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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0] 디지털 세대 占에 빠지다

    회사원 이모(29·여)씨는 평소 흠모하던 직장동료에 대한 ‘작업’의 성공 가능성을 따져보기 위해 타로점을 시작했다. 그는 “타로카드를 통해 남자의 관심이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알았으며 모두 사실이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타로 카드에 심취해 관련 서적을 읽으며 매일 타로 카드점을 보고 있다. 그러나 맹신(盲信)은 아니고 자기를 되돌아보는 방법으로 타로 카드를 이용한다. 점을 보고 사주를 따지는 것이 중년 이상 어르신들의 전유물이던 때는 지난 지 오래다. 디지털 세대들에게도 역학은 매력적인 삶의 소품이다. 최근 들어서는 역학에서 자아(自我)를 찾으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점성학이 가져다 주는 ‘재미’에서 ‘나’를 찾는 부산물을 얻고 있는 셈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막연하게 대비하기보다 인생의 흐름을 읽고 이에 걸맞은 미래를 기획하겠다는 생각도 크게 작용한다. 사실 ‘꿈보다 해몽이 좋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지만 이들은 나름대로 진지하게 역학에서 삶의 활력소를 찾는다. 일부에서는 생업의 도구로 관심을 갖기도 한다. ●남성 ‘취업형’ vs 여성 ‘취미형’ 일반적으로 사주와 점성학에는 여성들이 더 관심이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체계적으로 점성술을 배우는 점성술 학원이나 문화센터에는 남성들의 숫자가 더 많다. 대개 남자들은 창업의 안목에서 사주 카페 등을 운영하기 위해 점을 배운다. 대기업에 다니는 정모(36)씨는 최근 점성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정씨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것을 해소하기 위해 점성술에 관심을 가졌다가 아예 이를 노후 대비책으로 삼았다. 정씨는 “점성술은 일종의 통계학”이라면서 “나를 되돌아볼 수 있었고 창업까지 생각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라고 예찬론을 폈다. 반면 여자들은 취미삼아 배우는 경우가 많다. 웹디자이너 김모(29·여)씨는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지루한 일상에서 탈피할 좋은 수단”이라면서 “오늘의 운세를 살피자는 취지에서 타로 카드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점성술을 통해 인간관계를 넓히는 ‘친목도모형’도 있다. 박모(30·여)씨는 “소개팅에 나가면 수다 떠는 것을 빼면 마땅히 할 일이 없는데 이런 어색한 만남에서 카드점을 통해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서 “타로 카드는 사람들을 쉽고 빠르게 사귈 수 있는 좋은 매개체”라고 평했다. 한국점성학회 이현덕 대표는 “젊은 층이 점성술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기존 역학보다 더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식상한 것을 싫어하는 젊은 사람들이 화려한 그림 등을 통해 목성과 토성, 수성 등으로 미래를 꿰뚫어볼 수 있어 몰리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인터넷에 부는 역술 바람 온라인에서도 점 열풍은 이어진다. 인터넷 검색창에 ‘사주’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주 사이트가 떠오른다. 궁합과 토정비결 등 일반적인 서비스에서 1대1 맞춤 서비스 등에 이르기까지 제공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해 3000원에서 1만원 안팎이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회사원 민모(30)씨는 사주 마니아다. 민씨는 연애운을 비롯해 승진과 가족문제 등 개인적인 문제를 인터넷 사주를 통해 해결한다. 민씨는 “인터넷 사주가 얼마나 맞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대개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안목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결과적으로 일의 결과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인터넷 사주사이트 ‘사주와 궁합’ 안태준 대표는 “지난해에 비하면 다소 주춤하지만 인터넷이라는 손쉬운 매개체를 통해 젊은이들이 꾸준하게 자신의 사주 팔자를 검색한다.”면서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는 미래에 대한 특유의 불안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찾는 것 같다.”고 전했다. 타로와 점성술 등 서양의 점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역술을 통해 미래를 알아보려는 젊은 층도 이어진다. 한국역술인협회 관계자는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직업이 불투명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역술인 과정을 거쳐 자격증을 취득한 뒤 철학원을 여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기 불황과 맞물려 점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려는 경향이 짙다.”고 밝혔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안동환기자의 현장+] 총각도사 3인방의 사주카페 손님들

