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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세’ 이방카·쿠슈너가 ‘反성소수자 행정명령’ 막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실세’로 통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맏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성(性) 소수자 보호 조치를 박탈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이 발동되는 것을 막았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주 성 소수자 보호조치를 박탈하는 ‘반(反)LGBTQ 행정명령’에 서명할 뻔했다. LGBTQ는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성전환자(Transgender), 동성애자(Queer)를 지칭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4년 행정명령을 통해 연방정부와 계약한 민간기업이 직장에서 성소수자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트럼프 대통령 측은 대선 기간 이를 폐기하는 행정명령을 준비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백악관은 ‘LGBTQ 보호 성명’을 발표했다. 전형적인 뉴요커로 성 소수자에 호의적인 이방카 부부가 적극적으로 불만을 나타내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논의한 결과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LGBTQ의 권리를 계속 존중하고 지지해 나갈 것”이며 “직장 내 LGBTQ 차별 금지에 관한 2014년 행정명령은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보호막’을 존치했다. 이 부부 외에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사장 출신인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사회 정책에서 자유주의 성향을 드러내 이 행정명령에 우려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물은 인권” 100년 후 준비하는 선진국의 ‘수돗물 대계’

    “물은 인권” 100년 후 준비하는 선진국의 ‘수돗물 대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시 중심가에 있는 골든게이트 공원. 병마개 모양의 파란색 음수대가 잔디밭 한가운데 놓여 있다. 직수형 정수기를 빼닮은 글로벌 탭이다. 이곳에 산책이나 운동을 하러 나온 시민들이 물병을 내려놓고 버튼을 눌러 수돗물을 채워 가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관광객이 몰리는 근처 예르바부에나 가든, 샌프란시스코 자연사 박물관에서도 글로벌 탭이 시민들을 맞는다. 가든에서 만난 주민 아델 쿠마르(43·여)는 “수돗물을 공짜로 받아 가면 일회용 생수병 쓰레기를 줄여 환경보호도 실천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며 흡족해했다.샌프란시스코시 공공서비스위원회는 세계적으로 훌륭한 품질과 맛을 가진 수돗물 마시기를 촉진하기 위해 2009년 ‘글로벌 탭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시는 2010년 수돗물에 관한 환경조례를 발의, 2014년 통과시킨 이후 상점 아닌 외부에서의 물 판매를 아예 금지시켰다. 시 행사 때 병물 제공이 금지되고 수돗물을 의무적으로 무료로 내놔야 한다. 수돗물 관련 기관·단체들은 수돗물 교육과 음수대 설치, 텀블러 제공 같은 사업을 활발히 펴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1년 기준 ‘맹물’을 마시는 10명 중 6.1명이 수돗물을 마시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치정부 차원의 수돗물 음용률 높이기 사업이 효과를 발휘한 결과로 해석된다. 서울시 수돗물 아리수 음수대가 학교·지하철·공공기관 등 서울에 2만 1355군데나 설치돼 있지만 찾는 이 없이 외면받는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샌프란시스코시 수돗물 정책의 기본은 ‘물은 인권’이라는 개념도 함께한다. 깨끗하고 안전한 식수는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라는 것. 물이 부족한 지중해성 기후에다 사막화되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수자원 보호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민단체의 수돗물 감시도 활발하다. 샌프란시스코 인근 오클랜드에 있는 시민단체 ‘푸드 앤드 워터 워치’의 애덤 스코 캘리포니아 지부 디렉터는 “주정부는 물론 연방정부도 상수도 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노후 수도관 교체 등에 막대한 예산이 드는데 상수도 기관 민영화로 해결할 게 아니라 주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워싱턴DC에 본부를 두고 5만여명의 회원이 정치인들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수돗물 수질은 물론 지하수 보호, 재생에너지 권장, 무분별한 해수담수화 정책 반대 등 광범위한 물 관련 활동을 한다. 스코 디렉터는 “지하수층 파괴로 100만여명의 캘리포니아 지역 인구가 더러운 식수에 노출됐다”며 물 자원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돗물을 비롯한 물 자원 관리의 한 축이 시민 감시라는 것이다. 한편에서 상수원 관리에 철저한 선진국 사례는 우리나라에도 시사점을 준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시는 상수원 관리를 세계적 엔지니어링 기업인 ‘CH2M HILL’에 맡겼는데, 100여년 전부터 상수원인 시더 호수 주변 토지를 직접 사들이고 있다. 오폐수를 방류하는 농장, 산업시설 등 오염원을 완벽히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 수질검사 담당자 짐 넬슨은 “이곳 수원은 지형적으로도 고립돼 있지만 자연적인 빗물만 호수로 흘러들어 가고 주위에 어떤 건물도 들어설 수 없다”며 수질을 장담했다. 캐나다 밴쿠버시는 단순한 수질 관리뿐 아니라 장기적인 물관리 대책을 상수도 담당 부서가 맡는다. 메트로밴쿠버의 상수도 분석계획부 소속 인데르 싱 정책부장은 “우리 목표는 깨끗하고 안전한 식수 공급과 원수의 지속 가능한 사용, 상수원의 효과적 공급 등 3가지”라고 소개했다. 밴쿠버는 우리의 팔당댐 역할을 하는 카필라노·시모어·코퀴틀람 저수지 등 3곳에서 물을 끌어와 여과·소독 공정을 거친 뒤 21개 시, 250만명에게 수돗물을 공급한다. 캐나다 로키산맥의 빙하가 녹은 천혜의 수질이지만 야생동물 분변·먹이 찌꺼기 등으로 인한 박테리아를 거르기 위해 24개 여과 과정, 오존·자외선 및 염소 소독 과정을 거친다. 싱 정책부장은 “매년 2만 5000t의 물 샘플을 채취해 검사한다”며 “이민 수용 등으로 2040년 340만명으로 인구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향후 100년간 물관리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물 공급 전략은 물론 기후변화 협약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샌프란시스코·밴쿠버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국경 장벽´ 문제로 美-멕시코 정상회담 무산…멕시코산에 관세 20% 검토

     이달 말로 예정됐던 미국과 멕시코의 정상회담이 무산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논란이 되고 있는 국경장벽 건설 비용으로 멕시코산 제품에 20% 수입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미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공화당 연방의원 연찬회에서 “멕시코 대통령과 나는 다음주 회담을 취소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멕시코는 하루 평균 16억 달러(1조 8000억원) 규모의 무역을 하는 교역 파트너다. 이민, 마약, 환경 문제 등에서 항상 공조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 미국으로 오는 멕시코 이민자들을 마약사범, 강간범으로 비하하며 국경장벽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관계가 냉랭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당선인 시절에 이어 취임 후에도 장벽건설 계획을 일절 수정하지 않았고 그 비용도 멕시코가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멕시코가 장벽건설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사실상 강제조치를 통해서라도 받아낼 수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백악관은 멕시코산 제품에 20% 수입 관세를 물려 그 자금으로 장벽건설 비용을 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집권 여당인 공화당 지도부는 관리 등 부대비용을 제외한 순수 장벽건설 비용을 120억∼150억 달러(14조∼17조 5000억원)로 추산하고 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관세를 매김으로써 연간 100억 달러(11조 6700억원)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이같은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상·하원 의회와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 예산을 우선 투입해 장벽을 신속하게 건설한 뒤 멕시코에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한다는 방침을 세운 적이 있다.  멕시코의 수출 80%의 목적지가 미국이다. 서로 복잡하게 얽혀 양국 관계 악화가 멕시코에 재앙일 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타격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트럼프 겁박에… 대만 폭스콘 8조원 투자 美공장 건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겁박’에 대만 폭스콘(鴻海精密)이 지레 무릎을 꿇었다. 애플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폭스콘이 애플과 함께 거액을 투자해 미국에 디스플레이패널(액정패널)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고 미 블룸버그통신 등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궈타이밍(郭台銘) 회장은 이날 대만 타이베이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에 디스플레이패널 공장을 신설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면서 애플도 패널이 필요한 만큼 함께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폭스콘의 미 공장 신설 방안은 앞서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미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궈 회장은 미 디스플레이패널 공장 투자 규모가 70억 달러(약 8조 1690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투자가 성사되면 3만~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최근 대형 디스플레이패널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출하는 것보다 현지에서 생산하는 게 더 나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투자 조건 등과 관련해 미 연방정부 및 주 정부들과의 세부 협의 등이 남아 있다며 아직은 계획 단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궈 회장은 디스플레이패널 공장과 별도로 미국에 새 몰딩(주조)공장을 건설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펜실베이니아주를 유력한 투자 후보지로 삼아 현지 관리들과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또 캐나다에 있는 인터랙티브 디스플레이 자회사인 스마트테크놀로지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멕시코산 제품에 대해서도 고율의 관세를 물린다는 방침이다. 폭스콘은 중국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의 공장에서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연간 1억대 이상 생산한다. 지난해 7~9월 애플의 글로벌 매출에서 중국과 대만, 홍콩 등 중화권이 차지한 비중은 19%에 이른다. 애플 전체 매출에서도 폭스콘이 생산한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나 된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멸종된 초대형 호랑이, 50년 내 ‘부활’한다

