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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주한미군 국제분쟁 개입 우려된다

    한·미 양국이 그동안 민감한 현안 중의 하나였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간의 첫 장관급 고위전략대화 공동성명을 통해서다. 전략적 유연성은 9·11이후 이뤄지고 있는 미국의 세계적 군사 운용전략 변화의 기본방향이자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PR)의 핵심 사안이다. 즉, 미국 중심의 단극(單極)체제를 안정적·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전 세계 미군을 신속 기동군화하고 위협이 생기면 가까운 지역에 있는 미군을 재빨리 투입하는 전략인 것이다. 결국 한반도 억지력 차원에서 전력을 운용해왔던 주한미군의 임무와 역할이 중국·타이완 대립과 같은 한반도 주변의 분쟁지역으로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로 인해 한반도 안보에 불이익을 초래해선 안 된다고 본다. 또한 주한미군이 국제분쟁에 개입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한국이 연루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의 뜻과 상관없이 분쟁 당사국은 물론 한반도 주변국들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한미군을 이동시키더라도 사전에 한국정부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 미군 차출의 분명한 원칙과 절차,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성명은 “미국은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지역 분쟁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냉엄한 국제관계 현실에서 이것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파병 규모와 조건을 둘러싸고 적지 않은 갈등을 빚을 소지도 있어 보인다. 포괄적 원칙론보다 사안별 구체적 기준의 문서화가 필요한 이유다. 정부는 ‘한국방위의 한국화’에 가일층 노력하고 남북간 신뢰구축과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과의 우호협력 증진 등에 보다 힘써야 할 것이다. 이번 합의로 한·미연합사의 지휘체계도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이 문제도 다뤄야 할 때라고 본다. 아울러 정부는 전략적 유연성을 전격 수용한 것과 관련, 국민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함께 이해를 구해야 한다.
  • 유엔 추락 어디까지

    유엔 추락 어디까지

    유엔의 추락은 어디까지일까. 지난해 ‘이라크 석유·식량 교환프로그램’비리 사건으로 홍역을 치르더니, 분쟁지역 평화정착을 위해 운영중인 평화유지활동(PKO)이 연초부터 대형 악재에 휘말리고 있다. 유엔 평화유지군은 19일 서아프리카의 소국 코트디부아르(아이보리코스트)에서 시위 군중들에 의해 사령부가 포위당했다. 일부는 기지까지 뺏기고 쫓겨나는 등 어처구니 없는 일도 빚어졌다. 앞서 16일에는 PKO 물품 조달과 관련된 비리 혐의가 적발돼 유엔직원 8명이 면직되기도 했다. ●사령부 기지서 쫓겨나기까지 BBC·CNN 등 외국 언론들에 따르면 제1의 도시 아비장에 있는 평화유지군 사령부는 2000여명의 시위군중들에 포위돼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다. 사령부 구내로 돌을 던지는 시위대를 향해 평화유지군은 최루탄과 경고사격으로 대응했다. 한때 시위대 일부가 담장에 구멍을 뚫고 구내 진입을 시도하다 저지당하기도 했다. 로랑 그바그보 대통령의 지지자들로 이뤄진 시위대는 유엔이 지명한 국제중재단의 의회해산 권고에 반발, 거리를 점거한 채 나흘째 시위를 벌였다. 대서양 연안의 산 페드로에서도 유엔 사무소가 시위대의 화염병 공격을 받았다. 서부 기글로에서는 방글라데시군으로 구성된 평화유지군 300명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고 기지를 비워둔 채 시 외곽으로 탈출했다. 기지에 난입한 시위대는 방글라데시 국기와 유엔 깃발을 끌어내린 뒤 코트디부아르 국기로 바꿔달았다. 앞서 평화유지군은 공격이 거세지자 자위권을 발동,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최소 5명이 숨졌다고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보도했다. ●아난 총장 격노…안보리 긴급소집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그바그보 대통령이 유엔이 후원하는 평화로드맵을 방해하려고 시위를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평화유지군과 함께 주둔하고 있는 프랑스군 고위 관계자는 “유엔이 이 나라에 대해 조치를 취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긴급회의를 갖고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코코아를 생산하는 코트디부아르는 지난 2002년 반정부 쿠데타가 실패한 뒤 4년간의 내전으로 경제가 황폐화됐다. 반군과 정부군의 평화협정을 중재한 유엔은 지난해 양측이 참여하는 과도내각을 구성한 뒤 선거를 통해 새 정부를 출범시킬 계획이었으나 그바그보 대통령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해 아이티, 콩고, 자이르에서는 평화유지군 병사들이 성매매와 성폭행 사건에 연루,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구청에 출근하는 연예인들

