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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라서 보는 동해안 해맞이

    강원도 동해안 곳곳에서 정해년(丁亥年) 해맞이 축제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금강산의 구선봉과 해금강이 한 눈에 보이는 고성군 통일전망대와 김일성 별장 등이 남아 있는 화진포 해수욕장에서는 새해 첫날 소원성취 기도행사를 비롯해 통일기원 범종타종식, 소망 풍선 날리기 등의 해맞이 행사가 열린다. 또 일출로 유명한 양양 낙산사와 하조대, 남애항 일대에서는 소망기원 연등달기, 범종 타종식, 해맞이 대법회 등이 개최된다. 해안에서 가까운 기차역과 드라마 ‘모래시계’ 촬영지로 유명한 강릉 정동진에서는 다채로운 해맞이 축제가 열리며 경포해수욕장과 강릉시청 앞 임영 대종각에서도 풍성한 해맞이 축제가 열린다. 동해에서 흔치 않게 기암괴석 사이로 솟아 노르는 해를 구경할 수 있어 동해 해돋이 명소로 꼽히는 동해 추암해수욕장을 비롯해 속초 해수욕장에서도 전통무용 공연과 등을 밝힌 어선이 펼치는 선상퍼레이드, 불꽃놀이, 촛불기도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산행과 함께 시작되는 태백산 해맞이 축제는 태백산 정상 천제단에서 소원빌기, 칠선녀 기원무 등 행사를 통해 희망찬 새해 출발을 기원할 수 있다. 태백산 해맞이 축제는 당골광장에서 등산객들과 함께 떡국 나누어 먹기, 떡치기 전통민속체험놀이 등이 마련돼 있으며, 일출이 끝난 뒤 노래자랑대회도 열린다. 이밖에 설악산 대청봉과 원주 치악산, 춘천 대룡산 등 산상 일출 명소에서도 새해 맞이 함성지르기, 소원성취 기도행사 등의 행사가 펼쳐진다.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사고] 기업·운동부 결연등 추진 스포츠 꿈나무 육성 캠페인

    서울신문사는 스포츠 기초 종목 육성을 위해 ‘2008베이징올림픽 Power On, 한국체육 뿌리를 다지자.’ 캠페인을 펼칩니다. 육상·수영·체조 등 스포츠의 기본이 되는 종목이 철저히 외면당하면서 갈수록 위축되는 한국 스포츠의 오늘을 진단하고, 바람직한 발전 방향과 올바른 어젠다를 설정하기 위한 것입니다.2년 뒤로 다가온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한국 스포츠가 새롭게 도약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또 기업 등과 운동부 결연을 통해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하는 꿈나무들이 자신의 종목에 마음껏 매진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며, 이를 위해 정부와 스포츠 유관 단체들도 발벗고 캠페인에 동참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아낌없는 조언과 격려를 당부드립니다. 주최:서울신문사·스포츠서울21 후원:문화관광부·대한체육회·국민체육진흥공단
  • [2008 베이징올림픽-한국체육 뿌리를 다지자] 기업·운동부 결연등 추진 스포츠꿈나무 육성 캠페인

    [2008 베이징올림픽-한국체육 뿌리를 다지자] 기업·운동부 결연등 추진 스포츠꿈나무 육성 캠페인

    ‘기초 종목의 육성 없이 한국 스포츠는 없다.’카타르 도하아시안게임 개막이 코앞에 닥쳤고, 베이징올림픽이 2년 앞으로 성큼 다가오면서 기초 종목을 서둘러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온 일부 종목만으로는 더이상 세계 ‘톱10’의 한국스포츠 명맥을 잇기 힘들다는 체육계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문화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31일 한국 스포츠의 추락을 막고 명실상부한 강국 반열에 올리기 위해 스포츠의 기본인 육상·수영 등 기초 종목 육성을 골자로 한 2020년 장기 프로젝트를 마련, 추진하기로 했다. 문화관광부 조현재 체육국장은 “효자종목만으로 한국스포츠의 위상을 지키기가 한계에 이르렀다”며 “단기간에 해결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인 마스터플랜과 투자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스포츠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정치·경제 발전과 더불어 국제무대에서 위상을 한껏 높이는 효자 노릇을 해 왔다. 그러나 최근 심각한 불균형에 빠져 있다.“편식으로 인해 조만간 영양실조에 빠질 위험도 높다.”는 전문가들의 진단도 앞다퉈 나오고 있다. 이른바 ‘빈익빈 부익부’다. 무엇보다 육상과 수영 등 기초종목의 침체가 가장 큰 문제다.‘모든 스포츠의 기본’인 기초종목의 발전 여부는 스포츠 강국을 가름하는 잣대다. 다른 종목에서 아무리 메달을 따도 기초종목에서 처지면 ‘스포츠 변방’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현실을 인식하면서도 변화의 노력이 미약하다는 데 있다.2004년 아테네올림픽 당시 중국과 일본은 육상에만 각각 102명과 61명을 출전시켜 2개와 1개의 금메달을 챙겼다. 수영에서도 중국은 8개의 금메달이 걸린 다이빙에서 6개를 휩쓸었고, 일본은 기타지마 고스케의 2관왕으로 마침내 ‘10년 농사’의 결실을 봤다. 그러나 한국은 두 종목 통틀어 단 1개의 메달도 건지지 못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13차례의 대회에서 두 종목이 거둬들인 금메달은 고작 47개. 전체 종목 금메달 482개의 10%에도 못 미친다.20년 가까이 ‘기초종목 살리기’에 주력한 일본·중국과는 달리 줄곧 제자리에서 맴돈 탓이다. 주변 국가에 견줘 체격 등 신체조건에서 뒤질 게 없는 한국 기초종목의 부진은 인적·물적 투자 부족으로 인한 열악한 환경 때문이다.“뛸 곳과 미래가 없는데 운동할 맛이 나겠느냐.”는 게 선수와 지도자들의 한결같은 푸념이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일본 거리축제 대학로서 본다

    일본 거리축제 대학로서 본다

    ‘한·일 우정의 해’를 기념해 지난해 열렸던 ‘한·일 축제 한마당’이 올해에는 보다 풍성한 볼거리를 23,24일 서울 대학로에 풀어놓는다. 올해 축제에는 일본 도호쿠 지방의 거리 축제인 ‘아키타 간토’를 비롯해 일본에선 17개 단체 500명, 한국에선 김덕수 사물놀이 등 31개 단체 1100명이 참가한다. 축제는 대학로 차도에서의 무대공연(23일 오후 1∼4시), 대학로 차도 600m에서 펼쳐지는 퍼레이드(23일 하오 4시40분∼9시), 마로니에 공원 TTL스테이지에서 열리는 마당공연(23일 오전 11시∼오후 3시30분), 마로니에 공원 내에서 열리는 관광부스 전시(23,24일 오전 11시∼오후 5시) 등으로 이뤄진다. 무대공연에서는 아오모리 현의 ‘쓰가루 샤미센’을 시작으로 오키나와 현의 궁중무용과 민속춤을 선보이는 ‘류큐부요’와 평택시의 ‘평택농악보존회’, 지누시의 ‘교방굿거리춤보존회’ 등 양국이 지방 전통 문화를 겨룬다. 마당공연에서는 성균관대학교 힙합 동아리 ‘꾼’, 가야금 앙상블 ‘현’, 연세대 아카펠라 동아리 ‘야안’ 등 한국 11개, 일본 5개 단체가 갈고닦은 기량을 뽐낸다. 피날레인 퍼레이드에서는 두 나라의 32개 공연단체가 4시간 남짓 대학로 도로를 행진한다. 이 가운데 46개의 연등을 매단 12m 안팎의 대나무 장대를 어깨와 이마 손바닥에 올려놓고 다양한 기교를 부리는 ‘아키타 간토’, 지난 8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세계대회에서 은메달을 수상한 리츠메이칸 대학의 바톤팀의 연기가 최고의 볼거리로 꼽힌다. 한국에서는 꼭짓점 댄스 전문팀 ‘김슈로와 아이들’과 김덕수씨의 지도를 받은 한·일 500여명의 사물놀이팀도 퍼레이드에 참가한다. 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 한여름 밤 해변축제…제주로!

    ‘제주의 여름축제로 초대합니다.’ 여름 휴가철 제주에서는 각종 축제가 잇따라 피서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푸른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제주시 탑동 해변공원에서는 22일부터 8월12일까지 한여름 밤의 해변축제가 펼쳐진다. 전국에서 45개팀 1000여명이 출연해 기악과 합창, 성악, 무용, 대중예술 공연등을 매일 벌인다. 주요 참가팀으로는 고창 우도농악보존회를 비롯해 재즈밴드 ‘스톤재즈’, 러시아 여성연주단인 ‘미네르바’, 제주팝오케스트라, 제주시립예술단, 조승미발레단, 한라윈드앙상블, 청주 해조음 등과 이동원, 안치환 등 대중가수들도 출연한다. 부대행사로는 제주도환경사랑사진연합회의 ‘아름다운 제주’와 한라산문학동인회의 ‘시와 그림이 하나로’ 등 전시회와 페이스 페인팅, 초상화 그리기 등이 마련된다. 또 8월12일부터 15일까지 한라체육관에서 10개국 28개팀이 참가하는 세계마칭쇼밴드 대회가 열리고 제주해변공연장과 제주문예회관, 서귀포시 천지연야외공연장 등에서는 16개국 13개팀,1000여명이 참가하는 제주국제관악제 앙상블축제(8월12∼20일)도 펼쳐진다. 생태하천으로 복원된 산지천에서는 8월말까지 매주 목, 금, 토요일 국악, 무용, 연극 등이 무료 공연된다. 철인3종경기(8월5∼6일), 오픈윈드서핑대회(8월11∼13일), 전국인라인스케이팅대회(8월26∼27일)등 제주레저스포츠축제도 펼쳐진다. 서귀포 예래생태마을 해변축제도 29·30일 제주 서귀포시 예래동 논짓물에서 열려 맨손으로 넙치잡기와 선상 낚시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고성·사천 하천범람 100여명 긴급대피

    고성·사천 하천범람 100여명 긴급대피

    태풍이 훑고 지나간 10일 호남과 전국의 길목에서는 불어난 물에 휩쓸려 농민과 등산객이 숨지는 등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또한 산사태로 인한 교통두절과 가옥 및 농경지 침수, 휴교 등 엄청난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경북서만 이틀간 사망 5명 실종 2명 이날 오전 7시10분쯤 경남 진주시 상대동 남강 강변도로를 달리던 S교통 시내버스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4m 아래 강으로 추락, 고교생 정모(16·2년)군이 실종되고, 운전사 정우기(52)씨와 승객 등 9명이 다쳤다. 다행히 운전사 정씨가 정신을 잃은 승객들을 탈출시키는 등 기지와 용기를 발휘, 대형 인명피해를 막았다. 함양군 병곡면 마평리에서는 양모(68·여)씨가 논물을 보러 나간 뒤 쓰러져 숨졌고, 부산시 북구 만덕동 디지털도서관 앞 도로에서는 박모(36·여)씨가 야산에서 쏟아지는 토사에 휩쓸려 숨졌다. 경남에서는 이날 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칠곡군 가산면 중앙고속도로에서는 고속버스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20여m 아래 하천으로 떨어져 운전기사 이모(51)씨 등 탑승객 10명이 부상을 입고 1명이 실종되는 등 경북에서는 이틀동안 사망 5명, 실종 2명, 부상 14명 등 21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이날 제주시 모 중학교에서는 강풍으로 교실 유리창이 깨지면서 수업 중이던 신모(16·2년)군 등 2명이 찰과상을 입었다. 충남 공주시 태봉동에서는 강풍에 부러진 나뭇가지가 운행 중이던 시내버스를 덮쳐 버스가 도로 옆 논으로 전복돼 승각 5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김포공항 항공편 200여편 발묶여 이날 김포공항에서 제주, 울산, 포항, 목포 등을 잇는 국내선 항공편 193편과 일부 국제선을 포함해 모두 200여편이 발이 묶였다. 제주항에서는 부산·목포항 등을 잇는 6개 항로 정기여객선이 통제됐다. 또 서울 청량리와 경북 경주를 잇는 중앙선 영천 신녕역 구간의 옹벽이 무너지면서 이 구간 열차운행이 전면 통제됐고, 경전선 마산∼순천간도 노반이 폭우에 유실돼 불통됐다. 함안군 군북역 인근 봉림건널목 부근 노반 25m와 전남 광양시 옥곡역∼광양역 사이 선로 70m가 유실됐다. 경남 고성군 대가면 중부고속도로 하행선 고성 3터널 인근 야산에서 수백t의 흙이 무너져 내리면서 도로를 막아 고속도로가 통제됐다. 대구시는 신천 좌·우안도로 등 시내 15개, 경북도는 영천시 신령면 부산교를 잇는 도로의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호남고속도로 순천 승주 나들목과 국도 2호선인 전남 장흥군 부산면 호계터널도 인근 공사장과 야산에서 토사가 무너져 내려 통행이 금지됐다. ●곳곳 농경지 침수… 전국 297개교 휴교 제주시 조천읍 함덕파출소 맞은편과 북촌리 해동마을 등 저지대 주택과 상가, 농경지 200여㏊가 물에 잠겼다. 경남 고성군 고성읍에서는 하천 물이 넘쳐 마을 일부가 잠기면서 주민 60여명이 고성여중으로 대피했고 사천군 곤양면에서도 40여명이 마을회관으로 피했다. 또 삼천포에서는 50여가구, 의령군 전곡읍에서는 30여가구가 침수됐다. 경남 진주시 문산읍 하천도 범람해 이 일대 농경지 500여㏊, 부산 강서구 녹산동 일대 180여㏊도 물에 잠겼다. 경남 창녕군 등 인근 8개 시·군 776㏊와 비닐하우스 22동, 양산시 물금읍 낙동강변 배추밭 등도 이틀째 침수됐다. 전남 여수시 서교동 연등천 범람 위기로 서시장 일대 주민들이 일시 대피했고 안산동 도원 4거리, 율촌면사무소 일대 등도 일부 침수됐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리와 삼달리 등 4500여 가구, 경남 통영시 인평동, 평림동 일대 1900여가구도 일시 정전됐다. 또 경북 구미시 공단 2동, 대구 달성군 논공읍 논공공단, 동구 도학동, 경산시 사동과 괴전동 일대 등 수백여 가구도 전기가 끊겼다가 복구됐다. 특히 제주 130개, 전남 99개, 경남 68개 등 전국의 297개 초·중·고교가 하루동안 학교 문을 닫았다. 또 전남 여수시 남면 소리도와 제주 서귀포시 앞 해상에서 1만∼3만t급 대형 화물선 3척에 싣고 있던 컨테이너 135개가 강풍에 날려 바다에 떨어졌으나 선원 50여명은 모두 무사했다. 전국종합 광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궁궐 잔치도 어엿한 극장史”

    “아직까지도 우리 연극학계에서는 연극의 특성을 허구적 이야기와 가상의 인물 창조로만 보아, 이야기가 아닌 것은 연극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단정하고 있습니다. 서사적 대본을 갖춘 가면극이나 인형극, 판소리만을 한국의 전통연극으로 간주하지요. 행동 중심의 산대잡희를 놀이로, 궁중의례를 즐거움을 베푼 정재로 축소해 정통 극장사의 범주에서 제외시키고 있어요.”●한국 연극사 지형도 그리는데 초점신선희 국립극장장이 펴낸 ‘한국 고대극장의 역사’(열화당)는 이런 그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한국 연극사의 온전한 지형도를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춘 책이다. 저자는 그동안 한국연극사 연구는 주로 희곡을 갖춘 극의 형태만을 대상으로 했으며 굿은 민속학에서, 궁중의례는 국악사에서, 춤은 무용사에서, 사원연극은 불교의례에서 연구하는 등 따로따로였는데 이를 한데 묶어 종합적인 시각에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런 관점에서 책은 자연공간의 제장(祭場), 삼국시대 의례악의 공간연출, 고려시대 국가의례 축제극장, 조선시대 궁중의례 극장, 궁중의례 극장공간의 원리 등 모두 7장으로 이뤄져 있다.●극장 예술은 고대 제천의례에서 출발 저자에 따르면 한국의 극장예술은 고대의 제천의례에서 출발한다. 무(巫), 불(佛), 선(仙), 유(儒)의 종교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국가의례의 전통 속에서 제의적 연극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상고시대부터 삼국시대, 고려시대에 이르는 제천의례와 불교의례를 극장예술의 한 형태로 접근한다. 조선시대 궁중의례를 20세기 서양의 환경극장과 비교한 대목이 눈에 띈다. 책에는 고분벽화와 유물, 향가 등 각종 자료를 통해 저자 자신이 직접 유추해 그린 8점의 고대 극장공간 추정도가 실려 있어 시선을 끈다. 돌무지 위의 환화목(桓花木)을 둘러싸고 제천가무를 연행하는 ‘환화의 제단’, 십이지신상이 서 있는 ‘대산대(大山臺)’, 수천 개의 연등이 대낮같이 길을 밝힌 ‘등석(燈夕)놀이’, 왕의 행렬을 전도하는 ‘예산대(曳山臺)’…. 오랫동안 연극 현장에서 무대미술가로 활동해온 저자의 세심한 필치가 돋보이는 작품들이다.3만 5000원.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동국대 개교 100주년 맞아

