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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거래소 어떤 기관? “평균연봉 1억…법인카드도 1장씩”

     최근 직원 평균연봉이 1억을 넘는 것으로 밝혀져 세간을 놀라게 했던 한국거래소가 전 직원에게 법인카드를 줬고, 자녀 학원비로 연간 120만원을 지원한 사실 등이 속속 드러나면서 여론의 ‘비난’을 넘어 ‘단두대’ 섰다. 많은 직장인과 시민들은 어떤 조직이기에 그토록 많은 혜택을 받았으며,지금도 받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14일 오후 부산 동구 범일동 한국거래소 본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한국거래소의 방만 경영 등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및 파생상품시장의 개설·운영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2005년 기존의 한국증권거래소·한국선물거래소·코스닥증권시장·코스닥위원회가 합병하여 한국증권선물거래소라는 이름으로 부산에서 출범했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따라 옛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서 지난해 2월 한국거래소로 명칭이 변경됐다. 지난해 1월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된 뒤 7년만에 감사원 감사 등이 재개됐다.  2005년 기존의 한국증권거래소, 한국선물거래소, 코스닥증권시장, 코스닥위원회가 합병하여 한국증권선물거래소라는 이름으로 출범하였다.  배영식(한나라당) 의원은 “한국거래소의 전 직원이 2008년 6월까지 법인카드 1장씩을 소유했다.”면서 “골프장·유흥주점에서 2년6개월 동안 무려 3030회나 카드 결제를 한 사실이 감사원에 의해 적발됐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지난해 기준으로 직원 1인당 급료가 1억원을 넘었다.”며 “초등생 자녀에 사설학원비 지원 명목으로 연간 120만원씩 지급하는 등 급여와 복지 수준이 과도하게 높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11일 배 의원이 거래소로부터 제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연봉 1억~1억 5000만원을 받는 거래소 직원 수는 2007년 271명에서 2008년 228명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280명으로 대폭 늘었다. 지난해 거래소 직원 700명중 40%가 연봉 1억원 이상 고액 연봉자였다.  국감 자료에 따르면 거래소는 지난 해 자기계발휴가 7일과 경로효친휴가 3일 등 특별휴가 제도를 만들어 연차휴가 보상금으로 1인당 600만원을 지급했다. 한국거래소 공도현 홍보팀장은 “법인카드 문제는 2년전 얘기”라며 “현재는 팀당 카드 1장씩 지급하고 있고, 클린카드 사용으로 골프장 등에서는 쓸 수 없게 돼 있다.”고 해명했다.  공공기관인 한국거래소가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물품을 구매한 것도 도마위에 올랐다.  정옥임(한나라당) 의원은 “한국거래소가 2009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올해 6월 말까지 건당 5000만원을 초과한 수의계약을 체결한 규모가 총 61건 489억290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현행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단가가 5000만원 이하일 경우에만 원칙적으로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며 “한국거래소는 긴급 용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2월 7252만원 규모의 ‘설날 임직원 기념품(한과세트)’, 3월 3억 2631만원의 ‘체육대회 체육용품’ 등을 수의계약으로 구매했다.  또 정 의원은 “한국거래소가 지난 달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비용을 지원하면서 2년간 최소 6억원을 지출하고 있다.”라며 “공공기관 중 전 임직원에게 스마트폰 약정금액을 지원해 주는 곳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다.  임영호(자유선진당) 의원도 “한국거래소의 기부금 규모가 100억원대인데, 이중 상당액이 정체불명의 단체 회비로 집행되는 등 거래소 이사장의 쌈짓돈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미래희망연대) 의원은 “한국거래소의 전체 업무용 운영 차량 38대에 대한 월 임차료가 4060만원, 연간 4억 8700만원에 이른다.”면서 “2700㏄ 이상 대형 차량이 32대이고, 소형 차량은 2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러한 업무용 차량도 3년마다 최신 대형차로 교체되고 있으며, 올해만 42%가 교체됐다.”고 덧붙였다.  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2010~11시즌 프로농구 내일 점프볼…경기 판도는?

    2010~11시즌 프로농구 내일 점프볼…경기 판도는?

    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없다. 춘추전국시대다. 2010~11시즌 프로농구가 15일 모비스-한국인삼공사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내년 3월 20일까지 6개월간 대장정의 막을 올린다. 팀당 54경기씩 총 270경기다. 올 시즌은 이적생들과 새 얼굴들이 많아 전문가들도 쉽사리 판도를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전력이 평준화돼 순위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체로 ‘3강-5중-2약’으로 점쳐지는 분위기. 각 팀의 판도와 변수를 짚어 보자. ●춘추전국시대-3강·5중·2약 대부분 전문가가 KCC-SK-전자랜드를 우승후보로 점친다. KCC는 지난해와 비교해 전력 손실이 거의 없다. 혼혈선수 전태풍은 한국 농구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하승진이 큰 변수가 되지 않을 정도다. 지난 시즌 후반 하승진 없이도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간 저력이 있다. 다만 추승균의 노쇠화가 부담이다. SK는 ‘신산’ 신선우 감독이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해 정신자세를 새로 가다듬었다. 테렌스 레더와 마퀸 챈들러, 김효범의 영입으로 전력이 보강됐다. 기존 주희정-김민수도 건재하다. 방성윤의 부상이 걸림돌이다. 전자랜드는 LG 문태영의 친형인 문태종을 귀화 혼혈선수로 영입한 점이 눈에 띈다. KT에서 옮겨온 신기성, 지난해 신인왕 박성진이 주축이 될 가드진과 서장훈이 버티는 센터진 등 최강 멤버를 자랑한다. 중위권으로는 KT-LG-삼성-오리온스-동부가 꼽힌다. 물론 우승후보와 큰 전력차가 나지는 않는다. KT는 지난해 꼴찌팀을 정규리그 2위에 올려놓은 공로로 감독상까지 받은 전창진 감독의 지도력이 결실을 거둘지 관심사다. 부상에서 돌아온 김도수의 활약도 변수다. LG는 지난해 득점왕 문태영을 중심으로 정상을 노리고 있고, 동부도 ‘연봉킹’ 김주성을 앞세워 우승권에 도전한다. 특별한 전력보강이 없는 삼성은 군에서 제대한 이원수에게 기대를 건다. 오리온스는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1순위 글렌 맥거원과 김승현, 허일영을 앞세워 명가 재건에 나선다. 2약은 모비스와 인삼공사(전 KT&G)다. ‘디펜딩챔피언’ 모비스는 유재학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으로 팀을 계속 비우고 있다. 브라이언 던스톤은 한국을 떠났다. 김효범을 SK에 내주고 함지훈이 상무에 입대해 지난해 전력이 아니다. 세대교체 중인 인삼공사는 신인 1순위로 박찬희를 영입했지만 우승 전력과는 거리가 있다. ●대표팀 3명 차출 삼성, 출혈 클듯 이번 시즌에는 프로농구 출범 이후 처음,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11월12일부터 27일까지 리그를 중단한다. 판도를 좌우할 변수다. 대표팀에 차출된 12명은 개막 후 두 경기만 치른 뒤 팀을 비운다. 가장 큰 피해를 볼 구단은 삼성이다. 팀의 주축인 이승준, 이규섭, 이정석 등 3명 없이 10경기를 버텨야 한다. KT는 조성민, 인삼공사는 베테랑 김성철과 박찬희 없이 10경기를 치러야 한다. 동부도 핵심인 김주성 없이 9경기를 뛰어야 한다. 반면 대표팀 차출이 없는 구단은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개혁 칼날 위에 서서… ‘한지붕 세가족’ 된 외교부

