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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산층 세금 지출액 증가율 “고소득층 6배” 도대체 왜?

    중산층 세금 지출액 증가율 “고소득층 6배” 도대체 왜?

    중산층 세금 지출액 증가율 중산층 세금 지출액 증가율 “고소득층 6배” 도대체 왜? 소득 중간층이 지출한 세금 증가율이 고소득층의 6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산층의 세금 부담은 다른 소득 계층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었다. 16일 통계청의 ‘2014년 가계동향’에 따르면 소득 분위별로 따졌을 때 중간층(40∼60%)인 3분위 가계의 지난해 월평균 경상조세 지출액은 8만 3385원이었다. 2013년의 7만 187원보다 18.8% 증가했다. 반면, 소득이 상위 20%인 5분위 가계의 경상조세 지출액은 지난해 월평균 38만 332원으로 전년(36만 9123원)보다 3.0% 늘었다. 소득 3분위의 세금 지출액 증가율은 5분위의 6.3배에 달한다. 경상조세는 근로소득세, 재산세, 사업소득세 등 가계에 부과되는 직접세를 의미한다. 3분위와 함께 중산층으로 분류할 수 있는 4분위(60∼80%)의 세금 지출액 증가율은7.4%로 고소득층인 5분위의 2.5배다. 5분위의 세금 지출액 증가율은 중산층은 물론 저소득층보다도 낮았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계의 지난해 월평균 경상조세 지출액은 2만 4793원으로 전년보다 3.1% 늘었다. 2분위(20∼40%)는 4.4% 증가했다. 작년뿐 아니라 2013년에도 고소득층의 세금 지출액 증가율은 다른 소득 계층보다 크게 낮았다. 2013년 5분위 가계의 월평균 경상조세 지출액은 전년과 비교해 0.9%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1분위는 9.7%, 2분위는 5.4% 증가했다. 중산층인 3분위와 4분위의 증가율은 각각 2.7%, 6.3%였다. 이런 추세가 계속해서 이어졌던 것은 아니다. 2012년만 해도 고소득층의 세금 증가율이 다른 계층보다 높았다. 2012년 경상조세 지출액 증가율은 5분위가 10.5%로 가장 높았고 3분위(10.3%), 1분위(8.6%), 4분위(8.4%), 2분위(6.5%) 순서였다. 정부는 세법 개정으로 지난해부터 최고세율(38%)이 적용되는 기준이 소득 3억원 초과에서 1억 5000만원 초과로 낮아지고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는 등 고소득층의 세금 부담이 커졌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연말정산 사태로 불거진 ‘중산층 세금폭탄’ 논란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번 가계동향 통계 결과에 대해서도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가계동향은 8700가구 정도를 표본으로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연말정산을 마무리해봐야 각 소득 계층별 정확한 세 부담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한 효과로 연소득 7000만원 이상 고소득자의 세부담이 늘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가계의 2013년 가처분소득은 1990년에 비해 4.7배로 늘었지만 주거비와 교육비에 허덕이느라 중산층 삶의 질은 오히려 나빠졌다. 같은 기간 전세보증금은 13배나 올랐고 사교육비는 가처분소득의 10.5%를 차지하는 수준이 됐다. 지난해 3분위와 4분위 가계의 월평균 소득 증가율(전년 대비)은 각각 3.6%, 2.9%로 세금 부담이 증가한 정도에 크게 못 미쳤다. 그러나 5분위 가계의 소득(3.6%)은 세금 지출액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조세의 소득 재분배 기능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잘 살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완구 어디로… 정국 분수령

