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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와 남을 살피고 보듬는 계기 됐으면”

    “나와 남을 살피고 보듬는 계기 됐으면”

    “삶에 지친 사람들이 우리 불교 전통문화를 즐기고 직접 체험하면서 나와 남을 함께 살피고 보듬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부처님오신날과 가정의달을 맞아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12일까지의 일정으로 서울 청계천을 비롯해 전국 108곳에서 ‘행복바라미’행사를 열고 있는 조계종 중앙신도회 이기흥(59) 회장. 2일 아침 서울 종로구 견지동 중앙신도회 회장실에서 만난 이 회장은 “불교계에 국한하지 않는 불교전통문화를 토대로 우리 사회에 치유와 나눔의 문화가 널리 퍼지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행복바라미’행사는 연등만들기며 직장인을 위한 점심 연꽃다실, 불교음악 힙합콘테스트, 명상 체험 등 불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로 꾸며지는 문화축제. “불교 신자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외국인까지 큰 관심을 보이고 참여가 늘고 있는 연등축제를 국가적 문화행사로 발전시켜 보자는 뜻에서 열게 됐지요.” 브라질의 삼바축제며 일본의 온천축제에 결코 뒤지지 않는 행사로 키워나가겠다는 다짐이다. ‘행복바라미’행사가 체험과 힐링(치유) 축제에 얹어 눈길을 끄는 부분은 나눔의 캠페인이다. 전국 각 행사장에 설치한 모금함에 쌓이는 십시일반의 정성을 연말쯤 각 지역의 소외되고 어려운 이들에게 돌리게 된다. “모금 활동은 이번 행사의 부대적인 일이지만 어차피 공동선을 지향하는 불교라면 나눔문화로 연결지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 회장은 불교계에선 소문난 ‘나눔 포교사’. 지난 10년간 ‘청소년을 위한 나눔문화재단’을 운영하면서 100억원을 기부했다. 나눔문화재단은 혜택을 받은 200여명의 장학생들이 졸업 후 취직해 봉사활동을 이끄는 등 나눔문화를 선도하는 선순환 구조로 유명하다. 이 회장은 태릉선수촌과 올림픽공원에 법당을 개원한 것을 비롯해 폭넓은 포교활동으로 불교계에서 인정받는 포교사다. 이제 불교 포교는 그저 전도와 홍보에 그치지 않고, 더불어 사는 ‘나눔 문화’의 확산으로 이어져야 한단다. “팔만사천 대장경에 담긴 부처님 교훈을 한 마디로 압축하면 ‘자비’라고 생각해요. 그 자비는 물론 동체대비의 큰 울림이지요.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굳이 나와 남을 가를 필요가 있을까요.” 남의 아픔은 곧 나의 아픔이고, 나의 기쁨 또한 남의 기쁨일 수밖에 없다는 이른바 화엄경의 ‘상즉상입(相卽相入)’, ‘상즉상용(相卽相容)’이라고 할까. 그 정신을 사회적으로 실천한다고 할 때 사각지대에 있는 힘든 이웃을 먼저 돕는 게 당연하다고 한다. “지난해 나라를 온통 뒤집어놓았던 ‘백양사 승려 도박 사건’도 불교계가 교훈의 큰 방편으로 볼 필요가 있어요. 출가승뿐만 아니라 일반 재가신자들이 함께 큰 틀에서 합리적인 개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물론 조급하게 서둘러선 안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사찰 재정 투명성 확보며 합리적인 의사결정 정착을 위해 일반 신도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종단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중앙종회에도 재가신자가 당당하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상황에선 신도들도 준비가 덜 됐어요.” 지난해 제25대 중앙신도회장에 취임한 이후 이런저런 일들을 벌이고 수습하느라 아주 바빴다는 이 회장. 우리 종교계가 사회 통합에 앞장서려면 나와 남을 가르는 극단의 말과 행동을 먼저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교리가 아무리 좋은들 실천을 안 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불교 신자들도 화합과 상생을 말로만 내세울 게 아니라 부처님이 보여주고 가르쳤던 교리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고 봅니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세상에 희망을, 마음에 행복을’

    불기(佛紀) 2557년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가 오는 11일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올해 봉축행사의 주제 표어는 ‘세상에 희망을, 마음에 행복을’. 지난달 23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광장 봉축등 점등에 이어 11일 오후 4시 30분부터 동국대에서 연등행렬과 어울림마당이 일제히 펼쳐진다. 어울림마당에서는 연희단과 율동단의 발표회와 관불, 연등법회가 진행된다. 행렬을 마친 오후 9시 30분쯤 종각사거리에서는 회향한마당이 진행된다. 동대문~종로~조계사 구간 연등행렬에서는 한지로 만든 전승 전통등을 대중에게 선보인다. 행렬에는 외국인 3만 명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튿날인 12일 낮 12시 조계사 앞길에서는 전통문화마당이 열리고 오후 7시부터는 인사동~조계사 앞길에서 연등놀이가 진행된다. 전통문화마당에서는 네팔, 스리랑카, 태국, 타이완, 미얀마, 인도, 몽골 등 10개국 부스가 마련된 ‘국제불교마당’과 피리만들기, 향·연꽃초 만들기, 천연염색 등 체험행사, 사찰음식과 친환경음식 등 ‘먹거리마당’ 등이 펼쳐진다. 한지연꽃 만들기, 탑모형만들기, 선무도, 바라춤 등을 체험하는 ‘나눔마당’, 빈그릇운동, 장애체험 등을 할 수 있는 ‘NGO살거리마당’도 열린다. 한편 10∼19일 조계사·청계천·봉은사에서는 전통등 전시회가 열린다. 봉축법요식은 부처님오신날인 17일 오전 10시 조계사와 전국 사찰에서 일제히 봉행된다. 봉축위는 연등회 프로그램 안내서와 봉축행사 준비자료집, 디자인집, 연등회DVD, 음악CD, 부처님오신날·연등회 포스터 등을 각 사찰에 보급하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현장 행정] 송파구 ‘찾아가는 이동 푸드마켓’

    [현장 행정] 송파구 ‘찾아가는 이동 푸드마켓’

    “밀가루도 담아야 돼. 그리고 그거, 표백제하고 샴푸도.” 2일 송파구 풍납1동 주민센터 뒤편 주차장에는 대형마트를 그대로 옮겨온 풍경이 연출됐다. 쌀, 라면, 밀가루 등 식료품부터 세제, 칫솔, 휴지 등 생활필수품이 쌓인 이곳에서, 박춘희 송파구청장은 일일 ‘마트 쇼핑 도우미’로 변신했다. 박 구청장은 한 손에 장바구니를 들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도와 함께 장을 봤다. 송파구가 재단법인 연꽃마을과 함께 개최한 ‘찾아가는 이동 푸드마켓’에서다. 푸드마켓은 식품 업체나 개인들로부터 식료품을 기부 받아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나눔 행사다. 송파구에는 마천동에 상설 매장이 마련돼 있으며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800여명 회원이 한 달에 한 번 이를 이용한다. 이동 푸드마켓은 상설 매장으로의 접근이 어려운 이용자들을 위해 직접 동네로 찾아가 기부 물품을 나눠 주는 서비스다. 이날 행사장에는 풍납1, 2동 인근 푸드마켓 이용자 100여명이 방문했다. 박 구청장은 동 주민센터 사회복지사, ㈜ECMD 로하스 디자이너 봉사단 등과 함께 어르신들의 쇼핑을 돕는 도우미 역할을 했다. 마켓을 방문한 어르신들은 박 구청장 등의 도움을 받아 1인당 5만원 상당의 필요 물품을 구해갔다. 서지선 연꽃마을 소장은 “매월 1인당 2만원 선으로 한정하고 있으나 방문 이용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이동 마켓 때는 한도를 높인다”고 귀띔했다. 이날 마켓을 방문한 김모(76·풍납2동) 할머니는 “6년째 마켓을 이용하고 있는데 장바구니를 들고 버스 타고 매장까지 가기가 쉽지 않았다. 당분간은 생활하는 데 걱정이 없겠다”며 밀가루, 세제 등이 든 가방을 들어 보였다. 김 할머니는 ‘희망의 꾸러미’도 받았다. 희망의 꾸러미는 푸드마켓의 서비스 물품으로 각종 다과와 계란, 음료수 등이 들어있다. 소나기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봉사자들은 차례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을 위해 부지런히 간식을 날랐다. 또 마술 공연과 무료 법률 상담도 진행됐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춘천·강릉시, 호수에 태양광체험장·생태학습장 등 친환경생태관광지 개발 나서

    강원 춘천시(의암호)와 강릉시(경포호)가 경쟁적으로 호수를 활용한 친환경 생태관광지 개발에 나섰다. 강원도는 16일 강릉시가 저탄소 시범사업의 하나로 경포호수 인근에 생태습지를 만들어 최근 준공한 데 이어 춘천시도 2015년까지 의암호 붕어섬에 태양광체험장을 조성해 탐방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포호 생태습지는 140억원을 들여 다양한 수심의 생태습지를 비롯해 하중도, 탐방로, 탐방데크 등을 설치했다. 습지는 다양한 수심을 확보해 어류의 서식처와 먹이사슬 상위단계에 있는 조류, 포유류 등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핵심구역이 설정돼 사람의 접근을 원칙적으로 배제한 친수공간으로 구성됐다. 이곳은 홍수 예방과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와 메탄의 저장·흡수 역할도 하게 된다. 복원사업 중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 식물인 가시연꽃이 대량으로 발견되고 멸종위기 1급 포유동물인 수달과 2급인 삵이 경포 습지로 돌아오는 등 백두대간에서부터 동해에 이르기까지 생태축과 생태통로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춘천시도 의암호 붕어섬에 태양광체험장을 조성한다. 지난해 붕어섬 31만㎡에 강원지역 최대 규모의 6000㎾급 태양광 발전소가 가동된 데 이어 내년부터 2015년까지 17억원을 들여 물레길과 접목한 태양광체험장 조성이 추진된다. 붕어섬 안에 들어선 태양광 발전소를 물레길과 접목해 신재생에너지를 알리는 체험공간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섬 면적의 3분의2는 태양광 발전시설로, 나머지는 야생화단지와 태양광 학습장, 생태탐방 전망데크, 선착장 등으로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붕어 모양을 닮은 섬의 끝 부분에는 꼬리지느러미처럼 나무데크로 외형을 완성할 계획이다. 관광객들이 송암동 스포츠타운 쪽에서 카누나 크루즈 등을 타고 섬에 도착, 태양광 체험시설을 관람하고 호숫가와 꽃길 등을 산책하도록 할 방침이다. 체험장이 조성되면 100명 이상이 탑승할 수 있는 크루즈선도 도입될 예정이다. 춘천·강릉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춘천 옛 미군부대 숙소 어린이집 활용 싸고 갈등

    “시급한 공립 보육시설 확대를 위해 옛 미군 부대 조종사 숙소를 시립어린이집으로 활용해야 한다.”(춘천시), “미군 부대에 대한 개발 계획도 확정하지 않았는데 19억원씩 들여 임시 어린이집을 연다는 것은 비용 낭비다.”(시의회) 부족한 공립 보육시설 확대를 놓고 강원 춘천시와 시의회가 논란을 벌이고 있다. 춘천시는 9일 옛 미군 부대(캠프페이지) 주변이 아파트 신축 등으로 어린이집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대기자까지 생기는 등 공립어린이집 시설이 시급해 옛 미군 부대 내 조종사 숙소를 리모델링해 내년 3월쯤 시립어린이집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는 2001년 시립어린이집을 끝으로 13년째 추가 개원이 이뤄지지 않는 등 지역의 국공립어린이집 비율이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하위 수준을 밑돌고 있어 공립어린이집 개설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일부 학부모들은 시설 운영의 신뢰도가 높고 비용 부담이 적은 시립어린이집을 선호하고 있어 신사우동 사우어린이집 70명, 효자어린이집 46명, 퇴계연꽃어린이집 20명 등 대기자까지 몰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내년 초 폐원되는 근화어린이집을 대체할 시설이 필요하다는 것도 이유다. 이곳이 폐원되면 근화동과 퇴계동, 석사동 지역 인구 밀집 지역의 원아들이 사설 어린이집이나 원거리 시립어린이집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지만 원거리 시립유치원들도 대기자가 수십명에 달해 사실상 이용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소양재정비사업, 팀스피리트훈련장 군인아파트 신축 등으로 어린이집 수요가 크게 늘 것에 대비해 접근성이 좋은 중심 지역에 어린이집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의 시의 판단이다. 시는 캠프페이지 옛 조종사 숙소를 300명을 수용하는 시립 보육시설로 리모델링하기로 하고 공사비 19억원을 추경에 편성했다. 이태현 시 여성가족과장은 “미군 부대 터에 리모델링되는 시립어린이집은 공공용지에 포함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을 들여 신축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시의원들은 미군 부대 전체 터에 대한 계획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 시설의 용도를 확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데다 불필요한 예산이 들어간다며 반대하고 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레드페이스 2013년 “도전으로 기억될 이름” 캠페인

