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연설문
    2026-04-20
    검색기록 지우기
  • 확진자
    2026-04-20
    검색기록 지우기
  • 농업인
    2026-04-20
    검색기록 지우기
  • 거물
    2026-04-20
    검색기록 지우기
  • 거부
    2026-04-2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650
  • [글로벌 시대] 한국전 참전용사와 情 나눔의 잔치를/김창후 LG전자 고문·한국외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글로벌 시대] 한국전 참전용사와 情 나눔의 잔치를/김창후 LG전자 고문·한국외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외국 생활의 시간이 갈수록 점점 강하게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것이 있다. 대부분 터키인들이 배내 시절부터 우리나라에 대한 정(情)이 싹트여 자라온 것 같은 느낌인 것이다. 한반도의 8배가 되는 큰 나라이건만 전국의 거래선을 만나 상담하고 고객과 대화를 하노라면 예외 없이 따뜻하고 우호적인 정감을 깊이 느낀다. 터키는 우리와 역사적 혈맹 관계로 6·25 때 참전해 수천 명의 젊은 청년들이 목숨을 바쳤다. 2002년 한·일월드컵 대회 당시 한국 관중이 대형 터키 국기를 들고 보여 준 응원은 집에서 TV를 보던 터키 국민을 감동시켜 눈물을 흘리게 했다. 두 나라 국민 사이에 강한 우정의 흐름을 다시 한번 확인케 됐던 것이다. 지구의 건너편 한국에 터키 국민이 지속적으로 보여 준 애정은 무형의 값진 자산이다. 터키인들이 우리 외에 다른 어느 국민에게 이처럼 우호적이었을까 자문해 보기도 한다. 이제는 우리도 그동안 받은 정을 갚으며 진정한 감사의 표시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기업으로 ‘받은 정(情)을 다시 정(情)으로 보답’하는 문화행사를 해 보자고 마케팅 부서장에게 지시했다. 터키 전역의 한국전 참전 용사을 초청해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는 ‘정 나눔의 잔치’을 하자는 것이었다. 행사는 보스포루스해협 언덕에 위치해 야경이 장관인 곳에서 하기로 했다.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옛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을 뒤로하고, 해협 건너편 아시아 방향으로 달리면 6·25 때 퍼져 우리 귀에도 익숙해진 터키 민요 ‘위스크다르’의 유래지인 마을이 있다. 세월이 흘러 한국전 참전용사들은 모두 팔순의 할아버지가 됐다. 베테랑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터키말로 인사를 했다. 모두 두 손으로 꽉 잡는다. 한국전 참전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는 모습이 역력하다. 대부분 전쟁 당시 지급된 군 정복을 정갈하게 입고 와서 불패의 군인정신을 되찾은 모습을 보인다. 왼쪽 가슴에 전투에서 용맹을 떨치어 무공을 세운 전사에게 주는 양국 정부의 훈장을 정연하게 달고 나왔다. 많은 훈장의 무게가 무거워서인지 처진 어깨가 더 처져 보인다. 한편 안쓰럽기도 하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팔척 장신 알리 할아버지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 헌병이었다고 한다. 전쟁의 공포 속에서도 거쳐 간 문산·영등포 등을 기억하고 있었다. 손에 조그만 단어 암기장 같은 것을 들고 왔다. “안녕하십니까” 하고 우리말로 인사했다. 전쟁 당시 한국어를 배우면서 정리한 회화 공책이라며 보여 준다. 60년 전 받아 필기한 공책을 아직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참 감동적이었다.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먹기 전 마케팅 부서에서 미리 터키어로 준비해 주어 여러 번 연습한 환영의 연설문을 읽어 내려갔다. 발음과 억양이 서툴지만 모두 마음으로 이해를 완벽히 하는 분위기다. 한국인으로서 그간 역사적으로 보여 준 터키인의 두터운 애정을 우리는 늘 감사히 생각하며 잊지 않을 것이라 강조했다. 그리고 현지 법인 회사의 대표로서 이곳 형제의 나라에 와서 여러분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자주 만날 것을 희망한다고 했다. 이어서 참석한 여러분들을 보니 어렸을 때 귀동냥으로 배운 터키 민요를 기억한다고 하면서 ‘위스크다르’ 서너 구절을 무반주로 불렀다. 놀랍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가사를 외우면서 수십 번 연습한 애창 민요의 독창 시도를 나의 터키에 대한 깊은 애정의 표시로 받아 주며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조금이나마 빚을 갚은 기분을 갖고 감사한 마음으로 마무리했다.
  • 日방위상 “휴전선 남쪽만 한국 지역” 뒤통수 … 국방부 ‘짜깁기 브리핑’ 들통

    日방위상 “휴전선 남쪽만 한국 지역” 뒤통수 … 국방부 ‘짜깁기 브리핑’ 들통

    한국과 일본 국방 당국이 지난 20일 양국 국방장관 회담에서 일본 자위대의 북한 지역 진입 시 우리 정부의 사전 동의를 받는 문제에 대해 입장 차를 보인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우리 국방부는 당시 한국 언론에 양국 장관의 이견은 감추고 협력 가능성만 강조하느라 급급했던 것으로 드러나 비판이 일고 있다. 국방부가 국민 정서상 민감한 일본 측 발언을 누락시키고 ‘짜깁기 브리핑’을 했지만 정작 일본은 자국 언론에 이 내용을 공개해 결과적으로 뒤통수를 맞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21일 정확한 회담 결과에 대한 언론의 추궁이 쏟아지자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이 ‘대한민국의 유효한 지배가 미치는 범위는 이른바 휴전선 남쪽이라는 일부의 지적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일 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이는 일본이 남한 지역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의 동의를 받겠지만 북한은 예외라는 인식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방부는 전날에는 “나카타니 방위상이 한·미·일 간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우리 입장과 이견이 있는 게 아니다”라는 식의 아전인수 격 발표를 한 바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뒤늦게 “양국이 한·미·일 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부분에 중점을 두고 회담 결과를 설명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본 방위성은 약속을 깨고 자국 언론 대상 간담회에서 ‘휴전선 남쪽’ 부분을 언급했다. 결과적으로 회담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가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한·미·일 3국은 이와 관련해 22~23일 일본에서 안보 현안 실무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일본 자위대의 북한 진입 동의 문제는 한·미·일의 협의 사항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 일본을 지지하는 듯한 미국의 입장이 우리로서는 찜찜한 대목이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20일(현지시간) 미 상원 북한 청문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일본이 한국 정부의 동의를 얻지 않고 한반도에서 작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영역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는 “추측하고 싶지 않다”고 즉답을 회피했다. 한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했는지를 놓고 말 바꾸기 논란에 휩싸였다. 윤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남중국해의 ‘남’자도 나오지 않았다. 일부 언론이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던 윤 장관은 21일 외교부와 동아시아연구원이 개최한 행사에서 “일각에서 지난주 (박근혜 대통령) 방미 시 오바마 대통령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고 말을 바꾼 셈이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윤 장관이 기조 연설문을 읽는 과정에서 실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국내 유치·초등부 영어 교재 ㈜티와이에듀