    구청에 출근하는 연예인들

    영화 ‘마파도’와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 주었던 배우 이정진(28)씨가 공익근무요원으로 소집된 지 10개월여 만에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구청이 주관하는 공식 행사장이 아니라 자신이 근무하는 곳에서 일상의 모습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스타 이정진이 아닌 공익근무요원 이정진씨의 하루를 밀착 취재했다. ●광진구 어르신들에게 사랑받는 ‘정진이’ 지난 12일 오전 광진구 보건소의 50평 남짓한 체력단련실. 머리가 히끗히끗한 마을 어르신 10여명이 구슬땀을 흘리며 운동삼매경에 빠졌다. 두터운 겨울옷 몇벌을 걸어둔 옷걸이가 갑자기 ‘툭’하며 쓰러진다. 옷을 주섬 주섬 걸쳐 입던 60대 어르신이 누군가를 찾는다.“어, 정진이 어디갔어. 이거 정진이가 있어야 고치는데, 원….” 이정진씨의 임무는 고장난 옷걸이나 운동기구를 고치는 것은 물론 운동기구에 기름칠하고 청소하기, 서울 수돗물 ‘아리수’를 받아다가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공급하기 등 말 그대로 ‘잡일’이다. 보건소에서 비만이나 당뇨에 관한 설명회라도 열리는 날은 환자들이 앉을 의자를 배열하고 자료도 복사하며 쓰레기도 버리고 심부름도 하느라 더 바쁘다. 그가 일하는 체력단련실은 광진구 보건소 당뇨·고혈압 교실에 등록된 50대 이상 노인들이 주로 찾는다. 적당한 유산소 운동을 해야 하는 당뇨·고혈압 환자들을 위해 광진구는 이들에게 체력단련실을 무료로 내주었다. 이날도 체력단련실을 찾은 어르신들은 그와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며 운동을 시작했다.“‘배우’라는데, 나야 모르지, 그냥 애가 착하고 웃으면서 인사 잘 하니까 좋지 뭐.”라고 말을 하며 할아버지 한분이 운동을 시작했다. 또 다른 어르신은 체력단련실 문을 열고 들어오며 그에게 껌한통을 건넨다. 매일 아침 보는 청년에 대한 친근감의 표시였다. 그를 편히 여기는 50·60대 아줌마·할머니 이용객들이 가져다 주는 주전부리도 쏠쏠하다. 배와 곶감, 삶은 감자와 고구마 여러개를 이씨 손에 쥐어주고 가면 함께 일하는 공익근무요원들과 나누어 먹는다고 했다. ●일본 여성 팬들 찾아와 난처한 적도 많아 오전 7시 출근, 낮 12시 점심식사, 오후 1∼2시 운동기기 점검, 오후 4시 퇴근. 퇴근 후에는 2시간 가량 운동을 하고 집에서 쉰다. 여느 공익근무요원과 똑같은 일상이다. 요즘은 노인들을 상대로 생활하다 보니 하루가 조용히 가지만 처음에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았다. 그는 광진구에 처음와서 3개월 동안 자원봉사센터에서 근무했다. 자원봉사센터에서는 관내 초·중·고교에서 자원봉사에 대한 특강을 진행한다. 공익근무요원은 강사 보조 역할을 하지만 여중·여고를 방문하는 날이면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그를 보러 몰려든 학생들 때문에 학교 측에서는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며 정중하게 그를 쫓아낸 적도 여러 차례 있다. 그가 체력단련실로 근무지를 옮긴 뒤에 이런 해프닝은 사라졌지만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방문객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로 일본 여성 여행객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로 영화배우 권상우씨가 일본에서 유명세를 타면서 이정진씨가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한다는 사실도 전해졌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잘 타일러서 돌려 보내기라도 하겠지만 말도 안 통하는 일본인 아줌마 관광객들에게는 대책이 없다.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열심히 운동하는 체력단련실에서 이정진씨의 공익근무 사실을 알리는 일본 신문을 들고 찾아온 아줌마 팬들과 멀뚱멀뚱 바라만 보며 민망한 시간을 보낸 적도 여러차례 있었다고 한다. ●“당분간 배우 이정진 잊어주세요.” “근무 시간에는 사인이나 사진 촬영은 안합니다. 쟤는 2년 동안 사진이나 찍고 갔어라는 말이 들린다면 연예인에 대한 특혜로 비춰지겠죠.” 배우 이정진씨가 우려하는 것은 바로 그 부분이었다. 그는 지난 2003년 MBC 드라마 ‘다모’에 출연하기로 했다가 계약을 파기해 손해배상을 치르고 공식적으로 사과한 적이 있다. 드라마에 말타는 장면이 많았는데 말만 타면 이유없이 몸에 열이 나고 아팠다고 한다. 그는 이를 계기로 종합검진을 받았고 그 결과 자신이 천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동물 알레르기에 천식까지 겹쳐 드라마 촬영도 포기했고 신체검사에서도 공익근무요원 대상자로 판정 받았다. “천식 때문에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았는데 사람들은 연예인인 제가 공익근무요원이 된 것도 특혜라고 생각하겠죠. 그래서 근무 시간에는 일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소집 해제되면 어떤 배역을 맡고 싶냐는 기자의 질문에 “잘 모르겠어요.”라며 짧게 답한다. 항간에 떠도는 여가수 모씨와의 열애설에 대해서도 “그냥,‘설’이잖아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웃어 넘겼다. 그러면서 애인은 없다고 했다. 남들처럼 미팅과 소개팅도 꼭 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스타 공익근무요원으로 어려운 점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는 “사람들이 연예인에게 대단한 도덕성을 요구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진씨는 이번 인터뷰에서도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무척이나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공익근무요원 신분에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행동이 보도되면 오해를 살 것을 염려한 것이다.1년 가까이 남은 근무 기간을 무사히 마치고 이정진씨가 다시 영화팬들의 품으로 돌아올 날을 기다려 본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스타 공익근무요원 활용방안 스타급 연예인 공익근무요원은 이정진씨 외에도 탤런트 소지섭(29)씨와 한재석(33)씨가 더 있다. 지난해 3월 마포구청에 배속된 소씨는 현재 구청 문화체육과 공보팀에서 일한다. 각종 행사를 진행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문화체육과에서 소씨는 보조 업무를 담당한다. 신문에 난 구청 관련 기사를 스크랩하고 각종 행사 촬영 비디오 테이프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도 한다. 야외 행사가 있는 날에는 청중이 앉을 의자를 배열하는 등 잔심부름을 한다. 마포구청 직원들은 소씨가 민첩한 편이어서 업무 처리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했다. 반면 말수가 적고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연예인이라고 의식하는 것을 상당히 부담스러워 한다고 전했다. 2004년 11월 병역기피 파문에 연루됐던 한재석씨는 현재 송파구청 재난관리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씨는 당초 교통지도과에 배치돼 주차 단속과 과태료 통지서 발부 등의 일을 맡았으나 결국 대민 접촉이 적은 부서로 이동했다. 송파구 관계자는 “한씨를 구청 홍보에 적극 활용할 방안을 고려했지만 병역 기피라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민원인과 접촉이 덜한 부서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뀌띔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씨 역시 언론과 인터뷰를 일절 사절하고 구청 행사에 공식적으로 나서는 것을 매우 부담스러워하는 등 일반적인 공익근무요원과 똑같이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스타급 연예인 공익근무요원들이 구청에서 담당하는 업무는 주로 행정 보조 및 잡무다. 비슷한 시기에 군에 입대한 god 전멤버 윤계상씨와 탤런트 박광현·홍경인씨처럼 연예 병사들이 국방부 근무지원단 홍보지원반에 소속돼 특기를 살려 군 생활을 하고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국방홍보원 기획과 안병호 홍보팀장은 “가수 유승준씨 사건을 계기로 군도 연예인에 대한 시각을 달리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들은 얼굴이 알려졌다는 이유로 군대에서 겪는 어려움과 입대와 동시에 팬들에게 잊혀질 것에 대한 두려움 등이 크다.”고 말했다. 안 팀장은 이어 “연예인들을 적극적으로 군 홍보에 활용해 보니 그 효과가 대단하다.”면서 “이들이 국민에게 다가서는 친근한 군의 이미지를 심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연예인 공익근무요원들을 획일적으로 구청의 잡무를 보도록 할 것이 아니라 이들의 부가가치를 적극 활용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마포구청에는 소지섭씨를 보려는 일본인 여성팬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일주일에도 수차례씩 구청을 방문하고 있다. 이들은 소씨를 기다리는 중에 일본어와 중국어로 제작된 마포구 홍보 자료를 꼼꼼히 챙겨 보며 관내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얻어간다는 것이 구청 관계자의 말이다.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한은경 교수는 “소지섭씨와 같이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한류 스타에게 잡무를 시키는 것은 구청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손해”라면서 “소씨가 마포구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일본 관광객들에게는 마포구청의 이미지도 덩달아 좋아지는 후광효과가 있으니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인적 브랜드 자산 가치가 있는 스타 공익근무요원들을 잘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서울시는 물론 해당 자치구들이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공익근무요원 실태 서울시에서 일하는 공익근무요원(지난해 10월 현재)은 모두 8423명에 이른다. 서울시 본청에 1800명, 서울시 각 자치구에 6623명이 근무하고 있다. 대부분 구청·동사무소에서 문서를 수발하거나 도로에서 차량을 단속하는 공익근무요원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덕수궁 앞에서 매일 3차례 ‘수문장 교대의식’을 하는 ‘조선시대 병사’들도 알고 보면 공익근무요원들이다. 병무청은 공익근무요원에 대해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 및 사회복지시설의 공익 목적수행에 필요한 경비, 감시, 보호, 봉사 또는 행정업무의 지원과 국제협력 또는 예술, 체육의 육성을 위하여 병역의무의 한 형태로 운영하는 제도”라고 정의하고 있다. 공익근무요원은 행정관서요원(2년 2개월), 국제협력봉사요원(2년 6개월), 예술·체육요원(2년 10개월)으로 나뉘는데, 공익근무요원의 99.5%가 행정관서요원으로 일하고 있다. 행정관서요원의 월급은 일반 사병과 같다.▲6개월차(이등병에 해당) 5만 4300원 ▲7∼13개월차(일등병에 해당) 5만 8800원 ▲14∼21개월차(상등병에 해당) 6만 5000원 ▲22개월차(병장에 해당) 7만 2000원을 받는다. 올해부터는 연말 보너스 200%가 월급에 반영됐다. 여기에 하루 식비 4000원, 차비 1600∼2000원이 지급된다. 또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주5일 근무를 하며, 상황에 따라 특근·야근을 하기도 한다. 신체검사에서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은 이들은 “일반 군대에 비해 덜 힘든(?) 일을 하고 있다.”는 놀림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공익근무요원들의 인터넷카페 ‘참공익’은 “총 대신 사회 구성원을 앞에 두는 이들, 우리는 이렇게 우리의 젊음을 그렇게 바칩니다.”라면서 공익으로서의 자부심을 표현하고 있다. 김유영 정은주기자 carilips@seoul.co.kr
  • 첨단군사기술 해외유출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속 연구원들이 군사기밀을 외국 방산업체에 유출한 혐의를 잡고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검찰의 내사를 받던 이 연구소 전직 연구원은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했다. 대전지검은 19일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들이 미국 등 2개의 군사기기 업체에 군사기밀을 넘긴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근 기무사로부터 “이 연구소 연구원들이 외국 방산업체에 시뮬레이션과 레이더 등 2개 분야의 군사기밀을 유출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지난 13일 대전 유성구 수남동 국방과학연구소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관련기기 입찰시 이들 방산업체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기 위해 정보를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연구소 간부와 연구원 10여명이 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하고 이들을 출국금지 조치하는 한편 다음주부터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유출된 군사기밀의 수준을 분석하는 한편, 정보제공 대가로 이들이 뇌물을 받았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26일 국방과학연구소 항공담당연구실에 불이 나면서 각종 서류와 컴퓨터 등이 탄 것과 관련, 연구원들이 이 사건 관련서류를 없애기 위해 고의로 불을 냈는지에 대해서도 정밀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 내사를 받고 있던 이 연구소 전직 연구원 강모(58)씨가 이날 오전 3시50분쯤 자신이 살고 있는 대전 서구 삼천동 G아파트 15층 옥상에서 투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강씨는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워게임 시뮬레이션 개발자로 일하다 5년 전 퇴직한 뒤 게임관련 업소를 운영해왔다. 강씨는 검찰의 내사가 시작되자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이경형칼럼] ‘탈당’징후 어떻게 봐야 하나