    레드페이스 2013년 “도전으로 기억될 이름” 캠페인

    아웃도어 시장이 스포츠 및 패션브랜드의 가세로 외형은 급성장하고 있으나, 치열한 경쟁에 비해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는 오히려 손에 꼽을 지경이다. 국내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 레드페이스(대표 유영선)가 2013년 SS시즌을 맞이하여 “도전으로 기억될 이름 – 레드페이스, 도전의 여정” 광고캠페인을 새롭게 선보인다. “1966년 최초의 암벽등산화 개발”, “독자기술로 개발한 숨쉬는 방수소재 콘트라텍스”로 유명한 레드페이스는 아웃도어의 정통성에 기반하여 “도전정신의 여정”의 브랜드 스토리를 광고로 제작했다. 아웃도어의 태동기 시절 등반가들은 마땅한 등산화가 없어 군화를 등산화로 대체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1966년 레드페이스가 최초로 암벽등산화를 만들기 시작하였고 이것이 대한민국 정통 아웃도어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당시 대단한 기술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도전이 만들어 낸 그 등산화는 초기 등반가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광고에 등장하는 초기 등산화와 중간 단계의 등산화, 그리고 2013년의 등산화는 기능과 모양, 컬러는 다르지만 레드페이스만의 도전정신의 역사를 보여주는 증거물이며 도전정신은 레드페이스의 DNA가 되어 여전히 흐르고 있다. 아웃도어 소재는 급변하는 기후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하며 등산하는 이의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비싸기만 한 고어텍스를 수입해서 제작하는 사이에 레드페이스는 자체기술로 숨쉬는 방수소재 콘트라텍스를 이미 10년전에 독자개발하여 상품화 했다. 비바람은 막아주고 땀을 배출하는 이 기술을 만들어 낸 모티브는 연못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연꽃잎인데 이 연꽃잎이야말로 최고의 방수 소재이며 이를 연구하여 만들어 낸 소재가 콘트라텍스이다. 레드페이스의 콘트라텍스 개발은 대한민국 아웃도어의 기술력을 한차원 끌어 올렸으며 불필요한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돌려줄 수 있게 되었다.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촬영지에서 촬영된 이번 광고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탐험가 정신을 바탕으로 레드페이스의 도전정신을 담고 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다 보면 만날 수 있는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배우 정우성의 열연으로 표현하였고 이를 가능하게 만든 레드페이스의 기술력이 담긴 제품들과 2013년 트렌드를 담은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의 제품들을 통해 강력하게 임펙트 있는 영상미를 연출했다. 또한, 전설적인 명반인 ‘Deep Purple의 Smoke on the water’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BGM(배경음악)으로 활용했다. 인터넷 뉴스팀
  • temple stay ‘참된 나’를 찾는 행복한 여행③전나무 숲길 걷기 월정사

    temple stay ‘참된 나’를 찾는 행복한 여행③전나무 숲길 걷기 월정사

    전나무 숲길 걷기 월정사 전나무길에 마음을 내려놓다 전나무들이 나를 위로해 줄 거라곤 생각치 못했다. 기분 좋은 향기를 뿜어내는 나무들 사이로 도반과 함께 천천히 걸었다. ‘좋다. 참 좋다.’ 맘엔 절로 치유의 싹이 움텄다.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평창군 진부행 버스를 타고 2시간 30분을 달려가 다시 평창군 진부면에서 한 시간에 한 대씩 다니는 시내버스로 갈아타야 만날 수 있는 오대산 월정사는 다소간의 어려움을 감내하고서라도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오대산 국립공원 안내사무소를 지나 펼쳐지는 전나무 숲길도 월정사의 백미거니와 물이 너무도 맑아서 열목어가 산다는 금강연이 월정사 앞으로 굽이굽이 흐르고 있어 운치를 더한다. 오대산은 신라 자장율사가 지혜의 상징 문수보살이 사는 산으로 믿기 시작한 이래 우리나라에서 불교성지로 이름을 알렸는데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봉안된 적멸보궁 상원사와 이웃하고 있어 불자라면 관심 있게 보았을 국내 대표 사찰이다. 고려시대 초기 10세기경 부처의 사리를 봉안하기 위해 건립된 국보 48호 팔각구층석탑과 <조선왕조실록> 등 귀중한 사서를 보관하던 오대산 사고史庫가 남아 있다. 강원도를 찾은 주말, 깊은 산골은 적막했고 여전히 눈발이 흩날렸다. 오대천은 꽁꽁 얼어붙었다. 월정사 템플스테이 사무국 지월당을 찾으려면 절의 가장 안쪽 끝으로 가야 한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의 숙소인 성적당, 제월당, 토월당 등은 매우 깨끗하고 정갈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지난해 배용준이 월정사 템플스테이를 다녀간 뒤 일본인들의 방문도 늘고 있다. 그도 여기 선방에서 묵고 새벽예불을 드리고 울력으로 월정사 9층석탑 옆 대웅전 마당을 쓸었다고 말해 주면 그렇게 좋아한다고 템플스테이 담당자가 귀띔해 주었다. 하룻밤을 머물게 된 성적당은 스님들의 선방을 마주보고 있어 문 여닫는 소리며 발자국소리, 소등시간에 특히나 주의가 필요한 곳이다. 온돌로 훈훈하게 데워진 방바닥이 뜨끈하게 달아올라 금세 노곤해졌다. 성적당 5번방에서 다홍색 생활한복으로 갈아입고 옷가지와 짐을 정리했다. 먼저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20시간 동안 행자로 분해 절하는 법, 절 생활 수칙을 배운다. 말과 행동을 줄이고 차수(두 손을 배 앞에 겹쳐 모은 자세)를 하며 경내를 조용히 질서 있게 이동할 것을 다짐받는다. 산사의 저녁은 빨리 찾아왔다. 공양간에선 단기출가자들이 공양게송을 외었다. “마음의 온갖 욕심을 버리고 이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깨달음을 이루고자 공양을 받습니다.” 미국에서 온 크리스티나와 앰버, 캐나다인인 캐서린도 밥을 두 번씩 펐다. 절에만 오면 배가 고픈 게 나만 그런 건 아니었나 보다. 저녁공양 후 모든 식기와 수저는 자신이 씻어 반납해야 한다. 물론 잔반도 없어야 한다. 절에서는 누구도 자신의 일을 대신해 주지 않는다. 지도법사 해인스님은 불안하고 화날 때, 슬플 때일수록 함께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자신을 낮춰 하심下心하라 했다. 새벽 3시30분 도량석을 담당하는 스님이 목탁을 치며 앞마당을 지났다. 가장 큰 법당인 적광전에서 행해지는 예불에 참여한 뒤 서별당에서 108배와 자신이 만든 연꽃등에 촛불을 켜고 명상의 시간을 갖는다. 죽비소리에 맞춰 절을 하다 보면 어느새 108배는 끝나 있다. 이후엔 가부좌를 틀고 10분간 참선하는 시간을 가진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아침공양 후엔 담당 스님과 함께 전나무길을 걸으며 암자를 순례하는데 이 시간이 백미다. 월정사 입구에서 오대산 일주문까지 이어진 1km의 전나무 숲길은 우리나라에서 부안 내소사, 남양주 광릉수목원과 함께 3대 전나무숲길로 손꼽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전나무에서 싸-하게 퍼지는 피톤치드향은 맡는 순간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추운 곳에서 잘 자란다는 전나무는 상처가 났을 때 ‘젖’이 나온다고 하여 젖나무로 부른 데서 비롯됐다 한다. 평균 수령이 80년이 넘는 전나무 1,800그루가 그 위용을 뽐내고 있어 천년의 숲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단기출가학교 입학생들과 스님들은 매일같이 이 길을 걷는데 여름날이면 금강연, 오대천 가에 앉아 명상을 하기도 하고 삼보일배 등 수행을 이어나가기도 한다. 산사를 찾는 데 사실 큰 마음가짐이 필요한 건 아니니 편안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자. 월정사 전나무 숲에선 누구나가 위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 월정사 전나무 숲길은 우리나라에서 아름다은 숲길로 손꼽히는 곳이다 2 템플스테이 기간, 경내에서는 두 손을 모으고 조용히, 질서 있게 다녀야 한다 글·사진 강혜원 기자 취재협조 하나투어 02-2127-1566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월정사는 외국인 템플스테이가 가능한 전국 15개 사찰 가운데 하나로 외국어통역사가 전 일정을 함께하며 영어로 된 설명자료, 해설을 제공한다. 이곳에서는 과학적 명상과 예술을 통한 심리치료, 통찰대화가 결합된 독특한 방식의 ‘Art Your Mind’ 명상 프로그램을 3월15일부터 2박3일간 진행한다(1기). 미술도구를 만져 본 적 없는 그림초보자, 명상수업이 처음인 초심자들도 지도강사의 안내에 따라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참가비 1인당 16만원이며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된다. 주소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동산리 63 문의 033-339-6606~7 woljeongsa.org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지방행정의 달인] 행정달인 18인 릴레이 인터뷰 ④