    개혁 칼날 위에 서서… ‘한지붕 세가족’ 된 외교부

    유명환 전 장관 딸 특혜 사건의 여파로 ‘개혁의 칼날’ 앞에 선 외교통상부의 기류가 혼돈스럽다. 지난 8일 김성환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천명한 강도 높은 개혁 구상을 둘러싸고 직원들 사이에 기대와 불만, 설렘과 냉소가 무질서하게 교차하는 분위기다. 김 장관의 구상은 한마디로 ‘철밥통’을 깨뜨리고 외교부를 무한경쟁 체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외교관의 꽃’인 재외공관 대사직을 외부(민간, 다른 정부부처)에 개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위직으로 갈수록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중견 간부 A씨는 “사시, 행시 출신과 달리 왜 외시 출신만 개방해야 하느냐.”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서기관 B씨는 “편안하게 누릴 것 다 누린 선배들이 여론에 영합하려고 후배들한테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사시, 행시도 안 하는데 왜 우리만” 반면 고위 간부 C씨는 “대사는 다른 공직과 달리 해외에서 나라를 대표하는 만큼 대한민국의 베스트(최고 인재)를 보내는 게 시대 흐름에 맞다.”고 했다. 고위 간부 D씨도 “외교부 출신은 아무래도 외국어 실력과 경험 등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개방을 하더라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면서 “후배들이 패배주의를 버리고 당당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논란은 개방의 효율성 문제로 이어진다. 중견 간부 E씨는 “밑바닥에서부터 외교를 배우지 않은 비(非)외교관 출신은 막후교섭 노하우 등을 모르기 때문에 대사로서 한계가 있다.”고 했다. 중견 간부 F씨도 “외교 전문(電文) 하나를 제대로 보는 데만도 10년이 걸린다.”면서 “미국 정도를 빼고 대다수 국가가 외교관 출신을 대사로 보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했다. 미국은 전문 외교 인력이 워낙 풍부하기 때문에 대사가 전문지식이 없어도 ‘시스템’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반면 고위 간부 G씨는 “대사가 외교 경험이 없으면 밑에서 잘 보좌하면 되는 것이지, 아예 안 된다고 선을 긋는 것은 개혁을 하지 말자는 핑계로 들릴 수 있다.”고 했다. 비(非)인기 부서 직원들을 인기 부서로 안배하겠다는 김 장관의 구상에 대해서는 인기 부서와 비인기 부서 사이에 이견을 보였다. 비인기 부서의 중견 간부 H씨는 “실력 발휘도 하기 전에 입부할 때부터 학연과 배경에 따라 누구는 요직으로 가고 누구는 한직을 전전해야 한다.”면서 “장관의 생각에 일단 기대를 걸고 싶다.”고 했다. 반면 인기 부서의 과장급 I씨는 “일반 기업에서도 몇번 일 시켜보면 그 사람 실력이 딱 나오지 않느냐.”면서 “능력을 불문하고 자리를 나눠 갖자는 것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했다. 고위 간부 J씨는 “실력도 없는데 백(배경)이 좋다는 이유로 부하로 쓰면 그의 상급자가 업무에서 피해를 보기 때문에 실제로는 실력 있는 사람을 부하로 끌어가려고 국·실 간에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외교부 처음 들어왔을때 월급 너무 적어 놀라” 지나친 개혁에 따른 신분 불안이 외교관의 질을 떨어뜨릴지 모른다는 우려에는 이견이 별로 없다. 중견 간부 K씨는 “외교부가 밉다고 외교관 신분을 불안하게 하면 인재들이 대우가 좋은 민간기업으로 몰리고 외교부에는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고위 간부 L씨도 “선진국에서는 아직도 최고 인재들이 외교관을 선호한다.”면서 “그들과 국익을 놓고 두뇌싸움을 해야 하는데 3류 인재만 몰린다면 결국은 국민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고 했다. 3년차 외교관 M씨는 “입부했을 때 예상보다 월급이 너무 적어 놀랐다.”면서 “지금 연봉이 3000만원도 안 되는데, 대학동기들이 다른 직장에서 받는 것에 비해 적은 금액인 반면 업무량은 너무 많아 기회가 된다면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2년차 외교관 N씨는 “입부 당시 인사 파트에서 ‘여러분 중에는 대사로 못 나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면서 “어렵게 외교관이 됐는데 장래 보장이 안 된다고 실망하는 동기들이 많았다.”고 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13번째 월급 두둑이 챙기려면

    ‘13월의 보너스’를 챙길 수 있는 연말이 다가왔다.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에 들거나 소득공제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쪽으로 돈을 몰아주는 ‘세테크’를 미리 해 두는 지혜를 발휘할 때다.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는 대표적인 상품은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과 은행권의 연금신탁, 투신사의 연금펀드 등이다. 연금저축보험은 10년 이상 유지할 경우 연 300만원 한도 내에서 납입액을 모두 소득에서 공제해 준다. 또 연간 연금 수령액 총액이 600만원을 넘으면 종합소득 신고를 해야 하지만 그 이하일 경우에는 분리 과세를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득공제용’에만 급급해 연금저축에 들었다가는 큰코 다칠 수 있다. 이연학 교보생명 웰스매니저는 “연금저축은 소득공제 혜택이 가장 큰 상품이고 특히 내년에는 세제개편안에 따라 400만원까지 한도가 늘어나지만 중도에 해약할 경우 소득공제 받은 것까지 다 토해내야 한다.”면서 “또 보험이든 신탁이든 해약을 하게 되면 해약환급금의 22%을 내야 돼 타격이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종신보험, 실손보험, 자동차보험 등 보장성 보험도 모두 합산해 연간 1인당 100만원까지 소득공제된다. 기본 공제대상자 가운데 장애인을 피보험자나 수익자로 하는 생명보험도 100만원까지 소득 공제가 가능하다. 장기주택마련저축의 경우에는 올해 신규 가입자부터 공제 혜택을 볼 수 없게 됐다. 단 연봉 8800만원 이하 근로자일 경우 지난해 말까지 가입한 것에 한해 불입액의 40%에 대해 300만원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주택청약종합저축도 연간 120만원 한도로 불입액의 40%까지 소득공제가 된다. 연금펀드는 납입한 금액 전액을 300만원 한도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연금을 수령할 때는 연금 소득세 5.5%를 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할 것. 황성룡 대우증권 PB컨설팅팀 부장은 “보험상품은 공시이율을 적용하지만 펀드는 주식, 채권 시장 상황에 따라 높은 수익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용카드의 경우 올해는 지난해보다 소득공제 한도는 줄고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문턱은 높아졌다. 지난해 공제 한도는 총급여액의 20%나 연간 500만원 가운데 적은 금액이었다가 올해 총급여액의 20%나 연간 300만원 가운데 적은 금액으로 변경됐다. 또 이전에는 총급여액의 20%를 넘으면 공제를 받을 수 있었으나 올해는 25%를 넘겨야 한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세대공감] ‘신입사원의 자세’

    [세대공감] ‘신입사원의 자세’

