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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호동 ‘3억 겸직’ 농민신문 회장 사임

    강호동 ‘3억 겸직’ 농민신문 회장 사임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겸직해 온 ‘연봉 3억원’ 자리인 농민신문사 회장직과 농협재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13일 밝혔다. 해외 출장 과정에서 숙박비 상한을 넘겨 사용한 4000만원도 개인 비용으로 반환하기로 했다. 강 회장은 이날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농림축산식품부 특별감사 중간 결과 발표와 함께 대국민 사과에 나서며, 조직 전반에 대한 쇄신과 제도 개선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농협중앙회장이 공식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2011년 전산장애로 금융거래가 전면 중단된 이후 15년 만이다. 이번 조치는 특별감사에서 중앙회장의 과도한 혜택과 방만한 출장비 집행, 내부 통제 미흡 등이 지적된 데 따른 것이다. 강 회장은 사과문에서 “국민과 농업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번 사안을 단순한 위기 수습이 아닌 농협의 역할과 존재 이유를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쇄신과 뼈를 깎는 혁신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농협중앙회는 중앙회장의 권한과 역할을 명확히 하고 인적 쇄신에 착수하기로 했다. 특별감사에서는 중앙회장이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임하며 연간 3억원이 넘는 보수와 수억원의 퇴직금을 추가로 받는 구조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강 회장은 관례적으로 맡아온 겸직에서 물러나며, 인사와 경영 전반은 박서홍 농업경제대표이사, 안병우 축산경제대표이사 등 사업 대표들에게 넘긴다. 지준섭 농협중앙회 부회장과 여영현 상호금융대표이사, 김정식 농민신문 사장 등 주요 임원들은 사임 의사를 밝혔다. 강 회장은 또 5차례 해외 출장에서 5성급 스위트룸 숙박 등으로 발생한 숙박비 초과 지출 4000만원을 전액 사비로 반환하기로 했다. 농협은 이를 계기로 하루 250달러로 제한된 해외 숙박비 규정을 물가 수준을 반영해 손질할 계획이다. 아울러 농협은 중앙회장 선출 방식과 지배구조, 임원 선거 제도 등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 중심의 농협개혁위원회를 구성한다. 농식품부가 운영하는 개혁추진단과 협력해 개혁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한편 농식품부는 이번 특별감사에서 비위 의혹과 조직 운영 문제 등 총 65건의 지적 사항을 확인하고, 일부 사안은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 새해부터 꼬인 SSG “능력 좋다” 믿었던 외인 ‘이상 소견’에 “교체 검토”

    새해부터 꼬인 SSG “능력 좋다” 믿었던 외인 ‘이상 소견’에 “교체 검토”

    SSG 랜더스가 새해부터 외국인 선수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SSG는 긴급히 후속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SSG는 13일 새 시즌 외국인 선수로 영입한 드류 버하겐의 교체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버하겐은 메이저리그(MLB)로 떠난 드류 앤더슨(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대신해 SSG가 지난달 6일 영입을 발표한 선수다. 버하겐은 디트로이트에서 데뷔해 2019년까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하다 2020년 니혼햄으로 이적해 2021년까지 1군 38경기에서 13승 17패 평균자책점 3.51의 성적을 남겼다. 일본 시절 성적을 발판삼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해 2022년과 2023년 미국에서 뛰었고 2024년 다시 니혼햄에 복귀해 지난해까지 일본에서 활약했다. SSG는 버하겐과 총액 90만 달러(계약금 5만 달러, 연봉 75만 달러, 옵션 10만 달러)에 계약했다. 계약 당시 “큰 신장을 이용해 힘 있는 직구와 완성도 높은 변화구를 구사하는 공격적인 성향의 투수”라며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스위퍼 등 다양한 변화구를 쓰며 장타 억제 능력이 좋다”고 소개했다. 버하겐은 그러나 메디컬 테스트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SSG 측은 “메디컬 테스트 과정에서 이슈가 발생한 건 맞다”면서 “아직 최종 결정된 건 없지만 외국인 투수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와는 접촉한 상태다. 시간이 촉박하지만 SSG는 스프링캠프 출발 전에 새 외국인 투수의 영입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SSG는 23일 오전 비행기를 통해 1차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미국 플로리다로 출국한다.
  • “터질 게 터졌다” 라건아 품었다가 벌금 3000만원 ‘날벼락’…가스공사 역대급 징계

    “터질 게 터졌다” 라건아 품었다가 벌금 3000만원 ‘날벼락’…가스공사 역대급 징계

    한국농구연맹(KBL)이 라건아의 세금 문제로 물의를 빚은 대구 한국가스공사 구단에 3000만원의 제재금 징계를 내렸다. KBL 역대 최고 수준의 징계다. KBL은 13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제31기 제8차 재정위원회를 열어 가스공사 구단에 ‘이사회 결의사항 불이행’을 이유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KBL은 “향후 리그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며 구단이 혼란을 가중한 점 등도 심각하게 고려해 전반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징계는 라건아가 부산 KCC 소속이던 2024년 1~6월까지 발생한 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 약 3억9800만원과 관련돼 있다. KBL 구단들은 수준급 선수의 영입을 위해 외국인 선수의 세금을 대신 내는데 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다. KBL은 2024년 5월 이사회를 열어 특별 귀화 선수였던 라건아의 향후 신분을 외국인 선수로 정하고 그해 상반기 라건아가 얻은 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를 최종 영입 구단이 부담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세금 납부 주체는 가스공사가 된다. 그러나 라건아는 가스공사에 입단하면서 세금을 직접 납부한 뒤 자신에게 연봉을 지급한 KCC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며 법원에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송사에 휘말린 KCC는 “KBL 이사회 합의대로 한국가스공사가 라건아의 세금을 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재정위원회 회부를 요구했다. 라건아 측은 선수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KBL이 이사회 결의로 선수-구단 간 계약 사항을 변경한 것은 부당하다고 거듭 반박하는 상황이다. 라건아는 뛰고 싶었고, 가스공사는 라건아가 낸다고 했고, KCC는 이사회 의결에 따라 가스공사가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KBL은 결격 사유가 없으니 등록을 해준 것인데 서로의 입장이 맞물리면서 복잡한 상황이 연출됐다. 재정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회의에 들어가 오후 4시 이후까지 장고 끝에 제재금 징계를 결정했다. 재정위에 참석한 박철효 가스공사 부단장은 “라건아 건과 관련된 소송이 지금 진행 중인 만큼 재정위원회도 소송 결과를 본 다음에 이 건을 다루는 게 맞는다는 것이 구단의 입장이며 이를 재정위에도 설명했다”고 말했다. 다만 박 부단장은 “KBL 회원 구단으로서 제 규정이나 절차를 따라야 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가스공사 구단은 이번 결정에 대해 15일 안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 고개숙인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고개숙인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농협 임직원들이 13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8일 발표한 농협중앙회에 대한 특별감사 중간 결과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날 강 회장은 겸직하던 농민신문사 회장직과 농협재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사과문에서 “국민과 농업인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안을 단순한 위기 수습이 아닌 농협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바로 세우는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농식품부는 특별감사 중간 발표에서 강 회장이 해외 출장 때마다 5성급 호텔 스위트룸을 쓰며 숙박비 상한을 초과해 사용했고 농민신문 회장직을 겸하면서 연봉 3억여 원을 따로 받았다고 밝혔다.
  • ‘연봉’ 5700만원 공개한 충주맨… “내 자식도 공무원 시킬 것”

    ‘연봉’ 5700만원 공개한 충주맨… “내 자식도 공무원 시킬 것”