    [지방행정의 달인] 행정달인 18인 릴레이 인터뷰 ④

    ‘제3회 지방행정의 달인’ 릴레이 인터뷰 4회째다. 전남 구례군 농업기술센터 정연권 농촌지도관은 눈으로만 즐기는 야생화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켰고, 충남 부여군 고도문화사업소 이계영 문화재관리팀장은 국내 최고의 연꽃 단지를 만들어 냈다. 또 부산 동구 건축과 현지영 주무관과 인천 남구 최영호 팀장은 각 지역에서 낡은 도심을 다시 찾고 싶은 거리로 만들어 낸 ‘도시 디자인의 달인’들이다. ■ 정연권 전남 구례군 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관 토종 야생화 향수·나물로 혁신 지역 성장동력으로 들판의 꽃박사 “지난해에는 탈락했는데 기어이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 최고를 의미하는 달인에 선정됐습니다. 그 어떤 훈장이나 상보다 훨씬 값어치 있고 큰 영광입니다.” 전남 구례군 농업기술센터 정연권(55) 농촌지도관은 ‘야생화를 실생활에 접목시킨 꽃 박사’로 불린다. 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야생화를 꽃꽂이 소재, 분화용, 생태조경용, 향수, 압화, 신소재, 나물 등 단계적으로 발전시켜 연 200억원의 소득과 생산유발 효과를 창출하는 등 구례군 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시켰다. 꽃과 잎을 눌러서 말린 그림인 압화 예술인들의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대한민국 압화대전’도 기획, 농촌지역을 세계에 알리는 마케팅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2002년 최초로 압화 공모전을 열고 각종 문화행사를 추진, 도농문화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연 정 지도관은 2008년부터 일본·타이완·프랑스 등 7개국의 압화 예술인이 참여하는 문화행사로 공모전을 격상시켰다. 상도 대통령상으로 격상시켜 우리나라 최고 권위의 대회로 성장시켰다. 1986년 아시안게임 때 개량꽃 일색에 실망한 정 지도관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 야생화를 선보이겠다고 결심했다. 이때부터 지리산 야생화 1526종 등 4596종에 대한 생태와 서식 조사, 재배 가능 여부와 시장성 등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지리산 자생화 분화재배 기술을 개발, 대량 증식과 판로를 개척한 그는 이후 옥잠화, 원추리 천연향을 추출해 노고단 향수를 개발한 데 이어 녹차향수 등 천연향을 상품화했다. 정 지도관은 순천대·광주교대 등 대학에 출강, 연구하고 현장에서 경험한 내용과 야생화의 중요성과 우수성을 알리는 등 후진 양성에도 헌신하고 있다. 30여년 야생화를 연구, 야생화를 구례의 대표 산업으로 발돋움시킨 정 지도관은 농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며, 저탄소 녹색성장과 자연 생태 환경보전의 소재 산업으로 야생화에 대한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는 “야생화를 식용 소재로 활용해 지리산 10대 나물을 생산하는 등 장수힐링산업으로 육성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남은 공직 기간 4년 동안 노하우를 전수해 주변이 야생화 천지가 되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구례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이계영 충남 부여군 고도문화사업소 문화재관리팀장 황무지 궁남지에 1000만송이 연꽃 200만명 발길 모은 천생 연꽃애비 이계영(56·행정 7급) 충남 부여군 고도문화사업소 문화재관리팀장은 지역에서 ‘연(蓮)꽃애비’, ‘연의 남자’로 불린다. 이 팀장은 잊혀진 백제 유적인 궁남지를 전국 최고의 연꽃단지로 조성해 역사적 의미를 되살리는 한편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주역이다. 궁남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연못으로 경주 안압지와 일본의 인공정원 등에 영향을 준 데다 서동요의 근원지였지만 하루 방문객이 100명이 채 되지 않는 잊혀진 사적이었다. 1990년 부여군 기능직 공무원(방호원)에 합격, 사적지 관리사무소에 배치되면서 문화재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공휴일에도 출근해 일을 찾아 처리하는 성실성과 향토문화 및 문화재를 공부해 문화 해설사로 활동한 점 등을 인정받아 96년 문화재 전문요원(별정직)으로 전환했다. 문화재 전문요원이 되어서는 주경야독으로 문화재 관리자 교육을 이수하며 전문 역량을 키웠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그에게 전직의 기회가 주어졌고 시험에서 만점을 받아 2001년 행정 9급으로 새 출발했다. 이 팀장은 “임명장을 받는 날 고향이자 능력을 인정해 준 부여를 위해 무슨 일이든 다 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회고했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궁남지였다. 궁남지는 발굴 후 복원하지 않아 10년 이상 방치되다 보니 무단 경작지로 전락해 있었다. 공공근로사업과 연계해 주변 정비계획을 수립하면서 자연스럽게 백제와 불교를 조화시켰고 그 매개체로 ‘연’을 생각해 냈다. 초기 1만 6000여㎡로 시작한 연꽃단지는 현재 40만㎡로 확대돼 50여종, 1000만 송이가 만개하는 전국의 명소가 됐다. 연꽃축제는 사적지 관리소 주관으로 2002년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자 다음 해부터 지자체 축제로 이관되면서 규모가 커졌다. 서동연꽃축제로 열린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축제기간 방문객이 236만여명에 이른다. 지역경제 파급효과만 630억원으로 평가됐다. 궁남지가 부여의 필수 방문 코스로 부상하고 2007년에는 군화(郡花)가 개나리에서 연꽃으로 바뀌게 됐다. 이 팀장은 “연못의 연도 사랑을 받은 만큼 큰다. 하루하루를 ‘농부의 심정’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여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현지영 부산 동구 건축과 주무관 이동 텃밭 된 물탱크 무지갯빛 교각 단장 돈 아닌 아이디어로 도시디자인의 여왕 부산 동구 건축과 현지영(41·시설7급) 주무관은 ‘도시디자인 달인’이란 이름에 걸맞게 그의 손길만 가면 칙칙한 건물이 어느새 화사한 새 생명으로 탄생한다. 원도심인 동구 산복도로 일대는 6·25전쟁 피란민들이 자리 잡으면서 우후죽순으로 판자촌이 들어서다 보니 도심미관 등이 다른 구에 비해 현저히 뒤떨어져 있었다. 자연스레 도심미관 개선 및 환경개선이 구 현안으로 떠올랐다. 동구는 도심경관개선 사업추진을 위해 2010년에 도시경관계를 만들었다. 도심환경개선 사업에는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했다. 때마침 좌천동 고지대 아파트 일대가 ‘2011년 부산시 행복마을 사업지’로 선정되면서 시로부터 예산 1억 5000만원과 자성대교차로 환경개선비 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현 주무관은 우선 동구의 관문인 자성대교차로와 좌천 산복도로 고지대의 칙칙한 회색빛 아파트에 산뜻한 무지개색 옷을 입히기로 했다. 지금은 언덕마을 아파트 13개 동이 무지개 숲으로 곱게 단장돼 명물로 거듭났다. 이와 함께 자성대교차로도 무지갯빛 교각으로 탈바꿈시켜 도심 미관을 끌어올렸다. 이러한 노력이 좋은 결실을 얻자 이번에는 황폐되고 방치돼 있던 동네 우물터 재복원 사업에 나섰다. 현장 조사 결과 초량동과 수정동에 각각 7개, 범일동에 6개, 좌천동에 5개 등 곳곳에 있었으며 25개 우물 중 14개의 형태가 보존돼 있었다. 이 가운데 5개는 지금도 주민들이 빨래터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주민들과 함께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처음엔 일부 주민들이 쓸데없는 데 돈을 쓴다며 못마땅해했으나 이들을 설득했다. 부산YWCA와 함께 사업을 추진하면서 ‘우리 동네 우물 지킴이단’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방치된 옛 우물을 찾아내 복원해 주민 어울림터로 만들었다. 이렇게 새롭게 탄생한 우물이 무려 34곳이다. 또 수도 사정이 좋지 않던 시절 집집마다 옥상에 설치된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 물탱크가 이제는 미관을 해치는 흉물로 변하자 이를 재활용, 옥상이동텃밭으로 변신시켰으며 산복도로 계단에는 야외 카페를 조성해 활력을 불어넣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최영호 인천 남구 건축과 팀장 구도심 건축민원 도면 전자화로 숨통 예산 절감도 척척 도시 재생 ‘도사’ ‘목공예, 벽화, 빈집, 나무….’ 인천 남구 건축과 최영호(49·시설 6급) 팀장이 요즘 적은 메모 내용이다. 최 팀장은 늘 이렇게 이면지와 수첩에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도시재생 분야 지방행정의 달인에 선정된 최 팀장은 모든 공을 메모로 돌렸다. 2007년 5월 당시 인천시 경제자유구역청에서 남구로 인사가 났다는 소식을 들은 최 팀장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이른바 구도심으로 불리는 남구는 부평구와 함께 인천시 건축직 공무원들이 가장 꺼리는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낙후된 지역이라 안전사고가 많고, 민원건수도 다른 구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새 근무지로의 첫 발걸음은 가볍지 않았지만, 최 팀장은 남구에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냈다. 그의 첫 작품은 ‘건축심의 전자화 도입’이었다. “2010년 고시원과 같은 도시형 생활주택이 남구 내 대학 주변에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건축심의를 위해 종이도면을 직접 들고 다니는 등 수작업으로는 도저히 업무를 감당할 수 없었지요.” 건축심의는 인터넷으로 접수되는 건축허가와 달리 도면 제출부터 심의 준비, 재심의 등이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됐다. 최 팀장이 찾은 해결책은 건축도면을 전자파일로 접수하는 것이었다. 그는 전산화 작업을 오후 3시 이후 공간이 비는 전산교육장에서 했다. 노트북 등 기자재를 살 필요가 없어 비용은 줄이고 효율은 높이는 방법이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던 것이다. 회의도 대폭 줄었고 2011년 10월 이후 2년간 구 예산도 3억 5000만원을 절감했다. 시도 올해부터 건축심의를 전자화하도록 하는 등 그의 아이디어는 인천 전 지역으로 확산됐다. 최 팀장은 남구에 필요한 새로운 건축 제도를 더욱 적극적으로 찾았다. 해안매립지역의 건축물 기울어짐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건축사에게 지질조사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지질조사서는 건축사들이 법적으로 제출하지 않는 서류였지만, 새 지침을 마련해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실제 건물을 지을 수 있을 정도로 지반이 단단한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최 팀장은 “남구에 처음 발령받았을 때 난감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적극적으로 행정을 펼치니 구도심을 바꿀 수 있는 많은 방법이 보였다”고 말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제3회 지방행정의 달인 선정] 산업 분야

    전국 최고 연꽃단지 만들어 이계영 충남 부여군 고도문화사업소(행정 7급) 사적 135호 궁남지에 50여종의 연꽃 1000만 송이를 피워 전국 최고의 연꽃단지를 조성했다. 이를 통해 236만여명의 관광객이 방문해 630여억원의 지역경제 효과를 가져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연꽃단지 조성에 헌신적인 그는 1991년 방호직으로 들어왔으나 문화재전문 요원을 거쳐 행정직으로 전환됐다. 대한민국 압화대전 등 추진 정연권 전남 구례군 농업기술센터(농촌지도관) 야생화를 꽃꽂이 소재, 분화용, 생태조경용, 향수 압화, 신소재, 나물 등 다양한 변신을 시도해 소득화하였고, 야생화연구소 및 대한민국 압화대전 등을 추진해 신지식공무원으로 선정됐다. 특허 2건, 디자인 3건을 출원하고, 310여회의 언론보도를 이끌어내 ‘꽃박사’로 불린다. 야생화를 통해 2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를 창출해 구례군의 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하는 데 기여했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림자놀이/이위발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림자놀이/이위발

    당신은 그림자 하나 가지고 이 세상에 나와 내 가슴에 깊숙하게 드리워 놓고 내보다는 당신 그림자가 더 황홀하다고거짓이 아님을 증명해 보려고 하지만 연꽃보다는 연꽃의 그림자가 대나무보다는 대 그림자가 더 아름답다는 것을 그림자는 숲 뒤편에 있고 향나무가 디디고 선 뜰 아래에 있고 강물에 있고 내 마음 속에 있고 그림자 속에 달이 있는데…
  • 성석제의 첫 연애소설 ‘단 한번의 연애’

    성석제의 첫 연애소설 ‘단 한번의 연애’