    [이경형칼럼] ‘탈당’징후 어떻게 봐야 하나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탈당 관련 발언으로 야기된 탈당 문제는 잠시 수그러들었지만, 언제 다시 활화산으로 변할지 모른다. 현 권력구조의 1987년 헌법체제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차기 대선 일정에 임박해서 탈당했다. 그것도 여당 대권 후보의 압박으로, 혹은 자식들의 비리로 정치적 궁지에 몰려 당을 떠났다. 노 대통령은 스스로 ‘역발상’의 정치로 숱한 역정을 헤쳐왔다고 한다. 그래서 탈당도 과거 대통령들과 같은 모양으로는 결행하지 않을 것 같다. 6공화국의 노태우 대통령은 대선 3개월 전인 1992년 9월 민자당을 탈당했다. 당시 김영삼 후보는 SK 이동통신허가 반대, 중립내각 구성 요구 등으로 노 대통령을 세차게 밀어붙였다. 그런 YS도 대선 한달전인 1997년 11월 자신을 상징하는 ‘03마스코트’가 이회창 후보 지지자들에 의해 불태워지는 등의 수모를 당하면서 신한국당을 떠났다. 김대중 대통령도 각종 게이트와 아들의 비리 연루로 2002년 5월 대선 7개월을 남겨두고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했다. 과거 대통령들은 이처럼 당 대선 후보에게 백기를 드는 형국으로 당을 떠났지만, 노 대통령은 분명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본다. 적어도 탈당을 방어용이 아니라, 정치적 공격수단으로 카드화하거나 정치 지형을 새롭게 변경하는 지렛대로 활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 11일 당 지도부와 가진 만찬 석상에서 노 대통령은 탈당을 그저 ‘고부간 갈등 치유법’으로 에둘러 얘기하면서도 서명파고 뭐고 할 것 없이 일제히 “그것은 아니 되옵니다.”를 연발토록 만들었다. 짐짓 탈당을 카드화하려는 속내를 보인 것이다. 그동안 거듭된 노 대통령의 탈당 관련 발언이 현실화되는 시기는 임기를 1년 반 이상 남겨둔 올 하반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5월말 지방선거 후 개헌 논의가 산발적으로 시작되고, 어느 정도 가속력이 붙으면 새로운 권력구조의 ‘2007 헌법체제’수립을 촉진하는 지렛대로 탈당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의 탈당은 여·야당의 경계를 허물고, 모든 정파들이 권력의 프리미엄이 없는 제로 베이스에서 새로운 정치 시스템을 모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게 된다. 어떤 이는 지금 열린우리당의 지지도에 견줘볼 때,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것이 불 보듯하므로 그 수습책의 하나로 탈당이 이뤄질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정치적 성정에 비춰 결코 수세적인 탈당은 취하지 않을 것이다. 역으로 공격적인, 그것도 ‘큰 고기’를 잡는 카드로 탈당을 결행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사실 5년 단임 대통령제를 바탕으로 하는 ‘87체제’는 6·10항쟁의 산물로, 민주·반민주 대결 구도에서 반독재를 최고 지향가치로 삼고 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민주화는 거의 완성 단계이고, 오늘날 우리 사회의 양극화 등 정치·사회적 긴장구조는 주로 진보-보수, 또는 좌파­우파라는 문제 해결의 접근, 방법론의 대립에서 비롯되고 있다. 따라서 어떤 헌정 시스템이 정치·사회적 긴장과 갈등을 더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가를 올 하반기부터는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내년 12월 대선과 내후년 4월 총선은 현행 헌법 아래서 가장 근접한 4개월 차이로 실시된다. 국회의원 임기 단축을 최소화하면서 대통령 5년, 의원 4년 임기를 일치시킬 수 있는 기회가 20년 만에 처음으로 내년에 다가오는 것이다. 임기 불일치로 금년부터 내리 3년간 해마다 큰 선거를 치러야 할 판이니, 개헌을 한다면 내년이 적기다. khlee@seoul.co.kr
  • 교황 저격 터키인 재조사

    선종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저격했던 터키인이 12일 25년 만에 감옥에서 풀려났다. 수백명의 국수주의자들은 이스탄불 교도소 앞에서 그를 환영했다.가장 악명 높은 터키인이라는 낙인이 찍힌 메흐멧 알리 아그카(48)는 1981년 5월13일 로마 성 베드로 성당 광장에서 교황에게 수발의 총격을 가한 혐의로 수감됐다. 그러나 세밀 시섹 터키 법무부장관은 이날 “아그카 석방에 대해 재조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섹 법무장관은 “아그카의 석방 과정과 그가 연루된 사건들에서 착오가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상고심에서 최종 선고가 내려질 때까지 가석방은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국의 착오로 가석방됐다가 재수감된 사례가 여러 건 있다.”고 덧붙엿다. 아그카의 저격으로 당시 복부와 왼손, 오른팔에 부상을 입은 교황은 2년 뒤 이탈리아 감옥에 수감된 그를 찾아가 무릎을 맞대고 21분 동안 대화를 나누며 공개적으로 저격범을 용서했다. 교황 재임 기간중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터키 남동부 말라티아에서 태어난 아그카는 우익 군사단체 ‘회색 늑대들’의 조직원이었다.1979년 터키의 좌익 칼럼니스트 아브디 이펙치를 살해한 뒤 153일 만에 탈옥, 교황 살해를 시도했다. 아그카는 한번도 본인 입으로 왜 교황을 죽이려 했는지 정확히 얘기하지 않았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한나라 진심 아직 의심스럽다”

    “한나라 진심 아직 의심스럽다”

