륜이 화제의 주요 소재예요.아직도 결혼한 남녀의 역할이 불공평해서 그런 것 같아요.요즘 여자들은 참는 데 한계가 있잖아요. 친정도 애써 키운 딸이 대우받지 못하는 걸 참지 못하니까,부당하다고 느끼면 ‘헤어지라.’는 말을 쉽게 하고요. ▲박- 남자들에게 문제가 있어요.‘의리’의 문제죠.처음에 남자는 맘에 드는 여자를 보면,‘여자친구는 아니더라도 밥이나 함께 먹어봤으면’하는 소박한 꿈을 꾸죠.그러다가 친해져서 결혼하면 ‘재떨이 비어 와.’하고 호령해요.여자들은 남편과 늘 설레기를 바란다는데,첫 만남처럼만 행동하면 여자들은 행복하겠죠.그래서 우리 부부는 너무 친해지려고 하지 않아요.옷갈아 입을때도 문걸어 닫지요.또 사랑없는 결혼이 문제가 있어요. 여자들 중에는 순결 문제로 첫 남자를 포기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경우가 있잖아요. ▲임-여자들 중에 ‘시한부 연애’콤플렉스를 겪는 사람이 많아요.남자들은 여자를 좋아하면 그 여자의 장점을 발견해 하나씩 쌓아가며 인간관계를 키워가는 반면,여자들은 좋아하는 남자의 단점을 발견해 깎아나가기 때문에 관계를 지속시키지 못하는 거죠. 문소영기자 symun@
  • 영화 박스오피스/ ‘아이 엠 샘’ 개봉첫주 정상

    가을엔 ‘가을영화’가 따로 있다? 숀 펜이 지능장애 아버지로 눈물연기를 자랑한 휴먼드라마 ‘아이 엠 샘’이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지난 19·20일 이틀동안 서울 33개 스크린에서 8만 3339명(전국 24만 3776명)을 동원,“감동드라마는 흥행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보란듯이 깼다. 관객들이 ‘분위기’를 찾는 통에 매트 데이먼이 주연한 첩보액션 ‘본 아이덴티티’는 개봉 첫주의 흥행 파괴력이 기대치에 못 미쳤다. ‘가문의 영광’‘YMCA야구단’이 주도하는 한국영화는 여전히 흥행 호조. 지난 주말 간판을 건 ‘2424’‘굳세어라 금순아’와,‘로드무비’‘연애소설’등 흥행 10위권에 무려 6편이나 들었다. 황수정기자
  • 25일 개봉 중독 - 형수와 시동생의 피할수 없는 사랑

    시동생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형수.형수를 사랑한 시동생.도덕의 잣대를 들이밀 때,이 내용은 당연히 패륜이다.25일 개봉하는 박영훈 감독의 데뷔작 ‘중독’(제작 씨네2000)은 불온한 소재를 득의양양하게 스크린에 옮긴 멜로다. 무대 디자이너인 은수(이미연)와 가구 조각가인 호진(이얼)은 결혼 3년째인 부부.매일같이 연애편지를 주고받을 만큼 금실이 유별나다.집안살림까지 챙기는 호진이 은수를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는 차라리 ‘끔찍할 정도’. 이들 사이에 호진의 동생 대진(이병헌)이 있다.형 부부와 한집에 사는 카레이서.위험하다며 형은 자동차 경주를 뜯어말리곤 하지만 대진은 꿈쩍도 않는다.세심한 정을 나누는 형제의 우애는 꼭 자매의 그것처럼 살뜰하고 곰살맞다. 두 남자와 한 여자가 꾸미는 화목하고 포근한 화면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듯 한참동안 평화로 일관한다.그 안락함에 균열을 일으키는 설정은,한날 한시에 맞닥뜨린 형제의 교통사고.대진은 가까스로 살아나고 호진은 뇌사에 빠진다. 익숙한 흐름의 멜로로 시작한 영화는 형제의 교통사고를 거친 뒤 심리스릴러의 외피까지 뒤집어쓰며 장르 범위를 넓힌다.예비관객에게 어디까지 귀띔해야 옳을까 난감해지는 건 그래서다.사고 후 대진은 형의 영혼이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왔다(빙의)고 믿고,이를 완강히 거부하던 은수는 조금씩 대진의 영혼을 남편의 것으로 받아들인다.그 고비고비에 웬만한 스릴러 뺨치는 복선과 반전이 놓였다.대진을 쫓아다니는 여자친구 예주(박선영)가 죽은 호진의 작업실에서 은수의 잃어버린 목걸이를 발견하는 장면에선 오소소 소름까지 돋는다. 멜로와 심리극 사이에서 아슬아슬 균형을 잡아가던 영화는 후반부 몇몇 대목에서 설득력을 잃곤 한다.예주가 이렇다 할 논리 없이 대진을 떠나려는 설정은 느닷없고 서툴다.모든 진실을 알고서도 끝내 호진에게 되돌아가는 은수의 진심도 화면 밖에서는 아무래도 헷갈린다. ‘눈물의 여왕’이미연은 원없이 감정연기를 펼쳤다.여주인공을 따라 눈시울을 적실 마음 약한 관객이 꽤 많을 것같다. 황수정기자 sjh@