    국회가 16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표결에 부친다. 동의안 가결 여부에 따라 박근혜 정부 3년차 정국이 최대 분수령을 맞으며 설 연휴 민심도 향배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는 임명동의안 처리 다음날인 17일 신임 총리 제청을 받아 개각 및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 등 인적 쇄신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 임명을 계기로 집권 중반기 국정 분위기를 일신하고, 설 연휴 직후 곧바로 경제활성화를 비롯해 공무원연금 개혁 등 4대 구조 개혁, 연말정산·건강보험료 개편안 재논의에 매진하며 민심을 추스르겠다는 전략이다. 여야는 15일 각각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통과 및 저지에 마지막 총력을 모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문재인 대표의 ‘여론조사 총리 인준’ 주장에 이어 이 후보자의 타워팰리스 구입 관련 위증 의혹을 제기하는 등 막판 공세를 가했다. ‘본회의 보이콧’을 고심 중인 야당은 표결 참여를 통해 여당 일부 반란표까지 몰아 ‘반쪽 총리’ 이미지를 부각시켜야 한다는 당내 여론도 높아진 분위기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불참하더라도 표결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굳히고 막판 표 단속에 주력했다. 이 후보자는 12일 이후 강원도 모처에서 칩거하다 이날 상경했다. 여권은 지난해 안대희, 문창극 후보자 낙마에 이어 “세 번째 총리 낙마는 없다”는 배수진을 쳤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당면한 국정 과제에 매진할 수 있도록 총리 인준안이 원만하고 순조롭게 처리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신임 총리 제청을 받아 개각을 하겠다는 원칙을 밝힌 만큼 16일 임명동의안이 처리되면 이 후보자는 17일 국무회의에 신임 총리 자격으로 참석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총리 제청을 받아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각료 제청 협의 과정이 길어지면 설 연휴 이후로 개각이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관용 사라진 분노…사회 임금 격차 줄이고 저소득층 대입 혜택 줘야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관용 사라진 분노…사회 임금 격차 줄이고 저소득층 대입 혜택 줘야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1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를 ‘분노사회’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 빌레펠트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참여연대 정책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빈부 격차가 심해지면 어떤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나. -개인적 수준에서는 사회에 대한 불안과 분노가 증가하게 된다. 조직적 수준에서는 가족 해체나 붕괴, 나아가 생계형 범죄를 포함한 범죄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사회적 수준에서는 사회통합이 약화된다. 개인이 사회에 갖는 소속감, 연대감이 약화되면서 사회 갈등이 증가하게 된다. 최근 한국 사회의 흐름은 ‘분노 사회’라고 볼 수 있다. 20대부터 60~70대 고령 인구까지 뭔가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근본적 원인은 불안에 있다. 10대에는 입시 불안, 20대에는 청년 실업, 30대에는 구조조정, 40대에는 퇴출의 공포, 50대 이후부터는 노인 빈곤율이 50%대에 육박하듯 노후불안이 있다. 이런 불안은 타자에 대해 관용하거나 인내하지 못하게 한다. 곧바로 분노를 표출하게 된다. →그래도 과거에 비해서는 잘살고, 복지도 좋아진 것 아닌가. -비교 시점을 1인당 국내총생산(GDP) 100달러도 되지 않았던 1960년대 초반으로 둔다면 지금 분명 잘사는 것이다. 그러나 비교 시기를 외환위기 직전으로 잡는다면 달라진다. 한국 자본주의가 비교적 큰 어려움 없이 고도 성장했던 마지막 시기가 노태우 정부와 김영삼 정부 때라고 생각한다. 그후 97년 외환위기에 이어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 계속 닥친 것이다. 9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명목상의 1인당 GDP는 올랐을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살아가는 수준이 과연 나아졌을까’를 볼 때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민주화 세대는 오히려 외환위기 이후 삶이 갈수록 더 퍽퍽해지고 있다고 느낀다. 또 내가 언제 이 조직에서 떨려 나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고도성장의 마지막 단계인 90년대 초중반과 비교해 본다면 삶의 질은 거의 정체돼 있는 것과 다름없다. 시간이 갈수록 나아져야 하는데 정체되니 불안해지면서 옛날에는 화려했던 것 같은데 현재는 빈곤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성장률을 옛날처럼 높이는 게 힘들다면 빈부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정부가 개입해 소득 재분배와 노동시장 정책을 펴야 한다. 노동시장의 경우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비정규직이 받는 월평균 급여가 150만~160만원이다. 우리나라 비정규직은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포함하면 900만명에 가까울 것이다. 전체 경제 인구의 3분의1에 해당한다. 비정규직으로는 아이 한 명을 도저히 대학에 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반값등록금보다 효율적인 대책은 노동시장 정책이다. 노동시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줄이고, 한편으로는 최저 임금을 올리는 것이다. →비정규직 축소를 정부가 기업에 강요할 수는 없지 않은가. -국가가 강제할 수는 없지만 사회적 타협은 가능하다. 정부가 중립적 위치에서 개입해 노사정 대화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비정규직을 줄이는 것을 모색할 수 있다. →소득 재분배를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한데.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조세부담률이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까지라도 올려야 한다. ‘증세 없이 복지 없다’는 원칙으로 접근해야 한다. →증세에는 중산층, 서민층도 포함돼야 하나. -보편적 증세가 타당하다. →하위 40% 이하는 현재 소득세를 안 내고 있는데 보편적 증세의 범위는 어디까지 돼야 하나. -하위 40%까지 세금을 걷자는 것은 아니다. 보편적 증세의 대상은 세금을 내는 60%를 말하는 것이다. 부자에게만 세금을 내라는 게 아니라 세금을 낼 역량을 갖춘 이들은 전부 다 세금을 내라는 게 보편적 증세다. 다시 말해 ‘차등 과세’나 ‘형평 과세’라고 할 수 있다. 부자들에게는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 중산층은 세금을 올리되 그 폭을 작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증세에 대한 반발이 심한데 가능할까. -정치권과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증세 없이 어떻게 복지가 가능한가. →빈부 격차가 과장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복지정책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소득 분배 악화 상태가 크게 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서울신문 ‘빈부 리포트’에서 보도됐듯 하늘과 땅 차이의 삶이 있다. 오히려 현존하는 빈부격차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상류층과 빈곤층의 삶은 우리 시야에서 사라지게 된다. 언론에서 보도를 잘 안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상류층은 대중으로부터 멀어지면서 숨어 생활하는 것처럼 살아간다. 가난한 사람들은 왜 우울한 삶만 보도하느냐고 한다. 빈부격차가 과장됐다는 지적에는 빈부격차의 실상을 보고 싶지 않은 바람이 들어 있다. →법인세 인상 주장에 대한 의견은. -이명박 정부에서 법인세 인하가 이뤄졌는데 정말 잘못된 정책이었다. 우리나라는 법인세가 OECD 국가와 비교해 낮은 편이다. 이명박 정부 때 인하한 부분만이라도 원상복구시켜야 한다. 연말정산을 둘러싼 다수 봉급자들의 불만도 기업들이 사내 유보금을 저렇게 많이 쌓아 놨는데 우리가 왜 증세의 대상이 돼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또 소위 고액 소득자들에 대한 훨씬 더 강력한 누진적 증세가 필요하다. →외국에서는 슈퍼리치가 스스로 자신의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기부도 많이 하는데. -의식의 문제다. 내가 번 부는 나 혼자만의 능력에서 온 것이 아니고 사회의 여러 도움 속에서 돈을 많이 벌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에 부를 환원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 역사가 짧아서 그런지 이런 의식이 취약하다. 천민자본주의 성격이 두드러진다. →가난을 개인의 노력 부족 탓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부분을 전체로 환원시키는 오류이자 기계적 형식 논리다. 물론 게을러서 가난한 사람도 없지 않겠지만 몇 명 되지 않을 것이다. 다수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려고 한다. →개천에서 용 나는 사례가 적어지고 있다. 부의 되물림은 필연적 추세인가. -자본주의가 구조화될수록 직업 이동, 즉 사회 이동은 제한받게 된다. 과거 우리에게는 교육이라는 기회가 열려 있었는데 그것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명문대의 강남 학생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중산층이 예전에는 교육을 통한 직업 이동의 원칙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투자할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핵가족이 되면서 아이가 하나 내지 둘밖에 없으니 아이에게 집중적 투자를 하게 되고 이런 투자의 격차가 성적의 격차로 나타나는 것이다. →해법은 공교육 강화인가. -사교육으로 빚어진 격차를 공교육 강화로 완화할 수는 있지만 그 차이를 크게 줄이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대학입시 제도를 바꿔 실력이 있지만 교육 혜택을 적게 받은 빈곤층 학생들이 명문대에 많이 갈 수 있도록 보장해 줘야 한다. 미국식 소수집단 우대정책을 말한다. →빈부 격차가 심화되면 사회 갈등으로 폭발할까. -폭발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우리 사회가 활력을 잃어가는 것은 맞다. 한국 사회의 일본화다. 일본의 장기불황 20년과 비슷해지고 있다. ‘안정된 일자리를 가질 수 있을까’, ‘행복한 노후를 맞을 수 있을까’ 등등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전망을 못 갖고 불안해하는 것이다. 거칠게 말하면 ‘사회가 죽어 가고 있는 것’이다. 불안과 체념과 분노가 반복되는 사회일 가능성이 높다. 어떤 형태로든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해결책은 사회적 대타협밖에 없다. 핵심적 주체인 자본, 노동, 정부 간 역사적 타협 외에는 방법이 없다. 예컨대 아일랜드에서 이뤄진 협약의 경우 노조는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기업은 일자리 창출 약속을 했다. 사회적 타협에서 중요한 것은 권한과 책임을 많이 갖고 있는 주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열린세상] 복지, 솔직하게 논의할 때가 됐다/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복지, 솔직하게 논의할 때가 됐다/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얼마 전 집안에 큰일이 있어 고향에 내려간 일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자란 마을은 아니고 부친께서 태어나서 자란 마을인데, 아직도 많은 친척분들이 거주하고 계신 곳이다. 아무래도 오랜만에 많은 친척분들이 만나다 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됐는데, 많은 어르신들께서 기초노령연금을 받고 계셨다. 월 20만원 정도를 받으신다고 하는데, 손주들 먹을거리를 사 주시기도 하고 외식도 하시면서 나름 유용하게 쓰고 계시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경우에는 정부로부터 여러 가지 지원이 나오는 것 같았는데, 시골 마을에서 혼자 거주하기 불편한 분들이 크게 의지가 되는 것 같았다. 평소에 내 월급에서 꼬박꼬박 떼어 가는 세금이 대체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궁금했었는데, 오랜만에 찾아간 고향 마을의 어르신들이 여러 가지 복지 혜택을 누리고 계시는 것을 보니 조금 마음이 놓인다고 할까, 좋다고 할까 하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 2월 월급에서 연말정산의 조그마한 폭탄을 맞게 돼 기분이 좋지 않은 편이었는데, 마음이 다소 풀리는 느낌이었다. 예전 같으면 내가 고향에서 친척 어르신들을 가까이서 모시면서 이런저런 도움을 드려야 했을 것인데 요즘에는 몇 년에 한 번 뵐까 말까 하는 상황이다 보니 도움은커녕 한번 인사드리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인 것이다. 이렇게 직접 뵙기 힘든 친척 어르신들을 내가 낸 세금으로 간접적으로나마 도울 수 있다는 것이 복지의 진정한 의미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오랜만에 찾은 고향 마을에는 젊은 사람은 찾아 보기 힘들고 대부분 칠순이 넘고 팔순이 지난 노인분들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젊은 사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나 자신도 해가 바뀌어 깊숙한 사십대 후반인데 나보다 어린 친척은 네 명 정도뿐이었다. 그나마 네댓 명의 젊은 친척들도 대부분 사십이 넘었는데 그중에서 두 명은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열 살 전후의 아이들은 세 명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칠순이 넘은 분들은 언뜻 보기에도 스무 명이 넘었다. 아버님 윗세대에는 환갑을 넘기신 친척 어르신이 거의 없었다는데 이제는 팔십 세는 기본인 세상이 됐으니 의학의 진보가 경이로울 뿐이다. 환갑을 넘긴 친척 형님도 계셨는데 감히 나이를 들먹이지 못하고 잡일을 맡아 하는 모습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복지와 증세의 논란이 오랜만에 찾은 고향 마을에서는 정말 구체적인 형태로 이미 찾아와 있었던 것이다. 팔십이 넘은 노모를 육십이 넘은 자녀가 돌보는데 별다른 수입도 없고 더 젊은 사람도 없는 현재 한국 시골 마을의 풍경을 보며 삼십년 후의 대한민국 사회를 미리 보는 느낌이었다. 삼십년 후에는 시골 마을뿐 아니라 큰 도시에서도 젊은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고 칠십 노인이 구십 노인을 공양하는 풍경이 전국에서 연출되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미래에는 이런 노인들을 봉양하기 위해 세금을 낼 젊은이들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삼십년 후의 일이 아닌 현실의 일인데, 현재 대한민국 고등학교 한 학년의 학생 수가 60만명이 넘는 것에 비해 초등학교 한 학년의 학생 수는 40만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불과 6년 만에 학생 수가 삼분의 일이 감소할 것이 명백한 현실이다. 친척 어르신들이 정부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혜택을 누리시는 것을 보면 흐뭇하기도 하고 당연히 아직 부족하다는 마음도 든다. 하지만 내 연말정산 결과를 보고 친척 어르신들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현실을 보면 지금 이상의 복지는 절대로 무리이고 현재 수준의 복지라도 삼십년 후에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아무리 각박한 사회라도 형편이 어려운 친척 어르신들을 돕는 마음은 아직 우리 사회에 남아 있다. 한편 아무리 자신이 불편하더라도 친척 젊은이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것 역시 어르신들의 마음일 것이다. 이제 정치권은 이런 국민들의 마음을 수렴해 어느 수준과 방법의 복지를 선택하고 어느 수준의 증세를 감수할 것인지 솔직하게 논의할 장을 열어야 할 것이다.
  • 더 굳게 닫은 지갑… 소비성향 72.9% 사상 최저

