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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밖에 몰랐던 그가 가다니…”

    12일 신상옥 감독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대학로 서울대병원 영안실은 조문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신 감독의 부인이자 당대 최고의 배우였던 최은희여사와 신정균(아들)·신명희(딸)씨 등 유족들이 빈소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수많은 조문객들이 애도의 뜻을 표했다. 고인의 제자인 변장호 감독을 비롯해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곽정환 서울시극장협회 명예회장, 정인엽 감독, 정진우 감독, 영화배우 신영균·남궁원·윤일봉·최지희씨 등 영화인들과 평소 고인과 가깝게 지냈던 한승헌 변호사,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연극연출가 임영웅, 드라마 작가 신봉승씨 등이 빈소를 찾았다. 최 여사는 신 감독이 간이 안 좋긴 했지만 비교적 건강했던 만큼 더욱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최 여사는 언론의 인터뷰 요청도 대부분 뿌리쳤다. 마지 못해 만나더라도 긴 말을 잇지 못했다. 최 여사는 “몇년 동안 준비해왔던 영화 ‘칭기즈칸’을 만들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게 무엇보다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주변에서는 두 사람이 부부를 넘어, 스승과 제자이자 동지로 살아왔다고 입을 모았다. 최 여사의 조카인 탤런트 장희진씨는 “이모부가 병세가 악화돼 갑작스레 중환자실로 가실 때만 해도 정신이 온전해 이모의 손을 꼭 쥐고 말까지 건넸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영화계는 신 감독의 장례를 범영화인장으로 치르기로 했다.‘빨간 마후라’‘성춘향’ 등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던 영화배우 신영균씨가 집행위원장을 맡아 5일장으로 진행된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12일 TV 하이라이트]

    ●클로즈 업(YTN 오후 1시20분) 서울 강남의 집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네 차례나 강남 집값 안정을 겨냥한 부동산 대책을 잇따라 내놓았지만, 확실한 처방은 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 주무부서인 건설교통부 추병직 장관과 함께 주택가격 안정화 대책 등 현안에 관해 알아본다.   ●문화 36.5(EBS 오후 10시5분) 저작권법 일부 개정안을 놓고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의 반발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디지털 시대의 저작권 보호는 어디까지 가능한지 알아본다. 강원도의 쓸모없게 된 폐교가 지역 주민들과 학생들의 관심으로 새로운 문화예술공간으로 탄생했다. 문화 나눔터로 바뀐 폐교의 흐뭇한 변신모습을 지켜본다.   ●불량가족(SBS 오후 9시55분) 달건은 나림이 불을 무서워 하는 기억을 떠올리자 변차장에게 일부 기억이 돌아 왔다고 보고한다. 나림의 생일파티를 위해 시장에 간 달건과 양아는 티격태격, 신경전을 벌인다. 한편 나림이가 지난해 생일에 삼촌과 함께 피아노를 쳤다는 사실을 일기를 통해 알게 된 달건은 부경에게 개인지도를 부탁한다.   ●김동률의 포유(MBC 밤 12시55분)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똘똘 뭉친 여성 4인조 그룹 버블시스터즈가 무대를 여는 데 이어 파페라 테너 임형주가 출연해 레퍼토리를 선사하며 최근 모습을 보여준다. 한편, 국내 최고 남성 R&B 듀오 플라이투더스카이가 드라마 `패션70´의 주제곡인 `가슴아파도´와 감미로운 발라드 곡인 `피´를 열창한다.   ●추적 60분(KBS2 오후 11시5분) ‘키친 드링커’란 가족들이 없는 시간, 부엌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여성 알코올 중독자를 일컫는 신조어다. 그들의 은밀한 ‘음주’는 심한 지경에 이르기 전까지 가족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엇이 그녀들을 ‘알코올’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인지 알아본다.   ●낭독의 발견(KBS1 오후 11시40분) 최근 연극 ‘날 보러와요’로 관객과 만나온 배우 권해효씨가 첫 낭독을 특색있게 준비했다.70년대 즈음 유행해 많이 읽혔을 촌스러운 표지의 팝송집을 들고와 밥 딜런의 ‘Blowing In The Wind’를 우리말 번역본으로 읽는다. 또 멜리사 브루더의 ‘배우수첩’중 극장과 배우에 관해 쓴 부분을 낭독한다.
  • ‘셰익스피어 난장’… 파격으로의 초대

    ‘셰익스피어 난장’… 파격으로의 초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로미오, 한복입은 줄리엣, 베니스 정유회사 간부가 된 흑인 오델로….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파격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15일부터 5월28일까지 국립극장에서 펼쳐지는 ‘셰익스피어 난장’(예술감독 오태석)이 그 무대. 국립극장과 한국셰익스피어학회의 주관으로 3회째 열리는 올해 행사에는 해외초청작 1편을 포함해 총 5편이 선보인다. 첫번째 공연작은 올해 영국 에든버러프린지페스티벌에 참가할 예정인 극단 앙상블의 ‘익스트림 로미오와 줄리엣’(15∼23일, 하늘극장). 모든 출연자가 공연내내 인라인 스케이트, 스케이트 보드, 외발 자전거를 타고 무대를 질주한다.11월 영국 바비칸센터 기획공연에 초청된 극단 목화레퍼토리컴퍼니의 ‘로미오와 줄리엣’(5월10∼19일, 하늘극장)은 공간적 배경과 등장인물들을 모두 한국적으로 풀어냈다. 해외초청작인 독일 만하임국립극장의 ‘오델로, 베니스의 무어인’(5월24∼26일, 달오름극장)은 현대 독일연극의 최신 흐름을 보여준다. 이밖에 극단 드림플레이의 ‘유령을 기다리며’(15∼23일, 별오름극장)와 극단 76단의 ‘리어왕’(5월23∼28일, 하늘극장)이 공연된다. 부대행사로 셰익스피어학술심포지엄(22일)과 영어연극 ‘한여름밤의 꿈’(5월12·13일)이 열린다.1만 5000∼3만원.(02)2280-4115.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소문난 스타·소문나는 사건

    소문난 스타·소문나는 사건

    연예인 이름은 대중이 만들어준 셈 명예롭게 보관할 책임이 대화(對話)의 광장(廣場) 주제(主題)=인기(人氣)와「스캔들」 MC=유명세(有名稅)란게 있읍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괜찮을 일도 유명인이기 때문에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에 없는 세금인 것 같습니다. 흔히 유명인은 사생활이 없다고도 하는데 이점에 대해서 인기가수 최희준씨의 의견은? 최희준(崔喜準)=인기연예인의 이름은 자기 개인의 것이 아니고 그 이름을 만들어 준 대중의 것이라 생각합니다. 유명인 자신은 그 이름을 명예롭게 보관하고 잘 관리할 책임이 있는거죠. 그러나 그 사람도 인간인데 왜 사생활을 즐기고 혼자만의 것으로 누릴 권리가 없겠어요? 유명인이기 때문에 부당하게 사생활이 침해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이순재(李純才)=부당하게 침해당한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부당하냐가 문젭니다. 사생활에도 남녀관계·돈·사회적지위·가정문제등 여러가지로 나눠 볼수가 있는데 문제는 그것이 추문의 요인이 될 경우입니다. 한마디로「스캔들」이라고 하지만 공감과 동정을 받을수도 추하게 보이는 사생활은 일반인의 경우라도 비판을 받지요. 유명인은 그만큼 많은 사람의 관심거리가 되니까 영향도 크고 반응도 큰 것이지요. 있는 사실이 거짓없이 드러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다만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일들이 침소봉대(針小棒大)로 악영향을 줄때 그것은 부당한 침해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정석(金亭錫)=이곳에 와보니 나도 유명인이 된 것 같습니다. 한때 내 수필집이 나도 모르게「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어요. 그래서 그 저자인 나도 유명인같은 기분을 맛봤는데-유명인은 어느 편이냐하면 다수의 존경 보다는 흥미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 호기심의 대상이니까 그 사생활이 관심거리가 되죠. 한마디로「스캔들」이라 해도 동기나 방법이 다수의 공감내지 동정을 받을때는 아름답게 미화할 수가 있어요. 인기스타의 사생활 얘기가 나오면 독자는 우선 친근미 느껴 송영수(宋榮秀)=그래서 일부러「스캔들」을 조작하는 유명인이 있대요.「스캔들」의 본고장은 역시「할리우드」일 것 같은데 그곳에선「스캔들」이 주는 타격보다 그로 인해 얻는 명성, 매명의 이익이 더 큰 것으로 계산되나봐요. 그예가「제임스·메이슨」의 자살극이지요. 연극이긴 했지만 어쨌든 이름은 났으니깐 이득을 봤다고 할는지…. 최희준=그런것은 외국에선 가능할지 몰라도 한국에선 불가능해요. 가령 인기있는 총각·처녀가 결혼을 전제로 연애를 한다고 전제합시다. 조금도 떳떳하지 못할게 없어요. 그런데 이게 「스캔들」이 되고 볼꼴 사나운 소문으로 변모해요. 미화(美化)가 아니라 추화(醜化)죠. MC=유명인의「스캔들」을 들을 때 실지로 어떤 느낌이 드나요? 방청석에서 한 말씀- 서현수=사생활 얘기가 나오면 밉다거나 싫어지기에 앞서 친근미를 느껴요. 별처럼 우리와 먼거리에 있는 인기인도 평범한 사생활을 갖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약간의 탈선쯤은 우선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김신숙=「스캔들」은 곧 인기의 척도가 될 것 같아요. 학교 안에서도「핸섬」한 남학생이나 미모의 여학생에겐 으레 뒷공론이 따르게 마련이거든요. 우리 연예인들도 멋진 소문을 존 대담하게 풍겨줬으면 좋겠어요.「스캔들」없는 유명인이란 겨자없는 냉면처럼 맛이 없어서-. 김태봉=얼마전 모「스타」부부의 이혼기사를 읽어봤어요. 각기 두번씩이나 이혼경력을 쌓게 되는 거니까 결코 아름답다거나 권장할 일이 못돼요. 그런데 뭔가 멋이 있어 보였어요. 「스타」란 그 사생활이 어떻게 표면화 하느냐는데서도 그 비중을 알 수 있어요. MC=「스캔들」없는 유명인은 멋이 없다는 발언이 나왔는데「펄·시스터즈」도 어떻게 멋진 소문이라도 뿌려 볼 생각은 없으신지? 배인순(裵仁順)=그렇지 않아도「스캔들」세례를 한번 받았읍니다. 보는 사람은 멋지다거나 흉하다거나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황당무계한 소문이 나돌때 정작 장본인의 기분은 그게 아닙니다. 완전히 기가 꺾여요. 처음엔 분한생각도 나지만 환멸과 좌절감 때문에 죽고 싶은생각밖에 없었어요. 인기인이 입은 상처는 생활까지 위협 매스·콤은 신중 기해주길 최희준=흥미중심의「매스·콤」이 때때로 불확실한「스캔들」을 보도하는데 생각할 문젭니다. 사람이 잘못해서 남에게 상처를 입혀도 폭행이니 과실치상이니 하는데 언론의 폭행은 더 무서운 결과를 가져와도 어쩌는 수가 없이 감수할 경우가 있어요. 가령 불확실한「스캔들」보도 때문에 한 유명인의 인기가 떨어지고 한가족의 생활이 구렁텅이에 빠진다고 생각해봐요. 전항(全恒)=결정적인 예를 흔히 볼 수가 있어요. 사실보도인지는 몰라도 간통했다는 한 유명인은 남편에게 이혼당하고 소속 협회서는 제명처분을 받아 활동무대를 완전히 박탈당하고 아주 매장된 일이 있어요. 송영수=「스캔들」때문에 매장된 예는 연예인 아니라도 많아요. 몇 년전 영국정계를 떠들석하게한「프로퓨모」사건만해도 한나라의 육군상이 완전히 삭탈관직당하고 초야의 몸이 되니않았습니까? 사건의 주인공인「킬러」가 그 뒤에 돈과 명성을 얻어 상반된 현상을 나타낸 건 확실히「아이러니」라 할 수 있지만…. 김정석=나는 역사상 가장 멋있는「스캔들」을 중세기(中世紀)「아베·랄브스」사건으로 생각합니다. 그때만 해도 서구(西歐)문화는 기독교가 지배하고 있을때였는데 가장 명망있는 신학자이자 수도원의 신부였던「아베·랄브스」가 17세 수도소녀와 사랑에 빠진거예요. 자기 밑에 와서 수도하는 소녀를 농락했다고 교회는 그를 파문하고 추방했죠. 그는 뒤에『나의 불행했던 사랑 얘기』란 책을 냈는데 판금(販禁)된 이 책이 신부, 교직자들 사이에서「베스트·셀러」가 됐대요. 물론 숨어서 사본 지하(地下)「베스트·셀러」지만 . 그 책에 담긴 그 신학자의 사랑얘기는 지금 보아도「휴머니티」가 넘쳐 예술을 느끼게 해요. [ 선데이서울 69년 8/17 제2권 33호 통권 제47호 ]
  • 연극 ‘미실’ 주인공 김호정