    동국대가 8일로 개교 100주년을 맞았다. 동국대는 이날 오전 10시30분 교내 만해광장에서 ‘건학 100주년 기념식’을 갖는다. 기념식에서는 동국대 100년사 영상자료와 각계 명사의 축하메시지가 상영되며, 홍기삼 총장이 ‘민족의 화해, 종교의 화합’ 메시지를 담은 평화선언문을 읽을 예정이다. 또 미당 서정주 선생이 작고 전에 남긴 100주년 기념시도 낭독된다. 기념식에는 법전 조계종 종정, 박경조 성공회 주교, 최근덕 성균관 관장, 이혜정 원불교 교정원장 등 종교계 인사를 비롯해 김진표 교육부총리, 정운찬 서울대 총장, 알프 짐머 독일 레겐스부르크대 총장,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 이명박 서울시장,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열린우리당 최재성 의원 등 외빈과 학생, 교직원 등 1500여명이 참석한다.12∼13일에는 ‘달빛 연등축제’ ‘동국인 한마당’ 등 재학생과 졸업생이 함께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만해 한용운 선생이 1906년 첫 입학생이었다. 서정주와 청록파 시인 조지훈도 동국대 동문이며 시인 신경림, 소설가 황석영, 동화작가 정채봉, 소설가 조정래가 문인요람의 맥을 이었다. 이덕화, 고현정, 최민식, 한석규, 김혜수, 이경규 등 연예인들도 연극영화과 출신이다.홍기삼 동국대 총장은 “개교 100년을 계기로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만전을 기해 명문 3대 사학의 영광을 되찾겠다.”고 말했다.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유아독존에 대한 두 줄기 눈물/원철 대한불교조계종 신도국장

    산호침자상(珊瑚枕子上)의 이행루(二行淚)여(산호베개 위를 흐르는 두 줄기의 눈물이여!) 반시사군(半是思君)이요 반한(半恨)이라(한 줄기는 그대를 그리워하는 것이요, 한 줄기는 그대를 원망하는 것이라.) 수절하는 과수댁의 마음을 읊은 것 같기도 하고, 실연당한 남정네의 연시 같기도 하다. 사랑과 미움이란 동시교차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애(愛)와 증(憎)은 동전의 양면처럼 둘이 아니라고 했다. 흔히들 가장 비참한 사람은 미움받는 것이 아니라 잊혀진 경우라고 한다. 하지만 그러한 고전적인 미움은 언젠간 돌아오리라는 희망의 여지를 담고 있는 미움이라는 한계를 가진다. 반면에 잊혀짐이란 완전히 한 사람의 기억 속에서 사라짐을 말한다. 따지고 보면 거기에서는 밉고 말고 할 것이 없다. 그래서 계산빠른 요즘 세대들은 미움을 당하느니 차라리 잊혀지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훨씬 선적(禪的)이다. 그런데 이 선시는 두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한 줄기씩 나누어서 자기감정을 이입(移入)한 표현도 멋있거니와 동시에 미움과 그리움이라는 감정의 양면성을 동시에 간파하고 있는 탁월한 중도(中道)법문이기도 하다. 물론 이 연시의 대상은 부처님이다. 작가는 송나라 때 만암치유(萬庵致柔)선사이다. 부처님 오신날 거룩한 말씀을 마치고서 마지막 마무리로 내린 게송(偈頌)이다. 이는 부처님에 대한 당신의 솔직한 애증의 마음을 동시에 드러낸 그래서 어찌보면 참으로 제대로 된 찬탄이라고 하겠다. 일방적인 칭송은 찬탄이 아니라 아부에 가깝게 되어버리는 것이 세상언어이기 때문이다. 깨친 성인을 임으로 여기며 혼자 사는 수행자들에게 불조(佛祖)는 존경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잠시나마 원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수도생활이 만족스러울 때야 ‘부처님 따따봉’이지만,365일 늘 그럴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그냥 애초에 제 생긴 대로 살도록 내버려둘 일이지 괜히 세상에 출현하시어 ‘너도 부처인데 왜 중생놀음을 하고 있느냐.’는 그 한마디에 속아 ‘나도 부처되리라.’라고 다짐하며 부지기 숫자의 인물들이 집을 나왔다. 재가자의 신분으로 머리카락을 가진 채 도인의 위치까지 올랐고 나중에는 모든 가족까지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한 방온(龐蘊·?∼808)거사도 처음에는 관리를 뽑는 과거시험장으로 가다가 마조선사의 선불장(選佛場:부처뽑는 집)으로 발길을 돌린 일은 유명하다. 그 자리에 같이 있었던 뒷날 단하천연(丹霞天然·739∼824)선사라고 불리는 수재 거사는 그 길로 출가를 해버렸다. 장안(長安)으로 가던 도중 주막에서 만난 한 선승으로부터 관리가 되기 위한 과거보다는 부처가 되기 위한 과거가 더 훌륭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원인이었다. 그 한마디가 괜히 잔잔한 호수에 평지풍파를 일으킨 격이라고 하겠다. 이런 상황을 보고서 후일까지 입을 닫고 있을 선사들이 아니다. 엄숙한 부처님 오신날 모두가 연등을 올리면서 진리의 길을 밝혀주신 그 공덕을 찬탄하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송대 절조 감(絶照 鑑)선사는 “갓 태어난 부처님으로 인하여 천지에 가득 번뇌를 일으키게 되었다.”고 하여 간덩이가 배 밖에 나온 소리를 하고 있다. 어쨌거나 표현에 있어서 감각의 차이는 있지만 수행길이 만만찮은 일이 아님을 반어법으로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 백번 양보해서 설사 그렇다고 할지라도 이미 닦여져 있는 그 길마저 제대로 찾아가지 못하는 나 자신이 오히려 원망스러워지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역으로 당신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각각 성분이 다른 두 줄기의 눈물로써 초파일에 참회와 동시에 우러러 추앙했던 것이다. 원철 대한불교조계종 신도국장
  • 부처님 오신날, 김천 청암사에서 욕심을 비우다

    부처님 오신날, 김천 청암사에서 욕심을 비우다

    비구니 도량 김천 청암사의 아침 ‘모든 것이 목탁 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라’어둠이 있어야 빛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세상의 빛을 위해 그늘에서, 어둠에서 용맹정진하는 스님들이 있는 도량에 가면 자신도 모르게 가슴에 있던 분노와 응어리가 저절로 녹아든다. 오색 연등이 파란 5월의 하늘을 수놓고 있는 이맘때 우리가 사찰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구니 도량으로 알려진 경북 청암사의 아침을 느껴본다. 부처님 오신 날인 사월초파일. 불자건 아니건 초파일에는 인근 사찰을 한번쯤은 찾아보는 게 우리의 습관일 것이다. 경북 김천은 직지사를 비롯해 청암사, 수도암, 신흥사, 봉곡사, 계림사 등 유명한 사찰들이 많은 고장이다. 그 중에서도 비구니 사찰로 알려진 청암사를 찾았다. 애틋한 사연과 아름다운 절의 모습이 초파일에 들러보기에 제격이다. 또한 청암사에서 수도산(불령산) 정상을 향해 50분 정도 걸으면 만날 수 있는 수도암 또한 고즈넉한 사찰이다. 경북 김천에서 단아하고 조용한 사찰을 여행을 떠나보자. 글 사진 김천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셀수 없이 많은 별들이 까만 밤하늘을 수놓고 있는 새벽 3시. 파르라니 깎은 머리, 앳된 얼굴의 스님이 “똑똑똑∼”청아한 목탁 소리로 모두가 잠들어 있는 고요를 깨운다. 천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 수 겹의 나뭇결이 아름다운 선방에 하나 둘씩 불이 밝혀진다. 청암사의 새벽은 늘 그렇듯 이렇게 시작한다. 새벽 별이 아직도 가득한 지금, 잠의 수렁에 빠져있는 속세의 인간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들의 하루는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칠흑같은 어둠을 몰아낸다. 고요한 산사의 밤을 깨우는 종소리와 함께 단아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나는 누구인가를 찾고자 하는, 사바세계의 중생들을 위한 염원을 담은 비구니들의 구성진 법문 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계곡에 피어오르는 새벽 안개처럼 기분이 가라앉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비구니들이 모여 용맹정진하는 청암사를 찾았다. # 나를 찾아가는 길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 쓸쓸한 낯이 옛날 같이 늙었다. /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백석의 ‘여승’이란 시의 한 구절이다. 경북 김천과 경남 거창의 경계에 우뚝 솟은 수도산(불령산·1317m) 깊은 자락에 자리잡은 청암사. 아름드리 나무들이 즐비한 계곡을 승용차로 한참을 달렸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서 인지 파란 이끼를 가득 머금은 바위들, 깨끗하다 못해 존재의 유무를 인간의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투명한 계곡물, 파란 하늘을 모두 가려버린 잣나무와 소나무. 사람의 흔적은 찾을 수 없고 지저귀는 새들과 풀벌레만이 낯선 이방인을 반기고 있었다. 아∼ 여기가 말로만 듣던 ‘불령동천(佛靈洞天)’이다. 깊은 계곡의 적막한 숲길을 쓸쓸하게 걸어가는 비구니의 모습에 한지에 먹물이 번져나가듯 뜻모를 애틋함이 가슴을 적신다. 파르라니 깎은 머리, 두 볼에 흐르는 고운 선에서 느껴지는 구도자의 기품에 속인 손은 합장으로 변하고 이내 고개가 숙여진다. “스님, 청암사는 더 가야합니까.”,“어찌 깊은 산중에서 절을 찾으십니까. 마음이 있다면 바로 앞에 있을 겁니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있단 말인가, 잘못 왔단 이야긴가.10여분을 더 걸으니 일주문이 저기 눈에 보인다. 맞게 오기는 온 것 같다. 소박하다 못해 초라한 듯한 일주문에 들어섰다.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잔뜩 찌푸렸던 하늘이 갑자기 밝아지며 거짓말처럼 봄햇살을 쏟아낸다. 옛 대갓집 마당처럼 정갈하게 빗질된 절 마당에서 청암사의 정갈함이 느껴진다. # 끈질기게 이어온 청암사 청암사는 신라 헌안왕 3년(859년)에 도선국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조선 인조 25년(1647년)때 큰 화재로 절이 완전히 불타버린 것을 다시 재건했다. 그러나 이로부터 130여년 뒤인 정조 6년(1782년) 다시 불로 대부분의 전각이 소실되는 큰 피해를 입었다. 이때도 바로 다시 세웠다. 그 뒤 점차 쇠락해 가던 청암사가 새로워지는 것은 광무 1년(1897년). 대운(大雲)스님이 8년에 걸쳐 청암사를 모두 보수하고 극락전을 새로 지으며 청암사는 제2의 중흥기를 맞았다. 참 어이없게도 보수를 끝낸 지 6년만인 1911년 9월 다시 원인 모를 화재로 또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대운스님은 1912년 봄에 청암사를 다시 세웠다. 그때의 모습이 지금 청암사다. 조선 영조 때 대강백(불교계의 대학자이자 원로를 일컫는 말)인 회암 정혜 스님 이후 우리나라 불교의 정신적인 가르침이 가득한 도량으로 자리잡았고 근세에는 박한영 스님뿐 아니라 많은 학승들이 거쳐간 사찰이다. 한 번 화재에 거의 모든 절은 생명을 다하는데 청암사는 다섯 번이나 화마가 할퀴고 지나갔음에도 아직까지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니 참 신기한 일이다. # 아름답고 소박한 비구니 도량 청암사는 예로부터 ‘여인’들과 인연이 꽤 많은 절이기도 하다. 숙종의 둘째 왕비인 인현왕후가 장희빈의 무고로 폐서인이 되었을 때 청암사 보광전에서 기도를 드렸고 그 인연으로 왕실의 후원을 받았으며 조선 말기까지 상궁들이 내려와 신앙생활을 하기도 했었다. 또한 청암사 계곡 바위에 또렷하게 새겨져 있는 ‘최송설당’. 그녀 또한 청암사와 깊은 인연이 있는 여인이다. 대운스님이 청암사를 두 차례에 걸쳐 보수할 때 대시주(大施主)가 바로 그녀였다. 김천 출신으로 영친왕의 보모상궁이었던 그녀는 영친왕의 생모인 엄비와 고종의 총애를 받으며 많은 재산을 얻었다. 대운스님은 그녀를 통해 많은 궁녀들의 시주를 얻을 수 있었기에 짧은 기간에 큰 사찰을 두 차례나 지을 수 있었다. 이런 인연 때문이었을까. 청암사에 1987년 비구니 승가대학이 만들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비구니들의 도량이 된 것이다. 지금은 130여명의 비구니들이 속세와 인연을 끊고 오직 불심을 위해 수련하는 소박하고 정갈한 사찰이다. # 자연이 곧 절이고 절이 곧 자연이라 청암사는 계곡을 사이에 두고 두 구역으로 나뉜다. 계곡 북쪽의 낮은 곳에 남향으로 자리잡은 대웅전과 그 남쪽 언덕 위의 보광전이다. 대웅전에서 보광전으로 가는 길은 마치 잘 가꾸어진 정원을 걷는 기분이다. 홍매화가 예쁜 얼굴로 반기는 오솔길, 길섶에 핀 이름 모를 야생화, 이끼 가득한 돌로 정성스레 쌓은 돌담, 무엇인가 생명을 느끼게 하는 텃밭 등 어느 사대부가의 고택을 연상케 한다. 무엇인가 커다랗고 웅장함으로 인간을 짓누르는 건물이 하나도 없다. 고만고만하며 단청을 입히지 않아 나무의 결이 그대로 들여다보이는 건물이 대부분이다. 어쩌면 이렇게 자연과 함께 숨쉬며 살 수있을까. “절에 들어서면 사람이나 짐승이나 편안해야지. 파헤치고 잘라내고 절을 만들면 뭐해. 우린 그저 우리가 있는 그대로, 자연 그대로를 지키고 살아가는 것이 제일이야.”라는 지형스님. 정말 그랬다. 절이라기 보다는 편안한 마음의 안식처가 청암사였다. # 세상의 때를 씻어내는 청암사에서 계곡을 따라 수도산 정상으로 수도암을 찾아 떠났다. 따사로운 햇살에 민소매 셔츠만을 입고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헉헉’거리기를 20여분. 수도산 줄기의 8부 능선을 지나자 가야산의 북쪽이 한눈에 들어오며 시야가 탁 트인다. 시원한 봄바람에 땀을 식히고 청암계 표지석에서 서쪽으로 20분을 지나자 드디어 수도암이 눈에 들어온다. 대적광전 앞에 섰다. 내 발 아래로 세상이 굽어보인다. 문이 활짝 열린 대적광전의 거대한 석불은 인자한 얼굴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석굴암의 석불보다 80㎝ 정도 작은 비로자나불좌상은 가늘게 뜬 눈으로 부질없는 욕심으로 가득한 인간들에게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수도암은 수도산 8부 능선인 해발 1080m에 세워진 암자로 청암사와 같이 헌안왕 3년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한다.‘석조 비로자나불좌상’은 보물 제307호, 약광전의 ‘석불좌상’은 보물 제296호, 그 앞에 자리잡고 있는 ‘삼층석탑’ 한 쌍 역시 보물 제297호로 지정된 문화재를 가지고 있는 암자이다. 이렇듯 청암사와 수도암에 갈 때는 속세의 것을 버리고 바람에 날리는 옷깃마저 여미는 마음으로 돌아 보면 가슴 한가득 풍성함과 편안함을 품고 나올 수 있을 것이다.
  • [수도권플러스] 무료 연등놀이展 새달25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은 2일부터 6월25일까지 청계천문화관 기획전시실에서 청계천 대표 민속인 연등놀이를 재현한 전시인 ‘희망의 빛, 연등’을 연다. 청계천 연등 놀이는 정월 보름이나 사월 초파일에 장안 사람들이 등간(燈竿)에 집안의 아이들 수만큼 등을 매달고 청계천의 밤을 밝히며 가족의 안녕을 기원했던 행사다. 관람료는 무료.(02)2286-3435.
  • 서울人 하나되어 서울사랑 한마당