  • 할리우드 영화 2편 25일 동시개봉/ 포제션 - 운명적 사랑 그린 로맨틱 드라마

    기네스 팰트로의 새 영화 ‘포제션’(Possession·25일 개봉)은 고풍스러운 양장앨범을 들춰볼 때처럼 은은한 운치를 느끼게 하는 로맨틱 드라마다.팰트로의 우아하고 세련된 연기에 ‘운명적인 사랑의 힘’을 주제어로 버무린 영화는 무르익은 가을에 딱 맞춤이다. 영국 빅토리아시대 계관시인 랜돌프 애시(제레미 노댐)의 자료를 정리하던 미국인 학자 롤랜드(아론 에크하트)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서 놀랍게도 150여년 전 애시의 연애편지 한통을 발견한다.둘도 없는 애처가로 유명한 애시가 당대 레즈비언 여류시인 라모트와 비밀리에 깊은 사랑을 나눈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롤랜드는 좀 더 확실한 사료를 얻기 위해 애시의 후손이자 연구가인 베일리(기네스 팰트로)를 만난다. 그 옛날 애시가 나눈 사랑의 흔적을 더듬어,롤랜드와 베일리가 영국 안팎을 함께 여행하는 게 영화의 얼개.두 남녀 시인의 열애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롤랜드와 베일리도 서로에게 연정과 운명의 힘을 느껴간다.묘하게도 둘은 그 옛날 롤랜드 커플이 헤어지고 만난 자리에서 똑같이 헤어지고 만나길 거듭한다.150년 전의 남녀가 운명적이고도 격정적인 사랑을 나눴다면,현재의 남녀는 로맨스의 고리를 걸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교감의 깊이를 더해간다. 팰트로의 연기에 특별한 기대를 걸진 말아야겠다.이지적이고 현대적인,익숙한 느낌에 머물러 있다. 시인 애시는 동명의 원작소설에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너스 베티’의 닐라부트 감독이 연출했다.음악도 곱씹어볼 감상포인트인데 ‘베티 블루’‘잉글리쉬 페이션트’의 가브리엘 야레가 맡았다. 황수정기자 sjh@
  • 문학단신/ 김동리문학상에 김주영씨 外

    ◆ 소설가 김주영(63)씨가 제5회 김동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장편 ‘멸치’(문이당)이며,시상식은 11월20일 열린다. ◆‘시노래 모임 나팔꽃’은 24일부터 사흘동안 한양대 소극장에서 정기공연 ‘작게,낮게,느리게 2002 연애편지’를 갖는다.시인 고은,도종환,김용택,정호승,안도현과 가수 안치환 등이 나서 ‘북한 시인에게 보내는 노래편지’낭송행사 등을 갖는다.오후 7시30분(토요일은 오후 4시,7시30분).(02)2277-5749. ◆제2회 ‘시민 시낭송 경연대회’가 25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남산 ‘문학의 집·서울’(이사장 김후란)에서 열린다.행사 당일 예·본선을 실시하며,22∼24일중 인터넷(www.munhakhs.or.kr)이나 방문을 통해 참가신청을 하면 된다.참가비 5000원.(02)778-1026. ◆추리문학 전문지 ‘계간 미스터리’는 가을호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추리소설인 ‘혈가사(血袈裟)’를 발굴,공개했다.국립중앙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혈가사’는 울산의 문인 박병호가 쓴 것으로,1926년 울산인쇄소에서 출간됐다. 한국추리작가협회는 이 작품이 그동안 첫 추리소설로 알려진 채만식의 1934년 작품 ‘염마’(艶魔)보다 앞선 작품이라고 확인했다. ◆내년 1월 창간 예정인 격월간 문예지 ‘문학샘’이‘1000만원 고료 장편소설’을 공모한다.기성·신인작가 모두 응모할 수 있으며,분량은 200자 원고지 1000장 내외이고,마감은 11월30일.‘문학샘’은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장편소설을 공모할 예정이며 시,단편소설,문학평론,수필 부문의 신인작품도 연중 모집하기로 했다.(031)425-4121.