    연극 ‘미실’ 주인공 김호정

    아리아를 열창하는 성악가에게 핀라이트 조명이 쏟아졌다. 난생 처음 본 오페라 공연. 초등생 소녀는 눈부신 조명과 무대를 감도는 기분좋은 떨림에 단번에 매혹됐다. 그 길로 성악을 배웠지만 곧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성악가의 꿈을 접었다. 중학생때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고서 ‘저거다’ 싶었다.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것도 뮤지컬배우가 되고 싶어서였다. 졸업 후 ‘캐츠’ 등 여러 편의 뮤지컬 무대에 섰다. 노래 한곡을 100번쯤 연습해야 무대에 설 수 있는, 재능보다는 열정이 앞선 배우였다. 그러다 독일에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봤다. 기막히게 노래 잘하는 배우들을 보며 그 자리에서 뮤지컬을 포기했다. 김호정(38). 일명 ‘여배우 트로이카’(박정자, 손숙, 윤석화)의 뒤를 이을 차세대 대표 주자로 꼽히는 그녀가 뮤지컬배우 지망생이었다는 사실은 좀 뜻밖이다. 차분하고 지적인 얼굴, 하늘하늘한 몸매, 게다가 낯을 가리는 성격의 그녀가 무대에서 격렬하게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연극 ‘갈매기’‘보이체크’, 영화 ‘나비’‘꽃피는 봄이 오면’ 등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도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녀가 연극 ‘미실’(24일∼5월7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의 주인공을 맡았다는 소식도 그런 점에서 의외였다. 미실이 누군가.‘화랑세기’에 등장하는 실존인물인 미실은 타고난 미와 색으로 신라시대 왕실 남자들을 좌지우지한 여성이다. 무공해 식물 같은 김호정에게 성적 본능에 충실한 미실은 어쩐지 버거워 보였다. “배우라면 누구나 전혀 다른 성향의 연기에 도전하길 원해요. 매번 비슷한 역할을 할 바엔 뭐하러 힘들게 연기하겠어요.” 극단에 적을 두지 않고, 공연마다 새로운 연출가와의 작업을 선호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지난해 김별아의 장편소설 ‘미실’이 인기를 끌었지만 극단 여행자의 연극 ‘미실’(양정웅 작·연출)은 그보다 앞서 2002년 초연됐다. 왕을 색으로 섬기는 색공의 운명을 타고난 미실은 진흥, 진지, 진평 등 3대 왕은 물론 태자 동륜, 화랑 사다함 등 무수한 남자들을 섭렵했다. 인터뷰 직전까지 정사 장면을 춤으로 형상화한 대목을 연습하다 왔다는 김호정은 “미실은 권력을 위해 성을 이용하는 팜므파탈이 아니라 주어진 운명에 따라 모든 남자에게 매순간 최선을 다했던 자유로운 여성”이라고 분석했다. 미실은 극중 일곱명의 남자와 사랑을 나눈다.“야하지 않느냐.”고 묻자 “야하기는 한데 아름다울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다작을 싫어한다. 영화든 연극이든 많아야 1년에 한편 정도다.2001년 영화 ‘나비’로 로카르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뒤에는 심한 슬럼프에 빠져 한참을 쉬었다. 그러다 지난해 연극 ‘갈매기’ 등 체호프 연작과 영화 ‘모두들, 괜찮아요’‘피터팬의 공식’ 등에 출연했다.“20대때는 참 당돌했어요.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죠.30대가 넘으니 작품 전체가 보이고, 다른 사람들이 눈에 들어와요. 삶에 대한 이런 변화들이 연극에 드러났으면 좋겠어요.”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gpod@seoul.co.kr
  • 비키니 하객들 몰린 결혼식