    국내 유치·초등부 영어 교재 ㈜티와이에듀

    ”생각한대로 말할 수 있는 자긴감 넘치는 영어, 아동기 교육이 좌우합니다.” ㈜티와이에듀 송영혜 대표는 아동기 영어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처음 영어를 접하는 어린 학습자들이 보다 흥미 있고 쉽게 영어를 말할 수 있도록 송 대표는 지난 18년간 현장에서 아이들과 교사들을 지도교육했다. 지난 2011년, 송 대표는 18년간 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교재로 개발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해당 교재는 아이들이 영어를 말하는 것을 즐겁고 자신감 있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치·초등학생을 위한 말하기 중심의 영어학습 콘텐츠로 업계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티와이에듀 송영혜 대표와의 일문일답을 통해 티와이에듀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Q. 티와이에듀를 만든 계기는 무엇일까.A. 유명 어학원에서 다년간 교재를 만들다 좀더 대중적으로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교재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다. 어학원을 다니며 공부 할 수 있는 아이들은 10%에 불과하기 때문에 90%의 아이들을 위해 누구든 쉽게 접할 수 있는 영어교재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처음 제작에 착수하게 됐다. Q. 말하기 중심 교재라는 타이틀이 눈에 띈다. 다양한 영어교육 영역에서 ‘말하기’를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면.A. “말하는 것을 즐기게 하라”, “말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자”를 교육철학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철학을 갖게된 이유는 아이들의 영어 습관 때문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말하기’ 하는 것이 습관이 안돼 쑥스러워 한다. 심지어 어떤 아이는 책상 밑으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영어에 익숙하지 않고 두려워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구나를 알게 되었다. 자기 음성인식이 미흡한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발음을 듣고 말하기를 꺼려하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영어 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며 피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일반유치원을 다니면서 영어를 창피해하지 않고 말하기를 잘 할 수 있는 좋은 교재를 만들어 사용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유치부 학생들을 위한 교재 ‘원더톡톡’을 만들었다. Q. 여러 영어학습 교재 중 ‘원더톡톡’만의 특장점은 무엇인가.A. 원더톡톡은 어학원용이 아닌 일반 유치원 교재다. ‘미국타코마 공립 교육청 ESL 부서’에서 교재 인증을 받은 공신력 있는 교재로 국내서는 유일하게 미국 공립교육청의 인증을 받았다. 원더톡톡 영어교재에는 만들기 도구가 들어 있다.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자기가 만든 것, 본인이 한 것을 자랑하고 싶어 한다. 아이들이 만들기에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이 만들기 도구를 통해 흥미를 느끼고 자신 있게 문장을 이야기하고 엄마한테 그 날 배운 것을 설명하고 보여준다. 엄마들이 칭찬을 해주면 아이들의 자신감은 부쩍 상승한다. 간단하지만 제대로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원더톡톡’이다. Q. 일선에서 교재를 활용할 때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A. 일반 유치원의 모습을 살펴보면 교사 혼자 수업시간 25분간 이야기하고 30명의 아이들이 5분씩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하는 발표수업을 종종 진행한다. 이렇다보니 발표 한 번 못하고 수업이 마무리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러한 패러다임을 바꾸고자 원더톡톡을 활용한 수업을 제안했다. 처음엔 원더톡톡만의 수업방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교사들이 있었다. 원더톡톡을 사용해서 이것저것 아이들과 함께 해야 하니 교사들이 오히려 더 힘들어 했다. 지금은 “그래 이 교육법이 맞아!”라며 따라하는 교사들이 많이 생겨 힘이난다. Q. 학습지에 이어 ‘원더톡톡’ 앱도 개발했다. 앱에는 어떤 기능이 담겼나.A. 4년 전, 중소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이 앱을 출시했다. 그 동안, 영어교재는 오디오나 비디오 등을 통해 사용되고 있었지만 물리적 한계가 있었다. 이 앱을 통해 아이들이 엄마와 언제, 어느 곳에서든지 공부를 할 수 있게 됐다. 아이들이 앱을 실행하고 탭이나 핸드폰으로 교재를 스캔하면 영어가 흘러나온다. 아이들이 책을 스캔할 때 나오는 모양도 별 모양이다. 작은 것 하나부터라도 영어를 재밌게 접근 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만들었다. Q. ‘원더톡톡’에 이어 새롭게 출시되는 ‘트리플 잉글리쉬’는 무엇인가. A. 유치부에서 영어를 잘 배운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많이 봤다. 어떻게 하면 이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외국에 있는 여러가지 프로그램과 교재를 싹쓸이 하듯 연구했고, 이 연구의 집약된 결과물이 바로 ‘트리플 잉글리쉬’이다. Q. ‘트리플 잉글리쉬’가 강조하는 실용영어란.A. 우리나라 교육은 발음에만 목숨을 건다. 예전에 한 다큐 영상에서 반기문 UN 총장의 연설문을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들려주고 실험을 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같은 영상에 우리나라 엄마들은 발음을 문제 삼았고 외국인들은 단어나 문장구사력이 탁월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언어는 내 느낌을 상대에게 전달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데 우리는 포장을 너무 많이 한다. 발음이 좋은 것 같다면 내용에 상관없이 영어를 잘하는구나 라고 생각한다. 트리플 잉글리쉬의 강점은 자신감을 갖고 만들고 싶은 문장을 만드는 것이다. Q. ‘트리플 잉글리쉬’ 교재가 갖고 있는 특장점이 있다면.A. 트리플 영어는 실용영어/신영어 통합 학습프로그램으로 국내 최초 미국 공립교육청 ESL부서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특히 문장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문장중심의 학습이 가능하다. 자연스럽게 문장의 자리를 기억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고 아이들이 집에서도 패드 및 핸드폰을 통해 문장을 공부할 수 있도록 ‘씽크 앤 톡’이라는 앱을 개발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전문]박근혜 대통령 제70차 유엔총회 기조연설문..키워드 ‘평화’

    [전문]박근혜 대통령 제70차 유엔총회 기조연설문..키워드 ‘평화’