    멸종된 초대형 호랑이, 50년 내 ‘부활’한다

    식육목 고양이과 포유류 중 가장 몸집이 큰 것으로 기록돼 있는 멸종 호랑이가 머지않아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뉴욕포스트 등 미국 현지 언론의 18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 뉴욕환경과학임업주립대학(SUNY College of Environmental Science and Forestry) 연구진이 ‘부활’시키려 하는 것은 카스피 호랑이다. 카스피 호랑이는 중앙아시아 카스피 해 남부와 중국 서부 등지에 분포했었지만 1970년대에 결국 멸종 선고를 받았다. 몸길이가 3m 이상일 정도로 큰 몸집을 자랑했으며, 전문가들은 카스피 호랑이가 지구상에서 생존했던 고양이과 포유류 중 몸집이 가장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1970년대 초반 중앙아시아에서 시작된 개발 및 인구활동이 카스피 호랑이의 주된 멸종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1930년대부터 소비에트 연방정부는 군대까지 동원해 카스피해 일대의 카스피 호랑이를 대대적으로 포획했다. 일반인에게는 포상금까지 내걸며 동물사냥을 장려했다. 그렇게 호랑이가 사라진 갈대숲이나 삼림지대에서는 벼와 면화를 재배하는 농사가 시작됐고, 살 곳이 없어진 호랑이는 점점 더 높은 산악지역으로 내몰리다가 결국 멸종됐다. 연구진은 당시 멸종된 카스피 호랑이 복원을 위해 카스피 호랑이의 매우 가까운 친척인 시베리아 호랑이(아무르 호랑이)를 이용할 예정이다. 시베리아 호랑이는 카스피 호랑이와 함께 호랑이류 중에서 가장 큰 종으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의 백두산 호랑이 역시 시베리아 호랑이에 속한다. 2009년 옥스퍼드 대학 등의 연구를 통해 카스피 호랑이와 시베리아 호랑이의 유전자가 거의 동일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복원에 관심을 보여왔고, 뉴욕환경과학임업주립대학 연구진이 카자흐스탄 정부의 지원을 받아 본격적인 복원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연구진은 “50년 이내에 적게는 40마리에서 최대 100마리에 가까운 카스피 호랑이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현재 카스피 호랑이의 정확한 서식 환경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카스피 호랑이 복원에 중요한 역할을 할 시베리아 호랑이는 현재 전 세계에 520~540마리 정도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자세한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바이오로지컬 컨저베이션’(Biological Conservation)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결혼식 참석해 ‘신랑 들러리’ 선 오바마

    결혼식 참석해 ‘신랑 들러리’ 선 오바마

    이제 곧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신랑 들러리로 섰다.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미 NBC뉴스 등 현지 언론은 자신의 보좌관 결혼식에 참석한 오바마의 소식을 사진과 함께 전했다. '무려' 오바마를 결혼식 하객이자 신랑 들러리로 세운 사람은 오마바의 외부 일정을 담당하는 보좌관 마빈 니컬슨이다. 오바마는 지난 주말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열린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존 케리 국무장관과 함께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이동했다. 퇴임 준비로 바쁜 오바마가 직접 보좌관 결혼식까지 챙긴 것은 신랑신부와의 특별한 인연 때문이다. 신랑 니컬슨은 보좌관이자 평소 함께 골프를 즐기는 파트너다. 오바마의 취임 이후 절반 이상인 192라운딩을 그와 함께 했을 정도. 여기에 현재 연방정부 교육부에서 일하는 신부 헬렌 패직의 아버지는 오랜 오바마의 후원자이기도 하다. 특히나 신랑 신부는 지난 2008년 오바마의 대선 캠프에서 처음 만나 인연을 맺었다.   한편 오는 20일 공식 퇴임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10일 저녁 시카고에서 열리는 고별 연설을 앞두고 연설문을 페이스북에 미리 공개했다. 오바마는 지난해 12월 부터 대통령의 연설문을 총괄하는 코디 키넌 등 '공식' 참모들과 수 차례 연설문을 쓰고 고치며 역사적인 마지막 연설을 준비해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무상의료의 상징 베네수엘라, ‘의료 최악 국가’ 전락

    무상의료의 상징 베네수엘라, ‘의료 최악 국가’ 전락

    베네수엘라는 예방의학 및 무상의료를 전면적으로 시행하며 '의료복지의 천국'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2017년 현실은 비참하기 짝이 없다. 주변 나라 국경을 넘어 병원을 찾는 베네수엘라 주민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아프다는 사람에게 치료를 거부하지 못하는 인접국 병원들은 환자를 받고 있지만 대응 능력을 넘어서는 폭발적 증가에 난감해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와의 국경지역에 있는 브라질 병원엔 베네수엘라 주민이 넘친다. 브라질 호라이마 종합병원이 대표적인 경우다. 브라질 북부 호라이마주는 베네수엘라에서 브라질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한다. 경제위기를 피해 국경을 넘는 베네수엘라 주민들이 첫발을 딛는 곳이다. 매달 수천 명이 국경을 넘어 호라이마주로 밀려들면서 호라이마 종합병원은 사실상 비상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이 병원의 입원환자는 100명 안팎이었다. 그러나 12월엔 입원환자가 2배로 늘어났다. 폭증하는 환자에 시설이 부족해진 병원은 고민 끝에 대기실을 진료실로 꾸며 환자를 받고 있다. 입원하는 환자를 국적으로 분류하면 베네수엘라 출신과 브라질 자국민의 비율은 3대1이다. 베네수엘라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 의약품 부족 등으로 건강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베네수엘라 환자가 심각한 상태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병원장 마르실레네 모우라는 "매달 병원을 찾는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면서 "계획을 세우고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고 말했다. 당장은 기존 시설과 확보한 의약품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병원이 이런 식으로 환자를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마르실레네는 "지금처럼 환자가 늘어난다면 올해 중반경엔 의약품 등도 바닥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호라이마 주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연방정부에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브라질 연방정부는 국경지역에 베네수엘라 출신을 위한 병원을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당장 지금의 위기에 뾰족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신년 기획] 더 많이 웃고 더 행복하자