    “나 젊었을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어른들의 잔소리가 이어지는 건 집안에서뿐만이 아니다. 같은 사무실에서 책상을 마주하고 일하는 동료들 사이에서도 ‘신입의 자세’에 대한 세대 간 차이가 있다. 회사가 내 인생의 전부였다고 말하는 간부들이나 중고참들의 눈에 요새 젊은 신입사원들의 모습은 자신의 20~30년 전 모습과 달라도 많이 다르다. 우직함, 회사에 대한 충성심, 성실함 등이 과거 신입사원들의 미덕이었다면 요즘 신세대 신입사원들은 능률, 성과, 효율성을 지향한다. 평생 직장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는 어느새 사라지고, 언제든 더 좋은 회사로 옮길 수 있다고 믿는 요즘 신입사원들의 생각, 세대 간에 서로 다른 신입사원 시절의 경험을 들여다본다. 윤샘이나·김양진기자 sam@seoul.co.kr <舊> 회사 먼저… 주인의식 ‘똘똘’ 강원도 동해에 사는 이석철(57)씨는 공업전문대학을 졸업하고 24살 되던 1977년 6월 시멘트 회사에 취직했다. 갓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온 신참 이씨는 군기가 들어 바짝 얼어 있었다. 상사가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가 불끈불끈 솟았다. 이씨가 입사를 하고 일주일도 안 됐을 때다. 당시 배치받은 부서의 과장이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면서 이전까지 살던 관사에서 나와 이사를 해야 했다. 이씨보다 1년 먼저 입사한 선배는 이 소식을 듣고 이씨를 비롯한 신입사원 전원에게 일요일 아침 8시까지 관사로 집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입사한 뒤 일주일 동안 긴장 속에서 일하느라 일요일 아침엔 온몸이 천근만근이었지만, 선배의 ‘지엄한 명령’이니 도리가 없었다. 이씨와 동기들은 과장과 선배들이 보는 앞에서 마치 자기 집 일인 양 서로 더 열심히 일했다. 일일이 짐을 싸고 날라 트럭에 싣는 사이 초여름 더위에 땀이 비 오듯 했다. ‘사모님’이 내 온 냉커피마저 황송하게 여겨졌다. 이씨는 “요새 젊은이들 같으면 아무리 회사 상사라도 이런 개인적인 일을 누가 하겠느냐.”면서 “하지만 당시에는 어느 누구도 토를 달지 않고 열심히 있했다.”고 말했다. “그게 신참의 도리인 줄 알았다.”고 이씨는 덧붙였다. 자유 기고가로 일하는 김형철(58)씨도 첫 직장에 ‘충성’을 다 바쳤다며 자신의 신입사원 시절을 회상했다. 30여년 전, 한 여성잡지사에 신참 기자로 입사한 때를 되돌아보면 첫 직장을 가졌다는 생각만으로도 너무 기뻤다고 한다. 김씨는 어렸을 때부터 특정 신문을 즐겨 보던 아버지에게서 “그 신문사 기자가 돼라. 안 되면 그 회사의 경비라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졸업 후 마침내 그 언론사의 잡지 기자로 입사하게 됐을 때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뛸 듯이 기뻐했다고 한다. 오랜 열망 때문에 김씨는 애사심이 남달랐고, 회사 건물이나 이름만 봐도 뿌듯함을 느꼈다고 한다. 출근 시간은 오전 9시였지만 김씨는 새벽 6시에 집에서 나와 8시가 되기도 전에 회사에 도착했다. 선배들이 다 퇴근한 뒤 사무실 불을 끄고 가장 늦게 나서는 사람도 김씨였다. 친구들을 만나 술을 한잔 한 뒤에도 집에 가기 전에 다시 회사 앞에 들러 건물을 한 번 더 보고 귀가한 적도 여러 번이다. 일이 없는 휴일에도 회사에 나가서 자기 책상에서 시간을 보내다 집으로 가기도 했다. 김씨는 “취직을 했다는 기쁨에 애사심과 충성심이 자연스레 생겨났다.”고 말했다. 서울 대치동에 사는 항공회사 임원 권혁민(55)씨는 30년 전 자신의 입사 시절을 떠올리면 “이 회사에 뼈를 묻어야겠다.”고 결심했던 그때의 다짐이 떠오른다. 장남이자 외아들로, 시골의 부모님과 동생들을 돌봐야 한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거웠다. 초봉이 많지는 않았지만 우직하게 회사에 다니다 보면 승진도 하고 돈도 많이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입사 30년 만에 권씨는 이 회사의 임원이 됐다. 권씨는 “괴롭히는 선배가 있어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그만둘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면서 ‘한 번 직장은 평생직장’이라는 생각으로 꿋꿋하게 일해 왔다고 돌이켰다. 20년 전인 27살 때 보험회사에 입사한 주윤석(48)씨는 현재 한 지점을 책임지는 지점장이 됐다. 주씨는 통계학을 전공한 대학 때부터 전공을 살리고, 적성에도 맞는 보험회사에 들어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입사 당시 주씨는 ‘미래의 사장’을 꿈꾸는 당찬 신입사원이었다. “언젠가 이곳에서 꼭 사장이 되겠다는 목표가 있었어요.”라고 회고하는 주씨는 목표를 정해 놓으니 주인의식을 갖고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었다고 한다. 주씨는 가끔은 하기 싫은 일도 억지로 하는 등 고통을 감수했던 것이 지금까지 회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자산이자 강점이라고 말했다. 주씨는 “평생 내 직장이라고 생각하니 하기 싫었던 일도 불평불만 없이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新> 나 먼저…자기계발은 필수 오지나(27·여·가명)씨는 올해 초 은행에 입사한 신입사원이다. 아직 막내이긴 하지만 회사에 들어간 지 일 년 가까이 돼 일과 회사 생활에도 많이 익숙해졌다. 두 달에 한 번 꼴로 하는 회식도 부담스럽지 않아 회식 스트레스도 없다. 그런 오씨지만 개인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과 퇴근 후 자기 계발을 하기 어렵다는 점이 늘 불만이다. 퇴근이 늦어져 평일에는 친구들과 마음대로 약속을 잡을 수도 없고, 남자친구와의 데이트도 일주일에 한 번이면 많은 편이다. 입사 전에는 직장을 갖더라도 퇴근 후 꾸준히 영어공부를 하고, 요가와 수영 등의 취미생활도 하려고 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하루 종일 일을 하고 퇴근해 집에 돌아오면 침대 위에 쓰러져 자기 바빠서다. 이런 김씨의 지론은 “회사는 회사일 뿐 내 전부는 아니다.”라는 것. 김씨는 “앞으로 회사를 오래 다닐 생각은 별로 없고, 지금 하는 일보다 더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회사 상사들에게도 그때그때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 편이라고 했다. 신입사원이라고 시키는 대로 하고 참기만 하면 자기만 손해라는 생각에서다. 가끔 ‘선배님의 말씀은 곧 법’이라고 주장하는 상사들의 말을 들을 때면 겉으로 내색은 않지만 꽤 반감이 든다고 했다. 김씨는 “회사는 어디까지나 일을 하고 성과를 내는 곳이기 때문에 같은 동료로서 대우해 줘야지, 상사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자기 의견을 강요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조선회사에 입사한 안창준(28)씨는 효율성을 가장 중시하는 신세대 신입사원이다. 늦게까지 남아서 야근을 하거나 휴일에도 쉬지 않고 나와 일을 하는 것은 오히려 능률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여긴다. 예전에는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직원을 능력 있는 직원으로 여겼지만 이제는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아니라 실제 결과물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면 된다는 생각이다. 안씨는 “나뿐만 아니라 내 또래의 신입사원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회사라는 조직은 효율성을 최고로 치기 때문에 내가 열심히 일해서 좋은 결과물을 내놓으면 그것이 곧 답”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또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없다.”면서 “언제든 더 좋은 조건의 제안이 오면 회사를 옮길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제 막 입사 1년을 넘긴 김형원(29·가명)씨는 얼마 전부터 구직 사이트를 들락거린다.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이직을 하기 위해서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굉장히 불만족스러운 것도 아니다. 정보통신(IT) 업계의 중견기업인 김씨의 회사는 일반인들에게 인지도는 낮지만 훌륭한 실적으로 업계에서 알아주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연봉도 또래 친구들에 비해 나쁘지 않다. 그런데도 김씨는 지금의 회사가 성에 차지 않는다. 입사 당시만 해도 ‘나만 열심히 일하고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는다면 회사 지명도 따위가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했지만 회사를 다닐수록 더 크고 대우가 좋은 곳으로 옮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고 한다. 김씨는 얼마 전부터 기한이 만료된 토익점수를 다시 만들기 위해 밤마다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듣는다. 자격증 공부도 입사 전보다 더 열심이다. 더 좋은 조건의 직장으로 이직을 하려다 보니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임을 깨달아서다. 김씨는 다음 달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 관련 자격증 학원도 다닐 예정이다. 김씨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사라진 지 이미 오래”라면서 “처음 들어온 회사에 안주하지 않고 언젠가는 내 능력을 더 맘껏 발휘할 수 있는 직장으로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
  • 연봉 아까운 신한 이사회

    연봉 아까운 신한 이사회

    ‘신한 사태’의 꼬인 실타래를 풀 신한 이사회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신한금융지주의 ‘컨트롤 타워’인 이사회가 사태 해결에 뒷짐을 지고 있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지난 3월 주총에서 이사회의 권한을 한층 강화했음에도 책임 있는 행동에는 ‘역시나’ 주저하고 있다. 12일 신한금융지주에 따르면 이사회는 ▲인사 ▲리스크 관리 ▲경영진 평가 ▲감사위원회 구성 등 경영과 관련된 거의 모든 사항을 독자적으로 심의·의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신한금융의 실질적인 힘인 셈이다. 이사회의 구체적인 권한을 보면 우선 이사 후보들을 추천할 수 있고, 대표이사와 부사장·전무 등 집행 임원들의 선임과 퇴임을 책임진다. 경영진에 대한 업무 평가와 보수도 결정한다. 여기에 신한지주뿐 아니라 자회사(신한은행·카드)의 무분별한 투자를 막는 리스크 관리도 맡고 있다. 이와 함께 감사위원회를 별도로 둬 회계와 업무에 대한 감사를 이사회에서 심의·의결할 수도 있다. 사실상 경영 전반을 아우르는 막강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사회 소집은 이사면 누구나 가능하고, 회의 운영과 주관은 이사회 의장이 결정한다. 신한 관계자는 “이사회는 대표이사의 직무 집행을 감사할 수 있고, 신한금융지주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라고 말했다. 보수도 국내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신한지주 사내외 이사 15명이 받은 보수 총액은 성과보상금을 포함해 모두 46억 6600만원(주총 승인금액 8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은행권 ‘빅2’인 KB금융지주 이사들의 보수(39억 6700만원)보다 17.6% 많다. 신한 이사회는 올해 이사 수가 지난해보다 3명 줄었지만 이사 보수의 주총 승인금액은 85억원으로 지난해와 같다. 그러나 이처럼 막강한 권한과 최고 대우를 받는 신한 이사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총 여덟 차례 열린 정기·임시 이사회에서 어느 이사도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낸 적이 없었다. 지난달 14일 신상훈 사장에 대한 직무정지안을 의결했을 때도 사실상 만장일치였다. 총 12명 중 히라카와 요지 사외이사가 기권하고, 당사자인 신 사장이 반대표를 던진 것을 빼면 모든 이사회 멤버가 직무정지에 찬성했다. 한 사외이사는 “이사회가 만장일치를 하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으냐.”고 말했다. 반면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은 “대표이사끼리 서로 권력쟁탈에 나선 과정에서 어느 한쪽 편을 들어 중재 역할을 못한 것은 이사회의 과오”라고 꼬집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 이사회가 이처럼 제자리를 찾는 못한 이유로 구조적인 한계를 꼽았다. 라응찬 회장이 지난 19년간 최고경영자(CEO)로 절대 권력을 휘두른 데다 사외이사 임기가 1년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독립된 의사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임기는 2년이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산업·경영연구실장은 “사외이사의 임기가 너무 짧으면 회사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워 전문성을 기르기 어렵고, 그렇게 되면 경영진에게 휘둘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두·김민희기자 golders@seoul.co.kr
  • ‘돈독’ 못 버리는 금융권