    박근혜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0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통일, 동북아 평화·번영 등을 위한 우리의 정책을 설명하고 국제사회의 협력을 당부했다. 다음은 기조연설 전문. 리케토프트 총회의장님과 반기문 사무총장님, 그리고 각국 대표 여러분. 먼저, 유엔 창설 7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리케토프트 덴마크 전(前) 국회의장님의 제70차 유엔총회 의장직 수임도 축하드립니다. 70년 전 전쟁의 참화를 딛고 탄생한 유엔은 전 세계 인류에게 희망의 등불이었습니다. 이는 무엇보다 현실정치의 제약 속에서도 사람을 중심에 두겠다는 유엔의 정신에 대한 신뢰와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많은 도전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유엔은 인류를 위한 공공선 증진에 크나큰 기여를 해왔습니다. 평화의 상징인 ‘블루헬멧(blue helmet)’의 유엔 PKO는 이 순간에도 국제평화와 안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1948년 세계인권선언(UDHR) 채택은 인권신장의 획기적인 계기가 됐고, 인권이사회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설립은 인권보호 제도화의 괄목한 만한 진전이었습니다. 2000년에 시작된 새천년개발목표(MDGs)는 수억 명의 인구를 절대 빈곤에서 탈출시킨 유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빈곤퇴치 캠페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유엔의 노력이 가장 큰 성과를 거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올해는 대한민국에게 있어서도 광복 70주년과 분단 70년을 맞는 기쁨과 번뇌가 교차하는 해입니다. 지난 70년 동안 한국은 분단과 전쟁의 시련을 딛고 일어나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어냈으며, 정부수립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유엔은 늘 우리와 함께 했습니다. 국제평화와 인권증진, 공동번영이라는 유엔의 가치와 이상은 바로 우리의 비전이었고, 대한민국이 나아가고자 하는 미래 또한 유엔이 꿈꾸는 미래와 같이하고 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이룩한 도전과 성취의 역사야말로, 보다 나은 세상을 추구하는 유엔의 목표가 성공적으로 반영되어 온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의장님, 그러나 유엔과 국제사회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 인류는 세계 도처에서 동시다발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아직도 크고 작은 분쟁과 극심한 내전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ISIL로 대표되는 극단주의 세력의 발호는 해결이 시급한 국제사회의 현안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불안정은 최근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 한 장이 보여주듯이 2차 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난민 발생이라는 인도주의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범지구적인 기후변화는 우리 후손들의 삶까지 위협하고 있고, 에볼라를 비롯한 감염병은 수많은 희생자를 낳고 있으며 보건안보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이제 지구촌 어느 누구도 범세계적, 초국경적 위협과 도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저는 국제질서가 커다란 전환기를 맞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국제평화와 안보, 인권증진, 공동번영을 위해 유엔이라는 희망의 등불이 전 세계에 빛을 발해야 할 때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국제사회가 유엔을 중심으로 단합해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믿음’이라는 유엔 헌장의 기본 정신으로 돌아가야 할 것입니다. 강한 유엔을 만들어, 새로운 다자주의(renewed multilateralism)의 기치를 높이 들고, 자유와 인권, 정의, 법의 지배에 기초한 인간 존중의 가치를 실현시켜 나가야 합니다. 지구촌의 평화와 행복을 우리 외교의 핵심 가치로 추구하는 한국은 인류애의 이상과 이를 위한 실천을 강조하면서 유엔이 국제사회가 직면한 도전들을 대응해 나가는데 모든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의장님, 유엔이 주도하는 Post-2015의 새로운 개발의제 도출을 위한 노력도 바로 이러한 사람 중심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사흘 전, 개발정상회의에서 채택된 ‘2030 지속가능개발의제’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불과 반세기 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지만, 이제는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과정에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과 개발협력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2030 지속가능개발의제’가 지구촌 곳곳에서 제2, 제3의 기적을 일으키는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개발의제 이행에 핵심역할을 담당할 유엔경제사회이사회의 의장국으로서 한국은 개발목표 달성을 위해 적극 기여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우리의 개발경험과 노하우를 국제사회와 적극 공유해갈 것입니다. 그 동안 한국은 비약적인 발전의 발판이 된 새마을운동 경험을 개도국들과 나눠왔습니다. 새마을운동은 경쟁과 인센티브를 통해 자신감과 주인의식을 일깨우고, 주민의 참여 속에 지역사회의 자립기반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개도국 개발협력의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틀 전 우리는 UNDP, OECD와 함께 새마을운동 특별행사를 열고, 개도국 빈곤퇴치와 혁신적 지역공동체 건설에 협력해 가기로 했습니다. 새마을운동이 개도국의 ‘새로운 농촌개발 패러다임’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이러한 노력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한국 경제 발전의 또 하나의 중요한 원동력은 아낌없는 투자를 통해 육성한 우수한 인재들이었습니다. 교육은 개인의 성장과 국가발전을 이루는 지속가능개발의 핵심과제입니다. 한국은 글로벌교육우선구상(GEFI) 지원국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 5월 UNESCO와 함께 세계교육포럼(WEF)을 열어 2030년까지의 세계 교육목표를 설정하는 ‘인천선언’ 채택을 주도한 바 있습니다. 앞으로도 교육 분야에서의 이러한 노력을 지속해 갈 것입니다. 특히, 한국은 UNESCO와 함께 세계시민교육 확산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한국은 글로벌 보건안보를 강화하는 데도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입니다. 한국은 작년 말 에볼라 대응 긴급구호대를 시에라리온에 파견한 데 이어, 3주전 서울에서 개최된 제2차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 회의에서 개도국 역량 강화를 돕기 위해 향후 5년간 총 1억불을 제공할 것임을 밝혔습니다. 또한, ‘소녀를 위한 보다 나은 삶’이라는 이름으로 향후 5년간 2억불 규모의 개도국 지원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대표단 여러분, 한국은 급속한 산업화를 이뤄냈지만,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매년 4월 5일을 식목일로 지정하고 산림녹화에 노력한 결과, 1ha당 나무 총량이 50년 동안 20배가 늘었고, 1972년부터는 도시 외곽에 개발을 제한하는 그린벨트를 지정해서 환경과 발전의 조화를 이뤄왔습니다. 이제는 환경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참여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이며, 국제사회가 금년 12월로 예정된 기후변화총회에서 구체적이고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기후변화 대응이 부담이 아니라, 기술혁신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러한 인식 아래 대한민국은 지난 6월 말에 능동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INDC)를 제출하였고, 기후변화 협상에 적극 참여해 가면서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녹색기후기금(GCF)과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의 유치국으로서 에너지신산업 관련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서 개도국에 전수하면서,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지원해 나갈 것입니다. 대표단 여러분, 최근 유엔이 변화하는 안보환경에 맞춰 평화활동, 평화구축 및 여성·평화·안보에 대한 재검토를 진행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참혹한 전쟁 경험과 남북 분단의 상처를 안고 있는 한국은 평화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끼고 있으며, 유엔의 평화 수호 노력을 적극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은 18개 임무단에 약 1만3천500명의 평화유지군을 파견했고, 한국의 평화유지군은 모범적이고 주민 친화적인 평화유지와 재건활동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조만간 유엔과의 협의를 거쳐 PKO를 추가 파견할 계획이며, 아프리카연합과의 실질적인 파트너십도 강화할 것입니다. 중동의 불안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시리아 난민 등을 위해서도 관련국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강화해 나갈 예정입니다. 한국은 역내 국가들 간에 긴장과 대립이 지속되고 있는 동북아의 평화기반 구축을 위해서도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동북아 지역은 역내 국가들간 높은 경제적 상호의존성에도 불구하고 정치 안보분야 협력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아시아 패러독스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동북아 안보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움직임들도 나타나고 있어 역내 국가들의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번에 통과된 일본의 방위안보법률은 역내국가 간 선린우호 관계와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투명성 있게 이행되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반기문 사무총장께서는 긴장과 대립이 지속되는 동북아를 가리켜, 지역협력 메카니즘이 없는 ‘중요한 고리를 잃어버린 곳’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동북아평화협력구상(NAPCI)’을 추진하는 이유도 잃어버린 고리를 다시 연결해서 동북아에 신뢰 구축과 협력 증진의 선순환을 만들려는 것입니다. 현재 역내 국가들 사이에 원자력 안전, 재난관리, 보건을 비롯한 다양한 협력 분야의 협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경험의 축적은 세계 평화와 협력 증진에도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우리의 노력은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 북한 핵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북한 핵은 국제 핵비확산 체제의 보존과 인류가 바라는 핵무기 없는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지난 7월 이란 핵협상이 최종 타결되었는데, 이제 마지막 남은 비확산 과제인 북한 핵문제 해결에 국제사회의 노력을 집중해야 하겠습니다. 최근에도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반하는 추가적인 도발을 공언한 바 있습니다. 이는 어렵게 형성된 남북대화 분위기를 해칠 뿐 아니라 6자회담 당사국들의 비핵화 대화 재개 노력을 크게 훼손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추가도발보다는 개혁과 개방으로 주민들이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핵개발을 비롯한 도발을 강행하는 것은 세계와 유엔이 추구하는 인류평화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북한이 과감하게 핵을 포기하고 개방과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북한이 경제를 개발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대표단 여러분, 지난 10년 동안 유엔은 특히 인권보호와 자유신장을 위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냈습니다. 2005년 유엔 세계정상회의에서는 ‘보호책임(R2P)’ 개념을 채택했고, 르완다 및 구 유고 전범재판소와 국제형사재판소(ICC) 설립으로 제노사이드 관련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확립하였습니다. 저는 오늘날 인류가 처한 인도적 위기 상황의 악화를 막기 위해, 이러한 보호책임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작년 이 자리에서, 전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어느 시대, 어떤 지역을 막론하고 분명히 인권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위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금년은 특히 ‘여성, 평화와 안보를 위한 안보리 결의 1325호’가 채택된 지 15년을 맞는 해로서, 국제사회가 분쟁 속의 여성 성폭력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2차 대전 당시 혹독한 여성폭력을 경험한 피해자들이 이제 몇 분 남아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분들이 살아계실 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해결책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 문제에 관한 유엔 인권최고대표들과 특별보고관들의 노력이 헛되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과거를 인지하지 못하고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이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유엔에 담긴 인류애를 향한 영원한 동반자 정신이 널리 퍼지길 바랍니다. 지난 1년간 인권 분야에서 국제사회의 큰 이목을 끈 사안의 하나는 바로 북한 인권문제입니다. 작년에 발표된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는 북한 인권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이어 유엔 인권이사회와 총회의 결의채택뿐만 아니라 안보리에서도 논의하는 상황으로까지 발전하였습니다. 북한이 이러한 국제사회의 우려에 귀를 기울여서 인권 개선에 나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대표단 여러분, 저는 작년 유엔 총회에서 한반도 단절의 상징인 DMZ에 평화의 꿈을 만들어 나가는 공간인 세계생태평화공원을 건설할 것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DMZ 지뢰도발 사건이 보여준 것처럼, 한반도의 평화가 한 순간에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은 우리가 직면한 엄연한 현실이기도 합니다. 다행히 남북한은 고위급 접촉을 통해 8.25 합의를 이루어냈고, 이제 신뢰와 협력이라는 선순환으로 가는 분기점에 서게 됐습니다. 그 새로운 선순환의 동력은 남북한이 8.25 합의를 잘 이행해 나가면서 화해와 협력을 위한 구체적 조치들을 실천해 나가는데 있습니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인도주의 문제가 정치·군사적 이유로 더 이상 외면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8.25 합의에 따라 당국간 대화와 다양한 교류를 통해 민족 동질성 회복의 길로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의장님과 사무총장님, 그리고 각국 대표 여러분, 며칠 후인 10월 3일은 독일 국민들이 통일을 맞이한 지 2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저는 유엔이 1948년 대한민국의 탄생을 축복해 주었던 것처럼, 통일된 한반도를 전 세계가 축하해 주는 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간절히 꿈꾸고 있습니다.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냉전의 잔재인 한반도 분단 70년의 역사를 끝내는 것은 곧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얼마 전 대한민국에서는 기차로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유라시아 친선특급이란 철도여행이 있었습니다. 참여한 사람들은 큰 감동과 감격을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철로는 굳게 닫혀 있어 통과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 그 길을 활짝 열어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 수 있도록 유엔의 여러분들이 힘을 모아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평화통일을 이룬 한반도는 핵무기가 없고 인권이 보장되는 번영된 민주국가가 될 것입니다. 또한, 통일 한반도는 지구촌 평화의 상징이자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동북아는 물론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70년 전 유엔 창설자들이 꿈꾸었던 평화와 인간 존엄의 이상이 한반도에서 통일로 완성될 수 있도록, 유엔과 모든 평화 애호국들이 함께 노력해 나가기를 희망합니다. 대한민국은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유엔과 국제사회의 위대한 여정에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교황 “가족들 때론 다투지만 가정은 ‘희망의 공장’” 즉흥 연설