    [신년 기획] 더 많이 웃고 더 행복하자

    2017년이 밝았다. 대통령 탄핵 정국과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힘겨웠던 2016년을 뒤로하고 이제 다시 희망의 끈을 동여맬 때다. 새해 아침 지구촌 곳곳에서 묵묵히, 그리고 힘차게 내일의 꿈을 키워 나가는 우리 대한국인들로부터 2017년 활짝 웃는 대한민국을 소망하는 응원 메시지들을 받았다. 자원봉사자에서부터 건설근로자, 과학자, 유학생, 대기업의 해외 주재원에 이르기까지 하는 일도 다르고 저마다의 꿈도 달랐지만 단 하나, 대한민국이 더 많이 웃고 이 땅의 모두가 좀더 행복해지길 바라는 소망은 모두가 같았다. “아들 자전거부터 가르쳐 줄 것” 쿠웨이트 건설현장 지키는 이정헌씨 “지난 휴가 때 아내가 큰애 자전거 타는 법 좀 알려주라고 했는데, 뭐가 그리 바빴는지 그냥 돌아오고 말았네요. 이번에 한국에 돌아가면 제일 먼저 아들에게 자전거 타는 법부터 알려줄 겁니다.” 2012년 12월 이후 4년 넘게 쿠웨이트 건설현장을 지키는 현대건설 토목엔지니어 이정헌(42)씨는 가족 얘기부터 꺼냈다. “가족에겐 항상 미안한 마음이지만 한편으로는 자랑스러운 아빠와 남편이 되고자 힘겨운 시간을 견디고 있습니다.” 발령 초기에는 지나가는 한국차만 봐도 울컥할 정도로 향수병을 겪었다. “이제는 발주처 직원들이나 감리원들이 업무차 한국을 방문하고는 우리나라에 대한 경험과 칭찬을 늘어 놓을 때면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며 웃었다. 쿠웨이트의 외국인 정책은 아랍에미리트나 카타르 등과 달리 매우 엄격하다. 이씨는 “한국인에 대해서는 그나마 다른 외국인에 비해 비교적 관대하다. 달라진 국가 위상 때문인 듯해 자랑스럽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사람과의 약속도 있지만 제가 일하는 건설 현장에서는 모든 게 약속입니다. 공정도, 안전도, 품질도 약속이죠. 하기로 했으면 꼭 지켜야 하는 게 약속이듯 제가 담당하는 일에 한 치의 어긋남이 없도록 모든 약속들을 잘 지켜 나가고 싶습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한국 경제도 활력 되찾았으면” 러시아 시베리아서 일하는 김인호씨 “2017년에는 세계 경제 회복뿐 아니라 한국 경제도 활력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더불어 정치, 사회적으로 모든 면에서 성장하도록 국민이 한마음으로 위기를 헤쳐 나가길 기원합니다.” 9년째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에서 파견 근무하는 김인호(52)씨는 “유라시아 철도가 관통하는 물류의 중심지라 세계 경기 침체와 회복을 최전선에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곳은 러시아 물류·교통의 요충지로 유럽, 중앙아시아, 극동으로 가는 모든 화물이 거친다. 이곳 오리온공장에서 만든 초코파이, 고래밥(현지명 ‘마린보이’) 등이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뻗어 나간다. 노보시비르스크에선 12월 31일 밤 12시가 되면 불꽃 축제가 열린다. 그는 시베리아 하늘을 뒤덮은 불꽃을 보며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 소망을 빌었다. “가족과 친구, 동료들이 가장 그리울 때”라는 그는 “하지만 회사를 대표해 사업을 개척한다는 자부심으로 마음을 다잡는다”고 했다. 지난해는 러시아 법인 판매실적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그 자부심을 더욱 견고하게 했다. “올해 경제 침체기에서 벗어나 더더욱 좋았던 한 해라고 기억하고 싶어요.”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해외진출 한 기업들 결실 맺길” 쿠바 코트라 근무 정덕래씨 “시장 개척을 위해 땀 흘리는 우리 기업인을 도와 조그마한 결실이 이루어지기 시작할 때 큰 기쁨을 느꼈습니다.” ‘남미통’으로 불리는 정덕래(43) 코트라 아바나무역관장은 올해 소망도 ‘작은 결실’에 방점이 찍혀 있다. 칠레, 과테말라 등 남미에서만 8년 5개월째. 쿠바 생활은 올해로 3년차에 접어들었다. 생필품이 부족하고, 한국 음식 재료를 구하려면 멕시코, 파나마 등으로 가야 할 정도로 팍팍한 삶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을 보며 자긍심으로 이겨 내고 있다. 정 관장은 “지난해 한·쿠바 경협위원회가 발족하면서 경제 교류행사가 정례화됐다.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을 접하면서 한국을 동경하고 더 알고 싶어 하는 쿠바인들도 많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공산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가 사망한 뒤 쿠바는 변화의 중심에 섰다. “사회주의 시스템이 견고하고 통제력이 강해 외부의 기대만큼 빠른 변화를 없을 것 같다는 게 중론”이라면서 “책상에서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쿠바인들과 쿠바 사회를 더 깊이 있게 파악하고 배우려고 한다”고 했다. 그들의 문화 속으로 파고들어 ‘작은 결실’을 이루고 그것을 모아 큰 성과를 만들기 위한 그의 노력이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보편적 복지 확대됐으면” 프랑스 유학생 문경훈씨 “복지가 상대적으로 나은 프랑스를 경험하다 보니 우리나라도 보편적 복지가 좀더 확대됐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파리에서 10년째 공부 중인 문경훈(44)씨는 “한국 사회는 경쟁 논리에 갇힌 느낌이 드는데 프랑스의 ‘연대’와 ‘관용’을 배울 필요가 있다”며 “보편적 복지에 대해 전향적인 논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학(철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2006년 아내와 결혼하자마자 유학 생활을 시작했는데 아내는 지난해 3월 먼저 아이와 한국에 들어갔죠. 혼자 생활하니 가족이 그립고 한국이 그리워요.” 문씨는 유럽의 연말도 어두웠다고 전했다. “연쇄 테러로 총을 든 군인이 순찰하고, 가방을 검색하는 게 일상이 됐죠. 새해에는 모든 나라가 평안했으면 좋겠습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중산층 삶의 질 향상” 재미교포 이수정씨 “한국에서 사업하는 친구나 친척들이 경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하더군요. 미국은 몇 년 전에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이제는 좀 나아졌거든요. 한국 경기도 좋아져서 중산층이 편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재미교포 이수정(50·여)씨는 “미국은 금융 위기 때 주(州)정부 공무원들도 많이 해고됐다”며 “나 같은 연방정부 공무원은 해고되진 않았지만 이민을 올 때부터 정착했던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에서 400㎞ 떨어진 아이오와주 디모인으로 떠나야 했다”고 회상했다. “무엇보다 ‘한류’ 인기로 미국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져서 뿌듯해요. 저도 한국 드라마를 즐기고 국제 경기가 있을 때 한국을 응원하죠. 어느 나라에 있든 한국 사람들 모두 행복하길 바랍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물질보다 정의” 에티오피아 허디모데씨 “새해에는 우리나라 사회가 물질적 가치보다 정의에 더 관심을 두었으면 합니다. ” ‘그린라이트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인 허디모데(35)는 2016년을 “2보 전진을 위한 고통스러운 1보 후퇴”라고 봤다.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월드비전 소속으로, 18개월째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 머물며 기아차, 코이카 등과 함께 직업훈련과 경제교육을 하고 있다. 그는 에티오피아에 퍼진 한국의 이미지를 ‘정의롭고 멋있는 국가’라고 소개했다. “‘REPUBLIC OF KOREA’(한국)라는 스티커를 차에 붙이고 다니면 시민들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죠. 새해에는 이런 자부심과 따뜻함이 다른 어두운 곳들도 비추는 한 해가 되길 멀리서 응원하겠습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진실 규명 되길” 日 광고기획자 김리원씨 “일본에서 최순실 사태를 지켜보며 평화로운 방법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긴 성숙한 우리 국민이 자랑스러웠어요.” 일본에서 광고기획자(AE)로 일하는 김리원(30)씨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일본 동료들이 물을 때 어떻게 설명할지 몰라 부끄러웠다”며 “우선 내가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새해에는 정치, 사회 분야를 공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한인들도 꾸준히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나 헌법재판소가 지속적으로 진상 규명에 힘을 써 줬으면 좋겠습니다.” 대형 스포츠 브랜드의 글로벌광고 캠페인에 참여하는 김씨는 “많은 청년들이 해외 취업으로 눈을 돌리는데 먼저 그 나라의 문화와 분위기를 충분히 공부하고 고민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안전한 한 해” 필리핀 파견 서승환 경정 “필리핀에 있으면서 한국이 얼마나 안전한지 알았습니다. 전세계 교민 모두 ‘안전한 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경찰도 열심히 뛰겠습니다.” 한국인 범죄를 담당하는 필리핀 마닐라 ‘코리안데스크’에 파견된 서승환(40) 경정은 “돌아오는 6월이면 필리핀 근무 5년 2개월 만에 한국으로 복귀한다”며 “범인 검거율이 10%도 안 되는 곳에 근무하면서 치안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전했다. 서 경정은 이곳에서 강·절도 사건과 관련한 교민 민원을 접수하고, 필리핀 경찰에 수사 협조를 요청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한국에 돌아오면 외사업무를 하게 된다. “재외동포만 700만명이고, 해외 여행객은 수없이 많죠. 이들의 안전이 보장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일과 삶의 균형” 호주 워킹홀리데이 장유진씨 “새해에는 조금이라도 더 일과 삶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는 한국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 멜버른의 대학 부설기관에서 마케팅 담당자로 근무하는 장유진(25)씨는 “호주가 낙원은 아니지만, 적어도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너무 일 쪽으로 치우쳐 있어 아쉽다”고 설명했다. “직장인들이 점심에 잔디밭에 누워서 낮잠을 자고, 음악을 틀고 손님과 춤추며 음식을 만드는 상점도 있죠.” 그는 지난 2월 ‘한상기업 해외 인턴사업’에 지원해 처음 호주에 갔다. “3개월 프로그램을 마치고 한국에 가니 아쉬웠어요. 다시 준비해 올해 7월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 왔죠. 4년제 대학교에서 마케터로 일하자는 목표도 생겼구요.” 강신 기자 xin@seoul.co.kr “인간 위대함 긍정할 일 많기를” 남극세종과학기지 근무 김성중 박사 “2016년은 과학기술로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경이로움을 목격할 수 있어 감사한 한 해였습니다. 새해에도 많은 역경 속에서도 인간의 위대함을 긍정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았으면 합니다.” 제30차 월동연구대 대장으로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서 근무 중인 김성중(51·극지연구소) 박사는 지난해 11월 동료들과 함께 남극에 파견됐다. 남극은 지금 여름인데도 평균 기온은 영하 2~3도이고, 바람이 세차 체감온도는 훨씬 낮다. 밤에도 밝은 백야 현상이 이어져 체력적으로 힘든 여건이다. 겨울인 7~8월에는 영하 20~25도까지 떨어지는 혹한과 하루 종일 어두운 극야 현상이 나타난다. 기후 자체가 극한으로 몰아가지만 김 박사는 “이론으로만 공부해 온 기후 변화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며 “자연의 신비를 탐구하는 인류의 도전에 기여한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남극세종과학기지는 29년 만의 첫 증축 공사가 진행돼 내년 4월 중순 무렵 완공된다. 연구 공간은 지금보다 80%가량 넓어진다. 김 박사는 “보강된 시설에서 무사히 연구를 마치고 내년 말 대원들 모두 건강히 돌아가는 게 새해 목표”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지난해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은 도전하며 발전하는 인간을 증명한 아름다운 패배였습니다. 경제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먹고살기 힘든 시절이라고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사회·문화적으로 인류는 분명히 전진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청탁금지법 같은 건 문화선진국으로 한 단계 발돋움하는 시도라고 생각해요. 그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In&Out] 한 아이를 지키려면 온 마을이 변해야 한다/이윤이 방송작가