    ‘돈독’ 못 버리는 금융권

    금융권 임직원들의 연봉과 퇴직금이 또 도마 위에 올랐다. 연봉 1억원을 넘게 받는 직원이 전체 직원의 40%에 이르는가 하면 연봉의 2~3배를 명예퇴직금으로 주는 회사도 있다. 너무 심한 게 아니냐는 비아냥도 있지만 당사자들은 전년도에 비해 삭감된 것이라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1인당 생산성을 기준으로 꼼꼼히 따져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한국거래소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지난해에도 전체 직원의 40% 이상이 연봉 1억원을 넘게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국회 정무위 배영식(한나라당) 의원이 거래소로부터 제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억~1억 5000만원을 받은 고액 연봉자는 2007년 271명에서 2008년 228명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280명으로 대폭 늘었다. 전체 직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면 2007년 38.9%에서 2008년 32.3%, 지난해 40.1%로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배 의원은 “특히 1억 2000만원이 넘는 초고액 연봉을 받은 직원은 2008년 28명에서 지난해 76명으로 늘었고 올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또 지난해 자기개발휴가 7일과 경로효친휴가 3일 등 특별휴가 제도를 만들어 연차휴가 보상금으로 1인당 600만원을 지급했다. 또 직원 자녀의 사설 학원비로 1인당 연간 120만원씩 주기도 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 1억원 이상의 연봉자 비중이 늘어난 것은 2008년분 성과급이 지난해 지급되면서 생긴 일시적인 현상”이라면서 “지난해에는 월급이 동결됐고 올해는 5% 더 삭감됐기 때문에 연봉 수준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해명했다. KB국민은행은 파격적인 희망퇴직 조건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은행은 최근 노동조합과 합의를 통해 희망 퇴직자에게 ▲최대 36개월치 기본급 ▲자녀 2명까지 대학 학자금 ▲KB금융지주 계열사 일자리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은행권 최고 수준의 조건이다. 기본급 18~26개월을 특별퇴직금으로 주는 게 일반적이다. 직전 최고 수준이던 신한은행은 최대 30개월치 기본급을 지급하기로 했었다. 이런 조건이 나오게 된 배경은 인력 구조조정이 KB금융 조직 효율화의 주된 변수로 떠오르면서 조직 내부의 반발이 거세자 잡음 없이 인력을 감축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희망퇴직 비용이 증가하면서 구조조정의 의미가 퇴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KB금융 관계자는 “채용을 전혀 안 한다고 가정했을 때 적어도 3년가량 돼야 퇴직 처리 비용 만회가 가능하다.”면서 “채용을 아예 안 할 수는 없으니 3년 이후에야 수익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퇴직 조건은 은행권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는 국민은행 노사 협상 내용이 업계 기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은행권 전반적으로 퇴직 조건 수준이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1년 신용사업 부문에 공적자금 1조 1518억원을 출자형식으로 수혈 받은 수협 중앙회는 국정감사에서 방만 경영과 낙하산 인사가 도마에 올랐다. 무소속 송훈석 의원은 “2004년 이후 퇴직 임원에게 공로금 명목으로 19억 6000만원을 지급했다.”면서 “신용 대표이사 등이 받은 성과급 총액도 2005년 이후 12억 6900만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04년 이후 임직원들이 110억원의 자녀 학자금을 지원받았고 지난해 1인당 명예퇴직금은 평균 2억 500만원”이라면서 “공적자금 상환에 최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임직원들이 자기 몫을 챙기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수협 관계자는 “임원 성과급은 신용부문에 제한적으로 도입된 제도로,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은 의무 도입토록 양해각서(MOU)에 규정되어 있다.”면서 “경영성과에 대한 보상과 책임을 정착시켜 궁극적으로는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일영·정서린·오달란기자 argus@seoul.co.kr
  • 민간기업서 노사상생 배운다

    경기 이천시에 위치한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 벽에는 ‘無信不立(무신불립·믿음이 없으면 설 수도 없다)’이란 플래카드가 항상 나부낀다. 1만 7000여명의 근로자가 4조 3교대로 24시간 근무하면서 설립 이후 24년째 노조 무파업의 대기록을 이어오는 현장이다. 행정안전부와 전국 지방자치단체 노조담당자 및 노조 간부들 70여명이 지난 주말 이곳을 찾았다. 노사 간 상호믿음 속에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도 근로자 감축 없이 고용안정을 이뤄낸 비결을 찾기 위해서다. 공무원 노조가 합법화된 지 5년째가 됐지만 전국공무원노조 등 법외노조와의 갈등은 여전하고 노조·정부 간 대화 채널도 빈약한 실정이다. 이에 행안부는 8월부터 노조업무 담당자·노조 간부가 함께 모범적인 노사관계를 형성한 민간기업을 찾아다니며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 서울메트로, 현대중공업 등 3개 기업이 대상이다. 모두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사문화대상을 받았거나 무파업으로 이름이 난 기업들이다. 서울메트로는 2008년 이후 투쟁 위주 노조활동에서 상생으로 돌아선 계기를 소개했다. 이날 방문한 하이닉스 노사의 최대 자랑은 ‘고용보장’. 2008년 경제위기로 200㎜ 반도체부문 공장이 문을 닫아 1900여명의 잉여인력이 발생했을 때도 대량해고사태를 피해갔다. 이 회사 최석훈 노경복지 담당 상무는 “임원 연봉 삭감, 근로자 무급휴직·각종 수당 반납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 회사 가족인 사원을 모두 살리는 쪽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노조에 재무상태를 모두 공개하는 투명경영으로 전폭적인 협조를 얻을 수 있었다. 이윤추구가 목표인 기업도 근로자를 한가족으로 받아들여야 생존한다는 단순한 논리다. 덕분에 하이닉스는 지난해 192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올 2분기 매출은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반도체 D램 분야 세계 2위란 지위는 ‘노사신뢰’가 있어 가능했다. 이제 겨우 본격적인 노조활동을 시작한 공무원 노조 관계자들은 열띤 질문을 쏟아냈다. “노사 협상을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는 “3중 협의체가 연중 쉴 새 없이 가동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박태석 노조위원장은 “현장직원 10명을 담당하는 책임자 1명이 제조 라인에서 수시로 고충, 제안을 듣고 매월, 매분기 별도 노사 협의회가 열린다.”고 소개했다. 이런 식의 수시교섭만 1년에 90여차례에 달해 근로자들의 요구가 끊임없이 회사에 전달된다. 때문에 1년에 한번 있는 노사 본교섭 테이블엔 이미 노사합의 초안이 만들어져 올라온다고 한다. 전북에서 참가한 한 공무원 노조원은 “해외매각, 인원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노사양보로 위기를 극복한 게 징계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공무원 노조원·정부에 귀감이 될 만하다.”고 말했다. 다른 노조원은 “공무원은 법적으로 신분보장이 되는 만큼 고용보장이 생명줄인 일반 근로자와는 다르다.”면서도 “우리 정부도 공무원 노조원들을 믿음의 시선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박 노조위원장은 “노사문제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가스통 같다.”면서 “이해만 밑바탕에 깔린다면 회사이익 극대화, 고용보장을 모두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곽임근 행안부 윤리복무관은 “정부조직과 민간기업 노사관계가 화합을 이룰 방법은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전제에서 출발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14일 현대중공업을 방문해 무파업 비결을 벤치마킹한다. 이천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국책은행장들 연봉삭감 시늉만