    “왜 내 연애 이야기를 소설로 써요? 아깝게~.” 성석제(52)가 처음으로 연애소설인 ‘단 한 번의 연애’를 펴냈고 그 책을 읽다가, 문득 그의 젊은 시절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다. 그가 회상하는 세상이 그의 성장기와 맞물려있고,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반의 한국사회를 보여주는 것이 1960년 생으로 79학번이었을 그의 20대와 맞물려있었기 때문이다. ●민현은 중학교때부터 이미 도덕적으로 초탈 그가 아니라고 부인했을 때 또 쉽게 수긍했던 것은 그가 그려놓은 동해안 어촌마을 구룡포의 한 초등학교에서 만난 ‘고래잡이 딸’ 박민현이 너무나 비현실적인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진부하게 표현해 ‘진흙 속에서 피어난 분홍빛 연꽃’이라고 할까. 박민현은 그 존재 자체가 고스란히 일제 강점기를 거쳐 대한민국 탄생기와 발전기, IMF 외환위기 체제, 신자유주의로 이어지며 피폐해진 세상을 모두 포괄하는 여성이기 때문이다. 민현의 어머니 ‘나나’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 집의 심부름꾼으로 들어가 일본 인형처럼 자란 인물이다. 해방과 함께 홀로 남겨진 10대 후반의 나나는 고래잡이 박포수와 결혼해 민현을 낳고, 해방된 세상과 불화한 뒤 남편의 폭력을 피해 홀로 도망쳤다. 민현은 남녀문제에 관한 한 중학교 시절부터 이미 도덕적으로 초탈했다. 무당의 양딸로 얹혀살며 공부도 잘해서 서울의 국립대학에 진학했다. 민주화로 한국이 들끓던 ‘서울의 봄’ 당시에는 검은 뿔테 안경에 남색 납작구두를 신고 시위대에 끼었고, 공단에서 노동운동도 했다. 1980년대 공안 수사관들에게 성추행당한 뒤 사라진 그녀는 IMF 때는 외국 컨설팅 회사의 잘나가는 30대 이사가 돼 한국 기업과 관계를 좌지우지하는 인물로 성장했다. 막상 이렇게 써놓고 나니, 박민현 그 자체가 대한민국을 인격화해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민현은 근현대 100년의 한국적 모순이 집약된 여성인데, 뜨거운 피와 살을 가진 실체로서 그런 여성이 존재할까 의문도 들지 않았겠나. 그런 여성이 100만명 중 1명꼴은 된다고 해도, 한국 최고의 이야기꾼이라고 칭송을 받는 소설가 성석제가 만나서 연애했다고 믿겨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잠깐이나마 성석제로 착각했던 남자 주인공 이세길은 어떤 인물인가. 평범하다고 말하기에도 더할 나위없이 평범한 대한민국의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남자다. 그런데 왜 이세길은 박민현과의 인연이 끊기지 않고 지속되는 것일까? 이세길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민현의 마지막 연인이 된 데는 단 한 가지 이유가 있을 뿐이다. 나는 그녀의 전 남편, 남자, 연인, 숭배자, 그저 하룻밤 잔 상대, 그 누구든 질투하지 않는다. 그들을 일일이 질투했다면 나는 진즉에 말라 죽었거나 그녀를 떠나야 했을 것이다.”(259쪽). 세길은 민현에게는 수많은 남자들을 매혹하는 자산이 있지만, 자신의 유일한 자산은 “질투가 없다.”는 것이라고 자랑한다. 세길은 찌질한 남자조차도 마초가 되지 못해서 안달인 한국의 남자들과는 배포가 완전히 달라보인다. 그런 세길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받는 민현을 여성 독자가 동일화 과정을 거치면, 달달한 다방커피보다 더한 중독증세를 일으키게 되는 셈이다. ●“내게 행복은 기억이 아니라 경험이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시점은 미래의 어느 날 같기도 하다. 평생 단 한 여자만을 사랑하다 늙어버린 중년의 한 남자가 간절한 자신의 연애 이야기를 토로하고 있다. 그 옆에 민현이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늙음과 병을 극복한 세길과 민현이 서로의 어려운 과거를 극복하고 행복하게 과거를 회생하고 있다. 어둡고 칙칙한 과거를 치유하고 만족스럽게 살아갈 그런 시대와 세상은 있기는 한 것일까? 세길의 행복론이 떠오른다. “생각해 보니, 내게 행복은 기억이 아니라 경험이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백령도에 9개 이야기 담긴 길 만든다

    우리나라 최북단 섬인 백령도에 제주 올레길과 같은 테마길이 개발된다. 인천시는 17일 옹진군 백령도에 9개 테마 코스를 갖춘 ‘백령 구경(九景)길’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는 백령도의 생태자원 및 해안경관, 문화자원 등이 트레킹 프로그램을 꾸리기에 적합한 만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해설이 있는 해안 트레킹 코스를 개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백령도가 북한을 코앞에 두고 있어 ‘평화관광’이란 콘셉트로 관광객 발길을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20억원을 들여 내년 5월 착공, 2014년 11월 완공한다는 방침이다. 이곳에는 스토리하우스와 안내표지, 조망 포인트데크, 쉼터 등이 꾸며진다. 테마 코스는 제1경길 심청 이야기 5.9㎞(땅굴, 말등바위, 동키부대, 심청각), 제2경길 물범 이야기 4.4㎞(하늬해변, 감람암포획현무암, 고봉포구), 제3경길 실향민 이야기 7.7㎞(사자바위, 심청연꽃마을, 기상대), 제4경길 어부 이야기 5.2㎞(연화리해변, 두무진, 해상코스), 제5경길 천안함 이야기 11.3㎞(중화동포구, 중화동교회, 등산코스), 제6경길 해병대 이야기 8.2㎞(해병대 OP, 장촌포구, 연봉바위, 용트림바위), 제7경길 콩돌 이야기 6.6㎞(오군포항, 전망대, 등산코스), 제8경길 전설 이야기 7.8㎞(담수호 둘레길, 화동염전, 최북단비), 제9경길 문화 이야기 8.9㎞(용기포항, 통일염원탑, 사곶해변, 삼림욕장) 등이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미얀마-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 되어