    서울人 하나되어 서울사랑 한마당

    ‘열심히 일한 당신, 즐겨라.’ 가정의 달을 맞은 화창한 봄날, 서울이 축제로 들썩입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Hi Seoul 페스티벌’이 5월4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5일부터 7일까지 서울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습니다. 주제는 ‘서울人 서울In’. 서울을 사랑하는 서울 마니아가 서울에서 하나된다는 의미입니다. 서울신문의 수도권섹션과 이름이 똑같습니다. 서울광장과 청계천은 축제내내 변신을 거듭합니다. 4일에는 초대형 설치미술 ‘우리의 꿈, 우리의 서울’이 서울광장 하늘을 수놓습니다. 시민들의 소망 메시지를 담은 대형 삿갓 모양입니다. 어린이날인 5일에는 놀이터로 변합니다.6일에는 서울의 잊혀진 역사를 되새기는 도성밟기와 청계천 시민걷기대회가 열립니다.7일에는 화합과 단결을 다지는 8도 민속대동놀이와 퍼레이드가 펼쳐집니다.2006 독일 월드컵의 선전을 기원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콘서트 대∼한민국’으로 축제는 막을 내립니다. 흥겨운 놀이마당에 몸을 맡겨 보십시오.‘서울인’이 축제속으로 미리 들어가 봤습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100배 즐기기-도성·청계천 걷기 ‘하이 서울(Hi Seoul) 페스티벌 2006’은 종합 문화축제다. 전통과 현대, 한국과 세계가 만나는 서울의 특성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페스티벌을 100배 즐길 수 있도록 색깔별로 행사를 묶었다. ●쇼!쇼!쇼! 서울광장에서는 밤마다 화려한 공연이 이어진다.5월4일 신동엽과 최윤영이 진행하는 전야제 ‘한류와 친구들’로 축제의 서막이 오르고,5일에는 뮤지컬 하이라이트 장면을 모은 최고의 뮤지컬 공연이 펼쳐진다. 윤복희 남경주 김선경 최정원 등 뮤지컬 배우 100명이 명성황후, 사운드 오브 뮤직, 헤드윅 등 18개 작품을 공연한다. 7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콘서트 대∼한민국’은 임백천과 황현정이 진행한다. 러시아 지휘자 세르게이 고사친스키가 지휘를 맡아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 민요, 한국환상곡 등을 연주한다. 팝 콘서트 형식이다. 프라자호텔에서 쏘아올리는 불꽃놀이가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 공원에서는 인디밴드와 록이 어우러진다.5일에는 이상은, 델리스파이스, 뷰렛, 몽라가,6일에는 전인권, 내귀에 도청장치 등이 공연한다. 서울 명동에선 밤새도록 시민 댄스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세계를 품안에 6일 서울은 세계를 만난다. 주한 외국인과 모스크바, 카이로 등 자매도시를 초청해 ‘지구촌 한마당’을 선보인다.80개 부스에서 세계의 음식, 풍물을 체험할 수 있다. 외국인 어린이 그림 283점은 시청 후정에 전시된다. 오후 7시30분 서울광장에서는 ‘지구촌 카니발´이 열린다. 아프리카·터키·라틴아메리카 등 세계 타악공연을 맛볼 ‘소리의 향연’과 삼바·탱고·플라멩코 등 세계 춤을 즐길 ‘몸짓의 향연’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이날 앙카라 공연단이 특별 출연한다. 마무리는 시민이 하나되는 꼭짓점 댄스다. ●전통을 느끼며 경복궁과 덕수궁, 서울숲에서 우리 전통문화를 즐기자. 고궁축제에선 세종대왕즉위식, 종묘제례-어가행령, 수문장 교대의식 등 왕실 문화행사를 관람할 수 있다. 국악 축제 한마당에선 줄타기와 광대놀이, 탈춤, 전통·창작국악, 퓨전 가락 등이 ‘전통과 퓨전, 젊음과 신명’이란 테마로 진행된다. 시민작가가 직접 만든 수공예 작품을 사고 파는 예술장터가 덕수궁 돌담길에서 열린다. 직접 배우거나 만들어 보는 예술체험장이 한쪽에 설치된다. 4일에는 청계천 연등행렬을 따라 나서 보자. 조계사∼광교∼청계광장∼청계천∼삼일교∼인사동∼조계사를 돌며 축제 분위기를 살린다. 또 청계천 복원을 축하하며 4월20일부터 5월7일까지 다산교∼고산자교에 연등을 매달아 아름다운 야경을 연출한다. ●가족과 함께 5일은 어린이 날. 서울광장은 놀이터로 변한다. 오전 기념식이 끝나면 어린이 댄스, 동요 부르기, 레크리에이션 로봇대회 등 공연이 이어지고, 캐릭터 월드, 모래 놀이터, 페이스 페인팅,4컷 만화 그리기 대회 등 가족 놀이마당이 펼쳐진다. 영화 ‘왕의 남자’ 줄타기 공연은 오후 3시에 진행된다. 경희궁에선 어린이 백일장을, 전쟁기념관에선 문화 축제를 선보인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이번 페스티벌 2006’의 특징은 서울인이 하나되어 즐기는 시민참여축제라는 점이다. 서울광장, 청계천 등 도심 곳곳에서 몸으로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도성 밟기 도성밟기는 끊어진 서울 도성의 성곽을 빛과 그림으로 연결하는 문화프로젝트다. 복원한 도성을 밟다보면 서울의 역사와 문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성곽을 복원한다는 의미에서 전문 작가들이 흥인지문(300m)과 경희궁(50m), 숭례문(300m) 앞에서 끊어진 성곽을 길거리그림(그래피티)으로 잇는다.5월6일 오전 10시부터 시민 5000여명이 복원된 도성 성곽의 흔적을 밟아 나간다. 이 때 청계천 시민걷기대회도 함께 진행된다. 시민걷기대회는 살곶이 공원에서 출발, 고산자교∼오간수교∼청계광장∼서울광장에 도착하는 코스다.8.5㎞를 2시간 30분동안 걷는다. 오간수교, 청계광장 등 청계천 곳곳에선 문화공연이 펼쳐진다. 도성밟기는 두 코스로 나뉜다. 제1코스는 마로니에 공원∼낙산공원∼동인교회 입구∼흥인지문∼청계천∼광교∼청계광장∼서울광장으로 5.3㎞구간이다. 이 코스는 오전 11시쯤 오간수교에서 시민걷기대회 참가자와 만나도록 기획했다. 제2코스는 사직공원∼인왕산∼창의문∼청운중학교∼연무관 로터리∼정부종합청사∼세종문화회관∼서울광장으로 이어진다.6.1㎞로 2시간 30분가량 걸린다. 참가자 접수는 인터넷으로 하면 된다. 현장에서도 접수를 받는다. ●우리의 꿈, 우리의 서울. 서울광장 하늘에 시민들의 꿈과 환상을 담은 초대형 설치미술이 떠오른다. 시민들이 4월29∼30일 소망 메시지를 적어 서울광장에 놓인 삿갓모양의 망사천 그물망에 매달면 애드벌룬, 열기구 등을 이용해 공중에 떠 오른다. 하늘로 띄우는 퍼포먼스는 5월4일 오전 11시에 진행된다. 밤에는 조명을 밝혀 환상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7일 동화면세점∼덕수궁 대한문에서는 시민화합줄다리기가 열린다.4000명이 북촌팀과 남촌팀으로 나뉘어 당진 기지시 줄다리기(중요 무형문화재 제75호)를 펼친다. 풍물패의 응원으로 흥을 더한다. 이날 서울광장에선 춘천 마임, 안성 바우덕이, 여주 도자기 엑스포, 충주 무술, 전주 소리, 진도 씻김굿, 안동 하회 별신굿, 남해안 별신굿, 제주 민속 예술단, 봉산 탈출 등 팔도민속놀이가 진행된다. 서울인의 어우러짐은 이날 오후에 펼쳐지는 퍼레이드에서 절정에 달한다. 육·해·공군, 해병대 의장대와 군악대, 중국·터키전통공연단, 월드컵 참가국 등 50개 단체 4000여명이 퍼레이드 차량과 월드컵 공모양의 애드벌룬을 앞세우고 종묘∼종로3가∼종로1가∼세종로∼서울광장을 행진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먹을거리·그랜드세일 ‘축제도 식후경’ 이번 페스티벌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먹을거리다. 거리 곳곳에서 서울의 전통 맛을 느낄 수 있는 각종 음식과 세계 음식들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시민들이 직접 만든 수공예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서울 3일장’도 열린다. ●서울 ‘원조’의 맛을 뽐낸다 다음달 4∼7일 4일 동안 시청 후정과 원구단, 청계천변, 동화면세점 등에서는 서울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서울사랑 음식축제’가 열려 서울을 대표하는 최고의 맛을 뽐낸다. 서울 원조 음식전과 가족 퓨전 음식전, 청계천변 정겨운 음식마당 등으로 진행되는 음식축제에서는 ‘장충동 족발’과 ‘신림동 순대’‘신당동 떡볶이’‘마포갈비’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유명 음식점 40개를 비롯해 여성단체가 운영하는 29개와 대학생 동아리가 운영하는 4개 등 총 110개의 부스가 설치된다. 1∼7일 북창동 일대 음식점 30여곳에서 음식값의 10%를 할인해 주고, 무교·다동 음식문화거리에서의 음식점 19곳에서도 5%를 할인해 준다. ●지구촌 먹을거리 한자리에 5일과 6일 서울광장과 무교로, 시청 후정에서는 세계의 다양한 맛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음식전은 5일과 6일 이틀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41개국 부스가 설치된다. 6일에 오후 2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는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지구촌 한마당’이 열려 서울 거주 외국인 및 자매도시 초청 공연과 함께 각국 민속공연 등이 펼쳐진다. ●시민들의 수공예 시장 덕수궁 돌담길 주변(우천시 시청앞 지하공간)에서는 5∼7일 오전 10시∼오후 7시,‘서울 3일장’이 열린다 3일장에서는 시민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사고 파는 장터와 함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운영하는 예술체험코너 등이 마련됐다. 특히 환경을 주제로한 작품과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 재활용 물품을 가지고 만든 작품 등이 전시된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5000여개 업소 싸게, 더 싸게 페스티벌 기간 중 ‘하이서울 그랜드세일 쿠폰’을 이용하면 5000여개의 업소에서 최대 70%의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시내 주요 쇼핑 거리에서는 오는 29일에서 다음달 10일까지 대규모 할인 이벤트인 ‘하이서울 그랜드 세일’이 펼쳐진다. 명동과 남대문, 동대문, 이태원, 북창동 등 관광특구지역 쇼핑점을 비롯해 면세점, 관광호텔 등 5000여곳의 업소에서 대대적인 할인행사가 진행된다. 이태원 450여개 업소에서는 의류와 액세서리, 가죽, 가방, 구두, 잡화, 기념품 등을 10∼70% 할인 판매하고, 동대문에서는 두타와 밀리오레, 청대문 등에서 의류와 잡화 등을 10∼50% 할인해 준다. 남대문은 3만원 이상 아동의류 및 아동용품 구입고객에게 사은품을 증정한다. 롯데·신라·동화·워커힐·SKM 등 시내 5개 주요 면세점도 쿠폰을 소지하면 5∼3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호텔의 경우 코리아나호텔과 타워호텔, 노보텔, 신라호텔, 롯데호텔 등 13개 호텔이 객실 정가의 30∼50%로 묵을 수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김치, 김, 젓갈, 선식, 건과류 등을 10∼20% 할인해주며, 갤러리아 콩코스도 외국인에게 패션잡화와 신사·숙녀의류, 유·아동의류 등을 5∼10%로 할인해 준다. 서울관광기념품판매점에서는 기념품 전체를 5% 할인한다. 종로 3가 귀금속 거리에서는 600여개 업체가 순금제품을 제외한 14K 제품을 5∼10%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이 밖에 코엑스 아쿠라리움이 입장료(일반 2000원, 어린이 1000원)를 할인해 주며, 김치박물관도 입장료를 1000원 할인해 준다. 또 남산 N타워 관람료 10%, 정동극장 전통예술무대 공연 10%, 도깨비스톰 난타 공연 10% 할인 혜택이 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준비의 주역들 ● 진두지휘 유인촌 서울문화재단 대표 “시민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도심 거리를 자유롭게 거닐며 서울의 역사와 전통을 즐길 수 있도록 축제를 준비했습니다.” ‘하이서울 페스티벌 2006’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유인촌(55)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올해 축제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축제는 시민들이 함께 즐기는 것”이라는 그의 생각처럼 이번 축제는 지난해에 비해 시민 참여행사가 대폭 늘었다. 특히 서울의 역사와 전통을 되살려 보자는 취지에서 경건한 ‘의식’도 더해졌다. 지난 21일 축제 마무리를 위해 서울시청을 방문한 유 대표를 만났다. ▶페스티벌의 주제는. -페스티벌의 주제인 ‘서울인(人), 서울인(In)’은 한마디로 서울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의 ‘삶(Life)´이다. 그래서 서울의 다양한 삶을 축제에 담았다. 주제는 실무위원을 맡고 있는 이영란(41) 작가가 만들었다. ▶페스티벌의 특징은. -축제를 통해 시민들이 차만 다니던 길을 걸어보는 것 자체가 시민들에게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무작정 먹고, 놀고, 마시기에 앞서 서울의 역사와 전통을 한번쯤 생각해 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전야제 때 시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선조들에게 ‘고(告·축제를 알리는 의식)´하는 것이라든지 ‘도성밟기’에 앞서 유실된 성곽을 ‘그래피티(페인트로 그리는 것)’로 잇는 것 등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와 달라진 점은. -시민 참여행사가 늘었다. 낙산과 인왕산 등 2개의 코스로 나눠진 ‘도성밟기’ 행사에는 시민 5000여명이 참여하게 되며, 살곶이 공원에서 서울광장까지 걷기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또 다음달 4일 서울광장 상공에 지름 50m의 그물망 형태 초대형 설치미술 작품에는 시민들이 직접 쓴 소망 메시지가 담길 예정이다. ▶프로그램이 많아 다소 산만하다는 느낌을 주는데. -인구 1000만명이 넘는 대도시에서 이뤄지는 축제다 보니 어쩔 수 없다. 소도시에서 이뤄지는 축제에 비해 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재단에 ‘축제부’를 만들어 설과 추석, 단오 등 특징적인 주제의 소규모 축제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선보일 계획이다. ▶올해부터 재단이 주최를 하는데. -장기적으로 볼 때 축제는 민간 주도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래서 지난해 시에서 주최하던 행사를 재단이 맡게 됐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교통통제와 안전관리, 청소, 환경, 위생 등 시와 관계기관의 협조 없이는 어렵다.10회 정도 넘어서면 민간 주도 축제로 정착될 것이다. ▶축제 기간이 짧아졌는데. -축제가 너무 길면 안 된다. 처음에는 10일 가까이 행사를 했는데 길다 보니 밀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교통통제 등으로 시민불편 등을 초래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하루 정도 더 줄일 생각이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행사 준비도 어려웠지만 올해는 지방선거가 있어 신경을 많이 썼다. 축제가 선거와는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도록 음식물 나눠주는 것 등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전문가·50여개 단체·스타 등 수천명 힘모아 하이서울 페스티벌의 화려한 무대 뒤에는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땀이 배어 있다. 페스티벌에는 시민 공모를 통한 자원봉사자와 퍼레이드·프로그램 참가자 등 수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축제를 빛낸다. 인터넷을 통해 지원을 받아 선발한 286명의 자원활동가들이 곳곳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 가장 많은 자원활동가가 투입되는 곳은 서울광장 행사와 도성밟기, 시민화합 줄다리기, 서울 3일장, 서울 매직페스티벌 등 행사별 현장진행보조 요원으로 250명이 활동하게 된다. 종합안내소에서 외국인 안내(영어·일어·중국어)와 매직 페스티벌 통역 등에 8명이 활동하고, 홍보 9명, 사무국지원 5명 등이다. 또 각 분야 전문가들로 축제 실무위원회가 구성돼 축제 준비를 도왔다. 이영란 극작가와 미술가 한젬나씨, 임옥상 우리문화 대표, 유재현 상상공장 대표, 천호균 쌈지 대표이사, 최정화 가슴시각개발 연구소장 등 12명의 실무위원회에 참여했다. 하이서울 그랜드 퍼레이드에는 사가정 풍물단, 한국사자춤보존회, 화성동탄초등학교 어린이외발자전거팀, 유노스클럽, 터키공연단, 미군 치어걸 등 국내외 50여개 단체 4000여명이 참가한다. 춘천마임 축제팀과 안성 바우덕이, 안동 하회 별신굿, 제주 민속예술단 등 전국 8도에서 올라온 민속놀이 팀도 행사에 볼거리를 제공한다. 인기 연예인들도 대거 축제에 참여한다. 전야제 행사에는 동방신기와 보아, 세븐, 장나라, 이효리, 버즈 등이 참여하며, 뮤지컬 하이라이트공연에는 윤복희, 옥주현, 남경주, 김선경, 최정원 등 유명 뮤지컬 배우 100여명이 출연할 예정이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연극·영화·마술축제에 초대합니다 ‘하이 서울 페스티벌’과 어우러져 연극·영화·마술 축제도 펼쳐진다. 1977년부터 전통을 이어온 ‘서울연극제’가 다음달 3∼21일 아르코 예술극장과 아룽구지 소극장, 서강대 메리홀에서 진행된다. 연극인의 창작 의욕을 높이고 한국 연극을 세계에 알리고자 기획했다. 공식 참가작과 자유 참가작, 구립극단 경연대회 등 공연이 다채롭다. 일주일 이상 공연하는 작품은 8편이다. 올해 3회째를 맞은 ‘서울 환경영화제’는 4∼10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개최된다. 28개국에서 출품한 영화 109편을 만날 수 있다. 경쟁부문인 ‘국제 환경영화 경선’에는 14개국 20편이 경합을 벌인다. 장편 극영화와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는 무료다. 감독과의 대화 등도 마련됐다. ‘서울 매직 페스티벌’은 지난해 처음 열려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시민들이 상상력을 자극하고 꿈과 희망을 주는 마술에 매료됐다. 올해는 서울 열린극장 창동에서 펼쳐진다. 세계 최고의 마술인이 펼치는 ‘프로 매직쇼’와 궁금했던 마술의 비밀을 직접 배워보는 ‘매직 강의쇼’, 일반인이 참여하는 마술 경연대회가 기획됐다. 공중부양마술, 신체분리마술, 탈출마술, 신체통과마술 등을 경험할 마술 체험관도 준비됐다. 한편 축제기간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편리하다. 서울광장과 청계천의 교통이 자주 통제되기 때문이다. 서울광장은 오후 5시부터 관람객 수에 따라 프라자호텔, 태평로까지 차량 통행을 제한한다. 한낮에도 시간별로 통행량을 조절한다. 자세한 사항은 표 참조.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봉산탈춤·판소리 참여하면 재미 2배 서울시는 28∼31일 경희궁에서 국가 지정 무형문화재와 서울시 지정 무형문화재 보유자의 공연 등 다양한 전통문화 볼거리를 선보이는 서울무형문화재의 축제를 한다. 이번 행사는 단지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체험 가능한 프로그램이 많은 게 특징이다. 참여하면 승무의 정재만과 판소리의 이옥천 등의 공연을 볼 수 있다. 또한 곡물을 곱게 치는 체장을 만드는 최성철, 옻나무 수액 칠의 정제와 도장 등을 하는 신중현 등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보고 배울 수 있다. 첫날인 28일 오후 6시30분부터 시작하는 전야제 때는 영화 ‘왕의 남자’에 나오는 남사당놀이패의 줄타기가 선보인다. 이어 대접돌리기, 땅재주 등 다양한 기예와 함께 가야금병창과 태평무, 선소리산타령 등 흥겨운 한마당이 펼쳐진다. 축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9일과 30일엔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굿판이 활짝 펼쳐진다. 중랑구 봉화산 일대에서 400년 넘게 전해오는 봉화산 도당굿과 남이장군사당제, 서울새남굿 등이 벌어진다. 또한 지배계층에 대한 풍자와 서민들의 애환으로 해학과 익살을 이끌어내 양반과 천민 등 모든 계층한테 사랑을 받았던 송파산대놀이와 봉산탈춤, 강령탈춤, 북청사자놀음 등을 볼 수 있다. 물론 원하면 직접 춤을 배울 수도 있다. 그리고 경희궁 입구에 있는 시립미술관 경희궁분관에선 전통을 고집스럽게 이어나가고 있는 장인들이 직접 다양한 전통공예품을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연과 옹기, 매듭, 민화 등을 배워 직접 해보기, 시골장터에서 보던 엿장수의 구수한 장단과 함께 윷놀이, 투호놀이, 제기차기, 널뛰기 등 전통민속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 경희궁 곳곳엔 전통 먹을거리 장터가 준비된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지동시장 순대 끝내줘요