    “호남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호남을 자유롭게 만드는 정당을 추구해야” “한나라당이 계승한 과거 정당들의 업보를 진심으로 깨끗하게 사과해야” “당지도부가 호남에 자주 내려와 이쪽의 민심과 여론을 자주 청취해야 한다.” 한나라당 인재영입위원회 주최로 1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에서 바라본 한나라당’ 세미나에서는 ‘호남의 눈’으로 바라본 다양한 주문과 쓴소리들이 쏟아졌다. 박근혜 대표는 인사말에서 “호남지역에 있는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들어와서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전남·광주 지역과 국가발전에 큰 도움이 되어야 한다.”며 “많은 분들의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발제자로 나선 류한호 광주대 언론홍보대학원장은 “박 대표의 잦은 망월동 묘역 방문, 소장개혁파와 중도파 의원 모임의 호남 방문 등으로 전남·광주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신뢰성이 향상되고 있다.”면서도 “아직은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변화와 사회변화를 거부, 과거 군사독재의 잔재, 유물 등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이런 선입견을 극복하기 위해 ▲비례대표, 고위당직 호남출신 파격 등용 및 석패율제 도입 등 호남 인사에 대한 처우 개선 ▲망월동 방문 등 호남민심을 달래기 위한 지속적 노력 ▲정책정당으로의 성격 변화 ▲수구정당 이미지 탈피 등 10대 과제를 제시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영용 전남대 교수는 “한나라당이 호남의 민심을 돌리기 위해서는 논리적 설득보다는 감성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5·18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인사들이 남아 있다면 과감하게 정리하고 독자적인 호남 발전책을 수립하여 홍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장외투쟁에 대해서는 “수적 열세의 정당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겠지만 국회 일은 국회에서 해결해야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아브라모프 살생부’ No.1 딜레이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연초부터 워싱턴 정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잭 아브라모프의 로비 스캔들이 미국의 정치 지형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선거 자금과 관련한 불법 로비 등의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있는 공화당의 하원 원내대표 톰 딜레이 의원이 7일(현지시간) 대표직을 사임키로 결정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딜레이 의원은 지난해 가을 불법 선거자금 조성혐의로 기소되자 원내대표직에서 임시로 물러났으나 결백을 입증한 뒤 대표직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해왔다. 텍사스 출신인 딜레이 의원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정책을 의회에서 뒷받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아브로모프 스캔들로 정치권의 부패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이 커지자 공화당 의원들은 새로운 원내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왔다. 공화당은 로비나 부패에 연루되지 않은 깨끗한 인물을 새 공화당 지도부로 선출할 계획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민주당은 아브로모프 로비 스캔들과 이라크전이 오는 11월 치러지는 의회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호재라고 판단,‘어게인 1974년’라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1974년은 워터게이트 사건의 여파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사임한 해이기도 하지만, 그 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 1994년까지 의회를 지배하는 기틀을 닦은 해였다. AP통신이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와 지난 3∼5일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 유권자의 민주당 지지율은 49%로 36%에 그친 공화당을 큰 차이로 앞서고 있다. dawn@seoul.co.kr
  • 경찰 잇단 악재에 ‘뒤숭숭’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 등을 통해 한껏 고무됐던 경찰조직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워낙 강력한 악재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는 탓이다. 시위진압 중 농민 두명이 사망한 사건 이후 국민여론이 악화되고, 이에 따른 허준영 경찰청장의 사퇴로 분위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게다가 일선에서는 청장 사퇴에 대한 반발 조짐마저 보인다. 경찰 내부 게시판에는 허 전 청장이 지난 30일 사퇴를 발표한 직후 “총경급 이상 모든 간부는 사표를 내 결의를 보여야 한다.”는 글이 뜨기도 했다.“경찰이 왜 정치권의 방패막이가 돼야 하느냐.”며 청와대와 정치권을 비난하는 글도 적지 않았다. 청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최광식 경찰청 차장은 허 청장 퇴임식 직후 총경급 이상 긴급회의를 열어 “내부 동요를 막고 현 업무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회의에 참석한 간부는 “차장이 강한 어조로 내부 논란을 막고 나선 탓에 논란이 확대되는 것은 잦아드는 분위기지만 조직 내에 사기저하와 비통함이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1년여를 공들여온 수사권 조정도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지난 연말로 예정돼 있던 인사가 멀게는 두 달 이상 미뤄질 가능성도 있어 치안력의 약화도 우려된다. 한 서울시내 경찰서장은 “예정된 인사가 미뤄지면 어느 조직이건 다소간 업무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신속한 인사가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지난 23일 경무관 승진 및 내부인사를 할 계획이었다. 당시 대통령의 해외 순방과 결재과정 등을 고려한 일정이었다. 법조브로커 윤상림(53·구속)씨에 대한 검찰 수사도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검찰에서 ‘경찰 고위간부 연루설’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전용철·홍덕표씨 등 농민사망 사건에 대해서도 곧 검찰 수사가 시작된다. 검찰과 힘겨루기 양상을 보여온 경찰로서는 이래저래 악재가 산적해 있는 셈이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서울시 비리신고 포상금 최고1000만원

    서울시가 내부비리를 신고하는 시민에게 주는 보상금이 내년부터 최고 1000만원으로 오른다. 현재 100만원에서 10배 인상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조례 개정안을 새해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이권이 걸린 업무에 관련자들이 연루될 가능성은 상존하는데, 부조리를 척결하는 데는 시민들의 신고가 절대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개정안은 최근 시의회에서 통과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부조리 신고 보상금은 ▲구조적·근본적 비리를 신고해 부조리를 척결한 경우 최고 1000만원 ▲다수의 공무원이나 민원인이 관련된 부조리 사안을 신고한 경우 최고 500만원(종전 30만원) ▲기타 부조리를 신고한 경우 최고 100만원(종전 10만원) 등으로 오른다. 서울시는 지난해 본청과 각 산하기관, 자치구 공무원의 부조리를 신고한 시민 4명에게 최고 100만원에서 최저 10만원까지, 모두 31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시에 따르면 강동구 소재 C장애인복지시설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시설장 A씨가 보조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하고 있다고 고발,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해 보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시는 신고된 내용이 사실이라는 점을 확인한 뒤 시설장이 유용한 보조금 4200만원을 환수하고 종교적 용도로 신고한 시설을 폐쇄했다. 시는 또 S자치구 등이 발주한 간선도로 빗물 처리시설 공사와 청소년 근로복지관 개보수 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했다는 신고를 한 시민 2명에게도 각각 100만원씩을 지급했다.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과거사정리 늦었지만 결단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에 대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가 끝난 뒤 피고인들의 유가족이 서울중앙지법에 재심을 청구한 것이 2002년 12월의 일이다. 법원은 3년 만인 27일 재심개시를 결정했다. 시일이 길어진 것은 기록이 방대해 검토, 판단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기 때문이다. 재판장인 이기택 부장판사는 “재심 청구는 30년전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 달라는 요구, 바로 그것”이라며 그동안의 번민을 털어놓았다.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재심 사유는 ‘원판결의 서류 또는 증거물이 위조 또는 변조된 사실이 확정 판결로 증명될 때, 무죄 또는 면소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됐을 때’이다. 이런 사유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의문사위 조사부터 지난 7일 발표된 국가정보원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까지 인혁당 사건에 대한 재심을 결정할 만한 직접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피고인들을 고문해 허위자백을 이끌어냈거나 수사·공판기록을 직접 조작한 사람을 찾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의문사위 조사에 대한 신뢰를 비치며 인혁당 사건 피고인들이 수사과정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에 의해 허위자백을 했다고 판단했다. 의문사위가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들로 구성되고 현직 검사가 파견돼 조사를 했다는 점에서 결과에 공신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재판 관할권 문제를 판단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재판은 긴급조치 4호에 따라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 항소심까지 진행됐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군법회의의 후신인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해야 한다는 법리적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긴급조치의 효력이 없어졌기 때문에 군사법원의 재판관할권 역시 무효라고 봤다. 정권이 만든 ‘비정통적인’ 사법의 만행을 정통성을 지닌 사법부가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졌지만, 변호인단에게는 더 이상의 증거를 낼 여력이 없다. 사건의 목격자와 연루자들의 진술로 재심 개시 결정을 이뤄냈듯이 재심에서도 진술을 거의 유일한 증거로 활용해야 한다. 나머지는 피고인들의 건강 상태·투약 기록 등 간접적이고 정황상의 증거 뿐이다. 재심 개시 자체를 인혁당 사건에 대해 재판이 부당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을 재판부가 인정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피고인들의 범죄가 사형을 당할 만큼 극악한 죄가 아니라는 차원의 명예회복은 재심 개시 결정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평가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위폐 유통 혐의 IRA조직원 北정부관료 접촉증거 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25일 위조지폐 유통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아일랜드공화국군(IRA) 테러리스트가 북한 정부 관료와 접촉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SBS ‘한수진의 선데이 클릭’에서 “IRA 조직원이 100달러 위폐를 유포한 혐의로 체포되고 수사가 진행되면서 그의 활동이 북한과 직접 연계됐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미국이 IRA 조직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진을 찍고 도청한 결과물인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논평에서 버시바우 대사에 대해 “외교관의 탈을 쓴 폭군임이 틀림없다.”고 비난했다.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美국무부 “對北 추가제재 아는바 없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국무부는 21일 북한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 계획과 관련,“아는 바 없다.”고 밝혔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최근 북한 정부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위폐 제작 등의 불법행위를 중단하거나 예방하기 위해 일부 조치들을 취한 바는 있지만 새로운 조치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도 없다.”고 설명했다. 국무부의 로버트 조지프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은 지난 9일 버지니아대에서 연설하면서 “북한과 시리아, 이란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었다.dawn@seoul.co.kr
  • “경찰수사도 AS”