    ‘충주맨’ 김선태 충주시청 주무관이 연봉을 공개하면서 공무원 지원을 독려했다. 지난 11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미미미누’에 출연한 김 주무관은 공무원의 장점을 설명하며 “제 자식도 공무원을 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영상에서 김 주무관은 성적에 맞춰 수도권 대학에 진학한 이후의 경험을 전했다. 그는 “경영학과라 제가 가장 싫어하는 팀 프로젝트를 하고, 저는 문과인데 미분과 적분을 원어로 배웠다. 결국 자퇴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퇴 후엔 사법고시를 준비했는데 6수했다”며 “부모님과 ‘서른 전에 취업하겠다. 고시 지원을 해달라’고 약속했고, 그래서 9급 공무원 시험을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 번째 공무원 시험에서 합격했다. 현재 공무원 경쟁률이 떨어진 부분에 대해 김 주무관은 “지금이 저점 매수 적기”라며 “전 아이들에게도 공무원을 추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주무관은 “이런 말씀 죄송하긴 하지만 본인이 수능으로 승부 보기 어렵다, 애매하다, 꿈도 별로 없고 그냥 안정적이고 싶다, 이런 분들은 일찍 오라”며 “지금 가성비가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경쟁률이 높아 합격 점수 ‘컷’이 높을 땐 가성비가 안 좋았다”고 밝혔다. 그는 “제 아이들 성적이 솔직히 애매하다면, 전 중학교 때부터 조기 공무원 교육을 할 것”이라며 “저처럼 서른에 들어오면 추한 꼴만 당한다. 7급을 서른 살에 가는 것보다 9급을 20세, 21세에 가는 것이 좋다”고 추천했다. 그러면서 공무원 시험에 대해 “외우기만 하면 된다. 수능이랑 다르다. 사고력이 필요 없다. 그래야 효율적으로 합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그라운드 밖에서도 성공하는 비즈니스 클럽 레알 마드리드

    그라운드 밖에서도 성공하는 비즈니스 클럽 레알 마드리드

    건축계 아우르는 상징적 스타디움 엔터·관광 넘어 테크 기업 대전환 세계적인 예술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국립미술관에서 5㎞ 정도 떨어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들의 황홀한 경기가 예술처럼 펼쳐지는 레알 마드리드의 성지다. ‘레알 마드리드 레볼루션’은 레알 마드리드가 축구 클럽을 넘어, 어떻게 세계 최고 비즈니스 제국이 됐는지 해부한 책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오일 머니를 앞세운 구단주도, 주식 발행도 할 수 없는 ‘소시오’라는 회원 소유 축구 클럽이다. 거대 자본의 격전지인 유럽 축구계에서 회원 소유 클럽 모델을 고수하며 살아남은 비결을 분석한다. 그 중심에 클럽 회장이자 세계적인 건설사인 ACS그룹을 이끄는 플로렌티노 페레스의 경영 철학이 놓인다. 2000년 회장 자리에 오른 페레스는 레알 마드리드의 부활을 끌어낸 인물이다. 팀의 천문학적인 부채를 탕감했으며 브랜드 파워를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리고 그에 걸맞은 성적을 냈다는 평을 받는다. 업적의 중심에 경기장 개보수가 있다. 그는 베르나베우를 스포츠계는 물론 건축계를 아우르는 상징물로 만들었다. 그라운드 잔디는 경기가 끝나면 상자에 나눠 담겨 바닥 아래 공간으로 옮겨진다. 경기장은 365일 운영되며 기업, 엔터테인먼트, 관광을 위한 비즈니스의 장이 된다. 베르나베우를 중심으로 레알 마드리드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빠르게 변모했으며 스마트폰과 짧은 영상 콘텐츠에 익숙한 세대를 위해 ‘미디어·테크 기업’으로 대전환을 선언했다. 엄정한 조직문화의 원칙도 눈길을 끈다. 2018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를 떠난다고 알려졌을 때 많은 축구 팬들과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저자는 호날두 방출조차 불사한 엄격한 조직문화와 재정 시스템이 성공 비결이라고 말한다. 클럽의 연봉 정책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 라커룸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저자는 레알 마드리드의 비즈니스 모델부터 수익 구조, 경영과 조직 관리의 원칙, 서포터즈 커뮤니티 관리, 자본 조달 방식 등을 조명하지만, 모든 것의 중심에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열정과 가치를 꼽는다. 열정과 가치가 “레알 마드리드의 문화 그리고 지속 가능한 경제-스포츠 모델의 시발점이자 종착점”이기 때문이다.
  • 경제는 언제 살리나… 바람 잘 날 없는 재경부·기획처

    경제는 언제 살리나… 바람 잘 날 없는 재경부·기획처

    재경부, 예산권 없어 위상 약화 실감핵심 인력 잇따라 사표 던지자 ‘충격’기획처, 이혜훈 후보자 의혹에 ‘술렁’승진 적체마저 해소 안 돼 사기 저하 18년 만에 분리 출범한 경제 컨트롤타워가 시작부터 ‘위상 추락’과 ‘장관 리스크’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재정경제부는 예산 편성권 없이 정책을 조정해야 하고, 기획예산처는 수장 공백 속에서 존재감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때 ‘공룡 부처’(기획재정부)에서 한솥밥을 먹던 두 조직이 동시에 시험대에 오르자 관가에선 “경제는 언제 살리느냐”는 자조가 나온다. 8일 관가에 따르면 재경부 K조세총괄과장은 최근 민간으로 이직하기 위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K과장은 2022년과 지난해 직원들이 뽑은 ‘닮고 싶은 상사’로 두 차례 선정될 만큼 조직 내에선 에이스로 불려왔다. 지난달 수능 만점자 출신 사무관이 돌연 사표를 던진 데 이어 핵심 인력 이탈 소식이 이어지면서 내부 동요가 커지고 있다. 한 재경부 공무원은 “연봉이 높지 않은 데다 세종과 서울을 오가는 불편까지 감수할 만큼 남아 있을 이유가 많지 않다”면서 “조직 개편으로 뒤숭숭한 상황에 힘 빠지는 소식까지 겹쳐 씁쓸하다”고 말했다. 경제 사령탑 분리와 통합은 역대 정권에서 반복돼왔다. 1948년 기획처와 재무부로 출발해 1994년 재정경제원으로 통합됐고, 1998년 재경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가 2008년 10년 만에 다시 기재부로 통합되며 예산을 되찾았다. 그러다 이재명 대통령이 “기재부가 부처의 왕 노릇을 한다”며 예산 편성 기능 분리를 공약하면서 18년 만에 다시 쪼개졌다. 예산권 분리의 여파는 현장에서 곧바로 체감되고 있다. 한 재경부 공무원은 “예산실이 있을 때는 정책 협조가 훨씬 수월했는데, 지금은 전화할 때부터 분위기가 다르다”며 “정책 조정력이 약해졌다는 걸 실감한다”고 했다. 다른 공무원도 “과장급 이하 실무자들은 타 부처와 소통할 일이 많은데, 기재부에 대한 자부심이 컸던 만큼 상실감도 크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를 개선하고자 재경부는 이날 실무 직원들의 적극적인 업무 태도를 장려하기 위한 ‘소소하지만 확실한 적극행정’(소확행) 제도 운영에 나섰다. 소확행 1호 대상자로 ‘환급형 세액공제’를 글로벌 최저한세 적용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최초로 제안한 신국제조세규범과 김정아·유선정 사무관이 선정됐다. 기획처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지난달 28일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혜훈 전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지며 조직이 술렁이고 있다. 후보자가 낙마라도 하면 새로운 인선과 인사청문회를 거치며 상반기 내내 수장 공백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 기획처 공무원은 “출범 직후 리더십 공백을 겪으면 업무 추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갑질·폭언 논란이 불거진 후보자의 임명을 마냥 기대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한 기획처 공무원은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며 “이 정도로 자기관리가 안 된 인물이 오면 조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다른 공무원도 “공직사회가 수직적이긴 하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있다”고 귀띔했다. 조직이 분리되고도 고질적인 승진 적체가 해소되지 않은 점 역시 사기 저하 요인으로 꼽힌다. 재경부는 이번 개편으로 혁신성장실·국고실과 함께 부동산과·외환분석과·조세추계과 등이 신설되며 국·과장급 자리가 늘었다. 하지만 허리급인 부이사관 승진 여력은 여전히 제한적이고, 고위공무원단(1·2급) 정원 초과로 하위 직급의 승진 통로도 막혀있다. 애초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 정책’을 재경부로 흡수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데 따른 여진도 남아 있다. 재경부 공무원은 “금융위원회로 분리되기 전에는 퇴직 후 진로가 다양했는데 지금은 젊은 사무관 중에 로스쿨에 합격한 것도 아닌데 그냥 그만두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물론 조직 분리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인식하는 공무원도 있다. 한 재경부 공무원은 “예산 기능이 있으면 결국 재정을 투입해 현상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설계되기 쉽다”면서 “이제는 구조개혁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 됐다. 오히려 정책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 강호동 농협회장, 하루 200만원 스위트룸 숙박

