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휴가용 차량 ‘국산 RV’ 이것이 강점이다
여름휴가가 성큼 다가왔다. 해외로 나가거나 기차·버스로 여행할 게 아니라면 자동차야말로 가장 중요한 야외생활의 동반자가 될 것이다. 특히 산으로 들로 바다로 가게 되는 여름휴가에는 미니밴(CDV),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레저용 차량(RV)이 여러모로 적합하다. 공간 활용도와 기능성 측면에서 일반 세단 승용차가 따라오지 못하는 다양한 편리성과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체들의 ‘휴가용 차량’들을 알아봤다.
RV의 최대 강점은 다목적성. 일반 승용차보다 실내공간이 넓고, 다양한 시트 배열을 통해 공간 활용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며 많은 도구와 장비를 실을 수 있다. 디젤엔진 차량이 많아 오프로드에서 높은 파워를 낸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현대 ‘그랜드 스타렉스´ 듀얼도어 채택
현대차가 지난 5월 출시한 ‘그랜드 스타렉스’는 미니밴과 미니버스의 장점을 결합시켰다. 우선 ‘듀얼 슬라이딩 도어’를 채택했다. 간단한 조작으로 자동으로 문이 열려 편하게 차에 오르내릴 수 있다.
시트는 몸을 감싸듯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해 장거리 여행에서 오는 피로도를 최소화했다. 기존 모델은 2열(두번째 좌석 줄)의 개인공간이 구분되지 않아 코너링 때 한 쪽으로 몸이 쏠렸지만 그랜드 스타렉스는 독립된 시트에 넉넉한 등받이가 적용됐고, 충분한 쿠션을 느낄 수 있게 설계됐다.
앞좌석과의 짧은 거리와 낮은 등받이 때문에 어린이들만 태우던 4열도 넉넉해져 어른들도 편하게 앉을 수 있다.2∼4열 시트에는 롱 슬라이딩 기능이 적용돼 좌석을 최대 0.9m까지 이동할 수 있다.2∼4열을 모두 앞으로 이동시키고 4열 시트를 위로 접어 밀어 넣으면 1.1m의 공간이 확보돼 짐을 싣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편의사양도 강화돼 에어컨이 각 열마다 천장과 좌석 밑에서 독립적으로 나온다. 뒷좌석에서도 별도로 에어컨 풍량을 조절할 수 있다. 국내 유일의 ‘듀얼 선루프’를 통해 시원한 외부 개방이 가능하다는 것도 특징이다.HVX 모델의 경우 앞좌석 글로브 박스에 아이스박스와 같은 ‘쿨박스’ 기능이 적용됐다.
●기아 ‘그랜드 카니발´ 공간배열 탁월
기아차 ‘그랜드 카니발’은 4열로 구성된 11인승 미니밴으로 시트 배열에 따라 다양하게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2열은 26㎝,3열은 32㎝,4열은 14㎝까지 슬라이딩 형태로 앞뒤로 움직인다. 작은 짐을 실을 때에는 1∼3열은 그대로 두고 4열을 접어 앞으로 밀어 붙이면 되고, 큰 짐을 실을 경우에는 3열과 4열을 앞으로 접으면 된다. 이 경우 최대 1412ℓ의 적재 공간이 나온다.2열의 가운데 의자와 3열의 오른쪽 끝 의자를 세로로 접을 수 있어 손쉬운 승·하차가 가능하고 1열부터 4열까지 편하게 옮겨다닐 수 있다. 특히 3열 9인승 시트로 구성된 카니발 리무진은 간단한 조작으로 다양한 시트배치가 가능하다.2열 시트는 탈착이 가능하고,3열 시트는 6대4 분할과 함께 실내 바닥 밑에 격납이 가능한 ‘싱킹’(sinking) 기능이 적용돼 최대 4008ℓ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정도 크기면 웬만한 놀이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뒷좌석에도 DVD플레이어가 달려있다.