    [In&Out] 한 아이를 지키려면 온 마을이 변해야 한다/이윤이 방송작가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지만, 한 아이를 학대하는 데에도 온 마을이 필요하다.”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다룬 영화 ‘스포트라이트’에 나오는 대사다. 우리나라에서 학생을 상대로 한 교사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교사 성범죄는 해당 교사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는 비판이 높다. 하지만 성범죄 교사가 속해 있는 마을, 즉 학교 집단이 성범죄 교사를 비호한다면 처벌을 강화한들 무슨 소용이랴. 사건이 발생하면 학교 측은 성범죄 교사에 대해 수업 금지, 담임 해제 등 긴급 조치를 내릴 수 있다. 그런데 학교장 등 윗선 교사들은 학교 이미지 때문에, 승진이나 명예 때문에,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문화 때문에 사건을 덮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피해 학생이나 학부모는 입시와 관련된 권한을 쥔 교사와 학교 측에 항의하기 힘들고, 외부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주저한다. 성범죄를 자행하는 교사들은 이런 역학 구도를 잘 알고 있는 탓에 오늘도 그들의 마을 안에서 그들의 손놀림에 저항하기 힘든 학생들의 몸과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아주 추악한 ‘성갑질’이다. 방치는 폭력이고 무관심은 공범이다. 성갑질에 멍드는 학생을 외면하는 학교 마을과 마을 지도자에 대한 처벌을 우선 강화해야 한다. 학교 내에서 교사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아울러 학교 측이 사건을 숨기거나, 경위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거나, 사건이 진실로 드러났음에도 해당 교사에 긴급 조치를 내리지 않을 시 매우 강도 높은 징벌이 필요하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도 교내 성범죄를 하찮게 다루거나 가해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대학은 일절 방문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바이든 부통령은 해당 대학들이 성범죄 사건 처리, 가해자 처벌 규정을 개선하지 않으면 연방정부 재정 지원도 끊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해당 학교에 대한 교육부의 재정 지원을 차단하고, 학교 이름을 공개해 성범죄 교사로부터 학생을 보호하지 못한 학교로 낙인찍어야 마땅하다. 또한 교사 성추행이 언론에 보도되고 질타가 쏟아질 때마다 뒷북 회의를 해대는 시·도 교육청도 공범이다. 얼마 전 용기 있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사 성범죄 문제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외부에 알렸는데도 불구하고,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학교에 대한 감사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학생들의 영혼을 짓밟는 데 동조했다. 영화 ‘스포트라이트’에는 이런 대사도 나온다. “사과 몇 알 썩었다고 상자째 버릴 수 없지 않으냐.” 아니다. 썩은 사과는 재빨리 골라 내야 한다. 소위 ‘변태 교사’들 몇 명 때문에 학교 전체의 이미지를 망가뜨릴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교육계 내부자들, 그들은 썩은 몇 알 때문에 그나마 멀쩡한 사과들이 덩달아 부패하고, 멀쩡한 사과까지도 ‘썩은 한 상자’로 매도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 썩은 몇 알이 어린 학생들의 영혼을 썩게 만드는 문제는 왜 외면하는가. 썩은 사과 때문에 절대 다수의 선량한 교사들까지 지탄받는 억울함은 어쩔 것인가. 이 학교 마을은 나의 영지이고, 학생들은 내가 아무렇게나 건드릴 수 있는 노예라고 여기는 중세 시대에 살고 있는 몇몇 교사들. 이들이 있는 마을에 오늘도 소녀들은 들어오고, 학교는 영지의 문을 굳게 잠근다. 문을 걸어 닫은 학교 관계자들은 침묵의 카르텔에 막중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집단이 바뀌어야 개인도 바뀔 수 있다. 당신들의 동생도, 딸도, 조카도, 이 시간 어디에선가 성갑질의 노예로 멍들어 가고 있을지 모른다.
  • [글로벌 인사이트] 자선·자유·킹메이커, 혹은 정치무대 복귀… 오바마 어느 길 갈까