    지동시장 순대 끝내줘요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지동시장은 100년 역사를 가진 먹을거리 시장이다. 얼핏 보면 여느 시장과 다를 바 없지만 건물 내부로 들어가면 순대 특화시장임을 한 번에 알 수 있다. ●순대집 40여개 몰려… “100% 국산 재료 사용” 40여곳의 순대집들이 저마다 최고의 맛을 자부하며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맛은 손님들이 더 잘 알아요. 값을 따지지 않고 100% 국내산에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쓰고 있어요.” 40년 역사를 갖고 있는 ‘지동순대’집 종업원 고숙진(55·여)씨는 장사가 잘되는 비결을 이렇게 말했다.“하루에 200∼300팀의 손님을 받습니다.” 이 집에서 9년째 일을 하고 있다는 고씨는 전국에서 가장 맛있는 순대라고 자랑한다. 잡채와 선지 등 8가지 재료를 섞어 찐 순대는 쫄깃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그만이어서 수원 양념갈비와 함께 수원의 대표음식으로 통한다. ●쫄깃쫄깃 담백… 전국 업소서 편육등 택배 주문 고씨가 보여준 수첩에는 서울을 비롯한 인천, 경기도 포천, 충북 영동·단양군,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전화 주문한 30여곳의 업소 명단이 적혀 있었다. 먼거리는 진공포장된 순대를 보내주기 때문에 전화 주문을 하면 택배로 보내준다. 전자레인지나 뜨거운 물에 데워 먹으면 즉석에서 먹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1㎏짜리 소매가격은 1만 2000원이다. 가게에서 먹는 순대는 2인분 한 접시에 3000원.3500원하는 편육은 돼지 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없고 쫄깃쫄깃한 맛 때문에 주문이 밀린다. 서울에서 일부러 찾아왔다는 김모(45·여)씨는 “수원에서 살다 최근 이사를 갔는데 순대 맛을 잊을 수 없어 아이들과 함께 내려 왔다.”고 말했다. 바로 옆 호남순대집은 순댓국으로 유명하다. 한 그릇에 4000원하는 순댓국은 담백하면서도 뒷맛이 깔끔하다. 다른 고기를 넣지 않고 순수 돼지 뼈로만 꼬박 24시간 국물을 우려냈기 때문이다. 25년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어머니를 돕고 있다는 민은기(36)씨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조미료를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심 후해 순댓국 ‘추가 공기밥´ 공짜 인심도 후해 순대와 머릿고기 등을 푸짐하게 넣어준다. 추가로 시키는 밥은 공짜다. 때문에 점심 등 식사시간에는 자리가 없어 10여분 기다려야 겨우 먹을 수 있다. 오후에는 수업이 끝난 중·고교생과 대학생,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 성인 서너명이서 실컷 먹어도 5만원을 넘지 않아 직장인들의 회식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어느 집이나 단골이 있기 마련인데 이집 단골들을 순대 먹으러 왔다가 일손이 모자라면 설거지 등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정겨움이 살아있다. 고향집 등 순대볶음과 곱창집들도 식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평일 저녁에는 술안주로, 주말엔 가족 나들이 음식으로 그만이다. ●총 200여점포… 농·수·축산물등 먹을거리 즐비 지동시장에는 순대말고도 농·수·축산물과 건어물, 식품 등 먹을거리라면 없는 것 빼놓고 다 있다.200여 점포가 밀집돼 있다. 신선할 뿐 아니라 대형할인점보다 싼 품목도 즐비하다. 상인들의 박수소리, 젓갈 냄새 등으로 삶의 현장이란 느낌을 들게 한다. 무엇보다 맘씨 좋은 주인을 만나거나 흥정을 잘만 하면 값도 깎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래시장 활성화 사업 덕분에 시설도 깨끗하게 단장했다. 최극렬 상인회장은 “최근 대형유통업의 지방진출로 재래시장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시설을 현대화하고 경영을 혁신한다면 돌파구는 있다.”며 “순대 전문시장으로 특화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국재래시장 박람회에서 산업자원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각종 전시회·농악 공연등 볼거리도 풍부 화성에 인접해 있다는 점에 착안해 지난해 시장 외형을 성곽처럼 꾸몄다. 그래서인지 화성을 둘러보러 온 관광객들의 코스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팔달산 서남각루에서 출발한 성곽순례는 성장대∼화서문∼장안문∼화홍문∼연무대∼창룡문∼봉돈∼동남각루까지 5.4㎞에 이른다. 종착점인 동람각루와 지동시장간의 거리가 80여m에 불과하다. 성곽을 한바퀴 도는데 2시간30분가량 걸리는데 순례를 마친 후 먹는 순대 맛은 꿀맛이다. 지동시장은 먹을거리뿐 아니라 볼거리도 풍부하다. 바로옆 팔달문과 지동교간 구간을 ‘차없는 거리’로 단장했는데 날씨가 풀리면 사진과 미술 전시회, 길거리 농구대회, 전통무예전, 농악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500대 수용 규모의 주차타워를 갖추고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인기가수들은 뭘먹고 사나

    인기가수들은 뭘먹고 사나

    한국연예협회는 최근 가수들의 방송출연료를 1백% 인상해달라는 내용의 요청서를 각 방송국에 내놓았다. 현재까지 가수들이 방송국에서 받는 「개런티」는 A급이 한번 출연에 1천2백원(라디오)에서 1천8백원(TV). 신인 가수라면 출연료가 문제될 것도 없지만 결코 후한 대접은 못된다. 여기서 현역 대중가요 가수들의 수입원들을 들춰보면-. 대중가요 가수를 그들의 활동분야별로 나눠보면 「라디오」·TV 「레코드」취입 극장공연·「나이트·클럽」출연등으로 구별할 수 있다. 환갑잔치나 야유회등 사석(私席)까지 포함하면 그런대로 꽤 다채로운 셈이랄까? 그러나 한국연예협회에 등록돼있는 가수 8백40여명중 「레코드」계나 방송계에서 활동을 유지하고있는 가수는 불과 30여명 안팎이다. 「레코드」판매율이나 방송출연회수가 가수의 인기척도라면 손꼽을 수 있는 인기가수는 열손가락으로 헤아릴정도. 현재까지 방송국이 이들 출연가수에 지불하는 「개런티」는 그 인기도에 따라 A·B·C 3등급으로 구분했다. 「라디오」의 경우 노래한곡 녹음에 A급이 1천2백원, B급이 1천원, C급이 7백원선. 公開방송은 조금 더해서 A급이 1천8백원이고 B급 1천5백원, C급 1천3백원선. 가수의 인기가 유동적인한 방송국책정의 등급이 반드시 고정적인건 아니다. 그러나 연예협회측은 이 금액이 67년 6월에 책정된 것임을 지적하면서 최소 1백50%는 인상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사실상 가수가 방송출연료를 가지고 생활을 유지한다는 것은 한국실정으로는 아직 요원한 얘기다. MBC-TV가 새로 창설되면서 벌어진 TV「탤런트」쟁탈전은 TV「탤런트」의 줏가를 부쩍 높여놨다. 그러나 비슷한 쟁탈전이 가수쪽에도 벌어지고 덩달아 가수의 줏가도 오를 것이란 기대를 거의 찾을 수 없다. 가수중에는 「개런티」는 안받더라도 출연만 시켜주면 그것으로 만족하겠다는 사람이 많다. 방송에 실려야 노래가 「히트」할 수 있다는 상관관계 때문에 돈보다는 우선 출연 그 자체에 열을 올린다. 심한 경우는 작곡가·가수가 「레코드」를 안고 방송국으로 뛰어 다니며 출연경쟁을 벌이고. 가수의 「개런티」는 극장출연에서 비교적 오붓하다. 「쇼」흥행단체의 집합체인 한국연예단장협회는 아예 가수 하나하나에 단가를 붙여놨다. 하루 극장 출연료가 최고 2만5천원에서 최하 1천원.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5백원 일당의 무명신인도 있고 아예 「개런티」를 받지 않고 나가는 무명도 있다. 제일 비싼 가수는 이제까지 최희준(催喜準), 이미자(李美子)(각 2만5천원) 두사람이었다. 패티 金이 하루 10만원을 홋가했고 尹福姬(윤복희)도 그랬지만 그 가격으로는 아무도 쓰지 않아 흥정이 성립 안됐다. 가수 남진(南珍)은 영화에 출연한 이후 가수보다 배우로쳐서 하루 5만원정. 배우의 무대출연료는 가수와 비교할 수 없게 비싸서 A급인 김지미(金芝美), 신성일(申星一), 문희(文姬), 남정임(南貞妊)등은 하루 10만원씩 받았다. 또 한가지 최근의 동향으로는 인기상승의 조영남(趙英男)과 「펄·시스터즈」의 파격적인 「개런티」를 들 수 있다. 신인이란 「레테르」를 아직 그대로 지닌 이들은 최희준(催喜準), 이미자(李美子)보다 많은 3~4만원을 받고 있으면서도 그들보다 더 잘 팔리고 있다. 이미자(李美子), 최희준(催喜準) 다음의 A급 2만원짜리는 이금희(李錦姬), 김상희(金相姬), 현미(玄美), 배호(裵湖). B급으로쳐서 1만5천원짜리에는 위키李, 유주용(劉冑鏞), 박재란(朴載蘭) 한명숙(韓明淑), 金세레나 등이 있다. 그다음 가수들의 중요한 수입원은 밤일, 즉 「나이트·클럽」등 술집에 나가서 노래하는데 있다. 보통 하룻저녁에 2~3개소의 「클럽」을 왕래하면서 노래 2곡씩을 부르고는 겹치기 수입을 올린다. 출연료는 극장보다 싸서 최고가 하룻저녁에 2만원. 이 2만원짜리는 영업체가 자체선전을 할때 간판구실로 내세울 뿐이고 장기계약은 물론 그 이하, 많아서 1만5천원이다. 「나이트·클럽」을 부지런히 뛰는 가수로는 배호(裵湖), 이상열(李相烈), 「펄·시스터즈」, 金세레나, 문주란(文珠蘭), 정훈희(鄭薰姬), 리타金, 김하정(金夏廷), 황인자(黃仁子), 조영남(趙英男), 하남궁(河南宮), 이석(李錫)등을 꼽을 수 있다. 서울의 「클럽」중 음향시설이 좋다는 K「클럽」과 V「클럽」이 가수들로는 제일 나가기 좋아하는곳. A급 가수는 거의 이 두「클럽」에 한두번이상 출연경력을 갖고있다. 「펄·시스터즈」의 K「나이트·클럽」의 출연료가 하룻저녁 1만5천원이니까, 밤 출연료로는 최고액인셈. 하룻저녁에 두서너군데씩 자리를 바꾸는 문주란(文珠蘭), 배호(裵湖), 정훈희(鄭薰姬)는 각 1만원이 못되지만 겹치기 수입으로 그 2,3배로 늘릴 수 있게 마련이다. 그 다음 「디스크」취입에 의한 수입. 「디스크」가 가수의 상품이고 그 발매부수가 곧 인기의 척도라면 가수의 수입은 이 분야에서 확실히 보장되어야 할 것 같다. 사실 몇몇 인기가수를 둘러싼 「레코드」제작자간의 전속 쟁탈전은 차차 심각해지는 상태이기도 하다. 1년간 전속료로 최고 1백만원이 홋가되고 1급이라면 50만원쯤은 받는다는 게 상식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상 가수의「디스크」취입료는 아직 대단한게 못된다. 전속의 경우 계약금 외에 2~5만원의 월급을 받고 「프리」의 경우는 최고가 곡당 2만원정도의 취입료. 조영남(趙英男)이 곡당 2만원을 받고 김상희(金相姬)가 곡당 1만5천원을 받고 있다. 「디스크」계의 인기 주라면 이미자(李美子)를 필두로 패티김, 남진(南珍), 「펄·시스터즈」, 최정자(崔貞子), 배호(裵湖), 은방울자매, 김상희(金相姬), 金세레나, 문주란(文珠蘭), 정훈희(鄭薰姬) 정도. 이밖에 고관이나 재벌의 경사에 초청되어 의외의 수입을 올리는 가수도 없지않다. 환갑집의 단골 가수로는 金세레나가 꼽히는데 거기서 받는 사례는 보통 5~10만원정. 엉뚱하게 큰 목돈을 벌기도 하지만 누구나 바람직한 수입원은 결코 못된다. [ 선데이서울 69년 8/3 제2권 31호 통권 제45호 ]
  • [그림과 시가 있는 아침] 연등/정우영

    [그림과 시가 있는 아침] 연등/정우영

    연등/정우영 내 몸이 아프고서야 비로소 목숨 귀한 줄 알다. 흘리듯 지나친 숱한 생명들, 꽃, 풀, 새, 나무, 물고기…… 그리고 사랑까지 어느 것 하나 새삼 소중치 않은 것 없다. 내 숨구멍에서 하!하는 탄식음 터지자 내 몸 저 깊은 곳까지 한 우주가 팽창한다. 병이 내게로 온 까닭은 이렇듯 내 마음자리에 맺히는 인연마다 연등 하나씩 골고루 걸어두라는 뜻인가.
  • “山寺 체험뒤 아이가 차분해 졌어요”

    “山寺 체험뒤 아이가 차분해 졌어요”