    더 굳게 닫은 지갑… 소비성향 72.9% 사상 최저

    지난해 가계 지갑이 더 굳게 닫혔다. 100만원 벌어 73만원 썼다. 역대 최저 수준이다. 가계부는 흑자다. 번 돈이 늘어서가 아니다. 내수 침체와 급속한 고령화 등에 대비해 씀씀이를 줄였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금과 건강보험료 등 준조세는 소득보다 큰 폭으로 올라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졌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2014년 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평균 소비성향은 72.9%로 전년 대비 0.4% 포인트 떨어졌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낮다. 평균 소비성향은 소득에서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세금, 연금, 사회보험료 등을 뺀 처분가능소득 중에서 식료품비, 의료비, 교육비 등으로 쓴 돈의 비율이다. 72.9%라는 것은 가처분 소득이 100만원이면 72만 9000원을 썼다는 얘기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0만 2000원으로 전년 대비 3.4% 늘었다. 취업자 수가 많아졌고 연봉이 올라 근로소득이 3.9% 증가했다. 지난해 7월 도입된 기초연금 등 이전소득이 4.2% 늘어난 영향도 컸다. 하지만 가구당 월평균 소비 지출은 255만 1000원으로 같은 기간 2.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됐고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노년층은 물론 30~40대도 소비를 줄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생명보험 등 보험료로 쓴 돈은 가구당 월평균 8만원으로 전년 대비 7.2% 증가했다. 늘어난 세금도 소비 위축을 야기했다. 근로소득세 등 반복적으로 내는 세금(경상조세)은 월평균 13만 6000원으로 5.8% 늘었다. 취업자 증가 및 임금 상승과 더불어 2013년 세법 개정으로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 구간이 3억원 초과에서 1억 5000만원 초과로 확대됐고,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연말정산 환급액이 줄어든 영향 등이다. 상속세, 증여세, 취득세 등 때때로 떼이는 세금(비경상조세)은 월평균 1만 5500원으로 14.5% 증가했다. 건보료, 고용보험료 등 사회보험료도 12만 4000원으로 7.2%,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 납부액은 12만 2000원으로 5.4% 많아졌다. 소득별로 보면 모든 계층에서 소득이 증가했다. 하위 20%인 1분위 소득이 5.6%로 가장 많이 늘었고 2분위(하위 20~40%)는 2.2%로 가장 낮았다. 소비는 1분위 계층만 전년 대비 0.1% 줄었다. 3분위(40~60%) 소비증가율은 7.3%로 가장 높았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오늘의 눈] ‘복지 없는 증세’가 문제다/강국진 정책뉴스부 기자

    [오늘의 눈] ‘복지 없는 증세’가 문제다/강국진 정책뉴스부 기자

    밥 먹으면 배부르다. 뻔하고 당연한 얘기를 대단한 발견이나 되는 양 강조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건 피곤한 노릇이다. 집권 여당 지도부에서 요즘 많이 하는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딱 그렇다. ‘증세 없는 복지’는 당연히 불가능하다. ‘증세 없는 복지’는 ‘세금을 더 낼래, 복지를 포기할래’라며 국민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담론이다. 한국 사회의 담론지형이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 생각할수록 답답해진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각종 복지정책과 경제민주화 담론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모든 노인에게 소득과 상관없이’ 지급하겠다고 했던 기초연금 공약은 사실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던 기초노령연금법 개정안보다도 더 급진적이었다. 하지만 두툼한 새누리당 대선공약집 어디에서도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는 찾을 수 없었다. 박 후보는 줄기차게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 감면 축소, 세출 구조조정을 거론했을 뿐이다. 증세라는 부담스런 정책도 피해 가고 복지 공약으로 중간층 표심까지 얻는 전술은 선거에서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국정 책임자가 되자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박근혜 정부 들어 지하경제 양성화는 활로를 찾지 못하고, 비과세 감면은 지지부진하며, 세출 구조조정은 표류하고 있다. 절박한 개혁 과제인데도 불구하고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과제가 조세재정 제도라는 큰 틀 속에서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이렇게 하세요”라고 지시만 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조세 수준이 조세 구조를 결정하며, 조세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국가의 정치적 의지라는 사실이다. 복지국가를 원한다면 부가가치세를 높여서라도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증세 거부는 이미 정책이 아니라 ‘신앙의 영역’이 돼 버린 듯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복지 확대를 하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증세는 불가피하다. 세수결손이 지난해 기준으로만 11조원이나 됐다. 정부 부채도 계속 늘고 있다. 해마다 늘어나는 복지예산은 사실 거의 공적연금과 공공부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는 연말정산 논란과 담뱃값 인상에서 보듯 사실상 이미 증세를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연말정산제도 개편은 조세형평성을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고, 담뱃값은 지금보다 더 많이 인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 정부는 국민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복지패널조사 등 여러 설문조사에서 나타나는 여론 동향을 비롯해 지난 총선과 대선을 떠올려 보면 국민 여론이 복지를 지향하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이는 곧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봐야 한다.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증세를 감당하겠다는 여론도 꾸준히 늘고 있다. 국민이 분노하는 건 조세형평성이 높지도 않고 재정지출이 양극화 완화나 행복한 혹은 안전한 삶을 위해 쓰이지 않는다는 불신 때문이다. 결국 논란의 핵심은 ‘복지 없는 증세’에 있다. 감히 ‘복지 있는 증세’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betulo@seoul.co.kr
  • 文 대표, 朴정권에 연일 강공 왜?

    文 대표, 朴정권에 연일 강공 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연일 박근혜 정권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정치 영역과 정책 영역을 가리지 않고 ‘박근혜 비판’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지난 8일 취임 일성으로 “정권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문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권의 폭주를 막아내겠다”고, 11일 회의에서 “국가정보원의 조직적인 대선개입이 확인됐으니 박 대통령이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일갈했다. 이날 ‘누리과정 토론회’ 축사에서 “(공약으로) 증세 없이 135조원의 복지재원을 마련한다던 박 대통령의 재원 대책 실패가 파행의 원인”이라고, 전날 ‘수능 토론회’에서 “박근혜 정부의 무능으로 교육 전반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다”고 지적하는 등 정책의 장에서도 문 대표는 정권 비판 발언을 잊지 않았다. 당내 계파 간 갈등을 조속 봉합하기 위해 ‘외부의 적’인 정권을 강하게 때리는 당내 수습용 행보, 혹은 차기 대권주자군 중 가장 먼저 본격 행보를 시작한 문 대표가 존재감 극대화를 노린 포석이란 분석이 많다. 그러나 정치와 정책 이슈 간 구분 없이 ‘박근혜 때리기’에 매진하면 역효과를 낼 가능성도 제기됐다. 윤희웅 민컨설팅 본부장은 “문 대표와 박 대통령 간 대치 구도가 생기면, 연말정산 파문 등 정책 실기 때문에 정권에 실망했던 중도·보수층이 현안을 정치적 사안으로 재인식할 수 있다”며 보수층 결집 가능성을 예상했다. 전병헌 최고위원이 이날 “정권과의 전면전보다 정권이 파탄 내고 있는 민생 파탄과의 전면전이 우선”이라고 쓴소리를 낸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한편 문 대표는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찾아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전대 기간 중 박지원 의원을 공개지지했던 이 여사이지만, 문 대표에게 “화해와 통합을 위해 앞으로 많이 수고해 달라”고 덕담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밥상에 노란 봉투/ 김인규(전 부천 오정구청장)