    강호동 농협회장, 하루 200만원 스위트룸 숙박

    선거 과정에서 뇌물 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해외 출장에서 하룻밤 숙박비가 200만원이 넘는 5성급 호텔 스위트룸에서 묵고 3억원의 추가 연봉을 받아 챙기며 농민 돈을 펑펑 쓴 사실이 적발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8일 발표한 ‘농협중앙회·농협재단 특별감사 중간 결과’에 따르면 강 회장은 5차례의 해외 출장에서 모두 숙박비 상한 규정을 어기고 4000만원을 초과 지출했다. 1박당 상한선인 250달러(약 36만원)를 최대 186만원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식품부는 “숙박비 상한 초과 금액은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도한 보수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강 회장은 비상근직인 농협중앙회장으로 약 3억 9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동시에 상근직인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임하며 연간 3억원이 넘는 급여를 따로 받고 있다. 농민신문사에서 퇴직하면 수억 원대 퇴직금을 더 받는다. 강 회장은 농식품부의 대면 문답 요청을 거절했다. 농협중앙회 측은 ‘스위트룸 숙박’과 관련해 “일정보고를 위해 거실이 딸린 객실을 구했고, 뉴욕은 고물가 영향으로 숙박비가 비쌌지만 이외 국가들은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농협중앙회가 활동 내용을 확인하지도 않고 임직원과 조합장 등 간부에게 특별활동 수당과 선물을 지급하고, 성추행과 업무상 배임 의혹이 있는 직원을 징계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됐다. 농식품부는 농협중앙회가 임직원의 형사 사건에 변호사비 3억 2000만원을 지급한 의혹과 농협재단 임직원의 배임(공급 부적절 사용) 의혹 두 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 하룻밤 222만원 5성급 스위트룸… 공금 펑펑 쓴 농협회장

    하룻밤 222만원 5성급 스위트룸… 공금 펑펑 쓴 농협회장

    선거 과정에서 뇌물 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해외 출장에서 하룻밤 숙박비가 200만원이 넘는 5성급 호텔 스위트룸에서 묵고 3억원의 추가 연봉을 받아 챙기며 농민 돈을 펑펑 쓴 사실이 적발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8일 발표한 ‘농협중앙회·농협재단 특별감사 중간 결과’에 따르면 강 회장은 5차례의 해외 출장에서 모두 숙박비 상한 규정을 어기고 4000만원을 초과 지출했다. 1박당 상한선인 250달러(약 36만원)를 최대 186만원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식품부는 “숙박비 상한 초과 금액은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도한 보수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강 회장은 비상근직인 농협중앙회장으로 약 3억 9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동시에 상근직인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임하며 연간 3억원이 넘는 급여를 따로 받고 있다. 농민신문사에서 퇴직하면 수억 원대 퇴직금을 더 받는다. 강 회장은 농식품부의 대면 문답 요청을 거절했다. 농협중앙회 측은 ‘스위트룸 숙박’과 관련해 “일정보고를 위해 거실이 딸린 객실을 구했고, 뉴욕은 고물가 영향으로 숙박비가 비쌌지만 이외 국가들은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농협중앙회가 활동 내용을 확인하지도 않고 임직원과 조합장 등 간부에게 특별활동 수당과 선물을 지급하고, 성추행과 업무상 배임 의혹이 있는 직원을 징계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됐다. 농식품부는 농협중앙회가 임직원의 형사 사건에 변호사비 3억 2000만원을 지급한 의혹과 농협재단 임직원의 배임(공급 부적절 사용) 의혹 두 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 [마감 후] 과학 인재, 돈이 다가 아닌 이유

    [마감 후] 과학 인재, 돈이 다가 아닌 이유

    2000년대 초반 개교한 경기도의 A직업계고는 주변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민원을 자주 받았다. “학생들이 불량하고 면학 분위기가 없어 집값이 떨어지니 학교를 옮기라”는 내용이었다. 20여년이 지난 요즘 A고에 대한 여론은 뒤집혔다. 반도체 등 4차 산업에 특화된 교육과정을 도입하고 교육의 질을 높이면서 학생들이 전공 탐색에 몰두하는 학교가 됐다. 취업률이 오르고 대내외 수상 실적도 쌓이면서 예전 같은 민원은 말끔히 사라졌다. 교육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만든 변화다. 하지만 A고에는 아직 무너지지 않은 심리적 장벽이 있다.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중학생 학부모들의 생각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고 이공계에 진학한 학생들도 편견을 마주한다. “수능 만점인데 왜 의대 안 가고 공대에 가냐”는 잔소리다. 2026학년도 대학 수시모집에서 의대에 합격한 학생이 국어 교사가 되겠다며 사범대를 선택한 사례도 화제가 됐다. 이들은 계속 비슷한 얘기를 들을 수 있다. 한국에서 의사가 가진 건 높은 소득과 사회적 위상, 즉 강력한 상징자본이기 때문이다. 최근 과학 인재 유출을 취재하며 만난 이공계 관계자들은 “의대보다 공대 졸업생 연봉을 더 주고 연구비 지원을 많이 하면 인재가 온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데 처우 개선 말고도 공통으로 강조한 것이 있다. 바로 사회적 인식의 변화다.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에서 전문성을 쌓아 억대 연봉을 받고, 창업으로 신기술을 개발할 수 있어도 과학자가 매력적인 직업으로 인식되지 않으면 과학 강국은 없다는 얘기였다. 반면 미국과 중국에서는 과학자를 영웅으로 여기는 문화가 깊다고 한다. 중국은 과학이 발전해야 국가가 발전한다는 과학흥국 의식을 초등학교 때부터 가르친다. 미국에선 과학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브레이크스루상’ 시상식을 열고 과학자들을 스타로 대접한다. 학계에 뿌리 깊은 한국 특유의 위계 문화도 개혁 대상이다. 같은 랩 안에서도 선후배 관계가 우선시되고, 진로와 취업 등 모든 권력은 교수에게 집중되어 있다. 경직된 문화는 대학원생들을 연구실에서 몰아낸다. 해외 체류 중인 연구자들은 “인프라나 네트워크도 중요하지만 연구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수평적인 분위기는 창의적인 연구에 꼭 필요하다”고 전한다. 대학 졸업장이 필수라는 인식도 넘어야 할 고정관념이다. 대학에 가든 가지 않든, 언제 대학에 가든 다양한 경로를 인정해야 한다. 올해 마이스터고를 졸업한 한 학생은 “실무 경험을 쌓고 깊이 있는 공부가 필요할 때 대학에 가려 한다.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런 학생을 편견 없이 보는 시선이 우리에겐 아직 부족하다. 인공지능(AI) 발전에서 보듯 과학기술은 인간의 삶과 문화를 통째로 바꾼다. 하지만 역방향의 힘도 있다. 과학기술의 방향, 자원 배분, 보상의 틀을 만드는 건 문화다. 이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김지예 산업부 기자
  • “연봉도 정년도 모두 맞춰 줄게… K브레인 웰컴” [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연봉도 정년도 모두 맞춰 줄게… K브레인 웰컴” [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中 영입 표적 된 K과학자… ‘연봉 4억원+α’ DM 쏟아진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인재들이 주요 선진국의 영입 표적이 되면서 인력 유출과 연구 공백에 대한 우려가 크다.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AI) 등 전략 과학기술 수준은 높고, 인재가 성장할 커리어 패스가 빈약한 데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 낮은 처우, 연구 자율성 침해 등이 겹치면서 인재 영입 시장이 된 셈이다. 서울신문이 6일 ‘2025 한국과학상·한국공학상·젊은과학자상’ 수상자 등 과학기술계 우수 인재 10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8명이 해외에서 최근까지 직간접적으로 집요하고 치밀한 영입 제안을 받았다. 지난달 젊은과학자상을 받은 정예환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해외 기관에서 온 영입) 이메일에 반응을 보이지 않자 (구인구직 서비스를 제공하는) 링크드인을 통해 다이렉트메시지(DM)까지 보내더라”며 “교수의 역량이 드러나는 지표인 국제 학술지 논문과 인용 지수까지 일일이 확인하고 연락을 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학기술계 전반에는 이미 위기감이 짙다. 한국공학상을 수상한 한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교수는 “이틀에 한 번꼴로 해외 연구기관 등에서 파격적인 연봉을 조건으로 내건 ‘영입 제안’ 이메일을 받는다”며 “진지하게 이직을 고민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 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김국태 카이스트 선임연구원은 “지난달에도 한 교수가 영입 제안 메일을 받아서 연구보안팀에 문의했다”고 전했다. 한 공과대학 교수도 “동료 교수들끼리 모이면 해외에서 영입 제안이 온 경험을 공유하는 일이 많다”고 했다. 이들은 해외 연구기관들이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의 사정을 명확히 파악해 약점을 파고든다고 설명했다. 신진 과학자에게는 파격적인 금전 보상을, 중견 연구자에게는 자율성과 안정된 연구 환경을, 은퇴를 앞뒀거나 은퇴한 연구자에게는 사실상의 정년 연장을 내거는 ‘맞춤형 영입 제안’을 한다는 것이다. 접근 방식도 다양하다. 중국의 경우 파견 프로그램이나 국제 콘퍼런스, 경연대회 형식을 빌린 ‘우회적인 접근’이 늘고 있다. 또 주로 전기·전자, 기계공학 분야를 전공한 연구자가 주요 영입 대상이지만 산업디자인 분야까지 접근 범위가 확대됐다는 얘기도 있었다. 신미경 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는 “최근 젊은 교수들에게는 기관 이동을 직접 요구하기보다는 공동 연구를 제안하며 연구비 지원을 내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중국 칭화대에 재직했던 이우근 성균관대 교수는 “중국(정부)의 인재 유치 프로그램은 한국에 잘 알려진 천인계획뿐 아니라 만인계획, 치밍계획, 횃불계획 등 다양하다”고 전했다. 해외에서 영입 제안을 받은 연구자들은 대부분 “무시하려고 하지만 솔깃한 대목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젊은 연구자에게 전폭적인 자금 지원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연구비가 부족한 신진 연구자들이 해외에서 10억원 단위의 펀딩을 제시받으면 더 크게 체감할 수밖에 없다”며 “영입 제안 사례를 보면 결국 한국 과학기술 정책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지원금뿐 아니라 실험실·연구 인력 배정, 자녀 학교 입학 지원 등 정교하게 설계된 소위 ‘패키지 조건’이 연구자들을 흔든다는 것이다. 주요 선진국의 적극적인 구애에 해외 박사 취득 후 한국으로 돌아오는 젊은 과학자들도 줄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주요 과학기술인력 통계’에 따르면 해외에서 자연과학·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귀국해 한국연구재단에 신고한 인원은 2019년 360명에서 2023년 259명으로 줄었다. 또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에서 과학·공학 분야 박사 학위를 취득한 한국인 2550명 중에 절반이 넘는 1300명이 미국에 체류했다. 한국에서 소위 ‘나이 때문에 잘리는’ 시니어 연구자들은 연구를 계속하려 해외로 향한다. 한양대에 재직하다 2019년 중국 푸단대로 옮긴 이영백 교수는 “처음엔 중국 갈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퇴직 이후) 학교에 더 있기가 어렵게 돼 옮겼다”며 “한국에서는 정년을 맞으면 일을 아예 못 하는데 중국에선 이공계 연구에서 필수인 대학원생까지 배정해 준다”고 말했다. 서울과학기술대의 한 교수는 “시니어 연구자들을 붙잡으려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연구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학기술계 인재의 해외 유출 문제는 2024년 초 카이스트 교수 149명이 ‘중국의 글로벌 우수 과학자 초청 사업’이라는 제목의 동일한 이메일을 받은 것이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알려지며 조명됐다. 중국의 천인계획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해당 이메일을 최초로 신고한 김광조(카이스트 명예교수) 국제사이버보안연구원장은 “인재 유출이 자칫 핵심 기술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이 당시 받은 이메일에는 연봉 최대 4억원 제공, 연 최대 2억원의 장려금 추가 지급, 주택·보험·자녀학업자금 지원 등의 내용이 나열돼 있었다. 국가정보원은 이후 이공계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을 조사했고, 650여건의 이메일이 국내 우수 과학기술 인재에게 발송된 것으로 파악했다. 연구 현장에선 인재 유출이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평가한 한국의 두뇌 유출 지수는 2020년 5.46(28위)에서 2023년 4.66(36위)으로 추락했다. 해당 지수가 0에 가까울수록 인재가 해외로 더 많이 나간다는 뜻이다. 한국 연구자들이 해외로 나가서 보여 주는 높은 역량은 더욱 뼈아픈 지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을 떠난 연구자들의 과학저널 기여도는 2022년 기준 1.69로 주요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과 같은 수치이며 프랑스(1.66)와 일본(1.55) 등 보다 높다. 장항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사람을 데려가는 것이 가장 빠르게 기술을 따라잡는 수단”이라며 “기술은 완성 단계에서만 나가는 게 아니라 연구개발(R&D) 과정 전반에서 새어 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장렬 과학기술유공자지원센터장은 “해외 인재 유출은 열악한 우리 연구 현장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다”며 “연구비가 아니라 사람에게 투자하는 연구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연봉 4억원 제시한 중국에서 온 메일 “사기인줄 알았다”