    3일 오전 4시30분 경기 여주군 신륵사. 세상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지만 천년 고찰은 고사리 같은 어린이들의 기지개로 기운이 넘치기 시작했다. 사찰 생활 체험 이틀째를 맞아 30명의 초등학생들은 현담(40) 스님의 채근에 하나 둘 찬물로 세수를 하며 잠을 쫓는다. 오전 5시. 이들은 새벽 예불을 드리기 위해 법당으로 향했다. 목탁 소리가 고요한 적막을 깨우는 가운데 덕중(42) 스님이 불경을 읽기 시작했다. 2002년 이후 삶에 지친 중생들이 수행자의 정갈한 삶을 배우며 삶의 여유를 느끼고자 산사를 찾는 일이 잦아졌다. 이에 맞춰 전국의 유명 사찰들은 겨울방학을 맞아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템플 스테이(Temple stay)’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성인들이 참가하는 정통 사찰 체험은 아니지만 어린이·청소년 프로그램은 자연의 소중함과 전통문화를 배우는 좋은 기회이다. 신륵사는 2박3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어린이 불교학교’를 여름·겨울방학 동안 한 차례씩 운영하고 있다. 실무간사 오희영(36)씨는 “불교색이 짙은 수련회와 달리 템플 스테이는 예불과 발우공양을 빼면 불교색이 거의 없어 기독교인 등 다른 종교인들도 많이 참가한다.”면서 “참가자 가운데 절반 정도가 특별한 종교가 없으며 불교신자는 25%, 나머지는 기독교, 천주교 등이다.”고 전했다. 아침예불을 마친 아이들이 아침 공양(식사)을 하기 위해 공양간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가부좌를 틀고 발우(식기)를 자리 앞에 놓은 뒤 허리를 곧추세웠다. 사찰 음식을 발우에 담은 뒤 보해(46) 스님이 “조용하게 소리를 내지 않고 먹습니다.”고 말하자 젓가락 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왔다. 아이들은 발우에 담긴 음식을 깨끗하게 비우고 물로 발우를 헹군 뒤 수건으로 닦아 수납함에 올려 놓았다. 아침 식사가 비로소 끝났다. 5번째 템플 스테이에 참가한 김예인(14)양은 “발우공양을 다소 더럽게 느낄 수도 있지만 음식을 남겨서는 안 된다는 좋은 의미가 담겨 있다.”면서 “평소 부산스럽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이곳에서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말했다. 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싸리비를 들고 사찰 곳곳을 쓸었다.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는다는 불가의 원칙을 따르기 위해서다.1시간 동안 경내 곳곳을 청소하던 아이들은 요가 프로그램이 준비되자 하나 둘씩 방으로 들어갔다. 지루한 절 문화를 감안하면 이벤트 물이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데는 제격이었다. 주임교사 권태선(27·여)씨는 “어린이들은 만들기와 율동 등 직접 해보는 것에 흥미를 느끼기 때문에 되도록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넣었다.”고 밝혔다. 점심공양을 마친 아이들이 종이컵을 이용해 자그마한 연등을 만들었다. 이들에게 연꽃제작은 꽃에 담긴 불가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것보다 또래들과 모여 무언가를 함께 만든다는 것에 무게를 더하는 분위기다. 김동현(12)군은 “절에서는 컴퓨터 게임을 할 수 없지만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리고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조유진(10)양은 “일찍 일어나는 것을 빼면 나머지는 다 좋다.”고 털어놨다. 연꽃을 만든 어린이들은 사찰 옆에 위치한 얼음판에서 얼음을 지치며 재래식 썰매를 탔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점점 활기를 띠었다. 몇몇은 연을 만들거나 제기차기에 열중하기도 했다. 도시에서는 점차 흔적을 감추었거나 이제는 설날에만 즐길 수 있는 옛 어린이 놀이다. 손자 심재윤(12)군이 못 미더워 찾아온 외할머니 임규봉(63)씨는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발우공양으로 손자가 음식을 남기지 않는 습관을 들이게 됐다.”면서 “투박하지만 감자와 옥수수, 고구마 등 자연산을 먹는 것도 좋은 체험인 것 같다.”고 했다. 겨울철 놀이를 끝낸 아이들은 이어 저녁 공양과 예불, 촛불의식 등 템플 스테이 일정에 따라 산사의 하루를 채워갔다. 주지 세영(52) 스님은 “사찰 체험을 통해 전통문화를 익히며 어린이에게 집중력과 안정감, 공동체 의식 등을 배울 수 있다.”면서 “절 특유의 고요함에서 차분하게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밤 10시. 어린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점차 사그라들며 어느덧 사찰의 하루도 저물었다. 여주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다양한 템플스테이 이색 프로그램

    다양한 템플스테이 이색 프로그램

    겨울철 사찰에는 동안거에 들어간 수행자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템플 스테이는 열린 사찰의 또 다른 모습이다. 사찰체험 활동기간 동안 어린이들은 불가의 무술인 선무도를 배우고 영화·연극 실습, 영어회화, 판소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한다. 경주 골굴사는 겨울방학 동안 1주일∼1개월 과정으로 ‘선무도 화랑사관학교’를 운영한다. 신라 화랑들의 수련장이었던 골굴사에서 선무도를 통해 운동량을 보충하며 옛 화랑들의 호연지기를 기른다. 외국인 사범과 원어민 강사가 영어회화를 지도하며, 해군사관학교를 거쳐 해병대 대위로 예편한 선무도 사범 스님이 심성교육을 맡았다. 특히 골굴사에는 노르웨이와 프랑스, 중국에서 온 행자들이 수행하고 있어 다양한 언어가 통용되는 곳이다. 다만 템플 스테이 기간에는 휴대전화와 MP3는 사용할 수 없다. 공주 마곡사는 오는 9∼13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영어와 애니메이션, 연극, 영화 등이 함께 어우러진 템플 스테이 일정을 마련했다. 전문가 3명이 미술 치료기법을 이용해 어린이들이 애니메이션으로 자신의 불만이나 스트레스, 희망 등을 표현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포교국장 마가 스님은 “머리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통해 내면의 자아를 성찰하는 과정”이라고 소개했다. 이밖에도 부산 범어사에서는 불가의 무술인 불무도를 일정에 포함시켰으며 강화 국제연등선원과 내소사, 무상사, 마곡사, 골굴사 등에서는 영어를 일상 언어로 사용하며 내·외국인이 함께 참가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유령’ 작가의 진실/조연정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유령’ 작가의 진실/조연정