  • “여성문제 남성에 의존 말라”장상 前총리서리 잡지 인터뷰

    “여성들이 뭉치지 않으면 여성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여성문제에 한계가 있는 남성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총리 임명을 앞두고 낙마했던 장상 전 총리서리가 11일 발간된 18일자 주간 ‘우먼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장 전 서리는 또 ▲언론보도에 유의하라 ▲이미지 관리에 신경쓰라 ▲상대가 진심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도 미리 생각하라 ▲사회에 편승하지 말고 당당하게 대처하라는 등의 충고도 했다. 그는 지난 7월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총리임명 동의안이 부결된 직후를 돌아보면서 “너무 당당해서 낙마한 것 같다.”면서 “연애하다가 실연한 기분이겠지 할 정도로 가슴이 찢기듯 아팠다.”고 털어놓았다. 박지연기자 anne02@
  • [男男女女] 잡은 물고기에겐 먹이를 주지 않는다?

    “아직도 40∼50대의 정상적 부부는 말야,남자가 휭하니 앞서가고 여자는 그 남자 오른쪽 뒤로 한 1m 정도 뒤처져서 쫓아가는 모습이야.남자가 여자옆에 꼭 붙어서 손을 잡고 걷는다든지,뭔가 열심히 얘기를 한다든지 하면,그건 좀 수상쩍은 관계인 거야.” 30∼50대 선후배들이 참석한 한 모임에서 50대 남자 선배가 ‘부적절한 관계’에 관한 이야기 끝에 ‘정상적인’ 것에 대한 해석을 이렇게 내놓았다.참석자들은 모두 “맞다.”며 박장대소를 했다.얼핏 그림이 그려졌다.부모세대에게서 늘 봐온 모습이기도 했다. 얘기가 재미있어 20∼30대의 다른 남자들에게 옮겨 보았다.그랬더니 자신의 경험이 묻은 ‘정상적인’ 관계와 ‘비정상적인’ 것에 대한 또다른 해석들을 내놓았다.식당에서의 예다.남자가 나서서 여자의 숟가락과 젓가락을 챙겨 놓아주면 비정상적,남자가 TV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당연히 여자는 TV를 등지고 앉게 된다) 팔짱을 낀 채 몰두하고 있으면 정상적이라는 것이다.반찬이 모자랄 때 목청껏 주문하는 사람이 남자면 비정상적이다.남자가 출입문을 열어주며 여자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도 비정상적이다. 문득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것이 뒤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남자의 자상함이나 섬세한 배려는 ‘비정상적’으로 분류되고,무관심과 자기중심적 태도는 ‘정상적’으로 분류되니 말이다.물론 이같은 사례가 일반적인 잣대는 아닐 것이다.하지만 남자들 사이에 이런 ‘농담 같은 진담’들이 오고갈 수 있는 기저에는 ‘이제 저 여자는 내 사람이니까 나 편한대로 해도 괜찮겠지.’하는 묘한 태만이 흐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남자들 중에는 아내에게 잘해 주느냐는 질문에 “잡은 물고기에게 미끼를 주지 않는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요즘 여자들도 제법 쓰는 말이다.즉,연애시절의 살갑고 다정다감한 태도와 눈빛을 결혼 후에도 기대하면 안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결혼은 남녀관계의 종착역이 아니라 인생의 환승역 아니겠는가.결혼은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두배나 더 많은 인생을 즐겁게 지내고자 열차를 갈아타는 행동일 것이다.때문에 결혼 후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몇년 전 나이애가라 폭포 주변에서 마주친 미국의 노부부들이 생각난다.은퇴한 것으로 보이는 은발의 노부부들은 두 손을 꼭 잡고 눈을 마주보며 폭포 주변을 산책하고 있었다.노년의 사랑이 뜨겁지는 않았지만,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였다. 잡은 물고기에게 미끼를 주지 않는다는 한국 남자들에게 부인과 함께할 수 있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노년이 준비돼 있는지,그것이 궁금해진다.‘잡힌 물고기’도 기다리다 지치면 반란을 준비할 수 있음을 남자들은 짐작이나 할까. 문소영기자