    밥상에 노란 봉투/ 김인규(전 부천 오정구청장)

    밥상에 노란 봉투-“국민의 세금으로 녹(祿)을 받는 사람들 국민들 밥상에 기분좋은 노란 봉투 줘야”/ 김인규(전 부천 오정구청장) 저마다 새로운 각오와 소망을 갖고 2015년 을미년 새해를 맞이한 지 어느새 한 달이 지나 절기가 처음 시작되는 입춘(立春, 2월 4일)도 지나면서 새 봄이 가까이 오고 있다. 새해 첫 달은 청와대 문건 유출사건의 여진과 직장인들에게 ‘13월의 보너스’로 여겨지던 연말정산이 ‘13월의 세금 폭탄’으로 비화되면서 분노를 일으켰다. 국회에서 이미 법으로 정했지만 막상 시행단계에서 뒤늦게 연말정산 환급금이 세금 폭탄으로 돌아오면서 ‘13월의 보너스’를 기대하며 나름대로 환급금의 용처를 두고 ‘부모님께 용돈을 얼마나 드릴까, 자녀들 졸업선물로 뭘 사줄까, 모처럼 가족과 여행경비로 쓸까’ 등등 행복한 고민을 했던 직장인들로서는 무척 실망이 클 수밖에 없었다. 정부에서는 부랴부랴 보완을 한다고 약속을했지만 새해 첫 달 손꼽아 기다려던 연말정산 환금액에 대한 수많은 직장인들의 기대와 희망의 타이밍은 물거품이 돼 버리고 말았다. 이런 여파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30% 아래로 떨어졌고, 여야 정치권은 여전히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월은 고유의 명절인 설이 있고, 학교 졸업식과 동시에 자녀들의 입학을 준비하는 달이어서 이래저래 마음이 바쁜 달이기도 하다. 특히 사회로 나가는 대학 졸업생들의 상당수가 바늘구멍처럼 비좁은 취업의 관문을 뚫지 못한 채 받아든 학위증이 실업자 증명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같다. 필자는 시골에서 농사일로 품을 팔러 다닌 적이 있다. 시골 농사일은 거의가 품앗이인데, 동네에 유일하게 한 집만 사람을 사서 농사를 짓는 연세 많은 어르신이 있었다. 딱 한 사람만 필요할 때에도 필자가 선택돼 품을 팔았다. 초여름이면 시골 장터에는 가설 극장이 들어와 한 열흘 정도 흑백영화를 상영했는데, 부모님께 돈을 타서 구경을 가는 것은 어려웠던 관계로, ‘오늘 일당을 혹시나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일을 마칠 때까지 했던 적이 있다. 그때는 일을 마치면 집에 가서 대충 씻고 옷 갈아입고 다시 일했던 집으로 가서 밥을 먹었는데, 밥상에 앉았을 때 노란 봉투가 놓여 있으면 오늘 일당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밥맛도 좋고 가설 극장을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하지만 밥상에 노란 봉투가 놓여 있지 않은 날도 있었다. 깜빡 잊으셨나? 밥 먹고 갈 때 주시려나? 밥맛도 없고 기분도 영 안 좋았다. 밥을 다 먹고 나가는데 “오늘은 돈이 준비 안 되어서 며칠 뒤에 주겠다”라는 소리를 뒤에서 들으면 얼마나 서운했는지 모른다. 오늘 일당을 받으면 당장 뭐에 쓰려는 계획이 다 허사가 됐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국민들도 이런 실망과 허탈감에 빠져 있지 않을까.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들과 국민의 세금으로 녹(祿)을 받는 공직자들은 국민들 밥상에 노란 봉투를 주어야 하는 사람들이다. 곧 설날이고 정월대보름도 다가온다. 학교의 졸업식과 입학식, 직장인들 연말정산 환급 마무리 등 그동안 몸에 밴 무상복지에 대한 지혜 등으로 국민들 밥상에 기분 좋은 노란 봉투가 놓이기를 기대해 본다. ===================================================== ※‘자정고 발언대’는 필자들이 보내 온 내용을 그대로 전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따라서 글의 내용은 서울신문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글의 내용에 대한 권한 및 책임은 서울신문이 아닌, 필자 개인에게 있습니다. 필자의 직업, 학력 등은 서울신문에서 별도의 검증을 거치지 않고 보내온 그대로 싣습니다.
  • [사설] 복지 구조조정과 증세 논의 물꼬 함께 터야

    여야와 정부가 뒤엉켜 정국에 3각 파도를 몰고 온 복지·증세 논란이 새 국면을 맞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등과 긴급 회동을 가지면서다. 박 대통령이 ‘선(先) 경제활성화 후(後) 증세 논의’ 방침을 밝히면서 당정 간 난기류는 일단 잦아들었다. 그러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증세 통한 복지’ 드라이브를 계속 걸 태세다. 청와대든 여야든 비현실적 도그마는 버리고 복지 구조조정과 증세, 두 갈래 가능성을 다 열어 놓고 합리적 타협점을 찾을 때다. 박 대통령은 그제 정치권의 증세론에 대해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이는 “경제 활성화가 안 되면 증세를 해도 모래성(城)”이란 논거에서 보듯이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복지를 공고화하겠다는 의지일 게다. 하지만 대통령의 언급은 여당 지도부조차 ‘증세 없는 복지’는 비현실적이라고 규정한 뒤끝이라 공허하게 들린다. 더욱이 복지 수요는 급증하는데도 지난해 국세 수입이 예산 대비 10조 9000억원이나 부족해 결손 규모가 사상 최대치였지 않은가. 이런 마당에 비록 대선 공약이라 하더라도 박 대통령이 이에 집착하는 건 미생지신(尾生之信)의 우(愚)를 범하는 일이다. 개울물이 불고 있는데도 위험한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을 우직하게 지킨 미생의 전철을 밟을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물론 복지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서 국민 호주머니를 털기보다는 경제 활성화를 통해 세수를 자연스럽게 늘리는 게 정공법이다.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도 그런 관점에서 ‘선 경제활성화 후 증세 논의’에 공감했을 법하다. 그러나 경제가 당장 살아나지 않는데 증세 논의를 원천봉쇄하는 건 가당치 않다. 언제까지 나랏빚을 눈덩이처럼 늘리면서 복지 예산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그러잖아도 다수 국민은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파동을 겪으면서 정부가 ‘꼼수 증세’를 하려 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렇다면 복지 구조조정과 신중한 증세 논의 등 두 트랙으로 접근해 ‘복지 대란’의 출구를 찾아야 한다. 까닭에 지금이야말로 이를 위한 국민적 대타협을 이끌어 낼 시점이다. 박 대통령도 65세 노인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70%로 줄이는 과정에서 우리의 부실한 ‘복지 체력’을 실감했을 게다. 차제에 전면 무상보육 공약이 재원 부족으로 벽에 부딪힌 한계를 진솔하게 설명하고 선별적 복지로의 전환 물꼬를 틀 필요가 있다. 그래야 야당이 먼저 불을 지핀 무상급식도 속도 조절할 명분이 서지 않겠는가. 선별적 무상복지를 위해서도 재원이 넉넉지 않은 게 현실이다. 증세의 항목과 폭을 놓고 전문적 토론을 해야 할 이유다. 새정치연합 문 대표는 법인세율 인상 등을 관철하기 위해 정부와 전면전 불사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거위의 털을 아프지 않게 뽑는’ 방법은 없다. 가뜩이나 경기 부진으로 허덕이는 기업에 고율의 법인세를 매길 경우의 부작용도 생각해 봐야 한다. 자칫 기업의 서민 근로자들이 유탄을 맞으면 누가 책임질 건가.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지도자라면 성장 잠재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세수 확대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을 고민해야 한다.
  • [서울광장] ‘다섯 살 훈이’ 오세훈이 돌아왔다/정기홍 논설위원