    미얀마-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 되어

    인레호수는 소수민족의 젖줄이다 Myanmar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 되어 미얀마라 쓰고 ‘버마’라 읽었다. 민주화가 움트지 못한 서슬 퍼런 나라에서 아이러니하게도 황금빛 자유를 만끽했다. 타나카를 바른 수줍은 미소 1962년 쿠데타 이후, 미얀마의 봄은 아직도 오지 않았다. 미얀마 양곤 공항에서 ‘아웅산 수치Aung San Suu Kyi’ 여사의 사진이 새겨진 기념품을 발견했을 땐 불필요하게 심장이 뛰었다. 독재를 글로 배운 나에게 미얀마는 쉬운 나라가 아니었다. 미얀마인의 표정은 하나같이 어둡고 일그러져 있겠거니. 마음이 불편한 여행을 마치고 무기력하게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여행 전부터 엄습해 왔다. 그때까지 나는 미얀마를 몰랐다. 아뿔싸, 그들은 너무 쉽게 웃었다. 은은하게 퍼지는 엷은 미소를 던지거나 “안녕하세요, 니하오, 곤니찌와.” 3개 국어를 동시에 구사하며 까르르 자지러졌다. 수십년간 군부의 그늘에서 살아 온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다. 영국이 통치한 시간까지 합하면 억압당한 세월은 더 길고 길 터인데, 어찌 저리도 해맑을 수 있나. 마음이 짠해지는 분노가 일렁였다. 그들이 방긋방긋 웃을 때마다 분을 바른 듯 뽀얗게 물든 두 볼이 도드라졌다. 얼굴을 도배한 희뿌연 것의 정체는 타나카였다. ‘타나카’는 나무를 갈아 만든 미얀마표 ‘천연 화장품’으로 자외선을 차단해 준다고 했다. 기능도 기능이지만 ‘멋’을 내는 데도 한몫했다. 광대 주변에 살짝 바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얼굴 전체에 골고루 펴 바른 사람도 있었다. 바간의 쉐지곤 파고다Shwezigone Pagoda에서 한 번, 양곤의 보족 아웅산 시장Bogyoke Aung San Market에서 또 한 번 타나카를 바르고 있는 어린 소녀를 만났다. 엄마의 화장품을 훔쳐 바르는 사춘기 소녀의 표정이 저러할까. 거울 속에 비친 소녀의 손동작은 어설프면서도 진지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2 그들이 웃을 때마다 두 빰을 물들인 타나카가 도드라졌다 3, 4 타나카를 바르던 소녀 롱지를 두르고 신발을 던지다 미얀마에서 파고다는 기도하는 ‘카페’다. 무섭게 세포분열 중인 도시의 카페와 미얀마의 파고다는 데칼코마니로 찍어낸 것마냥 닮았다. 일단 둘 다 명당을 꿰차고 앉은지라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찾아갈 수 있다. 파고다에서 미얀마인은 친구를 만났고, 주전부리를 먹었으며, 잠을 자기도 했다. 한쪽에선 엉덩이를 드러낸 갓난아이가 바닥을 기어 다녔지만 다른 한쪽에선 언제 신의 부름을 받을지 모르는 나이 지긋한 노인이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다. 그곳은 사는 것과 죽는 것의 경계가 묘연한 중간지대였다. 4박 5일간 10여 개가 넘는 파고다를 찾을 예정이었다. 미얀마의 파고다가 조건을 제시했다. “긴 하의를 입으시오, 신발과 양말은 벗으시오.” 그동안 내가 알던 ‘입기’와 ‘벗기’라는 행위는 이글거리는 욕망의 징표였다. ‘무엇을 걸치느냐’로 사람을 평가하는 이 사회에서 매일매일 옷 입기를 고민했고, 타인의 맨몸을 보고 싶은 원초적인 자아를 발견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미얀마의 파고다에선 입는 것도 벗는 것도 욕망을 지우는 과정이다. 끝까지 반바지와 신발을 고수한다면, 여행은 뒤틀리고 말 터. 급한 대로 바간의 냥우 시장NyaungU Market에서 산 ‘롱지Longyi’를 반바지 위에 둘렀다. 미얀마의 전통의상인 롱지는 사실 옷이라기보다 그저 길고 넓은 천 조각에 가까웠다. 천을 허리에 대고 몇 번을 칭칭 감은 후, 천 끝에 매달린 긴 끈으로 고정하자, 비로소 롱지가 제 모습을 갖췄다. 남자든 여자든 성별을 불문하고 롱지를 착용했다. 고작 천 하나 둘렀을 뿐인데 ‘먼 나라 이방인’이라는 흔적이 지워졌다. 신발과 양말까지 벗자 파고다의 신성한 기운이 맨 발을 에워쌌다. 풀 한 포기며 개미 한 마리며 아랑곳하지 않고 쿵쾅쿵쾅 밟았을 두 짝의 무기는 미얀마의 사원에선 온순해졌다. 까끌까끌한 모래가 발바닥을 간질였고, 자글자글한 나뭇잎까지 말을 걸어 왔다. 1, 4 미얀마의 파고다에선 신발과 양말을 신을 수 없다. 일정 내내 맨발로 돌아다녔건만 오히려 평소보다 몸과 마음이 더 편해졌다 2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쉐산도 파고다에 앉아 미얀마를 내려다보면 인간세계가 한눈에 들어온다 3 양곤의 ‘보족 아웅산 시장’에서 만난 승려 인형 5 해질녘의 파고다가 마음을 어루만졌다 작은 수레바퀴 아래서 괴로움을 끊다 자꾸만 나풀거리는 롱지를 잡고, 두 발을 조심스럽게 내디뎠다. 여기가 말로만 듣던 미얀마의 파고다Pagoda로구나. 미얀마 인구의 약 89%가 불교 신자라 했다.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가 바닥에 몸을 바짝 붙였다가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가…. 같은 동작을 쉼 없이 되풀이하는 저들은 대체 무엇을 위해 기도하는가. 한때 가톨릭 신자였던 적도, ‘종교는 아편’이라는 말에 감동하며 <만들어진 신>과 같은 책을 뒤적인 적도 있다. 결론은 원점. 결국 종교에 속하지도 벗어나지도 못했다. 나 같은 사람이 과연 삶이 곧 종교인 미얀마인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사원을 돌고 또 돌며 미얀마를 관통하는 ‘불교’를 이해하려 애썼다. 소승불교상좌부불교를 믿는 미얀마인은 ‘작은 수레바퀴 아래서’ 살고 있다. 파고다에서 정성을 다해 기도하는 그들 하나하나가 모두 내 눈에는 보리수나무 아래서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로 보였다. ‘큰 수레 안에 중생을 싣고 극락으로 간다’는 대승불교이건 개인의 해탈을 중시하는 소승불교이건간에 ‘열반’을 꿈꾸는 마음만은 같았다. 열반은 모든 번뇌에서 벗어나 편안함을 깨우친 경지, 불이 꺼진 상태를 일컫는다. 무작정 미얀마 신도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 눈을 감았다. 세상이 일순간 캄캄하게 방전됐다. 안간힘을 쓰며 붙잡고 있었던 것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미얀마어로 내 옆에서 기도하던 이의 목소리가 마음을 어루만지는 주술이 되어 돌아왔다. 불심은 삶의 ‘괴로움苦’에서 출발한다. 괴로움에서 벗어나고자 미얀마인은 더 으리으리하고 더 화려하게 사원을 짓고 꾸몄다. 현세에서 불심을 증명해야 지금의 고통을 끊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들은 중얼중얼 기도하면서도 얇은 금박지를 덕지덕지 불상에 발랐다. 사람들의 금박지 세례 때문에 불상의 몸집은 날로 거대해졌다. 1, 3 미얀마 인구의 89%가 불교 신자다. 기도하는 그들은 열반을 꿈꾼다 2 쉐지곤 파고다 귀퉁이에 ‘황금 꽃’이 피었다 4 괴로우니까 사람이다. 미얀마인이 불교를 믿는 이유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미얀마의 갠지스강, 인레 호수 미얀마 고원지대인 헤호에 다다르자, 끝없이 펼쳐지던 파고다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대신 헤호에는 신비로운 인레 호수Inle Lake가 흘렀다. 호수의 크기는 여의도의 10배가 넘는 수준. 그곳엔 갠지스 강의 신성함과 메콩 강의 건강함이 동시에 요동쳤다. 여기가 ‘극락’이로구나. 인레 호수는 온몸으로 자비를 베풀었다. 특히 호수 한가운데 떠 있던 파고다는 육지의 파고다보다 몇 배는 더 강렬한 기운을 뿜어냈다. 파고다를 에워싼 강물은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레테의 강에서 흘러든 것인지도 모른다. 인레 호수는 삶의 현장이었다. 샨족, 인타족 등 미얀마의 소수민족이 호수를 끌어안고 살고 있었다. 그들에게 물은 집이고 밭이고 학교다. 그들은 물 위에서 무수히 많은 것들을 건져 올렸다. 물풀, 갈대, 흙 등을 뒤섞어 근사한 밭을 일구었다. 여기서 생산된 토마토, 양파 등은 만달레이, 양곤 등 미얀마 전역으로 유통되고 있다. 한쪽 발로 노를 젓고 통발을 내려 물고기를 잡는 인타족의 몸짓도 아름다웠다. 장대를 수없이 툭툭 내리쳐야 물고기를 낚아 올릴 수 있다. 또 다른 소수민족은 직접 손으로 한 땀 한 땀 실과 면을 만들어 냈다. 심지어 그들의 손이 닿으면 연꽃의 뿌리조차 가느다란 실이 됐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곳을 4~5인승 보트에 앉아 1시간 가까이 유람했다. 물 위에 둥둥 떠 있다 보니, 하늘과 강물이 하나 되는 순간이 찾아왔다. 시골 아궁이에서 연기가 솟아오르는 것처럼 희뿌연 물안개가 조용히 피어올랐고, 소나기가 그친 후 무지개도 반원을 그렸다. 그곳에서 나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었다. 1 인레 호수에서 탈 수 있는 4인승 보트 2 누군가에게 호수는 집이고 밭이고 학교였다 3 미얀마에서 극락을 만났다 글·사진 구명주 기자 취재협조 베트남항공 www.vietnamairlines.com PAGODA ▶Bagan바간 정신을 잃게 만드는 황금 언덕이여 쉐지곤 파고다Shwezigone Pagoda 그늘진 사원의 복도를 관통하면, 일순간 시력을 잃을 것만 같은 강력한 빛이 뿜어져 나온다. 쉐지곤 파고다는 농후하게 익은 샛노란 과일처럼 불탑 전체가 황금빛으로 타오른다. 부처의 치아 사리를 등에 업은 코끼리가 멈춰선 명당이기도 하다. 파고다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그마한 물 웅덩이 하나가 있는데 웅덩이 앞에 앉으면 파고다 꼭대기가 물속에 비쳐 들어온다. 미얀마의 ‘마추픽추’라 부르겠소 쉐산도 파고다Shwesandaw Pagoda 일행 중 한 명은 ‘페루의 마추픽추보다 쉐산도 파고다가 아름답다’고 탄식했다. 쉐산도 파고다에 오르면 바간을 수놓은 파고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5층짜리 건물과 맞먹는 높이를 자랑하지만, 여행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맨발로 파고다의 계단을 오른다. 후들후들 흔들리는 다리를 다독이며 파고다에 오르면 붉은 토양을 뚫고 불룩불룩한 솟아오른 수천개의 파고다가 걸어온다. ▶Yangon 양곤 최고 중의 최고, 파고다 대표선수 쉐다곤 파고다Shwedagon Pagoda 미얀마를 소개하는 사진에는 응당 쉐다곤 파고다가 주인공을 차지한다. 세계 불자의 성지순례지인 이곳은 규모로 보나 분위기로 보나 으뜸이다. 높이가 100m, 둘레가 426m에 달해 도는 데 족히 30분은 걸린다. 이 파고다는 낮에 가도 좋지만 해질 무렵, 혹은 해가 진 이후 방문하길 추천한다. 맨발로 조용히 걷다가, 기도하는 미얀마인 옆에서 함께 명상을 해보자. 거대한 쉐다곤 파고다의 신성한 기운을 온몸이 흡수하는 것만 같다. 영롱한 촛불이 켜져 있어 마음이 편안하게 가라앉는다. ▶Heho 헤호 사원을 점령한 고양이 군단 점프하는 고양이 사원Jumping Cat Monastery 사원의 이름만 들어도 귀가 솔깃해진다. 고양이가 점프를 한다고? 아니나 다를까. 사원 입구부터 고양이가 여행객을 반긴다. 사원에서 사는 지체 높은 고양이신지라 사람이 다가가도 전혀 겁내지 않는다.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길 한가운데 벌러덩 드러눕는 건 기본이다. 이 사원이 유명해진 이유 중 하나는 고양이의 묘기를 볼 수 있는 ‘쇼’가 열리기 때문이다. 스님이 굴렁쇠를 높이 들면 그 안으로 ‘폴짝’ 뛴다. 그러나 현재는 정부에서 쇼를 금지한 상태라 쉽게 쇼를 볼 수는 없다. 여자는 들어갈 수 없다고? 파웅도우 파고다Phaungdawoo Pagoda 인레 호수에 떠 있는 파웅도우 파고다에는 눈길을 사로잡은 경고문이 하나 있다. “Ladies are prohibited.” 아니 시대가 어느 때인데 여성의 출입을 금지하는가! ‘남자’만 접근할 수 있는 ‘그것’은 축구공을 닮은 불상 5개. 불상을 둘러싼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1965년 마을 축제 기간에 복을 빌기 위해 불상을 배에 싣고 떠났는데 그만 물속에 불상이 빠져 버렸다. 4개의 불상을 찾고 1개의 불상은 포기했는데…. 사원에 돌아오고 나니 불상이 떡 하니 기다리고 있었다고. 5개의 불상을 여자 여행객은 만질 수 없지만, 멀리서나마 볼 수 있다. ▶Travel to Myanmar 항공 인도차이나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 베트남항공은 인천과 부산에서 베트남 하노이와 호치민으로 직항편을 운영 중이다. 12월1일부터 오후 6시5분 인천에서 출발하는 하노이행 비행기가 기존 주 4회에서 주 7회로 증편된다. 동계 스케줄을 기준으로 하노이에서 양곤으로, 호치민에서 양곤으로 각각 주 7회(오후 4시35분 출발→오후 6시10분 도착), 주 4회(11시40분 출발→오후 1시25분 도착)운항한다. 스케줄 인천-하노이 VN417편(오전 10시35분 출발→오후 1시45분 도착), VN415편(오후 6시5분 출발→오후 9시10분 도착), 인천-호치민 VN409편(오전 10시15분 출발→오후 1시45분), 부산-하노이 VN427편(오전 10시30분 출발→오후 12시45분 도착), 부산-호치민 VN421편(오전 10시 출발→오후 1시 도착) 문의 02-757-8920 www.vietnamairlines.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인타족은 한 발로 노를 젓고 통발을 내려 물고기를 잡는다 2 알려주기 싫은 비밀의 공간, 인레 리조트 숙소 바간 트리파이차야 생추어리 리조트Bargan Thiripyitsaya Sanctuary Resort 이 리조트는 미얀마 스타일을 자랑한다. 멀리서 보면 ‘리조트가 아니라 파고다 아냐?’ 하고 착각할 정도로 고풍스럽다. 키 큰 나무가 쭉쭉 뻗어 있는 정원의 사이사이로 독립된 객실이 마련돼 있다. 객실의 수는 총 76개. 객실 입구에는 몸을 누이기 좋은 넓은 의자가 있다. 이 의자에서 낮잠을 청해도 좋고 책을 한 권 읽어도 좋다. 리조트의 압권은 야외 수영장. 수영할 때마다 이라와디 강이 보이기 때문에 마치 강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만 같다. 로비에서 ‘와이파이’가 빵빵하게 터진다. 문의 +95-61-60048 www.thiripyitsaya-resort.com 주소 Bagan Archeological Zone, Old Bagan, Mandalay Division, Union of Myanmar 인레 리조트Inle Resort 남들에게 알려주기 싫은 ‘아지트’ 같은 곳이다. 인레 호수에서 보트를 타고 한참을 들어가면 리조트가 나온다. 인레 호수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리조트에까지 스며들어 있다. 저녁 무렵, 야외 테라스에서는 앉아 있으면 호수 속으로 고개 숙이는 해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인레 리조트는 자연 친화적이다. 수풀이 우거진 리조트를 걷다 보면 피곤함이 순식간에 달아난다. 문의 +95-9-521-4655 www.inleresort.com 주소 Inlay Lake, Nyaung Shwe Township Southern Shan State, Myanmar 수도 미얀마의 수도를 ‘양곤Yangon’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하지만 현재 미얀마의 수도는 네피도Naypyidaw다. 2005년 말 미얀마 군사정부가 수도를 양곤에서 핀마나Pyinmana로 이전했으며 1년 뒤 핀마나라는 도시명을 네피도Naypyidaw로 변경했다. 통화 & 시차 미얀마의 공식 화폐 단위는 차트Kyat. 달러를 받는 가게가 있긴 하지만 극히 드물다. 달러는 공항이나 호텔 등지에서 환전할 수 있다. 시차는 우리나라보다 2시간 30분 늦다. 날씨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이므로 우산이나 우의 준비는 필수다. 12월은 미얀마 여행의 적기다. 비가 적게 내릴 뿐더러 기온도 20~30도 선을 유지한다. 사전준비 미리 해외로밍을 하지 않으면 미얀마에선 원시인이 될지도 모른다. 자동 해외로밍이 되지 않기 때문에 문자, 전화 모두 쓸 수 없다. 출국 전 미리 로밍을 신청하라. 또한 파고다에선 짧은 반바지나 치마를 입을 수 없으니 미리 긴 옷을 준비하자. 현지에서 미얀마 전통의상인 롱지를 사 입어도 좋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경주 반하거나 미치거나