    [글로벌 인사이트] 자선·자유·킹메이커, 혹은 정치무대 복귀… 오바마 어느 길 갈까

    미국 대통령은 오르기도 쉽지 않지만 내려오는 것도 만만치 않은 자리다. 그들은 퇴임을 앞두고 자신의 성격과 신념에 부합하는 제2의 직업을 찾아야 하지만 전직 대통령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구직에 제약이 많다. 퇴임 이후 어렵게 할 일을 찾는다 하더라도 인구 3억명의 대국을 운영하고 전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나날이 떠오를 때마다 엄청난 공허감과 무력감을 이겨내야 한다. 특히 한 달 뒤에 55세로 퇴임하는 버락 오바마처럼 중년에 백악관을 떠나야 하는 대통령일수록 은퇴 계획을 세우고 퇴임 이후 삶을 살아내는 데 있어 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오바마는 백악관 이후의 삶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그는 최근 자신의 대통령기념관이 들어설 시카고 남부 잭슨공원 내 시립 골프장 2개를 최고급으로 재설계하는 프로젝트를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에게 부탁했다고 시카고트리뷴 등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골프장은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 대회 개최가 가능하도록 재설계되며, 내년 봄 착공해 2020년 개장할 예정이다. 재설계 비용은 최소 3000만 달러(약 360억원)로 추정된다. 오바마 측은 이 골프장에 PGA 대회를 유치해 대통령기념관 홍보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오바마는 앞서 워싱턴DC의 사립학교 시드웰 프렌즈 스쿨에 재학 중인 막내딸 사샤를 위해 퇴임 이후에도 당분간 워싱턴DC에 머무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바마는 퇴임 이후 전직대통령법에 따라 연방정부로부터 연 20만 5700만 달러(약 2억 4000만원)의 연금을 받고, 사무실 운영비, 비서진 급여, 의료비, 여행 경비, 통신비 등을 지원받는다. 또 오바마와 부인 미셸은 대통령 경호를 담당하는 비밀경호국으로부터 평생 경호를 받는다. 오바마는 퇴임 이후 자신이 머무를 집과 사무실, 자신의 업적을 기릴 기념관을 순조롭게 준비하고 있지만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역할과 직업에 대해서는 거듭 고민하는 모습이다. 미국 언론들은 미디어 분야 진출, 미국프로농구(NBA) 구단주, 벤처 기업 투자자 등 다양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오바마 측은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오바마와 마찬가지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퇴임한 빌 클린턴(70·퇴임 당시 54세)과 조지 W 부시(70·퇴임 당시 62세) 전 대통령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며 은퇴 이후 삶을 살아가고 있다. 클린턴은 2001년 1월 임기 마지막 날 억만장자 마크 리치를 사면해 논란을 빚어 퇴임 직후 한동안 공개 활동에 나서지 못했다. 클린턴은 사기, 조세포탈, 적성국과의 불법 석유 거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뒤 외국으로 도피한 리치 등 176명을 사면했는데, 리치의 전 부인 데니스 리치가 민주당과 클린턴기념관, 힐러리 클린턴의 2000년 상원의원 선거 캠프에 후원금을 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스캔들로 비화됐다. 클린턴은 몇 달 후 사면 스캔들이 잠잠해지자 클린턴재단을 설립해 공개 활동을 재개했다. 클린턴은 재단을 통해 2004년 인도양 쓰나미와 2005년 미국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대형 피해가 발생했을 때 약 1억 6000만 달러(약 1896억원)의 구호금을 모금했으며, 미국 공립학교에서 설탕 음료를 퇴출하는 등 공익 사업도 진행했다. 또 1994년 재임 당시 르완다에서 인종청소를 막지 못한 죄책감으로 퇴임 이후 르완다 등 아프리카에 병원을 건립하는 데 많은 돈을 지원했다. ●클린턴·부시, 나란히 ‘실패한 킹메이커’로 클린턴은 재단 활동을 위해 총 20억 달러의 기부금을 모았는데, 기부자 중에는 자국민의 인권을 탄압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나 이라크에서 민간인에게 총기 난사를 한 미국 사설경호업체 블랙워터 등 논란 많은 단체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클린턴 자신도 퇴임 이후 강연과 집필로 1억 5000만 달러(약 1780억원)를 벌어들여 전직 대통령이라는 지위를 전 세계적 돈벌이로 이용했다는 비아냥도 샀다. 클린턴이 퇴임 이후에도 대외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것과 달리 부시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텍사스에서 조용하고 평범한 삶을 누리고 있다. 부시는 텍사스 집에서 머물며 이웃과 바비큐 파티를 하고 골프를 치며 산악자전거를 타는 등 정계 입문 전에 즐겼던 개인적 활동을 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재단이 자궁암 퇴치를 위한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병원을 보수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 아프리카에 이따금 방문하는 것이 주요 대외 활동의 전부다. 부시는 지난 2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부상을 입은 군인 66명의 초상을 직접 그려 책으로 출간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부시는 퇴임 이후 그림에 취미를 붙여 자신과 세계 지도자의 얼굴이나 개를 그려 오다가 부상 장병의 초상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부시가 자신이 결정한 이라크 침공과 관련해 정치적 의도를 갖고 부상 장병의 초상을 그리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부시의 연설작성가인 폴 웨너는 “초상화는 참전 용사에 대한 경의의 표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클린턴과 부시는 올해 가족의 대선 운동을 지원하며 함께 정치 무대에 복귀했다. 클린턴은 부인 힐러리의 민주당 경선 및 대선 유세에 직접 나서면서 선거 캠페인에 깊이 개입했으며, 공개 활동을 꺼렸던 부시도 동생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공화당 경선에 나서자 유세에 참가해 동생을 지원했다. 하지만 젭은 경선의 문턱도 넘지 못했고, 힐러리는 본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에게 패하면서 클린턴과 부시는 ‘실패한 킹메이커’가 됐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 중 가장 인기가 많고 모범으로 꼽히는 인물은 지미 카터(92·퇴임 당시 57세) 전 대통령이다. 카터는 1980년 재선에 실패하면서 불명예 은퇴했지만, 1982년 설립한 카터 센터를 통해 각종 공익 활동에 나서면서 명예를 회복했다. 카터 센터는 100여개국의 선거를 감시하며 전 세계에 민주주의를 증진시켰으며, 아프리카에서 유행하던 메디나충의 근절에도 노력을 기울여 1986년 350만명에 달하던 감염자 수를 지난해 22명으로 획기적으로 줄이기도 했다. 카터는 이러한 성취를 인정받아 2002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카터, 전직 대통령 지위 자선활동 자리로 재정의” 카터는 평화에 대한 자신의 어젠다를 추구하기 위해 퇴임 이후에도 외교적 문제에 관여했다. 카터는 1993년 북핵 위기가 발생하자 이듬해 개인 자격으로 북한을 전격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면담하면서 미국과 북한을 중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또 조지 H W 부시 정부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한 동맹을 형성하고자 하자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이사국에 로비해 미국의 시도를 저지시키기도 했다. 주간 애틀랜틱은 “카터는 전직 대통령이라는 지위를 인도주의적이고 자선적인 활동을 하는 자리로 재정의했다”고 평가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 위기에 몰려 미국 역사상 처음 대통령직에서 사임한 리처드 닉슨(퇴임 당시 61세) 전 대통령은 사임 이후 명예 회복을 지속적으로 시도했다. 닉슨의 부통령이었던 제럴드 포드는 1974년 닉슨의 사임으로 대통령직을 승계한 뒤 닉슨이 대통령 재임 기간 저지른 모든 범죄를 사면했지만, 닉슨의 추락한 명예는 회복시키지 못했다. 닉슨은 백악관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와 고향 캘리포니아로 돌아간 뒤 억울함과 분노로 인해 병까지 얻기도 했다. 닉슨은 이후 자서전을 출간하고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대외 활동에 나섰고, 자신의 정치적 유산인 중국과의 데탕트를 과시하기 위해 중국을 다시 방문하기도 했다. 닉슨은 카터 정부가 1978년 중국과 관계 정상화를 할 때 조언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닉슨은 생전에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는 받지 못했다. 닉슨의 동료들은 기금을 모아 1990년 닉슨도서관을 건립했지만, 정부로부터 공식 대통령기념관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닉슨이 1994년 숨을 거둔 뒤 클린턴 당시 대통령은 장례식에서 닉슨의 외교적 성취를 평가하는 추도 연설을 했으며, 그로부터 13년이 흐른 2007년에 닉슨도서관은 연방 대통령기념관 시스템에 공식적으로 포함되게 됐다. 애틀랜틱은 오바마가 퇴임 이후 부시와 비슷하게 정적인 삶을 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사람 모두 애초에 대통령직에 대한 열망이 적었고 대중의 관심을 바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오바마의 선임고문인 발레리 자렛은 “오바마가 서핑만 하며 소일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오바마는 자신의 사회적 의무를 강하게 인식하고 있기에 어떤 식으로든 사회 참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스위스 새 대통령에 도리스 로이타르트 선출

    스위스 새 대통령에 도리스 로이타르트 선출

    내년 스위스 연방정부를 대표할 대통령(임기 1년)으로 도리스 로이타르트(53) 연방 환경·교통·에너지·통신 장관이 선출됐다고 8일(현지시간) 스위스 언론들이 전했다. 중도 우파 기독민주당(CVP) 소속 로이타르트 신임 대통령은 2010년에도 대통령 직을 수행했다. 스위스는 총선을 통해 상·하원 의원을 선출한 뒤, 양원에서 7명의 내각 장관(임기 4년)을 뽑아 연방평의회를 구성한다. 7명이 돌아가며 임기 1년의 평의회 의장 겸 연방대통령을 맡는 독특한 정치 구조다. 로이타르트는 에너지 정책을 맡아 2050년까지 원전 가동을 중단하는 계획을 구상했다. 지난달 정부 계획보다 앞당겨 2029년까지 원전 5기 가동을 모두 중단하자는 법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졌지만 부결되면서 로이타르트의 정책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요한 슈나이더 암만 현 대통령은 경제장관직을 계속 수행한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승자 독식 美선거제 바꾸려는 ‘배신투표’ 쿠데타 성공할까