    연봉 4억원 제시한 중국에서 온 메일 “사기인줄 알았다”

    2024년 초 카이스트에 재직 중인 교수 149명은 연봉 200만 위안(약 4억원)을 제시한 중국 대학 및 연구기관의 초청 이메일을 받았다. 카이스트 교수들이 받은 이메일은 ‘천인계획’의 일환이었다. 중국은 2008년 해외의 첨단기술 인재들을 자국으로 데려오는 ‘천인계획’을 시작했다. 2012년에는 10년 동안 국내 인재 1만 명을 육성한다는 ‘만인계획’도 착수했다. 이는 ‘천인계획’이 산업 스파이 활동이라고 미국이 의심하는 데다 이미 1000명의 인재를 데려오겠다는 목표를 초과 달성했기 때문이었다. 유럽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중국 인공지능(AI) 혁신의 중심인 항저우의 시후(西湖)대학으로 옮긴 한 중국 교수는 “처음 초청 이메일을 받았을 때 스팸인 줄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설립 8년차의 신생 시후대는 ‘중국판 MIT’를 표방하는 연구 중심 대학이다. 시후대는 알리바바와 딥시크, 유니트리 본사가 있는 항저우 도시 전체를 AI 실험장으로 운영한다. 그는 유럽 대학 연봉의 3배에 이르는 파격적인 제안을 의심해 훨씬 더 높은 금액을 불렀지만, 중국 대학은 이를 그대로 수용했다. 시후대에서 핵심 분야 연구를 맡고 있는 이 교수는 ‘천인계획’에 대해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고 했으나, 넓은 주택과 연구비 등의 지원에 만족하는 눈치였다. 해외에서 귀국해 중국의 발전에 기여한 대표적인 인재로는 세계 최초의 양자위성 ‘묵자호’ 프로젝트를 이끈 판젠웨이, 반도체 업체 중신궈지(SMIC)를 설립한 장루징 등이 있다. 인재들의 애국심에 호소한 ‘천인계획’과 국내 역량 강화에 집중한 ‘만인계획’으로 ‘중국제조 2025’는 성공을 거뒀다. 첨단 제조 강국을 표방한 ‘중국제조 2025’를 추진한 지난 10년간 중국은 전기차, 드론, 5G, 고속철도 등에서 세계 1위 기술력을 확보했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선두 기술력을 내줬다. 이제 중국은 2035년까지 단순히 제조 경쟁력 확보를 뛰어넘어 국제 표준을 주도한다는 ‘중국표준 2035’ 계획 아래 뛰고 있다.
  • 베네수엘라 공습에 소식 끊겼던 페라자 드디어!…“저도 가족도 괜찮아요”

    베네수엘라 공습에 소식 끊겼던 페라자 드디어!…“저도 가족도 괜찮아요”