  • [대선후보 부인에 듣는다] (3)정몽준후보 부인 김영명씨

    대한매일은 ‘대선후보 부인에 듣는다’기획의 세번째 주자로 9일 오전 무소속 정몽준(鄭夢準)의원 부인 김영명(金寧明·46)씨를 만났다.김씨는 후리후리한 키에 마른 듯한 체형,서글서글한 눈매를 지녀 생각보다 훨씬 훤칠해 보였다.엄격한 시집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딸부잣집 막내딸의 구김살 없는 태도를 그대로 갖고 있었다.질문에 대해서는 다소 긴 듯하게,웃음을 섞어 차근차근히 답변했다.김씨는 “남편은 세계화 시대에 필요한 국제감각과 젊음을 갖추고 있고 월드컵 때 보여준 것처럼 국민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는 21세기형 지도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날 인터뷰는 서울 평창동 정의원 자택에서 1시간 동안 이뤄졌으며 대담자로는 신연숙(辛然淑) 문화에디터와 김경애(金慶愛) 동덕여대 교수 겸 본사 명예논설위원이 참여했다. ■결혼과정과 남편 정몽준 ◆정 의원이 청혼은 어떻게 하던가요.결혼하면서 어떤 가정을 꿈꾸셨습니까. 결혼할 나이가 돼 소개로 만나서 그런지 좋으면 그냥 결혼하는 거라 생각했어요.영화처럼 드라마틱한 프로포즈는 없었는데 다른 분들은 그렇지 않으신지,이 대답을 할 때는 내가 뭔가 빼먹고 산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친정 아버님이 공직에 계셔서 어머님이 하루 건너 손님을 치르는 등 바쁘게 살았어요.초창기 외교관은 지금보다 여건이 열악했거든요.결혼하면서 사업하는 가정은 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공직을 갖게 돼 한바퀴 돌아 원래 자리로 온 느낌이에요. ◆부부싸움을 한 적이 있으신가요. 신혼 초에는 많이 했죠.내용은 잘 기억 안 나는데 하여튼 처음 결혼해서는 서로 다른 가정 환경에서 자라 적응하기 좀 힘들었어요.친정은 경상도 집안에 딸이 많아 분위기가 부드러운데 시댁은 아들이 많고 대가족이라 좀 딱딱한 편이거든요. ◆남편이 어떤 경우에 가장 자랑스럽게 느껴지셨습니까. 감성지수(EQ)가 굉장히 높아요.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추진하는 모습이 자랑스럽죠.남편은 부부관계도 수직관계가 아니라 수평관계,또는 계약관계라고 표현하는데 그 말은 ‘사랑에 대한 계약’을 뜻하죠.사랑하고,사랑하려고 노력하고,서로를 불쌍히 여기고 배려한다는 뜻입니다. ◆정 의원이 구두쇠라 돈을 써야 할 데도 안 쓰는 것 같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검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꼭 써야 할 데는 씁니다. ◆정 의원이 언젠가 부인께서 첫사랑이 아니라고 말했는데 좀 섭섭하지 않으셨습니까. 결혼한 지 23년입니다.애가 넷이고요.그런 것에 섭섭하다고 말할 시기는 지났지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아들을 주욱 대동하고 출근하고 아침 식사도 모여서 하는 등 전통적인 가부장이었습니다.또 너무 검소해 며느리로서 부담이 됐을 법한데요. 대가족이 좋은 면도 많아요.집안에 큰일이 생기면 서로 의지하고 걱정해주는 사람이 많잖아요.제사때도 며느리들이 많아 음식 장만이 빨리 끝나요.아버님은 그릇이 크면서도 굉장히 자상하고 섬세하셨어요.저희들이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죠.그렇게 바쁘게 큰 기업을 하면서도 자식들 하나하나 챙기는 걸 보면 대단하세요.아버님을 통해 절제와 부지런함을 배웠어요. ■가정생활과 자녀교육 - 아이에 가끔 ‘사랑의 매' 들어 ◆정 의원께선 집안살림이나 자녀교육에 얼마나 참여하시나요. 남편은 “아이들은 멍하니 천장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요즘 아이들이 너무 바쁘게 지내는 것을 안타까워해요.월드컵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일요일날 예배 끝나고 아이들에게 자장면도 사 주고 쇼핑도 같이 하곤 했는데 지난 10년 간은 출장을 많이 다녀서…. ◆정 의원이 아이들 칭찬은 많이 해 주는 편인가요. 