    [글로벌 인사이트] 승자 독식 美선거제 바꾸려는 ‘배신투표’ 쿠데타 성공할까

    지난 11월 8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내각 후속 인사를 연이어 단행하는 등 행정부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는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인 270명을 훌쩍 넘긴 306명을 확보해 232명에 그친 힐러리 클린턴에게 승리했다. 그런데 미국 대선은 사실 공식적으로 끝나지 않았다. 선거인단만을 대상으로 하는 공식 대선일은 오는 19일 치러진다. 최근 클린턴 지지자를 중심으로 한 일부 선거인이 반란을 꿈꾸면서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달 22일 최소 6명의 민주당 선거인이 공화당 선거인에게 트럼프를 찍지 말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권자 득표에서 클린턴이 더 많은 표를 얻었음에도 트럼프가 당선된 것은 민의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도발’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워싱턴DC·29개주만 배신투표 금지 우선 선거인단의 ‘도발’ 시도를 이해하려면 미국만의 독특한 제도인 선거인단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이해해야 한다. 선거인단은 모두 538명이다. 하원(435명)과 상원(100명) 숫자를 합친 535명에 워싱턴 DC의 선거인 3명을 합친 숫자다. 선거인은 선출직, 임명직과 관련 없이 연방정부 관련 관직을 가져서는 안 된다. 미국 수정헌법은 주 또는 연방 관직을 수행하고자 헌법 수호를 맹세한 사람이나 미국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킨 사람은 선거인단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거인단 후보는 대통령 선거 한 달 전에 각 주의 정당이 추천한다. 오클라호마,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등에서는 당 대회를 거쳐 선거인 후보를 정한다. 미 대선은 각 주에 할당된 선거인이 유권자의 뜻에 따라 각 후보에게 투표해 이뤄진다. 대부분 주는 승자독식의 원칙에 따라 해당 주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선거인 전체를 지지자로 갖게 된다. 연방법에 따라 선거인이 특정 대통령이나 부통령 후보에 대한 지지 서약을 할 필요는 없지만 대부분의 선거인은 애초 약속한 대로 투표한다. 문제는 선거인이 유권자의 뜻을 배신하고 다른 후보에게 투표하는 길이 열려 있다는 점이다. 헌법에는 선거인이 절대적으로 해당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다만 캘리포니아와 앨라배마, 알래스카 등 29개 주와 워싱턴 DC에서는 이른바 ‘배신투표’를 금하고 있다. 반면 조지아, 애리조나, 캔자스 등 21개 주는 배신투표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다. 즉, 선거인이 다른 정당의 후보를 찍는 이른바 배신도 가능한 셈이다. 미시간과 미네소타는 배신투표를 무효로 규정하고 있다. ●배신투표 최대 이유는 후보 사망 240년이 넘는 미국 대통령 선거 역사에서 지금까지 배신투표를 한 선거인은 179명이다. 이 중 71명은 후보자의 사망이나 선거 포기(1872년, 1912년)로 마음을 바꾼 경우다. 2명(1812년, 2000년)은 어떤 후보도 마음에 들지 않아 아예 투표를 포기했다. 나머지 106명은 개인의 이해관계나 우연하게 마음을 바꿔 배신투표를 했다. 배신투표는 대부분 혼자 하는 경우가 많았다. 1836년에는 23명의 선거인이 집단으로 배신투표를 했다. 반란표로 인해 최종 선거 결과가 달라지는 일은 지금까지 없었다. 배신의 이유는 여러 가지다. 1836년 버지니아주에서 23명의 선거인이 한꺼번에 반란표를 행사했다. 민주당은 당시 부통령 후보로 리처드 존슨을 정했는데 그가 흑인 여성과 결혼하고 자녀를 낳았다는 이유로 선거인단이 반대의사를 밝힌 것이다. 대통령 후보 마틴 밴 뷰런은 당선됐지만 존슨은 선거인의 배신으로 당선에 필요한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했다. 그는 이후 상원의 결정으로 부통령 자리에 올랐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2004년 대선을 꼽을 수 있다. 민주당이 미네소타에서 다수표를 얻으면서 선거인은 대통령으로는 존 케리, 부통령은 존 에드워즈에게 투표해야 했다. 그렇지만 선거인은 대통령과 부통령 모두 에드워즈에서 투표했다. 누가 배신했는지를 찾고자 미네소타 주는 진상조사를 벌였지만 비밀투표 규정으로 해당 선거인을 찾지 못했다. 다만, 배신투표는 착각 때문인 것으로 추정됐다. 결국 미네소타 주 의회는 이 선거 이후 선거인단의 투표를 공개 투표로 전환했다. 2000년에는 워싱턴 DC의 선거인인 바버라 레트 시먼즈가 배신투표를 했다. 그녀는 당초 민주당의 앨 고어, 조 리버먼을 각각 대통령과 부통령으로 투표해야 했지만 백지표를 제출했다. 그녀가 배신한 이유는 워싱턴 DC가 미국 본토임에도 입법 대표를 선출할 수 없는 상황을 비판하고자 백지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1972년에는 버지니아에서 로저 맥브라이드가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과 스피로 애그뉴를 각각 대통령과 부통령으로 투표해야 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군소 정당인 자유당의 존 호스퍼스와 토니 네이선에게 투표했다. 부통령 후보였던 네이선은 미국 최초로 선거인을 확보한 여성 후보가 됐다. 배신투표를 한 맥브라이드는 4년 뒤 아예 자유당 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 취소하려면 38명 등돌려야 이렇듯 배신투표는 2004년까지 일어났지만 선거인도 결과가 뒤바뀌기를 실제로 바라는 것은 아니다. 이번 대선 역시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이미 306명의 선거인단을 차지해 그의 당선을 막으려면 최소 38명의 선거인 마음을 돌려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오히려 선거인이 주목하는 것은 바로 미국 대통령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공론화시키는 것이다. 선거인의 간접선거로 승자가 결정되는 대선은 민의를 왜곡하는 결과를 낳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전히 진행 중인 이번 대선 개표작업에서 클린턴이 큰 표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분석 매체 ‘쿡폴리티컬리포트’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대선 전체 득표에서 클린턴은 6463만여 표 트럼프는 6240만여 표를 얻어 클린턴이 200만 표 이상 앞섰다고 전했다. 결국 클린턴은 트럼프보다 200만 표 이상의 지지를 더 받았지만 선거인단 제도의 허점 때문에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1992년 대선에서는 개혁당 후보로 나온 로스 페로가 전국 유권자로부터 19%의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정작 선거인단은 한 명도 확보하지 못했다. ●트럼프 역대 4번째 유효득표 적은 승자 미국 역사상 선거인단 승자가 유효득표수에서 뒤진 경우는 이번을 포함해 모두 4차례다. 1876년과 1888년, 2000년, 2016년 등이다. 이 때문에 배신투표를 독려하는 선거인은 민주당 쪽 선거인에게도 힐러리를 찍지 말라고 독려하고 있다. ‘배신투표’가 많이 나오면 나올수록 제도의 문제점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워싱턴주 선거인인 레비 구에라(19)는 당초 민주당 클린턴을 지지해야 하지만 트럼트 당선에 항의 차원에서 배신 투표를 결심했다고 지난달 30일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일곱 번째 배신투표 선거인이 된 그녀는 이번 선거가 생애 첫 선거라면서 “당에 앞서 내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배신투표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한 선거인은 “만약 이 문제를 의회로 가져가게 되면 정치적 후폭풍을 불러올 논쟁이 일어 충분한 사람들이 선거인단 제도에 대해 들여다보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선거인단 제도를 연구해 온 텍사스 A&M 대학의 조지 에드워즈 교수는 “트럼프 선거인단이 8~10명만 다른 사람에게 투표하더라도 사람들의 주의를 끌 수 있다”며 “대선에서 그렇게 많은 선거인이 배신투표를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패배 못 믿던 클린턴 “위스콘신 재검표에 참여”

    트럼프 “이미 선거는 끝났다… 녹색당 스타인이 주도한 사기” 클린턴 개표 때 패배 믿지 못해… 오바마 “인정해야” 전화에 승복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측이 위스콘신 주의 재검표 과정에 참여하기로 했다. 개표 당일 패배 승복에 머뭇거리던 클린턴이 마음을 바꾼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화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재검표 움직임을 사기라고 비난했다. ●“펜실베이니아·미시간에도 참여” 클린턴 캠프의 마크 엘리아스 변호사는 26일(현지시간) “캠프 자체 조사에서 대선 투표시스템에 대한 어떤 해킹 증거도 발견하지 못해 재검표라는 선택을 행사할 계획은 없었다”면서 “하지만 위스콘신에서 재검표가 시작됐기에 그 과정에 참여해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그는 또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에서도 재검표가 추진된다면 마찬가지로 같은 접근을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메일 사건 배후에 러시아 있다” 그는 “미국 정부는 민주당전국위원회, 클린턴 개인 이메일 계정 해킹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러시아 정부가 대선 이후 상당수의 엉터리 선전뉴스 배후에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제3당인 녹색당 후보였던 질 스타인은 위스콘신과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주 등 3개 경합 주에 대한 재검표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다. 위스콘신 주 선거관리위원회는 25일 스타인의 청을 받아들여 이르면 다음주부터 재검표하기로 했다. 위스콘신은 트럼프와 클린턴 간 득표율이 0.8% 포인트(2만 225표)로 매우 근소한 차이였다. 위스콘신 주 선거인단은 10명이다. ●오바마측 “대선 자유롭고 공정”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대선은 자유롭고 공정했으며 해킹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NYT에 “선거 당일 연방정부는 투표과정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한 악의적 사이버 활동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결과를 지지하며 미국인의 의지를 정확히 반영했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은 재검표가 이뤄지더라도 승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위스콘신이나 펜실베이니아가 대선 전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이 최대 6%까지 앞선 곳이어서 굳이 이들 주를 조작 대상으로 선택할 필요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의회전문매체 더 힐의 백악관 출입기자인 아미 파네스는 “대선 당일 클린턴 등이 트럼프의 우세를 믿지 못해 패배 인정 대신 한동안 개표를 더 지켜보자고 머뭇거렸다”며 “그렇지만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이런 기류는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에게 “패배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고 전화를 끊은 클린턴은 측근에게 “전화기를 달라”고 한 뒤 트럼프에게 전화해 패배를 인정했다는 것이다. 더 힐은 “위스콘신과 펜실베이니아 등 각 주에서 박빙의 승부가 벌어졌기에 클린턴은 오바마 대통령의 압박이 없었다면 트럼프에게 전화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자는 재검표 움직임에 성명을 내고 “재검표는 이미 끝난 선거에 1%도 얻지 못한 녹색당의 스타인이 주도한 사기(Scam)”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캠프 관계자는 클린턴 측의 재검표 동참에 대해 “클린턴이 패배를 승복했다”며 “이제는 미래를 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사기꾼이라 욕해도… 트럼프, 앙숙 롬니 국무장관으로 세우나