    삶은 살아가는 것이지, 이야기하는 게 아니거든 -‘부넝숴(不能說)’ 중에서 ●편집자주:원고의 각주는 편의상 모두 본문 안에 삽입했습니다. 1. 형식에서 정서로, 혹은 인식에서 믿음으로 김연수는 똑똑하고 성실한 작가다. 이것은 물론 그의 작품이 증명해 주는 바다. 이미 첫 장편 ‘7번 국도’의 하이퍼텍스트적 글쓰기에서 그것이 예고되었고,‘굳빠이, 이상’에서는 그의 ‘좌뇌’가 승한 글쓰기가 과도하다 싶을 만치 절정을 이뤘으며, 최근의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에서는 논픽션적 자료의 편집으로 픽션을 제작하는 방식의 글쓰기(이에 대해서는 김연수 심진경 류보선의 좌담 ‘작가-되기, 혹은 사라진 매개자 찾기’, 문학동네 2005년 가을호 참고)가 일가를 이뤘다고 할 만하다. 새로운 소재와 생생한 묘사라는 ‘발로 쓰는’ 글쓰기가 유행하는 가운데, 김연수는 그 나름 ‘읽고 쓰는’ 글쓰기의 장을 적극적으로 열고 있다고나 할까? 예컨대,‘공야장 도서관 음모 사건’의 보르헤스식 모티프에서 ‘연애인 것을 깨닫자마자’에 나오는 경성제대 이어철 박사의 ‘냉수를 마셔라’라는 자료에 이르기까지, 또 휘트먼의 시에서 한시에 이르기까지 그의 레퍼런스는 실로 화려하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비록 대중적이지 않을지는 몰라도 읽을 만하다. 읽을 만하다는 것은 그 자료적 풍부함과 형식적 공들임이 해석의 욕망을 자극한다는 말이다. 비슷한 시기에 등단한 김영하나 백민석이 “이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라는 소재적 새로움을 문단에 던져줄 때, 김연수는 “이런 식으로도 이야기할 수 있다”라는 형식적 새로움을 마련해 주고 있다. 그는 자칭 “현학적인 문학근본주의자”인 것이다. 더불어 김연수는 시대적 상처와 유관한 작가다. 첫 단편집 ‘스무 살’의 ‘구국의 꽃, 성승경’에서 투신하는 학생 운동가라든지,‘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첫사랑’에서 수배자의 고백이라든지,‘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의 배경이 되는 광주항쟁과 지역감정의 문제라든지, 이처럼 80년대적 상황과 사회적 투쟁의 상처는 89학번 김연수에 의해 소설 안으로 계속해서 호출된다.“세대의식과 소설가적 자의식을 맞세우며 자신의 소설적 지평을 지속적으로 갱신했다.”는 평가는 그래서 나온 것이다. 물론 김연수가 등단했던 1990년도는 집단의식보다는 ‘나’가 문단의 화두였다. 한편에서는 윤대녕, 신경숙이 ‘나’를 돌아보며 내면으로 침잠할 때, 다른 한편에서는 김영하가 그 ‘나’를 파괴하겠다며 나르시스트의 ‘거울’을 부수고 있었고, 백민석의 주인공들이 엽기적인 행각을 서슴지 않았으며, 여러 문화적 코드들이 혼종된 작품들도 마구 쏟아져 나왔다. 억눌렸(렀)던 개인의 욕망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고, 왜곡된 방식으로 사회의 모순된 구조가 드러났으며, 그 와중에 대사회적인 투쟁이나 고민은 이미 유행지난 옷가지처럼 옷장 깊숙이 처박힌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김연수의 주인공들은, 학생운동의 과잉진압으로 죽은 ‘성승경’의 동생 ‘승진’이 죽은 누나의 원피스를 입고 유령처럼 밤거리를 헤매듯, 그 유행지난 옷가지들을 자꾸 꺼내서 입어본다. 그는 자칭 “80년대에 가까운 작가”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 옷은 역시 유행에 걸맞지 않는 터라, 더불어 이 부채의식이라 할 만한 것에 짓눌려 있기에 작가의 상상력의 궤적이 너무나 크고 그의 지적 발랄함이 너무나 경쾌한지라 “김연수에게 문학적 글쓰기는, 자신의 진실을 고통스럽게 토로하는 것보다는 상상력을 통해 세계를 재구성하는 쪽에 훨씬 더 가까이 있다.”(서영채,‘유토피아 없이 사는 법’, 문학동네 2002년봄,p328)라는 지적이 폭넓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김연수 식 예의 그 경쾌한 글쓰기는 ‘사랑이라니, 선영아’라는 재치있는 연애소설에서 그 빛을 발하고, 결국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에서 편집자, 주석가, 번역가로서의 그의 재구성 능력이 우연과 필연, 진실과 거짓에 관한 통찰까지 얻음으로써 한층 업그레이드된다. 이렇게 본다면 김연수에게 80년대적 상황 혹은 세대 감각, 그리고 그의 작품들을 관통하고 있는 다소 우울한 정서의 문제는 작가가 초지일관하고 있는 형식적 구성력에의 관심, 또 그에 값하는 작가의 능력에 의해 묻혀 버리게 된다. 따라서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에서 징후적으로 등장하는 시대적 배경들과 그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고독과 비애의 정서는 “이 소설만큼은 연필로 쓰기로 결심했다.”라는 작가의 고백과 함께, 김연수의 작품 목록에서 특이한 것으로서만 간주될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집의 독특함 혹은 이질성에 대한 평가는 뒤이어 나온 ‘유령작가’의 형식적 강렬함에서 더 힘을 얻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최근 장편 연재를 시작한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문학동네,2005년 겨울호)에서 김연수는 다시 80년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끌고 오면서 전후 한국 현대사를 거론하고, 그러면서 인간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어서 흥미롭다. 그렇다면 김연수는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이쯤 되면, 김연수의 ‘변전’(김형중),‘기획력’(심진경), 혹은 ‘문턱 넘기’(김연수)는 여전히 한쪽에는 세대의식, 한쪽에는 작가의식을 놓고 그 양극 사이를 진동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연수 소설에서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 것은 무엇일까? 이 글은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여기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김연수는 애초에 인간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작가라는 것이다. 그가 유지해 왔고 벌써 정점에 도달한 듯 보이는 포스트모던적 글쓰기나 불가지론적인 사고에는 세계에 대한 냉철한 인식의 차원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있다. 그의 세계인식이 “그러므로 진실은 없다.”는 냉소나 허무주의가 되지 않고,“진실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도 바로 인간에 대한 끝없는 관심 때문일 텐데, 그것은 어떤 ‘정서’의 집약을 통해 스며 나오기도 하고,‘의지’ 혹은 ‘믿음’으로 실천되기도 한다.“아프지 말아라, 너무 아파하지 말아라”(‘노란 연등 드높이 내걸고’,‘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문학동네,2003,p.194. 이하 본문에서 이 책을 인용할 경우 1:페이지수)라는 식의 위로와 “나도 어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기로 했다”(‘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창작과 비평사,2005,p.28. 이하 본문에서 이 책을 인용할 경우 2:페이지수)라는 의지 같은 것들이 김연수를 해체적 허무주의자라는 평가로부터 지켜낸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그 한복판에 항상 ‘언어’에 대한 고민이 놓인다는 점이다. 소설집의 제목에 ‘작가’라는 말을 대놓고 쓸 만큼, 또 작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 목록이 다수에 해당할 만큼 그에게 언어의 운용은 중요하다. 김연수 소설의 인물들이 흔히 무엇을 쓰거나 말하거나 읽고 있다는 사실도 그 증거가 된다. 따라서 우리는 그의 언어 수행 행위를 바탕으로 해서, 김연수만의 진정성과 고민의 내용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답하는 과정으로 이 글은 쓰여진다. 그의 형식적 기발함과 재치와 성실성에 묻혀 버린 김연수의 진정성은 무엇이고, 그가 멈추지 않는 질문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는 그 질문을 지금껏 어떻게, 어디까지 해결했나? 2. 기억으로 말할 수 없는 것, 말로 기억할 수 없는 것-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작가가 그렇듯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의 인물들은 끊임없이 말하거나 쓴다. 김병익이 지적했듯,‘나는 유령작가입니다’의 작품들은 이제 무엇에 대해 쓰기 시작하겠다는 말을 먼저 밝히는 것으로 서두를 뗀다.(김병익,‘(해설)말해질 수 없는 삶을 위하여’, 위의 책)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의 ‘나’는 스스로는 인식하지 못한 채 혼잣말을 계속하고, 그의 이혼한 아내는 꿈꾼 것을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다.‘부넝숴’와 ‘이렇게 한낮 속에 서 있다’의 화자는 아예 독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한편 ‘거짓된 마음의 역사’는 일방적인 편지 형식이며,‘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의 ‘그’는 세상과 단절된 채, 여자 친구의 자살 원인을 알기 위해 ‘소설’을 쓴다. 유서에 자신에 대한 단 한 줄의 언급도 남겨 놓지 않은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존재는 도대체 무엇이었고,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기는 한 것일까라는 처절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그는 ‘너’의 흔적을 그리고 ‘우리’의 흔적을 더듬는다. 문제는, 그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혼잣말이며,“사랑한다고 해서 한 인간의 꿈 속까지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며,“삶은 살아가는 것이지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며, 편지에는 답장이 없다는 것이며, 소설 속의 인과관계 안에서는 어떤 진실도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들의 언어는 장애를 지니고 있다. 말은 할수록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은 새였을까, 네즈미’에서처럼 단어 몇 개로밖에 소통할 수 없는 말하기가 더 단호하고 정확하게 들릴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계속해서 말을 하고 글을 쓴다는 것은 허무한 일인가. 그래도, 여하튼, 침묵은 비겁하다. 그래서 인물들은 말해질 수 없는 것을 또 말하고 쓴다. 전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인물들도 그랬다. 그렇지만 그들은 타인과 소통할 수 없음에 대해서는 무신경하다. 아니 그 점에 대해서는 일부러 외면하고 있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왜일까? ‘첫사랑’의 ‘나’는 수배중이다. 자수할 시간이 임박한 상황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하는 일은 첫사랑 ‘정인’에게 편지를 쓰는 일이다. 그 편지 내용이란 건 거창할 게 없다. 삶의 기로에 서 있는 사람에게 역설적으로 아주 사소한 기억들이 떠올려지듯 ‘나’는 어린 시절의 몇 가지 사건을 떠올리고 그에 대해 고해성사를 해나간다. 자신의 관심이 무시당하자 정인의 뺨을 때린 일, 혜지누나에게 화풀이하듯 “남의 잔에 술이나 따르는 더러운 년이 일식은 무슨 일식”(1:114)이냐며 결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일 등을 얘기한다. 그런 고백의 사이사이에 “판문점 도끼만행사건”,“데프콘 발동”,“직선제 개헌”과 같은 정치적 사건들을 무심히 끼워 넣는다. 그런데 그 편지는 단지 자신의 지난날을 정리하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망쳐버리는 동물은 사람뿐이야.”(1:114)라는 뒤늦은 뉘우침을 고백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이런 얘기를 남겨야만 한다는 초조한 마음”(1:98)에 사로잡혀 편지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며, 따라서 특별히 그 대상이 ‘정인’이어야 할 것도 없다는 점이다.‘정인’의 주소는 짐 정리를 하다 우연히 발견되었고, 정인에 대한 기억도 따라서 우연히 떠올려 졌을뿐이다. 결국 고백을 들어줘야 할 그 ‘누군가’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는 지난날의 기억을 되짚어가며 스스로를 용서하고 위로하는 과정이 필요했을 뿐이다.“너를 다치게 하지도 않으면서 너를 놓치지도 않는 방법을”(1:105) 연구하던 어린 시절의 ‘나’는 이제 “나를 다치게 하지도 않으면서 너를 놓치지도 않는 방법”이 바로 자기 안에 머물기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까닭 없는 슬픔과 한없는 기쁨과 막연한 불안감이 하늘을 떠도는 먼지 알갱이처럼 내 안에서 서로 섞여서 하나의 거대한 원으로 바뀌는 동안, 조금씩 둥근 원이 태양 속으로 밀려들기 시작했지. 눈물 방울처럼 검은 유리판에 새겨진 그 아름다운 노란빛. 언젠가 보았던 너의, 또 혜지누나의 눈물 맺힌 눈동자처럼 한쪽 부분부터 흔들리는 그 둥근 빛. 그러나 결코 부서지거나 망가지지 않을 그 소중한 동그라미. 무한히 수축됐다가 다시 온 우주로 퍼져나가는 그 노란 물결.(1:118) 이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이미지를 둥근 노란빛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 이미지는 이 작품에서 특히 일식을 보는 장면에서 두드러진다. 아버지를 따라 나간 시위에서 처음 본 ‘펄럭거리는 노란빛’, 어린 시절 나를 사로잡았던 그 노란빛,‘나’는 그게 꿈이었고,‘사랑’이었다고 정의 내리고 이제 일식을 보면서 자기 자신을 용서한다. 그렇지만 검은 유리판을 통해서만 볼 수 있고, 태양에 의해 완벽하게 가려진 그 노란빛은 꿈도 사랑도 아니다. 어쩌면 꿈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실재(real)를 가리고 있는 환상일지도 모른다. 어둠 속에서 예쁘던 반딧불이 실은 끔찍한 벌레에 다름 아니었듯 말이다. 이렇게 ‘나’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내 안에서 사랑하고 내 안에서 꿈꾸고 그렇게 자신을 스스로 용서하고 있는 것이다. ‘하늘의 끝, 땅의 귀퉁이’에서 ‘게이코’는 어떤가. 이 작품에서도 편지는 중요한 모티프다.‘태식’과 ‘김씨’가 크리스마스 날 케이크 판 돈을 갖고 사라진 게이코를 찾으러 가는 데는, 게이코가 받았던 펜팔 편지가 중요한 단서가 된다. 게이코의 아버지는 월남 가서 실종됐고, 엄마는 자살을 했고, 따라서 그녀는 ‘천애고아’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엄마’라는 단어 대신 ‘모친’이라는 단어를 쓰는,“하루에 열 마디 이상을 하지 않고”,“말한다고 해도 더듬기 일쑤”(1:29)인 ‘게이코/경자’는 ‘서유진’이라는 이름으로 ‘수잔’에게 펜팔 편지를 쓴다. 답장도 받았고 게이코는 얼굴도 모르는 그 누군가와 서로 소통하는 듯 보이지만, 그 답장은 ‘게이코/경자’에게 온 것이 아니며,‘게이코’가 만들어낸 또 다른 나인 ‘유진’에게 온 것일 뿐이다. 그런데 그녀가 편지에 털어놓는 이야기란,“펜팔 가이드”의 예문대로, 자신은 다니지 않는 학교 얘기, 자신은 가본 적 없는 캠핑 얘기일 뿐이다. 학교와 캠핑, 날씨에 대한 안부를 묻는 것 등이 ‘게이코’ 또래가 누려야 할 삶의 전형이어야 하는 것이다. 말더듬이 게이코는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수잔’에게 일지라도 자신이 그런 삶과는 거리가 먼 빵집에서 일하는 말더듬이 고아라는 것을 이야기할 리 없다. 아니 어쩌면 언어의 장벽 때문에 자기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잔’을 대화 상대로 택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녀가 말을 더듬는다는 것도 말하기 싫다는 무의식적인 의지의 표명일 수 있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게이코’는 왜 편지를 쓸까. 그 편지 역시 ‘첫사랑’의 편지처럼 타인에게 자신을 이해받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녀는 빵집에서 여전히 빵처럼 둥근 그 노란 빛 아래서 편지를 쓰면서, 그렇게 자기를 원하는 방식대로 꾸며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러나 그런 식으로라면 그녀가 빵집 창문에 다 못 쓰고 간 ‘New Year‘는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편지를 쓰지만 여전히 자기 안에 머물러 있듯, 게이코의 행방의 단서가 되었던 편지는 당연하게도, 그녀가 간 곳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이처럼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인물들에게 쓰는 행위는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않으려는 행위이며, 결국 상처를 견디는 방식이다. 그들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상처가 될 만한 것들을 차단한다. 단지 각자의 기억을 더듬고 각자의 이야기를 할 뿐이다. 이처럼 그들의 쓰기/말하기/읽기는 자기 충족적이다. ‘리기다소나무숲에 갔다가’의 삼촌과 도라꾸 아저씨가 끊임없이 ‘만담’을 하는 것도 ‘나’의 궁금증에 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치유의 과정에 가깝다. 카페 여자와 딴 살림을 차렸다가 그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자살 소동으로 시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삼촌은 내 “인간 연구”의 대상이다. 나는 왜 “인간 연구”에 골몰할까? 대학 1학년 때 분신 장면을 목격한 나는 “죽을 게 뻔한 길인 줄 알면서 걸어갈 수밖에 없는 심정”(1:151)이 무엇일까 라는 숭고한 질문에 대해 생각하고, 그런 질문은 삼촌에게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여하튼 삼촌에게 “물망초 여자 진짜로 사랑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즉 내 질문에 대한 답은 애초에 삼촌으로부터 나올 수 없다. 삼촌 역시 ‘나’에게 답하고 있다는 자의식 없이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떠든다. 그들 사이에는 질문과 답의 형식이 있기는 하지만 진정한 소통은 없다. 삼촌은 넋두리를 늘어놓듯 자신의 로맨스를 말하기 시작하고, 도라꾸 아저씨는 옆에서 “하이고, 조카 듣는데 창피하지도 않나? 뭔 사설이 그래 기나?” 라는 식의 추임새를 넣어 준다. 가히 ‘만담’ 수준이지만, 혼잣말에 가깝다. 이 ‘만담’ 속에서 나는 삼촌을 이해했고, 삼촌은 공감을 얻었을까? 이해는 앎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앎이 이해와 치유의 첫 걸음일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해받는 것과 이해하는 것이 다 무슨 소용일까? 삼촌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미 그 길은 가지 않은 길이고, 여전히 삼촌은 ‘리기다소나무 숲’ 안에서만, 혹은 자신 안에서만, 지난 날 부르던 로버트 프로스트의 ‘더 로드 낫 테이큰’을 읊조리는 수밖에 없는 것을. 삼촌과 도라꾸 아저씨가 ‘만담’을 하는 동안,‘노란 연등 드높이 내걸고’의 ‘봉우’는 그야말로 시답지 않은 ‘농담’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전국낙서문학회 지역지부에서 ‘나대로’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봉우에게 삶이란 ‘만반의 준비는? 5천. 평생동지는? 12월 22일’ 따위의 말장난으로만 파악할 수 있는 것에 불과했다. 방위 근무를 마치고 돌아와서는 주간지의 독자페이지에 이런저런 낙서를 지어서 투고하는 일에 열을 올리면서 봉우에게 삶은 더더욱 우스꽝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봉우가 만든 최고의 낙서는 바로 ‘인생이란? 픽션에 불과하다’였다. 어두운 산길을 걸어가는 자신의 망상이 빚어낸 허상과 직면하니 그야말로 인생은 픽션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1:192) 뱃 속에서 죽은 아이를 위해, 자신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 절에 들어가 아이의 배냇저고리를 만드는 ‘예정’은 “시답지 않은 주간지에 아무 짝에나 소용없는 낙서 따위나 투고하는”(1:197) 봉우에게 세상을 모르는 ‘멍청이’,‘어릿광대’라고 소리친다. 봉우는 그야말로 상처와 대면하는 것이 두려워 ‘나대로’ 그 상처를 외면하고 살았던 것이며, 그 외면의 방식이 바로 ‘낙서질’이었던 것이다.“아기가 죽으면서 봉우의 마음속에서도 뭔가가 죽어나갔고” “그 자리가 아프지 않을 수 없었지만”(1:198) 봉우는 낙서질을 통해 아픔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 있었다. 그러나 피하는 일이 상책일 수는 없다. 예기치 못하는 순간 자기를 보호하던 그 ‘노란 빛’은 꺼져버릴 수도 있고,‘리기다소나무 숲’에서 넋두리만 늘어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봉우 역시 “자기만은 어두운 산길에 혼자 버려지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산에서 길을 잃고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낀다. 프로이트 식으로 말한다면 봉우의 그 두려움은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고,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불괘 감정으로서의 불안(불안과 증상에 대한 논의는,S. 프로이트,‘억압, 증상, 그리고 불안’,‘정신병리학의 문제들´, 열린책들,2003)에 다름 아닐 텐데, 그 불안은 ‘나대로’의 낙서라는 증상을 극복하고 상처와 맞설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 예정이 자기 안의 ‘노란빛’을 밖으로 드높이 내걸 듯, 혹은 게이코가 빵집을 나와 어디론가 첫걸음을 내딛듯 말이다. 그렇게 했을 때 “노란 꽃잎 가장자리가 흐려지면서 노란색과 초록색과 진회색이 서로 경계도 없이 뒤엉켜”(1:181) 버리듯,“꼭꼭 막아둔 마음의 가장자리도 그렇게 풀리게” 된다. 이제 자기 밖으로 나와 그렇게 풀린 ‘노란빛’은 ‘첫사랑’에서와 달리,‘사랑’도 될 수 있고,‘꿈’도 될 수 있고 뭐든 될 수 있다. 최소한 그럴 가능성은 있다. 이처럼 증상과의 타협에서, 증상에의 만족에서 나오는 첫걸음이 도달해야 하는 것은 결국에 “병에 걸리는 원인을 제거하는 일”(1:229)이며, 이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비책”이다. 그 원인을 밝히는 일이 어떤 위험을 동반하든 그 알 수 없는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는 일이 필요하고, 그것이 비로소 윤리적인 행위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그들의 상처, 그 병의 원인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도출된다. 상처는 분명 어떤 ‘좌절’에서 기인할 텐데, 일단 우리는 각각의 서사 속에 끼워져 있는 시대적 배경들을 통해 그 상처가 밖으로부터 투사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한 경향이 가장 두드러지는 작품은 ‘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이며, 이 작품은 일가족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도 특이하다. 물론 여기에서도 쓰기와 말하기에 값하는 ‘읽기’를 통한 상처치유의 행위가 지속된다. 전라도 출신 아버지가 시대에 무기력했던 자신을 용서하고 그 시대 자체를 용서하는 방식은 바로 ‘신문 스크랩’이다. 그리고 ‘내’가 그 초라한 아버지에게 다가가는 방식도 아버지의 그 신문 스크랩 ‘읽기’이다. 오렌지빛 가로등 불빛에 기대 나는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천천히, 붙여 놓은 기사를 읽었다.(중략)다 읽은 뒤에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글자와 글자 사이, 문단과 문단 사이, 생각과 생각 사이를 읽었다. 아무리 읽어도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그 여름 내내 도서관 한쪽에 앉아서 도대체 무엇을 읽었던 것일까? 누구를 용서했던 것일까? 파도와 파도 사이, 바람과 바람 사이, 달빛과 달빛 사이 이런저런 생각이 오갔다.(1:65∼66) 주목할 점은 이 작품에서만큼은 읽기의 방식이 자족적이고 자위적인 행위에 그치지 않고 소통을 위한 매개가 된다는 점이다. 물론 아버지는 여전히 자기 안에 머문 채로 그 상처를 짓누르고 있지만, 그 ‘신문 스크랩’은 ‘나’로 하여금 초라한 자신의 아버지에게 다가가려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아버지의 신문 스크랩을 아무리 읽어도 그 아버지의 마음에 가 닿을 수는 없지만 여하튼 나는 “고작 딸이 집을 나갔다고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를 조금은 이해할 듯하고, 아버지에게 묻고 싶은 게 생기고, 전화를 하기로 마음먹는 것이다.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에서 전적으로 회상에 의존한 작품은 ‘뉴욕제과점’이라는 자전소설 밖에 없다고 작가가 밝혔듯, 우리는 이 소설집을 단순히 회상 형식을 통해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 ‘추억의 보고서’ 또는 ‘반성의 기록’(정선태,‘(해설)빵집 불빛에 기대 연필로 그린 기억의 풍경화’,‘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문학동네,2003,p.295)으로 읽을 수 없다. 그 속에는 분명,‘언어’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통찰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스며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언어’의 불가능성, 즉 언어 자체로는 어떤 진실에도 가 닿을 수 없고, 소통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해묵은 해체적 사고를 재확인하고 있는 것은 아니리라. 가라타니 고진에 따르면, 언어와 비극은 반복될 수 없는 일회성의 성격을 지녔다는 점에서, 즉 구조로 회수될 수 없는 다수성과 사건성이라는 점에서 서로 관련된다. 비극적 인식이란 바로 그러한 언어 안에 놓인 인간 조건을 발견하는 일이며, 이처럼 다시는 반복할 수 없다는 언어에 의한 고통은 인간이 결코 ‘아이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마르크스의 비유로 확인된다.(가라타니 고진,‘언어와 비극’, 조영일 역, 도서출판b,2004,pp65∼86)그런데 고진은 ‘아이’가 단지 비유가 아니며, 아이는 이미 어른 이상으로 인생을 알고 있는 존재, 어떤 순수한 비애와 부조리감을 깨닫고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이런 논의에 기댄다면,‘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전편을 감도는 슬픔과 비애의 정서는 충만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 혹은 잃어버린 기억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반복될 수 없는 ‘기억’, 반복될 수 없는 ‘언어’적 조건과 관련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김연수는 “기억이나 회상을 기본적으로 불신”하며 “글쓰는 순간만의 진실”(김연수 외 좌담, 앞의 글,p.81)을 믿는다고 말했다. 애초에 우리가 ‘기억’해 낼 것은 없고 ‘언어’로 표현해야 할 것도 없고, 믿을 수 있는 것은 순간 순간의 진실일 뿐이라는 말인 듯싶다. 그 일회적인 언어에 의존하여 쓰고 말하고 읽음으로써 자신의 상처 안에 거주하는 방식으로는 상처가 완벽히 치유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작가는 말해주고 있다. 이는 “삶은 살아가는 것이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는”(2:61)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의 세계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3. 말해질 수 없는 것을 넘어서는 몇 가지 방식-‘나는 유령작가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최근작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으로 돌아가 보자. 이 소설에서 화자인 ‘나’의 할아버지는 죽기 전 두 개의 글을 쓰고, 하나의 글만 남겨둔다. 남겨둔 글은 “世上萬事 一場春夢 돌아보매 無常ㅎ구나”로 시작되는 203행의 대서사시로서,“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태평양전쟁, 한국전쟁,4·19,5·16 등 한국 현대사의 최중심지를 관통해온” 한 남자의 생애를 담은 것이다. 물론 겉으로 드러난 그 한 남자의 생애는 또래의 다른 남자의 생애와 크게 다르지 않아, 그 서사시는 한 인간의 내밀한 역사를 다룬 것이라기보다는 시대의 역사를 다룬 시라고 봄이 정확하다. 할아버지는 그 역사를 증명하는 ‘한 남자’일 뿐인 것이다.“할아버지의 또 다른 글은 누구도 읽어보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죽기 전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을 불태우면서 그 다른 글 역시 태워버렸다. 그 글에는 서사시에서 볼 수 없는 다른 것이 들어 있을 테고, 그것은 인간의 가장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일 테니 다른 사람은 엿볼 수 없는 게 당연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4·4조의 정형적인 형식처럼 그 서사시가 어떤 일관되고 형식적인 구조에 속하는 추상화된 개인의 삶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면, 불태워진 할아버지의 그 비망록은 여전히 ‘언어’로서도 ‘기억’으로서도 도달할 수 없는 개개인의 진실을 의미한다.“한 개인의 진실이란 깊은 밤, 잠자리에 누워 아무도 몰래 끼적이는 비망록에나 겨우 씌어질 뿐이고”,“서로 살을 비비며 살아가는 부부라고 하더라도 옆에 누운 사람의 비망록을 들여다보지는 못하는 것이니” 할아버지의 그 두 글 사이의 거리는 엄연한 것이고,‘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에서 인과관계의 구조로 엮어진 ‘그’의 소설이 현실(reality)과도, 실재(the real)와도 멀어진 거리와 같다. 실재와 구성화된 그것 사이의 거리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에서 지도에서 비워진 행로로 상징된다. 일년 전 이혼한 아내와 우연히 재회한 ‘나’는 아내를 따라 인사동 거리를 걷는다. 아니 함께 걸었다기보다는 아내를 따라 걸었던 것인데, 그 ‘길’은 한 개인의 진실로 들어가기 위한 끝없는 여정을 뜻한다. 꿈 얘기를 좋아하는 아내는 애초에 그런 소통의 의지를 지니고 있었지만, 꿈따위는 잠에서 깬 다음 바로 잊어버리는 사람이었던 ‘나’는 그런 아내의 의지조차도 간파하지 못했던 것이다. 깨달음은 언제나 사후적으로 찾아오는 것이라, 그는 이제 그 아내의 진실, 아니 그녀와 자신의 진실을 알아보기 위해 지적도를 사고 그날을 행로를 그려 본다. 하지만 기억의 행로는 언제나 불완전한 것이고, 지형도가 아닌 ‘지적도’일지라도 그것은 실재의 ‘유사물(le semblant)’일 뿐이므로, 그 유사물 속에서는 모방된 진실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바디우(Alain Badiou)에 따르면 진리는 언제나 특수한 상황의 진리(S. 지젝,‘진리의 정치, 혹은 성 바울의 독자로서의 알랭 바디우’,「까다로운 주체」, 이성민 역, 도서출판b,2005,pp.208∼218)이다. 하나로 이어진 선 안에서는 그 다양한 상황의 진리들은 모두 지워져 있을 수밖에 없다. 서로 연결될 수 없음에도 그어지는 그 많은 선들은 다 무슨 의미일까? 역사의 인과관계가, 혹은 지나간 일들의 진실이 도중에 사소하고 우연적이고 꾸불꾸불한 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단숨에 긋는, 그런 선과 같은 것이라면, 우리가 그날 걸어간 복잡하고 우연에 가까운 행로의 의미는 무엇일까?(2:19) 따라서 ‘나’의 생각이 미치는 지점은 모든 삶의 행로는 우연이고, 그 안에서 진리는 발견될 수 없고, 나의 불행도 그저 불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삶의 우연성을 인식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우연에 가까운 행로의 의미를 따져 묻는다. 그리고는, 결국엔,“오랜 시간이 흐르고 하면 지금의 우연한 일들도 모두 필연이 된다”(2:28)는 정답을 얻어낸다.“우리가 만난 것도, 헤어진 것도, 그날 길 잃은 아이들처럼 골목길을 한 없이 걸어다녔던 일들도 필연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게 거대한 ‘농담’일 수는 있지만 자신에게 일어난 우연을 필연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나’는 윤리적 행위의 첫 발을 내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바디우는 ‘사건에의 충실성’이라는 말로 윤리를 설명한다.(A 바디우,‘윤리학-악에 대한 의식에 관한 에세이’, 이종영 역, 동문선,2001)그가 정의하는 ‘사건’이란 인식 범위 밖에서 발생하며,‘공식적’ 상황이 ‘억압’했던 것을 가시적이게 만드는, 언제나 어떤 특수한 상황의 진리이다. 따라서 사건에의 충실성이란 사건의 견지에서 ‘인식’의 영역을 횡단하고, 그 속으로 개입하고, 사건의 기호를 찾는 지속적 노력을 가리킨다.(이하 한 단락의 내용은 S. 지젝의 앞의 글을 참조하여 정리한 것임) 지젝의 해석에 따르면, 이러한 바디우의 논의는 “범역적 우연성이라는 조건 속에서 (보편적) 진리의 소생”을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실재 사물과의 모든 열정적 조우가 환영일 뿐이라는 해체주의적 사고와 대립된다. 요컨대, 후근대적 해체주의자들이 비관주의의 한계 내에 머물러 있을 때, 바디우는 “기적은 실로 일어난다.”는 전적으로 정당한 사유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영원성과 불멸성에 대한 이와 같은 바디우의 추구는 물론 개별적인 상황, 다양성의 상황의 전제로 하는 열린 개념이다. 다소 길게 인용된 바디우의 논의를 따라,‘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에서 결국 내가 삶의 모든 길은 우연이고 진실은 알 수 없다는 회의주의에 빠지지 않고 “결코 질문을 멈추지 않을 작정이었다. 나도 어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한번 버텨보기로 했으니까.”라고 말하는 것을 ‘진리’를 위한 행위이고,‘사건에의 충실성’을 담지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자기 안에 머무는 회피나, 삶은 우연에 불과하다는 회의에 빠지지 않고 한 개인의 진실, 혹은 삶의 진실에 가 닿으려는 ‘행위(act)’를 시작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 태도는 분명, 자기 안의 둥근 노란빛에 의지하여 자폐적으로 말하고, 쓰고, 읽던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속 인물들의 태도와는 차별되는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에서 ‘그’가 쓴 소설의 첫 문장이 “패배는 내 안에서 온다. 여기에 패배는 없다.”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들은 패배주의자가 아니라, 고투하고 있는 인물들임에 분명하다. 그 고투의 방식을 몇 가지 단계로 분류해 보자. 첫 번째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에서와 같이 진실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끝없이 질문하고 소통에의 의지를 표명하는 방식이다.‘그것은 새였을까, 네즈미’에서 세영과 네즈미가 지도를 보고 찾아간 길이 잘못 된 길이었지만, 세영이 “돌아갈 수 없어, 네즈미. 우린 계속 가야 해”라고 말하는 것도 이 첫 번째 방식 안에서 설명된다. 잘못 들어선 길이 “공로가 아니라 사유지”라는 것도 상징적이다. 구조화되지 않은 상황의 진리, 혹은 개개인의 사적인 비망록을 들여다 보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두 번째는 ‘말’이 아닌 ‘몸’으로 다가가는 방식이다.‘부넝숴’를 한번 보자. 지평리 전투에 투입되었던 중공군 ‘나’는 들판을 가득 메운 매화꽃잎들처럼 지평리를 가득 메우고 있던 전사자들 틈에서 한 조선인 여성 구호원에게 구조된다. 그들을 실어 나르던 트럭이 전복되고 그 둘은 외딴 농가에 고립된다. 날짜가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고, 먹을 것도 없고, 죽음을 지척에 둔 상황에서 그들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그들이 한 일은 두 가지이다. 몸을 섞거나 시를 읊거나.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 그때의 일은. 살아 있다는 건 그토록 부끄럽고도 황홀하고도, 무엇보다도 아픈 일이더군. 아프다는게. 소리를 지를 수 있다는 게.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게 그 순간만큼 기뻤던 적이 없었어. 그래서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는데도 계속하라고 채근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우리는 쉬지 않고 몸을 섞었어. 죽음이 지척이었으니까.(2:71) 그들은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죽음과도 같은 아픔을 느끼면서 몸을 섞는다. 이 장면은 그야말로 ‘고통 속의 향유(jouissance)’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만하고 그 향유의 끝장을 보는 ‘죽음충동’을 보여준다고 할 만하다. 그들은 그렇게 “몇 번이나 해가 뜨고 저물었는지, 몇 번이나 달이 둥글어졌다가 다시 여위어졌는지”(2:75)도 모른 채, 수색대가 왔다가 그들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그냥 돌아가는 것을 “죽어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의식만 살아서 지켜보고 있는지”(2:75)도 모른 채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나든다. 결국 ‘그녀’는 죽고 ‘‘나’는 살아남는다. 살아남은 ‘나’는 이제 점쟁이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라캉이 ‘죽음 충동’과 관련하여 ‘두 죽음 사이의 영역’(위의 책,pp.251~265)이라고 말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닌가. 라캉에 따르면 그곳은 상징적인 것과 실재적인 것 사이의 영역으로서 존재의 질서 너머에 있는 유령적 환영의 영역이다. 그곳은 ‘죽음 너머의 삶’이 갑작스레 출현한 장소이고, 상징화되지 않는 ‘불가분의 잔여’이기 때문에 기괴하고 공포스럽다. 예컨대, 그 형상은 운명을 이행한 이후의 오이디푸스, 즉 ‘과도하게 인간적’이고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자, 어떤 인간적 법칙들이나 고려 사항에도 묶여지지 않는 존재에서 찾을 수 있다.‘그녀’의 피를 1000그램이나 수혈받고 죽음의 경계를 넘은 ‘나’는 이 ‘산죽은-파괴불가능한’ 유령적 대상과도 같다. 운명을 보아버린 ‘나’는 이제,“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세상에서 믿기 어려운 얘기”(2:77) 속에 진실이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산죽은’ 존재인 것이다. 이와 같은 두 번째 방식, 온몸으로 인간을 사랑하는 방식이 성공적이라면 그 순간 상징적 질서로 편입되는 어떠한 ‘언어’도 소용 없게 된다. 그렇다고 그 방식이 성공했는가. 그 둘이 함께 ‘몸’을 통해 ‘유사-죽음’을 경험했더라도, 여하튼 현재 ‘그녀’와 ‘나’ 사이에는 역설적으로 ‘죽음’이라는 경계가 놓여 있지 않는가? 여기서 굳이 라캉의 ‘성관계는 없다’는 공식을 끌어올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세 번째로 취할 수 있는 방식은 무엇일까? 그것은 타인의 행위를 아예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다. 설령 그게 죽음일지라도. 그것은 소통에의 ‘의지’를 드디어 ‘실천’으로 관철하는 일이며, 반복될 수 없는 ‘언어’의 한계,‘기억’의 한계,‘몸’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그것은 새였을까, 네즈미’의 세영이 5년 동안 한결같이 사랑했던 남편에게 자신이 절대로 이해 못하는 다른 삶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것을 이해하는, 아니 극복하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어떤 식이냐 하면, 가장 가까운 사람을 배신하는 사람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 언니의 동거남,‘네즈미’와 섹스를 하는 방식이다. 네즈미에게 “다른 사람의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드는” 세영의 방식이 “무모한 열정”으로 보이지만, 세영의 그 무모한 열정은 끝장까지 간다. 자동차 사고로 남편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2시간 동안 울기만 했던 세영, 그렇게 다른 삶이 있었던 남편의 죽음을 방조했던, 아니 어떤 행동(action)도 하지 않음으로써 적극적으로 행위(act)했던 세영은 결국 ‘자살’한다.(정신분석은 행동과 행위를 분리한다. 행위는 그것의 담지자(행위자)를 근본적으로 변형시키다는 점에서 행동과 다르다. 행위 이후에 나는 ‘전과 동일하지 않다’. 행위 속에서 주체는 무화되고 뒤어이 다시 태어난다는 점에서, 라캉은 ‘자살’을 모든 (‘성공적’) 행위의 전형으로 파악한다. 알렌카 주판치치,‘실재의 윤리’, 이성민 역, 도서출판b,2004,p.133∼134) 세영의 방식이 극단적이고 무모하다면,‘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의 ‘그’는 어떠한가. 이 작품에는 소통 불가능성과 그 불가능을 넘어서는 시도와 그 결론이 모두 담겨 있다. 그것은 “사랑의 모든 국면을 다 경험”함으로써,“심지어 죽음까지”도 경험함으로써만 가능한 결론이다. 여자 친구가 마지막으로 읽은 ‘왕오천축국전’을 읽고 나서도,‘소설’ 쓰기를 통해서도 애인을 이해할 수 없었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다. 첫째, 그녀와 자신의 삶에,“어떤 진실도, 상상도, 이해도 없는”(2:151) 가장 합당한 주석을 달며, 그저 “짐작을 하며”,“그 사이를 원래 그대로 틈으로 남겨두고 살아가는 일”(2:143)이거나, 둘째,“지도에서 비워진” 그 곳으로 직접 가보는 일이다.‘그’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한다. 그것이 “서로를 속이는 것도, 속는 것도 없는” “인간에게 누구나 있는 어두운 구멍”(2:43)을 들여다보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그것은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인물들이 ‘아직 가지 않은 길’이고,‘의지’의 방식을 택한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의 ‘나’가 ‘결국 가야하는 길’이고,‘부넝숴’의 ‘나’가 ‘덜/더 가버린 길’이다. 당연히,‘그’가 낭가파르바트 정상을 향해 가는 것은, 이처럼 ‘몸’으로도 ‘언어’로도 이해 불가능한 그녀를 이해하는, 아니 자신의 진실을 이해하는 마지막 방법이다. 그는 자신과 함께 걸어가는 검은 그림자의 친구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껄껄거린다. 여기인가? 아니, 저기. 조금 더. 어디? 저기. 바로 저기.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바로 저기. 문장이 끝나는 곳에서 나타나는 모든 꿈들의 케른, 더 이상 이해하지 못할 바가 없는 수정의 니르바나, 이로써 모든 여행이 끝나는 세계의 끝.(2:154) 그곳을 설명할 수 있는 말은 많다. 현실과 꿈이 뒤섞인 공간, 육체의 한계를 넘어선 공간, 어떤 논리도 거부하는 공간, 죽음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공간 등등. 그러나 어떤 말도 소용없을지 모른다. 그곳은 가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 ‘실재’와 대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현실의 힘으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용기’이다. 그 길을 가는 ‘그’에게는, 그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노트를 사면 항상 옮겨 적던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용기다. 아주 기이하고도 독특하고 불가해한 것들을 마주할 용기”(2:111)라는 릴케의 문장이 떠올랐을 것이다. 용기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삶의 진실에 도달하고자 하는 자에게 그 용기를 갖는 일은 의무이다. 낭가파르바트 등반은 원정대장이 역설한 바대로 “분명히 의의가 아니라 임무”(2:117)인 것이다.“그 꿈이 제아무리 압도적이라고 해도 원정대는 그곳을 ‘정복’해야만 한다.” 불가능한 것을 자신의 ‘의무’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오로지 ‘의무’ 때문에 ‘행위’한다는 점에서 ‘그’는 분명 윤리적 주체(‘의무’와 윤리적 행위의 관계에 대해서는, 위의 책,5장 참고)이다. 4. 진실은 어디에,“대뇌와 성기 사이”(김연수,‘모두인 동시에 하나인’, 문학동네 2005년 겨울,p.158)그 어디쯤 ‘유령작가’라는 말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김연수는 그 의미가 ‘대필작가’ 쯤이 된다고 말했고, 대부분의 논자들은 그 안에서 작가적 자의식을 찾아냈다.‘유령’이라는 말에 방점을 찍어보면 어떨까? 이 글을 마무리 하면서 우리는 김연수의 최근 두 소설집을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죽음을 넘어선 그 어떤 영역을 살펴보고 ‘유령’이 되어버린 작가가,‘아직’ 언어와 기억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아이’에 머물고 있는 상처받은 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고 말이다.“아프면 그 아픔을 고스란히 다 느끼라고. 아픈데도 아프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왜 그런 거짓말을 하는가 하면 죽기 싫어서다. 그래서 눈물은 조롱거리가 되고 아픔은 비난받고 두려움은 무시되며 믿음은 당연하다고 여긴다.”(2:117). 우울은 도덕적 쇠약함이며, 죄라고 라캉이 말했던가?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의 ‘그’가 위와 같은 말에 의지하여 낭가파르바트로 갔듯이 우리도 각자가 넘어야 할 산 하나쯤은 마음 속에 있을 것이고, 그 산을 넘기 위한 ‘용기’를 지녀야 한다. 그것의 우리의 ‘의무’이다. 그렇지만 ‘죽음’이 윤리적 행위의 전형이라며, 그 죽음을 통해서만 우리는 타자의 진실, 나의 진실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현실의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김연수는 이런 질문을 던져준다. 현실에서 이해는 필연적으로 오해가 되고, 살 부비는 부부 사이에서조차 서로의 마음 속 비망록을 들여다 보는 일이 불가능하다면 해결은 한 가지다. 그 “대뇌와 성기 사이” 그 어디쯤에 있을 ‘마음’으로 진실을 그저 믿는 것이다. 김연수의 세계인식과 작가의식은 이제 ‘인간’에 대한 관심으로 모아지고 있는 듯 보인다. 결국 “모든 사람은 단 한 사람”이라는 보르헤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말이다(위의 책,p.121)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제 어떻게 들려줄지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의 장편 연재가 기대된다. <끝> ■ 당선소감 “조금은 자신 갖고 내목소리 낼수 있을것” 글쓰기는 나에게 공포다. 학교에서 몇 개월째 학부생들의 리포트 상담을 하고 있지만 난 과연 내가 누군가에게 글쓰기에 관하여 조언을 해 줄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에 대해 항상 회의적이다. 여전히 나는 무엇을 써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안절부절 못하고, 하얀 모니터 앞에서 머릿속까지 하얗게 비워지곤 하는 걸…. 그렇지만 여하튼 읽는 일은 행복하고, 쓰는 일은 나에게 작은 희열을 맛보게 해준다. 그래서 그 일들을 멈출 수가 없다. 혼자 품고 있던 그 공포와 행복 사이에 용기를 채워 준 이번 당선이 정말 기적 같다. 여전히 막막하고 두렵지만, 이제 조금은 자신을 갖고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와 온전히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 턱없이 부족한 글이라 몹시 부끄럽다.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시는 모습만으로도 더없이 많은 것을 일깨워 주시는 신범순 지도교수님과 국문과의 모든 은사님들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꽃비 내리는 자하연을 몇 번이고 함께 맞이했던 1동의 동료, 선·후배들의 자극에도 빚진 바 크다. 함께 공부하던 그 시절이 마냥 그립다. 그리고 나이 서른을 앞에 두고서도 여전히 철없고 무심한 자식을 믿어 주시는 부모님과 가족들께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어렸을 적부터, 성실히 읽고 쓰는 일을 너무도 당연한 일상으로 여기게끔 해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린다. 좋은 글로 보답하겠노라고 다짐해 본다. ●약력 ▲1977년 서울 출생 ▲서울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 심사평 “‘글쓰는 순간이 진실’ 작가의 본질 파헤쳐” 응모작 총 20편은 작가론이 대부분이었고, 김현론을 비롯한 문학사적인 쟁점을 다룬 게 3편 있었다. 작가론 중에는 시인·소설론이 거의 반반씩이었다. 아마 최근 신춘문예 평론의 주류가 작가론으로 정착된 느낌이다. 특히 전후문학 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4·19세대 작가론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오늘의 작가론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그중 시선을 끈 글은 ‘말하기와 글쓰기의 행복한 공간-김현론’(김윤정),‘몸의 형이상학, 모성적 관능과 타자없는 육체 사이-김선우론’(함돈균),‘속도에 저항하는 시의 모험-김기택론’(강영준)‘‘틈’을 바라보는 시선-배수아 소설을 중심으로’(김나영),‘고독의 의무, 소설의 의무-윤성희 소설집 ‘거기, 당신?’론’(이은주),‘‘유령’작가의 진실-김연수의 최근작을 중심으로’(조연정) 등이었다. 김현론은 정직한 글쓰기의 자세를 보여준 진솔한 비평적 자세가 돋보였으나 개인적인 체험에 너무 함몰된 점이 아쉬웠다. 김선우론은 인문학적인 거시적 시각으로 시인에 접근하면서 미세한 현대적 환상과 성담론을 분석한 점이 돋보였으나 일반론적인 해설위주에 그쳐서 아쉬웠다. 김기택론은 성실한 독법이긴 하나 해설론에 그친 한계가 있었다. 배수아론은 라캉의 틈 이론을 중심으로 작품을 분석하려 했으나 결론이 너무 조급해 보였다. 최종적으로 윤성희론과 김연수론은 우위를 다툴 정도였다. 윤성희론은 반 루카치적인 소설론을 전개한 점이 시선을 끌었지만 문장력이 치밀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웠다. 김연수론은 탈구조주의적인 이론의 틀에 너무 얽매인 느낌이 있으나 기억이나 회상을 불신하고 글쓰기의 순간만이 진실이라는 이 작가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헤친 점이 높이 평가되었다. 김윤식 임헌영
  • [열린세상] 지역축제에서 챙겨야 할 본전들/이해준 공주대 교수