    정부의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 급료 삭감 방침에도 불구하고 국책은행들이 대규모 ‘성과급 잔치’를 벌여 기본급 삭감분을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국회 정무위 배영식(한나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책 금융기관장 급여현황’ 자료에 따르면 산업은행장의 기본급은 2007년 3억 5000만원에서 2008년 1억 6000만원으로 감소한 뒤 지난해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연봉은 오히려 더 많아졌다. 성과급이 2008년 2억 6200만원에서 지난해 3억원으로 증가하면서 전체 연봉이 2008년 4억 2000만원에서 지난해 4억 6000만원으로 더 올랐기 때문이다. 더욱이 산업은행은 지난해 CEO 경영성과 평가에서 ‘보통’(60∼70점) 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실적 저조에도 불구하고 성과급이 주먹구구식으로 지급됐다고 배 의원은 지적했다. 기업은행장과 수출입은행장은 2008년 각각 기본급 3억 3000만원, 성과급 2억4200만원, 기본급 3억 5000만원, 성과급 2억 4150만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기본급을 1억 6131만 3000원으로 낮춘 반면 성과급은 3억 2262만 6000원으로 대폭 올렸다. 배 의원은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국책은행들이 성과급 인상이라는 편법을 동원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추신수 “병역? 나라 부름이 우선”

    추신수 “병역? 나라 부름이 우선”

    “첫 번째는 나라의 부름이고, 내 병역은 가장 마지막 문제다.” ‘추추 트레인’ 추신수(28·클리블랜드)가 1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아내 하원미(27)씨, 첫째 아들 무빈(6)과 둘째 아들 건우(1)와 함께였다. 오는 11월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25일부터 사직구장에서 시작되는 팀 훈련에 합류하기 위해서다. 추신수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하면 적용되는 병역 특례에 대해 “미리 병역 문제를 생각하면서 아시안게임을 말하고 싶지는 않다. 열심히 하다 보면 결과는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고 답했다. 추신수는 올 시즌 미프로야구 데뷔 후 가장 화려한 한 해를 보냈다. 2년 연속 3할-20홈런-20도루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에 새 역사를 썼다. 지난 7월 초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한 달가량 결장했음에도 홈런과 도루(22개씩), 타점(90개)에서 개인 최다기록을 경신했다. 추신수는 “시즌이 끝난 뒤에 조금 피로한 감이 있었는데 쉬면서 컨디션을 조절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연봉조정신청 대상이 된 추신수는 내년 최소 500만달러(약 56억원) 이상의 거액 연봉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에 대해 추신수는 “스콧 보라스(에이전트)가 알아서 하리라고 생각한다.”며 구체적 발언을 유보했다. 그는 또 “나의 우선권은 클리블랜드에 있다.”고 말해 이적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공무원 빼와 로비스트로 고용 기업인들 만족도 날로 키우고…

    공무원 빼와 로비스트로 고용 기업인들 만족도 날로 키우고…

    오랜만에 한국 아저씨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소설이 나왔다.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67)씨가 신작 ‘허수아비춤’을 펴냈다. ‘허수아비춤’은 정치에만 민주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경제에도 민주화가 필요하다는 작가의 인식에서 출발한 소설이다. 기업 회장이 건설업으로 비자금을 조성해서 수십억원의 연봉을 미끼로 공무원, 검사들을 스카우트하고, ‘문화개척센터’란 이름의 기묘한 조직을 만들어 전방위 로비를 하는 데 이어 계열사 공조를 통한 순환출자 구조를 완성하는 소설의 줄거리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가 배수진을 치고 폭로한 대기업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작가는 1년 넘게 발로 뛰는 현장 취재를 끝내고 여름 석 달의 불볕더위 동안 꼼짝없이 앉아서 원고지에 볼펜으로 꾹꾹 소설을 써내려갔다. 원고지 1200장에 이르는 소설은 인터넷으로도 연재되어 두 달 만에 누적 조회 수 220만회를 돌파했다. 조정래씨는 지난 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태백산맥’을 쓸 때는 국가보안법에 걸리면 어떡할 것인가란 걱정이 있었는데, 이번엔 전혀 그런 어려움 없이 썼다.”며 “다만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되었나 하는 생각에 우울하고 답답했다.”고 말했다. ‘허수아비춤’이란 소설 제목은 “기업의 만행을 ‘허수아비춤’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상징적인 제목이자 기업인이 특수계층으로서 누리는 만족감이 지속하여선 안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1990년대 들어 사회·역사 의식이 옅어지면서 문학에도 ‘일류’(日流) 바람이 거세졌다. “재미있는 이야기, 연애 이야기를 쓰는 게 아니라 (역사에) 남을 작품을 써서 사회 정화에 이바지하는 것이 작가의 책무”라고 조씨는 강조했다. 감성적인 소설을 써 내는 젊은 작가들에 대해서는 “작가의 의식과 인식에 따라 느낀 만큼 쓰는 것”이라며 “내 눈에는 대하소설 5권, 10권짜리 소재가 수두룩하다. 보는 자의 눈에 따라 좌우된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독자들에 대해서는 무한한 신뢰를 표현했다. “70년대에는 10만부 팔리면 많이 팔린다고 했는데, 지금은 소설이 100만부 넘게 팔리는 시대”라며 “작가들이 독자를 끌어가는 게 아니라 독자들이 (작가를) 선택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읽어야 할 필요가 있는 책은 찾아서 읽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10권이 넘는 대하소설을 집필한 대가의 필력답게 ‘허수아비춤’은 단숨에 책을 읽게끔 하는 힘과 재미가 있다. 그러나 대하소설이 아닌 까닭에 등장인물 숫자가 한정적이다. 그래서인지 인물들의 성격이나 하는 일이 뻔히 예상된다. 작가 스스로 “(등장인물인) 허민 교수의 칼럼으로 소설 주제를 너무 직설적으로 이야기한 것이 흠”이라고 밝힐 정도로 아름다운 문장을 읽어내려가는 데서 느끼는 문학적 재미는 떨어진다. 하지만 ‘돈은 귀신도 부린다.’ ‘돈만 있으면 처녀 불알도 산다.’ 등 작가가 인용한 속담처럼 무소불위의 돈 앞에서 ‘자본주의의 노예’로 살아가는 일반인들에게 ‘허수아비춤’은 전라도 판소리처럼 통쾌함을 안겨준다. 그렇다고 갑자기 영웅이 등장해 모든 모순을 해결하진 않는다. 작가는 “시민의식이 고양되지 않으면 노예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 적어도 시민단체 3~5개에 가입해서 후원하라.”고 독려했다. 우리의 경제 자화상을 잘 닦인 거울로 보듯 파헤친 ‘허수아비춤’은 하루하루 돈의 노예로 살아가는 소시민의 영혼에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일러준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사설] 외교관자녀 학비 무한지원 도대체 말이 되나

    해외 외교관이 자녀들의 교육비로 국민 혈세를 펑펑 쓰고 있다. 자녀 두 명 학비로 1년에 7400만원을 받은 외교관이 있다고 한다. 2008년 근로자 평균 연봉 2511만원과 비교하면 3배 가까운 비용을 나랏돈으로 학비를 냈다니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다른 외교관도 자녀 한 명 교육비로 4144만원을 챙겼단다. 액수도 놀랍지만 유형도 가지가지다. 일본에 주재하면서 ‘대입 준비’ 명목으로 자녀 4명을 중국 학교에 보내 3068만원을 챙겼고, ‘수업과정 차이’를 이유로 인도 주재 외교관은 캐나다에 자녀를 보내 1234만원을 받기도 했다. 근무지에 자녀가 같이 가야만 지급되는 학비가 사실상 외교관 자녀의 해외유학 경비로 지급된 셈이다. 이들이 자녀들을 어쩔 수 없이 국제학교에 보내야 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국내보다 교육비가 몇배 더 드는 만큼 일정수준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수긍할 만하다. 하지만 상한선도 없이 ‘무한지원’하는 것은 문제다. 정부가 중·고생 자녀 한 명당 월 600달러 이상의 학비를 초과할 경우 초과금액의 65%를 지급하도록 한 규정의 허점을 이용해 저렴한 학교를 두고도 비싼 학교만을 찾아 다닌다면 공복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다. 지난해 외교관 자녀학비로 쓴 국고가 156억원이란다. 올해 대폭 삭감된 국내 결식아동 지원 예산 285억원의 54%에 달하는 수치다. 이를 조금만 줄여도 결식아동들에게 따뜻한 밥상을 차려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서민들의 가장 큰 부담 중의 하나가 교육비다. 1년에 120만~150만원 하는 고교 등록금도 못 내는 가정이 숱하고, 대학 등록금 수백만원이 부담스러워 학자금 대출을 받고, 군대에 보내 휴학시키는 일이 다반사다. 이런 현실을 비웃기라도 하듯 외교관들의 ’통큰’ 학비 내역을 보니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것 같다. 여유가 있어 자신의 돈을 쓴다면 몰라도 국고를 쓰면서도 최고급 학교만 찾았다니 빗나간 자식 사랑인지, 빗나간 공직자의 자화상인지 구별조차 어렵다. 이미 외교통상부는 고위직 인사들의 자녀 특채 파문을 계기로 특권의식과 도덕적 해이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새 외교부장관은 내부부터 확실히 개혁해야 할 것이다.
  • 男프로배구 ‘연습생 신화’ 1호 꿈꾼다