    사기꾼이라 욕해도… 트럼프, 앙숙 롬니 국무장관으로 세우나

    한국계 미셸 리 교육장관에 물망 안보라인은 비주류 강경파 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공화당 내 앙숙이던 밋 롬니(69)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민주당 성향의 한국계 미셸 리(47) 전 워싱턴DC 교육감을 각각 국무와 교육 장관 후보로 검토하는 숨가쁜 인선작업을 벌이고 있다. 다만 안보 라인에는 강성 인사를 발탁해 반(反)이슬람·반(反)관용 기조를 강화하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19일(현지시간) “트럼프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자가 (트럼프 소유의)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롬니 전 지사와 만나 국제 문제에 대해 심도 깊게 대화했다”면서 “(워싱턴DC 교육감을 지낸) 미셸 리도 만나 미국의 공교육에 대해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롬니는 80분간의 비공개 회동이 끝난 뒤 “미국의 국익에 영향을 주는 세계의 다양한 위협에 관해 광범위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롬니는 대선 기간 트럼프 당선자를 ‘사기꾼’이라고 비난하고 끝내 지지를 표명하지 않은 당내 대표적 반(反)트럼프 인사다. 재미 교포 2세인 리 전 교육감은 2007년부터 3년간 워싱턴DC 교육감으로 재직하면서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교사의 신분 보장 및 임금과 연동시키는 급진적 교원 평가제를 도입했다. 교육개혁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그가 교육장관으로 발탁되면 한인으로서는 최초로 연방정부 장관직에 오르게 된다. 트럼프는 20일에는 루돌프 줄리아니(72) 전 뉴욕 시장과 크리스 크리스티(54) 뉴저지 주지사 등을 만난다. 트럼프의 최측근인 줄리아니 전 시장은 외교 경험이 전무함에도 국무장관을 강력히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롬니와 경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가 자신을 비난했던 롬니를 ‘외교 수장’인 국무장관 후보로 검토한 것은 큰 틀의 통합 행보이자 사이가 껄끄러웠던 공화당 주류 진영에 손을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18일에는 안보 라인에 당내 비주류 출신 강성 인물을 대거 포진시켰기 때문에 국무장관만큼은 합리적 성품을 지닌 온건파를 발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무장관으로 내정된 제프 세션스(69) 상원의원은 검사 출신 극우파로 트럼프의 불법 이민 규제 공약을 옹호해 왔다. 오바마 행정부의 양형 완화 방침 등에 대해서도 반대해 왔다. 마이크 폼페오(53) 중앙정보국(CIA) 국장 내정자는 오바마 정부의 대이란 유화책에 비판적인 공화당 내 강경 인사로 꼽힌다. 마이클 플린(58)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도 이슬람을 ‘악성 암’으로 변이되는 정치 이데올로기로 규정하며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강경 대처할 것을 주장해 왔다. NYT는 “트럼프가 중도 지향적 정책 의제를 추구할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그가 국가안보나 인권 등에 대해서는 기존의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멕시코 미국내 자국민 보호 강화…24시간 무료 핫라인 전화도

    멕시코 미국내 자국민 보호 강화…24시간 무료 핫라인 전화도

    도널드 트럼프가 불법 이민자 추방 공약을 내걸고 당선되자 멕시코 정부가 미국에 거주하는 자국민 보호책을 강화하고 나섰다. 멕시코 외교부는 16일(현지시간) 미국 내 멕시코 대사관과 50개 영사관에 적용되는 11개 항목의 미국에 사는 자국민 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미국 내 멕시코인들이 사기와 학대 등의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해 순회 영사 서비스를 강화하기로 했다. 더 많은 멕시코인이 먼 길을 가지 않더라도 자기가 사는 곳에서 손쉽게 영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한, 24시간 무료 핫라인 전화도 개설해 이민과 관련한 궁금증을 해소하도록 돕고 사건 접수를 할 방침이다. 이민자들이 여권, 출생 증명, 영사 신원 카드 등을 쉽게 발급받을 수 있도록 관련 업무를 확대하기로 했다. 멕시코 외교부는 “우리는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연방정부나 주 정부와 대화를 더 많이 하겠다”며 “미국에 사는 자국민들은 어떠한 갈등 상황을 피하고 행정적으로, 법률적으로 제재를 야기할 수 있는 행위를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불법 이민자들의 추방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장 먼저 실시될 만한 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당선 후 첫 언론 인터뷰인 지난 13일 미 CBS 방송 ‘60분’ 인터뷰에서 범죄자를 중심으로 200만~300만명 정도의 불법 이민자를 추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최대 1100만∼1200만 명에 이르는 불법 이민자를 전원 추방하지 않고 일부는 구제할 수 있다는 방침으로 해석된다. 후보 시절 공언한 데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수요 에세이] 대통령 당선자 트럼프와 기후변화/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수요 에세이] 대통령 당선자 트럼프와 기후변화/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예상을 깨고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이겼다. 미국이 놀랐고, 세계가 놀랐다. 당선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세계 주가는 폭락했고, 세계 질서의 많은 변화가 예고되었다. 미국 중심의 정책은 미국의 대세계 안보 정책의 급변을 예고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 경제 질서의 중심축이 되어 온 자유무역 기조는 보호무역 정책으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도 예외가 아니다.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힐러리 후보가 강조하는 기후변화 정책에 반대각을 세워야 했다. 어찌 보면 후보 트럼프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대통령 당선자로서 트럼프의 행보이다. 당선자 트럼프는 벌써 대선후보로서 민주당에 강한 날을 세웠던 이슈들에 대해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보험 관련 정책의 철폐를 주장했는데 지금은 다소 완화된 입장이다. 불법 이민자의 이슈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은 유권자 과반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힐러리 후보가 유권자 투표에서는 트럼프를 앞질렀다는 것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하나 된(united) 미국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힐러리 후보자도 대선 패배를 인정하는 연설에서 트럼프와 같이 일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기후변화는 힐러리 후보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 중 하나였다. 기후변화 문제를 중시한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직후 8년 전 본인이 당선됐을 당시 부시 정권과 생각이 많이 달랐지만 서로 협력해서 정권 이양을 잘 했고, 강력한 미국 건설을 위해서 노력한 공통점을 강조했다. 기후변화는 하나 된 미국을 위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어젠다임을 트럼프는 잘 알 것이다. 여기서 대통령 당선자로서 트럼프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후보자로서의 자신의 공약을 재고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까? 기존 정책에 변화는 있겠지만 폐기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에서 개별 주에 따라서는 강력한 기후변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캘리포니아 주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캐나다 퀘백 주와는 배출권 거래제도 연계까지 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전기자동차를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셰일 가스가 미국의 에너지 정책의 중심에 서 있다. 석탄화력 발전에 비하면 온실가스 배출 자체가 적은 셰일 가스를 무기로 미국은 대러시아 및 유럽 외교 전략에 활용할 것은 당연하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에 미국은 이미 사부문에 의해서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개별 주별로 그리고 사부문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기후변화 관련 활동을 강력한 백악관 구축을 예상하는 트럼프 당선자라고 하더라도 완전히 바꿀 수는 없다. 지구사회 기후변화 대응은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 사부문, 국제기구, NGO, 시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두 관련된 문제이다. 연방정부를 이끌 트럼프 당선자는 이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시장과 민주주의를 이기는 대통령은 없다. 특히 미국에서는 더욱 그렇지 않을까? 미국 밖의 사정을 보더라도 비슷하다. 현재 모로코 마라케시에서는 파리 협정 발효 이후 처음으로 개최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진행 중이다. 회의장에서도 트럼프 당선자에 대한 우려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신기후체제하의 국제사회의 논의를 완전히 수포로 만들기는 어렵다. 파리 기후변화 협정 체제는 기존 교토의정서의 중앙집권적인 기후변화 대응 체제를 개별 국가별로 저탄소 경제를 활성화하는 분권적이고 상향식 체제로 바꾸어 놓았다. 협상 어젠다 자체도 개별적으로 저탄소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이슈들로 분산되어 진행된다. 어떻게 하면 투자를 많이 일어나게 하고, 저탄소 기술 상용화를 활성화하고, 저탄소 경제 개발정책이 잘 이행되도록 검토를 할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혜택을 어떻게 잘 나눠 가질지가 협상의 초점이다. 미국 정부가 극단적인 행동 변화를 가져온들 사실 크게 바뀐 기후변화 협상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지금 우리는 당선자 트럼프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트럼프 당선자가 찾고 있을지도 모를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기 위한 출구가 어디인지 보여 주기 위해 노력할 때다.
  • [美 트럼프 시대] 가족이 주무르는 인수위… ‘트럼프 네이션’ 도마 위