    [안동환기자의 현장+] 총각도사 3인방의 사주카페 손님들

    “자∼지금부터 당신의 인생을 속시원히 까발려 봐. 그렇다고 운수에다 올인하진 말라고.”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사주카페.‘족집게’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총각도사’3인방의 스타일을 한동안 TV에서 인기를 끌던 ‘우격다짐’식 개그로 풀어 보자면 이럴 것이다. 일기예보가 그러하듯 ‘인생예보’라고 어떻게 딱 맞을 수 있을까. 젊은 도사들은 “사람들이 불황에 잔뜩 움츠린 탓인지 신년운세도 크게 기대를 안하는 눈치”라고 전한다. 2002년 4월 문을 연 이곳은 건축학도 출신으로 풍수지리를 공부하는 김종선(32)씨와 같은 92학번 동문인 이동근(32)씨, 전산학을 전공한 김상현(33)씨가 동업한다. 대학 연합 사주팔자 동아리 ‘구통도가’출신인 이들은 10년 세월 동안 만만찮은 공력을 쌓은 젊은 역술인들이다. 불황이 무섭긴 도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해마다 이맘 때가 대목이지만 손님은 지난해보다도 많이 줄었다. 서양의 점성술인 타로가 주특기인 동근씨는 외국계 기업에서 해외 마케팅을 담당하는 회사원. 낮에는 넥타이를 매고 해외 바이어의 심리를 읽다가, 저녁이면 도사로 변신한다. 상현씨는 주역과 관상에 특히 밝다. 기자와 얘기를 나누던 도중 20대 여성과 상담에 나선 동근씨.“밧줄에 목덜미가 묶인 상을 보니 채무가 있군요.”이씨가 실마리를 던지자 “어쩜. 어쩜”을 연발하며 여성은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다음부터는 도사의 존재를 무시하며 스스로 자신의 처지를 술술 풀어낸다.“카드빚을 갚지 못해 상황이 어렵거든요. 올해 금전운이 어떤가요. 혹 횡재수라도 없을까요.” 어떤 대답이 나올까 잔뜩 기대를 걸었지만 동근씨의 대답은 고지식하다 못해 어이없을 지경이다.“허리띠를 졸라매고 아끼세요. 본인이 저질러 놓은 일을 어떻게 운으로 해결하겠습니까.”한바탕 ‘훈계’하고 난 동근씨는 “20대 여성들은 대개 명품을 사다 빚을 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로또 번호를 맞혀 달라.”고 간절한 표정으로 볼펜을 내미는 황당한 손님도 의외로 많다고 동근씨는 귀띔했다. 이들의 세계도 적자생존의 법칙이 존재하는 출혈경쟁 시대로 접어들었다. 사주카페가 유행하면서 종로에는 과장을 조금 보태면 한 집 건너 점보는 카페가 들어선 데다 일반 카페에도 역술인 한둘쯤은 자리잡고 있게 마련이다. 불황을 겪고 있는 동네 ‘철학관’의 역술인들도 시내로 몰려들고 있다. 20대 여성들의 최대 관심사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연애운’. 사랑은 불황도 강추위도 이기는 묘약인 셈이다.‘취업운’과 ‘시험운’이 궁금한 취업재수생들은 타로점을 많이 찾는다. 요즘은 공무원 시험 응시생들이 대세를 이룬다. 여성의 고민은 남성보다 좀 더 복잡하다. 혼수 걱정부터 남편의 바람기, 이혼운도 상담거리가 된다. 예전에는 이혼을 해도 되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어 봤지만, 요즘은 이혼을 작정하고 ‘길일’을 알려 달라는 사람이 많다. 노동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회사와 재계약 여부를 점쳐 달라는 비정규직 노동자도 찾아온다고 한다. 그런 손님에게는 혹 나쁜 운을 가졌다고 해도 희망으로 포장해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최근에는 남편의 ‘연·월·일·시(年·月·日·時)’를 적어와 창업운을 묻는 40∼50대 여성도 자취를 감추었다. 경기불황이 깊어지면서 소자본 창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탓으로 추측한다. 하지만 접신(接神)이 돼 ‘꽃몸살’을 앓는다고 호소하는 여성이나, 빙의(憑依)가 되어 귀신을 본다며 범상치 않은 정신세계를 자랑하는 남성은 어느 시절이나 가끔 찾아온다. ‘천기누설’을 밥 먹듯 하는 세 젊은 도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인생의 덕목은 요행보다 정직한 노력. 횡재에는 횡액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게 마련이라고 설명한다. 종선씨는 “사주는 넉사(四)에 기둥주(柱)자로 건축학적으로 보면 사람의 일생은 기둥 네개만 올려진 집에 지붕을 얹는 과정”이라면서 “집을 제대로 짓느냐 못 짓느냐는 자신의 노력에 달렸다.”고 단언했다. 왕후장상과 사주가 똑같아도 삶의 결과는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의지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 총각도사의 점괘는 언제나 “행복은 고난과 역경으로 포장돼 있다.”는 평범한 진리로 귀결된다. 같은 점괘를 두고 1만원의 복채가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든, 괜한 돈 버렸다고 후회하든 결국 자신의 몫이라는 얘기다. sun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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