아이들과의 대화 시간이 아무래도 부족하죠.어렸을 때는 아이들 교육은 제가 챙겼습니다.하지만 아이들이 자라면서 점점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인식하는 것 같아요.등산이나 축구 등 어른들 행사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나이가 되니까 옆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어른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 같고요. ◆혹시 아이들에게 매를 든 적이 있나요. 아이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말하게 하고 잘못을 인정하면 ‘몇 대를 맞아야 하지?’라고 물었어요.그리고 체벌한 후에는 엄마가 너를 사랑한다고 꼭 이야기를 하고 안아 주었습니다.감정적인 매는 금물이지만 사랑의 매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하지만 아이들이 조금 자라면 체벌은 효과가 없습니다.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겠지요. ◆늦둥이는 어떻게 해서 보게 됐습니까. 막내를 임신하고 검사를 받으러 갔을 때 담당의사가 “아들이 없으신가요.”하고 진지하게 물어 참 당혹스러웠습니다.제가 막내여서 항상 동생을 가지고 싶어했는데 그러다 보니까 아이를 넷이나 낳았습니다.아이는 두 돌까지가 제일 예쁜 것 같아요. 큰 애들이 이제 집을 떠나고 있는 과정에서 아직 집에 누가 있어 엄마를 기다린다는 건 너무 좋죠.하지만 나이 많은 엄마라 미안하기도 합니다. ◆둘째 딸은 왜 미국 고등학교에 보내셨는지요. 미국에서 (정 의원이) 박사과정 밟을 때 태어났어요.그래서 그런지 본인이 그곳에서 공부하기를 원해 네 아이 중 하나쯤은 원하는 대로 해주자,그렇게 됐지요.하지만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살아야 한다고 봅니다.이모가 학교 가까이 살고 있지 않았다면 안 보냈을 겁니다. ◆정 의원이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입니까. 식성이 좋아서 설익은 김치와 국만 있으면 되지 반찬 타박은 절대 안 해요.된장찌개를 자주 끓이고 계절에 따라 게장과 굴전을 해 줍니다. ◆가정 살림은 어떻게 운영하십니까.살림 비용을 타 쓰는 편입니까. 결혼 후 지금까지 매달 생활비를 받아왔습니다.생활비를 받을 때는 다른 주부 선배들이 가르쳐주신 대로 ‘감사합니다.수고 많으셨습니다.’하면서 받습니다. ◆부부가 함께 노래방에 가신 적이 있는지요.애창곡은 무엇입니까. 물론이죠.잘 부르지는 못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노래는 안치환의 ‘내가 만일’입니다. ■개인생활 - 정신지체아 보호시설 운영 ◆어렸을 때부터 외국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한국에 친구는 많으십니까. 친구가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출마선언을 하고 나니까 여기저기서 연락이 와요.생각보다 많이 있더라고요.(웃음) ◆경상도 말씨가 울산에서 출마할 때 좋은 점수를 얻었겠습니다. 언니들은 서울말씨를 쓰는데 제가 어려서 한국을 떠나 부모님 영향을 받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억양이 좀 남아 있을 뿐이지 그렇게 심하진 않지요? 유권자들이 편안하게 느끼는 건 사실이에요. ◆웰슬리대는 명문대로 알려졌는데 공부를 잘 했나 봅니다.정치학을 전공한 건 외교관이 되려고 한 것 아니었나요. 웰슬리대는 당시에는 비교적 들어가기 쉬웠어요.클린턴 대통령 이후 미국사회도 교육열이 높아져 지금은 들어가기 어려운 대학이 돼 있다고 하대요.요즘 같으면 입학도 못 했을 거예요. 친정아버님이 외교관이셨는데 저희 남매 중에 외교관하는 사람이 없었어요.그래서 생각이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결혼을 안 했으면 혹시 모르죠.하지만 결혼해서도 거의 외교관이나 다름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국제축구연맹(FIFA) 일이 대부분 외국 부인들 만나는 일이라 예전에 어머님 하던 일과 비슷해요. ◆ FIFA 집행위원들 사이에 ‘미스 스마일 월드컵’이라 불린다는데요. 