    [美 트럼프 시대] 가족이 주무르는 인수위… ‘트럼프 네이션’ 도마 위

    장녀 이방카 등 4명 집행위원에 고위급 4000명 인선 ‘쥐락펴락’ ‘맏사위 악연’ 크리스티 뒤로 밀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정권 인수인계를 위한 조직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개편하면서 아들과 딸, 사위 등 가족을 인수위 명단에 대거 포함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트럼프 가족이 함께 사업을 했듯 나라도 가족이 경영하면서 ‘트럼프 네이션’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족이 장악한 트럼프 인수위는 내년 1월 20일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전까지 모든 부처 장차관과 기관장을 비롯해 백악관 보좌관, 대사, 판사, 경찰 등 각 조직 고위급 4000명을 인선하는 막강한 힘을 갖게 된다. 트럼프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인수위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인수위의 새로운 이행 단계’ 개편안에 따르면 인수위 집행위원회의 16명 집행위원 명단에 트럼프 장녀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이 이름을 올렸다. 트럼프가 평소 신임해 온 이방카 부부가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은 많았지만 가족이 인수위에 참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자녀들의 인수위 참여는 이해 상충의 망령을 불러일으킨다”며 “왜냐하면 그들이 향후 4년간 ‘트럼프 비즈니스’를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자신들의 사업 등을 고려해 인사와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맏사위 쿠슈너는 백악관 비서실장, 이방카는 특보 등을 맡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다른 두 아들의 요직 참여 가능성도 제기된다. 워싱턴 소식통은 “트럼프 자녀들이 대선 과정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이제는 인수위와 국가 경영에도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만큼 트럼프에게 믿을 사람이 없고 인력 풀도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의 영향력은 이번 인수위 개편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쿠슈너와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대선 캠페인 기간 중 인수위원장을 맡았었으나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자에게 위원장 자리를 넘기고 집행위 부위원장으로 격하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크리스티 부위원장이 인수위 이후 내각 등 요직에 임용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들 외에 인수위에 포함된 인사들은 트럼프를 대선 기간 내내 열심히 도왔던 전현직 정·관·재계 인사들로, 기업인과 거액 후원자, 로비스트 등도 상당수 포함돼 이해 상충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크리스티 이외에 공화당 경선 주자였던 벤 카슨,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이 부위원장을 맡았다. 집행위원 16명에는 가족 4명 외에 루 발레타 하원의원, 팜 본디 플로리다 법무장관 등 정관계 인사와 선거자금 모금을 지휘한 스티브 너친 듄캐피털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 피터 틸 페이팔 공동창업자, 거액 후원자인 앤서니 스카라무치, 레베카 머서 등이 이름을 올렸다. 미 언론은 “업계 로비스트 10여명도 인수위에 참여, 인사 등에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인수위는 “4000명이 넘는 정무직 인사를 임명하기 위한 인선이 진행될 것이며 자격이 되는 사람을 찾는 것은 아주 중요하고 힘든 일”이라면서 “차기 정부의 리더십과 스태프를 채우기 위해 인수위 활동이 서둘러 시작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개편 이유를 밝혔다. 인수위에 따르면 앞으로 70여일 동안 인선되는 정무직은 장차관, 기관장, 대사 등 상원 인준을 받아야 하는 고위직 1200여명과 백악관 비서진과 연방기관 등 상원 인준이 필요 없는 350여명, 고급공무원단 700여명, 연방정부·기관 1400여명 등이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차별에 맞선 여성 ‘소수자의 희망’ 되다

    차별에 맞선 여성 ‘소수자의 희망’ 되다

    노터리어스 RBG/아이린 카먼·셔나 크니즈닉 지음/정태영 옮김/글항아리/272쪽/2만 3000원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83). 그녀는 변호사 시절부터 임금차별, 부당한 처우, 이중 잣대, 임신중절 금지, 사회보험 등 여러 분야에서 양성 평등과 여성 및 남성의 해방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수많은 청년 페미니스트와 진보주의자가 그의 이름으로 자유와 평등을 외쳤고 그가 내놓는 소수 의견에 열광했다. 그에게는 일명 악명 높은 반대자, 즉 ‘노터리어스 RBG’라는 별명이 붙었다. 로스쿨 재학 시절 그녀에게 바치는 텀블러 블로그 ‘노터리어스 RBG’를 만들어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던 셔나 크니즈닉과 MSNBC 기자로서 RBG를 직접 인터뷰하고 취재했던 아이린 카먼이 공동 집필한 이 책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평전이다. 베일에 싸인 그녀의 삶을 통해 차별을 딛고 일어선 한 여성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지 보여준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를 ‘노터리어스 RBG’로 만든 것은 일련의 사건들과 그것을 용인하고 방관한 그의 시대다. 그가 코넬대에 입학했을 때 남학생과 여학생의 비율은 4대1이였지만 사람들은 그들이 속한 캠퍼스를 “남편감 찾기 좋은 곳”이라는 말로 깎아내렸고 이 같은 분위기에 억눌려 여학생들은 스스로의 총명함을 숨기고 능력을 감춰야 했다.  하버드대 로스쿨에 진학했을 때도, 컬럼비아대로 옮겼을 때도 루스는 캠퍼스 내 여자 화장실 위치를 외워야 했고 교지 편집진 파티도 즐길 수 없었다. 로스쿨을 공동 수석으로 졸업한 뒤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남학생 전용’이라는 라벨이 붙은 입사지원서가 수두룩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심지어 럿거스대에서는 여성이고, 남편이 더 많이 번다는 이유로 그에게 더 낮은 강의료를 제안했다. 둘째 아이를 가졌을 때는 임신 사실을 들켜 교수직에서 물러나야 할까 봐 방학이 올 때까지 몸에 맞지 않는 옷으로 한 학기를 버텨야 했다.  이런 경험들 속에서 그는 미국시민자유연맹에 여성권익증진단을 공동 출범시켰고 그곳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였던 수많은 여성들을 만났다.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은 여성으로는 두 번째로 그를 연방대법원 대법관에 지명했지만 그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이 주체가 된 사건을 변호하면서 성차별이 여성은 물론 남성에게도 해롭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애썼다.  책에는 버지니아군사대학이 여성의 입학을 허락할 경우 설립 이념이 뿌리부터 흔들린다며 입학을 거부한 연방정부 대 버지니아 사건 등 RBG의 이름을 빛나게 한 변론과 판결문, 소수의견이 쓰인 맥락 및 훗날 밝힌 그녀의 소회와 함께 소개된다. 진보의 수호자로 불리지만 법정에서 줄곧 견해를 달리했던 보수파 대변인 스캘리아와 사석에서 둘도 없는 친구일 정도로 타인의 다양한 인격적 특성을 입체적으로 보려고 노력한 이가 바로 RBG였다. 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한 목표는 포용이었는지도 모른다.  전설적인 래퍼 노터리어스 BIG를 오마주하며 그의 노랫말에서 따온 각 장의 제목이 상당히 재치 있다. 이 밖에도 패션지 커버를 장식한 대법관의 스타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만찬까지 물리치고 열정을 쏟는 스쾃과 팔굽혀펴기의 비결, ‘연방 대셰프’라고 불리는 남편 마티 긴즈버그의 요리 레시피 등 RBG에 관한 소소한 읽을거리도 눈길을 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美교사 4명 중 1명이 10일 이상 결근…교육 문제 심각

    美교사 4명 중 1명이 10일 이상 결근…교육 문제 심각

    미국의 정규 교사 4명 중 1명이 만성적으로 결석과 지각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미국사회에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6일(현지시간) 미연방정부 교육부 민권담당국의 통계를 인용, 전체 교사 중 27%에 이르는 이들이 열흘 이상 수업을 빼먹고 결근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매년 600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15일 이상 결석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우려하는 것과 달리, 정작 교사의 결근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왔다고 비판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가난한 지역과 변두리 지역의 학교에서는 이렇게 잦은 결근 수치가 2014년 75%로 치솟았다고 덧붙였다. 앨러맨스-벌링턴에서는 2013~2014학년 1500명 중 80% 교사가 열흘 이상 결근했고, 클리블랜드에서는 2700명 중 84%가, 네바다에서는 1만7000명 중 50% 넘게 결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미교사질제고협의회에서 정책을 담당하는 니타 조셉은 "모든 교사들은 늘 교실에 있어야만 하고, 그렇지 못하게 되면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고, 학업성취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미경제조사국(NBER)은 최근 교사가 10일 이상 결근할 때 학생의 성취도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교육행정감독관 측은 병가, 개인 휴가, 육아휴가 등으로 구분되지만 교사들의 장기 결근이 정확히 어떤 이유에서 비롯된 것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랜디 웨인가르텐 전미교사협회 대표는 "연방정부의 데이타는 교사의 교실 부재 여부만을 따지고 있을 뿐, 결근의 사유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아 공정한 조사 결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실제 교사들이 직면하고 있는 각종 스트레스 등을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EU - 캐나다 FTA협상’ 내일 협정식 앞두고 무산되나

    유럽연합(EU)과 캐나다 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포괄적경제무역협정(CETA)이 벨기에 지방정부의 반대로 최종 서명 직전에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인구 350만명의 지방정부가 국내총생산(GDP) 17조 5000억 달러, 인구 5억 3500만 명 규모의 대형 FTA에 어깃장을 놓으면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본격화된 반세계화 바람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는 24일(현지시간) 왈로니아와 프랑스어 사용 지역의 반대로 “우리는 CETA에 서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고 AFP 등이 전했다. EU가 FTA에 서명하기 위해서는 회원국 28개국이 모두 찬성해야 한다. 연방제를 채택하고 있는 벨기에는 지방의회가 모두 동의해야 FTA에 서명할 수 있다. 벨기에 연방정부와 나머지 27개 회원국은 CETA에 찬성해 27일 EU와 캐나다 간 정상회의 및 협정 서명식을 앞두고 있었다.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25일 “이번 주에 CETA 협상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27일로 예정된 정상회의와 서명식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전날 서명식까지 왈로니아 설득에 노력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피터 맨델슨 전 EU 무역위원은 EU가 미국과 추진 중인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이나 EU 탈퇴를 결정한 영국과의 무역 협상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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