    비키니 하객들 몰린 결혼식

    새하얀「드레스」의 신부 얼굴은 이미 새까맣게 분장되어 있었다. 좀 허탈스러워 보이는 신랑 역시 구리빛으로 그을은 얼굴로 신부곁에서 바싹 「폼」을 곤두세웠다. 주례는 엄숙하게도 「팬츠」차림- 「비키니」의 賀客(하객)들이 뙤약볕아래 열심히 모여들었다.『그럼 지금으로부터…』역시 반라의 사회자는 쓰윽 한번 이마의 땀을 쓸어냈다. 8월6일「바캉스」가 뒹굴던 萬里浦(만리포) 해수욕장에서는 한국 최초의 臨海(임해)결혼식이 해조음의 장엄한「웨딩•마치」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성대히 베풀어졌다. 극단「架橋(가교)」의 집단 바캉스 예식 하루전에 사발 통문 신랑 李昇珪(이승규•30)군. 신부 金素野(김소야•25)양. 공식 초청객은 극단「架橋(가교)」의 전「멤버」와 극작가 李根三(이근삼)씨 내외. 이밖에 40, 50명의 벌거숭이들이 말하자면 不請(불청) VIP가 되어, 이 매력적인 해변의「웨딩」을 지켜보고 있었다. 신랑 李昇珪군은 극단「가교」의 대표이자 연출자. 신부 金素野양 역시「가교」의 홍1점「히로인」.「가교」는「뮤지컬」『미련한 팔자 대감』의 전국 순회공연을 마치고 이곳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1주일째의 야영「릴랙스」를 즐기고 있는 참이었다. 결혼식 하루 전인 5일 저녁 이들에겐 난데없이 한장의 사발통문이 띄워졌다. 李昇珪군과 金素野양이 내일아침 바닷가 모처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는 것. 다음 공연작품의「리허설」이 아니냐고 처음엔 믿지 않는 눈치였지만 그것이 연극이 아니라 實演(실연)이란 것이 밝혀 졌을 때 야영「몽고•텐트」속에서는 함성이 터졌다.『브라보』! 「가교」의 중견 金東昱(김동욱)이 달려들어 가위로 신랑의 머리를 깎았다. 金相烈(김상열), 車寬 (차관), 朴瓊賢(박경현) 등「멤버」는 만리포 해변과 숲속에 아무렇게나 핀 꽃들을 한아름 꺾어와 신부용「부케」를 정성스럽게 만들었다. 진홍의 해당화와 샛노란 들국화, 산나리꽃 도라지꽃의 곱고 요염한 몸매가 한아름의 꽃다발이 되었다. 박인환(朴仁煥) 김정필(金正筆) 尹文植(윤문식) 탁명식(卓明植) 尹元一(윤원일)등은 예식장「헌팅」을 위해 나갔고 일부는 야전용 A「텐트」(2인용)로「무디」한 新房(신방)을 꾸몄다. 피로연용으로 한말의 막걸리와 10병의 맥주, 10병의「콜라」가 주문되었다. 현지 조달한 主禮(주례)님도 팬츠에 남방 차림 주례 역시 한국 최초의 현지 의뢰. 마침 서울 草洞(초동)교회 趙香祿(조향록)목사가 주일학교 어린이들을 데리고 와 야영을 하고 있었다. 聖劇(성극)을 과거에 많이 공연한「가교」로서는 趙목사와도 옛 인연이 있어 쾌락을 받았다. 모든 준비 완료. 『도시의, 도무지 그 케케한 숨막힘에서부터 벗어 나고 싶었던 겁니다. 자연이 주는 축복을 우리의 결혼식에서 만이라도 숨쉬고 싶었어요. 무슨 가정의례준칙이라든가 어서픈「쇼•맨십」같은, 소영웅주의를 좇자는건 절대로 아니었어요. 시끄러움이 싫어 예까지 왔는데 기자 양반한테 들키다니 이거 억울합니다』 신랑은 차라리 웃어 버렸다. 8월6일 아침, 간밤의 소나기가 농담처럼 떠나버린 만리포 옆 속칭 천리포 해수욕장 일각에서 이들의 결혼식은 올려졌다. 좀더 자세히 이날의 결혼식 실황을 지상중계해보자. <10시25분>하얀「드레스」의 신부가 입장했다. 신부 대기실은 사방 1m남짓의 바윗덩이 세개가 포개진 해변모래사장끝. <10시26분> 신랑 신부 인사. 이때부터 주위에서 수영을 즐기던「비키니」들이 모여들기 시작. <10시28분>약력소개. 사회자는『산과 바다와 여러분이 두사람의 맺음의 증인』이라고 말했다. <10시30분>예물교환. 신부에겐 자수정반지가, 신랑에겐 만년필이 주어졌다. <10시31분>趙香祿(조향록)목사의 주례사. 趙목사는「팬츠」와 남방으로「드레스•업」(?) 한채『좀 더 좋은 연극을 해 달라』고 간곡한 주례사 一席(일석). <10시37분>신랑신부에게 꽃다발 증정.「가교」의 정신적후원자인 李根三씨 영애 유리, 유원양이 신랑 신부에게 각각 하나씩. <10시38분>「가교」의 團歌(단가)제창.『이 세상은 아름다운 곳, 이 세상엔 희망이 있네! 희망이 있네』.「狂人(광인)들의 祝祭(축제)」에 나온「인서트•뮤직」을 그대로 단가로 채택 한 것. <10시41분>李根三씨 축사.『성실한 가정을 꾸미라』는 당부. <10시45분>『만복의 근원이신 하느님…』趙목사의 축도. 신랑 신부와「가교」「멤버」들은 물론 구경하러 모인 남녀노소의「비키니」들이 모두 눈을 감고 기도에 참여하는 異變(이변)이 일어났다. 완전히 혼연일체가 된 축복「두드」. 신부목에는 소라 목걸이 조각배로 드라이브 하고 만리포에 「바캉스」를 즐기러 왔다는 李杜鉉(이두현)교수 (민속학)가 이번 해변 결혼식 유일의 축의금을 보내왔다. 역시 휴가를 왔다는 TV「탤러트」尹啓榮(윤계영)군은 신부의 목에 한아름의 소라 목걸이를 걸어줬고. 피로연이 현장의「비치•파라솔」밑에서 떠들썩하게 벌어졌다. 모두가 총각인「가교」의「멤버」들은 퇴장하는 신랑 신부를 향해 5색「테이프」대신 5색 물보라를 튕겼다. 「가교」동료들의 축하의 사연도 갖가지. 『바다는「세트」, 해변이 무대, 등장인물 여자1 남자1, 연출 극단「가교」, 공연시간 20분, 가장 아름다운 이 공연을 축하함』(金相烈) 『출렁이는 파도는 아름다운 축가, 신랑 신부의 배역이 좋다. 얼마나 행복한 결혼 공연인지-』(車寬) 『신방은「텐트」속, 어떻게「텐트」를 뚫고 들여다보지?』(金東昱) 드라이브를 해야겠는데 우선 「하이웨이」가 그 천년의 모래사장엔 없었다. 자동차도, 운전사도, 북악「스카이웨이」도 없는데, 마침 나룻배가 저쪽 쥐섬을 뒤로하고 달려 오는게 아닌가.「가교」의「올•멤버」가 승선하고 신랑 신부가 직접 노를 잡았다. 「가교」는 65년 5월『데모스테스의재판』을 창립 공연으로 창단한극단. 창단이래 『퇴비탑의 기적』『요나의 표적』, 『몽땅털어 놉시다』, 『노부인의 방문』, 『광인들의 축제』,『미련한 팔자 대감』등의 중요공연을 가졌고 특히『몽땅 털어놉시다』는 68년도 최고 관객동원을 기록하는등 저력과 열의로 모여진 극단. 이번 만리포에서의 집단 야영도 실은 9월 중순께 공연 예정인「살롱•드라마」『旅人宿(여인숙)의 一夜(일야)』(로드•덴세니 作)와 역시 10월 중순께 공연하려고 한『불만의 도시』(劉賢鍾(유현종) 작)등 두 작품의 공연준비가 그 목적이었다. 2, 3년동안「로맨스」 를 꽃피워온 李昇珪•金素野「커플」의 이번 결혼식은『자연속에서 우리들만의 의식을 갖고 싶다』던 오랜 그들의 소망이 시기적으로 합일되어진 것뿐. 「바캉스」異變이랄까. 이날의 진기한 해변 결혼식은 신방인2인용 A「텐트」속의 촛불이 조용히 꺼짐으로써 그따갑던 막이내렸다. [ 선데이서울 69년 8/17 제2권 33호 통권 제47호 ]
  • 북한소설 저작권 계약 첫 출간

    북한과 정식 저작권 계약을 맺은 첫 소설이 출간됐다. 출판사 자음과모음은 북한 작가 임종상(73)의 ‘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와 최명익(1903∼?)의 ‘서산대사’등 2권을 우선 펴낸 데 이어 북한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자모 역사소설’시리즈를 계속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출판사측은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북한의 저작물은 정식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중국을 통한 3자 계약형태였다.”면서 “출판 전에 저작권을 양도받은 첫번째 사례”라고 설명했다. 북측과 저작권 교류사업을 벌여온 남북경제협력문화재단은 지난 1월16일 “북측의 저작권 사무국 등과 실무협의를 벌여 북측 작가 및 저작권자 34명으로부터 출판물 47편에 대한 출판권을 양도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자모 역사소설’시리즈에는 강학태의 ‘최무선’, 김호성의 ‘주몽’, 이성덕의 ‘울릉도’등이 포함되며, 역사소설 외에도 ‘어린이를 위한 북한 전설시리즈’(가칭)등을 펴낼 계획이다. ‘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는 김일성 주석이 항일 혁명 투쟁시기에 창작한 혁명 연극을 소설로 옮긴 작품. 동명의 영화로 제작돼 1998년 남북문화교류차원에서 SBS TV를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각색자 임종상은 ‘해돋이’‘불우한 렬사’등의 역작을 발표한 중견 작가로 조류학자 원병오 박사를 모델로 한 단편 ‘쇠찌르러기’가 1998년 국내에서 출간됐었다. 최명익의 ‘서산대사’는 1958년 북한 문학예술종합출판사에서 출간된 작품으로 임진왜란 당시 평양성을 지켜낸 서산대사와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민초들의 영웅적 기상을 그렸다.1930년대 모더니즘 계열의 작가였던 최명익이 한국 전쟁후 북한에서 어떤 문학관을 펼쳤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각권 1만 5700원.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시론] 과보호의 지자체 극장과 위기의 소극장/김대환 (사)전국 소공연장 연합회 이사

    [시론] 과보호의 지자체 극장과 위기의 소극장/김대환 (사)전국 소공연장 연합회 이사

    우리 연극의 발전을 주도했던 소극장들이 지금 위기에 처해있다. 총 80여개의 소극장이 밀집해 있는 서울 동숭동 대학로를 들여다보면 소극장의 위기를 체감할 수 있다. 문화지구 지정에 따른 반대급부를 노린 상업자본의 위력은 대학로가 갖는 연극공간으로서의 예술성을 위협하며, 소극장의 존재를 위협하고 있다. 문화지구 지정에 따른 지가 상승으로 인한 임대료 상승, 상업주의에 편승한 저급 외설물이나 개그물의 범람, 저급 공연장들의 극성스런 호객행위, 상가들의 거대하고 현란한 간판은 대학로를 소극장의 메카라고 부르기엔 어딘지 낯간지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거대하고 현란한 간판들 속에서 소극장을 찾는다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처럼 불가능해 보인다. 이런 이유로 소극장을 비롯한 다수의 연극관련 자원이 지역 내에서 경쟁력을 잃고 점차 동숭동 외곽지역이나 이면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뭔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경제적 논리에 의해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는 소극장들은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시장에서도 소외되고 있고 정부의 지원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이미 공급과잉 상태에 빠져있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대극장들은 정부의 과보호(?)속에 많은 혜택을 누리며 적자를 무슨 훈장처럼 자랑하며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시장논리에 내던져진 소극장들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있다. 생존을 위해 점점 관객의 얄팍한 입맛에 맞는 공연을 공연해야 하고, 그럼으로써 연극이 지녀야 할 고유한 특색을 잃어가고, 그럼으로써 연극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관객들의 이탈을 초래하게 된다. 관객과 같이 호흡하고, 상업주의를 거부한 다양한 실험과 무대 미학을 추구하는 공간인 소극장 이념은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소극장의 이런 고유한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정부나 공공 단체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모유를 먹어야 하는 갓난아이에게 밥을 주면 탈이 나듯 아직 자생력을 확보하지 못한 소극장들에게 시장경제의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무의미 하다. 소극장은 공연예술의 기초인프라로써 그 나라 공연예술의 건강성을 재는 척도이다.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지고, 연출가, 배우와 극작가들을 길러내는 인큐베이터 역할도 한다. 대극장이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할 수 없는 수많은 연극적 실험이 가능한 공간이다. 이런 소극장에 최소한 극장을 유지할 수 있는 운영비라도 지원해주어 소극장이 가지고 있는 문화의 기초 인프라로써의 특징을 살려 나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소극장들이 그들 나름대로의 고유한 특성을 살려 다양한 공연을 관객에게 제공하고, 나아가 진정한 기초예술의 실험적 공간으로서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언론의 주목도 필요하다. 언론은 소극장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 언론이 대형공연들과 영화에만 친절을 베푼다면 취약한 자본구조를 가지고 있는 소극장들은 공연을 알릴 방법이 없다. 소극장들을 주목해줘야 한다. 소극장은 관객들이 울고 웃는 곳이다. 대형공연이나 영화와는 다른 감동을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공간이다. 이런 소극장들에게 지원을 통해 제작비를 절약하고, 관객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공연을 볼 수 있는 혜택을 주어야 한다. 소외되고, 상대적 약자들을 아우르고 그들의 아픔을 감쌀 수 있는 정이 따뜻한 공간이어야 한다. 소극장은 골목 끝자락에 고즈넉이 자리 잡은 맛좋고 정 많은 그래서 도란도란 정을 나누는 오래된 설렁탕집이어야 한다. 소극장에게는 이런 소박한 꿈을 이룰 수 있는 작은 지원이 절실한 실정이다. 김대환 (사)전국 소공연장 연합회 이사
  • [연극]