    [서울광장] ‘다섯 살 훈이’ 오세훈이 돌아왔다/정기홍 논설위원

    무상복지 논란의 중심에 섰던 두 거물 정치인이 며칠을 사이에 두고 다시 돌아왔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오랜 해외 칩거에서 지난달 말 언론에 얼굴을 드러냈고 문재인 대표는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수장이 됐다. 서로는 무상복지 정책의 대척점에 자리해 왔다. 예상대로 오 전 시장은 “정치복지 논쟁은 끝났다”고 했고, 문 대표는 “증세 없는 복지가 거짓임이 드러났다”며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오 전 시장은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며 2011년 8월 주민투표 승부수를 던졌지만 패해 시장직을 내놓았다. 당시 투표 참가율이 개표 기준 투표율(33.3%)에 못 미쳐 투표함 개봉조차 하지 못했다. 보수 진영의 환대가 있을 법하건만 미지근하다. 투표에 시장직을 걸어 야권에 넘겼다는 원죄 인식이 아직 저변에 깔렸다. 그도 “섣부른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다섯 살 훈이’란 비아냥 섞인 별명도 받았다. 문 대표는 박근혜 정부를 조준했다. “꼼수 증세에 맞서 서민의 지갑을 지키고 복지 줄이기를 반드시 막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같은 시간 박 대통령은 복지증세 논란에 “경제성장 없는 복지 증세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문 대표의 주장과 여당 내의 법인세율 인상 등 증세 주장에 쐐기를 박은 측면이 다분해 보인다. 시간을 되돌려 보자. 전면 무상급식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무상 시리즈로 덩치를 키우며 선거 정국을 강타했다. 야권은 무상보육·급식·의료와 반값등록금을 ‘3무 1반’으로 묶어 지지를 호소했고 유권자에게 제대로 먹혔다. 대기업과 고소득자를 겨냥해 9(서민) 대 1(부자)의 싸움으로 불렸다. 야당의 원내대표는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것 자체가 성과”라며 부추겼다. 복지 욕구의 둑이 터지자 여야 공히 퍼주기식 공약을 쏟아냈다. 돈을 어떻게 구할 것인지는 종이 위의 숫자놀음에 불과했고 선택적 복지는 온데간데없어졌다. 누가 복지 공약을 많이 하느냐의 경쟁 속에서 박근혜 정부는 탄생했다. 그로부터 2년. 복지 논쟁은 2라운드를 맞고 있다. 이번에는 부족한 복지 예산의 해결책을 둔 진영 싸움이다. 돈이 나올 곳이 마땅찮으니 대책은 녹록할 리 없다. 전체 가계 부채는 1100조원을 앞두고 있고 세계 경기 침체와 엔저 현상 등은 대기업의 경영 여건을 갈수록 어렵게 만들고 있다. 최근 2년간 20조원의 세수가 구멍 났다. 쌓아 놓아 논란이 되는 사내 유보금과 별개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30대 대기업이 올해 내야 할 법인세는 지난해에 비해 15% 줄어든다고 한다. 여기에다 담뱃세 인상과 연말정산 사태, 건강보험 개혁안 파동은 ‘꼼수 증세’ 논란에 불을 지폈다. 복지 증세 논란은 이러한 여건에서 출발한다. 복지는 우리의 문제만은 아니다. 경기불황으로 우리의 복지모델인 유럽의 국가들도 예산을 감당하지 못해 혜택을 줄여 가는 추세다. 미국의 독립전쟁이 조세 저항에서 촉발됐다는 것은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의 민란 발생도 세금 수탈에 따른 것이었다. 정치는 국민의 눈과 입을 보며 하는 것이다. 문 대표의 ‘복지 전면전’ 선언이 정략적 접근이라면 목소리를 고를 일이다. 경제성장 후 복지증세라는 박 대통령의 교과서적인 언급은 근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친노의 부활과 대통령의 고집으로 뇌리에 박힐 뿐이다. 단시일 내에 경제가 좋아질 기미는 없어 보인다. 돈이 부족한데 메어쳐 본들 돌다리 더 놓기란 힘들다. 정치권의 잇(利)구멍에 눈먼 공방에 오 전 시장을 떠올린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는 진영 간에 벌어지는 격한 입싸움 구도에서 본류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복지예산 부족으로 인한 사회적인 논쟁은 예상보다 빨리 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쉽게 끝날 것도 아니며 격해질 가능성은 커져 간다. 무상복지를 내팽개칠 게 아니라면 일각에서 주장하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도 방법이다. 어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대표단이 첫 회동을 갖고 무상복지와 관련해 당정청 협의체를 운영하기로 했다. 문 대표는 이날도 “증세 불가는 이중의 배신”이라며 각을 세웠다. 논란이 증폭되는 복지 구조조정과 법인세율 인상은 어쨌든 여야가 입장을 내놓아야 할 사안이다. 정치권이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힘겨루기로 일관한다면 2년 전 “시대정신을 놓쳤다”며 공격했던 오 전 시장의 손가락질을 되받아야 할 것이다. hong@seoul.co.kr
  • [데스크 시각] 100% 대통령/박상숙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100% 대통령/박상숙 국제부 차장

    난데없이 ‘말벼락’을 맞았다. 장사 잘되냐는 의례적 인사에 친지는 갑자기 울화통을 터뜨렸다. 대학가에서 자그만 식당을 한 지 10년째. 숱한 가게들이 들락날락하는 와중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켜 터줏대감 소리도 들었는데 요즘 사정은 험악하기 그지없다. “손님이 없으니 인터넷으로 하루를 때우고 아예 오후 7시면 불을 끈다”며 본의 아니게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린다고 자조한다. 모임에서 만난 중견 은행원은 연봉이 1억원이라고 했다. 자랑삼아 떠든 게 아니다. 그는 지난해 140만원을 환급받았는데 올해는 440만원을 ‘토해야’ 한다며 핏대를 세웠다. 그동안 연말정산 환급액에 설 보너스까지 보태 명절 부모님과 신학기 아이들까지 챙겼는데 자식 구실, 가장 노릇하기 어려워졌다고 한숨이다. 그는 담뱃값 인상에도 끊지 못하고 늘 두 갑씩 사는 애연가다. 예전에 5000원이면 됐는데 지금은 1만원을 내고 달랑 1000원 한 장 손에 쥐니 짜증이 난다. ‘억대 연봉자도 이렇게 박탈감이 심한데 나보다 못한 사람은 어떻겠냐’고 한참 육두문자를 날렸다. 늘 ‘대통령님’ 하던 그의 아내는 요즘 이름 석 자만 달랑 부른단다. 2008년 금융위기도 겪었는데 뭔 호들갑이냐 할 수도 있지만 체감 수위는 사뭇 다르다. 당시엔 전 세계가 똑같이 위기였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니까 견딜 수 있었다. 참여정부 때도 어렵기는 매일반이라지만 그땐 아파트를 가진 계층은 집값 뛰는 재미라도 느꼈다. 연말정산을 비꼰 주말 오락 프로그램에서 ‘열심히 일하는데 왜 빚만 늘지’ 하는 대사에 네티즌들의 공감 댓글이 폭주했다. 가계부채와 고통지수가 올라가는, 즉 스트레스가 가득한 환경에서 사람은 오래 견디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어린이집 폭행 사건이나 가장의 가족 살해 등 끔찍한 뉴스가 연일 그칠 줄 모른다. 무엇보다 국민이 힘든 이유는 현재의 어려움이 국제 경제 등 외부 여건보다는 잘못된 정책, 내부의 실패에서 기인했다는 점이다. 여당 수뇌부도 사실상의 증세로 인정한 담뱃값 인상이나 연말정산 파동을 정부는 한사코 부정한다.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비판에도 끄떡없다. 급기야 9일 박근혜 대통령은 “세수가 부족하다고 세금 더 걷는 것이 할 소린가”라며 국민감정과 동떨어진 발언을 했다. 일본의 한 유명 야구감독은 ‘아마추어는 화목해야만 이기고 프로는 이기고 나서야만 화목해진다’고 말했다. 국정은 치열하게 논쟁하고 싸워야만 성과를 내는 프로의 무대다. 대통령의 철학과 정책이 현실과 민심을 거스른다면 진통과 갈등을 각오하고라도 과감히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법인세 인상 등 증세 논쟁은 시작부터 불씨가 꺼지는 분위기다. 100% 국민 대통합을 약속한 대통령이 왜 대다수 서민과 중산층의 아우성에 둔감한지 모를 일이다. 이 와중에 태평양 건너에서 날아든 부자증세 소식은 우리를 착잡하게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상위 1%에 해당하는 기업과 개인에 집중 과세해 향후 10년간 2조 달러의 추가 세수를 확보한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99%의 국민을 살리는 데 올인하겠다는 것이다. 여소야대 의회로 오바마의 계획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도 하지만,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향해 전력투구하는 지도자가 부럽기만 하다. alex@seoul.co.kr
  • 증세땐 정권 기반 흔들… 文 “증세없는 복지는 거짓”