    미국이 지난 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공습을 강행하면서 베네수엘라 국적 선수를 둔 프로야구 구단들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한화 이글스로 다시 돌아온 요나단 페라자가 안전하다는 소식을 전했다. 페라자는 5일 소셜미디어(SNS)에 손가락으로 V모양을 그린 포즈를 취한 사진과 함께 한글로 “저는 괜찮아요, 가족들도 모두 괜찮아요”라고 적었다. 이미 2024년 한화 외국인 타자로 한국 생활을 경험했던 그였기에 걱정이 컸던 팬들을 위해 직접 한글로 전한 안부였다. 페라자는 지난해 11월 한화와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20만달러, 연봉 70만달러, 옵션 10만달러)에 계약했다. 스위치히터 외야수인 페라자는 2024년 한화 소속으로 12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5 24홈런 7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50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에는 리그를 폭격했으나 후반기에 좀처럼 힘을 못 쓰고 결국 재계약에 실패했다. 지난해에는 미국프로야구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138경기에 나서 타율 0.307 19홈런 113타점 OPS 0.901을 기록하며 샌디에이고 마이너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한화 구단은 “2025시즌 페라자를 관찰하며 수비 능력이 좋아지고, 양질의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생산한다는 걸 확인했다”면서 “일본프로야구 구단과 영입전을 벌인 끝에 페라자와 계약했다”고 밝혔다. 올해 한국 무대에서 뛸 베네수엘라 출신 선수는 모두 5명이다. 한화가 페라자와 새 외국인 투수 윌켈 에르난데스로 2명의 베네수엘라 선수를 보유했고 LG 트윈스 선발 투수 요니 치리노스,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빅터 레이예스, KIA 타이거즈의 새 야수 해럴드 카스트로도 베네수엘라 출신이다. 각 구단은 미국의 공습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선수들의 안전을 확인하느라 긴급히 연락했고 5명 모두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리노스, 페라자, 에르난데스는 베네수엘라에 머물고 있고 카스트로와 레이예스는 미국에 있다. 레이예스는 평소 비시즌을 베네수엘라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마침 미국을 여행 중이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카스트로는 전날 SNS에 딸의 생일을 축하하는 게시물을 올려 안부를 전하기도 했다. 선수들의 안전이 일단 확인됐지만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다. 미국 연방항공청이 미국 민간 여객기들에 대해 베네수엘라 상공 비행 금지를 명령하는 등 국경 이동에 제약이 발생한 상태라 베네수엘라에 머무는 선수들의 출국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국내 구단들이 대체 외국인 선수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베네수엘라 선수도 검토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구단들 역시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대덕 연구실은 ‘외딴섬’… 행정 처리에 예산 따느라 진 뺀다[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대덕 연구실은 ‘외딴섬’… 행정 처리에 예산 따느라 진 뺀다[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여의도 15배 면적에 2900개 기관대학·연구소·기관 역할은 제각각尹정부 때 연구비 삭감이 직격탄단기 성과 힘든 기초과학은 뒷전“내가 연구자인지 행정담당인지…”“칼자루는 사실상 부처 사무관이” 이직자 대부분 기업보다 대학行처우보다 연구 자율성에 목말라 “대덕 특구 어디 어디 가시게요? 건물끼리 워낙 멀어서 버스로 다니기 어려울 텐데요.” 지난달 22일 대전 대덕 연구개발특구로 향하는 택시에서 기사로부터 들은 얘기다. 실제 이날 방문한 2개 연구소 사이는 차량으로 10분 정도 걸리는 불과 5.4㎞ 거리였지만, 버스는 한 번 갈아타야 했고, 연구소끼리 연결하는 셔틀버스도 없었다. 연구기관과 대학, 기업이 모인 거대한 ‘벨트’를 떠올리며 도착한 대덕 특구는 각각의 기관이 ‘외딴섬’처럼 고립된 듯한 인상을 주었다. 한 연구원은 “굳이 서로 오갈 일이 없고, 필요할 때만 내 차로 움직인다”고 했다. 이곳은 한때 ‘불 꺼지지 않는 연구의 메카’이자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상징’이었다. 1973년 출범해 반세기 동안 세계 최초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상용화를 이뤄냈고, 누리호 발사를 성공시키는 등 굵직한 성과를 쌓았다. 여전히 여의도(4.5㎢)의 15배에 달하는 67.8㎢ 면적에 총 2914개 기관(연구 분야 49개·기업 2803개 등)이 있다. 하지만 이제 이공계 대학원생과 취업 준비생들은 대덕 특구를 ‘연구개발직의 남방한계선’이라고 부른다. 한국 과학정책의 문제점과 답답함을 토로하면서도 경직된 조직문화 속에서 해를 입을까 두려워 소속을 밝히는 것도 꺼리는 연구원들은 갈라파고스에 외롭게 갇힌 것 같았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사태에 큰 타격을 받았다고 했다. 2023년 당시 대덕 특구에는 49개의 연구기관이 있었는데, 연구소는 물론 인근 지역 경제까지 휘청였다. 국책연구원에서 일하는 정모씨는 “연구원의 유일한 메리트(장점)가 연구의 안정성인데 예산 삭감으로 그마저 무너졌다”고 말했다. 인근 신성동에서 20년째 부동산을 하는 박모씨는 “예산 삭감 여파로 체험형 일자리가 덩달아 줄어서 방학 기간에 단기 월세방 수요까지 확 줄었다”고 했다. 연구비 삭감으로 연구 기관들은 비용 세부 규칙을 깐깐하게 변경했다. 국립연구소 연구원 김모씨는 “사람의 오감을 분석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연구원이 1만원대 이어폰이나 스피커조차 사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연구 성과를 내라면서 연구는 불가능한 구조로 만들었으니 현장은 크게 술렁였다고 했다. 또 연구원들은 “내가 연구자인지 행정 담당자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적잖이 했다. 한 정부 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인사팀 직원은 “대학은 조교가 행정 업무를 분담하지만, 출연연은 인력 활용에 한계가 있다”며 “(행정업무에 치여) 이럴 바엔 대학으로 옮기거나, 차라리 기업으로 나가겠다는 말을 주변에서 자주 듣는다”고 전했다. 연구에 대한 열정을 위축시키는 또 다른 요소는 ‘관료 통제’다. 연구의 자율성 및 독립성 보장을 내세웠던 대덕 특구의 설립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는 정부의 입김이 지나치게 세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책연구원에 다니는 장모씨는 “연구 과제들이 대부분 바텀업(상향식)이 아닌 탑다운(하향식)으로 내려온다“며 ”칼자루는 사실상 정부 부처 사무관이 쥐고 있다“고 했다. 결재선을 거치면서 정부 부처 과장·국장·차관의 한마디에 연구 방향이 수정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는 “아예 과제를 기획하는 단계부터 부처에서 개입하니 자율성을 훼손하는 것 같아 자괴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런 예산 삭감과 행정 업무 부담, 정부의 지나친 간섭 등으로 사명감과 자부심이 가득했던 대덕 특구에는 수동적인 조직 문화가 확산했다고 한다. 20년 넘게 연구원 생활을 한 이모씨는 “다들 가슴 속에 태극기를 품고 들어오지 않았겠냐”면서 “예전에는 미션 달성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았지만, 지금은 힘들게 무리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성모씨는 “연구원 수가 줄고 지역 인구도 빠져나가면서 예전 같은 활기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한 기초과학 분야는 “당장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며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기초과학에 대한 홀대는 곧 처우 문제로 이어지고, 과학기술계 인재들이 연구 현장을 떠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 출연연 23곳의 연구원 이직자 수는 2023년 143명에서 2024년 166명으로 증가했고, 지난해 상반기에만 85명이었다. NST 산하 출연연 중 평균 연봉 1위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이직자는 대학(79.1%)과 기업체(10.4%)로 직장을 옮겼다. 최연택 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 위원장은 “기업에 가는 것보다는 대부분의 이직 연구원들이 학교로 향하는 부분이 뼈아프다”며 “이건 처우(부족)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고 싶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 일본 홈런왕 MLB 평가 이 정도? 토론토와 4년 총액 867억원 계약

    일본 홈런왕 MLB 평가 이 정도? 토론토와 4년 총액 867억원 계약

    일본프로야구에서 세 차례 홈런왕에 오른 오카모토 카즈마(일본)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6000만 달러(약 867억원)에 계약했다. AP통신과 MLB닷컴 등은 4일(한국시간) 오카모토의 토론토행 소식을 전했다. AP통신은 “계약금 500만 달러, 첫 해 연봉 700만 달러이며 이후 3시즌은 연봉 각 1600만 달러”라고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밝혔다. 1996년생인 오카모토는 2015년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11시즌 통산 타율 0.277 247홈런 717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2020년, 2021년, 2023년 세 차례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 홈런왕에 올랐다. 올스타에도 6번 선정됐다. 주 포지션은 3루수다. 1루 수비도 가능하다. 지난해는 왼쪽 팔꿈치 부상 여파로 69경기에만 나와 타율 0.327 15홈런 49타점의 성적을 냈다. 토론토는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1루를 맡고 있어 오카모토가 3루수로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 토론토는 지난해 한화 이글스에서 활약한 코디 폰세까지 영입하며 아시아 야구 시장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오카모토는 올해 MLB에 도전하는 일본 선수 중 가치를 인정받은 사례에 해당한다. 또 다른 일본인 거포 내야수 무라카미 무네타카는 지난해 12월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총액 3400만 달러에 계약한 바 있다. 무라카미 역시 2021년, 2022년 센트럴리그 홈런왕 출신이지만 오카모토에 비해 적은 금액에 사인했다. 최대어로 꼽혔던 투수 이마이 타츠야는 3년 최대 6300만 달러(약 911억원)에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계약했다. 오카모토와 함께 미국 진출을 노렸던 투수 다카하시 고나는 2026시즌에도 일본프로야구에서 뛸 전망이다. MLB닷컴은 “다카하시가 MLB 3개 팀으로부터 입단 제안을 받았으나 2026년에도 일본 세이부 라이온스에서 뛰기로 했다”고 전했다.
  • 결국 해 넘긴 FA 미아들…2026년 첫 주인공 나오나