    경주 반하거나 미치거나

    후덕한 인상의 남산 불곡 마애여래좌상 경주 반하거나 미치거나 반하다 [반ː하다] [동사] 어떤 사람이나 사물 따위에 마음이 홀린 것같이 쏠리다. 미치다 [동사] 「…에/에게」 어떤 일에 지나칠 정도로 열중하다. 불국사도 석굴암도 좋고, 수학여행의 추억마저 좋은 너와 나는 이래저래 경주를 좋아한다. 그 경주의 남산에는 유독 그 마음이 넘쳐난다. ‘반하거나 미치거나’ 하는 경주 남산의 매력은 가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반할 수밖에 없는 남산南山 경주 왕궁의 남쪽에 자리해 이름 지어진 남산. 신라 사람들은 진짜 부처님이 남산에 살아 계셔 백성이 원할 때 그 모습을 드러낸다 믿었다. 신라의 임금마저도 남산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게 했던 굳건한 믿음은 남산을 경주에서 가장 많은 유물을 품은 곳으로 남게 했고 오늘날 사람들은 신라인들의 믿음의 흔적을 쫓아 남산에 오른다. 신라인들은 남산의 웬만한 돌 위마다 불상과 탑을 세웠다. 또한 반반한 절벽이라면 여지없이 부처님이 자리한다. 13기의 왕릉, 4개의 산성 터, 147개의 절터, 118체의 불상, 96기의 탑, 22기의 석등, 19점의 연화대 등 남산에서 발견된 문화유적은 672점에 이른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골짜기에 불상의 파편이 떠 내려오는 일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니 숨겨진 문화유적이 얼마나 더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수백년을 거쳐 쌓은 믿음의 세월은 이처럼 단단하고 거대해 하루 만에 쫓아 눈에 담기에 부족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남산에 오르는, 남산에 반쯤 미친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까닭도 이러하다. 하루 혹은 이틀, 짧은 시간을 남산에서 보내는 이들이라도 남산에 반하고 만다. ‘자연을 전혀 훼손하지 않고 자연을 더욱 아름답게 보이도록 조성된’ 신라인의 종교이자 믿음은 남산이라는 자연을 만나 자연스럽게 그 일부가 됐다. 경주 서남산의 문화유적 탐방 코스이자 산행 코스는 남산의 매력을 짧은 시간에 보여준다. 삼릉에서 시작해 삼릉골(냉골)과 금오산 정상을 거쳐 용장골에서 마감하는 이 코스는 3~4시간의 온전한 등산 시간을 요한다. 문화유산해설이 곁들여지면 6~7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서남산 삼릉-용장골 코스는 삼릉, 냉골 석조여래좌상, 마애관음보살입상, 선각육존불, 선각여래좌상, 경주 삼릉계석불좌상, 상선암마애대좌불, 금송정터와 바둑바위, 금오산 정상, 삼화령 대연화대, 용장사지 삼층석탑, 용장사지 마애여래좌상, 용장사지 삼륜대좌불, 용장사터, 탑재와 석등대석, 용장계 절골 석조약사여래좌상의 문화유적을 순서대로 쫓는다. 길은 때로는 평탄하고 때로는 가파르며 험난하다. 흙길은 돌길이 됐다가 바윗길이 되고 다시 돌길과 흙길로 바뀐다. 다만 길을 따라 불상과 탑이 이어지는 건 한결같다. 비와 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이미 자연의 일부가 된 유적들은 알면 보이고 모르면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이는 이 길 위, 숲 속에 고이 앉은 경주 삼릉계석불좌상은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 아름답다. 연화대좌에 앉은 이 좌상은 애초에 노천불이었다고 한다. 부처님이 비바람을 맞을지언정 자연과의 조화를 깨트릴 수 없었던 신라인들은 전각 대신 하늘을 지붕으로 삼고 나무를 기둥으로 세웠다. 그리고 아름다움을 얻었다. 절벽 아래 중생을 굽어 살피는 상선암마애대좌불을 지나면 곧 금오산 정상이다. 서라벌 벌판과 북남산을 굽어보려면 정상 못 미처 자리한 금송정터와 바둑바위에 오르는 것이 좋다. 막상 정상에서는 별다른 전망을 볼 수 없다. 하산 길, 용장사지 동편 능선 위에는 용장사지 삼층석탑이 자리했다. 어느새 뉘엿거리는 해에 삼층석탑이 불그스레하다. 용장사지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삼층석탑은 3층 옥개석까지의 높이가 4.5m다. 수많은 남산의 탑들처럼 기단은 따로 없다. 앞서 불상과 마찬가지로 자연과의 조화를 고려한 신라인들은 자연의 바위를 기단으로 삼아 탑을 조성했다. 사람의 손으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200m 높이의 기단은 이렇게 탄생해 200m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탑을 완성했다. 서남산의 삼릉-용장골 코스에 비하면 동남산 기슭의 유적들은 찾기가 수월하다. 15분여 가파른 코스의 산행이 필요한 보리사 마애석불을 제외하면 산책 수준에 불과하다. 남산 불곡 마애여래좌상에서 시작해 남산 탑곡마애불상군, 남산 미륵곡 석조여래좌상, 보리사 마애석불, 헌강왕릉, 정강왕릉, 서출지, 남산리 사지 쌍탑 등지를 둘러보려면 4시간 가량이 걸린다. 중간중간 차로 이동해도, 걸어도 좋다. 남산 불곡 마애여래좌상은 부처골감실불상으로도 불린다. 절벽을 이룬 바위에 감실을 파고 부처를 새겨 놓았는데 후덕한 인상과 팔짱을 낀 손 모양 때문에 선덕여왕의 상이라는 설도 떠돈다. 바위에 올라 감실 내부를 자세히 보면 채색된 연꽃 그림도 있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찾기는 조금 어렵다. 남산 탑곡마애불상군은 부처의 세계다. 높이 10m, 둘레 40m에 달하는 거대한 바위의 사방에는 시대를 달리하는 불상과 탑이 새겨져 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천상의 선녀도 보인다. 경주 남산의 석불 가운데 가장 완전한 모습을 보이는 남산 미륵곡 석조여래좌상이 가까이 자리했다. 양피사지와 염불사지의 쌍탑은 고즈넉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염불사지 두 기의 탑은 복원과 동시에 스리랑카에서 모셔온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안치했다. 민간에서 추진한 일이라 자부심이 크다. 1 노천불인 경주 삼릉계석불좌상은 지나가는 등산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2 동남산 기슭에 자리한 남산 미륵곡 석조여래좌상. 다리품을 적게 팔고 만날 수 있는 신라의 아름다움이다 3 중생을 굽어 살피며 아래로 시선을 둔 상선암마애대좌불 4 동남산 가파른 산길을 350m 정도 오르면 만나게 되는 보리사 마애석불 상선암마애대좌불. 금방이라도 바위에서 튀어나올 듯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함께 걷고 이야기하는 남산 문화유산해설사와 함께 걷는 남산은 더욱 풍성하다. 유적지의 안내판이 담아내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해설사를 통해 들을 수 있어 과거 신라의 풍경이 그림처럼 피어 오른다. (사)경주남산연구소에서는 주말과 공휴일에 남산유적답사를 무료로 진행한다. 삼릉 코스, 동남산 코스, 동남산 산책, 남남산 산책 등 4개의 산행 코스와 삼릉 가는 길(둘레길 걷기)을 포함한 5개의 정규 코스를 해당 일에 맞게 운영한다. 매월 보름 전후 토요일에는 남산달빛기행을 떠날 수 있다. 저녁 7시 혹은 7시30분에 출발해 밤 11시30분경에 내려오는 일정으로 이 또한 무료다. 문의 054-777-7142 www.kjnamsan.org ●미친 사람들 경주에는 무언가에 미친 사람들이 많다. 이번 여행에 남산 해설을 맡아 주신 (사)경주남산연구소의 김구석 소장도 그랬다. 신라의 흔적을 찾아 남산에만 3,000번 가량 올랐다는 그는 아예 남산 용장골에 집을 짓고 남산을 제 집 드나들 듯 하고 있다. 답사 여행객 맞이와 강의에 그는 늘 바빠 보였는데 실제 경주에서 만난 무언가에 ‘미친 사람’들은 늘 바빴다. 자연에서 얻어 살다 야선미술관 박정희 관장 “이 나물 이름이 뭐에요?” “어제 캔 나물.” 아침 밥상에 놓인 나물 이름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어제 캔 나물이라니. 하기는 자연이 기른 채소를 어제 캤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직접 가꾼 텃밭과 들과 산에서 채취한 싱싱한 채소들은 야선미술관 밥상의 선식으로 오른다. 덖은 무는 갈빛, 맨드라미는 선홍빛 선차가 된다. 건강한 재료로 만든 밥상과 찻상은 자연히 건강을 부른다. 야선미술관은 박정희 관장(사람들은 편하게 야선 선생님이라 부른다)의 호를 따 이름한 미술관이다. 경주 동남산 기슭에 3년여 동안 지은 네 채의 한옥은 작은 미술관이기도 하며 선식과 선차를 먹고 마시며 한옥에서 잠자리를 갖는 웰빙 체험 공간이기도 하다. 20대 젊은 시절, 대학에서 중문학을 전공한 야선 선생님은 대구의 서당에서 훈장을 했다. 십여 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며 열심히 살았지만 이상하리만치 몸에 기운은 없었다. 우연히 들렀던 경주 남산에 터를 잡고 자연과 더불어 살기를 15년. 건강한 몸의 야선 선생님은 경주 남산의 건강 전도사가 됐다. 가진 것이 많아 보인다는 누군가의 말에 야선 선생님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심지어는 빚마저도. 3년여 한옥을 지으며 앞을 향해 달리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도 잠자리와 먹을 것,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남았으니 확실히 가진 게 많아 보인다. 야선미술관의 익살맞은 작품 한옥과 넓은 마당이 있는 야선미술관의 모습. 선식과 선차는 사진 가운데에 있는 조그마한 한옥에서 맛볼 수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은 한옥 문화공간 진 한유진 대표 한옥을 허물고 집을 지을 때 주변 사람들은 ‘미친 짓’이라고 했다. 가족들도 환영하지 않았다. 마침 남편이 해외에 있어 때가 잘 맞았다 한다. 간절한 이야기에 웃음이 났다. 한유진 대표가 남 보기에 ‘미친 짓’에 매진했던 이유는 단순하다. 어린 시절, 한옥에 살던 추억이 그리워서였다. 경주도 그런 곳이었다.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경주는 늘 아련하고 그리운 고향이었다. ‘문화의 거리’라 불리는 경주 동성로의 한 켠에는 큰 대문을 지닌 기와집 한 채가 서 있다. 현대식 상가 가운데에 단아하게 자리해 저절로 눈이 가는 집이다. 집주인이자 집 한 켠을 빌어 ‘문화공간 진’을 운영하는 한유진 대표는 이 집의 대문에 먼저 반했다. 집 내부는 보지도 않고 ‘이 집이 내 집이 됐으면’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2009년, 그 바람은 현실이 됐다. 1942년 광산댁이 지은 한옥은 그런 바람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살릴 건 살리고 버릴 건 버려 본연의 모습을 찾으려 했다. 여름에만 사용 가능한 전이 공간이라 대부분 철거를 하는 마루는 살리고, 처음에는 없었지만 살며 넓힌 실내 공간은 과감히 버렸다. 수리를 하며 발견된 세월의 흔적은 작은 정겨움이자 추억이었다. 한유진 대표는 울산에서 플로리스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남편 직장도 울산이다. 한옥을 짓기 전까지만 해도 경주에서 완전히 살겠다는 마음은 아니었는데 집을 짓고 보니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짐 들어갈 공간이 부족한지라 침대와 식탁만 들고 이사를 감행했다. 살아 보니 그저 좋아 2년 넘게 살고 있다. 출퇴근 등 소소한 불편은 한옥의 매력을 이기지 못했다. 부채에 민화를 그리는 프로그램은 문화공간 진의 일일체험 중 하나다 한옥의 일부를 개인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다 ▶travie info 현재 문화공간 진은 생활 꽃꽂이, 규방공예, 민화 그리기 등으로 한옥 공간의 일부를 경주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 꽃꽂이와 민화 수업은 한유진 대표가 직접 진행한다. 2년 전부터 그리기 시작한 민화 실력은 서라벌예술대전에서 특선에 뽑힐 정도로 훌륭하다. 여행자들은 토, 일요일에 열리는 단시간 일일 체험(체험비 1만2,000원)이 가능하다. 몇시간 전에 예약을 해도 되고, 지나다 문이 열려 있으면 들어가도 된다. 좋은 공간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어 하는 한유진 대표의 마음이다. 010-2717-3474 ●미치게 하는 맛 ▼아사가 경주 ‘문화의 거리’에 자리한 전통 찻집이다. 큰길에서 보이는 입구는 갤러리로 다기 등 차 관련 용품이 전시돼 있다. 작은 마당을 지닌 초가 찻집은 입구 옆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온다. 작은 소품으로 가득한 찻집 마당이 볼 만하다. 판매하는 차의 종류는 다양하다. 찻집에서 추천하는 차는 대추차. 진하고 달콤하다. 주전부리로 좋은 가래떡 구이 등도 판매한다. 주소 경북 경주시 노서동 9-2 전화 054-771-7625 ▼아이차 분식 이름은 분식집이지만 추어탕만 파는 전문점이다. 경상도식 추어탕 중에서도 호박잎이 들어간 전통 방식의 경주식 추어탕을 맛볼 수 있다. 서울식이나 남원식 추어탕과는 크게 다르므로 경상도식 추어탕이 익숙하지 않다면 입맛에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추어탕을 주문하면 생선구이가 따라 나오고 밑반찬도 꽤 많다. 점심시간이 다 돼 가는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2시 정도까지만 문을 연다. 테이블이 몇 개 되지 않아 줄을 서서 먹기 일쑤며, 한 솥만 끓여 팔고 문을 닫으므로 손님이 많은 날에는 오후 1시 가량에 문을 닫기도 한다. 일요일 휴무. 교동쌈밥 옆 골목이라 찾기가 어렵지 않다. 6,000원. 주소 경북 경주시 황남동 167-1 전화 054-741-5917 ▼고두반 농촌진흥청에서 지정한 농가 맛집이다. 텃밭에서 키운 채소를 70~80% 이상 사용하고, 장작 가마에서 구운 소금으로 간을 본다. 조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경주 한우 전골이 주 요리인 고두반 밥상은 정선 큰집에서 보내 온 정선 더덕과 두부 샐러드, 콩전으로 시작해 곤드레, 민들레 김치, 비트 장아찌, 갓 김치, 감자 조림, 우엉 장아찌 등의 반찬을 낸다. 반찬은 아침마다 만든다. 1만3,000원. 다시마 가루를 넣은 두부와 가자미 식해, 돼지고기 수육이 함께 나오는 두부삼합도 맛있다. 2만5,000원. 쌀과 누룩으로만 빚은 막걸리가 요리에 잘 어울린다. 월요일은 쉰다. 주소 경북 경주시 도지동 156-2 전화 054-748-7489 홈페이지 www.고두반.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수리뫼 중요 무형 문화재인 고 황혜성 선생님에게 전수 받은 궁중 음식을 선보이는 곳이다. 깔끔하고 정갈한 메뉴에 눈이 먼저 즐겁다. 전채 요리로는 구절판과 죽이 나오고, 주 요리로는 연저육찜, 두부소박이, 더덕구이, 신선로 등이 계절에 따라 달리 나온다. 찹쌀로 빚은 왕주를 곁들여 천천히 코스를 즐기자. 용산서원과 더불어 자리해 분위기도 고즈넉하다. 수리뫼 코스 5만5,000원. 주소 경북 경주시 내남면 이조리 657 전화 054-748-2507 홈페이지 www.surime.co.kr ▼교리 김밥 교리 김밥은 통영 김밥, 동대문 마약 김밥과 더불어 전국 3대 김밥으로 알려져 있다. 얇게 썬 지단을 듬뿍 넣은 형태라 특이하다. 맛은 평범한 편인데 묘하게도 뜬금없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두 줄에 3,400원으로 자리에 앉아 먹으려면 한 명이 두 줄 이상은 주문해야 한다. 경주 최부자집과 요석궁 사이 골목에 자리했다. 주소 경북 경주시 교동 96 전화 054-772-5130 ▼참가자미 횟집 경주에서 참가자미를 맛보지 않으면 섭섭하다. 고소한 참가자미를 각종 채소와 초고추장, 콩가루에 버무려 먹는 맛이 일품이다. 요즘 경주 사람들은 감포 중매인 참가자미 횟집(동천동 786, 054-773-3611)과 대풍(동천동 808-6, 054-771-4436)을 주로 찾는다고 한다. 경주 갈 일이 있을 때 간간히 들르는 대신 참가자미 횟집(용강동 1355-1, 054-774-6203)도 괜찮다. 참가자미 횟집은 시청 근처 시내에 몰려 있다. 첨성대, 대릉원 인근에서 택시를 타면 3,000~4,000원 정도 나온다. ▼삼미정 착한 가격과 착한 맛을 자랑하는 집이다. 각종 버섯과 손두부를 넣어 빨갛게 끓여내는 두부전골이 7,000원. 돼지고기 수육과 파전도 괜찮다. 서남산 삼릉 입구에 자리했다. 주소 경북 경주시 배동 391-7 전화 054-745-8761 에디터 트래비 글 Travie writer 이진경 사진 Photographer 김경현 취재협조 (사)경주남산연구소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보고 듣고 즐기세요]