    “지난번 조사 때 혹시 불편하거나 언짢았던 부분은 없으셨습니까.” 사건·사고에 연루돼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귀가한 관계자에게 경찰 조사 때 불편했던 점이나 부당한 처우가 있었는지 경찰이 먼저 전화로 확인하는 새로운 치안 서비스가 2007년 2월 도입된다. 경찰청은 21일 감사관실에 ‘서비스 콜센터’를 설치키로 하고 세부시행계획 수립과 예산확보에 나섰다고 밝혔다.전화 상담요원 105명 규모로 설치될 콜센터는 경찰청 전산망에 입력된 가해자·피해자 등의 연락처로 조사 뒤 48시간 이내에 전화를 걸게 된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사립대 5곳중 1곳 비리…부당전용금 7년간 수천억

    최근 7년간 교육인적자원부 감사 결과, 사립대학(전문대 포함) 5곳 중 1곳이 불법·부당운영으로 적발됐고 부당한 회계처리와 부당전용금 규모가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전체 사립대의 절반이 넘는 학교가 설립 이후 단 한번도 종합감사를 받지 않아 이들을 포함할 경우 사학의 부정·비리 실태는 더 심각한 상황일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국회 교육위 소속 열린우리당 유기홍 의원과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지난 1999년부터 올 7월까지 교육부가 전체 318개 사립대 가운데 감사를 실시한 51개교의 감사자료와 국회 국정감사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사립대학 당국의 횡령 또는 부당운영(유용 및 전용을 비롯한 회계처리 포함)으로 인한 사립대의 손실액이 3671억 529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연평균 500억원 이상의 규모이며, 대학당 평균 70억원 이상을 차지하는 수치다. 특히 감사를 받은 51개교 가운데 50억원 이상의 대규모 손실액이 발생한 학교는 감사 대상학교의 30%에 이르는 15개 대학이나 됐다. 이 가운데 11개 대학은 손실규모가 100억원을 넘겨 심각한 사학 운영비리 실태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과거 부정비리로 임시이사가 선임됐던 12개교까지 포함하면 그동안 사학의 부정비리가 적발돼 조치가 취해진 학교는 63곳으로 전체 사립대학 5곳 중 1곳이 사학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박거용(상명대 영어교육과 교수) 소장은 “사학의 부정비리 문제가 일부 사학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전체의 58.5%에 이르는 186개교는 설립 이후 단 한 차례도 종합감사를 받지 않았고 감사를 받은 학교라 하더라도 절반에 가까운 40.3%는 피감사 횟수가 2차례 이하에 그쳐 사학의 부정비리 실태는 훨씬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대한전선그룹-故설원량 회장家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대한전선그룹-故설원량 회장家