    결국 해 넘긴 FA 미아들…2026년 첫 주인공 나오나

    개장과 함께 달아올랐던 프로야구 자유계약(FA) 시장이 조용히 가라앉으며 아직 계약하지 못한 선수들의 거취도 주목받고 있다. 선수와 구단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가운데 활용 가치가 작지 않은 선수들인 만큼 2026년 첫 FA 계약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11월 18일 열린 FA 시장에는 총 21명의 선수가 나왔다. KIA 타이거즈에서 두산 베어스로 옮긴 박찬호(4년 80억원)를 필두로 강백호(한화 이글스·4년 100억원), 김현수(kt 위즈·3년 50억원) 등의 대형 계약이 이어졌다. 최형우도 친정팀 삼성 라이온즈로 복귀하면서 스토브리그를 달궜고, 양현종은 원소속팀 KIA와 2+1년 45억원에 사인하며 영구결번을 사실상 확정했다. 그러나 양현종 이후 계약 소식이 급감하면서 드문드문 소식이 나오는 상황이다. 강민호가 지난달 28일 2년 20억원에 삼성과 계약한 것이 마지막 FA 계약이다. 이제 시장에 남은 선수는 5명이다. 조상우, 김범수, 김상수, 장성우, 손아섭이 남았다. 이름만 보면 즉시전력감인 선수들이지만 계약이 진척되지 않으면서 구단으로 주도권이 넘어간 분위기다. FA 등급은 조상우가 A, 김범수·김상수·장성우는 B, 손아섭은 C등급이다. A급 선수는 20인 보호선수 외 보상 선수 1명과 전년도 연봉의 200%(보상 선수 미선택 시 전년도 연봉 300% 보상), B급은 25인 보호선수 외 보상 선수 1명과 전년도 연봉의 100%(보상 선수 미선택 시 전년도 연봉 200% 보상), C급은 보상 선수 없이 전년도 연봉 150% 보상이다. A급 선수의 장벽이 높은 만큼 조상우가 가장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엔 72경기에 나와 6승 6패 28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90을 기록했다. 어느 팀이든 확실하게 즉시전력감이 될 수 있는 선수다. 그러나 불펜 투수가 대형 계약을 맺고 이적하기 어려운 국내 환경상 잔류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B급 선수인 김상수와 장성우도 팀에 필요한 전력이라는 점에서 잔류 전망이 나온다. 김범수는 지난해 73경기 2승1패6홀드2세이브 평균자책점 2.25의 특급 성적을 남긴 상황이라 불펜 투수가 필요한 팀에서 고민할 수 있다. 그러나 통산 평균자책점이 5.18에 달하고 지난해만 반짝 활약한 것일 수 있다는 점이 위험 요소다. 손아섭은 지난해 연봉 5억원을 받았던 게 걸림돌이다. 손아섭을 영입하려면 7억 5000만원을 한화에 지불해야 한다.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지만 1988년생으로 에이징 커브가 찾아오는 시기라는 게 구단으로서는 부담이다. 지방 구단 관계자는 “다른 선수들과의 연봉 계약도 맞물린 시기라서 대형 선수가 아니면 빠르게 진행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구단이 급하게 움직이면 선수 몸값만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지연 전술을 썼고 결국 현재 주도권을 구단이 쥐고 있는 모양새다.
  • [세종로의 아침] 이차장, 박대리에게도 희망을