    봄날은 간다-7일∼5월28일 축제소극장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 모여 피붙이보다 더 진한 사랑을 만들어가는 가족의 이야기.2002년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한 화제작이다. 최창근 작·연출, 장영남, 이용이, 박상종 출연. 화∼금 8시, 토 4시·7시, 일 3시·6시.1만 5000∼2만 5000원.(02)741-3934. ■ 매직타임 16일까지 화∼금 7시30분, 토 4시30분·7시30분, 일 3시·6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햄릿’의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분장실에서 벌어지는 배우들의 뒷모습. 박광정 연출, 이대영 김중기 등 출연.1만∼2만원.(02)743-7710. ■ 일주일 6월4일까지 화∼일 7시30분 배우세상소극장. 살인사건 용의자로 체포된 4명의 젊은이들이 겪는 일주일간의 상황. 고연옥 작·박근형 연출, 홍성인 김진용 등 출연.8000∼1만 2000원.(02)743-2274.
  • [부고] 영화 ‘남남북녀’ 박상호 감독 별세

    영화 ‘남남북녀’ ‘비무장지대’ 등을 연출한 영화계 원로 박상호 감독이 지난 3일 오후 9시쯤 지병인 폐암으로 숨졌다.74세. 신상옥 감독의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뛰어든 고인은 60∼70년대 ‘또순이’ 등 잔잔한 일상을 다룬 20여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유족은 아들 성준씨와 딸 혜수, 승림씨가 있다. 연극배우 박정자씨가 고인의 막내동생이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5일 오전 8시.(02)3010-2293.
  • 선우용녀 혼인길 터지나봐

    선우용녀 혼인길 터지나봐

    1945년 8월15일. 이 날 저녁 6시5분-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64의 아담한 기와집에서 한 딸아기가 태어났다. 이름은 정용례(鄭蓉禮). 이 딸아기가 바로 TV연속극 『상궁나인』『추격자』『다방골 알부자』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탤런트」 선우용녀(鮮于龍女)양. 그 선우용녀양이 현재 젊은 청년실업가 한사람과 「뜨거운 사이」다. 『제 생일이 8월15일 이거든요. 그래서 모든 것이 순조로우면 내년 8월15일엔 결혼식을 올릴까 해요』 어머님이 골라주신 그이 만나뵈니까 마음에 들어 한때 동경서 영화 『동경 나그네』(최무룡(崔戊龍)감독) 촬영도중 어디론가 증발해 버렸던 선우용녀.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TBC-TV연속극 『추격자』의 전야제에 나타났던 선우용녀. 한때 재일교포 야구선수 장훈(張勳)과 「스캔들」을 뿌리기도 했던 선우용녀. 그 선우용녀가 이제 혼인길에 접어든 것이다. 『젊은 여자가 혼자 있으니까요. 별의별 소문이 다 나지 뭐예요. 지금 그이는 어머님이 골라주신 분인데요. 몇번 만나 뵈니까 젊은 분이 참 착실하더군요. 현재의 계획으론 약혼식이나 올리고 내년 7월에 TBC-TV 전속계약이 끝나니까 그뒤에 결혼식을 올렸으면 좋겠어요. 제 생일이 공교롭게도 8월15일이잖아요? 그러니 이왕이면 결혼식도 8월15일에 올렸으면 좋겠어요. 이건 제 생각이고요. 부모님도 계시고 또 그이의 생각도 들어보아야 하니까 확정적인 건 아니지만요』 이러면서 살짝 얼굴을 붉힌다. 그럼 선우용녀양이 말하는 「그이」의 정체는? 『다른 건 다 좋지만 그 이의 이름만은 곤란해요. 뭐 결혼식 올릴 때 쯤이면 아실텐데요』 이 「그이」는 올해 28세. 용녀양의 표현을 빌면 「조그맣게 장사하는 분」이라지만 현재 사업관계로 일본(日本)에 가있는 정도니까 그리 「조그맣게 장사하는 분」도 아니다. 청년실업가 K씨(본인의 요청으로 실명(實名)을 밝히지 않음)라면 대체로 알만한 사람은 안다. 헌칠한 키에 건강한 체구, 어떤 여자가 보아도 첫눈에 반할 만큼 호남형의 젊은이다. 용녀양이 K씨에게 얼마나 열중해 있는 가는 어느 「데이트」날 양식점 「라·칸티나」의 한구석에서 약속 시간에 늦은 K씨 오기를 무려 37분간이나 기다렸다는 사실만으로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어디가 좋다고 할것없이 그이의 모든점 그저 좋아 『어디가 좋다고 꼭 꼬집어 말할 수 있나요?』 그러니까 「그이」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는 용녀양의 간접화법이다. 이 「알짜 해방동이 아가씨」용녀양이 태어난 집은 3代 63년째 살아오던 집. 남들은 소개를 간다고 법석을 떨던 날, 용녀양의 아버지 정성덕(鄭成德·63·신문사 근무)씨는 신문사에서 해방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집으로 뛰어왔다. 집에 돌아와서 부인 李남훈(54)씨에게 『해방되었다』는 소식을 알리려고 방문을 여니 부인은 진땀을 흘리며 아래목에 누워있고 장모가 조산역을 맡느라 물수건을 짜고 있더라고. 『그래도 순산이었으니 효녀였던 셈이지』 그 효녀를 꼭 한번 잃어버릴 뻔한 때가 있다. 바로 1·4후퇴 때. 당시 6세된 용녀양은 대전(大田)으로 피난을 갔다. 아버지 정성덕씨가 큰 딸과 큰 아들을 데리고 길가에 서있고 부인 李씨와 용녀양을 밥먹고 오라고 식당엘 보냈단다. 그런데 그 식당에서 부인 李씨가 동네 아줌마들을 만나 얘기를 하다보니 어느 틈엔가 용녀양이 없어졌더라는 것. 연예계 나올 때 부모님이 반대 하셨지만 『3시간반쯤 어디가서 찾아볼 생각도 못하고 서 있던 자리서 그대로 서서 기다렸지. 그랬더니 어디선가 「엄마!」 하면서 얘가 걸어오지 않겠어?』 하마터면 사랑하는 딸을 잃을뻔 했던 부모의 고백이다. 『애가 마음이 순해서 별 걱정은 안시켜 주었지만, 커서는 부모 속좀 썩힌 셈이지. 그 딴따란가 뭔가 하는 거 처음 시작할 때 얼마나 우리가 반대했었다구. 그래도 요새 애들 뭐-부모 말 듣나? 그저 제맘대로니 할 수 없지』 차라리 자기 딸이 이름없는 얌전한 규수이기를 바라는 부모의 심정이다. 대전서 국민학교 입학, 환도후 이태원 국민학교를 졸업. 상명(祥明)여고엘 들어갔다. 이때 교회에 나가며 성가대의 한사람이었고 여고시절엔 「발레」를 배웠다. 서라벌예대(藝大) 연극영화과 입학때 처음으로 반대하는 부모의 명령을 거역한 셈. 서라벌예대 1학년 재학시절 TBC-TV가 개국에 앞서 제1기 「탤런트」를 모집했다. 이때 뽑힌 것이 용녀양. 그래서 첫 출연한 『상궁나인』 시절만해도 지금의 예명(藝名)이 쓰이지 않았다. 선우용녀란 이름을 정해준 것은 김기영(金綺泳)감독. 당시 『병사는 죽어서 말한다』란 영화에 용례(蓉禮)양을 「데뷔」시키면서 金감독이 지어준 것. 그뒤 TBC-TV 연속극 『갑이』『여성이 가장 아름다울 때』『김유신』『풍운아 김옥균』『추격자』등에 출연. 영화로는 『병사는 죽어서 말한다』이후 『여대생과 노신사』 『소문난 아가씨들』의 2편에 출연, 그러니까 단 3편의 영화에 출연한 셈이다. 『TV에서는요, 액수가 적어도 꼬박꼬박 보수를 주잖아요? 그런데 영화계에는 그런「룰」이 없더군요. 영화 3편에 나갔어도 아직껏 보수를 받아 본 기억이 없어요』 해방동이 아가씨가 본 한국영화계의 어느 한 부분이다. 8·15에 결혼식 올린다면 생일날이자 결혼 기념일 『제일 마음에 들었 던건 TV「드라마」「추격자」였어요』 -일본서의 증발 사건은? 『형부의 소개로 태국(泰國)에 갔었죠. 영화촬영을 위해 일본에 갔다가… 태국서 초청이 왔지 뭐얘요』 이것이 용녀양이 밝히는 「전부」. -장훈과의 「스캔들」은? 『꼭 두번 만났어요. 언니의 소개로 「블루·룸」서 한번, 다음이 반도「호텔」「코피·숍」이었죠. 그런데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더군요. 나중에 장훈씨가 일본에 돌아간 뒤 3일만에 국제전화를 걸어왔더군요. 자기 때문에 엉뚱한 소문이 터져 미안하다고요』 현재 TBC-TV 전속으로 『다방골 알부자』(月 後 8·30) 『빨간 카네이션』(金 後 8·30)에 출연하는 한편 극단 실험(實驗)극장의 부산(釜山)공연 『맹진사댁 경사』서 첫선을 보이고 올 9월18일부터 있을 실험극장공연에도 계속 나갈 계획. 3남3녀의 세째이자 2녀. 35-23-36의 몸매에 키 1백65cm, 체중 50kg이다. 김치찌개를 제일 좋아하고 가장 다정한 친구는 TV「탤런트」 김희준(金喜俊)양. 『내년 8월15일, 꼭 만25세 되는 날 결혼할 수 있게 제발 그 이의 이름만은 아직 숨겨 주세요』 혼인길 트인 해방동이 아가씨의 「윙크」섞인 부탁이다. [ 선데이서울 69년 8/10 제2권 32호 통권 제46호 ]
  • [인사]