    男프로배구 ‘연습생 신화’ 1호 꿈꾼다

    애초에 1, 2라운드는 기대도 안 했다. 기대를 걸었던 3라운드 지명이 시작됐다. 1순위의 KEPCO45가 지명을 포기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2순위 우리캐피탈부터 6순위 삼성화재까지 3라운드 지명 선수의 이름을 차례대로 불렀다. 뽑히지 않았다. 마지막 4라운드. 두 눈을 감았다. 배구와 함께한 14년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제발….’ 1순위 삼성화재는 지명을 포기했다. 현대캐피탈, 대한항공, LIG손해보험, 우리캐피탈도, 그리고 마지막 KEPCO45마저 지명을 포기했다. 모든 기대가 물거품이 됐다. 긴 한숨이 나왔다. ‘그래, 부모님 오시지 말라고 하길 잘했어.’, ‘이제 뭐하고 살까. 군대를 다녀올까. 실업으로 갈 수 있을까.’, ‘배구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등 온갖 생각에 머리가 복잡했다. 각 팀이 수련선수를 부르기 시작했다. 6개 팀이 5명을 뽑은 수련선수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0~2011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는 그렇게 끝나는 것 같았다. 장내는 어수선했고, 모두 자리를 뜨려는 순간이었다. ●‘주전자’로 불리는 수련선수 “이승룡” 별안간 LIG손해보험이 두 번째 수련선수를 불렀다. 각 구단의 지명을 받은 선수들이 모여 있는 자리로 갔다. 꽃다발도 축하도 없었다. 제일 뒤 구석자리로 가서 어정쩡한 자세로 앉아 두리번거렸다. 막차 중의 막차다. 그 흔한 ‘희망’ 한 점 찾기 힘든 그저 막막한 출발. 10여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에게는 2010년 9월28일에 일어난 상황이 생생하다. 홍익대 세터 이승룡(22)은 직업 배구선수로서의 인생을 그렇게 시작했다. 각 라운드 지명 선수들은 최소 3000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고, 1~6년 계약을 맺지만 이승룡 같은 수련선수는 연봉 1800만원에 1년 단기계약이다. 주전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거나 은퇴할 경우 대체 선수로 출전한다. 사실상 경기를 못 뛴다는 얘기다. 박봉에다 가능성 ‘0’의 희미한 희망 한 점을 얹은 1년짜리 계약직인 셈이다. 수련선수들은 주로 주전들의 연습 상대로 뛴다. 주전들 뒤치다꺼리 하다 사라지는 이들을 배구판에서는 ‘주전자’라고 부른다. 주전자 가운데 설움을 딛고 주전을 꿰차 ‘연습생 신화’를 쓴 것은 여자 배구 흥국생명의 전민정(25)이 유일하다. 프로배구에는 2군 경기도 없고, 출전 선수도 6명밖에 안 돼 그만큼 기회가 없다. ●“막막하지만 배구밖에 없어요” 이승룡은 “3라운드 정도 예상했는데, 막막하네요.”라고 말한 뒤 고개를 숙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선배들 응원하러 갔다가 키가 크다는 이유로 배구를 시작했다. 중·고교 시절 갈등도 많았다. 고등학교 때 186㎝였던 키는 더 크지 않았고, 실력도 늘지 않았다. 공격수에서 세터로 전향했다. 고민 끝에 운동만 하는 1부 대학이 아니라 운동과 공부를 함께 하는 2부 대학에 가려 했다. 하지만 등록금 마련도 힘든 형편과 주위 권유로 1부인 홍익대를 선택했다. 잘하는 팀이 아닌지라 한 번도 우승을 못 해 봤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 속에서 배구 인생은 아쉬운 기억밖에 없다. 이승룡은 “그래도 할 줄 아는 게 배구밖에 없잖아요.”라면서도 “한 번이라도 기회가 올지 모르겠네요.”라고 말끝을 흐렸다. ●“한 번이라도 기회가 올지 모르겠네요” 배구단 관계자는 “팀의 주전 세터인 황동일, 하성래가 군대를 가야 하기 때문에 이승룡에게 기회는 있다.”면서 “1년 동안 열심히 해서 실력을 끌어올린다면 주전으로 못 뛸 것도 없다.”고 했다.배구가 아닌 다른 것은 할 줄 모르고, 할 생각도 없는 이승룡은 이내 입을 악물었다. “위로해 주실 필요 없어요.”라며 돌아서는 뒷모습이 마냥 서글프지만은 않았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씨줄날줄]결혼등급제/육철수 논설위원

    지난 6월 스웨덴에서는 동화 같은 결혼식이 있었다. 이 나라 왕위계승 서열 1위인 빅토리아(32) 공주와 평민 출신이자 몸매 가꾸기 강사인 다니엘 베스틀링(36)이 부부의 연을 맺었다. 공주의 아버지 칼 구스타프 국왕은 자신도 평민출신인 실비아 왕비와 결혼했다. 국왕은 그런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공주만은 명문가에서 배필을 구하길 원했다. 그러나 베스틀링과 8년 동안 사랑을 키워온 공주의 뜻을 꺾지는 못했다. 사랑의 힘이 신분을 뛰어넘은, 흔치 않은 세기적 혼인에 스웨덴 국민은 존경과 박수를 보냈다. 그맘때쯤, 인도의 델리에서는 계급(카스트)이 다른 청춘 남녀가 결혼을 고집하다가 무참하게 생명을 잃었다. 요게쉬 쿠마르 자타브(21)란 청년과 아사 사이니(19)라는 처녀. 청년은 고아 출신으로 택시운전사였다. 처녀는 높은 계급 출신이자 사업가의 딸이었다. 이들 남녀는 한동네에서 2년 동안 교제한 뒤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 결혼을 극구 반대하던 처녀의 집안 사람들은 어느 날 청년을 불러들였다. 그들은 청년과 처녀를 묶고 폭행과 고문을 자행해 둘 다 숨지게 했다. 남녀가 서로 사랑해도 신분·계급·사회관습 등에 따라 천당과 지옥 같은 결말이 맺어지곤 한다. 인도의 청년·처녀가 같은 계급끼리 결혼을 선택했더라면 목숨을 잃는 비극만은 면했을 것이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지위·신분·나이·인종·국경도 없는 게 사랑이라지만 그 한계를 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요즘 보건복지부의 결혼사이트를 보면 중매결혼도 연애결혼 못지않게 벽이 많음을 실감하게 한다. 복지부가 해마다 5000만원을 지원해 운영하는 중매사이트 ‘결혼누리’에는 부모의 직업과 재산, 결혼 대상자의 학력과 소득 등을 등급으로 나눠 놓았다. 부모가 고위공무원·교수·의사·대기업 임원이고 재산이 20억원 이상이면 최고등급(A급)이다. 본인의 학력은 의대·한의대·치대는 나와야 대접받고, 서울과 지방대학 출신별로도 등급이 매겨져 있다. 부모가 농사를 짓거나 재산 2억원 이하, 본인학력이 고졸에다 연봉 2700만원 미만이면 최하위 등급(H급)을 면치 못한다. 조건이 비슷한 사람끼리 연결해 주는 게 중매의 특성임을 이해한다. 하지만 정부가 운영하는 공개사이트조차 민간 결혼정보업체 흉내를 내다니 씁쓸하다. 고교 때 등급에 시달리고, 대학 들어가고 나올 때, 취직·결혼할 때, 부모가 되어서도 등급 꼬리표를 달고 다녀야 하는 인생이 참 고달프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까맣게 잊혀진 금통위원 1인