    대한전선과 대한방직, 대한제당은 모두 한뿌리 기업들이다. 인송 설경동(작고) 회장이 설립했던 회사들로 장남인 설원식(83) 전 회장이 1960년 대한방직과 대한산업의 경영권을 승계해 가장 먼저 계열분리했다.3남인 설원량(작고) 회장은 1972년 인송의 실질적인 ‘경영 후계자’로서 당시 대한그룹의 주력사인 대한전선과 대한제당을 물려받았다. 고 설원량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한때 25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기도 했지만 오일쇼크의 충격과 가전사업 매각 등으로 사세가 크게 줄었다. 또 동생인 설원봉(57) 회장이 88년 대한제당을 갖고 분가하면서 옛 대한그룹은 사실상 대한전선만 남게 됐다. 지금은 고 설원량 회장의 부인인 양귀애(58) 고문이 오너가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으며, 임종욱(57) 사장이 실질적인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고 설 회장의 장남인 윤석(24)씨는 대한전선 경영전략팀 과장으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이처럼 1950년대 재계 서열 다섯손가락 안에 들었던 대한전선그룹은 오늘날보다 과거가 더 화려한 기업이다. 혼맥도도 이와 비슷하다. 창업주인 설경동 회장가(家)는 지금은 흔적만 남은 옛 재벌가(家)와 적지 않은 인연으로 엮여 있다.4남2녀를 뒀던 인송은 1970∼80년대 욱일승천했던 국제그룹 창업주 양태진 회장가(家)와 대농그룹 박용학 회장가(家)와 사돈지간이다. 관계에서는 김용식 전 외무부장관과 임송본 전 대한석탄공사 총재가 사돈들이다. ●50년대 재벌가 인송 인송은 1901년 평안북도 철산군 인송리에서 부친 설흥업옹과 모친 조성녀 여사 사이에서 외아들로 태어났다. 어릴 적 이름은 정동(鄭童)이었지만 서당 스승께서 ‘큰 인물로 대성하라.’는 뜻에서 경동(卿東)으로 지어줬다. 인송의 어린 시절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그는 부친을 세살 때 여의고, 모친을 따라 함경북도 부령으로 이사해 무산보통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3년간 허드렛일을 하며 집안을 돌보던 인송은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어렵게 오쿠라 고등상업학교에 입학했지만 끝을 보지 못하고 중도에 귀국해야 했다. 인송은 이후 부령 군청에서 잠시 일을 하다가 1921년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일본인을 동업자로 끌어들여 삼광운송점과 삼광상회를 설립, 운송업과 곡물·해산물 위탁판매사업을 벌였다.1936년에는 동해수산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해 청진 앞바다에서 정어리를 잡아 이를 가공해 많은 부를 축적했다.1940년대 초에는 어선 70척에 비행기로 고기를 탐지할 정도의 함경도 거부로 성장했다. 그러나 광복과 함께 북측에 공산군이 진주하면서 월남한 인송은 무역회사인 대한산업과 부동산 회사인 원동흥업을 세워 남쪽에서도 곧 거부 대열에 올라섰다.6·25전까지 그가 수원에 세운 성냥공장은 남한시장을 석권하기도 했다. 인송은 53년 재벌의 터전이 된 대한방직을 인수해 근대적인 경영을 시작했다.55년엔 대한전선 인수,56년에는 대동제당(현 대한제당)을 세워 당시 국내에서 손꼽히는 재벌가로 올라섰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할까. 인송은 54년 자유당 재정부장을 맡으며 정계에 잠깐 발을 담갔다. 그러나 이로 인해 그는 60년대 초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인송은 4·19 의거와 5·16 쿠데타로 정권이 바뀌면서 당시 내로라하는 그룹 창업주들과 함께 부정축재자로 몰려 험난한 시기를 보냈다. 특히 인송은 강제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을 뿐 아니라 부동산도 몰수당했다. 부친의 이같은 시련을 지켜봤던 설씨가(家) 4형제는 훗날 정치와 담을 쌓은 것은 물론 부동산 투자도 꺼렸다. 인송은 검소한 생활로 유명했다. 그는 종이 한 장이라도 소홀히 버리지 않았다. 편지가 오면 칼로 봉투의 한 귀퉁이를 잘 도려내고, 그 뒷면을 이용해 한번 더 사용했을 정도였다. 인송이 송인상 효성 고문(당시 부흥부장관)에게 보낸 편지 에피소드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평소하던 대로 송 장관에게 소식지 ‘무역통신’ 뒷면을 이용해 서신을 보냈다. 이를 받은 송 장관은 대기업 사장의 검소함에 탄복해 서신을 양복 안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수년간이나 회의석상이나 강연회에서 이를 소개했다고 한다. ●옛 영화가 가득한 혼맥 인송은 두번 결혼했다. 그는 첫번째 부인 이태하(작고)씨 사이에 원식과 원철(68)씨 등 2남을 뒀다. 두번째 부인 유인순(작고)씨 사이엔 원량과 명옥(59), 원봉, 영자(53)씨 등 2남2녀를 뒀다.4남2녀 가운데 여자 형제는 중매로, 남자 형제는 연애 결혼했지만 당시 재벌가의 통혼이 그러하듯 인송은 관·재계의 명문가를 사돈으로 맞았다. 장남인 설원식 전 대한방직 회장은 일제시대 식산은행(현 산업은행) 총재와 대한석탄공사 5대 총재를 지낸 임송본씨의 딸 희숙(75)씨와 연애결혼했다. 당시 원식씨는 희숙씨와 결혼하기 위해 미국에서 유학할 대학을 바꿀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고 한다. 설 전 회장 부부는 설범(47) 대한방직 회장과 설경화(46)씨 등 1남1녀를 뒀다. 차남 설원철 전 대한방직 고문은 김용식 전 외무부 장관의 딸 보경(66)씨를 미국 유학중에 만나 인연을 맺었다. 보경씨는 코리아헤럴드 출신의 언론인이다. 설한(39), 설훈(35), 설혜선(34) 등 2남1녀를 뒀다. 3남 설원량 회장은 1969년 동생인 명옥씨의 소개로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양귀애 고문과 결혼했다. 명옥씨와 양 고문은 친구 사이다. 양 고문은 국제그룹 양태진 창업주의 막내딸이며, 양정모 전 국제그룹 회장의 누이 동생이다. 윤석(24), 윤성(21)씨 등 2남을 두고 있다. 4남 설원봉 회장은 박용학 전 대농 명예회장의 장녀인 선영(56)씨와 혼례를 치렀다. 선영씨는 이화여대 생활미술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를 다녔던 설 회장과 선영씨는 학창시절부터 오랜기간 만남을 가졌다. 윤호(30)와 혜정(25)씨 등 1남1녀를 뒀다. 장녀 명옥씨는 정수창 전 두산그룹 회장 가문의 소개로 71년 김우기(63) 서울대 의대 교수와 결혼했다. 동철(33)과 승철(31)씨 등 2남을 뒀으며 장남은 의사, 차남은 대한제당에서 근무하고 있다. 차녀 영자씨는 고 설원량 회장의 친구인 정근모 명지대 총장의 중매로 차동완(58) 한국과학기술원 교수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진영(28)씨와 종현(25)씨 1남1녀를 두고 있다. 3세들도 속속 가정을 꾸리고 있다. 설원식 전 대한방직 회장의 장남인 설범 회장은 한연나씨와 결혼했으며, 장녀 경화씨도 차정하씨와 혼인을 치렀다. 양 고문의 장남 윤석씨는 지난해 6월 연세대 경영학과 동기생인 심현진(24)씨와 연애 결혼했다. 현진씨의 부친은 심광일(52)씨로 중견 건설업체인 석미건설을 경영하고 있다. 양 고문은 “오랫동안 연애를 한 데다 아들의 판단을 믿었다.”면서 “설 회장도 생전에 둘의 결혼을 허락한 만큼 일찍 결혼을 시켰다.”고 말했다. 설영자-차동완 교수 부부의 장녀 진영씨는 조현식(35) 한국타이어 부사장과 인연을 맺었다. 조 부사장은 조홍제 효성 창업주의 손자로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장남이다. 진영씨는 대한전선 3세 가운데 유일하게 재벌가(家)와 통혼했다. ●일찍 시작한 분가 설경동 가문의 기업 분가는 여느 재벌가(家)와 달리 일찍 시작됐다. 창업주 사후에 2세들의 분가가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인송은 생전에 대한방직과 대한산업 등을 계열분리시켰다.1960년 정치권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데다 가정불화마저 겹치면서 인송은 어쩔 수 없이 대한산업과 대한방직 등을 장남 원식에게 맡겨 2세 경영을 펼치도록 했다. 인송은 이후 대한전선과 대한제당을 중심으로 경영을 해오다가 72년 건강이 악화되면서 3남인 당시 설원량 전무에게 경영권을 승계토록 했다.74년 인송이 결국 타계하자 설 회장이 대한전선그룹을 이끌게 됐다. 대한전선은 88년에 또 한차례의 변화를 겪었다. 창업주 인송의 유지를 받들어 설원량 회장이 계열사인 대한제당을 분가시킨 것이다. 설 회장은 동생인 설원봉 회장이 대한제당에 입사한 이래 경영수업을 충실히 받아왔다고 보고, 대한제당 관련 주식을 설원봉 회장에게 모두 양도해 대한전선에서 완전 분리시켰다. 대한제당은 현재 식품소재사업과 레저, 외식업 등에 진출해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인송의 후계자 설원량 회장 고 설원량 회장 유족들은 지난해 9월 1355억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의 상속세를 신고했다. 매출 2조원이 안되는 중견기업이 사상 최대 규모의 상속세를 자진 신고하자 고 설 회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상속이나 증여세를 덜 내기 위해 갖은 편법을 동원하는 다른 재벌가(家)와 비교하면 시사하는 바가 대단했다. 그는 평소 “기업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손님이 되어야지, 불청객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의 삶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 한토막. 대한전선 본사와 각 공장 구내식당에서 제공되는 한 끼 밥값은 80원이다. 공짜로 주는 것이 낫겠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설 회장의 지시에 따라 이같이 정해졌다. 설 회장이 내 돈을 내고 밥을 먹어야 음식이 혹시라도 부실해지면 회사에 당당히 요구할 수 있다고 해서 내린 조치였다. 설 회장 본인도 줄곧 구내식당을 이용했는데, 이 역시 회장이 자주 이용하면 음식에 좀 더 신경을 쓰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였다.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낸 것과 달리 설 회장은 부친인 설경동 회장 못지않은 ‘구두쇠’였다. 그는 양복을 한 벌 사면 소맷단이 해질 정도로 입었다. 식당에서 사용한 휴지는 잘 접어두었다가 화장실에서 다시 사용했다. 쉽게 쓰는 휴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나무가 베어지는가를 생각하면 아무리 사소한 휴지라도 함부로 쓸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같은 성품 때문일까. 그는 4형제 가운데 부친으로부터 가장 많은 총애를 받았다. 설 회장이 미국 텍사스주립대로 유학갔을 때, 인송의 커다란 기쁨 가운데 하나가 아들의 편지를 받아보는 것이었다. 특히 인송의 건강이 점점 나빠지면서 설 회장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졌다. 설 회장은 67년 대한전선 총무부장으로 입사했다. 인송은 설 회장을 후계자로 내정하고 호된 경영자수업을 받도록 했다. 설 회장은 68년에 상무,70년엔 전무 등 주요 사업부 수장을 거치면서 다양한 실무경험을 쌓았다. 72년 사실상 경영 대권을 이어받은 설 회장은 견실한 전선사업과 가전제품 판매 호조에 힘입어 70년대 중반 25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재벌로 대한전선을 키웠다. 후계자로서 연착륙했다는 주변의 평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대한전선과 금성사(현 LG전자)가 선점한 가전시장에 삼성전자가 후발업체로 뛰어들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70년대 후반부터 덩치에 밀린 대한전선은 자금난으로 갈수록 어려워졌다. 설 회장은 “사업을 하면서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은 적이 없다.”고 토로할 정도로 힘든 순간이었다고 했다. 