    ■ 국세청 ◇ 이사관 승진 △감사관 鄭祥坤 △대전지방국세청장 盧錫愚 △부산〃 金浩業 ◇국장급 전보△법무심사국장 丁炳春 △조사〃 朴贊旭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 金昌煥 △〃 조사4〃 金昶燮 △〃 국제거래조사〃 閔泰燮 △중부지방국세청 납세지원〃 金東九■ 한국가스공사 ◇승진 △기획본부장 길준선 ◇1급 전보△강원지사장 전원식■ 보험개발원 △기획관리본부장 崔相泰△손해보험〃 직무대행 李基亨△자동차보험본부장 權興球△자동차기술연구소장 직무대행 金炳鎬△보험연구소 이사대우 겸 선임연구위원 李得周△보험연구소 선임연구위원 羅海仁△리스크·통계관리실장 노병윤△경영기획실장 金庸柱△보험연구소 연구조정실장 겸 동향분석팀장 李太烈△자동차기술연구소 기획조사실장 李建國■ 한국전통문화학교 ◇보직 임명 △교학과장 張憲德△문화재관리학과장 崔英成△전통건축학과장 黃鍾國△전통미술공예학과장 崔公鎬△보존과학과장 姜大一△학술정보관장 金昌奎△학생생활관장 金焌△전통문화연구소장 鄭光龍◇부교수 승진 △문화재관리학과 崔英成 秦京煥△전통미술공예학과 최선호■ 성균관대 △자연과학부장 朴鍾允△기획조정처장 庾敏鳳△교무처장 겸 대학교육개발센터장 朴承哲 ■ 한국경제신문사 △제작국장 金興植△제작국 CTS부장 李星九△〃 CTS부 화상팀장 尹在宇■ 제일경제신문사 △광고마케팅본부 부장 김영△미디어본부 UI팀장 유정연■ 새마을금고연합회 ◇승진 △전산정보부장 이세우△경영지원〃 김일석△총무〃 민경직△신용사업〃 송호선△서울시지부 사무국장 홍종이△인천광역시지부 〃 양정원△광주전남시도지부 〃 이호상△연수원장 임경식 ◇전보△기획조정실장 김석형△임원부속〃 이선규△감사〃 이영일△검사부장 강희백△공제사업부장 직무대리 권오엽△E-비지니스팀장 〃 최현호△리스크관리팀장 이춘식△부산광역시지부 사무국장 정연석△대구광역시지부 〃 황원섭△대전충남시도지부 〃 김영수△경기도지부 〃 이규민△강원도지부 〃 직무대리 배계연△충북도지부 〃 김항배△전라북도지부 〃 박성희△경상북도지부 〃 직무대리 김동수△제주도지부 〃 직무대리 오용우■ 동양투신운용 (상무)△최고투자담당자(CIO) 南景基 (본부장)△LT자산운용본부 張泰民 (팀장)△EA팀 烘晳渙△FI팀 玄政祐■ 미래에셋생명 ◇부장 승진 △AM영업3본부장 金成翰△금융영업〃 金學重△방카슈랑스영업2〃 韓榮虎△고객지원〃 金相寧△마케팅기획〃 金平規△인력개발〃 金柱信△강서지역본부 법인영업원 韓政洙△광화문 금융프라자장 金柱鎰△광주 〃 李東鎬△법인영업1팀장 馬相浩△Banca. 영업1〃 崔東賢△Banca. 영업2〃 金基植△FC영업〃 金應相△SFC영업〃 安根錫△상품개발1〃 姜昌奎△감사〃 李康晩△법무〃 金光洙△경영기획〃 洪起鎬 ◇본부장 전보△법인영업 2부문 2본부 金光昱■ 메리츠화재 △尹泰源△金容權 △尹淳九△宋達錫△鄭昇桓△林庄烈 △陳承鎭△鄭求聲△李京洙△崔根瑚■ 산재의료관리원 ◇임용 △동해병원 병원장 丁孝聲△경기요양병원 〃 李德珍△안산중앙병원 직업성폐질환연구소 소장 崔秉舜△인천〃 진료부원장 劉宗源■ 세종문화회관 △공연사업본부장 姜榮培△경영〃 金東旭■ 한국예술종합학교 ◇승진 △연극원 연기과 교수 崔永愛△〃 연극학과 〃 崔畯皓 金美姬△영상원 영상이론과 〃 沈光鉉△〃 방송영상과 〃 洪淳澈 全圭粲△〃 영화과 〃 朴鐘元△〃 멀티미디어영상과 부교수 張允嬉
  • [주말탐방] 영어마을