    연극·뮤지컬 ●댄스뮤지컬 ‘번 더 플로어’ 25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30일~12월 1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각종 댄스 선수권대회를 석권한 무용수 20여명이 살사, 탱고, 룸바 등 춤과 이야기의 향연을 펼친다. 베르사체·돌체앤가바나·모스키노의 디자이너들이 참여한 의상 300여벌이 더해져 화려함이 배가된다. 3만~15만원. 1544-1555. ●뮤지컬 콘서트 드림인(Dream人) 20일~12월 22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스프링 어웨이크닝’, ‘그리스’, ‘지킬 앤 하이드’ 등 많은 사랑을 받는 뮤지컬 음악으로 꾸몄다. 뮤지컬 배우의 연기와 작품 설명을 곁들이는 해설이 있는 공연이다. 1만원. (02)796-7831~2. 국악·클래식 ●서원숙 가야금 독주회 20일 오후 7시 경기도문화의전당. 서원숙 단국대 교수가 가야금 산조의 명인 중고제 심상건의 음악을 재현한다. 정악적 변풍에 주법이 까다로워 음반으로만 전해지는 심상건 음악을 다양하게 만날 기회. 서한범 단국대 국악과 명예교수가 해설하고, 이건석(대금) 단국대 교수와 단국대 현악합주단이 협연한다. 무료. (031)8005-3926. ●소프라노 손순남 독창회 23일 오후 8시 서울 삼성동 포니정홀. 한국인 최초로 미국 피츠버그 오페라단에서 활약하고 국내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손순남이 ‘오래된 나의 노래들’이라는 주제로 독창회를 연다. 나운영의 ‘가려나’, 김성태의 ‘동심초’, 조르다니의 ‘나의 다정한 연인’, 글룩의 ‘오 감미로운 나의 사랑’등 노래를 선사한다. 3만원. (02)2051-0734. 미술·전시 ●정제화 ‘일탈·회귀’전 21일부터 27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 4층 특별관.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 그래도 현실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는 인생의 현실을 묘사한 작품들이다. 작가가 이런 점을 강조하기 위해 택한 소재는 연꽃. 연꽃이 있는 연못이 속세이며 극락이니 우리가 사는 세상이 바로 낙원이라는 메시지다. (02)736-1020. ●‘클래스 올덴버그 & 코셰 반 브루겐 작품’전 내년 1월 15일까지 서울 청담동 PKM트리니티갤러리. 청계천변에 위치한 소라 모양의 거대한 공공 설치작품으로 유명한 두 작가의 협업 작품을 대거 선보인다. 영등포 타임스퀘어에는 3m가 넘는 대작 2점을 따로 전시해 뒀다. (02)515-9496.
  • 올 국가대표 전통주 ‘산천어’·‘백련’ 선정

    올 국가대표 전통주 ‘산천어’·‘백련’ 선정

    올해 최고의 막걸리로 생막걸리 가운데 화천주가의 ‘산천어생막걸리’가, 살균막걸리 가운데선 신평양조장의 ‘하얀연꽃 백련막걸리’가 선정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25일부터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개최한 ‘2012년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 마지막 날인 28일 품평회에서 8개 부문별 최고의 술을 발표했다. 서울신문이 주관하고 농식품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aT)가 주최했다. 약주·청주 부문에서는 우리술의 ‘대통주’, 과실주 부문에서는 예산사과와인의 ‘추사애플와인’, 증류식 소주 부문에선 명인안동소주의 ‘명인안동소주’, 일반증류주 부문에선 병영주조장의 ‘병영설성사또’, 리큐르 부문에선 거창사과원예농협의 ‘산내울 오미자주’, 기타주류 부문에선 아이비영농조합법인의 ‘허니와인’이 각각 최고의 술로 뽑혔다. 입상 제품에는 농식품부 장관 상장을 수여하고 홍보 책자를 제작해 국내외 유통업체 및 바이어 등에게 적극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국내외 박람회·전시회 등 판촉행사 참가도 지원한다. 정부가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서도 이들 주류를 사용해 명품주로 적극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행사는 ‘막걸리의 날’(10월 25일)을 기념해 정부 차원에서 우리 술을 대내외에 적극 홍보하기 위해 마련했다. 막걸리의 날은 프랑스에서 재배한 햇포도를 11월 셋째 주 목요일까지 출시하지 않도록 했다가 이날을 기점으로 일제히 내놓아 판매를 촉진하는 데서 아이디어를 따왔다. 농식품부와 전통주진흥협회는 지난 8월부터 16개 시·도별 지역 예심을 통과한 총 107개 업체 125개 제품에 대한 현장 심사를 통해 품질 관리 능력을 평가하고 지난 26~28일 본심사를 통해 8개 주종별 대상·최우수상·우수상·장려상 등 총 32개 제품을 선정했다. 행사에는 나흘 동안 30여만명의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울랄라세션과 함께하는 막걸리파티, 칵테일쇼 등 열띤 행사가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 참가업체 관계자는 “시음과 판매 목적으로 준비한 물량이 소진돼 추가 주문할 정도로 관람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울산 대왕암 휴양단지 반쪽사업

    울산 대왕암 휴양단지 반쪽사업

    울산 동구 ‘대왕암공원 해양복합휴양단지(조감도)’가 국비 지원 축소로 ‘반쪽 사업’으로 전락하게 됐다. 24일 울산시와 동구에 따르면 이 단지 조성사업(37만 7000㎡)은 지난해 국토해양부의 연안 유휴지 개발사업에 선정돼 총 426억원(국비 226억원·시비 2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 2016년까지 완공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지난 6월 국토부 감사(감사원)에서 ‘민자유치 실적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따라서 기획재정부는 국비를 70억원으로 156억원이나 대폭 줄였다. 또 전체 사업비에 민자 비용까지 포함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대왕암공원 해양복합휴양단지 조성 사업비는 국비 70억원, 시비 30억원, 민자 69억원 등 총 169억원으로 줄었다. 이 때문에 규모도 당초 37만 7000㎡에서 10만㎡로 줄어 반쪽 사업이 불가피하게 됐다. 시는 당초 대왕암공원 일대 연안유휴지 37만 7000㎡에 설치할 계획이던 에코어드벤처와 5개 구역 탐방로, 만남의 광장, 대왕교, 해안조망휴게소 등을 제외한 오토캠핑장, 텐트촌, 연꽃 연못, 생태학습원, 치유의 숲, 휴게소 등만 설치하도록 계획을 변경해야 했다. 시 관계자는 “동구가 지난 16일 당초 계획보다 축소된 규모의 연안유휴지 개발사업의 실시설계용역에 들어갔다.”면서 “국비 축소로 제외된 시설은 앞으로 추가 사업비를 확보해 차질 없이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편 해양복합휴양단지 조성사업은 올해분 국비 10억원을 들여 연내 착공될 예정이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23) 대전 부용로·사득로