그는 부친의 유업을 일순간에 포기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젊은 기업가로서 그간의 도전이 실패로 끝나고 만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고 했다. 대한전선 가전사업에 관심이 컸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당시 “가전사업이 어려우면 언제라도 대우에 협력제의를 해달라.”는 의중을 넌지시 전해왔다. 한동안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며, 혼자서 시간을 보내던 설 회장은 83년 3월 그룹 임직원들에게 가전부문 매각을 발표했다, 매각 금액은 2억달러 규모로 당시엔 그야말로 빅딜이었다. 가전사업과 생산직원 모두 대우로 넘어갔다. 대우그룹으로 바꿔타는 직원이 무려 6000여명. 대한전선에 남는 인원은 3000명 남짓이었다.24개 계열사 중 10개사가 대우에 속하게 됐으며, 남은 계열사는 통폐합 절차를 거쳐 7개사로 줄었다. ●‘풍운아’ 설원식 대한방직 회장 설원식 전 대한방직 명예회장의 이력은 좀 독특하다.50년대 국내 대표적인 재벌가(家)의 장남이었지만 그는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한 뒤,55년부터 5년간 중앙대 문과대에서 강사(서양학)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러다가 그는 1960년 대한방직과 대한전선 사장직에 갑자기 취임했다. 이후 3년간이나 부친인 인송과 재산 다툼을 벌였지만 그는 결국 법적으로 대한방직과 대한산업을 옛 대한그룹에서 떼어내는데 성공했다. 설 전 회장은 70년대 대한종합개발을 설립해 건설업에 진출했으며, 아세아종합금융을 세워 금융업에 손을 대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업 진출은 그에게 큰 시련을 안겨주었다. 그는 아세아종금 주가가 폭락하면서 퇴출위기에 몰리자 주식시세를 조종해 유죄판결을 받았다. 아세아종금은 이후 진승현씨에게 인수돼 한스종금으로 명칭이 바뀌었으며, 훗날 ‘진승현 게이트’로 불거졌다. 설 전 명예회장은 98년 장남인 설범 회장에게 대한방직 경영권을 물려주며 현장에서 물러났다. 차남인 설원철 전 대한방직 고문의 이력도 형에 못지않다. 그는 일본 게이오대 법대와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했지만, 그는 부친의 기업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자신의 뜻을 펼쳤다. 그는 대한무역진흥공사에 입사해 조사부 부장과 샌프란시스코 무역관 관장을 거쳤다.91년엔 형인 설원식 전 회장에 이어 대한방직과 대한산업 사장에 올랐다.2년 후에 고문직으로 물러났다. ●‘3무 경영’ 설원봉 회장 설원봉 대한제당 회장은 연세대 법대와 미국 브루클린 공대대학원을 거쳐 1976년 대한전선 종합조정실 이사로 경영에 첫 발을 내디뎠다.83년 대한제당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88년엔 형으로부터 대한제당을 물려받았다. 그는 형과 달리 부드럽다는 평이다. 그러나 나서기를 꺼려하는 것은 다른 형들과 똑같다. 재계에서 친한 인사로는 경기고 동기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을 꼽을 수 있다. 설 회장은 현장과 인재 관리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는 외환위기 극복에서 잘 드러났다. 당시 국제 원자재값 급등으로 위기에 몰렸을 때 설 회장은 직원들의 신뢰속에 감원과 임금 삭감, 노사분규 없이 힘든 시기를 헤쳐왔다.‘무감원, 무감봉, 무분규’라는 대한제당 특유의 ‘3무(無) 경영’은 이렇게 나오게 됐다. 대한제당은 현재 의약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그룹 나침반 임종욱 사장 대한전선의 대표 최고경영자(CEO)인 임종욱(57) 사장은 서울생으로 선린상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95년 회장 비서실장에 임명된 이후 9년간 설원량 회장의 경영 방침과 철학을 받들어 회사경영 전반에 대해 실무관리를 해오고 있다.97년 외환위기 때에는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3배 이상 끌어올렸다. 무주리조트와 쌍방울 인수, 진로채권 투자에 나서는 등 사업다각화에 적지 않은 공을 세웠다. 임 사장은 설 회장이 타계한 이후 회사 경영의 나침반으로서 차세대 ‘먹을 거리’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golders@seoul.co.kr ■ 미망인이 본 故설원량 회장 “그는 철저한 원칙주의자예요. 자기 자신에게 너무 엄격했어요. 자제심도 대단했고요. 남편을 사회와 일에 빼앗겼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평생 일만 하다 간 분이에요. 그림이나 음악에도 대단히 조예가 깊었는데….” 양귀애 고문은 남편인 고 설원량 회장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아직도 감정이 남아있는 듯 설 회장을 언급할 때는 대단히 조심스러웠다. 설 회장은 지난해 3월 뇌출혈로 쓰러져 갑작스럽게 타계했다. “아직도 설 회장 사진을 안봐요. 집이나 사무실에 있는 남편 사진들을 다 치웠어요. 감정이 많이 정리가 됐다고 해도 가끔은 가슴이 휑해요. 유품을 정리하는데 옷가지들이 너무 낡았더라고요. 대기업 회장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와이셔츠 소매는 다 헐었고, 구두는 신기 민망한 수준이었어요.” 그는 일만 했던 남편이 썩 재밌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둘만의 데이트는 자주 했다고 했다.“설 회장은 사업이 꼬이거나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면 어김없이 저를 불러요. 옆에 있어달라는 뜻이에요. 그리고 한동안 생각만 해요. 그 때는 옆에서 말 거는 것을 굉장히 싫어해서, 그래서 저를 불렀던 것 같아요. 덕분에 둘이서 남산을 자주 산책했고, 가끔은 골프도 둘이서만 치고 다녔답니다.” 그는 불임으로 꽤 고생했다. 장남인 설윤석 과장을 결혼 12년차에 가질 정도였다.“시댁식구들 눈치 많이 봤죠. 재벌가(家)로 시집와서 12년간 애기가 없었으니 얼마나 말들이 많았겠어요. 그때마다 남편이 바람막이가 돼 줬습니다. 참 고마웠죠.” 양 고문은 시아버지인 인송 설경동 회장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아버님이 저를 특히 예쁘게 보셨어요. 항상 자신 옆에 자리를 마련해주시고, 외출을 하면 꼭 저를 데리고 다니며, 같이 사진도 찍고 그랬어요. 한복입은 모습이 예쁘다고 해서 신혼 초에는 한복만 입은 적도 있었습니다.” 설 회장은 자식을 엄하게 대했다고 한다.“남편은 아들들에게 절대 용돈을 풍족하게 주지 않았습니다. 수입도 없는 애들이 돈 쓰는 버릇부터 들이면 안된다는 것이었죠. 비행기를 탈 때도 애들은 항상 이코노미석이었습니다.” 양 고문은 지금까지 남편 뒷바라지와 자식 교육에 자신의 전부를 쏟았지만 앞으로는 나를 위해 살고 싶다고 했다. 특히 시아버지와 남편이 일군 대한전선을 제대로 키워보겠다고 했다. 한편 그는 큰 오빠인 양정모 전 국제그룹 회장의 근황과 관련,“건강하시고 친구들을 만나 소일하신다.”면서 “(국제그룹 해체로) 당시엔 심리적인 타격이 컸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잊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golders@seoul.co.kr ■ 막오른 3세 경영 인송 설경동(작고) 회장이 창업한 대한전선과 대한제당, 대한방직 등은 모두 3세 경영으로 이어지고 있다.3세가 최고경영자(CEO)로 전면에 나서는 곳이 있는가 하면, 이제 실무부서에 배치돼 첫 걸음마를 시작한 곳도 있다. 가장 빨리 ‘세대교체’가 이뤄진 곳은 대한방직. 설경동가(家)의 장손인 설범(47) 회장이 1998년 대한방직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함으로써 설씨가(家)의 3세 경영을 알렸다. 그는 85년 대한방직 이사로 출발해 91년 상무,95년 부사장,96년 대표이사 사장 등을 맡으며 다양한 실무경험을 쌓았다. 그러나 설 회장은 2001년 한스종금 불법대출 사건에 연루되면서 ‘그만두라.’는 소액주주들과 주총에서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등 한차례 큰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주변에선 설 회장을 소탈하고 온화하다고 평한다. 집안 가풍대로 보수적이며, 사업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스타일이다. 업계에서는 만능 스포츠맨으로 유명하다. 배재고와 연세대 경영학과, 미국 더 뷰크대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지난해 설원량 대한전선 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학업과 경영수업을 동시에 했던 장남 설윤석(24)씨는 올 들어 경영전략팀 과장으로서 본격적인 후계자 수업을 쌓고 있다. 그는 대한전선의 최대주주인 삼양금속 지분의 절반 가까이를 보유하고 있다. 재계에선 설 과장의 나이가 아직 어린 데다 모친인 양귀애 고문이 후견인으로 나서는 만큼 급하게 경영 대권을 잇게 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종욱 대한전선 사장이 전문경영인로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어 후계자 교육에 더욱 치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 고문은 “설 과장의 진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승진이나 유학 등은 상황에 따라 이뤄질 것이에요.”라고 했다. 동생인 윤성(21)씨는 중학교 3년때 미국으로 유학가 현재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을 다니고 있다. 설원봉 대한제당 회장의 장남인 윤호(30)씨는 경영 대권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그는 2000년 6월에 입사해 현재 제당식품사업부를 책임지는 전무로 일하고 있다.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매우 꺼린다. 설 전무는 경기고와 미국 클레어먼트 대학원에서 인문학을 전공했다. golders@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 차장 이종락·이기철·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미국내 北 돈세탁 감시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북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압박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 재무부는 14일(현지시간) 미 은행들에 “북한이 불법행위를 하는 데 미국의 은행을 이용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문을 발송했다. 미 재무부 금융범죄단속강화반은 이날 미 은행들의 금융거래 지침을 알리는 경고문에서 “지난 9월 마카오의 중국계 은행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이 북한의 위조달러 유통과 돈세탁 혐의 때문에 미국의 ‘돈세탁 우선 우려’ 대상으로 지정된 뒤 북한이 다른 은행을 통해 금융거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무부는 특히 북한이 정부기관을 통해 불법행위에 가담하고 있는지 면밀히 감시하고 있으며 (위반 행위가 적발될 경우) 적절한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경고문은 “북한측은 화폐위조와 마약밀매, 위조 담배생산 및 유통, 관련 수익금 세탁, 대량살상무기 및 미사일 확산 등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이날 제이 레프코위츠 북한인권특사와 첫 공식 면담을 갖고 북한 인권 관련 현안을 보고받았다고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매클렐런 대변인은 “오늘 회동은 북한에서 거부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를 비롯, 부시 대통령이 고려해야 할 정책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dawn@seoul.co.kr
  • YS정부시절 미림팀 도청정보 대통령에 주례보고