    교황 “가족들 때론 다투지만 가정은 ‘희망의 공장’” 즉흥 연설

     미국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26일(현지시간) 마지막 방문지인 필라델피아에서 1만 8000명의 신자들에게 즉흥 연설로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세계 천주교 가정대회 기념 공연이 열린 필라델피아의 벤저민 프랭클린 파크웨이에서 준비한 원고를 읽어나가는 대신 즉흥 연설로 청중에 웃음을 선사했다.  교황은 “하느님이 가장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며 “서로를 사랑하는 가정을 보는 것, 가족이 자녀를 잘 키워 믿음과 선함, 아름다움의 사회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가정을 ‘희망의 공장’이라고 표현하며, “‘당신은 결혼한 적이 없으니 그렇게 말하는 것’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이어 “가족들은 때로 다투기도 한다. 접시도 날아다니고 아이들이 골칫거리가 되기도 한다. 시어머니나 장모님 얘긴 꺼내지도 않겠다”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교황은 “이러한 어려움들은 모두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다”며 “절대 화해하지 않은 채 하루를 마감하지 마라”고 당부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당초 교황청이 사전에 배포한 교황 연설 자료에는 가족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는 다소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준비된 연설문에는 “가정생활을 위한 여유를 남겨두지 않는 사회를 건강한 사회라고 부를 수 없다. 가정을 보호하고 그들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나라엔 미래가 없다”는 내용이 담겼으나 이를 그대로 읽는 대신 부드러운 즉흥 연설을 택한 것이다.  워싱턴DC와 뉴욕에 이어 이날 필라델피아에 도착한 교황은 공연에 앞서 인디펜던스홀 연설을 통해 이민자들에게 “어떤 어려움과 곤경을 만나더라도 낙담하지 마라”고 격려했다.  교황은 “앞서 이 곳에 온 선대처럼 여러분들도 많은 선물을 새로운 나라(미국)에 가지고 왔다. 여러분이 지닌 전통에 대해 절대로 부끄러워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민자들에게 자신이 사는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시민이 돼 달라고 촉구했다.  교황은 27일 대규모 거리 미사 등을 끝으로 이번 미국 방문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체코의 양심을 기억하다

    체코의 양심을 기억하다

    바츨라프 하벨(1936~2011)이라는 이름은 낯설다. ‘벨벳 혁명’, 들어 본 듯하지만 역시 여전히 낯설다. 1989년 11월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소련에 맞서 이뤄낸 반공산주의 민주화혁명이 바로 벨벳 혁명이고 하벨은 그 평화롭고 조용한 혁명의 지도자였다. 그는 반체제연합인 ‘시민포럼’을 조직해 연일 수십만명의 시위대와 함께 프라하 시내를 평화적으로 행진했다. 결국 헌법에서 공산주의 관련 조항이 삭제됐고 동유럽 공산주의 도미노 붕괴의 정점을 찍었다. 미국과 소련은 벨벳 혁명 직후 냉전 종료를 선언했다. 그해 12월 29일 의회를 통한 간접선거에서 하벨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시인이자 극작가 출신인 하벨은 대통령에 연임된 뒤 2003년 퇴임할 때까지 실업률을 유럽 최저로 끌어내리는 등 비교적 성공리에 국정 수행을 마쳤다. 하벨은 지난 21일 경희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인이 된 인물에게 명예박사 학위가 주어지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이날 저녁 늦게까지 경희대에서 ‘진실한 정치 그 영원한 책무와 시민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원탁회의는 2015년 한국 사회에서 30년 전 동유럽 한 정치인의 정치철학을 고찰한다는 의미 이상을 품고 있다. 하벨의 정치철학은 ‘반정치의 정치’였다. 국내 ‘하벨학’의 권위자인 박영신 연세대 명예교수는 “그는 아버지로부터 ‘정치는 양심의 문제, 정치를 거부하는 것은 양심을 버리는 것과 똑같다’는 가르침을 받고 자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치 행동은 일반 양식과 달랐다. 마르틴 부트나 카렐대 교수(전 하벨대통령도서관장)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서 책임감을 깊이 공유하면서도 그는 정당에 대한 불신이 있었다. 정당은 하나의 기계 또는 틀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역설적인 상황이 ‘반정치의 정치’로 정립됐다. 하벨은 대통령이 되기 전인 1984년 프랑스 툴루즈대 명예박사 학위 수락 연설문에서 “나는 반정치의 정치를 지지한다. 정치를 권력과 조종의 공학이거나 인간을 인공두뇌식으로 통치하거나 또는 공리주의의 예술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고 실천하며 그 삶을 보호하고 그 삶을 위해 진력하는 방법의 하나로 생각한다”고 썼다. 원탁회의 참석자들은 “하벨은 이념과 체제를 넘어 ‘인간적 인류’의 길을 열어 간 위대한 세계인이며 벨벳 혁명에서 보여 줬듯 폭력 정치에 저항하는 윤리를 토대로 한 대화의 정치를 말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상준 경희대 공공대학원 교수는 하벨이 얘기한 ‘정치와 도덕의 결합’의 한 예시로 “승무원도 없고 경찰도 없고 승객도 없는 늦은 시간 버스의 요금통에 요금을 넣는 체코 한 노동자의 행위”라고 설명했다. 그는 “높은 도덕률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 안에 들어 있는 공감할 수 있는 마음들의 연결이 바로 도덕과 정치의 결합”이라고 덧붙였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이종걸 “5+3원칙 재벌개혁 함께하자”

    이종걸 “5+3원칙 재벌개혁 함께하자”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의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의 주요 화두는 ‘경제’였다. 약 48분간 진행된 이날 연설에서 이 원내대표는 절반에 가까운 23여분을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노동개혁 등 이슈에 할애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김대중 정부에서 추진했던 재벌개혁 ‘5+3 원칙’을 재론하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공언한 재벌개혁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전날 김무성 대표가 새누리당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례적으로 재벌개혁을 언급한 것에 대한 응답이자, 야당의 재벌개혁론을 구체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원내대표는 롯데그룹 사태에 대해서는 “기존 순환출자 해소, 정보공시 강화, 주주권리 강화 등 제도적 개선과 함께, 재벌의 국적 정체성 문제 등도 확인하고 제2롯데월드 특혜는 청문회로 그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원내대표는 “대기업 노사의 양보와 정규직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 정책 등을 즉각 논의하자”며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등 노동개혁과 관련한 국회 내 사회적 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구체적인 정책으로 청년고용에 대해 정원 외 별도 규정을 두거나 청년고용에 투입되는 비용을 특별계정으로 분리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또 경제민주화 특위 구성도 여야에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원래 여야가 생각이 같을 수는 없는데, 과거와 달리 그렇게 자극적인 부분도 없고 또 우리도 한 번 생각을 해볼 만한 부분도 있었다”면서 “아주 좋은 마음으로 잘 들었다”고 평가했다. 또 “여러 가지 특위를 만들자고 제안한 데 대해서 검토해보고, 좋은 게 있으면 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 밖에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 “여당이 주장하는 오픈프라이머리를 포함하여 국민의 입장에서 권역별비례대표제를 논의하자”고 주장했고, 남북 문제와 관련, 대화 정례화를 위한 남북합의서 체결과 남북협력공동사무국 설치 등을 제안하는 등 연설의 상당 부분을 외교·통일 분야에 쏟기도 했다. 또 국회법 개정안 관련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는 “대통령에 의해 의회주의가 뿌리째 뽑혔다”고 성토했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총선 필승’ 건배사 논란에 대해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대표연설문 작성은 비주류이자 중도파로 분류되는 최원식 원내부대표의 총괄 아래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대여 메시지 수위가 상대적으로 온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김무성, 백범 묘역·현충사 등서 ‘애국’ 껴안기… 문재인 “남북 경협, 소득 5만불” 연설문 다듬기

    김무성, 백범 묘역·현충사 등서 ‘애국’ 껴안기… 문재인 “남북 경협, 소득 5만불” 연설문 다듬기

    여야 대표가 8·15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각기 다른 행보를 보였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백범 김구 선생의 묘역을 찾는 등 ‘애국 행보’를 이어 갔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최대한 외부 일정을 삼가면서 16일로 예정된 광복절 기자회견의 연설문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날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김구 선생 묘역,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현충사, 종로구 이화장 등을 잇달아 찾았다. 그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살던 곳이자 이승만기념관으로 보존되고 있는 이화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건국 전 독립운동 과정의 현대사를 긍정적 사관에 따라 긍정적으로 보고 그러한 마음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노력해 일등국가를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고 밝혔다. 이번 주 들어 경기 파주 임진각, 김구 선생 묘역 등을 방문했던 문 대표는 잠시 숨 고르기를 하며 연설문을 다듬는 데 치중했다. 이번 회견에는 남북 경제협력 방안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통일 구상이 주로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 13일 연설문이 일차적으로 완성은 됐다. 남북 경제협력을 통해 ‘국민소득 5만 달러 시대’를 열어 가자는 것이 골자가 될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내놓을 담화 내용에 따라 마지막 수정을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뉴스 분석] 청년 일자리 위한 노동개혁 ‘승부수’