    까맣게 잊혀진 금통위원 1인

    ‘기억 속에 사라진 1인.’ 청와대와 한국은행, 대한상공회의소가 애써 잊고 있는 듯하다. 잊어도 괜찮다면 한국은행법 개정을 통해 1명을 줄여도 좋지 않을까. 국민 세금을 아낄 수 있으니 ‘낙하산 인사’보다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한국은행 국정감사가 다가오면서 ‘공석 1인’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야당이 국감에서 단단히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한 자리가 6개월째 공석이다. 한국은행 설립 이후 60년 동안 한번도 없었던 초유의 사태다. 한국은행법에 따르면 금통위는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한은 총재와 부총재, 기획재정부·한은·금융위원회·대한상의·전국은행연합회의 장이 추천한 5인으로 이뤄진다. 기관 추천인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지난 4월 대한상의가 추천한 박봉흠 전 금통위원이 물러난 뒤 상의는 아직까지 새 금통위원을 추천하지 않고 있다. 대한상의 측은 “금통위원 추천과 관련해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의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추천권에 대한 메커니즘을 모르고 비판하지만 상의도 금통위원 추천과 관련해 운신의 폭이 거의 없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만큼 먼저 나설 수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엔 청와대에 의중을 한번 타진해 봤지만 돌아온 메시지는 ‘기다려 달라.’는 것이었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금통위원을 낙점해온 청와대는 서두르지 않고 있다. 선거와 개각 등으로 새 금통위원에 대한 후보군 정리가 안 된 탓이다. ‘주요 20개국(G20) 서울회의’ 이후 논공행상을 통해 결정될 것이라는 말만 무성하다. 아직 느긋함이 엿보이지만 이성태 전 총재 시절 거의 사문화된 열석 발언권을 활용할 정도로 금통위에 관심이 많았던 것과 사뭇 대비된다. 청와대의 이런 태도에는 의장을 포함한 금통위 6인의 성향과 무관치 않다. 금통위 의장인 김중수 한은 총재마저 ‘장기 공석’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니 청와대가 급하게 여길 이유가 없다. 또 친(親)정부 성향의 인물이 적지 않다 보니 기준금리를 둘러싼 표 대결도 자신한다. 정부 인사 가운데 금통위원만 후순위로 밀린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금통위원이 이런 푸대접을 받을 정도로 위상과 역할이 약하지는 않다. 예우는 차관급으로 전용차(체어맨)와 기사, 전담 비서가 제공된다. 연봉은 세전 기준으로 3억원대이며 한은이 만들어내는 모든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이른바 금융계의 ‘황태자’로 불리는 명예직이다. 전직 장관들도 마다하지 않는 자리다. 또 권한이 큰 만큼 책임도 막중하다. 중대과실로 한은에 손해를 끼친 때에는 금통위원에게 연대 배상책임을 묻는다. ‘6인 금통위’는 지난 6개월간 별다른 사고 없이(?) 통화정책을 수립하고, 기준금리를 결정해 왔다. 1명이 부족하다 보니 아슬아슬한 순간도 있었다. 지난 7월에는 금통위 본회의가 김 총재와 강명헌 금통위원의 출장으로 의결정족수(5명)를 채우지 못해 회의가 연기되기도 했다. 새 금통위원의 임명 지연으로 정부도 다소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금통위원의 임명 방식을 바꾸자는 여론도 적지 않다. 국회엔 금통위원의 기관 추천을 폐지하고, 인사청문회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한은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MLB] 추신수 2년 연속 타율3할 - 20 - 20 달성

    추신수(28·클리블랜드)가 2년 연속 타율 3할-20홈런-20도루를 달성하며 메이저리그 최고 타자로 발돋움했다. 추신수는 4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US셀룰러 필드에서 열린 미 프로야구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 결장했다. 매니 악타 클리블랜드 감독은 “추신수의 기록 유지를 위해 최종전에 내보내지 않겠다.”고 한 전날의 약속을 지켰다. 이로써 추신수의 타율은 정확히 .300이 됐고, 홈런과 도루를 각각 22개씩, 타점은 90개를 거뒀다. 특히 3할-20홈런-20도루는 110년 구단 역사상 최초이며, 빅리그 전체에서도 추신수와 카를로스 곤살레스(콜로라도), 헨리 라미레스(플로리다) 등 단 3명이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은 추신수와 라미레스 둘뿐이다. 2005년 빅리그에 데뷔한 추신수는 개인으로서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시즌 도중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144경기 출전에 그쳤는데도 홈런과 도루, 타점뿐 아니라 출루율(.401)과 4사구(94개)에서도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우익수인 추신수는 타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뽐냈다. 보살(송구로 주자를 아웃시키는 것)을 14차례나 잡아내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클리블랜드는 이날 5-6으로 패해 69승93패로 시즌을 마감했다. 추신수는 10일 귀국해 11월 열리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대비한 훈련에 합류한다. 올 시즌을 끝으로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갖춘 추신수는 금메달을 따서 병역 혜택을 누리게 될 경우 소속팀과 장기계약도 가능하다. 한편 전날 메이저리그 아시아 투수 최다승인 124승 신기록을 세운 박찬호(37·피츠버그)는 플로리다 말린스전에서 벤치를 지켜 올 시즌을 4승3패 평균자책점 4.66으로 마감했다. 올해 통산 1993이닝을 던진 박찬호는 내년 2000이닝 돌파 대기록을 앞두고 있다. 피츠버그는 2-5로 패해 30개 구단 중 최하위인 57승105패로 시즌을 마쳤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심사조작·보복인사 의혹 문화부 기관장 집중포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장들의 자질과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걸 그룹 인권 침해와 선정성, 세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부족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걸 그룹 동영상까지 국감장에 등장했다. 4일 서울 세종로 문화부에서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문화부 국정감사에서는 국립극장 전속단체의 방만한 운영과 근무기강 해이가 집중포화를 받았다. ●진성호 “국립극장 연평균 96일 휴가… 기강 해이”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조희문 영화진흥위원장은 상습적인 심사 조작과 내부 자료 유출 의혹 등으로 사퇴 요구를 받고 있으며, 임연철 국립극장장은 무용단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 후원금을 통한 매출 부풀리기 등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최 의원은 또 국립오페라단 이소영 단장은 무능력한 경영과 전 단장 시절 직원들에 대한 보복 인사, 동생 소속 업체와의 계약을 위한 유령업체 동원 의혹 등에 연루됐다고 주장했다.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도 “국립극장은 한 직원이 최고 128일의 휴가를 가는 등 연평균 휴가일수가 96일에 이르고, 일부 단원은 한 번도 공연에 출연하지 않고 4400여만원의 연봉을 받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의 한선교 의원은 “G20 회의를 앞두고 1급 이상 관광호텔 309개 중 22%인 68개만 한식당을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우려했다. ●안형환 “여성청소년 연예인 노출 60% 강요탓” 역시 같은 당 안형환 의원은 “청소년 연예인 및 연예인 지망생 103명 중 10.2%가 신체 부위 노출을 경험했고 여성 청소년 연예인은 60%가 강요에 의해 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연예기획사들이 청소년들을 선정적인 무대에 세우기까지의 과정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걸 그룹 카라와 f(x)의 소속사 대표들이 각각 병원 입원과 해외 출장 등의 이유로 참석하지 않아 국감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종원 민주당 의원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추진한 방송콘텐츠 제작지원 사업 중 3개 미니시리즈 지원사업을 살펴본 결과 총 15억원의 지원금 중 6억원이 주연급 등의 출연료로 책정됐다.”며 “이는 컴퓨터그래픽(CG) 등 프로그램 인프라 지원에 쓰여야 할 국가지원금이 스타들의 몸값에 사용된 꼴”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최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면서 “제가 장관 오래 안 합니다.”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서갑원 민주당 의원이 “임면권자인 대통령이 관련한 얘기를 한마디도 안 했는데 어떻게 스스로 임기를 규정할 수 있느냐.”며 강하게 항의했고, 유 장관이 “평생 장관할 게 아니라는 뜻”이라고 해명하면서 일단락됐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객원칼럼] 셀레브리티 오블리주/김동률 KDI 연구위원