    [세종로의 아침] 이차장, 박대리에게도 희망을

    지난해 말 인기를 모은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에 꽤 몰입했다. 직급은 다르지만 직장인의 고민과 걱정에 공감했고, 김부장은 물론 그의 아내와 아들에게도 감정이입을 했다. 그러다 ‘난 부장도 아닌데 왜 이렇게 빠져드나’ 했다. 정신을 가다듬으니 역시 동질감보다는 거리감이 컸다. 사실 드라마 제목부터 부럽다. 서울 자가, 대기업, 임원 승진을 눈앞에 둔 만년 부장. 드라마는 그를 자존심 세고 시류에 뒤처진 ‘꼰대’처럼 묘사했지만 그는 가진 게 많다. 세후 1억원 중반쯤의 연봉과 15억~20억원대 서울 강동구 ‘국평’ 아파트가 그렇다. 상가 투자에 실패했지만, 그것을 마련할 수 있는 퇴직금 5억원도 있었다. 성실과 정직으로 쌓아 올린 25년에 대한 김부장의 자부심이 비록 아들 세대에겐 해묵은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는 충분히 가졌다.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지켜온 것을 잊을까 봐 두려워할만 했다. 외려 김부장 아래 차장, 대리, 사원 세대에는 ‘쌓는다’는 개념조차 낯설다. 아무리 성실하고 정직하게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도 이렇다할 ‘부’나 ‘재산’을 마련하기 힘들다. 김부장이 끝까지 놓지 않으려 했던 ‘서울 자가’의 가격 상승 속도는 월급 인상 속도나 성실하게 모은 저축액의 증가 속도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5억원을, 중위가격도 11억원을 처음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의 연간 상승률은 8.71%로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의 ‘2024년도 주거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PIR)는 13.9배였다. 14년간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전부 모아야 서울에서 중간 가격의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 전월세 부담도 무겁다. KB부동산 주택가격 동향 가운데 소득 대비 전셋값 비율(J-PIR)은 5.45배였다. 5년은 족히 월급을 모아야 전셋집을 얻을 수 있다는 건데, 돈 모으는 동안 전셋값은 더 뛴다. 최근 매매가 위축되면서 전세 매물이 귀해진 데 이어 이젠 월세 상승도 무섭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월세 상승률(3.29%)은 처음으로 3%대를 넘겼고, 같은 기간 전셋값 상승률(3.06%)도 뛰어넘었다. 서울 아파트 월세 보증금은 1억 9479만원에 평균 월세는 147만 6000원이다. 올해 전국 4인 가구 중위소득이 약 610만원임을 고려하면 소득의 20%를 들여야 서울 아파트에서 월세로 살 수 있다. 2018년과 2021년의 부동산 가격 급등, 2020년 1400선에서 바닥을 쳤던 코스피 지수의 빠른 최고점 경신, 8000만원대였던 비트코인 값의 순간적인 급등은 ‘차근차근 자산을 늘려가겠다’는 신념을 잃게 했다. 자칫 한순간에 ‘벼락 거지’가 되거나 눈앞에서 돈 벌 기회를 놓쳐 따라갈 수 없다는 두려움에 압도된다. 김부장이 지키려 한 자가는 자존심의 상징이었지만, 후배 세대에겐 절벽 앞에 선 불안감을 줄이려면 기필코 매달려야 할 동아줄이다. 한국은행의 ‘차주별 가계부채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가계 대출의 58%를 30대와 40대가 짊어지고 있다. 특히 은행 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46.2%) 비중이 가장 컸다. 김부장은 저축으로 사다리를 이어갔다면, 저축은 커녕 ‘영끌’에 매달렸던 후배들은 대출 규제로 영끌도 불가능하다며 망연자실하고 있다. 성인 남녀가 가정을 이뤄 두 사람의 힘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자녀가 커감에 따라 집 규모와 살림살이를 늘려가는 당연한 욕망은 이제 상류층의 전유물처럼 보인다. 조부모의 재력과 부모의 자산 소유 여부가 자식들의 부동산 소유 가능성을 정하는 척도가 된 상황에서, 후배들은 부동산 계급을 따라잡을 길이 없다. 정부는 새해에 추가 주택 공급 대책을 예고했지만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내년에도 집값 상승이 계속될 거란다. ‘김부장의 후배들’에겐 땀 흘려 일하고 성실히 모으면 집 한 칸은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이 간절하다. 숫자에 집착하는 정책을 넘어 세대 격차를 포함한 구조적 통찰이 필요하다. 허백윤 산업부 기자(차장급)
  • “트럼프는 내쫓고 한국은 러브콜·… ‘ K두뇌 유턴’ 골든타임” [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트럼프는 내쫓고 한국은 러브콜·… ‘ K두뇌 유턴’ 골든타임” [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한국은 우수한 과학기술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대표적인 ‘인재 순유출국’으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류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전 세계 고급 두뇌를 흡수하던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 여파로 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AI) 등 신산업에 사활을 건 우리 정부와 주요 기업들도 인재 유치에 적극적이다. 과학기술계 안팎에선 “바로 지금이 K두뇌 유턴의 골든타임”이라는 기대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 회장인 류재현 아이다호대 교수는 지난 17일 서울신문과 만나 “트럼프의 이민 정책 영향으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거나 돌아가야만 하는 훌륭한 인재들이 많다”며 “이들을 영입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이공계 박사 인력 규모는 2010년 약 9000명에서 2021년 1만 8000명으로 증가했다.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는 과학 분야 예산 및 인력 축소에 직면한 미국 연구자들이 전 세계 대학과 연구 기관에 지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미국에서 연구하는 과학자 16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75.3%가 “미국을 떠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문 인력 확보가 시급한 우리 정부는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브레인 투 코리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리더급 연구자와 한인 박사후연구원의 국내 복귀를 지원한다. 특히 정부와 정부 출연 연구기관 관계자들은 지난 10월부터 8차례에 걸쳐 미국 실리콘밸리 등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현지 인재들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방문 행사에 참여한 정부 관계자는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방문 대상 지역을 유럽으로 넓히려 한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에 국내 주요 기업들은 ‘원팀’으로 참여했다. 권재철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 연구위원은 “미국 연구자들의 이탈 분위기와 정부의 강한 의지에 더해 기업들이 최첨단 연구개발(R&D) 인력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신호만 보내도 인재 유입의 3박자가 맞아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건은 결국 적정한 임금과 처우다. 적어도 몇 배, 많게는 몇십 배에 달하는 연봉 격차는 그동안 국내 인재의 해외 유출을 부추겨 온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류 교수는 “임금이 확 낮아지면 어떤 형태로든 미국에 남고 싶어 할 것”이라며 “정부든 기업이든 한국에 왔을 때 메리트가 무엇인지 등 실질적인 혜택이 전달돼야 마음이 움직인다”고 말했다. 권 연구위원은 “연구자가 해외에서 쌓아 온 네트워크와 연구 성과를 국내에서 이어 갈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관건”이라며 “한국에서도 충분히 자리잡을 수 있다는 신호가 시장과 현장에 분명히 전달돼야 한다”고 말했다.
  • “의대로? 미국으로?” K과학자의 갈림길 반복됐다 [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의대로? 미국으로?” K과학자의 갈림길 반복됐다 [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이공계 석·박사 재학생만 약 10만명해외 4분의 1 수준 연봉 등 처우 열악 의대행 N수· 졸업 후 로스쿨행 많아 “저도 과학에 뜻이 있었는데 처우만 괜찮았다면 남았겠죠. 아무래도 대기업 연구보다 대학원 연구가 훨씬 재밌지 않겠어요?”(서울대 화학 박사 출신 회사원 김화랑씨) “한국에선 조교가 교수에게 종속되는 노예라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한때 고국으로 돌아갈 생각에 연봉을 비교해 봤는데 미국과 차이가 꽤 크더군요.”(김교원 미국 항공우주국 연구원) 2025년 기준 전국 대학 학부 졸업생 총 37만 1476명. 이 가운데 이공계(자연·공학계열)는 13만 6990명(36.9%)으로 3분의1이 넘는다. 이공계 석·박사 과정 재학생이 약 10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인원이 대학원에 진학하는 셈이다. 하지만 한국 과학기술계에 자신의 미래를 거는 인재들은 많지 않다. 김화랑씨처럼 연구실을 떠나거나, 김교원 연구원처럼 외국 정착을 선택하며 ‘과학기술 인재 경로’에서 이탈한다. 무엇이 이들을 떠나게 만들었을까. 서울신문이 국내외 이공계 연구자와 현업 종사자 총 20명에 대한 심층인터뷰를 분석한 결과 과학 인재가 신진 과학자를 거쳐 성장하기까지 곳곳에는 갈림길이 놓여 있었다. 우선 과학자가 되고 싶은 청소년의 첫 선택은 학부에서 갈린다. 이공계 지망 고교생들은 대입에서 ▲자연·공학계열 진학 ▲‘의치한약수’ 등 메디컬 계열로 갈라진다. 이공계 학부 안에서도 ‘N수’로 인한 이탈이 발생한다. 상당수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다시 치러 의약학 계열에 재도전한다. 4대 과학기술원(광주·대구경북·울산·한국)만 보더라도 비율은 상당하다. 4대 과기원에 따르면 2024년 과학고·영재학교 출신이면서 과학기술원에서 중도에 이탈한 학생 77명 중 32명(42%)은 의약학 계열에 진학했다. 메디컬로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직업 안정성이다. 공대 졸업 후 치의학대학원에 진학해 치과의사로 일하는 고모(41)씨는 “전문직은 정년 제한도 없고 워라밸이 가능하다”며 “몸을 갈아 연구를 해도 그만큼 사회적 인식이 높지는 않으니 남을 유인이 없다”고 말했다. 이공계 학사가 로스쿨에 가는 인원도 늘고 있다. 지난해 25개 로스쿨 신입생 2140명 중 약 15.2%(325명)가 공학·자연과학·의학 등 이과 출신이었다. 특히 카이스트에서 로스쿨로 진학한 학생만 25명으로, 전년도(12명)에 비해 2배 넘게 늘었다. 석·박사 과정에 진입해도 과정은 평탄하지 않다. 오르지 않는 임금을 받으며 행정 업무까지 떠맡는 ‘보릿고개’가 시작된다. 여기서 이탈한 이들은 연봉 등 열악한 처우와 상대적으로 취약한 연구 네트워크, 경직된 문화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서울 한 공대 박사과정 이모(28)씨는 “연구 외의 일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가 여전하다”고, 박사 졸업생 김모(35)씨는 “석사 땐 월급이 80만원으로 최저 시급이 안 됐다”고 했다. 어렵게 석·박사 학위를 받고 나면 ▲대기업 취업 도전 ▲정부출연연구기관 또는 민간 연구소 지원 ▲박사후연구원(포닥) 등으로 갈라진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 인재는 더 나은 연구 인프라와 연봉을 이유로 미국행을 선택한다. 외국 학위 취득 후 현지에서 포닥이나 취업을 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연봉 최대 기대값이 1억원이면 미국 테크기업은 최소 20만 달러(약 3억원)”, “한국 정출연 초봉은 연 8000만원인데 유럽 포닥은 1억 8000만원까지 받는다”는 것이 미국과 유럽 연구자들이 전한 현실이다. 실제로 대한상의가 2025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취업한 이공계 인력이 최종 학위 취득 후 10년이 지난 시점에 받는 평균 연봉은 9740만원으로 해외취업자 평균연봉(3억 9000만원)의 4분의1, 국내 의사 평균 연봉(3억원)의 3분의1 수준이었다. 국내 대학에 남고 싶어도 끝까지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박사→포닥→비정규 연구자→테뉴어(정년 보장)’까지 기약 없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안정적 자리는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화학공학부 박사과정 이모(27)씨는 “테뉴어를 따기까지 버티려면 입시 학원을 다니는 것처럼 지원과 준비가 필요하다”며 “길은 좁아지고 현실의 벽은 높아진다”고 했다. 대학원생의 졸업·진로 결정권이 교수에게 집중되는 문화도 발목을 잡는다. 국내 박사로 미국 대학에서 포닥 중인 장모(31)씨는 “한국 랩에서는 선후배 위계가 있는데 미국은 학부생이든 대학원생이든 포닥이든 자유롭게 토론하는 분위기”라며 “이런 점이 창의성과 자율성을 높여 준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실을 떠났거나 해외에 정착한 이들 대다수에겐 국내 연구 현장에 대한 미련과 책임감이 남아 있었다. 스위스 대학에서 포닥 중인 손수민씨는 “핵심 연구시설이 갖춰지고 원하는 연구를 할 수 있다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김영오 서울대 공과대학 학장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네트워크를 쌓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는 인센티브나 명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AI 시대 주인공은 ‘괴짜’… 도전하고, 실패하고, 도전하라”[2026 신년 대담]

    “AI 시대 주인공은 ‘괴짜’… 도전하고, 실패하고, 도전하라”[2026 신년 대담]