    한국의 지역축제는 오랜 전통과 역사적 필요성을 배경으로 생성되고, 변천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전통적 축제는 전통사회의 붕괴, 그리고 일제시기와 서구적 가치관의 보편화를 거치면서 급격히 해체 왜곡되는 운명을 맞았다. 한국고대사에 있어 공동체적 제의 행사는 종교적 차원을 넘어 정치적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즉 단순한 음주 가무나 추수감사제적 성격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통합되는 공동의 장이었고, 외피를 불교적 행사로 치장했던 고려시기의 팔관회나 연등회도 실상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지역축제였다. 각 지역의 토착 지배세력들은 이런 군현단위 축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함으로써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고자 하였다. 오늘날까지 유제가 전해지는 지역의 인격신을 제사하는 성황제나 산신제 등이 대부분 이들의 주도로 이루어진 것이며, 성격상 오늘날의 지역축제가 구도하는 문화적 동질성이라는 측면으로는 가장 근접한 모습이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 지역축제는 성리학의 보급과정에서 소위 ‘음사(淫祀)’나 무속으로 매도돼 통제 대상이 되기도 하나, 조선후기 농민의식의 발전과 함께 마을 단위의 농민문화로 다시 한번 다양하게 꽃피게 된다. 마을 굿이나 동제(당제)와 관련되는 줄다리기나 농악과 같은 각종의 민속놀이, 혹은 두레패와 관련된 생산민속들의 출현이 바로 그것이다. 오늘날의 각 지역 축제에서 재생, 동원되는 민속놀이들은 엄밀히 따지고 보면 이 같은 조선후기의 민속놀이들인 셈이다. 그러나 이들은 전통적인 지역축제라기보다는 마을단위의 공동체적 생활문화였다. 다음으로 조선후기에 나타나는 지역축제의 또 다른 전통은 상업의 발달과 함께 교역로의 중심점이나 큰 시장, 큰 포구, 군사주둔지 등에서 벌어지는 별신굿류의 축제들이다. 탈춤이나 광대류 놀이판이 바로 이와 관련되는 종합 문화판이었던 셈인데, 공동체적 동질성은 많이 퇴조하였으나, 경제적인 지원과 흥행이 가미됨으로써 지역축제로서의 색다른 발전을 보여주는데, 요즈음 각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축제들이 이러한 이벤트화된 상업적 축제와 매우 닮았다고 생각된다. 그러다가 일제시기에 들어와서 우리의 전통적 지역축제는 또 한번의 심한 굴절을 경험하게 된다. 애석하게도 오늘날 대하는 지역축제는, 이러한 전통계승과는 다르게 일제가 그들의 지배정책과 결부시켜 재생시킨 ‘군민체육대회’류의 지역 축제로 그 외형이 변화된다. 일제는 고유의 지역적 전통성과 동질성에 바탕을 둔 지역축제에 대한 지역민들의 기대감을 무시할 수 없게 되자 새로운 체육대회 형태의 축제를 마련함으로써, 화합과 일체감보다는 대결과 승부의 장으로 대체시켰던 것이다. 그 가장 좋은 예를 우리는 줄다리기에서 본다. 모든 축제에서 빠지지 않는 줄다리기는 전통적으로 기풍(祈豊)행사였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는 줄다리기가 오로지 단결과 승패의 놀이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 과거의 줄다리기는 공동체의 생산과 풍요를 기원하면서 모두가 하나가 되는 행사였던 것이나, 심판의 부정이나, 참여자의 수를 따지는 너무나 천박한 경쟁의 문화로 전락된 것임을 아쉬워해야 할 것 같다. 그러다가 이제 또 각 지역마다 축제행사를 복원하거나 조직해 ‘돈벌이’와 ‘홀리기’에 혈안이다. 가히 축제의 나라라고 칭할 만큼 온 나라가 축제판을 벌여놓고 경쟁을 한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발전의 상징이고, 지역의 브랜드 창출과 발전에 일정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통 지역축제들은 오히려 지역의 공동체 의식과 동질성을 확인해주었던 의미 깊은 민속제의였고 전통의 재생산, 계승의 장, 나아가 후세대의 교육장이었음에 보다 주목해야 하겠다. 나아가 요즈음 전통문화의 뿌리인 지역문화가 해체될 위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본질을 바로 보면, 우리의 노력과 의식에 따라 바로 지역축제들이 이러한 위기를 대처하고 극복할 대안이라고도 생각된다. 이해준 공주대 교수
  • [우리땅을 살리자] “삶의 질 좌우”… 환경문제땐 주민이 뛴다