    [뉴스 분석] 청년 일자리 위한 노동개혁 ‘승부수’

    박근혜 대통령이 6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올해 하반기 중점 과제로 노동 개혁을 제시했다. 임기 반환점(8월 25일)을 앞두고 ‘개혁 드라이브’를 승부수로 띄운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한 ‘경제 재도약을 위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정부는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노동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A4 용지 13장 분량의 연설문 중 3분의1가량을 노동 개혁에 할애했다. 특히 “노동 개혁은 일자리”라면서 두 사안을 등식화했다. ‘노동 개혁→청년 일자리 창출→경제 재도약’이라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정부와 공공기관이 솔선수범하겠다”면서 ▲연내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 ▲공무원 임금체계 개편 등을 약속했다. 기성세대와 대기업, 정규직 등 이른바 기득권층의 희생과 고통 분담을 이끌어내기 위한 ‘촉매제’ 성격으로 풀이된다. 노사 양측에 노사정위원회 재개를 압박하는 성격도 갖고 있다. 박 대통령은 또 “노동 유연성이 개선되면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에 앞장서야 한다”면서 실업급여 지급수준 인상 및 지급기간 연장 등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노동 개혁으로 고용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국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뜻도 담겨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노동·공공·교육·금융 등 4대 개혁의 추진 이유와 목표 등을 소상하게 밝혔다. 개혁 추진의 진정성과 절실함을 나타내기 위해 ‘간곡히 부탁(요청)드린다’는 표현을 5차례 반복하기도 했다. 국민적 지지 여론을 형성해 개혁 과제의 추진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국정 운영 측면에서는 노동 개혁 없이는 다른 정책 추진도 쉽지 않다는 점을, 시기적으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올해 안에 마무리하지 못하면 개혁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상황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이날 담화에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수습 대책이나 국가정보원 해킹 논란 등 다른 현안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노동 개혁의 성사 여부가 사실상 박근혜 정부 임기 후반기의 성패를 좌우할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서비스산업 육성은 내수·수출 균형 경제를 달성하는 핵심 과제”라면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지원사업법 등에 대한 조속한 처리를 국회에 요청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뉴스 분석] 청년 일자리 위한 노동개혁 ‘승부수’

    [뉴스 분석] 청년 일자리 위한 노동개혁 ‘승부수’

    박근혜 대통령이 6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올해 하반기 중점 과제로 노동 개혁을 제시했다. 임기 반환점(8월 25일)을 앞두고 ‘개혁 드라이브’를 승부수로 띄운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한 ‘경제 재도약을 위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정부는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노동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A4 용지 13장 분량의 연설문 중 3분의1가량을 노동 개혁에 할애했다. 특히 “노동 개혁은 일자리”라면서 두 사안을 등식화했다. ‘노동 개혁→청년 일자리 창출→경제 재도약’이라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정부와 공공기관이 솔선수범하겠다”면서 ▲연내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 ▲공무원 임금체계 개편 등을 약속했다. 기성세대와 대기업, 정규직 등 이른바 기득권층의 희생과 고통 분담을 이끌어내기 위한 ‘촉매제’ 성격으로 풀이된다. 노사 양측에 노사정위원회 재개를 압박하는 성격도 갖고 있다. 박 대통령은 또 “노동 유연성이 개선되면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에 앞장서야 한다”면서 실업급여 지급수준 인상 및 지급기간 연장 등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노동 개혁으로 고용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국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뜻도 담겨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노동·공공·교육·금융 등 4대 개혁의 추진 이유와 목표 등을 소상하게 밝혔다. 개혁 추진의 진정성과 절실함을 나타내기 위해 ‘간곡히 부탁(요청)드린다’는 표현을 5차례 반복하기도 했다. 국민적 지지 여론을 형성해 개혁 과제의 추진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국정 운영 측면에서는 노동 개혁 없이는 다른 정책 추진도 쉽지 않다는 점을, 시기적으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올해 안에 마무리하지 못하면 개혁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상황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이날 담화에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수습 대책이나 국가정보원 해킹 논란 등 다른 현안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노동 개혁의 성사 여부가 사실상 박근혜 정부 임기 후반기의 성패를 좌우할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서비스산업 육성은 내수·수출 균형 경제를 달성하는 핵심 과제”라면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지원사업법 등에 대한 조속한 처리를 국회에 요청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서울광장]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문소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문소영 논설위원

    “저의 정치 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제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박수 사퇴’를 권고받고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당일은 물론 2~3일 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의 연설문이 도배되다시피 공유됐다. “내 평생 대구 출신 유승민을 옹호하는 날이 오게 될 줄 몰랐다”는 언사들이 쏟아졌다. 덩달아 지난 4월 8일 국회 원내 교섭단체 대표 연설도 인기다. 이는 ‘여당 내 야당 세력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 운운하며 사퇴를 종용한 것이 지난 6월 25일이었으니, 대통령의 레이저를 못 버티는 장차관과 정치인들이 한둘도 아닌데 13일 동안 버틴 게 용하다. 정치 사찰에 능통한 조직들이 움직였을 테고 이혜훈 전 새누리당 의원도 “성완종 관련 등 검찰에 약점 잡힌 사람들이 많이 넘어갔다”고 발언한 것을 종합하면 13일을 버틸 만큼 유 의원과 그의 가족, 친인척이 사생활이나 부정부패에서도 깨끗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추정도 가능하다. 이 전 의원은 대통령의 뜻에 따라 ‘유승민 찍어 내기’를 박수로 추인한 새누리당을 두고 “북한식”이라고 명명했다. 130석의 거대하지만 무능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런 와중에 존재감도 없다. 야당 일각에서 “다음 대선도 물 건너갔다”는 탄식이 새삼스럽지 않다. 박 대통령이 5월 26일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시사’로 시작해 ‘유승민 찍어 내기’로 끝난 대장정의 셈법을 보면 박 대통령과 여당의 승리다. 5월 29일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국회에서 여야는 이런 협상을 했다. 청와대와 정부가 강력하게 미는 ‘공무원연금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대신 야당이 요구한 세월호특별법의 취지를 훼손한 시행령을 개정할 수 있도록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새벽까지 진행된 여야의 협상 내용을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잠자리에 들었기 때문에 몰랐다면 모를까, 모를 수 없었을 것이다. 또는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면보고나 전화보고도 원론적으로는 할 수 있을 뿐 실제로 그날 국회 돌아가는 사정을 대면보고나 전화보고하지 못한 탓이었을까. 박 대통령은 국회의 공무원연금 개정안 통과에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독재라는 단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국민 앞에서 ‘입법 독재’를 운운했다. 대통령은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새누리당이 책임 있는 공당이라면 지난 6일 국회에서 국회법 개정안이 재의됐을 때 투표로 부결했어야 했다. 개인적 평가로 19대 국회는 ‘청와대 거수기’로 전락한 지난 7월 6일 사망했다. 유 의원도 승자다. 비상식적으로 공격하는 박 대통령에게 저항하는 과정에서 19대 대선 후보 10위 안에 들더니, 찍어 내기가 완성된 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조사한 ‘여권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19.2%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내내 여권 주자 1위였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0.4% 포인트 차이로 2위로 밀어냈다. 2012년처럼 여당에서 ‘여당 내 야당’으로의 정권 교체가 재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한 ‘세종시특별법 수정안’을 친박근혜 의원들과 연합해 거부한 박근혜 당시 의원은 ‘여당 내 야당’으로 부각된 뒤 자연스럽게 권력을 이어받았다. 문제는 여당 내부의 정권 계승이 마치 정권 교체처럼 착시현상을 일으켜 국민이 “무도한 정권을 심판했다”는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것이다. 유 의원에 대한 지식인들의 반격은 참으로 ‘먹물’스럽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도입을 찬성한’ 유 의원이 헌법 제1조 1항을 언급할 자격이 있느냐고 했다. 또 그가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를 지키고 싶었다지만 원내대표와 3선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행동으로 보여 준 것이 없다는 것이다. 행동은 고사하고, 새정치연합의 의원 중에서 유 의원처럼 그럴싸하게라도 헌법 가치를 국민에게 각인시킨 정치인이 있었나. 독재 시절의 통치는 정보기관의 정치 사찰이 능사였지만, 민주화 시대 이후의 정치는 국민을 연설로 사로잡아야 한다. 말로 가치와 의미를 전달하고 공론을 형성해야 한다. 성경 창세기에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라고 하지 않았는가. 빛이 있으라 하니 빛이 있었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symun@seoul.co.kr
  • 공자, 서양에 혁명을 선물하다