●GM대우 ‘윈스톰´ 터보엔진 장착
GM대우 ‘윈스톰’은 소형 SUV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전장 4635㎜, 전폭 1850㎜, 전고 1720㎜로 실내공간이 넉넉한 편이다.2000㏄급에서는 국내 최초로 전자가변형 터보차저 커먼레일 디젤엔진을 장착해 폭발적인 야외 주행감을 느낄 수 있다. 첨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해 변속 충격 없이 안락한 여행을 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차량의 주행 상태를 모니터링해 구동 방식을 자동으로 바꿔주는 기능(액티브 온 디맨드 4휠 드라이브)도 있다. 평상시에는 2륜으로 운행하다 별도의 4륜 구동 조작 스위치 없이 0.2초 내로 자동 전환이 되는 것이다. 진흙, 모래사장 등 험한 길에서 탁월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GM대우 관계자는 “여성 운전자들이 특히 이 기능에 많은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앙부에 동급 최대 7인치 액정표시장치(LCD) 스크린을 적용해 주행가능 거리, 평균 연비, 평균 속도, 전자동 에어컨 등 운전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SUV 최초로 냉장 기능 글로브 박스가 장착됐다. 뒷좌석 승객을 위해 7인치 액정 스크린을 활용한 엔터테인먼트 기능도 갖췄다.
●쌍용 ‘로디우스´ 멀티미터 설치
쌍용차의 ‘액티언 스포츠’는 넓은 데크를 갖고 있어 서핑보드, 대형 튜브 등에 이르기까지 크고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데크에 텐트나 천막을 치면 안전한 야외 보금자리로 활용할 수도 있다.‘로디우스’는 2열을 뒤로 돌려 4열과 마주보고 앉고,3열을 접어 탁자로 사용할 수 있다. 또 깊고 험한 산 속에서도 방향과 고도를 알 수 있는 멀티미터가 장착돼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출시되는 RV들은 설계 때부터 다양한 레저활동을 즐기려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해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함께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의 수와 행선지 특성, 실어야 하는 화물의 규모 등에 맞춰 적합한 차를 고른다면 캠핑 전용카 못지않은 편리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SUV업계 ‘싼타페 2.0’ 비상
현대자동차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의 보급형 모델을 내놓으면서 업계 안팎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3월 출시돼 중형차 시장을 빠르게 잠식한 그랜저 2.4와 같은 상황이 SUV 차종에서 재연될지 논란도 분분하다.
현대차는 지난 14일 싼타페 2.0 VGT 모델을 출시했다. 기존 2200㏄형 싼타페의 배기량을 2000㏄로 줄이고 가격도 최대 134만원 낮췄다. 덩치는 그대로 유지됐지만 배기량 기준으로는 ‘투싼’(현대),‘스포티지’(기아),‘윈스톰’(GM대우),‘카이런 2.0’(쌍용)과 동급이 된 셈이다.
싼타페 2.0 출시는 최고 3500만원이 넘는 기존 싼타페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 수요층을 넓히려는 것이 기본 전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싼타페 2.2 모델의 우수한 디자인과 성능, 사양을 그대로 이어받으면서 가격은 100만원 이상 낮춤으로써 경제적 부담 때문에 선택을 망설였던 고객들을 흡수,SUV 시장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 차종들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읽힌다.GM대우 윈스톰의 성장세를 차단하고 연말에 출시될 르노삼성 H45(프로젝트명)에 맞대응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 H45는 2000㏄급이기는 하지만 덩치가 투싼·윈스톰보다 크기 때문에 현대가 싼타페의 배기량을 낮춤으로써 H45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은 둘로 나뉜다. 그랜저 2.4가 출시된 이후 중형차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던 전례로 미루어 소형과 중형에 걸쳐 SUV 시장에서의 파이를 더욱 키울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반대의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싼타페 2.0은 가격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기존 2000㏄급 모델들보다는 몇백만원이 비싼데다 SUV 구매자들은 특정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랜저 2.4가 쏘나타 시장을 일부 잠식한 것처럼)오히려 같은 회사 투싼의 시장을 잠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