    [길을 품은 우리 동네] (23) 대전 부용로·사득로

    대전 중구 부사동(芙沙同)에는 지명과 관련한 두 가지 설이 전해내려온다. 보문산 동편 자락에 산비탈을 깎아 형성된 마을 형태가 연꽃이 물에 떠있는 명당을 일컫는 ‘연화부수형’에서 유래됐다는 설과 백제시대 부용과 사득의 설화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그것이다. 일제시대까지 부사리와 보문정 등으로 불리다 1946년 보문정에서 부사동으로 이름이 바뀐 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중구가 오랫동안 대전의 중심지였지만 부사동은 화려했던 과거를 찾아볼 수 없는 낙후 동네여서 격세감이 든다. 부용로와 사득로는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간선도로가 아니라 부용과 사득이 살던 윗말(상부사리)과 아랫말(하부사리)를 잇는 작은 길이라는 점도 이색적이다. ●보문산 동편 자락 깎아 만든 마을 ‘부사동’ 부용로는 보운초등학교 앞에서 청란여고 후문까지 1.09㎞, 사득로는 부사네거리에서 남대전등기소를 잇는 길로 전체 길이가 876m다. 백제시대 윗말에는 부용 처녀가, 아랫말에는 사득이라는 총각이 살았는데 두 마을은 공동으로 우물(바가지샘)을 사용했다. 고전평(지형이 높은 땅)에 위치, 가뭄이 들면 샘물이 부족해져 주민들은 1㎞나 떨어진 황새샘(현 한밭운동장)까지 내려와 물을 길어다 먹을 수밖에 없었다. 물을 먼저 사용하기 위한 주민들의 경쟁이 벌어지면서 사이는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물을 길러 다니면서 사득과 부용은 정이 들었고 결혼까지 약속했다. 그러나 사득이 신라와 전쟁에 나가 전사하고, 사득을 잊지못한 부용마저 매일 마을 뒷산 선바위에 올라 치성을 드리다 실족해 죽었다. 그 후 마을에 극심한 가뭄이 들어 샘이 말라버렸다. 마을 주민들은 기우제를 지내며 정성을 다했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다. 어느 날 아랫마을의 가장 나이가 많은 좌상(座上) 노인의 꿈에 부용이가 나타나 ‘칠석날’ 영혼 결혼식을 올려주고 합궁을 시켜달라고 말했다. 윗마을 노인에게도 사득이가 꿈 속에서 똑같은 부탁을 했다. 두 마을에서는 칠월칠석날 영혼혼례를 치르기로 의견을 모아 샘을 깨끗이 치우고 백설기와 음식을 차려 고사를 지냈다. 또 짚으로 부용이와 사득이 모습을 만들어 영혼 결혼식 올린 뒤 합궁을 시키자 샘물이 펑펑 쏟아졌다. 이후 두 마을은 화합했고 주민들은 고마움을 기리기 위해 마을샘을 부사샘, 동네이름을 부사리로 정했다. 배성희 대전 중구 새주소담당은 “부용로와 사득로는 지역의 설화를 새 주소로 활용했지만 선바위를 제외하고 관련 유물이나 유적이 없어 아쉽다.”면서도 “지역 주민들이 잘 아는 내용이다보니 새 주소에 대한 애정이나 인식은 훨씬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사동은 6·25 전쟁 당시 내려온 피란민들이 보문산 자락에 정착하고, 금산에서 인삼 농사를 통해 돈을 번 이들이 대전으로 이사한 곳이다. 동민 7500명 가운데 토박이는 20%에 불과하다. 부사동에 직행버스 터미널이 생기고, 인삼 구매지가 조성된 것에는 이 같은 역사적 배경이 있다. 2010년 주거환경개선사업(무지개프로젝트)이 마무리돼 도로가 정비되고 주택 개량이 이뤄져 옛 모습이 사라졌지만 2000년대 초기만 해도 차 한 대가 겨우 통행할 수 있는, 판자촌이 남아 있던 대전의 대표적 낙후지역 중 한 곳이다. 지금도 겨울철 눈이 내리면 차량 통행이 불가능하다. 달동네인 부용로는 시작부터 오르막길이라 굳이 생활해보지 않았더라도 팍팍한 정주 환경이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좋은 기운이 서린 지역’이어서 그런지 주변에 7개 학교가 들어섰고, 사찰과 점집이 몰려 있는 것도 특징이다. 부용이 살았다는 집은 현재의 청란여중·고 부근, 사득이가 살았다는 하부사리는 청란여고 정문 앞과 남대전고등학교 정문 앞 사이로 추정되고 있다. 하부사리는 ‘차라리’(뗏집거리)라고도 불렸는데 사람들이 오래 전부터 떼로 집을 지어 살았다고 전한다. 두 길의 중간지점에 대전보문종합사회복지관(부용로 41번길 55)이 조성됐다. 복지관에서 선바위로 올라가는 길에는 지자체가 조성한 부사샘과 부용·사득이 탑이 만들어졌다. 부용이 떨어져 죽었다는 선바위는 부용바우, 아들바우로도 불린다. 선바위는 사람이 선 모습과 비슷하다고 붙여졌고, 아들바우는 아들을 못 낳는 사람이 칠월칠석날 아들 낳기를 기원하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전설에서 기인한다. 사득로에서 부용로로 가는 길에는 장애인들이 모여 생활하는 ‘쉴만한 물가’(부용로 72)가 있다. 최근 기업들의 지원이 줄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전경이 장애우들의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기를 기원한다. 부용로를 따라 가면 대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한솔아파트(부용로 55)가 있다. 고층 아파트가 아니지만 위용만큼은 어느 아파트에 뒤지지 않는다. 박종철 부사동장은 “좁은 길과 판자촌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면서 “무지개프로젝트를 통해 길이 넓어지고 공원 및 벽화 조성 등을 통해 환경이 많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칼국수·자동차특화거리 조성 부사동 일대는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담고 있다. 중구는 160개의 칼국수집이 있을 정도로 칼국수가 대표 음식이다. 그중에서도 대전중학교 정문 앞은 대전을 대표하는 칼국수거리로, 매운 칼국수의 ‘메카’와 같은 곳이다. 현재 재개발이 진행돼 유명 칼국수집 일부가 인근으로 옮겨갔지만 옛 추억을 잊지 못하는 시민들과 여행객들이 시간을 내 일부러 찾아가는 명소다. 한밭운동장 주변은 전국 최초의 자동차 특화거리가 조성돼 있다. 차량등록사업소가 한밭운동장으로 이전하면서 자동차 관련 업소가 하나둘씩 들어서기 시작하더니 80여곳이 포진했다. 자동차 정비에서 오디오와 시트커버, 폐차대행 등 자동차에 관한 모든 업종이 들어서 자동차에 관련된 민원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자동차 전공 학생들에게 실습과 견문을 높이는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취업으로 연계되기도 한다. 글 사진 대전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24회는 경북 고령의 우륵로와 정정골길을 소개합니다.
  • 부산 광안리 밤의 ‘불꽃’같은 사랑

    “가을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을 사랑의 불꽃 보러 오세요.” 부산의 대표적 축제인 제8회 부산불꽃축제가 역대 최대 규모로 광안대교 일대 등에서 개최된다. 오는 26일부터 27일까지 ‘사랑’을 주제로 진행된다. 하이라이트인 부산멀티불꽃쇼는 27일 오후 8시부터 1시간 동안 광안대교와 광안리해수욕장에서 펼쳐진다. 특히 올해는 부산불꽃축제에서만 볼 수 있는 초대형 불꽃과 레인보 불꽃을 비롯해 중대형 연화(연꽃) 불꽃을 지난해보다 대폭 보강했다. 또 이번 부산멀티불꽃쇼에서는 부산 출신 개그맨 이경규가 사회를 맡았다. 멀티불꽃쇼 4막에서는 주제인 사랑을 강조하기 위한 프러포즈타임 이벤트가 광안리해수욕장 중앙 특설무대에서 진행된다. 전야제인 26일 오후 7시에는 부산아시아드 주 경기장에서 ‘K팝 콘서트’가 펼쳐진다. 가수 동방신기, 아이유, 틴탑 등 최정상급 한류 스타들이 축하 공연을 펼친다. 27일 본행사인 불꽃쇼에 앞서 식전공연이 광안리해변로와 중앙 무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언양삼거리~민락회센터 앞 1.5㎞ 구간에서 거리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광안리해변로에서는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다양한 거리 공연이 펼쳐진다. 오후 6시부터 8시까지는 불꽃음악회가 개최된다. 올해 불꽃축제는 식전 프로그램을 보강했으며 관람객 증가에 대비해 지난해보다 안전요원을 늘리는 등 안전 대책도 강화했다. 관람객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임시 이동식 화장실도 늘렸다. 이갑준 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이번 부산불꽃축제에는 150여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행사 진행과 안전 문제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한편의 환상동화 한국色 수놓은 발레 파리지앵을 홀리다

    한편의 환상동화 한국色 수놓은 발레 파리지앵을 홀리다

    처음에는 다소 멀뚱멀뚱했다. 머리에 수건을 싸맨 한복 차림의 아낙들이 발레를 하니 어색하기도 했을 터. 1막에서 파도 치는 바다를 배경으로, 선원 12명이 높이 뛰어오르는 그랑 주테(공중에서 두 다리를 일자로 벌리는 동작)와 힘찬 회전으로 장식한 강렬한 군무를 선사하자 박수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3막 조선 궁궐 장면에서 달빛 아래 궁중예복을 차려입은 남녀 무용수가 2인무를 춘 뒤에는 박수 소리가 더 크고 오래 이어졌다. 공연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박수갈채와 함께 “마니픽”, “뷰티풀”이라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객석 “뷰티풀” 탄성 이어져 지난달 29일과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팔레 데 콩그레 극장 무대에 오른 유니버설발레단의 ‘심청’은 한국 고전의 멋과 높은 발레 수준을 과시하면서 호평을 받았다. 팔레 데 콩그레(3723석)는 파리에서 가르니에(파리오페라발레) 극장, 살 플레옐과 함께 3대 공연장으로 꼽힌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뮤지컬 대작 ‘노트르담 드 파리’가 초연된 곳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무대장치와 무용수 동선을 고려해 무대를 3분의2 정도로 줄이고, 관객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객석은 절반인 1800석만 확보했다. 생소한 한국 창작발레에 대한 관심은, 객석점유율과 유료판매율이 각각 평균 94.3%, 80%라는 수치가 방증한다. 이번 파리 공연을 주도한 기획자 에티엔 통은 “한국 전통과 클래식 발레를 모두 품었다는 게 ‘심청’의 강점”이라면서 “프랑스 관객들은 이야기를 몰라 처음에는 어리둥절하겠지만 점점 감정이 흐름을 타면서 감동을 받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전통과 클래식 발레의 접목 이야기는 우리가 아는 그대로다. 심청이 태어나 자라고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300석에 목숨을 내놓고 인당수에 빠지는 부분까지 긴 이야기가 1막에 짜임새 있게 압축돼 있다. 부인과 함께 온 장밥티스트 몰레(31)는 “한국의 옛이야기가 안데르센의 동화와 같은 흐름을 갖고 있어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었다.”면서 “심청이 바다(인당수)에 빠지는 장면이 무척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2막 용궁 장면에서는 무용수들이 반짝이는 비늘, 뾰족한 장식 등으로 화려한 바다생물을 표현했다. “의상이 매우 화려하다.”, “보티첼리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등의 의견이 주를 이뤘다. 연꽃을 타고 육지로 올라온 심청이 왕비가 되고 맹인잔치를 열어 아버지와 만나는 3막에서는 탈춤 군무와 섬세한 궁궐 무대 장식이 돋보인다. 친구들과 공연을 본 비누아 에르랭(29)은 “무대장치가 인상적이다. 특히 풍랑을 만나는 장면에서 배 뒤로 바다가 요동치고, 양쪽 돛이 흔들리는 등 역동적으로 표현한 것이 놀라웠다.”고 했다. 2막 도입부에서 심청이 물속으로 들어가는 영상을 거론하며 “무대에서 보여 주지 못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처리한 구성이 독특했다.”고 덧붙였다. 이혜민 주프랑스대사는 “공연이 진행될수록 객석 반응이 뜨거워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K팝뿐 아니라 클래식한 분야에도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종수 주프랑스한국문화원장도 “ 우리 문화의 다양성을 드러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 보티첼리 그림 보는 듯” 뱅상 베르제 파리 7대학 총장은 “가족의 의미, 부모에 대한 사랑이 감명 깊은, 정말 아름다운 얘기”라면서 “의상이 마음에 든다. 심혈을 기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발레 ‘심청’은 1986년 초연됐다. 이후 수차례 다듬으면서 12개국 40여개 도시에서 200여회 공연을 이어왔다. 유니버설발레단 문훈숙 단장은 “이번 공연을 통해 한국 전통을 접목한 창작발레에 대한 유럽의 높은 관심을 확인하게 됐다.”면서 “내년에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심청’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리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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