    증세땐 정권 기반 흔들… 文 “증세없는 복지는 거짓”

    9일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사실상 ‘증세 불가’ 언급은 경제활성화를 통해 세수를 확충하면 증세 없이도 복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와 세출 구조조정, 비과세 감면 축소 등 세수 확보 대책을 ‘현재진행형’으로 간주하고 있다. 결국 국정 운영의 핵심 기조인 ‘증세 없는 복지’를 수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집권 중반기에 민심 이반을 불러올 증세 카드를 꺼내 들면 정권 기반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세수 증대라는 ‘어려운 길’ 대신 증세라는 ‘쉬운 길’을 택하려는 정치권에 대한 비판 의식도 깔려 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치권을 겨냥해 “과연 국민에게 부담을 더 드리기 전에 우리가 할 도리를 다 했느냐”, “국민을 배신하는 것 아니냐” 등 강한 어조로 비판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박 대통령은 “관련 논의들이 국회에서 국민을 중심에 두고 이뤄지면 정부도 이에 대해 함께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국회 논의’를 최우선함으로써 정치권과의 충돌은 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앞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국회에 출석해 “국회가 합의하면 증세 논의도 가능하다. 증세는 최후의 카드”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새누리당도 증세가 우선적 고려 대상은 아니라는 쪽으로 의견이 정리되는 중이다. “증세 논의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면서도 법인세 인상을 최후의 수단으로 보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현 정부의 재정 수준이 복지 재원을 감당할 수 없다는 고민을 갖고 있는 여당은 복지사업 구조조정 문제부터 고려할 수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상황 인식은 이와는 180도 다르다. 복지 재원 확보를 위한 박 대통령의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고 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세수 결손 문제를 ‘노력해서 바뀔’ 게 아니라, ‘노력해도 안 되는’ 상황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미 담뱃세 인상과 연말정산 방식 변경 등을 통해 ‘꼼수 증세’가 이뤄진 데다 경제활성화를 이유로 법인세 인상 논의만 금기시하는 것은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증세 없는 복지가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며 “법인세를 정상화하는 등 부자 감세 철회를 뚫고 나갈 것”이라고 ‘증세 불가피론’을 앞세웠다. 따라서 문 대표가 향후 법인세 인상 문제를 중심에 놓고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 결국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박 대통령과 정부, 법인세 인상론을 펴는 야당, 복지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추는 여당의 ‘헤게모니 쟁탈전’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여·야·정이 인식의 차를 좁히지 못하면 논쟁이 장기전으로 흐를 수 있고, 국정 운영과 여야 관계를 경색시키는 복병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기획] 샌드위치 ‘官’

    [기획] 샌드위치 ‘官’

    복지·증세 논쟁을 놓고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서로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국회가 먼저 ‘합의’해 달라며 일단 공을 입법부에 넘기고 호흡을 가다듬던 관(官)은 9일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 불가’ 선 긋기에 또 한번 얼어붙었다. 공무원들은 대통령의 강경 발언에 정국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몰라 잔뜩 움츠린 채 관망에 들어갔다. “소나기가 퍼부을 때는 쓸려 가지만 않으면 된다”는 공무원 특유의 ‘젖은 가랑잎 처세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기재부·복지부 정책 유턴에 자신감 잃고 ‘우왕좌왕’ 이날 관가에 따르면 무기력감이 가장 강한 곳은 기획재정부다. 연말정산 파문과 증세 없는 복지 논란을 야기한 장본인인 탓이다. 엘리트 의식이 유난히 강한 기재부 공무원들이지만 요즘에는 자신감을 상실한 채 ‘있는 일이나 하자’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기재부 국장은 “몇날 며칠 밤새워 정책을 만들어 당·정 합의까지 이끌어내도 여론에 따라 순식간에 갈대처럼 흔들리는 국회 변덕에 지쳤다”면서 “이럴 때는 그저 젖은 가랑잎처럼 (길바닥에 철썩 달라붙어) 쓸려 가지 않는 게 최고”라고 털어놓았다. 업무에 동기 부여가 안 되다 보니 무리하게 ‘정책 총대’를 메지 않겠다는 복지부동도 역력하다. 기재부의 또 다른 관료는 “(정책이) 번번이 당이나 청와대에 막히다 보니 일할 맛이 안 난다”면서 “새로운 일을 만들기보다는 지금 (벌여 놓은) 일이나 마무리하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료 사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보건복지부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 공무원은 “(정책) 집행권과 결정권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요즘 절감한다”면서 “여당 압력에 엿새 만에 (건보료 개편 재추진으로) 말을 바꾸다 보니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자괴감과 무력감이 심하다”고 말했다. 증세·복지 논란에서 한발 비켜서 있는 다른 부처는 공무원 조직 전체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연말정산 파문과 증세 논란 등에서 정부가 우왕좌왕한다고 하지만 요즘 공무원은 그냥 여론과 윗선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힘 없는 을(乙)”이라고 토로했다. ●“정책 혼선·어설픈 대책 자업자득” 지적도 자업자득이라는 비판도 있다. 정책 혼선과 어설픈 대응으로 국민을 혼란에 빠뜨린 당사자가 바로 정부 관료들이라는 것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그 점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면서도 “정치적 판단을 우선하는 의회 권력이 점점 세지는 반면 공무원 조직은 행정적 뒷받침만 해 주면 되는 것으로 가고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국회의 목소리가 커지면 정책이 ‘표퓰리즘’(표+포퓰리즘)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다. 또 다른 부처의 공무원은 “10년 전 정부와 국회의 주도권이 7대3이었다면 지금은 3대7도 안 된다”면서 “관료들이 영혼이 없다거나 책임을 안 지려 한다기보다는 이제 사회 흐름이 ‘옳은 것’보다 ‘국민이 바라는 것’으로 옮겨 갔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당의 목소리가 커진 것”이라고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민주주의가 성숙해지는 과정이라는 시각이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서울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사설] 도돌이표 복지·증세 논란, 與 지도부 반성해야

    지난 한 주 정국을 달군 복지·증세 논란의 흐름을 보면 새누리당 지도부가 대체 어떤 인식을 갖고 이 문제를 대하고 있는지 마냥 헷갈린다. ‘원박’(元朴·옛 박근혜계)이라 불리는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불을 댕긴 작금의 당·청 간 복지·증세 논란이 실상은 집권세력 내부의 역학 관계 변화에 따른 불협화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자아내는 형국이다. 의문을 촉발시키는 단서의 하나는 어제 새누리당에서 흘러나온 복지사업 구조조정 구상이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 각 부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등을 근거로 새누리당 관계자는 “7개 주요 복지사업을 구조조정하는 것만으로도 연간 12조원 넘게 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무상급식 축소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 관계자는 “‘버킷리스트’, 즉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을 적은 목록처럼 증세 논의에 앞서 반드시 해야 할 복지 구조조정”이라고 했다. 복지 구조조정론은 기실 지난 10년간 이어져 온 선별적 복지론과 보편적 복지론 간 접점 없는 궤도 위에 놓인 주장이다. 그 타당성과 별개로 새로울 건 없는 사안이다. 문제는 최근 불거진 복지·증세 논란의 흐름에 있다. 세액공제 방식의 변화에 따른 연말정산 환급액 축소로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는 과정에서 새누리당, 특히 유승민 원내대표는 불쑥 ‘증세 불가피론’을 꺼내 들며 청와대와 각을 세웠다.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 불가론이 성역이 될 수 없으며 모자란 복지 재원 확보를 위해선 증세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해 증세 논란의 불을 지폈고, 이에 김무성 대표도 “증세 없는 복지는 거짓말”이라고 거들었다. 증세 여부로 모아지던 논란의 초점은 돌연 지난 6일 방향을 틀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를 통한 세수 확대’를 강조하며 거듭 증세 반대의 뜻을 밝히자 김 대표는 “증세에 앞서 복지예산의 효율성부터 따져 봐야 한다”며 ‘복지조정론’으로 방향을 틀었고, 유 원내대표는 “(증세에 대한) 내 생각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꼬리를 내렸다. ‘고(高)부담-고복지’든, ‘중(中)부담-중복지’든 한 정부의 정책 기조라는 큰 틀은 개개인의 한두 마디로 결정될 사안이 아니다. 여권 지도부라면 더더욱 발언을 삼가고 긴밀한 내부 조율과 검토 과정을 밟아야 마땅하다. 면밀한 정책 검토 없이 섣부른 발언으로 논란만 키운 새누리당 지도부부터 소통하는 법을 배워야 할 듯하다.
  • 與, 건보료·연말정산·증세 논의 속도 조절…“하반기까지 여유”