    YS정부시절 미림팀 도청정보 대통령에 주례보고

    김영삼 정부 시절 안기부 비밀도청조직인 ‘미림팀’의 도청 정보가 당시 김영삼 대통령에게 한 안기부장의 주례보고에도 포함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도청 정보가 YS 차남 현철씨와 이원종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등 정권 핵심 실세에게도 보고됐고, 이들은 도청 정보를 정치에 활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림팀장 공운영(58·수감)씨에게서 압수한 도청 테이프 274개의 내용 수사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14일 이같은 내용의 이른바 ‘안기부 X파일’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지난 7월25일 시작한 143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홍석현 전 주미대사 등 97년 삼성그룹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에 연루된 피고발인 모두를 불기소 처분,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이 공씨 자택에서 압수한 도청 테이프 274개 등을 분석한 결과 김영삼 정부 출범 후 재건된 2차 미림팀은 3년간 서울시내 한정식집과 특급호텔 음식점, 골프장 등에서 주요 인사 646명의 대화 내용을 도청했다. 도청 대상자는 정치인이 273명, 고위공무원 84명, 언론인 75명, 경제인 57명 순이다. 미림팀은 또 3년여간 연인원 5400여명의 접촉 동향 등을 밀착 감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의 97년 불법 정치자금 제공의혹과 관련해서는 “삼성 구조조정본부 당시 재무팀장 김인주씨가 이학수 당시 비서실장의 지시로 1997년 9∼10월 이회창 후보의 동생 회성씨에게 40억∼50억원을 전달했다.”는 삼성측의 진술을 받아냈지만 이 돈이 ‘이건희 회장의 개인재산’이라는 주장을 뒤집을 증거가 없어 이 회장과 홍 전 대사, 이 부회장 등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미국에 체류중인 이 회장에 대해 85개 항목을 담은 서면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삼성의 기아차 인수로비 의혹, 검사들에 대한 떡값제공 의혹 등도 무혐의로 결론냈다. 하지만 ‘X파일’을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와 월간조선 김연광 편집장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효섭 박지윤기자 newworld@seoul.co.kr
  • [사설] 삼성 피해간 검찰 X파일 수사

    검찰의 도청 수사가 마무리됐다. 과거 정권의 무차별적 도청 실태를 상당 부분 밝혀낸 점에서 이번 수사는 평가받을 만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삼성 고위층을 전원 불기소하고 X파일의 사실관계를 밝혀내지 않음으로써 미완의 수사라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재벌에 약한 검찰의 모습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셈이다. 이번 수사에 대해 우리는 무엇보다 형평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도청과 X파일 관련자에 대한 사법처리에서 검찰은 형평의 문제를 남겼다. 삼성 이 회장과 홍석현 전 주미대사 등 X파일에 연루된 5명을 모두 혐의가 없다거나 공소권이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한 것이다.199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측에 건낸 60억원이 회사돈이 아니라 이 회장 개인의 돈으로, 정치자금법 위반의 공소시효가 지나 기소할 수 없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나아가 독수독과론에 의거, 불법도청자료에 담긴 내용을 증거자료로 삼을 수 없는 수사의 한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의 X파일 수사과정을 되짚어볼 때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검찰은 사상 처음 국정원에 대해 압수수색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도 삼성에 대해서는 계열사조차 뒤지지 않았다. 이 회장 돈이라는 수사결과도 삼성측 주장을 옮긴 데 불과하다. 미국으로 건너간 이 회장에겐 서면조사라는 방식으로 ‘예’를 갖췄다. 삼성 대변인을 자임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래서 삼성 장학생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닌가. 검사들에게 건넸다는 떡값 역시 “받은 사람이 없다고 한다.”는 것으로 끝이니, 국민들 보기에 낯 뜨겁지 않은지 묻고 싶다. 공소시효 만료로 국정원과 달리 안기부 도청 관련자들이 면죄된 것도 생각해 볼 대목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매주 도청자료를 보고받았을 정도로 정권 차원에서 공공연히 도청이 자행됐건만 문민정부측 인사들은 지금도 큰소리 치며 국민의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니 실소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 수사는 끝났을지 모르나 도청사건은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 범법자 처벌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경 유착과 국가 권력의 불법적 행사를 근절하기 위해 진실 규명은 계속돼야 한다. 여야는 미적거릴 때가 아니다. 특별법과 특검법 절충에 즉각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를 통해 앞서 제기한 형평의 문제를 풀고, 사회적 공감대와 합의 아래 사건을 매듭지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 몽고메리, 2002년 세계기록 9초78 몰수…2년 출전정지

    육상 남자 100m 세계기록을 보유했던 미국의 ‘원조 총알’ 팀 몽고메리(30)가 금지약물 복용으로 2년 출전정지 징계를 받아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14일 몽고메리의 스테로이드계 금지약물 복용 사건을 심리한 결과 2년 출전정지와 함께 2001년 3월 이후 세워진 모든 기록을 무효화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CAS는 “몽고메리의 약물 복용을 입증하는 강하고도 뒤집을 수 없는 증거가 있다.”고 못을 박았다. 이로써 지난 2002년 9월 프랑스 파리에서 세웠던 세계기록 9초78을 비롯, 몽고메리가 작성한 5년 동안의 기록과 따낸 메달, 상금이 모두 무효 처리됐다.2000년 시드니올림픽 여자 단거리 3관왕 매리언 존스(미국)의 남편이기도 한 몽고메리는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도핑테스트에서 양성 반응 판정을 받은 벤 존슨(캐나다) 이후 두 번째로 100m 세계기록을 박탈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또 올림픽 계주 메달리스트인 크리스티 게인스(미국)도 함께 2년 정지를 받는 등 육상계를 뒤흔든 베이에이리어연구소(BALCO) 약물 스캔들에 연루돼 징계를 받은 선수가 14명으로 늘어나면서 미국 스포츠는 큰 타격을 받게 됐다. 한편 현재 100m 세계기록은 아사파 파월(22·자메이카)이 지난 6월 아테네 그랑프리대회에서 세운 9초77이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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