    [우리땅을 살리자] “삶의 질 좌우”… 환경문제땐 주민이 뛴다

    무릇 21세기는 환경의 시대다. 개발이 우선시되던 때에는 ‘서자’처럼 천대받던 환경문제가 이제는 안방에서 떵떵거리고 있다. 그만큼 환경문제가 절박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시급성을 요하는 국책사업이라도 환경을 해칠 우려가 제기되면 하루아침에 백지화되는 것이 요즘 세태다. 국가나 단체, 기업들도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나름대로 해법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문제는 결국 시민들이 스스로 풀어가야 할 숙제다. 환경의 혜택이나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몫이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만으로는 한계 시민들은 1990년대부터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피해가 우려되는 사안에는 팔을 걷고 나섰다. 하지만 초기에는 환경단체에 기대 대리전을 펴는 경우가 많았다. 주민들은 복잡하기만 한 환경문제에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데다 조직적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환경단체가 먼저 주민들을 각성시켜 시위현장으로 내모는 경우도 많았다. 주민과 환경단체의 합작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해 비교적 수월하게 성과를 거뒀지만 주민들의 뜻이 왜곡되는 경우도 많았다. 아무래도 환경단체는 직접 이해당사자가 아닌 제3자라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2000년대 들어서는 문제가 생겼을 때 주민들 스스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환경침해 원인자와 투쟁을 벌이는 사례가 잦아졌다. 경기도 분당 주민들은 율동공원에 있는 맹산이 ‘반딧불이’ 서식지인 데다 자연경관이 수려하자 맹산을 지키기 위해 각종 노력을 펼쳐 왔다. 지방선거가 시작된 1995년부터 자치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실버타운이나 영상단지, 위락시설 등을 짓겠다고 나섰지만 주민들이 몸으로 막아 냈다. 지금은 매년 8월 열리는 반딧불이 체험행사가 정착돼 누구 하나 맹산에 함부로 손을 대려고 하지 않는다. 또 용인시가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인 수지읍 낙생저수지에 수상골프연습장을 건설하려 하자 용인·성남 주민들은 물론 학생들까지 나서 지난 7월 ‘낙생저수지 살리기 운동본부’를 결성하고 백지화를 요구, 급기야 용인시는 사업을 접어야 할 처지다. ●주민 스스로를 지키는 몸짓 충남 연기군 전의면 원성리 주민들은 지난해부터 전체 24가구 주민 가운데 8명이 간암이나 폐암으로 숨지고 4명이 암을 앓는 ‘해괴한’ 일이 발생하자 마을에 있는 안티몬 공장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공장에서 배출된 광재가 논에 매립돼 지하수를 오염시킴으로써 암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티몬은 난연재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독성이 강한 물질이다. 마을 지하수에서 안티몬 성분이 검출됐으나 국내에는 기준치가 없고 법적으로 규제할 근거도 없다. 반면 세계보건기구와 미국 등에서는 수질기준을 정해 이의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주민들은 정확한 원인규명을 위해 내년에 충남도와 함께 1억원을 들여 면역조사를 실시키로 하는 한편 연기군에 요구해 상수도를 설치토록 했다. 충남 당진군 송산면 주민들은 지난해 10월 한보철강을 인수한 INI스틸이 제철소 건설을 위해 갯벌을 매립하려고 하자 반발하고 있다. 전남 여수 시민들은 1997년부터 시내를 관통하는 연등천 살리기에 나서 4급수이던 수질을 숭어·은어·농어가 뛰노는 2급수로 바꿔 놓았다.1970년대 후반까지도 목욕하고 빨래했던 연등천에 생활하수가 흘러들어 악취가 코를 찌르는 혐오대상으로 전락하자 시민들이 나선 것. 그동안 주민들은 자녀인 초·중·고생과 함께 날을 정해 길이 5.65㎞, 폭 10∼40m의 연등천에서 쓰레기를 치우고 거리 홍보활동을 펼쳐왔다. ●님비는 경계해야 하지만 주민들의 환경보전 의지는 때로 과잉반응으로 나타나 전체의 이익을 훼손하는 ‘님비현상’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인천시 옹진군 덕적도 주민들은 1994년 정부가 인근에 있는 굴업도에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을 설치하려 하자 격렬한 반대운동을 벌여 백지화시켰다. 당시 낙후된 섬이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방폐장 유치이며, 방폐장 위험성이 과장됐다는 견해도 있었지만 “방폐장이 들어서면 생존이 위협받는다.”는 목소리에 묻혀버렸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난 올해 덕적도 주민들은 방폐장이 지자체들의 유치경쟁 속에 입지가 선정되는 장면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봐야 했다. 인천 김학준 광주 남기창 대전 이천열기자 kimhj@seoul.co.kr ■ [전문가제언] 실패의 경험서 성공해법 찾아야 /구자건 연대 환경공학부 연구교수 수년 전 ‘미래를 위한 공학, 실패에서 배운다’라는 책이 출간된 적이 있다. 실패는 뼈아픈 일이긴 하지만 거기에서 무엇인가 배울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의도에서 공학 전문가들이 각 분야의 실패 사례를 진단한 책이었다. 삼풍백화점·성수대교 붕괴사고, 아현동 가스폭발사고 등은 우리 사회의 시스템 관리능력 부재를 보여준 대표적인 실패 사례이다.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새만금 간척사업, 한탄강댐 건설사업, 경인운하 건설사업….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건 합리적 해결점을 찾는 데 실패한 대형 국책사업들이다. 대형사업에 투자되는 재원과 시간이 한두 푼, 한두 시간이 아닌 만큼 국가재원의 절약이란 측면에서 합리적인 해결점을 찾아야 할 필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실패를 성공으로 전환시키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왜 실패했는지 그 원인과 특성을 잘 알고 실패를 성공으로 변화시킬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패학’을 제창한 일본의 한 학자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실패를 하고서도 그 원인과 특성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다시 실패를 맛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시화호’의 실패를 딛고 ‘새만금’의 해결점을 찾을 수 있어야 하지 있을까.‘사패산터널’에서 아픔을 경험한 우리 사회는‘천성산터널’에서 거듭 실패하지 말아야 한다. 숱한 실패를 경험하고도 또다른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대형사업들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들 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주체와 승인기관, 협의기관 사이의 의사결정 시스템에 문제점이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 비판에만 익숙한 시민단체는 타협엔 너무 인색한 것은 아닐까. 다행인 것은 우리 사회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일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 빅딜’을 성사시켜 주민기피시설인 소각시설을 ‘혐오시설’이 아닌 재정자립도를 올려주는‘생산시설’로 변모시킨 자치단체가 있다. 민간기업보다 한발짝 앞서 ‘환경경영’ 개념을 도입하고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대형 국책사업의 계획 단계부터 환경영향을 평가하는 전략환경평가제도가 도입되고, 많은 공공기관들이 ‘환경친화적 설계지침’을 자체 마련하고 이를 지키려 노력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이 모든 것이 우리 사회가 ‘실패’한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고 ‘성공’의 반열에 올려놓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환경문제는 방임하고 무임승차하기엔 너무나 많은 부하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환경문제는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 토양·수질오염 실태 중국 쑹화강의 벤젠 오염 사태가 연일 국제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가운데, 환경 전문가들은 이곳의 수질오염에 이은 토양오염을 더욱 우려하고 있다. 토양의 오염은 그 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수질오염·대기오염으로 이어지며 결국 농작물 피해로 귀결돼 우리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환경부 역시 토양환경보전법을 강화해 토지오염을 막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류저장시설과 폐광으로 인한 토지오염 사례는 곳곳에서 보고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복원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들게 된다. 환경부 토양지하수과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조사된 유류저장시설 1만 1708곳 가운데 258곳은 토양환경보전법에서 정한 오염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곳은 반드시 토양정화를 하도록 법에서 규정하고 있으며, 한 곳당 소요되는 비용은 평균 8000만∼90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염된 주유소 땅 1㎡를 완전 복원이 아닌 최소한의 법 기준에 맞추는 데 평균 26만원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폐광으로 인한 피해는 사람에게까지 이른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심각하다. 환경부와 산업자원부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108개 조사 대상 폐광 가운데 29곳에서 토양오염 기준을 초과했다. 또 49개 폐광산에서는 카드뮴 등이 섞인 물이 하루에 1995t씩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 6월 경남 고성 주민들이 카드뮴 중독 증상인 ‘이타이이타이병’에 걸린 것도 폐광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폐광 주변의 농경지 오염으로 인한 농작물 오염도 우려되고 있다. 충청북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폐광주변 토양오염 실태를 조사한 결과 농경지 36곳 가운데 7곳에서 납과 카드뮴·구리 등 중금속이 기준치 이상 검출 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폐광 관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폐광 한 곳을 관리하는 데만 연간 20억∼30억원 이상이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환경부 토양지하수과 관계자는 “토양이 오염되면 그 복원에는 오염방지에 드는 비용보다 많게는 10배 이상 들게 된다.”면서 “비용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행복한 국민의 삶을 생각한다면 토양오염 방지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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