    與, 건보료·연말정산·증세 논의 속도 조절…“하반기까지 여유”

    여권이 ‘복지·증세’ 논쟁에서 당·정·청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앞세우는 등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건강보험료 개편과 법인세 환원 등 증세 논쟁을 비롯한 현안들을 서둘러 봉합하기보다 시간을 두고 당정협의, 의원총회, 사회적대타협기구를 통한 여론 수렴 등 단계별로 차근차근 밟아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8일 “건강보험료, 연말정산, 증세안 모두 소득계층별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데다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에 넘어오는 하반기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섣부른 결론 도출은 금물이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당정은 주말 동안 가진 접촉에서 당초 상반기 안에 결론 내려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도 서두르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소득자료 기준으로 건강보험료 추계를 다시 하고, 연말정산도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이 소득자 1600만명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겠다고 한 만큼 정교하게 가겠다는 방침이다. 원내지도부는 이번 주 중 정책위원회를 구성해 조세·복지 등 사안별 당정협의에 시동을 걸 계획이다. 여권 내에선 ‘섣부른 증세 주장보다 세출 구조조정에 먼저 눈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 비용을 국민에게 부담 주지 않고 (복지를) 해 보겠다”며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재천명한 것이나, 김무성 대표가 이에 동조해 “복지예산을 전면 점검해 부조리·비효율이 없는지 잘 찾아 조정하고 증세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강조한 것도 일맥상통한다. 7가지 주요 복지사업의 구조조정만으로 연간 12조원 넘는 재정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당 일각에서 제기됐다. 지난해 세수 결손액인 11조 1000억원을 메우고도 남는 규모다. 8일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 부처 제출 자료, 감사원·국정감사 자료 등에 따르면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무상급식 구조조정, 건강보험·국민연금 보험료 체납액 징수, 복지사업·국고보조금 부정 수급 차단 등으로 연평균 12조 5000억원의 ‘재정 지출 다이어트’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현재 안대로 통과되면 정부의 총재정부담(현금부담금+보전금+퇴직수당)은 40년간 매년 평균 3조 5000억원씩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무상급식 구조조정으로 대상을 소득 하위 70% 가구 자녀로 제한하면 나머지 상위 30% 가구 자녀에게 주던 급식 재원 8000억원을 매년 아낄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또 건강보험·국민연금의 보험료 체납액 12조 4000억원(올해 1월 현재) 중 악성 장기 체납액 2조 5000억원, 기초생활급여 부정 수급 등 복지사업 누수 차단으로 2000억원, 지자체·민간단체 국고보조금 관리 강화로 1조원, 지방교육재정 이월·불용액 4조 2000억원(2013년 기준) 등을 재정에 보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黨이 정책 중심…靑·정부에 책임 전가 안 할 것”

    “黨이 정책 중심…靑·정부에 책임 전가 안 할 것”

    새누리당 원유철 신임 정책위의장은 8일 “청와대와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당이 먼저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원 정책위의장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정·청은 국정 운영을 함께하는 공동운명체로, 어느 한쪽이 고장 나면 모두 고장이 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맞물린 여권 전체의 위기 국면에서 ‘당 주도론’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연말정산 파동과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논란 등에서 보여 준 당의 ‘정부 정책 뒤집기’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원 정책위의장은 지난 6일 당정회의를 거쳐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재추진하기로 한 것에 대해 “정부의 설익은 정책으로 인한 혼선이 위기를 자초한 것”이라고 진단한 뒤 “예전에는 당과 정부가 핑퐁식으로 책임 떠넘기기를 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는 하지 않았다. 당이 정책의 중심을 잡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위의장 취임 전까지 당의 무상급식·무상보육 태스크포스(TF)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증세·복지 논란과 관련, “정책위에서도 무상급식, 무상보육 문제를 우선적으로 다뤄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특히 원 정책위의장은 “정책 입안 단계부터 당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당정회의를 실무 단계부터 강화할 것”이라며 “어려운 민생 현장을 직접 찾아 현장에서 답을 찾는 ‘현장 당정회의’를 활성화하겠다”고 제안했다. 또 “민심의 다양한 요구를 당이 수용할 수 있도록 정책위의장단을 확대 개편할 것”이라면서 “그때그때 민생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도 꾸려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의 본령은 갈등 중재와 화합 도출”이라며 “이런 일에 선천적으로 소질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4선의 원 정책위의장은 당내에 ‘적이 없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대표적인 비박(비박근혜)계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당·청과의 소통에 한계를 있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원 정책위의장은 이와 관련, “28세 때 경기도의원 선거 이후 수많은 선거를 치렀지만 코피를 흘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면서 “하지만 지난 대선 때 중앙선대위 부위원장과 재외국민선대위원장을 맡아 코피가 날 정도로 열심히 했다. 계파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와의 ‘정치적 호흡’에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김 대표의 경우 1996년 15대 총선을 통해 정계에 입문한 ‘국회 96학번 동기’, 유 원내대표는 국방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를 함께한 ‘상임위 짝꿍’이라는 것이다. 원 정책위의장은 특히 유 원내대표에 대해 “소신과 추진력만 있는 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실력까지 갖췄다”며 “유 원내대표가 경제통, 저는 외교·안보통이다. 튼튼한 안보 속에 경제를 꽃피울 수 있도록 상호 보완재가 되겠다”고 말했다. 경기 평택갑이 지역구인 원 정책위의장은 ‘수도권 규제 완화’에도 정책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는 “수도권 규제 완화는 수도권과 지방 간 제로섬(Zero Sum·한쪽이 이득이 되면 다른 쪽이 손해를 보는 구조)게임이 아니다”라며 “수도권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는 기업들의 해외 이전, 즉 국부 유출을 초래할 수 있다. 수도권의 불합리한 규제를 풀어 지방도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스필오버(Spil Over·주변으로 효과가 번지는 것)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롤모델’ 정치인으로 미국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을 꼽은 원 정책위의장은 “케네디 대통령의 도전 정신과 용기를 닮고 싶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2012년 전당대회와 지난해 경기도지사 경선 등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신 뒤 당내 선출직으로 정책위의장이라는 직함을 처음 받아 든 그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처음 주신 만큼 놓치지 않겠다”고 말을 맺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올해 연말정산 추가 납부액 3~5월에 분납 허용하기로

    올해 연말정산 추가액은 다음달부터 3개월 동안 나눠 낼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6일 이런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됐다고 밝혔다. 현행 소득세법은 연말정산 결과 추가 납부 세액이 있는 경우 매년 2월에 일시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개정안은 2∼4월에 걸쳐 분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다만 올해는 2013년에 개정된 소득세법에 따라 연말정산을 하는 첫해임을 감안해 2월에는 추가 납부 세액을 내지 않는 대신 3∼5월에 걸쳐 분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사설] 국민 대타협으로 복지체계 다시 짜야