    과학기술 생태계 복원 해법은연봉 3억 줘서라도 인재 모셔와야화학·생물학자·의사 공동 연구 추진의대 쏠림 탓 말고 새 시장 개척도학생들에게 ‘괴짜’ 권하는 이유이해진·김정주 등 벤처기업가 배출‘차별화된 사람’이 주도할 AI 시대‘괴짜’ 키우려 도전왕·실패왕 선발인간·AI ‘공존의 시대’패러다임 전환 속 버블론 무의미‘한국 자체 엔진’ 소버린 AI는 필수불량 AI 두려워 말고 관리·활용을 학부 신입생들에게 “학점 잘 받아 안정된 직장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은 오지 마라, 입학하면 마음껏 놀아라”라는 메시지를 던진 총장. 20년 가까이 TV를 거꾸로 보고 대학 기구표도 거꾸로 붙여 놓는가 하면, 총장실 책상에 10년 후 달력을 놓고 보는 과학자. ‘내 컴퓨터를 해킹하라’는 시험 문제를 제출한 교수. 이광형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총장은 그야말로 ‘괴짜’다. 전 세계가 과학기술 인재 확보 전쟁을 벌이고 인공지능(AI) 분야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이 총장에게 한국의 과학기술 생태계 복원에 관한 해법과 AI의 현재와 미래, 우리의 대응에 대해 물었다. -서울대 공대 입학생의 10% 이상이 의대 진학을 위해 자퇴하는 등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비상등이 켜진 지 오래다. “과학기술 인재가 나라의 미래를 개척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과학기술 인력이 부족하고 지원자도 줄면서 국가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로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우수 인재가 필요하다면 파격적인 처우를 해 줘야 한다. 국가나 기업이 인재가 정말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연봉 1억원이 아니라 3억원 이상을 줘서라도 데려와야 한다.” -아직 절실하지 않아서 처우 개선이 미진한 건가. “기업이나 국가가 여전히 절실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본다. 전 세계 첨단기술 연구자들이 몰려가는 곳이 실리콘밸리다. 실리콘밸리는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얼마를 들여서라도 영입한다. 그런 노력도 안 하면서 말로만 인재 부족을 외치는 건 어불성설이다. 경기를 부양한다며 찔끔찔끔 투자하면 효과가 나오나. 예상을 뛰어넘는 투자를 해야 경기가 반전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의대 쏠림이 심해도 임상이 아닌 기초의학이나 의과학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바이오 산업이 발전하지 않을까. “맞는 말이다. 전 세계 바이오·의료 시장이 반도체 시장보다 3~4배 크다. 우리는 반도체에 집중하고 있지만, 그보다 훨씬 큰 시장이 있다. 세계 바이오·의료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남짓이다. 시장을 개척하려면 연구를 해야 한다. 화학자, 생물학자와 의사가 함께 연구해야 가능한 일이다.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하늘에서 뭔가 뚝 떨어지기를 기다리면 안 된다.” -학생들에게 ‘괴짜’가 되라고 자주 얘기한다고 들었다. “AI 시대에는 머릿속에 지식을 많이 넣는 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 대신 AI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차별화된 사람이 세상을 이끌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항상 괴짜가 되라고 말한다. AI에게 어떤 일을 시킬 것인지,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지를 잘 파악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기존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이 총장이 교수이던 시절 그의 연구실을 거쳐 간 학생 중에는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 김영달 아이디스홀딩스 창업자, 신승우 네오위즈 공동창업자, 김병학 카카오 카나나 성과리더,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등 1세대 벤처기업가들이 많다. -제자 중에 가장 괴짜는 누구였나. “이해진도 괴짜였지만, 김정주가 더 위였다.” 김정주는 이 총장 취임식에서 축사를 하며 “이 교수님은 무엇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 나를 유일하게 받아 준 분”이라고 했다. -‘저 친구는 나중에 일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학생들이 한눈에 보이나. “그렇다. 얌전하고 성실하고 말 잘 듣는 애들은 무난히 취직해 월급 받으며 살아간다. 그런데 하는 짓이 좀 이상하고 거슬리는 학생들이 있다. 그런 친구들이 나중에 월급을 주는 자리에 가는 경우가 많다.” -요즘도 그런 학생들이 있나. “직접 학생들과 만날 일이 별로 없긴 하지만 톡톡 튀는 학생들이 예전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학교가 할 일은 학생들이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기를 살려 주고 돕는 것이다. 그래서 총장이 된 뒤 우등상 외에 봉사왕, 독서왕, 도전왕, 실패왕, 헌혈왕 등을 선발해 상을 줬다.” -지난 정부에서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했을 때 카이스트의 분위기는 어땠나. “매우 힘들었지만,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했다. 2026년부터는 예산이 회복될 것으로 보여 다행이다. 현 정부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AI 등에 집중 투자하려고 하는 점은 긍정적이다.” -예산 삭감 때도 학생에 대한 투자는 전혀 줄이지 않았다는 뜻인가. “그렇다.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학생이다. 4년간 총장을 하면서 학생들이 원하는 건 최대한 다 해 줬다. 총장실은 비가 새도 학생 기숙사 50여동을 먼저 고쳤다. 카이스트 학생들은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동량들이다. 의대에 가지 않고 서울도 아닌 대전에 와서 연구에 매진하는 학생들이다. 한국 과학기술의 미래가 자신들에게 달렸다는 자부심으로 사는 친구들이다.”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한국 교육이 정말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인류 문명사적 대전환기이다. 지금까지는 인간이 사회질서를 만들고 모든 것을 관리·통제해 왔다. 그런데 새로운 존재가 나타난 것이다. 이를 받아들이면서 대응해야지, 계속 거부하고 피할 수는 없다. 교육도 인간이 AI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AI 버블’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버블론을 말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 AI 거품론은 주식시장 얘기일 뿐이다.” -한국의 AI 대응은 어떤가. “늦었다. 2016년 구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 때부터 준비했어야 했다. 당시 우리는 이세돌이 AI한테 졌다는 점에 주목했지만, 중국은 그때부터 AI에 막대한 투자를 했고 지금 미국과 함께 AI 트렌드를 이끌어 가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리가 마지막 순간에 AI 열차에 올라탔다는 사실이다.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투자하고 연구하면 된다.” -‘소버린(주권) AI’에 대한 논란도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이나 중국이 개발한 것을 우리가 잘 활용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잘못된 생각이다. 공중분해된 대우그룹과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가 된 현대차를 보면 알 수 있다. 과거 대우는 기술 개발보다는 남의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세계에 내다팔 생각만 했다. 반면 현대는 끊임없이 자체 자동차 엔진 개발에 몰두했다. 소버린 AI를 갖는다는 건 한국 과학기술이 자체 ‘엔진’을 보유한다는 뜻이다.” -AI가 인간을 통제할 거란 걱정도 크다.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민주주의에는 분명히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AI와 알고리즘이 추천해 주는 정보만 접하다 보니 확증 편향 현상이 극심해져 정치적 양극화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나쁜 데이터를 학습한 AI는 나쁜 결과만 말한다. 그러나 AI가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이것도 좀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전체적인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지역마다, 국가마다 차이가 있다. AI를 잘 만들어 활용하는 나라에서는 일자리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스마트폰 때문에 기존 전화 회사나 카메라 회사, 녹음기 회사가 어려워졌지만 다른 일자리는 늘었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AI 시대를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말인가. “AI를 두려워하면 AI 연구를 할까 말까 망설이게 된다. 망설이면 결국 열심히 안 한다. 열심히 안 하면 발전할 수 없다. AI도 제품이고 서비스이기 때문에 시장에 나오려면 안전성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인간에 해가 되는 AI는 유통될 가능성이 작다. 어둠의 경로로 유통되는 불법 상품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범위 내에서 관리하면 불량 AI가 사회를 송두리째 집어삼키지는 않을 것이다.” ■ 이광형 총장은 누구 이광형(72) 총장은 1954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산업공학과 석사를 마친 뒤 프랑스 리옹 국립응용과학원(INSA)에서 전산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5년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로 임용된 이래 바이오및뇌공학 학과장, 과학영재교육연구원장, 교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전산학과 교수로 재직할 때 1세대 벤처 창업가들을 다수 배출해 ‘카이스트 벤처 창업의 대부’로 불린다. 1999년 방영된 드라마 ‘카이스트’에서 배우 안정훈이 연기한 천방지축 박기훈 교수의 실제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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