    [주말탐방] 영어마을

    오는 3일 경기도 영어마을 파주캠프가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통일동산에서 마침내 문을 연다. 무려 850억원을 들여 만든 영어캠프는 43개의 건물이 들어서 마치 유럽의 작은 마을을 옮겨놓은 듯한 풍경이다. 원어민 강사 100명과 한국인 강사 50명이 수업을 맡는다. 레스토랑, 편의점, 커피숍 등 상업시설에서도 원어민이 점원으로 일한다. 길거리에선 음악이 연주되고 연극공연이 펼쳐진다. 개장에 앞서 구리여중 2학년 200명이 지난달 20∼25일 5박6일간 시범수업에 참여했다. 영어회화학원도 다닌 적이 없는 토종 여중생 이준희(13)양의 체험일기를 통해 파주 영어마을을 미리 가봤다. ■ 구리여중2년 이준희양 체험기 ●프롤로그 첫 입소 학교로 뽑혔다. 기쁘고도 두렵다. 캠프에선 영어만 사용해야 한단다. 원어민 얘기를 알아들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어학연수를 다녀온 아이들에게 눌려 말 한마디 못하고 돌아오면 어쩌나.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인지 반 41명 가운데 25명만 신청했다. 일단 부딪쳐 보자. #1일째:영어로만…일주일이 걱정이다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캠프는 영국 궁전과 닮았다. 영화나 다른 나라로 여행온 듯싶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들어서니 원어민이 수첩을 주며 뭐라고 묻는다. 순간 당황했다. 어렵사리 여권이라는 걸 알았다. 여기서 일주일을 어떻게 살지 덜컥 겁부터 났다. 기숙사는 4명이 같은 방을 쓴다. 아래에 책상, 위에는 침대가 놓여 있다. 집보다 깨끗하다. 대학생이 된 기분이다. 전공과목인 과학·음악·드라마·오락 가운데 드라마를 선택했다. 우리 조는 5명, 담임은 ‘신시아’라는 한국인이다. 그러나 절대 한국어를 하지 않는다. 담임이 원어민인 조도 많다. 옷을 갈아입고 은행으로 갔다. 여권을 보여주니까 20달러를 준다.5박6일간 사용할 가짜돈이다. 이 돈으로 서점에서 교재를 샀다. 점원이 모두 원어민이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는 책장에 영어가 붙어 있어 어렵지 않았다. #2일째:말 안 통해 속상…집에 가고싶다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손바닥만 한 디지털카메라로 동영상을 찍고 컴퓨터로 편집하는 것이다. 작동방법이 간편하다. 감독, 카메라감독, 배우 역할을 나눠 돌아가며 촬영한다. 나는 학생 2명이 아침에 지각해 선생님에게 꾸중듣는 내용을 담았다. 영어 대사를 쓰면 선생님이 틀린 부분을 고쳐줬다. 몇몇 친구들이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영어로만 말하니까 하고 싶은 얘기를 다할 수 없어 가슴이 답답하단다. #3일째:단어 더듬더듬, 그런데 말이 통했다 선생님들이 참 친절하다. 원어민들은 길거리에서 만나면 모르는 사람에게도 ‘Hi’하며 인사한다. 레게머리를 한 선생님이 있는데, 만져보며 어떻게 머리를 감느냐고 물어봤다. 화내지 않고 친절하게 답해줬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백인 선생님도 있다. 아프리카에는 모두 흑인만 사는 줄 알았는데. 정말 아프리카에서 왔냐고 했더니, 그렇단다. 흑인 선생님들은 처음에 왠지 무서웠다. 그러나 이제 친근하다. 웃을 때도 귀엽고, 다정하다. 수업시간에 발표를 많이 한다. 학교에서는 틀릴까봐 가만히 있었다. 여기선 다들 어눌하니까 오히려 용기가 생긴다. 단어만 말하면 선생님이 문장으로 고쳐주고, 여러번 반복해서 말하도록 시킨다. 이해하지 못한 것은 쉬는 시간에 친구들에게 물어본다. 서로 말을 맞춰 보면 다 알아들을 수 있다. #4일째:게임하다 보니 문장이 술술 저녁에는 게임을 많이 한다. 의자빼기가 가장 재미있다. 선생님이 문제를 내면 벽에 붙어 있는 정답 종이를 찾아오는 게임도 하고, 허리를 뒤로 굽혀 낮은 봉을 지나가는 림보게임도 했다. 주사위를 던져 나온 알파벳으로 단어를 만들고, 영어문제를 듣고 화이트보드에 답을 적는 골든벨도 했다. 게임하며 반복해 듣는 문장들은 자연스레 외우게 된다.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주문해 먹는 수업을 했다. 첫날 받은 돈으로 계산했다. 웨이터가 주문이 끝났는데도 가지 않고 계속 서 있었다. 친구들이 팁을 줘야 한다고 알려줘서 1달러를 줬다. 아침에는 빵과 주스, 점심에는 스파게티 등 서양음식, 저녁에는 한식이 나온다. 뷔페식이라 맘껏 먹을 수 있다. 처음에는 서양음식이 맛있더니 점점 저녁이 기다려진다. 엄마가 해주던 반찬이 정말 그립다. #5일째:영어 수다가 자연스러워졌다 친구랑 밤 늦게까지 수다를 떨다가 늦잠을 잤다. 매일 오후 유니세프 회관에서 만들던 비누를 오늘 마무리했다. 가난한 아이들에게 보내는 선물이다. 비누를 녹인 뒤에 향과 색깔을 첨가하고 별, 장미 등 예쁜 틀에 넣어 모양을 만든다. 포장한 뒤 만드는 방법 등을 영어로 적었다. #6일째:영어도 한국어 같은 그냥 말이다 선생님과 정이 들어서 헤어질 때 많이 울었다. 선생님이 안아주며 잘 가라고, 영어공부 열심히 하라고 말하는데 나도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일주일이 정말 빨리 갔다. 여름방학 캠프가 2주일에 60만원이라는데 친구들끼리 꼭 다시 오자고 약속했다. 영어가 한국어처럼 그냥 말이라는 걸 깨달았으니까 더 이상 겁나지 않는다. ●에필로그 이제 영어시간에 시계를 보지 않는다. 더이상 지루하지 않다. 선생님이 단어나 문장을 설명하면 입으로 따라해 본다. 눈으로, 머리로 알아도 입 밖으로 말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으니까. 문법이 틀려도 괜찮다. 자신감이 생겼다. 열심히 영어를 익혀서 엄마랑 꼭 해외여행을 떠날 거다. 정리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이준희양은 - 성적 중상위권 영어 안 좋아해 이준희양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영어를 배웠다. 그러나 영어회화 학원에 다니며 공부한 적은 없다. 원어민과 대화를 나눈 경험은 인사동에서 우연히 길을 알려준 것뿐이다. 성적은 중상위권이지만, 영어를 좋아하지 않았다. 입소 첫날 이양은 다소 의기소침했단다. 쏟아지는 영어에 당황한 것. 묻는 말에 간신히 대답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몰라보게 달라졌다. 수업시간 발표가 많아지고, 게임할 때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영어를 공부가 아니라 놀이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 서울·경기 프로그램 차이 서울시와 경기도가 영어마을을 나란히 열었다. 서울시는 3월27일 강북구 수유동에, 경기도는 3일 파주시 탄현면에 개원한다.2004년에 시작한 송파구 풍납동 풍납캠프와 안산시 대부도 안산캠프까지 합치면 서울 주변에 영어마을이 4곳으로 늘었다. 영어마을의 특장점을 알아본다. 파주캠프가 건평 1만 1058평으로 최대 규모다. 교육생 550명을 한번에 수용한다. 시설은 놀이동산과 닮았다. 놀이기구 대신에 수영장, 축구장, 도서관, 공연장, 미술관, 경찰서, 우체국, 서점 등이 있다.43개 건물이 모두 따로 세워져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건평 4397평인 안산캠프는 파주캠프가 완공될 때까지 영어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는 역할을 맡았다. 강사 57명, 교육생 200명이 수업한다. 반응이 좋아 캠프운영은 계속된다. 경기도는 2008년까지 양평군 용문면에 300명을 수용할 양평캠프를 세울 계획이다. 서울 수유캠프는 3760평, 풍납캠프는 3868평이다. 규모가 적어 공공·상업시설은 가상공간이다. 방을 호텔, 은행, 방송국, 우체국, 비행기로 꾸며 돌아다니며 체험하도록 했다. 수유캠프는 기숙사를 완공하지 못해 6월까지 통학해야 한다. 서울 영어마을은 위탁운영 체제다. 풍납캠프는 헤럴드미디어가, 수유캠프는 YBM에듀케이션이 맡고 있다. 경기 영어마을은 재단법인 경기도문화원이 운영한다. 그래서인지 참가비가 다소 싸다.5박6일 프로그램의 경우 서울은 16만원, 경기도는 8만원이다. 특히 경기 영어마을은 1박2일 주말 프로그램의 경우 도민은 3만원, 타 시·도민은 6만원으로 차등을 둔다. 캠프마다, 프로그램마다 참가대상이 다르다. 서울은 초등 5∼6년생이 대상인 반면 경기도는 중학 2년생이다. 자연히 수업방식도 달라진다. 중학생을 가르치는 경기도는 드라마, 음악, 오락, 과학 등 4가지 전공 중 한 가지를 골라 가르친다. 초등생이 대상인 서울은 상황별 체험학습 위주다. 서울, 경기 모두 평일에는 지자체에 속한 학교별로 단체를 받는다. 개인별 입소는 방학이나 주말만 가능하다. 주말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풍납캠프는 초등 3년∼중학 1년생, 수유캠프는 초등 5년∼중학 2년생이 대상이다. 반면 파주캠프는 초등 3∼6년생으로 제한했다. 가족 프로그램은 수유와 안산에서 진행한다. 등록은 선착순이다. 수유·안산·파주의 일일체험에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파주캠프는 어린이 체험관에서 힙합댄스, 동화책 만들기를 진행한다. 어린이 영어 뮤지컬도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성인이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경기도내 중등영어교사에게 4주간 영어 재교육을 무료로 해준다. 군 장병들도 1년에 두차례씩 중학교 중간고사 기간에 입소한다. 선발은 국방부가 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원어민 강사는 원어민 강사는 300여명에 달한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지침대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미국과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아일랜드 등 6개국 출신이다. 실력이 뛰어나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도 뽑았다. 한국인 입양아도 포함돼 있다. 수유캠프는 원어민 35명을 채용할 계획이지만 현재 16명만 확보했다. 꾸준히 늘려갈 방침이다. 연령대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초등학생과 활발하게 움직이며 영어를 가르쳐야 하기에 나이 제한을 둔단다. 교사 2명이 학생 15명을 맡는데, 원어민과 내국인 각 한 명을 원칙으로 한다. 파주캠프는 원어민 강사 80명을 선발했다. 영어마을이 알려지지 않은데다 강사(교사 포함)경력과 국제영어교사 자격인증서(TESOL)를 가진 원어민을 뽑으려고 인사팀이 일부 국가에는 직접 찾아가 면접했다. 풍납캠프는 원어민 35명, 안산캠프는 원어민 31명을 고용하고 있다. 인적사항이 홈페이지에 자세히 적혀 있다. 월급은 원어민의 경력에 따라 220만∼320만원이나 수당 등을 합치면 연봉 평균 4600만원 수준. 모두 캠프 내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계약은 1년마다 평가를 통해 갱신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김민기의 ‘지하철’ 15번 봤다”

    “3000회 공연에 맞춰 가족을 다시 찾아 온 것 같습니다. 마치 집에 온 것처럼 말이죠.”(폴커 루트비히) “(한국에)와 준 것 만으로도 고맙습니다. 항상 마음 속에 빚을 지고 있습니다.”(김민기) 극단 학전의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 3000회 공연이 열린 29일, 독일 원작자인 그립스 극장의 폴커 루트비히 대표와 극단 학전의 김민기 대표가 만났다. 루트비히 대표는 2000년 ‘지하철 1호선’ 1000회 공연 때 저작권료 전액 면제 인증서를 선물로 줬고,2003년 2000회 공연 때는 단원들과 함께 김 대표가 작곡한 ‘아침이슬’을 노래해 객석을 감동시켰다. “김 대표의 ‘지하철 1호선’을 15번이나 봤습니다. 원작을 바탕으로 했지만 문학적 가치가 있는 고유의 작품이므로 저작권료를 받는다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지요. 저작권료 면제를 후회하고 있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겁니다.” 원작자의 관점에서 본 두 작품의 공통점은 멋진 사랑 이야기가 아닌 대도시의 현실을 다뤘다는 것. 그는 옌볜 처녀 ‘선녀’의 눈을 통해 실직가장, 가출소녀, 잡상인, 노숙인 등 1990년대 한국의 밑바닥 자화상을 무겁게만 표현하지 않고 관객의 웃음을 유발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보여줬다는 점을 ‘지하철 1호선’의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진보적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68세대’ 출신인 루트비히 대표는 1972년부터 그립스 극장 대표와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그립스 극장은 동화 속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라 환경, 노인, 장애인, 교육문제 등 사회현실을 냉정하게 보여 주는 소재들로 작품을 만들어 아동극과 청소년극, 사회성 짙은 연극으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루트비히 대표는 이날 오후 7시 학전그린 소극장에서 열린 3000회 기념식에서 한국과 독일의 문화교류에 기여한 공로로 문화관광부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주말에 뭘 보러갈까]