    새누리당 지도부까지 나서 비현실성을 지적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증세 없는 복지’ 노선 궤도 수정론이 정국의 화두로 부상했다. 여야가 ‘국민대타협기구’ 설치를 합의한 데 이어 조만간 ‘범국민조세개혁특위’를 띄울 태세다. 그러나 속내는 제각각이다. 여당은 복지 구조조정에 주안점을 두고 있으나, 야권은 증세에 방점을 찍고 있다. 여권도 증세의 불가피성은 부인하지 않지만, 법인세 인상 등 각론에서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 자칫 배가 산으로 올라갈 판이다. 차제에 여야는 정략을 버리고 ‘지속 가능한 복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합의를 추구해야 한다. 정치권의 쟁점은 증세와 한국형 복지 재설계론으로 압축된다. 즉 어디서 얼마만큼 세금을 올려 복지 재원을 충당하느냐와 무상급식·무상보육 같은 무상 시리즈 복지를 어느 정도 축소할 것이냐 여부다. 그러나 여야 모두 지난번 총선, 대선에서 내건 선심성 복지 공약의 후유증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증세를 전제로 ‘범국민조세개혁특위’를 제안했고, 새누리당 유 원내대표도 이를 수용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연말정산 파동을 겪으면서 증세는 말로는 쉽지만 지난한 실천 과제임이 드러났지 않은가. 내 몫을 요구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가급적 자기 부담을 감수하려 하지 않으려는 게 국민 대중의 정서라면 말이다. 그런데도 여야 원내 사령탑들이 너무 쉽게 증세를 거론하는 인상이다. 조세 저항은 정부가 어차피 감당할 몫이니 정치권은 포퓰리즘 경쟁을 계속하겠다는 어깃장이 아니길 바란다. 사실 지금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노선을 손가락질하고 있는 야당이 집권했다면 ‘복지 대란’은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번졌을 수도 있다.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은 5년간 135조원, 문재인 후보는 197조원의 복지 공약을 내놨지 않나. 사리가 이럴진대 청와대와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라는 불가능한 원칙을 스스로 허물어야 하고, 야당은 인기영합적인 무상복지 만능주의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 증세와 복지, 두 가지가 변수인 연립방정식을 제대로 풀려면 여당이 가변적인 국민 여론에 너무 쏠리지 말고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 건 물론이다. 요즘 북·서 유럽의 복지 강국들은 경제가 거덜나기 시작하자 복지 지출을 줄이고 있고,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나라들은 복지 예산을 늘려 가는 추세다. 우리의 경우 복지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 한다. 법인세율 인상은 마지막 수단으로 신중히 득실을 따지며 추진해야 한다. 혹시라도 국내외 기업의 해외 탈출을 조장해 고용 창출이나 경제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어서도 곤란하다. 유 원내대표는 “여러 종류의 세금 중 법인세만 성역으로 남겨둘 수는 없다”고 했지만, 박 대통령이 공약한 무상보육이든, 야권이 선도한 무상급식이든 무상 시리즈 복지를 성역에 둘 이유 또한 없다. 복지 예산에 끼어든 ‘정치 거품’은 빼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는 한국 경제가 당면한 여건을 감안하면 중(中)복지, 중부담이 합리적이라는 다수 전문가들의 시각이 옳다고 본다.
  • [불붙은 증세논쟁] “과세 형평성 맞게 대기업·고소득층 세금부터 올려야”

    [불붙은 증세논쟁] “과세 형평성 맞게 대기업·고소득층 세금부터 올려야”

    증세를 찬성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부자 증세가 먼저’라고 입을 모았다. 대기업과 고소득층이 더 많이 부담하고 그 이후 중산층도 세 부담에 동참하는 것이 순서라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낮은 조세부담률도 재원 부족에 따른 복지 축소보다 증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진단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조세부담률은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20.2%, OECD 평균이 25.0% 수준이다. 증세를 위한 세목으로는 법인세를 최우선 순위로 꼽았다. 이어 소득세(25%)와 부가가치세(25%)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뒤따랐다. 부자 증세의 이유로는 소득 재분배와 과세 공평성 등을 들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빈부 격차가 심화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부유층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이 소득 재분배 차원에서도 맞다”면서 “법인세와 고소득층 소득세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도 “경기 침체의 근본 원인은 빈부 격차인 만큼 소득 재분배를 위한 증세가 필요하다”면서 “증세 대상을 기업과 고소득자로 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을 지낸 윤영선 전 관세청장은 “세금 문제는 경제 논리에 따라야 한다”면서 “글로벌 스탠다드도 그렇고, 큰 틀에서 보자면 법인세-소득세-부가세 순으로 올려야 하지 않겠나”라고 제안했다. 법인세 인상을 찬성하는 전문가 가운데 일부는 이명박 정부 때 3% 포인트 인하한 법인세 최고세율을 다시 25%로 되돌리는 것보다 대기업 중심으로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세도 이익이 많이 나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해서 올려야지, 경쟁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올려서는 안 된다”면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는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법인세를 많이 내린 반면 대기업들의 내부 유보금은 천문학적으로 늘었다”면서 “가장 여유 있는 곳이 대기업인 만큼 세 부담을 대기업 중심으로 지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말정산 파문에서 나타났듯이 증세에 대한 국민적 반발을 수그러지게 하기 위해서는 법인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문성훈 한림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산층 세금이 과하기 때문에 소득세나 부가세 인상은 후순위로 미루고, 그동안 정책적 수혜가 컸던 기업들이 법인세를 더 부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소득세는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최고세율(38%) 구간인 소득 1억 5000만원 초과를 좀 더 세분화하고 이 구간에서 최고세율을 더 올리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갑순 동국대 회계학과 교수는 “세 부담의 기본 원칙은 누진세율을 의미한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소득세를 모든 사람이 더 내는 것이 아니라 부자들이 더 많이 내는 방향으로 소득세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재현 동아대 경영학과 교수는 “북유럽 국가의 복지 수준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기본적으로 이 국가들은 세금 자체가 많다”면서 “우리도 그런 꿈을 꾸려면 직접세를 올려야 하는데 고소득층의 소득세를 먼저 올리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설명했다. 고소득층의 세 부담을 늘리는 차원에서 상속·증여세도 거론됐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자 증세를 위해서는 상속세 비율을 되레 더 올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부가세 인상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복지 수요를 감안하면 소득세와 법인세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지속 가능한 복지를 하려면 부가세를 건드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부가세는 1%만 올려도 세수가 한 해에 7조~8조원가량 늘어난다. 특히 유럽 국가의 부가세는 20% 안팎이어서 우리나라(10%)보다 2배 정도 높아 장기적으로는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러나 조세 저항이 만만치 않고, 소득 재분배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부담스럽다는 지적도 많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경영학부 교수(한국재정학회장)는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으로는 세수 부족과 복지 재정을 감당할 수 없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부가세를 올려야 하는데 현행 10%에서 점진적으로 12%까지 인상하면 어느 정도 재정 숨통을 틀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전 장관도 “부가세를 2% 포인트 올리면 세수 15조원이 확보된다”면서 “부가세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아 예전에는 금기시하고 그랬지만 지금은 디플레(물가 하락)를 걱정하는 상황이어서 어떻게 보면 부작용이 제일 적다”고 말했다. 서희열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무상 복지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부가세를 인상하는 것”이라면서 “여당이 손을 안 대려고 하는데 부가세를 올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서울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불붙은 증세논쟁] 증세 없이 135조 복지재원 마련 ‘빨간불’

    [불붙은 증세논쟁] 증세 없이 135조 복지재원 마련 ‘빨간불’

    ‘공약 가계부’가 곳곳에서 구멍이 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당초 임기 5년 동안 증세 없이 총 135조원의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공약 가계부를 공언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조세 저항 등에 떠밀려 공약가계부에는 이미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기획재정부가 2013년 5월 발표한 공약가계부에는 비과세·감면을 정비해 5년 동안 18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돼 있다. 하지만 ‘꼼수 증세’와 ‘연말정산 파동’ 저항에 부딪쳐 지지부진한 상태다. 기재부는 2013년과 2014년 세법개정안을 마련하면서 근로소득자 중 연봉이 일정 수준 이상 되는 사람들의 세금 부담을 높이는 방향으로 연말정산 공제제도를 개편했다. 그런데 의도와 달리 다자녀가구 및 노년층의 세 부담이 높아진 것으로 드러나 조세 저항을 초래했다. 결국 정부는 세법개정안을 수정한 뒤 이를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27조 2000억원을 마련하겠다던 계획도 ‘쥐 잡듯 (세무조사를) 몰아친다’는 자영업자들의 반발에 직면해 한발 물러섰다. 이에 “세입 확충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고 혼란만 키웠다”는 자책이 정부 안에서조차 나오는 실정이다. 5년간 세출을 84조 1000억원 줄이겠다는 방안도 당초 계획에선 한참 엇나갔다.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산업, 농업분야 예산을 5년간 21조 1000억원 절감을 목표로 세웠다. 또 일부 사업을 이차보전(이자차익을 메워주는 것)으로 돌려 지출을 줄이려고 했다. 하지만 올해 2조 7000억원 줄이겠다던 SOC 예산은 되레 1조 1000억원 늘었다. 각각 1조 3000억원을 줄이려던 산업과 농업분야 예산도 되레 늘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는 4일 “증세 없는 공약가계부 실천은 뜬구름 잡는 얘기와 마찬가지”라며 “증세 없이 지금과 같은 복지 수준을 유지한다면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고 그리스와 같은 국가 부도 사태가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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