    공자, 서양에 혁명을 선물하다

    공자, 잠든 유럽을 깨우다/황태연·김종록 지음/김영사/368쪽/1만 4800원 “공자는 선지자가 아니고, 조금도 계시적인 것을 말하지 않는다. 그의 도덕은 순수하고 엄격하며 동시에 인간적이기도 하다.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가장 존경할 만 한 시대는 바로 사람들이 공자의 도를 따르는 시대였다.” 유럽의 근대를 연 계몽주의 사상가 볼테르(1694~1778)가 ‘국민의 도덕과 정신에 관한 평론’(1756)에서 밝힌 내용이다. 새 책 ‘공자, 잠든 유럽을 깨우다’에 따르면 공자철학은 계몽주의의 토대가 됐으며, 동양 선비문화의 복사판인 로코코 문화를 꽃피운 원동력이었다. 공자가 18세기 ‘유럽 계몽주의의 수호성인’이었으며 결과적으로 시민혁명을 촉발시켰다는 것을 서구맹종주의자들은 도무지 납득하지 못하겠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실증사료들과 철학 교류 이야기들이 책에 펼쳐진다. 책은 공자를 중심에 놓고 세계철학사를 재해석한 황태연 교수(동국대 정치외교학과)의 ‘공자와 세계’(전 5권)를 김종록 문화국가연구소장이 한 권으로 요약한 것이다. 프로이센제국의 왕립 할레 대학에서 총장을 맡았던 크리스티안 볼프는 1721년 이임식 연설에서 “공자의 언행은 그리스 철학과는 비교할 수 없는 도덕철학의 보고다. 공자는 그리스도가 유럽에서 받는 것과 똑같은 대우를 중국에서 받는다”며 공자의 무신론적 도덕철학을 높이 칭송했다. 종교계의 미움을 산 볼프는 조국에서 쫓겨나야 했지만 이 연설문은 해적판으로 인쇄돼 도처에서 활발한 토론의 주제가 된다. 이 밖에 라이프니츠, 루소, 흄, 애덤 스미스 등 우리가 아는 18세기 유럽의 최고 지식인들은 공자를 추앙하고 숭배했다. 프랑스의 경제학자이자 중농주의 자유경제론의 창시자 프랑수아 케네의 사상적 모태 역시 공맹, 노자의 무위이치, 민본주의, 농본주의, 자유상업론이었다. 이처럼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태동에 공자는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공자 열풍은 최초로 중국에 가톨릭을 전파한 이탈리아 선교사 마테오리치 이래 공자철학을 가톨릭 사상과 유사한 것으로 해석했던 예수회선교사들의 시도에 의해 촉발됐다고 책은 전한다. 유럽 선교사들은 중국에 기독교를 효과적으로 전파하기 위해 중국 문화를 배워야 했다. 그러다 만난 공자의 매력에 절로 빠져들었고 거꾸로 유럽에 열렬히 전파하기에 이르렀다. 17세기 후반부터 예수회 신부들을 통해 공자의 저작들이 쏟아져 나왔다. 계몽주의의 시작을 알리는 영국 명예혁명 이전에 유교의 사서(四書), 즉 논어, 맹자, 대학, 중용과 주역, 효경, 소학이 라틴어 등으로 번역된 상태였다. 공자의 철학과 사상은 기독교적 세계관에 젖어 있던 유럽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급기야 유럽사회에 공자 열풍이 불었고, 유럽의 경험주의자들은 공자철학의 지원을 받아 스콜라철학과 그리스합리주의를 분쇄하는 사상투쟁을 벌인다. 프랑스대혁명은 그 산물이었다. 이랬던 동아시아가 왜 서구 열강에 참패했는지에 대해 저자들은 ”18세기 중국과 조선은 부족할 것 없이 두루 갖춰져 있어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어느 문명이건 정체는 곧 퇴보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반면 16~18세기 유럽은 동양과 여타 세계에 많은 관심을 두고 세계 각지로 진출하며 도처에서 문물을 받아들였고 서구문명을 꽃피웠다. 하지만 19세기 유럽은 제국주의로 옷을 갈아입고 문명개화라는 명목으로 세계를 지배하고 약탈했다. 책은 “공자철학은 이성보다 감성을, 추리보다 경험을 앞세우고 천성적 욕망과 감정을 선하게 여기며 인의(仁義)의 덕성을 지식보다 중시한다”면서 “서구 경험론과 굳게 연대한 공자철학이야말로 인류의 새 삶을 디자인할 확실한 대안철학”이라고 강조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北, 대북 제재 완화돼야 재초청할 듯”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북한의 일방적 철회로 개성공단 방문이 무산된 직후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추후 적절한 계기에 방북을 재추진할 생각”이라고 밝혀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북한에서 반 총장의 방북을 거부하는 통지를 보낸 이후 유엔과 반 총장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반 총장이 직접 ‘유감스럽다’는 표현을 쓸 정도였다. 앞서 반 총장은 개성공단 방문을 전제로 쓴 ‘유엔 창설 70주년 기념 특별행사’ 기조 연설문에서 “개성에서 저의 방문이 도움이 되고, 관련 당사자들과 긴밀히 협의가 되면 평양을 방문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다시 언급할 것”이라고 했다. 개성공단 방문을 고리로 평양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회담도 고려하고 있다는 속내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반 총장의 임기가 내년 12월까지인 만큼 방북 성사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힘들다. 다만 방북을 재추진한다고 해도 북한이 입장을 바꿔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반 총장을 초청해 한반도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기대할 테지만 반 총장이 그런 능력을 보여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 등 가시적 성과가 전제되지 않는 한 반 총장을 초청할 가능성은 낮다. 북·미회담을 이끌어 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같은 역할을 반 총장이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아베 美의회 합동연설 막전막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9일 미국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의회 연설 구상을 지난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일 직후 시작했고, 지난 1월부터 본격 준비작업에 돌입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10일 보도했다. 과거사 언급과 관련, 직전까지 영어 표현을 손보고 위안부 문제에 대해 미국 매체 인터뷰로 미리 김을 빼는 등 사전 정지작업도 치밀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4월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을 다녀간 직후부터 미국 방문과 미국 의회 연설을 같은 선상에서 생각했다. 아베 총리의 지시를 받은 일본 외무성이 사전 조정에 착수했지만, 미국 측은 당초 시원치 않은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는 이에 지난 1월 19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한 호텔에서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출신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 의원 7명을 만나 협조를 요청했고, 매케인 의원은 “꼭 실현시키자”고 호응하며 청신호가 켜졌다고 한다. 상원의 호응을 얻은 뒤 아베 총리는 자신과 가까운 가와이 가쓰유키 중의원 의원을 통해 존 베이너 하원의장을 공략했다.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의 방미 출발일(4월 26일)을 한 달 이상 앞둔 3월 23일, 일정을 공개하기도 했다. 일본 총리의 해외방문 일정은 직전에 발표하는 게 관례였지만, 아베 총리의 국빈에 준하는 방미 일정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언론 플레이’를 한 셈이다. 방미 일정까지 전방위로 외교력을 가동했다면, 연설문 작성 단계에서는 ‘보안’이 최우선 가치가 됐다고 요미우리 신문은 전했다. 연설문 내용이 사전 유출될 경우 한국과 중국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연설문 작성에는 다니구치 도모히코 내각관방참여와 이마이 다카야 총리 비서관 등 일부만 참여했다. 연설문 초안은 3월에 나왔지만, 아베 총리 스스로 퇴고를 거듭하기도 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을 공격한데 대해 회개한다는 느낌을 주느라 쓴 ‘깊은 후회’(deep repentance)란 표현은 아베 총리가 선택한 표현이라고 이 신문은 소개했다. 연설에서 군 위안부 언급을 빼는 대신 방미를 즈음해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피해자를 ‘인신매매 희생자’로 규정하며 김을 빼는 작전도 활용됐다. 고도의 계산이 반영된 아베 총리의 연설은 미국과 일본의 신밀월 시대를 확고히 한 동시에 중국과 한국의 비난을 이끌어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김정일 앞 ‘꼿꼿 장수’, 시진핑 앞에 서더니…