    ●미술 ■ 남정예 만화작품전 4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이트센터 5층.10여년간 조선시대 민화에 매달려온 남정예의 첫번째 개인전. 까치와 호랑이, 봉황, 용, 사슴, 해, 달 등을 통해 삶의 원초적 소망인 장수와 다복, 부귀영화를 기원하는 염원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02)736-1020. ■ 코리아 판타지(氣) 전통적 조형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온 신범상의 조각전. 고구려 벽화의 사신도(청룡, 백호, 주작, 현무)를 테마로 고구려 역사의 정체성을 현재와의 연결고리로 해석해낸 작품들을 보여준다.(02)730-1144. ■ 김춘수·전혁림 시·판화전 8일까지 대구 대봉1동 맥향화랑. 맥향화랑이 개관 30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전시.‘꽃’ 등 김춘수 시인의 대표적 시들, 그리고 중견작가 전혁림이 각 시의 정신을 살려 제작한 판화 20점을 붙여 전시한다.(053)421-2005. ●뮤지컬■ 빨래 4월23일까지 상명아틓로1관.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어 고단한 서울살이. 하지만 빨래로 묵은 때를 털어내듯 어제의 고통을 툭툭 털어내고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달동네 서민들의 이야기. 추민주 작·연출, 김영옥 박은영 등 출연. 화∼금 8시, 토·일 3시·7시,1만 8000∼3만원.(02)762-9190. ■ 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 4월2일까지 화∼금 8시, 수 3시·8시, 토·일 3시·7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영화 ‘와이키키브라더스’의 줄거리에 대중가요, 팝을 입힌 편집뮤지컬. 이원종 연출, 이휘재 춘자 안정훈 등 출연.3만∼12만원.1588-7890. ■ 벽을 뚫는 남자 4월2일까지 화∼금 8시, 토 4시·8시, 일 3시·7시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자유자재로 벽을 드나들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 소심한 남자의 인생 역전기. 임도완 연출, 박상원 엄기준 등 출연.4만∼7만원.1588-7890. ■ 미스터 마우스 4월2일까지 화∼금 8시, 토 4시·7시, 일 3시·6시 사다리아트센터 네모극장. 뇌수술로 천재가 된 바보 인후의 삶을 통해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묻는다. 이현규 연출, 서범석 김태한 출연.3만원.(02)747-2070. ●어린이■ 달도 달도 밝다 4월6일∼5월8일 월 4·8시, 화∼금 4시, 토 1시 예술극장 나무와물. 봉산탈춤, 민요 등 전통 놀이로 만나는 장산곶매 설화.1만 5000원.(02)745-2124. ■ 하마가 난다 4월26일까지 화목금 2시·4시30분, 수 11시·3시, 토일 1시·3시30분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 하늘을 나는 꿈을 이룬 라이트형제와 조선시대 정평구의 이야기.2만원.(02)382-5477. ●클래식■ 서울시립교향악단 ‘비르투오조 콘서트’ 4월7일 오후 7시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피아니스트 이경숙,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 첼리스트 정명화, 지휘자 정명훈의 협연 무대. ■ 코리아 팝스 오케스트라 창단 연주회 4월4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영화 ‘웰컴 투 동막골’‘왕의 남자’‘말아톤’ 주제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주제가, 팝으로 편곡한 베토벤과 바흐의 음악 등 다양한 곡들을 연주. ■ 아침에 듣는 클래식-브런치 콘서트 4월 11일 오전 11시 군포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로시니의 오페라 ‘윌리엄텔’서곡, 피아졸라의 ‘리베르탱고’등 연주. ●연극■ 격정만리 4월1∼16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1920년대에서 1950년대까지 혼란의 시대를 살아낸 연극인들의 격정적인 삶을 조명한다. 극단 아리랑의 창단 20주년 기념작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광대들의 혼을 기린다. 김명곤 작·연출, 지현준 이승비 등 출연. 월∼금 7시30분, 토 4시·7시30분, 일 3시,1만 4000∼5만원.(02)762-9190. ■ 어느 계단 이야기 4월1∼12일 화∼금 7시30분, 토·일 4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스페인 내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3대의 이야기. 안토니오 부에로 바예호 작·이송 연출, 백성희 이승옥 등 출연.2만∼3만원.(02)2280-4115. ■ 날 보러와요 4월9일까지 화∼금 8시, 토 3시·7시, 일 3시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영화 ‘살인의 추억’의 원작. 초연 10주년을 맞아 최용민, 권해효, 김내하, 류태호 등 원년 멤버들이 출연한다.2만∼5만원.1544-5955.
  • 시민에 문화 공급 ‘生生 발전소’

    청계천 하류에 ‘문화 발전소’가 생긴다. 서울문화재단은 29일 동대문구 용두동 청계9가 청사(옛 성북수도사업소)를 주민과 예술가가 어우러지는 문화공간으로 꾸미겠다고 밝혔다. 오는 30일 공사를 시작,6월말까지 준공해 7월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12억원이 투입된다. 서울문화재단 유인촌 대표는 “예쁘고 크게 고치는 리모델링이 아닌 기존의 건물을 최대한 활용하는 ‘도심 재생’을 위한 프로젝트”라면서 “낡은 건물을 좌우·앞뒤를 터서 지역 주민과 소통하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는 공간이 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1층은 벽을 허물어 청계천이 내려다보이는 ‘열린 광장’으로 조성하고,2층은 갤러리, 공방, 작은공연장을 만든다.3층은 잡지책, 영화·연극 자료 등을 둘러보면서 음료수를 마실 수 있는 ‘카페’처럼 만든다. 지하는 인디밴드 등의 공연장이 들어선다. ●청계천, 도심 재생의 공간으로 특히 서울문화재단은 ‘환경 디자인’의 개념을 도입, 청사 주변을 이미 가림막으로 둘러쌌다. 청계천과 접하는 건물 앞 부분은 건국대학교 건축디자인대학원 학생들이 기획한 색동 격자 천을 입히고, 건물 양 옆에는 시민들이 직접 그린 그림 280장을 붙였다. 이번 사업명은 ‘C-9 생생(生生) 프로젝트’로 청계9가(Cheonggye 9), 문화 (culture), 창조(creation), 공동체(community),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등을 뜻한다. 서울문화재단은 순차적으로 C-8(청계8가),C-7(청계7가),C-6(청계6가) 등 프로젝트를 실시, 청계천 전역을 ‘문화지대’로 꾸밀 계획이다. 특히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부근에는 미술가 최정하씨의 조각품을 설치하고, 삼일교 존치 교각 주변에도 무대를 설치해 ‘물 위의 공연’을 선보일 계획이다. ●공연 프로젝트 지원제 실시 한편 서울문화재단은 이날 출범 3년을 맞이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인이 하기 어려운 대규모 공연·전시를 서울문화재단이 직접 기획·지원하는 ‘프로젝트형 지원제’를 올해부터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서울문화재단은 오페라·창극 개발을 3∼5년동안 장기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소재·대본·연출자 공모 등을 준비하고 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문화 몰아내는 ‘문화의 거리’

    문화 몰아내는 ‘문화의 거리’

    #1 2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세계 연극의 날’을 기념해 연극인 70여명이 휴지 줍기 퍼포먼스를 펼쳤다. 상업화에 찌든 대학로를 정화하자는 의미에서다. #2 같은 시각 행사장에서 불과 20여m 떨어진 곳. 권리금까지 붙은 것으로 알려진 노점들이 이미 보도를 점령하고 있어 ‘걷기 좋은 거리’가 무색할 정도다. 밤이 되면 술집·노래방의 간판만 휘황찬란할 뿐 정작 극장들은 제대로 눈에 띄지도 않는다. ‘문화의 거리´ 대학로에서 문화가 밀려나고 있다.2004년 5월 서울시가 대학로를 문화지구로 지정한 뒤 땅값·임대료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극장들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연극인 겸 서울문화재단 대표인 유인촌씨는 “대학로에서 문화와 상업주의가 물과 기름처럼 겉돌고 있다.”면서 “대학로를 다른 곳으로 통째로 옮기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학로에 위치한 극장은 2004년 60여개 안팎에서 현재 75곳으로 늘었다. 하지만 새로 생겨난 극장들은 자본력이 탄탄한 300석 이상의 대규모 극장이거나 개그 공연 전용 극장이다. 연극인들은 극장의 양적인 성장이 질적인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지난해 말 연극인 이윤택씨가 운영하는 ‘게릴라’ 극장은 문을 닫았다. 건물주가 700만원선이던 월세를 1500만원선으로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최근 소극장 ‘까망’도 건물주가 임대료를 두 배 가까이 올려달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가까스로 중재했다. 지금은 ‘아룽구지’ 극장이 임대료 협상을 하고 있다. 한국연극협회 방지영 사무국장은 “임대료 상승으로 오히려 기초예술의 기반인 소극장과 극단들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면서 “유행에 민감한 가게를 꾸미고 권리금 올려 받는 형식으로 이득을 얻는 ‘먹튀(먹고튀는)’ 세력들이 임대료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미 상권이 형성된 가운데 문화지구로 지정된 것이어서 소극장 연극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기에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할 구청의 경우 팸플릿제작과 융자 알선에 그친다. 오히려행정 편의주의적으로 정책으로 눈총을 받고 있다. 지난해 종로구청은 문화지구 지정을 기념하는 취지에서 주말마다 대학로에서 초대가수를 불러 공연을 펼쳤다. 하지만 앰프를 너무 크게 틀어놓는 바람에 극장안까지 노랫소리가 들려 가수 공연이 있는 날이면 연극 공연을 취소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혜화동 1번지’ 이수현씨는 “주객이 바뀐 이벤트성 행사였다.”고 꼬집었다. 연극인들은 대학로가 ‘잘나갔던 시기’로 1990∼95년으로 꼽는다. 당시 연극 한 편당 평균 관객이 하루 50여명이었지만 지금은 20∼30여명에 그친다. 그나마 10여명은 ‘초대권 고객’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심재찬 사무처장은“연극에 대한 각종 지원금이 연극인이나 작품 자체보다는 대관료 등 시설 부문으로 상대적으로 많이 흘러들어갔기 때문”이라면서 “좋은 작품이 나오지 못하니까 관객들에게 외면을 받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부고]