너무 과대평가해 주신 거지요.사람 사귀는 일이 다 만나서 밥 먹고 얘기하고 그런거잖아요.그냥 아내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지요. ◆‘내가 대통령감이라기보다는 아내가 퍼스트레이디감이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정 의원이 책에 썼는데요. 누가 그런 얘길 했나봐요.그래서 듣고 기분이 좋았나 보죠.생각해 주신다는 게 나쁘지 않고 감사하죠.하지만 제가 퍼스트레이디감인지 아닌지는 좀더 공부를 해 봐야겠어요.역할을 잘 할 수 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혹시 지금까지 좌절을 겪어본 일이 있습니까. 좋은 부모와 시댁을 만나 어려움 겪지 않고 살았습니다.감사한 일이지요.그만큼 사회에 돌려 드려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올’이란 단체에서 문화재 보존 활동을 하고 있다는데요. 외국 손님이 오면 뭔가 짧은 시간에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줘야 되는데 그런 장소를 찾는 데 아쉬움이 많았어요.훌륭한 문화재가 많은데도 통역 인프라가 부족하고 보존이 제대로 안 돼 있어 부끄러웠죠.아이들 교육도 급하지만 문화재야말로 대대손손 물려줘야 하는 거잖아요.주부들이 주축이 돼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는데 아직 시작 단계입니다.앞으로 많은 단체가 협력해 좋은 정책이 나오도록 여론조성 작업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울산 사택에서 12년째 운영하고 있는 ‘정신지체아동 주간보호시설’은 김여사가 세웠다는데요. 대단한 건 아니고, 아이들에게 너무 부족한 부분이 많아 좀더 나은 놀이시설을 주고 싶었던 것뿐입니다. ■정치관 - ‘상식 통하는 사회' 만들어야 ◆재벌가 출신이면서 노동자들 표로 당선됐는데 유권자들이 거리감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요. 처음 출마했을 때는 선입관을 갖고 있었지만 실제로 지역구에 내려가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니까 많이 사라졌어요.서로 마음을 열고 애로점 듣고 아이들 교육 문제,지역 생활 개선점 등을 얘기하면서 가까워졌죠. ◆부인께서는 아주 좋은 인상을 주는 한편 너무 귀족적인 이미지라는 지적도 있습니다.과연 서민들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도 있고요. 인터뷰를 하니까 이렇게 화장도 더 하고 옷도 신경 써서 입은 거지 저도 보통 주부들처럼 시장도 다니고 그래요.남편이 후보가 되기 전에는 아무도 못 알아봤을 거예요.염려를 많이 해 주시는데 좋은 말씀이라 생각하고 나름대로 어려운 상황에 계신 분들을 만나뵙고 모르는 부분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 의원이 여성들에게 국회의원 및 지방의회선거에 50% 공천을 할당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여성들의 능력은 남성들도 다 알고 있을 거예요.사실 여자축구도 남자축구만큼 투자했더라면 벌써 월드컵4강에 갔을 거라고 하더라고요.아무리 능력이 있다 해도 그만큼 투자나 보살핌이 없으면 안 되는 거죠.정 후보는 그런 데 대해 마음이 열려 있습니다.세계 각국을 여행하면서 우리보다 못한 나라도 여성들의 지위가 높은 걸 보고 많이 느꼈나봐요. ◆왜 정 의원이 꼭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세계는 많이 변하고 있어요.국내 정서나 상황도 이해해야 하지만 우리가 세계 안에서 살고 있는 만큼 세계를 이해하고 맞춰 살아야 할 필요도 있거든요.지도자들도 다 젊어지고 있어요.정말 이번이 21세기 첫 대선인데 우리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나갈 건지 잘 생각하고 지도자를 뽑아야 될 것 같아요.우리가 월드컵 때 느꼈던 대한민국 국민들의 무한한 능력을 드러내 줄 수 있는 대통령이 됐으면 해요.항상 국민들 발목을 잡았던 게 정치였잖아요.