    김정일 앞 ‘꼿꼿 장수’, 시진핑 앞에 서더니…

    학군단(ROTC) 출신들에겐 다소 미안한 얘기지만 대학 시절 시도 때도 없이 외치는 생도들의 ‘충성!’ 소리가 내 귀에는 거슬렸다. 허리와 고개를 꼿꼿이 세운 채 발맞춰 걸어가는 그들의 각 잡힌 모습은 ‘자유’와 ‘저항’이 넘실대던 캠퍼스 풍경과 어울리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김장수 국방장관이 고개를 꼿꼿이 세운 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는 모습도 학군단 생도들만큼이나 거슬렸다. “외교를 하러 간 거야, 싸우러 간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후 그는 ‘꼿꼿 장수’로 불렸고, 출세가도를 달렸다. 세 정권에 걸쳐 국방장관, 국회의원, 청와대 안보실장, 주중 대사를 역임하는 군인이 또 나올까 싶을 정도다. 김 대사의 꼿꼿함은 중국에 와서도 변하지 않았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지난달 14일 김 대사를 포함해 9명의 신임대사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신임장을 제출하는 장면을 보여 줬다. 유독 김 대사만 머리를 숙이지 않고 악수를 했다. 동양식 인사가 익숙하지 않았을 텐데도 치마를 입은 채 허리를 90도로 꺾어 인사하는 영국 대사의 모습과 대비돼 김 대사의 꼿꼿함은 더 인상적이었다. 대사의 꼿꼿함이 한국 외교의 자존심을 나타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외교는 자존심을 구겨야 할 때가 더 많다. 당장 김 대사만 해도 부임과 동시에 중국의 ‘무례’를 경험했다. 지난달 2일로 예정됐던 현대자동차 허베이(河北)성 제4공장 기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대통령이 주재하는 재외공관장 회의도 빠지고 베이징으로 날아왔는데 중국이 돌연 기공식을 하루 연기한 것이다. “다른 장관들이 자존심도 없이 (김정일에게) 굽실거려 일부러 고개를 숙이지 않았을” 정도로 자존심이 강한 김 대사는 중국의 무례에 아마 굴욕감을 느꼈을 것이다. 외교관만 자존심을 접는 게 아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달 23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반둥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나기 위해 연설문을 하루 전에 중국 측에 보내 검열을 받았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 정상회담에선 시진핑 주석도 자존심을 한 수 접었다.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아베 총리를 만나 시종 화난 표정을 지었던 시 주석이 이번엔 방긋 미소를 지은 것이다. 반일 감정 극대화를 통한 국민통합이 시 주석의 주요 통치 수단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획기적인 변화다. 아베 총리와 시 주석이 양국 국기도 치우고, 정상회담 고정 배석자들도 물리고, 테이블도 없이 소파에 앉아 캐주얼한 정상회담을 할 때 박근혜 대통령은 지구 반대편 칠레에서 의전으로 꽉 짜인 ‘공식’ 외교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박 대통령이 남미가 아닌 인도네시아에서 아베 총리와 시 주석 사이를 오가며 부드러운 외교술을 뽐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두고두고 남을 것이다. 김 대사와 박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꼿꼿함이 한국 외교를 더 뻣뻣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다. 사실 군기가 바짝 든 꼿꼿한 경례는 실제 전투에선 아무 소용이 없다. 기합이 팍팍 들어간 태권도 품새가 길거리 싸움에서 아무 소용이 없는 것과 같다. 6월 한·일 국교 수립 50주년, 8월 광복 70주년, 9월 중국 항일전쟁 승전 70주년 등 앞으로 몇 개월 동안 동북아에선 큰 외교판이 펼쳐진다. 한국 외교는 우선 어깨 힘부터 뺐으면 좋겠다. window2@seoul.co.kr
  • [특파원 칼럼] 꼿꼿 장수, 뻣뻣 외교/이창구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꼿꼿 장수, 뻣뻣 외교/이창구 베이징 특파원

    학군단(ROTC) 출신들에겐 다소 미안한 얘기지만 대학 시절 시도 때도 없이 외치는 생도들의 ‘충성!’ 소리가 내 귀에는 거슬렸다. 허리와 고개를 꼿꼿이 세운 채 발맞춰 걸어가는 그들의 각 잡힌 모습은 ‘자유’와 ‘저항’이 넘실대던 캠퍼스 풍경과 어울리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김장수 국방장관이 고개를 꼿꼿이 세운 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는 모습도 학군단 생도들만큼이나 거슬렸다. “외교를 하러 간 거야, 싸우러 간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후 그는 ‘꼿꼿 장수’로 불렸고, 출세가도를 달렸다. 세 정권에 걸쳐 국방장관, 국회의원, 청와대 안보실장, 주중 대사를 역임하는 군인이 또 나올까 싶을 정도다. 김 대사의 꼿꼿함은 중국에 와서도 변하지 않았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지난달 14일 김 대사를 포함해 9명의 신임대사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신임장을 제출하는 장면을 보여 줬다. 유독 김 대사만 머리를 숙이지 않고 악수를 했다. 동양식 인사가 익숙하지 않았을 텐데도 치마를 입은 채 허리를 90도로 꺾어 인사하는 영국 대사의 모습과 대비돼 김 대사의 꼿꼿함은 더 인상적이었다. 대사의 꼿꼿함이 한국 외교의 자존심을 나타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외교는 자존심을 구겨야 할 때가 더 많다. 당장 김 대사만 해도 부임과 동시에 중국의 ‘무례’를 경험했다. 지난달 2일로 예정됐던 현대자동차 허베이(河北)성 제4공장 기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대통령이 주재하는 재외공관장 회의도 빠지고 베이징으로 날아왔는데 중국이 돌연 기공식을 하루 연기한 것이다. “다른 장관들이 자존심도 없이 (김정일에게) 굽실거려 일부러 고개를 숙이지 않았을” 정도로 자존심이 강한 김 대사는 중국의 무례에 아마 굴욕감을 느꼈을 것이다. 외교관만 자존심을 접는 게 아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달 23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반둥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나기 위해 연설문을 하루 전에 중국 측에 보내 검열을 받았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 정상회담에선 시진핑 주석도 자존심을 한 수 접었다.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아베 총리를 만나 시종 화난 표정을 지었던 시 주석이 이번엔 방긋 미소를 지은 것이다. 반일 감정 극대화를 통한 국민통합이 시 주석의 주요 통치 수단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획기적인 변화다. 아베 총리와 시 주석이 양국 국기도 치우고, 정상회담 고정 배석자들도 물리고, 테이블도 없이 소파에 앉아 캐주얼한 정상회담을 할 때 박근혜 대통령은 지구 반대편 칠레에서 의전으로 꽉 짜인 ‘공식’ 외교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박 대통령이 남미가 아닌 인도네시아에서 아베 총리와 시 주석 사이를 오가며 부드러운 외교술을 뽐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두고두고 남을 것이다. 김 대사와 박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꼿꼿함이 한국 외교를 더 뻣뻣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다. 사실 군기가 바짝 든 꼿꼿한 경례는 실제 전투에선 아무 소용이 없다. 기합이 팍팍 들어간 태권도 품새가 길거리 싸움에서 아무 소용이 없는 것과 같다. 6월 한·일 국교 수립 50주년, 8월 광복 70주년, 9월 중국 항일전쟁 승전 70주년 등 앞으로 몇 개월 동안 동북아에선 큰 외교판이 펼쳐진다. 한국 외교는 우선 어깨 힘부터 뺐으면 좋겠다. window2@seoul.co.kr
  • [아베 美의회 연설] 아베 “日, 전쟁에 깊은 회한·후회”… ‘책임 회피’ 계산된 행보