    [객원칼럼] 셀레브리티 오블리주/김동률 KDI 연구위원

    조지프 콘래드의 ‘어둠의 심장’(1899)이라는 장편 소설이 있다. 작가의 콩고 체류 경험을 바탕으로, 식민지 생활의 처절함을 그린 이 소설은 뒷날 영화로 만들어져 유명해졌다. 말런 브랜도가 커츠 대령으로 열연한 ‘지옥의 묵시록’이 바로 그 작품이다. 바그너의 ‘발퀴레의 기행’을 배경음악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전쟁의 공포를 극명하게 나타낸다. 나는 말런 브랜도를 좋아한다. 특히 그가 전성기에 주연한 영화 ‘대부’는 ‘지옥의 묵시록’과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다. 고백하건대 나는 ‘대부’를 통해 가정, 사랑, 인생, 그리고 남자만의 그 무엇을 배웠다. 그래서 아들이 성년이 되면 가장 먼저 같이 ‘대부’를 보고 싶다. 그런 나를 보고 아내가 폭력 영화를 좋아하는 심각한 사람쯤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는 뉴욕 타임스가 뽑은 전후 최고의 명작으로 해마다 꼽히고 있는, 수준 높은 작품이다. 그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만 8차례 올랐고, 2차례 거머쥐었다. 1954년 ‘워터 프런트’로 수상했지만, 72년 ‘대부’ 때는 거부했다. 그는 미국 정부의 인디언에 대한 차별대우에 항의의 표시로 거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말런 브랜도는 영화를 제외한 생의 대부분을 소수인종을 위한 인권 운동으로 보냈다. 수전 서랜던이란 배우가 있다. 우리에게는 ‘로키 호러 픽처 쇼’, ‘델마와 루이스’, ‘데드 맨 워킹’ 등으로 유명하다. 뉴욕, 워싱턴에서 인권 관련 시위가 벌어질 때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인사가 바로 수전 서랜던이다. 이라크 참전 반대 시위행위와 니카라과 여성 및 어린이의 권리, 미국 내 소수인종의 인권과 관련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뛰어 다녔다. 뉴욕 타임스 1면에 그녀가 수갑을 찬 채 경찰에 끌려가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후보로 4차례나 지명되었고 결국 ‘데드 맨 워킹’의 수녀 역으로 수상했다.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그녀의 인간애적인 소신이 뚜렷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행동가로서 수전 서랜던은 뜨거운지 알면서도 불 속에 뛰어드는 이상주의자의 모습이다. 그녀는 수많은 민권운동에 나서며 셀레브리티(유명인사)로서의 명성을 사회변혁 운동에 이용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무료식당이나 노숙자 보호센터에 나타나 앞치마를 두를 때는 늘 카메라가 없을 경우였다. 뚜렷한 행동주의자의 면모를 보였다. 스크럼을 짜고 앞서다 경찰에 구타를 당하기도 했지만 인권운동이야말로 자신의 소명임을 그는 잊지 않았다. 유명 연예인의 사회 참여는 대부분 낭만적이거나 아니면 희극적으로 일반인들에게 비춰진다. 더러는 진정성조차 의심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네들의 유명세는 그네들이 속한 사회를 기반으로 생성된 것으로, 그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책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다. 굳이 노블레스 오블리주까지는 가지 않더라고 최소한 셀레브리티 오블리주(유명인사의 사회책임) 정도는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신정환의 도박사태와 MC 몽의 생니 발치사건을 보면서 느끼는 전체 국민들의 마음은 어떨까? 한 달 출연료가 일반 직장인들의 수년 연봉을 훌쩍 넘어가는 그들이 보여주는 온갖 추한 행태는 한국 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었다. “배우는 너무도 하찮은 존재다. 나는 배우라는 직업에 회의를 느낀다. 배우는 아무나 하는 거다. 그러나 마르크스, 간디, 헤밍웨이, 이런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 2004년 여든으로 세상을 떠난 말런 브랜도가 남긴 말이다. 그는 장례식을 치르지 말 것을 유언했고 실제로 장례식 없는 조용한 죽음을 맞았다. 그러나 그로 인해 나는 배우가 오히려 하찮은 존재가 아님을 알았다. 수전 서랜던과 말런 브랜도 등 하찮지 않은(?) 연예인들이 많은 나라는 행복하다. 유명해질수록 그에 비례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하찮지 않은 연예인이 많을수록 한국사회는 보다 건강해질 것이다.
  • [新 차이나 리포트] 일자리 창출 등 효과 정부도 급락 안 원해

    [新 차이나 리포트] 일자리 창출 등 효과 정부도 급락 안 원해

    “개혁·개방 정책을 실시한 이후 중국에서 부동산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집값 폭락이 일어날 경우 경제적인 혼란은 물론 각종 사회 모순들이 한꺼번에 드러나게 됩니다.” 창용창(强永昌) 푸단(復旦)대 교수(경제학)는 “중국 건설산업은 그동안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고 저소득층의 일자리 창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앙정부에서도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국인에게 부동산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부모가 하나밖에 없는 자식에 목을 매는 하이누(孩奴·자식의 노예라는 의미)를 빗대 팡누(房奴), 즉 집의 노예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중국인들의 부동산에 대한 집착은 대단하다. 전통적으로 ‘자기집 마련’에 대한 애착과 부의 증식 수단으로서 부동산 가치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것이다. →치솟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현재 베이징의 중형 아파트 가격은 평균 150만위안(약 2억 6000만원) 안팎인데 이는 베이징 근로자들의 평균 연봉 4만위안의 37.5년치에 해당한다. 평생 벌어도 집 한 칸 장만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커지고 있어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투기 대책을 내놓는 것이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기보다는 서서히 하향안정 되기를 바라고 있다. 따라서 일본처럼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향후 전망은. -3주택 매입용 은행 대출 금지와 은행 모기지 인상, 부동산 개발업체의 자금 조달 제한 등이 주요 골자다. 현재까지 나온 대책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은 사실이다. 현재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의 폭등세는 잡혔지만 투기세력들은 대도시에서 2선 도시, 즉 난징(南京)이나 수저우(蘇州)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방정부들의 경쟁적인 부동산 투자 유치 전략과 투기세력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경제 성장과 함께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 전역에 부유층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호화 주택이나 스포츠 센터 등 레저용 부동산 개발은 지속적으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언제까지 불모지에서 꽃 피울 것인가

    자랑스러운 태극소녀들이 우승컵을 높이 들었고, 우리는 미안해졌다. 그동안 관심을 써주지 못한 것이 안쓰러웠고, 1등을 차지한 것이 대견했다. 여자축구 선수 1450명. 그 중 이들 또래가 345명이라는 것에 깜짝 놀랐다. 345명 중 뽑힌 21명이 일군 성과라며 ‘기적’이라고 했다. 그러곤 “저변을 넓히자. 여자축구 클럽을 활성화시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데자뷔였다. 두 달 전 여자축구 U-20대표팀이 3위를 차지했을 때도 그랬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김연아(피겨)가 금메달을 땄을 때도 우린 놀랐다. 박태환(수영)과 장미란(역도) 때도 그랬다. 저변이라고 할 것조차 없어 차라리 ‘천재’라고 불렀다. 과연 한국 스포츠에서 저변을 갖췄다고 자신 있게 말할 종목이 있을까. 없다. 4년마다 전국을 붉게 물들이는 남자축구조차 선수는 2만 2878명에 불과하다. 올림픽 금메달만 14개를 따낸 양궁(리커브)의 등록선수는 1570명. 2월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일궈낸 빙상종목도 선수층이 얇긴 매한가지다. 쇼트트랙은 444명(여 150명), 스피드는 449명(여 140명), 피겨는 258명(남 31명)이 전부다. 실업선수까지 총망라한 인원이다. 저변이 없었지만 양궁은, 쇼트트랙은 정말 잘해왔다. 그래서 우리는 한 번도 ‘불모지’라 생각한 적이 없다. 그래서 새삼 ‘저변을 넓히자.’고 하는 모습이 기이하다. 독일은 여자축구 등록선수가 105만명이다. 다시 생각해 보자. 한국의 등록선수는 유럽·미국·일본의 등록선수와 다르다. 외국은 교사가, 의사가, 영업사원이 선수를 한다. 한국의 등록선수는 그 운동에 인생을 건, 부상이라도 당하면 당장 미래가 막막한 직업선수다. 초·중·고·대학교 내내 운동만 하고, 실업팀에 입단해 연봉을 받는 운동선수란 말이다. 이름하여 ‘엘리트 스포츠’. 태릉선수촌에서 매일 새벽 체조를 하며 겨우 눈을 뜨는 그 악착같음이 국제대회 호성적으로 이어졌다. 국가대표 훈련수당은 하루 3만원. 그마저도 종목마다 정해진 훈련일수(6~8개월)가 지나면 끊긴다. 선수들은 ‘광저우아시안게임 D-44’를 보며 밥을 먹고 땀을 흘리고 잠을 잔다. 태극마크를 달았으면 그래도 훌륭하다. 그렇지 못한 선수들도 음지에서 땀 흘리고 있다. 해온 것이, 할 줄 아는 것이 운동밖에 없기에 운동을 하는 선수도 많다. 이래서 저변확대는 중요하다. 학생선수(학업과 운동을 병행)와 클럽활성화는 현실감이 떨어진다. 하지만 선진적이다. 두꺼운 선수층에서 선수를 발굴하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면 국제경쟁력은 더 높아진다. 물론 어려운 얘기다. 그러나 지향점으로 삼아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현재 한국에서 불모지가 아닌 종목은 없다. 기적은 많이 일어났다. 이제 그만하자. 불모지를 비옥한 땅으로 만들려면 차근차근 준비가 필요하다. 운동을 하고 싶어서 전학 다니는 일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는 없지 않은가.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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