    ●김건식(동일냉장 회장)씨 별세 희재(시스카 앤 헤네시 그룹 부회장)희서(동일냉장 대표)명희(전주대 교수)경희 정희(서울대 교수)씨 부친상 안진배(미국 국제개발처 감사관)장윤종(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씨 빙부상 2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30일 오전 9시 (02)3010-2631●엄도영(전 한국전력 부소장)씨 별세 재범(재미 연구원)재용(SBS 정책팀 차장)미현(사업)씨 부친상 김태환(사업)씨 빙부상 28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30일 오전 9시 (02)392-0699●이영래(전 대일건축사무소 대표)씨 별세 용준(동명기술공단 건축사무소 부장)용석(돈주안 분당지점 대표)씨 부친상 이홍규(테리톤식품 부사장)씨 빙부상 28일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 30일 오전 9시30분 (031)787-1506●윤명훈(대한야구협회 심판위원)씨 빙부상 28일 이대목동병원, 발인 30일 오전 8시 (02)2650-2745●박준헌(회사원)정헌(미즈필치과 원장)정재(연극인)정화(미국 거주)씨 부친상 김중수(새지빌 이사)김용진(한국기계연구원 환경기계센터장)씨 빙부상 2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30일 오전 6시 (02)3010-2252●차대식(동양시스템즈 부장)씨 모친상 28일 경남 진해 연세병원, 발인 30일 오전 7시 (055)548-7763●홍융기(보연개발 대표)씨 모친상 김광호(사업)이종만(〃)유중석(〃)이정한(동아제약 부장)씨 빙모상 2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30일 오전 8시 (02)3010-2265●왕준상(하나은행 차장)희상(농촌진흥청 직원)보상(진흥마켓 〃)씨 부친상 2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30일 오전 8시 (02)3010-2237●이재서(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재경(크레딧스위스증권 이사)씨 모친상 27일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 30일 오전 9시 (031)787-1503●곽재주(전 대지세무회계사무소 대표)씨 별세 기호(중앙정보처리학원 선임강사)양호(동원치과병원 원장)씨 부친상 강정길(사업)한문환(한국공항 대표)권영진(아태정책연구원 사무총장)이원우(건축사)임영식(선진 대표)씨 빙부상 28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30일 오전 6시 (02)3410-6916●박연재(KBS 목포방송국장)씨 빙부상 28일 광주 조선대학병원, 발인 30일 오전 9시 (062)231-8901
  • 문화 몰아내는 ‘문화의 거리’

    문화 몰아내는 ‘문화의 거리’

    #1. 2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세계 연극의 날’을 기념해 연극인 70여명이 휴지 줍기 퍼포먼스를 펼쳤다.상업화에 찌든 대학로를 정화하자는 의미에서다. #2. 같은 시각 행사장에서 불과 20여m 떨어진 곳.권리금까지 붙은 것으로 알려진 노점들이 이미 보도를 점령하고 있어 ‘걷기 좋은 거리’가 무색할 정도다.밤이 되면 술집·노래방의 간판만 휘황찬란할 뿐 정작 극장들은 제대로 눈에 띄지도 않는다. ‘문화의 거리’ 대학로에서 문화가 밀려나고 있다. 2004년 5월 서울시가 대학로를 문화지구로 지정한 뒤 땅값·임대료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극장들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연극인 겸 서울문화재단 대표인 유인촌씨는 “대학로에서 문화와 상업주의가 물과 기름처럼 겉돌고 있다.”면서 “대학로를 다른 곳으로 통째로 옮기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상업화에 찌든 대학로 대학로에 위치한 극장은 2004년 60여개 안팎에서 현재 75곳으로 늘었다.하지만 새로 생겨난 극장들은 자본력이 탄탄한 300석 이상의 대규모 극장이거나 개그 공연 전용 극장이다.연극인들은 극장의 양적인 성장이 질적인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지난해 말 연극인 이윤택씨가 운영하는 ‘게릴라’ 극장은 문을 닫았다.건물주가 700만원선이던 월세를 1500만원선으로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최근 소극장 ‘까망’도 건물주가 임대료를 두 배 가까이 올려달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가까스로 중재했다.지금은 ‘아룽구지’ 극장이 임대료 협상을 하고 있다. 한국연극협회 방지영 사무국장은 “임대료 상승으로 오히려 기초예술의 기반인 소극장과 극단들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면서 “유행에 민감한 가게를 꾸미고 권리금 올려 받는 형식으로 이득을 얻는 ‘먹튀(먹고튀는)’ 세력들이 임대료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화지구 지정 너무 늦었다 이미 상권이 형성된 가운데 문화지구로 지정된 것이어서 소극장 연극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기에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관할 구청의 경우 팸플릿제작과 융자 알선에 그친다.오히려행정 편의주의적으로 정책으로 눈총을 받고 있다. 지난해 종로구청은 문화지구 지정을 기념하는 취지에서 주말마다 대학로에서 초대가수를 불러 공연을 펼쳤다.하지만 앰프를 너무 크게 틀어놓는 바람에 극장안까지 노랫소리가 들려 가수 공연이 있는 날이면 연극 공연을 취소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혜화동 1번지’ 이수현씨는 “주객이 바뀐 이벤트성 행사였다.”고 꼬집었다. ●관객도 절반으로 뚝 연극인들은 대학로가 ‘잘나갔던 시기’로 1990∼95년으로 꼽는다.당시 연극 한 편당 평균 관객이 하루 50여명이었지만 지금은 20∼30여명에 그친다.그나마 10여명은 ‘초대권 고객’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심재찬 사무처장은“연극에 대한 각종 지원금이 연극인이나 작품 자체보다는 대관료 등 시설 부문으로 상대적으로 많이 흘러들어갔기 때문”이라면서 “좋은 작품이 나오지 못하니까 관객들에게 외면을 받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연극선 연산·영화는 장생·뮤지컬선 공길에 포커스

    연극선 연산·영화는 장생·뮤지컬선 공길에 포커스

    “어허, 이거 앞은 캄캄한데 목은 마르고, 자네 목소리를 듣자 하니 평양골에 이봉사 아닌가, 나 저 감나무골에 김봉사일세. 나 여기 있고, 자네 거기 있는데 또 뭐가 문제야.’ 27일 오전 서울 예술의전당 음악당안 서울예술단 연습실. 한손에 부채를 든 남자가 봉사 흉내를 내며 사설을 풀어놓는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 장생이 공길과 주고받는 유명한 ‘장님놀이’대목이다. 한바탕 신명나는 춤사위까지 펼친 남자의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서울예술단이 제작하는 뮤지컬 ‘이(爾)’의 배우 최종 오디션 현장. 역대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영화의 원작(연극 ‘이’)을 뮤지컬로 제작하는 만큼 참가자들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장생, 공길, 연산, 녹수, 우인 등 주요 배역을 비롯해 30여명을 뽑는 오디션에 몰린 지원자는 총 350여명. 이중 1차에서 걸러낸 67명이 이날 자신들의 숨은 재능과 끼를 맘껏 선보였다. 재주많은 광대들이 주인공인 만큼 지원자들을 평가하는 기준도 남달랐다. 장생역에는 장님놀이가 필수과제로 주어졌고, 우인 지원자들에게는 ‘심사위원을 웃겨야 배역을 얻는다.’는 특명이 떨어졌다. 연극 ‘이’의 원작자 겸 연출가로 이번 뮤지컬의 연출을 맡은 김태웅은 “배우들 사이에 까다로운 오디션으로 소문났다.”며 웃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공길역에 지원한 한 배우가 목을 다쳤다고 하자 “그걸 무용으로 승화해보라.”고 즉석 주문했다. 우인 역에 지원한 배우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과장된 연기와 코믹 막춤으로 심사위원들을 웃기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뮤지컬 ‘이’는 연극, 영화와 어떻게 다를까. 김태웅 연출가는 “연극이 연산을, 영화가 장생을 부각시켰다면 뮤지컬은 공길에게 보다 확실한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뮤지컬 장르의 특성을 살려 관객과 함께 신명나게 노는 장면도 강조된다. 드라마투르기와 작사를 맡은 장유정은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단순하게 쳐내고 그 자리에 음악과 춤이 들어갈 공간을 만드는 게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이날 오디션장에는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도 자리를 함께 했다.“‘왕의 남자’의 원작이 뮤지컬로 탄생하는 첫 순간에 참여하고 싶었다.”는 그는 “서양 뮤지컬 문법과 한국 전통연희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우리 정서에 잘 맞는 새로운 공연 양식을 창조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뮤지컬 ‘이’는 올초 정재왈 이사장 체제로 바뀐 서울예술단의 야심작. 공공예술단체 특유의 폐쇄성을 걷어내고, 전격적으로 공개 오디션제와 외부 제작진 초빙제를 도입한 첫 시험대이기도 하다. 정재왈 이사장은 “서울예술단의 향후 방향성과 작품 스타일을 구축하는 하나의 모델이 될 작품”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이’는 10월14∼15일 부산시민회관,10월19∼21일 울산현대예술관 등 지방에서 먼저 선보인 뒤 11월6일∼12월3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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