    [아베 美의회 연설] 아베 “日, 전쟁에 깊은 회한·후회”… ‘책임 회피’ 계산된 행보

    아베 신조 총리는 29일(현지시간) 일본 총리로서는 첫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전후 70주년을 맞아 미국의 리더십과 역할을 치켜세우면서 동맹 강화와 비전에 방점을 찍었다. 양국 동맹 강화의 의의와 성과를 설명하면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경제뿐 아니라 전략적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며 조속한 협상 타결을 강조했다. 미 의회에서의 연설이었던 만큼 제2차 세계대전과 과거사에 대해서는 미국인과 미국 사회를 이해시키고 만족시키기 위한 발언과 표현들을 사용했다. 반면 아시아에 대한 침략전쟁에 대해서는 지난 22일 인도네시아 반둥회의 60주년 기념회의에서보다는 진일보했지만 구체적인 언급 없이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아베 총리는 “일본은 전쟁(태평양전쟁)에 대한 깊은 회한·후회의 마음을 갖고서 새로운 전후의 진로를 시작했다”면서 “우리들의 행동이 아시아 각국 국민들에게 많은 고통을 가져다 주었다”고 말했다. 사과 표현은 없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는 의미의 ‘회한’ ‘후회’라는 표현을 사용해 미국 사회와 미국인들에게 ‘일본이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깊이 사과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했다. 이어 “나는 이와 관련해서 이전 총리들이 밝혔던 입장을 지지한다”고 말하면서 전쟁에 대한 반성과 전직 총리들의 견해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언급 자체가 없었다. 한국 등 관련국들이 크게 미흡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게 됐다. 다만 아베 총리는 일본의 미래를 언급하는 모두에 “전쟁 중에는 여성들이 가장 큰 고통을 겪는다”면서 “우리 시대에는 여성의 인권유린이 없어지는 세상을 만들자”고고 원론적인 입장만 언급했다.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 등 여성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가졌다는 것을 미국 사회에 전달하려고만 했지, 진정성이 담긴 사과가 없어 기존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당시 일본 정부는 관여한 것이 없고, 일본 정부가 강제한 증거도 없다”는 아베 총리의 평소 입장은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는 합동연설에서 과거사와 여성의 인권유린에 대해 섬세한 영어 표현을 써 가면서 미국 등 서구의 청자들이 일본이 사과를 했다는 느낌을 받도록 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하버드대 강연과 기자회견 등에서 “고노 담화를 지지한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평소 고노 담화의 수정을 주장해 왔던 아베 총리의 입장에서 볼 때 국제사회의 비난과 압력을 피해 나가기 위해 전과 달리 전향적인 전략을 구사했다는 분석도 있다. 2007년 일본 정부는 고노 담화와 관련, “강제성을 입증할 증거는 없다”는 해석을 내놓으며 정부 책임을 부정해 왔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에 대해서는 적극적이었다. 합동연설 직전 제2차 세계대전기념관에 갔다온 것을 연설문에 넣었던 아베 총리는 진주만·바탄섬·산호해 등 2차대전의 격전지를 언급하며 성의를 보였다. 일본군 위안부 등에 대해서는 직접 사과는 하지 않고 미국에 대해 성의 있게 언급한 것은 고도로 계산된 ‘이중 행보’라는 지적이 많다. 아베 총리는 “진주만 등에서 산화한 모든 미국인들에 대해 그들의 잃어버린 꿈과 미래를 생각하면서 깊은 뉘우침의 마음으로 기도했다”면서 “2차 세계대전 때 사망한 미국인들에 대해 영원한 조의를 표한다”고 미국인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연설 곳곳에서 미국 측에 화해의 제스처를 여러 차례 보였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아베 총리가 합동연설에서 고노 담화를 지지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함으로써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면서도 “사과 없이 과거 입장을 되풀이했다는 점에서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전쟁 반성’ 아베 연설문 시진핑에 미리 보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반둥회의 60주년 기념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데 대해 ‘깊은 반성’을 한다는 내용의 연설문 원고를 미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아베의 ‘반성문’을 본 뒤 일본의 정상회담 요청을 수락한 것으로 보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4일 일본의 중국어 매체 ‘르본신원’(日本新聞)을 인용해 “일본 정부가 중·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연설문 원고를 중국 측에 미리 보냈고, 청융화(程永華) 주일 중국대사가 당일 아침 일본 외무성을 방문해 사이키 아키타카 사무차관과 관련 내용을 협의했다”고 보도했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도 “시 주석이 원고를 미리 보고 ‘깊은 반성’ 문구를 확인한 뒤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당일 연설에서 “일본은 앞선 대전(大戰)에 대해 깊은 반성을 한다”고 밝혔지만, ‘식민지 지배와 침략’, ‘사죄’는 언급하지 않았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전쟁 깊은 반성”… 아베, 진정성도 없었다

    “전쟁 깊은 반성”… 아베, 진정성도 없었다

    “일본은 앞선 대전(大戰)에 대해 깊은 반성을 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반둥회의 60주년 기념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한 연설에서 과거 전쟁에 대한 반성을 담았다. 그러나 ‘식민지 지배와 침략’, ‘사죄’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선 대전도 제2차 세계대전을 말하는 것인지 미국과 전쟁을 한 태평양전쟁을 의미하는 것인지 명확히 하지 않았다. 반성은 했지만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아베 총리는 연설을 통해 1955년의 반둥회의에서 확인된 10원칙 가운데 ‘침략, 무력행사에 의해 타국의 영토 보전과 정치적 독립을 침해하지 않는다’, ‘국제분쟁은 평화적인 수단으로 해결한다’는 두 가지 원칙을 강조한 뒤 “일본은 이 원칙을 과거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어떤 때라도 지켜나가는 국가일 것을 맹세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가 1995년 무라야마 담화 등에 명기됐던 ‘식민지 지배와 침략’ 표현 등을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8월 15일 발표할 ‘전후 70년 총리 담화’(아베 담화)에도 이런 표현들이 담기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또 당장 오는 29일로 예정된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도 침략과 식민지 지배 등에 대한 사과는 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태도로 일본의 역사인식이 10년 전보다 뒷걸음질 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베의 정치적 스승 격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2005년 당시 반둥회의 50주년을 기념하는 정상회의에서 “식민지 지배와 침략이 아시아 국가들에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면서 “뼈저린 반성과 마음으로부터 사과한다”고 표현했다. 아베 총리는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고 한 이상 다시 한번 쓸 필요는 없다”거나 “더이상의 사죄가 왜 필요하냐”는 인식을 피력해왔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에 대한 잘못을 구체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전후 ‘전범국가’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등 ‘전후체제로부터의 탈피’를 시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주변국들은 아베 총리가 태평양전쟁 전후로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일삼았던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반성과 함께 사죄의 뜻을 밝힐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태평양전쟁 당시 피해국이던 동남아 국가들이 최근 중국의 군사적 부상에 대한 경계로 일본의 재무장에 호의적으로 돌아선 데다 미국과의 군사동맹이 강화되고 있는 등 주변 환경이 아베 총리가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베 정부의 퇴행적인 역사인식은 한국, 중국 등 주변국들과의 관계 정상화를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이다. 반둥회의에 정부 대표로 참석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아베 총리의 연설문에 “사죄의 표현이 없어 깊이 유감”이라며 “다가오는 미 의회 연설과 8·15 담화에는 올바른 역사인식이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기조연설을 통해 황 부총리는 역사왜곡 행보를 이어가는 일본을 겨냥한 듯 “동북아에서 역사문제가 극복되지 못한 채 역사수정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역내 국가 간 불신과 긴장을 유발하면서 화해와 협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과’ 없는 아베 연설을 두고 일본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보수 성향 요미우리신문은 22일자 사설에서 “전후 일본은 침략이 잘못임을 인정한 데서 출발했다는 역사 인식을 빼고 70년을 총괄할 수는 없다”고 논평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사설을 통해 “전후 70년 담화에 ‘침략’이나 ‘식민지 지배’라는 단어가 담기는지는 본질적인 문제이며 담화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시간 바꾸고 연설자 공개 안 하고 지한파 4총사의 ‘007 연설 작전’

    시간 바꾸고 연설자 공개 안 하고 지한파 4총사의 ‘007 연설 작전’

    21일 오후 7시(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하원 본회의장. ‘지한파’ 의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들의 얼굴은 비장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앉는 자리 앞 단상에 선 이들은 목소리를 높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는 29일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과거사를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지적했다. 이날 릴레이 연설에 나선 마이크 혼다(73·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을 비롯해 찰스 랭걸(84·민주·뉴욕), 스티브 이스라엘(56·민주·뉴욕), 빌 패스크렐(78·민주·뉴저지) 의원은 모두 한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구를 갖고 있는 지한파 의원들이다. 특히 혼다 의원은 2007년 하원 위안부 결의안 통과의 주역이며 랭걸 의원은 한국전 참전용사 출신으로 한국계 보좌관을 두고 있다. 이스라엘·패스크렐 의원도 지역구에서 한인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의 깜짝 연설이 이뤄진 과정은 흡사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이날 오전까지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본회의장에 설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시간도 오후 9시로 전해졌다가 두 시간 앞당겨졌다. 혼다·랭걸 의원의 연설 소식이 먼저 알려진 뒤 이스라엘 의원이 연설자로 추가됐으며, 현장에 가 보니 패스크렐 의원까지 가세했다. 그만큼 이들의 연설은 아베 총리의 방미를 앞두고 의회를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펼치고 있는 일본 측이 인지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예고 없이 기습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일본 기자는 현장에서 한 명만 보였다. 오후 7시 5분부터 시작된 이들의 연설은 1분에서 20여분까지 다양하게 이뤄졌다. 특히 혼다 의원은 단상이 아닌 의원석에서 일어나 A4 용지 수십 장에 적어온 연설문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어내려 갔다. 시민참여센터 김동석 이사는 이날 서울신문과 만나 “한인 풀뿌리 운동의 힘으로 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아베 총리의 사과를 요구하는 연설을 하게 된 것”이라며 “우리는 일본에 절대로 밀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