국민들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지도자가 되길 바랍니다. ◆정 의원의 대통령 출마를 만류한 적이 있는 걸로 아는데 그 까닭은 무엇이었습니까. 한 엄마와 아내로서는 만류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공직이란 많은 희생을 가족에게 요구합니다.평범한 가장으로 있길 바라는 아이들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남편은 늘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제게 자주 하였습니다.그런 사회만이 우리 아이들에게,또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가족이나 개인의 희생은 따르겠지만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면 열심히 도와야지요. 박정경기자 olive@ ■김영명씨는 누구/ ‘스마일 월드컵'… 영·일·스페인어 능통 김영명씨에겐 애칭이 있다.‘미스 스마일 월드컵’.정몽준 의원이 월드컵유치를 위해 뛰어다닐 때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들이 붙여준 별명이다.정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을 때 한나라당 핵심당직자는 “다른 것은 몰라도 부인만큼은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170㎝가 넘는 키와 미모에 더해 재벌가 며느리임에도 불구하고 소탈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그리고 모나지 않은 행동에서 비롯된 평가다. 주일·주미대사와 외무장관 등을 지낸 김동조(金東祚)씨의 2남4녀 중 막내.혜화초등학교 3학년 때 서울을 떠나 20년 가까이 외국에서 살았다.덕분에 영어와 일어,스페인어 등 3개 국어에 능통하다.영어로 작성한 정 의원의 박사학위 논문을 감수해 준 일은 잘 알려진 일.국제감각도 지녀 남편의 해외활동에 적잖은 도움을 주었다.다만 오랜 외국생활로 학창시절 친구가 없는 것이 늘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정 의원과는 1978년 여름 미국 보스턴에서 정 의원의 넷째 형수인 이행자씨 소개로 만나 1년간 연애 끝에 이듬해 정동교회에서 결혼했다.정 의원은 당시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었고, 김씨는 웰슬리대에서 국제정치학과 미술사를 공부하고 있었다.이곳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와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이 나온 명문여대다.김씨는 “정 의원이 과묵하고 심지가 굳어 끌렸다.”고 한다.정 의원이 기숙사로보내온 장미꽃은 지금도 가슴에 담겨 있다. 김씨의 큰 키는 경남여고 농구선수였던 어머니에게서 비롯된다.자매들도 마찬가지.맏언니 영애(57)씨는 미국 모건스탠리 부사장이고 셋째 형부는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으로,LG그룹 공동창업주인 허준구씨 조카다.허 회장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사돈관계.한국외대 교수인 오빠 민영씨는 정 의원 캠프에서 자문팀을 이끌고 있다. 바쁜 사회활동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자녀양육에 더 심혈을 기울였다.장남기선(20)씨와 장녀 남이(19)양은 연세대 경제학과와 철학과를 각각 다닌다.차녀 선이(16)양은 유학 시절 낳아 미국 시민권자로,현재 미국에서 고교를 다닌다.올해 세검정 초등학교에 입학한 늦둥이 예선(7)군은 얼마전까지 차범근 축구교실에 나갔다. 남편의 출마선언 이후 김씨는 매일 새벽기도를 나간다.그리곤 재래시장 방문과 봉사활동,각종 인터뷰 등으로 숨가쁜 하루를 보낸다.대선 출마가 가족과 주변에 몰고올 변화가 지금도 두렵다는 김씨.그러나 앞에 놓인 일정표는 더이상 고민할 겨를조차 주지 않는다. 박정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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